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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토지·건물 등 부동산, 자동차·광업권·어업권·선박 등 부동산 준용 권리, 1000만 원 이상의 현금·예금·유가증권, 500만 원 이상의 금·보석·골동품·예술품·회원권, 주식, 지식재산권 등….’ 공직자윤리법 제4조에 따른 재산등록 대상의 목록과 종류다. 정부가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재산등록이 현실화되면 실제 교원들이 등록해야 할 재산들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교총이 5일부터 시작한 ‘교원·공무원 재산공개 철회 촉구’ 서명운동에 7일 기준 2만여 명이 참여하는 등 반대 열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한국토지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 대책으로 교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들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재산등록 의무자의 기준과 범위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됐다. 실제 법안이 통과돼 교원들이 재산등록을 하면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공직윤리시스템에 따른 재산등록 의무자들의 등록 대상 재산을 보면 부동산과 동산 등 그 종류만 수십 가지에 달하며 절차 또한 매우 복잡하다. 부동산의 경우 매입일·상속일·증여일은 물론 취득 목적과 방법, 자금 출처를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500만 원 이상의 골프회원권이나 금·백금 등 보석, 예술품 등도 등록 대상에 포함된다. 가액을 산정하는 방법은 까다롭다. 보석류 등은 실거래 가격이나 전문가 등의 평가 가액은 물론 종류와 크기, 색상, 작가 및 제작연대를 기재해야 한다. 1000만 원 이상의 유가증권도 등록 대상이다. 국채·공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액면가를, 상장주식은 기준일의 최종 거래가격, 비상장주식은 실거래 가격 등을 등록해야 한다. 등록 의무자들은 최초 신고 외에도 매년 정기적으로 변동신고를 해야 하며 위반 시 제재조치도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등록을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기간 내에 등록을 마치지 않은 경우, 가액과 취득 경위, 소득원 등을 거짓으로 기재할 경우에는 해임 또는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면 현재 약 23만 명인 재산등록 대상자 규모는 150만 명으로 늘어난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도 대상인 것을 감안해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하면 600만 명을 넘는다. 인구 10명당 1명꼴로 재산등록 대상이 되는 셈이다. 교원들은 “행정력 낭비는 물론 교원 업무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등록 기준에 명시된 것처럼 실제 고가의 금품이나 회원권, 유가증권 등을 보유한 교원이 얼마나 될 것이며, 투기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경우는 더더군다나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재산등록 경험이 있는 한 교육공무원은 “혹시 빠뜨린 게 없는지 아버지 어머니, 자녀에게 따로 확인하고 일일이 알아봐야 해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산등록에 대한 매뉴얼만 책 한 권 분량이었다”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가족들의 재산이 바뀐 걸 모르고 변동신고를 하지 않으면 누락이 되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갓 입직한 교사들이 학교에 적응하고 아이들을 돌보기도 바쁠 시간에 이런 업무까지 떠안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나이가 많은 교사들은 동료들에게 등록방법을 물어보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고 교사연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 교사는 “일부 LH직원과 고위공직자들의 잘못을 하급공무원이나 교육공무원들에게 물타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정보를 취급할 권한이 없는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게 온당한 일인지, 사찰을 받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산등록을 빌미로 국민과 공무원을 편가르기 하는 느낌도 든다”며 “철밥통인 공무원들이 재산공개 하나 못하냐는 식으로 여론이 호도되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산을 등록하는 것일 뿐 공개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하윤수 교총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은 “자료를 수합하고 등록, 결재하는 과정에서 타인은 물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간에 알게되는 것 자체를 공개로 봐야 한다”며 “교원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과잉규제·과잉입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명웅 변호사는 “입법목적 비중에 비해 사생활과 개인정보 등 침해되는 개인의 권리가 더 크다”며 “현안대로 추진될 경우 위헌 소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재산등록 범위와 방향 등은 논의 중이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온라인 서명에 참여를 원하는 경우 sign.kfta.or.kr로 접속하면 된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한국교총이 5일 ‘교원·공무원 재산공개 철회 촉구 전국 교원 청원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만 하루만인 6일 오전, 온라인 서명 인원만 1만 명을 돌파하는 등 현장 교원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에 따르면 6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교원과 공무원의 재산공개 철회를 촉구하는 청원운동에 참여한 인원은 온라인 서명만 1만2000여 명으로 이는 5일 오전 서명접수를 시작한지 만 하루 만이다. 교총의 이번 청원(서명) 운동 전개는 정부가 교원 등 공직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산공개를 강행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전체 공무원의 재산등록을 입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앞선 23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산등록 의무자의 기준과 범위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교총은 “부동산 투기를 예방‧감시해야 할 정부가 그 실패의 책임을 교원‧공무원에게 전가하고 희생양 삼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교원이 무슨 업무상 부동산 정보나 기밀이 있어 투기를 하고 부당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투기 근절은커녕 행정력 낭비와 교원 업무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서명운동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예비교사 등을 대상으로 이달 30일까지 추진한다.
[한국교육신문 이상미 기자] 예비교원들의 원격수업 실습 등 미래교육역량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미래교육센터가 올해 전국 모든 교대와 국립 사범대로 확대·설치된다. 교육부는 올해 59억 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교대 및 국립 사대 18곳에 미래교육센터를 추가 설치하는 ‘교원양성대학 수업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대구교대, 한국교원대, 강원대 사대 등 전국 10개 교원양성대학에 미래교육센터를 설치한 바 있다. 예비교원들은 미래교육센터에 설치된 원격수업 실습실과 온라인 콘텐츠 제작·실습실 등에서 다양한 원격 수업을 실습하고 자료 제작이나 교육용 플랫폼을 활용해 볼 수 있게 된다. 또 대학은 미래교육센터를 통해 원격 수업, 온라인 학급관리, 교육용 플랫폼 활용 등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게 된다. 미래교육센터는 향후 초·중등학교 현직 교원의 미래교육역량 재교육을 지원하고, 학교현장-대학연계 공동 연구 등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미래사회에 대비한 예비·현직 교원의 원격 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데 미래교육센터가 활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생활의 모든 것 (김지나 지음, 북하우스 펴냄, 472쪽, 1만8000원) 아이를 대하는 교육문제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해결하려 할 때 오히려 더 큰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신뢰와 믿음에 기초한 적절한 훈육이 우리 아이를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 25년 차 현직교사인 저자는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학생과 학부모가 궁금해하는 80가지 질문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며, 초등학교 생활을 안내하고 있다.
지능의 역사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 마르쿠스 카루스 그림, 윤승진 옮김, 라이팅하우스 펴냄, 324쪽, 1만6800원)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가이자 작가, 교육자인 저자는 인간지능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미래에서 온 인물 우스백이 ‘인류의 지능’이라는 주제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여정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인공지능시대를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설계된, 지식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코로나 이후 학교의 미래 (김재현·김종훈·류창기·배동건·송칠섭·이상수·정휘범 지음, 오브바이포 펴냄, 248쪽, 1만6000원)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 빠진 우리 교육을 되돌아보고, 미래교육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7명의 현직 초등학교와 교육학자의 목소리를 담은 책. 새로운 수업환경에서 지금의 교육과정과 2022년 새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 좋은 수업의 기준, 학부모와 학교 간 소통의 부재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방법 등 우리 교육이 꼭 짚어봐야 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쓰담쓰담, 현천을 쓰고 아이들을 담다 (현천고 ‘쓰담쓰담’ 선생님들 지음, 도서출판 웰북 펴냄, 256쪽, 1만5000원) 강원도 최초의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고인 현천고등학교 교사들의 글쓰기 모임 ‘쓰담쓰담’ 소속 9명 교사의 일상기록을 담았다. 상처받은 학생들이 치유와 자존감 회복을 위해 지원하는 현천고는 각양각색의 학생들로 인해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과 함께하며 ‘현천스러움’을 보여 주는 현천만의 차별화된 교육활동도 엿볼 수 있다.
마구 눌러 새로고침 (이선주·조우리·유영민·문이소·문부일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176쪽, 1만3000원) ‘십대가 머무는 공간’을 주제로 한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 작가들이 들려주는 공간 이야기는 집·학교와 같은 현실공간은 물론이고, 인스타그램·유튜브·게임 등 십대가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가상공간에서 다양하고 폭넓게 펼쳐진다. 또 여러 공간 안에 담긴 십대의 고민과 문제도 함께 이야기한다.
십대들을 위한 좀 만만한 수학책 (오세준 지음, 맘에드림 펴냄, 226쪽, 1만3500원) 인류가 처음 수 개념을 만들어낸 순간부터 현재까지 세상 구석구석에서 알게 모르게 활약하고 있는 수학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수학교사인 저자는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오랜 편견을 깨고, 수학에 대해 갖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는 한편, 한층 친근하고 만만하게 다가갈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특히 수학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수학의 언어 이해하기에 초점을 맞췄다.
숨은 독립 영웅 찾기 (학교앞문방구 지음, 윤지담 그림, 송영심 감수, 아해와 펴냄, 184쪽, 1만3000원) 대한제국 말기부터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지키고, 되찾으려 한 우리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야기. 안중근·유관순·김구·윤봉길 등 유명한 독립운동가의 이름들 뒤에 숨겨져 있던 장인환·최재형·김마리아·정정화·윤희순·이희영·윤동주·송몽규 등 꼭 알아야 할 숨은 독립 영웅들을 소개한다.
싸움닭 치리 (신이림 지음, 바람의아이들 펴냄, 184쪽, 1만1000원) 이제 막 어엿한 수탉이 된 치리와 깜이를 통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선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안전한 닭장 안의 삶이 시시한 치리는 투계(싸움닭)가 되려고 하지만, 엄마나 친구 깜이의 방해가 답답하다. 우여곡절 끝에 투계가 된 치리는 투계시합의 잔인함을 마주하게 된다.
21세기의 교육은 학생 개인의 학습요구를 중시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이런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교육과정중심의 정책이며, 학교공간 재구조화를 통하여 고교학점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부에서는 2021년 2월 16일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학점제형 학교공간 조성’ 추진 방향을 제시하였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①첨단 교수·학습환경 구축을 지원하는 개방적인 공간, ②사용자 참여디자인을 중심으로 설계되는 자율적인 공간, ③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수용하는 유연한 공간, 마지막으로 ④개별학습과 협업학습을 수용하는 개별화 공간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개별학습·협업학습·ICT 학습도 교수·학습방법의 하나이므로 결과적으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공간을 사용자 참여디자인 기반으로 조성하는 것이 고교학점제형 학교공간 재구조화의 핵심개념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업시간에 활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실과 근접할수록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공간 재구조화의 대상 공간과 교실과의 거리는 학교의 수업혁신에 대한 의지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은 호주의 Mount Lawley Senior 고등학교의 복도공간을 나타내고 있다. 2월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복도는 단순한 이동을 위한 통로가 아닌 학습공간으로 활용된다. 특징적인 것은 Mount Lawley Senior 고등학교의 복도는 용도가 더욱 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림 2]의 배치도에서 보듯이, 교실 4개의 중간중간에 위치한 공간은 메이커스페이스·개별학습 공간·협업학습 공간·휴식 공간으로 명확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림 3]은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핀란드의 Jarvenpaa 고등학교의 중앙 홀 모습이다. 사진의 1층은 식당 및 집회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이며, 각층에 원형의 복도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4]는 복도의 모습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는데, 복도를 따라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공간들이 구성된 것을 볼 수 있다. 해당 공간들은 복도를 따라 연결되어 있는 교실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이 개별학습·협업학습·공강·휴식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의 사례들을 보면, 공간을 혁신한 사례들은 많지만 다양한 교수·학습방법과 연계된 공간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림 5]은 필자가 최근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여 디자인한 원주 치악고등학교의 ‘고교학점제형 러닝센터’ 사례이다. ①이론 강의 공간, ②소인수 학습 공간, ③개별학습 공간, 공강 및 휴식시간에도 사용할 수 있는 ④토론학습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6]은 이론 강의실 모습이다. 3학년 교실 앞에 위치한 공간으로 대학공간과 같은 계단형 강의실로 디자인하여 동일한 강의식 수업도 혁신적인 공간에서 수업하는 색다른 경험이 되도록 의도하였다. [그림 7]는 이론 강의실 옆에 위치한 협업학습 공간이다. 학생들에게 친숙한 스터디카페와 같은 공간이 연출되도록 마감자재 및 조명을 차별화하였다. 협업학습 공간은 개방형 공간, 반개방형 공간, 개별학습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학생마다 또는 그룹별로 원하는 형태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의 핵심개념인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교공간 역시 학생 개인이 원하는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적극적으로 수용 가능한 ‘학습자 주도형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앞으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학생 선택의 비중이 높아지도록 점차 변화한다는 것은 학생마다 요구하는 교수·학습방법 역시 비례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학교공간 역시 수용 가능성의 폭이 넓어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2025년 전면도입을 앞두고 보다 혁신적인 사례들이 많이 발굴되길 기대한다.
미얀마는 참 낯설다. 동남아 어딘가의 가난한 나라. 수도가 어딘지…. ‘아웅산 수치’는 안다. 민주주의를 하다가 오랫동안 구금된 사람. 다시 쿠데타가 일어났고, ‘아웅산 수치’는 또 구금됐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죽어간다. 안쓰럽고 화가 난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우리 현대사와 참 많이 닮았다. 닮은, 너무도 많이 닮은 미얀마와 우리의 현대사 미얀마는 몇 안 되는 불교국가다. 쌀농사를 짓는다. 한국은 바다를 끼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다. 미얀마는 바다(인도양)을 끼고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다. 두 나라 모두 큰 나라 사이에서 버티며 살아왔다. 그래서 침략당하기도 좋고 큰 나라를 끼고 발전하기도 좋다. 미얀마는 130여 개 다민족국가다. 인구의 70%는 버마족이다. 영국 식민지였을 때 주류인 버마인들은 간절히 독립을 원했고, 그래서 일본제국주의와 손을 잡았다. 그때 다른 소수민족은 독립을 위해 영국과 손을 잡았다. 그때부터 같은 미얀마에 살지만 버마족과 소수민족과의 갈등은 시작됐다. 그 갈등을 묻고 연방국가로 만든 게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우리는 1983년 아웅산 묘소 폭발 참사로 기억한다. 해외 원수가 방문하면 꼭 참배할 만큼 미얀마에서 아웅산 장군의 위상은 신성하다)이다. 지난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버마연방(Union of Burma)을 세웠다. 아웅산 장군이 독립을 위해 만든 군대가 탓마도(Tatmadaw)다. 그 탓마도가 70여 년이 지나 아웅산의 딸 ‘아웅산 수치’ 정권을 무너뜨리고, 그녀를 잡아 가뒀다. ‘아웅산 수치’는 15살에 영국 유학길에 올라 옥스퍼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옥스퍼드대 교수인 영국인 마이클 에어리스를 만나 결혼했고, 두 아들을 낳았다. 33살이던 지난 1988년, 어머니 병문안을 위해 고국을 찾았다. 58년 군사정권을 끌어내린 아웅산 수치 마침 그해 랑군(지금의 양곤)에선 8888(1988년 8월 8일 랑군 대학생들의 민주화 봉기)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했다. 그렇게 그녀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됐다. 미얀마 군부는 그녀를 15년 동안 집에 가뒀다. 1990년 마침내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82%의 지지를 얻어 군부 여당에 압승을 거둔다. 하지만 군부는 총선 결과를 거부했다. 수치 여사는 다시 가택 연금됐다. 이듬해인 1991년, 아웅산 수치 여사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물론 갇혀있어서 직접 받지 못했다. 시상식에는 아들과 남편이 대신 참석했다. 1999년 남편 에어리스 교수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웅산 수치는 군부가 재입국을 거부할 것을 우려해 영국을 찾지 못 했다. 남편의 임종도 보지 못했다. 수치 여사는 2000년에 민주화 열기가 거세지자 다시 구금된다. 2002년 UN의 중재로 석방되지만, 2003년 다시 구금됐다. 그러자 미국 등 서방세계는 끈질기게 미얀마 경제를 틀어막았다. 경제제재를 버티지 못한 미얀마 군부는 2012년 결국 아웅산 수치를 석방한다(그해 그녀는 노르웨이를 방문해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을 한다. 수상 21년 만이였다). 그리고 2015년 총선,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했다. 비로소 미얀마에 문민정부가 들어섰다. 58년의 군사정권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YS가 하나회를 척결하듯) 아웅산 수치는 군부를 쳐내지 못했다. 군의 권력 뿌리는 거대했다. 수치 고문은 대신 권력분점을 선택했다. 국방장관 등 3명의 장관을 군에게 보장했다. 국회 의석의 25%도 군에게 자동 할당된다(군이 25%를 차지하는 의회에서 개헌을 하려면 의원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니 군이 존재하는 한 개헌은 불가능하다) ‘아웅산 수치가 대통령 위에 있다면, 군은 미얀마 헌법 위에 있다’는 말이 생겨났다. 다시 1990년으로 돌아간 미얀마의 시계 그러던 2018년 미얀마군이 북부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학살한다. 로힝야족이 무장난동을 벌였다는 명분이지만, 미얀마군은 오래전부터 버마인(불교)들의 미움을 샀던 로힝야족(이슬람)을 토벌하면서 지지세 확장을 시도했다. 무차별 학살과 성폭행이 자행됐다. 확인된 사망자만 9,700여 명. 1년 뒤 유엔 진상조사위는 이 사건을 ‘종교와 인종의 씨를 말리려는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이를 지켜보기만 한 아웅산 수치 고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실망이 이어졌다. 이듬해 유엔의 진상조사위에 출석한 아웅산 수치 고문은 “로힝야족의 무력 사용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었다”고 군부를 옹호한다. 이날 이후 국제사회는 민주화 영웅 ‘강철 나비(영국 언론이 붙인 별명)’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하지만 급전직하하던 아웅산 수치 고문은 다시 지난해 총선에서 83%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재진권에 성공한다. 권력에서 밀려날 것을 우려한 군부는 지난 2월 1일 새정부 출범일을 하루 앞두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의 시계는 다시 1990년으로 돌아갔다. 미얀마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을까 40년 전 우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때 우리도 10% 남짓 고성장을 이어갔다. 미얀마는 베트남과 함께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6~7% 성장을 이어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는 2030년까지 연 7% 성장을 할 나라로 ‘미얀마’를 꼽았다. 그때 우리는 민주화를 이뤄냈다. 산업화와 민주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우리는 결국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까지 달려왔다. 미얀마도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글로벌투자가 물밀 듯 들어왔고 국민소득도 1,000달러를 넘어섰다(미얀마 경제는 한국 경제의 1/23쯤 된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발전을 견인했다. 오랜 가난을 뚫고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나라. 그런데 또 쿠데타가 터졌다. 미얀마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을까.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온다. 아웅산 수치가 처음 조국에서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던 1988년, 8888 시위 때 미얀마 시민 3천여 명이 죽었다. 네윈 독재정권은 무너졌지만, 다음 군부가 또 집권했다. 시민혁명은 좌절됐다. 이번에 쿠데타를 일으킨 윈 아웅 사령관은 그 군벌의 대표주자다.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벚꽃엔딩’처럼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퍼지는 거리를 연인과 함께 걸어본 추억이 있을 것이다. 김연수 단편 벚꽃 새해는 딱 그런 시기가 배경이다. 다만 지금 사귀는 것이 아니라 4년 전 헤어진 연인들이 주인공이다. 사진작가인 성진은 4년 전 헤어진 ‘구여친’ 정연한테서 시계를 돌려달라는 문자를 받는다. 그녀가 예전에 선물한 명품시계인 태그호이어를 돌려받고 싶다는 것. 그러나 그 시계는 고장 나 며칠 전에 시계수리점에 팔아버린 뒤였다. 성진이 시계를 되찾으러 갔을 때 주인은 이미 다른 곳에 팔았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얽긴 두 사람은 시계방 주인이 일러준 서울 황학동 가게로 태그호이어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서울에 막 벚꽃이 필 때였다. 성진은 하늘을 올려봤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벚나무 가지가 뻗어 있고, 그 가지마다 하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 서 있는데 외롭지가 않다니 신기하다고 성진은 생각했다. 뷰파인더로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마다 외로움을 느꼈는데 말이다. 벚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말하자면 오늘은 벚꽃 새해. 벚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벚꽃 새해라는 논리는 신선하다. 4년 전에 호기롭게 헤어졌지만 둘 다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니 막 피어난 벚꽃에 더욱 마음이 싱숭생숭했을 것이다. 두 연인이 찾아간 황학동 가게 노주인은 그런 시계는 없다고 했고, 대신 노인의 아내에 대한 사연을 듣는다. 노인은 진시황 병마용 모형 때문에 무식하다는 모욕을 당한 다음, 매일 낮 가게에서 진시황 책, 사마천의 사기 등을 읽는다. 그리고 밤에 불을 끄고 누워서 낮에 읽은 내용 중 흥미로운 대목을 고단한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노부부는 중국 시안과 그 너머 사막을 같이 여행하기로 약속했지만, 아내는 병으로 죽었다. 이 두 사람은 재결합할까. 구여친이 재결합을 바라는 듯한 말과 태도가 곳곳에 나오고, 주인공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호기심이 생겼다. 후반부에 ‘둘이서 같이 걸어온 길이라면 헛된 시간일 수 없는 것’이라는 문장이 나와 결말을 더욱 궁금하게 했다. 이런 잔잔한 스토리인데도 이 소설이 잘 읽히는 이유는 액자처럼 담긴 황학동 노인 사연, 아유타야의 불상 머리 이야기 등과 함께 김연수 특유의 재치 있는 농담이 곳곳에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시계를 팔아버렸다고 고백했을 때 정연이 대꾸가 없자 ‘뭐지, 이 폭풍전야의 고요는? 성진은 궁금했다’와 같이 불안해하는 대목이 그렇다. 이 같은 농담 혹은 재치, 너스레 속에 진지한 문제의식과 생각해볼 거리가 담겨 있는 것이 김연수 소설의 특징인 것 같다. 찬란하게 피었다 지는, 너를 닮은 ‘벚꽃’ 벚나무는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심어놓은 가로수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벚꽃축제를 하기 위해 앞다투어 벚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시내 가로수의 10.7%(2018년 현재)로 은행나무·플라타너스·느티나무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가로수다. 벚나무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고 꽃이 무더기로 피는 것이 특징이다. 도시에 흔히 많이 심는 화려한 벚나무는 대부분 왕벚나무다. 여의도 벚꽃들도 대부분 왕벚나무다. 왕벚나무는 다른 벚나무에 비해 꽃이 크고 꽃자루와 씨방, 암술대에 털이 있는 것이 식별 포인트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거기서 거기여서 일반인이 굳이 벚나무, 왕벚나무를 구분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왕벚나무 원산지를 놓고 한·일간에 100년 이상 논쟁이 있었다. 일본은 왕벚나무의 원조는 당연히 일본이라고 생각했으나 에밀 타케 신부(프랑스 출신으로 구한말 우리나라에서 활동한 선교사이자 식물학자)가 1908년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서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발견했다. 그 후 한국학자들은 왕벚나무가 제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주장했고, 일본 학자들은 수백 년 전부터 일본에서 자생하고 있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런데 근래에 국립수목원 주도로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제주도와 일본의 왕벚나무는 다른 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母系)로 하고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가 부계(父系)인 자연교잡종인 반면, 일본 왕벚나무는 모계는 올벚나무로 같지만, 부계가 오오시마벚나무로 달랐다는 것이다. 한·일간 100년 왕벚나무 원조 논쟁이 싱겁게 끝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주도 왕벚나무는 한라산 해발 450~900m 지대에서 드물게 자생하고 있다. 서귀포시 신례리, 제주시 봉개동에 각각 천연기념물 156호, 159호인 왕벚나무가 있다. 왕벚나무는 제주시 가로수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제주시 가로수 30종, 4만 347그루 중에서 왕벚나무가 30% 가까운 1만 1638그루(2019년 현재)를 차지하고 있다. 적어도 왕벚나무 자생지인 제주도는 가로수로 자생 왕벚나무를 심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제주시가 시내 일부 왕벚나무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모두 제주 자생 왕벚나무와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산과 우리 벚나무를 접목하거나, 일본 교포가 보내준 왕벚나무 묘목을 심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제주 자생 왕벚나무를 증식해 묘목을 만들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해 11월 삼도1동 전농로와 병문천 도시숲에 자생 왕벚나무 52그루를 가로수로 심었다. 제주시는 점진적으로 기존 왕벚나무를 자생 왕벚나무로 교체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기존 왕벚나무가 워낙 많아서 자생 왕벚나무 가로수길을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매화와 벚꽃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 매화와 벚꽃은 비슷한 시기에 피어 두 꽃을 구분하는데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매화가 지기 시작하면서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매화는 아직 춥다 싶은 2~3월에, 벚꽃은 봄기운이 완연한 3~4월에 피는 것이다. 매화와 벚꽃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꽃이 가지에 달린 모습을 보는 것이다. 매화는 꽃이 가지에 달라붙어 있지만, 벚꽃은 가지에서 비교적 긴 꽃자루가 나와 꽃이 핀다. 나중에 열매가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매실나무는 줄기에 바로 붙어 매실이 열리고, 벚나무는 긴 꼭지 끝에 버찌가 달리기 때문이다. 꽃잎 모양도 매화는 둥글둥글하지만, 벚꽃은 꽃잎 중간이 살짝 들어가 있다. 매화는 향기가 진한데 벚꽃은 향이 약한 편이다.
결국은 선생님이다. 교육을 살리는 원동력은 교사들의 역량에 달려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은 그래서 오래도록 설득력을 갖는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 교육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언 땅을 뚫고 꽃을 피우는 복수초처럼 교육을 살린 학교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상계제일중학교. 모두가 학력저하를 걱정하고 교육격차를 우려하고 있지만, 이 학교만은 예외다. 한때 그 학교에 가면 절반은 포기해야 한다는 일명 ‘반포학교’로 이름나 학생들이 배정을 꺼렸다. 교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교육청이 전보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학생들이 몰려온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올해도 전입생이 늘었다. 교사들도 서로 오고 싶은 학교다. 이제는 전보 경쟁이 치열해져 교육당국이 선호학교 지정을 고민할 정도다. 이뿐 아니다. 방역에도 성공을 거둬 아직껏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중 삼중의 체열검사 등 학교 내 방역시스템은 최상급 수준이다. 안심하고 자녀를 맡겨도 되는 학교, 겉보다 내실이 더 탄탄한 학교,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학교 상계제일중이다. 교원학습공동체만 11개 ... 교사들 열정이 원동력 변화와 혁신의 중심엔 교사들의 치열한 열정이 담긴 교원학습공동체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자 교원학습공동체들은 즉각 비대면 수업도구와 수업방법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모아진 수업 아이디어와 축적된 자료는 전교사를 대상으로 한 멘토링 연수로 이어졌다. 교사들은 비대면수업에 맞춘 수업도구 사용법을 익히고, 모의수업을 진행하며 실제 수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점검했다. ‘책마중’ 교원학습공동체는 구성원끼리 실시간 화상수업을 열어 본인이 습득한 다양한 자료들을 나누며 마이크로티칭을 이어갔다. 이 같은 수업나눔은 온라인클래스에서도 이뤄졌다. 교사들은 수업나눔방을 통해 타교과수업을 참관하고 서로 궁금한 것을 나누면서 수업에 필요한 것을 배웠다. 학교 측의 지원도 남달랐다. 멀티미디어실을 설치, 교사들에게 도움을 줬다. 1인 미디어실과 다인 미디어실을 활용한 수업제작 및 실시간 수업 진행, 블루스크린을 활용한 동아리활동까지 가능했다. 그리고 늦은 개학. 상계제일중은 어느 학교보다 먼저 비대면수업에 안착했고 학생들은 안정된 학습분위기 속에서 예전처럼 수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교원학습공동체들은 또 교과활동에만 치우치지 않았다. 이 학교 교원학습공동체인 ‘진로탄력성연구회’와 ‘ASWELL’은 교과수업에 진로탄력성 요소를 포함시켜 진로선택에 좌절을 느낀 아이들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주는 데 주력했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은 올해도 이어진다. 상계제일중은 올해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공동체 11개를 운영, 학생들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위한 나눔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열손가락 교육활동 상계제일중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게 ‘열손가락 교육활동’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위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10가지 프로그램을 통칭하는 말이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한 아이라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학교 측의 다짐 가득한 교육활동이다. 대표적인 게 과학영재학급 운영.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학생들의 사고력·창의력·문제해결력·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워준다.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영재수업은 밴드를 통해 사진과 영상형태로 공개돼 항시 가정과 학교가 소통하는 공간이 됐다. 또 등교수업이 어려웠던 순간에도 줌을 통한 3D 프린팅 프로그램 수업과 메이커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열손가락 교육활동 중엔 ‘환상의 짝궁’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코로나19로 벌어진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복지 집중지원학생과 대학생을 1대1로 매칭하는 멘토링 사업이 그것. 매주 1~2회 실시한 멘토링 학습지원은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학생들의 기본학력 증진에 힘썼다. 반년 조금 넘는 활동기간이지만, 학생들의 성적은 향상됐고 만족도 역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력은 물론 정서적 안정까지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멘토링 활동이 짧은 시간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기초학력 부진과 교육격차 해소에 섬세하게 접근한 학교측의 노력이 큰 뒷받침이 됐다. 학력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이 가정환경. 어떤 여건에 놓여 있느냐가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교육복지 취약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비롯 보호자의 안전까지 학교에서 세심하게 챙겼다. 교육복지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학습은 어떠한지, 건강은 괜찮은지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며 확인하고 관리했다. 이와 더불어 모든 교육취약학생과 보호자의 안전·돌봄·건강상태·온라인학습상황을 파악, 맞춤형 지원이 이뤄졌다. 실제 학교 측은 지난해 3~6월 이들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가정방문까지 마다 않는 등 열과 성을 다했다. 교사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담임교사나 비담임교사가 집중지원학생을 중심으로 2~4명 그룹을 형성, 상호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문화체험 등 다양한 멘토링 활동을 가졌다. 사제 멘토링에 참여하는 학생 중 온라인 학습관리가 안 되는 학생은 직접 학교로 불러 교사와 함께 학습지도와 진로탐색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학교 이회성 교감은 “담임과 많은 대화를 통해 학생의 학교생활이 성실해지고 밝은 모습으로 변화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턱스크’도 ‘코스크’도 정말 없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3월 8일 상계제일중에서 만난 학생들은 밝고 구김살 없다. 체육시간, 운동장 반 바퀴를 전력 질주하고도 마스크에 손은 대는 학생이 없다. ‘그래도 중학생들인데…’ 하는 마음에 의심 가득한 눈으로 20여 분을 지켜봤지만, ‘턱스크’도 ‘코스크’도 정말 없었다.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아이들. 그러고 보니 이 학교엔 꿈과 끼를 키우는 예체능활동도 활발하다. 학생들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상계제일 오케스트라. 코로나19로 침체된 학교분위기를 살린 1등 공신이다. 답답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상계제일 오케스트라는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동아리활동을 마치고 나오던 한 학생이 “선생님 저희도 유튜브 영상 올려요”라는 가벼운 한마디가 단초가 돼 지금은 20명 넘는 단원을 거느린 오케스트라가 됐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학생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거듭했고 근 4개월간의 노력 끝에 아름다운 연주곡이 담긴 영상을 제작, 친구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고 한다. 오케스트라만이 아니다. 코로나로 자칫 무산될 뻔했던 축제도 영상으로 진행하면서 언택트 시대가 무색한 열기와 참여를 이끌어냈다. 학생들은 집이나 놀이터에서 자신의 애창곡과 댄스·안무 등을 영상으로 제작, 축제 오디션에 응모했다. 지난해 영상축제에서는 교사들의 숨겨진 모습도 공개돼 학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훌륭한 댄스와 가창력을 보여준 ‘예능교사’들의 모습에 학생과 교사 간 마음의 거리는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귀뜸했다. 상계제일중을 서울 강북지역 으뜸학교로 만들어낸 강삼구 교장. 지난 2019년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그는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학교, 안전한 학교와 학생중심 생활지도, 소통하고 공감하는 학교문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교사들과 함께 쉼 없이 달려왔다. 강 교장은 “학교란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가고 싶은 곳,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교사들의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교육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늘 웃는다. 아니 웃는 상이어서 그렇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와 몇 마디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분 좋은 심리적 전염이다. 누구든 만나면 호감을 느끼게 된다고 해서 교육부 직원들은 그를 ‘3초 친화력’으로 불렀다. 가장 본받고 싶은 교육부 공무원 1위로 뽑히기도 했다. 대부분의 베이비부머가 그러하듯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마음이 울적해 지면 공을 차고 놀았다. 축구는 그의 인생 깊숙이 각인돼 있다. 국가대표를 꿈꿨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기에 ‘생계형 공무원’이 됐다. 공직 첫 출발은 조그만 시골의 면서기. 사무관만 돼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9급 말단 공무원에서 시작한 인생은 30여 년 만에 교육부 1급 기획조정실장까지 올랐다. 그리고 2021년 3월, 자산 23조 원의 사학연금관리공단 CEO로서 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주명현 사학연금이사장 이야기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그는 1년 만에 2조 원이 넘는 기금운용 수익을 올렸다. 1975년 사학연금 창립 이래 최고 기록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지만, 사학연금은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봄기운이 기분 좋은 3월 첫 주. 아침나절 안개 자욱했던 전남 나주는 오후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했다. 나주시 문화로 사학연금 사옥 11층 집무실에서 주 이사장을 만났다.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이 2조 원을 돌파했다. 저성장·저금리라는 금융환경 속에서 쉽지 않았을 텐데. “정확히 2조 1,410억 원이다. 수익률로 보면 11.49%를 기록했다. 한때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현금성 자산과 보유채권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기민하게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국내 주식은 34.43%, 해외 주식은 13.89%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자산운용팀 등 사학연금 직원들의 공이 컸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은 적립방식으로 운영된다. 보험료를 거둬서 일정 기간 상당한 규모의 기금을 미리 쌓아놓고 그 기금을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서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기금운용 수익률은 연금재정의 젖줄이나 다름없다. 2년 연속 높은 성장세다. 앞으로 계획은. “우리는 지난 2019년에도 11%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성과가 아니다. 이참에 2025년까지 5개년 자산배분계획을 수립, 해외투자 및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등 투자 다변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안정적 연금지급을 위한 책임준비금 확보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겠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수가 줄어들면서 사학연금 안정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사학연금의 재정은 국가 지원을 받는 다른 공적연금들보다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와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면서 가입자 수는 줄고 있다. 반면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로 노령 인구는 많아져 재정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우리 공단이 작성한 장기재정추계에 따르면 연금고갈 시기가 2049년으로 종전 2051년보다 2년 앞당겨졌다.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을 탈 사람은 많아져 수지균형을 맞추기 힘들어졌다는 뜻인가. “연금 부담-수급 구조의 불균형은 사학연금의 가장 큰 위협이다. 1995년과 2000년, 2010년, 2015년 등 모두 4차례 연금개혁이 단행됐지만, 연기금 소진 시점을 연장하는 데 그쳤을 뿐 부담-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적정부담과 적정급여로 개선이 이뤄져야 연금재정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사회적 합의가 관건이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우리 공단에서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대 간 형평성 강화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정책연구에 착수했는데 연금액 조정방식 변동 방안을 모색하고 필요한 해외사례도 찾아보고 있다. 연금가입자들이 충분한 노후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 믿고 지켜봐 달라.” 정부가 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도록 설계한 점도 기금 고갈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공단에만 책임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국가가 지원하도록 명문화된 조항이 사학연금법에 명시돼 있다. 걱정 끼치지 않도록 기금운용을 잘해 나가겠다.” 말씀처럼 사립학교 교직원연금법 53조 7항에 ‘법률 또는 제도적인 사유로 이 법에 따른 급여를 기금으로 충당할 수 없을 때는 국가가 그 부족액을 지원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있다. ‘할 수 있다’라는 문구는 ‘책임준비금을 국가나 자지체가 부담한다’로 돼 있는 공무원연금법과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그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개정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3년 임기 중 1년이 지났다. 취임사를 읽다 보니 고객중심 경영을 강조한 것이 특히 눈길을 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경영의 지향점을 고객에 두고 고객의 입장에서 체감하고 만족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단 미션도 ‘안정적 연금복지서비스로 교직원 행복실현에 앞장섭니다’로 바꿨다. 앞으로 교직원 생애주기별 복지사업을 다각화하고 챗봇을 활용한 24시간 고객상담서비스를 추진, 다양한 온라인서비스로 패러다임 전환에 힘쓰겠다.” 이사장 취임 이후 사회적 가치실현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하던데.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공단직원들과 뜻을 모았다. 나주특산물인 배즙을 대량 구입, 코로나 최일선에서 싸우는 대구와 수도권 의료진들에게 전달하고 화훼농가를 살리기 위한 사랑의 꽃나누기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또 지역 내 취약계층가정 100가구에 성금을 지원하고 장학사업과 재해구호기금을 전달한 바 있다. 아울러 빛가람 도란도란 클래스라는 문화강좌를 개설해 판로가 끊긴 문화분야 소상공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주민들에게는 문화활동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우리 공단건물에 입주한 기업들에게는 임대료의 50%를 인하하는 조치도 취했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본사가 나주에 있다 보니 직원들의 정주 여건 개선도 과제가 아닌가 싶은데. “개인적으로 직원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게 직장 어린이집이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보육시설이 필수 조건이다. 마침 지난해 국회에서 직장보육시설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숙원을 풀게 됐다. 우수한 여성인력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등 근로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골 면서기로 출발해 1급 공무원인 교육부 기획조정실장까지 올랐다. 입지전적 인물로 종종 소개되곤 하는데. “너무들 좋게 봐줘서 쑥스럽기도 하고 과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흔한 말로 난 빽도 없고, 돈도 없고, 그럴듯한 학벌도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남보다 열심히 살아야 했다. 힘들 때면 가슴 속에 딱 두 가지를 새겼다. ‘누구에게나 있을 때 잘하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였다. 운 좋게 교육부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입바른 소리 했다가 출장지에서 인사이동 통보를 받는 곡절도 있었지만, 결국 그분들 덕에 무사히 공직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난 빚이 많은 사람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이사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2025년이면 서울 여의도에 사학연금회관이 새롭게 건립된다. 그곳에 대한민국 사학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 불까지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사학의 공이 컸다. 지난 1975년 회원수 4만 명으로 시작한 사학연금이 오늘날 43만 명으로 10배 이상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사학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사학의 역사와 사학연금의 발자취를 기리는 공간을 꼭 만들고 싶다.”
혼란의 2020학년도가 지나고 새로운 2021학년도가 시작되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연일 3~4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아직 교육현장의 정상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0학년도에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다양한 방식의 원격수업이 운영되었다. 2020년 4월의 그 날을 많은 선생님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아침부터 e학습터에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고 계속되는 전화로 난리가 난 학교 교무실, 선생님도 접속이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던 그 날의 모습은 ‘원격수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낳았다. 그렇다면 약 1년간 원격수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e학습터는 지금 현장의 선생님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e학습터의 기능이 대폭 향상되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표 1 캡쳐한 것과 같이 2021학년도 초등 EBS 온라인 클래스 신규 개설이 중지된 상황에서 초등학교 공식 공공학습관리시스템(LMS)으로 통용되는 만큼 교육현장의 요구가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선생님들은 e학습터의 자체 콘텐츠 수가 너무 적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학급 수업에 필요한 온라인 콘텐츠는 수업을 하는 교사가 직접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차시의 수업안에 교사가 제작하는 콘텐츠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적절히 조화롭게 구성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온라인 콘텐츠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직접 만들어내기 어려운 다양한 수업자료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e학습터의 자체 콘텐츠는 표 2 캡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하나의 단원에 2개의 주제만 제시되어 있는 등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온라인 학급관리 기능은 빠르게 개선되었지만,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확보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학급관리 기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선생님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체 콘텐츠를 많이 확보한다면, 온라인수업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에서는 LMS 기능보다는 온라인 콘텐츠의 품질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수요자의 입장에서 볼 때 온라인수업, 특히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수업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직접 제작하기는 어렵지만, 수업에 꼭 필요한 내용의 다양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것이 e학습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급관리 기능면에서는 선생님들이 어떤 불편을 느끼고 있을까? 많은 선생님들이 출결과 연관되는 진도율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격수업에서 선생님·학생·학부모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출결 인정 여부이다. 지난 2월 경기도교육청에서 공문으로 발송한 2021학년도 초등 원격수업 및 등교수업 출결·평가·기록 가이드 라인에는 원격수업의 기본 원칙 중 출결 기록을 ‘교과 담당교사(담임교사, 교과 전담교사)가 실시간 또는 사후 출석 증빙자료를 확인하여 차시별로 출결 보조장부(출석부) 또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메뉴에 출석 또는 결석(결과)으로 기록’ 하는 것으로 안내하였다. 하지만 e학습터에서는 우리 반 학생들의 차시별 진도율은 한눈에 알아볼 수 없었다. 학습 현황을 클릭하면 진도율은 나오지만 이 진도율은 해당 강좌 전체 즉, 일별로 강좌를 구성한 경우 일별 전체 진도율이 노출되는 것이다. 차시별 진도율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제별 현황의 보기 버튼을 클릭해야 한다. 표 3과 같이 100%일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강좌 진도율이 100%가 아닌 경우 주제별 현황을 클릭해서 매 학생마다 확인을 해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과학 한 차시를 구성하는 데 있어 ‘도입→활동 1→활동 2→정리’ 등 4개의 콘텐츠로 구성하고, 도입과 정리에 10초 정도의 콘텐츠를 탑재하고, 활동 1과 활동 2에는 15분 정도의 콘텐츠를 각각 탑재했을 경우 도입과 정리의 20초만 수강해도 진도율은 50%가 된다. 과목 진도율로만 보면 절반이나 들은 셈이지만 실제로는 1/10도 듣지 못한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 1교시 국어에 5개의 콘텐츠를 탑재하고 2교시 체육에 3개의 콘텐츠를 탑재했다고 했을 때, 국어 과목은 모두 수강하고, 체육 과목은 1개의 콘텐츠만 수강했다고 가정하면 국어는 100%, 체육은 33%의 진도율이지만 실제 학습현황에서 첫 번째 창에 노출된 진도율은 강좌의 전체 콘텐츠를 기준으로 6/8에 해당하는 75%가 된다. 출결 기준 진도율을 70%로 정한 학교인 경우 실제로는 체육수업을 수강하지 않은 것이지만 선생님들이 일일이 주제별 현황을 클릭하지 않을 경우 75%로 판단해 출석처리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잇따른 진도율 오류 ... 교사들만 골탕 그 외에도 외부 URL로 컨텐츠를 제시하는 경우 클릭하기만 해도 진도율이 100%가 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반의 경우 강좌를 구글 사이트에서 작성해서 URL로 제공하는데, 학생들이 클릭 한 번만 하면 진도율이 100%가 되어서 어느 정도 수강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e학습터 자체의 콘텐츠가 풍부하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콘텐츠를 만들어서 탑재하거나 외부 URL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아직도 간혹 발생하는 진도율 오류와 출석 오류 등의 문제는 학생의 출결과 직결되는 것으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우려스러운 것으로 저작권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수업에 유용한 자료라면 저작권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콘텐츠에 삽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콘텐츠의 소비가 폐쇄된 학급 내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작권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릴 때부터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에 포함된 사진·영상물 등에 대한 저작권 관련 필터링 기능을 추가한다거나 저작권과 관련된 내용을 콘텐츠 제공 시 학생들에게 안내한다면 무분별한 콘텐츠의 사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학습터의 기능은 1년 동안 빠르게 발전했다. e학습터 화면 하단에는 지금도 기능 개선을 요청할 수 있는 연락처가 안내되어 있고, 많은 선생님들과 기술진의 노력에 의해 개선되고 있다. e학습터가 선생님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원활한 원격수업을 위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개선되는 부분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지금처럼 학교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개선해 나간다면 세계 제일의 원격교육 학습관리시스템으로 거듭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달 세종시교육청이 관내 학교들에 보급하고 수업에 활용하도록 한 책 촛불혁명은 교육계에 분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교육계 안에서의 소란’ 즉,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듯한 모습이다. 물론 논란이 일어난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역사를 전공하는 직업상 ‘모든 사회적 사건은 많든 적든 논쟁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기본인식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편이다. ‘논쟁’ 능력을 잃어버린 한국의 진보세력 한국 현대사는 ‘논쟁’보다는 ‘시위’로 점철된 역사였다. 해방 이후 군정 치하의 크고 작은 시위는 말할 것도 없고 전쟁 이후에도 자유당 부정선거 반대, 한일협정 반대, 유신헌법 반대, 계엄령 선포 반대, 5공 헌법 반대 그리고 소위 문민정부 이후에는 WTO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 기업의 노동착취 반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반대 시위가 있었다. 굵직굵직한 정치·경제적 사안에는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대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80년대를 지나고 한국인들의 역사관이 바뀌면서 일련의 반대 시위들은 ‘구악(舊惡)’을 내몰고 ‘정의를 외친 선(善)한 역사적 시도’로 새로이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물론 이러한 역사관의 변화는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같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 진보세력은 한 번도 창의적인 적이 없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진보세력의 사고가 유럽의 68혁명과 비슷한 시기에 형성되어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신좌파 물결을 쏟아낸, 일본의 ‘전투적 좌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진보세력은 사상 서적들의 대부분을 일본 번역서로 탐독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고, 의식했든 못했든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사고체계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19세기 변증법적 세계관에 입각한 경직된 사고는 이후 치열한 학문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한 적 없이 스스로 편향된 시각에 매달려 독선화되어 갔다. 또한 한국의 진보세력들은 한 번도 현실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소위 586 진보진영의 사고는 사상적 핵심이념이라 할 수 있는 민주주의(democracy)와 민족주의(nationalism)에 깊이 세뇌되어 있다. 이 두 이념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신성시되고 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민주주의와 민족주의가 합쳐질 때 나오는 것이 바로 ‘전체주의적 대중독재’이다. 가령 1차 세계대전 전야의 독일이 엘리트적 민족주의에 심취해 있었다면, 2차 세계대전 전야의 독일은 바로 민주주의적 민족주의에 심취해 있었다. 독일이 이 같은 지루한 관념론적 집단주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두 차례의 패전을 통해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를 대표하는 영미권 사회의 장점에 눈뜨기 시작하면서였다. “우리만 옳다” … 타협엔 무관심한 배타적 집단주의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진보교육감은 사회를 보는 시각이 독선적·관념론적 성격을 강하게 띨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지식 시장에서 한 번도 제대로 경쟁에 노출되어 본 적도 없고, 현실적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작동하는 시장원리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말이다. 최근 자사고 지정 취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법인설립 취소 처분 패소, 학부모 반대로 혁신학교 지정 취소 등 일련의 사건은 소위 진보교육감들이 보여준 평등주의적·집단주의적 가치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거부 대상이 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물론 정부와 민간 사이의 대립 혹은 긴장 자체가 부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 진보교육감의 사고체계가 다원주의적이고 상대적인 이해관계의 상충을 합리적으로 해소해 나가기 힘들다는 데에 있다. 다원주의와 상대성을 근간으로 하는 개인주의적 사고와 타협하기에는 공동체주의 이념이 너무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들은 자신들의 이념에 거스르는 이해집단과의 타협엔 무관심하다. 그렇다고 사회적인 논쟁을 주도해 나갈 논리의 기반이나 철학적 깊이를 가진 것도 아니다. 즉, 광장을 가득 메운 민중의 열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상향에 매료된 사회관은 스스로 사회적 저항집단에 맞서 논쟁할 능력을 잃게 했다. 지난달 촛불혁명 서적 배포 사건 때 세종시교육청은 촛불혁명 서적과 관련한 답변에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인용했다. 하지만 이는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교육기관들의 비논리적인 이율배반성을 잘 보여준 사례다. 알다시피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다양한 시각이 교실수업에 소개되어야 한다는 진보교육계 주장의 ‘유용하고 권위 있는 근거’로 흔히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정체성 정치를 추구하는 진보사상은 자신들의 평등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이상에 거슬리는 가치는 철저히 배척해왔다. 이러한 배타적 집단주의 시각으로 교육내용을 독점해온 편향성과 배타성은 지난 4년 동안 진보정권과 진보교육감의 협력 속에 더욱 강화되어 왔다. 혁신학교는 바로 그러한 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장치이자 공간이었다. 편향성, 그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교사들이 그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던 말 중의 하나가 민주시민교육이다. 그런데 이들 진보교육감의 사고 속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라기보다 민족주의·반자본주의와 같은 강한 집단감성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에 가깝다. 진보교육계는 예전부터 구체적인 학생 개인의 지성(학력)과 도덕성(인성)보다는 공감과 소통 등의 모호한 구호들로 버무려진 공동체적 감성을 고취하고자 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브레이크 고장 난 폭주기관차’처럼 제어 없이 이뤄지고 있는 혁신학교나 민주시민교육은 대표적인 교육과 학교의 예산 낭비 정책이다. 예산의 방만한 집행은 단순히 혁신학교나 특정 사업에 드는 예산뿐 아니라 학생들의 의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퓰리즘을 연상케 하는 각종 지원금은 정말 어려운 형편의 학생을 돕기보다 교사가 학생을 쫓아다니며 지원금을 받도록 독려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어떤 학부모는 지원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 양식 설명조차 듣기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는데 우물물을 가지고 아쉬운 사람을 쫓아다니고 있다. 학생들 역시 책걸상·에어컨·히터·화장실 휴지·청소도구… 등을 아까운 줄 모른다. 아무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절약의 필요성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제는 제때 지급되지 않거나 공급되지 않으면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학생들만 늘어날 뿐이다. 그런데 학생들도 안다. 자기 돈을 털어 떡볶이라도 사 먹을 때는 조금이라도 저렴하고, 입맛에 맞는 가게를 신중히 고르며, 자신의 소중한 돈을 경제적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무상교육과 학생 복지, 학교 민주화가 마냥 강조되는 교실상황에서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제는 학교에서 근면·자조·성실 따위는 아무도 강조하지 않는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름 아래 공감·소통·협력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선택에는 비용이 지불된다’는 것과 ‘효율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는 기본적 삶의 태도를 강조하면, 마치 무슨 삭막한 인간관을 설파하는 교사로 낙인찍힐 지경이다. 이렇듯 개인의 자립과 책임의식을 침식하는 교육관 역시 그 해악성은 배타적 집단주의 교육관에 비해 덜하지 않다. 진보교육감들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신념에 충실하게 일해 온 셈이다. 진보정책들의 결과가 대부분 그렇듯 ‘입시지옥에 반대한다’고 외쳐왔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1하는 학력시장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정책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개인이 집단 속에 숨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교육, 그리고 그런 학교에서 점점 자신의 인격성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무게를 회피하려는 학생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 이제는 더욱 활발하고 자유로운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진보교육감의 ‘질주하는 편향성’에 맞서 당당하게 ‘그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저출산 대응 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전략 2030년경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절대인구 감소가 2019년 11월부터 시작되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는 지속적으로 저출산 기본계획안을 만들어 시행했었고 교육 분야에서도 관련 정책을 만들어 시행해 왔으나 저출산 사태는 더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19년 11월에 지금까지와는 초점이 다른 범부처 인구정책 TF에서 ‘절대인구 감소 충격 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교육 분야의 대응 전략은 ‘교육시스템 효율적 개선 및 평생교육체계 구축’이고 주요 대응 방안으로 네 가지를 발표했는데 그중 세 가지가 유·초·중등 분야 방안이다. 이 세 가지는 1)신규교원 수급 기준 마련 및 교원자격·양성체계 개편, 2)다양한 학교 설립 운영·지원, 3) 학교시설 활용 확대 및 복합화 등이다. 이 계획에 의거하여 정부는 초·중등교원 정원을 줄이겠다는 발표를 하고, 교원 양성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충격 완화 방안’의 직접적 목적이 비록 학생수 급감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출산율 급감 사태를 진정시키고 바람직한 출산율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저출산 시대의 특징을 깨닫고,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여 행복한 민주시민이 되게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발표된 안은 그러한 궁극적인 목적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가령 ‘절대인구 감소 충격 완화 방안’의 하나인 교원 감축 정책은 결국 부모의 자녀교육 부담을 늘리게 되어 예비 부모들의 출산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체제공학과 복잡계 관점에 따르면 정책이 기대한 성과를 가져오도록 하려면 설계할 때 최종 정책의 모습만이 아니라 참여자, 결정 과정, 그리고 문화적 특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복합적 접근에 부합하는 전략으로는 교육관련대책과 교육적대책 병행, 밝은 점 찾기 전략, 우리 교육 강점 찾기, 린 스타트업 모델(lean startup model)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정책 결정 절차이다. 복잡계 관점에서 보면 정책 결정에 구성원을 참여시키거나 그들의 관점을 반영시키지 않을 경우 만들어진 정책은 성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현 정부가 활용하고 있는 공론화 접근을 비롯하여 관련 집단(교사·학부모·학생·지역사회)의 정책 의제 선정 및 결정 과정 참여 기회 제공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각각에 대해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저출산 관련 교육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교육관련대책에서 한발 나아가 교육적대책으로서의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교육관련대책이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거나 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대책을 의미한다. 교육관련대책은 교육대책이 성공하도록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교육대책은 여건 조성이므로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하지만 필요조건에 불과하므로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보장하기가 어렵고, 대책 마련 기대와 달리 부작용이 속출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교육적대책이란 사람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열의를 갖도록 유도하는 데 기여하는 대책, 그리고 사람들의 관점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에 초점을 둔 대책이다. 그리고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가정과 아이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열의를 갖도록 유도하는 데 기여하는 대책을 의미한다. 교육적대책의 가장 핵심은 열의와 능력을 가진 교사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유인책을 제공할 경우 그 유인책을 바라보고 오는 교사들만 늘어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따라서 저출산 관련 정책 구현에 헌신하고자 하는 진정한 열의와 능력을 가진 교사를 가려내고, 이들이 목적 달성을 위해 헌신하도록 하는 여건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밝은 점 찾기 전략이란 저출산 관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과 사람들 속에서도 잘 적응하거나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 이를 보편화시키는 전략을 의미한다. 중앙정부 주도적인 정책안은 각 학교의 실정에 맞지 않기도 하지만 ‘NIT 증후군(Not Invented Here Syndrome: 외부에서 들여온 해결책에 대해서는 우리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해결책이라며 무조건 회의적으로 반응하는 태도를 보이는 증후군)’으로 인해 학교현장에서 거부된 경우도 있었다. 학교혁신은 일반 행정혁신과 달리 하향식으로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여기에서 제시한 ‘밝은 점 찾기’는 교사 주도적인 교육개혁을 위한 훌륭한 전략의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 교육은 부모와 학생의 높은 교육열, 우수한 교원, 교원 순환근무제, 상대적으로 낮은 교육 불평등도 등 여러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는 정책이 될 때 그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린 스타트업 모델(lean startup model)이란 실행하면서 이론을 수정하고 구체화해 나가는 ‘실행기반 이론화 방식’을 의미한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대부분 아이디어를 실행해 가면서 계획을 수정해가는 이 방식을 따른다. 린 스타트업이란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이다(이희우, 2015). 이 모델은 ‘변화가 빠르고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 그리고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분야 선두 주자일 때 적용하기에 적합하다. 이 접근법은 이론에 근거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 기존의 ‘이론기반 실행화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저출산 시대 교육정책을 설계할 때에는 완성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기보다는 일단 비전이 만들어지면, 그 비전의 핵심이 담긴 개략적인 개혁안을 만든 후 현장 실험 과정을 거치고 반응을 보아가면서 개혁 방향을 다듬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 과정을 통해 효과를 확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개혁안이 만들어지면 그때 가서 적극적으로 전국 확산을 시도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 현 정부에서 도입한 공론화 제도도 조금만 수정하면 사회구성원이 폭넓게 공감하는 바람직한 안을 도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책 의제 도출과 결정 과정은 공론화위원회가 정하고, 구체적인 정책안은 각 관련 집단이 동의할만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 설 수 있는 전문가 및 관계자에게 맡겨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기에서 만들어진 안을 공론화위원회가 정한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듬어 합의하는 그러한 제도를 만든다면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문제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정책은 체제 공학과 복잡계 관점의 정책 설계에 부합한 정책이 될 것이다. 정책 수립 전략에 따른 대학 신입생 미달 사태 대응책 저출산 결과 발생한 현상 중의 하나가 대학 신입생 미달 사태이다. 2021년 입학 대상은 초저출산(출산율 1.3명 이하)이 시작된 2002년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입 정원에서 고3과 재수생 등 인원 추산치를 뺄 경우 신입생 미달 인원 예상치는 2021년 7만 6,325명, 2022년 8만 5,184명, 2023년 9만 6,305명, 2024년 12만 3,748명이다. 2002년 출생아 수는 49만 명이었는데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줄어 2021년 출생아 예상수는 27만 4,000명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기존 대학의 절반 이상은 문을 닫게 되거나 새로운 형태의 기관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국가와 지방 차원에서 보면 모든 대학이 현재처럼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대학은 1년 혹은 2년 목표의 미달 사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에도 이상에서 제시한 정책 수립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 가령 신입생 미달 교육관련대책은 정원 자체를 조정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라면, 교육적대책은 정원 조정을 통해 대학이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하고 개인·지역·국가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다. 그리고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 발전에 열의를 갖고 역량을 키워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신입생 미달 대응 정책이 교육적대책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대학은 개인과 사회의 미래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밝은 점 찾기 전략은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지방대학과 학과의 사례를 분석하여 이를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유럽과 미주대륙 국가들은 1980년대에 고교 졸업생이 급속히 줄어들자 성인교육기관·평생교육기관·전문직업교육기관으로 변모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신입생의 절반 이상이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외국과 국내의 성공적인 사례를 찾아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을 벤치마킹하면 대학은 새롭게 도약하게 될 수도 있다. 복잡계과 체제공학적 관점도 국가·지방정부·대학 차원에서 대학 정원 미달 사태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할 때 꼭 필요한 접근이다.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 의제 선정 및 결정 과정에는 지방정부·대학·기업·시민단체·학부모·고등학교 관계자 등을 참여시켜야 한다. 대학 차원의 대응책 마련 과정에는 대학 구성원(대학이사회·대학본부·교수·직원·학생·동문)이 참여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정책안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01 외우(畏友) 서덕현 교수가 책을 보내왔다. 그가 쓴 책의 제목은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수필과비평사)이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연상케 하는 제목이다. 서 교수는 의도적으로 그 제목을 빌려 왔으리라. 책의 제목 앞에 ‘서덕현 교수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서사’라는 수식어가 있다. 나는 책의 제목에서 이미 기구하고도 절절한 아버지 찾기의 행로를 예감한다. 아니 그 이전에 서 교수의 고운 성정과 더없이 정직하고 성실한 성품을 알기에, 이 서사의 운명적 비극성을 예감한다. 서 교수의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는 충청도 농촌에서 1949년 초에 입대하여 1950년 6.25 전쟁 발발 무렵 전사한 아버지를 찾아가(내)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의 부친은 전몰의 구체적 시간과 장소가 미상이다. 임시로 작성한 전사자 명부에 등재된 것이 전부다. ‘잃어버린 아버지’가 확실하게 각인된다. 서 교수가 두 살 때 헤어졌으니,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이다. 전사 통지를 받은 그의 조부모가 견지한 심적 태도는 참으로 짠하게 이해된다. 전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언젠가는 반드시 집 마당으로 들어설 거다. 20대에 청상(靑孀)이 된 서러운 운명의 서 교수의 모친도 그러했다. 남편이 서울 북방 어딘가에 살아 있을 걸로 믿고 싶어 했다. 게다가 어린 손주인 서 교수에게, 굳이 아버지의 부재를 각성시킬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조부의 배려도 있었다. 그래서 서 교수는 아버지의 부재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자랐다고 한다. 우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아버지의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못 느끼도록) 조부모의 보살핌이 각별해서 특별한 결핍을 느끼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의식의 현상계에서만 그러했다. 그의 무의식 안에서는 ‘부재의 아버지’가 항상 그를 찾아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가 찾아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그 무의식은 의식의 표면 위로 올라왔다. 아버지에 대한 각성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내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를 찾을 일이다. 아버지를 찾아가는 일, 그것은 고통의 세월을 살아온 어머니 삶의 흔적을 비로소 의미 있게 찾아가는 것이기도 했고, 어릴 때는 몰랐던 조부모님들의 마음 흔적을 제대로 발견하는 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서 교수 자신의 생애적 정체를 찾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이 책을 씀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 온전하게 되는 데에 이르렀으리라.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제목만 닮은 것이 아니라, 서사를 만들어 가는 스타일도 은연중에 닮았다. 매우 소소하고 작은 사연들을 아버지와 관련하여 끄집어내고 오래 음미한다. 사연마다 감정의 세부 움직임이 살아나고, 그것이 서사의 중심으로 건너온다. 어딘가 훼손된 온갖 파편의 기억을 집요하게 이어붙인다. 그리고는 마침내 아버지의 흔적 하나를 구성해 낸다. 직접 접하지 못한 ‘잃어버린 아버지’이었으므로, 그 아버지를 반영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감정과 말들을 반추한다. 젊은 날에는 그냥 그렇게 들었던 어머니 한숨에 배어 있는 아버지의 흔적까지 되짚어 본다. 서 교수는 아버지의 실체를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 1949년 개성 송악산 전투에 투입된 아버지의 포병부대가 기동한 경로 일부를 직접 걸어가 보기도 한다. 나는 이 대목이 감동이었다. 잃어버린 그 무엇을 찾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몸과 정신이 함께 겪는 고행의 일종이다. 아버지 부대는 주둔지 영등포에서 105밀리 곡사포와 함께 한강을 거쳐 무악재를 넘어, 수색을 거쳐, 문산의 연대 본부에서 점심을 하고, 다시 임진강 다리를 건너 송악산으로 간다. 서 교수는 이 길 위에서 아버지의 실체를 느끼려 한다. 서 교수가 여기까지 오기에는, 오래된 전사(戰史) 자료를 얼마나 많이 뒤적거렸을까. 그걸 확인하러 관계기관은 또 얼마나 빈번하게 출입하였을까. 그 이전에 아버지와 관련해서 남겨진 문서와 편지와 사진은 또 얼마나 많이 들여다보았을까. 그리고 어려서부터 서 교수에게 전해져 온 아버지에 관한 주변의 말들을 얼마나 곰곰이 조회했을까. 그 주변 사람들마저도 이미 세상에 없는 형편이었으니, 얼마나 막막했을까. 70년 전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그의 고초에 나는 감화된다. 그것은 고된 수행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아무런 흔적도 없이 변해 버린 길 위에서 그는 아버지의 흔적을, 기어코 찾아서 기술한다. 흔적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내가 최종적으로 발견하(려)는 어떤 ‘의미의 화신’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02 흔적은 사라짐을 보여주는 쪽에 속하는 것일까.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쪽에 속하는 것일까. 도교식으로 말하면, 흔적이란 사라짐을 통하여 존재를 증명하고, 동시에 존재란 반드시 소멸을 향하여 가는 것임을 흔적이 입증한다고나 할까. 흔적은 그 두 쪽을 모두 아우르는 존재론을 가능하게 한다. 사라지지만 남는 존재, 사라짐을 받아들이며 그 앞에서 겸허해지는 마음, 그 모두를 일깨운다. 조용히 흔적을 발견하는 경지로 나아감으로써, 우리는 우리 내면에 있는 성(聖)스러움을 일깨울 수 있다. 내 안의 거룩함을 만나는 데로 나아갈 수 있다. 아, 거룩함이여, 네가 여기에 있었구나! 하는 정신의 경지를 대할 수 있으리라. 인간은, 어떤 부재에 대해서도 그것을 ‘있는 흔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정신의 힘을 가지고 있다. 흔적을 향해 감으로써 인간의 정신이 얼마나 고매해질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흔적을 통하여 부재를 그 어떤 실존으로 지향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정신은 고양된다. 흔적은, 오로지 실증의 논리로만 존재를 증명하라는 현실의 삭막함에 잠시 위안과 쉼을 구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황명륜 시인에게서 흔적의 위안을 받는다. 시인은 ‘흔적’이 가져다주는 사유(思惟)의 깊고 그윽함을 전한다. 시간을 음미하는, 시간의 철학이 참으로 아스라이 전해진다. 옛 고향을 찾아가서 발견하는 흔적을 시인은 이렇게 음미한다. 어린 날 발자욱 소리/ 그 소리 남아 있다// 귀 기울여 앉았으면/ 옛 흔적의 숨소리// 때로는 달빛도 앉아/ 쉬어 가는 그 길목// ‘고향’ 중에서 그런가 하면, 시인은 추풍령 고갯마루를 걸어 넘으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흔적으로 보려는 지혜의 눈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만져지지는 않지만, 면면히 흘러왔을 무량의 시간, 다 가 닿지는 못하는 무한의 공간을 ‘흔적의 감수성’으로 전한다. ‘지금 여기’의 추풍령 길이 유장하게 확장되는 흔적의 상상력을 나는 향유한다. 추풍령 고개 너머/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숲속의 발자욱 소리/ 기침 소리를 듣는다// 그 누가 오고 갔는지/ 먼 옛길의 이 흔적들// ‘추풍령을 넘으며’ 황명륜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나는 흔적의 미학을 알아차린다. 흔적은 속된 말로 하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그 무엇이다. 그러나 그런 의미의 번짐 때문에 흔적은 무한대 유현함의 세계를 품고 있는 그 무엇이다. 고생대의 동물 화석 같은 것이 흔적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터인데, 그 화석은 단순히 그 동물만 입증하지는 않는다. 화석을 흔적으로 다가가면 그 흔적이 암시하는 고생대의 생태와 모습에 근접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흔적을 추구하려는 정신은 과학 정신에 가닿는다. 흔적은 어떤 실증보다도 더 반듯하고 오래 미덥게 우리를 이끄는 마력 같은 것이 있다. 나는 흔적을, 길고도 긴 시간성을 안으로 머금고 있는, 그래서 신령한 그 무엇이 깃들어있는 표식(標式 : 하나의 형식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전형적인 유적)이라 말하고 싶다. 요컨대 어떤 부재(부재의 인물)를 흔적으로 재발견하려는 의식은, 그 부재(부재의 인물)에 대한 나의 각성이 큰 울림으로 왔음을 의미한다. 그 각성은 물론 전(全)인격적이고 때로는 초월성을 띠는 것이라말하고 싶다. 정말 내 생에서 잃어버리고 지내 온 것이 있는가. 소중한 것임에도 잃어버리고 지내 온 것이 있는가. 나의 생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잃어버린 그것을 찾아서’ 나서 볼 일이다. 그것이 ‘잃어버린 나’를 찾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