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31,820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국어 시간에 교실 안이 시끌벅적 ‘호호, 하하’ 학생들의 움직임으로 활발하다. ‘완득이와 함께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진로융합주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시간에는 자신의 적성을 알고 친구의 적성도 찾아 주는 활동으로 59가지 적성카드 스티커로 서로의 적성을 찾아 붙여주느라 분주하다. 소설 속 주인공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에서 사회적 약자인 난쟁이 아버지와 가난하게 살며 꿈을 가지지 못한 학교의 부적응 학생이다. 그런 완득이가 격투기 선수가 될 꿈을 키워가게 되고 집을 나갔던 엄마가 돌아오면서 다시 희망을 찾아 일어서는 과정이 소설 속에서 그려진다. 학생들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자신의 적성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탐색하는 학생활동 중심 수업에 참여하는 중이다. 이렇게 교과 수업과 함께 그에 따른 진로 탐색 과정을 연계해 학생활동 중심 수업으로 진행하는 수업모형이 학교 현장에서 퍼지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학생 참여형 수업과 진로 탐색을 위한 융합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진로 탐색이 전부가 아니다 2016년 1월 21일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앞서 교육부는 2013~2015년 시범운영을 한 42개 연구학교와 2437개 희망학교, 42개 일반학교의 교육적 결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학생·교사·학부모 12만 1979명이었다. 학생은 ‘다양한 활동으로 공부하는 재미와 친구 사이도 좋아졌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연구학교 학생의 만족도는 일반학교에 비해 1.9배 상승했다. 교사도 ‘동료 사이의 소통이 좋아졌고 가르치는 보람이 높다’며 만족도가 일반학교에 비해 1.6배 상승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실제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학부모 집단이 ‘자녀와의 대화가 많아졌고, 자녀의 학습태도 변화에도 만족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일반학교에 비해 만족도가 2.8배 상승한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근거로 2016학년도부터 3200여 개에 달하는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지 1년을 맞은 이 시점에 다시 한 번 자유학기제의 교육적 의미를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의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의 부담은 덜어내고 진로 탐색과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진로 탐색과 체험활동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 온라인정보시스템의 설명을 보면 이 점이 좀 더 분명해지는데 “자유학기제에서 자유의 의미는 시험부담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하며 학생들의 꿈과 끼를 발현할 수 있도록 토론, 실습과 같은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토론, 실습 등으로 유연하고 자유롭게 학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학기란 의미다. 사실 ‘시험부담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말도, 지필 정기고사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자유학기 동안 지필 정기고사는 치르지 않으나, 대신 과정평가로 학생들의 활동 내용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게 되고, 비교과 영역으로 고등학교 입시에 반영까지 된다. 관건은 토론, 실습 등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활용한 학생 중심 수업과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과정 평가다. 다시 말해, 교실수업과 평가제도의 개선이 자유학기제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진로를 탐색하고 다양한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에 참여하면서 자기주도적 학습이 이뤄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말하자면 그간 비판받아온 강의 중심의 주입식 교육을 개선해 학생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찾고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다. 다양한 교육과정으로 다가선 학교의 자유 자유학기는 오전에는 기본교과 수업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자율과정으로 주제선택 활동, 진로 탐색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 등으로 교육과정을 170시간 이상 편성해 운영된다. 시범운영 기간에는 학교별로 4가지 영역 중 어느 한 부분을 선택해 운영하기도 했으나, 전면 시행을 하면서 여러 결과를 종합해 자율과정 편성을 각 학교 여건에 맞게 맞춤형으로 혼합해 운영해도 무방하게 됐다. 주제선택 활동은 학생의 흥미나 관심사에 맞는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학생 중심의 인문사회·탐구·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진로 탐색 활동은 학생이 적성과 소질을 탐색하면서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진로교육을 하는 활동이다. 예술·체육 활동은 다양하고 내실 있는 예술·체육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다.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공통된 관심사를 기반으로 조직·운영된 학생 자치활동의 활성화와 특기적성 개발을 위한 활동이 중점적 내용이다. 이런 활동을 각 학교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혼합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할 수 있게 돼, 사실 학생만 자유를 얻은 것이 아니라 학교도 교육과정 운영의 자유를 더 확보한 셈이 된다. 교사의 수업 개선 열정 확산 자유학기제의 수업은 기본교과 시간에서 1단위씩 내려 자율과정으로 편성하다 보니 교육과정 재구성이 필수적인 요건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5단위였던 국어수업을 4단위 안에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교과서를 전반적으로 핵심성취기준에 따라 재구성하고, 교실수업 방법 개선을 교과별로 협의해 필수학습요소에 따른 기초학습내용 완전학습과 교과 핵심성취기준, 진도, 주제 등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타 교과와 협의해 융합수업을 마련하기도 한다. 지필고사가 없지만 학생의 성장·발달에 초점을 둔 과정중심 평가로 학생이 자유학기제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기 때문에 발표수업, 조별 프로젝트, 토론·토의 수업 등을 진행하면서 학생의 성장 과정과 학업성취도를 기록해 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교사는 기존보다 더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명분이 생겼고, 재구성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교사에게는 교육과정 재구성의 전문성이 더 요구됐지만, 교과서를 빼놓지 않고 진도 안에 다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을 벗어나 교육과정 재구성과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활용할 자유가 생긴 것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학교 현장은 어느 때보다도 교사들의 수업 개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바람직한 수업 자료나 결과가 많이 산출되면서 자유학기제뿐 아니라 일반학기 전반에 강의식 수업이 아닌 학생참여형 활동 수업의 열기가 번지고 있다. 확산하는 자유학기제 효과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은 교실 내의 변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먼저, 연구하는 교직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교사들의 자유학기제에 대한 이해와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교사 연수가 정부의 지원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런 연수들은 그 내용 자체도 교사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됐으나, 교사 간 수업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교수·학습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수업을 연구하고 실현하는 열린 분위기가 조성된 점이 더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다음으로, 학부모와 지역의 교육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교육부는 2016학년도 2학기에 전국 4만 2370개 진로체험처와 8만 7556개 프로그램을 확보해 자유학기제 운영을 지원했다.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별로도 학생들의 체험 효율성을 위해 학부모 봉사단을 구성해 학교활동을 지원했다. 이렇게 지역 네트워크를 통한 자유학기제 진로체험처와 진로체험 봉사단 발굴을 지원한 결과 학교와 지역사회, 학부모가 공동으로 학교교육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게 됐다. 지역 인프라를 활용하다 보니 학교 교육활동의 범위도 늘어났다. 자유학기제의 가장 큰 핵심은 학생 각자의 꿈과 끼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실수업과 평가를 개선하는 데 있지만,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교과 내용과 연계한 진로융합 수업 등을 통해 진로교육까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연구하는 교사, 학교 자율성 존중 필요 자유학기제는 지필 평가 대신 과정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과정평가와 함께 수반된 수업의 변화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소통, 공감 능력,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문제해결력 등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바람직한 교육 방법을 도입하고 공유하는 기회가 됐다. 지난날의 강의 위주의 수업과 주입식, 암기식 교육은 4차 산업혁명이 몰려오는 지금, 급변하는 시대를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유학기제가 우리에게 던져 준 핵심은 ‘학생 중심의 교육’에 있다. 그러므로 자유학기제를 통해 다양한 과제들을 면밀히 분석해 자유학기의 성과가 한 학기만의 특별한 체험에 그치지 않고 중·고교 과정 전체와 맞물릴 수 있도록 현시대에 맞는 교육정책의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학기를 토대로 진로, 동아리 활동 등을 연계해 학생들의 진로설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학생활동 중심 수업과 과정중심의 평가 등 교실수업을 개선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외부 강사의 일회성 연수가 아닌, 교사 스스로 교실수업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갖고 전문적 학습연구동아리를 만들어 공유하며 연구해 갈 필요가 있다. 교육 당국도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자유학기제가 중·고등학교 6년 중 한 학기에 국한된다는 것은 너무 아쉽다. 중학교 1학년에만 시행하고 다시 5년 6개월 동안 기존 방식의 교육을 받는 생활로 돌아간다면 과연 자유학기제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본교 1학년 학생의 말이 “선생님, 내년에 2학년 올라가면 수업이 재미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일반학기 연계 정책이 힘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내년에는 2015 개정 교육과정도 중학교에 도입된다. 개정 교육과정은 과정중심 평가와 진로 탐색 부분을 강조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미래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런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유학기제의 장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유학기제의 장점이 일반학기에도 이어져 교육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가져오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자유학기제로 만난 꿈이 ‘꿈 너머 꿈으로’ 날개를 달고 교육 현장 깊숙이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첫해가 지났다. 긍정적인 취지와 우수사례만 주목하면 한없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아직 첫걸음을 뗀 지금의 상태에서는 보완할 점도, 개선할 점도 많이 남아있다.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우선 긍정적인 측면을 보면 자유학기제는 꿈과 소질을 이끌어내고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교육을 목표로 도입됐다. 자유학기제가 추구하는 행복교육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다. 자유학기제는 ‘배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려 하기보다는 먼저 먼바다를 꿈꾸게 하라’는 말을 실천하며 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 싶으며, 무엇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는 꿈과 소질을 이끌어내고 발견하게 하는 교육’을 꿈꾼다. 무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을 참되고 유능한 인간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위해 자유학기제는 교육의 변화를 모색했다. 이를 위해 교육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변화된 것이 자유학기제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교육의 변화는 곧 학교의 교육력과 역량 강화다. 핵심성취기준을 토대로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울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운영하고, 프로젝트 수업 등 창의적 문제해결력 신장을 목표로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 혁신을 이루고, 지필 고사에 매몰되지 않은 과정 평가로 진정한 배움을 추구했다. 이를 위해 교사는 수업모형 개발과 수업개선 연구에 매진하고, 연수와 수업사례 공유도 늘어났다. 지역과 연계한 인프라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물적·인적 자원을 활용해 학부모와 학생이 참여하는 지역교육 생태계 조성이 이뤄진 것도 학교의 역량이 강화된 부분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교육 주체들 간의 소통과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시스템이 구축됐고, 학생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자 학생들도 자기주도적 탐색이 가능하게 됐다. 필연적으로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유연화, 교수·학습 방법의 다양화, 평가방법의 변화를 통한 학교교육과정 개선이 있어야 했고, 다양한 학생 수요 기반의 참여·활동형 프로그램의 확대는 단위학교만의 특색 있는 교육을 가능케 했다. 교사와 학교 역량 지속 강화 필요 자유학기제가 비교적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기는 했지만, 아직 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학교교육과정이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학교여건과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데, 아직은 탄력적 교육과정 운영에 한계가 있는 학교도 많이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교육공동체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해 다 함께 참여하는 학교 운영 체제가 기능해야 한다는 선결 과제도 있다. 단위학교의 여건과 학생들의 관심사를 고려한 선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실질적이고 유용한 프로그램 운영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자율권은 물론 역량도 더 강화돼야 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릴 운영 방안이 필요한 학교도 아직은 많다. 특히 수업 개선에서 학생 참여 중심의 다양한 교수·학습 모형과 방법의 구안이 필요하다. 일부 우수한 교사들만 성공하는 자유학기제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교과 역량을 반영한 교육과정 재구성과 진로·인성 관련 요소를 추출한 후 진로 탐색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교사 연수와 연구도 더 이뤄져야 한다. 아직도 강의 중심, 전달 중심의 일방적인 수업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교실 수업 개선에 대한 노력이 계속 필요하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교과는 핵심성취기준 기반의 수업 효율화를 위해 토론, 문제 해결, 의사소통을 통한 수업 방식을 활성화해야 한다. 도덕, 기술·가정, 예술·체육은 실험·실습·체험학습을 강화하고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개인 또는 조별 프로젝트 학습을 확대해야 한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학생 참여형 수업도 확대하고, 수업과 연계된 과정 중심 평가 방법을 모든 교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일반화해야 한다. 평가 결과가 학생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에 기록된 사항을 활용하는 노력도 더 필요하다. 아직 전면 시행 1년밖에 안 돼 부족한 자유학기제에 대한 인식도 환기해야 교사는 물론 학부모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1983년 방송평론가로 데뷔했으니 어언 35년째다. 그 장구한 세월 내내 중간부터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집필을 전제로 사전에 미리 작정한 맞춤형 시청을 해와서다. 미리 작정하지 않았어도 처음부터 보기 시작했으면 끝까지 보고나서 비평하는 것이 나름 드라마 시청 패턴이라 할까. 3월 30일 끝난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은 제7회부터 보기 시작한 경우다. 1월 25일 SBS ‘사임당-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와 동시에 방송을 시작한 영향이 컸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이런저런 피해를 당한 ‘사임당’은 상반기 최대 기대작이었다. ‘김과장’ 따위는 경쟁조차 안될 것이라는 그런 분위기였다. 아니나다를까 첫 방송에서 ‘김과장’은 시청률 7.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15.6%의 ‘사임당’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과장’이 5회 만에 첫 방송 시청률의 두 배인 15.5%를 기록한 것. ‘사임당’은 초반 기세와 달리 5회에서 10.7%로 주저앉았다. 그야말로 역전의 승부가 난 것이다. 이후 여기저기 신문에서 ‘김과장’ 소식을 볼 수 있었다. 평론가로서 그런 소식에 무심할 수 없었다. 그렇게 ‘김과장’을 챙겨보기 시작했지만, 본방사수 드라마는 여전히 ‘사임당’이었다. 마지막회만 빼고 이를테면 매주 토요일 재방송을 본 ‘김과장’인 셈이다. ‘김과장’ 평균 시청률은 15.9%다. 엄청 대박은 아니지만, ‘사이다 같은 재미’의 오피스 드라마로 각광을 받은 듯하다. 사실 최순실 국겅농단사건으로 인한 박근혜대통령 파면정국이 아니었으면 ‘김과장’은 그저 그런 오피스 드라마였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끝난 SBS ‘피고인’이 그렇듯 ‘김과장’에서 다루는 재벌의 잔혹사 역시 만만치 않다. 검사가 아니라 짓밟히기 십상인 일개 회사원들에 의해 재벌이 응징된다는 점에서 대리만족됐을 것 같다. 이런 장면은 또 어떤가. 마지막회에서 박회장(박영규)이 “민주주의 검찰이 아닙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에 이은 청소부장(황영희)의 “염병하네”까지 최순실 흉내 패러디는 시의성이 다소 떨어지긴 할망정 마침내 박근혜 구속이 이루어지는 탄핵정국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역시 사이다 재미의 위력으로 다가올 법하다. ‘윗선’ 묘사 역시 은근히 재미를 준다. 일선 검사가 비리를 색출, 재벌 검거에 들어가도 그것을 막는 ‘윗대가리’ 행태 꼬집기가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함으로 다가온다. 간간이 날리는 한 방도 마찬가지다. 가령 “이 나라는 생선을 맡길 데가 없어요. 다 고양이야.” 같은 식이다. 그런 김과장(남궁민) 멘트가 확 와닿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재벌 응징 등 모든 것이 장난같기만 하다. 침바른 손으로 찜하며 서이사(이준호) 얼굴에 대는 김과장 모드라든가 “내가 형광등이냐? 꺼지게.” 같은 유머감각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거의 전 인물이 희화되어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살인이나 납치, 살인교사와 테러조차 장난으로 보이는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와 다른 문제도 있다. 서이사의 갑작스런 착한 인간되기가 그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김과장과 협동하며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이른바 ‘남남케미’ 역시 좀 뜬금없어 보여 징그럽기까지 하다. 지금은 없어진 대검 중수부가 여러 번 나오니 도대체 박근혜 구속이 이루어지는 탄핵정국 연장선에서의 이야기인지 아리송하다. 제7회 ‘비츨’(빛을)이나 제11회 ‘비즐’(빚을)을 모두 ’비슬‘로 발음하는 김과장은 오히려 애교로 봐줄만하다. 두 달 동안 많은 멀쩡한 사람들이 검찰조사를 민간인 김과장이 옆방에서 TV로 지켜보는 등 진짜 말 안 되는 비현실적 황당전개에 ’사이다 같은 재미‘를 느끼며 열렬히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이 땅의 사회현실이 어쩐지 씁쓸하게 느껴져서다.
정권·정부에 휘둘려온 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 교육계는 정치에 흔들림 없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오랜 숙원 과제로 제기해왔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국가교육위 설치가 화두로 떠오른 것도 그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교총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범정부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요구했다. 이는 교총이 지난 2001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 온 과제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특별법으로 범정부적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장기 교육계획을 기획하고 중요 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총은 그동안 대통령 자문기구 형태로만 운영해왔던 교육위원회를 특별법 제정을 통해 범정부적 기구로 위상을 부여하고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1985년부터 7차례에 걸쳐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교육개혁기구를 구성, 운영해 왔지만 설치 근거가 대통령령에 그쳐 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기구의 영향력이 좌우돼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조차도 설치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특별법을 통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안정적 운영 체제를 구축하려는 뜻을 담고 있다. 위원의 임기는 7년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단일 정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위원회는 20명으로 조직하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 관련 경력을 15년 이상 가진 교원이나 교육행정 전문가로 할 것을 요구했다. 구성은 대통령과 국회, 시도교육감협의회, 일정 요건을 갖춘 교원단체, 전국적 조직을 둔 학부모단체나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고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단기적, 대증적 현안에 매몰된 행정가 중심 교육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을 갖고 다양한 교육 구성원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또 위원회 사무기구는 교육부 인사로만 구성하지 않고 관계부처 실무진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교육 문제 해결과 미래 교육비전 설정은 교육부뿐만 아니라 범정부·범사회 차원의 협의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위원회에서 제시한 교육정책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려면 예산, 인사 등의 권한을 가진 타 부처의 협력도 절실하다. 실제로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위원회는 12개 관계부처 장관의 참여를 의무화한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정책 추진에 힘을 얻었다는 평가다. 국가교육위 설치는 현재 대선 후보들도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학계, 시민사회단체들도 공감하고 있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22일 국가교육위원회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차원에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이에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 교사와 학부모, 여야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매년 향후 10년 계획을 합의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계에서도 독립적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희규 신라대 교수는 "청와대와 집권당이 가지고 있는 정책 독점권을 완화하려면 기존의 대통령 직속이나 교육부 심의·자문 기구로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국가차원의 독립기구로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금융통화위원회처럼 별개의 국가기구로 독립성을 유지하고 협치의 관점에서 다양한 집단에게 추천권을 주되 정쟁의 장이 되지 않도록 엄격한 전문성 기준을 법에 명기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 장관을 비상임위원으로 임명해 의제를 다룰 때부터 참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교육부와 별도의 합의제 행정기관을 설치한다면 위원의 임기는 대통령의 임기보다 긴 6~7년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위원회는 장기적 안목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중장기 교육계획, 교육과정, 무상교육정책 등 특별 사무에 대해 의결하도록 하고 행정부가 집행한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충남 서산 서령고(교장 한승택)는 3월 30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통해 서산시청 자원순환과 김혜화, 양준호 씨를 초청, 두 시간 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자원순환학교 환경교육을 실시했다. 강사는 ‘분리수거의 소중함’이란 주제를 통해 사람들의 잘못된 쓰레기 처리 방식과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가 지구온난화를 발생시키거나 바다에 쓰레기섬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연의 순환 특강에서 음료수 캔 하나만 재활용해도 형광등 하나를 28시간 동안 킬 수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번 강의를 통해 잘못된 분리수거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으며 버려도 되는 것과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분리수거만 잘 하더라도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느낄 수 있는 환경문제의 부담감을 많이 떨칠 수 있을 것이다.
경력 5년차가 되던 해에 근무했던 학교 교장선생님은 전문직 출신의 스마트한 분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공문서 내용도 중요시 했지만 형식도 깐깐히 따지는 분으로 칸 하나 띄우는 문제, 글자 한 자도 지적하는 분이었습니다. ‘그까짓 글자 한 자 틀린 게 뭐 중요하다고…. 내용이 중요하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경력이 짧아 공문 쓸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르쳐 주면 그 때만 알고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리고…. 그러다보니 공문 쓸 때마다 교장선생님께 불려가는 일이 되풀이됐고 투덜거렸던 기억이 납니다.공문서는 학교 업무 처리를 위해 대내외적으로 발송‧수신하는 공식적인 문서기 때문에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새내기 선생님, 공문서 조금만 알면 신뢰받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답니다.행정업무운영 편람(행정자치부, 2016)을 참고해 제시합니다. 좋은 공문서란 무엇보다 정확, 간결, 명료하며 알기 쉽게 표현돼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6하 원칙(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을 염두에 두고 작성합니다. 또한 어문 규범을 준수해 한글로 작성하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써야 합니다. 숫자, 날짜, 시간, 금액 표시는 표1을 참고해주세요. 문서의 내용이 하나의 항목만 있는 경우에는 항목기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둘 이상의 항목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땐 다음의 순서로 합니다.(표2) 항목번호는 필요에 따라 하위항목에서 특수기호(□, ○, -, ◦, ․)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목(규칙 제4조제3항)은 그 문서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간단하고 명확하게 기재해야합니다. 또 관련 근거, 공문서 대호 연월일을 명확하게 표기해야 합니다. 예시 1. 관련 : 00교육지원청 경영지원과-3678(2016.03.21.)호 (×) 1. 관련 : 00교육지원청 경영지원과-3678(2016. 3. 21.)호 (○)문서에 서식·유가증권·참고서류, 그 밖의 문서나 물품이 첨부되는 때(규칙 제4조제4항)에는 본문이 끝난 줄 다음에 ‘붙임’의 표시를 하고 첨부물의 명칭과 수량을 쓰되, 첨부물이 두 가지 이상인 때에는 항목을 구분해 표시합니다. 예시 붙임 1. 서식승인 목록 1부. 2. 승인서식 2부.∨∨끝.(본문)………………………………… 주시기 바랍니다. 붙임∨∨1.∨○○○계획서 1부. 2.∨○○○서류 1부.∨∨끝. ☞ 기안문에 첨부되는 계산서·통계표·도표 등 작성 상의 책임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첨부물에는 그 여백에 작성자를 표시해야 함(규칙 제6조제2항) 표지공문 마지막에는 더 이상의 내용 없음의 ‘끝.’을 반드시 표기하며 문서의 ‘끝’ 표시(규칙 제4조제3항)는 본문 내용의 마지막 글자에서 한 글자(2타) 띄우고 ‘끝’ 표시를 합니다. 예시 …… 주시기 바랍니다.∨∨끝. 본문 또는 붙임 표시문이 오른쪽 한계선에서 끝났을 경우에는 그 다음 줄의 왼쪽 한계선에서 한 글자(2타) 띄우고 ‘끝’ 표시를 합니다. 예시 (본문 내용) ………………………………… 주시기 바랍니다. ∨∨끝. 본문이 표로 끝나는데표의 마지막 칸까지 작성되는 경우 표 아래 왼쪽 한계선에서 한 글자 띄우고 ‘끝’ 표시를 합니다. 응시번호 성 명 생년월일 주 소 10 김○○ 1980. 3. 8. 서울시 종로구 ○○로 12 21 박○○ 1982. 5. 1. 부산시 서구 ○○로 5 ∨∨끝. 표의 중간에서 기재사항이 끝나는 경우는 ‘끝’ 표시를 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작성된 칸의 다음 칸에 ‘이하 빈칸’ 표시를 하면 됩니다. 응시번호 성 명 생년월일 주 소 10 김○○ 1980. 3. 8. 서울시 종로구 ○○로 12 이하 빈칸 새내기 선생님, 절차와 형식이 준수된 문서는 학교의 대외적 신뢰와 품위를 높인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공문서 작성과 관련된 자료를 더 알고 싶으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자료찾기-기타자료-‘한눈에 알아보는 공문서 바로 쓰기’ 검색)와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정책자료-간행물-‘2016 행정업무운영 편람’ 검색)를 참고하세요. 공동기획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다. 이 속담을 책에 적용해본다면 아마 그 몸에 좋다는 약은 ‘고전(古典)’이 아닐까. 작가 마크 트웨인이 이런 변명을 남긴 것처럼 말이다. ‘고전은 모든 사람들이 찬양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아무튼 두꺼워서, 지루해서, 이름이 어려워서… 이런 저런 이유로 고전(古典) 앞에서 고전(苦戰)해왔던 것은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그러나 쓴 가루약 대신 알약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이럴 때 기대 볼 수 있는 것이 무대예술이다. 고전의 탄탄한 이야기에 음악의 힘과 상상력을 불어넣어줄 조명과 세트,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더하고 이런 빛나는 구슬들을 솜씨 좋게 꿰어내는 연출가까지 있다면, 고전의 빛바랜 낡은 페이지는 어느새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새 책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대라는 공간이 부리는 마법이다. 그리고 이번 4월에는 이 마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이 유난히 많다.창작뮤지컬 밑바닥에서는 러시아의 대문호 막심 고리키의 희곡 밤 주막을 각색한 작품이다. 이 허름한 주막에는 알코올 중독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배우, 중병을 앓고 있는 어린 아이, 돈을 좇아 사랑 없는 결혼을 한 여자, 매춘부, 사기꾼이 모여든다. 주인공인 페페르는 돈 많은 백작 대신 누명을 쓰고 감옥에 다녀온 뒤 새로운 삶을 꿈꾸는 청년으로, 종업원으로 일하는 순수한 소녀와 마음을 주고받기 시작한 참이다.이들은 모두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하루를 버텨내지만, 삶은 마음처럼 흘러가주지 않는다. 연출을 맡은 왕용범은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을 줄 아는 ‘백선생’ 같은 연출가다. 삼총사 프랑켄슈타인 등 잘 알려진 이야기도 그의 손을 거치면 속도감과 흡입력이 뛰어난 블록버스터가 되기도 한다. 이번 작품 역시 선술집에 모여드는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를 세련되게 엮어냈다. 무대와 바로 맞닿아 있는 객석, 그리고 러시아 선술집의 분위기를 세심하게 구현한 세트 덕분에 관객들은 마치 술집에 앉아 옆 자리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보고 나온 관객이라면, 이 작품이 1949년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것이다. 70년 전에 쓰인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2017년의 우리의 모습과 겹쳐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30년을 일한 회사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 ‘윌리 로먼’, 그리고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기 어려워 괴로워하는 그의 아들은 극심한 경제난과 취업난 속의 한국사회 가족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듯 보인다.연출가 한태숙이 이번 공연에서 청춘의 고통을 조명하는데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실적인 묘사가 안겨주는 잔인함은 더욱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작품은 더불어 서로를 불쌍히 여기면서도 화를 내고야 마는, 진절머리 나도록 애증을 주고받는 가족 본연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가족과 함께 관람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가족에게만큼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의 민낯이 무대 위에서 벗겨지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우리의 구수한 옛이야기 흥부전도 새롭게 태어난다. 판소리 흥부가를 창극으로 각색한 흥보씨가 주인공. 이 작품의 연출은 어떤 작품이라도 자신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비틀고 신선하게 재탄생시키는 ‘각색의 귀재’ 고선웅 연출가가 맡았다. 그는 ‘너무 착해서 바보 같다’고 불리는 인물의 대표주자격인 ‘흥보’를 통해 ‘착하게 산다는 것이 정말 손해를 보는 일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흥보․놀보 형제 출생의 비밀, 다른 별에서 온 스님, 말하는 호랑이, 강남 제비 등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를 추가하고 새로운 해석을 덧붙여 극적인 재미를 높이면서도, 선(善)은 그 자체로 스스로를 이롭게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앞서 고선웅과 국립창극단은 판소리 변강쇠전을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로 재탄생시켜 국내 전회 공연 매진, 프랑스 파리 초청이라는 ‘대박’을 터뜨린 만큼, 흥보씨에서도 찰떡 호흡을 보일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흥미롭긴 하지만 판소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여진다거나, 부모님을 위한 ‘효도용 공연’으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면 그 편견은 잠시 접어두시길. 창극의 쫄깃쫄깃한 우리말의 묘미와 재치 있는 풍자는 어느 예능보다도 큰 웃음을 선사하고, 소리꾼과 객석이 주고받는 소리는 웬만한 뮤지컬보다 빠른 호흡과 흥겨움을 자랑한다. 이번에야말로 창극의 매력을 맛볼 기회일지 모른다.쓰다 보니, 갑자기 궁금해진다. 정말로, 착하게만 살면 손해를 볼까? 어느새 ‘착하면 바보 된다’는 말은 우리 사회의 상식처럼 여겨지지 않았던가. 이렇듯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사실에 대해 새삼스레 반문을 제기하게 되는 것, 하루하루 일상에 지쳐 ‘먹고사니즘’ 외에는 고민할 여유가 없었던 이들에게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 그럼으로써 우리를 오롯이 골똘한 철학의 공간으로 데려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고전이 가지고 있는 힘 아닐까. △공연정보▲뮤지컬 밑바닥에서 3.9-5.21, 학전 블루▲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4.12-4.30,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창극 흥보씨 4.5-4.16, 국립극장 달오름
법외노조인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전임근무를 위해 무단결근하고 있지만 교육청들이 징계는커녕 감싸는 모습을 보여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전교조는 법적으로 노조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에 노조 전임자를 둘 수 없다.29일 현재 10개 시도에서 전임을 신청한 16명 중 7명은 무단결근, 2명은 연가, 3명은 교육감 승인 휴직, 4명은 직위해제 상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대부분의 교육청은 별다른 조치 없이 방관하거나 되레 감싸고 있어 현장의 비난을 사고 있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6일 전임자 2명의 휴직을 허가하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전향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해 초법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얻고 있다. 20일 이상 무단결근한 부분에 대한 징계 의지는 없었다. 앞서 강원교육청은 전임자 1명의 휴직을 승인했으며 전남교육청은 휴직을 허용했다가 교육부 취소명령에 따라 철회한 바 있다. 이밖에 무단결근 전임자가 있는 인천, 전남, 경남 등 교육청 대부분도 이들에 대한 징계에 대해 검토한 바가 없거나 논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직위해제를 통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등 학생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빠른 해결을 위해 타 시도와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도 “무단결근 중인 교사들을 14일 직위해제했지만 그에 따른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직위해제는 단순히 직무에서 배제하는 임시조치로 징계가 아니다. 직위해제 중에도 봉급의 40~80%를 받는다.연가를 사용 중인 대전의 경우 해당학교가 사립인 까닭에 더욱 골머리다. 교육청 관계자는 “재단 임명권자가 정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허용한 것인데, 복무 파악은 하고 있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임 활동은 연가 사유가 안 된다는 교육청 입장이 분명한 만큼 향후 징계절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대부분의 학교는 시간강사를 채용해 수업결손을 막고 있지만 그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교육부는 강원과 서울에 즉각 취소요구를 했고 받아들이지 않을 시 교육부장관 권한으로 직권취소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장관이 교육감에게 권한을 위임한 사무이기 때문에 처리가 위법하거나 부당할 경우 취소하거나 정정할 수 있다”며 “무단결근 교사 등에 대한 복무의무 실태조사를 통해 해임, 파면 등의 중징계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가 사용에 있어서도 노조 전임 활동은 허용 사유가 안 된다”며 “부당성이 밝혀지면 징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자치 측면에서 휴직 승인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며 “이 문제가 위임사무인지 자치사무인지 시각에 따라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강변했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가 법외노조인 점과 상관없이 교육감 판단으로 휴직 허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교육부 또한 휴직 취소를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면서 “직권취소를 한다면 해당 교사는 복직 신청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징계위에 회부하는 등 주어진 절차대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A초는 지난해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결정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의 계속된 민원에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자신의 자녀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학무모의 주장에 따라 학폭위를 열었지만, 무혐의 결론이 나자 해당 학부모가 하루 십 수 차례 전화를 거는 등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학부모는 심지어 학교로 찾아와 담임교사뿐 아니라 다른 교직원들에게도 욕설과 성희롱 발언을 하는 등 도 넘은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 학부모는 교육지원청에 재조사도 요구했다. 그 결과 학폭위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지만, 이후에도 학교의 처리 과정을 시간대별로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민원을 계속 제기해 학교는 물론 교육지원청 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일선 학교들이 부당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일부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규에 의거해 합당한 답변을 내놓아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상급기관과 지역 정치인 등을 통해 비방성 민원을 계속 넣고 소송까지 불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학교 교육활동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 구성원들이 입는 정신적·육체적 상처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문제가 되는 민원 중에는 학교폭력이나 학운위 운영 등과 관련된 사안이 많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와 교원의 권한을 존중하지 않는 풍토와 법적 제재 수단 미비에 있다는 게 일선 교원들의 분석이다. 경기 B초 교장은 "악성 민원을 넣는 사람을 보면 이미 지역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경우가 많다"며 "문제 행동을 해도 제재를 받지 않으니 학교를 우습게보고 함부로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이미 학부모 등의 반복적인 악성 민원은 교원들에게 최고의 교권침해로 꼽힌다. 한 도지역의 C학교는 한 지역주민이 최근 몇 년 간 학교를 상대로 수십 건의 민원을 제기해 악명이 높다. 학교의 응대 방식은 물론 시설 운영, 인사 등 학교 전반에 대해 문제 삼으며 수차례 감사를 청구하고, 정보공개를 요구해 해당 학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부산 D초에서는 한 담임교사가 잦은 무단결석 문제로 학부모에게 전화를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해당 학부모는 통화 내내 일방적인 자기주장만 하다가 담임이 자기 자녀를 괴롭혀 학교에 보낼 수 없다는 민원까지 제기했다. D초 관계자는 "이 학부모가 이전에도 학교에 허위로 학폭 신고를 하고 계속 전화를 걸어 업무를 방해한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현행법상 이런 행위가 교권침해인지조차도 명확치 않다. 현행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보호를 위한 특별법’에는 형법에 해당하는 범죄나 성폭력범죄 정도만 규정돼 있다. 그러다보니 학부모 등이 교권침해 인식을 갖지 못하고, 학교나 교육당국도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이에 교총 등 교육계는 올 2월부터 반복적이고 부당한 민원, 간섭행위 추가를 강력히 촉구해왔다. 그 결과 교육부는 지난 15일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를 교권침해 행위로 명시한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현장 교원들은 교권침해 명확화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국회 계류 중인 교원지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이 법안의 골자는 △교육활동 분쟁 조정 및 피해교원 지원을 위한 법률지원단 구성·운영 의무화 △교육활동 침해가 위법하다고 판단되거나 피해교원이 요청할 경우 교육청의 고발조치 의무화 등이다.대전 E고 교사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학교에 습관적으로 시비를 걸면 교원들만 힘들고 마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정말 크다"며 "반복적인 악성 민원에 대한 법적 제재 수단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은 학습 시간은 물론 학생들의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는 부정적인 매체로 인식된다.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적지 않았지만 일반화할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세계적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교육용으로 변형한 '에듀케이션 에디션'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높은 대중적 인기를 통해 그동안 교육용 게임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오락성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국내에도 마인크래프트를 수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원대 08학번 출신 초등교사 6명 (박경서 경기 영북초, 박정관 경기 현화초, 신윤철 경기 걸포초, 이상민 충북 비상초, 최장원 경기 현일초, 최성권 충북 증안초)으로 구성된 게임 활용 교육 연구 소모임 '스티브코딩'이 그 주인공이다.이들은 지난해 6월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에디션이 공개된 직후부터 수업안을 개발해 실제 수업에 활용했다. 가장 먼저 적용한 과목은 미술이다. 게임 맵이 격자로 칸칸이 나뉜 3차원 공간이라는 점에 착안에 픽셀아트를 제작하고, 다양한 블록을 활용해 마을·학교만들기 등 공작활동에 활용했다. 학생들이 같은 게임 맵 안에서 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나가며 협동심을 기르고,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수학 과목에서는 수개념 증진에 효과가 큰 퀴즈네르 숫자막대기를 대신해 여러 색깔의 블록을 교육자료로 활용했다. 기하 단원에서는 공식을 외워 적용하는 기존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가상의 입체도형을 직접 만들어 부피, 면적을 구하는 체험형 수업을 한다. 사회 시간에는 경제수업을 위한 맵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맵을 A, B, C 3개 구역으로 나눠 A구역에는 자원을 가공할 수 있는 용광로 아이템을 제공하는 대신 자원을 적게 배치하고, B구역에는 풍부한 광물 아이템을, C구역에는 기술도 광물도적은 대신 많은 인원을 배정했다. 기술이 앞선 나라, 지하자원이 풍요로운 나라, 인적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있는 가상 세계를 구현한 것이다. 학생들은 A, B, C 세구역 중 한 곳에 소속돼 다른 구역과 필요한 자원을 교환하며 새로운 아이템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 원리를 터득하게 된다.실과 시간에는 기존 회로 수업과 2019년 도입 예정인 SW코딩을 결합한 피지컬 컴퓨팅 수업을 한다. 게임 내에서 각각 발전기와 전선 역할을 하는 레드스톤과 레드스톤 가루 등으로 회로를 구성해 게임 내의 다양한 아이템과 결합하면, 실제 원리와 비슷한 구조의 자동문, 자동전등, 태양광발전기, 엘리베이터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스티브코딩 교사들은 이밖에도 국어과목의 연극, 음악과목의 작곡, 과학과의 암석·생태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실제 교실에서는 엄두 내기 어려운 다양한 체험을 가상공간에서 제약 없이 해볼 수 있다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또 실제로 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들기나 역할놀이 등을 짧은 시간 내에 저비용으로 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신윤철 걸포초 교사(한국교원대 파견)는 "아이들이 조작에 익숙한 게임이라 블록수업 두 시간 동안 한 모둠 4~6명이 내부 시설까지 완벽한 학교 건물을 뚝딱 만들어낸다"며 "교사가 사용법을 잘 익히고, 수업목표와 규칙을 명확히 정해 지도하면 상상 이상의 좋은 수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게임이나 컴퓨터 활용에 익숙지 않은 교사에게는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게 단점이다. 경기도 내 교원은 도교육청 상용클라우드서비스 사이트(cloud.goe.go.kr)를 통해 계정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지만, 타 시·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Office 365 education 사이트(https://goo.gl/lIj0UR)에서 직접 계정을 생성해야 한다.또 국내에는 에듀케이션 에디션이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아 사용 횟수가 25회로 제한된 무료 버전(다운로드 주소 : https://goo.gl/klWLok)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여름 전후로 출시될 예정이어서 이 문제는 곧 해결될 전망이다.스티브코딩은 마인크래프트 수업을 해보려는 동료 교원들을 위한 연수·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교총 종합연수원 동계 연수로 '마인크래프트로 수업하는 게이미피케이션 교실'을 개설한 데 이어, 올 여름방학에도 이 같은 내용의 연수를 개설할 계획이다.8일부터는 유튜브를 통해 수업 동영상을 공유하고, 수업지도안과 게임맵을 제공하는 등 자료 공유도 본격화한다.이상민 충북 비상초 교사는 "교실수업 방법뿐 아니라 학생 혼자서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공부할 수 있는 방법과 자료를 공유할 것"이라며 "시작 단계라 유튜브에 별도 채널을 만들진 못했지만, '스티브코딩'을 검색하면 접속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3월 21일부터 4월 29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매년 실시하는 실태조사이지만 설문지의 내용들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항목이 많다. 초등학교의 경우 가장 큰 어려움은 어린이들이 설문의 내용을 자세히 이해하지 못할 뿐 더러 학교폭력에 때한 구체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폭력이란 개념이 불명확해 친구 간 조그마한 말다툼도 폭력으로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학교들이 통계결과가 실제 상황과 달라 매우 당황스럽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일부학교는 설문 문항 하나하나를 교사가 컴퓨터실에서 읽어주면서 체크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어린이 스스로 설문하는 학교가 있다. 그런 경우 후자의 학교폭력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설문 통계결과를 가지고 학교폭력을 정확히 진단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 다음으로 문제는 설문에 대한 참여율이다. 학생 설문 참여율을 높이라는 상부기관의 강요도 있겠지만, 어린이들의 가정환경에 따라 컴퓨터 사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번에 교육부가 '실태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문화상품권까지 내건 것은 어린이들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자발적 참여라는 본래 취지를 왜곡시킬 염려도 없지 않다. 급기야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 "우리부에서는 학생 간 자발적인 실태조사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태조사 참여홍보를 위해 학생 대상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시·도교육청에서는 단위학교에 안내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올해 1차 학교폭력실태조사가 끝나면, 그 통계결과를 바탕으로 단위학교에 배정된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들이 학년 초 학생들의 생활지도 및 학교폭력을 예방을 위한 교육 지원 활동이 이뤄지므로 이번 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더 걱정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John Peter Berger, John Berger는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서 널리 알려져있다. 영국 출신 작가 중 가장 깊고 넓은 자기 세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또 가장 광범한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처음 미술평론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점차 관심과 활동 영역을 확장하여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관점을 제시해 온 그는, 중년 시절 영국을 떠나 프랑스 동부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시골 농촌 마을로 들어가 살았다. 노동과 글쓰기, 농부와 작가, 은둔과 참여를 아우르는 그의 삶은 어떤 대안적 푯대로 드러나기도 하는 것이어서, 그보다 앞서 살다간 미국의 스콧 니어링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 2008년 수상 후보작(longlist)에 오른 작품으로, 출간 직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소설은 편지와 인용, 메모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두에서 존 버거 자신이 직접 등장해 이 편지와 메모들을 어느 폐쇄된 교도소에서 발견했음을 밝히고 있어, 기존에 나온 그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시작한다. 편지 형식으로 써진 소설의 주인공인 사비에르와 아이다, 두 사람은 각자가 처한 폭압적 현실에 맞서 자신들의 일상에 대한 저항과 사유의 발견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이다는 약제사로서 사람들의 상처를 보고 듣고 어루만지면서, 사비에르는 감옥 안에서 듣는 바깥의 소식을 통해 또는 기억을 통해 이 세계의 불평등과 세계화, 자본주의, 제국주의가 지닌 폭력성에 대해 잊지 않고 되새기기 위해 메모를 한다. 그에게 부과된 이중종신형이란,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살았던 나이만큼 그 시신을 감금해 놓는다는 가혹한 형벌이다. 그런 데다 두 사람은 결혼한 사이가 아니므로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아이다는 자신의 일상에서 그날그날 있었던 일들과 위협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주변사람들의 소식을 따스한 어조로 편지를 써 보낸다. 사회 고발소설이 분명하다. 유럽의 한 쪽 어느 교도소에서 주고받은 이 편지의 내용이 시대가 흐른 지금 읽어도 아프게 다가서는 대목에 이르면, 이 세상에는 얼마나 암흑세계인지 가슴이 서늘해졌다. 나와 함께 숨쉬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피멍든 가슴으로 울부짖는 같은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사실 앞에 죄스러움까지 얹어주는 책이다. 읽어내는 동안 불편함과 미안함과 빚진 마음으로 한숨을 쉬게 한 책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글들은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을 메모해 둔 것이다. 우주는 기계가 아니라 뇌와 비슷하다. 삶은 지금 말해지고 있는 하나의 이야기다. 최초의 현실은 이야기다. 이것이 내가 기술자로 지내며 알게 된 것이다. 16쪽 십억 명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식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일 리터의 물이 브라질의 어떤 지역에서는 일 리터의 우유보다 더 비싸고, 베네수엘라에서는 일 리터의 휘발유보다 더 비싸다. 같은 시각, '보티아 앤드 엔스'사(社)사가 소유하고 있는 두 개의 펄프 제지공장에서는 우루과이 강에서 하루 팔천육백만 리터의 물을 끌어와 쓸 예정이다. 19쪽 "아니,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잡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밤이나 낮이나, 동료 인간들과 함께, 모든 인간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 행렬이 앞뒤로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뒤에 선 사람들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더 이상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드물게 만나고, 점점 더 드물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위의 구절을 외웠던 기억이 난다. 두리토에게 누구의 말이냐고 물었더니, 아마 파농(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및 작가)인 것 같다고 했다. 32쪽 가난한 자들의 전체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측정 불가능하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디에나 있고,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고 해도 그들과 관련이 있다. 그 결과 부자들이 하는 일은 담을 쌓는 일이다. 콘크리트 벽, 전자 감시, 미사일 폭격, 지뢰밭, 무장 대치, 미디어의 잘못된 정보 등이 만들어내는 벽,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융 투기와 생산 사이를 가르는 돈의 벽. 금융 투기 및 거래의 단 삼 퍼센트만이 생산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171쪽 위에 소개한 몇 문장만 보아도소설 속 배경이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닮아 있음에 놀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대의 아픔과 상처까지 일반화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섬뜩해진다. 어느 나라를 들여다보건 산재한 문제들이 정상분포 곡선을 그리고 있으니. 현대의 공교육은 저자가 세상에 던진 돌직구를 받아낼 수 있는 최상의 대안으로 생각되어서 이 책을 소개해 올린다. 원초적인 삶의 기반마저 흔들린 채 오늘 하루를 눈물과 한숨으로 지새우는 셀 수 없이 많은 그 사람들의 눈물을 대신하여 쓴 이 책을 덮으며 며칠 전에 종영된 '피고인'이 오버랩 되어 다가왔다. 우리 모두는 A이면서 X라는 사실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보통사람이다. 지구별에서 기적처럼 살고 있는 특별한 보통사람들이다. 위대한 존재이면서도 아주 미약한 존재로 지구라는 행성에서 같은 공기를 나누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지금은 저 세상 사람이지만. 세상의 문이 얼마나 많은지 한 번 만나보시길!
법외노조인 전교조가 다시 일부 교육감의 힘을 빌려 제도권 안으로 발을 들어 놓으려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가 현직교원이 아닌 일부 해직교원을 회원으로 구성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노조법 위반으로 판시해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했음에도 일부 시·도 교육감들이 이를 무시하고 전교조 전임 휴직을 받아들이는 것은 법치주의를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육의 최고 수장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을 교육자로서 옳지 못한 행동이며 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대법원의 판결이 자신의 생각과 다를 수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국민과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당연한 의무다. 국가의 제도나 규율은오직 법의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그 판결을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의 질서와 안녕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교육을 하는 교육자는 비록 악법이더라도 무엇보다 먼저 국가의 지시나 명령을따르고 수행해야 한다. 이것이 교육공무원의 기본 자세와 태도다. 학생들은 교육자의 태도와 자세를 그대로 배운다. 가르치는 교육내용에 못지 않게 교사의 행동 하나하나를 그대로 닮아간다. 이를 우리는비공식 교육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교육자는 항상 몸가짐은 물론 말씨 하나까지 학생들 앞에선 조심하고 가려서 써야 하는 것이다. 국가가 조금 어수선하다고 법과 원칙을 무시하려는 전교조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요구에 편승하려는 교육수장들의 무분별한 태도는 더 문제다. 교육자는 바른 행동과 태도를 지녀야 제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 학생은 내일의 주인공이다. 이들을 교육하는 교육자는 누구보다도 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어야 우리의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오늘은 교육청에서 장학사 선생님이 오셔서 여러분이 공부하는 것을 직접 보시기 위해서 우리 교실에 들어와 보기로 한 날입니다. 여러분은 장학사 선생님이 보시는데 말을 잘 듣고 재미나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담임선생님께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어린이들에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장학사가 어느 학급에 직접 들어가서 수업을 구경하겠다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담임선생님으로서는 어린이들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첫째시간이 되어서 학급에 들어오신 선생님이 이렇게 당부를 하고 교실을 깨끗이 치우고, 잘 정리를 하여 놓고“둘째시간에 국어시간인데 준비를 잘하고 있어야 해요. 특히 지명을 받으면 대답을 하고 일어서서 바른 자세로 발표를 하고, 책을 읽어야 해요”하고 다시 다짐을 하시고서 교실을 나가시면서 잠깐 쉬는 동안 준비를 잘 하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은 물론 모두 걱정이 되고 가슴이 콩당콩당 뛰기까지 하였습니다. 드디어 둘째시간이 되어서 머리가 약간 벗겨지신 점잖은 모습의 장학사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습니다. 장학사 선생님은“선생님이 오늘 지명을 하실 때에 아아 오늘이 23일이니까 끝번호가 3번인 사람을 차례로 좀 시켜 주세요. 아이들의 상태를 통계를 내어 보기 위한 것이니 걱정은 하지 마시고 말이죠”하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하고 대답을 한 선생님은 아무래도 걱정이었습니다.‘왜 하필이면… 3번이라면. 제일 책을 잘 못 읽는 동걸이가 있는데 걱정이잖아.’이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책을 펴서 우선 읽어 보고 그 줄거리를 잡는 이 시간의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글이 긴 이번 단원을 모두 읽어야 한다는 것이 몹시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13번인 동걸이를 피하는 방법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 책을 폈지요. 이번 시간에 공부할 문제가 무엇이지요?”“네, 글을 읽고 글의 줄거리를 잡는 것입니다.”“네, 좋아요. 그럼 우선 책을 읽어 보도록 하지요. 43번 읽어 보세요.” 선생님은 한사코 동걸이가 책을 읽지 않도록 해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맨 꽁무니의 43번부터 읽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33, 23번을 지나서 13번의 차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책은 두 쪽이 더 남아 있으니 안 읽게 하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13번 동걸이 읽어 볼까 ?” “예”하고 일어서는 동걸이의 모습은 전혀 자신이 없습니다. 아직 책을 제대로 읽을 줄도 모르는데, 더구나 장학사선생님이 계시는 앞에서 읽는다는 것이 여간 겁이 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저주저하면서 일어선 동걸이가 책을 펴들자 옆에 앉은 성진이가 작은 소리로 책을 읽어가기 시작 하였습니다. 동걸이는 이 소리를 들으면서 책을 읽는 것입니다. 성진 “나는 마주 보고 있는 ”동걸 “나는 마주 보고 있는” 성진 “창이 모두 열려 있는”동걸 “창이 모두 열려 있는” 성진 “벌통을 갖다 놓았다.”동걸 “벌통을 갖다 놓았다.” 겨우 여섯 줄을 이렇게 읽었습니다. 이제 책을 넘겨서 읽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성진 “열린 창문으로 들어 왔다.”동걸 “열린 창문으로 들어 왔다.” 성진 “냉개 냉개”동걸 “냉개 냉개” 성진 “냉개 냉개, 냉개야.”동걸 “냉개 냉개, 냉개야.” 교실 안은 갑자기 웃음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와, 하하하하.” 동걸이는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펄썩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어요. '냉개'란 말은 넘겨 를 말하는 그 고장의 사투리이었습니다. 그러니 성진이는“냉개 냉개, 냉개야”하고, 책을 빨리 넘기라고 독촉을 하였던 것인데 그만 동걸이는 이걸 책을 읽는 것인 줄 알고 따라 읽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성진이는 ‘냉개냉개 냉개야(넘겨넘겨 얼른 넘겨란 말이야)’하고 애타게 독촉을 하는데 동걸이는 그런 줄도 모르고 책을 넘길 생각은 않은 채 자기도 따라서 ‘냉개냉개 냉개야’라고 했으니, 옆에서 읽어준 성진이는 얼마나 당황하고 애가 탔겠어요 ? 오늘도 아이들은 동걸이를 보고서“냉개 냉개 냉개야”하고 놀립니다. 물론 동걸에게 등짝을 한 대 얻어 맞아가면서도 우스갯소리로 놀리는 것은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온 국민의 슬품과 눈물 속에 수장되었던 세월호가 3년 만에 뭍으로 모습을 들어냈다. 한순간에 수많은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대 참사라서 아직도 바닷물 속으로 가라않던 안타까운 모습이 생생하다.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기에 그간 안전에 대한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시간에 갈수록 우리들의 기억 속에 점점 뭍혀 버린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안전 불감증인 것이다. 이에 최근 교육부는 앞으로 학생과 교직원은 해마다 2회 이상 재난 대비 훈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행정예고를 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 핵심은 각종 재난 위협으로부터 학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내용이 담긴 '학교 안전교육 실시 기준 등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이다. 안전교육의 필요성은 단지 세월호 참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태풍 차바 등 자연 재난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학생과 교직원의 재난 대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3년 전 경기도의 학교소방훈련 미 이행한 학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안전교육은 예고 없는 재난이나 재해에 대해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예방책이다. 갑자기 닥쳐온 재해에 대해 매뉴얼도 없이 우왕좌왕하다 피해가 늘어나기 일쑤다. 그 대표적인 참사가 바로 세월호다. 학교의 안전사고 예고가 없다. 학생과 교직원이 재난 대비 교육을 충실히 이수하는 것이 안전의 예방책이다. 또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깨달아 경계하고 조심하는 마음을 갖게해 고귀한 생명을 지켜야 한다.
한국교총이 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 교육대통령의 길을 제시했다. 교총은 23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대선 교육공약 요구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을 비전으로 한 18개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정책과제에는 능력중심 사회로의 전환과 공교육 강화, 사교육해소를 위한 다양한 교육공약이 포함됐다. 하윤수 교총회장은 회견문을 통해 “청년실업률 증가와 최저수준의 출생률에 따른 인구절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늘어가는 교권침해와 학력저하 등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하는 막중한 시기임에도 대선 후보들은 교육 현장과 거리가 먼 공약으로 불안과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 회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총은 학교급별‧직급별‧전공별 단체 및 전문가로 대선공약개발위원회를 구성해 공약과제를 엄선했다”며 “‘미래형 인재 육성 교육’을 교육비전으로 세우고 이에 대한 추진방향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혁신, 모두를 위한 교육실현, 교단안정화를 위한 교육거버넌스 확립, 공교육 강화를 위한 교단활성화로 정했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는 고교과정을 진학과정과 취업계열의 복선형 체제로 개편하고 중학교 때부터 소질과 진로를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를 활성화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현행 6-3-3학제 개편에 대한 장기적 연구를 병행하는 한편 임금차별금지법 제정과 가칭 사교육경감민간위원회를 만들어 학벌중심 사회를 개선하고 사교육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 관계자는 “현재도 고교 과정에서 진학과 취업을 구분하고 있지만 일반고 학생이 취업하거나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 노력을 기울이는 등 경계가 명확치 않다”며 “진학과 취업의 투트랙을 분명히 구분함으로써 진학을 하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취업을 원하는 학생은 전문기술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과 연계한 다양한 지원을 한다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교총은 또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이 공교육활성화라는 당초 목적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하 회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이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성평가라는 특성과 비교과 확대 등으로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내신을 강화하고 수능은 절대평가 형식의 자격기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대선 후보 진영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한 요구도 내놨다. 교총은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범정부적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설치할 것을 강조했다. 다만 교육부 폐지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국가단위의 정책실행기구로서 교육부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2007년 도입된 교육감직선제의 경우 지난 10년간 코드인사, 뇌물수수, 불법선거자금 등 부작용이 노출된 만큼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하 회장은 “교육감직선제 폐지와 관련해 각 정당이 입장에 따라 대립하고 있지만 교총은 제도 폐지가 확실한 목표”라며 “폐지이후의 대안에 대해 다양한 방식을 통한 여론수렴과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이밖에 교원정년 65세 연장, 차등 성과급 폐지, 행정업무경감법 제정, 교원 증원 등의 교원정책 공약과제도 요구했다.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하 회장은 “교육대통령 선출을 위해 제시한 교육비전과 과제를 반드시 대선 공약에 반영하고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총은 이번 교육공약 요구를 각 정당과 후보자캠프에 전달하고 각 정당에서 후보자가 선출되는 대로 정책토론회나 대담 등을 개최해 교총 요구 교육공약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정보 홍수시대이다. 난무하는 정보의 바다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진짜를 알고 따라가야 하는데 분별이 어려운 때이다. 날이 갈수록 고도의 기술이 융합되고 복잡도 수준이 높아져서 혼자 잘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때문에 다양한 능력과 지식과 정보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모여 팀워크로 일을 해야만 하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할 때이다. 요즘 시대를 두고 "윈-윈"시대라고도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너 죽고 나 살자"로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너도 살고 나도 함께 더불어 살자"로 바꿔야 할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팀워크를 하기 위해서는 나도 같이 일하는 동료를 알아야 하지만 남도 나를 알아야 한다. 함께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조직의 일원으로써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내가 뛰어난 전문성과 창의성이 있다 해도 내가 기업에 고용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세상이다. 나의 지식과 다른 사람을 연결해 주는 실력이 바로 인성이다. 내가 아무리 좋은 지적인 기술과 능력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팀원이 나와 함께 일하기를 꺼린다면 나의 지식도 물 건너 가는 세상이다. 스트레스 받고 회사도 떠나야 한다. 우리나라 최고 이공계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최근 ‘거꾸로 교실’로 강의 방식을 바꿔봤다고 한다. 필요한 강의는 동영상으로 집에서 보게 하고 수업시간에는 조별 과제를 해결하게 했다. 그 결과, 소위 ‘엘리트 학생’들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거나 협력할 줄 모르고, 그저 자신의 능력과 지식만 믿는 것이다. 그 교수는 이런 학생이 협업의 시대에 일을 잘 해 나갈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인성이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우리 문화에서는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가 바르고, 베풀 줄 알고, 자신의 행동을 자제할 줄 아는 등 덕목 리스트가 나열될 수 있다. 이러한 훌륭한 덕목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왜 이러한 인성을 지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함께 발전해야 한다. 어른들 시대의 인성은 농경시대와 대가족 제도에 입각한 인성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사는 핵가족 글로벌 시대에는 인성이 새롭게 해석되고 조명돼야 설득력이 있다. 학생들은 서비스산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서비스산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산업화시대에서는 사람이 기계와 일을 했다. 서비스산업이란 인간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성이란 일을 하기 위해서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남을 배려하는 습관은 인성교육인 동시에 서비스산업의필수적인직업교육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역량은 인간의 감정을 인지하는 업무라고 한 맥킨지의 말을 귀담아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인성이란 머릿속으로 안다고 이행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학습을 거쳐 몸에 배어야 표출이 된다. 일반적으로 ‘오랜 학습의 결과’를 두고 실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성도 중요한 실력이다. 학생들의 수학 실력, 영어실력, 논술 실력을 갖추어주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듯이 인성이란 실력을 갖추어주기 위해서 똑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대전시의회가 1월 임시회에서 심의 보류됐던 학생인권조례를 두 달 만에 다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자 교육·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전교총·삼락회 등 지역 교육계를 비롯해 학부모, 시민들이 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키려는 시의회를 향해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전교총 등 40개 단체가 연합한 ‘건강한 대전을 사랑하는 범시민연대(건대연)’는 23일 오전 대전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례안 폐기를 촉구했다.이들은 “공청회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조례를 즉각 중단하라”며 “인성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그릇된 권리를 주장하게 해 학교현장을 멍들게 하는 조례를 폐기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 나선 유병로 대전교총 회장 겸 건대연 상임대표는 “조례안에는 학생인권을 빙자한 독소조항이 들어있어 교권 침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조례가 통과된 타 지역에서도 교권 추락으로 인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유 회장은 15일에도 대전교총 홈페이지에 인권조례를 저지해야 하는 이유를 직접 올려 교원들의 참여를 요청하는 한편, 교총 차원에서 적극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교원들의 모임인 대전삼락회도 14일 결의대회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교권보호법의 조기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들은 시의회 임시회가 시작된 이날부터 종료가 예정된 4월 중순까지 대규모 집회, 1인 시위, 시의회 항의 방문 등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박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 1월 초 수정한 인권조례안을 발의하고 상임위에서 심의하려 했으나 시민들의 거센 반발만 확인한 채 보류한 바 있다. 시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교육을 망치는 조례 폐기’, ‘발의한 의원 퇴출’ 등을 요구하는 글이 절대 대수를 차지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일단 사태를 관망하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권조례안에 대해 학교현장, 학부모의 반대의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시교육청 차원에서 논의된 대처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교육감이 부교육감을 직접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공무원이 아닌 외부 인사로 부교육감을 영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다. 교육감에게 과도한 인사권을 부여해 국가 교육 운영의 안정과 균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17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부교육감 자격을 지방직 공무원으로 정하고 교육감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는 개방형직위제 등을 통해 교육감과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외부 인사를 별정직·정무직으로 영입하겠다는 뜻이다. 현행법은 국가직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장학관을 자격으로 두고 교육감의 추천과 교육부장관의 제청,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박 의원은 “현재 부교육감은 중앙정부가 교육청을 통제하는 통로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미 교육청 기획조정실장도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교육부와의 가교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교육자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계는 과도한 인사권 부여라는 지적이다. 김이경 중앙대 교수는 “현재 국가행정사무가 시도교육청에 전부 이양된 게 아니라 위임된 게 많고 국가재정에 대한 의존도가 80%이상 되는 상황에서 부교육감 인사를 독립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현재 시스템과 맞지 않다”며 “교육청을 통제하는 수단은 사실상 시도교육청 평가이지, 부교육감이 통제의 통로라는 인식도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현재 부시장, 부지사를 시장, 도지사의 제청으로 행정자치부장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한 것과 비교해도 교육감 임명으로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민선 교육감의 제왕적 인사권 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미비해 폐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현재도 교육감 의사가 배재된 채 임명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교육감 자격을 외부 인사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나민주 충북대 교수는 “일반자치단체의 경우도 부시장이나 부지사를 둘 때 정무직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출신의 행정직도 두어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왕준 경인교대 교수는 “이미 정책보좌관 등 교육청의 주요 자리를 개방형으로 두고 있는데 부교육감까지 외부 인사로 두는 것은 정치적 임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감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교육감 임명권이 부여되는 것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의견을 취합한 적은 없지만 교육감들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부교육감들이 당초 취지대로 교육부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국정교과서 추진과정에서 교육부가 정부 입장을 교육청에 관철하지 못한 것을 문책하기 위해 일부 부교육감들에게 경고 처분을 했다며 교육자치를 존중하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교육부는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은 국가적 통일성이 있어야 하고 교육청에 많은 국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교육청 기획조정실장만으로 조율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교육부가 임명하는 기획조정실장은 서울과 경기교육청 둘 뿐이라 다른 지역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해마다 바쁜 시월을 보내고 나면 가족들과 함께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부산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대구에서 가깝기도 하거니와 조개구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내 때문이다. 부산에서도 알아주는 태종대 조개구이 가게로 향했다. 이곳은 포장마차처럼 천막을 엮어서 만든 가게들이 즐비한 곳인데, 해안가를 따라 스무 개 이상의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TV에도 여러 번 소개될 만큼 명소이기도 해서 항상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기도 했다. “제대로 온 거 맞아요?” 차창 밖을 보던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나도 차를 세우고 앞을 바라봤다. 늘 같은 자리에 있었던 조개구이 집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믿지 못한 채,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폈다. 호소문이라고 진하게 적혀 있는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얼마 전, 뉴스에서 떠들썩하게 보도된 태풍 사바 때문에 천막으로 된 가게가 모두 날아가고 잔해까지 바다가 싹 쓸어가 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생계의 터전을 잃게 된 상인들이 부산시에 빠른 복구를 부탁하는 간절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음이 짠했다. 누군가의 부모이고 누군가의 자식일 상인들이 일터를 잃고 마음을 졸이고 있다는 것이 짐작됐다. 바다를 원망스레 바라봤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출렁이고 있는 바다에 한 아이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8년 전, 모든 것을 집어 삼켜버린 바다와 같이 사나운 눈빛을 지니고 있던 재완이(가명)를 만났다. 재완이는 5학년 때 제주도에서 대구로 전학을 왔다. “제주도에서 왔어. 앞으로 잘 부탁할게.” 씩씩하게 말하는 재완이를 보며 무난히 잘 적응할 거라고 예상했다. 나의 교직 경력이 오 년을 넘어섰으니 그 정도는 ‘척 하면 삼천리’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생각이 큰 오류였다는 걸 판단하기까지는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선생님, 재완이가 제 돈 빌려가서 계속 안 갚아요.” 한 아이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말했다.“돈 가져온다는 걸 깜빡했어요. 내일 갚을게요.” 재완이는 별치않게 말했고 나 또한 재완이의 말을 믿었다. 돈을 빌려준 아이도 선생님 앞에서까지 다짐했으니 돈을 받을 수 있겠다는 안심이 되었던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재완아, 돈 가져왔니?” 재완이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또 깜빡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거짓말 하다가 늑대에게 잡혀 먹은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내일은 꼭 가져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다음 날, 여러 친구들이 나를 찾아와서 재완이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재완이가 돈을 빌린 친구가 한 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재완이는 서 너 명 이상의 친구에게 돈을 빌려 쓰고 갚지 않았다. 그 친구들에게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친구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꺼번에 말한 거였다. 나는 재완이와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완이 부모님과 통화하기로 결심했다. “재완이 어머니 되십니까?” 재완이 집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다소 연세가 지긋하신 듯했다. “재완이 엄마 아빠가 삼 년 전에 이혼했어요. 원래는 재완이 엄마가 제주도에서 재완이랑 여동생을 데리고 살았는데, 재혼을 하면서 아이들을 아빠한테 보내게 됐어요.” 할머니께서 긴 한숨을 내쉬시며 속사정을 털어놓으셨다. 가슴이 먹먹했다. “재완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나는 조심스레 재완이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이혼하고 나서 저랑 단 둘이 살 때는 만날 술 먹고 자고 하다가 애들이 다시 오고부터는 그래도 일 있으면 나가서 일하고 와요. 그래도 워낙 술을 좋아하다보니까 한 번씩 술 먹으면 횡설수설하고 그러네요.” 할머니께서도 힘드셨는지 넋두리하듯 긴 이야기를 쏟아내셨다. 힘드신 할머니께 안 좋은 이야기를 전하려니 마음이 무거웠지만, 무엇보다 재완이를 위하는 마음에 힘겹게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는 전화로 연신 사과를 하셨고 내일 당장 돈을 갚겠다고 하셨다. 결국 다음 날, 친구들은 모두 재완이에게 빌린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나 또한 그 일 이후로 재완이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지속적으로 상담을 하며 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바쁜 학교 행사와 더불어 시간이 훌쩍 지났고 재완이도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아서 나도 한시름 돌렸다. “얼마 전 글쓰기 대회 행사에 가면서 택시를 타고 가게 됐거든요. 한 대는 제가 타고 다른 한 대는 재완이에게 택시비를 건넸어요. 다음 날이 돼서야 택시비 거스름돈을 받지 않은 기억이 나서 재완이에게 말했더니, 돈을 다 쓰고 없다는 거예요. 그날 받았어야 하는데 제 불찰이기도 해서 말씀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셔야 될 것 같아서 결국 말씀드려요.” 후배 선생님이 미안함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교차된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순간 꺼졌던 불씨가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재완이 할머니의 긴 한숨 소리도 떠올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다음 날, 교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 거였다.“김재완 학생이 5학년 1반에 있습니까?” 경찰서에서 온 전화였다. “어제 새벽 2시경, 어린 학생이 신천 강변을 걷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서 학생을 집으로 데려다줬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마음이 복잡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선 재완이에게 새벽에 혼자서 길을 걸었던 이유를 물어봤다. “아빠한테 맞아서 집에 있기 싫었어요. 엄마가 있는 제주도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재완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재완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재완이와 이야기를 마친 후, 재완이 아버지와 상담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직 생활 처음으로 가정방문을 했다. 재완이의 집은 학교 앞 허름한 5층짜리 아파트였다.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좁은 현관 입구에 언뜻 보이는 방 두 개도 아주 작았다. 재완이 아버지께서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셨다. 나는 예의바르게 인사를 드린 후, 조심스레 재완이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에게 가고 싶어하는 재완이의 마음도 전했다. “이혼하고 애들 보내고 나서, 자포자기하고 살았는데 요즘은 애들 때문에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 번씩 술 마시고 혼낼 때도 있지만 월급 받으면 갖고 싶어 하는 컴퓨터도 사주려고 했는데….” 재완이 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히시며 말끝을 흐렸다. 재완이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그 주 주말, 나는 재완이를 데리고 부산 태종대에 갔다. “재완아, 많이 힘들지? 사실 선생님도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출한 적이 있단다. 학교 간다고 집을 나와서는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간 거야. 그 때 간 곳이 바로 여기야. 태종대에 높은 자살 바위가 있는데 낭떠러지 같은 바위 위에서 파도치는 바다를 보니까 속이 탁 트이는 것 같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철썩대는 파도가 무섭기도 했고 말이야.” 내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꺼내자 재완이가 놀란 듯이 바라봤다. “재완이도 힘들 때면 바다를 보고 기운을 얻으면 좋겠어. 물론 출렁이는 파도가 배를 덮쳐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가기도 해. 하지만 바다가 있어야 물고기를 잡고 항해도 할 수 있으니 바다와 함께 살아가야하겠지? 선생님도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때의 방황이 작은 파도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의 파도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재완이를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르고 말이야.” 넋두리하듯 긴 이야기를 풀어놓고 재완이를 바라봤다. 재완이가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재완이의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6학년 진급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재완이는 제주도에 있는 엄마한테 돌아갔다. 다시 엄마랑 함께 살게 된 것이다. 헤어지기 마지막 날 재완이가 편지를 건넸다. 선생님,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거예요.제주도에 가서도 파도를 보면 선생님이 떠오를 거예요.넘실대는 파도를 보면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꼭 기억할게요.선생님, 감사합니다! 재완이의 성격처럼 길지 않은 글이었지만 진심어린 마음이 전해져서 뭉클했다. 나 또한 재완이 덕분에 넘실대는 파도를 볼 때마다 재완이가 떠오른다. 성난 파도가 아무리 밀어 닥쳐도 모난 돌이 매끄러운 돌이 되어 가듯 재완이가 삶 속에서 둥글고 아름답게 영글어가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태종대의 상인들도 분명히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날 것임을 믿는다. 푸른 바다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희망도 존재할 것임을 믿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