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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국정감사에서 유치원 감사결과 공개에 따른 파장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전국 시·도교육청감사협의회가 15일까지 교육청 홈페이지에 ‘2013년 이후 초·중·고와 산하기관의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현장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감사결과가 곧 학교비리’라는 식으로 둔갑하고 학교가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질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공개한 유치원과의 형평성, 국민의 알 권리 보장,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 법적 근거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반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5개 시·도교육청이 학교명을 공개하고 있는 데다, 이를 반대할 경우 비리옹호나 적폐세력으로 몰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교육당국은 국민의 우호적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학교현장이 갖게 될 부담과 고민을 살폈는지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감사 결과의 실명 공개에 앞서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학교 실명을 공개하더라도 성명 등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정보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감사결과 공개가 특정 학교에 대한 비판용이나 공격용으로 활용되어서도 안 된다. 11월 15일 수능을 앞두고 학교명이 공개되면 해당 학교 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공개시점도 수능 이후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감사결과 공개 범위를 2013년 이후로 소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이미 감사 지적에 따른 개선과 이행이 끝났음에도 5년 전 것 까지 들춰내는 것은 자칫 망신주기 식으로 흐를 수 있다. 무엇보다 행정실수나 착오 또는 과실 등 경미한 사안이 감사 지적사항의 대부분임에도 ‘수백 건’, ‘수천 건’ 식의 숫자놀음에 의해 ‘엄청난 학교비리’라는 식으로 결론지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비리는 척결돼야 하고 잘못은 고쳐져야 한다. 그러나 학교감사결과 실명공개의 궁극적 목적이 학교나 교직사회의 비판과 공격이 되면 곤란하다. 개선과 재발방지에 그 목적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교육학회는 지난달 27일에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제1회 전국교사학술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의 가장 큰 취지는 교육의 이론과 실천 간 소통 강화였다. 그동안 한국 교육학계와 교육현장은 마치 큰 성벽을 사이에 둔 두 나라처럼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했다. 이론과 실천 간 소통 시작 두 영역의 소통 부족으로 인해 합리적이고 탁월한 교육이론마저 현장에 적용되기 어려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하고 변화하는 교육현장의 상황이 이론에 반영되지 못했다. 그동안 이론과 현장의 연결을 위한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던 한국교육학회는 작년부터 유·초·중등 각급의 교원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를 중심으로 연차학술대회에서 별도의 교원세션을 구성해 ‘인성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올해 연차학술대회에 교원세션을 마련해 전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제주도교육청의 협조로 세션 참가를 교원직무연수로 활용, 300여 명의 교원이 참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대회는 산하 프로그램으로 교원세션을 진행했기에 전체적으로는 연구자 중심으로 흘렀다. 결국 유·초·중등 교원이 주축이 된 독자 학술행사를 별도로 열어 보자는 차원에서 ‘제1회 전국교사학술포럼’을 개최하게 됐다. 이번 포럼은 본 학회의 교원위원회와 더불어 현장 교원 중심으로 각급별 준비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획, 공모, 심사, 홍보 등 모든 과정을 준비했다. 이번 포럼의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하면서 우리 교육의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느끼게 됐다. 전국의 각 현장에서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는 속에서도 혁신적인 수업을 설계하고 적용해 그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교사들의 강한 열정을 볼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학문적 이론 체계에 구속되지 않고 교육현장의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현장과 연결된 이론을 모색하는 연구자들의 노력에서도 또 다른 희망을 만났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아직도 다수의 교수진들이 상아탑 안에서 고원한 이론 세계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그와 관련된 교육의 실제 문제가 어떤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소크라테스는 거리와 시장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참 지식을 추구했는데, 우리시대의 지성인은 어디에 있는가. 교사들 역시 이러한 이론과의 소통을 통한 질적 개선을 위한 자발적인 관심과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내년에는 교사포럼을 직무연수로 인정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도 참여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연구 의욕 높일 방안 마련돼야 무엇보다 대입 제도라는 큰 벽, 교사의 행정적 업무, 진로 및 상담 지도 등의 업무 등의 여건들이 심도 있는 연구와 다양한 시도를 꾀하기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첫 발을 내딛은 것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65년 간 대한민국의 교육 연구의 중심인 한국교육학회가 교육의 이론과 실천의 적극적 소통을 시작한 것은 앞으로 다양한 파급효과를 야기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자집단과 교원집단 간의 교류에서 그치지 않고, 교육정책 및 행정 담당자와 학부모 집단 까지 교육의 주체들이 우리의 교육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공론의 장’을 열어 더 나은 교육을 만들어 나가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최도자(바른미래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전국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가 주관하는 ‘2018 전국공공형어린이집 정책토론회’가 1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공공형어린이집이란 평가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민간, 가정 어린이집 중 보건복지부가 정한 지표에 따라 선정된 우수한 어린이집으로 국가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아 부모들의 보육료 부담을 덜면서도 보육의 질을 보다 높여 공공성을 강화한 새로운 유형의 어린이집이다. 2011년에 시작됐고 현재 전국 2400여 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공공형어린이집은 선정될 경우 국공립어린이집에 준하는 서비스 제공을 요청받지만 그에 따른 충분한 지원은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토론회를 주최한 최도자 의원은 “2019년 정부 예산안에는 공공형어린이집 운영비가 동결됐고, 신규 개소수에 대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은 채 기존 개소수에 대한 예산만 편성된 상태”라며 “예산 심의과정에서 동결된 운영비를 인상하고 누락된 신규 개소수에 대한 증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산뿐만 아니라 영유아보육료, 누리과정 교사 처우개선비, 보육교직원 호봉 인정기준 개선, 교사 근무환경 개선비,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원율 상향 등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 편성에 노력하겠다”면서 “토론회를 통해 공공형어린이집의 법적지위 보장과 공공성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이 논의되고 대안이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두옥 전국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정부의 보육정책이 시설확충이 아닌 민간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지원체계를 바꿔 모든 민간보육시설이 공교육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양질의 보육서비스와 공공성 강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법제화 및 지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장영인 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명확한 국가책임성을 전제로 공보육제도를 구축한 일본의 보육제도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의 보육문제도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국공립시설의 비중이 문제가 아니라 보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와 기본원칙을 설정해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뤄야 한다”며 “국가와 시설, 시설과 부모, 부모 혹은 교직원과 아동 간에 동등한 협력관계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꿈과 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2018 청소년 비즈쿨 페스티벌이 17주년을 맞아 사회문제를 청소년들이 모두 미래의 HERO가 될 수 있다는 'We Can Be Heroes'라는 주제로 2018년 11월 8일(목)부터 10일(토)까지 일산 킨텍스 7A홀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중소기업부가 주최하고 창업진흥원이 주관했으며 교육부가 후원했는데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꿈과 끼를 마음껏 보여주고 발산하는 자리였다. 2018 청소년 비즈쿨 페스티벌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이 있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청소년들의 아이디어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확신할 수 있었다. 입구에는 수기, 슬로건 등 다양한 콘텐츠 공모전에 입상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이 번 행사에 대한 청소년들의 뜨거운 관심과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날 행사 중 좀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부분 이런 행사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데 초등학생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인천 송현초등학교 하주원 선생님과 6학년 학생들 3명이 부스 한 개를 든든히 지키고 있었다. 하주원 지도교사는적은 예산이었지만 학생들이 직접 작품도 만들고 자신들의 꿈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여 이렇게 멋진 행사에 참석하여 보람과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공부의 신 '강성태'님의 토크 콘서트 외에도 미래기술 체험, 두근두근 비즈쿨 라디오, 비즈쿨 가수왕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학생들의 다양한 창의적인 아이템과 활동들을 볼 수 있었다. 기업가 정신, 창업실무라는 교재도 눈에 띄었고 초중고 현장 교사들이 집필한 기업가 정신 교육을 위한 수업 도구 소개 및 행사 자료 개발이란 교재를 보면서 단위학교 현장에 이런 교재들이 널리 보급되고 일반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다. 2018 청소년 비즈쿨 페스티벌은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꿈, 끼, 그리고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체험해서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함에 있어 청소년들이 그 주인공이 되게 하자는 매우 의미있는 행사였다.
울산광역시 노옥희 교육감이 관내 초등학교에 세워져 있는 이승복 동상을 철거할 것을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교육감은 시대에 맞지도 않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른 시일 안에 없앴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동상 철거를 지시했다. 운동권인사이자 특정노조 출신인 노교육감의 좌파적 시각에서 편향적 행정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에 울산교육청은 지역 내 초등학교의 이승복 동상 설치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동상 철거 절차와 방법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 울산 지역에는 모두 12개교에 이승복 동상이 남아 있고 대부분 독지가 등 개인이 기증한 것이다. 노 교육감의 철거 근거인 사실 관계가 잘못됐다는 논리도 적정하지 않다. 이승복 살해 사건의 개요는 1959년생인 이승복(당시 강원도 평찬군 속사초 학생)이 1968년 12월 발생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무장 공비들에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저항하다 가족과 함께 무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이 사건의 전말은 경향 각지의 신문ㆍ방송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줬다. 이후 이 일화는 반공 교육 소재로 널리 활용됐다. 그리고 1960-70년대에 전국의 대부분 학교에 이승복 동상(석고상)이 설치됐다. 아울러 이승복 사건과 동상 건립으로 '이승복 어린이'는 반공의 상징 인물이 되면서 글짓기, 웅변대회 등도 매년 전국적으로 개최됐다. 도덕반공 등 교과서에도 일제히 수록됐다. 이데올로기가 극심했던 냉전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반공교육의 나침반 구실을 한 게 이승복 살해 사건이었다. 반고 교시의 살아 있는 교재였던 것이다. 이승복 사건의 사실관계는 법원에서도 진실로 확정됐다. 김대중 정부 들어 일부 좌파 단체에서 '이승복 기사 조작' '거짓 보도'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일화가 교과서에서 사라지고, 전국 곳곳의 이승복 동상들이 철거됐다. 한동안 존속과 철거로 팽팽히 맞서던 이승복 동상 문제는 결국 진실은 대법원에서 가려졌다. 2006년 11월 대법원은 다시 매스컴 보도를 사실이라고 판결했다. 일부 보도에 대해 현장에 가지도 않고 꾸며 쓴 거짓 보도라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에게도 유죄를 확정됐다.지역의 이승복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측은 지역 교육계 수장인 노 교육감의 사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보도와 판결로 일단락돼 엄연히 사실인 역사를 이념적ㆍ정치적 관점에 따라 뒤바꾸는 것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다. 역사학자 카(E.H.carr)의 주장대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과거의 단순한 사실을 가지고 새로운 해석과 가치를 부여하여 역사적 사실로 만드는 것이 역사가의 작업이자 몫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는 이념적ㆍ정치적 편향성에 휘말지 않고 팩트(fact)에 기초한 사실을 가르치고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 지난날 과거의 남북 대치 상황을 미래의 자료로 삼도록 동상을 그대로 두는 것이 마땅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과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의 역사 의식이 지나치게 편향적이어서는 안 된다. 과거 극심한 냉전 체제에서남북 간 대립으로 인한 피해와 실상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 들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되고 있는 남북 간 평화·화해 분위기도 그 연장선으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승복 동상은 교육적 입장에서 철거가 아니라. 계속 존치돼야 한다.특히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학교 내 동상 건립과 철거는 원칙적으로 학교의 고유 책무고 역할이다. 교육청, 교육감의 지시사항으로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대개의 동상이 시민 기증으로 세워져 철거하려면 기증자와 유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등 법적 절차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첨예한 관점과 시각의 대립이 예견되는 사항은 장기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정책으로 구현되어야지 교육감의 즉흥적 발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남북 정상이 몇 차례 만났다고 평화통일이 다가온 것이 아니다. 여전히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인권이 유린되는 곳이다. 남북이 대립되는 냉전구조가 유지되는 곳이 한반도다. 남북의 평화통일의 여정은 아직도 멀기만하다. 과거 모든 학교에 건립됐던 이승복 동상이 우리나라 주역들에게 반공정신과 정체성을 함양한 공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관계 운운도 이미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됐다. 특히 울산교육감의 이승복 동상 철거 지시는 학교장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처사다. 학교의 모든 인ㆍ물적 재산, 자원을 총괄하는 학교장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서 건립, 설치, 철거 등을 결정토록 권한이 부여돼 있다. 이를 교육감이 상의하달식으로 지시하는 것이야말로 월권이고 학교장 자율권에 역행하는 처사다. 결국 울산교육청의 관내 학교 이승복 동상 철거 고려와 지시는 전면 철회되고 교육감의 사과가 필요하다. 이승복 사건의 실체도 현재 그대로 이해돼야 한다. 이를 왜곡하고 이념적ㆍ정치적으로 재단하는 것이야말로 비교육적이고 나아가 또 다른 적폐인 것이다. 1968년 일어난 기억의 언저리, 반 세기를 지난 이승복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북한 공산당의 잔악무도한 인권 유린과 자유민주주의 훼손이 이제 마무리되고 한반도가 평화통일로 귀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기 임기 동안의 공약이행을 알리는 시작부터 스텝이 꼬였다. ‘조용한 변화’를 내걸은 공약 백서 제목이 무색하게 초반부터 시끄러웠다. 자사·외고의 일반학교 전환을 강제로 진행하는 것처럼 명시된 백서 내용에 대해 지적이 제기되자, 시교육청 측은 급하게 "오기(誤記)"라고 해명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조 교육감은 7일 ‘공약 실현 청사진이 담긴 백서’ 발간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31개 과제, 106개 세부과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조 교육감은 지난 지방선거운동 기간 동안 가장 강조했던 ‘자사·외고 폐지’와 관련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최소 1교 이상 일반학교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엄정한 평가를 통해 운영 정상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가도 하기 전에 목표 수치를 정한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백서에 따르면 2019년 1교, 2020년 2교, 2021년 1교, 2022년 1교 등 최소한으로 잡아놓은 수치가 드러나 있다. ‘성과지표’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한술 더 떴다. 성과목표에 ‘평가를 통한 일반학교 전환’에 대한 목표치까지 표기된 것이다. 달성도(이행수준)에 2019년 3교, 2020년 5교, 2021년 6교, 2022년 7교라고 적혀 있다. 폐지를 전제로 평가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은 당연했다. 서울교총은 즉시 논평을 내고 "면밀한 운영성과 평가를 통한 재지정 내지 폐지 여부를 판단하는 대신 일방적인 ‘폐지’를 전제로 평가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기 때문에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지 않은 언론을 통해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오자 시교육청 측은 설명자료를 통해 "백서에 표기된 부분은 ‘평가를 통한 일반학교 전환’이 아니라 ‘학교 신청에 의한 전환’을 잘못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해당 부분을 ‘잘못 썼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평가를 통한 일반학교 전환’이라고 표기한 부분 아래에, 시교육청이 바꿔 달았어야 한다는 내용인 ‘학교신청에 의한 전환’이 이미 단서로 따라왔기 때문이다. 변경될 내용이 단서에 왜 달렸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 교육감이 관련 정책 추진 전 세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부분을 반성한 만큼, 더욱 신중하게 일처리를 했어야 한다는 비판 역시 거듭되고 있다. 이날 조 교육감은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 때 재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받은 비판을 두고 시교육청의 잘못을 시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2·3학년은 자사고 등록금을 내는데 신입생은 일반고로 입학하는 것은 온전한 자사고로 인정될 수 없다’고 했던 부분은 충분히 합리적인 문제 제기"라며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의 반성이 나오자마자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교총은 시교육청의 7대 과제 중 ‘학교자율운영체제 구축’ 차원에서 이들 학교도 자율운영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교총은 "자사고, 외고, 국제중도 학교자율과 다양성 측면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하며, 교육의 평등성과 수월성의 조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시교육청이 발표한 내용 중 ‘혁신학교 250교 확대’, ‘교육본질 회복에 대한 미비’ 등에 대해서도 교육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교총은 "일방적인 혁신학교 늘리기를 통해 혁신학교에 막대한 예산을 쏟고, 인사자율권을 보장하는 등 행정적 혜택 또한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은 일반학교 죽이기를 가속화하겠다는 취지"라며 "무상복지 확대보다 학교현장의 교권확립을 위한 세부 실천을 우선시하고, 학생 학업성취에 대한 진단과 평가 등 교육본질 회복을 위한 적재적소에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교권법률지원단 운영 및 교원배상책임 단체보험 가입’, ‘교원능력개발평가 자율 참여 권장’. ‘학교 악기은행 구축’, ‘책과 노니는 교실’, ‘메이커 교육 인프라 구축’, ‘초등 3·4학년 기초영어교육 강화’, ‘스쿨미투 긴급대책팀 지속 운영 및 특별감사 강화’, ‘평화 공존을 위한 남북교육교류 추진’ 등 신규 사업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와 함께 ‘학교 노후 시설 진단 및 보수 강화’, ‘고교와 사립초까지 친환경무상급식 확대’ 등 지속사업까지 4년 간 총 4조168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선생님들은 저마다 우수한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협의하는 것만으로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교사연구회를 통해 깜짝 놀랄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2년이었습니다.”(최영희 경기 능동중 교육과정부장) 경기 능동중(교장 류기진)은 지난해부터 전문적학습공동체 연계 자유학기제 교사연구회 ‘사이다(사고하고,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학교)’를 운영해 주제중심 교과통합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주제중심 교과통합교육과정은 한 가지 주제를 정한 뒤 그에 맞춰 교과별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학습 흥미를 끌어올리고 이해도와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해 1학년 담임교사, 교과별 1명 이상, 특수반 교사 등 요건을 둬 모집한 15명의 ‘사이다’ 창단멤버들은 비정기 모임으로 출발했다. 계획, 평가, 연수 등 필요할 때만 모여 논의하는 정도였다. ‘더불어 따뜻함’, ‘더불어 즐거움’을 주제로 교과통합교육과정을 했으나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절반의 성공으로 남았다. ‘더불어 따뜻함’은 사회, 국어, 수학 과목에서 진행됐다. 사회는 ‘경제생활의 이해’ 단원에서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에 대해 직접 기획안 작성, 국어과는 ‘협동조합 설명문 쓰기’, 수학은 ‘협동조합과 관련된 통계자료 찾아보기’로 구성됐다. ‘더불어 즐거움’은 음악, 국어, 미술, 체육 과목에서 진행돼 반가 작곡, 노랫말 쓰기, 응원도구 제작, 반가에 맞춰 율동 만들기로 꾸려졌다. 그러나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었다. 소통 부재로 인해 매 수업마다 시행착오가 따랐다. 올해 연구회 인원은 12명으로 줄었지만, 정기모임으로 변경되면서 내실이 더해졌다. 한층 개선된 연구회를 의미하는 ‘사이다 2.0’으로의 재출범을 다짐하고 월 1, 2회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자주 모이다보니 교사들은 ‘나만의 영역’이라 여겼던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다. ‘이런 거 말해도 되나’ 싶은 비밀 같은 고민들, 몇 번을 망설이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혼자 끙끙 앓던 것들이 결코 자신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며, 다른 누군가는 쉽게 해결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누면 가벼워진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으니 저마다 꺼내놓는 아이디어는 금새 늘었다. 여기서 도출된 방법들을 수업에서 직접 적용한 후 공유하는 체계를 갖추니 진정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진행됐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2개월 간 진행된 모의 창업 교과통합교육과정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다. 주 교과는 진로와 직업, 교과 연계는 도덕·사회·정보 과목으로 구성됐다. 교사들은 ‘모의 창업 프로젝트로 미래사회 핵심역량 키우기’라는 주제 안에서 각 과목별 수업 후 창업 경진대회까지 개최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이다 정기회의 때 진로진학부장이 아이들에게 창업과 창직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려는데, 실생활에서 문제점을 찾아 창업 아이템을 정하는 부분을 가르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은 것에서 비롯됐다. 그러자 도덕교사는 “도덕성이 결여돼 생기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창의적 아이디어 만들기를 모둠별 토론·토의활동, 협동학습으로 진행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쉽게 풀렸다. 이 수업을 통해 새치기를 방지하는 시스템 구축, 바가지요금을 없애기 위한 정가확인 어플리케이션 등이 도출됐다. 사회과 담당인 최 부장은 지리 관련 단원을 통해 관광자원을 활용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여행상품개발자가 되어보기’ 수업을 구성했다. 정보교사는 파워포인트 제작을 통해 제품 설명회의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향상시키는 수업을 짰다. 진로 수업을 통해서는 창업 아이템 선정해 제품 소개서 만들고 디자인까지 도출하도록 했다. 이를 팀 별로 ‘창업보드’를 만들게 했다. 회사명, 상품명, 상품소개, 상품 디자인, 판매 전략 등을 기재한 것으로 겨루는 창업아이템 경진대회도 열었다.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학급 예선전을 거쳐 두 팀씩 뽑아 겨루는 대회로 진행됐다. 본선 심사는 학생, 학부모, 교사로 구성된 모의투자단을 구성해 가장 많은 투자를 확보하는 등의 결과를 통해 우승팀을 가렸다. 교사들은 경진대회 후 며칠 뒤 경기상상캠퍼스 입주 청년 창업 기업을 방문하는 활동까지 연계했다. 학생들은 수업, 경진대회에 이어 실전 창업 사례까지 확인하니 누구보다 생생하고 자세하게 알게 됐다. 최 부장은 “아이들은 돈이 많지 않더라도 좋은 아이템만 있으면 창업에 도전해볼만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5월 9일에는 ‘인성교육의 날’로 정한 뒤 1교시부터 6교시까지 ‘바른 언어사용’ 수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학년별, 교시별 수업안을 만들어 전 교사가 수업을 진행했다. 1교시 ‘고운 말, 나쁜 말’ 시간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고운 말과 나쁜 말의 영향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도록 했고, 2교시는 역할극으로 올바른 감정 표현 방법을 사용하도록 했고, 3~4교시는 바른 말 사용에 대한 나의 다짐을 노래로 개사하고 율동까지 만들어 5교시에 발표회를 가졌다. 6교시에는 학급별로 ‘고운 말 나무’를 만들어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고운 말들을 적은 열매를 나무에 달고 복도에 게시했다.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책 ‘점(The Dot)’을 통해 영어·사회·도덕·진로·국어·미술 과목을 통합한 사례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어교사는 원서를 읽은 후 글의 구성과 내용을 시각적으로 요약하고, 느낀 점, 인상 깊었던 부분, 그 이유를 친구들과 나누도록 했다. 단어게임, 내용다이어그램 등을 활용하도록 했다. 사회 시간에는 책을 읽고 관계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긍정적인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핵심질문 만들기’와 ‘월드카페 토론’을 구성했다. 도덕시간에는 나의 탁월함, 조원들의 탁월함을 찾는 모둠활동을, 진로시간에는 버킷리스트 작성과 미래자서전 쓰기를 진행했다. 국어시간에는 20년 후 모습 상상해 글로 쓰기, 미술시간에는 ‘점으로 놀기’를 활용해 조형요소와 원리를 익히는 등 책 한권으로 다양한 수업이 이뤄졌다. 이 사례는 지난 8월 열린 ‘2018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서 소개돼 전국의 교사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50여명의 교사들은 직접 실습해본 뒤 교과통합수업에 대한 감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최 부장은 “선생님들은 우수한 역량을 가진 분들이기에 일단 모여서 협의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며 “저경력 교사들은 수업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귀띔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덕분에 유명해진(?) 사진이 있다. 대한제국 시절 활동 중인 의병들을 찍은 유일한 사진으로 국사교과서나 한국의 근대 역사책이라면 빠지지 않고 실린 사진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이 사진이 조명을 받기 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친 경우가 많았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이 사진을 누가 어떻게 찍었는지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죄송한 마음 이전에 놀라움마저 들게 된다. 이 사진은 캐나나 출신 영국 언론인으로 데일리 메일(Daily Mail)의 특파원 매켄지(F.A. Mckenzie)가 1907년, 양평에서 찍은 사진이다. 러일전쟁을 취재하러 온 매켄지는 한국의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제천 일대의 의병을 취재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의병을 만난 것이다. 매켄지를 본 젊은 아낙네는 ‘당신이 우리의 현실을 외국에 알려 달라’고 했고 의병 중 한 명은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무기를 구해 달라’고 했다. 무엇보다 의병들은 “우리는 어차피 죽게 되겠지요. 그러나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보다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라며 독립전선에 뛰어든 비장한 심정을 밝혔다. 이런 내용은 그가 쓴 대한제국의 비극(The Tragedy of Korea)에 자세히 적혀 있다. 만약 그가 의병 취재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사진과 기록을 남겨놓지 않았다면 우리는 의병들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아마도 비분강개한 유생들의 기록과 살육에 대한 변명으로 가득한 일제의 기록으로만 보았을 것이다. 물론 매켄지는 기자라는 신분 때문에 무기를 구해달라는 의병의 말에 양해를 구하며 제3자로서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시기 이방인들 가운데 한국의 문제에 적극 개입했던 사람들이 있다. 봉건제와 제국주의 침략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던 한국인에게 희망의 빛을 건넨 사람들이다. 두 언론인의 흔적을 찾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라 할 수 있는 경교장(강북삼성병원 안에 있다)과 경희궁(서울역사박물관 옆)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인왕산 방면으로 걸어가면 한양도성의 성벽을 따라가는 길에 이국풍 집 ‘홍난파 가옥’이 나온다. 우리가 찾아야 할 곳은 그가 살던 집 뒤 공원에 있는 작은 표지석이다. ‘베델 집터’. 그러니까 한국 이름 ‘배설’의 집이 있던 곳이다. 베델이 누구인가. 일제강점기 직전, 민족의 정론을 편 대한매일신보의 사장이다. 그러니까 한국 신문사의 사장이 영국 사람이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05년, 을사늑약 전후로 일제의 입김은 한국 사회 전반을 압박했으니 언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베델은 당시 일본과 동맹국이었던 영국 사람이라 아무래도 조심스러웠다. 그런 점을 바탕으로 일본에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심지어 베델은 영어로 된 코리아 데일리 뉴스도 발행하며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다. 대한매일신보가 일본의 황무지 개간 요구를 막아냈다면, 코리아 데일리 뉴스는 황성신문에 실렸던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 그러니까 일본의 을사늑약 강요를 비판한 기사를 영어로 실었다. 여기에 불을 끼얹은 사건이 있다. 고종이 을사늑약을 무효라고 주장했던 밀서의 내용을 영국 트리뷴지가 실었는데 이 내용을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 데일리 뉴스에 다시 실은 것이다. 1907년, 베델이 발행하던 신문은 1만 부가 넘었으니 국채보상운동도, 의병투쟁도 영향을 받았다. 일제의 통감부는 영국에 전부터 요구해 온 베델 추방령을 더욱 강하게 요청했다. 마침내 1907년 10월 정동의 영국 총영사관에서 재판이 벌어져 베델은 6개월 근신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근신 기간이 끝나고 대한매일신보는 다시 장인환, 전명운 의사의 스티븐스 암살 사건을 다뤘고 1908년, 다시 벌어진 재판에서 베델은 대한매일신보의 논설이 일본의 지배에 대해 한국인의 봉기를 부추긴다는 죄명으로 금고형과 근신을 받았다. 금고형을 받기 위해 베델은 상해의 영국 영사관으로 갔다. 그 사이 일제는 신문사 총무였던 양기탁이 공금을 횡령했고 베델도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역시 무혐의가 판명됐지만 마음고생이 컸는지 베델은 1909년, 37살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영국이라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언론인이었던 베델. 오히려 일본에서 지낸 시절이 많았던 그는 왜 일제의 침략에 반하는 기사를 쓰며 힘들게 보냈을까. 베델의 집터에서 다시 인왕산 방향으로 가면 거창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바로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의 집터다. 사실 우리가 찾을 곳은 그 앞에 붉은 벽돌로 지은 서양식 2층집이다. 바로 딜쿠샤다. 원래 이 건물은 의문투성이였다. 근처에 베델의 집이 있었다고 하니 대한매일신보 사옥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집 앞에 쌓아둔 물건을 치우니 ‘1923년’과 ‘DILKUSHA’란 글자가 새겨진 머릿돌이 나왔다. 신문사가 없어진 지 한참 뒤 지은 건물이고 딜쿠샤는 영어로 해석이 되지 않는 낱말이었다. 이 집의 정체는 무엇일까. 내력이 밝혀진 것은 2006년이다. 이 집에서 살았다고 주장하는 미국 사람 브루스 테일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집은 자신의 아버지인 ‘앨버트 테일러’가 지었으며 집 이름은 어머니가 힌두어의 ‘이상향’을 뜻하는 딜쿠샤로 지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앨버트 테일러는 어떤 사람일까. 놀랍게도 우리나라 독립운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금광업자인 아버지를 따라 온 앨버트 테일러는 미국 통신사 특파원도 겸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3․1운동이 일어났고 아들의 출산 때문에 부인이 세브란스에 입원했을 때 우연히 3․1독립선언서를 입수했다. 이를 자신의 동생을 통해 일본으로 보내 세계에 널리 알렸던 인물이다. 그는 또 제암리에서 만세운동을 벌이던 사람들을 일본 군인이 학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진상을 조사한 뒤 역시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1942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을 추방할 때 쫓겨났다. 그리고 딜쿠샤의 내력도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일본의 추방령을 거부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 갇히기도 했던 앨버트 테일러. 역시 베델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현실을 외국에 알려 일제에게 압력이 되도록 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베델, 그리고 앨버트 테일러가 묻힌 곳은 어딜까.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서울에 잠들어 있다. 우리 역사에서 어려웠던 시절. 이방인이지만 한국에 한줄기 빛이 돼준 언론인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가 보자. 양화진, 이방인에게 진 빚에 대하여 베델과 테일러가 잠든 곳은 양화진에 있는 외국인선교사묘원이다. 두 사람 모두 선교사는 아니지만 1890년, 헤론 선교사가 이곳 양화진에 처음 묻히면서 선교사묘원이라는 특성이 두드러지며 지금처럼 부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묻힌 인물 가운데 한국에서 생을 마치지 않았음에도 본인의 유언에 따라 여기에 묘지를 마련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앨버트 테일러 역시 유언에 따라 유해를 미국에서 여기로 옮겨온 예다. 어떤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까. 베델과 테일러 말고도 그 이름만으로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배재학당을 세우고 정동제일교회를 연 아펜젤러, 이화학당을 세운 스크랜턴, 새문안교회와 연희전문을 연 언더우드, 백정들을 위해 교회를 개방한 무어, 숭실학교를 설립한 베어드, 크리스마스 씰을 만든 셔우드 홀 등 한국근대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헐버트, 그리고 특이하게 한국 고아들을 위해 일했던 일본인 소다 가이치도 있다. 무엇이 이들을 여기에 머물게 했을까. 누군가는 종교를 위해서라고 하겠지만 누군가는 한국의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런 점에서 의도를 떠나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이들에게 큰 빚을 졌다. 이들은 한국을 위해 교육과 언론, 의료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한국에 공헌한 이방인이 있었음을 보니 한국사의 영역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교육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 기반의 디지털 혁명은 인류의 생활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배터리가 방전되면 생각도 멈춘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기도 한다. 타당성보다 공정성에 더 관심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기승전-대학입시’라는 말처럼 대입의 영향력을 너무 크게 받고 있다. 대입으로 결정되는 대학과 전공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입에 몰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행동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대입은 너무 치열한 경쟁이기 때문에 어떤 기준이냐에 대한 타당성 논의보다는 얼마나 공정하게 뽑을 수 있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입에 관한 논쟁은 소위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다수의 의견이 모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고교는 대입 과목 중심의 암기위주 교육에 올인하게 된다.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은 원래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이자, 미래에 대비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회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과거와 현재 사회 상황에 비춰 인재를 양성하면 되겠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에 기반해 교육을 혁신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후자에 해당한다. 인류가 역사적으로 지속해 왔던 미래에 대한 예측은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다. 한치 앞의 미래도 알기 어렵다는 속설이 교육 분야에도 해당한다.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결국 미래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교육에 대한 반성부터 돌아보며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잘 수행해 왔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교육의 원형은 학습자의 소질과 적성, 학습 속도와 역량을 고려해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근대식 학교 교육은 이러한 질적인 측면을 포기하는 대신에 수많은 학생들에게 교육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양적인 측면을 강조해 왔다. 취학율과 졸업률이 근대식 학교교육의 대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 등을 통해 교육의 성과 관리, 책무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 학업성취도의 기준이 모든 아이들에게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논의하지 않았다. 미래교육의 답은 과거와 현재에 있다고 본다. 그동안 교육이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소홀하고 외형에만 치중해 왔던 점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교실의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학습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도록 해주려면 필요한 교육을 받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를 위한 유연한 사고 필요 고교학점제는 개별 학생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 보다 유연한 교육체제의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는 대입과의 연계, 소수 학급의 평가문제, 교원의 부족, 지역 간 격차 등 수많은 난제와 비판에 직면해 있다. 기존의 학교제도는 대량 공급형 교육시스템이기 때문에 고교 학점제를 뿌리내릴 토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양이 좋지 않아서 좋은 씨앗을 버려서는 안 된다. 미래를 위해 유연한 맞춤형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토양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최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공립 학교도서관 전담인력 배치현황’ 자료를 보면2018년 4월 기준으로 전국 1만66개 국·공립학교에 배치된 사서교사는 885명(8.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이 중에 61명은 기간제 교사여서 정규 사서교사는 824명(8.2%)에 되지 않는다. 지역별로 가장 저조한 곳은 경기도로 배치율이 5.2%에 그친다. 그 뒤를 강원(6.2%), 경남(6.7%) 충북(6.8%)이 뒤를 이었다. 경기 부천시만해도 70개 초등학교중 정식 사서가 배치된 곳은 한 곳밖에 안된다. 나머지 학교는 아예 미배치교거나 기간제교사가 대부분이다. 우리학교도사회복무요원이사서 업무를하고 있다. 단위학교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도서관에 사서교사가 배치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한 아이러니다. 몇 해 전 EBS 세계의 교육현장을 본 적이 있다.일본의 힘은 독서교육에 있다는 것이다. 학교 도서관을 활용해 입학부터 졸업까지 체계적인 독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일본의 독서교육을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다.개인의 창의력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독서교육의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독서가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 정식 사서교사가 배치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전국의 모든학교가 다 그렇겠지만 우리학교도매월 다독왕을 선발하고창의독서 논술대회를 실시하여 방송조회 때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시상을 하고 있다. 최근 각종 대회를 지양하고 있지만 다독왕과 창의독서논술 대회는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단위학교에서는 실질적인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단위학교에 정식 사서교사를 배치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초등의 경우 전문상담교사는 아예 배치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담과 심리치료가 필요한 아동의 경우 전문상담교사가 맡아서 상담을 진행해주어야 하는데 교육지원청에몇 명의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어 순회 상담을 하는 정도다. 필자는최근 2년간 3명의 아동을 교육청 Wee센터에 의뢰하여 학교운영위원회의실에서 상담을 받도록 했다. 상담실도 전문상담교사도없기 때문이다. 향후 초등 정식 사서교사와 전문상담교사 배치로 내실있는 독서교육이 이루어지고 최근 학교폭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현장교사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한유총 입장 꿋꿋이 옹호한 이덕선 위원장에 질의 집중 초·중·고교 실명 공개하기로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교육부 종합감사가 열렸다. 주질의, 보충 질의, 추가 질의, 재추가 질의까지 밤 12시를 넘기면서 이어진 감사에서 ‘유치원’이라는 단어만 340여 회 반복됐다. 보충 질의부터 다른 사안은 사실상 사립 유치원 회계 부정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주목받지 못했다. 주질의 초반에만 해도 다양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슈는 교육감 선거, 학종 비리, 우석대 허위 경력 증명서 발급 논란, 병원학교 폐교 위기, 학교 인근 공사 안전성, 대 입시학원 문제, 역사교과서 여성 독립운동가 기술, 학교 건축비 등이 거론됐다. 특히 교육부의 폐쇄적 정보 공개 행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이군현 자유한국당 의원은본인이 요구한 기초학력보장 관련 내용이 업무보고에 없자“국정감사 후속조치 현황보고에 항목조차 없다”며 질타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립대학교 종합감사 결과보고서 제출을 하지 않고 열람만 시켜준다고 한 것에 대해 “교육부가 국정감사를 제대로 하는 것에 대해서 일종의 방해를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이 공개한 전남대 감사 보고서와 교육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감사결과를 비교하며 “무엇이 두려워서 대학 감사결과를 교육위원에게조차 이렇게 숨기고 있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추가 질의에서도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제대로된 통계도 없고 남의 부서로 넘긴다”며 교육부의 폐쇄성을 언급했다. 주 질의에서는 사립유치원 감사 자료를 처음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의 서영교 의원만 사립유치원 문제를 거론했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연합회 쪽에서 전혀 반성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며 액수와 건수를 명시한 감사자료를 추가공개했다. 동명의 유치원이 있어 선의의 피해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명시했다. 그는 이어 시·도교육청 지도점검에서 지원금을 부당하게 수령하기 위해 원아 수나 교사 수 등을 속인 사례를 공개하고 가벼운 조치를 한 것을 질타하며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자격시험 등의 절차 없이 연수를 통해 사립유치원 원장 자격을 취득하는 제도가 “부도덕한 원장이 탄생하는 근본 이유”라고 주장했다. 오후에 이어진 보충질의 시간에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용임 대외협력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신문을 겸하면서 유치원 이슈에 질의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 위원장의 편법증여, 회계 부적정, 명의 도용 등 논란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도 의원이 언급한 불법 사례를 부정하고 재무회계 규칙 문제와 공적 사용료를 달라는 한유총 입장을 대변하면서 양측의 발언이 격해졌다. 박 의원은 추가 질의 시간까지 써가면서 이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홍문종 의원이 신청한 증인 김용임 원장이 나왔다. 김 원장은 사립유치원 원장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하고눈물까지 흘려가며 감정에 호소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여기가 울면서 호소는 자리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질의를 이어갔다. 김 원장의 읍소가 이어지자 홍 의원은 이 위원장을 불러냈다. 이어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박찬대, 김해영, 박경미, 조승래, 서영교 의원도 이 위원장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이어진 추가 질의와 재추가 질의에서도 곽상도, 김현아, 박찬대,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에 대한 질의를 했다. 특히, 박찬대 의원은 초·중·고교와 사립대학 감사 결과도 실명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유 부총리는 이후 3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좀 더 분명하게 “이번에도 법적 근거를 갖고 공개한 것이니 앞으로도 같은 기준과 원칙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W교육 대비 정보교사도 부족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국정감사 기간 동안 비교과 교사 부족만 지적된 것은 아니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농어촌 지역에서 주요 과목까지 순회교사를 운영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교육청은 국어 2명, 영어 6명, 수학 8명, 사회 6명, 과학 8명 등을 순회·겸임교사로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의 경우도 국어 4명, 영어 10명, 수학 9명, 사회 28명, 과학 22명을 순회 또는 겸임으로 운영하고 있다. 임 의원은 주요교과에 대한 순회교사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SW교육의 확대로 인한 정보교과 교사 부족도 거론됐다. 김해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내년 SW교육 시행학교는 2677곳이다. 현재 정보 교과 전담 교원은 1077명이다. 내년에 신규임용하기로 확정 공고된 225명과 복수전공 연수 이수자 35명을 더하면 1337명이다. 충원율은 49.9%다. 2020년에는 SW교육 시행학교 3212곳으로 늘어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학교시설 10곳 중 3곳 이상은 국토교통부 기준으로 30년 넘은 노후시설에 해당하지만, 교육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40년 이상을 노후시설로 정하고 있어 상당수가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안전을 위해 하루빨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초·중·고 학교건물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6만8930곳의 학교 건물 중 30년 이상 노후화된 시설은 34.4%에 달하는 2만3681곳이었다. 학교 급별로 보면 초등학교가 3만1498곳 중 30년 이상 노후화 된 건물이 2만1498곳(39.7%)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중학교 34.1%, 고등학교 30.9%, 특수학교 19.5%, 유치원 17.2%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45.1%, 경북 44.5%, 제주 39.9%, 전북 39.8%, 부산 38.6%, 전남 37.5%, 충남 36.4%, 충북 33.9%, 경남 33.3%, 강원32.8% 순이었다. 문제는 이들 시설이 교육부 기준으로 노후시설에 포함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국토부의 경우 30년 이상 건축물을 노후시설물로 분류해 안전진단을 이행하는데 비해, 교육부는 40년 이상 건축물을 노후시설물로 분류해 4년 주기로 정기점검을 하고 있다. 학교시설이 일반시설에 비해 더 튼튼하게 지었다는 근거가 없음에도 안전진단이 10년이나 늦는 것이다. 실제 30년 이상 40년 미만인 1만2111곳의 건물은 노후화 됐음에도 정기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국토부 기준으로 하면 노후시설 중 절반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그나마 40년 이상 건물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 기준으로 40년 이상 노후시설물 1만1570곳 중 최근 6년간 정기점검을 한 대상물은 66.8%에 불과한 7730곳이다. 언제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다. 김현아 의원은 내진 보강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하면서 내진 보강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지만, 2017년 말 기준으로 학교건물 내진율은 28.1%에 그치고 있다. 총 학교 건물 6만1670곳 중 내진 대상 건물은 3만1797곳으로 이중 28.1%에 해당하는 8955곳만 내진 보강이 완료됐다. 현재 내진보강을 완료하는 데 4조25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재해특교를 재해복구 뿐만 아니라 내진보강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예산투입을 늘렸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완료되기까지는 12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도교육청 차원에서의 지원을 통해 더 앞당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내진보강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시·도교육청의 예산투자도 필요하다”며 시·도교육감별로 공약사항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학교가 몰려 있는 서울, 경기 등 주요 대도시들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건물의 노후화, 내진설계 등은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돼 있는 만큼 예산 투입을 확대해 시설물 보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남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입법예고 한 이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제자 성희롱 의혹으로 전북 학생인권교육센터로부터 무리한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송경진 교사의 유족도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교총 등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경남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집회가 거의 매일 열리다시피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인권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조례로 인해 교권이 추락하고, 학생지도와 인성교육도 손쓸 수 없게 되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참석하는 행사, 특히 학부모와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100명가량의 인원이 집회를 통해 반대 목소리를 적극 전달하는 형국이다. 경남 학생인권조례반대연합이 지난달 29일 KBS창원총국 앞에서 개최한 ‘경남학생인권조례제정 결사반대 집회’에는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이기도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국회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과연 학생을 위한 것인가‘를 주제로 반대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례로 인한 피해자로 故 송경진 교사의 유족 강하정 씨가 참석해 반대 이유를 밝혔다. 강 씨는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학생인권만 강조하는 정책으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은 송 교사의 사건내용을 성토하듯 발표했다. 강 씨는 “학생의 거짓말에서 비롯된 문제인 만큼 경찰에서 내사 종결했지만 남편은 전북도교육청으로부터 직위해제를 당했고 성 범죄자로 낙인 찍혔다”며 “도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로부터 시달리다 억울하게 성범죄자가 되자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소중한 목숨을 던져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억울함을 풀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의하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에게 두 차례나 편지를 보냈지만 묵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교총도 조례 반대를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교육청의 조례 입법예고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가 하면 토론회 개최, 지역 방송 등에 출연해 반대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심광보 경남교총 회장은 지난 9월 말에 열린 KBS 방송 토론에서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고, 지난달 18일 창원남고에서 건강한사회 국민포럼과 공동 주관·주최해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논제로 국민포럼을 개최했다. 지난달 국정감사 기간 때에도 도교육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가진 뒤 방송 인터뷰를 가지기도 했다. 경남교총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는 선생님들의 목소리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사안이므로, 사회 각개 대표들과 NGO단체, 학부모단체 등과 협력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 학생인권조례 입법예고는 이달 20일까지다. 입법예고를 마감하는 날에 맞춰 관련 공청회도 개최된다.
서울특별시교육청과 서울시가 '고교 등 친환경 학교급식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의 핵심은 내년부터 서울시내 고등학교 3학년생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서울 모든 학생에 친환경 무상 학교급식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고교 등 친환경 학교급식 확대 계획'에 따르면 기본방침은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 대상을 현행 공립 초·중학교에서 고등학교와 국·사립초, 국제중학교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친환경 급식을 보통교육 단계의 전 학생들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세부 추진 방법은 고등학교의 경우 내년 고3학년부터 단계적(2019년 고3→ 2020년 고2→ 2021년 고1)으로 시행해 2021년까지 서울시의 전체 학교·전 학년의 급식비를 지원하고, 국·사립초, 국제중학교는 내년부터 참여자치구를 대상으로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이에 따라 2021년까지 친환경 학교급식에 추가될 고등학교는 320개교, 국·사립초 및 국제중은 43개교가 포함된다. 서울 지역은 2011년 서울 공립 초등학교에서 처음 무상급식이 시행된 이후 10년 만에 초·중·고교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서울의 1천302개 학교 93만여명이 무상급식 대상이 된다. 서울시는 2011년 공립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처음 시작해 2014년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됐다. 현재 939개교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서울교육청은 우선 2021년까지 서울시 전 자치구의 모든 고등학교에 친환경 학교급식을 추진한다. 고등학교도 일반고, 특성화고, 자율고, 특수목적고 등 유형별 구분 없이 모든 학교가 지원 대상이다. 내년에만 일반고 53개교, 특성화고 24개교, 자율고 15개교, 특수목적고 4개교 등 96개교 2만4000여명이 지원대상이다.고등학교 친환경 학교급식이 ('19년 3학년, '20년 2학년, '21년 1학년) 연차적으로 진행돼, 2021년 고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되면 2011년 친환경 학교급식을 처음으로 실시한 이후 10년 만에 서울시 모든 학년이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 자치구 등 지자체와 함께 내년 총 214억의 예산을 들여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2019년 고교 친환경 급식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9개 자치구(중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강북구, 도봉구, 동작구, 관악구, 강동구 등)로 자치구별로 약 3억5000만원에서 7억원까지 부담하게 된다. 전 학년 친환경 학교급식 총 소요액은 연간 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경비는 서울교육청, 서울시, 자치구가 각각 5: 3: 2(50%, 30%, 20%)로 분담하며, 식품비는 물론 인건비와 관리비 등 총 예산이 포함한다. 서울교육청의 고교 친환경 학교급식 시행으로 현재 서울지역 고교의 평균 급식단가(4699원)를 중학교 수준(5058원)으로 359원을 상향 인상, 급식의 품질 면에서도 상향평준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교 친환경농산물 사용비율도 30%('18년 3월~8월)로 중학교가 70%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전반적으로 급식의 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아울러 그동안 지원이 보류됐던 사립초·국제중 등도 예외 없이 이번 '친환경 학교급식 확대 계획'에 포함된다. 내년에는 11개 자치구(종로구, 중구, 용산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도봉구, 노원구, 마포구, 강서구, 동작구 등)가 참여해 총 21개교 1만1697명, 102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이는 각 자치구의 재정여건 등을 고려한 것으로 향후 자치구의 자발적 참여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교육청은 친환경 학교급식 확대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내년도 고등학생 1명당 연간 급식비 지원예상액은 91만원 정도로, 고등학생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부모들에게 경제적 큰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서민감세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서울 지역 고교생의 15.29%에 이르는 3만9354명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친구들과 다름없이 마음 놓고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 '무상급식은 가난한 아이'라는 낙인효과를 없애 학교 내에서 발생될 수 있는 차별적 요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는 건강한 친환경 학교급식 실현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무산 급식 및 친환경 학교 급식 확대로 서울교육의 새로운 교육비전인 '창의적 민주시민을 기르는 혁신미래교육' 실현을 위해서는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고교까지 확대하는 것이 보편적 교육복지의 첫 단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고교무상급식 확대는 단순히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측면을 넘어 미래의 주역인 학생에게는 안정된 학교생활을, 학부모에게는 교육에 대한 신뢰를, 교원들에게는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분위기를 조성해 궁극적으로 결국 학교 교육력 제고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난관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는 친환경 학교급식은 복지도시, 교육도시로 가는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라는 자화자찬이지만,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균형이 최근 세계적인 복지 흐름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무조건 퍼주기 복지를 펼친 필리핀, 그리스, 남미 국가들의 현 주소를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서울시도기초 지자체별로 재정자립도 빈부가 심하다. 급식 예산의 20%도 부담도 어려운 자치구도 여럿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더구나 현재도 사회적 배려 대상층 학생들이 모두 급식을 하고 있다. 차별이나 편견, 어려운 학생이 무상 급식을 한다는 논리는 단위 학교에서 얼마든지 표시나지 않게 급식을 운영하면 되는 것이다. 아울러, 급식의 질 제고도 문제다. 현재 전국적으로 학교 급식의 잔반 처리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끼 당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양질의 급식 어려운 바, 학생들이 배식받은 음식을 다 먹지 않고 버리는 양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급식, 무상 급식 운영에 앞서 예산을 확충해 양질의 급식 운영이 필수적이다. 특히 서울은 우리나라 수부 도시로 이번 '고교 등 친환경 학교급식 확대 계획'이 다른 시도로 파급될 것이다. 머지 않아 전국적으로 이와 같은 급식의 무상, 친환경 등 보편적 교육복지 정책이 일반화될 우려가 없지 않다. 따라서 서울교육청과 서울시는 이 계획을 세부적으로 면밀히 분석하여 도입 가능한 부분과 연차적으로 도입해야 힐 것이다. 결국 학교 급식 문제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통합과 조정이다. 즉 모든 학생들이 자부담 없이 급식을 하도록 하되, 자부담을 못하여 결식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대공약수이다. 특히 서울 지역 급식은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시장의 주민 투표 개표 무산으로 인한 퇴진 등 아픔을 갖고 있다. 분명히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자부담을 하든, 교육청(시)이 부담하든 그 어떤 예산도 주민(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이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제주A초 사건과 관련해 교총의 연이은 기자회견 등 교육계와 지역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교육청이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제주도교육청은 최근 학부모의 상습․고의 민원을 전담할 민원대응단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교총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2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석문 교육감을 방문, 신속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제주A초의 교육과정 운영을 정상화 하고 교직원들이 마음 편히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민원대응단’을 구성했다”며 “제주A초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날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원대응단은 사안 분석팀, 사안 대응팀, 학교 지원팀의 3팀으로 구성됐다. 각과 과장, 장학관 등 총 17명으로 꾸려졌고 단장은 부교육감이, 업무 총괄은 교육국장이 맡았다. 사안 분석팀은 민원이 어떤 내용인지, 민원인이 원하는 내용을 분석하고 대응팀은 민원인을 직접 만나 의견을 청취, 직접 답변서를 쓰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학교지원팀은 일주일에 1~2회 A초에 나가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듣고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할 예정이다. 또 학생, 교직원들을 위한 힐링․치유 프로그램도 제공할 방침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밖에도 향후 조직개편 때 도내 학교들이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에 휘말렸을 때 보다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교권전담 변호사를 신규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A초 관계자는 “교육청 대응단이 최근 학교에 와서 동향 파악과 함께 민원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갔고 향후 해결에 있어서도 모든 대응에 나서주기로 했다”며 “교총 덕분에 단계적으로 해결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학교 혼자 감당하느라 힘들었는데 이번 일로 문제가 공론화 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출처 : https://pixabay.com 올해 11월 15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며, 일선 학교 교사들은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이 되는데 구인란으로 전국의 중·고등학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차출된 교사들은 하루전인 14일에도 해당 시험장교에 출장으로 방문하여 장시간 전달연수를 들어야 하며, 정작 본인들의 수업도 다른 교사에게 교환수업이나 보강처리하고 출장에 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1박 2일 동안 차출이 되는 것으로 해당학교는 수많은 차출교사로 인해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되지 않아 휴업을 하거나 단축수업 등 비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빈발하는 수험생 민원과 선택 과목수 증대 등으로 해마다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수능 관리 시스템은 과거에 고착되어 감독관 기피 풍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0월 31일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전국의 중등교사 5032명을 대상(중학교 38.7%, 고등학교 60.1%, 교육청 등 기타 나머지)으로 지난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 사이에서 수능 감독관 차출을 기피하는 풍토가 생겨나게 된 이유는 ‘과도한 심리적 부담 및 체력적 부담’(복수 응답 항목에서 각각 71.8%와 71.5%)인 것으로 나타났고, 3순위인 낮은 감독 수당(28.2%)과의 격차도 상당했다. 통상, 시험 감독 업무는 물론 수험생 소지품 관리 업무까지 포괄하는 1교시 당 2~3시간에 이르는 감독관 업무 수행시간 동안 교사들은 극도의 긴장 속에서 군대 위병에 빗댈 정도로 고정 경직된 기립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한다. 한 감독관이 통상 수능의 4개 교시 중 3개 교시에 투입되고 있는 까닭에 식사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정신적, 신체적 부담을 감내해야 하며, 그런 까닭에 기립성 저혈압 등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1교시 국어는 80분, 2교시 수학은 100분, 3교시 영어는 45분, 4교시 선택과목은 102분, 5교시 제2외국어/한문은 40분으로 시험 시간이 편성되어 있어, 1, 2교시 연달아 감독하는 교사의 경우는 180분을 서서 감독해야 되며, 3, 4교시 연이어 감독하는 교사는 172분을 감독하는 것으로 감독관의 인권이 철저히 무시되는 처사이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실천교육교사모임은 "1순위였던 감독용 키높이 의자 배치(67.3%) 같은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수능 시험의 수혜를 보는 대학의 적극적인 동참(2순위, 63.1%) 등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수능이 자격고사라면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나 최근의 정시 확대 흐름에서처럼 선발에 방점이 찍혀지게 된다면, 그 수혜를 받는 대학에서도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수능 감독관 관리(차출 및 배정)의 합리화 및 투명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세부 서술형 설문 결과를 보면 수능 주관교의 텃세(중학교 등 타교에서 차출된 교원에게 어려운 업무 일방전가), 연줄 및 연공 서열식으로 업무 난이도가 낮은 예비감독관, 서무요원 배정, 버티기 능력에 따른 학교별 감독관 차출 인원(비율) 격차 극심, 허위 진단서 발급에 의한 감독 열외를 거르지 못하는 시스템, 업무 난이도가 낮은 서무요원에게 과다 지급되는 수당 등에 대한 지적이 집중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 감독관 경험이 많은 교사는 "그 밖에 수능 감독관 연수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담당 장학관들이 본인의 면피를 위해 관리 매뉴얼을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그냥 읽어 연수 효과가 낮은점, 역시 본인들의 면피를 위해 극단적인 상황을 열거해가며 모든 책임을 감독관에게 돌리며 감독관으로 차출된 교사들의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포감을 유발하는 행태 등에 대한 지적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향후 수능 감독관 기피 풍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과도한 신체적 부담을 경감할 키높이 의자 배치, 연공 서열이나 인맥 중심의 감독관 관리 체계 정비, 수능 감독관 연수 내실화, 중장기적으로 수능 관리를 대학과 분담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며칠 전 야간 자율학습시간에 엄마 인문학이란 책을 탐독했다. 필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학교에 배움이 있습니까?’란 책도 함께 읽었다. 두 책을 번갈아 읽으면서 ‘학교에 배움이 있습니까?’란 질문을 엄마 인문학에서 찾아보았다. 최근 들어 필자의 눈에 평소 관심이 없던 심리학과 인문학 책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책들을 살펴보다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가 가장 깊게 생각한 것은 과연 ‘학교에 배움은 있느냐’였다. 학교가 단순히 지식만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사실 학교는 그다지 필요치 않다. 왜냐하면, 인터넷과 각종 정보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단순 지식 정도는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학교에는 배움이 없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엄마 인문학이란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책 제목이 엄마 인문학이기 때문에 주로 엄마들이 읽는 책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필자 역시 남자이지만 제1강에서부터 흠뻑 빠져들었다. 후반부는 필자의 관심분야가 아니라서 생각나는 게 없지만 제1강만은 흥미진진했다. 필자가 그동안 고민해왔던 학교 교육의 단점과 학생들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제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평소 말과 행동을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혹시 필자가 모르는 사이에 크게 실수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말 한마디가 날카로운 칼보다 무섭다고 하지 않던가. 인간이 이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본능대로만 행동하고 생각한다면 짐승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요즘 들어 필자의 이런 생활이 흐트러지고 있다. 빡빡한 학교생활과 매사 여유를 찾을 수 없는 스케줄 때문이다. 따라서 실수도 잦다. 그래서 요즘에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한다. 이런 필자의 생각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는다면 아마도 엄마 인문학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할 것이다. 즉 작가의 말처럼 학교는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물건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요즘은 흔히 말하는 명문대를 나와도 취직이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변에선 무조건 명문대학만 강요한다. ‘학교에 배움이 있습니까?’에서는 학교 교육을 다음과 같이 혹평한다. 19세기 내용을 가지고 20세기 교실에서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 시대의 흐름을 학교가 신속하게 따라잡지 못한다는 뜻이다. 작가의 말처럼 지금의 교육은 융통성도 없고 혁신적이지도 않다.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은 점점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을 받는 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의 사고는 고정된 틀에 갇혀버렸고 창의성은 점점 메말라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우리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찬찬히 살펴보면 모두 다 영재들이고 머리가 비상한 녀석들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이 수업이 시작되면 전부 바보가 되어버린다.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동태눈깔로 만들고 아이들의 총명한 뇌를 둔하게 만드는 것이다. 학교에 배움이 있습니까? 필자는 아직도 작가의 이런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험 점수를 잘 맞고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잡아 출세를 시키기 위해 교육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부수적인 것이다. 그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작가의 이 같은 질문에 명확하게 답을 할 수 있으리라.
가습기 살균제 참사·살충제 계란 파동·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등 사회적으로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가 불거지는 동안 학교에서는 우레탄 트랙·인조잔디·석면·라돈·미세먼지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제기됐다. 그리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때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 어린이에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어김없이 학용품과 완구·장신구 등에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되어 리콜조치를 내렸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납·카드뮴까지 다량 함유된 ‘PVC(Poly Vinyl Chloride)’ 없는 건강한 학교 만들기 실제로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환경산업기술원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1년에 걸쳐 어린이용품 2,002개의 안전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우개·필통·실내화 등 63개 제품에서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phthalate)1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우개 등 8개 제품에서는 아이들이 실수로 삼키거나 씹었을 경우 상당히 위해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시민단체들 역시 지난 2012년부터 어린이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PVC 없는 건강한 학교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PVC는 ‘폴리염화비닐’, ‘염화비닐수지’라고도 하며 플라스틱 제품의 재질 중 하나다. 딱딱한 성질을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게 가공해 학용품과 스포츠용품, 생활용품, 건축내장재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실크벽지·바닥재·매트·시트지·변기커버·욕실화·실내화·지우개·필통·지갑·가방·악기케이스·줄넘기·농구공·배구공·뜀틀·체육매트·충격방지 보호대·게시판·소파·책장 등의 제품들이 모두 PVC 재질이다. PVC 재질 플라스틱 제품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기 위해서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 가소제(plasticizer)와 함께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고 화려한 색깔을 입히기 위해 납·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다량 사용되기 때문이다. 납은 발암물질이면서 신경독성물질로 뇌신경 발달에 영향을 미쳐 IQ 및 기억력 저하·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아토피·피부발진 등을 불러 일으킨다. 프탈레이트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내분비계교란물질)으로 생식기 기형·불임·유산 등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물질들은 성장과정에 있는 어린이와 사춘기의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학습준비물실과 과학자료실 … 유해물질 가장 높게 검출 지난 2017년 발표된 ‘유해물질 없는 건강한 학교 만들기’ 사업 결과보고서 내용도 충격적이다. 매년 5개 초등학교에서 건축자재와 시설내장재·학습교구 등을 점검한 결과 2016년의 경우 704개 제품 중 50%의 제품이 PVC 재질이었고, 대략 40%의 제품은 중금속 안전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표 1 참조). 공간별 유해성을 살펴보면 학습준비물실과 과학자료실의 위험도가 매우 높았다. 학습교구 중 KC 인증 제품이 아니거나, PVC 재질 제품이 많다 보니 환경호르몬과 중금속 함량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교실의 경우 학습준비물실이 잘 운영되고 있는 학교에서는 교실에 비치된 학습교구나 학용품이 상대적으로 적어 유해성이 낮게 나왔다(표 2 참조). 교실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환경미화용 게시판이다.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 PVC 재질의 게시판이 비치되었는데 납 함량이 매우 높게 검출되었다(표 3 참조). 예전에 사용하던 부직포 게시판이 PVC 재질의 게시판에 비해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공간별 제품의 납 함량] ● 「환경보건법」 어린이활동공간 환경안전관리 기준 600ppm ●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유해물질 공통안전 기준 300ppm 교실 ● 환경미화 게시판 2687ppm (4.5배 초과) 복도 ● 페인트 1817ppm (3배 초과) 도서관 ● 바닥재 29000ppm (48배 초과) ● 책자리표 24200ppm (80배 초과) ● 책장 4708ppm (7.8배 초과) 체육관 ● 충격방지대 9938ppm (16.5배 초과) ▲표 3 공간별 제품의 납 함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체육교구 …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 시급 아울러 어린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제품의 유해물질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2015년 6월,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이 제정됐다. 폐지된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KC 인증과 비교하면 유해물질 안전기준이 강화되고 제품군도 확대됐다. 학용품 중 규제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던 대부분의 제품도 관리대상으로 포함됐다. 앞으로 학습교구는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KC 인증 제품’을 구매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체육교구이다. 줄넘기는 특별법 적용대상에 포함돼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이 제조·판매되고 있지만, 구기용품과 뜀틀·구르기 매트 등에 대해서는 유해물질 규제기준이 없다. 2016년에 체육교구로 사용되고 있는 스포츠용품을 시중에서 구매하여 유해화학물질을 조사해 보니 납과 프탈레이트가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의 안전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여 검출됐다. 정부 관련 부처에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스포츠용품은 어린이들이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성인들이 사용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지역 한 초등교사가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학생들이 납과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체육용품을 사용할 경우 노출시간에 비례하여 노출량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보니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건강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장기나 사춘기의 학생들에게는 노출을 최소화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실제 학습교구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제품들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유해화학물질을 교육안전 영역에 포함해야 학교에서 사용하는 학습교구와 시설내장재 중 PVC 재질의 제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책상·책장은 시트지가 부착되지 않은 원목제품을 구매하고, 학습교구와 청소용품 등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는 친환경마크와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KC 인증을 최우선으로 선택하고, 인증마크가 없는 제품의 경우 납품업체에게 ‘유해물질 시험성적서’를 요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생들에게는 체육 등 학습활동 후나 식사 전에 손 씻기, 청소할 때 마스크 착용, 제품 구매 시에는 안전마크 확인, 플라스틱 제품보다 천이나 EVA(Ethylene Vinyl Acetate) 재질 사용을 권장하는 교육을 통해 유해물질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이제 유해화학물질은 교육안전 영역에 포함돼야 한다. 건강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학교현장의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을 위한 장단기 계획과 예산이 확보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안전한 제품에 대한 정보와 구매를 지원하는 학습준비물 종합지원센터와 학습교구에 대한 유해화학물질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교직원 대상 관련 연수 등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빌보드 차트(Billboard chart)를 ‘점령’한 방탄소년단(BTS)이 결국 유엔(UN)까지 진출했다. 지난 9월 방탄소년단의 래퍼 RM(김남준)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유엔아동기금(UNICEF)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의 연설자로 나섰다. 말쑥한 정장 차림을 한 그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진지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그리곤 예의 유창한 영어로 메시지를 전했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마지막 문단에 집중돼 있었다. “여러분이 누구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떠하든, 성 정체성이 어떠하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얘기하세요. 여러분 자신에 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그야말로 별처럼 많은 스타 중에서 유니세프가 방탄소년단을 고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의 관점에서 방탄소년단은 ‘머나먼 아시아’에서 날아온 스타다. 대다수의 미국인과는 다른 피부색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한국 기준으로도 방탄소년단은 멤버 중 서울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단아다). 유니세프는 왜 ‘방탄’을 골랐을까 RM은 국적이나 인종·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세상에 관해 얘기했다. 이 메시지는 방탄소년단이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라는 연작 앨범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반복적으로 전달한 내용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은 날이 갈수록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는 미국 사회가 찾던 이상적인 ‘뉴 스타’의 모델임을 다시 한 번 스스로 증명했다. 방탄소년단이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룹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K팝에서 방탄소년단만 잘하는 건 아니다. 무한에 가까운 경쟁 구도가 구축되면서 꿈을 가진 수많은 10대 소년·소녀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만 그 와중에도 방탄소년단에게는 독특한 점이 하나 있었다. 모든 사람이 ‘음반’의 중요성을 잊어버린 이 시대에 방탄소년단은 끝까지 음반 단위의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다. ‘러브 유어 셀프’ 4부작 이전에 존재한 것은 이른바 ‘학교 3부작’ 시리즈였다. 멤버들이 10대였던 시절의 이야기를 아주 진솔하게 담아낸 것이다. 이 시기의 노하우가 국제적인 성공으로 이어졌음을 상기한다면,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결국 학교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학교 시리즈의 작품 중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대학까지도 너랑 간다면 참잘 갈 것 같아(상남자)’, ‘수십짜리 신발에 또 수백짜리 패딩 / 그깟 패딩 안 입는다고 얼어 죽진 않어(등골브레이커)’ 같은 가사들은 진짜 학생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것들이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어른들이 수백 번 잔소리해도 전해지지 않는 메시지가 방탄소년단의 입을 거치면 조금 다르게 들리지 않았을까? 실제로 ‘등골 브레이커’라는 노래에서 방탄소년단이 고가의 패딩 유행을 비판한 덕분에 방탄의 팬클럽인 ‘아미’ 사이에서는 패딩 구매율이 낮았을 것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전해진다. 두발 자유화 논란, 중심엔 ‘학생’ 있어야 이른바 ‘촌놈’ 출신 10대 소년이던 방탄소년단이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이야기를 소재로 전 세계를 주름잡는 스타가 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제 한국의 청춘들이 스스로의 어젠다를 설정하고, 그에 관해 토론해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너무 성급한 것일까? 과거와 달리 요즘의 10대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을 한다. 그렇다 보니 그들 여론의 움직임이 파도처럼 대단히 역동적이다. 이 과정에서 허위 사실이 유포되는 등 문제점도 적진 않지만, 적어도 10대들이 스스로의 이슈에 대해 공론화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게다가 최근엔 아프리카·유튜브 등 1인 방송 시스템이 10대들 사이에서도 보편화돼 있다. 이들은 스스로가 ‘스피커’ 혹은 ‘방송인’이 되어 세상을 향해 말할 준비가 이미 돼 있다. 발언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발언을 위한 숙고의 시간도 과거보다 길어졌음을 의미한다. 10대들을 그저 ‘피교육자’의 패러다임으로만 보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최근 서울교육청이 ‘두발 자유화’를 공식 선언하면서 많은 논란이 촉발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세부적인 토론을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두발 자유화를 할지 말지를 논의함에 있어서 어디까지나 중심에 놓여야 하는 건 학생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은 무조건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깔고 학생들에 대한 강압적인 정책을 펴는 순간 어른들은 언젠가 그 반작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무조건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아부하듯 들어주는 것도 결코 학생들을 위한 길이라 할 수는 없다. 학생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교육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 교육법을 준비해야 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교육계에 전하는 메시지가 바로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