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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행정조사 시 조사대상자의 자기 방어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이른바 ‘송경진법’이 발의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조사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행정조사 시 기본원칙을 위반한 문제 있는 조사관을 배제하고 △조사대상자에게 변호사 선임권을 명시하며 △조사 목적과 달리 권한을 남용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은 제자 성추행 누명을 쓰고 전북도교육청으로부터 강압적 조사를 받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송경진 교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행정조사는 상황에 따라 수사와 비슷한 징벌적 효과를 낼 수 있는데 견제 장치가 부족해 조사대상자의 보호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故송경진교사사망사건진상규명위원회는 환영 논평을 내고 “전문성 없는 시민단체 등 인권업계 생계수단으로 전락한 인권기관이나 조사관 제도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회가 적극 노력해 제2, 제3의 송경진 교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송경진법’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습부진아’ 표현을 ‘학습지원 필요 학생’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학습부진’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정적 의미를 주고 학생들에 대한 낙인을 줄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서는 성격장애나 지적 기능 저하 등으로 학습의 제약을 받는 학생 중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은 학생과 학업 중단 학생을 모두 학습부진아로 규정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학기 학사 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조영달 서울대 교수가 9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16세(고1) 선거연령 하향 법 개정안 발의'를 즉각 철회할것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학기부터 등교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 결손 회복이 시급하다는 이유다. 학교가 일반 지역사회보다 감염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방역전문가들의 분석도 이번 결정에 반영됐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점 등을 고려해 9월 6일을 전후해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학기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학기 개학부터는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등교수업 요구가 높은 유치원과 초등 1·2학년, 특수학교(급)는 학교 밀집도에서 제외해 전면등교가 가능하다. 중학교는 1/3, 고등학교 1·2학년은 1/2이 등교할 수 있다. 3단계인 경우 초등 3~6학년은 3/4, 중학생은 2/3가 등교할 수 있다. 8월 20일경 2차 접종을 완료할 예정인 고3에 대해서는 학교 밀집도에서 제외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고등학교 1·2학년은 3단계에서 전면등교가 허용된다. 9월 6일부터는 등교 인원이 한층 확대된다. 3단계에서는 전 학교급에서 전면등교가 가능하다. 4단계에서는 초3~6학년은 1/2이하 등교, 중학교는 3/4이하 등교, 고교1·2학년은 고3의 밀집도 포함 여부에 따라 1/2이하 등교~전면등교가 가능하다. 소규모 농산어촌 학교는 9월 6일 이전에는 3단계까지, 이후에는 4단계에서도 전면등교할 수 있게 했다. 교육부는 백신접종 등 방역 조치도 강화할 계획이다. 고3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백신접종이 실시 중이며, 유치원, 초 1·2 등 등교수업 요구가 높은 학년 담당 교원과 특수교육·보건교사 등의 접종은 완료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교직원의 업무 경감을 위해 학교 내 취약 시설 관리를 위한 방역 인력을 1만 명 정도 추가해 최대 6만 명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감염병 대응 시 적극 행정에 대한 면책을 추진하고,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대상 종합감사 일정도 8월에서 10월로 변경했다. 급식 운영 관련 기준은 일부 완화됐다. 거리두기 단계별 등교 인원이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종전에는 3단계 시 식탁 칸막이를 해도 1칸씩 띄어 앉게 했지만, 이번에는 붙어 앉게 했다. 4단계에서는 종전 3단계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마스크 벗고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처음 급식할 때는 간편식으로 식사 시간을 최소화하고 안정화되면 일반식으로 전환하도록 안내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40일 정도인 가정학습 일수를 57일 내외로 확대할 것을 시·도교육청에 권장하기로 했다. 한국교총은 이번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보다 촘촘한 방역 대책과 지원을 주문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은 "학교 감염은 저절로 낮아진 게 아니라 방역에 불철주야 매달린 교원 등 학교 구성원의 헌신, 희생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며 “교사가 방역과 행정 부담에서 벗어나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역 인력 지원과 관련해서는 "교육부가 올해 1학기 중 방역 인력을 5만4000명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9개 시도교육청은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고, 시도마다 확보율도 천차만별이었다”며 문제 개선을 주문했다. 이어 “학생들의 학습‧정서 회복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교육력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교육청이 책임지고 방역인력 확보, 충분한 행‧재정 지원, 교원 행정업무 경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교총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 공급 차질로 교직원의 2차 백신 접종일 연기를 발표한 것과관련 2학기 전면등교에 따른 학사운영 최우선 지원을 위해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접종일정을 기존과 같이 3주로 하거나, 전면등교 일정을 2주 연기하는 방안 등을 교육부에 긴급하게 건의했다.
방학이라고 해서 교감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다. 물론 학기 중과 다른 점은 있다. 교무실이 조용해졌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 인정하지 않겠지만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말수도 적다. 정말이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사실이다. 단, 직장 안에서 관계 형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말을 잘 내뱉는다. 직업상의 내 모습과 개인적인 나의 모습은 정말 반대다. 학기 중과 다르게 교무실이 조용해지면 참 좋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는다. 집중할 수 있는 점도 있다. 교무실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무행정사님, 가끔 출근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혼자서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이서 좋다. 그리고 내 책상은 나만의 서재가 된다. 학기 중에 읽고 싶었지만 읽지 못했던 책들을 잔뜩 쌓아놓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듀얼 모니터라 한 쪽 컴퓨터 모니터에는 업무관리시스템 화면을 띄워 놓고, 다른 쪽 모니터 화면에는 필수적으로 연수를 받아야 할 원격연수 화면을 띄워 놓고 나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곁에 책을 펴고 읽어내려 간다. 이런 형태의 독서를 오랫동안 해 왔기에 나름 익숙해져 있다. 교사 시절에는 독립된 나만의 교실에서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짬 나는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교감이 된 이상 물리적으로 이전의 분위기를 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나만의 서재를 꾸릴 수 있다. 10년 전부터 나만의 서재를 인터넷 공간에 꾸려 운영 중에 있다. 이름하여 이창수의 서재다. 촌스럽게 내 이름을 만천하에 공개하듯 서재의 이름을 실명으로 지은 이유는 아마 그때 당시 유명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무슨무슨 서재라는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자주 연 것으로 기억된다. 그 바람에 서재의 이름을 이창수의 서재를 짓고 한 편 한 편 누가 찾든 말든 읽은 책들을 기록해서 올렸다. 10년이 지나니 인터넷 가상의 서재이지만 이창수의 서재가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저자처럼 독립된 공간의 물리적 서재는 아니지만 나름 유용하게 사용하는 서재가 되었다. 블로그 안에 검색 기능이 되어 있어서 찾고자 하는 키워드만 넣어도 관련된 용어들이 발췌된다. 강의를 준비할 때에 큰 도움을 얻는다. 책 쓸 때도 도움을 얻었다. 베이스 캠프 얘기를 해 보자. 베이스캠프는 서재의 마법에서 저자 김승(P)님이 자신의 독서 여정 속에 기초를 마련한 곳이다. 보통 높은 산을 오르는 등산 원정대 같은 경우에는 식량이나 필수 보급품을 보충받기 위해 반드시 설치하는 곳이 베이스캠프라고 한다. 베이스 캠프는 등산 원정대원들에게 영양소를 공급하는 기지요 생명의 젖줄이다. 독서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언가 막히고 힘들고 전환점이 필요할 때 순간 순간 베이스 캠프를 찾는다고 한다. 그에게 베이스 캠프란 서재를 말한다. 그는 오늘도 베이스 캠프에 차곡 차곡 지식을 모으고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다양한 신문을 읽고, 신간 서적을 읽고, 영화와 영상을 보는 곳이 서재다. 참고로 저자 김승(P)님은 20세부터 20년 넘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그 지식들을 자신만의 분류법으로 정리정돈하며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리하고 있다. 독서는 곧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독서 경험과 지식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다. 김승(P) 만의 독서법을 소개한 책이 바로 서재의 마법이다. 20년 넘게 꾸려온 김승의 베이스 캠프를 취재한 책이 서재의 마법이다. 지식을 취급하고 지식을 전달하며 지식을 재생산하여 미래 인재를 키워나가야 할 교사들이 귀 기울여할 대목이다. 교사들에게도 베이스 캠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과의 만남이 지속되다보면 고갈되는 느낌이 들고 자원이 바닥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가 바로 재충전을 해야 할 시기다. 재충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지식을 다루고 지식과 함께 살아가야 할 교사들에게 재충전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자신만의 베이스 캠프를 꾸리는 일이다. 처음부터 정돈하여 꾸릴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자신만의 지식 베이스를 저장할 캠프를 완성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베이스 캠프가 있느냐 없느냐가 교사의 실력을 좌우할 것임이 분명하다. 지식의 변화 속도가 예전과 다르게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과거의 지식으로 현재를 살아갈 수 없을 정도다. 방학 기간 동안 재충전하면서 자신만의 베이스 캠프를 꾸려볼 것을 권해 본다. 나도 나만의 베이스 캠프인 이창수의 서재에 영양분을 차곡 차곡 비축해 가는 기쁨으로 무더운 더위와 코로나19를 극복해 가고자 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정부 부처와 정부출연기관 등에서 근무했던 경제학자와 교육학자들이 자율형사립고교(자사고)와 특수목적고교(특목고) 폐지가 ‘개천용’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이끌었던 박영범(사진) 한성대 교수와 이경태 전 OECD 대사 등이 공저한 ‘한국 교육의 진로’(박영사)에 따르면 자사고, 특목고의 폐지가 보도된 이후 새로운 강남 8학군 시대가 열릴 것에 대해 학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일반고 정상화의 길이 아닌, 풍선효과로 인한 ‘신 명문학군’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학자들은 책을 통해 “앞으로 과학고 등 극소수의 특목고를 제외하고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학군의 의미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돼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지역 간 갭 벌리기가 더욱 커지면서 주거지역에 따른 계층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고교 입시가 존재했을 때는 이른바 ‘개천’ 출신이지만 우수한 학업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좋은 고교와 대학을 진학하는 경로가 열려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평준화가 이뤄지면 일부 부유한 집단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학력 중심으로 더 높은 질의 교육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혹자는 공립 고교 교사의 순환근무 등을 이유로 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학교 위치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동기, 선행학습 수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학교 교육은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도 분석했다. 이 책은 경제·교육계 교수들이 초·중등교육, 대입, 직업교육, 평생교육 등 각자 전문 영역 내에서 한국교육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책의 대표저자인 박 교수는 경제교육의 부재를 지적하고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자유와 경쟁을 가르치는 경제교육의 부재가 심각하다”며 “청소년기의 경제교육 격차는 사회에서의 경제적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무원 공로연수제도를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이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행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보고서에서 공로연수제도가 공무원 인사 적체 해소 및 신규 공무원 채용에 도움이 되고 공무원이 퇴직 후 사회에 적응할 준비 기간을 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실한 운영으로 국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명칭이나 연수 내용 등을 개선해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공로연수 명칭을 ‘공무원 퇴직준비연수’ 등으로 변경하여 퇴직 예정 공무원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임을 강조하고, 연수 기간 중 봉사활동, 멘토활동 등을 적극 홍보해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할 것을 제안했다. 또 현재 지방공무원에게만 20시간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전체로 확대하고 그 시간도 40시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의 이 같은 분석은 공로연수제 도입을 요구하는 교육계의 입장과 방향성이 같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교원은 2013년 퇴직준비휴가 폐지 이후 타 공무원들에게는 대부분 적용되는 공로연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총은 교원의 퇴직준비휴가를 부활시키거나 공로연수제를 도입할 것을 당국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대다수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연수기회를 교원에게만 부여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정”이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BS(사장 김명중)는 교육부와 함께 9월 26일까지 ’제5회 EBS 교사지원센터 교수학습자료 공모전‘(이하 ’교수학습자료 공모전‘)을 개최한다. EBS 교사지원센터는 고교 교사의 수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리소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로 교사들의 현장 연구 참여를 위해 교수학습자료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은 전국 고교 교사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EBS 교사지원센터와 EBSi 고교강의 사이트에 탑재된 자료로 제작한 나만의 수업자료를 EBS 교사지원센터(http://teacher.ebsi.co.kr)로 온라인 접수하면 된다. 심사는 2차에 걸쳐 진행되며, 수업 방식의 적절성과 참신성, 수업 활용성, 학습 동기부여 정도 등 수업자료의 교육적 활용 가치를 주로 평가한다. 우수자에게는 상장과 상금을 수여한다. 교육부 장관상 8명(최우수 1명 1백만 원, 우수 7명 각 70만 원),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상 7명(각 40만 원)이다. 선정된 교수학습자료는 EBS 교사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박광일 여행작가·㈜여행이야기]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지 1년 반이 넘었다. 마음은 답답하고 몸은 무겁다. 갈 수 있는 곳이 줄어드니 길을 떠나는 것도 걱정스럽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 해도 사람이 많지 않은 공간에서 자연과 만나는 것은 소중한 치유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자연과 호흡하며 자기 자신을 다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좋겠는데 어디가 좋을까…. 사람마다 그 공간은 산이며 바다며, 숲이며, 혹은 궁궐이나 왕릉이 될 수 있다. 그중 하나로 이번 방학에는 절, 산사는 어떨까. 절은 산에 있으니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며, 산이 절을 품은 데에는 다 사연이 있으니 그 이야기를 통해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강원 정선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정암사’ 처음 소개할 곳은 정선의 정암사다. 골짜기가 깊기로 소문난 정선의 정암사는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한 곳이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곳으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정암사가 이런 내력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신라 선덕여왕 때 활동하던 자장율사와 관련이 있다. 정암사를 상징하는 유물은 국보로 지정된 수마노탑이다. 전설에 따르면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가져온 마노석을 다듬어 탑을 쌓고 그 안에 부처님의 사리와 염주 등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 탑이 있어 정암사는 적멸보궁이 됐으니 절 뒤 언덕에 있는 수마노탑에 잠시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서 내려다보는 정암사도, 강원도의 숲도 인상적이다. 수마노탑과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해진다. 자장율사는 중국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사리와 유물을 세 개의 탑에 각각 안치했다고 한다. 각각의 탑이 금탑과 은탑, 그리고 수마노탑인데 자장율사는 후세 중생들의 탐욕을 걱정해 금탑과 은탑은 진정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볼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전설을 증명하듯 정암사 근처에는 금대봉이며 은대봉 같은 이름을 지닌 봉우리가 있다. 수마노탑도 대단한 보물이지만 마음을 열고 볼 때 찾을 수 있다는 금탑과 은탑은 자장율사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와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 삶에서 아직 찾지 못한 보물, 금탑과 은탑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을까. 충북 제천 다른 세상을 이어주는 길, ‘미륵대원’ 충북이 자랑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월악산국립공원이다. 산과 계곡이 말 그대로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곳. 여기에 하늘재와 미륵대원이 있다. 하늘재는 충주 미륵리와 문경 관음리를 연결하는 해발 고도가 525m의 야트막한 고갯길이다. 하늘재는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서기 156년, 신라 아달라왕 때 북쪽으로 통하는 길로 처음 만들었던 곳이다. 백두대간을 넘는 유명한 고갯길로 죽령보다 2년 먼저 생긴 길이다. 새재며 이화령, 그리고 추풍령은 모두 후배가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하늘재로 이어진 두 지점의 이름이다. 충주 쪽은 미륵리, 문경 쪽은 관음리이니 미륵과 관음의 세계를 연결하는 고갯길이다. 이름이 생겨난 배경에는 양쪽에 미륵대원, 관음사란 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문경 쪽에는 관음사의 유물로 보이는 석불입상이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유적이 좀 더 뚜렷하게 남은 곳은 충주 쪽의 미륵대원이다. 미륵대원은 다른 절 이름과 비교할 때 특이한 점이 보이는데, 바로 절과 함께 숙박시설인 ‘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륵대원 영역은 절이 있던 곳과 숙박시설이 있던 곳으로 나뉜다. 절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륵불이다. 고려시대 특유의 규모가 크면서도 소박한 표현을 보여주는 불상이다. 미륵불이 서 있는 공간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석굴사원 요소를 채택한 건물이다. 공간의 뒷부분은 석축을 불상의 어깨 부분까지 쌓아 올렸고 앞부분에는 나무로 만든 건물을 세웠다. 우리나라 석굴사원의 전통을 잇는 건축이지만 한편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한 공간이기도 하다. 절터에는 석등이며 석탑을 볼 수가 있다. 수준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화려함을 강조하던 고려시대 불교 조각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재밌는 것은 석비의 받침으로 쓴 거북 조각이다. 규모가 무척 커서, 길이가 6m에 이르고 높이도 1.8m다. 어깨 부분을 보면 새끼 거북이를 조각해 놓아서 마치 어미 등을 타고 올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미륵대원과 하늘재는 짧은 길이지만 미륵의 세계에서 관음의 세계로, 다시 관음의 세계에서 미륵의 세계로 다녀올 수 있으며 현실에서는 충청도와 경상도, 백두대간을 가로지를 수 있는 길이다. 충남 서산 마음을 씻고 여는 곳, ‘개심사’ 서산의 개심사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절이다. 아름다운 숲길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간이 어떠한 곳인지 알려주는 표식도 있다. ‘세심동 개심사’ 마음을 씻는 동네에 마음을 여는 절이다. 개심사는 봄이면 화려한 꽃의 향연에, 여름이면 시원한 숲과 솔바람에 취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개심사는 백제 말기 창건했는데 지금 대웅전은 조선 초기 건축물로서 주심포에서 다포로 넘어가는 양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 근대 선승으로 선풍을 일으킨 경허 스님이 머물던 곳이라는 점에서 청량한 기운도 느껴진다. 개심사는 자연과 어울리는 모습을 잘 보여주며 사람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재주가 있다. 대웅전 건물에서 눈에 띄는 건 검은 기와 위에 놓인 연봉이다. 기와지붕 끝에 기와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지만 검정과 흰색의 조화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오래된 스님들의 거주처, 심검당의 기둥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이 자연이고 어디까지가 인공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휘어진 기둥 그대로를 활용해 건물을 지은 사람들이야말로 세심, 개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개심사를 조금 더 잘 보려면 오른쪽 언덕인 명부전 뒤 산신각에서 보면 된다. 거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산과 숲처럼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 같은 절을 볼 수 있다. 전북 고창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 ‘선운사’ 선운사는 봄이면 동백, 가을이면 단풍으로 유명한데 여름의 배롱나무 역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절 건축물 하나하나가 단아해서 주변의 산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선운사는 절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로워서 주변을 함께 둘러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창건된 것은 백제 위덕왕 때다. 검단선사가 연못이 있던 곳을 메워 지금의 선운사를 지었다고 한다. 절을 세웠을 때 주변에 도적들이 많았다고 한다. 보통 이런 경우 절을 옮기거나 장정들을 모아 절을 지켜야겠지만 검단선사는 조금 다른 방법을 썼다. 먹을 것이 있다면 도적이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서 도적들을 모아 가까운 바다에서 소금을 굽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 그렇게 되자 도적은 사라지고 오히려 절에 해마다 귀한 소금을 바치는 사람들이 됐다. 이런 내력 덕분일까. 선운사 뒤로 이어진 길을 30여 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 속칭 도솔암 마애불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진다. 높은 절벽에 15m가 넘는 마애불이 새겨져 있는데. 배 부분에 작은 구멍이 있다. 여기에 세상을 구할, 비기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1820년, 전라도 감사 이서구가 열어보려 했지만 벼락이 치는 바람에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이 비기를 열어본 인물은 동학농민운동 당시 전봉준 장군과 세 명의 대장으로 손꼽히던 고창의 대접주 손화중이다. 절과 도둑, 절과 혁명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그러나 선운사는 그것을 잘 품었으니 절 본연의 모습이 흐려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선운사의 깊이가 더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전남 구례 부처님의 세계로…‘지리산 화엄사’ 보통 절에는 어떠한 것이 좋은,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화엄사는 앞에 그 절이 있는 곳만 적어주어도 충분하다. 지리산 화엄사. 일주문에 적혀있는 이름만으로 화엄사의 의미가 전달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건축물과 조각물이 있는 화엄사는 무언가 지리산과 많이 닮았다. 화엄사를 대표하는 건물은 각황전이다. 여기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화엄사를 복원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스님은 벽암스님이다. 병자호란 때 왕실과 맺은 인연이 바탕이 됐다. 다만 화엄사에서 가장 컸던 건물, 곧 대장경 석판을 벽에 가득 채운 장륙전만은 복원하지 못했다. 그 임무는 이후 제자인 계파스님에게 이어졌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서 고민만 하던 때였다. 꿈에 신인이 나와서 장륙전을 시주할 귀인이 올 거라고 한 것이다. 기대에 부푼 계파스님은 다음날 절을 찾아오는 사람을 보고 실망하고 말았다. 절에서 일을 도와주고 끼니를 이어가던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그 말을 전하니 할머니는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는 듯 늪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뜻밖의 안타까운 일에 계파스님으로서도 큰 낭패였으리라.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계파스님은 한양으로 시주를 갔다가 우연히 산책 나온 공주를 만났다. 공주는 우리 스님이라고 하며 쫓아왔다. 공주는 태어날 때 손을 쥐고 있었고 이것이 펴지지 않았는데 이때 처음 폈다. 손에 글씨가 적혀있으니 장륙전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숙종이 장륙전을 짓는데 크게 도움을 줘 각황전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숙종에게는 이럴만한 공주가 없었으니 이 이야기는 당시 왕실과 화엄사의 인연, 특히 영조의 생모인 숙빈최씨의 화엄사 시주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도 보인다. 화엄사는 이렇게 왕실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으니 그 내력을 각황전에서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각황전 옆으로 난 언덕 위에 있는 4사자3층석탑은 그 조형 감각이 탁월하다. 연기조사와 어머니에게 효를 행하는 모습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다른 이론도 등장했다. 다보탑과 비교될 정도의 완벽한 성취를 이뤄낸 탑을 보고 있으면 부처님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경북 영주 소백산맥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부석사’ 영주 부석사는 아름다운 것이 많다. 지면이 허락하면 많은 것을 꼽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다섯 가지만 살펴보겠다. 첫 번째는 창건 내력과 관련된 의상의 호국불교다. 의상이 화엄 공부가 어느 정도 끝났다고는 하지만 급히 귀국하게 된 것은 바로 당의 신라 침공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런 후 부석사를 지었으니 이후 의상, 혹은 그 영향 속에서 생겨난 절은 신라의 전략적 요충지와 비슷하게 겹친다. 양양 낙산사며 부산 범어사, 그리고 합천 해인사 등을 그 예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선묘와 의상의 사랑 이야기다. 의상이 중국에 도착했을 때 연모하는 마음을 가졌던 선묘는, 귀국길을 서두르는 의상을 만나지 못했다. 오래 기다렸던 의상을 만나지 못한 선묘는 좌절하는 대신 용이 돼 의상을 지키고자 했다. 선묘 아가씨가 선묘용이 된 것이다. 선묘용은 의상이 부석사를 지을 때 방해하던 도적을 신통력으로 돌을 공중에 띄워 몰아냈으니 부석사 이름은 그렇게 정해진 것이기도 하다. 무량수전 뒤, 조그마한 선묘각에서 그 이야기를 떠올려볼 수 있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세 번째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아마도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 아닐까. 고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기둥이며 보, 공포가 보여주는 구조에서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은 쉽게 드러난다. 그 배경에 배흘림기둥을 비롯해 가장 바깥 기둥을 높이고, 또 중심부로 기울여 놓은 기법을 통해 착시현상을 해결하고자 했던 기법까지 알게 되면 더 놀라게 된다. 네 번째는 석축이다. 여름에 부석사를 살펴볼 때는 조금 땀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어지는 절의 중심을 향한 길은 조금씩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간에 만든 여유 공간에 건축물이 들어섰고 이들 공간은 다시 사람을 절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한다. 이렇게 탁월한 공간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것이 있으니 바로 석축이다. 부석사의 공간은 이들 석축에 기댄 것이다. 경사가 있는 땅에 석축을 쌓아 공간을 만들었으니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도 원하는 건물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석축과 건축물을 활용한 절의 위치다. 부석사에 가면, 특히 무량수전 앞에 서서 뒤돌아보면 올라오느라 힘이 들었던 노력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노력 끝에 만나는 절경, 삶의 모습과 조금은 닮은 것 같다. 경남 남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여기로, ‘보리암’ 쉽지 않은 일상을 이어가는 요즘, 노력을 다하고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소원을 빈다. 그리고 삶이란 노력이 기본이나 운이라는 것도 더해져야 할 때가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런 점에서 남해 보리암은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육지 건너 섬, 그것도 금산 꼭대기에 가까운 보리암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셔틀버스로 조금 편하게 갈 수 있게 됐지만 수도권 사람들이 여기로 가기 위해서는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보리암은 찾은 사람들이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여기에 올 결정을 한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만드는 곳이다. 거기에는 아래로 펼쳐진 한려수도의 아름다움, 그리고 보리암을 품고 있는 금산의 멋진 모습과 보리암이 가진 사연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보리암은 원효대사가 관음을 만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관음을 친견한 원효는 ‘보광사’란 절을 지었는데 절이 있는 산 이름도 나중에 이를 따라 ‘보광산’이 됐다. 보광사는 나중에 ‘보리암’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시간이 흘러 보광산에 태조 이성계가 와서 왕이 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이때 관음으로부터 금으로 만든 자를 받았는데 그 덕에 왕위에 올랐다. 왕위에 오른 태조는 산을 비단으로 감싸려고 했다. 하지만 신하들이 반대하자 산 이름에 비단 금(錦)을 써서 ‘금산’이라 부르도록 했다. 또 조선 왕실은 보리암을 원찰로 삼을 정도로 이 절을 귀하게 여겼다. 우리나라 관음도량 가운데 하나인 보리암.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다녀오면 무언가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는 절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경북 영천시 영천초등학교(교장 여은숙)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하나로 7월 28일부터 3~5학년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총 7회기에 걸쳐 진로체험‘내 꿈을 Job아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진로 성향에 대해 알아보고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직업을 체험해 봄으로써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미래의 기술에 대해 알아보면서 자신의 강점을 찾고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인 창의력과 혁신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가상현실 전문가, 캐릭터 디자이너, 3D 프린팅 전문가 등과 같이 4차 산업혁명으로 생겨난 미래의 직업을 여러 가지 미션을 통해 체험하면서 미래사회의 트렌드 변화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여은숙 교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내면의 진로 장벽을 넘어서는 힘을 기르길 바랍니다. 또한 직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본인이 하고자 하는 직업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몇 해 전 통계에서 국가별 월평균 독서량의 비교가 보도되었다.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 한국 0.8권 순이었다. 수치상 참으로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요즘에는 ‘포노 사피엔스’라 칭하듯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부착되다시피 함으로써 인간에게 오장칠부가 되었고 국가 간의 책읽기 격차가 과거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된다. 이는 전화위복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과거 일본은 지금과는 달리 한국이 경제적 도약으로 무섭게 추격해오자 이를 의식하면서도 “한국은 두렵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면에는 자국민의 독서량과 비교해 거의 책을 읽지 않는 한국에서 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만큼 독서는 그 나라의 국력을 좌우하는 버팀목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경제가 주춤해도 노벨상 수상자를 중단 없이 배출하고 있고 최근엔 일본 정부가 나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공인교육과정)를 도입해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개혁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언제나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세계화의 흐름에 대응하는 일본인의 탁월한 식견으로 그 배경에는 독서의 힘이란 신뢰할만한 국민적 자산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판단된다. 그럼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자. 현재 대한민국은 4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을 통째로 가두고 있으며 그마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돌파감염의 위세가 점차 국민들을 옥죄어 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가공할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탈진실(post-truth)’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각종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는 사회적 현상들이 넘쳐나고 있다. 여기서 탈진실이 무엇인가? 이는 공중(公衆)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객관적 사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 여기엔 확증편향, 인지적 부조화란 현상이 압도적이며 이는 그 어떤 백신도 무용지물이다. 그로인해 민심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국내의 선각자들은 이를 예견한 듯 3년 전에 한국의 미래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전략적 진보가 가능한가’라는 주제 토론이 있었다. 발제자인 최진석 교수는 “우리가 그간의 전술적인 진보에서 한걸음 나아가 우리만의 패러다임으로 성장하며 판을 짜는 전략국가로 건너가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하강의 길로 들어선다는 경고와 함께 말이다. 이후 최 교수는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전술국가에서 전략국가로 나아가려면 우선 책읽기로 지식을 키워야 한다는 신념으로 ‘새말 새몸짓, 책 읽고 건너가기’ 운동을 제기하였다. 이제 시선을 해외로 돌려보자. 서구 선진국은 ‘독서량은 부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예컨대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글로벌 리더들은 하나같이 독서광이고, 일류대 졸업장보다 독서를 더 중시했다. 결국 창의성과 융합능력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은 풍부한 독서와 이에 기초하는 창의적 리더십, 경영능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의 유능한 CEO들은 하나같이 독서광이지 않은가. 우리에겐 늘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시절이 있었다. 아직도 이념과 진영 논리에 갇힌 권력층 및 일부 지식인 집단의 궤변과 막말이 대한민국을 혐오 사회로 만들고 있다. 우리가 보다 문화강국으로 상승하려면 무엇보다도 ‘생각하는 힘’이 절실하다. 이것이 탈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다. 생각은 바로 독서에서 나온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 가치가 존중되는 지성국가로 갈 것인가 아니면 야만의 탈진실에 머물 것인가는 독서교육에 달려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초중등 학교는 학교 공간 혁신 사업으로 학생들의 취향에 맞게 도서관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자유롭고 편리한 자세(예컨대 누워서 책읽기)로 독서를 할 수 있게 만든 도서관 환경은 학생들에게 매우 인기다. 이를 반영하듯 코로나19로 학교 문을 닫아도 도서관의 대출만은 허용해 달라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요청은 실낱같은 국가적 희망으로 다가온다. 우리 사회의 경제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에서 존경받는 리더들도 독서는 한결같은 공통 인수에 속한다. 그만큼 독서의 힘은 크다.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인류의 보물인 고전(古典)은 말할 것도 없고 예지력을 키우는 각종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교양서적들을 읽기 교육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것이 경제적으로 현재 각종 출판사와 대형서점들의 경영난을 해소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멘탈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 믿는다. 학교에서의 독서교육에 희망을 알리는 통계가 있다. 과거 교양서적이든 문학서적이든 11권 이상 읽은 학생이 한 권도 읽지 않은 학생보다 수능 국어영역 20점 이상, 수리영역도 8점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그것이다. 그만큼 독서는 힘이 세다. 이는 곧 현대의 국력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제 가뜩이나 코로나 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더욱 부추김을 당하는 탈진실 현상을 벗어나는 길은 바로 독서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교육은 시대의 변화에도 사이클처럼 반복된다. 다시금 독서교육은 시대적 당위성이자 난국을 극복하는 지혜임을 인식하자. 더불어 지금처럼 기후위기로 인해 연일 폭염과 열대야를 이겨야 하는 이 여름에 더위를 잊는 망서(忘暑)의 처방으로도 독서만한 것이 있으랴.
고교학점제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교 교원 대부분이 2025년 전면 시행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교총이 지난 7월 고교 교원 22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2%가 2025년 전면 도입을 반대했다. ‘학교 현장의 제도 이해 및 제반 여건이 미흡(38.5%)’하고, ‘학생 선택 및 자기 주도성 강조가 교육 결과를 온전히 담보할 수 없다(35.3%)’는 게 주된 이유다. 교과, 학군 쏠림 가속될 것 고교학점제는 대입 중심의 교육과정을 학생이 원하는 교과 선택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게 골자다. 그럼에도 전체 응답 교원의 82.9%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보다는 ‘대입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입이 고교 교육과정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학교는 대입에 유리한 교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편할 수밖에 없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이를 원할 것은 자명하다. 일각에서는 교과 선택권으로 인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의도치 않게 분리될 가능성도 지적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주요 과목에서 파생되는 심화 과정의 개설을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가르칠 우수한 교수자원과 교육시설의 확보가 수월한 대도시, 우수학군으로 쏠림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 간의 교육 격차도 우려한다. 교원들은 고교학점제가 ‘하위권 학생에게 가장 불리(47.3%)’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위권(25%), 상위권(13%)보다 꽤 높다. 학업에 흥미가 적은 하위권 학생들은 성취도평가를 통과하기 쉬운 과목 중심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역 간, 학생 간 교육양극화만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일선 교원들의 판단이다. 정책 엇박자 큰 혼란 우려 교사들은 여러 과목 지도에 따른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응답자의 91.2%가 ‘다양한 교과 개설을 위한 교사 수급이 불가’하다고 했다. 교사마다 2~3개 과목을 담당할 수밖에 없어, 수업의 질 문제도 제기된다. 그래도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은 외부 강사를 찾아야 한다. 적합한 강사를 섭외하는 것도 일이거니와 강사가 학생의 교육과 성취평가를 위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급기야 한시적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겠다는 법안까지 내놓는 등 교직 사회의 근간인 자격체계마저 흔들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하려는 악수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시·도교육청이 내린 ‘자사고 취소’ 처분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에는 자사고·외고 등 학교법인 24곳이 2025년 자사고를 폐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한 상태다. 헌법소원 결과가 자사고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 고교학점제 도입 전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 또, 내년에는 다른 정책 기조의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이를 뒤엎을 가능성도 있다. 대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대입 개편을 함께 진행하지 않은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고교학점제는 기본적으로 수시모집 확대를 전제로 하는데, 사회적으로는 정시 비율 확대를 요구한다. 국민적 바람과 정책의 엇박자로 인한 혼선도 우려된다. 교육부가 서둘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는 오는 9월 1일까지 랜선 뽐내기 ‘보여줘! 쌤즈-온라인 채널 편’을 공모한다. 유튜브, 블로그 등 개인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는 교총 2030 회원(1982년 7월 1일 이후 출생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응모 방법은 간단하다. 교육을 주제로 한 콘텐츠(게시물) 1건을 소개하면 된다. 신규교사의 열정과 사회 초년생을 위한 소소한 팁, 솔직 담백한 교직 일지, 공문 작성 등 신규교사를 위한 꿀팁 영상, 교직 정보, 학생·학부모를 위한 교육 정보 등 교육 이야기를 담은 게시물이면 된다. 응모자 전원에게는 음료 모바일 쿠폰을 지급한다. 최우수 2명, 우수 4명, 장려 6명에게는 콘텐츠 제작 지원금을 준다. 주우철 교총 2030 청년위원장은 “2030 청년위원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소통과 참여”라며 “코로나19가 안정되는 그 날까지 ‘온택트’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공모 관련 내용은 한국교총 홈페이지 참고(www.kfta.or.kr).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한국교총의 변호사 동행 지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교총은 변호사 동행 지원비 3·4호 수혜자를 선정하고 30만 원을 지원했다. ‘변호사 동행 보조금’은 교총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교권 침해 사건 대응 지원제도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으로 초기 경찰 조사나 수사단계가 중요해진 데 착안했다. 최근 교원을 대상으로 한 고소, 고발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피소 등 사례가 증가하면서 더욱 촘촘한 교권 보호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경찰서에 가본 적 없는 교사가 소환조사 연락을 받으면 막막한 심정으로 교총에 문의한다”면서 “교총은 초기 교권 보호시스템인 경찰서 동행 변호사비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활동 침해(형사)로 경찰 조사를 받는 교총 회원(교원)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사건 당 변호사 동행 보조금 30만 원을 지원받고, 동일인·동일 사건에 대해서는 3회까지 가능하다. 신청은 각 시·도교총에 하면 된다. 문의 교총 교권지원국 02-570-5613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찰이 부산시교육청의 합격 통보 오류로 인해 10대 특성화고 학생이 안타깝게 숨진 사건에 대해 수사한다. 2일 부산시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합격자 명단 오류가 발생한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 숨진 수험생의 유족은 지난달 30일 시교육청 공무원 시험과 관련된 공무원들을 직무유기와 자살방조 등 혐의로 부산진경찰서에 고소한 바 있다. 유족은 수험생의 필기시험 성적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다른 지원자가 면접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숨진 수험생은 지난달 26일 오전성적조회 시스템을 통해 ‘합격을 축하한다’는 문구를 확인했으나 이내 곧 불합격으로 뒤바뀌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험생은 당일 시교육청을 방문하고도 ‘행정적 실수’라는 설명을 듣고 귀가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합격자 발표 때 실수로 불합격자에게도 합격 문구를 띄웠다고 해명하고 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이번 사건 원인규명과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2월 감사관의 피의사실 공표 이후 세간의 비난을 받던 5급 공무원이 세상을 떠난 부분도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직원 죽음이 이번 사건처럼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공무원노조 측은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의 뇌물수수가 사실인 것처럼 공식 발표하는 초유의 오류로 직원 죽음까지 이어졌지만 여전히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며 “이번 공무원 시험 합격 오류 사건 감사에서도 직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교육청 의혹' 국민청원 제기 유족은 지난달 29일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불성실한 대응과 공무원 채용 과정 속 부실한 면접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수험생의 사촌누나라고 밝힌 청원인은 부산시교육청 웹사이트에서 합격 창이 불합격 창으로 변경된 1시간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한 납득될만한 설명, 면접에 대한 감사, 그리고 면접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불합리성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게시물에서 청원인은 “대신 합격한 D씨는 저희 동생보다 필기 점수가 10점이 낮은 219점이었고 면접까지 올라간 5명 중 5등의 성적을 가지고 있었다. 제 동생은 필기점수에서 10점을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전형인 면접에서 점수가 더 낮았다는 이유(제 동생은 5명 중 2등)로 불합격 처리가 된 것”이라며 “면접은 10분 정도 진행됐기에 이렇게 면접으로 결과가 뒤집힌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기도교육청 소속의 한 간부 공무원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술자리를 벌이고 여직원 성추행까지 확인돼 퇴출될 기로에 놓였다. 도교육청은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고 모 교육지원청 K과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성비위 등을 사유로 해임 징계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징계에 대한 이의제기 기간을 거친 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K과장은 지난달 5일 관사에서 직원 7명과 함께 저녁 회식을 하며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해당 지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은 금지였다. K과장은 또 다른 직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여직원을 강제로 껴안는 등 추행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자리를 떴던 직원들이 돌아와서 이를 목격하고 저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K과장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직원의 신고를 접수한 도교육청은 감사 직후 K과장을 직위 해제했다. 도교육청은 당시 회식 자리의 방역지침 위반에 대해 방역당국인 지역 보건소에 알렸고, 술자리 참석자 8명 모두 과태료 10만원 처분을 받게 됐다. 성추행 건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반대 의견을 밝혀 수사기관 신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입추를 앞두고 있지만 작열하는 팔월의 태양은 땅 위의 모든 것을 불사를 기세이다. 마스크를 쓰고 한 걸음 옮기면 등줄기를 타고 탐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숨쉬기가 힘들다. 그래도 계절의 흐름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듯 해넘이가 지나자 산과 들을 스친 녹색 바람이 서늘함을 풀어 놓고 귀뚜라미 우는소리 청아하게 깔린다. 입추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한 해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로 올해는 양력 8월 7일이다. 이날부터 겨울에 드는 양력 11월 7일 입동 절기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농촌의 입추 무렵은 ‘발등에 오줌 싼다’할 만큼 바빴던 농삿일들이 끝나고 잠시 한가해지는 시간이다. 벼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이때 고려사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흰 이슬이 내리고 쓰르라미가 운다는 입추 절기 이후의 계절변화가 기록돼 있다. 또한 앞전에는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대서 절기가, 뒷전에는 더위가 물러가고 해가 진 밤에는 서늘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처서 절기가 있다. 옛사람들은 이렇게 입추와 처서, 백로로 이어지는 가을맞이 절기의 흐름을 '어정칠월 건들팔월' 이라고 했다. 이는 칠월과 팔월이 어정어정,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뜻으로 농촌에서는 김매기도 끝나 호미씻이를 한 뒤여서 잠깐의 망중한을 누리는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무렵 농촌의 대표적인 전경은 땡볕에 고추를 말리는 풍경으로 수채화처럼 곱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는 처서(處暑)이다. 처서는 24절기 가운데 열넷째 절기로 여름은 가고 본격적으로 가을 기운이 자리 잡는 때이다. 처서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이다. 이 시기에 예전에 부인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렸는데 그늘에서 말리면 음건(陰乾), 햇볕에 말리면 포쇄라 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에서는 포쇄별감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다고 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이 이야기는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자 ‘사람들이 날 잡는다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 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말한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처럼 한여름을 거쳐 입추와 처서, 백로로 이어지는 가을맞이 절기의 흐름을 옛사람들은 어정칠월 건들팔월로 불러왔지만, 지금의 농촌 현실과는 꼭 맞지 않다. 처서 무렵에는 날씨도 중요하였다. 벼 이삭이 패는 때이기에 한 해 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였다. 무엇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을 견주어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쑥쑥 익어가는지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그리고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라고 하는데, ‘처서비 십 리에 천 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는 말이 있다. 올해 처서에는 처서비가 내리지 않아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다. 처서 무렵이 되면 세상의 나무들은 여름내 부지런히 길어 올렸던 물들을 내리기 시작하고 한해살이풀들은 서서히 생을 마무리할 채비를 시작한다. 때를 알고 스스로를 비울 줄 아는 순한 초록 목숨들의 지혜로움을 생각하면 탐욕에 눈먼 욕망에는 한계가 없는 인간이란 사실이 못내 부끄러워진다. 아침저녁 더위가 가시면서 찬바람이 인다. 여름을 주름잡았던 애절한 능소화는 꽃 덩어리로 채 무너져 내린다. 가을이 파란 하늘 저편으로 번져오고 있다. 여름은 떠날 채비에 마음이 바쁘고, 가을은 지상 가까이 내려오느라 몸이 분주하다. 처서엔 대지가 가을을 느끼고, 다시 보름 지나 백로엔 사람이 가을을 느낀다 하였다. 가을엔 모든 존재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결실을 맺는다. 나는 올가을에 어떤 결실을 맺을지 며칠 남지 않은 팔월의 여름에 생각해본다.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란 말처럼 시간 보내기를 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시간은 언제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유행중에도 가을은 오고 있고 내일의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그러나 2021년을 사는 지금의 팔월은 사는 동안 영원히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각자에게 주어진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끝을 맺을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모두의 숙제이다. 모두가 남은 날들을 결실을 위한 시간들로 채워 나가고, 한 두 번 찾아올 태풍과 더불어 코로나19도 밀어내주었으면 좋겠다.
예비교사 네트워크 ‘폴짝’은 2일~3일 전국 30곳에서 이틀간 과밀학급 해소를 촉구하는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학급당 학생 수 28명을 기준으로 과밀학급을 해소한다는 교육부의 계획은 매우 안일한 기준”이라며 정규 교원을 확충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라고 주장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음에도 교육부가 안전한 학교현장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전면 등교 원칙'만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폴짝’은 교육의 변화를 향해 공부하고 실천하고자 모인 교대생들의 단체로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소속 7개 교대와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에 지부를 두고 있다.
Q. 임용 전 대학원 학위를 미취득한 채 교사로 임용 후, 재직 중에 대학원 학위를 취득할 경우 임용 전 다녔던 대학원 기간도 호봉재획정 시 산정이 되나요? A. 해당 경우는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호봉재획정의 경우로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여야 할 사유 중 ‘교육공무원의 경우에는 자격이나 학력 또는 직명(대학이나 전문대학만 해당한다)의 변동이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학위취득 시 임용 전 다녔던 수학기간을 포함하여 석사의 경우 대학원에서 학칙으로 정한 최저 수업연한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경력과 학력의 중복인 기간에 대해서는 그중 유리한 경력 하나에 대해서만 인정받게 됩니다. Q. 5학기제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경우 마지막 학기에 기간제교사로 근무하였다면 호봉획정 시 기간제교사 경력은 인정받지 못하는 건가요? A. 대학원의 학위취득 경력은 석사의 경우 각 대학원에서 학칙으로 정한 최저 수업연한을 인정하며, 학기제를 달리하는 대학원 및 계절학기제 대학원의 석사학위는 최대 2년의 범위에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학기가 2년의 범위를 넘어 학위 취득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것은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경력과 경력이 중복된 경우에는 그 중 유리한 경력 하나에 대하여만 인정됩니다. Q. 군경력과 대학교 경력이 중복됨에 따라 중복된 학력을 제외하고 호봉이 재산정되어 돈을 반환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보수규정」 제15조(승급기간의 특례)에 따라 군경력은 승급기간에 산입하고 있으므로 군경력과 학력이 중복될 경우 중복인정이 가능한 것 아닌가요? A.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경력과 경력이 중복될 때에는 그중 유리한 경력 하나에 대하여만 계산해 호봉획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교 경력과 군경력이 중복된 경우 이 중 하나만 계산해야 하며, 문의하신 15조(승급기간의 특례)의 경우 임용 후 군경력에 대한 부분으로 임용 전 군복무와는 무관한 내용입니다. Q. 나이스 상 등록되어있던 학위가 법이 개정됨에 따라 경력환산율이 변경되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이스에는 이미 등록되어있었는데 이런 경우 경력을 포함시켜 호봉정정을 요청할 수 있을까요? A.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에 따르면, 규정의 개정 등으로 호봉재획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상이 되는 교원 본인이 직접 경력합산신청서를 학교의 호봉 담당자(교감)에게 제출토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이스 상의 기록만으로 자동으로 대상자가 선정되어 호봉재획정이 이뤄질 수 없으며, 당사자 본인이 별도의 호봉재획정을 위한 경력합산신청서 제출이 필요하며 호봉정정의 사유로 볼 수 없습니다. Q. 호봉정정 시 과소 또는 과다 지급받은 보수에 대해 소급 적용은 언제까지 가능한가요? A. 호봉에 따른 과다 또는 과소 지급된 금액에 대한 급여정산기간은 전 기간이 됩니다. 다만 호봉획정권자인 임용권자 등이 호봉을 정정하여 효력을 발생하는 때로부터 진행이 됩니다. 과소 지급된 보수에 대해서는 「민법」 제163조(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따라 3년의 기간 안에 납부 받을 수 있으며, 과다 지급된 보수는 「국가재정법」 제96조(금전채권·채무의 소멸시효)에 따라 호봉정정 발령일로부터 5년의 기간 안에 납부하실 수 있습니다. 이때 해당금액 또한 당초 잘못된 호봉 발령일자부터 호봉정정 발령일까지 전 기간 동안 실제 호봉과 잘못된 호봉의 보수 차액이 됩니다. Q. 대학원 석사 경력으로 1급 정교사 연수를 대체하고 싶습니다. 대학원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1급 정교사 연수를 대체할 수 없나요? A. 「교육공무원승진규정」 제33조 4항에 따라 자격연수성적으로 평정된 석사학위 취득실적은 연구실적평정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즉, 학위취득실적으로 1정 연수를 대체했다면 연구실적으로 이중 평정이 불가합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교원으로서 근무한 경력과 대학원 경력이 중복될 경우 이 중 유리한 하나만 경력으로 인정되어 호봉에 반영될 수 있으므로 해당 내용은 소속 시·도교육청 인사과에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
사진첩 가득 아이들 핸드폰 앨범에 들어가 보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경고알림이 뜬다. 이유는 용량부족. 128GB라는 나름 넉넉한 공간이 있음에도 지난 2년 동안은 늘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의 사진보다도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의 사진이 가득 담겨 있다. 반은 자의, 반은 타의에 의해서다. 1년 반이라는 짧지 않았던(이제는 일반적인) 발령대기 시기를 보내고 2019년 9월에 발령을 명받았다. 다행히 수업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지만 재미있고,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해맑지만 부산스럽다. 사진은 나만 볼 수밖에 없는 아이들과의 찬란한 순간을 담아보려는 목적으로 찍게 됐다. 내 기대를 뛰어넘거나 벗어나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 모습을 일회성으로 날려버리는 게 참으로 안타까웠다. 용량위기가 생길 때 필요 없는 사진을 삭제하기 위해 제일 처음으로 올라가보지만, 그때마다 이제는 나를 잊었을 아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쉽게 삭제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내내 쌓여가고만 있던 수업의 순간들을 정리하기로 마음먹는다. ‘적자(write)생존’의 중의적 의미를 가득 담아 구글 드라이브에 폴더를 만들어 사진도 정리하고, 한 주차 수업을 정리하는 용도로 교단일기 블로그도 시작하고, 교사용 인스타그램도 만들었다. 물론 지금은 손을 놓은 상태다. 하고 싶은 것, 하면 좋은 것은 많으나 아직 나에게는 무리다. 하루를 ‘온전하게’ ‘아이들과’ ‘의미 있게’ 보내는 것. 그것이 나의 최선이기 때문이다. 빨간색 운동화 지난 2020년 나는 발령 후 첫 담임을 맡게 되었다. 열정이 차고 넘쳤던 3월, 코로나19로 인해 개학 연기를 맞게 된다. 처음에는 ‘이러고 있어도 되나?’ 눈치가 보였다. 두 번째는 ‘나만 심심해?’ 몸이 쑤셨다. 세 번째는 ‘나의 청춘이여…’ 시간이 아까웠다. 다행스럽게도 함께 같은 길을 가는 대학시절 룸메이트였던 친구들이 내 옆에 있었다. 한 친구의 권유로 컵타를 소재로 한 유튜브 채널을 만들게 되었다. 함께 살던 방 번호를 따 ‘301room’ 으로 채널명을 정했다. 그런데 동아리와 학예회용으로 잘 활용해보려고 만든 채널에 지금은 약 5,700여 명의 구독자가 방문한다. 지난 한 해, 유튜브도 나도 생각지도 못한 길을 걷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지역 교사들이 ‘학교가자.com’이라는 자체 학습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진심을 담은 응원과 감사 메시지를 남겼다가 오히려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는 걸 보고 합류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우리 채널을 제대로 보셨다면 그런 제안이 들어올 수 없었을 텐데 슬쩍 보신 게 분명했다. 덕분에(?) 방향성을 잃고 배회하던 열정이 뭐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학교가자’는 비대면으로 운영되었고, 화상회의와 구글 도구를 그때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그저 신기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을 골라 파트분배가 이루어졌는데 나한테 있는 거라곤 당시 영상 3개 정도 보유하고 있던 유튜브 채널이었다. 컵타와 유일하게 연결 지을 수 있는 파트는 ‘오늘의 미션’밖에 없었다. 컵타를 일주일 동안 매일 학년별로 난이도를 달리하여 미션으로 제시해줬는데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그 사랑과 관심에 힘 입어 학교현장에서 필요로 할 만한 콘텐츠를 정말 아무거나 다 제작했다. 살면서 이렇게 몰입해본 순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1년 동안 만든 콘텐츠를 세어보니 100개가 넘었다. 코끼리 코를 돌다가 바닥에 나자빠져 새로 산 빨간색 운동화가 화면 가득 빛나고 있던 그 순간 나는 ‘해피융쌤’이 되었다. 기회비용 요즘 글을 주기적으로 쓰고 있다. 아는 지인들이 모여 만든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본 적은 없고 완벽한 비대면 모임이다. 각 주차별 주제에 맞게 글을 쓰고, 서로 답글을 달며, 소통한다. 현재는 나만의 미니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저마다 다양한 주제로 기획연재 중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자기소개서’라는 가제로 한 번쯤 꿈꿔봤던 직업에 지원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매주 모두가 치를 떠는 자기소개서를 연재 중이다. 문득, 잠시 접어두었던 나의 지난 꿈들을 회상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 나의 꿈은 방송 쪽에 있었다. EBS에 입사하여 교육과 관련된 방송이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보고 싶었는데 입시에 막혀 오히려 나에게 더 맞는 길을 찾았다. 하지만 이유 모를 갈증은 있다.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어느 샌가 잘 그려지지 않고, 사람이 직업에 점점 맞춰진다는 걸 깨달았다. 가끔 다른 직종에 있는 친구들과 만나고 나면 이런 갈증이 더 심해진다. 다닌 지 1년도 안 된 거 같은 직장을 관두고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운 회사로 이직하는 친구, 반차를 내고 모처럼 아침에 여유를 즐긴다는 친구, 자신을 전면에 내세워 개성이 강한 유튜브 활동을 하는 친구까지. 학교 밖에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물론 상대적이고 순간적인 잣대임을 알기에, 내게 주어진 삶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내 속 안에 어떤 잠재력이 아직 빛을 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은 멈출 수 없다. 교사의 품위 훼손에 일조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느라 점점 소심해지고 작아지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더욱 그렇다. 비대면 글쓰기 모임을 시간 들여 굳이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 속에선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보고 나도 그 사람들이 신기하다. 같은 시간 속 서로 다른 삶을 함께 공유하다 보면 오히려 불안함이 잠재워지고 하나의 개체로서 인정받고 존중받는 느낌이다. 내가 하는 일을 동사로 표현해본다면? 영화 타임 투게더에 아들이 아빠의 직업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빠의 직업은 ‘헤드헌터’인데, 아들은 아빠가 ‘다른 아빠들이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 그래서 가족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동사’로 표현한다. 그 장면을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 선생님, 교사라는 명사가 아닌 어떤 동사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표현해낼 수 있을까? 내 주변 또래교사들은 보통 이 시기에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대학원을 진학하는 친구들을 보며 관성을 느꼈다. 입시·임용고시·학위·승진…. 그다음은? 그리고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아직 대학원을 진학하지 않았다. 관심분야는 늘 있으나 그중 하나를 꼽아 진득하게 일과 병행하면서까지 할 자신이 없었다. 모두 젊을 때, 결혼하기 전에 석사는 따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때가 아니다. 지금은 아이들과 있는 시간을 최대로 늘리고 나만의 수업스타일과 학급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올해 세 가지를 실천 중이다. 첫째, 교내 교육력제고팀에 합류했다. 현재 재직 중인 작은 학교엔 교육복지학생·탈북학생·기초학력대상 학생들이 많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로 등교도 못 하고 학부모님의 도움도 받지 못하며 학습결손은 물론 마음의 고통이 깊어져 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다. 쉽게 끝나지 않을 팬데믹 상황 속에서 교사는 그저 누구나 해줄 수 있는 위로보다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 소규모학교에 적용된 전면 등교를 십분 활용하여 회복탄력성 함양을 도와줄 프로그램을 열심히 개발하고 적용 중에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물론 나도 더욱 긍정적이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둘째, 서울시 에듀테크선도교사단에 지원하여 활동 중이다. 원격수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이들의 저조한 참여율이었다. 카메라를 켜지 않는 것은 물론 누워서 수업에 임하는 학생도 있었다. 초등학생은 특히 원격수업을 수업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학교에 등교했을 때와 다름없는 실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수업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학교가자.com’을 함께 만들어간 선생님들께 상호작용 도구를 배우기도 하고 연수도 찾아서 들으면서 하나씩 수업에 시도해보았다. 새로운 형태의 수업에 재미를 느낀 건 다름 아닌 나였다. 기존 교육현장에 존재한 문제점과 한계점을 어디까지 보완해줄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고, 그렇게 선도교사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전면등교임에도 우리 반에선 블렌디드가 일반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필요한 순간에만 적용한다. 태블릿보다는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지내는 경험을 주고 싶다. 셋째, 아침독서시간에 교탁에서 신문을 펴놓고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내 옆에 앉아 함께 읽는 아이들이 몇 명 생겼다. 신문을 읽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신문은 지면이 커서 함께 읽는 게 가능하다. ‘이게 뭐에요?’라고 물어보면 열심히 설명해주는 편이고 ‘저도 이거 알아요!’라고 아는 척을 하면 함께 대화하려고 유도하는 편이다. 또 아이들에게 독서하라고 잔소리하는 것보단 교사가 교실 중앙에서 조용히 텍스트를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신문을 펴지 않았을 때보다 폈을 때가 확실히 아침 분위기가 차분하다. 그리고 신문에 있는 내용을 수업시간에 접목시킨다. 최근에는 신문을 활용하여 수학의 비율그래프, 사회의 우리나라 경제발전, 실과의 소프트웨어, 국어의 논설문을 지도했다. 학교 밖의 사회와 아이들은 연결되어야 한다. 단순히 교과서대로 배우러 학교에 오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속에 사회를 담을 줄 아는 아이들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 연결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교는 매일 바쁘다.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변하는 세상에서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길을 찾도록 기회를 열어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늘 아이들을 보고 있다. 지난주에는 학교 텃밭에서 아이들과 감자를 수확하는 활동을 했다. 출근 준비를 하며 목장갑·팔토시·모자를 챙겼고 점심시간에 맞춰 혼자 분주히 뛰어다니며 수확한 감자를 삶아서 아이들을 먹였다. 맛있게 잘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하는 일은 이런 거다. 내가 하는 일은 결코 하나의 동사로 표현할 수가 없다. 요즘 슬기로운 의사생활2를 재밌게 보고 있다. 극중 한 인물이 ‘빌런’이라는 뜻을 ‘열심히 빌고 열심히 런(run)하며 일하는 사람’으로 잘못 알고 ‘최고의 빌런이 될 거야’라며 뿌듯하게 외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빌런은 악당 또는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평범한 사람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나는 이 두 가지 의미 모두 마음에 든다. 열심히 교직에 몸을 담아 전문성을 지닌 초등교사로 성장하고 싶고, 학생들로부터 ‘저 선생님 조금 특이한데?’라는 말을 듣고 사는 개성 있는 초등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