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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토지·건물 등 부동산, 자동차·광업권·어업권·선박 등 부동산 준용 권리, 1000만 원 이상의 현금·예금·유가증권, 500만 원 이상의 금·보석·골동품·예술품·회원권, 주식, 지식재산권 등….’ 공직자윤리법 제4조에 따른 재산등록 대상의 목록과 종류다. 정부가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재산등록이 현실화되면 실제 교원들이 등록해야 할 재산들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교총이 5일부터 시작한 ‘교원·공무원 재산공개 철회 촉구’ 서명운동에 7일 기준 2만여 명이 참여하는 등 반대 열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한국토지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 대책으로 교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들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재산등록 의무자의 기준과 범위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됐다. 실제 법안이 통과돼 교원들이 재산등록을 하면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공직윤리시스템에 따른 재산등록 의무자들의 등록 대상 재산을 보면 부동산과 동산 등 그 종류만 수십 가지에 달하며 절차 또한 매우 복잡하다. 부동산의 경우 매입일·상속일·증여일은 물론 취득 목적과 방법, 자금 출처를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500만 원 이상의 골프회원권이나 금·백금 등 보석, 예술품 등도 등록 대상에 포함된다. 가액을 산정하는 방법은 까다롭다. 보석류 등은 실거래 가격이나 전문가 등의 평가 가액은 물론 종류와 크기, 색상, 작가 및 제작연대를 기재해야 한다. 1000만 원 이상의 유가증권도 등록 대상이다. 국채·공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액면가를, 상장주식은 기준일의 최종 거래가격, 비상장주식은 실거래 가격 등을 등록해야 한다. 등록 의무자들은 최초 신고 외에도 매년 정기적으로 변동신고를 해야 하며 위반 시 제재조치도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등록을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기간 내에 등록을 마치지 않은 경우, 가액과 취득 경위, 소득원 등을 거짓으로 기재할 경우에는 해임 또는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면 현재 약 23만 명인 재산등록 대상자 규모는 150만 명으로 늘어난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도 대상인 것을 감안해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하면 600만 명을 넘는다. 인구 10명당 1명꼴로 재산등록 대상이 되는 셈이다. 교원들은 “행정력 낭비는 물론 교원 업무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등록 기준에 명시된 것처럼 실제 고가의 금품이나 회원권, 유가증권 등을 보유한 교원이 얼마나 될 것이며, 투기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경우는 더더군다나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재산등록 경험이 있는 한 교육공무원은 “혹시 빠뜨린 게 없는지 아버지 어머니, 자녀에게 따로 확인하고 일일이 알아봐야 해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산등록에 대한 매뉴얼만 책 한 권 분량이었다”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가족들의 재산이 바뀐 걸 모르고 변동신고를 하지 않으면 누락이 되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갓 입직한 교사들이 학교에 적응하고 아이들을 돌보기도 바쁠 시간에 이런 업무까지 떠안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나이가 많은 교사들은 동료들에게 등록방법을 물어보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고 교사연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 교사는 “일부 LH직원과 고위공직자들의 잘못을 하급공무원이나 교육공무원들에게 물타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정보를 취급할 권한이 없는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게 온당한 일인지, 사찰을 받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산등록을 빌미로 국민과 공무원을 편가르기 하는 느낌도 든다”며 “철밥통인 공무원들이 재산공개 하나 못하냐는 식으로 여론이 호도되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산을 등록하는 것일 뿐 공개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하윤수 교총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은 “자료를 수합하고 등록, 결재하는 과정에서 타인은 물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간에 알게되는 것 자체를 공개로 봐야 한다”며 “교원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과잉규제·과잉입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명웅 변호사는 “입법목적 비중에 비해 사생활과 개인정보 등 침해되는 개인의 권리가 더 크다”며 “현안대로 추진될 경우 위헌 소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재산등록 범위와 방향 등은 논의 중이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온라인 서명에 참여를 원하는 경우 sign.kfta.or.kr로 접속하면 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가 5일 '교원‧공무원 재산공개 철회 촉구 전국 교원 청원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청원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6일 오전 8시 30분 경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정문 앞에 근조화환 50여개가 차례로 놓여졌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이하 학인종)을 발표하자 학부모·교육시민단체들이 ‘서울교육은 죽었다’는 항의 표시로 보내온 것이다. 시교육청 앞에집단 근조화환이 놓인것은 처음이다. 이날은 국민희망교육연대(상임대표 진만성, 김수진, 임헌조)가 같은 장소에서 학인종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날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학인종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뜻을 보여준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밤샘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사상 초유의 ‘교육청 근조화환’으로 시민들의 반대운동이 한껏 이목이 집중될 무렵, 국민희망교육연대는 ‘근조 서울교육’ 화환 앞에서 ‘나쁜 학생인권종합계획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국민희망교육연대는 “조희연 교육감이 최종 확정한 학인종은 사실상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특정 정치이념을 교육하고, 학생·부모·교사 등 표현의 자유 및 교육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며 “조 교육감에게 해당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의견 수렴 진행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말 시교육청이 제2기 학인종 안을 발표하자 시민들은 사회적 합의가 안 된 성소수자 및 성평등 옹호 교육, 과도한 학생권리 강조, 교권외면 등을 우려하며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국민희망교육연대 등 관내 교원, 학부모, 시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수개월 간 조 교육감과 시교육청에 민원을 넣고, 교육감 면담 신청, 원칙에 따라 재추진 등을 요청했지만 모두 묵살된 바 있다. 국민희망교육연대는 “정상적 공청회 한번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조 교육감과 시교육청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며 “시민 대다수 의견을 묻고 민의를 반영할 경우 자신들의 생각이 반영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교육감 권력을 남용해 강행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는 과격한 급진세력의 실험실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실패한 정책을 서울에 적용해 교육이 특정이념에 사로잡혀 정치적 중립성을 잃는다면 교육입국 대한민국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교육감은 본청 9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긴 했으나근조화환을 보내온 학부모 등과의 만남은 갖지않았다.
새 학년도가 되어 모든 학교 마다 선생님들은 업무의 과부하가 걸려 모두들 힘들어 하는 시기다. 그럴 때마다 황량한 대지 위에서 발견하는 파릇파릇한 각종 새 싹과 형형색색의 꽃들을 보면서 한 시름을 덜기도 한다. 잠시 동안이나마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아이들과의 새로운 관계의 적응이란 힘겨움도, 쏟아지는 행정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떨쳐 버릴 수 있다. 지난 주말 인근 야산을 오르며 수많은 들꽃들을 보았다. 그 들꽃들은 대부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우선 너무 작아서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보지 않으면 섬세한 그 꽃의 무늬와 빛깔을 알아채지 못한다. 무명의 풀꽃들은 섬세한 심미안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그 속살을 보여준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에서처럼 말이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어떤 대학교의 졸업식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석으로 졸업하는 학생이, 총장이 전달하는 표창장을 한 손으로 덥석 빼앗듯이 받았다. 총장은 기분이 상했다. 그날 퇴근하는데 교문 앞에서 또다시 짜증이 났다. 학생 하나가 총장의 차를 막고서 길을 걸으며 비켜주지 않았다. 총장은 경음기를 두 번이나 울렸지만 그 학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자기 길을 갔다. 다음 날, 그 총장은 교수 회의에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러나 조용히 듣고 있던 다른 교수들의 속마음을 총장은 알 리가 없었다. 한 손으로 표창장을 받은 학생은 신경섬유종이란 희귀병으로 오른팔을 들어 올릴 수 없는 학생이었고, 길을 비켜주지 않았던 학생은 청각장애가 심한 채로 학업에 열중하는 이 학교의 최고령 학생이었던 것이다. 이 일화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다시 한 번 나태주 시인의 시를 마음속에서 공명시켜 보자.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학생도 그렇다. 학교생활에서 자세히 보지 않아서 예쁜 것을 모르고 그냥 넘어갔던 사물들, 오래 보지 않아서 사랑스러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떠나보냈던 학생들이 교사의 삶 속에 많이 있다. 교사인 우리, 교육자인 우리들은 학생들 하나하나의 속사정과 형편과 상황을 잘 몰라 오해하고 화가 났던 일들도 많다. 그럴수록 더욱 더 애정 어린 눈으로 학생을 바라보고, 그 학생이 처한 형편을 이해하고 나면 화날 일도 없고 속상할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은 지옥이 아니라 천국이라 믿자. 행복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학생이 있어 교사의 존재와 의미는 빛난다. 학생, 자세히 보면 다 예쁘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한국교총이 5일 ‘교원·공무원 재산공개 철회 촉구 전국 교원 청원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만 하루만인 6일 오전, 온라인 서명 인원만 1만 명을 돌파하는 등 현장 교원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에 따르면 6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교원과 공무원의 재산공개 철회를 촉구하는 청원운동에 참여한 인원은 온라인 서명만 1만2000여 명으로 이는 5일 오전 서명접수를 시작한지 만 하루 만이다. 교총의 이번 청원(서명) 운동 전개는 정부가 교원 등 공직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산공개를 강행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전체 공무원의 재산등록을 입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앞선 23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산등록 의무자의 기준과 범위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교총은 “부동산 투기를 예방‧감시해야 할 정부가 그 실패의 책임을 교원‧공무원에게 전가하고 희생양 삼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교원이 무슨 업무상 부동산 정보나 기밀이 있어 투기를 하고 부당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투기 근절은커녕 행정력 낭비와 교원 업무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서명운동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예비교사 등을 대상으로 이달 30일까지 추진한다.
‘어떤 선택을 하고 결과에 대하여 만족을 기대하기보다 그 과정 속에서 기쁨을 느끼고 편안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일 것이다.’ 교단에 선 지 30년 차. 수많은 선택을 해왔지만, 만족스러운 적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아니, 후회한 적이 더 많았다고 말한다. 후회의 연속이었던 선택을 곱씹으면서 괴로워하느니, 에디슨처럼 메모해두면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지 않으려나 생각한다. 머릿속을 가득 메운 후회의 순간을 털어내고 조금은 자유롭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글쓰기. 매일 조금씩 기억을 더듬어 글로 담아내면서 그제야 ‘나’를 제대로 바라본다. 그동안 옳은 선택을 하지 못했다며 스스로 채찍질한 건 결국 자신이었다는 걸 나이 50이 돼서야 깨닫는다. ‘나의 행복은 나의 생각에 달려있다’는 너무나 간단한 사실을 말이다. '내가 만약 그때 학교를 그만두었더라면 아마도 세계를 누비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중략) 하지만 난 그만둘 용기조차 부족하여 새로운 시작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대학 과정을 마치고 교사가 되었다. 늘 꿈만 꾼다.’ '만약에 2' 중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생활을 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길눈이 밝다고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운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알고 보니 길치였다.’ '길' 중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일상의 순간들을 글로 담아냈다. 너무 담담해서 별거 아닌 일처럼 보일 정도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괴로워하던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늦게나마 얻은 깨달음 덕분인지 문장과 문장 사이에 여유가 느껴진다. 저자는 “어떤 선택이든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것은 없었지만, 오래 지나고 보니 그리 나쁘지 않았거나 좋았던 기억들이 더 많았다”고 했다.정진영 지음, 하루북스 펴냄.
대구교총(회장 이용락)은 지난 2일 ‘2030교사회(회장 권기덕, 대구가창초 교사)‘ 임원진과 배구동아리 ‘공감(회장 김재윤, 대구서동초 교사)‘ 등 8개 팀과 각각 간담회를 가졌다. 다양한 형태의 조직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대구교총은 사업과 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회를 진행하고, 2030교사회의 교육감 간담회 추진, 배구동아리 대회 추진 일정 등을 중점적으로 협의했다.
최우성 경기 수원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전담 장학사가 ‘혹시 최우성 장학사만큼 학폭을 아시나요?(엄마수첩)’를 출간했다. 학폭 전담 교사와 장학사 경력을 지닌 저자는학교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학폭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밝히고 학폭 처리문제, 학폭 영향의 파급력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학폭 문제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하는 동시에사건 발생 시 자녀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 등이담겼다. 저자는 학교폭력예방연구소(소장),한국교사학회(학회장)를 설립해 학생들의 학폭 예방, 교원들의 연구와 복지향상 등을 도모하고 있다.
초등학교 생활의 모든 것 (김지나 지음, 북하우스 펴냄, 472쪽, 1만8000원) 아이를 대하는 교육문제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해결하려 할 때 오히려 더 큰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신뢰와 믿음에 기초한 적절한 훈육이 우리 아이를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 25년 차 현직교사인 저자는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학생과 학부모가 궁금해하는 80가지 질문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며, 초등학교 생활을 안내하고 있다.
지능의 역사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 마르쿠스 카루스 그림, 윤승진 옮김, 라이팅하우스 펴냄, 324쪽, 1만6800원)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가이자 작가, 교육자인 저자는 인간지능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미래에서 온 인물 우스백이 ‘인류의 지능’이라는 주제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여정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인공지능시대를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설계된, 지식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코로나 이후 학교의 미래 (김재현·김종훈·류창기·배동건·송칠섭·이상수·정휘범 지음, 오브바이포 펴냄, 248쪽, 1만6000원)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 빠진 우리 교육을 되돌아보고, 미래교육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7명의 현직 초등학교와 교육학자의 목소리를 담은 책. 새로운 수업환경에서 지금의 교육과정과 2022년 새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 좋은 수업의 기준, 학부모와 학교 간 소통의 부재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방법 등 우리 교육이 꼭 짚어봐야 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쓰담쓰담, 현천을 쓰고 아이들을 담다 (현천고 ‘쓰담쓰담’ 선생님들 지음, 도서출판 웰북 펴냄, 256쪽, 1만5000원) 강원도 최초의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고인 현천고등학교 교사들의 글쓰기 모임 ‘쓰담쓰담’ 소속 9명 교사의 일상기록을 담았다. 상처받은 학생들이 치유와 자존감 회복을 위해 지원하는 현천고는 각양각색의 학생들로 인해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과 함께하며 ‘현천스러움’을 보여 주는 현천만의 차별화된 교육활동도 엿볼 수 있다.
십대들을 위한 좀 만만한 수학책 (오세준 지음, 맘에드림 펴냄, 226쪽, 1만3500원) 인류가 처음 수 개념을 만들어낸 순간부터 현재까지 세상 구석구석에서 알게 모르게 활약하고 있는 수학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수학교사인 저자는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오랜 편견을 깨고, 수학에 대해 갖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는 한편, 한층 친근하고 만만하게 다가갈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특히 수학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수학의 언어 이해하기에 초점을 맞췄다.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벚꽃엔딩’처럼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퍼지는 거리를 연인과 함께 걸어본 추억이 있을 것이다. 김연수 단편 벚꽃 새해는 딱 그런 시기가 배경이다. 다만 지금 사귀는 것이 아니라 4년 전 헤어진 연인들이 주인공이다. 사진작가인 성진은 4년 전 헤어진 ‘구여친’ 정연한테서 시계를 돌려달라는 문자를 받는다. 그녀가 예전에 선물한 명품시계인 태그호이어를 돌려받고 싶다는 것. 그러나 그 시계는 고장 나 며칠 전에 시계수리점에 팔아버린 뒤였다. 성진이 시계를 되찾으러 갔을 때 주인은 이미 다른 곳에 팔았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얽긴 두 사람은 시계방 주인이 일러준 서울 황학동 가게로 태그호이어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서울에 막 벚꽃이 필 때였다. 성진은 하늘을 올려봤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벚나무 가지가 뻗어 있고, 그 가지마다 하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 서 있는데 외롭지가 않다니 신기하다고 성진은 생각했다. 뷰파인더로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마다 외로움을 느꼈는데 말이다. 벚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말하자면 오늘은 벚꽃 새해. 벚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벚꽃 새해라는 논리는 신선하다. 4년 전에 호기롭게 헤어졌지만 둘 다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니 막 피어난 벚꽃에 더욱 마음이 싱숭생숭했을 것이다. 두 연인이 찾아간 황학동 가게 노주인은 그런 시계는 없다고 했고, 대신 노인의 아내에 대한 사연을 듣는다. 노인은 진시황 병마용 모형 때문에 무식하다는 모욕을 당한 다음, 매일 낮 가게에서 진시황 책, 사마천의 사기 등을 읽는다. 그리고 밤에 불을 끄고 누워서 낮에 읽은 내용 중 흥미로운 대목을 고단한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노부부는 중국 시안과 그 너머 사막을 같이 여행하기로 약속했지만, 아내는 병으로 죽었다. 이 두 사람은 재결합할까. 구여친이 재결합을 바라는 듯한 말과 태도가 곳곳에 나오고, 주인공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호기심이 생겼다. 후반부에 ‘둘이서 같이 걸어온 길이라면 헛된 시간일 수 없는 것’이라는 문장이 나와 결말을 더욱 궁금하게 했다. 이런 잔잔한 스토리인데도 이 소설이 잘 읽히는 이유는 액자처럼 담긴 황학동 노인 사연, 아유타야의 불상 머리 이야기 등과 함께 김연수 특유의 재치 있는 농담이 곳곳에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시계를 팔아버렸다고 고백했을 때 정연이 대꾸가 없자 ‘뭐지, 이 폭풍전야의 고요는? 성진은 궁금했다’와 같이 불안해하는 대목이 그렇다. 이 같은 농담 혹은 재치, 너스레 속에 진지한 문제의식과 생각해볼 거리가 담겨 있는 것이 김연수 소설의 특징인 것 같다. 찬란하게 피었다 지는, 너를 닮은 ‘벚꽃’ 벚나무는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심어놓은 가로수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벚꽃축제를 하기 위해 앞다투어 벚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시내 가로수의 10.7%(2018년 현재)로 은행나무·플라타너스·느티나무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가로수다. 벚나무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고 꽃이 무더기로 피는 것이 특징이다. 도시에 흔히 많이 심는 화려한 벚나무는 대부분 왕벚나무다. 여의도 벚꽃들도 대부분 왕벚나무다. 왕벚나무는 다른 벚나무에 비해 꽃이 크고 꽃자루와 씨방, 암술대에 털이 있는 것이 식별 포인트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거기서 거기여서 일반인이 굳이 벚나무, 왕벚나무를 구분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왕벚나무 원산지를 놓고 한·일간에 100년 이상 논쟁이 있었다. 일본은 왕벚나무의 원조는 당연히 일본이라고 생각했으나 에밀 타케 신부(프랑스 출신으로 구한말 우리나라에서 활동한 선교사이자 식물학자)가 1908년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서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발견했다. 그 후 한국학자들은 왕벚나무가 제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주장했고, 일본 학자들은 수백 년 전부터 일본에서 자생하고 있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런데 근래에 국립수목원 주도로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제주도와 일본의 왕벚나무는 다른 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母系)로 하고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가 부계(父系)인 자연교잡종인 반면, 일본 왕벚나무는 모계는 올벚나무로 같지만, 부계가 오오시마벚나무로 달랐다는 것이다. 한·일간 100년 왕벚나무 원조 논쟁이 싱겁게 끝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주도 왕벚나무는 한라산 해발 450~900m 지대에서 드물게 자생하고 있다. 서귀포시 신례리, 제주시 봉개동에 각각 천연기념물 156호, 159호인 왕벚나무가 있다. 왕벚나무는 제주시 가로수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제주시 가로수 30종, 4만 347그루 중에서 왕벚나무가 30% 가까운 1만 1638그루(2019년 현재)를 차지하고 있다. 적어도 왕벚나무 자생지인 제주도는 가로수로 자생 왕벚나무를 심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제주시가 시내 일부 왕벚나무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모두 제주 자생 왕벚나무와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산과 우리 벚나무를 접목하거나, 일본 교포가 보내준 왕벚나무 묘목을 심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제주 자생 왕벚나무를 증식해 묘목을 만들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해 11월 삼도1동 전농로와 병문천 도시숲에 자생 왕벚나무 52그루를 가로수로 심었다. 제주시는 점진적으로 기존 왕벚나무를 자생 왕벚나무로 교체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기존 왕벚나무가 워낙 많아서 자생 왕벚나무 가로수길을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매화와 벚꽃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 매화와 벚꽃은 비슷한 시기에 피어 두 꽃을 구분하는데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매화가 지기 시작하면서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매화는 아직 춥다 싶은 2~3월에, 벚꽃은 봄기운이 완연한 3~4월에 피는 것이다. 매화와 벚꽃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꽃이 가지에 달린 모습을 보는 것이다. 매화는 꽃이 가지에 달라붙어 있지만, 벚꽃은 가지에서 비교적 긴 꽃자루가 나와 꽃이 핀다. 나중에 열매가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매실나무는 줄기에 바로 붙어 매실이 열리고, 벚나무는 긴 꼭지 끝에 버찌가 달리기 때문이다. 꽃잎 모양도 매화는 둥글둥글하지만, 벚꽃은 꽃잎 중간이 살짝 들어가 있다. 매화는 향기가 진한데 벚꽃은 향이 약한 편이다.
결국은 선생님이다. 교육을 살리는 원동력은 교사들의 역량에 달려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은 그래서 오래도록 설득력을 갖는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 교육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언 땅을 뚫고 꽃을 피우는 복수초처럼 교육을 살린 학교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상계제일중학교. 모두가 학력저하를 걱정하고 교육격차를 우려하고 있지만, 이 학교만은 예외다. 한때 그 학교에 가면 절반은 포기해야 한다는 일명 ‘반포학교’로 이름나 학생들이 배정을 꺼렸다. 교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교육청이 전보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학생들이 몰려온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올해도 전입생이 늘었다. 교사들도 서로 오고 싶은 학교다. 이제는 전보 경쟁이 치열해져 교육당국이 선호학교 지정을 고민할 정도다. 이뿐 아니다. 방역에도 성공을 거둬 아직껏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중 삼중의 체열검사 등 학교 내 방역시스템은 최상급 수준이다. 안심하고 자녀를 맡겨도 되는 학교, 겉보다 내실이 더 탄탄한 학교,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학교 상계제일중이다. 교원학습공동체만 11개 ... 교사들 열정이 원동력 변화와 혁신의 중심엔 교사들의 치열한 열정이 담긴 교원학습공동체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자 교원학습공동체들은 즉각 비대면 수업도구와 수업방법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모아진 수업 아이디어와 축적된 자료는 전교사를 대상으로 한 멘토링 연수로 이어졌다. 교사들은 비대면수업에 맞춘 수업도구 사용법을 익히고, 모의수업을 진행하며 실제 수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점검했다. ‘책마중’ 교원학습공동체는 구성원끼리 실시간 화상수업을 열어 본인이 습득한 다양한 자료들을 나누며 마이크로티칭을 이어갔다. 이 같은 수업나눔은 온라인클래스에서도 이뤄졌다. 교사들은 수업나눔방을 통해 타교과수업을 참관하고 서로 궁금한 것을 나누면서 수업에 필요한 것을 배웠다. 학교 측의 지원도 남달랐다. 멀티미디어실을 설치, 교사들에게 도움을 줬다. 1인 미디어실과 다인 미디어실을 활용한 수업제작 및 실시간 수업 진행, 블루스크린을 활용한 동아리활동까지 가능했다. 그리고 늦은 개학. 상계제일중은 어느 학교보다 먼저 비대면수업에 안착했고 학생들은 안정된 학습분위기 속에서 예전처럼 수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교원학습공동체들은 또 교과활동에만 치우치지 않았다. 이 학교 교원학습공동체인 ‘진로탄력성연구회’와 ‘ASWELL’은 교과수업에 진로탄력성 요소를 포함시켜 진로선택에 좌절을 느낀 아이들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주는 데 주력했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은 올해도 이어진다. 상계제일중은 올해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공동체 11개를 운영, 학생들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위한 나눔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열손가락 교육활동 상계제일중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게 ‘열손가락 교육활동’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위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10가지 프로그램을 통칭하는 말이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한 아이라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학교 측의 다짐 가득한 교육활동이다. 대표적인 게 과학영재학급 운영.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학생들의 사고력·창의력·문제해결력·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워준다.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영재수업은 밴드를 통해 사진과 영상형태로 공개돼 항시 가정과 학교가 소통하는 공간이 됐다. 또 등교수업이 어려웠던 순간에도 줌을 통한 3D 프린팅 프로그램 수업과 메이커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열손가락 교육활동 중엔 ‘환상의 짝궁’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코로나19로 벌어진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복지 집중지원학생과 대학생을 1대1로 매칭하는 멘토링 사업이 그것. 매주 1~2회 실시한 멘토링 학습지원은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학생들의 기본학력 증진에 힘썼다. 반년 조금 넘는 활동기간이지만, 학생들의 성적은 향상됐고 만족도 역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력은 물론 정서적 안정까지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멘토링 활동이 짧은 시간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기초학력 부진과 교육격차 해소에 섬세하게 접근한 학교측의 노력이 큰 뒷받침이 됐다. 학력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이 가정환경. 어떤 여건에 놓여 있느냐가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교육복지 취약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비롯 보호자의 안전까지 학교에서 세심하게 챙겼다. 교육복지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학습은 어떠한지, 건강은 괜찮은지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며 확인하고 관리했다. 이와 더불어 모든 교육취약학생과 보호자의 안전·돌봄·건강상태·온라인학습상황을 파악, 맞춤형 지원이 이뤄졌다. 실제 학교 측은 지난해 3~6월 이들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가정방문까지 마다 않는 등 열과 성을 다했다. 교사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담임교사나 비담임교사가 집중지원학생을 중심으로 2~4명 그룹을 형성, 상호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문화체험 등 다양한 멘토링 활동을 가졌다. 사제 멘토링에 참여하는 학생 중 온라인 학습관리가 안 되는 학생은 직접 학교로 불러 교사와 함께 학습지도와 진로탐색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학교 이회성 교감은 “담임과 많은 대화를 통해 학생의 학교생활이 성실해지고 밝은 모습으로 변화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턱스크’도 ‘코스크’도 정말 없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3월 8일 상계제일중에서 만난 학생들은 밝고 구김살 없다. 체육시간, 운동장 반 바퀴를 전력 질주하고도 마스크에 손은 대는 학생이 없다. ‘그래도 중학생들인데…’ 하는 마음에 의심 가득한 눈으로 20여 분을 지켜봤지만, ‘턱스크’도 ‘코스크’도 정말 없었다.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아이들. 그러고 보니 이 학교엔 꿈과 끼를 키우는 예체능활동도 활발하다. 학생들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상계제일 오케스트라. 코로나19로 침체된 학교분위기를 살린 1등 공신이다. 답답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상계제일 오케스트라는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동아리활동을 마치고 나오던 한 학생이 “선생님 저희도 유튜브 영상 올려요”라는 가벼운 한마디가 단초가 돼 지금은 20명 넘는 단원을 거느린 오케스트라가 됐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학생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거듭했고 근 4개월간의 노력 끝에 아름다운 연주곡이 담긴 영상을 제작, 친구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고 한다. 오케스트라만이 아니다. 코로나로 자칫 무산될 뻔했던 축제도 영상으로 진행하면서 언택트 시대가 무색한 열기와 참여를 이끌어냈다. 학생들은 집이나 놀이터에서 자신의 애창곡과 댄스·안무 등을 영상으로 제작, 축제 오디션에 응모했다. 지난해 영상축제에서는 교사들의 숨겨진 모습도 공개돼 학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훌륭한 댄스와 가창력을 보여준 ‘예능교사’들의 모습에 학생과 교사 간 마음의 거리는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귀뜸했다. 상계제일중을 서울 강북지역 으뜸학교로 만들어낸 강삼구 교장. 지난 2019년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그는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학교, 안전한 학교와 학생중심 생활지도, 소통하고 공감하는 학교문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교사들과 함께 쉼 없이 달려왔다. 강 교장은 “학교란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가고 싶은 곳,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교사들의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교육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혼란의 2020학년도가 지나고 새로운 2021학년도가 시작되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연일 3~4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아직 교육현장의 정상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0학년도에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다양한 방식의 원격수업이 운영되었다. 2020년 4월의 그 날을 많은 선생님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아침부터 e학습터에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고 계속되는 전화로 난리가 난 학교 교무실, 선생님도 접속이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던 그 날의 모습은 ‘원격수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낳았다. 그렇다면 약 1년간 원격수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e학습터는 지금 현장의 선생님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e학습터의 기능이 대폭 향상되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표 1 캡쳐한 것과 같이 2021학년도 초등 EBS 온라인 클래스 신규 개설이 중지된 상황에서 초등학교 공식 공공학습관리시스템(LMS)으로 통용되는 만큼 교육현장의 요구가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선생님들은 e학습터의 자체 콘텐츠 수가 너무 적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학급 수업에 필요한 온라인 콘텐츠는 수업을 하는 교사가 직접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차시의 수업안에 교사가 제작하는 콘텐츠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적절히 조화롭게 구성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온라인 콘텐츠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직접 만들어내기 어려운 다양한 수업자료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e학습터의 자체 콘텐츠는 표 2 캡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하나의 단원에 2개의 주제만 제시되어 있는 등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온라인 학급관리 기능은 빠르게 개선되었지만,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확보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학급관리 기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선생님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체 콘텐츠를 많이 확보한다면, 온라인수업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에서는 LMS 기능보다는 온라인 콘텐츠의 품질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수요자의 입장에서 볼 때 온라인수업, 특히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수업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직접 제작하기는 어렵지만, 수업에 꼭 필요한 내용의 다양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것이 e학습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급관리 기능면에서는 선생님들이 어떤 불편을 느끼고 있을까? 많은 선생님들이 출결과 연관되는 진도율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격수업에서 선생님·학생·학부모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출결 인정 여부이다. 지난 2월 경기도교육청에서 공문으로 발송한 2021학년도 초등 원격수업 및 등교수업 출결·평가·기록 가이드 라인에는 원격수업의 기본 원칙 중 출결 기록을 ‘교과 담당교사(담임교사, 교과 전담교사)가 실시간 또는 사후 출석 증빙자료를 확인하여 차시별로 출결 보조장부(출석부) 또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메뉴에 출석 또는 결석(결과)으로 기록’ 하는 것으로 안내하였다. 하지만 e학습터에서는 우리 반 학생들의 차시별 진도율은 한눈에 알아볼 수 없었다. 학습 현황을 클릭하면 진도율은 나오지만 이 진도율은 해당 강좌 전체 즉, 일별로 강좌를 구성한 경우 일별 전체 진도율이 노출되는 것이다. 차시별 진도율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제별 현황의 보기 버튼을 클릭해야 한다. 표 3과 같이 100%일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강좌 진도율이 100%가 아닌 경우 주제별 현황을 클릭해서 매 학생마다 확인을 해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과학 한 차시를 구성하는 데 있어 ‘도입→활동 1→활동 2→정리’ 등 4개의 콘텐츠로 구성하고, 도입과 정리에 10초 정도의 콘텐츠를 탑재하고, 활동 1과 활동 2에는 15분 정도의 콘텐츠를 각각 탑재했을 경우 도입과 정리의 20초만 수강해도 진도율은 50%가 된다. 과목 진도율로만 보면 절반이나 들은 셈이지만 실제로는 1/10도 듣지 못한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 1교시 국어에 5개의 콘텐츠를 탑재하고 2교시 체육에 3개의 콘텐츠를 탑재했다고 했을 때, 국어 과목은 모두 수강하고, 체육 과목은 1개의 콘텐츠만 수강했다고 가정하면 국어는 100%, 체육은 33%의 진도율이지만 실제 학습현황에서 첫 번째 창에 노출된 진도율은 강좌의 전체 콘텐츠를 기준으로 6/8에 해당하는 75%가 된다. 출결 기준 진도율을 70%로 정한 학교인 경우 실제로는 체육수업을 수강하지 않은 것이지만 선생님들이 일일이 주제별 현황을 클릭하지 않을 경우 75%로 판단해 출석처리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잇따른 진도율 오류 ... 교사들만 골탕 그 외에도 외부 URL로 컨텐츠를 제시하는 경우 클릭하기만 해도 진도율이 100%가 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반의 경우 강좌를 구글 사이트에서 작성해서 URL로 제공하는데, 학생들이 클릭 한 번만 하면 진도율이 100%가 되어서 어느 정도 수강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e학습터 자체의 콘텐츠가 풍부하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콘텐츠를 만들어서 탑재하거나 외부 URL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아직도 간혹 발생하는 진도율 오류와 출석 오류 등의 문제는 학생의 출결과 직결되는 것으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우려스러운 것으로 저작권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수업에 유용한 자료라면 저작권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콘텐츠에 삽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콘텐츠의 소비가 폐쇄된 학급 내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작권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릴 때부터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에 포함된 사진·영상물 등에 대한 저작권 관련 필터링 기능을 추가한다거나 저작권과 관련된 내용을 콘텐츠 제공 시 학생들에게 안내한다면 무분별한 콘텐츠의 사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학습터의 기능은 1년 동안 빠르게 발전했다. e학습터 화면 하단에는 지금도 기능 개선을 요청할 수 있는 연락처가 안내되어 있고, 많은 선생님들과 기술진의 노력에 의해 개선되고 있다. e학습터가 선생님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원활한 원격수업을 위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개선되는 부분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지금처럼 학교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개선해 나간다면 세계 제일의 원격교육 학습관리시스템으로 거듭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달 세종시교육청이 관내 학교들에 보급하고 수업에 활용하도록 한 책 촛불혁명은 교육계에 분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교육계 안에서의 소란’ 즉,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듯한 모습이다. 물론 논란이 일어난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역사를 전공하는 직업상 ‘모든 사회적 사건은 많든 적든 논쟁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기본인식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편이다. ‘논쟁’ 능력을 잃어버린 한국의 진보세력 한국 현대사는 ‘논쟁’보다는 ‘시위’로 점철된 역사였다. 해방 이후 군정 치하의 크고 작은 시위는 말할 것도 없고 전쟁 이후에도 자유당 부정선거 반대, 한일협정 반대, 유신헌법 반대, 계엄령 선포 반대, 5공 헌법 반대 그리고 소위 문민정부 이후에는 WTO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 기업의 노동착취 반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반대 시위가 있었다. 굵직굵직한 정치·경제적 사안에는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대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80년대를 지나고 한국인들의 역사관이 바뀌면서 일련의 반대 시위들은 ‘구악(舊惡)’을 내몰고 ‘정의를 외친 선(善)한 역사적 시도’로 새로이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물론 이러한 역사관의 변화는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같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 진보세력은 한 번도 창의적인 적이 없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진보세력의 사고가 유럽의 68혁명과 비슷한 시기에 형성되어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신좌파 물결을 쏟아낸, 일본의 ‘전투적 좌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진보세력은 사상 서적들의 대부분을 일본 번역서로 탐독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고, 의식했든 못했든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사고체계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19세기 변증법적 세계관에 입각한 경직된 사고는 이후 치열한 학문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한 적 없이 스스로 편향된 시각에 매달려 독선화되어 갔다. 또한 한국의 진보세력들은 한 번도 현실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소위 586 진보진영의 사고는 사상적 핵심이념이라 할 수 있는 민주주의(democracy)와 민족주의(nationalism)에 깊이 세뇌되어 있다. 이 두 이념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신성시되고 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민주주의와 민족주의가 합쳐질 때 나오는 것이 바로 ‘전체주의적 대중독재’이다. 가령 1차 세계대전 전야의 독일이 엘리트적 민족주의에 심취해 있었다면, 2차 세계대전 전야의 독일은 바로 민주주의적 민족주의에 심취해 있었다. 독일이 이 같은 지루한 관념론적 집단주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두 차례의 패전을 통해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를 대표하는 영미권 사회의 장점에 눈뜨기 시작하면서였다. “우리만 옳다” … 타협엔 무관심한 배타적 집단주의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진보교육감은 사회를 보는 시각이 독선적·관념론적 성격을 강하게 띨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지식 시장에서 한 번도 제대로 경쟁에 노출되어 본 적도 없고, 현실적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작동하는 시장원리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말이다. 최근 자사고 지정 취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법인설립 취소 처분 패소, 학부모 반대로 혁신학교 지정 취소 등 일련의 사건은 소위 진보교육감들이 보여준 평등주의적·집단주의적 가치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거부 대상이 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물론 정부와 민간 사이의 대립 혹은 긴장 자체가 부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 진보교육감의 사고체계가 다원주의적이고 상대적인 이해관계의 상충을 합리적으로 해소해 나가기 힘들다는 데에 있다. 다원주의와 상대성을 근간으로 하는 개인주의적 사고와 타협하기에는 공동체주의 이념이 너무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들은 자신들의 이념에 거스르는 이해집단과의 타협엔 무관심하다. 그렇다고 사회적인 논쟁을 주도해 나갈 논리의 기반이나 철학적 깊이를 가진 것도 아니다. 즉, 광장을 가득 메운 민중의 열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상향에 매료된 사회관은 스스로 사회적 저항집단에 맞서 논쟁할 능력을 잃게 했다. 지난달 촛불혁명 서적 배포 사건 때 세종시교육청은 촛불혁명 서적과 관련한 답변에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인용했다. 하지만 이는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교육기관들의 비논리적인 이율배반성을 잘 보여준 사례다. 알다시피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다양한 시각이 교실수업에 소개되어야 한다는 진보교육계 주장의 ‘유용하고 권위 있는 근거’로 흔히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정체성 정치를 추구하는 진보사상은 자신들의 평등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이상에 거슬리는 가치는 철저히 배척해왔다. 이러한 배타적 집단주의 시각으로 교육내용을 독점해온 편향성과 배타성은 지난 4년 동안 진보정권과 진보교육감의 협력 속에 더욱 강화되어 왔다. 혁신학교는 바로 그러한 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장치이자 공간이었다. 편향성, 그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교사들이 그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던 말 중의 하나가 민주시민교육이다. 그런데 이들 진보교육감의 사고 속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라기보다 민족주의·반자본주의와 같은 강한 집단감성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에 가깝다. 진보교육계는 예전부터 구체적인 학생 개인의 지성(학력)과 도덕성(인성)보다는 공감과 소통 등의 모호한 구호들로 버무려진 공동체적 감성을 고취하고자 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브레이크 고장 난 폭주기관차’처럼 제어 없이 이뤄지고 있는 혁신학교나 민주시민교육은 대표적인 교육과 학교의 예산 낭비 정책이다. 예산의 방만한 집행은 단순히 혁신학교나 특정 사업에 드는 예산뿐 아니라 학생들의 의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퓰리즘을 연상케 하는 각종 지원금은 정말 어려운 형편의 학생을 돕기보다 교사가 학생을 쫓아다니며 지원금을 받도록 독려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어떤 학부모는 지원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 양식 설명조차 듣기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는데 우물물을 가지고 아쉬운 사람을 쫓아다니고 있다. 학생들 역시 책걸상·에어컨·히터·화장실 휴지·청소도구… 등을 아까운 줄 모른다. 아무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절약의 필요성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제는 제때 지급되지 않거나 공급되지 않으면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학생들만 늘어날 뿐이다. 그런데 학생들도 안다. 자기 돈을 털어 떡볶이라도 사 먹을 때는 조금이라도 저렴하고, 입맛에 맞는 가게를 신중히 고르며, 자신의 소중한 돈을 경제적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무상교육과 학생 복지, 학교 민주화가 마냥 강조되는 교실상황에서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제는 학교에서 근면·자조·성실 따위는 아무도 강조하지 않는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름 아래 공감·소통·협력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선택에는 비용이 지불된다’는 것과 ‘효율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는 기본적 삶의 태도를 강조하면, 마치 무슨 삭막한 인간관을 설파하는 교사로 낙인찍힐 지경이다. 이렇듯 개인의 자립과 책임의식을 침식하는 교육관 역시 그 해악성은 배타적 집단주의 교육관에 비해 덜하지 않다. 진보교육감들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신념에 충실하게 일해 온 셈이다. 진보정책들의 결과가 대부분 그렇듯 ‘입시지옥에 반대한다’고 외쳐왔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1하는 학력시장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정책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개인이 집단 속에 숨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교육, 그리고 그런 학교에서 점점 자신의 인격성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무게를 회피하려는 학생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 이제는 더욱 활발하고 자유로운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진보교육감의 ‘질주하는 편향성’에 맞서 당당하게 ‘그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저출산 대응 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전략 2030년경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절대인구 감소가 2019년 11월부터 시작되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는 지속적으로 저출산 기본계획안을 만들어 시행했었고 교육 분야에서도 관련 정책을 만들어 시행해 왔으나 저출산 사태는 더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19년 11월에 지금까지와는 초점이 다른 범부처 인구정책 TF에서 ‘절대인구 감소 충격 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교육 분야의 대응 전략은 ‘교육시스템 효율적 개선 및 평생교육체계 구축’이고 주요 대응 방안으로 네 가지를 발표했는데 그중 세 가지가 유·초·중등 분야 방안이다. 이 세 가지는 1)신규교원 수급 기준 마련 및 교원자격·양성체계 개편, 2)다양한 학교 설립 운영·지원, 3) 학교시설 활용 확대 및 복합화 등이다. 이 계획에 의거하여 정부는 초·중등교원 정원을 줄이겠다는 발표를 하고, 교원 양성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충격 완화 방안’의 직접적 목적이 비록 학생수 급감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출산율 급감 사태를 진정시키고 바람직한 출산율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저출산 시대의 특징을 깨닫고,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여 행복한 민주시민이 되게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발표된 안은 그러한 궁극적인 목적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가령 ‘절대인구 감소 충격 완화 방안’의 하나인 교원 감축 정책은 결국 부모의 자녀교육 부담을 늘리게 되어 예비 부모들의 출산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체제공학과 복잡계 관점에 따르면 정책이 기대한 성과를 가져오도록 하려면 설계할 때 최종 정책의 모습만이 아니라 참여자, 결정 과정, 그리고 문화적 특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복합적 접근에 부합하는 전략으로는 교육관련대책과 교육적대책 병행, 밝은 점 찾기 전략, 우리 교육 강점 찾기, 린 스타트업 모델(lean startup model)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정책 결정 절차이다. 복잡계 관점에서 보면 정책 결정에 구성원을 참여시키거나 그들의 관점을 반영시키지 않을 경우 만들어진 정책은 성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현 정부가 활용하고 있는 공론화 접근을 비롯하여 관련 집단(교사·학부모·학생·지역사회)의 정책 의제 선정 및 결정 과정 참여 기회 제공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각각에 대해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저출산 관련 교육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교육관련대책에서 한발 나아가 교육적대책으로서의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교육관련대책이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거나 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대책을 의미한다. 교육관련대책은 교육대책이 성공하도록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교육대책은 여건 조성이므로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하지만 필요조건에 불과하므로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보장하기가 어렵고, 대책 마련 기대와 달리 부작용이 속출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교육적대책이란 사람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열의를 갖도록 유도하는 데 기여하는 대책, 그리고 사람들의 관점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에 초점을 둔 대책이다. 그리고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가정과 아이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열의를 갖도록 유도하는 데 기여하는 대책을 의미한다. 교육적대책의 가장 핵심은 열의와 능력을 가진 교사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유인책을 제공할 경우 그 유인책을 바라보고 오는 교사들만 늘어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따라서 저출산 관련 정책 구현에 헌신하고자 하는 진정한 열의와 능력을 가진 교사를 가려내고, 이들이 목적 달성을 위해 헌신하도록 하는 여건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밝은 점 찾기 전략이란 저출산 관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과 사람들 속에서도 잘 적응하거나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 이를 보편화시키는 전략을 의미한다. 중앙정부 주도적인 정책안은 각 학교의 실정에 맞지 않기도 하지만 ‘NIT 증후군(Not Invented Here Syndrome: 외부에서 들여온 해결책에 대해서는 우리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해결책이라며 무조건 회의적으로 반응하는 태도를 보이는 증후군)’으로 인해 학교현장에서 거부된 경우도 있었다. 학교혁신은 일반 행정혁신과 달리 하향식으로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여기에서 제시한 ‘밝은 점 찾기’는 교사 주도적인 교육개혁을 위한 훌륭한 전략의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 교육은 부모와 학생의 높은 교육열, 우수한 교원, 교원 순환근무제, 상대적으로 낮은 교육 불평등도 등 여러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는 정책이 될 때 그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린 스타트업 모델(lean startup model)이란 실행하면서 이론을 수정하고 구체화해 나가는 ‘실행기반 이론화 방식’을 의미한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대부분 아이디어를 실행해 가면서 계획을 수정해가는 이 방식을 따른다. 린 스타트업이란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이다(이희우, 2015). 이 모델은 ‘변화가 빠르고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 그리고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분야 선두 주자일 때 적용하기에 적합하다. 이 접근법은 이론에 근거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 기존의 ‘이론기반 실행화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저출산 시대 교육정책을 설계할 때에는 완성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기보다는 일단 비전이 만들어지면, 그 비전의 핵심이 담긴 개략적인 개혁안을 만든 후 현장 실험 과정을 거치고 반응을 보아가면서 개혁 방향을 다듬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 과정을 통해 효과를 확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개혁안이 만들어지면 그때 가서 적극적으로 전국 확산을 시도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 현 정부에서 도입한 공론화 제도도 조금만 수정하면 사회구성원이 폭넓게 공감하는 바람직한 안을 도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책 의제 도출과 결정 과정은 공론화위원회가 정하고, 구체적인 정책안은 각 관련 집단이 동의할만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 설 수 있는 전문가 및 관계자에게 맡겨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기에서 만들어진 안을 공론화위원회가 정한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듬어 합의하는 그러한 제도를 만든다면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문제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정책은 체제 공학과 복잡계 관점의 정책 설계에 부합한 정책이 될 것이다. 정책 수립 전략에 따른 대학 신입생 미달 사태 대응책 저출산 결과 발생한 현상 중의 하나가 대학 신입생 미달 사태이다. 2021년 입학 대상은 초저출산(출산율 1.3명 이하)이 시작된 2002년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입 정원에서 고3과 재수생 등 인원 추산치를 뺄 경우 신입생 미달 인원 예상치는 2021년 7만 6,325명, 2022년 8만 5,184명, 2023년 9만 6,305명, 2024년 12만 3,748명이다. 2002년 출생아 수는 49만 명이었는데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줄어 2021년 출생아 예상수는 27만 4,000명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기존 대학의 절반 이상은 문을 닫게 되거나 새로운 형태의 기관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국가와 지방 차원에서 보면 모든 대학이 현재처럼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대학은 1년 혹은 2년 목표의 미달 사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에도 이상에서 제시한 정책 수립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 가령 신입생 미달 교육관련대책은 정원 자체를 조정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라면, 교육적대책은 정원 조정을 통해 대학이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하고 개인·지역·국가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다. 그리고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 발전에 열의를 갖고 역량을 키워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신입생 미달 대응 정책이 교육적대책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대학은 개인과 사회의 미래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밝은 점 찾기 전략은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지방대학과 학과의 사례를 분석하여 이를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유럽과 미주대륙 국가들은 1980년대에 고교 졸업생이 급속히 줄어들자 성인교육기관·평생교육기관·전문직업교육기관으로 변모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신입생의 절반 이상이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외국과 국내의 성공적인 사례를 찾아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을 벤치마킹하면 대학은 새롭게 도약하게 될 수도 있다. 복잡계과 체제공학적 관점도 국가·지방정부·대학 차원에서 대학 정원 미달 사태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할 때 꼭 필요한 접근이다.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 의제 선정 및 결정 과정에는 지방정부·대학·기업·시민단체·학부모·고등학교 관계자 등을 참여시켜야 한다. 대학 차원의 대응책 마련 과정에는 대학 구성원(대학이사회·대학본부·교수·직원·학생·동문)이 참여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정책안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림책을 활용하게 된 계기 Z세대(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 사이 태어난 세대)라 불리는 요즘의 우리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영상물이나 짧은 인터넷 글에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그렇지만 글의 길이가 어느 정도 있는 종이책, 아니 30분 만에 읽을 수 있는 청소년 단편소설 한 편 조차 읽어보라고 하면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19 국민독서실태 조사’를 확인해보았더니 조사결과에 그런 모습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017년 조사결과와 비교해 초·중·고 학생들이 종이책을 이용하는 비율은 1.0%p 감소하고 전자책은 7.4%p 증가하였으며, 또한 만화책이나 웹툰을 이용하는 비율은 각각 74.3%, 78.9%를 보여준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필자가 근무했던 학교의 몇몇 아이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첫 교직생활을 초등학교에서 보내고, 두 번째 학교로 고등학교에 발령받았다. 우리 지역에서 나름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큰 규모의 인문계 남학교여서 사뭇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 실력과 지식이 혹여나 아이들보다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을 품고 수업을 열심히 준비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수업을 진행해보니 읽은 내용을 요약하는 것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담긴 글을 읽어내는 것도 서툰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이 꽤 많아 수업에 애를 많이 먹었던 경험이 있다. 수업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아이 중에 도서관에 비치된 만화책만 주야장천 읽거나 도서관을 거의 이용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아마 독서실태 통계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현재 독서교육의 방향에 대해서 의문점을 조금씩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 근무지인 현재 학교로 이동하게 되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고등학교는 읍면지역에 있고, 인근 학교 중 사서교사가 배치된 곳이 초등학교 1곳, 고등학교 1곳으로 학창시절 동안 사서교사를 접해보지 못한 학생이 절반 이상이다. 더욱이 나에게 처음 큰 걱정을 심어주었던 학교에 비해 학업성취도 수준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이 학교로 발령을 받으면서 어느 수준에 시선을 맞추어야 양질의 독서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 어떤 소재의 수업을 진행해야 Z세대인 이 아이들에게 글로 가득한 책을 친숙하게 느끼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또 사서교사와 책에 대해 좋은 경험과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그림책이 떠올랐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시절 들었던 어떤 연수에서 초등 고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그림책을 직접 읽어주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감정을 교류할 수 있어 정서적으로 굉장히 효과적이라는 내용을 배운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 나 또한 어린 시절보다 더 많은 양의 그림책을 읽으면서 그림책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겼었다. 그림책이 시(詩) 못지않게 함축된 상징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그림책은 대상 연령대가 어린이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편견일뿐더러 이야기와 그림이 주는 울림이 정말 크다는 것을 느꼈던 경험이 있었다. 이런 연유로 그림책이 이 학교의 아이들에게도 분명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고등학생, 그것도 곧 성인이 될 3학년 학생들과 함께 읽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그림책 수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PART VIEW]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 준비과정 우리 학교는 대학 진학을 수시 위주로 하는 학교이기에 교내 활동에 학생들의 피로도가 높았다. 내가 아이들과 진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창의적체험활동이기 때문에 짧은 수업에 부담 없이 활용하기에는 그림책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였다. 그림책은 영·유아를 위한 그림책부터 성인을 위한 그림책까지 굉장히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내용에서부터 철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내용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인성교육이 항상 중시되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어떤 그림책을 고르더라도 학생들에게는 활동의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 측면 또한 충족시키기에 적절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그림책 중에서도 수업에 활용할 그림책을 선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1) ‘배려’, ‘협력’, ‘존중’이 핵심인 제주교육 기조를 떠올리며 평소 아이들에게 다시금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가치 몇 가지를 정리했다. 예를 들면 최근 몇 년간 자존감이 개개인에게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생각에서 학생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고 자신의 내면을 존중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개성’을,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나에게 털어놓는 학생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관계 맺기’와 ‘존중’을, 교내 다문화학생에게 종종 짓궂은 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다양성’과 ‘배려’ 등을 골라 보았다. 명확하게 상황과 가치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아름다운 가치 사전(채인선)을 참고해 읽었다. 2) 떠올려 정리해 본 가치와 우리 학교 아이들의 모습을 연관 지어 생각해보고, 인터넷 키워드 검색을 통해 책을 골랐다. 가능한 최근에 출판된 책을 고르려고 했지만 쉽게 검색이 되지 않을 경우, 초등학교에 근무했던 시절 수서했던 목록을 살펴보면서 책을 골랐다. 막연하게 인터넷 서점에서 그림책 카테고리를 살펴보아도 꽤 괜찮은 책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고르기에 시간이 촉박하다 싶을 때는 인터넷 사이트 ‘그림책 박물관(http://www.picturebook-museum.com/user/index.asp)’에서 주제별 목록을 검색하거나 ‘책씨앗(http://bookseed.kr/)’ 추천도서 목록을 참고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권위 있는 작가의 작품이나 수상경력이 있는 그림책을 우선으로 했다. 3) 최종적으로 골라낸 그림책을 교사인 내가 먼저 꼼꼼히 읽되 시간차를 두고 2~3회 반복해 읽는다. 그림책을 읽을 때에는 ①그림책의 짧은 텍스트에 담지 못한 의미가 그림 자체에 부여되기 때문에 텍스트뿐만 아니라 그림도 꼼꼼히 해석해야 한다. 아민 그레더의 섬이라는 그림책을 예로 들면 표지 그림에 나오는 성의 이미지,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전반적인 색감을 통해 폐쇄되고 고립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삽화 중에 섬의 어른들이 이방인을 향해 갈퀴 같은 위협적인 도구를 들이미는 장면이 있는데, 그다음 페이지에서는 섬의 아이들이 한 아이를 향해 나뭇가지 같은 것을 들이밀며 괴롭히는 듯한 장면이 다른 삽화들 사이에 작게 그려져 있다. 작은 그림에서도 아이들이 어른들의 행동을 쉽게 배우고 모방한다는 사실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자칫 텍스트만 봤을 때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을 그림 속 한 장면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가 생각할 거리를 계속 던져준다. ②그림책 또한 문학작품이기에 시처럼 독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거스 고든의 허먼과 로지라는 그림책의 경우 힘겨운 일상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찾아 나가는 모습으로 해석하거나 진로와 관련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가는 모습으로 해석해 제시할 수도 있고, 음악을 사랑하는 두 남녀의 만남으로도 해석해 제시할 수 있다. 바로 그림책의 주제의식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인터넷에 해당 그림책을 검색하면 사람들이 독후 활동을 하거나 분석을 했던 내용을 공유해주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다. 고딩들과 그림책 읽고 생각 나누기 수업하기 이렇게 주제로 사용할 가치와 그와 연관된 내용의 그림책을 골라 깊이 있게 읽고 나면 분명 교사 자신에게도 다양하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떠올랐던 생각을 기반으로 학생들에게 제시할 만한 질문거리를 떠올려 정리하고, 한 차시에 진행할 수 있을 만한 질문거리를 모아 활동지로 제작한다. 질문은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성찰이 가능한 내용을 담고자 노력하였고, 개방형 질문으로 만들어야 아이들의 창의적인 답변을 살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교사가 제시하는 질문 3~4개에 학생이 1가지 질문은 스스로 만들고 답하도록 한 방식이 가장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함께 읽기를 방법으로 선택했지만, 그림책이라 개개인에게 책을 나누어주면 아이들이 진지하게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 직접 구연을 했다. 참고로 온라인수업 기간에는 저작권 문제로 다른 콘텐츠의 수업을 진행했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그림책 함께 읽고 생각나누기 수업은 다음 순서로 진행했다. ① 그 시간에 활용할 그림책을 소개한다. 칠판에 서명과 저자를 적은 뒤 큰 화면에 앞뒷면 표지 그림을 띄워놓는다. 그리고 어느 나라 작가의 작품인지, 수상경력이나 특이한 사항에 대해 먼저 소개를 하면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표지 그림을 충분히 살펴볼 시간을 주고, 표지에서 무엇을 발견하였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한다. ② 미리 준비한 질문이 담긴 활동지를 배부한 뒤 3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표지에서 자신이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책의 내용을 추측해보도록 한다. 서로 추측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발표를 유도하는데 아이들이 이렇게 창의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③ 그리고 나서 그림책을 직접 읽어주었다. 글을 읽어주고 페이지마다 들어있는 그림을 읽어주면서 중간중간 간단한 질문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글의 표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좀 더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④ 그림책을 읽어주고 난 뒤 다시 한번 줄거리를 짚어주고, 활동지에 주어진 질문을 해결하도록 한다. 재치 있는 답변이 기대되는 질문에 대해서는 발표를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하였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에 대해서는 비경쟁토론 과정의 일부를 따와서 모둠활동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자신감 있게 아이들도 즐겁게 참여하겠지 싶어 준비를 해놓고서는 혹시라도 아이들이 실망하거나 가볍게 생각을 할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고맙게도 어린 시절 이후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림책에 아이들은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기도 하였으며 특히 교사인 내가 직접 최선을 다해 구연하는 모습에 상당히 재밌어하기도 했다. 이 수업에 참여한 것이 성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생활기록부 내에서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책 읽기에 작은 즐거움을 주고 관심을 가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지만, 내가 제시한 질문에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또한 아이들의 의외의 모습, 깊은 고민, 진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수업이 끝난 뒤에 도서관으로 돌아가는 나를 쫓아오며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던 아이, 이 수업 덕분에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아이, 벅찬 학교생활에서 숨 돌릴 시간이 되어 소중했다는 아이, 그림책의 내용이 자신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는 아이 등 나와의 수업에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해주는 모습을 보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아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2020년에는 여건상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피드백을 주기 어렵고, 아이들 서로가 서로의 감상을 자주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매시간 감상을 나누면 감정적 유대감을 키우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해당 주제의 그림책을 함께 읽는 수준을 넘어 그다음 수준의 독서로 이어질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한다. 해당 주제와 관련되면서도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책 한두 권 정도를 수업 말미에 스토리텔링 하듯 소개하고, 도서관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책에 대한 호기심과 도서관 방문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한 명의 아이라도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가지고 독서습관을 길게 이어나가길 바라면서 말이다.
비대면수업의 희망을 찾아서 지난 한 해를 생각하면 아직도 어떻게 보냈는지 분주하면서 미흡했던 일들만 떠오른다.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우리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큰 혼란을 겪었다. 당연히 온라인학습 상황을 염두에 두었지만, 학교수업에서 온라인 매체활용에 대한 교사의 온도 차이는 심하게 나타났다. 필자는 매체를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대했으나, 상황은 더 심각해졌고 결국 적극적으로 상황에 적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시급한 건 수업콘텐츠 제작 등 기능을 익혀야 했다. 플랫폼에서 수업 관리와 안내, 아이들 수업 참여 상태 확인과 확인 전화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바빴다. 정신 줄을 놓고 사는 사람처럼 넋이 나갔다. 시간에 쫓기면서 수업자료를 만들고 대면과 온라인수업 일정에 따라 준비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수업평가의 어려움은 더할 나위 없이 많아 수시로 조정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 외에도 할 일이 많은 학교 상황에서는 쉽게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얻은 결과도 많았다. 일단 콘텐츠 제작과 관련하여 내가 전문적인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기술은 갖춰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쌍방향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활발한 소통과 사고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술수업은 오히려 비대면수업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더 많았다. 준비가 미흡해 이론수업과 진도를 단방향으로 수업했던 1학기보다 쌍방향으로 진행된 2학기 수업은 그 장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일이 그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특히 발표에서는 그림의 표현 결과에 대한 평가가 아닌 과정을 살펴주고,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학생의 마음을 읽어주는 활동이 가능했다. 실재감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이어서 면대면수업과 비슷하면서 학생 입장에서는 선생님과 1대 1로 대면하는 느낌을 가질수 있어서 훨씬 집중력과 몰입감이 높았던 것 같다. ● 생각하고 표현하는 미술수업 미술교과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내 안의 나를 찾아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 수업은 창의적 사고의 기반이 되는 내적동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감성 수업이다.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아를 존중하는 자세를 지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뒀다. 작품감상을 통해 자신에 대한 성찰과 통찰의 과정을 표현한 작가들의 삶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와 소중함을 비유와 상징으로 시각화하는 활동을 함으로써 ‘내 안의 나’를 표현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코로나19로 정서적 불안감이나 낮은 자존감, 그리고 삶에 대해 환상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에 자아탐색과 작품 감상, 작품 제작을 통해 감수성을 찾아주고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는 건강한 청소년이 되기를 희망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미술수업은 잘 그리는 것이 아닌 잘 표현하는 수업이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하는 활동이 의미 있고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들 때 미술수업에 의미가 있다. 첫 번째 활동은 강제결합으로 표현하는 나의 캐릭터 제작하기와 두 번째는 작가의 작품 감상을 통해 비유와 상징, 연상 등 주제와 발상에 대한 수업을 했고 마지막은 ‘내면의 자화상’ 수업으로 마무리했다. 수업사례 나누기 프로젝트 첫 만남! ‘강제결합으로 나의 캐릭터 그리기’ 활동을 하였다. 2학기 쌍방향 첫 만남이 이루어진 수업으로 모든 학생들의 발표까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이 수업을 1학기에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하면 서먹하기도 해서 어느 때 하든 너무 늦은 시기가 아니면 괜찮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습지 활동을 통해 나를 비유적으로 표현해 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닮은 것 중 2가지를 골라 강제로 결합해서 표현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PART VIEW] 프로젝트 두 번째 시간! 미술 작품 감상시간으로 각 작품의 특징과 두 작품의 비교 감상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이렇게 표현한 이유가 뭘까? 등 탐구 질문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였다. 감상수업에서는 비공개 채팅과 패들릿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비공개 채팅은 공개적으로 소심했던 친구들이 비공개로 하면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했고 엉뚱하고 적극적인 표현으로 수업이 더욱 생동감 있었다. 쌍방향수업이 그런 면에서 훨씬 더 재미있고 창의적인 수업이 될 수 있었다. 특히 감상수업에서 더욱 빛을 발휘했다. 프로젝트 세 번째 시간! ‘내면의 자화상’ 수업이다. 활동지를 통해 나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이미지를 연상하여 표현하는 활동이다. 여기에서 미션을 두 가지 주었다. 발상기법 한 가지와 표현기법 한 가지 이상 꼭 적용하는 것이다. 표현력이 부족한 친구들도 열심히 할 수 있고 결과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강아지 그림은 오묘한 우주 색깔이 좋아서 강아지 몸 색깔을 우주같은 느낌의 색채로 표현하였고 강아지를 닮았다는 얘기를 들어서기도 하다. 웃는 강아지를 그린 것은 많이 웃고 싶어서라고 했다. 배경에 파란색이 많은 이유는 슬픈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든 일을 잘 이겨낸 것을 꽃이 핀 것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의미 있는 미술수업이 되기를… 선생님들은 수업의 초점을 학생의 배움에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붙들어야 할지 더욱 고민해야 했다. 아이들이 집에서 혼자 학습에 참여하다 보니 사회적 관계에 오히려 목말라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올해 첫 시간에 아이들과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감정을 나누었는데 ‘심심하다’, ‘외롭다’, ‘답답하다’, ‘온종일 의자에 앉아 줌 수업을 듣는 것이 힘들고 짜증 난다’, ‘슬프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머물게 된 생각은 교사의 역할은 학습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상처나 심리상태, 심리적·정서적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온라인 상황이지만 나 혼자가 아니라 나와 같은 친구들이 있고,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도 많다는 공감과 격려가 이루어진다면 학교가 안전한 공간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아가 학습에 대한 내적동기와 창의적인 사고를 할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수업일지라도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서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활동 중심의 수업과 생각하는 학습지 등을 개발하여 활용한다면 더욱 상호작용이 활발한 생동감 넘치는 수업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즉각적인 피드백의 중요성도 깊이 깨달았다. 미술수업은 힐링이 되기도 하고 온라인수업이지만 의미 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이 생겼다. 온라인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하며 진행하는 블렌디드수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학생들과 만남은 어떤 식이든 상관없으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제는 ‘공동체 감각’을 키워드 수업을 통해 다시 한번 아이들과 멋지게 해보고 싶다. 정크아트 설치미술과 공익광고 디자인 등 자료를 더 다듬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수업을 진행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