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8,715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지난 2월말, 42년간이나 정들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인생 나이 60이 넘어서 정년을 하게 된 것만도 요즘 세상에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라고들 한다. 이 일반적이고, 라고 하는데 62세 정년을 한 우리는 에 들만큼 지탄의 대상이라는 고들 놀리기도 해서 웃곤 했다. 이렇게 어린이들을 상대로 하는 초등교육에 몸담았던 나는 이제 그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구상하였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조그만 주간신문의 편집국장이라는 직책이니 파격적인 일일 것이다. 물론 새로운 신문이고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의 어려운 상황이지만, 학교 선생 출신이 편집국장이라는 것은 어쨌든 파격이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99년부터 사이버상의 기자활동을 해온 경력이 있다. 이미 서울에서 발행되는 2개의 종합 일간지에 연재를 쓸 만큼 활동력이 인정을 받았고, 지금도 4개의 신문에 디지털특파원이나 명예논설위원, 블로거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등 언론계에 지평을 넓혀왔던 탓일 것이다. 또한 문단에서도 중진에 속하는 편이어서 전혀 엉뚱한 일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학교 생활을 그만두고 나오면서 진정으로 이런 사회에 적응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내 자신도 상당히 걱정을 하였었다. 그런데 막상 첫 데스크에서 일해보니 그렇게 힘들거나 내가 어려워할 만한 일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이 되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서 힘을 얻은 나는 정년 3년 전부터 준비를 해온 분야에 대해 활동을 해보아야겠다는 욕심을 갖게 되었다. 노인교육전문가과정을 이수하여서 [노인교육]에 대해 활동을 해볼 계획이었지만, 그것보다는 학교에 근무했던 내가 나의 직업의식을 살려서 활동할 일을 갖기로 하였다. 노인교육 보다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이수한 의 자격으로 능력을 발휘하여서 어린이박물관이나 민속박물관에서 안내와 해설을 하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래서 민속박물관의 자원봉사자 모집에 응모를 하였고, 정식으로 선발이 되어서 이미 32시간의 보충교육까지 이수하였다. 갓 교육을 마쳤지만 다음주부터 활동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경복궁 옆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활동할 자원봉사자만도 60여명이 필요하다. 나는 초등학교의 근무경험을 살려서 어린이박물관에서 해설과, 데스크를 담당하면서 돕기로 하였다. 이제까지는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서 일했다면 이제는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서 일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내가 나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이 사회에 봉사하고 무엇인가 남을 돕게 되었다는데 자부심도 생기고 어서 그날이 와서 멋지게 활동을 해보고 싶어진다. 내가 맡아서 가르치던 어린이들은 아니지만 어느 어린이나 다 같은 우리 어린이들이 아닌가? 민속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차분하게 그리고 열심히 해설을 해주고, 그들이 알고 싶은 것을 알게 해주는 일과 박물관이 즐거운 곳이 되고 놀이를 통해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전통을 익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 그리하여 나는 비교적 다른 사람들이 즐겨하지 않는 날짜를 찾아서 일요일 오전에는 데스크를 담당하고, 목요일 오후에는 설명을 담당하여서 어린이들을 돕는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20일이면 내가 처음으로 어린이들과 만나는 날이 된다. 나이 60이 넘은 내가 마치 소풍날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학생 같은 기분으로 어서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보람차고, 즐거운 2모작의 첫날을 위해서....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나라 사람은 아닐지라도 이제 우리 나라 산업역군으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다. 만약 이들의 노력이 없다면 당장 여러 산업들에서 인력 부족으로 공장이 멈추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그런데 이들이 우리 나라에 와서 자녀 교육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답답한 마음뿐이다. 왜 학교에서는 그들의 입학을 또는 취학을 받으러 하지 않는 것일까? 주민등록이 없다고? 또는 불법체류자라고?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부당한 대접을 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우리 주변에 취학 연령의 아이들이 있다면 받아 들여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교육자로서 할 일이다. 비록 그들에게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안 담글 수는 없지 않는가? 2000년, 교장으로 두 번째 근무하던 학교에 가서 보니 몽골 어린이 한 명이 청강생으로 취학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 다행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 어린이는 정식 입학으로 취급이 되지 않으므로 해서 학교 급식을 받을 수도 없고, 학생이라는 것이 증명도 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 그리하여 도교육청에 이 어린이의 취학에 대해 질의서를 보내어서 부모님의 입국 확인증만 있으면 정식 입학으로 인정하여서 학적부를 만들어서 처리하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내었다. 그리하여 정식 입학을 시키고 출석부에 이름을 올려서 출석도 부르고 급식도 받게 해주었더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이 이야기가 알려지자 외국근로자선교회를 운영하시는 목사님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학교의 사례를 방송에 소개하는 등 널리 알려서 이렇게 처리해 달라고 애원을 하였다면서 방송국에서는 기념품이 배달되기도 하였다. 기념품을 받고 나서야 웬일인가 싶어서 방송국에 연락을 해보니 자세히 안내를 해주었고, 곧 이어서 목사님이 방송된 내용과 함께 감사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하였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어린이를 따로 불러서 몽골에서 무엇을 하던 사람들이었는지 부모의 직업 등을 물어 몽골에서 그 집안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이 아이는 부모님과 큰언니 그리고 당시 2학년인 이 아이까지 4명의 식구가 나와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몽골에서 국영기업체에서 과장으로 근무하였었고, 어머니는 몽골에서는 소아과 의사선생님이셨고, 언니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우리 나라에 돈을 벌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들은 학교 부근의 가구 공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가장 힘들고 싫어하는 작업인 페인트칠과 윤내기 작업 같은 힘든 일을 하는데 한 달에 약 100만원 정도 받고 있으며, 이것은 몽골에서 3개월치 월급과 맞먹는다고 했다. 이 정도의 월급을 받아서 착실히 돈을 모은다면 2,3년만 벌어 가지고 가면 부자 소릴 듣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어린이는 몽골사람들의 얼굴이 우리와 너무 비슷하여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인데다가,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이란 한국식 이름까지 지어서 부르고 있어서 처음엔 전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했었다. 자기만 어려서 학교에 다니니까 돈벌이를 하지 못하고 큰언니까지 세 사람이 벌기 때문에 곧 돈을 벌어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런 외국 근로자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들은 우리 나라에 돈을 벌기 위해 왔지만, 나름대로 그 곳에서는 인텔리 층이거나 활동력 등에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우리 나라에서 돈을 벌어서 돌아가면 바로 우리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고, 또한 우리 나라를 잘 아는 지한파 또는 친한파가 되어줄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우린 나라에 와서 돈을 벌어가면서 힘들게 살고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 나라를 자기 나라에 소개하는 민간 외교관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무시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 우리 나라에 대해 나쁜 기억보다는 조금이라도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서, 우리 나라에 대해서 좋은 나라로 이야기 해줄 적에 우리 나라는 그만큼 그 나라에 우리의 영역을 넓히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의미까지 생각한다면 결코 그들에게 함부로 하지 말고, 적어도 어린이들에게라도 친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어루만져 주는 것은 우리 나라의 모든 학교에서 해야할 일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그리하여 아직도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모두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주고, 조금이라도 더 친절하게 잘 대해 주어서 그 어린이들이 자라서 내가 자라던 시절, 우리 나라에서 살면서 겪었던 일들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이 곳의 친구들이 만나고 싶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2006년 3월 개학과 동시에 전북 완주에서는 급식을 먹은 학생 40여 명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어서 제천과 대구, 광주 등에서도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인 학생들은 4월 달 들어서만 2백여 명. 이런 상황에서 영양사도 없이 어린 유아들을 가르치고 있는 농어촌의 유치원의 급식 실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읍, 면소재지에 유치원이 최근에 늘어나고 있다. 수지타산도 맞지 않을 터인데 시골에 유치원이 늘어나는 이유는 정부의 농어민 자녀 학비 지원 시책에 따라 최고 70%까지 보조를 해 주는 것에 있다. 이런 틈을 이용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유치원에 영양사 없는 급식이 늘고 있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유아의 영양은 성장의 밑거름 역할 원아들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저 귀엽기만 하고 먹는 것조차도 애무를 자아내고 싶을 정도다. 이런 원아에게 영양도 맞지 않는 음식을 공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참으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유치원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4세반, 5세반, 6세반 7세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런 아이들이 무엇을 알 것이며 무엇이 나쁜 것인 줄 어찌 알겠는가? 주는 대로 먹고 이끌어 가는 대로 따라 가는 이들에게 기성세대들은 진실한 양심으로 가장 신선하고 가장 건강한 식품을 제공하여 이들의 건강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유치원의 식당 실태는 어떠한가? 시골 읍, 면소재지 여느 곳 할 것 없이 사립유치원에 영양사를 두고 운영하고 있는 곳은 거의 아니 아예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뜻하다. 영양사에 대한 이야기도 2005년 3월 유아 교육법이 바뀌면서 집단급식소로 등록된 유치원 식당에 급식 인원이 100명이 넘을 때는 영양사를 두어야 한다고 한다. 각 구청의 위생과 집단급식담당자는 유치원에 영양사를 두지 않고 유치원을 운영할 때에는 정기점검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영양사를 두고 있는 읍, 면소재지 사립유치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무방비한 유치원의 급식실태에 대해서 일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어린 유아를 볼모로 영업행위를 하듯 제대로 된 영양을 공급하지 않는 경우 엄한 행정지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제2의 급식문제가 또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시골일수록 도시보다 학부모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은 보편적 현상이다. 경제적인 어려운 여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부의 지원이 최대 70%에 육박하고 있으니 이들이 정부의 혜택을 받는다는 미명아래 유치원에 대한 소원도 소홀하고, 유치원은 학부모로부터 받아들이는 학비가 미미하다는 핑계로 원아들에게 제공되는 음식물에 대해서 정성을 기울이지 않게 될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어린 원아들이 불만을 토로한다거나 투정을 부리는 일은 거의 없는 상태이기에 이들에 대한 영양 실태는 어느 집단보다도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더 위생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상황인데도 이들에게 제공되는 식탁에 영양사 없이 만들어진 음식이 제공되고 배식도 원아들이 공부하는 방에서 이루어지는 등. 불결하고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서 희생되는 원아들의 모습은 일부 파렴치한 유치원의 운영 실태에서 엿볼 수 있다. 영양사는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유치원에 영양사는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유치원은 정부의 보조를 받으면서도 유아의 건강을 돌보기보다는 영양사 채용에 비용문제만을 앞세운다. 따라서 영양사 없이 유치원 식당을 운영하는 당사자에게는 행정지도를 통해 바로잡아 갈 때 학교 급식의 문제점이 표면으로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설립되고 있는 사이에 이들의 검은 손은 어린 원아들의 건강을 해하면서 영업을 위주로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면 이는 교육이 아니라 교육을 빙자해서 법망을 피해가는 교사범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어머니 모니터링 제도도 운영하지 않는 유치원의 상황은 통제없는 무법천지와 다름없다. 어린 원아들의 건강을 담보로 돈을 벌어 보겠다는 얄팍한 교육자가 있다면 이는 하루빨리 시정되도록 관계당국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4월부터 아이들과 모둠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아이들과 좀 더 가까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 아이들과 협의 하에 모둠일기를 쓰기로 한 것입니다. 모둠일기를 쓰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모둠장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모둠일기 쓰는 방법과 몇 가지 주의 사항 등을 적어 노트 첫 장에 부쳐줍니다. 그리고 모둠일기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알아가자는 취지임을 밝히는 게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강제적 접근을 하면 본래의 취지가 상실될 염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에선 개인 일기를 쓰기 때문에 좀 덜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선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장으로서 모둠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 모둠 일기를 쓰기 까지 많은 생각과 망설임을 가졌었습니다. 모둠장 쓰는 일이 아이들에게나 나에게 또 하나의 일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둠일기 속에 드러난 아이들 생각을 읽어가면서 상담이나 단순한 대화를 통해서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그 망설임이 기우임을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의 글 속엔 남교사와 여학생이라는 관계에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들어 있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속내를 알 수 있습니다. 글의 형식이 같은 모둠원 끼리 주고받는 편지형식도 있고, 그냥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경우 등 다양합니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써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어디서 보고나 들었던 좋은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식의 이야기도 적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쓴 글 뒤에는 같은 모둠원들이 댓글을 달아 서로 위로해주고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교사인 난 아이들의 글 뒤에 내 생각을 적어 둡니다. 어쩌다 시간이 없어 글을 써놓지 않으면 바로 항의성 발언이 따라옵니다. 엊그제 지희라는 아이도 그랬습니다. 그날따라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댓글을 써놓지 않고 종례하러 들어갔는데 몹시 서운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선생님! 왜 제가 쓴 글에는 댓글 안달아 주셨어요?” “실장한테 얘기했는데…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못 썼다고.” “그래도요. 다른 아이들은 다 써주었으면서…” “지희가 서운했나 보구나. 미안하다. 다음부턴 꼭 쓰도록 하마.” 그제야 녀석은 서운한 표정을 풀고 웃습니다. 솔직히 바쁠 땐 여섯 권의 모둠장에 댓글을 다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쓴 내용을 보고 아이들의 심리에 맞게 글을 써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학교 밖에서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를 많이 알게 되고, 아이들의 주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입니다. 글 몇 개를 보면 이렇습니다. “나는 아침 독서시간에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이 책은 세 번의 자살을 시도한 여자와 세 번의 살인을 저지른 남자의 이야기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였는데 다소 나에겐 충격적이었다. 세 번의 자살을 저지른 여자와 세 번의 살인을 저지른 남자라니…생각만 해도 엽기적이고 끔찍했다. 그러나 나는 기대를 갖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언가 ‘울컥’ 했다. 사회의 비판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나에게는 한 없이 작아보이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우리 반 실장인 민정이의 일기 중에서)- 민정이는 글의 말미에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조금이나마 덜게 되어서 좋았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적었습니다. 반에서 아침 독서를 하고 있는데 그때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적어 놓은 것을 보고 보람 아닌 보람도 느껴봅니다. “종례를 하고 나와 소라는 진학반으로 갔다. 오늘은 영어 수업..졸려서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집중은 해야 되는데 눈이 감기고 휴.. 옆에서 지켜보던 현희가 내가 너무 웃긴지 막 웃었다. 으하하 그래도 두 번째 영어 수업은 집중해서 잘 들었다. 그 다음은 저녁 시간인데 그냥 군것질만 했다. 살 엄청 찔 것이다 분명! 흑..자율학습을 하고 9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소라랑 현희랑 민정이와 함께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내가 버스를 타고 가는 걸 다 보고나서 다들 갔다. 친구들에게 무지 고맙다 흑..하하하 이렇게 오늘 하루도 끝나간다.” -(유진이의 일기 중에서)- 유진이는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가장 먼 아이입니다. 그런 유진이를 위해 친구들이 유진이가 타는 버스를 떠나보낸 후에 각자 집으로 간 모습과 공부의 고단한 모습을 요즘 아이들처럼 솔직하고 재미있게 써놓았음을 볼 있습니다. 상담이라는 걸 통해서는 얘기를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글을 읽고 유진이의 글 뒤에 이렇게 적어주었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아름다운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란다. 힘듦도 함께 할 친구가 있음으로서 이겨내리라 본다. 그리고 유진이가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본다. 힘내구.” 모둠일기를 통해 난 지희가 콩나물 국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 알게 되었고, 우리 반 아침 독서 시간에 아이들과 온전히 책을 한 번 읽었으면 하는 소망을 보인 선도부원인 소라가 책을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지은이 왕선이 혜영이가 동방신기의 열성 팬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알게 되자 아이들과 대화도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대화의 폭도 넓어짐을 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모둠일기를 서로간의 친밀함을 주고받는 의사소통의 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둠 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지은이라는 아이의 생각을 적어볼까 합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그래도 이곳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참 좋다. 우리 서로 더 친해지도록 하자. …… 선생님 감사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일기를 쓸 수 있게 해주셔서요. ^ . ^”
드디어 첫날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내가 오늘 처음으로 도우미로 근무하게된 곳은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이다. 그 동안 준비를 한다고 해온 셈이다. 2004년 과정을 6개월간 이수하였고, 지난달에 모집한 민속박물관 연수과정을 40시간 정도 이수하였다. 연수 과정 이외에도 민화특별전에 대한 교육까지 받아 가면서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서 꾸준히 준비를 노력하였으니, 충분히 준비를 해왔다고 하겠다. 그러나 사람이란 늘 부족하고 모자람을 보충해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오늘 처음으로 어린이박물관에서 도우미로 활동을 하게 되었으므로, 선배들이 어떻게 활동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약 30분쯤 전에 도착을 해 설명을 들으면서 준비를 하였다. 전시물품에 대한 설명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것들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것을 알려주고 지도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준비를 마치고 목에 도우미 표찰을 달고 어린이 박물관의 문 앞에서 어린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약 한 시간을 기다려도 어린이들이 단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아서 여간 섭섭하였다. 기다리다 지친 나는 우선 전시실을 다시 돌아보면서 여러 가지 전시물들의 이용방법이나 실제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익혔다. 그 때, 어머니 두 분이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 와서 여기저기 돌아보면서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곁에서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일단은 설명을 해주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어린이들이 집짓기 놀이를 하는 부분에 다다라서 놀이 순서가 틀리게 하고 있었다. 다가서서 차례대로 할 수 있게 안내를 해주고 함께 놀이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한 동안 신나게 어머니들과 어린이들이 집짓기 시합을 하는 등 놀이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바탕 놀이가 끝나고 나서 한바퀴 돌아보고 나가고 나니 또 한 동안 조용하였다. 이어서 진주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 10여명이 와서 한바탕 놀이를 하고 나가고, 전남 순천의 중학생들이 와서 돌아보기에 탁본놀이를 할 수 있게 안내를 해서 탁본들을 만들어 가지고 떠났다. 이 때 외국인 모자가 들어 왔다. 우선 돌아보면서 물어 보아서 모자란 영어 실력으로는 설명이 어려웠는데 마침 대학생 도우미가 나서서 설명을 떠맡아 주었다. 이들에게도 탁본을 해서 기념으로 가져가게 해주고 고누 두기를 가르쳐 주었다. 모자가 앉아서 고누를 두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규칙을 알려주었더니 아주 흥미롭게 놀이를 하였다. 요즘 봄 소풍과 현장학습, 수학여행 등의 행사가 많아서 정신없이 바쁘고 소란스러워서 새로 모집한 도우미들을 미리 나오도록 했다고 들었는데, 날씨가 너무도 좋지 않아서 거친 바람 속에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인지 별로 힘들지 않게 첫날 근무를 마칠 수 있었다. 이제 첫 날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다음부터는 좀더 친절하게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알고 갈 수 있도록 설명하고 안내를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준비를 하여야겠다.
요즈음 일본이 독도를 두고 자주 망언을 일삼고 있다. 그 정도가 심화되거 자칫하면 국가적인 분쟁까지 일으킬 수 있는 지경에 와 있다. 최근 일본은 더욱 더 전략적인 관점에서 독도 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특히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시켜 자신들의 관점을 관철시키려는 일본의 전략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독도에 대한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자 최근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독도에 대한 새로운 교육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도와 관련한 많은 교육지침서가 발간되어 현장에 배포되고 있으며, 다양한 독도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되거나 실제 일선 현장에 주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편승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지만, 이것에 앞서 과연 우리 아이들은 독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최근 입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조건적인 비난에 앞서 그들의 생각을 좀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듣고 싶었다. 독도, 우리 땅이 아니었습니까! “선생님이 글쓰기 과제로 내어주신 일본의 독도 망언에 대해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일본이 독도를 자기땅이라고 우기는 모습에 솔직히 좀 놀라기도 했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자꾸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우기면 우리도 대마도는 우리땅이라고 우겨보자. 함부로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하도록 본 때를 보여주자.” “왜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까. 단지 그 조그마한 땅을 획득함으로써 무슨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저렇게 막나가는 것일까. 혹시 대륙으로의 영토확장에 대한 야욕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망언에 자못 흥분조로 대하거나 혹은 별 관심 없다는 투로 일관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일본에 대한 숨은 적개심과 원망을 조금씩은 드러내기도 했다. 독도로 수학 여행을 갑시다! 어떤 아이들은 수학 여행지를 독도를 정하고 거기에 직접 가서 제대로 독도 공부를 하자는 약간은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장난스럽게 보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한 번 고려해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의 모든 학교가 독도를 수학여행지로 정해 놓고 사시사철 그 곳으로 수학여행을 가야 한다. 물론 시간적으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학교마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독도를 탐방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저 가 보지도 않은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실제 가서 그 땅을 밟아 보고 느껴 봄으로써 훨씬 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독도가 실제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른다. 울릉도 동남쪽 어디엔가 있다고 하지만 나와 같이 이런 시골에서 십 몇 년을 살아 온 촌뜨기에게는 그저 신비의 땅이거니 싶다. 일본이 그런 곳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긴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 번 그곳을 이 기회에 가 보고 싶다. 그러면 조금 느낌이 올까나….”
최근 우리나라에도 교육계에서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설치운영되고 대안학교가 운영되는 등 다양한 교육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때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는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대안학교의 효시라고 하는 섬머힐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면 우리 나라의 수월성과 다양성에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크리라 본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명문고등학교인 앤도비시 필립스아카데미, 미들섹스고등학교, 디어필드 아카데미, 윈저스쿨과 영국의 대한학교인 섬머힐을 소개하는 자료를 본 적이 있으며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앤도비시 필립스아카데미(고교)의 교장은 학생들의 재능을 충분히 살려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학업태도, 열망, 가치관, 공동체 함양이 일정수준에 오르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적성·진로를 찾도록 돕는 과정이 체계적이란 사실이 훨씬 값져 보였다. 학생들은 11학년 초부터 진학 상담원(college counselor)과 수시로 만나 지원 대학·학과에 대해 의논한다. 전문 상담원은 모두 6명. 이들은 대학이 신입생 선발 때 요구하는 학생들의 클라리넷 연주, 풋볼 경기 장면 등을 오디오·비디오에 담아준다. 진학 상담원은 학생 1명에게 알맞은 7~8개 대학을 제시하고, 각 대학의 신입생 전형에 필요한 자료를 구해 준다. 학생이 과목별로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듣도록 조언하는 학과 상담원(academic advisor)도 따로 있다. 10학년부터는 스스로 과목을 선택해 시간표를 짜기 때문이다. 수학만 해도 20개 교과과정이 있고, 이 중 7개는 대학에서 학점을 인정하는 'AP(Advanced Placement)' 과정이다. 앤도버 졸업반이 되면 거의 전원이 1개 이상의 AP시험을 치른다고 한다. 학생들이 수준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18개 학과군에 개설된 교과과정이 모두 300개에 이른다. 미국의 8학군이라 할 수 있는 미들 섹스고등학교는 사립고교로 1901년 설립되어은 우리나라 중 3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제공하며 남녀 공학에 341명의 학생이 등록되어 있다. 외국인 학생이 8 %, 기숙학생이 75 %이다. 세계 13개 국가에서 학생들이 들어오고, 전체 학생의 3/4이 기숙사생활을 하고, 상, 하급생간의 계급이 철저하고 전통 기념물을 남기려 하고 학교 묘지에 묻히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학급당 학생수는 평균 11명, 교사 1인당 학생수는 평균 4명이다. 58 % 의 교사가 대학원 이상의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수업이 있으며 여름학기도 제공한다. 디어필드 아카데미는 1797년 설립되었는데 우리나라 중3에서 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교육을 제공한다. 603 명의 학생이 등록되어 있으며 남녀 공학에 외국인 학생 비율은 10 %, 기숙학생 비율은 87 % 이다.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5명, 교사 1인당 평균 학생수는 5명이다. 70 % 의 교사가 대학원 이상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학교는 양복과 넥타이의 정장 차림을 반드시 유지하여야 하며, 수업 만큼을 중요시하고 엄격한 교육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솔선수범하고 근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성적에 대한 열망이 강하여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가정교육에서도 부모가 집에서 맞이하여 숙제, 스포츠게임에 관심을 갖는 등 모나지 않게 지도하고, 부모가 자녀에 믿음을 갖고 가능한 유럽각국 여행을 많이 다니는 등 여러 가지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윈저스쿨은 1886년도 8년제 여학교(5년-12년제)인데 학생들의 인성지도를 위하여 축구시합등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섬머힐은 런던 외곽의 기숙학교로 학교운영의 기본 철학은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이 학교의 설립자 닐은 노이로제 걸린 학자보다 행복한 청소부를 배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좋은 행동은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된다고 여겼다. 즉 이 학교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행복에 중점을 두고, 아이들의 능력을 믿고 존중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권위나 편견을 버리고 학교운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받지 않을 수 있고(그 결과 영어수업을 단 두 명만이 들으며), 목공예수업을 통하여 직접 만들기도 한다. 9, 10세의 경우 수업시간에 팝송에 심취하여 제멋대로 포커에 열중하게 하는 등 학생들의 자유권을 주며 대다수의견을 중시하나. 학생들이 질서를 스스로 하게 하는데 상급생들이 저학년의 잠자리를 봐주게 하고 15세 이후 독방을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스스로 알아서 담배를 끊게 하고 있다. 외국의 자료를 보고 나서 느낀 점과 우리나라 교육에 주는 시사점과 우리 나라 교육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여 보고자 한다. 첫째, 학생들의 재능을 충분히 살려주는 것에 교육의 초점을 두고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학습능력이나 건전한 가치관을 갖도록 지원하여야 하겠다. 둘째, 학교에서 수업을 중요시하고 엄격한 교육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솔선수범하고 근엄한 분위기를 유지하게 하여 성적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우리 나라에서도 부모들이 가정에서 자녀들의 숙제, 스포츠 게임에 관심을 갖는 등 모나지 않게 지도하고, 부모가 자녀에 믿음을 갖고 다양한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학교 운영에서 학생들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런 대안학교의 교사들이 권위나 편견을 버리고 학교 운영을 하게 하여야 한다. 다섯째, 학교에서 학생들이 질서를 스스로 조절하게 하며,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자치능력을 함양하는데 강조를 두어야 하겠다. 여섯째, 섬머힐과 같은 이상적 학교가 우리나라와 같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적합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여 보았다. 우리 역시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나 행복하기 위해선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상이 그렇지 않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공부에 대한 맹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또 우리는 제대로 된 교육이 없이는 제대로 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며 방치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우리 나라에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 아이들에게 많은 자유를 주고 입시위주의 공부에서 벗어난 전인교육을 이상적인 것으로 여기면서도 치열한 경쟁사회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교육현실을 쉽사리 바꾸지 못하고 있다. 섬머힐과 같은 이상적 학교가 널리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런 학교에 자신과 자신의 자녀를 맡기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고 그런 모험을 하기엔 이 사회가 너무나 치열한 경쟁사회인 것이다. 세계의 각국은 교육개혁을 통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본적인 학력과 공부습관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고, 아울러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 과정에서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의 개혁 방향을 두어야 하겠다.
교대에 입학하여 2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교생실습을 다녀왔다. 일학년 때 교생실습을 처음 나갈 때는 아이들을 처음 본다는 생각에 그저 떨리고, 새로 산 정장을 입을 수 있다는 설렘에 기대에 부풀었었다. 올해도 역시나 새로 산 정장에 구두를 신는 기쁨은 여전했다. 아침에 혹시나 늦을까봐 기숙사에서 일찌감치 과 동기들과 택시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오전에는 교장선생님의 강연을 들었고 4교시 때 배정받은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 떨릴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담임선생님의 소개 후, 교생선생님이라고 쳐다보는 아이들 앞에 서니 설레는 마음을 표정으로 감출수가 없었다. 4학년이면 아이들이 매우 클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4학년 때 내가 다 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반 아이들은 생각보다 덩치도 작고 순하고 귀여웠다. 우리 반에는 교생선생님 세 명이 함께 들어갔는데 첫째 날에는 아이들이 별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마도 담임선생님께서 교생선생님 귀찮게 하지 말라고 미리 말을 해두신 것 같았다. 곧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급식실로 이동했다. 서일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시간을 나눠서 급식실에서 급식을 하도록 되어있었다. 첫째 날에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아이들과 급식실로 이동할 때는 복도에서 한 줄로 서서 조용히 해야 하는 것도 모르고 우리가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급식을 먹은 후에 교실로 돌아올 때도 한 줄로 서서 걸어 와야 하는 것을 모르고 나는 두 계단을 올라왔다. 그런데 복도에서 선도가 우리 반 아이가 두 계단을 올라왔다고 복도에 서 있게 하기도 했다. 괜히 교생선생님들이 와서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 지도하시는데 불편함만 주는 것이 아닌가 하여 죄송스러웠다. 둘째 날에는 시범수업을 참관했다. 서일초등학교는 전라북도에서도 우수한 학교로 유명한 학교였고 시범수업도 자주하는 학교라고 한다. 각 학년마다 대표수업을 하는 반에서 참관을 하였는데 우리는 4학년 4반의 영어수업을 참관했다. 4반 담임선생님은 전라북도에서 손꼽히는 선생님이라고 한다. 그분은 영어수업을 모두 영어로 진행하셨고 아이들도 상당한 수준으로 따라와 주었다. 한 시간 안에 조금은 무리가 있긴 하였지만 선생님은 다양한 수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하셨고 과연 그렇게 보여주셨다. 게임, 노래, 역할극 등, 내가 본 수업 중에 가장 신기하고 놀라운 수업이었다. 과연 전라북도에서 손꼽힐만한 수업이었다. 그러나 약간의 아쉬운 점은 대표수업이지만 나는 아이들이 수업의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의 수업을 보고 싶었다. 그분께서 영어수업의 일인자시라면 그런 분은 어떻게 아이들을 이해시키고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이끌어 가시는가 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이것은 물론 처음 참관하는 교생의 욕심이었겠지만 그런 놀라운 수업을 참관한 것으로도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셋째 날에는 이제 어느 정도 아이들과 친해졌다. 이제는 급식실에서도 함께 밥을 먹고 청소도 같이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고 정도 많이 들었다. 내가 영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영어공부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내 상상 이상으로 굉장히 영어를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 같았다. 우리 반 아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홈스테이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일주일동안 일기지도도 하게 되었는데 한 아이가 일기장에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써놓았다. 그때부터 그 아이를 좀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는데 아이는 언니에 대해서 약간의 열등감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자존감이 부족했다. 수업시간에도 짝꿍과 함께 활동하는 것도 잘 하지 않고 발표도 전혀 하지 않으며 일기장에는 외롭다는 내용,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담임선생님께 말씀 들여 선생님과 상담을 하였다. 교생선생님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는 않았다. 그저 일기장에 약간의 글을 써 주고 말 한마디 더 건네는 것. 이것이 다였다. 넷째 날에는 조금씩 지쳐갔다. 정말 매일 출근하시고 수업하시고 학교업무 보시고 아이들 돌보시는 선생님들이 대단했다. 예전에 현장에 계시는 선배께서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교사들, 방학 있고 정년 보장되고, 얼마나 좋아. 정말 편하겠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보면 딱 일주일만 당신이 교사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그 말이 이해가 갔다. 아이들은 정신이 없고 선생님들은 정말 시간이 없었다. 우리 담임선생님께서는 곧 출산휴가를 앞두신 젊으신 여선생님이셨는데 여태 교직생활 하면서 느꼈는데 교사란 정말 바쁜 직업인 것 같다고 하셨다. 일이 조금 줄어들어 여유가 생기면 그 시간엔 더 아이들 생각에 바쁘다고 하셨다. 그래서 여태 한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고_ 마지막 날이다. 드디어 일주일이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너무 짧기도 했지만 몸은 지치기도 했다. 마지막 날이라서 아이들에게 약간의 선물을 준비할까 하다가 다과회를 준비했다. 마침 담임선생님께서도 다음주가 출산휴가라서 선생님은 음료를 사시고 우리는 과자를 준비했다. 아이들은 그 시간에 교생선생님들께 롤링페이퍼를 써주었는데 나중에 읽어보니 한명 한명에게 감동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해 준 것도 없는데 함께한 시간들이 즐거웠다고, 가지 말라고, 잊지 말라고 쓰여 있었다. 아...이쁜 녀석들. 마지막 체육시간에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재량시간을 주셨다. 담임선생님이 안계시니 이아이들 야성미가 넘쳐흘렀다. 세 명이서 통제가 힘들만큼. 역시나 요즘 아이들은 모두가 잘났다. 한 시간 동안 조를 짜서 줄넘기를 하는데 뭐가 그렇게 문제가 많은지... 하여간 우리 세 명이서 쩔쩔매고 겨우 교실로 돌아왔고 교생실습의 마지막 시간이 끝났다. 교생이라는 위치는 참으로 애매하다. 선생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얼마만큼 친근하게 다가가야 할지도 어렵고 얼마만큼 아이들을 받아줘야 할지도 모르는 힘든 위치였다. 하지만 어떤 선배가 말했다. 가서 아이들과 친해지고 오라고. 아이들과 익숙해지는 것만 배워 와도 많은걸 배운 거라고 하셨다. 이번 실습 때는 분명 일학년 때와 느낌이 달랐다. 막연히 난 선생님이 될 거야. 아이들과 함께 지낼 거야. 이런 것이 아니라 교사라는 직업과 학교라는 곳. 그리고 아이들에 대해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서울시내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교육 여건이 열악하지만 발전 의욕이 높은 학교를 선정하여 시교육청의 집중 지원을 받도록 하겠다는 '좋은 학교만들기 자원학교'의 선정작업이 가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교육격차 해소방안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현재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5월 중순경이면 선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 중, 고등학교의 신청을 받아 교원 선호도와 학업 성취 수준이 낮은 서울시내 학교 가운데 발전 의욕이 높은 공사립 초중고 120개 교를 선정해 행정, 재정적으로 집중 지원한다는 것이다. '좋은학교 만들기 자원학교'로 지정되는 학교에는 대학생 멘토링, 방과후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며 근무 교원에 대해서도 표창, 가산점부여, 특별연수 등의 혜택이 주어지게 된다.교육환경 개선 사업과 방과후 교실운영 지원 등에서도 이들 학교가 우선 선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예산을 학교기본운영비의 50%를 확대 지원하여 실질적인 혜택을 주게 된다. 그밖에 교원 전보 유예율의 확대, 초빙교장제, 초빙교사제에서도 우선권을 부여하게 된다. 현재 1차선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차 선정작업이 완료되면 1차로 선정된 학교를 대상으로 2차 선정작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면서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좋은 학교를 만들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교육여건이 열악한 학교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는데, 열악한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학생들의 수준이 일정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열악하다는 기준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의문시된다. 실제로 학교시설은 우수하지만 주변환경이 다른곳에 비해 열악한 학교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가 관건이라 하겠다. 현재 일선학교에서는 예산부족으로 기본적인 사업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런 명목으로 일부학교에만 집중투자한다는 것은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좋은학교 만들기에 자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예산지원에 있다고 본다. 현실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식으로라도 예산지원을 받기 위함이다. 항상 예산부족으로 허덕이는 학교현실에서 일부학교만 여건을 개선한다는 것은 질적인 개선보다는 양적인 개선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략 한개 학교에 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면 12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교육격차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고 도리어 선정되지 못한 학교와 더 많은 교육격차를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무슨 철인도 아니고 그 많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소화하라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방과후 학교 활동을 할 경우 외부의 강사(일반학원강사)도 초빙이 가능한데, 그렇게 되면 교사들과 이들 강사들과의 관계설정이 불명확해 질 것이다. 실제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경우 해당학교 교사와 방과후 학교 강사와의 비교때문에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방과후 학교운영을 교사들이 직접하면 어느정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교사들이 정규수업을 마치고 또다시 수업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편, 자원학교의 교사들에게 시범학교 운영에 버금가는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하는데, 자원하는 학교가 120개나 된다. 이들 학교 교원의 많은 수가 가산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1년이 아닌 3년씩이나 받게 되는 것이다. 가산점을 이런식으로 부여해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가산점을 받기 위해 그 학교에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지정당시에 그 학교에 적을 둔 교사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다. 유예율을 높이면 그만큼 그학교로 이동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동안 추진해오던 정책들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기 때문에 익지로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즉 방과후 학교나 기초학습부진학생 교육등을 활성화 시켜 보겠다는 의도로 보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런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는 자원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생길 것이다. 즉 자원학교로 선정된 학교의 교사들은 능력있고 훌륭한 교사로 비춰질 것이고, 나머지 학교의 교사들은 능력이 떨어지고 훌륭하지 못한 교사가 될 것이다. 나머지 학교의 교장들의 학교운영 의욕을 꺾어 버리는 결과도 가져올 것이다. 모든 관심이 자원학교로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학교에서 아무리 훌륭한 교육을 실시해도 관심밖이 될 것이다. 이런식으로 교육격차해소 운운하지 말고 학교의 실제적인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에따른 지원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얇팍하게 예산이나 지원해 주고 교사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식으로의 접근은 옳지 않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좋은학교만들기 자원학교'운영은 불필요한 예산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학교들의 예산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와 선정되지 않은 학교의 발전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충북의 대다수 실업계고들이 사회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 학과를 경쟁력있는 학과로 바꾸는 등 학과를 개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96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도내 32개 실업계고 중 84%인 26개 실업계고가 64개 학과를 개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별로는 상업계가 14개교 중 13개 교에서 30개 학과를 개편해 가장 많은 학과를 개편했다. 이 밖에 공업계는 청주기계공고 등 8개교에서 22개 학과를 개편했으며, 농업계는 청주농고 등 5개교 에 12개 학과를 개편했다. 특히 상업계의 경우 최근 들어 정보통신 시대를 맞아 사무처리나 경영보다는 인터넷 등 사이버를 통한 전자 상거래나 정보처리 위주의 학과로 개편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도교육청은 관계자는 올해 청주기계공고 전자과를 컴퓨터전자과로 개편하는 등 4개교에 4개 학과를 개편하고, 내년도에 4개교에 6개학과 정도를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2012년까지 7년간 74개 대학 568개 연구팀에 매년 2천900억원씩 모두 2조300억원이 지원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6일 과학기술, 인문사회 등 92개 대학이 신청한 386개 대형사업단과 583개 소형 사업팀 가운데 심사를 거쳐 74개 대학 243개 대형 사업단과 325개 소형 사업팀을 2단계 BK21 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까지 진행되는 2단계 BK21 사업은 매년 과학기술 분야 1만8천500명, 인문사회분야 2천500명 등 국제 경쟁력있는 석.박사급 2만1천명(전체 대학원생의 17%)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선정 결과 = 과학기술분야에서는 기초과학 분야에 51개, 응용(융합)분야에 106개 사업단 등 35개 대학에 모두 157개 사업단(지방 58개 사업단 포함)이 선정됐다. 지원금액은 기초과학 436억원, 응용(융합)분야 1천302억원 등 연간 1천738억원. 연간 약 1만4천명의 고급 과학기술인력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석사 월 50만원, 박사 월 90만원 이상이 지급된다. 인문사회분야에서는 20개 대학 61개 사업단이 선정돼 매년 약 1천900여명의 대학원생 연구비 등으로 280억원이 투입된다. 의치의학분야는 21개 사업단에 168억원을 지원하고 국제수준의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 육성을 위한 사업비로 사업단별로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한다. 경영(MBA) 분야는 선택과 집중 원칙을 통한 국제수준의 경쟁체제 유지를 위해 14개 대학 중 4곳을 선정해 외국석학 초빙, 국제수준 교육과정 개발 등에 최고 13억원을 지원한다. 연간 574억원이 투입되는 소형 핵심사업의 경우 과학기술 분야 246개팀, 인문사회 분야 79개팀 등 71개 대학 325개팀을 선정했다. 대학별 선정결과와 지원액을 보면 서울대가 44개팀 497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연세대 33개팀에 255억원, 고려대 28개팀에 200억원, 성균관대 28개팀에 158억원, 부산대 33개팀에 158억원, 한양대 28개팀 154억원, 포항공대 9개팀 119억원 순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단(팀) 규모를 예상보다 줄이는 바람에 지원 사업단(팀) 수를 과학기술분야의 경우 134개에서 157개로, 인문사회분야의 경우 45개에서 61개로 대폭 늘렸다. ◇ 기대 효과 = BK21사업은 연간 과학기술분야 1만8천500명, 인문사회분야 2천500명 등 국가발전을 선도할 핵심 고급인재 육성을 주요 목표로 한다. 또 우수 핵심인력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2천400명의 신진 연구인력에 대해 박사후과정생은 월 200만원, 계약교수는 월 250만원 이상이 지급된다. 2단계 BK21 사업이 마무리되는 2012년에는 사업단 연구력이 현재보다 20% 이상 증가해 우리나라가 SCI(국제과학논문색인)급 논문수 세계 13위에서 10위권으로 진입하는데 BK21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교육부는 기대한다. 또 2단계 사업을 통해 대학원 단계에서 산학협력이 대폭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때 연간 200억원 수준에 그쳤던 산업체 대응자금이 1천억원(총 사업비 대비 34%)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과학기술 응용과학사업단의 84% 수준인 89개 사업단이 1천100여개 기업체와 산학연공동사업단을 구성했으며 핵심사업의 경우 50%인 84개 사업팀이 산학연공동사업팀을 구성함으로써 산업체와 공동교육과정 운영, 주문식 교육 등 인적자원 교류 등 산학협력이 강화된다. 과학기술분야 사업단의 경우 현재 2천건 수준인 특허등록이 2012년에는 1.5배 증가한 3천600건 수준으로 늘어나 대학에서 민간으로의 지식이전 비율이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교육부는 예상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전체 예산 2천90억원 중 725억원이 지방 우수대학원 육성에 집중돼 지방대 지원비율이 1단계 4%에서 2단계 24% 수준으로 높아졌다. 또 정보기술분야 참여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MS사와 글로벌 인턴십도 시작돼 5월에 BK21 대학원생 14명을 선발해 중국 및 미국 MS 연구소에 6개월간 인턴으로 파견한다. ◇ 선정 및 심사방법 = 심사과정에 과락제를 도입, 전국단위 사업의 경우 총점 300점 만점에 150점 이하, 지역 우수 대학원 사업 및 핵심분야 사업의 경우 120점 이하에 해당하는 22개팀을 탈락시켰다. 또 사업단(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선정권에 들었더라도 하위 30%에 대해서는 재심사를 통해 상위 사업단(팀)과 분야별로 15~25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심사위원 선정과정에서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주요 학술단체로부터 심사위원 추천단을 구성해 이들이 추천한 심사위원 후보군을 중심으로 최종 심사위원을 구성했다. 또 요건심사, 사업계획서심사, 사업단장 인터뷰 등 다단계 심사절차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특히 국가 재정지원사업 중 처음으로 신청팀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인터넷에 공개해 대학간 신청서를 상호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심사위원 지적사항이나 이의제기 등에 기초해 신청서의 정량테이터를 면밀히 확인 수정하면서 선정결과 발표를 일정보다 1개월 정도 늦췄으며 이 과정에서 신청서를 잘못 기재한 사업단에 대해 지원금 삭감 등의 조치를 내렸다. 엄상현 BK추진단장은 "신청서 가운데 일부 잘못 기재된 내용들이 발견됐으나 고의성 여부가 파악되지 않아 탈락시키지 않고 지원금을 깎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엄 단장은 또 "심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업단(팀)에는 채점 결과를 공개해 공정성 시비를 없애겠다"며 "만일 채점 등의 오류가 명백한 것으로 드러나면 재심사를 거쳐 추가 선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사후관리 강화 = 교육부는 5월중에 선정 대학과 협약을 체결한 뒤 대학별 협약사항 이행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6~8월에 현장실사를 실시한다. 당초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허위사실이 나타나면 사업단(팀) 선정 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특히 매년 평가를 통해 목표에 미달한 사업단(팀)에 대해 사업비 삭감 등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2008년과 2011년에는 '중간평가'를 통해 중요한 협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사업단(팀)을 탈락시키고, 하위 사업단(팀)의 경우 새로 진입하려는 사업단(팀)과 경쟁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아울러 상반기중에 학술진흥재단에 'BK21 사업관리위원회'를 두고 권위있는 평가 전문가를 위촉하는 등 전문성 있는 상시 평가관리체제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교육청이 복합 영화상영관을 청소년 유해시설로 봐 학교정화구역내에 설치를 금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행정부(재판장 신귀섭)는 26일 백모씨가 대전시 동부교육청을 상대로 낸 '학교정화구역내 영화관 시설금지 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측의 청구를 인용,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화는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순기능이 강해 청소년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이 부정적인 것보다 월등히 큰 것으로 보여지고 부정적인 영향은 적절한 행정지도와 규제를 통해 차단이 가능해 학교정화구역내 복합 영화상영관의 설치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또 "이 복합 영화상영관이 들어설 동구지역은 대전의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 시설 및 공간이 부족한 점과 복합 영화상영관이 PC방, 노래방, 유흥주점 등 다른 청소년 유해업소와 차별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신귀섭 부장판사는 "영화산업이 첨단 문화산업으로 발전한 시대적 조류와 균형있는 지역발전을 통한 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라는 측면을 함께 고려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지난해 6월 대전 동구 가오동에 신축 예정인 대형 할인매장 3-4층에 복합영화상영관을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동부교육청은 이 영화관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내에 있고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불허하자 소송을 제기했었다. 한편 이 소송은 법정에서 공개 구술변론을 통해 쟁점을 다퉈 관심을 모으기도 했었다.
소외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영어마을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국가청소년위원회는 가정 환경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 '영어마을 글로벌 빌리지'를 개설해 27일부터 29일까지 소외청소년 100명을 초청, 2박3일간 영어체험캠프 행사를 갖는다고 26일 밝혔다. 영어마을 글로벌 빌리지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 이집트, 중국 등 나라별 체험관을 만들어 영어로 공부하면서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영어마을 글로벌 빌리지 청소년 영어캠프에 참가하려면 국가청소년위 시설단체팀에 문의하면 된다. ☎(02)-2100-8602. 국가청소년위 관계자는 "참가 대상 소외청소년은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 등에 의뢰해 선발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20회 가량 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4년제 대학 또는 전문대 졸업생 중 81%가 2년 내 직장을 옮기거나 실업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졸 청년층의 노동이동'을 주제로 열린 인적자원개발(HRD) 포럼에서 "첫 직장을 중소기업으로 선택한 대졸 청년층의 19.0%만이 2년 후에도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채 연구위원은 "2001년 대졸생 5만8천574명을 대상으로 근속연수 2년을 기준으로 취업상태를 분석한 결과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취업한 2만500명 가운데 3천322명(19.0%)만이 같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대졸 중소기업 취업자 중 대기업으로 상향 취업한 근로자는 8.8%에 불과했고 다른 중소기업(35.4%)이나 미취업(36.9%) 상태에 빠지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이 첫 직장인 대졸 청년층의 경우 49.2%가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12.9%는 다른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대기업에 근무하다 중소기업으로 옮긴 경우는 14.8%, 미취업 상태에 빠진 근로자는 23.0%였다. 채 연구위원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첫 직장에 2년 정도 근무한 시점에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동하는 등의 하향 직장이동이 많아 청년층의 고용 불안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최근 교육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실업고 예산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 1807억 1500만원이던 것이 2005년 1643억 6800만원(전년대비 91%), 2006년 1480억 8100만원(82% 수준)으로 해마다 줄어들었다. 실업고 예산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2005년부터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이 폐지되고 시도별 예산으로만 편성되기 때문이다. 1996년 직업교육의 중심축을 중등이후 단계(전문대)로 이동시킨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컨대 1997년 1021억원의 실업고 예산이 2003년엔 고작 500억원으로 줄어든 것. 16개 시․도중 실업고 예산이 늘어난 교육청은 부산․서울․대구 등 3곳뿐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13개 시․도는 더욱 줄었다. 특히 전북의 경우를 살펴보면 처참할 지경이다. 2004년 78억 1500만원에서 2005년 32억 6400만원, 2006년 17억 2600만원 등으로 줄어도 너무 줄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합작으로 실업고 예산을 줄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정원 외 5% 대입특별전형’ 이니 ‘2010년 실업계 고교생 전원 장학금지급’ 따위를 발표하여 실업고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호도하거나 본질적 문제를 흐리고 있다. 사실 실업고에 대한 예산 배정의 차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까운 예로 교실 냉․난방 설치만 해도 인문고보다 2년 늦게 이뤄졌다. 실업고의 대학 진학률이 10명중 7명 꼴인데도 인문고보다 턱없이 낮게 배정된 학력증진비 배정은 그나마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동료 교사는 “50평쯤 되는 캐드실에 냉․난방시설이 없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 실습을 하기가 어렵다” 며 신문에 내달라 하소연해온다. 3년만에 에어컨 설치를 하게된 편집실엔 다른 곳에서 쓰던 ‘95뉴모델’ 이 들어왔다. 행정실 직원의 ‘쓰던 것 설치’ 라는 말에 동의하긴 했지만, 과연 제 성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하긴 특기․적성교육활동의 일환으로 2003년 4월 어렵사리 창간한 계간 ‘전주공고신문’ 인쇄비마저 연2회로 줄어들었다. 뜻있는 동문의 지원을 받아 올해까지는 계간으로 정상 발행하게 되었지만, 일하는 마음이 예년처럼 편하거나 가볍지는 않다. 물론 이런 일들은 단위학교의 예산운용 방식에 따른 ‘기현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낮은 재정자립도를 감안하더라도 실업고 예산이 줄어들 수 있는 것처럼 보다 시급하고 더욱 필수불가결한 사업에 밀린 결과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설사 그렇더라도 역시 근본적 문제는 갈수록 줄어드는 실업고 예산이라는 큰흐름일 수밖에 없다. 갈수록 최신형 기자재확충과 내실있는 실험실습, 그리고 교사연수위축 등으로 실업고 본래의 교육을 수행하지 못할 판이다. 교육부가 2월초에 발표한 직업교육체제혁신을 통한 ‘교육양극화 해소’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정부와 국회는 선거정국과 초연한 자세로 일선 학교의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업고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갈수록 줄어드는 실업고예산이 내년에도 계속된다면 그 어떤 대책도 ‘선거용 한건주의’ 라는 멍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일선 고등학교의 성적 처리 불안이 교육부의 또 다른 정책 입안으로 이어졌다. 다름 아닌 올해부터 각 고등학교의 시험 문제를 인터넷에 올리라는 결정이다. 올리지 않을 경우에는 각 시·도교육청에 불이익을 준다는 경고 아닌 경고를 하고 있다. 공개해야 할 항목으로는 고등학교 각 학년별, 과목별 시험 문제, 평가 채점 기준, 평가 내용 등이다. 이렇게 교사를 믿지 못했어야!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이와 같은 지침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교마다 마련된 홈페이지에 수행평가나 채점 기준 등은 거의 시험을 보기 전, 학년 초에 공고를 하거나 탑재를 한다. 하지만 시험문제까지 탑재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신 평가나 시험 문제 출제 때문에 일선 학교, 특히 일선 고등학교의 수많은 선생님들의 평가 심의 절차나 감사로 극도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거 원 교사들을 아예 믿지 못하겠다는 거 아냐.” “도대체 시험 문제를 인터넷에 탑재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학교나 지역 차이, 그리고 지도 교사에 따라서 다양한 문제가 있을 수 있을 것인데, 이를 모두 인터넷에 탑재하라는 것은 결국 그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냐.”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 내신 평가 때문에 이런 저런 감사나 회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또 무슨….” 많은 선생님들은 제각각 시험문제를 인터넷에 올리라는 다소 엉뚱한 발상에 어이가 없는지 다들 한 목소리로 그 문제에 대해 질타를 가했다. 내 문제가 인터넷에 둥둥 떠다니면 어쩌나! “시험문제를 인터넷에 올리는 문제는 제쳐 두더라도, 혹시나 탑재된 문제를 이용해 교사나 학생들을 이용하려고 드는 사람들을 어떡하려고!” “이거 내가 낸 문제가 인터넷에 둥둥 떠다니면 어떡하나….” “하지만 시험의 객관성이나 신뢰성을 위한 하나의 노력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그렇게 거부만 할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인터넷에만 탑재하면 무조건 객관성이나 신뢰성이 서는 것은 아니잖아. 혹시나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언론이나 사람들이 시험문제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소리를 분명 낼 건데, 과연 그것을 힘없는 교사들이 견뎌내겠어.” “무엇보다 교사 개개인의 공정한 잣대나 시험에 대한 전문적인 시각이 필요한 건데….” 한편으론 그와 같은 시책에 약간은 수긍의 면을 보이시는 선생님도 계셨다. 무엇보다 인터넷에 탑재함으로써 객관성이 신뢰성이 서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꼭 그런 식으로 해야만 객관성이 신뢰성이 서는 것은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쪽이 많았다. 특히 자칫 객관성이 신뢰성에 앞서 일선 학교 현장이 시험문제 유출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교사가 신이 아니듯, 자칫 시험 문제를 두고 네티즌들의 끝없는 비판의 말꼬리의 대상이 하면 자칫 교직 사회 전체가 혼란으로 빠져 들 수 있는 위험성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교사가 없다면 교육부는 존재 가치가 없는 것 평가는 학교 현장, 특히 우리와 같이 입시가 직결된 곳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평가에 관한한 우리 학계의 전문적인 시각이나 관점도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교사들만 다그친다고 시험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생길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그런 객관성과 신뢰성의 한 수단으로 인터넷에 기출 시험문제를 모두 탑재해서 수많은 네티즌들의 평가 아닌 평가를 받자는 교육부의 주장은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나 이 점이 만약에 교사들에 수준과 자질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교육부는 교육정책의 시행 과정에서 상당히 교사들의 불신을 받고 있다. 교사는 학생, 학부모와 더불어 교육의 주체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몇몇 학부모와 정치인들의 이념과 성향에 맞추어 정책을 무리하게 시도하거나 시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다름 아닌 교원평가와 방과 후 학교이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벌써 두 정책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이나 몇몇 학부모들의 구미에 맞는 선심성 정책으로 학교 현장은 날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그 중심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요사이 교육부의 정책들이 시종일관 교사들은 배제된 몇몇 행정가들이 탁상공론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아.” “학생이 없으면 교사가 존재할 수 없듯이, 교사가 없으면 교육 행정가들이 무슨 필요가 있어, 도대체 교사들의 생각과 신념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해.” “이번 정책만 해도 그래요, 차라리 믿을 만한 시험 대행업체를 학교에 파견하는 것이 나을 듯해. 교사들을 그렇게 믿지 못하고서야 원….” 막말로 시험 대행업체를 학교 현장에 파견해 달라는 선생님의 말마따나 교육부가 나서서 교사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과연 어느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을 믿고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는가. 교육부는 선심성 교육정책에 앞서 무엇이 교육적이고 아닌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일부 선심성 정책 남발과 공약으로 일선 학교 현장의 수많은 교사들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될 것이다. 과연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위하는 성공적인 정책이냐는 교사들을 배제하고서는 진정 성공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영어를 몸으로 체험하는 ‘영어마을’이 곳곳에 생겼으며, 또 곳곳에 더 많이 지어질 전망이라고 한다. 폭발하는 수요와 영어연수를 위하여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의 비용절감과 타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긍정적인 대안으로 보는 시각과 많은 자본이 투자된 시설이 장기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 크고 작은 시설의 난립에 따른 교육적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눈초리, 학교교육에 대한 더한 실망을 거론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1999년에 이스라엘에 유아교육 연수를 갔었다. 한 달 동안 이스라엘의 다양한 교육기관과 교육 프로그램을 접하였고, 스물 두 개국에서 참여한 교수, 장학관, 교사들에게 각 국의 교육 상황과 프로그램 그리고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는 ‘세계의 날’에 참가자들이 준비한 책과 자료, 토속품, 춤과 노래를 통해 그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 태평양의 섬나라에서 온 사람, 아시아에서 온 사람, 남미에서 온 사람,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아프리카식의 영어, 사모아식 영어, 남미식 영어, 아시아식 영어로 수다를 떨며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지내었으므로 처음에는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었던 사모아 친구의 Better를 ‘베챠’로 발음하는 말도 들리고, 우물우물 입속에서 웅얼거리는 도미니카 친구의 웅얼거림 영어도 들려왔다. 여러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을 통해 어학뿐 아니라 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 그리고 갈등을 통한 고민들을 접하는 동안 피부색이나 습관, 고유의 독특한 냄새들에 대한 好, 不好는 정말이지 아무 것도 아닌 하챦은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짐바브웨 교수가 밖에 나갔다가 흑인이라고 설움을 받고 전체 회의 시간에 울면서 서러움을 호소하였던 장면이다. 교육프로그램은 박물관, 지역사회 교육센터, 교육기관(유치원), 연수원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졌는데 지역사회에 있는 사회 교육센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각 지역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들어온 유대 어린이들이 모국어를 잘 모르며, 학교 성적도 떨어져 이들을 돕기 위한 센터를 건립하였는데 내가 가 본 곳은 과학, 음악, 미술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아동과 새내기 선생님들에게 교육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교육센터는 지역 내에 있는 유치원들을 한 주일을 단위로 요일과 시간별로 나누어 수업을 수행하여 교사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센터로 와서 직접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전문가에게 자연스럽게 교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교사가 숙련되어 스스로 자신의 수업을 잘 진행하게 되면 교육센터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어질 것이다. 한 단계 더 높은 숙련된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텔아비브에 있는 박물관에서는 유치원 아동부터 대학교수까지의 연수를 담당하고 있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기존의 프로그램과 시설에 더하여 매해 새롭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구를 설계하여 수준을 높이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설립된지 7년 되었다. 위에 거론한 예를 바탕으로 ‘영어마을’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영어마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작은 시설이 난립되는 것은 지속성을 생각할 때 낭비가 심할 것 같다. 따라서 유치원 아동부터 대학교수, 성인에 이르기까지 체험연수를 담당할 수 있는 시설과 역량이 갖추어져 있는 체험시설 서너 곳을 설립하여 내국인의 영어체험을 담당하게 함과 동시에 외국인들의 관광코스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만일 외국의 어느 곳에 한국어 체험관이 있고 내가 그 나라를 방문하게 되었다면 나는 한국의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어 놓고 어눌한 한국어로 생활을 하는 외국학생들을 보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관광 중에 지나가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학생들에게는 산 공부가 될 것이며, 또 나의 입장에서도 실수를 연발하며 배우려고 애쓰는 학생들이나 외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일이 재미있을 것이다. 배우는 데에만 치중하여 앞길을 가로막으며 말을 건다면 귀챦을 것이므로 참가자들의 예의를 훈련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겠다. 그 밖에 지켜야 할 주의사항에는 또 뭐가 있을까? 더 나아가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일본이나 중국이나 동남아의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러 오는 시설로 자리매김하게 할 수는 없을까? 세계 여러 나라의 영어와 문화를 알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각각의 학교에서 한 분 혹은 두 분의 원어민 선생님들에게 접하던 영어를, 지역사회 사회교육센터내의 작은 영어마을에서 한 주일에 한 번씩 각 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영어전문가로부터 학생은 수업을 받고, 자신의 학생에게 직접 수업을 하는 전문가로부터 교사는 연수를 받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참가자들이나 관심있는 지역민들이 각각 음식이나 다과를 싸가지고 모여 ‘영어로만 말하는 날’을 정해 한국인들끼리라도 혹은 더러 각 학교에 근무하는 원어민 선생님들도 참석해 주면 좋지 않을까? ‘영어’를 매개로 작은 마을 축제가 될 수도 있겠다. 게임과 춤, 잡담도 모두 영어로만 해야한다는 원칙은 지켜야한다. 이날 하루 이 곳은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권 나라에 있는 마을이 되는 것이다. 할아버님 할머님도 영어가 안되면 body language로 말해야 한다. 아니면 손주가 대신 말해주던가. 물건을 파는 사람도 영어로 팔아야겠지. 북미나 유럽 영어뿐 아니라 필리핀, 남미 등 다양한 영어를 접하게 되면 錦上添花이다. 이러한 모임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예의지키기와 배려 또한 마을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영어를 통한 국제매너를 배우는 기회도 되는 것이다. 단지 영어라는 언어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이 언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잃는 것이 된다. 문화와 동떨어진 언어는 쓸모가 적다. 영어마을에서 영어는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영어를 구사하는 다양한 영어권의 문화와 사람들을 접하는 기회도 되며, 언어를 매개로 국내외 사람들이 어울리는 장소와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 되는 것은 어떠한가.
교직경력에 비해 저학년을 맡은 기간이 짧습니다. 그래서 3월에 이곳 문의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긴 제가 3학년인 우리 반 꼬마들을 만나던 날은 설렘과 기대가 더 컸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첫 만남이 있은 후 지금까지 무던히도 노력을 했는데 아직까지 우리 반 아이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처음 담임을 맡았을 때만해도 이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이 아이들과 하나가 되는데 40여일이라는 기간이 이렇게 부족하리라고는 생각조차 안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교사이기 이전에 어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잘못입니다. 교사이기 이전에 어른인 제가 아무리 열린 사고를 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다 해도 생활 자체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아이들의 생각을 앞서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이 나를 당황하게 합니다. 국어 말하기 수업시간에 자기소개를 숙제로 낸 후 발표를 시켰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태어 난 곳이 병원이라고 발표하는 바람에 교육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고향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 제 자신을 탓했습니다. 전교가 대청소를 하던 날 아이들이 청소는 안하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말썽만 부렸지요. 그래도 몇 명은 남을 것이라 생각하며 선생님 심부름 해줄 사람만 남으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모두 달아나고 교실에는 달랑 저 혼자 남아 있었지요. 왜 그것만 있겠습니까? 너무 철부지 행동을 한다는 생각에서 아이들에게 사람은 눈치코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해줬지요. 그날 눈치와 코치를 설명해주느라 진땀을 뺐답니다. 눈치는 그렇다하더라도 어린 아이들에게 코치까지 이해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럭비공마냥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이 많다보니 긴장도 되지만 요즘은 스릴도 느낍니다. 지난 금요일이었습니다. 집에 간줄 알았던 정민이가 흐느끼면서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깜짝 놀라 내용을 알아보니 외래 강사에게 처음 특기・적성 교육을 받는 시간이었고, 내용을 모른 채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공중전화가 고장이 났다는 것입니다. 얼른 제 핸드폰을 꺼내주며 엄마와 통화를 하게 했더니 밝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교실에서 일하고 있는 제게 또 정민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번에는 시내버스 차비 300원이 없어 우는 것이랍니다. 옆에 따라온 수진이도 차비가 없다고 울상입니다. 그런 것은 빨리 선생님에게 얘기하면 된다며 두 아이이게 차비를 줘 집으로 보냈습니다. 다음 날 저는 책상 위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하고는 하루 종일 즐거워했습니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은 어른들과 이렇게 다릅니다. 돈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어른들에게 300원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고 감사해 할줄 압니다. 우리 반 서경이는 무척 명랑하고 붙임성도 많은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요즘 저에게 부탁하는 게 있습니다. 자기네 식당인 삼천냥 보리밥에 와서 음식을 먹어보라는 것입니다. 저와 처음 만났을 때는 은근슬쩍 지나가는 말로 했는데 이제는 쪽지를 써서 컴퓨터의 모니터에 붙여놓으면서까지 강요를 합니다. ‘선생님에게 공짜로 보리밥 한 그릇 주는 게 소원이냐’는 제 농담에 서경이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공짜 아녜요. 돈 내야 해요.” “그럼, 왜 그렇게 오라고 하는데?” “잡숴보고 맛있다고 소문내달라고요.” “・・・・・・.” 서경이는 제가 가끔 글을 써서 발표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기네 집을 좋게 선전해 달라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이 아이가 치밀하게 이속을 따지는 어른들의 상술을 배웠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생각입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그냥 자기네 식당이 잘 되기를 바라는 바람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지요.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어쩌면 올 일년 동안 저를 즐겁게 해줄 일들이 아이들 개개인의 가슴속 또는 교실 구석구석에서 끄집어내 줄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어린 꼬마들에게 배우는 새로운 세상에서 저 또한 새로운 행복을 꿈꿉니다. 어른들의 눈이 아닌 아이들의 가슴속에서 오랫동안 살아 숨쉴 수 있는 그런 큰 사랑도 만들 겁니다.
토요일 오후,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퇴근한 시간이었지만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로 또한번 등교시간 같은 분위기였다. 바로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미술영재 선발' 2차 시험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미 1차선발을 서류전형으로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60여명의 학생만이 2차 실기 시험에 응시하였다. 15일 오후 서울 대방중학교(교장 이선희)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술영재교육 대상자 선발 시험이 실시되는 장소이면서 실제로 5월부터 미술영재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60여명의 학생을 20명씩 3개 그룹으로 나누어 실기시험을 실시하게 되었다. 즉 문제를 보고 문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답안은 그림으로 작성하는 것이었다. 이미 미술에 상당한 재능을 보인 학생들이었지만 워낙에 문제의 수준이 높았던 터라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모습들이었다. 1문제를 출제했지만 고사시간은 무려 4시간 30분이었다.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는 그 문제의 참뜻을 이해하기도 어려웠지만 답안 작성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더욱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문제를 받아들고 생각하는데 보통 10여분 이상을 보낸 학생들이 서서히 그림 그리기 작업에 돌입하였다.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시험시작 3시간여가 지났을 무렵, 고사시작 후 3시간 경과후에는 퇴실을 할 수 있다는 고사규정에 따라 '지금부터는 답안 작성을 모두 한 학생은 퇴실해도 됩니다. 문제지와 답안지(사실은 답안지가 그림을 그린 켄트지이다.)를 제출하고 퇴실하도록 하십시오.'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시험지와 답안지를 제출하고 퇴실하느라 잠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고 정리가 되었을 무렵 한 학생(남학생)이 아직 답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직 답안을 작성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모든 학생이 나가고 혼자 남은 것이 안쓰러워서, '어떻게 아직도 답안을 작성하고 있니? 문제가 어려워서 그런 모양이구나'라고 했더니, '워낙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제가 나와서 포기할까 하다가 그래도 답안은 작성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최선을 다하거라.' '우리 미술선생님 그랬어요.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나오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고요.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사나이가 할 일이 아니다. 혹시 어려운 문제가 나오더라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된다.'라고요. '그래서 그 생각하며 열심히 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예' 이렇게 대답하고는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교사들의 한마디가 학생들의 인생을 바꿀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학생에게 그 학교의 미술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가정할때 그 학생이 그토록 열심히 마지막까지, 그것도 다른 학생들이 모두 퇴실한 후까지 열심히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학교의 미술선생님 말씀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도 훌륭한 학생이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한 미술 선생님은 더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사라면 항상 학생들에게 희망적이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교사의 무심한 한 마디가 학생의 장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학생은 거의 시간이 다 되어서야 답안을 작성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생님 저때문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답안작성 만족스럽게 했어요.' '그래 꼭 합격해서 3차시험 때에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왠지 그 미술선생님이 어느 분인지 궁금한 하루였다.
한 울타리 안에 중·고등학교가 함께 위치해 있다보니 가끔 이 두 학교의 학생들을 비교할 때가 있다. 외양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교복 색깔이나 덩치가 아니더라도 움직임이나 얼굴 표정만 봐도 금방 누가 중학생이고 누가 고등학생인지 가려내는 안목이 저절로 생긴다. 야생노루처럼 움직임이 팔팔하고 표정에 생기가 도는 것은 중학생이요, 폐계(廢鷄)처럼 얼굴이 꺼칠하며 몸에 활력이 없는 것은 틀림없는 고등학생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리포터인 내 생각엔 우선 잠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중학생일 적에는 학습의 양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야간 자율학습이 없었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고등학교에 올라오자 거의 배로 늘어난 학습량과 연일 계속되는 야간 자율학습으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면 부족을 느끼는 것이다. 무조건 하면 된다는 식의 4당5락 논리가 아직도 학교 현장에선 유효한 셈이다. 청춘 시절 밤을 낮 삼아 면학에 정진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흐릿한 등잔불 밑에서 잦아드는 심지를 북돋으며 매일 밤 그을음으로 콧구멍이 새까매질 때까지 공부하던 추억이 리포터에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공부하다 피곤하면 잠을 잤고, 자다 깨어나면 다시 정신이 맑아져 무릎걸음으로 걸어가 앉은뱅이 책상을 끌어당기던 자발적인 학습이었다. 그렇기에 매일밤 공부해도 피곤한 줄을 몰랐고 학습 능률도 올랐던 것이다. 치열한 경쟁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지금의 아이들은 애초에 선택의 여지란 없다. 오직 입시만을 위해 한길로 매진할 뿐이다. 곁눈질도, 딴 생각도 할 겨를이 없다. 수험생의 천적 격인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장좌불와'(長坐不臥)니 '등하불명'(燈下不明)이니 하는 우스개 말들도 모두 이런 현실에서 나온 것이다. 수업시간에 눕지 않고 꼿꼿하게 앉은 채로 자는 것이 장좌불와요, 교탁 바로 아래 자리에서 교사의 눈을 피해 감쪽같이 쪽잠을 자는 것이 등하불명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이러한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초코파이란 뇌물(?)까지 동원되곤 한다. 세상에서 가장 물리치기 힘든 것이 수마(睡魔)이며 가장 무거운 것은 눈꺼풀이라고 한다. 옛 사람들도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 흔적이 있다. '어제 간밤 오던 잠이 오늘 아침 잠이 오네. 잠아 잠아 무삼 잠고 가라 가라 멀리 가라'란 '잠노래'가 바로 그것이다. 하루의 고된 노동을 끝마친 뒤에 다시 한밤중까지 길쌈을 해야 하는 서민들의 삶이란 오죽이나 피곤했겠는가. 그래서 고문 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고문이 잠을 재우지 않는 것이란다. 아무리 독한 사람도 사흘 정도만 재우지 않으면 철옹성 같던 의지가 맥없이 꺾인다고 한다. 지금 우리 고등학생들은 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몸이 피로하고 피로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 반대로 웬만한 병 정도는 하룻밤 숙면으로 말끔히 치료가 된다고 하니,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맞는 셈이다. 따라서 성장기의 청소년들은 하루 일곱시간 정도는 자야 한다. 그래야 얼굴에 생기가 돌고 머리가 맑아져 학습의 능률도 오른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리도 중국처럼 점심 식사 후 단 몇 십 분만이라도 공식적인 낮잠 시간을 주자. 그래서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발랄한 웃음을 되찾아주자. 입시 지옥에 시달려 청춘의 봄을 빼앗긴 아이들에게, 다시 잠마저 빼앗아 간다면 이는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