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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누가 교사를 편한 직업이라고 했던가? 코로나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후 근 1년 만에 미용실에 갔다. 머리가 귀신같이 길어질 때까지 버티고 버텼지만, 새 학기 첫날 처음 만나는 아이들 앞에서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싹둑싹둑 머리카락을 자르는데 아깝지 않았다. 힘들었던 한해를 싹둑싹둑 잘라 멀리 보내버리고, 새 학기 맞이하는 속 시원한 마음이 들었다. 으레 어느 미용실에 가면 그러하듯 미용사는 이것저것을 물었다. “무슨 일하세요?” “교사예요.” “그렇구나. 좋으시겠어요. 요즘 같은 때에는 교사가 최고라고 하잖아요. 코로나로 다 힘든데 교사만큼 안정적이고 편한 직업이 어딨겠어요?” “아…, 네…, 그렇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교사만큼 편한 직업은 없다고. 그러나 교사가 힘든 이유를 일일이 나열하자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다만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얘기해야 할지 몰라 그냥 속으로 삼킬 뿐이다. 사실은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아니요. 코로나 때문에 교사도 힘들어요. 교사가 편한 직업이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더 괴롭다고요!’ 지난해 학교는 혼란 속에서 허우적댔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학사일정, 긴급히 내려오는 방역수칙들, 처음 접하는 온라인수업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하루 만에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공문들이 많아 ‘(긴급)’ 타이틀이 붙은 공문을 보면 심장부터 벌렁거렸다. 그리고 생전 없던 불면증이 생겼다. 방역에 대한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2월 마지막 출근일에 우리 학교 부장님은 너무 힘든 한 해였다며 왈칵 눈물을 흘리셨다. 학교 밖 사람들은 교사가 수업만 하는 줄 안다. 하지만 외부 인력채용 및 관리에서부터 각종 행사 진행 및 방역에 관한 모든 것을 교사가 떠안고 있다는 걸 안다면 결코 교사를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리라. 개학을 앞두고 봄방학 내내 학교로 출근했다. 정리해야 할 짐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교실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돌봄 담당선생님께서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돌봄 담당선생님을 보니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쏟아져 나온다. 돌봄선생님은 등교 주간이 순식간에 바뀔 때마다 늦게까지 남아 돌봄교실 운영 및 방역계획을 세웠고, 휴일에도 허겁지겁 학교에 나와 원격지원관리 강사를 선발했다. 또 시도 때도 없이 울려오는 긴급돌봄 지원 전화에 응대해야 했고, 교육청에서 갑자기 내려 보내는 사업비 앞에서도 침착한 마음을 유지해야 했다. 그러나 돌봄선생님은 힘든 티를 내지 않으셨다. 오히려 맛있는 거 먹고 힘내자며 출근길에 사 온 따끈한 호떡을 손에 쥐어주셨다. 갑자기 내려온 공문을 처리하다가 체했다며 밥 대신 죽을 드시면서도 생글생글 웃으셨다. 돌봄선생님께 고맙고 죄송하다. 우리는 이렇게 여러 선생님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한 해를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학교가 제일 안전한 곳’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교사들은 괜찮지 않습니다만 이렇듯 학교가 코로나로부터 제일 안전한 곳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후, 지방 곳곳에서는 모든 교육활동을 정상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우리 학교도 3월부터 등교 인원 및 등교 횟수를 늘리고 방과후학교를 운영할 채비를 했다. 쌍방향수업 시간도 대폭 늘었다. 듣자 하니 우유급식을 시작하는 학교, 1박 2일 수학여행을 계획하는 학교도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듯 교육활동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는 반면 교사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학습 사이트 접속 에러는 계속됐다. 불만은 애꿎은 담임교사에게 돌아간다. 심지어 학생이 늦잠을 자다가 쌍방향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음에도 그 탓은 온전히 담임교사의 몫이 된다. 원격주간 학습계획 작성 및 안내, 콘텐츠 제작 및 업로드, 쌍방향 수업자료 제작, 학습상태 체크, 과제제출 확인 및 피드백을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다. 아직 업무는 손도 못 댔는데 수업관리만으로 하루가 다 지나가 버렸다. 이런 담임선생님의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 교실 새 친구를 만난 아이들은 한껏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친구와 쫑알쫑알 수다를 떨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는 여학생들, 친구와 장난을 치며 뛰어다니고 싶어 들썩거리는 남학생들을 뒤로하고 목이 터져라 외친다. “조용히 하세요. 친구와 대화하지 마세요. 돌아다니지 마세요. 친구와 거리를 두세요. 마스크를 잘 쓰세요. 책상 소독은 했나요? 설마 손도 안 씻고 밥 먹으러 갈 생각은 아니죠? 아이 참, 친구에게 준비물을 빌려주면 안 돼요. 아직 코로나 상황은 심각하다구요!” 한 학생이 친구에게 가위를 빌려주다가 딱 걸렸다. 그러나 ‘선생님, 잘못했어요. 그런데 준비물을 두고 온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어요’라는 사슴 같은 눈빛을 뿜뿜 발사하는 바람에 혼내지 못했다. 우정을 나누고 싶어 하는 아이들 틈에서 왠지 나는 그사이를 갈라놓는 마녀가 된 느낌이었다. 쉬는시간에도 거리두기에 대한 감시는 계속된다. 3월에 분위기를 잘 만들어 두어야 한해를 안전하게 보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종일 거리두기를 지도하지만 친구와 놀지도 못하고 외롭게 앉아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모르는 척 친구와 놀게 해 줄까 잠시 고민하지만 새 학기 초부터 ‘○○초등학교에서 코로나 확진 학생 발생. 거리두기 지도를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져’라고 신문 첫 면을 장식하게 될 위험을 감수할 순 없는 노릇이다. 결국 쉬는시간도 없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어우 힘들어. 커피 한잔 마셔야지.” “선생님, 오늘 너무 많이 드시는 거 아니에요? 밤에 못 주무실 수도 있어요.” “몰라. 일단 너무 마시고 싶어. 스트레스 받아.” “으잉? 커피랑 간식이 벌써 다 떨어졌네.” 커피와 간식이 사라지는 속도는 선생님들의 스트레스 지수와 비례한다. 학기 초에 커피와 간식이 가장 빨리 동나는 법이다. 일 해야하는데 찐살을 빼야하는 고민까지 생겨버렸다. “쌍방향수업 너무 힘들어. PPT에 영상을 넣었는데 중간에 멈추고 안 넘어가. 나만 못하는 것 같아. 정말 자괴감 들어. 그냥 애들이 오는 게 낫겠어.” “선생님, 우리 정년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어이구, 꿈도 야무지셔. 우리가 어떻게 정년까지 해? 그전에 퇴직하겠지.” 커피 중에서도 가장 달다는 바닐라딜라이트를 타 먹었는데도 커피 맛이 씁쓸하다. 괜찮은 척하겠습니다. 왜냐하면 3월초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아직 교사와 학생들까지 접종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백신 접종이 착착 이뤄지고 있다. 얼마 전 남편도 백신을 맞았다. 우리 부부는 코로나가 내년까지는 종식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확진율과 사망률이 감소하면 모든 거리두기 정책들이 하나둘씩 풀리고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코로나 시기에는 그랬지. 그땐 그랬어”라며 웃어넘기고, 후배교사들에게 코로나 시기의 교사들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영웅담으로 만들어 전해줄 것이다. 앞으로 학교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그 끝이 머지않았다고 믿기에 희망이 있다. “강한 자가 오래 남는 게 아니고 오래 남는 사람이 강한 거야.” 우리 학교 수석 선생님께서 풀이 죽어 있는 나에게 건넨 말이다. 그래 우리는 괜찮지 않다. 하지만 오래오래 교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갓 입학한 귀여운 1학년 학생들에게도 원래 학교는 얼마나 재밌는 곳이었는지 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봄이 오고 있으니 희망의 꽃이 필 날도 머지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전 영역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초래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분야에서는 종전의 학교·교실·수업의 개념과 기능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시도와 논의가 있었음에도 실제 초·중등교육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기까지는 긴 숙고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온라인학습은 순식간에 현장에 정착되었으며, 펜데믹의 장기화로 블렌디드러닝이 관심을 받고 있다. 순식간에 정착된 온라인학습, 이제는 블렌디드러닝이다 블렌디드러닝은 무엇인가를 ‘혼합’하는 학습을 의미한다. 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학습을 다양한 방식과 비중으로 혼합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수업에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혼합하기도 한다. 그레이엄(Graham, 2006)은 블렌디드러닝의 한 형태로 첨단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기존과는 다른 학습환경을 구성하고, 여기서 학생들이 지식생산자가 되어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지적활동을 하는 변환모형(transforming blends)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학습환경은 학생들이 ‘다양한 도구와 자원을 활용하여 문제해결활동에 참여하며 함께 학습하고 서로 도와주는 공간(Wilson, 1995)’을 강조하는 구성주의 학습환경과 맥을 같이 한다. 이때 학생들은 정보처리도구·의사소통도구·협업도구 등 학습환경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학습도구로 활용하여 비판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협력적으로 지식을 구성하며, 실제적 문제해결을 위해 사고를 공유하며,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해야 한다. 이처럼 학생의 능동성이 강조되는 환경적 특성은 자연스럽게 학생에게는 자신의 학습에 대한 주도권을 갖도록 요구하며, 교사에게는 학생을 안내하고 멘토링을 제공하는 학습 지원자로서 역할을 요구한다(홍선주 외, 2016). [그림 1]은 온라인 학습환경에서 학생과 교사의 역할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종전 교실수업에서는 교사 중심의 ‘푸시(Push) 모델’이 일반적이었다. 동질적으로 취급되는 학생들에게 교사가 내용 전문가로서 학습내용을 선별·조직·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온라인 학습환경에서는 ‘풀(Pull) 모델’이 적용된다. 교사는 서로 다른 요구를 가진 학생들이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도구로 활용하여 온라인 공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학습자원을 ‘끌어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교사는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블렌디드러닝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교사 역량 그러나 우리나라 초·중등 현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긴박한 변화 속에서 교사들은 온라인 학습환경에서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경험하고 필요한 역량을 갖출 겨를도 없이, 이제는 블렌디드러닝 실행이라는 당면 과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블렌디드러닝은 오프라인수업과 온라인학습의 단순한 기계적 결합을 넘어 두 개의 서로 다른 교수·학습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들에게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다음은 블렌디드 러닝을 위한 교사 역량이다(홍선주 외, 2020). ● 교수·학습 준비단계에서 요구되는 교사 역량 연구에 따르면 블렌디드러닝을 실행하기 위해 ‘교수·학습 준비단계’에서 교사는 ‘블렌디드러닝의 특성을 살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각 장점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학습내용을 구분하고 재조직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역량’을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이것을 한 교사는 ‘교육과정의 성취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테크놀로지가 어느 부분에서 어느 내용으로 쓰일 것인가, 어떤 자료를 학습에 도움이 되도록 조직하고 제시할 것인가 하는 교육과정 문해력을 기본으로 하는 교사 역량’이라고 표현하였다. 또한 교사는 온라인학습의 이점을 활용하여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도록 학생의 학습경험을 설계하는 역량과 온라인상의 풍부한 학습자원과 온·오프라인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교수·학습에 통합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들 역량은 교사들이 인식하는 것처럼 실생활과 직접 연결되어 (학생들이) 해 볼 수 있는 활동들을 설계해야 하며, 온라인 수업상황에서도 학생과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사의 피드백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학생과 학생 간의 협업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어떤 콘텐츠를 구성하고 어떤 도구들을 사용할 것인지를 고려, 교수·학습설계에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역량은 기본적으로 교육과정에 능통하고 해당 기술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하고 노련함을 갖춘 교사가 적재적소에 그 기술을 적용한다면 학생의 배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교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 교수·학습 운영단계에서 요구되는 교사 역량 다음으로 교수·학습 운영단계에서 교사는 무엇보다 온라인공간에서 수업을 운영하면서 보조적인 의사소통도구들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반응을 포착하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온라인상에서는 학생들과의 소통 창구가 제한적인 만큼 수업 그 자체에 대한 평가나 피드백이 제한되고 수업 진행과정에서는 학생들의 참여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이해 정도를 알 수 없어 학생들의 반응에 따른 수업실행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교실현장에서 다소 소극적인 학생들도 온라인상에서는 교실현장보다 참여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는 교사들의 긍정적 평가에서 보듯, ‘교사들의 눈에 30명의 집단이 아닌 아이들 한명 한명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온라인공간에서의 소통역량은 온라인의 이점을 살려 학생들에게 개별화된 지도와 지원을 제공하는 것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교사는 학생의 학습을 촉진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전략을 개발 및 활용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적시에 제공하는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퍼실리테이션은 온라인상에서 교사는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학습자료들을 제공하지만, 그것을 취하고 받아들이는 주체는 결국 학생 자신이기 때문에, 학생이 능동적으로 학습을 진행하도록 교사는 촉진하고 피드백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핵심이라 하겠다. 또한 교사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그간 학교현장에서 테크놀로지는 교육과정 중에 어느 한 부분에 쓰였던 도구로 인식되었지만, 지금 상황은 교육과정 운영에 전면적인 테크놀로지 결합을 요구하기 때문에 갈수록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학생 평가단계에서 요구되는 교사 역량 마지막으로 학생 평가단계에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은 아직까지 구체화가 덜 되어 있다. 평가의 민감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온라인상에서보다는 오프라인에서 학생평가가 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블렌디드러닝에서 학생 평가를 위해 교사는 온라인환경에서 확보한 학생의 학습활동 기록을 근거로 학생을 진단하고 모니터링하는 역량, 향후 학습과 관련한 빅테이터가 구축되었을 때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교수·학습개선을 위해 활용하는 역량, 그리고 온라인평가에서 야기될 수 있는 공정성 이슈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역량 등을 갖추어야 한다. 다시 말해 온라인상에서 생성·누적되는 데이터에 기반하여 학생의 특성·수준·학습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교사의 역량이 중요하다. 또 학교에 교수·학습 플랫폼이 구축되어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교사에게 제공하게 되면 이를 근거로 학생들의 학습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탐색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교사의 역량이 중요하다. 단, 학생들의 데이터를 다루는 전 과정에서 공정하고 윤리적인 접근이 전제되어야 한다. 향후 블렌디드러닝 환경에서는 학습의 주도성과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학생의 역할이 더 강조될 것이다. 다만 학교교육에서는 여전히 학생들의 학습의 전 과정과 결과에 대한 질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교사의 역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블렌디드러닝 실행을 위한 교사 역량 개발에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하겠다.
2020년 학교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학사일정과 교육과정, 교사들은 준비되었으나 학생이 학교에 오지를 못 하니 학교의 모든 활동이 멈춰버렸다. 유일한 움직임은 수없이 교육과정을 고치고, 학생들의 방역과 자가진단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노동뿐이었다. 오프라인으로만 이루어졌던 학교생활을 온라인으로 옮기려니 필요한 것은 물적·인적 인프라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학교 안 오니 교사들은 참 좋겠다”, “교사들이 최고 편한 시국”이라는 말은 현장에서 동분서주하는 교사들의 심적 지지대를 갉아 먹었다. 휴직자로서 학교와 동료교사들을 지켜보며 늘 궁금했다. 원격수업을 하고 교사들은 정말 편해졌을까? 나는 원격수업에서 얼마만큼 할 수 있는 교사일까? 교육부의 통보식 발표에 대응할 만큼의 여건이 학교에는 얼마나 갖춰져 있을까? 그리고 2021년 온·오프 병행수업을 하는 학교로 돌아왔다. 말로만 듣던 원격수업, 드디어 나도 해보게 되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3월은 그야말로 교사로서의 나의 능력치를 절감하는 ‘자아 재발견’의 시간이었다. 2년 차 유튜버도 원격수업이 어렵다 내가 복직하면 원격수업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할 때 현장에 있는 동료들이 말했다. 유튜브를 할 정도(! 사실상 대단하지 않음에도)라면 원격수업은 충분히 할 것이라고. 그들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유튜브를 한다는 것은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기본 능력이 있다는 뜻이기에 반은 맞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콘텐츠로 내가 하기 좋은 방식으로 만들면 되는 유튜브와, 대상·내용·의도가 정해져 있는 수업은 차원이 달랐다. 수업은 구조화가 필요한 정교한 작업이었다. 온라인으로 하더라도, 학년에서 합의한 메인 영상이 있더라도, 성취기준이 실현되는 수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도입·전개·정리 기술이 필요했다. 교육과정상의 내용을 아이들에게 쉬운 말로 설명하며 온라인 콘텐츠형 수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디지털 교과서와 영상 등 멀티미디어 자료를 적절히 배치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필기펜과 녹화 프로그램의 단축키를 능숙하게 써가며 녹화하고, 편집기술로 분량까지 적절한 ‘슬기로운 영상작업생활’을 할 줄 알아야 했다. 저작권 문제가 없는 자료들을 찾아야 함은 아주 부차적인 문제였다. 그렇게 이 자료, 저 콘텐츠를 오가며 10분 넘게 녹화하고 아이들이 보기 좋게 편집하면 그 영상은 고작 2~3분짜리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나는 분명 야채도 패티도 풍성한 수제버거를 만들었는데, 편집을 거치니 얇게 눌러 만든 토스트 한쪽만 남는 느낌이랄까. 아이들과의 대화가 없으니 40분짜리 수업이 20분으로 쪼그라들었는데 그 20분을 알차게 만들기 위해서는 5~6배의 시간이 들어야 하는 현실을 절감했다. 원격수업 첫 이틀간 해야 할 6차시 분량 수업영상을 만드는데 4일을 2~4시간만 잤다. 이런 고강도 노동은 단련된 유튜버도 난감하다. 굽은 어깨가 펴질 수 없는 이유 학교에서만 콘텐츠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없다. 업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학년 초라서 더 그렇기도 하다. 4학년 아이들과 5교시 수업을 하고 나서 학년 업무, 학교 업무를 하고 나면 퇴근시간이 가까워진다. 초과근무를 해도 일을 다 못 한다. 협력이 필요한 일들을 먼저 해야 하니 우리 반 수업과 학급운영은 늘 마지막이다. 집과 학교를 오가며 만들려면 노트북과 태블릿, 지도서까지 짐이 많다. 아무리 가벼운 노트북을 써도 무게에 무게가 더해져서 어깨가 펴질 날이 없다. 학교 컴퓨터에는 필기펜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지만, 그걸 쓰려면 태블릿이 있어야 한다. 학교에는 없으니 따로 들고 다닌다. 거대한 몸집의 데스크탑은 여러 장치를 간편하게 연결하고 유연하게 사용하기에는 둔하다. 사실 학교 컴퓨터라는 존재는 유난히 유선을 좋아해서 장치마다 연결할 줄이 있어야 하고, 또 길이도 길어야 한다. 와이파이는 고사하고 블루투스도 안 된다. 스마트폰으로 교실 TV에 미러링이 되면 훨씬 간단할 때도 많은데 그 간단한 일조차 가능하게 하려면 과정이 간단하지 않다. 실제로 필자의 주변 교사들은 대부분 아이패드나 태블릿 등 원격수업을 위한 장비 하나씩은 직접 사비로 장만해서 휴대하고 다닌다. 학교 안에서라도 장치가 선진화되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출근하는 어깨가 좀 더 가벼워질까? 이 시점에서 새로운 깨달음이 뇌리를 스친다. 교사들이 유튜버가 되기 힘든 이유가 있었다! 학교에서 주로 사용하는 장치 자체가 유연하지 못하다.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기술이 싹트기 힘든 환경이다. 직무유기와 참교사 사이 저작권의 벽이 높다 한들 교사들의 공유사회에서는 ‘하늘 아래 뫼’였다. 교사 사회에는 저작권 문제의 늪을 야무지게 빠져나가는 공유 콘텐츠들이 참 많았다. 업로드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면 수업 준비는 별로 어려운 것이 없다. 나는 대단한 참교사가 되기보다는 기본을 하는 교사이고 싶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목소리가 나오는 영상에 더 집중이 잘 되고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낯선 목소리만 나와도 선생님과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AI 목소리로만 모든 콘텐츠를 듣다 끝나버리는 영상물은 어쩌면 학생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인터넷 강의 선생님보다 못할 수도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2학기 원격수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실시간 쌍방향수업(만족도 3.01)보다도 교사가 직접 만든 콘텐츠(3.09)에 대한 만족도가 컸다. 그러나 원격수업이 이루어진 이래 업로드된 콘텐츠 중 교사가 직접 만든 콘텐츠는 16.1%에 불과하다. 꼭 교사가 직접 만들어야 좋은 콘텐츠냐, 에듀테크를 어설프게 아는 교사가 만든 못 미더운 자료보다 전문가가 만든 양질의 자료가 낫지 않느냐고 누군가는 물을 수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 안에 자존심 상한 양심이 묻는다. 원격수업 2년 차, 우리는 앞으로 시간을 얼마나 더 주면 어설프지 않을 수 있을까. 모든 자료를 직접 만들 수는 없더라도 이미 있는 자료에 담임의 숨결을 입혀 아이들에게 보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그렇다. 해보니 쉽지 않다. 이미 만들어진 자료에 내 숨결을 입히는 것만 해도 녹음과 편집이 매우 오래 걸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집에서도 나의 티칭과 코칭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내 흔적 하나 없는 영상 목록만 보내기에는 담임으로서 너무 미안하다. 원격수업을 하는 교사들에게 질 낮은 수업으로 직무유기를 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교사는 인간으로서 인간을 만나는 일, 그것이 당신의 직무가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원격에서도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냄새가 나는 수업을 원한다는 말을 그들은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선생님의 손으로 만든 콘텐츠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염원. 학생과 학부모들의 바람은 크지 않다. 만약 OO스쿨이 없어졌을 때 직접 자기 손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교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 ‘집단지성?’, ‘교원학습공동체?’ 모두 좋은데, 그 ‘집단’과 ‘공동체’에 나의 지성과 나의 학습 또한 있는가. 나는 이미 누군가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옮겨 나르는 ‘셔틀’이 아니다. 나는 교사다.
프레이리의 교사론 프레이리의 교육사상과 실천은 교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프레이리를 통해 깨닫는 것은 쉽게 말하는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운다’라는 말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이다. 프레이리에 따르면, 교육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를 이분하지 않으며 쌍방의 상호작용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프레이리(1985)는 ‘배움 없이는 가르침이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한다. 이것은 가르침과 배움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교사(가르치는 자)와 학생(배우는 자)이 있어야 한다는 말 이상을 의미한다. 프레이리가 강조하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면서 가르친다는 의미다. 즉, 프레이리는 ‘학습자로서 교사’ 역할을 중시한다. 프레이리는 교사가 학생에게 교육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프레이리가 비판한 은행예금식 교육이요, 길들이기 교육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프레이리에게 바람직한 교사의 역할과 모습은 끊임없이 배워나가면서 교사-학생 간 상호작용을 통해 배움을 창조하는 자다. 프레이리의 ‘교육이 정치’라는 입장에 따르면, 교사의 가르치는 행위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수 없다. 프레이리(1985)에 따르면, ‘교육의 정치 중립성’은 듣기에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교사가 중립적 입장을 띠는 것은, 빌라도가 그랬듯이,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것이 된다. 가치지향적 활동으로서 교육은 특정한 방향과 입장, 신념과 가치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립적일 수 없다. 또한 교육을 포함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모든 사안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헌법은 ‘교육의 전문성·자주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31조), 공무원(교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7조)고 명시한다. 이러한 헌법 조항은 우리의 아픈 역사 속에서 나온 것이다. 즉, 교육과 교사가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권리’의 차원에서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런데 권리의 언어가 위협의 언어로 탈바꿈해버렸다. 그래서 교사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억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적인 토론과 소통문화가 교사와 학생의 배움 속에 살아있을 때 가능한 것이지, 교과서 안에 민주시민교육을 소개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에서 명시한 것처럼, 논란이 되는 정치적·사회적 사안을 학교 안으로 가져오되, 학생들에게 주입해서는 안 되고 자유로운 토론을 허용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의 의미가 교사의 비정치적 중립성의 의미로 왜곡되지 않아야 함이 강조되고,교사의 정치 기본권 회복(진냥, 2020)을 말하는 것이다. 교육의 정치성을 강조하지만, 또한 프레이리(1985)는 교육이 인식활동이자 예술적 사건임을 말하고, 교사의 첫째가는 임무가 교육의 예술적 측면에 있음을 강조한다. 즉, 교사는 세계를 인식하는 자이자, 정치가이며 예술가이기를 요구받는다. 교육이 인식 활동이라는 것은 프레이리에 의하면, 글읽기가 말 그대로 글자만 깨우치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읽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교사의 예술가로서 역할이란 무엇일까? 바로 교사의 역할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하는 일이 아니라, 예술가가 하듯이 새롭게 창조하는 일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교수 방법론에 치우친 교사들의 관심을 재고하게 한다. 프레이리(1985; 2001)는 전문가로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자질로 ① 겸손 ② 인내와 갈망 ③ 관용 ④ 사랑을 강조한다. ‘겸손’이란 우리 앎의 한계를 아무런 고통 없이 인정하는 자질이라고 말한다. 이런 자세가 있어야 교육을 학생과 교사 간의 끊임없는 대화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내와 갈망’은 교사가 자신들과 다를지 모르는 학생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몫을 찾을 수 있기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갈망해야 한다. 학생이 헤매고 문지방을 넘지 못한 채 서성거리고 있더라도 손잡고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간절히 바라면서 인내할 수밖에 없다. 너무 강하고 조급하게 밀어붙이면 오히려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용’은 서로 다른 것에서 서로 다른 것을 존중하도록 가르친다. 이것은 교실 안의 다양한 학생들에게 섬세하게 반응할 수 있는 교사의 자질을 말하는 것이리라. 프레이리 역시 교사에게 ‘사랑’을 강조한다. 프레이리가 말하는 사랑은 이성 간의 사랑이나 부모-자녀 간 사랑과는 좀 다르다. 프레이리(1985)가 말하는 교사가 지녀야 할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란 어떤 부드럽고 감미로운 사랑이 아니라, 매우 적극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우리(교사)가 한계를 넘어서도록 학생들을 밀어주고, 주어진 과업에 대해 더욱 책임감 있게 만들어주는 그런 사랑을 뜻한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프레이리가 교사에게 강조하는 역할은 교실 안에서 단순히 교육내용을 잘 가르치는 자에 국한하지 않는다. 옳은 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 그 길을 걸으면서, 학생에게도 그것을 일깨우는 자다. ‘교사는 있는데 스승은 없다’라고 한다. 오늘날 교사의 전문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된다. 그런데 프레이리를 통해 그 전문성이 교과를 가르치는 수업 전문성이라는 협소한 의미에만 갇혀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된다. 프레이리의 교육사상과 실천의 현재적 의의 프레이리(김부태, 2017에서 재인용)는 말년에 신자유주의 교육론에 대해 적응만을 강조하는 길들이기 교육, 소수 힘 있는 이들만이 혜택을 누리는 교육, 기술 훈련 교육만을 최선으로 여기는 실용주의 교육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 교육의 모습에서도 신자유주의 그림자가 짙게 나타난다. 프레이리는 인간·교육·역사에 대해 지속해서 변화되고 새롭게 생성돼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시사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스르기 힘들어 보이는 신자유주의 흐름에 어쩔 수 없다는 숙명론이 아니라, 교실 안과 우리 삶에서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억압하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며 변화시켜갈 수 있다는 희망이다. 이것이 지금 다시 프레이리를 읽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프레이리의 사상과 실천은 오늘날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문해교육이나 장애인 야학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김한수(2018: 164)는 이 프로그램과 교재 내용이 프레이리가 강조한 ‘학습자로부터’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대화로서 교육은 없고 사회의 요구와 가르치는 자의 요구에 따라 길들이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프레이리의 교육사상과 실천을 다시 제대로 읽을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부산교대가 부산대와 통합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다. 이에 부산교대 총동창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교대 총동창회는 1일 “대학 측 일부 교수들이 자청해 진행되는 흡수 통폐합 추진의 즉각 중단을 3만 동문 이름으로 강력히 촉구한다”며 “부산교대 총동창회는 전국 교대 통폐합 반대 투쟁을 위해 타 교대 동창회와 연대해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총동창회는 부산교대가 전국 교대와 달리 스스로 통폐합에 앞장 서는 것은 윗선의 압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내비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4일 전국교대총장협의회에서 교대와 사대의 통폐합을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부산교대가 이와 배치되는 통폐합을 물밑에서 추진해오고 있다는 게 총동창회의 주장이다. 특히 지난달 22일 국가교육회의가 제23차 회의를 마치자 이틀 후 전국 10개 교대 중 유독 부산교대가 스스로 흡수 통폐합을 자청하는 것에 대해 부산대, 교육부와 밀실 협약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 구성원의 원활한 참여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구성원들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학교 구성원들의 공개적인 토의, 질의 등이 제한된 상황에서 비밀리에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 총동창회가 의견을 밝힐 기회조차 차단당했다”면서 “통폐합 관련 교수와 학생들에게 안내하지 않은 상황에서 절차를 진행시켜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심지어 교수들조차 통폐합 MOU 내용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대학본부 측에서 그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산교대는 최근 교수회의를 열고 이른 시일 내에 부산대와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한 바 있다. 부산교대 측은 “부산교대와 부산대는 지난해 11월 통합을 전제로 한 공동발전방안 기초연구를 수행했고, 최근 공개 설명회와 MOU 체결 결정을 위한 투표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현영희(사진) 강림문화재단 이사장은 ‘교육자 출신 정치인’을 뒤로하고 최근 교육기부에 골몰하고 있다. 1971년 부산 당감초로 첫 발령 받은 후 1984년 강림유치원을 설립하는 등 줄곧 유·초등교육계에 몸담아온 현 이사장은 부산시유치원연합회 회장, 제4·5대 부산시의원,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시의회·국회의원 시절에도 주로 교육 관련 입법 활동을 펼쳤다. 현 이사장은 지난달 모교인 경남 밀주초 입학식에 참석해 신입생, 재학생들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선물을 안겨줬다. 사비를 들여 최신형 태블릿PC를 기부하고, 동문회와 남편의 장학재단 등을 설득해 신입생 입학 축하금, 등·하교 택시비 등을 지원했다. 재단이 매년 진행해왔던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여행’도 올해 재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멈췄던 음악회는 언택트 행사로 준비 중이다. 올해 5월 KNN방송국과 함께 청소년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강림문화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지난달 23일 인터뷰에서 현 이사장은 바지 1만 원, 티셔츠 7000원짜리를 입고 왔다고 귀띔했다. 그는 “사비를 들인 기부와 봉사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고 나면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내 자식에게 주는 것보다 더 기쁘다”며 “그 기분은 최소 일주일 정도 간다”고 밝혔다. ―초등 교사를 그만두고 유치원 원장으로 변모한 부분이 이색적이다. “첫 발령을 받고 곧바로 결혼해서 세 자녀를 두게 됐고, 결국 육아문제로 평생직장으로 생각했던 교사생활을 6년 반 만에 접어야만 했다. 당시 산후 휴가는 한 달밖에 주지 않았다. 막내를 업고 출근해서 교무실에 아이 눕혀놓고 우유 먹이고 기저귀를 갈았다. 학교에서 정말 할 짓이 아니었다. 사직서를 제출한 날 펑펑 울었다. 그날 굳게 다짐한 것이 있다. 앞으로 여성들이 사회에 많이 진출할 텐데, 어린 자녀를 둔 전문직 여성이 나처럼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유아교육 체계를 갖춘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떤 교사였는지 궁금하다. “당시 관행에서 꽤나 벗어난 방식으로 가르쳤다. 그 때는 교사가 판서하며 암기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 나름대로 교수법을 바꿔서 소그룹 활동과 토론식 학습을 하게 됐다. 이를테면 사회과목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해 공부할 경우 아이들을 소그룹으로 나눠 여러 조사활동을 하도록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발표 자료를 만들어 경쟁적으로 발표와 질문을 하면 왁자지껄했다. 놀 때도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남자 아이들과는 족구도 함께 했다. 아이들은 나를 잘 따라줬고 조그마한 고민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유치원을 운영했을 때도 주인공은 아이였다. 당시 영양사를 두고 철저히 영양가를 계산하며 유기농 채소를 먹이고 생수도 최고 수질의 것을 가져왔다.” ―시의회, 국회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다.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유아교육정책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아교육법 자체가 없었다. 부산유치원연합회 회장을 지내면서 여러 차례 높은 장벽에 부딪히던 끝에, 여러 조언을 얻어 정계에 진출하기로 했다. 당선 후 열심히 봉사해 주목을 받았고 경실련 의정평가에서 ‘최우수’를 받았다. 5대 시의원 당선 때는 득표율 전국 2위와 부산 1위를 기록했다. 국회 진출해서도 교육, 여성 등의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일했다. 그리고 여성의 눈으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활동, 아동학대 금지, 자전거 타기 등을 주도했다. 자전거 정책은 내가 이명박 전 대통령 보다 먼저 꺼냈다. 국회 진출해서 전국 대학총장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갖고, 유보통합도 반드시 돼야 한다고 여겨 토론회도 진행했다. 교권확립 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시키지는 못했다. 당시 교총에서도 교육자 출신 의원이라 해서 많은 환영을 받았다. 교총 행사에도 많이 참여했다.” ―모교 살리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지? “밀양에 갈 때마다 아이가 줄고, 지역이 침체되고 있다. 빈 땅덩어리였던 서울 강남이 지금처럼 발전한 이유에는 좋은 학교들의 이전이 결정적이었다. 교육이 지역을 살릴 수 있다. 밀주초를 밀양의 강남으로 만들자고 했다. 내가 밀주초에 다닐 때만 해도 한 반에 60명씩 4개 반이었다. 전교생 2000명이 넘었다. 그런데 이제 전교생 126명이다. 폐교 위기에 처했다. 이 학교 학군인데도 다른 곳에 가는 애들 많았다. 다시 데려와야 한다고 봤다. 때마침 재부밀양향우회장 임기를 마치고 전국 회장을 이어서 맡아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모교를 살리기 위해 직을 보류했다.” ―어떤 활동을 전개했는지? “일단 총동문회 자문위원으로서 선생님과 학부모님부터 만났다. 교육이 잘 되려면 교사, 학생, 학부모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교장선생님을 설득해 동문이 나서겠다고 전했다. 내 사비를 들여 리무진 버스를 보내 선생님 20명을 부산교대부설초, 부산글로벌빌리지, KNN방송국 스튜디오 등의 견학에 이어 해운대 관광을 시켜줬다. 선생님들의 의욕을 되살리는 기회가 됐다. 올해 들어 1000만 원을 출연해 6학년 전체 태블릿PC 구입했다. 동문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입학축하금을 1인당 20만 원씩 주고, 1학년 교실 리모델링도 해줬다. 남편이 운영하는 임수복장학재단을 설득해 등·하교가 어려운 5명의 원아를 위해 택시비를 1인당 100만 원씩을 지원했다. 동문들이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렸다는 사례가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아 전국적으로 퍼졌으면 좋겠다. 보통 동문회라고 하면 친목 위주인데, 그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 ―‘청소년 음악회’를 재개한다던데. “강림문화재단이 추구하는 방향은 문화와 교육이다. 문화는 특히 청소년에게 집중하고 있다. 학교에서 음악시간이 계속 줄어드는 게 안타깝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 진행되면서 청소년에게 정서적 함양이 부족하다. 국위를 선양하는 K-POP도 좋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클래식, 가곡 등 건전한 음악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 매년 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청소년 위한 클래식 여행‘을 부산 KNN방송국과 함께 열고 있다. 수능 끝난 후 고3 학생들 위주로 1500석 넘는 홀이 꽉 찬다. 지난해 코로나로 열리지 못했는데 5월에 금난새 지휘자와 함께 비대면으로 진행하려 한다. 교육사업은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이의 가장 가까운 선생님은 부모님이다. 특히 어머니의 영향 많이 받는다. 어머니 무릎이 최초의 학교라는 코메니우스의 말도 있다. 여성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역시 코로나로 요즘 열지 못하고 있어 조만간 비대면 프로그램을 준비할까 구상 중에 있다. 2018년부터 3년 정도부산 KNN과 교통방송에서 부모교육 관련 생방송을 맡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를 다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부산교대 총동문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교육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 교육 기부활동, 국제교류 등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 현영희 이사장은… △1951년 경남 밀양 출생 △부산교대 졸업 △중앙대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당감초·성지초 교사 △부산유치원연합회장 △부산빙상경기연맹 회장 △제4,5대 부산시의원 △제19대 국회의원 △제19대 국회 학폭대책특별위원회 위원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의회에서 열린 '사회적 돌봄공동체 활성화 대안마련 정책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광주교대 총장, 오른쪽 두번째)가 2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 새패러다임과 지역사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임운영 한국교총 부회장(오른쪽)이 2일 경기도 의회 대강당에서 열린 2021 콜로키움에서 토론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교총(회장 김성일)은 1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 대해 ▲권리와 책임의 균형상실 ▲사회적 합의 없이 성소수자, 성평등 표현 및 사업 포함 ▲학교부담 가중 등을 우려했다. 교총은 “학생인권에만 경도돼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은 상대적으로 강조하지 않아 학교 현장의 혼란 가중이 우려된다”며 “성소수자, 성평등과 같은 표현 명시는 법률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법정의무교육조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추후 나열식 인권교육이 확대된다면 학교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종합계획에 담긴 ‘성소수자’, ‘성평등’ 표현의 경우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 교육기본법에서 명시된 ‘양성평등’과 배치(背馳)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교육부와 법무부 등 정부부처의 조직 명칭에서도 ‘양성평등’을 사용하고 있다. 교총은 “1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서도 논란이 불거져 제외됐던 ‘성소수자 학생 보호 및 지원’ 내용이 포함된 것은 동성애 조장이라는 반발과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외면한 것”이라면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갈등이 많은 사항인 만큼 ‘양성평등’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문제행동 학생의 학습권·교권침해에 대해 적절한 방안이 없다. 학칙을 어기고 수업을 방해해도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게 현장 교원들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대안조차 전무한 상황에서 그 어떤 방안 제시도 없으니 막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형 학교민주주의 지표 선정·활용은 학교 통제로 인한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리고 중요한 선거를 연이어 앞둔 상황에서 ‘선거교육 지원’을 앞세운 것은 학교의 정치장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교총은 “제1기 계획에는 ‘학생인권과 함께 하는 교권 존중’이라고 명시돼 있었으나 제2기 계획에는 이러한 내용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이후 법정의무교육 사항도 줄이거나 없애는 상황에서 나열식 인권교육 확대로 학교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들은 당초 계획안에 제시됐던 ‘성인권조사관’ 도입 취소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교육신문 이상미 기자] 교육부의 예산 조기집행 요청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난달 31일 모든 교사에게 우선 B등급 기준 성과급을 일괄 지급하고, 16일에는 등급에 따라 나머지 성과급 차액을 주기로 해 현장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총은 1일 이에 대해 입장을 내고 “사상 초유의 성과급 ‘쪼개기 지급’은 교사를 두 번 우롱하는 처사”라며 “교사 자존감과 교사 간 협력문화만 무너뜨리는 차등 성과급제를 즉시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해마다 학교 현장은 차등 성과급 기준 마련부터 평가과정, 지급 결과에 이르기까지 갈등과 박탈감만 초래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성과급을 두 번에 나눠 할부로 주는 것은 교원의 자존감을 두 번 꺾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교총은 “현장 교원들은 성과 평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지금 시점에서 억지스런 방법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 대해 의아해한다”면서 “현장에서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선심성 행정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신현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도 “코로나19 예산 조기 집행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선순환을 이루자는 것인데, 과연 교원 등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성과급 쪼개기 지급방식까지 취하면서 지급했어야 했는지 학교현장에서는 의아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 본부장은 “특히 현장 교원들은 원칙 없는 지급방식을 비판하고 있다”며 “선거 시기에 굳이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상황을 일으킨데 대해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학교 현장과 괴리된 일방행정, 불통행정만 되풀이하지 말고 교원 차등 성과급제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윤연모 교사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가곡 앨범 '춤추는 물고기의 노래'를 발매했다. PART 1에는 작사한 노래 14곡을, PART 2에는 직접 부른 노래 5곡을 실었다.'춤추는 물고기의 노래' '어머니' '산' 등이 담겼다. 그는 "평생 교편을 잡고 아이들과 함께했는데, 그 무대의 막을 내릴 때가 가을날의 낙엽처럼 아무것도 아닌 양, 버석버석 소리를 내며 굴러온다. 작사한 가곡뿐만 아니라, 나의 노래도 내 삶의 흔적이라 발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며 발간사에서 밝혔다. 윤 교사는 노래 '어머니'에 대한 일화도 전했다. 합창곡 '어머니'는 처음 발표한 이후로 즐겨듣지 않았는데, 다시 들어보니 합창곡의 조화가 부드러워 마치 어머니 품처럼 포근했다고. 이 노래가 세상에 울려퍼져 모든 어머니가 평안한 마음으로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2집 모음곡 노래를 들으며 부드러운 햇살과 상큼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줄 때처럼 따뜻한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여쭙잖은 나의 노래도 시인이 읊어주는 사랑의 시로 여기고 따뜻하게 격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이 1일 서울 관악구 당곡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기홍(오른쪽) 국회 교육위원장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함께 1일 서울 관악구 당곡고등학교에서 관내학교 3개교와 정보통신 수업에 참여해 학생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 및 교육위원 7명은 1일 서울 관악구 당곡고등학교를 방문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울산시교육청(교육감 노옥희)이 지난 2017년 교육계 반대로 무산된 ‘학생인권조례 발의안’의 핵심적 내용을 학교규칙 제·개정 공문으로 내려 보냈다. 울산교총(회장 강병호)은 “당장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울산교총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학칙을 제·개정할 때 교육공동체의 의견수렴을 통해 학교 특성에 맞는 조항을 마련해야 하는데, 시교육청은 과도한 간섭으로 스스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시교육청은 학교규칙 예시안에 ‘학생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등을 담아 관내 학교에 공문으로 시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속에 학생의 흡연, 음주, 문신, 피어싱, 휴대폰 소지, 성관계, 임산과 출산의 권리 등이 포함될 수 있는 만큼 부적절한 ‘학교규칙 강제화’로 보고 있다. 울산교총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교육적 차원에서 지도가 필요하다면 교육공동체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규칙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부적절한 예시안을 적극 반영해 학교규칙을 제·개정하라는 것은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심각히 침해하는 행위이자, 교사의 교육적 지도 행위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교육기관인 학교가 처벌 대상기관에 포함됐다. 일선 학교장이 학교 현장에서 교육에 전념하지 못하고 위축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사업장에서 시민과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에 교육기관인 학교를 포함한 것은 입법 취지 어긋난다. 학교는 미래 사회의 주축으로 성장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인데, 이윤 추구를 위한 기업과 같은 사업장으로 포함해 적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법 상식에서도 많이 벗어난다. 과도한 법 해석, 교육 위축될라 학교장은 교육감 또는 학교법인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학생을 가르치며 시설 관리자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학교 교육의 책임자이다. 학교장은 이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해 안전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관련 법규를 적용받고 있다. 더욱이 학교장은 학교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채용과 시설 투자를 위한 실질적인 예산권을 갖고 있지 않다. 이에 기업의 경영자나 사업주에게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실질적인 경영권이 없는 학교장에게 같은 범주로 포함하여 적용하는 것은 법을 과잉 해석한 것으로 본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이 법이 처벌 수위의 하한선을 정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1명 이상 사망하거나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의 적용 관례에 비춰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처벌의 하한선은 음주운전 사망 사고나 마약과 같은 반사회적이고 비도덕적인 범죄 행위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심지어 운전 중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도 업무상 과실치사로 인정돼 처벌의 상한선만 있고 하한선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로 구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반적인 법의 적용이 이러함에도 학교 안에서 예측할 수 없이 일어날 수 있는 과실의 책임을 포괄적으로 학교장에게 부과해 징역형에 처하는 것은 형법 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법의 모법인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과 비교해도 매우 가혹하다. 이 법이 1년 후 그대로 시행된다면 학교장은 재임하는 동안,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시설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시설 관리에만 몰두할 것이다. 학교는 교육에 필요한 시설 투자를 하지 않아 점점 안정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는 비교육적인 시설이 되어갈 것이 자명하다. ‘말년 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마저도 피한다’는 몸사림의 논리가 어딘들 예외일 수는 없다. 책임 최소화할 방안 찾을 것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와 공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한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당초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었던 학교는 학교시설을 대여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입법과정에서 ‘중대시민재해’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같은 맥락에서 ‘중대산업재해’에서도 제외되어야 한다. 평생 교육에 헌신해 온 학교장에게 총체적 책임을 물어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도, 그리고 인륜적 가치에도 반하는 것이다. 앞으로 경상북도교육청은 하위 법령(시행령, 시행규칙)에 학교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교육기관의 책임은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조문을 넣어 학교장이 교육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와 유기적으로 협의해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지난해 ‘코로나 확진자 발생 시 엄중문책’ 공문으로 전국적인 공분을 산부산시교육청(교육감 김석준)이 또 다시 부적절한 공문 논란에 휩싸였다. 예산 1000억 원을 들여 블렌디드 교실을 구축한 시교육청이 교사들에게 학부모 대상 홍보를 강제적으로 시켜 현장으로부터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혈세 낭비 지적을 받았던 ‘보여주기 사업’에 대한 홍보를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시교육청은 해당 부서인 미래인재교육과에 주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블렌디드 교실을 구축한 233교에 ‘2020학년도 부산형 블렌디드 교실 구축교 학부모 대상 홍보 협조’ 공문을 통해 블렌디드 교실 및 블렌디드 러닝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도 제고를 위한 홍보를 지시했다. 블렌디드 교실은 온·오프라인 혼합수업을 위해 디지털 학습자원을 구축한 교실을 말한다. 공문에는 블렌디드 교실을 활용한 학부모 대상 공개수업 및 가정통신문, SMS 발송, 학교 홈페이지, 학부모 총회 등을 통해 홍보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학교별 홍보 추진 실적을 9일까지 K-에듀파인 자료집계시스템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제목부터 아예 ‘의무제출’로 못 박았다. 시교육청은 올해까지 관내 전체학교 학급을 블렌디드 교실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30%, 올해 70%로 나눠 사업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예산 274억원을 들여 초등학교 117교와 중학교 64교, 고교 47교, 특수학교 5교 등 233개교 4875학급에 블렌디드 교실을 구축했다. 올해는 예산 807억원을 들여 전체 학교급 604개교 추가 구축된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혈세 낭비’로 지적받은 바 있다. 당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블렌디드 교실 구축 과정에서 내구연한이 7~8년이나 남은 대형TV 5000여 대를 전자칠판으로 교체하고 있다”며 “전자칠판 사업은 이미 수년 전 효용성이 높지 않다고 현장에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일선 현장에서도 차기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전시행정에 대한 홍보를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 초등교사는 “학기 초에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등으로 인해 바쁜 학교현장으로 정책홍보를 떠넘기고 기한까지 정해 실적을 보고할 것을 강제하는 지시는오히려 교육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1000억 원이나 예산을 들였다면 차라리 방송광고를 하라”고 꼬집었다.
‘좋은 말도 세 번 하면 듣기 싫다’라고 한다. 하물며 누군가 계속해서 만나자며 연락이 오고 뒤를 밟고, 지켜본다고 하면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겠는가. 나아가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협박한다면 인간다운 삶은 영위하기 어렵다. 남이 일이 아니다. 교단에서 일어난 일이다. 스토킹은 ‘교육 악(惡)’ 지난 2013년 서울에서 제자가 짝사랑한 여교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사건, 지난해 ‘박사방’ 피의자로부터 8년 동안 딸은 물론 가족까지 살해 협박을 받은 여교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학교에 흉기를 들고 찾아와서 교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교실 게시판을 칼로 긁고, 교실에 걸린 액자 유리를 깨서 안에 들어 있던 교사의 사진을 꺼내 얼굴을 훼손, 집 앞에 두고 가는 상황에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는가. 학교생활이 가능했겠는가. 스토킹 피해 사실을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만 이어졌다. 오죽하면 해당 여교사가 국민청원까지 했을까 싶다. 교사들이 남몰래 눈물 흘리는 상황을 멈추기 위해 누군가 나서야 했다. 교총은 이런 교사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끊임없는 노력과 교육 현장의 열망이 반영돼 지난 3월 24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9년 15대 국회에서 스토킹 처벌법안이 처음 발의된 뒤 22년 만이다. 그동안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비해 단순 경범죄로 처벌하던 스토킹을 중범죄로 무겁게 처벌할 길이 열린 것이다.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스토킹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스토킹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인 중형을 받게 된다. 또한 초기 단계에서 스토킹 행위를 저지하고, 범죄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조치와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절차도 마련됐다. 이제, 실천만이 남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 시작이다. 법 제정을 계기로 스토킹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먼저 스토킹에 대한 인식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 “좋아하면 그럴 수 있지. 조금 지나친 관심일 뿐이야”라는 그릇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스토킹은 범죄 행위다. 교육 현장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교육 악’이라는 공통인식이 필요하다. 둘째, 예방부터 힘써야 한다. 이제라도 가해자 처벌이 강화된 것은 다행이지만 예방이 우선이다. 못을 빼도 자국이 남듯이 스토킹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몸과 마음의 상처는 그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최근 8년간 학교폭력 피해 유형 중 스토킹이 평균 10.4%에 이르는 등 학생과 교원들의 경험하는 스토킹 피해는 심각한 상태다. 학생들에게 스토킹의 해악을 알려주고 예방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상책이다. 어려서부터 스토킹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예방법과 대응 방법을 체득하게 하자. 셋째, 교육 당국은 교육 활동 침해 유형에 스토킹을 명시하고 스토킹 피해 교원을 구제하는 데 노력하길 바란다. 교사 개인이 스스로 벗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교권 침해 교사에 대한 신변경호 서비스가 좋은 예다. 교권 3법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에 이어 스토킹 처벌법 제정으로 ‘교단 안정 5법’이 마무리됐다. 이제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실천만이 남았다.
지난해 교육 현장의 패러다임은 굉장히 빠르게 변했다. 궤도를 사용하던 아날로그식 수업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디지털 수업으로 바뀌기까지는 약 3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교육은 크고 작은 문제를 딛고 서서히 발전해왔는데, 지금 교육계는 정신없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여러 주체의 다각적인 노력과 협력으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진은 본진보다 여진이 더 무서운 법. 당장 닥친 큰 문제는 넘어갔지만,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새롭고 다양한 문제들이 눈에 띄기 시작할 것이다. 자유의 역설 역설적으로 학생들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를 얻었다. 자기 주도적 성향의 학생들에게는 그동안 갖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자 기회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체험 기회를 박탈당하고 교육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을까?’로 고민을 했다면, 이제는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심하게 학원가로 내몰린 학생들에게 학원 수업이 아닌 다른 자유를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온라인 수업을 위해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여기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지금까지 해 왔던 학교 교과수업이라면, 하드웨어 교육은 교과수업을 가르치기 위한 도구다. 학생들이 교과 수업을 듣기 위해 배운 e학습터 사용법, 쌍방향 회의 프로그램 zoom의 사용법, 온라인 과제 제출을 위해 익힌 여러 프로그램의 사용법 등이 하드웨어 교육이다. 언제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할지 모르기 때문에 하드웨어 교육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교사-학생 소통 환경 만들어야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 교사 수를 줄여도 되는 것 아니냐?’라고 이야기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다. 학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성장하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집에서 진행하는 쌍방향 수업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 소통할 기회가 적어져 개인화가 가속화된다.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수업 환경에선 오히려 교원당 학생 수를 줄여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토의·토론, 협동학습을 충분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모두가 예상하듯, 코로나19 이후에도 또 다른 전염병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대비해 새로운 교육 방법의 하나로써 온라인 수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컴퓨터 수업, 소프트웨어 교육, 정보통신 교육 등을 넘어선 제3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지속적인 에듀테크 개발과 연수가 병행되면 더욱 좋겠다. 이런 때일수록 교육의 목적과 본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초등교육은 민주국가 국민으로 누구나 받아야 할 기초교육이며 인간의 성장계열에서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의무교육이다.’ 모두가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다. 방향을 잃고 흔들리기 쉽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위기는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여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구글 크롬과 파이어폭스, 인터넷 익스플로러. 모두 웹브라우저에요. 우리가 인터넷 검색을 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지요. 2013년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어요. 경제학자 마이클 하우스먼Michael Housman이 고객 상담업무를 하는 사람들 3만여 명을 대상으로 근속연수를 조사한 연구 결과였지요. 모두 비슷한 웹브라우저인데 구글 크롬과 파이어폭스를 사용한 사람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한 사람들보다 재직기간이 15%나 더 길었다고 해요. 사용자들의 결근 자료를 분석해보았더니 구글 크롬과 파이어폭스 이용자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이용자보다 결근하는 확률이 19%나 낮았고요. 왠지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다음 주 교직원 회의 시간에 “구글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를 쓰세요”라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이야기의 핵심은 웹브라우저의 효율성이 아니에요. 문제는 ‘웹브라우저를 쓰기 위해서 사용자들이 어떤 일을 했느냐?’이지요.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컴퓨터를 켜면 이미 윈도우에 내장되어 있어요. 맥북을 사용한다면 사파리가 내장되어 있지요. 그런데 구글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는 내장된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따라서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은 내재해 있는 것을 암묵적으로 따르는 것보다는 자신의 의지대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주도성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커요. 이런 주도성이 업무의 효율과 직장 내에서의 만족도를 가른다는 것을 우리는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셈이에요. 학교라는 조직 사회. 우리는 많은 것들을 매뉴얼을 통해서 수행해요. 학교폭력,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학생 자치회. 매뉴얼에 의해서, 공문에 의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규범이고 뒤탈을 피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에요. 하지만 누군가가 정해놓은 매뉴얼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면 교직 사회는 타성에 젖을 수밖에 없어요. 교육 활동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지만 업무가 최우선이 되는 학교를 자주 목격할 수 있지요. 교육이 아니라 업무처리로 평가되는 교사의 자질. 어쩌면 그것이 공교육을 한층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학교라는 조직이 교육이라는 본질에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서 우리는 주도성을 가져야 합니다. 종종 아이들에게 듣는 말, ‘왜 꼭 그래야만 하는데요?’라는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 던져 보아야 하지요. 가령 학부모회 업무를 처리할 때, 왜 학부모회에 그렇게 열을 올려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해요. 요즘 학부모 총회는 참석률이 너무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학부모님들이 ‘학부모회장’, ‘녹색어머니회장’, ‘어머니 폴리스 회장’ 등을 맡는 것을 꺼리셔서 일부러 참석을 안 하는 경우도 많으시지요. 그래서 아무리 홍보를 해도 어떤 반에서는 참석자 수가 ‘0’이 될 수도 있어요. 특히 고학년이라면 참석률이 저조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요. 문제는 그럴 때, 어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를 불러 질책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에요. 그런 문제가 담임교사의 문제는 아닌데도 말이지요. 또, 어떤 학교에서는 어차피 참여율은 저조할 수밖에 없으니까 공문에 나온 지침대로 회의만 주관하기도 하고요. 왜 꼭 그래야만 할까요? 학부모회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하는 것일까요? 민주적인 학교를 위해서?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 그것이 어찌 됐든 참여하지 않는 민주적 절차라면 정책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것들은 개별 학교의 의지대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에요. 지침과 공문, 매뉴얼에 의해서 이뤄지는 활동이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쉽게 해결될 수는 없지요. 자, 여기서 우리의 고민은 시작돼요. ‘바뀌지 않을 테니 입 다물고 있자.’, ‘그래도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까요? 어떤 매뉴얼과 지침도 모든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실행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수정된 매뉴얼과 지침이 나오게끔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하지요. 무조건 순응하는 자세보다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에요. 업무든 교육이든 주도성을 가지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 좋겠어요.
충남교총(회장 조붕환)은 지난달 30일 시·군교총회장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철저하게 지킨 가운데 ‘조직 강화 및 회세 확장’을 안건으로 진행됐다. 조영종 한국교총 수석부회장과 김동석 교권복지본부장도 참석해 최근 충남교총 회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증가한 데 대해 감사함을 전했다. 또 학교와 학교장의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제외 촉구 활동, 학교 필수공익사업 지정 촉구 활동,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촉구 활동 등을 전개해 학교 현장이 안정적으로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조붕환 충남교총 회장은 2월 말 임기를 마친 시·군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