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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도 안 계신다. 마루에도 안 계신다. 서둘러 사랑방 문을 여니 한겨울 오후의 옅은 햇살이 냉기 가득한 빈방을 지키고 있다. 가슴이 미어지더니 뜨거운 눈물이 펑펑 솟는다. 돌아가신지 25년이 지났건만 고향집에만 오면 아이처럼 아버지가 보고 싶다. 아내가 흉볼까봐 서둘러 눈물을 닦고 새로 지은 안채로 건너간다. 현관을 들어서니 형님 두 분과 형수님 두 분 그리고 제수씨가 이미 제사 음식을 장만하시느라 분주하다. 형제를 만나는 반가움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을 밀어낸다. 나는 세상의 모든 직함을 버리고 그저 계산댁 셋째 아들이 된다. 작은 방으로 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온다. 깨끗이 씻은 문어, 돔베기, 쇠고기 그리고 고등어 등이 소반에 담겨있고, 널찍한 도마에 놓인 큰 칼은 새파랗게 날이 서 있다. 손을 씻고 무릎을 꿇어 조심스럽게 도마 앞에 앉아 어육을 장만하기 시작한다. 어육을 장만하는 특별한 일은 의례히 두 분 형님께서 맡아하셨다. 어육을 다루는 절제된 손길과 경건한 표정을 바라보면서 형님들의 아버지에 대한 흠모의 지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영모의 숭고가 열락으로 승화하는 아름다움을 보았다. 몇 해 전에 어육 장만하는 일을 물러 받고 몹시도 두려웠던 것은 내 거친 성정과 서투른 솜씨에 대한 내 불신 때문이었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두렵다. 문어 다리 하나를 잘라 도마 위에 올린다. 허물거리는 검붉은 껍데기를 말끔하게 벗겨내고 한 치 반 정도의 길이로 도막을 낸다. 도막난 문어를 다시 세로로 서너 조각 나누어 꼬치에 꿸 수 있도록 저름(점)을 만든다. 아버지는 문어를 참 좋아하셨지만 비싸서 자주 드시지 못했다. 문어를 사 오시면 한꺼번에 드시지 않았다. 한겨울에는 사랑채 석가래 끝에 꽁꽁 얼도록 매달아놓고 조금씩 잘라 드셨다. 돌아가시기 몇 해 전부터 내가 가끔 문어를 사드린 까닭으로 제사상에 올릴 문어 사는 일은 내 몫이 되었다. 문어 저름이 만들어지면 속살이 위로 올라오도록 꼬치에 꿴다. 전에는 산에서 베어 온 싸리나무로 만든 꼬치를 썼는데, 요즈음은 시장에서 파는 대나무 꼬치를 사서 쓴다. 저름 사이가 너무 빽빽하면 융통성이 없어 격이 낮아 보이고, 너무 헐렁하면 실속이 없어 보인다. 꼬치가 다 꿰어지면 뾰족한 끝을 칼로 다듬어 마무리 한다. 제사에 관한 모든 결정은 큰형님께서 하신다. 문어를 미리 맛보는 일도 큰형님의 일이다. 큰형님께서 문어를 잘 샀다고 고개를 끄덕이신다. 다행이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은 언제나 최고여야 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큰형님은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신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아버지 곁에 계시면서 부모님 봉양과 동생들 치다꺼리로 힘든 삶을 사시면서 섭섭해도 화내지 않으시고, 앙탈을 부려도 나무라지 않으셨다. 형제들이 모이면 고향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전해주시는 일이 커다란 즐거움이다. 우리는 오늘도 형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자의 유년시절로 돌아간다. 거기에서 때 묻지 않은 삶의 원형을 만난다. 큰형님을 통해 아버지를 만난다. 문어 다음에는 돔베기를 꿴다. 돔베기 장보기는 여간 힘 드는 일이 아니다. 어떤 때는 살이 희고 졸깃졸깃하여 감칠맛이 나는데, 어떤 때는 윤기가 없고 터벅터벅하여 나무껍질을 씹는 것 같다. 익혀서 먹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 안타깝다. 장사꾼을 믿거나 운을 따를 수밖에 없다. 돔베기는 길이가 어정쩡하여 저름 만들기가 어렵다, 두 도막을 내면 너무 길고, 세 도막을 내면 너무 짧다. 올 해는 큰 맘 먹고 두 도막을 내어서 저름을 큼직큼직하게 만든다. 형제들의 살림살이가 큼직한 돔베기 저름처럼 더 넉넉하고 더 풍족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주차하는 소리가 나더니 동생이 현관을 들어선다. 짧게 깎은 머리와 굳게 다문 입술이 강단해 보인다. 동생은 공부를 많이 못했다. 공부를 잘했지만 집안 형편이 여의치 못해서 중간에 그만 둬야 했다. 배운 것이 적은 동생의 삶은 평탄하지 못했다. 아버지께서 두고두고 가슴 아파하셨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셔도 동생은 그저 덤덤할 뿐 슬퍼하지 않았다. 외롭게 하늘만 쳐다보았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삭이고, 세상을 향하여 마음을 열었다. 이제 웃는 얼굴로 형님들 곁에 앉는다. 동생이 합세하자 집안 분위기가 한층 더 화기애애하다. 고향 이야기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 영역으로 번져간다. 차분하던 큰형님의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작은 형님도 이에 질세라 목청을 돋우고, 동생도 있는 힘을 다해 거든다. 말 주변 없는 나도 있는 말 없는 말을 보탠다. 형제간에 불화를 많이 겪으셨던 아버지는 아홉 남매가 정 있게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형제는 진위, 선악 그리고 미추를 초월하여 존재한다. 돔베기를 다 꿰면 쇠고기를 잘라 저름을 만든다. 쇠고기는 시내에 사시는 작은 형님께서 식육점을 하는 친구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사 오신다. 선명한 붉은색에 하얀 기름이 고르게 퍼져있는 최고급 쇠고기이다. 쇠고기에는 아버지의 속을 가장 많이 썩혀 드린 작은 형님의 속죄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쇠고기는 결을 잘 살펴서 저름을 만들어야 꿰기가 쉽고 모양도 좋다. 다 꿴 쇠고기는 다져야 한다. 꼬치 위에 굵은 소금을 뿌리고 칼등으로 정성을 다하여 자근자근 두드린다. 너무 세게 두드려서 고기가 해지면 정성이 부족해 보이고, 약하게 두드리면 소금이 배지 않아 맛이 적다. 중용은 어려운 것이다. 동생도 같이 다진다. 고기 다지는 소리가 장단이 된다. 이야기 소리와 쇠고기 다지는 소리로 떠들썩해지자, 전을 부치시던 작은 형수님이 살짝 나선다. 형제간에 모여 대통령처럼 말하고, 국회의원처럼 행세하고, 판사처럼 시비를 가리고, 의사처럼 처방하는 모습이 가관이라고 꼬집는다. 형제간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면 며느리들은 무엇 하느냐고 익살을 떤다. 모두가 배꼽을 잡고 한바탕 웃는다. 배추전을 다 부쳤으니 이제 다시마전과 북어전을 부쳐야한다. 비린내가 나는 고등어는 제일 나중에 꿴다. 먼저 대가리를 잘라내고 몸통을 뼈째로 세 도막낸 다음 세로로 잘라 저름을 만든다. 여간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살점이 흩어진다. 저름을 내고 남은 고등어 꼬리는 어탕을 만드는 데 쓰고, 대가리는 따로 보관했다가 나중에 구워서 반찬으로 먹는다. 인근 동네에 살고 계시는 큰누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다른 누님 세 분이 멀리 살고 계시니 제사에는 큰누님이 혼자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큰형님은 전화에 대고 늦게 오신다고 나무라신다. 그만큼 보고 싶다는 말씀이다. 걸어오겠다고 했지만 동생이 후다닥 일어나서 차를 몰아 누님을 모시러 간다. 꼬치를 다 꿰고 나니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몰려온다. 등이 당기고 어깨가 뻐근하다. 부엌에서 숙주나물을 장만하시던 큰형수님이 얼른 달려와서 어깨를 주물러 주신다. 고기를 꿰느라 수고한 시동생이 고맙다는 표시이다. 부모님을 모신 큰형수님의 손길은 소박하고 진실하여 믿음직하다. 대구에 사는 막내 동생 부부만 오면 형제가 다 모인다. 막내는 어른이 되도 항상 막내이다. 늦게 와도 되고, 일을 안 해도 탓하는 사람이 없다. 막내는 시루떡을 맡아서 해 온다. 시루떡은 항상 따끈따끈하다. 출발한지 한 시간쯤 지났으니 곧 도착할 것이다. 도마를 씻으러 마당으로 나온다. 마당은 보름달 푸른빛으로 가득한데, 사랑방 문에는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께서 오늘 저녁 일찍 주무시나 보다. 우리 형제 웃음소리 들으시며 기쁜 마음으로 편히 잠드셨나 보다. 아무 걱정 없이 고이 잠드셨나보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형언할 수 없이 찬란한 기쁨이 등줄기를 타고 전신으로 번져나간다. 아버지는 돌아가셔도 언제나 내 속에 계신다. 아버지의 기운과 내 기운이 서로 감응하여 아버지의 기쁨이 내 기쁨이 되고, 내 기쁨이 다시 아버지의 기쁨이 된다. 아버지는 아들의 영원한 신앙이다. 나는 찬물에 도마를 씻으면서도 손이 시린 줄을 모른다.끝
눈에 띄는 수작이 없는 가운데 예심을 통과한 6편의 작품을, 이야기의 새로움과 작가로서의 가능성 등에 주안점을 두고 다시 읽어 보았다. 여기에서 ‘내 이름은 캐빈’, ‘로봇과 나’, ‘멋진 누군가’ 3편이 최종심에 오르게 되었다. ‘내 이름은 캐빈’은 영어가 상용화된 미래의 이야기로 문장이 안정되어 있고 이야기도 거침이 없었지만 미래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사회 현실의 묘사가 어색하여 이야기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미래라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준비가 치밀했더라면 더 빛났을 작품이다. ‘로봇과 나’는 형과의 갈등과 화해를 무난히 그려냈고 과학과 종교의 만남도 상투적이지만 무난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잘 읽히는 대신 새로운 맛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도 작의적이었다. ‘멋진 누군가’는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이야기도 참신해서 쉽게 앞의 두 작품을 밀어냈다. 그림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흔치 않은 작품으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문장도 안정되어 있어서 투고작 중 가장 돋보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작품은 잘 읽히지 않는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동화의 1차 독자는 어린이이고 읽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작품만으로도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많은 습작의 향기 같은 것도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었다. 분명하고 선명한 줄거리에 동화의 옷을 입히는 훈련만 하면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거란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어렵지 않게 당선작으로 합의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더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한국 동화 문단의 빛나는 이름이 되기 바란다. 끝으로 교원문학상 응모를 준비하는 동화작가 지망생들에게 질 높은 창작동화를 읽는 공부부터 하라고 권하고 싶다. 투고된 작품의 전체 경향을 살펴보면 학교 주변의 이야기에 머물고만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학교 주변의 이야기도 얼마든지 좋은 동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동화가 갖추어야 할 것들을 제대로 알고 창작에 임한다면 훨씬 수준 높은 동화를 쓸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쓰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이나 글을 쓰는 사람들의 아름다움 같은 것들은 마주칠 때마다 제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쓰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서 문창과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는 ‘나도 다른 이의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기분으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 오만한 마음 탓으로 언제나, 어떤 쓰기에서도 그 욕심을 한껏 채워내지 못하였습니다. 제 그릇의 모자람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덜 차면 덜 찬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그대로 저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글에는 만족함이란 것이 없다지만, 게다가 제 글이 만족할만한 것일 리가 없지만, 글의 완성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언제나 제 자신이 글을 쓰는 지금이, 그 순간들이 참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바보같이도 잘 쓰지도 못하는 게 쓰는 것만은 참 좋은가 봅니다. 동화를 쓰는 내내 아이의 마음을 담고 싶었고, 아이의 마음을 닮고 싶었습니다. 과장되거나 얕보지 않고 천진하고 진지한 그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글을 쓰도록 배우고, 익히고, 외우고, 살겠습니다. 부족하고 또 모자란 제 글을 추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한국교육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마음만 앞서는 제 글들을 차근차근히 짚어주시고 가르쳐주신 계대 문창과 최정원선생님, 김원우선생님, 여러 선배님과 동기, 후배님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신규교사 주제에 주간일반대학원을 연가 써 가며 다닌다고 설치는데도 한 마디 불평도 않으시고 항상 격려해주신 따뜻한 대구동부초의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고 싶었던 첫 째 이유였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어머니, 이제는 언제나 제 가까이 계신 어머니께 큰 칭찬을 받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는 틀림없이 ‘멋진 누군가’인 당신을. 꼭 끌어안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요일 오후예요. 바람이 들판의 풀꽃들을 잔잔히 흔들고 있어요. 햇살은 강물을 탱글탱글 윤나게 부풀려주고 강가에는 부들이 한껏 자라 올랐지요. 도요새 가족이 먹이를 찾아 거니는 들판에 우리 가족은 자리를 펴고 앉았어요. 우리 가족은 다섯이예요. 엄마, 아빠, 오빠, 언니 그리고 나. 여기는 그림책 속, 24쪽의 그림틀 안이에요. 그래요. 우리 식구는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랍니다. 사실 나는 책의 내용도, 제목도 잘 몰라요. 이웃의 글씨 가족이 앞 쪽에 바글바글 살고 있지만, 그 이웃은 아주 무뚝뚝해요. 나는 글씨를 잘 모르는 어린아이고요. 항상 책을 보는 사람들이 어린 친구들인 것을 보니, 아마 이 책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책인가 봐요. 친구들은 나들이 나온 우리 가족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놀러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워하곤 하지요. 그렇지만 말예요. 항상 매일같이 이렇게 놀기만 하는 저는 사실, 공부도 해 보고 싶고, 집 안에서 쉬고 싶을 때도 있어요. 책이 덮여지면 우리 가족은 23쪽 이웃과 마주치게 된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평소 말없던 이웃가족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옆 쪽 가족은 오늘도 여행만 하고 있다지? 저희들이 나들이 나왔다는 걸 알기나 할까?” “허허, 그림들이 원래 다 그런 것 아니겠어? 그에 비해 우리 글자들은 모든 것을 낱낱이 알고 있지.” “그런데 지호는 정말 공부를 잘 해. 저것 봐, 늘 책만 읽고 있지.” “지은이는 참 예쁘지? 동생을 잘 돌보는 것 같아.” “막내 말이지?” 나는 깜짝 놀랐어요. ‘형의 이름이 지호이고, 누나 이름이 지은이로구나!’ 우리는 형제지만 서로 이름도 몰랐지요. “참, 막내 이름이 뭐였지? 23 쪽에는 막내 이름이 안 나오더라고.” “다른 쪽에도 막내는 이름이 없어. 그냥 막내라고 하더라고.” 이제까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요. 나는 그림틀의 한 귀퉁이에 뒷모습만 그려져 있어요. 사실 막내라기보다 이름이 없다고 해야 정답이지요. 나는 고개를 푹 숙였어요. 다음날, 형과 누나에게 자기들의 이름을 알려주니까 깡충깡충 뛰며 좋아했지요. “당장 그렇게 부르자꾸나. 이웃 글씨 가족에게 감사인사라도 해야겠는 걸?” 엄마, 아빠는 내 속도 모른 채 크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죠. “그런데 우리 막내는 이름이 뭐라니?” 엄마가 물어보자마자 나는 얼른 ‘난 그냥 막내래요.’ 했어요. 머뭇거리면 내가 속상해하는 마음이 들킬까 봐서였어요. 아빠는 ‘오 그래, 막내는 아주 귀엽다는 뜻도 되지.’ 하셨죠. 내 기분은 생각도 않고요. 나를 좋아하는 누나 아니, 지은 누나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지만, 누나도 내 기분은 잘 모를 거예요. 생각해 볼수록 나는 너무나 속상했어요. 우리 가족은 이렇게 매일 글씨들이 시키는 대로 나들이를 나가지만, 서로 자기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니 얼마나 우스운 일이에요? 우리 가족은 언제까지나 글씨들이 하라는 대로 이렇게 놀아야하는 걸까요? 우리 가족이 나들이 여행 왔다는 것도 어쩌면 나 혼자만 알고 있는 일인지도 몰라요. 나만 빼고 모두 마음껏 들뜬 마음으로 나들이를 했어요. 매일 매일 그렇지만 말예요. 반쪽만 나온 뒷모습이 그날만큼은 다행이었어요. 속상한 표정을 지어도 아무도 모르니까 말예요. 나는 그림틀을 발로 탁탁 쳤어요. 오늘만큼은 아름다운 들판도, 변함없이 맛있는 엄마의 도시락도 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그림틀 한 쪽으로 반쪽이 걸쳐진 내 몸이 쏙 들어가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살짝 그림틀을 빠져나왔어요. 뒤돌아보았지만 내가 없는데도 여전히 아름다운 가족 나들이 그림이었어요. 어차피 이름도 없고, 앞모습도 없는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거겠죠. 이웃 가족이 사는 23쪽으로 가면 소문이 날 것 같아 얼른 뒤쪽으로 돌아나갔어요. 그러자 비가 막 쏟아지고, 그 잔잔했던 강물이 출렁출렁 넘쳐나 있지 않겠어요? 돌아가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다가갔어요. 꼬마이긴 하지만 나는 겁쟁이가 아니거든요. “큰 홍수로구나! 얼른 대피합시다!” 사람들은 아우성치면서 부지런히 어디론가 피하고 있었어요. 움직일 수 없는 이 사람들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더 이상 피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자 안타까워졌어요. 우리 가족은 이미 피한 뒤인 것 같아요. 벌써 걷었는지 돗자리가 안 보였지요. 성난 강물은 따뜻한 햇살도, 살랑거리는 들꽃들도 온데간데없이 집어삼켰지요. 그런데 어디선가 조그마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건 바로 도요새 가족이었어요. 너른 강 가운데 도요새 부부가 아가들을 꼭 그러안은 채 강물에 휩쓸리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 아니겠어요? “도요새님! 빨리 헤엄쳐서 나오세요!” “움직일 수가 없어. 매일 물결에 시달리느라 지쳐서 도망갈 힘도 남아있지 않아.” 도요새 부부는 힘없이 말했어요. 아기 도요새들은 계속해서 울음만 터뜨리고 있고요. 이런 건 말도 안 돼! 힘도 없는 작은 새들이 왜 매일 이렇게 시달려야 하는 거죠? 그 때 좋은 생각이 반짝 떠올랐어요. ‘맞아! 다른 쪽으로 나가서 도요새를 구할 걸 가져와야겠다!’ 나는 뒤 페이지로 얼른 넘어갔어요. 도요새를 구할 수 있는 그림을 찾아서요. “도와주세요! 앞 쪽에서 물난리가 났어요!” “우릴 보고 어쩌라는 거지?” 그림들은 나를 보면서 수군거렸어요. 아기 도요새들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쟁쟁했어요. 어느새 내 발걸음에도 힘이 빠졌어요. 바로 그 때, 책상 위에 그려진 연필을 발견했어요. 주인한테 말할 새도 없이 얼른 달려가 연필을 들고 나왔어요. 도요새를 구하는 것이 더 바빴기 때문이에요.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먼 것 같았어요. 몇 번을 넘어졌는지 몰라요. 오로지 도요새 가족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서둘러 돌아오자 도요새 부부가 발을 동동 구르는 내게 말했어요. “우리는 이런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니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지 말아라.” 아빠 도요새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나는 서둘러 연필을 잡았어요.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렸어요. 나는 도요새 가족 주위에 배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물에 휩쓸리지 않는 튼튼한 배를 빨리 그리느라 손이 아팠어요. 물이 넘쳐 들어오지 않게 뱃머리를 아주 높고 안전하게 그렸지요.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돛도 달았어요. 드디어 완성! “자! 이제 눈을 떠 보세요.” 벌벌 떨던 도요새 가족들이 눈을 떴어요. 도요새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힘이 빠져서 털썩 주저앉았어요. “고마워요. 우리를 구해 준 은인이신데 이름이라도 알고 싶어요.” 도요새 엄마와 아빠가 나를 보고 말했어요. 이름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또 풀이 죽고 말았어요. “난 아무것도 아니예요. 이름도 없답니다.” 내 말을 듣고는, 도요새 엄마가 말했어요. “당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니요. 우리 모두는 누구나, ‘멋진 누구인가’랍니다. 당신 이름도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당신이 찾지 못할 뿐이지요.” “정말, 그럴까요?” “물론이지요.” “고마워요. 그럼, 이만 가 볼게요.” 나는 얼른 다음 쪽으로 넘어갔답니다. 내가 ‘멋진 누군가’라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어쩌면 내가 도요새 가족들에게 굉장한 선물을 받은 셈이 아니겠어요? 다음 쪽으로 넘어가자마자 가득한 글씨들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나는 너무나 피곤해서 앉을 채로 잠이 들었어요. 소곤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어요. 벌써 주위는 어두워졌지요. “갑자기 책 내용이 바뀌었다던데, 그게 사실이야?” “앞 쪽에 배가 한 척 생겨났다더군. 그 바람에 다른 이야기로 바뀌었다더군.”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 게지?” “‘멋진 누군가’라는 괴상스런 이름의 사람이 그랬대. 그렇지만 이 책 어디에도 그런 등장인물은 없었다고.” 나는 숨을 죽인 채 화가 난 글자들의 이야기를 모조리 들었지요. 내가 그림책 속의 세상을 바꾼 것이었어요! 아까 그린 작은 배 한척으로 말이지요. 난 정말 ‘멋진 누군가’가 되어 있었어요! 글자들 사이에서 살짝 빠져나와 24쪽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뿌듯하고 신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 날 이후로 나는 그림책을 돌아다니면서 그림들이 원하는 대로 바꿔주기 시작했어요. “가만 놔 둬! 우린 책이 내용대로 그려져야 해!” 이웃 그림들은 참견을 했어요. 주위가 달라지자 울음을 터뜨리는 그림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자 우리가 새로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그림책 속 식구들은 모두 신이 났지요. 새로운 그림친구들이 자 꾸 자꾸 생기기도 했어요. “늘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만드니 정말 따분하다. 우리도 그림들과 함께 이야기를 바꿔 써 볼까?” 글자들도 발 벗고 나서서 이야기를 고치는 일을 도왔어요. 답답했던 건, 그림뿐만이 아니었던 거예요. 우린 글자들과 함께 의논해서 매일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써댔어요. 글자끼리 자리를 바꿔가면서 그림이 변하는 것에 따라 춤추듯 같이 변해갔지요. 그러다보니 매일 밤 그림과 글자들의 회의가 열리게 되었지요. 그림책 세상에 사는 모두가 행복하고 신이 났어요. 새로 변한 그림책을 어린 친구 하나가 처음으로 보게 된 그 날은, 우리 가족이 강가에서 물난리가 나기 전에 모든 동물 친구들을 대피시키는 이야기를 꾸민 날이었어요. 우리는 모두 숨을 죽이고 어린 친구 표정을 살폈어요. 아이는 곧 깔깔 웃더니 손뼉을 치면서 말했어요. “아, 재미있다! 내가 꼭 원하던 대로 이야기가 바뀌었네?” 친구가 좋아하는 모습에 모두가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우리가 만든 이야기는 이렇게나 멋진 것이었어요! 너무나 행복해서 엄마는 어느 샌가 손수건을 꺼내셔서 눈가를 훔치셨지요. 도요새들도 짹짹거리며 신나했어요. 글자들도 뿌듯함에 으쓱거렸죠. 비밀이지만, 나도 왠지 뭉클해져서 눈물이 찔끔 났고요. 이제 ‘멋진 누군가’는 내 이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름이 되었어요. 지금도 우리는 모두 ‘멋진 누군가’가 되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떠나고 있어요. 혹시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추어보세요! 전에 보지 못하였던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을지도 몰라요. 그건 분명 글자와 그림이 함께 새로 꾸며낸 이야기일 거예요! 끝
행복도 가지가지다. 내게 행복은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특히 동시쓰기에 몰두하고 있는 시간만큼은 모든 잡념을 잊을 수 있어 좋다. 살아가는 일에 어깨가 늘어질 때에도 자판기를 두드릴 때면 저절로 신이 났다. 사람들은 동시가 글의 장르 중에서 가장 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동시야말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그것은 진정으로 어린이들이 눈높이와 어린이 마음을 잘 알아야 동시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야말로 어린이들을 이해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휴머니즘 문학이기 때문이다. 아무나 동시를 쓸 수는 있지만 그 글들이 모두 동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고 동시를 시작하라던 어느 선배의 말을 오랫동안 기억했다. 어린이들과 생활한지도 벌써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곧 끝종이 울리면 교단을 내려가야 한다. 돌아보니 참으로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왔다. 기뻤던 일 속상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간다. 어린이들에게 동시를 읽히고 가르치고 내가 동시를 쓰면서 그 순간만큼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쭙잖은 내 동시를 뽑아주신 한국교육신문사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한다. 등단이나 수상이 모든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들을 통해서 동시쓰기를 새롭게 하고자 한다.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진심으로 어린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동심을 잃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옹달샘 물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어린이들에게서 늘 감동을 받은 나야말로 어린이들이 감동할 수 있는 동시를 많이많이 써야겠다. 함께 참여하고 선에 들지 못한 동료교사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아픔 없는 상처는 없다. 그 상처가 있기에 새살이 돋아날 수 있고 겨울 뒤에는 꽃피는 봄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보니 함박눈이라도 쏟아질 것 같다.
철구가 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판다. 더럽다 철구야 소리치자 씩~ 웃더니 눈 깜짝할 사이 코딱지를 내 손에 쥐어주고는 도망을 간다. 화가 나서 뒤쫓아 갔다. 갑자기 철구가 휙 돌아서더니 인마, 넌 콧구멍 파는 재미를 모르지? 친구가 없는 철구는 콧구멍이 친구다.
이번 교원문학상 심사를 시작하면서 실은 기대감보다 불안감이 더 컸다. 혹시 좋은 작품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하는 마음이 자꾸 앞섰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면서 늘 시에 대해 관심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시를 가르치는 일과 직접 쓰는 일은 전혀 다르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불안감은 기우에 불과했다. 의외로 좋은 작품을 쓰는 분들이 많았다. 작품 수준도 고르고 다소 높은 편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비교적 상식적이고 상투적이고 보편적인 작품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기만의 생각을 드러내는 개성 있는 목소리가 크게 아쉬웠다. 시 부문에서 가장 개성이 두드러진 작품은 가작 ‘매미 울음을 볶다’이다. 이 시는 ‘울음’이라는 청각적 이미지를 ‘볶는다’라는 시각적 이미지와 결부시킨 점이 놀라웠다. 어머니 첫 기일 날 ‘재수생, 대학생’과 ‘큰어머님, 작은어머님, 고모님, 누님들’로 표현된 식구들이 모여 제사음식을 마련하는 과정을 퍽 활달하고 진솔하고 해학적으로 그려졌다. 그렇지만 이 작품을 가작으로 선정한 것은 당선작에 비해 작품의 완결성이 좀 떨어진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당선작 ‘꿈꾸는 장롱’은 시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시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완결돼야 문학성이 높아지는가를 나름대로 알고 있다고 하겠다. ‘장롱 속에 처박힌’ 옷에 대해 ‘나프탈렌 냄새나는 것일망정/ 바람을 쐬어 주어야 해/ 그래야 수의로 입을 수 있는 거야’라고 표현한 부분이 이 시의 백미다. 입지 않고 장롱에 처박아 둔 평범한 일상의 옷을 ‘수의’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림으로써 죽음을 성찰하게 하는 은유의 힘이 크게 돋보였다. 동시 부문은 눈에 확 띄는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다. 교사들이 아이들보다 동시를 못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일었다. 어른이 동심을 지닌다는 것, 또 그 동심을 동시의 그릇에 담아 표현한다는 것이 그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당선작 ‘콧구멍 파는 아이’는 아이의 시선으로 아이의 마음으로 쓴 점을 높이 샀다. 코딱지를 친구 손에 쥐어주고 도망간 아이나, 그게 화가 나서 뒤쫓아 가는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그대로 환하게 그려져 웃음을 자아내는 퍽 재미있는 동시라고 여겨졌다. 가작 ‘시계에 대한 나의 생각’은 어른의 생각을 아이의 생각답게 쓰려고 노력한 시라고 할 수 있다. 어른의 심상이 느껴지지 않도록 보다 심사숙고했더라면 보다 더 좋은 동시가 될 뻔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비가 그쳤습니다. 몇 그루의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한결 정갈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약간의 햇살만으로도 겨울을 밀고나가는 저 나무들이 성결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에 백열전등이 밝혀집니다. 노랗고 붉은 낙엽을 떨구고 환한 그림자를 드리운 나무들처럼. 나무와 나무들 사이에 서있으면 나무들의 혼잣말이 들립니다. 나무들은 독백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수다 떠는 인간의 풍속과는 사뭇 다릅니다. 나무는 그저 살아있음을 충만하게 느낄 뿐입니다. 나무들 곁에 서 있노라면 내 살갗에도 파란 움이 돋습니다. 한 때 나무들도 소리 내는 발성기관이 있었을 것입니다. 주절주절 무성한 이야기로 골짜기를 메웠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자신들의 깨어진 말과 언어에 상처를 입고, 결국 하나 둘 침묵으로 돌아섰을 것입니다. 나뭇잎을 가만히 보면 입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게 그 증거라 믿습니다. 말을 버리면서 나무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온 몸이 입술이고 귀이고 눈입니다. 욕심을 버린 나무가 마지막 진화한 모습, 나무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에 이른 셈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면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사람을 버리고 철저히 사물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나는 들길에서 참새 떼를 만나면 참새가 됩니다. 강을 만나면 강물이 되어 노을을 기다립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연의 사물 속으로 들어가 오롯이 사물이 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합니다. 천이백도의 열기를 추억하는 도자기가 예리한 날을 세우고 가장 찬란한 소리로 깨지는 법입니다. 아름다운 색깔을 간직한 꽃들도 마지막 한 때를 위해 추억을 아낍니다. 상처가 깊을수록 그들도 찬연한 불꽃이 됩니다. 사람의 가슴엔 저마다 작은 금합이 있습니다. 정밀한 향기와 색소로 이루어진 금합, 외로움과 그리움을 너끈히 밀고 나갈 그 뜨거운 향로. 아름답고 순결한 그 밀실이 열려 이 한 겨울 열락으로 지내길 바랍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더욱 정진하여 깊고 향긋한 시 쓰겠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거야 누구의 집에 가든 장롱 열면 처박힌 옷 한 벌 쯤 눈에 띄지 오래됐지만 버리지 못하는 그렇다고 걸어두기도 멋쩍은 그런 옷 있지 누구나 옆구리 눌러보면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여자 하나쯤 감춰져 있지 벌개미취 냄새나는 삼십년 전 그대로 살아있지 풀을 먹이고 다림질해야 하는 추억은 보관이 중요해, 쓸쓸한 옷 나프탈렌 냄새나는 것일망정 바람을 쐬어 주어야 해 그래야 수의로 입어 행복한 거야 가을볕 보송보송한 오후 바람 들어 시원한 이유 알겠지 문 닫아도 절로 빠끔히 열리는 장롱, 속을
이미 10여년 전의 일이지만, 한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달콤한 이야기가 나오면서수많은 학생들이 그것을 믿었던 적이있다. 결과는 그런일이 거의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을 피해자로 양산했을 뿐이다. 이른바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었다. 그 세대 학생들에게 돌아간 피해가 컸다는 것은 그 시대를 지켜 보았던 수많은 국민들이 익히 잘 알고 있다. 단 한가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대학에 진학할 2012년 쯤에 이른바 3불정책으로 불리는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금지를폐지하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해당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다시 입시제도의 희생양이 될 처지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요지부동일 것으로 보였던 3불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고교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내신반영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측하여 특목고 진학을 포기하고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더욱더 피해를 당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갑작스런 방향전환으로 인해 또다시 많은 학생들이 피해자가 될 형편에 처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3불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입장을 밝혔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이 3불정책의 폐지가능성을 언급한발언이 논란의 진원지이다. 여기에 안병만교과부장관까지 역시 3불정책폐지와 관련된 발언을 하면서 해당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물론 정책이라는 것이 바뀔수도 있고, 폐지될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무런 사전조치없이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닐 것이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고 시행되어야 하며, 현재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이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학생 한명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학생이 없기 때문에 정책의 변경은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교육세가 폐지되면 당장에 일선학교 교육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고, 이것이 오랜시간이 지난후에는 결국 학생들이 피해자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을 보더라도 교육세폐지는 교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일대 사건임에도 그래도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만을 따지다 보면 미래에 나타날 부작용을 보지 못한다. 미래의 부작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천리안적인 시야가 필요한 것이다. 좀더 따져보고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교육을 잘해도 정책이 근간을 흔든다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리 없다. 교육정책은 시운전이 필요하거나 예행연습이 필요해서는 안된다. 시운전이나 예행연습을 한 후에 본격적인 시행을 하거나 폐기하게 될 때 당시에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처럼 시행착오를 거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나가는 것이 교육에서는 있어서는 안된다. 그러하기에 교육정책의 변화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철저한 검증과 연구를 토대로 변경되어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서 교육을 하고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교육의 3주체중 가장 중요한 주체가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이 잘못된 교육정책때문에 피해를 보아서는 안된다.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3불정책폐지나 교육세폐지등을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교육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쉽게 변화를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시간을 두고 서서히 충격을 흡수하면서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지검 공안부는 8일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저서를 돌린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이명주(49,공주교대 교수) 대전시 교육감 후보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후보의 죄질이 불량한데다 혐의내용을 부인하고 있고, 선거법 위반 동종 전과가 2번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구형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5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이 후보는 지난해 8월 1권당 1만2천원인 자신의 저서 36권을 대전지역 유권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고, 지난해 8-10월에는 교사와 학교 급식납품업자 등 45명에게 자신의 책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 부탁, 이들이 5-100권씩 모두 1천960권을 주변에 배포토록 한 혐의로 지난 10월 기소됐다.
8일 오후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최재성 민주당대변인, 김진표 교과위원, 김영진 교과위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기획재정위원회를방문했다.민주당 의원들이 기획재정위 서병수 위원장(한나라당) 등 위원들에게 교육세 폐지 안건과 관련해 교육위원회에서 심의 후 처리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8일 교육세를 폐지하는 대신 지방 교육재정의 부실을 막기 위해 교육교부세의 교부율을 높이기로 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을 통해 "교육세의 본세 통합으로 초래될 수 있는 교육재정의 부실을 막기 위해 교육교부세의 교부율을 상향 조정하기 위한 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지난 1982년 도입한 목적세인 교육세가 비효율을 초래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 교육세를 폐지하고 본세인 개별소비세 등에 통합하는 교육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동시에 정부는 교육세 폐지로 인해 지방교육재정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인 내국세의 교부율을 내국세 총액의 20%에서 20.4%로 올리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대전지역 교사 상당수가 사회적으로 존경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사단법인 대전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시내 43개 초.중.고교 교사 657명을 대상으로 정치.사회적 의식과 교육현안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61.2%의 교사가 사회적으로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교직관'에 대해서는 63.6%가 전문직 종사자라고 답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교육노동자(21.5%), 성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12.4%) 등으로 나타났으며 경제적인 지위나 사회계층에서는 '중간층'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현 정부가 추진중이거나 추진하려는 각종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등급 비율공개에 대해 72.1%가 반대했고 중학생의 고교 선택제에 대해서도 47.9%가 반대해 찬성 24.1%보다 많았다. 또 영어로 하는 수업(영어몰입교육) 확대 시행에 대해서는 68.9%가,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에 대해서는 49.5%가 각각 반대했다. 현재 추진중인 교원평가제나 시행중인 성과급 제도에 대해서도 각각 79%와 73%가 반대 의견을 보였으며 자립형 사립고는 60% 이상의 교사가 더 이상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응답 교사 중 50% 가까운 교사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중도적'이라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는 31%, '보수적'이라고 생각한 교사는 18.9%로 나타났다. 대전교육연구소는 이 같은 지역 교사 의식조사 결과에 대한 발표 및 토론회를 이날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가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습 참고용으로 제작해 일선 학교에 배포한 현대사 영상물에 4ㆍ19 혁명이 '데모'로 표기되고 민주화 운동,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교과부에 따르면 논란이 된 영상물은 교과부가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초ㆍ중ㆍ고교에서 교수, 학습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기적의 역사'라는 영상물이다. KBS 한국방송(KBS 아트비전)과 KTV 한국정책방송에서 제작한 영상을 1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대한민국'(10분 분량), 2부 '건국 60주년의 발자취'(140여분 분량)라는 소 제목으로 묶은 것으로 지난 10월 말 전국 초ㆍ중ㆍ고교에 보급됐다. 문제는 2부에 들어있는 영상 가운데 4ㆍ19 혁명이 '4ㆍ19 데모'라는 표현으로 소개돼 있다는 것. 또 건국 60년의 주요 사건을 연도별로 정리해 소개한 부분 중 5ㆍ18 광주 민주화 항쟁과 6월 항쟁,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때 있었던 청계천 복원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4ㆍ19 혁명을 폄하하는 등 편향된 내용으로 영상물을 구성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ㆍ19 관련 단체인 사월혁명회 관계자는 "정말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4ㆍ19 관련 단체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함께 대책을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영상물은 교과부가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며 '데모'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당시의 대한뉴스 영상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어쨌든 관련 유가족 및 단체에 심려를 끼쳐 드려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교과부는 이 자료를 학교에서 활용할 때 학생들이 4ㆍ19 혁명에 대한 용어를 오해하지 않도록 별도 안내 공문을 발송해 지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 우형식 제1차관의 거취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교체론’이고, 이유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교육을 중시한다는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까지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교육 없이 경제 없다’며 행차 소리만 요란했지 무슨 일은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이 직접 ‘개천에서 용 나는 교육시스템 구축과 사교육비의 획기적 절감’이라는 확고한 교육철학까지 여러 차례 밝혔지만 주무부서는 마땅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장·차관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분위기다. 안 장관은 지난 8월 6일 취임식을 마치고 기자실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유지돼온 평준화 기조는 지켜져야 한다”는 공자님 같은 말씀(?)을 남긴 이후 좀처럼 자신의 ‘교육철학’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현안이 많기로 유명한 교과부이지만 취임 4개월이 되도록 기자들 앞에 서는 일도 거의 없다. 우 차관은 ‘외풍’에 더 시달리는 모습이다. 부내에서는 비교적 업무 추진력을 높게 사고 있지만 차관자리를 염두에 둔 인사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고시 선·후배에 청와대 인사의 움직임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주호 차관론’까지 등장했다”며 “우 차관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차관이 흔들리면서 무자격자의 교장임용, 교원평가제 도입, 교원안식년제 실시, 교원 정년연장 논란, 교육예산 삭감 등 수십만 교원이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알 방법이 없다. 일선 교원들이 교수·학습에만 매달릴 분위기가 안 된다. 내정 당시부터 ‘정치력이 있다’는 말을 들은 안 장관은 이제 정치력 대신 교육적 마인드를 보여줘야 한다. 그간 50명의 교육수장 가운데 정치논리로 교체된 장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 차관 또한 공직생활을 통해 쌓은 ‘내공’을 스스로 시험해야 한다. 프로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며칠 전, 도교육청에서 주관한 대입설명회에 초청강사로 참여한 일이 있다.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성적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고3 수험생들과 학부모 및 진학지도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회였다. 강의 예정 시간보다 일찍 현장에 도착하여 우연히 먼저 강의를 진행하고 있던 선생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입시는 가장 교육적이어야 합니다. 그런 입시를 일거에 허물어뜨린 고려대는 교육의 이름으로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려대 앞에 ‘謹弔’라는 명칭을 붙이고자 합니다.” 순간 오백여 명이 모인 강당은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흘렀다. ‘謹弔 고려대’ 듣기에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고려대가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기에 이제 막 대학에 발을 들여 놓으려는 학생들에게 이토록 참혹한 말을 해야만 하는지 더 들어 보기로 했다. 저간의 사정은 이랬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입시를 대학 총장들의 의사결집기구인 대학교육협의회에 넘겼다. 이는 사실상의 대입자율화를 의미하는 조치였으나 그렇다고 공교육의 근간을 허물어뜨리는 편법과 부정까지 용인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고려대가 진정한(?) 입시자율화를 위하여 총대를 멘 것인지 아니면 우수 학생을 선점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인지는 몰라도 어찌됐든 대형사고를 쳤다. 수시 2학기 일반전형 1단계(학생부)에서 일반고에 비해 내신성적이 불리한 특목고 학생들이 대거 합격하고, 일반고 내에서도 내신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이 내신성적이 높은 학생을 제치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90%를 반영하겠다던 교과영역(내신성적)은 거의 만점을 주고 10%밖에 비중을 두지 않겠다던 비교과영역(수상 기록 등)에서 차이를 뒀다는 얘기다. 말그대로 비교과영역의 자료가 풍부한 특목고 학생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얘기다. 1단계를 통과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fms 2단계 논술 전형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연계열의 경우 말만 논술시험이지 사실상 본고사나 다름없는 문제들로 도배되었다. 이것도 본고사형 문제에 강한 특목고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에 다름아니다. 정부는 공교육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통합논술을 도입하였고 수백 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공을 들였는데, 고려대가 시행 2년만에 초를 친 것이다. 고려대를 말할 때 흔히 ‘민족’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즉 ‘민족 고대’는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앞장서서 험로를 개척하였고 부정과 독재가 판을 치면 그에 맞서 자유와 정의를 부르짖었다. 4.19혁명과 유신독재타도, 80년대 민주화항쟁의 중심에는 언제나 고려대가 있었다. 대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고대 정신은 오늘날에도 후학들에게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 고려대가 우수 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정도가 아닌 곁길을 택했으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 특목고 열풍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으며 게다가 본고사 부활까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려대의 행보는 사교육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의 심정은 관심조차 없는 듯 하다. 이미 학원가에서는 고려대가 효자라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고려대를 질타하던 강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진로지도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적어도 대통령을 배출한 대학이라면 얄팍한 술수보다는 대국적인 차원에서 정도를 걷은 것이 맞을 듯 싶다. 굳이 고려대 관계자가 들으면 불편할지도 모르는 말을 꺼낸 것은 고려대가 영원한 마음의 고향(모교)이기 때문이다. 고려대의 상징 호랑이는 결코 풀을 먹지 않는다.
교육세 폐지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가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등 정부의 각종 감세법안을 처리하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교육세 폐지 논란이 여야 간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 세금 논쟁이 2라운드를 맞은 양상이다. 정부는 교육재정 확충을 목적으로 1982년 도입한 목적세인 교육세가 비효율을 초래하는 등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 2010년부터 교육세를 폐지하고 본세인 개별소비세, 주세 등에 통합하는 내용의 교육세법 개정안을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했다. 대신 정부는 교육세 폐지로 인해 지방교육재정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인 내국세 교부율을 내국세 총액의 20%에서 20.4%로 증액 조정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지난 4일 제출했다. 교육세법 폐지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에서 각각 심사를 담당한다. 교과위와 기획재정위는 8일 오후 각각 간사협의와 전체회의를 통해 두 법의 처리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여야의 입장차이로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교육재정의 효율적 활용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두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교육세 폐지시 교육재정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교육단체들도 교육세 폐지 반대에 가세하고 있는 상태다. 교과위 소속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교육세는 불안정하지만 내국세는 안정적이어서 장점이 더 있다"며 "다만 교육교부금을 더욱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교과위가 개정안을 먼저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교과위 차원에서 교육세법 폐지반대 결의안까지 마련했다"며 "교육세를 내국세로 전환하면 정부가 언제든지 교육재정을 줄일 가능성이 있고, 농어촌의 예산만 줄어드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반대했다. 기획재정위는 지난 5일 조세심사소위에서 교육세법 폐지법안을 처리하긴 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처리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기재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재정위가 교육세법 폐지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교과위가 법안 폐지에 따른 대책 성격인 교부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순서상 맞다는 입장에서 민주당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원칙론적으로 교육세 폐지 자체에 반대하면서 굳이 폐지하겠다면 교육재정 확보 전략 차원에서 교과위가 교부금법을 처리한 이후, 또는 양 상임위에서 해당 법률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한 학원비 특별 점검에서 전국 854개 학원이 학원비 초과징수 등으로 적발돼 등록말소, 교습정지 등 무더기 행정 처분을 받았다. 교과부는 사교육 경감대책의 일환으로 10~11월 두 달 간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을 통해 학원비 특별 점검을 실시한 결과 학원비 초과징수, 학원비 표시ㆍ게시 위반, 허위ㆍ과장 광고 등으로 총 854개 학원, 989건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건수별로는 학원비 초과징수가 246건으로 가장 많았고 학원비 표시ㆍ게시 위반 55건, 허위ㆍ과장 광고 13건, 기타 675건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43건(443개 학원)으로 전체 적발 건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으며 대구 96건(62개 학원), 울산 79건(27개 학원), 부산 77건(71개 학원), 광주 63건(63개 학원), 경기 45건(24개 학원) 등의 순이었다. 교과부는 적발된 사례들 중 2건(서울, 광주 각 1건)에 대해 등록말소, 47건에 대해 교습정지, 771건에 대해 경고 및 시정명령 등 총 820건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또 학원비 초과징수로 적발된 사례 가운데 70건에 대해서는 수강료 반환 조치를 해 총 3천789만7천원을 학생, 학부모들에게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학원비 특별 점검 활동과 더불어 지난달 24일 교과부 홈페이지에 개설된 '온라인 신고센터'를 통해서도 학부모들의 신고를 받아 지난 5일까지 10여일 간 총 819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서울 137건, 부산 103건, 대구 101건, 경기 98건, 광주 70건, 경북 52건, 대전 51건 등으로 대부분 납부한 학원비가 적정 수준인지를 문의하는 내용이었다. 교과부는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항에 대해서도 해당 교육청을 통해 지도.점검을 실시하고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행정처분, 학원비 환불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