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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김영애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 e-메일로 대화하는 교장선생님 얼마 전 모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자신의 학교 4학년 학생에게서 "방학을 잘 지내고 계시냐"는 내용과 함께 가족 사진이 첨부된 이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행복한 마음으로 "방학이 끝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라는 답장을 보냈노라고 이야기하면서 새삼 학생과 이런 교류가 가능한 정보화가 고맙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 우리 사회가 많이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자신이 과연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학생들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더라고 털어놨다. 현재 선진 여러 나라들이 정보화를 통한 교육개혁의 흐름에 민감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그 한 사례로 영국의 교육부장관은 미래 학교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미래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지하철역을 통과하듯 ID 카드를 그으면서 학교로 들어간다. 이들이 공부할 교실에는 플라즈마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학생들은 저마다 컴퓨터를 지급 받는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공부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속도에 맞게 자율적 학습을 하며 교사는 학습 보조원과 각종 장비를 이용해 이들의 학습을 도울 것이다"라고 예견하였다(디지털 타임즈, 2002. 3. 7). 이러한 교육 현상의 기저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명사적 변화로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회를 기존의 산업사회와는 달리 지식정보사회라고 일컫는다. 지식정보사회는 지식과 정보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사람들은 국가간, 지역간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네트웍을 통하여 유통되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각자 자신의 생활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나간다. 이러한 사회의 특성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창출해 내었다. 바로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세상이다. 사이버 세상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전산원(http://www.nca.or.kr)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인터넷 사용 인구 중 공교육의 범주에 있는 20대 이하가 이용자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이버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한 부분으로 사회의 여러 부분과 조화를 이룰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미 사이버 세상도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제 교육은 새로운 국면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신기술 발달과 문명사적 변화 그러나 예견되는 교육의 미래와는 달리 최근 우리 나라 학생들에게서 조사된 학교 생활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문 조사 결과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인가? -학교의 수업은 재미가 없다. -학교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획일적이다. -모든 것을 점수로 환원하고 성적을 중심으로 지도한다. -학생들의 개인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하나의 원인으로 해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원인 중의 하나는 급격한 사회의 변화에 대해 학교 문화가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커뮤니케이션 코드의 부조화 현상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의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는 청소년 문화와 기존의 학교의 역할을 고집하려는 교사 집단간의 갈등이 현재 학교의 모습 중 일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청소년 세대를 의미하는 소위 N세대는 사이버 문화와 기존의 문화를 통합하는 선두 주자이다. N세대는 학교 안에서는 학생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주역이다. N세대의 대표 주자는 새로운 것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이다. N세대 문화의 기저는 사이버 공간을 통하여 더욱 확대되고 다양화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코드의 커뮤니케이션은 쌍방향적이다. 또한 이들이 활동하는 사이버 상에서는 모두가 주체가 될 수 있다. 지위도, 권위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이버 문화에 익숙한 학생들이 아직도 권위적이고 일방향적인 아날로그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학교 문화와 충돌을 일으킬 것은 자명하다. 일방향적으로 배울 내용과 방법을 정하고 학교의 모든 권한을 통제하는 학교는 스스로 주체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의 커뮤니케이션 코드와 맞지 않는다. 차라리 학생들은 아날로그식의 코드에 침묵과 무시로 맞대응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현상은 학교 곳곳에서 보여진다. 교사의 반응에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까지, 그리고 교사들 역시 이들의 대응에 속수무책이다. 교사와 학생간의 커뮤니케이션 코드의 부조화로 인해 서로 무관심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학교의 모습은 바로 현재 학교의 문화를 대변한다.[PAGE BREAK] 그렇다면 학교는 이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는 21세기 학교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학교(school), 교사(teacher), 학습자(learner)에 대하여 시대에 맞게 새로이 정의 내려야 하는 일이다. 디지털 세대와 기성세대의 충돌 우선 학교는 기존의 지식 전수자로서의 기득권을 계속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인터넷 속에서 풍부하고 생생한 지식을 경험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획일적인 교육 내용에 만족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 학교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인성 교육은 취해야 할 대표적인 것이다. 교사들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지식정보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는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활용 능력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정보를 찾고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이 교실에 도입되어야 한다. 그 모습은 다음과 같지 않을까? 정보통신기술을 도구로 활용하여 주어진 주제에 대하여 스스로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를 자유롭게 탐색하여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하여 사용하는 모습, 전자 우편이나 채팅·전자 게시판 등을 활용해 공간을 초월하여 다른 학교 다른 지역 더 나아가서는 다른 나라의 학생들과 의사를 교환하고 정보를 나누는 모습,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학습의 결과를 효과적으로 얻고 표현하는 모습 등이 교실에서 보이는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 속에는 일방적으로 자료를 제시하고 지식을 암기하도록 요구하는 교사는 불필요하다. 필요한 부분을 안내해주고 조력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학습 네트웍의 형성으로 지역사회와 학부모, 학생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학생의 인격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는 교사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습자를 살펴보자. 사이버 공간은 무한한 정보와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서의 학생들은 이 공간을 활용하여 그들이 어느 지역에 살던 간에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즉 지역이나 연령에 제한 없이 교육의 균등한 기회 제공, 양질의 교육, 개인의 요구에 충족하는 다양한 교육이 사이버 공간을 통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교육정보화를 통하여 교육이 바뀐다는 것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산업사회의 교육 패러다임이 지식정보사회에서의 교육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를 돈탭스콧(1998)은 다음과 같이 예견하고 있다. -선형적 학습에서 하이퍼미디어 학습으로 -주입식 교육에서 참여와 발견의 학습으로 -교사 중심 교육에서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 -학교 교육에서 평생 교육으로 -획일화된 교육에서 맞춤식 교육으로 -지겨운 학습에서 재미있는 학습으로 -지식 전달자로서의 교사에서 촉진자로서의 교사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교사 중심적인 교육 환경에서 학생 중심의 교육 환경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학생들이 자율권과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학습을 선택하는 학습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지식정보화사회의 관리자 역할 이를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하고 그 인식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사이버 공간에서 표출되어 나오는 것이라야 한다. 개별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져야 한다. 즉 사이버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풍부한 의사소통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학습 활동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려는 의지를 가짐으로써 평생 학습 사회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이런 교육의 모습이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논의된 사항들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건전한 사이버 문화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산업 사회에서 요구되는 윤리 의식이 있다면 지식정보사회에서 요구되는 윤리 의식이 있다. 이는 학교 교육 속에서 정보통신윤리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가능한 일일 것이다. 지식정보 사회의 도래는 필연적이고 흐르는 물살을 막고 선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학교가, 교사가 사회의 변화에 앞장서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교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육에서 학생 스스로 정보를 찾고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하고 그런 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은 지금까지보다 교육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할 것이고 학생들의 안내자, 길잡이가 되어 주어야 한다. 2001년부터 시행되는 2단계 교육정보화 종합 발전 방안은 바로 그런 학교의 모습을 지원하기 위하여 물적 기반 위주의 교육정보화 정책이 활용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이는 전 국민이 지식정보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고 창조적인 산업 인력을 양성하고 건전한 정보 문화를 창달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즉 초·중등 교육, 대학 교육, 평생 교육, 직업 훈련의 영역에서 정보화 지원을 통하여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대비하는 데 국가의 총체적인 노력을 집중하자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위하여 교육인적자원부를 축으로 하여 각 시·도 교육청,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거점으로 하는 유관기관이 학교와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새로운 교육 체제로의 변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관계 속에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지식정보사회에 알맞은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PAGE BREAK]교육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그렇다면 이제 스스로 자신이 지식정보사회에 준비된 CEO인가하는 물음을 던져보자. 다음의 세 가지에 자신 있게 "Yes"라고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지식정보사회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첫째, 획일적인 교육은 끝이다. 자기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에 앞장선다. 미래 사회를 매우 정교하게 예견한 앨빈 토플러는 교육도 이제는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배우는 산업사회의 공장을 닮은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산업 사회의 교육 특성이 모방이었다면 지식정보사회의 교육 특성은 창의성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제 지식정보사회는 같은 지식을 가지고 같은 생각을 가진 똑같은 사람은 더 이상 요구되지 않는다. 엉뚱하더라도 새로운 발상으로 새로운 것은 만들어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은 평생이다. 평생학습사회를 맞이하는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한 지식을 소유한 것으로 충분히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나 이제는 학습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 평생을 통한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태어나면서부터 무덤까지 배우는 세상으로 평생 학습 사회의 도래를 의미한다. 특히 교육자로서 4 Any(to Any, in Any type of information, at Any time, at Anywhere)를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인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셋째, 정보화는 필수다. 정보통신기술을 학교 교육에 능동적으로 적극 도입한다. 우리 아이들은 네트워크와 이동 통신으로 상호 교류하고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생활 공간이 될 것이다. 이제 학교는 정보를 바르게 이용하여 지식화 하고 지식을 지혜로 만들어 가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학교의 CEO라면 학교의 정보화에 앞장서고 학교 교육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가치 있는 새로운 지식을 형성해내는 인재가 양성될 것이다. 지식정보사회의 여러 특성들이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되고 있다. 재테크, 사이버 교육, 인터넷 쇼핑, 정보 수집, 커뮤니티 등 이제 사회는 e-라이프 시대다. 특정 계층, 특정 지역의 변화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주변에 머물러 있을 것인지, 그 핵심에서 사회를 이끌어 나갈 것인지는 바로 교육의 핵심에 있는 CEO들이 결정할 문제이다.
최중호 /대전동부교육청 장학사·수필가 한 병사가 숨을 몰아쉬며 평원을 달린다. 누구에게 무슨 소식을 전하려고 저리도 급하게 달리는가? 그는 그리스군의 승전 소식을 아테네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달리는 그리스의 병사 필리피데스다. 약 40km의 마라톤 평원을 쉬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우리가 이겼노라"고 외친 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한다. 여기서부터 마라톤의 역사는 시작이 된다.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엔 손기정 선수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 곳에 한국 선수의 이름이 있다면 얼마나 큰 영광인가? 그 이름을 보고 싶었다. 마침 연수를 받기 위해 독일의 다름슈타트에서 3개월 간 머물 기회가 있었다. 주말 시간을 이용하여 베를린으로 가 그 이름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초겨울 새벽 4시, 아직도 주위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그의 이름을 보겠다는 의욕 하나로 찬바람을 가르며 다름슈타트역으로 나가 프랑크프르트행 열차를 탔다. 6시에 프랑크프르트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초특급 열차 이체(ICE)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자랑하는 최대시속 400km인 이체는 프랑크프르트에서 베를린을 쉬지 않고 달려 4시간만에 도착한다고 하였다. 이체의 1등실로 갔다. 산뜻하면서도 조용한 객실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게다가 넓은 좌석의 등받이 뒤엔 작은 TV가 하나씩 설치되어 있다. 처음 보는 것이라 호기심이 생겨 TV를 켜는데 승무원 아가씨가 식사를 가져온다. 하지만 요금이 얼마인지 몰라 선뜻 식사에 손을 대지 못하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식사는 나만 주는 게 아니고 객실에 있는 사람들에도 다 주었다. 아침 일찍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을 위하여 제공하는 특별 서비스인 것 같았다. 이젠 긴장도 풀렸고 객실 분위기도 웬만큼 익숙해져 후식으로 차를 한 잔 주문해 보았다. 열차는 쉬지 않고 어둠 속을 달린다. 얼마나 달렸을까? 차츰 어둠이 걷히면서 들판에 쌓인 흰눈이 보이고 이따금 너른 들판에 외롭게 서있는 나무도 보인다. 미처 겨울 준비를 못한 나무의 단풍잎에서는 독일의 초겨울 풍경도 엿볼 수가 있었다. 달리고 달려도 보이는 건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들판뿐이다. 이 넓은 캔버스 위에 오밀조밀한 한국의 가을 풍경을 그려보는 사이에 어느 덧 열차는 베를린 초오역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선 지하철(U-Ban)을 이용해 올림픽 경기장역으로 갔다. 경기장 가는 길은 오른쪽에 작은 동산이 있고 왼쪽엔 국기 게양대가 경기장까지 길게 늘어 서 있다. 멀리 주경기장의 모습이 보인다. 그 앞엔 두 개의 사각기둥이 당간지주(幢竿支柱)처럼 서 있고 그 사이로 오륜 마크가 보였다. 저렇게 크고 웅장할 수가! 히틀러가 독일 민족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개최했다는 베를린 올림픽. 엄청난 비용과 인원을 투자하여 그가 직접 건립을 지휘했다는 올림픽 주경기장이 아닌가. 그 규모가 62년 전에 세워진 건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크고 웅장했다. 추운 날씨라 목도리를 하고 장갑까지 끼었으나 몸이 바싹 움츠러든다. 하지만 손기정 선수의 이름이 이 곳에 새겨져 있다는 기쁨과 같은 한국인으로서의 긍지가 추위를 잊게 하였다. 정문에 도착하여 입장권을 샀으나 곧바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이렇게 크고 넓은 경기장에서 손 선수의 이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손 선수의 이름을 찾으려면 한나절도 더 걸릴 것 같았다. 매표원에게 그 위치를 묻고 싶었으나 짧은 영어 실력이 문제였다. 8년 동안 영어를 배웠지만 기본회화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한숨만 절로 나왔지만 어찌하랴. 무슨 말이라도 해서 찾아 볼 수밖에…. 올림픽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를 무어라 말할까? 문득 88서울 올림픽 때 아나운서가 소리를 높여 외치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 '올림픽 챔피언'이란 바로 그 말이다. 그 다음 선수들의 이름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려면 어떻게 할까? 용기를 내서 말도 되지 않는 영어를 해 보기로 하였다. "할로, 올림픽 챔피언 네임 롸이트?" 매표원이 웃으며 주경기장 전경이 찍혀있는 사진의 한 곳을 가리켜 준다. 그가 지적해 준 곳을 찾기 위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한 때는 수십만 관중이 운집했을 경기장이지만 오늘은 텅 비어 있다. 아무도 없는 경기장 중앙엔 파란 잔디가 깔려 있고 붉은 트랙 위엔 흰색 라인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관중석 중앙에 있는 본부석을 지나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출구 쪽으로 간다. 출구 쪽 벽면엔 세 개의 대리석 판으로 된 대형 기념비가 있었다. 중앙의 기념비에는 오륜기가 그려져 있고 그 양쪽에 있는 기념비에는 종목별 우승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손 선수의 이름을 찾아본다. 왼쪽 기념비에서 가까스로 손 선수의 이름을 찾는 순간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PAGE BREAK] 'MARATHONLAUF 42195m SON JAPAN'. 이게 웬 말인가? 마라톤 우승자인 손 선수의 국적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으로 새겨져 있었다. 여기 'JAPAN'이란 글자를 보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서둘러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62년 전에 손 선수가 겪었던 나라 없는 설움을 내가 다시 이 곳에서 느껴야 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경기장을 바라본다. 관중은 물론 열정을 다해 뛰던 선수들도 없다. 때 마침 겨울의 운치를 더해주려는 듯 함박눈이 내린다. 살며시 잔디 위에 앉는가 하면 바람 따라 관중석에 앉기도 했다. 어느새 하얀 눈들이 선수와 관중으로 변하여 비어 있던 경기장 안을 꽉 메우고 있는 게 아닌가. 1936년 8월 9일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마라톤 경기엔 세계 27개국에서 56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여기서 우리의 손기정과 남승룡은 32번과 49번째로 각각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어 손 선수가 약 6km지점에서부터 속력을 내서 4위로 선두그룹에 합류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우승자인, 아르헨티나의 자발라 선수를 강력한 우승자로 손꼽았다. 다시 손 선수는 21km 반환점을 앞두고 포르투갈의 디아스를 제치며 2위로 나섰지만 반환점을 통과할 때까지도 자발라는 계속 선두를 유지했다. 그 후 29km지점을 통과하면서부터 손 선수가 자발라를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손 선수는 계속 선두를 유지하며 이 대회의 마지막 고비이자 승부처인 비스마르크 언덕을 힘겹게 달려 올랐다. 한편 주경기장에 있는 관중들은 손에 땀을 쥐고 곧 이어 들어 올 마라톤 우승자의 모습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드디어 팡파르와 함께 수 십만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382번을 단 손 선수가 주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관중들의 환호에 힘을 얻은 듯 혼신의 힘을 다해 결승점으로 질주했다. 그는 올림픽 신기록으로 2시간 29분 19초를 기록하였다. 그 뒤로 영국의 하퍼와 우리의 남승룡 선수도 들어왔다. 시상대에 오른 자랑스런 손 선수의 모습을 본다. 머리에 월계관이 씌워지고 일장기가 오르면서 일본의 국가인 '가미가요'가 울려 퍼진다. 그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한 번도 우승 깃발을 쳐다보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을 본 일본인들은 '그가 너무 감격한 나머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는 태극기 대신 일장기가 게양되는 것을 보지 않으려고 그랬다. 이제 쉴 새없이 내리던 함박눈이 그치고 경기장에 운집했던 관중들도 보이지 않는다. 마라톤 경기에서 손 선수와 남 선수의 승리는 정말 대단한 쾌거였다. 그들의 승리는 희망을 잃었던 우리 민족에게 자긍심을 높여주었고 일장기 말소 사건과 같은 민족혼을 일깨워 주는 계기도 되었다. 자랑스런 손 선수의 이름을 다시 본다. 하지만 이상하다. 기념비에 새겨진 손 선수의 국적이 다른 선수들의 국적보다 색깔이 더 밝게 보인다. 1970년 8월 15일 밤, 올림픽 기념비 밑을 서성이는 한국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서독에 파견된 간호사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독일에 온 신민당 국회의원 박영록씨 부부와 부름을 받고 달려 온 유학생 이주성씨다. 세 사람은 준비해 온 시멘트와 물 그리고 미장용 공구를 이용해 기념비에 새겨진 'JAPAN'이란 글자를 없애고 그 자리에 'KOREA'를 새겨 넣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기념비에 새겼던 'KOREA'는 다시 'JAPAN'으로 바뀌고 말았던 것이다. 마라톤 경기는 인간이 체력적 한계를 느낄 수 있는 장거리 도루 경주다. 그리스의 병사 필리피데스가 승전소식을 알리기 위해 마라톤 평원을 달렸다면 우리의 손 선수는 조국의 아픔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베를린 가도를 달렸다. 아직도 기념비엔 우리 민족의 아픈 상처가 남아 있지만 손 선수의 이름만은 '베를린의 영웅'으로 남아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고동우(경주대 관광학부 교수, 여가심리학 박사) 이제 곧 시행될 주5일 근무제는 학교의 주5일 수업제로 발전할 것이다. 주5일 수업의 시행은 청소년 여가 교육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여가 행동을 이해하는 작업이 우선 요구된다. 청소년을 자녀로 두거나 가르쳐 본 사람이라면, 혹은 청소년기를 거쳤던 성인이라면 누구나 느낀다. 청소년기의 여가 혹은 놀이는 거의 모두가 일탈적이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하지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는 골치 덩어리이다. 청소년과 그들의 여가에 대하여 이러한 평가를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일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당시에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고 하였다. 또한 거의 언제나 막연하지만 ‘청소년 문화를 이해하자’고 말하는 것도 공통적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을 이해할 것인가? 모든 젊은이들이 유사하게 가지고 있는 동기적 성향을 이해한다면, 왜 그들이 이 사회가 요구하거나 제시한 여가 행동보다는 그들만의 기상천외한 일탈 행동으로 여가 생활을 추구하는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가 행동의 두 가지 기제 학문적으로 정의하면 여가란 비교적 자유로운 선택으로서 경험 자체를 목표로 하는 모든 행동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가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을 결정하는 공통적인 심리적 기제는 두 가지 동기성향의 함수이다. 하나는 최적의 각성을 추구하는 것이고(optimal arousal seeking) 다른 하나는 이완을 추구하는 것이다(relaxation seeking). 이 두 가지는 언뜻 보면 일직선상의 양극단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한다. 인생 전반에 걸쳐 이 두 가지 동기의 평균적인 성향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인생 단계마다 그 강도는 다르다. 개인이 지니는 심리적 에너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이르렀을 때 혈기왕성한 에너지의 분출 때문에 최적 각성을 추구하는 성향은 매우 강해지지만 반면 이완(즉, 편안함)을 추구하는 성향은 최소가 된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여가는 대개 긴장과 각성을 주는 행동으로 이루어지며 여가 행동의 범위 역시 매우 넓어진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 각성을 느끼고, 또 이완을 느끼는가 하는 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화려한 색상이나 스릴러 물, 속도, 약물 등과 같은 물리적 자극은 대개 각성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런 것만이 아니다. 변화하는 것, 기존의 규범을 깨는 것, 다른 사람을 정복하는 것, 성취하는 것, 폭력을 행사하는 것 등과 같은 사회적 요소들도 각성을 유발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모두 반사회적인 것으로서 나쁜 것 혹은 악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므로 최적 각성을 가져다주는 행동은 공통체의 입장에서 보면 ‘악의 축’으로 간주될 수 있다. 반면, 조용히 있는 것, 규범을 따른 것, 다른 사람과 타협하는 것, 양보하는 것 등은 모두 편안함을 가져온다. 이러한 이완의 기제는 모범 행동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선의 축’으로 인식될 수 있다. 결국 여가 행동은 선과 악의 기제로부터 지배받은 것이다. 거의 모든 청소년은 이 두 가지 기제가 작용하는 여가 행동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청소년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PAGE BREAK] 두 종류의 우상 이제 예를 들어보자.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우상이 되거나 모델링의 대상이 되는 학생은 대개 두 부류에 국한된다. 하나는 학교에서 이미 낙인찍힌 불량 청소년이며, 다른 하나는 원칙과 규범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매우 모범적인 학생이다. 여기서 모범적이라는 말은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아니라 거의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를 말한다. 아무리 왕따가 판을 친다고 해도 매우 모범적인 학생은 그 대상에서 벗어난다. 주의할 점은 그 기준이 교사나 부모에게 있는 게 아니라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 즉 학생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부류는 중간 범위에 있는 청소년들인데 이들은 대개 나쁜 짓과 착한 행동을 늘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 나쁜 짓을 통해서 짜릿함을 느끼고자 하고, 착한 행동을 통해서 안정감을 추구한다. 나쁜 짓의 첨병은 선봉에 서서 독특하고 신기하며 사회적으로 일탈적인 것을 실험하는 불량 학생들이다. 이들은 대개 공부와 같은 기성 규범을 깨면서 사회적으로 일탈적인 행동을 도입하여 그들만의 새로운 규범을 구축하는 탐험가이며 정복자이다. 그들은 학교에서는 허용하지 않는 새로운 복장을 도입하고 일탈 행동의 방법을 강구하고, 새로운 폭력 방법을 실험한다. 이러한 실험 행동이 긴장을 가져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그들의 행동 역시 안정 추구와도 관련이 있다. 그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행동규범을 만들어냄으로써 학교 혹은 전체 사회의 규범을 깨는 동시에 그들만의 편안함을 추구한다. 보통의 학생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행동은 기존의 규범을 깨는 용기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사실 보통 학생들에게는 그럴만한 용기가 없기 때문에 이제 용감한(?) 불량 학생은 우상이 된다. 우상화가 이루어질수록 불량 학생들의 성취감은 증가하며 그들의 권력은 교사의 권력을 능가하게 된다. 만약 보통 학생들의 우상이 될만한 다른 대상(즉, 여가 활동)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학교 내 불량 학생의 우상화는 줄어들 것이다. 우상화의 다른 축은 바로 모범생인데, 규범에 순종하면서도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은 거의 초인적인 수준으로 인식된다.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규범을 깨지 않으면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모범생의 생활은 보통 학생들의 그것과 다르다. 보통 학생들에게 있어서 극단적인 모범생은 자신들의 능력 이상을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범접하기 어려운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그냥 부러운 존재일 뿐이다. 보통의 학생들을 제대로 관찰하면, 그들이 앞에서 말한 불량 학생의 행동거지를 모방할 뿐 아니라 최고의 모범생을 모방하는 행동도 볼 수 있다. 공부하는 방법을 따르기도 하고 그들이 가는 학원에 등록하기도 하고, 그들의 노트를 훔쳐보기도 한다. 이것은 곧 선의 축의 발동이다. 모호한 수준의 학생들은 여전히 선과 악의 두 축 사이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왕따 왕따를 하거나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은 대개 반규범 행동의 일선에 서 있지도 못하고 완벽하게 모범적이지도 못한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아이들이다. 사실 왕따 행동은 사회적인 수준에서 보면 반사회적인 범죄로 인식되지만 행위 당사자에게 있어서 그것은 놀이에 불과하다. 왕따를 당하는 학생은 상처를 입지만 왕따를 하는 학생은 그것을 통해 정복과 성취감을 느끼고, ‘동료를 괴롭혀선 안 된다’는 기성 세대의 규범을 깨는 일탈의 즐거움을 얻는다. [PAGE BREAK]이것은 앞에서 말한 악의 축이다. 사실 유심히 보면, 왕따 행동 같은 반규범 행동에도 그들만의 일정한 규칙이 있다. 괴롭히더라도 특정한 부위를 때려선 안 된다거나 특정한 시간에만 괴롭힌다거나 일정한 범주 속의 아이들만 괴롭힌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세부 규칙을 따르는 것은 곧 한정된 안정추구의 결과이다. 왕따 현상에서 안정추구 기제가 작용하는 과정은 스스로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동료를 왕따시키는 데 동참하는 행동이다. 많은 왕따 행동은 바로 불안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심리로부터 출발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준거 집단의 규범을 따름으로써 행위자 나름의 선(善)의 축을 구축하는 것이다. 만약 청소년들에게 충분한 여가 기회, 즉 운동과 여행 같은 일상 탈출의 기회가 충분하다면 최적 각성을 경험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왕따 현상은 줄어들 것이다. 마음속에 있는 악의 욕구를 분출시킬 수 있는 여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여름 월드컵 기간에 왕따 사고가 줄어든 것은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거리 응원을 통하여 일상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도로 점거를 하였고, 소리를 질렀고, 빨간 옷으로 치장하였다. 수업에 충실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허용이 되었고, 입시 때문에 참고 있었던 축구를 해도 받아줄 수 있었다. 최소한 그 기간만큼은 변화가 있는 일탈 생활이 가능했다. 결국, 왕따라는 반규범 행동은 이 사회의 학교 제도와 가족 문화가 만들어낸 일그러진 여가 범주일 뿐인 것이다. 경쟁의 원리 사실, 왕따 현상을 행위자 나름의 여가 행동으로 이해한다면 왕따를 통해 실현하는 이중적 가치(dual values)와 지각하는 심리적 체험은 학생들의 다른 여가 행동에서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탈규범, 정복, 성취, 파괴 등과 더불어 아이들의 여가 행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여가 특징은 그것이 게임 지향적(game oriented)이라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왕따 행동에서도 누가 더 지능적으로 많이 괴롭히는가 하는 것이 경쟁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만큼 행위자에게 그 행동은 놀이적이다. 이러한 요소는 곧 경쟁의 욕구 혹은 원리로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경쟁은 운동을 포함한 거의 모든 여가 행동에서 나타난다. 그들은 어른들이 보기에 아주 사소한 것을 가지고도 경쟁을 한다. 누구의 머리카락이 더 센가를 가지고 비교놀이를 하기도 하고, 누구 가슴이 더 넓은가를 가지고 싸우기도 한다. 심지어는 누구 책에 더 많은 밑줄이 그어졌는가를 내기하고, 누구 주먹이 더 센가를 가지고 비교를 한다. 어쩌면 경쟁의 원리를 모든 동물이 지니고 있는 욕구일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여가 활동을 사례로 들어보자. 인터넷의 주요 통신 수단이 되면서 머드 게임은 이제 청소년을 지배하는 여가 활동이라고 해도 무난하다. 머드 게임은 경쟁의 원리가 가장 세련되게 실현되는 장이다. 상상 속의 무기를 사용하여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러한 능력을 통하여 일상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가상의 성취 경험을 이루어낼 수 있다. 실제에서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가상세계에서는 강한 존재로 인식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게임 상에서는 상대를 잔혹하게 죽일 수도, 무기를 탈취할 수도 있고, 그래서 지배자가 될 수도 있다. 경쟁의 세계에서 우뚝 선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의 욕구가 청소년의 다른 여가 행동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그들의 여가 행동을 보면, 혼자서 하는 여가는 거의 없다. 혼자서 수영을 하거나, 혼자서 등산을 하는 아이들도 없다. 친구들과 농구를 하지 혼자서 조깅을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사색을 즐기는 아이들도 거의 없다. 설사 혼자서 바둑 책을 보더라도 그것 역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준비일 뿐이다. 아이들의 모든 여가에서 경쟁은 거의 핵심적이며 공통적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지면 다른 종목이나 방법 혹은 대상을 찾아서 경쟁 우위에 서고 싶어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여가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경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PAGE BREAK] 학교와 집 학교에서는 불량한 학생이라고 해도 집에서는 착한 아이들이 많다. 부모들의 눈에는 예의바르고 효성이 있으며 형제간 우애를 지키는 경향이 있다. 또한 반대로 집에서는 늘 반항적이고 예의 없는 아이들도 학교에서는 똑똑하며 모범적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많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두 범주에 속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각기 다른 심리적 기제를 작용시키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학교에서나 집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언제나 모범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 몰라도, 성인들 역시 그러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인생의 한 축, 어느 부분에서는 (그것이 상상의 세계일지라도) 일탈적이다. 가령, 누구누구는 집안환경이 불우해서 불량 청소년이 되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또한 누구누구는 유복한 집안인데도 불량한 학생이 되었다는 말도 한다. 어느 말이 맞는 것일까? 최적 각성의 연장선상에 있는 변화 추구라는 심리적 기제로 이해하면 둘 다 맞는 말이다. 만약 집안에서 청소년의 넘치는 에너지를 받아 줄 만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면 경제적 환경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들여다 보라. 그런 학생들도 그들의 세계에서는 심성이 착한 아이로 통하는 경우가 많다. 넘치는 에너지를 받아줄 집안 환경이라면, 만약 아이들의 변화 욕구를 수용하는 여가 문화가 형성되었다면, 이 시대의 불량 학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여가 레퍼토리 앞에서 두 가지 기제의 작용을 통하여 우상화나 왕따가 여가의 한 형태로 이해될 수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넘치는 변화 욕구를 담아내는 여가 문화가 존재한다면 불량한 여가 행동은 줄어들 수 있음을 보았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의 여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첩경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한 개인의 어느 순간에 선택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의 범위를 ‘여가 레퍼토리’라고 한다. 여가 레퍼토리는 아동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청소년기에 급격하게 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미 말한 변화욕구가 가장 강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가 지나면 대개의 여가 범위는 한정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가 레퍼토리는 줄어들고 여가 종류 역시 제한된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에 다양한 종류 여가 기회에 노출되는 것은 개인의 즐거운 인생을 위해 중요하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특히 여가 교육이 필요하며 개인의 심신을 증진시켜주는 여가 활동에 노출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넘치는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향후 성인이 되었을 때 보다 즐거운 여가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부만을 강조하지 않고 운동이나 음악, 토론과 같은 각종 ‘특활’의 기회가 보다 많아진다면 교내외에서 이루어지는 불량의 분위기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특활이 여가 행동으로서 곧 일탈 경험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PAGE BREAK] 소외와 여가 여가 레퍼토리가 한정되었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은 바로 소외이다. 여가 레퍼토리가 확장되는 시기인 청소년 시절, 사회에서 여가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청소년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어서 스스로 새로운 여가 활동을 탐색한다. 이 때 여가 탐색은 대개 사회에서 허용하지 않은 형식의 반사회적인 것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사회에서 소외당한 느낌을 벗어나고자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보는 다양한 형태의 청소년 일탈은 거의 소외를 탈출하기 위한 여가 탐색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의 새로운 여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집단혼숙은 물론이거니와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어 PC방에서 살다시피 하기도 하고, 무작정 가출을 하기도 하며, 툭하면 패거리를 흉내내기도 한다. 사회 수준에서 보면 이러한 행동은 일탈행동이지만 그들 자신에게는 여가 행동일 뿐이다. 소외로부터 시작하는 여가 활동은 곧 사회화의 문제를 야기한다. 여가 사회화 사실 여가의 기능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대두되는 주제는 바로 사회화이다. 여가 사회화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하나는 여가를 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태도, 지식을 배운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해당 여가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능력을 배운다는 것이다. 전자는 여가를 통한 사회화(socialization through leisure)라고 하고 후자를 여가 수행 사회화(socialization into leisure)라고 한다. 여가를 통한 사회화는 공통체 구성원의 규범의식을 증진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고 후자는 개인의 충만한 삶을 위한 전제 조건(즉, 여가 레퍼토리)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청소년기에 여가를 통한 사회화의 가능성은 팀으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여가 활동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사례이지만, 어린이 야구 클럽(little baseball league)이 오늘날 많은 미국인의 규범이식을 배양하는데 공헌했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어떤 사회심리학자는 미국 전역에서 중산층 가정의 서로 모르는 13세 전후 아이들을 캠프에 참여시킨 상태에서 재미있는 현장실험을 수행하였는데, 공통체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자발적인 규범을 만들어내고 리더를 정하고 최상의 결과물이 나오도록 협동한다는 결과를 발견하였다. 사실 모든 놀이 형태의 여가는 한 가지 이상의 규칙을 지닌다. 그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놀이는 성사될 수가 없다. 물론 더 나은 공정성을 위해 새로운 규칙을 집단 동의에 의해 발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놀이 경험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규범의식을 갖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여가수행 사회화’ 역시 매우 본능적으로 나타난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사회에서 여가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여가 생활을 만들어 간다. 그들의 각종 일탈 행동은 여가수행 사회화의 일부일 뿐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하나의 여가 수행에 적응해 가는 과정은 곧 안정추구 욕구의 발현이다. 새로운 여가를 시작하는 것은, 그것이 일탈 행동일지라도, 변화에 대한 욕구의 발현이며, 그 여가 활동에 완전히 적응하면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은 곧 그들만의 새로운 여가를 탐색한다. 다시 말해 인지발단 심리학자인 피아제(J. Piaget)가 말하는 변화와 안정의 변증법적 발전이 개인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던 여러 종류의 청소년 일탈 여가는 이러한 심리적 과정의 연속선상에서 실현된다. 이쯤에서 우리는 바람직한 여가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여가 활동을 말하기 위해서는 여가를 통하여 개인이 느끼는 재미의 본질을 고려하여야 한다. [PAGE BREAK] 좋은 여가 vs 나쁜 여가 : 재미의 두 가지 사실 모든 여가는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설사 우리가 낮잠을 잔다고 해도 편안함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어 준다. 넓은 의미에서 재미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심리적 에너지를 소비하는 즐거움으로서 ‘pleasure’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더 많은 에너지를 구축하는 즐거움으로서 ‘enjoyment’라고 한다. ‘pleasure’를 가져오는 여가는 TV 시청, 섹스, 수다, 수면, 도박, 술, 약물과 같은 것들이고, ‘enjoyment’를 제공하는 여가는 독서, 등산, 운동, 토론 등등이다. 가령, TV 시청을 할 때 우리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많이 한다고 해서 TV에 대한 지식이 생기거나 능력이 증진되는 것은 아니다. 술이나 약물 같은 경우에는 그것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심신이 황폐해지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보아서 결코 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여가 활동인 셈이다. 반면에, 등산이나 수영 같은 운동, 토론, 독서와 같은 여가 활동들은 개인의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능력의 증진을 가져오게 된다. 이런 것들은 하면 할수록 수행능력이 좋아지는 것들이며 동시에 재미를 동반한다. 만약 우리가 어린 시절에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하였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독서는 주요 여가 활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독서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기초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는 곧 어린 시절 여가 레퍼토리를 준비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알려준다. 나아가 주5일 수업을 시행할 때 학교의 과외 교육을 통하여 청소년에게 ‘enjoyment’를 동반하는 여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가능해진다. 주5일 수업과 여가 교육 청소년기에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전인교육을 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의 부모와 교육 담당자는 동의한다. 그리고 교과 수업을 통하여 전인교육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여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도 거의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인생의 행복을 구하는 길이 좋은 학력, 많은 돈, 그리고 전문직업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면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국가 혹은 정부의 이념이 복지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라면 국민 개개인의 여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이미 보았던 것처럼 장기적인 준비와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주5일 수업 제도는 개개인의 삶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된다. 막연히 주말 시간을 제공하는 선에서 국가의 책임을 다 했다고 볼 수 없다. 보다 필요한 부분은 장기적으로 개개인의 여가 레퍼토리를 넓혀주기 위한 아동기의 여가 교육이 필요하고, 경쟁의 욕구를 실현시켜줄 수 있고, ‘pleasure’ 대신에 ‘enjoyment’를 느낄 수 있는 여가 목록을 준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준비 과정은 국가, 학교, 부모, 그리고 청소년 자신 모두의 책임이다. 예컨대 매주 토요일은 여가 교육의 날로 정하고, ‘초한지’나 ‘삼국지’를 읽고 토론에 참여하게 하는 방식의 여가 교육도 가능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여가 정책을 펴고 여가 교육을 하자’라는 구호만으로는 실현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가 ‘서울대’만을 바라보고 대학 입시에 매달려 있는 중등 교육의 학교 현실을 고려할 때, 여가 교육을 적용할 수 있는 학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여가 교육이니 삶의 질이니 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서울대 해체와 같은 획기적인 대학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리 나라 청소년의 여가 교육은 요원하다.
홍남기(기획예산처 예산기준과장) 서언 지금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동량들이다. 그들이 ‘학교’라는 교육의 장을 통해 습득하는 교육내용, 사고방식, 생활태도 등은 바로 그 미래 모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누구나 백년지대계인 ‘교육’에 대해 한 마디 거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글은 그런 부류에 속하는 한 문외한이 겪은 작은 경험을 토대로 지금도 교육의 최일선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들에게 감히 드리고자 하는 소박한 실험적 제언이다. 깨알같이 노트에 적고 그저 필답고사에 대비하여 시험 때마다 배운 내용을 달달 외어야 했던 우리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요즈음 교육현장 모습은 제7차 교육과정개편을 통해 ‘열린 교육’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단지 배울 뿐만 아니라 ‘사고하고 행동하고 체험하는 교육’으로 이행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30~40여 명에 이르는 콩나물 교실, 아직 열린 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교육환경, 수업 외 잔무가 늘상 기다리는 교육행정 등으로 인해 그 진행 속도가 더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미국의 서북부에 위치한 워싱턴 주 수도 올림피아(Olympia)의 한 초등학교 ‘참교육’ 사례가 우리의 교육현실에 던지는 의미는 적지 않은 듯싶다. 시내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어 말 그대로 언덕 위의 초등학교인 Tumwater Hill Elementary school(이하 THE)이 바로 그곳이다. 내가 이 학교에 매료된 것은 학교 도서관이 교정 내 가장 중심 건물에 당당히 버티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4학년 한 학기 내내 소위 ‘City Report(이하 CR)’라고 하는 CR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CR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 진행과정, 프로젝트 평가 등을 살펴봄으로써 우리에게 주는 몇 가지 시사점을 얻어보고자 한다. THE 학교의 CR 프로젝트 내용 CR 프로젝트 주요 내용 CR 프로젝트의 기본 구상은 초등학생 각자가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의 한 도시를 선택하여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내용들을 직접 대입시켜 가면서 그 결과물인 ‘City Report’를 작성하게 하고 그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도입 부문(Introduction), 본문내용 기술(Main Contents), 본문내용 추가분석(Compare & Contrast), 만들기 작업(Float & T-shirt representing city) 그리고 자기평가작업(Self Evaluation) 및 결론(Conclusion) 등 크게 5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도입 부문은 ‘편지 보내기’(Information Letter)와 ‘지도 그리기’(Location Map)로 이루어진다. 전자는 자기가 선택한 도시(City)에 대한 기초정보를 얻기 위해 시장 등 시 당국 책임자에게 직접 정보요청 편지를 쓰는 과정이고, 후자는 그 도시의 지리적 위치를 그림지도로 작성하는 과정이다. 이는 실제 타인에게 정식으로 정보나 자료를 요청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편지를 직접 쓰고 회신받는 우편 시스템에 대해서도 이해를 높여주고,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의 개략적인 지도 및 선택한 도시의 지리적 위치 등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 나타냄으로써 지도·지리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돋구고 있다. [PAGE BREAK]둘째는 CR 보고서의 본문 내용으로 대체로 다음 8가지 부문(Sector)으로 나누어진다. 즉, ① 해당 도시의 인구·면적·예산 등 도시개요 및 역사 ② 그 지역 중요 인물 ③ 지방정부 구조 ④ 산업현황 ⑤ 농업구조 ⑥ 기후현황 ⑦ 그 지역의 관심요소 ⑧ 관광지 또는 지역 이벤트 등으로 구성된다. 교과서에서 배운 일반내용들을 분야별로 하나의 도시에 응용하여 직접 조사·분석하여 실제 보고서 형태로 기술해 보는 것이다. 이는 학교에서 보고 듣고 이야기하며 익히는 방식에서 한 걸음 나아가 비록 개인적인 차원의 활동이기는 하나 해당 도시를 방문하거나 역사적 유적지나 관광지를 직접 찾아가 보고 지방정부도 방문해 봄으로써 보다 공간적인 범위를 넓혀 ‘체험하는 교육’을 유도한다. 또한 내용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한 도시가 어떻게 운영되고, 주산물 또는 주수입원은 무엇인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 지 등을 직접 이해하여 작성토록 함으로써 ‘사고하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세 번째는 본문내용 추가분석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자기가 본문에서 기술한 내용을 확신시켜 주는 추가 서술내용(Convincing Paragraph) 또는 자기가 본문에서 기술하고 주장한 내용을 적절한 비교와 대조(Compare & Contrast)를 통해 강조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부문이다. 초등학교 수준으로서는 비교적 어려운 작업에 속하는 사항이나 이는 하나의 사물을 관찰해 보고 쟁점을 분석하고 기술하는 데 있어 이와 같은 분석작업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듯하다. 네 번째는 자기가 선택한 도시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만들기 작업을 하는 것인데 이 만들기 작업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기존 엽서와 크기와 형태를 똑같이 하는 우편엽서(Post Card) 만들기인데 그 도시의 풍경이나 특징있는 사물을 그림으로 담도록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작업은 역시 도시의 특징적 모습을 물감 스프레이나 판화 형식으로 하얀 티셔츠에 그려 넣는 자기만의 T-shirt 만들기이다. 그 도시를 잘 나타내는 자기만의 구호를 만들어 넣는 것도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세 번째로는 마치 기차 차량 한 칸 모양의 나무상자(가로, 세로 각각 20cm, 50cm 크기) 위에 그 도시의 모형물들을 나무나 종이 등으로 만들고 색칠하여 붙여놓는 Float 만들기인데, 나중에 학생들이 만든 각종 모형물들을 마치 수십 량의 차량이 연결된 기차 형태로 연결하여 전시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시를 방문했을 경우 찍은 사진과 그 사진 내용을 간단히 기술한 사진첩 만들기 등이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교육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자기가 수행한 CR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 해본 작업에 대해 자신이 평가해 보는 과정이다. 대개 7~8가지 평가질문이 주어지고 주관식으로 스스로 기술하는 방식이다. 그 질문의 사례를 보면 ① CR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몇 시간(Quality Time)이 소요되었는가 ② CR 프로젝트를 작성하면서 가장 어렵고 도전적인 부문(Challenging Parts)은 어디였는지 기술하라 ③ CR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가장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기술하라 ④ CR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자기 보고서 내용 중 가장 재미있는 부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기술하라 ⑤ 만약 자기 보고서를 좀 더 낫게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더 주어진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⑥ 자기 CR 보고서 내용의 질(Quality)에 대해 기술하라 ⑦ CR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기타 의견은 무엇인가 등 7가지이다. 자기가 수행한 프로젝트 내용에 대해 스스로 평가해 보도록 한 것이 특이하다.[PAGE BREAK] CR 프로젝트 추진과정 및 평가 CR 프로젝트는 4학년 학기초 각 학생들 개개인이 선호하는 하나의 도시를 선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통상 프로젝트 수행 기간은 약 3~4개월(한 학기, Semester)이며, 각 학생이 일주일에 한 부문(Sector)씩 집에서 보고서를 작성하여 학교에 제출하면, 선생님은 각자의 보고서 내용에 대한 지적 사항(문장 어법 및 오·탈자 등) 및 의견 제시(보고서 내용에 대한 지적)와 함께 점수로 평가를 하고 개인별 CR 프로젝트 파일에 순서대로 보관해 둔다. 한 부문당 보고서 분량은 대개 2장 정도이며 프로젝트 마무리 작업 후 보고서 전체 분량은 한 학생당 통상 30~40페이지 정도가 된다. 보고서 마지막 페이지에는 앞쪽의 CR 프로젝트 평가표가 붙게 되며 그 평가표는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의무활동과 선택적으로 추가 수행할 수 있는 선택활동으로 구분된다. 통상 전자의 경우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 되며 부문·항목별로 부여된 점수들을 합한 최고 득점 가능 점수는 85점이다. 후자의 경우 추가적으로 선택하여 수행한 작업에 대해 부여된 점수를 기준으로 일종의 보너스 점수형태로 추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만점은 85점, 획득 가능점수는 보너스 점수까지 합하여 100점을 초과할 수도 있다. 통상 85점 만점 중 75점 정도를 넘으면 프로젝트 수행 합격(Pass), 75점 이하면 실패(Fail)로 간주하며 대다수 학생들이 70점~95점을 획득한다. 학생들은 이와 같은 CR 프로젝트에 대해 4학년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제로 생각하고 수용하며 나름대로 상당한 노력을 투입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간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CR 프로젝트 보고서를 철하여 책자 형태로 묶는다. 이 보고서 책자는 각자가 만든 우편엽서, T-shirt, 도시모형(Float) 등을 함께 학급에서 개최하는 전시회에 출품된다. 이 전시회에는 학부모들도 초청되는 데 학생들이 오랜 시간 동안 자기가 한 프로젝트 작업의 결과를 자랑스럽게 내놓는 각별한 기회이기도 하다. CR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CR 프로젝트는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학교 수업시간 이외에 숙제형태로 수행해야 하는 기나긴 시간이 소요되는 고된 작업이겠지만 CR 프로젝트가 지니는 교육적 함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CR 프로젝트는 교육적 측면에서 종합교육, 응용교육, 자율교육, 그리고 실험교육으로서의 특성을 지닌다고 본다. 즉 글쓰기, 역사, 사회, 미술, 특활 등 전 학과목에 걸친 내용을 망라하는 종합성을 지닌다. 또한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들을 직접 써보고 분석하고 만들어 보게 함으로써 체험적으로 익히게 하는 응용능력을 키워주고 모든 자료와 내용을 스스로 찾아 작성해 나가는 자율적·자기주도적인 학습으로서의 특성을 지닌다. 아울러 사물을 관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논리적·합리적·체계적인 사고방식을 지니도록 전략적 차원, 그리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유도해 내는 실험적 차원에서 시도되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CR 프로젝트의 또 하나의 특징은 숙제 형태로 수행되는 프로젝트 성격상 아이들과 학부모간의 토의와 연대감이 상당 부분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내용의 질적 수준으로 보아 자료찾기, 내용분석, 현장방문 등에 있어 학부모의 측면 지원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학부모로서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학습에 동참하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PAGE BREAK] 작은 제언 우리의 교육이 정말 ‘열린 교육’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실제 교육 일선에서는 뜻있는 선생님들의 열의로 이와 같은 교육적 시도가 확대되고 있는 것에 큰 위안을 지니게 된다. 여기서 소개한 CR 프로젝트 사례가 대단한 프로젝트는 아닐 지라도 그러한 교육적 시도와 맥을 같이 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가 어느 학교에선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면 박수를 보내고 싶고,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면 우리 실정에 맞는 형태로 다소 보완되어 한 번 시도되기를 희망해 본다. 특히 일선의 어느 선생님께서 이러한 프로젝트를 실제 시도해 보고 ‘시행과정 및 시행결과에 대한 평가’와 ‘교육적 성과’ 등에 대해 정리한 후 많은 사람들이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팀장(seosoo@chb.co.kr) 정부는 지난 8월말 세제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 중에는 다음달(12월)부터 적용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비과세와 소득공제는 근로소득자가 금융상품에 가입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인 만큼 꼼꼼하게 살펴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우대저축은 올해말 폐지 근로자우대저축과 비과세 고수익고위험펀드는 예정대로 올해 말 폐지된다. 근로자우대저축은 연간 총 급여액이 3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 상품으로 가입기간이 3년 이상 5년이며 분기당 최고 150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다. 이율은 은행은 연 6∼7%, 상호저축은행은 7∼8%대로 일반 적금에비해서 1.0% 정도 높아 결혼이나 내 집 마련 등을 위한 '목돈 만들기' 상품으로 적합하다. 올해 말까지 가입한 사람은 만기일까지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최소 금액(1만원)으로 계좌를 개설해 두는 것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1인당 3000만원까지 가입하는 비과세 고수익고위험펀드는 부도 가능성이 있는 투기등급 채권을 30% 이상 편입하지만 수익률이 높다. 1년 후 목표수익률은 6% 이상으로 정기예금보다 1% 높으며 비과세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7%대의 정기예금에 가입한 것과 맞먹는다. 현재 1년제 정기예금 이율이 연 5.0%인 것에 비하면 높은 셈이다. 연금저축에 대한 과세체계 변경 지난해 초부터 판매를 시작한 연금저축에 대한 과세체계가 변경된다. 연금저축은 5년 이내 중도해지를 하거나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할 때 연간 240만원 이내 불입금은 소득공제 여부와 관계없이 전액 소득공제를 받은 것으로 간주해 과세를 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실제로 소득공제 받은 만큼만 세금을 내면 된다. 예를 들어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가 연금저축에 가입해 매년 300만원씩, 2년간 불입하고 2년 동안에 발생한 이자가 30만원인 상태에서 계좌를 해지했다면 올해까지는 510만원(이자 30만원+불입금 480만원)이 과세대상이었으나 내년부터는 실제 소득공제를 받지 않은 480만원은 제외되고 이자 30만원만 과세대상이 된다. 연금소득세율이 올 초 11%에서 5.5%로 내린 이후 내년부터는 중도해지시 가산세율도 5%에서 2%로 내림으로써 급여생활자의 노후대비와 소득공제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취득자금 소득공제 확대돼 근로자가 85㎡ 이하 주택 취득을 위해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0년 이상 장기주택자금대출을 받은 경우 연 3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받았으나 내년부터는 600만원으로 크게 확대된다. 600만원을 소득공제 받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연 7%대인 점을 감안할 때 9000여 만원을 대출 받아야 하며 이 경우 실제 감면되는 세금은 본인의 급여수준에 따라 60∼240만원에 이른다. 소득공제 혜택이 크게 늘어나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 만큼 아직까지 내 집을 마련하지 않은 사람은 대출규모를 늘려 내 집 마련을 앞당기는 것도 적극 고려해 볼일이다. 특히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최초 주택구입자금대출(최고 7000만원 대출)은 연 6% 금리에 20년 장기대출이므로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3년간 연장 근로소득자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사용한 금액이 당해 연도 총 급여액의 10%를 초과하는 경우 연간 500만원 한도 내에서 동 초과금액의 20%를 공제 받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3년간 연장되며 올 12월 이후 사용하는 직불카드 사용금액은 소득 공제율이 20%에서 30%로 우대된다. 연 급여 5000만원인 근로자가 신용카드 1000만원, 직불카드 500만원 등 카드로 1500만원을 사용했다면 올해 소득공제 금액은 급여의 10% 초과사용액인 1000만원(신용카드 사용액 1500만원-5000만원×10%)의 20% 즉 200만원이었다. 그러나 올 12월부터는 신용카드 사용액은 667만원(1000만원×1000만원/1500만원), 직불카드 사용액은 333만원(1000만원×500만원/1500만원)이 되고 소득공제액은 233만3000원(667만원×20%+333만원×30%)으로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현금 여유가 있는 사람은 신용카드보다는 직불카드 사용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년부터 신용카드로 새차를 구입할 때는 소득공제를 받지 못하지만 지로를 이용한 학원비 납입금액은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장애·일반유아를 통합교육 시킬 인천자유유치원(원장 윤견자)이 2003학년도 신입 원아를 모집한다. 지원자격은 인천 거주 일반유아 및 장애유아로 통합교육이 가능한 만3∼5세아이며 모집인원은 일반유아 142명과 장애유아(정신지체·정서장애) 40명이다. 원서교부와 접수는 4∼14일 자유유치원 연수실에서 실시하며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 추첨 선발한다. 지난 3월 개원한 자유유치원은 컴퓨터실, 물리치료실 ,언어치료실, 유희실, 미술실, 체육관, 모래놀이장, 동물사육장 등을 갖추고 있다. 시교육청 직할 특수학교로 운영되며 입학금과 교육비는 장애·일반유아 모두 무상이다. 문의는 자유유치원 연수실(777-1566)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