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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어쩌면 슬로베니아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지도 모른다. 알프스 산자락 아래 자리한 인구 200백만의 이 자그마한 나라는 친절한 사람들만 살고 있다. 류블랴나·피란·마리보르…. 슬로베니아의 행복한 도시를 여행했다. 슬로베니아. 솔직히 조금 낯선 나라다. 유럽 동남부에 자리한 나라인데 옛날에는 유고 연방에 속했다. 나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슬라브족들이 살고 있다. 슬로베니아는 발칸반도에 숨은 듯 자리 잡고 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11분의 1. 대략 1,000만㎢. 전라도 넓이와 비슷하다. 인구는 2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라가 워낙 작다보니 동서를 횡단해봐야 고작 3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슬로베니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이 해체되면서 독립했다. 당시 6개 연방국가였던 유고슬라비아에서 슬로베니아는 가장 잘 사는 나라였다. 하지만 자신들이 쌓은 부를 다른 연방국가와 평등하게 배분해야 하는 공산주의 체제에 슬로베니아는 반기를 들었고, 국민투표를 거쳐 독립을 결정했다. 지금도 국민소득이 2만 5,000달러를 넘어, 동유럽과 발칸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더 많다.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주인공 베로니카는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조국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쓴 기자에게 슬로베니아를 설명하는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탄식한다.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몰라. 아무도. 이는 온당치 못한 국제적 무관심이다’라는 황당한 유서를 쓰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사랑스러운 도시 류블랴나 슬로베니아를 찾는 여행자들은 수도 류블랴나(Ljubljana)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발음하기가 약간 까다로운 이 도시는 한 나라의 수도라고하기에는 너무 작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하지만, 인구라고 해봐야 28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류블랴나 가운데 자리한 프레셰레노프 광장은 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이탈리아 등지에서 오는 기차들이 정차하는 중앙역과 가깝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여행자들과 현지인들로 붐빈다. 프레셰렌이라는 이름은 슬로베니아의 국민 시인인 프레셰렌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낭만주의의 선두주자였으며, 강렬한 문장으로 유명했던 시인이다. 그가 죽은 날인 2월 8일을 국경일로 정하고, 이날에는 전국적으로 그의 시를 읽는 낭송회·콘서트·연극 공연 등이 열린다고 하니 그에 대한 슬로베니아 국민들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동상은 아득한 시선으로 어느 지점을 응시하고 있는데, 그 시선이 닿는 지점에는 그가 평생 사랑했던 여인 율리아 프리미츠의 집이 있다. 평생 사랑했지만 신분차이로 함께 할 수 없었던 그들을 위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라는 의미로 이렇게 동상을 배치했다고 한다. 광장 옆으로는 류블랴니차 강이 흐른다. 강 양 옆으로는 바로크 양식과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축물이 즐비하다. 풍경은 평화롭고 여유롭기만 하다. 강 옆으로는 레스토랑·카페·서점 등이 늘어서 있다. 소란스럽지 않아 산책을 하듯 느린 걸음으로 돌아다니기 좋다. 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트리플교(Triple Bridge)가 나온다. 슬로베니아의 대표적인 건축가 요제 플레치니크가 설계한 것으로 류블랴나 엽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트리플교에서 용의 다리로 가는 강가에 류블랴나 중앙시장이 자리한다. 이른 아침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오후에 가도 시장의 정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활력과 생기로 시장은 떠들썩하다. 싱그러운 과일과 꽃, 채소와 치즈로 가득 찬 시장은 슬로베니아의 또 다른 모습을 느끼게 해준다. 류블랴나는 작은 도시라 길을 잃어도 조금만 걸으면 지나갔던 그곳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그러니 길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골목을 산책하는 다정해 보이는 부부와 수레 가득 꽃을 담아 팔고 있는 멋진 반백의 할아버지. 모퉁이 빵가게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풍겨져 나온다. 슬로베니아어로 류블랴나는 ‘사랑스럽다’는 뜻이다. 류블랴나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류블랴나 성이다. 9세기에 처음 세워졌다가 1511년 지진으로 파괴된 후 17세기 초에 재건됐다. 류블랴나 성은 류블랴나 시내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그동안 요새·감옥·병원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각종 전시회와 이벤트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류블라냐 사람들이 결혼식장으로 가장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성에 오르면 장난감 도시 같은 류블랴나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달력에서 오려낸 동화 같은 풍경 알프스는 유럽의 많은 나라가 공유하는 산이다. 알프스하면 스위스를 떠올리지만 사실 절반 이상을 오스트리아가 가지고 있다.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도 지분을 갖고 있고 슬로베니아도 발을 걸치고 있다. 줄리안 알프스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북서부 산악지대다. 트리글라브 등 2,000m 이상 고봉이 줄줄이 이어있다. 유월까지도 잔설이 남아 있을 정도다. 블레드 호수는 ‘줄리안 알프스의 진주’라고 불리는 곳이다. 둘레 6km의 작은 호수이지만 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들어 만들어졌다. 호수가 보여주는 풍경은 정말이지 그림 같다. 푸른 물비늘을 일으키며 햇살을 반사하는 호수와 그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그리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알프스 산맥은 방금 달력에서 오려낸 듯 한 풍경을 보여준다. 블레드 호수가 유명한 건 블레드 호수에 떠 있는 블레드섬 때문이다. 이 자그마한 섬은 슬로베니아에서 유일한 섬으로 전통 나룻배 ‘플레타나’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블레드 호수엔 플레타나가 23척뿐이다.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시대 때부터 그랬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블레드 호수가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고, 딱 23척의 배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 숫자가 200년 넘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뱃사공 일은 가업으로만 전해지고, 남자만이 할 수 있다고 한다. 호숫가 절벽 위에는 블레드의 상징인 블레드 성이 자리한다. 깎아지른 듯 한 절벽 위에 자리한 모습이 동화 속에나 나옴직하다. 마법에 걸려 잠에 빠진 공주가 왕자의 키스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이 성은 약 800년 이상 남부 티롤의 주교가 앉던 의자가 있던 성당이었다. 이후에는 유고슬라비아 왕족의 여름 별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새콤달콤한 오렌지 와인 슬로베니아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 이탈리아, ‘세계 최대 면적 포도밭’ 스페인, ‘전통의 와인 강자’ 프랑스, ‘리슬링의 황제’ 독일, ‘주정강화 와인의 대명사’ 포르투갈, ‘신대륙 와인의 제왕’ 미국, ‘와인의 발상지’ 조지아(그루지아), ‘황제들의 와인’ 몰도바 그리고 ‘와인 신대륙’ 칠레·호주·남아공 등등. 저마다 자기 나라 와인에 대한 찬란한 수식어를 붙이는데, 슬로베니아 와인도 이 리스트에 한 자리를 차지한다. 오렌지 와인이다. 많은 이들이 오렌지로 만든 와인이라고 오해하지만 당연 포도로 만들었다. ‘제4의 와인’으로도 불린다. 몇 년 전 영국 와인저널 디켄터의 칼럼니스트 크리스 머서(Chris Mercer)가 자신의 칼럼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은 오렌지 와인일 것’이란 추측을 해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레드 와인 양조 방식을 접목해 만들기 때문에 레드 와인의 풍부함과 화이트 와인의 상쾌함을 모두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첫맛은 화이트, 끝맛은 레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도 슬로베니아에 있다. 드라바강(Drava River)을 중심으로 펼쳐진 마리보르는 슬로베니아 제2의 도시로, 생산되는 와인 중 90% 정도가 화이트 와인인, 그야말로 화이트 와인의 천국이다. 마리보르 사람들의 와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대단한데, 그 자부심의 한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가 있다.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라 온 이 포도나무는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16세기에 지어진 올드 바인 하우스(The Old Vine House)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과거 성벽의 일부였던 올드 바인 하우스는 현재 와인 전시 및 테이스팅 룸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오래된 포도나무와 함께 마리보르 와인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상징으로 꼽힌다.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여행하는 동안 한 번도 화내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다. 어느 레스토랑에서 가이드가 내게 슬로베니아식 치킨을 맛보여주기 위해 웨이터에게 십분 동안 치킨에 관해 이것저것 물었지만 그는 시종일관 웃으며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같으면 메뉴판을 던져놓고 나갔을 텐데 말이다. 김이듬 시인은 그의 책 디어 슬로베니아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대한 자유롭고 게으르게,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삶이라는 여행을 누려가야겠다.” 슬로베니아를 여행하다보면 알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에 낙관과 사랑이 생겨나게 하는 것은 열렬함과 치열함이 아니라, 한낮의 따스한 햇볕과 한 줌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하는 사실을 말이다. ☞ 여행정보 슬로베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다. 독일의 뮌헨공항을 거쳐 아드리아에어(www.adria.si)를 이용하는 편이 가장 저렴하다. 블레드는 오스트리아 국경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등 인근 국가에서 도착하고 출발하는 국제선 전용 기차역이 따로 있다. 자세한 정보는 유레일 홈페이지(www.EurailTravel.com/kr)를 참조하면 된다. 중부유럽과 발칸반도를 잇는 주요 열차도 류블랴나를 거쳐 간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비자는 필요 없다. 통용되는 화폐는 유로화이며,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다. 블레드의 그랜드호텔 토플리체(www.hotel-toplice.com)는 유서 깊은 호텔이다. 호수를 바라보는 전망이 빼어나다. 류블랴나의 센트럴호텔(www.centralhotel.si)은 기차역에서 가깝다. 시내 관광의 중심인 프레셰레노프 광장도 지척이다.
경제뉴스를 매일매일 보다보면 위기가 아닌 날이 없다. 새로운 뉴스가 나오기 마련이고, 시장은 그 뉴스에 흔들린다. 작년 말에는 금리인상 우려, 올 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최근에는 금리인상 속도 우려, 양적긴축 우려 등으로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하루하루를 보면 위기의 연속인데, 길게 보면 증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계속 우상향하고 있다.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증시는 더 하락할 것 같지만, 막상 위기가 끝나기도 전에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아직 좋은 소식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증시가 먼저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많이 오르면 배가 아파서 지금이라도 사고 싶고, 많이 내리면 무서워서 당장이라도 팔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지라, 결국 뉴스를 보고 뇌가 판단내리는 것이 아니고 흔들리는 마음이 판단을 내리게 된다. 문제는 대중의 마음이 대개 비슷하기 때문에 비슷한 시점에서 가장 욕심이 나고,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더 많이 오르기도 하고 더 많이 하락하기도 한다. IMF·리먼 브라더스·코로나 때, 세상이 망할 것처럼 증시가 하락했지만 나중에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올라가곤 했다. 반대로 자고나면 오르는 시기도 있는데, 영원히 오를 것 같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려와 있다. 투자는 새옹지마처럼 투자하는 것이 좋다. 좋은 일이 있으면 곧 나쁜 일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쁜 일이 있으면 이번에는 좋은 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미리 움직이는 것이 낫다. 남들이 욕심을 낼 때 같이 욕심을 내고, 공포를 느낄 때 같이 참여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세계 최대 펀드인 마젤란 펀드는 전설의 피터린치가 이끄는 13년 동안 단 한 해도 손실 없이 연평균 28.7%의 수익을 냈다. 투자한 사람들은 다 부자가 됐을 펀드였음에도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손실을 입었다. 고점에 사고 저점에 팔았기 때문이다. 투자를 잘 모르겠다면 적립식 장기투자가 정답 경제뉴스를 매일 보고,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경제를 잘 이해하고 주식투자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투자수익률은 경제지식과 상관이 없고, 자주 사고파는 것과도 상관이 없다. 과거 침팬지와 펀드매니저의 주식투자 대결 이야기가 있다. 각자 몇 종목씩 골라서 투자를 했다. 침팬지는 글씨를 모르니 무작위로 아무거나 뽑은 셈이고, 펀드매니저는 앞으로 전망이 좋을 주식을 고른 셈이다. 결과는 침팬지의 승리였다. 주식전문가들이 나와서 수익률로 순위를 매기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1등이 0%였다. 나머지는 모두 손실을 봐서 수익을 못 낸 사람이 1등을 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투자를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은 로또 번호를 잘 맞출 수 있다는 확신과 비슷하다. 2020년 3월에 코로나로 인해 세계증시가 그렇게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몇이나 있었을까? 미국에 연금자산 12억이 넘는 부자들이 2020년 기준으로 26만 명이 넘는다는 뉴스가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넣은 연금이 어떻게 그렇게 많이 불어날 수 있었을까? 이들은 평생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금으로 주식에 투자를 했다. 우량한 회사 주식을 여러 개 사서 은퇴할 때 열어보니 이렇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일 경제뉴스를 보고, 주말에 움직이지도 않는 주식창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투자 때문에 일희일비하면서 가족·지인들과 눈도 안 마주치고 이야기한 스스로를 생각해보자. 그렇게 해서 정말 돈을 많이 벌었는지? 혹시 돈 말고 더 중요한 것을 잃은 것은 없는지. 직장인에게 가장 좋은 투자는? 직장인의 가장 중요한 현금공급원은 월급이다. 이 월급을 계속 받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직장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 사회계약이다.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모은 돈으로 투자해서, 부를 더 빨리 이루고 싶은 것은 모두의 소망이다. 하지만 그것이 주객전도가 되면 안 된다. 투자를 위해 직장을 소홀히 한다고 투자수익률이 좋은 것도 아니다. 본인의 급한 마음만 표현할 뿐이다. 가장 좋은 투자는 수익률이 아니라 내 마음이 편한 투자다. 어딘가에 투자를 하고 나서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잘 투자한 것이다. 불안해서 계속 확인하거나 다시 팔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투기라는 것이 굉장히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영어로 투기를 뜻하는 ‘speculation’의 어원은 망루를 뜻하는 라틴어 ‘specula’라는 단어가 어근이다. 망루에서 멀리 내다보는 동작, 즉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올 미래를 보는 사람을 투기꾼이라고 한다. 미래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확률에 자신의 돈을 거는 것이다. 맞추면 돈을 벌고 틀리면 돈을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라고 하지만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좋은 투자는 미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그렇게 될 것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여기는 좋아질 수밖에 없어”, “이 기업은 계속 좋아지고 있고 주가도 언젠가는 오를 수밖에 없어”라고 생각하는 곳에 투자를 하면 마음이 편하다. 10년간 미국 우량주 500개를 모아둔 SP500 지수의 10년 상승률을 보면 연평균 15% 이상 올랐다. 반면 이 정도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매니저는 별로 없다. 월급날마다 꾸준히 적립식으로 우량한 곳을 모아둔 ETF를 사두거나 지수 ETF를 사거나 알짜 부동산을 사는 전략을 취하면 평균의 수익률이 복리로 누적되면서 높은 확률로 풍족한 노후를 선물해 줄 수 있다. 젊은 나이에 빨리 돈을 모아 빨리 은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면 남들보다 높은 수익률이 필요하고, 당연히 무리한 투자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한 번 뿐인 여러분의 인생을 어느 쪽에 걸 것인지 생각해보며 투자를 했으면 한다.
5월은 수많은 꽃이 피는 시기다. 특히 이팝나무 등 나무꽃들이 본격적으로 피는 때다. 그럼에도 이번 달 소재로 보리밭을 선택한 것은 5월의 들녘에서 푸른 보리밭이 물결치는 것이 정말 장관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 때 보리밭 물결은 우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참 근사하다. 5월 말엔 보리가 노랗게 익어가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보리밭을 볼 때마다 박완서의 동화 또는 성장소설 자전거 도둑이 생각난다. 5월, 푸른 보리밭이 물결치는 들녘 자전거 도둑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글 중 하나로 돈과 요령만 밝히는 어른들 틈에서 자신을 지켜나가려고 하는 열여섯 살 수남이의 성장 일기다.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다. 주인공 수남이는 시골에서 상경해 청계천 세운상가 전기용품 도매상에서 일하고 있다. 수남이는 부지런해 주변 사람들 칭찬을 받는다. 주인 영감은 그런 수남이에게 “내년 봄 시험 봐서 고등학교에 가라”고 독려하고, 수남이는 고등학교에 갈 생각만 하면 ‘심장에 짜릿한 감전을 일으키며 가슴을 온통 휘젓는 이상한 힘’이 생긴다. 수남이가 고향을 그릴 때 생각하는 이미지는 ‘바람이 물결치는 보리밭’이다. 그가 일하는 가게 골목에 심한 바람이 불자 수남이는 시골 풍경을 떠올린다. 시골의 바람 부는 날 풍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보리밭은 바람을 얼마나 우아하게 탈 줄 아는가, 큰 나무는 바람에 얼마나 안달 맞게 들까부는가,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함께 사는 숲은 바람에 얼마나 우렁차고 비통하게 포효하는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이 골목에서 자기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수남이를 고독하게 했다. 그런데 주인 영감은 어느 날 바람이 심하게 부는데도 배달을 다녀오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배달 나갔을 때 자전거가 바람에 넘어져 옆에 세워둔 자동차에 약간의 상처를 낸다. 차 주인은 수남이에게 수리비를 요구하지만, 수남이가 내지 못하자 수남이 자전거를 묶어둔다. 이 시련 앞에서 수남이는 구경꾼들의 부추김에 따라, 차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자물쇠를 채운 자전거를 들고 돌아오는 것을 택한다. 주인 영감은 수남이가 한 짓을 나무라기는커녕 잘했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수남이는 도둑질만은 하지 말라고 당부한 아버지와 도둑질로 순경에게 잡혀가던 형의 모습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느낀다. 결국 수남이는 주인 영감의 이중성에 실망하면서 ‘도덕적으로 자기를 견제해 줄 어른’을 그리워하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내용이다. 수남이가 죄책감 때문에 귀향하려고 짐을 꾸릴 때도 다시 보리밭이 등장하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다. 소년은 아버지가 그리웠다. 도덕적으로 자기를 견제해 줄 어른이 그리웠다. 주인 영감님은 자기가 한 짓을 나무라기는커녕 손해 안 난 것만 좋아서 ‘오늘 운 텄다’고 좋아하지 않았던가. 수남이는 짐을 꾸렸다. 아아, 내일도 바람이 불었으면. 바람이 물결치는 보리밭을 보았으면. 마침내 결심을 굳힌 수남이의 얼굴은 누런 똥빛이 말끔히 가시고,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빛났다. 이처럼 보리밭은 이 소설에서 도시생활을 하는 열여섯 살 소년에게 향수의 대상이자, 순수했던 시절의 상징으로 나오고 있다. 자전거 도둑은 작가가 1979년 샘터사에서 낸 첫 동화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에 들어 있는 동화였다. 그런데 한 출판사가 1999년 이 중 몇 개를 어린이들을 위해 추려 다시 책으로 펴낸 동화집의 표제작으로 실렸다. 처음 발표한 지 40년이 더 지났기 때문에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작가와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수남이가 한 행동이 도둑질인가’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어쨌든 남에게 피해를 입혀놓고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가는 행동은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바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긴 일인데, 가난한 점원에게 고액을 요구한 차 주인이 더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작가는 수남이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적으로 견제해 줄 어른’이라고 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보리밭 사잇길로~’ 고향생각에 빠져들다 내 또래 중 시골에서 자란 사람은 보리밭에 얽힌 추억이 많을 것이다. 어릴 적 가을걷이를 끝내고 나면 바로 논에 보리를 심는 집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엔 시골에 가보아도 겨울에 파란 보리밭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곳곳에 보리밭축제 같은 행사가 생겼을 것이다. 보리는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인 초겨울, 한 4~5cm쯤 자랐을 때 보리밟기를 해주어야 튼튼하게 자란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웃자라 수확량이 준다. 우리는 밟으면 보리싹이 부러져 못쓰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심조심 밟았다. 그러면 어른들은 “건성건성 밟지 말고 꾹꾹 밟아라”고 했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지 않고 보리밟기 행사에 가는 날도 있었다. 우리 옆집은 논이 많아서 일꾼들이나 가족들만으로 보리밟기를 다 할 수 없었다. 옆집 할아버지는 동네 꼬마들에게 논 한 마지기당 50원 정도의 ‘수당’을 약속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물론 우리들은 보리밭에서 놀 수 있고 용돈까지 받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였다. 그 당시 50원이면 라면 한 봉지 정도 값이라 애들에겐 적지 않은 액수였다. 요즘은 그 넓은 보리밭을 일일이 밟는 것은 불가능할 텐데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작가 박완서의 남편은 1970년대 청계천 세운상가 근처에서 전업사를 했다. 맏딸 호원숙씨는 한 글에서 “형광등, 서클라인, 그 안에 들어가는 안전기나 스타터·플러그·소켓·전선 등을 취급했다”며 “품목은 많았지만 길고 좁고 어두컴컴한 통로와도 같은 가게였다”고 했다. 호씨는 또 “하늘이 보이지 않던 그 골목엔 언제나 매캐한 먼지바람이 휘몰아쳤었다”고 했다. 자전거 도둑에 나오는 세운상가 전업사와 일치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작가가 자전거 도둑을 남편한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어쩌면 주인 영감이 작가의 남편일지도 모르겠다. 이 세운상가 전업사와 남편이 등장하는 작가의 소설이 하나 더 있다. 작가의 남편은 1975년 뜻하지 않은 사기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단편 조그만 체험기는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검찰·구치소·법원 등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불친절한지, 심지어 얼마나 냉대하고 비리도 많은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황석영은 ‘한국 명단편 101’을 골라 작품집으로 얽으면서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조그만 체험기를 골랐다.
“걸핏하면 제기하는 학부모 민원 탓에 교사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나 하는가. 어쩌다 학교가 ‘민원 공화국’이 됐는지 모르겠다.” 이범희 서울양정고등학교 교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조금만 불만이 생겨도 득달같이 교육청으로, 학교로 민원을 들이민다”며 “교사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학교의 권위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최근 열기를 더해가는 시·도교육감 선거와 관련해서는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직선제를 하다 보니 인기 영합주의로 흐르고 초·중·고 교원들의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해 교수들의 잔치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감을 선거로 뽑는다는 것은 우리 현실에 적절치 않다”며 “교육감을 임명제로 전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되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지난해 3월 서울대 교수를 정년퇴직하고 모교인 양정고 교장에 취임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퍼듀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로봇학회 회장을 지낼 정도로 로봇공학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권위자이다. 양정고는 1905년 5월 개교한 대한제국 최초의 민족사학. 지금은 서울 시내 손꼽이는 자율형사립고로 자리매김한 명문 고교다. 현재 서울 시내 자사고교장협의회 고문으로도 활동하는 이 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한 수월성 교육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는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온갖 규제에 묶인 자사고들이 재정난을 견디지 못해 일반고로 투항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조희연 교육감이야 속으로 흐뭇했겠지만 수월성 말살 교육은 정부가 할 짓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다음은 이 교장과 일문일답. 윤석열 당선인 등장으로 교육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어떻게 전망하나. “딱 두 마디가 귀에 들어왔다. 먼저 정책 입안 시 현장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듣고 전문가 의견도 소중하게 듣겠다고 하더라.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임명되는 것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 당시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나뿐만 아니라 많은 교수들이 그랬다. 우리가 이럴진대 교육부 공무원들은 얼마나 좌절했겠나. 각 분야 전문가를 중시하겠다는 윤 당선인 말에 기대가 크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장점을 살려 선출직을 차지하는 것이야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교육부장관만큼은 전문가를 등용했으면 좋겠다. 정치하는 사람치고 전문가는 없다.” 자사고 교장으로서 감회가 남달랐을것 같은데. “‘교육은 다양성과 수월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박수를 쳤다. 이제 교육이 제대로 되겠구나 싶었다. 자사고와 외고, 과학고는 수월성 교육기관이다. 소위 특목고라고 불리는데 여기는 억압할 게 아니라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특별 지원책을 강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미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수월성 교육이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자사고는 부활될 것으로 보나. “자사고 일괄 폐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이 제기돼 있다. 그 결과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2025년 모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토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사문화될 것으로 본다.” 문재인 정부는 왜 자사고 폐지에 골몰했을까. “사회주의적 포퓰리즘 때문이다. 자사고 폐지를 놓고 여론조사를 하면 20명 중 19명은 찬성한다. 그러니 교육감이건 국회의원이건 표에 이득이 되니까 자사고 폐지에 열을 올린다. 모두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일방적인 보편성 교육만 강조했다. 심지어 직업교육에서도 수월성 교육을 없애 버렸다. 예전의 명문 직업계고교들이 지금은 모두 몰락하거나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상고나 공고생들이 서울대 등 유명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거의 봉쇄됐다. ‘반수월성 교육’ 정책은 직업교육의 전문성까지 후퇴시켰다.” 지난해 일부 자사고들이 일반고 전환을 선언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재정난이 제일 크다. 예컨대 우리 학교는 신입생 정원이 420명이다. 이중에서 사회적배려대상자를 20% 뽑아야 한다. 그런데 그 인원을 채울 수 없다. 결원의 상당수가 여기서 나온다. 이로 인해 한 해 등록금 손실액만 십 수억 원에 이른다. 웬만한 자사고는 재정난을 견딜 수 없다. 몇몇 자사고들이 백기투항한 데는 이런 요인이 크다. 아마 조희연 교육감은 속으로 흐뭇했을 것이다. 참으로 집요하고, 교묘한 자사고 죽이기 정책이다. 그런데 이러면 교육도 망하고 나라도 망한다.” 서울대 교수에서 자사고 교장으로 변신했다. 1년 정도 해보니 어떤가.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자사고들이 신입생을 뽑는데 9천 명 정도가 지원했다. 이중 6천여 명을 뽑는데 모두 컴퓨터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월성 교육하겠다는 학교에서 학생을 뺑뺑이로 뽑는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건 국가가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고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입전형에서 꼭 필요한 게 학생부인데 여기에 경시대회 입상실적이나 영재교육 프로그램 이수실적을 쓰지 못한다. 학생부조차도 ‘하향평준화’시킨 것이다. 게다가 수능도 쉬워졌다. 약간의 변별력이 있기는 하지만 대학입시도 뽑기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단언컨대 답은 노(NO)이다.” 자사고 정체성이 많이 퇴색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름은 자율형사립고인데 ‘자율’이 없다. 뭐가 자율인지 모르겠다. 학생선발권도 없고 교사들의 처우를 달리할 수도 없다. 부장수당도 일반고와 같은 월 7만 원, 담임수당은 월 13만 원으로 꽁꽁 묶여 있다. 등록금도 마음대로 못 올린다. 공립학교와 다를 바 없는 자사고라면 차라리 일반고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선생님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자사고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자사고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교수생활을 했다. 양국의 교육을 본 소감은. “미국이 세계 1등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은 교육의 힘이다. 우리로 치면 초·중·고교에 해당하는 K12부터 대학교육까지 치밀하고 치열하게 교육한다. K12에서는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그 학생의 특성을 정확하게 기록해 이를 토대로 잘하는 아이들은 월반을 허용하는 등 수월성 교육을 제대로 한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집대성된 추천서를 입학사정관들이 면밀히 검토해서 판단한다. 또 미국의 대학들은 교육에 열정을 쏟는다. 학생들은 잠 잘 시간이 없을 정도로 무섭게 공부한다. 반면 우리 대학들은 연구에만 집중한다. 교수들도 교육은 등한시한다. 교육 없는 대학교육은 사상누각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교육감을 선거로 뽑는다는 건 적절치 않다. 인기 영합주의로 갈 게 뻔하다. 교육감은 임명제가 바람직하다. 교육부장관이 임명하되 철저하게 자치권을 보장,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징계하면 된다. 그래야 유·초·중등분야 전문성과 행정력을 갖춘 초·중·고 교장선생님이나 혁신적인 분들이 교육감이 될 수 있다. 교육감 선거가 왜 교수들의 잔치가 돼야 하는가.” 교육부 폐지도 여론의 관심사다.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은 백년대계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부처를 폐지하는 것은 반대다. 다만 교육부의 역할과 기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너무 많이 간섭하고 통제했다. 고등학교 이하 업무는 교육청으로 완전히 이관하고 대학에도 자율권을 충분히 줘야 한다. 미국의 경우 교육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는 딱 세 가지다.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을 어떻게 하면 잘해줄까, 학생복지를 어떻게 잘할까, 그리고 직업교육에서 수월성 교육을 어떻게 잘할까 등이다. 우리 교육부도 이런 역할에 역점을 둬야 한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통합에 대한 생각은. “과학기술과 교육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교육은 상대방이 있는 것이고 과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둘을 묶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MB 때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들어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인수위가 검토하는 모양인데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학교장으로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 “요즘 학교는 민원공화국이다. 걸핏하면 교육청에 전화해서 항의하고 민원을 제기한다. 이를 처리해야 하는 교사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미국의 경우 학부모가 학교에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법이 없다. 불만이나 시정요구가 있으면 먼저 학교 PTA에 이를 제출하고 거기서 학부모 위원들이 사전에 검토한다. 그리고 민원이 타당하다고 판단될 때 학교나 교육당국에 이를 전달한다. 개인적 이익을 위한 민원 등 부적절한 것은 모두 이곳에서 사전에 걸러낸다. 우리는 학교건 교육청이건 일단 항의부터 하고 본다.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다. 얼마 전 한 학부모가 학교업무에 도움을 줬다고 생색을 내면서 이런저런 요구를 해왔다. 그래서 “교육자하고 딜(거래)하려 들지 마라”고 단칼에 거절했다. “우리 학교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라”고 강하게 말했다. 비록 힘없는 교장이지만 학부모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야단친다. 언제부터 선생님은 ‘선생’으로 학부모는 ‘학부형님’이 됐는지 모르겠다.”
개교 95년을 맞은 유서 깊은 초등학교가 있다. 사교육 일번지인 서울 강남에 있으면서도 ‘사교육이 필요 없는 학교’, 학생들이 자유롭게 재능을 펼치는 ‘명품 학교’로 꼽힌다.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서울언주초등학교(교장 김호산)는 2019 방과후학교(돌봄교실) 활성화 우수학교 교육장 표창, 2021 학교체육활동 우수활동 교육감 표창 등 화려한 수상실적이 증명하는 명문이다. 맘카페나 교육관련 블로그에서는 ‘학부모가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로 평가된다. 교육열이 가장 높다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어떤 교육을 하길래, 그런 평가를 받고 있을까? 언주교육가족의 뜻을 교육으로 실현해내다 2019년 3월 부임한 김호산 교장이 매년 학부모연수에서 강조하는 것은 언주교육가족의 자율과 책임이다. 그만큼 언주초의 교육활동은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요구가 적극 반영되어 이루어진다.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는 수준 높고 다양한 방과후교실이다. 초등학교에 승마장이 있다고 하면 놀랄 만도 하지만, 언주초 학생들은 말이 거니는 교정이 익숙하다. 언주초의 방과후교실은 승마·골프·마술 같이 가정에서 사교육으로 배우기는 어렵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꾸려져 있다. 현재 대면수업으로 61개 부서가 운영되어 1,897명(중복)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185개 부서까지 운영했을 만큼, 잠재력이 풍부하다. 학생들은 크리스마스 같이 특별한 날에는 학교 연못이 있는 무궁화동산에서 언주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다. 평일과 토요일에는 피구·축구·야구를 포함한 다양한 스포츠클럽에도 참여한다. 정규수업시간에는 학년군별 1인 1악기 교육프로그램으로 국악타악기(1~2학년), 칼림바(3~4학년), 우쿨렐레(5~6학년)를 배운다. 정규수업시간부터 방과후까지 학생들이 좋아하고 기대하는 활동이 학교 안에서 가능하니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언주초는 다채로운 방과후교실과 문화·예술·체육활동 때문에 ‘사교육이 필요 없는 학교’로 유명하다. 지역사회에서 해야 할 돌봄역할에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4~6학년 연계형 돌봄과 1~6학년 아침돌봄교실을 포함하여 돌봄교실은 총 9개 학급이 운영되어 200여 명의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학습 측면에서도 정규수업시간 외에 점프업·키다리샘·디딤돌반 수업 등 학생들의 기초학력신장 프로그램이 매일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교육을 지금, 여기서 실천하는 학교 언주초는 거의 백 년에 가까운 역사를 간직한 학교이지만, 학교 외관은 크고 세련됐다. 내적으로는 생태전환교육·AI 교육 등 미래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교내 곳곳에 공기정화식물이 많고 학생들은 원예치료사 강사와 공기정화식물화분 만들기 체험을 한다. 옥상텃밭을 조성하였고, 도시농부·그린커튼 환경구성 등 학교의 생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학생이 직접 ‘가까운 거리걷기, 전등끄기, 교내 식물이름 알고 가꾸기’ 캠페인을 하고, 가정에서도 실천할 수 있도록 학부모연수를 진행한다. 2021년 가을에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학생들에게 자연을 느끼는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한 행사로 ‘서울언주초등학교 푸른하늘 온라인 사진전’을 개최해 많은 학생이 아름다운 하늘 사진을 공유하고 감상했다. 언주초는 시설 환경 측면에서도 미래교육을 위한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매년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2020년에는 도서관과 놀이터를 리모델링하고, 옥상놀이터를 구축하여 학생들의 놀이공간을 확장하였다. 2021년에는 시청각실·방송실·과학실(뉴튼실)을 새단장하였고, 실과실을 리모델링하여 구글크롬북 등을 활용해 수업할 수 있는 AI 교실로 만들었다. 2022년에는 지하 공간을 활용한 스마트 체육교실, 무궁화동산 옆 꿈담 놀이터 구축, 스마트 과학실(장영실반), 운동장 노후 인조잔디 교체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언주초의 변신은 아직 진행 중이다. 자율과 책임이 이끄는 양질의 교육과 유능한 교사 현재 언주초의 재학생은 1,570여 명이고 교직원의 수도 100명이 넘는다. 이 많은 사람의 요구와 소망을 반영하기에 쉽지 않을 텐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언주교육가족이 스스로 좋은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교육청이나 지역사회에서 학생들을 위한 사업을 공모하고 지원해주어도 학교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그 지원이 학생에게까지 도달하지 않는다. 언주초는 1~6학년 전학급이 학년별 특색을 반영한 공모사업에 지원하여 1~2학년은 안정과 성장맞춤형 교육과정을 위해 꿈과 재미를 주는 ‘꿈잼교실’을, 3~6학년은 협력적 창의지성감성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우리가 꿈꾸는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진행한 ‘미래교육체제 탐색을 위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들에게 학교 밖 다양한 활동을 소개·연결시켜주는 교사’를 원한다고 한다. 언주초의 교사들은 학교 밖 지원사업과 인프라를 활용하는 정보력과 실행력이 매우 좋다. 덕분에 학생들은 학교로 찾아오는 수련회, 찾아오는 문화다양성 수업 등 다채롭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또 교사 간 수업연구가 매우 자발적이고 협력적으로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학년협의회가 활성화되어 있어 교육과정재구성과 교재개발 연구가 활발하여 교직원의 직무만족도가 높다. 올해는 예비교사실습협력학교로 선정되어 예비교사 양성에도 일조할 예정이다. 공립학교 교사의 인력배치는 순환근무제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언주초 교사에 대한 평가와 학생·학부모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교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학교분위기와 학부모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과 책임이라는 3박자가 조화를 이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경받는 학교장의 특별한 리더십 전교직원의 자발적인 노력, 언주가족 중심의 교육이 가능하게 된 바탕에는 특별한 학교장의 마인드가 있다. 김호산 교장은 평소에도 “비교하지 말고, 너무 애쓰지 말라”는 말을 교직원들에게 자주 한다. 담당자의 마음이 편안하도록 배려해주는 그 말에서 교직원들은 오히려 힘을 얻는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한 번쯤 있을 수 있는 실수를 나무라기보다는 유머와 인자한 태도로 너그럽게 넘기는 것도 김 교장의 리더십이다. 김 교장은 특히 매년 1학년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그림책 읽어주기 수업을 진행하고, 6학년의 진로수업도 직접 나서서 한다. 교장 혼자 넓은 교장실을 차지하고 군림하는 모습은 언주초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1학년 학생들은 김 교장이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고 들으며 마음을 가꾼다. 방송조회시간에는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을 직접 준비해 읽어주며 훈화시간을 즐거운 경험으로 바꿔준다. 6학년 수업에서는 ‘삶은 달걀’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잘못을 삶은 달걀 껍데기에 쓴 후 깨뜨린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잘못된 모습을 깨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이런 수업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에 정성을 다하는 교장의 모습에서 교사들도 감명을 받는다. 또한 학부모를 대신해 교통봉사를 하거나, 담당자가 바쁘거나 사정상 자리가 비웠을 때 학교보안관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자발적인 변화를 거듭하는 학교, 교육공동체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민주적이면서도 포용적인 학교문화의 롤모델이라면 단연, 서울언주초등학교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은 ‘닥치고, 대학 진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교육의 본연과는 괴리되어 있다. 모든 국민이 대학 진학만을 외치는 현 상황은 전인교육이나 국민직업교육 등 교육의 본령 차원에서 보면 비이성적이며, 비합리적이다. 사실 모두가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만 졸업하면 원하는 일자리가 주어지는 것도,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우리 기성세대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적성에 따라 직업교육을 받고, 소질과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결혼·출산·육아 등 평범한 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를테면 ‘성실하게 노력하는 소시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을 살리는 직업교육’에 대한 정책적 준비와 노력이 지금 필요하다. 첫째, 정부기관의 협의체인 가칭 ‘국가 미래직업교육위원회’를 구성, 대한민국의 발전적인 미래를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여야 통합의 균형적 구성(산업체 인사+중·고등직업교육기관 인사+정부기관 인사+ 입법기관 인사 등으로 구성)을 통해 반드시 미래 지향적인 협력문화가 발현되도록 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중등직업교육과 고등직업교육의 적정 비중(비율)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대학 입학률은 최고!, 대학 졸업 후 취업률은 최저!’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오직 ‘닥치고 대학 입학’만을 외치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 재수·3수·4수를 하느라 창의적인 열정과 불도저와 같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청년의 시기를 안타깝게 보내고 있다. 때문에 교육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지만 첫 직장에 이르는 나이는 제일 늦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두 번째 제안으로는 ‘국민 직업교육과 관련한 정부 부처 차관은 반드시 직업교육과 관련된 우수한 인재(산업체 경력인사 및 중·고등직업교육 경력인사 등)로 임명’하여 국민 일자리 창출과 국민 직업교육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산·학·관의 협력시스템이 구현되는 인력양성 직업교육을 구축, 바람직한 미래를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의 국민 일자리 창출과 국민 직업교육에 대한 확고하고 지속적인 추진 의지를 표명하여야 한다. 세 번째 제안은 지난 70여 년 동안 개정 논의는 있었으나 여러 가지 요인과 복잡한 사안에 얽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학제개편을 통한 직업교육 정책 구현’이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춤형 인재, 즉 창의·융합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하는데 과연 우리나라의 학제가 적절한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산업사회의 급속한 발전에 대응하는 산·학·관 협의체 구성과 산업체의 인력양성 요구를 담아내고, 미래를 준비하는 직업교육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여 년 동안 개편되지 않고 있는 현행 학제에서는 국민 직업교육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미래를 생각할 때, 대한민국의 학제는 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2년+2년: 진로탐색 및 진로체험, 진로선택 등), 고등학교 3년(직업교육 분야는 3년부터 다양한 학제 도입: 3년·4년·5년·6년 등 산업 분야별 기능과 기술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 고등단계의 직업교육과 과감한 융합학제 도입. 연속된 하나의 교육과정이 필요함), 그리고 대학 4년으로 되어있는 ‘5→4→3(3~6)→4학제’를 제안한다.(표 1 참조) 예를 들어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중등단계 직업교육 3년)+광운대학교(고등단계 직업교육 2년~3년)를 융합시킨 광운인공지능사관학교(5년~6년제 직업교육 사관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하여 기능을 겸비한 기술인력의 양성과 산학협력에 의한 맞춤형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네 번째 제안은 ‘강력한 대학·대학교 정원 구조조정’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벚꽃 개화 시기의 순서와 함께 대학이 문을 닫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데 따른 대학 구조조정이다. 반드시 선제적이며 개혁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대학 졸업자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무시하고, 선거 때만 되면 반값등록금·취업장려금·청년실업수당 등을 지원하며, 닥치고 대학 진학을 장려하는 모순과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원하는 일자리는 충분한가? 또한 모두가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 데이터가 피드백 되어 대학·대학교의 구조조정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로 ‘중소기업·강소기업·스타트기업 육성 등 정책적 지원 및 근로환경 개선’을 제안한다. 대한민국 국민 중 직장인의 60~80%는 중소기업·강소기업·스타트기업·자영업과 연계하여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소질과 역량에 알맞은 직업을 구축하고 그 직장에서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중소기업·강소기업·스타트업·자영업에서도 이직하지 않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풍토(정책시스템 개발)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여섯 번째 제안은 ‘국가 미래를 위한 병역제도 개선 및 복무기간 조정’이다. 먼저 부사관 비율을 확대하면 일반 사병들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직업계 고등학교의 군 특성화학과(부사관 연계 근무) 제도를 확대하고, 직업계 고등학교와 부사관 교육 업무협약을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졸업 후 바로 입대하여 6개월 간 일반 사병으로 복무한 후 단기 부사관(2년 근무 후 전역), 중장기 부사관(3년~5년 복무한 후 전역), 직업군인 부사관(장기 복무)으로 복무를 선택하는 방안이다. 예컨대 3년 이상 부사관으로 복무한 후 전역하면, 군무원 시험에 가산점을 부여하여 군무원으로의 취업도 가능하도록 배려해주어야 한다. 앞으로는 인구(신생아 출산율)가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하므로 장기적 대안으로 모병제에 대한 검토와 준비도 필요하다. 따라서 중소기업 등에 취업한 인력의 산업기능 요원제도 인원을 더 확대하여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해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곱 번째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에서 경력사원 채용 시 인력양성 비용의 3~5배까지의 이적료를 지급하는 법제화 구축’을 제안한다. 대기업·중견기업 등 기업에서 경력사원 채용 시 이전 직장에 인재양성의 비용 지급을 의무화하고,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여덟 번째 제안은 ‘초·중·고 교원 처우개선, 10년 주기 교원 안식년제 도입 법제화’이다. 2022 교육과정의 혁신방안을 성공하려면 교원역량강화를 위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위학교에서 교육이 성과를 나타내고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교원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위학교 교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 역량 강화를 위한 큰 노력과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교원에게 임용 시점부터 매 10년이 지난 후, 1년의 안식년제를 도입하여 교원자격 갱신 연수, 시대에 맞춘 수업방법 혁신, 세대 간 소통교육 등의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체제를 혁신하는 데 교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교원의 안식년제는 지금 바로 필요하다. 임용 후 1급 정교사 연수 외에는, 교사역량을 강화할 방법이 제도상으로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센티브제가 도입되어 교원역량개발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교원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끝으로 심각한 ‘중등직업교육의 대규모 미달사태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현재 중등직업교육의 비중(비율)이 대규모 미달사태 등으로 16%까지 떨어지고 있으며, 이대로 내버려 두게 되면 신생아 출생 감소에 비례, 지속적인 감소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우리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중견기업·강소기업 등의 인력난을 더욱 가속시킬 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발전과 세계 경제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적정규모의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서 제안한 대학과 대학교의 구조조정, 국민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학제개편, 중소기업 등의 근로환경 개선 등을 통한 중등단계의 직업교육 비중을 40~50%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늘려 바람직한 국민직업교육시스템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 교육이 망가지는 이유. 필자가 지난해 집필을 완료한 책 제목이다. 지역의 교육을 잘하게 하려고 그 수장인 교육감을 뽑는 것인데 교육을 망가지게 한다?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필자는 왜 이런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을 펴냈을까? 으름장도 아니고,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교육감 선거와 교육감 실태를 사실과 경험에 기초해서 가감 없이 기술하다 보니 책의 제목이 그렇게 된 것뿐이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아직도 의아해할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의 전개와 독자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독자들께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한번 스스로 답해 보시면 좋겠다. 1. 전국 17명의 교육감을 선출하는데 예산이 얼마나 들까? 그리고 그 예산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2. 올해 교육감 선거를 하는데 그 날짜는 언제인가? 3. 전국동시지방선거일 투표소에서는 총 몇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도장을 찍어야 할까? 4. 교육감 후보자에게도 후보자 기호 번호가 있는가? 5. 교육감은 정당과 관련이 있는가? 6. 교육감 선거에서 왜 단일화가 빅이슈인가? 7. 결론적으로 교육감이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적어도 위 일곱 가지 질문에 5개 이상 올바르게 답할 수 있어야 민주시민의 자격을 갖췄다 할 수 있고, 훌륭한 교육감을 뽑으려 하는 유권자라 평가할 수 있겠다. 이제 위 질문들에 모범답안을 점검해 보자. 1. 전국 교육감 선거 예산 _ 2,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예산은 각 시·도교육청의 재원이기도 하다. 교육감이 소속되는 교육청은 선관위가 요구하는 선거비용을 전출하게 되는데, 17개 교육청이 부담하는 선거비용을 모두 합하면 약 2천억 원이 된다. 이 예산은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써야 할 돈인데 교육감 선거가 있는 해는 교육과 아이들에게 사용하지 못하고 선거비용으로 쓰게 된다. 2. 올해 교육감 선거일 _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 교육감 선거일이다. 그래서 2022년은 6월 1일이 된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교육감 선거는 전국동시지방선거일에 얹혀서 시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3. 전국동시지방선거일에 받아야 할 투표용지 _ 대체로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총 7장의 투표용지를 준다. 7장 중 한 장이 교육감 투표용지이다. 재·보궐선거까지 치러지는 지역의 경우는 투표용지가 8장 이상이 된다. 4. 교육감 선거의 후보 기호 _ 다른 정치 선거와는 다르게 교육감 선거는 2014년 선거 때부터 후보자 기호 번호를 없앴다. 그래서 올해 교육감 투표용지에도 기호 번호는 없고, 이름만 적혀 있다. 5. 교육감의 정당 참여 _ 정당이 관여할 수 없는 게 교육감 선거다. 그래서 7장 중 6장의 투표용지는 정당을 대변하는 형태지만, 한 장의 교육감 투표용지만 정당과 관련이 없고 관련이 있어서도 안 된다. 6. 교육감 선거의 단일화 이슈 _ 교육감에 당선되는 데 압도적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단일화이기 때문에 그렇다. 교육감이 되려면 해당 진영에서 단일화가 되어야 하는 게 필수 요건이고, 당선에 제일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정당도 없이 후보자 개인을 잘 보고 투표해야 하는 교육감 선거이지만, 정작 후보자 개인의 역량과 이력, 혹은 그들이 제시하는 공약은 교육감 선거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7. 교육감의 역할 _ 3세부터 시작하는 누리과정,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과정의 3세부터 18세까지, 즉 15년 동안 학생들의 교육을 총괄하는 자가 교육감이다. 이렇게 막중한 자리가 교육감이지만, 이를 실감하는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다. 현실은 이렇게 암담하다.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라 명명된 지 오래다. 그 암흑의 정도는 선거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관여하지 못하는 ‘정치중립선거’이지만, 실상은 정치 선거보다 더 진영 대결과 편 가르기가 심한 난장판의 선거다. 교육감 선거가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얹혀 시행되는 탓에 유권자인 시민들도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투표소에 간 시민들은 7장의 투표용지에 투표도장을 찍기는 하나, 상당수는 교육감 후보로 누굴 찍었는지 알지도, 기억하지도 못한다.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필자는 29년 동안 교육부·교육청·대학·청와대 등에서 교육업무를 담당했다. 특히나 교육감 선거와 교육청을 담당하는 교육부 국장을 역임했고, 인천에서는 부교육감과 교육감권한대행으로 3년 넘게 일했다. 이러한 학습과 경험은 이렇게 부조리한 교육감 선거를 방치하는 것이 죄를 짓는 것으로 여기게 했다. 그래서 정작 교육을 발전시키지도 못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밝히지도 못하는 교육감 선거를 개혁하고자 정년을 8년 앞두고 깨끗하고 교육적인 선거를 만들기 위해 출마했었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을 망가뜨리는 이유 결론은? 중도 사퇴였다. 시민들의 관심이 없는 선거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고 하는데 교육감 선거는 철저히 아니었다. 시민들은 관심이 없고 후보자들은 정치중립선거인 교육감 선거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정치권에 기대어 부끄러운 행태를 보였다. 아이들을 위해서 써야 할 교육예산만 낭비하는 교육감 선거였다. 6월이면 다시 교육감 선거다. 지난 15년 동안 해왔듯이 교육감 선거를 깜깜이 선거로 방치한다면 교육의 망가짐이나 그 폐해가 너무나 크다. 후보자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은 어차피 교육감이 되고 싶어 선거에 나온 자들이기 때문에 당선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할 태세일 것이다. 교육과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감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교육감 선거가 교육을 망가뜨리는 이유다. 교육감 선거를 교육을 위한 선거, 아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과정이 되게끔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거 표준이 실천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고 하는데 그 꽃을 피우려면 민주시민이 절실하다. 그 민주시민이 되자. 특히나 교육감 선거에서 그 민주시민의 역할을 꼭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적어도 죄를 짓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깜깜이’ 교육감 선거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떤 교육감을 뽑아야 할까? 시민들이 관심을 두고 후보자와 공약을 자세히 검토하고 그래서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밝은’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 7장의 투표용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감 투표용지다. 이름만 인쇄된 투표용지에 누군가의 이름 옆에 투표도장을 찍을 때 무얼 보고, 왜 찍는지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고, 어느 당에 좀 더 기웃거리는 후보자인가가 아니라 후보자의 면면을 살피려는 노력에 기초한 선택을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후보자에 관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정당도 없는 선거이기 때문에 쉽게 보수냐 진보냐를 따진다. 이는 매우 비교육적이고 위험하기도 하다. 교육은 두 개의 선택지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영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허구요 일종의 사기다. 그저 자기네들 끼리끼리 감싸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지혜로운 유권자라면 사기당하지 않는다. 후보자의 면면을 보고 그가 살아온 과정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가 내건 교육공약을 세세히 살펴야 한다. 그게 교육적인지, 교육감의 권한사항인지, 실현가능한지, 예산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아이들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을 정도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지도 살펴야 한다. 고3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듯, 유권자들은 교육감 후보자에 관한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그런 민주시민이 되어야 한다. 좋은 교육감의 덕목과 역량 그렇게 교육감 후보자를 잘 살피는 과정에서 좋은 교육감의 덕목과 역량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의 연구와 교육행정 경험, 그리고 실제 교육현장에서 보고 배운 것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를 고를 때, 아래 기준을 기초하면 좋을 것 같다. 먼저 교육에 관심이 있고 교육에 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교육감은 해당 지역 수만 명 교사의 리더이고, 수천 명의 교육행정직원의 수장이다. 교육감이 교육에 대해 모른다면 교육감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후보자가 교육에 전문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학력·이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지금도 그러한 교육전문성 때문에 선거직인 교육감이지만, 교육 혹은 교육행정 경력이 3년 이상 있는 자만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선거직인 교육감 자격요건으로 내건 최소한의 것이기 때문에 3년의 경력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유권자는 후보자 경력을 심도 있게 점검해야 한다. 그의 교육에 관한 이력과 경험을 세세히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감은 해당 지역에서 수조 원에서 십조 원이 넘는 교육예산을 관장하는 기관장이다. 예산이 어떻게 확보되는지, 집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지,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교육을 위해 재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에 관한 비전과 세부실천계획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또한 후보자의 이·경력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공약을 치밀하게 검토해 보면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살필 수 있다. 공약에 재원확보 계획과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 세부내용을 보면 후보자의 예산·재정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셋째, 교육감은 청렴하고 깨끗해야 한다. 후보자 시절부터 그 됨됨이를 살필 수 있다. 어마어마한 교육감 선거비용을 절약하고, 스스로 깨끗하고 정직한 선거운동을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필자는 2017년 신문칼럼을 통해 교육감 후보자들이 실천했으면 하는 선거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적이 있다. 선거 예산을 절약하고, 정직하고, 깨끗한 선거가 그 핵심이다. 정치 선거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오염된 선거를 하는 후보자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 그들을 가려낼 수 있는 매의 눈을 유권자인 우리가 가져야 한다. 교육감 선거가 다가온다. 남은 기간이라도 각종 언론·방송사는 교육감 후보자들을 점검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보고 판단할 기초자료라도 생긴다. 정치 선거에 밀려 교육감 선거는 그런 기회도 없었다. 그 대가는 참담하다. 더 반복하면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미래를 여는 교육감 선거가 아닌 미래를 막는 교육감 선거라는 괴물을 키우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진정 유권자가 교육감 후보자의 면면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감 선거가 헌법과 법률이 명령하는 정치적 중립 선거가 되도록 지금이라도 의미 있는 시작이 되는, 2022년 교육감 선거를 저자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흔히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한다.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요인을 강조하고 잊지 말라는 의미이다. 나는 이 용어를 두 가지로 달리 본다. 우선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친 순서를 고려하여 이 용어를 ‘부사군일체’로 변형하여 생각한다. 그리고 글자대로의 세 가지에 국한하지 않고, 내 인생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로 확장하여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내게 가르침을 준 스승은 매우 많다. 이 기회에 내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스승들을 생각해본다. 매우 다양한 맥락·내용·사람이 떠오르지만, 나의 감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인간의 감성이 이성보다 먼저 작용하고,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최근의 뇌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친 스승은 부모님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우리 동네에는 뽕나무를 키워 누에를 치는 집이 있었다. 뽕잎을 따다 누에에게 주면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모습과 무럭무럭 자라 실크를 만들어 고치를 만드는 모습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 집 아이는 이런 점을 크게 자랑하니 부러웠다. 부모님께 우리도 누에를 치자고 졸랐고, 드디어 우리 집에도 뽕나무를 심는 날, 학교를 조퇴하고 들뜬 마음으로 집에 왔는데, 어머니께서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냐? 당장 학교로 돌아가라!”라고 호통하셨다. 농촌 일손이 부족하던 나의 어린 시절에 아버지께서는 내게 “집에서 공부할래, 밭에 함께 일하러 갈래?”라고 선택권을 주셨다. 당연히 공부한다고 하고, 동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왔다. 그다음에는 양심에 찔려서 밭에 일하러 갔다.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실제로 공부를 했다. 가끔 일하러 가서는 대충대충 하고 빨리 마치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께서는 “콩밥 빨리 먹는 녀석은 변 볼 때 보면 안다”라고 말씀하셨다. 음식을 꼭꼭 씹어 먹지 않으면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의미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교훈을 주셨다. 그다음은 학교 선생님이다. 초등학교 때, 산수시간에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칠판에 문제를 적은 후 나와서 다른 학생들에게 푸는 법을 보여주라고 하셨고, 시험 후에는 답안들을 채점하게 했으며, 틀린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왜 틀렸는지 설명해주라고 하시곤 했다. 기분이 좋았고, 행동까지 우쭐했었다. 이를 간파하신 선생님은 나에게 별도로 어려운 산수문제를 내주셨다. 풀지 못했다. 내게 겸손함을 가르쳐 주신 최영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을 적어내게 했는데, 나는 다른 학생들도 많이 적어내고 무난히 진학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인근의 대학들을 적어냈다. 학년말 마지막 시간에 담임선생님께서는 1번 학생부터 마지막 학생까지 빠뜨리지 않고 각자의 장단점을 공개적으로 말씀해주셨다. 대부분의 학생이 수긍했다. 내게는 목표를 더 높게 잡으라고 하셨다. 그래서 더 높게 잡았고 성공했다. 도전의식을 심어주신 고 신성순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내가 다닌 대학의 생물교육과에는 교수님 전공별로 대학원생이 연구하는 실험실이 있었다. 3학년 때 교수님 한 분이 당신이 지도하는 실험실에 학부견습생으로 들어오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따라 실험실 생활을 했다. 대학원에 입학하자마자 다른 실험실에서는 지도교수님의 전체적인 연구계획에 따라 연구주제도 정해지고, 실험도 잘 구축된 매뉴얼을 따라 하면 큰 문제가 없었다. 결과도 비교적 깔끔하게 잘 나왔다. 그때는 그게 무척 부러웠다. 내 지도교수님은 대학원생에게 자율권을 주셨기 때문에 연구주제를 스스로 정하고 진행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 내가 찾아 정한 연구주제는 ‘플라나리아의 학습에 따른 단백질 합성 패턴의 변화’를 규명하는 것이었는데, 실험방법에서의 난관, 특히 지방성분이 많은 실험동물의 단백질을 추출하여 2차원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오랜 기간 다양한 자료를 읽고, 고심하며, 많은 날들을 밤새워 실험했다. 마침내 성공했을 때의 기쁨을 표현하려면 말로는 부족하다. 대학원 시기의 이러한 경험이 습성이 되어 오늘까지 내 생활에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척정신을 심어주신 고 장남기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지금은 다른 교수님들로부터 많이 배운다. 총장이 된 후, 우리 대학 모든 교수님들이 1년 동안 매주 수요일에 자신의 연구주제나 관심사를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는 행사를 하였다. 한 주제를 평생에 걸쳐 깊게 파고드는 교수, 새로운 학문영역을 용감하게 개척하는 교수,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문영역의 지식을 훌륭하게 체계화하는 교수, 신기술을 재치 있게 도입하는 교수 등 매우 다양하였다. 각 교수님들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는 수확과 함께 연구자·교육자로서 소중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는 점에 감사한 마음이다. 한편, 학생들도 나의 스승이다. 3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쳐 온 경험으로 나는 학생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비단 학생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첫째 유형은 ‘하라는 것도 하지 않거나, 못하는 학생’이다. 둘째는 ‘하라는 것만, 하라는 대로만, 하라는 만큼만 하는 학생’이다. 셋째는 ‘하라는 것 이상을 스스로 창의적으로 하는 학생’이다. 세 가지 유형 모두 내가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특히 우리 모두가 세 번째 유형의 학생처럼 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목표를 달성할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가르침과 숙제를 준다. 우리나라 교육시스템도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가끔 ‘내가 우리나라와는 다른 교육시스템에서 자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부질없는 회고적 상상을 해본다. 그래도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물론 아쉬움도 크다. 우리나라 교육시스템과 관련하여 두 가지 희망을 만들었다. 하나는 우리나라가 교육열 혹은 교육욕이 아니라 학습열이 높은 나라가 되면 좋겠다. 다른 하나는 내가 몸담고 있는 서울교육대학교 교훈인 ‘내 힘으로, 한 마음으로’와 관련된다. 즉 모든 학생이 스스로 잘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잘하는 자립력과 공동체정신을 균형 있게 갖춘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문화·시스템이면 더없이 좋겠다. 지금까지 나를 살아오게 했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가르침을 준 부모님의 양육(養育), 학교 선생님의 교육(敎育), 국가의 육성(育成) 외에도 여기에 다 언급하지는 못한 친구 등 주변에 온통 나의 스승들이다. 스승이 내게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다가가야 비로소 그 대상이 나의 스승이 된다. 나의 스승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01 SNS에서 알게 된 ‘이 아무개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가슴이 먹먹하다. 그 ‘먹먹한 가슴’에는 형언하기 어려운 나의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안타까움·애틋함·조바심·개탄(慨嘆)·부끄러움·응원·소망과 기원·반성 등의 마음이 나를 휘감고 돌아간다. 세상을 오래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내가 좁은 시야에 갇혀 있었음도 깨닫는다. 이 선생님은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동시에 일곱 살 아홉 살 된 남매를 둔 어머니이다. 그런데…, 그녀의 두 자녀는 모두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 선생이 감당하는 어머니로서의 고통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무게이지만, 그것보다 더 그녀를 힘들게 주저앉게 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냉대와 편견, 차별과 몰이해이다. 그녀의 체험을 받아 들 때마다 나는 속으로 운다. 연배로는 나보다 한 세대쯤 아래이지만, 나는 그녀가 나의 선생 같다고 생각한다. 그 힘듦을 얼마나 잘 견뎌내는지, 내가 배운다. 그런데 이 선생님이 나에게 진정 감화를 주는 것은, 이것 말고도 또 다른 마음의 세계를 그녀가 갖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녀는 밝음과 의욕을 향하는 강한 의지가 있다. 이걸 보며 나는 ‘긍정의 감화’에 든다. 이는 앞서 말한 고통·좌절감과는 상반되는 정서적 지향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두 개의 감정 축이 그녀의 무의식에서는 알게 모르게 서로 도울지도 모르겠다. 밝음을 향한 긍정의 감화는 그녀가 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자리에 있을 때 드러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또 큰 배움에 든다. ‘선생님다움의 자부심’과 ‘선생님다움의 힘’을 얼마나 잘 만들어 나아가는지, 나는 그녀가 내 선생 같다고 생각한다. SNS에 올라온 이 선생님의 이야기 한 부분을 소개해 본다. 매일 두 명씩 학급 아이들을 개인면담하고 있다. 보통은 상담을 교무실에서 하지만, 난 언제나 교실에서 단둘이 한다. 학생에게 교무실이 주는 위압감이 있다고 생각하고, 듣는 귀가 많으면 아무래도 편하게 얘기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지난 목요일엔 한 남학생과 이런저런 얘기로 상담이 좀 길어졌다. 마무리하려고 “나한테 더 하고 싶은 얘기 없니?” 했더니, “선생님이 분명 1년 동안 잘해 주실 것 같아서 미리 감사드려요” 하는 거다. 이런 답변을 하는 아이는 처음이라 기특해서 웃었다. 나는 장난을 치고 싶어서 “내가 잘 못 해 주면 어쩔 건데?”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글쎄, 요 녀석 답변이 놀랍다. “선생님이 못하실 리가 없어요. 만약 못하신다면 그건 선생님 잘못이 아니고 제가 뭘 잘못한 거겠죠.” 나는 학생과 조금 웃다가 말해 주었다. 선생님도 사람이라 항상 잘할 수만은 없다고.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런 거야. 항상 잘하기만 하는 것도, 잘못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야. 네가 선생님을 믿어주어서 고마운데, 혹시라도 선생님이 뭔가를 잘못한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말고 얘기해 줘. 서로 예의만 잘 갖출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소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선생님도 너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우리 함께 잘해 보자. 글을 읽고 나는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선생님을 더욱 선생님답게 해 주는 아이들입니다. 기특하고 착한 아이들만 그런 것은 물론 아니고요. 그런데 그렇게 되도록 아이들 마음을 조용히 움직이는 이는 누구일까요? 그 또한 선생님이라 생각해요. 참 아름다운 정경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내 마음에도 고여 드는 행복감이 있습니다. 사제동촉(師弟同觸)이라는 행복의 그림입니다.” ‘사제동촉(師弟同觸)’은 ‘사제동행(師弟同行)’을 패러디하여 내가 지어낸 말이다. 선생은 제자의 마음을 슬쩍 터치(touch)하여 움직이게 하고, 제자는 선생의 마음을 건드려(touch) 움직이게 하는, 그런 선순환의 사제관계를 하나의 행복 경지로 담아 본 말이다. 02 파주에 있는 출판사에 일이 있어 갔다. 점심때 인근에 사는 H가 출판사로 나를 찾아왔다. H는 1978년 서울 K고등학교 1학년 6반 48번 학생이었고, 나는 그 반의 담임이었다. 28세, 청년 교사시절이니, 44년 전이다. H를 직전에 본 것이 언제였던가. 10년은 넘은 것 같다. 그래도 나는 H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지 않다. 그는 술 한 잔을 기울일 때면 나에게 전화를 한다. “선생님, 생각이 나서요”라며 시작한다. 그러다가 “그때 왜 우리를 두고 교육방송으로 옮겨 갔느냐.” 그래서 자기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하는 데로 번져간다. 사연이 있다. 그해 K고등학교는 학교 밖의 불온한 폭력조직이 학교와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유난히 많았다. 교장선생은 전 교사들에게 각별한 대처를 요청했다. 특히 시골에서 부모님을 떠나 서울로 유학 와서 혼자 지내며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는 학생을 잘 살펴주고, 시골에 있는 학부모를 가정방문하여, 학생지도의 실효를 거둘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셨다. 우리 반에서는 H가 여기에 해당했다. H의 집은 파주의 북단, 문산이다. 나는 H를 불러 가정방문을 통고했다. 그는 금방 수심에 찼다. H는 내게 요청했다. “선생님, 우리 아버지를 만나면 제가 반에서 몇 등이라는 거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이 녀석아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그럴 수는 없다.” “아버지 아시면 저는 죽어요. 그냥 중상(中上) 정도로 말씀해 주실 수 없어요?” “날더러 거짓말을 하라고? 그럴 수는 없다.” “꼭 거짓말을 하시라는 건 아닙니다. 이다음 기말고사에 제가 중상(中上) 정도, 그러니까 30등 안에 들면 되는 거 아닙니까?” 어라, 이 친구 보게나. 그때 우리 반이 총 64명이었으니까, 30등 안으로 들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스무 명은 뛰어넘는 셈이다. 그는 총명했다. 그는 지금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생각해 보니, H의 말대로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H에게 각서를 쓰도록 했다. 각서에는 내가 그의 석차를 특정하여 아버지께 말하지 않는다는 것, H는 학기 말에 30등 안으로 성적을 올리겠노라, 명기하였다. 그리고 각자의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해서 추색이 물드는 일요일, 포장도 안 된 경의선 국도를 시외버스로 달려, 문산 그의 집으로 가정방문을 했다. H의 아버지는 지역 유지로 인품이 훌륭하셨다. 덕수 이 씨 가문의 명예를 이어가는 집안이었다. 자녀 사랑을 마음에 두고도, 잘 표현은 아니 하시는 분 같았다. 대청마루에 막걸리 상을 차려 놓으시고 해가 기울 때까지 정 깊은 이야기를 하신다. 한참 나이 차가 있는 어린 선생인데 믿어주는 마음이 전달된다. 어머니는 자상하셨다. 텃밭에서 채소 따위를 챙겨 총각 선생에게 잔뜩 들려주신다. 부모님들은 H의 석차를 묻지 않으셨다. 그냥 선생님만 믿는다고 하신다. 학교로 돌아왔지만, 달라진 건 없다. H의 표정에 약간의 친밀감과 신뢰는 비치는데, 그렇다고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것 같지는 않다. H와 함께 쓴 각서가 내 마음에 무겁게 자리 잡는다. H는 30등 안에 들지 못하면, 이 각서 경험을 후회할까, 무시할까. 담임인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각서쯤은 우습게볼지도 몰라. 모처럼 공부 마음을 먹었는데, 그냥 유야무야(有耶無耶)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그날부터 일주일에 두세 번씩 퇴근길에 H의 자취방을 들러 공부를 돌보아 주었다. 내가 자청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리라고는 나도 몰랐다. 한편으로는 내가 제법 선생답게 되어간다는 느낌도 들었다. 내 안에 어느새 H가 들어와서 나를 움직이며, ‘선생의 자존감’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묘하게도 힘이 났다. H도 딱히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괜찮은 선생’은 그냥 나 혼자되는 것이 아니라, 제자가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건드려 주어야 했다. 파주 출판사 부근에서 H와 점심을 먹고, 그는 나를 문산 교외에 있는 그의 본가로 데려간다. 44년 전 내가 가정방문을 갔던 바로 그 집이다. 위치는 어렴풋이 느낌이 오는데, 집은 새로 지어서 면모가 달라졌다. 어머니가 생생한 기억으로 나를 맞이하며 손을 붙잡아 보신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단다. 막걸리 상 차려 주셨던 대청마루 바로 그 자리에 앉으니 울컥해진다. 어머니는 아들 H가 환갑이니, 아들 선생은 호호 할아버지일 줄 생각했는데, 참 젊어 보인다고 덕담하신다. H의 아내는 남편에게 하도 많이 이야기를 들어서 나를 꼭 보고 싶었단다. 거실에 둘러앉으니, 44년 전 그날의 이야기가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해가 기울도록 이야기한다. 나는 H로 인하여 내가 선생임을 실감한다. 행복하다. 어머니는 이번에도 직접 농사지은 것들을 챙겨 주신다. 44년 전에 그러했듯이 말이다. 찹쌀·콩·두부·들기름·토란·무장아찌·된장 등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생각한다. 무엇이 나를 선생으로 만드는가, 무엇이 나를 선생답게 하는가. 그래서 내게 제자는 누구인가? 아! 한 가지 빠트린 것이 있다. H는 지금 K고등학교 총동창회장이다. 얼마나 헌신적인지 모른다.
크레타 툰베리의 지구를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외침이 출판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게 되었고, 기후변화와 물질주의적 소비행태를 다룬 청소년용 도서들이 쏟아지듯 출간되었다. 지구환경은 생존과 직결된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학교수업을 통해 문제점을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크레타 툰베리가 되어 기후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현 사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정보활용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교과서로는 부족한 다양한 환경파괴 사례와 원인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도서정보·인터넷정보·인적정보를 활용하여 스스로 마련해 보게 하였다. 수업준비하기 우선 여러 과목의 교과서를 살펴보며 생태환경 주제수업이 가능한 교과를 물색했다. 거의 모든 과목이 지구환경에 관한 단원을 포함하고 있었기에 선택의 폭은 매우 넓었다. 도서관에 소장된 생태·기후변화에 관한 도서들을 큐레이팅했고, 신간자료들을 수집하여 모둠수업이 가능하도록 책꾸러미를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올해의 주제도서를 선정하여 충분히 복본을 마련하였고, 작가 섭외와 도서홍보를 위한 독서 팟캐스트(동아리활동) 제작 및 배포를 1학기 동안 완료하였다. 2학기가 되어 본격적인 협력수업이 시작되었다. 1·2·3학년 국어과 온 책 읽기 수업을 바탕에 두고, 2학년 도덕과 연계 도서관 정보활용수업을 진행한 뒤, 미술시간 환경포스터 제작을 통해 환경캠페인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이 모든 과정은 수행평가에 반영하도록 활동지를 구성하였고, 교내 문예대회와도 연계시켰다. 한 학기에 걸쳐 진행된 프로젝트 수업의 대장정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온·오프라인 작가 강연회로 마무리 지었다. 즉 전교생이 한 책을 읽고, 도서관 활용수업을 한 뒤 작가를 만나게 되는 간단한 과정이다. 다만 학교도서관이 주축이 되어 교과통합과 학년통합이 함께 이루어진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PART VIEW] 국어과 수업지원 학년별 한 책 읽기를 기반으로 비판적으로 읽기, 요약하기, 매체로 표현하기, 토론하기 능력을 키우고자 도서활용수업을 전개하였다. 각 학년 수준에 적합한 환경도서를 선정하여 두 학급 분량을 구입하여 제공하였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교사별로 복본을 구입하고, 그렇지 않다면 학급별로 시간을 두고 한 책 읽기를 진행하면 된다. 환경주제와 연계할 수 있는 단원을 선별하여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였고, 수행평가로 이어질 수 있게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수업 후 생긴 궁금증이나 작가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내게 하여 북 콘서트때 작가와 소통할 수 있게 하였다. 도덕 _ 도서관 정보활용수업 도덕시간에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관한 개념을 배운 뒤, 환경도서 꾸러미와 웹사이트를 활용하여 실질적 사례를 찾아보는 활동을 하였다. 정보과제를 확인하고, 모둠별로 검색 키워드를 설정한 뒤 역할을 분담하여 탐색활동을 하게 하였다.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 목차와 색인을 활용하여 접근하고, 발췌독을 통해 정보분석 및 선별을 하여 과제해결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그리고 찾아낸 정보의 출처를 밝히는 방법을 안내하여 저작권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하였다. 작가 초청 강연회 수업을 통해 읽어 두었던 책의 저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독서에 대한 흥미를 돋우고, 독서 중에 생긴 의문점을 직접 인터뷰하여 해결하고자 하였다. 학기 초부터 교육과정부와 협의하여 작가 강연회를 창체시간으로 잡아 전교생이 교실에서 생중계 장면을 볼 수 있도록 진행하였다. 사전 행사로 간단한 독서퀴즈 응모권을 발행하여 학생들이 응모할 수 있게 하였고, 강연회 당일 추첨 이벤트를 하여 좀 더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 비대면 강의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강연회 우수 감상문 작성 시 상품 증정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였다. 수업을 마치며 교과수업과 도서관 행사를 연계시켜 진행하면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이같은 방식으로 추진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사서교사 단독수업보다 다양한 교과, 다양한 학년이 함께 하면 독서교육의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을 경험한 뒤부터 협력수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협력수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기가 시작되면 교과 교사들은 이미 교육과정 재구성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협력수업을 구상하기에 늦은 감이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함께 하는 수업을 선호하지 않았고, 사서교사에게 부담을 준다고 생각하여 신청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성공적인 협력수업을 위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교육과정을 면밀히 검토하여 학교도서관이 단지 적합 도서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협력수업모형을 구상하여 제안해야 비로소 교과 교사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겨울방학 기간에 다음 학년도 주제도서와 협력교과를 미리 정해두면 성공적인 협력수업으로 이끌 수 있다. 두 번째, 새 학년 맞이 연수 시 협력수업을 할 특정교과에 편입시켜달라고 요청하여 사서교사가 교과협의회에 참석하면 별도로 참여할 교사를 모집하지 않아도 되기에 시작이 쉬워진다. 세 번째, 여러 가지 이유로 협력수업에 부담감을 느끼는 교과 교사에게 친밀하게 다가가 제안할 수 있는 적극성도 필요하다. 물론 사서교사의 단독수업과 도서관 운영업무만 해도 충분히 바쁜 1년을 보내기 때문에 협력수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교과 교사들이 수업개선을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가 어느 영역까지 담당할 수 있는지 정보와 경험이 없기에 선뜻 시도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럴 때 사서교사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먼저 제안하며 다가간다면 훨씬 더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역할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도서대출·반납과 독서행사에 국한시켜 인식하는 학교가 많고,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사서교사들이 노력하고 있다. 다년간 학교도서관이 주축이 되어 풍성한 교육활동을 해 나간다면 학교도서관을 진정한 교수·학습의 장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나아가 학교도서관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지식정보처리역량·창의적사고역량·공동체역량·의사소통역량을 길러내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GIT(강남·서초 과학정보 수업평가 교사단)는 강남·서초지역 과학·정보교사들이 2019년부터 함께 수업을 고민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활동하고 있는 교원학습공동체이다. 매년 다양한 주제로 생각을 나누었는데, 올해는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과학과목과 정보과목의 융합프로젝트 수업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각 학교별로 특징에 맞게 수업과정을 구성하여 실시한 후, 정보를 공유하였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환경문제 해결(과학+정보) 우선 1학기에는 정보과목을 중심으로 아래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과학수업시간에 관련 개념을 학습한 후, 서울특별시 청소년 과학탐구대회 논제를 분석하고, 구글 스프레드 시트와 커뮤니티 맵핑 등을 이용해서 데이터를 정리했으며, 학생 스스로 환경문제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정보수업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여 가공하고,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구성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한다는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에게 흥미를 이끌었으며,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에 이바지했다. [PART VIEW] 지구의 날 행사 및 생태전환교육(과학+환경)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이하여 각 학교에서 지구의 날 홍보 및 소등행사 참여를 유도했다. 특히 서울구룡중학교는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서울시교육청과 환경재단에서 실시한 2021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생태·환경 영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생태전환교육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였다(표 1 참조). 새활용(업사이클링) (과학+환경+기술·가정) 학교별로 과학수업시간과 환경수업시간, 동아리 등 다양한 시간에 환경관련 수업을 진행했다. 또한 버려지는 일회용기로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업사이클링 화분 만들기, 버려지는 카시트 가죽을 이용한 소품 만들기 등 새활용(업사이클링) 작품만들기를 통해 실천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시장이 커지면서 플라스틱 용기가 많이 버려지는 것을 함께 생각해 보았으며, 자동차 카시트 가죽처럼 비싸고 귀한 재료들도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았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교원학습공동체 교사들도 업사이클링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으며, 그것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업사이클링 관련 기업들은 규모가 영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점점 대기업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을 아끼고, 버려지는 것이 없게 하며, 업사이클링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ESG, 즉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가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기준이 되면서, 기업들이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끼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학생들도 ESG를 고려한 소비가 우리 지구를 오래도록 지키는 길임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태양광 발전(과학+환경) 중학교 3학년 6단원 에너지 전환과 보존에서 전기에너지가 빛에너지로 전환되는 경우와 관련지어 아래와 같은 주제로 조사와 토론활동을 진행했다. 서울대왕중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 발전기로 학생들이 자료조사를 했다. 태양광 가로등이 주변 밝기가 특정 밝기 이하로 내려가면 켜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태양광 가로등은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생각해보게 하였고, 태양광 가로등에서 생성되는 전력량이 하루에 어느 정도 되는지 해당 사이트에서 알아보도록 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방향에서의 발전량이 높은지, 어떤 조건에서 발전량이 높은지 생각해보도록 하고, 태양광 발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도록 함으로써 현재 태양광 발전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방법을 함께 모색해 보도록 노력했다. 플라스틱 플래닛(과학+환경) 10월 중순에는 1년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수업공개를 실시하였는데,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많은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이것이 생물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플라스틱 플래닛’ 보드게임을 이용해서 풀어냈다. 보드게임을 실시한 후, 학생들은 게임으로 공부해서 재미가 있었고, 1년 동안 실시한 환경 관련 프로젝트를 다시 한 번 뒤돌아보는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발표하였다. 수업공개 후 학생들은 1주일 동안 본인들이 사용한 플라스틱 모아보기, ‘거대 플라스틱 쓰레기 섬’의 동전 디자인하기 활동을 추가로 시행함으로써 플라스틱을 비롯한 많은 환경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학·정보·환경 융합수업을 마치며 코로나 상황에서 서로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수업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는 ZOOM으로 만나면서 1년 동안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융합프로젝트 수업을 실시하였는데,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위와 같은 수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올해 수업을 바탕으로 조금 더 발전된 수업을 구상하고, 실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년에는 코로나 상황이 해결돼서, 학생들과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활동을 실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관계가 얽혀 학교폭력의 늪에 빠지는 아이들 “선생님, 저는 ○○가 싫어요. 걔는 3학년 때부터 친구들한테 제 욕을 하고 다녔어요.” 학생상담을 하다 보면 과거에 일어난 일로 생긴 마음의 상처 때문에 친구관계가 틀어진 학생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우리 학교는 한 학년에 2개 학급으로 이루어진 소규모학교인지라, 학년이 바뀌어도 새로운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같은 학생들과 관계를 쌓아간다. 그중 몇몇의 학생들은 저학년 때부터 있었던 크고 작은 갈등을 그때그때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해 관계가 악화되고, 사이가 점점 더 벌어진 채 회복되지 않아 결국 고학년에서 학교폭력 사안으로 크게 터지기도 한다. 이때는 이미 상처의 골이 깊어진 후라 관계회복이 쉽지 않다. 본교에서 최근 2년 간 일어난 학교폭력 사안들은 모두 저학년부터 적체된 관계 악화로 인해 발생하였다. 관계가 얽혀 학교폭력이라는 늪에 자꾸만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우리 학생들 스스로의 마음이 건강하여 친구들 사이의 얽힌 관계를 풀고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실천가로 자라날 수 있다면, 더 이상 학교폭력으로 상처받는 학생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우리 반 학생들을 위해 어떤 교육을 중점적으로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2022년도에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실천가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교폭력예방 음악극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폭력은 사안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만큼, 3월부터 프로젝트 수업 10차시를 계획하여 5월경에 음악극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진행하였다. 그림책 음악극…? 음악극은 이야기 낭독자, 노래 또는 악기 연주자로 역할을 나누어 공연하는 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그림책 음악극’이라고 하면, 그림책 장면의 느낌을 이야기 낭독에 맞추어 노래·악기·점·선·모양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보는 수업이다. 5~6학년 음악과 성취기준을 보면 ‘이야기의 장면이나 상황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성취기준과 그림책 주제를 연계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면, 음악극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펼칠 수 있다.[PART VIEW] 음악극 수업은 어려운 수업이 아니다. 오히려 음악수업 중 음악적 스킬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흥미와 창의성·예술성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수업이다. 실로폰·마라카스·핸드드럼·투톤블록·귀로·핑거심벌즈 등 간단한 교육용 악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학생은 물론 교사의 음악적 스킬도 필요치 않다. 악기도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다. 악기 대신 생활에서 쓰이는 물건, 자신의 목소리 등을 활용하면 되니 오히려 그게 더 창의적이지 않은가. 꼭 한번 도전할만한 수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학교폭력 예방교육 그림책 ONE, 1 파랑은 소심한 아이이다. 빨강은 그런 파랑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괴롭힌다. 노랑·초록 등 다른 색깔 친구들은 파랑의 힘든 모습을 안쓰럽게 여기지만, 빨강에게 파랑을 괴롭히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1’이 전학을 온다. 1은 자기 의견을 서슴없이 말하며, 빨강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자 빨강은 당황하고 다른 친구들이 그런 1을 보고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색깔이었던 친구들이 1과 같이 용감한 숫자 친구들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파랑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용기를 내어 빨강에게 “빨강도 멋지지만 파랑도 아주 멋져!”라고 큰 소리로 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그림책을 보며 ‘내가 원했던 학교폭력 예방교육 내용과 딱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으로 학교폭력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사람만 애써서는 없앨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이 학교폭력을 방어할 때, 빨강과 같은 학생들이 극성부리지 못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이루어져야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음악극 프로젝트 수업에 들어가며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또 나누었다. 우리가 표현하는 것이 곧 아트다 음악극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시한 것은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우리가 왜 이런 음악극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것인지, 학생들이 음악극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어떻게 이끌어내면 좋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학교폭력 방어자 실험 영상을 보여주며 화두를 던졌다. 한 사람의 학교폭력 방어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용기를 내는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얼마나 선한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보도록 했다. ONE, 1 그림책을 감상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나는 어떤 등장인물과 비슷할까? 파랑과 비슷할까? 빨강과 비슷할까? 또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했다. 자연스럽게 음악극을 하는 동기가 생겨났다. 그림책 장면 하나 하나를 읽으며, 내가 표현하고 싶은 장면을 골라서 악기·목소리 또는 생활 속 물체 등으로 표현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점·선·모양 등으로 표현해보도록 하였다. 아이들이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많이 해봤지만, 장면을 소리로 표현하고, 또 다시 점·선·모양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계속 ‘네가 표현하는 것이 곧 아트다’라며 용기를 주면, 아이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기대 이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작은 실천가로서의 행보를 이미 시작하게 된 것이다. 관계가 핵심이다 프로젝트 수업에서 모둠활동은 협력에서 시작하여 협력으로 끝난다. 따라서 배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게다가 음악극 수업주제가 학교폭력을 방어하는 작은 실천가이고,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인지 모둠활동을 하는 동안 큰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선생님이 친구관계에 대해 강조를 많이 했기 때문일까? 모둠 내에서 잘 따라가지 못하는 친구를 도와주는 리더 그룹과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그룹 모두 열심히 하는 게 눈에 여실히 보여서, 그동안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보람이 느껴졌다. 특히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고 힘들어하는 친구를 하나하나 친절히 도와주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 수업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폭력예방 작은 실천가들 공연하던 날 뭔가 악기도 많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극한다고 연습하기는 하는데 뭘 하는지 감이 잘 오지는 않았나보다. 현수막을 붙이고, 스피커와 마이크를 갖다 주고. 배경음악을 깔아주니 아이들이 그제야 ‘와아~’ 이런다. 자기들이 생각해도 그럴듯한가 보다. 코로나 상황이라 관객들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림책 ONE, 1 음악극 공연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그림책 장면을 세 개로 나누어 각 모둠이 한 장면씩 맡아서 음악극 공연을 하였다. 따라서 작은 예술가들은 공연자이자 관객인 셈이다. 이렇게 하면 한 학급이 힘을 합쳐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기분이 들고, 아이들의 공연량 부담도 적어진다. 관객이라고는 담임선생님뿐인데 공연을 곧 시작한다는 한 마디에 떨려하는 아이들이 기특하면서도 귀엽기만 했다. 나의 프로젝트 수업은 작은 음악 공연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선한 씨앗으로 심어져 훌륭한 학교폭력예방 실천가들로 자라게 되길 기대해 본다.
교사가 행하는 교육활동인 ‘가르친다’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다. 교실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일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에게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과정이며, 여러 복잡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회변화 속도는 이전보다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고, 변화 양상을 예측하는 것 역시 불확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예측의 불확정성은 오히려 교사가 갖추어야 할 전문성과도 관련이 깊다. 고정관념이나 시각에 갇히지 않고 통찰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교사는 새롭게 다가올 패러다임 변화에 민감해야 하며, 동시에 바람직한 교육방향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 정확하게 판단하여 행동하는 ‘투철하면서도 유연한 교육적 방법’의 발현은 필수적이다. 이제는 특정한 실제적 교수법을 갖추는 것 이상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즉 학교상황과 맥락에서 다양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보다 근원적인 능동적 행위의 주체로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교사전문성과 전문성 개발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사전문성 개념의 변화 교사전문성의 개념은 학자에 따라서 다양하게 정의되고,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교사전문성은 포괄적이고, 종합적이며, 너무 다양하다. 어느 측면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교사전문성이 교과지식 전문가, 학급관리 전문가의 차원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식보다는 정서교육의 차원에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학생상담 및 학습코칭의 전문성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서 남미자(2020)가 제시한 사회변화 및 교육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교사전문성 개념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PART VIEW] 교사의 능동적 행위로서의 교사전문성 관점 교사전문성의 개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교육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어야 한다. 학습전략 안내자, 학습과 삶을 연결하는 맥락 전문가,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 전문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교사, 생태적 전환의 실천가, 네트워킹 전문가, 삶의 통찰을 제공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스승 등 새로운 교사상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곽영순(2014)은 반성적 교사, 탐구적 교사, 변혁적 교사로 구분하여 교사전문성에 대한 다음과 같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가. 반성적 교사 듀이(JohnDewey)의연구에철학적 근거를 두고 있으며, 교사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상황에 직면하여 모종의 해결책을 직관적으로 실천하면서 성찰 후 수행했던 문제해결방법을 의식적으로 반성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교사의전문성은전문적이고이론적인지식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반성과 성찰을 통해 교사 스스로 만들어가는 실천적 지식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또한 반성적 교수활동의 핵심은 계획 → 준비 → 실행 → 데이터 수집 → 데이터 분석 → 평가와 반성 → 다음 단계 계획 등으로 연결되는 순환적 접근이며, 실천을 통한 개인의 전문성 발달 의지를 전제로 한다. 즉 교사는 반성적실천가이며,교육과정재구성자,그리고연계적전문가로서자신의내러티브를만들어가며실천하는존재라는 것이다. 나. 탐구적 교사 교사는실천가인동시에연구자라는 개념이다. 교사의 반성적 성찰을 넘어 자신의 교수활동과 그것이 행해지는 맥락에 대한 연구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지식은 교사 개인에 의해서가 아닌 교사의 사회적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과정이며 교사의 탐구공동체(Inquirycommunity)를 토대로 한 집단적 실천을 통해 생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교육학자인 스텐하우스(Stenhouse)는 연구자로서의 교사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교사는자신의업무에대한연구적접근을취해야한다고주장했으며, 교사는 자신의 교실에서 체계적인탐구를수행하고,실천방식을개발하며,자신의통찰을다른교사들과공유하도록권장했다. 또한 교사들의전문성이‘설계자’및‘연계적전문가’(지역사회·학부모) 측면에서 재개념화되어야할필요가있음을 제시하였다. 교사교육담당자들은 교사들에게전문적지식의일방적주입이아니라인간과세계에 대한탐구능력을향상하도록하는데에초점을두어야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교사학습공동체참여수준이학습자중심의교수학습활동에긍정적영향을 주고교사학습공동체에참여한교사들의자율성증진과전문성향상을드러낸다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다. 변혁적 교사 교직활동을 변혁적 활동으로 보고 보다정의로운 교육시스템을위한현재상태에대한도전을해야 하며, 교사는 전문가로서의 실천이 교수활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의 도구로서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사 스스로사회변화에기여할뿐만아니라,학생을사회변화에기여할수있도록준비시켜야 하며, 교사는 이론의 탐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회를 바꾸는 변혁의 도구로서 실천하는 연구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외부의 변화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사 집단 내에서의 내적 책무성을 토대로 사회변화의 주체로서 실천하는 역량을 강조하였다. 교육행정가들에의해수행되던 의사결정권한을교사들에게이양함과 함께 교육이현장과참여자들의맥락을중시하는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교육시스템은교사를교육의복합성에대해반성하고탐구하는전문직으로발달시키고,나아가교육변화를선도하고추진하는주체로양성하는데투자해야 함을 강조하였으며, 교육과정은물론평가측면에서 학교나교사에게결정권을이양해야 한다고 하였다. 교사전문성 개발을 위한 실천방안 가. 학교자율과정 운영 학교자율과정이란 ‘학교교육과정의 자율화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의 하나로써 학생의 학습선택권을 확대하고 학습경험의 질과 폭을 심화하기 위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교육 비전과 가치를 공동으로 창조하고 공유하며, 마을과 연계한 교육과정, 교과 융합과정, 학생이 주도하는 주제별 프로젝트 등을 ‘학교자율과정’으로 편성·운영함으로써 학교교육과정의 자율화를 구체적으로 구현하게 된다. 여러 가지 교육적 상황과 맥락 속에서 교사들이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고, 창의적으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의하고, 도와주며, 결과를 끌어내는 전 과정에서 성장이 이루어지게 된다. 담임교사로서 학교자율과정을 운영할 경우, 학교가 해당 교과 또는 타교과 융합형의 프로젝트 수업, 동아리활동 연계수업, 과제 탐구수업 등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교과융합활동, 마을과 연계한 교육활동, 학생주도 주제별 프로젝트 활동, 학교별 특색 있는 교육활동, 삶을 설계하는 진로·직업교육, 삶 속에서의 민주시민교육 등을 학교교육과정에 편성·운영할 수 있다. 나. 자율적 교사학습공동체 운영 교사학습공동체는 전통적이고 일방적인 지식전달식 교사연수와 전문성 개발 방식에 대한 대안적 접근으로서 주목받아 왔다. 교사학습공동체는 기존의 교사교육과 연수방식을 넘어서 교사의 전문성 개발을 위한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등장하였다. 서경혜(2015)에 따르면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학습에 대한 공동체적 접근을 특징으로 하며 학교에 뿌리 박혀 있는 전통적인 공장식 학습문화를 지양하고, 교사와 학생의 학습이 모두 이루어지는 새로운 학교문화의 필요성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교사의 학습은 일방적인 지식전달이 아니라 서로의 전문성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교류하며 이루어질 수 있으며 교사의 학습은 비판적 탐구를 통해 교류와 공유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또한 교사의 학습은 개인뿐 아니라 교사 공동의 집단전문성 신장과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학습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 전문성 신장과 학생 학습 증진을 위하여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협력적으로 실천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라고 정의하였다(서경혜, 2015:171). 이를 위해 교사 간 협력적이고 수평적인 문화의 확산이 우선되어야 한다. 고립적인 교사문화를 무너뜨리고 동료교사들을 소통의 장으로 끌어 들어야 한다. 또한 교사학습공동체의 참여가 교사의 삶, 생애사로서 교사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위로를 얻기도 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며, 교육적 실천이 공유되어 교사 개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가며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이 도입되고 교육혁신 방안 및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학교에서 이를 실천할 주체인 ‘교사’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교육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사회변화 속에서 직무능력 이상의 능동적인 행위주체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교사전문성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교육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를 기반으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다양한 기대와 역할에 부응하기 위한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교사전문성 담론은 단순히 교육개혁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교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교사의 연령, 진로단계, 인생 경험, 성별과 같은 개인적 경험의 총체가 모두 모여서 그의 역할 수행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교육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제2조에 의하여 경력직 공무원 중 특정직으로서 ‘특수하게 정해진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을 말한다. 교육공무원의 보수는 「국가공무원법」에 근거한 「공무원보수규정」과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제3조(교원 보수의 우대)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공무원보수규정」 제4조에 따르면 ‘보수’란 봉급과 각종 수당을 합산한 금액을 말한다. ‘봉급’이란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직책별로 지급되는 기본급여 또는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의 정도 및 재직기간 등에 따라 계급별·호봉별로 지급되는 기본급여를 말하고, ‘수당’이란 직무여건 및 생활여건 등에 따라 지급되는 부가급여를 말한다. 교원의 수당체계는 독자적인 법적근거를 갖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하여 국가공무원이면 모두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다. 교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예산범위에서 봉급 외에 지급할 수 있으며, 수당의 종류·지급범위·지급액과 그 밖의 수당 지급을 별도로 정해놓고 있다. 교원에게 적용되는 수당은 상여수당·가계보전수당·특수지근무수당·특수근무수당·초과근무수당·실비변상의 6가지로 구분되며 개별 교원들에게 차별적으로 지급된다. 현행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교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크게 모든 교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수당과 개별 교원의 직무여건 및 생활여건에 따라 서로 다르게 지급되는 수당으로 나누어진다. 교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수당으로 대표적인 상여수당은 성과상여금을 제외하고는 크게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개별 교원이 특수한 직무를 수행할 때 지급되는 교직수당은 직무의 곤란도와 난이도 등에 따라 수당 종류와 금액 정도를 서로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특히 교직의 특수한 직무를 수행하는 개별 교원에게 지급되는 교직수당가산금은 교직의 직무 특성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고, 직무의 곤란도 및 중요도에 따라 매월 일정금액의 수당이 지급되며, 최저 월 2만 원에서 최대 월 25만 원으로 차이가 크다. 이번 호에서는 교육공무원의 보수를 수당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PART VIEW] Ⅰ. 봉급제도의 개요 보수체계는 호봉제와 연봉제로 구분할 수 있다. 연봉제는 직위별로 연봉이 고정되는 고정급적 연봉제와 기본연봉과 업무실적에 의한 평가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성과급적 연봉제, 성과급적 연봉제와 기본골격은 같으나 성과급 비중이 더 높은 직무 성과급적 연봉제로 구분된다. 호봉제는 호봉에 따라 봉급(기본급)이 지급되는 제도로서 매년 정기승급을 통하여 호봉이 올라가는 연공급적 성격의 보수체계를 따른다. 호봉체계에 따른 봉급표는 직종별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으며, 봉급 외에 약 14종의 수당 및 직급보조비 등 각종 복리후생비가 지급된다. 또한 근무성적 기타 업무실적 등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성과급인 성과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Ⅱ. 보수체계 Ⅲ. 보수 관련 용어 •보수: 봉급과 그 밖의 각종 수당을 합산한 금액을 말한다. 다만 연봉제 적용대상 공무원은 연봉과 그 밖의 각종 수당을 합산한 금액을 말한다. •봉급: 직무 곤란성과 책임 정도에 따라 직책별로 지급되는 기본급여 또는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의 정도 및 재직기간 등에 따라 계급별·호봉별로 지급되는 기본급여를 말한다. •수당: 직무여건 및 생활여건 등에 따라 지급되는 부가급여를 말한다. •승급: 일정한 재직기간의 경과나 그 밖의 법령 규정에 따라 현재의 호봉보다 높은 호봉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보수의 일할계산: 그달의 보수를 그달의 일수로 나누어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연봉: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지급되는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을 합산한 금액을 말한다. - 기본연봉: 개인의 경력, 누적성과와 계급 또는 직무의 곤란성 및 책임의 정도를 반영하여 지급되는 기본급여의 연간 금액 - 성과연봉: 전년도 업무실적의 평가결과를 반영하여 지급되는 급여의 연간 금액 Ⅳ. 교육공무원 봉급업무 처리기준 1. 보수 지급일(「공무원보수규정」 제20조) - 매월 17일에 지급 - 보수지급일이 토요일이거나 공휴일이면 그 전날 지급 2. 보수 지급기관 (「공무원보수규정」 제21조) - 보수지급일 현재 당해 공무원의 소속기관에서 지급하되, 전보 등의 사유로 전 소속기관에서 이미 지급한 보수액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 파견공무원에 대하여는 원소속기관에서 파견기간 중의 보수를 지급한다. - 겸임자에 대한 보수는 본직기관에서 지급하되 겸임수당(「공무원보수규정」 제32조)은 겸임기관에서 지급한다. 3. 보수 계산(「공무원보수규정」 제22조) 4. 근속가봉(「공무원보수규정」 제30조의2) - 공무원 중 최고 호봉(40호봉)을 받고 근무성적이 양호한 자에 대하여 승급기간을 초과할 때마다 정기승급일이 속하는 달부터 봉급에 근속가봉을 가산 - 적용대상: 유·초·중·고 교원 및 교육전문직 - 지급액: 매 1호봉마다 72,900원을 봉급에 10회까지 가산(2022년 기준, 개정 시 금액 변경) Ⅴ. 공무원 수당체계 공무원의 수당은 직무여건 및 생활여건 등에 따라 다르게 지급되고,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상여수당(3종), △가계보전수당(4종), △특수지근무수당(1종), △특수근무수당(4종), △초과근무수당(2종) 5개 분야 총 14종으로 구분되며, 동 규정은 △실비변상(4종)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Ⅵ. 수당의 종류 1. 상여수당(3종) 공무원에게 정기급여와는 별도로 업적이나 공헌도에 따라 지급하는 수당으로 △상위직급의 대우공무원으로 선발된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대우공무원수당, △근무연수에 따라 지급되는 정근수당(정근수당가산금), △근무실적 등이 우수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성과상여금이 있다. 상여수당 주요 내용 2. 가계보전수당(4종) 가계를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성격으로 지급되는 수당으로 △부양가족이 있는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가족수당, △재외 근무지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재외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자녀 학비보조수당, △군인 및 재외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주택수당, △육아휴직한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육아휴직수당이 있다. 가계보전수당 주요 내용 3. 특수지근무수당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교육시설이 거의 없는 지역이나 근무환경이 특수한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예산의 범위에서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별표 7](특수지근무수당(도서벽지수당) 지급 구분표)에 규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수당으로 교육공무원의 특수지근무수당의 지급대상인 지역과 그 등급별 구분은 소속 시·도 조례로 정한다. 특수지근무수당(도서벽지수당) 지급 구분표 4. 특수근무수당(4종)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특수하고 힘든 근무조건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지급되는 수당으로 △위험한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위험근무수당, △특수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특수업무수당, △병가·출산휴가·육아휴직 또는 질병휴직 중인 공무원의 업무 등을 대행하는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업무대행수당, △군법무관에게 지급하는 군법무관수당이 있다. 5. 초과근무수당(2종) 소정의 근무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경우, 시간당 임금에 일정의 할증된 수당을 지급하는 수당으로 △5급 이하 공무원으로서 규정된 근무시간 외에 근무한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시간외근무수당과 △4급 이상의 관리자에게 지급하는 관리업무수당이 있다. 6. 실비변상 등(4종) 업무수행을 위하여 실제로 소요되는 경비상당액으로 지급받는 성질의 수당으로 △정액급식비 △명절휴가비 △연가보상비 △직급보조비가 있다. 이러한 실제소요상당액은 일반적으로 가처분 소득으로 볼 수 없으므로 소득세법상 비과세소득으로 취급된다.
이번 호에는 그동안 살펴본 정책논술 입문하기를 요약·정리하면서 정책논술 공부의 분명한 기준과 관점을 갖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교육전문직원 선발시험의 한 과목인 정책논술을 확실히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 교육전문직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교육전문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전문직원이 어떤 곳에서 근무를 하고,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어떤 마음자세가 필요하고 업무추진을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전문직원 선발시험과목을 더욱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마라톤 선수가 대회 당일,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자신이 뛸 코스를 사전에 자세히 답사하고, 달리기 전략을 수립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첫째, 교육전문직원은 어떤 기관에 근무하는가? 교육부,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 직속기관, 사업소, 대학이나 해외교육원, 청와대 교육분야 행정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 둘째, 교육전문직원의 직무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교육관련 법규 제정 및 해석, 교육제도와 정책기획 및 운영·지원, 교육제도와 정책개선 및 발전을 위한 노력, 교육제도나 정책이 학교현장에서 제도로 정착되는지 확인 및 개선 등의 일을 한다. 셋째, 시·도교육청 교육전문직원의 구체적인 직무는 무엇인가? 시·도교육청의 교육방향(비전)수립 및 추진, 시·도교육청의 중장기 발전계획수립 및 추진, 시·도교육청의 주요업무계획수립 및 추진, 각급학교 장학계획수립 및 추진, 정책사업추진을 위한 세부계획수립 및 추진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넷째, 교육전문직원의 직무추진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교육비전과 미션, 교육방향 수립, 학교 및 교육청 업무담당자 대상 연수와 교육, 단위학교 지원자료 제작 및 배포, 홍보자료 제작 및 배포, 언론보도와 다수의 검증, 확인 후 추진, 추진실적 보고와 평가를 통한 계획 추진 여부 판단, 각종 교육과 연수과정에 주요정책을 연수과목으로 편성, 학교교육계획에 반영하고 학교와 지구자율장학 등에 반영, 연구시범 및 거점, 특별지원 대상 학교 등의 운영 등의 일을 한다. 다섯째, 교육전문직원이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인가? 교육부는 최소 1년, 교육청은 최소 6개월, 학교는 최소한 3개월 전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따라서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기획력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보다 업무관계자가 매우 다양하고, 이해관계(교직단체·학부모단체·타부처·입법부·사업부·학부모·교직원 등)가 복잡하므로 의사소통능력과 관계형성능력이 중요하다. 더불어 변화에 대한 정보수집 및 처리, 다양하고 신속한 업무협력관계 등이 필요하므로 정보처리능력과 협업능력이 중요하며,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속도가 빠르고 민감도가 매우 강해 성찰능력과 유연한 사고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여섯째, 교육전문직원 선발 계획수립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매년 교육전문직원 인사관리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발시험 실시계획을 작성하여 추진하고 있다. 물론 어떤 기관에서 근무하느냐와 어떤 직무를 담당하느냐에 따라서 발휘하는 역량은 각각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교육전문직원 선발고사에서는 대체적으로 기본적인 상황을 확인한다. 교육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와 같은 상황을 이해하고 대비한다면, 왜 이런 것을 공부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PART VIEW] 교육전문직원 선발전형 응시 준비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지금까지 살펴본 교육전문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교육전문직원이 되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교육전문직원 선발전형 응시는 무조건 공부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하고 살펴보면서 ‘자기화’해야 되고, 이해를 바탕으로 밖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실전연습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학교업무와 교육전문직원 선발전형 응시 준비를 병행해야 하고, 대인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으니 많은 한계 상황을 겪게 되며, 한두 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소 일 년은 버텨야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도 매우 부담된다. 더구나 그동안 교직에 있으면서 학생교육에 중점을 두던 것과는 달리 교육전문직원은 행정중심의 일이나 자신 이외의 교원과 학교 등을 지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종류의 공부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즉 새로운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교육전문직원 선발전형은 일반 자격시험과 달리 정해진 범위나 내용이 제한되는 문제은행식이 아니고 매번 새로운 문항들이 출제된다. 출제문항은 수많은 검토과정을 거치는데, 기출문제나 관련 단체·기관들이 제시한 예상문제를 걸러내고, 새로운 내용과 유형의 문제를 만든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안테나를 높여야 한다’하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항상 새로 것을 찾아 문제를 출제하는 경향이 있으니 사회변화나 교육정책 변화 등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서 관련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안테나를 높여 촉을 예민하게 만들 것인가? 첫째, 교육전문직원 선발전형 출제자 입장에서 새로운 문항 개발을 위해 어떤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일반적으로 교육청에서부터 시작되는 교육정책들이나 주요사업들, 사회적으로 여론화되거나 이슈화되는 교육관련 사건들이다. 교육부·교육청의 주요추진정책·사업은 언론사 보도자료로 배포되기 때문에 신문스크랩을 활용하면 한 번에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시·도교육청 업무포털에서 제공하는 신문스크랩은 가장 간단하게 여러 가지 정보를 알 수 있는 통로이다. 사회적으로 여론화·이슈화된 것들도 대부분 신문스크랩에서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 교육부·교육청은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으며, 추후 기획서와 보도자료가 나오기 때문에 문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계에만 오래 있다 보면, 사회현상을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교육전문직원 선발전형 준비뿐만 아니라 원활한 교직생활을 위해서도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훈련은 필요하다. 특히 교육전문직원이 되어 교육부·교육청에 근무할 때,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유지하는 일은 업무 특성상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신문스크랩을 읽고, 저장하며 정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안 문제와 관련된 신문기사를 참고하여 수시로 논술·기획을 해보고, 전문가에게 피드백을 받아 보거나, 스터디그룹·토의·토론을 한다면 교육전문직원 선발전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논술이나 기획, 현장지원 전문성, 면접 등의 문제는 어떤 자료를 활용하여 공부해야 할까? 우선 교육부·교육청 홈페이지에는 각 부서의 각종 주요사업계획서나 보고서 등이 있고, 관련 보도자료·반박자료·해명자료는 기관 소식란에 탑재되어 있다. 이렇게 게시된 자료들은 교육부·교육청의 중점사업들이고, 이는 학교현장에 적용할 것들이며, 매년 업그레이드되어 새로운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평소에 교육청·교육부 홈페이지 등을 방문하여 관련 자료를 내려 받고, 탐독하여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 교육청·교육부와 같은 교육행정기관이나 한국교육개발원 등의 교육연구기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계간지 등을 지속적으로 구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잡지에서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교육청이나 교육부의 월간지·계간지에서 특집으로 다루는 것들은 교육감·교육부장관이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정책이나 현안 사업들이기 때문에 전형시험에서 과목과 연계되어 출제될 가능성이 많다. 더불어 교육청·교육부가 실시하는 각종 연수·워크숍·회의 등에 적극 참여하고, 그때마다 제공되는 각종 자료들을 수집하여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교육부·교육청 등에서 요청하는 업무지원에 적극 참여하는 것 역시 흐름을 읽는데 매우 유용하다. 왜냐하면 각종 연수나 회의 등에 자주 참여하다 보면 교육부·교육청에서 최근 강조하는 현안 문제가 무엇인지 학교현장에서보다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부·교육청 업무지원을 하다 보면 교육청의 업무시스템이나 체계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전문직원 업무처리에서 중요한 것들을 파악할 수 있어 시험 준비에 매우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에는 교육전문직원 선발시험 출제요원 중 현장 교원인 경우는 대부분 교육전문직원 출신들이 많고, 타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이들이 출제한다면, 상황인식이나 문제선택 방향은 교육전문직원 관점에서 바라보거나 기대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내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교육전문직원 선발시험의 목적은 학생지도를 잘하는 훌륭한 선생님일까, 아니면 업무를 잘하는 유능한 교육행정가일까? 학교에 오는 모든 공문들을 탐독하고, 학교가 아닌 교육부·교육청의 일처리 과정·방법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전문직원 선발시험은 학교현장에서 학생지도를 잘하는 훌륭한 선생님이 아닌 교육청·교육부 등의 교육행정기관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유능한 교육행정가를 선발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학생·학부모 등의 고객을 대하는 자세나 업무처리방식이 학교현장에서와는 다른 것들을 요구한다. 많은 교원들이 교육전문직원 선발시험의 논술·기획·면접 등에서 교육전문직원이 아닌 여전히 학생지도를 하는 교원 입장에서 진술하는 안타까운 장면을 종종 보게 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듯, 교육전문직원이 되려면 그들이 근무하는 조직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에 오는 각종 공문 형식·내용·처리방식 등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 한다. 넷째, 교육전문직원 선발시험에 대비한 계획수립은 어떻게 할까? 교육전문직원 선발시험은 중장기적인 계획수립이 필요하다. 시험 준비 때문에 학교업무나 친목활동 등을 소홀히 하면, 향후 현장근무실태조사에서 동료교원이나 학부모 등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되고, 이로 인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최소 2~3년 이상의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성실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여야 하고, 학교현장 업무를 통해 기초적인 지식과 업무처리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공부해야 할 영역과 양이 만만치 않아 체력적인 부분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공부의 강도를 서서히 높여 가는 것이 중요하고, 초반에 체력을 방전하여 후반부에 실패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반기에 체력 강화훈련을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전문직원 시험 대비 자료수집·정리 교육전문직원 선발전형에 처음 응시하는 경우, 논술·기획·면접 등에서 어떤 주제나 문제가 출제될까? 그리고 수집된 자료들은 어떻게 정리해야 효율적일까? 혹시 ‘만능툴’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숫자에 민감하고, 어떤 사람은 텍스트에 강하거나 아니면 비주얼에 강한 사람들이 있다. 즉 하나의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음부터 설명하는 여러 가지 접근방식이나 이를 참고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을 설정한 후, 정보를 수집·정리한다면 논술·기획·면접 등을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해당 시·도교육청의 당해 교육감 신년 기자회견이나 교육감 편지, ○○교육협의회(교육장 등이 참석하는 회의) 자료 등을 수집한 후, 강조점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방법이 있다. 교육감 신년 기자회견문이나 편지, ○○교육협의회 자료는 그해에 학교까지 파급될 교육정책의 주요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주요 사업들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논술이나 기획, 현장지원전문성, 심층면접 등과 연계되어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 이때 단순히 알고 있는 것을 묻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현장 상황과 연계하여 적용할 수 있는지 묻는 형태가 많다. 둘째, 교육전문직·교장·교감 집합 연수자료를 수집·정리해 보는 방법도 있다. 교장·교감 또는 교육전문직 워크숍 또는 회의자료는 교육청 입장에서 강조하고 싶거나 학교현장에서 잘 실행이 되지 않는 것을 안내하거나 정리한 것들이 많다. 따라서 문제인식을 갖고 잘 정리해 둔다면 전형응시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보를 수집·정리하면 많은 정보를 축적하는 것 이외에 최근의 중요 이슈나 흐름을 알 수 있고, 이는 교육전문직원 선발 응시에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매년 시·도교육청에서 발행되는 주요업무계획이나 초·중등 장학계획(업무추진계획) 및 각 부서 주요업무추진계획의 주요 정책 방향·중점과제·개별사업 등을 자세히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자료들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에 그친다면, 시험 당일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단순히 암기를 했다고 풀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고, 현장과 연계하거나 융합적인 문제들이 출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료에 제시된 관련 사업들의 배경·취지·주요사업·기대효과·현장의 문제점 등과 연계하여 정리해야 한다. 또한 관련 자료에서 사용되는 용어나 표현에 익숙해지도록 반복해서 보아야 하고, 논술·기획·기술·면접 등에서 기술하거나 답변하면서 자주 활용하여야 한다. 출제위원들이 주로 참고하는 자료들이기 때문에 객관성 유지를 위해 채점기준에도 이러한 용어나 표현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자료를 수집·정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지속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수집하고 정리하고 암기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관련 내용들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논술의 특징과 유형 논술이란 말 그대로 어떤 주제를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논거나 논증을 가지고 합리적이고 독창적으로 글을 논리적인 과정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교육전문직원이 대부분 근무하는 교육행정기관은 대국민을 상대로 교육정책을 펼쳐 나가는 곳이다. 각종 교육정책이나 사업, 관련 법규들은 대개 수많은 이해관계자 집단들과 연결되어 있고, 그들의 입장이 각각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공정성 확보와 원활한 업무추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논술문 작성 시 발휘되는 논리적 사고력이나 논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에 논술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논술의 특징과 유형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논술은 논제 성격이나 과제 유형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 논제 성격에 따라 참·거짓을 따지는 사실논제가 있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가치논제가 있으며, 할 것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정책논제가 있다. 예를 들면 사실논제는 ‘게임은 학생의 성장을 방해한다’ 등과 같이 사실의 진위여부를 쟁점으로 하여 따지는 것이고, 가치논제는 말 그대로 ‘개별학습보다 협력학습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 등과 같이 옳은지 아닌지, 좋은지 나쁜지를 다루는 것이다. 정책논제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폐지하고 과정중심의 수행평가 위주로 해야 한다’ 등과 같이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을 선택하기 위해 따지는 것으로 대부분 교육전문직원의 선발시험에서 많이 제시되는 유형이다. 둘째, 과제 제시 형태에 따라 과거에 많이 출제되었던 주어진 논제에 따라 요구하는 내용을 서술하는 수준인 단독 과제형이 있고, 논제조건을 제한하는 자료를 제시하여 응시자의 견해나 창의적인 해결방법을 요구하는 자료 제시형이 있으며, 먼저 문제상황을 제시하고 여기에 맞는 해결책을 요구하는 상황(조건) 제시형이 있다. 최근에는 모두 섞어 제시하는 혼합 제시형이 많이 등장한다. 유형별 예를 들면 단독 과제형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을 설명하고 학교 지원을 위해 교육청이 추진해야 할 사항에 대해 논하시오’ 등이 있고, 자료 제시형은 ‘다음 학교폭력실태와 관련한 기사를 읽고,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논하시오’ 등이 있으며, 상황(조건) 제시형은 ‘업무정상화 방안에 대해 교원들은 이렇게 다양하게 얘기를 하는데, 이를 참고하여 학교에서 업무정상화제도가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논하시오’ 등이 있으며, 혼합 제시형은 ‘학교폭력이 늘고 있는 표와 교사들이 원하는 교수학습방법의 선호도 그래프, OECD 제시 미래핵심역량를 제시하고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교육의 문제점을 찾고 인성교육 중심의 수업강화 지원방안을 제시하시오’ 등이 있다. 논술 작성의 기초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인재 육성을 위해 일부에서는 컴퓨팅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술도 마찬가지로 잘 작성하기 위해서는 논술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논술 주제를 보면 먼저 논제와 그 이외의 것을 분석적으로 사고하고 파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논술은 개요를 구조화한 후, 전체 윤곽을 미리 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요를 통해 전체 윤곽을 구조화하면 전체적인 맥락이 잘 통해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다. 대개 논술문제를 받으면 개요를 짜고, 그 윤곽에서 떠오르는 키워드를 끄집어내어 펼치는 과정을 거친 후, 다듬어서 완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논제나 전개과정을 기존방식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논술평가 준거에 독창성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결론 부분에서 좋은 아이디어로 방안을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윤곽이나 틀을 개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일반적인 논술의 틀이나 방식으로 작성하면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수많은 논술을 읽는 채점자 입장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교육전문직원은 학교현장 교원과 달리 이해관계자의 폭이 넓고 다양해서 업무처리 형식이나 내용이 미흡하면 설득력이 부족하여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논술 공부는 정답지를 만들어 놓고 달달 외우기보다는 관련 정책들의 배경과 철학, 전체적인 맥락과 내용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편 논술을 잘 쓰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논제에 맞는 핵심내용을 분명하게 언급해야 하고, 핵심내용들이 자연스럽게 잘 연결되도록 진술해야 한다. 간혹 준비되지 않은 응시자의 경우 자기만의 세계관으로 해석하여 전혀 엉뚱한 논술을 전개하곤 한다. 물론 몇 번 응시했다 하더라도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핵심을 찾지 못하고 중요도가 낮은 것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경우도 있다. 흔히 문제 속에 정답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문제 속에 방향이 있고, 조건이 있다. 물론 이에 대한 폭넓은 학습이 이루어져야 문제 속에서 그런 방향과 조건들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신문이나 학술지, 교육청 발행 계간지나 월간지 등을 자주 접하면서 요약해 보고, 이를 활용하여 논술문을 작성한 후 피드백을 받아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전체적인 틀을 잘 구조화하고,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하여 논리적 비약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며, 해결방안 등에서 자신만의 창의성이 잘 나타나게 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서 창의성이라는 것은 너무 자유스럽게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라기보다 교육정책의 취지·배경·의도·목적 및 이에 대한 현장실태·문제점 등을 바탕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조심할 것은 주어진 문제를 잘못 인식하여 논제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분절되지 않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정책논술 진술 일반론 이제부터는 일반적 논술이 아닌 정책논술을 진술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알아야 내용을 정리해 보겠다. 첫째, 진술할 때 상식적인 수준에서 일반적인 내용에 근거하여 진술하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다. 공문 작성원리 중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술하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삼척동자도 알아볼 수 있도록 작성하라는, 즉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여 진술하고, 일반적인 내용을 근거하여 단어와 진술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둘째, 체계적인 체제나 틀을 갖추어야 한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체제나 틀은 사람으로 따지면 외모 또는 겉모습이고, 건축물로 따지면 외관이다. 사람들이 분위기 있는 카페·음식점·공원 등을 찾는 이유는 외부환경이 사람의 감성을 자연스럽게 자극하고, 대화도 즐겁게 만들며, 음식을 더 맛있게 하는 효과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정책논술에서 체계성은 전달력이나 공감력 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부분이다. 정책논술에서 대개 서론 → 본론 → 결론 등의 순서로 진술해 나가기도 하고, 서론·본론·결론이라는 제목 대신에 구체적인 내용을 진술하기도 한다. 즉 Ⅰ.서론 → Ⅱ.본론 → Ⅲ.결론 식으로 진술하거나 Ⅰ.생태전환교육의 개념과 필요성, Ⅱ.생태전환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Ⅲ.생태전환교육의 추진전략 또는 Ⅰ.미래사회를 위한 생태전환교육, Ⅱ.학교교육과정에서 생태전환교육 실천방안 및 전략, Ⅲ.존중과 공감의 생태전환교육 등으로 체제나 틀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제목들을 통해서 논리적 순서가 느껴지도록 대표성 있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셋째, 가급적이면 해당 분야의 전문적 용어나 고급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해당 정책의 용어를 사용하면 관련 지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추가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문적이거나 고급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해당 정책분야의 내용과 관련이 없거나 아주 특수해서 보통의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 조심하는 것이 좋다. 넷째, 대안을 제시하거나 주장을 할 경우 자기 자신이 할 일을 교육전문직원 관점에서 진술해야 한다. 현재 신분인 교사의 관점·입장이 아니라 교육부·교육청 등의 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주장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조직에 취직하기 위해 논술시험을 보거나 면접을 볼 때, 현재 자기 입장에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관의 비전이나 운영 목적의 관점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교육부·교육청 등의 행정기관은 학급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단위학교에서 해당 학부모·교원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파급력이 강하다. 따라서 논술주제를 보는 관점도 해당기관에 맞추어 생각하여 답변해야 한다. 또한 흔히 많이 일어나는 오류가 자신이 할 일은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이나 조직들이 해야 할 일을 중심으로 진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책임회피형으로 비춰질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전문직원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자료수집·정리방법과 논술작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정책논술의 작성순서와 서론·본론·결론 진술방법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논술을 작성해 볼 계획이다.
교본으로 삼을 만한 기획안의 ‘전형’은 없다! 다루는 문제의 종류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 무엇보다 기획자의 공적 처지와 강조에 따라 기획안의 세부적인 형식과 내용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좋은 기획안을 쓰기 위해서는 ‘동참 욕망을 자아내야 하는 실행 문서’라는 기획안의 본질을 견지하면서, 많은 기획안을 읽고 쓰면서 좋은 기획안에 대한 상(像)을 ‘자기 안’에서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귀납적 체득과정’이야말로, 쉽게 넘볼 수 없는 전문성을 성취하는 방법의 ‘전형’이다. 지난 호에서는, 그 귀납적 체득과정의 일례로, 기획안이 갖추어야 하는 주요 미덕(의미·객관성·논리성·실행 가능성)의 관점에서 기획사례 하나를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기획문장을 담아보려고 한다. 기획의 목적·배경·방침 따위의 형식적 구성요소는 단지 형식이 아니다. 특정한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에 맞는 내용, 그 내용에 어울리는 표현 방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 교육청 시행계획에서 발췌한 표현을 사례로 살펴보자. 제목 ❶ 협력적 독서·인문교육 활성화를 위한 2021 독서·토론·인문소양교육 기본계획 ❷ 2021 제2외국어 교육 내실화 추진계획 ❸ 2021 알파맨 운영계획 ❹ 2021 탈북학생 교육지원 기본계획 기획안 전체, 혹은 추진과제나 세부사업의 제목은 내용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간단명료하게 짓는 것이 기본이다. 물론 다루는 내용의 규모에 견주어 너무 크거나 작지 않아야 한다. ❶번 ‘협력적 독서·인문교육 활성화’, ❷번 ‘내실화’처럼 지향하는 방향이나 강조점을 담아낼 수 있으면 좋다. 그러나 자칫 말이 길어져 ‘간단명료함’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❸번 제목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상적인 제목이면 더욱 좋다. 본 계획서에는 알파맨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지만, ‘알파맨’이라는 제목만으로도 ‘문제 중심의 한시적 인력 운용 시스템’이라는 기획안 내용과 방향이 읽히는 좋은 제목이다. 그러나 인상적인 제목에 대한 욕심으로 억지스럽게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기획안을 이해하기 위하여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❹번처럼 건조하더라도 간단명료한 작명이 훨씬 더 낫다. 정책은 해마다 예산이 부여되고 평가가 이루어지므로 기획안의 제목에는 연도를 포함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기본계획’이라는 표현은, 별도의 시행령이 필요한 기본법처럼 세부적인 후속 계획이 있거나, 실행 주체의 자율적 공간을 남겨두고 대강의 체계만 제시할 때 사용한다.[PART VIEW] 추진근거 ❶ 「양성평등기본법」 제15조(성별영향평가), 「독서문화진흥법」 제10조(2016.12.20. 개정), ❷ 2021년 성별영향평가 지침(여성가족부), 서울특별시교육청 탈북학생 교육지원 조례, 2022 초등 배움·나눔 수업성장 프로젝트(초등교육과-4199, 2022. 3. 21.) ❸ 2018 행정업무운영 편람(행정안전부, 2018. 2.) ❹ 2022 서울교육 주요업무(정책·안전기획관-11464, 2021.11.29.) ※해당 내용 인용 추진근거에는 기획의 법적·제도적·행정적 근거를 담는다. 기획안의 첫머리에서 기획의 명분을 제공한다. 물론 그런 근거 없이, 기획자의 문제의식만으로도 얼마든지 기획할 수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논쟁과 혼란을 방지하고 추진동력과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 기획의 방향성이나 경과 등 기획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최대한 성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❶번처럼 기획주제를 포괄하는 법령을 제시할 때는, 관련 조항의 번호와 제목을, 개정된 법률이라면 개정 여부까지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❷번처럼 특정조례·지침·공문 전체가 근거가 될 때는 하위 정보 없이 그 자체만 제시해도 좋지만, 제시된 근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❸번은 좋지 않은 사례다. 행정업무운영 편람의 어떤 내용이 기획주제와 관련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❹번처럼 해당 내용을 간략하게 인용하는 게 좋다. 추진배경 ❶ 입학 전 한글 선행학습이 일반화되어 있으나 학습기간 대비 학습효과가 낮고, 교육격차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 발생 ※자료: 선행학습 비율, 학습효과,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 ❷ 학업 등 학교생활에서 겪는 탈북학생의 어려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및 사회 적응과 성장을 위한 진로·직업교육 필요성 증대 ※자료: 탈북청소년이 학교생활에서 겪는 어려움 ❸ 수업 전문성 신장을 위해 수업성찰과 소통 분야의 노력 필요 ※자료: 관련 연구결과, 수업혁신에 대한 지속적인 현장의 요구 ※자료: 관련 설문조사 결과 ❹ 코로나 이후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확장된 일상 공간인 온라인 공간에서도 유연하게 실행할 수 있는 온라인 독서교육에 대한 필요성 증대 ❺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교육에 대응하는 교육행정혁신 의지 기획자가 생각하는 기획의 명분은 추진배경에 온전히 드러난다. 여기서 제시한 문제의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추진목적과 세부추진과제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추진배경은 보편적인 호소력이 있으면서 치우치지 않고 다루고자 하는 문제 지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단일 기획안으로 해소할 수 없는 너무 큰 문제의식이나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의식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추진배경은 자료(통계·설문·연구·보도자료 등)를 활용하여 기획자의 문제의식을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❶번처럼 기획자가 포착한 사실을 간략하게 표현하고 근거자료를 함께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문제의식을 잘 드러낼 수 있다. ❷번처럼 문제 사실에 대한 근거자료와 함께, 기획자가 판단하는 조치의 ‘필요성(요구) 증대(대두)’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❸번처럼 문제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기획자가 생각하는 조치의 필요성을 근거자료와 함께 제시할 수도 있고 ❹번처럼 상식적인 현실 인식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조치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❺번처럼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주장만으로 표현된 문제의식은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간혹 추진배경과 현황(실태분석)의 내용을 구분하지 않고 쓴 기획안이 있다. 현황(실태분석)은 문제해결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작성한다. 예를 들어 추진배경에서 교육격차의 심각성과 해소의 필요성을 제시했다면, 현황(실태분석)에서는 사회·경제·가정환경·학교급·지역 등 다양한 원인에 따른 교육격차의 발생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다. 그래야 교육격차 문제해결을 위한 적절한 세부추진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 추진목적 ❶ 초등 1학년에 한글책임교육을 실시하여 출발선 평등보장 및 학습결손 누적 방지 ❷ 초등학교 단계부터 문해력 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여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도 확보 ❸ 정책이 성별에 미치는 영향과 성차별 발생원인 등을 체계적·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실질적인 성평등 실현 ❹ 협력적 독서·토론·글쓰기 중심 수업혁신을 통한 미래역량 함양 ❺ (학생 참여형)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학생 맞춤형 수업운영 지원 ❻ (일상적 수업나눔) 일상의 수업을 함께 바라보고 성찰하며 서로의 수업철학과 방법을 공유하는 수업나눔 학교문화 확산 추진목적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목적이 분명해야 평가를 통해 정책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고,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이정표로 삼거나 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가 있다. 추진배경에서 제시한 문제의 해결과 연관된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목적 달성에 따른 기대효과와의 연계도 고려해야 한다. 목적을 서너 개 이상 제시하거나, 여러 개의 목적을 한 문장에 담거나, 무엇이 목적인지 금세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길게 설명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눈에 읽힐 수 있도록 가능하면 짧게, 핵심 낱말을 문미에 일관되게 배치하는 것이 좋다. 목적 문장을 기술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위에서 제시한 사례들처럼 ‘목적의 범위를 한정하는 부연설명(~통한, ~위한, ~하는)’에 이어서 문미에 목적을 제시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부연설명 없이 목적만 단도직입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 쉬워 보이지만, 추진목적은 실수가 많은 구성요소이다. 사례 ❶번~❹번의 문미에 있는 말들을 살펴보자. ‘출발선 평등보장 및 학습결손 누적 방지’,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도 확보’, ‘실질적인 성평등 실현’, ‘미래역량 함양’ 문두와 비교할 때 하나같이 추상적이다.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한글책임교육만 하면 출발선 평등이 보장되겠는가? 문해력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면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를 얻겠는가? 협력적 독서·토론·글쓰기 중심의 수업혁신만으로 학생의 미래역량이 함양되겠는가?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단일 기획안의 목적으로 삼기에는 너무 큰 말들이다. 요컨대 목적 문장의 앞뒤를 바꿔 이렇게 써야 한다. ❶ 출발선 평등보장 및 학습결손 누적 방지를 위한 초1 한글책임교육 실시 ❷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하여 초등학교 단계 문해력 교육의 체계적 실시 ❸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한 체계적·종합적 성별 영향평가 ❹ 학생들의 미래역량 함양을 위한 협력적 독서·토론·글쓰기 중심 수업혁신 ❺번과 ❻번은 잘 기술된 목적 문장이다. ‘학생 맞춤형 수업운영 지원’과 ‘수업나눔 학교문화 확산’이라는 목적이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한눈에 읽힐 수 있도록 말을 줄일 필요가 있어 보이지만, 문장 앞에 괄호를 배치하여 목적을 한마디로 강조하는 효과가 두드러진다. 추진방침 ❶ 담당자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한 구성원의 성별 영향평가 역량 강화 ❷ 수업지원단 운영평가 및 우수사례 공유를 통한 지원역량 강화 ❸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성별 영향평가 전문성 제고 ❹ 일상적 수업나눔·성찰을 통해 다양한 수업공개 문화 확산 ❺ ‘수업’에 관한 연구·실천·나눔을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 ❻ 수업배움·나눔의 장을 교실 밖, 학교 간으로 확장 추진방침은 추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립되는 세부추진계획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추진목적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의 교육격차 해소’라고 하자.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근본적 해소를 위한 구조적 방안 모색’이라는 추진방침을 제시했다면, 세부추진계획에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사 정원 확대와 같은 제도 개선방안이나 가정-학교-마을 연계 조직적 기반 구축, 원격교육 인프라 구축 등의 사업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추진방침 문장은 보통 ❺, ❻번처럼 사업추진의 ‘구체적인 방향성이나 방안의 종류’를 제시하고 제시된 방향에 호응하는 ‘모색·강화·운영’ 등의 동사를 덧붙여 끝을 맺는다. 사례 ❶, ❷는 추진방침이라기보다 추진목적이나 사업추진내용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사례 ❸, ❹가 추진방침에 합당한 문장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정도로 손질해야 한다. ❸ 성별 영향평가 전문성 제고를 위하여 유관기관과의 협력방안 모색 ❹ 일상적 수업나눔을 지향하는 다양한 수업공개 문화 확산방안 모색 기대효과 ❶ 정책 수요자의 성별 특성에 기반한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서울교육만족도 제고 ❷ 책 읽는 학교·가정·마을을 통해 평생 독서인으로 성장하는 독서·인문 생태계 구축 ❸ 미래사회의 다양한 행정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적극적 조직문화 조성 ❹ 미래형 교수·학습연계 학생중심 수업확대를 통한 학생의 미래변화 주도 역량 함양 ❺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수업혁신 및 수업전문성 신장으로 더 질 높은 공교육 강화 기대효과는 보통 기획안의 끝에 두는데, 기획안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힘도 빠지고 기대효과에 쓸 말이 궁색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추진목적을 비롯하여 기획안의 앞에서 언급한 말을 반복해서 쓰거나 대강 써놓은 듯한 실수를 하기 쉽다. 기대효과는 말 그대로 목적을 달성했을 때 나타날 것이 예상되는 효과이다. ‘효과’에 해당하는 말이 궁색할 때는, ‘추진목적(A)’과 ‘추진목적을 포괄하는 상위의 목적(B)’을 활용하여, ‘A에 따른(~통한, ~으로, ~하여 등) B’와 같은 식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❶번~❺번의 기대효과 문장 끝에 나와 있는 말들, 즉 ‘서울교육만족도 제고, 독서·인문생태계 구축, 적극적 조직문화 조성, 미래변화 주도역량 함양, 더 질 높은 공교육 강화’ 등이 바로 B에 해당하는 말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일이 있다. 유리창 닦기처럼 아무리 공들여 하더라도 작은 흠이 두드러져 보이는 일이 있고, 잔뜩 풀 먹은 벽지가 쭈글쭈글하고 못마땅해 보여도, 나중에는 빛이 나고 작은 흠은 보이지 않는 도배와 같은 일이 있다. 기획안을 작성하는 일은 도배류의 일이다. 그렇다고 나중을 기약하고 기획안을 대강 작성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기획문장 하나가 기획안 전체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표현 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기획의 본질에 집중하자는 얘기다. 그럼에도 기획문장을 분석적으로 살펴보는 이유는, 각 구성요소의 개념, 나아가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지 않으면 구성요소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표현이 반복되고, 결국은 갈팡질팡한 기획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기대효과까지, 기획안의 논리적 맥락은 뚜렷하게 살아 있어야 한다. 기획안을 시작하는 첫 표현부터, 그렇게 쓰는 합당한 이유를 생각하며 써야 작은 실수가 있더라도 맥락을 잃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펴본 기획안의 구성요소에 맞는 표현 방식은 그래서 중요하다. 기획문장을 쓰는 공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획안이 가야 하는 길을 잃지 않게 만든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즉 유보통합이 차기 정부에서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교육공약이기도 하다. 유보통합이 처음 거론된 것은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에서부터다. 이후 역대 정부는 유보통합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실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쟁점만 부각시켰을 뿐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크지만, 출발점·목표·지향점을 달리하면서 상이한 경로로 발전해 왔다. 이 같은 이원체제 속에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면서 지난 수십 년을 지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누리과정을 처음 도입하고, 이후 정부에서 본격적인 예산 지원이 이뤄지면서 유보통합의 여건은 한층 성숙해졌다. 유보통합은 영유아에게 양질의 교육과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실현해야 할 과제이다. 동시에 유아 공교육체제 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이번 호는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유보통합의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고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의 입장을 들어본다. 또 유보통합을 이루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방법론은 어떻게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본다. 이와 더불어 유아 공교육화를 위한 추진방안도 함께 모색해 본다. 들어가며 차기 정부에서 추진하게 될 유보통합 정책은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필두로, 돌봄정책과 함께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처우 개선 및 단계적 유보통합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 공약들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아, 국정과제로 가기에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정책을 정련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윤석열 정부의 단계적 유보통합은 가능할까? 윤석열 정부의 유보통합 정책이 실현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단계적 유보통합을 경험한 전문가들은 단계적 방안의 실현가능성에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정책은 정치와 맞닿아있고, 정치는 생물이므로, 단계적 방안들은 어느 시점에서 정치환경에 따라 예산이 축소되어 애초 목표와는 달리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유보통합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의 유보통합의 필요성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의 비전을 교육에 적용해보자면, 균등하게 교육받을 교육권의 제공, 자신의 적성이나 호기심을 충분히 성장시킬 수 있는 개별화 교육기회 제공이라고 볼 수 있다. 유아교육과 보육체제의 분리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영유아들의 교육과 보육의 격차가 있고, 심지어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3~5세의 경우에는 의무교육 대상자임에도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국가교육철학을 실현해보자면, 영유아부터 평생교육까지 대한민국의 미래인재양성을 위한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통합된 유아교육과 보육의 체제하에서 보다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유보통합의 당위성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유보통합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도록 이야기되어왔다. 그러나 필자는 특히 윤석열 정부 5년은 유아교육과 보육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한 골든타임이며, 반드시 유보통합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시점에서 유보통합을 꼭 해야 하는 이유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윤석열 정부 향후 5년은 저출생, 인구구조의 변화 등을 고려하는 교육 신체제를 구축해야 할 결정적 시기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2019년 합계출산율이 0.92명으로 합계출산율 1명 미만 국가가 되었으며, 2020년 0.8명으로 초저출생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통계청, 2020). 2026년 전체 초등학생 연령이 될 아동은 약 212만 명이고, 2020년 초등학생 연령대인 만 6~11세 아동은 약 277만 명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2026년에는 현재보다 초등학생 연령이 될 아동이 65만 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를 20명으로 가정할 시 초등학생 65만 명 감소 시 학급수는 3만 2,500학급 감소(유휴교실 3만 2,500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 2026년에는 2020년 유치원 학급수 36,634개의 88.7%인 32,500개 학급을 초등학교 학생수 감소로 인한 초등학교 유휴교실로 충당 가능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변화로 추후 10년 이내에 사립유치원 폐원, 국·공립유치원 통폐합 및 소인수 학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어린이집과 통합하여 기관 이용률을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즉 5년 이후, 인구절벽시대의 소수 영유아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보육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5년 안에 이를 대비해야 한다. 둘째, 국가수준의 자격을 갖춘 교사 양성관리 및 유치원과 어린이집 재원 지원의 합리적 루트 마련을 위해 유보통합이 필요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 국가자격을 갖춘 유아학교체제로 정비하고, 동일연령의 유아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보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체제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누리과정 지원금은 임시회계체제 아래서 지원되고 있으며, 어린이집 지원의 법적 근거가 약하다. 유보통합을 통해 일원화된 체제하에서 양질의 교사제도를 확립하고, 유아학교체제에서 재정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코로나 19 팬데믹과 기후위기 등의 변화에 대응하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미래유아학교 체제가 필요하다. 재난 지속 상황에서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유아들의 발달격차나, 교육과 보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영유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전염병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교육과 보육의 통합된 체제하에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교육과 보육을 제공하기에 더 많은 자원이 있는 교육부 중심의 미래유아학교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많은 안전 관련 지원으로 보다 안전하고,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미세먼지 대응, 안전한 무상급식 제공 등 유아를 위해 최적화된 유아학교 구축이 필요하다. 넷째, 장애영유아의 의무교육권을 되찾아주기 위해 유보통합을 통한 유아학교 체제 구축이 필수적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과 보육환경 체제개편을 통해 영유아의 출발선 평등교육과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유-보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을 하여 유-보 분리체제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영유아를 위한 정책방안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3~5세 장애영유아는 의무교육대상자임에도 어린이집을 선택하게 되면 의무교육지원의 사각지대에 빠지게 된다. 의무교육에서 중요한 양질의 교사 배치와 학급구성 및 예산지원 등의 측면에서 장애영유아의 유-보 격차는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유보통합뿐이다. 다섯째, 유아교육과 보육계의 유보통합 찬반논쟁을 고려할 때, 정치학적 관점에서 적기이다. 과거 유보통합은 어린이집이 반대하였으나, 현재는 어린이집 현장이 더 적극적이다. 한어총의 약 90%가 교육부로의 유보통합에 찬성하고 있다. 유치원 쪽은 유아를 중심에 두고, 연령별 이원화를 전제할 때 유보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충분히 조정가능한 주장들이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 교육부로의 통합에 서로 동의해왔고, 이러한 연대감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유보 격차완화로 유보통합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으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정책을 통해 유아학교가 다시 화두가 되었으며, 유보통합 논의들이 다시 활발하게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복지부 또는 제3의 부처나 ○○청으로의 통합을 주장하는 소수의 의견들이 제안되고는 있으나, 직접 영유아를 보육하는 현장전문가들이 교육부로의 통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므로, 이상의 주장들은 설득력을 얻고 있지 못하다. 이에 지금이 정치학적으로 적기이다. 유아교육과 보육이 모두 교육부로의 통합을 요구하며, 조금씩 양보하면서 걸음걸이를 맞출 수 있다면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유보통합의 방향: 선부처 통합 _ 3단계 통합을 첫째, 유보통합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 유보통합은 미래세대의 교육평등성과 수월성의 조화를 고려하며, 유아교육과 보육체제개편의 틀에서 고민되어야 한다. 이에 기존의 유-보 격차와 유아교육과 보육의 질 제고 패러다임을 넘어 미래세대를 고려한 유-보 체제개편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유아교육과 보육체제 개편은 더 나은 유아교육과 보육환경 마련을 통해 영유아의 개별화교육이 실현되어 창의적인 역량을 길러내는 수월성의 개념, 유아교육과 보육의 격차를 줄이는 교육평등성의 개념이 조화를 이루면서 실현될 수 있도록 기획되어야 한다. 둘째, 교육부로의 선부처 통합과 3단계 단계적 통합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1990년대 이후 저성장 시대의 경제상황과 사회구조를 고려할 때, 소수의 아이들 대상으로 창의교육·경험교육을 영유아기부터 시작하고, 이에 투자해야 하는 때이다. 개별화교육·학습·경험·창의·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작업은 교육이 할 수 있으며, 교육이 복지와 보육을 이끌어 교육과 보육의 질을 높여나가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보육업무를 하는 보육 3과는 인구정책실에 속해있고, 교사를 양성하거나 교육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이 구성되어 있지 않다. 유아·학생의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부에서 이를 담당하는 것이 유아의 성장과 발달에 보다 적합하다. 또한 제3의 부처나 새로운 청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교육부로의 선부처 통합을 통해 우선 부처를 일원화하고, 추진단을 만들어 행정통합을 먼저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여 복지부의 보육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하고, 2022년 첫해에는 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하고, 교육부와 복지부 담당자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유보통합 구체안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1부처 2체제 형식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혼란을 줄이며 의견을 모으는 1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2023년에서 2025·2026년까지 영유아학교 시스템을 구축하여 교사자격·시설·법·거버넌스·전달체계·행재정 등의 제도를 정비하도록 하며, 2026년 영유아학교로 일원화하여 완전 무상교육을 지방재정교부금을 통해 안정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도록 기획해 보는 것이다. 실현가능성: 과거에서 선례를 찾고, 시대적 상상력을 감미하라! 첫째, 2022 단계별 유보통합은 박근혜 정부 시절의 유보통합 환경과 상황이 같기도 또 다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시기 교육부로의 통합에 유아교육과 보육이 모두 합의하였으나, 실행만 남겨두고 실천되지 못하였다. 박근혜 정부 시기 교육부로의 유보통합시 정부조직법 개편을 했던 선례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현재 시점에서 상상력을 더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유보통합이 어려웠던 이유는 탄핵을 제외하고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인수위 시절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여 교육부로 행정통합을 하는 방법이 가장 최적이나, 현재 인수위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부처를 우선 일원화하고, 부처 내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정하고, 새로운 시대에 알맞은 체제개편을 함께 수행해나가야 한다. 둘째, 0~만 5세 통합과 유아학교 명칭 변경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정치학적 지형도를 살펴보면, 오히려 어린이집 현장에서 유보통합을 보다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0~만 5세 통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유치원은 유아학교로의 명칭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가지 쟁점을 캐스팅보트로 두고 유보통합을 유연하게 진행한다면, 큰 무리 없이 유보통합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빠른 행정통합으로 갈등을 줄이고, 함께 미래유아학교 체제하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나가며 유보통합은 오래된 미래이며, 이미 우리 안에서 변화하기 위해 훨씬 전부터 우리 내부에 들어와 있었다. 유보통합을 유아교육과 보육의 미래를 열어가고, 교육과 보육개혁을 위한 디딤돌로 만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제20대 대통령인수위원회의 과학기술교육분과에서 유보통합을 다루고 있으며, 교육부 중심으로 미래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추후 어떤 정치적 흐름을 타게 될지 모르나, 유보통합은 미래세대 영유아의 교육과 삶, 보육과 돌봄의 질이 한 단계 상향되어야 하고, 교육과 보육공동체, 나아가 한반도 미래를 위해 고민해나가야 한다. 유보통합이 가능하려면, 바로 지금 우리 안의 변화를 실천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교육의 테두리에서 초·중등교육과 연계되면서도 보육과 돌봄,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즉 유보통합이 차기 정부에서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교육공약이기도 하다. 유보통합이 처음 거론된 것은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에서부터다. 이후 역대 정부는 유보통합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실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쟁점만 부각시켰을 뿐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크지만, 출발점·목표·지향점을 달리하면서 상이한 경로로 발전해 왔다. 이 같은 이원체제 속에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면서 지난 수십 년을 지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누리과정을 처음 도입하고, 이후 정부에서 본격적인 예산 지원이 이뤄지면서 유보통합의 여건은 한층 성숙해졌다. 유보통합은 영유아에게 양질의 교육과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실현해야 할 과제이다. 동시에 유아 공교육체제 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이번 호는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유보통합의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고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의 입장을 들어본다. 또 유보통합을 이루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방법론은 어떻게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본다. 이와 더불어 유아 공교육화를 위한 추진방안도 함께 모색해 본다. 수십 년 동안 추진되어왔으나 실현되지 못한 미완의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요구는 이번 선거에서 또다시 뜨겁게 분출되었고, 유력 대선 주자들은 유보통합을 공약에 반영했다. 그동안 유보통합은 지난한 정책과제로 여겨졌으며, 유보통합의 구체적 과정에 대한 다양한 쟁점이 있었다. 필자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유보통합 논의가 진행되면서 쟁점이 되었던 사항을 보육계에 몸담고 있는 일원으로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보육계에는 부모·교사·원장·학계·행정 등에 따라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그런가 하면 같은 원장·교사·부모라 하더라도 국립·공립·민간·가정 등 어린이집 유형에 따라 다양한 입장이 있다. 이글에서 제시하는 의견은 보육계에서 공감을 형성하고 있는 의견 중 하나임을 먼저 밝힌다. 전 연령 통합방안과 연령별 이원화 통합방안 그동안 진행되어온 유보통합의 구체적 방안에 대한 논의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은 영유아 전 연령을 통합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영아와 유아를 나누어 유아만 통합하는가이다. 즉 유아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여 교육부가 관할하고, 영아는 보건복지부 또는 여성가족부 등에서 관할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논의를 접하면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전 연령을 통합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겠으나, ‘영아와 유아를 나누어 통합하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방안인가’라는 점이다. 2020년 말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유아는 54만 명이며, 영아는 70만 명이다. 이중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을 이용하는 0~2세까지의 영아 22만 명을 제외하면 영아의 48만 명이 규모가 큰 민간과 국·공립어린이집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유보통합 논의과정에서 쉽게 영아와 유아의 분리통합, 즉 연령별 이원화를 이야기하지만 현재 영아의 대다수인 70% 정도가 유아와 함께 같은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아와 유아를 분리하여 관할 부처를 나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방안이다. 물론 일부 어린이집은 유아를 전담하고 일부는 영아를 전담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현재 원아의 재원상황이나 모집상황, 부모의 접근성과 선택권 등을 고려해보면 이런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영유아를 인위적으로 분리해낼 수 없고, 유보통합은 0세~만 5세가 함께 통합되어야 한다.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보육선진국 중 다수가 연령 구분 없이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유아를 함께 보육하고 있는 어린이집 원장으로서의 경험에 비추어보더라도 교사가 영유아를 보육할 때 현재 보육하는 아이들의 이전 모습과 이후 모습, 즉 발달의 연속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아이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어린이집에 담임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성장과정을 아는 이전의 담임교사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은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유보통합 관할 부처는 어디? 이제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관되게 교육부로의 통합이 지지되어 왔다. 2021년 7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에서 실시한 전국 보육교사·원장·부모 등 2만 6천 명의 조사에서는 유보통합 찬성이 90.0%로 나타났고, 80.6%가 교육부로의 통합을 지지했다. 그런데 필자의 경우, 어느 부처로 가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보육과 유아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는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 중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은 교육적 전문성이다. 교육적 전문성의 의미는 영유아기에 학교교육과 같은 교육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영유아의 연령에 따라 정서·사회성·신체·언어·인지 등 다양한 발달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입시 위주의 한국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미되어 교육적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핀란드·뉴질랜드 등 다수의 보육선진국이 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영유아 보육을 통합 이관해왔으며, 이는 학교교육을 영유아기에 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뇌과학 발달에 따라 더욱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영유아기에 발달의 기초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이고 세심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있다. 단계적 통합이라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가? 유보통합을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해 ‘보육과 유아교육의 격차를 해소한 후 통합하는 방안’과 ‘관할 부처부터 먼저 통합하자는 선(先)부처 통합방안’이 대두되어 왔다. 2016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최윤경·박창현 등)에서 성공적인 유보통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1순위는 중앙부처의 통합으로 나타났으며, 그동안 다수의 토론회에서 선부처 통합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필자 또한 수십 년간 논란이 되어왔고, 준비만 해오던 유보통합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1단계에서 선부처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전체를 한눈에 보면서 제대로 된 유보통합 방안과 절차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1986년, 뉴질랜드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유보통합의 첫 단계로 선부처 통합을 함으로써 유보통합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킨 바 있다. 유보통합 논의에서 빠짐없이 거론되는 것이 무상교육이다. 그러나 필자는 현재의 무상교육을 넘어서는 완전 무상교육이 되기 이전에 반드시 ‘질적인 개선을 위한 재정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교사 대 아동의 비율 개선, 실내·외 놀이공간 확보 등은 재정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실외놀이터 없이 하루 종일 실내에서 지내야 하는 영유아가 어떻게 양질의 보육을 받을 수 있겠는가? 2004년 「영유아보육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교사 대 아동 비율은 변화가 없으며, 이는 양질의 보육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어 왔다. 유치원 또한 교사 대 아동 비율 문제를 안고 있기에 질적인 도약을 이루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 적절한 인적·물적환경은 영유아보육과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는 가장 기본적 토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육과 유아교육에서 가장 취약한 것이 바로 인적·물적환경이다. 따라서 무상교육 이전에 꼭 먼저 인적·물리적 여건 개선이 실현되어야 한다. 더 이상 ‘싼 게 비지떡’인 정책으로는 영유아의 권리보장도, 저출산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그동안 부모와 운영자 중심의 영유아 정책에서 무상교육이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영유아의 삶의 질을 중심으로 정책을 바라보면서, 영유아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을 먼저 해결해나가는 유보통합 정책이 되기를 바란다. 왜, 현시점에서 유보통합이 절실히 필요한가 이상에서 유보통합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관련된 의견을 제시해보았다. 끝으로 현시점에서 유보통합이 왜 절실히 필요한지, 유보통합을 통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무엇인지 언급하고자 한다. 보육과 유아교육은 현재 아동학대 등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질적으로 보다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있다. 그러나 이원화로 인해 영유아에 대한 불평등과 부모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보육과 유아교육현장이, 전문가와 행정이 당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력 발휘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격차 해소를 통해 유보통합을 한다고 했지만, 정작 보육과 유아교육현장이 각자 동떨어져 있다 보니 무엇이 격차인지조차 알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보육과 유아교육의 전문가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통해 질적 도약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기 비슷한 일들을 양쪽에서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행정의 특징이라고 일컬어지는 칸막이가 높은 행정은 보육과 유아교육이 이원화됨으로써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어린 영유아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장애아보육·교육에서는 모든 장애유아에 대한 차별 없는 정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종합적인 통계조차 제대로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영유아의 연령 범위나 수는 초등학교에 버금가는 데도 불구하고, 유아교육은 대상이 소수이다 보니 교육행정에서 늘 아웃사이더와 같은 존재가 되어 질적 개선이나 문제해결에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는 엄청난 변화의 속도와 복잡성을 보여주고 있고, 한국사회는 저출산의 난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보육과 유아교육현장, 전문가와 행정이 똘똘 뭉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도 부족한데 언제까지 비효율적이며, 효과적이지 못한 행정력 낭비의 근원인 이원화된 체제에 머물러있어야 하는지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이다. 아무쪼록 대선 공약으로 언급되었던 유보통합이 이번 정부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즉 유보통합이 차기 정부에서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교육공약이기도 하다. 유보통합이 처음 거론된 것은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에서부터다. 이후 역대 정부는 유보통합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실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쟁점만 부각시켰을 뿐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크지만, 출발점·목표·지향점을 달리하면서 상이한 경로로 발전해 왔다. 이 같은 이원체제 속에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면서 지난 수십 년을 지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누리과정을 처음 도입하고, 이후 정부에서 본격적인 예산 지원이 이뤄지면서 유보통합의 여건은 한층 성숙해졌다. 유보통합은 영유아에게 양질의 교육과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실현해야 할 과제이다. 동시에 유아 공교육체제 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이번 호는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유보통합의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고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의 입장을 들어본다. 또 유보통합을 이루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방법론은 어떻게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본다. 이와 더불어 유아 공교육화를 위한 추진방안도 함께 모색해 본다. ‘유아학교’ 명칭변경은 일제 잔재 청산서 시작 세계 최초로 독일에서 만들어진 ‘kindergarten’을 일본인들은 유치원이라 번역하였고, 대한민국 유치원의 시작은 일본의 거류민 유아들을 위해 시작되어 사인들에 의해 개설되고 운영되어왔다. 2004년 1월 29일 제정된 「유아교육법」에서는 ‘유치원은 유아의 교육을 위하여 이 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으며, 유아학교라는 명칭은 2005년 광복 60주년 기념사업회와 문화관광부가 개최한 일제문화 잔재 바로잡기 시민 제안 공모전에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이 채택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제안은 1996년부터 유아교육계와 교원단체·학부모단체를 중심으로 20년 가까이 끊임없이 요구되어 왔고, 2020년 8월 광복절을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광복 75주년을 맞아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해 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현재 국회에는 이군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20214.12.28.)에 이어 강득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2020.10.29.)이 법안으로 상정되어 계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2022년 3월 8일 교육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교섭에서 유아학교로의 명칭 개정에 합의했다. 유치원과 유아학교의 공통점과 차이점 ‘학교는 일정한 목적·설비·제도 및 법규에 의거 교사가 학생에게 교육하는 공공기관이다.’ 명칭 변경에 상관없이 유치원은 위의 정의에 따른 학교임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 상황을 분석해 볼 때, 명칭 변경 후 따라올 유아교육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현재 만 3~5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유치원은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과 대상 연령이 중복되어, 돌봄기관인지 교육기관인지 명확한 이해 없이 이원화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현실적 이해관계에서 많은 충돌을 가져오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교육기관과 돌봄기관이라는 각각 구분된 개념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어 온 유보통합 논의과정이 두 기관에 대한 개념의 혼재를 가중시켰다. 따라서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하는 것은 공·사립유치원이 공교육체계를 잡아가며 본연의 교육기관으로서의 특징과 강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사회적 요구와 기대에 적합한 양질의 돌봄기능과 역할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며, 교육체계 안에서 유아교육 기틀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유아학교 명칭 변경은 제도적으로 유치원부터 초·중·고·대학교로 이어지는 학교체제의 연계성과 대한민국 학교체제의 통일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본질을 찾아주는 일이 될 것이다. 지난 2017년 사립유치원이 사립학교와 사적 재산침해에 대한 양면적 입장을 취하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상황은 유치원이 공·사립학교로서 체제에 대한 제도적 정비와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과 국가교육체제 안에 안착하지 못한 극명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제 공·사립유치원이 유아학교로 전환되면, 유아교육기관은 학교로서의 체제를 정비하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육기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국·공립 유아학교의 증가 및 국가의 책무성이 실현될 것이다. 교육부의 조직구성을 살펴보면 유아교육행정을 담당하는 ‘유아교육정책과’는 타 학교급의 행정조직 편성과는 현저히 다른 교육복지정책국에 편성된 단일 국으로 방과후돌봄정책국과 함께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유아교육의 현실과 교육부의 유치원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행정구조라고 볼 수 있다. 유아학교로서 위상을 정립하는 과정은 단순히 명칭 변경에 그치는 것이 아닌, 유아교육의 행정적 지원조직을 새롭게 정비해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또한 유아교육이 교육기관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공교육체제로 전환하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교육부 행정지원체계가 유·초·중등교육의 연계성을 유지하며 정비될 때,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워 갈 수 있을 것이다. 유치원이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된다는 것의 시사점 직역하면 ‘어린이의 정원’이라 표현할 수 있는 독일의 ‘kindergarten’을 일본은 유치원이라고 번역했다. 따라서 새로운 명칭으로 변경한다는 것은 일본식 표현에서 벗어나 순수한 우리 민족의 고민을 담은 교육기관의 이름을 갖는다는 큰 의미가 있다. ‘유치’라는 표현이 단순히 나이 어림의 ‘어릴 유(幼)’, ‘어릴 치(稚)’를 의미할 뿐 교육기관의 위계상 적정한 명칭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살펴볼 때 명칭 변경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할 것이다. 「교육기본법」 제9조(학교교육)에는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유치라는 표현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교육기본법」에 근거한 학교 교육기관으로서,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의 명칭 변경은 유·초·중등 교육기관의 공교육 체계성을 잡아가는 중요한 측면이 될 것이며, 초·중등, 대학교와의 형평성 및 계열성에 기초하여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유아학교로의 명칭 변경은 사교육으로 출발한 유아교육이 공교육으로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학제의 처음을 담당하는 공·사립유치원이 학교체제로서 유아교육 기틀을 잡아가는 계기로 큰 의미를 지니며,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아학교의 명칭 변경’에에 따른 기관의 독립적인 위상 정립, 제도 및 행정적 정비는 유아교육이 정식 교육학제로 편성되는 기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 미래 유아교육 발전을 위해 유아교육이 초·중등교육과 연계성을 가지고 무상교육 또는 의무교육의 장으로 갈 수 있는 시발점으로서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유아들을 위한, 유아들의 교육기관인 유치원은 지금까지 그 기능과 역할이, 역사적·제도적·행정적으로 미흡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지내왔다. 이제 새로운 유아학교로의 도약을 통해 새로운 역사적 의미를 생성하고, 제도적으로는 유·초·중등 교육기관으로서 연계성과 통일성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또 행정적으로 탄탄한 교육기관의 체제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은 이 땅의 유아들에게 더 큰 미래를 열어주는 동시에 대한민국 미래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즉 유보통합이 차기 정부에서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교육공약이기도 하다. 유보통합이 처음 거론된 것은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에서부터다. 이후 역대 정부는 유보통합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실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쟁점만 부각시켰을 뿐 성공에 이르지는 못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크지만, 출발점·목표·지향점을 달리하면서 상이한 경로로 발전해 왔다. 이 같은 이원체제 속에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면서 지난 수십 년을 지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누리과정을 처음 도입하고, 이후 정부에서 본격적인 예산 지원이 이뤄지면서 유보통합의 여건은 한층 성숙해졌다. 유보통합은 영유아에게 양질의 교육과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실현해야 할 과제이다. 동시에 유아 공교육체제 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이번 호는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유보통합의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고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의 입장을 들어본다. 또 유보통합을 이루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방법론은 어떻게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본다. 이와 더불어 유아 공교육화를 위한 추진방안도 함께 모색해 본다. 새 정부 출범을 맞이하여 유아교육계의 오랜 과제인 유보통합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의미하는 용어로써, 교육에 중점을 두어 온 유치원과 돌봄에 중점을 두어 온 어린이집(보육시설)으로 이원화된 서비스 기능을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어린 영·유아에게 교육과 돌봄이 분리될 수 없으므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서비스 기능, 관리부처 및 행정체계, 법적 근거 및 규제환경, 재원, 교사자격 및 양성체계 등 이원화에 따른 문제점 해소를 위한 통합 논의를 수십 년째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 간의 알력,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립, 학제와 법적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논쟁만 무성하였고 미완의 과제로 이어져 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되었던 유보통합이 용두사미로 끝나고,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유보통합을 위한 끝장토론까지 개최하였으나(2017.6.11.)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료하였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보통합이 더 이상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분야 공약으로 유보통합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문민정부: 1997년 유아교육의 공교육체제 확립 방안 1993년 2월 25일 임기를 시작한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에서는 4차에 걸친 교육개혁안에 ‘만 5세아 무상 유아교육’과 ‘유아학교체제로의 공교육화 방안’을 제시하였다.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는 1997년 6월 ‘‘유아교육 공교육체제 확립방안’을 발표하였다. 핵심내용은 3세 이상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에 대한 교육과 보호서비스를 통합하는 유아학교체제를 구축하여 유아교육을 공교육체제 안에 포함하는 것과 초등학교 취학 직전 연령인 만 5세 유아들에게 최소한 1년의 유아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유아학교 중심의 유아교육·보육체제 개편을 위한 법적 토대는 「유아교육법」 제정을 통해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에 1997년 11월에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유아학교로 통합하고 만 3~5세는 유아학교에서 교육하며, 만 5세 유아부터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내용의 「유아교육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보육계와 학원계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에 실패하여 폐기되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유아교육과 보육체제를 유아학교체제로 전환하여 교육과 보호서비스를 일원화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과 대립, 주무 부처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견해 차이로 결국 무산되었다. 유아교육계와 교육부는 유아학교 중심의 체제 개편에 찬성했다. 반면 보육계와 보건복지부는 유치원과 보육시설의 통합은 상호기능을 부정하고 혼란을 주는 방안이라고 반대하며 이원체제의 유지를 주장하였다. 보육계 입장에서 만 3~5세 유아학교체제는 0~만 5세까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보육서비스에서 ‘만 3~5세 유아를 떼어내고, 0~만 2세 영아만을 전담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였다. 국민의 정부: 2002년 유아교육·보육 발전기획단 1998년 2월 25일 출범한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에서도 만 3세 이상 취학 전 유아를 대상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이원화된 체제를 유아학교체제로 통합하려는 정책방향은 이어졌다. 1999년 9월에 「유아교육법안」이 2차로 발의되었고, 주된 내용은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교육부 관리 하의 유아학교체제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유아학교는 보호적 관점을 포함한 복지형 학교로 운영하고, 유치원과 보육시설 등 다양한 교육시설들이 유아학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보육계와 보건복지부, 여성계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에 실패하였고 제15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김대중 정부 집권 5년 차인 2002년 10월 제12차 인적자원개발회의에서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10개 정부부처 실·국장을 위원으로 하는 ‘유아교육·보육 발전기획단’을 구성하고 정책연구를 추진하였다. 정책연구가 제안한 ‘영유아교육·보육 발전방안’ 중에서 ‘중앙부처의 영유아교육·보육 관리체제 정비’ 방안이 제시되었는데, ‘단일부처 통합 일원화체제’, ‘두 개 부처 간 연령별 이원화체제’, ‘두 개 부처 간 상호협력체제’의 세 가지 안이었다. 그러나 2002년 12월 19일에 제16대 대통령선거가 이어졌고, 집권 말기의 정책 추진동력이 없어진 상태라서 정책으로 확정되지 못하였다. 참여정부: 「유아교육법」 제정과 「영유아보육법」 전면 개정 2003년 2월 25일에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는 2004년 1월 29일에 「유아교육법」 제정과 「영유아보육법」의 전면개정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유아교육과 보육의 이원화체제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차례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왔던 「유아교육법안」은 보육계와 보건복지부의 반대에 따라 교육과 보호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내용에서 ‘보호’를 삭제하고, ‘유아학교’라는 용어도 삭제하고 제정되었다. 유아학교체제로 유아교육과 보육을 일원화하려던 취지는 사라지고, 유아교육을 초·중등교육과 분리하여 별도의 법체계를 정립하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같은 날 전면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은 1991년 제정될 때 보육의 대상을 ‘보호자가 보호하기 어려운 영유아’로 제한하였던 것에서 ‘모든 영유아’로 확대하여 보편적 보육을 도입하고,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였다. 「유아교육법」에 근거한 유치원은 교육을,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한 어린이집은 보육을 목적으로 함을 명시하면서 교육과 보육의 법적·개념적 이원화체제를 보다 확고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 참여정부에서는 2004년 6월에 보건복지부에서 관장하였던 보육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였고, 여성가족부는(2005.6.23. 명칭 변경) 전면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하여 2007년 ‘표준보육과정’을 제정·고시하였다. 유치원은 1969년에 국가수준의 ‘유치원교육과정’이 최초로 제정되어 여러 차례 개정되어 온 것에 비해 보육시설은 뚜렷한 보육과정이 없었는데 국가수준의 ‘표준보육과정’이 제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유치원은 ‘유치원교육과정’, 어린이집은 ‘표준보육과정’으로 운영하는 이원화가 확대되었다. 이명박 정부: 누리과정의 도입 2008년 2월 25일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 정부는 보육업무를 여성가족부에서 다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였고, 그동안 논의만 되어왔던 유보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정부차원의 정책을 처음으로 실행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누리과정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유보통합의 여러 요소 중에서 교육과정과 재원을 통합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부는 2011년 5월 2일 ‘만 5세 공통과정’의 도입을 발표하였고, 이후 대국민 공모를 통해 그 명칭을 ‘5세 누리과정’으로 변경하였다. 이어서 2012년 1월 18일 만 3~4세 유아까지 확대하는 ‘3~4세 누리과정’ 도입을 발표하였다. 누리과정 정책의 핵심내용은 첫째, 유아교육과 보육으로 이원화된 체제 속에서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과정을 통합한 것이다. 유치원은 유치원교육과정, 어린이집은 표준보육과정으로 이원화되어 운영되었던 것을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한 것이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공동으로 2011년 ‘5세 누리과정’, 2012년 ‘3~5세 연령별 누리과정’을 제정·고시하였다. 둘째, 보호자의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유치원교육비·보육비를 지원한 것이다. 완전 무상교육·보육은 아니지만 전 계층 유아를 대상으로 교육비·보육비의 일정한 금액을 지원함으로써 보편교육의 첫걸음을 내디뎠고, 지원 단가는 연차적으로 증액하고자 하였다. 셋째, 만 3~5세 유아의 교육과 보육을 위한 재정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일원화하였다. 누리과정이 도입되기 전까지 유치원교육비는 교육부 소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어린이집 보육료는 보건복지부 소관의 국비와 일반지자체의 지방비로 지원하였다. 그러나 누리과정 도입으로 소요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통합하면서, 교육부 소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보건복지부 소관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를 지원하는 것이 타탕한지, 법적 근거 논쟁으로 이어졌다. 또한 예산부담 주체를 두고 극심한 갈등이 일어났다. 2016년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가 도입될 때까지 매년 누리과정 소요재원 부담 주체를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이 반복되며, 유보통합에 있어서 안정적인 재원확보가 중요한 과제임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박근혜 정부: 단계적 유보통합 추진 이명박 정부에 이어 집권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임기 내에 유보통합을 완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2013년 5월 22일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하여 통합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였다. 그해 12월에 유보통합추진위원회는 학부모 요구 충족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유보통합을 현 정부 임기 내에 완성하되 2014년부터 3단계에 걸쳐 유보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유보통합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단계별 통합방안에 따르면, 2014년 1단계에서 통합 전에 즉시 할 수 있는 것을 우선 추진하기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정보공시 내용의 확대·연계·통합, 공통평가항목과 평가기준 마련, 유치원 평가와 어린이집 평가인증 연계, 재무회계규칙 적용 확대와 공통적용 항목을 개발하기로 했다. 2015년 2단계에서는 규제 환경정비 등 본격적인 통합 추진을 위해 결제카드 통일, 시설기준 정비·통합, 이용시간, 교육과정 등을 통합하고, 교사자격과 양성체계 정비 및 연계를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2016년 3단계는 관리부처와 재원 등 통합을 마무리하는 단계로써 어린이집-유치원교사 처우 격차 해소 단계적 지원, 관리부처 및 재원, 법률 통합을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정과제로 추진되었던 단계별 유보통합은 이전 정부들의 만 3~5세 유아중심과 달리 0~만 5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확대하여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여러 요소를 통합한다는 최초의 포괄적인 유보통합 정책으로써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단계별 유보통합은 계획하였던 1~2단계의 일부과제를 실행하는 것에 그치고, 결과적으로 용두사미로 끝나버렸다. 단계적 유보통합 정책의 한계는첫째, 가장 핵심이고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인 관리부처 일원화와 교사자격 및 양성체제 통합, 교사 격차 해소를 국정 추진동력이 가장 약화되는 정권 말기에 계획한 것이다. 갈등유발이 크고 재정 부담도 큰 힘든 과제를 정권 말기인 2016년 이후에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였다. 둘째, 정부가 유보통합에 소요되는 재원확보 방안 없이 정책 설계를 한 것도 문제였다. 교사자격 및 양성체제 일원화, 그리고 유치원과 어린이집교사 처우 격차 해소는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정부는 누리과정 지원비용(유아교육비·보육비)의 연차별 증액이라는 당초 계획을 위한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였고, 유보통합을 위한 안정적인 예산 확보방안 역시 마련하지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유보통합 추진과정의 문제점은 유보통합의 진행상황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해관련 집단들의 첨예한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유보통합의 추진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논의한 안건들을 대외비로 제한하며, 국무조정실 보도자료를 통해서만 단편적으로 발표하여 일방적인 유보통합 추진이라는 비판과 함께 사회적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 유치원·어린이집 격차 완화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에 이어 2017년 5월 10일 공식 출범하게 된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보통합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새 정부의 국정 방향과 목표를 수립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7년 6월 8일 유보통합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개최하였으나 결론 도출에 실패하였고, 그 이후 유보통합이란 용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게 되었다. 정부는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던 누리과정 지원 예산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여 2018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지원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소요재원 확보 등의 난제로 유보통합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대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 해소’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유치원·어린이집 격차 완화’를 국정과제로 설정하였고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2018년에 교원 자격체계·양성과정·처우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국고 지원’을 결정하고 실천함으로써 누리과정 예산편성 논쟁을 종결지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동안 유보통합은 다시 언급되지 않았고, 어떠한 진전도 없이 답보 상태로 머무르게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공약: 단계별 유보통합 유아교육과 보육의 핵심과제이자 숙원 사업인 유보통합이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약을 통해 다시금 부상하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유보통합 추진단을 구성하여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이원화된 서비스체계를 단계적으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앞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논의를 걸쳐 국정과제에 유보통합을 포함하고, 새 정부가 단계적 유보통합의 방향과 구체적 정책방안을 결정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길 기대한다. 유보통합 변천사가 보여주듯이 지난 25년에 걸쳐 유보통합의 중요성과 당위성은 충분히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었다. 또한 그동안의 노력과 시행착오 안에서 유보통합의 가능한 방안들도 모두 제시가 되었다. 누차 강조해왔듯이 유보통합은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정부 부처의 통합에서 시작해야 한다. 교육부로의 통합은 국제적 추세이고, 학계 및 현장으로부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교육부로의 일원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 부처를 일원화하여 근거 법률 및 성격, 교사자격 및 양성, 시설기준, 재정 등을 통합해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최고 정책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정책 의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단계적 유보통합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유보통합의 결실을 거두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