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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산 중턱에 한 그루 옹이 나무가 서 있었습니다. 주변 경관과 참으로 어울리지 않게 유난히 못생기고 나무에는 옹이 투성이였습니다. 허리 아픈 아낙네가 산행을 할 때 한 번씩 짚어가고, 산 위 약수터에 물 길러 가는 아저씨들이 한번씩 쳐다보며 이 나 무가 왜 여기 있지 하는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옹이나무는 왜 하필 이곳에 뿌 리를 내리게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곳 산중턱에는 자기와 닮은 옹이 나무는 한 그루도 볼 수 없었고 왜 자기가 옹이나무라 불리는 지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날 자신의 가지에 내려앉아 쉬고 있는 바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바람님, 저 산위에는 어떤 나무가 있나요? 나처럼 옹이나무라 불리는 나무들이 많이 있나 요? 혹시 우리 엄마 나무는 보지 못했나요?" "옹이나무님, 나는 세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았답니다. 구름 낀 계 곡에도 갔었고, 높고 높은 산에도 여러 번 다녔고, 어떤 때에는 끝도 없는 바다를 며칠동안 돌아다녔답니다. 하지만 옹이나무님처럼 똑같이 생긴 나무는 본적이 없답니다." 지나가는 바람에게서조차 자기와 똑 같은 옹이나무를 본 적이 없다는 얘기에 슬픔이 복바 친 옹이나무의 몸에는 또 하나의 옹이가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옹이나무에게는 슬픈 감정이 생길 때마다 작은 옹이가 하나씩 생겨나서 온 몸이 옹이투성이였습니다. 어떤 옹이는 너무 커서 작은 골처럼 움푹 패였고, 작은 옹이 하나 하나가 모여 커다란 상처처럼 보이기도 했 습니다. "야, 옹이나무야, 넌 어쩜 그렇게 못생겼니? 온 몸이 곰보딱지잖아? 넌 나무라고 할 수도 없어. 저리 썩 가버려!" 주변의 친구나무들이 던지는 한 마디 말은 그대로 옹이가 되어 옹이나무에게 더해졌습니 다. 이젠 옹이나무의 몸은 옹이와 온갖 상처로 인해 정말 볼품이 없어졌습니다. 나무라기 보 다 흉측한 몰골을 한 낡은 비석 같은 몸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눈먼 새도 둥지를 틀지 않고, 힘에 겨운 구름조차 옹이나무에게 내려와 쉬기를 꺼려했습니다. 개미들만 부지런히 드나들 며 아픈 몸에 생채기를 만들기가 일쑤였고, 지나가던 바람이 잠시 들러 가끔씩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바람님, 이제 나는 더 이상 나무도 아니랍니다. 내 몸이 너무 못생겨서 내 이야기를 들어 줄 그 어떤 누구도 없답니다. 가끔 바람님께서 전해 주시는 세상 얘기가 제게는 모두입니다. 여기를 지나가는 그 많은 사람들이 한 번만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고 어루만져 주기를 얼 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답니다. 이제는 산행을 하다가 아픈 다리를 주무르며 기대는 힘없는 아주머니조차 없답니다. 아, 나는 이제 더 이상 이 뿌리를 지탱 할 힘이 없답니다." "옹이나무님, 세상에 생명 있는 것 중에 의미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답니다. 나를 보세요. 나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옹이나무님처럼 상처투성이 뿐의 몸 같은 것이라도 없답니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언젠가 옹이나무로 태어나 이 곳에 뿌리내린 이유를 꼭 찾게 될 것입니다. 나처럼 어떤 곳에 머물지 못하고 언제나 떠돌아 다녀야 하는 바람의 일생도 그리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랍니다." 바람과 이야기를 나무면서 잠깐씩이라도 아픈 상처를 달래 보던 옹이나무는 비록 상처뿐인 가지일 망정 바람이 잠시라도 지친 몸을 쉴 수 있도록 편하게 해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 다. 바람이 지나간 후 옹이나무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지금 아무도 날 봐 주는 이 없는 옹이와 상처로 뒤덮인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로 하는 존 재가 될 수 있을까? 그런 날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오는 거지? 그 동안에 내 뿌리가 썩기 시작하면 어떻게 하지?' 이렇게 걱정과 기다림과 원망스런 마음을 안고 몇 번의 눈을 맞았는지, 또 꽃은 몇 번이나 피고지고 했는지 헤아리기조차 힘들어졌습니다. 옹이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던 산 중턱도 그 모습이 많이 변했습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오더니 커다란 전동 톱으로 주변의 나무 를 한 그루 씩 베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선 트럭에 잘라낸 나무들을 싣고 어디론가 떠 나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베어지는 것일까? 저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지? 왜 나무를 베어내는 거야?' 주 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옹이나무에게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이는 없었지만 일하는 사람 들의 주고받는 얘기가 간간이 들려왔습니다. “어이, 김씨. 여기에다 동네 사람들을 위한 운동시설을 설치한다면서” "그렇다나봐. 마을 사람들이 민원을 넣었대.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산책로와 배드민턴시설 등을 설치 해 달랬다나 봐. 장소 물색에 한참 시간이 걸렸는데 여기에 산행하 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해서 이곳의 나무를 좀 잘라내고 터를 닦아서 운동시설을 갖추기로 했대. 우리야 뭐 일이나 하고 돈이나 받으면 되지." "어여 일이나 하세." "그러세." 그러기를 며칠 후 굴러가기에도 힘겨운 커다란 바퀴가 달린 기계차가 오더니 땅을 평평하 게 한답시고 이리저리 냅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산행을 즐기던 사람들도 공 사현장을 구경하느라 가던 걸음을 멈추고 현장 감독처럼 휘휘 둘러보며 인부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여기 좀 보세요. 입구가 이쪽인데 여기 흉칙하게 생긴 옹이나무가 한 그루가 있어요. 이 나무는 왜 안 베어냈어요?" "너무 재수 없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일하던 사람들이 그냥 놔 둔 모양인데, 막걸리로 목이 나 축이고 그 나무는 마지막에 베어 낼께요." 옹이나무는 마음이 서글퍼졌습니다. 얼마나 보기 싫었으면 나무로 태어나 가장 싫은 순간 인 베어냄을 당하는 순간에서도 마지막이라니 정말 나무로 태어나 이 곳에 뿌리박은 자신이 한없이 가엾고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옹이나무의 몸에는 더 이상 상처 아닌 곳이 한군데 도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나무로 뿌리내림을 하면서 한 번의 상처를 받을 때마다 생겨났 던 옹이가 더 이상 생겨 날 곳이 없어지자 움푹 패인 곳에 또 옹이가 생겨나고 딱지가 앉아 서 벼락맞아 제 형상을 잃어버린 나무 보다 더 흉칙했습니다. "박씨, 저쪽 입구 쪽에 옹이 투성이 흉칙한 나무 한 그루 보이죠? 저 나무 베어버리세요." 멀리서 일하던 박씨는 구부린 허리를 펴면서 대답 대신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두어 시 간이 지났나 싶더니 박씨라고 불리던 남자가 옹이나무 옆으로 왔습니다. 손에는 전동 톱을 들고 허리에는 무섭게 생긴 연장들이 커다란 주머니 속에서 키재기라도 하려는 듯 빠꼼히 세상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박씨라고 불린 사람은 나이를 가늠 할 수 없을 정도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움푹 패인 이마의 주름은 그 동안의 삶의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음을 말 해주는 듯 했고, 투박한 손에는 굳은살이 잔뜩 박혀 있었습니다. 푹 눌러 쓴 모자 밑으로 작 은 눈이 인자하게 옹이 나무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놈 참 못생겼구나, 어디 보자." 박씨라고 불린 이 사람은 옹이나무를 쓱쓱 쓰다듬어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었습니 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옹이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본 후에 톱을 옹이나무의 몸에다 갖다대 었습니다. 그러자 온 몸이 뒤틀리고 머리가 아찔해지는 가 싶더니 온 몸이 쪼개지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옹이나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트럭 뒷 칸 한 구석에 처박혀진 자신을 발견한 옹이나무 는 한 줄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제 그에게는 뿌리깊은 나무로서의 마지막 자존심도 사라 졌습니다. 보기 흉한 모습일 망정 가지와 잎이 있었던 자신의 몸이 몸뚱이만 덩그러니 남겨 진 것이었습니다. 상처투성이의 몸을 가리고 싶어도 이제는 가리울 나뭇잎 한 장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눈물샘 보다 더 깊은 상처를 안고 트럭 뒷 칸 한 구석에 자리를 차지한 옹이나 무는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조차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은 걸 보 면 살아 있기는 한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한 번의 고통으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망각 의 강에 그대로 빠져들었다면 더 이상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지도 못한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트럭이 갑자기 서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제는 더 이상 사물을 분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두 개의 손이 옹이나무를 끌어내리고 또 다른 작 은 손이 밀어내는 느낌이 들어 자세히 바라보니 낮에 자기를 베어 낸 박씨라고 불린 그 사 람이 옹이나무를 어딘 가로 데려온 것이었습니다. 옹이나무가 뿌리내리고 살던 숲과는 다르 지만 주변에 나무들이 보여 좀 안심이 되었습니다. 마당이 있고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문을 보아하니 여기가 사람들이 산다는 집이란 곳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온 세상을 돌아다니는 바람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박씨라고 불린 그 사람은 옹이나무를 담벼락 안쪽에 비 스듬히 세워놓고는 불빛 가득한 방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혼자 남은 옹이나무는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어두운 마당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온갖 물건들이 잔뜩 널려져 있었습니다. 깨진 항아리도 있고, 녹슨 도끼, 세수 대야며 물호스, 쪼 개진 나무토막이 보이고 저 멀리에 커다란 솥이 담 아래 걸려 있었습니다. 조그만 꽃밭도 보였습니다. '여기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저기 쌓여 있는 장작들처럼 나도 저렇게 온 몸이 쪼개어 지는 것일까? 너무나 답답하구나. 바람 님은 어디에 계신걸까?' 갑자기 서늘해진 공기에 차 가워진 몸을 움츠린 옹이나무는 깜짝 놀랐습니다. 바람이 지친 몸을 이끌고 잠시 쉬러 이 곳에 들른 것이었습니다. "바람님, 저에요. 옹이나무에요. 이렇게 잘려 버린 몸이라 알아보기 어려우시죠? 이런 지경 에까지 되어 버린 저에게 더 바랄게 무엇이 있을까요? 이제 남은 것은 절망뿐이랍니다." "옹이나무님,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답니다. 지치긴 했지만 아직 우리는 살아있잖아요. 그리 고 옹이나무님을 나무공장으로 보내지 않은 걸 보면 무슨 다른 뜻이 있을거에요. 살아 있는 한 내일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순 없어요." 바람은 절망에 지친 옹이나무 어깨에 앉아서 옹이나무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고는 옹이나무 가 편히 잠들 때까지 옹이나무를 지켜보았습니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바람은 소리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부산스런 소리가 집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쪼개진 나무토막들이 타닥타 닥 소리를 내며 시뻘건 불길을 토해 놓고 있었고 담벼락에 걸려 있던 커다란 무쇠 솥이 그 위에 걸려 있었습니다. 무쇠 솥과 뚜껑 사이로 허연 김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작은 손을 가진 예쁜 여자아이가 헝겊으로 만들어진 작은 인형을 안고 펄펄 끓고 있는 무쇠 솥 곁에 쪼그리고 앉아 이었습니다. "아가야, 이쪽으로 와야지." 나즈막한 목소리로 소녀를 부른 사람은 박씨라고 불리던 사람 이었습니다. 아가라고 불린 여자아이는 박씨의 투박한 손에 이끌려 무쇠 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아까처럼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박씨라고 불리던 그 사람은 옹이나무 있는 데로 오 더니 옹이나무 위에 턱 하니 걸터앉는 것이었습니다. 연장주머니에서 커다란 칼을 꺼내더니 옹이나무의 살갗을 마구 도려내었습니다. 삐죽 나와 있던 잔가지 조각도 다 잘려 나가고 나 서 옹이나무는 이제 모든 것을 잊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은 결국 아무 것도 없음을 깨달은 옹이나무는 아픔보다 오히려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자기 처럼 다른 사람에게 미움만 받으며 살아온 옹이나무를 그래도 어딘 가로 데려와 주고 쓰다 듬어 주었으니 이까짓 살갗 벗기는 정도의 아픔은 참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만치서 예쁘 게 생긴 작은 여자아이가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그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했습니다. 어느 누가 그렇게 자기를 바라 본 사람이 없었는데 이렇게 바 라 봐 주는 것만으로, 흉칙하게 생겼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바라만 봐 주는 것만으로도 자신 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살갗을 벗겨내더니 박씨라고 불린 사람은 옹이나무를 이쪽에서 한 번 내려다보고 툭툭 몸통 살을 찍어내고 저쪽에서 한 번 내려다보더니 툭툭 몸통 살을 찍어내는 것이었습 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옹이나무의 몸통은 펄펄 끓고 있는 무쇠 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펄펄 끓는 물 속에 몸이 잠기는 순간 자신의 몸에 그런 기운이 있었는지 조 차 몰랐던 알 수 없는 기운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옹이나무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서늘한 기운이 옹이나무를 감싸는 순간 정신을 되찾은 옹이나무는 눈을 떴습니다. 모든 인내심과 내일에 대한 희망, 그 동안 자신을 지탱해 왔던 삶에 대한 애 착들이 사라지고 이제는 아무 것도 느끼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늘 진 담벼락 밑에 비스듬히 세워진 옹이나무는 자기가 왜 여기에 이렇게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 았습니다. 뜨거운 물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기면서 더 이 상 삶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로 마음을 먹으니 한결 마음이 가볍고 넓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 봐 주던 작은 여자아이 모습만 간직하기로 했습니다. 그걸로 충 분했습니다. 그 기억마저도 분에 넘치는 사치라면 그것 마저 다 버리기로 했습니다. 박씨라고 불리던 그 사람은 이제 옹이나무를 잊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 한 번 씩 오 다가다 옹이나무 곁에 서서는 이리 저리 훑어보곤 했었는데 한 달이 넘도록 옹이나무를 찾 지 않았습니다. 가끔 작은 여자아이가 마당에서 놀다가 한번씩 옹이나무 곁에 와서 그 작은 얼굴을 바싹 들이대고는 납작한 코를 발름거리면서 냄새를 맡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은 여 자아이의 방문은 세상에 대한 원망, 자신의 모습에 대한 분노를 송두리째 잊게 해 주었습니 다. 옹이나무 속에 있는 모든 욕심을 다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자신을 찾아주는 작은 여자아이의 방문을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이젠 웃음이 나왔습니다. 햇빛을 못 본지 두 달이 지나갔습니다. 살갗이 모두 벗겨진 옹이나무는 바람이 찾아 왔을 때 더 이상 여행에 지친 바람을 편히 쉬게 해 주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웠습니다. "바람님, 바람님이 잠시 머물다 갈 가지도, 바람님을 덮어 줄 나뭇잎 하나 없답니다. 이제 더 이상 제게 남은 것은 하나도 없답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도 세상에 대한 원망도 모두 버 렸습니다. 가끔 이 집에 사는 작은 여자아이가 찾아오는데 그 아이는 밉게 생긴 제 모습에 는 아랑곳하지 않고 따뜻한 눈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바람님, 뿌리도 없이 이렇게 내 팽개쳐 진 모습이지만 그 작은 여자아이 때문에 행복함을 느끼며 지내고 있답니다." "옹이나무님, 편안한 모습의 옹이나무님을 보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나는 어느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운명이랍니다. 운명의 힘에 떠밀려 또 어디론 가로 가야만 합니다. 어디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내 몸은 어느새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져 있습니다. 옹이나무님, 운명이 허락하면 또 만나게 되겠지요. 안녕히 계세요."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느새 차가운 기운만 남아 있었습니다. 다음 날 눈을 뜬 옹이나 무는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작은 여자아이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언제나 말 한마디 없이 자기를 바라보는 소녀였지만 오늘은 유난히 자기만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늘 갖고 다니던 인형도 손에 들고 있지 않았습니다. 박씨라고 불리던 그 사람이 연장주머니를 어깨 에 늘어지게 메고서 이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옹이나무 곁에 오더니 연장주머니를 바닥에 내려놓고서는 작은 여자아이를 덥썩 안는 것이었습니다. "아가야, 이제 슬슬 일을 시작해 볼까? 우리 아가는 아빠가 일하는 것 여기에서 보고 있을 래?" 박씨라고 불리던 이 사람은 그 작은 여자아이를 햇볕이 조용히 드는 곳에 납작하게 놓여있 는 돌 의자 위에 조심스럽게 앉혔습니다. 여자아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박씨라고 불리던 이 사람은 연장주머니에서 날카로운 끌 칼과 창 등을 꺼내더니 옹이나무의 몸 이곳 저곳을 마구 깎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톱으로 자르기도 하고, 주머니칼로 다듬 기도 하고, 까실까실한 종이 같은 걸로 온 몸을 마구 문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옹이나무의 몸 조각들이 찍혀 나가고 몸의 가루가 햇살 속에서 춤추듯 날아다녔습니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옹이나무를 마구 깎고, 구멍도 뚫고, 몸 이곳 저것을 갈아대 던 손을 멈추고 박씨라고 불리던 그 사람은 온갖 연장들을 한 자리에 가지런히 모았습니다. 그리고선 박씨라고 불리던 사람이 일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 작은 여자아이를 덥썩 안더니 불빛 가득한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옹이나무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자기는 영원히 잊혀진 존재라 생각하고 삶에 대한 모든 희망과 세상에 대한 원망도 다 버리고 오로지 가끔씩 찾아와서 따뜻한 미소로 자 신을 바라봐 주는 소녀에게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맛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뿌리 에서 몸통이 잘리고 뜨거운 물 속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옹이나무에게 작은 여자아이의 미소 는 마지막 위로라고 생가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박씨라고 불리던 그 사람은 옹이 나무를 하루 종일 깎고 다듬고, 만지고, 이리 저리 견주어 보는 것으로 보아 옹이나무를 다 른 용도로 쓸 모양인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쓰임이 된다는 것,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 는 일이었습니다. 옹이나무는 다시금 삶에 대한 가느다란 희망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 습니다. 그런 것이 옹이나무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해도, 옹이나무에겐 지나친 욕심이라 해도 무언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욕구가 용솟음 치는 걸 억누를 수가 없었 습니다. 이 날의 흥분으로 밤새 한 잠도 자지 못하고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던 옹이나무는 박씨라고 불리던 그 사람과 작은 여자아이가 곁에 오자 온 몸을 가볍게 떨었습니다. 투박한 그 손으로 어서 자기를 다듬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해 주라고 애원하고 싶었습니 다. "아가야, 여기 앉자. 아빠 일할게." 아가라고 불린 작은 여자아이는 어제처럼 작은 돌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박씨라 고 불리던 투박한 손을 가진 이 사람은 어제처럼 다시 옹이나무를 이리 깎고 저리 깎고, 날 카로운 날로 밀고 당겨서 옹이나무의 살갗을 보드랍게 다듬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나무 조 각이 박히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꼴딱 넘어가서야 투박한 손을 가진 박씨라 고 불리던 이 사람은 누런 빛깔의 칠을 옹이나무에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끔거리는 느낌 과 향긋한 냄새는 숲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아가야, 황색 옻을 입히니까 훨씬 예쁘지? 이제 마르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단다." "아빠..." "우리 아가, 지금 뭐라고 했니? 아빠라고 했니? 다시 한 번 아빠라고 불러봐." "아빠......" "수지야!" 투박한 손을 가진 박씨라고 불리던 이 사람은 작은 여자아이를 와락 품에 안았습니다. 말 이 별로 없던 이 사나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작년에 네 엄마 잃고 말문을 닫더니 이제야...... 이제서야...... 고맙다. 우리 아가 수지야." 박씨라 불리던 이 사람은 작은 여자아이를 안고 불빛 가득한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옹이나무는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몸을 둘러보니 자 신의 몸이 커다란 상자 모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몸은 두 개로 나누어져 위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옹이나무의 속은 파내어지고 그 안에는 여러 개의 작은 방이 만들어졌습니다. 옹이 자국이 심했던 곳에 독수리 모양과 꽃잎이 아로새겨 졌습니다. 상처가 가장 심했던 윗 부분은 용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양이 아로새겨진 손잡이 로 변했습니다. 옹이나무는 오늘의 일을 절대 잊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음날 투박한 손을 가진 박씨라고 불리던 그 사람은 옹이나무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 습니다. 가재도구라고는 장롱과 서랍장밖에 없는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무척 깨끗했습니다. 방안에는 작은 여자아이가 앉아 있다가 옹이나무를 보자 벌떡 일어섰습니다. 투박한 손을 가진 박씨라고 불리던 그 사람은 그 큰 옹이나무 상자를 작은 여자아이 곁에 놓았습니다. 작은 여자아이는 두 손으로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빠, 여기는 엄마 머리카락 넣어두고, 이 작은 서랍에는 엄마 사진도 넣어 두고, 조개 목 걸이는 여기에, 또 여기는 우리 가족 사진을 넣어 둘 거에요. 아빠는 우리를 지켜주는 제일 큰 사람이니까 여기 큰방을 쓰세요." 작은 여자아이는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띄우며 자기의 보물을 옹이나무 상자 속 작은 방 들 속에 차곡차곡 정리해 넣는 것이었습니다. 옹이나무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흉하게 생긴 모습 때문에 모두가 미워했던 자신을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가족 곁에서 지내게 된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도 예쁘고 작은 여자아이의 가장 귀한 보물을 간수하는 창고가 된 것 입니다. 옹이나무는 언젠가 바람이 말해주었던 생명 있는 것은 모두가 의미 있는 것이라는 말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이렇게 고운 여자아이가 꼭 필요로 했던 보물 상자가 되다니 드디 어 옹이나무로 태어난 자신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세상의 절망! '사랑'으로 품고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 상처 한 다발, 눈물 한 종지 가슴에 품고 사는 이가 적지 않을텐데 왜 이렇게 늘 나만 힘든 것처럼 가슴 시려 했는지 내일 모레면 불혹을 바라보는 이 나이가 부 끄럽습니다. 세상 밖의 시간은 그냥 그렇게 지나가건만 나 스스로가 만든 올무를 발에 차고 철창 속에 가만히 앉아서 어디선가 불어 올 따뜻한 바람만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랬습 니다. 이제는 제 두 발로 벌떡 일어나 세상의 언덕에 맨발로 달려가서 아름다운 향기는 모 두다 품고 싶습니다. 혼자서는 앉지도 먹지도 못하는 아이의 말없는 미소와,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며 세상과 교통하려는 아이의 처절한 절규, 관계 속에서 느꼈던 절망감 이 모 든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품고 싶습니다. 작은 아픔들로 너덜너널 다 헤진 가슴을 세상 을 향한 그리움으로 기워서 또 다른 상처 입은 나의 이웃에게 못 견딜 것 같은 그런 아픔들 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말해주렵니다.
너무 교훈성 드러난 작품 많아 공통적 문제점은 너무 교훈성이 드러난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학교, 문제아를 소재로 잡는 비율 이 높아 수기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았다. 의인화나 환상 동화보다는 소년 소설이나 생활 동 화가 주류였다. 이지현의 '옹이나무'는 소재와 주제도 좋았고, 동화의 성격과 특성에 잘 부합되었다. 일찌감치 대 상으로 결정을 하고도 멈칫거린 것은 길이가 다른 작품에 비해 좀 길다는 것이었다. '보글이'(조정태), '돼지 불고기'(김찬영), '삼돌이와 끼룩이의 장독대'(김혜영), 이 세 작품은 다 크 기가 비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심사위원들을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가작에서 밀린 몇몇 작품 들과 난형난제라 선뜻 뽑아 올릴 수가 없었다. '보글이'는 의인화에는 무리가 없으나 스토리가 좀 빈약하다는 단점이 있고, '돼지 불고기'는 어려운 축산 농가의 실상을 고발하는 동화이나 소재가 새롭지 못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삽돌이와 끼룩이의 장독대'는 의인화 과정과 행동에 무리가 있었다. /이영호·이동렬(동화작가)
인터넷 대부분 게임·오락에 이용 통계청 사회지표 조사 우리나라 청소년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33.5권으로 전체인구의 독서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터넷 이용의 대부분은 게 임이나 오락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구랍 26일 발표한 사회지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중 93.2%가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알며 81.8%는 인터넷 이용이 가능했 다. 컴퓨터 사용가능한 청소년의 평소 1주일간 컴퓨터 사용시간은 평균 11.2시간이었다. 컴퓨터 사용부문은 14세 이하에서는 '게임·오락'을, 15∼18세에 서는 'PC통신 및 인터넷' 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 터넷 이용자(6∼18세)의 1주일간 인터넷 평균이용은 8.5시간이나 15∼18세 연령층은 9.8시간이었다. 인터넷 이용부문은 '게임·오 락'(80.7%)비중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전자 우편'(56.4%), '정보검 색'(40.0%) 순이었다. 청소년의 평균독서권수(1년간)는 33.5권으로 전체인구의 독서량인 13.2권에 비해 20.3권이 많았다. 11∼20권을 읽은 청소년 비율이 가장 많고(16.2%) 다음으로 61권 이상으로 13.5%였다. 성별로 보 면 남자가 39.6권, 여자가 26.8권으로 남자가 1년 간 12.8권을 더 독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읽은 서적별로는 66.0%가 교양서적이며 다음으로 잡지(44.3%), 기타서적(44.3%)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자는 만화 등 기타서적을, 여자는 교양서적, 잡지를 많이 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청소년은 TV프로그램 중 오락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해 시청자 중 76.3%가 이를 즐겨보았으며 다음으로 연속극(58.7%), 영화 (54.9%) 순이었다. 반면 선호도가 낮은 프로그램으로는 홈쇼핑프 로그램(0.7%), 교육, 교양(9.9%), 뉴스(25.3%) 등이었다. 청소년이 주말이나 휴일 등 여가활용방법의 첫번째가 TV시청으로 66.3%였 으며 다음이 PC관련(47.3%), 사교관련(43.8%)순이었다. 청소년(15∼18세)의 주요 생활관심사는 학업·진학이 65.3%로 가장 많고 경제(돈) 13.4%, 건강 11.7%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고민상담대상은 친구 57.3%, 부모15.2%, 스스로 해결이 14.9% 나 됐으며 교사(수)와의 상담은 1.2%에 그쳤다.
"야생식물통해 세상을 배우죠" 의정부지역 1200여종 자료 수집 시와 연계해 매년 식물도감 발간 그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 산을 오르지만 그의 목적지는 정상이 아니다. 줄을 지어 올라가는 사람들을 떠나 홀로 숲을 헤메고 다 닌다. 그의 관심은 온통 식물뿐이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들꽃. 이 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다보면 한나절이 다 가버린다. 의정부여고 이명호교사(사진). 생물을 담당하는 평범한 교사에 머물지 않고 늘 우리 식물에 관심을 갖자고 주장하는 이 지역 야 생식물의 전문가다. 그가 야생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추적 한지는 벌써 20년이 넘었다. 전공인 식물생태학에 관한 석사 논문 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남들이 스쳐 지나가는 그 들풀들에 이름을 붙이고 함께 살아가는 자연을 느끼고 싶었다. 제대로된 자료를 만들어보기 위해 사진기술도 따 로 배웠다. 그동안 경기북부 지역을 비롯해 의정부 지역의 산야를 돌아다니 며 야생식물의 생태를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자료를 구축하기 시작 한 지 6년째.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의정부교육청과 함께 식물도감 을 제작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의정부 지역 분포 야생식물이 약 1200여종 정도에 이르며 초본이 약 800종, 목본이 약 400종 정도 다. 이 자료들을 중심으로 99년부터는 의정부시와 연계해 매년 한 권씩 `의정부지역 분포 야생식물도감'도 펴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이버 상에 그 자료들을 구축한 사이버야생식 물도감(http://www.ui4u.net/nature)을 펴냈다. 의정부 지역은 북부 지방의 식물상과 남부지방의 식물상이 합류돼 매우 다양한 종의 특성을 보여준다. 사이트에는 야생화를 중심으로 촬영한 사진과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도 덧붙여놓고 있다. 그가 근무하는 의정부여고 교정엔 식물 표찰이 예쁘게 붙어 있 다. 모두 그가 정성들여 만든 것들이다. 130여개를 만들었는데 학 생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섭섭한 마음이기도 하다. 수업시간 에 자신이 만든 도감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입시관 련 과목이 아니다보니 폭넓은 소개가 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 교사는 "힘들게 모은 자료들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생생한 교 재가 된다"며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해 10년후 쯤에 제대로 된 도감하나 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형준 limhj1@kfta.or.kr
성장과정 점검·키 크는 법 소개 키는 어린이들의 최대 관심사항 중의 하나. 내 키가 너무 작은 것은 아닌지, 내가 얼마나 더 클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는 어린이 가 많다. 이런 고민을 가진 어린이와 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인터넷 사이트가 개설돼 인기를 끌고 있다. LGCI 생명과학사업본부가 운영하는 `키클리닉 (www.keyclinic.com)'은 키에 관련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사 이트. 무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사이트는 어린이들의 성장차트 를 통해 자신의 성장과정을 점검하고 키 크는 시기와 생활 속의 키 크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열려라 롱다리' 코너에서는 키가 크는 데 좋은 운동과 영양섭 취 방법도 알려준다. 수영과 태권도, 농구, 배구, 줄넘기, 달리기 등은 성장에 좋은 운동이지만 헬스와 레슬링, 씨름 등은 좋지 않 다. 이 사이트는 또 군것질은 조금만 하고 반찬을 골고루 먹는 식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키가 크는 데 좋은 식품으로는 살코기와 생선류, 콩, 우유, 버섯류, 과일류, 곡류 등을 들고 있다. 성장에 좋지 않은 식품은 콜라, 초콜릿, 사탕, 라면 등이다. `물어 보세요' 코너에서는 어린이 성장과 관련한 질문을 전문가들로부터 1 대 1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자주 묻는 질문만을 따로 모아놓기도 했다.
국민카드(www.kmcard.co.kr)는 사회봉사단체인 IQ포럼과 함께 어린이·청소년 무료 상담사이트인 패스포럼 (www.passforum.co.kr)을 연다. 이 사이트에서는 부적응 어린이 나 문제어린이 등 어린이 관련 상담과 성상담, 소아정신과 진단 이나 한방진단 등 의료 상담, 아동학대 상담 등을 할 수 있다. 상 담전문가들이 온라인상담과 전화상담을 해준다. 국민카드 홈페이 지에서 사이버 회원에 가입해야 이용할 수 있다.
이 영 권 벨이 울리면 의자가 나를 밀친다. 출석부가 나를 집어들고 교실이 나에게로 온다. 책이 나를 펴면 나는 삼류급 모노드라마 배우가 된다. 무대에 서면 나는 페스탈로치가 되고 히틀러가 되고 하얀 얼굴의 드라 큘라가 된다. 계백이 되고 연산군이 되고 가증스런 일본순사가 되 고......... 演技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백묵이 나를 들고 칠판이 필기한다. 책상이 아이 코를 쳐 박는다. 간 밤 컴퓨터게임에서 쌍 코피가 났나보다. 핸드폰이 또 아이 하나를 끌 어당긴다. 그 아이가 나를 매섭게 노려본다. 아이들은 결국 나를 체벌 하고 나는 아무 말도 못한다. 아이들이 나에게 잔소리하면 수업이 나 를 망친다. 뻔한 스토리의 드라마는 계속되고 'N세대'의 'N'이 의심스 럽다. 시계가 팔을 늘어뜨리고 아이들을 본다 나를 본다. 보기에 아이 들이 애처로운가보다 내가 너무 느린가 보다 지루한가보다. 희망 없는 시간, 벨이 울릴 때까지 모노드라마는 계속되어야 한다. 요즈음은 이렇게 아이들이 나를 가르친다. 나는 배울 자세가 되어있고 아이들은 가르칠 자세가 되어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책이 나를 덮고 출석부가 나를 들고 문이 나를 열어 교실이 나를 밀어낸다. 이것은 참 엽기적이다.
시작! 그 가슴 벅참으로... 그 늦은 가을날은 마치 봄날처럼 햇살이 따스했다. 전화벨이 울리고 상큼하게 들려오는 저편 여자의 목소리. 공책 속에서 기약 없이 잠만 자던 활자들이 한꺼번에 벌떡 일어서는 듯. 내 교단에서의 삶의 푸념을 섞어서 쓰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세상의 빛을 보는구나했다. 순간, 부끄럽고, 두렵고, 또 가슴이 벅찼다. 보잘것없음에 부끄럽고,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 날까 두렵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에 가슴이 벅찼다. 아이들이 저만치 보였다. 어쩌면 그들이 어른들을 길들이며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요동치는 그들만의 본능은 협곡을 흐르는 물이다. 그렇게 바다로 가고 있나보다. 사랑스런 아이들, 사랑해야할 아이들, 가까이 다가가 함께 어울려야할 아이들, 나이가 들수 록 멀어져 가는 것 같은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나, 사랑한다면 무슨 일이든 못할 까. 할 수 있다면 무엇이 그리 어려울까. 졸작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 드린다. 또 이런 기회를 주신 한국교육신문사에 무 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서울 성수공고 교사
속도감, 역설적 풍자 뛰어나 우선 예년에 비해 작품의 편수가 월등하게 늘어났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뿐더러 작품의 질도 상당부분 향상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교원문학상 제도가 일선 교직 자들로부터 열렬하게 환영받고 있으며 점점 그 뿌리가 실하게 내리고 있는 증거로 보여져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고 또 현장교원들의 문학에의 열도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점 에서 역시 고맙고 기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역시 올해도 작품을 봄에 있어서 문학성의 빼어남에다 교단생활의 특수성을 합하여 심사의 잣대로 삼았다. 지난해에 이어 교단현실에 대한 격앙된 분위기가 보다 많이 사그라들고 있 었음을 작품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허지만 교육 본질에 대한 진지한 고뇌가 반짝이는 작 품들이 수없이 많았고 시적 표현이나 형상화에 있어서도 완벽에 가까운 작품들이 많았다. 이래저래 심사위원 두 사람은 즐거운 고민을 거듭 할 수밖에 없었다. 최우수 '교실이 나에게로 온다'(이영권)는 전도된 교육현장을 속도감 있게 포착하여 역설적 으로 표현해낸 풍자적인 기량을 높이 사서 낙점이 되었다. 가작으로 뽑힌 '강'(김선옥)은 시 적인 형상화가, '깻잎을 먹는 아이'(최정복)는 교육을 보는 진지한 시선이, '곤충'(장인수)은 교단생활의 에피소드를 실감 있게 묘사하는 능력이 출중하여 선(選)에 오르게 되었다. 당선 된 분들에게 축하를 드리는 만큼 최종심에서 밀린 분들에게 위로를 드린다. 낙심하지 마시 고 분발 있으시기 바란다. /이가림(인하대 교수) 나태주(공주 상서초 교장)
내년 2월 지급 예정인 교원 성과급의 경우 일정액은 균등 지급하고 일정액은 초과수업수당 형식으로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는 14일 제6차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최희선 차관)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개선 방안에서 △일정액(50%정도)은 기본 성과수당 형태로 전 교원에게 균등 지급하고 △나머지는 수업시수에 따라 초과수업 형태로 차등 지급하되 지급 금액의 상한만 지침으로 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교장, 교감, 교육전문직 등 관리직에게는 타 직종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현행 성과상여금 제도를 유지하되 교원의 특수성을 반영해 평가기준을 일부 변경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인별 지급기준액 중 전체 기본 성과수당 지급 비율은 시·도교육청, 교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별도로 정하고 지역·학교별 또는 담당과목, 보직여부 등에 따라 수업시수가 차이가 있으므로 학교별로 기준수업시수를 자체적으로 마련토록 할 계획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와 관련 중앙인사위 김동극 급여정책과장은 "교원단체는 연구·연수 수당으로 일괄 지급을 원하고 있으나 이는 성과급의 취지와 배치되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교원을 제외한 공무원 여론조사 결과 일정액은 차등 지급하고 일정액은 균등 배분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라며 교육부의 성과급 개선 기본 방향을 지지했다. 그러나 김 과장은 "차등 지급 기준이 수업 시수 하나 일 때 과목 및 보직에 따른 형평성 등 여러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우형식 교원정책심의관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교사 직무평가 기준이 개발되고 정착될 때까지는 교사의 다양한 직무 중 가장 기본적이고도 객관적인 수업시수를 기준으로 성과상여금 차등 지급을 위한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교총 우재구 교권정책국장은 "연구·연수수당으로 하되 지급 기준은 개인 호봉별 동일지급율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제도개선위원회는 교육부·중앙인사위 간부와 교원 3단체 대표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위원회는 교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다음 회의에서 재론키로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14일 교총 이군현 회장 등 교원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원정년을 환원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소신과 신념은 변화가 없다"면서 "교총과 한나라당이 국민을 좀 더 설득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 총재는 "중요한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이고 노력하면 가능하다"면서 "국회 교육위와 법사위까지 통과된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유보한 것에 대해 섭섭하고 화가났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민 설득이 덜된 상태에서 강행처리는 도저히 할 수 없었으며 교육계 내부도 설득이 안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호봉 정년환원비상대책위원장이 "총재 말씀대로 라면 여론을 바꿔 달라는 것인데 교원정년 문제는 여론의 잣대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근본적으로 국민들은 교원정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지니고 있어 국민설득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밝히자 이총재는 "교원정년 환원을 표를 의식했다면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논리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해서는 안되며 국민 설득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며 거듭 국민 설득 노력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군현 교총회장은 "여러가지 어려운 사정이 있겠지만 총재께서 정년관련 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월1회'부터 단계적으로 정부가 주5일 근무제를 내년 7월부터 공무원과 금융보험업·대 기업에 우선 도입키로 결정함에 따라 주5일 수업제도 이어서 도 입될 전망이다. 현재 검토중인 주5일 수업제 도입방안에 따르면 2003년 3월부 터 매달 한차례, 2004년 3월부터 매달 두차례 토요 휴무를 실시 한 뒤 중소기업의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는 시점에서 주5일 수업 제를 전면 실시한다는 것.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 이달중 입 법예고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야당, 기업체간 이견이 첨 예해 국회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19일, "先 주5일 근무, 後 주5일 수 업제 도입이란 기본 인식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도입을 위한 준 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우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장 책임하 에 시·도교육청별 연구학교 운영을 30개교에서 1백여개교로 늘 려 내년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주5일 수업제 연구학교 운영은 ▲지역별 특성에 따른 다양한 학교별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제공 가능한 학교 프로그램 개 발 및 적용 ▲활용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 확인 및 확충방안 모색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인식전환을 위한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 다. 교육부는 이 같은 운영계획을 21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시·도교육청 교육국장회의에서 시달했다. 교육부는 이와함께 관련법령 개정 등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현행 6, 7차 교육과정은 `주6일 수업, 법정 수업일 연간 220일'을 기준으로 편성돼 있어 이를 주5일 수업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방 학기간 단축, 평일수업 끼워넣기 등이 불가피하며 체험학습, 놀이 학습, 문화시설 등 사회의 교육인프라 구축과 함께 토요일의 지 도공백이나 사교육비 증가 등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 박남화 news2@kfta.or.kr
정부예산 심의 막바지 내년도 교육예산안이 국회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현재 국회 예결위에 상정된 내년도 교육예산안(세출예산 기준) 은 올 보다 7422억(3.4%) 늘어난 22조 3250억원으로 당초예산과 비교할 때 11.5%에 해당하는 2조 3062억이 증가한 규모다. 이 안은 국회 교육위 심의과정에서 당초 정부예산안보다 35개 사업에서 1772억이 증액된 것. 또한 예결위 종합 정책질의시에 도 교육위의 35개 증액사업에 추가로 353억 증액 외에 실고 내실 화 등 6개 사업에 325억의 증액이 거론된 바 있다. 한완상 부총리는 지난 11일 열린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에 참석 해 증액사업 중 3개 사업은 특별히 확보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부총리가 강조한 3개 사업은 ▲유·초등교원 보전수당 가산 금 473억 ▲5·18 민주화운동 관련 해직교수 보상액 83억 ▲보직 교사수당 및 보건활동수당 57억 등이다. 유·초등교원 보전수당 가산금의 경우 현재 중등교원과 비교할 때, 월 2만2000원에서 4만7000원까지 적게 지급되고 있어 14만 5973명의 유·초등교원에게 월 평균 2만7000원을 인상해 차액을 보전하자는 것. 5·18 민주화 해직교수 보상은 80년 당시 해직된 76명의 교수 에게 해직기간 동안의 보수를 보상하자는 것. 보직교사수당 및 보건활동수당의 경우 담임수당은 올 대비 월 2만원 인상될 예정 이나 3만 2888명의 보직교사 수당은 월 1만원 인상분만 반영돼 형평성 차원에서 동일한 인상액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5138명의 보건교사 활동수당은 주당 6시간의 보건교육을 담 당하는 외에 업무증가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국회 예결위는 계수조정소위 활동 등을 거쳐 임시국회 회기내 에 2002년 정부예산안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박남화
행정부분 치중, 교육내용 평가 한계 "교육청 '실적부풀리기' 부작용 커" 지난 96년부터 도입 시행돼 다섯 번째로 실시된 올 시·도교육 청 평가가 당초 취지와 달리 평가방법, 평가기준, 결과공개 및 활 용 등에서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평가를 교육의 지방분권화와 자율권 확대에 맞춘 책무성 확보라는 국가적 사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단 지적이다. 교육부가 최근 올 시·도교육청 평가위원회(위원장 이종재 서 울대교수)와 참관위원 설문조사 결과 등을 수합해 작성한 `시· 도교육청 평가 향후 발전과제'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비상 설 평가기구를 상설 평가기구로 전환하고 전문성을 갖춘 평가위 원들을 확보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평가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평가지표나 평가준거 및 척도의 계속적 보완이 이뤄져야 하 며 평가방식 역시 정량적·계량적 기준에 치중하고 있는 현행 방 식을 보완해 교육의 특수성에 적합한 정성적, 질적 지표와 평가 기준을 개발,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올 처음 도입된 자율·특색사업 평가는 지역별 자율성과 특수 성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긍정적 측면이 크다고 보고 평가방식 의 개선이나 평가영역의 설정 등에서 이를 적극 확대 반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 시·도교육청 등 관련기관은 평가결과를 자 기 진단과 반성자료로 피드백시키고 우수사례발표회를 개최해 전 국적으로 일반화시키는 노력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종재 교수는 시·도평가가 ▲지역 여건차를 충분히 고 려하지 못하고 있고 ▲행정노력에 평가기준이 치중돼 교육수준에 대한 질적·양적 발전정도를 가름하기 어려우며 ▲교육청의 `실 적부풀리기'나 `전시행정' 등의 낭비요인이 크다고 비판했다. ●올 시·도평가 어떻게 실시됐나=96년 시·도평가가 시작된 후 다섯 번째 시행됐다. 시·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격년제로 시행한 첫해이며 자율·특색사업분야를 신설하고 배점을 대폭 높 였다. 지난해 11월 평가영역과 기준을 제시했으며 이에 근거해 각 시·도가 제출한 자체평가서에 대한 1차 서면평가가 5월중 실시 됐다. 이어서 6∼7월 사이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 가 시·도교육청을 방문, 분야별 평가를 실시했다. 시권역과 도권역으로 나눠 10개 분야별로 500점 만점제로 평가 가 이뤄져 광주와 부산, 강원·충북·전북이 각각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평가에 따라 1000억의 예산이 차등 배정되었다. /박남화 news2@kfta.or.kr
교대생 수업복귀 결정 교육부의 `중초교사' 임용계획에 반발,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교대생들의 집단 수업거부가 두달만에 종료됐다. 전국교대생대표자협의회(회장 김구현)는 16일 "교육부가 최근 교대협의 요구사항인 초등교육발전위 구성에 동의했고 유급위기 등을 감안해 수업거부 투쟁을 중단하고 수업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앞으로 초등교육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초등교육발전위원회를 내년 1월중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초등교원의 중장기 수급계획을 수립하며 임시교원양성소 및 보수교육 관련규정을 폐지, 보완하는 내용의 서한을 교대협에 보낸 바 있다.
일부 사립학교 재단이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따르지 않고 있으나 교육부에는 이를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애꿎은 교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학교법인 분진학원이 유지·경영하는 강원관광대학 김 모 교수 등에 따르면, 김 모·정 모·장 모 교수 등 3명은 지난 2월28일 폐과·과원 등의 사유로 해임되자 재심위에 재심을 청구해 6월 모두 복직결정을 받았으나 재단측은 장 교수만 복직시키고 나머지 2명의 복직을 지금까지 복직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복직을 미루던 재단측은 8월 김 교수와 정 교수를 동일사유로 각각 재면직·직위해제 했으며 김·장 교수는 9월 2차 재심을 청구, 김 교수는 11월30일 재심위로부터 또다시 복직 결정을 받아냈다. 정 교수의 2차 재심 결정도 곧 나오게 된다. 이에 맞서 재단은 이달 김 교수를 다시 직위해제 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학교법인이 재심위의 결정에 불복해도 교육부는 이를 제재하지 못하고 피해를 본 교원들이 각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재심위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법인이 재심위 결정에 불복해도 마땅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며 "그렇지만 피해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100% 승소, 손해를 배상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교수신분을 잃은 채 소송만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감독관청인 교육부가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대행, 피해를 구제해주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분진학원측은 이 문제와 관련한 일체의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법인 사무실 관계자는 "이사장과 이사들의 연락처를 알 수 없다"고 말했으며 법인의 최 모 과장은 "월급 주는데 무슨 소리냐"며 전화를 끊었다.
분필은 없다. 당연히 날리는 분필가루에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 선생님의 판서 내용을 일일이 따라 적을 필요도 없다. 수업이 끝나고 필요한 내용을 파일로 다운받으면 된다. 이런 일들이 전국 모든 학교에서 이뤄질 때가 머지 않아 보인다. 대일외고(교장 이태준)는 18일부터 1∼2학년을 대상으로 분필없는 수업을 시작했다. 전자펜을 이용, LCD 모니터에 판서를 하고 이것을 빔프로젝터로 비춰 칠판이 되게 하는 새로운 방식의 교실수업 SW `디지털 클래스'를 채용한 것. 교사가 모니터에 쓴 글씨를 비춰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칠판 판서로도 불가능했던 많은 일들이 펼쳐졌다. 모니터 하단의 메뉴만 클릭하면 색상 변화도 마음대로 줄 수 있고 원고지나 오선지 등도 수시로 불러다 쓸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돼 각종 사이트를 배경화면으로 불러오고 그 위에 판서를 할 수도 있었다. 뒤에 앉은 학생이 잘 볼 수 없고, 글씨가 訣値?測?등 프로젝션 TV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대부분 해소됐다. 심창구교사는 "7차교육과정이 적용되면 과목마다 5분 이상 ICT를 활용해야 하지만 CD롬 등을 제작하기에는 벅찬 부분이 많다"며 "학습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학생들이 필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 교사가 판서하며 수업한 내용은 모두 동영상으로 저장돼 파일로 만들어진다. 판서 내용과 교사의 설명을 학생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PC를 이용해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과후 집에서 반복학습도 가능하고 교사도 지난 수업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학교측은 수업 내용이 담긴 파일을 서버에 탑재하거나 메일로 제공해 학생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디지털 클래스'를 개발한 (주)씽커스(www.thinkers.co.kr) 황진성 대표는 "분필없이 쾌적한 조건에서 수업을 할 수 있고 학생들도 강의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수업의 생산성과 학습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9일 제23회 '서울교육상(敎育賞)'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을 가졌다. 올해 수상자는 양원숙 은아유치원장(유아교육부문), 최향섭 한국우진학교장(특수교육부문), 홍정식 전 강동교육장·김영수 전 교육과학연구원장(초등교육부문), 김병철 서울고교장·송영재 서울과학고교장(중등교육부문), 문상주 한국학원총연합회장(사회교육부문) 등 7명이다. 서울교육상 공적심사위원회(위원장 남정걸·단국대 명예교수)는 "수상자들은 창의적인 교육과정 개발·운영을 통해 교수-학습 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등 스승으로서의 성스런 발자취를 남긴 분들"이라고 밝혔다.
종이비행기는 동심이다. 푸른 하늘을 멀리, 높이, 날고 싶은 유년의 추억에 닿아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유년의 꿈을 쫓는 사람, 이응률(41·서울청운초)교사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직접 대본을 쓰고 제작한 청소년 연극 '종이비행기'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막이 오르던 22일, 20 여 년 간 소중하게 키워온 그의 연극사랑이 작은 결실을 맺은 것이다. # 이륙할 수 있을까 새벽 6시. 이 교사는 겨울 안개가 짙게 낀 자유로를 달린다. 안개 등과 비상등을 켜고 깜박깜박 달린다. 시속 90km... 사고가 날 것 같은 불안감은 매일 그를 짓누른다. 그러나 대학로의 공연 현실은 자유로의 활낳릿?더 불안하다. 정부 보조금이나 기업 협찬금 없이 제작을 한다는 것. 그 것은 미친 짓이다. 뻔히 알면서, 그는 위험한 모험을 시작했다. 왜? 그냥 좋아서, 아니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사랑한다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온 몸으로 달려가 뜨겁게 포옹하고 입맞춤을 하는 것. 그 것이 사랑이 아닌가. 비록 결과가 따귀를 맞는 일이 될지언정... 연극에 대한 이 교사의 짝사랑(?)은 86년 강원일보, 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동화작가의 길을 걷게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89년 폐광의 혼란 속, 결손가정이 급증하던 교실에서 연극은 아이들을 하나로 엮어 준 매개체가 되었다. 그 때부터 그는 어린이연극에 빠져들었다. 96년 극단 연우무대와 첫 작품 '사랑의 빛'을 기획했으나, 어린이연극을 하겠다는 배우를 찾기는 힘들었다. 삼류 배우들이 아이들을 현혹해 돈벌이 수단으로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번의 실패를 딛고 어렵게 2000년 '사랑은 아침햇살'을 기획했으나, 여전히 극단 내 희망자가 없어 신입 단원을 뽑아 연극을 제작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단 한 명의 어린이관객도 들지 않았다. 이 교사는 학교를 찾아다니며 교사들을 만났다. 동료교사들마저 '잡상인' 취급하며 '연극해서 돈 벌 생각 버리라'는 충고(?)를 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전화를 걸고, 인터넷 홍보를 했지만, 여전히 어린이관객은 들지 않았다. # 드디어, 비행기가 날다 지난 5월 '종이비행기' 기획을 돕겠다는 제작사가 나섰다. 세 차례의 배우 오디션을 거쳐 7월, 연습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국 제작사는 상업적 성공이 어렵다며 슬며시 꽁무니를 빼고 말았다. 또다시 좌절. 이 교사는 사재(私財)를 털었다. 카드로 그룹사운드 종이비행기의 악기부터 구입했다. 집을 판 돈으로 배우들의 개런티를 지급하고, 제작비 1000만원도 내놓았다. 초등교사의 연봉을 넘는 제작비를 들여 정성을 다한 것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학부모와 교사들의 지지, 96, 97년 서울 경희초등교에서 함께 연극을 지도했던 영화배우 박상면 씨의 후원으로, 드디어 오늘, '종이 비행기'-해체 위기에 내몰린 고교생 그룹사운드 '종이 비행기'와 술집 작부인 어머니를 둔 초등학생 욱이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이 작품은 내년 1월 20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매일 오후 3시, 6시), 1월 29일-3월 31일까지 인켈아트홀(매일 오후 7시. 9시)에서 공연된다.-는 비상을 시작한 것이다. # 멀리 높이? 아니, 떨어지면 매만지고 다듬어 다시... 86년 겨울,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이 교사. 그에겐 자식이 없다. 그러나 그에겐 자식이 있다. 청소년을 위한 좋은 연극을 낳아 잘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제작하는 연극이 더 많은 청소년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넣어주고, 공연체험을 통해 학생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풍요로워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먼저 하늘로 보낸 아들이, 내 안에 동심으로 살아있는 한, 그 녀석을 위해 저는 청소년 연극운동을 계속할 겁니다."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어린 녀석을 보았습니다. 되돌아오면 또 날리고, 또 날리는 그 녀석을 보며 어쩌면 종이비행기, 그 것은 멀리, 높이, 날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떨어지면 날개를 매만지고 다듬어 다시 반복해 날리는 것…. 이응률 선생님의 모습은 종이비행기를 닮아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오늘, '종이비행기' 하나, 접어 날려보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