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7,236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대 이어 나눔의 삶 실천"으로 지역사회 귀감 "13년째 1억원 이상" 장학금 지원 "아버지의 모습에서 기부하는 삶 배워 실천" 전남 광양시 광양읍 삼대불고기 이형중 대표가 읍내 3개고(광양고, 광양여고, 광양하이텍고) 학생들에게 810만원의 장학금을 차상위 학생들에게 전달해 지역사회에 훈훈한 바람을 일으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이들 학교에 장학금을 기탁해 오고 있으며, 총 기탁금은 1억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아버지가 생전에 지역 학교 학생들을 위하여 지원하는 것을 보고 자라면서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자연스럽게 베푸는 삶을 배운 것이다. 또, 10여년 이상 장학금을 전달해 오는 과정에서 "나눔을 통하여 세상 사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며,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멋진 학생이 되길 바란다"면서 대를 이은 불고기 집에 걸맞게 베품도 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장학금 뿐만아니라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학생도 모르게 교사에게 급식비를 전달해 대신 해결해 주는 선행도 이어오고 있어 지역사회를 밝게 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강마을은 여전히 안개로 시작합니다. 희미한 안개가 점령한 논둑 사이로 노란 콩잎이 보이고 콩꼬투리가 토실하게 여물어가는 가을 아침입니다. 앞머리를 적신 강아지풀과 거무스름한 수크령도 물기에 젖어 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풀의 얼굴 아래에 바랭이 풀과 큰 키의 건장해 보이는 비름, 망초, 둥근 잎의 쇠비름이 보입니다. 분홍 메꽃도 아직 몇 송이 피었고요. 제가 정문에서 아침 학생맞이를 하면서 본 잡초들입니다. 우리들이 매일 보는 풀들이지만 이들과 제대로 눈을 맞추어 본 일이 있을까요? 어여쁜 화초들과 인간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는 곡식들에게 때맞추어 비료와 물을 주지만, 논둑에 아무렇게나 자라는 이 풀들을 우리는 잡초라고 부릅니다. 저는 이런 풀을 좋아합니다. 논둑이나 화단의 가장자리에 수줍게 혹은 억세게 자라는 그들에게는 잘 가꾸어진 꽃밭에서 볼 수 없는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싹을 틔우고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상강지절 내리는 서리에 미련 없이 이 땅을 떠납니다. 다시 바람살이 매운 초봄 한 줌의 햇살에도 잎을 피워 올립니다. 멋지고 당당한 그 이름을 우리는 잡초라고 합니다. 가을 아침 도서관에 앉아 식물도감 『잡초』를 읽었습니다. 모두 3권으로 된 『잡초』는 잡초의 형태와 생리, 생태에 관한 자료를 수록한 책으로 잡초의 종자를 포함한 주요 기관과 생육 중기의 식물체 사진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운동장가에서 만난 풀들과 등산을 하다 본 들꽃의 이름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습니다. 잡초는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그네들의 이름을 모를 뿐입니다. 잡초를 이 책에서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식물로서 사람이 원하지 않는 곳에서 생육하며 사람과 가축에 유해하고 사람이 원하는 작물 등에 손상을 입혀 경제적인 손실을 가져오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잡초란 사람의 생활 활동으로 만들어진 교란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되어온 식물(植物)군이라는 잡초의 형성 기원을 바탕으로 잡초란 토양의 인위적 교란이 자주 일어나는 곳에서 사람의 보호를 받지 않고 그 개체군의 증식률의 장시간 평균치 최대에 이르도록 적응 · 진화해 온 식물군이 라고 정의하는 이 늘어나고 있다.1권/21P 논문 자료를 찾으려고 노자 도덕경을 폈는데 책을 뒤적이는데 고사리 잎이 나왔습니다. 지난 봄, 무학산 등산길에 누군가에게 보내려고 책 속에 넣어서 말렸는데 잊어버렸나 봅니다. 초록의 어여쁜 잎을 보니, 봄날의 포근한 눈웃음 같았던 푸른 모습이 기억납니다. 먼 곳의 벗에게 엽서 한 장을 썼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어여쁜 모습, 잡초입니다. 큰 걸음으로 다가서는 가을의 햇살이 따갑습니다. 따가운 햇살 아래 곡식들이 익어가고 과일의 단맛이 깃들고 있습니다. 그 아래 잡초들의 조그만 씨앗들도 열심히 영글어 갑니다. 향기롭고 따뜻한 강마을에서 가을 향기를 보냅니다. 『잡초』, 김동성, 박수현 지음, 이전농업자원도서, 2009
“주선생! 주선생! 큰일 났어! 정윤이가 다쳤대!” 몇 년 전, 여름방학을 일주일 앞둔 어느 오후, 옆 반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성적입력을 마무리하던 나는 정신없이 두드리던 컴퓨터 자판에서 손을 떼고 벌떡 일어섰다. ‘정윤이가 또 뭔가 일을 냈구나. 할머니랑 같이 하교시켰는데 언제 또 학교에 온 거지? 걱정스러운 마음과 지쳐가는 마음이 뒤섞인 채 복도로 뛰어나갔다. “정윤이 보건실에 있나요?” “아니, 아니, 지금 뒷마당에 쓰러져있어,” “네? 쓰러지다니요?” “일단 와봐. 와서 봐.” 내가 목격한 것은 살아오면서 봤던 그 어떤 장면보다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둥그렇게 가지치기가 된 학교 뒷마당 조경수 사이에 쓰러져 있던 아이…. 아이의 두 종아리는 모두 두 동강이가 난 채 다리뼈가 밖으로 튀어나와있었고 이마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이는 여리고 작은 목소리로 “아파,아파.” 중얼거리듯 말하고 있었다. ‘꿈 일거야! 꿈 일거야! 꿈이어야만해. 정윤이가 왜 저기서 저렇게 누워있는 거야.’ 드라마에서 혹은 영화에서 나오던 대사를 내 맘속으로 외치고 있던 그 순간 119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뭔가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한 상태로 정윤이를 태운 응급차에 올라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 아이는 3층 화장실에서 라디에이터를 밟고 올라서서 창밖으로 뛰어내린 것이었다. 정윤이는 자폐와 지체장애가 중복된 발달장애1급 판정을 받은 특수아다. 충동성이 매우 강한 정신연령 4세의 아이.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별하지 못하고 기분에 따라 언제든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하고 마음껏 소리도 지르던 아이. 급식차가 오면 너무도 신이나 반찬통에 두 손을 담그고 주물러버리는 아이. 공개수업이 있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칠판 앞까지 나와서 친구의 머리채를 잡고 소리를 지르던 그 아이. 우리 학교에 입학할 당시, 정윤이는 장애가 심해 일반학교보다는 특수학교를 권했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가까운 일반학교에 아이를 보내기를 원했고 우리는 그렇게 A초등학교 1학년2반에서 선생님과 제자로 만나게 됐다. “정윤이는 조금 천천히 자라는 나무란다.” “우리 오늘도 정윤이에게 사랑의 거름을 듬뿍 줘요.” “새끼손가락 손에 걸고 꼭꼭 약속해!”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은 아침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그렇게 우리들의 약속노래를 부르며 정윤이와 함께하기 위한 통합학급을 만들어가던 차였다. 다행히 마음 빛깔이 고운 우리 반 아이들은 서로 수호천사를 자청하며 정윤이의 손을 잡고 화장실을 가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울어댈 때는 “정윤이 착하지? 정윤아, 울지마”라며 토닥여주기도 했다. 물론 그러다가 정윤이에게 등짝이나 뒤통수를 맞고 쌍나팔을 불어대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정윤이의 상황을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해주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참으로 기특하고 뿌듯했다. 3월 초에 걱정했던 것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정윤이와 함께 잘 어울려주었고 더구나 이제 곧 여름방학이 다가오니 정신적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날도 정윤이는 배꼽인사를 예쁘게 하고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하교를 했다. “누가 그랬니? 왜 다쳤어?” “내가.” “어디서 어떻게 그런거야?” “내가, 내가 그랬어. 뛰었어.” “왜 그랬어?” “그냥, 그냥 날을라고.” 응급실 간호사의 물음에 아이는 “그냥, 그냥 날을라고”라고 말했다. 워낙 심각한 사고인지라 형사들도 와서 아이의 사고경위에 대한 조사를 했다. 다행히 아이의 의식이 또렷해서 사고에 대한 경위는 명백했다. 정윤이 할머니는 아이가 뇌에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없어서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다행히도 3층에서 떨어졌어도 쇼크사를 당하지 않았고, 살려달라고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고, 그 덕분에 살았다고 했다. 아픈 감각이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정윤이의 어머니는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을 나갔고 아버지도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내게 되면서부터 할머니가 아이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학부모에게 전해들은 얘기에 의하면 정윤이는 입학하기 전부터 집에 있기보다는 주로 동네를 배회하곤 했는데 이를 본 동네 아주머니들이 데려다 밥을 먹이곤 했다고 한다. 연로한 할머니 혼자서 이렇게도 에너지가 넘치고 활동량이 많은 아이를 감당하기엔 참으로 벅찼을 것이다. “학교에 입학하기만 기다렸어요. 그냥 혼자 보내주세요. 이렇게 열심히 돌봤는데도 무슨 일이 생기면 지 팔자지요”라며 아이 혼자 보내라는 할머니를 설득해서 꼭 등하교시에는 할머니가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에 오고 갈 수 있도록 했다. 할머니를 매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학교생활이나 가정생활 등 아이에 대한 상담과 도움이 될 수 있는 복지관 프로그램이나 혜택 등을 안내하는 것도 한결 수월했다. 주말 아침, 경찰서에서 아이가 길을 잃었다는 연락이 오면 나는 나들이 계획도 취소하고 달려갔다. 학급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싶어서 다양한 인성지도 활동을 학급교육과정에 투입하고 안전사고를 걱정하며 한 순간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랬는데도…. 결국 사고는 벌어지고 말았다. 정말 아이는 그냥 날고 싶었던 것일까? “아유, 우리 정윤이 잘 그리네, 꽃도 그려볼래?” “이쁘지? 이쁘지?” “응 진짜, 이쁘네, 우리 정윤이 닮은 꽃이네.” “이건 선생님 꽃이야.” 그 해 여름방학은 정윤이를 보러 이틀에 한 번은 꼭 병원에 들렀다.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가지고 가서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색종이로 배를 접어보기도 하며 잠깐씩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엄마도 없이 할머니와 덩그러니 병실에 누워있을 정윤이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저려왔다. 담임인 나뿐만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 모두가 정윤이의 사고 소식에 안타까워했고, 정윤이를 몰랐던 선생님들도 아이의 사정을 듣고는 병문안을 오셔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가셨다. 특히, 종이접기를 잘 하셨던 4학년 김복순 선생님은 병원에 들러 정윤이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쳐 주시기도 하셨다. 학교에서는 아이의 딱한 사정을 알고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아이를 돕기 위한 성금을 모금해 전달했고 학교안전공제회에도 아이의 치료비를 신청했다. 2학기가 시작되어서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따라올 수 없는 정윤이를 위해 수업자료를 찾아 전달해 주고 병원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여름방학과 2학기가 지나고, 3차례의 수술을 마친 정윤이는 마침내 씩씩하게 학교로 돌아왔다. ‘병원에는 학교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하면 보호자들에게 브로커들이 붙을 것이다.’ ‘학교나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더라.’ 아이의 건강과 회복을 걱정하는 순간에 내 귀에 들려오던 우려의 목소리들은 내가 진정한 스승의 마음으로 제자만을 걱정할 수 없게 했다. 고백하건데, 나는 정윤이가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던 시기에 오롯이 정윤이의 회복만을 기원하지 못했다. 마음 한 구석에는 나에게 어떤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걱정과 정말 내가 학부모에게 소송을 당하는 교사가 되지 않을까하는 근심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이런 마음이 들곤 할 때마다 진심을 다하면 통할 거라는 믿음을 가져보기로 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달라지는 정윤이 할머니의 말씀이나 주변의 염려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서 일어나는 불안함에는 신경 쓰지 않고 정윤이만을 보기로 했다. 진심은 통했고 아이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의사들도 아이의 빠른 회복속도에 놀랐다고 했다. 특히, 선생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정윤이의 모습에 한 번 더 놀랐다고 한다. 이듬해에 정윤이는 특수학교가 있는 근처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정윤이는 아직도 가끔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한다. 여전히 에너지가 충만한 목소리로…. “선생님, 나 정윤이, 나 인제 잘 달려, 막 달려.” “나 오늘은 빵 만들기 했어. 선생님도 줄래.” 이런 정윤이의 목소리야말로 아마도 천사의 목소리가 아닐까? 그래, 건강해줘서 고맙고, 기운차서 고맙고, 전화해줘서 고맙고, 모든 것이 고맙구나. 정윤이 덕분에 선생님도 이제는 좀 더 강하고 단단하고 커다란 마음그릇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오로지 스승의 마음으로 제자를 생각하고 품어 안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어볼게. 고맙구나. 천천히 자라는 나의 나무, 예쁜 정윤이 나무야!
‘하필이면 거기에 돌부리가 있을게 뭐람.’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와 만나고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골목 입구의 굽이진 길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돌부리에 부딪혀 자동차의 앞 범퍼가 떨어져 나가 버렸다. 계획에 없는 차 수리비의 지출도 속이 쓰린 일이지만 그보다 더 속상한 것은 오랜 운전 경력을 이렇듯 무색하게 만드는 미숙한 나의 운전 실력이다. 그것도 자칭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스스로 거들먹거리며 과신할 때쯤이면 꼭 크고 작은 사고로 차를 상하게 하니, 아마 이번에도 부지불식간에 마음 속에 자만심이 들었었나보다. 사실 내가 미숙한 것은 운전뿐이 아니다. 근 20년에 접어드는 교직경력에도 나는 가끔씩 긁히고 떨어져 나가는 크고 작은 사고를 낼 때가 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운전과 마찬가지로 ‘난 참 괜찮은 교사야’라고 자만을 할 때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늘 반성문을 쓴다. 지난 주말,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 만에 열리는 동창회 겸 사은회에 참석했다.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일흔을 바라보며 백발노인이 된 선생님이 반성문을 쓰는 자세로 이 자리에 참석을 하였노라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 내 나이가 서른일곱, 여덟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지금 여러분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였으니 내가 무엇을 알았겠습니까? 지나보니 모든 것이 다 후회가 되는 일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늘 반성문을 씁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자리에 들어오신 선생님은 우리의 학창 시절 당시를 떠올리시며 우리는 기억도 못하는 몇 가지 일들을 고해성사처럼 하나씩 풀어 놓으셨다. 아이들과 며칠 전 있었던 일들도 가물가물한 내 입장에서 보면 오래 전의 일들을 가슴 속에 긴 시간동안 간직하시며 아쉬워하셨다는 사실만으로도 훌륭한 교사임에 틀림이 없는데 선생님은 우리에게 연신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 말씀대로 당시의 선생님보다 내가 더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반성문 쓸 일이 많은 같은 교직의 길을 걷고 있어서인지 어딘가 모르게 어렴풋한 공감이 생겼다. 나도 반성문을 써 보려고 한다. 지적 능력이 4~5세 정도인 초등학교 4학년 우리 반 석이. “야~ 너, 소리 내지마.”, “야~ 너, 내 얘기 하지마.” “야~ 너, 네 자리 가.” “석아~ 너는 왜 이렇게 친구들을 못 살게 괴롭히니?” “아니에요. 쟤네가 먼저 저한테 뭐라고 했어요.” “선생님이 보기에 똘이는 조용히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아니에요. 똘이가 저를 보고 가위로 찌른다고 협박했어요. 그래서 저도 복수할거예요.” 무고하게 끔찍한 협박을 했다고 신고를 받은 똘이는 황당함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석이는 잘못도 없는 친구들을 실내화까지 벗어들고는 때리겠다고 뛰어다니며 난리를 피운다. 감기에 걸려 한두 번 기침을 한 아이에게는 시끄럽게 소리를 낸다며 온갖 촉각을 세우고 아이의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닦달을 시작한다. 우리 반 아이들이 다 알고 있는 그저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이쯤 되면 당하고 있는 아이가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보다 못한 나는 중재에 들어간다. “영식이는 감기가 걸려서 기침을 하는 거야. 기침하는 친구는 얼마나 힘들겠니?” “그럼 저도 감기에 걸렸으니까 기침해도 되지요?” 예상했던 결과지만 아이는 오늘도 자신만의 정당한 논리로 수업 시간 내내 거짓 기침으로 ‘켁켁’거리며 수업을 방해한다. 지저분한 외모는 물론이고, 목적을 알 수 없는 강박적인 공격성은 학급 아이들과 교사인 나를 지치게 만들기 일쑤다. “석아~ 내 말 좀 들어, 네 말만 하지 말고!”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나는 아이의 팔을 거칠게 내 쪽으로 잡아끌며 큰 고함을 질러 버린다. “싫어요. 으앙~ 선생님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그래. 으앙.” 이쯤 되면 이젠 그 시간 수업도 물 건너 간 셈이 된다. 나머지 아이들만이라도 수업을 할 수 있게 원어민 선생님에게 학급을 맡기고는 아이를 데리고 건물 뒤편으로 나와 큰 나무 아래 벤치에 나란히 앉는다. 녀석은 여전히 고장 난 라디오처럼 자신만의 논리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는 녀석의 억울함 만큼이나 답답한 심정으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다 웬일인지 조용해진 주변이 이상해 내려다보니 아이는 언제 그랬나 싶게 주위에 떨어진 낙엽을 하나둘 주워 모으며 몇 번이나 지옥을 맛 본 담임선생님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질문을 해 댄다. “이 나뭇잎은 왜 빨개요? 이 나뭇잎은 왜 노랗지요? 왜 나뭇잎의 색깔이 다 달라요?” ‘아이고, 풋.’ 허망함에 헛웃음이 나오는 순간이다. 나는 오늘도 반성문을 쓴다. “철수야, 너는 다 좋은데, 선생님 말씀마다 말꼬리를 달아서 말하거나 친구들의 말에 비아냥거리는 태도는 좋지 않아.” “민석아, 너는 다 좋은데,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친구들과 잡담을 하며 수업을 방해하는 태도가 좋지 않아.” “순이야, 너는 다 좋은데,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거 같아. 기본적인 수학 계산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식이란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바른 길로 안내하고 지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사명감으로 나는 참 많은 잔소리를 학생들에게 한다. 그리고는 잔소리에 공식처럼 늘 “너는 다 좋은데” 식의 긍정 언어로 시작을 하는 것에 스스로 능숙한 교사라고 만족한다. 그런데 오늘 점심 급식 시간에 같이 식사를 하던 우리 반의 한 아이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은 다 좋으신데, 우리에게 칭찬은 ‘다 좋다’라고만 말씀하시고 우리가 고쳐야 할 점은 참 구체적으로 이것저것 말씀을 하세요. 칭찬도 이것이 좋고, 저것이 좋고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오늘 녀석에게 한 방 먹었다. 나는 오늘도 반성문을 쓴다. 일요일 아침, ‘풀꽃도 꽃이다’라는 소설의 앞부분을 잠깐 읽었다. 이제는 노작가가 된 조정래 씨가 교육계를 소재로 소설을 썼다고 하니 무슨 내용일지 궁금한 마음에 지난 금요일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아직 다 읽지 않아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항상 시대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쓰는 작가인지라 교육계가 문제는 문제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은 일찍 일어난 탓도 있겠지만 치열한 일주일을 보낸 후의 주말이라 조금 여유를 누리고 싶었다. 그래서 아직 잠자리에 있는 가족들이 깨지 않은 틈을 타서 산책도 할 겸 읽던 책을 잠시 덮고, 동네에 있는 호수 공원으로 나왔다. 어제 밤에 온 비로 낙엽들이 공원 주위에 이리 저리 떨어져 있었다. 새삼 떨어진 낙엽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 가을이구나.” 간만에 느낀 가을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 여기 저기 떨어져 있는 낙엽을 향해 스마트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다가 얼마 전 중학생인 딸 아이 방을 청소하다가 아이의 책상 위에 소복이 쌓여 있던 마른 낙엽더미가 문뜩 떠올랐다. 엄마처럼 낙엽에서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낀 행동이라 생각을 하니 딸아이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라 툴툴거리기만 한 딸이 가끔은 괘씸하고 미운 생각도 들었지만 그 와중에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픈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알게 된 것 같아 고마웠다. 그리고 동시에 “선생님, 나뭇잎이 왜 빨개요? 왜 이건 노랗죠?”하며 눈망울을 반짝이던 석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녀석도 아마 그동안 내가 답답해 한 만큼 나를 답답하게 느꼈던 것은 아닐까? 나는 내일도 어쩌면 녀석들에게 답답함으로 괴성에 가까운 고함을 지를지 모른다. 그리고 또 아이들에게 크게 한 방 먹고 휘청거릴지 모른다. 그렇지만 오늘 이 순간만은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라는 결심을 해 본다. 비록 그것이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반성문을 쓴다.
며칠 전 퇴근길에 한동안 연락이 없던 제자 녀석의 전화를 받았다. 요리를 전공하는 녀석인데 내게 오이소박이를 해 준다고 약속한 것을 못 지키고 있던 터였다. 그걸 빌미로 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이소박이 안 해오면 안 만나준다고 했었는데 수화기 속 목소리가 겨울날 호빵처럼 따뜻하다. “선생님 전화 오랜만이죠? 변명 같지만 저 바빴어요. 얼마 전에 취업하려고 한 군데 원서를 썼는데 거기 붙었어요. 합격 사실 알고 엄마 아빠 다음으로 처음 전화 드리는 거예요, 기분 좋으시죠?” 녀석은 초임 학교에서 3학년 담임으로 만났던 아이다. 원서를 쓰기 전부터 요리를 하고 싶어 꼭 가고 싶은 학교가 있던 아이였다. 그러나 성적이 썩 좋진 않아서 학년 말 우리 반에서 요리 전공을 원하는 아이 둘이 같은 학교를 썼는데 한 녀석은 붙고 그 녀석은 떨어졌다. 담임으로서 같은 반에서 합격한 녀석에게 드러나게 칭찬을 할 수도 없고 떨어진 녀석이 코가 빠진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참으로 마음 에린 나날이었다. 기운 빠져 있던 아이의 마음을 다잡아 주기 위해 조리사 필기시험은 학력과 상관없으니 학년 말 기간에 해보면 어떠냐고 권했을 때 아이는 다행히 새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 녀석이 제법 먼 길을 돌아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하게 됐다고 전화가 온 것이다. 우리 반에서 38명 중 30등이었던 이 녀석이 작년도 8명 신입사원 모집에 1만6000명이 지원한 곳에 합격했다니 직접 듣고도 신기하고 기특한 일이다. 고교 지원 당시 실망한 자기 마음을 잡아 주어서 고마웠다는 녀석. 사실 내가 고맙단다. 인생은 살아봐야 하고 너희들은 정성껏 키워봐야 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어서. 이제 조만간 네 요리를 맛 볼 날이 있겠구나. 기다리고 있어도 되지?
집에 식물을 몇 가지라도 키우는 사람이라면 흔히 듣는 ‘호야’라는 화초가 있다. 보통은 큰 화분에 곁다리로 흔하게 심겨져 오는 식물이라 그냥 키우다가 큰 식물이 죽어버리면 같이 내다버려지는 경우도 다반사인 식물이다. 그런데 호야는 흔치는 않지만 마치 작은 별꽃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커다랗고 둥근 수국모양의 꽃을 피워낸다고 한다. 집에서 몇 년을 키우던 호야가 꽃 핀 적이 없어 ‘올해는 꼭 꽃을 보고 말리라’ 다짐을 하고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호야가 덩굴을 지저분하게 뻗어낼 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잘라 다듬는데 그리 하면 안된단다. 보기 싫고 볼품없는 그 덩굴이 뻗어나서 그 자리 어디쯤에 꽃눈이 나오기 때문이란다. 교단에 선 지 벌써 14년째 접어든다. 이쯤 되면 어떤 교사든 아픈 손가락들을 몇 만났을 것이고 어여쁜 아이들도 손가락 수를 훨씬 넘겼으리라. 생활지도부 교사를 오래해서인지 돌아보면 유독 아픈 손가락들이 많았다. 어떤 분이 ‘이 선생은 매일 그런 녀석들 돌보느라 더 예쁘게 클 수 있는 아이들을 못 봐주는 경우가 많다’며 골고루 관심을 주라고 하신다. 일면 맞는 말씀이지만 성향 탓인지, 시야가 넓지 않아서인지 못난이들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담임이 되면 매년 하는 일 중 하나가 한 달에 한 번 학급편지를 보내는 일이다. 한 달 동안 아이들과 소통한 내용을 ‘편지’ 형식으로 담임이 보내면 학부모들이 회신하여 보내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부모님들의 회신은 아이들 지도에 참고하곤 한다. 3월 첫 달 부모님 회신을 정리하다가 마음에 커다란 돌 하나를 얹어 놓는 듯 무거운 마음을 발견했다. ‘우리 지훈(가명)이는 착한 아이입니다. 첫인상이 강하다고 해서 선생님들의 선입견만으로 우리 아이를 판단하거나 미워하지 말아 주십시오.’ 새 학기에는 의례적이지만 ‘잘 부탁드린다!’나 ‘건강에 대한 부탁’ 선에서 회신이 오가는데 첫 학기 3월 학급편지에 우리 아이를 선입견으로 보지 말라고 쓰신 그 아버지의 답장은 쉽게 못 풀어 낼 수학문제처럼 답답함이 들게 했다. 육아 휴직 뒤 복직한 터라 작년에 지훈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가 없어 다른 분들에게 정보를 찾았다. 지훈이는 수업 시간에 ‘수 틀리면’ 친구들에게나 교사에게 욕을 하고 불손하게 대들었다고 한다. 또한 작년에 동급생 친구들을 여러 번 괴롭히고 때려 1학년 때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징계를 두 번이나 받는 전력이 있는 녀석이었다. 이 녀석의 화려한 전력을 직접 확인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월 어느날, 같은 반 친구가 다른 친구와 놀다가 실수로 실내화가 발에서 미끄러져 빠졌는데 하필이면 그게 지훈이 자리 위에 있던 선풍기를 맞고 머리 쪽으로 튕겨 맞았다고 한다. 화가 난 지훈이는 자기보다 덩치가 두 배는 큼직한 상대방 아이를 흠씬 두들겨 패 주었다. 내가 달려가 확인했을 때에는 이미 상대 친구의 눈과 뺨에 멍 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뒤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버님께 연락을 드려 내교하시도록 했고 아버님은 불쾌감이 가득한 얼굴로 학교에 오셨다. 4층 상담실까지 구둣발로 올라오시고 입에는 껌을 씹으시면서. 앞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 드리고 난 뒤에도 아버님은 그 상황에 대해 ‘아이가 깔끔해 실내화가 자기에게 온 것을 못 견뎌서 그런 것 같다’며 계속 아이를 두둔하셨다. 학교에 오실 때부터 지훈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기세로 오신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버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다시 학생 지도 원칙을 말씀드리고 지훈이가 상대방 친구에게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계속 설득했다. 그리고 앞으로 아이를 대할 때 아버님이 속상하셨던 부분들을 헤아려 지도하되 원칙은 한결같다고 단호하게 내 입장을 전달했다. 아버님은 그 말씀을 믿고 돌아가신다고 했다. 돌아서서 가는 지훈 아버님의 구둣발에는 아직도 화가 누그러지지 않았는지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다음날부터 나는 지훈이가 교무실로 불려가는 느낌이 들면 거부감을 가질까봐 일부러 내가 수시로 교실로 가는 방법을 택했다. 어떤 날은 운동장에도 가고 급식실에서도 의도적으로 자주 마주쳤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라 운동장에도 종종 가서 살펴보며 그 때마다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사탕도 입에 넣어주고 어깨도 두드려주었다. 그리고 정말 큰 일이 아니면 소소하게 일어나는 학교 문제들에 대해서는 상담노트에만 적고 지훈이와 직접 해결하는 방향을 택했다. 그렇게 ‘너를 도와줄게’라는 신호를 적극적으로 보냈다. 담임 경력이 쌓이면서 초임 때와 사뭇 달라진 태도가 하나 있다. 초임 때에는 아이의 잘못이 생길 때마다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고 이런 일로 지도를 했노라 매번 말씀드렸다. 그렇게 해서 내가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고 가정 내에서도 그렇게 지도해 달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나 역시도 세 아이의 학부모가 되니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 번호가 갑자기 뜨면 ‘아픈지, 다쳤는지, 싸웠는지’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그래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버님께 전화를 드리는 것을 줄이고 나와 지훈이만 알고 넘어가는 비밀을 늘렸다. 그 즈음이었던 것 같다. 방과 후 남아서 이야기를 하다가 지훈이와 ‘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별 생각 없을 줄 알았던 지훈이가 한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미용업에 종사하시는 엄마, 아빠처럼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 자신은 손재주가 없다고 아버님이 말씀하셔서 하지 말아야 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와 소통 할 수 있는 창구 하나를 뚫고 나서 그 날 아버님과 지훈이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님과 이야기를 나눈 뒤 내린 결론은 미용과 관련된 실습 지원은 부모님이, 실제적인 학과 정보나 미용 관련 자료 수집은 담임이 도와 스크랩을 해가며 진로탐색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아버님과 통화 후 전화를 끊을 무렵에 “선생님, 지난번에 제가 찾아갔을 때에는 제가 좀 흥분을 해서 죄송합니다. 지훈이 이야기만 들으면 그냥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것 같아서요. 학교에서 매일 미움만 받는 것 같아서 제가 좀 죄송한 상황을 만든 것 같습니다. 그 날 일부러 선생님 마음 좀 상하시라고 신발도 안 벗고 껌도 씹었는데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며 사과를 하셨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지훈이를 키워보기로 마음먹었다. 학업 실력이 저조해 영어 단어 하나도 외우기 힘든 아이랑 하루에 다섯 개씩 영어 단어도 외우고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남아서 미용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부모님은 학원에 보내주시고 미용 관련 단어나 미용도구, 유명한 헤어디자이너 몇 사람들을 롤 모델로 해서 그들의 활동을 수집하고 스크랩을 하는 것은 나와 지훈이가 했다. 꿈을 구체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지만 아이를 통해 나 역시도 미용의 역사나 헤어 스타일링 용어 등을 같이 배우니 즐거움도 생겼다. 물론 지훈이는 중간에 슬럼프는 간혹 겪었다. 필기시험에 떨어지고 와서 코가 쑥 빠진 날에는 위로의 짜장면도 사주고 며칠 있다가 다시 시작해보기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넉 달 남짓, 아이는 이제 교복 단추가 떨어져도 내게 갖고 와서 달아달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손이 많이 가는 아이고 감정의 기복도 있어서 때로는 대화의 줄을 이어가기가 힘든 때도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아이가 학교 안에서 나를 믿을만한 존재라고 생각해 마음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복도에서 아이들과 달리기를 하는 지훈이의 허리춤을 잡으며 ‘아들, 여기가 마라톤 하는 데야?’하고 혼내면 ‘죄송, 죄송!’하며 웃는 낯으로 대할 정도가 됐다. 엄마의 꾸지람에 화가 나 동네 담벼락을 주먹으로 쳐 피가 철철 나는데도 등교하지 않았을 때는 ‘선생님 기다리고 있을게, 야단치지 않을게 얼른 와’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교무실 앞에 와서 주뼛거린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아이를 몰아세우지 않고 약속한 대로 그냥 치료만 해주고 따뜻한 핫초코 한 잔 먹이며 어깨만 다독여줬다. 그때 지훈이는 내게 기대어 작은 어깨만 떨고 있었다. 서러움과 속상함이 얽힌 탓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내면서 우리끼리 소소한 사건들도 제법 쌓이고 그 만큼 정도 쌓였다. 아이는 한 권의 ‘꿈’ 스크랩을 다 마치고 헤어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꿈을 구체화했다. 그리고 한 학년이 올라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나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됐다. 떨어져 있으면서도 간간이 연락하고 격려도 하는 동안 지훈이는 소소한 사건 몇 개 외에는 무사히 중3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지금은 미용자격증 공부와 학원 수업을 병행하면서 좋아하는 ‘디제잉’학원도 다닌단다. 가끔 꿈에 대해 물으면 미용사와 디제이 사이에서 갈등 중이라며 자못 진지하다. 다행인 건 꿈이 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간 이후에도 지훈이 아버님은 내 번호를 지우지 않고 서로 연락하며 지낸다. 지훈이가 꿈을 갖게 된 것도 감사하지만 교사에 대한 불만이나 선입견을 깬 계기가 됐다고 말씀하신다. ‘지훈아, 오늘 학교 땡땡이 안치고 잘 갔지? 날이 춥더라, 옷 따뜻하게 입고가.’ 했더니 ‘네 선생님, 저 이번 주에 미용시험 봐요. 싸랑해요. 쌤~’하고 답장이 온다. ‘와~ 이번에 시험에 붙으면 지훈이랑 피자 먹어야겠네?’ 했더니 ‘히히’ 답장이 LTE급이다. 뒤돌아보면 지훈이는 정말 호야 같은 아이였다. 우리 반 38명에 묻어 온 한 명의 호야. 지금 그 아이의 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이제 덩굴을 뻗고 잎사귀를 내는 중이다. 그리고 나도 내가 이 아이에게 준 물과 햇볕이 헛되지 않을 것을 믿으며 꽃 피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더디지만, 때로는 거친 시간을 보냈지만 미래에 네가 피워내는 꽃은 얼마나 예쁠까? 여전한 일상이 아니라 역전의 일상을 기다리며 호야꽃보다 더 예쁜 네 꽃을 한 번 바라보고 싶구나. 기다림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 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날, 그리고 그날 이후로도 오랫동안 이 땅의 선생님들은 두 번의 통곡을 했다. 세월호와 함께 차가운 바다 속에 잠기어 간 304명의 귀한 목숨들을 생각하며 울었고, 아이들을 구하다 실신해 구사일생을 구조됐던 단원고 교감선생님의 자살 소식에 또 울어야만 했다. 이 글은 교사로서의 내면의 상처를 고백한 글이었다. 교권보호 시스템의 부재는 교사를 향한 무한책임을 요구하기에 뜻하지 않은 사고나 사건 속에 휘말린 교사들은 보호받기보다는 소송을 당하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가장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것은 온전히 내 제자만을 걱정하고 염려하지 못하며 갈등하고 두려워했던 내 모습이었다. 글을 통해 나는 그렇게 약한 존재였고 상처받는 존재였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었다. 그 고백을 통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길 바랐다. 정윤(가명)이의 사고는 3년이 지나서야 마무리가 됐다. 사건이 종결되기까지 학부모와 이해당사자들과의 만남, 행정적 처리 그리고 내면의 갈등을 겪어오며 마음이 참 아팠다. 정윤이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목소리 그리고 동료선생님들의 도움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이제는 우리 교육의 장이 울타리 없이 방치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받는 선생님도, 아이들도 없도록 든든한 보호시스템이 작동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민규 교감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소감문을 마무리한다.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이하 전학연)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 부안 상서중에서 근무하다 자살한 고 송경진 교사의 명예회복과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했다. 전학연은 “송교사는 경찰이 무혐의로 내사 종결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북교육청 산하 학생인권센터의 강압적 태도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송교사의 명예회복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면접이 중요한 관문으로 떠올랐다. 면접은 대학에 따라 다르고, 전형 유형에 따라도 다르다. 면접은 대입의 최종 단계인 경우가 많다. 면접을 잘하면 곧 합격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면접을 앞둔 수험생들은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준비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지원 유형을 살펴야 한다. 대학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 일반전형, 예체능특기자전형, 특기자전형, 대학 고유의 특별 전형이 있다. 그리고 다시 학생부종합전형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같은 전형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분류를 하는 이유는 요구하는 역량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에 맞게 자신이 지원한 유형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해당 전형 유형에 맞는 인재상을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은 말 그대로 학교생활기록부 사항을 위주로 진행한다. 대학에서는 학생부에 기록되어 있는 우수 사례를 검증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수험생은 학생부 기록 사항을 중심으로 자신의 신상에 관한 예상 질문 위주로 답변을 준비한다. 그리고 면접관은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가지고 질문을 한다. 지원자는 당연히 이들 내용을 숙지하고, 질문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학생부 기록은 추상적이고 일반화된 기록 위주다. 면접관은 이를 수험생에게 확인한다. 그러므로 수험생은 구체적 사례 등을 근거로 입증해야 한다. 인성을 확인하는 면접도 많이 한다. 인성 면접에서는 수험생이 성장 과정과 학교생활을 통해서 가치관이나 인성, 사회성, 태도 등을 갖추었는지 확인한다. 미래 사회 구성원으로 바른 인성을 가지고, 학습을 꾸준히 할지 판단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구술의 형식으로 진행한다. 면접 자체가 구술로 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구술 면접이라 하면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는 형식을 말한다. 교과전형은 교과 관련 능력을 검증한다. 당연히 제시문 등을 활용하여 지원자의 지식과 사고력을 심층적으로 측정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교육 절감 차원 등의 바람을 타고 문제풀이 형태의 면접은 지양하고 있다. 면접에 대한 오해 가운데 ‘말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면접에는 반드시 물음에 정확한 답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보다 질문의 의도에 맞는 답을 해야 한다. 말을 잘한다는 핑계로 말을 많이 하면 오히려 추가 질문을 받으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핵심적인 내용만 간추려 답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또 하나, 면접은 정답을 말하는 자리라는 생각도 고쳐야 한다. 최근 대학에서 미리 정의된 문제를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면접관에 질문에 기계적으로 답을 하는 경우도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일반론보다는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을 펼칠 때 더 호감을 줄 수 있다. 면접은 대화다. 면접관과 대화하듯 말해야 한다.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설득해야 한다.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남겨, 면접관이 되묻고 싶어하도록 한다. 이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면접관과 대화하는 면접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이 드러난다. 면접관이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면접의 목적은 결국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최근 대학에서는 지원자의 학업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학과 지원동기, 학업 계획, 진로 계획 등에 구체적으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학업 능력 향상 자료도 필요하다. 이때 막연하게 말하는 것보다 자신의 학생부 사례를 근거로 말하면 신뢰성이 증가된다. 사실 면접 준비에는 왕도가 없다. 질문에 대한 정답도 없는 것이 면접이다. 똑같은 답도 어떻게 어떤 표정으로 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질문에 대한 답도 즉석에서 창의적으로 절실함으로 표현됐다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면접은 길어야 20분 전후로 이루어진다. 대학 합, 불합격을 판단하는데, 20분은 짧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면접 시간은 20분이어도 그 시간에 수험생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고등학교 생활을 충실히 했다면, 그 20분에 3년의 생활이 보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면접 준비는 며칠 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학교생활을 성실히 한다면 그것이 곧 면접을 준비하는 길이다.
경기 소안초(학교장 장수열)는 19일 가게놀이를 실시했다. 동료교원평가의 일환으로 교장 교감 선생님이 수업 참관을 하고 학년별로 공개 수업을 실시했다. 특히 2학년 1반은 우리동네 한 바퀴라는 단원을 공부하면서 가게(직업)놀이 체험 시간을 가졌다. 교실에 분식점, 문구점, 서점, 마트의 네 코너를 마련한 후 먼저 두 팀이 고객(소비자) 역할을 하고 나머지 두 팀은 주인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가게 놀이를 했다. 가게 놀이를 한 후 아이들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값싸고 품질 좋은 물건이 잘 팔려요. 가게를 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해요. 돈을 벌어보니 너무 재미있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어려서부터 올바른 경제 개념을 심어주고 올바른 소비를 체험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폐교 위기를 딛고 우뚝 선 남면초등학교 담양남면초등학교 3개 교실 증축 개관식을 주관한 조숙희 교장 선생님 담양남면초등학교(교장 조숙희)는 지난 9월 15일, ‘교실 증축’ 개관식을 가졌다. 2년 전만해도 남면초는 전교생이 10명 남짓한 폐교 대상의 학교였지만, 현재 초등학생 38명, 유치원 10명의 규모로 성장하면서 기존의 교실로는 교육의 질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교육공동체의 뜻을 모아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열정에 대한 화답이 이루어지게 되어 교실을 증축하는 경사스러운 날을 맞이했다. 15일 열린 개관식에는 담양교육지원청 김남규 교육장, 최형식 군수를 비롯하여 관내 각급 기관장과 사회단체장 및 주민 등이 참석해 학생의 꿈을 키워줄 요람의 개관을 축하했다. 새로이 증축된 교실은 담양교육지원청이 발주하여 5억 6천 711만원을 투입, 2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일반교실(3실), 화장실(2곳)을 갖췄다고 전했다. 앞으로 3개 학년이 새로운 교실에서 학교 수업의 충실을 기하고 학생들의 꿈과 배움의 열정을 가꾸는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다. 담양교육지원청 김남규 교육장은 축사를 통해 "이제 38명에 이른 학생들을 위해 새 교실을 갖는 기쁘고 자랑스러운 이 자리는 담양의 자랑이요, 남면초등학교의 축복입니다. 한 아이를 제대로 기르기 위해, 사라져 가는 작은 학교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남면초등학교와 지역사회가 일으킨 기적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제라도 남면초등학교처럼 작은학교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선 고마운 분들이 계셔서 담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남면초등학교가 작은학교 살리기의 표본으로 희망의 씨앗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그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며 축하하였다. 개관식 축하 공연에 나선 남면초등학교 학생들의 공연모습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하버드대학교 사이먼 쿠즈네츠 교수는 "후진국이 공업화를 통해서 중진국으로 도약할 수는 있지만, 농업과 농촌이 발전하지 않고서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가 놀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경제논리를 앞세워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학교들을 없애기 시작했다. 그 결과 농산어촌에는 아기 울음 소리가 사라졌고 노인들만 지키는 희망이 없는 지역이 되고 말았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중심이자 희망의 등불을 든 학생들을 길러내는 위대한 장소이다. 단 한 명의 학생이 다니더라도 학교를 없애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나간 시간이 말해주고 있다. 한 번 사라진 작은 학교는 지역을 공동화시켰고 젊은이들이 떠난 시골은 이제 불안과 어둠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사회의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이제라도 남면초등학교처럼 살아나는 작은 학교가 많아져서 마음 놓고 자식을 낳고 지역의 학교를 보낼 수 있도록 국가와 교육정책 당국, 지방자치단체 모두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절실하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마지막 보루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경제논리만을 앞세워 작은 학교를 없애는 일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잃게 했는지 돌아볼 때이다. 아기를 낳으면 일부러 시골로 가서 교육시킨다는 핀란드가 교육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그들은 단 한 명의 학생에게도 교육하기를 포기하지 않고, 시골 학교에 다녀도 불이익을 당하거나 소외 되지 않는 교육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다운 시골 풍경 속에서 행복하게 뛰노는 어린이들을 보고 싶다. 수천 년 나라를 잃고도 민족정신을 잊지 않은 유대인이 가장 소중히 생각한 것은 바로 '교육의 힘' 이었음을 !
교사라면 누구나 긴 교직 생활을 하면서 제자들로부터 서신을 받는 일은 가끔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교장이 되고 행정 책임자 위치가 되면 무엇인가 해결하여 주기를 호소하는 편지는 받기 쉽지만 감사의 서신을 받는다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도교육청에 근무하는 한 장학사님은 나의 졸저 '교육의 텃밭에 씨를 뿌리며'를 읽어 보고 다음과 같이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다음은 매우 바쁜 와중에 보내준 편지 내용이다.
제2교시 2학년 ○반 영어 시간. 아이들의 출석 점검을 위해 교실을 둘러보았다. 수업 시작 전, 그 누구 하나 엎드려 있거나 딴짓을 하면 수업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나름대로 방식이었다. 그래서일까? 매시간, 수업 시작 전에 엎드려 있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중간고사로 아이들의 수업 참여가 여느 때와 달라 보였다. 수업을 시작한 지 십 분쯤 지났을까? 한 여학생의 이상한 행동이 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 여학생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여학생의 노골적인 행동에 신경이 거슬렸다. 그래서 그 여학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가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가가자, 그 여학생은 마치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교과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어 교과서 밑으로 살짝 삐져나온 또 다른 책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영어 교과서를 펼쳐 놓고 내 눈치를 보며 실질적으로 다른 과목을 공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녀석의 이런 행동에는 분명 말 못 할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개인 과외를 통해 이미 영어 시험 범위까지 공부를 다 마친 상태라 다른 과목을 공부한 것이라고 했다. 녀석이 가끔 수업시간 엎드려 있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사교육을 통한 선수(先手) 학습이 학교 수업을 지루하게 만든 이유가 아닌가 싶었다. 얼마나 많은 아이가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국어, 영어, 수학 과목 중 아이들이 사교육을 제일 많이 받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그리고 영어는 내신 성적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주당 3회 이상 사교육을 받고 있었으며 매일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사교육비로 매월 약 3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아이들이 한 달에 4회 정도 국어 논술을 하고 있었으나 그 비용이 장난이 아니었다. 정시를 준비하는 일부 아이 중, 과학 관련 과목(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명과학)을 과외로 공부하고 있었다. 과외를 받는 아이들 대부분이 개인 과외를 받고 있었으나 비싼 과외비 때문에 거주지와 가까운 동네 교습소에서 과외받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아이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대체로 수업 참여도가 높고 집중력 또한 뛰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과외를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상위 4%에 해당하는 한 아이의 공부비결은 다름 아닌 수업시간이었다. 학교 내신은 모의고사와 달리 수업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구태여 과외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아이의 말이었다. 그리고 모르는 내용은 학교 선생님을 통해 해결한다고 하였으며 체계적인 자투리 시간 활용도 이 아이의 공부비법 중 하나였다. 반면 국어 과목을 제외한 영어와 수학, 과학 과목 일부를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한 아이는 수업시간 집중력이 떨어지고 자주 졸아 선생님으로부터 지적받을 때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 아이는 내신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듯했다. 사교육 의존 없이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더러 있다. 이러한 학부모의 공통점은 공교육의 불신이다. 따라서 사교육을 줄이고 아이들과 학부모의 이러한 불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반 사교육과 차별화된 다양한 수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입시 위주의 수업에서 탈피,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주입식 수업을 지양하고 토론식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육의 질은 결코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지난 1일 부산에서 여중생 4명이 다른 중학교 학생 1명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마구 두들겨 팬 집단폭행사건이 발생했다. 동영상이 공개되고 뉴스로 방송되면서 생긴 부산여중생집단폭행에 대한 시민들의 경악과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강릉⋅천안⋅아산 등지에서도 비슷한 사건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3월 인천에서는 여고 자퇴생 등 10대 소녀들의 합작에 의한 8살 초등학생 유괴⋅살해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전에도 ‘친구 살해, 잔인하게 시신 유기’라든가 ‘초등생들이 장애여학생 성추행’ 따위 기사들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다. 그야말로 ‘듣보잡’의 잔인무도한 10대 청소년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고등학생보다 중학생 범죄자가 더 많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반인륜의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이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해 경찰관들이 오히려 당황할 정도라는 점이다. 점점 낮아지는 연령층, 흉포화에 죄의식조차 없는 10대 범죄는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서울신문(2017.9.12.)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미디어가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자극적인 것을 청소년들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행태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에 학생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이 없어진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아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으며, 가정과 학교에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중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 원인 분석이나 처방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근본적 시스템 개선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개인적⋅부분적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만큼 10대 청소년 범죄는 학교 교육에서의 원천적⋅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범죄 청소년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도덕적 불감증에 이르러선 오늘 우리의 학교 교육을 되돌아보게 한다. 가령 아무리 폭력물에 노출되어 있다하더라도 학교에서 가치관 교육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달라질 것이다. 상상 못할 그런 범죄를 저지른 학생이라도 최소한 죄책감은 가질 터이다. 공교육이 불신받는 것은 좋은 고교나 대학을 많이 못보내서가 아니어야 한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인성교육⋅전인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에 무너진 학교인 것이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은 학교가 학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 10여 년 동안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명 일제고사)니 방과후학교니 뭐니하며 학교의 학원화에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학교는 아주 자연스럽게 ‘찍히지’ 않기 위해 학생들 성적올리기 따위에만 매달린다. 초⋅중학교는 물론 심지어 국⋅영⋅수 보충수업을 하는 특성화고까지 있을 정도이다. 학교는 상급학교 진학이나 사회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이기도 하지만, 원래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어야 한다. 마침 문재인정부가 새로 출범했다. 성적 올리기 등 입시에만 올인하는 학교교육 시스템이 가히 혁명적으로 개편되길 기대한다. 바야흐로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학교의 본래 기능이 복구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물론 범죄 학생들을 비호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또 10대 청소년 범죄는 극히 일부일 수도 있다. 처벌이 능사는 아닐 수도 있지만, 10대 청소년 범죄에 대해선 지금 공론화가 뜨거운 소년법 폐지를 비롯 보다 강력한 처벌 병행도 필요해 보인다. 한번 삐끗하면 일생을 망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해줄 법의 엄중함 역시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못지않게 중요하다.
충남 서산 서령고(교장 한승택)는 11~14일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3박 4일 간 제주도와 일본 오사카 일원을 대상으로 테마식 수학여행을 실시했다. 제주도 113명, 일본 216명으로 구성된 수학여행단의 주제는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자였다. 제주도에서 진행된 테마식 수학여행은 우도 올레길 산책, 성산일출봉 관람, 카트승마체험, 한라산 등반, 메이즈 미로공원, 세계자연문화유산인 거문오름 탐방, 신재생 에너지 홍보관, 한라 수목원, 민속자연사 박물관 등을 견학했다. 일본 팀은 일본(오사카, 교토, 고베), 오사카 과학관, 신사이바시, 도톤보리, 오사카성, 왕인박사묘, 백제왕신사, 동지사(도시샤)대학, 고베 미래방제센터 등을 관람하며 일본의 문화와 전통을 배웠다. 이번 수학여행은 미리부터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최적의 안전한 체험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사전 계획도 3차례에 걸쳐 보완하고 사전답사도 철저히 실시했다. 또한 미리 준비한 2017 테마식 수학여행 길라잡이를 모든 학생들에게 배부했다. 안전과 배움,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전 교육도 출발 전 철저히 실시했다. 전교생이 강당에 모여서 안전교육을 비롯해 성교육도 실시했다. 특히 한승택 교장선생님은 사후활동으로 테마식 수학여행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진지한 배움의 자세로 보고서까지 완벽하게 해줄 것을 당부했다. 학생들은 철저한 사전 준비로 제주도의 문화와 역사를 비롯하여 과학, 관광 등 여가 생활, 경제 발전의 모습을 직접 버스를 타고 곳곳을 찾아다니며 견학했다. 보고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한 책자에 느끼고 배운 것을 날마다 메모하며 생각하는 힘을 길렀다. 따라서 이번 수학여행은 친구들과 다정하게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 정말 학창시절에서 잊지 못할 소중한 수학여행이 되었다는 평이다.
생일날은 감사를 배우는 날 박성연 어린이가 생일을 맞아 부모님께 선물한 감사 그림편지 어제는 우리 반 아이의 생일이었습니다. 필자는 교단에서 꾸준히 해 온 것 중 하나가 생일교육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생일은 축하 받는 날로만 압니다. 자신을 있게 한 어버이의 은혜와 고통을 알게 하기에 매우 좋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나 친구들에게 축하의 선물을 받지 못하면 삐지고 토라지는 일도 다반사임을 볼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그러는 사람이 대부분이지요. 먼저 생일의 의미를 가르칩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입에서 축하보다 감사가 먼저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부모님께 감사하는 그림이나 편지를 쓰게 합니다. 커서 자신이 돈을 벌게 되면 부모님께 감사하는 선물도 꼭 사드리라는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요즈음은 학교에서 생일 축하 잔치를 해주거나 케잌을 준비하지 못하게 하므로(김영란 법) 학급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정도에 그칩니다. 그래도 어버이의 은혜와 친구 간의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생일을 맞는 아이는 부모님께 존경과 감사의 그림 편지를 쓰게 하고, 다른 친구들은 축하의 그림 편지를 써서 나누게 합니다. 그리고 그 작품은 친구의 작품집에 들어가서 잊혀지지 않는 추억을 만들어줍니다. 담임인 나는 삶의 지침이 될만한 좋은 책 한 권에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붙여주면 오래 가는 선물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제자들이 받은 생일 축하 책을 추억의 물건으로 간작하며 좋아합니다. 그림편지에 담은 우정의 편지 생일을 맞이 한 친구에게 그려준 최나윤 어린이의 축하 그림편지 생일날은 인성교육을 하기에 매우 좋은 날입니다. 교육과정 어디에도 없는 내용이지만 담임의 재량권을 발휘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벤트를 할 수 있는 날입니다. 자기를 소중히 해주는 친구들이 준 생일 편지 한 장을 들여다볼 때마다 행복해질 것입니다. 선생님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써 준 편지와 책 한 권의 힘을 믿습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는 큰 돈이 들거나 그렇게 많은 시간이 들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학교 현장에서 생일 축하 손편지나 그림편지를 쓰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랑과 우정이 넘치는 곳에서는 학교폭력이라는 낱말이 싹을 틔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께 감사하는 편지를 드리며 낳아주셔서, 길러주셔서 감사하다고 큰 절을 올리게 할 때마다 감동했다는 말을 전해 들을 때면 작은 가르침에 10배의 효과를 내는 감사 편지의 위력에 놀랍니다. 學은 넘치나 習이 부족한 세상입니다.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비율이 95퍼센트라고 합니다. 고운 꽃은 반드시 씨를 뿌리고 심어야 볼 수 있지만 잡초는 뿌리고 거두지 않아도 생깁니다. 자신의 생일을 맞이할 때마다 감사 편지와 선물을 준비하여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길 바라는 선생님의 바람을 1학년 꼬마들이 꼭 지키면 참 좋겠습니다. 孝를 실천(習)하는 학생이라면 다른 인성교육은 따로 필요 없으니! 생일날은 인성교육을 학습하는 날입니다. '아이들아, 어버이 살아 계실 제 섬기기를 다 해도 떠나신 뒤에는 후회만 남는단다.'
가을 덕분인가 봅니다.아침 독서 시간, 똑같은 시각에 아침독서를 시작하는 몇몇 아이들 속에서 독서의 기쁨으로 어느 순간 차분한 감성으로 변해 있는 아이들과 나의모습. 나는 자연의 산물이니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는 몸의 신비에 놀라는 중입니다. 오늘 아침 읽은 책 중에서 나누고 싶은 대목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어야 맛있듯, 좋은 글귀도 나누어야 맛있으니까요. 동그라미가 되고 싶었던 세모 옛날 옛적에 세모와 동그라미가 살았습니다. 둘은 언덕에서 구르는 시합을 자주 했는데 동그라미가 세모보다 늘 빨리 내려갔습니다. 세모는 동그라미가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달라지기로 했습니다. 동그라미를 이기기 위해 언덕에서 끊임없이 구르고 또 굴렀습니다. 어느새 세모의 모서리는 둥글게 다듬어졌습니다. 이제 동그라미와 비슷한 빠르기로 언덕길을 내려갈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구를 때 잘 보이던 언덕 주변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고, 구르는 일을 쉽게 멈출 수도 없었습니다. 세모는 열심히 구른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겉모습이 거의 동그라미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세모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기주 『언어의 온도』 234~235쪽에서 결코 길지 않은 몇 문장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글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읽어도 이해하고 금방 깨닫는 글이라고. 할 수만 있다면 쉽게 쓴 글이 좋은 글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어려운 낱말을 쓰지 않고도,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를 쓰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뇌세포를 한 순간에 감전시키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글을 읽고 한참 생각에 빠졌습니다. 내 삶이 혹시 동그라미를 흉내 내는 세모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멋있는 자리, 그럴 듯한 모습을 탐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이 가을 내내 깊은 숨 몰아쉬며 화두로 삼을 질문하나 건졌습니다. 좋은 책은 질문 하되 가르쳐 주지 않는 책입니다. 이 책이 몇 달째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쉽게 읽혀지나 생각하게 하는 책인 까닭입니다.
교권 침해‧추락으로 교원들의 교육활동과 학생지도가 위축되는 가운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교권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총은 ▲교원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 ▲아동복지법 등 ‘교권 3法’ 개정에 총력 활동을 펼 계획이다. 개정 요구 1순위인 교원지위법은 중대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고발하도록 하고, 교원에 대한 ‘법률지원단’ 구성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안)과 교권 침해 학생 조치에 학급 교체‧강제 전학을 포함하는 개정안(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안)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이하 교문위)에 계류돼 있다. 이들 개정안은 최근 3년간 1만3천여건이 발생할 만큼 빈번한 교권침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교문위 분석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발생한 학부모 등 제3자에 의한 교권침해 232건 중 형사고발이 이뤄진 건수는 18건에 불과해 교원들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심지어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교권침해 시 피해교원이 학교를 옮기는 비율은 70%인 반면 가해학생이 퇴학‧전학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교총은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와 토론회를 개최하며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도출하고 염동열 의원과의 협의를 통해 법안 발의를 끌어냈다.지난 5월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학폭법 개정안도 주된 관심사다. 현재 학교별로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교육지원청 소속으로 설치해 심의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교 부담을 덜어주려는 내용이다.학폭위 처분에 대한 불복 사례 증가가 무고, 소송, 폭행으로 비화되는 현실에서 설치 주체를 상급기관으로 하자는 요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3년 702건이던 불복 건수는 2016년 1149건으로 증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폭위 처분에 불복해 학교 등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이 2012년 50건에서 2015년 109건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강원도 철원에서는 한 학부모가 학폭 처분에 격분해 칼을 들고 교감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던져줬다. 서울의 한 중학교사는 “경미한 사안은 교육적 종결이 가능하도록 교사에게 권한을 주고 심각한 사안은 교육청 학폭위에서 심의하도록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교총도 학폭위의 교육청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17 국정감사 정책자료’에서 중대 교권침해에 대해 교육감의 수사기관 신고를 의무화하고, 강제 전학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제안했다. 아울러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에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권침해법으로 원성이 자자한 아동복지법에 대해서는 교총이 개정안을 마련해 의원입법을 강력히 추진할 방침이다. 정당한 교육활동이나 미미한 실수조차 ‘학대’로 몰려 수사를 받고 해임까지 당하는 억울한 교사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또 사안의 경중 없이 5만원 벌금형만 받아도 해임, 10년간 취업을 금지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등 위헌적이라는 판단이다. 울산의 한 중학교사는 “지도 차원에서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야단만 쳐도 ‘가만 있지 않겠다’고 반발한다”며 “교사의 손발을 묶는 아동복지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총은 취업제한 요건을 300만원 이상 벌금형(2년)부터 적용하고 해임은 이미 규정돼 있는 교원징계관련 법률 규정을 따르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병구 교총 교권복지본부장은 “학생지도를 위해 열정을 다하면 오히려 상처와 피해를 입게 하는 독소 조항 때문에 공교육이 위축되고, 교육포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교사의 학생지도권 회복을 위해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기간제교사와 학교 5개 강사 직군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간 11만명 입법청원을 주도하며 법과 원칙을 통한 공정한 임용절차 준수를 주장해 온 교총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제는 교단 화합을 위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대폭적인 교원 증원을 통해 정규직 문호를 넓히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교육부는 11일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기간제교사를 포함해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산학겸임교사, 교과교실제강사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유아교육법상 행정직원에 해당하는 유치원 돌봄강사와 유치원 방과후 강사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권고됐고, 시·도별로 운영방안이 상이한 다문화언어강사는 시·도교육청에 최종 결정을 넘겼다. 전체 대상 4만 1077명 중 1034명(2.5%)만 정규직화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사실상 현행법상 불가능했던 일을 교육부가 무리하게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하다 교육 구성원간의 갈등만 유발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기간제교사와 강사 직군에 정규직 전환이 법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 가능한 부분이 있을까 해서 논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공정한 임용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교육 현장과 국민적 바람에 부응한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깊어진 교단 갈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며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교총은 같은 날 낸 논평을 통해 “애초 기간제교사와 강사의 정규직 전환은 현행 체계와 법령 등을 고려할 때 불가능했던 것으로 정부가 대통령 공약과 1호 지시라는 명분에 매달려 무리하게 추진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교직사회 갈등을 봉합하는 후속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기간제교사·강사의 처우, 근로조건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사립학교 정규교사 정원을 늘려 기간제교사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그동안 ‘기간제교사와 강사는 정규직 전환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성명서 발표, 전환심의위 교총 대표 참석, 현직교사가 쓴 1000통의 손편지 청와대 전달 등 전방위 활동을 전개해왔으며, 지난달 17~31일에는 청원운동을 펼쳐 11만 2090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와 국회, 교육부에 전달한 바 있다.학교 현장도 정부의 섣부른 정책 추진을 비판하며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충남의 한 초등 교장은 “당국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선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며 “쪼개기 계약금지, 복무 및 처우개선을 통해 상생의 길을 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사범대 교수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정부 관심사항이라는 점에서 교육부가 무리하게 접근한 측면이 있다”며 “직접적인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만큼 신규 문호를 넓혀 기간제교사 등이 정규직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교육부는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기간제교사의 분리계약 등 불합리한 고용관행 개선, 성과급 단계적 현실화, 정규 교원 수준의 맞춤형복지비 지급 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또 사립학교의 정규 교원 확충을 통해 기간제교사 비율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정원 외 기간제교사 해소를 위해 교원 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산 서령고등학교(교장 한승택) 1학년 전체학생들은 충북 음성군 소재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대표 오웅진)’에서 따뜻한 이웃 사랑 실천 봉사활동을 펼쳤다. 담임교사 9명을 포함한 293명의 학생들은 지난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꽃동네 노인전문요양원, 심신장애인요양원,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만남의 장, 중증장애인 및 노인들과 말벗과 발마사지하기, 장애 인식 체험, 식사 및 목욕 보조, 환자 거동 지원, 시설 청소 활동 등 다양한 사랑 체험(봉사 활동),그리고 소감문 작성과 헤어짐으로 2박 3일 간의 활동을 모두 마쳤다. 서령고는 매년 1학년 학생들이 꽃동네를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학교로, 이번 활동은 학생들에게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행복한 삶의 참된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공동체 생활 속에서의 건전한 정서와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1학년 김 군은 "처음엔 걱정이 앞섰는데, 희망의 집 봉사 활동을 하면서 260명이 생활하는 심신장애인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1학년 부장 김용석 교사는 "이웃 사랑 실천이 곧 자기 이해와 발전으로 꿋꿋한 사랑을 보여준 우리 학생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를 계속함으로써 학생들이 자기를 이해하고 주변을 살펴 실질적인 봉사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