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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교총(회장 남윤제)은 3일 참샘초에서 ‘세종 꿈·끼 재능발표 축제 및 생명 존중 캠페인’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교육공동체와 함께 희망찬 세종교육’, ‘생명의 소중함, 공동체의 사랑으로’를 주제로 진행됐다. 학교육과정과 늘봄학교, 동아리, 취미 등으로 무대에서 끼를 발산하고 싶은 학생들과 학부모, 교원들의 신청으로 구성된 무대는 합창, 댄스, 치어리딩 등을 선보였다. 구연희 세종교육감 직무대행은 축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나와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따뜻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윤제 회장은 “학생과 교직원이 자발적으로 만든 오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한 과정이 더 소중하다”며 “생명 존중 캠페인을 통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세종교육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한국과 프랑스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청년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웠던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국적과 언어를 넘어 평화를 향한 연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선언을 지키기 위해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고 연대할 것 ▲화해와 협력을 통해 보편적인 가치인 ‘평화의 길’을 열어갈 것 ▲지속 가능한 미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 ▲평화의 가치 실현 ▲너와 나, 우리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것 등을 약속했다. 또 세계 각국 청년들의 동참도 촉구했다. 이번 선언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열린 ‘2025 시민평화포럼’(사진)에서 공개됐다. 포럼은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김삼열, 민화협) 해외지부인 프랑스협의회(대표상임의장 전훈(Hoon Moreau))가 ‘청년 세대와 평화(La Jeunesse et La Paix dans le Monde)’를 주제로 개최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대학생, 재외동포, 한반도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민화협은 프랑스협의회와 함께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럼을 4회째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 중이다. 개회식은 전훈 대표상임의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강주호 민화협 상임의장(한국교총 회장)의 환영사, 정동영 통일부장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윤후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영상축사로 이어졌다. 포럼에 참석한 강 상임의장은 환영사에서 일제강점기 상하이에서 설립된 민족 교육 기관 ‘인성학교(仁成學校)’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현재적 평화 교육의 원형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 선조들은 일제강점기에 굴하지 않고 상하이에 인성학교를 세워 독립 주역들을 길러냈다”고 강조하고 “당시 교육을 통해 미래를 바꿔나갔던 것처럼, 2025년 현재의 교육은 대한민국 분단의 극복과 평화 정착을 위한 올바른 인식과 평화 감수성을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르노 르보(Arnaud Leveau) 파리 도핀대 교수가 ‘세계 청년과 평화-한반도 집중 세션 : 평화를 대하는 남북한 청년 세대(기억·무관심·희망)’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또 ▲청년평화 스피치 발표 ▲원탁토론 : 평화의 주체로서 청년 ▲광복 80주년, 한-프 청년 평화선언 순으로 구성됐다. 특히 원탁토론 시간에는 탈북작가와 청년 촬영감독, 현지 대학생들이 직접 토론자로 나서, 사전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청년들이 평화의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면서, 양측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학교폭력 조사 과정이 적절하지 않다면서 절차상의 문제를 삼거나, 일부 학부모는 교사의 언행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더해 아동학대 신고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사안이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육활동 침해의 경계에서 얽히며 결국 ‘법의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교육현장이 점점 사법적 판단에 기대게 되는 현상,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교육(학교)의 사법화’입니다. 교육의 사법화 시작, ‘학교폭력’ 학교폭력 사안은 교육의 사법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2004년 제정 후 20년간 스무 번도 넘게 개정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불복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불복하여 제기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총 6,400여 건입니다. 행정심판은 2021년 1,295건에서 2023년 2,223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하였고, 행정소송 역시 2021년 255건에서 2023년 628건으로 늘었습니다. 가해학생의 조치 불복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이 제기하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도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피해학생 측 불복이 늘어나는 것이 최근 심의 결과 학교폭력이 아닌 경우가 늘어나고, 제6호 출석정지 이상의 중대한 조치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 2023년 초 교육부는 학교폭력 조치사항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강화를 포함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합니다. 이에 따라 2026학년도 대입부터 모든 전형에서 불이익을 주어야 하는데, 최근 가해학생 조치사항으로 각 대학이 수험생을 불합격시킨 통계가 공개되면서 학부모의 불안은 더 커진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 정책의 결과는 어떨까요? 강경대책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줄지 않고 있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법적으로 대응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고요, 이 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특이민원이 함께 증가합니다. 학교장 자체해결의 비율은 감소하고, 교육장이 내린 조치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불복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수치로 분명하게 확인이 됩니다. 학교와 교실 현장을 어렵게 하는 부정적 지표이지요. 이런 흐름의 문제는 책임 추궁 중심의 대응 방식이 강화된다는 점입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도 여전히 언어폭력이 3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작년에 비하여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이 각각 0.9%P와 0.4%P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일상적인 학교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이나 다툼, 분쟁의 해결을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갈등이나 다툼은 가정 내 교육과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인데 책임 추궁 중심의 대응 방식이 강화되는 현장에서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혐의(嫌疑)’가 되는 시대 교사들의 정상적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 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권보호 5법이 개정되어 시행된 지 곧 2년을 맞이합니다. 그럼에도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4,200건으로 다소 주춤하기는 하나 교권보호위원회 심의에 이르지 못한 숨겨진 교육활동 침해까지를 고려한다면 실제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령과 지침에 따른 학교폭력 사안처리를 하였음에도 신고학생 측은 신고학생 측대로, 피신고학생 측은 피신고학생 측대로 편파적이라며 민원을 제기하고, 학교폭력에 이르지 않는 아이들의 다툼에 대하여 정당하게 생활지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축소·은폐, 아동학대 혐의가 씌워지는 사건도 여전합니다. 이같이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언행들이 ‘아동학대’, 특히 ‘정서적 학대’로 해석되면서 교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교육(지원)청 사안 확인,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까지. 교사가 감당해야 할 과정이 참 험난합니다.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해도 최소 몇 개월이 걸리는 그 기나긴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이는 결국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하여 공교육을 흔들게 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어떠한 행위가 정서적 학대 행위 인지는 법관의 해석과 조리에 의하여 구체화될 수 있다고 하는데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입니다. 참 답답합니다. 법의 한계와 ‘학교의 교육적 기능 회복’ 교육의 사법화를 막기 위해서는 법과 교육의 균형이 필수적입니다. 법을 통하여 교육을 보호하되, 교육을 지배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교육의 사법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그 단초가 된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교 내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를 모두 학교폭력으로 볼 뿐만 아니라 일상적 갈등이나 다툼과의 구별 없이 모호하고 광범위한 학교폭력의 개념, 무분별한 학교폭력 신고를 학교 측에서 종결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절차도 허용하지 않은 부분, 양측의 동의 없이는 진행조차 어려운 관계회복 프로그램, 교육적 해결을 막는 즉시 분리와 제2호(접촉금지 조치)의 의무화,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면 경미해도 무조건 가해학생 조치를 내리도록 한 제17조까지. 지금이라도 교사들이 안전하게 ‘법의 눈치 없이’ 교육적으로 학교폭력을 포함한 갈등이나 다툼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학교가 다각적으로 해당 문제에 접근하여 근본적으로 풀어나갈 여유를 갖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아동학대 등 무분별한 신고가 곧바로 조사나 수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사 또는 교육(지원)청의 1차 판단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절차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간의 신뢰입니다. 교사·학생·학부모가 서로를 ‘잠재적 가해자’가 아닌 ‘교육의 동반자’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교육의 사법화는 단순한 제도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교육을 ‘신뢰’ 대신 ‘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법은 당면한 문제를 표면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학생의 성장과 회복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학교는 다시 교육의 언어로 돌아와야 합니다. 교사가 교육자로서 판단하고, 학생이 실수 속에서 성장하며, 학부모가 학교를 믿을 수 있는 구조가 신뢰 속에서 법과 제도로서 탄탄하게 만들어지기를 고대합니다.
“김기홍 선생님 맞으시죠? 여기 T 경찰서입니다. 학부모가 아동폭행과 상해로 고소를 했어요. 서에 한 번 나오셔야 하는데….” 2017년, 나는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며 경찰에 고소하고, 교육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일을 겪었다. H 부모님께서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협박한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담담할 줄 알았지만, 이 과정이 마무리되는 1년여 기간 동안 답답함·자책·분노·두려움 등의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혹시 잘못되어 교사를 못할 수 있다는 실존적 위협에 처했었다. 이는 주변 동료교사들까지도 교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은 타인에게 드러내기 힘든 치부로 여겨져 감춰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박사과정에 있던 나에게 지도교수님은 개인적인 일로 보이는 이 사건을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해 보길 권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에 대한 성찰적 글쓰기와 학문 공동체에서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의 논의를 통해, 이러한 일이 운이 나쁜 누군가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육체제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다. 연구 결과, 이미 많은 교사가 이러한 일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교사를 사법기관에 고소하고 학교현장에서 협박하는 일들이 우리 사회와 무관한 특정인들의 일탈도 아니었다. 오늘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활동(학폭 처리, 안전교육 등)은 외부의 논리로 도입되고 있으며, 그 준거는 교육적 정당성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과 절차적 합법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교육적 노력을 기울이려 하기보다, 수많은 법률·규정·절차를 준수하려고 노력한다. 과연 외부 도움 없이 혼자 고군분투하며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교사의 역량인가 한국 교육은 5·31 교육개혁 이후, 30년간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라 재편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학교 구성원들의 정체성과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로 수많은 교육정책을 학교로 밀어 넣었으며, 그것의 통제를 규정과 법률에 맡겨 버렸다. ‘교육의 시장화’가 ‘교육의 사법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사법화는 교사와 학부모를 ‘교육을 위한 상호 협력적 관계’가 아닌 ‘교육정책 이행자와 심판자 관계’로 변화시켰다.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적 행위를 법률과 규정에 기반해 판단하고 문제 제기하며, 학생이 교사의 수업 일부를 녹음하고 법률적 심판대에 올리는 것이 합리적 행위가 된 것이다. 학부모는 ‘부모의 교육적 역할을 대신하는 서비스 요구하기’, ‘자기 자녀를 위한 학급 운영 요구하기’, ‘비난하기’, ‘압박하기’ 등 적극적인 소비자의 모습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교육의 사법화 토대 위에서 ‘절차와 규정 따지기’, ‘사법 논리를 빌어 협박하기’, ‘민원 제기와 고소하기’ 등 사법적 심판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교사들은 ‘학부모 눈치 보기’, ‘최소한의 교육만 하기’ 등의 대처를 한다. 그리고 이에 실패할 경우 ‘교권 침해’, ‘고소’와 같은 실존적 위기를 겪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학교교육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사람이 교육공동체를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가장 어렵고 민감한 교육적 문제는 철저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환원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담임교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학생의 기초학력과 최소성취수준 보장을 위해 교과교사의 소명과 윤리성을 동원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교사는 본인 학급 학생, 본인 교과의 문제를 외부의 도움 없이 혼자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교사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또한 이전까지, 학생을 위한다는, 미래를 걱정한다는 생각으로, 때로는 거창하게 우리 사회의 가치와 공동체 규범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홀로 고군분투했다. 우리 반 학생을 내 힘으로 오롯이 교육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오만한, 그리고 전문성이 결여된 생각인지 깨달았다. 그 어떤 아이든 교사 혼자의 힘으로 교육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설사 가시적으론 타인의 도움을 빌리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누군가 혹은 우리 사회가 그 아이를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때로는 개인의 의지와 능력을 넘어 다양한 곳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할 때 학교와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학교와 사회가 그런 도움 요청에 응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고, 그런 학교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적 행위를 법적 잣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문화 강화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얼마 후, 서이초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한 교사의 안타까운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십만 명의 교사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가 서이초 교사가 자신이 될 수도 있었음을 외쳤다. 서이초 사건이 대규모 집회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내가 겪은 일을 대부분의 교사가 겪게 되었음을 느꼈다. 그래서 남을 돕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돕고 있구나 생각했다. 서이초 사건이 벌어지고 난 약 한 달 뒤부터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에서는 ‘교사의 교육권을 법으로 보장하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하라’와 같은 요구안이 제기되었다. 특히 ‘다른 해결책에 우선하여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이에 교육부는 즉각적으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을 현장에 내려보냈고, 국회도 6개 교원단체가 요구한 법 개정안을 받아 교권 보호 5법을 개정하였다. 하지만 교원의 아동학대 면책법안이나 문제행동학생의 분리 조치와 같은 행정적 대응만으로 학생·교사·학부모의 관계가 정상화되고 학교가 안전해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연구 결과 서이초 사건은 아동학대 관련 법의 확장과 사법적 갈등 해결에 대한 두려움을 체화한 교사들이 정동적으로 공명하고 연대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수많은 교사가 거리로 나와 생존권과 기본권을 외쳤다. 하지만 권리를 매개로 한 정치적 요구는 ‘교권 보호’라는 기표로 쉽게 미끄러졌고, 이는 빠른 시간 내에 「교권보호법」의 확장과 분화를 끌어냈다. 「교권보호법」의 확장과 분화는 사법 권력의 감소와 법적 프레임화 약화라는 탈사법화의 단기적 효과를 가져왔다. 사법적 결정에 교육의 논리가 재삽입되면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인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교권 관련 법의 확장과 분화만으로 교사의 실존적 위기를 해소하고 학교를 교육적 담론의 공간으로 되돌리긴 힘들다. 오히려 아동학대와 교권 침해에 대한 사법 시장화가 심화되고, 교육적 행위를 법적 잣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문화가 강화되고 있다. 나아가 교육적 행위를 사법의 언어로 규정함으로써 교육 담론이 사법 담론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그 결과 교사들은 교육 담론이 사라진 학교에서 ‘법적 자유로 후퇴’하며 생존만을 목표로 삼고 있다. 웬디 브라운은 ‘권리’는 상처를 드러내는 언어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불충분한 언어라고 말한다. 권리 요구만으로 구조적 억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법 또한 불평등과 억압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생활세계의 논리를 잠식하고 사회적 신뢰와 연대를 약화시킴으로써 삶의 관계들을 해체시킬 수 있다. 사법화는 특정 억압을 해결하려는 의도로 시작되지만, 법적 개입 자체가 억압적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 동시에 (타인의) 권리 자체를 비판해야 하는’ 권리의 역설은 사법화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여러 직업 세계를 체험한 후 몸으로 글을 쓰는 작가 한승태는 어떤 동사의 멸종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묘비 문구를 ‘콜센터가 제일 힘들었다’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그는 콜센터 직원을 야멸차게 몰아붙이던 민원인이 자신과 같은 콜센터 직원임을 우연히 확인하는 순간의 고통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리고 오늘날 콜센터 상담사가 그토록 고통받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콜센터 이전의 전화교환수들이 어떻게 일하며 살았는지를 잊어버렸기 때문이 아닐지 짐작한다. 가정의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김관욱도 같은 이유로 콜센터 직원을 13년간 연구한 후, 사람입니다, 고객님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왜 이렇게 오랜 기간 콜센터 직업의 문화를 연구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지고 싶지 않은 대상은 폭언하는 고객도, 강압적인 상사도, 외면하는 동료들도 아니다. 이러한 개인들을 점차 확산하게 만드는 사회와 문화에 지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대학생의 81%가 고등학교를 ‘사활을 건 전장(戰場)’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가 말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끔찍하지만 익숙한 현실은 현재 체제의 작동 오류 때문이 아니라,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결과이다. 나는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으며, 교사 대 학부모의 대결적 구도를 만들거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로 환원시키지 말아 달라고 특별히 부탁하고 싶다. 학생·학부모·교사가 법을 무기로 서로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새로운 제도를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학교가 교육공동체로서 기능하지 않고, 개별적 성과를 과시하는 학교 문화를 문제화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민원전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별도로, 학부모와의 교육적 소통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동시에, 민주적 공공성의 가치 위에서 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개방적 학습 및 연구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이 근대적 규범을 내면화한 ‘자율적 전문가로서의 주체 되기’를 넘어, 자신의 취약함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다양한 행위자들과 관계 맺으며 그 속에서의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관계적 행위자 되기’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러한 다층적 노력이 새로운 교육을 상상하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근래 교육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education)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법원에 의탁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사법 권력이 확대되는 현상을 지칭할 수도 있다. 한편 교육의 법화(juridification of education)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법 작용에 교육 문제 해결을 맡기는 일 외에 교육에 관한 법령이 증가하는 현상, 즉 과거에는 교사의 전문적 판단과 재량에 따라 해오던 활동을 법령에 의거하여 수행하는 일, 즉 법률이 규율하는 영역이 확장되는 현상도 포함할 때, 교육의 법화라고 한다. 교육의 법화는 교육의 사법화를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다. Rosén과 Arneback, 그리고 Bergh(2021)는 교육의 법화 개념을 다섯 가지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교육에 관한 각종 법 규범을 제정하고 헌법을 제정하는 일을 구성적(헌법적) 법화라고 하고, 법률이 규율하는 사항을 차별화하거나 기존에 법 규율 밖에 있던 사항을 법 규율 안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법률이 수평적·수직적으로 팽창하고 차별화하는 양식의 법화가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의 사법화, 즉 사법부에 갈등 해결을 맡기는 경우가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사법 권력이 확대되는 현상도 법화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에 관계된 사람들을 법적 질서라는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경향, 즉 법적 프레이밍(framing)이 널리 퍼지는 현상도 법화의 한 가지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법화(法化)’는 독일어 ‘Verrechtlichung’의 번역어인데, 이 개념은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계급투쟁과 협상을 「단체협상법」이나 「노동법」이 대체하는 현상, 즉 노사 대립과 협상을 통한 임금 결정 등 문제해결이 법률에 따른 결정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지칭한 것이었다. 여기서 ‘비판적’이라는 말은 「노동법」이 피고용자들의 이익을 옹호하기는 하지만, 노동조합의 전투적 행위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제한하여 사회적 갈등을 탈정치화하는 경향을 부정적으로 보았던 역사적 경위와 관련된다(Habermas, 1988). 법화는 유럽에서 절대주의 국가를 극복하고 사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하는 법률과 공법을 토대로 부르주아 국가가 탄생하던 때부터 시작했다고 보지만, 근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법화는 20세기 유럽에서 탄생한 사회민주적 헌법 국가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복지국가가 급진전하고, 법률이 조절 매체(steering mdeium)로서 상당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이 시기에 노동조합 결성과 임금 교섭은 물론 각종 사회 안전 문제가 법률의 규율 영역 안으로 들어온다(Habermas, 1988). 법화는 헌법 원칙을 사회 여러 부문에서 집행하는 일을 의미하고, 이 점을 법화의 긍정적 효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육권이 헌법상 보장되어 있다고 해도, 의무교육제도가 법률적으로 보장될 때 교육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었다. 아동 권리와 아동 복지 역시 이를 법률이 보장할 때, 단순한 원리 원칙을 넘어 권리의 물질화를 실현할 수 있었다. 교육 영역에서도 이런 사실은 잘 드러난다. 과거 학교는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과도 같았고, 특별권력관계론이 지배하는 학교에서 아동 권리는 자주 침해되곤 했다. 그러나 체벌을 금지하고, 아동의 권리를 명시한 법률을 시행하면서 학교에서도 아동 권리를 보장할 수 있었다. 또 여러 가지 의사결정 과정을 법률로 규정하면서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여러 당사자 간의 신뢰를 높이는 데에도 법화의 기여는 명백했다(Magnussen and Banasiak, 2013). 그런데 법화는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법화는 형식법을 물질화하는 과정인데, 이것은 과거 자기 규제가 인정되던 영역에 수많은 법적 통제와 개입이 이루어지는 변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법이 사회 국가의 인도자 역할을 하지만, 정치 체제의 목적으로 도구화된다. 법이 사회국가의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법 규범의 일반성은 약화하는 대신, 특수한 목적 지향성이 명확해지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결과 중심 사고가 강화된다. 법화는 개입주의적 사회국가에서 새로운 형태의 법, 즉 규제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Teubner and Bremen, 1987). 사회국가에서 규제법은 다양한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 영역을 해체할 뿐만 아니라 규제법 자체를 해체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것을 규제의 트릴레마(trilemma of regulation)라고 한다(Teubner and Bremen, 1987). 법과 사회의 관계에서 상호 무시, 사회를 통한 법 해체, 그리고 법을 통한 사회 해체가 그것이다. 상호 무시는 사회와 정치, 그리고 법이 서로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상호 관련이 없어져 버리는 사태를 의미한다.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법률이 이에 대응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법과 사회가 관련을 형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회를 통한 법 해체는 여러 가지 사회적 요구에 법률이 문제해결 수단으로 동원되는 과정에서 법 체계성이나 보편화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법을 통한 사회 해체는 규제적 법이 사회의 하위 체계에 개입하게 되면서, 본래 자율적으로 자기를 조직화하고 재생산해 왔던 규제 대상이 파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하버마스(Habermas, 1987)는 이런 현상을 생활세계의 식민지화(colonization of life world)라고 부른다. 우리는 법화의 양면성을 경험하고 있다. 아동과 보호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분명 이들의 권리가 신장되고, 과거의 부조리한 현실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률은 자제력을 잃고 교수·학습과정으로까지 침투해 들어온다. 교수·학습과정이 법률의 규율 영역에 들어간다는 것은 교육의 관료화 심화를, 그리고 장기적으로 교육의 사법화를 초래한다. 또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이 많아질수록, 집합적 조직이 정치를 행할 공간은 축소된다. 학부모 개개인의 권리를 보장할수록 학부모회의 활동 공간이 왜소화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교육에 관한 교사회와 학부모회 같은 조직체 사이의 공적 토론은 약화되거나 탈정치화한다(Magnussen and Banasiak, 2013). 복지 영역에서 극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지만, 「사회복지법」에서의 개인화, 즉 수혜 자격을 설정하고, 그 범주에 속하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주는 법률은 사익을 추구하여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법적 주체에게 수혜 자격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 법의 조건으로서의 일반성은 관료들의 편의적 집행에 맞추어지고, 이 과정에서 폭력적 추상화(violent abstraction)가 일어난다. 법화의 중요한 부정적 결과 중 하나가 관료화의 심화다(Habermas, 1988). 아울러 법화의 결과, 새로운 유형의 법적 인간이 탄생한다(Rosén, Arneback and Bergh, 2021).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과 신념으로 희생하면서도 법적 의무만을 수행하고자 하는 교사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법률이 금지하지 않은 것이면 어떤 일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교사와 학부모를 만날 수도 있다. 법률에 규정된 것만 하겠다는, 그밖에 다른 어떤 일도 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오늘날 법화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진전하고 있다(김용, 2017). 아동 권리 운동가들과 학부모 운동가들은 아동과 학부모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입법 운동을 펼쳐왔다. 근래에는 보호자들의 부당한 민원에 시달려온 교사들의 생활지도마저도 법의 규율에 두기를 원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법을 많이 만들고, 자주 바꿀수록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언론이 이런 풍조를 부추긴다. 이런 흐름이 결합한 결과 수많은 법률이 만들어지고, 과거에는 학교 내에서 자율적으로 수행해 온 일이 법의 규율 영역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 결과 전례 없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어떤 요구나 거침없이 할 수 있는 것을 자신의 권리로 여기는 보호자들, 방어적 교육활동에 함몰되어 있는 교사들, 어떤 문제든 법률을 만능 해결책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관료와 정치인들, 교육의 사법화를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하는 법률가들, 이들이 빚어내는 새로운 환경에서 교육이 신음하고 있다.
좋은 기획안의 조건 _ 좋은 생각과 알찬 정보 수집 ‘좋은 생각은 행동이며 선택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바둑의 국수(國手)인 조훈현의 말이다. 조훈현은 고수의 생각법이란 책을 통해,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게 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이야말로 지금보다 나아질 기회가 찾아온 때다.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집중하여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에는 반드시 근본적인 이유가 있으며 반드시 더 나은 방법이 존재한다. 생각하는 게 재미없고 아플 수도 있다. 당장 대답이 떠오르지 않고 오히려 혼란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침내 그 답을 찾아냈을 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답을 찾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고, 질문으로 답을 구하는 본인만의 체계가 완성되면 보다 빠르게 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바둑 고수들이 가만히 앉아서 수십 수를 내다보는 것도 수많은 훈련을 한 덕분이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성격에도 변화가 와서 훨씬 신중하고 사려 깊으며 적극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모든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맞서서 해결하는 사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훌륭한 요리사도 좋은 식재료가 있어야 일품요리를 만들 듯이, 기획자도 신선한 자료가 많아야 좋은 기획을 할 수 있다. 기획에 필요한 자료는 육하원칙에 따라 논리적으로 수집한다. 자료는 프레임워크(framework)에 따라 방향을 정한 다음 수집한다. 육하원칙을 이용하면 한 분야에 편중해서 자료를 수집하는 오류도 막을 수 있다. 자료를 수집할 때 알아두어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획자는 자료를 수집하는 이유와 목표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자료는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자료를 수집할 때는 반드시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해야 한다. 무작정 자료를 모으면,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는 이유는 기획서를 쓸 때 자료를 정리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둘째,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기획서 내용에 부합하는 자료가 없으면, 신문에 실린 전문가 의견이나 연구소에서 펴낸 보고서의 예측 등을 인용하여 근거 자료로 제시할 수 있다. 셋째, 어디서 자료를 수집할지 생각한다. 기획자마다 검색하는 방법, 자료를 수집하는 곳이 다르다. 기획은 생각하는 일이다. 기획자는 다양한 자료를 찾고 분석하면서 정보를 얻는다. 가치 있는 정보를 가려내는 일은 기획자의 주요 업무다. 기획자에게 정보는 항상 수집하고 관리해야 하는 자원이다. [PART VIEW] 기획자는 정보가 가진 중요한 특징·정확성·관련성·적시성, 검증 가능성과 접근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에 기초하여 기획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정확성은 오류가 없음을 의미한다. 기획자가 수집한 모든 정보에 대하여 오류를 검증하기란 불가능하다. 의사 결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자료는 출처를 반드시 확인하고 다른 시각에서 분석한 자료도 검토한다. 관련성 차원에서 정보는 기획하는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정보라도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관련성의 정도는 다르다. 적시성은 시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최선 정보에 기초하여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현재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서는 최신 정보에 과거 정보를 모두 수집한다. 장기적으로 수요가 변동하는 추이를 보여주려면 과거의 정보를 순서대로 보여줘야 한다. 검증 가능성은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기획자는 자료 를 수집한 후에 정확하다고 판명된 정보와 비교해서 진위를 확인한다. 접근 가능성은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기획자는 정보를 어디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지 염두에 두고 자료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관리해야 정보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좋은 글쓰기와 표현 기법 언어는 항상 변화한다. 시간의 흐름, 시대 상황, 기술의 변화, 문화 흐름의 변화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그 단어들의 뜻 또한 다양하다. 따라서 어떤 단어를 선택하여 쓸 것인지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고 기획이다. 문체는 단순성·직접성·명확성을 받쳐주어야 한다. 같은 단어의 반복을 피하고, 형용사·부사 및 꾸며주는 말들을 없애야 한다. 세심한 단어 선택은 단어 수를 줄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열쇠는 정확함이다.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명사·동사·형용사를 선택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맞춤법과 철자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설득력 있는 글쓰기는 명확성과 일관성을 요구하지만, 강한 어조의 단어와 문장을 요구하기도 한다. 약하고 수동적인 단어들 대신 강하고 능동적인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라. 부정적인 문장 구성과 자세는 기획안을 약하게 만든다. ‘귀하의 재단에서 아무것도 기부하지 않으면 우리는 목표한 만큼 자금 조달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표현과, ‘귀하의 재단에서 관대한 기부를 한다면, 우리는 자금 조달이 가능해져서 가장 중요한 자선사업을 할 수 있어 대단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는 표현 중 어느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 잘 쓴 글은 읽은 이에게 강한 신뢰감을 줄 뿐 아니라 글쓴이에게 더욱 전문적인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지름길이 된다. 잘 쓴 글은 공통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두 예시문을 보고 어떻게 작성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자. 예시❶은 장황하고 어조가 수동적이며, 글쓰기가 간결하지 못하여 읽는 이가 글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게다가 미팅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따분한 지난날을 떠올리게 만들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예시❷는 실제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에 훨씬 가깝고, 명료하고 자발적으로 들리며, 열성적인 느낌마저 든다. 또한 쉽게 썼기에 읽는 이가 글 자체가 아닌, 글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하기 쉽다. 기획의 실제 _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교육부의 ‘교육분야 6대 국정과제’ 중 초·중등교육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췌하여 분석해 본다. ‘국정 목표-추진 전략-국정과제’의 흐름 속에서 국가 비전 아래 추진되는 국정과제를 분석해 보는 것은 중앙정부 차원의 교육정책 표현 문법을 이해하고, 교육부 기획안의 작성 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시된 국정과제 기획안은 AI 디지털 시대 미래 인재 양성 및 시민교육 강화를 통한 전인적 역량 함양, 공교육 강화 방안, 학교자치와 거버넌스 등과 관련된 학교정책 기획안을 작성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리된 자료에서 강조하는 핵심 개념과 단어·내용 중 밑줄 친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유사 주제와 관련한 기획안을 작성할 때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교육부, 교육분야 6대 국정과제(2025. 9) ● (국정과제 100) 시민교육 강화로 전인적 역량 함양 - 학생들이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전인적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학교시민교육·역사교육·학교문화예술교육·체육교육, 생애주기별 경제·금융·노동교육을 활성화한다. ※ 범부처 협업: 헌법교육(법무부·법제처), 기후환경·생태전환교육(환경부), 통일교육(통일부) 등 - 교육활동 전반에서 토의·토론, 프로젝트 학습 등을 통해 학생의 자기주도성 및 공동체역량을 강화한다. 민주시민 의식 함양을 위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초·중·고부터 대학 진학-사회 진출-출산-퇴직-시니어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경제·금융·노동교육을 활성화한다. ● (국정과제 101)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 -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하여 기초학력 지원, 심리·정서 지원 등 복합적 지원을 추진한다. 또한 학교와 지자체가 함께 모든 학생·학부모에게 격차 없는 돌봄·교육을 제공하여 아이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 학생별 수준에 맞는 기초학력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초학력 선도학교를 확대하고, 학습지원 전담교원을 확충한다. 중·고등학생들이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자기주도학습센터를 운영하는 등 국가책임 공교육을 강화한다. -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 제공으로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지자체 중심의 돌봄·교육모델을 마련·확산한다. 또한 0세 반부터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하고, 3~5세 무상교육·보육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등 정부책임형 유보통합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누구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특수학교(급) 신·증설 등 특수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학생의 마음건강 지원을 위해 사회정서교육 활성화 등 예방-발견-상담-치료를 아우르는 다층적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 (국정과제 102) 학교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 - 교사·학생·학부모가 상호 존중·협력하는 민주적 학교 운영 기반을 마련한다.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학부모회 기능·권한 강화와 학교운영위원회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교원의 직무 특성과 학교 실정을 반영한 민원 대응을 지원하고, 시민으로서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정치 기본권 확대도 추진한다. - 모두가 안전한 학교를 조성하기 위해 학교 내 취약구역에 폐쇄회로 TV(CCTV)를 추가로 설치하고, 안전한 현장체험학습 운영을 위한 교육(지원)청 내 전담인력 충원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학교급식의 위생·영양 관리 강화와 함께 조리 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예방교육도 확대한다.
지난 호에서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등 교원의 복무 관련 규정에서 정한 겸직허가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교원은 교수·학습지식, 연구활동 성과 등을 토대로 본인이 소속된 학교 밖에서 강의·기고 등 다양한 외부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한 교원의 외부강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호에서는 교원의 외부강의등과 관련된 복무 관련 규정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1. 근거 1)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6조(겸직허가) ① 공무원이 제25조의 영리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다른 직무를 겸하려는 경우에는 소속 기관의 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② 제1항의 허가는 담당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만 한다. ③ 제1항에서 ‘소속 기관의 장’이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 이상의 공무원에 대해서는 임용제청권자, 3급 이하 공무원 및 우정직공무원에 대해서는 임용권자를 말한다. 2) 「공무원 행동강령」 제15조(외부강의등의 사례금 수수 제한) ① 공무원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되거나 그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하여 요청받은 교육·홍보·토론회·세미나·공청회 또는 그 밖의 회의 등에서 한 강의·강연·기고 등(이하 ‘외부강의등’이라 한다)의 대가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이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사례금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 ② 공무원은 사례금을 받는 외부강의등을 할 때에는 외부강의등의 요청 명세 등을 소속 기관의 장에게 그 외부강의등을 마친 날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으로 신고해야 한다. 다만 외부강의등을 요청한 자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삭제 2020. 4. 7. ④ 소속 기관의 장은 제2항에 따라 공무원이 신고한 외부강의등이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공무원의 외부강의등을 제한할 수 있다. ⑤ 공무원은 제1항에 따른 금액을 초과하는 사례금을 받은 경우에는 소속 기관의 장에게 신고하고, 제공자에게 그 초과 금액을 지체 없이 반환하여야 한다. ⑥ 공무원은 제5항에 따라 초과 금액을 반환한 경우에는 증명자료를 첨부하여 그 반환 비용을 소속 기관의 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 ⑦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은 공무원이 과도한 외부강의등으로 인하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도록 대가를 받고 수행하는 외부강의등의 횟수 상한을 정할 수 있다. ⑧ 공무원은 제7항에 따른 횟수 상한을 초과하여 대가를 받고 외부강의등을 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 ‘외부강의등’의 개념 1) ‘외부강의등’의 범위 ① ‘외부강의등’이란 공무원 자신의 직무와 관련되거나 그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하여 요청받은 교육·홍보·토론회·세미나·공청회 또는 그 밖의 회의 등에서 한 강의·강연·기고 등을 의미한다. ※ ‘공무원의 직무’는 ‘공무원이 그 직위에 수반하여 취급하는 일체의 사무’를 의미함(직무는 법령·기준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 및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관례상·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를 포함). ② 강의·강연 등은 ‘교육·홍보·토론회·세미나·공청회’와 같이 ‘다수인을 대상으로 의견·지식을 전달하는 형태’이거나 ‘회의 형태’인 경우를 의미한다. ③ 기고는 다수인을 대상으로 의견·지식을 전달할 목적으로 신문·잡지 등에 싣기 위하여 원고를 써서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PART VIEW] 2) ‘외부강의등’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① 소속 기관장의 사전 겸직허가를 받고 학교에 출강 ② 사회자와의 개별 방송 인터뷰에 응하는 경우 ③ 서면심사·서면자문 등에 응하는 경우 ④ 시험출제위원으로 위촉되어 시험출제 업무를 하는 경우 ⑤ 각종 법령에 의한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어 회의에 참가 ⑥ 각종 연주회·전시회 등에서의 연주·공연·전시 등 행위 3. 외부강의 허가 및 복무 관리 1) 외부강의는 소속 부서장의 사전 결재를 받아 출강해야 한다. ① 모든 외부강의는 소속 부서의 장으로부터 사전 결재를 받아야 한다. 다만 겸직허가를 받은 경우는 제외한다. ② 소속 부서의 장은 강의 공무원의 직무연관성 및 업무형편 등을 엄격히 확인하여 외부강의 출강을 허용하여야 하며,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다. ※ 소속 부서의 장이라 함은 「행정업무의 운영 및 혁신에 관한 규정」 제10조 제2항에 의거, 각 기관에서 제정한 ‘위임·전결 규정’에서 규정한 당해 공무원의 휴가·출장 등 복무관리사항에 대한 전결권자를 말하며, 결재는 반드시 강의 요청기관에서 요청한 공문서에 근거하여 서면 또는 전자시스템으로 받아야 함. ※ 「공무원 행동강령」 제15조에 따른 신고대상이 되는 외부강의등에 대하여는 소속 기관의 장에게 신고하여야 함. 외부강의 허가업무 처리요령 가. 모든 외부강의(대가의 유무와 무관) 소속 부서의 장에게 사전 결재를 받은 후 출강(다만 겸직허가를 받은 경우는 예외) 나. 대학의 시간강사·겸임교수 등으로 위촉되는 경우 소속 부서의 장을 경유, 소속 기관의 장으로부터 겸직허가를 받아야 함. 다. 대가의 유무 및 월 강의 회수와 관계없이 1월을 초과하여 지속적으로 출강하는 경우 소속 부서의 장을 경유, 소속 기관의 장으로부터 겸직허가를 받아야 함. 라. 직무관련성 또는 지위 등에서 유래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해 실시하는 외부강의 중 사례금을 받는 경우 소속 부서의 장을 경유하여 소속 기관의 장에게 외부강의를 마친 날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신고하되, 강의 요청자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그 소속 기관을 포함)인 경우는 신고 대상이 아님(「공무원 행동강령」 제15조). ※ 국·공립대학 및 특수학교, 국·공립 초·중등학교는 교육부 및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방교육청 소속의 교육행정기관이므로 동 학교에 출강하는 것은 외부강의신고 대상에서 제외됨. 다만 동 학교에 시간강사·겸임교수 등으로 위촉되어 출강하거나 1월 이상 지속적으로 출강하는 경우는 겸직허가를 받아야 함. 2) 외부강의는 반드시 강의요청 공문서에 근거해 허용하여야 한다. - 외부강의 출강은 반드시 요청기관의 공문에 의하도록 하며, 개인적인 전화나 e메일 등을 통한 외부강의 행위는 금지된다. 3) 근무시간 내 외부강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다음과 같은 경우만 허용한다. ① 해당 공무원의 담당 직무수행과 관련이 있는 경우 ② 해당 기관의 기능수행 및 국가정책 수행 목적상 필요한 경우 ③ 기타 해당 기관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 업무 수행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기제 공무원의 근무시간 중 외부강의는 가급적 허용하지 않도록 함. ※ 강의 시간은 가급적 1일 4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함. 4) 근무시간 외 외부강의는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허용한다. ① 근무시간 외 외부강의는 해당 기관의 기능수행 및 국가정책 수행 목적상 필요한 경우에는 적극 권장하도록 한다. ② 직무수행과 관련되지 않은 외부강의는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경우 허용한다. ※ 직무수행과 관련되지 않고, 근무시간 외 외부강의일지라도, 강의 시간이 과다하여 익일 근무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강의 장소까지 이동하기 위해 근무시간 중 이석하여야 하는 등 직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외부강의를 허용하지 않도록 함. 5) 외부강의 시 행정내부정보 누설 사례가 없도록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① 외부강의 시 공개되지 않거나 결정되지 아니한 정부정책 등을 누설하는 사례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하는 일이 없도록 외부강의 허가 시 소속 부서의 장은 교육을 시행하여야 한다. ※ 정부 또는 공공기관의 각종 개발계획에 대한 정보, 비밀 및 대외 보안이 요구되는 정책 자료의 유출·누설 등의 행위 금지 6)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고액 강의료 수수는 금지된다. ① 강의료는 강의 요청자가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을 초과하여 받지 않도록 한다. ②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별표 2] ‘외부강의등 사례금 상한액(제25조 관련)’에 따라 강의료 지급이 가능하다. [별표 2]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2018. 1. 17. 외부강의등 사례금 상한액(제25조 관련) 가. 공직자등별 사례금 상한액 ㉠ 법 제2조 제2호 가목 및 나목에 따른 공직자 등(같은 호 다목에 따른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같은 호 라목에 따른 공직자 등에도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40만 원 ㉡ 법 제2조 제2호 다목 및 라목에 따른 공직자 등: 100만 원 ㉢ 가목 및 나목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외국정부·외국대학·외국연구기관·외국학술단체, 그밖에 이에 준하는 외국기관에서 지급하는 외부강의등의 사례금 상한액은 사례금을 지급하는 자의 지급기준에 따른다. 나. 적용 기준 ㉠ 제1호 가목 및 나목의 상한액은 강의 등의 경우 1시간당, 기고의 경우 1건당 상한액으로 한다. ㉡ 제1호 가목에 따른 공직자 등은 1시간을 초과하여 강의 등을 하는 경우에도 사례금 총액은 강의 시간에 관계없이 1시간 상한액의 100분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 ㉢ 제1호 가목 및 나목의 상한액에는 강의료·원고료·출연료 등 명목에 관계없이 외부강의등 사례금 제공자가 외부강의등과 관련하여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모든 사례금을 포함한다. ㉣ 다목에도 불구하고 공직자 등이 소속 기관에서 교통비·숙박비·식비 등 여비를 지급받지 못한 경우에는 「공무원 여비 규정」 등 공공기관별로 적용되는 여비 규정의 기준 내에서 실비 수준으로 제공되는 교통비·숙박비 및 식비는 제1호의 사례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7) 외부강의 출강 시 복무 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① 담당 직무의 수행과 관련이 있거나 해당 기관의 기능수행 및 국가정책 수행 목적상 필요한 경우와 해당 기관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외부강의에 대하여는 출장 처리가 가능하다. ※ 강의 요청기관에서 교통편을 제공하거나 여비와 관련한 실비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출장여비를 지급하지 않음. ② 위 ①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연가·외출·조퇴 등으로 복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 (예) 겸직허가를 받은 외부강의, 담당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외부강의 등 ③ 외부강의 출강을 위하여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6조에 의한 겸직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는 소속 기관의 장에게 겸직허가를 신청하여야 한다. ※ 각 기관에서는 겸직허가 대장을 비치·관리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6에 의한 겸직허가 가. 대학(교)의 시간강사·겸임교수 등으로 위촉되어 출강할 때와 1월을 초과하여 지속적으로 출강할 때는 대가의 유무 및 월간 강의 횟수와 무관하게 소속 기관장의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 방송강의·사이버강의의 경우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야 함(강의 촬영 행위 포함). 나. 강의 내용이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내용 또는 정책수행 등에 반하는 경우 겸직을 불가해야 한다. 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영리업무의 금지), 제26조(겸직허가) 및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 제9장(영리업무 금지 및 겸직허가)의 절차에 따른다. 8) 횟수를 초과하는 외부강의는 미리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공무원이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이 정하는 횟수를 초과하여 대가를 받고 외부강의/회의 등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소속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구체적 기준은 소속 기관의 공무원행동강령 참조 4. 「공무원 행동강령」 제15조(외부강의등의 사례금 수수 제한)에 의한 신고 1)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그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하여 요청받은 외부강의 중 사례금을 받는 경우에는 그 내역을 소속 기관의 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소속 기관의 공무원 행동강령 참조). 다만 외부강의 요청자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그 소속 기관을 포함)인 경우 신고 대상이 아니다. ※ 신고대상에서만 제외될 뿐이며,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례금 상한액은 적용된다고 할 것임. 신고대상에서 제외되는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범위 가. 국회·법원·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국가인권위원회·중앙행정기관 및 그 소속기관 ※ 국립 유치원, 국립 초·중·고등학교, 국립대학교의 경우 중앙행정기관 중 교육부 소속에 해당 나. 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방의회·시도교육청 및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 조례에 포함된 직속기관·사업소 등 ※ 공립 유치원, 공립 초·중·고등학교, 공립대학교는 교육청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속에 해당 다. 단, 외부강의등을 요청한 국·공립대학교나 국·공립대학교병원이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된 경우(예: 서울대학교·인천대학교·서울대학교병원·부산대학교병원 등)에는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음. 2025 공무원 행동강령 업무편람 2) 신고 대상에 해당하는 사례금을 받는 외부강의등의 경우, 외부강의를 마친 날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 3) 공무원은 외부강의등의 대가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이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사례금(초과사례금)을 수수할 수 없다. ① 공무원이 외부강의등의 초과사례금을 받은 경우에는 초과사례금을 받은 사실을 안 날부터 2일 이내에 소속 기관의 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고, 제공자에게 그 초과 금액을 지체 없이 반환하여야 한다. ② 신고를 받은 소속 기관의 장은 초과사례금을 반환하지 아니한 공무원에 대하여 신고사항을 확인한 후 7일 이내에 반환하여야 할 초과사례금의 액수를 산정하여 해당 공직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③ 통지를 받은 공무원은 지체 없이 초과사례금(신고자가 초과사례금의 일부를 반환한 경우에는 그 차액으로 한정)을 제공자에게 반환하고 그 사실을 소속 기관의 장에게 알려야 한다. 5. 외부강의등 관련 질의회신 사례 ● 2021 교육부 민원 질의·회신 사례 _ 지식샘터에서 강의 시 외부강의 신고대상 여부 Q. 현직 교원이 지식샘터(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 케리스 주관)에서 강의를 할 경우, 외부강의 신고대상인가요? A. 지식샘터의 지식샘 활동을 희망하는 초·중등교원의 교과과정을 검증한 후 강사로 등록되어 강의한다면 외부강의 신고대상입니다. 지식샘터에서 강의 시 그 사례금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예산으로 지원되는 것으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외부강의 신고대상에서 제외되는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범위에 들지 않습니다. 따라서 교원이 지식샘터에서 강의 시 외부강의 신고 대상입니다. ● 2025 공무원 행동강령 업무편람 질의·회신 사례 1) 연주·공연·전시의 외부강의등 해당 여부 Q. 공무원이 연주회 또는 전시회에서 연주·공연 또는 전시하는 것도 외부강의등에 해당하나요? A. 연주회·전시회에서의 연주·공연·전시는 문화예술행위로서, 의견·지식을 전달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회의 형태도 아니므로 외부강의등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2) 책 집필의 기고 해당 여부 Q. 책을 집필하는 것이 기고에 해당하나요? A. 책을 집필하는 행위는 다수인을 대상으로 의견·지식을 전달하는 형태 또는 회의 형태가 아니고, 다수인을 대상으로 의견·지식을 전달할 목적으로 신문·잡지 등에 싣고자 원고를 써서 보내는 기고의 형태가 아니므로 외부강의등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3) TV 또는 라디오 인터뷰의 외부강의등 해당 여부 Q. TV 또는 라디오 인터뷰가 외부강의등에 해당하나요? A.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TV 또는 라디오에 직접 출연하여 인터뷰하거나, 기자와 1:1 문답을 통해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기사나 방송 내용으로 포함되어 송출되는 것이라면 다수인을 대상으로 의견·지식을 전달하는 형태로 보기 어려워 행동강령상 외부강의등에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4) 휴직 중 교사의 외부강의등의 신고대상 여부 Q. 교사가 휴직 중 하는 외부강의등도 신고대상인가요? A. 휴직자의 경우에도 사례금을 받는 외부강의등에 해당한다면 신고해야 하며, 초과사례금 수수 시에도 신고 및 반환해야 합니다. 5) 외부강의등의 근무시간 중 출강 가능 여부 Q. 외부강의등은 신고만 하면 근무시간 중에도 출강할 수 있나요? A. 「공무원 행동강령」이 규정하는 외부강의등의 신고와 공무원이 근무시간 중에 출강을 할 수 있는지(「공무원 복무규정」)는 별개 사안입니다. 따라서 외부강의등의 신고 여부를 떠나서 근무시간 중의 외부강의등은 출장·연가 등 복무규정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교육전문직 정책논술은 단순히 정책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확하고 정제된 언어 표현을 통해 논지의 설득력과 전문직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책논술에서의 문장은 단순한 글쓰기 도구가 아니라, 정책 담당자의 사고 체계와 현장 소통 역량을 드러내는 매개체이다. 이에 여러 가지 비문 유형과 표현상의 오류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논술에서 요구되는 언어 사용의 원칙과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문 유형과 수정 방향 1. 주어-서술어 호응 오류 2. 동일 어휘 반복 3. 불필요한 피동 표현 [PART VIEW] 4. 구어체 표현 5. 만연체 문장 6. 비문 유형별 요약 언어 사용 전략 1. 조사와 부사의 올바른 사용 ● 조사 ‘의’ 남용 지양 _ 우리말에서 ‘의’는 대부분 생략 가능 •교육의 목표 → 교육 목표 •복합위기 학생의 증가 → 복합위기 학생 증가 •예시 (원문)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의 지원이 필요하다. → (수정) 학생 자기주도학습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 •해설 ☞ 논술에서 ‘의’가 세 번 반복되어 문장 호흡이 길어진다. ‘의’를 생략하면 문장이 간결해지고, 논술문에서 요구하는 압축성과 명료성을 확보할 수 있다. ● 부사 ‘및’ 사용 원칙 _ 3개 이상의 대상 나열 시에만 사용 •예시 (원문) 학생 및 교사, 학부모의 공감대 형성 → (수정) 학생, 교사 및 학부모의 공감대 형성 (원문) 교사 및 학생 중심의 수업 혁신 → (수정) 교사와 학생 중심의 수업 혁신 •옳은 예시: 교사, 학생 및 학부모 중심의 교육 협력 체제 구축 •해설 ☞ 잘못 쓰면 논리적 병렬 관계가 불분명해진다. ‘및’은 3개 이상 병렬 구조에서만 자연스럽다. 2개의 항목을 연결할 때는 ‘및’ 대신 ‘과/와’를 써야 논리적 균형이 유지된다. ● 조사·부사의 올바른 사용 요약 2. 정선된 언어와 정책 용어 •정책논술은 공문 성격을 가지므로, 정확한 용어 선택이 필요하다. - 경계성 지능 → 경계선 지능 - 고령화 사회 → 고령사회 - 다문화가정 학생 → 이주배경 학생 - 장애인 지원 → 장애학생 지원 3. 긍정적 서술과 대안 제시 •예시❶ (원문) 교사들의 문해력 지도 능력이 부족하다. → (수정) 교사들의 문해력 지도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해설 ☞ 정책논술에서는 부정적 언어 대신 대안을 제시하는 긍정적 서술이 바람직하다. •예시❷ (원문)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가 저조하다. → (수정)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해설 ☞ 대상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부정적 진술보다 ‘지원·강화·확대’ 등 긍정적 방향으로 기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본론 전개 방식과 언어 전략 1. 본론 1 _ 현황과 문제점 진술 •예시❶: 기초학력 문제에 대한 교육공동체의 책무성이 낮다. •예시❷: 단위학교 지원 시스템의 정착이 미흡하다. •해설 ☞ 이처럼 정선된 어휘로 문제를 간결히 진술해야 한다. 문제점은 ‘원인 → 결과’의 구조로 제시하면, 본론 2의 대안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예시❸: 학습결손 해소를 위한 진단-보정 체계가 일회성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시❹: 교원의 기초학력 지도 전문성 향상을 위한 체계적 연수가 부족하다. •해설 ☞ 문제점은 ‘현황 → 한계 → 영향’의 구조로 제시하면, 다음 단락(대안 제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 본론 2 _ 정책적 지원 방안 •주장의 명료성 → 필요성(근거) 설명 → 구체적 실행 방안 → 기대효과 순으로 기술한다. •예시❶ - (주장) 교원의 기초학력 지도역량을 강화한다. - (필요성) 교사는 기초학력 보장의 핵심 주체이다. - (실행 방안) 모듈형 연수, 1:1 멘토링, 교원학습공동체 활성화 - (기대효과) 수업 전문성 강화, 학습 격차 해소 •예시❷ - (주장) 지역 교육공동체를 중심으로 학습 안전망을 강화한다. - (필요성) 학습격차 해소는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 (실행 방안) 지역 학습지원센터 구축, 교사-학부모-지역전문가 연계 멘토링, 통합 지원 매뉴얼 개발 - (기대효과) 지속가능한 지역 협력체계 구축, 학생 맞춤형 학습지원 실현 •해설 ☞ 본론 2에서는 정책 논리의 흐름(주장 → 필요성(근거) → 실행 → 효과)을 명확히 유지해야 하며, ‘정책 실행 주체 + 구체적 행동 + 기대 변화’를 한 문단 내에서 모두 드러내는 것이 고득점 포인트이다. 3. 본론 전개 방식 요약 맺음말 교육전문직은 단순히 행정을 수행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정책을 설계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소통의 전문가이다. 따라서 교육논술에서 한 문장, 한 단어의 선택은 곧 전문직의 사고 수준과 정책적 태도를 반영한다. 비문을 줄이고 정제된 언어로 논지를 구성하는 일은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정책 담당자로서의 책임감과 전문성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정확하고 균형 잡힌 언어 사용의 원칙을 내면화하고, 정책논술의 설득력과 신뢰성을 강화하여야겠다.
심층면접은 단순히 암기한 내용을 말하는 시험이 아니라, 사고력·표현력·현장 적용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즉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그 아는 것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현장에 맞게 말할 수 있는가’를 평가합니다. 따라서 수험생은 문제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체계적이고 조리 있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실제 면접 현장에서 수험생들이 흔히 놓치는 부분을 중심으로, 고득점을 위한 여섯 가지 핵심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심층면접 고득점을 위한 여섯 가지 핵심 전략 ● 핵심 전략❶ _ 시간 관리가 가장 큰 변별력이다 심층면접은 1문항당 답변 시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안에 핵심 내용을 모두 말하는 능력’입니다. 많은 수험생이 ‘내용을 잘 알았는데 끝까지 다 말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점을 받습니다. 이는 지식 부족이 아니라 시간 배분 실패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습 단계에서부터 반드시 시간을 재며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5분 문항이라면, 다음과 같이 구조를 정해두면 훨씬 안정적인 답변이 가능합니다. • 1분: 문제 요약 및 개념 정리 • 3분: 핵심 내용(논지 3개 제시 및 근거 설명) • 1분: 마무리 요약 및 다짐 특히 시간이 부족할 때는 논지 3개를 먼저 제시한 뒤, 남은 시간에 근거를 덧붙이는 방식이 유용합니다. 이 전략은 답변의 전체 틀을 잡아 주기 때문에, 일부 근거를 생략해도 구조적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 핵심 전략❷ _ 지시문에서 ‘묻는 말’을 정확히 파악하라 심층면접의 모든 문제는 ‘지시문 분석력’이 승부를 가릅니다. 지시문은 단순히 문제의 배경이 아니라, 답변의 구조를 결정하는 지도(map)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과 △△를 제시하고, 그 이유를 들며, 구체적 실천 방법 3가지를 말하라’는 문제는 ‘제시 2개 + 이유 2개 + 실천 방법 3개 = 총 7개’의 논점을 빠짐없이 포함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면접에서는 제시만 말하고 이유를 생략하거나, 실천 방법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 감점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답변 전에 반드시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 ‘무엇을 말하라’는가(핵심 명령어) • ‘몇 가지를 말하라’는가(갯수 조건) • ‘어떻게 설명하라’는가(방식 또는 근거) 이 세 가지를 빠짐없이 반영하는 것이 ‘정확한 문제 분석력’이며, 이는 곧 고득점으로 이어집니다. [PART VIEW] ● 핵심 전략❸ _ 문제 속에는 이미 정답의 단서가 있다 심층면접 문제는 단순한 ‘자유 발언’이 아니라, 출제자의 의도에 맞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개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출제자는 응시자의 사고력(문제 분석력), 응답의 구조성(논리력), 실행 가능성(현장 적용력)을 균형 있게 평가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문제 속에는 반드시 ‘조건, 제시문, 상황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을 꼼꼼히 읽으면, 이미 출제자가 원하는 핵심 키워드와 모범 답안의 방향이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학생맞춤형통합지원’ 문제라면, ‘기초학력 저하, 심리·정서적 어려움, 학교폭력, 학대 등 복합적 문제’라는 문장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답변에서는 ‘기초학력, 정서 지원, 복지 협력’과 같은 단어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문제 속에서 정답의 실마리를 찾는 습관’이 고득점의 지름길입니다. ● 핵심 전략❹ _ 출제자와 채점자 입장에서 생각하라 심층면접은 ‘채점자 중심의 시험’입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말해도 채점자가 듣고 이해하기 어렵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수험생은 단순히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출제자의 관점으로 문제를 보고, 채점자의 관점으로 답변을 점검해야 합니다. 연습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출제자의 시선으로 보기 ‘이 주제가 왜 출제되었을까?’, ‘핵심 쟁점은 무엇일까?’, ‘평가하고자 하는 역량은 무엇일까?’를 스스로 묻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시험의 흐름과 주제 의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 채점자의 시선으로 보기 자신의 답변을 녹음하거나 녹화해 다시 들어 보세요. ‘말이 논리적으로 들리는가?’, ‘표정이나 어조에 자신감이 있는가?’를 스스로 평가해 보십시오. 이는 ‘반성적 성찰’을 통한 자기 피드백이며, 답변 완성도를 크게 높입니다. ● 핵심 전략❺ _ ‘무엇을 모르는가’를 아는 것이 진짜 공부다 심층면접 준비는 ‘지식을 쌓는 과정’이 아니라 ‘지식을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입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르는 것을 아는 상태로 만드는 연습’입니다. 공부의 수준은 질문의 질로 나타납니다. 답변자가 바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면 초급 수준, 참고서나 정책자료를 찾아야 답할 수 있다면 중급 수준, 여러 자료를 종합해 스스로 답을 구성한다면 이미 합격권 수준입니다. 따라서 조급함보다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공부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핵심 훈련이 됩니다. ● 핵심 전략❻ _ 짝 스터디와 크로스 스터디를 병행하라 스터디는 심층면접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학습 방식 중 하나입니다. 혼자 공부하면 논리 구조를 점검하기 어렵지만, 스터디를 통해 말하기 훈련과 피드백을 동시에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짝 스터디(2인)’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발화 기회가 많아 말하기 비중이 50% 이상으로 증가 • 말로 설명하며 지식을 재구성하고 이해도 점검 가능 • 일정 조율이 쉽고 지속성 확보 용이 • 선배·이성·타전공자 등 다양한 구성으로 사고의 확장 가능 또한 후반부에는 크로스 스터디(다른 팀과의 교차 토의)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접하고, 자신의 답변을 객관화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는 면접 후반의 즉답형·상황형 문제에 대응하는 사고 유연성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심층면접 실전 문제 풀이 이제 이러한 전략이 실제 면접 상황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실제 출제된 심층면접 문제, 모범 답안 예시, 그리고 채점 기준을 함께 제시하여 고득점을 위한 사고 전개 방식과 답변 구성의 구체적 방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1) 교육전문직 심층면접(구상형) 예시 다음을 읽고 유의 사항을 참고하여 물음에 답하시오.(5분 이내) 코로나19 이후 기초학력 저하, 심리·정서적 어려움, 아동학대, 학교폭력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 중 교실을 이탈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다가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 기초생활수급자인 편모가정의 학생이 어머니의 질병으로 인해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사례 등 다양한 상황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학교와 교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 문제가 증가함에 따라, 교육청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학생맞춤형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1) 교육청이 학생맞춤형통합지원을 위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3가지 이상 제시하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시오. 2) 단위학교에서 학생맞춤형통합지원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청이 지역사회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3가지 이상 제시하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시오. 유의 사항 • 학생맞춤형통합지원의 개념을 간략히 정의한 후 답변할 것 • 단순 개념이 아닌, 실제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 및 협력 방안을 제시할 것 • 구체적인 사례를 포함하여 답변의 실효성을 높일 것 2) 답안 예시(학생맞춤형통합지원) 답변드리겠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기초학력 저하나 심리·정서적 어려움, 아동학대, 학교폭력 등 복합적인 문제를 겪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학교와 교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육청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는 학생맞춤형통합지원체계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제부터 교육청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지역사회와 연계한 지원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심리·정서 지원을 위한 Wee 프로젝트 강화입니다. 학교의 Wee클래스, 교육지원청의 Wee센터, 그리고 교육청의 Wee스쿨을 연계해서 심리상담과 정서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특히 등교를 거부하거나 불안감이 심한 학생들을 위해 전문 심리상담사와 정신건강 전문가를 배치하고, 예술치료나 동물매개치료, 명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 피해로 불안을 겪는 학생이 Wee센터에서 상담과 사회성 회복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학교에 적응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둘째,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두드림(Do Dream)학교 운영입니다. 학습격차로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1:1 맞춤형 학습지원을 확대하고, AI 학습진단시스템을 활용해 학생 수준을 세밀히 파악하겠습니다. 또 대학생 멘토나 퇴직교원을 학습지원 인력으로 활용해 개별 맞춤형 지도를 강화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읽기나 셈하기가 어려운 학생에게는 방과후 기초학력 클리닉을 운영하고, 온라인 학습콘텐츠를 통해 개별학습을 돕겠습니다. 셋째, 가정형 Wee스쿨과 대안교육 지원 확대입니다. 가정 내 돌봄이 필요한 학생을 위해 가정형 Wee스쿨을 확대하고, 학업중단 위기에 처한 학생을 위한 맞춤형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보호자의 질병으로 동생을 돌봐야 하는 학생에게는 온라인 학습과 가정방문 상담을 병행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다음으로 교육청이 지역사회와 연계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지역 복지기관과의 협력 강화입니다. 지역 아동센터나 복지관과 연계해 방과후 돌봄, 식사 지원, 학습비 지원 등을 통해 학생의 생활 안정을 돕겠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는 지역 연계를 통해 학습비와 디지털기기 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둘째, 정신건강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입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대학병원과 협력해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무료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을 연계하겠습니다. 또 학교·보건소·교육청이 함께 정기적인 정신건강 예방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겠습니다. 셋째, 지역 기업 및 대학과의 진로·직업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입니다. 학생이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나 대학생과 연결해 진로를 탐색하고, 지역 기업과 협력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겠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마무리로 말씀드리면, 학생맞춤형통합지원은 학교와 교사만의 역할이 아닙니다.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모든 학생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교육청은 Wee 프로젝트, 두드림학교, 가정형 Wee스쿨을 중심으로 학생 지원을 강화하고, 복지기관·정신건강복지센터와 지역 기업 등과 협력해 교육·복지·정서를 함께 돌보는 체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포기하지 않고,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분수 학습의 어려움 4학년 2학기 수학 첫 단원은 늘 걱정이 큰 단원이다. ‘분수의 덧셈과 뺄셈’은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단원 중 하나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3월 학기 초 진단평가 결과를 펼쳐놓고 한숨이 나왔다. 20명의 학생 중 3명은 분수를 그림으로 나타내는 데 어려움을 보였다. 3분의 1을 4칸 중 3칸은 색칠하고 1칸은 색칠하지 않은 것으로 표현하거나, 3분의 1 더하기 3분의 1을 6분의 2라고 쓰는 식이었다. 분수의 기본 의미부터 불안했다. 몇몇 학생은 분자와 분모를 혼동했고, 또 몇몇은 대분수를 가분수로, 가분수를 대분수로 바꾸는 문제에서 오답을 냈다. 분수의 크기를 비교하는 문제도 절반 정도가 틀렸다. 지난 여러 해의 수업을 돌이켜보면 늘 비슷했다. 분수의 덧셈과 뺄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왜 분모는 더하지 않을까?”, “왜 4분의 3과 8분의 6의 크기가 같을까?”라는 교사의 질문에 막막해하는 얼굴들. 이런 학생들이 분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방과후에 남겨서 개별지도를 하고, 쉬는 시간마다 보충 설명을 해도 따라잡기 어려운 학생들이 있었다. 반면 이미 분수 덧셈을 할 줄 아는 학생도 몇 명 있었다. 이 학생들은 수업시간을 지루해했고, 나는 이들을 위한 심화활동을 준비하느라 또 다른 부담을 느꼈다. 문제는 명확했다. 한 교실에 있지만, 분수의 의미조차 불안한 학생부터 이미 분수 연산을 할 줄 아는 학생까지, 20명의 출발점은 제각각이었다. ‘평균적인 학생’을 위한 수업을 하면, 뒤처진 학생은 더 뒤처지고, 앞선 학생은 시간을 낭비한다. 하지만 교사 혼자서 20개의 서로 다른 수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는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떠올린 것은 디지털과 생성형 AI 기반 학습도구의 활용이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1인 1 스마트기기가 보급되어 디지털 수업 여건이 마련되었고, 수학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용 앱들도 다양해졌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목한 것은 디지털 분수 조작 도구와 생성형 AI 기반 학습 도구이다. 디지털 AI 수업 도구 1) 교육용 AI 챗봇 교육용 AI 챗봇은 교사가 입력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학생과 1:1로 대화하며 학습을 지원하는 도구다. 최근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고, 학생의 수준과 반응에 따라 즉각적인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 ChatGPT와 달리 교육용 AI 챗봇은 교사가 설정한 학습목표 범위 내에서만 대화가 이루어진다. 교사는 대시보드로 학생들의 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어, 잘못된 응답이나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즉시 개입할 수 있다. 학생들은 로그인 없이 접속 가능하며, 개인정보가 수집되지 않고 대화 내용도 안전하게 보호된다. [PART VIEW] 분수 수업에서 교육용 AI 챗봇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는 선수학습 진단과 개별 보충이다. 학생마다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충 설명하고 유사 문제를 제시한다. 둘째는 형성평가와 대화형 피드백이다. 매 차시 마무리에 학생들이 문제를 풀며 틀린 부분을 단계별로 설명받는다. 현재 교육현장에서는 미주1, 매직스쿨AI2, 브리스크티칭3, 이집트(E-GPT)4와 같은 교육용 챗봇 제작 도구가 알려져 있다. 2) 디지털 조작 도구 디지털 조작 도구는 학습을 위한 구체적 조작물을 디지털 화면으로 옮겨온 것이다.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분수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의 지도에 있어서 구체적 조작물을 활용하는 것의 효과가 입증되었다. 그러나 개별 학교에서 이러한 교구를 모두 구입하는 것은 비용적인 부담도 크고, 분수의 종류도 다양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디지털 분수 조작 도구는 그에 비해 다양한 크기의 분수를 원·막대·수직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학생들은 디지털 화면에 다양한 크기의 분수를 나타내고 이를 쪼개거나(동치분수), 더하고 빼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양한 분수 조작 도구를 찾을 수 있지만, 이번 단원 학습에서는 CEMWARE에서 개발한 ‘프렉토피아5’를 선택하였다. 프렉토피아는 웹브라우저에서 접속하거나, 앱으로 설치할 수 있고, 조작이 쉬우면서도 다양한 수업활동에 적용할 수 있었다. 3) 멀티모달 평가-피드백 도구 멀티모달(multimodal)은 ‘여러 양식’이라는 뜻으로 텍스트·그림·음성·영상 등 다양한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노클6은 학생이 자신의 이해를 말과 그림으로 동시에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멀티모달 평가-피드백 도구로 수학수업에 특화되어 있다. 평가는 교사가 사전에 입력한 지침에 따라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스마트기기 화면의 화이트보드에 터치펜으로 풀이과정을 그림과 수식으로 쓰면서, 동시에 음성으로 자신의 사고과정을 설명한다. “먼저 와 의 공통분모를 찾아야 해요. 3과 6의 최소공배수는 6이니까…” 손으로 쓰고 그리면서 입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이 정말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게 되고, 교사는 학생의 사고과정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학생이 과제를 제출하면 AI가 화이트보드 내용과 음성 설명을 분석하여 학생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학생은 피드백을 확인한 후, 필요하면 재시도할 수 있다. 교사는 대시보드에서 ‘통분 과정 오류 5명’, ‘받아올림 누락 3명’처럼 자동 분류된 결과를 보고, 해당 학생들에 개별 보충지도를 할 수 있다. ● 수업 실행 1) 단원 도입 _ 교육용 AI 챗봇을 활용한 진단과 보충 수학 교과에서 새로운 단원의 첫 시간은 단원 학습 내용의 소개와 선수학습 개념의 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수학익힘의 단원 첫 페이지에 ‘공부할 준비가 되어있나요?’와 같은 제목으로 4~5문항이 제시된다. 그러나 내실 있는 진단평가로 활용되기에는 부족하다. 진단평가의 목적은 학생의 이해도를 파악하여 필요한 지원을 하는 데에 있지만, 수업 중에 교사가 이를 바로 준비하여 학생 개별적으로 보충해 주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단원 학습에서는 교육용 AI 챗봇을 활용하였다. 진단평가를 위해 다음과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챗봇을 생성한 후 학생들에게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전달하였다. 진단평가를 위한 챗봇 프롬프트 - 사용자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다. - 대화의 목적은 진단평가로 새로운 단원인 '분수의 덧셈과 뺄셈'을 학습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문제풀이를 통해 이전 단원 내용을 확인 및 보충하는 것이다. - 학생이 잘 모른다고 하면 설명하고, 설명 내용에 관한 확인 문제를 제시하라. - 모든 단원을 다 이해한 것으로 확인되면 ‘합격’ 메시지를 출력하고 선생님에게 말하라고 해라. # 대화 과정 1. 진단할 단원의 이름과 내용 안내 2. 단원 학습 내용 문제를 순차적으로 제시 3. 채점 3-1. 정답일 경우 새로운 문제 제시 3-2. 부분 정답일 경우 보충 질문 3-3. 오답일 경우 보충 설명 후 유사 문제 4. 단원의 모든 학습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확인될 때까지 문제 반복 제시 5. 2~4과정 반복 6. 새로운 단원으로 1~5과정 반복 # 진단할 단원과 내용 - 3학년 1학기 5단원 _ 분수와 소수 1. 수를 이해하고 분수로 나타내기 2. 분모가 같은 분수의 크기 비교하기 3. 단위 분수의 크기 비교하기 - 3학년 2학기 4단원 _ 분수 1. 전체에 대한 부분을 분수로 나타내기 2. 전체에 대한 분수만큼은 얼마인지 알아보기 3. 진분수·가분수·대분수 이해하기 4. 대분수를 가분수로, 가분수를 대분수로 나타내기 5. 분모가 같은 분수의 크기 비교하기 학생들은 챗봇과 대화를 통해 진단평가 문제풀이와 동시에 모르는 내용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교사는 대시보드를 통해 학습 전체 학생들의 활동 상황을 수업 중과 후에 모니터링하고,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집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다. 2) 차시별 학습 _ 디지털 분수 조작 도구를 활용한 분수 연산 이해 각 차시 학습에서는 디지털 분수 조작 도구를 활용하였다. 학생들은 차시별로 교과서에 제시된 그림을 수동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디지털 공간에 분수를 만들고 구체적인 조작을 통해 분수의 덧셈과 뺄셈을 표현해 보았다. 이러한 활동은 학생들이 분수 연산 과정에 대한 ‘표상’을 획득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모든 분수를 단위분수로 표현하기 때문에 분자와 분모 개념의 혼동이 생기지 않는다. 수업 과정에서 관찰된 특히 놀라웠던 점은 기초학력미달학생이라 하더라도 조작을 통해 분수의 덧셈이나 뺄셈의 답을 구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각 차시별 내용을 디지털 조작활동으로 표현한 것은 다음과 같다. 위 이미지를 살펴보면 더하거나 빼야 하는 분수를 먼저 표현한 후에, 단위분수들을 모아 하나의 자연수를 만들거나, 자연수를 쪼개어 분수가 받아내림 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학생들은 디지털 조작을 통한 분수의 덧셈과 뺄셈 과정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계산식을 표현하게 된다. 이는 분수의 연산이 추상적인 것에 머물지 않고 학생이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 학생이 문제풀이 중에 허공을 보고 생각에 잠겨 있길래 교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라고 물었더니, ‘머릿속으로 프렉토피아 화면을 상상하고 있었어요’라고 답하기도 하였다. 또한 디지털 조작 도구는 다양한 수학적 모델링을 허용한다. 스마트기기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기능인 화면 녹화를 이용하여 분수의 뺄셈 계산 과정을 동영상 파일로 제출하도록 하였더니, 학생들이 동일한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수행평가 _ 멀티모달 피드백 도구를 활용한 ‘자신의 이해를 표현하는 기회’ 제공 수학 학습에서는 자신이 이해한 바를 다양한 방법으로 출력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차시별 학습과정에서 ‘서로 가르치기’나 ‘문제 만들기’ 등과 같은 방법을 주로 활용하였지만, 멀티모달 피드백 도구인 스노클(Snorkl)을 이용한 수행평가도 실시하였다. 스노클은 한두 문장으로 과제를 입력하여 평가를 생성할 수도 있고, 교사가 구체적인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연수와 진분수의 뺄셈 과제에 대한 프롬프트 입력은 다음과 같다. 학생이 스노클을 통해 과제를 할 때에는 학생의 손필기와 언어가 모두 저장된다. 학생은 자신의 설명을 다시 들어 볼 수 있고, AI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도 있다. 특징적인 점은 다시 답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이는 평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성장으로 연결되는 과정중심평가 취지에 부합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수업, 조금씩 가능해지다 이번 분수 단원 학습을 마치며 학생들의 반응을 들었다. “선생님, 프렉토피아에서 직접 해보니까 이해가 잘 됐어요.” “챗봇이 저한테만 맞춰서 설명해 줘서 좋았어요.” “스노클에서 말로 설명하면서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각자의 수준에서 출발하고, 자신의 속도로 학습하고,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이해를 표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모두를 위한 수업’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디지털과 AI 도구 사용으로 교사의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챗봇 프롬프트 설계, 도구 투입 시점 결정, 대시보드 데이터 분석은 모두 교사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왜 분모는 더하지 않을까요?”라는 본질적 질문에 답하고, 학생의 오개념을 짚어주고, 수학적 사고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여전히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AI 챗봇의 부정확한 설명, 스노클의 한국어 음성인식 오류, 처음 시스템을 구축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한 번 만들어두니 반복 사용은 수월했고, 다른 단원과 학년에도 적용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열린 마음으로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도구 사용법은 유튜브나 챗GPT로 쉽게 익힐 수 있지만, 자신의 수업에 맞는지는 직접 경험해봐야 안다. 더 좋은 수업을 향한 교사의 열망은 언제나 존재하고, 디지털 AI 도구도 우리가 가진 다양한 자원 중의 하나이다.
수업 구상 동기 및 배경 급격한 기상 변화와 극단적 환경 파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3월 영남 일대에 산불이 있었다. ‘대한민국 최악의 산불’이었고, 최소 32명 사망, 약 5,000채 이상 건물 파괴, 약 10만 4천 헥타르 면적에서 피해가 발생하였다.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순간까지 온 것이다. 이런 현장성 있는 문제 인식이 이번 수업을 구상하는 직접적 동기로 작용하였다. 사회1(중학교) 성취기준을 보면,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조사한다’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노력’에 치중하여 학생들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느끼기 어려워 보였다. 학생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였다. 전국 지리교사가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된 ‘이탈리안 브레인랏1 캐릭터 만들기’ 활동지를 볼 기회가 있었다. 기후적 특성에 적응해 진화한 동물 캐릭터를 창작하며, 학생들이 기후 조건에 맞는 생존 전략을 직접 고안하여 창의적으로 표현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기후위기를 접목시켜 ‘동물들이 만약 기후위기 환경에 산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라는 상상을 하였다. 수업에 적용한다면 지식 습득과 흥미 유발, 창의력 향상을 함께 키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결국 ‘기후위기’라는 문제를 재미와 호기심으로 접근하고, 동시에 성취기준에 부합하는 탐구·창의적 사고까지 아우를 수 있는 활동이라고 확신하였다. 이런 과정과 고민, 교육적 시사점을 담아 ‘기후위기에 적응한 이탈리안 브레인랏 캐릭터 만들기’ 수업을 구상하였다. 수업 목표 및 기대 효과 수업의 목표는 탄소중립 정책과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 흐름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일상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후위기는 먼 나라의 이슈가 아니라 바로 나와 우리의 삶과 연결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체감하고, 개개인의 관심과 변화의 필요성을 내면화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학생들은 교과서 지식을 습득하고, 기후문제를 ‘나의 환경, 우리 사회’와 접목하여 창의적인 방식으로 답을 찾는 활동을 계획하였다. ‘기후위기에 적응한 이탈리안 브레인랏 캐릭터 만들기’ 활동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였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상상력을 통해 극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를 창조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예술적 표현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PART VIEW] 이러한 활동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인 ‘창의적 문제해결력, 통합적 사고, 지속가능성과 변화 감수성’과 일치한다. 학생들은 친환경 정책과 기후위기 심각성을 학습하고, 관련 신문기사를 탐색할 것이다. 이후 창의력과 연계하여 캐릭터를 구상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지구 시민’으로서의 책임 의식과 실천 의지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수업 목표를 설정하였다. 활동지의 설계 과정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 생성형 AI 활용 역량이 중요해졌다. 학생들이 AI에게 효과적으로 질문하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3월 초부터 하브루타 기반의 질문 만들기 수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였다. 질문의 종류와 만드는 방법을 안내한 뒤, 매 수업 시간 직접 교과 지식에서 핵심 질문을 만들고, 스스로 답변하여 활동지에 기록하였다. 더 나아가 또래와 생각을 공유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질문은 사고의 시작’임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기후위기에 적응한 이탈리안 브레인랏 캐릭터 만들기에서도 이러한 질문 역량과 AI 활용을 결합했다. 예를 들면 생성형 AI에게 “어떤 기후 조건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면 좋을까?”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도록 활동지에 문장 및 예시를 상세히 제공했다. 실제 활동지는 ‘조사 → 창작 → AI 활용 → 팀 나눔 → 전체 공유 → 연결’ 등 6단계로 구조화했으며, 각 단계별로 세부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학생들이 활동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활동지에는 세부 항목에 대해 간략한 작성 방법을 명시하였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빈칸, 핵심 문장 템플릿, 친구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짝나눔과 팀나눔, 전체나눔 순으로 사고의 폭을 넓히는 방식까지 설계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관점을 배우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서로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는 수업을 경험하였다. 활동지 주요 내용 소개 이 수업의 중점은 지식 습득과 학생 참여 활동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구조화한 활동지 설계에 있었다. 수업의 출발점은 교과서 지식의 전달이지만, 그 모든 배움이 실질적으로 학생 개개인의 창의적인 탐구와 표현으로 이어지도록 각 단계별 활동을 세밀하게 설계하였다. ● 첫 번째 단계 _ 조사 첫 번째 단계인 ‘조사’는 학생들이 신문기사와 다양한 자료를 직접 조사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한다. 각자 인상 깊게 읽은 기사를 요약해 공유하고, 자신이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싶은 기후위기 한 가지와 관련된 동물·식물·사물을 선택한다. 수업 주제와 개인적 관심을 연결 지어 캐릭터를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 두 번째 단계 _ 창작 두 번째 단계에서 학생들은 선택한 기후위기에 실제로 적응한 상상의 동물을 직접 디자인하게 된다. 여기서 핵심기술 융합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기후위기 속 생존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 요소를 결합하여 스케치 형식으로 그려본다. 이후 자신이 만든 캐릭터의 적응 이유와 특성을 스스로 설명문으로 작성한다. ● 세 번째 단계 _ AI 활용 세 번째 단계는 ‘AI 활용’이다. 학생들은 생성형 AI와의 대화를 통해 일차적으로 자신의 내용을 입력해 보고, AI의 응답 결과를 확인한다. 부족하거나 어색한 부분, 혹은 좋은 점을 스스로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2차 정리 글을 요청한 뒤, 최종적으로 AI로부터 생성된 캐릭터 이미지까지 확인한다. ● 네 번째 단계 _ 팀나눔 네 번째 ‘팀나눔’ 단계에서는 조별로 각자 만든 캐릭터와 스토리를 공유하고, 토의와 평가를 통해 팀 내에서 가장 우수한 캐릭터를 선발한다. 학생들은 친구의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이에 따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킨다. ● 다섯 번째 단계 _ 전체 공유 ‘전체 공유’ 단계에서는 각 팀에서 뽑힌 우수 캐릭터를 학급 전체에 발표한다. 학생들은 익명투표를 통해 학급 대표 캐릭터를 선정하고, 발표 후 친구들은 감상평과 질문을 남기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 여섯 번째 단계 _ 연결 마지막으로 ‘연결’ 단계에서는 이번 활동을 통해 자신이 느낀 점, 인생에 적용하고 싶은 교훈, 친구에게 새롭게 배운 점 등을 정리한다. 활동지에는 자기평가란도 포함되어 있어서, 학생들이 과정에 얼마나 성실하게 임했는지, 준비·학습동기·성취감과 만족도까지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처럼 각 활동을 세분화하고, 조사부터 창작, AI 활용, 나눔과 자기성찰까지 전 과정을 꼼꼼히 구조화함으로써, 학생들이 보다 능동적이고 구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창의성과 자기주도성, 협업역량, 실천적 문제해결 능력까지 아우르는 체험 중심 수업의 핵심이 바로 이 활동지의 치밀함에 있다. 학생 결과물 소개 및 분석 수업은 총 3차시로 구성하였다. 1차시는 교과서 중심으로 기후위기, 탄소중립, 지속가능 도시 등에 대해 배웠다. 2차시는 학생 개별 활동을 통해 신문기사 조사·기후위기 상황 선정·동물 선택·캐릭터 창작·AI 활용까지 모든 과정을 자기주도적으로 진행했다. 학생들은 각자 만든 결과물을 짝꿍과 나누며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3차시에서는 팀 단위로 캐릭터를 공유하고, 학급 대표 캐릭터를 투표로 1개 선정한 뒤 자기평가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총 5개 학급 대표 캐릭터 중 4개를 선정하였다. 4개의 학급 최우수 캐릭터에 대해 이름과 특징을 아래처럼 정리하였다. ① 애쿠쿠쿠 사비캣 사막화로 물 부족 현상이 극심해졌다. 열 배출을 위해 귀는 커졌으며, 몸의 물통과 꼬리 식물을 활용하여 직접 수분을 마련하는 형태로 변화하였다. ② 오씨제노 라마라마 해수면 상승으로 고산지대가 침수되었다. 부족한 산소 공급을 위해 몸은 산소통으로 변했고, 내부에 식물이 들어 있어 산소 공급이 가능하도록 변화하였다. ③ 스카스카 폴라레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았다. 북극곰은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초강력 냉각기 역할을 하는 발, 목에는 천적 보호에 용이한 단단한 팜나무 줄기로 변화하였다. ④ 메탈로로 델피델피노 극심한 공기 오염으로 인간과 동물은 숨쉬기 어려워졌다. 돌고래는 공기청정기 기술을 몸에 장착하여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학생들은 각자 선택한 기후위기 상황에 맞춰 동물 특성을 창의적으로 변형·융합하였다. AI를 활용해 자신의 처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창작 과정에서는 생명체의 변화, 과학·환경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두드러지게 발현되었다. 나눔과 투표, 자기평가 단계를 통해 협업과 자기성찰도 충분히 이루어졌다. 학생들의 결과물은 기후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뿐 아니라,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성·문제해결력·디지털 리터러시·공감능력 등 다양한 핵심역량 함양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수업설계와 과제 구조화가 학생 개개인의 독창성과 협업능력, 자기주도적 성장에 실제로 긍정적으로 작용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업을 마치며 이번 수업은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첫 창의융합형 프로젝트 수업이었다. 과연 학생들의 결과물이 기대에 부응할지 걱정하였다. 그 우려는 완전히 기우였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단순히 기후위기와 캐릭터를 재미있게 혼합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차시가 거듭될수록 심각한 기후문제를 진지하게 수용하고, 높은 열의로 수업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재미와 신기함만 느끼던 학생들은 점차 기후위기 현상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나눔하고, 고민하였다. 창작한 캐릭터를 친구들과 패들렛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친구들의 다양한 시각과 아이디어를 들으며 협력의 가치를 배웠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놀라웠던 점은 AI를 활용하면서 ‘질문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학생 스스로 깨달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구체적으로 질문을 제시할수록 AI가 더욱 창의적이고 실제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였다. 그 경험은 곧 학습 내적 동기를 크게 자극했다. 자기주도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구현하기 위해 학기 초부터 ‘질문 만들기’ 수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였다. 학생들에게 질문의 종류와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더불어 자신이 학습한 지식을 토대로 질문을 만들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함께 답변 내용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프로젝트형 수업에서 스스로 질문을 발전시켜 AI와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기본기가 되었다. 아쉬운 점은 개인별로 글을 쓰고, 정리하는 능력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능력의 차이를 줄여줄 수 있는 보조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AI에게 제공하는 ‘프롬프트’이다. 프롬프트는 실력이 낮은 학생들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프롬프트를 설계하여, AI의 도움을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을 세웠다. 수업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 AI 시대, AI만 잘 활용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지식과 다양한 예시를 충분히 습득하고, 자기 표현력을 키운 뒤에 AI를 활용해야만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지식과 창의력이 공존하는 교실, 사전지식과 AI 활용이 조화를 이루는 수업이 바로 앞으로 지향해야 할 미래 교육의 모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식과 기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수업에 집중하여, 학생이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는 경험을 중시하려 한다. 전통적인 지식 기반 교육에 더해 AI가 결합된 현대적 수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연구·적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재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융합형 수업을 설계해 나갈 것이다.
지식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개인적인 이유가 먼저였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신기한 지식자료를 발견하면 오리거나 베껴 적어서 ‘자료상자’에 넣고는 했다. 그렇게 들어간 자료는 짐 정리 할 때나 꺼내보며 ‘이런 것도 있었지’하고 또 잊혔다. 자료를 수집할 줄만 알았지, 잘 조직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문헌정보학과에 들어가게 되었을까. 대학에서 어떤 자료를 수집해야 하고 어떻게 분류하고 조직하는지, 도서관 운영은 어떻게 하고 이용자 서비스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다. 교직이수와 더불어 학교도서관 경영, 독서지도 등도 배웠다. 이를 응용하여 개인 자료를 KDC1를 이용하여 분류하고자 시도해 본 적도 있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사서교사로 근무하면서도 이런 답답함은 이어졌다. 각종 서평, 도서목록, 수업지원 자료, 에듀테크 지원 정보, 관리하는 각종 기기의 사용설명서, 가끔 쓰는 기기의 관리자 ID 등 접하는 자료도 많아지고 관리하는 자료도 많아졌지만, 그만큼 혼란도 가중되었다. 필요할 때 꺼내쓰기가 점점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답답함은 참고봉사2에도 이어진다. “선생님, 생명윤리에 관한 내용이 담긴 소설을 찾고 있어요.”, “길티플레저가 잘 표현된 소설이 있을까요?”, “지리선생님이 진로와 관련된 지리책 읽어오래요. 제 진로는 IT 쪽인데요. 뭐 읽죠?”KDC 분류만으로는 찾아주기 어려운 이런 요구에 대응해야 하니, 무언가 대책이 필요함을 매번 절감하게 되었다. 개인지식관리 _ 정보를 수집·정리·공유하고 지식을 창출·활용하라! 그러다가 개인지식관리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굳이 따지자면 노션에서 시작해서 제텔카스텐·옵시디언·기록학 등의 키워드를 거쳐 접하게 된 개념이었지만, 앞의 모든 것을 포괄할 만한 개념이기에 대표적으로 소개한다. 개인지식관리는 기업의 ‘지식경영’과 대응하는 개념으로, 개인이 인터넷으로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접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정리·공유하고 이를 통해 지식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 정보를 책이나 잡지에서 접하던 시절에는 정보를 ‘모으는 것’, 즉 소유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찮게 보이는 것도 일단 모아두면 그것이 나의 지식이 되어 경쟁력을 갖추게 되니 모든 정보를 무조건 많이 모아두라는 조언이 흔했다.정보를 모으기도 쉽지 않은 시대였으니 이 조언은 어느 정도 유효했다. 그러나 요즘은 일단 모으는 것은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중요한 내용부터 시시콜콜한 잡담까지. 내가 접하는 지식 및 일상의 모든 기록은 내 핸드폰에, 내 컴퓨터에 혹은 저 멀리 미국 버지니아나 싱가포르 어딘가의 데이터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 분명히 어딘가 저장되어 있지만 어디 있는지 모르는 정보는 내 관심을 갉아먹고 집중력을 잃게 만든다. [PART VIEW] 예전에는 정보가 경쟁력이었다면 요즘은 수많은 정보 더미 속에 가치 있는 것을 가려내는 것이 경쟁력이 되었다. 정돈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 쓰레기는 오히려 중요한 것을 알 수 없게 만든다.도서관의 역할도 수집보다는 자료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학교도서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학교도서관의 평가가 장서량 같은 양적 평가보다는 장서의 최신성, 장서의 질, 자료와 이용자를 어떻게 연결하는지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정보를 마구 수집만 했던 과거가 아주 무용한 것은 아니었다. 티아고 포르테는 세컨드 브레인의 구축 단계를 CODE의 네 단계로 요약했다. 수집(Capture)·정리(Organize)·추출(Distill)·표현(Express)9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과거에 수집해 놓은 자료가 있으니 정리하면서 다음 단계를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자료를 정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지루하다. 새로 쌓이는 자료가 넘쳐나니 과거 자료를 따로 시간 내어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 이에 대해 티아고 포르테는 자료의 분류 방법으로 PARA10를 제시했다. 자료를 실행 기준으로 프로젝트(Project)·영역(Area)·자원(Resource)·보관소(Archive)의 네 분류로 나누어 저장하는 방법이다. 이 시스템에 따르면 일이나 생활에서 현재 진행 중이며 마감 기한이 있고 단기간 노력이 필요한 일은 ‘프로젝트’에, 일이나 삶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며 나의 책임하에 놓인 일은 ‘영역’에, 나의 관심사나 향후 도움이 될 것 같은 주제의 지식은 ‘자원’에 저장한다. 이 세 가지에 속하지 않지만 보관 가치가 있는 정보, 즉 과거 프로젝트 완료 자료 등은 ‘보관소’에 저장한다. 과거 수집된 자료는 ‘보관소’에 넣어놓고 ‘프로젝트’나 ‘영역’에 필요할 때 꺼내어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잘 조직된 지식자료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니클라스 루만이라는 독일의 사회학자는 평생에 걸쳐 9만여 개의 메모를 남겼으며, 이를 통해 60여 권의 책을 저술하고, 3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조교나 공저자 등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 모든 업적을 이루었는데, 이는 그가 남긴 메모 덕분이라고 한다.그가 남긴 메모를 ‘제텔카스텐’이라고 하는데, 독일어로 ‘메모상자’라는 뜻이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는 니클라스 루만 아카이브를 통해 그가 남긴 메모를 공개하고 있다. 옛날 도서관에서 쓰던 카드시스템과 비슷한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니클라스 루만의 방식은 ‘상향식 글쓰기’로 표현된다. 주제를 먼저 정하고 글감을 ‘짜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축적되어 있던 메모들의 연결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키고 주제를 정해서 글을 쓰는 것이다. 이런 유용한 메모상자를 나도 가질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에 제텔카스텐 시스템을 디지털로 구축해 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관련도서가 많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하우 투 제텔카스텐이라는 책을 통해 어떤 식으로 메모를 작성하고 연결하여 필요할 때 나타나게 할 수 있을지를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제텔카스텐 연구소’13라는 누리집도 존재한다. 먼저 단순히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한 것은 ‘임시 메모’에 기록한다. 이는 하루 이틀 사이에 가치를 평가하여 보관할지 버릴지를 결정한다. 책을 읽고 중요한 내용이나 개념 등을 기록하는 것은 ‘문헌 메모’에 기록한다. 텍스트의 원본과 요약, 서지정보 등을 기록한다. 이 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은 ‘영구보관용 메모’가 된다. 제텔카스텐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신의 언어로’, ‘한 메모 당 하나의 생각만’ 기록하는 것이 핵심이다. 필요할 때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키워드 메모나 관련된 다른 메모와 잘 연결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세컨드 브레인의 저자 티아고 포르테는 플랫폼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했다. 단지 분류를 일치시켜서 파일시스템이나, 메모 프로그램을 넘나들 때도 인지적 누수가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제텔카스텐을 구축하려면 ‘연결’이 중요한 만큼 연결을 매끄럽게 해주는 메모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우 투 제텔카스텐에서는 디지털 제텔카스텐을 구축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그 중 ‘옵시디언’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텔카스텐을 꾸릴 수 있는 자세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여러 프로그램 중 소개해 볼만한 것은 ‘옵시디언’과 ‘노션’이다. 둘 다 학교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 옵시디언 옵시디언은 제텔카스텐 시스템에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되며, 로컬 기반 프로그램으로 데이터가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내 컴퓨터에 저장된다. 내 컴퓨터의 공간을 사용하므로 데이터 용량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다. 메모는 마크다운 파일로 저장된다. 마크다운 파일은 md 확장자를 가지며, 윈도우에 기본 설치되어 있는 메모장16만으로도 열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개발이 중단되더라도 나의 메모는 살아남는다. 하지만 로컬 기반이기 때문에 저장된 컴퓨터에서만 볼 수 있어서 이동성이 떨어진다.17 또 관련 서적이 많이 나와 있지 않아서 학습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 노션 선생님들께 학습을 권하고 싶은 것은 ‘노션’이다. 이미 국내 사용자가 많아 사용 방법이 많이 공유되고 있고, 관련 서적도 풍부하다. 특히 2025년 8월까지는 학교 이메일로 가입 시 교육플러스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교사 사용자가 많다.그래서 조금만 찾아보면 교무수첩이나 학급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템플릿을 구할 수 있다. 실시간 동기화로 컴퓨터와 핸드폰에서 같은 자료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메모를 살펴보고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노션의 데이터베이스 기능은 큰 장점이다. 업무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쌓이는 모든 메모는 일단 ‘임시 DB’21에 저장했다가 가치를 평가하여 ‘메모 DB’에 옮긴다. 주제가 되는 키워드를 ‘연결 DB’로 만들어 관계형 속성으로 연결하면 같은 주제의 메모가 모이게 된다. 과거에 같은 주제로 저장해놨던 메모가 필요할 때 나타나는 지식관리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지식관리에 꼭 노션이나 옵시디언같은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니클라스 루만처럼 아날로그 방식을 구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합하게 개발된 프로그램을 통하면 연결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선생님은 도서관 책을 다 읽으시는 거예요? 어떻게 이 많은 책을 다 알고 있어요?” 지금도 종종 듣는 기분 좋은 오해이지만 앞으로 체계적으로 지식을 관리해 나가면 이런 오해가 어느 정도 사실이 되지 않을까. 내가 근무하는 학교급의 교과과정에 대해서 각종 키워드를 섭렵하는 촘촘한 지식망을 구축해 보는 것이 원대한 목표이다. 그래서 독자의 시간을 절약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책을 전달할 수 있는 것. 그 기본에 충실한 사서교사이고자 한다.
우울증 걸리는 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말해 줘도 관심을 가질까 말까 한데, 우울증에 걸리는 법이라니! ‘참 할 일도 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세상에는 존경받는 법, 인정받는 법, 통솔하는 법 등 뭔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법, 더 나은 역량을 갖춘 사람이 되게 하는 법에 대한 말과 글이 넘쳐난다. 마찬가지로 행복해지는 법에 대한 글도 아주 많다. 하지만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행복으로 향하는 길인 줄 알고 열심히 갔는데, 알고 보니 불행으로 향하는 길인 경우도 있다. 행복해지려면 ‘불행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조언은 많지만, 우울증에 걸리는 법을 알려주는 조언은 많지 않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겠다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우울증을 심화시키지 않게 하려면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법만이 아니라 우울증으로 향하는 경로도 알아야 한다. 현대인의 몸과 마음은 석기시대의 활동적인 야외생활에 적합하도록 설계되고,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생활환경은 ‘움직임 부족, 실내 중심, 달콤한 열량, 화면 과다’로 채워지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결국 현대인은 야외생활에 맞춰 프로그램화된 몸과 변화된 생활환경의 괴리로 비만·우울증·스트레스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새로운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뇌신경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울증 걸리는 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당분과 초가공식품 과다 섭취, 유산소 운동 중단, 햇볕 기피, 지속적인 동영상 시청 등이다. ● 당분과 초가공식품 지속적 과다 섭취 늘 기아에 시달리던 인류 대부분은 과다 섭취한 지방이나 당분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고 있지 못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설탕이 많이 들어있는 음료나 초가공식품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당분 섭취로 인해 느끼는 행복감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반복되면 오히려 기분에 악영향을 미친다. 당분을 먹으면 우리 몸의 혈당은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곧바로 떨어진다. 신체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의 양에는 한계가 있는데, 당분 섭취로 인해 갑자기 과다 분비되면 그만큼 더 쉽게 고갈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기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에 혼란이 초래되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무력감·불안·우울 증상 악화로 이어진다. 나아가 당분 중독 증상과 기억력·학습력 저하 증상도 겪게 된다(서지민, 2021). 이를 알면서도 우울감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달콤한 초가공식품을 지속적으로 섭취한다면 이는 우울증에 걸리고 싶어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 화면 사용 시간 늘리기 세계적으로 우울증이 급증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화면 사용 시간 증가이다. 총사용 시간만이 아니라 강박적인 사용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만약 우울증에 걸리고 싶다면 하루에 3시간 이상 3개월간 꾸준히 동영상을 시청하면 된다고 한다. 우울감을 잊기 위해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각종 동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 유산소 운동하지 않기 우울증에 걸리고 싶다면 땀 흘리며 운동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사냥이나 채집활동 그리고 위험으로부터 도피 등 생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 몸에 도움이 되도록 진화됐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생존이 위협받지 않게 되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학교(McMaster University) 마크 타르노폴스키(Mark Tarnopolsky) 박사팀(Oaklander, 2016)과 중앙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팀(박미라, 2017)을 비롯한 많은 연구자가 운동이 우울증을 약화시키고, 기억력·학습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밝혀냈다. 운동 효과는 단순히 심장·근육·폐·뼈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뇌에도 미친다. 운동이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뇌혈관과 뇌세포를 증가시키며, 뇌세포의 퇴화를 막고 복원시키기도 한다. 또한 도파민·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증가해 신경세포의 재생 및 가소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당분 섭취와 달리 유산소 운동은 신경전달물질을 허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 재생과 가소성을 향상시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우울감을 줄여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도 더 원활하고 왕성하게 한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그동안 어깨와 허리 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통증 치료를 위해 수술을 권하고 약물을 투여해 왔지만, 최근에는 근육강화 운동을 권하는 쪽으로 처방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의학계는 우울증 완화만이 아니라 신체 건강을 위해서도 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우울증에 걸리고 싶다면 밖으로 나오지 말고, 어두운 침실에 누워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새로운 습관 형성하기 _ ‘21일의 법칙’ ‘우울증에서 벗어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곧바로 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행에 옮겨보지만,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하려고 하면 뇌가 강하게 저항한다. 평소에 살던 대로 살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새벽에 일어나서, 혹은 이 늦은 밤에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버티는 바람에 결국 3일 만에 포기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운동하는 것은 기존의 습관을 버리는 활동이자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활동이다. 습관을 바꾸려면 최소 21일은 지속해야 한다는 ‘21일의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은 미국의 의사 맥스웰 몰츠가 그의 저서 성공의 법칙에서 처음 주장한 내용이다. 21일은 생각이 ‘의심·고정관념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두려움·불안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를 거쳐 ‘습관을 관장하는 뇌간’까지 가는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영국 런던대 필리파 랠리 교수팀에 따르면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는 사람의 뇌는 충분히 반복돼 시냅스가 형성되지 않은 것에는 저항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 행동을 입력해 놓을 기억세포가 만들어져야 뇌가 순응한다. 배재대 심리철학상담과 최애나 교수도 ‘실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한 단계당 3주 단위로 진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배지영, 2017). 21일의 법칙이 과학적으로 합의에 이른 법칙은 아니지만 새 습관 형성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3주는 뇌에 습관을 각인시키는 단계에 불과하다. 이 습관이 완전히 몸에 배게 하려면 최소 66일을 더 이어 나가야 한다. 2009년 ‘유럽사회심리학저널’에서는 특정한 행동을 매일 같은 시간에 하도록 한 결과, 습관이 몸에 배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12주였다. 새로운 습관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총 3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얘기다(배지영, 2017). 운동하기로 마음먹었으면 3개월간 자신과 싸우며 지속적으로 해 보자. 혼자서 싸우기보다는 친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싸우는 것이 좋다. 요새 달리기 동호회가 급증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하면 우울감으로 인한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행복감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혹여 우울증에 걸리고 싶다면 친구나 가족이 함께 운동하자는 제안을 강하게 거절해야 할 것이다. 평생 살아보니 교사 열정의 샘은 학생들의 호응과 운동이었다.
공교육이 위기다. 학교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학부모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학생의 기대는 복잡해지며, 동시에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은 점점 늘어난다. 교사들은 교육적 신념과 판단보다 책임 회피와 위험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고, 결국 교사로서의 주체성을 잃어간다. 학교가 제 역할을 찾지 못할 때, 학생의 성장을 돕는 교사의 실천이 형식화될 때, 학교교육은 단순히 대입을 위한 수단 혹은 돌봄의 기능으로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것이 바로 이러한 상황이다. 이 교육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외부의 새로운 정책이나 시스템만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교육의 가치를 지켜내려는 교사들의 주체적 실천이다. 그것이 바로 교사 리더십이다. 교사 리더십은 공교육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핵심 동력이자, 학교를 신뢰의 공간으로 되살리는 중요한 길이다. 리더십은 모든 교사에게 잠재되어 있는 자질이다 교사 리더십이란 단순히 관리자나 보직 교사에게 한정되는 특수한 역량이 아니다. 이는 ‘교사가 교육활동 수행 과정에서 동료 교원과 학생·학부모가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돕고, 지원하며, 안내하고, 촉진하는 영향력1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로 봤을 때 교사 리더십은 교사라면 누구나 가진, 혹은 가져야 할 자질이다. 과거에는 학교 리더십이 주로 교장이나 중간 관리자 중심으로 논의되었지만, 현대의 교육에서는 학생의 성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든 교사가 학교 리더십의 중심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교사들은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복잡한 행정업무, 학생 돌봄까지 학교 안의 모든 영역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자로 존중받기보다 각종 민원과 책임 추궁, 심지어 소송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고립된 환경에 놓여있다. 이러한 현실은 교사들의 자존감을 크게 하락시키고 있으며, 젊은 교사들의 학교 현장 이탈을 부추기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OECD TALIS 2024 조사’2에 따르면, 한국 교사 10명 중 2명(21%)이 교직 선택을 후회하고 있으며, 이는 OECD 평균(11.1%)의 약 2배 수준이다. 주된 스트레스 요인은 ‘학부모 민원 대응’으로 56.9%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과 압박에 놓이면 먼저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많은 교사는 자신이 교육자로서 가졌던 소명을 잃고 ‘관성적 직업인’으로 머물게 된다. 관성적 직업인이 된 교사는 교육적 신념보다 ‘내 책임이 아닌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는 수동적 태도를 보인다. 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구조적 문제를 학교 조직에 고착시킨다. 첫째, 교육의 질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는다. 앞선 조사에서3 한국 교사의 주당 행정업무 시간은 6.0시간으로 OECD 평균(3시간)의 두 배에 달한다. 문제는 단순한 업무량의 과다가 아니라, 수업 연구가 아닌 행정업무가 교사의 주된 일상 업무로 인식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교사는 정해진 행정절차대로 행정업무·공문처리를 기계적으로 하면서, 학급은 최소한의 관리 위주로 운영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축소시킨다. 또한 학생의 성장을 돕고 수업의 질을 높이는 수업 연구는 ‘주된 업무’가 아닌 ‘추가 업무’로 전락한다. 교사가 수업을 연구하려면 업무 시간 외 별도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즉 수업 연구는 이제 의무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시간이 부족해지면 교사는 자연스럽게 익숙한 방식에 안주하게 된다. 수업은 학생의 삶과 괴리된 채 문제풀이식 암기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질 높은 교육은 열정페이를 감수하는 소수 교사의 몫으로만 남겨진다. 둘째, 교사의 효능감 상실 및 학교 조직의 건강성이 저하되는 결과를 낳는다. 교사 리더십의 핵심은 교사가 자신의 교육적 영향력에 대해 갖는 신념, 즉 효능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관행과 이에 따른 행정절차들은 교육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교사의 효능감을 약화시킨다. ‘OECD TALIS 2024 조사’4에 따르면, ‘학업에 관심 없는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하기를 잘할 수 있다’는 한국 교사의 응답률은 59.5%로, OECD 평균(83.5%)보다 24.0%P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교사들이 수업에 대한 동기 부여 영역에서 자신감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방해가 되거나 시끄러운 학생을 진정시키기를 잘할 수 있다’는 응답도 74.7%로, 한국 교사가 OECD 평균 대비(87.3%) 12.5%P나 낮게 나타났다. 교실 관리의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이러한 무력감은 교사들의 개인적·집단적 실천 의지를 꺾고, 궁극적으로 학교 조직의 건강성을 해치고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된다. 셋째, 아무리 훌륭한 교육정책이라도 교사들의 주체적인 해석과 실천이 부재하면 현장에서 힘을 잃고 교육적 효과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 OECD Education 2030, WEF Education 4.0 등 세계적 교육혁신의 흐름 속에서, 그리고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허주 외, 2020)5에서도 미래지향적 역량교육의 성공적 실행이 결국 교사의 전문적 역할 수행 능력과 역량에 달려있음을 확인하였다. 교육정책은 교사의 손에서 비로소 살아 숨 쉬는 교육으로 전환된다. 교사들의 적극적인 해석과 재구성, 실천이 없으면 정책은 형식적인 공문과 행정 절차에 그칠 뿐, 학교 변화의 동력으로 작동할 수 없다. 학교의 관성을 깨는 교사 리더십의 세 가지 핵심 역할 이러한 학교의 관성을 깨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교사 리더십 회복에 있다. 교사 리더십은 ‘실천적 철학과 책임 의식’에서 발원하며, ‘관계적 실천’을 통해 학교 전체를 움직이는 힘을 발휘하는 역동적 동력이다. 학교 안에서 교사 리더십을 발휘한 교사의 사례를 보면, 교사 리더십은 학교 안에서 세 가지 핵심 역할을 해낸다. 첫째, 철학 기반의 ‘배움 재설계’를 주도한다. 교사 리더십을 발휘하는 교사는 교육을 학생의 삶 전체를 책임지는 과정으로 인식한다. 그들은 학생을 점수로 선별하거나 판단하는 관행에 저항하고, 학생 개개인의 성장 잠재력을 믿으며 ‘배움 재설계’를 주도한다. 수업을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학생의 삶과 가치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격적 만남’의 장으로 재정립하며, 학생을 평가의 대상이 아닌 성장의 주체로 단호하게 세우는 힘은 바로 교육철학과 책임 의식에 기반한 교사 리더십에서 나온다. 둘째, 신뢰 기반의 ‘관계적 실천’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낸다. 교사 리더십이 이끈 변화는 고립된 개인의 헌신에 기반하지 않는다. 동료 교사들과 학생과의 연결을 통해 정서적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함께 나아가기를 실천하면서 집단적 변화의 동력을 확보한다. 비효율적인 행정 시스템이나 교육문제, 수업 등 학교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동료들과 공유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용기는 교사 간의 깊은 신뢰와 공동체적 연대에 기반할 때 가능한 실천이다. 셋째, 성찰을 통한 ‘실천의 지속성’을 확보한다. 교사 리더십은 ‘지속적 성장과 발전 지향’을 기반으로 할 때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과거의 실수나 타인의 충고와 지적 지극을 자양분으로 삼아 ‘깊이 있는 자기성찰’을 실천하며, 자신의 지식과 감각이 낡지 않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학문을 탐구하게 한다. 교사 리더십을 발휘하는 교사들에게 리더십은 일회적인 성과가 아니라, 학생과 학교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는 끈기 있는 실천의 지속성 자체인 것이다. 교사 리더십 정착을 위한 제도적 존중과 구조적 지원 급변하는 시대에 교사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교육의 안전망이자 학교 변화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교사의 리더십이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요소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교사에 대한 제도적·사회적 존중이 필요하다. 교사의 교육적 판단이 정당하게 존중받고, 혁신적인 시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실패나 문제에 대해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지 않는 심리적·제도적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보호는 교사들이 두려움 없이 창의적인 교사 리더십을 발휘할 용기를 줄 것이다. 둘째, 협력과 실천을 위한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 학습공동체 활동을 교사 리더십 함양의 핵심 과정으로 인식하고, 과도한 필수 연수를 축소하며, 교사들이 수업과 성찰, 배움을 위한 실제적인 시간과 자원을 확보하도록 공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실질적인 지원은 교사들이 협력과 실천을 통해 성장하고 효능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셋째, 민주적 학교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의 경직된 문화와 비효율적인 관행은 교사들의 자발적 리더십 발현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다. 따라서 관리자 리더십 교육을 강화하고, 학교 조직 전체가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수평적인 협력 문화를 갖추어 교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환경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이야말로 교사 리더십 발휘를 위한 비옥한 토양이 된다. 넷째, 자기 철학 내면화와 성찰을 통한 끈기 있는 성장 기회가 필요하다.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철학을 깊이 내면화할 때 교육자로서 내적으로 단단하게 무장할 수 있다. 또한 끊임없이 자신의 교육활동을 성찰할 때 그것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는 동력이 된다. 교사의 교사 리더십은 학생의 삶과 학교의 미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다. 우리 사회가 교사들의 주체적인 리더십 발휘에 주목하고, 그들의 실천을 존중하고 지지할 때, 학교는 비로소 변화를 수용하고 희망을 만들어 가는 살아있는 교육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결국 교사의 교사 리더십이야 말로 교육의 위기에 맞서 공교육의 근본을 다시 세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한 식품업체가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독특한 시선으로 제작한 즉석식품 광고가 눈길을 끈다. 히어로로 등장한 워킹맘이 갑작스레 괴물 퇴치 명령을 받자, 유치원생 아이를 급히 맡길 곳이 없어 아이와 함께 출동한다. 괴물을 본 아이는 신이 나고, 괴물은 아이가 위험하니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싸우자”고 말하며 돌아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괴물 또한 워킹맘. 잠시 후 괴물은 자신의 아이와 함께 나타나 히어로 여성에게 즉석식품을 건네며 “워킹맘끼리 돕고 사는 것 아니겠냐”며 돌아간다. 웃음을 자아내는 광고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가 담겨있다. 바로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방과후 돌봄 문제다. 정규수업 이후 돌봄 공백은 맞벌이 가정에게 생존의 문제로 여겨질 만큼 심각한 고민거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교육청·지자체는 오랜 시간 다양한 돌봄정책을 추진해 왔다. 학교는 교육 프로그램 중심의 방과후학교1와 돌봄 서비스 중심의 초등돌봄교실2, 그리고 이 둘을 통합한 늘봄학교3를 운영 중이다. 지역사회에서도 다함께돌봄센터·지역아동센터·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마을학교 등 각종 기관이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돌봄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기관 간 연계 부족, 산발적 운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존재한다. 지자체와 함께 만드는 온동네 초등돌봄, 핵심은 ‘연결’ 그동안 학교와 지자체는 각자의 방식으로 방과후 교육·돌봄 서비스를 꾸준히 확장해 왔다. ‘교육·돌봄의 주체가 학교인가, 아니면 지자체인가’에 대한 논란, 과대·과밀 지역의 돌봄 공백 완전 해소, 프로그램의 질 관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긴 하지만 학교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교육·돌봄 서비스는 학부모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여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발전해 왔다. 이제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온동네 초등돌봄 정책의 성패는 ‘누가, 더 많이 제공하는가?’가 아니라 ‘학교와 지자체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함께 제공하는가?’에 달려 있다. 학교와 지자체가 연결되어 지역기관·대학 등의 우수한 교육자원(공간·프로그램·인력 등)을 함께 활용할 때 돌봄 초과 수요를 해소하고 프로그램 질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모든 아이가 안전하고 따뜻한 돌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연결할까? 필자는 교육부의 늘봄학교 시범운영 단계부터 기획에 참여했으며, 대구광역시교육청 파견근무를 통해 지자체 협력형 늘봄학교 사업을 실제로 추진할 기회를 얻었다. 대구는 교육열이 높고 광역·기초지자체 모두 청소년 교육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역 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여 교육시설 구축(도서관, 어린이 특화 SOC, 평생학습관 등), 마을강사 양성, 대학연계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공동주택(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와 주민센터·경로당·학교복합시설 등 지역 공간을 돌봄 자원으로 확장하며, 지역아동센터와 대학생 멘토링 사업을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도심과 농촌이 공존하는 대구의 특성상 학습·학력 향상 중심의 프로그램부터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 인공지능(AI)·코딩·로봇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학교밖청소년·다문화가정 대상 프로그램, 대학(DGIST)과 연계한 고등학교 공동캠퍼스 수업을 개설하는 등 폭넓게 청소년의 교육·돌봄을 지원한다. 지자체와 연계한 교육·돌봄 모델은 교육(지원)청·학교-지자체-지역기관이 하나로 연결되어 협력할 때 가능하다. 연결의 시작은 바로 지자체·지역기관과 교육청·학교 담당자가 만나 대화하는 것이다. 필자는 대구교육청이 기존에 지자체와 연계하여 추진하는 사업인 미래교육지구사업·교육발전특구사업과 연계하여 모든 구·군(9개)의 교육·돌봄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그 자리에서 함께 협력하고 지원해야 하는 사항을 논의했다. ‘우리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하자’는 열정으로 지역공동체가 협력하는 감동적인 사례를 맞이하며 서로를 눈물로 격려하기도 했고, 필자가 지금까지 참관해 보지 못했던 수준 높은 AI를 활용한 스마트팜(Smart Farm) 만들기 수업을 함께 하기도 했다. 또한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교육시설을 보고, 또 직접 발로 뛰며, 대학 프로그램을 발굴해 관내 학교의 창의적체험활동시간과 연계·제공하는 지자체 담당자의 열정에 감탄하기도 했다. 반면 지자체에서 왜 청소년 대상 교육사업을 확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인식과 마주하기도 하고, 열심히 교육사업을 추진 중이나 학교의 벽이 너무 높아 협력에 어려움이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일부 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지자체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협력 의지가 중요함을 느끼기도 했다. 일단 만나야 한다. 서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어떤 시설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공유하고 이해할 때 협력의 방향이 보인다. 저출생 시대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학교와 지역이 지혜를 모아야 함을 공감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자체·학교·교육청이 서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실제적인 속내를 꺼내 놓아야 한다. 그래야 협력이 가능한 세부 과제가 보이고, 연결 방법이 보이기 시작한다. 연결의 중심, 학교장과 늘봄지원실장 학부모들은 학교가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인식한다. 정규수업 후에도 이동 없이 안전한 학교에서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제공받기를 원한다. 학교장은 학생들이 이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 막중한 부담감을 느낀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과대·과밀학교는 초과 수요를 학교 밖으로 분산시키기 어렵다. 학생 성장을 중심으로 학교장은 지자체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활용하는 데 마음을 열어야 한다. 올해부터 전국 초등학교에 배치되고 있는 늘봄지원실장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늘봄지원실장은 학교 내 교육·돌봄 수요와 공급 현황을 분석하고, 학교와 연결할 수 있는 인근 지역의 교육·돌봄 서비스가 무엇인지 만남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또한 학교 내외 자원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며, 학생과 학부모 수요에 따른 서비스가 적절히 배분되도록 설계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초등 저학년은 학교 내 공간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고학년은 지역의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를 활용해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돌봄이 필요한 오후 시간대별로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분석하여 초1~2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학교와 마을의 공간을 활용한 교육·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저출생 시대, 함께 키워야 하는 시대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더 집중적으로 풍성한 교육과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학교가 혼자 감당하던 교육·돌봄을 이제는 지역과 나누고, 지자체가 운영하던 프로그램을 학교와 연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방과후에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 온동네 초등돌봄은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중심으로 학부모들의 양육 부담 경감, 초저출생 위기 극복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교육·돌봄정책이다. 학교 혼자만의 힘으로는 버겁다. 학교 안팎의 우수한 교육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제는 ‘누가 돌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돌보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대다. 학교와 교육청은 물론 지자체·대학·기업·기관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주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하는 모든 아이가 언제 어디서나 따뜻한 교육과 돌봄을 누리고, 마음껏 뛰놀며 배우는 온동네 초등돌봄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시대는 갔습니다. 이제는 스승을 돌처럼 대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면 교육의 미래도 없습니다.” 제34대 한국중등교장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한 남경민 교장(전남 여수화양고)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권 붕괴의 현실을 고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교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악성민원은 더 이상 개인의 인내로 감당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무고성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35년간의 교직생활을 거쳐 전국 중등교장협의회를 이끄는 자리까지 올랐다. 그가 보는 오늘의 교육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자리가 교장입니다. 정당한 지시조차 ‘갑질’이라 매도당하는 세상이에요. 교육부도 교사단체의 목소리는 경청하면서 교장단과의 소통은 형식에 그치고 있죠.” 그는 최근 초등교장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도 “교장의 힘이 너무 약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학생 인권과 교사 교권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교장이 학교를 통할할 권한은 상대적으로 약화됐습니다. 이제는 교장의 리더십이 학교를 지탱하는 동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고교학점제, 시기상조 … 우리 정서와도 맞지 않아” 최근 교육계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도 남 회장은 단호했다. “지금은 시기상조입니다. 학교 현장은 준비가 전혀 안 됐어요. 과목 선택권 확대라는 취지는 좋지만, 교사 인력이나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어촌과 소규모학교는 교사 수 부족으로 개설할 수 있는 과목이 턱없이 적어요. 온라인 공동교육도 시스템이 미비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죠.” 그는 “학점제는 학생이 정해진 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제도인데,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까지 어떻게 이수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출석률과 성취 기준을 병행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현실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 성취기준인 40% 또는 출석률 중 하나만 충족해도 졸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제안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입시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 전환은 제도적 변화일 뿐, 근본적인 해법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학벌 중심 구조’와 ‘수도권 대학 집중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경쟁은 계속될 겁니다. 절대평가가 오히려 변별력을 약화시켜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남 회장은 대학 입시 개혁의 초점을 ‘학생 성장 중심 교육’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학생이 SKY나 의대를 지향하는 사회 구조부터 바뀌어야 하고 교육의 목표가 성적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진짜 개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 너무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만시지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교사도 시민입니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막는 건 구시대적 억압이에요. 유럽에는 교사 출신 국회의원이 많습니다. 교사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교육정책이 현실을 반영하게 됩니다.” 그는 “다만 수업 중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근무 외 시간에는 일반 시민처럼 정당활동과 정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 중 편향된 발언은 강력히 제재해야 합니다. 그건 교육자의 윤리 문제니까요.”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육경력 요건을 완화하거나 삭제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지금은 교육경력 3년이면 교육감선거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아예 그 제한을 없애려 한다더군요. 교육경력 3년이면 교육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최소 10년은 있어야 교육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라 전문 영역입니다.” 그는 “예산을 어디에 배분해야 학생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교육감이 돼야 한다”며 “전시성 사업보다 학생 발달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현장형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인터뷰 내내 교사들의 고통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예전엔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스승을 하대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교사의 처우가 낮고, 학부모의 생활 수준이 높다 보니 교사를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이 퍼진 겁니다.” 그는 “초임 교사 월급이 200만 원 수준인데, 1년에 오르는 금액이 3~5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명예와 존경이 사라진 시대에 그 급여로 누가 교단에 남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한 달 근무하고 퇴직하는 교사도 있다”며 “열정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로는 ‘악성민원’을 꼽았다. “교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악성민원은 반드시 근절돼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처벌은 너무 약합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악성민원이 늘고 있어요. 무고한 교사를 괴롭히는 민원에는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실질적인 제재가 필요합니다.” 다만 그는 “모든 민원이 악성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학교 대응이 미흡할 때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악성민원이란 교사를 해칠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괴롭히는 행위이기에 정당한 문제 제기와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교권침해를 당해도 참고 넘어가는 현실도 안타깝다고 했다. 많은 선생님들은 제자가 순간의 실수로 잘못했을 뿐이라 생각하며 용서하지만, 그 상처는 평생 남는다. 그런 교사들의 헌신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무고성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반드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장은 학교의 리더이자 방패 … 책임만 있는 구조 바꾸겠다” 남 회장은 교장으로서의 역할과 사명감에 대해서도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교장은 학교의 최고 경영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습니다. 이제는 ‘힘 있는 교장회’를 만들어 교장이 교육의 중심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는 “학교 내 민원 대응팀이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교장에게 직접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1차적으로 대응팀이 정리한 후 교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더니, 감정이 격화되지 않고 합리적 해결이 가능했다”고 소개했다. 향후 한국중등교장협의회의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학교의 안정적 운영과 학생 중심 교육 실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고교학점제, 대학입시 개편, AI 시대의 디지털 전환 등 변화의 물결 속에서 교장이 현장을 지키는 중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교장들의 역량 강화 연수, 현장 중심 정책 개발, 교육 ODA 확대, 혁신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교장회의 위상을 높이겠다”며 “학교가 흔들리면 교육도 흔들린다. 교장이 바로 서야 학교가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1950년대 말 42명의 교장이 모여 설립한 한국중등교장협의회는 현재 전국 17개 시·도협의회를 아우르는 최대 규모의 교장단체다. 남 회장은 이 조직을 통해 교장의 자긍심을 되살리고, 학교 현장을 안정시켜 궁극적으로는 ‘교사가 존중받고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el the Elder, 1525/30경~1569)의 1565년 작품 눈 속의 사냥꾼(Hunters in the Snow)은 시간을 마주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거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동체의 풍경 속에서 삶의 일면이 잔잔히 느껴진다. 피터르 브뤼헐은 16세기 네덜란드 장르화1의 선구자로, 풍경화적 요소가 있는 화면에 농민의 삶을 담았다. 그는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는 작품을 남겼는데, 농업·사냥·음식·축제·놀이 등 마을의 절기 의식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의 삶과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내었다. 그의 회화는 기존에 유행하던 종교적 서사에서 벗어나 인간에게 관심을 돌려 삶과 자연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르네상스 후기에서 바로크 초기 사이의 전환기 회화의 중요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브뤼헐이 활동하던 시기는 종교개혁의 격변기를 지나며 유럽 미술의 중심 주제가 신화와 종교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일상으로 서서히 확장되던 때였다. 북유럽 미술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학문과 문화의 재발견으로 꽃을 피운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달리, 종교개혁의 정신에 영감을 받았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절정기가 저물 무렵, 북유럽에서는 판화·풍속화·풍경화의 독자적 흐름이 생겨났다. 플랑드르 지역은 현재의 벨기에이며, 이 지역은 어려웠던 민중의 삶에 관한 관심과 아울러 도덕적 풍자를 상징적 이미지로 표현하던 회화가 시작됐다. 예컨대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와 같은 미술가는 종교적 상징을 담은 쾌락의 정원에서 교훈과 기괴한 상상을 결합한 작품을 보여주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브뤼헐은 자신만의 사회적 사실주의(social realism)로 발전시켰다. 브뤼헐의 작품에서는 농민·장인·사냥꾼 등 마을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등장하지만, 그들은 영웅이나 성인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이웃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특히 대자연의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시간과 감성을 품은 공간이 된다. 이처럼 브뤼헐의 겨울 풍경화는 우리를 그 한겨울의 일상으로 들어가게 할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이다. 파노라마적 공간에 펼쳐진 한겨울 풍경 브뤼헐의 눈 속의 사냥꾼은 다층적 시점으로 공간을 구성한 뛰어난 작품이다. 그는 화면 속 공간의 깊이를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해, 대각선 구도 원근법(diagonal perspective)과 공기 원근법(atmospheric perspective)을 활용하여, 멀어져 가는 풍경을 조용히 따라가도록 관람자의 시선을 안내한다. 전경에는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냥꾼 무리, 중경에는 마을과 언덕 아래 얼어붙은 연못이 펼쳐지며, 후경에는 눈 덮인 산맥이 병풍처럼 이어진다. 이러한 구도는 전경에서 중경으로 점차 사냥꾼 무리의 움직임이 사라지고, 눈 덮인 산맥으로 연결되게 한다. 겨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걸어가는 듯 하나의 서사가 느껴진다. 근대 영화의 연속 장면(sequence) 같은 연출에 선구적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다. 또한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방식의 서사가 느껴지는데, 이는 작품 전체에서 균형과 불균형이 교차하며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비록 얼어붙은 한겨울 풍경 속에서도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자연 앞에서 인간 존재가 작은 듯해도, 인간은 생존을 지속하는 존재이기에, 이러한 이중적 시점이 교차하는 한겨울 속에 어딘가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왼쪽 전경의 사냥꾼 무리에서 시작되어, 깊은 눈길과 그 너머의 언덕, 얼어붙은 연못, 마을과 산맥으로 이어지는 구도를 따라 우리의 시선을 안내한다. 사선으로 구성된 화면은 시각적 움직임을 유도하고, 차분한 흑록색·갈색·백색의 제한된 색채는 겨울의 침묵을 강조한다. 사냥꾼들은 피로에 지쳐 고개를 떨군 채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으며, 뒤따르는 개들은 주인을 따르듯 나란히 걷는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생명이 나란히 겨울 길을 걷는 이러한 모습은 유대감을 은근하게 암시한다. 하늘에는 흐릿한 회색과 녹청색 빛이 겹쳐 겨울 특유의 낮고 흐린 하늘빛을 보여준다. 멀리 보이는 설산들은 고요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다. 화면 전체에 배치된 인물·건축물·나무가 리듬감 있게 반복되고 변화하며 조형적 통일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구성은 감상자에게 풍경을 함께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마치 동네에 함께 들어가는 몰입감을 준다. 인간 존재의 서사 눈 속의 사냥꾼은 브뤼헐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여섯 폭으로 제작한 연작(일명 ‘계절 6부작’) 중 겨울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패널에 유채로 그려진 이 1565년 작 회화는 현재 빈 미술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지금까지도 가장 완성도 높은 계절 풍경화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브뤼헐은 이 작품에서 당시 플랑드르 지역 농촌 사람들의 겨울나기를 현실감 있게 담아내면서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섬세한 방식으로 바라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냥꾼들의 빈손과 거의 다 타버려 꺼져가는 불, 바람에 삐걱거리며 걸린 기울어진 간판, 그리고 얼음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눈에 띈다. 풍경 속에는 이렇듯 균형과 불균형, 수확과 결핍이 함께 있기에, 한겨울 공동체 삶의 현실이 느껴진다. 브뤼헐의 한겨울은 낭만적인 판타지가 아니라, 추위와 허기를 이겨내며 삶을 이어가는 인간 존재의 서사이다. 결과만을 중시하지 않고 삶의 과정을 담담히 응시하는 태도는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한 해의 마감과 시작에서 내려다보는 우리의 발걸음 이 동화 같은 고요한 겨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우리가 걸어온 한 해의 발자취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매일 학생·가족·동료·이웃과 함께 겨울로 가는 길을 걸어왔다. 그 여정 속에는 기쁜 날도, 힘든 날도 있었다. 어떤 날은 설렘과 보람으로, 어떤 날은 힘듦과 걱정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결국 한해의 여정을 잘 걸어온 셈이다. 그렇게 시간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지금, 한 해의 끝자락 문턱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다. 소중한 사람들과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어떻게 함께 걸어왔는가를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사냥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는 브뤼헐 작품 속 사냥꾼들의 걸음을 보라. 그들은 서두르지 않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뒷모습은 조용하지만 흔들림이 없고, 비록 빈손인 듯 보이나, 그 빈손은 실패보다는 무사한 귀환을 뜻하는 것 같다. 사냥꾼들 주변의 개와 사람들, 얼음판 위의 아이들까지, 작품 속 여러 존재의 모습은 혹독한 계절 속에서도 공동체, 즉 우리의 삶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 역시 때로는 무엇인가를 이룬 듯, 그렇지 않은 듯하지만, 긴 시간의 길을 걸어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쌓은 우리의 경험과 추억은 눈처럼 조용히 쌓인다.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마음 비록 이 작품의 배경은 브뤼헐이 의도한 1월의 풍경이지만, 한 해의 끝자락인 지금 우리에게도 깊은 의미를 준다. 한 해를 보내며 우리는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 사이에 서 있다. 브뤼헐의 겨울은 계절의 끝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고요한 전환기다. 눈 속에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웃으며 놀고, 불가에서 사람들은 대화하며 온기를 나눌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한 해 동안 거둔 무엇인가보다는, 함께 걷고 겪어온 과정 자체가 소중한 시간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 가운데 한 곳인 호주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지닌 나라입니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의 깨끗한 자연이 바로 호주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주를 여행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어 지역에 따라 다양한 생태계와 기후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모범적인 계획도시 캔버라(Canberra) 제가 여행한 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시드니에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입니다. 호주의 남동쪽, 지리적으로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속하고, 수도 특별구로서 연방정부의 직할로 되어있습니다. 호주의 최대 도시인 시드니, 제2·제3의 도시인 멜버른과 브리즈번처럼 고층 빌딩이 즐비한 현대화된 도시는 아니지만, 자연적인 평온함과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잘 어울려진 친환경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계획도시로 유명합니다. 일반적으로 호주의 양대 도시는 시드니와 멜버른입니다. 그런데 양대 두 도시를 놔두고 캔버라가 수도가 된 이유는 바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10년 전, 영연방국가인 호주연방이 설립되면서 시드니와 멜버른이 서로 수도가 되기 위해 열띤 경합을 벌였고, 두 도시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한 대립이 계속되자 연방의회는 결국 두 도시의 중간쯤에 자리 잡은 캔버라를 호주의 수도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캔버라는 쓸모없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사막과 같은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치밀한 도시계획에 의해 거칠고 볼품없었던 황무지는 쾌적한 주거 공간과 울창한 숲으로 변모했고, 물이 없어 무미건조했던 도시는 아름다운 호수가 흐르는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계획도시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도시건설 당시에 도시 설계를 놓고 국제 경연까지 열었고, 미국의 유명한 건축가 월터 벌리 그리핀과 그의 부인인 매리언 매호니 그리핀이 선정되었으며, 1913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시건설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캔버라 같은 계획도시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만들어진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경남 창원시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한 시절에 호주의 계획도시인 캔버라를 보고 건설했다고 합니다. 인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도시계획(홍보)관’ 계획도시인 수도 캔버라에서 처음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도시계획(홍보)관이었습니다. 초기에 도시를 건설하면서 물이 없어서 건조한 도시였는데, 이러한 건조함을 없애기 위해 대규모 인공호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비록 인공호수지만 자연 호수처럼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인공호수를 만들면서 중앙에 분수를 만들었는데, 시원한 분수의 물줄기는 방문한 모든 사람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중앙 인공호수의 이름은 도시계획을 맡았던 건축가의 이름을 따서 ‘그리핀 호수’로, 호수 중앙 부분에서 나오는 시원한 분수는 호주를 처음으로 찾았던 영국의 탐험가인 캡틴 쿡(Captain Cook)의 이름을 따서 ‘캡틴 쿡(Captain Cook) 분수’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인공호수 옆에 자리 잡는 곳이 바로 캔버라 도시계획(홍보)관입니다. 도시계획(홍보)관을 관람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5개 국어(영어·프랑스어·일어·독일어·한국어)로 진행되는 안내방송이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해외여행 관람객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 위상이 세계적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뿌듯했습니다. 한국어로 안내방송을 들으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세기 가장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받는 ‘국회의사당’ 캔버라의 중심부인 캐피틀 힐(Capital Hill)에 있는 국회의사당은 1988년에 호주 건국 200주년 기념으로 지어졌습니다. 20세기 최고의 건축 기술로 손꼽히는 건물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호주 국회의사당 꼭대기인 캐피틀 힐(Capital Hill)에 오르면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곳에 전쟁기념관, 그리고 주변으로는 울창한 숲 광경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캔버라 국회의사당은 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해진 날만 공개하여 의회가 회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이곳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는 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언제나 누구든지 회의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불협화음이 전혀 나오지도 않고, 항상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되는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호주인들은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작은 공원을 건설하더라도 자연 친화적으로 건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든다면 국회의사당은 주차장을 지하로 설치하여 밖에는 차를 주차할 수 없도록 하였고, 주차장 위에는 나무와 잔디를 심어 놓아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옥상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옥상에도 잔디를 심어 놓아 자연을 벗 삼아 마음 편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호주의 국회의사당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자연 친화적으로 건설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회의사당을 건설하면서 맞은편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직선으로 마주 보게 건설한 것이 정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이처럼 호주인들은 계획도시인 캔버라를 건설하면서 도시계획(홍보)관·국회의사당·전쟁기념관까지 넓은 안목을 가지고 자연 친화적이고 체계적으로 건물을 지었다는 것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래를 내다보며 넓은 안목을 가지고 도시를 건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호주인들의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전쟁기념관’ 호주 전쟁기념관 입구에 들어서면 지난 1850년대부터 호주가 참가한 전쟁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고귀한 생명을 잃은 약 10만 명의 명복을 기리는 문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 모든 전쟁의 전사자가 본토인 호주가 아니라, 전부 외국으로 파병되어 목숨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멀리 타국인 한국까지 와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약 300명의 호주의 젊은 청년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호주가 유엔군을 첫 번째로 파병한 나라가 바로 한국전쟁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 약 8,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했고, 경기 가평 전투에 참여해서 많은 젊은 군인들이 사망했다는 설명에 감사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 등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감회에 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호주의 전쟁기념관은 저에게 남다른 인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전쟁기념관에는 호주군이 참전했던 각 전쟁의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는데, 한국전쟁 전시관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한국전쟁의 모습이 담긴 전쟁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이기에 역사적인 사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람하였습니다. 꽃다운 20대 초반의 나이에 청년들을 해외 전쟁터로 내보낼 때, 호주 국민의 심경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아마도 매우 안타까웠을 것이고, 희생자라도 생기면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겪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파병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을 터이지만, 호주의 젊은 청년들을 세계 곳곳의 여러 전쟁에 파병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약소국의 독립을 돕기 위해, 그리고 국가를 위해 소중한 젊은 목숨을 바쳤다는 생각에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고, 고개가 숙어졌습니다. 호주는 UN(국제연합)의 가입국으로서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국제전쟁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호주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모든 전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넓은 국토 면적에 비해 스스로 국토를 방어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사시 전쟁을 대비해 다른 나라로부터 지원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최근에는 유사시를 대비해서 계속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과 더 이상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이고 어린 자식을 잃는 부모가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호주 국민 호주를 두루 여행하고 홈스테이(Home-Stay)를 하면서 느낀 것은 호주 사람들은 자연을 벗 삼아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국토 면적이 넓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내의 고층 건물을 제외하면 단독주택들도 자연을 그대로 살려서 집을 지은 것이 정말로 부러웠습니다. 집마다 꽃과 나무를 심어 놓아 예쁜 정원을 가꾸고 있었고, 옥상에는 녹색정원을 조성하여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습니다. 퇴근한 뒤 강아지와 고양이를 데리고 집 근처 공원에 가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 대부분의 여가생활인 듯 보였습니다. 자녀들과 함께하는 모습은 매우 다정했고, 화목한 가정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퇴근 이후 남편이 아내와 함께 요리를 만들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모습은 너무나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살기 좋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들로 하여금 낙천적이고 위기감 없는 느긋한 성격을 지니게끔 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호주의 학생들은 부모의 이러한 영향을 받아 주중에는 방과 후에 수영과 테니스를 배우면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다가, 주말이 되면 대도시로 나가 문화적인 체험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호주 학생들의 얼굴을 볼 때면 항상 삶에 여유가 있고 행복한 미소가 엿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입시로 인해 생활에 여유가 없고, 너무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캔버라를 두루두루 여행하는 동안에 우연히 버스 기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버스 기사는 자기 직업에 대한 소신과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교통신호도 철저하게 지키면서 안전 운행을 하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가 앞으로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받아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새교육 독자 여러분! 앞으로 호주를 여행하게 된다면 대도시인 시드니·멜버른·브리즈번 등도 관광지로 제격이지만,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를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캔버라에서 호주의 역사를 새롭게 알고,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호주를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착한 교사 포기하기 (나세진 지음, 지식의날개 펴냄, 284쪽, 1만 9,000원) 교육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나쁜 교사’로 불리는 동료들을 위한 변론서. 저자는 학교가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와 민원에 잠식당하면서, 민원을 받지 않는 ‘착한 교사’가 늘어난 것이 공교육의 서비스업화를 초래했다고 진단한다. 그는 공교육을 진정으로 지키려면 교사들이 학생들이 불편할 수 있는 뼈아픈 피드백과 성장의 과제를 내줄 수 있는 소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공고 선생, 지한구 (지한구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232쪽, 1만 6,000원) 나무보다 학생을 키워야겠다며 교직에 뛰어든 농대 출신 국어교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1년 기간제교사 시절부터 줄곧 공고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교육통계에는 드러나지 않는 공고생들의 현실과 그들의 꿈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공고의 현실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느낀 교사의 심정과 학생을 향한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루소의 숲 (김영철·김재영 지음, 두번째테제 펴냄, 292쪽, 2만 2,000원) 장 자크 루소의 사상과 그의 삶을 조명한 철학 입문서이자 교육 에세이. 루소의 모순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면모와 함께 저술에 드러나는 자기 고백과 자기 검토를 통한 글쓰기에 주목해 오늘날 잊힌 루소의 교육사상을 소개한다. 이상적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감정과 양심, 실천의 측면에서 자기 검토의 글쓰기와 교육에 대한 근본적 시각을 갖도록 안내한다. 고유지능 (앵거스 플레처 지음, 김효정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392쪽, 2만 1,000원) 미 육군 특수부대와 협력해 고유지능 복원 훈련을 개발한 앵거스 플레처 교수가 AI 시대에 반드시 갖춰야 할 인간 본연의 의사결정능력을 제시한다. 지식 중심 교육으로 퇴화한 인간의 네 가지 능력, 즉 직관·상상력·감정·상식의 회복을 강조한다. 특수요원·우주비행사·기업인·교사 등 여러 사례를 통해 고유지능이 삶의 전반에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엄띵이 쌤의 세 가지 맛 과학 공부법 (성진주 지음, 궁리 펴냄, 276쪽, 1만 8,000원) 현직 과학교사가 학생들의 머리에 ‘과학 개념 지도’를 심어 주기 위해 쓴 공부법 가이드. 한자와 국어를 활용해 과학 개념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독특한 학습전략을 제시한다. 과학 개념의 대부분이 한자어로 되어있다는 점에 착안해 과학공부에 필수적인 한자 11가지와 교과서 독해를 위한 국어 덩어리 33가지를 소개하고, 교과서 문장의 논리적 질서를 친절히 알려준다.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 이야기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번역, 사람과나무사이 펴냄, 313쪽, 1만 9,000원) 평범한 물고기가 인류의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소개하는 교양서다. 흔하디흔한 생선인 청어가 산란 장소와 회유 경로를 갑자기 바꾸자, 당시 유럽 무역을 지배했던 한자동맹이 몰락한 사건, 바이킹의 장거리 항해와 미국 독립운동에 큰 영향을 준 대구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종교·경제·전쟁·개척 등 인류 문명 전반에 깊이 관여한 물고기의 위력을 느껴보자. 초등 습관의 기적 매일 쓰는 돈의 비밀 (야기 요코 감수, 미카노 그림, 박선정 번역, 지성주니어 펴냄, 136쪽, 1만 3,000원) 초등학생의 경제 문해력과 올바른 돈 관리 습관을 길러주는 실용서다. 경제적 풍요 속에 결제마저 간편해진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유혹하는 나쁜 습관을 현실적인 사례를 통해 잡아준다. 올바른 경제 상식부터 돈 사용법, 용돈 재협상 꿀팁까지 만화로 쉽게 설명해 용돈을 처음 받기 시작한 아이들과 부모에게 유용하다. 제1회 안타까운 동물 자랑 대회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외 감수, 시모마 아야에 외 그림, 이선희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176쪽, 1만5,000원) 너무 많이 먹어서 날 수 없게 된 카카포, 목에 항문이 달린 전기뱀장어, 맛없게 진화한 무당벌레 등 웃기고 짠한 매력을 가진 동물 122마리가 등장하는 동물도감이다. 구성은 엉뚱발랄하지만, 동물의 크기·서식지·특징 등 동물도감의 필수 정보를 충실히 담아 키득거리며 읽는 사이 동물의 특성과 진화의 신비를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나는 네가 잘되길 바라서 그런 거야.” “다 너를 사랑하니까 하는 말이야.” “내 말 들어. 지금은 듣기 싫어도, 나중에 분명히 나한테 고맙다고 하게 될 거야” ‘살아보니 중요한 건 ○○이더라’, ‘문과보다는 이과가 네 미래에 더 도움이 돼’, ‘△△랑 어울리지 마. 네가 상처받을 거야’,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그림 그리는 건 대학 가서 해도 늦지 않아’…. ‘너를 위해’ 건네는 선의의 조언은 차고 넘친다. 분명 의도는 선했고, 판단은 옳았으며, 상대방을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 역시 진심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 기껏 조언해 줬더니 퉁명스러운 얼굴이다. 고마워는 못할망정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며 거절한다. 아니, 오히려 화를 낼 때도 있다.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데, 왜 아이들은 말을 안 듣는 걸까? 도대체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길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나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통제, ‘선의의 폭력’ 누군가의 인생을 걱정하며 건네는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라는 말 속에는 사실 ‘너의 생각·선택보다 내 말이 맞아’라는 확신과 ‘그러니 너는 내 방식대로 해’라는 은근한 강요(통제)가 숨어 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잘되길 바라서 그런 거야”라는 말이 상대방에겐 이렇게 들린다. “네 생각은 틀렸어. 내 말이 맞으니, 잔말 말고 내 말대로 해” 내 생각과 선택이 부정당하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상황이 고마울 리 없다. 만약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면, 고맙기는커녕 때에 따라서는 불쾌할 수도, 반항심이 일어날 수도, 깊은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부모·교사·친구들은 언제나 ‘선의’의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부모가 자녀의 꿈을 ‘현실적’으로 바꾸어줄 때도, 교사가 학생의 생활태도를 ‘지도’하기 위해 모진 말을 쏟아낼 때도, 친구가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비밀을 폭로할 때도, 동료가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다른 방법을 제안할 때도, 그 모든 순간 그들은 ‘너를 위한’ 선의라고 믿는다. 하지만 ‘선의’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통제하려고 하는 순간, 선의는 조용히 폭력으로 변한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선의의 폭력(benevolent harm)’이다. 이들은 분명 선의였고, 상대방을 위한 조언이라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선의’는 상대방의 내면을 다치게 했고, 그들의 조언은 타인의 세계를 대신 결정했다. 결국 선의가 통제로 변하는 지점은 선택을 대신 결정하고, 자율성을 제한하고, 감정을 멋대로 이해하려는 순간이다. 부모가 자녀의 꿈을 대신 선택하고 결정해 주는 것, 교사가 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제 몫을 하려면 생활태도를 고쳐야 한다는 ‘교육적 신념’으로 학생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 친구를 돕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사적인 이야기를 옮기고 다니는 것, 내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니 내 말대로 하라고 강요하는 것…. 악의가 없어도, 통제의 방식이 옳다고 믿는 순간, 상대방에겐 폭력이 된다. ‘선의의 폭력’은 왜 더 아픈가 사랑·선의·배려라는 이름으로 조언을 던지는 사람은 자신의 조언이 타인에게 어떤 감정적 부담을 주는지, 조언이 상대방에겐 폭력이 되는지 상상조차 못 한다. 오히려 ‘넌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믿음이 바로 ‘선의의 폭력’의 핵심이다. 악의적 폭력은 분명하다. 분노하고, 맞서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선의로 포장된 폭력은 다르다. 타인을 ‘고마워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해서 하는 말이고, 나 잘되라고 하는 말임을 알기에, 서운하고 불편감을 느끼더라도 싫은 티를 낼 수도, 단칼에 거절할 수도 없다. 미안하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가 상담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고백한다. “엄마·아빠가 저를 위해서 고생하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는데, 제가 능력이 안 되니까 너무 죄송하죠. 저를 위해 해주시는 말인 거 아는데, 저는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말을 못 하겠어요. 실망하실 테니까.” 아이들의 선택지는 둘 중 하나이다. 자율성을 빼앗긴 채 상대방의 말을 따르며 살던가, 빼앗긴 선택권을 되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심리적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의의 폭력은 더 아프다. 사람은 악의보다 선의로 더 망가진다. 악의는 맘껏 미워할 수 있지만, 선의는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악의는 힘껏 싸우며 극복하려 노력하지만, 선의는 자율성과 선택권을 포기하게 한다. 선의로 내면이 무너진 아이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의존적 아이’, ‘타인의 기대에 반응하며 타율적으로 살아가는 수동적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하는 자녀가 이런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1956)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사랑은 타인의 성장을 위한 적극적 관심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사랑을 소유나 통제로 오해한다.” 프롬의 관점에서 보면 ‘선의의 폭력’은 ‘사랑의 오해’에서 비롯된다.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통제하려 하고, 교사는 학생을 위해서 자율성을 제한하며, 친구는 단짝으로 소유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성장과 자율성을 돕는 것이지, 타인의 선택을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통제의 중단’이 아니라, 성장에 대한 신뢰다. 아이를 진심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통제가 아니라 자율성을 자극해야 한다. 즉 “내 말대로 해”가 아니라 “네 생각(계획)은 뭐야? 무엇부터 어떻게 해 볼 생각(계획)이야”라고 물어봐야 한다. 교실 속 선의의 폭력 교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공동체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의 선택과 행동을 제한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한다. 아이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규칙상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뭔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선한 마음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교육적 신념이 올라온다. 그래서 공감보다는 문제 해결 중심으로 아이를 만난다. 그저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아이에게 더 옳은 일이라고,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믿는다. 선한 의도를 가진 교사가 종종 공감과 판단을 혼동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진짜 사랑은 옳음이 아니라 이해에서 자란다.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 ‘사랑은 타인의 자유를 존중할 때’ 시작된다. 아이를 위한 교육도, 타인을 위한 배려도, 그 출발점은 선의가 아니라 공감이다. 만약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네”라는 감정 대신 “아, 네가 요즘 그래서 그런 행동을 보인 거구나. 그럴수록 힘을 내야지.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거야. 이럴 땐 이렇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거야”라고 말한다면, 그 순간 우리는 감정을 이해·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관점’으로 분석·해석·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선의가 폭력을 멈추는 방법, 공감과 존중 그렇다면 선의의 폭력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답은 거창하지 않다. 대신 선택하거나 판단·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런 선택과 결정을 했는지 잘 듣고, 존중·공감하며,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좋은 선택을 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다. ‘너를 위한 말’이 진짜 사랑이 되려면, 출발점은 ‘선의’가 아니라 공감과 존중이어야 한다. 공감은 마음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누군가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는 모습을 볼 때, 내가 다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 아프다겠다’하고 함께 아픔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판단은 타인의 마음을 ‘추측’하면서 ‘해석’한 후, 옳고 그름과 합리적·이성적·현실적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다. 문지방에 발을 찧는 장면을 보고, “그러니까 조심했어야지! 다음부터는 뛰어다니지 마!”라며 시시비비를 가리고, 충고하듯 말이다. 공감과 판단은 서로 다른 언어로 ‘선의’를 말한다. 함께 아픔을 느끼는 공감도 선의이고, 또다시 다치지 않도록 훈육하는 것도 선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는 ‘너를 위한’ 조언을 멈출 수 없는 공간이다. 교육은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것’, 즉 자율성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해줘야 하며, 안전한 학교라는 공간에서 맘껏 연습하고, 몸에 익혀 사회에 내보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의의 폭력은 판단과 통제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의도를 의심하는 용기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을 때, 선의는 통제가 아니라 관계의 언어로 변한다. “이 말은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일까?” 진짜 너를 위한 조언은 통제하지 않는 용기 사랑은 본래 보호의 감정이다. 하지만 보호가 과잉되면 통제가 된다. 통제가 길어지면 폭력이 된다. 진짜 사랑은 통제하지 않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상대가 나 없이도 설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인내, 그의 선택이 내 뜻과 달라도 존중하는 신뢰. 사랑의 본질은 ‘옳음’이 아니라 ‘관계의 자유’다. 그리고 그 자유는 우리가 ‘선의의 폭력’을 멈출 때 비로소 생겨난다. “나는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그 문장이 진심이 되려면, 그 뒤에 이렇게 덧붙여야 한다. “하지만 네가 다르게 생각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