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7,245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숯불을 피워 올린 마당에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가 맛나게 익어가고 모처럼 모인 가족들의 목소리는 ‘애애~~앵’, ‘또옹~~땅 동땅’ 해금과 가야금의 정다운 합주 같습니다. 오월의 들판엔 쫑대 올라온 마늘밭과 그 옆으로 양파밭이 짙푸르고 싱그러운 물결이 넘실거리는 보리밭이 아름답습니다. 뒷산을 하얗게 채색한 아까시 꽃향기의 산책길은 마을 앞에서 주춤거립니다. 오월의 축복 아래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어린 조카들을 앞날에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축원하였고 어른들의 건강을 기원하였습니다. 만일 이들에게 안타까운 일이 생긴다면 마음을 다해 슬퍼하며 제가 할 도리를 다하겠지요. 그리스의 작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을 읽으며 안티고네의 행동은 과연 옳은 일인가를 계속 생각하였습니다. 오디푸스왕의 딸 안티고네는 테베를 공격하다 전쟁터에서 죽은 오빠 폴리네이케스를 조국의 배신자로 규정하여 매장을 금지한 외숙부인 크레온 왕의 명령에 따르기를 거부합니다. 오빠의 시체에 모래를 뿌려 장례의식을 행하였다가 잡히자 죽은 가족의 매장은 신들이 부여한 가족으로서의 신성한 의무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크레온 왕은 조국을 배반한 폴리네이케스를 엄벌하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서 본보기를 세움으로써 공동체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레온은 여기서 한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인 윤리인 자연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권위와 합리적인 질서를 거부하는 안티고네를 동굴 속 생매장을 명령하게 됩니다. ‘크레온’, ‘안티고네’ 두 인물의 갈등이 정말 대단합니다.^^ ‘안티고네’라는 매력적인 인물은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에 의해 늘 새롭게 재탄생되었습니다. 강태경교수가 무대 공연을 위해 번역한 그리스의 비극 『안티고네』는 봄비처럼 촉촉하게 제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안티고네의 숭고한 매력은 많은 시인, 화가, 철학자에 의해 매력적으로 다가와 있었습니다.(읽은 후 검색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철학자 헤겔과 라캉은 크레온과 안티고네 사이의 비극적 갈등을 ‘인간의 법’과 ‘신의 법’이라는 용어로 표현되는 두 가지 윤리 사이의 딜레마에 비추어 해석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공통됩니다. 헤겔은 ‘국가의 윤리’와 ‘친족의 윤리’ 사이의 갈등으로, 라캉은 ‘선의 윤리’와 ‘욕망의 윤리’ 사이의 대립으로 파악합니다. 헤겔의 해석에서 형제간의 본능적 사랑을 따르는 안티고네의 행위는 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고, 국가의 법 또는 공동체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크레온에게 정당성이 부여한다고 주장합니다.(철학자들의 이야기는 늘 어렵습니다.) 연휴의 끝자락에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던 날 먼 곳으로 떠나신 친정아버지의 산소엘 찾았습니다. 젊은 아버지를 보내며 제 마음을 하얗게 찔렀던 찔레가시는 지금은 많이 무디어져서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드리며 웃을 수 있었습니다. 두런두런 제가 사는 이야기도 하고 공부가 어렵다고 글쓰기도 잘 되지 않는다고 불평도 하였습니다. 노란 고들빼기 꽃이 불쑥불쑥 솟아오는 봉분 아래에 술 한 잔 드리고 내려오면서 그녀를 생각하였습니다. 죽은 자에 대한 도리로 안티고네는 서슬 퍼런 크레온 왕의 명령을 어기고 오빠의 시신 위로 흙을 뿌려 먼 길을 배웅하였던 것이 않을까요? 국가법과 자연법의 충돌이라고 말하지만 그냥 진심이 담기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요? 오월의 긴 연휴가 끝났습니다. 창문을 열고 자판을 두드리니 아까시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와서는 제 코끝에 매달립니다. 아, 향기에 취해버리니 천금에 값하는 봄밤이 됩니다.^^ 저처럼 달콤한 아까시 꽃향기에 취하는 봄날 되십시오. 『안티고네』, 소포클레스 지음, 강태경 번역, 새문사, 2014
[정은수 한국교육신문 기자] 한국교총과 보건교사회가 ‘학교보건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특별 관리가 필요한 학생을 위한 보조인력의 자격 요건은 보건교사로 하고, 배치는 보건교사가 상주하는 학교에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질병 등으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학생을 위해 둘 수 있는 보조인력의 역할과 자격요건을 정하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했다. 소아당뇨로 인한 저혈당쇼크 또는 알레르기 항원 반응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의 위험이 있는 학생에 대한 보건교사의 투약 등 응급처치를 허용하고, 해당 학생을 위한 보조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한 ‘학교보건법’ 조항이 이달 29일 시행됨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에서 보조인력의 자격을 ‘의료법’에 따른 간호사로 규정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교총과 보건교사회는 학교 현장이 병원에 비해 의료자원이 매우 제한된 만큼 응급처치에 대한 판단이 병원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보조인력의 자격요건을 ‘보건교사 자격증을 가진 자’로 해야 한다고 수정 의견을 냈다. 양 단체는 의견서를 통해 “의사, 동료간호사, 진단기구 등 의료자원이 풍부한 병원환경에서 근무하는 일반 간호사는 학교의 제한적인 의료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이로 인해 학생의 안전과 관련한 판단, 응급처치, 일반의약품의 투약 등에 있어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보건교사 자격을 보유한 보조인력만이 학교의 제한적인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의 건강권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순회보건교사가 오는 학교에 보조인력을 배치할 경우 특별한 건강 문제가 있는 학생을 위한 보조인력이 학교보건업무를 담당하게 돼 입법 취지에 맞지 않게 보조인력 배치 조항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서 보건교사가 상주하는 학교에 보조인력을 배치한다는 조건도 명시하기를 요구했다. 보건교사회는 이 외에도 보조인력 배치를 전적으로 학교장에게 맡길 경우 학생의 변동에 따른 수급 관리가 어려우므로 교육감이 보조인력의 운영, 예산, 수급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항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차미향 보건교사회장은 “동일한 자격일지라도 교사 자격증이 있는 스포츠 강사가 체육수업을 보조하듯이 보건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보건교사를 보조할 수 있다”면서 “대상이 학생이고 환경이 학교이므로 현장에 있는 보건교사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면 학부모들이 바람대로 질병이 있는 학생을 더 세심하게 잘 돌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18 충청남도지사배 남녀 궁도대회가 5월 6일부터 7일까지 서산시 갈산동 소재 서산 서령정에서 서산시궁도협회장을 비롯한 충남 15개 시·군 27개 정 궁도협회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서산시 궁도협회(회장 안상환)와 서령정(사두 이재일)이 주관하고 각 시군 체육회, 충남궁도협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에서는 사전경기, 국민의례, 대회사, 격려사, 축사, 선수대표 선서로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입·승단 대회도 함께 개최되어 그동안 갈고 닦은 궁사들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시간을 가졌다. 이재일 서령정 사두(射頭)는 축사에서 2018 충청남도지사배 충청남도남녀궁도대회를 개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궁도인 여러분이 명예를 걸고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우리 한민족은 예로부터 활을 잘 쏘는 민족으로 일가견이 있어 동이족(큰 활을 차고 다니는 민족이란 뜻)으로도 불린 만큼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한결같이 궁도는 심신 수양에서 최고의 운동이라며 오늘 이 대회를 통해 궁도인의 기상을 맘껏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도 여주시 금당초(학교장 김경순)은 4월 24일(화)일 생태교육수업으로 ‘모종 심기'를 하였다. 1학년에서 6학년 어린이는 물론 유치원 어린이들까지 함께 모종의 생김새를 관찰하고 심을 작물의 종류에 알맞게 모종 심기를 하였다. 유치원학생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감자를 심었고, 1~2학년은 여주의 특산물인 땅콩을 심었다. 토마토와 땅콩을 심고 예쁜 이름표도 만들어 꽂아주었다. 3학년과 4학년은 옥수수를 심었고, 5학년과 6학년은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2017년 상추를 심어 급식시간에 자신이 재배한 상추를 따서 먹었던 기억들을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학생들은 약하고 약한 모종을 정성껏 심었다. 생태교육을 위해 텃밭에서 자신이 심은 모종 키우고 수확하며 자신이 재배한 작물을 이용한 관찰 일기 쓰기 및 요리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다.
"선생님, 스승의 날 축하드려요." "k구나. 그 동안 어떻게 지냈니?" 오래 전 스승의 날, 장미 꽃 한 송이를 받았습니다. 지금도 그 때 받았던 진한 감동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좀 겸연쩍은 모습으로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는 k의 모습을 보면서 예전의 일이 필름처럼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k는 실어증에 걸린 아이처럼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처를 많이 받고 자란 k는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k는 발표를 거의 하지 않고 늘 혼자였지요. 그래서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피구나 발야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k를 여러 아이들 앞에서 인정해주고 번쩍 들어서 몇 바퀴 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 때마다 다른 녀석들이“선생님, 저도요.”졸라대는 통에 몇 녀석을 돌려주고 나면 운동장이 빙빙 돌곤 했답니다. 한 k와 사육장 토끼풀을 뜯으러 다니면서 k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k는 점점 말도 하고 가끔씩 웃기도 하였습니다. 그해 겨울 방학, “선생님, 심심해요. 빨리 개학을 해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 서툰 글씨로 쓴 한 장의 편지를 받았는데 편지를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나와서 견딜 수 가 없었습니다.그 동안 잔잔하게 심은 사랑의 씨앗들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엊그제 햇병아리 교사로서 발령을 받은 것 같은데 벌써 27년이란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첫 발령 때 쏟았던 정열을 지금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베풀며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되겠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스승의 날이 다가옵니다. 많은 교사들이 스승의 날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교사가 무슨 선물만 받는사람처럼 속물 취급하는 게 너무 싫고 심지어 자괴감마저 듭니다. 심지어 주변에 많은 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거나 그 날은 휴일로 지정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루빨리헌법에 교권을 명시하고 교권이 회복되어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존중하는 사회 풍토가 이루어졌으면좋겠습니다.
전남 강진칠량중학교(교장 김현국)는 지난 5월 2일(수)에 강진청어람 협동학교군(강진칠량중, 대구중, 도암중)의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가 함께하는‘사랑 ‧ 한마음 체육대회’를 강진칠량중 천연잔디 운동장에서 개최했다. 이를 주관한 양승문(체육)교사는“이번 연합 체육대회를 통하여 그동안 소규모 학교이기에 경험하기 어려웠던 선의의 경쟁심과 다양한 형태의 교류를 통한 협동심과 배려심을 함양하도록 하기 위해 청·백팀으로 나눠 실시했으며, 특히 3개교 교직원과 학부모는 친선 경기를 통하여 모두가 함께 어우르며 하나가 되는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현국 교장은 인사말을 통해 “재물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며,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모두를 잃는 것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말과 아침 0교시 체육수업후 1,2교시의 수학과 과학실력이 2배로 향상되었다는 미국 하버드대 존레이티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운동을 통한 건강 유지는 매우 중요하며, 또한 꿈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고 강조하였다. 학생회 양승준(학생회장)학생은 “작년과 다르게 3개 학교 학생들이연합 체육대회를 하게 되어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좋았고,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친구들과 함께 노력하는 태도와 상대의 패배에 대하여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뜻깊은 시간을 갖게 됐으며 내가 속한 청팀이 우승하여 기분이 좋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지난달 27일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육계에서도 평화 통일 세대를 위한 남북 교육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경미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은 통일연구원과 함께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평화, 새로운 시작: 교육정책의 역할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는 박경미 의원과 김연철 통일연구원 원장의 인사말로 시작해, ▲‘북한의 교육개혁과 남북 교육교류협력의 과제’를 주제로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한다. 이어 ▲‘북한 교과별 교육과정 현황 및 남북교류협력 방안’을 주제로 ‘국어’는 권순희 이화여대 교수, ‘영어’는 정채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수학’은 나귀수 청주교대 교수, ‘과학’은 신원섭 서울 동일초등학교 교사, ‘정보기술’은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다. 주제발표에 이은 패널토론에서는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 통일교육연구실 선임연구위원 ▲김한중 EBS 학교교육기획부장 ▲권영민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과장이 토론자로 나서, 연구기관, 언론, 정부부처의 입장에서 교육분야에서의 남북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진다. 행사를 주최하는 박경미 의원은 “지난 27일, 남북의 정상이 만나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는 모습은, 우리가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며 국민들께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며 “오늘 세미나를 통해, 통일 시대를 이끌 우리 아이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남북 교육교류협력의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북문경교육지원청(교육장 엄재엽)은 전남무안교육지원청과 5월 2일(수)~3일(목) 이틀간 일정으로 ‘영·호남 교류 행사’를 실시했다. 이번 워크숍은 양 기관 교육장 및 초·중·고등학교 교장, 장학사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로교육 및 자유학기제 활성화를 위한 영·호남 상호 교류 행사’로 학생들의 진로체험 활동 지원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날인 2일에는 문경교육지원청 주관으로 무안교육지원청 김천옥 교육장외 36명과 관내 초·중·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참석한 가운데 모전초등학교에서 개최되었으며 학생들의 끼와 재능을 뽐내낸 멋진 관현악 및 합창 공연이 있었으며, 다완박물관 등 문경 일대를 견학하면서 진로체험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교류하는 장을 마련했다.이튿 날인 3일에는 문경새제 찻사발 축제를 방문하여 자연 친화적인 진로체험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가졌다. 문경교육지원청 엄재엽 교육장은 “이번 교류 행사를 통해 학교간 상호 교류를 적극 지원하고, 학교와 진로체험터를 유기적으로 연계해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조용하기만 했던 교실, 그 시간 나와 함께 한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 마치 잃어버린 시간처럼. 그 시절 나를 만난 아이들은 나로 인해서 일 년이란 시간의 행복을 놓쳤다.“드르륵” 교실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하는 환한 얼굴들. 방과 후 끝나고 피곤하고 힘든데 5층까지 올라와서 인사를 하고 가는 아이들. 내가 뭐라고? 고맙고 감사해서 인사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을 붙잡는다. “잠깐만”그러고는 초콜릿을 들고 나가서 따라온 친구들까지 한 알씩 달콤한 내 마음을 건넨다. 그럼 꽃보다 더 환한 웃음으로“감사합니다”란 인사를 쉴 새 없이 한다. 초콜릿 하나에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수도 없이 듣는 마음 끝이 찡하다. 난 내가 선생님인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그러나 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한 순간의 착각으로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원래 내 책상 앞은 아이들이 문 열고 들어와서 가방 내려놓기 무섭게 달려와 어제 있었던 일을 쫑알쫑알 거리는 동네 복덕방 이야기 마당이었다. “하하”, “호호”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런데 고학년을 맡아 수업이 많아지고 쏟아지는 업무가 부담되면서 이야기 복덕방의 문을 닫았다. 그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잠깐만 나중에”, “자리에 들어가”, “선생님 지금 너무 바빠, 이 근처에 얼씬도 마”라는 소리를 자주하게 됐다. 그런 말을 일일이 하는 것조차 일의 집중을 방해해 반 전체에 공지한 후 내 책상 주변에 접근금지의 붉은 줄을 쳤다. 새 학년이 되면 의도적으로 규칙과 질서란 획일적인 도구로 아이들의 서로 다른 겉껍질을 사정없이 벗겨버렸다. 조용한 교실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성 없는 조용한 인형들을 만들었다. 입력된 로봇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아이들. 교실은 언제나 조용하고 아이들은 말이 없었다. 공부만 존재하는 교실, 웃음과 대화가 사라진 도서관 같은 교실로 바꾸어 놓았다. 공부를 가르치는 것 외엔 개인적인 유대감을 가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질서와 규칙 속에서 움직이는 인형, 난 인형을 조종하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선생님 반은 한결 같이 조용하고 애들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지도하세요?” 내가 만든 편리한 교실의 상황을 만족하고 있을 때 교육청에서 한통의 전화가 왔다. 나를 찾는 제자 돌이(가명)라고 하면서 선생님의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는데 알려줘도 되는 지 물었다. 그 짧은 순간 기억은 광속의 타임머신을 타고 두 번째 학교로 가서 내려앉았다. 새카만 얼굴의 웃음이 많았던 십몇 년 전의 그 이름이 기억났다. 학교에서 교사의 기억은 3초. 3초전을 묻는 것은 심각한 실례라고 할 정도로 바삐 돌아가는 일상이다. 그런데 내 기억에 저항 없이 돌이가 떠올라서 오히려 신기했다. 만났다. 시간의 뻥튀기 속에서 튀어 나온 돌이, 아이가 아닌 어른의 모습으로 바뀐 것 외엔 환한 웃음까지도 그대로였다. 마주 앉아서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선생님, 제가 정말 유명한 사람이 돼서 ‘TV는 사랑을 싣고’에 나가 선생님을 찾아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선생님을 찾아와서 너무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한 돌이는 육사에 입학해 전공과에서 수석 졸업을 하고, 학교에 조교로 있으면서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해 공부를 하고 있는 정말 유능한 재원이었다.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고, 충분히 훌륭하게 장성했고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는 나를 찾아 준 것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 특별히 보살펴 준 기억하나 없는 내 이름을 기억해서 와준 것만으로도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황송한 내게 돌이는 말했다. “전 선생님 때문에 공부를 시작했어요. 4학년 때까지 전 한 번도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말썽쟁이였습니다. 4학년 때 선생님은 제 빰을 때리면서 내 평생에 너 같은 놈은 처음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선 똑같은 말에도 늘 웃으시면서 돌아, 넌 너무 창의적이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하니? 정말 놀라워라고 하셨죠. 전 처음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습니다. 언제나 말이 많아서 선생님들께 꾸중 듣고 구제불능이란 말만 듣다가 선생님의 칭찬은 제 인생에 처음이었어요. 전 너무 신났습니다. 제 인생은 5학년 때부터 새롭게 시작됐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제 자아를 회복했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육사에 들어갔고요. 지금 제 모습은 모두 선생님 덕분입니다. 졸업을 하고 제일 먼저 찾아오려고 했는데 여건이 되지 않아서 지금 찾아왔습니다. 정말 더 훌륭한 사람이 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돌이는 자신의 마음에 살아 있는 선생님, 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잘못해서 선생님 앞에 서면 선생님은 긴 회초리를 양손으로 잡고 위로 번쩍 치켜들고선 ‘힘이여 솟아라’하고 장난스럽게 기합을 넣었어요. 그 심각한 상황에서 선생님이 그러시면 모두 긴장감이 무너지고 웃었습니다. 몇 대 맞을지 네가 정해라. 너에게 유리하도록 정해라. 단 0대는 안 된다. 그럼 대부분은 1대라고 말했죠. 좋아 1대. 다음엔 강약을 정해라. 엄청 약하게, 엄청 세게 중 하나를 골라라. 그럼 모두 엄청 약하게를 골랐어요. 정말 선생님의 매는 위에서 힘 있게 내려와서 엄청 약하게 손 바닥위에 살포시 내려앉았고 선생님은 다음부턴 조심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선생님은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 주시고 유머 감각도 있으시고 개성대로 우리를 이해해 주셨습니다. 선생님 같은 분은 처음이었고 전 선생님이 정말 좋았습니다.” 돌이는 그 사이에 변해버린 나를 앉혀 놓고, 자신의 추억 속에 있는 좋은 담임 선생님에 대해 자랑을 했다. 그 시절 내 기억들의 먼지가 털리면서 행복했던 그 당시의 시간들이 빛을 발하며 눈부시게 되살아났다. 아이들에 대해 어떤 기대나 잣대를 갖지 않았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이해했다. 모두 예뻤다. 개성대로 다 예뻤다. 이래서 예쁘고 저래서 예쁘고 모두 내겐 예쁜 꽃이었다.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꽃들이 내 화단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날마다 물을 주어야 하는 꽃, 며칠에 한 번 씩 물을 주는 꽃, 한 달에 한 번씩 물을 줘도 되는 꽃, 저마다 살펴서 내 화단에서 잘 자라도록 보살폈다. 발표력 없는 어린이는 발표력 신장, 친구가 없는 어린이는 친구와 잘 놀기, 고집이 센 어린이는 고집 내려놓기, 거친 어린이는 부드러움 배우기 등 그 어린이의 장점을 살려주고 단점을 옅어지게 하는 화단의 거름 종류도 다 달랐다. 거름을 만들기 위해서 두 귀를 열어놓고 어떤 이야기든지 다 들어주었다. 심지어 짝사랑하는 남자친구에게 초콜릿을 전해 주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 남학생이 조금 잘못하는 것을 빌미로 오후에 남겨서 그 초콜릿을 내가 전해주기도 했다. 언젠가는 좋아하는 남학생과 한 번도 한 반이 되지 못한 아이가 이제 같은 반 될 기회는 영영 없다고 하루 종일 운다는 학모님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 봄방학 때 그 아이와 만나 대학교정에 데려가서는 기회는 없는 것이 아니고 그 남학생이 가는 대학교에 꼭 같이 가면 된다며 위로하기도 했다. 토요일에는 희망하는 애들을 데리고 어린이 뮤지컬을 보고 밤에 집집마다 데려다 주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돌이와 보낸 짧은 일 년의 시간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내가 얼마나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냈는지, 내가 버린 아름다운 시간들이 먼저 내게 다가오려고 기억들끼리 부딪혔다. 내가 그랬지, 내가 그랬었지…. 그 사이 변해버린 내 교실은 조용하고 말이 없다. 내가 원하는 네모상자에 아이들을 모두 가둬 놓았다. 내 귀는 닫혔고 성적의 키만 재고 마음은 가두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못질을 해 놓았다. “선생님, 선생님의 좋은 마음은 절대로 변하지 마세요. 공부는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는 순간 언제든지 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랑받는 것, 이해 받는 거예요. 재미있고 유머 있는 선생님의 모습은 절대로 변하시면 안됩니다.” 돌이는 내가 얼마나 변해버렸는지 내가 얼마나 소중한 것들을 버렸는지 알려줬다. 내가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시간은 암흑기였다. 조용하기만 했던 교실, 그 시간 나와 함께 한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 마치 잃어버린 시간처럼. 그 시절 나를 만난 아이들은 나로 인해서 일 년이란 시간의 행복을 놓쳤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아무런 행복도 주지 않았다. 그 시간들이 뒤늦게 미안했다. 나는 그 아이들이 모두 잘 되길 엎드려 기도했다. 여름방학 때 돌이가 나를 육사에 초대했다. 육사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줬다. 교수실에서 커피를 직접 내려 줬다. 돌이는 시간만 나면 내가 얼마나 좋은 선생님인가를, 내가 잃어버린 기억들을 꺼냈다. 좋은 커피 향내가 진할수록 잃어버린 나의 시간들이 아프고 나로 인해서 행복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이제는 더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더 사랑한다. 생일이 되면 생일 노래를 다 같이 불러 주고 두툼한 초콜릿을 건네주면서 너스레를 떤다. “이건 선생님 마음이야. 엄마, 아빠도 드리면 안 되고 동생도 안 되고 친구도 안돼. 오로지 너만을 위한, 너만 먹고 살쪄야 하는 초콜릿이야.” 모두 웃지만 자신의 생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생일 달이 되면 생일이 언제라고 와서 알려주고 칠판에 적어두기도 한다. 그리고 한 번도 선생님에게 생일선물을 받은 적이 없는데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2교시를 마치면 카페를 연다. 크래커 하나, 뻥튀기 하나, 옛날 과자 하나, 사탕하나, 초콜릿 하나는 간식이 아니라 피곤한 뇌에 에너지를 보충하고 2시간 공부하느라고 수고한 마음에 휴식과 기쁨이었다. 에이스는 커피에 찍어 먹는 맛이라고 조를 땐 안 된다고 하면서 벌써 커피 한 잔 타서 책상 위에 올려 두고 한 번씩만 살짝살짝 찍어가라고 말한다. “엄마에게 비밀”이라고 괜한 손가락 약속도 걸었다. 2교시 마치고 먹는 크래커 한 조각이 너무 맛있어서 집에서 한 봉지를 먹어봐도 그 맛이 나지 않는단다.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먹는 2교시의 과자 한 조각 맛은 흉내 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상담하러 오신 어머님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선생님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고 한다. 우리 선생님은 긍정의 여신이라고 말한단다. 선생님은 나를 잘 이해하시는데 나를 낳은 엄마는 왜 자신을 이해를 못하느냐고 따진단다. 난 오늘도 내 교실이 좋다. 세상의 교육적 목표에 휘둘리지 않고 내 방법으로 아이들을 사랑한다.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려고 나는 광대가 되기도 하고 성우가 되기도 하고 연극배우가 되기도 한다. 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려고 교실에 들어간다. 해마다 학년이 끝나고 받는 편지엔 “선생님, 저도 꼭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라고 적어준다. 벌써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교사 아내를 둔 돌이는 내 암흑기에 나타난 천사였다. 그 때 돌이가‘5학년 때 담임’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다면 난 교실 속의 행복을 영영 잃어버린 채 인형의 집을 여전히 짓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돌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듯이 돌이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난 돌이에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선생님이고 싶어서 내 얼굴이 바뀐 가면을 말하지 않았다. ----------------------------------------------------------------------------------------------------------------[2018 교단수기 공모 금상-수상 소감] "난 행복한 선생님" “선생님, 전지현 같이 예뻐요.”"선생님, 미스코리아 같아요.” 나를 사랑하는 아이들은 지나치게 왜곡된 표현으로 나를 추켜세운다. 나름 뻔뻔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차마 수용할 수 없어 “너무 갔어. 우리 반의 비밀”이라며 쑥스러워 하면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아이들의 그 고마운 눈빛에 마음을 붉히며 이 나이에도 이런 사랑을 얻는 나는 교실에서 행복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꿈은 처음에도 선생님, 지금도 선생님, 마지막에도 선생님이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가장 먼저 교실 문을 여는 것을 좋아한다. 교실 문을 열 때, 오늘도 교실 문을 열수 있는 건강함을 주심에 감사한다. 또 선생님으로, 참다운 어른으로, 이해와 배려로 아이들을 사랑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교실로 들어간다. 퇴근 할 때는 곧게 자라도록 처방한 쓴 약, 달콤한 약이 아이들의 마음을 달랬는지, 아이들과 행복한 교실을 만들었는지 돌아본다. 그리고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교실 문을 닫는다.
수원 권선초등학교(교장 김중복)에서는 5월에 학부모회(회장 송수정)가 아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학부모회 어머니들 주관으로 자원봉사 하시는 분의 도움을 받아 학부모회 상주실에서 풍선아트가 한창이다. 학부모회에서는 어린이날 기념으로 나라의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궁리하다가 어린이들에게 풍선으로 만든 여러 가지 모양의 선물을 주어 축하해 주자는 의견을 모았다. 5월 2일~4일 3일간 오전에 학교 학부모회 상주실에 모여 전교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풍선 선물을 만들었다. ′서로 존중하며 바르게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 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권선초등학교는 올해 다른 해 보다도 더욱 학부모회가 활동적으로 움직이며 서로 공동체의 의식을 가지고 학교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협조 하고 있다. 풍선 선물을 받은 4학년 1반 김승현(예명)학생은 “오늘은 너무 기뻐요. 어린이날 기념 체육대회도 하고 이렇게 멋진 모양의 풍선을 받으니 즐겁고 행복해요!”라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을 할 예정인 권선초등학교 학부모회는 학생들에게는 행복한 기쁨을 나누어주고, 학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언제나 학교와 함께 협조 하며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정신의 밑거름이필요할 때 스승의 목소리를 찾다 삶의 특별한왕도는 없으나 길은 있다 이 책은 가장 아끼는 책 10순위에 안에 두고 가끔 들어가 쉬는 안식처 같은 책이다. 마치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처럼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참 좋은 도반이다. 새 책을 구할 수 없어서 애를 태운 책이라서 더 소중히 하는 책이다. 책이건 사람이건 그것이 어떤 사물이건 간에 마음이 가는, 특별한 대상이 가까이 있음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사람보다는 책이 더 좋은 벗임을 알게 한 책이라서 더욱 아끼는 책이다. 높은 곳에, 깊은 지혜의 대가임을 잊게 하며 곁에서 조곤조곤 위로하고 다독여주는 진솔하고 쉬운 언어로 세상의 상처를 아물게 했던 두 성인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속삭여준다. 세상에서 만난 나의 어버이와 스승에게서는 듣지 못한 천상의 언어들이 이랑마다 서너 줄씩 들어앉아 고구마 줄기를 캐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공자와 붓다가 남긴 언어는 완전한 문장을 넘어 불굴의 문장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전을연구하는 작가 박민영의 해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원문을 해석해내는 해박한 지식에 놀라고 방대한 수집력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책이다.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깨달음이 반가운 벗을 만나는 기쁨처럼 조용히 밀려온다. 작가는 공자의 논어와 초기 불교의 잡아함경을 중심으로 두 성인의 깨달음에 이르는 시각의 공통점을 알기 쉽게 비유적으로 풀어냈다. 지나간 것은 쫓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오직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관찰해야 한다. -42쪽 『중부경전』131, 일야현자경』 공자 역시초자연적 현상이나 귀신이 개인에게 복이나 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공자의 시대는 미신의 시대였다. 공자의 시대에는 주나라의 왕권이 무너지고 군웅들이 서로 패권을 다투며 전쟁과 살육을 일삼는 무도의 시대였다. 인간성이 말살당하는 극한 시대에서 공자가 선택한 것, 그것은 주술과 미신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였다. -44쪽 많은 재물을 지니고 금은을 모으고 넉넉한 음식을 실컷 먹고 그것도 혼자서 미식을 즐기는 것, 이는 패망에 이르는 문이다. 자신은 부유하게 지내면서 늙으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봉양하지 않는 것, 이는 패망에 이르는 문이다. 내 아내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여러 유녀(遊女)를 사귀고 또 남의 처자를 찾는 것, 이는 패망에 이르는 문임을 알아야 한다. 무사(武士) 집안에 태어난 자가 재물은 적은데 갈애는 커서 이 세상의 왕위를 바라면 이는 패망에 이르는 문임을 알아야 한다. -51쪽『패망경』 자기가 의지할 곳은 자기뿐이니 그 밖의 어디에 의지할 데 있으랴! 자기가 잘 조어(調御)될 때, 더 없는 의지처를 얻게 되리. -161쪽 『법구경』 공자의 제자 자로는 어느 날 공자에게 귀신 섬기는 일에 대해 물었다. 자로는 예를 중시하고, 예의 가장 대표적인 의례인 제사를 중시하는 스승이 귀신을 섬기는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여기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자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도 아직 섬기지 못하는데 어떻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느냐?" 다시 한 번 죽음에 대하여 묻는 자로에게, "삶도 아직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을 알겠느냐? " 공자는 인간이 죽은 뒤의 유토피아를 말한 적이 없으며, 삶의 문제를 죽음의 문제 때문에 미루지 않았다. -49쪽 공자의 군자는 붓다의 바라문과 상통 공자와 붓다는 귀한 사람을 일컫는 군자와 바라문에 새로운 도덕적 관념을 부여했다. 그리고 태생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매겨지는 것에 반대했다. 사람은 태생에 아니라 그 행위의 도덕성에 따라 평가되어야 했다. 공자에게 그 도덕성은 '어짊'으로 표현되었고, 붓다에게는 '자비'로 표현되었다. 공자와 붓다는 세간의 신분 개념을 뛰어넘어 높은 정신적·도덕적 가치를 구현한 자만이 고귀한 자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한국 사회에서는 금수저, 흙수저에 이어 무수저까지 동원되어 현대판 신분 개념이 판을 치고 있다. 공자나 붓다의 시절 보다 더 참담한 신분 개념이 아닐 수 없다. 물질문명은 발전을 거듭했을지 모르나 정신문명은 퇴보하지 않았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랴! 어질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기엔 현실이 녹록치 않으니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닫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눈을 가리는 일쯤은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으니 어쩌랴. 오죽하면 명문대생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설문조사에서"10억이 생긴다면 감옥에 가서 몇 년쯤 살고 나올 수 있다"는 대답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는 웃지 못 할 얘기가 회자될까. 가난과 실업을 즐기며 살 수 있는 강심장은 없으니 누가 탓할 수 있으랴!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일을 정당하게 열심히 일을 하고 일상의 행복을 누릴 만큼만 살 수 있다면 안반낙도까지는 아니어도 인간임을 자부하며 살기를 바라는 것은 최소한의 자유가 아닐까? 어쩌면 소시민의 삶에서 군자와 바라문은 바라볼 수 있는 우러름의 대상일 뿐, 실현하기 어려운 덕목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살기 어려울수록 바라볼 대상을 찾아 삶의 희망이 되어줄 빛을 찾아나서는 것은 인간만이 지닌 특권이기도 하다. 희망이 없는 삶은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므로. 일상에서 착한 마음으로 사는 일, 누구에게도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시키지 않는 삶을 지향한다면 우리는 이미 군자이고 바라문이다. 군자와 바라문은 멀리 있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서 우리가, 내가 실현시킬 아름다운 삶의 지표이기에 공자와 붓다는 고전이라는 책 속에서 걸어 나와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영원한 스승 공자와 붓다가 전하는 깨달음의 보석을 캐내며 다시 길을 나선다. 공자와 붓다는지극히 현실적인 인류의 스승이었음에 놀라고,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스승이자 철학자일 것만 같은 친근함을 느끼도록 당시의 상황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 쓴 작가의 필력은 부러움을 느끼게 한다. 마치 먹고 싶지만 질겨서 먹을 수 없는 귀한 고기를 숙성시켜서 부드럽게 갈무리하여 감탄을 자아내며 한 입 베어 무는 미식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요리사의 손재주를 느끼게 한다. 언어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발효시켜 독자를 감동시키는 문장을 담아내는 힘은 아무나하기 어려운숙련된 노동의 대가이리라. 선반 위에 올려놓은 두 성인이 차려준 음식을 먹기 좋게, 알아듣기 쉽게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차려낸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인류의 영원한 스승의 목소리를 들으니 다시 힘이 솟는다. 선생의 길을 다시 걸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지난 1~4월 개봉작중 5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블랙팬서’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다. 2월 14일 개봉한 ‘블랙팬서’의 관객 수는 539만 6881명(5월 2일 기준)이다. 4월 25일 개봉, 상영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관객 수는 624만 9392명이다. 그런데 그것이 개봉 8일 만에 동원한 관객 수다. 앞으로 얼마가 더 늘어날지 예측불가다. 이에 비해 지난 1~4월 개봉작중 최다 관객 한국영화는 341만 7615명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 지난 해 말 개봉한 ‘신과 함께-죄와 벌’, ‘1987’이 각각 500만 명 이상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최다 관객 2위 한국영화는 3월 28일 개봉한 ‘곤지암’(감독 정범식)이다. 관객 수는 5월 2일 기준 267만 4924명이다. 그러나 실익면에선 ‘곤지암’이 ‘그것만이 내 세상’을 압도한다. 훨씬 더 대박인 것. 총제작비 22억 원의 ‘곤지암’은 267만 명인 반면 58억 원의 ‘그것만이 내 세상’은 341만 명이기 때문이다. ‘곤지암’은 손익분기점 70만 명쯤이지만 267만 명, ‘그것만이 내 세상’의 경우 210만 명에 341만 명뿐이니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먼저 ‘곤지암’이 새로 쓴 역사부터 살펴보는게 유익할 듯하다. ‘곤지암’은 ‘장화, 홍련’(2003)에 이어 역대 한국공포영화 흥행 2위로 올라섰다. 이전 흥행 2위는 ‘폰’(2002)이었다. ‘곤지암’의 3월 31일 하루 관객 수는 42만 3394명이다. 이는 역대 공포영화 최고 1일 스코어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전 공포영화 1일 최고 스코어는 ‘겟아웃’(2017)의 33만 3900명이었다. 또한 ‘곤지암’이 1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개봉 5일 만이다. 이는 최근 10년간 한국공포영화 가운데 최단기간 100만 돌파 기록이다. 역대 외국공포영화 최고 흥행작 ‘컨저링’(2013)의 100만 돌파 기록보다 나흘이나 앞선다. 기록은 이 정도로 그칠 것같지만, 그 동안 침체가 계속됐던 한국공포영화의 부활을 알린 ‘곤지암’의 의미는 각별해 보인다. ‘곤지암’은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남양신경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2012년 미국 CNN이 세계 7대 소름끼치는 장소로 선정한 바로 곤지암 정신병원이다. 실제 곤지암 정신병원은 1996년 폐원했지만, 집단 자살이나 병원장 실종 등 영화 속 설정은 허구다. 건물 주인이 제기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도 기각됐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촬영은 부산의 한 폐교에 지은 남양신경정신병원과 똑같은 세트에서 이루어졌다. 영화는 크게 디데이 전 공포체험단 미팅 과정과 곤지암 체험 두 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 극영화 구성방식은 아니다. 물론 영화시작후 약 18분부터 70분 남짓 펼쳐지는 ‘라이브 호러쇼’가 주를 이룬다. 100만 뷰를 목표로 한 인터넷 생중계 내용이 귀신 이야기라니 전통의 ‘처녀귀신’이 울고갈 공포영화의 진화라 해야 할까. 영화는 일단 귀신도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뭔가 오싹하게 하는 공포감 조성에 성공하고 있다. 아마 BJ식 체험형의 인터넷 개인방송을 보는 듯한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래서 생생해 보이는 전개방식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극영화도 아닌 전혀 새로운 방식의 공포체험 영상이 10~20대의 호기심을 잔뜩 부추겼을 법하다. 공포 분위기는 조명발이기도 하다. 해당 부분만 랜턴으로 보여줘 다른 곳에서 나는 소리 따위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가령 강림의식후 촛불이 꺼지고, 본부석 전원이 나가고, 휴대용 가스곤로에 자동으로 불꽃이 타오르는 부분을 비추는 조명 등이다. 또 여러 명이 떼로 하는 체험이라 서로 다투고 악 쓰는 자체가 공포감 극대화로 이어지고 있지 싶다. 일반 극영화 구성방식은 아니라고 앞에서 말했지만, 따로 결말이 없는 공포체험 현재진행형 엔딩은 좀 아니지 싶다. 공포에 도취 또는 함몰되었으면 되었지 무슨 결말이 따로 필요하냐는 것인가? 배우들이 관객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도 공포감을 강요하는 듯 보여 좀 아쉽게 느껴진다. 웃음을 강요하는 억지 코미디처럼 말이다. 드라마에서 낯이 익은 박성훈(성훈 역)을 빼고 대부분 배우가 신인인 점도 새겨볼만하다. 배우 전원이 신인이라 “일반인이 중계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줘 공포감과 사실감을 극대화한다”(서울신문, 2018.3.21.)지만, 낯선 얼굴들이라 누가 누군지 다소 헷갈린다. 그것이 오히려 영화 이해의 걸림돌로 작용한 듯해 좀 아쉽다.
푸른 오월! 가정의 달, 감사의 달에 신록의 합창을 대하기가 심히 부끄러워진다. 초등학교 일학년 급식시간이다.20 명이 넘는 아이들의 담임인 일학년 선생님에겐 하루 중 제일 힘든 시간이다. 한 명 한 명 급식지도를 하다 보면 시간은 흐르고 자신의 밥은 식은 지 오래다. 그래도 숟가락 들려고 하면 마주 앉은 아이들끼리 다툼을 벌인다. 상황을 보면 싸울 일도 아닌데 먹는 모습이 웃긴다고 놀렸다 하여 수저를 던져버린다. 배려와 참을성, 감정조절능력이 부족함에 일어난 일이다. 3~4학년에서도 볼 수 있다. 수업 도중 고함을 지르더니만 순식간에 서로 뒤엉켜 주먹질이다. 이유는 쳐다보지 말라고 했는데 기분 나쁘게 자꾸 쳐다본다는 것이었다. 사건을 수습한 후 갈수록 삭막해지는 아이들의 정서를 생각하니 앞길은 뿌옇기만 하다. 요즘 아이들! 조금이라도 성가시고 힘든 일은 싫어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고 자신만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그러면 이런 상황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구한말 장지연이 펴낸 일사유사(逸士遺事) 나오는 이야기이다. 호조판서 김좌명이 하인 최술을 서리로 임명해 중요한 자리를 맡겼다. 그런데 어느 날 과부인 그의 어머니가 찾아와 아들의 직책을 떨궈 다른 자리로 옮겨 달라고 간청을 한다. 이유는 가난해 끼니를 잇지 못하다가 대감의 은덕으로 밥 먹고 살게 되어 부잣집 사위로 가게 되었는데, 처가에서 뱅어국을 먹다가 맛이 없어 못 먹겠다는 일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르고 열흘 만에 사치하는 마음이 생겼으니 재물을 관리하는 직무에 오래 있으면 큰 죄를 범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서리보다 더 낮은 직으로 옮겨 쌀 몇 말만 내려주어 굶지 않고 살기만 해 달라고 간청했다한다. 어머니의 현명한 판단으로 소중한 아들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대게 아이의 행동거지를 보면 그 부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 지면을 달구고 있는 화제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 재벌 삼세 갑질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들이 대한항공 창업주 조중훈 회장의 유지를 받들었다면 결코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석(靜石) 조중훈은 자서전 ‘내가 걸어온 길’에서 기업은 인간이 만들고 그 사람들로 구성되는 조직의 힘에 의해 육성, 발전되는 것이라는 소신으로 기업은 곧 인간이며 인화(人和)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것을 망각한 삼세들의 행동거지는 세간의 지탄을 받고 있다. 여기서 이런 행동거지의 출발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가진 자로서 금수저만 물려주는 것이 부모가 자녀를 생각하는 최우선인지 돌아봐야 한다. 작금의 현실은 본다. 가르침보다는 귀여워만 하고 내 아이만 최고로 생각하는 게 다반사이다. 음식을 먹거나 행동하면서 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둔다. 나무라야 할 일을 오히려 잘한다고 하고 꾸짖을 일에 오히려 웃는다. 이런 성격은 철들고 나서도 당연히 그래도 되는 줄 안고 교만이 습성화되어버린다. 뒤늦게 부모가 잘못을 알고 고치려고 해도 자식은 날로 성냄과 원망이 늘어 끝내 패덕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러면 지금 우리 부모의 자화상은 어떠한가? 자식에게 바른 가치판단과 행동의 곧음을 훈계하기보다 경쟁 사회에서 상위 1%에 들게 하는 데만 몰입하고 있다. 그러니 인성교육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비싼 학원을 보내 좋은 대학만 가면 부모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그런 생각이 지금의 현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공자는 어려서 이룬 것은 천성과 같고 습관은 자연과 한가지라고 했다. 부모가 바른 본을 못 보이니 자식에게 가르침이 바로 서질 못함을 말하고 있다. 공교육도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인격으로 대우하자고 체벌을 금지하니 선생님이 잘못을 나무라면 쌍욕을 하고 주먹질이며 교권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입시에 목숨을 거는 학생들에게 인성 교육은 먼 시골에나 찾아볼 수 있는 물건이 되었고 스승의 권위는 더 이상 없다. 단지 돈 내고 배우는 학원 선생에게 있을 뿐이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앞날은 암울하다. 이제 깨어야 한다. 경쟁보다는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여유를 갖게 하고 바른길과 판단으로 내 주변을 생각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의 인성을 심어야 한다. 그것은 삶의 첫 장인 가정에서 부모의 올바른 교육관이 자녀의 모델이 됨을 새겨 실천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매년 맞이하는 오월이 더 찬란하게 빛나며 살맛나는 우리나라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로 제62회를 맞이한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가 지난 달 28일 발표심사 및 최고상 심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1200여명의 교원이 참가했으며, 시·도 대회를 거쳐 213명의 1∼3등급 입상자를 배출했다. 현장교육연구대회는 학교현장 교원들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교육자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자기계발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이후 대부분의 교육연구대회에 참가하는 교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연구하는 교원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사회는 늘 학교교육의 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교육현장을 책임지는 교원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오히려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해, 현장교원들의 열정을 꺾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비 지원도 없이 전문성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를 승진에 매달리는 교사로 매도하기도 하고, 심지어 연구점수에 대한 비중 감소로 대다수 연구하는 교원들의 연구에 대한 의욕마저 사라지게 했다. 교원이 자신의 교육활동과 수업에 대해 탐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바탕으로 꾸준히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고 해도 정작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연구하는 선생님’은 현장에서 점차 사라질 것이다. ‘연구하는 선생님’을 통해 배움이 실천되는 생동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연구교원들이 우대받는 풍토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 연구하는 교사들에 대한 재정 지원은 물론 그 결과에 대한 보상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한 각종 교육연구대회 결과물들이 학교현장에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교직의 전문성이 더욱 중시되고, 이를 통해 교원이 교육자로서 존경받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교육개선의 출발점이다. 교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 중에는 현직 교사가 올린 글도 있다. ‘스승’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기념일을 ‘스승’이 원치 않으니 없애 달라는 내용이다. ‘뜻깊은 기념일로 여겨져 왔던 스승의 날이 오히려 스승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다 못해 차라리 없어져야 할 날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교권 추락으로 인해 스승의 날 교사들이 축하받는 분위기는 사라져가고 있으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생화 카네이션조차 선물해서는 안 된다고 하니 누가 작은 카네이션 씨앗 한 알이라도 가져올까봐 더욱 두려운 날이 됐다는 것이다. 스승의 날만 다가오면 김영란 법과 교사를 묶은 뉴스들이 자주 노출되고, 그 아래 달린 교사 비하 댓글들을 교사들은 씁쓸하게 보고 있어야 한다. 여전히 스승의 날을 통해 제자들이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는 따뜻한 모습이 많이 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을 키워준 은사가 있는데 스승의 날이라도 있어야 자연스럽게 안부라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스승의 날을 2월 중순으로 바꿔달라는 요청도 여럿 눈에 띈다. 1∼2월에 학기를 마치는 교육 현실 상 모든 평가가 끝난 뒤 자유롭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제안한 것이다. 정부는 미래 대한민국을 위해 애쓰는 현장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 교사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사회 곳곳에 넘쳐야 한다. 자꾸 교사를 위축시켜 소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면 교육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교사들도 스스로 존경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계속 냉대하는 분위기만 더 높아진다면 교사들은 결코 힘을 낼 수 없다. 교사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절실한 때다.
필자는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의 해외 파견교사로 지난해부터 오세아니아 피지의 고등학교에서 현지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개발도상국인 피지의 학교 풍경은 한국과 매우 대비된다. 새 학기 개강 2주 만에 갑자기 재발령으로 떠난 교사가 있는가 하면, 한 달이 넘게 아직 발령이 안 된 빈자리도 있다. 그래서 학기 초 한 달 정도는 지도 교사와 담임까지 수시로 바뀐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주 큰 문제지만 여기서는 임시담임이 있으면 되고 새 교사가 올 때 까지 다른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보강을 맡으면 되는 별 일 아닌 일이다. 학기 초 우리와 대비되는 풍경 그리고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아 재촉하는 일들에 치이지 않는다. 아침회의 시간을 자주 갖고 다함께 이야기 나누며 하루를 연다. 정리와 전달이 잘 안되고 뭐 하나에도 무척 느리다. 그래도 신기하게 학교는 잘 돌아간다. 당일 일정이 수시로 바뀌어 “이번 수업은 도대체 몇 시에 끝나느냐”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종 치면 끝나는 거죠”라는 답변을 듣고 혼자 웃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은 조회가 있어 모두 강당으로 등교한다. 이 때 학생들은 학년, 반에 관계 없이 그저 오는 순서대로 채워서 강당에 앉는다. 이렇게 전교생이 오는 순서로 섞여 앉아도 이곳에서는 학생 지도와 교육에 별 문제가 없다. 오히려 큰소리 없이 신속하게 정리 되고 지각하는 학생들로 인한 시선 분산과 방해도 없다. 학생들에게는 개인 교과서가 제공되지 않고 학교 도서관에서 매 년 빌려 사용하게 되어있다. 이런 학생들이 너무 안쓰러웠는데,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이고 전혀 불편함이 없다. 노트에 교과서를 베끼다시피 하는 것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익숙한 일이고 다들 이렇게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학생들에게 한국에는 개인 교과서를 매년 종류별로 제공해 주고 마음껏 체크하며 공부한다고 말하자, 책에 어떻게 낙서를 할 수가 있느냐고 한다. 또 책들의 무게는 어떻게 감당하며, 일 년 후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오히려 걱정과 위로를 받았다. 서로 다른 환경과 그에 맞춰 다양하게 자리 잡은 문화, 각자 본인의 위치가 불편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생각하는 점은 정말 배울 만하다. 다름과 틀림을 생각하는 계기 처음에는 컴퓨터 없는 교무실, 한 개 뿐인 복사기 등 낙후된 환경에서 어쩌면 이렇게도 불편하게 지낼까 여겼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빠른 교내 네트워크 덕분에 일처리가 신속 정확하고 빠르긴 했지만, 정신없이 날아오는 메신저에 각종 업무 재촉이 너무 많아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학기 초 학생들 특성을 파악해야 하고 새로운 업무도 빠르게 대응하며 옆에 계신 선생님과 이야기 나눌 틈도 없이 긴장의 시기인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물론 두 나라의 상황을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이곳의 상황을 접하면서 교육적인 시야와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빠르고 완벽하게 쌓지 않더라도, 듬성듬성 느리지만 올바르게만 쌓아도 다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있다.
곧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온다. 요즘 전자우편이 카드마저 대신하지만, 예전에 매년 이맘때쯤이면 학생들이 보낸 카드가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이곤 했다. 그 카드와 함께 지금 외계인을 생각하고 있다. 진짜 외계의 별에서 날아온 외계인이 아니고 내가 젊었을 때 담임으로 맡아 지도했던, 외계인이란 별명을 가진 기필이를 머리 속에 그려본다.찌는 듯이 더운 여름이면, 까만 피부에 머리를 짧게 깎고 노란 러닝셔츠 하나만 입고 교복 바지는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리고 양말도 안 신고 수건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공부만 하기 때문에 반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기필이는 열심히 공부해서 언제나 1학년 전체에서 일등을 하고 성실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다. 지금도 그 까만 피부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가 내 눈앞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듯하다.다음 해 정초, 내가 살던 과천에 하얀 눈이 삼십 센티나 와서 걸으면 눈 속에 발이 푹푹 파묻혔다. 기필이가 서울에서 경기도 과천까지 ‘엄마’에게 세배하러 왔다며 나를 찾아왔다. 기필이 진짜 어머니가 아이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궁금하다고 나에게 전화를 거셨다. 당시 내가 학생들에게 상냥하게 대해 주어서인지 결혼도 하지 않은 나에게 ‘엄마’라고 불렀는데 지금 생각하니 고마운 일이다.하이타이 세제를 한 통 사 가지고 와서 세배 받으시라며 큰절을 했다. 한복을 곱게 입고 있던 내가 열일곱 살 먹은 제자에게 큰절을 받는다는 것이 조금 쑥스러웠다. 커피와 과자를 대접하니 선생님이 수업을 할 때 언제나 웃으면서 설명해서 참 보기 좋다고 했다. 나는 사실 기필이가 그렇게 말해 주기 전에는 내가 웃는 얼굴로 수업을 하는지도 몰랐다. 참 기분 좋은 말 선물이다.기필이가 2학년으로 진급한 봄에 교무실로 나를 찾아왔다. 담임 선생님이 바뀌어서 적응도 안 되고 집에서 참고서도 안 사주니 공부할 수가 없단다. 기필이의 고뇌에 찬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공부하고 싶어 열병이 난 아이에게 책이 없으니 어린 아이에게 장난감이 없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었다. 기필이를 위로해 주고 학교 앞 문방구에 가서 월급날 책값을 주기로 하고 외상으로 참고서 한 세트를 사줬다. 우리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책을 사주시고 월급날 책값을 제하고 월급 봉투를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렸던 것처럼.그해 초가을 어느 날, 밤늦게 귀가하니 부모님이 선물 보따리를 내놓으며 기필이가 다녀갔다고 하신다. 지금도 쓰고 있는 미제 바늘 쌈지와 생활용품 잡동사니 한 뭉치와 선생님만 보라는 포장지에 싸인 것도 있었다. 조심스럽게 풀어 보았더니 숨겨진 선물은 유아용 젖꼭지가 아닌가. 올드미스인 선생님이 빨리 결혼해줬으면 하는 제자의 바람이었던 모양인데, 그 순간 나는 혼자서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나중에 알고 보니 기필이가 결국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까지 했단다. 기필이는 정신병원에서 퇴원해 병원일지를 들고 자신의 집으로 가지 않고 나를 찾아왔다. 내가 집에 없으니 부모님이 나 대신 기필이를 상대해 주셨다. 장래에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아버지 말씀에 기필이는 미국에 곧 이민을 가게 돼서 육사에 들어가 육군 사관생도가 되겠다고 했단다. 선생님을 누나라고 불러도 되느냐는 순수하고 귀여운 질문에, 아버지는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선생님이며 누나가 될 수 없다고 진지하게 말씀해 주셨단다. 교육자인 아버지였기 때문에, 기필이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가며 상대했을 것이다. 나는 선물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착하고 열심히 공부만 하던 아이가 무슨 충격을 받았기에 그 정도의 정신적 고통까지 받게 되었을까.하늘이 높고 파란 가을 어느 날, 교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교무실 문을 노크하는 사람이 있었다. 남루한 옷차림에 피부가 약간 검고 상이군인처럼 한쪽 팔이 불구인 남자였다. 누구 학부형님이냐고 여쭸더니 다름 아닌 기필이 아버지였다. 식구들이 전부 미국으로 이민을 가므로 미국대사관 인터뷰에 필요해 재학증명서를 떼러 오셨단다. 서류를 떼어드리고 점심시간이라 자장면 한 그릇을 대접해 드리며 기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기필이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선생님에게 꼭 한 번 들르도록 전해줄 것을 기필이 아버님께 부탁했다. 하지만 기필이는 나에게 들르지 않고 조용히 떠나갔다.그해 12월 초, 미국에서 날아온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았다. 최기필이란 영문 이름! 기필이는 편지를 한국어, 일어, 영어의 세 가지 언어로 썼는데 공통적인 내용은‘선생님을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그때를 회상하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만면에 미소가 저절로 번진다. 그것은 무엇이라고 딱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지만 제자에 대한 반가움과 그리움일 것이다.다음 해 봄에 미국에서 이름이 낯설지 않으나 잘 모르는 남자가 나에게 여자 화장품이 든 조그만 소포에 편지를 곁들여 보냈다. 나는 편지를 읽고 나서 그 분이 기필이 아버지란 것을 알았다. 미국 사회는 고등학교에서도 여자 친구 문제, 술, 마약 때문에 교육시키기가 어려운데 기필이가 지금 방황하고 있단다. 부모의 말도 잘 듣지 않는데 오로지 선생님 말은 잘 들으니까 아들에게 예전처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설득의 편지를 써 달라는 내용이었다. 잠시 내 눈앞에 검은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보는 듯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장문의 편지를 간곡하게 써서 미국으로 보냈다.그 해 겨울에 기필이가 보낸 카드가 날아왔다. 인쇄된 명단이 있어서 보니, 놀랍게도 장학금 수혜자 명단에 기필이 이름이 있었다. 기쁘고 감격해서 기필이가 난관을 뚫고 성공한 이야기를 목소리를 높여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학교에 가서도 마치 내 일인 것처럼 자랑을 늘어놓았다. 나중에 기필이가 자신의 사진을 몇 장 보냈다. 한국에서 느끼던 기필이 모습이 아니라, 미국 청년 냄새가 물씬 풍겼다. 기필이 모습에서 환경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무서운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12월 초순만 되면 맨 먼저 카드를 보내줘서 겨울을 알려주던 기필이가 요즘 소식이 없다. 대학에 진학 했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결혼하여 일가를 꾸렸는지 여러모로 궁금하다. 아마도 스포츠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공부했던 그 시절처럼 미국 사회에서도 가치 있는 뭔가에 매달려 열심히 살고 있을 것이다. 외계인 기필이는 외계인 머나먼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스승과 제자인 우리 사이의 마음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다. 선생님에게 미국을 구경시켜 준다고 하던 기필이가 옛 이야기를 하며 나를 미국에 초청해 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 [2018 교단수기 공모 금상 수상작-수상 소감] 신년 초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국교육신문사에서 주관한 교단수기 공모전에서 내가 ‘금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깜짝 놀랍고 기뻤다. 이 모든 것이 사랑하는 모친과 돌아가신 부친 故 윤상렬 교장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 아버지께서 “얘야,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니? 싱싱한 이야기 좀 들려주렴” 하시면 소파에 앉아계시는 아버지 발치에 앉아서 아버지를 우러르며 마치 참새처럼 재잘대던 생각이 난다. 때로는 크게 웃으시고 때로는 빙긋이 웃으시며 경험담을 그냥 말로 흘려버리지 말고 교단 수필이라도 써서 책으로 내라고 격려해 주셨다. 아버지께서 살아 계신다면 수상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뻐하실까. 필자의 모친 최정임 여사는 어려서부터 자식들에게 예술적인 감성과 사물에 대한 미적(美的) 감각을 키워주셨다. 소식을 듣고 어머니께서는 따뜻하게 미소 지으시며 “역시 너는 내 딸이야, 잘했어!”라고 하신다. 어머니의 그 따뜻한 미소 덕분에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글 속의 기필이는 분명히 훌륭한 미국 시민이 되어서 잘 살고 있을 것이다. 기필이가 자신의 별명인 외계인 이야기로 선생님이 금상을 수상했다고 하면 그 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며 기뻐할 것 같다.수상의 기쁨과 영광을 돌아가신 아버님, 사랑하는 어머님과 가족들, 제자 최기필 군, 그리고 윤연모 선생을 아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한국교총은 4일 보직교사 수당 등 주요 수당을 인상하고 미지급 수당 지급을 촉구하는 ‘2018 교원 처우 개선 건의서’를 인사혁신처와 교육부, 기획재정부 등에 전달했다.교총은 건의서를 통해 “현행 교원의 보수는 교직의 특수성이 무시된 채 전체 공무원의 틀 안에서 결정됐다”면서 “교원 보수 우대를 규정하는 각종 교육관계법의 입법정신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교육기본법 제14조와 교육공무원법 제34조,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3조는 교원 처우 우대를 규정하고 있다.교원의 업무는 교수·학습 등 교육활동을 기본으로 돌봄, 학생 안전, 학교폭력 사안 처리, 환경위생 관리까지 광범위하다. 여기에 사회적 요구에 따른 업무까지 더해지고 있지만, 교원에 대한 처우는 나아지지 않는 실정이라는 주장이다. 18년째 제자리걸음인 교직수당이 이를 방증한다.보직교사와 보건교사, 영양교사, 특수학교·학급 담당교사에 대한 수당도 마찬가지다. 특히 보직교사의 경우 업무가 과도한 데 비해 그에 따른 실질적인 보상은 적어 보직교사 기피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보직교사 수당은 월 7만원으로 15년째 동결이다. 교총은 “학생 수가 많은 대도시 학교에서는 부장 교사를 희망하지 않아 교장이 경력이 긴 교사들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실정”이라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가 맡기도 한다”고 설명했다.입법 부작위로 누락된 유치원 원로교사 수당 지급도 요구했다.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 가운데 매달 1일 현재를 기준으로 30년 이상의 경력이 있고 55세 이상인 교사는 월 5만 원의 교직수당 가산금(원로교사 수당)을 받도록 돼 있다. 2004년 유아교육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유치원 교사들도 지급 대상이었다. 그러나 2004년 유아교육법이 신설되면서 지급 대상에서 누락, 현재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교감 등 관리직 교원의 처우 조정도 요구했다. 지난해 교총이 진행한 ‘교감 업무 및 처우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등학교 교감 586명 가운데 88%가 ‘현재 교감의 업무가 과중하다’고 답했다. 교감으로서 자존감이 하락하고 피로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처우 개선이 없다’를 꼽았다. 교총은 “교감 직급 보조비 수당 인상과 함께 직책수행경비를 신설, 지급해 교원들의 사기를 진작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교총은 또 대학교원의 교직수당 신설과 8월 퇴직자의 성과상여금 지급 등도 촉구했다. 신현욱 한국교총 정책교섭국장은 “이번 요구는 지난해 4월 교육부와의 교섭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정부 당국의 빠른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전달했다”면서 “교사 처우 개선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만큼 과중한 업무 부담과 책무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교육부가 오는 2020학년도부터 중·고교생들이 사용할 새 역사교과서(검정) 집필 기준인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 기준 시안(試案)'을 발표했다. 교과서 집필 기준은 검정 교과서 집필진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범주)이다. 이 시안은 앞으로 교육과정심의회의 심의·자문과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7월 초 역사과목 교육과정과 함께 최종 고시(告示)할 예정이다. 그런데 진보적 이념에 기울어진 집필 기준과 합치되지 않은 일부 내용 기술 가이드라인 등으로 인해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재발, 전개될 전망이어서 우려된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은 '자유'를 뺀 '민주주의'로 바뀌고,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진 점이 쟁점이다. 해석의 여지가 커지면서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은 오히려 치열해질 우려가 없지 않다. 교육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ㆍKICE)에 위탁해 제출받은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 기준 시안(試案)'을 보면,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표현이 누락된 점,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꾼 점,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꾼 점, 6.25의 북한 남침을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교육과정에 추가한 점, 중국의 동북공정, 새마을 운동, 북한의 지속적 대남 도발과 인권 문제 등이 빠진 점이 큰 쟁점이다. 먼저,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란 기존 표현이 새 집필 기준에서는 빠졌다. 1948년 국제연합(UN) 결의에는 대한민국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돼 있고, 남북한이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므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현행 집필 기준에 명시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론(論)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학생에게 가르쳐서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 진보 역사학계는 1948년 12월 유엔총회 결의에 언급된 ‘유일 합법정부’의 인정 범위를 한반도 남쪽으로 국한해 해석한다. 보수 역사학계는 범위를 한반도 전체로 보고 대한민국만 유일 합법정부라고 본다. 진보 역사학계는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 남북한 정통성을 둘러싼 역사학계의 해묵은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 있다. 고교 한국사 집필기준 시안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발전과 관련해 '남한과 북한에 각각 들어선 정부의 수립 과정과 체제적 특징을 비교한다'고 기술했다. 보수 역사학계는 범위를 한반도 전체로 보고 대한민국만 유일 합법정부라고 본다. 남북한 정통성을 둘러싼 역사학계의 해묵은 논쟁에서 평가원이 진보 역사학계의 주장에 치우친 것이다. 둘째, 자유민주주의를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로 표기한 것은 역대 역사과목 교육과정에서 양자를 혼용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등 좌파 정치체제와의 대비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수적 학자들의 비판이 강하게 대두될 개연성이 있다. 셋째,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기키로 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편찬 당시 추진됐다 무산된 '대한민국 수립'(1948년 8월 15일) 표현은 현재 교과서 표현대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유지하기로 했다. 넷째, 6·25전쟁(한국전쟁) 서술과 관련해 그간 논란이 됐던 '(북한의) 남침' 표현은 집필 기준이 아닌 교육과정(상위)에 추가됐다. 6.25전쟁의 북한 남침은 학계의 정설이어서 교육과정에 포함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남침은 학계 정설 이전에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중국의 동북공정, 새마을 운동, 북한의 도방과 인권 문제에 대한 기술이 누락되었다. 교육부와 평가원, 집필진은 각 저자와 출판사들이 연평해전, 천안함 사건, 북한 핵개발 등을 별도로 기술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과서 집필진이 재량껏 기술하도록 맡기기로 한 것이라는 설명이나 이 또한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현행(2009 개정 교육과정) 역사 교과서의 집필기준은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이번에 발표된 시안은 현재 중ㆍ고교생들이 쓰는 역사교과서의 집필 기준과 다른 내용이 많다. 현 문재인 정부는 지난 해 5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대선 승리 직후에 폐기했다. 대신 검정 체제와 방식으로 새 교과서를 만들어 2018학년도부터 일선 학교에서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촉박해 보급을 2년 미뤘다. 그래서 2020학년도부터 모든 중ㆍ고교생들은 새 검정 역사(한국사) 교과서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새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란 표현을 뺀 것과 관련, 시안 연구진은 1948년 유엔(UN) 결의에는 대한민국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정부'라고 돼 있고, 남북한이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므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보수진영은 유엔 결의 일부 구절과 전체적 맥락으로 볼 때 대한민국은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맞선다. 6·25전쟁에서 '남침'이란 표현을 집필 기준이 아닌 상위개념의 교육과정에 넣은 것을 놓고, 보수진영에서는 수정주의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한때 유행한 '남침 유도설'을 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남침 유도설은 남북한의 전쟁 공동 책임론에 근거한 위험한 좌편향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 교과서 정책의 문제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과서 수정이 반복된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으레 전 정부를 부정하고, 곧 이어 정치권을 중심으로 역사교사서 개편 논의가 일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보수적 역사관이 담긴 국정 한국사 교과서 체제를 진보적 시각을 담을 수 있는 검정 체제로 전환했다. 후임 이명박 정부는 새 집필 기준을 만들어 교과서 내용 반전을 시도했다. 박근혜 정부는 좌편향의 검정 역사 교과서의 오류를 바로잡는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체제로 되돌리려다 탄핵의 여파로 실패했다. 사실 역사적 사실도 시대변화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는 있다. 조선 시대의 쇄국정책, 사대주의. 개화사상 등이 역사적 재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그 사례다. 다만, 이러한 역사적 평가 내지 재평가는 전문 역사학자들의 몫이지 특정 정치인, 정부의 주도는 금물이다. 정치의 입김으로 역사 내용이 바뀌면 불신과 갈등만 초래된다. 따라서 학계와 교육계 전문가들이 최종 고시까지 남은 시간 충분한 토의를 벌여 올바른 결론을 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다. 무릇 역사와 역사교육은 정치와 이념을 배제하고 사실에 근거한 순수하고 진솔한 기술(記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역사와 역사교육에서 소모적 논쟁이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다. 이 시대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의 제일 순위는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역사과목 교육과정과 역사 교과서를 정석(定石) 위에 올려놓는 일이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교육이라는 고귀한 직무를 수행하는 교사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귀찮은 소송으로부터 보호되는 것이다.” -미연방하원의원 켈러(Ric Keller)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 개정’ 토론회에서 주제발표 한 이종근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미국의 교사보호법을 예로 들며 학교에서 정당한 교육활동 중 발생된 경우, 교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2001년 교사들이 과실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으로부터 면책된다면 마음 놓고 교육활동에 임할 것이라는 입법취지 하에 교사보호법(Teacher Protection Act, TPA)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이에 대해 이 원장은 “학생‧학부모의 부당행위나 학교안전사고가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교사의 직무유기 또는 과실을 이유로 형사고소, 민사소송을 제기해 교사의 교육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학생을 열성적으로 지도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생기는 문제에 대해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감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정토론에서는 현장교원, 법조계, 정부,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졌다.고광삼 서울 경신중 교사는 전담경찰관, 학교폭력전담 조사원 등 사안조사 및 처리는 전문가가 맡고 교원은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전념하는 2원화 체제를 주문했다. 고 교사는 “학교는 사안조사부터 처리까지 복잡다단한 행정절차에 익숙하지 않아 법률적 전문성을 의심하는 학부모들의 거센 민원에 시달린다”며 “학부모가 변호사를 동원하는 등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학교를 압박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고 교사는 “선진국같이 심리전문가나 경찰관이 사안을 처리한다면 모르겠으나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교원 중심으로 해야 한다면 절차를 대폭 간소화 시켜야 할 것”이라며 “교사의 본분은 교육이지 형사나 법률가가 아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전수민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률 개정 방향은 처벌을 강화하고 관계기관에 의무를 부과하는 쪽으로만 이뤄지고 완화하거나 재량권을 강화하는 쪽으로는 입법이 되지 않는다”며 “극단적이고 특수한 경우를 가정하지 말고 일반적인 사안에 적용해 보편타당한 제도를 만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동학대로 벌금형을 받으면 10년간 취업이 제한되는 것과 관련해 “학대 기준에 ‘상습성’이나 ‘지속성’ 같은 요건을 추가해 일회적, 우발적 폭력은 형법상 폭행으로 처벌토록 하는 등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교육법을 교직과목에 포함시켜 교원의 학교폭력 및 교권침해 대응 전문성을 향상시키자고 제안했다. 이 연구관은 “현장에서 교사들이 가장 이수하고 싶어 하는 강좌중 하나가 ‘교육법’”이라며 “새로운 과목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현행 ‘교육행정 및 교육경영’을 ‘교육법 및 교육행정’으로 변경하고 학폭 관련 교직과목의 명칭과 내용에 ‘학교폭력 및 교권 관련 법령 이해’가 포함되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밖에도 최기형 인천 동산고 교장, 김승혜 푸른나무청예단 상담‧사업본부장, 정인호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팀장, 이상돈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 장미란 교육부 교원정책과장 등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