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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육부가 9일 발표한 ‘2024학년도 공립 유․초․중등․특수․비교과 신규교사 임용시험 사전예고’에 따르면 전년도에 비해 선발인원이 줄어든다. 이에 한국교총은 입장을 내고 “학령 인구 감소로 교원을 줄이자는 기계적 경제논리가 아닌 학생 교육을 고민해야 한다”며 “교원 정원 감축이 아니라 증원을 통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교권 보호 강화와 함께 교원 정원을 충분히 확보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교사 부담을 최소화하고, 교사와 학생이 활발한 상호작용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매주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8만 여개에 달하는 과밀학급 해소와 학생 맞춤형 교육 및 건강 보호, 생활지도 내실화를 위해서는 교원 정원을 증원하고 신규교사 선발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사전예고된 내년 신규교사 임용 규모는 총 8939명이다. 초등 3108명, 중등 3907명, 유치원 297명, 특수교육 680명, 보건 341명, 영양 246명, 사서 75명, 전문 상담 285명이다. 올해와 내년 사전예고 인원을 비교한 결과 유치원 교사 규모는 올해 대비 23.1% 감소한다. 지속적인 학령 인구 감소로 유치원 교사 선발인원 감소세가 초·중등 교사보다 가파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경우 올해 유치원 교사를 10명 뽑았으나 내년엔 선발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구(4명), 광주(3명), 대전(1명), 울산(5명)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초등은 11.7%, 중등은 5.1% 각각 줄어든다. 초등의 경우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5.4%), 인천(-19.6%), 울산(-12.7%), 세종(-83.3%), 경기(-13.4%), 강원(-19.4%), 충북(-67.5%), 전북(-8.9%), 전남(-8.0%), 경북(-19.9%), 제주(-13.0%)는 올해보다 줄일 것으로 예고했다. 반면 서울(10%), 충남(32.7%), 경남(18.7%)은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구, 광주, 대전은 올해와 같은 수준의 인원을 뽑는다고 공고했다. 중등은 대구(-31.6%), 인천(-30.1%), 대전(-43.9%), 울산(-39.5%), 세종(-6.7%), 강원(-18%), 충북(-54.2%), 충남(-25.1%), 경북(-44.3%), 제주(-41.2%)가 선발인원을 줄이겠다고 공고했다. 서울(17.8%), 부산(41.7%), 광주(17.6%), 경기(3.1%), 전북(10.8%), 전남(9.2%), 경남(2.3%)은 늘릴 예정이다. 대부분의 신규교사 임용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특수교육, 보건, 사서교사는 올해보다 늘린다. 특수교사 선발은 올해보다 44.4% 더 높게 예고됐다. 경북(-5.6%)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교사는 3.3%, 사서교사는 108.3%, 전문 상담 교사는 48.4% 각각 늘어날 예정이다. 비교과에서 영양교사만 25.7% 감소할 것으로 예고됐다. 각 교육청은 정년·명예퇴직자, 학생과 학급 수 등을 반영해 하반기 중 최종 선발인원을 공고한다. 이날 공고된 사전예고에서 다소 바뀔 가능성은 있다. 지난해는 선발인원이 사전예고보다 소폭 늘었다. 교육부는 초등 3100명 내외, 중등 4500명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곤 교총 정책본부장은 “교원 정원 감소는 교육력 약화와 교육현장의 황폐화로 학생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며 “교육은 효율성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미래사회에 대응한 교육의 질적 변화와 함께 정책적 수요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2021년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연이은 교사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한국교총(회장 정성국)과 경기교총(회장 주훈지)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한국교총과 경기교총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비극이 알려져 가슴이 아프다”며 “먼저 전국 교육자와 함께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2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꺼내 놓았겠냐”며 “지금이라도 철저한 진상을 규명해 고인과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고 책임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두 교사가 학교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 내용과 관련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는 교총이 요구한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를 조속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2018년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공립‧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 선택을 했다는 교육부 자료를 인용하며 “유치원 교원과 사립학교까지 합치면 얼마나 많은 교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건지, 이중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교원이 학생 지도와 악성 민원 앞에서 무기력한 교권을 견디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신 것인지를 생각하면 먹먹하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국교총과 경기교총은 “교원의 극단적 선택을 우울증 등 단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서는 지금과 같은 비극을 결코 막을 수 없다”며 “차제에 전수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책임있는 조치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7일 MBC 보도에 따르면 2021년 경기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학교는 단순 추락사고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두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린 정황이 주변 사람들의 증언과 수첩 메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에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소위 ‘킬러문항’은 배제하고 공교육 내 출제 원칙을 지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도록 하겠다.” 오승걸(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신임 원장은 7일 충북 진천 소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전임 이규민 원장이 ‘수능 킬러문항’ 논란에 휘말리면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만큼, 그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앞서 6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와 평가원이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 과정 안에서 문항을 출제하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교육부 대입전형 담당 국장이 경질됐고, 평가원 대상 감사 또한 진행되면서 원장 사임까지 이어졌다. 오 원장은 지난달 7일까지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을 지내다 새 평가원장 초빙 공고가 나자 사직한 뒤 공모에 응했다. 결국 그는 이달 3일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제347차 이사회에서 제 13대 평가원 원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6년 8월 2일까지 3년이다. 보통 3개월 정도 진행되는 평가원장 선임 절차가 1개월 여 만에 마무리된 것은 100일 남은 수능의 안정적 시행을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 달 치러지는 9월 모의평가는 '킬러문항 배제' 원칙이 처음 적용되는 터라 교육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서울 난우중·자양고·창덕여고 교사,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교육부 학교정책관·교육복지정책관, 로스엔젤레스 한국교육원 원장, 서울 잠실고 교장 등을 역임한 오 원장은 중등교사 출신으로는 첫 평가원장이기도 하다. 4·5대 원장이었던 정강정 전 원장이 초등교사를 지낸 행정고시 출신 관료였다. 이전에는 대부분 교수 출신이 임명됐다. 오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어느 때보다 국민들께서 수능시험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큰 시기에 평가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가오는 2024학년도 수능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출제 및 시행 관리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공교육 과정 내에서 충실히 공부하고 지도해 온 학생․학부모, 선생님께서는 그간 해왔던 대로 수능 준비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도입될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을 선도하고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며,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국가책임 교육에 평가원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서울교감행정연구회(회장 하대헌 서울양진초 교감)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교사의 교육권이 존중되고, 초등 교실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안전한 교육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연구회는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교감으로서 좀더 적극적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하려 나서지 않았던 점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요구 사항을 밝혔다. 연구회는 ▲초등학교 현실에 맞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선 ▲부적응 치료가 필요한 학생을 위한 학교 권한 강화 ▲무분별한 민원 및 악성민원 처리에 관한 매뉴얼 보급 및 지침 마련 ▲교육정책 수립 시 학교현장 목소리 반영 등을 주장했다. 특히 문제행동 학생의 수업방해, 교권침해 행동으로부터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 교육권 보호를 강조했다. 학생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학교장 직권으로 치료 기관에 연계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보호자가 이를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대헌 회장은 “우리 연구회는 학교현장의 문제점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학부모들의 적극적 동참과 정부, 정치권에서 신속히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연구회는 서울지역 606개 국‧공‧사립초 교감들의 협의체다.
대전교총(회장 최하철)은 4일 대전시의회 소통실에서 이중호 대전시교육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교권보호를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는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사건, 특수교사 악성민원 및 폭력 등 연이어 계속되고 있는 교권 사건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하철 회장을 비롯해, 김도진 한국교총 부회장,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 김해 대전교총 청년위원회 위원장 및 정영석 위원, 이지연 특수교사가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법률 개정을 통해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공동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바람직한 대입전형이 갖추어야 할 기준 대학입학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모든 초·중등교육은 대학입시를 향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육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출신 대학이 갖는 사회적 가치가 너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대다수 학부모는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원한다. 학력 간 임금 격차, 대학 간 서열화가 이러한 대학 입학 경쟁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현실에 대응하는 것에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평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포함한 대학입시는 바람직한 평가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타당성은 평가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내용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뢰성은 여러 번 평가를 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정확하고 안정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평가의 객관성은 한 검사의 측정결과가 다른 검사자 혹은 채점자에 의해서도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의 경제성은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여러 가지 평가도구 중에서 경비·시간·노력이 가장 적게 요구되는 것을 선택해야 함을 의미한다. 바람직한 평가가 갖추어야 할 기준과 달리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의 대상인 학생들에게 동일한 규칙과 조건이 제공되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의 공정성은 형식적 공정성과 실질적 공정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모든 학생에게 외형적으로 동일한 조건을 제공하면 형식적 공정성을 만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질적 공정성은 학생이 처한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사회적 약자에게는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 공정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으로 해외에서 이루어져 왔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흑인 등 소수 인종에게 별도의 쿼터를 제공하여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법령으로 규정하여 ‘사회통합전형·농산어촌특별전형·국가유공자전형’ 등을 통해 특별한 대상에게 별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슈가 되어 여기서 논의하는 것은 평가의 형식적 공정성에 대한 것으로 제한하고자 한다. 최근 ‘공정한 수능’ 논의의 배경 최근 공정한 수능이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문항이 출제되어 공정성이 훼손되고 사교육 수요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6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학교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선택의 자유로서 정부가 막을 수 없다”면서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문제나,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발언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은 수능의 출제가 대통령 수준의 정책 의제로 설정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6월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과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잇따라 발표하였고, 7월에는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이 지적한 수능의 킬러문항 출제가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킬러문항이 공교육의 교육과정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면 결국 특정 사교육의 경험을 갖고 있는 학생만 정답을 맞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불공정한 입시제도’의 사례 2011학년도 국제중학교와 외고·자사고 입시에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되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된 배경은 당시에 우수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고등학교의 입시가 중학교 교육으로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제중학교에도 확산되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사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스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고등학교 입시문제의 핵심은 중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들이 대비할 수 없는 입시방식이라는 점이었다. 당시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요소를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다양한 외국어 인증시험 점수를 입학전형 요소로 활용해 왔다는 점이다. 외국어고와 국제중 등에서 텝스·토플·토익 등의 영어 인증시험 점수를 특별전형에서 반영해왔다. 텝스·토플·토익 등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따라서 지문 등의 내용도 성인들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철학·심리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어고 특별전형에 합격하기 위해 필요한 고득점을 얻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이러한 인증시험을 꾸준히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풀어내도록 하는 것은 정상적인 영어학습이라고 하기보다는 정답을 골라내는 기술을 익히는 것에 더 가까웠다. 둘째, 고등학교 입학 전형자료로 교과와 관련된 다양한 교외 경시대회의 수상실적을 요구한 것이다. 입시에서 수상실적을 요구하게 되면서 수학·과학·영어 등 교과와 관련된 교외 경시대회가 상당히 늘어났고, 이에 참가하는 학생수도 매우 증가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경시대회에 입상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중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으로는 충실히 준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별도의 사교육을 필요로 했다는 점이다. 셋째,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학교별 선발고사를 실시했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러한 학교별 입학전형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지만 일부 고등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지필고사, 변형된 형태의 지필고사인 구술시험과 심층면접, 영어 듣기평가 등을 실시함으로써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였다. 넷째,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진학상담에서 진로지도에 이르기까지 중학교가 완전히 소외된 상태가 지속되었다. 일부 중학교에서는 특목고 등의 입시철이 되면 아예 학교 수업을 외면하는 학생들까지 발생하였고, 중학교는 사실상 고등학교 입학전형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2011학년도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도입을 통해 고등학교 입시 사교육의 열풍을 잠재우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중학교 사교육비를 줄이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해외사례가 아닌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사례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한 대입제도 운영을 위한 방향 선수로 뛰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입시의 규칙이 공정하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에게 원하는 대학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정한 사교육의 경험이 있어야만 풀 수 있는 소위 킬러문항을 제거하는 것은 공정한 입시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특별한 사교육이나 특수한 경험을 요구하는 입학전형 방식이나 요소가 발견된다면 반드시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수능 킬러문항 제거로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킬러문항을 없애면 사교육비가 정말 많이 줄어들 것인지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사교육은 방과후·주말·방학 중에 학교에서 어떤 교육적인 역할을 담당하는지와 직결된 문제이다. 더 많은 고민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정책논술문을 작성한 후 단계별로 수정해 보는 과정을 통해 정책논술 초보에서 프로로 성장하는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문제를 스스로 출제해 보고, 정책논술을 작성해 보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첫 술에배부를 수 없듯이 어느 날 갑자기 훌륭하게 작성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은 없다. 이에 본고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출제하고, 논술을 수정해 가면서 정책논술을 단계적으로 완성해 나가는 방법을 안내하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지면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기에 일부 중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특히 마지막 정책논술 예시는 독자의 과제로 남겨두고자 한다. 필요하면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 완성한 정책논술문을 작성한 후 필자에게 보내면 짧은 피드백이라도 보내도록 노력하겠다. 정책논술 문제 만들어 보기 최근의 교육 관련 주요 이슈가 무엇인지 탐색하기 위해서 나이스 업무포털에 있는 신문스크랩에 저장해 둔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교육전문직원 시험 정책논술의 문제 출제는 대개 기출문제들에서 벗어나야 하므로 항상 새로운 이슈들에서 주제를 찾는 경향이 강한데, 시험 일자에서 가까운 최신의 이슈들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서도 이해 관계자들에 따라 논란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관심이나 교육관계자들에게 주목을 많이 받으며, 교육청과 학교 현장이 연결되는 지점에 있는 민감한 이슈들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내용이 정리가 안 되어 혼란 내지 애매하거나 또한 핵심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면 근거 미약으로 채점기준 설정 등의 어려움으로 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있음을 참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렇게 문제를 직접 출제해 보는 것은 관련 지식이나 정보를 얻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출제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읽고 이해하며 해당 문제에 대해 정책논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기에 꼭 해 보아야 할 과정이다. 또한 교육전문직원이 되면 사회나 교육계의 여러 현상들을 언론 기사나 관계자들이 전해주는 정보를 듣고 이에 대한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들을 사전 연습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핫 이슈를 찾아보니 교원의 교육활동 중 발생한 일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 등과 이에 대한 면책권 조항 삽입 법률 개정안에 대한 문제들이 눈길이 간다. 이를 참고하여 다음과 같이 문제를 만들어 보았다. 이는 교원정책과 교육과정 운영에 관련하여 매우 민감한 사항이고, 그에 따른 파장, 즉 교직 만족도 저하, 형식적인 교육활동 경향 강화, 교육력 저하 우려, 교육부·교육청·학교와는 유기적인 연관성이 강하고 매우 민감한 사항이라 판단되었기에 우선적으로 선택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작성할 때 출제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제자는 응시자의 능력을 파악하여 선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대학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는 다소 차이점이 있다. 선발이 목적이기에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변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문제를 만들어 보아야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이고, 이에 대해 정책논술문을 작성해 보는 것 또한 시간 낭비에 속하는 일이다.[PART VIEW] 문제 다음 자료를 읽고,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교육청에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하시오. 먼저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면 출제자 입장에서는 너무 평범해 변별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을 중심으로 논술해 나가야 하는지도 불분명하여 방향성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차별성이 없어 채점 기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이를 다음과 같이 개선해 보았다. 그리고 자료의 배열순서도 문제의 이해를 돕는데 분명할 것 같아 다음과 같이 바꾸어 보았다. 수정된 문제 다음 자료를 읽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이 바로 가기 위해 지켜져야 할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그 핵심 가치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무엇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청에서 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시오. 이렇게 수정했을 때 문제 자체가 난이도가 있어 보이면서 동시에 교육전문직원이 갖추어야 할 교육현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문제 핵심을 찾는 능력, 이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해결 방안 등에 대한 생각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실제 출제되는 문제 수준은 아니더라도 예상하기가 어려운 실제 출제 문제에 대비한다는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는 수준은 된다고 본다. 그리고 자신이 낸 문제 형태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참고하기 바란다. 왜냐하면 출제자들은 그것을 뛰어넘는 문제를 내기 위해 출제 시 엄청나게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초보자들이 완성된 정책논술문을 바로 작성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문제를 보고 바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고민이 좀 거칠더라도 나름대로 정리해서 자료 수준의 정책논술문 초안을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고, 작성한 글이 너무 초보적이라 부끄러울 것 같아 작성하는 것을 주저하면서 계속 생각만 한다면 정책논술 작성 실력은 영원히 생기지 않거나 매우 느리게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만든 후에는 좀 고민을 하되 어느 정도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그때까지 생각하고 고민한 것을 바탕으로 글을 직접 작성해 나가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다. 그래야 수정할 것도 생기는 것이고, 기초가 있어야 위에 기둥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늘 학생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고, 틀리면 안 되며, 서툰 것을 참지 못한 경향이 강한 것이 대부분의 교원이다. 그러나 이 도전은 그런 것과는 다른 새로운 도전이기에 그런 소모적인 행동보다는 과감하게 시작하여 어쩌면 좀 깨지는 것이 더 나으리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알찬 기획안은 마치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듯이 문맥과 단어가 적정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수한 기획안을 접하고 읽어보면 한 번에 호흡이 끊이지 않고, 쉽고 편안함을 느끼게 될 뿐더러 그 내용도 충분히 납득되거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좋은 기획안은 주제와 핵심내용이 기획자의 머리에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며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획이란 순간적인 발상을 논리적 흐름에 따라 구체화시켜서 기획 의도와 강조하는 내용을 성공적으로 연결하는 행위이다. 기획 과정에서 첫 번째로 중시해야 할 것은 다양한 사실을 수집하여 이들을 바탕으로 기획의도를 성공적으로 가장 근접시킬 수 있는 가설을 수립·설정하는 작업이다. 가설이란 증명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틀림없이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며,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설명이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가정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면, A란 사실이 있는데, 이런 사실을 토대로 B란 현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생각했다고 하자. 만약 B란 가설이 성립한다면 C란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거나 좋을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이 기획의 논리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설이 틀리면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기획에서 가설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가설이 증명되어 일반화되면 이론이 된다. 예리한 가설일수록 상대의 공감을 얻고 다음 행동을 이끌어낸다. 가설과 방향성의 관계는 먼저 사실 배후에 존재하는 진위(진실성)를 탐색하고, 그다음 가설 설정을 통해 문제해결방향을 설정하며, 최종적으로 가설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가설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될 수 있는 그럴듯한 발상이다.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진부한 가설은 더 이상 기획안을 읽는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또한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할 때 가설은 진정성을 내포하게 되고 독자들은 신뢰하게 된다.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한 가설은 개인적인 신념과 믿음에 불과하다. 일단 예리한 가설로 인정받게 되면 다음 단계의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가설은 예리한 가설로서의 존재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 예리한 가설을 세우려면 우선적으로 사실 정보를 많이 수집해야 하며, 사실 정보의 배후에 숨겨진 공통 진리를 유추해 보아야 한다. 이때 ‘왜? 어째서?’라는 질문을 던지는 자세가 필요한데, 어떤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고 다른 관점에서 어떻게 보일지도 생각해 본다. 또한 반대로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도 생각해 보고, 이후 상황을 예측하거나 유사한 상황도 생각해 보는 훈련이나 습관을 지속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점차적으로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가설을 구축하는 힘이 강해지게 되면 가설 추론을 통해 도출한 잠정적인 결론이지만 끝까지 밀어붙여서 옳다고 강하게 믿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PART VIEW] 일단 가설을 수립(설정)하였다면, 다음 단계로 가설이 실제로 들어맞는지 조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설 검증의 조사법으로는 독자적으로 조사를 기획하여 검증하는 방법, 일반에 공개된 데이터로 검증하는 방법, 신문이나 잡지기사에서 사실을 수집해서 검증하는 방법 등이 있다. 가설을 수립하고 검증까지 마쳤다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기획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평소에 얼마나 머릿속에 정보를 축적하였는지, 얼마나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지가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이다. 아이디어를 기획으로 만들려면 세부사항을 꼼꼼히 다듬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세부사항을 다듬는다는 것은 과제에 맞춰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거나 적합한 형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세부사항을 다듬을 때 고려해야 할 것은 그 사항을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추진할 때 기대되는 효과나 성과를 예측해 보는 것이다. 효과 예측이나 성과 예측은 추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과나 기획 목표 도달도를 예측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기획을 실행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기획 목적과 그 목적 달성을 위해 행동했을 때 최종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효과(이익)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할 때 좋은 기획안이 완성되는 것이다. 알찬 기획안은 읽는 사람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서, 읽고 싶다는 마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좋은 기획안은 읽는 사람의 흥미와 관심,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알기 쉬운 기획안에는 명쾌한 기획 주제, 일관된 논지, 매끄러운 문장, 효과적인 그래프와 도해, 시각적 리듬감, 아름다운 레이아웃 등의 요소가 담겨 있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획안일수록 좋은 인상을 남긴다. 이때 무엇을 위한 기획안인지 알리는 정공법이 필요한데, 핵심 내용을 심플하게 보여주거나, 기획안을 편안하게 넘기기만 해도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다.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글이나 시각적 이미지를 더하여 기획의 요점을 압축하는 요약보고서(executive summary)를 제공하는 것도, 복잡한 기획안의 내용을 간단하게 가급적 짧은 시간 안에 기획 문해력(literacy)을 높일 수 있는 정공법이라 할 수 있다. 기획은 패턴이다(가지와라 후미오, 이바 다카시) 각각의 기획에는 저마다 다른 조건과 제약이 있다. 탁월한 기획자라도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기획을 꾸준히 제안하고 성공시키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다. ‘기획은 이래야 한다’는 자신만의 본질적 요소를 확실히 정해서 기획을 판단하는 철학으로 삼는다. ‘멋지고, 공감을 유발시키고, 의미 있는’ 등의 기준을 세워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끈기 있게 기획을 구상한다. 무엇을 기획의 철학으로 설정할 것인지는 주제나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의 장점과 개성, 전문성과 경험 등을 바탕으로 기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 직무에 자신의 세계관을 반영시키고 기획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자신의 기획 철학을 꾸준히 구현하다 보면 어느덧 다른 기획과 차별화된 나만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획안을 구상할 수 있다. 기획에는 정보가 필요하다. 기획의 첫걸음은 좋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면 좋은 기획을 완성할 수 없다. 특히 자신의 감각에 기초하여 효과적이며 좋다고 판단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는 것이 좋다. 기획을 위한 정보를 수집할 때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인터넷 정보는 표면적이며 정보 제공자의 주관이 반영되어 있어 편향되거나 본질적 수준까지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많은 정보 중에서 참고가 될 법한 것들을 선택하되, 가급적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관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 제공해 주는 2차 정보만 검토하게 되면, 편향된 관점과 정보에 치우쳐 객관적 자료로 연결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직접 현장을 찾아서 그곳에서 얻은 1차 정보를 근거로 판단한다.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직접 손에 넣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해야 한다. 현장 분위기와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의식 구조 등 인터넷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현실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획안을 작성할 때 기획안의 실효성과 설득력을 담보할 수 있다. 특히 타인의 정보에 의지한 기획은 현장에 맞지 않는 탁상공론이 될 위험이 높다. 2차 정보뿐 아니라 현장에서 얻은 1차 정보도 어디까지나 정보 제공자의 주관성에 입각한 정보일 가능성이 높음에 유의해야 한다. 자신의 기획 관점과 지식을 토대로 적어도 객관성에 입각하여 자신의 생각과 이해를 심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도록 한다. 정보를 기획으로 연결하려면 정보의 표면에 머물지 말고 배경을 생각하는 습관을 지니도록 한다. 언제나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을까?’를 의식하며 정보의 배경을 다각도로 파고들어 분석해야 한다. 그 결과 정보의 폭과 깊이가 확장되고, 정보의 질이 높아져 짧은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발전하게 된다. 평소에도 의식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도록 한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기획에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보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면 막연히 정보를 기억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그렇게 되면 막상 기획할 때 축적한 기억 중에서 어떤 정보가 어떤 기획과 관련 있는지, 어떤 사례가 참고 되는지 찾아내지 못하고, 모아 둔 정보를 자신의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없다. 아이디어를 떠올린 상태로 내버려 두는 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일지라도 그대로 당장 사용할 수 없다면 좋은 기획안으로 연결될 수 없다. 활용하지 않는 기억은 쉽게 희미해지고, 새롭게 생기는 다양한 아이디어에 밀려나 사라지기 십상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단 그 아이디어를 반영한 가(假)기획안을 만들어 보자. 가(假)기획안으로 해당 아이디어를 활용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명확해지므로 적절한 기회가 찾아오면 바로 아이디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어떤 요소가 추가되어야 기획의 완성도와 매력이 높아질 것인지 확인해 본다. 가(假)기획안을 만들어 보면,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면서 부족한 부분도 파악할 수 있어서 높은 완성도로 나아갈 수 있다. 기획의 실제: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현재 교육적으로 뜨거운 이슈인 AI·과학·메이커교육에 대한 정책기획안을 분석해 본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2023 AI·과학·메이커·영재·정보·수학교육 주요업무계획에 초점을 맞춰, 이를 토대로 정책기획안 작성의 시사점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왜 AI·과학·메이커교육을 융합시켜야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떠 올렸다면, 기획안의 추진 배경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기획안에서는 첫째, 지능정보시대에 인공지능(AI)·데이터 등 첨단 과학정보기술을 포용하고, 인간의 존엄성 및 감성을 이해·공감하는 미래지향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의 시대적 책무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전문가 양성만이 아닌, 모든 학생의 인공지능 소양을 함양시키기 위한 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인공지능(AI) 융합 기반 미래혁신역량을 갖춘 자기주도적 인재 양성 및 교원 전문성을 제고시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AI 교육의 기반이 되는 정보교육 시수가 51시간에 불과(초등 17, 중등 34)하고, 2025년 이후 교육과정에 AI 교육이 반영되므로 학교급별 모든 교과에서 AI 기반 융합교육이 시급하게 도입되어야 할 당위성을 띠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셋째, 사회 취약계층의 교육격차 해소 등 교육복지 확대 및 학생 개별 맞춤형교육 실현 요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사회 취약계층의 디지털 환경 접근성과 활용역량 부족 등의 불평등으로 초래되는 양극화 문제를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AI·데이터 분석·진단에 의해 학습자별 최적 학습방법·피드백 제공 등 개별화 맞춤형교육을 실현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획안에서는 이상의 추진 배경을 토대로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첨단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따라, 단편적 지식보다 삶 속에서 창의·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역량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둘째, COVID-19 이후 정보과학기술 기반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래교육체계로의 변화 요구가 절실해지고 있다. 셋째, 인공지능 기반 超지능·超연결·超융합으로 규정되는 미래사회에는 학교 중심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가정-학교-지역사회-기업 간 협업을 통한 유기적인 교육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AI·과학·메이커교육을 융합시켜야 할 목적은 무엇일까? 기획안에서는 네 가지 측면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첫째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데이터 등에 대한 기초·기반 교육의 시대적·사회적 요구 증대에 따른 인공지능(AI) 기반 융합 미래교육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환경을 구축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둘째, 인공지능(AI) 기반 융합 미래교육을 통한 유·초·중·고 학생의 컴퓨팅 사고력, 실생활 문제해결력 및 인공지능(AI) 윤리·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이다. 셋째, 사회 취약계층(다문화·탈북·장애학생 등)의 기초학력 보장 및 교육격차 해소 등 교육복지 확대와 넷째, 교원성장 지원 시스템 구축으로 교원의 인공지능(AI) 교육역량과 전문성을 제고할 목적이다. TIP _ 기획의 정석 기획안의 ‘추진목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기획의 키워드로 ‘인공지능(AI) 기반 융합미래교육 기회 제공 및 환경 구축’, ‘학생의 컴퓨팅 사고력, 실생활 문제해결력 및 인공지능(AI) 윤리·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 ‘기초학력 보장 및 교육격차 해소 등 교육복지 확대’, ‘교원 성장 지원 시스템 구축’, ‘교원의 인공지능(AI) 교육역량 및 전문성 제고’ 등을 추출할 수 있다. 이러한 용어는 친숙하게 자신의 뇌리에 저장되도록 체득시켜 교육정책 기획안에 다양하게 적용·사용하도록 한다. 특히 고딕으로 처리한 단어나 개념 등은 매력적인 기획안에 단골로 데뷔하기 쉬운 용어(기획안의 탄알)가 될 수 있다. 이상의 추진배경 및 필요성, 추진목적에 기초하여, 어떤 방향으로 AI·과학·메이커교육을 융합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기획안은 다음과 같이 세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추진방향 ● 인공지능(AI) 기반 융합교육 활성화로 학생의 미래핵심역량 함양 •AI 교육 수업모델 개발·확산을 통한 인공지능 기반 융합교육 활성화 •일반교원의 AI 교육역량 제고 및 AI 교육의 일반화 및 확산을 위한 전문 교원 양성 •AI 기반 교육환경 구축을 통해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과정 운영 지원 ● 첨단과학기술 기반 탐구·실험·융합교육으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AI 기반 지능형 과학실 구축으로 탐구·참여 중심의 과학 수업·과정 중심 평가(기록) 활성화 •창의·융합형 과학실 환경 구축 사업의 지속적 시행 노력 ● 과학실험실 활용 극대화 및 안전한 실험실 환경 구축 •과학실험실 기준실수 확보, 실험실 노후화 개선 및 실험교구와 재료 구입비 안정적 확보(학교공통경상운영비 대비 3% 이상)를 통한 과학실험 활성화 •과학실무사의 배치·관리·안전교육 강화 및 근무 여건 개선 지속적 노력 •실험 수업 시작 전 ‘5분 안전교육 생활화’ 등 안전수칙 준수 철저 ● 교내 과학행사 자율 운영, 참여·재미·놀이 중심 과학교육센터 활성화를 통한 과학체험 확대 •과학경시대회 정비에 따른 과학교육 수요를 과학교육센터 프로그램 확대로 확충 ● 상상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메이커교육 운영 •메이커 스페이스 거점 센터 운영(총 74개 센터) 및 메이커교육 모델 학교 운영 •교육과정 연계 과정 중심 메이커 프로젝트 수업 운영: 관련 교과 수업시수의 10~15% 운영 권장 •메이커교육 단계별 연수 및 교원학습공동체 운영으로 메이커교육 교원역량 강화 •메이커 문화 확산을 위한 메이커교육 성과 공유 및 지역 사회 연계 운영 강화 ● 타당하고 신뢰로운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을 위한 선발 제도의 지속적 개선 •교사 관찰추천제에 기반한 GED 온라인선발시스템의 지속적인 운영 •소외계층 영재교육 확대를 위한 우선선발 제도 운영 ● 재능 계발 영재교육 기회 확대를 통한 창의·융합 인재 육성 •영재교육 수요 변화와 영재교육기관의 요구를 반영한 영재교육원 체제 개선 추진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활용한 영재교육 프로그램 위탁과정 운영 추진 •영재교육 담당자 워크숍, 교사 연수 강화를 통한 영재교육 내실화 지속 추진 ● 컴퓨팅 사고력 신장을 위한 정보(SW·AI) 교육 내실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대비하는 정보교육 강화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교육을 위한 교육활동 지원 •디지털시민성 역량 강화 지원 및 지능정보서비스 과의존 예방 및 해소 관련 정책지원 ●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수학교육 활성화 •체험·탐구활동 중심 수학교육 운영을 통한 학생의 수학 기본 역량 및 자신감 강화 지원 •수업·평가 개선을 위한 교원 전문성 향상 지원 •지능정보기술 활용 서울 수학학습 메타버스(SEMM), 미래 융합형 수학교실 구축·운영 ● 창의적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융합교육(STEAM) 활성화 •미래형 융합교육(STEAM) 선도학교, 융합교육(STEAM)교사연구회 지원
2023년은 나의 짧은 교직생활에서 특별한 해이다. 왜냐하면 4년간 정들었던 6학년 담임 생활을 접고, 3학년을 맡게 된 첫해이기 때문이다. 저학년은 처음이라서 걱정이 많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사랑이 넘치는 3학년 아이들과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수업준비를 하면서 6학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거의 가지 않았던 학교도서관 동화책 코너를 자주 서성거린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그림책에 푹 빠져 ‘6학년 아이들과도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진작 이 매력을 알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매주 일주일에 한 권씩은 그림책을 읽어주려고 노력 중인데 아이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 같아 나도 함께 즐겁다. 그림책 속 문제상황으로 수업 열기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로 ‘생태전환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교육행사가 열렸다. 그래서 AI와 생태를 융합시켜 수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환경과 관련된 그림책을 열심히 찾다가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읽게 되었다. 표지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할머니의 용궁 여행은 해녀인 할머니께서 우연히 용궁으로 가게 되고,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바다 생물들을 치료해 주는 내용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 바닷속 생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 바닷속 생물들은 앞으로 어떻게 아픈 곳을 치료할 수 있을까? - 사람 없이도 바닷속 플라스틱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책을 읽고 난 뒤, 어린이의 시각에서 떠올릴 수 있는 질문들을 몇 가지 추린 다음, 수업을 여는 문제상황으로 제시하였다. AI로 문제해결하기 인공지능 교육 길라잡이(2020)에 따르면 인공지능 교육유형을 아래와 같이 3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AI 개념을 이해하고 그 원리를 SW로 구현하여 문제해결역량을 기르는 교육 둘째, 완성된 AI를 실생활의 문제해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활용능력을 기르는 교육 셋째, AI 기술이 교육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과 AI가 결합된 교육 위에서 주목해야 하는 단어는 ‘AI’, ‘문제해결’이다. AI를 통해 수업 중 가르쳐야 할 미래핵심역량은 문제를 발견하고 AI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역량 함양에 있다. AI가 더욱 발전하고 우리 삶에 스며들수록 AI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경험은 중요하다. 따라서 본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간단한 문제라도 AI로 해결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PART VIEW] AI로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스.깨.용.) 만들기 수업 이번 수업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그림책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AI로 해결해 보는 것’이다. 할머니의 용궁 여행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는 ‘할머니가 없이도 생물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까?’,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이다. 정리한 수업단계 및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활동① _ 할머니의 용궁 여행 읽기 첫 수업활동은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읽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옹기종기 모여 아이들과 함께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읽어 보았다. 책을 읽고 난 뒤, 내용을 확인해 보는 발문과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발문을 통하여 책의 문제상황을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할머니가 떠난 용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라고 묻자 대부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을 것 같아요”라며 다소 안타까운 결과를 예측했다. 배움공책에 ‘할머니가 떠난 용궁’의 뒷이야기를 상상하여 써보게 한 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그러고 나서 오늘 해결할 문제상황을 ‘할머니 없이도 바닷속 생물들이 건강한 용궁을 만들자!’와 ‘스스로도 깨끗할 수 있는 용궁 프로젝트’로 제시하였다. 활동② _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드는 방법 본 수업의 핵심주제인 인공지능에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도록 ‘스스로’라는 단어에 집중할 수 있게 하였다. 사람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그것이 용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알려주었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으나, 전 차시 학습내용을 떠올리며 ‘그때 배운 대로 인공지능이 잘하는 것이 무엇이었지?’라고 질문하니 ‘AI는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 해줄 수 있어요!’라는 답변과 함께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들기 위해서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문제해결방법을 정했다. 이때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충분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활동③ _ AI(티처블 머신)로 스.깨.용. 만들기 세 번째 활동은 직접 문제를 해결해 보는 활동이다. 수업에서 쓸 수 있는 다양한 AI 프로그램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AI 프로그램은 Teachable machine(티처블 머신)이다. 티처블 머신은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고, AI를 학습시키는 방법이 직관적으로 제시되어 누구나 쉽게 AI를 만들 수 있다. 학생들에게 티처블 머신 사용방법을 설명하기 전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스스로 작동하는지 다음과 같이 발문하고 설명하였다. - 인공지능이 스스로 움직이고, 일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여러 공부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 선생님이 정답을 알려주며 학습시키는 방법이 있다. - 예를 들어 다양한 종류의 많은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게 강아지라고 이름을 알려주고 강아지라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 인공지능이 선생님 없이도 강아지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AI가 스스로 작동하는 방법을 알아본 뒤, 간단한 티처블 머신 활용방법을 익혀보았다. 본 수업에서는 티처블 머신을 이용하여 바닷속 플라스틱의 종류를 스스로 구분하는 AI를 만들어 보게 하였다. 아래와 같이 인공지능에게 ‘비닐봉지’, ‘플라스틱 컵’과 같은 정답을 알려주고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컵 카드를 학습시키면 학습시킨 이미지 샘플이 데이터가 되어 플라스틱 컵과 비닐봉지를 인식하는 간단한 AI가 완성된다. 또한 학생들에게 할머니의 용궁 여행에서 나오는 바닷속 생물들을 아프게 했던 플라스틱 몇 가지를 뽑아 카드를 만들어 나누어주었다. 참고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이터인 플라스틱 카드의 배경을 다르게 해야 적은 데이터양으로 인식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본 활동을 통해 내가 직접 학습시키고 만든 AI가 작동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AI를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다음 활동은 내가 만든 AI를 바탕으로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글과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보고, 발표해 보는 활동을 하였다. 티처블 머신으로 플라스틱을 분류하는 AI를 선행적으로 만들어봤기 때문에 학생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AI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인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활동④ _ 스스로 깨끗해지는 지구(스.깨.지.) 만들기 본 수업은 AI와 융합한 생태전환교육이기 때문에 생태전환교육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2020)은 생태전환교육이란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넘어 실천까지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수업을 AI를 통한 문제해결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활동③’에서 끝날 수 있지만, 생태전환교육을 융합했기 때문에 더 나아가 그림책 속 문제를 지구의 문제로 확장시켜 환경보호를 위해 실천해 보는 활동으로 수업을 계획하였다. 실제로 그림책 속에 나오는 용왕님의 코에 플라스틱이 박힌 장면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영상: https://youtu.be/jZOeQzJ96J0). ‘용궁이 아니라 지구라면?’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하여 플라스틱 사용이 지구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방법을 직접 생각해 보게 하였다(포스트잇만 있으면 아이들의 생각을 한눈에 확인하고 모을 수 있다!).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다시 쓰기’, ‘재활용하기’ 등이었다. 학생들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미술시간을 활용하여 텀블러 가방을 직접 꾸미고, 여러 번 다시 쓰고 재활용해 보는 실천활동을 하며 본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수업성찰하기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 AI가 여러 과목과 주제에 잘 융합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책 속의 문제를 AI로 해결하기, AI와 환경문제 등 가르치는 교사로서도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었다. 본 수업은 지구를 생각하며 텀블러 백을 만들어 보는 활동으로 마무리하였지만, 다시 이 수업을 하게 된다면 지구를 위한 인간들의 여러 노력을 통해 ‘스스로 깨끗해진 용궁’의 뒷이야기 만들기 활동, 우리가 지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한 뒤 실천일기 쓰기 활동 등으로 확장시켜 수업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책을 읽고,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융합시켜 좋은 수업을 만들고 싶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간의 동아리활동은 익숙하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간의 연계활동은 낯설다. 하지만 4차 혁명과 함께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면서 ‘유·초·중 진로연계 교육과정’ 운영이 주목받고 있다. ‘진로연계 교육과정’이란 학교급간 전환기인 초6·중3·고3의 일부 기간을 활용하여 학교급별 연계 및 진로교육을 강화하는 교육으로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여 운영이 가능한 교육과정이다. 부안초등학교와 부안중학교의 초·중 연계 진로동아리 ‘우리 사이다(4E多)’는 학생맞춤, 지역사회와 연계, 교내봉사 등 다양한 경험과 독서활동 중심으로 미래핵심역량을 함양하고 진로개발역량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먼저 본격적인 동아리활동에 앞서 초등학교에서는 진로성취기준에 맞춰 5~6학년 전 학급을 대상으로 사서교사와 함께하는 진로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도서관 활용수업으로 진행하였다. 교육자료는 그림책과 교과별 진로교육 요소를 추출하여 진로교육 성취기준(4개 영역)과 핵심역량(6가지)을 목표로 전체 8차시로 재구성하였다. ‘사회참여의 시작, 부안초·부안중 우리 사이다(4E多)’ 기자단 구성 초·중 진로연계 동아리 운영을 위해 초등학교는 5~6학년 중 희망자 15명을 모집하여 자율동아리로 구성하였고, 중학교에서는 창체 도서부 동아리 25명이 같이 활동하게 되었다. 동아리의 첫 번째 운영방침은 동아리활동을 통해 다양한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동아리원들과 많은 의견을 피드백한 결과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고, 다양한 직업군을 탐색할 수 있는 ‘학생기자단활동’이 채택되었다. 진로연계 동아리활동의 첫 시작은 기자단 구성이었다. 각 학교의 도서관을 책임지는 성실한 도서부원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이후 부안중학교 도서관에서 부안초·부안중 학생들로 꾸려진 연합기자단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며 소심한 모습을 보였지만, 유쾌한 율동과 인사말을 나누며 분위기가 전환되었다.[PART VIEW] 연합기자단 활동을 꾸려갈 편집국장을 선출하고, 첫 활동은 부안군수 인터뷰로 시작되었다. 인터뷰 준비는 지역신문인 부안 독립신문에서 2차시 수업으로 진행해 주었다. 이후 초·중 연합기자단 학생들은 의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본인이 생각하는 의회의 기능과 자세에 대해 열띤 이야기가 오고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눈 내용들을 중심으로 각 급별로 10개 내외로 인터뷰할 질문을 먼저 작성해보고, 최종 질문을 부안 독립신문 편집장과 협의하여 선정하였다. 첫 인터뷰 활동 이후 연합기자단은 군의회·해양경찰서·교육장 등 다양한 직업군을 만나면서 건강한 직업의식과 책임감의 필요성, 긍정적인 직업생활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자단활동은 우리지역을 연계한 의미있는 활동으로 초등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지역과 많은 직업군의 특징과 역할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중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설계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진로개발역량을 함양하는 가치있는 활동이 되어주었다. ‘진로 성취기준과 연계한 사회참여활동’ 아이들에게 보다 더 나은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초·중 진로연계활동과 연계성이 높은 성취기준을 선정해 이에 맞는 활동을 적용하여 운영했다. 사전조사과정에서는 ‘직업의 역할을 알고 다양한 종류의 직업을 탐색하기’의 성취기준을 선정해 인터뷰 대상의 직업에 맞는 정보를 찾기 위해 정보원(도서자료·비도서자료)을 활용하고 탐색하는 방법을 지도했다. 또한 자신만의 흥미와 관심분야를 바탕으로 적절한 질문들을 선정·토의하는 시간도 운영했다. 인터뷰 활동에서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한 직업정보탐색’, ‘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직업윤리 및 가치’ 이해하기의 성취기준을 선정해 건강한 직업의식은 물론 진정한 사회참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첫 번째 만남 이후 부안중 기자단은 도서관에 모여 인터뷰 대상에 대한 사전조사를 진행했다. 정보원 탐색방법을 적용해 다른 시·군의회와 부안군의회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시작으로, 부안군의회의 기능, 앞으로 부안군의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부안군의회 상임위원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등 다양한 방향에서의 질문들을 도출했다. 아울러 해당 인터뷰 활동이 청소년의 사회참여와도 연결되어 있어 부안군의회에서 청소년이 중심이 되는 사업과 청소년의 의견과 건의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까지도 생각해보았다. 더불어 인터뷰 활동에 필요한 자세가 담긴 연계도서들을 읽어보고, 올바른 인터뷰 방법과 자세를 탐구하기도 하였다. 인터뷰 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과 함께 느낀 점을 나누고 싶어 교류의 장을 운영했다. 아이들 대부분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라 굉장히 설레고 뜻깊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좋아했다. 한 친구는 다음 인터뷰 질문을 작성할 때에도 자신이 주도해서 진행해 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선후배간 돈독해진 우정과 따뜻함으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해주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인터뷰 내용에는 일반적인 질문보다 부안군과 관련된 사업과 관련된 질문을 반영했으면 하는 것부터 시작해, 해당 직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지 등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질문들로 구성하자며 열띤 의견을 나누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사회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책 읽어주세요!, 독서습관 형성의 시작을 함께하다’ 동아리의 두 번째 운영방침은 동아리를 통해 진로활동뿐만 아니라 봉사의 가치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었다. 봉사활동이 학생들을 성장시키고 진로목표를 갖는 동기가 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기 중 초·중학생의 시간제약이 많아 봉사활동을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동아리원들은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활동, 책 놀이활동 등 부안초 도서관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아침독서봉사와 점심독서봉사를 각각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부안초 도서부는 아침 8시가 되면 아침독서로 하루를 시작한다. 10~20분 사서교사가 정해준 온책읽기를 하고 그날 읽은 부분에 대한 감상평을 쓴 뒤 발표를 한다. 이후 8시 30분부터는 도서관에 방문하는 1~2학년 후배들에게 도서관이용 봉사와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를 한다. 바쁜 아침이지만 누구보다 뿌듯한 아침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월 둘째와 넷째 화요일 점심시간에는 부안중 도서부 친구들이 부안초도서관을 방문하여 그림책 읽어주기 책놀이 봉사활동을 한다. 중학생이 점심시간을 희생하고, 10~15명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쉽지 않지만, 중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활동이다. 늘 제가 가면 안될까요?, 제가 가서 읽어주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 경쟁률이 높다. 책 읽어주세요 활동을 하러 가기 전 아이들은 사전활동으로 어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인성’과 관련된 동화를 읽어줄지, 아니면 재미있는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게 좋은지, ‘직업과 관련된 동화를 읽어주는 게 좋을지’ 나름 회의를 거쳐 읽어줄 도서를 선정한다. 아이들이 읽어 준 도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는 어떤 씨앗일까?였다. 그림책 표지에 있는 그림들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등 동기유발을 시작으로 활동을 진행한다. 한 장 한 장 아이들과 호흡하며 읽어가면서 눈을 마주하고 아이들끼리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해보였다. 한 줄 한 줄 책 속에 담긴 문장들을 따라 읽은 후, 자신은 어떤 씨앗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말하는 것 뿐 만 아니라 몸으로 표현도 해보면서 함께하는 독서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형·누나들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며 ‘우리 학교에 또 언제 놀러와요?’, ‘누나가 읽어주는 책 더 듣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으면 매우 뿌듯했다. 결론적으로 동아리 중심의 진로활동은 관심과 재능이 비슷한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특히 선후배가 같이하는 초·중 연계진로동아리는 함께 있는 시간동안에도 멘토-멘티 활동이 잠재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다. 이토록 독서가 빛나는 순간 100명의 아이들을 한 방향으로 뛰게 하면 1등은 한 명밖에 나오지 않지만, 100명의 아이들을 자신이 뛰고 싶은 방향으로 뛰게 하면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다(고주원 외, 꿈꾸는 미래 진로독서). 남과 다른 자신의 개성과 적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여 힘껏 뛰어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는 것이 독서이다. 초·중 진로연계 동아리에서도 학생중심·경험중심 진로교육과 함께 독서활동을 강조하며 독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선후배가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이다. 부안에 있는 독서문화공간 및 복합문화공간을 탐방하며 책과 마을을 잇는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 첫 여행지로 부안의 동네서점을 선정했고, 참가자는 동아리원 중 10명을 선발하였다. 선후배가 좁은 공간에서 책수다를 떨고, 친구가 책을 추천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후속활동으로는 학생들이 구입한 책의 표지를 보고 내용 예측하기와 책을 고른 이유 등을 발표하는 활동을 했다. 두 번째는 ‘도서관 문화탐방’ 프로젝트다. 테마별 도서관을 방문하여 독서흥미를 높이고,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목적이다. 7월에는 전주 꽃심도서관과 동학 농민혁명 기념관을 방문하여 값진 추억을 만들었다 특히 부안초는 꽃심도서관 방문 후 공간혁신사업과 연계하여 ‘내가 꿈꾸는 도서관 설계하기’ 활동도 진행하였다. 그 외에도 아침독서, 시필사, 여름독서캠프 등 학생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독서활동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독서는 진로 설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올바른 정보와 지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탐색하고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언제나 책이기 때문이다. 독서가 기본이 된 진로교육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높여준다. 진로를 계획하고 개척하기에 앞서, 독서를 통해 나의 개성과 가치를 스스로 알아가고, 진로를 충분히 탐색한다면 지금 당장 원하는 진로를 찾지 못한다 해도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다. 책 속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하는 학생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최근에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10대 10명 가운데 1명은 마약을 사용한 적이 있으며, 초등학생도 포함되었다는 충격적인 뉴스입니다. 무려 48%의 청소년이 성인용 영상물을 이용한다고 합니다(MBN, 2023.6.22.).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게임중독·스마트폰중독·야동중독 등 다양한 중독현상을 거치면서 둔감해진 모양입니다. 중독은 개인적 일탈이며, 시간이 지나면 대다수 아이는 별다른 문제 없이 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건 착각입니다. 대상만 바뀔 뿐 절대 치유되지 않는 중독 중독은 시간이 저절로 치유해 주지 않습니다. 중독자는 그저 다른 중독 대상물로 갈아탈 뿐입니다. 게임에서 술·도박·섹스·마약으로 좀 더 확실하고 강하게 쾌감을 주는 방식으로 옮겨갑니다. 중독은 개인의 취약성 또는 도덕성 문제가 아닙니다. 관계 단절감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독감, 박탈된 꿈에서 오는 공허감과 상실감, 공부와 경쟁 스트레스를 포함한 각종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은 인스턴트 해결책을 찾습니다. 스트레스를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외적 요소에 일시적으로나마 의존하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의도치 않게 한몫거든 면도 있습니다. 아기가 보채면 입에 고무젖꼭지를 물립니다. 재갈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가짜에 위안을 얻게 합니다. 아동이 지루해하면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 주어 쾌감 소비자로 만듭니다. 성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 아이를 족집게 학원에 맡깁니다. 아이가 아파하면 진통제로 고통을 즉각 덜어줍니다. 과잉행동하는 학생에게 곧바로 ADHD약이 처방됩니다. 이처럼 우리가 아이를 인스턴트 해결책에 길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싶습니다. 중독문제는 아이가 양육되고 교육되는 환경과 과정을 바꾸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 시스템적 문제입니다. 한국보다 한두 세대 먼저 중독이 사회적 문제가 된 미국이 중독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면 반면교사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1980년 초부터 백악관이 나서서 강력한 마약 근절 캠페인을 시작하였습니다. 처벌을 강화하고 모든 학교에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홍보 프로그램을 시행했습니다. 1980년 중반에는 마약 중독(addiction) 대신 마약 사용(use)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독자’라는 낙인을 찍지 않아야 마약 사용자가 좀 더 자발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마약 주사기를 마약 사용자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공공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재사용된 마약 주사기로 인한 감염 관련 질병을 줄일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선의의 보건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도에 실시된 연방정부 연구는 이 모든 노력이 대실패였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금 미국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중독사회가 돼버렸습니다. 현재 미국인 5명 중 1명이 마약을, 거의 절반이 대마초를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는 인구 1명당 1.7번씩이나 처방되어 대거 남용되고 있으며, 2세부터 17세 아동 중 11%가 마약성분의 각성제이거나 진정제인 ADHD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NCDAS, 국가약물남용통계센터, 2023). 중독 치료비용은 한 명당 평균 3,600만 원이나 되지만, 그마저도 치유 성공률에 대한 확실한 통계는 없습니다. 대다수는 치료받지 못한 채 매일 300명이 마약 과복용으로 사망합니다(CDC, 질병통제예방센터). 약물 남용으로 인한 의료·사법·생산성 손실 및 사회적 비용은 2020년도에만 7,400억 달러(거의 1,000조 원)나 됩니다(NIDA, 미국마약남용센터, 2020).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중독, 수능 중독 중독자를 범죄자로 여기는 무관용 정책과 강력한 법적 처벌은 실패했습니다. 중독자를 환자로 여기며 치유에 방점을 둔 정책도 실패했습니다. 미국 사례에서 배울 것은 처벌과 치료만으로 중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함께 빨리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합니다. 상류에 독극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내버려 두고 하류에 처리시설을 갖춘들 결국 지는 게임입니다. 우리는 인스턴트 해결책이 아니라 원천에 개입해야 합니다. 학교는 이제 학생들에게 정신건강을 위한 회복탄력성 방법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합니다. 회복탄력성이란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인내심으로 견디어 내거나 깡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내적 힘을 길러서 성장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기술입니다. 치아건강을 위해 어릴 때 가르쳐 준 양치질이 평생 가듯이 학생시절 배운 회복탄력성이 평생 정신건강을 지키게 해줍니다. 양치질 가르치는 시간이면 회복탄력성도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학교는 이미 빽빽한 교과과정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하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심각한 중독에 빠져있다는 증거입니다. 교과과정이 터지도록 꽉 채운 ‘수능시험’이라는 중독입니다. 중독의 특성은 ‘특정 물질이나 행동에 대한 강렬한 욕구, 많은 시간과 돈 소비, 이로 인해 건강문제, 중단하려고 할 때 금단증상 등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수능시험은 이러한 특성을 다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능시험을 잘 보려는 강렬한 욕구가 있고, 시험준비에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하며, 그 과정에 아이들을 세계 최고 수준의 불행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수능시험 대비가 아닌 것을 하려고 하면 불안해집니다. 교육문제의 핵심은 입시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아무도 꼼짝달싹하지 못하니 집단중독 상태인가 봅니다. 그러니 수능시험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중독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인스턴트 해결책과 가짜 쾌감이 아닌 ‘진짜’를 위한 교육 약과 마약은 한 끗 차이입니다. 적당하면 약이고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현재 수능시험은 정도가 지나쳤고 유효기간도 지났습니다. 산업화의 원동력이며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들어 낸 성공적인 방법이었지만, 창의력 시대에는 오히려 걸림돌입니다. 창의력은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행위입니다. 실수와 실패가 거듭되고 실망감과 좌절감이 도사리는 험난한 과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스스로 소화해 낼 능력을 갖추어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학자인 유발 하라리 박사도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정서지능과 정신적 견고함입니다. 변화무쌍한 미래 세상에 확실하게 필요한 것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계속해서 자신을 재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한 번의 실수로 인생이 판가름 나게 하고 세상과 단절되어 온종일 고독히 홀로 공부해야 하는 수능시험은 창의력 말살 교육인 셈입니다. 아이를 단절감과 고립감에 찌들게 하여 중독 취약성을 높이는 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수능시험 중독에서 벗어나야 다른 중독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국·영·수·사·과 내용을 조금 줄이는 대신 운동시간은 늘리고, 정신건강을 위한 회복탄력성을 가르치고, 그래도 약간 남은 시간은 그냥 ‘여유’로 남겨두면 됩니다. 이럴 때 학생들의 창의력도 커지고, 학습의 즐거움을 맛보면 중독의 유혹에 맞싸우며 가짜 쾌감에 의존할 필요성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마약을 할 때 느껴지는 평온함은 누군가에게 포근하게 감싸 안기는 아기가 된 기분이라고 합니다. 안전감과 연결감은 어릴 적 가정에서 충분히 얻지 못하면 마약을 통해서라도 얻어야만 살 수 있는 인간의 가장 기본 욕구입니다. 아이가 단절감과 불안감의 탈출구를 엉뚱한 곳에서 찾지 않도록 예방해야 합니다. 그래서 애착육아와 가족 간 유대감을 강화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은 대단한 학습사회입니다. 한번 목표가 정해지면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붓는 교육열을 지녔습니다. 그 엄청난 교육열을 식히려고 하지 말고 방향만 약간 틀어주면 되겠습니다. 학교에서 정서지능과 회복탄력성 강화 기술을 가르쳐주고 가정에서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19세 대입 성공이 아니라 91세 대기만성이 목표가 되면 좋겠습니다.
제67회 현장연구대회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은 김경민 부산 학진초등학교 교사가 차지했다. 올해 교직 18년 차인 김 교사의 연구 주제는 ‘체인지메이커 MODE-On 프로그램을 통한 국어과 교과역량 기르기(국어분과)’이다. 코로나19로 단절된 아이들의 소통과 공감능력 회복을 도와주는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한 것이 계기였다. 김 교사 연구의 키워드는 ‘체인지메이커’. 체인지메이커는 주변의 문제에 공감하고 직접 행동해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따라서 체인지메이커 MODE-on은 학습자가 주도성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공감, 협력적 리더십, 팀워크, 문제해결능력’(체인지메이커의 기본 자질)을 의미한다. 수업시간과 삶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학습요소로 M은 미디어리터러시 학습, O는 구조화학습, D는 토의·토론학습, E는 교육연극학습이며, on은 블렌디드러닝을 각각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꼬박 1년간 부산 명일초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다. 부산에서 새교육과 만난 김 교사는 연구 주제와 관련, 가장 먼저 공감을 강조했다.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체인지메이커 수업은 공감과 소통에 방점을 두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미디어리터러시 학습은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제작하고, 미디어 종류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익히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구조화학습은 시각적 사고를 통해 생각을 구조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상황에 맞는 그래픽 조직자를 활용하거나 비주얼씽킹으로 나타내기, 씽킹맵으로 나타내기 등의 수업이 이뤄졌다. 이어 토의·토론학습은 가장 합리적인 최선의 의사결정을 위한 것으로 ‘혼자 생각하기→ 의견 나누기→ 의견 모으기→ 의사결정하기’ 과정 순으로 진행했다. 명확한 쟁점 분석 및 가치판단을 위한 토의·토론에 주안점을 뒀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교육연극은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마련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거나 물건으로 감정 표현하기, 몸짓으로 놀이하기 등 놀이적 요소를 동원했다. 이러한 수업방식은 궁극적으로 국어과 역량 신장에 도움을 줬다. 변화의 폭은 컸다. 김 교사가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체인지메이커 교육 전후를 비교할 때 두드러지는 신장세를 보였다. 의사소통 역량의 경우 5점 만점 척도에서 체인지메이커 교육 전에는 3.97을 기록했지만, 종료 시점에서는 4.45로 올랐다. 자료·정보활용 역량은 3.71에서 4.29로, 공동체 대인관계 역량은 3.78에서 4.2로 올랐다. 이외 자기계발 성찰 역량, 비판적·창의적사고 역량도 모두 신장세를 보였다. 김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단순히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며 “자신뿐 아니라 학교·마을·사회도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상은 상상도 못 했는데 너무 좋은 결과가 나와 지금도 얼떨떨하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현장연구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주변의 모든 선후배 동료교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특히 연구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해준 송기찬 부산교총 컨설턴트와 전임 명일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지난 6월 29일 열린 현장연구대회 수상자 전수식에서 정성국 교총회장은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교육현실 속에서도 오직 제자 사랑의 마음으로 연구에 나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며 축하했다. 정 회장은 “더 나은 수업을 향한 선생님들의 열정이 교실을 바꾸고 학교를 바로 세우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수업 연구에 참여하는 선생님 모두가 최고상의 주인공”이라고 격려했다.
사람들이 꿈꾸는 행복한 학교란 어떤 모습일까.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는 학교’, ‘교육적으로 중요한 일을 선별하고 집중하여 교사와 학부모의 피로도가 적고 질 높은 교육을 하는 학교’도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서울장평초등학교가 바로 그런 학교이다. 학부모의 참여로 생기 넘치는 학교 활성화된 학부모회는 서울장평초등학교의 자부심이다. 어느 학교나 학부모회는 있지만 이렇게 교육활동에 자발적으로, 다양하게 참여하는 학부모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장평초의 학부모회는 학부모회 학교참여 공모사업에도 참여하고, 생태전환 역량강화를 위한 학부모 생태동아리 ‘생동감’, 학부모의 독서지도 역량강화를 위한 독서동아리 ‘장독맘’을 운영하여 월 1회 이상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학년별 학부모회·녹색학부모회 등의 대표들이 모여 한 학기에 두 번 진행하는 학부모 간담회는 학부모회의 건의사항이나 제안을 교장·교사와 논의하는 장이 되어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스무 명이 넘는 학부모 대표는 학년별·조직별로 학부모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간담회에 참여한다. 의제와 의견은 사전에 받아 준비하고 학부모 대표와 교사 대표, 교감·교장까지 총 30여 명의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 민주적인 바텀업(bottom-up) 의사결정의 좋은 본보기이다. 논의 시 반드시 고려하는 기준도 있다. 학생을 중심으로 볼 것,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할 것, 교사와 학부모도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일 것. 이 세 가지는 당연한 것 같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원칙들이다. 1,1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장평초는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에서 이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학부모회 내부의 소통도 활발하고 학교와의 소통도 활발하니, 최근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을 난감하게 하는 ‘불통’ 민원이 장평초에는 거의 없다. 이병재 교장은 “학부모회에서 강한 의지와 책임감으로 학교교육에 참여해 주신 덕분에 학교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구촌 살리기 앞장서는 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특히 높은 교육활동은 ‘학교스포츠클럽, 365+ 체육온활동 등 신체활동’과 2022년부터 생태전환연구학교로서 진행하고 있는 ‘생태전환교육활동’이다. 생태전환연구학교는 교사들의 높은 지지와 동의를 받아 신청했다. 방과후 생태동아리를 운영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생태전환교육이 될 수 있도록 ‘알파세대와 함께 GREEN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구촌 불 끄기 캠페인, 멸종위기 동물퀴즈 대회 등에 참여하며 학생들은 지구촌 살리기에 동참하고 자연스럽게 인성도 가꾼다. 학교 중앙현관에는 학생들의 생태전환 작품과 활동사진이 전시되어 있어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하는 활동의 의의와 진행과정을 알 수 있다. 생태전환연구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전후 인식 변화를 알아보기 위하여 진행한 사전 설문조사 결과도 중앙현관에 게시되어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참여한 설문결과를 보고 교육의 전후 효과를 체감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전시이다. 자신이 참여하는 교육활동의 모든 과정을 몸으로 겪고, 눈으로 보고, 이해하며 진짜 주인이 된다. 연구학교로서 진행하는 과정을 일부 교사가 처리하는 일거리로 여기지 않고, 학생부터 학부모까지 모두가 변화에 참여하고 실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학교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학생들의 건강한 신체발달과 체력 회복은 공교육의 의무이자 과제이다. 장평초는 이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학교스포츠클럽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참여 학생들은 8시부터 아침 운동을 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정규 체육 수업시간에는 365+ 체육온활동과 줄넘기 챌린지 같은 신체활동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며 운동에 빠져든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방과후까지 줄넘기·농구·킨볼·플로어볼 등 다양한 스포츠클럽에 참여하며 체력을 기르고, 스포츠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얻는 도전정신과 성취감은 학생들이 얻는 소중한 열매다. 이렇게 장평초에서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체험 중심의 산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스포츠클럽이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배경에는 더 이른 시각, 늦은 시각까지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도하는 교사들의 노력, 학부모의 응원과 지지,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의 의지가 있다. 학교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민주적 리더십 학교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며, ‘교장선생님 훈화’라는 말은 소통 불가능한 지루한 이야기의 대명사로 쓰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용’은 교장이라는 직책과 가장 멀게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평초 교사와 학부모들은 자기 의견을 학교에 내면 진지하게 고려되며 수용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 교장이 2022년 9월에 부임하여 몇 달 동안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다. 학년별 간담회를 열어 교사들의 고충과 고민을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어떤 일에 대하여 의논하면서 교장이 수용할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자신이 정해놓은 정답을 합리화하거나 변명하지 않는 것이 교장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간담회에서 교사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열린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서 교사들의 의견이 학교에 의미 있게 반영된다는 신뢰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보여주기식의 불필요한 교육사업들보다는, 학생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 교사들도 만족도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견이 나오면 진지하게 고려하고 반드시 피드백한다는 점도 이 교장의 소통 원칙이다. 교사들의 제안 중 공감대가 형성된 제안들은 행정실의 협조를 받아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학부모 간담회에서 논의된 결과 또한 가정통신문으로 피드백하여 학부모의 관심과 열의에 응답한다. 장평초에서는 학교구성원이 모두 리더다. 모두가 주인이 되어 삶에 녹아든 교육의 힘, 가장 귀한 가치이다.
2023년 1학기에 사범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좌를 진행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대전환, 인공지능 시대와 맞물려 학생들에게 필수로 가르쳐야 할 분야다. 얼마 전 개정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대학생들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이다. 교육과정이 시대의 변화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가 될 학생들에게 초·중·고 시절에 배우지 못한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 형국이다. 예비교사들은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에서 새로운 교육내용과 방법을 배우지만, 실제 자신의 교수역량으로 발현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강좌를 통해 교수자인 나는 물론 학생들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챗GPT를 여러 측면에서 활용하는 교육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필자는 교사 시절 교육대학교에서 배웠던 교수·학습모형을 교실 환경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매년 다른 학년을 가르쳐야 하고, 같은 학년을 연임하더라도 학생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기 어렵다. 학생들의 성향·수준·반응 등이 달라서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혹자의 말처럼 ‘수업은 종합예술’이기에 한 편의 연극과 같다. 수업이 시작되면 막이 오른 무대처럼 끝까지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수업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이론과 현실의 간극이 발생한다. 모형은 이론이고 수업은 실제인데, 연극도 그렇듯 일단 막이 오르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무대장치가 이상해지고 조명이 안 들어오거나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관객들이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우들이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의 극이 완성되는 것처럼 수업도 마찬가지다. 돌발변수가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고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찾아서 기존 계획에 없는 즉흥적인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 ‘학습목표’이다. 학습목표는 학생들이 그 시간에 공부하면서 도달해야 하는 지향점이 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매시간 학습목표들이 모여서 교과의 성취기준을 이루고, 이것이 모이면 역량으로 발현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수업 중간에 갑자기 길을 잃었다면 학습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상기하고 학습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설명이나 활동으로 대체하면 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강좌에서 학생들은 수업을 계획하고 모의수업을 시연했는데, 일부 팀의 경우 학습활동의 방향이 학습목표와 거리가 먼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 그 활동을 왜 하는지, 그것이 학습목표와 연결되는지 따져보라고 지도한다. 수업에서의 챗GPT 사용기준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학습목표 도달에 도움이 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토의·토론수업을 진행할 때 다음과 같이 챗GPT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이 학습목표 도달에 유의미하다면 좋은 활동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챗GPT를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올바른 활용법을 교육하는 것이 좋다. 챗GPT는 제대로 질문해야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다. 챗GPT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고 한다. 챗GPT가 이해하기 쉬운 질문 형식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먼저 역할을 부여하고 어떤 일을 수행하기 원하는지 설명한다. 예를 들어 중학교 수학 선생님이라던가 진로상담 선생님이라던가 역할을 가정하라고 하면 된다. 간혹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지만 관련 질문에 답해주겠다고 하면 준비가 된 것이다. 2. 이때 예시를 보여주거나 상황을 설명해 주면 더 좋은 답변을 준다. 예를 들어 45분 기준으로 수업계획을 도입·전개·정리의 흐름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3. 답을 얻고자 하는 질문을 한다.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좋다. 수업계획에 수업목표·도구·준비물·시간 같은 것도 포함해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4. 결과물의 형식을 요청한다. 예를 들면 친한 친구 사이의 대화라던가 공식적인 문서라던가 결과물의 형식을 지정하면 좋다. 수업계획서의 경우 학습목표·준비물·시간이 들어간 형태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그림 1은 챗GPT에게 환경오염과 관련된 중학생 대상 과학수업계획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결과이다. 일반적인 수준이지만 전체 흐름은 나쁘지 않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면 재미있는 학습활동을 제시하기도 한다. 수업계획 외에도 여러 교육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의 중간고사 답안을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았다. 먼저 학생들의 답안을 스캔하거나 타이핑해서 문서로 만든다. 다음으로 챗GPT에게 평가기준(루브릭)을 설명하고 해당 답안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사람의 글을 평가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처음에는 거절하더니 두어 번 질문하자 주어진 조건에 의해 평가해 보면 ‘중상’ 정도의 글이라는 답변과 함께 어떤 근거로 평가했는지 설명까지 달아준다. 학생들 답안의 초벌 평가를 수업 조교가 해주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챗GPT를 학생들의 수행평가 채점에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다만 맹목적이거나 종속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평가계획과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나 최종 점수를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교사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챗GPT는 교사들이 활용하기에 좋지만, 학생들도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앞서 토론수업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업 진행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이런 활동이 학습목표 도달에 도움이 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한 가지 기준을 더 제시하자면 학생들의 사고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창의적 문제해결과정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탐색해 볼 수 있다. 창의적 문제해결과정은 발산과 수렴을 반복하는데 발산할 때는 챗GPT에게 새로운 대안이나 해결책을 물어볼 수 있고, 수렴할 때는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이때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부분은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연구자들과 토론해 보면 학생들이 질문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기본지식(핵심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사고에 도움이 되는가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1학기 동안 챗GPT를 수업에 활용한 대학생 2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72.2%가 사고 발산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고, 72.2%가 사고 수렴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다. 챗GPT는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과 문제해결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위험요소도 있다. Office of Ed Tech 그룹에서는 교실에서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1. 첫째, 종속될 가능성, 둘째, 개인 데이터의 유출 위험, 셋째, 의도하지 않거나 거짓인 결과에 대한 위험, 넷째, 투명하지 않은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용하면 인공지능을 학습의 동반자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에서 사용할 경우 학생들의 사용 연령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오픈 AI의 사용규약을 보면 18세 이상 사용을 권장하고 있고, 13세 이상 18세 미만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을 고려하여 인천시교육청의 챗GPT 가이드에서는 부모 동의 안내장 양식을 제공하고 있다2. 얼마 전 학부모 대상 챗GPT 강의에서 나온 질문이다. 학교에서 안내장을 가져왔는데 자녀의 성적 데이터를 활용해도 되느냐는 항목이 있어서 성적 데이터가 챗GPT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학부모님의 모니터링 태도가 훌륭하다고 칭찬하며, 짐작건대 학교 선생님이 진로지도에 활용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을 드렸다. 필자도 고등학생 딸아이의 성향과 학업성취도, 좋아하는 것 등의 데이터를 넣고 대학 학과와 직업을 추천해 달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앞으로 챗GPT는 교육현장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챗GPT는 양날의 검처럼 좋은 도구가 되거나 나쁜 도구가 될 수 있다. 초·중·고 교육현장에서 활용 기준은 학생들의 학습동기, 사고력 증진, 문제해결력 증진에 도움이 되느냐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챗GPT가 바꿀 수업의 모습은 제대로 된 활용법을 알고 있는 교사와 학생에게 달려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장이 학교폭력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이 가해 및 피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 제4항). 실무적으로는 신속한 처리, 보안의 유지, 학생 및 보호자와 소통창구 일원화 등의 문제로 학교폭력문제를 다루는 학교의 ‘책임교사’(흔히 학생생활지도를 담당하는 부서 교사)가 학교폭력 사안 처리과정을 전체적으로 주도하게 된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학생 생활을 지도한 베테랑 책임교사를 찾아보기는 어렵고, 초등학교는 그 특성상 담임교사가 면담을 진행하는 일이 잦아 면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이번 호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의 처리과정에서 학생과 보호자를 면담할 때, 어떤 일들을 주의해야 하는지, 학생확인서(진술서)를 작성하도록 지도할 때 어떤 내용을 담도록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요령을 준비해 봤다. 학생 면담의 시간·장소·방법을 정할 때 주의점 학교폭력 사안을 자주 접하지 못한 교사의 특징 중 하나는 마음이 급하다는 점이다. 실제 앞서 살펴본 「학교폭력예방법」에서도 ‘지체 없이’ 하라고 명시되어 있기에 신속한 처리를 하겠다는 마음가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급한 마음은 실수를 부르기 마련이다. 학교폭력에 관해 학생들을 면담하기로 하였다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면담을 위한 시간과 장소다. 급한 마음에 수업 중 문제 된 학생에게 “너 수업 끝나고 학교폭력 때문에 물어볼 일이 있으니 남아라”라는 말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하거나, 혹은 수업에 빠지게 하고 면담을 하는 일이 많다. 이때 학교폭력에 대한 비밀이 지켜지지 않았다거나, 사안 조사로 인해 수업권이 침해되었다는 학생 측의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되도록 다른 학생들이 방문하지 않는 상담실 등 별도의 공간을 이용하고, 수업시간을 피해 면담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 또한 학교폭력에 관한 면담은 일대일 면담이 기본 원칙이다. 이는 면담에 있어서 학생을 집중하게 하고, 그 면담내용이 다른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며, 비밀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간혹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한곳에서 면담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한 방법이다. 근래에는 가해학생이 다수인 학교폭력이 많다. 때문에 피해학생은 따로 면담을 진행하더라도 가해학생들은 한곳에 모아 두고 집단적으로 면담하거나 학생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같은 가해학생이더라도 학생별로 입장이 다른 경우가 대다수이고(일반적으로 자신은 가만히 있었는데 다른 가해학생이 나쁜 짓을 한 거라는 등), 각자가 서로의 행동에 대한 목격자 위치에 있기에 이 역시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학생 면담과 학생확인서 작성 지도방법 학교폭력 사안 처리과정에서 학생의 면담내용과 진술을 담은 학생확인서는 사실상 필수적인 서류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은 이러한 학생확인서를 작성해 본 일이 없다. 이런 일을 해본 적 없기는 교사 역시 마찬가지라서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지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순서상으로 피해학생에게 학생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폭력 사안을 파악하기가 쉽다. 이때 발생한 학교폭력의 일시와 장소, 가해학생이 누구인지, 가해행위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해학생이 다수라면 개별적인 가해행위), 그로 인해 자신이 입은 피해가 어떤지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담기도록 지도한다. 이때 가장 간과되는 부분은 학교폭력의 일시와 장소이다. 보통 피해학생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가해학생의 학교폭력을 특정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므로 최소한의 기재는 필요하다. 시점에 대하여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알기 어렵더라도 예컨대 ‘2023년 3월 초’, ‘2023학년도 1학기’, ‘점심시간 무렵’, ‘2교시 끝난 후 쉬는 시간’과 같이 작성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장소도 이와 유사한데, ‘○○아파트 인근 골목’, ‘학교 정문 근처’, 사이버 학교폭력이라면 ‘○○의 페이스북 페이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으로 기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피해학생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가해학생에게 학생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학교폭력의 일시와 장소, 학교폭력 내용의 요점을 설명하며, 그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때 가해학생의 주장은 다양하고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결국은 ① 피해학생이 주장하는 학교폭력 사실을 모두 인정하거나, ② 피해학생이 주장하는 학교폭력 사실이 전혀 없는 일이라고 하거나, ③ 피해학생의 주장이 대체로 맞지만,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세 가지 중 하나다. 위 세 가지 입장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러한 행동의 이유가 있는지, 학교폭력 사실을 부인한다면 피해학생의 신고내용과 다른 부분이 어디인지, 본인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등이 확인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간혹 초등학교 저학년, 장애학생,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다문화학생이 관계된 학교폭력 사안은 학생이 확인서를 작성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교사가 발언의 취지를 듣고 그 요지를 작성해 주거나, 특수교육 전문가 혹은 보호자 등을 통하여 작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생확인서 작성 지도 시 유의사항 이렇게 교사는 학생확인서 작성 요령을 지도할 수는 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 관여하지는 않고 자유로운 의사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한다. 간혹 관련된 증거가 충분함에도 학교폭력 사실을 부정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는 학생의 태도에 화가 날 수도 있고, 관련된 학생들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을 파악하기에 답답한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작성한 내용을 폐기하고 다시 작성하도록 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로 작성을 요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만약 학생이 확인서의 작성을 일절 거부한다면 작성을 거부하였다는 내용을 남기면 족하다. 간혹 학생의 보호자가 학생이 학교에서 작성한 확인서의 기재 내용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있다. 그런데 사건 초기 학생이 작성한 확인서가 진실에 가장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보호자 등이 학생의 진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 내용이 변질되고, 그만큼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학생이 이미 작성한 확인서를 보호자가 수정하겠다고 하는 요청은 받아주지 않는 편이 좋다. 이 경우 초기 확인서는 그대로 보관하되, 추가적인 내용의 확인서나 의견서를 작성하도록 권하고, 부득이 기존 확인서에 대한 수정을 가하겠다고 한다면 기존 확인서 하단에 추가 기재되었다는 사실과 기재 일시를 표시하여 변경된 내용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면담을 녹취할 수 있냐는 질문도 많다. 녹취가 가능하나 되도록 그 정당한 사유를 상대방에게 밝히고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편이 좋다. 동의 없는 녹취가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학교폭력에 관한 증거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간혹 이러한 면담과정의 녹음이 민원이나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호자·변호사 등의 학생 면담 참여 요청에 대한 대응 근래에는 학생 면담과 학생확인서 작성과정에 보호자가 참여를 원한다고 하거나, 학생 측에서 선임한 변호사를 동석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기도 하다. 먼저 학교폭력 사안 조사과정에서 학생 면담과 확인서의 작성에 관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 등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보호자나 변호사의 상담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대구지방법원 2018.7.4. 선고 2017구합23959 판결 참조). 실제 관련 학생들이 보호자·변호사가 동석한 자리에서 꾸중을 두려워하여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운 일도 있을 수 있고, 동석자가 지나치게 관여하여 학생에 대한 상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그 때문에 교사와의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참여가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고 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반대로 이들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면담과정에서 개입을 자제하도록 발언에 제한을 둘 수도 있다. 진행과정에서 계속된 관여가 이루어져 원만한 면담이 불가능해 보인다면, 학생확인서나 의견서 등을 학교 외부에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보호자와의 면담 학생 대부분은 미성년자이므로 보호자가 사안 조사 절차에 개입될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일관되게 ‘보호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학생에 대한 친권이나 양육권과 같은 법적인 권리는 부모가 가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조부모가 양육하고 있는 경우, 부모가 이혼하여 일방이 학생을 양육하는 경우, 부모의 맞벌이로 함께 사는 삼촌이나 이모가 학생과 더욱 밀접한 경우 등에는 이들을 보호자로 인정하여 면담을 진행하면 될 것인지, 아니면 반드시 학생의 법률상 보호 감독 의무자로 한정하여야 하는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보호자의 개념에 대하여 「교육기본법」은 ‘부모 등 보호자는’이라고 표현하는데, 결국 보호자가 반드시 부모일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교육기본법」 제13조 제1항), 「학교폭력예방법」의 목적이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학생의 곁에서 양육과 교육을 책임지는 자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학교폭력예방법」은 보호자가 요청한다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하고, 학교장 자체해결 과정에서도 보호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등 사안 처리 절차에서 보호자의 의견을 매우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때문에 한 명의 학생에게 보호자가 다수라면 담당 교원으로서는 같은 설명을 수차 반복하여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고, 특히 보호자 사이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다르게 학교로 전달된다면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절차의 진행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우라면 보호자들에게 의사전달의 통로를 단일화해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
광화문 거리에서 3주째 교원들의 절규가 계속되고 있다. 거리에 나선 교원들은 ‘교원 생존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만들어 달라!’고 외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전념해야 할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외침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권’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앞다퉈 나오고 있지만, 교원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아직 부족하다. 교원들의 교권 침해에 대한 증언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3일 한국교총이 개최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교권침해 유형 및 통계를 보면 9일 만에 무려 1만1628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구체적인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믿기 힘든 지경이다. 자해로 멍이 든 학생을 교사가 학대했다고 신고한 사례, 체험학습 중 밥을 사달라는 학생에게 밥을 사주자 거지 취급했다고 피해보상을 요구한 사례, 아이가 유치원에서 모기에 물렸다고 항의한 사례, 수업 중 교실에 들어와 본인이 조폭이라며, ‘내 딸을 무시하면 다 죽이겠다’고 위협한 사례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폭언, 욕설, 폭행은 물론 교사를 상대로 한 성추행까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사건이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다. 살려달라는 교원 절규 끝없이 이어져 현장 의견 반영한 요구에 귀 기울여야 비단 교총 발표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는 교권침해 사례를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교권을얼마나 외면했는지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피폐해진 학교현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 ‘교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실질적인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에교총이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를 제시했다.교총이 발표한 자료는 현장 교원 수만 명의 의견이 고스란히반영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교권의 문제를 더 이상 학교와 교원에게 미루지 말고,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만들며, 사법기관이나 수사관이 아닌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결국문제행동 학생을 교사가 즉각 지도‧제재‧조치할 수 있는 방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 학습권과 교권을 보호하는 방안,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및 교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대책,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등 세부 사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상처받은 교원들의 마음을 살필 수 있도록 과도하고 비본질적인 행정업무 폐지, 모욕평가, 인기평가, 성희롱 평가로 전락한 교원평가제 및 교원 처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생존권을 외치는 일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교원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교원 모두의 현실이라는 반증이다.이 같은 호소에 전국민적인 관심과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교총이 제시한 5대 정책, 30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력을 강화함으로써 대한민국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우리나라 학부모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첨단 교육자료의 인프라는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교사는 인재 5% 안에 드는 우수집단이다. 반면 교사에 대한 존경심, 즉 교권은 임계질량(critical mass)을 넘어 강둑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교육의 근간인 교권 흔들려 교권이라는 중심가치가 흔들리니 부속가치도 혼돈의 연속이다. 줄기가 흔들리니 가지가 요동치는 격이다. 국가 근간을 이루는 교육이라는 공공재가 이 지경이 된 배경에는 우선 ‘학생인권조례’가 있다. 조례는 노조와 좌파 교육감 주도로 제정되었는데 법적 구속력이 있다. 이는 교사의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활동조차 손발을 묶어 놓은 꼴이 되었다. 교육은 실종되고 법적 판단이 지배한다. 청소년들의 비판성, 저항성, 정의감은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원천이자 원동력이 된다.하지만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숙되는 건전한 성장통이 아니라, 퇴행적 질병통을 유발하는 ‘학생인권조례’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둘째, 사회문화의 변화로 인한 학교 교육에 대한 인식의 왜곡과 오류다. 교육의 가치는 본질적 가치와 도구적 가치로 나뉜다. 공교육은 본질적(내재적) 가치를 추구하는 반면, 사교육은 도구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를테면 올바른 인성을 요구하는 바람은 교육의 이상(理想)이고, 좋은 대학 입학은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학원 강사 체벌은 용인돼도 교사가 회초리를 들면 가차 없이 민원을 제기한다. 셋째, 전 국민 학력의 평준화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가사도우미가 1년간 TV를 시청하면, 초급대학 나온 상식을 얻는다고 한다(인하대 김선양 교수). 이는 매스컴의 순기능인 반면, 교육관 왜곡 및 인식 오류라는 역기능을 낳아 학부모의 과열⸱오도된 교육열과 상승작용해 악성민원으로 작용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3명 중 1명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북극성 같은 존재로 인식돼야 통계학적으로 어느 직역이든 3%는 퇴출 요인이 있다고 한다. 교사의 사소한 실수도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 만신창이가 된다. 이는 교권 추락의 원인(遠因)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학부모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교사에 대한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윤리의식을 요구한다. 따라서 교사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정신이 깃든 그릇에 담아 가르친다. 그 그릇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가르침이 다르며 그릇의 질에 따라 그 속에 담긴 지식의 내용과 질량, 질료도 달라진다. 따라서 그릇은 교사의 철학과 교육관에 의해 다듬어지고 정련(精鍊)된다. 학생 교육에 꽃길만 걷게 하는 매직은 없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항상 북극성 같은 존재이고, 언제나 큰 바위 얼굴이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안타까운 선택 이후 교사들의 교직 현장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며 사회적 파장이 날이 갈수록 번지고 있다. 유독 이번 사건이 촉매제가 된 이유는 교육 현실이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현장의 정상화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도,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서도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 제도와 인식 전반을 새롭게 계획해 결국에는 대한민국 교육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교사는 사실은 가장 중요한 수업 준비부터 시작해 S초 교사가 일기장에 쓴 소위 ‘업무 폭탄’뿐 아니라 학생 및 학부모와의 상담까지, 다방면에 이르는 압박에 늘 직면하고 있다. 교사는 비교적 높은 소명의식을 갖고 있으나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통에 면역된 존재가 아니다. 더군다나 교사들 대부분은 스스로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갖고 있어 누군가로부터의 비난이나 범죄자로 취급받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 코로나 이후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교류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여기에 사회적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교사에게 가해지는 무리한 요구, 폭언, 협박의 강도와 횟수도 증가했다. 그런데도 교직에 대한 미덕인 인내와 사명감 때문에 힘든 일이 생겨도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대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결국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문제학생 대상 지도권 법제화 필요 악성민원 학부모 신고 의무화해야 또 다른 시급한 문제는 일부 학생들이 보여주는 문제행동에 대해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실을 안전하고 생산적인 학습 환경으로 유지하는 것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간 우리는 학생의 권리 보호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학교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켜버렸다. 아동학대, 학습권, 교육청 민원, 인터넷 신문고, 경찰 조사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압박은 교사를 교실에서 오로지 지식만을 전달하는 스피커로 만들었다. 보다 못해 문제 학생을 지도한 교사는 몇 날 며칠을 불안에 떨며 지내야 한다. 이러다 보니 교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눈과 귀를 가리고 허공에 지식을 흩뿌려야 한다. 교육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하나는 문제 학생에 대한 강제력 있는 지도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교사는 문제 학생에게 정당한 지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교실에서 분리해 다른 학생들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에 의한 부당한 요구나 피해는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제도화하고 그 즉시 학부모 또한 교사와 분리돼야 한다. 당연하게도 교사의 교육에 대한 가치판단을 교육 전문가가 아닌 학부모, 경찰, 심리 상담가 등이 해서는 안 된다. 교사 10명 중 8명은 교직을 그만둘지 고민하고, 교대와 사범대에선 학생들이 떠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점점 자녀가 교사라는 직업을 희망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양질의 재원은 교육 현장에 유입되지 않고 열정 있는 교사들은 타인에 의해서든 자신의 결정으로든 교직을 떠나게 된다면 미래의 내 자녀는, 또 그 자녀의 자녀는 어떤 사람이 가르치게 될까.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암울해지기 전에 이제라도 교사가 교실의 문을 두려움 없이 열게 해주어야 한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교권침해 사건 중 학부모 건수가 10건 중 7건을 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권침해 유형 중 ‘학부모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 악성민원이 가장 많았다. 교사의 잘못이 아닌 데다, 학교에서의 활동과 무관한 일까지 민원을 제기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3일 한국교총이 발표한 교권침해 사례에 따르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 악성 민원’이 57.8%(6720건)로 가장 많았다. 모두 학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71.8%(8344건)로 학생에 의한 침해(28.2%·3284건)보다 2.5배나 많았다.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에게 받은 교권침해는 ‘폭언·욕설’ 19.8%(2304건), ‘업무방해·수업방해’ 14.9%(1731건), ‘폭행’ 6.2%(733건), ‘성희롱·성추행’ 1.2%(140건) 순으로 드러났다. 교총은 지난달 25일부터 2일까지 9일간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1만1628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학부모들의 도 넘은 교권침해 사례도 공개됐다. 자녀의 자해를 교사의 학대로 꾸미는가 하면, 사채업자에게 교사 전화번호를 넘기기도 했다. 전북의 한 초교에서는 학생이 자해로 얼굴에 멍이 들었는데 학부모는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했다. 교사의 무혐의 처분 결과가 나오자 학부모는 ‘교사가 학생을 화나게 해서 자해했다’는 이유로 다시 신고했다. 서울의 한 초교에서는 학생이 교실에서 걷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져 반깁스를 한 일이 발생하자, 학부모는 “교사가 안전을 책임져야 했는데 사고가 났다”면서 등굣길에 매일 집 앞까지 차로 데리러 올 것을 요구했다. 해당 교사가 이를 거절하자 교문 앞까지 매일 마중 나올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폭행은 물론 폭언‧욕설‧성폭력의 경우 학부모, 학생 할 것 없었다. 교실에서 학부모가 교사 멱살을 잡고 침을 뱉는가 하면, 초등학생이 칼로 교사를 위협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충북의 한 고교에서는 학교폭력 관련 개인정보 요구에 불응한 교사에게 학생 아버지가 “내가 조폭이다. 길 가다가 칼 맞고 싶냐”고 했다.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이 전화 등으로 “당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자를 수 있다”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 경기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무단으로 교실을 이탈하려다 제지당하자 커터칼을 꺼내기도 했다. 교사 성희롱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경남의 한 유치원에서는 손자를 등원시키는 할아버지가 담임교사에게 핸드폰으로 여성의 알몸을 보여줬다. 충북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에게 “임신시키고 싶다”거나 “먹고 싶다”고 막말했다.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수업시간 중 학생이 “OOO 선생님이랑 잤죠?”라며 “쌤 뒷모습 보니까 박고 싶네”라고 발언하는 일도 있었다. 조사결과를 발표한 손덕제 울산 외솔중 교사(교총 부회장)는 “이처럼 많은 교권침해로 교사가 아이를 사랑하고 교육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교육을 교육답게 학교를 학교답게, 교육권 보장을 위해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 여교사의 극단 선택 이후 교권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도 관련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 인터넷커뮤니티 등에서 촉구되던 법 개정 요구가 국회 동의청원에서 결실을 맺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도 연이어 법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청원된 ‘학교폭력법 개정 및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 보호에 관한 청원’과 20일 등록된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및 학생 폭언, 폭행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및 법 제정에 관한 청원’, ‘아이들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부디 교사들을 지켜주세요에 관한 청원’이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인 5만 명의 국민동의를 받아 교육위원회로 회부됐다. 올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제안된 청원은 7월말 기준 646건으로 이 중 61건만 5만 명의 동의 요건을 채웠다. 대부분의 성립된 동의가 20일 이상 걸렸던 것과는 달리 이번 3건은 단 3일 만에 폭발적인 동의를 받은 것이다. 소관위로 회부된 청원은 법안 반영 및 청원 취지 달성 가능성, 청원의 타당성 등을 심사해 본회의에 부의하게 되는데 최근 교권 보호 입법과 관련한 청원은 내용이 충실하고 전문적이어서 부의 의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아이를 더 사랑할 수 있게 교사를 보호해달라고 청원했던 10년차 교사 청원인은 “아동학대 신고 후 법정 공방 전에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한 청원인은 학교폭력예방법 중 학교폭력의 범위에서 학교 외를 삭제해 줄 것을 촉구하는 등 교육 현장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교권보호 관련 법의 개정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도 연이어 관련 법 개정을 발의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다음날에는 서동용 민주당 의원이 아동학대신고 시 이를 심의하는 아동학대사례판단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밖에도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정당한 교육활동의 경우 징계면책과 민·형사상 소송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발의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관련 법안은 17일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를 심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심사에서 한국교총이 교육위원회 소속 이태규 국민의힘 간사를 통해 추진한 의원소개청원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교총은 지난달 7일 의원소개청원을 통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하며 발의된 이태규 간사와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해 현재 교육위에 이첩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