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과정’이란 말이 이제는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교육과정이 학교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필요하다. 단위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실태 파악,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여건이나 요구 등을 바탕으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잘 접목해야 하는 실로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한 개인의 용돈관리나 한 가정의 살림, 기관이나 기업은 물론, 토목과 건축에도 설계는 꼭 필요하다. 학교교육의 설계인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와 학교자율화가 정책적 ·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고 있는 이때, 학교자율화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나 학교자율화에 따른 학교 현장에서의 문제점이 없는지도 짚어보고자 한다.
변화를 주도하는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의 주체가 되어야 요즘은 “10년이면 변한다는 강산이 2?3년이면 변한다”고 한다.” “변화를 변화시키라”는 말도 있다. 변화에 순응하기보다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라는 말이다. 3D 입체 영상 영화 <아바타>의 관객이 1000만을 넘었다고 한다. 3D 영화가 한창 상영 중인데, 같은 영화를 4차원 영상인 4D로도 상영하고 있다고 한다. 바람, 향기, 진동, 수증기 냄새 등 ‘오감 만족’으로 관객이 실제로 영화 속에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3D, 4D의 부적응 관객도 있단다. 3D 안경을 쓰지 않고도 3차원의 입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TV도 곧 나온다고 한다. 어제가 옛날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변화를 수용할 것인가,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학교교육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학교교육도 학교 구성원 스스로 ‘변화를 변화’시키고, ‘변화를 주도’해 가야 한다. 학교, 교육, 그리고 교육자는 보수적이라고들 한다. 이제는 변화의 주체가 되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 자율화가 되어야 한다. 변화의 주체도 자율화의 주체도 바로 우리 교육자여야 한다.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바로 학교교육과정 ‘백년대계’란 주로 나라의 교육 계획을 두고 이야기되어 왔다. 사전에는 ‘먼 앞날을 미리 내다보고 세우는 크고 중요한 계획’이라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다’라는 예를 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요즘은 백 년 앞을 내다보기란 참으로 어렵다. 우리나라의 근대 교육과정을 되돌아보면, 공립초등학교 등에 대해 수업을 시작하도록 한 ‘교육에 대한 긴급조치’의 시기(1945?1946)와 가르칠 교수 내용의 ‘주제’ 또는 ‘제목’을 열거한데 불과했던 ‘교수요목’의 시기(1946?1954)를 거쳐 1954년부터 제1차 교육과정의 시기, 1963년부터 제2차 교육과정의 시기, 1973년부터 제3차 교육과정의 시기, 1981년부터 제4차 교육과정의 시기, 1987년부터 제5차 교육과정의 시기, 1992년부터 제6차 교육과정의 시기, 2000년부터 제7차 교육과정의 시기를 맞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각 교육과정 시기마다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반영해왔으나 1?5차 교육과정까지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교사가 가감 없이 가르치는데 급급했다. 또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양이 너무 많아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광역시 · 도교육청과 시 · 군 · 구 교육청 차원의 교육과정 편성 · 운영권이나 역할도 주어지지 않았다. 교육과정을 편성 · 운영하였다기보다 차라리 교과서를 가르친 것이 아닌가 한다. 제6차 교육과정의 시기는 우리나라 교육 사상 처음으로 ‘중앙 집권형 교육과정’을 ‘지방분권형 교육과정’으로 전환, 시 · 도 교육청과 학교에 자율 · 재량 권한을 주었다. 즉,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에 있어 중앙 · 지방 · 학교에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분배했다. ‘21세기를 주도할 건강하고 자주적이며 창의적이고 도덕적인 한국인’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과정 편성 · 운영’의 체제 개선으로 교육의 질 관리를 강화하고자 한 것이다. 제7차 교육과정은 정보화 · 세계화 시대에 대비해 신교육 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 개혁 방안으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 건설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부터는 수시 개정 체제로 바뀌어 현재 여섯 차례 부분 개정이 이루어진 상태이며 3, 4차 부분 개정된 내용이 2009학년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 · 고등학교 영어, 수학과에 적용되고 있다. [PAGE BREAK] 대한민국의 교육, 세계가 주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의 교육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교육이 부럽고 경이롭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교육이고, 한류의 중심에도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때로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교육을 반성하고 폄하도 하고 있지만 모든 부분에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인도의 시성(詩聖) 데벤드라나트 타고르도 지금으로부터 90년 전인 1920년 〈동아일보〉 창간에 즈음해 기고한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에서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에게 큰 용기를 안겨주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는 등불의 하나였던 한국, 그 등불이 다시 켜지는 날, 너는 동방(東方)의 빛이 되리라”라는 예언이 바로 그것이다. 2020년이면 ‘동방의 빛이 되리라’라고 예언한지 100년이 된다. 그동안 백년대계를 세워 교육을 해왔던 결과가 90% 이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랑과 열정, 창의성과 인성, 배려와 나눔의 정신으로 또 다른 교육의 백년대계를 생각해 먼 앞날을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창의적 글로벌 인재육성과 고질적 병폐 해결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 급변하는 세계 환경 속에서 국가의 위상 변화를 주도할 창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획일적 교육과정, 입시 경쟁, 사교육비 문제 등 교육의 고질적 병폐 해소를 위해 교육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교육정책의 방향을 유연하고 창의적인 학교교육을 실현하는 공교육 정상화, 과도한 사교육 부담 해소에 두고 이를 담아낼 새로운 교육과정을 구안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21세기적 요구를 교육에 담아내기 위해 제7차 교육과정을 부분 개정해 3차와 4차 개정 교육과정이 부분 시행되고 있는 중임에도,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백년을 대비해 시대적, 국가적 요구를 반영하고 선진교육체제를 구현하고 학생 모두의 잠재력을 키워주기 위해 미래지향적 교육과정을 구상했다. ‘미래형 교육과정’은 미래사회를 주도해 갈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우리 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반영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그리는 ‘하고 싶은 공부, 즐거운 학교’는 학생의 지나친 학습 부담을 줄여 학습흥미를 유발하고, 단편적 지식 · 이해 교육이 아닌 학습하는 능력을 기르며, 지나친 암기중심 교육에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개정안은 2011년부터 연차적으로 시행에 들어간다. [PAGE BREAK] 학교교육과정의 자율적 편성 · 운영으로 교육전문가가 되자 학교교육과정이 자율화되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토대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해당 학교의 여건과 실정에 알맞게 학교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 ·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의 능력, 적성, 진로를 고려해 교육 내용과 방법을 다양화하고 구성원들이 교육과정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실천토록 하기 위해 ‘학교교육과정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했고, 교육청에서도 관련 규정 등을 재정비하고 적극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그동안 교사를 전문직으로 분류하면서도, 주어진 또는 만들어준 교육과정을 수동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왔던 게 사실이다. 교육과정을 편성 · 운영한다기보다 교과서 중심으로 가르쳤던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타성에 젖어 당연하다고 여기기까지 했다. 지금까지의 경직된 운영에서 탈피해 학생들의 다양성, 창의성을 추구하는 학교교육과정으로 변화돼야 한다.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교육을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합리적 편성과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다. 교원 · 학부모 · 학생 · 지역인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교육과정 위원회에서 교육과정 편성 · 운영계획을 세우고,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 · 시행하도록 한 것은 교육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학교별로 다양하게 학교교육과정을 편성 · 운영한 사례를 발굴 · 소개해 모든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장 책임경영과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에 대한 책임감 가져야 학교장책임제를 실시하기는 했으나 수동적 · 폐쇄적인 학교운영으로 창의적 인재 육성이 어려웠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학교자율화를 추진했으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획일적인 적용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학교장 책임경영을 위한 실질적인 권한이 미미해 교육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학교 중심의 자율화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교육과정과 교원인사를 자율화했으며, 자율학교를 확대하고 현장 지원체제를 확실히 구축하는 등 교육과정 자율화를 돕기 위해 학교장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일이 싫은 사람은 구실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학교자율화에 따른 높은 책무성 요구로, 어렵고 힘든 변화의 길보다는 쉽고 편한 안주의 길을 택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 교원업무 경감 절실 교원업무 과중이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와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항일 것이다. 단위 학교에 쏟아지는 공문이 연간 수천 건씩이나 되다 보니 공문서 수발로 교수 · 학습에 전념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공문서를 처리하는 것도 교육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교육을 잘하자고 하는 공문서 때문에 학교교육과정 자율화가 어렵다고 한다면 과감히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공문은 매뉴얼로 만들어 수시 보고 체제로 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전자문서에 들어가 간단하게 숫자로 또는 보고내용을 입력한 다음, 간단한 결재를 득한 후 보고만 하면 되는 그런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그러면 교육청에서도 필요한 데이터를 필요한 때에 간단히 수합해 통계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간단한 공문도 책상 앞에 앉아 처리하려면 20?3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수업 결손으로 이어지곤 한다. 특히 시도 때도 없는 각종 감사 요구 자료는 학교교육과정의 정상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PAGE BREAK] 인사발령 시기 앞당겨 교육과정 준비기간 확보해야 3월부터 시작하는 새 학년 새 학기, 3월 1일 자 인사 발령은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는 12월이면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 1월과 2월 두 달 동안에 학생들은 졸업식과 종업식을 위해 1주일 내외 학교에 오는 것이 고작이다. 1월과 2월을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하기 위해 1월 1일 자 발령은 곤란한 것인가? 인사이동 문제가 어렵다고도 하고, 교원 정원 문제가 어렵다고도 한다. 인사를 위한 교육인가 교육을 위한 인사인가를 생각하면 답은 분명하다. 준비되지 않은 교육과정 편성 · 운영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발전적으로 바꾸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3월 1일 자로 어느 학교로 갈지도, 어느 학년, 어떤 학생을 담임할지, 그리고 어떤 사무를 맡을지도 모른다. 학교교육과정 따른 예산 · 결산 계획도 해마다 다른 사람이 짜놓은 대로 집행해야만 한다. 이것도 학교자율화와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라는 큰 틀 속에서 개선했으면 한다. 3월 1일 자 인사를 10여 일 전에 발령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교원업무 경감과 3월 학기를 1월부터 준비하는 새로운 제도를 학교자율화와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의 틀 속에서 깊이 있게 고민했으면 한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약도 먹지 않거나 복용 방법이 바르지 못하면 그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교육 현장에서 적극적이고 자율적으로 실천될 때 글로벌 사회에서 변화를 주도할 창의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03년부터 ‘사랑해요 속리산 수정교육’이란 지역화 교육과정을 운영해 온 필자는 앞으로 교육과정이란 무엇이며, 학교자율화를 위한 교육과정 개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학교교육과정 위원회 운영 방법 및 사례, 학교자율화에 따른 효율적인 학교 운영 방안, 학교교육과정 분권화 · 지역화 · 자율화 방안과 국내외 사례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있을 것이다. 책무성과 학업성취도 평가 및 교원 · 학교 평가에 문제점과 개선안, 교원업무 경감 등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를 저해하는 교원업무 개선책도 이야기하고 싶다. 또, 현 교육제도 하에서의 1월과 2월의 두 달은 교육적으로 무의미하다. 이를 교원연수 · 학교 회계와 교육과정 편성 ·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기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도 제안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 학교자율화와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