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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조동섭 | 경인교대 교수·교육학과 최근 학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시대정신과 세계 문명의 조류가 지식과 정보에 바탕을 둔 지식기반사회로 급속하게 전환되면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사회 전 분야의 패러다임과 대응방식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 학교제도도 그러한 조류에 부응하여 전반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교제도는 너무나 획일화되고 경직화되어 있어서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을 육성하기가 어렵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지식 인재들을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와 체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학교나 혁신적인 교육기관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현행의 체제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고, 다양한 교육과 학습을 필요로 하는 학습자들에게 현 체제는 학습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 학교제도와 교육체제 전반을 개편하여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개성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고 다방면의 우수한 지식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 준비와 새로운 발상을 시급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제 개편 논의의 반성 학제 개편의 시급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논의는 매우 한정되어 진행되고 있다. 개편 논의의 대부분이 기본 학제의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유치원의 공교육화와 수업 연한의 조정에 관한 논란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현행의 6-3-3-4제가 문제가 있으니 5-3-4-4제로 전환해야 한다거나, 유치원을 공교육화하여 유-6-3-3-4제나 유-5-3-4-4제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논의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수업 연한을 1년 감축을 해야 하는 초등교육계는 반발을 하고 있고, 공교육을 보장받게 되는 유아교육계나 1년의 수업연한이 연장되는 중등교육계는 환영을 나타내는 등 교육계 내에서조차 반목과 대립의 양상을 보이면서 이 논의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은 실제로 생산적인 학제 개편 논의로 발전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그것은 우선 그 논의의 단순성에서 비롯된다. 기본 학제의 개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초등학교의 6년 연한이 너무 길기 때문에 그 기한을 감축하여 고등학교로의 연장을 통해 진로 탐색과정을 설치할 필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크게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이 그렇게 획일적으로 구획지울 만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고, 1년의 연한이 연장되는 고등학교의 경우도 현재는 이념적으로 국민공통기본 교육과정의 10년이 끝난 후 2년간을 그러한 진로 탐색의 과정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개편 주장은 단순한 학교급의 전환 외에는 특별히 의미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그러한 개편은 많은 난점과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학급당 학생수는 평균적으로 초등학교보다 중ㆍ고등학교가 다소 많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주 단순하게 그러한 학제 조정을 단행하는 경우 중ㆍ고등학교의 시설 여건은 크게 확장되어야 하고, 초등학교의 시설 여건은 남아도는 결과를 야기한다. 여기에 최근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로 향후 10년 이내에 초등학교 학생수가 현재의 60~70% 수준으로 낮아지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초등학교의 수학 연한의 단축과 고등학교 수학 연한의 확대는 막대한 교육적 낭비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지난 1996년에 단순히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명칭 변경하는 데에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 전례에 비추어 보면 그 재정은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획일적 학제 논의는 생산성 없어 따라서 학교제도의 개편 논의는 학교급 간의 수학 연한 변경보다는 좀 더 다른 방향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농ㆍ산ㆍ어촌 지역에는 초ㆍ중학교, 초ㆍ중ㆍ고등학교가 통합 운영되는 통합학교들이 존재한다. 이 통합학교들은 9년제 혹은 6년제의 학교로 운영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학교에서는 학교장만 겸임하고 있을 뿐 교직원 인사와 예산 운영, 그리고 교육과정 운영 등이 별로도 이루어지고 있다. 중ㆍ고 통합학교에서조차 관할청의 차이로 인해 예산 활용이나 시설 공유, 교직원 병합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참고로 현재 중학교는 지역교육청, 고등학교는 시ㆍ도교육청의 관할 하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직화된 학교제도를 보다 유연화하여 4년, 6년, 9년 등 다양한 연한을 가진 초등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2년제, 3년제, 4년제, 6년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도 미국의 경우 기본 학제가 6-3-3-4제 외에도 5-3-4-4제, 6-6-4제, 8-4-4제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고,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6-5-2-4제, 3-4-4-2-4제, 4-9-4제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그러한 필요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유치원을 공교육화 하여 기본 학제에 편입시키는 문제도, 매우 시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유아교육의 의무 교육화를 위한 우리의 준비는 매우 미진한 상태에 있다. 이를 당장 실천에 옮길 경우 막대한 인적ㆍ물적 자원과 재원을 투자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추진과정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러한 시도는 다른 교육부문의 투자, 예컨대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와 같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추세로 볼 때, 5~10년간만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연기하는 경우 유아교육의 시설 문제는 초등학교 학생수의 감소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는 시급한 문제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예측을 토대로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학제 개편 논의는 기본 학제의 조정보다는 학제의 유연화ㆍ다양화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획일적인 학제 조정은 그렇게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기 참 어렵다. 그러한 조정은 현행과 동일한 문제, 즉 획일화ㆍ경직화의 문제를 반복할 개연성이 높고, 혼란과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학제 개편 논의는 제도를 유연화하여 다양한 교육,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대안교육, 사이버 학습, 홈스쿨(home-schooling) 등을 제도 교육 속으로 포함시키고, 다양한 종류의 형태와 방식들이 학교제도 안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PAGE BREAK]현행 학제 유지하면서 다양화 해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제의 개편은 시대적ㆍ문명적 요청이며, 시급히 시도해야 할 우리 교육의 과제이다. 그러나 그 논의는 긴박한 작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긴박한 논의는 자칫 조급한 방식의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통일된 방식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역의 실정과 여러 가지 형편을 고려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초ㆍ중등교육과 관련된 학교제도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몇 가지 측면에서 제안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본 학제와 관련해서는 통일적인 형태와 방식을 지양하고, 다양하고 유연한 학교제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그 개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한 모델, 예컨대 유-5-3-4-4제와 같은 획일적인 모형보다는 현행의 학제를 유지하면서 개별 학교들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적ㆍ법적 조건들을 구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농ㆍ산ㆍ어촌 지역이나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서는 9년제나 12년제 학교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수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3년제나 4년제 초등학교, 2년제나 5년제 중등학교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 운영을 신축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법ㆍ제도의 개정과 함께 그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교원 양성과 임용의 체제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또한 필요하다. 둘째, 학제 운영과 관련해서는 학제 자체를 다양하게 분화시키되, 그 운영의 통합성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개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고등학교 체제를 다양하게 분화시키되, 그 계열 구분을 없애 지속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단선형의 통합적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고교 체제는 일반계와 실업계(특성화계)로 분리되어 있다. 계열 간에는 이동이 어렵고, 교육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그러한 구분은 현재 거의 무의미한 상황이다. 실업계 학생의 대부분은 이전과 달리 직업 준비 교육보다는 대학 진학에 초점을 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계열 구분은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학습에 어려움만을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고등학교 체제를 다양화하고, 그 기간을 단축하여 고교 체제를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학교체제를 통해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키고, 다양한 학교들 간에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진로 탐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체제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학교 유형 특성화도 필요 셋째, 학교제도의 다양성과 관련해서는 학교의 유형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학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협약학교(charter school)와 특성화학교(magnet school), 영국의 특성화학교(specialist school)와 실험학교(beacon school) 등이 그 대표적인 예로 지적되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자율적인 학교와 특색학교, 특성화프로그램과 모델프로그램들이 매우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설립ㆍ운영하고, 그것을 실험하고, 그 좋은 것들을 확산시키려는 그 지속적인 노력은 지식기반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이어지는 그들의 값비싼 노력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특수목적고등학교, 자율학교,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특성화학교, 공영형 혁신학교 등 다양한 유형과 방식의 학교들이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제의 경직성은 그러한 학교들의 자유로운 시도와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그 의욕을 꺾고 있다. 조기 유학에 따른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국제고등학교를 만들어 교육수출국의 꿈을 실현하거나 영재들을 선발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육성하려는 노력은 그 시도조차 봉쇄당하고 있다. 학교 유형을 다양화ㆍ특성화하고, 학교 설립 주체를 다원화하며, 그 운영을 자율화하는 일이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절실한 과제인 것이다. 넷째, 학제의 혁신과 관련해서는 교육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전통적인 학교제도의 틀에서 벗어나 제도 교육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제도 교육의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교육을 모색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안학교가 증대하고 있고, 홈스쿨(home-school)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이버 학습을 통해 교육을 이수하려는 사람들이 점증하고 있다. 그러한 시도들은 일탈된 모습들이라기보다는 나름의 방식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삶을 격상시키려는 힘겨운 교육적 노력과 시도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와 노력들은 법적ㆍ제도적 보호를 받기보다는 갖가지 홀대를 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국가는 그들에게 족쇄를 더하기보다는 그 노력에 대응한 온당한 지원과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 이들의 노력과 시도가 정당한 것임을 인정받고 법과 제도의 보호와 지원을 받으며 바람직한 방향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몇몇 대안학교가 학력 인정을 받게 된 것처럼, 개인과 집단의 다양한 교육적 실험과 노력들이 허용되고, 그 과정을 온당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될 때, 다양하고 개성적인 교육과 그 창의적인 성과들이 우리 사회와 교육 발전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나가며 지금 우리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대표되는 정보 혁명의 와중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의 영역에서도 학생들의 특성과 교육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교육의 이념에서부터 그 내용과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혁신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교육제도는 그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그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심지어는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학제의 개편은 매우 시급하고도 당위적인 요청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겪게 되는 생활양식의 변화와 학생들의 인지적ㆍ정서적ㆍ행동적 특성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고, 그것은 우리 교육제도의 혁신을 급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제도적 혁신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 교육체제는 현재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많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에 대한 국제 비교 연구 결과는 그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가능성을 무한한 잠재력과 새로운 가능성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제도적 차원의 탄력성 부재와 완고함이다. 우리 국민과 학생들의 의식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노력과 결부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을 ‘한류’의 바람으로 덮고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 지식 검색 사이트를 방대한 지식으로 메우는 어린 학생들, 과학과 수학, 문제해결력에서 세계 제일의 성취를 보이는 우리 학생들의 잠재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며 자랑이다. 그러나 그러한 잠재력이 우리의 찬란한 성과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그 새롭고 창의적인 노력과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흥기시킬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제도화ㆍ기반화하지 못함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그러한 잠재력이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의 측면에서 그리고 그 운영의 측면에서 과감한 혁신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그러한 새로운 시도와 노력들을 격려하고, 그 성과들을 확산시키며, 그 결실을 골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학제의 유연하고 다양한 개편은 그 기반을 다지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병주 | 영남대 교수·교육학과 학제는 국가의 교육목표를 실현하려는 제도적 장치로서의 학교교육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의 교육목적과 교육기간, 교육내용을 설정하고, 종적으로는 교육단계간의 접속관계를, 횡적으로는 학교교육과 학교 외 교육 및 교육과정간의 연결 관계를 규정함으로써 국민교육의 운영을 제도적으로 규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학교 상호간의 결합관계에 바탕을 둔 이러한 학교제도는 교육제도의 중핵적 영역이다. 학교제도는 교육제도의 하위체제 중의 하나이며, 교원양성제도, 교육 행·재정제도 및 사회교육제도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지·발전될 수 있으므로 교육제도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학제는 기본학제와 특별학제로 구분된다. 기본학제는 학제의 주류를 이루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및 대학원 등의 정규학교 교육에 대한 제도를 의미하며, 기간학제라고도 한다. 특별학제는 기본학제의 보완적 기능을 수행하거나 사회교육의 성격을 가지고 정규학교의 교육과정에 준하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학교제도를 말하며, 방계학제라고도 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학제 개편 논의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학제 개편 논의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주된 요인은 현행 학제에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즉, 현행 학제는 오직 대학입학만을 목적으로 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낭비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제 개편을 통하여 다양한 학교와 진로를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4년말 한국교육개발원 주최의 정책토론회에서는 현재까지 제시된 바 있는 학제개편방안 중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고 타당성과 합리성을 지닌 개편안은 유-5-3-4-4제이며, 개편에 따른 영향 및 파급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학제 개편은 장기과제로 추진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개편안은 초등학교 수업연한을 1년 단축하고, 고등학교 수업연한을 1년 연장하여 4년제로 하는 것이다. 이는 수학연한이 긴 초등학교의 교육연한을 단축시키고, 고교 교육을 충실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고등학교 4년 과정을 전·후반으로 나누어 전반 2년간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후반 2년은 선택과정 중심으로 운영하여 진학 및 취업 준비 교육에 집중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초·중학교 과정에서는 진로탐색과정을 설치하여 진로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입학위주의 구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말 교육부는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하여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국제간 인력이동이 가속화되는 점에 대응하여 거시적 관점에서 학제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이에 교육부는 9월 학기제 도입, 취학연령의 하향조정 등을 포함하여 현행 6-3-3-4 학제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올해부터 정책연구와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2007년 상반기까지 종합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행 학제의 낭비적인 요소를 없애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향으로 학제를 재검토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은 일단 환영한다. 그러나 학제의 개편은 적지 않은 사회적, 재정적 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여기서는 대학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바람직한 학제 개편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대학 교육 관련 학제의 현황과 문제 현행 학제는 6-3-3-4의 기본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본틀을 변경하자는 주장은 현행 학제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현행 학제는 광복이후 미국식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의 교육열을 현 학제에서 적절히 수용하는 데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과잉교육과 불필요한 대학진학 희망자를 증가시키는 등 교육의 낭비적 요소가 많다. 둘째는 광복이후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현행 학제는 그동안의 다양한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약했다. 셋째는 현행 학제의 총 교육연한인 16년이 길다는 것이다. 넷째는 현행 학제 내의 중등교육제도는 직업기술교육 및 진로교육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지장을 주고 있다. 다섯째로 현행 학제는 제도와 운영 면에서 경직화를 초래하여 교육의 계속성, 학교 외 교육과의 통합성, 전과나 전학 등 진로변경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법상 고등교육기관에는 대학(대학원 및 대학원대학 포함), 산업대학, 교육대학(종합교원양성대학 포함), 전문대학, 방송·통신대학, 기술대학, (대학과정의) 각종학교 등이 있다. 이중에서 기본학제에 포함되는 것은 대체로 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학교육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현행 학제에 대한 비판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즉 현행 학제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와 고등교육에 대한 새로운 요구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에 부응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원 교육이 전체 대학교육 발전을 선도해야 하는데 이러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만한 대학(원)이 없다는 것도 지적된다. 이에는 전문 직업 지향적인 대학원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학교육 학제의 운영에 있어서도 다른 학교급과 마찬가지로 폐쇄적이고 경직적이다. 이는 결국 교육과정의 운영을 경직화함으로써 교육수혜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기관간의 다양성 및 특성화 부족으로 연결된다. 대학교육과 사회체제간의 연계성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연계성의 문제는 대학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양과 수준의 인력을 적기에 양성 공급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주로 제기되고 있다. 대학교육 학제와 관련하여 이러한 지적들은 총체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과 경쟁력에 연계된다. 결국 대학별 특성과 다양성이 없고, 기능이 중복되는 등 질적 수준과 경쟁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제도를 선진화하는 방향으로 학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PAGE BREAK]대학교육의 학제 개편 방향 대학교육 측면에서 바람직한 학제 개편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논의해 볼 수 있다. 직업교육체제, 전문대학원체제, 그리고 다양화와 연계강화가 그것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학제 개편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여기서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현재 4년 내지 6년으로 되어 있는 4년제 대학의 수학연한, 2년 내지 3년으로 되어 있는 전문대학의 수학연한에 융통성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1) 고등교육 수준의 직업교육제도 정비 현재 고등교육수준의 직업교육기관으로는 전문대학, 산업대학, 기술대학을 들 수 있다. 물론 노동부 산하의 기능대학을 포함하는 타 부처의 고등교육기관이 있을 수 있지만, 기능상으로 볼 때 이들은 앞의 세 가지 중의 하나에 포함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도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여기서는 교육부 산하의 세 가지 고등직업교육기관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이러한 고등직업교육기관이 현재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의 기능과 목적이 명확하지도 않다는 지적이 많다. 고등교육법에 의하면, 산업대학은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학술 또는 전문적인 지식·기술의 연구와 연마를 위한 교육을 계속하여 받고자 하는 자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산업인력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제37조). 전문대학은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교수·연구하고 재능을 연마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제47조). 기술대학은 산업체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전문적인 지식·기술의 연구·연마를 위한 교육을 계속하여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론과 실무능력을 고루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제55조). 산업대학과 전문대학, 기술대학의 목적을 규정하고 있는 고등교육법의 내용은 다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구분이 불명확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들 간의 구분과 기능을 명확히 하고 보완할 수 있는 학제 개편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전문대학의 성격을 재정립하고 기능과 체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문대학은 2년 내지 3년제로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하지만, 현실적인 사회의 학력 차별에 의해 적지 않은 전문대학 졸업자들이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대학에서 전문 직업교육을 받으면서도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년의 교육과 1년의 현장실습, 그리고 다시 1년의 교육 및 실습 후에 전문대학에서도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체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과 대등한 위치에서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2) 전문대학원체제의 정립 전문대학원은 의사, 법조인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한 체제이다. 전문대학원은 전문 인력의 양성 및 재교육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전문대학원체제가 정착되면 학사과정의 교양 및 일반교육과 대학원수준의 전문교육이 조화를 이루어 모집단위 광역화를 통한 학부제의 취지에 합치된다. 그동안 논의되어 왔던 전문대학원체제는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교원전문대학원 및 경영전문대학원의 4가지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은 이미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수를 늘려갈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은 그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2005년 10월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국회에 계류 중에 있으며, 정부는 2008학년도에 개교할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경영전문대학원은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의사, 법조인, 교원 등과는 달리 자격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전문대학원체제와 성격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격증만 요구하지 않을 뿐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전문대학원 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할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2006년도 상반기에 몇 개의 경영전문대학원을 설치 인가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교원전문대학원은 교원양성체제의 개편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발표된 교원양성체제 개편방안에서는 현재의 교원양성체제인 교육대학 및 사범대학 중심으로 교원을 양성하되, 교원전문대학원체제는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교원전문대학원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문대학원체제는 앞의 4가지 직업분야 이외에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얼마든지 도입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전문대학원 체제의 새롭고 다양한 교육적 필요와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학위과정과 수업연한을 융통성있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 전문대학원체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충실한 학부교육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응용분야나 전문직업분야는 학사과정에서 분리하여 전문대학원과 같은 편제로 변경하고 학사과정에서는 기초 및 교양교육을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학사과정에서 제대로 된 기초교육을 습득해야 이를 토대로 심도깊은 전문대학원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3) 대학교육의 다양화 및 연계강화 이미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법상 고등교육기관에는 대학(대학원 및 대학원대학 포함), 산업대학, 교육대학(종합교원양성대학 포함), 전문대학, 방송·통신대학, 기술대학, (대학과정의) 각종학교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명칭에 있어서만 다를 뿐, 내용상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동일 종류의 교육기관 내에서도 대학 간에 다양성과 특성화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대학을 주된 역할과 기능에 따라 다양화,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는 정부에서 강제하기보다 대학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학들이 기피하는 분야는 국공립대학을 중심으로 육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교육의 다양화 및 특성화, 연계강화는 고등교육 학위과정의 길을 확대하는 것도 포함한다. 즉 기업들이 사내 교육훈련과정을 통하여 대학 및 대학원과정을 이수하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거나, 외국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우리 대학의 학제가 국제사회에서 통용됨은 물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제도를 국제기준에 맞추어 개편하고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학제적 연계전공, 학점은행제와의 연계, 혁신적 E-learning의 대학 학제 구축, 가상대학 시스템의 보완 등의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치면서 이상에서 대학교육을 위한 학제의 개편 방향에 대하여 간단하게 논의하여 보았다. 학제의 개편은 우리나라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작업이다. 따라서 학제의 개편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며, 학제의 개편을 통하여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후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고등교육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대학교육에 있어서의 몇 가지 학제개편 방안 역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후에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푸리' 석약녘 풍경) 글·사진 | 박하선·사진작가, 여행칼럼니스트 행복이 넘치는 푸리행 열차 캘커타의 '하우라' 역을 빠져나간 열차는 덜거덕거리며 남쪽으로 달린다. 차창 밖으론 서서히 어둠이 깔리면서 혼돈의 세계를 잠재우고, 열어놓은 창틈으로 밀려드는 밤공기가 머리카락을 휘젓는다. 이 열차는 벵골 만의 해안가에 위치한 '푸리(Puri)'행 익스프레스다. 주변에 자리한 인도인들은 휴가를 떠나는지, 아니면 성지 순례를 가는지는 몰라도 서로를 부르면서 한껏 들떠 야단법석을 떤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가슴 부풀게 하는 것일까?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자들은 모두가 행복하다고 하잖는가. 그것이 단체로 왁자지껄하게 몰려다니는 싹쓸이 여행이든, 사장님의 지시를 받고 급히 떠나는 출장여행이든, 또 갈 곳을 모르는 아이의 무심한 여행도, 죄를 짓고 숨을 곳을 찾아다니는 도망 여행까지도. 그래서 몇 번에 걸친 인도여행에서 꼭 빠지고 말았던 '푸리'를 이번에야 찾아가는 이 몸을 포함한 열차안의 모두는 정말 행복한 것이다. 몇 군데의 역을 거치자 이제 하나 둘 잠자리 준비를 한다. 이 밤을 꼬박 새고 나면 푸른 안개에 둘러싸인 '푸리'에서 아침을 맞게 된다. 신전 순례와 백사장의 낭만 푸리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하나는 '자가나트'라는 거대하고 유서 깊은 사원이 있어 여러 힌두 성지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특히 6월에 '라트 야트라'축제가 열리게 되면 거대한 태양신의 마차바퀴에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어 목숨을 바쳐가며 열광한다. 또 근교에 있는 웅대한 ‘태양의 신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순례지다. 푸리의 또 다른 얼굴은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안 휴양지이다. 대도시의 소음을 피해온 사람들이 모처럼의 휴일에 햇볕과 바닷바람으로 세속의 잡념을 씻는다. 특히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이 금빛으로 물들 무렵, 벵골 사람들이 해를 향해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을 거니는 것은 곧 '우주의 메시지'이다. 이렇듯 '신전도 순례하고 해수욕도 즐기고' 라는 외침 아래에 연중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신전은 신전대로 순례자들로 정신이 없고, 해변은 순례를 마친 인도인들로 열기가 끊이지 않는 곳이 이곳 푸리이다. 이렇듯 벵골 사람들의 대표적 휴양지가 되다보니 많은 상사들이나 관공서들도 앞다투어 이곳에 휴가 시설을 확보하면서 푸리에서의 휴가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푸리의 매력은 신전 순례와 하얀 백사장의 낭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문명사회를 뒤로한 여행자들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것은 순례객들과 휴양 온 사람들을 뒤로하고 바다만을 묵묵히 바라보며 살아 온 어민들의 질박한 삶을 가까이서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의 푸른 안개 속을 걸어 곧장 해변으로 갔다. 시야가 확 트인 바다 벵골해가 일단 시원스럽다. 수많은 조각배들 떠있는 수평선 위의 하늘이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가운데 백사장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물을 당기며 아침을 열고 있다. 걷어 올린 그물에서 퍼덕거리는 잘잘한 은빛 물고기들을 따내던 한 사내와 눈인사를 나눈다. 그래 참 좋은 아침이다. 휴양객들은 아직껏 단잠에 빠져있는 듯 어부들만이 이렇게 한가롭다. 길게 뻗어있는 백사장을 걸어 어촌이 늘어서 있는 곳으로 가다보니 도처에 지뢰밭이다. 어민들이 궁둥이를 까고 앉아 만들어 놓은 그 황금덩이 지뢰들은 들물이 되면 모두 파도에 씻겨 나가겠지만 한동안은 백사장을 거닐 때 경계해야 할 장애물이 되고 있었다. 바다만을 바라보는 질박한 삶 어촌 앞 백사장의 분위기는 이른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밤새 고기잡이 나갔던 어선들이 속속 들어와 백사장 여기저기에 고기들을 풀어놓고 즉석 경매에 부치는가 하면, 서로 자기가 사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지를 않나, 원색의 사리차림에 배꼽을 들어내 놓고 고기들을 이어 나르는 여인네들의 바쁜 움직임에 활기가 넘쳐난다. 이곳에서 제일 흔히 잡히는 것은 '전어'처럼 생긴 '루빨리' 라는 것이지만 '킹피쉬', '튀나', '상어' 같은 큰 것들도 많다. 큰 고기들을 놓고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틈새에 끼어들었다. 1m가 훨씬 넘을 것 같은 킹피쉬들을 보니 군침이 돈다. "야, 이거 초장만 있으면 기가 막히는 건데! 이거 얼마죠?" 시선이 모두 나에게 집중되었다. 비교적 깔끔한 옷차림의 한 사내가 답했다. "600루피(15,000원)! 최상품이여!" 우리 물가로 생각하면 싼 값이지만 이곳 물가로 볼 땐 보통 값이 아니다. 이 사람들이 외국인이라고 바가지를 씌우나 싶었는데 그 사내가 보여준 거래 장부를 보고서야 납득할 수 있었다. 이 비싼 것들을 누가 사먹나 했는데 알고 보니 냉동해서 '델리'나 '마드라스' 등으로 보낼 거란다. '이 사람들 금방 부자가 되겠네!'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담배 있으면 한 개비 달라고 하면서 그 장부를 들고 있던 사내가 말을 이었다. "어부들은 돈이 없어요! 여기 있는 수 백 척의 어선들은 모두 단 두 사람만의 소유거든." 참 놀라운 일이다. 그러니까 어부들은 모두 그 소작인이라는 말 아닌가! 그래서 그 큰 고기들을 많이 잡아와도 정작 어부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경비를 제하고 나면 별것이 없고 선주인 그 두 사람만 배불리고 있었다. 여기에 이곳 어부들의 애환이 있다 보니 삶의 형편은 가히 원시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곳 어부들의 말에 의하면, 6월에서 11월까지는 낮에 고기를 잡고, 12월에서 3월까지는 밤에 고기잡이를 한다고 한다. 작업을 나가지 않은 사람들은 그늘 밑에서 낮잠을 자거나 아니면 배나 그물을 손보고, 또 여인네들은 '루빨리'라는 작은 고기들을 소금에 절해서 건조시키고, 아이들은 세상의 근심을 아랑곳하지 않고 발가벗고 마음껏 뛰논다. 아직 원시의 멋이 살아 있는 곳이다. 순수함과 욕심이 공존하는 삶 며칠째 되던 날 정오 무렵이다. 백사장에 인접해 있는 찻집에서 쉬고 있는데 여느 때처럼 몇 몇 사람들이 그물 줄을 백사장으로 걷어 올리고 있었다. 첫날부터 자주 보는 것이고, 그때마다 걷어 올린 그물에는 신통한 것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었다. 어선들과는 달리 이 그물은 마을 사람들 것이어서 잡힌 고기들은 모두 그들 것이 된다고 했다. 그물 줄이 꽤 길어서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였다. 갑자기 사람들이 술렁대더니 큰소리로 외치고, 이리 저리 뛰어 다니고 하면서 백사장에 심상치 않는 기류가 흘렀다. 알아본 즉, 그물에 엄청난 고기떼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물을 당기자 정말 은빛 고기들로 꽉 차다 못해 넘쳐나고 있었다. 새로운 그물을 가져와 주변에 다시 둘러쳤지만 새어나가는 고기들도 부지기수다. 마음이 급해진 사람들이 미처 물 밖으로 올라오지도 않은 어망을 놓고 마누라를 부르고, 자식들을 부르고 하면서 한 마리라도 더 잡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손이 부족해 더 잡지 못하는 것이 '천추의 한이다'는 식이다. 또 잡은 고기를 담을 그릇이 작아 그것도 안타깝다. 그래서 식구 중 어떤 이는 고기를 잡고, 어떤 이는 고기를 나르고, 또 어떤 이는 백사장에 부려 놓은 고기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그러다 서로 더 많이 갖기 위해 싸움이 일어나 경찰을 불러오기까지 하는 등 몇 시간 동안의 전쟁을 치렀다. 이 광경은 지구가 망하는 날에나 벌어질 것 같은 그런 아비규환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순박해 보이던 사람들도 욕심은 있고, 다투면서 살아가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어민들은 고기를 많이 잡아 신나고, 나 같은 구경꾼들은 난데없는 구경거리를 만나 신났다. 이렇듯 한쪽 백사장에서는 휴양객들이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또 다른 백사장에서는 어부들의 질박한 삶의 현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푸리의 매력이다. 석양 노을을 바라보면서 오늘 저녁 식사는 어떤 생선 요리가 좋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 4월호에는 '푸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이 있습니다.
김연수 | 생태사진가 우리 새 이름 중에는 새소리와 겉모양의 특징을 잡아서 명명한 이름이 많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약 400여 종의 새 중에서 '말똥가리' 는 좀 특이한 이름이다. 말똥가리는 배 부분이 갈색이고, 여기에 넓고 누런 바탕이 따로 있는데, 그 모양이 말똥 같아 말똥가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보는 학자가 많다. 그러나 일부 학자 중에는 유달리 말똥말똥한 눈을 가져 그런 이름이 나왔다고 보는 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호야생조류로 비교적 보기 힘든 겨울철새지만 번식지인 몽골초원에서는 말똥처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우리에게 도움 주는 쥐 사냥꾼 인적 하나 없는 3000여만 평의 광활한 농경지에 먼동이 트면 말똥가리의 아침사냥이 시작된다. 겨울철 천수만은 맹금류의 낙원이다. 먹이가 되는 들쥐, 작은 새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수컷이 52㎝, 암컷이 56㎝ 정도 크기의 매목 수리과인 말똥가리는 봄, 여름에는 산지에서 번식을 하다가 겨울철에는 천수만 같은 평지에서 생활한다. 일정한 세력권을 가진 말똥가리는 인간에게 해로운 쥐들을 소탕하고 있다. 말똥가리는 30m 안팎거리에 있는 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세밀하게 관찰 할 정도로 시력이 발달해 있다. 시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감지 할 수 없는 색깔까지도 구별한다. 기류를 타고 선회하거나 약간의 정지비행을 하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날개를 반쯤 접고 곧장 내려와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움켜쥔다. 그러나 사냥술은 매나 황조롱이보다 뛰어나지 못해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종종 죽은 동물의 사체도 먹는다. 텃새의 텃세엔 스스로 피해 큰말똥가리는 중부이남지역에서 주로 월동하며 철원평야나 해안 하천유역에서 드물게 볼 수 있다. 몸길이는 수컷이 61㎝, 암컷이 72㎝ 정도로 말똥가리 보다 크다. 육안으로는 이 둘의 차이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깃털 색깔의 변이가 심해 전문가들도 식별에 오류를 범하기 쉽다. 크기에 차이가 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양자를 동시에 비교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일정한 세력권을 갖고 서식하기 때문에 한 구역에 동시에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큰말똥가리는 울음소리가 '삐이요'라고 다소 길다면 말똥가리는 '삐이'소리를 낸다. 하늘을 날 때 밑에서 보면 날개 앞 중간부분의 점이 큰말똥가리가 짙고 큰 점 같이 보인다면 말똥가리는 굵은 두 줄이 보인다. 큰말똥가리는 날 때 첫째 날개깃이 밝게 보이며 꼬리에 가는 줄이 있다. 맹금류인 말똥가리에 가장 귀찮은 존재는 텃새인 까치나 까마귀다. 까치나 까마귀는 자신의 세력권 안에 낯선 맹금류가 나타나면 근처의 까치들을 모두 불러 집단으로 공격한다.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보유한 말똥가리도 집단으로 덤벼드는 까치, 까마귀에는 속수무책이다. 몸놀림도 이들보다 유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처에서 괴롭히면 스스로 피해 버린다.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등재돼 우리나라에는 말똥가리, 큰말똥가리, 털발말똥가리 등 3종이 서식한다. 말똥가리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쉽게 관찰 할 수가 있지만 큰말똥가리, 털발말똥가리는 이따금씩 눈에 띈다. 특히 털발말똥가리는 북부지역에서 주로 월동하기 때문에 중남부지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 말똥처럼 흔했던 말똥가리도 이제는 그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대부분의 맹금류가 그러하듯 생태계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들은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하위체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존립할 수 없는 것이 자연법칙이다. 이들의 먹이가 되는 작은 새 설치류, 양서파충류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조류 중 2급 보호동물로, 국제적으로는 세계자연보존연맹 지정 멸종위기 적색목록 CITES 2에 등재되어 있다. *날렵하게 들쥐 사냥을 하는 말똥구리의 모습을 새교육 4월호에서 감상하세요.
현태덕 | 안동대 교수, 현대영어교육학회장 올해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영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한지 10년째로 접어드는 해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영어교육을 언제부터 실시하느냐의 논란은 중요하지 않다.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터에,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교육하든 현재와 같이 3학년부터 실시하든 학생들의 교육에 커다란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영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영어 수업의 목표를 학생들이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어교육의 방법과 수업자료 개발에 대하여 활발한 의견교환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초등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교사의 역할과 교육행정가의 역할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해본다. 영어교육의 목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영어를 구사하는 정도로 삼으면 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서는 많이 듣고 많이 말해보아야 된다. 그러므로 영어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신은 말을 적게 하고 학생들이 말을 많이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이 말을 많이 하는 수업은 영어로 묻고 대답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수행하는 수업이다. 이러한 수업을 과제중심 영어학습이라고 말한다. 과제중심 영어학습에서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영어를 들어야 하고 또 영어로 말하여야만 된다. 과제중심 영어학습은 흥미와 필요라는 학습동기 지속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킨다. 일부 자치단체나 사설 교육기관에서 영어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교육환경을 제공하여 영어 구사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교실 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학습과제를 개발하여 활용하면 어느 정도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 영어교육과 관련하여 교육 정책과 행정을 담당하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영어 수업시수의 확대, 영어 전담교사의 확보, 교사의 영어연수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영어수업을 3학년과 4학년에서 주 1시간씩 실시하는 것을 주 2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 교육에서 영어에의 노출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의 수업시수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노출시간이 확보되지 않는다. 이 노출시간도 영어 수업이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는 가정에서 산출된 것인데 현실에서는 그러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도시 학교와 농어촌 학교의 영어수업의 격차도 해소되어야 할 문제이다. 도시의 학생들은 학교 수업, 학원 수업, 과외 수업, 인터넷 등을 통하여 영어를 배울 수 있다. 반면에 농어촌의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수업을 통하여서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농어촌의 일부 학교에서는 영어 교재와 함께 제공되는 영상자료나 음성자료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으로 영어 수업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어교육에서는 노출되는 영어의 질도 중요한데, 농어촌의 학생들은 영어에의 노출 시간과 질에 있어서 도시 학생들보나 아주 불리한 입장에 있다. 이 격차를 공교육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영어전담 교사를 두는 것이다. 2005년 기준으로 서울의 각 초등학교에는 영어 전담 교사가 1명씩 배치되어 있으나 큰 학교에서 영어 전담교사 1명이 수업을 모두 담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원도에는 전체학교의 18%에만 영어전담 교사가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영어의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아 배치된 영어전담 교사도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는 영어 전문지식이 없는데도 영어전담 교사로 임명된 실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 영어 전담 교사의 영어 전문지식을 제고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여야 영어교육이 정착될 것이다. 영어교사의 전문지식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수를 영어능력 검증과 연계하여 실시할 필요성이 있다. 영어에 전문지식이 있는 동료 교사에 의한 연수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을 필자는 확인하였다. 그러므로 영어교사를 위한 연수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실시하여 평가 결과에 따라 인증서를 수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영어 원어민 교사를 많이 배치한다고 반드시 영어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교사에게 해외 연수와 전문 연수를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어교육 관련 학술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교사에게 많이 부여하는 것이다. 영어교육 학술대회에서는 영어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교수 기술을 접할 수 있으므로 연수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다. 문제점이 적지 않았음에도 영어교육은 꾸준하게 이루어졌고, 성공적인 사례도 상당히 많다. 특히 영어교육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실시한 것이, 실시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해소된다면 초등영어교육의 효과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나리라고 확신한다.
'교직실무' 증보판 펴낸 최무산 교장 관리직․행정직은 물론 교육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교원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교원과 교직실무’ 증보판 ‘2006년 교직실무’가 최근 출간됐다. 교직실무 분야 최고 전문가로 명성을 얻은 저자 최무산 교장(서울 대은초)을 만나, 이 책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책 제목이 ‘2006년 교직실무’로 바뀐 것이 궁금합니다. ‘교원과 교직실무’의 브랜드 가치가 크다고 보는데…. “그렇습니다. 2001년 7월 처음 ‘교원과 교직실무’를 내고 그동안 거의 매년 수정·보완을 거쳐 증보판을 냈으니 꽤나 이름이 알려진 셈이지요. 이번에 제목을 바꾼 것은 교직실무라는 것이 교원과 교육계의 업무이기 때문에 굳이 ‘교원’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데 있습니다. 또 교직실무는 관계법령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신판을 보아야 하는데 일부 독자들은 어느 책이 가장 최신판인지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들어 바꾸게 된 것입니다.” -계속 증보판을 내야 할 만큼 바뀌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까? “증보판을 내도 매 쇄(刷) 마다 약간의 보완이 따릅니다. 책이 한 번 발행되면 보통 5~6쇄를 하는데 그때마다 고칠 것이 있는 것이지요. 내용이 조금 바뀐다고 해서 필요한 분들에게 다시 새 책을 구입하라는 것은 죄송한 일이라 한동안은 ‘새교육 홈페이지’에 수정된 부분을 올리기도 했지만 워낙 많은 내용이 바뀌면 그것도 어렵습니다. 올해만 해도 학교건강검사규칙 등 학사실무의 상당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증보판을 내면 700쪽 내외의 책에서 300쪽 정도는 바뀐다고 봐야 합니다.” -교직실무의 범위가 매우 넓은데 관련 법규의 재·개정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봅니다. “교직실무는 크게 인사실무와 학사실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사실무에는 교원의 임용부터 복무, 징계, 연수, 평정, 보수 등이 학사실무에는 학교경영, 회계, 학생관리, 문서작성 등이 포함됩니다. 교원들이 처리해야 할 크고 작은 행정업무가 망라되는 것이지요. 재․개정되는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교육부를 비롯해 각 행정부처의 홈페이지를 매일 방문하고, 학교에 오는 모든 공문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오랫동안 하다보니 해당 기관 등에서 미리 알려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교직실무’는 교육계의 바이블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A/S도 잘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 책은 관리직·전문직·행정직에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실무를 다뤄야 하는 많은 교원들이 참고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교육전문직 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에게는 필독서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일선에서 각종 업무를 처리하면서 관련 법규를 일일이 찾기 어려울 때나 혹은 관련 규정이 바뀐 것 같으면 문의전화를 합니다. 전국에서 하루에도 세 네 번 이상 전화가 옵니다. 최대한 성의껏 답변해 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이지요.” -지난 3월에는 ‘2006년 교직실무 문제풀이’라는 책도 내셨는데, 어떤 것입니까? “그것은 교직실무의 여러 내용을 문답으로 풀어본 것입니다. 전문직 시험 준비생들이 마무리 공부 단계에서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걸로 봅니다. ‘실무’나 ‘문제풀이’ 두 책 모두 한국교육신문사(02-576-5873)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특별한 계획보다는 과분하게도 이 분야 전문가로 불리게 된 만큼 힘닿는데 까지 책도 쓰고, 강의도 하면서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이낙진 한국교육신문사 교육문화사업국장 leenj@kfta.or.kr
김용일 |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Ⅰ. 서 론 2005년 10월 28일 한국교육학회는 ‘평등성과 수월성의 균형신장’이란 주제의 추계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거기에서는 특별히 고교평준화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첫날의 ‘평등성과 수월성’ 관한 패널토론에 이어 둘째 날 ‘평준화 정책의 진단과 과제’라는 주제 하에 무려 8개의 글이 발표되었다. 뿐만 아니다. 2005년 11월 11일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역시 ‘고교평준화제도 해체, 그 이후’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고교평준화 정책이 학계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 2005년은 자립형 사립고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지 3년차가 되는 해였다. 시범 실시 방침을 정하면서 정부는 3년 차가 되는 해에 평가를 통해 확대 실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언명한 바 있다. 세간의 부정적인 여론과 반발을 의식한 ‘약속’이었지만, 막상 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책임 있는 모습이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시범 실시’라고는 하나 많은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과연 어떤 평가결과에 의해 폐지할 수 있겠는가? 확대하는 것 역시 녹록치 않은 현실이고 보면, 이런 식의 무책임한 학교정책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되돌아보면,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고교평준화 정책에 대한 논쟁을 정점으로 치닫게 한 기억이 새롭다. 왜 그랬던 걸까? 학교선택권 때문이었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평준화제도 하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인정치 않고 있다. 학교의 학생선발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유형의 학교는 학교선택권을 필수조건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고교평준화 정책에 대해 맹렬한 공격이 감행되었고, 갑작스런 공세에 대한 반격이 치열해진 것이다. 그러나 평준화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집요한 공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4년 평준화 제도 도입 직후부터 계속되어왔다. “평준화가 학력을 저하시켰다”는 주장은 평준화 폐지론자(또는 비판론자)들의 단골 메뉴다.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논거 가운데 하나다. 평준화가 “학교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주장은 1990년대 중반을 전후로 새롭게 등장한 비판의 논거라 할 수 있다. 이런 비판은 급기야 ‘획일적이고 질 낮은 교육을 강요하는 평준화가 불평등 심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평준화 논쟁은 ‘공세에 대한 대응의 형태’로 전개되어왔다. 파상적으로 전개되는 평준화에 대한 공격이 관련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뜻이다. 때문에 우리는 누가 어떤 논거로 왜 평준화 폐지를 주장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전개된다. Ⅱ절에서는 누가 어떤 논거로 평준화 폐지를 주장해왔는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Ⅲ절에서는 ‘왜’라는 물음에 대해 답을 구하는 한편, 평준화제도를 유지ㆍ강화시켜야한다는 필자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Ⅳ절 결론에서는 평준화 논쟁의 정치적 성격을 다시 한 번 정리한 후 논쟁의 앞날에 대해 간략히 전망하고 있다. Ⅱ. 복고적 엘리트주의에서 시장주의까지 평준화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온 사람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주의자들과 그런 이데올로기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다.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이 대세를 이룬 반면, 그 이후에는 시장주의자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형 분류는 분석적 차원에서는 유용할지 몰라도 실천적 차원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치열한 논쟁의 지점에서는 양측이 일종의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과 시장주의자들이 내세우는 평준화 폐지론의 논거는 무엇인가? 이러저러한 주장을 집약하자면, 다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는 전통적인 학력의 ‘하향평준화론’이다. 두 번째는 학교선택권 부재론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신종의 교육 불평등론’이다. 이 세 가지 논거는 시간적 순서를 갖고 등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조합을 만들어 평준화에 대한 공격의 논리로 작동해온 게 저간의 논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먼저 전통적인 학력의 ‘하향평준화론’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이 논거는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의 강력한 무기다. 고교평준화로 인해 우리 학교교육 전반의 학력이 낮아졌으니 마땅히 폐지되어야 하다는 주장이다. 1990년대 중반 이전의 논쟁은 주로 이 문제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논거로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은 최근 들어 ‘색깔 공세’로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 평준화로 인해 학력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경험적 근거는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 볼 점은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의 논거를 지지하는 연구결과가 유독 교육부문에 시장주의를 전파해온 연구자들 측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김태종 외, 2004). 이에 반해 다수의 실증적인 연구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강상진, 2005. 10. 28; 윤종혁 외, 2003. 12; 성기선, 2002; 성기선ㆍ강태중, 2001. 5; 성기선, 1999). 이 가운데 가장 최근의 공동작업 결과를 개인 논문 형태로 발표한 강상진의 분석은 음미해볼만 하다. “…이 연구에서 분석한 거의 대부분의 준거변수에서 비평준화 지역보다는 평준화 지역에서 학교효과가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학업성취도 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평준화 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요 논리는 평준화 제도가 학력의 하향화를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의 결과는 그러한 주장이 근거 없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 반대의 현상을 보고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영역인 국어, 외국어, 수리영역에서 평준화지역의 학교들은 모든 영역에서 더 높은 학교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중소도시 지역의 결과에서 수학영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을 기준으로 비교한 경우나 중소도시 지역만 비교한 경우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학력의 차이를 나타낸다.”(강상진, 2005. 10. 28: 184) 다음으로 학교선택권 부재론이다. 다른 두 가지 논거에 대해 작은따옴표(‘’)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학교선택권 부재론에는 그런 표시를 하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평준화가 학교선택권을 박탈하고 있으니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논거는 그 쟁점이 사실관계 여부보다는 하나의 신념 내지 가치 선택의 수용 여부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평준화제도의 본질이 학교선택권을 유보 내지 박탈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가 따져봐야 할 문제는 학교선택권 보장이라는 논거의 실천적 귀결이 무엇이며, 또 그것은 바람직한지 여부라 할 것이다. 그들의 주장부터 들어보기로 하자. “…평준화를 완전히 푼다. 국ㆍ공립과 사립에 차이를 두지 않고 학군을 완전히 없애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하고 학교도 학생들을 자유롭게 선발하도록 한다.”(박세일, 1995: 28) 이처럼 학교선택 부재론에 입각한 평준화 폐지론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장주의자들과 그 세례를 받은 교육학자들이 널리 유포시켜온 논거다. 학교민영화(privatization) 전략의 일환으로 자립형 사립고를 도입하려는 데서 시작된 것이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자립형 사립고는 1995년 대통령 보고 형식을 빌어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당초 그들은 현행 중ㆍ고등학교의 30% 정도까지를 ‘자립형 학교’로 전환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 구상이 축소 조정되어 5.31 교육개혁안에서는 자립형 사립고 도입 방안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평준화제도를 그대로 놔두고서는 자립형 사립고는 물론 여타의 학교선택 전략을 실현시킬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이 점은 교육개혁위원회의 자체 평가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즉, “(자립형 사립고 도입은-필자 주)고교평준화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이어서 교육부에서는 이 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교육개혁위원회, 1998. 1: 257-258)고 토로한 바 있다. 시장주의자들에게 있어 평준화 제도는 ‘개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고, 평준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의식은 ‘교정의 대상’이었던 것이다.[PAGE BREAK]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전개될 당시 평준화에 대한 공격이 최고조에 이른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시장주의자들은 끝끝내 자신들의 속셈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형태의 학교에 부여되는 ‘학교선택권’은 필연적으로 불공정한 게임의 조건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립형 사립고는 학교민영화의 최고 형태인 영국이나 미국의 귀족형 사립학교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를 감추기 위해 ‘다양성’과 ‘자율성’ 등의 가치를 내세우는 한편, 엉뚱하게도 영국의 자율학교나 미국의 차터스쿨(charter school) 등이 그 모델인 것처럼 말해왔다. 고의적으로 논쟁의 방향 내지 구도를 교란시킨 것이다.이제 끝으로 ‘신종의 교육 불평등론’에 대해 검토할 차례다. 그 스펙트럼의 다양성을 논외로 할 때, 교육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전통적으로 진보적 이론가들의 전유물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장주의자들이 이 문제를 치고 나왔다. 평준화 제도가 계층 간의 교육 불평등을 치유하는데 무력하다 못해 사교육 등을 매개로 오히려 조장하고 있으니 폐지되어 마땅하다는 것이다. 주장의 대강을 직접 들어보기로 하자. “지금까지의 평준화 정책은 교육의 형평성을 보장하는 데도 실패하였다. 정부가 학교를 획일적으로 규제함으로써 학교의 다양성과 질만 떨어뜨려서, 이러한 학교교육에 만족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과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학부모일수록 고액과외를 통하여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높이게 되었다.”(이주호, 2002. 4. 15: 57) 논리의 기본구조가 ‘평준화(획일적인 규제 장치)→학교교육에 대한 불만족→사교육(과외) 유발→특정 계층 출신 자녀의 높은 명문대 진학률’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평준화 정책에 대한 수술이 다면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탈평준화의 혜택이 모든 계층의 학생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과외가 감소되는 만큼, 과외에 따른 형평성 훼손도 그만큼 감소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평준화 정책의 개선이 오히려 교육의 형평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이주호, 같은 면)라고 언명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나중에 ‘학교정책과 과외의 경제적 분석’이라는 실증적인 연구(이주호ㆍ김선웅, 2004)로 이어진 듯하다. 이 연구결과는 이주호가 말하고 있는 ‘우리의 견해’를 지지하고 있으나 같은 해 수행된 김현진과 최상근(2004)의 실증 연구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사실 평준화와 사교육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는 그리 많지 않고, 또 최근에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인 채창균의 연구결과 또한 이주호와 김선웅의 그것이 아니라 김현진과 최상근의 연구결과와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 문제를 생각하는데 참고해봄직하다. 실증 분석의 결과를 바탕으로 채창균은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평준화가 사교육비 지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일견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는 ‘비평준화→학업능력별로 동질적인 학생들이 집결→효과적인 수업이 가능→공교육의 질 개선으로 사교육의 필요성 감소’라는 지적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설령 그 차이가 유의하다고 가정하더라도 가구의 소득 수준이나 부모의 교육열, 지역적 차이 등에 비해 사교육비의 격차를 유발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 할 것이다.”(채창균, 2005. 10. 7: 531) 그러나 평준화 논쟁에서 이 정책을 지지할 개연성이 있는 실증적인 연구들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준화만 폐지되면, 교육의 질은 물론 국가경쟁력도 한껏 제고시킬 수 있고 계층 간의 교육 불평등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연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강상진의 한국교육학회 발표내용에 대한 세칭 ‘메이저 신문’의 보도 태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조선일보. 2005. 10. 28; 동아일보. 2005. 10. 28 참조).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 선택에 반하는 경험적 연구결과가 제시될 경우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온 터이다. 다른 한편, 시장주의자들이 주도해온 평준화 폐지론에 동조해온 상당수의 교육학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이른바 ‘평준화 보완론’을 전개해왔는데, 양자의 본질적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보완’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그 처방에 있어서는 사실상 평준화 폐지론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서정화, 2000. 5: 10~12 참조).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김영철은 “평준화 정책의 실시로 인한 고등학교 학생 학력의 하향 평준화 여부를 실증적으로 검증해 보았으나 하향 평준화되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1995: 121)고 하면서도 자립형 사립고를 평준화의 보완책 가운데 하나로 내놓고 있다. “희망하는 사립 고교 중 일정한 기준에 부합되는 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제2안). 이 안은 희망하는 사학 중 설립자의 육영 의지, 교육과정 운영 실태, 교원 확보율, 시설 및 기자재 확보 정도, 재정 투자 정도 등의 기준에서 일정한 기준을 갖춘 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이다.”(김영철, 1995: 123~124) 글의 내용이나 발표된 시기로 보아 이 때 벌써 시장주의적 접근이 상당히 일반화되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강력한 교육외적인 힘이 작용하지 않을 경우 자립형 사립고는 평준화와 양립 불가능한 제도다. 계층차별에 기초한 특권층 내지 귀족형 사립학교로 시장주의자들에게 있어서는 민영화된 학교의 최고 형태인 것이다. 외국어계 특수목적고가 특권층을 위한 사립학교의 ‘한국적 변종’이라는 점에서 자립형 사립고가 상당수 허용될 경우 특목고는 ‘이류’로 전락하게 된다. 이처럼 이런 식의 ‘승부의 세계’에서는 결국 학교의 다양화가 아니라 서열화 및 학교 운영의 획일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Ⅲ. 공정한 게임의 조건과 우수한 교육 추구 평준화 논쟁의 현 지형은 복고적 엘리트주의와 시장주의의 동거를 한편으로 하고, 그에 대한 수세적 대응에서부터 적극적인 대안 창출과 제시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대치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최근 또다시 평준화에 대해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자립형 사립고 평가와 무관치 않다 할 것이다. 물론 이것 말고도 평준화 운동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김해 지역처럼 얼마 전 평준화로 전환한 지역이 있는가하면, 강원도와 같이 범시민 연대기구 중심으로 평준화 제도 도입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이쯤해서 우리는 복고적 엘리트주의와 시장주의의 동거가 내포하고 있는 실천적 의미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클린턴 시절 노동부장관을 지낸 미국의 노동경제학자 Reich는 이런 문제를 생각하는데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구매자 천국’의 신경제에서 기대와는 달리 인맥(人脈)이 훨씬 더 중요해졌으며, 인맥 형성의 기능을 담당해온 학교와 대학이 심각한 분류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기로 하자. “진실을 말하자면, 직장을 구하는 데에 있어 대학 교육이 갖는 진정한 가치는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는 대학에서 만난 사람과 더 큰 관계가 있다. …동창회가 잘 조직된 학교를 다니면 더 앞서 나갈 수 있다. 명문대학이라면 인맥의 가치는 더 높을 것이다. 아이비리그 대학의 교육이 다른 곳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웅장한 도서관이나 교수들의 능력보다는 대학에서 얻게 되는 인맥 쪽일 것이다.”(Reich, 2000/ 오성호 옮김, 2001: 188) 이럴진대 인맥 형성과 관련된 가치에 따라 학교와 대학이 체계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인맥 형성에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다닌 학교나 대학에 대한 직간접적인 기여도가 높을 조건을 획득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서로 분리된 학교와 대학 그리고 거기에 관계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접점을 찾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Reich(오성호 옮김, 2001: 282)는 과거보다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면서 현재 미국에서는 ‘귀족형 사립학교→잘사는 교외지역의 공립학교→차터스쿨→일반 공립학교’ 등으로 학교분류가 진행 중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런 진단은 노동배제가 초래하는 교육적 결과에 대한 최장집의 논지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복고적 엘리트주의와 시장주의의 친화력은 ‘엘리트 카르텔’ 형성의 조건을 마련하려는 공통의 관심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Reich의 표현을 빌자면, ‘주택분류ㆍ학교분류ㆍ대학분류ㆍ위험도 분류’(오성호 옮김, 2001: 279-292 참조)에 있어 이해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를 지향하는 기획으로 이 과정에서 특히 ‘성공한’ 집단끼리의 유대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질 수밖에 없다. 급기야 경쟁에서 이득을 보게 될 조건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힘을 합쳐 무슨 학교정책이든 강제 못할 게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만연하게 된다. 그 어떤 논리로 포장하든 평준화 폐지론은 결국 불공정한 경쟁조건을 마련하고자 하는 무절제한 욕망의 교육적 표현일 따름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부 계층과 집단이 학력(學力)을 빌미로 학교와 대학을 서열화하고, 학벌주의를 온존ㆍ강화시키려 해온 것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장주의자들의 학교선택권이란 논거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교육의 사사화(私事化)를 통해 공교육재정을 감축하려는 기획이 무절제한 교육적 욕망을 정당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시장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면서 공교육 재정 감축을 요구하는 당사자이기도 한 일부 계층과 집단의 이해를 집요하게 학교정책에 반영하려했다. 이것이 바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세계 보편적인 평준화 정책을 ‘걸림돌’로 인식하고 제거하려는 공세를 펴온 이유다. “평준화의 핵심은 고등학교 단계의 (학생) 선발 및 배정 방식, 즉 고교입시제도에 있다. 평준화 제도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학교별 입학전형을 거치지 않는다. 시ㆍ도별로 선발고사나 무시험 내신제 또는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해당 시ㆍ도 소재 일반계고의 수용력 범위 내에서 선발된 자를 통학거리 등을 고려하여 추첨을 통해 배정하는 것이다. 수차례 제도가 보완되었지만, 학교별 입학전형 폐지와 추첨 배정이 평준화의 기본 틀을 이루고 있다.”(김용일, 2004: 86) 이런 조건에서라면, 고등학교를 들어가는 데 있어 계층간의 차이가 반영될 여지가 없다. 다른 무엇보다 학교선택권(마찬가지로 학생선발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의 교육여건이 동일하다면, 논리적으로 공정한 경쟁 조건도 보장되는 셈이다. 이제 남는 문제는 각자의 재능과 노력을 통해 어떠한 성과를 거둘 것이냐 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모든 학교가 동일한 교육조건을 구비하고 있을 리 없고, 그것이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책 차원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동등한 교육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정부의 책무이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에 대해서는 좀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주 지적되는 교원의 질은 물론 교육시설, 학교풍토 등은 제아무리 노력을 해도 똑같을 수 없는 법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상태가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 때문에 그런 조건을 예정하고 평준화 폐지론을 전개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점에서 일고의 가치가 없는 일이다.[PAGE BREAK]다만, 공립학교와는 달리 교원의 순환근무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등 제도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사립학교를 평준화에 포함시키는 것이 논란이 될 수는 있다(강인수, 2002 참조). 그러나 이 때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가파르게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체제와 학벌주의로 인해 우리의 고등학교가 대학입시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평준화를 사학의 자율성 침해로 간주하는 한편, 사학이니만큼 특별하게 대우해달라는 것은 뻔히 예견되는 교육의 파행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런지는 일부 특목고의 현황에 대한 노종희의 다음과 같은 진단에 잘 나타나 있다. “과학계열이나 외국어계열의 특수목적 고등학교는 과학영재나 언어영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본래의 설립 목적을 저버린 채,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세칭 일류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한 준비기관으로 변질되었다.”(노종희, 2001: 35) 학교정책은 실험실 상황에서 반복 실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우리는 역사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밖에 없다. 그것조차 여의치 않을 경우 역사ㆍ사회적 맥락에 충실한 해석을 전제로 다른 나라의 경험으로부터 지혜를 구하게 된다. Reich의 말대로 평준화 논쟁은 ‘새로운 사회적 균형’(오성호 옮김, 2001: 340-352 참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때만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논쟁이 교육 차원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는 계층(급) 갈등의 성격을 내포하기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에 관련된 객관적인 지표조차 달리 해석하고, 다른 나라의 정보를 왜곡하는 상황이 빈발하는 한 비(반)교육적이고 생산적이지 못한 논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민주화가 가속화되는 한편, 경제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복지 제도 전반의 획기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 학벌주의가 상당 정도 완화되고, 대학 서열체제가 교육 전반에 비(반)교육적인 규정력을 갖는 정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약화되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우리 사회에서도 “패자부활전이 가능하구나”하는 인식이 광범하게 뿌리내려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의미에서 고등학교 교육이 다양화ㆍ특성화될 수 있다. 또 그럴 때만이 평준화체제를 벗어난 ‘학교 실험’도 폭이 넓어질 수 있으며,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학교가 동일한 교육(특히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경쟁하는 한, 학교는 서열화 되기 마련”(김윤태, 1996: 260)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평준화 폐지론자들의 논거들이 패퇴를 거듭하고 있다. 또 그들의 목적이 사회적 배제의 논리에 입각하여 ‘엘리트 카르텔’을 형성하기 위한 교육조건을 마련하려는데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행 평준화제도의 문제점을 덮어두거나 비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의 논지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자녀 모두가 노종희가 묘사하는 모습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너무 더뎠던 게 사실이다. 어째서 우리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열악한 교육여건을 지닌 학교를 용인하는 것일까? ‘글로벌 스탠더드’를 얘기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한편의 소극(笑劇)을 보는 것처럼 기이할 따름이다. 교육의 실물을 외면한 채 학교조차 ‘계층간의 벽을 치려는 기도’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한, 우리 사회구성원 전반의 의식 수준에 대해 재점검해보는 것이 순서라 생각한다. 교육부문만큼은 “공정한 게임의 조건 속에서 우수한 교육을 추구한다”(김용일, 2005. 10. 28)는 원칙이 확고하게 견지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제아무리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파고가 높다하더라도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길은 사람 교육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양극화 해소가 국가적 의제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교육의 조건 자체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어쩌면 영영 희망의 근거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세계 보편적인 제도라 하더라도 우리가 영위하는 평준화 제도가 최선의 것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여러 제약이 존재하는 현 조건에서 평준화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고 또 선택해야 하는 제도라는 점만은 분명히 하고자 한다. 형식적이나마 ‘공정한 게임의 조건’을 확보해야겠다는 사회구성원의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적어도 학교교육에서만큼은 교육외적 요인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정하고 교육적인 경쟁이 가능한 조건을 우리 자녀들에게 마련해 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대대적인 보완을 전제로 평준화는 상당 기간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Ⅳ. 결 론 이미 ‘끝난’ 평준화 논쟁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데는 다 그만한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평준화 논쟁의 계층(급)적 성격 때문이다. 평준화 폐지론자들은 교육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지만, 세대간의 계층적 지위의 대물림에 유리한 교육조건에 대해 말하고 있을 뿐이다.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거론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한다. 그것이 잘 안 통하자 ‘색깔 공세’를 감행한다. 그래도 별 효과가 없자 이번에는 학교선택권ㆍ다양성ㆍ자율성 등의 가치를 앞세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자신들의 말대로만 하면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저간의 논쟁에서 평준화 폐지론자들이 연출한 광경이다.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이 학벌주의와 서열화 된 학교체제에서 경험한 ‘달콤함’에 빠져 그 완고함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면, 시장주의자들은 비교적 정교한 어법을 구사한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복고적 엘리트주의자들까지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수완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간과하고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대대적으로 전개되어온 평준화에 대한 공세를 제대로 설명해낼 수 없다. 경제학자와 한국개발연구원ㆍ한국경제연구원과 같이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들이 앞장서고, 기획예산처ㆍ재정경제부 등의 일부 관료들과 시장주의의 세례를 받은 교육 관료들과 교육학자들이 뒤따랐던 것이다. 시장주의자들이 내세운 핵심 논거는 학교선택권 보장이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전통적인 학력의 ‘하향평준화론’(‘색깔론’ 포함)도 포섭하는 한편, ‘신종의 교육 불평등론’까지 동원하였다. 평준화를 폐지할 수만 있다면, 못할 게 없다는 태도였던 셈이다. 공교육 재정을 감축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사회조건과 의식을 재생산할 수 있는 교육조건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이해를 같이하는 부유층이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한편, 상당수의 중류층은 좌충우돌하고 사회적 약자들은 배제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시장주의자들이 기획은 그 ‘공력’에 비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억지춘향 격으로 외국인학교법을 통과시키고, 틈만 나면 외국어계 특목고나 국제고를 신설하는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라 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민영화의 완결판 격인 자립형 사립고는 전격 도입하긴 했으나 시범실시라는 단서 등으로 인해 여전히 정치적 판단의 대상에 머물러 있다. 상처를 입긴 했지만, 평준화체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평준화에 대한 국민의 지지 또한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비평준화 지역이 평준화로 돌아서거나 평준화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평준화 폐지론이 사회적 배제의 논리에 기초하여 불평등을 제도화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이 감지되기 시작하자 사회적 약자들이 조직되어 대항 전선을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평준화 논쟁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시장주의로 무장한 세력들이 평준화에 대한 공세를 늦출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해보다 급기야 ‘자율형 공립학교’까지 들고 나왔다. 미국의 차터스쿨 가운데서도 보수적이고 시장주의에 경도된 학교 모델을 수입하자는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새로운 처방전으로 우회ㆍ돌파해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사실이 하나 있다. 평준화 폐지와 같은 비(반)교육적인 기획은 필연적으로 더 강력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이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가치를 배타적으로 강조하면 할수록 공교육의 정치적 가치가 설자리를 잃고, 교육 본연의 가치를 실현할 조건은 더 요원해진다는 알아챘다. 시장주의의 실천적 귀결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김정호 | 서울 양화초 교사 “신학기가 시작되던 날, 수업을 마친 5학년짜리 아이가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더니 상기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말을 못했어요. 가까스로 숨을 돌리게 한 후 물어보았더니 난생처음 남자 선생님이 자기 담임이 됐다는 거에요.” 이는 작년 9월 신학기를 맞아 자신의 자녀가 처음으로 남자 담임선생님을 경험하게 됐다는 중국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의 말이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에서도 초·중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교육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작년 베이징시 교육위원회의 통계에 의하면 베이징시의 경우 초·중·고 교사 중에서 여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78%, 71%, 67%로 남교사에 대한 여교사 비율이 나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남교사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베이징의 일부 학교에서는 최근 신규교사 모집 시 남교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여교사와 남교사의 성비 불균형 현상은 지방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중국 동북지역인 리아오닝성[遼寧省]의 2004년의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여교사가 전체 교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남부인 광동성(廣東省)도 68만 명의 초·중·고 교사 중 60% 이상이 여교사로, 일부 지역에서는 여교사의 비율이 80~90%를 초과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교사의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는 중국의 교육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많은 학교에서는 남교사 부족으로 체육과목이 소홀히 취급되어 남자 아이들이 축구나 농구 등 격렬한 운동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행사도 남교사들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약식으로 치러지거나 그나마 치러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초·중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이 초래하는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이들의 여성화 경향이다. 이는 중국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해 ‘한 자녀[獨生子女]’가 보편화된 중국 가정의 현실에서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는 10여 년 동안 여교사들만 접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남성다움을 경험하지 못하고, 여성적인 성향만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남교사의 절대적인 부족이 중국 초·중학교 학부모들을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초·중학교에서의 남교사 부족현상은 교원양성기관인 사범계학교로 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초·중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5년제 전문학교 및 사범계 대학에서부터 남녀 성비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최근 이들 학교의 경우 체육, 수학과를 제외한 교육학, 영어, 음악 등의 전공에는 한 반 50~60명의 학생 중 남학생이 많으면 6~7명 정도, 심한 경우에는 한두 명의 남학생만이 있는 학과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교원양성기관의 남학생 부족현상은 자연적으로 이들이 졸업을 하여 직업을 갖게 되는 때에 남교사의 부족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면 왜 이렇듯 사범계열에 지원하는 남학생의 수가 적은 것인가? 이는 우선 ‘교사를 하는 것은 남자로서 할 짓이 아니다’라는 중국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초·중학교 교사는 여자나 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남아있어 아직까지도 남자가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것은 ‘못난 짓’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대학입시를 앞둔 남자 고등학생들에게 사범계열 학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 학교를 졸업한 후 교사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응시를 권유하면 대부분 ‘못난 짓’으로 생각하고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태도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들이 초·중학교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이는 과거 무자격자가 초·중학교 교사를 하던 시절의 고정관념으로 인한 초·중학교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사범계열 학교 및 초·중학교에서 나날이 심해지는 예비교사와 교사의 성비 불균형도 남자들이 초·중등 교사직을 회피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중국 초·중학교 교사에 대한 사회적 낮은 대우로 인하여 발생되는 일이다. 남자들이 대우가 낮은 교사직을 꺼리기 때문에 교직에는 여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고, 여교사들이 점점 많아지게 됨에 따라 남자들이 여자들이 많은 교직사회에 발을 들여놓길 꺼려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초·중학교의 남교사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러한 초·중학교에서의 교사의 성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사범계열 대학에 남학생 모집비율을 의무적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상하이 사범대학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사범대학 전공별 남학생 모집인원은 전체 학생 모집인원의 40% 이하가 되지 않도록 한다’라는 규정을 정해 남학생들을 사범대학으로 유인하여 상하이 초·중학교 교사의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 교육계 일부에서는 교사의 대우조건을 향상시켜 남자들을 교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대안으로는 현재 정식 공무원이 아닌 교사의 신분을 공무원으로 격상시켜 이들의 신분을 보장해주고, 교사의 급료를 일정한 수준으로 올려주어 현재의 교사의 낮은 사회적 지위를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논의들은 각 가정에도 엄마 아빠가 모두 있어야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듯이 학교에도 학생들이 남·여 선생님들을 고루 접하면서 생활해야만 이들의 정서 및 학업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점차 사회적인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초·중등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 문제는 비단 중국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올해 서울지역 초등 신규교원 810명 중 732명이, 중등 신규교원 361명 중 281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난 데서 보듯이 교단의 여성화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신아연 | 호주 칼럼니스트 호주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씩 돌아가며,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그것에 대해 약 5분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초등과정의 약 2~3년간에 걸쳐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과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의견을 바르게 전달하려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어린이들의 논리적 사고와 표현력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한 동네 사는 꼬마 녀석은 다른 날에 비해 월요일이면 학교 갈 준비로 더욱 부산하다. 학교생활이 아직 서툰데다 이틀을 쉬고 난 월요일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매주 월요일이면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긴장과 흥분이 겹쳐 더욱 그러하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등교하던 녀석의 손에 빨간색의 부드러운 고무공이 쥐어져 있었는데 이번 주에는 뭘 들고 가는지 은근히 궁금해져서 일부러 앞마당에 나가 녀석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호주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씩 돌아가며,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그것에 대해 약 5분간 자유로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제나 소재, 방식 등에 아무 구애 없이 그저 급우들 앞에 나와서 짧게 발표를 하게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매주 그 시간에 대비하여 평소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장난감을 비롯하여 동화책이나 새로 산 학용품, 여행지에서 산 진기한 기념품, 특별한 날, 특별한 의미가 담긴 선물 등을 한 가지씩 가지고 등교하는 설렘과 즐거움에 흠뻑 젖는다. 자녀들의 5분 발표를 돕기 위한 부모들의 정성 또한 이에 못지않다. 매주 한 가지씩 꼬박꼬박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발표대상 또한 인공적인 것에서 자연물로, 무생물에서 생물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모든 것들에 관심을 두게 되고 선정대상 또한 광범위하고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작 학교에 가지고 갈 마땅한 것이 언뜻 떠오르지 않을 때나 들고 갈 것이 궁해져 걱정이 될 때면 어린이들은 부모들의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필자 또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일일 발표가 있던 어느 날, 집에서 기르던 햄스터를 폭신한 천에 감싸 안고 함께 등교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그때 햄스터가 새끼를 낳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이들이 그 이야기를 급우들 앞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햄스터 가족을 교실까지 조심스레 데려 갔다가 데려왔었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우연히 발표가 겹치는 날은 눈독들인 물건을 서로 가지고 가겠다고 두 녀석이 싸우는 날도 있었는가 하면, 저 혼자 들고 가기에 버거운 덩치 큰 것이나 화분 따위 등 깨지기 쉬운 것을 학교까지 옮겨달라고 할 때도 있었다. 그 때는 솔직히 귀찮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두 아이 모두 고등학생이 되어 더 이상 소동을 벌일 일이 없어지고 나니 그 대신 동네 꼬마가 뭘 들고 학교에 가는지 슬그머니 궁금해지고, 그때 생각이 나서 혼자 미소 짓곤 하는 것이다. 햄스터나 토끼뿐 아니라 개, 고양이들도 특별한 사연이 있는 한 아이들 앞에서 5분간 서기 위해 한 차례씩 주인을 따라 등교를 해야 하는 일은 물론이고, 만약 그날의 주인공이 새라면 일찌감치 모이를 얻어먹고는 새장에 실린 채 부모들의 손에 들리어 아이들의 학교로 가야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과정의 약 2~3년간에 걸쳐 이렇게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자기 의견이나 사물의 특성에 관한 관찰과 설명, 어떤 물건을 소유하게 된 배경과 구입하게 된 경위 등을 조리 있는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은 논리적 사고와 표현력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남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수줍음을 타는 성격도 반복되는 발표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고쳐져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반대로 지나치게 부산스럽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어린이들도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훈련을 몸에 익히는 동안 성격교정이 가능하게 된다. 흔히 서구사회는 토론문화가 발달되어있다고 대부분 인정하지만, 아닌 게 아니라 호주 사람치고 학력이 높든 낮든 말 못하는 사람을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그 이유가 아마도 초등학교 때부터 ‘말을 잘하는’ 연습을 반복해서 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보곤 한다.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과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묘사하고 바르게 전달하려는 습관이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배이다 보면 그것이 곧 문화로 자리 잡는 토양이 될 터이니.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5분 말하기’로 기초를 다진 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조리 있는 표현과 논리가 한 단계 심화된 형태로서 ‘토론광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다. 이제는 구체적인 사물에 대한 단순한 설명이 아닌 한 가지 이슈나 주제, 사안을 놓고 학생들 간에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는 것이다. 학년별로 토론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을 선발하여 팀을 구성한 후 각각 두 팀씩 설전을 벌이게 되는데, 어떤 주제에 대해 보다 논리적이며 타당한 논거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자기주장을 잘 펼쳐나가는 팀이 우승을 하게 된다. 토론의 주제로 주로 선정되는 이슈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학원 내 문제나 시사, 혹은 사회적인 현안 중에서 잡히는 일이 대부분으로, 예를 들어 ‘왕따나 학원 폭력’ ‘입시제도 개선안’,‘학생 흡연이나 음주 약물’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이게 것이다. 학생들의 토론 광장은 학교대항 토론대회로까지 행사의 폭을 넓히면서 ‘제대로 말하는 법’의 중요성과 효율성을 심는다. 상대방을 설득하면서, 자기주장을 무리 없이 펼치는 대화와 토론의 문화가 이렇게 해서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호주인들은 유난히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시시콜콜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대화의 소재나 주제에 대해서도 자기 나름의 심각하고 독자적인 견해를 가지고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런가하면 어릴 때부터 말하고 듣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탓에 아무리 하찮은 생각이라도 자기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는다는 느낌도 함께 받는다. 등굣길의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소지품을 유심히 관찰하며 곰곰이 생각할수록 말이 5분이지, 어린 아이들에게 혼자 말하기로 주어지는 5분이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작 당사자들은 발표에 대한 기대와 재미로 표정조차 상기된 채 학교로 향하고 있다는 것에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런 동기유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아울러 하게 된다.
윤종혁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2006년 1월 18일 일본 정부는 ‘교육개혁을 위한 중점행동계획’을 통합·발표하였다. 이미 정부는 2005년 10월 26일 중앙교육심의회로부터 ‘새로운 시대의 의무교육을 창조 한다’는 제목의 답신을 받았고, 의무교육 구조를 개혁하는 방향과 관련된 제언을 받아들였다. 또한 2005년 11월 30일에는 일반재정과 지방재정을 통합하는 것과 관련된 ‘삼위일체’ 개혁에 대한 정부·여당 합의도 이루어졌다. 중점행동계획은 이와 같은 최근의 교육개혁 흐름과 비슷한 맥락에서 적용하고 있는 시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중점행동계획은 “국제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심성 풍부하고 자랑스러운 인간 만들기”를 지향하여 “어떤 아동이라도 풍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중점행동계획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과제를 집중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즉,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의무교육을 창조하고, 활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며, 충실한 교육 조성을 위해 환경을 정비하고, 가정·지역의 교육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시대의 의무교육 창조’는 2005년 10월의 중앙교육심의회 답신을 수용하여 구체적인 방안과 추진 일정을 통합하였다. 향후 이런 관점에서 학습지도요령의 수정 등을 포함하여 필요한 제도를 개정하고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중점행동계획이 말하는 의무교육의 창조는 의무교육의 구조를 다음과 같은 6가지 측면에서 주로 검토·개혁하는데 있다. 즉, ①의무교육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교육결과에 대한 검증을 통해 질을 보증·향상시킨다. ②교사에 대해 흔들림 없는 신뢰를 확보한다. ③지방·학교의 주체성과 창의성·궁리를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학교·교육위원회의 개혁을 추진한다. ④확고한 방식으로 교육 조건을 정비한다. ⑤유아기 때부터 ‘인간력’을 향상시키도록 한다. ⑥특별지원 교육을 추진한다. 둘째, ‘활력 있는 인재를 기르기 위하여 교육의 충실화’를 도모하기 위한 네 가지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①학습지도요령을 수정하여 아동의 학습의욕과 호기심을 기르기 위한 확실한 학력 향상 대책을 마련한다. ②최근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탈선’ 행동 등 아동의 정서·심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거나, 학교·가정·유관 기관 사이에 연계·제휴를 통해 등교 거부 문제 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풍부한 심성을 육성하도록 한다. 그 외에도 ③아동의 체력 향상이나 식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건강한 신체 육성, ④직업훈련 교육이나 미숙련자를 대상으로 한 ‘재교육’ 기회의 제공 등 스스로 자립하고자 하는 청년 육성 대책 등이 있다. 셋째, ‘충실한 교육을 뒷받침하는 환경의 정비’대책으로서,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학교·지역사회 만들기, ICT 이용·활용을 통한 교육과 학습 추진, 그리고 교육비 부담 방식의 검토 등 세 가지 실천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학교·지역을 만들기 위해서 학교 혹은 통학로에서 대형사건·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지역을 철저하게 관리·통제하여 ‘아동 안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대책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ICT 이용·활용을 통해 교육과 학습을 추진하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국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재 육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즉, 학교 ICT 환경 정비를 가속화하기 위해 지방공공단체의 관련 사업을 조성·독려하는 것과 함께, 2006년 3월을 ‘교육정보화의 달’로 지정하여 ICT 이용·활용 캠페인 등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교육비 부담 방식을 검토하는 것은 ‘자녀를 적게 낳는 현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관점을 기본으로 하여, 아동이 취학하기 전부터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단계별 교육비 실태를 조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교육비 부담 실태를 상세하게 파악하고, 과제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등 교육비 부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넷째, ‘가정·지역사회의 교육력을 향상’ 시키는 것과 관련하여 아동의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육성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PTA 등 민간단체와 연계·제휴하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 먹기’ 운동을 전개하며, 지역사회에서도 ‘아동 전용 휴게실’ 건설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중점행동계획은 교육, 교사, 지방·학교, 교육조건 등 네 가지 전략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교육전략은 의무교육의 사명과 제도 운영의 탄력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학교교육법 개정을 통해 의무교육의 달성 목표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음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설립주체별로 9년제 의무교육학교를 검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였다. 또한 학교 등교를 기피·거부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외의 교육시설에서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등의 제도 구상을 하고 있으며, 초·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국어 및 수학·산술에 대한 학력평가도 하고 있다. 기존의 특수학교도 ‘특별지원학교’로 전환시켜 지역특수교육 센터 역할을 부여하고, 기존 심신장애학생 이외에 학습장애, 약물장애 등의 문화결손 학생에 대한 교육도 담당·강화할 것을 검토한다. 교사 전략은 주로 교원양성·자격제도를 개혁하고, 교원평가의 개선을 통해 다양한 인재가 학교 현장에 등용될 수 있도록 한다. 교직 과정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교직대학원’ 제도를 새로 신설하고, ‘교원자격증갱신제’를 도입하는 등 교원에 대한 채용·현직연수 등을 개선·충실하게 운영한다. 교원평가를 적극 개선하여 평가 결과를 급여 등 처우에 반영하며, 우수 교원을 표창하고 지도력 부족 교원을 별도 관리하는 대책을 계속 적용한다. 그리고 조건부 채용기간제도를 교원 임용에 적극 활용하여 퇴직자·기업인 등을 교원으로 임용하고, 교장 외에 교감도 민간인 등용을 검토·실천한다. 지방·학교전략은 학교 및 교육위원회의 조직운영을 개혁하고, 국가와 지방 간 혹은 광역자치와 기초자치 간 관계·역할을 개혁한다. 학교·교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교원 공모제, FA제 등 인사·예산에서 자율성을 주고, 학교평가 시스템을 구축하여 의무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차원에서 학부모·지역주민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지방자치정부와 교육위원회 사이의 역할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조건 전략은 주로 의무교육비 국고부담제도를 개선하여 지방의 자율재량을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교직원 급여제도도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기초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교직원 임용제도 등도 검토·적용한다. 이와 같은 여러 대책 외에도 ‘공공 정신’이나 ‘평생학습’ 등 새로운 시대의 교육이념을 명확하게 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대책으로서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고 교육진흥기본계획을 확정·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미 교육개혁 속의 전략들은 2005년 중앙교육심의회 답신 등을 통해 검토 및 제도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적어도 2008년까지 모든 제도를 교육 현장에 실천·적용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이와 같은 중점행동계획을 지방공공단체, 학교, 교육단체 등을 포함한 관계자 및 국민이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효찬 | 경향신문 기자 호머가 지은 는 전쟁과 인간사를 그린 대서사이지만 여기에는 명가의 조건과 리더십의 덕목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하다. 수많은 주인공들이 있지만 이들 가운데 현명한 아버지 오딧세우스, 지혜로운 스승 멘토, 유혹을 물리치고 20년 동안 가정을 지킨 어머니 페넬로페, 아버지의 뜻을 이은 지혜로운 텔레마코스 등이 명문가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명문가의 유지, 발전 비결은 교육 이타카의 왕으로 '지혜로운 자'의 대명사로 통하는 오딧세우스와 부인 페넬로페 사이에 텔레마코스가 태어난다. 불가피하게 트로이전쟁에 참여하게 되자 그는 친구 멘토(Mentor)에게 집안 일과 아들의 스승이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텔레마코스는 부친 부재의 20년 동안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아버지의 지혜를 닮아간다. 오딧세우스는 아내에게 아이의 얼굴에 수염이 자랄 때까지 자신의 소식을 듣지 못하면 재혼을 하고 왕국을 아들에게 넘겨달라고 부탁한다. 이 때문에 오딧세우스가 귀국하지 않자 구혼자들이 몰려들어 페넬로페를 괴롭히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20년 동안 가정과 왕국을 지킨다. 아내 페넬로프는 그야말로 현모양처의 전형이다. 요즘 같아도 이러한 경우라면 재혼하는 여성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끝내는 오딧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를 재회하게 된다. 오딧세우스는 가문의 관리자, CEO로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해 결국 왕국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전쟁의 와중에 오딧세우스의 리더십과 집안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위기를 잘 넘기면서 이 가문과 왕국은 재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20년 만에 오딧세우스가 돌아왔을 때 아들이 훌륭하게 성장한 것을 보고, 그 이후 멘토라는 이름은 '훌륭한 선생'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800여 년전에 쓰인 이야기지만 그야말로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 할아버지는 있지만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외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있지만 아버지는 늘 바쁘다.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있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자라지 못한다. 이러한 세태가 가정의 위기를 부르고 사회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 우리의 전통 명문가가 수백 년을 거치면서 온갖 풍상 속에서도 명가로서 유지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등의 엄한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명가에는 멘토에게 자녀교육을 맡긴 오딧세우스와 같은 현명한 판단력과 자녀교육에 대한 헌신이 있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가 있었다. 이들이 바로 오늘날 표현을 빌자면 가문이라는 회사의 최고경영자, 즉 CEO인 것이다. 오딧세우스와 같은 현명한 CEO를 둔 가문은 수백 년 세월동안 도전과 응전을 벌이면서 가문의 영광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수 있었다.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꼽히는 최고의 CEO, 최고의 인재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면 이들 명문가들의 원동력 역시 오딧세우스와 같은 CEO와 그의 지도를 대대로 계승, 발전시켜온 텔레마코스와 같은 자녀가 있었던 것이다. 자녀교육에 헌신한 대학자 퇴계 우리나라 명문가들은 자녀교육에서 공부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생활교육'을 중시했다. 어떻게 보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지식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 자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명문가들은 부모가 먼저 솔선수범을 보임으로써 자연스럽게 자녀들이 배우게끔 교육을 했다. 조선시대 명문가들의 자녀교육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버지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이다. 특히 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 서애 류성룡 등 역사상 위대한 인물일수록 자녀교육에도 헌신적이었다. 이 가운데 퇴계 이황(1501~1570)은 300여 명이 넘는 수제자를 길러내고 140번이나 넘게 공직의 부름을 받았던 조선시대의 대학자이지만 그 바쁜 와중에도 자녀뿐만 아니라 친인척의 자제들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어떻게 보면 공(公)을 위해 사(私)를 희생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퇴계는 우리의 상상과 선입관을 여지없이 날려버린다. 퇴계는 자신의 평생 사업을 시로 지은 적이 있는데, 성현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닦아 고향에서 '착한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所願善人多)'이라고 했다. 그래서 권력을 쫓지 않고 고향에 돌아와 제자를 기르며 참스승으로 살았다. 선비로서,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힘썼을 뿐만 아니라 아들과 손자 등 가문의 후손들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좋은 친구와 함께 지내며 학문을 닦는 것을 중시했던 퇴계는 아들과 손자, 조카뿐만 아니라 형의 외손, 질녀, 형의 사위, 형의 손자, 조카의 글공부와 어려움을 힘닿는 대로 보살폈다고 한다. 조카와 조카사위, 종손자, 생질, 종질과 누님의 사위, 형제의 외손자, 질녀의 외손자까지 모두 와서 배웠다. 나중에는 문중의 청소년이 모두 몰려와서 배웠다고 한다. 수많은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이지만 먼저 일가의 큰 어른으로서의 역할도 다했던 것이다. 한번은 넷째형의 둘째 아들 영이 생활이 어려워 학문을 포기하려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퇴계는 크게 상심하고는 생계 때문에 공부를 그만두어서는 안된다며 영의 뜻을 돌이키려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다시 또 생각해보라'는 편지를 보내어 달랬다. 영은 그 뒤에 학문을 계속해 결국 벼슬길에 나갔다. 퇴계는 이처럼 요즘 사람은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세심함을 갖고 있었다. 또 퇴계는 맏형의 외손자에게도 닭 한 마리와 생선 등을 보내면서 시간을 아껴 학문에 힘쓸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아울러 퇴계는 자녀에게 충고할 때에는 자녀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직접 말로써 훈계하기보다 편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주로 택했다. 과연 요즘에 큰형의 외손자까지 챙기는 자상한 할아버지가 있을까.[PAGE BREAK]인맥 네크워크 형성을 몸소 실천 퇴계는 후손들의 교육에 세심하게 챙겼을 뿐만 아니라 좋은 친구와 함께 지내며 학문을 닦는 것을 중시했다. 후손들이 그의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도록 소개시켜주면서 훌륭한 교우관계를 맺도록 주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로 경쟁하고 분발하면서 학문에 힘쓸 수 있기 때문이다. 퇴계는 17세인 맏아들에게 뜻이 돈독한 친구와 함께 산(절)에 가서 굳은 결심으로 맹렬히 공부하라고 권했다. 이어 20세, 22세, 25세 등 2, 3년 간격으로 아들에게 한가하게 세월을 보내지 말라고 타일렀다. 25세 된 아들에게는 "부형(父兄)이 곁에서 감독하고 꾸짖어야 공부하더냐"며 훈계하기도 했던 것. 성인으로 추앙받는 퇴계도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요즘 부모들처럼 극성스러울 정도였다. 퇴계는 집안을 이어갈 맏손자 안도에게 많은 편지를 보냈다. 퇴계는 60세 때 도산서원을 완공해 제자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그러나 손자는 결혼해 절에서 따로 공부하고 있었다. 퇴계는 안도에게 편지를 보내어 도산서원으로 와서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라고 다그쳤다. "손자 안도에게 …김성일과 우성전이 지금 을 읽으려 한다더구나. 너는 벌써 을 읽고 있지만 도 읽지 않을 수 없으니, 이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읽기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우선은 중지하고 곧장 (절에서) 내려와서 이들과 함께 을 읽는 것이 아주 좋겠다." 이때 퇴계가 함께 공부하라고 권한 김성일과 우성전은 큰 학자가 되었다. 이처럼 퇴계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학식 있는 제자들 상호간에, 특히 자신의 아들과 손자와 조카들이 자신의 뛰어난 제자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권유했다. 이것은 그만큼 퇴계가 자질이 뛰어난 사람과의 교우관계가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퇴계는 출신과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학식이 깊으며 좋은 선비의 자질이 있으면 사귀게 하고 서로 학문을 닦게 하였다. "김근공이라는 사람은 지체가 낮지만 학식이 깊고 넓어서 훌륭한 선비가 될 것 같다"며 손자를 보내 함께 공부하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이미 450여 년 전에 조선 최고의 대학자였던 퇴계 이황은 요즘 강조되는 덕목인 '인맥 네트워크' 교육을 실시했던 것이다. 학문이 깊고 똑똑한 제자가 있으면 아들과 손자, 다른 제자들에게 소개해주고 함께 공부하게 했던 것이다. 굳이 대학자인 퇴계가 후손들과 제자를 위해 그런 일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들과 손자, 제자들을 각별하게 챙겼다. 퇴계가 제자들을 가르친 도산서원은 요즘으로 보면 사립 명문대인 연세대나 고려대, 혹은 대치동의 학원가 중에서 가장 부모들에게 인기를 끄는 학원에 해당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맥은 성공의 가장 큰 밑천으로 통한다. 요즘 자녀를 세칭 명문대에 진학시키려 과외를 시키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인맥 네트워크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사립초등학교를 보내거나 심지어 유치원부터 명문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수년을 대기하기까지 한다. 폭넓은 인맥 네트워크는 사회인으로 살아가는데 때로는 큰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퇴계의 인맥 네트워크는 그 이후 영남학파라는 조선시대 최고의 학파를 형성했다. 특히 이 인맥 네트워크는 '혼맥 네트워크'로 발전하기도 했다. 퇴계가 행한 가정교육의 법도는 제자들에게도 그대로 전수되어 제자들 역시 퇴계가(家)와 같은 자녀교육의 전통을 갖게 되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펴낸 퇴계학파의 학맥도에 따르면 퇴계 당대에 310명 등 오늘날까지 모두 715명에 달하는 학자들이 퇴계학파(영남학파)를 형성하면서 퇴계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학봉 김성일(1538∼1593), 서애 유성룡(1542∼1607), 한강 정구(1543∼1620) 등은 각각 제자들을 배출해 퇴계학의 소계파를 이루었다. 물론 이러한 인맥 네트워크는 당파를 형성하는 등 좋지 않은 측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실적인 지침도 마다하지 않아 7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난 퇴계는 생후 7달 만에 진사(進士)인 아버지가 병으로 죽자 홀어머니(박 씨) 슬하에서 엄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박 씨는 남들로부터 '과부 자식은 배운 게 없고 버릇이 없다'며 따돌림을 받을까 봐 남들보다 몇 배 공을 쌓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매우 엄한 교육을 했다. 그러한 가르침으로 퇴계는 대학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퇴계는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분은 바로 어머니'라는 기록을 어머니의 무덤에 적어놓았다. 퇴계는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을 두지 않고 똑같이 예를 갖추고 대했다. 귀한 사람은 잘 대접하고 미천한 사람이라고 차별해 대접하지 않았다. 제자들에게도 항상 높임말을 썼다. 이러한 겸손하고도 정성을 다하는 접대로 사랑방에는 손님과 제자들이 끊일 날이 없었다. 바로 이 점이 사상가이자 교육자로서 퇴계의 위대한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퇴계는 자손들에게 '빚보증은 절대 서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즉 친구가 먼 길을 와서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면 그 허실을 가리어 생각하고 이를 받아들이되, 빚보증까지는 절대 서지 말라고 훈계를 내렸다. 대학자인 퇴계이지만 자손들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지침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퇴계의 자녀교육법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점은 그 자신이 성현의 책에서 배운 바를 그대로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을 통해 먼저 모범을 보여준 데 있다. 자녀교육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이 바로 부모의 본보기 교육이라고 한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면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이를 보고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퇴계 집안 후손들은 퇴계라는 큰 스승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겠다는 의식이 뿌리박혀 있다. 일부는 조상 전래의 가치관을 지키고자 하는 입장에서 개화에 반대하기도 했고, 퇴계의 14대손인 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와 같이 시인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옥사하기도 했다. 육사의 어머니 허 씨는 독립운동가의 대부격인 왕산 허위 집안 출신이다. 이처럼 육사는 대표적인 항일투사 집안을 외가로 두고 있었다. 또 3대에 걸쳐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안동의 고성이씨 종택(宗宅)인 임청각은 육사의 종고모집이다. 육사는 어려서부터 자주 임청각을 드나들었고 결국 독립운동에 몸을 바쳤다. 교육으로 후손 이끈 가문의 CEO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있는 퇴계종가는 3대가 함께 산다. 15대 종손 이동은(李東恩 1907년생)옹은 아직도 서울에 있는 아들과 손자들을 보러 한 달에 한번쯤 외출을 할 정도라고 한다. 16대 차종손인 이근필(李根必 1931년생)씨는 1남 3녀를 두고 있다. 장남 치억 씨는 일본 유학 후 현재 성균관대에서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둘째 딸은 대학을 나와 사회생활을 하다 교원대에 입학해 재학 중이다. 퇴계는 450년 전에 '착한 사람들의 인맥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벼슬은 자신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퇴계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길을 찾았던 것이다. 퇴계는 스스로 학문을 닦아 착한 사람을 많이 키워내는 교육 사업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찾았다. 특히 퇴계의 자손들과 후학들에 대한 가르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세심하고 열성적이었다. 요즘 아버지들의 경우 항상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자녀교육을 나 몰라라 하는 동안 가정에서는 점점 입지가 좁아져가고 있다. '아빠는 돈만 벌어주는 기계'라는 자조 섞인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그만큼 무관심한 자업자득이 아닐까. 퇴계의 헌신적인 자녀교육은 오늘을 사는 아버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명문가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모의 노력과 함께 자녀의 노력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 인류 최초(?)로 지혜롭고 모범적인 자녀교육으로 위기를 돌파한 지혜로운 아버지 오딧세우스와 스승 멘토, 아버지의 지혜를 이어가려는 아들 텔레마쿠스 등 3위 일체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퇴계는 스승이자 멘토로서 자녀들을 이끌고 학문을 독려했던 가문의 최고경영자였다. 그 후손들은 14대 450년을 이어오면서 한국 최고의 가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할 것이다.
신동호 | 코리아 뉴스와이어 편집장 언어의 힘으로 고등 동물로 진화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를 들라면 아마 말을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인간이 고등한 존재로 진화한 밑바탕에는 언어가 있었다. 언어 없는 인간은 상상할 수 없다. 언어가 생기면서 인간은 빠르고 명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고, 획득한 지식과 기술을 대대로 문자와 구전을 통해 자손에게 전달해 문화를 발전시켰다. 뿐만 아니라 언어는 인간의 사고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소리를 통한 의사소통이 인간의 전유물은 아니다. 침팬지에게도 언어가 있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에서 기르는 침팬지인 '칸지'는 바나나, 포도, 주스, 예스와 같은 4개의 소리를 이해한다. 사람이 이 단어를 반복해 가르쳐주고 실제로 물건을 보여주면 이들 단어에 대해 각각 독특한 소리로 맞장구를 칠 줄 안다. 그러나 침팬지가 내는 발음을 들으면 정말 실망스럽다. 침팬지들끼리는 말을 한다고 하는 데도 들어보면 꼭 울부짖는 것 같다. 소리도 다양하지 못하다. 까치가 귀청 따갑게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톱 써는 소리 같기도 하다. 침팬지는 인간처럼 아름답고 다양한 소리를 절대 내지 못한다. 침팬지는 인간처럼 후두와 구강을 섬세하게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침팬지의 소리를 들으면 이들의 DNA가 인간과 98.8% 같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인간에게 있어서 정교한 발성 기관과 언어의 출현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게다가 인간은 의미가 담긴 20만 개의 단어와 절, 문법이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침팬지와 비교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등한 능력이다. 언어의 진화는 인류의 진화를 푸는 가장 중요한 열쇠임이 분명하다. 언어는 뇌와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 1950년대에 언어학자 놈 촘스키는 "언어는 인간의 독특한 특성이며 유전적인 선물이다"라며 처음 언어와 유전자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어린아이의 옹알거리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본능적으로 말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언어가 뇌와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라는 이론을 한층 발전시킨 매사추세츠 공대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도 1994년에 《언어 본능》에서 사람이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핑커의 책은 영국에서 유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밟고 있었던 사이먼 피셔란 학생에게 큰 감동을 주게 된다. 장학금을 받고 옥스퍼드의 웰컴 재단 인간유전학센터에서 일하던 피셔와 이 센터 소장인 안토니 모나코 교수에게 1996년 어느 날 런던 아동건강연구소의 한 의사가 찾아온다. 'KE'가족으로 불리는 특이한 언어장애 가족 때문이었다. 이 가족은 전체 가계의 절반인 24명이 3대에 걸쳐 심각한 언어 및 문법 능력의 장애를 겪고 있었다. 발음이나 단어의 순서가 이상하고 말을 제대로 이해 못한 것이다. 핑커의 책에 영감을 얻은 사이먼 피셔는 이때부터 혹시 이것이 언어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그런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고 유전자 사냥에 나선다. 연구팀은 몇 년 동안의 고생 끝에 언어장애를 일으키는 돌연변이가 7번 염색체의 FOXP2 유전자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유전자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제어함으로써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었다. 또한 언어장애 가족들은 이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언어중추의 회백질이 정상인보다 적었다. 이어 모나코 교수팀은 영장류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독일 막스 플랑크 영장류연구소 스반테 파보 박사와 공동 연구를 시작한다. 혹시 FOXP2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달라 원숭이나 침팬지는 말을 잘 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닌지 알기 위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침팬지는 이 단백질을 만드는 715개의 아미노산 가운데 2개가 사람과 달랐다. 인간의 FOXP2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은 13만∼20만 년 전으로 추정됐다. 이는 현생인류가 탄생한 시점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2002년 과학 잡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밀리초 단위로 조화 이끄는 능력 파보 박사가 한국에 왔을 때 그를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이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로 인해 인간은 밀리초(100분의 1초) 단위로 성대와 혀 그리고 입을 매우 정교하게 조화시켜 복잡한 발음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부학자들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30만 년 전에서 20만 년 전에 발달했다고 생각해 왔다. 이 시기에 후두의 위치가 다른 영장류에 비해서 훨씬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간 것이다. 후두가 낮아짐으로써 인간은 훨씬 광범위하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반면 후두가 낮아짐으로써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 질식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물을 마시다가 사래에 걸리는 것은 말하자면 진화의 부작용인 셈이다. 다양한 소리를 내려면 혀가 둥글고, 코를 닫고 후두부를 내릴 수 있어야 하지만 이런 발성 기관이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없었다. 15만 년 전쯤에 지구상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혀가 둥글고 목은 길고 후두가 낮았다. 그래서 혀와 입술 그리고 후두의 정교한 협동 작업을 통해 광범위한 발음을 낼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언어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언어는 아주 복잡한 인간의 기능이기 때문에 FOXP2 하나의 유전자뿐 아니라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번에 밝혀진 유전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 모르며 곧 연쇄적으로 관련 유전자가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언어가 발달하면서 인간은 정교한 의사소통 기술이 발달했다는 점이다. 어떤 학자들은 언어가 발달함으로써 사냥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저기에 있는 들소를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대화를 주고받고 사냥하는 것이 무작정 달려드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것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즐길 수 있는 영어 교육을 위해 함께 합니다" 지난 1월 교육부는 제2차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을 통해 올 하반기 전국 16개 초등학교를 상대로 1, 2학년 영어 교육을 시범 실시하고, 2008년부터 이를 전면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를 계기로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영어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현장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회장 김건용 안성 가율초 교감)는 이를 해결해 보고자 2002년 창립되어 올해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필요한 영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영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영어를 쉽게 포기하는 학생들이 줄어든다는 것. 이를 위해 학생들이 쉽고 빠르게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영어교과를 연구하고 자료집을 발간한다. 자료집에는 기억술을 이용한 영어 문장 외우기 등 독창적인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연말 배재학습센터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는 영어 체험 인프라 구축과 실제 상황에 대한 적응 능력 배양에 대하여 심도 있는 토론을 하였고 참석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았다. 또한 영어교과 수월성 향상을 위하여 전국 교육청의 학습도움센터를 이용해 연구한 자료를 공유한다. 이는 영어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고, 영어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생님들을 위한 것. 교육청 단위 관련 발표회에도 꾸준히 참석하여 그 정보를 회원 상호간에 공유하는 것도 필수이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의 꾸준한 활동에 구심점이 되고 있는 김건용 안성 가율초 교감은 "우리 동호회 활동을 통하여 영어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경기도의 경우, 컴퓨터를 모르면 폐를 끼치듯이 학교 현장에서도 영어를 모르면 주변 선생님들께 폐가 되는 상황이 올 듯한 분위기"라고 자랑했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의 또 다른 장점은 회원 구성이 초·중등 교사뿐만 아니라 대학교수와 일반인 등 다양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인은 영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로 교사들이 놓치기 쉬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회원 상호간 교수·학습 자료 공유, 영재교육/창의성 교육 관련 대학원 세미나 참석(월1회), 영어교육의 Q&A 운영으로 현장의 문제점 해결, 우수 교육자료 전시회 탐방 등 영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의 장점은 많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는 앞으로도 영어 의사소통 연구 자료 발간, 영어 교수·학습 용어 자료집 발간(교과별), 교육청과 연계한 유명 강사 초청 연수 실시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회원 가입은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며, www.wizclass.com/kuc7을 참고하면 된다. ·이 공간은 교원동호회를 소개하는 곳입니다. 현재 활동하고 계신 동호회를 자랑하고, 널리 알리고자 하는 동호회에서는 새교육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전화=(02) 575-4185 ·이메일=esy@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