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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설레는 이름, 교생선생님

교대에 입학하여 2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교생실습을 다녀왔다. 일학년 때 교생실습을 처음 나갈 때는 아이들을 처음 본다는 생각에 그저 떨리고, 새로 산 정장을 입을 수 있다는 설렘에 기대에 부풀었었다.

올해도 역시나 새로 산 정장에 구두를 신는 기쁨은 여전했다. 아침에 혹시나 늦을까봐 기숙사에서 일찌감치 과 동기들과 택시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오전에는 교장선생님의 강연을 들었고 4교시 때 배정받은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 떨릴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담임선생님의 소개 후, 교생선생님이라고 쳐다보는 아이들 앞에 서니 설레는 마음을 표정으로 감출수가 없었다. 4학년이면 아이들이 매우 클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4학년 때 내가 다 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반 아이들은 생각보다 덩치도 작고 순하고 귀여웠다.

우리 반에는 교생선생님 세 명이 함께 들어갔는데 첫째 날에는 아이들이 별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마도 담임선생님께서 교생선생님 귀찮게 하지 말라고 미리 말을 해두신 것 같았다. 곧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급식실로 이동했다. 서일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시간을 나눠서 급식실에서 급식을 하도록 되어있었다.

첫째 날에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아이들과 급식실로 이동할 때는 복도에서 한 줄로 서서 조용히 해야 하는 것도 모르고 우리가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급식을 먹은 후에 교실로 돌아올 때도 한 줄로 서서 걸어 와야 하는 것을 모르고 나는 두 계단을 올라왔다. 그런데 복도에서 선도가 우리 반 아이가 두 계단을 올라왔다고 복도에 서 있게 하기도 했다. 괜히 교생선생님들이 와서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 지도하시는데 불편함만 주는 것이 아닌가 하여 죄송스러웠다.

둘째 날에는 시범수업을 참관했다. 서일초등학교는 전라북도에서도 우수한 학교로 유명한 학교였고 시범수업도 자주하는 학교라고 한다. 각 학년마다 대표수업을 하는 반에서 참관을 하였는데 우리는 4학년 4반의 영어수업을 참관했다. 4반 담임선생님은 전라북도에서 손꼽히는 선생님이라고 한다. 그분은 영어수업을 모두 영어로 진행하셨고 아이들도 상당한 수준으로 따라와 주었다. 한 시간 안에 조금은 무리가 있긴 하였지만 선생님은 다양한 수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하셨고 과연 그렇게 보여주셨다. 게임, 노래, 역할극 등, 내가 본 수업 중에 가장 신기하고 놀라운 수업이었다. 과연 전라북도에서 손꼽힐만한 수업이었다.

그러나 약간의 아쉬운 점은 대표수업이지만 나는 아이들이 수업의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의 수업을 보고 싶었다. 그분께서 영어수업의 일인자시라면 그런 분은 어떻게 아이들을 이해시키고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이끌어 가시는가 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이것은 물론 처음 참관하는 교생의 욕심이었겠지만 그런 놀라운 수업을 참관한 것으로도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셋째 날에는 이제 어느 정도 아이들과 친해졌다. 이제는 급식실에서도 함께 밥을 먹고 청소도 같이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고 정도 많이 들었다. 내가 영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영어공부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내 상상 이상으로 굉장히 영어를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 같았다. 우리 반 아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홈스테이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일주일동안 일기지도도 하게 되었는데 한 아이가 일기장에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써놓았다. 그때부터 그 아이를 좀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는데 아이는 언니에 대해서 약간의 열등감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자존감이 부족했다. 수업시간에도 짝꿍과 함께 활동하는 것도 잘 하지 않고 발표도 전혀 하지 않으며 일기장에는 외롭다는 내용,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담임선생님께 말씀 들여 선생님과 상담을 하였다. 교생선생님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는 않았다. 그저 일기장에 약간의 글을 써 주고 말 한마디 더 건네는 것. 이것이 다였다.

넷째 날에는 조금씩 지쳐갔다. 정말 매일 출근하시고 수업하시고 학교업무 보시고 아이들 돌보시는 선생님들이 대단했다. 예전에 현장에 계시는 선배께서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교사들, 방학 있고 정년 보장되고, 얼마나 좋아. 정말 편하겠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보면 딱 일주일만 당신이 교사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그 말이 이해가 갔다. 아이들은 정신이 없고 선생님들은 정말 시간이 없었다. 우리 담임선생님께서는 곧 출산휴가를 앞두신 젊으신 여선생님이셨는데 여태 교직생활 하면서 느꼈는데 교사란 정말 바쁜 직업인 것 같다고 하셨다. 일이 조금 줄어들어 여유가 생기면 그 시간엔 더 아이들 생각에 바쁘다고 하셨다. 그래서 여태 한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고_

마지막 날이다. 드디어 일주일이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너무 짧기도 했지만 몸은 지치기도 했다. 마지막 날이라서 아이들에게 약간의 선물을 준비할까 하다가 다과회를 준비했다. 마침 담임선생님께서도 다음주가 출산휴가라서 선생님은 음료를 사시고 우리는 과자를 준비했다. 아이들은 그 시간에 교생선생님들께 롤링페이퍼를 써주었는데 나중에 읽어보니 한명 한명에게 감동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해 준 것도 없는데 함께한 시간들이 즐거웠다고, 가지 말라고, 잊지 말라고 쓰여 있었다. 아...이쁜 녀석들.

마지막 체육시간에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재량시간을 주셨다. 담임선생님이 안계시니 이아이들 야성미가 넘쳐흘렀다. 세 명이서 통제가 힘들만큼. 역시나 요즘 아이들은 모두가 잘났다. 한 시간 동안 조를 짜서 줄넘기를 하는데 뭐가 그렇게 문제가 많은지... 하여간 우리 세 명이서 쩔쩔매고 겨우 교실로 돌아왔고 교생실습의 마지막 시간이 끝났다.

교생이라는 위치는 참으로 애매하다. 선생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얼마만큼 친근하게 다가가야 할지도 어렵고 얼마만큼 아이들을 받아줘야 할지도 모르는 힘든 위치였다. 하지만 어떤 선배가 말했다. 가서 아이들과 친해지고 오라고. 아이들과 익숙해지는 것만 배워 와도 많은걸 배운 거라고 하셨다.

이번 실습 때는 분명 일학년 때와 느낌이 달랐다. 막연히 난 선생님이 될 거야. 아이들과 함께 지낼 거야. 이런 것이 아니라 교사라는 직업과 학교라는 곳. 그리고 아이들에 대해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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