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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인공지능이 교육에 도입되면서 개인 맞춤형 교육에 대한 기대를 포함해 장밋빛 청사진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에듀테크에 거는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보다 섬세한 접근을 해야 한다. 에듀테크는 하나의 방편일 뿐 인공지능 시대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세상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되도록 하려면 먼저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미래를 구현하기 위한 교육 개혁 방향을 공유해야 한다. 에듀테크는 이를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바람직한 인간상에 대한 공감대도 필요하다. 교육 디지털화의 최종 목적은 인간이 자신의 잠재력 최대한 발휘하도록 유도하고, 잠재력을 계발해 행복한 개인이 되며, 나아가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교육 디지털화를 진행할 때 반드시 인간 뇌의 가능성과 한계를 감안해야 한다. 가령 AI와 달리 HI는 어떤 일할 때 동기를 필요로 한다. 많은 AI 맞춤형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이미 학습 동기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학습 흥미와 의욕이 떨어진 학생, 자기 통제력이 약한 학생, 무기력감,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을 갖고 있는 학생을 도울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 최근 교육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학생의 불행감, 교사의 교직 불만족과 심리적 이직률은 더 심해지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우리가 수렵 채집인에게서 배워야 할 것 중 하나로 ‘자기 몸과 감각에 민감함’을 들고 있다. 현대인도 몸을 움직여야 건강이 유지되도록 프로그램이 돼 있어서 수렵채집활동 대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우리 몸의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며 몸을 움직여야 필요한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돼 심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 디지털화로 인해 교사와 학생이 디지털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 결과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고 몸을 움직이며 사람을 직접 대할 시간이 줄고 있다. 이는 우울증, 고독감, 소외감 등으로 이어진다. 교육 디지털화를 진행할 때 이런 부작용을 염두에 두며 스마로그(smart +analogue)형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어령 선생이 말한 따스한 디지털 세상(디지로그)과 맥을 같이한다. 교사의 지속적 피드백 받아야 또 하나 고려할 점은 교사의 특성이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늘어나면서 학생보다 교사가 적응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교사 친화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디지털화 과정의 핵심 주체로 교사를 포함하고 지속해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교사들이 디지털화에 적응해야 함을 공감하도록 이끌고, 적응력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교육계의 변화 저항적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 하나의 방법은 관심과 관여도가 낮은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국·영·수 등의 핵심 과목보다 독서, 보건, 예체능 등 입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삶에 도움이 되는 과목부터, 대입에서 거리가 먼 유·초등 단계의 교육부터 디지털화를 시도하면 훨씬 더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교육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한국이 세계의 교육 디지털 허브 국가가 되려면 디지털화가 가진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지금까지 이야기한 보다 섬세한 디지털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 어떤 행동을 할 때 첫인상이나 자신이 가진 이미지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로 설명한다. 앵커는 배를 정박시킬 때 고정하는 닻을 의미한다. 앵커링 효과란 배가 닻을 내리면 닻과 배를 연결한 밧줄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도록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숫자나 사물이 기준점이 돼 그 후의 판단에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은 신기하게도 처음 설정한 기준을 기반으로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된다. 앵커링 효과에 빠진 학부모 지금의 초·중등 학부모는 앵커링 효과에 빠져든 듯한 인상이다. 다시 말해 교사를 앵커의 범위에 가두려는 경향이 짙다. 학부모들은 자신이 받았던 주입식 학교 교육에 익숙해져 있다. 달라진 교육의 현실과 무관하게 이런 과거의 이미지에 빠져 현재의 학교와 교사를 바라본다. 40~50대 초반의 학부모 세대는 교사의 권위가 우월할 때 학교에 다녔다. 다시 말해 매를 맞으며 교육받은 세대다. 선생님은 다수 학생을 통제하기 위해 부득불 매가 필요했다. 지금과는 너무 다른 학교 분위기이다. 지금은 학생을 비난하거나 매를 든다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돼 있다. 그런데도 학부모는 자신이 교육받을 때를 연상하며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다. 그들은 ‘교사’ 하며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연상하는 좋지 않은 기억에 빠져있다. 이러한 자기 세대의 아픈 기억을 잣대로 교사를 비난한다. 물론 학생까지 쌍끌이로 교사를 공격한다. 교육 경력이 짧은 선생님은 이런 쌍끌이 비난의 표적이 된다. 그들은 수업 시간에 조는 학생이든, 교내에서 폭력을 행사한 학생이든,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학생이든 공통으로 사랑의 매보다는 칭찬 일변도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그런데도 교내에서 학생들 간의 다툼까지도 선생님의 중재에 형평성을 따지는 학부모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부 학부모의 태도는 대범하다고 해야 할지, 이상하다고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학교에서 행한 자식의 행동과 태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학교에서 주는 어떤 차별도 감내하지 못하고 학교와 교사를 비난한다. 젊은 선생님은 자신이 다녔던 학교와는 너무 다른 학교 환경에서 혼란에 빠져있다. 이들은 선생님의 권위를 전혀 행사해 보지 못 해봤는데 학부모는 자신을 권위적인 억압자로 바라보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이런 형편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가끔 무서운 존재로 보이기도 한다. 긍정은 긍정의 힘을 낳는다 실은 최근에 임용된 선생님일수록 까칠한 학생과 학부모의 틈새에서 남다른 가치를 높이려 고민한다. 생각하고 말하고 배우는 하브루타 질문 수업, 배움 중심 거꾸로 수업,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수업 등 다양한 수업 기법을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반면 학교의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이들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상의 교육을 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교육의 질은 선생님의 질을 넘을 수 없다. 선생님을 비난하지 마라.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게 하라. 선생님이 교실에서 흥이 나서 학생과 격 없이 놀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학부모의 정신적 후원과 응원이 필요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8월 퇴직자를 성과상여금 지급 대상에 포함한다는 내용을 반영한성과상여금 지급 지침이 나왔다. 교육부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0년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지침’(이하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서 차등지급률은 전년도와 같은 50∼100% 중 자율결정으로 유지됐다. 2018년 교총의 요구로 70%에서 50%로 줄어든 이후 차등지급 완전 폐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사항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8월 퇴직자 성과급 지급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2020년 1월 1일 이후 퇴직하는 공무원 중 지급기준일 이전 퇴직자는 실제 근무 기간이 2개월 이상이면 2021년 성과상여금 지급 시부터 지급대상에 포함할 예정으로 명기됐다. 정성평가 비율은 기존 20%로 고정됐던 것이 0∼20%에서 학교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비교과 교원 평가 방법은 기존에 교과 담당교사와 별도 평가 가능했던 것이 좀 더 구체화돼 교과교사와 함께 평가하는 1안과 시·도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 단위로 통합 평가하는 2안 중 시·도교육청이 자율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 교총은 18일 이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교단 원성정책인 ‘차등 성과급제’를 조속히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교육부는 차등 성과급제가 전문성 향상 등을 유도한다는 막연한 주장만 펼 뿐, 객관적인 효과 검증 결과를 내놓고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가 20년이 됐음에도 교원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폐지를 촉구하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여타 공무원, 민간 영역이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정성·타당성이 결여된 평가 때문에 차등 성과급제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동기 부여 기능조차 못 하고 무관심, 냉소, 체념 분위기만 고착화 돼 있다”며 “실패한 제도로 판명 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총은 그 근거로 2016년 전국 교원 172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94%의 교원이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실을 제시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지난달 2일 K-에듀파인 개통 직후 현장에서는 학교 업무가 마비돼 몸살을 앓았다. 이후 서비스 지연은 해결됐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K-에듀파인 적용 초기 현장에서 교원들이 호소한 주요한 문제들은 해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학교 업무를 마비시켰던 서비스 지연은 교육부의 설명대로 지난달 10일부터 과부하 문제를 해결한 상태다. 또 “한글 ODT(개방형 표준 파일 포맷)가 설치돼 있으나 버전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뜨는 오류는 ODT 편집기를 따로 설치하고 추가 기능에서 ODT 사용을 설정해주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해 현재는 대부분의 큰 불편은 해소됐다. 교사들은 전면도입을 서두른 것이 화근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몇몇 교사 단체에서 K-에듀파인 문제를 비판하면서 “완성 후 테스트를 거쳐 오류를 수정한 뒤에 도입해야 하는데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도입을 서두른 게 불상사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과부하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불편함은 여전히 남았다. 세종의 A교사는 “지금은 초기보다 오류가 없어지고 시스템은 안정됐지만, 기능상 불편함은 여전하다”면서 “예를 들어 공문 작성 시 관련문서를 일일이 찾아 기입해야 하는데 문서를 선택해 입력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기의 B교사는 “아직도 전입한 교사의 공문이 안 열려 두 부서 일을 혼자 하고 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전남의 C교사도 공문을 수정할 때 붙임파일을 수정할 수 없어 문서 자체를 회수하고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장애인 접근성이 개선되기는커녕 후퇴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시각 장애인 교사는 “공문을 읽기 위해 음성 안내에 따라 원하는 메뉴를 클릭해야 하는데 메뉴도 기존보다 복잡해졌고 음성 안내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공문 하나 보는 데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시각장애인 교사들의 지적에 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전면 적용을 하려다 보니 초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단계적 접근으로 전환해 현장 적용성과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한 단계적 구축을 하고 있다"”면서 “1월과 같은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큰 문제는 해결이 됐지만, 5월까지 단계적으로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도 “장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해 최적화하기 위한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K-에듀파인 성능점검단’을 운영하고 학교현장의 교직원이 포함된 ‘K-에듀파인 프로그램 품질점검단’을 구성해 학교회계 뿐 아니라, K-에듀파인 전 영역에 대한 종합점검을 통해 품질을 제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가 새 학기부터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로 이관된다. 한국교총이 주도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의 성과다. 국무회의는 18일 심의위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한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새 학기부터는 교육지원청 심의위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한다. 개정 시행령으로 심의위는 산하에 소위원회를 두고 심의 사항을 소위원회에 위임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학폭위 심의 건수가 3만2632건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장 자체해결제가 안착하더라도 심의 건수가 하나의 위원회에서 심의하기에는 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원회는 심의위에 결과만 보고하면 된다. 심의위 위원의 전문성도 강화된다. 학부모 위원은 과반에서 3분의1로 줄어들고 대신 △학교폭력 전문가인 교수 또는 연구원 △청소년보호활동 2년 이상 경력자 △관할 시·군·구의 청소년보호업무 담당 국·과장 △전·현직 교육전문직원 등이 추가된다. 교사 위원의 생활지도업무 담당 경력 요건도 2년 이상으로 강화된다. 입법예고안에서 학교장 자체해결 이후 추가적 사실이 드러났거나 재산상 손해 복구를 이행하지 않을 때만 심의위 개최요구를 할 수 있게 제한한 조항은 빠졌다. 교육부는 이를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담아 구체화할 예정이다. 교총은 이날 환영 논평을 내고 "단위 학교 학폭위의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 이관, 학교장 자체해결제 도입을 위한 법률 체계가 완비돼 새 학기부터 적용되는 데 대해 크게 환영한다"며 "학교의 소송, 민원 분쟁과 교원이 겪는 업무 과중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징계와 처벌 중심으로 처리됐던 학교폭력 사안을 학교장 자체해결제로 화해를 통한 관계회복이나 교육적 지도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 사항은 교총이 ‘교권 3법’ 중 학교폭력예방법의 주요 개정사항으로 규정하고 관철했던 내용이다. 교총은 "시행령 개정 지연으로 학교 안착에 다소 어려움이 우려되는 만큼 실효성 확보를 위한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보완사항도 요구했다. 교총은 우선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의 조속한 배포를 요구했다. 교원들이 학기 초 학생 적응과 교육 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새 학기 시작 전에 개정된 내용을 반영한 가이드북을 받고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를 마쳐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번 주 초에 배포한 가이드북이 현장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운영될 학교장 자체해결제에 대해서도 지난 한 학기 동안의 미비점을 파악해 보완하고, 자체해결제로 종결된 사안의 심의위 개최 요구 기준을 일차적으로는 매뉴얼에 담지만 추후 이를 반영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도 요구했다. 학교폭력 담당교사의 부담 경감도 촉구했다.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필요 시 교원의 출석이나 서면 보고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정업무가 가중될 것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교총은 "NEIS 등과 같이 명확하고 간소화된 보고체계 방식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무 담당자에 대한 수업시수 경감 등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도 요청했다. 교총은 이에 더해 심의위의 원활한 가동을 위한 인력과 예산 확충, 가해학생 사회봉사와 특별교육 이수 기관의 확대와 예산 지원도 요청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한국교육학회가 26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18세로 하향된 것과 관련해 교육 현장과 각계 전문가를 초대해 특별 포럼을 개최한다. 선거연령 하향을 계기로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는 한편, 학교에서의 정치교육과 고등학생 선거 참여가 자칫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제기되는 시점 각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일반 참석자는 초청하지 않고, 서면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는 ‘18세 선거 연령 하향 조정, 정치교육의 과제와 방향’을 주제로 발제한다. 근래 사회 변화로 공론장이 약화하거나 붕괴되는 상황에서 민주시민교육과 같은 가치 규범적 지향을 목표로 삼는 교육 영역이 가장 심대한 영향을 받는 현실을 지적하며, 사회 변화 상황을 염두에 둘 때,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주장한다. 이미 세계 200여 개 국가가 선거연령을 18세로 설정하고 있고, OECD 36개 국가 중 11개 국가가 학생 신분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선거연령 하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계기로 정치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교육은 그 방향과 과정을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정치교육의 규범적 모델로 독일의 바이텔스바흐 협약을 소개한다. 이 협약은 정치교육을 할 때, 강제성 금지, 논쟁성 유지,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라는 세 가지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끝으로 학교에서 정치교육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치 사회적 대 타협이라는 선결 조건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일곱 명의 각계 전문가도 토론에 나선다. 윤석만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미래 교육과 시민교육의 의의를 중심으로 토론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에는 인성 역량과 실천 지식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할 필요가 커지며, 시민교육이 미래교육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김대현 전북대 교수는 학교가 대학입시에만 매몰되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공적 시민으로 성장하는 계기로 시민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선거 연령 18세 인하에 맞춰 민법상 성인 연령을 조정하거나 고등학교 졸업 연령을 조정하기 위한 학제 개편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다. 강민정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는 선거연령 18세 하향은 때늦은 감이 있으나 바람직하며, 앞으로는 교육감 선거연령을 더 하향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학교에서의 정치교육을 비판하는 입장은 다수 국민을 정치적 무능력자로 남겨두고, 권력에 접근하는 것을 가로막아 지배와 통제를 수월하게 하려는 것으로, 정치 혐오 교육이자 정치 배제 교육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한다. 신현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예비 후보가 학교 안으로 들어와서 명함을 배포하거나, 학생 대상 연설이나 의정 보고회를 할 수도 있는데, 이는 교실의 정치장화를 부추길 수 있고, 궁극적으로 학생 학습권과 교사 수업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기에 금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추진해온 모의 선거 교육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금지하는 편이 바람직하며, 향후에는 선관위에서 이를 주관해 공정성 시비를 불러 일으키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김영복 삼각산고 교사는 2018년 전국 17개 중고교에서 진행한 ‘모의 선거로 배우는 민주주의 프로젝트’ 경험을 소개하면서, 당시 교육을 통해 매우 의미있는 유권자 교육이 이뤄졌으며, 학생들이 부모들에게 투표하도록 독려하거나, 일부 교사들이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발언을 할 때, 학생들이 적절한 방식으로 이견을 표명해 시정하도록 하는 등 매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선관위의 모의 선거 수업 금지 조치는 교육 전문성을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양지훈 안산공업고 교사는 참정권 교육을 이벤트성 교육으로 진행하지 않고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진행해야 하며, 사회과 교과 외에 여러 교과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참정권 교육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모든 교과에서 토론 중심, 논쟁 수업을 확대하고 학생의 학교 참여를 강화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시화 미국 세인트 토마스 대학 전 교수는 미국의 시민교육 사례를 소개하면서, 진영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대타협을 추구할 것, 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전환할 것, 개성과 개인을 중시하는 교육이 자칫 무식한 우월주의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는 점 등 한국에서 시민교육을 진행할 때 유념할 점을 제안한다.
“회원 가입을 선택할 때 눈에 보이는 혜택도 중요해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교원에게 힘을 주는 집단이 힘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위해, 또 같은 길을 걷는 후배 교사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죠.” 조규권 경남 거제제일고 교사는 여느 신규 교원처럼 교원단체 가입을 망설이다 지난 2018년 한국교총에 회원 가입서를 냈다. 교원이 체감할 만한 혜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조 교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들이 많다는 걸 가입 후에야 알게 됐다”고 했다. “사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총 회원이 됐어요. 고민하는 과정에서 왜 신규 교사들이 가입하지 않는지, 또 왜 가입하는지를 알게 됐지요. 교직 연수, 복지 혜택 등 겉으로 드러나는 혜택이 전부가 아니었어요. 선배 교사들이 더 나은 교직 환경을 위해 목소리를 냈고, 이를 대변해준 게 교원단체였죠.”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경남교총에서 제공한 ‘교권보호 증서’다. 예기치 않은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회원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돕겠다는 약속을 담았다. 조 교사에게 이 증서는 ‘신뢰’로 다가왔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교권침해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교사 입장에서 고민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교총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에는 한국교총 국·공립중등조직회복특별위원회 20대 위원으로 참여했다.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회원 수가 왜 늘어나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교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의 회원 수가 줄면 교원들의 목소리도 작아질 거라는 결론에 닿았다. 주변 교사들에게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이유다. 조 교사는 교총에 대한 오해를 안타까워했다.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들한테 외면받기도 했어요. 가입하면 특정한 정치 성향을 지녔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는 거였죠. 교총은 교육기본법에 따라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설립됐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어요.” 지난 몇 년간 교총이 주력한 교권 3법 개정이 지난해 마무리됐다는 걸 예로 들었다. 올해로 3년째 학교폭력 업무를 맡은 그는 특히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된 걸 반겼다.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장 자체해결제와 단위 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로 이관하는 내용이 골자다. 조 교사는 “수업과 학교폭력 업무를 병행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이전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교사 10명이 모여 목소리를 낸다면 들어줄까요? 교사 1명이 교총의 이름으로 목소리를 낸다면 또 어떻게 될까요? 멀리 내다보고 우리의 목소리를 키워보고 싶어요. 올해 우리 학교에 전입해 오는 선생님, 신규 선생님이 많다고 해요. 이제 이분들이 제 목표에요. 하하.”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한국교총과 전국시·도교총사무총장협의회(회장 유재성)는 ‘코로나 19’로 중단된 신규교사 대상 오프라인 홍보 활동 대신 교직생활 안내에 관한 우편물과 기념품 발송 등의 방법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19일 한국교총 회관에서 전국시·도교총사무총장 회의가 열린 가운데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강원교총 유재성 사무총장을 포함해 총 13곳에서 참석했다. 한국교총에서는 정동섭 사무총장 등 간부들이 자리했다. ‘코로나 19’ 전국 확산으로 인해 시·도교육청 주관 신규교원 대상 오프라인 연수가 취소된 상황에서 교원단체 홍보에 대한 대응방안 수립이 이날 주요 논의 주제였다. 당초 시·도교총은 각 시·도교육청의 신규교원 대상 오프라인 집합연수 장소에 임직원 및 강사를 보내 홍보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그러나 전염병 전파 우려로 인해 관련 연수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이와 같은 신규 회원 모집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그 대책으로 한국교총은 신규교원들에게 우편물로 보낼 ‘교직생활안내서’ 등 안내서를 제작해 보급하기로 했다. 이날 시·도교총 사무총장들은 교직사회에 사실과 다른 연금관련 ‘괴담’이 교직사회에 확산되고 있어 명예퇴직을 재촉하는 분위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책방안도 중앙에 요구했다. 1995년 이전 입직 교원에게도 ‘퇴직 즉시 연금 지급’ 방안이 변경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총은 중앙 차원에서 연금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한 내용을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다음 협의회는 5월 22일~23일 1박2일 일정으로 충남교총에서 진행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강원교총과 강원도교육청은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수업방해나 교권침해 발생 시 도교육청이 대응 및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안내하기로 했다. 학교를 대상으로 한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이 제기된 경우 도교육청 법률대리인이 적극 대응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강원교총은 18일 강원도교육청 2층 대회의실에서 도교육청과 2019년도 교섭·협의 합의서 조인식을 개최했다. 이날 강원교총 서재철 회장, 도교육청 민병희 교육감 등 양측 교섭·협의위원 각 8명씩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강원교총이 지난해 8월 12일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섭·협의를 요구한 뒤 5개월여 간 실무협의 두 차례, 본교섭 협의위원회 두 차례, 교섭 협의소위원회 여섯 차례 등 과정 끝에 이뤄졌다. 강원교총이 요구한 교섭·협의과제는 교육 및 학교행정개선과 교원복지 증진, 근무 부담 경감, 교원인사제도의 합리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추진됐다. 교원단체 발전을 위한 도교육청의 지원을 얻어내는데도 노력했다. 이를 토대로 강원교총이 요구한 총 72개 안건 중 전문, 본문 35개조, 보칙 2개조, 총 60개항 대해 양측 간 합의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합의사항은 △학교시설물(토지) 재측량 및 사용료 부과업무 교육청 이관 △각 급 학교 내 교사 개인사물함 비치 △교직원 특별건강검진비 확대 지원 △보건교사 근무환경 개선 △지역별 보결강사 확충 △유학휴직 허가 기준에 IELTS점수 포함 △각종 예체능 및 행사 운영 개선 △에듀버스 교육활동 지원 △초등 1학년 교실 용역청소 이행 △과도한 민원 대처방안 마련 △학교 행정심판, 행정소송 업무 지원 △수업방해 대응 방안 수립 등이다. 교섭 합의서의 구체적 내용으로 우선 교권 신장과 관련해 양측은 원활한 수업진행을 위해 도교육청이 적극 개입·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학생 또는 학부모에 의한 수업 방해 및 교권침해 시 도교육청이 구체적 대응 및 학교 지원 방안을 수립해 안내해야 한다. 도교육청은 상세 이행 계획을 곧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학교를 대상으로 한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이 제기된 경우 법적 전문성 확보를 위해 도교육청 법률대리인이 답변서 작성 등을 지원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추후 학교 담당 법률대리인을 추가 채용하는 등의 지원이 따를 전망이다. 이 같은 합의는 지난해 한국교총 주도로 이뤄진 ‘교권 3법’의 영향이기도 하다. 특히 개정 교원지위법에는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당할 경우 관할청이 고발 및 법적 지원, 교원 치유 및 회복 등에 의무적으로 나서야 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인사제도 개선 조항으로는 유학휴직 허가 기준에 ‘IELTS(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점수 포함’이 신설됐다. IELTS는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이나 이민,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영어사용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1989년 개발된 국제공인 영어능력 평가시험이다. 현재 전 세계 140개국 1200여 센터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1만여 개가 넘는 교육기관, 기업체, 정부기관 및 단체 등이 영어실력 측정의 지표로 활용될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교원 유학 관련 허가 기준에 신설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교원 근무부담 경감에 대한 조항으로 도교육청은 학교장과 지역사회와의 마찰과 갈등을 최소화를 위해 학교시설물(토지) 측량 및 사용료 부과업무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그동안 지역개발 등의 이유로 학교 부지 측정이 필요한 때 학교는 이에 대한 예산이 없어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관행적으로 지역민들이 활용하던 학교 부지를 학교가 사용하게 되는 때, 또는 반대되는 상황에서 갈등요소가 만들어지는 부분에 대해 교육청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보건교사의 근무환경도 개선된다. 보건교사의 병가, 연가, 특별휴가 등이 발생할 경우 각 교육지원청 인력풀제 운영으로 학교 보건실의 원활한 운영을 돕는다. 또 수요가 많은 지역의 보결전담강사 채용 인원 확대도 교육청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교원 복리후생 증진에 대해 도교육청은 각 급 학교 내 교사 개인 사물함이 비치될 수 있도록 권 장하게 된다. 또 교직원의 특별건강검진비를 2년 주기로 건강검진년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특별건강검진비가 증액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합의 내용도 담겼다. 교육 및 학교행정 개선에 대해 도교육청은 교육지원청이 주관하는 각종 예체능 및 행사 추진 시 수 시간 소요되는 학생의 행사 참여가 예상될 경우 학사일정 및 학생의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육지원청이 개최시기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2017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된 에듀버스의 활용 또한 현장학습 등 학교교육활동에 더욱 지원되도록 하며,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및 일상청소가 어려운 장소에 대해 청소 용역비가 편성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 합의에 대해 강원교총 서재철 회장은 “교원들의 근무여건과 권익 및 전문성이 보다 신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도교육청은 합의된 교육정책 개선과제들이 학교현장에 잘 안내되고, 정착돼 현장의 선생님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합의사항 안내 및 이행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2일 겨울비가 오던 아침. 경남 창원경일고로 이어지는 길목에 우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들고 있던 현수막을 펼쳐 큰길 따라 늘어선 펜스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현수막에는 ‘시대를 앞서간 그대’ ‘선생님 덕분에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선생님의 제자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현수막 설치를 마친 후에는 교문으로 자리를 옮겨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안경 쓴 남성과 음표가 그려진 텀블러였다. 이날은 텀블러 그림의 주인공, 윤해준 창원경일고 교사의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장성한 제자들이 스승의 퇴임을 기념해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교사로서 마지막 출근길을 ‘꽃길’로 만들어주고픈 제자들의 마음이었다. ‘선생님이 잘 키워준 덕분에 잘 자랐다’,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다. 15일 오후에는 창원 지역의 한 리조트 연회장에서 퇴임식을 열었다. 전국 각지에서 제자 50여 명이 모였다. 퇴임식도 남달랐다. 지난 30년간 제자들과의 추억을 담은 영상을 감상하고 스승에 대해 알아보는 퀴즈 시간, 경품 추첨 이벤트도 마련했다. 잔칫집이 따로 없었다. 창원경일고·경일여고 방송부 동문은 석 달 넘게 이날을 준비했다. 정혜영(15기) 씨는 “윤해준 선생님은 30년 동안 방송부를 맡아 인생 멘토이자 안식처, 쉼터가 돼주셨다”며 “지난해 10월 방송부 동문 모임에서 퇴임식 이벤트를 기획해보자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사업,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준비했어요. 창원팀, 서울팀으로 나누고 행사 기획, 장소 섭외, 영상 제작, 기념품 디자인 등 업무를 분담했죠. 형식적인 퇴임식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기고 축하하는 축제로 만들고 싶었어요. 가족, 친지가 모여 돌잔치, 환갑잔치를 하는 것처럼요.” 제자들에게 윤 교사는 ‘울타리’이자, ‘방파제’였다. 부모에게 말 못 하는 고민, 학업 스트레스도 윤 교사 앞에선 털어낼 수 있었다. 방송부원들이 동아리 활동을 넘어 적성과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시각 장애인을 위한 책 녹음, 뮤지컬 기획·공연 등 개인별 적성에 맞춘 활동을 마련했다. 특히 방학 때는 제자들과 함께 전국 곳곳을 여행했다. 카메라를 통해 보는 세상, 보이는 그대로의 세상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할 기회를 줬다. 정 씨는 “방송 기술보다 방송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방송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셨다”며 “선생님의 가르침을 공유한 덕분에 기수가 달라도 대화가 통한다”고 귀띔했다. “추억 영상 제작을 위해 사진을 고르는데, 선생님 사진이 별로 없더군요.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는데… 대부분이 학생들 사진이었어요. 30년 세월 동안 찍어주는 게 익숙했던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니, 코끝이 찡해졌어요.”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가 금지곡이었던 시절 일화는 유명하다. 노래를 듣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그때 한 제자가 방송으로 내보내고 싶다 했고, 방송하게 했다. 단순한 일탈이나 반항으로 생각하지 않고 10대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다. 정 씨는 “이번 퇴임식은 선생님께 받은 사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 시간 동안 주기만 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윤 교사에게 제자들은 훈장이다. ‘방송’이라는 공통의 관심을 가진 제자들이 마이크 앞에서만큼은 자유로웠으면 했다. 언젠가 꽃 피울 그 날을 위해 다양한 기회를 주고 싶었다. 실수해도 괜찮았다. 실수로 인한 뒷일은 모두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실수는 학생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퇴임을 앞둔 그는 “이름처럼 해주다 보니 받는 게 어색한 사람”이라며 “선생님~ 하고 부르면 언제든, 어디에 있든 달려갈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사의 방송부 제자들은 학창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배우, PD, 방송작가, 아나운서, 광고기획자, 연출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평생 대접받아 본 적 없는데, 정 있는 제자들을 만나서 행복하고 참 고마운 일이다. 선생은 먼저 태어난 사람으로, 제자들을 가르치지만, 그것으로 그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울타리, 방파제가 돼 너희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선·후배가 만나 서로 아끼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게 키우고 싶었다. 학교 아버지고 싶었다. 너희는 평생 AS다. 언제든 힘들면 달려가겠다.”
공익사단법인 한국교육정책연구소(이사장 하윤수)는 17일 한국교총회관 다산홀에서 부소장 및 전문위원 위촉식을 개최했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가 부소장에, 초·중·고 교사들과 대학교수, 전문가 등 14명이 전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전문위원 임기는 1년이다. 전문위원은 앞으로 교육·교원 정책 현안에 대한 자문과 협력, 학교 현장 개선과제를 제안하고 정책 연구 및 개발, 교과연구 및 연수, 교육활동 지원, 교육복지 관련 사업 등 각종 목적사업에 참여한다.
정원 부족 중등 “안 할 수 없어” 오히려 담임 원하는 경우도 많아 유인책 만들고 업무환경 개선을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기간제교사에게 보직이나 담임을 맡기는 등 불리한 업무 배정을 금지하는 처우개선안을 발표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학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학교급별 상황과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나눠서 봐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기간제 교사 비율을 낮추고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간제교사 처우개선안을 발표했다. 기간제 교사의 보직교사 임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담임도 정규직 교사가 우선 맡게 하되 불가피한 경우 본인이 희망하거나 최소 2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가진 경우로 한정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서울 A초 B교감은 “초등은 담임제기 때문에 기간제 교사들이 오히려 담임을 맡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청이 학교 현장의 분위기나 의견을 제대로 조사해보고 개선안을 발표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의 경우 임용 합격 후 발령 대기중인 기간제교사가 대부분이다 보니 담임을 경험하고 경력을 쌓고 싶어한다”며 “오히려 5년 순환 기간 중 한 번 이상은 보직을 맡고 4번 이상은 담임을 맡도록 하는 식의 지침을 정해주면 업무분장을 둘러싼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학급수 당 교사 비율이 낮은 중학교의 경우에는 정원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기간제 교사들이 담임을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C중 D교사는 “육아휴직, 출산휴가로 빠지는 인원도 많고 미발령도 많아 기간제 교사 비율 자체가 20%를 넘는 경우가 많고 비담임을 할 수 있는 티오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교사들이 담임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맡을 수 있게 하려면 인센티브나 유인책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임을 맡을 경우 다른 행정업무를 대폭 경감시켜주는 등 담임이나 비담임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어야 업무분장이 부당하다는 불만이 나올 일이 없다는 것이다. D교사는 “실제 현장에서 기간제 교사의 비율을 따져보면 담임을 맡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교육청이 다 알텐데, 이런 행정은 무의미한 것 같다”며 “미발령을 줄이는 등 기간제 교사를 많이 뽑지 않아도 되도록 근본적인 업무환경부터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사립고교 E교장은 “정규 교사들이 안 하면서 기간제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문제지만 사실 기간제 교사들도 행정업무를 배우고 담임을 맡아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교육자로서 경력을 쌓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학교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담임을 맡기지 않고 있지만 원하는 업무를 물어보면 담임을 맡고 싶다고 말하는 기간제 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되레 담임을 주지 않아 차별이라고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규직 교사와는 달리 계약으로 맺어져 신분상 불리한 위치에 있는 기간제 교사들이 본인에 의사에 반해 불리한 업무를 맡지 않도록 하자는 데 방점이 있다”면서도 “학교급별로, 학교별로 기간제 교사들의 비율과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따로 처벌이나 규제를 두지는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간제 교사들의 비율을 줄이는 등 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새로운 업무와 교육과정 등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 대응하려면 교육부가 학생 수에 따라 교원 정원을 줄여서는 안 된다”며 “교육부와 교육청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까지 인식개선과 협력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 도의적 책임져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제주도교육청이 2020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성적 오류로 체육 과목 합격자를 두 번이나 번복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임용시험 업무 관계자들이 오는 3월 1일자 인사에서 승진해 교장, 교육장으로 전출될 예정이어서 논란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7일 중등 체육교사 합격자를 번복한데 이어 13일에도 오류를 발견, 2차 재변경 공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한 응시자는 불합격→합격→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담당자들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담당자들이 해당 응시자에게 불합격 사실을 전달한 뒤 번복 이유를 설명하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제주도에서 임용시험을 보면 개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18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합격자 번복 사태에 따른 대처방안 및 향후 추진계획 현안보고를 받고 해당 사안에 대한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를 공식 요청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발표한다. 김창식 교육의원은 “종목별로 전공자를 배치하고 점수를 투명하게 공개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등 이번 사건을 제주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담당 장학관과 과장 등이 승진 또는 영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최소한 이번 일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교총은 19일 “가장 공정성이 요구되는 인사행정에서 불신을 초래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은 안 지고 인사잔치를 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제주교육의 신뢰도가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반복적인 임용시험 합격자 번복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인사행정 처리에 대해 현장 교원들과 제주도민들의 불신을 어떻게 해소해 나가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일침했다.
“우리 아빤 모닝글로리 사장님이야. 서울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오시는데 장난감과 예쁜 옷을 사다 주시지. 우리 4남매는 부모님과 행복하게 살고 있어.” 혜인이는 가족을 이렇게 소개했고 아이들은 혜인이를 부러워했다고 담임 말했다. 내가 혜인이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7월이었다. 시청에서 복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분으로부터 초등학생의 딱한 사정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베트남 엄마와 한국인 아빠는 이혼 소송 중이고, 큰아이가 3학년 여자아이인데 그 어린 것이 세대주가 되어서 어렵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학교에 몸을 담고 있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혜인이네 4남매와 그 아이들의 엄마를 만나게 되었다. 혜인이 엄마는 베트남에서 시집온 여성으로 비교적 한국말을 잘했다. 그녀는 그간의 사정을 소상히 말해 주었다. 애들 아빠가 자기 이름으로 돈을 빌려 부도를 내고 쫒아냈다는 것, 남편을 피해 무작정 찾아온 곳이 여기고, 아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서 살기 막막하다는 것, 시청에서 애들 앞으로 나오는 보조금으로 겨우 살고 있다 했다. 이주여성은 이혼하면 국적이 취소되어 미국적자가 되고 아이들만 놔둘 수 없어서 큰애 앞으로 세대를 구성, 그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혜인이는 3학년, 여동생은 1학년, 쌍둥이 남동생은 유치원생으로 학교 준비물을 사기도 어렵고 애들이 먹는 것, 입는 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해 8월, 혜인이와 동생들은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고 난 여기저기 부탁하여 장학금을 모아 매월 장학금을 주었다. 방과 후 활동과 체험학습에 필요한 모든 준비물을 학교에서 제공해 주어 집에선 학교만 보내면 되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차로 매일 4남매의 등하교를 해주었다. 혜인이는 늘 나의 관심을 끄는 아이였다. 매우 영리하고 재능이 많아서 드론 레이싱에서도 1, 2위를 다투는가 하면, 백일장에서 상을 받고, 밴드에서도 싱어로 활동하며 자기의 소질을 키워 갔다. 하지만 늘 자신감이 없고 얼굴엔 짙은 그늘이 져 있었다. 먼저 나서서‘제가 할게요’보다는‘혜인이도 해 보렴’하고 멍석을 깔아주어야 하는 소심한 아이인데 어떻게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거짓말이 습관이 되면 안 될 텐데, 정말 걱정이었다. “혜인아, 담임 선생님이 그러는데 아빠가 모닝글로리 사장님이라고 했다면서?” 말이 없었다. 그저 차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미안해하지도, 그렇다고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그냥 멀거니 앉아 있는 혜인이가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친구들에게 가족 이야기하기가 좀 창피했니? 하지만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 “우리 집 사정을 그대로 말할 순 없잖아요? 애들이 절 무시할 게 뻔한데요.”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는데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거야. 거짓말을 하게 되면믿음이 깨져서 친구들이 네가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게 돼. 너 ‘양치기 소년’ 알지? 처음에 거짓말했기 때문에 나중엔 진짜 늑대가 나타났어도 동네 사람들이 믿지 않았잖아? 네가 계속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질 수도 있어. 어라? 우리 혜인이 코가 점점 길어지네! 아! 어떡해!” 혜인이가 멋쩍게 웃었다. 그동안 친구들에게 숨기고 있던 가정사가 알려질까 두려웠던 혜인이의 마음이, 거짓말을 해야만 했던 그 처지에, 가슴에 저려왔다. 남다른 피부색, 거기다가 엄마 아빠의 이혼, 한국말이 서툰 엄마와 3명의 동생, 학교에 잘 다니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혜인이의 상처가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눈에 보여 혜인이를 태우고 집으로 가는 길이 납처럼 무거웠다. 가슴이 아팠다. “선생님 제가 시 승격 70주년 뮤지컬 공모에 당선되어 10월에 공연해야 해요.” 초등학교 제자이고, 서울에서 뮤지컬을 공부한 제자 이슬이가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불현듯 생각나는 게 있어서 아역이 있느냐고 물었다. 다행이었다. 인현왕후의 어린 시절을 노래할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슬아, 아역 주인공 오디션에 시골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다문화에 편모가정으로 자신감은 없으나 자존심이 센 아이, 자신의 처지가 알려질까 두려워 거짓말을 해야 했던 피노키오 혜인이를 인현왕후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타고난 음색은 아름다우나 음악 시간 외에는 성악 지도를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해 음정과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것이 눈에 보였다. 도시 아이들과의 수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다. “혜인인 타고 난 소리와 음악적 감각이 있어서 연습만 잘하면 될 거 같아요.” 학생들을 지도해서 전국대회에서까지 상을 타오는 베테랑 선생님인 박미란 선생님께 혜인이의 지도를 부탁했다. 혜인이가 성악 지도를 받는 동안에 선생님 댁으로 데려오고, 마치면 집으로 데려다주는 일이 시작되었다. 연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평일엔 Mr로 들으면서 연습을 하고 학교에서 내가 봐주기도 하고 1주일에 한두 번씩 박미란 선생님에게 지도받기로 했다. 주변에선, 시내에 잘하는 애들이 많고 많은데 왜 사서 고생이냐고 난리였다. 하지만 피노키오를 왕비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포기할 순 없었다. 결국 혜인이는 당당하게 인현왕후 아역에 캐스팅이 되었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빠른 비트에 엇박자가 많아 리듬을 타야 하고, 가사가 랩처럼 빨라 따라 하기조차 힘든데 혜인이는 뮤지컬 연습을 잘 따라 주었다. 소녀 인현왕후가 저잣거리에 나와 장터를 돌아다니며 부르는 노래는, 피아노 선율에 얹어져서 역동적이고 발랄한 모습을 소녀의 감성으로 표현해야 하는 상당히 어려운 장면이었다. 숙종과의 만남은 별로 의미 없는 듯 스쳐 지나가면서 합창과 어우러지기도 하고 독창을 하기도 하면서 청중을 압도해야 하는 무게감 있는 역할을, 혜인이는 잘 익혀가고 있었다. 왕후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매일 연습 장소로 차로 태워주고 와야 하고, 노래에 맞춰 안무와 대사지도 해주는 것도 버거운데 서울에서 하는 리허설에 꼬마 아가씨를 데리고 갔다가 와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다른 집 애들 같으면 캐스팅만 되어도 부모가 알아서 척척할 텐데…. 하나에서 열까지 내가 다 챙겨 주어야 하니 시간을 내기가 힘들고 혜인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무척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혜인아 너도 힘들고 나도 어렵지만 우린 잘 할 수 있어! 아니, 잘 해야만 해!’ 이제 세팅은 끝났다.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 무대를 휘어잡을 인현왕후! 자랑스럽게 변신한 혜인이의 무대에 엄마를 초대하고 학교에서는 단체관람을 신청했다. 낯선 땅에 시집와서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았던 혜인이의 엄마, 이젠 과거의 아픈 상처를 말끔히 치유하고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으로서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다. 그리고 피부색이 달라 부끄러웠던 아이,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상처받았던 아이, 친구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거짓말을 해야만 했던 이 아이의 마음도 따스하게 보듬어 주고 싶다. ‘혜인이가 얼마나 잘 자랐는지를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확실히 보여 주어야지’ “시끌벅적 소란스러운 운종가에 장터 - ” 10월 31일, 첫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을 하면서 혜인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생기 있는 얼굴에 똘똘한 눈이 어찌나 빛이 나던지! 마치 딴사람이 된 것 같았다. 친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가 다른 다문화에, 동생 셋이나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소심한 시골뜨기 소녀였는데, 연예인을 바라보는 듯한 친구들의 눈빛에는 자랑스러움과 부러움이 가득했다. 공연을 거듭할수록 혜인이는 자신감을 찾아갔고 감사하게도 다섯 번의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시승격 70주년 기념 뮤지컬 무대에서의 혜인이 모습엔 훌륭한 집안에서 자란 왕후의 기품이 서려 있었다. 그 기품은 혜인이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동력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지금까지 눈물과 한숨으로 점철된 삶의 연속이었던 혜인이 어머니의 얼굴엔 뜨거운 눈물이 쉴 새 없이 미끄럼을 타고 있었다. 그 눈물은 아픔의 눈물이 아닌, 딸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어려운 환경에서 잘 자라준 감사의 눈물이었으리라. 그동안 감기몸살이 심해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데도 혜인이를 데려가고 데려왔던 일, 출장 등, 여러 가지 일로 시간 맞추기 힘들어 헉헉대며 혜인이를 케어하던 일, 힘들다고 투정하는 녀석을 어르고 달래며 달려온 일, 아침 일찍 서울의 연습실에서 동선을 익히고 대사를 익히고 노래를 익히다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늦게 기차 타고 왔던 일들이 꿈 같이 스쳤다. ‘혜인아, 이젠 날개를 활짝 펴고 너의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렴. 오늘은 네가 최고였어! 세상에서 가장 멋진 피노키오 왕비! 네가 자랑스럽다.’ 자랑스러운 피노키오 혜인에게 기쁜 소식이 연달아 찾아왔다. 경북 학생 동요대회에서 은상을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혜인이에게 검정 구두와 단정한 정장을 마련해 주고 피아노 선생님도 지원해 준 보람이 있었다. 코리안 타임즈에서 주최하는 제8회 한국 다문화 청소년 상도 수상하게 되었다. 초등학교에서 단 2명만 주는 상에 혜인이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어깨에 힘찬 날개를 단 혜인이의 미래는 더없이 밝다. 내 인생에서 혜인이와의 만남은 가장 큰 축복이다. 앞으로 내가 언제, 어디에 있든지 우리 혜인이의 찬란한 미래를 위하여 기도할 것이다. ------------------------------------------------------------------------------------------------------------------ 2020 교단수기 공모 - 금상 수상 소감 사랑이 넘치는 교사가 되어야지... 한국 교육신문의 교단 수기를 읽으며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막상 나의 이야기가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35년의 교직 생활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사랑이 넘치는 교사가 되어야지!’ 처음 마음과 달리 가르치는 것도 서툴고 사랑을 주는 방법도 서툴렀던 나는 아쉬움을 달고 살았다. 하나에서 열까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혜인이와 만남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혜인이네 식구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모아준 ‘만 원의 행복’ 옛 학부모님들과, 없는 시간을 쪼개어 4남매의 등하교를 도와준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잘 자라준 혜인아! 환경 앞에 기죽지 말고 너의 꿈을 찬란하게 펼쳐 가기 바란다. 화이팅!
송미나 광주 수문초 수석교사가 또 한 번 한국유·초등수석교사회를 이끈다. 한국유·초등수석교사회는 지난달 20일 한국교원대 교육연구관 한국수석교사회에서 ‘2020년도 시도회장단 정기협의회’를 열고 송 회장을 제7대 회장으로 중임했다. 이 자리에서 송 회장은 대다수 시·도회장의 지지를 얻었다. 송 회장은 “수석교사제는 교단의 본령인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위대한 가치를 회복하고 새로운 공교육의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선진화된 교원의 자격체계”라며 “임기 동안 교단의 변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수석교사제의 활성화와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중임 소감을 밝혔다.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다.
지난해 10월 발효된 교원지위법을 적용한 학부모에 대한 첫 고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10월에는 대구에서 훈육하는 여교사를 폭행한 가해 남자 중학생이 학생으로 처음 고발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서대문구 소재 중학교의 한 학부모가 당일 개최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장소를 사전 통보받지 못해 자신이 10여 분간 복도에서 대기했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학폭위 업무 담당 교사와 자녀의 담임교사 등 두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다. 당일 학생들과 동료 교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생한 학부모의 모욕적인 언행으로 교사들은 이후 특별휴가를 얻어 병원치료·심리치유를 받고 비정기 전보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교권 침해에 대한 일대 경종 최근 해당 학교에서는 교권 침해를 한 이 학부모의 형사고발을 서울교육청에 요청했고, 교육청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를 거쳐 학부모의 언행이 모욕과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경찰에 고발했다. 이번 고발은 앞으로 교육활동 침해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정 교원지위법은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한 고발 의무화 △관할청의 법률지원단 구성·운영 의무화 △피해 교원 특별휴가 부여 등 치유 조치 △교권 침해 학생의 학급 교체·강제, 전학 조치 △가해 학생 학부모 특별교육·심리치료 미이수 시 3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등 실효적인 교권보호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시·도교육청별로 교권 침해 교원들에게 비용을 우선 변제하고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 보호조치 비용부담과 구상권 행사에 관한 고시’도 행정예고 중이다. 개정 교원지위법은 아동복지법, 학교폭력예방법 등과 함께 교총이 ‘교권 3법’으로 규정한 법안이다. 교총의 ‘교권 3법’은 교원의 교권,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참여·지원권 등의 통합 보호를 지향하고 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2016년 취임하면서 교원지위법을 비롯한 ‘교권 3법’ 개정안을 입안하고 전 방위적인 정책 활동을 벌여 마침내 지난해 개정 완수를 이끌어냈다. ‘교권 3법’ 개정으로 학교와 교단에서 교원과 학생이 오롯이 교육과 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방호벽이 설치됐다. 교원은 본분인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게 하라는 선언적인 법령은 완비됐지만, 교권 3법 개정 이후에도 아직은 학생·학부모들에 의해 크고 작은 교권 침해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교육의 주체인 교원의 교권보호는 법령 개정, 처벌·징계 강화 등 외재적 강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선 ‘스승 존경’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군사부일체’,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라는 말들은 옛말이라고 하더라도 교원이 편안하고 안전하며 보람으로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즉 교원들이 신바람 나는 학교, 가르칠 맛 나는 교단 조성이 급선무다. 그것이 교총이 말하는 ‘스쿨 리뉴얼’이다. 교원이 신바람 나는 교단 조성 스승 존경과 교권보호가 교육경쟁력이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이다. 특히 ‘교육 바로 세우기’와 ‘교권 바로 세우기’는 오늘날 교육의 화두이다. 교사는 스스로 전문직으로서 절차탁마해 높은 전문성과 윤리를 보이고, 학부모·학생은 교권 침해자가 아니라 교권 수호 파수꾼으로 거듭나야 한다. 교육계에서 올해를 ‘교권 회복의 원년’으로 삼고, ‘교육이 걱정인 나라에서 교육이 희망인 나라’로 혁신을 추진하는 것도 교권보호에서 출발해야 한다. 훌륭한 교육은 학교가 행복배움터로 자리매김해 교원, 학생, 학부모 등 삼위일체가 서로 보듬고 배려하는 가운데 실현되는 것이다. 이번 교원지위법을 적용한 학부모에 대한 첫 고발 사례는 빈발하는 교권 침해와 갑질 일탈에 일대 경종을 울렸다. 그 누구든 학교와 교단에서 교원의 정당한 지위와 교권을 침탈해서는 안 된다는 강고한 교훈을 주고 있다.
며칠 전 졸업식이 끝난 아이들은 분주하게 인사를 나누고는 썰물처럼 학교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교실을 들락거리며 수업을 열심히 하고 면접 준비를 시켜도, 졸업할 때 찾아와 인사하는 것은 고작 3학년 담임교사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 2학년 때 담임까지 찾아와 인사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교과 수업만 하던 교사까지 찾아오면 ‘희귀종’이다. 하긴 고3 담임 반 아이들조차도 교실에서 손 흔들곤 끝. 교무실까지 찾아와 인사하는 아이는 전교생 중에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고3 담임 선생님(만) 땡큐! 그렇게 한 해 동안 정들였던 아이들과 이별했다. 새 학년의 배정된 반을 다 불러 주고 빈 교실을 뒷정리하며 혼자 콧날이 시큰했다. 그런데 뒷정리가 끝나도록 기다리며 교실 앞 복도에 혼자 기웃거리던 아이가 있었다. “선생님, 이거... 학기 중에 드리면 선생님께서 절대 안 받으실 것 같아서요.” 낯익은 글자로 쓴 손편지 한 통과 레몬청 한 병. 쑥스러운 듯 건네며 감사했다고 전한다. 이게 뭐냐고 묻자, “선생님, 커피 많이 드시던데 비타민도 보충하셔요.” 하면서 건네고는 서둘러 나갔다. 손에 들려준 편지를 읽다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가정폭력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아이. 정부가 주는 수당에 기대 엄마, 누나와 지내야 하는 궁핍한 생활 탓에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것도, 변변한 학원 등록도 하기 어려웠던 아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기업에서 제공하는 장학금도 받게 하고, 수시로 면담을 하며 무사히 고2의 격변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왔다. 몰라줘도 그만이고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늘 그렇듯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이니까. 그런데 어지간히 마음에 남았던지 꾹꾹 눌러 쓴 손편지에 감사하다는 말과 자신의 꿈이 바뀌어 교사가 되겠다는 이야기. 가슴을 울리고 만다. 물론 한 해 동안 표현하지 않으면 감사가 아니라고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주변의 수많은 사랑과 도움과 은혜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랬더니 그 수혜자(?)가 되고 말았나 보다. 감사는 아무리 넘쳐도 해가 되지 않으니 늘 그리 가르쳐온 것이다. 절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졸업생이 찾아오면 종종 하는 이야기가 ‘선생님께서는 절 잘 모르실지도 모르지만’이다. 안다. 왜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는지. 하지만 대부분은 기억한다. 얼굴과 이름이 좀 헷갈릴 때가 있어도 대부분 이야기를 이어가면 고구마 줄기처럼 기억이 딸려 올라온다. 그런데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해봐야 날 모를 텐데, 인사는 해서 뭐하나.’ 기억은 참 소중한 것이어서 한번 기록이 되면 참 오래 가는 것인데. 그 기억이 추억으로 저장되면 쉽게 희석이 되지도 않는 법인데. 자신을 기억할 것이라는 믿음과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기억이 인간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깊고 넓게 하는 힘이 있음을 아이들은 알고 있을지. 이별 그리고 만남, 떠나보내고 이제 또 새로 맞이하는 변곡점에 서서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지점이 바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감사하다면 표현하라고 올해도 또 그렇게 가르쳐야겠다.
연수나 협의회 등에 참석하면 늘 듣는 이야기가 있다. “바쁘신데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어디서나 비슷한 인사말을 하지만, 으레 하는 말로 듣기에는 선생님들의 표정이 다소 너그럽지 못하다. 선생님들은 정말 바쁘다. 타 직군과 비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업무를 수행해내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바쁘다. 학생을 위한 교사 본연의 업무와 그를 잘하기 위한 준비, 뒤따르는 부수적인 행정, 여기에 더해 각종 행사 등의 주객이 결국 전도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행 따르다 보면 본질 잃어 교사의 기본 업무는 학습지도와 학생과의 교감이다. 이 두 영역이 무엇보다 가장 먼저 이뤄야 할 교사의 소명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고민의 시간 틈으로 최근 경향에 맞는 수업을 잘하기 위한 각종 모임, 매년 성향이 변하는 학생과 공감하기 위한 기법 연수, 여기에 더해 교육적인 수명이 길지 않아 보이는 행사성 업무까지 비집고 들어 온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학생들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을 강조하는 교사 본인은 막상, 자기 주도적 고민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결국, 학생의 성장이라는 알맹이 없이 시류에 걸맞은 결과물만 양산해내고 본질을 잃어버린 기계적인 시간만 소비하게 된다. 학생들도 정말 바쁘다. 학교 교육 방향에 활동형 학습에 대한 요구가 그득해지면서 다양한 수업방식이 도입됐고, 그로 인해 수행평가 비중이 늘고 교과 외 자율활동 등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됐다. 학생도 스스로 학습을 위한 고민의 시간을 뺏긴 채 주어진 과제를 꾸역꾸역해내기 바쁘다. 지나치게 많은 교내·외 행사와 활동도 학생들을 교사 못지않게 본질을 잃어버린 학습의 현장으로 내몬다. 처음 교직에 발을 디디고, 각종 연수를 쫓아다니던 신임 교사에게 한 선배 교사 교육정책도 수업방식도 나름의 유행이 있더라며 연수를 통해 배우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어느 한 분야에 매몰되지 말고 본인만의 기준으로 교육철학을 수립하라고 했다. 철학 없이 매몰되면, 새로운 교육의 흐름이 왔을 때 자신의 교직관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주의를 주며 뿌리가 깊은 유연함을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앞선 내용과 연결해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을 생각하면 교육에는 유행이 없어야 한다고 해석하게 된다. 변화를 수용할지언정, 기존의 것을 뒤엎고 새로운 것에만 적응하려 하면 다른 어떤 분야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교육정책의 수립과 수행에 어려움을 불러올 것이다. 교사가 본연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해내기 위한 정책적이고 실질적인 뒷받침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모두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하며 기존의 가치도 잘 이뤄낼 수 있는 여건 보장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맞고, 그때도 맞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주인공 함춘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게 뭐, 대수인가요? 우리는 다 그냥 할 만큼만 하고 사는 거예요. 뭘 더 원해.” 지금은 맞고, 그때도 맞다. 그리고 지금이 틀렸으면, 그때도 틀렸다. 지금과 그때를 양분하는 순간, 함춘수처럼 ‘할 만큼만 하는’ 부작용이 만연할지도 모른다. 좀 더 온고지신하는 자세로 교육을 대해야 할 것 같다. 교육은 유행이 아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전 세계가 비상사태다. 발병국인 중국에서는 이미 확진자 7만 명, 사망자 1700명을 넘어섰다. 날이 갈수록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에는 아직 사망자는 없지만, 확진자가 늘고 있다. 바이러스는 아시아, 유럽, 북미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우려가 된다. 단위학교 방역물품 확보 못해 정부에서는 중국 발 입국 제한, 입국자의 격리 수용, 국민 교육·홍보 등의 방역대책을 수립·실행 중이다. 이에 따라 전국의 유·초·중·고·대학교 등 각급 학교도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학교별로 줄줄이 개학·졸업·입학식 등을 연기하거나 취소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개학 후 휴교·휴업 중이다. 그런데 전국의 학교가 전염병 확산 방지와 방역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교육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선 학교는 개학 연기·휴교·휴업, 의심 환자 출결처리 기준, 관련 의약·방역물품 구입과 행정에 정부와 교육당국의 혼선과 무책임으로 애로가 많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인 학교의 감염 예방과 방역 활동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국가적인 대처와 교육당국의 인적·물적·행정적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관련 방역물품 지원, 행정체계 등이 학교현실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 우선 화급하고 필수적인 마스크·손세정제 등 방역물품은 교육당국에서 확보, 공급하는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보건 관리 기준·지침에 따라 마스크, 손세정제, 체온계 등을 구비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학교 보유분은 금방 소진된다. 그렇다고 단위학교에서 이들 물품을 조기에 대량 구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격폭등, 예산부족은 차치하고 품귀현상으로 구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현재 학교에서 업체에 마스크·손세정제 등을 주문하면 적어도 보름 이상이 걸린다. 학생들에게 기침예절, 손 씻기를 강조하는데 정작 마스크·손세정제 등을 지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처럼 비상시에는 관련 방역물품 구입을 단위 학교에 맡기기보다는 정부와 교육당국 차원에서 일괄 구입해 일선 학교에 보급하는 ‘안정적 생산·유통·공급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판매처에도 일인당 구입량 게시, 매점매석의 제재 등과 같은 피상적인 임시방편이 아니라, 비상시 학교·학생용 구입은 우선 공급토록 지침을 개선해 원활한 공급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감염 예방·교육·홍보·행정 보고 등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각급 학교에 보조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보건교사가 없는 소규모 학교와 ‘나 홀로 근무’하는 유치원 등의 경우 보조인력 배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교육청 차원에서 보건 보조인력 풀을 구축해 대체 인력을 지원해줘야 한다. 한편, 이번 사태와 같은 비상시의 학생 등교 중지·격리·출석관리, 휴교·휴업,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등에 통일된 기준을 담은 종합적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 평상시에는 단위학교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학사와 교육과정을 운영하지만, 현재와 같은 위중한 대재앙에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국가가 책임지는 제2의 국방 정부와 교육당국 차원의 안정적인 학교 지원과 통일·일관된 행정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학교의 안정을 도모하는 길이다. 지난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의 원활하지 못한 지원과 행정으로 겪은 어려움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결국 이번 우한 폐렴 사태는 국제적 방역공조와 국민적 합심협력이 조기 해결의 열쇠다. 방역은 제2국방이고 성숙한 사회일수록 시민의식이 빛을 발한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교육자치·분권화·자율화 등을 내세워 일선 학교에 모든 것을 떠밀지 말고 현장친화적인 종합적·총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자.” 새로운 해를 시작할 때마다 항상 되새기고 다짐하는 말이다. 9년째 교무부장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어떤 이들은 ‘이제는 편하겠다’, ‘학년도만 바꾸면 되잖아’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결코 그렇지 못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작은 일에도 최선 다해야 많은 선생님들이 공감하겠지만 자신이 올린 결재 문서가 결재권자에 의해 수정이 되면 유쾌하지만은 않다. 결재 경로를 떠나 자신의 글을 누군가 수정하는 것은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치명적인 오류의 경우는 직접 확인하지만 단순한 표기, 서식 구성의 오류인 경우는 수정 후 결재를 올린다. 결재 이력에서 수정 내용을 확인한 선생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침묵이나 ‘고맙다’는 인사가 대부분이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고쳐야 되냐는 불편한 반응도 종종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나 역시 경력이 짧았을 때는 문서를 작성할 때 불합리하다고 느꼈었다. ‘내용이 중요하지, 점의 위치가 왜 중요하지?’ 힘들게 준비한 결재 문서를 지적하는 관리자 분들이 야속했다. 그런데 기본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왜일까? 나 역시 형식에만 얽매이게 된 걸까? 영화 ‘역린’의 한 장면에 중용 23장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나오면 겉으로 드러난다.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이 문장의 핵심은 기본에 있다고 본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지켰을 때 그 다음 것이 있을 수 있다. 요행으로 그 다음 단계까지 갈 수는 있다. 하지만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서 쌓아올린 것은 쉽게 무너지고 만다. 군대에서 제식훈련을 무한 반복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이다. 생명이 걸린 화기를 다루는 군에서 태도와 사고를 바르게 갖게 하기 위해 행동의 기본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이다. 교육자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역시 마찬가지로, 사소한 일들에 정성을 다해 가르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엄격하게 형식을 지켜 문서를 만들고,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과 무관한 형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학교의 모든 일은 직간접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일들이다. 그 일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그리고 그보다 기본에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갖추고 유지하기 위해 작은 부분에 정성을 쏟는 일은 중요하다. 국어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신경을 많이 쓴다. 사전을 찾아가며 정확한 어휘를 찾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한다. 제대로 생각을 전하기 위해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친다. 이 또한 아이들을 위한 일 새 학기가 시작되면 많은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재 문서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묵묵히 고쳐드릴 것이다. 어쩌면 이런 당연한 일들 하나하나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작은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