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실업고 예산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 1807억 1500만원이던 것이 2005년 1643억 6800만원(전년대비 91%), 2006년 1480억 8100만원(82% 수준)으로 해마다 줄어들었다.
실업고 예산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2005년부터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이 폐지되고 시도별 예산으로만 편성되기 때문이다. 1996년 직업교육의 중심축을 중등이후 단계(전문대)로 이동시킨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컨대 1997년 1021억원의 실업고 예산이 2003년엔 고작 500억원으로 줄어든 것.
16개 시․도중 실업고 예산이 늘어난 교육청은 부산․서울․대구 등 3곳뿐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13개 시․도는 더욱 줄었다. 특히 전북의 경우를 살펴보면 처참할 지경이다. 2004년 78억 1500만원에서 2005년 32억 6400만원, 2006년 17억 2600만원 등으로 줄어도 너무 줄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합작으로 실업고 예산을 줄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정원 외 5% 대입특별전형’ 이니 ‘2010년 실업계 고교생 전원 장학금지급’ 따위를 발표하여 실업고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호도하거나 본질적 문제를 흐리고 있다.
사실 실업고에 대한 예산 배정의 차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까운 예로 교실 냉․난방 설치만 해도 인문고보다 2년 늦게 이뤄졌다. 실업고의 대학 진학률이 10명중 7명 꼴인데도 인문고보다 턱없이 낮게 배정된 학력증진비 배정은 그나마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동료 교사는 “50평쯤 되는 캐드실에 냉․난방시설이 없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 실습을 하기가 어렵다” 며 신문에 내달라 하소연해온다. 3년만에 에어컨 설치를 하게된 편집실엔 다른 곳에서 쓰던 ‘95뉴모델’ 이 들어왔다. 행정실 직원의 ‘쓰던 것 설치’ 라는 말에 동의하긴 했지만, 과연 제 성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하긴 특기․적성교육활동의 일환으로 2003년 4월 어렵사리 창간한 계간 ‘전주공고신문’ 인쇄비마저 연2회로 줄어들었다. 뜻있는 동문의 지원을 받아 올해까지는 계간으로 정상 발행하게 되었지만, 일하는 마음이 예년처럼 편하거나 가볍지는 않다.
물론 이런 일들은 단위학교의 예산운용 방식에 따른 ‘기현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낮은 재정자립도를 감안하더라도 실업고 예산이 줄어들 수 있는 것처럼 보다 시급하고 더욱 필수불가결한 사업에 밀린 결과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설사 그렇더라도 역시 근본적 문제는 갈수록 줄어드는 실업고 예산이라는 큰흐름일 수밖에 없다. 갈수록 최신형 기자재확충과 내실있는 실험실습, 그리고 교사연수위축 등으로 실업고 본래의 교육을 수행하지 못할 판이다. 교육부가 2월초에 발표한 직업교육체제혁신을 통한 ‘교육양극화 해소’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정부와 국회는 선거정국과 초연한 자세로 일선 학교의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업고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갈수록 줄어드는 실업고예산이 내년에도 계속된다면 그 어떤 대책도 ‘선거용 한건주의’ 라는 멍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