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7,243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충남 서산 서령고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방문형 역량강화 직무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서령고 세미나실과에서 지원자 54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연수는 학교 현장에 적합한 교수 학습 방법 및 평가의 역량 제고와 교육수요자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맞춤형 현장지원 연수의 내실화를 위해 충남교육연수원에서 직접 학교를 방문하여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해 주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보다 질 높은 연수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연수 운영방법과 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연수 내용으로는 정지영 교사의 ‘배움중심수업 평가 방향과 적용’, 심대현 교사의 ‘수업으로 성장하는 교사’, 조미경 교사의 ‘질문이 살아있는 토의’ 등에 관해서 연수가 진행되었다. 김영화 교감 선생님께서는 이번 연수를 통해 선생님들이 2015 개정교육과정에 맞춰 학생 배움중심 수업으로의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고 수업과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구상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경북 문경 산북초(교장 서정원)는 바람직한 교권존중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2학기 교권보호주간’을 운영했다. 본 주간을 맞이하여 교권보호 현수막 게시 및 홍보활동, 사과와 감사의 편지 쓰기, 교권보호 삼행시 짓기, 사제동행 체육행사, 사과데이 등 다채로운 교내행사를 실시했다. 특히 점점 높아지는 가을 하늘 아래에서 펼쳐진 사제동행‘킥런볼’체육활동 속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은 서로 해맑은 표정으로 돕고 의지하며 끈끈한 사제의 정을 나누었다. 또한, 경기를 마친 후에는 서로의 땀을 닦아주고 안아주면서 사제 간의 배려와 따뜻한 마음 을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을 만들었다. 선생님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글쓰기 및 삼행시 짓기 대회에서는 그동안 선생님께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학생은 선생님을 이해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며, 선생님들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학생들의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이번 교권존중 보호주간행사를 통해서 교사의 학습권과 교육권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는 아름다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 교육이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는 고지를 선점하려는 선행학습 중심의 교육이고 학교수업 중심보다는 사교육 중심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이에 대한 도전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선진교육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사의 학습지도 방법과 학생들의 학습방법을 어떻게 질적으로 개선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러나 우선 자기주도학습을 통한 공부의 맛을 느끼며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 학생은 학습 코칭을 받으면서 6개월 동안에 변화를 이뤘다. 첫째, 목표를 확실하게 설정한 것이다. 둘째, 자신의 문제인 예습과 복습이 부족하다. 그리고 암기하는 것을 못한다. 준비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지적했다. 이같은 자신의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노력한 결과 1학기 기말고사에는 평균 점수가 98점을 돌파했다. 이제는 '공부에 자신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주변 친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발표를 했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학습코칭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목표의식 결여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모르는 것이 학생들이 갖게 있는 문제였음을 지적할 수 있다. 이 학생은 이제 극히 일부만 학원과외를 하고 있다. 난 여태까지 학원을 5개 정도 다녔다. 물론 초 6때 말이다. 현재는 그중 2개만 나니고 가끔씩 필요하다고 느낄 때 주로 간다. 근데 학원은 필요없는 것 같다. 출제자는 선생님이시다. 그러기에 선생님이 정리해 주신 것만 잘 듣고 집중하면 된다.
기억하기 싫은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역대의 군왕 중 우리에게 다소 부정적이며 무능의 이미지로 각인된 인조의 스토리가 side로 깔리지만 최명길(주화파)과 김상헌(척화파)의 정치적인 대립이 주된 스토리다. 군왕에 대한 충성과 절개를 강조하는 김상헌과 최명길의 신념 대결이 볼만한 이슈다. 두 사람 모두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충심은 다르지 않지만 접근 방법에선 다소 차이를 보인다. 누가 옳고 그른가는 후대들에 의해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에서는 치욕의 순간에 자결하는 김상헌이지만 역사에서는 심양으로 끌려가며 지은 시조가 떠오른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냐만은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지키려한 두 사람에 비해 백성들의 생명에는 관심도 없는 간신배들은 예나 지금에도 여전히 존재함에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민들레꽃 필 때 송파나루가 녹는다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 것은 왜일까?
생각이 통통 글이 술술 2017. 담양영재교육원 산출물 전시회에 출품된 인문영재반 학생들의 글쓰기 작품 필자는 3년째 담양교육지원청(교육장 김남규)의 5, 6학년 인문영재반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춘기에 들어선 초등학교 학생들의 자아정체성 확립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좋은 책을 권하여 읽게 하는 일, 독서 평가를 하고 독서 토론하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계획과 실천할 방법을 글로 표현하여 자신감과 자존감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문영재반은 학년 당 연간 40시간씩, 주1회 실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숨겨진 글쓰기 잠재력이나 상상력이 풍부함을 확인하고 발견하는 순간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생각하는 수준이 초등학생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학생을 볼 때 느끼는 쾌감과 가르치는 보람입니다. 공교육은 보통교육을 지향하고 있기에 그 수준을 넘는 학생들에게 심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도 공교육의 몫임을 생각하면 수월성 교육도 꼭 필요합니다. 다만 학년 교육과정을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 영재 교육을 해야 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필자는 가르침으로 끝나지 않고 인문영재반의 모든 학생들의 산출물을 개인 별로 모아서 작품집(책)으로 만들어 줄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투입한 만큼 산출물도 내놓아야 제대로 된 교육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수행 평가 파일철을 꽉 채운 학생들도 여러 명이어서 남은 몇 시간 동안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써야 남는다, 글과 그림으로 남겨야 꿈을 이루 수 있다.'고 늘 강조합니다. 특히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천재와 일반인의 차이는 학문에 대한 태도에 있다. 일반인은 자신의 출세와 의식주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공부하지만, 천재는 학문 그 자체에 희열을 느끼기에 공부한다."라고 말한 것을 자주 들려주며 가끔은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아 주곤 합니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다시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영재반 수업에 참여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 진리를, 선택 받은 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공부에 주력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담아 다독여줍니다. 3년에 걸친 인문영재반 학생 지도의 산출물로 선 보인 전시회를 보며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자녀의 작품을 꼼꼼히 읽고 대견해 하는 모습을 보며 필자도 행복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이런 글 재주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 한 마디에 그간의 수고로움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더 열심히 가르치겠다는 다짐도 새롭게 다졌습니다. 칭찬은 선생님도 춤추게 하니까요.
제4회 서산 중왕리 뻘낙지먹물축제가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충남 서산 중왕리 중리포구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서산의 세발낙지(다리가 가는 낙지)는 쓰러진 소도 벌떡 일으킬 정도로 영양이 뛰어나고 특유의 육질에 담백한 맛으로 전국적으로 명성이 나 있다. 이러한 서산의 대표 수산물인 서산 낙지를 맛볼 수 있는 축제가 서산의 청정해역인 가로림만에서 펼쳐졌다. 서산뻘낙지먹물축제추진위원회(위원장 박현규)가 주관하는 이 축제가 열리는 동안 낙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가 마련됐다. 낙지비빔밥을 먹는 퍼포먼스를 비롯해 맨손 뻘낙지 잡기, 갯벌 바지락 캐기, 감태 팩 해보기, 낙지캐릭터와 사진 찍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낙지댄스 경영대회와 노래자랑에서는 그동안 감쳐왔던 끼와 재능을 뽐낼 수 있었다. 낙지비빔밥 등 낙지요리 시식회에서는 갯벌의 가을보약인 서산 낙지를 무료로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고, 여기에 축제기간 내내 이어지는 인기가수의 콘서트와 공연 등은 행사장의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이와 함께 대하, 낙지, 우럭포, 붕장어포, 쌀, 고구마, 고추 등 지역 농특산물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판매부스도 운영됐다. 한편 서산뻘낙지먹물축제는 3년 연속 해양수산부 최우수 축제로 선정됐고,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지역주민이 동참하는 서산지역의 대표적인 가을철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친정과 시댁 부모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집안 분위기가 우울했는데 단비와도 같은 당선 소식에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웃고 행복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쩍 드는 생각이지만 내게 아이들은 존재 이유이며 비타민이다. 지난 겨울에는 독감 유행으로 보건실이 전쟁을 치렀다. 밀려드는 독감 의심 환자들과 학부모 상담으로 지병인 천식까지 재발돼 많이 아팠다. 그런데 독감이 다 나아서도 6학년 학생들이 보건실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6학년 국어 교과와 관련해 이번 독감으로 보건샘이 고생 많이 하시며 우리 학교를 잘 지키셨으니 뉴스 인터뷰로 수행평가 발표를 하겠다는 것이다. 모세기관지염까지 겹쳐 목소리가 갈라지고 기침발작이 시작돼 말하기도 힘들어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반짝반짝 눈을 깜박이며 사정을 하는 녀석들에게 거절을 할 수 없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터뷰를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하는 생각으로. 그런데 한 팀이 가고 나서 2일 내내 반을 바꿔가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어떤 학생은 해줬는데 누구는 안 한다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8번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는 녀석들, 보건샘 얼굴 저작권 보호를 해야 한다며 캐릭터 이모티콘 처리를 상의하는 녀석들, 보건샘 흰머리 많다며 뽑아주고 가는 녀석들, 기념사진 찍자며 어깨동무하는 녀석들, 사랑한다며 문 앞에서 손 하트 하고 가는 녀석들 때문에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너희 때문에 울고 웃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 너희를 많이 사랑할게. 고맙구나.
오늘은 월요일,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출근했다. 보건교사로 일하다 보면 월요일은 보건실이 아픈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나 또한 경력이 쌓일수록 월요일은 늘 긴장되고 두렵기까지 하다. 주말 내내 놀거나 어디 다녀와서 아픈 경우가 대부분인데 주말이니 꾹 참았다 월요일에 병원을 가든지 보건실로 오기 때문이다. 또한 주말동안 이완된 몸이 새로운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층 보건실로 올라오니 역시나 아이들이 이미 문 앞에 줄서 있다. 아, 월요일이었지. 마음을 다잡고 보건실 문을 열자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와 앉는다. 그런데 오늘은 좀 이상하다. 한 아이에게 여러 명이 몰려서 시끄러운 것이다. 어디 많이 다쳤나 싶어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 아이는 아주 조심스럽게 양손을 가슴에 붙이고 있었다. 가만 보니 고사리 같은 2학년 남자아이 손 안에 참새가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참새 다리가 이상했다. 그제야 그 아이는 "보건 쌤, 참새 치료해주세요" 한다. 참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종민아, 나는 사람을 치료하는 보건 쌤이지 새를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종민이는 "보건 쌤은 학교에서 우리 다 치료해주잖아요. 학교 오다 참새가 다쳐서 데려왔어요. 참새도 환자잖아요. 도와주세요." 이러면서 우는 게 아닌가. 순간 가슴이 철렁하면서 종민이와 친구들의 얼굴을 보았다. 다들 잔뜩 실망과 기대가 섞인 얼굴들로 묘한 표정들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경력 15년을 넘어가면서, 그리고 1200명이 넘는 학교에 근무하면서 나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고 심신은 피곤에 절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보건실에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오는 줄 모른다. 간단한 상처부터 집에서 키우는 동물(햄스터, 개, 고양이 등)에게 물려서 오는 아이, 감기나 각종 질병, 학교 부적응, 우울, 애정결핍, 성 고민, 이성문제 상담은 물론 옷에 실수를 하거나 바지가 뜯어져 바지 ‘응급처치’를 해달라는 경우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종민이의 그 말에 나는 뭔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종민이의 동심을 짓밟았구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려 들 수 없었다. 그래서 바로 "어디보자, 종민아 보건 쌤이 참새 고쳐볼까? 아깐 미안해"라고 사과를 하고 참새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누런 코를 흘리며 울던 종민이의 울음도 뚝 그쳤다. 새를 치료해 본 적은 없지만 아이들이 쳐다보고 있어 나는 비장한 각오로 새를 진지하게 살폈다. 참새를 자세히 살펴보니 오른쪽 다리가 골절돼 절름이며 날지 못하는 상태였다. 통증으로 바들바들 떨면서 상처에서는 피도 나고 있었다. 나는 침착하게 그리고 천천히 다리를 소독하고 아이들에게 하듯이 부목(두꺼운 박스종이)을 댄 후 붕대를 감아줬다. 부목을 댄 다리가 무거워서 힘들지 않게 세심한 손길이 필요했다. 그런데 치료를 하면서 아이들의 얼굴 표정을 살짝 살펴보니 참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표정이 점점 환해지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소리까지 죽이며 보고 있는 모습들이란! 순간 월요일부터 우르르 몰려온 아이들에게, 사람도 아닌 참새를 치료해달라고 온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퉁명스럽게 말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치료가 다 끝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아이들이 새를 날려보란다. 아이들의 호기심이란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치료는 했지만 과연 새가 다시 날지 자신이 없었다. 만약 날지 못하면 마치 내가 치료를 잘 못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할거고 애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 것 같기도 했다. 계속 고민하는데 아이들은 계속 오고 더 이상 어찌할 방법도 없어 그냥 날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보건실 창문을 열고 두 손에 참새를 소중히 올려놓은 다음 스스로 주문을 외웠다. "참새야, 이제 치료했으니 넌 날 수 있어. 훨훨 멀리 날아가거라!" 하늘을 향해 손을 올리고 새를 날렸다. 그런데 새가 처음에 좀 기우뚱하더니 날아가는 게 아닌가! 순간 나와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일제히 "와~난다 날아"라고 소리를 질렀다. 종민이는 한 술 더 떠서 "거봐요, 보건 쌤은 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는데 왜 이리 가슴이 쿵쿵거리면서 울컥하는지 아직도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천천히 그렇지만 열심히 날갯짓을 하며 산 쪽으로 날아가는 참새를 우리들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다 같이 바라보았다. 당시 나는 읍소재 학교에 근무했었다. 학교 주변이 논과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학교로 의료시설도 적었다. 그래서 더욱 보건실로 오는 아이들이 많았고 대부분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부모님들은 대부분 공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못해 한 번 아픈 아이는 나을 때까지 보건실에 오는 게 당연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인구 100만이 넘는 도회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전히 수많은 아이들과 보건실에서 지지고 볶는다. 자식을 낳아서 힘들게 키워보니 아이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한 명 한 명이 소중했다. 이제 아무리 아이들이 많이 와도 학생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변했다. 난 참새도 치료한 보건 쌤이니까. 아이들이 오면 치료하면서 간혹 참새 치료이야기를 해준다. 그럼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와~ 우리 보건 쌤 짱이다"하며 탄성을 지른다. 2009년부터 국가교육과정에 의해 보건교과서를 가지고 아이들과 정규 응급처치교육을 한다. 이 수업을 할 때면 참새가 다쳤다고 응급처치를 해달라던 사랑스런 코흘리개 종민이와 친구들이 생각난다. 그러면서 문득 ‘내일은 참새 다쳤다고 데려오는 녀석이 없을까’ 하고 은근히 기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놀란다. 종민아, 고맙다. 그때 네가 "보건 쌤은 할 수 있다"고 말해줘서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어. 앞으로도 네가 말한 것처럼 너희 뿐 아니라 동물도 사랑으로 꼭 치료하는 보건 쌤이 될 거야.
10일 65주년 개교기념식을 개최한 경기 동두천여중(교장 강미자) 식장에는 다소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오세창 동두천시장을 비롯해 장영미 시의장, 임완택 교육장, 남병근 경기북부경찰청 차장 등 지역 인사 300여명이 함께한 것이다. 이처럼 지역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이유는 단순히 동두천여중의 65주년 축하라기보다, 이 학교가 자랑하는 ‘수용성교육(5차원 전면교육)’ 20주년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이날 동두천여중은 기념식을 주관하며 수용성교육의 결과를 보고하는 시간도 가졌다. 지력·심력·체력·자기관리·인간관계 5요소를 골고루 기른 학생들은 고교 진학 후 사교육 없이도 수도권 4년제 대학에 붙는가 하면, 교내 학교폭력은 대폭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열매를 맺었다. 이를 경청한 이들마다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동두천여중이 수용성교육을 처음 접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동연 KAIST 미래전략연구위원회 위원장이 1997년부터 중국, 몽골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낸 후 동두천여중에 소개했다. 동두천여중은 일단 2년 간 방과후학교에서 기초학력미달학생을 위주로 일부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그 결과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났다. 도저히 학업 근처에 얼씬도 안 할 것 같던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에 전교생에게 적용하기 위한 교육과정 재구성에 들어갔다. 학생 대부분이 사교육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교육의 본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강미자(61) 교장은 “눈앞에서 믿기지 않는 일을 목격한 교사들이 수용성교육을 접목시키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고, 이후 모든 교사들이 받아들이게 됐다”며 “모든 교사가 똘똘 뭉친 끝에 중학교 교육과정에 알맞은 수용성교육을 일궜다”고 설명했다. 2002년부터 수용성교육을 전면 시행한 이후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학교폭력은 대폭 줄어든 대신 성적은 고공행진이었다. 동두천여중 학생 대부분이 입학하는 동두천고는 2009년부터 대입진학 성과가 ‘비포 앤드 애프터’로 나뉠 정도가 됐다. 전교생 약 200명 중 15% 정도가 4년제 대학을 진학하던 것이 2009년부터 50%로 껑충 뛰었다. 최근에는 인근 특목고 보다 높은 80% 진학률을 올리기도 했다. 특성화고교인 한국문화영상고에 진학한 동두천여중 학생들은 늘 솔선수범하며 취업률을 향상시키고 있다. 동두천여중의 수용성교육은 이렇다. 등교 후 5분 간 교실에서 체조를 한 후(체력) 안구훈련으로 속해 능력을 기른다(지력). 안구훈련을 통해 보다 빠른 속도로 독서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집중력도 향상된다. 속해능력이 올라가니 자연스럽게 교과서 이해도 빨라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 안구훈련 후에는 ‘전면적 인성교재’를 통해 ‘5차원 자기경영서’를 작성한다.(심력) 간단 일기쓰기와 주간계획을 점검한 뒤, 좋은 글을 3분 간 묵상하고 느낌 및 적용할 점도 글로 남긴다. 총 2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조금씩 쌓여 학생의 전인격 성장을 일군다. 강철(54) 교감은 “인류애, 선행, 상식 등을 묵상주제로 주고 있다”면서 “아이들 중 묵상하다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카타르시스가 수업에서 좋은 효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교과서도 전부 ‘5차원’ 향상에 맞춰 새 교재를 만들어 교육방법도 바꿨다. 교사 전원이 아이들의 전인격 향상을 위해 수업 전·중·후 모두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러 방과 후와 방학 중 연수,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주요 교사들은 수용성교육 전문가가 돼 전국을 다니며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교육청 직무연수 등을 개설해 현재 전국 1만5000명의 교사에게 노하우를 전파했다. 사실 수용성교육은 전인격을 위한 교육법으로 인성의 변화가 먼저 나타나게 된다. 학교폭력은 최근 7년 간 2건에 불과하고, 화장을 하거나 교복을 지나치게 변형시키는 등 ‘겉멋’을 부리는 아이들도 타 학교에 비해 눈에 띄게 적다. 학부모들이 동두천여중 입학을 더욱 선하는 이유다. 2014년부터는 5요소 측정 기준을 만들어 종업 시즌에 5단계 컬러의 ‘다이아몬드 배지’와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1~3단계는 재적생 절반 정도가 달게 되지만 4단계부터는 각 1~2명에 그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그래서 5단계 화이트컬러 배지는 영예의 상징이다. 3학년 이경희 양은 “체력이 약한 편이어서 지난해 4단계 달성에 머물렀는데 올해 화이트배지를 달고 싶어 체력 증진에 힘쓰고 있다”며 “수용성교육 덕분에 공부에만 매몰되지 않고 인성을 기르며 서로 정을 나누는 학교 분위기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마을의 들이 조금씩 비어갑니다. 노란 들판이 네모난 색종이처럼 한 장씩 비어갑니다. 서늘한 공기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차게 느껴집니다. 안개라도 무성한 날이면 아이들은 어깨와 목을 움츠리고 학교에 등교합니다. 여학생들은 치마 밑으로 허연 다리를 드러내고 춥다고 걸중겅중 걷습니다. 추우면 스타킹을 신을 것이라고 혀를 차지만, 또 그러지는 않네요. 호호 들판의 곡식들은 풍성하고 그 곡식들이 우리를 살리는 밥이 됩니다. 하지만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은 것이 우리 역사에서 몇 십 년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한국의 명문가에서는 집밖에 가마솥을 걸고 나라가 하지 못하는 가난을 구제하였습니다. 이런 멋진 삶을 산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일은 즐겁습니다. 저는 경주에 가면 꼭 최부자집엘 들렀다 옵니다. ‘과거는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며느리는 시집온 3년 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재산은 만석이상 가지지 마라.’ 삼 백 년 이상 가문을 유지해온 비결이었을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백산 안희제 선생과 함께 백산상회를 통해 독립자금을 지원하였던 경주 최씨 가문! 늘 감동을 받고 옵니다. ^^동양학을 연구하는 조용헌 선생의 책을 읽는 것은 참 즐겁습니다. 읽는 맛이 다르고 읽고 난 후 깊은 사색을 하게 만듭니다. 『조용헌의 명문가』를 읽으며 일부 고위층과 재벌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갑질을 일삼던 사람들이 기억났습니다. 이런 부끄러운 사람들만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당 이회영 집안은 서울을 대표하는 소론 명문가였습니다. 재상을 열 명 이상 배출하고 3만석 이상의 부잣집이지만 구한말 나라가 망하자 이 집안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3만석 이상의 재산을 팔아 만주로 가 독립군을 양성하는 신흥무관학교를 세웁니다. 안동의 고성이씨 집안은 영남을 대표하는 양반가문이지만 만주로 갔습니다. 초대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이 바로 그 종손이라고 합니다. 석주 이래 모든 손자가 독립운동을 하는 바람에 그 후손은 고아원에서 커야만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런 멋진 명문가 집안을 가진 민족입니다. 노블레스 오브리주[noblesse oblige]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입니다. 배운 사람은 그 배운 값을 해야 합니다. 사회 고위층의 경우 반드시 도덕적인 책임감과 의무를 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노블레스 오브리주를 행한 명문가 이야기를 읽으며 먹먹한 자부심이 밀려왔습니다.가을이 참 예쁩니다. 낱알을 튼실하게 품은 곡식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여름내 가꾸고 지킨 알곡들을 이제는 아낌없이 내어줍니다. 그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이 가을 동안 가꾸어가야겠습니다. 바람결에 찬 기운이 배어있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조용헌의 명문가』, 조용헌 지음, 랜덤하우스, 2009
이번 추석을 전후한 한국의 연휴는 역사상 가장 긴 기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기에 공항은 북적거렸다. 필자도 9월 27일 부산을 출발해 나리타에 갔다. 치바에서는 저녁에 오래 전부터 교류하던 일본인 현직 교사들과 식사를 하면서 한일교류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9월 28일(금) 오후에는 도쿄한국학교에서 연구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특강을 하고 인근 기독교회관에서 선생님들과 연수에 관한 의견 교환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아들 집에 들러 새로 이사한 집을 둘러보고 3일간 함께 지내다가 도중에 코베에서 내려 외국인 거류지를 관광하고 히로시마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미야지마를 관람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곳에도 역시 많은 외국인들이 북적거렸다. 히로시마에서 1박을 한 후 아침 일찍부터 미야자키역까지 많은 시간을 기차로 달렸다. 미야자키의 아오시마는 전에 가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여유있게 시간을 갖고 바닷물이 빠진 현장을 둘러 볼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섬에 들어가 다시 한번 자연 그대로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시간이 됐다. 짐을 맡긴 장소에서 81살이 된 할머니를 만났는데 작년에 남편을 잃었다면서 부부가 살아있을 때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라는 당부도 귀에 남아 있다. 큐슈의 최남단에 위치한 가고시마는 예전에 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이었으나 큐슈신간센이 개통되면서 많이 개선됐다. 이곳은 과거 시마즈 영주가 지배한 지역으로 막부 말기에는 일본 최초로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곳이다. 다네가시마는 포루투갈에서 처음으로 총이 들어온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오스미반도에 있는 우치노무라 로켓센터와 함께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야쿠시마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그중에서도 조문스기나무는 7200년이라고 전해지는 야쿠시마의 상징물이 되고 있다. 가고시마시의 높은 곳에 자리잡은 시로야마 관광호텔에서는 분화를 거듭하는 사쿠라지마가 눈 앞에 보인다. 이곳에서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심수관의 15대 후손이 대를 이어가면서 만든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어서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도자기의 원산지는 한국이지만 이처럼 15대를 이어가면서 도자기를 발전시키는 문화는 일본인의 위대한 인내심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가고시마에서 숙박을 하고 큐슈의 최남단 관광지인 이부스키에 도착했다. 이곳은 1993년에후쿠오카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가족과 방문한 경험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아직도 검은 모래 찜질을 하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10월 5일, 모래찜을 마치고 온천에서 몸을 푼 후 열차 시간이 많지 않아 저녁 식사를 하고 오후 7시 48분 기차를 타고 이부스키역에서 가고시마중앙역을 향하는 시간이었다.일본에서 여러 지역을 다녀봤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일본 고등학생들에게 자리잡고 있는 문화를 발견했다. 학생들의 겉 모습으로 보아 운동부에 소속된 학생들이었는데 같이 통학하는 차 안에서 운동부 후배 학생이 먼저 하차를 하기 전에 선배가 앉은 자리에 찾아가서 정중히 인사를 하는 것이다.이 시간이 오후 8시가 넘은 때라 손님도 많지 않았지만 가방은 전차 의자에 놓지 않고 차 바닥에 놓은 것을 보니 철저하게 사람이 앉아야 할 곳이라는 것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것에서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참 융통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동과 달리 차 안에서는 떠드는 소리가 전혀 없고, 휴대전화는 걸지도 않고 받지도 않았다. 남을 존중하고 차 안이 모두의 공간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공중도덕을 지키는 모습에서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면 9시가 넘을텐데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일본 학생들의 일상이다. 이처럼 일과는 끝났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있으니 당연히 선생님도 학교에서 함께 하는 것이다.
저는 삶을 기적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삶을 사는 데는 두 가지 방법만 있을 뿐. 하나는 기적이란 없는 양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인 양 사는 것이다. 나는 후자를 믿는다. " 라고 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이 삶이 기적이 아니라면 설명할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광대한 우주 공간에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완벽한 생명체로 살아 숨 쉬며 자유 의지로 살고 있으니! 소멸될 운명임을 알면서도 그 길을 묵묵히 가고 있지만 비관하거나 미리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이 모든 생명체의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환생을 믿거나 윤회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단 한 번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것도 사색하는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축복,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나라에 태어난 행운, 가난함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결과 얻은 공무원과 교직 생활 40년! 이 모든 결과는 기적이라는 말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학급 담임을 충실히 맡아온 덕분에 1500명이 넘는 제자를 길러낸 그 오랜 세월도 축복이 분명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척박해졌다고 해도, 바깥 세상에서 선생님을 흔들어도 결코 기죽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며 이 자리에서 당당한 선생으로 살아온 길. 평생 배움의 道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한 제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걸음을 향해 가는 중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듯, 교직도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저의 진심과 다르게 달을 가리킨 내 손가락만 보고 나를 오해했던 사람 때문에 아팠던 순간도돌이켜 생각하니 더 고운 열매를, 진주를 만들게 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오히려 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나를 거쳐간 제자 중 단 한 사람도 문맹자를 만들지 않으려고 매달렸던 순간들이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1학년 때 한글을 다 깨우치지 못한 제자는 2학년이 되어서도 아침마다 내 교실로 오게 해서 책을 읽어주고 다독이며 글을 읽어내는 기쁨을 찾게 했던 일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6학년 때 만난 특수교육 대상 학생도 반 학기만에 한글을 다 깨우쳐 음악 책을 보고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날의 희열은 어제 일처럼 감동을 안겨줍니다. 초임지에서 만난 4학년 아이들은 48명 중에 15명이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늦가을에 만난 그 아이들을 데리고 해가 질 때까지 책을 읽어주고 읽게 하고 받아쓰기를 시키며 글을 알게 하던 그 가을은교직을 시작하며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그 아이들과 함께 했던 그 순간들이 어제 일처럼 또렷한 까닭은 아직도 문맹을 걱정하는 현실 때문입니다. 영리한 학생을 가르치며 받았던 그 많은 상장과 등급 표창보다 더 귀한 진주들입니다. 4학년 때 내 무릎에 앉혀놓고 한글을깨우친 초임지의 제자는 아직도 그날의 추억을 새기며 행복한 전화를 걸어옵니다. 성공한 제자들이 수십 년 무심하게 무소식을 희소식으로 알고 지내는 것에 비하면 아들처럼 따스한 목소리가 참 반갑습니다. 문맹은 뜻 있는 선생님이 있는 교실이라면, 관심을 가진 학교장이 있는 학교라면, 어떻게든 탈출구 마련해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현재 제가 근무하는 담양금성초(교장 최종호)에는 단 한 명의 문맹자도 없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늦게 글을 깨친 아이들을 위해서 독해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학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글을 모르는 아이들보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아서 가슴이 답답하고 아픕니다. 거짓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가장 하층부에 자리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피해자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파괴된 가정에서 설 자리를 잃고 울던 아이들은 이제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을 향해 분노의 불길을 태우고 있습니다. 가난과 가족의 부재는 그 아이들에게서 사랑 받을 권리와 보호 받을 안식처를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아픈 손가락입니다. 이는 그동안 억눌렸던 목소리, 사회의 아픈 현실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과도기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쌓인 적폐 현상이 학교도 결코 예외일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분노를 표출하는 그들 가슴에 응어리진 진짜 목소리와 아픔을 들여다 보려는 노력이 먼저일 때 해결할 방책도 분명히 있다고 확신합니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 과격하고 비인간적인 겉모습만 보고 낙인을 찍지 않아야 합니다. 그들은 지금 살고 싶다는 언질을 그렇게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탓입니다. 우리는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못했음을 시인하고 이제부터 배우고 가르쳐야 합니다. 저에게 남아 있는 교단의 시계 소리가 유난히 크고 빠른 요즈음, 더 빨리 출근하고 더 많이 일하고 아이들의 눈을 들여다 봅니다. 석양이 아름다운 해넘이처럼 마지막을 향해가는 교실의 하루하루가 어느 때보다 귀하고 소중한 순간들입니다. 선생님에게 대들고 함부로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예서제서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시골 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걱정이 많습니다. 아침독서 시간에 도서관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눈맞춤을 하며 웃어주는 작은 몸짓 하나만으로도 닫혀 있는 아이의 가슴을 열게 하는 시작임을 믿습니다. 말은 하지 않고 엄지척을 해주는 손짓 하나만으로도 관심을 표현해 줄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걱정해주고 아끼고 있음을 알게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기를! 아파하는 아이들이 내지르는 분노의 화살이 도와달라는 목소리라고 해석해주시기를! 환자에게 의사가 필요하듯 마음이 다친 아이들에게 한 번 더 눈맞춤을 하는 하루가 되기를 빕니다. 교직은 선택을 넘어 아름다운 소명임을 뒤늦게 깨달은 무명교사의 고백입니다. 그 소명은 '사랑'이 시작이고 끝임을!
화전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세 번째 탐방 학습 『섬진강 체험길 걷기와 토지 문학관 둘러보기』가 시월 한 가운데에서 열린다. 가을비 그친 다음 날 파란 하늘을 보듬은 하동 평사리 무듬이 들판의 짙은 겨자색 가을이 남해 아이들의 가슴에 가을동화로 물들기 시작한다. 섬진강을 따라 오른다. 무듬이 황금 들판엔 말라져 가는 콩 이파리가 바람에 수런거리고 곳곳엔 바람의 흔적이 실루엣으로 남아있다. 무엇을 새기려고 했을까? 물결치듯 그리움은 ‘우우우~’ 가을로 익어간다. 이 평사리 들판에 아이들의 웃음은 청아하게 날아올라 구름에스며 하얀 문장을 새긴다. 남해아이들! 섬이며 마늘농사에 바쁜 남해에서 넘실거리는 넓은 가을 들판을 보고 거닐기는 어려운 일이다. 시선을 발끝에서 위로 옮기면 진한 노랑, 군청색 산, 코발트블루 하늘과 하얀 구름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자리 잡는다. 가을 햇볕 아래 넉넉함이 아이들의 얼굴에 배어난다. 그늘이 없다. 공부, 학원, 스마트폰에 시달린 몸과 눈이 숨표와 쉼표를 찍는다. 넓은 들길은 엄마의 품 안이다 형제봉을 바라보며 부부송과 동정호를 지나는 동안 아이들의 걸음은 느려진다. 소금기 머금은 바람에 익숙해진 후각은 지리산 자락에서 풀어내는 산바람과 에돌아 감는 섬진강 바람을 낯설게 만난다. 눈은 더 풍요로워 진다. 태양을 등지고 들판을 보면 역광일 때와 또 다른 부드러운 노란 물결이 진하게 발목을 잡는다. 가을 들판이 물든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시를 쓰기 시작한다. 친구끼리 도란도란 가을 이야기도 나누고 유리알보다 투명한 물길도 보고 앞서가는 친구의 어깨도 건드려 본다. 빠름이 잦아드니 모든 게 여유롭고 행복하다. 오늘 아이들은 무듬이 들 가을 무대에 주연이 된다. 허수아비가 늘어선 들길을 지난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보며 까르르 웃는 웃음이 옥구슬처럼 메아리친다. 샹그릴라가 따로 있을까? 조금 더 가을 들판을 거닐고 싶지만 아쉬움을 달래며 박경리문학관으로 향한다. 이제 낮은 곳에서 젖은 마음을 높은 곳에서 조망하며 달래고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경사진 길 양옆에는 배꼽부터 붉게 번져가는 대봉감이 주렁주렁 반기고 있다. 주여 가을 햇살을 더 놓아 주소서 떫은맛에 단맛이 깃들 수 있도록! 릴케의 가을날이 발효로 일어서고 한창이었던 코스모스는 씨앗이 여물고 아직 지지 않은 몇 송이는 떠나는 가을 하늘을 부여잡고 한들거린다. 우리 아이들 마음이 참 예쁘다. 구부러진 허리에 홍시 감 함지를 들고 가는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준다. 한 녀석은 떨 채를 든다. 잠시 뒤 풍겨오는 단내와 시큼함. 할머니가 주셨다며 홍시 감을 먹으며 걸어오고 있다. 그래 저 모습이 시골 아이 모습이다. 이틀 전 일이 떠오른다.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 심은 목화에서 어린 다래를 따왔다. 이미 벌어진 다래에서 솜도 뽑았다. 다래가 이런 맛이라며 맛을 보자고 했다. 어린 다래 속살을 잎에 넣자 달착지근하면서도 약간 떫은맛이 유년의 기억을 불러온다. 하지만 아이들은 금세 뱉어버리며 이게 무슨 맛이냐 한다. 먹거리 많고 인공 감미료에 길든 요즘 아이들의 입맛이 안타까웠다. 이제 이런 기억은 영원히 잊힐 것이다. 설령 이뿐일까? 소설 토지 1부 2권에 간난 할멈의 장례식 날 열두 상두꾼이 멘 상여의 상두채에 올라서서 앞소리 하는 서서방의 상두가도 들을 수 없다. “어하넘 어하넘/ 어나라 남천 어하넘~” 시대의 조류에 따라 삶이 변하는 것을 어찌 탓하랴만 도시화와 간편함, 빠름을 추구하다 보니 장례식장 이용이 일상화되었고 상엿소리는 단지 채록된 글과 녹음을 통하여 들을 수 있다. 박경리문학관과 최참판댁에서도 가을은 진하게 배어난다. 느림을 추구하는 취지에 맞게 아이들은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넘나든다. 최참판댁 사랑채 담에 기대니 무덤이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넓게 보려면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여유를 가져야 한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선다. 아직 아이들에게는 걸맞지 않지만 토지를 탈고하기까지 이십육 년 쉼 없이 달려온 작가의 고통이 그대로 묻어있다.푸기 어린아이들은 별당, 안채, 사랑채를 거닐며 소설 속 배경에 빠진다. 안채에서 사랑채로 통하는 담장 가에 물들기 시작하는 주홍빛 감잎이 주름진 기와지붕 용마루 뒤 솟아난 미루나무 꼭대기 뒤로 물러선 파란 잉크 빛 하늘에 대비되어 아련한 문신으로 남는다. 앞날은 이 아이들의 무대이다. 가까이 보면 빨라지고 수평선과 지평선보고 달리면 너른 마음이 된다. 이 마음은 서로를 감싸주고 보듬게 한다. 이게 느림의 미학으로 만나는 길 위의 인문학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바래길, 산길, 무듬이 들길을 걸은 기억이 남해 아이들의 마음을 넓게 하고 빠름과 느림이 필요한 순간을 아는 비교의 감성으로 싹이 트기를 기대해 본다.
오랜만에 일본영화를 감상했다.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 전범(戰犯)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아베정권을 맹렬히 질타하는 입장이지만, 그 때문은 아니다. 내가 오랜만에 일본영화를 본 것은 한국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어서다. 일본영화는 그들의 만화처럼 결코 세계적이지 않다. 한국영화 보기도 바쁜데, 부러 극장까지 찾아가 일본영화를 볼 필요성을 못느낀 것이라 할까. 그런데 추석특선 TV영화표를 보다가 ‘바닷마을 다이어리’(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고레에다는 한국 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감독이다. 2013년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그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12만 5324명을 동원, 일본영화로선 나름 흥행한 영화로 기록되기도 했다. 방송시간도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게 하는데 한몫했다. EBS ‘금요극장’ 전파를 탔는데, 평소 고정적으로 보던 어떤 프로나 다른 방송사 추석특선 영화들과도 겹치지 않았다. 편성전략은 좋았지만, 그러나 좀 생뚱맞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평소 ‘금요극장’에서 방송하는 고전영화들과 너무 다른 최신작이기 때문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2015년 12월 17일 개봉한 영화다. 일반극장 개봉 전 제20회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그때 영화제에 참석한 고레에다 감독은 한겨레(2015.10.7.) 인터뷰에서 “송강호와 언젠가는 꼭 영화 찍고 싶다”는 다짐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제20회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6편의 영화에 들어있다. 75개국 304편이 상영작이었으니 자그만치 5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대단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부모없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자매 이야기는 슬픈 듯하지만, 한편으론 샤방샤방한 영화. 뛰어난 흡인력은 고레에다 감독이 왜 거장인지를 보여준다”(한겨레, 2015.9.30.)가 추천의 말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한 마디로 이복자매의 한 가족 되기 영화이다. 장례식이 시작과 끝을 장식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래서다. 사치(아야세 하루카)⋅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치카(가호) 세 자매는 15년이나 안본 아버지 부음 연락을 받고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이복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난다. 스즈는 아버지 두 번째 부인의 딸이다. 아버지 임종을 맞은 지금의 부인은 세 번째이기에 스즈와 아무 관계도 아니다. 따라서 가련한 신세의 스즈다. 아버지 첫째 부인의 소생인 세 자매는 가련한 처지에 놓인 스즈를 별다른 거부감없이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그냥 받아들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정성을 다한 동생 받아들이기다. 가령 술 취해 잠든 스즈를 세 자매가 다소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은 뭔가 찡한 여운을 안겨준다. 아주 보기 드문 장면으로 신선해 보인다. 그것이 그런 느낌을 주는지도 모른다. 바람이 나 조강지처와 자식들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조차 “저런 여동생을 남겨줬으니까” 구제불능이었지만, 정말 다정한 사람이었을 것이라 긍정한다. 그런 이복자매의 한 가족 되기는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환기 또는 전달한다. 스즈를 통해 기억 희미한 아빠 추억하기에 나선 치카, 뱅어 토스트 먹으며 아버질 떠올리는 스즈, 할머니 옷들을 들어올리며 냄새까지 맡아보는 세 자매들이 그렇다. 할머니, 아버지로까지 이어지는 가족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불운한 가족사 영화이면서도 어둡거나 슬프지 않은 이유다. “가끔은 남의 말도 들을만하다니까”라든가 “괜찮은 여자일수록 비밀이 많다는 것 몰라?” 등 기억해둘만한 대사와 다르게 좀 아니지 싶은 것도 있다. 우선 “내 존재만으로도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며 괴로워하는 스즈가 그렇다. 과연 15살 중학생이 할 수 있는 생각일까? 유부남일망정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도 되게 씩씩한 사치 역시 좀 아니지 싶다. 어찌된 일인지 사치 생모가 떠나가는 기차역엔 다른 승객은커녕 역무원조차 없다. 세세한 일상적 디테일이 박진감을 안겨주는 영화의 전반적 인상과 동떨어진 것이어서 좀 아쉽다. 대사 없이 생김새나 쌀 씻고 빨래 걷는 사치 네 자매 모습만 보면 그들이 일본 배우임을 깜박 잊게 된다. 영락없는 한국 배우란 느낌이 되게 신기하다.
당뇨·알레르기 쇼크로 학생이 응급상황일 때, 앞으로는 보건교사가 투약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교사의 투약(주사 등)처치 허용을 골자로 한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이에 따르면 법 제11조에 ‘학교장은 사전에 학부모 동의와 의사의 자문을 받아 보건교사로 하여금 제1형 당뇨로 인한 저혈당쇼크 또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한 위급학생에게 투약행위 등 응급처지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이 경우 보건교사 등에 대해 의료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또 응급조치로 발생한 사상 등에 대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질병, 장애가 있는 학생의 관리·보호를 위해 보조인력을 둘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이번 법률 개정은 응급 학생을 보건교사가 적극 조치하도록 하되, 대상 질병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적절한 투약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도록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교총과 보건교사회의 대국회 활동이 반영된 결과다.당초 법 개정안은 투약행위 대상 질병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내용이었다. 또 투약 시 의료법 위반을 해소할 조항이 명시되지 않았다.이에 교총과 보건교사회는 교문위원 면담과 건의서 전달을 통해 “대통령령 위임은 처치 범위를 광범위하게 만들 수 있어 부담을 초래하고, 사고 위험도 높일 수 있다”며 당뇨·아나필락시스 쇼크에 한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적절한 투약조치에 대해서는 사고 시 면책조항을 두고, 보건교사의 투약이 의료법 위반이 되지 않도록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총이 2019~2020년도 현장교육연구운동 대주제를 공모한다. 시대 변화에 부응한 교실연구의 새 방향을 설정하고 연구대회의 개선·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교총 회원이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으며 교총 홈페이지(www.kfta.or.kr)에서 응모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11월 10일까지 이메일(kfta11@kfta.or.kr) 또는 팩스(02-572-0292)로 접수시키면 된다. 결과 발표는 11월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할 예정이며 최우수·우수·장려상 수상자에게는 문화상품권이 수여된다. 2017∼2018 대주제는 ‘연구하는 선생님, 배움이 있는 수업, 생동하는 교실’이다. 교총은 1952년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전국교육자료전, 전국초등교육연구대회를 개최하며 수업 개선과 교사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아들러 심리학을 사람들에게 잘 소개한 책으로 ‘미움 받을 용기’가 있다. 이 말과 관련한 아들러의 용어는 ‘courage to be imperfect’다. 그런데 이를 ‘미움 받을 용기’라고 말하기는 것은 아들러의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영어를 그대로 직역한 ‘불완전할 용기’가 훨씬 더 적합하다. 의역하면 ‘불완전한 존재가 될 용기’ 또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받아들일 용기’로 표현할 수 있다. 아들러는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현재 모습 그대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고 격려한다. #초등 3학년 미술 전담교사 K가 겪은 일이다. 그는 수업 내내 그림 그리기를 힘들어하다 끝내 자신의 작품을 반으로 접어 풀을 발라버린 B와 쉬는 시간 상담실에 마주 앉았다. “상준아 오늘 미술 시간 어땠어?” “별로였어요.” “인기 과목인 줄 알았는데.” “차라리 수학이 나아요. 수학은 그냥 풀면 되는데 미술은 답이 없어요. 생각대로 안 그려지니까 짜증나요.” K교사는 B가 완벽한 그림을 그리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B에게는 ‘불완전할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다. K교사는 완벽히 못 그려도 미술이 행복하도록 돕고 싶었다. “아~그렇구나. 그럼 마음 속 그리기 정답과 똑같이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친구 현성이는 할 수 있을까? 그림 잘 그린다고 소문난 남주는 할 수 있을까?” “글쎄요. 걔들도 못하겠지요.” “그래도 그 친구들은 미술시간을 좋아하잖아.” “공부 안 하는 시간이니까 그냥 좋아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 친구들은 왜 자기 작품을 자꾸 칠판에 붙여 달라고 하지? 그냥 그린 건데?” “마음에 드나 보지요.” K교사는 문득 창운이가 생각났다. 창운이는 그림에 별로 소질은 없지만 미술시간에 늘 즐거워하고 그림을 칠판에 붙여 달라는 아이였다. “그럼 잘 그리는 아이들만 자기 그림을 좋아하는 것 같아?” “꼭 그렇지는 않아요. 창운이는 못 그려도 그림 붙여 달라고 하잖아요.” “그래, 창운이는 그렇지. 그럼 창운이는 마음 속 정답 그림하고 똑같이 그려서 그렇게 자신만만할까?” “에이, 그럴 리가요.” “그럼, 창운이는 미술시간이 안 즐거울까?” “아니요. 창운이는 엄청 즐거워 보여요. 그림을 별로 못 그려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창운이를 보면 어때? 한심하게 보여?” “아니요. 마음껏 그리고 못 그려도 신경 안 쓰니까 좋겠어요.” “선생님도 창운이가 재미있고 귀여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고. 어쨌든 B야, 네가 일류화가처럼 마음 속 정답 그림과 똑같이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전, 과학자가 꿈인데요.” “아, 그래? 그럼 일류화가처럼 잘 그리지 않아도 되겠네?” “뭐, 그렇지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B의 얼굴이 아까와는 달리 밝고 편안해 보였다. 교사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불완전할 용기를 얻은 듯 했다. K교사는 완벽한 그림을 그리려는 B에게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고 격려했다. 완벽하고자 하는 욕구는 발전을 주기도 하지만 엄청난 스트레스와 긴장을 유발한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미술 시간이 힘들기만 하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활동에서 완벽을 요구하는 교육은 학생들에게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교사는 학생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완벽을 장려하지 말고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격려해야 한다. 불완전할 용기에 대한 격려가 학생들에게 성장과 배움을 맛보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많은 교사들은 스스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의심하며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며 생활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사의 실수는 학생들에게 불완전할 수 있는 용기의 모범이 된다. 완벽하진 않지만 노력하고 있는 교사의 모습은 실수에 관대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서로를 존중하는 교실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몫을 할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의 기본 공약이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자 교육정책인 혁신학교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혁신학교 확대에 대한 우려의 경종이 울렸다. 2016학년도 전국 고교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서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혁신고교 40% 정도가 보통 학력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혁신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교육 내용과 방법 등을 단위학교가 자율적으로 시행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학교다. 혁신학교는 지식 중심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교교육과정의 자율화, 다양화 등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데 초점이 있다.주지하다시피 혁신학교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자, 국정 과제다. 현재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초 691개교·중 353개교·고 120개교·기타 13개교 등 전국적으로 1177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학교당 연평균 1억원 안팎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그런데 이러한 혁신고교 학생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전국 고교 평균보다 세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혁신학교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반증이라고 해석할 수 잇다. 기초 학력 미달은 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으로 공부 포기자라고 혹평을 받는 등급이다.사실 혁신학교는 2009학년도 경기교육청에서 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했고, 서울교육청에서는 2011학년도에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현재는 전국 모든 시ㆍ도의 초ㆍ중ㆍ고교에 도입ㆍ적용하는 학교 혁신 모델이다.아울러 진보 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될 당시인 2014년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공약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혁신학교의 획기적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교육부가 이번 국회의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혁신학교 학업 성취 수준' 자료를 분석하면, 2016년 전국에서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였다. 전국 고교 평균은 4.5%의 2.6배 수준이다. 혁신학교 중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5%(전국 평균 3.6%)여서 중학교보다 고교에서 학력저하 현상이 뚜렷했다. 초등학교 역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이 일반학교의 기초학력이 낮을 것으로 유추되고 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에 주관하여 매년 시행하는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는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치른다. 평가 결과 성적에 따라 '보통 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수준) '기초 학력'(20~50점) '기초 학력 미달'(20점 미만)로 구분한다. 아무리 혁신학교가 한 줄 세우기 교육이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무릇 학교는 기본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할 기본적 ‘배움’을 수행하는 곳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전제하면 기초 학력 미달 수준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데 학교 교육의 초점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시행 규모를 기존의 중3, 고2 학생 전수에서 표집으로 바꾼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과시 대상이 전수건 표집이건 교육과 배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학교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르치고 배워야 할 본질(지식, 인성, 생활을 포함한 지적, 기능적, 정의적 영역)이 있는 것이다. 경쟁 배제라고 해서 한 줄 세우기 교육을 지양하고, 협동 추종이라고 하여 어울림 교육에만 치중한다면 절름발이 교육인 것이다.혁신학교 학력 수준이 시·도 단위별로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타까운 점은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기초 학력 미달자(20% 미만)는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자, 시험 볼 의지가 거의 없는 자, 공부를 포기한 자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또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규모와 대상이 전수 평가에서 표집 평가로 전환된다고 해서 교육과 배움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지난해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고교 혁신학교는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이 59.6%로 전국 평균(82.8%)보다 낮은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 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 학력 이하(미달자 포함) 학업 성취도를 보인 혁신학교 고교생은 10명 가운데 4명꼴인 40.4%에 달했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도 충북 혁신학교 22.3%(전국 학교 평균2.0%), 인천 19.5%(3.2%), 전북 16.3%(4.5%), 서울 15.3%(7.6%), 경남 11.6%(5.0%) 등으로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한편, 교과별 학업 성취도에서도 고교 혁신학교의 기초 학력 미달자 비율이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영어는 혁신학교 미달자 비율이 14.4%(전국 학교 평균 5.1%), 수학은 12.9% (전국 평균 5.3%)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충북 지역 혁신학교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충북 지역 전체 평균(2%)의 11배 수준인 22.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천 19.5%, 전북 16.3%, 서울 15.3%, 경남 11.6% 순이었다.수학과 기초 학력 미달률 역시 전국 고교 평균이 5.3%인데, 혁신학교 평균은 12.9%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2015~2016년 전국 고교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4.2%→4.5%로 소폭 늘어난 데 반면, 혁신학교는 7.9%→11.9%로 크게 증가 했다.일부에서는 혁신학교는 경쟁 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을 벗어나자는 취지로 도입된 만큼 단순한 교과 성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특히 혁신학교는 댜부분 교육 여건과 환경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학교들이 지정되는 경우가 많아 기초 학력 미달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들이댄다. 하지만, 경쟁 위주의 '성적 줄 세우기' 교육 여파로 기초 학력 미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나아가 원래 혁신학교에 정상적 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많아 기초 학력 미달 학생들이 과다하다는 논리도 군색한 변명이다.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혁신학교를 획기적으로 확대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보듯이 혁신학교 확대는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무조건 혁신학교의 양적 확대에 주력하기보다는 질적 수준을 높일 정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혁신학교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 지역 수준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한 학교교육과정의 토대 위에서 교육 내용, 교육 방법 등을 다양화, 자율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할 것과 배워야 할 것을 반듯하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게 본질이다.혁신학교에 교장공모제를 적용하고 학교장 권한 내려 놓기를 강조한다고 해서 가르칠 것을 가르치기 않고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않는 것이 절대 아니다. 따라서 혁신학교라고 해서 경쟁 위주의 한 줄 세우기를 지양하니, 협동 중심 어울림 위주의 교육만 하면 그만이라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절대 아니다.앞으로 혁신학교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교원 연수와 재교육, 교사학습 공동체 활동 활성화, 교육공동체의 역할과 교육 전문성 강화, 집단지성을 통한 교육과정과 교육활동 의사결정 등이 병행돼야 한다. 현재 혁신학교는 전국 각 시ㆍ도에서 행복 나눔학교, 행복 공감학교, 행복 씨앗학교 등으로 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하교의 교육이 교육의 본질을 가르치고 배우는데 등한시 한다면 그 운영 체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특히 이들 혁신학교가 이름 그대로 혁신, 행복 등과 등치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모든 학교는 분명히 가르치고 배워야 할 본질적 교육 내용이 있다. 이는 학교의 숭고한 권리이자 책무다. 이 명백한 사실은 혁신학교라고 해서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의 기초 학력 미달자 비율 증가는 혁신학교 교육과정과 교육 방법, 학교 경영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경상북도문경교육지원청(교육장 엄재엽)은 13일 오후 관내 초·중학생, 학부모, 교원 및 시민을 대상으로 문희아트홀 및 야외장소에서 화랑문화제를 개최했다. 화랑 문화제의 주요행사 내용은 1인 1악기 발표회, 작품전시회 및 체험부스로 운영됐다. 문희 아트홀 야외에서는 초,중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 등을 대상으로 전통한지공예, 압화 책갈피 및 나만의 컵 만들기, 나의 꿈 열쇠고리, 우드팬시, 리본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문희아트홀 대공연장에서는 관내 초,중학생들의 1인 1악기 발표회가 있었으며, 현관 로비, 야외에서는 그림, 시화, 공예, 독서 신문이 전시 됐다. 또한 로비에서 행복한 모습을 찍은 사진을 대상으로 행복사진 콘테스트가 실시됐으며 소정의 상품도 즉석에서 전달했다. 개막식에서 문경교육지원청 남병훈 교육지원과장은 “배움이 즐거운 학생활동중심의 알찬 문경 교육을 통하여 틈틈이 갈고 닦은 그림, 문예, 공예 분야의 실력을 뽐내는 이번 문화제는 학생들이 서로 우정을 나누고 교육가족 모두가 함께 감동받는 어울림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인사말에 갈음했다. 화랑문화제는 단위 학교, 교육지원청, 지역사회를 연계한 종합적인 축제로 초,중학생들과 학부모 등이 참여했으며, 학생 축제의 장을 마련해 줌으로써 건전한 청소년 문화 형성에 기여했으며 애교심·애향심 및 문경인으로서 자긍심을 함양, 자유학기제 특기·적성 교육의 활성화 및 잠재적 소질 계발의 기회가 됐다. 앞으로도 문경교육지원청은 학생들의 꿈과 끼를 돋우는 학생 중심 융합형 문화제를 함께 향유하면서 문문화예술교육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겠다고 했다.
자고 떠드면서 “상관 말라”…정당한 훈육, 성추행‧학대로 “일 커지고 상처” 문제행동 외면, "나는 교사인가" 자괴감 외국은 교실 배제, 전학 조치 등 법적으로 수업권 보장 교총 “인권조례 폐기하고 교원지위법‧아동복지법 개정을” #. 서울 A중 B교사는 최근 생활지도 부장으로부터 황당한 교육을 받았다. 수업 중 자는 학생이 있어도 깨우려고 어깨를 두드리는 등 신체를 ‘터치’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성추행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 그는 “문제행동을 보고도 그냥 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인교육은커녕 교사는 수업만 하면 그만인 존재인가,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 인천 C초에서는 최근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아이를 엄하게 꾸짖었다가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경찰서에 신고해 곤욕을 치렀다. 이 학교 D교사는 “자녀만 감싸는 학부모, 이를 보고 배우는 아이들 앞에 교사는 점점 무력해진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수업 중 빈발하는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제재할 수단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관 말라”는 식의 ‘불가촉’ 학생이 늘면서 아예 지도에 손을 놓거나 치유지원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대전 E중 F교사는 “수업 중 화장을 하고 휴대폰을 사용해 학부모에게 전화하면 되레 아이를 두둔하거나 교사가 아이 물건을 빼앗아갔다며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교권침해가 명백해도 일이 커질까 속앓이 하다 결국 수업을 교체 하거나 휴직까지 하는 동료들을 볼 때면 힘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부산 G중 H교사는 최근 갑자기 창밖으로 고함을 지르는 학생의 뒷덜미를 잡아 지도했다가 “왜 머리를 잡아당기느냐”는 학생의 강한 항의를 받고 결국 먼저 사과를 했다. 정당한 교육활동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괜히 학생을 자극해 일을 크게 만들기 싫어서였다. 수업 중 마찰이 교권침해로 이어져 교권보호위원회라도 열게 되면 교사들은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이미 학생에게 한 차례 상처를 받은 상태에서 ‘학생한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그러고도 선생이냐’는 주변의 비난으로부터 또 한 번 상처 받는 것이다. 때문에 ‘조금만 훈계하면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도 외면하고 적당히 포기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교사들은 말한다. 현재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학생을 교실 뒤에 서있게 하거나 따로 교무실로 불러내 타이르는 정도다. 상벌점제가 있는 학교는 벌점을 주기도 하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상벌점제도 경기와 경남에 이어 서울도 폐지를 추진한다. 교사들이 수업 방해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즉각적 처분 수단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직‧간접적 체벌금지, 소지품 검사 및 압수 등을 제약해 생활지도에 구멍을 초래한 학생인권조례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교사의 훈육을 ‘정서학대’ 등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단 5만원의 소액 벌금형만 받더라도 교단을 떠나게 하는 과도한 아동복지법 탓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이지만 교육청 등이 마련한 대응 매뉴얼은 즉각적 제재 수단 없이 대부분 학생과 관계 회복, 상담 체계 구축만 강조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높다. 반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교사의 훈육권 및 수업권을 법적으로 강하게 보장하고 있다. 미국, 독일, 중국은 학교법, 교육법을 근거로 문제행동이 반복될 경우 교실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아울러 타 학교 전학, 학부모 상담, 물품 검색 권한 등을 부여하고 있다. 교사들은 수업 중 문제행동은 교사 수업권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대응수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문제행동 시 대처 방법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D교사는 “교실 밖 퇴장, 금지물품 검색, 폭력행위 시 격리조치 등 확실한 제재 수단이 마련되고 또 법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강제전학의 경우도 반경 10km 이상 떨어진 학교로 보내는 등 강력한 제도가 있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B교사는 “교사가 상황에 맞게 컨트롤하되 욕설, 폭행 등 문제행동 단계별로 대응방법을 참고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교총은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학급 교체 및 전학조치, 학부모에 대한 고발조치 의무화 등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아동복지법의 가혹한 처벌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개정안을 마련, 곧 의원 발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교총은 “여야는 교단의 심각한 현실을 인식하고 이번 국회에서 교권 관련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