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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 개인의 용돈관리나 한 가정의 살림, 기관이나 기업은 물론, 토목과 건축에도 설계는 꼭 필요하다. 학교교육의 설계인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와 학교자율화가 정책적 ·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고 있는 이때, 학교자율화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나 학교자율화에 따른 학교 현장에서의 문제점이 없는지도 짚어보고자 한다. 변화를 주도하는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의 주체가 되어야 요즘은 “10년이면 변한다는 강산이 2?3년이면 변한다”고 한다.” “변화를 변화시키라”는 말도 있다. 변화에 순응하기보다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라는 말이다. 3D 입체 영상 영화 아바타의 관객이 1000만을 넘었다고 한다. 3D 영화가 한창 상영 중인데, 같은 영화를 4차원 영상인 4D로도 상영하고 있다고 한다. 바람, 향기, 진동, 수증기 냄새 등 ‘오감 만족’으로 관객이 실제로 영화 속에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3D, 4D의 부적응 관객도 있단다. 3D 안경을 쓰지 않고도 3차원의 입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TV도 곧 나온다고 한다. 어제가 옛날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변화를 수용할 것인가,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학교교육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학교교육도 학교 구성원 스스로 ‘변화를 변화’시키고, ‘변화를 주도’해 가야 한다. 학교, 교육, 그리고 교육자는 보수적이라고들 한다. 이제는 변화의 주체가 되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 자율화가 되어야 한다. 변화의 주체도 자율화의 주체도 바로 우리 교육자여야 한다.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바로 학교교육과정 ‘백년대계’란 주로 나라의 교육 계획을 두고 이야기되어 왔다. 사전에는 ‘먼 앞날을 미리 내다보고 세우는 크고 중요한 계획’이라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다’라는 예를 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요즘은 백 년 앞을 내다보기란 참으로 어렵다. 우리나라의 근대 교육과정을 되돌아보면, 공립초등학교 등에 대해 수업을 시작하도록 한 ‘교육에 대한 긴급조치’의 시기(1945?1946)와 가르칠 교수 내용의 ‘주제’ 또는 ‘제목’을 열거한데 불과했던 ‘교수요목’의 시기(1946?1954)를 거쳐 1954년부터 제1차 교육과정의 시기, 1963년부터 제2차 교육과정의 시기, 1973년부터 제3차 교육과정의 시기, 1981년부터 제4차 교육과정의 시기, 1987년부터 제5차 교육과정의 시기, 1992년부터 제6차 교육과정의 시기, 2000년부터 제7차 교육과정의 시기를 맞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각 교육과정 시기마다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반영해왔으나 1?5차 교육과정까지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교사가 가감 없이 가르치는데 급급했다. 또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양이 너무 많아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광역시 · 도교육청과 시 · 군 · 구 교육청 차원의 교육과정 편성 · 운영권이나 역할도 주어지지 않았다. 교육과정을 편성 · 운영하였다기보다 차라리 교과서를 가르친 것이 아닌가 한다. 제6차 교육과정의 시기는 우리나라 교육 사상 처음으로 ‘중앙 집권형 교육과정’을 ‘지방분권형 교육과정’으로 전환, 시 · 도 교육청과 학교에 자율 · 재량 권한을 주었다. 즉,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에 있어 중앙 · 지방 · 학교에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분배했다. ‘21세기를 주도할 건강하고 자주적이며 창의적이고 도덕적인 한국인’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과정 편성 · 운영’의 체제 개선으로 교육의 질 관리를 강화하고자 한 것이다. 제7차 교육과정은 정보화 · 세계화 시대에 대비해 신교육 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 개혁 방안으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 건설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부터는 수시 개정 체제로 바뀌어 현재 여섯 차례 부분 개정이 이루어진 상태이며 3, 4차 부분 개정된 내용이 2009학년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 · 고등학교 영어, 수학과에 적용되고 있다. [PAGE BREAK] 대한민국의 교육, 세계가 주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의 교육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교육이 부럽고 경이롭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교육이고, 한류의 중심에도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때로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교육을 반성하고 폄하도 하고 있지만 모든 부분에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인도의 시성(詩聖) 데벤드라나트 타고르도 지금으로부터 90년 전인 1920년 〈동아일보〉 창간에 즈음해 기고한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에서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에게 큰 용기를 안겨주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는 등불의 하나였던 한국, 그 등불이 다시 켜지는 날, 너는 동방(東方)의 빛이 되리라”라는 예언이 바로 그것이다. 2020년이면 ‘동방의 빛이 되리라’라고 예언한지 100년이 된다. 그동안 백년대계를 세워 교육을 해왔던 결과가 90% 이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랑과 열정, 창의성과 인성, 배려와 나눔의 정신으로 또 다른 교육의 백년대계를 생각해 먼 앞날을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창의적 글로벌 인재육성과 고질적 병폐 해결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 급변하는 세계 환경 속에서 국가의 위상 변화를 주도할 창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획일적 교육과정, 입시 경쟁, 사교육비 문제 등 교육의 고질적 병폐 해소를 위해 교육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교육정책의 방향을 유연하고 창의적인 학교교육을 실현하는 공교육 정상화, 과도한 사교육 부담 해소에 두고 이를 담아낼 새로운 교육과정을 구안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21세기적 요구를 교육에 담아내기 위해 제7차 교육과정을 부분 개정해 3차와 4차 개정 교육과정이 부분 시행되고 있는 중임에도,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백년을 대비해 시대적, 국가적 요구를 반영하고 선진교육체제를 구현하고 학생 모두의 잠재력을 키워주기 위해 미래지향적 교육과정을 구상했다. ‘미래형 교육과정’은 미래사회를 주도해 갈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우리 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반영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그리는 ‘하고 싶은 공부, 즐거운 학교’는 학생의 지나친 학습 부담을 줄여 학습흥미를 유발하고, 단편적 지식 · 이해 교육이 아닌 학습하는 능력을 기르며, 지나친 암기중심 교육에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개정안은 2011년부터 연차적으로 시행에 들어간다. [PAGE BREAK] 학교교육과정의 자율적 편성 · 운영으로 교육전문가가 되자 학교교육과정이 자율화되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토대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해당 학교의 여건과 실정에 알맞게 학교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 ·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의 능력, 적성, 진로를 고려해 교육 내용과 방법을 다양화하고 구성원들이 교육과정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실천토록 하기 위해 ‘학교교육과정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했고, 교육청에서도 관련 규정 등을 재정비하고 적극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그동안 교사를 전문직으로 분류하면서도, 주어진 또는 만들어준 교육과정을 수동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왔던 게 사실이다. 교육과정을 편성 · 운영한다기보다 교과서 중심으로 가르쳤던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타성에 젖어 당연하다고 여기기까지 했다. 지금까지의 경직된 운영에서 탈피해 학생들의 다양성, 창의성을 추구하는 학교교육과정으로 변화돼야 한다.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교육을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합리적 편성과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다. 교원 · 학부모 · 학생 · 지역인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교육과정 위원회에서 교육과정 편성 · 운영계획을 세우고,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 · 시행하도록 한 것은 교육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학교별로 다양하게 학교교육과정을 편성 · 운영한 사례를 발굴 · 소개해 모든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장 책임경영과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에 대한 책임감 가져야 학교장책임제를 실시하기는 했으나 수동적 · 폐쇄적인 학교운영으로 창의적 인재 육성이 어려웠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학교자율화를 추진했으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획일적인 적용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학교장 책임경영을 위한 실질적인 권한이 미미해 교육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학교 중심의 자율화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교육과정과 교원인사를 자율화했으며, 자율학교를 확대하고 현장 지원체제를 확실히 구축하는 등 교육과정 자율화를 돕기 위해 학교장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일이 싫은 사람은 구실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학교자율화에 따른 높은 책무성 요구로, 어렵고 힘든 변화의 길보다는 쉽고 편한 안주의 길을 택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 교원업무 경감 절실 교원업무 과중이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와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항일 것이다. 단위 학교에 쏟아지는 공문이 연간 수천 건씩이나 되다 보니 공문서 수발로 교수 · 학습에 전념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공문서를 처리하는 것도 교육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교육을 잘하자고 하는 공문서 때문에 학교교육과정 자율화가 어렵다고 한다면 과감히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공문은 매뉴얼로 만들어 수시 보고 체제로 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전자문서에 들어가 간단하게 숫자로 또는 보고내용을 입력한 다음, 간단한 결재를 득한 후 보고만 하면 되는 그런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그러면 교육청에서도 필요한 데이터를 필요한 때에 간단히 수합해 통계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간단한 공문도 책상 앞에 앉아 처리하려면 20?3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수업 결손으로 이어지곤 한다. 특히 시도 때도 없는 각종 감사 요구 자료는 학교교육과정의 정상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PAGE BREAK] 인사발령 시기 앞당겨 교육과정 준비기간 확보해야 3월부터 시작하는 새 학년 새 학기, 3월 1일 자 인사 발령은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는 12월이면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 1월과 2월 두 달 동안에 학생들은 졸업식과 종업식을 위해 1주일 내외 학교에 오는 것이 고작이다. 1월과 2월을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하기 위해 1월 1일 자 발령은 곤란한 것인가? 인사이동 문제가 어렵다고도 하고, 교원 정원 문제가 어렵다고도 한다. 인사를 위한 교육인가 교육을 위한 인사인가를 생각하면 답은 분명하다. 준비되지 않은 교육과정 편성 · 운영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발전적으로 바꾸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3월 1일 자로 어느 학교로 갈지도, 어느 학년, 어떤 학생을 담임할지, 그리고 어떤 사무를 맡을지도 모른다. 학교교육과정 따른 예산 · 결산 계획도 해마다 다른 사람이 짜놓은 대로 집행해야만 한다. 이것도 학교자율화와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라는 큰 틀 속에서 개선했으면 한다. 3월 1일 자 인사를 10여 일 전에 발령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교원업무 경감과 3월 학기를 1월부터 준비하는 새로운 제도를 학교자율화와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의 틀 속에서 깊이 있게 고민했으면 한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약도 먹지 않거나 복용 방법이 바르지 못하면 그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교육 현장에서 적극적이고 자율적으로 실천될 때 글로벌 사회에서 변화를 주도할 창의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03년부터 ‘사랑해요 속리산 수정교육’이란 지역화 교육과정을 운영해 온 필자는 앞으로 교육과정이란 무엇이며, 학교자율화를 위한 교육과정 개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학교교육과정 위원회 운영 방법 및 사례, 학교자율화에 따른 효율적인 학교 운영 방안, 학교교육과정 분권화 · 지역화 · 자율화 방안과 국내외 사례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있을 것이다. 책무성과 학업성취도 평가 및 교원 · 학교 평가에 문제점과 개선안, 교원업무 경감 등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를 저해하는 교원업무 개선책도 이야기하고 싶다. 또, 현 교육제도 하에서의 1월과 2월의 두 달은 교육적으로 무의미하다. 이를 교원연수 · 학교 회계와 교육과정 편성 ·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기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도 제안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 학교자율화와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교직의 정점에서 교단에서 교장이라는 자리를 ‘꽃’에 비유한다. 교직에서는 거기가 정점이요, 최고의 자리라는 뜻이다. 교사에서부터 주임교사를 거쳐 교감에서 교장의 자리로 가는 과정에서 일구월심(日久月深) 얼마나 많이 노심초사했으며 얼마나 많이 땀을 흘렸던고, 얼마나 많이 학수고대(鶴首苦待) 했던고. 교장으로 가기까지는 수없이 험한 준령을 넘고 모진 세월을 거쳐 거기에 이르는 곳이다. 기다려서 맞이한 것이 아니라 온갖 힘을 기울여서 쟁취한 곳이다. 그 시절, 평교사는 그렇지 않다 치더라도 주임교사(부장교사)부터는 교장과의 관계가 좋아야만 한다. 절대로 교장과 맞서지 말아야 했다. 어떻게 하든 근무평가를 잘 받는 것이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잘하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일보다 오히려 그것이 먼저 해결돼야 했다. 나도 주임교사가 되면서 남달리 학교에 일찍 출근해 교장의 눈도장을 찍어야 했고 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들을 솔선하게 되었다. 학교 길의 휴지를 줍거나 빗자루를 들고 운동장을 쓰는 일에도 매진했다. 누군가 그랬다. 교사시절에는 잘 보이지 않던 휴지가 주임(부장)이 되면 더 잘 보이고 교감, 교장이 되면 휴지뿐 아니라 학교 구석구석에 있는 쓰레기까지 확연하게 보인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 시절, 운동장에서 내가 휴지를 줍고 있노라면 동료직원들이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던진다. “주임(부장)되더니 달라졌어!” “출세하려면 무슨 짓인들 못 하겠나.” 이런저런 수모(?)를 견디면서도 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러 관계 기관에 연구 논문을 제출해 좋은 점수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남들이 여행을 가거나 휴가를 갈 때에도 함께 가지 못하고 연구와 고과점수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아야만 한다. 교장의 성원과 자기 노력 그리고 플러스 알파가 작용해 마침내 교감의 자리에 올라가면 직접 교장의 지도와 감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그늘 아래서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지게 마련이다. 샌드위치맨 서울 Y초 교감으로 갔더니 학년 초 어느 날 교장이 두 교감을 불러 놓고 학교 관리에 관해 일장 훈시를 한 다음, 교사들의 근무평정을 공정하게 시행하라고 엄명을 했다. 그날부터 나와 함께 H 교감은 출퇴근 시간, 주번활동 상황, 학급관리상황, 청결상태, 교사들이 귀찮게 여기는 특별활동과 체육시간 그리고 과학실험실습, 음악시간 운영 등 교사들이 수행하고 있는 교내 교육활동과 제반 생활 항목을 대학노트에 빼곡히 정해놓고 50여 명이 넘는 교사들의 근태(勤怠)를 매일 매시간 면밀히 기록했다. 거의 1년여 그 결과를 종합했더니 평소에 생각했던 대로 가장 젊고 어린 교사가 1위를 하고 주임(부장)급 인사를 포함해 비교적 나이가 많은 노장 교사들의 성적이 뒤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 자료를 가지고 곧이곧대로 정한 규정에 따라 매우 공정하게 평가한 것이라 자부심마저 감추지 못한 채 교장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이 자료를 받아들고 한참 검토한 끝에 우리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혀를 찼다. “근평은 이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 “꽉 막힌 분들이라 유도리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네요.” 한참 후에 교장이 만든 교사 근무 평정표를 내밀며 이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근무평정 1위는 곧 교감 강습을 받아야 할 사람의 몫으로 돌아갔고 다른 것들도 대체로 노장교사들의 차지였다. 1등에서 12등까지는 그대로 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잘 알아서 하라는 지시로 근평에 대한 과업은 일단 끝이 나고 말았다. 번데기에서 성충이 되기까지는 교감은 온갖 업무와 교육 현장의 와중에서도 교장의 눈치를 살피면서 틈틈이 연구 논문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학교운영에 결정권이 없는 몸으로 학교 운영에 관한 학부모와의 관계, 교내외의 각종 행사 등의 중심에 서서 좌충우돌하는 날의 연속이다. 교감은 무엇인가에 하루 종일 쫓고 쫓기는 생활에 영일(寧日)이 없다. 교장에게 눌리고 교사들에게 치받치다 보면 누구 말마따나 “못 해먹겠다”는 말이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온다. 그래도 참아야만 한다. 교장으로 가는 고난의 길이기 때문이다. 교감을 하면서부터는 교장은 물론이고 교육청과의 관계도 원만하고 유능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감의 근무평가와 승진을 교육청에서 관장하기 때문이다. 각박한 교감 시절을 겪으면서 품성도 인격도 거의 해탈의 반열에 이르렀고 교감의 자리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며 교육현장의 모든 것을 섭렵할 수 있는 경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번데기가 성충이 되는 과정이라면 가혹하리만큼 험난하다. [PAGE BREAK] 교장, 그 정점에서 백공천창(白孔千瘡)의 경지를 지나 교단에서 적어도 4반 세기 이상의 잔뼈가 굵어야 교장의 자리에 앉는다. 교장, 거저 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교장을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다. 교장 그 한 사람이 학교의 역사를 바꿔놓기에 충분한 존재이기 때문에 ‘중요한 인물(Main person)’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교장은 대통령이 발령한다. 대통령과 상대하기 때문에 일반 교사와는 품격이 다르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교장을 같잖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센 사람을 교장 같다 하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무능한데 자리만 높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1995년, 서울 D초에 처음으로 교장 발령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서 지역 기관장회의에 나갔더니 맨 상석(上席)이 행정구청장이고 그다음이 정당의 지역위원장에다 지역사회의 의사, 변호사, 크고 작은 기업 사장 등 이른바 유지들과 저명인사가 자리를 했고 교장 자리는 동장 다음에 있었다. 좁고 딱딱한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보니까 요즘 젊은이들 말처럼 씁쓸했다. ‘내가 어떻게 달려온 길인데….’ 하지만, 사회에서 교장의 위상은 초라한 자리였다. 오히려 사회를 모르는 온실 속의 식물로 폄하해버리거나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사회가 어쨌기에 하면서 반감(反感)도 가져보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어쩔 순 없었다. 내가 온실 속의 화초라고 자인(自認)한 것은 퇴직을 하고난 얼마 후의 일이었다. 온실에서 나온 사람 어느 날 문득 퇴직을 하고 나니까 갑자기 고요가 엄습했다. 전화의 빈도가 급격히 적어지면서 문밖출입도 적어졌다. 불러주는 이가 없기 때문에 갈 곳도 없고 용건이 없으니까 방문할 곳도 없다. 정점에서 군림하던 맹호가 이빨이 빠지자 갑자기 미운오리새끼가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후배 학교를 배회하는 모습도 좋지 못하다. 재직 중에 내가 제일 혐오했던 것이 선배 교장들이 찾아와 교구나 교재를 사달라고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내가 후배들을 찾아간다는 것은 이유를 묻지 않고 나름대로 엄격한 금기(禁忌) 사항이었다. 재직 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바빴는데 퇴직 후에는 남는 게 시간뿐이었다. 처음 몇 개월은 재직 중에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서 하고 싶어도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보러 다녔다. 문화센터의 미술반에 가서 인물화도 해봤고 한국화, 수채화 등에 몰입도 해봤지만 경제적 부담을 느끼면서 포기하게 되었고 이후,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얻어 찾아간 곳이 구청복지회관이었다. 가격도 거의 무료인데다가 서예를 비롯해 춤도 배우고 외국어 강좌도 많이 개설되어서 공부하기에는 매우 적절했지만 그곳에도 문제는 있었다. 노인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포화상태여서 각 과목의 수강자를 제한하는 바람에 한 번 배운 교과를 복습할 시간도 없고 재수(再修)할 수가 없었다. 나는 컴퓨터 반에 입학해 주로 포토샵을 공부했다. 그런데 매우 기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 배운 것이 돌아서면 씻은 듯이 모두 잊어버리고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이튿날 다시 물어보고자 했지만 강사는 시간이 없다고 한다. 모르는 것이 자꾸 쌓이니까 흥미도 사라졌다. 복지관에서 컴퓨터, 미술, 중국어 등 몇 가지를 배우다 말고 동창생 소개로 새로운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곳은 ‘○○ Com’이라고 하는 다단계 무선통신 판매 회사였다. 사업설명회를 들으니까 제법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지금쯤 여덟 살이 되었을 ‘장애어린이’ 한 사람을 돕는 것이 평소의 간절한 소망이었는데 그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대망의 포부를 안고 그곳으로 출근을 했다.[PAGE BREAK] 서울에서도 가장 번화한 강남에 자리 잡고 있는데 신입사원은 몇 주간의 교육을 받아야 하고 하는 일은 고객들을 만나 단말기 판매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호응을 얻어 전화기를 판매하면 된다. 그들은 자신들을 ‘전화요금 설계사’라 했다. 세일즈맨 이라는 이름보다 품격이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곳은 전화기를 취급하는 통신회사라서 그런지 용어도 다르고 판매 방식도 다양한데다 조건도 구구해 그것을 고객에게 일목요연하게 전한다는 것은 어려웠다. 대강 이해하고 판매 현장에 나갔다. 제일 먼저 만만한 고객은 아내와 아들이었다. 아내는 평생 고락을 함께한 조강지처요, 아들은 내 육친 중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가 아닌가. 이들이야말로 천지가 개벽한다 해도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줄 사람임이 틀림없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 두 사람만은 누가 뭐라 한다 해도 감히 내 요구를 거절할 사람이 아니었다. 먼저 아내에게로 갔다. 그런데 아내는 혀를 차면서 눈을 흘겼다. “당신처럼 어리석은 퇴직자들이 있어서 그런 업자들이 날뛰고 있는 거에요! TV에서도 못 봤어요? 요즘이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데 당신한테 돈을 벌게 해준답디까. 길에 나가면 휴대폰 가게가 지천인데 누가 당신이 하고 있는 별정통신에서 그 비싼 휴대폰을 사겠어요?” 나는 너무도 의외여서 몹시 당황했다. “무료로 주는 거라니까.” “이보세요. 답답하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요?”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하고 그동안 남편이라는 자존과 체신마저 여지없이 구기고 말았다. 다음에는 아들이었다. 아들은 측은하게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아들마저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45년간 내가 배출한 제자만도 수십만을 헤아릴 것이며 환갑을 넘겨 70평생을 오로지 교단에서 살아온 나와 학연, 지연 등의 연고로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까지 합치면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들 마다 내 말을 곧이들어주지 않았다. 믿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당혹하면서 사기(詐欺)집단에서 빨리 빠져나오라는 것뿐이었다. 사회는 내가 온실 속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차가운 빙점(氷點)이었다. 이후, 나는 생에 대한 목표를 잃어버린 채 오랫동안 칩거하면서 좌절을 반추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릴 없이 집 안에 있으면서는 장고(長考)의 늪에 빠지게 되니까 좌절감만 쌓이게 되고 그것은 결국 나로 하여금 ‘멜랑콜리’에 빠지게 하더니 급기야는 자살을 떠올리게 했다. 아내와 아들이 주는 충격적인 불신과 더불어 친구들로부터 오는 소외감에 휩싸여 생애에 대한 아무런 꿈도 없는 내 모습은 너무도 초라했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감당하기 어려운 자괴의 늪으로 자꾸 빠지게 하고 있었다. ‘죽고 싶다. 이렇게 살아서 무엇 하나. 불신과 패배 속에서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헌 신문에 나온 한자급수시험 광고를 보게 되면서 생에 대한 활력을 갖기 시작했다. ‘한자 급수 시험을 보자.’ 그것이 어떤 부가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 한자 공부에 깊숙이 빠져 버렸다. 웬만한 글자는 다 안다고 자부하던 내가 막상 3급 시험 준비에도 모르는 글자가 너무도 많았다. 시험자료를 사서 주야로 쓰고 읽으면서 익히고 그것을 이용해 한문도 해석하고 한자의 문법도 배우게 되면서 점점 우울증의 먹구름이 거치게 되었다. 그때 익혔던 문구가 생각난다. ‘子曰 不觀高崖면 何以知顚墜之患이며 不臨深淵이면 何以知沒溺之患이며 不觀巨海면 何以知風波之患이리오.’ 높은 언덕을 보지 않으면 어찌 떨어지는 근심을 알며, 깊은 연못에 가지 않으면 어찌 빠지는 근심을 알며, 큰 바다를 보지 않으면 어찌 풍파의 근심을 알리오. | oram209@yahoo.co.kr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보내는 쪽지, 예쁘게 접어 친구에게 건네는 편지는 이제 옛말인가 보다. 청소년들에게 친구와 대화하는 방법을 물었더니 만나서 대화하는 것 외에 상당수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다고 대답했다. 문자 메시지로 주된 소통을 하는 청소년을 ‘엄지족’이라고 할 정도로 문자를 빼고는 청소년의 소통(疏通)을 설명할 수 없겠지만, 친구에게 받은 편지를 읽어보며 지난날을 추억하는 즐거움이 사라진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문자, 이메일로 소통하는 아이들 2006년 여성가족부의 자료에 따르면 자녀가 말하는 부모와의 의사소통에 대한 만족도는 아버지와는 조금 부족하다는 대답이 많았고, 어머니와는 대체로 충분하다는 답변이 많아 아버지와의 의사소통 만족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가 생계를 책임지느라 자녀와 소통할 시간이 부족했다면 맞벌이 가정이 늘어감에 따라 점점 더 부모 자식 간의 소통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본다. 자녀에게도 부모에게도 가족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 소통의 통로는 점점 다양해지고 날마다 전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가 넘쳐난다. 그러나 소통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내용을 주고받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이다. 컴퓨터 앞을 벗어나 전화기를 꺼둔 채 오직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진심(眞心)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정말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 비행 청소년들의 냉소를 거두는 것은 ‘그네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마음’과 ‘잘 들어주는 귀’라고 했다. 짐승도 사람과 같아, 호스 위스퍼러(Horse whisperer)는 상처받은 말의 영혼을 헤아리고 마음으로 말(馬)에게 말(言)한다. 사람이 말을 타는 자세가 퓨마가 말을 덮치는 모양새와 같다는데, 말과의 진심 어린 소통 없이 말의 뒷발을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 진심, 그것은 깊은 마음 사이를 잇는 영혼의 시그널(Signal)이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상대방을 평가해 더 좋은 점수를 주거나 더 나쁜 점수를 매긴 상태에서 상대방을 바라본다면 그것이 어느 쪽이든 올바른 소통을 시작할 수 없다. 대화와 소통을 위한 첫걸음은 색안경을 벗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소통을 통한 첫걸음은 색안경을 벗는 것 글자는 소통을 위해 마련한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도구이지만, 그 글자를 모두가 눈으로 읽을 수 있으리라는 가정은 재고해보아야 한다. 눈으로 읽지 못해도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시각 대신 촉각을 이용해도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부터가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실천이리라. 누군가와 통(通)하게 만드는 ‘진심’ 키가 큰 사람과 키가 작은 사람이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 추운 나라에 사는 사람과 더운 나라에 사는 사람이 서로에게 필요한 삶의 조건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일, 다리가 불편한 사람과 팔이 불편한 사람이 상대방의 처지에서 겪을 수 있는 고충을 서로 헤아려주는 일 등 세상에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누군가와 ‘통(通)하는 사이’라는 것은 사람들을 무척 행복하게 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힘든 세파를 견디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생각과 말이 있어도 들어줄 수 있는 대상이 없으면 허공에 사라지는 메아리만 남길 뿐 소통의 기쁨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학교에서 가정에서 대화와 소통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부모님은 새롭게 대화와 소통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처음 어떻게 평생교육을 시작하셨나요? “이천제일고는 우리나라에서도 드문 형태의 학교입니다. 인문계, 공업계열, 농업계열, 도예계열, 특수학급 5반 등으로 다양하고 학생수도 1600여 명이 됩니다. 여러 분야로 나뉘어 있는 이 학교의 특성을 살리면서 학교를 변화시킬 방법을 찾다 생각한 것이 훌륭한 실습실을 이용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이었죠. 처음에 ‘이 지역은 평생교육을 해도 주민들이 오지 않는다’는 반대가 많았습니다. 일단 우리 여건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고, 학교시설을 개방하는 만큼 지역 주민에게 최대한 잘해주자고 설득했습니다. 평생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해서 실제로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고, 보통 주중에 하는 교육을 주말로 바꿔 바쁜 직장인들도 참여할 수 있게 했더니 정원을 넘길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오셨죠. 반대하던 선생님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 코너에 이천제일고의 실제적인 평생학습 프로그램과 교장선생님의 열정을 칭찬하는 글이 눈에 띕니다. 다른 학교와는 차별화된 이천제일고만의 평생교육프로그램들을 소개해주세요. “행복한홈베이킹반(46명), 조경기능사반(15명), 오색다문화합창단(20명), 수타자장면반(7명), 도자기공예기능사반(10명), 바리스타반(19명) 6개 강좌 7개 반에 110여 명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제빵기능사가 목표인 홈베이킹반은 15명 정원에 46명이 몰려 두 반으로 편성했죠. 수강료 만 원에 재료비까지 지원합니다. 조경기능사는 은퇴 후를 걱정하는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장호원에서도 교육받으러 옵니다. 도자기공예기능사반은 도예전문가인 교사, 기능대회 출신의 도예전공 학생들이 1:1 개인지도를 해 수강생들의 칭찬이 자자한 프로그램이죠. 교사들의 친절하고 자세한 수업에 특히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자격증 취득 후에는 지역기관, 산업체와 연계해 취업 및 창업을 후원하는 등 실질적인 평생교육을 통해 더 나은 삶의 길을 열어주려고 합니다.” “‘수타자장면 프로그램’ 만든다니 다들 웃었죠” ‘수타자장면’이 특히 파격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수타자장면은 학생들의 직업교육에서 출발했습니다. 전문계고 학생들 취업이 잘 안 되고 대학만 가려고 합니다. 좋은 직업교육이 없을까 고민하다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을 떠올리게 됐죠. 조사해보니 수타자장면은 일대일 도제식 교육이어서 배우기가 쉽지 않고 보통 6개월 정도를 배우는데 연봉이 4000만 원 정도에 취업이 아주 용이했습니다. 수타자장면 교육을 하겠다고 하니 모두 농담인 줄 알고 웃더군요.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학이 목표인 아이들도 있지만 취업, 창업을 원하는 아이들에게 수타자장면은 충분히 매력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열심히 수소문해 서울의 한 중국집 주방장님을 강사로 모셔왔죠. 3년간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니 실력은 충분히 쌓이고, 취업한 선배들이 다시 후배를 길러내면 연계성 있는 교육이 됩니다. 특수반 학부모 한 분은 이 프로그램에서 희망을 봤다고 합니다. 지적장애 1급인 아이가 수타로 면을 뽑고 평생교육을 받고 있는 어머님은 소스를 배워서 ‘웰빙 수타자장면’ 가게를 내겠다고 해요. 저는 직업교육이 거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살아갈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줘야죠.” 이천제일고에는 특수학급이 5반이고, 그래서인지 남다른 장애 학생 직업교육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특수반이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편이죠. 장애학생 교육을 살펴보니 교과 중심이고 사회적응을 위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체험학습에 의존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특수교육의 근본 취지는 아이들의 사회적응이라고 봅니다. 자활 능력, 직업을 가지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교육이 중요합니다. 바리스타 교육도 평생학습프로그램에 개설되기 전에 특수반 학생 직업교육으로 먼저 출발했습니다. 학생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는 어렵지만, 커피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취업도 가능하죠. 보석가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학교 보석가공 동아리 학생들은 전국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은 인재들입니다. 아이들은 보석을 디자인하고, 특수반 학생들은 그것을 붙이고 땜질하는 역할을 할 수 있죠. 인터넷으로 판매해 수익금은 나누면 되고요. 요즘은 특수반 학생들의 직업교육을 위해 다리미질, 만두피 만들기 등을 교육에 도입하려고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 반대가 많았다고 하셨는데 평생교육하시면서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반대하는 분들이 왜 학교에서 평생교육까지 해야 하느냐고 했지만 저는 반대로 이제는 학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평생교육이나 직업교육에는 새 바람이 불고 있어요. 이전에는 먹고 사는데 급급했다면 요즘은 삶의 가치 추구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그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학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 학교의 유기적인 관계가 돈독해지고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것이죠. 저희 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졌던 분들도 평생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학교를 이해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다고 합니다. 이천제일고의 팬이 되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힘을 얻어 학교도 변화하고 지역사회도 평생교육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죠. 또 성인들의 평생교육을 직접 보면서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래의 모습을 대비하게 되는 잠재적인 교육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전임지인 부발중에서 치료교육센터를 만드신 것으로 유명합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오색다문화합창단을 구성한 것이나, 장애학생 직업교육에 힘쓰시는 것 등을 볼 때 유독 소외된 계층 교육에 많은 열정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적인 기회나 혜택을 받기 어려워 힘닿는 한 돕고 싶습니다. 다문화가족들은 취업하려고 해도 자격증이 없습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교육을 받는데 정말 기뻐합니다. 다문화가족들로 구성된 오색다문화합창단은 매주 한 번씩 모여 노래를 부르며 우리말도 배우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그 즐거운 모습을 보면 보람 있습니다. 20가족을 선정해 ‘다문화 가족 무료 야외 가족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죠. 전임 학교의 치료교육센터도 이천에 장애학생 치료시설이 전무해 학부모들이 서울, 분당, 수원 등으로 찾아다니는 게 안타까워 추진했습니다. 센터 덕분에 비싼 언어치료, 운동치료를 쉽고 저렴하게 받을 수 있게 됐죠. 저는 그렇게 돕는 게 학교교육이 해야 할 일 같습니다. 최근에는 경기 안성 한겨레중 · 고와 연계해 새터민 학생들의 직업교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천제일고 영화사 JSF 대표” 이천제일고에 영화사가 있다는데 소개해주십시오. “(명함을 보여주며) 제가 이천제일고 영화사 JSF(Jeil sundance film) 대표이사입니다.(웃음) 남들이 들으면 학교에 무슨 영화사냐 하겠지만 저는 아이들이 꿈을 가지려면 학교에 영화사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스태프를 정했고 이미 대본도 나왔죠. 학교 학생 20명, 이천 지역 학생 30명 등 총 50명이 참여해 배우 오디션도 봤습니다. 예산 부족으로 실제 영화 촬영은 올해 다시 시도할 예정이지만 이런 시골에서 그런 걸 해본 적 없는 아이들이 너무 신나합니다. 공부를 포기한 학생들도 대본을 보면서 울고 웃으며 연습하죠. 공부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런 게 정말 좋은 교육이 아닐까요? 전문계고 학생들의 의욕이 떨어져 있는데 동아리 활동, 예술 활동을 통해서 사기를 올려주고 싶습니다. 물론 올해는 꼭 영화를 찍어야죠.(웃음)” 다른 곳보다 다양한 구성을 이루고 있는 학교, 경영하기에 어렵지 않으십니까? “즐거워서 하는 일이고, 오히려 저에게 이런 좋은 학교를 만들 기회가 와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학교가 큰 만큼 형식적인 일은 생략합니다. 직원회의도 최대한 줄이고, 전달 사항이 있다면 오전보다는 오후에 하죠. 보조칠판도 다 없애고 환경정리도 하지 않습니다. 잡무를 줄이고, 선생님들 각자 자율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제 경영방침입니다. 그렇게 아낀 시간들을 수업이나 연구에 힘쓰시라고 권유하죠. 새벽 7시든, 밤 11시든 교장실에 찾아오시는 학부모님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교장실 불만 켜져 있으면 언제든지 오시라고 했더니 저에게 ‘25시 교장, 5계절의 교장’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셨습니다. 교육은 정말 알고 보면 보람 있고 재미있습니다.”
충남 천안 성환고 교문 옆에는 대학 입학 합격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도심지 명문고에 걸려 있는 화려한 대입실적에 비하면 대단하지 않지만 이 플래카드가 자랑스러운 까닭은 이 모든 것이 학교 구성원 전체가 쏟은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오고 싶어 하지 않던 학교 “오고 싶어서 온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고요.”성환고 심의경 교장은 2005년 3월 부임 후 첫 입학식 광경을 이렇게 회상한다. 오랫동안 미달학교로 있으면서 찍힌 낙인과 천안 시내는 물론이고 성환읍내에서조차 오가기 힘든 교통때문에 학생 · 교사 누구도 이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 교장 자신도 모처럼 자신의 거주지인 천안에 발령받게 돼 기대에 부풀던 차여서 적잖이 실망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통합형 특성화고 전환으로 재도약 시작 심 교장이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처음 시작한 것이 통합형 특성화고로의 전환이다.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인문계 교육만을 해서는 학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음은 물론, 학생들에게 목표의식도 심어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천안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자문을 구해 관광 · 사회복지 · 의료분야가 유망하다는 결론을 내린 후, 교육청에 관광경영과와 사회복지과, 보건간호과 설치를 신청했다. 하지만 신청을 접수한 교육청은 이 계획에 반대 했다. 기존의 전문계고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계고에 전문계학과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거기에 간호사협회 같은 직능단체의 반대도 있었고, 교사 자격증과 관련한 법률적인 문제에도 부딪혔다. 그러나 꾸준한 설득과 동문 · 지역인사들의 도움으로 이듬해인 2006년 충남에서는 최초로 보건간호과와 관광경영과를 개설했다. 연 840시간 임상실습하는 보건의료과 통합형고로 전환한 성환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전국에서 6번째, 공립 고등학교로는 최초로 설립된 보건간호과의 경우 인근 대학의 간호학과와 연계해 자체적인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개발했고, 여느 대학 못지않은 실습실도 갖췄다. 또한 정보교류 및 임상실습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대학 · 의료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조체계를 구축, 현재 공주대, 호서대, 천안충무병원 등 12개 유관기관과 교류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 840시간에 달하는 임상실습을 실시해 실무 능력을 갖춘 보건의료인을 육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설 학원의 간호조무사 양성코스가 6개월의 단기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얼마나 내실 있는 교육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성환고 보건간호과의 교육과정은 일선 의료기관과 대학 등에 입소문이 나 졸업생들의 사회진출은 물론 진학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PAGE BREAK] 호텔을 옮겨 놓은 듯한 관광경영과 실습실 관광경영과 역시 실습 중심의 수업으로 학생들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 라운지, 바, 테이블 등 실제 호텔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실습실에서 지배인, 관광통역안내원, 컨벤션기획사, 호텔종사원, 국내여행안내원, 주조 등 관련 자격증 취득에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전형 수업이 이뤄진다. 이와 함께 덕산스파캐슬, 인천로얄호텔 등 4개 호텔과 공주대, 남서울대 등 8개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교육과정을 통해 졸업생들은 현재 항공사, 여행사, 호텔, 리조트, 한국주재 외국 관광청, 컨벤션관련산업, 이벤트기획업, 외국여행 안내원, 관광통역 안내원 등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동일계 특별전형을 통한 대학진학자도 많다. 자율적인 동아리 활동으로 목표의식 함양 성환고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적성맞춤형 동아리 활동이다. 현재 풍선(Balloon)으로 사랑(Love)을 전하는 동아리(Club)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풍선아트 봉사동아리 ‘BLC’, 매주 노인정을 방문해 의료봉사를 하는 보건간호과 동아리 ‘나이팅게일’, 지역행사에 적극 참여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관광경영과의 주조동아리 ‘SHMC’ 등 33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모든 동아리 활동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 무개입 · 무학년제를 기본원칙으로 이뤄지며, 교외활동을 적극 장려해 현재 전체 동아리 중 2/3가 대학이나 사회시설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내에서 활동하는 동아리도 강사는 학생 스스로 교외에서 위촉하도록 하며, 모든 강사료와 시설비는 학교에서 지원한다. 학교 발전의 원동력은 결국 교사 통합형 특성화 고교로의 전환이나 다양한 동아리 활동 등이 성환고의 역동적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우수한 교사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심 교장은 임기 내내 우수 교사 영입에 힘을 쏟아왔다. 그 결과 15명의 교사를 영입, 학교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모든 교사가 자기 수업브랜드를 창출해 수업의 질을 높인 결과 2006년부터 4년 연속 학력증진 우수학교에 선정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또한 학생 상담 및 홍보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최근 들어 천안은 물론 인근 평택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이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더해 동일계열전형과 농어촌전형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진학지도를 통해 대입시에서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숙사 완공되는 2011년, 재도약 기대돼 한편, 성환고는 2011학년도 기숙형고로 지정돼 내년까지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건립할 계획이다. 기숙사가 완공되면 그동안 약점으로 여겨졌던 통학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생활지도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율학교에 주어진 학생선발권으로 타 지역의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 데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기숙사 건립과 관련해 심 교장은 “기숙사 건립으로 학교운영에 여러 가지 이득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저소득계층 학생의 경우는 경제적 부담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이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5년 ‘성환고 VISION 2010’이라는 발전 로드맵을 설정, 지난 4년간 꾸준히 발전해온 성환고가 기숙사 건립을 계기로 명문고로 거듭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부산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교직팀 변용권 장학관 “시행 1년 만에 학교경영 태도 크게 변해” 부산시교육청 변용권 장학관시행 2년 차를 맞이했는데, 나타난 성과가 있다면? “부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교장 · 교감에 대한 다채널평가를 실시한다고 했을 때는 반발도 컸고, 평가에 냉소적인 태도로 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가 결과 스스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평가 결과가 좋으면 확실한 보상도 주어지니 1년 만에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작년 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았던 10명 중 9명이 올해 A, B등급으로 향상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는지? “가장 큰 변화는 학교 내에 대화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관리자의 독선과 독단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러 경로를 통해 평가를 받게 되니 자연스럽게 소통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가를 받기 전까지는 이런 문제에 대해 본인이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평가의 신뢰도에 대한 불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불만을 갖는 분들도 계십니다. 특히 평가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 분 중에는 교육청으로 직접 찾아와 항의하는 경우도 있지요. 무조건 등수로 나눠 하위 3%에 대해 불이익을 준 것이나 학부모 평가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것이 특히 많았는데, 올해는 이 부분을 보완해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하위 3%에 포함된 분들은 따로 메타 평가를 실시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불이익이 없도록 했고, 학부모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평가 홈페이지에 학교장의 실적을 게시하고 평가인원도 학급당 5명에서 10명으로 늘렸습니다. 다음 평가부터는 모든 학부모가 평가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학력신장부분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객관적인 점수로 산출되다 보니 그런 우려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최저점과 최고점이 4점밖에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평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교원노조 가입 비율 같은 인적 구성도 영향을 많이 미치진 않는지? “그런 부분을 염려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가 결과를 보면 단순히 노조 가입비율이나 이념적인 문제만으로 혹평받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같이 생활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냉정하게 평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사들의 평가를 보면 거의 대부분 6점(보통) 이상의 점수를 얻었습니다. 오히려 큰 격차를 보인 것은 학부모 평가입니다. 앞으로는 이 부분에 주목해 학부모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쉽게 말해 홍보가 필요해진 것이지요.” 교감 평가의 경우 같은 학교 교장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진 않습니까? “같은 학교에 근무할 경우 교장 · 교감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서로 영향을 끼치고 결과가 비슷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더라도 두 단계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교감선생님들이 평가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해 교감 평가를 위한 별도의 평가지를 마련했습니다. 교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교사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바라보듯 교사들은 교감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PAGE BREAK] 2008 다채널평가 최우수 등급 부산 배영초 이승희 교장 “교사들은 교육 전문가, 믿는 만큼 믿게 일한다” “그와 함께 근무한 1년 반 동안 우리 교사들에게 얼굴을 찡그리거나 언성을 높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언제나 웃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이뤄내는 참 특이한 사람이다.” “평소에는 동학년을 하면서도 그의 존재를 그다지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냈던 것 같다. 그러나 후배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그 선배가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산 배영초 이승희 교장이상은 지난해 다채널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부산 배영초 이승희 교장에 대한 동료교사들의 평가로, 그의 부드럽지만 강한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평가받는 비결에 대해 묻자 이 교장은 아직 선배들에 비해 교단경력이 미천하고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나름대로 신경 쓰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 얼마나 참고 배우며 즐기고 있는지를 돌아보며 생활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교사들에게 이것저것 요구하기 시작하면 구성원 간의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늘 참고 배우는 자세로 즐겁게 생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교육 환경 조성이 교장의 할 일 그가 처음 부임할 당시 배영초는 낙후된 학교 시설, 문방구 하나 없는 주변 환경 등 온통 문제 투성이였다. 부임 후 학교를 돌아보며 손대야 할 것을 메모해보니 교육내용을 제외하고도 A4지 두 장 분량이 넘었다. 더욱이 근무여건이 좋은 소위 ‘가급지’ 사립학교에서의 17년간 근무한 경험과 장학사 생활 등으로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태여서 주어진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 매우 컸다. 그러나 이 교장은 교사들에게 여러 가지 요구를 하기보다는 스스로 작업복을 입고 환경개선을 시작했다. 이 교장의 모습에 당황한 교사들이 따라나와 함께 작업하려 했지만, 이 교장은 오히려 수업과 연구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교사는 수업과 연구에 집중해야 하고, 교장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처음에는 몸 둘 바 몰라하던 교사들도 이제는 이 교장의 생각을 이해하고 수업준비에 집중하게 됐다. “제가 하는 방식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주어진 상황이나 능력에 맞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저는 조각을 전공해 아무래도 이런 일이 익숙한 편이어서 이 방법을 선택한 것뿐입니다. 작품 하는 기분으로 출근한다고나 할까요.” “늘 아집과 독단 경계해야” 그는 “오랜 기간 교단에서 경력을 쌓고 학교에서 가장 높은 교장자리에 오르면 누구나 나름대로의 교육적 소신과 고집이 생기는데, 이런 교육적 소신과 고집은 교사에게 있어 하나의 재산과도 같지만 그것이 조금만 지나쳐도 교육을 망치는 아집 · 독단이 되어버리므로 늘 경계해야 한다”며 그 방법 중 하나가 각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해 믿고 맡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사는 교육전문가이므로 그에 걸맞게 대해야 합니다. 사람은 원래 믿는 만큼 믿게 일하는 것이지요.” 많은 권한 위임과 대면결재의 최소화 그래서 이 교장은 교감과 부장교사에게 권한의 상당부분을 위임하고 대면결재를 지양한다. 불필요한 회의 역시 모두 생략한다. 연초에 교육과정을 수립하면서 전체적인 줄기를 제대로 잡아 놓으면, 그 안에서 이뤄지는 여러 교육활동에 대해 일일이 간섭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장이 결재할 것이 있어도 그냥 교장실 책상에 서류를 올려두고 가도록 한다. 혹 교장의 지침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인터폰이나 핸드폰을 이용해 협의한다. 이렇게 하면 교장실에 여러 번 드나들 필요도 없고 설명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교장 입장에서도 시간을 갖고 서류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교사를 초빙할 때도 교사들이 주도적으로 이력서를 검토해 선발하도록 한다. 일을 함께 나눠 해야 하는 교사들 스스로 함께 일한 파트너를 선택하고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면 사적인 감정이나 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는 게 이 교장의 생각이다. 교장의 일차 고객은 교직원 교직원의 사기 관리 역시 이 교장의 주요 관심사다. 학교교육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사의 의욕이 가장 중요하므로 늘 이 부분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직원을 교장의 일차 고객이라고 표현한다. “선생님들이 신이 나야, 아이들도 신이 나죠.” 이를 위해 교직원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적합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도록, 연구학교와 상훈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집에서 차로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출퇴근하면서도 늘 열심히 교육에 임하는 교사들에게 적합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훌륭한 인성을 지닌 교사라도 그 열정이 오래 지속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또 각종 직원 행사에 과감히 교장 개인 지갑을 열기도 하고, 학교 운영에 있어 스스로 청렴한 생활을 하는 것도 교직원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학생·학부모와의 소통도 중요” 배영초가 위치한 부산 강서구 대저동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불법 공장이나 고철상이 모여 있는 낙후된 환경이고, 학생들의 가정형편도 그리 좋지 못하다. 이 교장은 이런 여건을 학교운영 시 늘 잊지 않고 고려한다. 체험활동을 할 때 담당교사가 예산에 묶여 가까운 지역만 편성하면, 다른 예산을 더해주면서 먼 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평소 장거리 여행을 해 볼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라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또 도서 구입 시에는 교사들이 학생들과 서점에 나가 학생들이 직접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자신이 고른 책을 읽기 위해서라도 자주 도서관을 이용하게 될 뿐 아니라 대형 서점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고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교육에 있어 학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넉넉지 못한 생활로 평소 자신을 돌아보거나 자녀교육에 신경 쓸 틈 없는 학부모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전문가 특강 등 학부모 교육은 물론, 문화기행 · 체험 기회도 부여한다. 또한, 학교의 여러 계획을 동문, 운영위원회와 적극 상의한다.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은 이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좋은 교육과정을 만들어 장기간 일관성 있게 유지해 나가려면 오랫동안 이 학교와 함께할 동문이나 운영위원 등 지역민들이 학교의 계획을 이해하고 수긍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도권을 교장이 쥐고 있으려 하면 안 됩니다. 이제는 운영위원 등 지역 주민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공유해야 합니다.” 여건에 불만 갖기보다는 좋은 점 찾아야 부산에서도 가장 낙후됐다는 학교에서 2년 6개월을 지내고도, 다시 초빙교장으로 4년간 더 근무하는 길을 택한 이 교장. 교통체증을 피해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집을 나와 밤 9시에 퇴근하고, 그 사이 학교의 갖은 막일을 도맡아 하는 생활은 누가 봐도 힘든 일이기에, 주변에서는 이러한 생활을 스스로 연장한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들 한다. “제가 이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저희 학교가 시골의 소규모 학교라는 점도 있습니다. 구성원들과의 소통도 용이하고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하기도 좋지요.” 열악한 교육환경에 대해 불만을 가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그는 관리자 입장에서 볼 때 배영초가 가진 긍정적인 면을 먼저 말하며, 앞으로 배영초를 누구나 부러워하는 학교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교장은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저는 아직 어린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독서교육을 통한 지식 습득과 선진화된 시민의식 함양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평생학습의 기초를 쌓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자신의 교육관을 피력하며, 과분한 영광을 받았으니 앞으로도 계속 좋은 교육을 하는 교육자로 남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PAGE BREAK] 2008 다채널 평가 최우수 등급 부산 분포중 신애련 교감 “교감은 구성원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자리” 지난해 최우수 교감에 선정된 후 부산 문현여중에서 분포중으로 자리를 옮긴 신애련 교감. 비결을 묻자 “다채널평가가 정작 본인은 누구로부터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모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의 어떤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평가 결과를 받고 얼떨떨한 상태에서 바로 인사에 반영돼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평가가 지속되다 보면 둔감해질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변화될 수도 있지만, 평가 후 전반적으로 교육청 정책에도 관심을 더 많이 갖고, 사업개발에도 주력하는 등 분명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장과 교사의 중간에 놓인 교감 신 교감은 “역할 수행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이 교장과 교사의 중간자적 입자에 놓여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장의 지시 사항을 수행하다보면 교사와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면이 있어 본의 아니게 ‘악역’을 맡아야 하고, 교사들의 불만이나 건의 사항을 교장에게 오해 없이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더구나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교감직은 많은 책무에 비해 실질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직접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결국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늘 일에 당위성과 합리성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즉, 악역을 맡되 미움받지 않는 악역이 되도록 늘 신경 쓰고, 상 · 하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민원, 일차적 해결은 교감의 책무 요즘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교권침해나 학교폭력 등 학교와 관련한 민원사항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는 그만큼 민원이 늘어났다는 것을 방증한다. 신 교감은 “이런 민원을 1차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교감의 책무입니다. 점점 복잡 · 다양화 되고 때로는 상당히 지능적 · 악의적으로 학교와 교사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기에 이와 관련한 연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우선이지만, 예방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학교에서는 예상치 못하는 사건이 발생하므로 이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초반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이때 주의할 것은 한 번 감정이 상하면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순발력과 지혜는 물론 상대를 대할 때 강약 조절도 필요하다. 여러 방법을 적절히 활용해 자기주장이 강한 상대를 어떻게든 확실히 수긍하도록 해야 같은 일로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계량화 통한 자기관리와 홍보가 중요해 질 것” “이제는 실적평가표가 공개되기 때문에 자신이 한 일을 정확히 알고 표현하지 않으면 오해를 살 소지가 많습니다. 앞으로는 자신의 실적을 계량화해 관리하고 어느 정도 자기 PR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신 교감은 자신이 한 일을 스스로 적어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과정이 많이 부담스러웠다며, 이 같은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감으로서 해야 할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른 직업, 다른 직책에 비해 교감은 특히 대화와 설득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말로 다시 한 번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2006년 최초로 독일 - 프랑스 양국이 공동으로 한 편찬한 교과서 1945년 이후 유럽과 세계는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각각 독일 프랑스 학자 10명이 공동 작업을 했었다. 이는 교환학생으로 양국을 오가던 두 학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역사를 타자의 눈으로 보며 양국 국민들 사이의 편견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이들은 독일-프랑스 청소년 의회에 정식으로 공동 교과서 제작을 제안해 지난 2003년 1월 양국 우호 조약인 엘리제 조약 체결 40주년 기념행사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와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그 길을 열어줬다. 두 나라가 공동 역사교과서를 갖는다는 것은 그 유례가 없었던 만큼 편찬 과정이 험난했다. 특히 공통된 역사 교과서가 없는 독일의 16개 주와 프랑스 교육부의 요구를 함께 담아야 했다. 한편 양국 교과서 공동 편찬 작업이 독일과 폴란드 사이에도 이뤄지고 있다. 역사 과목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지리, 경제 교과서까지 아우른다. 이러한 교과서 공동 편찬 작업의 숨은 공신은 바로 독일 북부 소도시 브라운슈바이크에 자리한 국제 교과서 연구를 위한 게오르크 에커르트 연구소다. 사회민주주의자였던 게오르크 에커르트는 역사학 교수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과서들을 체계적으로 비교하고 고쳐나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독일 국민들이 역사교과서로 나치화되었다는 믿음에서였다. 그는 이웃국가인 폴란드, 프랑스와 화해를 하려면 교과서에 들어 있는 이들 국가에 대한 왜곡된 상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결국 독일과 이웃 국가 간의 화해로 이끌었다. 이로써 이 연구소는 유네스코 평화상과 폴란드와 독일 외무부 평화상을 받았다. 게오르크 에커르트 연구소는 최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공동 교과서편찬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이러한 양국 교과서프로젝트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정치적으로 까다로운 문제가 담긴 교과서는 책을 낼 출판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를 편찬한 클레트 출판사의 편집인 비욘 오퍼클링어는 “정치적으로 까다로운 주제는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런 책을 편찬하면 항의 전화가 올까 봐 두렵다”며 양국 공동 교과서 편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년간 게오르크 에커르트 국제 교과서 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로버르트 마이어 연구원은 다양한 경험을 했다. 공동 교과서에 들어갈 내용을 위해 수많은 국가의 대표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한 것. 그는 “이렇게 만들어진 교과서로 다른 나라들이 특정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교과서 공동편찬은 민감한 사안이므로 항상 주의 깊게 임해야 한다. 현재 독일 폴란드 공동 역사교과서 콘셉트를 연구하고 있는 토마스 슈트로벨은 독일과 폴란드 대표들로 구성된 공동위원회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가 쓴 교과서 내용을 이 위원회가 함께 읽고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논의는 동시통역으로 이뤄지고 모든 참여자가 동의한 교과서 내용만이 편찬된다. 슈트로벨 연구원은 “이러한 과정이 물론 쉽지 않고 언어적으로도 매우 번거롭긴 하다. 하지만 이웃국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이들의 역사적 경험을 서술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장점들이 이러한 수고를 잊게 한다”고 말한다. 교과서 편찬에 드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이번 독일 폴란드 공동 역사교과서 콘셉트는 2009년 말에 완성됐지만 편집에서 편찬까지는 2011년에야 끝난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게오르크 에커르트 연구소는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이 연구소는 다국가 참여 공동 교과서 편찬이 갈등 지역의 의사소통의 도구가 되고, 이웃국가를 더 가까워지게 한다는 취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연구소는 또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구상하고 있는데 유럽의 갈등 지역인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공동 역사 교과서 편찬 계획이다. 이미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지역 공동 교과서로 이스라엘 지역 화해도 도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