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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 법률적 근거 「교육공무원법」 제49조(고충처리) ① 교육공무원(공립대학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원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누구나 인사ㆍ조직ㆍ처우 등 각종 직무조건과 그 밖의 신상문제에 대하여 인사상담이나 고충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아니한다. Q. 사립 교원의 경우에는 고충심사청구를 할 수 없나요? A. 사립학교 교원은 교육공무원법 제49조에 따른 고충심사청구제도의 대상이 아닙니다. 사립학교 교원의 봉급, 수당 등 보수에 관한 사항에 대한 법적 구제절차는 민사소송 등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해당 건으로 소송까지 가기에는 실익이 없기 때문에 해당학교의 관할청에 민원, 지도·감독을 요청하는 형태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Q. 견책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고충심사청구를 할 수 있나요? A. 징계 처분의 구체를 위해서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청구를 하셔야 합니다. 시정이나 구제, 쟁송의 절차가 다른 법률에 명시된 사항에 대해서는 고충심사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징계나 불이익 처분 등 소청심사의 청구대상이 되는 사항, 감사원의 판정이나 처분에 대한 재심의 또는 심사청구에 관한 사항, 공무원 연금 급여 심사에 속하는 사항 등은 제외됩니다. 또한 국회의 협력이 필요한 사항(예산 조치의 요구 등), 교육청으로는 시정할 수 없는 사항(전체 공무원 보수 인상 등)과 같은 국가사무의 관리 운영에 관한 사항, 집단적으로 청구한 고충이나 불만사항 등은 고충심사대상에서 제외됩니다. Q. 고충심사청구는 어디에 해야 하나요? A. 부교수 이상의 대학교원, 대통령이 임용하는 장학관 · 교육연구관, 교장·원장은은 바로 중앙고충심사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중앙고충심사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맡고 있습니다. 그 외의 교육공무원은 보통고충심사를 반드시 거친 뒤에 중앙고충심사청구를 해야 합니다. 보통고충심사는 시·도교육청 교육감에게 청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교육청 민원실이나 교원고충처리 업무 담당자에게 고충심사청구서를 제출하시면 됩니다. Q. 고충심사청구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나요? A. 고충심사청구서의 일정한 서식은 없습니다. 고충심사를 청구하는 교육공무원의 성명, 생년월일, 소속기관명과 직급, 주소, 청구의 취지 및 이유를 기재하시면 됩니다. 청구취지는 고충심사청구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고충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하시면 됩니다. 또 청구 내용에 대한 근거 등을 증빙서류가 있을 경우 이를 첨부하시면 됩니다. 청구서에 흠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청구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청구인에게 보완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청구인이나 학교장 등의 출석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의 출석이 필요한 경우에는 심사일 5일 전까지 출석기일 통지서를 전달하게 됩니다. Q.. 고충심사결과는 언제 나오게 되나요? 재심을 청구할 수도 있나요? A. 고충심사청구서가 접수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결정을 하도록 돼있습니다.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고충심사위원회의 의결로 30일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보통고충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심사결과 통보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중앙고충심사위원회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시면 됩니다. 재심청구를 할 때는 보통고충심사위원회의 결정서를 첨부해야 합니다. 중앙고충심사위원회의 결정은 강한 권고의 성격을 갖지만 법적인 기속력이 없어 결정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소송 등의 불복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Q. 고충심사위원회는 어떤 결정을 내리나요? A. 공무원고충처리규정에 따라 고충심사위원회의 결정은 아래와 같이 구분합니다. 1. 고충심사청구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처분청이나 관계 기관의 장에게 시정을 요청하는 결정 2. 시정을 요청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나, 제도나 정책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처분청이나 관계 기관의 장에게 이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하는 결정 3. 고충심사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청구를 기각(棄却)하는 결정 4. 고충심사청구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청구를 각하(却下)하는 결정 가. 고충심사청구가 적법하지 아니한 경우 나. 사안이 종료된 경우, 같은 사안에 관하여 이미 소청 또는 고충심사 결정이 이루어진 경우 등 명백히 고충심사의 실익이 없는 경우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교권침해 신고 건수는 2018년 2,244건, 최근 5년간(2014~2018) 1만 5103건 이라고 한다. 교권침해를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학교현장의 정서를 고려하면 통계상의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다행히 2019년 4월 16일 개정된「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이라고 함)이 2019년 10월 17일부터 시행되었다.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학생에 대하여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마찬가지로 기간제한이 없는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처벌을 강하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피해교원이 병가를 내거나, 전보를 가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권보호 또는 교육활동 보호를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의식 변화에만 맡겨두기는 어려운 현실이며, 이제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교권과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지극히 주관적인) 개선 방안을 살펴보자. 1. 교권 개념의 확립 흔히 ‘교권’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법률에서는 교권의 개념을 정의하거나 구체화하지 않고 있어 교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불분명하다. 따라서 교권을 교사의 특수한 지위에서 인정되는 교사의 권리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부모에게 인정되는 친권처럼 법률로 교사는 교권을 가지며, 교권의 내용과 범위는 이러이러하다고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가능하다면 향후 개정되는 헌법 조항에 명시되면 더욱 좋다. 2. 학교 현장에 맞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구체화 교원지위법 제15조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를「형법」의 상해와 폭행의 죄, 협박의 죄, 명예에 관한 죄, 손괴의 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성폭력범죄 행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 행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법정보 유통 행위, 그 밖에 교육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로서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 장관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 고시」를 통하여 형법의 공무방해에 관한 죄 또는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범죄, 교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그 밖에 학교장이 위반한다고 판단하는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행위라고 고시하였다. 교원지위법 및 교육부 고시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형법상의 범죄 행위가 대부분이며 학교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교원지위법 및 교육부 고시에서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①교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③그 밖에 학교장이 위반한다고 판단하는 행위인데 ①성희롱을 제외한 ②, ③의 행위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예방적 효과 및 실효성이 전혀 없다. 따라서 학교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교육활동 침해의 유형인 ①동일한 내용으로 수회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 ②업무시간 이외에 유선이나 SNS로 연락하는 행위, ③사전에 약속을 잡지 않고 학교를 방문하여 일방적으로 면담을 요구하는 행위, ④학생에게 녹음기를 들여보내서 교육활동을 무단으로 녹음하는 행위 등을 교육부 고시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 3.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의 실효성(강제력) 확보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1. 교육활동 침해 기준 마련 및 예방 대책 수립, 2.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3. 교원의 교육활동과 관련된 분쟁의 조정, 4. 그 밖에 학교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을 심의한다(교원지위법 제19조 제2항). 그런데 ‘3. 교원의 교육활동과 관련된 분쟁의 조정’은 법적구속력이 없고 권고적 효력에 그쳐서 실효성이 없다. 이에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을 위반하였을 때 제재조항을 마련하여 강제력(구속력)을 부여하여야 한다.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활동 침해로 결정하였을 때 교육활동 침해자에게 학교 출입 금지, 교원에게 정보통신망을 통한 메시지 전송, 전화 발신 금지 등의 의무사항을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면 교육감에게 요청하여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심의 결과 교사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면 담임(교과)교체, 교사의 지도방법 변경 등의 조치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4. 교실 내 CCTV 설치 학교의 복도, 출입문에는 학교폭력예방을 위하여 영상정보처리기기(CCTV)가 설치되어 있으나 교실 내에는 아직까지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는 1.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2.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3.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4. 교통단속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5. 교통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실은 학교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되거나 학교 내 구성원이 합의한다면 현행 법령하에서도 교실 내 CCTV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권침해, 교사의 자율성,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교실 내에는 CCTV 설치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2월 23일 서울특별시교육감에게 교실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행위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하여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CCTV로 인하여 교실 내에서 생활하는 모든 학생과 교사들의 행동이 모두 촬영되고, 지속적 감시에 의하여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되어 인권침해소지가 있는 만큼 교실 내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2018년 기준 공공기관에 설치된 CCTV는 103만 2879대일 정도로 대한민국은 CCTV의 사각지대가 거의 없는 나라이며, 거의 모든 자동차에 블랙박스에 설치되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도로에서 하루에도 수백 대의 자동차 블랙박스에 나의 모습이 녹화되고 있다. 학교가 아닌 학원·도서관·백화점·카페·식당 등 우리가 생활하는 실내 공간 대부분은 이미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교실 내 CCTV는 교사가 억울하게 체벌·아동학대 가해자가 되었을 때 교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강력한 보호 수단이 될 수 있고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실 내 CCTV 설치를 이제는 마냥 반대만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5. 아동학대 규정의 구체화 아동학대범죄는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양부모)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대상으로 하였는데 요즘에는 교사의 일회적이고 우발적인 신체접촉·훈육·생활지도가 신체학대·정서학대·방임 등의 아동학대로 처벌되고 있다. 아동복지법상의 금지행위는 금지행위의 추상성·광범위성 등이 명확성의 원칙,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과 관련하여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아동복지법상의 학대가 형법상의 학대보다 법정형이 높음에도 법원은 “아동의 경우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필요성이 있어 성인에 비하여 보호가치가 크다고 할 것이므로, 아동복지법상 학대의 개념을 형법상 학대의 개념보다 넓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인천지법 2015고단612 판결) 아동복지법상의 학대를 형법상의 학대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방임은 ‘행위의 반복성’과 ‘결과적 기준’을 필요로 하는데 논란이 된 고속도로 휴게소 사건에서 법원은 우발적·일회적 행위임에도 교사의 방임을 인정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18노1960). 최근에는 정서적 학대로 민원 또는 고소당하는 교사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교사들은 생활지도·훈육 등의 적극적인 지도를 기피할 것이고, 이는 학교의 교육 포기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학교는 인성교육·전인교육의 장이 아닌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학원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교사의 훈육·생활지도범위를 명확히 하고 일회적 행위임에도 무분별하게 아동학대범죄로 신고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의 개념에 ‘지속성’ 또는 ‘반복성’ 요건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6. 보호자의 민원으로 인해 학교가 인지한 아동학대·성범죄는 신고의무 대상에서 제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학대나 아동 대상 성범죄는 교직원에게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고의무는 학생(아동)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나 성범죄는 학교가 신고하지 않으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학교 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나 성범죄는 학교가 신고하지 않으면 은폐될 수 있음으로 교사에게 학생에 대한 후견인·보호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보호자가 인지하고 있는 아동학대나 성폭력 사안은 보호자가 독자적으로 신고할 수 있으므로 학교(교사)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학대·폭력이라는 말만 나오면 학교는 기계적으로 수사기관에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교육청에 보고하고 있어 신고의무가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가 상담하면서 신고나 처벌은 바라지 않고 교사의 사과면 충분하다고 하여 신고하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미신고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여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 신고의무를 부과한 취지에 맞게 보호자가 인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가 인지한 아동학대나 성범죄는 당연히 신고를 하여야 하나, 보호자의 민원으로 인해서 학교가 인지하게 된 사안은 신고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7. 고의·중과실에 의하지 않은 교육활동 중의 형사적 책임은 면책 법률위반이나 고의 중과실이 없음에도 학부모의 감정적 이유로 고소되어 고통을 겪는 교사들이 많다. 교육활동으로 인해 민·형사 소송이 제기되면 교육청은 교사 개인의 문제이므로 개인이 알아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교통사고로 상해를 가하더라도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대부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교사는 학교안전사고, 학교폭력 발생 시 주의의무 위반이나 직무유기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무죄 또는 불기소 처분을 받더라도 법적인 불이익 또는 심적인 고통을 겪는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감정적·소모적 분쟁으로 인한 교육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학교안전공제회의 보상 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은 교통사고와 같이 형사책임을 면책시켜 주어야 한다. 교통사고도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형사처벌이 면책되는데 열심히 지도한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경천애인, 110년 전통의 민족 사학 제주 신성여고의 건학이념이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일평생 가톨릭 수도자로 살다간 독립운동가 최정숙 선생이 세운 학교답게 경건한 학풍을 자랑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믿음이 가는 학교’, ‘희망으로 충만한 학생’, ‘사랑으로 가르치는 교사’, ‘소통하는 학부모’를 교육 이상(理想)으로 내걸고 건학 이념을 실천해온 신성여고. 민족혼과 신앙심에 기초한 공동선인·창조인·자주인·영성인을 양성하는 제주 최고의 명문교로 손꼽힌다. 신성여고는 종교 사학답게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다. 인재 양성의 최우선 목표를 공동선인에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랑·봉사·협력·연대의 공동체문화를 내면화한 창조적 인재 양성에 교육활동의 포커스를 맞췄다. 공동체의식을 갖고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사람이 첫 번째 덕목인 것이다. 이를 위해 신성여고는 공감능력를 기르고 나눔을 실천하는 교육활동에 주력한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사제동행 프로그램 ‘공감사색 북콘서트’와 국제 봉사활동이 대표적이다. 공감사색 북콘서트는 1~3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신청 받아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5학기 동안 운영되는 독서프로그램이다. 학생과 교사들이 인문·사회·과학·기술·예술 등 각 분야별 도서를 선택한 후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넓혀가는 활동이다. 정규 수업시간에는 나눌 수 없었던 깊이 있는 대화가 가장 큰 장점이다. 이뿐 아니다.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교육을 목표로 운영되는 ‘신성 리버럴 아츠 스쿨’은 독서교육 활동의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기본과정·심화과정·전공과정 등 3단계로 나눠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과정은 인문·사회·과학·기술(인공지능) 등 네 분야의 책을 함께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으로 운영된다. 심화과정은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국·영·수 등 주요교과와 사회·과학·체육·예술 등 정규교육과정에 개설된 분야를 학기당 1과목씩 선택해 심화학습을 한다. 3학년 전공과정은 인문학부터 의약학까지 희망전공별로 K-mook 강의·테드 강연·학술논문 서비스 등 전공 탐색과정이다. 이외에 다양한 스포츠클럽활동과 문화예술동아리,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은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나눔 실천 위해 몽골로 봉사활동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학 생들은 지난해 7월 몽골 에르산덴트 지역을 찾아 자원봉사활동을 벌였다. 학생들은 몽골 올란바트로 외곽에 위치한 이곳에서 아무데나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한군데 모아 처리할 수 있는 울타리 설치 작업에 일손을 보탰다. 작업 후에는 몽골 어린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티셔츠에 물감으로 글자나 그림을 새겨 넣어 나눠주며 우의를 다졌다. 이와 함께 제기차기·윷놀이·공기놀이 등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의 벽을 허물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았다. 학생들과 봉사활동을 다녀온 권진숙 수녀는 “우리 학생들이 부채춤을 추면 몽골 학생들이 전통춤을 선보이는 등 문화 예술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며 “특히 말이 안 통해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했지만, 서로를 향한 우정과 사랑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학교에서 봉사부 학생들이 중심돼 수집한 학용품과 의류 등 푸짐한 선물을 전달해 현지 어린이들을 즐겁게 했다. 봉사활동 참가 경비는 학생들이 평소 용돈을 모으거나 천연비누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으로 항공료 등 경비 일부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성식 교감은 “학생들의 해외봉사활동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눔의 가치를 몸소 느끼는 산교육장이 되고 있다”며 “참가 학생들의 반응이 갈수록 좋은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 실시할 것이며 그 무대도 다른 국가로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고 밝혔다. 글로벌 연대 자원봉사활동인 ‘세상을 잇는 그림책다리’ 행사도 신성여고의 오랜 전통.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그림책다리 활동은 한국의 정서와 문화, 꿈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책을 학생들이 영어로 번역해 가난한 지역이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보냈다. 지난해 6월 학생 18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그림책다리 행사에서 번역된 동화책은 교내 봉사활동 동아리인 비데스가 몽골 봉사활동 때 가져가 그곳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국내 한 출판사가 책을 반값에 판매함으로써 구매비용을 절약, 학생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스튜디오 만들어 온라인공동교육과정 운영 신성여고는 또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3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신성여고를 지정했다. 이로써 앞으로 3년간 교육과정 모델을 발굴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실천하게 된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교는 영역별·단계별 선택이 가능한 다양한 교육과정이 개설되고, 학생은 학년 구분 없이 과목을 선택 수강할 수 있다. 수업과 연계한 과정중심평가와 성취평가제가 적용되어 과목별 성취기준을 도달하면 학점을 이수하게 되고, 미이수한 경우에는 보충프로그램을 받게 된다. 이를 위해 신성여고는 학교 내에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교실 절반 크기의 스튜디오에는 심플한 첨단 방송시설이 갖춰져 있다. 학생들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방송 현장을 보며 공부할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도 배치했다. 신성여고가 선도적으로 실시하는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은 희망 학생이 적거나 교사 수급이 어려운 소인수 심화과목을 대상으로 여러 학교 학생들이 수강하는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교육과정이다. 실제로 지난 2학기부터 ‘국제정치’, ‘물리학Ⅰ’등 2과목을 개설, 11개교 101명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다. 박흥률 교장은 “온라인공동교육과정 운영은 선택교과목 개설이 어려운 읍·면 지역의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과목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개인의 소질과 적성·진로에 맞는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신성여고는 또 다양한 과학교육 프로그램으로 21세기형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학·과학 능력 우수학생들을 대상으로 토론교육을 하는 ‘특별과학반’, 일반 물리학을 주교재로 전자기학·양자역학 등 주요 의제 중심으로 그룹 스터디를 하는 ‘물리학 스터디’ 등이 눈길을 끈다. 물리적 현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고 원인과 결과를 밝혀내는 ‘물리2 아카데미’도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성여고하면 민족사학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설립자 최정숙 선생은 제주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이다. 지난 1909년 신성여고의 전신인 신성여학교 1회 졸업생이기도 한 그는 1919년 3.1운동에 참가했다가 투옥된 이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이후 1946년 신성여중 교사로 교육자의 길에 들어선 이래 1953년 6.25전쟁의 상처가 아물 무렵인 1956년 신성여고를 설립한다. 그는 특히 제주도 초대 민선교육감을 지냈으며 동시에 국내 1호 여성교육감이기도 했다. 신앙인으로 교육자로, 독립운동가로 살았던 최정숙 선생의 염원이 깃든 신성여고. 초겨울 첫추위가 매서운 12월. 학교를 찾았을 때 교실에선 수능 성적표가 나눠졌다. 성적이 적힌 하얀 종이를 든 채 교문을 빠져나오는 학생들. 그 씩씩한 발걸음 뒤로 한라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레트로(Retro)’가 유행이다. 디지털시대에 지친 현대인들이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찾고 있다. 다시, 인문학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작은 동네서점들이 인기를 끈다. 아마도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온기’를 다시금 느끼고 싶은 탓일지 모르겠다. 이번 호부터 교육현장에서 오랫동안 인문학 발전을 위해 힘쓴 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가 교사들이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학교상황 속에서 인문학적 요소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었는지 소설로 풀어냈다.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교사를 위한 인문학 소설을 만나보자.편집자 꽃지초등학교에 새로 부임해온 현제명 교장은, 노래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학기 말이 되자 각 학년 반별 합창대회 계획을 발표했다. 3학년 3반 담임 임이랑은 기어코 일 등을 해야겠다는 열정에 달떠 있었다. 한 반 아이들이 20명에 불과했다. 합창에 참여할 사람을 고르고 어쩌고 할 여지가 없었다. 모두 참여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자연 음정을 못 맞추는 아이들이 끼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노래라면 고개를 내젓는 아이들도 있었다. 임이랑은 열정 하나로 아이들을 다독였다. 아이들이 지루해할라치면 간식거리를 사다가 먹이기도 했다. 간식을 사러 가는 일은 5학년 1반 담임 신천강 선생이 거들어주었다. 임이랑은 신천강 선생에게 선곡이며, 아이들 다루는 법 등을 물었다. 요즈음 애들이 별을 못 보고 자라는데, 노래로나마 별에 관해 관심을 두게 하자면서 이병기 선생의 ‘별’을 추천했다. 임용고시를 공부하는 중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시였다. 작곡자는 이수인이었다. 아이들은 자기 음정을 맞추지 못하고 다른 친구를 따라 불렀다. 다른 건 몰라도 파트별로 자기 음정으로 노래하도록 하는 방법이 없었다. 신천강 선생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우리 애들 음정 좀 잡아줘요.” “어떤 노랜데? 애들이 음정을 못 맞춰요?” 임이랑은 노래 대신 이병기의 ‘별’ 첫 절을 읊었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그거 나도 좋아하는 시야.”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은 사실 ‘별들’이야. 별도 혼자는 속삭이지 못하거든.” “제법 시적이네,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그랬지.” 그렇게 호흡이 맞아, 신청강은 임이랑 선생 반 아이들의 합창을 지도하게 되었다. 합창 지도가 끝나면 둘이는 모래벌판이 펼쳐진 바닷가로 나갔다. 모래사장에 이어 갯벌이 펼쳐진 끝에 섬 둘이 마주하고 서 있는 게 보였다. 임이랑이 꽂지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아 온 이후 꼭 무슨 전설이 있을 듯한 섬이란 생각을 했다. 누구한테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저 섬이…, 이름이?” 임이랑이 물었다. 아직도 그걸 모르냐는 듯이, 임이랑을 바라보던 신천강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라 흥덕왕 말년이라니까 1천2백 년 전인데, 장보고가 안면도에 해군기지를 설치했다는 거라, 당시 사령관으로 승언이라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인데, 안면읍 승언리? 그렇지, 그 지명 연유가 그래. 사령관 승언의 아내는 ‘미도’. 승언대장이 출정을 나갔다가 안 돌아오는 거라…. 아내가 바닷가에 나가 기다리다가, 마침내 죽어서 바위가 되었대. 그게 저 너부데데한 할매바위고, 어느 파도 무섭게 설레던 밤 승언대장이 파도에 떠밀려오다가 어떤 바위에 걸려 자지러져 깨어보니, 그게 미도의 몸인 거야. 그래 같이 절명해서 저 할배바위가 되었다는 거라. “두 바위가 왜 포옹을 하지 않고?” “떨어져 있어야 더욱 간절하지.”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유성이 하나 흘러가고 그게 ‘샤를르마뉴의 길’이라고 목동이 얘기하잖아. 그게 우리나라로 하면 신라 때, 그 무렵인 거 같은데?” “이렇게 앉아 있으니까, 우리가 별이 된 거 같잖아? 서로 반짝이는….” “나중엔 홀로 서서 별을 헤겠지. 나 속이 나빠 먼저 들어갈래.” 임이랑은 슬그머니 건너오는 신천강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섰다. 신천강은 돌아서는 임이랑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웃었다. 경연대회를 한 주일 앞둔 수요일이었다. 오랜만에 회식이 있었다. 회식이래야 자기 주머니 털어서 하는 것이라 별다른 흥이 없었다. 현제명 교장만 신이 나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데까지 이르렀다. 자청해서 노래를 불렀다. 산들바람이 산들 분다…. 노래가 절정을 행해 달려갈 즈음이었다. 이인문 교감이 가방을 챙겨 들고 일어섰다. “왜 가시게? 한 곡 하고 가셔야지요.” “현제명 노래, 이제는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결국 현제명 교장선생의 가곡을 끝으로 파장이 돼버렸다. 신천강이 임이랑을 바래다준다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속이 꼿꼿해지는 터라 걸어가기가 내키지 않았다. 걷기로 한다면 20분은 착실히 걸리는 거리였다. 교장과 교감이 사이가 버성그러지는 것은 대강 알았지만, 오늘처럼 노골적으로 들이받는 건 잘한 일은 아닌 듯했다. 다른 선생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그것은 면박이었다. “교감선생 왜 그런대? 너무한 거 아냐?” 신천강은 차 속도를 늦추면서 말했다. 현제명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우리나라 초기 음악가…? 산들바람 가사를 정인섭이라는 이가 썼거든…. 해외문학파 친일인사 그렇잖아? 전에 현제명이 작사 작곡한 ‘희망의 나라로’를 불렀다가, 일이 요란하게 벌어졌더라니…. 엔포세대가 사는 헬조선에서 무슨 놈의 희망의 나라냐 하면서, 맥주잔을 차마 교장에게는 끼얹지 못하고 자기 얼굴에다가 끼얹은 거잖아. 좋은 분들인데…. 역사의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사니까 그렇게 되더라고. “지금 무슨 얘기 하는 거야?” “이런 게 인문학이라는 거잖아? 인문학? 그건 교감학문이네, 교감 이름이 이인문이니까, 교감선생 투로 말하면 이인문학이 되잖아?” 신천강은 입을 다물고 차를 몰았다. 승언교를 얼마 앞두고서였다. 숲에서 고라니가 튀어나왔다. 신천강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익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추고 고라니는 가까스로 로드킬을 면하고 건너편 숲으로 사라졌다. 뱃살이 꼿꼿한 채로 썰렁한 자리에 들었다. 눈이 알알하고 잠은 멀리 달아났다. 자정이 지나면서 아랫배 옆구리가 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몸을 어떻게 추스를 도리가 없었다. 임이랑은 신천강에게 전화를 했다. 저기 나 병원, 병원, 죽을 거 같아. 술 안 마시기 잘했네. 약간 꿍덜거리는 어투였다. 십 분이나 지났을까, 밖에서 차 세우는 소리가 들렸다. 면소재지 승언병원에서는 손을 쓸 수 없으니 태안읍으로 나가라는 것이었다. 태안으로 가는 동안, 임이랑은 배를 움켜쥐고 뒹굴다시피 했다. 신천강은 느긋하게, 노래를 불렀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별만 서로 반짝인다… 아이고 죽을 거 같아…. 그렇게 쉽게 안 죽어…. 급성맹장이라고 했다. 맹장을 수술하고 닷새가 지나 안정을 되찾았을 무렵이었다. 그날이 합창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아이들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가는 가라앉고, 가라앉았던 얼굴들은 유튜브 음악을 따라 다시 눈앞에 어른거렸다, 합창 연습을 하는 동안, 교과수업에서 얻지 못할 튼튼한 끈이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그날 저녁 무렵, 이인문 교감선생이 문병을 왔다. “견딜 만해요? 요새 맹장염은 병도 아니라니까. 아무튼 합창 일등을 축하합니다.” 임이랑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다가 아랫배가 찍어 잡아당기는 통에 다시 눕고 말았다. 신천강이 다가가 침대를 세워주었다. “선곡을 아주 잘 했더라고. 아주 평이한 신데, 말하자면 인간이 우주적 존재라는 깨달음을 주는 그런 시지요.” 이인문 교감은 간이의자를 침대 곁으로 끌어 앉으면서 이야길 시작했다. 애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그 내용을 얼마나 깊게 이해하는가는 차후의 문제지요. 긴 기다림 끝에 문득 찾아오는 그런 깨달음이 있어요. 진리는 대개 그렇게 와요. 안타깝지만 그런 깨달음이 왔을 때, 우리는 그 깨달음을 실천할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현실에 직면해서 실망에 빠지기도 하지요. 그럴 때 우리는, 아, 인생이 그런 것이지…. 하면서 회상에 잠기지요. “별이라는 시는 사실 우리 또래나 되어야 실감이 가는 건데, 노래가 좋으니까 널리 불리는 거고, 작곡자 이수인은 경남 의령 출신인데…. 또 얘기가 길어질라. 그런데 별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그 양반 작곡한 노래 가운데, 김재호의 시에 곡을 붙인 ‘고향의 노래’라는 거 기억하오? 그 노래 이절 첫 구절에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 그렇게 나오지 않우? 기억하시나?” 가람 선생의 별을 이야기하면서, 한참 외돌아가는 모양새였다. 신천강이 임이랑에게 자주 눈짓을 했다. 얘기 줄이게 하려면, 아파서 눕겠다고 핑계라도 대라는 모양이었다. “인간이란…. 자기 존재를 자신이 만들어가는 그런 창조적인 존재지. 믿음 가지고 사는 분들은 손 내저을지 몰라도, 그러니 하나님은 제쳐두고라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고많은 신들은 인간의 상상이 창조한 존재인지도 몰라….” 신천강이 냉장고에서 콜라병을 꺼내 종이컵에다가 가득 따라 교감선생 앞에 내밀었다. “콜라라는 게, 이게 제국주의 식품이라…. 콜라 거품에는 별이 안 떠요.”소설에 나오는 인명과 지명은 모두 가상임을 밝혀둡니다. “교감선생님 별은 어디 있습니까?” 신천강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물었다. “사람마다 자기 가슴에 별을 지니고 살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그 별이 세월을 따라, 달 가고 해 가면 멀어져만 가지요. 희망이 줄어든다고 해도 될 것이고. 아무튼….” 아무튼 그렇게 말을 마감할 듯 하다가는 다시 이어갔다. 생각해보면 인간이 얼마나 하잘것없는 존재인가 소름이 돋을 정도지요. 그런데 인간은 자기 존재를 주변 사물에, 이웃 인간에게, 그리고 인간을 넘어서는 어떤 존재에 의미의 고리로 연결하는 상징적 창조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하늘의 별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별에다 이름을 붙이고 해서, 자신을 우주 안에 있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렇게 자신과 우주를 연결해낼 수 있는 게 인간의 위대함이지요. “교감선생님, 지금 칸트 얘기하시는 건가요? 칸트는 자기에게 늘 새로운 감탄과 경외심을 불러오는 두 가지를 이야기하잖아요?” 임이랑이 눈을 반짝이다가 끼어들었다. “그렇지 맞아요, 별이 빛나는 하늘과 자기 내면에 있는 도덕률, 그게 칸트를 칸트답게 한 시적 상관물이라고 배웠어요.” 신천강의 말이었다. “그러니까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보는 시인의 가슴은 도덕률로 가득한 셈이지.” “시와 도덕이 통한다는 뜻인가요? 그렇다면 진리와 미도 같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임이랑이 한마디 했다. “내가 이인문 아닌가? 선생들이 내 선생이네.” 이인문 교감은 작은 각봉투를 하나 임이랑에게 내밀었다. 얼마 전에 펴낸 교사를 위한 인문학이라는 책이었다. * 다음 호에 계속
교육은 문학과 철학이 분리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서구에서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로 잘 알려진 호메로스(Homeros), 최초로 교술(敎述)시를 썼던 헤시오도스(Hesiodos), 여류시인으로서 사랑의 감정을 노래했던 사포(Sappho) 등 여러 시인이 존재했다. 문학작품들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말과 글을 가르쳐주는 동시에, 생각을 공유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전승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해왔다. 기원전 8~9세기부터 내려온 고대 그리스의 문학작품들은 아테네의 전성기에는 희극과 비극의 형태로 변화하여 정례화되었다. 아테네에서는 매년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희극·비극 경연이 열렸으며 이 경연은 모든 아테네인이 직접 참여하고 활동하는 등 아테네의 일상 속 문화생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 등은 모두 이 시기에 완성된 작품이다. 비극경연은 주로 3부작으로 구성되는 데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오이디푸스 왕이다. 오만의 씨앗을 벗지 못했던 오이디푸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실제 오이디푸스 왕은 큰 관련은 없다. 프로이트의 설명과는 달리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려고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 크레타를 떠났다가 우연히 자신의 친부 라이오스를 만났고, 삼거리에서 뒤로 물러설 수 없었던 그는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노인을 죽인다. 오늘날의 우리라면 길을 비켜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오이디푸스는 신들의 이름으로 정의된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려 했지만, 명예로운 왕족의 자제라는 출신 배경에 자리 잡은 오만(hybris)의 씨앗은 벗지 못했다. 오만이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신처럼 함부로 행동하는 자세를 뜻한다. 신들도 죄 없는 사람을 죽였을 때 그것에 대해서는 심판을 받는다. 하물며 친부를 죽인 오이디푸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라이오스의 오만은 신들의 뜻에 따라 심판받은 것이었다. 라이오스는 테바이 왕자 시절 피사(Pisa)에 망명하여 환대를 받았으나, 펠롭스 왕의 아들 크리시포스를 강간하여 죽게 했다. 신들은 그에게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며 자식의 손에 죽게 될 것임을 경고했다. 신의 경고를 무시했던 라이오스에게 삼거리에서의 대면은 그가 져야 할 업보였던 셈이다. 그러나 그 복수가 친자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리스 비극의 무서운 점이었다. 오이디푸스는 유명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찾는다. 테이레시아스는 시각을 잃은 맹인이지만 여느 사람보다도 더 무서운 통찰력과 지혜를 갖고 있다.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바로 그 사람이라고 선언한다. 오이디푸스는 테이레시아스를 한편으로 두려워하고 다른 한편으로 경멸한다. 그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그의 남루한 옷차림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눈을 폄하한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지혜로 얻은 권력을 십분 활용하여 테이레시아스를 겁박한다. 그가 크레온과 모의하여 오이디푸스를 끌어내리려는 반란을 획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의 오만을 경고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며, 내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저버리면 더 가혹하게 되받아치는 법이다. 오이디푸스가 삼거리에서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것은 왕족과 영웅의 사고방식을 드러낸다. 지체 높은 그들에게는 늘 거리낌 없이 행동할 기회가 열려있다. 라이오스와 대면한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든 모르든 굳이 사람을 죽여야 할 일은 아니었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사람을 죽인 아폴론이 수년 동안 제우스 또는 헤라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인간의 노예가 되어 봉사해야 하는 일들은 종종 있다. 그처럼 살인은 특별한 일은 아니었으며 무사들이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살인을 저지른 오이디푸스의 본성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더 가혹한 방향으로 치닫는 ‘운명을 거역하려는 시도’ 오이디푸스 왕의 왕은 티라노스(tyrannos). 난폭한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독재자라는 의미이다.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를 제거하고 테바이 주민들의 환대를 받으며 왕좌에 올랐다. 그의 옆에는 영원히 미모를 유지하는 아내와 네 명의 자식들이 있었고 나라는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잔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테바이는 오염(miasma)이 되어 역병이 들고 신들의 버림을 받았다. 오염이란 신성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들이 알고 보면 가장 추악한 짓을 저질렀음을 뜻한다. 오이디푸스는 하늘에서 갑자기 내려온 영웅처럼 보였지만, 시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어 왕좌에 오른 뜨내기 군주였다. 따라서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이익을 보장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해야 했다. 그가 자신의 외삼촌 크레온이 테이레시아스와 내통해 쿠데타를 일으킬 것으로 의심한 것은 지혜가 아닌 두려움에 의존하는 독재자였음을 고백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마키아벨리가 추구했던 ‘두려움을 가져다주는 군주’였을 뿐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더 가혹한 인물이었다. 테이레시아스는 망설이지 않는다. 진리(aletheia) 앞에서 어떠한 두려움도 없다(Oedipus Tyrannos, 369-370). 오이디푸스는 테이레시아스를 눈과 귀와 정신도 멀어버린 늙은이로 모욕한다. 하지만 그 격렬한 모욕은 내면의 두려움을 숨기려는 의도에서 나온 반작용이다. 오이디푸스가 이 모든 것에 크레온의 사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테이레시아스의 지적처럼 오이디푸스 그 자체가 재앙일 뿐이다. 자신이 모든 잘못의 원인이면서 그 행위를 들추겠다는 것까지 어디 하나 오이디푸스의 손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운명을 거역하려는 시도가 더욱더 가혹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망각과 싸우는 인간, 교육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진리를 뜻하는 그리스어 알레테이아(aletheia)는 망각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뜻한다. 인간은 망각과 싸우는 존재이다. 때로는 기억은 어느 순간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시 사라지게 된다. 인간은 전생에 했던 모든 일을 기억했지만, lethe의 강물을 마시게 되면서 더이상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문명권 어디서나 공통된 이러한 비유는 인간 기억의 신비함을 보여준다. 현대 교육학은 인간 존재가 기억의 백지상태에서 경험을 통해 지식을 학습하게 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과 경험의 복잡한 편린들은 참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단정 지을 수 없는 것들을 단정 지으려는 시도에 인간의 오만함이 숨어있다. 교육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어쩌면 교사가 학생들의 변화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으려는 태도조차 ‘나 혼자 열심히 노력하면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교육자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교육자의 역할이 ‘각성을 향한 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학생들의 날 선 모습에 상처받는 오늘날 교사들의 이면에는 교육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또 다른 정서가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눈뜬 자에서 장님이 되고 부자에서 거지가 되어 이국땅을 향해 지팡이로 앞을 더듬으며 가게 될 것이오 또 그는 자기 자식들의 형제이자 아버지로서 함께 살고 있으며 자신을 낳은 여인의 아들이자 남편이고, 자기 아버지와 함께 씨 뿌린 자이자 그의 살해자임이 드러날 것이오 이오카스테는 불안해진다. 그동안 수면 아래 오랫동안 잠겨있던 기억이 강렬하게 뇌리를 스친다. 수십 년 전 라이오스에게 내려졌던 ‘자신이 낳은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소름 끼치는 예언, 라이오스의 아내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했던 자연스러운 운명은 이제 창끝이 되어 그를 겨누기 시작한다. 그리스 비극에서 영웅들의 삶은 hamartia(빗맞음)을 조심해야 한다. 영웅들은 오디세우스의 화살이 그랬듯 백발백중으로 적들을 해치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영웅들의 무용은 어디까지나 신들의 가호 덕분이다. 오디세우스는 절친 멘토르(Mentor)로 둔갑한 아테나의 무용 덕분이었고, 오이디푸스를 테바이로 몰아넣은 그 과거 역시 신들의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벗어나려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삶의 모습에 우리는 모두 좌절하고 극도의 절망감과 무기력에 빠져든다. 영웅의 몰락, 평범한 우리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인간의 삶은 이성적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고난의 연속이다. 그 고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은 결국 이성적이되 그 이성은 어디까지나 죽음 앞에 놓인 존재라는 엄밀한 자기인식을 요구하는 이성이다. 하지만 인간의 지혜는 가장 지혜로운 듯하나 그 지혜가 결국은 나를 가로막는다. 인간을 가로막는 것이 탐욕·오만·무지라면 오이디푸스는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무지와 오만이 결합하여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참혹한 패륜을 저지른 셈이다. 인간은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경제학의 10대 원칙에서도 인간은 합리적인 소비자임을 전제한다. 사실 인간이 합리적인 소비자라는 주장 그 어디에도 근거는 없다. 인간은 가장 이성적 동물임을 주장하고, 동물과는 다른 지혜로움을 주장할 뿐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성은 어디까지나 인간들과 동물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지혜일 뿐이다. 사실 인간은 매우 충동적이고 자기 이익에 민감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짐승만도 못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말과 판단의 예지는 어디까지나 매우 제한적인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의 행복은 죽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과거에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던 오이디푸스는 지혜·부·명예·돈·권력·배우자 등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간이 피하고 싶은 모든 재앙을 다 겪어야 할 불행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오이디푸스는 스스로를 저주하며 파멸하게 된 자신의 삶에 비탄하지만, 고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오이디푸스가 겪어야 했던 고통의 상황과 그의 마지막은 소포클레스의 또 다른 작품인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에 등장한다. 비극은 영웅들의 몰락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인간인 우리가 늘 겸손해야 함을 보여준다. 과거 원시사회에서 자신과 남을 구별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인식했던 인간은 고대사회에 접어들어 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자신을 뽐내려 한다. 하지만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영웅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오이디푸스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것일까. 아마 인간은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나와 같은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을 다잡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존재일 것이다.
나의 부모님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필리파 페리 지음, 이준경 옮김, 김영사 펴냄, 424쪽, 1만4800원) 부모는 자식에게 큰 사랑을 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씻기 힘든 상처를 주는 것도 부모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어떻게 대물림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상처를 치유해 자녀와의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수포자의 시대 : 왜 수포자를 포기하는가? (김성수·이형빈 지음, 살림터 펴냄, 252쪽, 1만5000원) ‘수포자’는 이제 언론에서도 공공연히 쓰일 만큼 일반적인 단어가 됐다. 수포자의 표면적 뜻은 ‘수학을 포기한 사람’이지만, 우리나라 교육현실상 학업을 포기한 사람으로 읽힌다. 현직 수학교사인 저자는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의 구조에 있다며, 나름의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틀 밖에서 놀게 하라 (김경희 지음, 포르체 펴냄, 368쪽, 1만7800원) 창의력은 다가올 세상을 살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흔히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여겨지고는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창의력은 후천적으로 계발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여러 능력 중에도 부모의 영향이 큰 것이 바로 ‘창의력’이라며 이를 위한 교육법을 소개한다.
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 (리용러 지음, 정우석 옮김, 하이픈 펴냄, 332쪽, 1만7000원) 제목만 보면 수학과 과학이 얽힌 골치 아픈 내용일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실생활에 숨어 있는 여러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일기예보가 틀리는 이유, 비를 덜 맞는 방법 등 소소한 것에 담긴 원리를 설명한다. 전체 내용이 계속 이어지지 않음으로 어려운 부분은 넘겨가며 볼 수 있다.
학교 안의 인문학❶ (오승현 지음, 생각학교 펴냄, 224쪽, 1만3000원) 학교 안의 여러 사물, 예를 들어 펜과 노트, 교복 같은 것들을 인문학적 이야기로 엮어냈다. 매일 머무는 공간과 사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다양한 삶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반복되는 일상도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나의 첫사랑 레시피 (조정현 지음, 돌베개 펴냄, 216쪽, 1만3000원) 열일곱 살 세 친구가 꿈과 사랑을 키워가는 성장소설이다. 유튜브와 요리를 소재로 뜻대로 되지 않는 첫사랑에 대한 고민과 우정·외모콤플렉스·진로 등 청소년의 고민을 담아냈다. 오래 숙성시키고 끓어야 하는 곤드래된장찌개와 포퇴푀처럼 인간의 성장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고슴도치 아이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보림 펴냄, 44쪽, 9800원) 아이를 낳지 못한 한 부부가 온몸에 가시가 돋친 고슴도치 아이를 만나 사랑으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아이에 다가서면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지만, 존중과 사랑으로 보듬어줄 때마다 아이의 가시가 하나둘 떨어져 간다.
노를 든 신부 (오소리 지음, 오소리 그림, 이야기꽃 펴냄, 32쪽, 1만5000원) 상식과 관습에서 벗어난 개성적인 전개가 웃음을 자아내는 그림동화다. 이 책은 출발부터 말문을 막는다. 심심한 외딴섬에서 벗어나기로 한 주인공에게 부모가 선물한 것은 하얀 드레스와 노. 소녀의 기상천외한 모험담이 시작된다.
KBS 드라마 ‘흑기사’ 촬영지로 최근 몇 년 전부터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한 슬로베니아. ‘흑기사’의 두 주인공인 김래원과 신세경이 만나고 재회하는 모습 속에선 너무나도 눈부신 호수가 보이고, 아찔한 절벽 위엔 예쁘장한 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성이 동굴 속에 푹 파묻힌, 생소한 모습까지도 보인다. 신기하다. 실제로 보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흔히 ‘동유럽 여행’하면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슬로베니아까지 넣어 4개국을 여행하는 추세이다. 나 역시 이번 동유럽 여행에 슬로베니아를 포함했다. 나의 기대에 부응하듯 슬로베니아 명소 4곳은 서로 다른 매력을 맘껏 발산하며 ‘흑기사’에서 나왔던 모습 그대로 나를 맞이해주었다. 누군가 ‘동유럽 여행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어?’라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바로 ‘슬로베니아!’라고 할 정도로 슬로베니아는 아직도 내 가슴 속 깊이 남아있다. #01 작지만 사랑스러운 도시,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 ‘사랑스럽다’라는 뜻을 가진 류블랴나는 슬로베니아의 수도이다. 류블랴나를 걷다 보면 곳곳에 청동으로 만들어진 ‘용’ 조각상이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아손과 함께 떠난 50명의 영웅이 용을 무찌르고 류블랴나를 구했고, 이후로 이 용은 류블라냐를 수호해주는 의미로 류블라냐의 상징이 되었다. 슬로베니아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동유럽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블레드’, 바다와 맞닿아 있는 작은 도시 ‘피란’, 유럽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포스토이나 동굴’, 이 동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성 ‘프레드 야마성’이다. 이 모든 곳을 버스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가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다. 류블랴나 버스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굳이 해당 장소에서 1박을 하지 않아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 유럽국가가 적용하는 ‘대중교통 할인권’이 없어서 왕복교통비가 꽤 많이 든다. #02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 휴양마을 ‘블레드’ 류블랴나에서 1시간 20분 동안 버스를 타고 달려서 도착한 ‘블레드’. 빙하호 위에 떠 있는 작은 섬과 아찔한 절벽 위 옛 성의 파노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왜 블레드에서 ‘흑기사’를 촬영했으며, 왜 많은 사람이 힐링하러 이곳을 찾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할 일은 블레드 성에 올라가 블레드 호수와 마을의 전망을 보고, 블레드 성을 내려와 블레드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호수 변에 앉아 발 담그며 동유럽 속 알프스인 이곳을 만끽하는 일이다. 만약 블레드 호수 한가운데에 떠 있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블레드 섬에 들어가고 싶다면, 슬로베니아 전통 배인 플레트나(바닥이 평평한 배)를 타고 가면 된다. 블레드 섬에는 1534년에 만들어진 ‘소원의 종’이 있다. 이 종을 울리면서 소원을 빌면 성모마리아가 소원을 이뤄준다고 하니 꼭 이뤄야 하는 소원이 있다면 한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03 아드리아해의 숨은 보석 ‘피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해외 촬영장소로 유명한 ‘피란’은 류블랴나에서 버스로 3시간이 걸려 도착하게 되는, 류블랴나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가야 하는 곳이다. 그래도 직행버스가 있어 편하게 갈 수 있다. 아드리아해의 숨은 보석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멀지 않다 보니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의 영토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피란 구석구석이 베네치아와 많이 닮아있다. 피란에 도착하면 바다 내음이 관광객들을 반겨주고, 푸른 바다와 붉은색 벽돌 지붕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슬로베니아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맞닿아 있는 도시인 만큼 바다를 즐기러 온 현지인과 투명한 아드리아해에 발 한번 담그고 싶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수영복을 챙겨갔더라면 아드리아해에서 맘껏 수영해보는 건데 아쉬움이 남았다. 바다 수영을 좋아한다면 수영복을 꼭 가져가길 추천한다. 피란의 유일한 중심 광장인 ‘타르티니 광장’ 벤치에 앉아 피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역동적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보다 더 값진 힐링은 없다. 해가 뜨거워 도저히 앉아있지 못하겠다고 느낄 때쯤 피란의 랜드마크인 ‘성 조지 대성당’으로 이동하면 된다. 2유로를 내고 종탑 꼭대기까지 바쁜 숨을 내쉬며 올라가 바깥을 내려다보면 내 눈동자의 반은 드넓은 바다와 하늘의 푸른색으로, 반은 주황 벽돌 지붕의 주황색으로 채워진다. 몇 분, 아니 몇 시간을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이 모습. 시원한 바람이 여기에 계속 있으라며 우리를 붙잡는다. 종탑 꼭대기에서 내려오면 피란의 성벽과 노을을 감상하며 저녁을 맞이한다. 막차를 타고 다시 류블랴나로 향해야 하는 당일치기 여행자는 노을을 감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피란에서만큼은 1박을 하는 여행자들이 참 많다. #04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동굴 ‘포스토이나 동굴’ 알프스산맥의 동쪽 끝자락인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 국경지대에 해당하는 크라스 지방에서 석회암 지형인 카르스트(karst)란 말이 유래되었다. 슬로베니아가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지역이 많은 곳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류블랴나에서 1시간 거리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유럽에서 가장 큰 ‘포스토이나 동굴’로 향했다.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9km 떨어진 ‘프레드 야마성’도 함께 가면 좋다. 특히 여름 성수기(7~8월)에는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프레드 야마성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겨울에는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아 렌트카를 많이 이용한다. 뚜벅이 여행자라면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길이 5km, 폭 3.2km의 거대한 석회암 동굴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꼬마기차를 타고 이 거대한 동굴을 둘러보는 것이 하나의 코스인데 신기한 경험이다. 꼬마기차를 타고 오디오 가이드(한국어)를 들으면 여기가 한국의 동굴인지, 슬로베니아 동굴인지 모를 큰 착각에 휩싸인다. 하지만 꼬마기차에서 내려 동굴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동굴이란 타이틀 앞에 감탄할 뿐이다.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의 동굴 탐험이 끝나고 프레드 야마성으로 향했다. 123m 높이의 암벽에 위치해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성’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프레드 야마성은 1570년대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성인 만큼 10대 성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프레드 야마성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말은 ‘우와~’ 일 것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을 마주하고 있을 테니깐 말이다. 프레드 야마성은 외부관람도 멋지지만, 내부관람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한국어 오디오가 도입되어 친숙한 한국어로 설명을 들으며, 미로같이 얽혀있는 성 곳곳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 동굴 지형과 성이 조화를 이룬 모습에 놀라게 될 것이다. 포스토이나 동굴과 프레드 야마성은 여름 성수기에 운영시간이 더 길고, 셔틀버스도 운행하기 때문에 성수기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에필로그 슬로베니아 명소 4곳을 모두 방문하려면 적어도 3박 4일의 일정이 필요하다. 각각의 코스가 모두 하루 코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하루에 두 곳을 갈 수도 있지만, 이러면 일정이 엉켜버리니 하루하루 천천히 슬로베니아를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필자는 엄마, 동생과 함께 동유럽 자유여행을 했다. 출발 전 엄마가 많은 버스 이동에 힘들어하실까 걱정했지만, 매일 색다른 슬로베니아에 반하셔서 행복해하셨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나 역시 너무 만족했었다. 부모님과 함께하기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이다.
저물가시대입니다. 실제 물가상승률이 0% 수준입니다(심지어 지난해 9월에는 -0.4%였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세상이 됐습니다. 실제 주위를 둘러보면 진짜 가격이 잘 안 오릅니다. 우리 동네 설렁탕값은 8천 원에서 멈춘 지 오랩니다. 10여 년 전 3만 원을 넘나들던 피자는 최근엔 2만 원 정도면 꽤 먹을 만합니다. 10년 전 10만 원 정도였던 A 유명미용실의 남성 파마요금은 이제 가족회원에 가입하고 쿠폰을 쓰니 5만5천 원에 가능합니다. 오르는 건 가스요금 같은 공공요금뿐입니다. 저물가시대 시이~작!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자꾸 내려가는 것을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사실 물가가 본격적으로 내리는 디플레이션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디스플레이션(DISinflation)이라는 용어가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상황…. 그러니까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쯤’ 되는 겁니다. 소비자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소득이나 구매력이 따라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게 아니고 가격을 못 올리는 겁니다. 찜질방 사장님이 예전처럼 쉽게 요금을 1~2천 원 올리지 못하는 겁니다(올리면 손님이 뚝 떨어지니까~). 가격을 올리지 못하니 자영업자들의 소득도 오르기 쉽지 않고,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은 크기가 자꾸 작아집니다. 그런데 우리 국내총생산(GDP)은 해마다 2%씩은 높아집니다. 가격도 오르지 않고, 소비도 그대로라면 어떻게 GDP가 오를 수 있을까? 이유는 기업과 특히, 상위 몇 %의 소득이 빠르게 높아지기 때문입니다(지난해 우리 상위 0.1%의 소득은 14억 7천만 원이다/국세청). 그래서 이들이 주로 구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여전히 크게 오릅니다. 모 유명 브랜드의 가죽 핸드백인 버킨백(Birkin bag, Jane Birkin이라는 유명 가수의 이름에서 유래됐지만 정작 이 가수는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은 10년 전 5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천5백만 원이 넘습니다. 그래도 잘 팔립니다. 그러니 가격을 계속 올립니다. 이들의 소비가 더해져 GDP 통계는 자꾸 높아지는데, 다수의 실질 소득은 그만큼 따라 올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물가가 오르면 GDP는 자동으로 오른다 GDP는 이렇게 모든 국내 소비를 더 해 계산됩니다(지난달에 자세히 설명해 드렸죠?). 그런데 물가가 오르면 그 거래가격이 당연히 오릅니다(1,000만 원짜리 승용차가 1,100만 원으로 가격이 오른 뒤 팔렸다면 GDP는 100만 원 더 오른다). 따라서 물가가 오르면 자동으로 GDP가 오르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건 마치 체중이 올라 펀치력이 좋아진 것과 같습니다. 통계는 좋아지는데 사실 우리 국민의 삶은 크게 개선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GDP를 계산할 때 명목GDP 말고, 이 물가인상분을 뺀 실질GDP를 따로 계산합니다(체중 증가분을 뺀 실질 펀치력 증가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 실질GDP가 진짜 우리가 새로 창조한 부가가치의 합입니다. 그리고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GDP디플레이터’는 현실적인 물가 상황을 말해줍니다(앗 자꾸 어려워진다). 그 GDP 디플레이터가 지금 20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물가가 자꾸 낮아지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일단 좋아요. 휴대전화 가격도 싸지고, 휘발유 가격도 내리고, 나쁠 게 없습니다. 기업도 생산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니까 처음엔 나쁠 게 없습니다. 그런데 정도가 있죠. 자꾸 물가가 내려가면 사람들은 이제 더 내려갈 것이라고 소비를 줄입니다. 특히 자동차나 아파트, 결혼 같은 중요한 소비를 미룹니다. 그럼 기업은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일자리가 줄어들고 결국 우리 모두 주머니가 가벼워집니다. 다 함께 가난해집니다. 근본적으로 물가가 내려간다는 말은 우리 시장에서 ‘뭘 사겠다는 힘-총수요!’가 낮아진다는 겁니다. 이건 경제에 매우 위험한 신호입니다. 실제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나, 80년대 일본의 장기침체 모두 총수요가 줄고 물가가 하락하면서 발생했습니다. 피셔 방정식으로 유명한 피셔교수(Irving Fisher)는 심지어 “우리 모두가 파산해야 디플레이션이 끝난다”라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디플레이션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반대로 수요가 높아져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돈의 가치는 하락하지만, 경제에는 활기가 돌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해마다 2% 정도 적당하게 물가가 오르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올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2.0%다. 한국은행은 물가가 너무 오르지 않게 하는 기관인데, 최근에는 물가가 너무 내리지 않게 하는 기관으로 변신 중이다.) 자 그럼 우리도 돈을 더 풀어야 하나? 그럼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혹시 한국은행이 돈을 잔뜩 찍어내면? 그래서 그 돈을 남대문시장 앞에서 마구 시장에 나눠주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우리 시장에 필요한 ‘수요’ 이상으로 공급된 돈은 정확하게 물가를 끌어올리고,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돈의 가치가 내려가는 겁니다. 그러니 하나 마나입니다. 만약 노란 은행잎 하나를 1만 원권으로 교환하기로 약속한다고 해도. 1만 원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져 결국 은행잎 하나 가치가 돼 버리는 겁니다. 물론 경기가 너무 식어서 디플레 우려가 커지면 이 방법은 ‘어느 정도’ 까지는 유효합니다. 쉽게 말해 냄비의 물이 너무 식는다면 뜨거운 물을 적당하게 넣는 겁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들 이렇게 합니다. 미 연준(FED)이나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일본중앙은행(JOB)은 연간 수백조 원을 시장에 풀었습니다. ‘양적완화’라고 하죠. 중앙은행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는 겁니다. 그럼 그만큼의 현금이 정부로 들어가고 정부는 그 현금으로 시중에 현금을 공급합니다. 일본은 물가가 2%로 오를 때까지 계속 양적완화를 할 계획입니다(이러다 보니 올해 일본은행의 총자산은 572조 엔. 우리 돈 6,400조 원이 넘는다. 그중 85%가량이 채권이다. 다시 말해 빚이다). 사실 시중에 돈을 푸는 제일 쉬운 방법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출을 더 받기 시작하고 은행에 있는 돈이 시중에 풀려나오면서 경기가 좋아집니다(지난 100년 동안 지구인이 개발한 가장 흔한 또 가장 확실한 경기부양법이다). 하지만 잘못하면 너무 돈이 풀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미 기준금리를 다 내려서, 더 내릴 기준금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이자율이 내려가면 다들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기 때문에 쉽게 금리를 못 내립니다. 만약 우리도 진짜 디플레 시대가 온다면? 우리 한국은행도 그래서 양적완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통화위원회(시중에 돈을 얼마나 풀까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회의, 1년에 8번 열린다)에서 실제 우리도 양적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마이너스 물가시대가 성큼 다가온 겁니다. 지금까지 “예전에 300원 했던 아이스크림이 이제 2천 원이나 한다”고 말했다면 이제 “예전에 7천 원 했던 자장면이 이제 5천 원밖에 안 한다”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하나만 더… 많은 사람이 양적완화로 진 빚을 어떻게 갚을 거냐고 물어봅니다. 답은 “아무도 모른다” 입니다. 지나치게 빚을 많이 져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는데, 그 해법도 ‘정부가 빚내서 시장에 돈을 푸는 것’입니다. 경제학은 아직도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그 빚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경제학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윤대녕의 중편소설 천지간(天地間)은 생면부지 여자를 뒤따르는, 그것도 폭설이 내리는 길을 세 시간 넘게 걸어 뒤따라가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주인공이 문상가는 길에 광주(光州)터미널에서 만난 여자의 얼굴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때문이었다. 여자가 이른 곳은 전남 완도군 구계등(九階嶝)이었다. 파도에 밀려 자갈밭이 아홉 계단을 이루었다고 구계등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활 모양의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해안선, 그 뒤로 병풍처럼 둘러 있는 상록수 방풍림에 동백나무들이 있었다. 소설은 구계등과 인근 여관을 겸한 횟집을 배경으로, 삶을 버리려는 여자와 이를 막으려는 남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계등 동백꽃은 막 꽃봉오리가 맺힌 상태에서 마침내 개화하기까지 이 소설 전개와 흐름을 같이하면서 긴박감을 불어넣고 있다. 초반부 남녀가 해변에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서로를 탐색할 때 동백이 나오고 있다. 여자가 내게로 고개를 비트는 것 같아 나는 푹 숨을 내쉬며 대각선 방향으로 그녀를 비껴 동백을 찾아볼 양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동백은 무수한 꽃봉오리를 매단 채 한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중이었다. 양달쪽으로 가지를 뻗는 것들은 아닌 게 아니라 하루 이틀 사이에 봉오리 끝이 빨갛게 터질 것 같았다. 이어 혹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나 놀라 한밤중에 숲속에서 여자를 찾는 장면에서 동백이 긴박감을 더하고 있다. 사위는 아직 어두웠다. 네발짐승처럼 민첩하게 돌밭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가는 사내의 뒤를 나는 미처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사내가 정신없이 휘두르고 있는 전짓불 속에서 검자줏빛의 동백꽃 무리가 꿈속에서처럼 언뜻언뜻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마지막 부분도 동백으로 맺고 있다. 여자가 새로운 삶을 찾아 먼저 떠난 아침, 주인공은 횟집 주인과 다음과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동백이 피었나 한 바퀴 돌아보고 가시죠. 오늘쯤엔 봉오리가 터졌을 텐데요.” 동백. “그냥 가겠습니다. 어쩌면 본 것도 같으니 말입니다.” 아리송한 얼굴로 사내가 나를 쳐다보았다. 사건이 전개될수록 동백이 피어나고, 마침내 동백꽃이 피면서 긴장이 해소되는 것이 이 소설의 구조다. 붉은 꽃 전체가 ‘툭’ …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의 상록교목이다. 소설에선 폭설이 내린 겨울인데도 동백 꽃봉오리가 터지려고 하는 것에 대해 ‘중부지방으로 치자면 보름에서 한 달 정도가 빠른 개화’라고 했다. 그러나 동백꽃은 11월부터 피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피는 겨울꽃이다. 완도 같은 남부지방이라면 폭설이 내리는 한겨울에 피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에 분포하고, 서해안을 따라 백령도 바로 아래 대청도에서까지 자란다. 동백나무가 한겨울에 꽃을 피우는 것은 곤충이 아닌 동박새가 꽃가루받이를 돕기 때문이다. 동박새는 동백꽃의 꿀을 먹는 과정에서 이마에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으로 나른다. 동박새는 워낙 작고 날쌔 실물을 보기가 참 힘든 새다. 동백꽃을 보러 갈 때마다 동박새를 담아보려고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동백나무 사이에서 새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동박새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동백꽃은 꽃이 지는 방식이 독특하다. 꽃잎이 한두 장씩 떨어지지 않고 꽃 전체가 통째로, 싱싱한 채로, 심지어 노란 꽃술까지 함께 툭 떨어져 버린다. 꽃이 진 후에도 나무가 지저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해인 수녀 시집 중에 제목이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이 있을 것이다. 동백꽃 이외에도 능소화, 무궁화도 통째로 떨어지는 꽃이다. 붉은색에다 통째로 떨어지는 점 때문에 동백꽃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배신당하는 여인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로 시작하는 이미자의 노래 ‘동백아가씨’가 대표적이다. 꽃이 지고 나면 열매가 맺히는데, 지름 3∼4cm 크기로 사과처럼 둥글게 생겼다. 씨로는 기름을 짜 옛날 부녀자들이 머릿기름으로 썼다.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중부 이북에서는 생강나무 열매로 동백기름을 대신했다고 한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꽃이 붉은색이 아닌 ‘노란 동백꽃’인 이유다. 드물게 하얀 꽃이 피는 흰동백나무도 있다. 꽃잎이 활짝 벌어지고, 어린 가지와 씨방에 털이 많이 나 있는 것은 일본 원산의 애기동백나무다. 동백꽃은 벌어질 듯 말듯 중간쯤만 벌어지기 때문에 꽃잎이 활짝 벌어져 있으면 애기동백나무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동백꽃은 절 주변에서 숲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창 선운사, 강진 백련사, 광양 옥련사지 등에서 동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절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은 것은 두껍고 늘 푸른 동백나무 잎이 불에 잘 붙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산불이 났을 때 방화수(防火樹) 역할을 하라고 절 주변에 심은 것이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 2019년 하반기에 불어닥친 ‘동백앓이’ 천지간은 윤대녕의 다른 소설처럼 여행 중 겪은 이야기이고 여인과의 인연이 등장하고, 시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에다 섬세한 감수성을 드러낸 점까지 윤대녕 소설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1996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다. 윤대녕의 소설 중에서 3월의 전설이 이야기 전개 과정과 분위기가 천지간과 비슷하다. 3월은 전설은 초봄이 배경이라 동백꽃 대신 구례 산수유마을 산수유, 화개 벚꽃, 섬진강 매화가 등장하는데, 화려하게 펼쳐지는 봄꽃들을 감상하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다. 우리나라에선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한동안 ‘춘희’라고 번역했다. 이 오페라는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일본이 이 소설을 번역하면서 ‘동백아가씨’ 정도를 뜻하는 ‘춘희(椿姬)’로 번역했는데, 우리가 한때 그대로 받아들여 쓴 것이다. 2019년 하반기(9~11월) 많은 사람이 ‘동백앓이’를 했다. 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때문이었다. 동백이가 운영하는 카페 이름이 ‘Camellia’였는데, 카멜리아는 동백나무의 영어 이름이자 동백나무(Camellia japonica)의 속(屬)명이다. ‘Camellia’는 17세기 필리핀에 머물며 동아시아 식물을 연구한 체코 출신의 선교사 카멜(Kamel)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마침 남녘은 지금 동백꽃 필 무렵이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연결과 초지능을 특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지역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미래사회 수요 맞춤형교육을 통한 미래인재 양성이 그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지원이 더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아 한국 과학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새로운 미래교육을 탐색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과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우리 교육현실은 여전히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학 학업성취도는 세계 최상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흥미도는 최하위 권에 머물러있다. 이 같은 현실을 현장교사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한국과학창의재단 선정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받은 유현규 강원황지초 교사, 이자랑 인천남고 교사, 차현정 충북과학고 교사 등 3명의 교사로부터 생생한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수상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현규(강원황지초) 큰 상을 받고 보니 오히려 지난날 제가 했던 과학수업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학생들과 함께했던 과학이기에 더없이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과학을 즐기고, 과학으로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아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이 되겠습니다. 이자랑(인천남고) 저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준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잘했다’라는 칭찬이 아니라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정진하는 교사가 되겠습니다. 차현정(충북과학고) 어릴 적 할머니 곁에서 들었던 작은 들풀의 이름과 그 쓰임에 관한 이야기들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면 배우는 과학과 생명현상들은 경이로웠으며, 저의 열정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과학교사로 15년간 근무하면서 학생들에게 과학이라는 과목이 어렵고 재미없으며 성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 ‘신기하네, 즐겁네, 재미있네!’라는 마음으로 접하는 수업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세 분 다 30대여서 그런지 에너지가 넘쳐 보입니다. 공적 사항을 보니 과학을 기반으로 한 융합교육, 진로교육, SW교육 등 다양하네요. 차현정 저는 교사로 활동하면서 과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융합(STEAM) 교육 내실화 등에 중점을 뒀어요. 또 실험실 안전교육 체계화를 통해 안전한 과학교육 여건 조성에 기여한 것이 좋게 받아들여진 거 같아요. 이자랑 학교에 발령을 받고 보니 고등학생이지만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뭘 하겠다는 목표도, 자신의 활동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법도 잘 모르고요. 이렇게 방치돼서는 안 되겠다 싶어 동료교사들과 진로 연계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어요. 이른바 C.R.R 노트입니다. Career(진로)-Reading(독서)-Research(연구)의 앞 글자를 따 붙인 이름인데요, 아이들이 진로를 정하면 거기에 필요한 독서를 하고 그것들을 기반으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과학이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을 줄수 있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유현규 한창 SW 교육이 활성화될 당시 대부분 Physical Computing 기반으로 주로 실과시간이나 창의적체험시간에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SW 교육이 우리가 배우는 다양한 교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많이들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SW 교육과 과학교과를 연계한 수업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세 분 모두 천생 선생님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과학교사의 길을 선택하기를 잘했다 여길 때는 언제인가요. 차현정 모든 선생님들이 마찬가지겠지만 교사는 공부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교과내용 전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과 공감을 이루고 함께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행복하죠. 이자랑 학기 시작하고 처음 듣는 말은 “선생님 과학 어려워요. 공부하기 싫어요”에요. 그런데 실험수업이 진행되고 몇 주가 지나면 아이들이 모두 무언가를 열심히 합니다. 모둠수업 때도 각자 맡은 역할들을 척척 잘해 내고요. 간혹 남자 고등학생들이다 보니 다루기 힘들 때도 있지만, 진지하게 실험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과학선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유현규 학업 스트레스가 덜한 초등학생이라 그런지 “선생님 오늘 실험수업해요”, “과학시간이 기다려져요” 등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습니다.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내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는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교사들만 아는 보람 아닐까요. 현장 교사로서 우리 과학교육의 문제점을 짚어 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유현규 저는 세 가지 정도 꼽고 싶은데요. 먼저 과학에 대한 흥미나 호기심 유발보다는 과학지식을 단순 암기하는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학교 수업이 오로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사항이고요. 마지막으로 학생들 스스로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학생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이자랑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과학을 실생활 속에서 친근하게 접하게 해야 하는데 이론으로 배우는 바람에 과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려 버려요. 과학을 재미있는 교과로 두지 않고 성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또 과학실험 중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제약 때문에 오히려 실험활동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습니다. 차현정 앞서 잠깐 언급이 있었습니다만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조차 관심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을 꼽고 싶습니다. 실험교구나 장비가 부족해 학생들이 골고루 접할 기회가 적다보니 공개수업 등이 보여주기식에 그칠 때가 있어요. 뿐만 아니라 과학교사의 업무량이 너무 많아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행정업무는 물론이고 간혹 과학 이외의 과목을 지도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교육환경부터 입시까지 다양한 과제들을 안고 있군요.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차현정 저부터 말씀드릴게요. 과학실험 여건을 확충하는데 큰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교육당국이 열심히 노력하지만 돈이 드는 문제라 한계가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생각해 본 게 지역대학이나 연구기관들과 연계해 운영하면 어떨까 싶어요. 가령 지역대학의 공동실습실험관을 이용하거나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과학실험 실습관을 확보해 체계적으로 지원하면 학생과 교사의 접근성도 높이고 과학교육의 내실화도 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유현규 맞습니다. 과학적 흥미와 호기심은 교실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학교 울타리안에 머물게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계되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 겁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태백 지역을 예로 들면, 학교에서 지층과 화석 수업을 익힌 후 지역의 구문소 및 고생대 박물관에 가서 직접 탐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때 지역 전문가 또는 박물관 도슨트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면 더 효과적이더라고요. 또 정규 과학시간에 학생들 스스로 주제에 대하여 탐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유탐구수업’ 시간의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과학은 놀라움이 가득 차 있는 호기심의 과정입니다. 초등학생들이 그 호기심을 스스로 찾도록 충분한 자유탐구수업과 교사의 안내자 역할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해 발표된 PISA 2018에서 보면 한국 학생들의 과학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결과인데요. 그럼에도 노벨상 수상자 한 명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 생각이 궁금합니다. 유현규 앞서 말씀드렸듯이 과학은 스스로 호기심을 느끼고 즐거워해야 하는데, 대부분 학생은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부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이는 초등학교보다 중학교, 고등학교 등 상급학교로 오를수록 더 심해집니다. 이런 입시위주 교육에서 학생들의 창조적 탐구를 기대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닐까요. 이자랑 우리나라의 경우 6.25 이후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의 과학 기술을 활용하고 응용해서 만들어내는 반도체나 2차 전지 등의 분야에서는 월등한 실적을 내세웠으나 기초과학 분야는 크게 공을 들이지 못했다고 볼 수 있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거니와 시간적인 여유도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벨상의 경우 기초과학 분야에서 크게 업적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보니 우리로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차현정 간혹 학생들이 제안한 탐구주제를 보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놀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때 “이게 된다고 생각하니?” 또는 “곧 시험인데 이거 그 안에 결과 볼 수 있을까?”라고 몰아세워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다음부터는 안정적인 탐구주제만 찾아 가져올거에요. 어느 정도 결과가 예측가능하고, 다른 사람이 연구한 내용을 답습하는 경우들이 나오기 사작하겠죠. 저 역시 눈에 보이는 성과와 결과물에만 집착했던 것은 아닐까 반성해 봅니다. 새해 들어 교육분야에서도 AI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첨단 과학기술을 교육에 활용하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반지성주의와 같은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유현규 초등학교 현장에서 AI 활용은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저학년 학생들의 한글 문해능력을 수준별로 진단하고, 그에 맞는 수업내용·방법·평가결과 등을 교사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부분 다인수 학급으로 구성된 초등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더 효과적으로 학생 개별수준에 맞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LMS는 어디까지나 학습에 관련한 것이지 학생들의 심리 상태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AI 기술이 발달하여 학생들의 미묘한 감정선까지 파악한다면 상담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교육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차현정 저는 사실 유튜브·SNS도 잘 모르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만 AI나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배우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습니다. 가끔 접하는 상점의 키오스크가 저를 놀리는 것이 아닌가 답답해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논문이나 유전자 서열을 검색하고, 정리되어 있는 데이터들을 접할 때 그 방대한 양을 누가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내가 필요한 부분들만 찾아서 보여주는 것일까 놀라워할 때도 많았습니다. 제가 가르친 학생들은 분명 제가 그 나이 때 겪었던 사회와는 다른 모습의 사회, 더 빠르게 변화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를 만나기 때문에 AI나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겠죠. 인공지능이 교육에 접목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대로 진행되는거 아닐까요. 2세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 입장에서 한국 과학교육 발전을 위한 조언을 하신다면. 이자랑 앞으로 기술 발달로 현재까지 교실에서 구현해내지 못했던 더욱더 다양한 것들을 구현할 수 있게 할 것이며, 과학교육의 형태도 달라지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많은 것이 변해도 분명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과학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즐겁게 진행돼야 하는 학문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한 계단 한 계단 즐겁게 과학을 배우고 발전시켜 간다면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도 한층 더 나아지고 밝아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차현정 저의 과학교육 목표는 ‘과학 그 어려운 거! 그 생물 외울 것 많은 거!’ 보다 즐겁게 접한 경험을 토대로 자연현상을 바라보고, 나에게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과학적인 눈으로 보면서 ‘아, 그런 게 있었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학생들과 사람들이 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욕심낸다면 제가 가르친 학생 중 누군가가(과학교사에게 과학을 배운 학생 중 누군가가)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창의적인 접근으로 해결해 노벨상을 수상하는 기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탐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수업이 기다려지네요. 끝으로 새해 각오가 있으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현규 최근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으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친구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근무하던 시골 소외지역 학교 학생들의 장래희망을 조사해보면 과학자가 꿈인 친구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소득이 높은 직종을 장래희망으로 꼽고 있습니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이것은 과학적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지 못한 과학교육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학을 우리 미래의 아이들이 좋아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과학교육과 관련한 모든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일부로서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는 선생님이 되겠습니다. 말씀을 나누다보니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 한국 과학교육의 희망찬 도약이 기대됩니다. 긴 시간 감사합니다.
미래라는 시간은 시나브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곤 한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패배한 이세돌의 충격은 인류의 충격이기도 했다. 비단 바둑만이 아니다. 뛰어난 계산 및 인지 처리 능력을 가진 AI에 대항할 수 있도록 미래 교육의 방향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 한선관 회장(경인교대 교수)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 국가경쟁력은 인공지능 경쟁력이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 학교교육에서부터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어떤 인재를 기를 것인지,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성할지, 교과서 개발부터 교사 양성까지 표준화된 툴을 만들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에 지레 겁먹기보다 그것의 알고리즘을 정확히 파악, 활용 능력을 강화하면 인간의 삶은 그만큼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공지능교육학회가 출범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 “인공지능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컴퓨터 교육이란 카테고리에 가둬두기에는 이미 덩치가 너무 커졌다.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인공지능 교육을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또 보편교육에 이어 직업교육으로서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일반 국민들의 이해를 넓혀 국가경쟁력에 기여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교육에서 인공지능이 갖는 의미는?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는 인공지능 시대다. 그런 면에서 인공지능 교육은 미래를 위한 적시교육이다. 수동적으로 기술을 소비하는데 안주해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배우고, 배운 기술을 어떻게 선하게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즉, 인공지능 체계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국가의 역량은 인공지능 경쟁력이 좌우할 것이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현재 어느 정도인가. “전 세계 국가 중 10~15위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이 1,2위를 다툰다. 이들 국가를 제외한 3위부터 15위까지는 큰 격차 없이 고만고만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당 국가의 인공지능 특허기술과 논문 수, 기업의 신기술 개발 동향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데 이제부터라도 분발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상의 인터넷 강국인데 인공지능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는. “우리는 통신·컴퓨터 등 하드웨어 인프라에 강한 반면 여기에 필요한 알고리즘이나 소프트웨어는 약하다. 눈에 보이는 인프라 구축에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탓이다. 사실 하드웨어는 돈과 행정력만 투자하면 얼마든지 이른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 또 하나 우리가 착각하는 게 있다. 4차 산업혁명하면 드론이나 로봇, 3D 프린터 등을 떠올린다. 인공지능 발전에 필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능력인데 자꾸 이런 외형적 제품에만 투자가 이뤄진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제대로 된 인공지능 연구소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은 투자를 안 하고 정부는 눈에 보이는 실적만 요구한 탓이다.” 학교교육 측면은 어떤가. PISA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 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적이 매우 좋은데. “수학·과학 영재가 많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대학 진학에 목적을 두고 있다. 실질적으로 기술개발에 발을 들여놓는 인재는 드물다. 인공지능 산업이 발전하려면 수학이나 과학, 컴퓨터에 대한 백그라운드가 탄탄해야 하는 데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친다.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이상과 현실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인공지능 제품을 활용하는 데 있어 꼭 수학적 백그라운드가 필요한가?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TV 리모컨처럼 버튼만 누를 줄 알아도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리터러시가 중요한 시대다. 실질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자신에 맞는 직업을 찾고,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생존이 걸린 문제다.” 학생 발달단계별 맞춤형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학교교육은 보편교육과 심화교육, 직업교육, 영재교육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보편교육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4~5학년까지 입문기를 말한다. 체험과 활용을 통해 인공지능의 실체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개념들을 연결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심화교육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코딩교육과 인공지능에 대한 알고리즘, 기초적인 개발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특성화고나 영재학교 등도 그들 수준에 맞는 진행이 가능하다. 학회 차원에서 인공지능 교육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표준안도 만들 계획이다.” 어떤 내용이 표준안에 담길지 궁금하다. “우선 인공지능 교육이 추구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부터 규정할 생각이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현상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와 가치를 가져야 하는지도 포함된다. 또 인공지능 교육의 목표는 무엇이고 교육과정은 어떻게 짤 것인가도 다룰 생각이다.” 우리나라에 인공지능 붐을 일으킨 건 알파고 덕분 아닌가. 이세돌과 바둑대결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순간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다.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는 사실에 두려움마저 느꼈다. 그러나 이런 위기가 오히려 인공지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국민들의 관심이 인공지능에 쏠리자 정부와 정치권이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나섰다. 지금은 굉장한 추진력으로 진행되고 있다. 알파고는 고마운 존재다.” 교육현장에도 인공지능 바람이 유행처럼 불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인공지능 고교 10곳을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공지능 개발교육인지 인공지능 활용교육인지 서울시교육청의 의도를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 만약 개발교육이라면 우려가 크다. 솔직히 고졸자가 인공지능 개발자로 나서기란 쉽지 않다. 이들이 사회에 나와 대학전공자들과 경쟁해 살아남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만약 제조업 분야에서 초보적인 인력을 요구한다면 모를까 자칫 실업자만 양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교육감이야 임기 끝나면 그만이지만 학생들 인생은 누가 책임지나. 무턱대고 인공지능 학교를 만들기보다 지금 특성화고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 시너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교사 양성은 어떻게 되는가. 구체적 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다. “당장은 현직교사 연수를 실시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수학이나 과학, 컴퓨터 교과 담당 교사들을 중심으로 재교육을 통해 핵심요원으로 길러내고 이후 단계적으로 모든 교사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인공지능교육대학원을 설립,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년 가을부터 5학기 정도 교육을 시켜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것인데 기대해 볼 만 하다. 문제는 교사들의 반응이다. 열성적인 교사도 있지만 ‘코딩도 잘 모르는 데 무슨 인공지능 교육이야’ 하는 분도 있다. 이런 괴리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다.” 인공지능 교과서는 어느 정도 개발됐나. 상당히 어려운 교과서가 될 거 같은데. “글쎄 아직 선을 보이지 않았지만 주위에선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반응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수학, 과학, 컴퓨터, 뇌과학, 사회현상 등이 융합된 내용으로 구성된다면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가르치기 버거울 것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놀이하듯 체험하는 인공지능 수업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지만 중국은 이미 인공지능을 필수교과로 지정하고 초·중·고교는 물론 유치원 교과서까지 나온 실정이다. 한참 앞서있다.” 인공지능 교육에는 어떤 교수법이 적용돼야 하는가 “교수법이 한 10여 가지 쯤 된다. 그중 하나 예를 들면 감각차단기법이란 게 있다. 우리가 특정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시각과 청각 기능을 차단했다고 가정해보자. 시각이 살아있다면 눈으로 위험한 장애물들을 피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다른 감각에 의지하게 된다. 이것이 '감각제한'이다. 이후 그런 감각들은 완벽히 차단해 버리면 순전히 자신의 사고력 내에서만 자능이 작동된다. 감각차단 다음 단계는 메타인지로 간다. 학생들은 자신의 사고나 행동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그 행동을 기계에 넣으면 이게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알파고를 만든 실체가 이것이다.” 알파고를 보면 인공지능은 완벽해 보인다.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흔히들 그런 착각을 한다. 인공지능은 100%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인간보다 기계적 능력에서 나을 뿐이지 100% 완벽할 순 없다. 현 시점에서 보면 인간의 지적 능력 중 어느 특수한 부분에서 우월한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인공지능 역량을 100%라고 생각하기 쉽다. 결론적으로 문제해결능력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못하지 않다. 실제로 인간은 어떤 문제에서 실수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후속조치가 지능적으로 이뤄진다. 실수를 하더라도 감각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때가 많다. 경험적으로 해결하는 휴리스틱적 알고리즘이라고 하는데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의 기술이다. 알파고는 완벽한 수가 아닌 이세돌에게 이길 수 있는 수만 놓으며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세돌이 유일하게 알파고를 이겼던 대국에서 보여준 한 수는 바로 인공지능이 사용하는 휴리스틱 알고리즘에 대한 인간의 휴리스틱적 감각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수 없다.” 인공지능도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다. 인간중심 교육이 필요하는 지적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인공지능으로 인간이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다해주는 세상이니 애써 공부할 필요없다’는 반지성주의를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학교 교육이 중요하다. 잉여인간으로 도태되지 않도록 인공지능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야 한다. 인공지능이 사회에 주는 임팩트나 윤리적인 부분도 가르쳐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이 너무 극단적으로 가는 것을 염려해 스탠포드나 MIT 등에 인간중심 인공지능이라는 교육철학 연구소를 만들었다. 센터장은 철학과 교수가 맡고 부센터장은 인공지능 전공교수가 맡았다. 인공지능 시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게 무엇인지 웅변해주기에 충분하다.”
01 교육방송(EBS)이 생겨나던 초창기에 있었던 일이다. ‘교육방송’을 어떤 악센트로 발음하느냐에 따라, 교육방송에 대한 인식의 결이 묻어났다. ‘교육’에 강세를 두어 ‘교육방송’으로 발음하면, 교육방송(EBS)이 교육기관임을 강조하려는 인식이 있었다. ‘방송’에 강세를 두고 ‘교육방송’으로 발음하면, 교육방송(EBS)이 방송사임을 강조하려는 인식이 있었다. 구성원 중 교육연구원들은 대개 ‘교육방송’으로 읽으려 했고, 방송원(PD)들은 ‘교육방송’으로 읽으려 했다. 그러나 ‘교육’과 ‘방송’이 그 본질에서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런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이 일을 생각하노라니 ‘비판적 이해’라는 말이 떠오른다. ‘비판적 이해’는 ‘비판’에 방점이 있는가, ‘이해’에 방점이 있는가. 학교 교육에서 ‘비판적 이해(critical comprehension)’니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니 하는 걸 가르친다. 이를 가르칠 때 이런 고민을 해 보기도 했었다. 비판하는 일과 이해하는 일은 서로 맞서는 일인가, 아니면 서로 통하는 일인가. ‘비판적 이해’라고 해 놓고서는, 비판이 이해를 다 장악해 버리도록 가르치지는 않았는가. 그 반대로 이해가 비판을 노글노글하게 만들도록 지도하지는 않았는가.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리라. 상황 문맥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리는 비판하기 위해서 이해하는가, 아니면 이해하기 위해서 비판하는가. 먼저 비판하기 위해서 이해에 집중하는 경우를 보자. 비판을 제대로 하자면 비판 대상의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상에 대해서 모르면서 비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먼저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제대로 비판할 수 있다. 요컨대 이런 이해는 ‘비판을 잘하기 위한 이해’이다. 이해가 비판에 복속한다. 비판이 목적이고 이해는 수단이 된다. 신문 기자나 수사관이나, 야당의 대변인이나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의 ‘비판적 이해’에 골몰하는 생활을 하는 셈이다. 비판으로만 수렴되는 ‘비판적 이해’는 위험하다. 이해는 사라지고 비판만 남고, 비판만을 능사로 알기 때문이다. 이는 비판을 위한 비판의 수렁에 빠지기 쉽다. 더 큰 문제는 비판하는 주체가 그 비판에서 자신은 제외한다는 데에 있다. 오로지 남을 비판하는 데에만 꽂혀 있기 때문이다. ‘내로남불’의 작태들이 이를 입증한다. 비판은 자기비판에 이르러 비로소 완성된다. 이해하기 위해서 비판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총체적으로 온전하게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이해하기 위해서 비판하기’가 필요하다. 하늘 아래 모든 대상(현상)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지선지미(至善至美)의 대상은 없는 법이다. “그저 좋은 게 좋다”라는 식으로 대상을 이해한다면 즉, 비판 없는 이해는, 부실한 이해가 될 수밖에 없다. 대상(현상)의 부정적 측면까지도 냉정하게 이해함으로써, 마침내 그 대상의 전체적인 모습을 편견이나 왜곡 없이 이해하는 데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장일치 찬성은 가장 나쁜 찬성이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02 어떤 인물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동시에 그를 지지할 수 있는가. 어떤 현상에 대해서 비판을 하면서, 동시에 그 현상을 이해할 수도 있는가.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 후보로 있던 시절에, 이른바 그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표명하는 정치인 그룹이 있었다. 이들은 김대중 대통령을 충심으로 받들며 정치적 역정을 함께 해 온, 이른바 ‘가신(家臣) 그룹’의 정치인들이 아님은 물론이다. 비판은 비판대로 하면서도,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는다는 그룹이다. 그는 비판적 지지자들을 포용함으로써 현실 정치의 선거 국면에서 이득을 얻었다. 이들의 지지표가 도움이 되었다는 단선적 계산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비판적 지지를 포용함으로써 지도자로서 정치력의 확장과 지지세의 확산을 기할 수 있었다. 비판의 포용이 비판이 순기능으로 작용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형식 논리의 세계에서는, 비판과 동시에 지지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나 현실 삶의 현상에서는 ‘비판’과 ‘지지’가 함께 갈 수도 있음을 본다. 다시 ‘비판적 이해’로 돌아와 본다. 비판적 이해는 ‘비판’에 방점이 있는가, ‘이해’에 방점이 있는가. 나로서는 ‘이해’에 방점을 두는 편이다(이 방식이 반드시 타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비판적 이해’의 역량을 길러 주어야 하는 교육자로서는, ‘이해’에 방점을 두고 싶다는 것이다. 교육의 자리에서 보면, 비판의 능력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기보다는, 궁극에는 어떤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 수단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달리 말하면 비판적 이해력도 이해력의 한 하위 분야임을 중시하자는 관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해 보아도 ‘비판적 이해’가 인간의 정신적 과정(mental process)으로 작동하는 구조는 흔쾌히 드러나지 않는다. 무언가 설명이 미진한 듯하다. ‘비판’과 ‘이해’를 지나치게 이원적으로 분리해서 보려는 데에 문제가 있는가. 아니면 ‘비판’과 ‘이해’의 관계를 선·후의 관계 또는 지배·종속의 관계로 지나치게 도식적 구조로 보는 데에 문제가 있는가. 실제의 비판적 이해는 그런 경직된 구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복합적인 삶의 실제에서, 비판하기만 따로 분리해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 정신 작용의 총체에서 비판하기의 정신 작용만 따로 분리해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장사꾼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심장 부근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 살 한 근을 베어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것이다. 03 최근 들어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동통신으로 미디어 현상이 복잡해지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미디어 발전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더욱 복잡해졌다. 제4차 산업혁명이 운위되고 인공지능·코딩·알고리즘·데이터 등의 기술이 미디어 소통 기능에 영향력 있게 관여하게 됨으로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그 핵심과 본질이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이들 기술을 경험하고 익히는 데 주안을 두기도 했고, 미디어 사용 기술 가르치는 것을 이 교육의 핵심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런 정황과 관련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분야의 중견 학자인 정현선 교수의 글을 읽었다. 나는 정교수의 글에서 ‘비판적 이해’라는 말이 참으로 적실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정교수가 사용한 문맥을 중시하여 읽다 보면, ‘비판적 이해’는 현상(대상)의 본질을 찾아가는, 그래서 그 현상(대상)을 평가하는 능력임을 알 수 있었다.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란 무엇이겠는가. 그 현상(대상)이 지닌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긍정적 가치든 부정적 가치든 이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 이 모두가 비판적 이해에 드는 것이다. 정교수의 글을 인용해 본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중의 핵심은 미디어 ‘재현’입니다. 미디어가 중재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자신의 삶에서의 성찰,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본질입니다. 뉴스든, 광고든, 유튜브 영상이든, 미디어를 만들어 보는 수업을 하는 것 자체는 미디어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의 일부일 뿐, 본질 그 자체는 아닙니다. 글씨를 쓸 수 있다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가 재현하는 어떤 현실에 관심을 두고 제대로 읽고 목소리를 내는가, 이 점에 대해, 스스로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자’라고 생각한다면 늘 되돌아봐야 합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늘 이 점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하고자 노력합니다.(정현선 페이스북 2019.11.19.) 나는 ‘동의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랬더니 정교수는 다시 내게 이런 SNS 메시지를 보내왔다. “핵심에 대한 이해 없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하나의 교육 트렌드로 유행처럼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저 스스로도 본질을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현상에 대한 정교수 자신의 비판적 이해 또한 진지한 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는 정교수의 글에 힘입어 ‘비판적 이해’라는 화두를 마침내 다음 두 개의 문장으로 정리했다. “나는 비판한다. 고로 이해한다.” “나는 이해한다. 고로 비판한다.”
요즘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고 있는 학교폭력 사태로 사회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학교폭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학교폭력을 줄이고,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었다. 그 가운데 다양한 간접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독서를 통하여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래서 2013년 당시 학교폭력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가 ‘책 쑥쑥, 폭력 제로’였다. 독서를 통한 학교폭력예방 사례 및 연구논문을 찾아보고, 독서치료로 학생의 공격적 성향을 줄여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래서 학교폭력 상황을 다룬 다양한 책으로 학교폭력예방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고, 책을 구입하여 도서관 입구에 비치하고, 학생들이 자주 접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추천도서 목록의 책들 가운데 학년별로 한 권씩 골라 ‘온작품읽기’를 하며 수업 중 활동으로 독서치료를 하였다. 아침독서시간에 담임교사가 추천도서 목록의 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가졌다. 이외 독서행사·독서프로그램 모두 학교폭력예방을 주제로 진행하였다. 그 결과 2012년 5.7%였던 학교폭력 발생률이 2013년 2.4%로 줄어들었다. 그 뒤 2018년 초등교육과정에 ‘한 책 읽기’가 도입되었고, ‘한 책 읽기’와 ‘독서치료’를 함께하는 학교폭력예방 독서수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구안해 보았다. 수업 중 활동은 2017년 ‘책놀이’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였다. 여기에서 소개하려는 수업은 2018년 4학년을 대상으로 했던 수업이다.[PART VIEW] 귓속말 금지구역으로 진행한 학교폭력예방 독서수업 전체 학급 수가 많은 데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수업을 해야 하는 사서교사에게 주어지는 학급별 수업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2018년은 4학년에 6시간의 수업시간이 주어졌다. 3월의 첫 시간은 도서관 이용교육을 하고, 4월이 돼서야 본격적인 독서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4월 독서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과 함께할 책을 선정하기로 했다. 2017년에 새로 만든 학교폭력예방 추천도서 목록에서 수업하기 위한 책을 학년별로 4권씩 고르고,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행사기간에 학생들에게 수업할 책을 투표하게 했다. 투표 결과 4학년은 김선희 작가의 귓속말 금지구역으로 책이 정해졌다. 우선 선정된 책을 학급 학생들이 수업할 수 있을 만큼 구입했다. 그리고 출판사를 통해 작가와의 만남을 부탁했고, 수업이 끝나는 12월에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기로 했다. 책이 도착한 4월 말부터 귓속말 금지구역으로 한 책 읽기 수업을 시작했다. 3월에 도서관 이용교육을 진행했기 때문에 수업은 총 5차시에 맞춰 계획했고, 각 차시에 읽게 될 책 내용에 맞춰 적합한 활동을 찾고, 수업을 계획했다. 차시별 수업의 전개 ● 1차시 _ 책 맛보기 학생들 가운데 선정된 책을 읽어본 학생도 있지만, 처음 책을 접하는 학생도 있기 때문에 독서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학교폭력 관련 통계와 뉴스를 찾아 동기유발 자료로 준비하였다. 그리고 자료들이 선정된 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그리고 책의 시작을 학생들이 읽기 시작하기보다는 교사가 들려주어 학생들이 스스로 읽을 수 있게 구성하였다. 학생들에게 뉴스 동영상과 학교폭력 통계자료를 보여주며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였으며, 뉴스에 나온 학생처럼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아이가 나오는 책이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책의 삽화로 만든 영상자료로 책의 도입부를 들려주고, 이야기의 중요 지점에서 들려주기를 멈췄다. 그 뒤 학생들에게 책 읽을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는 돌아가며 읽기를 하다가 자유롭게 읽게 했다. 수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책을 읽은 뒤 다음 시간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함께 보자고 하였다. ● 2차시 _ 마음카드로 공감하기 지난 시간에 이어지는 사건의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1차시와 마찬가지로 삽화로 만든 화면자료로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의 극적 장면에서 들려주기를 멈추고, 그 상황에서 등장인물의 마음을 마음카드로 공감하는 놀이를 했다. 마음카드는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카드로 만든 것으로 모둠별로 카드 세트를 하나씩 주었다. 학생은 상황 속 등장인물의 마음을 떠올리고 그 인물이 가진 감정을 자신이 가진 카드와 연결해서 말했다. 손에 가지고 있는 마음카드를 다 써버리면 끝나는 게임이다. 이 활동을 통하여 학교폭력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심리를 알아보고, 활동의 마무리로 ‘친구’를 정의하는 종이배 접기 놀이를 했다. 그리고 남는 수업시간에는 남은 이야기를 읽었다. ● 3차시 _ 토론하기 앞 차시에 학생들과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알아봤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삽화를 활용하여 지난 시간에 이어 이야기 속 다음 사건의 도입부를 들려주었다. 등장인물의 갈등상황을 제시하고, 상황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모둠별 ‘천사와 악마 토론’을 했다. 학생들은 천사 또는 악마가 되어 가운데 있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을 끊임없이 설득했다. 토론이 끝난 후 각 모둠의 등장인물은 천사와 악마의 설득을 듣고 자신이 내린 결론을 말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디언 삼각형 이야기를 들려주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 4차시 _ 마음이 통통 이야기를 들려주고, 읽는 동안 책의 사건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서 학생들과 함께 지금까지 읽었던 이야기를 돌이켜 보는 활동을 했다. 책놀이 연수에서 배운 ‘마음이 통통’이라는 놀이를 활용했는데, 주제에 대한 내용을 같은 모둠 친구들과 함께 떠올리는 놀이이다. 책의 결말 전까지 들려주기를 하고, 책 제목을 주제어로 주고 ‘마음이 통통’ 책놀이를 했다. 그 뒤 주제어를 등장인물, 사건으로 주고 놀이를 하며 책 전체 내용을 다시 떠올리게 하였다. ● 5차시 _ 엮어 읽기 이야기의 결말 역시 준비한 삽화 화면자료로 짧게 들려주었다. 이미 책을 미리 읽어서 결말을 알고 있지만, 학생들은 교사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 했다. 이야기를 들려준 후 학생들에게 자신의 주변에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권해 줄 수 있는 책을 찾아오게 하였다. 학생들은 도서관 안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책을 찾아다녔다. 대부분 학교폭력예방 추천도서에서 책을 골라 왔지만, 도서검색으로 추천도서가 아닌 다른 동화책을 골라오기도 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스스로 골라온 책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교수·학습지도안 _ 귓속말 금지구역 두 번째 수업 단원 및 차시 : 2. 학교폭력예방 독서 (2/5) / 47~60쪽 수업모형 : 공감 학습모형 수업대상 : 4학년 본시 주제 : 이야기를 바탕으로 ‘친구’에 대한 자신만의 뜻 말하기 학습 목표 : 이야기 속 상황을 잘 이해하고, ‘친구’에 대한 자신만의 뜻을 말할 수 있다. 성취 기준 : 이야기 속 상황에 대하여 잘 이해하고, ‘친구’에 대한 자신만의 뜻을 말할 수 있다.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계획 성취기준 : 이야기 속 상황을 잘 이해하고, ‘친구’에 대한 자신만의 뜻을 말할 수 있다. 평가방법 : 관찰법 성취수준 마무리-작가와의 만남 마지막 수업이 끝난 시기가 11월 말이었다. 12월 초에는 책의 저자인 김선희 작가와의 만남이 약속되어 있었다. 그래서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작가 선생님이 오신 날 학생들은 한 해 동안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학생들이 1년 동안 읽고 토론하고, 놀고, 찾아보며, 살펴본 책의 작가를 만나서 그런지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책 속 등장인물에 대한 질문·사건에 대한 질문, 책 쓰기에 대한 질문 등 강연회의 많은 시간을 학생의 질문과 작가의 답으로 보냈다. 학생들은 강연회를 마친 후 작가 선생님께 보내는 감사 인사를 엽서에 써서 보냈다. 한 책 읽기 수업을 마치며 학교폭력에 대한 많은 분석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예방하고 막고자 많은 방법이 나타났다. 체육시간과 놀이시간을 늘려서 학생들의 스트레스 발산 기회를 주고, 학교폭력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되었다. 여기에서 언급한 독서는 학생에게 학교폭력 상황을 간접 체험할 기회를 주고, 등장인물에 공감하며, 학교폭력을 겪지 않은 학생은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고, 학교폭력을 겪은 학생은 작품 속에서 상황을 등장인물과 함께 극복하며 치유할 수 있는 수업이 되었을 것이다. 한 책 읽기에 연극놀이를 적용하여 학교폭력 상황을 연극놀이로 체험하며, 다른 학생들과 함께 극복해 나가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학생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