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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 영월로 넘어가는 소나기재 어디쯤에서 100m 정도 산으로 들어가면 탁 트인 서강 전경이 드러난다.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둥글게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은, 혹은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안고 휘돌고 있는 거대한 소용돌이 같기도 한 강이 벼랑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그 벼랑 끝에 70m 높이로 날을 세워 서 있는 기암괴석의 바위가 선돌이다. 푸른 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더욱 위험한 비밀과 전설을 안고 있는 듯 여겨지던. 선돌은 홍성모(58세) 화백을 다시 만난 곳이기도 하다. 신비롭다 못해 기이함으로 다가오는 곳. 단종이 유배지인 청령포로 가는 길에 잠시 쉬면서 바라본 절벽의 모습이 마치 신선 같다고 해 ‘선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원래는 하나의 바위였지만, 세월이 지나 틈이 생기고 갈라지면서 두 갈래 바위가 된 채로 소원을 빌면 한 가지씩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설화 또한 안고 있다. 그곳에서 백빈(白鬢)을 휘날리며 붓끝에 힘을 실어내고 있는 노화백의 모습이 딱 선돌 그 자체로 비쳐들었던가.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닌 그의 그림 속 화백은 5년 전 홀연히 고향 부안에 내려와 높이 1m, 총 길이 56m나 되는 방대한 크기의 ‘해원부안사계도(海苑扶安四季圖)’를 완성했다. 그림에서는 큰 믿음의 뿌리와 크게 분발하려는 의지, 그리고 크게 의심하는 뜻에서 나오는 어떤 것이 느껴졌다. 정성과 믿음이 한결같은 이가 아니면 결코 찾아지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 그것을 나는 기세(氣勢)라고 표현한 바 있다. “나의 고향은 부안입니다” 붓을 든 내내 화백은 말했다. 그렇게 혼신을 다해 완성한 ‘해원부안사계도’를 부안에 기증한 뒤, 기세를 몰아 그는 또다시 강원도 영월로 갔다. 그에게 영월은 1982년부터 40여 년 가까이 드나든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이제 강줄기와 산은 물론 영월 어느 곳이나 그의 화폭에 선(線)으로 담겨 실상보다 더 실상처럼 되살아날 터였다. 그렇게 제일 먼저 탄생한 그림으로 영월군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선돌의 사계도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는 영월군에 기증한 상태지만 아무리 봐도 그의 그림 속에는 단순히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작 열일곱 살에 왕에서 노산군으로, 최후에는 서인으로 강봉돼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왕 단종의 가슴 아픈 사연도, 역사를 굽어볼 줄 아는 궁극의 마음까지도 선 속에 품어 그의 그림은 하나의 울림 있는 이야기가 돼 가슴에 ‘쩡’하고 와 닿는다. “알다시피 나는 전라도 중에서도 논에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평야에서 태어났어요. 그런데 영월은 그 반대의 고장이지요. 산과 계곡밖에 없어요. 하지만 영월은 자연이 순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에요. 그래서 인간미가 있어요.” 화백이 영월과 인연이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이곳의 수많은 산이나 강처럼 사연을 하나 물고 있는 것이다. 많은 화가들이 그렇듯 화백이 먼저 접한 것은 서양화였다. 그가 본격적으로 동양화를 접하게 된 것은 대학 시절 선천성 심장병 질환으로 쓰러지고 난 후부터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병원비가 무색했으나, 당시 원광대 전 동문이 1천 원씩 모아 무사히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두 번 사는 인생이기에 화백은 그 후로 ‘새 생명 찾아주기 운동’으로 전북도민일보와 함께 난치병 어린이 돕는 일에 앞장서기도 한다. 그렇게 나무 그림도, 바위 그림도 안 배운 상태로 동양화를 시작한 것이 ‘청산계곡’이라 제목 붙인 그림으로 1986년 뜻하지 않게 미술대전 특선작으로 뽑히게 된다. 서양화의 면(面)과 동양화의 선(線)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던 때다. 다만 처음 가본 영월에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산 계곡에 물안개가 짙었더라는데, 보이는 대로 꾸미지 않아도 무릉도원 같고 한 폭의 그림 같은 산과 계곡을 그리고 싶었을 뿐이었단다. 강 따라 그린 정선 가수리에서 영월 읍내 “동강은 길이가 66km나 돼요. 그중 정선 가수리에서 영월 읍내까지 강 따라 그리고 있어요. 서강도 군데군데 그리고는 있지요. 특히 가수리(嘉水理)는 그 이름처럼 ‘물이 아름다운 마을’이라 그런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착 감겨요.” 한반도면, 김삿갓면, 무릉도원면, 태양면 등 이름만 들어도 꼭 한 번 다녀오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영월. 영월에는 두 개의 큰 강줄기가 있다. 태백의 검룡소에서 시작한 남한강 본류인 동강과 평창에서 발원한 서강. 두 강은 하나로 모여 다시 거대한 역사로 흐른다. 영월읍에서부터는 남한강으로 불리고, 남한강은 양평에 이르러 다시 북한강과 합류한다. 인류의 모든 문명이 강으로부터 시작됐고, 우리나라 역사 역시 큰 강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의 욕망으로 수많은 댐이 설치되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인간의 이기와 욕망을 동강 또한 피해갈 수 없었다. 1990년대 말 동강댐이 만들어질 계획 속에 놓여 있었던 것. 다행히 주민들의 반발로 백지화되긴 했지만 당시 수몰예정지역 주민들의 가슴앓이가 동강에는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원래 흘러야 하고, 흐르면서 수많은 소리를 내는 여울들이 있어야 비로소 강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림이란 손으로 그리는 기록이자 역사 “임실에 가면 섬진강 댐이 있고, 부안에 가면 부안댐이 있잖아요. 댐을 만들면서 수몰된 그곳들이 얼마나 생생하게 아름다운지 몰라요. 그런데 그곳들을 화폭에 더는 담아낼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 세월 지나 그것이 그렇게 큰 한이 됩디다.” 이제 화백은 영월 동강의 역사적, 미학적 가치를 되새기며 강이 온전해야 사람이 온전하다는 울림을 전하고자 한다. 이미 1997년도에 폐교를 작업실로 정해놓고 동강을 따라 붓을 잡은 바가 있다. 어쩌면 지금의 작업은 당시 미진했던 부분들에 대한 재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마음이 있기에 오전 동안 서른 군데가 넘는 마을을 둘러보고, 오후부터는 밤늦도록 밑그림 작업에 여념 없다. 마을 이장님들이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산에 드는 어둠이나 물 위로 드리우는 산 그림자, 영월 땅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까지도 놓칠 수 없다. 그림이란 단순히 눈으로 그리고 보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기 때문이다. 구불한 나무 한 그루, 풀잎 하나, 돌멩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열정의 원천을 말하자면, 다시 화백의 고향인 전라도 부안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부안댐이 만들어지기 전 내변산을 끼고 구불구불 흐르는 중계 계곡에는, 신선들이 발을 적시다 가는 ‘백천내’라는 내가 있었다. 백 길의 천이 흘러 내를 이룬다는 백천내는 흐르던 물이 갇혀 머물러 있기 전, 봉래구곡(蓬來九谷)의 하나로 절경을 자랑할 만해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댐 공사로 수몰돼 현재는 백천내는 물론 그 많던 천도 사라지고 구곡 중 5곡까지만 남아 있다. 무릉도원과 같은 상상의 산이라 일컫는 봉래곡의 신령한 운치를 이제는 영영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시 화폭에나마 담아두지 못한 것이 한이 돼 화백은, 가슴에 품은 또 하나의 고향 영월의 동강을 지금이라도 손끝에 담아두고자 하는 것이다. 하여 그의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또 다른 기록이자 역사이며, 묵묵히 흐르는 강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에 당도했으니 3년 여 동안 동강은 그렇게 그의 붓끝에서 낱낱이 생하게 될 터였다. 영월의 골격 그리려면 잎 나오기 전에 “잎이 나면 산에 가려지니까 잎 나올 때까지는 계속 그려야 해요. 일주일에 4일 간은 영락없이 스케치하는 데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나무는 꽃 진 늦봄부터 잎이 무성진다. 그러기에 줄기나 가지를 보려면 꽃이 피기 전을 택해야 한다. 그래야 꽃눈과 잎눈이 어디에 붙어 있고, 잔가지나 햇가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나무 전체 골격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산의 골격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잎이 없는 한겨울을 택해야 산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닮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닮게 하다보면 다듬는 데 빠지기 때문이다. 또 꼼꼼하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꼼꼼하게 하다보면 묘사하는 데 빠지고 만다. 닮지 않으면서도 닮아야 정신이 있고, 꼼꼼하지 않으면서도 꼼꼼해야 의취가 있는 법. 산을 그리는 자로서 능히 그 정신과 의취를 전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우거진 숲이 아니라 허한 데가 있는 것이 귀한 것임을 아는 이만이 그려낼 수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일 게다. 한 획을 발전시켜 남은 곳을 덜어내고 부족한 곳을 채워 넣는 대원칙이, 두루 영고성쇠의 원리까지 통하고 끊임없이 변화해 나아가는, 언제 어디서나 그러한 이치가 화백의 그림 속에는 있다. 작은 한반도라 불리는 영월의 한반도면이나 동강의 백미로 불리는 어라연이 또 그렇게 거대한 이치를 가지고 화백의 손끝을 타고 다가드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화백의 그림은 조선 명종 때 격암 남사고가 남긴 한국의 역사서이자 예언서인, ‘격암유록’에 수없이 나오는 구원의 활방(活方)인지도 모르겠다. 큰 병이 큰 약이 되기도 하듯, 알게 모르게 곪아버린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약이 되는 자리. 어지러운 심신과 떠도는 혼백을 안정케 하는 안식의 자리 말이다. 김형미 시인·전주KBS방송총국 작가
저는 3년 전 학생들에게 성희롱 가해자로 억울하게 신고를 당해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행평가에서 준비물을 갖추지 못한 학생에게 규칙대로 1점을 감점하려 했지만 아파서 그랬다며 울었고 또 다른 학생은 수행평가 중 틀리지 않았다고 우기며 역시 울기에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전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아이들은 제가 어깨를 주무르고 껴안는 등 성희롱을 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아마 제가 감점을 하려 했던 데에 불만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졌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죽음의 문턱을 여러 번 넘었고 외롭게 극복했습니다.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됐죠. 모든 것이 종료된 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금 450만 원을 받았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됐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이 두렵고 아이들 앞에 선다는 것에 자신감을 잃어버려 심장이 두근거렸고 결국, 복직하지 못하고 휴직계를 제출했습니다. 언제 또 어떤 아이가 무슨 억지를 부릴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는 동료 교사들은 어떤 오해를 하고 있을지도 무서웠고 인간이 인간 속에서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평소 아이들이 그랬습니다. ‘선생님은 시험 보면 점수를 후하게 주신다면서요?’ 사실, 후하게 주는 것이 아니라 응원을 많이 해주는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큰 후유증은 정신적 충격으로 생긴 대인기피증입니다. 이것은 평생 갈 것 같습니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이 어느 때는 순수하지 않게 보일까 봐 두렵습니다. 수업 도중에 옷 소매라도 스칠까 봐 조마조마합니다. 그 피해가 즐겁게 참여하고픈 일반 학생들에게까지 돌아갈까 걱정입니다. 재판 결과 3년 이내로 상대를 고소할 수 있고 명백한 위증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몹시 아팠던 기억을 또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59세·남) 피하기보다 다가가는 관계로 전환해보세요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떠올리기 힘든 지난날을 기꺼이 대면하신 선생님의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숨 쉬기 조차 힘들만큼의 고통이었겠지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긴 시간 법정 사투를 벌였을 선생님의 모습이 무겁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고독한 싸움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진위 여부를 밝히겠다는 단순한 이유를 넘어선 선생님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찾으려는 움직임이었을 것입니다. 선생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지독한 상처 이후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당당하게 가르치고 편하게 대하는 것이 두려우시지요. 혹시나 동료 교사들이 오해의 시선으로 보지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도 선생님을 힘들게 할 것입니다. 더욱이 대인기피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기존에 자연스럽게 해왔던 일상들이 상당히 축소된 듯 여겨지실 것입니다. 두근거림 때문에 제약받는 일들도 많아졌을 테고요.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크게 받은 사람들은 흔히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상처를 주고 오해하며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사람들에 대해 경계태세를 취하게 됩니다. 결국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삶을 선택하게 되지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원래 순수한 아이도 있고 모난 아이도 있습니다. 상처받고 예민한 아이도 있으며, 둔감한 아이도 있고요. 또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를 믿고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고, 어떤 노력을 해도 오해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죠. 결국 나를 믿고 좋아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관계하는 삶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즉,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려는 경계적인 태도에서 내 사람이 될 수 있는 소수의 관계로 다가가는 적극적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인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살맛나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의도치 않은 일이 생깁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살아 있다는 것이 의미 없게 느껴질 정도의 큰 고통의 시간에 내던져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와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요. 어떤 이는 너무 이른 영·유아기에, 어떤 이는 청소년기에, 어떤 이는 혈기왕성한 성인기에, 어떤 이는 여가를 만끽하기 원했던 은퇴기에, 어떤 이는 편안할 것만 같았던 노년기에 예기치 않게 닥칩니다. 그 누구도 스스로 원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그곳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도대체 이해되지 않고, 억울하고 답답하기만 한 그런 상황 말입니다. 저는 그런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들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고통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할 때, 새로운 삶의 지평이 열리고, 삶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저와 헤어져 각자의 삶으로 웃으며 돌아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삶의 고통에도 의미와 목적이 있습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플랭클(ViKtor E. Frankl) 박사는 도살장 같았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아 그곳에서의 깨달음으로 로고테라피를 창시했습니다. 그는 저서에서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련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의 삶에 목적이 있다면, 시련과 고통에도 반드시 목적이 있다는 것이죠. 그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의 삶을 회고하며 그곳에서 누구는 개와 돼지처럼, 누구는 성자(聖者)처럼 살았다고 했습니다. 고통 속에 매몰되거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면 누구나 개와 돼지처럼 오로지 배불리 먹고 생을 유지하는 원초적 본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똑같은 환경에서도 성자처럼 살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그런 삶이 가능했을까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고 한 니체의 말처럼,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이유를 찾고, 고통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시련과 고통도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극적인 드라마처럼 인생에 반전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게 되지요. 그 순간 트라우마는 더 이상 나의 감정을 흔들지 않고 나를 성장시킨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게 돼 어느새 감정의 소용돌이 없이 말할 수 있게 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더 나아가 고통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오기도 합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말이죠. 이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잠잠히 ‘이 일이 지금,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 ‘이 고통은 내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라고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리고 고통과 시련으로 향해있던 자신의 시선을 살짝 옮겨보세요.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에 머물러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기 마련이지요. 잔디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듯이 천천히, 촘촘히, 어렸을 때부터 즐겼던 일이나 나를 미소 짓게 하던 소소한 일상들, 그리고 평생 하고 싶었던 일이나 꿈들을 발견해보세요. 어쩌면 고통과 좌절을 견디고 있는 지금 그 자리에 놓쳤던 일상의 행복들, 외면했던 나,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더 나은 관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시련이 곧 희망과 승리로 바뀌는 순간이지요. 김민녀 임상심리전문가(교권침해 교사상담) 선생님의 고민을 나눠주세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선생님들께 힘이 될 것입니다. 상담에 선정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주실 곳: event@kfta.or.kr 분량: A4 반장 정도
②개정 학교폭력예방법 들여다보기/ 개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 이달 초 본격적으로 시행됐습니다. 지난달에는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해당 법이 학교현장에 안착할 수 있는 법률적인 체계가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교육부는 학교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2020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개정판‘을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사실 교사들에게 학폭 문제는 ‘피하고 싶은 존재’입니다. 특히 학폭을 담당하는 교사는 업무 과중은 물론 각종 분쟁에 노출돼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수치가 이를 말해줍니다. 학폭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에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야 하는데요. 지난 2013년 학폭위 심의 건수는 1만 7749건으로 집계됐고, 2018년에는 3만 2632건으로 조사돼 5년 동안 약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폭 문제로 학교가 교육 본연의 활동에 집중할 수 없다"는 교원들의 호소가 피부로 와닿는 이유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이란?/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입니다.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분쟁을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개정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장 자체해결제 도입과 ▲단위 학교 학폭위의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 이관이 핵심입니다. 학교장 자체해결제는 이전까지 징계와 처벌을 중심으로 처리됐던 학폭 문제를 화해를 통한 관계회복과 교육적인 지도로 해결할 수 있게 합니다. 학교장이 자체해결할 수 있는 사건은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등입니다. 다만 심의 결과, 자체해결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피해 학생과 그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면 학교장은 반드시 요청해야 합니다. 학교장 자체해결로 종결된 사안은 원칙적으로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수 없지만, ▲해당 학폭 사건으로 피해 학생과 그 보호자가 받은 재산상 손해를 복구하기로 약속했지만 가해 학생과 그 보호자가 이행하지 않은 경우 ▲해당 학폭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사실이 추가적으로 확인된 경우는 가능합니다. 알아두기/ 학폭 사안이 발생했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칠까요? 우선 학폭 사안이 발생한 것을 인지한 후에는 학폭 신고 접수 대장에 반드시 기록한 후 학교장에게 보고하고, 담임교사에게 통보한 후 교육(지원)청에 48시간 이내에 보고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즉시 격리하고,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조치하세요. 관련 학생에 대한 안전조치와 보복행위 방지 조치, 피해 학생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치유하려는 조치 등을 우선 해야 합니다. 면담, 객관적인 입증자료 수집 등을 통해 사안 조사를 끝낸 후에는 학교장 자체해결 여부를 심의합니다. 자체해결 요건이 충족되면 피해 학생과 그 보호자의 심의위원회 개최 요구 의사를 서면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저녁 7시 40분. 문자가 와요. 지난 학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관련 학부모님이었어요. 장문의 문자, 4글자로 요약하면 ‘나 화났어!’ 작년 말, 학교폭력 사안이 종결되고 난 후에도 학교에 찾아와서 "교장 선생님하고 얘기할래요" 하는 통에 1시간 30분을 앉아서 이야기를 다 들어드렸어요. 그러고 나서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방학 중에 느닷없이 찾아온 문자. 몇 번 문자를 주고받았더니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래서 일부러 그 학부모님의 담임선생님께는 말씀도 드리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전해드려봤자 기분만 나쁘실 테니까요. 학교폭력을 담당하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어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지요. 마치 새우처럼 교사는 아이들 싸움 때문에 양쪽에서 쏘아 올린 감정의 화살을 맞게 돼요. 감정싸움에 휘말리다가 궁금해져요. ‘내가 뭘 잘못했지? 왜 나한테 그렇게 막말을 하지?’ 요즘 교직 생활은 감정 소모 때문에 많이 힘들어요. 학교폭력 업무를 맡지 않아도 단지 담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감정 소모에 시달리고 있으니까요. 아이가 친구들끼리 속상한 일에도 전화를 해서 선생님에게 상한 감정을 쏟아붓는 학부모님들. 저녁 시간에 좀 쉬려고 하면 전화를 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소연하는 학부모님들을 우리는 종종 만날 수 있어요. 심지어 가정통신문을 늦게 회신해서 기한이 정해진 방과후 교실을 신청하지 못한 날에는 왜 그걸 안 해주느냐고 따지시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요. 물론, 모든 학부모님이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반에서 한두 분 정도의 어벤저스급 학부모님들만 계셔도 우리는 충분히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돼요. 그런 분들 때문에 교사가 하는 일이 감정의 쓰레기통을 치우는 일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어요. 하지만, 마냥 당하고 살 수만은 없는 노릇이에요. 감정 소모를 하려고 마음먹은 분들을 위해서 몇 가지 무기를 준비해요. 일단, 최대한 전화번호를 감춰요. 어쩌다가 노출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님에게는 학교 전화번호만 알려드려요. 그래야 밤에 연락을 받고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과도한 불평은 살짝 거절해요. 한두 번은 공감해드리려고 노력하지만,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화를 내시는 분들에게는 "화가 나시는 건 알겠는데, 제가 어떻게 해결해 드릴 수 없는 문제네요"라고 말씀드리고 이야기를 끊어요. 교사가 상한 감정까지 치유하는 역할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마음이 무거울 때는 의지가 되는 사람들을 떠올려요. 우리가 사는 건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니까요.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교실에서 따뜻하게 대해주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생각해요. 사실, 우리에게 감정 소모를 하는 분들은 소수에요. 나머지 대다수 아이와 학부모님들은 우리를 지지해주고 계신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기도 해요. 묵묵히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힘을 내야 해요. 아직은 학기 시작 전이에요. 지금은 충전하는 기간이지요. 때때로 학기 중에 감정 소모 때문에 배터리가 방전되면 우리를 향해 찡그리는 얼굴보다는 웃어주는 얼굴을 더 많이 떠올리셨으면 해요. 그러면 조금 더 힘이 나실 테니까요.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이태구(46·사진 왼쪽) 경기 일산 백신중 교사는 3년 전 몸담았던 고양국제고에서 학생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출간한 ‘나를 점프해(청소년에게 던지는 열 개의 슛, 꿈앤비즈)’ 판매 수익금을 기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태구 교사는 최근 제자 권다원(고려대, 왼쪽 세 번째) 군, 윤하린(한예종, 왼쪽 두 번째) 양과 함께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를 찾아 책 판매 수익금 100만원을 공동 전달했다. 이태구 교사는 2017년 고양국제고 재직 당시 번역동아리 ‘랜더스(THE RANDERS, 번역하는 자들)’를 조직한 후 학생 10여명을 모집해 정식 번역서를 출간한 바 있다.(본지 2018년 3월 19일자 보도) 책 판매 수익금 기부는 번역작업 시작 때부터 서로 약속했다. 당시 이태구 교사가 수익금 기부에 대해 제안하자 제자들도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이다. 사제 간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소중한 기부의 꿈은 3년 만에 이뤄졌다. 이들은 앞으로 책 판매 수익금이 나오는 대로 ‘기부 사제동행’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태구 교사는 “책이 계속 팔린다면 2년마다 엠네스티에 기부하러 오자고 했다”며 “앞으로 만날 새로운 제자들과 보람 있고 교육적인 삶을 같이 살고자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기부금 전달식에 동행한 제자들은 “처음에 과연 될까 싶었던 일이 일어나 꿈만 같고 보람을 느낀다”면서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이태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퇴임 후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마음이 무겁네요. 지금이라도 교육지원청에서 상부에 건의할 것 있으면 하고, 관할 학교 선생님들에게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요.” 지난달 서울북부교육장 임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한 선종복(사진) 전 서울교총 부회장은 홀가분하지 못한 속내를 털어놨다. 40여년의 교육인생을 마친 아쉬움에 최근 사태까지 무거운 짐을 남겨두고 온 기분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선 전 부회장은 퇴임식도 못한 채 현장을 뒤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단계에 이르자 퇴임식을 생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신 그는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직원들에게 퇴임기념 영상이라는 작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오히려 그는 “더 큰 감동을 선사받았다”고 했다. 영상 구성은 선 전 부회장의 초년병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여정, 그리고 직원들의 축하 릴레이, 가족들의 한마디까지 채워졌다. 영상 길이는 14분 정도다. 이 영상은 서울북부교육지원청 강당에서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됐다. 현재 그는 ‘글로컬리더십(Glocal Leadershi) 연구소(서울 여의도 소재)’를 설립했다. 글로컬리더십은 세계화(glovalism)와 함께 현지화(localism)를 공동추구하자는 개념으로, 세계와 지역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이는 그가 지난해 출간한 동 제목의 책에도 잘 나와 있다. 선 전 부회장은 “국내외 다양한 교육활동을 해오면서 글로컬리더십이 대한민국 미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양성과정 등을 꾸준히 연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교사들이 개학을 대비해 신입생 환영 물품 준비와 환경 미화를 하고 있다.
▨ 일반직 고위공무원 ▲김영철 서울특별시 부교육감 ▲김문희 정책기획관 ▲김원찬 중앙교육연수원장 ▲김천홍 목포대학교 사무국장 ▨ 서기관 ▲김혜림 고교교육혁신과장
교육현장의 여론을 수렴한 교육부가 4월 6일로 개학을 연기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7일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중·고교 등의 개학일을 3월 23일에서 4월 6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3번째 휴업 명령이다. 2020학년도 개학이 총 5주 연기됨에 따라 각급 학교의 학사 일정도 달라진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4주 차 이후의 휴업일 10일을 법정 수업일수에서 감축하도록 권고했다. 감축한 수업일수에 비례해 수업시수의 감축도 허용할 예정이다. 늦어진 개학에 따른 대입 일정 변경은 검토 중이다.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세를 지켜보면서 추가적인 개학 연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개학 연기에 따라 학교 방역과 긴급 돌봄 지원을 위한 추가적인 재원도 투입된다. 교육부는 추경 정부 예산안을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2534억 원을 확보했다. 방역물품 준비, 온라인 학습 운영 등에 우선 활용되도록 할 예정이다. 개학 준비를 위해서는 대응 매뉴얼인 ‘학교방역 가이드라인’을 보완·배포하고, 보건용 마스크를 비축하고 일반학생 대상으로 면 마스크 등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교실 내 책상을 재배치하고 급식 환경 개선, 식사·휴식 시간 분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은 이에 앞서 13일 “지역사회 감염 추세가 이어지는 한, 개학 연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교총은 특히 “학부모 중에는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기 위해 현장체험학습 신청 문의가 이어진다”면서 “학부모들이 대거 등교를 거부하면 교육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수업일수 감축과 함께 수업시수도 반드시 함께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이에 14일 감염 전문가와 교총을 비롯한 교원단체 대표를 만나 개학 연기를 협의하고 이번 추가 연기를 확정했다. 교육부의 개학 연기와 수업시수 감축에 대해 교총은 “교총의 요구를 반영하고, 학생·교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판단”이라면서 환영 논평을 냈다. 교총은 이어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법적 시수를 명시한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안전한 생활, 그리고 교과에 따라 어떤 시기에 어느 정도 조정 가능한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기고사, 방학,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 등의 일정을 며칠까지 할 수 있는지 제시해 학교 혼란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입 일정에 대해서는 “순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4월 개학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1학기가 늦게 종료될 경우 9월 7일 시작되는 수시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당국이 요구한 온라인 수업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은 학습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학습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PC, 모바일 환경을 갖추지 못한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해 온라인 학습 콘텐츠 무료 제공, 기기 및 통신료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또 “이런 후속대책들이 학교와 소통 없이 발표되거나 수시로 변경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느닷없는 학교 마스크 수거․철회, 주말을 앞두고 갑자기 발표된 긴급 돌봄 시간 연장 등 ‘일방 행정’은 학교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을 넘어 학생․교직원의 감염 예방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이 지난 2월 가동키로 한 ‘고3 선거권 보호센터’가 시범 운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교총은 최근 홈페이지에 ‘고3 선거권 보호센터’ 배너를 탑재하고 센터의 본격적인 운영을 알렸다. 센터는 학생의 올바른 선거권 보장과 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에 대한 정치인 등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감시 ▲선거법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받을 수 있는 피해로부터 학생 보호 ▲학생 보호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유의사항 안내 등을 하고 있다. 학습권 침해 방지 등 부당 행위 사례 제보나 학교·교실 내 선거법 관련 문의는 상단의 문의하기 메뉴를 통해서 연락처, 이메일, 비밀번호 입력 후 문의 내용을 작성하면 된다. 제보 또는 질의 내용 중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교총 법률고문단을 통한 법적 검토 후 답변을 제공한다. 필요시에는 선관위 자문은 물론 교육부, 교육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협업을 통해 정확한 정보 및 대응 방안도 제공할 예정이다. 통합자료실을 통해서는 선거법 관련 유의사항 등을 안내하고 있다. 하위 메뉴 중 선거자료실에서는 주요 판례와 유권해석 사례, 법무부·중앙선관위·선거연수원 등에서 제공하는 안내자료, 관련 입법 진행 상황, 주요 토론회·학술지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서 제작한 18세 유권자 선거법 재연 드라마도 볼 수 있다. 언론동향은 만 18세 선거권 관련 주요 뉴스 링크를 제공하고 있다. 공지사항은 교총의 만 18세 선거권 관련 보도자료와 홍보자료를 탑재했다. 센터는 이 외에도 중앙선관위의 21대 총선 선거특집 홈페이지, 개정선거법 안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등의 링크를 제공하고 있다. 접속은 교총 홈페이지 우측 상단 배너를 통하거나 센터(go3.kfta.or.kr)에 직접 들어오면 된다. 문의는 전화(02-570-5500) 또는 이메일(kfta16@kfta.or.kr)을 통해서 하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또 한 번 개학이 연기됐다. 교실에서 새 선생님, 새 친구들과 웃음꽃을 피워야 할 시기지만, 코로나 19는 3월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설렘과 즐거움을 앗아갔다. 지난 3월 2일, 등교하지 못하는 전국 초등학생을 위한 온라인 학교가 문을 열었다. 매일 학년별 학습 콘텐츠가 업데이트되고, 주중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는 라이브 수업이 펼쳐진다. 지난 3월 4일에는 박정철 단국대 치과대학 교수가 ‘이 잘 닦고 인싸 되자’를 주제로 방송했고, 3월 18일에는 강성 카카오 부사장이 강사로 나서 미래 사회와 인공지능 이야기를 들려줬다. 유튜브에서 교육 콘텐츠로 인기를 끄는 교사 유튜버들도 방송에 동참하고 있다. ‘학교가자.com(이하 학교가자닷컴)’ 이야기다. 학교가자닷컴은 오픈한 지 3주밖에 안 된 신생 사이트지만, 학습 결손을 고민하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선 입소문이 자자하다. 재미와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 기반 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코로나 19로 혼란스러운 교육 현장에 단비가 돼준 학교가자닷컴 뒤에는 현직 교사들이 있었다. 학교가자닷컴은 대구 지역에서 에듀테크 활용 교육을 연구하는 교사들의 모임을 주축으로 시작했다. 지난달 말, 대구 지역 교사 12명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을 주시하다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심상찮다는 걸 감지했다. 개학 연기로 인한 학습 결손을 보완할 방법을 고민하다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떠올렸다. 신민철 대구 진월초 교사는 “개학 연기를 예상하고 2주 동안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면서 “함께할 교사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고 전국 각지에서 돕겠다고 자원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학교가자닷컴은 전국 교사 30여 명이 이끌어가고 있다. 콘텐츠 원고 작업, 사이트 운영, 동영상 제작, 유튜브 라이브 기획 등 업무를 분담해 운영한다. 사이트는 ▲오늘의 배움자료 ▲라이브방송 ▲활용 안내 ▲학년별 학습 콘텐츠 ▲특수교육 ▲독서 도움 자료 ▲학부모 교실 ▲온라인 교사 연수 등으로 구성했다. 개학 후 진단평가를 대비해 새 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확인해야 할 부분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인기 캐릭터가 등장하는 안전 관련 영상과 시사 상식 등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신 교사는 “온라인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발성”이라며 “재미와 학습을 동시에 잡을 수 있게 구성한다”고 했다. “라이브방송을 준비하면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학교에 오지 못하고 심심해할 아이들에게 가상의 학교를 만들어주고 싶었죠. 각계각층에서 학교가자닷컴의 취지에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방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방송을 본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보고 싶은 친구, 선생님과 방송을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소통하더군요.” 학교가자닷컴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은 건 편리함도 주효했다. 사이트에 접속해 클릭하면 원하는 내용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클릭’ 사이트에는 현장의 경험이 녹아 있었다. 신 교사는 “온라인 기반 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한 번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원터치’로 가야 한다고 동료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에듀테크 활용 교육을 연구하는 동료들과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온라인 학습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화상, 학습 사이트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일반적인 교사와 학부모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으니까요. 일방적으로 복잡한 온라인 학습법을 이용하라는 건 수영을 가르쳐주지 않고 수영하란 것과 다르지 않아요. 무조건 원터치여야 했죠.” 며칠 전에는 학교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학습 커뮤니티(위두랑, 클래스팅, 학급 홈페이지 등)와 교육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학습 지원 사이트 학교온에도 학습 콘텐츠를 무상 공유·지원하기로 했다. 신 교사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고 확인할 수 있어 학습 이력 관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학교가자닷컴 사이트를 안내하기보다는 내용을 공유해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이어 “학부모는 제시된 주제에 대해 자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할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초등용 학교가자닷컴의 인기에 힘입어 ‘중등.학교가자.com’도 9일 선보였다. 중등 학교가자닷컴은 중학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가자닷컴은 코로나 19 사태가 마무리되는 날까지 운영된다. “학교가자닷컴은 전국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망이 녹아 있는, 상징적인 사이트예요. 지금도 새로 합류한 선생님들이 주축이 돼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어요. 과제 구성부터 가정학습 연계 방안까지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 고비를 넘기고 나면 이 경험을 살려서 미래교육을 위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노력한 선생님들의 내공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거니까요.”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교육감 자격을 다시 강화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초·중등 교육경력이 없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원들을 ‘일 안 해도 돈 받는 그룹’으로 지칭한 탓이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육부장관 및 시도교육감은 교직 경력을 필수로 반영하게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에 근무하는 현직 교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교육감이 왜 교사를 '일 안 해도 월급을 받는 그룹'이라고 생각했을까 밤새 고민해봤다”면서 “정답은 하나인 것 같다. 교육 현장을 잘 모르는게 아닐까”라고 했다. 이어 “교육 현장에 몇 년만 계셨다면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헌신하는 교사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학기 내 연가를 사용할 수 없어 방학을 가진다는 점을, 코로나 사태에도 여전히 많은 선생님이 근무해 학교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청원인은 “교육을 전공해 초·중·고교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으면 교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교육 현장의 상황을 조율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교육계의 수장이 교육 현장의 경험이 없으면 그 자리가 권력의 자리로 전락해버리기 쉽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교육 현장 경험을 최소 5년 이상 가진 사람들이 교육의 수장으로 현장을 이해하고 살피고 이끌어나가게 해달라”고 청원했다. 현재 지방교육자치법은 교육감의 경력 조건으로 교육경력과 교육행정경력을 합해 3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경력에는 고등교육법상 학교의 교원 경력도 포함돼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였던 조 교육감이 출마할 수 있었다. 교육감의 교육경력 요건은 교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완화돼 왔다. 교육위원회 간선제가 1991년 도입될 때는 20년이었던 것이 1995년에 15년으로 완화됐다. 1997년 학교운영위원 대표와 교원 대표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가 도입되면서 경력 요건은 5년으로 대폭 완화됐다. 두 번째 전국 직선교육감을 선출한 2014년에는 교육경력 조건이 아예 폐지됐다가 교총의 강한 반발에 현행 3년으로 부활했다. 해당 청원은 3월 19일 현재 2만 3919명이 참여한 상태다. 교육감 경력 요건 강화 청원 바로가기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코로나19로 개학이 4월로 미뤄진 가운데 한국교총(회장 하윤수)과 17개 시도교총이 전국 56만 교육자와 함께 학생 학습지도, 방역, 교육당국과의 소통 등 코로나 위기 극복에 앞장서기로 다짐했다. 교총은 19일 입장을 내고 학교-가정-교육당국의 협력이 더 필요할 때라며 개학 연기 기간 동안 학교와 가정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학부모의 학습 공백 우려를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독서활동이 중요한 만큼 학습에 도움이 되는 도서 추천 및 점검에도 나설 방침이다. 교총은 “현재 교원들은 휴업상황에서도 학교 홈페이지, 각종 SNS, 클래스팅,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헌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제 간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가깝게’ 하는 일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가정의 적극적인 협력도 당부했다. 교총은 “비대면 학습과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는 가정의 관심과 동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자녀가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학습 습관을 기르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밝혔다. 학교와 가정의 노력이 효과를 거두도록 정부와 교육당국의 뒷받침도 요청했다. 4월 개학까지 남은 기간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학교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 만큼 개학이 지역사회와 학교의 위기가 되지 않도록 차질없이 준비해 달라는 것이다. 교총은 교육당국에 △학교·교원이 학생들을 촘촘하게 지도하고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 △마스크 등 학교 방역물품의 공적지원 체계 구축 및 안정적 학교 지원 △온라인 학습·생활지도 등을 위한 서버 접속 문제 해결 및 쌍방향 소통 강화 △온라인 학습 접근성이 낮은 특수학교 학생의 정부 차원의 학습권 보장 방안 △맞벌이 부부 등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지원책 △온라인 학습 수업이수 대체규정 등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교총은 전국 돌봄학교에 초등 방학생활 교재를 무상 기증하고 코로나19 대응 성금 전달, 지역사회 방역봉사 등에 나선 바 있다.
방역당국이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17세 고교생에 대해 최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내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전날 사망한 17세 소년에 대해 이날 오전 개최된 진단검사관리위원회에서 코로나19 음성으로 최종 판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질병관리본부와 복수의 대학병원에서 검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날 사망한 17세 고교생은 총 10번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 전날까지 받은 9번의 검사 결과는 쭉 음성으로 나왔지만, 사망 당일 받은 소변 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나왔다. 방역당국은 소변 검사 결과를'미결정'으로 판단하고, 이 고교생의 검체를 복수의 대학병원에 보내 교차 검사를 진행했다.
온라인학습 챙기고 수업준비 전념 학생 일일이 전화 돌려 건강 체크 묵묵히 일했는데…허탈 넘어 ‘분노’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아침 출근 후 1~2시간 공문처리, 가정통신문 보내고 회신받기 2시간, 온라인 학습터에 주요과목 단원별로 학습지 올리고 평가지 만들기 2시간, 학생들 온라인 학습 이수 여부 체크 및 피드백, 수업준비와 회의, 교육과정 연구모임 이후 돌봄 당번으로 7시까지 초과근무….’ 개학 연기로 비상근무 중인 서울의 한 초등학교 담임 A교사의 하루 일과다. 교육청에서는 2~3일 간격으로 출근하라고 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주 상황이 바뀌면서 교육과정 수정, 현장학습 일정 수정 등 각종 회의가 늘어나 그는 지난주에 하루 빼고 모두 출근을 했다. 3차 개학 연기가 발표된 17일에는 재택근무 일정을 모두 출근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해도 업무 진행은 똑같다. EVPN에 접속해 공문을 처리하고 학적 정리, 아동명부 정리부터 수업준비까지 마치려면 집에서도 하루종일 바쁘다. 서울의 한 중학교 B교사는 이런 업무에 더해 매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화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학원에 갔는지 등을 묻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22명 중 5명만 전화를 받더라고요. 연락이 안 되면 문자를 남긴 후 시간을 맞춰 통화해요. 학원에 되도록 가지 말고 마스크 꼭 쓰고 다니라고 당부하고, 온라인 학습자료 이용방법 등을 안내하는데 학부모님들은 걱정이 많고 묻는 것도 많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고3 담임들도 비상이다. 입시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지만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보지 못해 데이터도 없고 진학면담을 통한 입시 디자인도 할 수 없다는 것. 여름방학이 짧아지면서 생기부 작성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도 큰 걱정이다. 당장 학생들을 만날 수 없어 유선으로 틈틈이 학생상담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고3 담임들의 설명이다. 일반 교사들 뿐만 아니라 부장교사들의 일과는 더 고되다. 벌써 3번째 개학 연기가 반복되면서 학사일정과 교육과정 등을 다시 짜고 고치는 일에 매달려 있다. 인천 C중 D부장교사는 “개학 2주 미루면 기존 일정도 2주 미루면 그만인 게 아니라 입시일정이나 내신산정, 시수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했던 교사들은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사를 지칭해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라고 발언한 것을 보고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A교사는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이 우리를 외면하고 있고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을 수장도 몰라주는데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고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B교사는 “다음 교육감은 학교 현장을 겪어보고 잘 아는 분이 선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루종일 했다”며 “기존에도 교사들에 대해 안 좋은 여론이 생길 때마다 상처받았는데 이번 일로 교육감이 확인사살을 한 것 같아 많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교육감의 이분법적 논리와 편가르기로 가뜩이나 힘든 교육현장에 분란만 일으켰다는 비판도 따른다. 경기 E초 F교사는 “선과 악을 만들고 악을 지탄하면서 선을 챙겨주는 프레임으로 여론을 움직이는 전형적 정치 때문에 교사들이 일도 안하고 월급을 받는 악역을 담당해야 했다”며 “앞으로는 정치보다는 진정성 있게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힘을 싣고 표를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D교사는 “교육의 핵심 주체인 교사들에 대해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교육감 자격을 잃은 것”이라며 “그런 생각을 가진 교육 수장의 명을 앞으로 교사들이 신뢰를 갖고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전날 대구에서 사망한 17세 고교생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후 검체 검사를 마치고, 결과 검증을 위해 대학병원에도 검체를 보내 교차 검사에 나섰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방대본은 17세 A군에 대한 검체 검사를 마치고, A군의 검체를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대학병원 여러 곳에 보내 교차 검사하고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방역당국과 병원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비교해 감염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방대본 관계자는 “방대본 차원에서는 결과가 나왔지만, 워낙 사안이 중대한 건이어서 교차 검사를 하는 것”이라며 “병원들에서 검사 결과가 나오면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대한 오전 중에 검사 결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며 “자세한 사항은 오후 권준욱 부본부장 브리핑 때 설명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인 A(17)군이 숨졌다.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고, 기저질환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A군은 국내 첫 10대 코로나19 사망자가 된다.
지원은커녕 교직사회 편가르기 코로나 대응에 힘 쏟는데 ‘허탈’ 교총 대표단, 교육청 항의 방문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확답 촉구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교사들에게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라고 실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사과했지만 교총 사무국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교총은 성명을 내고 서울시교육청에 항의 방문해 조 교육감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15일 조 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개학 연기에 의견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댓글에서 “사실 학교에는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는 표현을 썼다. 문제는 이 글이 전자는 교사, 후자는 교육공무직을 지칭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교사들의 공분을 샀다. 교사를 일 안 하고도 월급 받는 부류로 비하했다는 것이다. 교총 사무국에는 조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는 전화가 쏟아지는 등 학교 현장은 서울을 넘어 전국적인 공분에 휩싸였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특히 ‘교육감의 해명을 청원한다’는 글에는 18일 기준 1만7000여 명이 동의했으며 조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만여 명의 동의했다. 또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1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교육감을 명예훼손죄 및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했다. 반발이 커지자 조 교육감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남긴데 이어 16일에는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코로나19 관련 긴급 추경 편성안’ 기자회견 도중 재차 사과했다. 그는 “어려운 학교 환경 가운데 교육을 넘어 안전과 건강, 돌봄까지 책임지고 개인적인 희생까지 감수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선생님들이기에 제 실수가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며 “불필요한 댓글 논란을 만들어 죄송하고 상처받으신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국교총(회장 하윤수)과 서울교총 대표단은 16일 서울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페이스북 사과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교총 대표단은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한만중 비서실장을 만나 ‘한국교총-서울교총 조희연 교육감 공식사과 촉구서’를 전달하고 조 교육감이 한시라도 빨리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섭 한국교총 사무총장은 “선생님들의 사기를 높여주지는 못할망정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 운운하며 교직사회를 편 가르기하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에 해명을 덧붙이거나 다른 발표에 묻어 넘길 것이 아니라 이번 사안 단독으로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성난 교원들의 마음을 풀 수 있다”며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조 교육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조직적 역량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석 교권복지본부장도 “이번 일의 발단은 교직사회의 현실과 애환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침을 내리기 전에 먼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청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교총은 당초 조희연 교육감을 직접 만나 항의서를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조 교육감이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비워 한만중 비서실장에게 대신 전달했다. 한 비서실장은 “시간강사나 방과후강사, 교육공무직 분들에 대한 처우와 생계문제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교직사회에 대해 섬세하게 고민하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이라면서 “단순 해명이나 사과로 진정되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공식성을 띈 사과와 그 이후의 조치에 대해서도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18일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인 17세 고교생이 사망해보건 당국이 코로나19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5분 즈음대구 영남대병원에서 17세로 올해 고3이 되는 A군이 사망했다.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기저질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A군은10일 외출했다가 귀가한 뒤 두통,발열, 기침 증상을 보여13일 경산중앙병원을 찾았고, 엑스레이 검사결과 폐렴 징후가 나타나 이날 오후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폐렴 증상이 심해 그날 오후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영남대병원에서도엑스레이, CT 등 임상 소견상으로는 폐 여러 부위가 하얗게 변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는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혈액 투석, 에크모(ECMO·인공 심폐 장치) 등 치료를 받았다. A군은 경산중앙병원 선별진료소 검체 검사와 영남대 병원에서 시행한 5차례 검사 결과 모두 음성을 보였으나 추가로 시행한 일부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확진 검사 진행 중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A군에 대해 여러 번 검사를 한 결과 대부분 음성이 나왔지만 1∼2번 정도 어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소견을 보인 게 있어 '미결정'으로 일단 판단했다”며 “검체를 확보해 추가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A군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것므로 확진될경우 첫 학생 사망 사례발생에 따른추가 개학 연기 여론이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전국에 퍼진 가운데, 교육 당국과 교원들은 연기된 개학에 맞춰 학생들의 불편을 줄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염병으로 인한 개학 연기는 전례 없는 일이기에 현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신속하고도 합리적인 지침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계속해서 바뀌는 지침과 복무상황에 교사들은 우왕좌왕했다. 수업자료 활용도 안 하는데 각 시·도교육청은 개학을 3주 미룬 상황에서 학생 수업 손실이 생기지 않게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에게 학습 관련 피드백을 제공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긴급 예산도 편성했다. 개학이 늦춰지면 방학도 같이 늦춰지고, 수업일수는 거의 변함이 없는데 교사들은 어느 부분이 수업 손실인지, 또 무엇을 수업해야 하는지 의아했다. 개학이 늦어지면 학습 진도가 중간부터 나가는지 묻는 민원이 있었지만, 학교의 대답은 진도는 처음부터 나갈 것이고 수업일수도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교육청 공문에 첨부된 연수 자료는 유튜브 라이브, 카카오 라이브 톡, 구글 클래스룸과 같은 온라인 수업 플랫폼들이었다.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교사가 카메라를 통해 수업자료를 보여주면 학생들은 집에서 화면을 보면서 공부하는 장면이 나왔다. 연수 자료에서는 이런 방식의 수업이 교사의 역량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처럼 묘사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먼저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과목이 한정적이다. 국어, 사회, 영어와 같은 과목은 미미하게나마 가능성이 있겠지만 미술, 체육과 같은 실기 위주의 과목은 온라인 대체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라이브 수업은 모든 학생이 똑같은 시간에 온라인에 접속해야 하는데 여러 가정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원터치 수업과 EBS 자료를 올려뒀으니 가정에서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공지해도 대부분 활용하지 않는다. 결국 온라인 수업은 인터넷 강의 혹은 과제를 온라인으로 탑재하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현장 교사와 충분한 소통 없이 긴급하게 내린 조치라는 비판도 거세다.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내에 온라인 수업 연수를 듣고, 그다음 주에 바로 시범 수업을 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해당 공문을 확인조차 못 한 교사가 다수다. 소통 없다면 실효성도 없어 교사들은 재난 상황에서 어느 정도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지침은 교사들을 혼란에 빠트릴 뿐이다. 온라인 수업이 원활히 이뤄질 상황인지 교사, 학부모와 먼저 소통했어야 한다. 또 어떤 장비나 도움이 필요한지 충분히 논의한 후에 지침을 내렸어야 한다. 긴급한 상황이지만 EBS와도 미리 상의한 교육부가 현장 교사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점은 비판받을 일이다. 아울러 전국적인 휴업을 했다면 학부모에게는 수업일수 관련 안내를 해야 했다. 허울 좋은 ‘온라인 수업을 통한 수업 손실 최소화’라는 말에는 어떤 과목을, 어떤 시간에, 어떻게 학생 모두를 학습시킬지에 대한 얘기는 빠졌다.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하라는 말뿐이다. 늘어나는 휴업 기간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실효성이 없는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닌지 교육 당국은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이종배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대표(오른쪽)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SNS에 올린 '일 안 해도월급받는 그룹이 있다'는 글에 대한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