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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대구교총은 제15대 회장 선거를 공고했다. 대학, 중등학교, 초등학교의 학교 급별 윤번제 선출 규칙에 따라 제15대 회장 입후보 자격은 초등학교 회원이다. 추천서 및 구비서류는 1일 오전 10시부터~2일 오후 3시까지 교부됐고, 후보자 등록은 10일 오전 10시부터 11일 오후 3시까지 선거분과위원회 사무소(대구시 남구 대명로 70 대구교총 내, 053-655-2680)에서 할 수 있다. 우편등록은 안 된다. 16일 제2차 선거분과위원회에서 선거인수가 확정되며 후보자 등록 서류 점검, 후보자 기호 추첨 등도 진행된다. 선거인 명부 열람 및 수정은 18일 오전 10시부터 23일 오후 3시까지, 후보자 확정 공고는 25일 대구교총 홈페이지 공지 및 공문을 통해 이뤄진다. 무투표 당선일 경우 이날 공고가 날 수 있다. 후보가 여러 명이 나오면 일정은 11월 21일 홍보물 발송, 11월 26~12월 2일 투표로 진행된다. 투표는 전 회원 우편투표로 마지막 날 오후 6시까지 대구교총에 도착한 투표지에 한해 유효하다. 개표는 12월 2일 오후 6시에 시작해 오후 10시경에 당선자 발표 및 당선증 교부가 이뤄진다. 대구교총 회장선거 입후보자의 기탁금은 200만원으로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10이상 득표 시 후보자에게 반환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대전교총(회장 정해황·사진)이 주최하고 대전시교육청(교육감 설동호)이 후원하는 ‘제11회 대전교육사랑 배드민턴 대회’가 11월 2일 대전갈마초 체육관에서 개최된다. 참가자격은 대전지역 교직원, 학생, 3개월 이상 재직 중인 기간제교사여야 한다. 강사·코치·임시직·계약직은 제외다. 또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등록된 선수(출신)도 제외 대상이다. 경기는 남·여·혼합복식 세 종목으로 치러지며, 연령에 따라 청년·장년·지명부, 급수에 따라 초·중·고급부로 나뉜다. 청년은 40세 이하(1980년 이후 출생), 장년은 40대(1970~1979년), 지명은 50세 이상(1969년 이전 출생)이다. 급수는 대전시배드민턴협회 등록된 급수를 기준으로 한다. 고급은 A·B급, 중급은 C·D급이며 초급은 이하의 실력을 가진 자에 해당한다. 출전연령대 하향은 가능하지만 상향은 불가능하다. 출천급수의 경우 상향은 되나 하향은 안 된다. 남·여복식과 혼합복식은 연령대(하향) 및 급수(상향)를 달리해 신청할 수 있다.예를 들어 급수는 동일하거나 상향한 상태에서 연령대는 남자복식 장년부로, 혼합복식은 청년부 출전할 수 있다. 또한 여자복식은 중급, 혼합복식은 고급(파트너급수로 인해)으로 신청할 수도 있다. 교원과 재학생이 한 팀이 되는 사제동행부는 번외경기로 진행된다. 사제동행부는 교원과 재학생으로 각 남·여·혼합복식으로 구성하되 초·중·고교별로 치러진다. 단 교직원 사제동행은 한 종목만 가능하다. 학교당 제한 없이 신청하되 교원은 본 대회에 규정에 따라 참가할 수 있다. 참가팀이 적을 경우 집행부에서 통합내지 별도의 결정을 할 수 있다. 경기방식은 전 경기 예선 조별 리그전, 예선 통과 후 토너먼트 경기로 진행된다. 랠리포인트 25점 1세트(듀스 없음)를 원칙으로 하되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대회본부가 변경할 수 있다. 리그전 경기 시 두 팀이 동률일 때에는 경기결과(승자 승)에 의해 순위를 결정하고 3팀이 동률일 때에는 다득점· 최소실점· 나이합산 연장자 순으로 팀을 결정한다. 시상은 개인상(종목별) 1~3위에게 상장 및 부상이 수여된다. 최다선수 참가교와 최다학생 참가교에 각각 단체상이 주어진다. 더 자세한 대회요강은 대전교총 홈페이지(dfta.or.kr) 공지사항을 참조하거나, 전화 문의(042-638-6167~8)를 하면 된다. 참가를 원하는 교직원 및 학생은 24일까지 팩스(042-638-6169)와 이메일(hsk9921@hanmail.net)로 신청할 수 있다. 신청 후 수신여부에 대한 확인전화를 해야 한다.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브루나이 다루살람에서 열린 제35회 한·아세안교육자대회(이하 교육자대회)는 민간외교의 장(場)이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은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 문화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교육이 주효했음을 각인시켰다. ‘지역 교육격차 줄이기: 한·아세안 교사들의 역동성’을 주제로 열린 올해 교육자대회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개최국인 브루나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8개국에서 교육자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지도자 회의와 참가국 국가보고서 발표, 병행 세션, 문화교류의 밤 등 일정을 소화했다. 우리나라 국가보고서 발표는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가 맡았다. 박 교사는 ‘한국 초기교사 양성을 위한 글로벌 클래스룸’을 주제로 한국 교원들의 사회적·법적 지위와 교원 양성 시스템 등을 설명하고, 교사 양성과정에서 글로벌 클래스룸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발표했다. 박 교사는 “동남아시아 국가 참가자들은 한국 교원들의 안정적인 지위와 교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10년 가까이 가장 되고 싶은 직업에 교사가 선정됐고, 교직 전문성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에는 교권 3법이 개정됐다고 소개했어요. 교원의 지위 향상과 교권보호를 위해 교총이 노력한 덕분이라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죠.” 병행 세션에선 고유미 대구 평리초 교사가 ‘글로벌 클래스룸 실현을 위한 한국의 교원양성과정’에 대해 발표했다. 각 나라의 문화를 공유하는 문화교류의 밤 행사도 열렸다. 한국 대표단은 태권도 시범과 부채춤을 준비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수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맞춰 품새와 격파 시범을 선보였다. 박 교사는 “태권도 시범을 마친 후 깨진 송판을 내밀며 사인해달라는 참가자도 있었다”며 “한류의 위상을 제대로 경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교육자대회에서는 참가 교원들 간의 교류 활동이 특히 활발했다. 한국 대표단은 우리나라의 교육 이야기를 공유하는 한편, 준비해간 기념품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대표단은 교류 활동을 제안했고, 싱가포르 대표단은 학생들의 행복을 위한 교육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뜻을 전했다. 하윤수 회장은 “우리나라 교육의 위상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우리나라는 다문화 교육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교육자대회 참가 국가들과 협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전국 시·도교총이 스포츠의 계절을 맞아 이를 통해 회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 구기종목 대회, 프로경기 관람 등을 통해 화합과 교류를 통한 교육발전 등을 도모하고 있다는 평이다. 인천교총(회장 박승란)은 지난달 28일 ‘제8회 인천교총회장배 교원 배구대회’를 동산고 체육관에서 개최했다. 9인제 배구로 펼쳐진 이 대회에서 참가팀 및 가족, 내빈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은 지회별로 진행된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6팀이 본선을 겨뤄 북부중등 연합팀이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준우승은 남부초등지회(인천도화초), 3위는 동부초등지회(인천동방초)와 서부초등지회(인천명현초)가 차지했다. 우승팀에게 상금 40만원에 40만원 상당 상품이 주어졌다. 준우승팀에게는 상금 30만원과 30만원 상당의 상품이, 3위팀에게는 상금 15만원과 15만원 상당의 상품이 돌아갔다. 충북교총(회장 김진균)도 같은 날 충북체고에서 ‘제10회 충북교총회장기 배구대회’를 열었다. 이번 대회에는 시·도 교육 관계자와 선수단 및 응원단 400여명이 참석했다. 도내 10개 시·군교총에서 남·여 각 1개 팀씩(청주 6팀) 24개 팀이 출전해 스포츠 정신에 따라 승부를 겨뤘다. 참가자격은 대한배구협회에 선수등록 되지 않은 순수 아마추어 교총회원이며, 충북체고 외 5개 장소에서 예선전부터 승부를 겨뤘다. 남자부 우승은 진천교총, 준우승은 충주교총, 공동3위는 청주A(구상당), 청주B(구흥덕)에게 돌아갔다. 여자부 우승은 청주교총C(구청원), 준우승은 진천교총, 공동3위는 영동교총과 보은교총이 차지했다. 남·여 각 우승 1팀에게는 우승기와 트로피 및 상금, 준우승 1팀에게 트로피 및 상금, 그리고 3위 2팀에게 트로피와 상금이 주어졌다. 충북교총은 11월 9일 교원스크린골프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도내 모든 교원(시상자격은 교총 회원만 해당)을 대상으로 10월 21일 오후 5시까지 참가신청을 받고 있다. 참가자들에게 본선참여 점심 및 기념품을 제공한다. 대구교총(회장 박현동) 산하 ‘2030 모임’ 네오교총 회원 40여명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대구FC’ 대 ‘제주유나이티드FC’ 경기를 단체관람 했다. 이들은 홈팀 대구FC를 열렬히 응원하며 마음을 모았고, 교육 교류를 통해 알찬 시간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네오교총은 11월 ‘네오교총인의 밤’, 12월 ‘스키 연수’ 등을 통해 문화와 스포츠 등을 통한 회원 화합과 조직력 확대를 꾀할 예정이다. 권기덕 네오교총 회장(대구대산초 교사)은 “젊은 교원들이 국내 최대 교원단체 교총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와 배려를 함께 받았으면 좋겠다”며 “젊은 교원들이 좋아하는 문화행사를 통해 네오교총의 작은 불씨를 더 크게 타오르는 불길로 승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총 교권옹호기금운영위원회(위원장 이종근)는 지난달 27일 제96차 운영위원회를 열어 교권 사건 16건에 대해 총 5130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사건당 지원 금액은 평균 320만 원으로, 올해 상반기 사건당 지원 금액보다 100만 원 정도 늘었다. 교권옹호기금은 교권침해 사건으로 고통받는 교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교권침해 사건으로 소송 및 행정절차를 진행할 때 변호사 선임료를 보조한다. 교총은 해마다 교권옹호기금 규모를 확대하고 피해당한 교총 회원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권 3법’ 개정 등 교권을 지키려는 노력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교권침해 사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교총이 발표한 ‘2018년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총 501건이었다. 10년 전인 2008년(249건)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상담 사례 가운데 학부모의 악성 민원, 허위사실 유포, 무분별한 소송 등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48.5%(243건)에 달했다. 교권옹호기금은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신청할 수 있다. 우선 교권침해사건 발생일 3개월 이전부터 교총 회원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소송 및 행정절차를 진행할 때는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당해 사건발생일로부터 각 심급의 재판종료일 및 행정처분 결정 이전의 기간 내 소송비 보조를 신청해야 한다. 신청 건에 대해서는 교총 교권옹호기금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소송은 심급별 500만 원 이내, 3심까지 최고 1500만 원까지 지원한다. 행정절차는 200만 원 이내로 지원한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교총 홈페이지(www.kfta.or.kr) 참고.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잦은 입시제도 변경에 따른 혼란에 대한 교육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이어 부총리까지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들고나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대입제도 문제도 단기-중장기 로드맵을 구상하며, 미래교육에 부합하는 대입제도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단기 로드맵으로는 학종 개선을 제시했다. 그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것이 대입에 반영돼야 고교 교육의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학종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학종에 대한 집중적인 개선은 이번이 기회이고 지금을 놓치면 불신을 해소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장기 대입개편에 대해서는 고교학점제의 2025년 전면 도입에 맞춰 2028학년도 입시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개편의 방향에 대해서는 수능 절대평가를 포함해 “다양한 기준이나 평가방식에 대해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수능 정시의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미래 교육은 창의력, 문제해결력, 자기주도력 등에 집중될 텐데 오지선다형 수능은 이와는 맞지 않다고 본다”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유 부총리는 간담에서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의 폐지와 관련해 “고교 체제 개편을 어떻게 할지는 올해를 넘기지 않고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유 부총리의 발언은 또 한 번 교육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사회적 진통을 겪은 끝에 개편한 대입제도를 적용하기도 전에 또 개편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교총은 지난달 26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종 비교과영역 폐지 논의를 비롯한 고교 체제 개편 등 유 부총리의 방침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교총은 “학종의 취지가 무색해지면 대입 전형에서 내신, 교과별 세부활동, 면접 등이 강화될 것”이라며 “내신은 학교 간 차이가 존재하고, 면접은 정성적 요소가 강해 결국 불공정 논란의 불똥이 이들 전형요소로 옮겨갈 뿐 공정성 확보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또 “학종 실태조사 시기와 개선방안 발표 시기가 대학의 수시전형, 1차 합격자 발표 시기와 겹친다”며 “자사고‧특목고의 신입생 선발에 악영향을 끼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교과영역 폐지 논의 역시 내신이 불리한 자사고‧특목고 죽이기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공론화와 숙의를 거쳐 결정한 학종을 대통령 한마디에 뒤흔드는 것은 정치의 교육 개입이자 교육법정주의 훼손”이라며 “운영 과정에서 공정성, 투명성을 기하도록 하는 지원부터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여당이 현장 교원을 배제한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에 대해 “대표성도 없고 편향적인 일부 목소리 큰 소수의 의견에 경도돼서는 안 된다”며 “현장 교원과 교총 등 교육계의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학교시설 안전 개선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중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학교시설에 대한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별 외부 치장벽돌 설치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외부 치장벽돌이 설치된 학교시설은 1만 8361개 건물로 전체의 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장벽돌 마감이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노후화되고 지금처럼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낙하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 김 의원은 석면 제거가 부진한 상황도 지적했다. 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학교 석면제거 사업 진행상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3년 동안 전체 학교 석면면적의 33.2%만 제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교육청별 석면제거율은 전남이 21.9%로 가장 낮았으며, 경기 25.9%, 경남 26.5%, 서울 28.2%, 충남 28.2% 순으로 나타났다. 2018년 1년 동안 잔여면적 중에서 제거된 석면비율인 ‘석면 제거 해소율’은 경기가 9.2%로 가장 낮았다. 전남 9.6%, 대구 11.5%, 경남 11.6%가 뒤를 이었다. 정부는 2027년까지 학교의 모든 석면을 제거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67%의 학교 석면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교 화재 위험을 지적했다. 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7월 기준 ‘교육청별 학교별 스프링클러 배치 현황’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유치원과 초·중·고교 1만 6802개교 중 3642(21.7%)개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있다. 특히 유치원은 4798개교 중 309개교(6.4%)만 설치하고 있었다. 초등학교도 6268개교 중 1465개교(23.4%)로 낮은 설치율을 보였다. 중학교는 24.8%, 특수학교는 40%, 고교는 42.8%의 설치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강원이 10.7%로 가장 낮은 설치율을 보였다. 전북(11%), 경북(12.6%), 전남(12.7%)이 뒤를 이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세먼지 문제를 지적했다. 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지난달 26일 기준 ‘2019년 추경예산 집행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학교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위해 추경예산 100억 300만 원을 받았지만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집행률은 0% 국립부설학교도 3.4%에 불과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교시설 3만 2896개동 중에서 내진성능을 확보한 건물은 1만 2070개로 전체의 36.7%에 그쳤다. 이처럼 학교시설 안전이 개선되지 않은 이유는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배부하는 교육환경개선사업비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무상복지나 정부의 핵심 사업에 밀려 학생 안전은 뒷전이 된 셈이다. 김현아 의원은 “내진보강, 학교석면제거, 노후화 해소 등 학교안전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정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번번이 밀려나고 있다”며 “무상교복, 무상급식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환경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시설 안전을 관리하는 법안이 시설물안전법, 학교안전법, 건축법 등 다양한 법률에 분산돼 있어 소관 법안이 불분명한 경우가 생기는 것도 문제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관련 법 제·개정안 5건을 병합해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하고 의결한 바 있다.
01 도회지 번화가에는 가을이 안 보이듯 숨어서 오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해거름 빌딩가 가로수 가지 그늘로 비쳐드는 가을 표정과 설핏 마주친다. 바뀌는 계절의 풍경 앞에 서면, 누구든 ‘돌아보고 있는 자아’를 발견하리라. 계절이 지나가는 길목, 누구나 시인 윤동주의 마음이 되어, 잠시 자기를 멈추고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생에 대해서 좀 고상해도 좋고, 좀 비감해도 좋고, 얼마간 고즈넉한 응시가 있어도 좋으리라. 자아와 세계, 그리고 존재와 시간을 헤아리며, 내 정신의 허기를 깨달아도 좋으리라. 그런 기분에 놓이던 날, 나는 신촌의 그림 전시회에 간다. 금릉(金陵) 김현철(金賢哲) 화백의 전시장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 타이틀은 ‘짐작(斟酌)’이란다. “우리는 초승달을 보고도 만월을 그릴 수 있다”라고 말한 문태준 시인의 말에서 김 화백이 얻은 회화적 발상을 얻어 ‘짐작’이라는 주제로 그림들을 모아 놓았다. 내가 이 ‘짐작’의 전시에 울림 있는 공감으로 다가간 것은, 문태준 시인의 아포리즘(aphorism)에 이끌린 바가 컸다. 문 시인의 아포리즘은 이러하다. “좋은 작품은 다 말하지 않는다. 짐작의 공간을 넉넉하게 남겨 두는 데에 아름다움(美)이 있다.” ‘짐작’이 ‘여백의 공간’과 상통함을 일러주는 말이다. 작품 하나를 소개한다. 서귀포 앞바다 ‘범섬’이며, 울릉도 해안이며, 영월 청령포며, 김 화백이 그려낸 형상들은 여백의 미학을 쟁여 두고 있다. 그 여백으로 인하여 나는 ‘짐작의 사유(思惟)’에 든다. 여백은 형상의 바깥에만 있지 않다. 형상의 내부에서도 잘 연출되어 있다. 가령 그가 그린 바다는 화면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얼마나 넉넉한 비움을 던져오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런 바다를 처음 대면하는 듯하다. 그가 그려놓은 하늘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는 자유롭게 짐작한다. 섬과 바다가 저렇듯 단순해져서 무슨 이데아처럼 추상화되는구나. 저렇듯 넉넉하게 비워놓는 방식의 사실(寫實)은 ‘실제의 사실(寫實)’을 기묘하게 초월하는구나. 범섬이 갈라놓는 하늘과 바다의 선을 보며, 나는 구분의 의미 없음을 짐작해 보기도 한다. 김 화백이 추구하는 자연 진경 안의 한량없는 여백은 나를 짐작으로 이끌어서, 나만의 의미의 심연에 이르게 한다. 그것은 ‘보이지 아니하는 것’을 ‘보이는 영역’으로 끌어올리게 한다. 그래서 짐작은 헤아림의 미학이다.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아니하는 것’을 헤아려 느끼게 하는 것이리라. 나는 그림 앞에서 이런저런 ‘짐작’에 든다. 내 초월의 사유(思惟)가 동력을 얻고, 마침내 ‘미적 즐거움’에 도달한다. 02 사실 나는 ‘짐작(斟酌)’이란 말과 관련해서 오늘 전시장에서와 같은 심미적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짐작(斟酌)’이란 말을 늘 대하면서도, 이 말에 대하여 언어 의미론적 사색을 해 본 적도 없다. 그저 이 말을 일상의 대화에서 기능적으로 틀리지 않고 사용해 오고 있을 뿐이다. 명색이 국어교육학자이면서 말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의 맥락을 풍성하게 거두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김현철 화백의 전시회와 그 주제가 오늘 보여 준 ‘짐작’의 경지는 참으로 오묘했다. 나는 비로소 ‘짐작’을 새로 배운 것이다. 원래 ‘짐작(斟酌)’의 ‘짐(斟)’이 ‘술 따를 짐’이고, ‘짐작(斟酌)’의 ‘작(酌)’도 ‘술 따를 작’이다. ‘짐작(斟酌)’은 순전히 술 따르는 행위에서 생겨난 말이다. 남의 잔에 술을 따를 때, 많은 것을 헤아려 보아야 한다. 잔의 크기도 헤아려야 하고, 따를 술의 양도 헤아려야 한다. 술 따르는 속도도 헤아려야 한다. 그 이전에 상대가 지금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지도 헤아려야 한다. 한창 마시는 중이라면 얼마나 취해 있는지를 헤아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이 모두 ‘짐작’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를 헤아리지 못하면 즉, 짐작하지 않고 따르면, 술잔은 넘쳐 쏟아지고, 술자리는 파흥으로 치닫는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면, ‘짐작’은 상대를 간파하려는 단순한 추리적 기능을 넘어선다. 그러니까 ‘짐작’에는 상대를 배려하려는 어떤 도덕적 덕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뿐 아니다. 신중함의 태도도 스며있고, 처지를 바꾸어 상대를 이해하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도 숨어 있다. 그것은 상당 수준의 ‘공감(empathy)’ 역량에 연결되는 자질이라 할 수 있다. 김 화백의 작품 전시 주제가 ‘짐작’인 것은, 결국 작품에 대한 공감의 고양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특별히 ‘여백 지향의 그림’들을 창의적으로 기획한 것이리라. 돌이켜 보니, 우리는 이 ‘짐작’이라는 말을, 덕성의 자질이 끼어들 여지조차 없는 말로 사용해 왔다. 예를 들어보자. “뭐 짐작 가는 것 없어?” 이때의 ‘짐작’은 그저 단순한 추리이다. “그 녀석 짓이라고는 짐작도 못 했어.” 이때의 ‘짐작’은 그저 의심한다는 뜻 정도이다. “짐작하건대, 끝까지 시인하지 않을 거야.” 이때의 ‘짐작’은 그저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의 확인일 뿐이다. 좋지 않은 맥락에서만 ‘짐작’을 써 온 것이다. 요컨대 ‘짐작’은 신중과 배려와 공감 등, 도덕적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짐작은 원래 타자를 중심으로 하는 헤아림이다. 그러나 요즘은 자기중심의 짐작이 많다. 아니 이런 쪽으로만 ‘짐작’은 진화되어 온 듯도 하다. 이기적 짐작은 ‘지레짐작’을 불러온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미리 넘겨짚어 어림잡아 헤아리는 것’이 지레짐작이다. 달리 말하면 ‘나 중심의 생각’에 빠져서 일방적으로 상대를 계산해 보며 헤아리는 행동이다. 자기 이익에 매우 민감하고, 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는 심리가 지레짐작을 부른다.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진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북한에서는 이를 ‘건짐작(乾斟酌)’이라고 한다. 윤기 없는 메마른 짐작이란 뜻이다. 03 말은 변한다. 말의 뜻도 변하고, 말의 형태도 변한다. 그 말이 함의하는 가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개새끼’는 욕이 아니었다고 한다. 좋은 뜻도 나쁜 뜻도 아닌, 그야말로 가치중립적으로, ‘개의 새끼’를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국제전쟁으로서의 6.25를 겪고, 이 땅에 영어가 상륙하여 ‘son of bitch’라는 욕을 만나면서 우리의 ‘개새끼’도 급격히 상대를 모욕하는 욕의 뜻으로 변이되었다. 말이란 변하는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말의 근원을 상고하는 관심도 동시에 필요하다. 말이 시간 따라 변하는데, 그 근원 의미를 아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그저 알아듣고 사용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 이런 인식은 실제로 쓰이는 말의 기능을 중시하는 관점이다. 말이 실제로 쓰이는, 그 기능적(機能的) 의미에 주목하여 말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그러니 가령 ‘짐작’이란 말의 속뜻과 의미작용은 이러저러했다고 살피는 일은 바쁜 세상에 맥 빠지는 일이 될 것인가. 그렇지만은 않다. 말의 예전 뜻을 상고하고 재음미하는 것은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인문학적으로 좀 더 깊이 생각해보고자 함에 있을 것이다. 말의 의미와 가치를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확충하는 자리에서 말살이의 깊은 맛이 우러나고, 인간 삶의 본질과 사람됨의 조건에 대한 깨달음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말을 가르치는 교육’은 말 자체에만 꽂히지 말아야 한다. 좀 더 폭넓은 말의 근원 맥락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인간 삶의 총체와 더불어 언어가 융합적으로 작용하는 장면들을 교육적으로 더욱 중시해야 할 것이다. 김 화백의 전시장에서 보니, 국어교육과 미술교육이 따로 있지 않다. 언어를 언어기호로서만 가르치는 편협한 언어교육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다이내믹 대한민국!’ 입시제도·교육과정·생활기록부 기록 등이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어떤 해는 한 학교의 1·2·3학년이 각각 다른 교육과정으로 공부할 때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한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교원의 우수성을 깨닫는다. 학교 교육은「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크게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두 축으로 운영된다. 학습지도는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과 평가를 중심으로, 생활지도는 ‘학교 규칙’에 따라 자치활동·선도 등으로 운영한다. 본고에서는 학습지도 영역은 논외로 하고, 생활지도 영역에「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들어와 학교 교육을 통째로 흔들고 있는 실상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열심히 일하고 소송 당하는 교사들 2008년 학생의 폭력이 증가하고 흉포화됨에 따라「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을 제정하게 되고, 2012년 학교폭력으로 인해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어 대폭 개정된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법률의 재·개정 취지에서 벗어나 사안처리가 중심이 되었고, 교원이 법률에 의한 절차대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법률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되어 학교가 학생지도의 자율성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학교는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교육적 선도보다 피·가해학생 학부모의 법적 다툼의 장이 되어 재심과 소송 등에 시달리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학교에서 생활지도(학교폭력) 업무는 열심히 일하고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최악의 업무가 되었다. 또한 사소한 다툼도 학교폭력으로 처리하게 되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학생은 관계회복이 어렵게 되어 모두가 상처를 받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학교폭력예방법」에 대한 개정 필요성을 제기됐고 2019년 8월 2일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내용은 2019년 9월 1일 자 시행과 2020년 3월 1일 자 시행으로 각각 나뉜다. 시행일별로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2019년 9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내용을 보면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 학교장에게 자체해결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처벌보다 선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사소한 다툼까지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정이 오히려 법적 다툼이 되고 교육력이 소진되는 상황에서 벗어나 학생 선도 및 관계 회복을 통해 학교 교육의 본질을 되찾으려는 개정이라 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 ‘학교의 장의 자체해결’에 대한 내용을 반영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개정판을 지난 9월 시·도교육청을 통해 보급하고, 학교에서 ‘학교장 자체해결’을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그러나 학교장 자체해결이 도입됐다 하더라도 담임교사·전담기구 등에서 사안을 조사하는 것까지는 이전과 동일하다. 변경된 내용은 전담기구에서 법률 13조의2 제1항에 의해 학교장 자체해결 여부를 심의하고, 요건이 충족되면 피해학생과 보호자의 서면 확인 후 자체해결로 내부결재를 통해 종결하도록 했다.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전과 동일하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게 된다. 이때 사안처리 전 과정에서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표 2에서처럼 2020년 3월 1일부터 시행되는 법률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학교폭력사안을 교육지원청에서 처리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교원의 업무과다, 복잡한 절차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전문성 시비, 학부모와 학교 간 법적분쟁으로 인한 교원의 사기저하 등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학교 교육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2020년 3월 1일 시행을 위한 준비가 미흡하여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폭 교육청 이관으로 교사들 업무 경감 기대 첫째, 학교폭력에 대한 심의기구 및 처분권자가 변경된다.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폐지되고,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자치위원회의 기능이 심의위원회로 전부 이관된다. 학교에서는 학부모 1/3을 포함한 전담기구를 구성하고, 전담기구가 사안을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학교장 자체해결 여부를 심의한다. 이후 학교는 해당 학교폭력사안을 교육지원청에 보고하게 된다. 이 같은 절차로 학교는 지금까지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어려움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 피·가해학생 조치에 대한 소송 당사자가 학교장이 아닌 교육장이 되기 때문에 소송으로 인한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되고, 자치위원회 개최를 위해 위원회 소집 및 연락, 회의 주관 및 회의록 작성·보관, 조치결과 서면 통보 등의 업무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교육청에서는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18학년도 자치위원회 심의 건수로 추정하면 교육지원청마다 매일 1~2회 심의위원회를 개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심의위원회를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인력과 공간이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대기실 3실(피해 측·가해 측·학교 측), 심의위원회실 2실, 사무실 1실 등의 공간을 상시 사용할 수 있어야 심의가 가능하다. 아울러 이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 초·중등 장학사, 변호사, 주무관 등으로 업무량에 따라 인원을 조정하여 배치해야 하고, 심의위원회 수당 등의 예산을 확보하여 차질 없이 심의위원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3월 이후, 학교폭력 사안처리가 지연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학생 보호, 가해학생의 분리조치 등으로 인한 민원으로 학교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수 있다. 셋째, 학교폭력 조치에 대한 피·가해 학생의 이의신청이 행정심판으로 일원화된다. 그동안 조치에 이의가 있을 경우 가해학생은 전학과 퇴학 조치에 대해서만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피해학생은 모든 조치에 대해 지역위원회에 청구하도록 분리되어 운영되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이의신청을 행정심판으로 일원화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문제는 2018년 서울의 경우 가해학생 전·퇴학 조치만 해당하는 학생징계조정위원회 86건, 피해학생의 모든 조치에 대한 지역위원회 212건으로 약 300건에 달한다. 여기에 가해학생의 이의신청이 더해지면 교육청 행정심판 건수가 400여 건을 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교육청의 준비도 역시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교육부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을 개정함에 있어,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법률간 모순이 발생하지 않고 꼭 필요한 내용이 빠짐없이 개정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에 대한 학교의 운영 매뉴얼 개발 보급 및 연수 등 행정적 지원도 필요하다. 아울러 교육지원청에 심의위원회 전담 인력 및 상시 개최를 위한 공간 구성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해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의 방향과 취지에 맞게 시행되고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하나고등학교의 영문약자는 HNS다. 사전적으로 풀면 하나스쿨(HANA SCHOOL). 하지만 여기에는 화합(harmony)과 전진(advance)을 통해 건학이념을 성공적(successful)으로 구현한다는 교육목표가 담겨있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라는 격랑을 뚫고 명문 사학으로 위치를 굳건히 한 하나고등학교. 공동체적 덕목과 협업을 강조하고 학생중심교육과정 운영과 體·德·智를 중시하는 학풍은 한국교육이 지향하는 선진교육 모델이라는 점에서 많은 학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조계성 교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하나고의 특징으로 4가지를 꼽았다. ▲사교육 없는 학교, ▲입시에 매몰되지 않는 교육, ▲학생중심 맞춤형 교육과정, ▲어려운 환경의 인재육성이 그것이다. 탈입시 교육 · 사교육 없는 학교가 1번 가치 사교육 없는 학교는 하나고가 추구하는 1번 가치다. 지난 2008년 설립 당시부터 ‘학생들이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는 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일관된 원칙이었다. 방법은 하나, 학교 공부만 충실히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게 해줘야 학생들이 학원을 기웃거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완전개방형 선택교육과정이다. 하나고는 사실상 무학년·무계열제로 운영된다. 대학처럼 수강신청을 통해 각각 스스로 시간표를 짠다. 교과목은 기초단계부터 고급 심화과정까지 다양하게 편성돼 있다. 수학에 흥미가 있다면 선형대수학이나 심화미적분학을 공부할 수 있고 경영이나 경제학과로 진로를 정했다면 경제수학을 선택하면 된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개설해준다. 단, 겉만 번지르르하고 운영이 부실하면 과감하게 퇴출한다. 법의학 입문과목은 대표적 케이스. 학생들이 원해서 개설했으나 내용이 너무 어려운 데다 형식적으로 치우치자 폐지해 버렸다고 한다. 선택형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준다. 스스로 진로를 설정하고, 계획하고, 도전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과정을 통해 자기주도력을 기르는 게 본질이다. 이는 또 하나고가 추구하는 인재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 보다 대학 졸업 이후 삶을 중시한다. ‘누가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 갈 것인가.’ 하나고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다. 조 교장은 문제풀이·정답찍기 교육으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기를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하나고가 수능 문제풀이보다 토론식·발표식·프로젝트·수행평가 위주 수업을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가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 갈 것인가” 하나고에는 대학 진학 실적을 알리는 플래카드 한 장 걸리지 않는다. 여느 고등학교들은 ‘○○대 ○명’ 하는 식으로 실적을 자랑하지만, 이 학교는 정반대다. 오히려 입학설명회 때 “SKY대학 가고 싶은 학생은 우리 학교에 오면 힘들어집니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점수 올리는 교육이 아니다.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교육, 미래를 이끌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라고 정확하게 설명해 준다. 그래서일까? 하나고 교사와 학생 만족도 조사는 일반 학교와 정반대 경향을 보인다. 대체로 일반 학교는 학교평가 때 교사 만족도가 높고 학생만족도가 낮지만, 하나고는 학생만족도가 교사보다 깜짝 놀랄 정도로 높다. 국제정치를 전공하고 싶다는 3학년 박진 양은 “관심 있는 국제경제·미시경제·거시경제 과목들을 배울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며 “공부하는 게 재밌다는 것을 하나고에서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사실 하나고는 전국형 자사고다 보니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다. 자칫 이기적 성향이 강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론 정반대. 학생들은 경쟁보다 협력을, 혼자보다 함께하는 데 더 익숙하다. 조 교장은 학생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공동체의식을 꼽았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공동체적 덕성을 함양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학생들 간 교육활동에서도 공동 프로젝트 수업과 같은 협업능력을 강조한다. 조 교장은 “앞으로는 지식을 흡수하는 역량이 아니라 지식을 생산하는 역량이 필요한 시대가 됩니다. 문제는 이것을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이죠. 각자 잘하는 능력을 모아 부가가치 높은 지식을 생산해 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협업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집니다.” 신입생 선발 때 체력장 실시... ‘1인 2기’ 교육 생활화 하나고 또 체육과 예술교육을 매우 강조한다. 대표적인 게 ‘1人 2技 교육’이다. 학생들은 3년간 스포츠 한 종목과 악기 하나는 반드시 마스터해야 한다. 소위 1인 1체육, 1악기 운동이다. 특히 체육은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 중 하나다. 조 교장은 체·덕·지가 하나고의 모토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고는 신입생 선발 때 체력장을 실시한다.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학업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불합격이다. 매년 입시에서 10% 정도의 학생이 체력장을 통과하지 못해 탈락한다. 어렵사리 합격해도 체육 활동은 계속된다. 수영은 전교생의 필수과목이다. 학교 측이 정한 목표는 200m 수영이다. 영법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은 200m를 헤엄칠 수 있어야 졸업한다. 체육과 예술의 조화는 하나고의 또 다른 키워드. 학교 건물 곳곳에 조그만 연주실들이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틈만 나면 이곳에서 피아노·바이올린·플롯 등 자가가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한다. 종종 두 명 이상 협주하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도 풀고 머리도 식힐 요량으로 많은 학생이 찾는다고 한다. 쉬는시간을 이용해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3학년 김세원 군은 “3년 동안 클래식 피아노·플롯·수영·농구·탁구 등을 제대로 배웠다”면서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수학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진로를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조 교장은 “튼튼한 체력과 풍성한 예술적 경험은 자신감과 창의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체와 덕이 조화를 이룰 때 지적 능력도 그만큼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하나고 학생들은 매년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인문·사회·과학·예술 등 각 분야에 관한 토론과 연구활동을 한다. 순전히 학생들 힘만으로 모든 것을 진행한다. 지난 8월 열린 올해 대회에서는 인공지능의 윤리성을 주제로 다뤘다. 학생들이 매년 펴내는 논문집엔 형사소송법부터 가짜뉴스 대응, 물리학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고교생 저작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도서실에서 만난 1학년 학생들의 손엔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토니 모리슨의 BELOVED와 정치학 이론서 마르크르라면 어떻게 할까? 등 영문원서가 들려있었다. 이번 학기 수업교재라고 했다. “어렵지만 재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계적인 명문고를 만들고 싶어요. 좋은 대학 많이 가는 학교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인재, 명실상부 글로벌리더를 배출하는 학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 교장은 “한국의 이튼스쿨이란 별칭이 부끄럽지 않게 한국교육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나고 속 하나고는… 한아름학당과 코딩스쿨 _ 한아름학당은 삶의 의미와 감성을 일깨우는 인문학교 과정,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과학학교 과정, 사회적 이슈가 되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마스터클래스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과정은 학점제로 운영된다. 코딩스쿨은 아두이노 분야를 알아보고 복합적 학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창의적·미래지향적 인재를 양성하고자 개설한 프로그램이다. 이론수업에 머물지 않고 반드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매경디플로마 _ 경제·경영분야에 열정을 가진 학생들에게 심도 있는 탐구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개설됐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산업체 현장체험과 경제경영전략위크숍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 생생한 직업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하나고와 매일경제가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하는 고교생 경제·경영프리미엄 교육활동이다. 자치법정과 공연활동 _ 하나고의 학생자치영역은 교육과정뿐 아니라 자치법정에서의 벌점 소명, 공공장소 사용예절, 학교 주변 야생동물 살리기와 같은 자발적 프로젝트까지 광범위하다. 학생자치 프로그램이 학생생활 전반에 걸쳐 있는 것이다. 또 학생들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주는 학교다. 3학년 학생들은 수능이 끝난 뒤 3년간 갈고 닦은 1인 2기를 바탕으로 체육대회·요리대회·졸업공연·지방 봉사활동·자선공연 등을 진행한다. 학생이 주인 되는 학교 _ 학교축제·체육대회·수학여행·나가자 캠프 및 공연활동은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 돼 즐기며 상호작용하는 활동이다. 평소 준비한 창작물이나 예술적 지식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자리로 모두가 역할을 갖고 주인공이 된다. 단체생활을 통해 자아를 찾고 즐김의 가치를 아는 인재로 육성한다는 교육목표를 구현하고 있다. 명사특강과 하나愛세이 _ 저명인사를 초청,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사회 각 분야 대가들과 만남을 통해 진로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받으며, 학생들은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게 된다. 특히 하나애세이의 경우 강연자와 학생이 멘토와 멘티로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학생특강 프로그램도 있다. 재학생이 직접 학생과 선생님들 앞에서 강연하는 프로그램으로 학생강사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엄격하고 치열한 선발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생 서로가 배우고 성장한다는 교학상장의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사회통합전형 _ 하나고는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다. 사회적배려대상자로 선발된 학생들이 각종 장학혜택으로 학업에 전념하고 있다. 학교 측은 선발뿐만 아니라 재학 중 교육프로그램에서 사회적배려대상자 학생들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활동 지원공간 _ 하나고는 서울 시내 자사고 중 가장 우수한 시설을 자랑한다. 한때 우수시설학교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미세먼지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곳곳에 233대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교장실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공간을 학생시설로 개방, 자율활동공간으로 지원하는 등 유연한 학교문화를 자랑한다. 공부하는 선생님들 _ 하나고가 최고의 명문고로 성장하는 데에는 교사들의 치열한 노력이 밑거름됐다. 교사들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수업혁신을 위한 현장연구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또 교사아카데미를 통해 학생참여중심의 교육활동과 수업개선 및 교사들 간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하나고 교사들은 학생 맞춤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미래사회 변화와 교육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똑같은 집, 똑같은 학교, 그리고 학원. 답답한 네모꼴에 우리 아이들의 학창시절이 담겨있습니다. 딱딱하고 규격화된 공간에서 어떻게 자유롭고 경쾌한 상상을 할 수 있을까요. 다채로운 형태미가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룬 곳, 우리 학교 도서관이 꿈을 이루는 지혜의 샘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잠동초등학교 도서실에서는 50여 명의 학생이 시간도 잊은 채 창가에서, 계단에서, 다락방 구석에서 책 속에 빠져 있다. 은은하면서도 상쾌한 원목향, 산뜻한 파스텔톤의 벽면, 책장에 가득한 2만여 권의 책들, 그리고 따뜻한 온기가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곳, 그곳에 꿈이 자라고 있었다. 학교와 학부모 의기투합... 최고의 도서실 탄생 잠동초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도서실 ‘글빛뜨락’이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지난 4월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의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에 시작했던 도서실 리모델링이 5개월여 만에 새롭게 탄생했다. 교실 두 칸을 합친 정도 크기의 글빛뜨락은 말 그대로 학교와 학부모, 학생이 하나가 돼 만들어낸 작품이다. 낡고 오래된 도서실, 삐걱대는 책장 사이를 오가던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이 학교 김경신 교장선생님이 리모델링 아이디어를 낸 것이 신호탄. 이어 학부모들로 구성된 도서실 명예교사 ‘생각두드림팀’이 동참했다. 명예교사들은 도서실 리모델링 TF를 꾸려 설계부터 디자인, 시공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을 펼쳐온 명예교사들이 다시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엄마들은 역시 강했다. 한번 마음먹자 도서실 리모델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엄마부대’는 발품을 팔아 인근 초등학교 도서관들을 누볐다. 서울 시내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도서실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였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북카페는 물론 인근 공립도서관과 외국사례까지 참조했다. 책 읽는 곳에서 정서발달 도움 주는 감성공간으로 마침내 9월, 학생과 학부모들의 소박한 바람으로 만들어진 글빛뜨락이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을까? 평범하던 출입문이 비정형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뀌면서 호감도를 높였다. “알라딘 마술램프처럼 저곳에 무엇이 있을까 호기심이 생기지 않나요?” 도서실에 대한 아이들의 고정관념부터 바꿔주고 싶어 색다르게 꾸몄다는 게 김 교장의 설명이다. 글빛뜨락 안으로 들어서자 교실 두 칸 크기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넓고 쾌적했다. 높낮이가 다른 물결형 천장과 가을 햇살 가득한 통유리창, 도서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원형 계단,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다락방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연구결과를 보니까 천장 높이에 따라 학생들의 집중력과 창의력에 차이가 있다고 해요. 그래서 한쪽 면은 천장 높이를 낮춰 집중력을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고 다른 쪽은 상대적으로 높여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설계했어요.” 학부모 강기원 씨는 아이들이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천정의 높낮이를 달리하고 물결형태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도서관 공간도 저학년·중학년·고학년 특성에 맞게 존을 설정했다. 초등학생이지만 1학년과 6학년은 정신적·신체적 격차가 크다. 당연히 성향도 다르다. 엄마들은 이점을 주목했다. 옹기종기 모여있기 좋아하는 저학년들을 위해 2층 다락방을 만들었다. 은은한 조명이 더욱 편안하게 해 주는 다락방, 뒹굴뒹굴 책 읽기 딱 좋은 곳이다. 도서실 가운데는 둥근 원형의자가 만들어져있다. 그리스 시대 아크로폴리스의 축소판처럼 여겨졌다.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위한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도서실 벽면은 통유리창과 자작나무가 어우러져 자연친화적 멋스러움을 더했다. 도서 대출 데스크는 널찍하다. 빌려 간 책을 반납하는 학생들이 편하게 올려놓을 수 있도록 큼지막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엔 직선이 드물다. 곡선의 미를 살려 정서적 안정감을 주면서도 사각지대가 나오지 않도록 책과 가구들을 세심하게 배치했다. 도서실을 알리는 글자 하나, 게시판 하나에도 색상과 디자인을 달리해 동심의 발랄함을 불어넣었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탓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20여 분 짧은 놀이시간에도 글빛뜨락엔 ‘고객’들이 넘쳐난다. 아기자기한 재미가 가득한 곳. 그래서일까. 글빛뜨락의 또 다른 이름은 펀(FUN)한 도서관이다. 즐겁다는 의미도 있고, 늘 상 보는 ‘뻔한’ 도서관이 아니라는 의미도 있다. 글빛뜨락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김 교장은 학부모들의 헌신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현장 소장님이 그러는데 이번처럼 힘든 공사가 없었대요. 엄마들이 매일 공사현장에 나오다시피 하면서 못질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통해 진땀을 흘렸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학부모들은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자재와 가구·조명기구도 직접 골랐다. 전체적인 통일감을 주기 위해 디자인·소품·사인물 계획까지 세심하게 따졌다고 한다. 엄마의 마음 가득한 도서실, 맘(mom)들이 아이 맘(heart)을 이끈 도서실 글빛뜨락은 그렇게 탄생했다. 선생님과 학부모가 함께 만든 도서실, 아이들 눈엔 어떻게 비쳤을까. 6학년 송희진 군의 첫마디는 “신기해요”였다. “분위기가 바뀌니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책도 잘 읽히고요. 앉아서 책 읽는 게 편해져 어린 동생들도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송 군은 책만 읽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상이라며 즐거워했다. 학교도서관은 학생들만 오고 가는 공간은 아니다. 학부모도 교사들도 즐기는 공간이다. 지친 몸을 달래는 쉼터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공간도 된다. “글빛뜨락이 초등학교 시절 영혼이 따뜻했던 곳으로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학부모 이성숙 씨는 “학교와 학부모 간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잠동초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어벤저스급 드림팀”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교육 1번지 서울 강남에 소프트웨어고등학교가 들어선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발 빠른 도전을 시작한 학교, 현재보다 미래의 가치를 중시하는 학교, 78년 전통을 자랑하는 단국공고가 내년 3월 단국대학교부속소프트웨어고(단대소프트고)로 학교명을 바꾼다. 단순히 학교 이름만 고쳐 부르는 것이 아니다. 기존 학과를 모두 폐지하고 소프트웨어고 성격에 맞게 인공지능소프트웨어·사물인터넷소프트웨어·게임콘텐츠 등 3개 학과를 신설했다. 올해 모집인원은 110명. 인공지능과 44명, 사물인터넷과 44명, 게임콘텐츠과 22명 등이다. 편견을 깨자 ① _ ‘취업’보다 ‘대학진학’이 우선 학교 정문에 걸린 전광판에는 단대소프트고 개교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개편이 아닌 개교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완전한 탈바꿈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꾼다는 의미의 개교(改校)와 새롭게 시작한다는 개교(開校)의 의미가 중의적으로 담겨있다.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2년부터. 인공지능·사물인터넷·게임산업의 인력동향과 산업전망을 치밀하게 분석하며 오랜 기간 학과개편을 준비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차별화 전략. 차세대 성장동력인 SW를 키워드로 선택했다. 우선 단대소프트고의 등장은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기능 인력양성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 실무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특성화고이지만 취업보다 대학진학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좀 더 우수한 인력을 사회에 배출하기 위해서는 대학 과정의 고등 전문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명 ‘3+4 시스템’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대학에서 4년간 이론과 실기를 더 익히면 총 7년 동안 소프트웨어를 전공하게 된다. 사회에 나가 최고의 실력으로 최고의 대우를 받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편견을 깨자 ② _ 대학교수와 함께 ‘전공 공부’하는 특성화고 두 번째 주목해야 할 것은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다. 이론과 현장의 실무를 익히는 입체적 교육과정이 단대소프트고의 가장 큰 특징. 이를 위해 교사진은 풍부한 현장경험을 가진 전문가와 대학교수들로 구성했다. 특히 게임학과의 경우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유명기업 실무진이 직접 수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이미 서울대·고려대·단국대 등 국내 유명대학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전공교수들로 강사진과 자문교수단을 꾸렸다”며 “학력과 경력 모두 내로라하는 실력파들”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 수업은 교수와 교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코티칭(Co-teaching)으로 진행된다. 대학교수와 교사의 협력수업은 일반 특성화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 시스템. 수업은 물론 자문위원 등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교수들만 10명에 이른다. 이원종 서울대 교수, 나연묵 단국대 교수, 홍태민 고려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 3월부터 소프트웨어 수업을 진행하는 정혜진 교수(단국대)는 “미국 대학에서 가장 학생들이 몰리는 분야가 컴퓨터공학과다. 그만큼 전망이 밝다는 증거다”라며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능력이 곧 실력인 세상에서 모든 학생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편견을 깨자 ③ _ ‘단순기술’ 아닌 ‘최고의 IT 전문가’ 양성 단대소프트고의 또 다른 강점은 단국대학교라는 든든한 후원군이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필요한 경우 단국대에서 직접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단국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해외대학 섬머스쿨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탠포드·UCR·미시건대 등 미국 명문대학들이 단대소프트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학기 동안 섬머스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외에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체코·크로아티아·홍콩 소재 대학들도 섬머스쿨에 참여한다. 특전도 있다. 섬머스쿨을 다녀온 학생이 그 대학으로 유학을 갈 때 어드벤티지가 주어진다고 한다. 대학진학과 유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학생들은 3년 동안 영어·수학·일본어 수업을 집중적으로 받게된다. 영어와 수학 등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야 정규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학생을 뽑는것 보다 좋은 학생을 만들어 내는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이제 곧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이 시작된다. 준비는 완벽하다. 이제 출발하면 된다. 그 출발을 함께할 올해 신입생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리고 그만큼 설레고 두렵다. “우수한 교사진, 파격적인 혜택, IT 산업의 메카인 테헤란로 및 판교와 인접한 최고의 입지조건 등 단대소프트고는 나무랄 데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특성화고 진학률이 가장 낮은 교육 1번지 강남에서도, ‘들어오고 싶어 줄 서는 학교’로 분명 성공할 것입니다.” 최종순 교감의 각오에서 근거 있는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 _ 산업 전 분야에서 AI 응용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전망이 밝다. 인공지능 관련 시스템 설계 및 프로그램 개발자·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인공지능 관련 서비스 기획자·빅 데이터 분석가·게임 개발자·그 외 인 공지능 및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산업 및 분야 등 무궁무진하다. 대학진학을 희망한다면 인공지능 및 정보통신·네트워크 관련 학과 등으로 길이 열려있다. 재학 중 OS자격증과 네트워크 기술자격증·파이선·프로그래밍·자료구조 및 데이터베이스 관련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주요 과목으로는 프로그래밍·컴퓨터시스템 일반·자료구조·시스템프로그래밍·데이터베이스프로그래밍·응용프로그래밍화면구현·빅데이터분석·로보지능개발 등이 있다. 사물인터넷소프트웨어과 _ 스마트 디바이스·유무선 네트워크·IoT서비스 플랫폼 등 자율적인 소통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가공·처리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거치는 첨단 분야의 종합 학문이다. 대학진학을 희망한다면 사물인터넷 관련 학과·정보통신 관련 학과·네트워크 관련 학과 등을 선택하면 유리하다. 주요 교육과정은 프로그래밍·디지털논리회로·자료구조·시스템프로그래밍·정보통신기기소프트웨어개발·네트워크프로그래밍·응용프로그래밍개발·사물인터넷서비스기획 등이며, 취업분야는 프로그래머·임베디드시스템 개발자·하드웨어 개발자·통신망 설계자·정보처리관리자·데이터베이스 관리자·컴퓨터 연구 개발자·컴퓨터 교육자·정보 컨설턴트 등으로 폭넓다. 게임컨텐츠과 _ IT·영화·애니메이션·캐릭터산업 등에도 연계파급 효과가 큰 대표 문화산업을 겨냥하고 있다. 정부가 게임을 음악·캐릭터·영화·뮤지컬 등과 함께 5대 글로벌 컬러 콘텐츠로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이어서 취업과 진학 모두 탄탄대로다. 실제로 취업은 게임제작자·게임개발자·게임기획 전문가·게임프로그래밍 전문가·게임디자인 전문가 등으로 진출이 활발하고 대학 진학은 게임·그래픽·네트워크 관련 학과 등으로 길이 열려 있다. 교육과정은 프로그래밍·컴퓨터그래픽·문화콘텐츠산업일반·게임디자인·게임 프로그래밍·스마트문화앱콘텐츠제작·응용프로그래밍화면구현·캐릭터 제작이 주요과목으로 꼽힌다.
“방아잎으로 만든 전 한 번 드셔 보세요.” 서울 종로구 한정식집에 갔더니 종업원이 부침개를 내놓으며 말했다. 푸른 방아잎을 넉넉하게 넣은, 노릇노릇한 방아잎 전이었다. 방아잎 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고소한 것이 별미였다. 막걸리 안주로 딱 좋을 것 같았다. 방아, 방아잎은 남부지방에서 배초향을 부르는 이름이다. 그래서 배초향이라면 잘 몰라도 ‘방아잎’ 하면 아는 사람이 많다. 배초향은 잎이 작은 깻잎처럼 생겼고, 원기둥 꽃대에 자잘한 연보랏빛 꽃이 다닥다닥 피는 꿀풀과 식물이다. 산에서도 자라지만 마당이나 텃밭 한쪽에 심어 잎을 따 쓰는 식물이기도 하다. 잎을 문질러보면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좋다. 영화 국제시장에도 등장한 경상도 필수 식재료, ‘배초향’ 한번은 서울 주택가를 지나다 가게 앞 조그만 화단에서 꽃과 잎이 풍성한 배초향을 보았다. 이 배초향 사진을 페이스북 등 SNS에 짧은 글과 함께 올려보았다. 배초향으로, 요즘 서울 시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방아, 방아잎이라 합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진한 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야생이지만, 사진처럼 집 주변에 심어놓고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데 쓰기도 합니다. (라벤더, 로즈마리가 서양 허브라면 배초향은) 우리 토종 허브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렇게 설명을 달았더니 뜻밖에도 경상도, 특히 부산 등 남해안 지역 출신 분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부산에서는 매운탕·추어탕에 꼭 들어가야 제맛이 납니다.’(박○○) ‘마산 장어국에 들어가는 필수 허브지요~~^^ 그리운 향입니다~~^^’(이○○) ‘어렸을 때 이것 넣어 전을 부쳐 먹었어요. 요새도 제 고향에서는 그러지요.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참 향긋한데….’(조○○) ‘난 경상도로 시집와서 이 향기를 너무 좋아해! 매운탕엔 필수. 근데, 배초향이란 이름은 처음 ㅋㅋ 우린 방아잎이라고 해.’(김○○) 반면 다른 지방 사람들은 ‘방아잎이 이렇게 생겼군요’, ‘아하 토종 허브군요~’, ‘동네 화단에 있는 배초향, 그저 무심히 보았는데…’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부산 등 남해안 일대에서는 대형마트 야채 코너에서 배초향 잎을 팩으로 팔정도로 흔한 식재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에도 배초향이 등장했다. 영화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 덕수와 부인이 바다가 훤히 보이는 옥상에서 살아온 인생을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이 옥상 텃밭에 배초향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작진이 영화 소품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운 아버지의 향기, 배초향 향기 김향이의 베스트셀러 동화 달님은 알지요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할머니와 살아가는 열두 살 소녀 송화 이야기다. 이 동화에도 배초향이 방아꽃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송화 아버지는 집을 나가 연락이 없는 지 오래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송화가 선생님 자전거를 얻어 탔을 때 ‘선생님한테서는 풀꽃 냄새가 났다. 칡꽃 냄새랑 방아꽃 냄새를 버무려 놓은 것 같은 냄새였다.’ “허리를 꽉 잡아라.” 자전거에 올라타며 선생님이 말하였다. 송화는 부끄러워서 가만히 있었다. “떨어져도 난 모른다.” 선생님이 갑자기 자전거 페달을 밟았고, 엉겁결에 송화가 선생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선생님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휘파람을 불었다. 선생님한테서는 풀꽃 냄새가 났다. 칡꽃 냄새랑 방아꽃 냄새를 버무려 놓은 것 같은 냄새였다. 송화는 선생님 등에 사알짝 얼굴을 대 보았다. `아빠 냄새도 이럴까` 송화의 뺨에 발그레하게 꽃물이 들었다. 칡꽃은 한여름에 산기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칡도 꽃이 피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자주색 꽃잎에 노란 무늬가 박힌 것이 상당히 예쁜 꽃이 핀다. 특히 칡꽃 향기는 정말 그윽하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좋다. 이런 칡꽃 향기와 배초향 향기를 버무려 놓은 것이면 어떤 향기일까. 송화가 생각하는 아버지 냄새가 그런 냄새인 것이다. 송화는 아버지가 없지만, 집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사는 영분이, 생물학자의 꿈을 키우는 영분이 사촌오빠 영기 등과 함께 산과 들에서 뛰논다. 그러다 불현듯 아버지가 이제 자리를 잡았다며 송화를 찾아온다. 아버지를 따라 도회지로 옮겨와 살지만, 송화는 고향 친구들이 그립다. 설날에 할머니는 전에 살던 마을 근처에 있는 망배단에서 굿판을 벌인다. 두고 온 고향, 이북 땅을 그리워하는 ‘통일굿’이었다. 할머니가 굿하는 것을 반대해온 아버지가 갑자기 북채를 잡으면서 북소리와 할머니의 춤이 한데 어우러진다. 이 책에는 방아꽃 말고도 많은 꽃들이 등장하고 있다. 송화가 앉아서 외로움을 달래는 ‘강가 습지에는 갈대와 부들이 배게 자랐고, 조리풀·수크령들이 얼크러져서 몸을 숨기기에 좋았다.’ 여기서 조리풀은 골풀의 다른 이름이다. 수크령은 길가에 흔히 자라는 풀로, 큰 강아지풀처럼 생겼다. 서울 청계천에도 물길을 따라 길게 심어놓았다. 송화는 아빠가 그리울 때 분꽃을 따서 입에 물거나 망초꽃을 따서 문질렀다. 망초꽃을 문지르면 ‘꽃밥이 으깨지면서 손끝에 노랑물을 들여 놓았다.’ 꽃밥을 으깼을 때 노랑물이 드는 것은 망초꽃보다는 개망초꽃이 맞을 듯하다. 송화가 길가의 쑥부쟁이를 꺾어서 검둥이 귓바퀴에 꽂아주면 ‘검둥이는 재채기하듯 몸을 털어 꽃을 떨구어 버렸다.’ 이처럼 작가는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책 마지막에도 글을 쓴 시점을 ‘1994년 분꽃 필 무렵’이라고 써놓았다. ‘훅’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전달되는 보랏빛 진한 향기, 꽃향유 배초향과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꽃향유와 향유가 있다. 둘 다 키가 60㎝ 정도까지 자라는데, 10월쯤 인왕산·우면산 등 서울에 있는 산에서도 보라색 꽃이 핀 꽃향유 무리를 볼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향기를 갖고 있다. 바람이라도 훅 불어오면 어지러울 정도로 향기가 진하다. 배초향은 꽃대에 빙 둘러 꽃이 피지만, 꽃향유는 꽃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피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꽃향유 꽃차례는 칫솔같이 생겼다. 향유도 꽃이 한쪽으로만 피지만, 꽃향유보다 꽃 색깔이 좀 옅고 꽃이 성글게 피는 점이 다르다. 야생화 공부를 막 시작했을 때, 서울 근교 산에서 처음 칫솔 모양으로 생긴 꽃향유를 보고 이름이 정말 궁금했다. 지금처럼 앱으로 물어볼 수 있는 시대도 아니어서 야생화 책을 한참 뒤져서 이름을 알아냈을 때 정말 기뻤다. 이 꽃은 왜 한쪽으로만 피는지 궁금해 다른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꽃 공부를 하면서 그 시절이 가장 재미있었다. 가끔 그때처럼 다시 열정과 호기심을 끌어올릴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DLS(Derivatives Linked Securities)라는 펀드 들어보셨어요? 많게는 원금의 95% 이상 손실이 나고 있습니다. 그 상품 구조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몹시 어렵습니다(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독일 국채의 금리에 연동된다는데, 그러니 투자자들이 진짜 제대로 알고 투자했는지 궁금합니다. 하나은행에서 판매한 DLS로 큰 손실을 본 저희 처이모님은 연세가 83세이십니다. 도박의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은 ELS 기본적으로 펀드는 투자자가 낸 돈을 운용사가 굴려서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가장 흔한(?) ELS(주가연계증권)나 ELF(주가지수연계펀드)는 올 상반기에만 투자액이 70조 원을 넘습니다. 이렇게 인기가 좋은데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할까? 제가 실제 투자하러 증권사나 은행 창구에서 깊이 물어보면 판매 직원도 다 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LS 구조는 ‘삼성전자 주가가 1년 동안 4~5만 원 안에서만 움직인다면 약정된 수익 4%를 지급하지만, 만기가 됐을 때 주가가 4만 원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이 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올해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이 7~10위안에 든다면 약정한 수익률 5%를 지급하는 상품도 가능합니다(그러니 도박의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기초자산(편입되는 상품)은 코스피지수나 홍콩H지수 같은 지수도 있고, 삼성전자 같은 특정 기업의 주가도 있습니다. 이들 지수가 하락해서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 손실이 크게 납니다. 물론 주가가 오를 경우에도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기본적으로 비대칭 수익구조이기 때문이다). 좋은 상품은 주가가 내릴 때 위험은 제한돼 있는 반면, 주가가 오를 때 위험은 제한이 없는 상품입니다. 주가가 범위를 벗어나 하락할 때 큰 손실이 날 수 있다는 말을 증권사는 “하방위험으로 ‘KNOCK IN’ 구간을 벗어나면 하방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라고 어렵게 설명합니다. 그들만의 리그 … 사모펀드 사모펀드는 그야말로 사적인(Private) 펀드입니다. 보통 49명 이하가 투자하고, 최소 1억 원 이상 보통 수억 원, 수십억 원씩 투자합니다. 한해 사모펀드 투자액이 300조 원이 넘습니다. 홈플러스를 6조 원에 인수한 토종 펀드 MBK도 일종의 사모펀드입니다(놀라지 말자. 국내 은행에 10억 원 이상 예금만 600조 원에 달한다). 당연히 사모펀드는 공모펀드보다 더 위험합니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덜 받습니다. 그만큼 위험을 인지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투자입니다. 당연히 상품이나 사모펀드 운영사의 능력도 큰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자산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뛰어들어야 합니다. 펀드 투자 7계명, 이것만 알고 투자하자 01 _ 원금 손실 가능성을 분명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창구 직원이 “설마 그렇게 되겠어요?”라고 답해도 분명하게 원금 손실이 가능한지 확답을 들어야 합니다(당신이 증권사 판매직원이라면 수익 위주로 설명하겠는가? 손실 위주로 설명하겠는가?). 02 _ 수수료를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HSBC은행이 운용하는 ‘A펀드’를 우리은행에서 판매할 경우, 우리은행은 판매수수료를, HSBC은행은 운용수수료를 뗍니다. 보통 판매수수료는 한 번 떼지만, 운용수수료는 매년 떼는 경우도 있습니다. 좋은 상품에 가입해서 만약 수익률이 5%나 났어도 판매 수수료 1% + 운용수수료 2% + 그리고 수익에 15.4%를 세금으로 내고 나면…? 사실상 은행 예금이자 수익과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03 _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움직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흐름을 어느 정도는 짚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금리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금리는 시장에 돈이 얼마나 풀리는지를 결정합니다. 시장에 풀린 돈의 양은 경기를 좌우하고, 자산의 가격을 결정합니다. 금리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펀드에 투자한다면, 이는 ‘해가 지는 시간도 모르고 산에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최소한 ‘경기 확장’ 국면인지, ‘경기가 하강하는 시점’인지는 알아야 합니다. 지금은 분명하게 후자입니다. 04 _ 인기 좋은 상품을 주의해야 합니다. 인기가 좋다는 말은 이미 그 상품에 투자자들이 계속 몰렸다는 뜻입니다. 또 그 상품이 손실 없이 수익이 꾸준히 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그 상품에 편입된 지수나 기업의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는 뜻인데, 지수나 주가는 계속 오를 수는 없습니다. 또 계속 올랐다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언론이 요란하게 기사화하는 상품에는 가급적 투자하지 마십시오. 금융사들이 집중적으로 보도자료를 뿌렸다는 뜻입니다. 05 _ 수익률이 아주 높은 상품은 그만큼 위험(RISK)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한때 유행했던 ‘브라질 국채투자’는 브라질 정부가 연 10%의 수익을 보장했습니다. 하지만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실질 환급금은 마이너스가 난 적이 있습니다. 바꿔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브라질 정부 채권이 연 10%나 이자를 지급한다는 말은, 그만큼 브라질 정부의 재정을 믿지 못한다는 뜻입니다(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은행 이자율은 연 56%, 터키는 19%, 이란은 18%나 됐다. 그만큼 그 나라 은행이 망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IMF 외환위기 때 우리 대우채를 1년 갖고 있으면 연 30%의 수익을 줬다. 대우는 곧 망했다). 06 _ 중간에 환매가 가능하지 않은 상품이 많습니다. 주식 직접투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바로 팔면 되지만, 환매되지 않는 금융상품은 고통스럽게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니 꼭 가입할 때 물어봐야 합니다. “중간에 환매해도 되나요?” 07 _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 은행이나 증권사(펀드판매사)는 우리에게 어떤 펀드를 권할까? 안전한 펀드? 수익률이 높은 펀드?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펀드를 권합니다. 수수료가 높거나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팔아야 하는 펀드를 우선 권합니다(월요일 회의에서 지점장님이 강조한 바로 그 펀드!). 그러니 내가 어떤 업종이나 지수 또는 기업에 투자할지 분명하게 알고 상품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불완전판매(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금융상품에 가입시키는 것)에 대한 금융당국의 처벌이 강화되면서, 금융사들이 가입 시 여러 장의 서류에 가입자가 실제 이해했는지 서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설명하는 직원 앞에서 계속 “잘 모르겠다”고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우물쭈물 서명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금융상품에 가입합니다(사실은 자신이 이해했는지조차 모르고 가입하는 때도 많다). 하지만 자신이 가입하는 상품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입하는 것은, 체력이 좋다고 무작정 사막을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이 찾는 목적지를 못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 펀드 투자의 첫걸음은 그 펀드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유명인사 자녀의 입시 관련 의혹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를 계기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에도 ‘학종’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번 일이 국민들에게 던진 파문은 예사롭지가 않다. 실제로 최근에는 ‘학종’을 폐지해야 한다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교육부가 나서서 확실하게 감독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학종’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학입시에 대한 ‘기본 국민정서’인 ‘공정성 원칙’에 어긋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입시의 공정성에 대해 다른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민감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대학입학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우리 역사에서 오랫동안 실시되었던 ‘과거제도’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제도의 핵심적 조건, ‘공정성’ 과거제도는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째는 신분 개방이었다. 원래 과거제도를 실시하려고 했던 목적은 귀족세력을 누르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귀족가문에서만 관리를 뽑던 것을 평민들에게까지 그 대상을 개방했던 것이다. 둘째는 능력 중시였다. 관리 선발 요건이 종전처럼 ‘신분’이 아니라면 자연히 ‘능력’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었다. 셋째는 공정한 운영이었다. 관리 선발을 출신가문이 아닌 오직 능력으로만 선발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능력 검증’과 ‘공평무사한 운영’이 요구되었다. 특히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어야만 백성이 과거제도를 지지하게 되고, 그래야 과거제도가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정성은 과거제도의 핵심적 조건이었다. 그러면 당시 사람들의 실제 정서는 어떤 것이었는지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살펴보자. (헌납 남효의가 아뢰기를) 형편대로라면 재상의 자제들이 반드시 먼저 과거에 합격할 것이니, 초야의 천한 선비가 어떻게 바랄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초야의 선비가 과거에 합격하기도 하고 부귀한 사람들의 자제가 합격하지 못하기도 하는 것은 공도(公道: 과거제도를 말함)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모두 과거가 중한 줄 알게 되고 따라서 공도를 보존하는 것입니다. -중종실록 15년 1월 경자 이처럼 당시 사람들은 ‘과거시험 합격이 집안의 위세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과거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이는 과거제도의 우월성을 믿게 되는 것을 넘어, 과거제도를 적극 지지하려는 정서를 형성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거제도의 미덕은 곧 공정성’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었고, 이러한 인식은 과거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통치자 역시 백성의 정서와 인식에 발맞춰 과거 운영의 최우선적 원칙을 공정성에 두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과거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은 시험 방식의 특징인 획일성과 관련이 있다. ‘누구든지’, ‘예외 없이’, ‘동일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든지 동일한 잣대가 제시되는 것 즉,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는 과거시험이 공평한 제도임을 각인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조선시대의 과거제도가 전해주는 메시지 오늘날 우리 국민에게 대학입시는 절대적 관심의 대상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자녀의 시험 준비에 모든 것을 다 쏟아 붓는 상황이다. 입시에 대한 학부모들의 공통된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시험의 공정성’이다. 학부모의 지위나 재력에 의해 합격이 좌우되는 편법이나 반칙이 허용되지 않고,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그런 입시일 때 학부모들은 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시험은 공정해야 한다’는 믿음이 우리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이유는 조선시대의 정서가 관성을 지닌 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오늘날 대학입시가 한 학생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상황이다. 외국에서는 대학 진학이 우리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은 시험의 공정성을 고민하는 수준이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그들은 입시에서 ‘공정성’보다도 학생의 ‘다양성’ 존중이라는 원칙을 우선시한다). 외국은 그렇지 않은데 우리만 유별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조선시대 과거제도는 지금의 우리에게 ‘시험은 공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삶의 조건이 유사하다면 시대와 상관없이 시험의 운영 원칙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혹시 우리나라 사회가 외국처럼 학력(학벌)에 집착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게 된다면 모를까, 그전까지는 우리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입시의 덕목은 바로 공정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조선시대 과거제도가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를 수용하는 것을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500년 전 정광필이 경고했던 조선시대판 ‘학종’, 추천제도 그렇다면 입시의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가? 우선 모든 수험생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선발해야 한다. 기준을 달리하여 여러 줄 세우기를 하게 되면 필히 각 기준 간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가급적 선발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혹자는 학생들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선발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주장은 어디까지나 교육적 논리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일 뿐 입시의 원칙, 특히 대학에 목을 매는 대한민국의 입시 원칙으로는 맞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입시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은 선발방식이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만큼 많은 편법이 개재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학종’은 여기에 얼마나 부합할까? ‘학종’에서 중요하게 따지고 있는 ‘전공과 관련한 학생의 열정·관심·노력·잠재가능성’이라는 것은 사실 얼마나 모호한 것인가? 이것을 판단하기 위한 학생들의 봉사활동·동아리활동·독서활동·경시대회·소논문 등은 또 얼마나 애매한 것인가? 객관적 기준도 없는 정성평가인 ‘학종’이라는 불확실한 전형 때문에 학생이나 학부모 할 것 없이 도움이 될 것 같은 활동이라면 맹목적으로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편법, 심지어는 불법도 불사하는 행동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우려는 이미 조선시대에 제기되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인 중종 때 영사(領事) 정광필은 다음과 같이 경계하였다. 제가 당초에 이 과거(시험이 아닌 추천에 의한 관리임용제도를 말함)를 실시하는 것을 바라지 않은 까닭은 다름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처럼 순박하지 않아서 뒷폐단이 많을 것이고…-중종실록 14년 12월 계해 여하튼 정광필의 언급에서 주목할 것은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시험방식이 명확한 기준이 없게 된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 가려고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명하고 화려한 유럽 ‘인싸’ 국가들의 복잡한 대도시보다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북유럽 국가들의 중소규모 도시 속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물론 ‘북유럽에서 호수랑 숲만 보다 보면 금방 질릴 것이다’라는 조언도 들었다. 하지만 이곳의 지리·역사·문화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으니, 관심과 궁금증이 더욱 커져만 갔다. 결국 나는 2018년 7월, 핀란드·스웨덴·덴마크 3개국의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그중 가장 오랜 기간 머물렀던, ‘앞선 복지·열린 교육·혁신’으로 유명한 핀란드를 소개한다. 원로원 광장의 동상, 핀란드를 알아가는 시작 핀란드 여행은 헬싱키(Helsinki)에서부터 시작된다. 헬싱키는 핀란드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이다. 하지만 인구 63만 정도로 우리나라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 헬싱키의 랜드마크는 헬싱키 대성당과 원로원 광장이다. 웅장한 신고전주의 양식을 자랑하는 헬싱키 대성당은 새하얀 외벽과 초록빛 돔 형태의 지붕이 포인트이다. 핀란드 여행의 ‘인증샷’을 찍기에 가장 적당한 곳이기도 하다. 성당 앞 원로원 광장의 한가운데에는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Александр II) 동상이 우뚝 솟아 있다. 핀란드 수도 한복판에 러시아 황제 동상이라니, 게다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웃나라 러시아(소련 포함)에게 지속적으로 침공을 당하며 시달려 온 핀란드가 아니던가. 이것은 마치 서울 광화문 광장에 이순신 장군 대신 이토 히로부미 동상이 있는 격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핀란드는 ‘감정’보다 ‘현실’을 선택했다. 강대국 옆에 있는 작은 나라가 생존하기 위한 선택은 ‘친(親)소련정책’이었으며, 전략적으로 러시아 황제의 동상을 이용했던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소련의 대규모 침공에서 2차례나 핀란드를 지켜낸 ‘핀란드의 이순신’ 만네르하임(Mannerheim)의 동상은 헬싱키 역 서측 광장으로 가면 볼 수 있다. 국가의 위기 앞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만네르하임의 스토리는 정말 드라마 같다. 핀란드 여행 전에 그가 소개된 책이나 인터넷 글을 미리 읽어보고 간다면, 말 위에 타 있는 늠름한 만네르하임의 모습이 더욱 멋져 보일 것이다. 수오멘린나,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나라 핀란드 원로원 광장에서 동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음식·잡화·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마켓광장과 부둣가가 나온다. 이곳에서 배로 20여 분 남쪽으로 가면 도착하는 섬이 바로 ‘핀란드의 강화도’라고 소개되곤 하는 수오멘린나(Suomenlinna) 요새이다.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섬에 요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얼핏 강화도가 연상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오멘린나 요새에는 과거 군사시설의 흔적인 성벽·대포·건물 등이 남아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내가 흥미로웠던 것은 수오멘린나 지명의 유래였다. 수오멘린나 요새의 원래 명칭은 ‘스베아보리(Sveaborg)’ 즉, ‘스웨덴의 요새’라는 의미이다. 핀란드를 600여 년간 지배했던 스웨덴이 러시아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조성한 것이 바로 수오멘린나 요새이기 때문이다. 결국 러시아의 손에 넘어간 수오멘린나는 100여 년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고, 길고 긴 지배가 끝나고 독립한 이후에야 지금의 이름으로 정해졌다. 이 정도면 ‘700년 간의 외세 강점지’와 같이 피해자 서사를 강조할 법도 한데, 핀란드 사람들은 이곳에 감정적인 수식어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핀란드의 요새(‘Suomen’은 핀란드, ‘linna’는 요새·성이라는 뜻이다)’라는 간단한 지명만 부여했다. 다만 이곳의 명칭에 대해 궁금해 하는 여행자에게 하나하나 핀란드와 주변국의 관계를 알 수 있도록 설명해주었다. 알고 나서 보니 이 섬 자체가 핀란드라는 국가의 현재를 알리는 상징적인 장소로 느껴졌고, 성벽 위에서 조용히 바람에 나부끼는 핀란드 국기가 더욱 의미 있게 보였다. 숲과 호수의 도시 탐페레를 내려다보다 핀란드에서 두 번째로 여행한 곳은 헬싱키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반 정도 북서쪽으로 이동하면 도착하는 탐페레(Tampere)이다. 인구 20만의 소도시이지만, 핀란드 내륙 지역에선 가장 큰 도시이다. 대부분의 북유럽 도시들과 달리 탐페레에는 바다가 없다. 대신 위쪽과 아래쪽에 각각 거대한 호수가 있다. 피하야르비(Pyhajarvi)와 나시야르비(Nasijarvi)이다(‘jarvi’는 핀란드어로 호수란 뜻이다). 탐페레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호수와 도시가 어우러진 풍경을 한눈에 보려면 높은 위치의 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탐페레에는 두 개의 타워가 있는데, 언덕 위에 있어서 두개의 호수를 다 조망할 수 있는 퓌니키 타워(Pyynikki Tower)에 오르기로 했다. 울창한 침엽수림 사이로 난 외길을 십여 분 걸어 오르면 이내 타워 입구에 도착한다. 허름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 정상의 전망대에 오르면, 왜 핀란드가 ‘숲과 호수의 나라’로 불리는지 알게 된다. 새파란 하늘, 하늘보다 더 푸르른 두 호수,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의 숲,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친환경 도시 탐페레를 조망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겨울에는 호수가 얼어붙어 그 위로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푸른색의 수면이 새하얗게 뒤덮인 모습을 상상해본다. 1층 카페에서 파는 도넛의 맛은 퓌니키 타워 여행에서 얻는 또 하나의 덤이다.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변신한 탐페레 퓌니키 타워에서 내려와서 탐페레 시가지를 가로질러 걸었다. 시가지 중앙에는 약 2㎞ 길이의 탐메르코스키(Tammerkoski) 강이 흐르고 있다. 수변공원에는 푸르른 나무와 잔디밭, 화려한 꽃이 피어 탐페레의 여름을 빛내고 있었다. 여러 시민이 수변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한가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다만 시내를 한참이나 걸었더니 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나도 탐페레 시민처럼 수변공원에 앉아서 휴식을 취해 본다. 2018년을 강타한 여름의 역대급 폭염에 탐페레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날 낮 기온이 이곳의 평년 기온보다 5℃ 이상 높은 26℃에 달했다. 우리보다 북쪽에 있어 에어컨이 필요 없던 여름을 보내던 핀란드인들도 앞으론 집·가게·차량 등에 에어컨을 더 많이 설치해야 하는 것일까? 강에는 커다란 댐이 있고, 댐 옆으로 높이 솟은 공장과 굴뚝이 보인다. 공장에서 매연이 나와서 시민이 휴식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은 공장 운영을 하지 않는다. 과거에 댐에서 생산된 전기를 바탕으로, 19세기 탐페레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산업도시로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풍부한 삼림 자원을 활용한 펄프·제지공업부터 시작하여, 기계·생명공학은 물론 최근의 노키아(Nokia)로 대표되는 정보통신산업까지 안 해 본 분야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공업이 쇠퇴하는 듯 보였다가, 지금은 어느새 문화도시로 탈바꿈했다. 과거 공장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박물관·미술관·영화관 등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시내에 무민과 앵그리버드 테마파크도 있으며, 매년 여름엔 락 페스티벌도 개최한다. 탐페레는 산업도시의 껍데기를 쓴 문화도시인 것이다. 탐페레의 변신 비결,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수많은 섬과 환상적인 노을이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 핀란드에서 다음 여행지인 스웨덴의 스톡홀름(Stockholm)으로 갈 때 발트 해(Baltic Sea)를 가로지르는 크루즈 선을 타기로 했다. 크루즈 선은 헬싱키와 투르쿠(Turku) 두 도시에서 저녁에 출항하여 야간 항해를 한 뒤, 다음 날 아침 일찍 스톡홀름에 도착한다. 나는 두 출발 도시 중 후자인 투르쿠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후자는 7시 30분에 탑승한 직후 배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곧바로 오후 9시 30분경의 아름다운 일몰 풍경을 보면 저녁 시간이 알차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일몰 시각은 7월 말 기준이다. 이렇게 여행 시기의 일몰 시각을 미리 알아보고 일정을 짜는 것을 추천한다). 게다가 탑승 직후부터 일몰 시각까지는 투르쿠 앞바다의 아치펠라고 해(Archipelago Sea)를 항해한다는 점이 끌렸다. 아치펠라고 해는 우리나라의 다도해와 유사한 핀란드 서남부의 군도(群島)가 있는 바다인데, 수많은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항해하다가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이 섬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르쿠에서 승선하여 곧 저녁식사를 하고 크루즈 선의 옥상으로 올라가니, 이미 많은 사람이 노을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배는 수많은 나지막한 섬들 사이로 유유히 통과한다. 마을이 있는 섬, 별장 한 채만 있는 섬, 갯바위 하나로 이루어진 섬 등 다채로운 모습의 섬들이 펼쳐진다. 섬의 개수는 기준에 따라 1만 7천~5만 개까지 다르게 본다고 한다. 심지어 지각평형반등(isostatic rebound)에 의해 지금도 이 섬들은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다는 지리학적 사실을 알게 되면 이 풍경이 더욱 신비로워 보인다. 수많은 섬과 잔잔한 바다, 서서히 바다 너머로 넘어가는 해와 함께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이 아름답다. 이 섬들이 얼마나 솟아올랐을지 후일에 다시 와서 볼 수 있을까? 크루즈 선 옥상에서 일몰을 본 뒤, 객실로 돌아가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스웨덴에 도착했다. 물론 하선한 후 출입국 심사는 받지 않고 바로 스웨덴으로 갈 수 있었다. 에필로그 핀란드는 비록 주변국들의 지배를 700년이나 받다가 뒤늦게 독립한 소국이었음에도, 자신들의 국가·국토·민족을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이 똘똘 뭉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핀란드의 사회 모습의 연장선에서 핀란드 교육을 바라보니, 공동체의 구성원을 키워내기 위한 교육을 중시하는 태도가 이해가 갔다.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눈에 선할 듯싶다.
학교가 시작하라 (마르그레트 라스펠트 · 슈테판 브라이덴바흐 지음, 류동수 옮김, 에듀니티 펴냄, 200쪽, 1만5000원) 교육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 우리는 10살 무렵에 진로를 정해 전문화된 교육을 하는 독일교육을 칭송하지만, 현지에서는 이 때문에 계층에 따라 진로가 정해지고 조기 경쟁이 심화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해결을 위해 독일에서는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육아휴직하고 딸과 세계여행 갑니다 (이재용 · 이서윤 지음, 북로그컴퍼니 펴냄, 356쪽, 1만6000원) 맞벌이 부부가 많다. 자녀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려는 마음이지만, 문득 돌아보면 가장 소중한 자녀와의 시간을 놓쳐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게 시작된 아빠와 딸의 세계여행. 유명 관광지를 향했던 방향타가 어느새 친구와 사람, 놀이터로 변해가는 192일간의 여행기가 펼쳐진다.
공부머리를 키우는 가족놀이 100 (이진영 지음, 유아이북스 펴냄, 384쪽, 1만7000원) 노는 게 공부가 될 수는 없을까? 한 괴짜 교사의 끊임없는 연구로 고안된 100가지 놀이를 담았다.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놀이가 아닌,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핵심역량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각각의 놀이를 어떻게 진행하고, 교과의 어느 부분과 연관 지을 수 있는지 상세히 소개한다.
사회적 공감 (엘리자베스 A. 시걸 지음, 안종희 옮김, 생각이음 펴냄, 388쪽, 1만8000원) 이 책에서 말하는 ‘사회적 공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감’과 차이가 있다. 미국의 공공정책 학자인 저자는 개인적 공감을 토대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 사회적 공감이라 말한다. 사회적 공감을 위한 방법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에 대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