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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여성가족부 매년 4~5만 여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으나, 학교중단 이후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아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적극 발굴·연계 및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이 학교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자퇴나 퇴학, 제적을 당하거나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 대부분의 교사는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이 심하니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없겠니?”, “너 혼자 감당할 수 있겠니?” 등의 충고섞인 말을 하곤 했다. 어린이와 청년의 중간 시기인 청소년은 법령이나 규범에 따라 다른데, 청소년기본법에는 9세에서 24세 사이의 사람이며, 청소년보호법에서는 19세 미만(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을 청소년으로 정의하고 있다. 2018년 교육통계 연보와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학교 밖 청소년은 학생 93만8,000명 중 약 8만명으로 추산되며, 학교를 그만 둔 사유중 9.8%는 ‘부적응’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내 학업 중단자 수는 1만5576명이며, 이는 전국 학업 중단자(5만57명)의 31.1%를 차지하는 수치다. 주요 시도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자 연간 100억원을 투입해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했던 청소년들을 대안학교로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올해 ‘학교 밖 청소년’ 1만 5000여명에게 94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도는 학교 밖 청소년 복지지원과 도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내실화를 위해 올해 도비 21억원을 포함해 총 94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시·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에게 1일 1만원 이내 급식(도시락 등)을 제공하고, 월 6회 이상 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청소년에게 10개월 간 월 3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한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의하면 “초중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 입학한 후 3개월 이상 결석하거나 취학의무를 유예한 청소년, 고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서 제적, 퇴학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고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아니한 청소년”을 말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은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검정고시, 대안학교나 자격증 등을 딸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기관설립,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해주는 것이 교육평등권 보호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현재, 시도교육청이나 지자체별로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다양한 지원 확대 정책이 제도권에 편입된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학생들의 자퇴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선학교에 학업중단숙려제도가 존재하여 부적응학생들의 학교이탈을 막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상존한다. 학교 밖으로 나간 청소년들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은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기보다는 밝은 미래를 준비하고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며,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는 편견이나 사회적 차별 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인식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된다. 아직도 많은 수의 사람들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상담지원, 교육지원, 직업체험 및 취업지원, 자립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이 꿈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준비하여 공평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된다. 당국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맞춤서비스를 제공하여 모든 청소년들의 자립과 복지 역량을 향상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무엇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는 재능과 끼를 스스로 발견하고 성공적인 학업복귀나 사회진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 점점 학교라는 제도권을 벗어나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학교 밖 청소년들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긍하지 못하면 학교 제도권 밖으로 몰아 부치는 교육정책도 한 몫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책은 청소년들의 교육평등권 확보차원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이나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청소년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3월 1일자 교원인사 과정에서 교육감 직권으로 A고 B교장을 강제로 전보시켰다.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교장에 전보조치를 내렸다는 점에서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B교장의 전보 조치는 특정노조 소속 교사들과갈등을 겪은 이유가 컸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특정노조 소속 교사 4명은자신들이 원하는 예산집행이 이뤄지지 않자 B교장을 상대로 각종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으로 정해진 정상적인 예산집행이었지만, 이들은 B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의심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이 민원을 받아들여 B교장에게 감사를 벌였고, B교장에게 주의·경고·경징계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B교장은 재심을 요청했지만 교육감 직권 전보조치로 학교를 1년 반 만에 떠나게 됐다. 이에 대해 서울교총은 11일 성명을 내고 “정당한 징계절차도 없이 교육감 직권으로 전보조치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인사전횡”이라며 “향후 학교장에 대한 교육감 직권 인사조치가 늘어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서울교총은 △교육감이 직권으로 정당한 징계절차 없이 전보 조치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 △특정노조 교사들의 지속적인 민원에 따른 교육청 감사가 이미 결과가 예고된 감사였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교총은 “법으로 보장된 학교장의 학교운영권을 상급기관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정말 학교장을 하루속히 전보조치 할 만큼의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다면 이번 전보조치에 대해 그 누구도 문제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조치는 정당하게 학교운영권을 행사하던 학교장에 대해 내로남불 식의 집요한 민원, 이에 따른 편향된 감사, 재심 진행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교육감의 직권 전보조치라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권보호‧복지혜택 가장 큰 관심 ‘무임승차’ 교원 위한 홍보 절실 생활지도 매뉴얼 만들어주길… “靑年委를 홍보단으로 활용하자”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지난달 30일 교총회관에서 진행된 ‘2019 한국교총 상설 및 특별위원회 통합 워크숍’ 위원회별 회의 시간. 18개 분과별 회의실에서는 각종 현안에 대한 현장 교원들의 생생한 경험과 제언이 쏟아졌다. 위원들이 제안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발전기획위원회=교총의 대외 위상에 비해 내부는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다. 이런 사정으로 의지와 달리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이제는 교총이 회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보다 회원들이 교총에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원들에게 우리 교총, 나의 교총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권옹호위원회=교권침해 사건 발생 시 본인이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단체협상 시 시·도교육청에 교권침해 담당 부서 및 장학사 등을 둘 것을 포함시키면 좋겠다. 법률지원단 및 변호사가 권역별로 있지만 상설화 돼 있지는 않다. 교권침해 전용 창구를 만들고 교권과 관련해 최소 서기관급 이상이 담당하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다. ■조직강화위원회=회원들의 관심사 1순위가 교권보호이고 2순위가 복지 혜택이다. 교총이 교권보호 시스템을 더 강화하고 전략을 보호해 회원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한다. 또 학교장이 교원단체 가입을 권유하고 분회장을 격려하는 등 역할 부여가 중요하다. 학교장에 대한 서신 등을 통해 역할과 지원을 강조하면 회세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정책개발위원회=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해 거버넌스를 만들어 중장기적 교육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현재는 하부조직에 분과 수가 지나치게 많으며 특수교육 등의 일부 분과는 없다. 학부모 위원의 경우 자녀 학교 진학으로 대표성을 잃을 수 있으니 2년으로 줄이고 중임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연수발전위원회=혁신적인 방법으로 꼽히는 블렌디드 연수를 활성화해야 한다. 보고서 작성, 논술작성 등 실습이 필요한 경우 강사와 수강생이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집합연수가 필요하다. 서울에서 진행하면 지방 교원들의 참석이 어려우므로 원격과 연계한 블렌디드 연수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집합과 온라인교육 비율에 대한 피드백도 필요하다. ■교원복지향상위원회=교원들만 참여하고 좋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여행상품이 개발되고 그에 특화된 가이드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품이 특화된 것이라면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싸다는 식으로만 안내하면 장기적으로는 이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 교총을 통해 구입한다는 것은 신뢰가 있다는 의미다. 신뢰에 신경 쓰면 좋겠다. ■언론홍보위원회=학교현장에서는 교총, 전교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싶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무임승차가 가장 큰 문제이며 교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회세확장 방안 마련과 이에 대한 홍보가 절실하다. 또 예비교사 및 신규교사를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계속 기획해 SNS 및 모바일 홍보에 활용해야 한다. ■대외협력위원회=외국의 경우 교원단체가 운영하는 좋은 연수가 많다. 외국 교원단체와 협약을 맺고 다녀올 기회를 주면 좋겠다. 또 공통의 관심분야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교류하고 배울 수 있도록 교총이 중계 역할을 하고 공간을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 교총 앱에도 교직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유아교육위원회=유치원은 보육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므로 명칭도 ‘유아학교’로 바꿔야 한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이 학교로서의 요건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교육부도 사립유치원의 입장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0~2세, 3~5세에 대한 이원화 된 접근이 필요하다. ■초등교육위원회=명퇴교사 급증과 관련, 스쿨미투의 영향이 크다. 교육청에서 전수조사를 해 관련 내용이 있으면 바로 경찰에 넘기는데, 조사결과 죄가 없어도 낙인이 찍혀 교단에 설 수 없다.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성폭력으로 비하되는 문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또 교총에서 대회나 정책 제안 공모 등을 통해 생활지도 매뉴얼을 직접 제작해주면 좋겠다. ■중등교육위원회=유초중등 지방 권한 이양은 잘못하면 교육감의 무소불위 권한을 더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 권한 이양과 더불어 학교의 자율 경영권 강화가 돼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교육부가 조정 기능을 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시기상조다. 학교와 지역마다 여건이 달라 소규모 학교는 시행이 어려우며 교원 수급도 문제가 된다. ■대학교육위원회=현재의 대학평가는 소위 보고서를 잘 썼느냐의 문제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로 점수를 가르기가 편한데, 이 때문에 수사가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또 대학이 특성화를 한다고 하지만 개별대학의 설립 목적 등을 감안한 특성은 사실 살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전문대와 사립대는 특히 심하다. ■교육전문직위원회=전문직이 지방직으로 되면서 전직 시 처우가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장학관은 4급 대우, 장학사는 5급 상당으로 일률적으로 대우하는 방안이 적절하나 일반직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어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잘 아는 교육전문직이 아닌 일반직이 정책을 입안함에 따라 정책이 실패하고 불신으로 이어진다. ■사립교육위원회=사립교원의 신규채용 위탁 활성화는 반대한다. 사학 교원은 학교의 건학이념에 맞춰 선발·임용해야 한다. 특히 개정(안)의 △관할청과 협의를 강제 △시험 출제 및 심사위원 1/3 이상 관할청 추천자 포함 부분은 독소조항이다. 채용의 제반 절차에 있어 교육청의 심각한 개입이 불가피하고 사학의 자율성을 심대히 침해할 것이다. ■영양교육위원회=영양교사가 52.8%로 절반 이상의 비율을 넘어선 게 최근 상황이다. 2·3식을 할 경우 석식이 방과후 교육에 포함되지 않아 영양교사는 문제가 발생해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책임만 과중되고 있다. 늘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과급에도 뒤처지는 등 인사 불이익도 받고 있다. 위험수당 신설·지급도 필요하다. ■특수교육위원회=특수교사에 대한 법정 정원 확보가 시급하다. 정원 배치 기준 마련 시 감각장애(청각, 시각, 지체) 학생에 대한 별도기준(탄력조정) 마련이 필요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 관련 법령에 따르면 과밀학급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40%의 가감여부를 정할 수 있다. 승인에 대한 교육부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남북교육교류위원회=남북교육교류는 전통놀이, 식생활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부터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통일마라톤과 같이 남북교육자 간 마음을 열 수 있는 행사도 필요하다. 교육에 필요한 물품지원도 고민해봐야 한다. 먼저 탈북학생, 탈북교사들과 만나 통일 후 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이어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2030청년위원회=‘시베리아 횡단열차’, ‘임시정부 방문’ 등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역사연수를 기획한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올해 목표를 시·도 2030 청년위원회 확산의 해로 정하고 이들이 교총홍보단으로 활동하면 좋을 것이다. 홍보 PPT 시연 및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기회를 가지면 홍보에 효과적일 것 같다.
2013년 나는 농촌에서만 근무를 했던 교사라 도시에 나가서 많은 것을 더 경험하고, 경력 있으신 선생님들을 보며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천안으로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달리 천안이라는 도시로 발령을 받으면서도 천안의 가장 작은 학교 중 하나로 발령 받게 되었다. “아 또 6학급이네.” 이만저만 실망한게 아니었다. 농촌의 작은 학교에서 내가 하고 싶던 과학과 프로그래밍 등 학생 지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또 작은 학교에 오다니. 애들은 이런 거에 관심도 없고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부족함을 아이들에게 전가했던 못난 생각이었다. 나는 6학년 담임이 되었고 내가 꿈꿨던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우울하고 지치기도 했다. 그런데 학기 초부터 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5학년이었던 그 학생은 키가 작고 얼굴은 동그랗게 귀여웠는데 행동이 너무 이상했다. 나에게 다가와 계속 말을 거는가 하면 다른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수업시간에는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았고 혼자 앉아서 다른 곳을 보거나 다른 책을 읽고 있었다. 너무 궁금해서 5학년 담임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이 학생은 원래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았고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바로 옆 교실 이었던 나는 거의 매일 우는 소리와 친구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곤 했다. 여름에는 티셔츠를 벗고 민소매 셔츠만 입은 채 학교를 돌아다니거나 수업시간에 코를 파고 방귀도 뀌는 등 또래 학생들과도 사뭇 달랐다. 자기 욕심도 엄청나서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소리를 지르고 울고 하는 바람에 늘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 모두 이 학생을 싫어했고 선생님들도 ADHD 또는 자폐증을 겪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학생, 교사 모두 이 학생을 문제아라고 인식했고, 이 학생 때문에 수업 분위기도 좋지 않다며 앞으로 걱정이라고 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이 학생이 참 신기했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거나 종이접기를 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종이접기 실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그날도 종이접기 한 결과물을 나에게 보이며 자랑해서 “너 어떻게 이걸 접었어?”라고 물으니 “이거 되게 쉬워요. 선생님 가르쳐드릴까요?”라며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 양도 상당했다.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대신 책을 읽는데, 읽는 책이 또 다른 학생들과 사뭇 달랐다. ‘피타고라스의 수학이야기’, ‘파인만의 물리학’ 등 초등학생이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들을 혼자 심각하게 보는 모습을 자주 봤다. 이렇게 책을 읽은 후에는 자랑을 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선생님과 말을 하고 싶어서인지 찾아와서 자신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을 이야기하고는 했다. “선생님, 피타고라스 정리가 뭔지 아세요?” “선생님, 피보나치 수열 알려드릴까요?” 이 학생은 거리낌 없이 나에게 다가와 자신이 읽은 책 이야기를 했고 더욱 신기한 건 책 내용을 마치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줄줄 외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보통 학생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 수학 좋아하니?” “네, 재미있어요.” “너 그럼 선생님이랑 프로그래밍 공부 한 번 해볼래?” “네? 그게 뭔데요.” 나는 교대에 입학하기 전 다녔던 대학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학생에게 제안했다. 그렇게 5학년 2학기가 거의 끝날 무렵 나는 이 학생에게 C언어 책을 선물로 주며 함께 공부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씩 우리 교실로 와서 C언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데 이해력과 적용하는 능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열심히 가르치며 내년 1학기에 프로그래밍 대회가 있는데 같이 나가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6학년이 되고 이 학생은 우리반이 되었다. 학부모 상담의 날, 어머니께서 학교를 방문하셨다. 그리고 어머님은 상담 도중 눈물을 보이시면서 이제까지 어떻게 학교생활을 해왔는지, 너무 걱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학교에 들어와서 학교생활에 전혀 적응을 못하자 특수반에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여러 번 받았고, 선생님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아 혼도 많이 나고 어머니와 선생님 사이에 갈등도 생겨서 문제가 많았다는 이야기였다. 이제까지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이 학생은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었다. 환경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칭찬을 많이 받게 되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거의 매일 오후에 학교에 남아 나와 같이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생을 차에 태워 학교에 와서 함께 공부하며 실력을 키워 갔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배우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얘는 정말 천재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같이 점심을 먹을 때 자기는 짜장면은 못 먹는다며 울거나, 우유도 흰 우유밖에 먹지 않는다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가긴 했다. 어느덧 정보올림피아드 대회 날이 다가왔고 나는 이 정도 실력이면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대회장으로 향했다. 혹시나 시험을 치며 울거나 소리를 지를 수 있어서 시험 직전에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감독관님에게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무슨 일이 생기면 저에게 전화 꼭 부탁드린다고 신신당부까지 했다. 다행히 전화는 오지 않았고 학생은 시험이 끝나고 코를 파며 교문으로 나왔다. 대회 결과 발표일이 다가왔고 결과가 적힌 공문을 열어보니 금상! 혹시나 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우리 학교 학생, 선생님 모두 깜짝 놀랐고 놀림 받던 아이가 아니라 이제 학교에서 스타가 되었다. 그 날 이후 나와 학생은 더욱 열심히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고 도 대회에 참가했다. 그 결과는 또 금상! 그리고 정보올림피아드 전국대회 출전권까지 따내게 되었다. 이제 전국대회 준비를 위해 주말까지 반납하고 함께 밥을 먹어가며 대회 준비를 했다. 실력은 나날이 늘었고, 더 솔직하게 말해 거의 대회가 다가올 무렵에는 나보다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하며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기발한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또 놀랐다. 함께 대회를 준비한 다른 선생님도 도대체 저런 학생이 갑자기 어디서 나왔냐며 궁금해 했다. 이전에 C언어 자체를 몰랐고 준비 기간도 6개월이 갓 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깜짝 놀랐다. 드디어 전국대회 날. 학생을 대회장으로 보내며 “자신있게 하고, 울지 말고!”라며 힘을 주었다. 잘 하고 오겠다며 대회장으로 들어갔지만 이상하게 내가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닌데 내가 더 많이 떨렸다. 대회시간 내내 인솔교사가 대기하는 대회의장에서는 스크린으로 현재 학생이 몇 번 문제를 풀었고 점수가 몇 점인지 실시간으로 표시가 되었다. 아직 다른 학생들과 달리 1번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속이 타고 걱정이 되었지만 좀 기다려 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화면을 주시하는 순간, 점수판에 1번 문제와 2번 문제의 점수에 한꺼번에 만점이 뜨는 것이었다. 아 뭔가 좋은 느낌이 온다는 생각과 함께 덩달아 더 긴장이 되었다. 3번 문제까지 만점으로 표시되었고 마지막 4번 문제만 남았다. 하지만 10여 분이 남았는데 4번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회 보안상 더 이상 결과화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스크린도 꺼졌다. 그렇게 떨리는 10분이 지난 후 대회장을 나오는 학생을 만났다. “4번 문제 못 풀었어?” “아니요. 풀었어요.” 다행히 4번 문제까지 해결하고 나왔다고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결과가 나오는 날, 당당히도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받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고 플랜카드까지 걸며 축하했다.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셨고 학생들까지 축하 인사를 하며 이 학생의 학교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학생들도 이 학생을 이해하게 되었고 교사들 역시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6학년 졸업식 날. “선생님~”하며 안기는 학생의 모습이 내 눈에는 아직 애기 같아 보이는데 졸업이라니 좀 믿기진 않았지만 함께 보냈던 만화 같던 시간이 나에게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그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학생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얘는 이럴거야’, ‘이런 학생은 안돼’라는 생각들이 사라지고 ‘이 학생은 어떤 능력이 있을까?’,‘왜 이런 생각을 할까’라는 학생에 대한 기대와 이해하려는 마음이 오롯이 생겼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은 자기 나름에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나는 그것을 찾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교육관을 가지게 되었다. 졸업식 날 학생의 부모님은 나에게 아들의 능력을 찾아줘서 고맙다고 했지만, 나는 교사로서 평생 갖고 가야 할 굵직한 중심을 하나 제대로 찾은 것 같아 오히려 이 학생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아무나 볼 수 없는, 아직은 숨겨진 학생들의 능력을 볼 수 있어야 진정한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지금 나의 교직생활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기둥이 되었다. “OO아, 졸업하고 몇 번 봤는데 이제는 선생님도 학교를 옮겨서 보기 어렵구나. 잘 지내지? 앞으로도 건강하고 너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즐겁게 살길 바란다, 선생님이 멀리서나마 응원할게.” ------------------------------------------------------------------------------- 2019 교단수기 공모 금상수상자 수상 소감 - 아이들의 숨은 ‘빛’ 찾는 교사 되고파 어느덧 아홉 번째 졸업식을 맞았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은 훌쩍 커서 나보다 큰 키로 선생님을 만나러 학교에 온다. 어느 분야건 10여년 정도의 세월을 그 직장에서 근무하면 전문가의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왜 아직도 매해가 새롭고 긴장이 되는지.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또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가 모두 달라서인 것 같기도 하다. 그 수 많은 이야기 중 하나의 이야기를 반성문 쓰듯이 썼던 수기로 상까지 받으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한편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최근 중국에서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미 달 착륙은 1969년 아폴로 11호가 성공한 바 있어 ‘중국의 달 착륙이 크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달 탐사선 착륙은 우리가 매일 밤 보는 달의 한 쪽 면이 아닌 그 뒤에 숨어 한번 도 볼 수 없었던 곳을 본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진다. 눈에 보이는 모습만이 아닌 그 이면을 보려는 노력은 박수 받을 만한 것 같다. 나는 교사로서 아이들의 어떤 면을 보고 있었던가?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면을 보려고 노력했는가? 스스로 반성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겉으로는 늘 밝게 웃지만 속은 온갖 상처로 아픔을 가진 아이들. 공부도 하지 않고 말썽만 부리지만 뭔가 특별한 ‘하나’를 가진 아이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겠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그들의 뒷면을 찾아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가질 때, 비로소 숨어서 반짝이는 그 뒷면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수 많은 제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누구든 훤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 그 뒤에 숨은 더욱 눈부신 아이들의 ‘빛’을 찾는 교사가 되어 세상을 밝혀주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조그마한 힘이 되어 주고 싶다.
1. 골든 슬럼버 이번 설(2월 5일)에도 연휴 기간 많은 영화들이 전파를 탔다. ‘7번방의 선물’ㆍ‘명량’ㆍ‘겨울왕국’(이상 EBS)ㆍ‘신과 함께: 죄와 벌’(SBS)처럼 천만 넘는 관객의 대박영화가 있는가 하면 흥행 실패작들도 있다. 게중엔 ‘골든 슬럼버’(tvN)ㆍ‘궁합’(SBS) 같은 1년 전 실패작을 비롯 ‘허스토리’(KBS)ㆍ‘명당’(JTBC) 등 극장 개봉 6~7개월밖에 안된 영화들도 있다. 시청자 입장에선 그만큼 선택폭이 커져 즐거운 비명이라도 질러야 할 설명절 특선 영화인 셈이다. 케이블의 전문채널 빼고 지상파 종편방송을 통틀어 SBS가 가장 많은 한국영화를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극장을 가지 않고 집에서 거의 공짜로 영화 보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이라 할만하다. 따로 돈을 들이지 않아도 생기는 쏠쏠한 재미라 할까.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는 2018 설(2월 16일) 특선으로 같은 해 2월 14일 개봉했다. tvN이 개봉 1년도 안된 2월 1일 밤 방송했는데, 사실상 2019 설 연휴 첫 TV 특선영화다. OCN이 2일 낮 방송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두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연달아 내보낼 정도의 영화인지는 의문이다. 손익분기점 절반 정도인 138만 남짓한 관객에 그친 흥행 실패 영화여서다. ‘골든 슬럼버’는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2010년 동명의 일본 영화가 국내 개봉하기도 했다. 강동원이 원작을 읽고 영화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큰 반향이 없었는데도 왜 다시 한국영화로 만들었는지 의아스럽다. 하긴 일본의 만화나 소설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꽤 있다. 그중 크게 성공한 영화는 ‘미녀는 괴로워’(2006)ㆍ‘럭키’(2016) 정도다. ‘올드보이’(2003)부터 ‘화차’(2012)ㆍ‘리틀 포레스트’ㆍ‘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상 2018) 등도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성공한 영화지만, 좀 생각해볼 점이 있지 싶다. 관객들이야 영화 보기에서 국적을 가리지 않지만, 독도라든가 위안부 문제와 축구의 한일전이 떠올라서다. 특히 ‘파랑주의보’(2005)ㆍ‘백야행’(2009)ㆍ‘너는 펫’(2011)ㆍ‘용의자X’ㆍ‘하울링’ㆍ‘남쪽으로 튀어’(이상 2012) 등 흥행 실패 영화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해진다. 이제 ‘골든 슬럼버’가 ‘인랑’(2018)과 함께 흥행 실패작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강동원ㆍ한효주가 출연해 눈길을 끈다. ‘골든 슬럼버’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노래 이름이기도 하다. 한국일보(2018.2.8.)에 따르면 비틀스의 노래가 한국영화에 합법적으로 사용되기는 처음이다. 제작사는 ‘골든 슬럼버’ 음악 사용료로 2억 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비틀스의 노래는 사용 허가가 잘 나지 않을 뿐더러 음악 사용료가 높기로 유명하다”는데, 영화가 그 값어치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골든 슬럼버’는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가 어느날 대통령선거 유력 후보 암살범이 되어 쫓기는 이야기다. 108분이란 러닝타임에 일종의 스릴러 전개인데, 전반적으로 좀 뜨악한 느낌을 준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거나 녹아들지 못한 낯섬이라 할까. 소시민의 대선후보 암살범 누명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이 고작 우정이라니, 좀 아니지 싶다. “아이, 저 인간 중독성 있네”라는 민씨(김의성) 말처럼 착한 인간성의 김건우 캐릭터 구현이 나름 의미있어 보이긴 한다. “손해 보면서 살면 좀 어때요. 착하게 사는게 죄인가요?”라는 건우 반문을 통한 나쁜 세상 까발리기도 그렇다. 문제는 그것들이 좀체로 확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138만 넘는 관객이 과분할 정도의 ‘골든 슬럼버’라 할까. 2. 궁합 ‘궁합’(감독 홍창표)은 2018년 2월 28일 개봉했다. 설이 2월 16일이었으니 특선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설 대목 특수(特需)와 거리가 멀었다. 134만 명 남짓한 관객에 그치고 말았으니까. 순제작비 63억 원에 손익분기점이 230만 명쯤이니 흥행 실패작이다. 이를테면 SBS가 흥행 실패작 ‘궁합’을 개봉 1년도 안돼 2019 설 특선 영화로 방송한 셈이다. ‘궁합’은 ‘관상’(2013)ㆍ‘명당’(2018)과 함께 이른바 역학 3부작중 2번째 영화다. ‘관상’이 913만 5806명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트릴 때만 해도 후속작 ‘궁합’ㆍ‘명당’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기대가 컸다. 그런데 막상 두 영화가 다 개봉한 지금 그런 것들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명당’ 역시 흥행 실패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남게 되어서다. 우선 생각해볼 것이 타이밍이다. ‘궁합’은 ‘관상’ 이후 관객과 만나는데 무려 5년이 걸렸다. ‘관상’의 흥행 열기를 잇겠다는 의도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의아한 대목이다. 거꾸로 ‘명당’은 ‘궁합’이 대박을 친 것도 아닌데, 불과 7개월 만인 2018년 9월 19일 개봉했다. 이런 개봉 역시 무슨 일인지 선뜻 이해 안 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명당’은 100억 원 넘는 돈을 들인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제작되었다. 결과적으로 흥행 실패의 부담을 더 크고 깊게 떠안는 역학 3부작 종결편이 되고 말았다. 역학 3부작 제작사 주피터필름 대표가 흥행 순수익의 50%를 공익재단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기로 협약한 것이 밝혀져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 그래서인지 ‘궁합’ㆍ‘명당’ 실패가 더 씁쓰름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궁합’은 2015년 9월 촬영을 시작해 12월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후속작업을 감안하더라도 2018년 2월말은 완전 지각 개봉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신문(2018.2.27.)에 따르면 주연배우 이승기(서도윤 역)의 제대를 기다리느라 개봉이 늦어졌다. 일단 ‘관상’의 흥행 열기를 이어가지 못한 지각 개봉이 패인(敗因)의 하나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궁합’은 조선 영조 29년 송화옹주(심은경)의 혼인을 둘러싼 이야기다. 역술에 능한 사헌부 감찰 서도윤과 송화옹주의 사랑이 이야기 축이다. 경빈(박선영)의 사주를 받아 송화옹주와 정략 결혼하려는 서도윤 동료 윤시경(연우진)의 음모와 야망이 또 다른 이야기 축이다. 역학시리즈답게 송화옹주 혼인은 지독한 가뭄 해소의 기우제 성격의 정책으로 실시된다. 일개 옹주(후궁이 낳은 딸. 중전이 낳은 딸은 공주다.) 혼인에 그런 음모가 있다는 설정이 우선 놀랍다. 원자의 쇠한 기를 살리기 위해 옹주와 상극인 사주의 부마를 얻으려 하는데 일조한 서도윤이 마침내 양심선언을 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어디서 어리석게 사랑 타령을 하는 것이냐” 질책하던 임금(김상경)이 귀양가던 서도윤을 사면하고 송화옹주와 만나게 한 것. 신랑감을 직접 보고자 하는 송화옹주의 궁밖 출입은 이해되지만, 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다. 가령 “그래도 움직여야 변하지 않겠습니까?”라든가 “어디론가 멀리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라 말하는 송화옹주가 그렇다. 무슨 당대 관습의 혁파라든가 시대적 저항의 캐릭터와 거리가 먼 송화옹주가 맥락없이 꺼내든 말이어서다. 서두 가뭄 해소를 위한 혼인에 맞춰 비가 흠씬 내리는 결말 등 전체적 구성은 그럴 듯하지만, 뭔가 좀 헐거워 보이는 것도 아쉽다. 관객도 모르게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드라마의 힘같은게 없다. ‘깨끄시(깨끗이)’를 “깨끄치 비우셨습니다”라는 어느 궁녀라든가 이개시(조복래)의 ‘관상깜’ 따위 잘못 발음한 대사들도 그렇다. 배우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당시 갓 20살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2014)에서 70대 노인 연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865만 명의 관객으로 대박을 일군 일등공신이라 해도 될, 영화에 완전 녹아든 연기였다. 그런데 ‘궁합’에선 그 ‘수상한 그녀’와 좀 다른 포스를 보여준다. 좀 헐겁거나 꽉 조이는 한복을 입은 듯한 모습이라 할까. 사극 분장이나 연기가 잘 어울리지 않는 배우들이 있는데, 심은경외 아이돌 출신 배우들도 그래 보인다. 강휘 역의 강민혁(시엔블루)과 서도윤 동생 가윤 역 최민호(샤이니)가 그들이다. 그나마 최민호의 경우 멀쩡하게 눈 뜬 장님 캐릭터다. 그들이 맡은 단역조차 오디션을 통해 뽑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좀 아니지 싶다. 연기돌 스타들을 너무 함부로 소비하지 않았나 해서다. 그 정도 배역과 연기로 아이돌 스타가 달고 다니는 소녀팬들을 얼마나 극장으로 유인했을지도 의문이다. 주ㆍ조연은 물론 단역까지의 출연이 연기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달리 말해 그들 아이돌 배우들은 출연하지 않음만 못했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어쨌든 왜 ‘궁합’이 실패한 영화가 되었는지 대략은 논의해본 셈이다. 3. 허스토리 KBS 1TV가 설날 밤에 방송한 ‘허스토리’(감독 민규동)는 2018년 6월 27일 개봉한 영화다. 그러니까 극장 개봉 7개월밖에 안된 최신작을 KBS가 2019 설 특선영화로 방송한 것이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ㆍ‘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ㆍ‘주토피아’ㆍ‘덕구’ㆍ‘비정규직 특수요원’ 등 KBS가 설 연휴 방송한 어떤 영화보다 의미있어 보이는 ‘허스토리’다. 다 아다시피 설 연휴 직전 이른바 위안부 피해자로 TV나 신문 뉴스에도 자주 나오던 김복동 할머니가 세상을 떴다. 이로써 정부가 위안부 피해 생존자 등록을 받기 시작한 1993년 이후 명단에 오른 240명중 이제 23명 할머니만 남게 되었다. 그야말로 시간이 없는데도 일본의 아베정권은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 요지부동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소재 내지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계속 나오는 건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서라고 해야 맞다. ‘소리굽쇠’(2014)ㆍ‘귀향’(2016)ㆍ‘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2017)ㆍ‘아이 캔 스피크’(2017)ㆍ‘허스토리’(2018) 등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다. KBS가 2015년 3ㆍ1절 특집으로 방송한 드라마 ‘눈길’도 있다. 그중 300만 넘는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대박난 영화는 ‘귀향’과 ‘아이 캔 스피크’다. ‘소리굽쇠’는 아예 그런 영화가 있는지조차 모를 만큼 대중의 관심 밖이었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도 전편 ‘귀향’ 흥행이 무색할 정도로 독립영화 수준의 관객에 머물렀다. ‘허스토리’의 경우 극장 관객은 33만 명 남짓에 그쳤다. 25억 원의 비교적 적은 제작비라지만, 흥행 실패다. 다행은 한국일보(2018.7.19.)가 전한 팬덤 소식이다. 기사에 따르면 “‘허스토리’ 상영관을 찾아 헤매던 관객들이 팬덤으로 결집해” 극장 대관 상영회 등 관람 열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KBS의 ‘허스토리’ 설 특선영화 방송이 의미있는 일로 다가오는 이유다. 방송시간이 겹친 tvN의 ‘탐정: 리턴즈’를 포기하고 ‘허스토리’를 애써 본 이유이기도 하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에 걸쳐 진행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관부재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대한여행사 문정숙(김희애) 대표가 나서길 주저하던 위안부 및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을 설득해 재판에 나선다. 실제론 10명이지만 영화는 배정길(김해숙)ㆍ박순녀(예수정)ㆍ서귀순(문숙)ㆍ이옥주(이용녀)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23번이나 오간 재판 결과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낸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각 300만 원의 배상금 지불 판결이 그것이다.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은 해당되지 않고, 공식 사과도 없는 판결이다. 그래서 일부 승소 판결인데, 지금까지 나몰라라 하는 일본의 태도에 비춰볼 때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가장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은 “젊어서는 원해서 몸 팔아놓고… 박정희때 한번 뜯어갔으면 됐지” 따위 일본의 인식이다. 양심적 일본인들도 많이 있지만, 현재 아베정권의 기본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 그렇다. “해방된지가 언제인데, 이제와서” 운운하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폄하를 서슴지 않는 한국인 택시기사로 대변되는 국내 여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화 전체적으로 ‘귀향’과 ‘아이 캔 스피크’처럼 뭔가 쿵하며 와닿진 않는다. 비극적 내용과 딴판으로 너무 밋밋하거나 건조한 느낌이라 할까. 배우들의 피해 할머니들 고통에 감정이입한 열연과 상관없이 좀 재미있게 영화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연히 여기서 ‘재미있게’는 무슨 코미디를 통한 박장대소 따위를 의미하는게 아니다.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영화에 몰입하게 되고 어느새 그 고통과 동화되지 않는 것과 별도로 아쉬움이 또 있다. 먼저 유기성이 결여된 장면 전환 등매끄럽지 못한 편집이다. 별도 자막없이 구사되는 부산 사투리로 인한 알아듣기 힘든 대사들도 그렇다. 숫제 남의 일로 치부해대던 정숙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편에 서는 계기 역시 박진감이 미흡해 보여 아쉽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학습형 현장실습’ 도입 이후 취업률이 급락하자 정부가 참여기업을 늘리기 위한 보완방안을 내놨지만, ‘학습형’ 기조는 유지하기로 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보완책으로 취업과 안전 모두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청년재단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학습형 현장 실습 도입으로 고졸 취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16년에 3만 1060개였던 현장실습 참여기업이 2017년 1만 9709개, 올해 1월 현재 1만 2266개로 줄었다. 현장실습 참여학생도 6만 16명에서 2만 2479명으로 줄었다. 보완 방안은 기업 참여 확대에 방점을 뒀다. 참여 기업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문제인 선정 절차를 통합해 간소화하기로 했다. 4회 이상 중복으로 이뤄지던 기업방문은 2회 수준으로 줄이고, 학교·학생의 만족도가 높은 선도기업은 재선정 절차 없이 3년간 인정하기로 했다. 우수 기업에는 정책 자금 지원, 공공입찰 가점, 금리 우대, 선취업 후학습 우수기업 인증 등의 장려 방안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선도기업을 기존의 3만 개 수준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조기 취업을 폐지하고 학습형으로 전환하면서 최대 3개월로 제한했던 실습 기간을 전환학기를 도입해 6개월까지 유동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고교학점제를 우선 도입해 조기졸업까지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들 큰 불만 요인이었던 월 20만 원 정도의 실습 수당에 대해서는 현실화된 수당 지급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안은 실제 업무를 하는 실습 시간에 대해 최저임금의 75% 지급을 권고하는 안이다. 기업에 대한 점검 간소화로 안전에 대한 공백이 생기지 않게 전체 직업계고에 전담노무사를 지정하고, 기업에 현장교사를 지정하고 4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산업체 안전교육 시행이나 컨설팅 지원도 이뤄진다. 그 외 취업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취업지원센터를 신설하고 모든 직업계고에 취업지원관을 배치하기로 했다. 학습형 실습으로 전환하면서 인정하지 않게 된 근로자 신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지만 끝내 보완 방안에 담기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조승래 민주당 의원실과 교육부의 공동주최로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도 패널 다수가 실습생의 신분을 근로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성과들은 이어나가겠다”며 “학생들이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일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본인이 발의한 학습형 실습을 위한 법안의 기조를 유지하며 보완만 하겠다는 것이었다. 어중간한 보완책은 정책의 피해자인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도, 학습형 실습 도입을 주장했던 시민단체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이 날 자리에 참석한 박지수 염광메디텍고 학생은 “근로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20만원의 금액에 실습을 나간 것이 가장 큰 불만”이라며 “최저임금 수준을 권고만 해서는 실습수당을 주는 기업이 최정임금을 안 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안대로 ‘실습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75% 수준의 수당을 산정할 경우 최소 30% 이상의 교육시간은 제외하고 지급하기 때문에 최저시급의 절반 수준이 되는 데다,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이 안 돼 주휴수당 등의 산정에서도 제외돼 월급으로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된다. 조민성 서산중앙고 학생도 “지난해 3월에 취업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고 최종합격한 기업이 있었지만 10월 이후에 취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합격을 취소했다”며 “3학년 전체를 취업 준비 기간으로 잡고 최소한 7월부터는 취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원들도 보완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수 수원정보과학고 교장은 “2016년에 1770명이던 산재 사망사고가 2017년에는 180명 늘었다”며 “현장실습 사고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현장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졸업생에 대해 한시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강화를 부탁한다”며 실습생을 근로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박동수 신진과기고 교사는 “학습중심 실습으로 취업 시기를 놓치면서 학생들이 취업하는 기업의 질과 급여가 오히려 더 나빠졌다”며 “학생들이 선택할 폭이 넓어지도록 해달라”고 했다. 최낙성 경기안중고 교사도 “우리 학교 특성화과 학생 96명 중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이 7명밖에 없다”며 “학교에 있을 때 취업을 못 하면 군생활까지 하고 돌아온 아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전대책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조용 교장은 “노무사가 감시하는 것은 을이 갑을 감시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에 참여한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학습형 현장실습에서 원점으로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사가 실질적으로 현장 점검을 일일이 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올해 초등 임용 시험 결과 선발인원이 모집인원보다 적은 시·도가 시 네 곳으로 늘었다. 모두 농·산·어촌 벽지가 많은 지역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8일 공립 유치원·초등·특수교사 임용시험 최종합격자를 공고했다. 초등 일반 신규임용인원은 총 3486명이었다. 이 중 강원, 충남, 전남, 경북이 당초 확정공고한 모집 인원보다 적은 수가 선발됐다. 그 중 가장 크게 미달된 곳은 강원도교육청이었다. 강원도교육청은 초등 일반전형 253명 모집에 184명(72.73%) 선발해 69명이 미달됐다. 장애인 전형은 19명에 모집에 단 한 명도 선발하지 못했다. 총 88명이 미달됐다. 모집 인원에 비해 67.6% 밖에 충원하지 못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수년째 초등 임용 인원이 미달되고 있다. 2015년 31명, 2016년 89명, 2017년 102명, 2018년 59명이 미달됐다. 충남·전남·경북 등 3곳도 선발인원이 모집인원에 미달했다. 충남 400명 모집에 341명(85.3%), 전남 320명 모집에 256명(80%), 경북은 412명 모집에 337명(81.8%) 밖에 선발하지 못했다. 장애인 전형과 지역제한 전형은 종종 미달이 되지만, 4개 지역은 일반전형도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일 일반전형만을 기준으로 할 때 충남은 354명 모집에 333명(94.1%), 전남은 248명 모집에 245명(98.8%), 경북은 385명에 335명(87%)으로 모두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렇게 신규 임용 미달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규 교사들이 정주여건이나 근무환경이 열악한 벽지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달된 4개 시·도 모두 벽지가 많은 지역들이다. 특히 여교사 비율이 높은 초등의 경우 신변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까지 겹쳐 더욱 벽지 근무 기피 현상이 더 많이나타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초등 합격자 중 남성 비율이 46%, 충남 48.1%, 경북 50.4%, 전남 41%로 30%대인 전국의 신규 남교사 비율을 훨씬 웃돈다. 반면 대도시인 특·광역시 지역은 18.2%인 울산을 제외하고 15%대 이하다. 서울·부산·대전·광주·세종은 15% 내외, 인천 11.8%, 대구 3.6%다. 가장 미달이 많은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미달이 됐다고 해서 당장 수급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벽지 기피 현상이 해당 지역의 교육력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당장 임용시험 합격선이 크게 차이가 난다. 초등 일반전형의 합격선은 충남 115.83점, 전남 129.4점, 경북 126.1점으로 160점 내외인 타 시·도에 비해 현저히 낮다. 강원은 계속 지원자 자체가 모집인원에 미달하고 있어 합격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미달 사태를 막기 위해 강원도교육청은 몇 년째 홍보영상도 만들고, ‘강원교육 연어 프로젝트’와 같은 지역인재 양성 사업도 해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초등교원의 도시 쏠림을 막고 지역 간 수급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3점에서 6점으로 올린 지역교대 가산점이나 교대 지방인재 전형 확대도 상황을 별로 개선하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정주 여건과 근무환경 개선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예비교사 A씨는 “소규모 학교로 가면 신규교사가 부장을 맡는 등 업무 부담도 크고 신안 여교사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우려도 많아서 벽지를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요새는 승진 욕심 없이 도시에서 자녀 교육시키고 육아를 하기 원하는 교사가 많다”고 했다. 경기도 포천 접경지역에 첫 발령을 받았던 B교사도 “처음에는 관사에 들어갔는데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해 운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도 차를 사서 포천시내로 이사했다”며 “전보 제한 기간인 2년을 채우자마자 의정부로 전출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교총은 서울시교육청이 기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2019 상반기 공립 중등 교감 인사 자료 구축을 위한 설문 조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교총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8일까지 관내 중등학교 학교운영위 교원위원 선거권자를 참여시켜 이 같은 설문 조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평가 대상은 관내 공립 중등학교(각종학교 포함)에 재직 중인 교감이다. 평가항목은 △교육자로서 품성을 갖추고 직무에 충실도를 5단계 평가 △공직자로서 사명감과 직무에 관한 책임감을 갖고 솔선수범 정도 5단계 평가 △학교가 처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 정도 5단계 평가 △교사와 학생의 교육활동에 대한 교육적 배려 정도 5단계 평가 등이다. 이에 대해 서울교총은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 꼬리표를 다는 정책 추진은 교육청이 교감을 옥죄고 나아가 학교 자율권까지 침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 “교감 인사자료 구축을 위한다면 교원능력개발평가나 근무평정 등 기존 자료를 참고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굳이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교육청의 ‘업무 줄이기’ 시책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재 학교에서 일을 제대로 하는지 등을 묻는 식으로 교감사회 전체를 잠재적 무능력자로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식의 설문은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게다가 문제점과 개선 사항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기록하도록 하고 있어, 자칫 설문 결과에 따라 문제 교감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교감은 학교경영의 중추라는 점에서 그 명칭을 ‘부교장’으로 바꾸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마당에 시교육청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근거가 불명확하고 어떤 의도로 하는지도 모르는 설문조사로 교감의 사기를 꺾는 일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일 이 같은 설문이 항시적으로 실시된다면 교감은 책무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설문조사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인기관리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장의 우려다. 서울교총은 “이 설문조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중등교감을 교육청 입맛에 맞게 줄 세우려는 것이 아닌지를 시교육청은 밝혀야 한다”며 “중등교감 전체의 사기를 꺾고 중등교감에 대한 평가 꼬리표로 전락할 수 있는 이번 설문조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1월 30일 학폭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번 방안은 국민참여 정책 숙려제 결과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한국교총도 학교는 교육기관이기에 이 번 개선 방안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번 개선안의 요지는 경미한 학폭 사안은 학폭위를 거치지 않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서면사과나 교내봉사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2020년 1학기부터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학폭위에 외부전문가를 확대하기 위해 학부모위원 비중을 현행 과반수에서 1/3이상으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장교사로서 교육부의 이와같은 조치를 크게 환영하고 왜 진즉부터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일반 시민 2200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는 학폭예방 및 재발 방지 효과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한 바 있지만 학교는 처벌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란 점에서 이 번 교육부의 개선안에 적극 동의한다. 28년의 교직생활 중에서 10년동안 학폭위 교원위원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학생의 행동도 문제지만 학부모의 인식도 변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사소한 사안 하나하나에도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내 자녀를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에서 크게 흥분하고 끝내는 학교마저 불신해서 고소 고발까지 하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 무정한 사회라 그런다지만 운전을 하면서도 가벼운 접촉사고만 생겨도 이해하기는 커녕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어른들의 태도에서 과연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지 의문이 든다. 아울러대부분 한 두명의 자녀를 기르기 때문에 학부모의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가정에서 어렸을 때부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늘 배려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이 번 교육부의 학폭 제도 개선 방안과 더불어 학부모의 인식도 좀 더 변화했으면 좋겠다.
인간의 위대함은 완벽함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천재란 타고 나지만 수재는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며칠 전 인터넷 서점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된 책들을 클릭해보다 필자의 시선을 끌었던 문장들이다. 그동안 수재는 보통사람인 우리와는 동떨어진 사람으로 알았는데,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니 보통의 아이들도 충분히 수재로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필자 역시 10대인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한 해가 지나갈수록 새로운 고민들이 새록새록 새순 돋듯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 필자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말이다. 책이 도착하던 날 만사 제쳐두고 자정을 훌쩍 넘겨버린 새벽녘까지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고 추구했던 것과는 다른 것들. 고정관념에 박혀 아이의 숨은 능력을 찾아 개발해줄 수 없는 현실에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 지능개발이 전공인 정미령 교수는 35년 전 한국인 최초로 옥스퍼드대 정교수로 임명된 세계적 교육학자이다. 그는 영재성은 타고나는 것이며, 유아기 때 영재교육을 끝내야 한다는 통설을 뒤집었다. 오히려 평범한 아이도 10대 때 교육과정에 따라 영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나이이므로, 이때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면 가장 큰 효과를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학교성적이 떨어진다고 야단치지 말고, 특정한 취미가 있으면 적극 살려주면서 다른 과목은 수준에 맞는 것부터 시작하면 끌어올리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모든 분야를 동시에 잘하기를 요구하는 한국교육을 맹렬히 비판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교육의 시기와 시간이었다. 즉 적시 를 찾아주면 모든 아이들이 다 수재가 될 수 있으며 창조성을 계발하기 위해 청소년들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적절한 시기인 적시(適時)란 무엇인가. 나무를 가꿀 경우엔 물을 줄 때, 가지를 칠 때, 비료를 줄 때를 잘 맞춰야 한다. 그래야 잘 자란다. 아직은 묘목인데 마음만 앞서 필요 이상의 물과 비료를 준다면 오히려 뿌리가 썩을 수도 있다. 부모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아이의 능력을 살피고 그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는 아이가 호기심을 보일 때다. 그때 잘 이끌어야 한다. 열 살 이전엔 부모가 방향을 제시하면 60%쯤은 그대로 된다. 나머진 아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아이에게서 발견되는 징후를 보아가며 도와주는 것이다. 모르겠다면 골고루 시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자는 많은 한국의 청소년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습에 시달리면서도 결국 얻는 것은 시험 점수를 올리는데 유리한 죽은 지식뿐이라고 개탄한다. 그 예로 중학교 1학년인 평범한 아이인 송이를 예로 들었다. 공부를 곧잘 하는 열네 살 송이의 목표는 앞뒤 없이 서울대가 목표이다. 어릴 때부터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은 학원과 과외로 기본을 탄탄히 다져왔다. 시험을 보면 늘 90점 이상이다. 평일엔 밤 9시 반까지 학원코스를 돌고 집에 온다. 별다른 취미는 없고 주말에 온라인 게임을 2~3시간 정도한다. 장래 희망은 의사, 변호사, 외교관이다. 잘은 모르지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의 믿음대로 송이는 과연 수재일까라는 질문에 정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송이는 아직 수재도 무엇도 아니며 아무것도 될 수 없다고 답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에 시간을 투자해 만족할 만큼 지식을 수확할 능력이 없는 아이, 세상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 없이 단순 오락에만 빠져 있는 아이는 수재가 아니라는 것.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많이 하면 지식이 짧은 시간에 쌓여, 시험은 잘 볼 수 있겠지만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데 쓸 큰 에너지는 잃게 된다는 것이다. 과외는 암기능력만 키울 뿐, 앞으로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개성과 창의력은 죽는다고 단언했다. 정 교수는 송이에게 이런 처방을 내렸다. "게임 대신 동해에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요즘 네 또래들 사이에서 무엇이 유행하는지 알아봐라." 교과서 밖의 지식을 혼자 힘으로 찾아 나선 송이는 전과는 달리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처음으로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아이들의 타고난 창의력을 개발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강하게 지적했고 그들의 잠재 능력을 꽃피우게 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에 위대한 발명가 세대를 확보 할 수 있는 길이므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북돋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가 많고 매우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전문가의 수가 많다고 할 수 없기에 10대를 수재로 길러내는 작업은 전 국민의 과제라 했다. 3년 전부터 필자는 아이를 창의 교육을 하는 전문 기관에 맡기고 있다. 마음껏 생각하고 마음껏 토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참 좋아서였다. 당장 교과 공부에는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엉뚱한 상상을 해도 그것을 격려하고 칭찬을 하며 미래의 실현 가능성을 격려 해주는 그런 훈련을 하다 보니 소극적이었던 아이가 적극적으로 변하고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하고 싶은 얘기도 마음껏 표현한다. 그곳에 가면 부모교육도 받는다. 아이들은 문제가 없다. 부모의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아이들의 가슴에는 시퍼런 멍이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도 전보다는 많이 변한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또 다른 갈등을 하게 된다. 주변이 온통 시험점수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필자는 정미령 교수의 글을 읽어봄으로써 약간의 확신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10대의 청소년을 둔 학부모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가정에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자녀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이야기 내용에 대해서 내 나름의 해석을 해 보고자 함이다. ‘비교한다는 것’과 관련해서 새로운 통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덕이 높으신 고승(高僧)이 제자 스님들과 문답을 나누며 법문(法問)을 하는 중이었다. 스님이 제자들에게 문제 하나를 내셨다. 스님은 자신의 지팡이를 땅에 놓고 가리키며 말했다. “이 막대기를 톱이나, 도끼나, 칼이나, 손을 대지 말고, 짧게 만들어 보아라.” 제자들은 석 달 이상 머리를 동여매고 궁리를 했지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해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한 제자 스님이 앞으로 나가 고승에게 삼배를 올리고, “제가 해 보겠습니다” 하고 말한다. 모인 사람들이 시선을 집중하였다. 그 제자 스님은 앞으로 나가더니, 긴 막대기를 가져가다 그 지팡이 옆에 놓았다. 고승(高僧)은 빙그레 웃으시며 만족해하셨다. 달걀 세우기 시합에서, 달걀 하단을 살짝 깨트려서, 달걀을 세웠다는 콜럼버스 이야기만큼이나 맥 빠지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2장의 ‘장단상교(長短相較)’ 구절이 이 이야기 해석의 근거로 따라붙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그 대목 도덕경의 내용은 이러하다. 有無相生 [있음이 없음을 낳고, 없음이 있음을 낳는다. 유무는 서로 상생한다.] 難易相成 [어려움이 쉬움을 만들고, 쉬움이 어려움을 만든다. 난이는 서로 상성한다.] 長短相較 [긴 것이 짧은 것을 견주고, 짧은 것이 긴 것을 견준다. 장단은 서로 상교한다.] 장단상교(長短相較), 글자 그대로는 ‘긴 것’과 ‘짧은 것’은 서로 견준다. 이런 뜻이다. ‘長短相較’가 ‘長短相形(장단상형)’으로 된 버전도 있다. 이것까지 참조하면 “길고 짧은 것은, 견주어 봄으로써 그 모양(장단)의 본질이 드러난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럴 법하다. 그냥. 길고 짧음은 대어 보아야 안다. 이렇게만 받아들이면, 알려면 체험적 노력을 하라는 데서 이해가 끝난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이 장단상교(長短相較)에는 인지의 기본법칙이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길다’는 절대 의미로 존재하지 않는다. ‘짧다’가 같이 있으므로, ‘짧다’에 견주어서 ‘길다’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짧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길다’를 제대로 인지하기 위해서는 ‘짧다’가 반드시 있어서, 서로 견주어 주어야(비교해 보아야) 한다. 이게 어디 ‘길다’와 ‘짧다’ 사이에만 있는 일이겠는가. 세상의 모든 실체와 개념들이 비록 그 자체로는 홀로 ‘절대적 지식’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만은 않다. 다른 상관적 실체나 개념들과 비교됨으로써 비로소 사람들이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한 제자 스님도 ‘인간의 인지’를 주목했다. 사람들이 짧다고 인지하면 짧은 것이 되는 이치를 택한 것이다(실제로 우리의 앎이 그러하다). 그리고 짧다는 것은 상대적 개념임에 주목했다. 고승의 지팡이를 짧게 인지하게 할 만한 다른 상관물(더 긴 지팡이)을 가져와서, 원래의 지팡이를 짧은 지팡이로 보이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길다’나 ‘짧다’를 확실하게 아는 어떤 절대적인 앎이 되려면, 그것과 상관되는 것들을 상대적으로 인지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스피드 퀴즈에서 단어를 잘 설명하여 빨리 알아맞히게 하자면 어떤 전략이 좋겠는가. 예컨대 스피드 퀴즈에서 ‘흥부’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이를 어떻게 설명하면 빠르고 효율적이겠는가. ‘흥부’를 사전식으로 정면으로 설명하면, 시간도 길어지고 내용도 어렵게 된다. 재치 있는 사람이라면 흥부를 “놀부의 동생!”하고서 설명할 것이다. 흥부를 놀부와 짝을 지어 비교하도록 함으로써 흥부를 빠르게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습의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에게는 ‘비교하기’의 과업이 진행된다. 이를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물론 큰 의미에서 ‘비교하기’는 단순히 두 사물의 유사점이나 공통점을 찾는 협의의 인지 프로세스를 넘어선다. 학생들이 알려고 하는 내용과 상관되는 모든 맥락의 지식과 경험이 모두 비교하기의 작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비교하기라는 인지 과정 없이 공부하기란 어렵다. 이처럼 ‘비교하기’는 의미있는 인지 전략이요, 학습 전략이요, 교수 전략이 되는 것이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비교하기는 우리의 머릿속에서 앎의 구성을 질서 있게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배우고 생각하는 과정에서는 열심히 ‘비교하기 사고’를 할 일이다. 잘 모르던 세계를 알게 하는 데에는 비교하기의 사고가 매우 유효하다. 비교하기 사고는 판단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나를 ‘사회적 자아’로 또는 ‘도덕적 자아’로 일깨우는 유익한 깨달음은 대부분 남에게 나를 견주어 보는 데서 생겨난다. 이를 구체적으로 아주 실감 나게 써 놓은 이야기가 바로 성장소설(Bildungs Roman) 아니겠는가. 이런 소설에는 나를 정신적으로 성장시키는 데에는 ‘나’와 늘 비교되는 그 어떤 존재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심리학자 비고츠키(Vygotsky)는 아동의 인지발달이 혼자의 고립된 인지 노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누군가 어떤 비교의 위상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이라고 했다. 이처럼 누군가와의 ‘사회적 구성’이 중요함을 강조한 데서도 ‘비교하기의교육적 작용이 잘 드러난다. 즉, 나의 인지 발달과 매우 가까운 지점에서 나의 발달을 돕는 존재, 그와 나 사이에 이루어지는 비교의 영향이 작동함으로써 나의 인지가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비교하기가 지니는 교육적 미덕은 상당하다. 여기까지가 ‘비교하기’가 지닌 얼굴의 한쪽 면이다. 비교하기가 순기능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내 이익과 내 욕망에 따라 편을 가를 때 우리는 누군가를 열심히 비교한다. 상대를 내칠 때에도 비교하기를 통하여 그를 망가뜨린다. 이것이 문제를 일으킨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일에는 ‘비교의 타산(打算)’을 말아야 한다. 이익과 손해를 따져가며 사람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사람이나 물건이나 다를 바없게 된다. 내 이익과 관련하여 누구는 낫다, 누구는 못하다, 이렇게 사람을 비교하면,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순정한 관계는 설 자리가 없다. 그런 인간관계는 파탄을 면할 수 없다. 남의 장단점을 끄집어내어 비교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 사람을 동시에 망가뜨린다. 첫째는 자기 자신이 먼저 파괴된다. 남을 품평하듯 비교하는 동안, 자신의 품성이 걷잡을 수 없이 교만해진다.겉은 멀쩡할지 몰라도 그의 속사람은 비루해지고, 강퍅해지고, 천박해진다. 사람들은 그를 멀리하고 경계하게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자신만이 그걸 모른다. 둘째, 그에게서 비교를 당한 사람들을 망가뜨린다. 비교 대상이 되었음을 알면서 마음에 원망을 품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을 누구와 나쁘게 비교하여 흠을 내었으니, 마음에 분노와 복수의 감정이 들끓게 될 것이다. 원망과 복수의 감정이란 품고 있을수록 사람을 망가뜨린다. 셋째는 제삼자로서 이런 비교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을 망가뜨린다. 남을 비교하여 평판하는 데에 귀를 내놓고 있으면, 사람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빠지고, 자기도 모르게 사람을 비교의 대상으로만 본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인간 관계가 나빠 그의 인생이 불행해지면서도, 그 원인이 사람 비교하기 습성에서 오는 것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개 여기에 속한다. 소비 욕망을 추구하다 보면 끊임없이 욕망을 비교하고 있는 자기를 볼 것이다. 비교의 결과로 불평과 불만에 갇히는 것은 딱하고 어리석다. 이런 잠언을 떠올린다. “불행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기술(skill)은 ‘비교’이다. 행복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기술(skill)은 ‘관계’이다.” 요컨대 ‘비교하기’는 인지와 학습의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비교하기’는 인간관계발달에서는 섣불리 끌어들이지 않아야 한다. ‘배우는 일’과 ‘관계 맺는 일’이 사람 사는 일의 전부이지 않겠는가.
‘유튜버’와 ‘디지털 네이티브’ 지난해 12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18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황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중에 ‘유튜버’가 5위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30년 전엔 ‘대통령’, 10년 전엔 ‘아이돌’처럼 ‘유튜버’도 그냥 어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로 생각하기엔 왠지 꺼림칙하다.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사회에 대한 흐름을 이해하는 통찰력이 더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진로 교육에 있어서 가장 흐름을 앞서가는 그룹이 초등학생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번 조사결과는 ‘유튜버’를 꿈꾸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본격 등장을 예고한다. 유년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포함한 스마트 디바이스와 콘텐츠를 만들어 등록·공유하는 플랫폼과 함께 성장한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유튜브로 촉발된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최대 소비자이면서 최대 생산자로 등장했다. 인공지능과 플랫폼의 발달로 현재의 콘텐츠는 누구나 쉽게 개발하고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게된 것이다. 2019년 올해 과학기술혁명의 키워드 세 가지는 ‘인공지능, 5G, 블록체인’이 될 것이다. ‘유튜버’를 대량 양성하고 1인 콘텐츠 생산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인프라가 고속도로처럼 구축이 되는 원년이 된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가장 빨리 읽고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인 것이다. ‘성장’을 목표로 한 진로교육 지난해 말 맞춤형 VOD를 제공하는 넷플렉스를 통해 제임스 딘이 출연한 3편의 영화를 보았다. 배우이자 카레이서로서 24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제임스 딘은 ‘에덴의 동쪽’, ‘자이언트’ 그리고 ‘이유 없는 반항’이라는 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3편의 영화 소재는 각각 다르지만, ‘성장’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미국의 성장시대에 기존의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나오는 갈등요소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피어나는 번민과 성찰이 한 개인과 국가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과거의 성장을 멈추고 새로운 성장을 시작하는 변곡점에 와 있다. 구조적인 청년실업과 N포 세대는 현상일 뿐이다. N포 세대 청년들은 기존의 베이비부머 세대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해 온 세대이다. 이들의 자조는 단지 역량 부족이 아니라 자존감 부족에서 나온다. 청년세대의 자존감 부족은 ‘성공’을 보상으로 한 우리 사회의 교육방식 때문이다. JTBC의 ‘SKY 캐슬’에 나오는 ‘서울대 의대’와 ‘전교 1등’은 모두 성공을 담보로 한 목표치일 뿐이다. ‘성공’ 후에는 어떨까? 다 이루었다는 만족감과 함께 오는 허탈감은 다음 목표를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1등의 허탈감 뒤에는 1등을 쫓아갔던 수많은 2등과 꼴등들의 좌절감이 있다. 진학과 입시중심의 진로교육은 ‘성공’을 목표로 하지 ‘성장’을 목표로 하진 않는다. 우리 교육과 비교할 수 있는 그룹으로 유대인들의 교육을 들 수 있다. UN이 발간한 교육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아이들의 지적능력을 측정하는 IQ는 평균 104로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한다. 반면 이스라엘 아이들의 평균 IQ는 94로 세계 45위에 불과하다. 공부시간도 우리 아이들이 훨씬 많다. 물론 극성스러움의 상징인 ‘엄마’도 우리는 유대인 엄마들과 비교할 정도의 적극성을 가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뉴욕 타임스에서 한국의 극성스러운 엄마에게 ‘New Jewish Mom(새로운 유대인 엄마)’이라는 별칭을 붙여 주었을까? 이처럼 기본역량에서나 환경적 측면에서 우리보다 나을 게 없는 유대인들은 사회에 진출할 때 엄청난 가성비를 나타낸다. 미국 내 약 600만 명에 불과한 유대인들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의 23.6%, 할리우드 부유층의 40%, 예일대 대학원생의 60%, 영향력 있는 지식인의 76%, 그리고 최고 부유층의 23% 이상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예술·문화·연구·경제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유대인 자녀들의 교육적 성과의 결과물은 ‘달란트’ 교육에서 비롯된다.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어렸을 때부터 부모들이 발견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경청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게 하는 ‘Voice Choice’ 교육이다. 달란트 교육의 핵심은 ‘성공’보다는 개개인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중심 진로교육은 새로운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위해 국가·사회가, 그리고 어른들이 해야 할 ‘Must Have’ 아이템이 되어야 한다. 갈수록 떨어지는 교육비 투자의 효율성을 차치하더라도 취업에 장기간 실패하거나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적응을 못 해 다시 공부를 하는 ‘스터디 룸펜(Study Lumpen)’을 양산하는 ‘성공’ 교육을 해서는 대한민국 교육에 희망이 없다. 준비되지 않은 대한민국 진로교육 매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 IMD는 ‘세계인재보고서(IMD World Talent Ranking)’를 발표한다. 많은 언론이 IMD가 발표할 때가 되면 한국의 인재경쟁력의 순위는 어떻게 될지 관심을 둔다. 2018년 11월 발표한 한국의 인재경쟁력 순위는 조사 대상국 60개 국가 중 33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39위에서 조금 오르긴 했지만, 세계 12대 경제대국의 위상치고는 인재경쟁력 지수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IMD 보고서 중 66페이지에 나와 있는 한국파트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기로 했다. IMD는 교육에 대한 투자 및 개발(Investment Development), 경제적 보상 및 만족도(Appeal)와 준비도(Readiness) 등 3개 분야로 나눠 점수를 분류한다(표 참조). 분야별 점수를 보면 교육투자분야가 20위이고, 보상과 준비도는 각각 41위와 34위로 더 떨어진다. 분야별 인재경쟁력 순위 중 눈에 띄게 순위가 높은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15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PISA에서 한국은 전체 9위를 차지하고 있다. 3년마다 치러지는 PISA에서 한국은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매번 3위 안에 들 정도로 우수한 학업성취도를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중학생 때까지 한국 아이들의 경 쟁력은 전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고등학교와 대학 이후 쪽으로 오면 점점 더 경쟁력은 떨어진다. 우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에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준비돼 있는지 판단하는 미래 준비도 측면의 세부지표를 살펴보면, PISA 지수를 제외하고는 31위에서 47위까지 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숙련된 노동력(Skilled Labor)’에 대한 준비도는 37위,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시스템은 응답지수 10점 만점에 5.16점으로 전체 대상 국가 중 38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으로 한정해 미래사회를 위한 ‘대학교육의 준비도’는 10점 만점에 4.84점으로 전체 대상 국가 중 49위를 차지하고 있어 거의 최악의 수준이다. 대학 졸업 후 기업들의 준비도 역시 마찬가지다. 연결과 융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진로교육 정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기초소양을 가진 창의·융합형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and Mathematics) 교육을 위한 과학기술에 대한 실험실습 기자재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점점 늘어가는 빈 교실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실험교육 시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은 기존의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배운 학생들과 배움의 방식에서 그리고 평가의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이과 구분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과정은 이제 개방형 플랫폼을 가진 형태로 과목 공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빅아이디어(Big Idea)라는 개념으로 하나의 개념을 여러 학문에서 어떻게 접목하고 있는지를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어렵게 배우게 되는 ‘베르누이정리’라는 개념이 ‘공중에 탁구공 띄우기’, ‘종이 글라이더 만들기’ 등의 실험으로 체득해 생활 속의 개념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게 만들고 이를 통해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것이다. 평가에서도 답이 있는 사지선다형과 같은 객관식 문제보다는 답이 없이 학생들의 생각을 넣는 ‘추론’ 문제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변화는 아이들의 성적과 관계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다양한 형태의 학습경험을 갖게 만들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사람과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세상에 맞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러한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자원과 인프라는 확보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은 훨씬 정교하고 복합적이어야 한다. 각각의 학문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서의 진로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단순한 기술습득이 아니라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 형성과 함께 하는 삶의 도구로서 STEAM 교육과 메이커교육이 자리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 학교나 진로진학상담교사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학교와 사회와 마을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나서야 한다. 시간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인류의 성장교육’을 가르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리는 선조들의 교육에 대해서 올바로 알고 있는가? 대부분 사람의 생각 속에는 선비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인격수양을 위해서 정진했던 올곧은 그런 이미지. 그래서 지금의 우리가 본받아야만 할 교육의 전범(典範)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인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이 글은 과연 그렇게 믿고 있다면, 그 믿음이 사실(史實)과 유리된 생각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전통시대 교육의 실상을 알아야 현재의 우리 교육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있으며, 이는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의 난제들을 풀어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 교육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은 기본적으로 역사학적 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역사 인식론의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신문화사’의 관점이다. 신문화사의 키워드인 ‘문화’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 내지 방법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신문화사는 역사 속의 개인들이 실제로 어떤 생활을 하였는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하는 미시사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 관점은 일상 속의 개인들이란 어떤 제도나 틀에 의해 휘둘리기보다는 나름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판단을 하고 행동하는 존재이며, 실제로 역사는 이들에 의해 굴러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관점을 교육에 적용하면 각 시대마다 교육수요자 즉, 학생 및 학부모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그 시대 교육의 향배는 이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전통시대 교육의 실체를 알고자 한다면 그들의 행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글에서는 신문화사의 관점으로 전통시대 중에서도 조선시대의 교육문화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사료인데, 이를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전거(典據)로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은 우리 선조들 교육문화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는 블랙박스라고 할 수 있다. 학교가 쇠퇴한 그곳에 사교육이 있었다 먼저 조선시대 교육문화로서 언급할 것은 바로 학교의 기피 현상이다. 당시에는 성균관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이 대단히 모범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기록을 살펴보면 성균관의 재학생 숫자는 대체로 열에 한둘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 원인들에 대해서는 차후 다른 지면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성균관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보다 하급학교인 사부학당이나 향교의 재학생 숫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성균관과 사부학당에 모여 학업을 연마하지 아니하고 서울과 지방의 유생들이 사사로이 집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 (중종실록 33년 10월 계묘) 사사로이 배우고 있다는 것이 여러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는데, 우선 그 집안의 어른들이 가르쳤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명색이 과거 합격자라도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보면 대부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일종의 사교육 교사에게 맡겼을 가능성이 크다. “제가 본 바에 의하면,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곳이 가는 곳마다 있었습니다”(중종실록 23년 10월 병인)라는 기록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시험 과목서 빠진 소학 선비들 외면 흔히 조선시대는 무엇보다도 인성교육을 가장 중시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래의 실록 내용은 그 실상이 어떠하였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오늘날의 학부형들은 과거시험에나 오르기 위한 자질구레한 문장기교나 자제들에게 가르치려고 할 뿐 어릴 때의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어려서 익히지 않고 자라서 배우지 않으니, 인재가 나지 않은 것이 당연합니다. - (명종실록 10년 6월 기사) 한마디로 과거시험 위주로 공부를 시키다 보니 ‘올바른 인간의 도리’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당시에 인성교육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대표적인 도덕 교재라 할 수 있는 소학에 대한 관심도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학을 조선시대 국민 필독서였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 서적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지금 사람들은 총각을 면하면 시(詩)와 부(賦)만을 익히고 소학에는 전혀 힘쓰지 않고 과거시험만 중하게 여기니, 어느 틈에 마음을 다스려 효도와 우애에 힘쓰겠습니까? - (중종실록 11년 11월 신사) 이처럼 당시에 소학은 홀대를 받았던 책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이 과거시험에 출제되는 교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과거공부 이미지는 한마디로 성실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률적으로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그들의 학습행태는 성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올가을에 초시에 합격하면 8월부터 내년 3월까지 모두 여덟 달이니, 그때 가서 글 읽기에 힘써도 강경시험을 볼 수 있겠다” 하는데, 이런 생각 때문에 글을 읽지 않고서 놀러 다니며 이야기나 하면서 날을 보내는 것이 온 세상의 풍조입니다. - (성종실록 19년 9월 갑자) 이처럼 당시 대부분 학생은 과거시험 준비를 다 마친 다음에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초시 준비를 하여 합격하게 되면 그다음에 가서 2차 시험인 복시 공부를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한마디로 시험이 코앞에 와야 본격적으로 준비하려는 일종의 벼락치기식 학습행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급제위해 위장전입 … 조정도 골머리 조선시대에는 오늘날 위장전입과 똑같지는 않지만 이와 유사한 행태들이 있었는데, 과거시험 기회를 얻기 위해 서울에 살고 있는 수험생들이 허위로 그 지역 거주자인 것처럼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저번 영릉(英陵)에 행차할 적에는 오직 지나가게 되는 지역의 본토인만을 뽑기로 되어 있는데도, 서울 유생들이 갖은 수단을 동원해 자기 이름을 부정한 방법으로 명단에 올리고 외람되게도 과거에 응시하는 자가 꽤 많았습니다. - (중종실록 29년 7월 정해) 사실 조선시대에는 이처럼 불법등록 사례들이 기승을 부리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으며, 이 때문에 당시에는 일찍부터 위장등록 금지법에 해당하는 ‘토단법(土斷法)’이라는 것이 있었다. 조선과 현대, 교육의 아킬레스건이 똑같다 위에 언급한 조선시대 교육문화의 단면들에 대해 납득이 가는 독자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개는 생경스런 느낌을 받을 뿐만 아니라 사실(史實)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것임을 조선 후기 실학자의 한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들이 공부하는 것은 글귀들을 기억하고 외우는 것에 불과하다. 세상에 태어나서 머리털이 마르기도 전에 과거공부를 하는데, 요행히 급제를 하여도 여전히 서투르고 거칠어 배운 것이 소용이 없다. - (곽우록, 공거사의) 이처럼 조선시대의 교육문화는 지금의 우리 눈에 별로 낯설지가 않을 정도로 오늘날의 그것과 닮았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두 시대 교육의 아킬레스건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바로 시험이었다. 조선시대가 ‘과거시험’에 의해 교육이 지배되었듯이, 오늘날은 ‘대학입시’에 의해 교육이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험이 있는 한 교육은 제 목적을 올바로 구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근본적인 원인은 시험 자체라기보다는 시험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따라서 지금의 우리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시험을 없애거나 혹은 시험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시험에 함몰되지 않도록 사회의 관행이나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유럽 대륙에서 비행기로 약 3시간 떨어진 곳. 뜨거운 화산과 차가운 빙하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섬.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묘한 느낌을 주는 아이슬란드를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계절, 6월에 다녀왔다. 아이슬란드는 북극권 바로 아래, 위도 60도 부근에 자리해 있어 엄격한 의미의 백야는 볼 수 없다. 대신 자정을 살짝 넘겨 일몰이 있고, 2시 정도에 일출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어두울 틈이 없다. 해가 아주 길기 때문에 빠듯한 일정을 세우더라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계절의 큰 장점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최적기는 5월~9월 사이의 여름이다. 겨우내 얼어있던 내륙지역(하이랜드)의 길이 열리고, 캠핑장을 비롯한 각종 시설이 오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 아이슬란드의 백미인 오로라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여행의 시작, 레이캬비크 아이슬란드는 서울 도봉구 인구와 비슷한 33만 명이 거주하는데, 대부분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에 집중되어 있다. 아이슬란드 전체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자, 수많은 현지 투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레이캬비크에서 근접한 유명 관광지는 단연, 골든서클(Golden Circle)이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와 굴포스, 게이시르를 묶어 부르는 이곳은 아이슬란드에 간다면 꼭 봐야 할 필수 코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싱벨리어 국립공원(Þingvellir National Park)은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갈라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는 여러 개의 열하(fissure, 지각이 갈라진 틈)가 집단을 이루고 있다. 그 열하들 중 실프라(Silfra)는 스노클링과 다이빙 등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굴포스(gullfoss) 역시 아이슬란드의 상징 같은 폭포로, 엄청난 양의 물이 협곡 아래로 떨어지는 2단 폭포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엄청난 소리와 물방울에 압도된다. 골든서클의 마지막 게이시르(geysir)는 간헐천이라는 영어 단어 geyser의 기원이 된 간헐천이다. 지금은 게이시르의 분출 주기가 엄청나게 길어졌지만, 대신 그 옆에 스트로쿠르(strokkur)가 자주 그리고 높게 물을 뿜어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이 있는 레이캬네스(Reykjanes) 반도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인 블루라군(Blue Lagoon)이 여기에 있고, 계란 냄새를 풍기며 땅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은 크리수비크(krysuvik) 지열 지대도 있다. 또한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을 연결하는 귀여운 다리도 만날 수 있다. 레이캬네스에서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Inside the Volcano 투어를 추천한다. 화산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언제 어디서 할 수 있을까. 가이드와 함께 2시간가량 용암지대를 걸어간 후 리프트를 타고 화산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지하 공간, 마그마 챔버에 둘러싸여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링로드를 따라 남부로 링로드는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감아 도는 1번 국도를 지칭한다. 링로드를 따라 아이슬란드 남부지방으로 향하면, 주요 명소로 알려진 각종 폭포·바닷가·빙하투어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레이캬비크에서 출발해서 비크(Vik)를 향해 가다가 잠시 옆으로 빠져 페리를 타면 헤이마에이(Heimaey) 섬까지 갈 수 있다. 헤이마에이 섬에는 1973년에 분화한 엘드펠(Eldfell)과 그 화산에 파묻혀 폐허가 된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바로 뒤로 이동하면 화산재가 쌓인 형태의 화산인 엘드펠에 오를 수 있다. 발이 자꾸만 빠져 마치 모래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힘들지만 많은 사람이 올라온다. 화산의 정상에 있는 작은 틈에서는 아직도 활화산의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다시 육지로 돌아와 링로드를 따라 이동하면 유명한 폭포들을 연속으로 만날 수 있다. 폭포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셀랴란드스포스(Seljalandsfoss) 폭포와 좁은 입구 속에 숨겨진 모습으로 독특한 느낌을 주는 글리우프라뷔(Gljufrabui) 폭포에 감탄하며 몇 분 이동하면 비교적 넓은 폭의 폭포로 많은 유량이 떨어지는 스코가포스(Skogafoss)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아이슬란드에는 수백 개의 폭포들이 있는데, 이 세 개의 폭포만으로도 ‘폭포가 참 다양하다’는 걸 깨달을 정도로 각각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동쪽으로 더 이동하면 남부의 유명한 해안 디르홀레이(Dyrholaey)에 닿는다. 해변에 있는 높은 언덕인 디르홀레이에 올라가면, 작은 등대와 거친 바닷바람이 맞이한다. 가끔 바람에 차 문이 거칠게 열려서 고장 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한쪽으로는 긴 직선의 검은 모래 해변을, 다른 한 쪽에서는 거대한 아치를 만날 수 있고, 그 아치 뒤로 레이니스퍄라(Reynisfjara)라는 이름의 검은 모래해변도 함께 볼 수 있다. 특히 레이니스퍄라에서는 주상절리도 볼 수 있고, 레이니스드란가르(Reynisdrangar)라는 작은 바위섬도 볼 수 있다. 남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비크(Vik i Myrdal)에서 히치하이커를 태우고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으로 향하던 중, 당시 아이슬란드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퍄드라우르 글리우푸르(Fradrargljufur) 협곡을 찾아갔다. 화산재 등이 큰 홍수 때 퇴적되어 있다가 점차 깎여나가서 만들어졌다는 이 협곡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절벽 바로 위까지 접근할 수 있는 스릴이 있는 곳이다. 유럽 2위의 국립공원, 바트나요쿨 국립공원 아이슬란드의 동남쪽에 있는 스카프타펠(Skaftafell)은 유럽에서 가장 큰 빙모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면적이 우리나라의 작은 도 정도의 면적이기에 한눈에 볼 수 없는이 거대한 빙모(ice cap)는 사실 바트나요쿨 국립공원(Vatnajokull National Park)이라는 유럽에서 면적 기준 2위의 넓은 국립 공원 중의 일부이다. 스카프타펠은 빙하에 직접 접근하여 올라 가볼 수 있다. 스카프타펠에 집결해서 장비를 받아들고 버스로 이동한 후 걸어가면 드디어 빙하를 직접 대면하게 된다. 그런데 빙하투어에 작은 문제가 생겼다. 작은 임시다리를 건너야 빙하 위로 올라갈 수 있는데, 빙하가 너무 녹아 유량이 많아지면서 다리가 떠내려 가버린 것.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대기는 길어졌지만 그래도 빙하는 올라갈 수 있었다. 스카프타펠의 빙하는 깨끗하지 않고 거무튀튀한 부분이 많은데, 이는 빙하가 쌓이는 동안 가끔씩 화산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빙하와 화산재가 쌓여 때가 탄 느낌의 빙하를 여기저기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 어쩐지 가이드가 우리를 자꾸만 돌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랬다. 아까 떠내려간 다리는 복구되지 않았고, 우리는 모두 차가운 강물에 발을 담그고서야 빙하에서 나올 수 있었다. 스카프타펠에서 45분 정도 이동하면, 아이슬란드 필수 명소인 요쿨살롱(Jokulsarlon)에 도착한다. 강이 막혀 생긴 호수에 작은 빙산이 떠 있는 모습으로 유명하고, 또 그 얼음이 바다로 흘러가 파도를 맞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올해는 요쿨살롱에 빙산이 별로 들어오지 않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왜 아이슬란드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실감나게 해준다. 여기에서 북부지역으로 6시간에 정도 이동하면 미바튼(Myvatn)이란 거대한 호수가 있다. 이 호수를 기준으로 북부 바트나요쿨을 볼 수 있다. 북부 바트나요쿨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비행기 투어를 이용하는 것. 2시간짜리 슈퍼 투어를 이용하면 스카프타펠 빙모의 북부지방은 물론, 그 영향으로 만들어진 여러 지형을 하늘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혼자는 태워주지 않기 때문에, 2인 요금을 지불하고 경비행기 투어를 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라는 말은 이런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경비행기는 미바튼 호수를 출발하면서, 호수 안에 있는 가짜 분화구(pseudo crater; 용암 분출 없이 수증기 폭발로 생긴 분화구)를 본다.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지금도 활동하는 분화구인 아스캬(Askja)를 보고, 다시 북쪽으로 이동해 유럽에서 가장 파워풀한 폭포라는 데티포스(Dettifoss), 퇴적 물이 쌓여있다가 말발굽 모양으로 깎여나간 독특한 모양의 지형인 아우스비르기(Ásbyrgi) 위를 누비고 다닌다. 미바튼 호수 인근에는 바트나요쿨 국립공원에 속하지 않지만 화산과 관련된 경관을 볼 수 있다. 크라플라(Krafla) 지역에는 거대한 지열발전소를 볼 수 있다. 링로드를 타고 여행하다가 계란 냄새에 홀려 찾게 되는 흐베리르(Hverir) 지열 지대에서는 뜨거운 열기 때문에 회색으로 변해 땅이 그을리고 녹아버리는 모습, 심지어 땅이 부글부글 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인근에 있는 미바튼네이쳐바스(Myvatn Nature Bath)는 레이캬비크 인근의 블루라군와 같은 야외 온천이 있다. 이곳은 사람이 많지 않아 보다 쾌적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서부를 달리다 아이슬란드 북서부에는 커다란 반도인 웨스트피오르드(Westfjords)가 있다. 링로드에서 벗어나 있어 찾아가기 어렵지만, 숨겨진 보석 같은 지역이다. 문제는 거리와 도로 상태이다.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아쿠레이리(Akureyri)에서도 6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곳이며, 겨울에는 도로마저 눈에 덮여있는 날이 많아 여름에나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도로는 자갈로 포장되어 있는데, 아마도 겨울엔 눈에 덮여있으니 아스팔트로 포장해서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지도에서 볼 때는 멀지 않아 보이지만, 길고 좁은 만인 피오르(fjord)를 따라 운전하면 길이가 상당히 길어지는 데다, 그 길들이 모두 자갈길이어서 진동과 소음이 심해서 운전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웨스트피오르드에서 제일 싫어하게 된 말이 ‘Gravel Road Ahead’였을 정도. 그러한 피로를 이겨내고 웨스트피오르드까지 오면 숨겨진 보석들을 찾을 수 있다. 아이슬란드를 상징하는 새인 퍼핀(puffin)이 많이 산다는 라트라뱌르그(Latrabjarg)를 갈 수도 있고, 여러 단에 걸쳐 폭넓게 떨어지는 폭포인 딘얀디(Dynjandi)도 있다. 웨스트피오르드 남쪽에는 스나이펠스요쿨(snaefellsjokull)을 품고 있는 스나이펠스네스(snaefellsnes) 반도가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에서는 화산·용암이 흘러내려와 만든 지형들을 바다와 함께 볼 수 있어서 마치 제주도 바닷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맑은 날, 국립공원 안의 도로를 따라 느긋하게 이동하다가 보이는 표지판마다 따라 들어가 구경해도 좋을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SNS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커큐펠(Kirkjufell)과 커큐펠포스(Kirkjufellsfoss)이다. 폭포와 산이 함께 나오게 사진을 찍는 것이 포인트로, 많은 사진작가 및 여행객에게 인기가 있다. 또 하나 바튼스헬리르(Vatnshellir)라는 용암동굴(lava tube)에 들어갈 수 있는 투어도 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덜 부담되는데, 각자 헤드랜턴을 장착하고 가이드를 따라 이동하면서 구경할 수 있는 투어이다. 옛날 농부들이 물을 구할 수 있었다는 이 용암동굴 안에는 다양한 형상의 자연 조각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스나이펠스네스를 나와 레이캬비크로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랭요쿨(Langjokull)에 만들어진 인공동굴로 들어가는 ‘Into the Glacier’라는 이름의 투어에 참가했다. 이 인공동굴은 연구 및 관광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실제로 빙하 무게에 눌려서 납작해지고 있는 동굴의 모습과 빙하가 움직이면서 갈라진 틈인 크레바스의 안쪽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에필로그 아이슬란드 여행을 떠나려면 필요한 준비물이 많다. 날씨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물가가 비싸 음식을 사기 부담스럽기 때문이기도 하며, 한국처럼 숙소에 구비된 물건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준비물보다도 꼭 권장하는 건, 같이 여행할 동반자이다. 혼자 여행해도 아이슬란드를 온전히 누릴 수 있지만, 사진 밖에 있는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을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세계적인 대안학교 발도르프(Waldorf)학교가 알려진 것에 비해 그 학교 설립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1861~1925)의 교육사상은 크게 조명 받지 못했다. 게다가 슈타이너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발도르프학교 설립자나 교육사상가로서가 아니라, 20세기 신비사상가들이라는 책을 통해 신비사상가로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과 정신세계가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만큼이나 분명하게 실재한다’고 말하는 슈타이너는 신비주의 사상가임에 틀림없다. 이런 점이 슈타이너의 교육사상을 널리 알려지게 하는 것을 방해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신비주의 사상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타난다. 그의 독자적 사상체계인 인지학의 교육적 실천이 바로 발도르프학교 교육이다. 발도르프학교 설립자, 슈타이너 사상의 태동 발도르프학교는 1919년 독일에서 슈타이너가 설립한 대안학교의 하나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왔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말 대안교육운동 흐름 속에서 발도르프학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한국 발도르프학교들도 생겨났다. 또한 최근 혁신학교운동이 일어나면서 공립학교 중에서도 발도르프교육을 접목하여 교육혁신을 꾀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발도르프학교 교육의 특성은 개혁적인 프로그램이나 교육방법에 있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성장하는 인간 존재로부터 적합한 교육의 관점이 나와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즉, 발도르프학교 교육의 특성은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방법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본성과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을 하고자 하는 교육철학과 원리에 있다고 할 수 있다(정윤경, 2005). 슈타이너는 1861년 2월 25일 크랄예백(Kraljevec)2에서 태어났다. 철도기술자가 되기를 바랐던 아버지 뜻에 따라 슈타이너는 실과학교(Real schule)를 다녔다. 실과학교를 마치고 비엔나 공과대학에서 피히테(J. G. Fichte), 쉘링(F. W. Schelling), 헤겔(G. W. Hegel) 등 관념론자와 괴테(J. W. Goethe), 쉴러(F. Schiller) 등 문학가들의 사상을 두루 접한다. 특히 문학사 교수 슈레어(Schröer)를 통해 괴테의 작품에 빠져들고, 괴테가 문학가뿐 아니라 과학자였음을 알게 된다. 괴테는 식물·색채 등 자연현상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플라톤이 말했던 것처럼 자연계의 모든 대상의 배후에는 그 원형(archetype)에 해당하는 관념이 존재함을 확신하고, 그것에 기초해 괴테과학을 발전시킨다. 이런 영향을 받으면서 슈타이너는 정신세계와 물질세계 사이를 관련짓는 인지학적 사상을 확립해가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에 도달하고자 했던 슈타이너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의 관련성을 찾고, 연계하려는 슈타이너의 관심은 훗날 발도르프학교 교육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당시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이 지나치게 눈에 보이고 잴 수 있는 대상과 사실에만 매달리고 있음을 지적하고, 발도르프교육학에서는 두 세계 사이를 연계하려고 노력하였다(Nobel, 1996: 82). 계속해서 슈타이너의 주된 관심은 정신이라는 실재에 도달하는 것이었고, 그는 그것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인식에 의한 것임을 보이려고 하였다. 정신을 실재로서 인정하고, 정신의 영역을 추구하던 경향은 슈타이너 이전에도 계속 있어왔다. 슈타이너는 특히 신지학(Theosophy)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1889년 슈타이너는 괴테 작품의 바이마르판 전집(Weimarer Goethe-Ausgabe) 출판을 위해 독일 바이마르로 옮긴다. 바이마르에서 출판 일을 하면서 슈타이너는 여러 책을 출판한다. 1891년 로스토크(Rostock) 대학에서 박사학위 논문 인식론의 근본 문제-피히테의 인식론과 관련하여(The Fundamentals of a Theory of Cognition with Special Reference to Fichte's Scientific Teaching)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것은 슈타이너의 주요 저서 자유의 철학(The Philosophy of Spiritual Activity)의 서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슈타이너의 사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신지학을 들 수 있다. 슈타이너는 1902년 정신세계의 실재를 확신하고, 신지학회에 가입한다. 신지학회는 블라바츠키(H. P. Blavatsky)가 중심이 되어 1875년 설립한 조직이다. 일반적으로 신지학이란 신학과 종교철학상의 합리주의를 반대하고, 인간적인 모든 지식과 인식능력을 넘어서서 신비적인 계시와 직관에 의해 직접적으로 대면하여 그 깊은 뜻을 파헤치려는 것을 뜻한다(廣瀨俊雄, 1990: 16). 슈타이너는 신지학회 독일지부 모임에서 자기 자신의 인지학적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독일지부 사무국장을 맡아 운영하는 동안 신지학회 회원이 아닌 청중을 위해서 강연도 했다. 그는 ‘인지학’이라는 제목으로 ‘인류의 정신적 진화’에 대해서 강연했지만, 청중들은 슈타이너가 ‘인지학’이라는 제목으로 사실은 ‘정신세계에 관한 것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슈타이너를 신지학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인지학자라고 부르는 것을 원치 않았다(St einer, 1977: 344-346; 517). 객관적인 과학에 기초하여 정신적 실재를 탐구하는 인지학 슈타이너는 정신세계에 대한 체험을 종교적 계시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식의 문제로 보았다. 그래서 ‘인간 내면의 인식을 만들어내는 근원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인식론적 질문을 던지며 정신적인 실재를 탐구해간다. 따라서 슈타이너는 인지학이 신지학과 달리 객관적인 과학에 기초하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1913년 신지학회를 탈퇴하고, 자신의 사상 인지학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간다. 1897년 슈타이너는 바이마르를 떠나 베를린으로 옮긴다. 베를린에서 슈타이너는 노동자들을 위한 민중대학에서 여러 강연 활동을 펼치는데, 이것은 나중에 그가 주도한 ‘삼중적 사회질서 운동’(Threefold Social Order Movement)에도 영향을 주었다. 삼중적 사회질서 운동은 제1차 대전 이후, 독일의 사회복구가 급한 상황에서 일어난 운동이다. 전쟁 이후 슈타이너는 자기가 생각해온 인식론적 관심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실천적인 문제를 관련짓기 시작한다. 1918년 이후 슈타이너는 삼중적 사회질서운동을 하면서 독일 국민에게 알리는 연설문을 시작으로 사회적인 문제와 관련된 글을 주로 발표하였다. 슈타이너의 생애에서 특히 인지학의 발달과정시기를 세 시기로 나눠볼 수 있다. 1902년에서 1909년 동안은 슈타이너의 내적 경험이 개념적인 형태로 발달한다. 신지학(Theosophy, 1904), 어떻게 초감각적 세계의 인식을 획득할 것인가(Knowledge of the Higher Worlds: How is it achieved?, 1909), 신비학개론(Occult Science, 1909) 등 슈타이너 자신의 내적 경험이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책들로 출간된다. 1910년에서 1916년까지 인지학의 발달 제2기를 맞는다. 네 편의 신비극이 만들어지고, 오이리트미(eurythmy)라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도 만들어지는 등 인지학은 주로 예술적인 형태의 발전을 보인다. 슈타이너는 드라마 공연 장소 및 인지학 활동의 중심지를 마련하기 위해, 괴테아눔(Goetheanum)7을 짓는다. 정신세계의 내적 경험이 사회의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진 인지학 인지학 발달 3기는 1917년에서 1923년 동안이다. 이 시기는 슈타이너의 정신세계에 관한 내적 경험이 사회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진다. 슈타이너가 ‘삼중적 사회질서 운동’을 전개하고, 1919년 발도르프학교를 세워 교육 분야에서 자기 생각을 실천하는 것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교육 외 의학·농학 등의 분야에서도 인지학적 성과가 적용되기 시작한다. 슈타이너는 1924년 인지학 협회를 설립하고 의장직을 맡아 협회 운영을 활발하게 해나간다. 인지학 입문 코스, 오이리트미 기초 강좌, 교육학 강좌, 의학 관련 강좌를 개설하였다. 이외에도 농업 분야의 유기농법에 관한 강좌, 교육 분야의 특수교육에 관한 강좌를 개설하여 농업과 특수교육 분야에서도 인지학적 실천을 이어갔다. 1924년 유럽 각지로 순회강연을 다녀온 후 슈타이너는 몸이 점점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슈타이너는 강연과 자서전을 완성하는 일을 계속 해나갔다. 1925년 도나하에서 슈타이너는 64세로 땅 위에서의 삶을 마친다. 1961년 슈타이너 탄생 100년이 되는 해에 그의 저작이 전집으로 출판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정리된 저작이 1990년까지 전집(Gesamtausgabe: GA) 354권에 이른다. 전집의 가이드북에 해당하는 별도의 3권에는 슈타이너의 전기 요약, 용어색인과 인명색인, 그리고 각 전집의 내용요약이 포함되어 있다. 독일어 전집은 대부분 여러나라말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다(Nobel, 1996: 47). 슈타이너 자신은 인지학을 ‘인간본성에 대한 바른 인식’에 기초해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간주하며, ‘정신과학’이라고도 부른다. 인지학이 교육 분야에서 실천된 발도르프학교는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학교에 따라서 지역이름을 앞에 붙인 ‘○○발도르프학교’ 또는 ‘○○슈타이너 학교’라고 불린다.
“놀수록 많이 배운다, 재미있게 가르치자, 다양성에 집중하자.” 자율과 창의가 넘쳐나는 대전 전민초등학교의 슬로건이다. 대전 전민초는 1994년에 개교해 현재 1,200여 명의 학생, 50학급 규모, 80여 명의 교직원이 근무하는 학교로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해 있다.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바람 교육, 스스로 깨닫고 도전하는 자발성 교육으로 초등교육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전민초. 전민교육 키워드는 ‘놀면서 배운다’ 전민교육의 핵심 키워드는 ‘놀면서 배운다’이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바람, 그것을 가능케 하는 ‘스스로’의 힘 즉, 자발성을 자극하는 교육시스템이다. 학생 스스로 공부하고 재미있게 봉사하며 수업시간에 거침없이 발표하는 열정 가득한 교실, 교사의 개성이 최대한 발현되는 학교, 학부모의 신뢰가 든든한 울타리가 돼 준 놀라운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비법의 열쇠는 이른바 ‘전민새바람’에 있다. 전민초 이재균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교사들의 수업방식에서부터 학급경영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나섰다. 이 교장은 수업새바람 운동부터 시작했다. ‘알기 쉽게 가르치자, 재미있게 가르치자’를 모토로 수업변화를 위한 특단의 노력을 기울였다. 짝토론·모둠토론·전체토론 등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식을 도입했다.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적극적으로 학습활동에 참여할 것인가’, ‘어떻게 학생중심수업으로 수업효과를 극대화할 것인가’에 중점을 뒀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소성이 좋은 아이들은 토론문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교실마다 서로 발표하겠다는 학생들이 넘쳐났다. 실제로 전민초는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이 손을 들지 않는다. 누구든 자연스레 일어나 자기 생각을 말하면 된다. 이 교장은 이를 ‘벌떡학생’, ‘자동발표’란 말로 표현했다. 얼핏 난장판이 될 것 같지만 상황은 정반대. 경청하고 배려하는 교육을 함께 병행하면서 토론은 더욱 성숙되고 열기가 뜨거웠다. 모둠중심의 협력학습활동으로 서로 찾아낸 것들을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교실은 후끈 달아올랐다. 모둠협력미션해결, 아동상호 간 평가 등을 수업에 녹여 흥미롭게 수업이 전개된다. 발표하는 용기와 리더십 함양은 덤으로 따라왔다. 학생은 토론수업 새바람, 교사는 목마름장학 이뿐 아니다. 전교생들이 학년별로 날짜를 지정해 자율적으로 토의토론을 하고 교사들이 각 학급을 돌아다니며 심사, 우수한 반을 뽑는 대회를 개최했다. 일정 기간 반을 섞어 토론수업을 벌이기도 한다. 다른 반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시너지를 높이려는 취지다. 교사들에 대한 전민새바람은 일명 ‘목마름장학’이다. 말 그대로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요소를 찾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는 전민초만의 독특한 장학활동이다. 수업공개·수업나눔·창의적수업·교내장학·승진제도 및 교육정책에 이르기까지 교사들의 고민을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풀어가는 시스템이다. 목마름장학이 탄생한 데에는 교사의 ‘자발성’을 강조한 이 교장만의 경영철학이 산파가 됐다. 그는 무엇이든 강요하는 법이 없다. 그리고 오직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한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합니다.” 이 교장은 선생님들이 오직 수업에 전념하고 학생들에게 사랑과 관심으로 차분하게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불필요한 업무, 과도한 사업 및 행사 등을 조장하는 교육정책은 과감하게 떨쳐냈다. 교사들의 수업을 방해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무엇인지, 각종 실적 위주의 정책과 관행으로 일선 현장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경청해야 할 대상이 교사에요. 교사에게 물어보면 길이 보이는데 자꾸만 엉뚱한 데서 답을 찾으니 시간은 허비하고 국민들은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죠.” 이 교장은 전민교육의 성패도 결국은 교사에게 달려있다고 단언했다. 교육문제? 교사한테 물어보면 그게 정답이죠 전민초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전민 키즈카페다. 돌봄교실을 활용한 키즈카페 ‘놀이천국’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1~2학년은 주당 2시간 이상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재능·호기심·탐구심 및 협동학습, 소통과 협력을 이곳에서 배운다. 놀이활동과 연계된 수업 및 환경 조성은 전민 학생들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큰 행복감으로 나타났다. 전민새바람으로 이어진 방과후교육은 지난 2017년 ‘제9회 교육부주최 전국방과후대상’ 최우수상 수상학교로 선정되는 결과를 낳았다. 학교가 대덕 연구단지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재학생 중에 외국인 자녀와 귀국학생이 많다. 그래서 다문화학생과 귀국 학생에 특화된 방과후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은 것이다. 한국어·일본어·영어·중국어 등 이중언어수업과 다문화 이해 교실·세계문화체험·한국사 이해·한국어 기초교육 등이 전국적 모범사례로 꼽혔다. 요즘 이 교장은 자신이 작곡한 ‘전민새바람송(song)’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또 다른 스타가 됐다고 한다. 자신이 꿈꾸고 실천해온 교육이 민들레 홀씨처럼 넓고 멀리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전민새바람송에 맞춰 학생들이 노랫말을 붙이고 율동하는 모습을 보면 새색시처럼 가슴이 뛴다고 했다. 그는 정년을 1년 남짓 남겨두고 있다. 교직 40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멋들어진 구레나룻과 턱수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답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학생들에게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 자세를 심어주기 위해 수염을 기른다고 했다. 전민새바람이 홀씨 되어 교단 곳곳에 ‘새교육’으로 피어나는 그날, 그날이 기다려진다.
아동학대에 대한 교사의 지위가 변하고있다. 과거에 교사는 아동(학생)의 든든한 보호자, 지킴이였다.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발생한다. 아동이 가정에서 학대를 받는 정황이나 의심이 있을 때 가족 외에 이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교사이다. 교사는 법률로 아동학대 신고의무가 있다. 교사가 아동학대 의심사안을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교사의 아동학대 신고의무는 아동을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교사의 책무를 법적인 의무사항으로 강제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교사가 아동학대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생활지도 또는 인성교육을 위한 훈육이나 교육적 지도가 정서적 학대로 신고가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교사의 아동학대로 민원 또는 신고가 제기될 때 교육청과 수사기관의 처리 절차를 알아보자. 1. 문제 제기 단계 아동학대는 신체 학대, 정서 학대, 성적 학대, 유기 또는 방임 등이 있다. 교사가 학생을 체벌했다거나(신체 학대), 인격을 모독하는 심한 말 또는 성희롱을 했다거나 차별대우를 한다는(정서 학대) 이유로 학부모는 학교·교육청·수사기관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학교에 문제 제기 학부모가 학교에 항의 또는 민원을 제기했다면 사건이 커지지 않고 교육적으로(?) 해결될 여지가 있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상담을 통해서 상황을 학부모에게 설명하여 학부모를 이해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학교가 학부모에게 해명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인 대립이 발생하고 불신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가 사실관계가 왜곡되었으며 일부 그런 사실은 있었으나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하면 학부모는 학교가 은폐한다거나, 교사가 반성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인다.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해당 교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사실 인정), 재발 방지, 분리를 통한 학생 보호(담임 교체)이다. 학부모의 주장이 사실이고, 해당 교사가 이를 인정한다면 의외로 간단히 끝날 수도 있다. 해당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연가·병가 등을 사용하여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고, 발 빠르게 담임이나 교과를 교체하면서 가시적인 모습을 보이고, 해당 학부모가 이를 수용하면 사건이 원만하게 마무리 될 수 있다. 그런데 학부모는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는데 교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결국 문제가 학교 내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학교 밖으로 확대된다.[PART VIEW] 교육청에 문제 제기 학부모가 교육청에 아동학대 민원을 제기하면 교육청은 학교에게 ①수사기관에 아동 학대 신고, ②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하도록 지도한다. 일반적인 사안에서는 교육청에 아동학대 민원이 제기되면 교육청은 절차에 따라 처리하도록 안내하고 수사결과를 지켜본다. 하지만 사안이 중대하거나 언론 보도가 된 사안이라면 감사를 나가서 선제적으로 행정 조치(직위해제 또는 징계요구)를 한다. 수사기관 신고 아동학대 신고의무에 따라 학교가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면 경찰은 학부모에게 형사 절차를 진행할 것인지를 묻는다. 학부모가 형사절차로 진행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보통은 ‘내사종결’로 경찰 단계에서 종결된다. 학부모가 형사절차로 진행하는 것을 동의하면 ‘입건’이 되어 정식 형사절차로 진행된다. 이와 별개로 학부모가 수사기관에 직접 형사고소를 한다면 형사절차는 당연히 진행된다. 2. 수사 단계 경찰 조사 학부모가 정식으로 형사고소를 하였다거나, 학교에서 수사기관에 아동학대를 신고하고 학부모가 형사절차 진행에 동의하였다면 ‘입건’이 되어 정식 형사 사건이 된다. 입건이 되면 경찰은 교육청과 학교로 수사개시 통보 공문을 보낸다. 경찰은 먼저 피해자 측의 진술을 듣는다. 학생을 직접 경찰서로 불러서 조사하거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해바라기센터에서 학생을 조사하기도 한다. 또 학교에 진술서·사안조사보고서·학교폭력 대책자치위원회 회의록 등의 자료를 요구한다. 해당 교사는 모든 조사가 끝나고 가장 마지막에 조사한다. 보통 수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해당 교사가 피의자로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한다. 검찰 송치 경찰은 현재의 형사절차에서는 수사권이 없으므로 수사를 하고 결과를 검찰로 송치한다. 이때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기소의견’으로 송치를 하고, 혐의가 없다면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 검찰은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소 또는 불기소를 결정한다. 경찰에서 조사한 결과가 미흡하거나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면 교사(피의자)를 다시 소환하여 조사하는 경우도 있다. 검찰 처분 검찰 단계에서 검사가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한다. 혐의가 있더라도 경미하거나 합의가 되었다면 기소유예로 불기소처분을 한다. 혐의가 중하여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기소를 한다. 기소는 구약식과 구공판이 있다. 구약식은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고 벌금형을 내리는 것이다. 검사가 구약식을 청구하여 판사가 약식명령을 발부했을 때 교사가 이를 수용하고 이의 신청을 안 하면 벌금형이 확정된다. 약식명령을 수용하지 않고 이의신청을 하면 정식 재판으로 회부된다. 그 외 아동학대특례법에는 일반 형사 사건에는 없는 가정법원 송치가 있다. 아동학대 혐의는 있으나 사건의 성질·동기 및 결과, 아동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 아동학대행위자의 성행(性行) 및 개선 가능성, 원가정보호의 필요성, 피해아동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의사를 고려하여 검사는 아동 학대행위자를 아동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할 수 있다. 3. 재판 단계 형사재판 검사가 정식으로 기소하거나, 약식명령을 하였는데 피의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형사재판이 진행된다.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유죄, 무죄가 선고되며, 형사법원에서도 아동학대특례법에 따라 아동보호사건으로 피고인을 가정법원에 송치할 수 있다. 아동보호재판 검사 또는 형사법원이 아동보호사건으로 송치하면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한다. 가정법원에서는 아동학대의 유무를 판단하지 않고 아동학대를 전제로 학대혐의자(교사)에게 필요한 보호처분을 결정한다. 아동보호사건으로 송치되었는데 아동학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다시 검찰이나 형사법원으로 이송될 수 있다. 드물지만 재판에서 처분을 하지 않는 불처분결정을 할 수도 있다. 4. 징계와 취업제한 징계 교사가 아동학대로 입건이 되어 학교와 교육청에 수사개시통보가 오면 무혐의로 불기소처분이 되지 않는 한 징계 절차가 시작된다. 기소유예나 아동보호사건으로 보호처분을 받는다면 보통 경징계를 받지만,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중징계를 받는다. 기소가 되어 재판을 받으면 징계위원회는 1심 재판 결과까지 징계를 유보한 후 1심 판결 결과를 보고 징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취업제한 약식명령 또는 기소 후 재판에서 유죄가 되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취업제한이 적용된다. 종전에는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일률적으로 10년의 취업제한이 적용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었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건에서 판사는 형을 선고하면서 취업제한 기간을 별도로 명령한다. 개정 법률은 2019. 6. 12.부터 효력이 있으므로 그 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동복지법 부칙에 따라 벌금형은 1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는 형 또는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로부터 3년, 3년 초과의 징역 또는 금고는 형 또는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로부터 5년 동안 취업제한이 적용된다. 아동학대특례법이나 교사의 아동학대 신고의무는 학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를 전제하고 만들어진 제도인데, 최근에는 학교가 아동학대 민원이 제기되면 절차에 따라 교사를 신고하면서 오히려 문제가 커지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아동학대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선생님이 없기를 바라고, 혹여 문제가 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공무원 육아휴직수당이 인상되고 유치원 원로교사수당 지급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또한 「공무원보수규정」이 개정되면서 직위해제된 공무원의 봉급 지급 비율이 더 낮아졌습니다. 해당 규정 개정사항에 대해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육아휴직수당 인상 지난 1월 8일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개정에 따라 육아휴직 4개월째부터 12개월까지 지급하는 육아휴직수당이 월 봉급액의 40%에서 50%로 인상됐습니다. 또한 그 상한액을 월 100만 원에서 월 120만원으로, 하한액을 월 50만 원에서 월 70만 원으로 각각 인상했습니다. 여기서 봉급액은 직위별·호봉별로 지급되는 기본 급여를 말합니다. 육아휴직 시작일부터 3개월까지는 기존과 같이 봉급액의 80%로, 상한액 150만 원·하한액 70만 원을 지급하게 됩니다. 또한 같은 자녀에 대하여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는 공무원에게 최초 3개월 동안 지급하는 육아휴직수당의 상한액을 월 200만 원에서 월 250만 원으로 인상하게 됐습니다. 제11조의3(육아휴직수당) ① 「국가공무원법」 제71조제2항제4호에 따른 사유로 30일 이상 휴직한 공무원의 육아휴직수당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산정한 금액으로 한다. 1. 육아휴직 시작일부터 3개월까지: 육아휴직 시작일을 기준으로 한 월봉급액의 80%에 해당하는 금액. 다만 해당 금액이 150만 원을 넘는 경우에는 150만 원으로 하고, 해당 금액이 70만 원보다 적은 경우에는 70만 원 으로 한다. 2. 육아휴직 4개월째부터 육아휴직 12개월까지: 육아휴직 시작일을 기준으로 한 월봉급액의 50%에 해당하 는 금액. 다만 해당 금액이 120만 원을 넘는 경우에는 120만 원으로 하고, 해당 금액이 70만 원보다 적은 경 우에는 70만 원으로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같은 자녀에 대하여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한 경우로서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한 사람이 공무원인 경우 그 공무원의 최초 3개월의 육아휴직수당은 월봉급액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하며, 그 상한액은 250만 원으로 한다. ③ 제1항에 따라 육아휴직한 공무원에게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산정한 육아휴직수당의 8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다. 다만 해당 금액이 제1항 각 호에 따른 최소 지급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그 최소 지급액을 지급한다. ④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산정한 육아휴직수당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제3항 단서의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산정한 육아휴직수당에서 제1항 각 호에 따른 최소 지급액을 빼고 남은 금액을 말한다)은 육아휴직 종료 후 복직하여 6개월 이상 계속하여 근무한 경우에 합산하여 일시불로 지급한다. 2. 유치원 원로교사수당 지급 근거 마련 근거 규정이 미비해 학교 현장에서 혼선을 빚었던 유치원 원로교사수당에 대한 지급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특수업무수당)와 관련한 [별표 11] 제2호 다목 1)에는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 중 매달 1일 현재를 기준으로 30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있고 55세 이상인 교사에 대해 월 5만 원의 수당 즉, 원로교사수당을 지급토록 하고 있습니다. 이 중 30년의 교육경력에 대한 기준을 기존에는 「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 「고등교육법」 제14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 규정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으로만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에 유치원교사도 함께 명시돼 있었기 때문에 이 규정만으로도 유치원교사에게 원로교사수당이 지급됐습니다. 그러나 2004년 유아교육법 제정으로 「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에서 유치원교사가 삭제되면서 유치원교사에 대한 원로교사수당 지급 근거 규정이 없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치원교사에 대한 원로교사수당이 지급되지 않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유아교육법」 제정 이전대로 원로교사수당을 지급했다가 환수 조치를 하는 등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원로교사수당 지급 대상자에 「유아교육법」 제20조 제1항(유치원에는 교원으로 원장·원감·수석교사 및 교사를 두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유치원에는 원감을 두지 아니할 수 있다)이 추가됐습니다. 이에 따라 유치원 원로교사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명확하게 마련됐습니다. [별표 11] 특수업무수당 지급 구분표(제14조 관련) 지급대상 지급액 및 지급방법 다. 교직수당 1)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 중 매달 1일 현재를 기준으로 30년 이상의 교육경력(「유아교육법」 제20조 제1항, 「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 「고등교육법」 제14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 규정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말한다)이 있고 55세 이상인 교사 월 50,000원 3. 직위해제 공무원 보수 감액 강화 「공무원보수규정」개정(2018.01.08)에 따라 비위행위로 직위해제된 공무원에 대해 직위해제기간 중에 봉급의 70%를 지급하던 것을 올해부터는 50%만 지급하게 됐습니다. 또 직위해제 기간이 3개월이 지난 경우에는 봉급의 30%를 지급하게 됐습니다. 제29조(직위해제기간 중의 봉급 감액) 3.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3호·제4호 또는 제6호에 따라 직위해제된 사람 : 봉급의 50%, 다만 직 위해제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한 경우에는 그 3개월이 지난 후의 기간 중에는 봉급의 30%를 지급한다.(신설) ※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직위해제) ① 임용권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 3.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 4.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한다) 6. 금품비위·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 다만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2호)에 대한 직위해제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이 봉급의 80%를 지급하게 됩니다.
인구의식·인구교육은 아직 학교 현장에서 생소한 단어들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 엄청난 손실과 피해가 예상되지만, 학교 현장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 모두 그 중요성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토·리 프로그램이란 학생들의 인구인식 함량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수업방법으로, ‘도표·기사 → 토의·토론 → 리(이)해 및 내면화 과정’의 첫 글자를 따왔다. 이번 호에서는 도·토·리 프로그램이 어떻게 수업에 적용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도·토·리 프로그램의 구안 및 적용 도·토·리 프로그램은 인구교육을 위해 ‘도표·기사 → 토의·토론 → 리(이)해 및 내면화 과정’을 거쳐 진행되었으며, 인구교육 가치·태도 영역의 9가지 주제 학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안하였다. [PART VIEW] 인구의식을 더 깊이 함양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 활동 ❷ 인구 캠페인 활동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하여 캠페인 활동 실시 ❸ 인구 UCC 만들기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 방안을 UCC로 만들어보는 활동 실시 ❹ 인구 포스터 그리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보고 문제가 해결된 모습을 포스터로 나타내는 활동 실시 ❺ 작은 나라 활동 실시 모둠을 하나의 국가로 생각하고 여러 단계의 의사결정을 거쳐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활동 실시 ❻ 인구 신문 만들기 그동안 배운 내용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인구의식을 더 깊이 함양할 수 있도록 신문 만드는 활동 실시 ❼ 인구 퀴즈대회 실시 인구 신문 만들기와 더불어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는 활동으로 퀴즈대회 실시 도·토·리 프로그램 적용 후 학생들의 변화 모습 도·토·리 프로그램을 적용 후 우리나라 인구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높아졌다(표 3 참조). 자녀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역시 프로그램 적용 전과 비교하여 학생들은 부모가 되어 자녀를 갖는 것의 중요함을 알게 되었으며, 개인의 행복과 더불어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해 자녀가 필요함을느끼게 되었다(표 4 참조). 표 5 자녀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설문 문항과 답변 또한 학생들은 1년 동안 학습한 내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인구에 대한 올바른 생각과 태도를 갖게 되었다(표 5 참조). 위의 설문지와 소감문 분석을 통해 학생들의 인구의식이 함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인구교육의 지식·기능 영역부터 가치·태도 영역까지 학생들은 인구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혔으며 올바른 생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표인 학생들의 올바른 인구의식 함양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연구를 마무리하며 첫째, 학생들의 인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높아졌고 인구교육의 지식·기능 영역에 대한 학습이 이뤄졌다. 인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학습 환경 조성, 인구와 친해지기 활동 등을 실시하였고 인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위해 인구 기초 학습, 그래프에 대한 학습이 이뤄졌다. 또한 토의와 토론을 통해 탐구능력·의사결정 능력·비판적 사고력 등을 신장하였다. 결과적으로 인구교육의 지식과 기능 영역의 학습이 이뤄져 도·토·리 프로그램의 체계적인 구안 및 적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둘째, 도·토·리 프로그램을 구안 및 적용하여 인구교육의 가치·태도 영역의 학습이 이뤄졌다. 인구교육의 가치·태도 영역 학습은 올바른 인구의식 함양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다. 올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어야 인구에 대한 올바른 가치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도표와 기사·토의와 토론을 기반으로 한 도·토·리 프로그램을 구안하여 적용하였고 그 결과 학생들의 인구에 대한 이해 및 올바른 인구의식 함양이 이뤄졌다. 셋째, 도·토·리 프로그램의 적용, 다양한 실천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인구의식이 깊이 함양되었다. 도·토·리 프로그램을 통한 학습 후, 인구의식을 더 깊이 함양하기 위해 다양한 실천활동을 실시하였고 효와 예절 체험, 고령자 체험, 인구 캠페인 활동, 인구 UCC 만들기, 인구 신문 만들기, 퀴즈대회 등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인구의식이 더 깊이 함양될 수 있었다.
체육은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체육이 지닌 진정한 가치인 건강·도전·경쟁 등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2018학년도 2학기 본교 체육수업은 학생들이 평소 경험해 보지 못한 필드형 종목(야구·발야구·투투볼·티볼·플레이트야구)을 통해 ‘올바른 경쟁’의 가치역량을 함양하고, 나아가 미래 자신의 삶에 펼쳐지게 될 다양한 경쟁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시키는 체육수업을 설계했다. ‘올바른 경쟁’을 위한 2가지 조건 ‘경쟁’은 같은 목적에 대하여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승리와 패배의 결과를 전제로 한 활동으로 체육교과가 추구해야 할 핵심역량 중 하나이다. 하지만 현 체육수업과 학교스포츠클럽활동에서의 경쟁은 ‘올바른 경쟁’의 가치와 역량함양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승리 그 자체에만 초점을 두면서 오히려 학생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즉, 승리한 특정 누군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패배자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올바른 경쟁’을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올바른 경쟁을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는 ‘자신의 노력 과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다. 만약 경쟁 활동에 참여하면서 개인의 노력 과정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없는 승리 또는 패배의 경험은 일회성 기쁨, 슬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둘 중 하나가 없는 상태 즉, 개인의 노력 과정은 없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태도만 갖고 경쟁에 참여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없고 개인의 노력 과정만 중요시 여기는 경우도 바람직한 경쟁을 학습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결국 올바른 경쟁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된 마음을 기반으로 ‘끊임없는 노력 과정’을 통해 실력을 갖출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그래야만 경쟁 활동의 결과로 나타날 승리에 대한 자만심과 패배에 대한 실망감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 경쟁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 과정 체육교과를 통해 습득된 ‘경쟁’에 대한 가치를 자신의 삶과 부합시켜 실생활에서 노력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또한 자신의 꿈과 접목시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진로교육과 융합하여 수업을 설계했다. 특히 ‘교과=학습=미래 삶’이 연계될 수 있도록 ‘만다라트 목표 설정 마인드맵’을 활용하였는데, 수업을 통해 진로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만다라트 목표설정학습지를 활용한 마인드맵은 학생들이 경쟁 활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상위 목표를 기반으로 세부 하위 목표를 설정하고, 하위 목표를 다시 실천 과제로 선정하여 역량을 함양하는데 효과적이었다.[PART VIEW] ▶ 경쟁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태도 팀 내 동료들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업하는 과정과 상대 팀 선수를 배려하고 정정당당히 경기에 임하는 행동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체육수업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존중된 태도를 경험하고,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학습한다면 학생들의 일상생활에 전이되어 삶이 더욱더 풍요로워 질 것이다. 이를 위해 체육수업에서 영화 퍼펙트 게임의 인물 분석과정을 통해 경쟁의 가치를 간접 체험 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필드형 스포츠 종목(야구·투투볼·티볼·발야구·플레이트야구)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학습흥미·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남녀혼성수업에 적합한 과제 난이도 설정은 모둠 내 학생들 간의 협동심과 존중의 태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교수기술의 핵심이 되었다. 모둠 간 경기 후에는 승패를 떠나 경기력 자체와 페어플레이(상대방 존중 태도)에 대해 동료·자기평가를 실시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포스트잇에 경쟁 상황에서 나타난 자신의 행동과 타인의 행동을 기록해서 붙이면 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와 타인의 관점에서의 ‘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올바른 경쟁’ 역량 함양을 위한 수업사례 ● 단원명 : 1. 건강 활동 - 건강과 안전 / 2. 경쟁 활동 - 필드형 경쟁 ● 학습영역 : 대영역 _ 건강·경쟁 활동 / 중영역 _ 건강과 안전 필드형 경쟁 ● 신체활동 종목 : 건강 운동 체력 필드형(야구·티볼) ● 학습주제 : 필드형 경쟁 활동을 통한 진정한 경쟁 의미 찾기 ● 학습목표 : 1) 자신의 체력 수준에 적합한 건강 및 운동 체력 요소의 종목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2) 바른 경쟁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개인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된 마음을 실천할 수 있다. ● 수업모형 : 스테이션 수업(총 5차시) ● 학습자료 : 저글링 공, 슬랙라인, 멀리뛰기 판, 티볼 T, zip n hit, 배팅 머신, 배트, 글러브, 그물망, 초시계 등 ● 교육과정 내용과 성취기준 1) 다양한 체력 요소의 측정 방법과 절차를 이해하고, 적절한 방법을 이용하여 종합적인 체력 수준을 평가한다. 2) 필드형 경쟁 스포츠에서 활용되는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운동 수행에 적용한다. 3) 필드형 경쟁 스포츠에 참여하면서 팀의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팀워크 정신을 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