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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변화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의 일상화, 엔데믹의 시대, 세계 최고령화 국가, 기후위기를 해결해야만 미래가 보이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 이러한 시대가 교육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는 2019년 학습자를 중심에 놓고 학습의 개념적 틀을 규정하고자 하는 ‘OECD 학습나침반 2030(OECD Learning Compass 2030)’을 발표했다. 이때 학습자에게 중요한 역량으로 세 가지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예측불가능성은 미래를 살아갈 주체인 학습자의 변혁적 역량과 사회구성원으로서 발언 권리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자의 변혁적 역량을 지원하는 교육이 필요해졌다. 제롬 라베츠는 ‘탈정상과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과학전문가 집단이 실험실에서 사실을 발견하고, 시민들은 그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정상과학’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탈정상과학’ 시대의 과학 주체는 과학자 공동체가 아니라 주민과 이해집단을 포함하는 확장된 공동체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교육도 ‘탈정상과학’처럼 ‘탈정상교육’을 경험하고 있다. 국가주도로 개발한 교육과정을 학부모·교사들이 그대로 수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탈정상교육’의 주체는 교사·학부모·학생을 넘어 마을·지역사회 등 전 국가구성원으로 확장된 공동체이다. 그리고 전 국가구성원이 참여하여 만들고 있는 교육과정 실현의 핵심주체인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 또한 매우 중요해졌으며, 학생의 역량신장을 위하여 교사가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교사로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학습자의 주도적 참여를 통해 학생이 지식구성의 주체가 되게 하고, 실제 세계와 연결하는 경험을 추구하는 학습, 학습의 설계부터 평가까지 학생이 주도성을 갖고 교사와 주변의 조언과 도움을 통해 깊이 있는 학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프로젝트학습을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프로젝트학습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성장시킬까? 첫째, 프로젝트학습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새로운 문제를 접하고, 해결방안을 찾고,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를 극복하는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다. 둘째, 프로젝트학습에서 교사는 보조자(운영자)·조언자·연결자의 역할을 맡는다. 주도성을 가지고 학습을 진행하는 주체가 바로 학생인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학생이 주도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 셋째, 학생들 삶과의 연결성·실제성이다. 교과지식을 바탕으로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주제나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앎’이 ‘삶’이 되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넷째, 프로젝트학습의 참여와 문제해결에 대하여 학생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학습태도와 역량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태도와 역량을 성장시키기 위한 메타인지를 기를 수 있다. 다섯째, 협업능력의 신장이다. 프로젝트학습은 다른 학생과 협동을 기반으로 한다. 삶의 문제는 여러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서부터 문제해결과정에도 여러 사람의 의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과정에서 개인의 노력이 다른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프로젝트학습의 단계 프로젝트 학습과정은 초·중·고 학교급별에 따라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초등학교에서는 다음 표 1과 같은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이보다 더 세세하게 단계를 분화하여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단계들은 상호연관성을 가지며 서로 영향을 미친다. ● 프로젝트 준비단계 첫 단계인 프로젝트학습 준비단계는 프로젝트학습의 주제와 수행 내용을 설정·준비하는 과정으로 교사의 에너지가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음은 5학년 교과연계 진로교육 프로젝트 수업의 준비과정이다. ① 교사의 철학과 프로젝트 목적을 설정하였다. •진로교육은 학생 개개인이 주체적인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능동적인 진로탐색을 실시하도록 학교교육과정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본 프로젝트는 2015 학교 진로교육목표 및 성취기준을 근거로 구성한 교과연계 진로프로젝트이다.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학생의 온전한 성장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위한 프로젝트이다. ② 진로 및 국어의 교육목표와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분석하였다. 성취기준은 학생들이 교과를 통해 배워야 할 내용과 이를 통해 수업 후에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능력을 결합하여 나타낸 수업활동의 기준이다. 진로교육 성취기준과 교과 성취기준 재구성을 통해 진로 교육목표 및 교과목표에 도달하고자 한다. 따라서 진로 교육목표와 국어 교육목표 및 성취기준을 분석하였다. 또한 국어교과의 특성과 진로교육의 목표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분석하였다. ③ 이를 통하여 프로젝트를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④ 이러한 개요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흐름도를 설계하였다. ● 프로젝트 도입 및 문제인식 단계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나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나를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도입단계에서는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볼 수 있는 민들레는 민들레 그림책으로 시작하였다. ● 문제해결 탐구 및 해결방안 찾기 이 단계에서는 친구와 협동학습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였다. 이 단계에서 교사는 연결자·조언자로서 학생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가는 역할을 담당한다. 학생들은 부모로부터 가족 속에서 존재하는 나, 친구들과 관계 속에서의 나를 찾아가는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성장하는 나를 살펴보기 위하여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키워드를 알아보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찾아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래가치 선언문을 작성하고 선서하였다. ● 프로젝트 발표 및 성찰 의미 있는 글쓰기를 위한 설계도를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나를 소개하는 글을 썼다. 그리고 프로젝트 도입단계에서 학생들과 공유하였던 평가관점에서 자기평가와 동료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에 스스로 이름을 부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젝트 도입단계가 아니라 정리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에 이름을 부여하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활동과정을 다시 상기시키고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한 부분에 대한 사고를 촉진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교과서를 보자’라는 무언의 명령을 벗어 던져야 한다. 코로나19로 중요한 사회성이 결핍된 아이들이 여전히 교실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있다. 얼굴 전체를 볼 수 없는 아이들은 여전히 친구의 감정을 파악하기 어렵고, 학생들의 언어는 마스크 안에 갇혀 친구의 마음에 전해지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아이들은 등교거부를 하기도 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보이거나 무기력한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기적인 태도와 감정·분노조절이 어려운 학생들이 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학력격차에 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수업시간과 수업시간 이후까지도 교과교육 목표도달을 위해 교사들이 소진되고 있다. 하지만 옳은 질문과 옳은 답변으로 짜여진 ‘완벽한(?) 교과서’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은 우리 반 학생들과의 행복한 일 년을 꿈꾸며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준비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교실은 배움에 대한 관심분야와 속도 차이가 많은 아이, 코로나19의 비대면 상황으로 불안도가 높고 다툼 해결에 미숙한 아이들과 단지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목표가 되어 버렸다.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모든 수업을 프로젝트학습으로 구성하여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교실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재미없는 교과서를 열심히 보아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명령으로부터 교사와 학생 모두 자유로워져야 한다. 교사는 학생에게 배움의 주도성을 줄 수 있는 학생에 대한 신뢰와 철학이 필요하다. 이러한 신뢰와 철학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교과서 너머 우리 주변의 문제들을 해결해보는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수행한다. 프로젝트학습의 과정에서는 교사가 준비한 그 이상의 갈등과 실수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과 실수를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의사소통능력·협업능력·문제해결능력·자기주도 학습능력 등이 자라나는 것이다. 교실은 이제 배움과 동시에 실천의 장이 되는 ‘앎’이 ‘삶’이 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교과서를 보자’를 걷어낸 자리에, 교사는 보람 있고 학생은 재미있게 배움의 주체가 되는 프로젝트학습을 실천해보자.
교원은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출장 등 공무로 여행을 하는 경우에 여비를 지급받게 됩니다. 출장을 위한 여비에는 운임·식비와 일비 숙박비가 포함됩니다. 이에 대한 지급 기준 및 금액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장 여비 항목 및 지급액 - 근무지 내 국내출장: 동일 시·군 및 섬(제주특별자치도 제외) 안에서의 출장이나 여행거리 왕복 12km 미만인 출장 - 섬은 같은 시·군이라 하더라도 ‘근무지 내’로 보지 않으나, 육로와 교량으로 연결된 경우에는 근무지 내에 해당 - 단, 같은 시·군에 위치하더라도 다른 시·군을 경유해 여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에 해당하면서 그 거리가 12km 이상인 경우에는 근무지 외 국내출장으로 처리 가능 출장 여비 QA Q. 세종시에서 충북 오송으로 출장 시에 근무지 내 출장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요? A. 일반적으로 근무지와 출장지가 다른 시·군은 근무지 외 출장으로 처리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다른 시·군에 위치하면서 여행거리가 12km 이상인 경우라도 교통여건을 고려해 소속기관장의 판단에 따라 근무지 내 출장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Q. 오전에 근무지 내 출장을 다녀온 후, 같은 날 오후에 근무지 외 출장을 다녀온 경우 여비 지급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정당한 사유에 의해 출장명령이 성립된 경우에는 출장 여비를 각각 지급하게 됩니다. 다만 식비는 출장시간을 고려해 적정한 금액을 감액해 지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 9시~오후 1시에 근무지 내 출장, 오후 2~6시에 근무지 외 출장 시에 근무지 내 출장 여비 2만 원, 근무지 외 출장 일비 2만 원을 지급하되 근무지 외 출장 식비는 1~2식(식비 2만 원의 1/3~2/3인 6,660원~13,320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액해 지급할 수 있습니다. Q. 동일한 날에 근무지 내 출장을 오전에 2시간, 오후에 4시간씩 두 번 다녀온 경우 여비 지급은 어떻게 되나요? A. 근무지 내 출장 여비는 1일 최대 2만 원을 초과하지 못하므로 오전 1만 원, 오후 2만 원이 산출되더라도 총 2만 원만 지급됩니다. Q. 출장이 왕복 2km 이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출장거리 계산 시, 지도상의 직선거리로 봐야 하나요?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거리로 봐야 하나요? A. 왕복 2km 이내의 근거리 출장 해당여부는 지도상의 직선거리가 아니라 도보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최단 이동거리로 판단합니다. Q. 근무지 외 출장에서 식사를 제공받은 경우 식비 지급은 어떻게 하나요? A. 식사를 무료로 제공받은 경우에는 식비 지출이 불필요한 것이 명백하므로 감액해 지급해야 합니다. Q. 자가 숙박한 경우에 숙박비를 지급해야 하나요? A. 자가 숙박 시에는 숙박비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이때 자가에는 배우자의 집도 포함합니다. 친척이나 친구 집 등에서의 숙박 시에는 관례상 발생할 수 있는 선물비용 등을 감안해 1박당 2만 원을 정액 지급합니다.
반전미 가득한 공간 스페이스 서울 안국역 대로변에 위치한 이 건축물의 이중성은 수위가 높다. 이곳은 애초에 인근 고궁과 한옥들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기에 의연함과 친숙함이 원서동 그 자체이다. 기왓장 느낌의 검은 벽돌과 담쟁이덩굴이 담아내는 사계절의 아름다움은 또 어찌나 감동적인지. 그러나 이런 것들에 현혹되어 마음을 내려놓아서는 곤란하다. 1층의 아트숍을 지나 계단을 오르는 순간 당황을 면치 못한다. 혼자 온 나이 어린 관객들은 내부의 으스스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다시 내려와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도 전해지는 이곳은 반전미 가득한 공간, ‘아라리오뮤지엄 in 스페이스’이다. 아라리오가 자리한 ‘空間(공간)사옥’은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지어졌다. 건축사무소와 월간지 공간의 편집실로 사용되다, 1977년 지하에 극장을 설치하고 갤러리를 만들었다. 건축가·무용가·미술가·배우 등 다양한 문화인들이 드나들며,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공옥진 등의 공연이 펼쳐졌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그간 잊혔던 전통예술이 새로운 해석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디딤돌이 마련된 것이다. 이후 통유리 현대식 건물과 한옥건물이 증축되었다. 행동이 운을 만든다 풍수 건축가 박성준은 생각이 아닌 행동이 운을 만든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아라리오뮤지엄 in 스페이스’는 행동하는 인간 김창일 회장의 운명이었다. 그의 시작은 20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 제대 후 어머니가 채권 대신 인수한 천안의 버스터미널 운영을 맡으며,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른바 금수저인 그의 출생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 달에 300만 원씩 어머니에게 임대료를 내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적자가 한 달에 300만 원씩 이어졌다. 고군분투한 결과 천안 시외 고속버스터미널과 신세계 백화점 충청점 10개관에 이르는 멀티플랙스 영화관의 소유주가 되었다. 지속하지 못할 만큼 재정적인 어려움에 봉착하여 때때로 죽음에 가까운 공포의 감정을 느끼는 날들도 있었다. 몇 차례의 위기 끝에 예술이라는 꿈의 세계가 하늘에서 내린 동아줄이 되어 주었다. 사업을 하면서도 서울에 오면 인사동과 북촌거리를 헤매며 구경하기 좋아하던 그가 동양화가인 남농 허건과 청전 이상범의 작품을 구입하면서 운명이 선회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80년대 초에 방문한 LA 미술관은 그로 하여금 미술관을 꿈꾸게 만들었다. 이후 그의 행보는 할아버지에게 분당땅 5만 평을 달라던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도준(송중기)이 안 부럽다. 김창일 회장은 혹시 미래를 알고 있었을까? 외국에 나갈 때마다 미술품을 사들이게 되었다. 몇몇 작가를 제외하고 당시에 막 떠오르는 신예작가이거나 아직 이름도 모르던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누구나 보지만 다 똑같이 보지는 않는 것. 작품을 고르는 그의 통찰력은 작두를 타야 할 정도의 신내림이었다. 전문아트 컬렉터로 더 이름이 알려진 김창일은 3,700여 점에 이르는 작품 소장가로 세계 200대 아트 컬렉터에 다수 등재되고 있다. 그가 세계를 떠돈 지 2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공간사옥’이 경매에서 유찰되었다는 기사를 접한다. 다음날 서울로 올라와 150억 원에 이 건물을 매입했다. 건물매입에 고민한 시간은 단 1시간이었다. 2014년 9월, 35년간 수집해온 3,700여 점의 작품 중 현대미술 컬렉션을 정리하여 참여작가 39명, 총 147점을 담아 아라리오컬렉션, ‘아라리오뮤지엄 in 스페이스’를 개관했다. 김창일 회장의 사업 길에 그의 꿈과 조우한 귀중한 작품들이었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은 “정말? 네가 그걸 했어?”라고 물었다. 개막전 주제는 ‘Really?’ 제목은 직접 지었다. 진정 미술관이 아니라면 그 무엇도 경사진 지형 덕분에 내부는 스킵플로어 방식으로 설계했다. 계단을 통해 전진하는 각방들은 ‘한 방 한 작가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검은색 파벽돌과 내부가 훤히 보이는 이곳의 용도는 진정 미술관이 아니라면 다른 무엇도 어울리지 않을 듯하다. 다섯 개 층에 총 38개의 전시공간을 부여했다. 크리스티안 마클레이, 권오상, 바바라 크루거, 신디 셔먼 등의 작품을 감상하며 각층을 오르다 보면 5층에서 다른 계단으로 내려오게 된다. 트레이시 에민, 수보드굽타, 키스 해링, 코헤이 나와, 마크 퀸으로 이어진다. 이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제는 놀랍지 않은 유명짜한 작가들의 포진이 오히려 놀랍다. 마지막 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묘하게 삼각형 방식으로 감아 올라온 계단 또한 하나의 작품이다. 백남준의 1994년 작 ‘Nomad(노마드)’는 ‘픽셀-더불디어’와 함께 아라리오의 상징작이다. 위대한 미술책의 저자 이진숙은 말한다. “백남준의 꿈은 칭기즈칸과 마르코폴로 같은 유목의 제왕들이 동서양을 누볐던 것처럼, 디지털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을 동과 서로, 과거와 현재로, 자유롭게 사유의 경계를 해체하는 것”이었다고. 이토록 미래적인 작품이었다니, 그 시대에, 새삼 미안해진다. 마크퀸(Marc Quinn)의 ‘Self(셀프)’는 말 그대로 작가의 얼굴을 본뜬 틀에 자신의 피를 채워 넣은 시리즈 연작 중 하나이다. 일반 성인의 몸속에 있는 혈액의 총량과 비슷하다는 4,500g. 한 작품당 6주에 한 번씩 5달 정도의 기간이 필요했다. 자신의 두상으로 제작한 거푸집에 혈액을 넣어 만든 작품은 항상 냉동고 형태의 전시대에서 영하 5도의 정해진 온도여야만 현 상태를 유지한다. 전기장치의 작동이 멈추거나 정전이라도 되는 날이면 이 작품은 그야말로 흥건한 피와 함께 사라져 버릴 것. 하단의 냉동고야말로 어쩌면 작품이 존재하도록 하는 유일한 생명의 원천이다. 실제로 사치갤러리 소장작이 전기관리원의 실수로 코드가 뽑힌 채 사라져 버렸다는(거짓으로 밝혀져 소유주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루머는 작품의 섬뜩함을 더해주는 서늘한 에피소드이다. 아라리오의 작품은 5년마다 한 번씩 제작된 3번째(2001년) 작품이다. 케임브리지 로빈슨 칼리지에서 역사·미술사를 전공한 그의 작품은 가는 곳마다 화제다. 코헤이나와는 미국 월간지 Art+Auction 2012년도에 ‘미래 소장가치가 있는 50인의 작가’에 선정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인지기능이 2차원적 이미지를 인식한 후 물체를 직접 보고 재인식할 때 생기는 간극과 변화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픽셀-더불디어’는 하나의 사슴처럼 보이는 두 마리다. 애초 인식의 혼란을 의도한 작품이다. 화상의 정밀도를 나타내는 픽셀(Pixel)과 생물학적 세포를 일컫는 셀(Cell)의 합성어 픽셀. 관람자들은 박제된 사슴의 정체는 알지 못한 채, 그저 표면의 영롱함과 실제를 방불케하는 완벽한 자태를 아름답게 느낄 뿐이다. 사슴의 올올한 털이 구슬 안에서 확대되어 보이는 순간에야 마음이 아파온다. 그의 존재는 이미 無(무)화 되었다. 관람자에게 전해지는 우아한 아우라의 정체는 어디서 나오는가?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의 인식은 참인가? 거짓인가? 코헤이나와의 의도는 무엇인가? 생각이 꼬리를 물어 계단참에서 일순간 정지! 뒷사람이 밀어낼 때까지 계속되었다. 일상이 존중받지 못하는 인간은 눈물 흘린다. 수보드굽타는 인도 현대미술을 회화에서 사진·설치·영상 등으로 지각 변동시킨 거장이다. 진정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목록’에 추가하고 싶은 작가이다. 높은 범죄율과 오랜 가난으로 찌든 동인도 비하르주에서 탄생한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슬픔을 잊지 않았다. 작품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는 택시의 하부가 무거운 짐 더미에 눌려 땅속으로 가라앉는 상태이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성스럽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삶의 도구들을 쌓고 자르고 모아 작품화한다. 아버지의 도시락, 파드미니 택시, 황동제 고물식기, 커리그릇 등. 그의 작품들은 삶의 무게만큼이나 어수선하다. 불가촉천민은 공동우물조차 마실 수 없는 경제부국 인도의 계급 격차는 지구와 명왕성 거리만큼이나 크다. 끊임없는 문제제기로 인간의 삶을 환기시키는 작가는 말한다. “인간의 슬픔은 다른 게 아니다. 가장 작은 일상이 존중받지 못할 때 인간은 눈물을 흘린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을 이어가는 우리들의 일상은 경이롭지 않냐고. 요르그 임멘도르프는 신표현주의의 거장 요제프 보이스에게 사사 받은 독일 현대미술계의 반항아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예술의 역할’ 단 하나의 질문으로 일관한다. 전후 독일의 혼란과 현대사회의 문제들 앞에서 정치적 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그의 작품은 기괴와 암울, 풍자와 비판으로 가득하다. 1988년 루게릭 진단으로 한 손으로만 그림을 그렸던 그가 61세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영혼까지 끌어 모아 이룩한 그의 작품들은 이제 20세기를 기록한 시대정신으로 남겨졌다. ‘미술가의 조상-콘스탄틴, 요르그, 조르지오’ 등에서 보여지는 원숭이 형상들에서는 미술의 사회적 의미에 질문을 던지는 작가의 고뇌를 5개의 조각작품에 담았다. 제럴딘 하비에르는 동남아시아 현대미술계의 영매이다. 그녀의 시선은 현실과 사회·종교를 넘어서는 운명에 닿아 있다. 클로토와 라케시스, 아트로포스는 각각 실타래를 풀고 길이를 재고 가위로 잘라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리스어로 ‘모이라이’라 불리는 이들은 그리스 신화 ‘운명의 세 자매’이다. 이들이 정한 운명의 실타래는 절대적이어서 제우스조차 바꿀 수 없다. 섬세한 뜨개질로 둘러싸인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수목들 사이를 걸어가야 한다. 운명의 숲이다. 도망칠 수 없다. 이것이 삶이라니. 진격의 거인 아라리오 현재 아라리오는 갤러리 상하이에 이어 제주에 3개관을 오픈했다. 그 확장세가 진격의 거인이다. 본래 건물의 기능(시네마·바이크샵·모텔)과 뮤지엄을 연결하여 아라리오의 키워드인 보존과 창조의 의미를 제주에서 이루어 가고 있다. 아라리오 뮤지엄은 도슨트와 함께, 혼자 또는 같이, 갈 때마다 새롭다. 한옥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매우 맛이 있다. 건너편 통유리 건물 5층의 ‘다이닝 인 스페이스’는 해가 저물고 어둠이 찾아올 때 도심 속 우주선이 된다. 10월경이 되면 창덕궁 후원의 정취를 한눈에 즐길 수 있어 자리 잡기가 힘들다. 안국역을 지나다 눈을 맞아 헐벗은 담쟁이가 눈길을 끌 때 슬쩍 넘어가 주자. 작가와 작품의 서사로 짙은 관람의 여운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일이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 길에서 우연히 어머니를 만난 광경을 보았다. 아들을 알아본 어머니는 일행에게 아들을 인사시켰고, 일행은 무척 반가워하며 학생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습니다.” 꽤 진지하고 단호한 답변이었다. 당돌한 학생의 모습은 당황한 어머니의 모습과 겹치며 한동안 실소를 자아냈다. 추측건대 학생은 최근 개인정보 보호교육을 받은 것 같다. 교육이 잘 된 것이라 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명의도용·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다고 하니 문제의식을 크게 느낄 만도 하다. 「개인정보 보호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이 시행되면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학교도 여러 개인정보를 보유·관리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법 위반 시에는 형사처분까지 받게 된다. 안타깝게도 학교의 법 위반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여러 사례를 통해 학교에서의 적법한 개인정보 관리방법에 관하여 알아본다. 공문처리 시 개인정보가 담겨 있지 않은지 꼭 확인하자 개인정보란 기본적으로 살아있는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또한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다면 이 역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예컨대 ‘수학여행 불참자(4명): 김○○, 허○○, 권○○, 지○○’이란 정보를 살펴보자. 이름이 가려져 있어 언뜻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이번에 수학여행을 가는 학년이 2학년이고, 2학년에 해당 성(姓)씨를 가진 학생이 한 명뿐이라면 이러한 정보를 쉽게 조합하여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열람제한 등의 비공개 조치를 해야 한다. 공문처리 시 개인정보가 담겨 있지 않은지 꼭 확인하여야 한다. 비공개 설정(열람제한 등)을 잊어버리거나, 공문 붙임파일에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것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아서 의도치 않게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장애 등 민감정보는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학생·보호자 상담 중에 다른 학생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기 쉽다. 특히 학생의 병력(病歷)·장애와 같은 민감정보가 유출되면 문제가 크다. 어느 한 초등학교에서 보호자 상담 중에 발생한 일이다. 다른 학생(홍길동)의 행동에 문제가 많다는 보호자의 이야기에 교사는 홍길동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자 “홍길동이 ADHD 증세가 있고, 그 보호자도 장애가 있는 등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학생”이라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교사의 의도와는 달리 상담한 보호자가 홍길동의 보호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말했고, 교사는 큰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학생·교직원의 코로나19 확진 정보를 수집·보고할 때도 개인정보 보안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최근 공공기관 내부직원의 확진자 정보 유출 사례가 사건화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원이 확진된 학생·교직원의 개인정보가 담긴 학교의 문건(보고서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가족·지인에게 전송한다면 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개인정보는 수집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할 수 없다. 수집된 개인정보는 수집 목적 내에서만 이용해야 한다. 수집 목적 외로 개인정보를 이용하려면 이에 대한 정보주체1에게 별도로 동의를 받는 등의 요건(법 제18조 제2항)을 갖춰야 한다. 몇 년 전 수능시험 감독관으로 들어간 교사가 감독과정에서 알게 된 수험생의 연락처로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내 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안에서 교사가 담임으로서 알게 된 학부모들의 주소로 내용증명서를 발송하였다가 법 위반으로 유죄선고를 받았고, 아동학대 수사를 받던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탄원서를 부탁하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가 유죄선고를 받기도 했다. 모두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 외 용도로 이용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개인정보는 수집 목적 범위 내에서만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학교폭력사안에서 회복적 분쟁 해결이 강조되고 있다. 보호자가 화해·조정·합의를 위해 상대방 보호자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호자의 개인정보가 이러한 목적으로 수집된 것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를 다른 보호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학교폭력 피·가해학생 가족의 개인정보를 비밀로 규정하고 있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저촉될 소지도 있다). 개인정보를 수집된 목적 외로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는 등의 요건(법 제18조 제2항)을 갖춰야 한다. 수사기관과의 관계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유념해야 한다. 만약 교사를 폭행한 학생 또는 보호자가 있다고 하자. 이들을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하면서 학교가 업무상 수집하고 있는 학생·보호자의 개인정보를 제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는 것일까? 대법원은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출한 행위 역시 개인정보 누설에 해당하여 법 위반으로 본다2. 고소·고발을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법 위반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법원은 이 경우 법 제18조, 법 시행령 제15조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이 학교로부터 개인정보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 ① (생략)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경우 제1호·제2호의 경우로 한정하고, 제5호부터 제9호까지의 경우는 공공기관의 경우로 한정한다. 1.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3.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4. 삭제 5.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아니하면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서 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경우 6. (생략) 7.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8.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9. 형(刑) 및 감호, 보호처분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 ① (생략)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경우 제1호·제2호의 경우로 한정하고, 제5호부터 제9호까지의 경우는 공공기관의 경우로 한정한다. 1.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3.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4. 삭제 5.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아니하면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서 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경우 6. (생략) 7.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8.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9. 형(刑) 및 감호, 보호처분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원이 이야기하는 적법 절차를 보다 자세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학교와 같은 공공기관은 범죄수사와 공소제기 유지를 위해 수사기관에서 요청하는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법 제18조 제2항 제7호). 단, ‘범죄수사와 공소 제기·유지에 필요한 경우’라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요청할 때는 관련 법령 및 요청 목적을 명확히 하고, 최소한의 범위로 요청해야 한다. 실무적으로 수사기관은 학교에 ‘수사협조 의뢰’라는 공문으로 자료제공을 요청한다. 그리고 요청 근거로는 보통 「형사소송법」 제199조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8조 제1항 규정을 든다. 그런데 때론 수사기관이 요청하는 정보가 너무 광범위하여 범죄수사와는 무관한 개인정보까지 포함하고 있는 경우를 본다. 이때 범죄수사와 관련 없는 개인정보는 법을 이유로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수사기관이 근거로 삼은 위 규정들은 법 제18조 제2항 제2호에서 말하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3 법 제18조 제2항 제7호가 적용되어 범죄수사에 필요한 개인정보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영상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사진·영상 역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학교 운동회·수련회의 사진·영상 등을 학교홈페이지에 게시할 때는 학생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만 14세 미만이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업무상 수집한 학생의 얼굴이 담긴 사진·영상을 교사 개인 유튜브 채널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게시하는 것 또한 법 위반에 해당한다. 마치며 앞서 살펴보았듯이 업무상 처리되는 개인정보는 엄격히 관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은 개인정보처리자4,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업무(개인정보 처리업무)상 개인정보를 알게 된 자 등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 업무와 관계없는 경우까지 법이 규율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적영역에서의 개인정보 제공까지 법에 얽매일 것은 아니다. 어머니를 옆에 두고 어머니의 일행이 자신의 이름을 묻는다면 사회통념상 답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혹시 용돈이라도 받을지 모르는 일이다.
힘들고 지쳐 있을 때 피로를 푸는 방법은 다양하다. 편안한 공간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어느새 피로가 풀린다. 단맛은 우리의 피로를 풀어주는 행복한 맛이다. 반면에 단맛은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음료를 주문할 때 습관적으로 ‘달지 않게 주세요’라고 말을 하며 단맛을 피하려고도 한다. 단맛은 건강에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양면을 지니고 있는 단맛, 단맛의 중심에는 ‘설탕’이 있다. 지금은 너무도 쉽게 접하는 설탕이지만, 아주 긴 역사와 이야기를 갖고 있다. 설탕과 관련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설탕 이전의 시대, 곧 당신의 혀 위에서 녹는 하얀 곡물들이 지구상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던 때가 있었다. 역사가들은 무기와 도구에 대해 사용된 금속들을 언급하며 철기시대·청동기시대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그와 마찬가지로 처음 수천 년 동안의 인류역사를 벌꿀의 시대(the Age of Honey)라고 일컬을 수 있다. 스페인의 한 바위그림은 기원전 7,000년경부터 산비탈을 기어올라 바위틈에서 벌집을 발견하고 꿀을 따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얼음으로 뒤덮이지 않은 유럽이나 아프리카·아시아의 거의 어디에서건 운 좋은 방랑객이라면 벌집을 우연히 발견하고 벌에게 몇 방 쏘이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 특식을 들고 떠날 수 있었다. …(중략)… 꿀은 삶의 방식이었다. 사람들은 부모들과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 곁에서 자란 음식을 먹었고 왕들과 귀족들, 그들보다 높은 사람들에게 경의와 존경을 표했다. 벌집 안의 벌들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모델로 여겨졌기 때문에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벌들에게 신들의 불꽃이 담겨 있는 것으로 여겼다. 설탕은 꿀과는 다르다. 그것은 보다 강한 단맛을 제공하며 강철이나 플라스틱처럼 발명되어야 했다. 설탕의 시대에 유럽인들은 수천km 떨어진 곳에서 만들어지면서도 길가에서 얻는 꿀보다 덜 비싼 상품을 구매했다. 그것은 단지 설탕이 사람들을 전 세계에 걸쳐 이동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들 가운데 수백만 명은 사슬에 묶인 노예로서, 또 다른 소수의 사람은 부를 찾아 이동했다. 이러한 완벽한 맛은 가장 잔혹한 노동에 의해 구현될 수 있었다. 그것은 설탕의 어두운 이야기이다. 또한 다른 이야기도 있다. 인류의 지식이 확장되고 거대한 문명과 문화들이 사상을 교환함에 따라 설탕에 관한 정보는 확산되었다. 사실 설탕은 노예제가 확산되는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한편으로, 그것으로 야기된 지구 규모의 연결은 또한 인간의 자유를 향한 가장 강력한 사상들을 키웠다. 본문, p.16 하나의 대상으로 인류의 사상과 역사를 서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정말 매혹적으로 독자를 이끌어간다. 설탕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노예들의 자유를 억압한 암울한 이야기 그리고 사상의 탄생까지…. 이렇듯 하나의 소재를 코드로 세상을 읽어가는 것은 소재 자체를 이해할 수 있고,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때는 기원전 326년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현재 파키스탄에 위치한 인더스강에 서 있었다. 10년 동안 그와 그리스 병사들은 아시아의 지배자들이었던 강력한 페르시아인들을 무찌르며 당시까지 알려진 세계를 지나 전투를 벌이며 전진해 오고 있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이미 800척 규모의 선단을 건조한 상태에서 절친한 친구인 네아르쿠스를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뱃길을 따라 인도 해안을 탐험하도록 파견했다. 우연히 ‘달콤한 갈대’를 발견하는 이는 네아르쿠스다.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 황제 다리우스 1세가 기원전 510년경 인도를 정복했고, 그의 병사들이 꿀을 생산하는 한 줄기 달콤한 갈대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페르시아인들이 발견한 갈대는 십중팔구 사탕수수였다. 길고 가느다란 사탕수수 줄기는 대나무를 닮았다. 사탕수수는 옹이들로 마디가 지어진 나무 같은 껍질이 있다. 껍질을 벗겨 내면 회색빛이 도는 내부는 촉촉하고 달콤하다. 그것을 이 사이로 빨아들일 수 있고 주스에 넣어 마실 수 있다. 오늘까지도 여러분은 열대지역 시장마다 쌓여 있는 사탕수수 더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구매자들에게 막대사탕과 건강음료 사이 어디쯤 놓여 있는 신선한 맛을 제공할 것이다. 네아르쿠스 또한 출항하여 탐험했을 때 ‘꿀벌은 없지만 꿀을 생산하는’, ‘갈대’를 발견했다.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강한 그리스인들은 사탕수수를 알게 된 것에 대해 기뻐했지만 그것은 단지 자연세계에 관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일 뿐이었고, 한 가족이 최근에 구경한 풍경을 순차적으로 보여 주는 우편엽서 같은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갈대들’이 꿀벌의 시대,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꿀벌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본문, p.21 설탕은 지금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설탕은 귀족들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재였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설탕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긴 역사의 시간 동안 누군가는 그 발견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 순간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어떤 발견의 순간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준다. 그 발견으로 우리의 역사와 삶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순간을 ‘변곡점’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설탕 밭에서 일했던 아프리카인들과 힘겨운 노동에 대해 인터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일하면서 죽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 가지 길이 있다. 아프리카인들은 그들의 삶의 고동, 곧 박자를 음악과 춤과 노래로 창작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봄바(bomba)는 설탕 노동자들이 만든 음악과 춤이다. 그것은 한 여성과, 그녀와 함께 춤을 추는 남성, 그녀를 관찰하면서 그녀의 율동에 딱 맞는 리듬을 찾아가는 북 연주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리듬으로 표현한 일종의 대화다. 주인이 지나가면서 춤을 지켜본다. 분개나 폭동을 표현하는 가사는 이 음악에는 없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이고 흔들어 대고 북 연주자들이 자신들의 박자를 배경으로 ‘이야기하는’ 동안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그저 일하다 죽기 위해 태어난 노동자도, 한 점 고깃덩어리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 대신에 그들은 생존해 있으면서 그들 자신의 것인 율동과 소리로 서로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쿠바에서 설탕 노동자들은 룸바(rumba)의 가사와 사운드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한 노래에서 말한 것처럼 ‘주인은 내가 북을 연주하는 걸 원치 않았다.’ 감독관들은 노예들이 북을 이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하고 폭동의 의사를 확산시키는 것을 두려워했다. 마찬가지로 브라질에는 설탕 농장을 떠올리게 하는 마쿨렐레(maculelĕ)라는 춤이 있다. 마쿨렐레는 막대나 사탕수숫대를 이용하여 춤을 추는 것으로 흡사 전투훈련을 연상시킨다. 많은 설탕 섬들에서 아프리카인들은 빙글빙글 돌고 높이 뛰어오르며 상대를 위협하는 것처럼 춤을 추고 나무막대를 두드리고 휘두르는 유사한 춤을 고안했다. 이들의 춤은 실제로는 주인에게 도전하지 않으면서 전쟁을 모방하는 방식이었다. 본문, p.68 설탕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노동력이 필요했다. 사람들의 달콤함을 위해 그에 반대되는 쓰디쓴 고통을 누군가는 쏟아 부어야 했다. 수많은 노동자가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노동을 착취당했던 기록이다. 더 슬픈 것은 그들의 눈물을 기록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흥겨운 음악 속에서 그 눈물을 유추할 수 있다. 흥겨운 리듬에 슬픔의 역사가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 글의 작가는 설탕을 소재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바를, 그리고 교육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이렇듯 세계사를 관통하는 다른 소재를 찾아 자료를 모으고 글로 풀어보는 것은 우리 인식의 지평을 한 단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다. 설탕에 관한 자료를 읽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설탕이라는 생산품 이야기가 두 가지 중요한 역사적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설탕과 노예제가 자유를 향한 투쟁에 어떻게 연관되었는가? 이 질문은 미국·프랑스, 아이티 혁명과 이들 국가 및 영국에서 벌어졌던 노예 폐지 운동과 관련된다. 둘째, 설탕과 노예제는 영국 산업혁명의 탄생과 어떻게 엮여 있었는가? 역사가들은 수십 년간 이 문제들을 논쟁해 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예컨대 미국의 노예제, 계몽운동과 독립선언, 프랑스혁명, 영국의 산업혁명, 노예 폐지와 남북전쟁같이 모두 학생들, 특히 고등학생들에게 완전히 분리된 구성단위로 너무 자주 제시되었다. 그러한 구성방식은 이들 중요한 역사 주제들이 서로 전혀 연계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본문, p.146
겨울방학을 앞두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성자초등학교를 찾았다. 기초학력부진학생 해소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성공사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교육계 최대 현안은 학력저하와 기초학력부진학생 증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지만 좀체 풀리지 않는 난제로 꼽힌다. 학생 개인차는 물론 사회·경제적 여건 등 변수가 많은 탓이다. 성자초가 서울시교육청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촘촘한 기초학력 지원대책과 실천을 통해 가시적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장을 중심으로 한번 해보자는 교사들의 열정과 교육지원청의 적극적인 지원, 학부모의 신뢰가 원동력이 됐다. 한 아이도 뒤처지지 않는 기초학력 부진 예방 우수학교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체계적인 기초학력지원시스템. 기초학력 협력강사 운영, 맞춤형 선도학교 운영, 기초학력 키다리샘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성자초는 학력부진의 출발점이 되는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협력강사를 배치, 교실수업에 투입하고 있다.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야 한다는 생각에 1학년은 국어, 2학년은 수학을 중심으로 배움이 느린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한다. 정규 교과수업시간에 담임교사와 협력강사 간 협력수업 또는 수업보조를 통해 맞춤형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3~6학년은 희망학급을 대상으로 담임교사와 협력강사가 주당 2시간씩 수학 기초학력부진학생을 지도한다. 교과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학습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학습부진을 극복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는 키다리샘이 있다. 대상은 4~5학년, 국어·영어와 수학·과학교과를 중심으로 지도한다. 주로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운영한다. 학습결손 회복을 위해 보충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초등 점프업 프로그램도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다. 교육회복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초등 점프업 프로그램은 학생 중 성적이 중간층인 학생들의 학습결손 회복을 위해 담임추천이나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교과 보충학습 프로그램이다. 이와 더불어 연간 24주간 운영하는 학습 사회성 회복 방과후학교와 성동광진학습도움센터 온리원(Only one) 프로그램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온리원 프로그램은 난독으로 인한 학습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와 연계한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디지털학습과 놀이활동이 꽃 피는 꿈이음실 성자초의 또 다른 자랑은 꿈이음실이다. 학교 유휴교실을 활용, 기초학력지원 전용공간을 만들어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기초학력 신장을 지원하고 있다. 성동광진교육청이 처음으로 시도한 꿈이음실 사업은 학생·학부모·교사들로부터 전폭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꿈이음실은 규모도 제법 크다. 기존의 복도를 교실로 활용, 일반교실의 1.5배 크기쯤 된다. 학생들이 놀이활동을 하면서 디지털활용수업까지 가능하도록 꾸며진 것이 특징. 꿈이음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편에 디지털 기반 학습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기기가 비치돼 있고 디지털학습이 가능한 전용 책상이 설치돼 있다. 디지털 학습공간 오른편엔 육각형 모양의 책상들이 놓여있다. 학습형태에 따라 요리조리 배치를 달리할 수 있는 구조다.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이른바 교사동행 맞춤형 공간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꿈이음실 맨 안쪽은 바닥 난방이 잘 되는 온돌방처럼 꾸며져 뒹굴거리며 책도 보고 놀이학습도 한다. 다양한 놀이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성자초는 학습지원대상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꿈이음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오전에는 1~2학년 놀이중심 선택활동과 3~4학년 디지털 선택활동 수업이 이뤄진다. 학교·교사·교육지원청이 삼위일체가 돼 노력한 결과 성자초의 기초학력부진학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2021년 전교생 560여 명 중 28명이던 기초학력부진학생은 올해 21명으로 확 줄었다. 특히 4학년은 작년 9명이던 것이 올해 3명으로 감소했다. 오언석 교장은 “각종 기초학력 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생들 간 속도의 차이는있지만 효과는 분명했다”며 “이들이 다시 기초학력부진에 빠지지 않도록 요요현상을 예방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학력부진학생들은 사회·경제적 여건 등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아 국가적 차원에서 더 많은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교육과정 연구학교 선정 … 학교자율시간제 선도 운영 성자초는 앞서가는 학교다. 교육부로부터 교육과정 연구학교로 지정돼 학교자율시간제를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자율시간제는 한 학기 17주 기준 수업시수를 16주 수업으로 변경하고 나머지 1주일은 학교 자율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부터 초등학교에서도 학교 자율로 선택과목을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도입되는 제도다. 성자초는 지난 12월 8일 부산에서 열린 교육과정 연구학교 운영보고회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돼 사례발표를 했다. 2022년 한해 동안 1~6학년을 3개 학년군으로 묶어 다양하게 실시한 선택교육과정 운영 결과를 공개한 자리다. 구체적으로 1~2학년은 한글·수리·독서놀이 중심으로 학기당 34차시를 운영했고, 3~4학년은 디지털 소양교육과 생태전환교육을, 5~6학년은 인공지능과 민주시민교육을 각각 실시했다. 어려움도 컸다. 학교자율시간제는 이번에 처음 만들어지는 것이다 보니 참고할 자료가 거의 없었다. 학년부장을 중심으로 교사들이 직접 발품을 팔았고, 주말과 방학도 잊은 채 매달렸다. 우수사례 발표현장에서 참석자들은 1년 만에 교육과정 개발부터 실천까지 완벽하게 수행해 낸 것에 혀를 내둘렀다. 개정 교육과정 취지를 가장 잘 반영해 설계하고 실천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강미연 교무부장은 “연구학교로서 모범사례를 제시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막중한 책임감에 부담이 컸지만 동료와 선·후배 교사들 덕분에 학교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가 크게 개선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오 교장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연구학교를 운영했다”면서 “선생님들이 하나로 뭉쳐 노력한 덕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며 교사들에게 공을 돌렸다. ‘믿고 맡기는 학교’ 입소문에 학령인구 감소 무풍지대 지난 1984년 개교한 성자초는 올해 39주년을 맞는다. 지난 2020년 오 교장이 부임한 이후 학교의 외관은 산뜻해지고 학교구성원 간 신뢰는 단단해졌다. 한 아이도 놓치지 않겠다는 신념이 괄목할 성과로 드러나자 입소문이 났다. 그래서일까.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이 줄어 학교마다 역피라미드 현상이 일상이 됐지만, 성자초는 여전히 일자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학교가 위치한 자양동이 성동구에 편입돼 있을 당시 지명의 앞글자를 따 만들어진 ‘성자’라는 이름답게 이 지역 대표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 교장은 체육 장학사 출신 교장이다. 교직에 들어와 육상부를 이끌고 전국을 누빈 인물이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전거 마니아이기도 하다. 교육철학을 묻자 ‘힘·맘·몸·꿈’ 네 단어로 압축했다. 생각하는 힘, 따뜻한 마음, 건강한 몸, 행복한 꿈의 줄일 말이다. 학생들 모두 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성자다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한 장의 그림이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줄 때가 있다. 심리검사의 한 종류인 그림검사는 감정과 생각을 읽어주고, 행동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심리상태가 그려진 한 장의 그림은 객관적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역할을 하면서, 상담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매개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도 한다. 2023년 새로운 학급운영계획을 세우는 선생님들을 위해 활용도 높은 그림검사 다섯 가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전문적 지식 없이 접근하기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자세한 해석은 생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검사를 소개하는 것은 한 장의 그림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찾아내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는 스트레스 정도와 대처능력을 보여주는 ‘빗속의 사람’ 그림검사를 소개한다. 빗속의 사람 그림검사 실시방법 빗속의 사람 검사는 현재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 스트레스 대처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비·구름·천둥·바람·웅덩이·번개 등은 스트레스를 나타내며, 우산·비옷·장화·보호물(처마 밑 등)·얼굴표정 등은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자원이다. 빗줄기가 굵고 거세면 스트레스 정도가 심하다고 본다. - 준비물: A4 용지 또는 도화지, 4B 연필, 지우개 - 실시방법 ① A4 용지·4B 연필1·지우개를 제시하고, 다음의 지시문에 따라 그림을 그리게 한다. “지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빗속에 있는 사람을 그려보세요. 사람을 그릴 때는 쫄라맨처럼 막대기 모양의 사람이 아닌,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한 사람을 그려주세요.” ※ 주의해야 할 점은 학생들이 “어디에 그려요? 사람은 몇 명 그려요? 이렇게 그려도 돼요?” 등 다양한 질문에 “정해진 건 없어요. 그냥 마음대로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면 됩니다”라고 답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어떠한 단서도 주면 안 된다. ② 그림을 다 그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림에 대해 질문을 하고 기록한다. 질문은 그림을 보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 된다. 하지만 적어도 다음의 질문은 꼭 필요하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과 답변이다 한 컷의 그림에 즉흥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모두 표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어릴수록 더 세세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림검사 후, 질문을 통해 그려지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아이들은 질문에 답을 하면서 그림에 미처 그려 넣지 못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며 수많은 정보를 준다. 그림을 보고 궁금한 것은 뭐든 물어봐도 좋다. 하지만 다음의 다섯 가지 기본 질문은 아이를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된다. 가급적이면 순서대로 하는 것이 좋지만,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비가 얼마나 오고 있나요? 비의 양은 스트레스 정도를 의미한다. 만약 비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내린다고 표현한다면, 현재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니?”라며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빗방울이 매우 약하게 조금 내리는 것처럼 그려놓고는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며칠째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세찬 빗줄기를 그려놓고는 ‘가랑비 수준이다. 거의 그쳐가고 있다’고 말할 때도 있다. 번개와 먹구름을 종이 가득 그렸지만, ‘비는 안온다’고 하는 아이도 있다. 반대로 화면 전체에 비를 그려 넣은 후, ‘모든 것이 떠내려 갈 정도의 비가 내렸다’고 표현하는 아이도 있다. 따라서 비가 얼마나 내리는지 확인한 후, 세찬 비가 많이 내린다고 표현한다면 상담까지 연결하는 것이 좋다. ‘비가 언제부터 내렸나요?’, ‘비가 얼마나 오랫동안 내리고 있나요?’, ‘이 비는 얼마나 더 내릴 것 같나요?’ 등을 추가적으로 물어보는 것도 좋다. 현재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둘째, 이 사람은 비에 얼마나 젖어 있나요? 이 질문은 스트레스에 얼마만큼 노출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정보이다. 어깨만 조금 젖었다고 하거나, 바지까지 다 온통 젖었다고 하거나, 신발만 조금 젖었다고 하거나 다양한 대답들이 나온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양은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이 사람은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앞으로 얼마나 더 젖을 것 같나요?’ 등의 추가질문이 도움이 된다. 이 추가질문은 현재 스트레스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준다. 젖었지만 집에 가서 말리면 되니까 괜찮다고 하는 아이도 있고, 젖어서 매우 찜찜하고 짜증난다고 하는 아이도 있으며, 비에 젖으니까 상쾌하다고 하는 아이도 있다. 비가 와서 무섭고 불안하다는 아이도 있다. 중요한 것은 비에 젖은 정도가 아니라 비에 젖은 후 느끼는 감정이다. 부정적 느낌은 불편감(우울·불안 등)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요즘 속상한 일이 있었니?”라며 슬쩍 물어보면 의외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 사람은 어디 가고 있는 중인가요? 혹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대부분 집에 가는 길이라고 답한다. 밖에 있으니, 집에 돌아가야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일반적이다.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대답도 꽤 많다. 그런데 간혹 공원에 가는 중이라거나, 목적지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거나, 그냥 멍 때리고 있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다. 게다가 우산도 안 쓴 채, 온통 젖어있다면? 뭔가 ‘쌔’한 느낌이 온다. “요즘 무슨 힘든 일 있니? 스트레스가 많아 보인다”라는 말로 물꼬를 트면서 상담을 꼭 진행해 봐야 할 학생이다. 상담과정에서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wee클래스나 wee센터·병원·청소년상담센터 등의 기관과 연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넷째, 얼마나 지나야 목적지에 갈 수 있을까요? 그 시간은 긴 시간인가요, 짧은 시간인가요? 이 질문은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나타내준다. 10분이라고 답하면서 매우 긴 시간이라고 하는 아이가 있고, 1시간이라고 하면서 짧은 시간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다.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의 무게가 다 다르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다르기 때문에 확인해봐야 한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결국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나요?’ 등의 추가질문을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내적자원을 확인하게 한다.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간다, 친구·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카페에서 쉬다가 힘을 내서 다시 간다 등 다양한 방법을 궁리한다.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확인하고, 혹시 없다면 ‘이런 방법은 어때?’라며 힌트를 주면 된다. 또한 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며 스트레스 원인과 아이들을 둘러싼 외적환경을 탐색해볼 수도 있다. 다섯째,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통찰하는 과정을 느끼게 한다. 우산을 그려주기도 하고, 친구를 그려주기도 하며, 이어폰·핸드폰을 그려주기도 한다.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기도 하고, 해를 그려주기도 한다. 왜 그것이 필요한지 이야기 나누면서 긍정적인 부분을 격려하고,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은 문제해결능력과 긍정적 사고를 키워주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산의 의미 아이들에게 빗속의 사람을 그려보라고 하면 (1)번 그림이 압도적으로 많다. 비가 오니까 우산을 쓰고 서 있는 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이다. 살다보면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겪지만, 나름대로 해결방법을 찾아 극복하며 살아간다. 우산 대신 처마 밑을 선택하는 (2)번도 종종 등장한다. 우산 없이, 비를 피해, 빨리 목적지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1)번보다 임기응변이나 상황판단력이 더 좋아 보인다. 비를 피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 3)번과 (4)번은 우산을 쓰고 있지만 (1)번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3)번은 좀 과하다. 비가 많이 내리지도 않은데 우산이 너무 크고, 우비와 장화까지 완전무장을 했다. 아마 무겁고 불편할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별것도 아닌 것에 예민하고 심각하게, 일반적인 반응보다 좀 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들까지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4)번은 우산은 쓰고 있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간혹 얼굴 그리는 것이 부담스러워서(그림을 잘 못 그려서) 안 그렸다는 아이도 있다. 이 대답 역시 유의미하다. 왜냐하면 그림을 못 그리는 것까지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을 우산으로 가리거나, 뒷모습을 그리는 아이들은 위축되어 있거나 자신감이 부족할 수 있다. 대처능력은 있지만, 확신이 없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3)번과 (4)번 그림을 그린 아이들은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스트레스가 생기면 효율적이지 못한 대처방법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상담과정에서 체크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는 사람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는 사람을 그리는 경우도 많다. 비는 스트레스, 우산은 대처능력이라고 했으니, 이 그림을 그린 아이는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없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요한 것은 비를 맞고 있는 사람의 표정과 젖어 있는 정도이다.(5)번 그림은 (1)번 그림과 함께 가장 많이 나오는 그림 중 하나이다. (1)번과 차이점이 있다면 성격 차이이다. 비를 맞으면서도 신난 표정인 (5)번은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덜 느끼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성향일 수 있다. 하지만 온 몸으로 비를 맞고 있는 (6)번과 (7)번 그림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아도 범상치 않다.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고, 대처능력도 없어 보인다. 어쩌면 이 아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빗속의 사람 검사를 하는지도 모른다. 한 장의 그림이 아이들을 도와 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교칙을 위반해서 wee클래스로 오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상담을 신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혼자 끙끙거리며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다. 만약 이런 그림을 그린 학생이 있다면 상담을 꼭 진행해보자. 또한 wee클래스에 연계하여 학생이 도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집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 (8)번처럼 아예 집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비가 오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방법을 찾아 극복하기보다 이런 저런 이유(핑계)를 대면서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은 “비가 오면 안 나가면 되지, 뭐 하러 귀찮게 나가요”라며 만사 귀찮은 표정을 짓곤 한다. 이런 그림을 그린 아이들은 문제의 원인이 가정환경 등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체념한 채 무기력하게 생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학습된 무기력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결국 삶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상담을 통해 환경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본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시도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비가 온다고 밖을 나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우산·우비 등)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보연 등 지음, 김웅·정다운 그림, EBS 펴냄, 176쪽, 1만4,000원) 재미와 학습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 초등 학습만화 시리즈 ‘EBS 창의체험 탐구생활’ 신간이다. 현직 초등교사들이 기초학력 향상에 필요한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인성·지성·감성·창의’ 4대 영역을 고루 함양할 수 있게 구성했다. EBS TV와 유튜브를 통해 영상 강의를 제공하며 쓰기·만들기·그리기·보고서 작성 등 여러 활동을 자연스럽게 안내해 자기주도학습에 도움을 준다. 11권 ‘우주에서 온 그대’에서는 지구에 불시착한 AI 로봇 뚜뚜를 도와 우주와 지구의 신비를 알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12권 ‘응답하라 전통생활문화’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감수로 요즘 교육현장에서 강조되는 ‘놀이중심교육’에 발맞춰 다양한 전통놀이를 학생들이 직접 경험해볼 수 있게 했다.
(이연민 지음, 맘에드림 펴냄, 284쪽, 1만6,000원) 학생들과 전국 방방곡곡, 문화유산과 유적지를 답사하며 보고 느낀 점을 한데 모은 청소년 역사책이다. 시대순이 아닌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사랑’, ‘우정’, ‘공정’, ‘나’라는 4가지 주제를 통해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점이 새롭다. 각 인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다양한 자료·사진을 곁들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란주 지음, 순심 그림, 한겨레출판사 펴냄, 304쪽, 1만5,000원) 한국의 이주 배경 학생수는 2021년 기준 16만 56명으로 전체 학생수의 3%를 넘었다. 이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다문화의 공존을 위한 사회적 변화는 미흡하다. 저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주 청소년들의 성장에 매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정은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EBS BOOKS 펴냄, 232쪽, 1만3,000원) 출간 후 몇 세기가 지나도록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군주론’. 그만큼 저자의 진의가 왜곡된 부분도 많다. 서양 근대철학을 전공한 이정은 교수는 ‘군주론’의 이면에 숨겨진 진취적이고 재기발랄한 착상을 독자에게 전한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저술가 마키아벨리가 제시한 신생 군주의 기본 조건은 무엇일까?
(조혜영 지음, 푸른들녘 펴냄, 340쪽, 1만7,000원)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라는 위협적 가사의 고대 설화부터 ‘죄도 많은 청춘이라 비 내리는 호남선’을 노래한 현대사에 얽힌 애달픔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와 시가를 통해 역사를 소개한다. 10년 넘게 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는 필자는 학생과의 의미 있고 재밌는 수업을 고민하는 동료교사들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조벽·최성애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280쪽, 1만7,800원) 자신의 몸과 마음, 정신을 세세히 알지 못해도 하루를 평범하게 보내는 데 큰 지장은 없다. 그러나 마음과 정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있다면 긴 인생 여행에서 자신을 더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0년간 학생·교사·부모 등을 안내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에게 닥친 문제와 괴로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바꾸어가는 방법을 소개한다.
페루, 아니 남미 여행의 하이라이트 하면 마추픽추를 떠올린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곳이자 맨몸으로 오르기도 힘든 산꼭대기에 세워진 공중도시. 여행자들은 이 불가사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직접 보고서도 믿을 수 없는 풍경 인천공항에서 미국 댈러스를 거쳐 페루 리마에 도착.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쿠스코로 날아가 미니밴과 기차를 이용해 마침내 마추픽추에 닿았다.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입구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객들로 가득하다. 입구에서 표를 제시하고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기를 10분. 드디어 마추픽추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몸에 전율이 일고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무수한 화강암 석축들과 건축물, 3,000개의 계단으로 이뤄졌다는 공중도시 앞에서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진다. 마추픽추는 페루 남부 안데스산맥에 자리한 유적으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목록에도 등재되어 있다. 안데스산맥의 해발 2,430m에 세워진 잉카의 고대도시로, 15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남아메리카 대륙을 지배했던 잉카족들이 살았다. 잉카제국 멸망 후 400년 동안 숨어 있다가 1911년 미국 고고학자이자 예일대학교 교수였던 하이럼 빙엄이 발견하면서 그 존재를 드러냈다. 당시 산꼭대기에 숨겨진 도시가 있다는 말을 주민에게 들은 빙엄은 11살짜리 꼬마 가이드를 따라 올라갔다가 이 신비로운 고대도시를 발견하게 된다. 빙엄이 발견했을 때 도시는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우리가 마주하는 지금의 마추픽추는 오랜 세월 동안 복원한 것이다. 물론 당시의 모습 그대로다. 더 놀라운 사실은 현재 발굴된 것이 전체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70%는 여전히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11년 발견 당시 두세 가족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마추픽추에 서면 정면에 뾰족한 봉우리가 보인다. 잉카어로 ‘젊은 봉우리’를 뜻하는 와이나픽추(2,800m)다. 뒤쪽에 서 있는 봉우리가 마추픽추(3,000m)로 ‘나이 든 봉우리’라는 뜻이다. 도시는 와이나픽추와 마추픽추 사이에 계단식으로 펼쳐져 있다. 도시는 태양의 신전과 콘도르의 신전을 중심으로 주변에 주거지가 배치된 구조다. 총면적이 5㎢에 달하며, 유적 주위의 높이는 5m, 너비 1.8m의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옥수수 등을 재배하던 밭은 산의 몸통을 깎아 계단식으로 만들었는데, 산 아래까지 까마득하게 펼쳐져 있다. 건축물들의 벽은 제각각 다른 모양의 돌들을 정교하게 맞췄다. 레고 블록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 ‘ㄱ’자 모양의 돌도 있고 ‘ㄷ’자 형태로 깎은 것도 있다. 들여다볼수록 그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마추픽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물은 태양의 신전이다. 반원형 건물인데 신전 돌벽에는 두 개의 창문이 나 있다. 정확하게 남쪽과 북쪽을 향해 나 있는데, 동지와 하지 때면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와 신전의 제단을 비춘다고 한다. 태양의 신전 위엔 거대한 돌을 길쭉하게 깎아 만든 석조물이 보이는데, ‘태양을 잇는 기둥’이란 뜻의 인티파타나다. 해시계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추픽추를 안내하는 가이드는 ‘~였을 것이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기록으로 남은 역사가 없는 까닭에 마추픽추에 대한 모든 설명은 ‘추정’일 뿐이다. 가이드마다 마추픽추에 대한 설명이 조금씩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왜 이런 험한 곳에 거대한 도시를 만들었을까.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인정받고 있는 설은 잉카제국의 초대 황제인 파차쿠티가 세운 여름 별장이라는 것. 그는 우리나라 광개토대왕에 해당하는 왕으로 전쟁을 통해 잉카왕국의 영토를 확장한 인물이다. 13세기 초에 시작한 잉카문명은 스페인의 침공으로 멸망한 1533년까지 안데스를 중심으로 융성한 문명을 펼쳤는데, 그 전성기를 이끈 황제가 바로 파차쿠티다. 북쪽 해안의 치무와 서쪽의 창카, 정글의 강자 안티 등을 거푸 정복한 파차쿠티는 마침내 1438년 잉카제국을 건설하는데, 수많은 노예를 전리품으로 거둔 그는 이들을 데려다 마추픽추를 짓기 시작했다. 노예들은 1450년부터 1540년까지, 90년 동안 도시를 만들었다. 마추픽추는 잉카인의 신기에 가까운 돌 다루는 솜씨와 잉카에 정복돼 노예가 된 부족들의 피와 땀이 더해진 결과다. 잉카는 뛰어난 문명을 자랑했지만, 철·화약·문자·바퀴가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바퀴도 없이 이 엄청난 크기의 돌덩이, 그것도 20t이 넘는 돌들을 해발 2,400m의 산비탈까지 어떻게 수십㎞ 밖에서 옮겨왔을까. 산에 있던 바위를 깼다고도 하고, 통나무를 밑에 깔고 밀어 아래서부터 가져왔다는 설명도 있지만 이 역시 모두 추측일 뿐이다. 잉카인과 노예들은 파차쿠티가 죽은 뒤에도 파차쿠티가 환생할 것이라고 믿고 마추픽추 조성 노역에 시달렸는데, 그들은 침략한 스페인 군대가 쿠스코에 있던 파차쿠티의 미라를 불태우자 마침내 마추픽추를 떠났다고 한다. 잉카와 스페인이 어우러진 도시 마추픽추에 닿기까지 여러 도시를 거치는데, 출발점이 되는 도시가 쿠스코다.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1535년 리마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잉카제국의 수도로 군림했던 곳이다. 원주민들이 쓰는 케추아어로 ‘세계의 배꼽(중심)’이란 뜻이다. 당시 잉카제국은 페루를 비롯해 에콰도르와 볼리비아, 칠레 북부까지를 차지했던 대제국이었다. 쿠스코 인구만 100만 명이었다. 현재 인구가 15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와 영화를 짐작할 수 있다. 쿠스코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4,000㎞에 달하는 도로까지 나 있었다. 이 길 중 일부가 지금의 ‘잉카 트레일’로 조성돼 전 세계 도보 여행자들을 불러들인다. 쿠스코가 스페인 침략자들에게 정복당한 후 도시는 잉카문명에 스페인풍이 더해져 새롭게 재탄생한다.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도시는 그만의 독특한 풍경으로 채색되어 여행자들을 매료시킨다. 넓게 베란다를 내고 스페인 특유의 주황색 지붕을 얹은 원색의 이층집 사이를 전통 복장을 입은 원주민들이 걸어 다니는 풍경은 쿠스코 아니면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쿠스코에서 살아가는 잉카의 후예들은 아직 전통 방식의 삶을 고수하고 있다. 여자들은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리고 그 위에 몬테로 또는 멕시코풍의 솜브레로를 쓴다. 어깨엔 숄의 일종인 이크야를 두르고 통이 넓은 치마인 포예라를 입는다. 신발은 둥글넓적한 우수타를 신는다. 도시 곳곳에 자리한 성당·교회·수도원 등도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잉카시대에 만들어진 건물들을 파괴해 그 위에 그들의 건물을 지었다. 대표적인 건축물이 산토도밍고 성당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코리칸차(태양의 신전)를 약탈한 뒤 그 위에 성당을 지었다. 이 때문에 성당 안에 신전 건물 일부가 남아있다. 1650년과 1950년 쿠스코에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산토도밍고 성당이 붕괴됐는데, 그때 코리칸차가 그 존재를 드러냈다. 무너진 스페인식 건물 아래 잉카의 거대한 돌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마추픽추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잉카인들의 돌 다루는 기술은 신기에 가깝다. 돌들을 면도날로 잘라내듯 정교하게 다듬어 각을 맞추고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다. 이 신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곳이 ‘12각돌(La Piedra de Los Doce Anquios)’이다. 쿠스코 광장 뒤편 골목에 자리한 ‘12각돌’은 고대 석조기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크기도 모양도 일정치 않은 돌들이 주변의 돌과 빈틈없이 맞아떨어지며 하나의 벽을 이룬 광경은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다. 1950년 발생한 쿠스코 대지진에도 이 벽은 약간의 뒤틀림조차 없었다고 한다. 반면 스페인 침략 후 지어진 건물 대부분은 무너져 내렸다. 쿠스코 뒤편 산자락에 자리한 요새 겸 신전인 삭사이와만(3,700m)의 거석들도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1536년 잉카의 부흥세력과 스페인군이 최후의 전투를 벌인 곳으로 유명하다. 잉카인들은 이곳에 최대 120t에 달하는 돌을 옮긴 뒤 높이 7m, 길이 500m에 달하는 성벽을 세웠다. 게다가 지진에 견디게 하기 위해 성벽을 지그재그로 쌓았다니 그 기술에 찬탄만 나온다. 이곳에서는 쿠스코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안데스의 거친 산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고 그 산비탈을 따라 들어선 쿠스코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연말정산 서류를 내는 것은 1월이지만 이때 할 수 있는 일은 서류를 빼먹지 않고 내는 것밖에는 없다. 12월 말까지 돈을 잘 쓴다면 1월에 낼 수 있는 서류가 더 많아지고, 2월에 더 많은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선생님이 1월에 서류를 내면서 후회한다. 연말정산을 잘하는 노하우는 먼저 연말정산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차이 한꺼번에 세금을 내려면 부담스럽다. 돈이 부족해서 못 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월급에서 예상치 세금을 떼 간다. 그리고 연말에 이미 떼어 간 세금과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을 정산한 후, 더 내거나 돌려받게 된다. 그럼 국가는 왜 세금을 돌려주는 항목이 있을까? 사회적 배려, 경기 부양, 기부문화 조성, 신용카드 활성화 등 국가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해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세금을 돌려주는 항목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눠지기 때문이다. 인적공제는 내가 원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가 요구하는 청약저축·개인연금에 가입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의료비·신용카드·현금영수증 역시 부부가 잘 조절하면서 한 명에게 몰아준다면 공제를 더 받을 수 있다. 즉 공제항목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인지 파악하고, 필요한 것들만 공제에 맞춰 돈을 쓰면 된다. 굳이 할 수 없는 것, 불필요한 것에 돈을 쓰면서 공제받으려고 하지 말자. 많이 돌려받는다는 것은 내가 저축할 돈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제항목을 보면 소득공제가 되는 항목이 있고, 세액공제가 되는 항목이 있다. 이 개념을 잘 이해해야 연말정산 전략을 잘 짤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는 최대 300만 원 소득공제를 해준다. 소득공제라는 것은 과세표준을 줄여준다는 뜻이다. 교직원의 경우 대부분 15~24%에 해당한다. 과세표준이 4,900만 원인 사람이라면 4,600만 원까지는 세율 15%를 적용받고, 초과분 300만 원은 24% 세율이 적용돼 세금 72만 원이 나온다. 이때 신용카드로 300만 원 소득공제를 받았다면 과세표준이 4,900만 원에서 4,600만 원이 되므로 24% 구간에서 나왔던 72만 원의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15% 구간인 사람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으면 45만 원을 돌려받는다. 즉 소득이 높을수록 소득공제에서 보는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다. 반면 세액공제는 과세표준에 상관없이 사용한 금액에서 일정비율의 세금을 돌려받는다. 예를 들어 월세는 12%를 세액공제로 돌려받는다. 월세로 연간 600만 원을 냈다면, 72만 원을 돌려받는다. 그래서 세율이 낮은 사람에게는 세액공제가 더 유리하다. 연말정산 항목을 보면 과거 소득공제 항목은 줄었고, 세액공제 항목은 늘었다. 소득이 늘수록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돌려받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12월에 해결할 수 있는 연말정산 노하우는? 월세·청약저축·교육비·보험료같이 대부분의 항목은 매달 돈이 나가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12월이 돼서야 공제항목을 찾아보지만 딱히 받을만한 항목이 보이지 않는다. 여유 현금이 있다면 해볼 만한 것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이다. 만 55세까지 중도해지를 안 할 수만 있다면 소득에 따라 13.2~16.5%를 돌려받을 수 있다. 개인연금은 연간 400만 원, 퇴직연금은 개인연금 납부금 포함 연간 700만 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며, 12월에 한 번에 납입을 해도 상관없다. 만약에 12월에 700만 원을 넣어서 2월에 세액공제로 115만 5천 원을 돌려받는다면, 2달 만에 16.5%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물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뗀다(나이에 따라 최대 5.5%). 하지만 세액공제로 돌려받은 금액이 더 크다. 따라서 노후를 위한 여윳돈이 있다면 꽤 매력 있는 선택이 된다. 연금저축펀드는 최대 100%까지, 퇴직연금은 최대 70%까지 주식형 ETF로 투자도 가능하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공격적으로 자산을 불릴 수도 있다. 분리과세를 철저히 활용하자 근로소득만 있을 때는 연말정산만 잘하면 되지만, 살다 보면 근로 외 소득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5월에 종합소득세를 또 내게 되는데, 근로소득에 추가소득이 붙어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득별로 종합소득세에 걸리지 않게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원고료나 강의료로 받는 기타소득의 경우 연 300만 원까지는 분리과세를 낸다. 부동산 매매차익을 할 경우 나오는 양도소득세는 연 250만 원까지는 감면해준다. 이자나 배당의 경우 연 2,000만 원 이하일 경우 분리과세로 15.4%를 적용받는다. 초과한다면 초과분에 대해 종합소득세로 합쳐진다. 사적연금의 경우 연 1,200만 원 한도 내에서 분리과세가 된다. 주택임대수입도 연 2,000만 원 이하일 경우 분리과세로 15.4%를 적용받는다. 이렇게 분리과세를 잘 활용한다면 종합소득세에 걸리지 않고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세금은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다른 재테크와 달리 리스크가 없다. 준비하는 만큼 절약할 수 있다. 바쁜 연말이지만 미리 준비한다면 풍족한 2월을 맞을 수 있다.
‘이름 모를 꽃’, ‘이름 없는 꽃’ 등.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자 시와 소설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치는 말이다. 그러나 ‘이름 모를 꽃’은 몰라도 ‘이름 없는 꽃’은 거의 없다. 이름 없는 꽃을 찾으면 신종 식물을 발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식물학자들은 이름 없는 꽃을 찾으려고 혈안이라 신종 발견 소식은 뜸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사람들이 흔히 만나는 꽃 중에서는 이름 없는 꽃은 없다. 이름을 모른다고, 이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2017년 tvN ‘알쓸신잡’ 프로에서 박완서 작가가 생전에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며 “그런데 요즘 젊은 작가들은 게을러서인지 ‘이름 모를 꽃’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고 질책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일화를 보면, 박완서 소설에 많은 꽃이 나오고 그 꽃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는 말은 선언적이기까지 하다. 박완서는 어떻게 많은 꽃의 이름과 특징을 알았을까. 단편 티타임의 모녀에서 야생화에 빠진 남편은 식물도감 같은 책을 사다가 사진과 대조해 봐도 긴가민가할 때는 일부러 주인을 찾아가 물어보기도 했다. 아마 작가도 이렇게 꽃 이름을 익히지 않았을까 싶다. 장편 그 남자의 집에도 주인공이 그 남자네 집 마당에 있는 나무가 보리수인지 확인하기 위해 수목도감을 찾는 장면이 있다. 작가는 또 구리 아치울마을 노란 집 마당에서 수많은 꽃을 가꾸었다. 작가는 여러 글에서 이 마당에서 피는 꽃이 백 가지가 넘는다고 했다. 작가의 산문집 호미 중 ‘꽃 출석부’를 읽다 보면 숨이 가쁠 정도로 많은 꽃 이름이 나온다. 작가는 이 책에서 “꽃이나 흙에게 말을 시키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일년초 씨를 뿌릴 때도 흙을 정성스럽게 토닥거리면서’ 말을 걸고 ‘싹 트면 반갑다고, 꽃 피면 어머머, 예쁘다고 소리 내어 인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애정을 갖고 꽃을 대하기에 꽃의 특징을 잘 알고 소설 적재적소에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박완서 소설에 나오는 생소한 단어들을 모은 ‘박완서 소설어 사전’이 있는데, ‘박완서 소설꽃 사전’을 만들어도 상당한 분량일 것 같다.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김동리와 김정한도 “작가가 ‘이름 모를 꽃’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고 후배 문인들을 꾸짖었다는 일화를 남겼다. 소설가 문순태는 1970년대 습작 소설을 완성하면 서울 동대문구장 뒤편 김동리 선생 댁으로 달려갔다. 선생은 원고를 읽다가 ‘마을에 들어서자 이름 모를 꽃들이 반겼다’ 같은 표현이 나오면 원고를 던져버렸다. “이름 모를 꽃이 어디 있어! 네가 모른다고 이름 모를 꽃이냐!”는 호통이 이어졌다. 선생은 “작가라면 당연히 꽃 이름을 물어서라도 알아야지. 끈적거리는지 메마른지 꽃잎도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봐서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해야지”라고 나무랐다. 자신도 농부들에게 이름을 물어가며 ‘패랭이꽃’이라는 시를 쓴 일화도 알려주었다. 시인 서영은은 1967년 스물네 살 때 김동리를 처음 만났을 때 ‘패랭이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경주 보문단지에 가면 이 시를 새긴 시비를 만날 수 있다. 문순태는 “그 말씀을 듣고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식물도감을 샀다”며 “그 후로는 습지식물인 물봉선이 ‘산꼭대기에 피어 있었다’ 같은 잘못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하촌, 모래톱 이야기의 작가 김정한도 후배 문인들이 ‘이름 모를 꽃’이라는 표현을 쓰면 “세상에 이름 모를 꽃이 어딨노! 이름을 모르는 것은 본인의 사정일 뿐. 이름 없는 꽃은 없다! 모름지기 시인 작가라면 꽃 이름을 불러주고 제대로 대접해야지!”라고 꾸짖었다. 선생의 문학과 생애를 기리는 요산문학관(부산)에는 선생이 손수 익모초·광대나물·배초향·꿀풀 등 주변 식물들을 그려가며 정리한 식물도감이 남아 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교수는 생전 한 기고에서 이 식물조사 등을 본 것을 회상하며 “엄숙한 문학정신의 영역”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선생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모래톱 이야기에도 ‘쑥쑥 보기 좋게 순과 잎을 뽑아 올리는 갈대청’,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길찬 장다리꽃(무나 배추의 꽃줄기에 핀 꽃)들’, ‘사립 밖에 해묵은 수양버들 몇 그루’ 등과 같이 생생한 식물 표현들이 많다. 세상의 절반은 식물, 꽃 이름을 아는 만큼 세상의 절반이 환해진다 박완서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작가이고, 김동리는 순수문학, 김정한은 참여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였다. 그런데 풀꽃 이름을 정확히 쓰라는 측면에서는 놀랍게도 비슷한 일화를 남긴 것이다. 당신들의 천국의 작가 고 이청준 선생도 ‘식물 박사’였다. 생전 그와 답사를 가면 풀과 나무 이름을 끝없이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식물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한 소설가 홍성원이 식물 얘기를 하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막히거나 틀린 부분이 나오면 지적할 정도였다. 이청준추모사업회 김병익 회장은 그래서 “선생의 글에는 생생하고 정확한 식물 표현들이 가득하다”고 했다. 대가들의 지적이 없더라도, 대상의 정확한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분명하다. 전 국민의 애송시 김소월의 ‘진달래꽃’도 ‘영변의 약산 이름 모를 꽃’이라고 했으면 지금처럼 사랑받지 못했을 수 있다. 문인들은 ‘이름 모를 꽃은 없다’ 일화에 분발해야겠지만, 일반인들이야 꽃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풀꽃 이름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지나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름을 알면 풀꽃 특징을 명확히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늘말나리라는 꽃 이름을 알면 꽃이 하늘을 향해 피고, 잎은 줄기를 빙 돌려 달리는 특징을 짐작할 수 있다. 돌단풍이라는 이름에서 돌 틈을 좋아하고 잎이 단풍 모양임을 유추할 수도 있다. 이름 모를 풀꽃을 보고 그냥 지나치면 영영 이름을 알 수 없다. 요즘은 꽃 이름 알기가 전보다 수월해졌다. 전에는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도감을 뒤지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좋은 야생화 책이나 인터넷 사이트가 많다. 그냥 도감이 아니라 계절·색깔별로 쉽게 찾을 수 있게 편집한 책이 많고, 꽃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또는 ‘고수’들이 바로 이름을 알려주는 앱도 많다. 각각 다음 ‘꽃검색’과 ‘모야모 앱’이 대표적이다. 세상의 절반은 식물이다. 풀꽃 이름을 아는 만큼 절반의 세상이 환해질 것이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2023)을 앞두고, 일각에서 공적연금 통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을 비롯하여 민간근로자 대상 공적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한 해외사례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해외 공무원연금개혁의 배경과 전제조건을 중심으로 그 사례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제시한다. 먼저 2012년 일본 공무원연금개혁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1. 일본은 공무원연금을 민간근로자 대상 후생연금과 ‘단일화’하는 방식으로 연금개혁을 실시한 국가이다. 공무원 공제연금에 있던 노후소득보장기능을 후생연금으로 이전하고, 직역가산 부분을 폐지하였다(그림 1 참조). 이를 대신하여 민간근로자 대상 퇴직연금과 같은 연금지급퇴직급여를 도입하였다. 당시 공무원연금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배경과 재정상황은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일본의 피용자 연금 단일화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과 달리 공무원 공제연금의 재정상태가 훨씬 건전했다는 것이 단일화의 주요한 전제조건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공무원연금개혁, 특히 국민연금과의 통합을 이야기할 때 일본 연금개혁의 배경이나 전제조건보다는 주로 ‘연금 통합’이라는 개혁의 결과에 초점을 두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공무원 공제연금 재정 2012년 개혁이 실시되기 한참 전인 2004년 법 개정 전까지도 일본에서 공무원 공제연금들은 직역별(국가공무원공제조합·지방공무원공제조합·사립학교교직원공제조합)로 각각 운영되고 있었다. 개정 이후 공무원 공제연금의 보험료율 등이 같아졌고, 이는 훗날 후생연금으로 통합되는데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한국과 달리, 일본 공무원 공제연금의 재정은 후생연금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당시 후생연금의 적립금은 4.2년분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공무원 공제연금은 7.8년분, 사학 공제연금은 9.3년분으로 적립수준이 더 높았다. 물론 1997년에는 재정 불안정성이 높은 공기업인 일본철도(JR)·일본담배(JT)·일본전신전화(NTT) 공제조합이 후생연금에, 2002년에는 농림어업단체직원 공제조합이 후생연금에 통합되는 개혁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다만 이 같은 개혁은 분리 운영되던 각각의 소득비례연금을 후생연금으로 단일화하는 이행단계에서의 예외적 사례로, 한국의 공무원연금 재정상황과 등치시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스트리아 공무원연금개혁 민간근로자 대상 공적연금과 공무원 대상 연금의 수급구조를 일원화하되, 제도는 분리 운영하는 사례로서 2005년 오스트리아에서 실시된 공무원연금개혁을 들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2005년 개혁2에서 신규 공무원도 민간근로자 대상 공적연금에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기존 수급자에게는 경과규정이 적용되었다. 1955년 이전 출생자는 기존 「공무원연금법」에 적용되는 반면 2005년 이전에 공무원으로 임용된 경우에는 개혁 전후 제도를 모두 적용받았다. 즉 2005년 이전 가입기간은 구제도를 적용받고, 이후부터는 신제도에 따라 급여액이 산출되는 것이다. 2005년 공무원연금개혁이 실시됨에 따라, ‘A’라는 공적연금에 가입하고 있던 자가 ‘B’라는 제도로 이동하여도 수급구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제도운영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제도 간 정산과정이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각 공적연금제도의 재정상황을 훨씬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오스트리아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경직된 복지국가 중 하나이지만, 당시 공무원연금개혁은 ‘패러다임 전환’이라 할 정도로 상당히 과감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이각희, 2017). 이상의 내용들에 비추어보면, 이들 국가에서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재정상황과 수급구조의 차이가 크지 않아 비교적 수월한 방식으로 제도 통합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한국에서 공무원연금·사학연금과 같은 특수직역연금은 장기적으로 구조 개혁, 즉 국민연금과의 통합에 있어서 숱한 과제들을 안고 있다.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 온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 수급구조 합리화, 제도 현대화 등을 고려하면 공적연금 통합에 앞서 공무원연금 내에서의 모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해외 공무원연금개혁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풀어감에 있어 참조할 만한 모범사례로서의 의미가 크다. 따라서 이를 해석할 때는 ‘결과’에 초점을 두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공적연금 통합이 가능했던 전제조건으로 공적연금 간 수급 및 부담구조 차이, 재정 격차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한국에의 적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년 세대에게 익숙한 ‘환갑’은 60세 이후까지 생존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전통적인 행사였다. 그런 환갑이라는 행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다수가 60세 이상을 사는 세상이 되다 보니, 환갑이라는 특별한 행사를 치를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에 인생 100세 시대라는 말이 흔히 사용되는 세상이다.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머 사피엔스와 다른 인류가 나타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유엔에서 ‘호머 헌드레드’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하면서 익숙해진 용어다. 우리 공무원연금이 처음 도입되던 1960년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52.4세였다.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된 후 12년이 지난 2000년, 지금부터 22년 전에 이미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75.9세로 늘어났다. 공무원연금이 도입된 이후 40년 사이에 무려 23.5세가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1960년 공무원연금이 도입될 당시에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60세였다. 연금액도 근로기간의 소득수준 대비 40%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어서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액수를 지급하는 제도로 도입되었다. 그런데 제도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20년만 가입하면 퇴직 즉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바뀌었다. 급여수준도 제도 도입 당시에 비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인상되었으며, 1990년대 초에는 퇴직 시점에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퇴직수당(민간대비 최대 39%)도 도입되었다. 외국에서 연금재정 불안정에 대처하기 위해 제도 개편을 서두를 때,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한 것이다. 소위 말하는 공무원 사기진작이란 명목으로 이루어진 일들이었다. 사회갈등의 뇌관, 공무원연금 1990년대 중반부터 공무원연금 재정 불안정이 본격화되면서 연금개혁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김중양·최재식 공저의 공무원연금제도(2004, 법우사 발간)의 연금수익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익비란 연금급여 현재가치가 부담 현재가치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보통 퇴직시점 기준의 가격을 기준으로 비교한다. 2000년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과거 재직세대의 수익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20년 가입자 중에서 9급에서 7급으로 20년 재직한 공무원의 수익비는 6.61배, 5급에서 4급으로 20년 재직한 공무원의 수익비는 5.84에 달하고 있다. 현세대의 수익비 역시 높은 수준이다. 20년 가입자 중에서 9급에서 7급으로 20년 재직할 공무원의 수익비는 2.51배, 7급에서 5급으로 25년 재직할 공무원의 수익비는 2.65배, 5급에서 5급으로 30년 재직할 공무원의 수익비는 2.91배에 달한다. 이후에 2009년과 2015년 두 차례의 연금개편이 있었으나, 2009년 공무원연금개편 당시에 재직자 56%는 연금액이 줄어들지 않았다. 연금개편의 고통 대부분이 신규 입직자에게 전가되어서다. 2015년 연금개편 역시 제도 개편 이전의 기득권이 그대로 유지되다보니, 여러 차례 제도 개편이 있었음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공무원연금 재정 불안정은 심화되고 있다. “연금은 복된 돈이며, 피와 땀이 어린 일생의 돈이요, 향기로운 돈이요, 존경스러운 돈이요, 고귀한 돈이요, 생명의 돈이다.”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발간한 공무원연금 재정현황과 전망의 마지막 페이지에 수록된 조병화 시인의 글이다. 조병화 시인이 ‘존경스러운 돈이요’라고 했음에도, 그 소중한 연금이 우리 사회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우리도 이제는 할 만큼 했다 반면에 공무원 사회에서는 우리도 이제는 할 만큼 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2009년과 2015년 제도 개편을 염두에 두고서 하는 말이다. 공무원 사회가 느끼고 있는 것처럼 정녕 할 만큼 한 개혁인지를 가장 최근의 공무원연금기금 결산보고서를 통해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발간한 2021 회계연도 공무원연금기금 결산보고서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해 보자. 2021년 12월 말 기준으로 공무원 재직자가 126만 여명이다. 퇴직연금수급자가 52만 명, 유족연금수급자는 7만 3천 명이다. 그런데 2021년 126만 명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연금제도 운영에 따른 당기근무원가가 29.6조 원에 달하고 있다. 공무원 1인당으로 환산하면 2021년 한 해 동안에만 운영원가가 2,348만 원에 이르고 있다. 반면 2021 회계연도 재직자 126만 명이 납부한 수납액 14.2조 원을 1인당 납부액으로 환산하면 1,128만 원이 되며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 94만 원에 달한다. 공무원 자신과 국가가 공동 부담하고 있는 기여금이 평균적으로 1인당 월 94만 원에 달하는 많은 금액임에도, 공무원연금제도 운영원가의 48%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이 격차로 발생하는 적자는 정부보전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기금 지출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총 지출액은 37조 원이며, 공무원연금 급여지출은 19조 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공무원연금 퇴직급여가 16.6조 원, 퇴직수당은 2.2조 원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최신 보고서는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2022년 3.5조 원, 2030년 7.9조 원, 2040년 12.5조 원, 2070년에는 19.3조 원에 달해, 2021년 한해의 공무원연금 급여와 퇴직수당 지출 총액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국민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 하는 형국이다. 1인당 국가보전금 역시 2022년에는 726만 원이지만, 2060년에는 1,795만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우리나라 공적연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고 있다. “모수 개혁의 장점을 활용하되 재정적자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한계를 고려하여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개혁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공무원 및 군인연금의 재정적자는 수입 증가 등을 가정한 분석에서 일정 규모 개선은 되지만 모수 개혁으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연금 재정적자에 대한 해결을 미룰수록 국민들의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므로 중장기적으로는 공적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과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모수 개혁과 함께 다른 방향의 개혁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그리스 약사가 줄어든 연금을 비관하여 권총으로 자살하였다. 결국 그리스는 고액 연금자들의 연금액을 50% 삭감하였다(윤석명, OECD Korea Policy Centre 2020 보고서). OECD 2022년 한국연금 보고서에서는 공적연금을 분리 운영하는 국가가 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을 포함하여 단 4개국임을 적시하며, 공적연금의 통합 운영을 권고하고 있다. 통합 운영이 대세라는 거다. 지금처럼 서로 남 탓만 하다가는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다. 가장 불행한 일은 나이가 들어 아무런 대책이 없을 때, 나라도 여력이 없어 연금액을 대폭 삭감하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하루빨리 지속가능한 방향으로의 제도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공무원연금 지급보장 조항이 있다고 한들, 나라에 돈이 없으면 방법이 없다. 신규 입직자와 미래 공무원 세대의 고통이 어느 정도에 달할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적연금개혁의 필요성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한국의 인구구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하였고, 2026년에는 21%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통계청, 2021). 이와 같은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노인의 사회복지 수요도 매우 가파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노년기 질환에 대한 의료와 장기요양과 같은 수요의 증가와 더불어 고령인구의 소득보장이 가장 큰 정책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빈곤은 43%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이처럼 고령인구의 빈곤이 높게 나타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노인들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공적연금제도 등 사회복지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급하는 사람은 45% 수준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인구의 약 70%가 기초연금을 수급하고 있지만, 노년기의 빈곤을 크게 감소시키지 못하는 현실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공적연금제도가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적연금의 재정이 고갈되어 “1990년대생 이후 세대는 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면서 연금 재정수지 악화를 강조하는 지적도 있다(서울경제, 2022). 실제로 2022년 9월 기준 896조 원의 적립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2038년까지 증가하다가 2055년 이후 소진될 것이란 예측이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가 존재한다. 공무원연금은 15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당해 연도 연금지출에 드는 재정을 충당하지 못해 2020년 기준으로 약 2조 1천억 원의 보전금을 정부로부터 이전받았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공적연금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개혁과제는 연금 수급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연금의 적정성 확보,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 공적연금의 사각지대 해소 등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적연금개혁의 과제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는 별개로 공무원연금을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으로, 공적연금 통합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근본적으로 공적연금제도를 통해 모든 국민이 고령으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응하여 일정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은 타당한 지적이다. 노년기의 소득보장에 있어서 보편성의 실현은 복지국가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서로 다른 문제점에 직면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공적연금의 통합을 목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이글에서는 이와 같은 논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각각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적절한 개혁방향 지난 60년간 경제발전 추진과정에서 발전한 우리나라 공적연금제도는 일반 국민을 가입자로 하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으로 분리하여 운영되는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특수직역연금에는 사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학연금과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군인연금이 있는데, 이글에서 대표적인 특수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자 한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 도입되어 개발연대에 공무원이 낮은 봉급에도 불구하고 공직업무에 몰입하게 하고, 직무수행에 있어서 청렴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로 활용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제도는 민간에서 별도로 존재하는 퇴직금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제도를 운용하기 위한 인사정책적 수단의 성격을 가진 공무원연금을 인위적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초래한다. 첫째, 공적연금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이 수행하던 인사정책적 요소를 가려내어 별도의 제도로 수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공무원연금에 포함된 퇴직금 부분을 분리하고, 정부가 그에 필요한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여 퇴직하는 공무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현재 공무원연금이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의 청렴과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추가로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이미 퇴직하여 공무원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사람들의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통합되면 공무원이 보험료를 국민연금에 납부하는 형식이 된다. 이처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는 구조개혁이 원칙적이고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타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정책적 수단을 폐지하고 불확실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심각한 한계를 가지게 된다. 둘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여 보험료와 연금지급 수준을 국민연금에 맞추는 것은 국민의 노후 소득을 적정하게 보장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현재 국민연금이 가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 노후생활을 적정하게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적연금의 근본적인 목적이 노후에 일정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보장임을 감안할 때 공적연금의 구조개혁을 위해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맞추어 하향평준화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인위적인 통합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현재 직면한 각각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에 적절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여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한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각각의 제도 모두가 연금의 적정성과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면 제도 간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두 제도를 인위적으로 통합하여 똑같이 만드는 것은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명하지도 않은 정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무원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가입자인 공무원과 고용주로서 정부가 부담하는 보험료 수입으로 연금지출에 필요한 재정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부분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이 공무원연금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근본적 원인도 공무원연금제도가 자체적으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국가 재정으로부터 보전금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표 1은 공무원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입자로서 공무원과 고용주로서의 정부의 부담을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2050년까지 정부보전금을 10% 수준에서 통제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공무원연금이 연금뿐만 아니라 퇴직금의 기능과 공무원의 청렴성 유지 및 정치적 중립을 위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적정한 수준의 정부보전금은 인정되어야 한다는 기본적 전제에 근거하고 있다. 한편 재정수입 측면에서 공무원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지출 측면에서의 안정화 노력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연금 수급자들도 일정한 재정부담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연금개혁을 통해 5년 동안 물가상승에 따른 인상을 동결한 것도 연금 수급자가 고통을 분담한 중요한 사례다. 기대수명의 상승으로 장기간 연금을 수급하는 수급자가 늘어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10년 미만, 10년 이상, 20년 이상 연금을 수급한 사람들에게 차등적으로 물가상승에 따른 인상률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아 노후의 생활수준 유지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금 보험료율이 9%(본인 부담 4.5%와 고용주 부담 4.5%) 수준으로 매우 낮아 필요한 재정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여, 2055년 정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연금 수준을 적정하게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여서 급격히 보험료율과 연금 수준을 인상하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인상하면서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연금의 적정성과 재정 안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과 함께 거론되는 개선책의 하나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상향 조정이다. 건강하고 능력이 있는 고령자가 좀 더 경제활동을 하고, 그에 따라 연금수급을 늦추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재정 안정화 방안이다. 그러나 연금 개시 연령을 상향 조정하려면 65세 이상이 노동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근로 능력과 근로 의지가 높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면 공적연금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공적연금개혁 공적연금개혁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도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개혁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연금개혁은 보험료를 내는 근로자와 고용주 그리고 공무원과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련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연금을 받는 수급자와 연금 보험료를 내야 하는 젊은 세대 등 세대 간 상반된 이해관계의 충돌도 있다.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려면 서로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타협점을 찾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권혁주, 2022). 이를 위해서는 공적연금개혁에 관한 논의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폭넓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연금제도는 2009년과 2015년 두 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연금 수령 나이가 조정되고, 납입비율이 늘고 수령액수는 감액됐다. 당시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고, 현재도 진행형으로 갈등과 불신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공무원연금제도는 국민연금제도와 확연히 다르다. 납입체계도 다르며, 기금을 운영·관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제도를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다루려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8월 교육부 앞에서는 젊은 교사들의 집회가 있었다. 그동안 교육현안과 관련한 집회에서 젊은 세대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었던 터라 많은 이목을 끌었다. 젊은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반발한 내용은 바로 임금동결에 대한 항의였다. 2023년도 교원 임금은 1.7%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임금삭감인 상황이다. 담임수당·보직교사수당 등 많은 수당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본봉마저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좌절감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OECD 국가의 교사 임금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는 당국의 대응은 더 큰 반발을 불러왔다. 다른 나라와의 교사 업무체계나 강도의 차이를 간과한 단순 데이터 비교는 교사들이 마치 과한 욕심을 부리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제도의 개악은 임금문제의 연장선에서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교직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안정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마당에 이러한 움직임은 정반대로 질주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연금제도의 개악은 개인으로 보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각종 경제지표는 퇴직하게 될 세대들에게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 수준으로 연금 지급이 이루어질 경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퇴직 시점에서의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적은 급여를 감수하면서도 은퇴 이후의 안정적인 여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교직 자체가 매력적으로 느꼈던 요인은 분명히 존재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사라지게 되면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부실해지는 연금제도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교육의 질 전체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의 교사 직군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우수한 인적자원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이야기한 직업적 안정성이 떨어지면 교직에 우수한 인적자원이 유입되기 어려워진다. 교사의 직업 안정성이 약화되면 수업의 질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조차 부러워하던 우수한 우리 교육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강점을 더 강화하여 국가경쟁력의 소중한 토대를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퇴보시키는 악수(惡手)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무원연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당사자인 교사 입장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 사람들은 교사의 세전 수입을 보며 ‘생각보다 많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본봉에 여러 항목의 수당이 추가되어 세전 수입이 구성되는데, 이 지표를 기준으로 따지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일반 직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각종 세금과 소요 비용을 공제하여 세후 수입이 지급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기여금이라는 항목으로 일반 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금액이 공제된다. 공무원이 퇴직 후 수령하게 되는 연금은 공무원이 매월 기준소득월액의 일정 비율을 불입하는 기여금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수예산의 일정비율을 부담하는 연금부담금 및 정부가 고용주로서 부담하는 제부담금으로 재원이 형성된다. 2022년 기준으로 공무원이 퇴직 후 받게 될 연금은 공무원 개인이 기여금으로 납입하는 기준소득액의 9%와 연금부담금 9%로 만들어 진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개념 차이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 및 공무원 유족을 위한 종합사회보장제도이다. 즉 공무원의 퇴직 또는 사망과 공무로 인한 부상·질병·장애에 대하여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인 것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연금제도이다. 1988년 1월 1일, 근로자 10인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이후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여 1999년 4월 1일에는 전 국민이 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출발점이 다르고 적용되는 보험료와 지급받는 연금액에 차이가 있다. 공무원연금과 같은 특수직 연금에는 일반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금과 재해보상급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기업의 근로자들은 퇴직 시 퇴직금을 받지만 공무원의 경우 퇴직금이 공무원연금에 포함된다. 이러한 조건을 제외하더라도 재직 중 납입하는 급여액이 높기 때문에 받을 때도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퇴직 이후의 안정적인 연금 지급을 위해 재직 중에 많은 금액을 납입하였던 것인데, 이러한 과정과 희생을 무시하고 결과적으로 수령하는 금액의 차이만으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변화하는 연금제도를 개악이라고 부르는 이유 공무원연금의 지급 개시 연령은 2015년 개혁을 통해 1996년 이후 임용자 모두 동일하게 퇴직연도에 따라 65세로 연장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2021년까지는 60세부터 지급이 이루어졌다. 22~23년은 61세, 24~26년은 62세, 27~29년은 63세, 30~32년은 64세, 33년 이후는 65세로 지급이 늦춰진다. 재원의 안정적인 배분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연금을 받아야 하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려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교육공무원의 정년이 만 62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3년간의 소득공백이 발생한다. 결혼 적령기가 과거와 달리 늦춰진 상황에서 자녀에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정년시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다.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때 소득 없이 3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러한 계산은 정년퇴직을 전제로 했을 때이고, 여러 이유로 퇴직 시점이 빨라질 경우 공백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그동안 모아둔 예금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얘기하겠지만 급여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기간제 또는 강사활동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수급을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급 시기뿐 아니라 지급률도 1.9%에서 0.2%가 감소한 1.7%로 줄어들었다. 더 내고, 덜 받는 불합리한 체제로 개악이 돼 버린 것이다. 현장에서는 “우리 때는 명예퇴직도 못 한다”, “퇴직 후 65세까지는 극빈층으로 살아야 하나”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단의 열악한 상황 공무원 중에서 교사가 처한 상황은 특히 열악하다. 지금부터 열거하는 내용들은 공무원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와 교직의 특수성이 반영된 내용이다. 경제와 관련한 여러 지표 중 몇 가지만 살펴봐도 공무원 입장에서 얼마나 어려운 경제적 여건인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유동성 공급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악화로 소비자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1년 2.5%, 2022년 4.3%가 상승하였으며 2023년에는 상반기에만 5.7% 이상 상승하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미·중 간 경제대립 등 대외변수까지 겹치며 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여러 악재 속에서 그간 공무원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1년 0.9%, 2022년 1.4% 상승에 그쳤고 이는 물가상승률 대비 각각 -1.6%, -2.9%였다.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2023년에는 1.7% 상승으로 실질 인상률은 무려 -4%에 이른다. 금리 인상은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공무원이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현재의 임금체계만으로는 너무도 어렵다. 주택 구입을 위해 많은 대출이 불가피한데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오르고 있는 고금리 여파는 어느 직군보다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교사들의 수당체계도 다를바 없다. 항목은 많지만 금액 자체가 너무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담임교사수당과 보직교사수당에 대한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수당뿐 아니라 성과급에 대한 논란과 한계도 문제이다. 생산성을 측정하고 성과를 객관화시키기 어려운 교원성과급은 유인가로 작동하기보다는 갈등과 불신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 밖에 일반 회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의 복지제도는 교원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겸직 제한은 공직 수행을 위해 필요한 요소임을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제약 요소가 너무 엄격해 유연한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연금제도의 변화는 큰 우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연금개악을 연금개선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면 개악이 아닌 개선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연금의 주체로서 몇 가지 단편적인 제언을 전해보도록 한다. 공무원연금의 재원이 넉넉하다면 논의 자체가 불필요할 것이다. 공무원들의 기여금 운영방식을 고도화해야 한다. 위험한 투기형식의 운용은 당연히 막아야겠지만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재원의 확보를 도모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성격이 다른 별개의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늘 비교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도록 독립성을 명시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공무원연금에 일반 국민의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공무원과 관련된 모든 것은 공익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러한 기대치를 무시하기보다는 기금의 운용방식에 공익적인 부분을 반영하여 국민 정서에 눈높이를 맞춰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여러 개선의 방법들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변화 흐름은 결코 옳지 않다는 점이다. 부디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공무원연금의 주체인 교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연금개혁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 건전성의 확보나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아닌 당사자인 공무원의 희생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정부부담률은 13.4~16.2% 수준에 머문다. 민간기업의 재정부담률이 19.2%인 점을 생각해보면 공무원연금제도는 오히려 개선되어야 할 점이 훨씬 많은 제도이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은 정부부담률이 28.8%, 미국은 37.7%로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다. 독일은 56.7%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해외사례를 우리와 동일선상에서 논의할 수는 없다. 이해관계에 따라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모쪼록 우리 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전문성을 학교현장에서 극대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금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