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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학생들은 교사를 ‘쌤’이라 호칭하고, 교사는 학생에게 ‘님’이라 부르자는 제안이 담긴 서울시교육청의 ‘조직문화 혁신 방안’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권추락 가속화’ 등 논란이 증폭되자 조희연 교육감은 한발 물러섰지만, 시교육청을 향한 쓴 소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교총은 9일 “이번 방안에는 교육 공동체의 의견은 물론이고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양성을 강조하는 시교육청의 정책 기조와 상반되는, 획일화로 가고 있는 정책인 데다 조직문화 혁신 그 자체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교총은 전통적으로 호칭되던 ‘선생님’ 대신 ‘~님’, ‘~쌤’이나 ‘~프로, 영어이름, 별명’ 등을 쓰자는 ‘수평적 호칭제’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교권이 날로 떨어지는 학교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이란 이유에서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도“가뜩이나 매 맞는 교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판국에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교육당국 스스로가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선생님을 ‘쌤’이라고 부르는 건 주로 낮춰 부르는 느낌을 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이 주최한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교육정책 추진을 비판하며 “서울시교육청이 선생님을 쌤이라고 부르자는 것도 너무 빠르게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행사에 동석한 조 교육감은 일반직·전문직·행정직 공무원까지만 수평적 호칭을 쓰자는 것이지 교원과 학생 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문을 연 청원게시판(시민)에도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려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정책반대 청원이 8일 올라오자 이틀 만인 10일 오후 3시 현재 3000명을 넘어섰다. 시교육청 시민 청원게시판의 경우 한달 내 1만 명이 모이면 교육감이 답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명 의원은 10일 이번 정책을 빗댄 제목인 ‘희연님, 그게 혁신입니까?’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본인부터 청사 내에서 그런 호칭으로 불리길 원한다니 본 의원도 조 교육감을 맞닥뜨릴 때마다 ‘희연님, 조직개편 잘 되가는지요?’, 혹은 ‘조쌤께 질의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2019년은 3·1운동 10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대한민국의 지난 100년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자랑스러운 역사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마음으로 지나 온 100년을 거울삼아 대한민국 미래 교육 100년의 초석을 놓는다는 자세로 함께 뛰어야 한다. 지난 과거를 밑거름 삼아 새해, 새 마음 새 각오로 새 출발하는 한국 교육이 다음과 같이 변화하고 혁신되기를 기대한다. 첫째, 교권 확립의 새로운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누가 뭐래도 교육의 주체는 교원(교사)이다. 교원들의 가르칠 수 있는 권리 보장이 좋은 교육의 출발점이다. 교원들이 법령과 교육과정 테두리 내에서 편안하게 긍지를 갖고 가르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급선무다. 물론 학생들의 인권, 학습권 보장도 중요하다. 부디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 악성 민원 등이 근절되고, 교단이 오롯이 신바람 나는 학교, 가르칠 맛 나는 교실로 거듭나야 한다. 둘째, 교육부가 한국 교육의 컨트롤 타워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난 해 2022 대입제도 개편 과정처럼 응당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매조지해야 할 일을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등에 업무 위임을 하여 외주·하청 기관으로 전락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시종 당당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떳떳하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교육부는 정책 추진 시에 특정 노조, 시민단체 등에 휘둘리지 말고 법령대로 시행해야 한다. 셋째, 교육 정책과 제도의 일관성·연속성 유지를 기대한다. 모름지기 동서고금을 통틀어 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이다. 교육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또 단기적 냄비식 접근이 아니라, 돌솥밥식 장기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작년 초등학교 저학년 영어 방과후 학교, 오후 3시 하교, 빈 교실 돌봄교실 증설, 교장공모제 확대, 대입제도 개편 등이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일방적 추진돼 현장의 혼란이 극심했다. 정책은 장기적으로 의견 수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일관성·연속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역대 교육부장관 58명의 평균 임기가 1년 2개월 미만(428일)인 것도 교육 정책 일관성·연속성의 걸림돌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 함께 일궈가야 할 행복교육 넷째, 교육의 정치적·이념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진보시대’다. 정부와 대부분의 교육감들이 진보 성향이다. 하지만 교육이 정치에 예속되거나 진보와 보수 등 이념으로 양분되면 안 된다. 교육은 헌법에 명시된 대로 정치적·이념적 중립성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혁신학교, 민주시민학교 등도 특정 이념·성향에 편향돼서는 안 되고 자유, 평등,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 교육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끝으로, 교육의 국민적 신뢰 회복이 화급하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국민적 불신이 팽배한 영역이 정치와 교육이라는 세간의 혹평이 있다. 국민들의 교육 불신은 교육 행정, 제도, 정책, 안전, 복지 등에 대한 탁상공론, 비현실성에서 기인한다. 교육이 국민들의 불신을 극복하고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기초 기본이 바로 서야 한다. 전 국민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교총의 노력으로 작년 말 국가인권위원회는 인사혁신처에 8월 퇴직 교원의 성과상여금 지급을 권고했다. 또 교권 3법인 아동복지법(국회 본회의 통과), 교원지위법(교육위 통과), 학교폭력예방법 등 개정도 목전에 와 있다. 향후 경미한 학교폭력의 단위학교 자체 종결 확대, 학폭대책자치위원회 교육지원청 이관, 단위 학교와 학교장의 자율권 확대 등도 전향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2019년 한국 교육이 안정을 되찾아 한 단계 도약하고 교직원, 학생, 학부모, 교육당국이 함께 어우러져 연주하는 행복 교육 오케스트라가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기를 진정으로 소망한다.
학교 지식교육 경시에 대한 문제제기 학교 교육은 교실에서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수업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수업은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교과서를 주된 매체로 한다. 교과서 내용은 기본적인 개념들이 반복 또는 보충적으로 제시되면서 점차 높은 수준의 지식으로 확산된다. 수업 과정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기본적인 지식 확보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교육 내용에 적합한 교수기법을 활용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수업을 통해 기본 개념을 철저하게 이해시키고, 중요한 원리들에 대해서는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등 상위 단계의 학습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도록 암기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보통 한 달 이상 걸려 10차시 정도의 한 단원이 끝나면 평가를 통해 주요 학습요소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주고, 차시별 단편적으로 학습한 지식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여 보완해 준다. 학교 교육은 지식교육과 함께 다른 중요한 축인 인성교육도 중시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수업 중에 학습 주제 관련으로, 그리고 생활지도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것이 지식과 인성을 중시하는 학교 교육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학교 교육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 기존의 지식을 중시하는 교육과정 체제나 내용을 비판하면서 역량을 중시하는 새로운 교육과정 모델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21세기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이 관심을 끌면서 지식교육 대신 창의력과 인성교육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중요한 개념과 원리를 암기시켜서라도 확실하게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는 교사들이 21세기 지식사회를 대비한 인재육성 방향과 역행하는 입시 위주 교육을 한다고 비난받기도 한다. 지식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변화됨에 따라 교과서, 교수법, 평가 등의 관점도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역량 중심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지난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했고 이를 대비하여 교육과정 연수를 적극적으로 실시했지만, 교육과정 실행자인 교사들이 가르치는 내용이나 방법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하게 입시 위주의 지식교육 때문이라고 분석해 대학입시 제도가 개선돼야 가능한 일로 보아야 할까? 교사들에게 교육과정 연수를 더 많이 시키고,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홍보 활동을 강화하면 새로운 교육 관점들이 더 빨리 정착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부적응 또는 더딘 변화의 원인을 다른 방향에서 찾아볼 필요도 있다. 새로 도입된 역량교육과 기존의 지식교육의 관계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무엇인가가 있지는 않은지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역량중심 교육의 문제점 정부 차원의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물론 시·도교육청의 교육시책에서도 창의적 인성, 문제해결력,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핵심역량이 새로운 교육내용으로 강조되고 있다. 핵심역량 증진을 위한 교육방법으로는 탐구 및 체험, 협력활동 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핵심역량을 강조하는 교육의 혁신은 이제 교육 관계자들에게 선택의 대상이 아닌 적응해야 할 과제가 되었고, 이미 학교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역량 자체의 개념적 모호성, 방법론의 부재 등은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돼야 할 문제점으로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혜정과 이주연(2017: 205)에 따르면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선언적인 구호’나 ‘희망사항’으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지식을 강조하는 학문중심 교육과정을 ‘대체’하는 것으로 이해되거나, 학문중심 교육과정과 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이분법적 대립 구조의 ‘상호 배타적’인 관계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도 학교 교육 중심이 이제는 지식에서 역량으로 이동했다거나, 지식의 시대는 가고 역량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과도하게 상대화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핵심역량에 대한 논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교육과정 개편을 주관했던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미래 사회를 대비한 ‘역량기반 접근’을 교육과정 개편 방향으로 설정했다. 자문회의는 지적 측면에서 전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체제를 공고하게 구축하기 위한 기초 핵심역량(국어, 수학, 영어) 강화와 인성 측면의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창의성과 인성 개발을 위한 창의적 체험활동 강화를 제안했다〔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보도 자료(2009.2.24.) 미래형 교육과정 구상 국민 대토론회 개최;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2009.9.6.)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적극 지원 입장 표명(2010.9.7.)〕. 본래 개정 취지는 기초 핵심역량으로 설정된 국어, 수학, 영어의 3개 과목에서 배정 시수를 확대하고 해당 과목별 성취수준과 평가기준을 명료화해 부진 학생들에 대한 기초·기본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에서 학교는 국어, 수학, 영어 중 수학과 영어 시수 증대에만 관심을 갖게 됐고, 이 때문에 개정 교육과정이 입시 위주 또는 지식 편중이라면서 전면적인 반대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2009 개정 때와는 달리 지적 측면의 핵심역량과 인성 측면의 핵심역량으로 구분하지 않은 상태로 6개 핵심역량을 총론에, 그리고 교과의 특성에 따라 6개 핵심역량을 변형 또는 추가하여 4개에서 6개에 이르는 역량을 각 교과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지식과 역량 간의 관계가 상대적이거나 배타적이라는 오해를 일으켰다고 여겨진다.(김승호, 2017: 7-8). Allen과 Velden(2012:3)은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자기관리 등 21세기 핵심역량들이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데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지만 전통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역량들을 경시하면서 맹목적으로 그러한 새로운 역량들만을 중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그들은 전통적인 기초 역량인 문해력(literacy)과 수리력(numeracy)이 개인적 삶과 직업적 성공, 나아가 사회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면서 21세기 핵심역량 개발을 위한 기반으로 중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선도적으로 교육과정 연구를 수행하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문해력, 평가 문해력,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들은 교육과정이 지식중심에서 역량중심으로 변화됨에 따라 교수법은 교사중심 수업에서 학생중심 배움으로, 평가는 인지능력 중심의 지필평가에서 실천능력 중심의 수행평가로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교육과정, 수업방법, 및 교육평가에 대한 정책 기조와도 일치하기에 선도적인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 경향은 학교 교육의 특성을 고려할 때 몇 가지 우려할만한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다양한 과목을 담당하면서 수업 시간의 제한을 받는 교사들에게 복잡한 교육내용을 재구조화해 지도해야 한다면 그 부담은 너무 크다. 더욱이 교육과정의 질 관리와 표준화를 위해 교육과정 전문가와 현장 교사들이 제작한 교과서의 가치를 무시해 개인적으로 개발한 자료를 사용한다면 수업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수업방법 면에서 학생 참여 및 활동 중심 수업은 학습할 내용보다는 방법 관련 역량을 중시함으로써 중요한 학습내용을 가르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나 가정에서 추가적인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교사가 치밀하게 지도하기 어렵게 만든다. 가르칠 교과, 대상 학생 및 담당교사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수업방식이 활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역량중심 교육에서 지식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앎을 기반으로 한 실천능력의 획득이 강조된다. 기본적으로 지식을 알고 난 후 실천하는 능력이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지영역의 기초 단계인 지식을 평가할 때 적합한 지필평가는 경시되고, 기능의 실천을 다루는 수행평가에만 중점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아울러 매 수업시간의 과정중심 평가도 중요하지만 분기별 또는 학기별로 학습이해 수준을 확인하고 더 늦기 전에 보충해 주기 위한 종합적이고 총괄적인 평가도 필요하다고 본다. 역량중심 교육의 과제 : 지식과 학력은 중요하다 과거의 정책 사례와 비교할 때, 현재의 역량중심 교육은 30년 전인 1986년 영훈초등학교에서 시작되었던 열린교육과 20년 전인 1998년 교육비전 2002: 새 학교 문화 창조의 핵심 교육전략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사하다. 열린 교육에서 창의성과 자율성, 교과 간 통합과 융합, 교수(teaching)가 아닌 학습(learning), 그리고 자기주도적인 소집단 협동학습이 강조됐다. 새 학교문화 창조를 위한 개혁에서 창의성 및 인성교육 내실화를 위한 수행평가, 학생부 상세 기록, 체험학습을 포괄하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가 강조됐다(최호성, 1999: 45-47). 열린교육과 새 학교문화 창조 전략은 일시적인 열풍이 사라진 후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됐고, 이제는 수많은 교육 관점과 방법 중 하나로 남아 있을 뿐이다. 반면에, 수행평가는 대안평가(alternative assessment)라는 별칭대로 그동안 주류인 지필평가를 보완하는 의미로 유지됐지만 지금은 초등학교의 역량중심 교육에서 과정중심평가라는 별칭으로 지필평가를 폐위시킨 후 주류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지식은 쌓이고, 그 쌓인 지식에서 더 큰 지식이 나온다. 창의력도 기초학력에서 시작된다. 정기적으로 학습 정도를 확인하고 보완해 주기 위한 지필평가도 필요하다. 교육이 유행만을 따라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나가면 이국적인 느낌으로 가슴이 설렌다. 사람·음식과 함께 꽃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남아나 홍콩, 괌·사이판, 하와이 등 아열대·열대 지방에 가면 꽃들이 대개 원색으로 화려한데, 어딜 가든 흔히 보이는 꽃들은 비슷비슷하다. 이 꽃들 이름이 궁금한 적이 있는가? 1월호에서는 아열대·열대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을 소개한다. 정밀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립 수목원의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도움으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플루메리아(Plumeria),부겐빌레아(Bugainvillea), 봉황목, 하와이무궁화, 바나바(Banaba), 황금카시아, 협죽도(夾竹桃), 알라만다(Allamanda), 익소라(Ixora), 란타나(Lantana)’를 ‘10대 열대 꽃’으로 정해 봤다. 아주 흔한 꽃들이므로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포천 국립수목원이나 마곡 서울식물원 등의 온실에 가면 대부분 볼 수 있기에, 이 꽃들을 알고 나면 ‘꽃박사’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천경자 미인도에 등장한 러브하와이 먼저, 열대 지방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꽃은 플루메리아(Plumeria)가 아닐까 싶다.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인 대표적인 휴양지 꽃이다. 향기가 진하고 꽃잎이 5개로 바람개비 모양이라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붉은색, 분홍색, 흰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이 있다. 하와이에서 화환을 만드는 데 쓰여 ‘러브 하와이’라고도 부른다. 진위 논란이 뜨거운 천경자의 그림 ‘미인도’에서 여인이 쓰고 있는 화관이 바로 플루메리아로 만든 것이다. 부겐빌레아(Bugainvillea)도 더운 지방에 가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꽃이다. 대롱 모양의 꽃이 자주색 포에 싸여 있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포(苞)인데, 이게 종이처럼 생겨 ‘종이꽃(Paper flower)’이라고도 한다. 덩굴성 식물이라 흔히 다른 나무나 울타리를 감고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흰색, 빨강색, 분홍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이 있고, 역시 우리나라 식물원 온실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꽃을 발견한 프랑스의 항해가 ‘드 부겐빌레’ 이름을 따 명명했다고 한다. 봉황목은 열대 지방에 가면 가로수로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붉은 꽃이 나무 가득 피어 있는 모습이 불이 붙은 듯하다고 ‘불꽃나무(flame tree)’라고부르는데, 이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가로수로 이 나무를 많이 심어 놓은 사이판에서는 이 꽃이 피는 4월 ‘불꽃나무 축제’가 열립니다. 잎만 보면 우리나라 자귀나무와 많이 닮았다. 하와이무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와이에서 많이 심고, 하와이를 대표하는 꽃이라 붙은 이름이다. 속명(屬名)을 따라 ‘히비스커스(Hibiscus)’라고도 부르는데, 말레이시아 국화(國花)이기도 하다. 우리 무궁화도 속명은 히비스커스인데, 꽃술대가 길게 나오면서 수술이 달리고, 그 꽃대에서 암술대가 뚫고 나오는 형태는 비슷하다. 요즘은 우리나라 꽃 행사장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바나바(Banaba)는 우리나라 배롱나무 비슷하게 생긴 나무다. 열대 지방에 가면 가로수로 심어 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배롱나무보다 꽃이 크면서 보라색인 것이 다르다. 황금카시아도 열대 지방에서 널리 관상수로 쓰는 나무다. 태국의 국화(國花)로 독 라차프륵(Dok Rachapruek)이라고 부른다. 노란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황금색 비가 내려오는 것 같다고 해서, 영어로는 골든샤워트리(Golden Shower Tree)라고 한다. 댓잎같이 생긴 잎을 가진 협죽도 협죽도(夾竹桃)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서도 자란다. 댓잎같이 생긴 잎, 복사꽃 같은 붉은 꽃을 가졌다고 붙은 이름이다. 유도화(柳桃花)라고도 부른다. 비교적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공해에도 강해 남쪽 나라로 가면 가로수로 길게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성석제 소설 중 ‘협죽도 그늘 아래’라는 단편 소설이 있는데, 결혼하자마자 6·25전쟁이 나서 학병으로 입대한 남편을 기다리는 70세 할머니 이야기다. ‘한 여자가 앉아 있다. 가시리로 가는 길목, 협죽도 그늘 아래’라는 문장이 열 번 이상 나오는 애잔한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이 협죽도가 강한 독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수난을 당했다. 이 나무에 청산가리의 6,000배에 달한다는 '라신'이라는 맹독 성분이 들어 있어서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부산시는 2013년 시청 주변 등에 있는 협죽도 1,000여 그루를 제거했고, 제주도에서도 많이 베어내 눈에 띄게 줄었다. 협죽도에 유독 성분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베어내야 할 정도로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독성 때문이라면 베어낼 나무가 한둘이 아니고, 일부러 먹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은데 굳이 제거하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다”라는 것이다. 알라만다(Allamanda)도 열대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관상수 중 하나다. 깔대기 모양의 노란 꽃이 끝 부분이 5갈래로 갈라져 활짝 핀다. 좋은 향기까지 가졌다. 익소라(Ixora)는 우리나라에서도 실내 식물로 키우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열대 지방에서는 화단 가장자리에 울타리로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가는 꽃통이 길게 나와 끝에서 4갈래로 갈라져 있는 꽃들이 다발처럼 모여 있는 형태다. 붉은색, 분홍색, 노란색, 흰색 등 다양한 색이 있다. 란타나(Lantana)도 열대 지방에서 관상수로 흔히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화분에 심어 기른다. 꽃이 둥글게 모여 피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꽃 색깔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칠변화(七變花)’라고도 부른다. 이번 겨울 더운 지방으로 휴가를 가면 이 꽃들을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이밖에 마타피아, 루엘리아(우창꽃), 티보치나, 쿠페아, 글로리오사 등도 자주 보여서 ‘10대 열대 꽃’ 후보에 올렸던 꽃들이다. 여기 소개한 꽃 이름은 책 ‘열대 나무 쉽게 찾기’를 기준으로 했고, 다른 흔히 쓰이는 이름이 있으면 함께 소개했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정부와 국민들의 힘겨루기가 계속된 한 해였다. 교육당국이 한쪽 편만 드는 정책을 밀어붙이니 다수의 국민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느라 분주했다. ‘지친다. 지쳐.’ 혼란에 빠진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교권을 세워달라는 이들의 외침은 크고 작은 힘의 논리에 밀려났다. 학생·학부모에게 얻어맞은 교원들은 제대로 설 수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교권 살리기에 나선 교총 등 교육계의 노력으로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는 등 일말의 희망도 보였다. 기해년(己亥年) 새해에는 더욱 희망찬 소식이 날아들길 기대한다. 1 ‘나쁜 정책’ 무자격 교장공모 50%로 확대 지난해 말 교육부가 무자격 교장공모 전면 확대를 위한 교육공무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한국교총은 새해 벽두부터 두 달 넘게 반대 투쟁을 진행했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 규탄 집회, 정부서울청사 앞 교육자대표 결의대회, 청와대 앞 기자회견, 국회 및 각 정당 방문 활동, 서명운동 등을 펼쳤다. 그 결과 교육부는 기존 방침을 철회해 5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물러섰다. 또 당초 삭제하려 했던 결원 교장의 ⅓∼⅔ 범위에서 교장공모제를 하도록 한 현행 권고 사항을 유지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첫 학기부터 코드인사 등 잡음이 나오고 있다. 추후 법개정을 통해 재차 비율조정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특성화고 현장실습 대책 부작용 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안전사고가 이어지자 정부와 국회는 3월 법 개정과 함께 ‘학습중심 현장실습’ 제도를 내놨다. 그러나 4개월 만에 제도 도입을 결정하고 법까지 개정하다보니 졸속대책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은 근로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최저임금 보장은 물론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고발도 못하게 됐다.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도 막막해졌다. 조기 취업을 통해 경험을 쌓는다는 이점이 사라졌고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어든 실습시간 탓에 실습과 동시에 취업도 막혔다. 참여가 가능한 기업의 기준도 높아지자 현장실습생을 받는 기업도 급감했다. 가뭄에 콩 나는 수준의 취업처를 구하느라 교사들도 힘들다는 반응이다. 3 정책숙려제 도입… ‘책임 회피’ 지적 교육부는 3월말 ‘국민참여 정책 숙려제’ 시행을 발표하며 “국민 관심이 높은 정책이나 발표 후 심각한 갈등이 예상되는 정책에 대해 미리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후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유치원 방과후영어 허용 여부’, ‘학교폭력 개선’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물론 여러 생각을 모으고 논의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교육정책을 수립한다는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현장·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안들을 숙려제 대상에 올리기는 책임 회피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해관계 집단의 의견을 경연하듯 보여주고 시민정책참여단이 평가토록 하는 제도적 문제, 정책숙려제를 적용할 정책 선정 주체 등도 개선점으로 떠올랐다. 4 숙명여고 사태로 학종 불신 커져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가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가 붉어지자 국민적 공분을 샀다. A씨는 지난해 치러진 두 딸의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올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에 걸친 교내 정기고사와 관련해 교무부장으로서 알아낸 답안을 딸들에게 알려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 기소됐다. A씨의 쌍둥이 딸들은 소년보호사건으로 법원에 송치했다. 숙명여고는 쌍둥이 학생을 퇴학 처리했고, 해당 학년 성적을 재산정하기로 했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시험유출 의혹이 불거진 뒤 8월말부터 이달 초까지 100일간 매일 저녁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5 국회 10년 만에 단독 교육위 구성 국회가 7월 16일 본회의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분리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7대 국회 이후 10년 만의 단독 상임위원회다. 교육위는 16명, 문화체육관광위는 17명으로 정수가 조정됐다. 위원장에는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내정됐다. 지난 2013년 19대 국회 당시 원 구상 협상을 통해 등장한 교문위는 교육, 문화, 체육, 관광 등 다양한 분야를 관장하고 위원만 30여 명에 이르러 ‘공룡 상임위’로 불려왔다. 또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등 서로 다른 3개의 소관 부처와 그에 따른 소관·산하기관이 130여 개에 달해 다른 상임위보다 업무 파악이 어렵고 과중하다는 평가가 늘 따랐다. 6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급증 11월초 전북 A초에서 수업 중이던 여교사가 학부모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담임교사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학생들은 충격으로 인해 심리치료를 받았다. 앞서 8월 인천 B고 교사는 훈계하던 2학년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제주 C초에서는 학부모 한 명이 1년여 동안 100건 가량의 민원을 내면서 학사운영이 거의 마비돼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과 시·도교총 회장들이 기자회견까지 열고 도교육청에 대응을 촉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정도로 심각한 교권침해에도 현행 법률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에 국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교총은 근본적 해결을 위해 교총은 ‘교권 3법’ 개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7 교육계 숙원 아동복지법 개정 쾌거 교육계 숙원과제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달 통과됐다. 교총의 지속적인 요구가 실제 법률 개정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종전에는 아동학대 범죄로 확정판결을 받으면 ‘벌금 5만원’ 실형에도 10년 간 아동관련 기관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형의 경중에 따라 차등 적용되고 법 개정 이전에 취업제한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불복할 수 있는 절차도 생긴다. 교총은 지난해부터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회 등에 아동복지법의 위헌성을 알리고 법 개정을 요구하며 헌법소원도 지원했다. 결국 지난 6월 헌재는 ‘아동복지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8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추진 무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는 초등 1∼4학년생의 하교시간을 1∼2시간 늘리는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도입을 추진했으나 교원들과 학부모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저출산위는 맞벌이 가정 증가 등 사회 변화에 발맞춰 학교의 돌봄·교육기능을 강화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도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초등 저학년 3시 하교는 발달단계에도 맞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놀이와 휴식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시설 및 공간 등 학교 여건이 턱없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학교 현장 관계자들 대다수가 반대했다. 무엇보다 학교 본연의 교육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9 ‘유치원 3법’ 진통 속 국·공립 확대 지난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립유치원에 대한 부정·비리를 공개함에 따라 국민적 공분으로 이어졌고, 이에 정부와 여당이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2019년 국·공립유치원 1000개 학급 증설, 2021년까지 국·공립유치원생 비율 현재 25%에서 40%로 상향, 국가회계 시스템(에듀파인) 전 유치원 단계적 도입, 비리 유치원 명단 실명 공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 정상화를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같은 대책과 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사형선고와 같다”는 목소리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10 ‘강릉 펜션 사고’ 슬픔에 빠진 12월 수능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생 10명이 우정여행 중 3명이 펜션에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이 숙박장소로 택한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잠을 자다 어긋나 연결된 보일러 배기관(연통)으로부터 유출된 배기가스로 인해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사고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국민들은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치료를 받는 학생들의 빠른 회복도 바라고 있다. 완벽한 사회 안전망 구축을 통해 더 이상의 참사는 없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도 높다. 국민안전을 먼저 챙기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선진국은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근래에 학생들이 자주 쓰기 시작한 단어를 꼽자면 바로 ‘인싸’와 ‘아싸’가 있다. ‘인싸’와 ‘아싸’라는 말은 각각 ‘insider’, ‘outsider’라는 영어에서 유래했다. TV, 인터넷, 동영상 공유서비스 등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어 그런지 이 단어를 쓰지 않는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싸’와 ‘아싸’라는 단어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숨어있다. 바로 계급이다. 진화 거듭하는 그들의 언어 ‘인싸’, ‘아싸’라는 말은 계급을 만들고자 하는 저열한 속내를 감추고 있다. ‘인싸’ 학생들은 외향적이고 인기 있는, 옛말로 하면 잘 나가는 학생이다. 반대로 ‘아싸’는 다소 조용한 성향의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이 단어들을 단순한 수평적 차이의 의미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인싸’는 언젠가 ‘아싸’와 거리 두기를 시도할지도 모른다. 사실 학교에서 이러한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들은 빠르게 변해왔다. ‘인싸’와 ‘아싸’가 사용되기 불과 몇 년 전에는 ‘일진’과 ‘왕따’가 있었다. 그 이전에는 ‘짱(캡짱)’과 ‘찐따(찌질이)’라는 말들이 존재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생명체와 같은 언어의 속성일 것이다. 기존에 쓰이던 유행어들은 병들고 노화되기 마련이다. 교육계는 지난 십여 년 간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언론과 힘을 합쳐 ‘일진’, ‘왕따’, ‘짱’, ‘찌질이’ 같은 단어들에 부정적인 색을 덧칠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 단어들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병을 얻게 된 셈이다. 그들이 건강했던 2008년에는 결코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일진을 선망하는 학생들이 일으킨 사건들이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곤 했다. 그러나 2019년 새해를 앞둔 지금 일진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찾아볼 수 없다. 요새 학생들에게 ‘너가 일진이냐?’고 묻는다면 학생이 먼저 손사래를 친다. 아직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인싸’와 ‘아싸’는 기존의 계급관계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청소년 범죄와 관련된 뉴스에서 학생들이 톡을 주고받으며 ‘누구누구가 아싸’니 ‘누구누구가 인싸니’, ‘아싸들이 왜 인싸처럼 행동하니’ 등 말을 주고받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인싸, 아싸’는 TV, 인터넷 등의 미디어마저 비평 없이 쓰일 정도로 비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계급 짓고 급을 나누며 열등한 ‘아싸’들을 혐오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착각마저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따라서 이들의 전투력은 기존의 단어들보다 훨씬 강력하다. 전투력 강한 부정적인 표현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학생은 과거 일진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하더라도, 아마 자신을 일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학생의 언어습관 속의 세계에서 자기 자신은 ‘인싸’이지 ‘일진’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진’, ‘왕따’의 언어문화 속에서 자란 20대의 교사인 내 눈에 비친 그는 영락없는 일진이지만 사실 그 학생은 누구보다도 일진을 싫어하고 왕따 문화를 비판하는 학생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그녀)는 단지 ‘인싸’일 뿐이고 그(그녀)를 둘러싼 학교에 태초부터 존재한 유일한 오점이 있다면, 다른 학생들이 ‘아싸’인 것뿐이기 때문이다.
문제 ○ 자유학기제는 2013년부터 42개 연구학교에서 운영을 시작해, 2014년에는 희망 학교를 중심으로 800개 학교로, 2015년에는 전국의 중학교 가운데 절반 정도인 1,500여 개 학교로 확대 운영됐고, 2016학년도부터는 전국의 3,200여 개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 자유학기제가 우리나라 학교 교육체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좋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지식위주의 주입식교육, 입시교육의 폐해가 극에 달한 현실에서 학생들의 토론과 탐구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자유롭게 실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 자유학기제 시행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고, 미래사회 핵심역량을 함양하며,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행복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자유학기제에는 문제점들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공동체가 합심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이와 관련하여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서 나타난 한계와 문제점을 알아보고, 바람직한 운영과 정착을 위해 개선할 점과 지원 방안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1. 서론 자유학기제는 자신의 적성과 미래를 탐색하고 설계하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꿈과 끼를 찾고 지속적인 자기성찰 및 발전 계기를 제공하며, 지성·감성·건강·인성·시민성의 균형 있는 발달을 촉진하고, 미래사회 핵심역량1 함양이 가능한 교육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 구성원 간 협력 및 신뢰 형성, 적극적 참여 및 성취 경험을 통해 학생·학부모·교원 모두가 만족하는 행복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와 목적을 가지고 출발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서 나타난 한계와 문제점을 알아보고, 바람직한 운영과 정착을 위해 개선할 점과 지원방안에 대해 논술하고자 한다. 2. 자유학기제의 성격과 주요 개념 1. 자유학기제의 성격 첫째, 자유학기제는 그 성격상 매우 진보적인 교육정책 중 하나이다. 다양한 체험과 토론, 문제해결력 등을 길러주겠다는 것은 주지주의적인 지식중심교육을 강조해왔던 기존 정책들과는 큰 거리가 있다. 둘째,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수준에서 한 학기 동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토론과 실습 등 직접 참여하는 수업을 받고, 꿈과 끼를 찾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학기에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 정기고사를 보지 않는다. 셋째, 자유학기제 기간에도 국어·영어·수학 등 기본교과수업은 충실하게 진행한다. 다만 기존의 강의식이나 암기식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최대한 줄이고, 토론수업이나 프로젝트 학습,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수업, 참여활동중심의 수업을 운영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넷째,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학교에서는 기존 교육과정을 뛰어넘어 좀 더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즉, 학교 교육과정 속에 자율과정을 둘 수 있는데, 오전에는 주로 기본교과 또는 주지교과 위주로 공부하고 오후에는 다양한 자율과정을 운영해 학생들이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한다. 자율과정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수업 시수는 국어·영어·수학 등 기본교과의 수업시간 수를 일부 감축해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있다.[PART VIEW] 2. 자유학기제 관련 개념 첫째, 자유학기제는 중학교에서 한 학기 또는 두 학기 동안 자식경쟁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둘째,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1-1학기, 1-2학기, 2-1학기 중 학교 선택) 동안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진로탐색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셋째,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1학년(2개 학기) 동안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해 학생의 희망과 관심을 반영한 ‘자유학기활동’을 연간 221시간 이상 편성·운영하며, 총괄식 지필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학생중심수업 및 이를 연계한 과정중심평가를 실시하는 제도다. 넷째, 연계학기란 자유학기 이후 일반학기(1개 학기 이상)에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 등을 활용해 학기당 51시간 이상 자유학기활동 중 2개 이상의 영역을 특화해 편성·운영하며, 학생참여 및 활동중심수업, 과정중심평가 등 자유학기제 취지에 부합하도록 운영하는 학기를 말한다. ※ 교육부가 예시한 자율 과정들 ① 수업과 연계한 진로교육, 2회 이상의 전일제 진로체험활동, 진로캠프, 사회인사 특강, 자기주도적 진로체험 등이 이뤄지는 진로탐색활동 ②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개설되는 다양한 동아리활동이나 학교 간 동아리 연계 활동, 청소년단체 활동 등이 포함된 동아리 활동 ③ 전문 강사를 활용한 예체능 교육, 학생들의 희망에 따른 예체능 프로그램, 예체능과 교육의 융합 프로그램 등이 포함되는 예술·체육활동, 학생들의 관심 분야에 따른 맞춤 프로그램이나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선택 프로그램 활동 등 ※ 자유학기제 시행 학교의 가장 큰 특징 ①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에는 일제히 보는 지필평가 형식의 정기고사가 없다. 물론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필평가 대신에 학생들이 학습한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형성평가 등을 치르게 된다. ② 자유학기제 취지에 맞는 다양한 평가방법을 학교별로 시행한다. ③ 자유학기제 기간에는 성적 통지표에 교과목별 점수가 기록되지 않는다. 통지표에는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이뤄낸 성취와 발달에 대한 담당교사의 서술형 의견이 기록된다. 3. 자유학기제의 기본 운영 방향 첫째,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학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둘째,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는 학생 참여·활동형 수업 강화와 교과 특성에 맞는 소재를 활용한 융합수업, 토의·토론학습, 프로젝트 수업 활성화를 통해 수업방법을 혁신한다. 셋째, 특정 기간에 집중된 지필식 총괄평가를 지양하고, 학생 성장과 발달에 중점을 둔 과정중심평가를 실시한다. 넷째, 학생의 진로발달단계에 맞게 집중적으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진로인식) → 중학교(진로탐색) → 고등학교(진로설계)’로 연계해 운영한다. 다섯째,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 수업 및 평가방법 개선 등 자유학기를 통한 학교 교육 전반의 변화를 중2·중3·고등학교까지 연계해 운영한다. 여섯째, 학교 목표와 여건에 따라 학부모·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자율적으로 학교별 운영방식을 결정한다. 4. 자유학기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첫째, 자유학기제가 진로탐색이나 직업체험을 하는 학기로 오해되거나 편협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 자유학기제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실험하는 학기로 발전돼야 한다. 자유학기제가 중학교 시기에 이뤄진다고 해서 진로탐색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성장 발달단계에 비춰 보거나 자유학기제의 근본 취지로 봐서도 맞지 않는다. 자유학기제는 지필평가 형식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없는 학기라는 점에서 좀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학습기회를 과감하게 열어가는 제도로 운용돼야 한다. 창의적체험활동이나 자율과정은 물론, 국·영·수 등 기존의 주지교과목 수업조차도 새롭고 창의적인 수업으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할 수 있는 학기여야 한다. 둘째, 많은 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운영 시점을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치중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2학기가 고입에 가장 영향을 덜 주는 학기라는 점에서 편의적으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갓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성장발달 시기상 진로탐색이나 직업체험 등에 초점을 맞추기에는 너무 이르다. 따라서 중학교 1학년 시기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진로탐색활동은 중학교 2학년 때 실시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자유학기제의 성공 여부는 교사들이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다. 즉, 교사들이 새로운 제도를 실행해 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도록 연수 등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목적이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학교현장의 교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직업체험활동이나 학교 밖 체험활동 몇 차례 하고 마는 무늬만 자유학기제가 양산될 뿐이다. 따라서 자유학기제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와 인식을 높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다양한 연수를 통해 자유학기제 시대에 맞는 역량을 적극적으로 길러 줘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학기제 정착을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현직 교사연수는 물론 교대·사대에서도 교사 양성과정에 자유학기제에 걸맞은 교사의 자질 함양 과정이 특별히 준비되어야 한다. 넷째, 자유학기제가 ‘여유가 있는 한 학기’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실마리가 되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지필평가가 없는 학기를 전체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까지 장기적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필평가가 없는 학기는 자유학기제 한 학기일 뿐이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는 물론 중학교 2학년까지는 선다형이나 단답형 고사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단답형 지식을 묻는 평가가 아니라 서술형(글쓰기)이나 발표 및 구술·탐구활동·체험활동 등의 과정에 대한 종합평가·수행평가를 중심으로 변화돼야 한다. 또한 평가의 변화를 위해서는 수업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 번의 수능시험으로 학생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지금과 같은 입시제도가 지속된다면 자유학기제 운영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입시교육에서는 개개인의 행복한 삶은 물론 국가 발전이나 국제적인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 등으로 확대해 가면서 대학입시제도의 근본적인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5. 자유학기제 내실화를 위한 개선 방안 첫째,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유학기제가 단지 몇 가지 체험활동이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수업을 넘어서도록 하려면, 학생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기간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도록 하고, 그것을 자기주도적이고 자율적인 학습과정과 연계시켜야 한다. 자유학기제 기간은 타율적인 학습, 강요된 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배움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자유학기제 기간에 학생들이 저마다 또는 학년 전체 차원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 몰입해 보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둘째, 자유학기제를 학생들과 함께 설계해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다. 대부분 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시행 준비를 교사들, 특히 책임을 지는 부장교사를 비롯한 몇몇 교사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교사들이 준비하는 것은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자유학기제를 진정으로 학생들이 주도하는 학기가 되도록 하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자유학기제에 해당하는 학년 학생들에게 ‘자유학기제 한 학기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 자유학기제 한 학기 동안 가장 해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서 다양한 토론을 거쳐 좋은 의견을 모아보면 어떨까? 학생들에게서 창의적인 제안들이 나올 것이다. 셋째, 자유학기제 동안 학생들의 학습활동은 개인별·모둠별·학급(학년)별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한다. 자유학기제는 교사가 준비하고 학생이 가르치는 전통적인 수업을 뛰어넘어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 자율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탐구활동, 토론회나 워크숍, 학교 밖 체험활동, 연극이나 공연 등을 통해서 색다른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개인별로 가장 해 보고 싶은 도전 과제를 프로젝트로 설정하도록 하는 방법, 관심사나 장래희망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둠별 프로젝트 방법, 누구든지 3명 이상 모여서 할 수 있는 어떤 프로젝트든 지원하는 방법, 학급 전체가 함께하는 연극이나 영화 만들기 프로젝트, 전체 학년이 함께하는 범교과 통합 프로젝트 등이 그것이다. 학생들에게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준비하고 추진하면서 새로운 배움이 일어나게 될 수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구상과 논의를 옆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 될 것이다. 넷째,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동안 학교 밖의 마을, 지역사회와 적극 결합해 운영해야 한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시기에 학생들이 전통적인 수업과 평가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배움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새로운 배움과 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교사들은 자유학기제를 매개로 학교 밖의 지역사회, 마을의 다양한 인적·물적자원들과 학생들이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을 할 필요가 있다. 자유학기제 시기에는 교사들에게 직접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치는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서, 학생들이 학교 밖의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들을 만나 새로운 배움과 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이 요구된다. 6. 자유학기제 내실화를 위한 지원 방안 1. 자유학기제 운영을 위한 지원 시스템의 구축·운영 첫째, 자유학기제 지원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자유학기제 운영 과제를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부서와 연계한 안정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도교육청-직속기관-교육지원청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총체적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자유학기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지원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시·도교육청과 광역자치단체, 유관기관 및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학교와 지역사회 간 상호의존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양한 분야의 체험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자유학기제의 실효성 있는 운영이 될 수 있도록 민·관·학이 거버넌스 등을 구축해 지원해야 한다. 교육지원청 단위로 지역사회협의체와 정례화를 통해 체험활동 지원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2. 자원 확충 및 지원 강화 첫째, 자유학기제 운영에 따른 체험기관을 확충하여 지원해야 한다. 공공기관 및 대학 진로체험 제공, 온라인 정보시스템 운영, 교육기부 인증제 운영, 진로직업체험 지원센터 운영, 체계적 학습경험 제공, 마을자원 목록 보급 및 인솔인력 지원이 필요하다. 인솔인력은 외부체험활동 시 교사 인솔을 원칙으로 하되, 시니어 봉사자, 학부모진로코치, 학부모진로교육지원단 중 일정 시간 이상 진로교육 연수 이수자의 경우 학생 인솔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둘째, 자유학기제의 효과적 운영을 위한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지원해야 한다. 운영가이드 및 자료 보급, 컨설팅·연수, 창의·예술교육기부 지원, 교원업무 지원, 자유학기 교사연구회 운영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셋째, 자유학년·자유학기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자유학년·자유학기에 실시되는 학생참여수업, 과정중심평가의 취지, 자아에 대한 이해 및 진로탐색의 중요성을 안내해야 한다. 또 경쟁과 입시중심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핵심역량함양으로서의 변화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도 제고를 위한 연수 및 안내에 중점을 두면서, 교육과정으로서 자유학년·자유학기는 학교장 중심으로 관련 부서의 유기적 협력 체제 및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 학기 또는 두 학기, 그 이상의 교육과정임을 감안해 특성교사의 업무로만 인식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3. 학생 안전 지원 첫째, 자유학기제 각종 프로그램과 체험활동을 운영하기 전 단계에서는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체험 프로그램 계획 수립 및 프로그램 담당자의 사전 현장 답사, 관계자 사전교육 철저, 교사와 함께 안전한 진로체험 지도·지원을 위한 학부모 진로 코치, 학부모진로교육지원단 등의 진로체험 보조인력 활용 등에 대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단계에서는 진로체험 유형별 안전수칙 강화, 체험활동 운영 단계별 점검표 확인, 안전요원 연수 시 안전교육 이론·훈련 병행, 진로체험 담당교사와 일터 멘토의 유기적 협력과 역할 분담을 통해 안정적 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운영한 이후에는 인근 병원·경찰서 등과 연계한 대응체계 마련 및 학교 책임자 보고 및 보호자 연락을 통한 신속한 사고 대응, 우수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체험처에 교육청 또는 학교 차원의 감사패 수여, 감사편지 쓰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 결론 앞으로 자유학기제는 2020년부터 자유학년제로 확대되어 전반적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다. 자유학기제 확대 운영을 위해서 제도적·행정적 기반이 완비되고, 중학교 및 교사의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며, 경쟁중심교육에서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교육으로 전환하여 중학교 공교육의 혁신을 이뤄야 한다. 이제 자유학기제가 중심이 되어 학교 교육혁신 운동, 수업혁신연구 운동이 일어나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고, 교사들이 자유학기제를 새로운 교육실천을 위한 소중한 매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유학기제 운영이 성과주의를 넘어서 교육혁신운동으로 정착되고, 자유학기제가 21세기형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1 _ 티베트 자유여행의 시작 누군가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묻는다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티베트라고 대답한다. 티베트고원과 야크떼, 포탈라궁과 달라이라마 등 티베트를 여행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겠지만, 내가 티베트를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이유는 당시 티베트는 여행할 수 없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티베트는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자치구로서 수부(首府)는 라싸(拉萨)이다. 1965년 중국에 병합된 이후부터는 시짱 자치구(西藏自治区)로 불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후로 많은 외국인이 ‘티베트 분리 독립운동’을 지지했고, 라싸에서는 적지 않은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외국인의 티베트 자유여행을 엄격히 제한했다. 외국인이 티베트를 여행하려면 허가증이 필요했고, 이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에서 공식 인증한 여행가이드와 호텔에서 묵는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했다. 당시 인터넷에는 유럽·아시아·미국·남미에 대한 정보는 차고 넘쳤지만, 티베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다. 나는 다소 무모하지만, 허가증 없이 자유롭게 티베트를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허가증을 받는 것 자체가 앞서 언급했듯 거의 불가능했고, 중국 공안과 계약관계가 있는 여행사와 함께 티베트를 가더라도 터무니없이 비쌀 뿐 아니라 의미 없고 틀에 박힌 관광이 될게 뻔했기 때문이다. #2 _ 칭짱철도에서의 46시간 베이징에 도착해 조선족이 운영하는 민박에 묵었다. 여기에서 라싸행 칭짱철도(靑藏鐵道)를 구매 대행해 준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라싸행 칭짱철도 티켓은 허가증이 있어야 끊을 수 있는데, 이 티켓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은 나 같은 외국인이 허가증 없이 티베트를 가는 방법이 열린 셈이다. 드디어 티베트 여행이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닌 가시권에 들어왔다. 라싸의 푸른 하늘과 포탈라궁, 티베트고원의 야크 떼들이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100위안을 주고 구매 대행한 티켓을 들고 라싸행 칭짱철도에 올랐다. 칭짱철도는 중국 서부개발을 목적으로 2006년에 완공된 철도로 특히 칭하이성(靑海省) 시닝(西宁)과 시짱자치구 라싸를 연결하는 구간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철도’라는 명성을 보유하고 있다. 베이징 서역에서 출발한 칭짱철도는 라싸까지 약 46시간이 소요된다.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은 그야말로 대자연을 그대로 담은 아이맥스 영화와 같다. 스크린 속의 풍경은 도시에서 초원으로, 황토고원과 사막을 지나 빙하와 야크떼가 있는 고원으로 시시각각 변한다. 그렇다고 2박 3일 동안 창밖 풍경만 바라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같은 침대칸을 쓰는 한족·티베트족·좡족·위구르족 등 다양한 민족의 친구들과 비록 말은 잘 안 통했지만, 가져간 소주를 나눠 마시기도 하고 함께 고스톱도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때 과음을 해서인지 아니면 고스톱 규칙을 가르쳐주느라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인지 해발 5,000m 티베트고원에 들어서면서 고산증세가 나타나 고생을 좀 하기도 했다. #3 _ 티베트의 심장, 포탈라궁 허가증과 고산병을 이겨내고 결국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도착했다. 라싸 중심부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갸초의 거주지였던 포탈라궁이다. 사실 어린 텐진 갸초는 이 포탈라궁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해서 얼른 여름이 되어 꽃이 많고 햇볕도 잘 드는 여름궁전 노블링카에 가기를 원했다고 한다. 자연스레 포탈라궁은 달라이라마가 겨울철에 지내는 겨울궁전이 되었다. 처음 티베트 여행을 계획할 때 라싸의 파란 하늘과 웅장한 포탈라궁만 내 눈으로 직접 봐도 소원이 없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무사히 도착하여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고 있으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포탈라궁은 티베트불교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다. ‘포탈라’라는 이름은 관세음보살이 사는 산인 ‘포탈라카’에서 비롯됐다. 포탈라궁 내에는 역대 달라이라마의 무덤이 모셔져 있다. 티베트인들은 농번기가 끝나면 자신이 사는 곳에서 라싸까지 오체투지를 하며 몇 개월간 순례길에 오르며, 라싸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이 포탈라궁을 오체투지를 하면서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를 돈다. 라싸가 티베트의 수도라면 포탈라궁은 티베트의 심장인 셈이다. #4 _ 여행의 끝판왕들이 모이는 곳, 동쵸 호스텔 라싸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안심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포탈라궁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숙소로 가는 길에도 총을 차고 있는 공안들을 수없이 봤기 때문이다. 다행히 공안에게 붙잡히지 않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혹시나 모를 추방에 대비해 비상식량이 잔뜩 담긴 봉투를 양손에 들고 조심스레 방에 들어서는 순간, 방 가운데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소리친다. “혹시 춘천사람이세요?” 매개체는 바로 춘천의 지역 마트인 ‘벨몽드 봉투’. 이렇게 나는 티베트 라싸의 허름한 호스텔 방에서 춘천사람을 만났다. 이 형은 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리고 주변이 시야에 들어온다. 일본사람도 있고, 불경을 보며 명상을 하는 독일 사람도 있다.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내 머리색은 검은색이니까. 동쵸 호스텔 여행객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티베트에 왔다. 춘천 형은 네팔에서 트럭 짐칸에 몰래 숨어 왔다고 했고, 일본 사람은 쿤밍에서 모종의 뒷거래를 하고 봉고차에 여럿이 함께 타고 왔다고 한다. 독일 사람은 명상 중이라 말이 별로 없었지만 18개월 동안 티베트에서 수행 중이라고 한다. 나는 비교적 정상적인 방법으로 티베트를 여행하고 있는 편이다. 정말 다들 여행의 끝판왕들이다. #5 _ 하늘 호수, 얌드록쵸(羊卓雍湖)로 가는 길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용기를 내서 라싸를 벗어나 얌드록쵸로 가기로 했다. 티베트의 3대 성호(聖湖)로 불리는 얌드록쵸는 라싸에서 시가체 방향으로 2시간을 가야 한다. 이는 중국 공안이 있는 여러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고, 나는 허가증이 없는 외국인이기에 그곳까지 무사히 데려갈 중국인을 물색해야만 했다. 숙소에는 티베트를 여행 중인 중국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나는 그들 한가운데 서서 함께 얌드록쵸를 가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인들은 외국인과 여행을 가다 공안에 걸리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대부분 거절했다. 몇몇은 허가증 없이 티베트를 온 내가 수상하다며 공안에 신고한다고 협박까지 했다. 그 순간 나의 심정은 마치 제갈량이 오나라에 적벽대전 참전을 설득하러 가서 많은 참모와 장수들에게 둘러싸여 심문받는 그런 기분이었다. 다행히 삼고초려와 같은 나의 설득에 테란이라는 영어 이름을 가진 중국인 친구가 마음을 움직였고, 하루 동안 택시를 빌려서 함께 얌드록쵸로 가기로 했다. 얌드록쵸로 가는 길은 매우 좁고 험한 도로였다. 더군다나 중국말을 모르는 티베트인 택시 운전사는 반대편 차가 시야에 들어오면 갑자기 역주행하며 달리다가 차가 서로 부딪치기 직전에 핸들을 꺾었고, 우리가 겁이 나서 소리를 지르면 껄껄거리며 즐거워하는 매우 용감한 드라이버였다. 이러한 아찔한 치킨게임을 몇 번 하다 보니 어느덧 택시는 얌드록쵸에 도작해 있었다. 푸른 보석이라는 별명을 가진 얌드록쵸는 만년설이 녹아 형성된 호수로 해발 5,000m에 위치한다. 저 멀리 하얀 만년설이 쌓인 닝진캉사펑(宁金抗沙峰) 아래 바다같이 푸른 얌드록쵸가 보이고, 오색 타르초(經幡)는 거친 호수 바람에 정신없이 휘날린다. 호수 아래에 내려가니 방목을 하는 야크 가족들이 있었다. 멀리서는 바다같이 짙푸르던 호수 빛은 가까이서 보니 투명한 비취색이었다. 에메랄드빛 호수를 배경 삼아 기념사진도 찍고 송아지 같은 새끼 야크 머리를 쓰다듬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우두머리인 듯한 거대한 뿔을 가진 수컷 블랙야크가 나타나 위협을 가했다. 다행히 겁만 주고 들이받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아찔한 순간이었다. #6 _ 라싸의 사원, 거리 그리고 사람 조캉사원(大昭寺)은 오랫동안 티베트 사람들에게 성스럽게 여겨진 정신적 고향이자 티베트불교의 중심사원이다. 실제로 많은 순례객이 찾아와 신앙생활을 하는 곳은 포탈라궁이 아닌 조캉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바코르(八角街)는 이 조캉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대표적인 순례길인데, 이 작은 거리에는 다양한 민족들의 수공예품이 가득해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진다. 포탈라궁과 마찬가지로 순례할 때는 반드시 석가모니상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바코르 광장은 라싸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거리인데, 조캉사원을 중심으로 바코르 광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은 석가모니에 대한 의식이라고 한다. 처음 티베트를 여행하게 된 계기는 당시 준비하고 있던 ‘라싸의 경관 변화로 바라본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이란 논문 때문이었다. 라싸의 거리를 직접 보고 중국 정부가 라싸의 경관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고 싶었다. 라싸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들어온 경관은 포탈라궁 전면의 넓은 광장과 그 가운데에서 펄럭이는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였다. 이는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이나 모스크바의 붉은광장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의 대표적인 상징 공간이다. 또한 라싸 시내의 중심에는 직선의 대로가 건설되었고, 이 길의 이름은 베이징길(北京路)이다. 포탈라궁과 더불어 대표적 순례지인 조캉사원과 바코르 순례길에는 군인들이 총을 메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바코르 광장에는 마자아미라고 하는 작은 찻집이 있다. 이곳에서 티베트대학 역사학과에 다니는 아르바이트생을 만났다. 내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 조심스럽게 티베트의 역사에 대한 말을 꺼내면서 타르초(티베트 불교를 상징하는 오색 깃발)의 의미에 관해 설명을 하던 중 중국 공안이 찻집으로 들어오자 흠칫 놀라며 대화를 멈췄다. 100년 전 식민지 조선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하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티베트 친구가 준 그 타르초를 양손에 들고 만주 독립군의 모습처럼 기념사진을 찍고, 티베트 여행을 마쳤다. 에필로그 칭짱철도를 타고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길은 처음과 똑같은 길이었지만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티베트의 파란 하늘과 웅장한 포탈라궁, 에메랄드빛 호수와 야크, 그리고 라싸에서 만난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티베트, 자유, 그리고 여행’ 이 세 단어는 마치 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단어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다시 티베트를 가게 되는 날이 오게 된다면, 그때 역시 나는 자유로운 여행을 하며 있는 그대로의 티베트를 느끼고 싶다.
▨과정중심평가|김덕년 외 지음|교육과실천 현직 교사 7명이 과정중심평가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한 과정을 담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과정중심평가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중점을 둔 평가 방식이다. 점수나 등수를 매겨 학생을 선발하거나 분별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성취 정도나 역량을 평가하는 등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초점을 맞춘다. 학생 평가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혼란스러워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저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중·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들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다양한 교과 수업에서 과정중심평가를 실천한 사례를 가감 없이 소개했다. 저자들은 “과정중심평가를 통해 수업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학생과 교사가 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천하면서 느낀 점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도 솔직하게 풀어냈다. ▨운동하는 아이가 행복하다|KBS 운동장 프로젝트 제작팀 지음|해냄 KBS 다큐멘터리 ‘운동장 프로젝트’ 제작팀이 들려주는 학교체육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장장 6개월 동안 학교폭력과 청소년 우울증, 다문화 학생들의 부적응, 청소년 건강 등 교육계 현안과 스포츠클럽 참여 효과의 상관관계를 심층 분석했다. 저자들은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한 어떤 데이터보다 가치 있었던 것은 카메라가 발견한 아이들의 표정이었다”고 말한다. 친구들과 함께 어렵고 힘든 훈련 과정을 이겨내는 행복함, 불가능할 것 같았던 승리의 감동을 공유하는 즐거움이 담겼기 때문이다. 운동장에서 발견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교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열정과 행복이 묻어났다. 입시와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아픈 요즘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몰랐던 우리음악 이야기|박소영 지음|구름서재 어린 학생들이 우리 음악인 국악과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냈다. 흔히 국악 하면 지루하고 어렵고 낯선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예외는 없다. 현직 교사인 저자는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음악을 즐겨 듣도록 돕기 위해 펴낸 책. ‘세종대왕은 음악천재?’ ‘태평소로 왜병을 물리친 곽재우 장군’ 등 우리 음악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기초 지식과 용어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냈다. ‘찾아 듣는 우리 음악’ 코너를 마련해 QR코드를 찍으면 음악, 공연 등 교육 콘텐츠도 바로 감상할 수 있다. 저자가 직접 듣고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우리 음악 200여 곡을 엄선했다. ▨겨울나무와 빛나는 새|나지영 지음|좋은땅 학창 시절, 친한 친구의 생일 선물로 지은 시 한 편이 계기가 됐다. 교사로 재직하면서 각종 콘텐츠 제작을 담당,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런 경험이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틈틈이 시를 썼다. 주로 사랑과 우정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행복, 불행, 자연 등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도 저자 특유의 쉬운 시어로 풀어낸다. 저자는 수록 작품 가운데 ‘좋아한다라고 하기엔’에서 ‘연이 바람과 이야기 나누듯/순간순간 마음이 통하는 우리’라는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말하지 않아도 하늘의 연이 바람과 마음이 통하는 것처럼 그런 인연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고민에 휩싸여있을 때 펼쳐들면 쉼 없이 읽게 만드는 편안함을 준다.
이지미 제주 서귀포여중(교장 박경숙) 한문교사는 수업에 앞서 성찰능력, 인간능력(배려·협력), 창의융합력, 그리고 배움의 즐거움을 고려한다. 머리로만 앎에서 벗어나 가슴까지 내려와야 한문교과가 지향하는 인성교육으로 이어진다. 한문과 타 교과를 잘 융합해 수업으로 제시한다면 창의·융합력에 대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를 즐겁게 익히면서 다양한 재능까지 펼치게 해야 한다는 고민이 늘 떠나지 않는다는 이 교사다. 그가 한문수업의 활동 중심 수업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런 이 교사는 자유학기 기간에 더욱 다양한 활동 중심 수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한자성어 창작 단편드라마, 자유학기 예술활동 연계, 영어·미술·도덕 등 타 교과와의 공통주제융합, 김만덕 프로젝트, 자유학기 축제 등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우리 선현들의 정신이 담긴 한문을 통해 즐겁게 배우고 성찰할 수 있도록 고안하고 있다”며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허망하고, 생각하되 배움이 없으면 위태롭다는 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불태)를 수업에 그대로 실현하고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 설정했던 목표 내용이 활동 후 고스란히 담긴 모습을 보면 그 노력은 충분히 보상 받는다”고 강조했다. ◇한자성어 창작 단편드라마 = 한문수업에 있어 한자성어는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이 교사는 한자성어의 뜻과 음을 알고 내용을 파악하는 활동 정도를 넘어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창작 단편드라마 만들기’를 떠올렸다. 학생들의 삶 속에 한자성어를 연결시키는 활동 위주의 수업으로 적격이라 판단한 것이다. 수업의 활동목표는 정보처리능력(한자성어 실생활 활용), 창의적 사고능력(드라마 시나리오 창작), 인성 역량(모둠 프로젝트 활동, 소통·협업 능력) 등으로 잡고 흐름도를 그렸다. 한자성어 학습, 한자성어 활용 시나리오 창작, 단편드라마 제작, 시사회(평가회) 등 네 단계로 압축됐다. 세부적으로 드라마 속 상황이나 대사 안에 한자성어 5개 이상 넣고, 배경·등장인물·장르를 선정한 뒤 주요사건을 기승전결로 구성한다. 드라마 준비 순서는 시나리오 구상, 각각의 장면 구상, 동영상 촬영, 편집으로 분량은 3~5분으로 했다. 평가는 학생의 자기성찰, 상호평가(자유서술식), 교사 과정관찰 및 작품평가 등의 과정평가로 이뤄졌다. 이 교사는 이밖에도 한자성어 관련한 수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넓혀가고 있다. 학교특색사업인 ‘칭찬으로 변화하는 교실’ 연계 활동으로 하고 있는 ‘칭찬은 비행기를 타고’와 자유학기 예술활동과 연계한 ‘창작 랩소디’ 등이 대표적이다. ‘칭찬은 비행기를 타고’는 비행기를 접은 후 총 아홉 차례를 날리면 아홉 명의 친구들이 긍정의 뜻이 담긴 한자성어로 칭찬을 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창작랩소디’는 한자성어와 타 교과 용어 등을 활용해 랩 가사를 창작하는 활동이다. 랩의 라임과 한시의 압운법을 비교하며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랩을 공연하면 한문 교사와 예술활동 강사가 협업 평가를 진행한다. ◇영어·미술 등과 공통주제 융합수업 = 인성역량 강화 교과 융합수업으로 한문 단원의 ‘가족구성원’, 그리고 영어 단원의 ‘say the magic word’를 연계했다. 한문교과에서는 가족구성원의 한자, 감사 관련 한자를 알아본 뒤 감사의 대상을 선정해 그 이유를 작성하도록 했다. 캘리그라피 방식으로 감사책갈피까지 제작했다. 영어교과에서는 원어민 교사와 코티칭 수업활동으로 ‘감사편지(thank you letter)’ 쓰는 방법을 배운 뒤 편지를 쓸 대상과 내용, 이유 등을 토대로 작성하게 했다. 미술교과가 1학년에 편성되지 않은 것에 착안해 미술교사와 협의한 후 각자 자신의 한자 호를 지은 뒤, 이를 지우개 도장으로 만드는 활동으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창체 연계 융합활동으로 ‘너가 보는 나의 모습’도 진행했다. 모둠 친구들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한 후 모둠원들이 돌아가며 한 명의 얼굴형, 눈, 코, 입 등을 그려 캐리커처를 완성하는 형식이다. 친구들이 그려준 작품에 낙관까지 찍었다. 효(孝)를 주제로 한문·도덕·미술의 세 교과 간 공통주제 융합수업도 주도했다. 도덕교과를 통해 현대적 의미의 효 사상에 대해 알아보고 효도쿠폰 제작 및 실천 활동이 이뤄졌다. 한문교과에서는 효를 주제로 한 한문 문장을 읽고 모둠별 암송하기, 효 문자도 감상과 문자도 속 한자성어 5가지 알아내기, 실천 가능한 효의 방법 생각하기, 효 문자도 족자 만들기 등이 진행됐다. 미술교과에서는 문자도의 의미와 의의, 효 문자도로 보는 전통적 효의 상징물과 표현방법을 익히도록 했다. ◇김만덕 프로젝트, 자유학기 축제 = 지역 출신 위인 김만덕의 생애를 통해 인성교육은 물론 역사교육과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이 교사는 ‘김만덕 프로젝트’도 마련했다. 우선 김만덕의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교훈, 그가 남겼던 ‘나눔’의 의미에 대해 의견을 나누도록 했다. 이어 김만덕의 삶과 제주도 들여다보기, 김만덕의 가치와 관련한 한자성어 학습, 슈링클스(그림을 그리고 열을 가하면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종이) 성찰 고리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때마침 1학년생들은 자유학기 축제를 열기로 하면서 중심 테마를 자연스럽게 나눔으로 잡았다. 김만덕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이라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다. 1학년 학생 150여 명이 한 달 간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는 과정에서 플리마켓 운영으로 연결시켜 나눔 실천의 계기를 마련했다. 축제 날(지난해 12월 8일) 활동 참여 후 받는 도장을 이용해 서로의 물건을 교환했고, 학교는 이 도장 개수에 비례해 돈을 모아 지역사회에 기부했다. 김만덕 정신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이 교사는 “축제 준비부터 운영까지 모든 것을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학생 참여 활동이 확대되면 자유학기제는 더욱 내실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북도 청송군 부남초등학교(교장 구자룡)는 2018년도 제12회 교육정보화연구대회디지털학습분과에서 전국 1등급(교수학습분야, 교사 강인성), 전국 2등급(e학습터 분야, 교사 박성환・김효정)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교육정보화연구대회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여 ICT를 활용한 참여와 협의 교수학습 방법 발굴을 통해 소프트웨어교육을 활성화하고 ICT활용 수업 모델을 연구하여 교원들의 교실수업 개선 환경을 지원하는 학교풍토를 확산하기 위한 연구대회이다. 본 연구대회에 부남초 교원들은 4명이 참가해 3명이 교육부장관상을, 1명이 교육감상을 받는 우수한 역량을 발휘하였다. 디지털학습분과 전국 1등급은 교수학습분야에서 수학, 소프트웨어(SW)의 융합교육과정 운영으로 수학적 사고력, 컴퓨팅 사고력을 증진하는 모델을 개발한 강인성 교사가, 전국 2등급은 e학습터 분야에서 영어를 처음 접하는 3학년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증진을 위한 사이버학습 및 교실연계 모델을 개발한 박성환, 김효정 교사가 수상하였다. 또한 교육용소프트웨어분과에서 도내 초등 관리자로 유일하게 참가한 정미정 교감은 도 2등급을 수상한다고 전했다. 부남초등학교(교장 구자룡)는 산골벽지학교라는 열약한 교육환경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스마트교육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목적사업비를 활용해 스마트교육 여건 구축, 교육콘텐츠 개발 등의 노력에 매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전 담임교사가 각종 연구대회 전국 1등급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등 경상북도 도내에서 우수한 교육력을 지닌 학교임을 다시한번 입증하였다.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학교는 다양한 교육 방법으로 쇄신을 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등장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과거와 다르게 교사들은 정해진 교육과정과 교과서만을 사용하여 교수학습을 진행하지 않고 재구성한 교육과정과 재편집한 교과서를 사용하여 다양한 학습자료를 만들어내고, 수업 과정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수업뿐만아니라 생활지도, 상담, 평가 등에서도 생산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두발, 복장 등 강압적인 생활지도 단속이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생활지도에서도 아이들이 얼릉 원위치로 회복할 수 있는 회복적생활교육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수업과 평가에서도 아이들에게 여러번의 시행착오의 기회를 부여하여 좀 더 성장하도록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교사들의 노력덕분에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있어 아이들의 외적인 성장과 더불어 내적인 성장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수학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수학을 좋아하고 교사를 잘 따르는 아이는 종종 쉬는 시간에 수학에 대한 고민을 질문하려고 교무실에 들어온다. 이 아이가 계속적으로 교사를 찾아오고 수학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은 아이와 교사의 관계형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아이들은 정직하다. 싫어하는 교사에게는 먼저 다가서지 않는다. 다가오는 아이들에게 아이의 성장과 실천에 대해 “너 참으로 대견하다”, “너의 행동에 대해 선생님은 지지를 보낸다”, “너의 풀이과정이 틀리는 것은 아니야, 다만, 이런 방법도 있는거야” 등으로 공감과 격려의 관계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점점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교사를 대처하는 인공지능 로봇교사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9일 온라인 교육업체 쉐얼시(學而思)는 자체 개발한 표정과 음성, 필적을 인식하는 기능을 갖춘 'AI 표준어 교사', 'AI 영어 1대1 교사' 등의 서비스를 공개했다. AI기술이 온라인 강의에 결합해 학습자의 상태를 보고, 대답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로봇은 다양한 지식으로 무장되어 교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지만, 교사가 인공지능 로봇을 이길 수 있는 길은 바로 공감하고 지지하는 소통의 능력일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교사들의 격려와 지지를 얻어 혼자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의 단계를 훨씬 뛰어넘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교사가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사랑과 지혜를 베푸는 마음에서 시작될 것이다. 아이들과의 회복되는 관계에서 교사는 교육의 희망을 볼 수 있으며, 아이들과 교사를 지지하는 학부모의 진심어린 마음이 교육을 더욱 알차게 만들 것이다. 학교에 1년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학부모라도 교사와 아이들간의 지지와 격려는 고스란히 가정에도 전달이 되고, 학교를 믿고 맡기고 의지할 수 있는 정신적인 동력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과 학부모가 먼저 움직이길 원하지는 않는다. 교사의 교육과 실천에 의해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화하고 이를 목격하는 학부모의 든든한 후원과 지지로 교육은 더욱 알차게 영그는 것이다. 경기도 C교사는 “3월초에 학급의 아이간의 다툼 문제로 어머니가 학교방문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쌍방의 아이와 어머니의 진술과 상담을 통해서 더욱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며, “교사는 아이와 부모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면 성공한 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교육과정에서도 등장하는 것이 핵심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편협적인 지식만을 전달하는 낡은 수업방식으로는 아이들과 관계형성을 쉽게 할 수 없다. 부단히 교재연구하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상담하고 아이들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넉넉히 부여했을 때, 교육은 살아나고 생동감있게 숨쉬는 것이다. 경기도 J중학교 H학생은 “선생님들이 복장이나 두발과 화장에서도 저희들을 믿고 맡겨주시고 충분한 시간을 주시니, 학급에서 약속을 정하고 되도록이면 지킬려고 노력해요”라고 말하며, “지금처럼 선생님들이 우리들의 조금씩 나아감을 응원해줬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모름지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말한다. 먼 장래까지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워야하는 것이 교육이다. 하지만 실상은 매년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뀌는 교육정책으로 일선 학교의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는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사제간의 정은 변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 교사와 아이들, 학부모간의 원활한 관계형성을 위해 교사들은 부단히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수업하고 생활지도하고 상담에 임하는 순간, 교육은 중지되고 변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교육은 교사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교사가 교육정책의 희생양이 아니라 동반자이며, 지지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부, 교육청은 정책입안에서부터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이 시행되어도 교육현장의 시스템은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것들이다. 앞으로의 모든 교육정책은 사람중심으로 마련되길 희망해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공감이고 지지이다.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에서 교육의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기 임기 동안의 공약이행을 알리는 시작부터 스텝이 꼬였다. ‘조용한 변화’를 내걸은 공약 백서 제목이 무색하게 초반부터 시끄러웠다. 자사·외고의 일반학교 전환을 강제로 진행하는 것처럼 명시된 백서 내용에 대해 지적이 제기되자, 시교육청 측은 급하게 "오기(誤記)"라고 해명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조 교육감은 7일 ‘공약 실현 청사진이 담긴 백서’ 발간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31개 과제, 106개 세부과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조 교육감은 지난 지방선거운동 기간 동안 가장 강조했던 ‘자사·외고 폐지’와 관련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최소 1교 이상 일반학교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엄정한 평가를 통해 운영 정상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가도 하기 전에 목표 수치를 정한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백서에 따르면 2019년 1교, 2020년 2교, 2021년 1교, 2022년 1교 등 최소한으로 잡아놓은 수치가 드러나 있다. ‘성과지표’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한술 더 떴다. 성과목표에 ‘평가를 통한 일반학교 전환’에 대한 목표치까지 표기된 것이다. 달성도(이행수준)에 2019년 3교, 2020년 5교, 2021년 6교, 2022년 7교라고 적혀 있다. 폐지를 전제로 평가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은 당연했다. 서울교총은 즉시 논평을 내고 "면밀한 운영성과 평가를 통한 재지정 내지 폐지 여부를 판단하는 대신 일방적인 ‘폐지’를 전제로 평가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기 때문에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지 않은 언론을 통해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오자 시교육청 측은 설명자료를 통해 "백서에 표기된 부분은 ‘평가를 통한 일반학교 전환’이 아니라 ‘학교 신청에 의한 전환’을 잘못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해당 부분을 ‘잘못 썼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평가를 통한 일반학교 전환’이라고 표기한 부분 아래에, 시교육청이 바꿔 달았어야 한다는 내용인 ‘학교신청에 의한 전환’이 이미 단서로 따라왔기 때문이다. 변경될 내용이 단서에 왜 달렸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 교육감이 관련 정책 추진 전 세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부분을 반성한 만큼, 더욱 신중하게 일처리를 했어야 한다는 비판 역시 거듭되고 있다. 이날 조 교육감은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 때 재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받은 비판을 두고 시교육청의 잘못을 시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2·3학년은 자사고 등록금을 내는데 신입생은 일반고로 입학하는 것은 온전한 자사고로 인정될 수 없다’고 했던 부분은 충분히 합리적인 문제 제기"라며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의 반성이 나오자마자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교총은 시교육청의 7대 과제 중 ‘학교자율운영체제 구축’ 차원에서 이들 학교도 자율운영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교총은 "자사고, 외고, 국제중도 학교자율과 다양성 측면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하며, 교육의 평등성과 수월성의 조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시교육청이 발표한 내용 중 ‘혁신학교 250교 확대’, ‘교육본질 회복에 대한 미비’ 등에 대해서도 교육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교총은 "일방적인 혁신학교 늘리기를 통해 혁신학교에 막대한 예산을 쏟고, 인사자율권을 보장하는 등 행정적 혜택 또한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은 일반학교 죽이기를 가속화하겠다는 취지"라며 "무상복지 확대보다 학교현장의 교권확립을 위한 세부 실천을 우선시하고, 학생 학업성취에 대한 진단과 평가 등 교육본질 회복을 위한 적재적소에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교권법률지원단 운영 및 교원배상책임 단체보험 가입’, ‘교원능력개발평가 자율 참여 권장’. ‘학교 악기은행 구축’, ‘책과 노니는 교실’, ‘메이커 교육 인프라 구축’, ‘초등 3·4학년 기초영어교육 강화’, ‘스쿨미투 긴급대책팀 지속 운영 및 특별감사 강화’, ‘평화 공존을 위한 남북교육교류 추진’ 등 신규 사업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와 함께 ‘학교 노후 시설 진단 및 보수 강화’, ‘고교와 사립초까지 친환경무상급식 확대’ 등 지속사업까지 4년 간 총 4조168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선생님들은 저마다 우수한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협의하는 것만으로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교사연구회를 통해 깜짝 놀랄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2년이었습니다.”(최영희 경기 능동중 교육과정부장) 경기 능동중(교장 류기진)은 지난해부터 전문적학습공동체 연계 자유학기제 교사연구회 ‘사이다(사고하고,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학교)’를 운영해 주제중심 교과통합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주제중심 교과통합교육과정은 한 가지 주제를 정한 뒤 그에 맞춰 교과별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학습 흥미를 끌어올리고 이해도와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해 1학년 담임교사, 교과별 1명 이상, 특수반 교사 등 요건을 둬 모집한 15명의 ‘사이다’ 창단멤버들은 비정기 모임으로 출발했다. 계획, 평가, 연수 등 필요할 때만 모여 논의하는 정도였다. ‘더불어 따뜻함’, ‘더불어 즐거움’을 주제로 교과통합교육과정을 했으나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절반의 성공으로 남았다. ‘더불어 따뜻함’은 사회, 국어, 수학 과목에서 진행됐다. 사회는 ‘경제생활의 이해’ 단원에서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에 대해 직접 기획안 작성, 국어과는 ‘협동조합 설명문 쓰기’, 수학은 ‘협동조합과 관련된 통계자료 찾아보기’로 구성됐다. ‘더불어 즐거움’은 음악, 국어, 미술, 체육 과목에서 진행돼 반가 작곡, 노랫말 쓰기, 응원도구 제작, 반가에 맞춰 율동 만들기로 꾸려졌다. 그러나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었다. 소통 부재로 인해 매 수업마다 시행착오가 따랐다. 올해 연구회 인원은 12명으로 줄었지만, 정기모임으로 변경되면서 내실이 더해졌다. 한층 개선된 연구회를 의미하는 ‘사이다 2.0’으로의 재출범을 다짐하고 월 1, 2회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자주 모이다보니 교사들은 ‘나만의 영역’이라 여겼던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다. ‘이런 거 말해도 되나’ 싶은 비밀 같은 고민들, 몇 번을 망설이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혼자 끙끙 앓던 것들이 결코 자신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며, 다른 누군가는 쉽게 해결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누면 가벼워진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으니 저마다 꺼내놓는 아이디어는 금새 늘었다. 여기서 도출된 방법들을 수업에서 직접 적용한 후 공유하는 체계를 갖추니 진정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진행됐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2개월 간 진행된 모의 창업 교과통합교육과정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다. 주 교과는 진로와 직업, 교과 연계는 도덕·사회·정보 과목으로 구성됐다. 교사들은 ‘모의 창업 프로젝트로 미래사회 핵심역량 키우기’라는 주제 안에서 각 과목별 수업 후 창업 경진대회까지 개최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이다 정기회의 때 진로진학부장이 아이들에게 창업과 창직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려는데, 실생활에서 문제점을 찾아 창업 아이템을 정하는 부분을 가르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은 것에서 비롯됐다. 그러자 도덕교사는 “도덕성이 결여돼 생기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창의적 아이디어 만들기를 모둠별 토론·토의활동, 협동학습으로 진행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쉽게 풀렸다. 이 수업을 통해 새치기를 방지하는 시스템 구축, 바가지요금을 없애기 위한 정가확인 어플리케이션 등이 도출됐다. 사회과 담당인 최 부장은 지리 관련 단원을 통해 관광자원을 활용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여행상품개발자가 되어보기’ 수업을 구성했다. 정보교사는 파워포인트 제작을 통해 제품 설명회의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향상시키는 수업을 짰다. 진로 수업을 통해서는 창업 아이템 선정해 제품 소개서 만들고 디자인까지 도출하도록 했다. 이를 팀 별로 ‘창업보드’를 만들게 했다. 회사명, 상품명, 상품소개, 상품 디자인, 판매 전략 등을 기재한 것으로 겨루는 창업아이템 경진대회도 열었다.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학급 예선전을 거쳐 두 팀씩 뽑아 겨루는 대회로 진행됐다. 본선 심사는 학생, 학부모, 교사로 구성된 모의투자단을 구성해 가장 많은 투자를 확보하는 등의 결과를 통해 우승팀을 가렸다. 교사들은 경진대회 후 며칠 뒤 경기상상캠퍼스 입주 청년 창업 기업을 방문하는 활동까지 연계했다. 학생들은 수업, 경진대회에 이어 실전 창업 사례까지 확인하니 누구보다 생생하고 자세하게 알게 됐다. 최 부장은 “아이들은 돈이 많지 않더라도 좋은 아이템만 있으면 창업에 도전해볼만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5월 9일에는 ‘인성교육의 날’로 정한 뒤 1교시부터 6교시까지 ‘바른 언어사용’ 수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학년별, 교시별 수업안을 만들어 전 교사가 수업을 진행했다. 1교시 ‘고운 말, 나쁜 말’ 시간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고운 말과 나쁜 말의 영향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도록 했고, 2교시는 역할극으로 올바른 감정 표현 방법을 사용하도록 했고, 3~4교시는 바른 말 사용에 대한 나의 다짐을 노래로 개사하고 율동까지 만들어 5교시에 발표회를 가졌다. 6교시에는 학급별로 ‘고운 말 나무’를 만들어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고운 말들을 적은 열매를 나무에 달고 복도에 게시했다.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책 ‘점(The Dot)’을 통해 영어·사회·도덕·진로·국어·미술 과목을 통합한 사례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어교사는 원서를 읽은 후 글의 구성과 내용을 시각적으로 요약하고, 느낀 점, 인상 깊었던 부분, 그 이유를 친구들과 나누도록 했다. 단어게임, 내용다이어그램 등을 활용하도록 했다. 사회 시간에는 책을 읽고 관계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긍정적인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핵심질문 만들기’와 ‘월드카페 토론’을 구성했다. 도덕시간에는 나의 탁월함, 조원들의 탁월함을 찾는 모둠활동을, 진로시간에는 버킷리스트 작성과 미래자서전 쓰기를 진행했다. 국어시간에는 20년 후 모습 상상해 글로 쓰기, 미술시간에는 ‘점으로 놀기’를 활용해 조형요소와 원리를 익히는 등 책 한권으로 다양한 수업이 이뤄졌다. 이 사례는 지난 8월 열린 ‘2018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서 소개돼 전국의 교사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50여명의 교사들은 직접 실습해본 뒤 교과통합수업에 대한 감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최 부장은 “선생님들은 우수한 역량을 가진 분들이기에 일단 모여서 협의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며 “저경력 교사들은 수업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귀띔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덕분에 유명해진(?) 사진이 있다. 대한제국 시절 활동 중인 의병들을 찍은 유일한 사진으로 국사교과서나 한국의 근대 역사책이라면 빠지지 않고 실린 사진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이 사진이 조명을 받기 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친 경우가 많았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이 사진을 누가 어떻게 찍었는지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죄송한 마음 이전에 놀라움마저 들게 된다. 이 사진은 캐나나 출신 영국 언론인으로 데일리 메일(Daily Mail)의 특파원 매켄지(F.A. Mckenzie)가 1907년, 양평에서 찍은 사진이다. 러일전쟁을 취재하러 온 매켄지는 한국의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제천 일대의 의병을 취재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의병을 만난 것이다. 매켄지를 본 젊은 아낙네는 ‘당신이 우리의 현실을 외국에 알려 달라’고 했고 의병 중 한 명은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무기를 구해 달라’고 했다. 무엇보다 의병들은 “우리는 어차피 죽게 되겠지요. 그러나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보다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라며 독립전선에 뛰어든 비장한 심정을 밝혔다. 이런 내용은 그가 쓴 대한제국의 비극(The Tragedy of Korea)에 자세히 적혀 있다. 만약 그가 의병 취재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사진과 기록을 남겨놓지 않았다면 우리는 의병들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아마도 비분강개한 유생들의 기록과 살육에 대한 변명으로 가득한 일제의 기록으로만 보았을 것이다. 물론 매켄지는 기자라는 신분 때문에 무기를 구해달라는 의병의 말에 양해를 구하며 제3자로서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시기 이방인들 가운데 한국의 문제에 적극 개입했던 사람들이 있다. 봉건제와 제국주의 침략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던 한국인에게 희망의 빛을 건넨 사람들이다. 두 언론인의 흔적을 찾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라 할 수 있는 경교장(강북삼성병원 안에 있다)과 경희궁(서울역사박물관 옆)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인왕산 방면으로 걸어가면 한양도성의 성벽을 따라가는 길에 이국풍 집 ‘홍난파 가옥’이 나온다. 우리가 찾아야 할 곳은 그가 살던 집 뒤 공원에 있는 작은 표지석이다. ‘베델 집터’. 그러니까 한국 이름 ‘배설’의 집이 있던 곳이다. 베델이 누구인가. 일제강점기 직전, 민족의 정론을 편 대한매일신보의 사장이다. 그러니까 한국 신문사의 사장이 영국 사람이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05년, 을사늑약 전후로 일제의 입김은 한국 사회 전반을 압박했으니 언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베델은 당시 일본과 동맹국이었던 영국 사람이라 아무래도 조심스러웠다. 그런 점을 바탕으로 일본에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심지어 베델은 영어로 된 코리아 데일리 뉴스도 발행하며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다. 대한매일신보가 일본의 황무지 개간 요구를 막아냈다면, 코리아 데일리 뉴스는 황성신문에 실렸던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 그러니까 일본의 을사늑약 강요를 비판한 기사를 영어로 실었다. 여기에 불을 끼얹은 사건이 있다. 고종이 을사늑약을 무효라고 주장했던 밀서의 내용을 영국 트리뷴지가 실었는데 이 내용을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 데일리 뉴스에 다시 실은 것이다. 1907년, 베델이 발행하던 신문은 1만 부가 넘었으니 국채보상운동도, 의병투쟁도 영향을 받았다. 일제의 통감부는 영국에 전부터 요구해 온 베델 추방령을 더욱 강하게 요청했다. 마침내 1907년 10월 정동의 영국 총영사관에서 재판이 벌어져 베델은 6개월 근신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근신 기간이 끝나고 대한매일신보는 다시 장인환, 전명운 의사의 스티븐스 암살 사건을 다뤘고 1908년, 다시 벌어진 재판에서 베델은 대한매일신보의 논설이 일본의 지배에 대해 한국인의 봉기를 부추긴다는 죄명으로 금고형과 근신을 받았다. 금고형을 받기 위해 베델은 상해의 영국 영사관으로 갔다. 그 사이 일제는 신문사 총무였던 양기탁이 공금을 횡령했고 베델도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역시 무혐의가 판명됐지만 마음고생이 컸는지 베델은 1909년, 37살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영국이라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언론인이었던 베델. 오히려 일본에서 지낸 시절이 많았던 그는 왜 일제의 침략에 반하는 기사를 쓰며 힘들게 보냈을까. 베델의 집터에서 다시 인왕산 방향으로 가면 거창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바로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의 집터다. 사실 우리가 찾을 곳은 그 앞에 붉은 벽돌로 지은 서양식 2층집이다. 바로 딜쿠샤다. 원래 이 건물은 의문투성이였다. 근처에 베델의 집이 있었다고 하니 대한매일신보 사옥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집 앞에 쌓아둔 물건을 치우니 ‘1923년’과 ‘DILKUSHA’란 글자가 새겨진 머릿돌이 나왔다. 신문사가 없어진 지 한참 뒤 지은 건물이고 딜쿠샤는 영어로 해석이 되지 않는 낱말이었다. 이 집의 정체는 무엇일까. 내력이 밝혀진 것은 2006년이다. 이 집에서 살았다고 주장하는 미국 사람 브루스 테일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집은 자신의 아버지인 ‘앨버트 테일러’가 지었으며 집 이름은 어머니가 힌두어의 ‘이상향’을 뜻하는 딜쿠샤로 지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앨버트 테일러는 어떤 사람일까. 놀랍게도 우리나라 독립운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금광업자인 아버지를 따라 온 앨버트 테일러는 미국 통신사 특파원도 겸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3․1운동이 일어났고 아들의 출산 때문에 부인이 세브란스에 입원했을 때 우연히 3․1독립선언서를 입수했다. 이를 자신의 동생을 통해 일본으로 보내 세계에 널리 알렸던 인물이다. 그는 또 제암리에서 만세운동을 벌이던 사람들을 일본 군인이 학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진상을 조사한 뒤 역시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1942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을 추방할 때 쫓겨났다. 그리고 딜쿠샤의 내력도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일본의 추방령을 거부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 갇히기도 했던 앨버트 테일러. 역시 베델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현실을 외국에 알려 일제에게 압력이 되도록 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베델, 그리고 앨버트 테일러가 묻힌 곳은 어딜까.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서울에 잠들어 있다. 우리 역사에서 어려웠던 시절. 이방인이지만 한국에 한줄기 빛이 돼준 언론인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가 보자. 양화진, 이방인에게 진 빚에 대하여 베델과 테일러가 잠든 곳은 양화진에 있는 외국인선교사묘원이다. 두 사람 모두 선교사는 아니지만 1890년, 헤론 선교사가 이곳 양화진에 처음 묻히면서 선교사묘원이라는 특성이 두드러지며 지금처럼 부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묻힌 인물 가운데 한국에서 생을 마치지 않았음에도 본인의 유언에 따라 여기에 묘지를 마련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앨버트 테일러 역시 유언에 따라 유해를 미국에서 여기로 옮겨온 예다. 어떤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까. 베델과 테일러 말고도 그 이름만으로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배재학당을 세우고 정동제일교회를 연 아펜젤러, 이화학당을 세운 스크랜턴, 새문안교회와 연희전문을 연 언더우드, 백정들을 위해 교회를 개방한 무어, 숭실학교를 설립한 베어드, 크리스마스 씰을 만든 셔우드 홀 등 한국근대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헐버트, 그리고 특이하게 한국 고아들을 위해 일했던 일본인 소다 가이치도 있다. 무엇이 이들을 여기에 머물게 했을까. 누군가는 종교를 위해서라고 하겠지만 누군가는 한국의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런 점에서 의도를 떠나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이들에게 큰 빚을 졌다. 이들은 한국을 위해 교육과 언론, 의료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한국에 공헌한 이방인이 있었음을 보니 한국사의 영역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SW교육 대비 정보교사도 부족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국정감사 기간 동안 비교과 교사 부족만 지적된 것은 아니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농어촌 지역에서 주요 과목까지 순회교사를 운영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교육청은 국어 2명, 영어 6명, 수학 8명, 사회 6명, 과학 8명 등을 순회·겸임교사로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의 경우도 국어 4명, 영어 10명, 수학 9명, 사회 28명, 과학 22명을 순회 또는 겸임으로 운영하고 있다. 임 의원은 주요교과에 대한 순회교사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SW교육의 확대로 인한 정보교과 교사 부족도 거론됐다. 김해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내년 SW교육 시행학교는 2677곳이다. 현재 정보 교과 전담 교원은 1077명이다. 내년에 신규임용하기로 확정 공고된 225명과 복수전공 연수 이수자 35명을 더하면 1337명이다. 충원율은 49.9%다. 2020년에는 SW교육 시행학교 3212곳으로 늘어난다.
이미지출처 : https://pixabay.com 올해 11월 15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며, 일선 학교 교사들은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이 되는데 구인란으로 전국의 중·고등학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차출된 교사들은 하루전인 14일에도 해당 시험장교에 출장으로 방문하여 장시간 전달연수를 들어야 하며, 정작 본인들의 수업도 다른 교사에게 교환수업이나 보강처리하고 출장에 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1박 2일 동안 차출이 되는 것으로 해당학교는 수많은 차출교사로 인해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되지 않아 휴업을 하거나 단축수업 등 비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빈발하는 수험생 민원과 선택 과목수 증대 등으로 해마다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수능 관리 시스템은 과거에 고착되어 감독관 기피 풍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0월 31일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전국의 중등교사 5032명을 대상(중학교 38.7%, 고등학교 60.1%, 교육청 등 기타 나머지)으로 지난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 사이에서 수능 감독관 차출을 기피하는 풍토가 생겨나게 된 이유는 ‘과도한 심리적 부담 및 체력적 부담’(복수 응답 항목에서 각각 71.8%와 71.5%)인 것으로 나타났고, 3순위인 낮은 감독 수당(28.2%)과의 격차도 상당했다. 통상, 시험 감독 업무는 물론 수험생 소지품 관리 업무까지 포괄하는 1교시 당 2~3시간에 이르는 감독관 업무 수행시간 동안 교사들은 극도의 긴장 속에서 군대 위병에 빗댈 정도로 고정 경직된 기립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한다. 한 감독관이 통상 수능의 4개 교시 중 3개 교시에 투입되고 있는 까닭에 식사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정신적, 신체적 부담을 감내해야 하며, 그런 까닭에 기립성 저혈압 등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1교시 국어는 80분, 2교시 수학은 100분, 3교시 영어는 45분, 4교시 선택과목은 102분, 5교시 제2외국어/한문은 40분으로 시험 시간이 편성되어 있어, 1, 2교시 연달아 감독하는 교사의 경우는 180분을 서서 감독해야 되며, 3, 4교시 연이어 감독하는 교사는 172분을 감독하는 것으로 감독관의 인권이 철저히 무시되는 처사이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실천교육교사모임은 "1순위였던 감독용 키높이 의자 배치(67.3%) 같은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수능 시험의 수혜를 보는 대학의 적극적인 동참(2순위, 63.1%) 등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수능이 자격고사라면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나 최근의 정시 확대 흐름에서처럼 선발에 방점이 찍혀지게 된다면, 그 수혜를 받는 대학에서도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수능 감독관 관리(차출 및 배정)의 합리화 및 투명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세부 서술형 설문 결과를 보면 수능 주관교의 텃세(중학교 등 타교에서 차출된 교원에게 어려운 업무 일방전가), 연줄 및 연공 서열식으로 업무 난이도가 낮은 예비감독관, 서무요원 배정, 버티기 능력에 따른 학교별 감독관 차출 인원(비율) 격차 극심, 허위 진단서 발급에 의한 감독 열외를 거르지 못하는 시스템, 업무 난이도가 낮은 서무요원에게 과다 지급되는 수당 등에 대한 지적이 집중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 감독관 경험이 많은 교사는 "그 밖에 수능 감독관 연수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담당 장학관들이 본인의 면피를 위해 관리 매뉴얼을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그냥 읽어 연수 효과가 낮은점, 역시 본인들의 면피를 위해 극단적인 상황을 열거해가며 모든 책임을 감독관에게 돌리며 감독관으로 차출된 교사들의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포감을 유발하는 행태 등에 대한 지적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향후 수능 감독관 기피 풍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과도한 신체적 부담을 경감할 키높이 의자 배치, 연공 서열이나 인맥 중심의 감독관 관리 체계 정비, 수능 감독관 연수 내실화, 중장기적으로 수능 관리를 대학과 분담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몇 해 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함께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에서 강조하는 것이 과정중심평가이다. 뭔가 새로운 평가개념인가 싶어 과정평가와 관련된 여러 연수와 책으로 공부하다 보니, 지금껏 내가 해오던 프로젝트 수업평가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매년 8~10차시 정도의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제일 마지막에 나온 결과물을 가지고 평가를 해 왔다. 하지만 프로젝트 수업활동 과정에서 열심히 참여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던 아이들이, 정작 마지막 결과물 제작에서 영어작문이 틀리거나 발표가 서툴러서 낮은 평가를 받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프로젝트 수업에 과정평가를 도입하여 운영해 보았다. 영어과 과정중심평가 운영 사례 성취기준 ● [9영02-03] 일상생활에 관한 그림·사진·도표에 관해 설명할 수 있다. ● [9영02-06] 주변의 사람·사물에 관해 묻거나 답할 수 있다. ● [9영04-01] 일상생활에 관한 주변 대상이나 상황을 묘사하는 문장을 쓸 수 있다. ● [9영04-03] 일상생활에 관한 그림·사진·도표 등을 설명하는 문장을 쓸 수 있다. ● [의사소통 및 공동체역량] 영어로 외국인과 한국에 관련된 내용을 인터뷰하고 모둠활동에서 서로 협력하여 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 [지식정보처리역량]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결과를 그래프나 도표로 나타내고 영어로 설명할 수 있다. 평가준거 성취기준 외국인과의 인터뷰 활동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해 인식도를 알아보고, 그 결과를 그래프·사진·도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그 내용을 영어로 설명할 수 있다. 차시 방법 학습경험 평가 피드백 1~2 협력학습 ● 팀 구성 및 미션 정하기 ● 팀 및 개인별 미션 계획서 작성 및 제출 계획서 평가 계획서 내용 3-4 협력학습 ● 개인별 인터뷰 또는 활동 자료 제작 관찰평가 질문지 수정 및 지도 활동 수행 ● 수학여행 중 팀 별 활동 수행 5~6 개인 및 협력학습 ● 개인별 보고서 및 팀별 보고서, 소감문 작성 보고서 평가 표현방법 지도 및 조언 7-8 협력학습 (발표) ● 개인 및 팀 발표 발표 평가 (동료평가) 발표 지도 및 조언 표 '여행을 가자' 주제통합 수업 과정평가 운영 계획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하면서 첫 번째 계획단계에서는 개인과 팀의 미션 계획서와 활동지를 평가했다. 두 번째 단계는 수학여행 활동을 한 후, 개인보고서와 팀 보고서 내용을 평가했으며, 세 번째 단계는 자신들이 한 활동을 친구들에게 발표하는 ‘발표평가’를 실시했다.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할 때 학생들에게 미리 평가계획서를 나눠주고 단계별로 평가를 한다는 점을 안내했다. 이렇게 평가를 시행하면서 좋았던 점은 학생들이 단계별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고, 각 차시별로 걷은 결과물을 평가 루브릭에 맞춰 그때그때 평가하고 피드백 과정을 거치니 활동이 훨씬 원활하게 이뤄졌다. 과정중심평가를 운영하면서 활동 단계를 생각하게 되고 단계별로 적절한 피드백을 평가에 반영하니 수업 준비도 훨씬 정교해지고 학생들의 혼란도 적어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무임승차하는 학생도 없어졌다. 이렇게 장점이 많긴 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았다. 다음은 관내 수업공동체나 연구회 교사들과 평가에 대해 여러 번 토론해본 결과 나타나는 공통적인 문제점을 제시한다. 문제점 ❶ 과정중심평가라는 용어 이해 A 선생님은 정기고사를 여러 번 봐야 하는 것으로 개념을 이해하고, 횟수를 3~4회로 늘려 시행했다. B 선생님은 수업의 모든 과정을 평가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의 수업 결과물을 받아 그것을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B 선생님의 경우 장기 결석학생의 성적 처리가 매우 힘들다는 의견이 있었다. 문제점 ❷ 수업활동에서의 태도나 성장에 대한 평가 반영 수업 후 예측 가능한 활동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루브릭에 따라 쉽게 점수화할 수 있지만, 지난 시간보다 성취가 훨씬 좋아진 학생이나 태도가 나아진 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가 어렵다. 점수가 올라가진 않았지만 수업태도가 많이 좋아지고 열심히 하는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이 생활기록부의 과목별 세부능력특기사항에 적어 주는 것밖에 없어 매우 아쉽다는 것이다. 수업태도 등을 수행평가에 반영하는 평가기준을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제점 ❸ 많은 학생을 평가할 때는 쉬운 평가 과제 제시 소규모학교의 경우 학생 수가 적어 다양한 과정중심평가나 수행평가를 시행할 수 있지만 4~5개 반을 맡아야 하는 규모가 큰 학교의 경우 한 명의 교사가 평가해야 할 학생이 100명이 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고등학교의 경우 주당 1시간씩 10개 학급을 맡는 교사들도 있다. 그런 교사의 경우 250여 명의 학생들을 평가하고 피드백을 하려면 일주일 내내 평가만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워크숍에서 만난 몇몇 교사들은 이런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내용에 충실하기보다는 평가하기 쉬운 과제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교과서에 나와 있는 예문을 참고하여 문장을 완성하거나 수학의 경우 ‘풀이과정쓰기’ 한두 문제로 과정중심평가를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물론 이런 과제들이 과정중심평가로서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활동 한두 개를 수행평가로 10~20%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어과의 경우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영어듣기평가를 대부분 수행평가로 반영하고 있으며, 심지어 수행평가로 20% 이상 반영하는 학교들도 많다. 문제점 ❹ 평가계획 수립 시기도 학생 파악 이전 제출 학기별 평가계획은 3월 이전에 수립하여 3월 초 정보공시를 한다. 보통 2월 중순쯤 교사별로 담당 학년이 정해지고 정보공시 시기를 맞추려면 새로 맡게 될 학생들을 파악하기도 전에 평가계획을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수립한 평가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 학기가 시작되고 수업을 하면서 평가에 반영하고 싶은 부분들이 생길 때도 많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학생들의 성향이나 활동 정도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나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과정중심평가는 매우 좋은 제도인 점은 틀림없다. 교사들이 교육과정과 성취기준을 잘 분석하고 재구성해, 한 학기 평가계획을 설계하고 그에 맞춰 수업을 운영해 학생들의 성취와 성장을 성실하게 기록해주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교사가 실제로 과정중심평가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최소한 한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끼리는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일치된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평가에 대한 연수나 수업연구협의회 토론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둘째, 평가계획을 세울 때 다른 교과와 협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어과의 말하기나 쓰기 평가는 국어과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이처럼 다른 교과와 협의를 통해 평가계획을 세우면 좀 더 세밀하고 명확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사 자신의 노력이다. 평가는 교사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 해서 수업을 개선해도 결과적으로 평가가 잘못되면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 그러므로 자신의 현재 상황에 맞게 가장 적절한 평가방법을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적용해보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빌보드 차트(Billboard chart)를 ‘점령’한 방탄소년단(BTS)이 결국 유엔(UN)까지 진출했다. 지난 9월 방탄소년단의 래퍼 RM(김남준)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유엔아동기금(UNICEF)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의 연설자로 나섰다. 말쑥한 정장 차림을 한 그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진지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그리곤 예의 유창한 영어로 메시지를 전했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마지막 문단에 집중돼 있었다. “여러분이 누구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떠하든, 성 정체성이 어떠하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얘기하세요. 여러분 자신에 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그야말로 별처럼 많은 스타 중에서 유니세프가 방탄소년단을 고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의 관점에서 방탄소년단은 ‘머나먼 아시아’에서 날아온 스타다. 대다수의 미국인과는 다른 피부색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한국 기준으로도 방탄소년단은 멤버 중 서울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단아다). 유니세프는 왜 ‘방탄’을 골랐을까 RM은 국적이나 인종·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세상에 관해 얘기했다. 이 메시지는 방탄소년단이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라는 연작 앨범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반복적으로 전달한 내용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은 날이 갈수록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는 미국 사회가 찾던 이상적인 ‘뉴 스타’의 모델임을 다시 한 번 스스로 증명했다. 방탄소년단이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룹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K팝에서 방탄소년단만 잘하는 건 아니다. 무한에 가까운 경쟁 구도가 구축되면서 꿈을 가진 수많은 10대 소년·소녀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만 그 와중에도 방탄소년단에게는 독특한 점이 하나 있었다. 모든 사람이 ‘음반’의 중요성을 잊어버린 이 시대에 방탄소년단은 끝까지 음반 단위의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다. ‘러브 유어 셀프’ 4부작 이전에 존재한 것은 이른바 ‘학교 3부작’ 시리즈였다. 멤버들이 10대였던 시절의 이야기를 아주 진솔하게 담아낸 것이다. 이 시기의 노하우가 국제적인 성공으로 이어졌음을 상기한다면,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결국 학교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학교 시리즈의 작품 중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대학까지도 너랑 간다면 참잘 갈 것 같아(상남자)’, ‘수십짜리 신발에 또 수백짜리 패딩 / 그깟 패딩 안 입는다고 얼어 죽진 않어(등골브레이커)’ 같은 가사들은 진짜 학생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것들이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어른들이 수백 번 잔소리해도 전해지지 않는 메시지가 방탄소년단의 입을 거치면 조금 다르게 들리지 않았을까? 실제로 ‘등골 브레이커’라는 노래에서 방탄소년단이 고가의 패딩 유행을 비판한 덕분에 방탄의 팬클럽인 ‘아미’ 사이에서는 패딩 구매율이 낮았을 것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전해진다. 두발 자유화 논란, 중심엔 ‘학생’ 있어야 이른바 ‘촌놈’ 출신 10대 소년이던 방탄소년단이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이야기를 소재로 전 세계를 주름잡는 스타가 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제 한국의 청춘들이 스스로의 어젠다를 설정하고, 그에 관해 토론해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너무 성급한 것일까? 과거와 달리 요즘의 10대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을 한다. 그렇다 보니 그들 여론의 움직임이 파도처럼 대단히 역동적이다. 이 과정에서 허위 사실이 유포되는 등 문제점도 적진 않지만, 적어도 10대들이 스스로의 이슈에 대해 공론화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게다가 최근엔 아프리카·유튜브 등 1인 방송 시스템이 10대들 사이에서도 보편화돼 있다. 이들은 스스로가 ‘스피커’ 혹은 ‘방송인’이 되어 세상을 향해 말할 준비가 이미 돼 있다. 발언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발언을 위한 숙고의 시간도 과거보다 길어졌음을 의미한다. 10대들을 그저 ‘피교육자’의 패러다임으로만 보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최근 서울교육청이 ‘두발 자유화’를 공식 선언하면서 많은 논란이 촉발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세부적인 토론을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두발 자유화를 할지 말지를 논의함에 있어서 어디까지나 중심에 놓여야 하는 건 학생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은 무조건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깔고 학생들에 대한 강압적인 정책을 펴는 순간 어른들은 언젠가 그 반작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무조건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아부하듯 들어주는 것도 결코 학생들을 위한 길이라 할 수는 없다. 학생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교육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 교육법을 준비해야 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교육계에 전하는 메시지가 바로 거기에 있다.
고향 동네 근처 야산에는 큰 상수리나무가 있었다. 한여름 이 나무엔 풍뎅이들이 잔뜩 모였다. 나무에 있는 상처에서 나오는 수액을 먹으려고 몰려드는 풍뎅이들이었다. 운이 좋으면 등이 금빛으로 빛나는 황금풍뎅이, 뿔이 특이하게 생긴 사슴벌레도 잡을 수 있었다. 다 잡아도 그다음 날이면 다시 풍뎅이들이 가득 몰려 있는 화수분 같은 곳이었다. 나는 지금도 상큼한 듯하면서도 썩는 내가 살짝 섞인 참나무 수액 냄새를 잘 기억하고 있다. 산길을 가다 그 냄새가 나면 혹시라도 풍뎅이가 있는지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우리는 여름방학 때 심심하면 이 나무로 몰려가 풍뎅이를 잡아서 놀았다. 지금 생각하면 좀 심했지만, 풍뎅이를 잡아 목을 한번 비튼 다음 바닥에 놓으면 날개를 펴고 빙빙 도는 것이 신기했다. 풍뎅이를 주머니에 가득 넣으면 풍뎅이들이 간지럼 태우듯 꼼지락거렸다. 내가 “풍뎅이를 잡을 수 있는 나무가 있다”고 하자, 초등학생 우리 딸들은 너무나 풍뎅이를 잡아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여름방학 때 아이들을 데리고 그 나무에 가보았지만, 풍뎅이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채집통에 젤리를 넣어둔 다음 밤새워 나무 아래 놓아보기도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 많던 풍뎅이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위기철의 소설 아홉 살 인생은 초등학교 3학년 여민이의 눈을 통해 서울 산동네 가난한 이들의 고단한 삶을 때로는 가슴 아프게, 때로는 정겹고 따뜻하게 그린소설이다. 여민의 단짝 기종이는 산동네에서 부모 없이 누나와 사는 ‘뻥쟁이’다. 산동네에서 가장 오래 산 토굴 할매는 토굴 같은 집에서 외롭게 죽고, 골방에 갇혀 고시 등으로 성공을 꿈꾸는 골방 철학자도 비극적인 선택에 몰린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미워하는 검은제비,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담임, 부잣집 딸인 피아노 선생 윤희 등 다양한 군상들이 나온다. 아홉 살짜리 꼬마 눈에 비친 삶은 그리 녹록지 않음을 등장인물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은 주인공이 숲에서 상수리 나뭇가지를 타고 노는 것이다. 숲은 내가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신비하고 무궁무진한 조화가 있는 놀이터였다. 숲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상수리나무와 아까시나무, 그 밖의 이름 모를 나무들로 뒤덮여 있는 한여름의 숲속은 더위를 느끼지 못할 만큼 서늘했다. (중략) 나는 숲에서 키 작은 상수리 나뭇가지를 타고 노는 걸 아주 좋아했다. 그 상수리 나뭇가지는 아이들이 말처럼 타고 놀기에 좋도록 적당히 휘어져 있었다. 그 가지에 올라 몸을 흔들면 쉽게 출렁출렁거렸고, 더구나 고삐 대신에 쥘 손잡이까지 달려 있어서 진짜 말을 탄 것 같은 상상을 하게끔 해주었다. 인근 동네의 온갖 꼬마들이 상수리 나뭇가지를 타고 놀았던 탓에 그 가지는 아예 말안장처럼 반질반질 윤이 날 정도였다. 주인공 여민이가 다른 동네 아이들과 시비가 붙어 싸우는 것도 이 상수리나무 때문이다. 짝궁 우림이에게 자랑하면서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여민이가 상수리나무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인생을 배운 것이다. 굴피집을 짓는 ‘굴참나무’, 짚신 밑바닥에 깔던 ‘신갈나무’ 상수리나무는 마을 근처 산지의 낮은 곳에 흔한 나무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 갔을 때 상수리나무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올렸는데, 나중에 궁궐에 돌아와서도 계속 올리라고 해서, 수라상에 올랐다고 이런 이름이 생겼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상수리나무는 밤나무 비슷하게 생겼지만, 상수리나무 잎톱니는 엽록소가 없어서 하얗게 보이지만, 밤나무 잎 톱니는 엽록소가 있어서 녹색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상수리나무는 참나무의 한 종류다. 그런데 ‘참나무’라는 종은 없다. 참나무는 어느 한 나무를 지칭하지 않고 참나무 종류를 모두 아우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들국화라는 종은 따로 없고, 벌개미취·쑥부쟁이·구절초 등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류를 총칭하는 말인 것과 마찬가지다. 영어로는 오크(oak)여서 ‘오크밸리’ 같은 지명이 있다. 참나무에 속하는 나무는 상수리나무 말고도, 나무껍질이 굵어 굴피집을 짓는 데 쓰이는 굴참나무, 잎이 무리 중 가장 작은 졸참나무, 늦가을까지 황갈색 단풍이 물드는 갈참나무, 옛날에 잎사귀를 짚신 밑바닥에 깔창 대신 쓴 신갈나무, 잎으로 떡을 싸서 쪄 먹었다는 떡갈나무 등이 있다. 순서대로 둘씩 짝지어 기억하면 좋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잎은 밤나무 잎처럼 길쭉하게 생겼다. 나머지 나뭇잎은 넓죽한 편이다. 나머지 나무 중에서 졸참나무·갈참나무는 잎자루가 긴 편이고, 신갈나무·떡갈나무는 잎자루가 없거나 아주 짧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애들에게 ‘상굴, 졸갈, 신떡’으로 외우라고 했다. 이중 신갈나무가 우리 숲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참나무인데, 우리 숲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이들 참나무의 열매가 도토리다. 잎과 도토리깍정이를 같이 볼 수 있는 가을이 참나무 공부를 할 수 있는 적기다. 깍정이에 털이 많이 난 건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떡갈나무이고, 밋밋한 것은 신갈나무나 졸참나무·갈참나무 등이다. 특히 졸참나무 열매는 길쭉해서 구분이 쉬운 편이다. 이 나무들을 처음부터 한 번에 구분하려고 하면 쉽지 않다. 특히 갈참나무와 신갈나무 잎 모양이 비슷하고 입자루 길이가 어중간한 경우도 있어서 구분이 어렵다. 더구나 이들 사이에 교잡이 일어나 두 나무의 특징이 반반씩 섞인 나무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인천수목원에서 아예 이름표를 ‘떡신갈나무’라고 붙여 놓은 나무도 보았다. 필자는 참나무 종류를 만날 때마다 언젠가는 구분하는 눈이 생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십수 년 동안 그냥 지긋이 바라보았다. 물론 특징들을 눈여겨 살펴보면서 말이다. 요즘은 구분하는 눈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참나무는 밑동을 잘라도 어느샌가 다시 움을 틔우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그래서 어딜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다. 참나무는 한반도에서 소나무와 경쟁 관계였다. 기본적으로 참나무는 햇볕이 조금만 있어도 잘 살고, 소나무는 햇볕이 충분해야 잘 자라는 나무라 자연 상태에서는 참나무가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그동안은 소나무를 보호하면서 참나무를 주로 땔감으로 베어내 균형을 이룬 편이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숲을 자연 상태로 놓아두면서 차츰 소나무가 밀려나고 참나무 숲이 늘어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