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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교육시민·학부모단체들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조민 씨의 한영외고 시절 학생부 제출을 위법하게 막았다는 이유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고발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이하 법세련)와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27개 시민단체들은 6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 교육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 뒤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이들은 “시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을 들어 조 씨의 학생부를 제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법 제30조의 6에는 ‘그밖의 관계 법률에 따라선 제 3자 동의 없이 학생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며 “한영외고가 고려대에조 씨 학생부를 제출하려는 것을시교육청이 막은 것으로, 이는 직권을 남용해 한영외고의 학생부 제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 또 위력으로 고려대의 학사운영 및 대학입학 관리운영 업무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 씨의 학생부 정정과 관련해 “항소심이 사실심의 최종심인데 조 씨의 입시서류 위·변조 사실은 항소심에서 결정된 것이므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이유 없이 학생부를 정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원은 조 씨의 모친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2심 재판까지 조씨가 고려대와 부산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제출한 모든 입시서류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고려대는 입학취소를 처리하기 위해 지난 8월 31일 한영외고에 조 씨 학생부 사본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지만 조 전 장관 측이 학생부 제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한영외고 측에 전달했다. 이에 한영외고는 시교육청에 학생부 사본을 제공해도 되는지 여부를 질의했다. 결국 시교육청은 지난 1일 ‘학생과 학생의 부모 등 보호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학생 관련 자료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초·중등교육법 조항에 따라 본인 동의 없이 학생부 사본을 제출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 대해 시민들은 정유라 씨의 경우판결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즉시 퇴학처리 됐는데, 지나치게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종배 법세련 대표는 “시교육청은 지난 4월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 학생부 정정이 어렵다고 하더니, 이제는 대법원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하는 등 끊임없는 말 바꾸기로 조 씨의 입학취소를 거부하고 있다. 입시비리를 발본색원하는데 앞장 서야할 시교육청이 오히려 입시비리를 감싸는 모습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아연실색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학취소는 형사처분이 아니라 행정처분이므로 항소심으로 입시비리 사실이 확정된 이상 입학취소를 진행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임에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시간을 끄는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 정의와 공정을 짓밟는 것이자 학생과 학부모를 배신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이라고 강조했다.
충북교총(회장 서강석)은 4일 경북 안동에서 역사·문화체험 연수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개최된 대면행사로81명의 교원들이 참석했다.이들은 안동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을 돌아보며강의를 듣는 등시간을 가졌다. 주최측과 참석자들은 방역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가며 조심스럽게 일정을 소화했다.
교육공무원의 경력을 떠올리면 흔히 호봉경력에 한하여 많이 생각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경력산정의 목적(전보 시 경력, 교육경력 등)에 따라 인정되는 내용이 각각 다르고 구체적인 인정내용은 소관법령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000경력은 교육경력으로 인정되나요?”라고 질문하기보다는 “000경력은 승진임용 시 인정되나요?”라고 질문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답변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번호에서는 경력산정에 대하여 많이 질문하시는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선생님들의 QA Q. 퇴직포상을 위한 재직경력에 군경력과 임용 전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은 포함되지 않나요? A. 퇴직포상을 위한 재직경력 산정은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 + 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 + 군인(병역의무복무기간 포함)으로 근무한 경력’을 합산합니다. 이에 따라 병역의무복무기간은 재직경력 산정에 포함되지만 회사근무 경력은 제외됩니다. Q. 휴직기간 중 연금을 납입하면 연금산정을 위한 재직기간에 포함되나요? A. 휴직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육아휴직, 병역휴직, 공무상질병휴직, 고용휴직, 노조전임자휴직, 법정의무휴직은 휴직 전 기간을 연금산정 기간으로 인정하지만, 기타 휴직은 1/2만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Q. 육아휴직은 교육경력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신을 쓸때도 포함이 되나요? A. 육아휴직 시 교육경력은 모든 기간을 산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계시지만, 해당휴직에서 명시하는 교육경력은 내신에 산입되는 교육경력이 아니며 승진반영경력에 포함되는 교육경력에 들어갑니다. 내신에 관한 교육경력은 휴직기간을 제외한 실제 해당학교에서 근무한 기간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내용은 시·도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내신과 관련한 교육경력에 대해서는 관할교육청에 문의해보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자율연수휴직에서 말하는 재직기간은 어떤 기준의 기간을 말하는 것인가요? A. 자율연수휴직의 재직기간 기준은 「공무원연금법」제25조에 따른 재직기간입니다. 재직기간의 충족여부는 공무원연금공단에 문의하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육아휴직 시 휴직기간이 승진경력에 전 기간이 반영되나요? A. 육아휴직기간 중 승진경력의 산정에는 전 기간이 반영됩니다. 승급경력(호봉인정경력)에는 첫째·둘째자녀 최초 1년, 셋째 이후 자녀 휴직 전(全) 기간이 반영됩니다. Q. 원로교사수당에 대한 재직경력은 어떻게 계산해야 하나요? A. 원로교사수당에 관한 교육경력은 「유아교육법」제20조제1항, 「초·중등교육법」제19조제1항 및 제19조의2제1항,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제25조제1항 또는 「고등교육법」제14조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교원으로서 전임으로 근무한 경력을 말합니다. Q. 승진에 필요한 경력이 산입되는 휴직은 어떤 게 있나요? A. 공무상질병휴직, 병역휴직, 법정의무수행휴직, 육아(입양)휴직, 노조전임자휴직의 경우 해당기간이 100% 반영되며 유학휴직, 연수휴직, 고용휴직(비상근)의 경우 50%의 경력이 인정됩니다. Q. 군인으로 근무한 경력 모두가 승진경력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요? A. 「병역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징집 또는 소집되거나 근무한 경력만 승진경력에 산입됩니다. 자발적 지원에 의한 군 복무경력은 직업선택에 의한 경력으로서 평정대상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법치주의란 좁게는 행정, 넓게는 국가가 법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국가의 기본 원리이다. 이에 국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는 반드시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만 이루어진다. 국회는 입법권을 가지고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면서 행정부의 정책을 실현하기도 하고, 행정부를 통제하기도 한다. 21대 국회(2020~2024)에서는 1만 2,432건의 법률안이 발의되었는데 그중 3,114건의 법률안이 처리(법률안 반영 2,925건, 미반영 189건)되었다. 법률 중에는 2015년에 제정되어 학교와 공무원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은 청탁금지법처럼 국민의 실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법률도 있으나 이런 법률이 있다는 것을 일반 국민은 알지도 못하는 법률도 있다. 우리나라는 법률의 내용과 관계없이 입법 건수가 국회의원의 실적으로 연결되므로 구체성 없는 선언적 내용의 법률도 있으며, 현장과 동떨어진 법률도 있다. 이하에서는 교육 또는 학교와 관련되어 있으나 일반 교사들이 잘 알지 못하는 법률을 몇 개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인성교육진흥법 교육기본법 제2조는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으로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9조 제3항은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人性)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全人的)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는 교과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생활지도를 통해 인격을 도야하고 인성을 함양시킨다. 하지만 기존의 학교 교육만으로는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 인식으로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었다(2014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사회 전체에 비리와 부패가 만연했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만장일치로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교육부는 2020년 제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2021~2025)을 수립하였으며 교육부는 매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인증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교육부가 인증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하지만,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고 2년 후인 2017년 한국교총이 교사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사의 46%가 인성교육진흥법을 알지 못한다고 답할 정도로 인성교육진흥법은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학교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 인성교육은 법 제정 이전에도 학교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었으며, 인성교육은 법률로 강제할 수 없고 학교의 교육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들은 인성교육진흥법의 존재 이유를 수긍하지 못하며 인성교육진흥법으로 인한 학교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2020년 대한민국의 자살(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자는 1만 3,195명이고, 사망률(10만 명당)은 25.7명이다. 10대, 20대, 30대의 사망률 1위가 자살이라는 점에서 자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2012~2017년까지 자살률 1위를 할 정도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살공화국이다. 이에 국가의 체계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2011년 자살예방법이 제정되었다. 자살예방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자살예방시행계획에 따라 게이트키퍼 교육, 자살학생 발생학교에 대한 컨설팅, 정신건강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하여 상담 등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단위학교는 생명존중위원회 구성, 학생·교직원·학부모 연수 실시(학생 연간 6시간, 교원 연간 4시간, 학부모 연간 1회), 정서행동특성검사 우선관리군 강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3.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2 공교육정상화법은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을 금지하여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2014년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학교는 국가교육과정 및 시·도교육과정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며, 편성된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학교는 입학전형에 학교 입학단계 이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교육과정 운영 및 선행교육 또는 선행학습 유발행위 여부를 심사하기 위하여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 교육감 소속으로 시·도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를 둔다. 대부분의 선행학습이 학교가 아닌 학원, 교습소 등에서 사교육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공교육정상화법은 학원, 교습소 등에 대해서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금지하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 공교육정상화법이 선행학습을 억제하고 있는지 논란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넘는 ‘킬러문항’을 금지하도록 공교육정상화법에 수능도 포함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인성교육진흥법, 자살예방법, 공교육정상화법이 법률의 제정 목적에 맞게 작동하는지, 실제로 우리 사회나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이를 꼭 법률로 강제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 교육청, 학교의 역할과 관심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므로 교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법률이다.
“셀소합니다” 글이 또 올라왔다. 이번에는 어떤 사람인가, B는 호기심에 이끌려 게시물을 클릭해본다. ‘셀소’는 셀프소개팅의 줄임말이다. 자기가 자기를 소개하는 소개팅 말이다. 직장인들의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뿐만 아니라 교사 커뮤니티에도 ‘셀프소개팅’ 하겠다는 글이 자주 등장한다. 글에는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린다. ‘보기 좋다, 응원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의 댓글이 다수다. 코로나 시대에도 짝을 찾는 이들은 스스로 길을 찾아간다. 아직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새로운 시도 ‘셀프 소개팅’이라는 제목의 글이 커뮤니티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몇 년 되었다. 필자도 2년 전, 한 교사 카페에 올라온 글로 처음 셀프소개팅이라는 신(新)풍속을 접했다. 자신의 근무여건과 신상에 관한 정보를 올리고 자신과 만날 여자 선생님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여기가 그런(!) 곳입니까?”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소개글도 더 자주 올라오고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지켜보던 ‘자칭 결혼선배’가 “셀프소개팅 글을 보니 내가 다 설레고 응원하게 된다”는 응원글을 쓰기도 한다. 2020년, 2030 남성은 연애를 포기하고 여성은 결혼을 포기했다는 기사가 나왔다.대면 만남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이 상황을 더 심화시켰다. 그런 슬픈 현실 속에서도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청춘의 고군분투기를 어여삐 여기는 결혼선배들의 응원인지, 아니면 실제로 자신은 포기했으나 포기하지 않은 동료를 응원하는 마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셀프소개팅에 대한 시선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셀프소개팅을 소개합니다 셀프소개팅 글에는 자신의 직업, 키, 외모와 성격에 대한 간략한 설명, 종교, 현재 살고 있는 지역, 연애 가능한 지역 범위, 원하는 이성상 등이 포함된다. 남사스럽게 어떻게 이런 걸 직접 쓰고 ‘연락주세요’로 마무리하냐고? 2030 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이미 자기 것은 자기가 챙기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특히 남의 시선과 평판, 명예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익명이 보장된 비대면 환경은 교사들에게 용기를 내게 했다. 실제로 만남이 성사되지 않는 이상, 내가 누군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직업을 인증하고 가입할 수 있는 소개팅앱도 많다. 커뮤니티는 동종직업이나 같은 취향 등 유사점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익명의 공간이니 더 좋다. TV나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결혼중개업체처럼 경제적인 비용을 내야 하거나 횟수 제한, 암암리에 매겨져서 데이트 상대 매칭에 쓰이는 A급, B급 등의 레벨도 없다. 셀프소개팅과 일반소개팅의 차이가 의미하는 것 셀프소개팅은 참여자의 자발성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최대한 객관화하여 소개말을 적어야 하며 자신이 올리지 않으면 만남은 없다는 점에서 일반 소개팅(주선자가 있는 소개팅을 편의상 여기서는 일반 소개팅이라고 하자)을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준비과정을 거친다. 이런 부담과 성찰과정을 겪은 만큼, 자신이 올린 셀프소개팅 글을 읽고 접촉해오는 상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기 마련이다. 일단 자신의 조건이 그 사람의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셀프소개팅이란 어찌 보면 ‘내 조건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만 만나겠다’는 안정감을 바탕으로 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본인이 선택하기보다는 선택받기를 선택하는 심리적 기저에는 만남에 조건이 중요해진 시대에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마음 또한 자리하고 있다. 셀프소개팅 문화가 보여주는 사회의 변화 소개팅 문화의 변화는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주선자가 빠진 개인 사이에 비대면으로 만남이 결정되고 대면 만남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온오프 블렌디드 수업 못지않게 온오프 병행 인간관계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자기 길은 자기가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만남까지 확장되었다는 점, 객관화가 불가능한 자기소개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도 ‘PR시대’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분명한 변화다. 실제로 모 데이트 매칭앱에서는 단순한 프로필이 아니라, 아주 성의 있는 자기소개서를 요구한다니 앞으로는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라인상으로라도 부단한 자기성찰과 객관화, 글쓰기 기술이 필수겠다는 씁쓸한 예감이 든다. 셀프소개팅은 또한 주선자가 개입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이 없다는 점에서 훨씬 간편하고 부담이 덜한 선택이다. 주선자가 있으면 ‘주선자 얼굴을 봐서’ 피상적으로라도 있었을 ‘예의 표현’이나 형식적인 행위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원하지 않는 감정소모, 시간소모가 적고 정리도 빠를 수 있다. 실제로 20,30대 젊은 교사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배 교사들을 통해 소개팅을 주선받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주선자와의 관계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소개팅을 주선했는데 후배가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면 이런 사회상의 변화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사람 사이의 만남에 직업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셀프소개팅 앱이나 커뮤니티에서 직업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소개글에는 직업과 연봉, 복지, 미래 전망까지 적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부모님은 부부교사여서 노후 대비도 문제없다”고 부모의 직업과 재산까지 소개하는 글이 많다며, 부모의 직업과 노후 준비도 만남을 위한 ‘스펙’이 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만남은 깊이가 없다는 선입견 셀프소개팅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쪽지나 댓글, 메신저 등을 통해 외모 사진도 주고받는다. 만날 만한 사람인지 소개말로 1차 평가(?)를 하고 사진으로 2차를 통과한 후 만나니 실제 소개팅이 성공할 확률이 더 클까? 수많은 커뮤니티에 최근 많이 등장하는 ‘셀소후기’들을 보면, 그것도 아닌 듯하다. ‘조건에 근거한 평가’가 소개말이나 외모 사진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직접 만나서 시간을 보낼 때만 발견할 수 있었던 매력이 발굴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한계를 만든다. 그러나 ‘온라인 만남은 인스턴트다, 책임감과 깊이가 없다’는 말은 이제는 선입견일지 모른다. 만 2년을 채워가는 코로나 시대, 이제 대학교 2학년이 된 첫 코로나 시대의 새내기들은 랜선 조모임, 랜선 새터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만남이 너무나 익숙하다. 할 수 있는 만남이 대부분 비대면, 랜선 만남인데 그중에는 분명 진심이 담긴 만남도 있지 않겠는가. 온라인으로 시작된 만남이 늘 피상적이고 무책임하다면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과 학급경영, 사제관계에는 어떤 기대를 걸 수 있을까. 이미 학생들은 온라인상으로 관계맺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인연을 글과 앱으로 찾는 행위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미래의 어른인 그들이 그러하고, 이미 어른으로 살고 있는 2030 교사들도 변화한 사회에 적응 중이다. 교사 커뮤니티의 인기글 중 하나가 ‘셀소합니다’라면, 혀를 찰 것인가? 이것은 이미 인간의 관계맺기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온라인 만남은 모두 인스턴트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과학이 톡톡 쌓이다! 사이다 ①∼④ 시리즈 (정원영, 정은경, 박대영, 김선자 지음, 상상아카데미 펴냄, 각 권 164쪽, 각 1만 4000원) 국내 최대 과학관인 국립과천과학관의 과학자 네 명이 각각 ①바다 탐험×인어공주 ②인공지능 ③태양계×어린왕자 ④바이러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린이들이 궁금해하고 알아야 할 최신 과학 정보와 지식을 재미있는 동화와 만화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101가지 쿨하고 흥미진진한 한국사 이야기 (황인희 지음, 유아이북스 펴냄, 208쪽, 1만3800원) 선사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 중에서 흥미로운 이야기 101가지를 뽑아내 담고 있다. 치아 개수로 대결해 왕이 된 사연, 신라에 살았던 아랍 상인, 세종이 읽지 못한 단 한 권의 책 등 호기심을 갖게 하는 주제에 재미있는 설명이 더해져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 (손영배 지음, 생각비행 펴냄, 332쪽, 1만6000원) 명문대- 대기업- 정년퇴직으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진로 선택의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저자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춰 직업을 찾고, 직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진짜 공부’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한다. 대기업, 외국계 회사를 거쳐 특성화고 교사가 된 저자는 고교 졸업 후 취업, 창업 후에도 학습을 이어가는 제자들의 사례를 수록했다.
10대를 위한 한줄과학 (알렉시스 로젠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08쪽, 1만3000원) 저자는 유명한 과학자들이 남긴 간결한 명언을 중심으로 과학사를 정리하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명언에 숨겨진 과학 이론을 과학자의 이야기와 엮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각 꼭지별로 해당 이론, 과학자와 관련된 깊이 있는 내용을 알고 싶을 때 ‘함께 읽으면 좋은 책’도 소개하고 있다.
14가지 빛깔의 그림책 수업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 교육과실천 펴냄, 332쪽, 1만8000원) 14가지 수업 방법과 14가지의 주제에 따라 선생님들이 실천한 그림책 수업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해준다. 그림책 창작, 연극, 미술, 음악 창작, 시와 자서전 쓰기부터 게임과 놀이를 접목한 수업, 온라인 협력 수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권과 생명존중, 평화, 협력, 정의 등의 주제를 풀어낸다. 수업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 목록들도 제시하고 있다.
질문으로 자기주도성 UP! 과학탐구 프로젝트 수업 (남현정, 강창원 지음, 북랩 펴냄, 206쪽, 1만5000원) 전국과학전람회에 10여 년 동안 학생지도와 교원연구로 참여해 국무총리상과 장관상을 9차례나 수상한 두 교사가 수상작 중 다섯 가지를 추려 책에 실었다. 학생의 사소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했던 질문들이 과학탐구 프로젝트 수업으로 이어지고, 그 프로젝트들이 전국과학전람회 출품작이 돼 각종 상을 휩쓸게 됐다. 과학탐구를 지도하는 교사들과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로 여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최규홍 외 4인 지음, 꿈과희망 펴냄, 208쪽, 1만3000원) 2021 대구광역시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에서 선정된 책으로, 최규홍 진주교대 교수와 4명의 초등 수석교사가 모여 시를 활용해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 과정부터 실제 수업 현장의 이야기, 수업 후의 성찰까지 담아냈다. 시와 연극이 함께 하는 읽기 수업, 시와 이야기가 함께 하는 읽기 수업, 동시집과 함께 하는 읽기 수업 등 다양한 수업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메타버스 교육 프로젝트 (변문경 외 3인 지음, 다빈치북스 펴냄, 250쪽, 2만2000원) 교육에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적용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은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쉽게 만들 수 있고 유지 비용도 들지 않는 플랫폼인 게더타운을 교육에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게더타운은 줌(Zoom)에 아바타를 더한 메타버스 구축 플랫폼이다. 게더타운을 통해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업공간을 구성해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 교육행사를 기획·운영하는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1. 몸과 머리와 마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람들은 어떤 말을 배우고 쓰느냐에 따라 머리를 굴리는 것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말을 배우고 쓰는 사람과 영국말을 배우고 쓰는 사람과 중국말을 배우고 쓰는 사람은 말이 달라서 머리를 굴리는 것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머리를 굴리는 것이 달라짐에 따라 마음을 쓰는 것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이제까지 사람들은 어떤 말을 배우고 쓰더라도 머리를 굴리는 것과 마음을 쓰는 것이 같거나 비슷할 것으로 생각해왔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이런 말과 저런 말이 서로 다른 바탕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배우고 쓰는 것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이를테면 한국말은 상대에 따라서 말을 높이고 낮추는 말이 매우 많아서, 어떤 사람이 한국말을 배우고 쓰게 되면, 무엇이든 위아래로 차려서 바라보는 버릇을 갖기 쉽다. 그러나 영국말은 상대에 따라서 말을 높이고 낮추는 말이 매우 적어서 어떤 사람이 영국말을 배우고 쓰게 되면, 무엇이든 나란히 차려서 바라보는 버릇을 갖기 쉽다. 이런 까닭으로 한국말을 배우고 쓰는 사람과 영국말을 배우고 쓰는 사람은 머리를 굴리는 것과 마음을 쓰는 것에서 다름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것을 매우 가볍게 생각해왔다. 사람들이 어떤 말을 배우고 쓰느냐에 따라서 머리를 굴리는 것과 마음을 쓰는 것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살펴보려면, 사람들의 몸과 머리와 마음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알아보아야 한다. 몸은 내가 온갖 것과 함께 하는 일을 통해서 살아가는 일을 이루어가는 나의 기틀을 말한다. 내가 나로서 나고 살고 죽는 것은 온갖 것과 함께 하는 나의 기틀인 몸이 나고 살고 죽는 것을 말한다. 머리는 나의 몸이 살아가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갖가지 것을 부리는 나의 재주를 말한다. 나는 머리가 돌아가는 일을 바탕으로,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서, 몸이 살아가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간다. 마음은 내가 몸과 머리를 써서 만들어나가는 나의 세계를 말한다. 나는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굴려서 나의 안에 마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나는 마음의 세계를 갖게 됨으로써, 마음의 밖에 있는 사물의 세계를 마주하여,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몸과 머리와 마음을 아우르는 하나의 임자를 ‘나’라고 말한다. ‘나’는 기틀이 되는 몸의 임자이면서, 재주를 부리는 머리의 임자이면서, 나름으로 나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마음의 임자이다. 2.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느껴서 알아보는 것 한국사람은 나라는 임자가 몸을 바탕으로 머리를 굴려서 마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것’, ‘늧’, ‘느끼다’, ‘얼’, ‘얼이다’, ‘말’, ‘넋’, ‘녘’, ‘녀기다’, ‘알’, ‘알다’와 같은 말로써 풀어왔다. 한국말에서 ‘것’은 임자가 마주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는 말이다. 임자는 ‘어떤 것’을 마주하는 일을 함으로써 내가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느끼거나 여겨서 알아보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임자가 마주하는 ‘것’에서 냄새, 맛깔, 빛깔, 소리, 모양과 같은 ‘늧’이 일어난다. ‘늧’은 ‘것’이 임자에게 느낌이 일어나게 만드는 감각 자질이다. 사람들이 ‘느닷없이’라고 말할 때 ‘느닷’은 ‘늧앗’으로서 ‘늧’의 ‘씨앗’을 말한다. ‘늧’의 ‘씨앗’이 흐릿한 상태에서 갑자기 어떤 것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느닷없이’라고 말한다. ‘것’에서 비롯하는 ‘늧’이 몸으로 들어오면, 머리에 ‘어떤 것’에 대한 ‘어떠한 얼이’가 얼이게 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얼이’를 마음에 비추어 보고서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느껴서 알아보는 일을 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노란 빛깔이 눈으로 들어와서 머릿속에 노란 빛깔을 가진 어떤 것에 대한 ‘얼이’가 얼이게 되면, 이러한 ‘얼이’를 마음에 비추어 보고서 ‘어떤 것’을 ‘노란 빛깔의 것’이라고 느껴서 알아보는 일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것’에서 비롯하는 ‘늧’으로써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느껴서 알아보는 것을 지각(知覺)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지각은 나비, 돼지, 멸치, 침팬지, 사람과 같은 것에서 두루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비, 돼지, 멸치, 침팬지와 다르게 말로써 생각을 펼친다. 사람들은 말로써 생각을 펼치게 되면, 늧으로 느껴서는 알 수 없는 것까지 깊고 넓게 알고, 바라고, 이룰 수 있다. 이로써 사람들은 온갖 것을 살려서 살아가는 살림살이의 임자로서 설 수 있다. ‘말’은 임자가 어떤 것에 대한 뜻을 소리에 담아서 생각을 펼쳐내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말을 배우게 되면, 낱낱의 말을 이리저리 엮어서, 온갖 종류의 생각을 펼쳐서 더불어 함께 뜻을 주고받는다. 한국말에서 ‘말’은 ‘말다’와 바탕을 같이하는 말로서, 두 가지 뜻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 첫째로 말은 ‘~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서, 무엇이 어떤 일을 멈추어서 끝을 맺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너는 밥을 먹지 마라”에서 ‘마는 것’은 네가 밥을 먹는 일을 그대로 멈추어서 끝을 맺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 말았다’라고 하는 것으로서, 무엇이 어떤 일을 이루어서 끝을 맺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너는 밥을 먹고 말았다”에서 ‘마는 것’은 네가 밥을 먹는 일을 그대로 이루어서 끝을 맺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것을 어떤 말에 담는 것은 어떤 것을 어떤 말로서 끝을 맺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이것은 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것’을 ‘저것’이나 ‘그것’이 아닌 ‘이것’으로 끝을 맺게 하는 일이고, ‘꽃’을 ‘돌’이나 ‘물’이 아닌 ‘꽃’으로 끝을 맺게 하는 일이고, “이것은 꽃이다”를 “이것만 꽃이다”나 “이것도 꽃이다”가 아닌 “이것은 꽃이다”로 끝을 맺게 하는 일이다. ‘말’은 무엇이 무엇으로서 끝을 맺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엇에 대한 말을 가지고, 무엇에 대한 생각을 함께 펼칠 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다. 한국사람은 말을 배우고 쓰는 것과 함께 나의 안에서 생각을 펼치는 줏대인 ‘넋’이 생겨나 자리하는 것으로 보았다. 말을 배우지 않은 단계에서 사람은 그냥 개나 돼지처럼 늧으로 느껴서 아는 일을 하다가, 말을 배우게 되면서 ‘넋’으로써 생각을 펼치는 것으로 보았다. 옛사람들은 이러한 ‘넋’을 ‘혼(魂)’이나 ‘백(魄)’으로 새겼다. 한국말에서 ‘넋’은 ‘녘’과 ‘녀기다’와 바탕을 같이 하는 말이다. ‘넋’은 사람들이 말로써 생각을 펼쳐나가는 줏대를 일컫는 말이고, ‘녘’은 사람들의 생각이 온갖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고, ‘녀기다’는 사람들이 말로써 생각을 펼쳐서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녀겨서 알아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넋’이 나가거나 ‘넋’을 잃으면, 생각이 온갖 것으로 뻗어나가서,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여겨서 알아보는 일이 일어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사람들이 ‘것’에 바탕을 둔 ‘늧’으로써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느껴서 알아보는 지각의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이 두루 함께 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는 반면에 사람들이 ‘말’에 바탕을 둔 ‘넋’으로써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여겨서 알아보는 생각의 경우에는 어떤 말을 배우고 쓰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이러니 우리는 한국말, 영국말, 중국말과 같은 말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
하늘 높은 곳에 밝은 빛이 있어 온 세상을 비추는 형상 최근 언론에서 자주 듣는 단어중의 하나가 ‘화천대유’이다. 이는 주역(周易) 64괘(卦) 중의 하나인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에서 나온 말이다. 주역(周易)에서는 3개의 양효(陽爻, )로 이루어진 건괘(乾卦, )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태양 또는 하늘로 상징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양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지런히 강건하게 움직인다. 겉에는 2개의 양효(陽爻, )가 있으나 속에는 1개의 음효(陰爻, )가 있는 리괘(離卦, )는 ‘밝음’ ‘불[火]’ ‘문명(文明, 文彩가 나고 分明함)’ 등을 상징한다. 밝게 타는 촛불을 보면 속의 온도가 겉의 온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것과 같다. 이상의 괘(卦)들은 우리나라의 태극기에 모두 나오는 것이다.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는 아래에 하늘을 의미하는 건괘(乾卦, )가 있고 위에는 불을 의미하는 리괘(離卦, )가 있으니, 하늘 높은 곳에 밝은 빛이 있어 온 세상을 비추는 형상이다. 사람들이 어둡고 추운 동굴에서 나와 따뜻한 빛을 쬐기 위해 모여드는 것과 같다. 사람이 모이니 재물 역시 많이 소유할 수 있어 크게 형통(亨通, 온갖 일이 뜻대로 잘됨)하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부지런한 경우에 해당된다. 일이 잘 풀리고 재물과 사람들이 모이니 몸과 마음이 좋지 않을 리가 없다. 이러한 화천대유괘에 대하여 공자(孔子)는 어떻게 이해하였을까? 첫째, 유순(柔順)한 사람이 존엄한 자리에 있어 다른 사람들이 모두 따르는 것이라고 보았다. 남자 9명과 여자 1명이 있으면 여자가 상대적으로 귀하기 때문에 대접을 더 받는 경향이 있고, 남자 1명과 여자 9명이 있으면 남자가 상대적으로 귀하기 때문에 대접을 더 받는 경향이 있듯이, 유일한 음효(陰爻, )를 5개의 양효(陽爻, )들이 받들고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더군다나 음효(陰爻)가 있는 자리는 예전의 기준으로 보면 임금에 해당되니, 선생님·회장님· 핵심인물·지도자·큰손·가장(家長)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도자의 권한은 그렇지 않아도 막강한데 그러한 지도자가 강경하게 사람들을 대하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잘 따를까? 겉으로는 따르겠지만 심복(心腹)하지는 않을 것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유순하면서 인자하게 사람을 대하여야 사람들이 잘 모이고 순종하게 될 것이다. 권한이 많은 지도자일수록 유순하여야 결과적으로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할 수 있음을 공자(孔子)는 지적한 것이다. 둘째, 중(中, 中道에 맞음)이 아니라 대중(大中, 크게 中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도(中道)를 잘 지키는 것이다. 재물(財物)이 많아지면 그로 인한 분란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서 회장·총무·재무 등은 반드시 신뢰가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상식이다. 흔히 재산이 많은 집안에서는 상속할 때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상속할 재산이 없는 집안에서는 오히려 형제간에 우애가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中道)를 지켜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孔子)는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한 때일수록 대중(大中, 크게 中함)하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셋째,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잘 호응(呼應)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소유한 것이 많아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상사와 부하가 서로 잘 응(應)하여야 불협화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재물이 많아질수록 사심(私心)이 더 생겨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질 수 있음을 경계하였다. 구성원 사이에 서로 의심하기 시작하면 이득의 분배에서 반드시 분란이 일어나는 것이 상례이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믿고 일을 시켜야 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믿고 따라야 모두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할 수 있다. 넷째,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는 아래에 강건(剛健, 剛하고 굳셈)함을 의미하는 건괘(乾卦, )가 있고, 위에 문명(文明, 文彩가 나고 分明함)을 의미하는 리괘(離卦, )가 있다. 따라서 공자(孔子)는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하기 위해서는 강건(剛健)하면서 문명(文明)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강건(剛健)하면 매사에 성실하게 행동하게 되므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문명(文明)은 문채(文彩, 무늬)가 밝게 빛난다는 의미인데 동물적인 삶이 아닌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는 것이다. 이는 곧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다. 진리를 깨달으신 부처님에게 광배(光背)가 있듯이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도(道)를 깨우치거나 어느 분야에 전념하다보면 그 사람에게서 광채가 나서 얼굴이 밝아 보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 사람이 우울하고 어두워 보이고, 일이 잘 풀리고 신이 나면 얼굴이 밝아 문채(文彩)가 나는 법이다. 문명(文明)의 본래의 의미는 자동차·휴대전화·로켓 등과 같은 과학의 발달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었다. 재물을 열심히 모았는데 이를 인간의 문명(文明)을 밝히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만의 쾌락을 위하거나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면 이는 제대로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한 것이 아니다. 열심히 성실하게 굳건한 삶을 살면서 문명(文明)을 밝히면 저절로 대유(大有)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하늘의 뜻에 맞추어 시행(時行, 때에 맞춰 行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겨울이 오는데 얇은 옷을 입거나, 여름이 오는데 두꺼운 옷을 입으면 이는 하늘의 움직임과 역행하므로 몸이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모든 백성이 원하면 그것이 곧 하늘의 뜻이므로 순응하면 옳고 역행하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하여도 한증막에 들어갈 때는 옷을 벗어야 하고, 따뜻한 실내에 있을 때는 두꺼운 옷을 벗는 것이 상례이다. 물론 추운 한데에서는 당연히 따뜻한 외투를 입어야 얼어 죽지 않는다. 이와 같이 자신이 처한 여건과 때에 따라 제대로 행동하여야 대유(大有)하여 크게 형통(亨通)할 수 있다고 공자(孔子)는 강조하였다. 때에 맞춰 잘 행(行)하여야 대유(大有)한다 이러한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에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지혜를 얻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첫째, 지도자가 유순(柔順)하게 사람을 대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운동을 하거나 식이요법 등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직되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데, 체질별로 보았을 때 태양인(太陽人)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함에 있어서 너무 급박한 마음이 앞서기 쉬우며 자신이 대장이 되어 이끌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 있으므로 좀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소양인(少陽人)은 호승지심(好勝之心, 이기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강하기 쉬우므로 승부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태음인(太陰人)은 은근히 겁심(怯心, 怯나는 마음)이 있기 쉬우므로 경직되지 말고 편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소음인(少陰人)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속으로 불안한 마음을 가지기 쉬우므로 유순한 지도자를 만나도 믿고 따르는 것이 좋다. 둘째, 대중(大中, 크게 中함)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건강유지에 있어서 기본이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일과 휴식의 균형이 잘 잡혀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듯이, 술이나 음식을 먹더라도 기분이 좋을 정도로 적당히 먹어야 하며, 운동도 근육이 파열될 정도로 지나치게 하거나 너무 안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좋을 정도로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 몸과 마음이 적당히 편안해야 진정으로 대유(大有)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상하(上下)가 잘 호응(呼應)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다. 예전부터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승화강(水升火降, 腎水는 올라가고 心火는 내려감)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심장(心臟)의 화(火)는 위로 올라가기 쉬우며 신장(腎臟)의 수(水)는 아래로 내려가기 쉬운데, 이렇게 되면 위에 있는 기운과 아래에 있는 기운이 서로 만날 일이 없어 사람의 기(氣)가 흩어진다고 보았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만나 소통을 하면 좋고 서로 만나지 않고 각자 자신의 길만 고집하면 불화(不和)가 심해지는 법이다. 우리가 흔히 족욕(足浴)을 하여 발을 따뜻하게 하고 머리는 시원하게 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넷째, 강건(剛健, 剛하고 굳셈)하고 문명(文明, 文彩가 나고 分明함)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다. 초등학교 학생이 아는 건강 상식만 잘 지켜도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열심히 실천을 하지만 엉뚱한 건강 상식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 맞는 건강유지 방법을 반드시 제대로 공부하고 검증된 전문 의료인과 상의한 다음 이를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때에 맞춰 잘 행(行)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다. 천지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생활을 하지만 경직되지 말고 상황에 맞추어 시의적절(時宜適切, 알맞은 때에 잘 맞춤)하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곧 건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할 때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약간 더 할 수도 있고 덜 할 수도 있도록 유연하게 하여야 한다. 무엇을 하든 무리하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곧 건강유지비법인 것이다. 이상과 같이 화천대유괘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건강하게 화천대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힘피에서 맛 본 350원의 아침식사 호스펫에서 함피(이곳 사람들은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신시가지인 호스펫을 뉴 함피, 유적지가 있는 곳을 올드 함피라 칭한다)로 가기 위해선 릭샤나 택시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숙소는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호스펫에 잡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함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선다. 인터넷 지도를 따라 길을 걷는데,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바나나 잎에 얹어 파는 거리표 음식을 현지인들이 많이 사 먹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나왔던 터라 기웃거렸더니, 주인 사내가 음식을 건넨다. 이곳에는 거개 후불제. 처음엔 그 음식이 무엇인지 몰랐다.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도사’다. 왼손으로 바나나 잎을 받쳐 들고, 오른손으로 크레페나 팬케이크 같은 빵을 찢고, 그 위에 뿌려진 소스인 처트니(chutney)를 적당히 발라서 손가락으로 오므려 먹는 거다. 내 먹는 모습이 현지인들에겐 볼거리였나 보다. 호기심으로 혹은 알 수 없는 미소로 자꾸만 쳐다본다. 개의치 않고 씩씩하게 식사를 끝내고 가격을 물어보니 20루피란다. 우리 돈 350원 정도의 아침식사. 버스 스탠드(버스터미널을 인도에선 이렇게 부른다)에서 경비원에게 함피행 버스를 물었더니, 친절하게도 그 버스 앞까지 나를 데려다준다. 티켓팅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기웃거렸지만, 어디에도 표 파는 곳이 없다. 버스에 올랐더니, 세상에나 차장이 있어 일일이 손님에게 와서 돈을 받고 영수증을 주는 시스템이다. 골목을 하나 도는데 M형이 손을 들어 버스에 탄다. 버스 안에 탄 현지 주민들의 눈이 두 사람에게로 분산되니 눈빛의 무게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보다 더 반가운 건, 사실 잔돈이 없었던 이유였다. 2000루피는 고액권이라(우리 돈 3만 5000원 정도) 잔돈 교환 때문에 사용이 어렵다. 좀 전 거리표 음식을 먹을 때 몹시 당황했다. 지갑과 주머니를 다 열어보니 10루피 한 장과 동전 두 개가 있을 뿐 20루피를 채울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 옆 가게에 가서 물 한 병 사려고 2000루피를 내밀었더니 안 된단다. 마찬가지, 거리표 음식 주인도 내가 2000루피 지폐와 남은 잔돈을 모두 보였더니 잔돈만 가져가며 오케이라 말했다. 20루피짜리 아침을 깎아서 15루피 정도 낸 셈이다. 그러니, 16루피인 버스비야 또 말해 무엇하랴. 멀리 함피가 보인다. 함피를 처음 만난 사람 모두 비슷한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거기 부려진 산언덕과 그 언덕 위에 얹힌 황톳빛 화강암 바위들이 우주를 유영하다가 미지의 혹성에 불시착한 곳 같다는 느낌. 함피는 14세기에서 17세기 사이 남인도에서 한때 100만 명의 용병을 고용할 정도로 번성한 힌두 왕조 비자야나가르왕국의 수도였다. 그러나 북쪽 무슬림 연합국의 침략을 받아 왕조가 망하면서 폐허가 되었다. 하지만 그 폐허 사이로 그때의 번영을 웅변하는 유적지와 화강암 바위들이 어우러져 다소 비현실적인,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디 콘티)’이란 말을 낳게 된 곳이기도 하다. 이 낯섦이 주는 신선한 충격이 바로 여행의 진수가 아닐까? 함피의 첫인상과 강렬함은 이것에서 출발한다. 그래서인지, 함피 주변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오랫동안 이곳에 느긋하게 머물면서 낯선 세계가 주는 어떤 충만한 느낌에 몸 담그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함피 바자르에 내리자마자 길게 회랑처럼 이어진 고뿌람을 지나면 웅장한 비루팍샤 사원이 나타난다. 모두 3개의 고뿌람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9층으로 높이가 48미터에 이른다. 밧탈라 사원과 함께 함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웅장한 사원이다. 또한 수많은 힌두 순례자들이 찾는 곳이고 예배 의식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살아 있는 사원이기도 하다. 첫날은 이동 중간에 버스 한두 번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걸어서 이동을 했다. 그늘에선 딱 알맞은 남국의 기온이지만 햇빛은 강렬하고 따갑다. 그리고 지나는 오토바이와 릭샤와 택시들이 지나며 일으키는 먼지와 매연들이 힘겨웠지만, 그래도 혼자 타박타박 걸으며 폐허와 일부 남겨진 유적들 사이를 유영하며 어마어마하게 번성했을 왕조시대를 상상해 본다. 그러다, 늦은 오후 무렵 일몰 명소라는 마팅가힐에 오른다. 해지는 풍경에 함피라는 신들의 정원 전체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누군가의 장난스러움이 겹쳐놓은 듯한 바윗돌들이 위태롭게 언덕을 채우고 있는 너머로 드문드문 사원과 기둥만 남은 흔적들이 사방으로 보인다. 이튿날은 로터스 마할을 거쳐 밧탈라 사원에 이르렀다. 밧탈라 사원과 로터스 마할은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처음엔 오토바이를 빌리려 하였으나, 오토바이는 이미 대여가 끝났단다. 로터스 마할과 밧탈라 사원 입구까지는 오토릭샤를 이용했고, 그다음부터는 다시 도보로 다닌다. 열대의 뜨거움에 다소 적응이라도 된 듯, 짜증스러움보다 즐거운 걸음이다. 역대 왕들의 정자 역할을 했다는 로터스 마할은 인도식 건축과 이슬람식 양식이 조화된, 그야말로 한 송이 연꽃같이 소담스러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반면, 밧탈라 사원은 압도적이라고 할까. 비록 미완의 신전이라곤 하지만, 약탈과 도굴 등으로 폐허로 남았던 함피에선 그래도 그나마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사원 중의 하나다. 화려하고 섬려하면서도 웅장하다. 본당에는 56개의 돌기둥들을 뮤직 팔라(음악기둥)로 만들어 실제 다른 음색을 내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원 한가운데는 힌두교 3신 중 하나인 비슈누신이 타고 다니던 새 가루다(Garuda)를 아주 정교하게 형상화한 돌로 만든 전차가 단연 눈길을 끈다. 밧탈라에서 함피 바자르까지는 걸어서 이동을 했다. 2km 남짓한 그 길에서는 가이드북에 소개조차 되지 않은 수많은 신전과 기둥과 터가 즐비하다. 터와 기둥만 남아 있는 흔적들을 보면서 그 옛날 비자야나가르왕국의 시간들을 상상해 보면서 걷는 시간이 내내 즐거웠다. 여행은 낯선 세상과의 새로운 만남이다. 내가 살고 있던 곳에서도 쉬이 만날 수 있는 익숙함이라면 굳이 먼 길의 고생을 자초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여행은 내가 미처 꿈에서도 꾸지 못했던 세상의 다른 모습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라면 함피는 낯선 즐거움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곳이다. 코로나로 빗장이 꽁꽁 걸려 있던 세상. 하지만 서서히 위드 코로나가 진행되고 있고,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 활짝 열리게 될 날을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오랜 우울의 그늘에 갇혀 있던 우리에게 위로가 될 좋은 선물이 없을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여행이 될 수 있으리라. 낯선 세상에 몸담아 자신의 내면과 만남을 주선해 주는 일은 스스로에게 해 줄 수 있는 인생 최고의 선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믿는다. 낯선 즐거움을 주는 곳이 어디 한두 곳이랴만. 코로나 이전에 다녀왔던 인도의 남쪽, 남인도에서도 가장 이채로웠던 ‘함피(Hampi)’를 한번 권해보고 싶다.
노란 더듬이를 가진 푸른 나비 2016년 77세 작가 한승원은 ‘달개비꽃 엄마’라는 장편소설을 냈다. 등단 50년을 맞은 작가가 99세에 별세한 어머니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이다. 소설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무덤 앞에 엎드려 절을 하고 났을 때 (중략) 금잔디를 밟고 선 내 발 앞으로 국숫발같이 오동통한 달개비 덩굴 한 가닥이 기어나왔다. 그 덩굴의 마디마디에서 피어난 닭의 머리를 닮은 남보랏빛 꽃 몇 송이가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중략) 그 오동통한 달개비 풀꽃처럼 강인하게 세상을 산 한 여인, 나의 어머니를 위하여 이 소설을 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달개비꽃에 비유한 것이다. 그 많은 잡초 중에서 강인하면서도 어여쁜 달개비를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달개비 꽃은 7월쯤 피기 시작해 늦가을인 10월까지 피는 꽃이다. 밭이나 길가는 물론 담장 밑이나 공터 등 그늘지고 다소 습기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꽃은 작지만 자세히 보면 상당히 예쁘고 개성 가득하다. 우선 꽃은 포에 싸여 있는데, 포가 보트 모양으로 독특하다. 남색 꽃잎 2장이 부챗살처럼 펴져 있고 그 아래 노란 꽃술이 있는 구조다. 이 모습을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책 ‘한국의 야생화’에서 “마치 노란 더듬이를 가진 푸른 나비를 보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꽃이 지고나면 생기는 밥알 모양 열매는 어릴 적 소꿉놀이할 때 쌀 대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달개비라는 이름은 꽃이 닭의 볏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다. 이 풀의 정식 이름은 닭의장풀인데, 이 식물이 주로 닭장 주변에 자란다고 붙은 것이다. 6월에 흰색 또는 옅은 보라색으로 피는 소박한 꽃 박완서의 대표작을 고르라면 당연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일 것이다. 그런데 몇 권을 더 고르라면 ‘엄마의 말뚝’ 연작도 빠지지 않을 것 같다. 박완서는 1981년 ‘엄마의 말뚝2’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이 두 작품은 비슷한 대목이 많기도 하다. ‘그 많던 싱아’는 박완서가 고향(박적골)을 떠나 서울 생활을 시작해 대학생으로 6·25를 맞기까지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엄마의 말뚝’은 이 과정을 엄마의 관점에서 그린 소설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겹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꽃으로 소설을 읽는 것, 소설에서 주요 소재 또는 상징으로 나오는 꽃을 찾아 그 의미를 알아보는 것은 필자의 오랜 관심사였다. 박완서 문학에서 ‘엄마의 말뚝’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이 소설도 한번 다루어보고 싶어 열심히 소설 속에 나오는 꽃을 찾은 적이 있다. 그러나 몇 번 읽었지만 마땅한 꽃을 찾지 못했다. 소설 초반에 살구나무·토종국화 등이 나오긴 하지만 고향 박적골의 상징으로는 몰라도 엄마의 상징은 아니었다. 한참 후에야 ‘엄마의 말뚝’이 아닌 다른 소설에서 엄마를 상징할 만한 꽃을 찾았다. 바로 ‘그 많던 싱아’에서였다. 소설에서 6·25 발발 직전 박완서와 엄마가 오빠가 근무하는 고양중학 사택을 둘러보러 갔을 때 장면이다. 엄마는 집은 보는 둥 마는 둥 먼저 텃밭으로 들어갔다. 한참이나 밭고랑에 쭈그리고 앉았기에 나는 엄마가 거기서 오줌을 누는 줄 알고 일부러 딴 데를 보았다. 한참 있다가 돌아다보았더니 어린애처럼 흙을 주무르고 있었다. 나하고 시선이 마주치자 감자꽃처럼 초라하고 계면쩍게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난 하루라도 빨리 여기 살고 싶구나. 땅이 어쩌면 이렇게 거냐? 세상에 이 좋은 땅을 이대로 놀리다니.” 이 장면 바로 뒤에 6·25가 터지면서 이사를 포기했을 때 ‘나는 불현듯 텃밭 사이에서 감자꽃처럼 웃던 엄마 생각이 나면서 가슴이 깊이 아렸다’는 문장이 있다. 이런 대목들로 볼 때 감자꽃은 엄마를 상징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감자꽃은 6월에 흰색 또는 옅은 보라색으로 피는 소박한 꽃이다. 장미에 모성애를 담아낸 절묘한 조화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 표지는 강렬한 빨간색에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듯한 여자가 기도하는 그림이다. 실제로는 밀레의 ‘만종’에서 모티브를 얻어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그림을 쓴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엄마를 부탁해’ 일본어판 표지는 장미 사진으로 뒤덮여 있다. ‘엄마를 부탁해’가 장미와 무슨 연관이 있어서 이런 표지를 쓴 것일까. 일본 출판사에 문의해본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장남이 서울에 처음 집을 장만했을 때 엄마가 담장 옆에 장미를 심어주는 내용에서 착안한 것이 확실하다. 그가 집을 갖게 되고 처음 맞이한 봄에 서울에 온 엄마는 장미를 사러 가자고 했다. 장미요? 엄마의 입에서 장미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잘못 듣기라도 한 듯 장미 말인가요? 다시 물었다. 붉은 장미 말이다, 왜 파는 데가 없냐? 아뇨 있어요. 그가 엄마를 구파발에 쭉 늘어서 있는 묘목을 파는 화원으로 데리고 갔을 때 엄마는 나는 이 꽃이 젤 이뻐야, 했다. 엄마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장미 묘목을 사와서 담장 가까이에 구덩이를 파고 허리를 굽혀가며 심었다. (중략) 엄마의 그 모습이 낯설어 그가 담과 너무 가까이에 심는 거 아니냐고 하자 엄마는 담 바깥에 사람들도 지나다님서 봐야니께, 했다. 그 집을 떠나올 때까지 봄마다 장미는 만발했다. 어렵게 집을 장만한 자식의 행복이 장미 향기처럼 세상에 퍼지기를 바라는 엄마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자신은 그렇지 못했지만 자식들은 화려하게 살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도 담겨 있을지 모른다. 화려한 장미와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처럼 장미에 모성애를 담아내면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는 잃어버린 후에야 깨닫는 엄마의 사랑, 그리고 자식들과 남편의 때늦은 후회를 담고 있다. 엄마를 잃어버린 후에야 자신들이 얼마나 무심했는지, 어머니의 사랑은 얼마나 컸는지 깨닫는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큰딸은 바티칸시티에 갔다가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에 가거든 장미나무로 만든 묵주를 구해다 달라고 말한 것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장미묵주를 사서 피에타상 앞에 내려놓고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처럼 이 소설에서는 장미가 엄마의 상징으로 선명하게 나오고 있다. ‘달개비꽃 엄마’, ‘엄마의 말뚝’,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 누구나 읽는 내내 어머니를 떠올릴 것이다. 필자도 위 소설들을 읽으며 어머니 이야기를 쓴다면 어떤 꽃에 비유하는 것이 좋을지 오래 생각했다.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에 있는 부안초등학교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를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다. 미국 카네기홀 최연소 연주자 기록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우예주도 이 학교 출신이다. 스포츠와 음악계 최고의 스타들이 성장했던 이곳은 이제 춘천시민과 우리 국민들의 자부심이 됐다. 춘천은 아련한 도시다. 누구에게든 설렘을 안겨주는 오솔길 같은 도시다. 도시 이름에 봄 춘(春)자가 들어 있기 때문일까. 80~90년대 MT의 명소였던 강촌을 지나 차로 30여 분 달리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둘러싸인 부안초등학교가 나타난다. 1985년 개교했으니 올해로 36년째를 맞는 명문 학교다. 오랜 연혁이 말해주듯 남다른 전통을 자랑한다. 우선 국악교육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1988년 만들어진 국악관현악단은 초등학교 중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매년 10월이면 국악발표회를 가질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지난 9월에는 춘천 시청에서 삼고무를 공연한 바 있다. 부안초가 전국적 국악교육의 산실로 자리잡은 데는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과 열정이 원동력이다.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소금, 타악/사물놀이, 피리/태평소 등 6개 국악기가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중 선발된 학생이 부안초 국악관현악단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학년별 국악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학교는 학년 단위로 국악 교육 영역을 정해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학년은 무용, 2학년 소고춤, 3학년 타악, 4학년 강강술래, 5학년 설장구, 6학년 대금/소금 등이다. 졸업할 때쯤이면 전교생이 국악기 한두 개는 능숙하게 다룬다고 학교 측은 귀띔했다. 국악교육을 실시하는 데 있어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은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강사로 나서 후배들에게 전수한다. 졸업생 김가연(가명)씨는 부안초 3학년 때 가야금을 시작해 전국 국악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실력파이다. 가야금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후배들을 지도했다. 거문고를 가르치는 한연미(가명)씨도 부안초 출신. 대학에서 거문고를 전공한 뒤 지금은 부안초에서 강사로 활동한다. 이뿐 아니다. 손흥민 선수를 배출한 학교답게 스포츠 활동도 괄목할 수준이다. 특히 유도부는 전국대회를 제패하는 최강팀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2012년 유도부는 전국어린이유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에는 여명컵 대회에서 강호들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또 유도 명문이다 보니 전교생이 업어치기 정도는 능숙하게 하는 학교가 됐다. 부안초는 이처럼 유도 꿈나무의 요람으로 손색없다. 학교에 설치된 유도 훈련장의 넓고 쾌적한 시설은 놀라운 수준이다. 초등학교 훈련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갖춰져 있었다. 유도만 잘하는 학교가 아니다. 육상부는 전국대회를 석권하는 등 남다른 실력을 발휘하고 있고 10년간 깨지지 않은 한국기록 보유자도 이 학교 출신이다. 임쌍용 교장은 “학생 지도에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 학교를 믿고 따라주는 학부모, 예절바른 학생들이 부안초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실제 학교 자랑을 부탁했을 때 그는 선생님들을 첫손에 꼽았다.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에 감동받았다고 고백했다. 급식 반찬 하나도 아이들을 배려하고 우선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교사들만의 남다른 DNA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돌봄교실은 학부모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다. 맞벌이 가정에 돌봄교실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 부안초 돌봄교실엔 1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강원도 내 웬만한 학교 전교생과 비슷한 규모다. 모두 5개 반으로 운영되는데 학교 속 또 다른 학교가 존재하는 셈이다. 방과후 학교도 마찬가지. 지난해 코로나로 원격수업이 진행됐지만 방과후만은 멈추지 않았다. 감염을 우려한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임 교장은 가장 안전한 곳이 학교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방역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철저히 소독하면서 방과후를 운영했다. 그 결과 학교 내 감염은 한 명도 없었고 학생들은 안전한 학교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갔다. 임 교장은 공모교장이다. 지난 2018년 이 학교에 부임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겪어보니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학교였다. 시설개선이 시급했다. 게다가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제거 공사도 절실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쾌적한 교육여건 만들기에 나섰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지금 부안초는 ‘가장 건강하고, 가장 안전하고, 가장 쾌적한 학교’가 됐다. 학생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복도 창문 높이에 신경을 썼고 추락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창문 크기와 위치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였다.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특수 방충망을 창문에 설치한 것도 세심한 배려의 산물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임 교장은 지난 4년 인성교육에 공을 많이 들였다. 국악교육에 힘쓴 것도 전통음악이 학생들의 인성함양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일까? 부안초 학생들은 인사를 잘한다.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임 교장과 함께 학교를 둘러보는 동안 많은 인사를 받았다. 시켜서 하는 의례적인 인사가 아닌 진심이 느껴졌다. 이 학교 김홍식 교감은 임 교장을 솔선수범하는 덕장으로 표현했다. 선배 교장에게 가장 본받고 싶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인품과 덕망’을 꼽았다. 임 교장은 전교생의 이름을 거의 다 외운다.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등교지도 하면서 학생 한명 한명을 꼼꼼하게 살피고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안부를 확인한다. 지난 1984년 교사로 임용된 그의 첫 근무지는 태백의 한 작은 초등학교. 지금도 그때 가르쳤던 제자들의 이름을 잊지 않고 있다. 임 교장과 호흡을 맞추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은 김 교감이다. 교사들은 그를 가리켜 ‘기승전 교감’이라고 했다. 모든 일은 교감에서 시작돼 교감으로 끝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스마트한 업무처리에 교직원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어내고 풀어내는 해결사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평이다. 더하고 빼기가 명확한 사람. 임 교장은 그가 있어 든든하다고 치켜세웠다. 오랜 교직생활, 임 교장의 교육철학이 궁금했다. “우리가 연애할 땐 상대방의 작은 숨소리, 작은 동작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잖아요. 모든 것에 의미가 있고 울림이 있는 것이죠.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아이들 눈에 비친 교사의 모습이 자신의 참모습이란 걸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연애하듯 가르쳐야 한다’는 그의 말이 귓전을 맴돌았다.
학교폭력 없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단체가 있다. 학교폭력으로 자식을 잃은 한 아버지가 참척의 고통을 이겨내고 만든 단체다. 아이들이 더 맑고 푸르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단체다. 주인공은 26년째 활동하고 있는 푸른나무재단.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시민사회에 알리고 학교폭력 예방과 치료를 위한 활동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은 청소년 NGO이기도 하다. 지난 1995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란 이름으로 출범해 24년간 활동하다 2년 전 푸른나무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청소년 폭력 예방을 넘어 비폭력 문화운동, 청년창업, 메이커교육, 공동체 회복 등 보다 폭넓게 시민과 국제사회로 나아간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11월 1일 푸른나무재단은 신임 8대 이사장으로 김경성 전 서울교대 총장을 임명했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이루게 된 것 같아 무엇보다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는 김 이사장. 16대 서울교대 총장,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 출제위원, 서울고등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교육계 존경받는 인물이다. 대학 총장 신분으로 푸른나무재단 자원봉사를 자처,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번에도 월급 한 푼 받지 않는 무보수 이사장으로 재능기부에 나섰다. 대학 총장서 학폭 전문가로 ... 무보수 재능기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것,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학교폭력의 출발점입니다. 과도한 입시경쟁이 부른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죠.” 김 이사장은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원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수능 잘 보고 좋은 대학 가라. 돈 많이 버는 회사 취직해 남들보다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 부모들이 주문처럼 외우는 이 한마디가 아이들에게서 더불어 사는 가치를 앗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친구를 누르고 경쟁에서 이겨야만 성공한다는 믿음이 뿌리 깊게 자리 잡으면서 학교폭력은 난제 중의 난제가 됐다. “학교폭력이 누구 탓이냐고요? 우리가 그렇게 키운 것이죠. 무한경쟁시대의 나쁜 부산물입니다.” 김 이사장은 “학교폭력을 없애려면 아이들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고 공감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부모의 의식개선은 물론 공교육에서 인성교육이 강화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배려와 공감 능력을 기르는 교육은 배움을 익히는 초기단계부터 실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조기교육이 필요한 것은 국·영·수가 아니라 인성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공감의 뿌리’(root of empathy)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공감의 뿌리는 갓난아기를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에 초대해 아이들로 하여금 1년 동안 갓난아기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도록 하는 ‘공감 능력을 높이는 심리 교육’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거친 아이들의 95%에게서 폭력성이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다. 김 이사장은 “‘공감의 뿌리’와 같은 프로그램을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공교육에 접목하면 우리 사회에 공감과 배려의 문화가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사이버폭력 크게 늘어 걱정 .. ‘푸른코끼리’ 사업에 기대 푸른나무재단의 핵심사업은 학교폭력 예방-상담-치유의 세 축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엔 학교폭력 가·피해자 상담에 주력했다. 실제로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고민을 호소하는 곳도 푸른나무재단이다. 학교폭력 위기상담, 중재상담, 긴급출동은 물론 전국어디서나 연결되는 상담전화(1588-9128)도 운영되고 있다. 번호 뒷자리 ‘9128’은 ‘구원의 팔’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학교폭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푸른나무재단 상담전화를 통해 도움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문상담원은 물론 다양한 경력과 연령대의 상담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20여 년째 상담봉사를 하는 83세 어르신도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들어 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 예방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학교폭력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올해 삼성과 함께 개최한 ‘푸코포럼’(푸른코끼리 온라인 포럼) 역시 조기감지와 초기대응을 주제로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 징후를 일찍 감지하고 효율적으로 예방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사이버폭력도 조기 예방이 시급하긴 마찬가지. 코로나19 이후 SNS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부쩍 늘어났다. 푸른나무재단이 올해 발표한 전국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폭력은 전년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사이버 언어폭력과 명예훼손, 따돌림 순으로 많았다. 물리적 폭력은 줄고 사이버폭력은 증가하는 양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푸른나무재단이 삼성그룹과 손잡고 ‘푸른코끼리’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청소년들의 친사회적 역량 강화와 사이버폭력 감소를 위한 예방교육을 시행하고 피해학생 치유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 이사장은 “모바일 기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사이버폭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돼 실태 파악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는 학폭법 내 사이버폭력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선도 및 보호 교육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이 폭력을 방관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교사, 학부모, 학교전담경찰관,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를 위한 기업 파트너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교육과 민간단체 협업이 학교폭력 예방에 효과적 김 이사장은 또 학교폭력의 저연령화, 흉포화에 따른 촉법연령 인하 주장에 대해서는 개선 필요성이 있다는 말로 공감을 나타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보호와 회복은 가해학생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니만큼 현재의 법적 절차로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학교폭력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양상을 달리한다.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없을까? 김 이사장은 민관 협력체제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것이 사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들로서는 학교폭력 업무가 버겁기만 하다. 게다가 교원양성 과정에서도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경력이 적은 교사일수록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자칫하면 가·피해학생 측 모두로부터 민원과 소송에 시달리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기도 한다. 김 이사장은 “공교육의 잘 갖춰진 시스템과 민간단체의 우수한 역량이 힘을 합쳐 학교폭력 예방과 치유에 나설 때 가장 바람직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김창룡 서울경찰청장이 푸른나무재단을 방문, 학교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 만들기 MOU를 체결한 것은 의미있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인성교육부터 학교폭력 상담 치유까지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푸른나무재단이 유일하다”는 김 이사장. 그는 “학교가 원하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종기 초대이사장 학폭 공론화 결정적 역할 ... 아쇼카 펠로우 선정 알려진 것처럼 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김종기씨가 전 재산을 털어 세운 곳이다. 자신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잃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었다. 그리고 초대 이사장을 맡아 학교폭력을 없애는 데 모든 것을 걸었다. 재단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학교 및 교육당국 관계자들은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하거나 무시하고 혹은 숨기는 경우가 있었다. 학교폭력의 실태가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것을 꺼린 탓이다. 학교폭력이란 용어를 쓰지 말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금기시되다시피한 학교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단체는 푸른나무재단이 처음이었다. 그는 이후 학교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공공의 문제로 인식되도록 노력하고 체계화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인촌상과 막사이사이상 수상을 비롯, 세계적 명성을 가진 아쇼카 펠로우(Ashoka fellow)에 선정됐다. 김 초대 이사장은 자신의 저서 ‘아버지의 이름으로’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많은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절규를 외면할 수 없다”며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결코 가는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누군가의 희생이 씨앗이 되고 누군가의 헌신이 줄기가 돼 성장해온 푸른나무. 아름드리 그루터기엔 오늘도 쉴 곳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 함께’가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그곳으로.
“실천공학교육과 평생직업능력개발 글로벌 선도대학으로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올해로 개교 30주년을 맞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이 학교의 이성기 총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의 평생학습 선도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해 개교 100주년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교육의 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기술교육대는 국가의 미래를 견인할 고급 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우수한 훈련교사 배출을 목적으로 지난 1991년 노동부 주도로 설립된 국책대학이다. 국립대 수준의 저렴한 등록금과 풍부한 장학금, 높은 기숙사 수용률로 학생 만족도가 높은 이 학교는 전국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1~2위를 다툴 만큼 최우수 대학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총장은 “이론과 실습을 5:5로 맞춘 교육과정 운영으로 현장 실무능력 배양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각 전공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교육할 수 있도록 교과목을 신설, 개편하고 융합학과를 설치해 학생들의 융·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대학 최초로 5G 기반의 스마트러닝팩토리를 개관한 것도 융·복합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11월 3일 열린 개교 30주년 행사에서 이 총장은 “실사구시에서 비롯된 실용문화와 성과문화를 바탕으로 공유문화, 혁신문화의 DNA를 심어 세계 최고대학으로 나가는 담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총장은 철도기관사로 시작해 대학 총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가정형편이 어려워 국립 철도고등학교에 진학해 철도청에서 부기관사로 일하다 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행정고시를 거쳐 노동부에서 관료의 꽃인 차관까지 지냈다. 개교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개교 기념 행사에서 정호승 시인이 ‘봄길’이란 시를 선물해 주더군요.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라는 글귀가 적힌 시입니다. 이 말처럼 우리 대학은 개교 60주년, 개교 100주년으로 이어지며 더욱 새로운 교육의 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가장 취업 잘되는 대학, 가장 교육 잘하는 대학으로 유명한데 비결이 뭔가요? 교육부 대학 알리미 취업률 공시에서 전국 4년제 대학 중 1~2위를 다툽니다. 올 1월 발표된 취업률은 84.7%이고요. 국내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이 63.4%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20% 이상 높죠. 학생들의 현장실무능력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둔 교육과정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교육과정에서 실험실습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 됩니다. 실습이 많다보니 수업시간도 많죠. 아울러 현장 실무경험이 풍부한 교수진과 100여 개 LAB실을 24시간 개방하는 등 우수한 교육여건도 자랑할 만하고요. 다른 대학에서는 보기 힘든 졸업연구작품 제작을 의무화해 전공지식 활용과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강화한 것 역시 우리 학교만의 강점입니다. 시쳇말로 빡세게 공부시키는 학교네요. (웃으며) 대학에 들어왔다고 한눈팔 틈이 없죠. 그래서 학부모들이 더 좋아하는 대학입니다. 그런데 학생들 만족도는 전국 최고라고 들었습니다. 경제적 부담 없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이라는 게 가장 큰 매력이죠. 등록금의 경우 공학계열이 230만원, 인문계열은 160만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등록금감면 장학금, 학업생활지원장학금, 근로봉사장학금 등 모두 36종에 달하는 장학제도를 통해 학생 1인당 연 평균 329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됩니다. 이를 계산하면 학생들이 연간 부담하는 학비는 100만 원 남짓에 불과하죠. 기숙사도 11개 동에 2918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전체 대학생 대비 수용률이 80%로 전국 최고수준이에요. 집 걱정, 돈 걱정 없이 공부하는 대학이 우리 학교입니다. 실사구시형 공학기술자를 양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4차 산업의 특징인 융·복합 교육을 위해 융합학과를 설치해 ‘AI·빅데이터’, ‘AR/VR’, ‘스마트팩토리’의 3개 트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 융합해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트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며 13학점을 이수하면 졸업 시 부전공 수준의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를 받게 됩니다. 융합학과 소속의 학생은 한 명도 없지만 모든 재학생이 융합학과의 학생으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과정이 특징이죠. 융·복합 교육 지원을 위해 5G 기반 ‘스마트러닝팩토리’를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스마트러닝팩토리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클라우드컴퓨팅 등의 기술을 분절하고 돌려보면서 직접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전문가와 문제점을 풀어가며 작업합니다. 4년제 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직업상담사’ 등 고용서비스 전문인력 양성 학과를 개설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그렇습니다. 국내 대학 최초로 ‘고용서비스정책학과’를 신설, 2022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사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고용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상담 인력을 증원해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독일은 9만 5000명, 프랑스 5만 5000명, 일본 2만 7000명 등 선진국들은 풍부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3200명에 불과한 실정이죠. 그래서 향후 취업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끝난 수시모집에서 7.88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반응이 좋더라고요. 내년 1월에는 정시모집 가군에서 신입생 10명을 모집할 계획입니다. 학생들이 몰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고용서비스정책학과는 교육과정 전반이 국가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NCS 기반 과정평가형 과목들로 구성돼 있어 정규과정을 이수하고 평가를 거치면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이 가능합니다. 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7급공무원 임용시험에서 3~5%의 가산점이 주어져 공무원 임용에 매우 유리합니다. 이번 학과 개설은 우리 학교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다. 앞으로 우리 대학을 독일의 ‘고용서비스 특성화대학(HdBA)’, 프랑스의 ‘고용서비스 역량강화센터(CIDC)’, ‘고용서비스 경영대학(Universite du Management)’과 같은 국가를 대표하는 고용서비스 전문 교육기관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관료에서 총장으로 변신한 지 3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학교 경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우리 학교 개교 30주년 슬로건이 ‘사람을 향하는 기술, 세상을 바꾸는 교육’이었습니다. ‘사람을 향하는 기술’은 기본 가치를 인간에 두고 쓰는 것을 편리하게 하면서 삶을 두텁게 하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천 지향적인 기술공학을 의미합니다. 또 ‘세상을 바꾸는 교육’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안 문제를 창의적 사고와 도전정신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하자는 뜻을 담고 있어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들 사람에게 이득이 되지 못하면 소용이 없고,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도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닙니까.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학생들을 ‘기술로 사람들을 널리 유익하게 하는 융합형 미래인재’로 육성하는 게 바람입니다. 100년을 내다보는 교육을 강조했는데 구상 중인 계획이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기술교육대가 세계 최고의 평생학습 선도 교육기관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내용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요소기술 중심으로 재편하고, 교육과정을 마이크로 크레디트 등으로 유연화할 생각입니다. 교육방법도 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해 다양화시켜 나갈 예정이고요. 또 현재의 직업훈련 교사뿐만 아니라 초·중·고 교사 및 기업 현장 교사 등까지 교육대상을 확대해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직업훈련교사 양성 및 훈련까지 수행하는 대학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