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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보람과 긍지의 대명사였던 교직의 길이 점점 가시밭길로 변하고 있다. 학생들 앞에서 학부모에게 뺨을 맞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급기야는 미투 사건에 연루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까지 생겨났다. 학교폭력 문제로 힘들어하는 교원이 늘어가고, 교권은 날로 추락하여 스승의 보람은커녕 하루빨리 교단을 떠나려는 교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2017년 853명이던 명퇴자가 2018년 1162명으로 36.2% 늘어났고 내년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교단이 날로 황폐화 되고, 제반 사회 여건이 교원들을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응모작들을 심사하면서 자신의 도시락까지 나눠주던 옛 선생님이 떠올랐다. 오늘날 선생님의 존재는 더 이상 이런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올 한 해 작품들은 선생님들의 고해성사 같은 수기들이 많았다. 예전처럼 헌신적인 선생님의 모습보다 현실에 힘들어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과의 삐걱댐,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있기에 교사라는 사명감을 아직은 느끼고 있다는 사연들…. 읽는 내내, 심사하는 내내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가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편이 넘는 글을 읽으면서 아직까지 교직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구나, 라는 깨달음을 다시 얻게 되었다. 20~30년 전의 케케묵은 추억담이나 회상 이야기보다는 오늘날까지 이어진 생생한 이야기가 더 감동을 자아낼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대상으로 선정된 ‘그 아이는 조금 특별한 아이였다’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한 편의 잔잔한 고해성사를 듣는 기분이었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내면 속 갈등의 진정성에 감동했고, 우리 교사들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에 대상으로 뽑는 데 동의했다. 입상한 분들께는 축하를 드리고, 입선하지 못한 분들은 내년에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2019년은 3·1운동 10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대한민국의 지난 100년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자랑스러운 역사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마음으로 지나 온 100년을 거울삼아 대한민국 미래 교육 100년의 초석을 놓는다는 자세로 함께 뛰어야 한다. 지난 과거를 밑거름 삼아 새해, 새 마음 새 각오로 새 출발하는 한국 교육이 다음과 같이 변화하고 혁신되기를 기대한다. 첫째, 교권 확립의 새로운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누가 뭐래도 교육의 주체는 교원(교사)이다. 교원들의 가르칠 수 있는 권리 보장이 좋은 교육의 출발점이다. 교원들이 법령과 교육과정 테두리 내에서 편안하게 긍지를 갖고 가르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급선무다. 물론 학생들의 인권, 학습권 보장도 중요하다. 부디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 악성 민원 등이 근절되고, 교단이 오롯이 신바람 나는 학교, 가르칠 맛 나는 교실로 거듭나야 한다. 둘째, 교육부가 한국 교육의 컨트롤 타워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난 해 2022 대입제도 개편 과정처럼 응당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매조지해야 할 일을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등에 업무 위임을 하여 외주·하청 기관으로 전락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시종 당당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떳떳하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교육부는 정책 추진 시에 특정 노조, 시민단체 등에 휘둘리지 말고 법령대로 시행해야 한다. 셋째, 교육 정책과 제도의 일관성·연속성 유지를 기대한다. 모름지기 동서고금을 통틀어 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이다. 교육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또 단기적 냄비식 접근이 아니라, 돌솥밥식 장기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작년 초등학교 저학년 영어 방과후 학교, 오후 3시 하교, 빈 교실 돌봄교실 증설, 교장공모제 확대, 대입제도 개편 등이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일방적 추진돼 현장의 혼란이 극심했다. 정책은 장기적으로 의견 수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일관성·연속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역대 교육부장관 58명의 평균 임기가 1년 2개월 미만(428일)인 것도 교육 정책 일관성·연속성의 걸림돌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 함께 일궈가야 할 행복교육 넷째, 교육의 정치적·이념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진보시대’다. 정부와 대부분의 교육감들이 진보 성향이다. 하지만 교육이 정치에 예속되거나 진보와 보수 등 이념으로 양분되면 안 된다. 교육은 헌법에 명시된 대로 정치적·이념적 중립성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혁신학교, 민주시민학교 등도 특정 이념·성향에 편향돼서는 안 되고 자유, 평등,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 교육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끝으로, 교육의 국민적 신뢰 회복이 화급하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국민적 불신이 팽배한 영역이 정치와 교육이라는 세간의 혹평이 있다. 국민들의 교육 불신은 교육 행정, 제도, 정책, 안전, 복지 등에 대한 탁상공론, 비현실성에서 기인한다. 교육이 국민들의 불신을 극복하고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기초 기본이 바로 서야 한다. 전 국민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교총의 노력으로 작년 말 국가인권위원회는 인사혁신처에 8월 퇴직 교원의 성과상여금 지급을 권고했다. 또 교권 3법인 아동복지법(국회 본회의 통과), 교원지위법(교육위 통과), 학교폭력예방법 등 개정도 목전에 와 있다. 향후 경미한 학교폭력의 단위학교 자체 종결 확대, 학폭대책자치위원회 교육지원청 이관, 단위 학교와 학교장의 자율권 확대 등도 전향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2019년 한국 교육이 안정을 되찾아 한 단계 도약하고 교직원, 학생, 학부모, 교육당국이 함께 어우러져 연주하는 행복 교육 오케스트라가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기를 진정으로 소망한다.
2019년 새해 첫날 타임머신을 타고 마지막 날로 가봤다. 2018년 연말 교육계 키워드와 마찬가지였다. 부정적인 단어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교육은 이미 삶의 일부가 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는커녕 따라가기조차 버거웠다. 총선이 다가오자 정치권은 교육을 정쟁의 수단이자 장(場)으로 삼아 교육의 뿌리마저 흔들고 있었다. 학교교육에 대한 과도한 환상 서둘러 새해 첫날로 돌아왔다. 악몽에서 깬 것처럼 섬뜩하다. 대통령과 청와대, 혹은 각 교육감들이 교육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고,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서 교육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필요한 것은 교육계가 거대한 복잡계의 일부임을 깨닫고 시스템을 재설계 하는 것이다. 한국교육 여건의 강점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구성원들은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의 기대 밖 행동은 시스템 설계의 오류이지 그들의 탓이 아닌 것이다. 먼저 학교교육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에 초점을 맞추자. 무한경쟁·승자독식의 실력주의사회에 둘러싸인 현실에서 입시제도 개선을 통해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비를 없앨 수는 없다.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이 오늘 행복하게 살도록 돕고, 내일을 위해 갖춰야 할 지식과 역량, 인성과 체력을 재미있게 길러갈 수 있도록 도우며, 주체적 학습자가 되도록 이끄는 것이다. 또한 배움에 무관심하거나 자퇴하려는 학생들이 배움에 흥미를 갖도록 이끄는 것도 학교와 교사의 몫이다. 사회와 교육계가 교육의 핵심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사회차원에서 해결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할 때 학교는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세계적인 수준의 우리 교사들이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전문적 책무성 확보 시스템을 갖추면서, 안주하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외적 책무성 확보 시스템도 함께 갖출 필요가 있다. 교사는 지쳐가고 있는데 왜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은 높아져 가는지, 왜 기초학력은 저하되고 학교폭력은 증가하는지 등 교육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 교육행정기관에 법과 제도 개혁을 요구하자. 학교는 학부모 역할을 명시하고,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학부모에 대해서는 필요한 제재를 가할 권한 및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권한도 가져야 한다. 시스템 재설계에 힘을 모아야 학교장과 교육청 그리고 시민단체는 교사들이 교육활동을 제대로 하도록 돕고, 중앙정부와 국회는 교육의 미래를 위한 중장기 비전 보완에 총력을 기울이며, 언론사는 사건사고를 다루는 사회부 시각이 아니라 교육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전문 대기자의 시각에서 바람직한 학교문화 형성에 앞장서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자. 이와 함께 국민교육대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개인과 조직들이 깨어나도록 함께 힘을 모아가자. 시스템 재설계에 힘을 모으고, 서로를 격려하며 역할을 충실히 해간다면 올 연말 교육계 키워드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늘어날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우리가 만든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우리가 만들 미래임을 기억하자.
지난해 말 정부서울종합청사에서 한국교총과 교육부간 ‘2017년도 교섭·협의’에 대한 합의 조인식이 있었다. 양측 간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교섭 현안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양측은 동반자적 자세로 모든 현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였다. 교총의 요구에 인권위 화답 합의서를 보면 교원복지 및 처우개선 사항에서 ‘8월말 퇴직교원에게 성과상여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눈에 띈다. 조인식이 있기 며칠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8월 퇴직교원의 성과급 지급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는 교총이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해온 사항이었다. 인권위도 8월말 퇴직교원의 성과급 지급을 위해 교총이 기울여온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교원과 공무원에게 퇴직 시점을 이유로 성과 상여금을 지급하는 현행 제도는 시정·개선되어야 마땅하며, 지급 기준일 전에 퇴직하는 교원과 공무원에게도 성과 상여금을 지급할 것을 권고하였다.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1년간의 근로 행위에 대한 평가에 근거해 그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이 때 회사에 대한 기여도와 성과가 클 경우 통상 급여의 몇 배에 해당하는 성과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는 못 미치지만 일반 공무원과 교원들도 근무성적 평정에 근거한 성과급을 받고 있다. 성과급은 2개월 이상 근무한 교원이면 누구나 그 지급 대상이다. 여기에는 기간제 교사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보다 많은 6개월을 근무하고 8월말에 퇴직한 교원은 현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성과급의 취지와 형평성에 있어서 합당하지 않은 불합리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2개월 이상 근무한 기간제 교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6개월을 근무한 교원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교원뿐만 아니라 일반 공무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하윤수 교총 회장이 8월 퇴직자들의 성과급 지급을 위해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노력해온 다각적인 활동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하 회장이 지난 2년 간 청와대와 국회, 정당, 정부, 인권위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 이뤄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관련 부처 후속조치 취해야 퇴직교원과 공무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부합한다. 국가인권위의 시정 권고에 의거해 관련 부처는 속히 규정을 정비하여 시정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원도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퇴직 전 공로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퇴직 전 6개월에서 1년 간 공로 연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적게는 100만~300만원의 공로 연수비를 지원받는다. 이에 반해 교원은 근 40여년을 근무하고 퇴직하는 경우 연수비 지원은커녕 일정 기간의 공로 연수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매우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하루속히 이에 대한 시정과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교육신문사가 주최한 2019 교단수기 공모 대상에 강인혜 경남 주약초 교사가 선정됐다. 강 교사는 작품 '그 아이는 조금 특별한 아이였다'를 통해 교사와 학생의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심사위원들은 "교직생활을 하면서 한 편의 잔잔한 고해성사를 듣는 기분이었다"며 "담담하게 써내려간 내면 속 갈등의 진정성에 감동했고 교사들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했다. 금상은 김기수 충북 장연초 교사, 윤희성 충남 삼은초 교사, 조동욱 경북 점촌중앙초 교사가 받았다. 은상은 김광원 경북 포항흥해공업고 교사, 김효신 제주 한림초 교사, 민세원 경기 가림중 교사, 이순애 경기 성남미금초 교사, 임재일 경기 백봉초 교사, 홍란수 충북 음성동성초 교감이 수상했다. 시상식은 1월 30일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눈을 기다리게 된다. 만지면 소스라치게 차갑지만 그 풍경만은 늘 벅차게 따뜻한. 12월은 늘 시리다. 일 년 동안 뭘 했냐는 다그침과 곧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 때문이다. 마음이 추워지는 걸 잊어버리라고 이리도 바람은 매서운 걸까?5학년 겨울방학식이 시작되는 12월에 지혜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선생님이 좋아요.’ 그 흔한 말에서 먹먹함을 느꼈다. 아이들이 쉽게 하고,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그 말은 특별했다. 한 해의 일이 아주 먼 일처럼 스친다. 3월에 처음 만난 지혜는 조금 특이한 아이였다. 눈에는 늘 눈물이 고여 있는 듯 보였고,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며, 행동이 느린 아이. 사물함에서 책을 꺼내며 다른 책을 사물함 위에 올려놓기 일쑤였고, 제출해야 하는 과제나 안내장은 늘 없었다. 책을 많이 읽어 또래보다 상식이 풍부했지만 모둠 활동은 뜻대로 해야 하며 뾰족한 태도 때문에 친구들과 갈등이 종종 있기도 했다. 혼이 날 때면 허공에서 방황하던 그 아이의 눈빛과 어눌한 대답이 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그 때쯤부터였을까? 지혜의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은. 그런 연락이 점점 잦아지고, 반 아이들이 괴롭혀서 지혜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 때마다 아이들과 상담을 해보면 지혜가 엄마에게 하는 이야기가 과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혜와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엄마에게 좀 심하게 이야기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 정도 사건을 학교폭력이나 왕따라는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부족해보였다. 그러던 중, 모둠 활동에서 지혜가 아는 척을 하자 짓궂은 남자 아이들이 지혜를 무시하고 비꼬아서 기분 나쁜 말들을 쏟아 부었다. 그날 밤 지혜는 지혜 어머니에게 울면서 사건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 지혜의 어머니에게 늦은밤 문자가 왔다. ‘지혜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있고, 이번에는 그냥 둘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상담을 해보니 남자 아이들의 잘못이 많았지만 지혜도 모둠활동을 독선적으로 이끌려고 한 부분이 있었다.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로 남자 아이들을 호되게 혼을 냈다. 그리고 그 날 지혜가 자주 머리가 아프고 눈물이 나는 증상 때문에 서울 병원 진료를 가게 되어 반 아이들 전체에게도 신신당부를 했다.그러던 중 학교전담경찰관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지혜 학생 문제로 어머니가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학교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었으면 합니다.” 학교 전담경찰관이 이 사건으로 학교를 방문하게 된 것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교직 경력도 적지 않았고,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부모님과 연락하며 노력해왔는데 내가 역부족이라고 생각하셨다는 것이 기분 좋지 않았다. 학교 전담경찰관과 생활부장선생님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 아이들의 잘못도 있지만 그 정도로 심각한 사안은 아니라고, 지혜가 교사인 나에게 직접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상담을 해서 그 날 해결하고 하교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에게만 밤에 이야기해서 엄마로 부터 사건을 듣게 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이런 대화를 나누는 그때 나를 멍하게 만드는 말을 생활부장선생님께 들었다. “왜 선생님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엄마에게 하는 걸까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변명인 여러 말들이 입속에서만 빙빙 돌았다. 하지만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아! 이것은 아이들과 지혜의 문제인 것이 아니라 지혜와 나와의 문제이구나. 지혜가 나에게 말하지 않는 것은 내가 그렇게 만든 상황 이구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속상한 마음을 선생님에게 털어놓지 못한 지혜의 마음을 생각했다. 아이들 간의 관계 회복 이전에 나와의 관계회복이 먼저였다. 전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가 좋아하는 친구와 붙여주거나 짝이 된 친구에게 지혜와 잘 지내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다. 그런 노력에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내가 먼저 지혜에게 친구가 되어주기로 하였다. 그 때쯤 지혜는 갑상선 호르몬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자주 아프고 가끔은 어눌해 보이고, 눈물이 자주 나는 그 모습에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 전 해에 지혜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지혜가 아주 똑똑하고 야무진 아이였는데 많이 달라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지만 과거의 모습을 내가 보지 못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하지만 지혜는 정말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절은 가을의 나뭇잎이 물들 듯이 지혜의 변화를 나도, 지혜의 부모님도, 지혜도 어렵게 적응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지혜는 약물치료를 받았다. 눈이 아프고 머리가 아픈 증상은 조금 나아졌지만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수업 시간에는 당당하게 잘 말했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 주위를 어슬렁 거리기도하고 친구와 놀기도 하였으며 점심시간에는 주로 교실에서 혼자 책을 보기도 하였고, 교실에 다른 친구가 있으면 다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혜와 내가 서로 눈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치면 웃어줄 수 있는 사이가 된 점이다. 비 오는 날. 복도 창문 밖으로 지혜가 손을 내민다. 복도를 지나가던 나도 손을 함께 내밀어보았다. “선생님도 비를 참 좋아해.” 지혜는 나에게 따뜻하고 어색한 미소를 보여주었고 나도 같이 미소 지었다. 점심시간에 혼자 있는 지혜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지혜는 어색하지만 주섬주섬 이야기를 꺼내놓곤 했다. 학년 말이 되어서도 지혜는 친구들과 완전히 섞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에서 가끔은 행복함을 읽었고, 웃는 모습도 많이 보게 되었다. 처음 지혜는 특이한 아이였지만, 일 년을 마칠 때 쯤 나에게 특별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 갑각류가 자라는 시기는 허물을 벗어 속살만 드러나는 가장 약한 시기라고 한다. 나를 너무 힘들게 했던 그 시절, 나는 교사로서 조금 자라났다.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되 그 안의 아이이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과의 관계 맺기라는 것을. 그 사실은 앞으로 나의 교직생활에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하늘 좀 봐. 하던 일을 멈추고 혼잣말을 한다. 누구라도 꼭 봐야 할 가을 구름이다. 구름을 본 순간 그 공간은 삭막하지 않은 공간이 되어버린다. 봄에 만남을 생각한다면 가을에는 헤어짐에 골몰하게 된다. 헤어질 때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따뜻한 관계 맺기를 통해서. ------------------------------------------------------------------------- 2019 교단수기 공모 대상 수상자당선 소감-따뜻한 선생님, 좋은 어른이 돼주고 싶다 겨울방학식이다. 아이들이 일찍 떠나고 난 교실은 괜히 마음이 시리다. 아이들에게 지난 일 년은 어땠을까? 나는 매순간 아이들에게 마음을 다했을까? 마음이 복잡한 와중에 큰 선물을 받았다. 잘 하고 있다고 이 상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정말 감사하다. 교사라는 직업이 버거울 때가 많다.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위해서란 이유로 상처 주지는 않았는지, 정작 성장이 필요한 건 교사인 내가 아닌지…. 내가 아직 성장 중인 교사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다. 늘 안주하지 말라고 모범을 보여주는 선배, 후배 교사들에게 존경을 전한다. 어른이 되게 해준 소민, 지후와 가족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지혜를 비롯해 나를 성장하게 해준 모든 제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 만날 제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보다는 그냥 따뜻한 선생님,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다.
이 책은 수학자나 수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천재들이 쓴 책이 아니라 일선 현장에서 직접 초·중·고학생들의 수학을 가르치던 강사가 쓴 책이라 더욱 실감이 난다.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수학의 학습법에 대해 뜬구름 잡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어 막상 우리 학생들이 읽어보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론과 현실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조안호의 ‘십대들이여, 수학에 올인하라’는 크게 1부, 수학 상식을 뒤집는 수학 이야기. 잘못된 수학 공부에 반대한다. 2부, 초등수학 사용설명서. 수학 공부의 진실 혹은 거짓을 말하다. 3부, 중학수학 사용설명서. 학원의 성공은 학생의 패배다. 4부, 고등수학 사용 설명서. 수학 공부에 모든 시간을 투자하라.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은 ‘수학’에 대해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역할을 한다. 수학이 무엇인지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그친 것이 아니라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각 시기별로 수학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하여 수학 공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했다. 흔히 명문대학 입학의 관건은 수학실력이라고 한다. 실제 고등학생들은 전체 공부 시간의 약 80%를 수학에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수학공부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수학이 그만큼 점수 올리기가 어렵고 까다롭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수학은 그렇게 어려운 과목이 아니라 단지 귀찮은 과목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필자 또한 저자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생각을 깊게 해야 하는 문제가 출제되면 평소 배운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데도 그러한 과정을 귀찮아하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의 재미는 문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풀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즐거움에 있으며, 기본 개념과 연산 능력이 함께 갖춰줘야만 그 안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요즘 수학자들은 사고력과 창의력은 중시해도 계산능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계산능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계산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학년이 승급될수록 계산능력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필자는 이 책에 믿음이 갔다. 초등학교를 거쳐 중고등학교로 진급하면서 계산능력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를 안다면 절대 계산능력을 무시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책에서는 중학교 2학년의 연립방정식에서는 다섯 개의 암산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학교 3학년의 이차방정식은 여섯 개의 암산을 요구하며, 고등학교 1학년에서는 열 개 이상의 암산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연산능력을 길러 놓아야 수학이라는 장벽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계산능력은 누구든 반복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저자는 당부한다. 필자는 친구들보다는 그래도 수학을 좀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늘 수학 문제를 푼다. 수학은 필자가 희망하는 진로와도 매우 관련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평소 수학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필자와는 다르게 수학을 몹시 싫어하는 학생들과 장차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와도 관련성이 없는 학생들이 왜 수학에 이렇게 많은 노력과 시간을 낭비하는지에 의아해 한다. 이러한 궁금증을 가진 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 궁금증이 속 시원히 풀릴 것이다.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과목 중 왜 유독 수학이 중요한지, 왜 수학을 포기하면 안 되는지, 다른 과목에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왜 수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또한 책에서는 개념설명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문제를 풀기에 앞서 반드시 개념을 최대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는 저자의 이 말을 수학을 포기한 모든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기본적인 개념만 이해하고 암기하면 웬만한 문제들은 다 풀린다는 것을 필자는 알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문제를 풀기에 앞서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암기해서 문제를 더 쉽고 빠르게 푸는 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학을 어떤 방법과 방향으로 공부해야 할지 알 수 있었고, 수학에 흥미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필자는 이 책을 수학을 포기한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구체적 조작기인 초등학생들에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경제교육의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피아제의 발달단계 중 구체적 조작기인 초등학생들에게는 게임, 노래, 체험, 놀이 등을 통한 동기유발이 효과적이며 이런 활동을 통해 '경제=생활 자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체험 경제 교육이 이런 의미에서 필요하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우리아이들의 경제 교육,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경제활동은 우리 인간생활 자체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통한 체험경제 교육으로 저축과 소비, 용돈 사용 방법, 물건의 유통과정 등에 대한 경제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들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첫째, 용돈 사용을 통한 경제 교육이다. 주말이면 생활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시장을 볼 때 이들을 시장에 데려가는 것이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직접 물건을 골라보고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평소에 스스로 용돈을 모으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용돈은 한 달에 일정하게 얼마씩 주기보다는 스스로 홈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어 쓸 수 있도록 한다. 가령 부모님의 흰머리를 뽑아주거나 허리를 10분 이상 주무르면 500원, 설거지 500원, 집안 청소 500원, 책 한 권 다 읽으면 1000원 등 체크리스트표를 작성해서 스스로 실천한 일에 표시하고 월말에 용돈으로 지급한다. 용돈 교육은 돈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소비를 위한 계획을 미리 세워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경제교육 방법이다. 또한 용돈을 버는 과정을 통해서 성실함을 배울 수 있고, 돈을 모으고 늘리는 과정을 통해 인내심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가정, 학교, 사회에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시장이나 가게를 방문하고 난 후 가게 조사보고서를 써보는 것이다. 특별한 형식을 갖추지 않고도 큰 전지나 도화지에 시장이나 가게에서 본 물건을 그리고 시장 상인을 인터뷰하는 방법도 좋은 경제 교육이다. 단위학교에서는 알뜰체험 장터를 해보는 것도 좋다. 물건을 사고파는 경험을 해보고 수익금으로 불우이웃돕기를 하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경제교육이다. 둘째, 보드게임을 통한 경제교육도 좋은 방법이다.최근에는 보드 카페도 많이 등장하여 한두 가지 보드게임은 대부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명절이나 가족모임에서 다양한 보드게임을 온가족이 함께하면 가족 간의 유대관계도 다질 수 있고 또한 경제교육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구체적인 조작활동을 통한 게임이나 놀이 중심의 경제교육은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파지효과도 크다. 모형화폐를 이용한 시장놀이에서부터 가계, 기업, 정부 게임 등 다양한 게임과 놀이를 통한 경제 교육은 학생들의 동기유발에 좋은 방법이다. 가정에서는 온 가족이 경제 교육에 관련된 보드게임을 자주 해보면‘경제는 놀이구나.’라는 개념을 심어주어 경제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셋째, 신문과 경제 독후감 쓰기를 통한 경제 교육이다. 최근에는 초등학생들까지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신문을 읽는 가정이 많이 사라졌는데 신문 읽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은 금방 스쳐 지나가지만 신문은 읽으면서 스크랩도 하고 오리는 과정이나 밑줄을 긋는 과정에서 오래동안 기억할 수 있고 깊이 생각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가정에서 한 두가지 신문은 꼭 구독하면 좋겠다. 특히 고학년의 경우 신문의 사설이나 경제면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고등정신 기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각종 경제 독후감 공모전, 기업가 정신 탐험대, 경제 골든 벨 등 경제관련 행사에 도전을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경제 교육 전문 기관을 활용하는 것이다. 청소년 금융교육협의회(fq.or.kr)에서 실시하는 주말 어린이 금융교실, 한국거래소(krx.co.kr)의 참여형 증권 교실(초등학교 4학년 이상 가능),기획재정부의 어린이 경제교실, 한국은행의 청소년 경제 강좌(초등학교 5-6학년 대상) 등 체험식 금융교육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토요휴업일을 이용하여 부모님과 함께 참여할 수 있고 단위학교에서 신청을 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풍부한 자료를 가지고 전문 강사님들의 생생한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하고 학부모님들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한국교총이 정년퇴직예정 교원의 공로연수제 도입을 정부에 건의했다. 교총은 “퇴직을 앞둔 대다수 일반직 공무원에게 부여하고 있는 공로연수제도를 교육공무원에게만 제외하고 있다”며 “퇴직준비휴가 부활 또는 공로연수 도입을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 각각 요청했다”고 밝혔다. 교원의 공로연수제(퇴직준비휴가제)는 2011년까지 ‘교원휴가업무처리요령’에 근거해 최대 3개월의 퇴직준비휴가가 퇴직 후 사회적응 등을 위해 허용돼왔다. 그러나 2012년 주5일제 수업제가 전명 시행되면서 2013년 7월 발표한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일부개정 및 국가공무원복무·징계관련예규 개정’에 따라 교원의 퇴직준비휴가는 폐지됐다. 이후 교원의 퇴직 후 사회적응 능력을 위한 관련 제도가 전무한 상황이다.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7조의4(파견 등으로 인한 결원보충)항에는 퇴직공로연수제의 시행을 지원하는 내용이 없어 제도 신설 및 이에 따른 법령 개정이 절실하다. 반면 일반직공무원의 경우 1993년부터 ‘공무원 인사지침’과 ‘공무원 임용령’ 제42조 제2항,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3 제1항 제2호에 근거해 지금까지 변함없이 시행되고 있다. 정년이 될 때까지 남은 기간이 1년 이내인 공무원이 퇴직 후의 사회적응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연수하게 된 경우 법 제43조 제2항에 따라 정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보고 결원을 보충할 수 있다. 연수를 위한 파견의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인사혁신처장이 정한다. 이는 여타 특정직공무원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교원과 같은 특정직공무원인 외무·경찰공무원은 2012년부터 공로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군인의 경우에도 ‘전직지원교육’이라는 유사제도를 운영하며 3~12개월간의 교육을 통해 퇴직 후 사회적응 및 취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역시 상당수 퇴직자들이 적용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도 ‘교원공로연수법 제정의 필요성과 입법방향’을 언급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6년 발행한 ‘입법과 정책’에서 “일반공무원 연수대상자는 대부분 지방공무원인 것을 감안할 때 국가공무원인 교육공무원에 대해 교원공로연수법을 제정해 일반 공무원들과의 형평성을 유지하면서도 교사 자긍심 회복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퇴직을 앞둔 대다수 공무원에게 부여하고 있는 연수제도를 교육공무원만 제외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정”이라며 “정부는 이 같은 교육공무원의 고충을 해소하는 동시에 제도운영의 공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교총은 교육부에게도 제도 개선 동참을 촉구했다. 동 사안에 대해서는 지난 2009년부터 교총-교육부 상·하반기 교섭합의를 통해 공로연수 도입방안을 협의하도록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2016년 2월 25일 ‘퇴직준비 교원 연가 허가 관련 사항 통보’ 공문의 시행을 통해 교원 개개인의 연가를 학기 중 사용하는 임시조치만을 취했을 뿐 이후 관련 제도의 근본적 시행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교총이 2일 공‧사립학교 간 학교장 퇴임일 차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소해달라는 건의서를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에 제출했다. 현재 공립학교 교장은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2 제5항에 따라 학기 중이 임기만료일이라도 학기 말인 8월 말, 혹은 2월 말일을 기준으로 퇴임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 교장은 관련 규정이 없어 학기 중에 임기가 만료되면 학기 말이 아닌 임기만료일을 기점으로 즉시 퇴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의서는 사립학교 교장도 공립학교 교장과 동일하게 학기 도중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임기가 만료되는 날이 속하는 학기의 말일을 임기 말일로 하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해달라는 것이 골자다. 즉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2 제5항의 준용을 ‘사립학교법’에 명시하거나 ‘사립학교법’ 제53조(학교의 장의 임용)에 동 내용을 신설해 달라는 것이다. 교총은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2 제5항의 취지는 학기 도중에 학사일정에 변동이 생겨 교육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있고 이런 사정은 사립학교라 해서 다르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립 학교장 간의 퇴임일이 다르게 적용되는 현실은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근거규정 미비로 혼선을 빚었던 유치원 원로교사 수당에 대한 지급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교총의 요구를 반영한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이 심의‧의결 되면서다.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매달 1일 현재를 기준으로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 중 30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있고 55세 이상인 교사에게는 월 5만원의 수당이 주어진다. 그러나 유치원 원로교사 수당은 2004년 유아교육법이 제정되면서 행정입법의 부작위로 지급대상에서 누락돼 지금까지 지급에 대한 근거가 없었다. 의결된 개정안의 핵심은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별표 11 제2호 다목1을 수정한 것이다. 30년 이상 교육경력에 해당되는 교원에 대한 규정에 ‘유아교육법’ 제20조 제1항(유치원에는 교원으로 원장ㆍ원감ㆍ수석교사 및 교사를 두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유치원에는 원감을 두지 아니할 수 있다)을 포함시켜 유치원 원로교사도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급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교총은 그동안 누락됐던 원로교사 수당 지급을 위해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별표 11을 개정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행정입법 부작위로 원로교사 수당 지급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탓에 유치원 교원들만 받게 되는 불이익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에 교총은 2017년 9월 교육부에 건의서를 제출한 이후 올해 4월과 7월, 10월에도 교육부와 인사혁신처, 국회 등에 건의서와 민원서 등을 제출하며 개선을 촉구했고 결국 교육부로부터 답변을 받아냈다. 지난달 28일 타결된 교총-교육부 교섭‧협의 제40조에도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별표11 개정 추진에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식 개정령안은 8일 인사혁신처 홈페이지에 개제될 예정이다.
잊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세월이 데려간 일들이라 치부하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 날 순미가 불쑥 교무실로 찾아와 순미인줄 전혀 모르는 나에게 미움이나 원망의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반가운 표정과 목소리로, 수소문 끝에 여기 계신 줄 알아내서 찾아왔다고 담담히 말할 때까지 순미인줄도 모르고 있었다. “선생님! 저 순미예요.” “저 서른이 넘어서 이제 철들어서 고입 검정 시험 치려고요. 중3 때, 몇 반 몇 번이였는지 혹시 기억나세요?” “행정실에서 필요한 서류를 떼려는데 전산화 이전의 자료여서 입학연도와 학반, 번호 등이 필요하대요. 담임 선생님은 기억하실 것 같아 이렇게 불쑥 찾아왔어요.” 그랬다. 까마득한 기억을 더듬어 1987년에 이르면, 그 때 순미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유난히 희고 예쁜 얼굴의 순미는 조용한 성격으로 늘 교실 구석에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거나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이었다. 공부하고는 담을 쌓은 학생이었지만 소위 말하는 ‘껌 좀 씹는 학생’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런 인상 때문에 내가 방심했는지도 모른다. 4월의 교정에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봄 햇살은 화답하여 느릿느릿 교정에 내려앉은 어느 날, 그런 봄날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도 금정경찰서에서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다. 천천히 걷는 발걸음에 부딪히는 봄 햇살을 차면서 출근한 월요일 아침의 바로 그 시간이었다. “혹시 이순미 학생의 담임되시나요?” 친절을 가장했지만 위압감이 잘 스며든 목소리였다. “그런데요. 제가 순미 담임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이순미 학생이 어제 밤에 남학생들과 함께 혼숙을 하고 있어 저희 경찰에게 단속돼 지금 금정경찰서에 있으니 학생을 인수해 가시기 바랍니다.” 놀란 가슴으로 급히 경찰서에 가보니 상황은 이랬다. 지난 일요일 친구와 함께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남자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더 오래 놀고 싶어 여관에 들어가 4명이 놀다가 검문 나온 경찰의 단속에 걸린 것이었다. 집에 귀가 하지 않은 남학생 부모님의 신고로 인근 지역의 여관에 대한 검색이 이루어졌고, 혼숙에 음주를 곁들인 불량 학생으로 경찰서에 잡혀가 밤을 새우고 아침에 보호자에게 인계된 사건이었다. 나보다 부모님이 더 무서워 내게 전화가 왔는지, 핸드폰이란 단어도 없었던 시절에 부모님과 통화가 안 되어서 내게 연락이 왔는지, 경찰의 업무 처리 지침에 학교에 먼저 통보하는 것이 매뉴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난생 처음 어린 학생을 인수하여 경찰관에게 약간의 훈시를 듣고 괜히 죄스러워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최대한 겸손한 표정으로 순미를 데리고 나왔다. 폭력을 경멸하고 천박한 욕설에 진저리치는 나는 군대에서도 졸병들에게 욕설 한번 한 기억이 없고 폭력을 행사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 내가 난생 처음 빗자루로 순미를 때렸다. 교회당의 청소를 비롯한 허드렛일을 하시는 홀어머니와 함께 교회당 구석방에서 기거하는 순미를 생각하니 까닭모를 분노가 치밀었다. 고난과 불우한 환경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나는 너무나 고지식한 사고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고진감래(苦盡甘來)나 형설지공(螢雪之功) 같은 장미 빛 인생의 교훈만 머리에 각인된 철부지 교사였다. 성장하면서 느끼게 되는 박탈감, 소외감, 궁핍한 환경이 가져다주는 모멸감 등을 나는 알지 못했다. 그 시절은 나라도 개인도 가난하여 선생님들의 월급은 학생들의 공납금에 많이 의존했다. 따라서 공납금 독촉은 언제나 있는 일이었고 선생님들에게도 고통이었다. 가난은 어린 순미에게 독촉의 대상이 되게 하고, 가슴 속에 작은 울분들을 키워갔으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희대의 탈주범 신창원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국민학교(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회비도 안내면서 학교는 왜 왔냐?’고 하셨습니다. 그 때, 내 안에 악마가 깃들었습니다.”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으나 가난이 인간을 이렇게 황폐화 시킬 수도 있는데, 순미도 무너진 동심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좋지 않은 환경을 헤쳐 나가는 좋은 학생이 되지 못하고, 고생하는 엄마 가슴에 못을 박는 순미가 미워서 분풀이하듯 때리고 전혀 가슴에 울리지 않는 훈화를 하고 난 뒤 학생부로 넘겼다. 나 혼자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으나 전화 올 때부터 이미 교무실에 퍼진 사건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 일로 순미는 근신 일주일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순미 어머니의 읍소와 나의 재발 방지 약속에 힘 입은 바가 컸다. 사람들은 흔히 학교는 똑같은 날의 연속이고 공부 내용도 똑같아서 매너리즘에 빠질 거라고 단정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자라는 아이들은 외적으로나 내면적으로 마치 여름날의 나무같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신체적 성장은 세월이 가져다주지만 내면의 성장은 갈등을 거름으로 자라는 것 같다. 선생님과의 갈등, 친구들끼리의 갈등, 학업에서 오는 갈등 등을 겪고 극복하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그런 갈등들이 탄성한계를 벗어나면 성장 통이 아닌 주홍글씨로 남아 한 인생을 험한 길로 이끌기도 한다. 그 날의 순미가 그랬다. 내가 경찰서에서 순미를 데리고 나온 뒤 두 달쯤 지난 여름의 초입에 순미는 성장기 일탈의 한계를 넘어선 커다란 사고를 저질렀다. 불량기 가득한 친구 두 명과 함께 학교 뒤편의 공원에서 산책하는 후배 5명을 붙잡아 후미진 곳으로 끌고 가 후배들의 금품을 빼앗고 폭행한 사건이었다. 그 사건으로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경찰서에 잡혀갔다면 ‘특수강도’로 기록될 사건 이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 했다. 사건 다음 날 무서워서 학교 못 간다는 2학년 학생의 부모님의 엄중한 항의가 이어졌고 순미를 포함한 세 명의 학생이 모두 잡혀와 학생주임의 분노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순미의 구명은 쉽지 않았다. 지금처럼 왕따나 학교폭력 등의 관리가 정립되지 않은 시절이라 이런 일은 가끔 발생해도 사회적으로 어린 학생들의 일이라 치부하고 관대한 처벌이 보편적이었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주임과 교감선생님, 선도위원 선생님들까지 강경하게 최고 수준의 처벌을 요구하셨다. 폭력을 동반한 금품갈취는 학생으로서 도저히 용서 되지 않는 죄라는 것과 2학년 때부터 교칙을 위반하여 징계 받은 횟수가 과다하고, 특히 순미는 얼마 전에 처벌받았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였다. 나는 무척 힘들었다. 교직에 몸담은 지 3년차 새내기 교사였지만 내가 보호하는 우리 반 학생의 퇴학은 무엇보다 막고 싶었다. 지금이야 퇴학 처분은 다른 학교로 전학 가기도 하고 또 얼마간 쉬다가 학교로 돌아가고 싶으면 되돌아 갈 수 있는 길을 전향적으로 열어놓은 시대지만 그 때는 달랐다. 퇴학은 곧 인생의 괘도에서 벗어난 탈선한 기차처럼 다시는 가던 길로 돌아 갈 수 없던 시절이었다. 순미를 대신해서 용서를 구하는 순미 엄마의 방문이 이어졌고, 나도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나도 징계를 받겠다는 억지도 부리면서 퇴학만은 막으려 했지만 결과는 나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며칠 뒤 순미를 데리고 넓은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가시던 순미 어머니의 뒷모습은 오래토록 잊히지 않았다. 엄마 뒤에 풀죽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뒤따라가던 순미의 뒷모습과 함께……. 그렇게 학교를 떠난 순미가 다시 찾아온 그 날은 2002년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린 때였다. 나는 선생님 몇 분과 함께 언제 우리 생애에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겠냐며 브라질과 터키의 경기를 관람하기로 한 날이었다. 어느 팀을 응원할까 잠시 고민하다 이구동성으로 터키를 응원하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우리가 제작한 현수막을 펼쳐놓고 스스로 흐뭇해하던 그 때 순미가 교무실로 들어왔던 것이다. 이 또한 15년의 세월이 지났으며, 순미가 다녀간 후 15년의 세월은 아주 가끔씩 한숨을 쉴 때도 있었다. “ 그 때 나의 폭력이 순미를 더 빗나가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 그 때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퇴학을 막았어야 했는데…….” “ 그 때 교장실에서 순미의 가정환경을 더 설명 드렸어야 했는데…….” 이런 회한으로 마음 한구석이 아린 사연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 또 다른 순미를 만들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천운인지 몰라도 담임을 하면서 순미 이후로 단 한명의 퇴학생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에서 최종 결재권자가 된 지금은 가끔‘자퇴’‘퇴학’등의 결재 문서를 만난다. 선생님들께 최선을 다해 학업중단 사태는 막아달라고 당부을 하고 있지만 이런 일들은 나의 뜻대로만 되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아픈 마음의 끝에는 언제나 그 옛날 우리 반의 순미가 거기에 있다. 30년 전에 담임이 지켜주지 못한 순미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를 간절히 빈다. ------------------------------------------------------------- [2018 교단수기 공모 은상 수상작-수상 소감]나의 경험이 반면교사가 되길… 새해 벽두에 기쁜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교단수기 공모에 뜻밖의 ‘은상’ 수상이라 기쁨도 뜻밖으로 컸습니다. 30년이 훌쩍 지나도록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지만, 지금의 학생들과 사용하는 언어와 가치로운 것들에 대한 생각의 공통 분모가 점점 적어진 까닭에 요즘 들어 더욱 어렵고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가끔은 소신있게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과 함께 의구심을 갖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 선생님들과 과거 나의 실수나, 그때는 당연했던 일들이 지금은 나쁜 일이 된 많은 것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나의 우울한 경험들이 출발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선생님들께 반면 교사가 되기를 기대하며…. 새해에는 교육의 중심이 균형을 잃어 그림자조차 희미해질 위기에 처한 우리 선생님들도 행복한 가르침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멋진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공익법인 한국교육정책연구소(이사장 하윤수)는 2일 신임 소장에 신경식 대구강북초 교장을 임명했다. 신 소장은 이날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신 신임 소장은 대구교대를 졸업하고 영남대 경영대학원과 대구한의대학교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대구교총 회장,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충남교총은 지난달 28일 충남도교육청 제3회의실에서 ‘2018년도 충남교총-충남도교육청 교섭·협의 조인식’을 개최했다. 조붕환 충남교총 회장과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을 비롯한 양측 대표단 16명이 참석했다. 이날 양측은 ▲교권침해 대응 및 예방활동 강화 ▲1학교 1고문변호사제 정착 ▲보결 수업 수당 인상 지급 ▲교원 복지 및 처우 개선 ▲교육 및 교원의 근무여건 개선 등 총 64개항에 합의했다. 이번 조인식은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의거해 진행됐다. 충남교총은 그동안 각급 학교 및 직능단체별로 의제를 수합, 교섭위원회에서 의제를 작성하고 충남교육청과 교섭 실무협의와 온라인 상시 협의를 거쳤다.
“안경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불편했거든요. 앞이 잘 안 보여서요.” “서울과 진천은 조금 먼데 저희들 시력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6일, 꾸러미 하나가 한국교총으로 배달됐다. 발신인은 충북 진천상산초등학교. 두툼한 큰 봉투 속에는 편지 30여 통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에는 감사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안경 쓴 자신의 모습을 그린 어린이, 알록달록 색연필로 편지지를 정성스럽게 꾸민 어린이도 있었다. 학교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전하는 아이들의 따뜻한 진심이었다. 지난달 18일 충북 진천상산초를 찾은 손님들의 정체는 다비치안경체인의 봉사자들. 시력 때문에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서 안경 지원에 나섰다. 이날 봉사자들은 학생 42명을 대상으로 시력 검사와 시기능 검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쓸 안경테를 직접 골랐다. 눈 운동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운동법도 소개했다. 제작된 안경은 추후 학생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김정현 교장은 “먼 시골까지 찾아와 아이들을 일일이 살펴주고 안경까지 지원해줘서 무척 감사했다”고 전했다. “봉사자들이 돌아간 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마다 먼 길을 마다 않고 와준 분들에게 고마웠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다 아이들 스스로 편지를 쓰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렇게라도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한국교총과 다비치안경체인은 2017년 4월 업무 협약을 맺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안경을 지원하는 ‘장학 안경 기증 행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7년 7월 서울농학교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전국 39개교, 학생 1600여 명에게 안경을 선물했다.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새해 앞에서 겸손해 지는 것은 인간의 미덕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가족과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 인사를 하고 축복을 보내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많은 이가 메시지를 보내왔고 저 역시 그들에게 답장을 하였습니다. 덕담은 넘칠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요. 해넘이에 앞서서 저는 연하엽서를 쓰기 위해 도서관에서 몇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해를 기원하며 좋은 시 한 구절과 덕담을 엮어 말려둔 꽃과 나뭇잎을 붙여서 친지와 벗에게 보내는 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오랜 버릇입니다.^^ 추운 밤 참아낸 여명을 지켜보다 새벽이 천천히 문을 여는 소리를 들으면 하루의 모든 시간이 기적이구나. / 기적(일부) / 마종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기적 같은 한 해를 맞이하십시오. 강대진 교수의 책 『비극의 비밀』은 눈에 익었지만 읽기에 부담스러운 희랍(희랍이라 불리는 그리스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헬라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의 고전을 조근조근 잘 설명해주는 멋진 책입니다. 다 읽고 나니 떡국 한 그릇을 잘 먹은 듯 흐뭇하고 뿌듯하였습니다. 강대진 교수는 그리스 비극 전공자로 인터넷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인문학 강연 또한 매력적입니다. '오이디푸스 왕', '아가멤논' '자비로운 여신들', '엘렉트라' '메데이아' 등의 작품들을 천병희 선생의 원전 번역(읽어야 할 책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십니다.^^)을 바탕으로 해 희랍 비극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나 희랍 비극을 읽고 뭔가 미진한 점이 있었던 독자의 경우 이 책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새해엔 그 동안 미루어왔던 희랍 비극을 저자의 안내로 천천히 읽어야겠습니다. 모든 것을 지배하려 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지배했던 것들도 평생 당신을 따르지는 않았으니까요/소포글레스 「오디푸스왕」 합창단은 오이디푸스왕의 옛 행복과 현재의 재앙을 비교하면서, 삶이 끝나기까지는 그 누구도 함부로 행복하다 여기지 말자고 노래한다. 형식적으로는 이것이 이 작품의 결론이다.(중략)비극이 그런 인간들을 애도하기 위해 쓰인 것은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불행 속에서 더욱 빛나는 내면의 힘, 그 재앙 속에서 더욱 빛나는 내면의 힘, 그 재앙 속에서 인물들이 도달하는 어떤 높이를 보여주는 것ㅇ, 이것이 비극의 목적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불완전한 존재에게나 열린 가능성이다.처음부터 완벽한 존재, 영원한 행복 속에 사는 신에는 그 가능성이 닫혀있다. PP.209~210 저는 삶이 늘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잘 믿지 않습니다.(?) 늘 행복한 사람은 행복에 젖어서 그 행복을 모르는 것이 맞으니까요. 물이 풍요한 곳에 사는 사람이 물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지만 사막을 여행하는 나그네에게 한 방울의 물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요. 평범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선물처럼 찾아온 작은 행복들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비극의 주인공들이 불행 속에서 굴하지 않고 굳세게 일어나 자신의 운명과 마주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는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기적 같은 한 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비극의 비밀』, 강대진 지음, 문학동네, 2013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을 비롯한 교총 간부들은 2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하 회장은 방명록에 "순국선열과 혼국영령의 얼을 이어받아 우리나라 교육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적었다.
‘너는 내 운명’만큼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 제목도 없는 것 같다. 한국 영화 ‘너는 내 운명’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으려나. 36세 순진한 시골 총각(황정민 분)이, 어느 날 스쿠터를 타고 나타난 아가씨(전도연 분)에게, 마음이 끝 간 데 없이 빠져들어, 그 지독한 사랑으로 인하여, 시리고 아픈 인생을 짊어지는 이야기이다. 아프고 아려서 관객들의 눈물을 자극했었다. 배우 황정민은이 영화로 2005년도 청룡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스쿠터 아가씨는 서울서 내려온 다방아가씨이다. 차 배달도 나가고 다른 남자들과 술도 마신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총각은 순정무한(純情無限)이다. 그녀를 위해 장미꽃도 선물하고 자신의 목장에서 갓 짜낸 우유도 선물한다. 사람들은 총각을 만류하지만, 그는 흔들림이 없다. 이 남자의 진심이 관객을 울리고, 무심한 듯, 냉랭하던 그녀의 마음도 움직인다. 그렇게 해서 사랑을 얻은 듯했는데, 삶은 모순의 연속이라던가. 그녀의 괴로운 과거가 돌출한다. 그는 전 재산을 처분하여 그녀를 구한다. 그러나 그녀는 미안하다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사라진다. 망연해하는 그에게 더욱 아픈 사실이 알려진다. 그녀가 에이즈(AIDS)에 걸렸다. 그는 그녀를 생각하며 가슴이 미어진다. 사람들은 그녀를 포기하라 하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그녀를 지키리라 마음먹는다. 그래서 ‘너는 내 운명’이다. 그런데 ‘너는 내 운명’은 영화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이로부터 3년 뒤 ‘너는 내 운명’이 다시 등장한다. 이번에는 KBS의 드라마이다. 물론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이다. 2008년 5월부터 7개월간 방영되었다. 시청률이 높았다.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30.7%, 최고 시청률은 43.6%이다. 대단했다. ‘너는 내 운명’이야말로 시청자들에게는 내 운명이라도 되는 듯하다. 방송사 소개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친딸의 장기를 이식받은 고아 처녀를 양딸로 삼게 되는 소시민 가족의 일상다반사를 그림으로써 나누면 기쁨이 확장되는 장기기증에 대한 문제를 밝고 건강하게 다룬 일일 연속극이다. 겹사돈과 관련한 갈등, 시어머니의 결혼 방해, 시집살이 시키는 시어머니의 비상식적인 횡포 등의 내용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타자를 가족으로 포용하면서 ‘너는 내 운명’의 정서를 시청자에게 공감시키기 위한 설정으로 봐야 할까? 요컨대 가족 공동체로서의 공동 운명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너는 내 운명’은 2018년에 와서 다시 맹위를 떨친다. 이번에는 SBS의 예능 프로그램에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이 등장한다. 물론 옛날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방송사 측의 편성 의도에 따르면, 다양한 분야의 커플들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남자’와 ‘여자’ 입장에서 바라보고, 운명의 반쪽을 만나서 부부로 함께 사는 인생의 가치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라 한다. 연예인, 스포츠맨 부부들이 등장한다. 정치인도 등장한다. 인기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는 ‘너는 내 운명’에는 사랑의 진정성이 넘쳐난다. 사람들의 감성을 오묘하게 건드린다. 진정성으로 물든 사랑이 감성을 자극할수록 우리는 마치 그들과 공동 운명이라도 되는 듯 몰입한다. 너와 내가 한 운명이라는 의식 속에는 사랑과 헌신의 간절함이번져 나온다. 어쨌든 ‘너는 내 운명’은 그렇듯 감성으로 이해되기만 한다. 나는 근래 ‘너는 내 운명’을 감성적 감동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절감할 수 있는 경험을 하였다. 그것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21 Lessons for the 21st Century, 2018)을 읽으면서 얻어낸 일종의 각성이었다. 나는 그가 내공을 쌓은 ‘융합적 앎’이 부러웠다. 앎이 지혜로 변전되는 구체적 장면들을 나는 이 책에서 확인하곤 했다. 나로서는 잘 보지 못하는 미래 가치들과 관련하여, 이슈들이 끊임없이 생각의 마당에 올려진다. 먼저 글로벌리즘(Globalism)의 실체를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압박해 오는 ‘지구촌의 윤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너는 내 운명’이, 감성의 콘텐츠가 아니라, 냉혹한 현실 그 자체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윤리’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날것에 가까워서, ‘생존의 전략’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것(너는 내 운명)은 감성과는 거리가 먼, 차가운 이성 또는 철저히 합리성의 영역에 속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발 하라리는 지구촌 전체의 글로벌 이슈와 문제들을 지역과 지역,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간의 상관적 총체로 제기하면서, 여기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갈 것을 주장한다. 이제 지구촌은 어떤 나라도혼자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공동의 적은 공동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한 최선의 촉매제이다. 기후변화 같은 문제가 대표적인 공동의 적이다. 이런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도 인류가 특정의 민족주의적(nationalism) 충성을 앞세운다면, 그 결과는 두 번의 세계대전 이상으로 참혹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새로운 지구적 정체성이 필요하다.(이 책 193면) 유발 하라리는 계속해서 말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개별국가 혼자서는 실질적인 힘을 행사하지 못한다. 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가 온실가스 배출을 0까지 줄일 수 있다 해도, 다른 나라들이 따라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중국과 일본 같은 힘있는 나라조차 생태학적으로는 주권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상하이나 도쿄를 기후의 재앙에서 보호하려면 러시아와 미국 정부로 하여금 지구온난화에 애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서로는 서로에게 각기 ‘너는 내 운명’임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너는 내 운명’의 공식이 깨어지는 경우도 설명한다. 예컨대 러시아는 지구온난화로 극지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져도 모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러시아는 북극 최북단에서 얼음이 녹으면 러시아가 지배하는 북극 항로는 세계 교역의 동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온이 상승하면 시베리아가 곡창지대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이는 잠정적인 이익에 그칠 것이다.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만약 러시아가 ‘너는 네 운명, 나는 내 운명’의 내셔널리즘에 선다면 러시아는 얼마나 이득을 볼 수 있을까. 다른 지역을 위기로 몰아넣고 그 운명을 불구경하듯 하는 나라가 글로벌 가치를 선도하는 강국이 될 수 있을까. 글로벌 마인드는 멋이나 감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너와 내가 어떻게 같은 생존의 프레임에 들어 있는지를 이해하고, 그에 부응하는 윤리를 실천하는 데에 있다. 지구촌에 새롭게 형성되는 윤리적 책무를 저버린다면, 아마도 러시아는 지구촌에서 소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만 잘 피해서 나만 이익을 누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글로벌 생태가 복잡해지면 질수록 ‘너는 내 운명’의 프레임을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너는 내 운명’은 글로벌 생태를 바르게 살아가라는 합리성의 명령이다. 이를 실천 명제로 나타낸다면, “나는 양보한다. 고로 생존한다.”라는 것이 되지 않을까. 이는 비단 국가 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생태주의 철학의 자리에 선다면 이 세상 모든 주체 간에 작동하는 생존 법칙이 기도 하다. 개인과 개인 간의 지혜로운 관계도 ‘너는 내 운명’의 생태 구조에서 생겨남을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내 자식의 극단 이익을 위해 교사를 모욕하고 폭행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경우는 더 많다고 한다. 학년초에 교실에서 그렇게 망가진 교사는 한해 내내 훼손된 자아와 상처 난 자존감으로 아이들을 대할 것이다. 무슨 의욕으로 가르치겠는가. 무슨 동력으로 선생님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로 인한 엄청난 손해는 한 해 내내 그 교실에 있는 내 자식들이 입는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피해의 심각성을 모를 뿐이다. 지혜로운 학부모라면 선생님을 ‘너는 내 운명’의 울타리로 모셔와야 한다. 선생님을 향하여 ‘너는 내 운명’을 외치는 학부모들이 연대해선생님 지키기에 나설 때이다.
2019년도는 교권이 회복되는 원년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필자는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 교권이 하루 빨리 회복되어야 하겠다고 항상 느껴왔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급함을, 지난 한 해를 힘들지만 의미 있게 보내면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힘들었던 일은 넉 달 내내 전국각지를 돌며 거의 모든 초·중·고 교장선생님을 직접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어울림’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교육부 연수에 참여하는 일이었기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어울림이 사회·정서적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는 학교폭력 예방만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과 인성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을 교장선생님들께서 좋아하셨습니다. 특히 교권회복과 직결되어 있다고 말할 때에 반응이 가장 컸습니다. 그래서 교권회복이 가장 시급한 이슈임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교권은 어떻게 확보되는 것일까요? 아쉽게도 교권과 학생인권을 상대적이고 대립적 관계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생인권이 강화되면 마치 교권이 위협 받는 것처럼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권은 학생인권과 맞싸워 쟁취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맞싸울수록 교권은 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교권이 학생인권과 제로섬 게임이 되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둘이 동시에 확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닙니다. 반드시 둘 다 강화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서로 존중해주고 모두가 존중받아야 합니다. 각자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교권회복을 위해서 세 가지를 고려하면 좋겠습니다. 첫째, 교육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합니다. 교육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교육의 알파와 오메가가 교사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교육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를 고민하는 사이에 진작 교사는 잊혀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교육문제를 도저히 차근차근 풀 수 없는 뒤엉킨 실타래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고르디우스 매듭을 단칼로 잘라버린 알렉산더 대왕 같은 위인이 나타나서 교육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위인이 나타나지도 않을뿐더러 설상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교육문제는 실타래가 아니라 거미줄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문제는 실타래가 아니라 거미줄 우리가 교육문제를 꼬이고 엉킨 실타래로 인식하는 바람에 교육 중심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겉표면만 뜯어 고치거나 새롭게 겉포장만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교육현장은 실타래가 아니라 교과과정, 학생평가, 대학입시와 더불어 생활지도, 학생인권, 교복, 급식, 교원양성시스템과 교권 등 수많은 크고 작은 요소들이 서로 세밀하게 연결된 거미줄 같습니다. 각 요소들이 사방팔방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거미줄은 어느 부분 하나도 잘라 내거나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 필요하고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거미줄 한 부분을 건드리면 연결된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교육의 어느 한 부분에 손대면 예기치 못한 결과나 엉뚱한 곳에서 부작용이 불거져 나오게되어 있습니다. 그 바람에 해결책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일을 끝없이 반복하게 됩니다. 거미줄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기에 바람에 시달려도 잘 버텨냅니다. 거미줄에 중심이 매우 잘 잡혀 있으며, 밖으로 땅기는 원심력을 잘 지탱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미줄 중심은 굵은 줄로 촘촘하고 강하게 매듭 지어져 있지 않습니다. 거미줄 중심이 거대하거나 주변을 압도하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완전히 반대입니다. 중심은 오히려 텅 비어 있으며 그저 모두를 연결시켜주고 조율해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 교육에도 중심이 잡혀야 하겠습니다. 그 중심에 바로 교육자가 있으며, 교권이 있어야 중심을 지켜낼 힘이 생깁니다. 그러나 교권이 묵직하거나 고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학생들과 연결되어 서로 통하고 조율하면서 교육의 중심에 존재하면 됩니다. 둘째, 교권이 확보된 미래를 상상해야 합니다. 보완하는 그 이전 상태로 회귀하자는 게 아닙니다. 교사가 다시 ‘사랑의 매’를 들고 학생들이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못하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게 아니지요. 생각의 시간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먼저 상상하고,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교권이 강화되면 과연 어떤 학생과 교사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저는 학생들 입을 주목합니다. 학생들이 교사를 “쌤”이라고 부르지 않고 “스승님”이라 할 때 비로소 교권이 회복되었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쌤”이 아니라 “스승”으로 불리는 날 ‘스승’이라는 단어는 묘한 단어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나는 교사다”라고 말할 수 있어도 “나는 스승이다”라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스승은 오로지 학생들 입으로만 불립니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밝은 미래를 주는 교육을 할 때에 비로소 학생들 입에서 스승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본래 학생의 미래를 희망차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교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본래 밝고 힘차고 긍정적 에너지의 원천이었습니다. 교사는 어렵고 어두운 교육 현실에 악영향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밝고 선한 영향을주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존재성을 회복하는 게 교권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그럼 교사가 다시 스승이라고 불리기 위해서 오늘날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는 ‘쌤’이고 지혜를 전달하는 교사가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혜를 ‘옳고 그름을 가려내고 미혹에서 깨어나게 하는 마음의 작용이며, 모든 지식을 통할하고, 살아있는 것으로 만드는 감각’이라고 한 사전적 정의를 선호합니다. 즉, ‘지혜전달’ 교육은 학생과 교사의 심장이 뛰는 수업이며 생기가 도는 교육을 뜻합니다. 학생들이 설렘으로 기다려지는 선생님이 중심이 된 교육입니다.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이미 실시간으로 아무 때나 어디서라도 접할 수 있습니다. 2018년 6월에는 이미 지식을 전달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교사를 대신해 교단에 섰습니다. 이제 지식 전달은 굳이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학생이 필요한 교사는 몸과 마음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몸소 실천해보여주고, 모두가 서로 잘 어울리는 소통과 갈등관리 기술을 보여주고,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기여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라는 가치관을 깨닫게 해주는 어른입니다. 이러한 사회, 정서적 역량이야말로 오로지 인간만이 전해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앞서 살아가는 선생(先生)이 뒤따라오는 후생(後生)에게 전해주어야 할 지혜입니다. 교사가 다시 희망의 원천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교육시스템은 교권회복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겨야 하겠습니다. 2019년도에는 우리가 스승이라는 말을 되찾아오는 원년이 되길 바랍니다.
교육계의 오랜 숙원인 「아동복지법」이 2018년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벌금 5만 원 만 받아도 10년간 학교를 떠나야 했던 족쇄가 풀렸다. 법 개정 이전 취업제한 판결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구제의 길이 열렸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과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학교폭력예방법과 교원지위법은 ▲심각한 교권침해에 대한 교육감 고발조치 의무 부과 ▲교권침해 학생의 학급 교체·전학 조치 마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 등이 핵심이다. 교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한국교총은 그동안 하윤수 회장을 중심으로 교권 3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교육을 정상화하고 무너진 교원들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는 50만 교원의 열정은 제주에서 서울까지 뜨겁게 이어졌다. 하윤수 회장, “학교가 죽어간다” 교권 3법 개정 호소 겨울을 재촉하는 빗줄기가 유난히 거셌던 2018년 11월 8일, 하 회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손에 쥔 피켓에는 “전국 50만 교원들은 학생교육에 전념하고 싶다! 국회는 교권 3법 즉각 통과시켜라!”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이 자리에서 하 회장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교육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에 조속한 통과를 거듭 요청하고자 한다”며 “50만교원이 학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회 앞 1인 시위는 제주교총 회장을 비롯한 시·도교총 회장단과 사무국 간부들이 이어받아 계속됐다. 이번 릴레이 시위는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폭력 업무 처리에 대한 불만을 품고 1년 여간 100건이 넘는 각종 민원과 형사고소, 행정 소송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사실상 학교 운영을 마비시킨 제주 A 초등학교 사건이 계기가 됐다. 충격적인 사실이 한국교육신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교육계는 들끓었다. 하 회장 및 시·도교총 회장단이 앞장서 제주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하고 교육당국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어 교권보호와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교권 3법’에 대한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조속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취지에서 이찬열 교육위원장을 방문, 법 개정에 적극 나서줄 것을 역설했다. “교권보호 우리 손으로”...국민청원 열기 후끈 한국교총 회장단의 강력한 대응과 함께 교권 3법 개정을 촉구하는 교원들의 서명 운동도 불꽃처럼 전개됐다. 2018년 11월 17일 열린 제109회 정기대의원회에서 한국교총은 교권 3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청원운동 돌입을 선언하고 교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하 회장은 정기대의원회에서 “수업과 학생 지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교육 현실을 국민과 정부, 정치권은 모르고 있다”며 “무너지는 학교 교육을 살리는 길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교권 3법은 교원들이 당당하게 교육할 수 있게 하는 법안, 아이들과 학생들을 위한 법안임을 강조했다. 이어 청원운동 동참 호소문을 통해 ‘최근 발생한 심각한 교권침해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건수는 10년 전보다 2.5배나 증가했고 교권침해는 이제 교원 개인이나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교원지위법-학폭법 개정이 관건... 50만 교원 지혜 모아야 일선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교권침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하다. 교육당국의 안일한 현실 인식과 학생․ 학부모의 무차별적 교권침해는 교사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사기를 땅에 떨어뜨렸다. 강력한 법적 보호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교사도, 학교도, 교육도 모두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심각한 교권침해에 대한 교육감 고발조치를 의무화하고, 교권침해 학생의 학급교체·전학 조치를 마련토록 한 교원지위법 개정은 절실하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 등 학폭법 개정도 시급하다. 가르칠 권리가 법으로 보호되고 자유롭고 당당하게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50만 교원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