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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강원도 양양의 조그마한 어촌 학교, 전교생은 두 자리를 넘기 버거웠다. 학구 내에서의 입학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폐교 위기’ 4글자가 엄습하던 4년 전 그때, 교원들의 열정으로 학교가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정원을 거의 채워 44명에 이른다. 내년에는 50명을 넘길 전망이다.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폐교 위기의 시골 학교 교원들이 일군 기적 같은 성공 사례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교육부의 ‘2022 농어촌 참 좋은 학교 공모전’에서 선정된 강원 현북초 이야기다. 이 공모전은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선정하는 제도다. 14일 교육부는 공모전을 통해 초등 11곳, 초·중통합학교 1곳, 중학교 3곳 등 15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북초의 지난 4년은 교원들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한상숙 교장을 중심으로 모든 교직원이 똘똘 뭉친 결과였다.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살아난다는 일념으로 교직원과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한 교장은 "해보자, 한번 해보자"고 격려하며 거듭 협의회를 가졌다. 그 결과 학교 내외의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특색 프로그램들을 갖춰 나갔다. 바닷가 마을의 특성을 살려 ‘바닷가 라이딩’(위사진)을 도입했다.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출발해 바닷가를 함께 달리는 활동 속에서 자연을 느끼면서 협력과 배려를 배웠다. 바다는 ‘살아 있는’ 생존 수영 학습처 그 자체, 여기에 전국적인 서핑 명소로 소문난 지역 특색이 어우러졌다. 마침 뜻있는 업체를 만났다. 도시 아이들은 서핑을 누리지만 정작 지역 아이들이 소외된 것을 아쉬워하던 ‘서피비치’ 박준규 대표가 교육 기부를 한 것이다. 교내 상징과 같던 100년 된 플라타너스는 훌륭한 클라이밍 훈련소였다.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트리 클라이밍’(아래 사진)에 도전한 학생들은 이제 ‘안전 전도사’가 됐다. 이 같은 특색 교육을 운영하자 전국적으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수도권 등에서 학생들이 밀려들어 이제 전교생 전원을 채울 정도가 됐고, 대기자까지 나오고 있다. 한 교장은 "학교는 마을의 꽃이자 희망"이라며 "학교라는 꽃이 마을 속에서 활짝 펴야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북초 외에 무학년제 프로젝트(충남 내산초),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전남 중동초), 빅데이터 기반 AI 활용(경남 둔덕중) 등을 운영한 학교들이 호평받았다. 교육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농어촌 학교 희망 토론회를 열어 학교 15곳을 시상하고 교원들과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사례집 등을 통해 농어촌 학교의 우수한 교육 성과도 알린다는 계획이다. 김태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농어촌 지역의 작지만 좋은 학교들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찾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폴 칼라니티 지음|흐름출판 펴냄 사실을 토로하자면 나는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기 시작하면서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의구심을 가졌다. 36살의 전도유망한 신경외과 의사가 오랜 고생 끝에 인생의 절정기에 도달한 순간 폐암에 걸렸다는 사연은 누구에게나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다. 그렇지만 사망 원인의 1위는 언제나 암이며 의사도 사람인 이상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내 나이가 50대 중반이 되면서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상가를 빈번히 들락거리다 보니 죽음에 대해서 무덤덤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덮는 순간 나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톨스토이가 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죽음을 다룬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생각했는데 이제 그 자리를 숨결이 바람 될 때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 죽음과 삶의 성찰 무엇이 이 책을 이토록 특별하게 만들었는가? 우선 이 책의 저자 폴 칼라니티가 문학을 공부하고 나서 의사 공부를 했다는 사실로 짐작할 수 있는데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다 보면 인간을 이해하고 삶을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문학작품이 자주 등장한다. 따라서 이 책은 의사의 투병기라기보다는 독서 성장기라고도 볼 수 있고 죽음을 다룬 책이기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삶에 대한 성찰로 읽힐 수 있다. 청년 시절 나는 서머싯 몸이 쓴 인생의 굴레에서를 필립이라는 고아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고 해피엔딩으로 마감되는 서사 중심으로 읽었었다. 그러나 중년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니 인생의 굴레에서가 훌륭한 독서 성장기로 읽혔다. 과연 이 책에는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 필립이 평생 읽어나가는 훌륭한 고전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어쩌면 우리가 평생 읽어야 할 서양 고전이 모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숨결이 바람될 때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도 톨스토이, 세익스피어, T. S 엘리어트를 비롯한 서양 문학을 대표하는 고전문학 작품이 다수 등장한다.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데 모두 도움되는 책들이니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만 따라 읽어도 훌륭한 독서의 경로가 되리라 확신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또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 말기 암 환자만큼 절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저자는 자신에게 남은 생을 수술실 의사, 남편, 아버지, 자식 등 다양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죽음을 논하는 책이 아니고 삶을 논하는 책이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이 담담하게 자신에게 허락된 짧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누가 감동과 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결말이 죽음이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마치 반전이 넘치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고 제발 암을 극복하고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하게 될 만큼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도 감탄하게 된다. 더구나 이 책이 암 병동에서 힘겹게 집필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저자는 이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남겨진 아내가 쓴 에필로그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에필로그가 이토록 책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책은 죽음이라는 비극을 다룬 책이지만 우울할 때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 방안으로 ‘생활지도 수석교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폭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이 14일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학교 현장에서 학폭은 기피 업무로 매년 담당자가 바뀐다”면서 “학폭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생활지도 수석교사제를 도입하고, 학폭 업무 부담이 과중한 학교급에 우선 배치하면 관련 사안을 보다 교육적인 방향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모든 교원이 교원양성과정이나 연수 과정을 통해 학폭 사안 처리 전문가가 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포괄적으로 학교 내 생활지도를 책임 있게 담당하고 이에 관련된 학교 내 활동 등을 이끄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학교장 자체해결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교육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운영의 한계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학교장 자체해결제는 학폭 심의위 결정까지 가지 않고 당사자들 간 합의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순기능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학폭 재발 방지를 위해 관계 회복 프로그램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학폭 상황에서 갈등 조정 절차를 강화해 당사자들 간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합의를 위한 필수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교육지원청에서 시행하는 ‘화해·갈등조정자문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학폭 사안의 해결 중심에 ‘학생’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승혜 유스메이트 아동청소년문제연구소 대표는 “학폭의 교육적 해결은 아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걸 돕는 것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진 광명초 교사는 “사안에 따라 엄정한 대처와 교육적 해결이 양립돼야 한다”면서 학폭 신고 전 교사의 조정과 교육과정을 거치는 ‘교우관계 회복 기간’ 운영, 신고 후 전담 기구 심의를 결정하기 전 갈등 조정과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관계 개선 절차’ 도입을 제안했다. 이지은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학교 현장의 어려움에 공감, 교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학생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과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박 교수와 함께 박정행 도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독서 리터러시 점수는 2006년 556점에서 2018년 514점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또 독서 리터러시 부진 학생 비율은 2006년 5.7%에서 2018년 15.1%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문해력 향상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독서교육을 실현해야 할 사서교사 충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13일 국회에서는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사서교사 확충 및 처우개선을 통한 독서교육 증진방안 마련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사서교사 충원 및 교육전문직 확보의 필요성’에 대해 발제한 최재이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회장(충남 정산고 사서교사)은 사서교사 법정정원 확보율이 타 비교과 교사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공립학교 비교과 교사의 배치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보건교사 8844명(충원율 72.5%), 영양교사 6624명(충원율 63%), 상담교사 3836명(37.6%), 사서교사 1558명(충원율 15.3%) 순으로 충원됐으며 이 중 사서교사의 충원율은 15.3%로 가장 낮다. 이에 더해 2023년은 정원이 동결돼 사서교사 순증이 아예 없을 전망이다. 최 회장은 “현재 학교마다 독서교육 및 교과교사-담임교사의 도서관 협력 수업, 창의적 체험활동과 진로체험활동 등 학교 도서관과 연계한 수업 사례들이 파급되고 있다”며 “사서교사가 단독으로 수행하는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을 포함해 고교학점제 도입까지 단위학교에서 사서교사의 교육적 역할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사서교사 충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서교사의 교육전문직 확보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시·도교육청에서 독서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자리에 전문직이 없는 상황”이라며 “독서 지도와 관련한 큰 틀과 정책을 담당할 장학사 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시·도교육청의 경우 보건교사가 전문직으로 선발된 인원은 울산과 제주를 제외하고 총 29명이 있고 영양교사도 15명, 전문상담교사도 7명이 있다”며 “‘학교도서관진흥법’에 사서교사의 교육전문직 임용에 대한 근거가 있다는 점을 참고해 교육부와 교육청이 현직 사서교사의 교육전문직 전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박주현 전남대 교수는 2030년까지 사서교사 배치 5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기준으로 사서교사 양성 및 배치방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2030년도에 학생 수와 학교 수가 18.7% 감소한다고 했을 때 학교당 0.5명씩 사서교사를 배치하려면 총 3677명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현재 배치된 1558명을 제외하면 연도별로 303명을 증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양성 인원이 110명 내외였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에서 사서교사 요청 정원을 220명 정도 증원하고 소규모학교를 위한 순회 사서교사를 17명 정도 증원 배치한 후 타 교과 교사들이 사서교사로 전환하도록 하는 방식 등을 통해 정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직교사들이 사서교사로 전환 가능하도록 교사 간 자격 칸막이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의 사서교사(1급) 자격 기준을 개정해 현직교사의 사서교사 자격 취득 및 전환 통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세종교총(회장 남윤제)은 14일 참샘초에서 회장단 및 임원 50여명이 모여 ‘2022 세종교총인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정기대의원회 및 2022년 성과발표회를 겸한 행사에서 2022년 회원현황 및 업무추진 상황, 2023년 사업계획 및 예산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또한 우수활동가 및 우수분회에 대한 시상식도 가졌다. 남윤제 회장은 “다사다난했던 2022년을 회원분들과 함께해 뜻깊다”며 “새해에는 회세확장을 위해 더욱 노력하자”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 앞서 세종교총-건양사이버대 간 업무협약식(사진)도 가졌다. 업무협약을 통해 교총회원이 건양사이버대 입학시 수업료를 4년간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입학생 가족도 2년간 수업료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배혜림 경남 창북중 교사 “한 권의 책 완성하는 과정 국어 교육 목표와 맞닿아있어 몰입의 즐거움도 알려주고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신간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판타지 소설 아멜리아와 네 개의 보석이 공개된다는 내용이었다. 마법학교에서 일어난 한 친구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아이들이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출판사 몽실북스는 “중학생 작가 12명이 한 편의 장편 소설을 완성한 점이 독특했다”며 “기성 작가에 뒤지지 않은 재미있는 원고, 상상의 날개를 제대로 펼친 작품이라 출판을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이 소설을 완성한 작가는 경남 창북중 3학년 학생들(강민서·김다해·박소영·방이현·백승희·서경윤·서은서·서진영·성우석·송민준·유서현·이민하)과 배혜림 교사.지난해 이들이 작업한 소설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선물처럼 출간된다. 배 교사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준 출판사에 감사하다”며 공을 돌렸다. 시작은 글쓰기 수업이었다. 평소 배 교사는 국어 수업 시간에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학생들이 직접 써볼 수 있게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부족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글쓰기 활동이 시험이나 평가로 끝나는 게 안타까웠다. 학생들이 직접 쓴 글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방법을 고민하다 책 쓰기가 떠올랐다. 그는 진짜 초등 국어 공부법, 중학교 입학 가이드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배 교사는 “긴 분량의 글을 쓰고 다듬고 꼼꼼하게 피드백하고 책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국어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요소가 모두 포함돼있다는 걸 알았다”면서 “수업 시간에 하던 글쓰기 활동을 업그레이드해 책 쓰기 동아리를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모집 공고를 냈고, 2학년 학생 12명이 신청했어요. 아이들에게 물었죠. 어떤 글을 쓰고 싶냐고요.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이 멋있었다면서, 판타지 소설을 써보겠다더군요. ‘조앤 롤링을 이기자’ 구호도 만들고요.” 처음 한 달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소설이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공부했다. 이후 두 달은 시놉시스와 등장인물, 이야기의 흐름을 잡았다. 넉 달째부터는 각자 맡은 부분을 써서 온라인 단체대화방에 올리는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1학기에는 원고를 완성하고 2학기에는 다듬었다. 배 교사는 “학생들이 쓴 글을 하나로 모아 고쳐 쓰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귀띔했다. “아이마다 문체가 달랐어요.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해 글은 고치고 다듬을 수밖에 없었죠. 고민했습니다. 공들여 쓴 글을 다른 사람이 고쳐버리면 마음이 상하거나 글쓰기에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었죠. ‘우리의 소설’을 잘 만들기 위함이라고 다독였습니다. 전체 원고를 읽어보고 나선 ‘내 글’을 고집하기보다 ‘책다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더군요.” 배 교사에게 글쓰기는 삶의 일부분이다. 누구나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는데,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쓰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읽으면서 감정과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며 “몰입의 즐거움, 결과물을 받아들었을 때의 보람 같은 것들을 학생들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일 년에 책 한 권 쓰기를 목표로 동아리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교육부 심의본이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 문을 통과했다. 심의본에서 쟁점이었던 ‘자유민주주의’ 표현 삽입, ‘성평등’ 표현 삭제 등은 그대로 고시될 것으로 보인다. 국교위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회의를 열고 약 4시간에 걸쳐 심의한 결과 참석위원들의 과반수 찬성으로 심의본을 수정 의결했다. 국교위는 “자유민주주의 표현 삽입 등을 포함해 큰 틀에서 교육부 심의본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회의 도중 심의방식과 합의에 관한 내용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3명의 위원이 의결을 포기하고 퇴장했으나, 국교위는 15일까지 의결 일정을 준수하기로 한 원칙에 따라 다수 의원들의 요청으로 회의를 이어간 후 의결을 진행했다. 그 결과 16명이 표결에 참여해 12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3명, 기권은 1명이었다. 이날 수정 의결한 주요 내용은 ▲보건 과목의 ‘섹슈얼리티’ 용어 삭제 ▲성적자기결정권은 성취기준 또는 성취기준해설 등에서 그 의미명확히 제시 ▲제주 4·3사건 추후 역사과 교과서 편찬 시 반영 ▲‘기타 도덕함’, ‘노작’ 등 불명확한 문구 바로잡기 등이다. 이외의 내용은 교육부가 제출한 심의본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교육부에 대해 “정보교과 시수 확대 시, 충실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교원 수급에 노력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국교위는 11월 교육부의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이 발표된 이후 총 5차례 회의 과정을 거쳤다. 제2·3차 회의를 통해 위원별 주요 검토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제5차 회의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쟁점은 위원들의 동의하에 13~14일 열린 소위원회에서 합의된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는 게 국교위 측의 전언이다. 국교위에서 의결이 마무리됨에 따라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부 장관의 고시만 남겨두게 됐다. 새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초등학교, 2025년부터 중·고교에 학년별로 순차적용된다.
나만의 스토리와 콘텐츠가 돈이 되는 사회입니다. 그 콘텐츠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더 큰 스노우볼이 되어서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냅니다. 가령 식물 재배에 진심이던 분이 식물 기르기 노하우와 정원 같은 집을 공개하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자신의 콘텐츠를 수익화하고 있지요. 그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동료였습니다. 같은 상황, 다르게 보는 눈 저의 경우는 어떨까요? 교직 경력 20여 년을 돌아봤더니, 제 강점은 영어교육과 국제교류였습니다. 영어 관련 업무를 얼마나 열심히 했었는지 생각해 보면 스스로 대견해질 때도 있지요. 교육 변화의 흐름에 맞춰 영어교육의 방향을 고민하고 EBS 영어교육, OBS 등에 출연해 공교육 전문가로서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어요. 영어 체험센터에, 온라인 영어교육에… 뛰고 또 뛰었습니다. 교육청 행사에 참여하느라 퇴근 후 회의에 참석했고, 장학자료를 만들어내려고 주말도 반납했습니다. 자매결연을 한 일본 학교와 소통하며 학생 문화교류와 교사 교류도 진행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대표 유네스코 학교로 사례발표와 수업 교류도 했지요.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고, 그것이 나와 교육계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폭력 업무를 맡았을 때도 다르지 않았어요. 그렇게 열심히 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곧 전문성 신장이자 나의 스토리, 콘텐츠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곧 이것들은 제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저 업무 담당자라서 해야 하는 일이었던 겁니다. 당장 하지 않아도 저를 대체할 후임이 있었으니까요. 그동안 해온 일들이 나의 콘텐츠이자 스토리였다면, 누구도 대체할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대체 불가능한 일이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떠난 후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그저 전임자가 했던 업무의 하나였을 뿐이었죠. 우리 교사들은 오랜 기간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주어지는 업무와 역할에만 충실했습니다. 그럼에도 학생과 학부모, 우리 사회가 교사에게 요구하는 일만 하는 데도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주어지는 업무만 해내기에도 힘든데,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대체 가능한 업무 담당자가 되어가고 있는 거죠. 일하면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는 없을까요? 욕심을 내면 안 되는 걸까요? 만들 수 있습니다. 나의 직업과 지금 하는 업무가 나만의 강력한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일과 업무를 나의 콘텐츠로 만약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서도 내 것을 만들어내고자 일찍부터 노력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예를 들어 영어교육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기초 영어에 관한 교재를 발간했다거나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면? 영어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활동했던 것들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서 기록했다면? 심도 있게 공부해서 책을 쓰거나 대학 또는 기관과의 협업을 진행했다면 어땠을까요? 이미 저는 영어교육 전문가로 브랜딩 돼 있지 않았을까요? 똑같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지긋지긋하다고, 1년만 버티고 다시는 안 하겠다는 사람과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과 내용, 자신의 감정 흐름을 책으로 엮어낸 사람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업무 담당자로서 자신의 시간을 쓰고 끝났다면 후자는 업무를 하면서 보너스로 자신의 콘텐츠를 생성해내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를 키우는 과정도 같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로 받아들이고 시간을 보내고 끝냈다면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양육 노하우와 고민을 자신만의 콘텐츠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2022년은 어떠셨나요. 업무에 지쳐 방학만 기다리는 올해의 마지막 달, 12월을 남겨두지는 않았나요? 자신의 콘텐츠로 만들어진 학급 문고, 교사의 교단 일기가 나오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2022년 고민해왔던 교육 노하우를 책으로 발간할 것입니다. 그 모든 것들은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에요. 나의 콘텐츠는 무엇일까. 내가 하는 것을 어떻게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조금만 더 고민해봐 주세요. 저는 그렇게 교사 개개인이 가진 콘텐츠의 힘이, 곧 공교육의 힘이 강해지는 길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유아학교’로 전환하고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확립하는 것이 유보통합의 출발이다.” 한국교총,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회장 이경미),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회장 최진숙) 등 3단체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 현안 해결 촉구’ 청원서를 전달했다. 청원서의 주요 내용은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 ▲유아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균형 지원방안 마련이다. 교총 등은 “1995년 일제 잔재인 국민학교 명칭을 초등학교로 변경한 것처럼 유아학교 변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치원’ 명칭이 학교로서의 유아 공교육에 대한 인식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기본법 및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유치원을 ‘학교’로 명시하고 있다. 3단체는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강득구 의원 대표 발의)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와 정부가 주장해온 유치원 회계 관리의 투명성 확보와 유아교육 전문기관으로서 위상 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선행돼야 할 입법과제”라고 설명했다. 학급당 유아 수 감축을 위해서도 ‘유아교육법’ 개정안의 조속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인별 맞춤 학습 등이 중요한 유아들의 학습 발달 도모 및 안전한 교육활동을 위해서다. 또 신규임용 절벽을 해소하고, 학급당 유아 수 적정화를 위해 유치원 교원 산정기준을 ‘학급당 유아 수’ 기준으로 변경하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전국 유치원 교원 46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급당 유아 수가 많아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해 ‘실내 교육활동 및 체험학습 운영 어려움’, ‘안전사고 발생 증가’가 가장 높게 나온 바 있다.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 간 불균형한 지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중앙정부의 유아학비 지원과 별개로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조례를 통해 사립유치원 특활비를 상향 지원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국‧공립유치원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특활비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대전과 전북의 경우 공립유치원 취원율이 각 19%, 38%에 그치고 있다. 교총 등은 “유아교육 무상화 및 질 제고를 위한 국‧공‧사립유치원 균형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공유치원 시설 개선, 단설유치원 확대, 도서벽지 지역 병설유치원간 통폐합 체제 확립 및 지원 등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3단체는 청원서 전달에 앞서 전국 유치원 교원 및 예비교사를 대상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10월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서명운동에는 6558명이 참가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왼쪽 두 번째)가 14일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학폭관련토론회에서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 필요성과 방안'이란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주관으로 14일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국회 토론회'가 개최 되고 있다.
최재이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장이 13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사서교사 충원 및 처우개선을 통한 독서교육 증진 방안마련 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대구교총(회장 이용락)은 9~10일 문경에서 ‘임원단 연수회’를 가졌다. 대구교총 임원단의 조직력 강화를 위해 기획된 이번 연수회는 제16대 신임 회장단과의 상견례도 함께 진행됐다. 이용락 회장은 “학생 지도와 행정 업무, 추락한 교권과 방역까지 학교현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교총이 앞장서 회원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길 바란다”며 “연수회를 통해 열정적인 새해를 맞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은? 어느 구름에 비 들었을까라는 제목만으로도 작가의 교육 사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교육의 가능성, 학생이 지닌 잠재능력을 함부로 예단하지 않고 귀하게 여기며 지켜낸 교육자의 삶이 녹아든 제목이라 신선하다. 교육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삶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은 매우 희망적이면서도 은유적이다. "삶과 분리된 학교 교육은 낡은 방식이다. 단지 교과서 안의 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이 학교가 해야 할 일이라면 미래에 없어져야 할 곳 순위에서 앞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학교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은 물론 방법을 배우는 작은 사회이다. 친구를 사귀고, 다툼을 해결하고, 선후배나 또래와 사이좋게 지내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법 등을 관계로 맺으면서 보고 배우는 곳이다." -75쪽, '나 하나만이라도' 중에서 글쓰기는 학교 현장에서 가장 지도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이는 매우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도하는 선생님이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성과는 더욱 더디다. 학교 현장에서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사라진 일기 쓰기 지도가 한 몫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글쓰기는 국어 교육의 열매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함에도 현실은 그렇다. 발표력 신장을 위해 공들인 시간의 절반만 투자했더라면 글쓰기 교육이 성공했을 것이다. 최근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책 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늘어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지자체나 도교육청 단위로 선생님이나 관리자가 글쓰기를 의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내 책 갖기 운동을 하고 있으니 학생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주리라 믿는다. 이 책을 쓴 양선례 교장선생님은 내가 현직에 있을 때교사를 위한 인문학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만큼 열성적인 관리자로 만난 바 있다. 관리자가 관심을 갖고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매우 지대하다. 교육은 모범을 보이는 것만으로 절반 이상 성공할 수 있다. 특히 학교장의 교육철학과 리더십에 많은 영향을 받는 초등교육은 더욱 그러하다. 나는 수년 간 인문영재반 독서와 글쓰기를 지도한 바 있다. 초등학교 5~6학년 영재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자기 작품집을 매년 만들도록 지도했다. 수강생의 10%정도는 글쓰기를 좋아하였고 1/4 정도는 그저따라오는 정도였으며, 절반 이상은 마지못해 겨우 따라오는 정도여서 애를 먹었다. 책을 읽지 않으니 문해력이 낮았고 권장도서를 읽고 찬반토론을 하는 것도 버거워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선생님은 일기를 쓰세요? 선생님도 독후감을 쓰세요? 일기 쓰는 게 귀찮고 재미없어요. 책은 읽겠지만 독후감은 싫어요. 안 하면 안 되나요?" 내 반 학생들에게 일기 쓰기 숙제를 내거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지도할 때마다 듣던 질문이다. 인문영재반 학생들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쓴 책을 보여주기도 하고 기사를 출력하여 보여주며 선생님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곤 했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을 설득하는 최선의 방법은 모범뿐이었다. 처음에는 숙제처럼 받아들인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표현하며 마음 속 상처를 드러내며 울기도 하고 독서와 글쓰기로 꿈을 키우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글쓰기는 교사의 기본이자 모범을 보이는 행위라고생각하는 사람이다. 선생님은 앞서서 길을 내고 그 길을 인도하는 사람이니, 글쓰기 교육에서도 선생님의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강요하거나 의무 사항이 아닌선택적이니발전의 속도가 더딘분야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작가의 전유물이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여 자신 없어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보내오는 책선물을받곤 한다. 그럼에도 보내온 모든 분의 서평을 쓰지는 않는다. 홍보용 책으로 만든 분의 책은 보낸 분에겐 미안하지만 소개하지 않는다. 나름의 자존심을 지키는 편이다. 내가 읽고 싶어서 고른 책이 아닌, 숙제처럼 읽어야 하는 책은 일단 부담감을 준다. 선뜻 읽지 못하고 뜸을 들이는 시간이 길다. 친분이 없거나 교류가 없는 분이 보낸 책은 더욱 그러하다. 작품으로만 만나니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 수십 년 가슴으로 품고 키워낸 귀한 자식을 함부로 평가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단 서평을 쓰고자 하는 책은 기본적으로 세 번은 읽어야 한다. 먼저대충 읽기, 두 번째는 차근차근 정독하기, 세 번째는 작가의 진심이 담긴 문장을 고르기 위한 선택적 읽기가 그것이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그 긴 시간과 노력, 자판 앞에서 자신과 싸우는 힘든 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어느 한 꼭지도 대충 읽지 못한다. 특히, 여성으로서 나 역시 작가처럼 인생의 대부분을 바친 교단 이야기, 어머니와 아내, 딸과 며느리로 살아내야 했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진솔한 고백 앞에서 나의 삶을 복기하며 한숨과 눈물을 훔쳐야 했다. 수필은 작가의 삶이 통째로 드러나는 글이다. 자신의 몸매가 실루엣처럼 드러나는 글이라서 가장 쓰기 어려운 글이다. 세상 이야기를 논하는 칼럼이나 사물을 객관화하여 은유적으로 쓰는 시보다 더 어려운 글이 수필이다. 잘못하면 자질구레한 신변잡기로 그치기 쉬우니 위험수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용기가 필요한 글이 수필이다. 더욱이 사실이나 사건의 나열을 넘어 그 속에 은유와 형상화, 철학적 깊이로 구워져야비로소 담백하고 은은한 빛을 발하는조선의 백자 같은 수필이 될 수 있다. 이 책에는 그가 자라난 환경, 살아온 인생, 주변인의 모습 등 한 사람의 인생이 채색되지 않은스케치처럼, 흑백사진으로담겨 있다. 사건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 담긴 내밀한 감성과 품격이 문장 사이에서 숨어서 눈물과 감동, 아픔과 고뇌를 느끼게 하는 힘을 지닌 글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체험 중심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수필이 주는 감동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특히 4부에 실린 작품들은 오래 눈길을 끌었다. 각색하여 동화로 써도 좋을 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딸과 어머니, 아내와 며느리 역할을 억척스럽게 해내면서도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섬세한 교육자로서 시행착오와 실수마저도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후배 선생님을 위한 자양분을 가득 담고 있는 책이다.관리자이면서도 교육자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모습은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학교장의 모습을 늘 원해왔던 나의 바람을 실천하는 분이라서 서평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스스로 구름을 만들고 비를 부르는 삶 일하는 아내와 어머니로서 힘들었던 일상을 가감 없이 드러낸 장면은 내 이야기 같아서 읽는 내내 한숨을 지었고 아팠다. 남의 자식에겐 최선을 다했지만 내 자식에겐 시간을 내주지 못한 회한과 미안함을 돌아보며 후회로 남은 시간들을 반추하는 괴로움은 일하는 엄마의 숙명이니 어쩌랴! 문해력이 낮은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는 교장선생님으로서도 전남교육의 알토란같은 양선례 교장선생님은 이름처럼 선례(선한 예시, 사례)를 남기고 있으니 이름처럼 산다는 말이 맞다. 작가 본인은 자신의 이름이 촌스럽다고 했지만 부모님의 선견지명에 감사함이 지당하다. 부모님께바치는 귀한 선물로도, 자식과 후학들에게 주는 선물로도 책보다 귀한 것이 어디 있을까. "아이를 낳는 것은 세상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여자만의 특권이다. 소나무는 병이 들면 다른 해보다 월등히 많은 솔방울을 맺는다. 세상에 나랑 많이 닮은 내 흔적이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부모한테 받은 사랑을 자식에게 갚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 아닐까. 어느 해 하느님이 부르시면 이 세상을 미련 없이 떠날 것이다. 다만 내가 남긴 흔적, 내 아이 셋이 우애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디 있든지 간간이 만나고, 그럴 때면 꾀부리지 않고 자기 일에 충실하게 부지런히 살다 간 엄마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185~186쪽, '생의 끝에 서면' 중에서 어느 구름에 비 들었을까의 작가 양선례 교장선생님의 책에 대한 한 줄 평은 '여성으로서, 교육자로서 어느 자리에서나 꾀부리지 않고 자기 일에 충실하게 부지런히 살아낸 진솔한 삶의 기록물'이다.글 쓰는 선생님이 많아져야 글쓰기 교육도 성공할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 글 쓰는 관리자로서 후배 선생님과 그 학교 학생들에게 끼칠 선한 영향력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구름을 만들고 단비를 부르는 바쁨 속에서도두 번째 옥동자(책)를 잉태한 그의 건강과문운을 빈다. 그는 오늘 하루도 글눈을 뜨지 못한 가여운 아이들을 곁에 앉혀두고 어머니처럼 자상한 눈으로 책을 읽어주고 자석 글자와 스케치북을 펼치고 낱소리의 음가를 들려주려고 노심초사 하며직원협의회 시간조차 아낄 것이다. 하루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매 순간을 아끼며 학생 교육과 후배 선생님을 위해 조언하고 도우며 선한 영향력을 줄 것이다. 부르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 문해교육 강의로 열정을 다할 것이다. 양처럼 선한 눈빛,따스함으로 / 선한 영향력으로가족과 제자, 후배 선생님에게/ 례(예)를 다하여 진심을 다하는/ 그대를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십시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수시 역풍은 교사 책임’이라는 식의 발언으로 뭇매를 맞자 직접 해명하고 사과했다. 이 장관은 12일 공식 설명자료를 내고 “학교 개혁의 주역은 교원입니다.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교총은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장관 명의의 설명자료를 내 곧바로 진의를 설명하고, 장관으로서 책임감과 사과의 뜻을 직접 밝힌 데 대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통해 교육 수장의 발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이고, 교육 현장에 미치는 여파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본의 아닌 표현으로라도 교원에게 상처 주고 사기를 저하하는 일 다시 없도록 유념하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을 교원과 교육부와의 소통 강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교총은 ”이 장관이 그 다짐을 진정성 있게 추진한다면 현장 교원과 교총은 교육 발전을 위한 파트너십으로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면서 ”교원이 소신 갖고 가르칠 교육환경 조성과 교육 현안 해결을 위해 함께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시의 가장 큰 문제는 수업의 변화, 교사의 변화가 없었던 것’, ‘교사의 책임이 가장 큰데 교사는 무풍지대’ 등 발언을 했다. 인터뷰가 공개되자 교원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이에 교총은 합리적 근거 없이 전체 교원을 폄훼하고, 특히 수시 제도 자체의 근본적 문제점에 대한 성찰 없이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긴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등 사회적 문제로 수시 신뢰도가 추락한 현상을 교사에게 전가했다는 지적이다. 교총은 “현장 여건과 의견을 무시하고 일관성 없이 근시안적으로 추진해 온 입시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며 수시를 강화한 장관이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긴다면 과연 교직 사회가 수긍할 수 있겠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전보 ▲학술원사무국장 임창빈 ◆파견 복귀 ▲일반직 고위공무원 배동인·오성배·유지완·박지용 ▲부이사관 최수진 ◆전출 ▲부산교대 행정서기보 박은성
교육부가 교원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해 ‘초등 전일제학교’를 ‘초등 늘봄학교(가칭)’로 명칭을 바꾼다. 학교와 교원의 업무부담 경감을 위해 방과후 운영체제를 교육청 등 지역 중심으로 개편한다. 12일 교육부는 초등 돌봄과 관련한 의견수렴 차원에서 지난 8일 교원단체·노조 및 학부모단체 및 관계자 등과 간담회 결과 이와 같은 방안을 연내 마련한 뒤 2023년부터 시범운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8일 간담회에는 총 10개 단체가 모였다. 교원단체·노조 중에서는 한국교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사노조연맹이, 학부모단체 중에서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참석했다. 교원단체·노조는 지역단위 전담 운영체제 구축을 통한 교사 업무 경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추후 교사가 방과후·돌봄 업무에서 완전히 분리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학교 돌봄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돌봄이나 가정 돌봄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또한 전일제학교라는 용어가 모든 학생을 종일 학교에 머물도록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이를 반영해 교육청 등 지역 중심으로 방과후 운영체제를 개편하고 지자체와 관계부처 등과의 협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일제학교 명칭 역시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라는 의미를 담아 ‘초등 늘봄학교’로 수정하기로 했다. 학부모단체에서는 운영 주체와는 별개로 학교 위주의 돌봄이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저학년뿐만 아니라 고학년 학생도 방과후 돌봄이 필요하고, 교과 연계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제공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교육부는 돌봄을 고학년까지 늘릴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과후 프로그램과 틈새 돌봄을 강화해 고학년 학생에게도 확대 제공하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학교와 교원의 업무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방과후 운영체제를 교육청 등 지역 중심으로 개편하고 지자체‧관계부처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방안에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앞줄 왼쪽 일곱 번째 부터)이12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에서 열린 '디지털 새싹 비전 선포식'에서 참여기관 관계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교육부, 시‧도 교육청, 한국과학창의재단 주최로12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에서 열린 '디지털 새싹 비전 선포식'에서 참여기관 관계자들이 서명이 담긴 팻말을 붙이고 있다. 디지털 새싹 캠프는 한성대를 비롯한 59개 대학과 16개 기업 등이 정부 지원을 받아 겨울방학 중에 초‧중‧고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인공지능 교육, 코딩 실습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한성대 관계자가 디지털 새싹 캠프 프로그램 세부 운영 계획을 발표 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 여행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보통은 추운 날씨를 피할 수 있는 따뜻한 곳을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겨울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혹독했던 추위를 경험한 장소를 떠올리기도 한다. 앞에 해당하는 곳이 남해안이나 제주도라면 뒤의 장소는 대체로 경기도나 강원도의 북쪽이 될 것이다. 여름에는 비슷한 날씨 때문에 큰 온도차를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겨울이 되면 두 지역의 차이는 극심해진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긴 지리적 특징을 보여준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다. 추운 겨울 날씨의 절정을 느끼면서 뭔가 제주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강원도 철원이다. 철원은 내륙의 분지 지형이라 우리나라에서도 추운 동네로 손꼽히는 곳이다. 남한 기준으로 북쪽의 경계라는 점에서 겨울의 추위는 다른 곳과 비교하기 힘들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지역의 자연, 특히 한탄강 일대는 화산섬 제주도를 많이 닮았다. 이 지역에서는 근현대 역사와 한탄강의 화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분단과 전쟁, 평화를 이야기하는 곳 실제 철원 현대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장소는 바로 ‘노동당사’다. 북한의 노동당이 철원 일대에 둔 당사 건물로 지금은 폐허처럼 돼 있다. 이 건물을 볼 수 있는 역사적 배경은 철원이 38선과 휴전선이 교차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며 남북에 미군과 소련군이 진주하는 과정에서 경계가 됐던 ‘북위 38도선’, 곧 38선을 기준으로 할 때 철원은 북쪽에 속했다. 그래서 1946년경, 소련군이 진주한 상황에서 북한의 필요에 따라 노동당사를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3층 규모의 콘크리트 건물 잔해만 남아있지만, 그 규모가 만만치 않았으며 정문 포치 부분은 러시아풍이 드러나 건축 당시의 거창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극심했던 한국전쟁 당시 전장이 되면서 많은 건물이 파괴됐으며, 휴전선 남쪽에 포함되면서 이전과 다른 역사를 맞이하게 됐다. 남한에 속하게 됐지만 휴전선 일대, 곧 접경지역에 속하며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는 곳이 됐고 옛 철원의 번영이 역사 속에 묻히는 과정에서 노동당사 건물 역시 그런 역사를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지금도 분단, 전쟁, 평화와 같은 것을 이야기하러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북한이 이렇게 큰 규모의 노동당사 건물을 지은 배경은 무엇일까. 노동당사는 철원뿐 아니라 인근의 김화, 평강 일대를 아우르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철원 외 다른 지역까지 통치하기 위해 크게 지었을까. 철원 일대에는 여러 금융, 산업과 관련된 시설이 있었다. 광복 당시 철원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였다는 점이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철원에는 1920년대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으니 이때 이 인구가 1만200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1940년 즈음에는 10만 명에 이를 정도였으니 춘천과 견줄 수 있는 규모였다. 근대에 이르러 철원이 빠른 성장을 보인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철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1914년에 부설된 경원선이다. 경원선은 서울 용산과 강원도 원산을 잇는 223km에 이르는 철도다. 경원선은 우리나라 동서를 잇는 교통수단으로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원산이 가장 크게 변화를 이뤘지만 한편으로 경원선이 지나는 철원 역시 교통의 결절점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고을이 된 것이다. 당시 수도권에서 강원도, 혹은 함경도 일대로 간다면 철원을 지나게 됐으니 여러모로 인상 깊은 공간이 됐다. 1919년 3.1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강원도 양양에서 만세운동을 벌인 조화벽 선생도 철원을 지났다. 당시 양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원선을 이용해 원산으로 간 뒤, 다시 배를 타고 양양으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이었다. 경원선을 타고 이동 중이던 조화벽 선생은 마침 기차가 철원역에 멈췄을 때 철원의 만세운동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철원이 빠른 시기에 만세운동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원선을 통해 소식이 전해지고 사람이 옮겨갈 수 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런 철원이 다시 한번, 교통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이 1931년에 일어났다. 이 해에 금강산전기철도, 곧 금강산철도가 개통된 것이다. 금강산은 조선시대 명승지로 선비라면 일생에 한 번은 찾아야 하는 곳이었다. 이런 명성은 일제강점기에도 그대로였으니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 했다. 이런 수요를 염두에 둬 당시 처음으로 전기를 이용한 철도를 금강산까지 놓은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 철도이며 관광 목적의 철도였다. 이 금강산철도가 출발하는 곳이 바로 철원이었으니 철원역을 기점으로 삼아 내금강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16km에 이르는 철도였다. 금강산 관광을 하려는 사람은 용산에서 철원까지 경원선을 타고, 철원역에서 다시 금강산철도를 갈아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이었다. 용산에서 철원까지 97km 정도였는데 약 2시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철원역에서 내금강역까지는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됐으니 모두 6~7시간 정도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다만 기차 요금은 만만치 않아서 금강산철도의 경우 7원56전으로 당시 쌀 한 가마 가격과 맞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금강산철도 개통으로 금강산 수학여행 붐이 일기도 했다. 여기서 시간을 맞출 수 없는 경우 철원에 머무르거나 오고 가는 길에 철원 일대를 둘러보는 사람들도 있었을 가능성도 상상할 수 있으니 수도권 사람들에게 낯선 도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단과 전쟁을 거치며 철원의 역사와 교통과 관련된 시설은 모두 유적으로만 남게 됐다. 금강산철도와 관련해서는 철원군 김화읍의 금강산철도가 지나던 ‘금강산 전기 철도 교량’이 남아있으며 옛 철원역은 철원읍에 역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안내판과 선로 일부만 남아있어서 한때 역무원 80명이 근무했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 철원역을 다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노동당사 앞 공간에 생긴 ‘철원 역사문화공원’이다. 일제강점기 철원의 여러 시설을 상징적으로 재현해 놓은 조그마한 장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인데 그 중심에 옛 철원역을 복원해 놓았다. 위치며 규모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철원역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살필 수 있다. 관광용 모노레일의 출발 장소로도 쓰고 있다. 제주도 풍광과 꼭 닮은 용암대지 모노레일은 철원역을 출발해 인근에 있는 높이 362m의 소이산 정상 근처까지 다녀올 수 있다. 정상에 올라가면 철원 발전의 또 다른 배경, 넓디넓은 철원 평야를 볼 수 있다. 한반도 중부지역에 이런 평야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 배경이 바로 용암이 만든 대지, 곧 용암대지라는 점은 쉽게 상상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 일대는 약 50만 년 전부터 12만년 전 사이에 평강의 오리산 일대에서 분출한 용암이 만든 대지다. 지층 조사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5번에서 11번 정도 용암이 분출되며 이런 모습을 만들었다고 한다. 제주도의 지질과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원래 있던 비교적 높은 산은 용암이 모두 덮지 못해 낮은 언덕으로 남았으니 백마고지며 아이스크림고지와 같은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가 됐던 곳이다. 용암이 덮인 대지는 강의 침식 현상이 다른 지역보다 크다. 뜨거운 현무암이 식으면서 나타나는 5각형, 혹은 6각형의 기둥 모양으로 무늬가 드러나는 주상절리 현상과 관련이 있다. 보통의 우리나라 지층이 완만한 사선을 그리며 침식되는 것과 달리 수직의 절벽이 발달한 이유다. 이렇게 수직 절벽, 곧 협곡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곳이 바로 한탄강이다. 한탄강에서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곳은 27km 정도로 최근 절벽 옆에 길을 내 잔도 형식으로 감상하며 걸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길이 3.6km의 ‘한탄강 주상절리길’이다. 순담매표소와 드르니매표소를 잇는 길로 걸어 편도로 이동할 경우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절벽 옆을 걷는 것도 아찔한데 길 상당 부분이 아래를 볼 수 있는 방식이라 약간 공포심을 느끼기도 한다. 주변 풍광은 영락없는 제주도 모습이다. 천지연 폭포며 쇠소깍 일대의 현무암으로 만든 절벽과 같은 모습이 내내 이어지는 것이다. 한탄강의 풍경을 조금 더 즐기는 방법은 ‘한탄강 물윗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강 위에 부교 형식으로 만든 길로 출발부터 도착까지 약 8km 정도다. 강 위를 걷는 길이라서 한탄강이 완전히 어는 12월 중순에 전체 코스가 개방된다. 꽁꽁 언 협곡을 탐사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처럼 철원역, 철원 평야, 그리고 한탄강이 묘하게 이어지는 철원은 역사 유적과 함께 조금은 낯선 경치를 즐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철원 여행은 매서운 추위에 맞서 한 번쯤 다녀올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박광일 여행작가·여행이야기 대표
교총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생활지도권 명시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첫째, 교사의 교육활동에 학생의 생활지도가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 둘째, 지도 권한의 주체가 학교장으로만 되어 있다는 점 셋째, 무엇보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의 지속성과 광범위함을 생각할 때 생활지도 권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학생의 교직원과 다른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 현장요구 반영된 결과 ‘환영’ 교총은 이에 대해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학생 인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왜곡된 인권 의식으로 여타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 교원의 교육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당연히 금지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교총의 주장과 활동이 반영돼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학교장이나 교원에게 생활지도권을 부여하고 법령 및 학칙에 따라 학생 지도 가능 ▲학생에 의한 교직원 및 여타 학생 인권침해 행위 금지 조항이 담긴 초·중등교육법이 통과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교총 등 교육 현장의 요구와 이를 반영한 여·야의 합의, 교육부 학생생활문화과와 교원정책과의 노력 등 삼위일체로 만들어진 생활지도법. 이제 교육 현장의 환영을 뒤로 하고 차분히 그 완성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생활지도권을 구체화하는 시행령과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이후에 시행된다. 그러나 현재의 개정내용은 상징적이고 선언적이어서 강제력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개정 목적에 부합하고 학교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시행령과 매뉴얼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가 문제행동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생활지도 내용과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억울한 교원을 보호하는 법적·현실적 방안도 요구된다. 최근 한국교총에 아동학대 신고 관련 도움 요청 건 중 경찰 변호사 동행 지원요청이 대부분이며, 소송비 지원요청 건도 30%가 넘는다. 아동학대 행위가 사실이라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법령에 근거해 정당한 교육활동을 한 교원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생활지도 강화는 무의미해진다. 셋째, 교원지위법의 조속한 개정도 요구된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강제력 담보와 교권 보호 제도의 미비점을 실질적으로 보완하기 때문이다. 교권 침해 사안 발생 시 오히려 교사가 특별휴가나 병가로 피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과 수업 방해 등 교권 침해 학생으로부터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피해 분리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 많은 어려움이 있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 기능의 지역교육청 이관, 교권 침해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교권 침해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가 필요하다. 교원지위법 개정 뒷받침돼야 지난 6월 20일,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 당선 이후 ‘생활지도법 마련 등 7대 교육 현안 해결촉구 전국 교원 서명운동’을 전개한 지 5개월 만에, 또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의 법안 발의 약 4개월 만에 생활지도법 중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생활지도법의 완성은 아니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만으로 교실의 어려움이 당장 개선되고 교권 보호가 이뤄지기 어렵다. 시행령 개정과 교원지위법 개정으로 실질적인 교권 보호 장치와 즉각적인 문제행동 제어 방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현재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회와 교육부는 생활지도법의 완성만이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오는 12월 19일은 매헌 윤봉길 의사께서 상하이 의거를 하시고 먼 이국땅 일본 가나자와에서 순국하신 지 90주년이 되는 날이다. 윤 의사에 대한 추모식이 효창공원, 상하이 훙커우 공원, 일본 가나자와 암장지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독립의 계기 만든 희생 윤봉길 의사는 만 24년 6개월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았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우리나라가 독립할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를 만든 장본인으로 가장 치열하면서도 압축적인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독립하기 2년 전인 1943년 11월 22일에서 26일까지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는 미국, 영국, 중국의 수뇌들이 모여 제2차 세계대전의 뒤처리를 위한 회담이 열렸다. 윤 의사의 의거를 높게 평가한 중국 주석 장제스는 한국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12월 1일에 발표된 ‘카이로 선언문’에서 ‘적절한 절차를 거쳐 한국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해방되어야 한다’라는 특별 조항이 들어가게 했다. 장제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백범 김구 선생이 1932년 한인애국단의 투쟁을 중국에 알려 한국인과 힘을 합쳐 항일투쟁을 벌일 것을 촉구하고자 중국어로 쓴 ‘도왜실기’다. 이를 엄항섭이 1946년 2월 한글로 번역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이 서문에서 ‘한국해방의 단서가 된 카이로 회담에서 장제스 주석이 솔선해서 한국의 자주독립을 주창하여 연합국의 동의를 얻었다는 사실은 역시 그의 원인이 윤 의사의 장거에 있었음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쓰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윤 의사의 훙커우 의거는 일제의 강압적인 식민통치 하에 주눅 들고 무기력하던 한국인이 항일투쟁을 위해 상하이로 모이게 했다. 윤 의사의 희생으로 상하이에 온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연합해 항일투쟁에 참여하게 만드는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하겠다. 성공의 역사 후세에 전해야 윤 의사는 훙커우 의거의 실행으로 집을 떠나기 전 남긴 유언인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 사나이가 집을 나가니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의 마음으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강의한 사랑을 실천해 한국의 독립과 한중의 연합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위대한 ‘성자(聖者)’라고 하겠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세계 유일의 국가다. 이것은 결코 기적이거나 신화가 아니며, 자랑스러운 윤 의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순국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일궈낸 성공의 역사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자라나는 학생들이 모두 알 수 있도록, 그리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윤 의사의 순국 90주기를 맞아 더욱 선양하고 전파해 나라 사랑의 정신을 고취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