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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육부는 올 하반기에 `교직발전 종합방안'을 확정해 추진하는 한편 교원잡무경감연구팀을 구성 운영하고 `교원안전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총선후 교육부총리제 도입과 관련 `학교교육부' 기능에서 탈피해 전 국민의 인적 자원을 개발 관리하는 부서로 전환하며 교육부 기능을 정책업무로 전환하되 초·중등 관련 집행업무는 시·도교육감에 대폭 이양하고 대학 역시 각종 규제를 폐지, 완화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8일 금년중 중점 추진과제 6개와 지속 추진과제 6개를 중심으로한 2000년 주요업무계획을 청와대에 서면 보고했다. 교육부의 6개 중점 추진과제는 이밖에 초등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초·중등 교육유효도 평가'를 실시하고 학급당 최대 학생수를 초·중등 35명, 고교 40명 이하로 하기위해 2004년까지 11조원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또 전국민의 지식정보화를 위해 내년부터 초등학교의 컴퓨터교육을 필수화하고 정보소양인증제를 중학교까지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각급 학교의 영어와 컴퓨터 교육을 내실화하고 교원 임용시 이를 반영하며 원어민 영어교사를 연수기관에 확대 배치하기로 했다. 특히 교육재정 확보를 통해 학교운영비를 현재의 65%선에서 100%로 상향조정하고 교육세의 영구화와 세율 인상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교육부 장관은 "2000년도 교육부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점 추진과제 6가지와 지속 추진과제 6가지를 제시했다. 그 중에서 유독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의 하나는 "전 국민 지식 정보화를 위한 교육정보화"방안이다. 이 과제의 요점은 국제화·정보화 시대에 대비해 내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컴퓨터 교육을 필수화하고, 현재 실시중인 정보소양인증제를 고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확대 시행하며,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해 초·중등학교 영어과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방안도 강구한다는 것이다. 이 과제는 국제화·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학생들에게 영어와 컴퓨터 활용능력을 갖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맡을만한 교사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97년 영어교육이 시작되면서 영어 전담교사가 일부 채용되긴 했으나 아직도 대부분 담임교사가 맡고 있는 형편이고, 중등학교에서 역시 원어민 교사가 97년에는 850여명이었으나 99년에는 180여명으로 줄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수업 담당을 위해 교사들이 기초과정 120시간, 심화과정 120시간씩 연수를 받았다고 해도 학급에서 자연스럽게 아동·학생들과 영어로 의사소통하기는 애시당초 어렵다. 또한 부족한 원어민 교사수로는 영어만으로 진행하는 수업을 제대로 운영하기도 어렵다. 영어시간에 말하기와 듣기를 제대로 익히려면 원어민 영어교사에 의하여 수업이 진행되어야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원어민에 의한 수업이라 할지라도 자격을 갖춘 자에 의한 수업이어야 한다. 교사의 질은 내국인이든 외국이든 교사 자격증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이왕에 초등학교부터 일부나마 영어로 수업을 하기로 한다면,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투자를 확대해 자격 있는 원어민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장기적으로는 유능한 영어교사를 양성하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기존 영어교사에게 실효성 있는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교육부 2000 주요업무 계획] 교과서 단위별 집필자 실명제 수석교사제·연수휴직제 확정 `교원잡무경감 연구팀' 상설 운영 18일 교육부가 청와대에 서면 보고한 2000년 주요업무계획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적자원 개발=교육부총리제 도입과 관련, 기존의 `학교교육부' 기능을 탈피한다. `인적자원개발회의'을 설치해 10여개 부처에 산재한 인적자원 개발관리 기능을 협의, 조정토록 한다. 국가 인적자원 개발 및 관리상의 낭비와 비효율을 해소하고 여성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의 하나로 여교원 및 여성 공무원의 관리직 진출을 확대한다. ▲자율화 가속=교육부 기능을 정책기획 및 평가, 감사 등 정책업무로 전환하고 초·중등업무는 자율성과 책무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시·도교육감에게 최대한 이양한다. 대학 역시 학생정원, 인사, 재정관련 각종 규제를 폐지 완화하되 국립대 특별회계 도입 및 인센티브와 연계한 스스로의 구조개혁을 유도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교육자율화 추진기획단'을 구성해 운영하며 교육규제완화위원회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 ▲초·중등교육의 내실화=2004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초·중 35명, 고교 40명 이하로 감축하기 위해 11조원의 학교신설 재원을 집중 투자한다. 99년 현재 20만명에 달하는 초·중·고 학습부진아와 읽기·쓰기·셈하기 기초능력부진아(중 4.5만, 고 1.8만)를 위한 `교육유효도'평가를 실시한다. 7차 교육과정의 시행을 위해 쉽고 재미있으며 친절하고 활용하기에 편리한 교과서를 편찬한다. 특히 교과서의 교과 단위별로 집필자 실명제를 도입하며 새 교육과정 도입과 관련한 교원연수를 확대하고 순회교사제나 계약제 등을 적극 활용한다. ▲교육정보화 추진=`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국민'을 만들기 위해 초등학교 컴퓨터교육을 의무적으로 편성(2001년 1∼2학년, 2002년 3∼6학년 주당 1시간이상)하며 정보소양인증제를 중학까지 확대한다. 또한 교·사대의 정보화 지원을 확대하고 `전국민 1인 1인터넷 ID갖기운동'을 전개한다. 영어교육을 생활영어 중심으로 내실화하고 교원 양성기관의 영어교육을 강화하며 임용시험에 적극 반영한다. 그리고 모든 초·중등교에 컴퓨터 실습실을 완비하고 20만 교실에 멀티미디어 기자재를 설치하며 모든 교사에게 PC 1대씩을 보급하는 `교육정보화 종합계획'을 연내에 완결한다. ▲교직사회 조기 안정화=교원의 업무부담 경감을 적극 추진하며 현장교사 중심의 `교원잡무경감연구팀'을 상설 운영하고 교직단체와의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와함께 수석교사, 자율연수 휴직제, 교장연임제 등을 포함한 교직발전 종합방안을 올 하반기에 확정해 추진한다.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교원안전망'을 구축한다. 안전망에는 경찰 등 외부기관의 개입으로부터의 보호, 학교분쟁조정위 등을 통한 직접적 마찰 방지, 학교안전공제회의 보상대상 확대와 보상한도액 증액, 고문변호인단 지원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생활불안 교원에 대해 교원공제회의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생활자금이나 의료자금 지원을 확대한다. ▲교육재정 확충=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개정돼 내년부터 매년 1조5000억 가량의 교육재정이 추가 확보되었으나 학교운영비(9000억), 정보화(2000억), 7차교육과정 대비(4000억)에 투자하면 가용재원이 태부족하다. 따라서 교육환경을 OECD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교육세율 인상과 영구세화를 추진해 2조3000억(학교신설 1조6000억, 기존시설 개선 7000억)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연계를 통한 투자확대와 민간부문의 교육투자 확산을 위해 교육투자 지원단을 구성 운영한다. 이밖에 교육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인센티브 교부제 도입 등을 통해 최적 교부방법으로 전환하고 단위학교 자율성 제고를 위한 학교회계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한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6대 중점추진과제 외에 계속사업인 6대 지속추진과제의 구체적 내용도 밝혔다. 그 주요내용은 ▲2002학년도 대입시제도의 정착을 위한 준비 철처 ▲선진국 수준의 대학교육을 위한 개혁 추진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평생·직업교육 강화 ▲저소득층 교육지원 강화를 통한 복지 구현 ▲교육 문화교류를 통한 국제협력 강화 ▲맑고 깨끗한 교육풍토 조성 등이다. /박남화 parknh@kfta.or.kr
교사의 역할이 아동에 대한 사랑과 학습지도가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방과후에도 진도를 못 따라가는 녀석들을 곁에 놓고 특별지도를 하거나 붉은 색연필을 손에 들고 아이들이 제출하고 간 일기장과 보고서를 읽어보며 미소짓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세계화' `정보화'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우리 교육계, 특히 초등교사에게는 엄청난 변화와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교실에 등장하면서 서서히 컴퓨터 사용능력이 그 사람의 업무능력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원 수강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교사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편리한 점이 있어 그런 대로 좋았지만 새 프로그램들이 하루가 다르게 나오면서 요즘은 `죽어라 돈벌어 새 컴퓨터와 프로그램만 사고 배우다 한평생 마치는 것 아닌가'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뿐인가. 세계화의 물결은 우리 교사들에게 영어라는 과제를 지웠다. 수업을 끝내기가 무섭게, 아니 수업도 끝내지 못하고 반을 타 교사에게 떠맡기고 부랴부랴 연수장소로 떠나야만 하는 경험을 누구든 했으리라 생각된다. 다 좋다. 그것이 교육자의 사명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재능이 많아 이것들을 다 실천한다면 본인에게도 자랑과 긍지일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한계가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38조에 의하면 초등학교의 교육목적은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초등보통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 시대는 이미 `보통교육'을 원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사교육을 통해 예체능 면에서 학교교육의 수준을 뛰어넘고 학교 수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한 교사가 전 과목을 맡아서 가르치고 있다. 예체능과 주지과목을 한 교사가 완벽하고도 수준 높게 교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화 시대이므로 영어를, 정보화 시대이므로 컴퓨터를 능숙하게 하라"는 요구는 많은 교사들에게 고통일 수밖에 없다. 매주 두 시간의 수업을 위해 전국의 모든 초등교사가 연수에 동원되고 엄청난 국고가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교사가 우수한 영어능력을 갖추게 됐는지 의심스럽다. 학교마다 두 세 명의 영어 교사가 맡아서 하면 될 수업을 위해 너무나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동원되고 있다. 정보화교육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선 각 교실에 인터넷과 네트워크 시설을 하고 각 교과와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재를 개발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처럼 영세한 업체들이 대충 만든 제품을 가지고는 수업도 제대로 안되고 물적 낭비만 초래할 것이다. 각 학교에는 정보화교육과 관련해 교사와 아동의 교육을 담당하고 정보화교육 업무를 추진할 전담교사가 배치돼야 한다. 또 교사들이 컴퓨터와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연수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아울러 예체능과 영어, 정보화교육을 위한 전담교사 양성제도에 대해 교육부의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전국의 전 초등교사가 영어와 컴퓨터를 완벽하게 다루게 된다면 좋겠지만 재정면이나 인간능력의 한계면에서 이는 불가능하다. 보다 효율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기 자비유학에 대한 규제조항을 없애는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대통령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19일 입법 예고됐다. 이에 따라 그 동안 편법으로 이뤄졌던 조기유학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조기유학은 계층간 위화감 조성, 현지 적응 실패 등 부작용을 낳기 쉬워 유학 목적과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심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성공적인 유학의 조건'을 살피고 조기유학의 기본적인 내용을 문답풀이로 알아본다. △뚜렷한 목표의식=`아이의 장래희망은 뭔가' `무엇을 배울 건가'를 생각하고 국내에서는 성취할 수 없는 일인지 따져야 한다. 영어라도 배워오겠다는 마음으로는 학습이나 현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탈하기 쉽다. ▶학비조달 능력=교육부와 각 사설 유학원이 제시한 유학비용을 보면 한해 생활비만 적게는 36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 이상이 들고 학비도 미국 사립학교의 경우 한해에 2천만 원이 넘는 곳이 있다. 유학 대상국과 지역, 학교 설립형태(공사립), 유학기간, 기숙사 이용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수학 능력=유학 대상국의 언어 구사능력이 어느 수준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실력이 모자라 원서 독해나 리포트 작성을 못하고 중도에 유학을 포기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학습가능한 수준의 학교를 선정하는 것도 지혜다. ▶준비기간은 최소한 1년=유학 대상을 선택하기 위해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수집이 필수다. 유학 경험자나 각국의 대사관·문화원에서 참고자료를 구해보는 것이 좋다. 어학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곳이 많으므로 준비기간은 최소 1년은 잡아야 한다. -누구나 갈 수 있나. "초·중·고생 누구나 자유롭게 해외유학을 갈 수 있다. 고졸 이상 학력자나 예·체능계 중학교를 졸업한 뒤 실기가 뛰어나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교육감 등의 인정을 받은 자 등으로 제한됐던 유학 자격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자녀를 해외관광 명목으로 출국시킨 뒤 현지에서 수업을 받게 하는 등의 편법을 동원할 필요가 없게 됐다. 유학자격을 심사했던 시·도교육청 산하 유학자격심사위원회도 없어진다." -언제부터 갈 수 있나.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고 2월 중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이르면 3월 신학기부터 조기유학이 가능해 질 것이다." -유학 절차는. "원하는 나라의 학교를 직접 골라서 입학허가 절차를 밟으면 된다." -조기유학 중 18세를 넘기면 병역문제 때문에 귀국해야 하나. "이제는 외국학교를 다니고 있다면 만 27세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그러나 만 27세를 넘기면 체류기간을 연장해 주지 않기 때문에 귀국 후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송금 제한은 있나. "재경부의 외국환 거래규정에 따르면 유학생의 경우 월 생활비 3000달러와 학교 납입금을 송금할 수 있다." -유학 뒤 국내 학교 편·입학은 어떻게 하나. "시·도교육청에 신청하면 편·입학이 허용된다. 단 상급학교 특례입학은 부모와 함께 외국에서 2년 이상 거주하고 외국 학교에서 2년 이상 재학해야만 가능한데 대학의 경우 구체적인 특례입학 요건이 학교마다 다르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현행 승진규정에 비춰 보면 요즘의 일반연수는 불합리한 점이 많다. 우선 일반연수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강사 수준의 연수생을 초급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현행 일반연수 규정에는 같은 연수를 기간만 중복되지 않게 받으면 모두 점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480시간 짜리 일반연수를 받은 강사 수준의 연수생이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60시간 짜리 초급반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마치 대학생이 초등생과 함께 연수를 받는 이 같은 실정이 바람직한지 의심스럽다. 또 대부분의 연수생은 강사를 잘 알아야 주관식 시험이나 과제물에 대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서는 주관이 들어갈 만한 모든 문제에 대해 배점 기준을 마련하고 평가결과를 언제든 공개해야 한다. 객관식 평가에서도 변별력을 높인다고 강사가 연수내용에도 없는 문제를 출제한다거나 채점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연수생이 원하면 채점과정과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강사가 교육과정과 틀린 내용을 강의하는 등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초등 영어의 경우 문법보다 말하기에 대한 흥미 및 유창성을 강조하는데도 영어에 없는 우리 나라의 관형사, 조사 같은 문법지도나 영어권에만 있는 관사에 대한 일방적인 수업이 이뤄지곤 한다. 마지막으로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연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같은 만점을 받았다고 해도 만점은 반드시 한 명이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연수의 경우 20여 명의 만점 교사가 20등까지 받는 일이 있었다. 현행 승진규정을 고치지 않고 유지한다면 일반연수의 불합리한 점을 시급히 시정해 본래의 목적에 위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24일 지난해 공모를 통해 연구비를 지급한 2023개 교과교육연구회를 대상으로 연구활동 결과를 심사해 이중 6개팀을 최우수연구회로, 1394개팀은 우수연구회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최우수연구회는 회원 전원에게 장관 표창장이, 우수연구회는 회원들에게 소정의 학점(1인당 1.8학점)이 부여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교과교육연구회 활동은 자기주도적 학습력 신장을 위한 자료개발과 적용,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활용, 지역 특성을 고려한 특기적성교육 등에 대한 수업 및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최우수연구회는 28일 교원대에서 연구발표를 한 뒤 연구결과물 전시회를 개최한다. 6개 최우수연구회는 다음과 같다. △충북 치료교육 교과연구회(대표 청주혜화학교 유정희) △아이사랑 현장교육연구(〃 해강초등교 박영옥) △21세기 우리들의 사회과교육(〃 마산여중 최희정) △국어과 특기적성교육 활성화방안(〃 능인고 이상균) △사이버 한문교실 만들기회(〃 인천정보산업고 송을남) △대전대신영어연구회(〃 대진고 송경주)
탈선을 일삼던 아들과의 약속을 위해 나이 오십에 고등학교를 다시 들어간 한 어머니의 '사랑법'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경남여고 부설 방송고 3학년생 신가매(53)氏. 사연은 이렇다. 교사인 남편과 세 아이를 둔 신씨는 4년 전 막내 때문에 큰 걱정을 겪었다. 중학 3학년인 아들이 점점 공부는 등한시하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놀기만 했던 것이다. 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남편의 분노는 대단했다. 그러나 아이는 그럴수록 옆길로 들어섰다. 힙합 바지에 면허도 없이 오토바이를 몰았고 급기야 경찰서를 드나들기도 했다. 아이를 붙잡고 호소도 하고 울기도 했지만 들은 척도 안 했다. 궁리 끝에 아들을 앉혀 놓고 "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도 고등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나이 오십인 엄마가 어떻게 학교에 갑니까. 그런 학교가 어디 있나요"라며 반문했다. 신씨는 방송고 얘기를 꺼내며 "네가 혼자 공부하기가 외롭다면 내가 고등학교에 다시 다니마"라며 아이에게 다짐했다. 아들도, 가족도 모두 믿지 않았지만 신씨는 방송고에 들어갔다. 그리고 인문고에 입학한 아들과 선의의 경쟁을 시작했다. 아이도 밤중까지 수학문제를 풀고 영어단어를 외우는 엄마를 보고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책을 잡기 시작했다. 됐다 싶어 아들에게 모르는 문제를 묻기도 했다. 남편이 유난을 떤다며 핀잔을 주면 "상인이가 모르는 걸 가르쳐 줘야 하잖아요"라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수험생처럼 열심인 엄마의 모습에 아들도 더 이상 놀 수 없었던지 공부를 시작했다. 어느 날은 이런 말도 했다. "오락실에 가서 앉았더니 밤새워 공부하느라 눈이 빨간 엄마 얼굴이 생각나서 그냥 나왔어요" 시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져 병 수발을 하면서도, 꽃꽂이 주문을 받고 밤새워 꽂을 꽂으면서도 아들에게 보일 성적표 때문에 이를 악물고 공부한 신씨. 그런 노력 때문일까. 3학년이 되면서 상인이는 반에서 1등을 했다. 그 때 남몰래 눈물을 흘린 기억이 생생하다는 신씨는 다음달 13일 방송고를 졸업한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대학에도 합격했다. 그러나 신씨는 "대학생 신가매보다 아들을 인도해준 방송고 재학생 신가매가 더욱 자랑스럽다"며 웃음을 지었다.
제주도교육청은 2001학년도부터 중학교 교육과정에 선택교과로 제2외국어를 도입하고 재량활동과 수준별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한다. 2001년 중학교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이 지침에 따르면 재량활동 교육과정이 학년별로 연간 136시간(주당 4시간) 이상 편성돼 102시간(주당 3시간)은 교과 재량활동에, 나머지 34시간은 창의적 재량활동에 배정된다. 교과 재량활동의 연간 수업시수는 컴퓨터, 생활외국어(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아랍어), 한문, 환경, 기타 선택과목 학습시간에 우선 배정되고 나머지 시간은 국민공통 기본교과의 심화 보충학습 시간으로 활용된다. 또 학생들의 능력·적성·필요·흥미에 따른 개인차를 고려, 수준별 교육과정이 편성되고 교과의 성격에 따라 단계형(수학·영어)과 심화 보충형(국어·사회·과학)으로 구분된다. 도교육청은 특히 특별활동을 자치활동·적응활동·계발활동·봉사활동·행사활동 등 5개 영역으로 나눠 연간 68시간 이상 확보토록 하고 학생의 자주적 실천활동이 중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질 높이기 '실행'에 매진하자 ⑧ 새 밀레니엄 시대의 교육환경 그동안 몇 회에 걸쳐 우리 나라 학교건축의 100년을 돌아보았다. 요약하면, 1885년의 아펜셀러 등 여러 선교사들에 의한 서양식 붉은 벽돌과 석조로 학교가 건축됐으며 1894년 갑오경장과 더불어 근대화 교육에 따른 신교육을 담을 수 있는 학교가 새로운 건축 기술에 의해 세워졌다. 1905년 일본과의 을사조약이 체결되면서부터 그들의 독특한 '왜식' 건축물들이 해방 후 상당기간동안을 영향을 주어왔다. 그러나 1950년 6월 1일부터 실시하려던 균등교육(의무교육)은 6.25로 인해 중단되었고 우리 나라 교육환경은 열악한 상황으로 빠지게 된다. 취학률이 거의 100%에 달한 1950년 말부터의 심각한 교실부족 상황이 전개되어 학생 수용을 위한 교실수 늘리기 에만 급급할 수 밖에 없었다. 1960년 5월 문교부의 국민학교 시설기준이 마련 되면서 몇 차례의 표준설계도로 동일한 형식의 학교가 건축되었다. 그렇게 가운데 운동장을 뺀 남는 땅에 담장주위로 ㄱ, ㄴ, ㄷ자의 성냥갑 모양 학교가 세워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1990년까지 똑같이 되풀이 되어 농촌·도시 할것없이 학교는 똑같은 유니폼을 입게 된다. 교육방법이나 학생 활동, 학생의 심리, 물리적 환경 등은 고려치 못하였으며 누런 흙색이나 짓푸른 하늘의 잿빛 색깔로 단장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학교다운 미적 바램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1990년 학교시설의 현대화 모형 연구의 결과에 따라 시범학교를 세우기 시작, 우리 나라 교육환경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래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나타났다. 2000년도부터 시작되는 새 교육 제도에 의한 교육과정을 고려한다면 대 변혁의 교육환경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이 2000년부터 단계적으로 바뀌어 2002년도에는 모든 학교, 전과목에 대하여 7차 교육과정으로 전환 한다고 교육부는 확고한 의지를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환경은 이에 맞게 전국의 모든 학교를 개조하거나 신축해야 할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기존의 교육방식에 맞게 지어진 학교시설은 신교육방식 실현에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 교수-학습 방법에 맞는 새 밀레니엄의 학교교육환경이 조성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방향제시로 그동안 써온 글의 결론을 내고자 한다. 초등학교는 수준별 교육을 과목에 따라 실현하는 별도의 필요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반과목(영어, 수학, 과학외)은 수준별 교육도 열린교실에서 수업할 수 있으므로 학년별, 학급별 열린공간 계획을 충분히 갖추어야 하며, 영어·수학·과학 과목만은 별도의 교과교실을 가지고 수준별 Team Teaching을 할 수 있는 大中小의 교실을 수준별 수업 형식에 맞게 계획하고 내부시설은 교과목 성격에 맞게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식당, 체육관, 다목적실은 융통성 있게 교육의 場으로 이용되기 위하여 중심부에 위치해야 한다. 더욱이 도서실, 정보검색실, 컴퓨터실, multi-medium실 등이 중앙에 열린공간으로 학생수에 맞게 그 크기가 주어져야 하며 설비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각 교실은 열린공간이 교실에 연속해서 열린학습이 가능하게 설계되며, 근접해서 교사연구실이 딸려 학생과 같이 생활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외부공간도 학생들의 연령층에 맞게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소운동장과 휴식공간을 교실과 연계하여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건물의 형태도 규격화된 정연한 Box 형태를 벗어난 자유로운 조형적 형태 창출이 요구된다. 중·고등학교는 특히 교과교실형이 집중적으로 계획되어야 하는데, 모든 학생이 모든 수업을 각 교과교실군으로 이동하면서 수업을 받아야하므로 학생 거점공간인 락카룸이 모든 시설의 중심부에 위치해야하며 탈의실, 세면실, 화장실 등이 인접해 있어야 한다. 교수-학습 운영은 교과군별로 진행되어야 하므로 각 교과교실군이 Cluster 형태로 이뤄져야하고 어학-국어교과군, 과학-수학-기술교과군, 사회-도덕교과군, 예체능교과군으로 분절되어 배치되어야 하며 이 각각의 수업공간으로는 모든 학생들이 동선이 짧고 용이하게 접근 할 수 있게 배치 하여야 한다. 이동수업을 위해 교실 배치는 집중형 형태로 되어야 되며 각 지원공간(도서실, 컴퓨터실, 정보검색실, 체육실, 다목적실, Multi-Media실, 식당) 등은 중앙에 위치하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중1∼고1 까지는 수준별 교육과정에 따라 大中小의 교과목 교실이 수업형태에 맞게 학생수와 시간수 및 이용율을 계산해야 한다. 고등학교 고학년의 선택별 수업은 더욱 교과군별 공간이 완전해야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간규모계획에 맞게 공간크기와 수가 계산되어 진다면 기존 시설보다 45% 정도는 공간이 더 필요하게 된다. 교육과정의 개편을 반듯이 시행한다면 이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2000년대의 우리 나라 초·중·고등학교의 교육환경이 그 기능을 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좋은 교육이 이뤄지기 위한 3대 요소는 좋은 학생·교사·교육환경이다. 이 3대 요소가 조화로운 구성체로서의 기능을 다할 때 그 시대 교육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새 해, 새 천년을 맞이하는 우리 교육을 위해서는 그 질을 높이기 위한 철저한 실행이 가능한 방향으로 사고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100년 후 후학 교수가 “敎育 100년, 校舍 100년”에 대한 소고를 쓸 때는 좋은 교육환경을 자랑스럽게 써, 읽는 독자로 하여금 즐거운 회고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 完 - 건국대 교수 한국교육환경연구원장
힘을 제압하는 것은 속도. -한 이온음료 TV 광고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도로는 양재동에서 가락시장까지 이어지는 양재 대로다. 그 길은 편도 4차선의 널찍한, 그래서인지 잘 막히지도 않는 쌔끈한 도로다. 게다가 음주 단속하는 짭새도 보이지 않는다. 나와 친구는 일주일에 몇 번씩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 이 길을 X나 달린다. 지금은 새벽 1시 30분. 나는 오늘도 이 길을 달리기 위해 나왔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후, 후, 오늘은 바로, 내 오토바이가 생긴 날이기 때문이다. 방학 내내 중국 집에서 스쿠터를 몰며 꼰대 몰래 철가방 알바를 한 대가다. 내 다이어리에 스크랩되어있는 정말 죽여주는 가와사키나 야마하는 아니지만 이래봬도 125씨씨짜리 경주용이다. 무늬만 경주용이라고 대석이 새낀 씹었지만 뒤 안장을 파이프로 용접해서 멋지게 올리고 바퀴에 번쩍거리는 야광 후레쉬에, 앞좌석에는 커다란 스피커까지 달아논 내 타이지를(타이지는 내 오토바이의 이름이다. 내가 X나게 좋아하는 엑스제펜 멤버중의 이름을 땄다) 보고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물론 소음기는 떼어버렸다. 아파트 전체를 울리는 그드등, 그드등 거리는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는 타이지의 베이스 기타 음만큼이나 나를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주인인 송씨 아저씨가 고맙게 느껴졌다. 비록 중고이긴 하지만 이런 쌈박한 오토바이를 내가 원하는 옵션을 다 달아주면서 단돈 50만원에 팔다니, 아주 드물지만 가끔 맘에 드는 어른이 이 세상에 있기도 하다. 어느덧 양재 사거리에 도착했다. 나는 인도 가까이 오토바이를 대고 숨을 고른다. 신호등을 계산하고 출발해야지만 멈추지 않고 가락시장까지 달릴 수 있다. 이제 쪽팔리게 중국집 스쿠터로 아파트 안을 돌거나 애걸복걸해서 단 몇 십분 친구 오토바이를 감질나게 빌려 타야만 했던 지난날의 서러움을 씻을 수 있게 됐다. 대학로에서 비싼 오토바이에 기집애들을 태우고 달리던 놈들도 이젠 부럽지 않다. 만나면 맨 날 징징대기만 하고 자존심만 X나 세우는 기집애들보다 나를 희열의 끝까지 데려가는 오토바이가 훨 낫다. 타이지가 이제 내 깔이다. 내 깔에 손대는 놈은 누구든 간에 죽여 버릴 꺼다. 나는 타이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몸체를 한번 어루만졌다. 신호가 바뀌었다. 동시에 나는 양 손목으로 힘차게 엑셀을 땡겼다. 타이지가 멍에에서 풀어진 들소처럼 퉁하고 튀어 나갔다. 머리카락이 뒤로 젖혀졌다. 웅 웅 바람소리가 들린다. 밤을 깨뜨리는 엔진 소리와 바람소리. 내 모든 신경은 생선처럼 파득거린다. 헬멧은 없다. 그건 속도를 겁내는 비겁한 놈들이나 쓰는 거다. 가죽 잠바는 돈이 없어 아쉽지만 다음 달로 미루었다. 나는 살갗을 벗겨버릴 것만 같은 힘찬 바람의 저항을 온몸으로 즐긴다. 내 앞에 있는 검은 색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나는 아슬아슬하게 비켜간다. 뒷좌석에 앉은 머리가 벗겨진 배불뚝이가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씨부렁거리는 것이 빽 밀러에 보인다. 나는 지그재그로 운전을 하면서 다이너스티를 희롱한다. 나는 고급 차를 보면 가끔 이런 장난을 한다. 소위 성공했다는 저런 새끼들이 테레비에 나와 점잔떠는 것을 보면 속이 메스껍다. 국민을 위해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들이 룸싸롱에서 영계만 찾지… 일찌감치 학교는 접고 룸싸롱에서 삐끼하는 친구 놈에게 다 들은 얘기다. 씨팔 나도 학교 때려치우고 삐끼나 할까, 삐끼 수입이 우리학교 선생 수입보다 낫다는 데. 오토바이 타는 것을 말리던 담임의 얼굴이 떠오른다.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말라는 담임의 말에 픽하고 코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당신은 언제 어디에 목숨이나 걸어본 적 있어?’ 부모말 잘 듣고 착실히 공부만 한 범생이들. 그것이 대부분 선생들의 인생이다. 그들이 우릴 어떻게 이해해. 이 X같은 세상에 이제 목숨 걸만한 것이 무엇이 남았냐 말이다. 난 지금 이 순간 타이지에 목숨 걸 꺼다. 괜히 화가 나서 손목에 더 힘을 준다. ‘속도계는 고칠 필요 없지?’송사장이 웃으며 말한 얼굴이 생각난다. 속도계는 고장나 있었다. ‘그럼요’ 나는 웃으며 말했었다. 내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의 세기. 한 선으로 그어지는 가로등의 조명. 터질 듯한 엔진소리. 이것이 바로 속도계다. ‘자 이제 너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줘 봐.’ 나는 타이지에 속삭인다. 어깨를 바짝 앞으로 누이고 속도를 높인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맞바람이 친다. 몇 대의 차가 위잉하는 소리를 내며 내 뒤로 뒤쳐진다. “야 이 개새끼들아.” 나는 내 뒤로 획획 지나가는 세상과 나를 억압하는 모든 것들에게 소리친다. 세상 모든 사물들이 줄어들어 하나의 점으로 축소된다. 나는 지상으로부터 탈출하여 블랙홀 같은 그 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점을 통과하면 새로운 세계가 나를 기다릴 것 같다. 나는 손목을 더 안으로 당긴다.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난다. 종아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밑을 보니 실린더와 함께 내 다리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뜨겁다.’라고 느낀 순간, 앞 미간에 무언가가 다가온다. 고개를 위로 올리자 DEAWOO라는 영문자가 커다랗게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나는 타이지로부터 솟구쳐 하늘을 난다. 시팔, 서울 밤하늘 한번 근사하구나. 교사(敎師):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 소정의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거나 돌 보는 사람 -‘동아 새 국어 사전’ 중에서- 띠르르.. 아침 보충 수업을 막 끝내고 돌아와 앉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허리가 휘청거려 분필이 잔뜩 묻은 손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을 깨우며 소리를 질러대느라 턱이 다 아파 온다. 까마귀가 파먹은 듯한 54개의 눈들을 데리고 아침 일찍 아침도 굶어가며 수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퍼져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우면서 수업을 하는 것도 이제 지쳤다. 하긴 아이들도 전날 밤 10시까지 야자를 하고 다음날 아침도 굶고 7시30분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이 고역일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그런 과정을 겪었고 그래서 지금 선생이나마 되지 않았는가. 이놈들은 공부를 못해서 사회에서 겪을 불평등과 설움을 아직 모르고 있다. 고졸과 대졸, 명문대와 비명문대를 가르는 편리하고 명징(明澄)한 잣대. 이놈의 사회는 그 잣대로 그들의 삶에 정육점의 고기처럼 지우기 힘든 낙인을 찍는다는 것을 아이들은 몸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르르 따르르. 계속 울리는 전화벨은 불편한 내 심기를 계속 긁고 있다. 때론 혼란스럽다. 교사란 학생들에게 이상을 가르쳐야 옳은 건지, 아니면 냉엄한 현실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옳은 건지. 하긴 교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르치든 욕을 먹는 건 마찬가지다. 재밌고 유익한 수업. 그거 나도 할 줄 안다. 하지만 그런 수업은 쫓기는 진도에, 50명이 넘는 학급 인원에, 학교 시험 에 반영이 안되면 관심도 안 보이는 아이들에게 외면 당하기만 한다. 아이들 특유의 감성이 흘러 넘쳐야 할 문학 시간에 수능 대비 문제집만 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맥이 빠져 버린다. 시를 수능이라는 도마에 놓고 갈가리 찢는 문학 백정. 그것이 지금 나의 모습이다. “김선생, 전화 좀 받으세요. 선생님 반 학부모라는데요?” 동료 교사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어 전화를 받는다. “예 제가 광석이 담임입니다. 네! 아니 어쩌다가…… 어느 병원인데요? 많이 다치진, 그래요? 결석계는 차후에 진단서를 제출하시면 됩니다. 오늘 제가 가보죠. 너무 걱정마십시요.” 나는 전화를 집어던지듯이 끊었다. 이런 썩을 놈. 광석이 이 자식이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오토바이 타는 것은 인구 억제 정책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놈을 앉혀 두고 농담 반으로 말했건만 결국 이놈이 미친 짓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감각적인 것에 목숨거는 놈들을 나는 경멸한다. 결국 감각의 말로는 항상 이런 식이지 않는가? 기계 음 천지인 테크노 음악, 저속한 랩 가사. 폭력과 성으로 도배를 한 일본 만화. 난 이 땅의 십대들이 이런 문화 속에서 커서 뭐가 될지 걱정이다. 여학생 반에서도 시 프린트를 나눠주고 낭송 좀 시키려면 재미없다고 우 우 거린다. 정신적인 깊이가 점점 없어지는 애들에게 정이 떨어진다. “뭔 전화요?” 옆 좌석의 한문 선생인 지선생이 묻는다. “광석이가 또 사고를 쳤어요. 오토바이로 트럭을 박았다는 군요. 아마 이마를 크게 다친 것 같아요. 게다가 왼쪽 다리는 화상까지 입었대요. 중고 오토바이를 샀는데 그게 아마 엉터리였던 모양이에요. 실린더가 폭발해 일어난 사곤가 본데, 판 사람이 아주 나쁜 놈이지, 애들이라고 고철 덩어리를 팔고 말이에요. 부모가 오토바이 가게 주인을 고소한다고 난리예요.” “호오. 트럭을 오토바이로 박아요? 거 완전히 당랑거철(螳螂拒撤)이네요. 요즘 애들 지몸 아까운 줄 모르고, 깡통처럼 굴리는 애들이 많다니까요.” 지선생과 말하는 사이, 반장이 온다. “어제 청소 도망간 애들 명단입니다.” 반장은 의젓한 얼굴로 나에게 미소를 보내며 종이 쪽지를 내민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놈이다. 공부도 잘하고 시키는 일도 책임감 있게 잘한다. 거친 반 아이들이 투정을 부려도 묵묵히 참는다. 이런 아이 하나 때문에 교사할 맛이 난다. 어디 볼까? 매일 그놈이 그놈이다. 쓰레기 같은 놈들. 우리반의 암적인 존재들. 흡연하다가 걸려서 반성 좀 하라고 청소를 시켰더니 그것조차 하지 않고 날랐다. 솟구치는 울화에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알았다. 수고했다 가봐라." 나는 구석에 있는 굵직한 몽둥이를 집어든다. 저번 주 토요일에 등산을 갔다가 마련해온 것이다. 체벌을 금하라고? 교육부 양반들. 웃기지 마쇼. 나도 한때는 열렬한 체벌 반대론자였다오. 걸핏하면 아이들의 아구창을 날리던 고등학교 때의 학생부 선생들의 악몽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교사가 된다면 결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만은 그 악몽을 대물림하지 않으리라는 굳은 결심을 하고 들어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담임 첫 해에 끝끝내 매를 들지 않은 나에게 돌아온 것 은 수시로 담임에게 개기는 반 아이들의 태도와 통제할 수 없는 수업 시간, 그리고 배신감이었다. 결국 말이 안 먹히는 놈들에게까지 인간적인 호의를 베풀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반 질서가 무너지자 오히려 몇몇 아이들은 날 찾아와서 좀 때려 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몽둥이를 들고 벌떡 일어나다가,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수행평가 과제물 더미가 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진다. 짜증이 목구멍까지 치달아 온다. 이 놈의 수행 평가 때문에 일이 배가 늘었다. 도대체 한 반에 50명이 넘는 아이들을 무슨 수로 객관적으로 평가한단 말이다. 교육부 정책은 항상 이런 식이다. 이건 숫제 총도 안주고 적과 싸우라는 꼴과 마찬가지다. 적이라? 후 후, 내 스스로의 비유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럼 아이들은 적이란 말인가? 하긴 애들이나 나나 서로에게 적대감을 느낄 때도 있으니까. 자, 그럼 가볼까. 적들을 진압하러. 나는 몽둥이를 어깨에 매고 교실로 진격한다. 캘리포니아는 아름다운 곳이야. '낙원에 가까이 있는 섬'이란 말에서 유래한 지명처럼 아름다운 곳이지. 비옥한 계곡지대와 눈 덮인 시에라 네바다 사막, 콜로라도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아름다운 롱비치와 산타모니카가 있는 곳이지. -박상우 소설 ‘호텔 캘리포니아’ 중에서- 차렷! 경롓! 오늘따라 껄렁대며 무성의하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없다. 담임이 몽둥이를 들고 왔기 때문이다. 담임은 독이 어린 눈으로 교단 앞에 섰다. 그리고 내가 적어 준 명단의 이름을 하나씩 부른다. 대석이 새끼가 천천히 일어나서 어슬렁거리며 나온다. 그런 모습이 담임의 신경을 더 거슬리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놈이 담임에게 보일 수 있는 반항의 모습은 기껏해야 그것뿐이니까. 담임은 확실히 화가 났다. “너 이 새끼 뭐야 그 태도가. 엎드려!” 담임은 몽둥이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대석의 아랫도리를 내리친다. 두 세대 버텨보지만 대석은 무너진다. 오늘 맞은 아이들은 모두 다섯 명. 우리 반의 골통들이다. 한 명 두 명 나가자빠지고 그것을 보는 애들은 행여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똑바로 앉아 있다. 옆을 보니 내 짝인 정호 자식은 그 와중에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짜증이 난다. 왜 저들의 부모들은 저런 애들을 인문계로 보냈을까? 이해할 수가 없다. 난 저런 놈들과 같이 공부한다는 현실이 너무 싫다. 우리 나라에 영국의 이튼 고교 같은 고급 사립학교가 없는 것이 나에겐 불만이다. 영국은 그 학교 출신들이 나라를 다 이끌어 나간다는데, 나 같은 고급 인재와 연합고사 100점을 간신히 넘은 저런 골통들과 같은 교실에서 같은 수준으로 공부하는 우리 나라 고등학교의 현실 자체가 모순이다. 마음 같으면 휴학하고 싶다. 수능에 필요도 없는 것까지 일일이 가르치는 학교선생보다는 시원한 에어컨에 요점만 딱딱 찍어 가르치는 학원선생이 훨 낫다. 내신 때문에 학교를 다니긴 해도 갈수록 학교가 지겨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저 선생들의 비위나 맞춰 주면서 3년을 버틸 뿐이다. “너 또 눈은 왜 그래? 너 어제 또 싸웠지? 이 새끼 네가 깡패냐 맨날 싸움질이나 하고.” 담임이 대석이를 다그친다. 그러고 보니 대석의 왼쪽 눈이 심하게 부어 있다. “선생님이 어제 나 싸우는 거 봤어요?” 대석이가 세게 나온다. 멍청한 자식. 더 맞기나 하지. 담임의 손이 대석의 오른쪽 뺨을 올려 부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누가 반 모둠일기에 이런 글을 써 놨다. ‘하루라도 매를 맞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 아무래도 애들이 컴퓨터 게임 하다가 반 컴퓨터를 고장낸 것을 말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이다. 그 이야기까지 했다가는 담임의 화에 기름을 붓는 일일 테니까. 수업시간에 쓰지도 않는 컴퓨터를 뭐하러 갔다 놨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에어컨이나 놔 줄 것이지. 나는 오늘 조회가 아무래도 장기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책상에서 몰래 단어장을 꺼냈다. un-ortho-dox 이단의. 정통이 아닌… 후. 난 공부가 좋다. 새로운 세계를 배워나가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공부한 뒤에 남는 뿌듯한 지식의 여운이 날 항상 들뜨게 한다. 이 나라에서는 공부란 앞으로의 풍요로운 나의 삶을 보장해 주는 든든한 무기란 것을 나는 알고있다. 난 특히 영어를 좋아한다. 미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다. 할리우드. 아이비리그. 윌스트리트. 막강한 군사력. 순수한 자본주의의 나라. 남의 눈치 안보고 살 수 있는 나라. 나는 그런 미국에 갈 거다. 아버지 차가 외제차라고 담임에게 그 차 타고 다니지 말라고 지적 받는 이런 쫀쫀한 나라가 나는 싫다. 구닥다리 유교적인 관습에 얽매여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나라. 그렇다고 영국처럼 멋진 전통이 살아 있지도 못한 나라. 편협한 민족주의에 기껏해야 한일전 축구에나 열광하는 이 나라의 오강통만한 소견머리. 나라가 작으면 통도 작아지는 건가. 다닥다닥 붙은 집들을 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내 공부의 이유는 그거다. 이 나라를 뜨는 거. 서울대에 붙으면 곧바로 유학을 보내주기로 아버지는 나와 약속했다. 나는 미국에 가면 아예 거기서 눌러 살 적정이다. 그리고 성공해서 영화에서 보는 넓은 잔디밭과 차고와 수영장이 있는 멋진 집에 살거다. 그렇게 되면 물론 곰팡이 냄새 나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될거고. 와장창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대석이가 주먹으로 유리창을 깼다. 주먹에 피가 흐른다. 담임은 놀라 커다랗게 눈을 뜬다. “이놈의 학교 때려치면 될 거 아냐!” 대석이 교실 밖으로 뛰어나간다. “거기 안서!” 담임이 뒤쫓아 뛰쳐나간다. 아이들은 휘파람을 불며 대석이를 응원한다. 옆을 보니 그 와중에도 정호는 세상 모르고 졸고 있다. 아! 정말 이런 한심한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나? 무한한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 인터넷 포탈 사이트 배너 중에서- 투투투… 총소리에 깜짝 놀라 퍼뜩 눈을 떴다. 깜박 졸았나 보다. 조는 잠깐 사이에 저그족이 밀려오는 꿈을 꾸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반이다. 다시 베틀넷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마지막으로 새벽 2시전에 잠자리에 든 지가 언제지? 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동호회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섯 명과 함께 게임을 시작했다. 나는 테란을 선택하고 devill3이란 아이디를 가진 다른 한 명과 동맹을 맺었다. 난 테란이 좋다. 무엇보다 지구 생명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고 테란이 거느리고 있는 화려한 무기를 지닌 유닛들이 맘에 든다. 이제 베럭스를 건설하고 기본 자원을 캐는 유닛이 미네랄을 150까지 만들 때까지 기다린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린다. 이 밤에 누굴까? 받을까? 말까? 나는 받기로 결정한다. 어쩌면 어제 인터넷 채팅 방에서 만난 그 계집애일지도 모른다. 걔가 먼저 번개팅을 하자고 제의했고 나는 내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만난 애들이 벌써 10명 가량이나 된다. 길거리에서 헌팅하기는 어렵지만 채팅으로는 하루에 열 명도 꼬실 수 있다. 채팅으로 만나러 나오는 여자 애들은 대개 그저 그런 애들이다. 좀 얼굴이 받쳐 주면 발랑 까진 애들이거나 얼굴이 안돼서 채팅으로 남자를 구하는 폭탄이거나. 걔네 들이나 나나 어차피 하루 즐기려고 나오는 거니까 굳이 호적등본까지 따질 건 없지만 요즘은 그런 만남들이 지겨워진다.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기로 마음을 바꾼다. 나에겐 지금 여자보다 저그족을 부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플라이 포트를 만들고 벙커를 짓고 머린을 상주시켜 방어 체계를 구축했다. 이제 공격에 나설 차례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난 지금부터 이 사이버 공간에서 최첨단의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된다. 그리고 첨단 무기로 중무장한 군대는 모두 나의 지휘를 따른다. 이 시간만큼은 더 이상 학교에서 꼴찌라고 선생들과 애들한테 무시당하는 열등생 박정호가 아니다. 여기서는 내가 왕이다.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마음에 가득 차는 유일한 시간이다. 옛날 사람들은 게임 없이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게임 없는 세상을 상상하니 끔찍하기조차 하다. 이런, 저그족의 공격이 파상적으로 시작되었다. 전화 때문에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적에게 선제공격을 당한 것이다. 상대편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꽤 고수임이 틀림없다. 저그족의 유닛들이 몰려오고 있다. 나의 유닛들과 벙커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오싹해진다. 마치 나 홀로 산소도 없는 차가운 혹성의 분화구에 떨어진 느낌이다. 우리편이 점점 밀린다. 태란의 벙커들이 무너지고 있다. 미네랄이 부족하다. 테란의 유닛들이 손도 못쓰고 무너지고 있다. 어떻게 한다? 히드라리스크가 산성 침으로 우리편의 머린들을 녹여 버리고 있다. 갑자기 공포감이 밀려온다. 내 턱밑까지 적의 군대가 쳐들어올 것 같아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갑자기 마우스를 움직이는 오른 손에 경련이 온다. 왜 이럴까?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눈알도 자유롭게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눈이 아프다. 동공이 풀리는 느낌이다. 갑자기 밀려오는 무서움에 나는 엉겁결에 컴퓨터의 파워를 눌러 꺼 버린다. 순식간에 방안에는 정적이 흐르고 주위는 캄캄해진다. 과학 실험실에서 본 어둠 상자에 갇힌 기분이 든다. 나는 갑자기 닥친 어둠이 무서워 벽을 더듬어 불을 켠다. 확하고 어질러진 내방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책상에 놓인 생수 병을 들어 벌컥벌컥 마신다. 물이 흘러 때묻은 런닝을 적신다. 나는 벽에 걸린 거울을 본다. 까칠해진 피부. 핏발 선 눈동자. 헝클어진 머리. 거기에는 다시 무기력한 18살의 박정호가 나를 보고 있다. 넌 누구니? 그가 나에게 묻고 있다. 거울 속의 그가 갑자기 싫어진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침대가 회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회전목마를 탄 것처럼 천장의 격자무늬가 빙빙 돈다. ‘그래 요즘 컴퓨터를 너무 많이 만졌어. 주말이면 거의 전부를, 평일에도 서너 시간을 컴퓨터를 끼고 살았잖아. 잠이 부족한 거야. 지금의 나는.’ 내 팔을 만져본다. 물렁거린다. 요즘은 운동도 안해 근육이 와해되는 느낌이다. 침대 밑에 농구공을 꺼낸지도 한참이 된다. ‘이제 게임은 그만 하자.’ 오늘 우편함에서 꺼내 본 전화요금 통지서에 적힌 금액은 이십 만원이 넘었다. 나는 엄마가 볼까봐 통지서를 잘게 잘게 찢어 버렸다. 하지만 얼마 후에 엄마도 곧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미쳤지’ 나는 벌떡 일어나 컴퓨터의 휴즈선을 뽑아 둘둘 말아 침대 밑에 박아 버렸다. 그리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제 자야 한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중간고사시험 첫날이다. 잠을 자야 맑은 정신으로 그나마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이불을 둘둘 말고 몸을 웅크렸다. 쿠쿵 쿠쿵…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유닛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베개로 머리를 눌러보지만 귀를 막을수록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린다. 쿠쿵 쿠쿠쿵, 몸을 뒤틀어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워 보았다. 천장에는 지금 테란과 저그의 싸움이 한창이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심장 고동 소리가 귀에까지 들린다. 몸 전체는 무거운 돌덩이에 눌린 듯이 피곤을 느끼지만 정신은 오히려 깨어나고 있다. 눈은 감았지만 내 정신 속에서 테란과 저그의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 모든 신경이 오돌오돌 깨어나 나의 잠을 방해한다. 쇠사슬로 나의 몸이 칭칭 감겨 쥐어 오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 침대 밑에 손을 뻗쳐 휴즈선을 집었다. 그리고 황급히 컴퓨터에 다시 이었다. 컴퓨터의 파워를 누르자 위잉하는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마우스를 움직여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제야 나는 나를 짓누르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해방된다. 심장 박동이 차츰 느려진다. 나는 손바닥의 땀을 런닝에 슥 닦고 마우스를 손으로 거머쥔다. 자 이번엔 누구와 한 번 싸워 볼까? 태주:임마, 산다는 건 장난이 아냐. 도시에서 깡패로 산다는 건… 더 그렇구. -영화 ‘넘버 3’ 중에서- 눈에서 자꾸 눈물이 난다. 눈깔이 터졌나. 상가 유리창에 눈을 두룩거려보지만 이상은 없는 것 같다. 분하다. 잠깐 방심한 사이에 당했다. 내가 중삐리에게 당했다는 소문이 학교에 퍼지면 개쪽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에게 맞장 뜨자는 놈들이 많아질 것이다. 어제 그 X만한 새끼랑 마주쳤던 그 뚝방 길을 돌아 동네를 한시간이나 헤메였건만 찾지 못했다. 어제 일이었다. 게임방 갈 돈이나 마련하려고 지나가던 중삐리 하나를 끌고 골목으로 들어갔었다. 순순히 지갑을 꺼내는 그 새끼의 태도에 방심한 게 잘못이었다. 벽에 기대에 딴 곳을 잠깐 바라 본 순간 놈의 주먹이 내 왼쪽 눈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어버려 뛰어가는 놈을 뒤쫓아갈 생각조차 못했다. 싸움의 세계는 이런 것이다. 아무리 약한 놈이라 할지라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오늘 그 새끼를 잡으려고 부근에 있는 중학교 주위를 빙빙 돌았지만 발견 못하고 지금 다리 품만 팔고 있는 것이다. 걷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도 내 짜증에 부채질을 한다. 담탱이에게 맞은 허벅다리가 걸을 때마다 욱신거린다. 유리 파편에 찔린 주먹도 따갑고 쓰라리다. 오늘은 재수 X나게 없는 날이다. 담탱이에게 맞을 때의 공포가 되살아난다. 담탱이의 매질은 초보다. 그래서 더 겁난다.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들에게 수없이 맞아본 경험으로 안다. 때리는 것에 관록이 붙은 교사는 힘들이지 않고도 짝짝 살에 붙게 때린다. X나 아프지만 근육이나 뼈를 다치게 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뒷 끝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담탱이같은 초보가 힘으로만 때리는 요령 없는 매에 잘못 맞으면 힘줄이나 뼈를 다치게 된다. 그런 무지막지한 매가 멈추지 않으면 공포심이 밀려온다. 뒷 모가지에 소름이 돋는 공포. 나한테 맨 날 맞은 은수새끼도 이런 기분일까? 하지만 난 그런 공포가 좋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와 박 터지게 싸우면서 그 공포를 맛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맞장 뜨기 바로 직전에, 서로의 눈을 쏘아보면서, 때론 상대방이 든 벽돌이나 각목을 보면서 얼굴 근육이 근질거릴 정도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나는 즐긴다. 그리고 그 심장이 터질 듯한 시간이 지나가고 상대방의 턱이 깨지고 내 주먹 가득히 다른 놈의 살덩이가 뭉개질 때의 쾌감. 그렇게 누군가를 짓밟을 때 가슴 켠켠이 쌓여 있던 온갖 체증은 싹 가신다. 내가 처음으로 싸움에 눈을 떴을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때다. 그 때도 역시 학교에 오면 담임에게 맞는 게 일이었다. 그날도 기집애들 필통에 바퀴벌레를 넣었다는 이유로 담임에게 양 볼을 쥐어 터진 후에 교문을 나오는 길이었다. 그 때 새로 전학을 와서 6학년들을 제압하고 있던 덩치가 중학교 3학년 정도는 되어 보이는 놈이랑 붙었었다. 그 놈의 억센 손에 멱살을 잡힌 채 버둥거리다가 나는 그놈의 머리를 잡고는 한쪽 귀를 물어뜯어 버렸다. 내 입안에서 느껴지는 찝찔한 핏물의 내음.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 앞날을 결정지어 버렸다. ‘그래 커서 멋진 갱이 되는 거야.’ 영웅 본색의 주윤발처럼 총알구멍이 있는 바바리를 걸치고 양손에 권총을 든 채 피칠갑을 하고 거리를 누비는 멋진 갱. 나는 그 후로 갱들의 세계를 리얼하게 그리고 있는 갱 영화와 일본 만화에 빠졌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건달들의 대사와 몸짓하나 하나는 나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것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 나라 최고의 건달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 나갔다. 신창원 같은 강도도 영웅이 되는 세상인데, 나라고 존경받는 건달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내가 깨달은 중요한 사실은 싸움은 힘이 아니라는 것이다. 싸움은 힘보다는 악과 깡으로 하는 거다. 내가 작은 키에도 우리 학교 짱이 된 것이 물 불 안 가리고 덤비는 깡다구 때문이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밀려오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던져 버릴 수 있는 용기 있는 자만의 것이다. 고로 난 천성적인 싸움꾼이다. 그런 날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내가, 어제 X만한 새끼한테 어이없이 당한 것이다. 어제일을 떠올리자 다시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 저기 낯익은 새끼가 보인다. 은수 새끼다. 벼엉신 같은 놈. 난 온수 새끼가 싫다. 언젠가 내가 왜 그 새끼를 싫어하는지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새끼를 X나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끼가 싫어질 때마다 싫증날 때까지 조지면 되는 것이다. 주먹질은 사람의 순수한 감정의 표현이라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그러므로 이유 따윈 필요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 쌈이 벌어질 때마다 선생들이 하는 지겨운 질문이 있다. ‘왜 싸웠어?’ 그건 ‘넌 왜 사니?’라는 질문만큼이나 어리석은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스페인 놈들이 소를 칼로 서서히 죽이면서 열광하지 않는가? 유혈이 낭자하게 싸우는 권투도 어차피 스포츠란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일 뿐이다. 걔네 들이나 나나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좀 더 표현이 솔직한 것뿐이다. 은수 새끼가 나를 봤다. 은수 새끼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지는 것이 멀리서도 보인다. 병신 새끼. 짜증이 난다. 난 저런 약한 놈들을 보면 더 밟아주고 싶다. 은수 새끼가 내 앞에서 강아지처럼 오줌을 지리며 꼬리를 내릴수록 나는 저 새끼를 더 패고 싶어지는 것이다. 캭. 나는 침을 탁 뱉고 은수에게 가기 시작했다. 이미 나에게는 정열이 없다. 그리고 기억해 주기 바란다. 점점 소멸되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타버리는 쪽이 훨씬 좋다는 것을. -커트코베인의 ‘자살노트’ 중에서- 대석이 새끼가 나를 봤다. 나도 모르게 다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어쩌지. 차라리 먼저 아는 척을 하는 것이 덜 맞지 않을까? 갑자기 나의 머리는 판단 능력을 상실하고 내 앞의 사물들이 하얗게 탈색되고 있다. 헉. 대석이가 길을 건너 내 쪽으로 오고 있다. 두렵다. 공포가 화염처럼 내 숨을 턱턱 막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가방 속을 더듬는다. 그 안에서 육교 위에서 산, 칼집을 누르면 칼날이 툭 튀어나오는 나이프와 공사장에서 가져온 벽돌 조각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나는 그것들을 벌써 2년째 가방 안에 가지고 다닌다. 아 아, 그것으로 대석이를 찌르고 때리는 상상을 얼마나 했던가. 하지만 나는 한번도 그것을 사용해 보지 못했다. 대석이가 어떤 놈인가. 중학교 1학년 때 그와 같은 반이었기 때문에 난 그놈을 잘 안다. 남자 중·고등학교가 같이 있었던 학교에서 대석이가 매점 뒤에서 고등학교 유도부 형에게 삥을 뜯겼을 때, 대석이는 감히 그 형과 맞장을 떴었다. 당연히 대석이가 나가 떨어졌었다. 하지만 대석이는 쉬는 시간마다 그 형에게 찾아가 얼굴이 퉁퉁 붓도록 맞으면서도 끝까지 개겼고, 마지막 쉬는 시간에는 숨기고 간 커터 칼로 그 형의 얼굴을 대각선으로 그어 버렸다. 선생님들마저 혀를 내두른 대석의 살무사 같은 독기. 난 그 독기가 너무나 무섭다. 그런 대석이에 대한 살벌한 기억들로 인해 나의 전의(戰意)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책가방 속에서 얼른 손을 뺐다. “야 뭐하냐.” 대석이 나의 턱을 손끝으로 강아지처럼 쓰다듬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어, 그냥, 집. 집에 가는 길이야.” “야. 니네 누나 잘 있냐. 니네 누나 몸매 짱이던데. 소개 좀 시켜주라.” 대석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를 계속 건딘다. 전에 길에서 마주쳤을 때 누나를 눈여겨 본 모양이었다. 순간 대석이에 대한 증오심이 내 온몸을 휘감는다. 이번만은. 이번만은.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대석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칵하고 침을 뱉고 나의 멱살을 잡는다. “아 X만한 새끼가 내 말을 씹어. 이 시발 놈 나 따라와.” 대석은 나의 머리칼을 잡고 나를 골목으로 끌로 들어간다. 지나가는 사람 몇 몇이 대석의 시퍼런 서슬에 놀라 걱정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구제 해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눈빛을 보낸 모든 사람이 그랬으니까. 대석은 골목으로 나를 끌고 가자마자 나의 턱을 주먹으로 갈긴다. 나의 입안이 찝찔한 핏물과 함께 날카로운 통증으로 금방 가득해진다. 이제는 일상화된 아픔. 하지만 그 아픔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내 자신에 대한 미움과 수치심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소리친다. 이번만은. 이번만은. 대석의 주먹과 짓밟힘이 계속된다. 나는 고개를 막고 주저앉아 그 매를 받으면서도 내 스스로에게 계속 외친다. 그래, 이번만은. 이번만은. 얼마를 맞았을까. 대석은 때리는 것을 멈추고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야 돈 좀 내놔 봐. 겜방엘 좀 가게.” 나는 한 손으로 쏟아져 나오는 코피를 막으며 가방 손에 다른 손을 넣었다. 지갑 옆의 벽돌이 내 손에 걸렸다. 순간 나는 이를 악물었다. 항상 우울한 내 표정을 보며 걱정하는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벽돌을 힘껏 쥐었다. 이번만은, 이번만은. 나는 눈을 감았다. “이 새끼 죽어라.”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벽돌을 쥔 손을 대석이가 있는 쪽으로 휘둘렀다.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내 손 가득히 물컹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리고 눈을 뜨자 ‘억’하는 짧은 비명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자 대석이가 큰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내가 그를 쓰러뜨렸다. 내가 해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신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잡는 대석이의 움직임을 본 순간, 심장이 오그라드는 두려움이 다시금 나를 엄습했다. 대석이 금새 벌떡 일어나 숨기고 있는 칼로 나를 그어 버릴 것 같았다. 나는 대석을 타고 앉아 벽돌로 대석의 머리를 다시 한번 찍었다. 비명소리와 함께 대석이의 팔다리가 힘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는 벽돌을 버리고 골목을 뛰쳐나왔다. 겁이 나서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있는 힘을 다해 내가 사는 아파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아무도 없는 싸늘한 철창에 갇혀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사는 아파트 옥상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옥상에 있는 물탱크 사이에서 검은색 비닐봉지를 꺼냈다. 거기에는 내가 한알 한알 모은 '콘택600' 50알이 있다. 나는 대석이에게 린치를 당할 때마다 옥상에 올라가 그 약을 손에 쥐고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곳으로 가는 상상을 했다. '콘택 600' 50알은 그곳에 들어가는 문이었다. ‘그래 오늘 그곳으로 가는 거야. 날 괴롭히는 누구도 쫓아오지 못하는 곳’ 어차피 이 세상에는 미련 따위는 없었다. 다만 엄마의 슬픈 표정이 눈에 밟힐 뿐이다. 대석이 보다 더 미운 것은 아이들과 담임이다. 며칠 전 담임이 복도를 지나가다가 나를 붙잡고 말했다. “음수야 요즘 어때? 뭐 어려운 점 없나?” “예 없습니다.” “너 요즘, 성적이 떨어지는데 성적 좀 올려라.” “예” 형식적인 담임의 말투는 날 무시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소외감만을 주었다. 차라리 묻지나 말았으면 담임에 대한 배신감은 없었을 것이다. 의례적인 관심. 의례적인 상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담실. 전부 ‘없다’라고 쓸 수밖에 없는 폭력설문 조사서. 학교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평소에 성실하고 매사에 침착한…’ 등으로 써 주는 학생생활기록부의 몇 마디뿐이 없었다. 반아이 놈들은 대석이보다 더 나쁜 놈들이다. 내가 대석이에게 당하는 것을 외면했다고 그들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나라도 같은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 아이들은 내가 대석이에게 맨날 당하는 것을 알자 나를 위로하기는 커녕 오히려 대석이처럼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모두들 나를 병신 취급하고 왕따를 시킨다. 나에게 무엇을 빌려주는 자그마한 친절도 대석의 눈치를 보면서 베푸는 비겁한 놈들. 그 똥개근성들. 나는 그들이 대석이 보다 더 밉다. 아아 사람이란 존재가 너무나 무섭고 싫다. 난 약을 한 움큼 입에다 털어넣는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 새어나오는 물을 손으로 받아 약을 삼킨다. 땅바닥에 떨어진 몇 개의 알록달록한 캡슐들. 예쁘다.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이렇게 작고 예뻤을까? 그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황지우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중에서-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뛰어나오고 있다. 가만히 서 있어도 턱이 덜덜 떨릴 만큼 아침 날씨가 매서워졌다. 1999년의 마지막 애국조회 시간이다. 11월의 차갑고 높은 초겨울 하늘은 나에게 또 다시 한해가 실없이 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한다. 11월은, 아침에 일어나면 문득 가슴이 휑하게 비는 듯한 느낌이 많아지는 달이다. "똑바로 서지 못해!” 마이크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학생부 선생의 고함소리는 잠깐의 감상마저도 방해한다. 나는 단상 옆에 서서 패잔병처럼 줄 서 있는 우리 반 놈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이렇게 힘이 없어 보이는 젊은 군중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오직 앞에 있는 반장만이 대열에서 한 발자국 나와 열중쉬어 자세로 허리를 꼿곳이 펴고 서 있다. 저놈은 어떤 상황에서도 요동함이 없다. 하지만 반장의 그런 모습을 대할수록 어쩐지 정이 안가는 것은 왜일까? 반장을 볼 때마다 어떤 이질감 같은 것이 느낀다. 사리 분별은 확실하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계산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은수 녀석은 중간쯤에 서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내 간덩이를 한번 들었다 놓은 놈이다. 사람 속은 정말 한길을 모르나 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방학. 각급 학교는 독후감 쓰기, 그림 그리기 등 획일적인 과제 대신 재미있으면서 인성교육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다양한 과제를 내놔 눈길을 끈다. 인천 한일초등교는 1∼6학년 10여명이 한 조가 돼 24시간을 같이 지내는 독특한 과제를 계획이다. 핵가족화로 형제, 자매가 없어 자기중심적이 돼 버린 아이들이 함께 식사하고 밤늦도록 얘기하며 우애를 쌓는 이 과제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 여름방학에도 같은 반 친구 서 너명이 조를 짜 한 집씩 돌아가며 잠을 자면서 ‘베갯머리 우애 ’를 돈독히 다졌다. 경북 청도 방지초등교는 ‘집안일 한 가지씩 하기’를 과제로 준비했다. 신발정리, 설거지 하기, 재활용품 정리하기 등 사소한 일이라도 도맡아 하면서 책임감을 키워줄 방침이다. 이호철 교사는 “귀한 자녀일수록 가정일을 하나씩 맡겨야 한다”며 “ 아이도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하고 책임감도 키울 수 있어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서울 대청중의 이색 과제는 ‘직업 탐방’. 하고 싶거나 관심 있는 직업을 하루종일 조사·체험하고 인터뷰까지 해야 하는 고난도 과제다. 여름방학에도 학생들은 의사, 판사는 물론 물개쇼 조련사, 남대문 시장 상인 등을 취재하면서 다양한 진로를 탐색했다. 경남 마산 양덕중학교는 교육방송의 ‘터놓고 말해요’를 3번 이상 시청하고 시청기록장을 작성하는 과제를 부여한다. 토론문화가 중시되는 시대에 발맞춰 학생들로 하여금 시청소감과 자신의 찬반의견을 분명히 담아 제출토록 할 예정이다. 강원 강릉 명륜고는 고산 등정이 개별과제로 나간다. 졸업 때까지 1000급 고산 5개 이상을 오르도록 지도하는 이 학교는 겨울산행을 통해 치열한 극기를 체험시키고 있다. 중고교 교과 과제도 이제는 문제집·프린트물 풀기, 독후감 쓰기 수준이 아니다. 재미있어야 교육 효과도 크다는 게 교사들의 말이다. 서울 숭의여중 심정규 교사(영어)의 방학과제는 ‘외국인 인터뷰 하기’다. ‘직업은…’‘한국에 대한 인상은…’등 몇 문장을 미리 익히게 하고 외국인과의 대화를 녹음해 오도록 한다. 지난 여름방학에 이 과제를 감행한 학생들은 “나도 외국인과 통했다”였다. 서울 세종고 백춘현 교사(윤리)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등 추천도서 읽기를 과제로 내준다. 그러나 독후감 쓰기는 없다. 단 중간시험에 책을 읽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아주 평이한 문제를 출제하기로 했다. 방학과제 중 가장 보편화 된 유형은 보고서다. 각자 연구과제를 정해 수행하고 결과를 정리하는 것인데 몇 몇 주제는 눈에 띈다. 예를 들면 노점상 할머니의 삶 조사하기, 겨울철 냇·강가 식물생태 관찰하기, 영문판 가족신문 만들기, 함수의 생활속 사례 조사하기, 뉴스일기 쓰기 등. 그러나 아무리 좋은 숙제거리도 부모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다. 인천 한일초 김강인 교감은 “자녀 스스로 의문을 풀어가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며 “부모들이 최소한 개입하는 게 아이를 최대한 돕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방송대(총장 이찬교)는 10일 독학 학위 최종단계인 종합시험 합격자를 전국 13개 지역학습관을 통해 발표했다. 이번 시험에는 12개 전공분야에 모두 1793명이 지원해 618명이 합격했다. 연령별 합격자는 30세 이하가 400명(64.7%), 31∼40세가 159(25.7%), 41∼50세가 49명(7.9%), 51세 이상이 10명(1.6%)다. 직업별로는 공무원 46명(7.4%), 회사원 62명(10%), 간호사 11명(1.8%), 상업 14명(2.3%) 등이다. 또 최고 득점합격자는 행정학 분야에 응시한 김기중씨(26)로 평균 88.33점을 획득했으며 최고령자는 영어영문학 분야에 응시한 이봉두씨(59)다.
금년도에 일선 초·중등학교 특기 적성교육에 지원된 예산액은 모두 641억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특기 적성교육에 지원된 예산은 시·도별로 1학기에 259억5천만원, 2학기에 381억4천만원 등 모두 641억원이 지급됐다. 이는 시·도별 지원요청액 681억3천만원의 94% 수준이다. 96년부터 교육개혁사업의 하나로 실시되고 있는 특기 적성교육은 전국 초·중·고교 1만255교의 97.5%수준인 1만여개교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학생수 대비 42.4%가 참여하고 있다. 실시 프로그램은 교과관련 77, 음악 49, 미술 44, 체육 56 등 모두 302종에 달하며 이중 컴퓨터, 영어회화, 일어, 미술, 논술 등이 인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농·어촌 소재 소규모학교의 강사확보나 강사료 부담에 애로가 크고, 국고 지원예산 감소와 지원금의 학교 재배부 지연에 따른 운영상의 차질, 그리고 보충수업 위주로 실시되는 중·고교 실태, 전기·수도료나 냉난방비 등 학교관리비 부담과중 및 관련시설 설비 부족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 개설의 어려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특기 적성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학운위가 중심이 돼 운영하고 ▲우수강사 확보를 위해 100명 이하 소규모학교나 통합학교의 경우 강사비 보전 초과규정을 폐지하며 ▲학운위 설치여부와 상관없이 국·공·사립에 동일하게 예산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밖에 무보수 지도교사에 대한 포상이나 전보시 우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6∼10대 1…대전 가정과는 62대 1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22일 2000년도 국·공·사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대부분 6∼1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특수교사 54명을 포함, 13개 과목 407명 모집에 4358명이 원서를 접수해 평균 10.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양호과목의 경우 10명 모집에 315명이 지원해 3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며 생물 17.6대 1, 영어와 화학 각 14.8대 1, 수학 14.7대 1 등의 경쟁률을 각각 나타냈다. 나머지 시·도의 경우도 ▲대전 10.7대 1 ▲인천 9.4대 1 ▲경남 8.6대 1 ▲전북 8.5대 1 ▲경기 8.1대 1 ▲부산 8대 1 ▲충북 7대 1 ▲경북 6.8대 1 ▲전남 6.7대 1 ▲충남 6.5대 1 ▲강원 6.2대 1 등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전 가정과목은 7명 모집에 434명이 지원해 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대전 프랑스어 59대 1, 대전 독일어 34.7대 1, 전북 한문 23대 1, 부산 한문 22.4대 1 등의 경쟁률을 각각 보였다. /이낙진 leenj@kfta.or.kr
최근 시행되고 있는 파행적인 교원 수급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그리고 교원의 정년을 65세로 환원해야 한다. 그 방법이 침체된 교단을 살리고 우수한 교원을 확충하는 방법이다. 초등 교사가 모자라 서울시교육청은 중등교사 자격 교사 중 국어, 과학, 사회, 영어 등의 교과전담 교사를 임용할 모양이지만 그것은 초등 교단에 혼란을 일으키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결국 대안은 정년 환원 뿐이다. 그러면서 교직 부적격자를 가려내고 즉시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명감과 전문성을 갖고 묵묵히 교단을 지키는 대다수의 교원들이 보호받을 수 있다. 또 교원에 대한 예우가 실질적으로 향상되고 교원 존중 풍토가 조성되도록 이미 예고된 '교원예우규정안'을 보다 구체화 해야 한다. 예컨대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로부터 교원이 신분상, 금전상 부당한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하고 각종 문화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 기관을 명문화 해야 한다.
내년도에 임용될 16개 시·도별 공립 중등교사 공채인원이 6192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12월12일 1차 시험이 치러지는 공립 중등교사 공채규모는 시·도별로 경기도가 1771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경남(723), 대구(433), 서울(407), 대전(395), 전남(363), 강원(320), 부산(319), 광주(300), 경북(283), 전북(277), 인천(217), 울산(167), 충남(130), 충북(87) 등의 순이다. 과목별 모집인원은 국어가 97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영어(744), 수학(634), 일반사회(413), 윤리(345), 역사(286) 순이다. 원서교부 및 접수는 이달 16일부터 22일 사이에 시·도교육청별로 실시한다. 그밖의 구체적 전형일정이나 가산점 기준 등은 시·도교육청별로 공고한다. 이와 함께 시·도별 사립교원을 공채 모집하는 곳은 부산(24), 광주(35), 강원(1), 경남(10) 등이며 모집 규모는 70명이다.
지난달 29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21세기를 대비한 초등 교사교육의 발전방향'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현정부의 땜질식 초등교사 임용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와함께 초등교육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초등 자격-양성제도의 발전방향을 강력히 제안했다. '초등교사 자격제도의 발전방향'을 발표한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전과목 교담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박교수는 "올 5, 6월에 개정된 교원자격검정령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등 자격증 소지자가 보수교육 후 초등 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10개 전과목을 표시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단순히 교담제 활성화가 아닌 중등 자격증소지자가 초등 교사가 되도록 통로를 마련하고 초등교사 자격증 발급을 이원화 하며 교대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특히 박교수는 "서울시교육청이 10월9일 발표한 2000년도 초등 기간제 교담교사 채용을 위한 보수교육대상자 선발시험 요강에서 선발교과를 전교과로 확대하면서 교대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며 "학생들은 전과목을 공부하는 교대보다 사대에 진학해 중등교사나 초등 교담교사가 되려고 할 것이므로 초등 교원교육이 크게 쇠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박교수는 "전과목 교담제는 초등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교육내용을 심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보다는 여러가지 문제를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7차교육과정이 지향하는 탄력적인 교육과정·수업시수 조정, 체험활동 등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즉 10개 과목을 담당하는 교담이 따로 있을 경우, 체험학습이나 탄력있는 수업을 위해 타 교과 교사들의 양해를 일일이 구해야 하는 과정에서 시도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아이들의 생활지도라고 박교수는 지적했다. 한 과목을 담당할 뿐인 교사가 쉬는 시간마다 자기 반에 가서 생활지도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교과간 연관성이 높은 초등교육의 특성이 무시되고 일반학급내 특수아에 대한 지도가 일관성을 잃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박교수는 예체능과 영어 교과에 한해 표시과목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초등 교담자격증은 교대 대학원을 통하거나 선발부터 분리 모집한 교대 학부의 해당 학과 학생들에게 부여하자고 주장했다. 사대 학생들을 교대와 학점교류를 통해 필요한 과목을 이수토록 하는 방안은 내놨다. 이어 박교수는 5학년까지는 기존의 담임제로 운영하고 6학년은 교담제를 좀 더 확대해 시범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초등교사 양성체제의 발전방향'을 발표한 김재복 교수(인천교대)도 "정년단축과 그로 인한 땜질식 초등교원 임용은 초등 양성체제의 발전에 역행하고 전문성에 대한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9가지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초등교원은 지식이나 기능만의 전수가 아니라 가치와 태도를 함께 교육하는 전문적 기술을 익혀야 하므로 개방형보다는 목적형 양성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유치원·초등 1∼2학년과 3∼6학년 교원 양성과정을 따로 분리해 자격에도 이를 명시하며, 특히 고학년 담당교사 양성과정은 체육, 음악, 미술, 영어 교담교사를 함께 양성하는 체제로 편성하자고 말했다. 아울러 초·중등교사 양성의 연계교육을 위해 초·중등 교원 양성기관을 교육(교원)종합대학교로 통합하거나 초등 양성프로그램에 중학교 내용을, 중등 양성프로그램에 초등 고학년 내용을 포함시키자는 안도 제시했다. 이밖에 김교수는 ▶초등 양성기관의 국립 존속 ▶교육 종합대로 확대·발전 ▶양성과 임용에서의 성비 할당제 도입 ▶전문성 제고를 위한 평생교육체제 확립 ▶초등교원 단기 양성제도(법안) 폐지를 주장했다.
지난 10월 9일 서울시 교육감은 중등교사 자격 소지자 900명을 초등학교 국어·수학 등「주지 교과」 전담 교사로 임용하기 위한 선발시험을 공고하였다. 이것은 교육감으로서는 교원 수급 대책상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지 모르나 역설적이게도 중등교사 자격 소지자를 초등학교 학급 담임 교사로 임용하는 것보다도 문제가 더 심각하다. 앞의 조치들이 지난 50년간 초등교육의 근간을 이루었던 통합교육의 타당성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임에 반하여, 후자의 조치는 초등학교 교과 전담제의 활성화라는 명분 하에 그것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감이 교대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굳이 감행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이러한 항변에 대하여 교육청이나 교육부는 이 조치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조치의 근거가 되는 법령은 그 어디에도 이것이 한시법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초등학교 교과 전담제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지난 5월과 6월 사이에 마련되었다. 교원자격검정령 제4조(자격증의 표시과목) 제5항이 "중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가진 자로서 초·중등교육법 별표 2의 규정에 의하여 필요한 보수 교육을 받고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는 그 자격증에 교육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담당 과목을 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과 그 시행규칙 제2조 제2항이 별표 1에서 초등학교 자격을 1급과 2급으로 구분한 뒤, 표시과목에 "도덕·국어·수학·사회·자연·체육·음악·미술·실과·영어"를 명시한 것이 그것이다. 짚어야 할 것은 이러한 중대한 법령의 개정 사실을 서울시 교육감이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갈 때까지 당사자인 전국의 교육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이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대한 문제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원인에 이 제도 변경의 과정에서 정부가 공청회등 대국민 여론 수렴 과정을 생략하고 당사자에 대한 의견 조회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른바 행정절차법상의 절차적 정당성을 결한 점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을 보기로 한다. 초등학교에 교과 전담제를 가능하게 하는 법제의 도입은 중대 사안으로서 이해 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행정절차법 제45조는 이러한 경우 공청회를 열도록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전국의 교대와 단 한번의 공청회도 가진 바 없다. 입법 예고 과정도 그러하다. 3월 31일자의 검정령 개정안 입법 예고나 5월 14일자의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어느 경우에도 교대 측에 일체의 직접적인 의견 조회가 없었다. 이것은 정부가 지금까지 교원 양성 정책과 관련된 사안을 다름에 있어서 교대에 의견을 조회해 온 관행과 배치되는 것이다. 행정절차법 제4조는 행정청에 직무 수행과정상의 신의 성실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5조는 행정청이 한 번 세운 관행은 스스로 지키도록 의무화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관행대로 하면 당연히 교과전담제 법제화에 대해서도 대학 측에 의견 조회를 했어야 마땅하다. 금년 1월로 6월까지 교육부가 교원양성 정책과 관련해서 각 교육대학 측에 보낸 공문이 대개 10여 건이 넘으며, 그 중에는 교대 측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인 데에도 조회를 해온 것도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이 사안에 관해서만 조회를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우리가 법령 개정 과정에 적극 반대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 것은 관보 검토를 소홀히 한 탓도 있지만, 이러한 정부의 관행을 믿었던 탓도 있음을 상기하고자 한다. 교원 양성 체제 개편의 닻은 이미 올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서 향후 양성 체제를 개방형으로 할 것인지, 목적형으로 할 것인지를 검토함에 있어서는, 기존이 국·공·사립을 막론하고 양성 기관들 전부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전제로 하여 진지하고도 공정한 공론의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는 교대에게도 알 권리와 알릴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여 이번처럼 사정이 악화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아울러 지금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교육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의 주장과 시위는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 초등교육에 대한 완전 교과 전담제의 도입은 정년 단축으로 인하여 현재 겪고 있는 혼란 못잖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본다. 교육대학 측과 합의되지 않은 채 개정이 된 교원자격검정령과 그 시행 규칙을 즉시 초등교육 본질에 맞는 통합교육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 개정할 것을 건의하는 바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정년단축과 명예퇴직 등으로 부족한 초등 학교 교사수를 메우기 위해 2000년도 시내 초등 기간제 교과전담교사 를 선발한다. 5개 과목에 총 900명을 뽑는 이번 선발에서는 △국어·영어 각 220명 △수학 180명 △사회·자연 각 140명 등이며 자격요건은 오는 31일 현재 만 35세 이하의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다. 원서교부 및 접수는 오는 18일까지 시교육청 산하 교육연수원에서 실시하며 1차 필기시험은 오는 31일, 2차 면접시험은 내달 21일 각각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