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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가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도입을 위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교육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오는 28일 저출산위는 ‘놀이와 휴식을 더하는 초등학교로의 변화 필요성과 쟁점’을 주제로 제7차 저출산고령화포럼을 개최하고 초등 저학년 하교 시간 연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초등 1~2학년생은 오후 1시, 3~4학년생은 오후 2시에 마치는데 이를 1~2시간 늘리자는 게 요지다. 맞벌이 가정 증가 등 사회 변화에 발맞춰 학교의 돌봄·교육기능을 강화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총은 16일 현장 교원들을 초청해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관련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학교 현실을 알면 내놓을 수 없는 정책”이라고 토로했다. 저출산위는 늘어난 시간을학교 재량에 따라 놀이, 산책 등의 활동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교원들은 학생 안전 문제를 먼저 걱정했다.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운동장, 체육관 등으로 한정돼 있는데 이마저도 미세먼지, 폭염 등으로 인해 활용할 수 없는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김정미 전남 매안초 교사는 “교실이 좁아 책가방을 놓을 자리가 없어 사물함 위에 올리곤 한다”며 “운동장에 나갈 수 없는 날,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좁은 교실에서 놀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복현 경기 별망초 교장은 “놀이 시간이 늘어난다는 건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라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해당 정책을 시행해도 교원 업무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저출산위의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초등 저학년은 쉬는 시간뿐 아니라 점심시간에도 교사의 지도와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소영 서울고덕초 교사는 “초등 1·2학년생은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눈을 뗄 수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학년”이라며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이미 수업에 놀이를 접목해 가르치고 있는데 놀이 시간을 늘리라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객관적인 사업 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놀이밥 공감학교 사례를 참고해 만든 정책이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놀이밥 공감학교는 강원도교육청이 하루 100분 놀이 시간을 확보해 학생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로 올해 3월부터 시범 실시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전기 강원 교동초 교사는 “놀이밥 공감학교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사업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몇 개 학교의 성공 사례만으로 전국 모든 학교에 일반화 해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마다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그 결과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어 “자기주도적으로 놀이를 이끌어갈 수 있는 고학년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저학년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갑철 서울신영초 교감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따르면 수업이 시작되는 시각과 끝나는 시각은 학교의 장이 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며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책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올해는 교과 전담교사를 맡게 되었다. 담임을 맡았던 작년보다는 여유로운 아침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침마다 어학실로 놀러 오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통근시간이 자가 운전으로 한 시간이 넘는지라 지각하지 않기 위해 일찍 출근하는데, 이 아이는 나만큼 일찍 와서 어느새 어학실에 달려와 놀아달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이 녀석은 ‘선생님 의자에 앉으면 안돼요’라고 말하는 내게 ‘아니에요, 돼요’라고 말하며 내 의자를 차지하고는 밀어 달라고 하고 엉덩이에 잔뜩 힘을 주어 의자에서 자기를 밀어내려는 나를 놀이 대상으로 삼았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어학실로 놀러오는 이 녀석 탓에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해 아침을 먹는 나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마산초등학교는 포도밭과 농가뿐인 주변에서 덩그러니 육지의 섬처럼 솟아있다. 주변에는 상가는커녕 민가도 몇 채 없다. 학교 버스가 아니면 도보로 오갈 수 없는 곳이다. 모든 등하교가 학교 버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등하교 지도는 편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학교에 오는 순간 학교 밖으로 놀러 나갈 수 없어 영락없이 갇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여자 아이는 학교 버스보다 한참 먼저 학교에 와 있어 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어학실에 올 수밖에 없던 것이다. 교무실 문 앞까지 따라오며 놀아달라고 칭얼거리고, 선생님은 맨날 일 아니면 회의라고 회의는 도대체 언제 끝나냐며 끝나면 반드시 놀아줘야 한다는 성화에 나는 지친 몸으로 소꿉놀이나 몸싸움을 해줘야 했다. 어느 날 아침, 여자 아이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어학실로 달려와 다람쥐 같은 얼굴로 ‘선생님, 나 전학 가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어학실의 모든 사물이 움직임을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갑작스런 이별을 맞은 슬픔이라기보다 질주하듯 자라는 아이들과 다 자란 어른의 멈춰선 시간은 완전히 다른 시각 장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었다. 교사란 무엇이 됐든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학생들에게 전수함으로 학생들의 삶에서 자신의 필요를 제거함으로써 스스로를 완성시키는 존재다. 그래서 결국 교사란 이별을 위한 직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많이 놀아줘야 한다는 여자 아이를 나는 떼어놓지 못했고, 교무실 문 앞까지 와서 소란스럽게 하는 녀석 때문에 교감 선생님께 교사가 어린 아이와 친구처럼 놀아주느라 통제하지 못해선 안 된다는 꾸지람까지 듣고 말았다. ‘마지막 날이니까 간식 주세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운전도 서툴고 근처에 매점도 없다는 핑계로 나는 제대로 된 간식조차 줄 수가 없었다. 이 아이는 마산초등학교보다 더 넓고 거친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소규모 공동체에서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감싸주는 가족 같은 포근함과는 다른 질서가 그녀를 기다릴 것이다. 익명성과 차가움이 낯선 환경 속에 떨어진 그 녀석을 더 외롭게 만들지도 모른다. 마산초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회성을 기르지 못할까 무서워 보내지 않는다는 동네 택시 기사의 말이 떠올랐다. 강한 아이니까, 무엇이든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성격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 어쩌면 어학실에서 놀 친구를 기다렸던 것은 나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큰 눈망울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다섯 해 전 2월 초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던 수지(가명)는 웃는 얼굴 위로 또르르 또르르 떨어지는 눈물을 닦느라 애썼다. 내가 그 학교로 전근을 갔을 때 수지는 2학년이었다. 앳되고 예쁜 얼굴에 귀엽게 파마를 한 수지. 생글생글 웃는 모습에 나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맡고 있었던 파란마음반은 특수학급으로, 우리 학교에 한 학급이 있었고 특수교육대상학생으로 선정·배치 받은 학생들이 특정한 시간에 와서 학습을 하기 때문에, 수지는 2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5년 동안 우리 반에서 국어와 수학, 6학년이 되어서는 사회까지 학습했다. 애기 같았던 수지가 거의 내 키만큼 자라는 5년은 함께 공부하고 체험하며 웃고 울고 많은 걸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그 마음에 졌던 응어리를 푸느라 애썼던 시간이었다. 그 졸업식은 둘이 함께 했던 시간을 마무리하고 수지는 중학교로 진학을 나는 또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야 하는 시점에 있었다. 5년 동안 함께 했던 시간을 뒤로 하며 아쉬운 마음과 졸업하면 학교를 찾아와도 엄마처럼 의지했던 선생님이 없다는 상실감에 흘리는 눈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도 흐려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더욱 밝은 목소리로 수지를 위로했다. “선생님하고 메일 보내는 거 알지? 메일로 선생님하고 얘기하고 나중에 선생님 보고 싶으면 선생님 새로 가는 학교로 놀러 와도 돼. 그리고 놀이치료 선생님은 계속 만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수지와 함께 수긍해 주시며 다독여주시는 수지 할머니. 나도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쉬움과 애틋함을 다독였다. 수지는 수줍고 착하고 마음이 여렸다. 수학시간에 덧셈을 배우다가도 잘 이해를 못하고 모르겠으면 큰 눈을 껌벅이고 있다가 소리 없이 눈물을 떨어뜨렸다. 조금만 어렵다고 느껴지면 울다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어려운 게 아니라고 선생님이 쉽게 알려준다고 해도 지레 겁을 먹고 거부했다가 그 단계를 넘어가면 쉽다며 또 생글생글 웃었다. 그런 과정을 과정을 여러 번 거치니 나중엔 울지 않고 집중했고, 5년 동안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까지 학습할 수 있었다. 그 시간에 한글도 익혀 스스로 책도 읽을 수 있게 됐다. 5·6학년 때는 함께 그림책을 읽어주면 그 내용에 폭 빠져서 듣고는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해 질문에 대답도 잘 하더니 점점 자신의 생각도 자신의 말로 자연스럽게 표현하였다. 책을 읽어 준 후 쉬는 시간에는 혼자 책을 보며 책으로의 여행을 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내 마음도 흐뭇했다. 수지의 이런 발전된 모습이 내 맘에 더욱 다가오는 것은 수지의 어머니가 3학년 때 집을 나가셔서 수지가 그 아픔을 소리 없이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지가 2학년 때 수지 어머니와 상담전화를 하고 있을 때, 멀리서 전화를 받는 엄마에게 큰 소리로 떼를 쓰는 수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들도 잘 도와주고 교사의 말도 잘 듣고 생활도 잘했기 때문에 ‘집에서는 엄마에게 저렇게 떼도 쓰고 어리광도 심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날 수지와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집에 안 계시다는 얘기를 얼핏 하는데 이래 저래 물어보니 엄마가 며칠 동안 안 계시는 것이 아니라 집을 나가신 거였다. 처음엔 아빠와 동생이랑 집에서 함께 지내는 것 같더니 얼마 후에는 동생과 큰댁에서 지낸다고 했다. 아빠는 저녁 때 잠깐 와서 아이들을 보고 집으로 가시고 수지는 큰댁에서 생활하는 것이었다. 큰댁에는 할머니, 큰 아빠, 큰 엄마, 사촌 언니와 동갑인 동성 사촌이 있는데 거기에서 같이 지낸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명랑하게 하는 수지를 보고 있노라니 내 맘 한 켠이 시려 왔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엄마, 아직 어리광도 많은 나이라 엄마가 없는 집도 힘들 텐데 큰댁에서 지내며 점차 발길을 끊으려는 아빠와 중학교 들어가면 같이 살 수 있다는 약속을 했다는 아이.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어떻게 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그 상황에 수지는 가끔 멍하니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밝게 얘기하다가도 엄마 얘기를 하면 눈빛이 흐려졌다. 조카들을 키우며 자기 자식에게 마음껏 애정표현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큰 엄마의 심정도 이해되고 나이가 같은 사촌만 예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수지의 마음도 안쓰러웠다. 수지의 남동생은 과격한 행동으로 그 마음을 표현했고, 수지는 착실하게 지내는 것 같았지만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었다. 겉으로 표현하는 수지의 남동생은 조치가 빨랐다. 불만사항을 해결해 주고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려고 노력하여 개선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수지는 그 아픔이 얼마나 큰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어려웠다. 그러다가 우리 반에서 운영하는 방과후교실에서 모래 놀이치료를 개설하게 되었다. 수지는 누가 데리고 치료실을 다닐 상황과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특수학급에 지원해 주는 방과후교실 운영비와 특수학급 운영비를 이용해 강사를 구하고 모래 놀이 교구를 샀다. 치료 시설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모래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갖췄다. 모래 놀이를 이용한 놀이치료는 평소에 말로 하지는 못하지만 모래 놀이에서 여러 도구들을 가지고 놀면서 마음 속 표현하지 못한 말들과 생각들을 표현하고 치료사와 대화하며 점차 회복해 나가는 활동이다. 다행히 수지는 마음이 순수해 놀이상황에 자신의 마음을 잘 녹여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 활동을 할 때에는 나는 교실을 비워주고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놀이치료 선생님 말씀에 수지가 엄마 뱃속에 있고 싶어 한다며 지금의 마음 상태가 안전하게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 때로 돌아가고 싶고 해결하지 못하고 응어리 진 것을 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얼마 뒤 놀이치료 선생님은 이제 그 시기를 벗어나 갓 난 아기와 같은 표현을 한다고 했다. 선생님의 말만 듣고 그 정도인가 했는데 모래 놀이치료가 조금 늦게까지 이어졌던 날, 끝날 시간쯤 되어 교실 앞에 갔을 때 교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응애 응애” 울음소리는 수지가 내는 소리였다. 소꿉놀이 하듯 아기 소리를 내며 젖병으로 우유를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놀이치료 선생님은 수지가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다며 이제는 유아기로 넘어왔다고 해서 어떻게 그걸 아느냐고 하니 그 시기의 충족되지 못했던 것을 본인이 충족되었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그 시기에 원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젖병으로도 빨대로도 안 먹고 컵으로 마시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수지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으로만 담아두었던 응어리들을 모래 놀이를 통해 마음껏 발산했다. 그리고 회복돼 가고 있었다. 그 안타까운 상황은 바꿔줄 수 없었지만 그 마음을 쏟아놓을 곳이 생겨 본인도 그 시간을 기다렸고, 밝아지는 수지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도 가벼워져 갔다. 그 즈음에 나는 우리 반 학생들과 그림책을 읽으며 토론하는 수업을 1년 동안 진행했다. 책을 읽은 후 사후활동으로 여러 가지 기법들로 토론을 접목시켰다. 수지도 잘 참여했다. 어디에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을 때 스스로 그 마음을 표현하도록 사진, 그림들과 함께 쉽게 나온 두께가 다른 세 종류의 ‘안네의 일기’책을 보여주고 읽어줬다. 안네의 상황과 이야기를 해 주며 내용 중에 ‘종이는 사람보다 인내심이 강하다’는 문구를 알려주고 수지도 힘들 때, 아무에게도 내 마음을 말하기 힘들 때, 글로 써 보라고 얘기해줬다. 그렇게 수지는 단단해져 갔다. 쉬는 시간에 책을 볼 때도 안네의 일기를 옆에 두고 즐겨봤다. 6학년을 거의 마칠 즈음에는 이메일 사용하는 법을 알려줬다. 핸드폰도 바뀔 수 있고 주소도 바뀔 수 있지만 메일은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기에 메일로 편지를 주고받는 법을 익혔다. 놀이치료는 얼마간 더 해야 하기에 중학교 특수학급 선생님과 상의하고 중학교에도 개설해 진학 후에도 이어서 할 수 있게 됐다. 그 뒤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는 놀이치료를 그만 두게 되었다. 놀이치료 선생님 말씀으로는 너무 씩씩해져서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동안에도 수지와 이메일로 가끔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2년 전 어느 날 전근 간 학교로 그 학교를 졸업한 친구와 고등학생이 된 수지가 찾아왔다. 어느새 나보다 더 커진 수지가 큰 눈을 반달로 만들며 환하게 들어왔다.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에 순대에 어묵을 먹으며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이야기 하는 수지의 모습에 더없이 즐거웠다. 이제 고3이 되어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수지는 전처럼 이메일을 잘 보내지 않는다. 그래도, 그래서, 나는 기쁘다.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운다’는 도종환 시인의 ‘스승의 기도’처럼 넓은 하늘을 힘찬 날개 짓 하며 날아오르는 수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벅찬 마음에 웃음 지어 본다. [2018 교단수기 공모 은상 수상작-수상 소감]제자들에게 조언자이자 버팀목 되고파 몇 년 동안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를 마감일에 겨우 맞춰서 냈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순간순간 기록하고 싶은 많은 일들이 있었으나 늘 마음속에서 되뇔 뿐 마음먹고 글로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수지와의 이야기는 새벽의 알싸함처럼 조금은 애잔하고 무거움에서 출발하지만 여명이 어둠을 물리치면 움츠린 가슴을 펴고 빛으로 나아가듯 희망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은상 수상소식을 듣고 다시 저의 글을 읽어보니 한편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퇴근하는 내내 배시시 웃음 짓게 했던 기쁨, 벅참, 즐거움은 생각할수록 기분을 좋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 준 저를 성장시켰고, 성장시키고 있는 많은 제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제게는 깊고 울림이 있는 말과 글로 힘을 주고, 제가 하는 이 일에 대해 끊임없이 지지해 주시는 고등학교 때 은사님이 계십니다. 은사님이기도 하고 인생의 선배이신 선생님처럼 저도 제자들에게 기쁘고 힘들 때 생각나는 선생님, 마음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는 조언자이자 버팀목이 되어주는 든든한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더 큰 세상으로 날개 짓을 하는 수지를 비롯한 많은 제자들과 오늘도 묵묵히 애쓰시는 동료 교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런 장을 마련해 주신 한국교육신문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새벽이 되어도 서울 도심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 삼십 도이다. 북·중 접경지역 탐방이 시작되는 날이다. 출국 절차를 받기 위해 오전 5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출발한다. 버스 속에서 햄버거로 아침을 먹는다. 한강변을 따라 달리는 길섶의 풀들은 더위에 지쳐있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차량의 밀림이 없이 한 시간여 만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아침 공항풍경은 이채롭다. 다양한 목적과 설렘을 가지고 출국하려는 인파로 북적인다. 탑승 절차를 마치고 탑승 대기 공간으로 간다. 대리석 바닥에 블루라이트의 현란한 조명을 갖춘 면세물건을 파는 가게의 간판들이 우리나라 속 이국에 와 있는 기분을 갖게 한다. 잠시 긴장을 풀겸 모닝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시선을 돌린다. 쉴새 업이 이착륙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국적의 비행기가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그리고 머릿속을 가득채운 여러 사념이 질문에게 던진다. 삶에 있어서 진정한 여유와 행복이란 무엇인가? 떠나는 장소에서 가족이나 지인에게 때로는 서운하게 모질게 대한 지낸 일들이 거울로 비쳐온다.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을 향하는 비행기 탑승이 시작됨을 알린다. 같은 일행들이지만 아직은 서먹서먹한 채 목걸이 이름표만 본다. 아스라이 멀어지는 인천국제공항과 서해를 내려다보며 비행기는 고도를 높인다. 좁은 비행기 창을 통해 흰 구름이 솜사탕처럼 솟아오르고 얼음장 같은 파란 하늘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양하고 포근한 구름 모습은 신들이 거니는 정원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시계를 도착지 현지 시각으로 한 시간 거꾸로 돌린다. 앞좌석 등받이에 비행경로가 표시된다. 중국 산둥반도와 대련, 선양, 장춘을 지나는 항로이다. 돌아서 가니 시간도 경비도 많이 든다. 아마 통일이 되었다면 남북 직항로나 육로를 이용하여 갈 수 있을 것인데 분단은 더 큰 비용과 아픔을 동반하게 한다. 현지시각 10시를 조금 넘기자 연길 공항에 착륙준비를 알리는 기장의 멘트가 나온다. 비행기는 고도를 낮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낮아질수록 구름이 많아지며 창에 빗방울이 사선을 긋는다. 가벼운 진동과 함께 비행기는 연길 공항에 착륙한다. 공항 분위기와 그 주변의 건물들은 어둡다. 기온은 폭염과 열대야에 대비되는 우리나라의 구월 말 시월 초의 온도다. 공항 주변 건물은 밝고 환한 색조보다는 짙은 무채색 계열이 대부분이고 다만 지붕만 붉은색이다. 단체 비자로 입국 절차를 마치고 현지 가이드를 만난다. 공항을 나서며 뒤를 돌아본다. 국제공항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의 지방공항에도 못 미치는 모습이다. 연길 공항에서 한 시간 넘게 달려 연길 시내에서 점심을 먹는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주도인 연길시는 제일 번화한 도시라고 하지만 우리의 중소도시보다 아래다. 특이한 점은 모든 간판에 한글과 중국어가 병행 표기되어 있다. 이런 자치주는 중국내에 5곳이 있는데 연길시의 조선족은 60% 정도라 한다. 낯설지 않은 곳이지만 억양과 말투는 북한 쪽에 가깝다. 시내의 교통상황은 무질서 속에 전개된다. 자전거, 삼륜차, 자동차 등이 서로 얽혀 움직이며 신호등은 드물다. 이곳 연변은 우리 민족의 아픔이 깃든 곳으로 역사가 낳은 곳이다. 한때는 북간도라 하였으며 연길 분지는 한민족이 최초로 벼를 이식한 곳으로 수도작(水稻作)이 행해졌으며 그밖에 콩·수수·옥수수·보리 등도 재배된다. 한때는 청나라 측이 이 지역을 봉금지역(封禁地域: 이주 금지의 무인공간지대)으로 정하고 청국인이나 조선인 모두의 입주를 불허하는 공간이었지만 청말 조선 후기 봉금이 해제되고 우리 농민이 들어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도협약 이후 청나라로 넘어가고 일본의 압제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우리 농민과 애국지사들은 두만강을 넘어 정착하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연길 시내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드디어 첫 일정인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함경북도 온성시의 남양마을과 인접하고 있는 중국변경 도문으로 향한다. 비 때문에 밖을 잘 볼 수 없다. 문득 지금 가고 있는 곳을 생각하며 눈물 젖은 두만강 노래 가사를 떠올린다. 두만강은 어떤 모습일까? 내리기 전 주의사항을 듣는다. 이곳에서는 렌즈가 긴 사진기, 현수막, 깃발, 만세 구호, 손가락질, 심지어 웃음도 금지라고 한다. 두만강 광장에 내리자마자 빗줄기는 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심술을 부린다. 여기까지 와서 그만 돌아갈 수도 없는 일 부러질 것 같은 우산을 잡고 두만강변으로 나간다. 평소 같으면 강 건너 푸른 들과 산, 남양마을 볼 수 있겠지만 구름과 안개에 가려 아쉬움을 더한다. 중국 국경 중 북한과 제일 가까운 도문과 남양마을은 빗속에 숨을 죽이고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은 찾을 수 없다. 단지 흐릿하게 인적없는 적막감에 싸인 남양마을만 숨을 죽이고 있다. 아쉽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아픔을 삼키며 돌아선다. 가이드의 설명이 붙여진다. 이곳 도문 사람들은 좋아도 나빠도 우리 민족이라 서로 도운다고 한다. 누군가 이런 얘기를 했다. 화해란 비좁은 원을 그려놓고 그 위에 함께 서 있는 것이라고. 좁은 공간 속에 함께 서 있기 위해선 각자 자기 욕심을 조금씩 덜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화해란 내 고집과 내 욕심을 밖으로 밀어낼 때 거기서 새로이 싹트는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일. 그런데 그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통일도 이와 같을 것이다. 서로의 노력 없이는 어렵다. 도문을 뒤로 봉오골 반일본 전적비로 향한다. 봉오동은 두만강에서 40리 거리에 있으며 험준한 산줄기가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쳐진 장장 수십 리를 뻗은 계곡 지대로 독립군 근거지의 하나였다. 홍범도와 최진동이 이끄는 대한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한 곳이다. 역사 시간에 배웠던 곳이라 기대감이 앞서간다. 하지만 봉오골 저수지 왼쪽에 위치한 전적비를 보는 순간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앞선다. 비에 젖은 향로, 뒹굴고 있는 국화꽃 송이, 우묵장성이 된 주변을 보며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린 이분들의 넋이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가 하는 후손으로서 면목이 없다. 우산을 받쳐 들고 간단한 추념의 시간을 갖고 고개를 돌려 본다. 구름과 안개에 가려 봉오골 전체 지형은 볼 수 없지만 깊은 계곡의 지형을 이용한 유인 매복 작전이라면 적은 수로 상대와 싸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떨어지는 빗소리가 꾸짖음을 더한다. 봉오동 전투의 승리는 일제 강점기 시절 중국군도 두려워한 일본군을 상대하여 거둔 승리로 우린 민족의 저항정신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이 전쟁에 이어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도 승리를 하면서 중국에서 대한 독립군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패한 일본은 간도참변을 일으켜 한인 수만 명을 무참히 죽이는 보복을 한다. 이런 아픈 비극의 만행의 역사를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낯선 땅 이국에서 독립을 위해 한 몸을 불사른 투사들이 있던 곳, 1920년 6월 6일 봉오동 전투의 현장을 떠올리며 한민족의 후손으로 더 꿋꿋하게 살아야 함에 의의를 던진다. 하지만 중국은 봉오동 청산리 싸움을 중국인으로서 조선족이 일본에 대항하여 싸워 이긴 전쟁이라 애써 축소하며 자신의 역사의 한 부분으로 포함하고 있다. 참 어처구니없는 실상이다. 어떤 나라건 개인이건 힘의 우의를 선점하여야 소리칠 수 있다. 나라를 위해 숨져간 의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은 남북이 하나 되어 힘을 뭉치는 일이다. 지금 패권 국가들의 형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큰 소리를 내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의도 정의로 만드는 것은 바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통일을 제일 두려워하는 나라가 중국과 일본이라고. 지은 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절박하다. 서로의 이념은 평행선이다. 이런 소모성 대립의 종지부를 찍고 한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길이 바로 통일이다. 하지만 며칠 전 뉴스에서 우리나라 젊은 세대는 통일에 대하여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심히 걱정이 앞선다. 이런 통일에 대한 사고를 바르게 정립하여 통일이란 희망의 바이러스를 심는 게 교직자로서 나라를 대하는 바른 자세가 아닐까한다. 직접 와서 봐야 한다. 관광이나 여행을 통한 즐김이 아닌 현실을 보아야 한다. 홀로코스트를 당한 유대민족이 세운 이스라엘을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지척에 두고도 넘지 못하는 곳! 언제쯤이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지 이념의 소실점이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봉오동전적비 앞에서 두 손에 힘을 준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올해 중3 학생들의 대입제도가 1년의 진통 끝에 결정됐다. 결국 정시 수능전형을 30%로 늘리고, 상대평가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7일 이런 내용의 대입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내용을 보면 가장 치열한 쟁점이었던 수능과 학종 비율은 정시 수능전형을 30%로 확대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안에는 명시하지 않았던 비율을 명시한 것이다. 러나 교과전형 30% 이상의 대학은 자율로 하도록 해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 사립대를 제외하고, 전문대와 원격대 등은 설립 목적을 고려한다는 취지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30% 비율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과 연계해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과전형 30% 미만, 정시 수능전형 30% 미만,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 참여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대학은 전국 개 대학 중 17개 대학에 그친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현재 평균 20%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주요 대학의 경우는 대부분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춰 정시를 일부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근현 대입정책과장은 "수시 이월분까지 고려하면 30% 중반대 정도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 수능 절대평가는 유보됐다. 현행 일부 과목 상대평가 유지를 하되, 당초 절대평가 전환이 정해져 있던 제2외국어·한문은 권고안대로 절대평가하기로 했다. 수시 최저학력기준은 대학 자율 활용 기조를 유지했다. 수능파의 판정승이 되자, 학생부 중심 전형을 지지한 측에서는 반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전날 "수능 확대는 교육 퇴행"이라고 성명을 냈다. 당일에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좋은교사운동을 중심으로 한 단체들이 유사한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확대 비율을 30%로 정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유지했기에 정시 수능전형 45%를 요구한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등 수능파도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해 교육부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의제1을 택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수능 상대평가가 유지되면서 수능 절대평가를 요구해온 전교조 등에서도 비판성명을 냈다. 결국 1년의 세월과 수십억의 예산을 소비했으나, 교육부 자체적으로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론이 나왔고, 각 이해관계 집단의 비판만 거세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자평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교육현장의 현실과 수용성까지 고려하기 위해 1년을 늦춘 것도 의미 있는 소득"이라고 평한 데 이어, 이날 김 부총리도 "공론화 과정은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대학입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모으고 정리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교총은 논평을 내고 "큰 관심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혼란과 갈등보다는 현실을 고려한 안정적 변화를 택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제도가 확정된 만큼 안착을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공론화에서 제외된 나머지 대입제도도 확정됐다. 수능 과목구조에서는 기하와 과학Ⅱ를 선택과목으로 두기로 했다. 어차피 한 과목만 선택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에 국어교육계에서 요구한 문법, 작문 등의 공통과목 포함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종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그동안 논란이 된 소논문 실적 기재는 폐지하기로 했다. 수상 경력은 기재하되, 대입에 제공할 수 있는 경력은 학기당 1개로 제한하기로 했다. 자율동아리도 학년당 1개로 제한하고, 동아리명과 동아리 설명만 기재하게 됐다.
그늘을 벗어나면 밤송이가 찌르기는 듯 뜨거운 햇볕이 살갗을 파고든다. 열기는 마치 모든 것을 불사를 기세다.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서울행 시외버스에 오른다. 우리나라 남쪽 남해에서 출발하여 두만강 유역 중국 도문 변경을 시작으로 여순에서 마치는 통일 미래를 꿈꾸는 희망 대장정이 시작된다. 차 안은 냉방으로 시원하지만, 창밖의 들과 산, 풀과 나무들은 폭염에 지쳐있다. 괜히 폭염에 지친 생명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천안을 지나면서 양방향을 빼곡히 메운 차량 행렬은 한쪽은 남으로 한쪽은 서울로 꼬리를 문다. 하지만 북쪽은 대륙과 이어져 있지만, 분단이라는 현실 때문에 육로 가기란 어렵다. 그래서 첫날은 서울에서 묵고 다음 날 연길을 거쳐 도문부터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무언가 모를 불안감이 전해져 온다. 모일 장소와 시각, 지하철 환승 편을 확인한다. 아무래도 예정된 시각보다 이십 여분 늦을 것 같아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런저런 일상에 대한 비약이 정리될 즈음 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 짐 가방을 끌고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계단을 내려간다. 서울 지하철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감싸고 눈이 따갑다. 두 번의 환승으로 마포역에 도착하여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거쳐 지상으로 오른다. 지하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탈출이다. 그러나 지상도 여름의 열기에 손을 놓을 지경이다. 달아오른 열기는 열섬을 형성하여 사우나에 들어선 것 같다. 인도에 들어선 가로수도 지쳐 늘어지고 오가는 행인들도 더위를 곤혹스러워한다. 이십 여분 늦은 끝에 모임 장소로 들어선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서 통일 교육에 관심이 있는 선생님들이 모였지만 언제나 첫 만남은 어색하다. 특히, 낯가림이 심해 선뜻 말을 꺼내 달려들지 못함이 어렵다. 어느 정도 주변이 시야에 들어올 즈음 정면의 ‘북·중 접경지역에서 통일을 꿈꾸다’라는 현수막이 이번 캠프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은 북한과 제일 가까운 변방이지만 한편으론 삼국시대, 남북국시대 우리 민족의 근거지였으며 구한말 일제강점기 시절 굶주림과 감시를 피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의지를 불태운 곳이 간도지역이다. 세계역사의 흐름은 정의 보다 힘이 작용한다. 산업혁명 이후 열강은 새로운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되면서 소비시장과 원료를 구하기 위한 제국주의 정책 힘의 우위를 앞세워 다른 나라를 침탈하는 식민정책을 시행한다. 그 가운데 문호개방에 뒤쳐진 조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은 조선의 통상거부정책으로 개화가 늦어진 틈을 타서 일찍이 메이지 유신으로 힘을 갖춰 대륙을 침략을 위한 계획을 진행한다. 결국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기고 마침내 경술국치에 이른다. 이른 상황에서 뜻있는 애국독립투사들은 이 북·중 접경지역 동북 3성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펼친다. 특히 간도 지역의 용정은 독립운동의 주 근거지였다. 하지만 이런 독립운동도 2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민족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갈라져 대립하다 일본의 패망과 함께 각자의 노선을 갖고 열강의 세력 구도에 의하여 한반도는 분할된다. 이 분할 구도는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은 6.25 한국전쟁을 거쳐 지금의 북한 핵 위기까지 오고 있다.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전의 기록을 토대로 미래를 대비해야 함을 항상 말하고 있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그들의 실상을 알았을 것인데 미처 대비를 못하고 또다시 일본에게 짓밟히는 사태에 직면한 것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북한의 이념으로 인한 소모성 입씨름과 무력충돌을 멀리하고 민족의 상생발전을 위해 힘써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남북이 원해도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리 민족의 잃어버린 옛 활동지에서 다시 한번 분단의 아픔을 알고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성 회복되어 통일이라는 희망의 바이러스를 심었으면 하는 희망이 이번 탐방에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늦은 저녁 시간 초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서울 한복판에서 낯섦을 지우고 모두가 함께하는 마음으로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정을 준비한다. 그리고 생각한 만큼 통일의 필요성과 우리라는 동질성의 바이러스를 챙겨 올 수 있을지 서울의 밤은 깊어만 간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승진후보자명부와 별개로 우수한 평교사를 교감으로 특별승진 임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행법으로는 교육감이 할 수 없는 문제라 추후 논의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교육감 공약이행 계획을 담은 인수위원회 백서가 13일 발간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인수위는 지난달 19일 활동을 종료하며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도 이 내용이 들어간 자료를 배포했고, 백서에 그대로 담았다. 인수위는 ‘학교자치를 위한 교원 인사제도 개선’ 차원으로 ▲신규교원 임용 지역 트랙제 확대 및 마을교사제 도입 ▲교감선발의 다양화를 위해 교감특별승진임용 방안 검토 ▲승진후보자명부 순서와 별개로 역량과 자질을 갖춘 교사 대상으로 공모 자격연수대상자 선발 ▲교장 공모제 확대와 함께 선발 과정에 교직원, 학생, 학부모 참여하도록 배심원단 운영 ▲교육장의 책무성 강화와 혁신교육 가치 구현을 위한 임용심사 시 배심원단 운영 및 공개평가제 도입 등을 주요정책으로 삼았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교육감이 지방교육을 관할하는 책임자라 하더라도 국가공무원 신분의 교육공무원에 대한 특별승진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또한 좋은 의도에 따라 법 또는 시행령을 개정하더라도 코드인사에 악용될 소지가 있고, 남발되면 지금까지 잘 유지된 승진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교육청 측도 이에 대해 면밀히 검토 후 공론화에 붙인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추후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감들은 인사개혁과 관련해 경기가 승진을, 강원이 임용을 분담하는 등 서로 협력하기로 한 바 있어 추후 논의가 주목된다. 또한 백서에는 ‘혁신교육지구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 후 지구 가운데 가칭 ‘혁신교육특성화지구’를 별도로 선정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혁신교육특성화지구에 속한 모든 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된다. 교육 정책에 대한 학생, 학부모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한 ‘경기교육정책 공론화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교사와 일반직, 학부모, 학생 등 교육공동체들이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제도나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답을 받을 수 있는 ‘옴부즈맨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10년 만의 교육전담 상임위 “책임감 느껴” 대입개편안 국민에 떠넘긴 것은 직무유기 靑 교육수석 부활 동의… 컨트롤타워 기대 ------------- 계류 중인 ‘아동복지법’ 조속히 통과돼야 학교폭력 피해교원에 법률지원 의무화 필요 교총의 남북교육자교류 제안 매우 의미 있어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5만원 벌금형만 받아도 10년간 퇴출이라고요? 너무 하네요…. 취업 제한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벌인데, 먹고 사는 문제잖아요. 범죄 정도에 따라 차등해서 취업을 제한하든지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해보입니다. 국회에서 이미 관련 아동복지법이 계류 중인 만큼 통과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10년 만에 교육만을 전담하는 단독상임위원회의 탄생과 함께 위원장직을 맡게 된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14일 한국교육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함께 대한민국 교육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이끌어나가기를 기대한다”며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더불어 교원들의 숙원인 아동복지법은 물론 교원지위법 통과 등 계류 중인 법안 처리에 힘써 ‘선생님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교육위원장 당선 소감은. “국민들에게 교육은 나보다 내 자식이 더 잘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의 사다리였다. 그런 우리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 교육이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 속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튼튼한 디딤돌이 되고 모든 학생들의 꿈을 실현하는 희망의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단독 상임위 구성, 어떻게 생각하는지. “늦은 감이 있다. 교육만큼은 단독 상임위로 운영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교육, 문화, 체육, 관광까지 다뤄야 할 분야가 많다보니 어느 한 곳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것 중 하나가 교육인 만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교육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취지라고 생각한다. 당장 얼마 남지 않은 이번 국감부터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교육위원회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동안 교육관련 상임위 경험이 없어 전문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국민 모두가 교육 전문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에는 정답이 없는 만큼 사안마다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정책의 방향이 국민 개인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자세와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할 것 같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조언 부탁드린다.”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으로는 어떤 것을 꼽나.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있다.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교육의 중립성 확보가 중요하다. 다시는 국정역사교과서 같은 사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 교육을 정치권력에 종속시켜 자율성과 다양성, 창의성을 부정하는 행위에 확실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상임위가 이념 논쟁에 휩싸이는 순간 모든 현안 처리는 마비된다. 정부가 고시를 통해 제멋대로 국정교과서를 강행할 수 없도록 법률로 정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검‧인정 한정을 법률로 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통과가 필요하다.” -수능개편,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등 각종 정책에 혼선과 보류가 이어지면서 ‘김상곤 책임론’도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국회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교육은 도박이 아니다.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고 여론 역풍이 불면 보류하거나 다른 곳에 떠넘기고 있다. 소통을 안 하는 것도 문제이나, 소통만 하려는 것도 문제다. 교육정책에 대한 비전과 철학, 결정까지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특히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요구되는 대입개편 방항을 정부가 시민참여단에 맡기는 것이 적합한지 회의적이다. 교육정책은 국민 개개인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자칫 책임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고 생각된다. 교육위원회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교육부가 제대로 일하는지 감독하고 견제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협력을 해 나가겠다.”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어느 학부모가 영어수업을 금지하는 것을 좋아하겠나. 적어도 원하는 사람은 배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본다. 1, 2학년 영어수업은 선행학습이니 금지해야한다는 틀에 갇혀 있는 것 같다. 특히 농어촌 지역은 학원도 없으니 더욱 소외될 것이다. 거점학교 식으로 지정해서 원하는 학생들을 모으는 방법도 있지 않나.” -청와대 교육수석 부활은 어떻게 생각하나. “부활에 동의한다. 최근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가운데 교육 분야 지지율은 더욱 낮다. 컨트롤타워 기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고,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볼 때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청와대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 정권에 따라 교육수석이 있었다 없었다 하지 않았나. 교육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까 국민들에게 신뢰를 못 받는 거다. 오랜 기간 연구하고 검토해 정책 기조의 틀을 잡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하는데 교육을 너무 등한시 했던 것 같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침해 처벌 강화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아동복지법 제29조의3 제1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은 범죄 행위의 유형이나 경중에 대한 고려가 없고 범죄와 제재 간의 비례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입법 목적은 타당하나, 범죄 행위의 정도와 취업 제한 기한과 관련해 보다 정밀한 세분화가 필요하다. 처벌의 정도에 따라 10년의 범위 내에서 차등해서 취업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국회에 이미 아동복지법이 계류 중인 만큼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 -이밖에도 임기 내에 반드시 처리하고 싶은 법안은. 특히 교원과 관련된 것이 있다면. “교권침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교사들이 폭언, 성희롱을 넘어 심지어 폭력에도 노출되고 있다. 이러면 정상적인 학교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고 결국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현재 국회에 ‘교원지위법’ 개정안 다수가 계류중이다. 중대한 교권침해에 대한 교육감의 고발조치, 피해교원 법률지원단 구성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바른미래당이 추구하는 교육비전과 정책방향이 궁금하다. “금수저 전형 없는 공정한 학생 선발이 제1원칙이다. 입시에 있어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축소, 개선하고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교육양극화를 초래하는 사교육비 부담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내 돌봄교육을 확대하고 공교육을 내실화해야한다.” -자녀가 네 명이라고 들었다. 자신만의 교육 철학이 있는지. “어릴 때부터 단 한 번도 공부해라 잔소리를 한 적이 없다. 공부는 누가 강요하면 더 하기 싫은 것이다. 스스로가 공부의 목적을 찾지 못한다면 책상 앞에만 오래 앉아있는다고 결코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 의지가 중요하다. 자녀 네 명의 전공이 모두 다른데, 자신들의 재능을 잘 찾은 것 같다. 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것을 묵묵히 믿고 지켜봐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총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궁금하다. “교총이 오는 10월 전국교육자료전에 맞춰 남북교육자대표회의를 열자고 북한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에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평화의 분위기를 비정치적인 교육 분야에서 확산시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 서두에 ‘희망사다리’ 교육을 강조했듯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좌우되지 않는,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 -끝으로 일선 교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선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지식과 역량을 다지기 위한 선생님들의 무한한 노고에 감사드린다. 늘어나는 업무만큼 교원들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자율성도 줘야 한다. 또 심각한 임용절벽으로 예비 교원들의 고통이 큰 상황인 만큼 교육 수요를 정확히 분석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교원이 행복해야 학생들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적극 소통, 협력할 것이니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해주길 부탁드린다.” -------------------------------------------------------------------------------------------------------------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1959년생‧ △제18․19․20대 국회의원 △경기 수원갑 △연세대 경제학 석사 △국회 한-슬로바키아 의원친선협회 회장 △저서-언제나 희망은 ‘지금’이다(2011), 만남 나눔 그리고 희망(2014)
여름 대목을 겨냥한 대작 첫 번째 한국영화로 7월 25일 개봉한 ‘인랑’이 2주 만에 대부분 극장에서 간판을 내렸다. 같은 날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개봉일 관객 수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60만 명, ‘인랑’이 27만 명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듯 참패하리라 생각할 수 없었다. ‘인랑’의 추락은 8월 1일 ‘신과 함께- 인과 연’ 개봉으로 확연해졌다. ‘신과 함께- 인과 연’ 개봉일 관객 수가 124만 명인데 비해 ‘인랑’은 고작 6072명으로 급전 직하한 것. 반면 ‘신과 함께- 인과 연’ 개봉일 기세에도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25만 명을 불러 모았다. 결국 여름 대목 대작 세 번째 한국영화 ‘공작’ 등이 개봉한 8월 8일에 맞춰 사라져야 했다. ‘인랑’은 제작비 190억 원이 투입된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강동원ㆍ정우성ㆍ한효주 등의 톱스타,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668만 명, 2016년 ‘밀정’으로 75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한 김지운 감독 영화이기에 ‘인랑’의 흥행참패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인랑’의 손익분기점은 600만 명쯤인데, 8월 15일 기준 관객 수는 89만 6416명에 불과하다. 이미 지난 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흥행부진’(한교닷컴, 2017.10.30.)이란 글을 쓴 바 있다. 순제작비 220억 원(총제작비는 260억 원)을 들인 ‘군함도’와 순제작비만 155억 원으로 알려진 ‘남한산성’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흥행 실패를 안타까워한 글이다. 그로부터 9개월 남짓만에 흥행 실패한 대작영화 이야기를 또 하려니 심히 유감이다. 그러나 ‘군함도’와 ‘남한산성’이 ‘인랑’처럼 처참할 정도는 아니었다. ‘군함도’ 손익분기점은 700만 명쯤인데, 659만 2170명 관객에 그치고 말았다. ‘남한산성’의 경우 손익분기점이 대략 500만 명쯤인데, 최종 관객 수는 384만 8446명이었다. ‘인랑’처럼 처참한 패배는 오히려 ‘마이웨이’(2011년)와 ‘미스터 고’(2013년)를 떠올리게 한다. 순제작비만 280억 원을 투입한,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영화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 ‘마이웨이’였지만 관객 수는, 맙소사 고작 214만 2670명에 불과했다. 손익분기점이 900만 명 이상이었으니 폭삭 망했음을 알 수 있다. ‘미스터 고’는 순제작비 225억 원으로 700만 명 이상이 손익분기점이었지만, 관객 수는 오 마이 갓! 132만 8888명에 그쳤다. 하긴 ‘인랑’만 그런 건 아니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개봉하여 흥행 실패한 한국영화들이 그야말로 즐비하다. ‘염력’ㆍ‘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ㆍ‘골든 슬럼버’ㆍ‘궁합’ㆍ‘사라진 밤’ㆍ‘7년의 밤’ㆍ‘바람 바람 바람’ㆍ‘챔피언’ㆍ‘버닝’ㆍ‘허스토리’ㆍ‘변산’ 등이다. 여기에 다 적었다 할 순 없지만, 흥행작보다 실패한 영화들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이중엔 ‘사라진 밤’처럼 140만 손익분기점에 131만 명, ‘바람 바람 바람’의 경우 150만 명 손익분기점에 120만 명이 극장을 찾아 흥행실패작으로 남게됐지만, 대부분 영화들은 참패라 불러야 할 만큼 성적이 좋지 않다. 가령 ‘염력’ 370만 손익분기점에 99만 명, ‘7년의 밤’ 290만에 53만 명, ‘버닝’ 250만에 50만 명, ‘변산’ 200만에 48만 명 등이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대작영화들의 흥행 실패다. 100억 원 이상 제작비가 투입되면 통상 한국형 블록버스터니 대작이라 부르는데, ‘염력’ㆍ‘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ㆍ‘7년의 밤’이 그에 속한다. 그런 실패를 보고 있자면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아니 그것은 너무 광범위한 얘기고, 도대체 모를 것이 관객의 마음이라 해야 맞을 듯하다. 흥행 실패 대작영화들에는 ‘부산행’의 연상호,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두 명의 천만클럽 감독이 차기작으로 각각 연출한 ‘염력’과 ‘7년의 밤’이 들어 있다. 2005년 12월 29일 개봉한 ‘왕의 남자’로 천만클럽 주인공이 된 이준익 감독이 2015년 ‘사도’, 2016년 ‘동주’에 이어 2017년 ‘박열’로 승승장구했건만, ‘변산’의 실패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국내에선 드물게 시리즈 3편까지 제작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의 흥행실패도 그렇다. 2011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478만 명, 2015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은 387만 명을 각각 동원ㆍ흥행해 시리즈 3편 제작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그 3편은 손익분기점 300만 명에 244만 명을 동원했으니 시리즈 4편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해졌다. 다른 글에서도 이미 말했지만, 그 영화들과 무슨 연고나 인연이 있어서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대작영화들의 흥행 실패를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로 인해 빚어질 투자 위축 때문이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대작영화가 시장에서 통하지 않으면 더 이상 큰 손들이 영화제작에 투자하지 않으려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어서다.
모든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사서 1명 이상 의무배치 앞으로 모든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나 사서를 학교당 1명 이상 의무적으로 두게 됩니다. 교육부는 당초 '사서교사 등의 총 정원을 학생 1천명마다 최소 1명 이상으로 산정한다'는 내용으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1천명 미만 학교는 어떻게 하느냐"는 반발이 거세 '학교당 1명 이상'으로 바꿨습니다. 정부는 오늘(1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합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월 학교도서관진흥법 중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나 사서 등을 둘 수 있다'는 조항을 '∼사서 등을 둔다'라는 의무조항으로 개정해 이달 22일부터 시행됩니다. (2018. 8. 14. MBN 뉴스 인용) 오늘 오전 뉴스를 검색하다 매우 행복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모든 학교 도서관에 사서교사나 사서를 의무적으로 배치한다는 소식을! 이것은 제가 교사로서 가장 원하던 일이었으니까요.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에 도서관은 있으나 산지기집 거문고처럼 제대로, 종일 문을 여는 도서관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 일주일에 겨우 두번 학부모독서도우미가 몇 시간 대출을 도와주지만사실 도서관으로서 제 기능은 못하고 있습니다. 아침독서는 제가 일찍 가서 냉방이나 온방 시설을 해주고 1시간 이상 머물며 도와주지만 그외의 시간은 문을 닫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는데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 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했던 내용이라 정말 기쁩니다. 도서관이 살아야 교육이 삽니다. 도서관은 공교육의 센터입니다. 생각 창고를 닫아놓고 생각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사서교사나 사서가 상시 근무하는 도서관의 풍경을 생각하니 폭염에도 정말 기분 좋아집니다. 다람쥐처럼 도서관을 드나들며 좋아하는 책을 수시로 고르며 행복해 할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책을 읽어야 인문학적 사고를 하게 되고 성찰하는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독서 한국의 모습을, 책과 벗하는 멋진 아이들의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을 봅니다.
2018년 8월 14일 대한민국 정책 기자단 팸투어로 경찰 특공대에 다녀왔다. 경찰 특공대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보안이 요구되는 중요한 시설이라 서약서까지 작성하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었고 일체의 사진 촬영은 불가능했다.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동영상 시청을 시작으로 경찰 특공대의 하는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국민의 경찰 정의로운 대한민국 그리고 경찰특공대'라는 문구가 인상깊이 각인이 되었다. 경찰특공대는 대테러진압, 건물 내 인질 구출 작전, 사제 폭발물 처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히 사제 폭발물 처리에 탐지견의 역할이크단다. 사후에 수목장까지 치러 준다고 하니 탐지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핸들러와의 대화도 이어졌고실제로 경찰견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았다. 경찰특공대를 견학하는 중에 '내 생명 조국을 위해'라는 경찰특공대의 사명이 새겨진 표지석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과연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또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내 생명 조국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자문해보았다. 동시대의 대변인으로서 인간의 영혼을 생명으로 이끄는 구도자로서 교사로서의 사명을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조용히 다짐을 해보았다.
질기고 무서운 폭염이 쏟아지던 여름의 끝자락에 지인들과 여수엘 갔습니다. 짙푸른 바다와 반짝이는 잎새가 아름다운 동백나무가 있는 돌산도의 끝자락 거북목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싱싱한 회를 갓김치에 얹어 먹을 때 바다는 먼 불빛으로 일렁이고 바람 속에 벌레소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바다가 보이는 찻집에 앉아 올봄 아버지를 여읜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금슬이 유난스러웠던 지인의 아버지께서는 아침을 준비하던 사랑하는 아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쿵 소리와 함께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꽃을 사랑하여 집 주변 마다 꽃을 심어두고 즐기셨던 아버지를 보내고 돌아와 보니 주무시던 창 앞에 홍매화가 유난히 붉게 피어있더랍니다. 가고 없는 아버지의 손길이 닿았던 꽃밭과 진달래로 사태 진 산기슭마다 송이송이 핀 아버지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합니다. 짙푸른 여수바다로 가는 제 가방에 넣었던 한 권의 책은 이 시대 대표적 작가인 신경숙의 오래 전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입니다. 이 소설은 고향으로 잠시 돌아간 화자가 그동안 지속해 온 불륜을 끝내기로 결심하기까지 하염없이 고민하며, 떠올린 상념들을 상대방에게 편지형식으로 고백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화자는 사랑을 나누는 유부남으로부터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매혹되었던 분꽃 같았던 아버지가 데려온 여인을 생각합니다. 모두가 손가락질하였지만 조선파 같이 파랗고 뽀얀 그녀가 닮고 싶었습니다. 숙주나물에 청포묵을 얹었고 아름다운 고명이 있는 국수를 내었던 그녀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떠납니다. “나....나처럼은.... 되지 마!” 이렇게 말했던 그녀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기 때문일까요. 화자역시 가족이 있는 그를 떠납니다. 흔히 신경숙 작가에 대해 90년대 문학의 신호탄이란 말을 많이 합니다. 80년대가 남성작가의 시대라면 90년대는 신경숙으로 대표되는 여성작가군의 등장을 어떤 평론가는 “오디세우스의 귀환과 페넬로페의 가출‘이라고 비유로 명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신경숙은 세계 대신 내면을 공동체대신 개인을 더듬거리듯 속삭이듯 서정적인 문체로 이 소설 속에서 독립된 주체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여성의 욕망을 표현합니다. 이 소설 속의 화자는 사랑하는 남자가 그의 가족을 버리고 함께 떠나려 하지만 이것을 거부하고 외롭고 서럽게 주체적 모습으로 나아갑니다. 여수 밤바다는 아름다웠습니다. 어느 가수 노래처럼 넘실거리는 지평선 위로 아스라이 비치는 고깃배의 불빛이 일렁일렁 하였습니다. 바다로 향하는 거북 형상을 한 그 곳에서 지인의 서러운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바람은 그녀의 뺨을 스쳐가며 위로하였습니다. 아버님의 보낸 슬픔에 젖어 있을 그녀의 어머니가 푸른 솔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기를 기원하였습니다. 바람결에 서늘한 향기가 나고 저녁이면 들리는 벌레 소리가 청량합니다. 가을이 저만치 와 있나 봅니다. 멋진 그를 기다리는 한 주 되십시오. 『풍금이 있던 자리』, 신경숙지음, 문학과지성사, 1993
충북교총(회장 김진균)은 8일 충주 대영힐스CC에서 ‘제1회 충북교총회장배 교원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는 충북교육청 소속 유·초·중등·특수학교, 대학교 교원(교총 회원) 92명이 참여했다. 대회는 신페리오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고상인 메달리스트는 김승환 충일중 교사가 차지했다. 1위는 홍진상 충주대원고 교사, 2위는 최용운 오창중 교감, 3위는 김호근 낭성초 교장이 거머쥐었다.
경기교총(회장 장병문)은 8일부터 이틀간 경북 영덕군 소재 오션비치 컨트리클럽에서 ‘제11회 경기교총회장배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교총 회원의 건강 증진과 화합, 조직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남자부 1위는 김학권 경기대 교수가, 여자부 1위는 유지연 안화중 교사가 차지했다. 남자부 2위에는 이희연 나산초 교장이, 3위에는 정현 이매초 교사가 이름을 올렸다. 여자부 2위에 안가윤 동일공업고 교사가, 3위에 문미영 강선초 교사가 올랐다.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위원장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하계 래프팅 행사가 7일 한탄강 일대에서 열렸다. 한탄강의 아름다운 비경을 감상하며 스릴을 만끽한 이번 행사에는 교총 청년위원회 소속 남녀교사 50여명이 참가했다.
서울이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는 뉴스와 함께 8월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나 무더운 올해 여름, A교사는 최근 자주 피곤하고 입맛도 전과 같지 않아 식사량도 줄고, 조금만 먹어도 속이 불편함을 느낀다. 평소 가끔 있던 소화불량은 소화제로 이겨낼 수 있지만 유난히 더운 올해 여름은 저하된 소화기능이 잘 회복될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이번 시간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약재 중 대표적인 위장기능 개선제라고 말할 수 있는 진피(陳皮)를 소개하고자 한다. 진피는 민간에서 흔히 말하는 귤껍질이다. 학문적으로는 운향과(Rutaceae) 식물인 귤나무 의 잘 익은 열매껍질이다. 진피는 전통적으로 맵고(辛), 쓰며(苦), 따뜻한(溫) 성미를 가진 약재로 정체된 기를 순환시키고(이기‧ 理氣), 위장관의 소화기능을 증강해주며(건비‧健脾), 가래를 삭이는(조습화담‧燥濕化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효과는 진피의 정유(精油)와 플라보노이드(Flavonoid)성분에서 나온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진피의 약효성분은 소화액의 분비와 위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해 식체(食滯‧먹는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은 병)증상을 개선하고, 음식알레르기와 기관지천식을 유발하는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며 기관지 점막의 점액분비를 촉진해 가래 배출을 쉽게 한다. 또 혈압변화에 의한 모세혈관의 탄력성을 높여주고, 갱년기 여성의 골다공증을 개선하며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 소화기능을 개선하는 진피의 약물작용기전은 헤스페리딘과 세로토닌 수용체 간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세로토닌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데, 우리 몸의 신경세포에는 세로토닌과 결합하는 다양한 수용체가 있으며 각 수용체마다 나타내는 작용이 다르다. 헤스페리딘은 그중에서도 위장 연동운동과 포만감에 관련된 세로토닌 수용체(5-HT2B)를 억제해 포만감이 줄어들고 위장운동이 촉진돼 식체(食滯)증상을 개선한다. 더불어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식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 분비가 촉진돼, 특별한 원인 없이 위의 소화기능이 저하된 사람의 경우 위장허약체질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메커니즘은 진피가 포함된 한방처방인 육군자탕(六君子湯)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위장기능 개선과 식욕촉진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돼 더욱 주목 받게 됐다. 육군자탕은 위장관 질환에 대한 현대의학의 권위 있는 진단∙치료 기준인 ‘로마기준 IV’(Rome criteria IV)에도 수재된 처방으로 그 약리기전과 효능효과가 상당 부분 규명돼 임상에서 식욕부진 개선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육군자탕은 인삼∙복령∙백출(또는 창출)∙감초∙반하∙진피로 구성된 처방이며 제약회사가 의약품으로 생산한 육군자탕 과립제를 한방 약국에서 상담을 통해 구입할 수도 있다. 진피 활용법 귤피(橘皮)라고도 불리는 진피는 예로부터 묵은 것이 좋다고 해 진피(陳皮)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상식으로 실상 진피의 약효성분은 신선할 때 함량이 가장 높으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점진적으로 분해된다. 여러 논문에 따르면 진피의 주된 약효성분인 헤스페리딘(hesperidin)은 열과 빛, 공기, 금속이온에 쉽게 분해된다. 또 감귤류를 상하게 하는 대표적 진균인 녹색곰팡이(Penicillium digitatum)에 감염되면 유효성분들은 12시간 안에 급격하게 감소하며 72시간 이후에는 거의 소실된다. 그러므로 진피를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차광과 밀봉이 제대로 된 포장용기로 포장된 제품을 구입해야 하며 달이는 시간과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약재로서 보관상 주의할 점으로는 진피의 주요성분의 분해를 막기 위해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보관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지퍼백으로 된 포장용기라면 음식물과 구분해 음식물의 수분노출과 오염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 일반 포장용기라면, 지퍼백에 넣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보관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살펴본 대로 진피는 위장기능 개선작용을 비롯한 다양한 효능을 가진 좋은 한약재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위장장애,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권할만한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약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진피는 약물의 특성인 안정성이 좋지 않으므로 적절한 포장용기에 보관되고 품질관리가 잘 된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더불어 전문적인 복약지도가 필요하다면 한방약국에서 한약사와 상담을 통해 개인의 특성과 약물의 특성을 고려한 정보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로 음용하는 법 ① 진피 3g을 티백에 넣어 손으로 잘게 부순 후 적절한 양의 뜨거운 물로 우려내 복용한다. 1회 용량은 일반적으로 60kg 성인 기준 3g정도가 적절하며, 개인차가 있으므로 3~6g 내에서 조절할 수 있다. ② 특히 식간 또는 식후에 복용하면 식체를 예방할 수 있다. ③ 식사 중 구역감이 있거나 구토를 하는 경우 생강 1~3g을 더해 함께 복용하면 더 좋다. 말린 생강(건강)의 경우 수분함량이 줄고 약효성분 함량이 높으므로 생강의 절반 이하로 사용한다. 주의할 점 ① 한 번에 많은 양을 끓여 보관할 때에는 끓는 물에서 30분 이내로 끓이고 달인 물은 유리용기 또는 비금속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도록 한다. *끓이는 법: 10회 복용량 기준, 물 1.5~2리터를 준비해 끓기 시작하면 진피 30g을 넣고 30분 미만으로 끓여 1~1.5리터 이내가 되도록 한다. 100~150cc씩 나눠 복용한다. ② 공복에 복용하는 경우 소화 촉진 작용으로 위산과다 등의 위부 불편감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식후에 바로 복용하거나 복용용량을 감량하면 일반적으로 부작용이 개선된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방학을 맞이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학교폭력 상담에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의무화된 소프트웨어교육에 대비한 연수까지 방학 중 교원들의 연수 열기가 뜨겁다. 인천시교육청은 초‧중‧고 담임교사 및 상담교사를 대상으로 1일, 9~10일, 16~17일 3회에 걸쳐 학교폭력 피해학생 상담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직무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는 비폭력 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 기초과정(3시간)과 심화과정(2일 15시간)으로 구성됐으며 총 114명의 교원들이 참여했다. 비폭력 대화란 공감, 소통, 연결로 서로의 내면을 솔직히 말해 평화적으로 갈등을 조절하는 대화법으로 특히 교사의 학생지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화기법으로 평가 받고 있다. 참여 교사들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은 이론을 토대로 짝을 이뤄 직접 실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상담에 좀 더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배웠다. 허태련 인천기계공고 교사는 “비폭력 대화에 대해 배우면서 그동안 학교에서 말로 학생들을 평가, 강요해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며 “앞으로 비폭력 대화를 통해 서로 상처 없이 소통, 공감하는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맑혔다. 부산시교육청은 4일 부산SW교육지원센터에서 초‧중‧고 교원 20명을 대상으로 럭스로보와 함께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연수’를 실시했다. 연수를 공동 진행한 럭스로보는 코딩교육 교구 모디(MODI)를 개발한 기업으로 모디는 영국 정부 싱스탱크 브론웬 매독스 본부장이 SW융합교육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평가한 교구다. 이밖에도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이 창의력을 구현하는데 적합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날 강의에 나선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는 모디를 활용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융합 교육방법을 제시하고 학생들의 컴퓨팅 사고력을 키워주는 소프트웨어 활용 교육방법을 안내했다. 또 참가 교사들은 다양한 교구를 활용한 사물인터넷 교육 사례를 공유하고 앞으로 초‧중등학교 SW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연수에 참여한 박성진 해운대초 교사는 “기존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해서는 여러 단계들을 거쳐야 했는데 특별한 사전지식 없이 다이얼이나 버튼 등 모듈 연결만으로도 알고리즘을 익힐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며 “다음 학기에 학생들을 데리고 실제 체험에 참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모디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해 부산SW교육지원센터에 모디 기구 30대를 구입, 센터를 방문하는 학생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장학사‧교육연구사 임용예정자 직무연수를 실시한다. 이번 연수는 교육전문직원으로서 갖춰야 할 핵심 정책역량 및 소통능력 향상을 위해 마련됐으며 3주간 총 92시간에 걸쳐 경기도 자체연수, 수도권 공동연수, 교육지원청 현장실습 등을 진행한다. 특히 3일간 진행되는 현장실습에서는 교육 현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현장 적응능력 배양을 위해 각종 실무 실습과 선배 장학사 멘토링이 운영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초등학교에 한해 보직교사 근무경력에 대한 승진가산점을 최대 4년 더 부여한다. 3년 간 유예기간을 둬 2022학년도 종료일 기준으로 작성되는 승진후보자명부부터 시행된다. 현재 보직교사는 근무경력 가산점을 8년 간 2.00점을 취득할 수 있었으나 2022학년도 3월 1일 이후부터 근무경력에 대해 최대 4년 간 0.48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초등인사팀이 지난 6월말부터 2주 간 행정예고를 통해 의견을 받은 결과 대체로 긍정하는 반응들이어서 지난달 말 공고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4월부터 6월 중순까지 2개월 여 동안 전문가협의체(TF)를 꾸려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초등학교 현장에서 보직교사 기피가 심화돼 학교 교육활동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제도 개선을 결정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업무전담팀 등 학교교육활동의 중추 역할을 하는 보직교사의 사기를 진작하고 역량 있는 보직교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직교사 초과 근무경력에 대한 가산점 부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시교육청 초등인사팀 관계자는 “최근 연구학교에 대한 가산점 기회가 줄어들면서 다른 분야의 선택가산점 확대가 필요했고, 보직교사에게 인센티브를 더 줘야 한다는 의견까지 더해져 보직교사 근무경력 초과기간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직교사의 경우 15년째 그대로인 수당을 현실화해야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교육계 목소리다. 담임교사의 경우 2016년 소폭 인상돼 13만원이지만 보직교사는 이의 절반 정도인 7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청소년단체활동 지도교원 가산점을 폐지한다고 공고했다. 2021학년도 종료일 기준 평정까지만 부여하고 이후 사라질 예정이다. 청소년단체활동 지도교원은 별도선택가산점으로 최대 0.75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앞서 2015년 개정에 따라 2019학년도부터 선택가산점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부여되도록 축소되더니 결국 폐지로 이어졌다. 교사 업무 부담 가중, 본 목적보다 승진 도구로 활용되는 부작용, 최근 가족 중심 체험 증가 등이 그 이유다. 이 경우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에 해당 업무가 그대로 있는데 가산점이 폐지되면 누가 맡겠냐는 것이다. 청소년단체활동 업무를 학교에서 지역대로 최대한 이관해 부담을 줄이도록 한다지만, 아예 없앨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 기피 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인력난이 예상된다. 올해 업무를 시작한 교원은 2021년 한 해 동안 가산점을 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터 시작하는 경우 아예 혜택이 없다. 청소년단체활동 지도교원의 경우 3년을 담당해야 자격인정을 받아 4년차부터 월 0.006의 가산점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이 3년 째 운영 중인 ‘학교자율감사’가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학교자율감사란 학교 자체로 감사 계획을 수립하고 감사반을 편성해 학교 업무 전반을 자율적으로 감사한 뒤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처분, 개선하는 제도다. 최근 서울, 경기, 충북, 울산 등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했다. 서울은 10월경 시행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경남에서 2016년 처음 11개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30개교로 늘린데 이어 올해는 학교의 신청을 받아 157개교로 확대했다.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2017년도 반부패정책 경연대회’에서 우수 시책으로 선정돼 국민권익위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감사관실 황원판 장학사는 “학교 종합감사는 규정상 3년 주기로 해야 하는데, 인력 여건상 적체현상이 빚어져 5~6년마다 진행하는 실정”이라며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 동시에 사후 적발과 처분 위주의 감사 문화를 지양하고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감사로의 변화, 청렴문화 확산 등이 제도 도입 배경”이라고 밝혔다. 학교자율감사는 총 3차에 걸쳐 2~3개월 간 진행된다. 학교 담당자가 도교육청에서 제공한 체크리스트로 1차 감사를 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타 교직원과 교차로 점검한다. 이후 공모한 외부 감사 전문가가 참여하는 점검 등 3단계 감사를 펼친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지역사회 협력사업 차원에서 경남지방변호사회, 부산지방공인회계사회 등 전문직 단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전문가 군을 확충하고 있다. 올해는 건물 노화 C등급 학교의 경우 건축사 1명도 추가했다. 현재 88명의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16명, 세무사 70명, 건축사 15명 등 189명이 학교자율감사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일부 학교는 환영하고 있다. 권위적 분위기의 감사에서 벗어나 학교 구성원 스스로 문제점을 공유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도교육청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서 학교 만족도는 87%로 나타났다. A고 교장은 “이전 종합감사는 상부 기관이 지시하고 꾸짖는 성격이었다면, 학교자율감사는 우리 스스로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서로 다른 이의 업무를 관찰하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업무의 학교 이관으로 총 업무가 증가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급에 맞지 않는 체크리스트 목록을 호소하기도 한다. B특수학교 교장은 “특수학교에서 학생 진로와 관련된 문제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닌데 일반 학교의 체크리스트를 적용하다보니 우리도 자료를 준비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추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잘못을 스스로 개선하는 문화 자체는 좋지만, 자칫 서로 지나치게 감시하는 분위기 역시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학교자율감사의 신분상·행정상 조치 실적은 총 591건으로 2년 전 종합감사 실적인 교당 13건 대비 1.5배 정도 증가한 점을 내세우고 있다. C초 교사는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이전보다 실적이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하다보면 자칫 과잉 감사로 흐를 위험성이 따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