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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바른말을 사용해야지!”, “그렇게 하면 안 돼!”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언제나 상큼한 미소만 보여줄 거라는 교사로서의 다짐은 어느새 온통 부정적인 단어들로 가득해졌다. ‘내가 초등학생 때는 안 그랬는데…’, ‘내가 너희 나이 때는 말이야…’라며 나도 꼰대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러 도서실에 오는 건지, 신조어 대결을 하러 오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로 가득한 이곳은 대책이 필요했다.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평상시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한다는 학생이 10명 중 9명으로 90%에 달하며, 점점 욕설을 사용하는 연령이 낮아져 지금은 초등학생까지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어린이가 욕설이나 비속어를 호기심 또는 장난이나 애정표현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점차 친구를 괴롭히는 언어폭력과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옛말처럼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중요한 말이 욕과 나쁜 말로 얼룩지고 있다. 설계과정 도서관 활용수업을 위해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5학년 학생이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보이루~!” 그 순간 표정관리가 안된 나는 학생의 인사를 받아주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 버렸다.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있다 보니 아이들이 나를 놀리는 것인지, 정말 인사를 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닌 모든 교사들의 학기 초 고민은 학생들의 언어생활을 포함한 바른 인성교육이다. 5학년 수업을 준비하기에 앞서 담임교사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다행히 담임교사들은 적극적으로 동의했고, 국어와 도덕교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3차시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차시별 수업설계(도서관 활용수업) [PART VIEW] 수업진행 협력수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담임교사와 사서교사의 의사소통이다. 어떻게 학습을 진행할 것인지 서로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사전에 학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학습이 개연성 있게 진행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담임교사가 도움을 받기 원하는 부분이나 원하는 학습내용에 대해 자세히 협의하거나, 사서교사가 교실에서 사전에 학습되길 바라는 부분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다. ▶ 1차시 1차시에는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한다. 국어와 도덕을 한 번에 진행한다고 해서 복잡한 것이 아니다. 사전에 수업을 준비하는 담임은 교과서에서 중요한 내용을 미리 선별하여 요약하거나, 학습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또한 학습내용과 관련하여 영상 및 그림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학생들의 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조절, 표현하는 것이다. 또 타인을 알기 위해 자신을 먼저 파악하는 방법을 알고, 대화의 특성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이를 활용하여 친구에게 칭찬하거나 조언을 해보는 활동을 해본다. ▶ 2차시 2차시부터는 사서교사와 도서관에서 수업을 한다. 사서교사는 전 차시 학습내용과 적절히 연결되도록 해야 하며, 교과서가 없기 때문에 학습 욕구를 자극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수업내용과 관련된 영상시청을 통해 수업내용을 미리 알 수 있게 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해준다. 그리고 욕 빙고를 진행했다. 빙고는 많이 해봤는데 욕 빙고는 뭘까? 학생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너희가 아는 욕 다 써봐! 욕으로 빙고를 하는 거야.” 그러자, “정말 다 써도 돼요?”, “심한 욕 써도 돼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5×5의 25칸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칸을 다 채우고서 가장 먼저 3줄을 완성하면 끝나는 빙고게임은 하면 할수록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개**” 처음부터 수위가 높았다. “***”, “선생님, 저런 말해도 돼요?”, “저건 너무 심한 말 아니에요?”, “** *****”, “그런 욕이 어디 있어”, “나는 사용하는데?” 낄낄대다가도 자기가 쓴 단어가 없으면 화를 내며 항의를 했다. 세상에, 너무나 많은 비속어들이 난무했다. 3줄을 먼저 완성한 사람은 평소 거칠기로 유명한 남자아이. ‘욕 대장’이라는 타이틀을 주고는 소감을 물었다. “1등은 기분 좋은데 조금 찝찝해요.” 한바탕 웃고 난 후 준비한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선정할 때 가장 먼저 집어든 책은 ‘만복이네 떡집’이다. 유명한 김리리 작가의 책이기도 하고 내용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있을법하지만 없는 마법 같은 떡집 이야기를 통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친구들에게 못된 말과 행동을 하는 만복이가 떡을 먹기 위해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완전한 이야기가 아닌 북토크의 형식을 빌려 뒷이야기가 궁금해 직접 찾아 읽어보도록 유도했다. 또한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는 학생은 친구들 앞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책 내용의 흥미로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이끌어내고 실천하도록 도와야 한다. ▶ 3차시 3차시에서는 느낀 점을 토대로 활동을 해본다. 먼저 지난 시간 욕 빙고를 해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짜 욕을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남자애들은 욕을 많이 아는데 우리(여자)는 별로 없어서 재미가 없었다’, ‘수업시간에 욕을 해도 안 혼나니 신이 났다’ 등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욕을 사용하면서 기분이 나빴다는 의견이 많았다. 몇몇 아이들은 싸우기도 했고, 우는 아이도 있었다. 이정도면 수업을 계획하며 목표했던 반응을 얻어낸 것 같다. 그리고 욕을 바른말로 바꾸어 보는 활동을 했다. 모둠별로 서로 상의를 해서 욕을 최대한 순화시켜보는 것이다. 학생들은 의식적으로 욕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굳이 바른말을 써가며 서로 좋은 말을 주고받았다. 생각은 쉽지만 실천이 어렵다고 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바꾼 단어를 사용해서 일주일동안 바른말을 사용해 보기로 한다. 수업반성 첫째, 다양한 도서자료를 제공하지 못해 아쉽다. 수업에서 사용한 도서는 ‘만복이네 떡집’이다. 그러나 도서관에 있는 복본은 한정되어 있으며, 모든 학생이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북토크 형식으로 책을 소개한 만큼 언어교육과 관련하여 더 다양한 도서들을 조사해 알려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다음은 저학년생들을 대상으로 바른 언어사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관련활동을 진행한 도서이다. 둘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욕을 바른말로 바꾸어 보는 활동을 해 보고 나서 실제로 자신의 언어생활이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후기 활동이 미흡했으며, 시간이 부족했다. 처음에는 UCC 동영상 제작을 생각했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할 수 없었다. 또한 학생들의 교육만족도 향상과 학습내용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학교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는 수업내용을 더욱 개발해야 할 것이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질문 있는 배움중심수업의 전략’을 소개한다. 토의가 협력적인 문제해결과정이라면 토론은 찬반논쟁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넓은 의미에서 토론은 토의를 포함한다. 토론을 통해 질문을 만들어보고 이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활동에는 독서토론, 월드카페토론 등이 있다. 핵심질문으로 생각을 나누는 독서토론 수업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을 흔히 ‘독서토론’이라고 한다. 독서토론이라고 해서 새롭거나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독서토론은 텍스트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글이나 작품을 읽고 학생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그것에 대해 모둠별로 토의 또는 토론한다. 여러 질문 중 핵심질문을 가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데, 이 핵심질문이 논제가 된다. 이 논제의 성격에 따라 토의나 토론의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수업 단계별로 주요 활동을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학생 스스로 핵심질문을 찾아 이에 대해 자유롭게 토의하는 수업 방식이 있다. 4~6명으로 모둠을 구성하고, 모둠별로 가려낸 좋은 질문(2개)에서 최상의 질문 2개를 선정하여 이에 대해 토의하는 것이다. ‘최상의 질문 선정하기’는 전체가 공유하는 과정으로 학생 모두가 공통된 논제로 토의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을 빼고 모둠별로 좋은 질문 두 개를 선정하여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게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다양한 사례가 나올 수 있으며, 최종발표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소비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토의를 모둠 내에서 끝내려 한다면 모둠별로 1개, 많게는 2개의 질문을 선정해 토의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제시하는 독서토론 수업은 2차시의 과정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이다. ▶ 독서 토론 수업의 과정 ① 읽기 전 배경지식 활성화하기 - 교사가 글 전체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글과 관련한 독서퀴즈, 주요 어휘 말하기 퀴즈 등으로 배경지식을 활성화한다. - 소설의 경우, 작품과 작가에 대해 소개하거나 인물·배경·사건 등을 안내할 수 있다. [PART VIEW] ② 읽기와 문답의 과정을 통해 글의 윤곽 잡기 - 학생들은 내용 이해를 위해 글을 훑어본다. 교사는 글과 관련하여 정보를 확인하는 수준의 가벼운 질문을 한다. - 교사의 발문 또는 학습활동에 답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글의 윤곽을 파악한다. - 학생들에게 그냥 글을 읽게 하는 것보다 활동할 수 있는 거리를 주는 것이 글을 집중하며 읽는 데 도움이 된다. - 문답 결과를 바탕으로 텍스트의 중요 내용을 판서나 PPT 자료를 통해 안내한다. 소설이라면 인물의 행동이나 사건 흐름을 살필 수 있다. ③ 글을 정독하며 질문 만들어보기 - 학생들은 글을 찬찬히 읽으며 궁금한 점이나 의문점을 찾아본다. 글의 지면에 메모하거나 밑줄을 그으며 의문점을 간략히 적어본다. - 궁금증이나 의문점을 질문으로 만들어 활동지에 3개 이내로 기록한다. - 질문거리를 생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면 교사가 다음과 같이 단계별로 발문하여 의문점을 유도한다. ④ 모둠별 토의 1 _ 좋은 질문 2개 가려내기 - 개인별로 작성한 질문 2개에서 각자 잘 했다고 생각되는 것을 한두 개 가려낸 뒤, 이것을 돌아가며 말한다. - 개인별로 가려낸 질문을 모둠별로 토의하여 좋은 질문 세 개를 가려낸다. - 좋은 질문을 한 모둠원을 모둠장 및 발표자로 선정한다. ⑤ 모둠별 토의 2 _ 전체 공유를 위한 최상의 질문 2개 선정하기 - 모둠장이 칠판 앞으로 나와 모둠별로 가려낸 좋은 질문(2개)을 발표하거나 그것을 칠판에 쓰게 한다. - 모둠별로 제시한 여러 좋은 질문을 보고, 토의를 하며, 최상의 질문을 2개를 가려낸다. 교사는 학생 또는 모둠의 거수를 통해 최상의 질문을 2개를 선정한다. ⑥ 모둠별 토의 3 _ 최상의 질문에 대한 답 탐색하기 - 선정된 2개의 최상의 질문에 대해 모둠별로 토의한다. - 모둠장은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발표의 기회를 주고, 모둠의 의견을 모아 2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한다. - 전체 발표를 위해 모둠판이나 스케치북을 활용한다. ⑦ 모둠별 발표 - 각 모둠장 모두 교탁 앞으로 나와 최상의 질문 2개에 대한 모둠의 생각을 발표한다. - 첫 번째 질문부터 모둠별로 돌아가며 말한 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이때 다른 모둠의 의견에 관해 확인 또는 반박 질문을 할 수 있다. ⑧ 최상의 질문에 대한 답 확정 및 교사의 정리 - 교사는 모둠의 의견을 바탕으로 최상의 답을 확정하고 내용을 정리한다. - 내용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씽킹맵(Thinking Map)을 활용할 수 있다. 핑커맵, 버블맵, 더블버블맵, 플로우맵, 서클맵, 마인드맵 등의 비주얼씽킹으로 배운 내용을 시각화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 과정은 수업에서 생략할 수도 있고, 과제로 제시할 수도 있다. 질문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는 월드카페토론 수업 월드카페토론은 4~6명이 한 모둠을 이루어 텍스트나 영상을 보고 이에 대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토론방식이다. 키워드에 대한 여러 질문 중 가장 나은 것을 논제로 정하여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눈 다음, 이것을 전지에 기록한다. 그리고 모둠장(호스트)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둠원들은 타 모둠으로 이동하여 다른 모둠의 결과물을 보고, 그 모둠의 호스트 설명을 듣고 생각을 나눈다. 월드카페토론은 격식 없이 카페에 앉아 자유롭게 생각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명명된 것으로, 이 토론을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포스트잇과 전지, 색이 있는 펜, 그리고 타 모둠의 평가를 위한 칭찬 스티커 등이 필요하다. 기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이런 절차로 이생규장전이라는 고전소설을 감상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이 작품에서 ‘사랑’, ‘이별’, ‘초월’, ‘인생’, ‘비극’ 등의 키워드를 제시하였고, 모둠별로 자신이 정한 키워드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다. 수업과정은 다음과 같다. 독서토론 수업과 월드카페토론 수업은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며, 질문을 통해 생각을 나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수업은 토론을 활용하지만 경쟁적이지 않고, 협력 공동체를 이뤄 모두가 함께 한다. 교사가 주도하지 않고 학생들이 전면적으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배움의 즐거움을 얻는다. 질문 있는 배움중심수업은 학습의 핵심역량으로 일컫는 4C 곧,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협력 등의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학교에서 3년을 근무하다 비평준화 지역의 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게 되었다. 중학교 내신 점수 190점대의 하위권 학생들이 대부분으로 이루어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강의식 수업은 ASMR 그 이상의 효과였다. 충격적인 현장의 분위기를 접하고 난 뒤, 내 수업 시간만큼을 학생들을 깨어있게 만들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우리 학교에서 적용 가능하다면 분명 다른 학교에 일반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협동학습에 기반을 두어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중심으로 교재연구를 하였다. 본 글에서는 고등학교 수업사례를 중심으로 통합과학의 협동학습 기반 학생참여형수업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통합과학에 적용한 비주얼씽킹, 갤러리워크, 추리게임 협동학습은 소집단으로 구성된 학생들이 공동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함께 활동하며, 학습목표에 도달하는 학생 주도적인 교수·학습방법이다. 소집단 구성원 간 끊임없는 대화와 참여를 통해 이뤄지는 협력적인 문제해결과정 속에서 구성원들의 인지적 성장이 일어난다. 또한 학생들은 공동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소집단 내 다른 구성원 간의 관계가 공동과제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때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과제는 실제적 맥락 속에서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새로운 지식과 기능을 획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운 내용을 적용하고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학생참여형수업의 유형은 크게 비주얼씽킹, 갤러리워크, 추리게임, 스피드퀴즈, 학생참여형 문제해결이 있으며 이번 장에서는 비주얼씽킹과 갤러리워크, 추리게임을 통합과학에서 어떻게 적용하였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수업에서는 포스트잇 이젤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 물질의 탄생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기 [PART VIEW] ▶ 빅뱅 우주론이 성립되는 과정 ‘갤러리워크’로 이해하기 ▶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범죄 원소 X를 찾아라 이상에서 소개한 세 가지 사례는 통합과학의 첫 소단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활동 전 교사의 15분 내외의 개념설명이 있었으나 뒤에 있을 협동학습을 위해 대부분의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이 성공적인 학습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서 협력학습으로 학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교수·학습방법이 보다 요구된다.
3월의 첫날, 파릇파릇 돋는 새싹처럼 신선하고 귀여운 1학년 아이들. 겁이 잔뜩 들은 어린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어린이, 금세 옆 친구와 친해져서 수다 떠는 어린이, 두리번두리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곳저곳을 바라보는 어린이 등 어쩜 저렇게 각기 다를까 생각하게 된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각자 다른 방법으로 배우고 익히며 생활해 온 아이들이 이제 학교의 틀 안에서 주어진 교육과정과 시간표에 따라 생활을 하게 된다. 초등 저학년 아동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여 학습·사회성·정서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사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사계절 감성 놀이 프로그램 'STRONG START'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겪는 긴장감이 얼마나 큰지를 이해하고, 학생들이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여 학교라는 새로운 구조적 틀을 자신의 능력에 맞게 수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생활규범·사회성·안정적인 정서·학습 습관 및 기초학습 기능 형성에 도움이 되는 ‘사계절 감성 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 목적 사계절 감성 놀이 프로그램, ‘STRONG START’의 목적은 첫째, 자존감 향상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과 습관을 만든다. 둘째, 가족·친구 등 인간관계 훈련을 통해 감사와 소통, 배려와 존중을 경험하게 한다. 셋째,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사회 적응력을 높인다. 넷째, 세계를 품은 아름다운 성품리더십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돕는다. ▶ S.T.R.O.N.G Start 사계절 감성놀이 프로그램이란? ▶ S.T.R.O.N.G Start 사계절 감성 놀이 일 년 살이 [PART VIEW] 사계절 감성놀이로 행복한 학교 뜰 만들기 ▶ 추진 중점 ● 인성중심 교육과정 재구성 → 인성이 실력인 학급문화조성 및 내실 있는 교육과정 운영 ● 학급 특색 살린 교육과정 → 발달단계 및 흥미를 고려한 다양한 인성 활동 설계 ● 교과와 연계한 인성교육 →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인성교육으로 바른 인성 함양 1) 인성중심의 교육과정 재구성 _ 인성교육 지도를 위한 재구성 2) 학급 특색 살린 교육과정 재구성 3) 교과와 연계한 인성교육 _ 짝과 모둠의 협력 학습을 통한 인성수업 전개 ▶ 최고의 짝꿍! 협력학습 짝 활동 및 점검, 번갈아 말하기, 하나 주고 하나 받기, 짝 대변인 등 다양한 협력학습 기법을 활용하여 수업을 전개하였다. ▶ 모둠은 하나! 협력학습 함께차트, Co-op Co-op, 돌아가며 쓰기, 문제 던지기, 모둠 문장 만들기 등 서로 존중하고 경청하며 협력하며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지도록 도왔다. 사계절 감성놀이로 행복한 학교 뜰 안 이야기 ▶ S.T.R.O.N.G Start 나 바로 세우기 나 바로 세우기 활동이란? 나를 바로 알고,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감과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활동이다. ‘나’ 개개인의 인성을 바르게 세워가는 활동을 통해 S.T.R.O.N.G Start가 되도록 계획했다. 이렇게 활동했어요 활동 후 이만큼 성장하기를 기대해요 ●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있는 모습 그대로 정직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나를 사랑할 수 있어요. ● 경청하여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정해 주고, 나 또한 소중한 존재임을 알 수 있어요. ● 절제를 배우며, 예의 바르고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에너지를 건전하게 배출해요. ▶ S.T.R.O.N.G Start 관계 바로 세우기 관계 바로 세우기 활동이란? ‘감사’에서 시작하는 가족·친구 등의 인간관계 훈련을 통해 소통·배려·존중을 경험하게 하여 내 좋은 친구, 행복한 우리 반,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데 노력하는 활동이다. 신나고 즐거운 학교생활의 S.T.R.O.N.G Start가 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활동했어요 활동 후 이만큼 성장하기를 기대해요 ● 부모님의 사랑을 바로 알고, 늘 감사하는 태도를 가지며, 친구의 사소한 행동에도 감사할 줄 알아요. ● 나와 생김새도 성격도 많이 달라 때로는 어렵지만 먼저 상대방을 배려해요. ● 웃어른을 존중하며 늘 겸손한 생각과 태도로 점점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요. ▶ S.T.R.O.N.G Start 하나 되어 즐기기 하나 되어 즐기기 활동이란? 감사에서 시작하는 가족 ? 친구 등 인간관계 훈련을 통해 소통, 배려와 존중을 경험하게 하여 내 좋은 친구, 행복한 우리 반,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데 노력하는 활동으로 신나고 즐거운 학교생활의 S.T.R.O.N.G Start가 되게 한다. 이렇게 활동했어요 활동 후 이만큼 성장하기를 기대해요 ●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와 친구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나눠요. ● 바른 학습태도 갖기, 바르게 공책 정리하기 등 나의 일을 다하며 책임 있는 행동을 해요. ● 이웃의 역할을 알아보고, 옛날 놀이를 통해 배려하는 삶을 배워 민주시민이 되어가요.
이번 호에서는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 등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회계 집행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학급운영비 집행 간소화 방안 첫 번째는 학급운영비 집행 간소화 방안이다. 지역별·학교별 차이는 있을 것이나 보통 학급당 20만 원 정도 편성하고 있다. 학급운영비는 학급운영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말하는 것으로 ①학생상담·가정방문 등 상담활동 ②문화체험·산행대회 등 학급행사 ③환경미화용품 등 학급용품 구입 ④학급문집·앨범용 CD·DVD 제작 등 자료발간 등에 집행한다. 학급운영비는 담임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건별로 결재(품의)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불편으로 인해 제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말에 피자 같은 간식을 한꺼번에 사 주거나, 한두 가지 소모품 구입으로 ‘땡처리’하는 학급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담임교사들은 예산집행을 간단하게 처리하길 원하고, 행정실은 회계 관련 규정을 중요시 여길 수밖에 없는 시각 차이도 사용을 어렵게 한다. 이런 식의 학급운영비 집행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원래 학급운영비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하면 학급운영비 제도 도입 취지를 살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우선 관련 규정을 살펴보자. 개산급은 지출의 특례로 채무액이 확정되기 전에 지급액을 개략적으로 산출하여 지급할 수 있는 제도이다. 지방회계법시행령 및 공립학교 회계규칙 등에 의하면 수학여행비·수련활동비 등 개산하여 지급하지 않으면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비는 개산급으로 지급할 수 있다. 교육부·학교회계 길라잡이(2011년 11월)에서는 개산하여 지급하지 않으면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비의 범위는 학교장이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책임 소재 문제로 수학여행·수련활동·외부행사 경비 정도만 개산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학급운영비 20만 원 전체에 대해 개산급으로 지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개산급은 지출의 특례로 최소한으로 운영해야 되기 때문에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학생자치활동비 성격으로 소액인 만큼 개산급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견해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교육청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학급운영비를 임시출납원 임명 후 개산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개산급은 일단 사용하기는 편리하나, 회계연도 말에 정산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혹시 영수증이라도 잃어버리면 책임문제도 따른다. 또한 회계연도 말 정산서 검토 과정에서 행정실 담당자와 담임교사 간에 집행의 적정성 시비도 우려된다. 개산급으로 지급할 때 업무처리 절차는 다음과 같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학급운영비는 초등학교에서는 대체로 건별로 품의해 집행하는 경우가 많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연초에 반별로 학급운영비 전체를 일괄 품의한 후 필요할 때마다 기관 카드로 집행하는 학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의하면 특근매식비와 같이 정기적으로 소액을 지출하는 경우 일정 기간(1개월 미만)을 합산하여 1건으로 결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급운영비도 특근매식비와 같은 개념으로 보고 연초 일괄 품의 후 사용하는 것이다. 학급운영비를 연초에 일괄 품의할 때 업무처리 절차는 다음과 같다. 개산급으로 지급하는 방법이나, 연초에 일괄 품의한 후 집행하는 방법이나 각각 장단점이 있을 것이나, 개인적으로는 일괄 품의 후 집행하는 방법이 상대적으로 더 편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회 및 학부모회(녹색 어머니회 포함) 운영비 집행 절차 간소화 방안 두 번째는 학생회 및 학부모회(녹색 어머니회 포함) 운영비 집행 절차 간소화 방안이다. 이 경우에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건별로 담당교사를 통해 구매 의사를 전달한 후 담당교사가 결재 품의를 받는 구조라 사용하기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학생회 운영비는 주로 간식 구입, 선거 경비 등에 집행하고, 학부모회 운영비는 다과비·인쇄비·강사비·협의회비 등으로 사용한다. 이 중 물품구입비·협의회비 등은 건별로 품의를 해야겠지만, 그 이외 소규모 인쇄비·행사 소모품비·학생 간식 등 순수한 운영비성 경비는 연초에 일괄 품의한 후 그때그때 필요할 때 마다 기관 카드를 수령해서 집행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개산급이나 연초 일괄 품의 후 사용하는 경비는 유사한 다른 사업의 운영비성 경비까지 확대할 경우 자칫 회계 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학생회나 학부모회 운영비성 경비에 한해 최소한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 “대발견이오~” 대구 도심 외곽 대명동. 연립주택들이 오밀조밀한 동네 한가운데 위치한 남대구초등학교 3학년 교실. 한 무리 학생들이 큰소리로 외친다. 뭘 찾아냈을까? 발견이란 말에 과학시간쯤으로 여겼는데 사회과 프로젝트 수업이란다. 오늘 수업주제는 애향심. 우리 마을을 발전시키기 위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앞으로 달라질 모습을 상상해 보는 수업이다. 타이틀 ‘대발견이오’는 ‘대명2동을 발전시키는 기발한 의견 25가지’를 재치 있게 줄인 말. 학생들은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문제점은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생각하고 표현하면서 창의성의 세계를 탐험한다. # 6학년 교실에선 여행상품 판매가 한창이다. 학생들이 가상으로 차린 ‘남대구 여행사’에서 테마 여행상품을 파는 프로젝트 수업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탐구하는 협력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의식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다. 직접 가 볼 수 없는 물리적 한계를 여행사라는 설정으로 외국의 문화적·지리적 관점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PBL 학습과 연계, 여행사 직원의 실제적 삶을 체험하면서 학생들의 직업의식을 기르는 교육으로 이어진다. 삶과 연계된 남대구초의 프로젝트 학습 이 학교는 하나의 주제를 골라 여러 교과내용을 융합해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과서는 참고서 중 하나일 뿐,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 연구하고 수업을 설계한다. 교육부가 우수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초·중·고 100곳을 뽑는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사업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전국 1위다. 학생들이 창의적 삶 속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 학습의 흥미를 갖고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교육, 이것이 남대구초가 추구하는 교육 목표이다. 안영자 교장은 “학생들의 삶은 배움의 삶이고, 배움이 즐겁기 위해선 학습이 흥미로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학습의 흥미는 도전하고, 고난을 극복하며,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삶 속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대구초에 프로젝트 학습이 도입된 것은 지난 2006년. 학생들의 창의적 삶을 위한 대안적 학교 교육과정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대구교육청-대구교대 공동 연구과제를 실행하면서 시작됐다. 13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이 학교의 프로젝트 학습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학생들이 공동으로 질문을 발견하고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수업방식이다. 또 일상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 했다. 운영방식도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프로젝트 학습은 3개월을 주기로 학기당 2회씩 연간 총 4회로 운영된다. 대부분의 학교가 학기 단위로 실시하는 것과 달리 봄·여름·가을·겨울 등 계절별로 나눴다. 한 학기 내내 프로젝트 학습을 할 경우 학생들이 지루해 할 수 있다는 점과 계절성을 반영, 교육과정과 연계를 고려했다. 수업시간은 40분이지만 블록타임이나 전일제수업 등 학생활동중심으로 수업은 유연하게 운영된다. 그래서 이 학교는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따로 울리지 않는다. 내실 있는 체험활동을 위한 ‘책가방 없는 날’ 운영 계절 단위 프로젝트 학습이 끝나면 한 주간은 책가방 없는 날로 운영한다. 학생들은 이 기간 동안 책가방 없이 등교하고, 교육활동도 대부분 야외에서 진행된다. ‘책가방 없는 주간’에는 다양한 체험학습이 이뤄진다. 학교폭력예방교육이나 다문화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등이 모두 이때 집중된다. 예컨대 봄 프로젝트 학습이 끝난 뒤 실시되는 책가방 없는 주간에는 학생들이 원하는 놀이 활동 중심으로 펼쳐진다. 운동회 연습이나 과학캠프 활동을 한다. 여름에는 생존수영교육이 실시되고 ‘아나바다’ 장터도 열린다. 가을에는 독서활동이, 겨울 프로젝트 학습이 끝나면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책가방 없는 주간이 운영된다.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체험교육이 국·수·사·과 등 도구교과에 밀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안 교장이 좀 더 내실 있게 운영하는 방안을 궁리하다 내놓은 아이디어다. 시간표만 달리 짰을 뿐인데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책가방에서 해방된 탓인지 학생들의 참여는 어느 때 보다 활발하다. 물론 교사들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프로젝트 학습 사관학교, 남대구초 대구지역 교사들 사이에 남대구초는 프로젝트 학습 사관학교나 다름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말 그대로 ‘똑소리’ 나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교육과정 재구성도 이곳을 거쳐 가면 어디서든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 교장은 교사가 교과서에 의존해 교과서대로 가르치는 것을 거부한다. “우리는 지난 70년간 교과서만 들고 달려왔어요. 주입식·암기식 교육과 일제고사에 길들여 있었죠. 그 결과 학업성취도는 올랐을지 모르지만, 학생들의 흥미는 갈수록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교사들이 교과서에만 매달리기보다 교육과정 문해력을 기르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안 교장은 교사가 전문직인 증거는 교육과정에 대한 문해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육과정 문서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고,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수업을 디자인하며,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교육과정 문해력’이다. 그는 교사가 단순히 교과서 내용 전달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특성과 실태를 정확히 파악, 거기에 맞는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이를 수업에서 구현해 낼 수 있는 실천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교육의 모든 답은 교육과정에 있다고 했다. 교육과정만 잘 운영하면 학생들의 창의성을 발현하고 바른 인성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교사들이 상실감과 무력감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교과서대로 가르치고 시험 치르고 성적 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생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 학습과 교사들의 높은 전문성이 어우러지면서 이젠 대구에서 남부럽지 않은 학교로 변모했다. 학생들의 인성은 물론 학력도 대구 시내 최상위권이다. 가르치는 즐거움과 배우는 기쁨이 가득한 학교. ‘삶 속에서 배우는’ 남대구초 다큐멘터리는 오늘도 계속된다.
발도르프학교는 1919년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슈타이너가 ‘자유 발도르프학교(Freie Waldorf Schule)’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12년제 사립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이다. 발도르프-아스토리아(Waldorf-Astoria) 담배공장 소유주 에밀 몰트(Emil Molt)가 슈타이너에게 교육을 맡아달라고 하면서 시작됐다. 이 공장의 이름을 따 발도르프라 했고, 교육이 사회의 다른 경제 영역이나 법적·제도적 영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자유’ 발도르프학교라고 했다. 발도르프교육의 시작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 일어난 신교육운동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는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것은 당시 중등교육이 지나치게 지식중심의 학교로 형식화된 데 대한 반발로, 19세기 중엽 확립된 근대교육의 이념을 본격적으로 현실화하기 위한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신교육운동(New Education Movement)’이라고 한다. 신교육운동은 전통적 중등학교 개혁을 계기로 일어났는데, 넓은 의미에서 학교의 제도·내용·방법이 민주적 입장에 기초할 것을 주장한다. 즉, 교육제도 면에서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주장하며, 교육내용과 교육방법 면에서는 아동의 인권을 존중하고 학습자의 흥미와 자발성을 중시하는 것을 강조한다. 발도르프교육은 슈타이너의 인지학이라는 특정 사상에 입각한 것으로 다른 여러 신교육운동의 흐름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졌지만, 기존의 학교 교육을 새롭게 개혁하고자 한 점에서 당시 신교육운동의 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20세기 초 신교육운동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해방 이후 새로운 교육에 대한 모색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마침내 1990년대 후반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이 대안교육운동으로 분출했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발도르프학교 교육이 소개되고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발도르프교육’은 199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44차 세계교육장관회의 때 21세기 개혁교육의 모델로 선정된 바 있다. 무엇이 발도르프학교를 개혁적인 학교 모델로 만드는가? 발도르프학교 교육의 특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예술가로서의 교사 발도르프학교에서는 교육이 예술적이기 위해서 먼저 교사 자신이 풍부한 예술성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예술가로서 자각하는 것을 강조한다. 슈타이너는 교사, 특히 아동기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를 ‘영혼의 예술가(Seelenkunstler)’라고 부른다. 교사가 영혼의 예술가로서 자각하고, 예술로서의 교육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슈타이너는 교사가 인간 본성에 관한 인식과 세계 본질에 관한 인지학적 인식을 할 수 있을 때라고 답한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교사는 인간(교사 자신뿐만 아니라 학생의)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세계와 살아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학생을 세심하고 민감하게 이해하여 가르칠 수 있으며,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안에 창조적 힘이 깨어날 수 있게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의 예술적 구성 교육과정 안에 회화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가 있는 교과목을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 지적인 교과를 포함하여 모든 교과를 가르칠 때,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며 놀이를 하고 리코더를 부는 예술적 활동을 활용한다. 이것은 지식과 앎이 단지 머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감정과 의지가 통합된 지식이 학생들에게 능력을 일깨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의 예술적 구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교사들이 활용하는 칠판그림이다. 예술적인 교육환경 발도르프학교는 예술로서의 교육을 위해 학교 역시 아이들의 성장에 맞추어 유기적으로 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교 외관뿐만 아니라 교실 벽 색깔, 계절식탁(계절의 리듬이 반영된 물건들로 장식한 교실 안의 탁자) 등 공간의 교육적 구성을 강조한다. 8년 담임제 발도르프학교에서는 한 명의 교사가 8년을 가르친다. 이것은 슈타이너가 아이의 8년을 전체 성장 단위로 볼 것을 강조한 데서 나온 제도이다. 아이의 성장은 학년별로 끊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8년 담임제를 통해 학생과 교사는 밀접한 교육적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 교사-학생 간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학생은 교사의 인격을 통해 배운다. 교사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신체발달뿐만 아니라 내면세계와 정신세계의 통합적인 성장과 발달을 돕는다. 주기집중 수업(Epochen Unterricht) 주기집중 수업은 3~6주를 하나의 주기로 하고 매일 두 시간가량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시간표 운영방식이다. 주로 오전 8시에서 10시까지 주기수업이 이뤄지는데, 시작 30분은 시를 암송하거나 음악에 맞추어 간단한 동작으로 잠에서 덜 깨어난 몸을 깨운다. 주기집중식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일정하게 주어진 시간 동안 깊이 있게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하고, 학습한 것을 잊어버리게 한 후 기억 깊은 곳에 두었다가 다시 기억해낼 수 있게 한다. 오이리트미(Eurythmy) 발도르프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 중 가장 독특한 것이 오이리트미이다. 오이리트미는 그리스어로 ‘좋은, 조화로운’이라는 뜻의 eu와 ‘리듬’이란 뜻의 rhythm이 결합한, 즉, ‘좋고 조화로운 리듬’이라는 뜻의 슈타이너가 창안한 동작 예술이다. 오이리트미는 신체적·생물학적 기능을 가진 체조나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무용의 심미적이고 기술적인 동작과는 분명히 다르다. 오이리트미는 심리적이고 영혼적이며 정신적 기능을 강조하기 때문인데, 오이리트미를 ‘영혼화된 체조’, ‘신성화된 무용’, ‘정신무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이리트미를 하는 목적은 인간의 초감각적인 실체에 속하는 정신·영혼을 신체 안에 온전히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다. 오이리트미의 교육적 가치는 인간의 내적인 경험과 바깥으로 드러나 보이는 외적인 움직임을 통합하는 데 있다. 슈타이너는 발도르프교육의 목적이 내적인 삶의 힘이 신체의 움직임에 파고들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Calgren, 1986: 57). 발도르프학교의 연계성 발도르프학교는 교장이 따로 없기 때문에 발도르프학교들 간의 연계 단체인 ‘발도르프교육 협회’를 통해 학교 운영상의 문제, 가르치는 일, 교사 교육에 관련된 제반 문제를 해결한다. 스위스 도나하(Donarch)에 세계 인지학회(또는 세계 발도르프협회)가 있고, 나라에 따라 발도르프협회가 있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 발도르프교육협회(www.waldorf.or.kr)가 슈타이너의 인지학과 발도르프학교 교육을 소개하고, 관련 저서를 번역·출판하며, 발도르프학교 교사연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상의 특성을 갖는 발도르프학교는 대안교육운동 흐름 속에서 한국발도르프학교들도 생겨났다. 이미 12년이 넘어 졸업자를 배출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 경쟁위주의 한국 교육현실에서 교육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시작된 한국의 발도르프학교들은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교육현실과 지향하는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면서 새로운 학교문화를 정착해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최근 혁신학교운동과 함께 공교육 안에서도 발도르프교육을 접목하는 사례가 생기면서(강원도 공현진초, 남원 아영초 등), 공립학교 교사를 위한 발도르프 교사연수 및 공부 모임(예: 전북발도르프교육연구회)도 이뤄지고 있다.
요행이란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을 넘어선 뜻밖의 행운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행은 조선시대 수험생들에게 너무나 일상화되어 있어서 당시 교육 문화의 성격을 규정하는 주요 요인이었으며, 조선시대 교육이 안고 있던 최대 고민 중의 하나였다. 이처럼 요행은 조선시대 교육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였다. 요행을 기대하는 것은 일부 수험생들에게나 해당되는 현상으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행심리가 당시 얼마나 많은 수험생들에게 내재되어 있었는가를 알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혹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요행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과거에 합격한 수험생들이어야 한다고 강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수험생 중에서 요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대다수의 그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별시(別試), 요행심을 부추기다 조선시대 유생들에게 요행심을 불러일으킨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별시(別試)였다. 별시란 과거의 변종으로서, 과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도 실시되지 않았던 특별시험이었다. 정규시험인 식년시(式年試)가 7단계의 복잡한 시험을 거쳐야 합격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별시는 한두 차례의 시험을 통해 합격이 결정되었다. 이처럼 식년시는 요행이 허용되기 어려운 시험이었던 반면 별시는 요행의 여지가 많았다. 이는 비단 절차가 간단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중요한 이유가 두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별시가 너무나 빈번하게 실시되었다는 데 있었다. 다음 기록에서처럼, 별시가 자주 실시되는 만큼 합격 확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수험생들에게 만연되어 있었다. 근래 별시가 너무 잦아서 매년 응시하면 학업을 이루지 못한 자도 간혹 합격하므로 사람들은 모두 요행심을 가질 뿐 학업에 힘쓰지 않으니, 사람을 자주 뽑는 것은 인재를 양성하는 데 도리어 해가 됩니다. - 중종실록 33년 2월 계유 두 번째 이유는 그 시험 방식이 일종의 논술시험과도 같은 제술시험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술시험을 실시함으로써 요행을 바라게 되었다는 사실은 아래 기록이 잘 설명해 준다. 해마다 별시를 행하여, 선비들에게 시험을 보이지 않는 해가 없었는데, 모두 제술을 사용하였으므로, 선비들이 모두 요행을 바라며 독서에 힘쓰지 않습니다. - 성종실록 3년 4월 계미 그런데 이와 같이 제술시험이 요행심을 자극하게 된 것은 그 시험을 준비하는 방식과 관계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예상 문제집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생들은 자신들의 예상 문제집이 적중하기만을 바라는 요행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험관에게 요행을 기대하다 제술시험이 수험생들의 요행심을 자극하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험관과 관련이 있었는데, 수험생들은 시험관에게 요행을 기대하는 풍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예상 문제집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관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합격시켜 주기를 기대하였다. 이렇게 기대를 하게 된 데는 시험관들이 읽어야 할 답안지가 엄청나게 많아 제대로 채점을 할 수 없어 능력이 뛰어난 유생이 아니더라도 요행히 합격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관이 비록 많다고는 하나 게으른 나머지 모두 (답안지) 보기를 좋아하지 아니하고 제대로 보는 사람은 그중 불과 1∼2명뿐이니…(중략)…글 잘하는 자가 낙방하고 요행을 바란 자가 합격하게 된다. 그러므로 유생들이 운수를 믿고 재주를 믿지 아니하여 마침내 학업을 게을리하고 요행만 다투어 바란다. - 명종실록 8년 6월 갑신 이러한 상황은 조선 후기로 가면 더욱 심각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응시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별시의 경우 당일에 합격자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아 채점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짧아 시험관이 손에 잡히는 답안지만 채점을 하게 되고 이들 중 합격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시험을 운영하는 법이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에 7, 8천 명의 답안지를 처리해야 하므로, 정밀하게 가릴 겨를이 없습니다. 따라서 손이 가는 대로 당락을 결정하니, 요행히 급제하는 자가 대부분입니다. - 영조실록 45년 10월 무진 그 후 응시자가 수만 명까지 늘어나게 되자, 시험관들이 반나절 동안에 채점하기가 불가능하여 답안지 중에서 앞의 몇 줄만 읽고 채점하거나, 빨리 낸 답안지만을 채점하는 폐단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요행으로 합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러한 사실을 당시 수험생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요행을 기대하고 응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이들 합격자 중에는 서찰도 쓸 줄 모르는 유생들도 많았는데, 이들 수만 명의 응시자들은 실력이 합격을 좌우하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오직 기대할 것은 요행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합격한다는 것은 요행 중의 요행으로서, 바로 오늘날 ‘로또 당첨’과도 같은 것이었다. 학업의 포기, 그리고 요행의 기대 수험생들이 요행에 기대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과거시험 준비를 위한 학습 분량이 너무 과도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중국의 경우는 사서(四書)와 일경만을 준비하면 되었던 것에 비해, 조선은 사서와 삼경 전체를 공부해야만 했다. 특히 정조 때 영의정 김상철은 우리나라 선비들이 칠서(사서삼경)를 외우는 것은 일생을 다 바치더라도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 만큼 조선의 과거시험 과목들은 수험생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이 때문에 당시 대부분 수험생들은 아예 학업을 포기한 채 요행의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나마 이런 상황은 교재를 갖추고 있었던 유생들에 국한된 것이었고, 당시 서적의 부족 문제로 교재를 제대로 갖출 수 없었던 수많은 유생들은 어쩔 수 없이 정상적인 학습이 불가능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시험 응시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편법으로서 예상 문제집에 의존하여 시험에 응시하려 했다. 이렇게 예상 문제집에만 기댔던 유생들이 필요로 했던 것은 바로 요행이었던 것이다. 시험이라는 방식이 기본적으로 수험생들로 하여금 요행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지만, 조선시대는 단 한 번의 요행이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험생들의 요행심을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의 최대 연결고리라 할 수 있는 별시를 혁파하는 것이었음에도 당시 왕들은 별시가 백성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중요한 방법으로 여겼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중단하려 하지 않았다. 당시에 별시가 수험생들의 요행심을 자극하다 보니, 전국의 수험생들이 별시에 응시하기 위해 서울로 운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우려되었던 것은 가난한 수험생들의 상경에 따른 비용 지출 및 농사의 지장이었다. 별시는 전반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수험생들의 경제력을 소모시키는 요인이 됐고, 특히 경제적 하층에 속하는 수험생들의 생계 기반마저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요행’이 당시 비정상적인 일부 수험생들에만 국한된 것이라기보다는 수험생 전반과 관련된 문제였다.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은 논술시험을 가리켜 ‘로또 시험’이라고 한다. 이처럼 지금의 논술시험은 조선시대와 마찬가지로 수험생들에게 일말의 요행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학입시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는 지금의 학생들 역시 요행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흔히 장편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 문장’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우주와도 같은 장편소설의 세계관을 빚어나가는 첫걸음을 어떻게 떼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의 맛이 달라진다. 위대한 소설들의 유명한 도입부 몇 가지를 기억한다. 예를 들어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도입부도 기억할 만하다. “내가 지금보다 어리고 약하던 시절 아버지가 해주신 충고를 기억한다.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땐,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최근 들어 이와 같은 명작에 필적할 만한 ‘첫 문장’을 읽었다. 놀랍게도 2017년에 나온 작품이다. 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의 장편소설 ‘파친코’는 다음과 같은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일본 오사카로 건너간 조선 여자 ‘순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민진 작가는 박경리의 ‘토지’에 맞먹는 집중력으로 역사의 질곡 속에서 그저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선인들의 삶을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품 속에서 너무 가난했던 조선 사람들은 굶주림을 피해 일본으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빈민촌 생활을 벗어날 수 없었다. 돼지를 포함한 가축들과 한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게 이들의 숙명이었다. 조선인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일본 아이들에게 차별과 따돌림을 당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일곱 살 나이에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간 작가가 일제강점기 조선과 세계대전 종전 시점 무렵의 일본을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했던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심금을 울린다. 소설의 백미는 이 아픔과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끝끝내 피어나는 삶의 희망을 작가가 결코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느냐’던 신경림 시인의 노래처럼 순자의 가족 역시 도저히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부둥켜 안는다. 이 소설은 애플이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TV플러스’에 의해 8부작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배경이 조선과 일본임은 물론 대부분의 배우들이 조선인과 일본인인 이 작품을 애플이 어떻게 그려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고, 우리는 상관이 있다” 시간이 흘러 한국과 일본 모두 가난에서 탈출했다. 대충 벗어난 수준이 아니라 앞서가고 있다. 흔히 유럽이나 미국보다 못하지 않느냐는 반문이 돌아오지만, 한국만큼 한국인들의 삶에 최적화된 나라는 단언컨대 없다. 완벽하지는 않아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겠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는 걸 잠깐 여행만 나가봐도 깨닫게 된다. 문제는 이전 세대들이 그토록 원하던 풍요를 손에 넣었으면서도 우리의 내면이 여전히, 아니 어쩌면 이전보다 더 어둡다는 사실이다. ‘빅 픽처’를 쓴 미국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인간은 단점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존재”라고 말한 그대로다. 현 시점에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만이나 불행은 매년 ‘문학사상’이 선정해 발표하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이상문학상 작품집, 나아가 다수의 한국 소설들에는 삶의 희망보다는 절망이, 잘 될 거라는 낙관보다는 어차피 또 실패할 거라는 비관론이 대세다. 올해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된 심사평을 보면 심지어 심사위원들이 보기에도 “전반적으로 너무 침울하다”는 코멘트가 눈에 띈다. 한국 작가들이 이렇게까지 내면의 어둠에 천착하는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한국 사회에서의 삶이 유달리 침울해 할 만한 것이어서? 아니면 한국 작가들이 대체로 너무 비관적이어서? 지나치게 섬세해서? 모르긴 해도 이민진 작가가 지적한 대로 “역사가 우릴 망쳐놨다”는 문제의식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역사학자 다수의 견해를 고려했을 때 많은 숫자의 한국 작가들에게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됐을 나라’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시작 단계부터 잘못된 씨앗을 뿌렸으니 그 열매에 대해서도 좋은 말을 해줄 수 없다는 게 다수 한국 작가들의 생각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역사가 우리를 얼마나 망쳐놨건 일제 강점기만큼 절망적인 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의 이 험난한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삶의 의미를 길어 올려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작품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많아져도 되는 거 아닐까. 어쩌면 너무 늦게 나온 건지도 모르는 소설 ‘파친코’를 읽은 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역사를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작가들, 선생님들, 학생들이 우리에겐 더 많이 필요하다고.
어느새 금요일 아침, 한 주가 끝나갈 무렵이지만 오늘도 정신없기는 매한가지이다. 6시 30분 무렵 눈을 뜬다. 이미 출근한 남편은 아마 오늘도 아침 식사를 거르고 갔을 것이다. 서둘러 밥상을 차리고 옷을 입고, 둘째 아이를 깨워 세수하라고 시켜놓고 화장을 한다. 밥상에 앉으면서 첫째 아이 방문도 열어 깨워둔다. 7시 25분, 둘째 아이와 집을 나선다. 다행히도 아침 돌봄을 시행하는 초등학교 덕에 아이를 맡기고 걸어서 학교로 출근한다. 중간에 다리를 건널 때 보이는 양재천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봄 풍경을 곁눈질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걷는 출근길…. 이 시간이 조금 더 여유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중학생인 첫째 아이는 혼자 밥을 먹고 8시 무렵 집을 나설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조금 일찍 철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첫째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을 미뤄둔다. 7시 50분 학교에 도착해 아침 전달 사항을 챙겨서 8시 조회를 위해 교실에 입실한다. 3월 마지막 주가 되니까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는 유인물의 양도 조금 줄어든 것 같다. 아차, 독감으로 결석했던 학생들이 미처 내지 못한 동의서와 동아리 배정서, 결석 신고서를 챙겨야지. 조회를 마치고 교무실에서 아침에 바빠서 스쳐 지나갔던 동료 교사들과 잠깐 아침 인사를 나눈다. 교무실은 커피 냄새로 그윽하다. 8시 30분. 1교시 종소리를 듣고 수업에 들어간다. 올해부터 2학년생들은 선택과목 수가 대폭 늘어나서 하루에 한 두 시간을 빼고는 모두 이동 수업을 해야 한다. 다행히 문학수업은 학급 단위로 해당 반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가 오늘 수업해야 할 소단원이다. 오늘 이 반에서 하는 수업이 첫 수업이라 다소 긴장된다. 첫 수업의 긴장감은 20년이 지나도 늘 한결같다는 사실이 놀랍다. ‘안다’는 것과 ‘가르친다’는 것이 천지 차이라는 사실에 당황하며, 수업을 위해서는 가르칠 내용을 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함을 깨달아가던 초임 시절, 계획했던 수업내용을 머릿속에 그리며 교실로 가던 복도에는 긴장과 설렘이 만드는 두근거림이 가득했다. 그 때는 20년쯤 후에는 다를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뜻밖에도 ‘가도 가도 수업은 똑같더라~’이다. 교실에 들어서고, 인사를 나누고, 칠판에 단원 제목을 쓰고, 동주라는 영화를 보았냐고 질문을 던져본다. 정작 나는 보지 못했지만 몇몇이 보았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보다 실제 윤동주가 더 잘생기지 않았냐는 실없는 농담을 던져본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의 저항 시인이면서 순수 청년의 전형이기도 한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를 한 행씩 읽어나간다. 어느새 칠판 한가득 판서 내용이 쌓이고 종이 울린다. 글쓰기 과제물을 걷고 다음 시간에 있을 발표를 희망한 학생들에게 발표 방식을 전달한 후 교실 문을 나선다. 오늘 수업이 나쁘지 않았다고 느낀다. 보람과 자부심이 슬쩍 지나간다. 두 아이가 따라 나오며 수업내용에 대해 질문을 한다. 간단히 대답해 주고 2학년부 나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2교시는 공강 시간이지만 기획 선생님과 2학년부의 진로 심화 프로그램 계획을 논의하느라 학생들 과제물을 읽을 계획이 흐트러져 버렸다. 희망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진로 심화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할지, 학교 일정·예산·프로그램을 맡길 업체 사정까지 고려하다 보니 계획이 이렇게 저렇게 자꾸 바뀐다. 수많은 가능성 중 몇 가지를 정리하고, 학생 오리엔테이션 날짜까지 결정했다. 5월 황금 같은 토요일 오전에 3번은 출근해야겠다. 그나저나 이 프로그램이 내실 있게 잘 진행될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강사나 기관에 대한 네트워크가 없어 구청 등에서 지원하는 지역 진로센터와 아는 분들에게 아름아름 문의해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그래도 공문으로 안내를 받은 대학생 멘토링을 신청해서 조금 더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강사분들이 잘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5·6교시가 동아리 시간이라서 3교시 수업 후에 간단히 학급 종례를 했다. 4교시는 담임 회의 자료를 준비하다가 밥을 먹으러 갔다. 식사 후 4교시를 끝낸 직후인 12시 10분부터는 학급 학생과 20분 정도 상담을 하였다. 번호 순서대로 돌리는 학기 초 상담이다. 성적과 교우관계 등을 파악하고 격려도 보탰다. 밝은 성격이라 1년 간 학급 생활을 잘 해 나갈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학생이었다. 상담 후 오후 1시부터 20분간 담임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2학년부 교무실에 의자 여러 개를 놓아두고 바닥의 먼지를 쓸어낸다. 어제가 담당 학생들이 청소하는 날이었지만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를 힘들게 비우고 온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바닥 청소까지 하라고 하지를 못했다. 특별구역 청소는 모르겠지만 교무실 청소까지 학생들에게 맡기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담임 회의에서는 진로심화프로그램 대상자를 확정하고 한두 가지 협의사항을 논의하였다. 주로 학년 담임들의 지도 방식을 통일해야 하는 사안들에 대한 논의였다. 이 중에는 생리 결석이 남용되지 않도록 지도하는 방안에 대한 것도 있었다. 학생 인권을 지키면서도 생리 결석이 부당하게 남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여러 의견들이 오고 갔다. 1시 20분 5교시, 시작종이 울리고도 회의가 조금 더 진행되었지만 동아리 시간이라서 조금 여유 있게 논의를 마무리 짓는다. 회의 도중에 오늘 간부 수련회를 가는 우리 반 학급회장과 부회장, 우애부원들이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러 왔다. 담임교사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는 아이들이 기특해서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5,6교시 동아리 시간이 3시에 종료된다. 4월 초반에 수련회 답사를 가야 하는데, 차량 연료비는 어떻게 지급되는지 행정실에 문의한다. 행정실 직원이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신다. 덕분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당일에 카드를 지급받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답사에 참여하는 2학년 부장인 나와 기획 선생님 모두 장거리 운전에 그다지 자신이 없다. 그래도 내가 운전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주말에는 차량 점검을 받아야 할까 보다. 전화하는 사이 오늘로 예정되었던 2번째 상담 학생이 교무실 문을 들어선다. 이런저런 이야기에 상담이 좀 길어져 어느새 퇴근 무렵이 된다. 퇴근은 어제 세워두었던 자동차로 해야 한다. 어제 교문 지도 순번이라 일찍 출근하기 위해 자동차로 출근을 했다. 그런데 미세 먼지 최악이라 취소가 되는 바람에 일찍 온 보람이 없어졌다. 그래도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여유로워 좋았는데, 문제는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니까 차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그냥 집에 가버렸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건망증 탓일까, 정신없이 흘러가는 바쁜 일과 탓일까. 암튼 그 이야기로 헛웃음을 날리며 동료 교사들과 인사를 나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시험 문제 내야지….” “어~ 정말. 쉴 틈이 없네요. 그래도 어떻게든 쉬시고 오시길~. 오늘은 자동차 잘 챙겨가세요…. ㅎㅎ” “그래요…. ㅎㅎ” 피어나기 시작한 봄꽃들로 아름다운 교정 한 켠에 세워진 나의 자동차를 타고 집에 돌아와 잠깐 차 안에서 한숨을 돌린다. 교직 5년차에 구입했던 내 차를 15년째 타고 있다. 새 차 냄새가 가시지 않던 반짝이던 그 차가 이제 구닥다리가 다 되어 버렸다. 나도 이렇게 나이가 들었겠지 싶어 씁쓸해 진다. 4시 30분. 아차, 둘째 돌봄교실에 5시까지 데리러 가야지. 주말이라고 긴장이 풀려서 깜빡 잊으면 안 되지. 애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오늘은 첫째 아이 학부모들과 반모임도 있는 날이다. 그것도 잊으면 안 되지…. 자동차에서 서둘러 내린다. 둘째를 데려와 아침에 못 하고 갔던 설거지를 하고 저녁 밥상을 차린다. 저녁 6시 30분. 둘째 아이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당부대로 일찍 퇴근한 남편을 남겨 놓고, 치킨집 반모임을 하러 간다. 돌아온 시간은 10시 30분. 첫째 아이와 30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해 보는구나…. 고맙고 좋은 마음이 든다. 이야기를 쓰다 보니 참 바쁜 하루였던 것 같다. 요새는 교직생활이 책 한 권 읽을 수 없이 빡빡하다고들 한다. 그런 바쁜 직장생활과 아이들을 섬세하게 챙겨야 하는 요즘 엄마의 역할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받은 사랑만큼 성장하는 아이들을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돌봐야 하는 교사 엄마들은 학교와 집 어느 쪽도 소홀할 수 없다.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지켜내느라 힘들었던 탓인지 지난 봄방학 끝날 무렵 시작된 허리통증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잘 자라주는 아이들이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그 아이들을 잘 지켜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책임이 막중한 40대, 그래서 아플 수도 없는 40대라고 하지 않나. 바쁜 주말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스트레칭으로 허리통증을 완화시킨 후에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내가 지켜낸 건강은 나만의 것이 아니기에….
저는 최근에 교육학의 기반인 인간발달학과 심리학 공부에 푹 빠져 있습니다. 매우 재미있는 행복에 대한 연구 결과 몇 가지를 선생님들께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거북해진 5월을 맞이한 선생님들께서 이 글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즐거우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육체적 웰빙, 정신적 힐링 심리학에 ABC가 있더군요. 심리학은 1900년대 초에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행동(Behavior, 신체)에 대한 연구를 필두로 철학에서 과학 학문으로 이전했습니다. 1970년대에는 컴퓨터 개발과 더불어 인지(Cognition, 생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였습니다. 주관적이어서 과학에서 배제되었던 감정(Affect, 정서)은 겨우 2000년대 초에 뇌과학의 도움을 받아 심리학에 포함되었습니다. 드디어 행복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본격화된 것입니다. 우리는 육체적 웰빙을 거처 정신적 힐링을 추구하지만, 행복은 여전히 요원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과학적 이유가 있는 게 매우 신기합니다. 우리 뇌는 신경계를 통해서 초당 1천 100만개의 체감 정보를 접수하지만 겨우 50개 의식할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종류의 체감 정보를 의식하게 될까요? 몸이 정상적일 때는 구태여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지만 배고프거나, 무덥거나, 공격을 당할 때는 인지해야 합니다. 불편함과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감각은 부정성에 우선적으로 반응하도록 세팅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생각마저 부정에 치우쳐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 생각을 2만 5000번 내지 7만 5000번 한답니다. 흔한 표현 그대로 하루 평균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셈이니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요! 문제는 그 많은 생각 중에 70~80%가 부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생각은 곧바로 잊어도 되지만 부정적 생각은 해소될 때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일단 마음이 놓이며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공부를 못하면 아이의 미래가 걱정이 되고 성적이 올라갈 때까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는 온종일 온갖 미해결 과제에 골몰하는 게지요. 결론적으로 인간은 불쌍하게도 부정적 감정에 매몰되게끔 편향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삶 자체가 괴로움(苦)이라 하는지도 모릅니다. 웰빙도 힐링도 다 찰나일 뿐 행복감을 지속시키기 어림없습니다. 행복의 비결, ABCD 모델 최근 연구에 의하면 행복이란 부정적 감정이 전무한 상태가 아니라고 합니다. 정말로 다행입니다. 만약 부정적 감정이 없어야 한다면 심한 스트레스로 가득 찬 세상에 살면서 행복하기란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행복의 비결은 부정적 감정보다 긍정적 감정을 더 많이 만나서 최소 1대3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랍니다. 강력한 긍정적 감정 한방이 아니라 소소한 긍정적 감정을 자주 경험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마 그래서 요즘 ‘소확행’이 대세인 모양입니다. 향기로운 커피 한잔, 친구와 떡볶이 한 접시, 따뜻한 무릎담요 한 장이면 족합니다. 그러나 소확행은 빠르게 시시해지기에 우리는 점차 더 큰 자극을 찾게 됩니다. 그럼 진정한 행복은 어떻게 얻는 것일까요? 저는 ABC가 아니라 ABCD 모델을 제안합니다. 우리 정서(A)에 신체(B)와 인지(C) 영역 외에 영성(Divinity) 영역도 개입한다는 새로운 모델입니다. 영성은 가치관과 존재성에 대한 것입니다. 신체 영역에서 체감이, 생각(想) 영역에서 상감(想感)이 유발되듯이 영성 영역에서는 영감이 유발됩니다. 또한 우리는 세상을 세 가지 방법으로 확증합니다. 체험은 신체 영역의 활동으로 직접 보고 듣고 만져서 확신을 가지는 암묵지입니다. 경험(經驗)은 책(경서)을 공부함으로써 확증을 얻는 형식지입니다. 영험(靈驗)은 글과 말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초인지이며, 이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에 해당합니다. 영감과 영험은 나보다 더 큰 존재를 만날 때에 느낄 수 있습니다. 성인군자를 비롯하여 대자연을 접할 때 감동을 합니다. 감동이 바로 내적 동기유발이며 자율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하늘에 계시든, 친부모님이든, 또는 부모님 같은 선생님이든 그들에게 관리와 지시를 받는가, 아니면 관심과 지지를 받는가에 따라 아이의 기본 정서 상태가 달라집니다. 기본 정서를 결정하는 관심과 지지 관리와 지시는 무시하는 미움이고, 관심과 지지가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미움을 받으면 피해망상에 패배주의적 사고방식이 생겨날 것이고 사랑을 받으면 행복하고 성공하는 삶의 방식을 터득할 것입니다. 미움에서 악함이 나오고 사랑에서 선함이 나옵니다. 저는 선함의 핵심은 감사함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함은 가치의 발견입니다. 처음에는 어느 무엇 때문에 감사하다가, 존재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지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어느덧 내 마음에 감사함이 가득 찹니다. 예를 들어 따듯한 밥상을 차려주신 부모님이 감사합니다. 헤아려보니 밥상을 2만 번이나 차려주셨습니다. 또한 보살펴주시고 등록금도 주셨습니다. 이 하나하나에 대해 감사함을 곱씹다보면 어느새 부모님이라는 존재 자체가 감사하게 다가옵니다. 깨닫고 보니 동생도 고맙고, 친구도 고맙고, 이웃도 고맙고, 선생님도 고맙습니다. 비가 내려도 고맙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도 고맙습니다. 이렇게 감사함을 두루 느낄 때 어느새 내 마음이 감사함으로 충만해집니다. 감사함을 느낄 것인가 말 것인가는 오로지 내 마음이며, 어느 정도 느낄 것인가 역시 내 마음껏 입니다. 끝없이 채울 수 있는 긍정적 감정이 감사함이어서 행복비율 1:3을 쉬이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선한 상태가 되면 동물같이 생존 본능에 머물거나 부정적 미해결 과제에 매몰되지 않고 창의적이며 희망찬 비전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럴 때에 배려하고 베풀고 기여하는 행위로 절로 이어지게 됩니다. 저는 교직 생활을 할 수 있는 게 감사합니다. 방학이 있어서 감사하고, 연금이 있어서 감사하고, 아직 날 필요로 하는 학생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교사가 세상 드물게 우수한 인재집단이라는 사실이 감사하고, 학부모의 교육열이 감사하고, 교육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감사합니다. 학생들도 감사함으로 충만해지는 방법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이 아무리 지식을 많이 쌓고 분석을 잘하고 계산을 잘해봤자 인공지능 발끝도 따라갈 수 없는 세상입니다. 어차피 학생들이 필요한 지식은 그들 스스로 맘껏 접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제 우리는 지식 전달에서 해방되고 지혜 전달에 치중하면 됩니다. 그래서 다시금 우리가 학생들에게 큰 존재가 되어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스승이 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날이 바로 이번 5월이면 참 좋겠습니다. 그럴 때 5월이 우리 모두에게 감사하고 행복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한국교총은 그동안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법률 즉, 「교원지위향상 및 교육활동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 「아동복지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을 위해 힘써왔다. 교사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 교총은 이른바 ‘교권 3법’의 개정을 위해 국회 기자회견, 교육부에 의견 전달, 국회 앞 릴레이 시위, 입법청원 서명, 헌법재판소에 서한문 전달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교원지위법」과 「아동복지법」은 개정되었고, 「학교폭력예방법」은 개정안이 교육위원회를 통과하여 법제사법위원회와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교권을 보호하자는 구호는 저 너머에 존재하는 이상이며,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교원과 학생, 학부모는 교권보호라는 총론에는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실제로 분쟁이 발생하여 논의하는 단계인 각론에서 교권은 가장 뒤로 밀리며, 종국에는 교사가 양보하고 희생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기에 교권보호는 학생·학부모·교사의 자발적인 노력이나 개인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고,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교권 3법 개정을 크게 환영한다. ● 교원지위법 「교원지위법」은 2019년 3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 정부로 이송되어 4월 16일 공포됐다. 개정된 「교원지위법」의 시행은 공포 6개월 후이므로 2019년 10월 17일부터 시행된다. 개정된 「교원지위법」의 핵심내용은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강화(학급교체, 전학 조치 등)와 교육감(교육부 장관)의 고발의무이다. 지금까지 교권침해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 각호에 따라 ①학교 내의 봉사, ②사회봉사, ③특별교육이수, ④출석정지(1회 10일 이내, 연간 30일 이내), ⑤퇴학처분 등의 조치가 가능했다. 개정된 「교원지위법」은 ⑥학급교체, ⑦전학 조치가 추가되었고, 출석정지도 「학교폭력예방법」과 같이 기간 제한이 삭제되었다. 다만, 「학교폭력예방법」은 조치의 병과를 허용하여 전학과 출석정지를 함께 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교원지위법」은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여 병과는 할 수 없다. 그리고 보고를 받은 관할청(교육감 또는 교육부 장관)은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을 의무화 했다. 학생이 교권을 침해 하면 일반적으로 학교규칙(선도규정)에 의거 선도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한다. 그런데 2013년 2월 5일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어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가 ‘학교교권보호위원회’로 바뀌면서 교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선도위원회를 개최해야 하는지,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해야 하는지, 개최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 각 위원회의 기능은 어떻게 되는지 혼란이 있었다. 시·도별로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으나 학생 선도조치(징계)는 선도위원회가 하고, 피해교원 보호조치는 교권보호위원회가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그런데 「교원지위법」 개정으로 교권침해에 대해서만 기간 제한이 없는 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이 신설되면서 교권침해 사안은 종전대로 선도위원회가 선도조치를 할지, 교권보호위원회가 선도조치를 할지 학칙으로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생징계는 중·고등학교에서는 흔히 있는 일로 중등에서는 선도위원회가 자주 개최된다. 그런데 초등학교는 학칙으로는 선도규정이 있으나 실제로 선도위원회를 거의 개최하지 않는다. 초등학교는 교권침해가 발생하더라도 학칙에 따라 처리하지 않고 학부모와 상담을 하여 적절히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초등학교도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학칙에 따라 징계를 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2항은 학생징계는 ‘사유의 경중에 따라 징계의 종류를 단계별로 적용하여 학생에게 개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습적인 교권침해 학생을 전학시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교내 선도조치를 통해 단계적 처분을 해야 하고, 전학을 보내기 위해서는 학칙에 따른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결국 초등학교도 학칙에 따른 징계가 일반화될 전망이다. 교권침해는 학생인권침해나 학교폭력 또는 학교안전사고로 인한 민원으로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교에서 교권침해로 전학·학급교체 등의 조치를 하면 학생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행정심판·재심·소송 등의 불복절차로 나아갈 확률이 높다. 앞으로는 또 개정된 「교원지위법」에 따라 학교가 내린 처분에 대한 분쟁도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학교의 처분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학급교체·전학과 같은 중징계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문제 학생을 학교에서 배제하는 수단으로 교권침해 강제전학을 사용한다면 소송 등의 불복절차를 거치면서 조치가 번복될 수 있고, 설령 학교가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학교도 상처를 입고 교육력을 소모할 것이다. 또한 교권침해 강제전학의 빈도가 높아진다면 문제 학생을 서로 주고받는 소위 폭탄돌리기 즉, 강제전학 남발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강제전학은 어느 학교든 교권침해 학생을 받아야 하므로 결국은 제로섬이다. 따라서 학교는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및 교권보호를 위해서 해당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만 전학과 같은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 아동복지법 기존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관련범죄로 벌금형과 같은 경미한 형사처분을 받아도 10년동안 학교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취업제한 규정이 있었다. 교총은 몇 년 전부터 해당 규정의 위헌성을 인지하고 법률 개정을 주장하였고,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의 위헌을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2018년 12월 11일 국회는 법률을 개정하여 아동학대관련범죄의 형을 선고할 때 법원이 취업제한 기간을 10년의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하였다. 개정된 「아동복지법」은 2019년 6월 12일 시행되며, ▲시행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부칙에서 벌금은 1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3년, ▲3년 초과의 징역형 등이 확정된 사람은 5년의 취업제한 기간이 적용된다. 개정 전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제한을 부과하는 조항의 위헌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국회·보건복지부·교육부는 국민 눈치를 보면서 나서지 않고 뒷짐만 졌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후에야 법률이 개정되었다. 입법기관이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헌법재판소에게 책임을 떠넘겨서 마지못해 한 것은 매우 아쉬우나 법률 개정으로 교사들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 학교폭력예방법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①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 ②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장에게 종결권 부여이며, 법률이 개정되면 교육부가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 훈령)을 개정하여 1·2·3호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학교폭력 처리의 대원칙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였다. 교육적 해결을 위해 학교가 아무리 노력했더라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으면 언론과 관할청은 학교폭력 은폐·축소·화해종용으로 간주하였다. 학교폭력사안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재심→행정심판→소송 등의 절차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교육이나 화해는 사라지고 불신과 처벌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법률 개정으로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종전에는 잘못을 인정해 서면사과 처분이라도 받으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므로,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가해학생으로 인정돼 처벌을 받으면 학교와 기나긴 법적 다툼을 시작하였다. 법률이 개정된다면 가해학생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는 경미한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종전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개최되면 학교는 민원이나 행정적인 업무에 시달렸다. 실제로 자치위원회 이후에 재심·행정심판·소송이 제기되면 학교가 분쟁의 당사자가 되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법률이 개정되면 교육지원청이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어 학교는 분쟁업무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학교의 중재에 응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 입장을 고수하면 결국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개최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더라도 사안조사는 여전히 학교가 담당한다. 교육지원청은 관련학생 측의 주장이 상반되면 학교의 의견에 보다 비중을 두어 고려할 수밖에 없으므로 학교의 입장이 매우 중요해 진다. 학교는 교육지원청에 보내는 문서의 문구 하나도 신중하게 기재하여야 할 것이고, 관련학생 측은 서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기재해달라고 학교를 압박할 것이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에서 학교의 사안조사보고서가 증거로 제출되면 해당 학생 측이 학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개최된다면 교육적 기능은 퇴색하고, 재판·징계위원회로의 성격이 강해질 것이다. 변호사를 대동하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석하는 경우가 일반화될 것이며, 학교폭력의 특성상 일방이 변호사를 선임하면 다른 한쪽도 변호사를 선임하여 맞대응할 것이다. 교권 3법 개정으로 학교현장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일시적인 혼란도 있을 수 있고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교육부·교육청은 법률 개정에 따른 세부 규정을 조속히 정비하고 학교현장에 안내하여 교권 3법이 학교현장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권 3법의 개정이 학교의 행정적 편의와 부담경감, 책임회피를 위한 방향으로 운용되어서는 안 되고 교권회복을 통해 학생의 인권존중, 학생의 학습권 보장, 학교현장의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분쟁 감소를 위한 방향으로 운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01 1994년이니까 벌써 25년 전의 일이다. 가수 임종환이 레게(Reggae)풍의 노래, ‘그냥 걸었어’를 발표하여 대중음악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매우 특이한 노래 형식을 구사하여,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 노래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비 오는 날이면 라디오 방송의 DJ들은 어김없이 이 노래를 틀어주곤 했다. 나로서는 이 노래에 따라붙는 대화체의 가사가 재미있었다. 이 노래의 의미 구조는 소박하다. 주인공 남자는 빗길을 걸으면서,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그녀는 남자가 일찍이 좋아했던 존재, 그러나 지금은 멀어져 있는 사람, 그래서 남자는 안타깝고, 아쉽다. 무의식 안에서도 그녀가 그립다. 노래가 시작되면, 전주와 더불어 전화를 받는 그녀의 전화음 목소리 “여보세요”가 나온다. 가라앉은 듯한 저음의 차분한 목소리이다. 이어서 주인공 남자가 전화 속 그녀에게 노래로 말을 한다. 노래는, 전화음으로 된 ‘그녀의 짧은 물음’과, 그 물음에 답하는 남자의 말로 이어진다. 노래 가사의 일부를 소개한다. ( ) 안의 말은 전화음으로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이다. (여보세요?) 처음엔 그냥 걸었어. 비도 오고 해서/ 오랜만에 빗속을 걸으니 옛 생각도 나대.// 울적해 노래도 불렀어. 저절로 눈물이 흐르데./너도 내 모습을 보았다면 바보라고 했을거야.// (전화 왜 했어?) 정말이야 처음엔 그냥 걸었어./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냐.// (거기 어디야?) 미안해 너희 집 앞이야. 난 너를 사랑해 우-우우 (비 많이 맞았지?) 우우 나 그냥 갈까. (잠깐만 기다려 나갈게) 02 노래의 제목은 ‘그냥 걸었어’이다. 남자는 그녀가 무어라 묻든 ‘그냥 걸었어.’라 말한다. ‘걸었어’에는 두 가지 뜻이 다 들어 있다. ‘별생각 없이 전화를 걸었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고, ‘그녀의 집까지 무작정 걸었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 노래 가사는 이런 중의적 표현이 더 울림이 클 수 있다. 문제는 ‘그냥’이란 말이다. 왜 그냥 걸었단 말인가. ‘그냥’을 사전에서 찾으면, 세 가지의 뜻풀이가 나온다. 첫째는 ‘아무런 변화 없는’, 둘째는 ‘줄곧’, 셋째는 ‘아무런 조건이나 까닭 없이’ 등으로 풀이되어 있다. ‘그냥 걸었어’를 사전 뜻대로 적용해 보면, ‘아무런 변화 없이 걸었어’의 뜻이 되거나, ‘별 까닭 없이 걸었어’가 되거나, ‘그대로 줄곧 걸었어’의 뜻이 될 뿐이다. 이렇게만 풀이했을 때 노래의 깊은 맛이 우러나는가? 아니다. 맹탕의 맛이다. 사전적 풀이로는 가닿을 수 없는 심층의 의미가 ‘그냥’이란 말에 숨겨져 있다. ‘그냥’이란 말의 심층 의미는 한국인의 심리 정서 원형에서 살아 움직인다. 말은 사전적 의미와 더불어서 그것을 사용하는 문화적 맥락에서 깊은 맛이 우러난다. ‘그냥’이란 말에 숨어 있는 심리와 정서와 태도는 어떤 것인가. 혹시 애써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을 더 꼭꼭 숨기어 감추려는 심리가 개입하지는 않았을까. 그럴 때 ‘그냥’이란 말이 얼마나 좋은 은폐 막이 되어서, 우리 내면의 부끄러움 따위를 숨겨주는 역할을 하는지 느껴 보았으리라. ‘그냥’이란 말은 그 지시하는 바 의미가 모호하다. 그래서 ‘그냥’이란 말에 내 부끄러움이 숨어 있기가 편하다. ‘그냥’이란 말의 의미 작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 남자는 자기 마음을 오로지 숨기기 위해서 ‘그냥’이라고 말하는 건가. 아닐 것이다. 그녀를 향한 그리움을 그녀가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는 심리 또한 ‘그냥’이란 말에 묻어 있다. ‘그냥 걸었어’를 반복해서 말하는 행위 자체에 ‘그녀에게 다가서고 싶은 소망’이 들어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할 뿐이다. 그 주춤거리는 소망이 ‘그냥’이란 말에 서식한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그냥’이란 말에 담긴 감정의 무늬가 얼마나 복잡 섬세한지를 알겠다. 03 한국 사람들 대화에서 이런 장면은 흔하다. 무어라고 물었는데, 그 대답이란 것이 모호하다. “박선생을 좋아하시는 거지요?”라고 물었는데, “글쎄요”라고 답을 한다. “요즘 무얼 하고 지내니?”하고 물었는데, “그냥요.”라고 대답한다. 딱히 내용 있는 답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답을 아니 하는 것도 아닌, 그런 답이,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라 할 것이다. 문화 인류학자인 강신표 교수는 30여 년 전에 벌써 한국인이 사용하는 ‘글쎄’라는 말에는 무려 30여 가지 이상의 의미가 숨어 있다고 했다.(한국문화연구, 1985) ‘글쎄’가 그러한 만큼 ‘그냥’이란 말도, 그 의미의 숨은 층위가 깊고도 다양하다. 논리로는 잘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하기 그지없는 한국인의 심리나 정서를 안으로 품고 있는 대표적인 말들이다. 사전이 밝혀 놓은 뜻 이외에도 다양한 의미 변이를 해 온 말들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변이되고 확장되는 의미를 그 말의 ‘문화적 의미’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말이 종전에 쓰이던 뜻에서 변이되어 그것이 공동체 안에서 새롭게 널리 공유되면, 그 말은 문화적으로 의미가 확장된 것이다. ‘그냥’은 원래는 아무런 의도나 목적이 없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실제로 사용하는 심리 맥락에서 보면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그냥 걸었어’라는 노래 가사에서 ‘그냥’은 문자 그대로의 ‘그냥’이 아니다. 그냥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그 어떤 상태보다도 감정적으로 고조되어 있고, 그 마음에는 어떤 의도가 배어 있다. 그 어떤 심리보다도 민감해 있다. 또 자아 내면을 숨기는 듯 드러내는 언어적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 이게 어디 아무 목적이나 까닭 없이, 있는 그대로의 ‘그냥’을 노래한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 노래에서의 ‘그냥’은 한국인들만이 알 수 있는 심리와 소통 문화를 담고 있다. 또 이 노래를 즐기는 대중들도 ‘그냥’이란 말에서 그런 심리와 상황을 즐겁게 누리고 공유한다. 그래서 이 노래는 들을수록 마치 내 마음 같고, 그래서 따라 부르고 싶은 것이다. 04 ‘그냥’이란 말에는 묘한 마력이 있다. 밋밋한 듯하지만, 모종의 의연함 같은 것이 비치기도 한다. ‘그냥’을 나의 지혜 안에서 ‘나의 언어’로 태어나게 할 때, 더욱 그렇다. 사실 모든 언어는 나의 경험과 의지 안에서 ‘나의 언어’가 될 때, 새로운 힘을 가진다. ‘그냥’을 나의 주관적 언어로 만날 수 있는 지혜를 키워 보자. ‘그냥’을 ‘자기 다스림의 언어’로 친숙하게 갈무리할 수 있도록 해 보자. 밖으로부터 가해지는 어떤 힘이 나를 끌어가려고 할 때, 나의 태도를 물어온다. 너는 어떻게 할 건데? 그때 ‘그냥’이라고 말해 보자. 내가 내 안을 향해서 말해 보자.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만날지도 모른다. 현실의 어려움과 대결하며 나의 정체성이 도전받을 때, 급변하는 환경에 나의 적응력이 도전받을 때, 내가 내린 결심과 내가 세운 계획들이 다시 나를 강박할 때, ‘그냥’을 ‘자기 해방의 언어’로 삼아서 자유로운 나를 구축해 보자.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런 물음 앞에 나의 자아를 떠올리며, ‘그냥’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냥’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더욱 유연한 자유와 더욱 단단해지는 자아를 만날 수도 있으리라. ‘그냥’은 각자의 자기 성찰 안에서 진화하고 발달한다.
최근 시·도교육청에서 영양교사와 영양사를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상 관리감독자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학교급식의 안전성 확보에도 적신호가 되고 있다. 영양교사 및 영양사도 학교 현장에서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며, 영양 전문분야도 아닌 산업재해 업무에 대해 관리감독자로 선임하는 것은 잘못된 행정편의 위주의 부당한 처사이므로 영양교사 및 영양사를 관리감독자로 선임하려는 것은 철회되어야 한다. 학교현장 무시한 부당한 처사 2017년 2월 이전에는 학교급식은 ‘교육서비스업’으로 분류됐다. 그러다가 2017년 2월 이후 학교급식 업종이 ‘교육서비스업’에서 ‘음식점업’으로 바뀌면서 산안법 적용 규정이 확대됐다. 사업장을 기준으로 만든 산안법을 학교현장에 적용시키기에는 괴리감이 만만찮다.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째, 산안법 제2조에 명시된 산업재해는 근로자가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영양교사와 영양사는 조리사·조리실무사와 직무만 다를 뿐 같은 공간에서 근로하고 있어 동일하게 산업재해와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산안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도 영양교사와 영양사도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해석했다. 둘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57조에 의거 매 3년마다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실시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제 41조의2에 의거 업무 전반에서 기인하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 매년 ‘위험성 평가’를 해야 한다. 이런 전문영역 업무는 별도 전문 인력을 학교에 배치하거나 안전보건전문기관에 위탁 관리해야 한다. 셋째, 영양교사와 영양사는 식품영양학 및 영양교육 전공자다. 학교급식법에 따라 학교급식과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배치된 인력이다. 산안법 시행령 제10조에 따르면 ‘관리감독자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에 관한 보고 및 이에 대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산업재해 응급조치는 영양교사나 영양사가 수행할 수 없는 업무 영역이다. 영양교사와 영양사에게 식품위생법 제88조 제2항에 따라 학교급식 위생관리 업무수행에 방해가 되는 업무를 주어서는 안 된다. 넷째, 고용노동부의 산안법 시행령 기준이 모호하다. 각 시․도교육청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단위 학교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또 하나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 중지 명령권이다. 중대재해 발생 작업장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급식실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한다면 급식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산안법 그대로 적용은 불합리 산안법은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예방과 안전대책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1981년에 제정됐다. 사업장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학교에 그대로 적용하는데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 그대로 학교현장에 적용시킨다면 발 크기의 고려가 없이 신발을 만들어 놓고는 크든 작든 발을 신발에 맞추라는 격이다.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안전 관련 인력을 추가 배치해 학생과 근로자 모두의 건강권이 확보되는, 학교 현장에 맞는 제대로 된 산안법을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1등급 후보작 103편 경합 교원 400여 명 참여 성황 [한국교육신문 김예람·김명교 기자] 한국교총과 교육부가 공동 주최한 ‘제63회 전국현장교육연구발표대회’가 지난달 27일 경인교대 경기캠퍼스에서 개최됐다. ‘따뜻한 마음, 새로운 생각, 실천하는 교육’을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1200여 편에 달하는 현장 연구 사례가 출품됐으며 시‧도 대회를 거쳐 231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발표대회에서는 이 중 1등급 후보작을 낸 103편, 110명의 교원들이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놓고 최종 경합을 벌였다. 발표심사 외에도 ‘공감나눔 페스티벌’ 연수도 진행돼 참가 교원 130명에게 2시간의 직무연수 이수증이 발급됐다. ‘현장교육연구의 이론과 실제’, ‘질적 연구로 현장연구 보고서 쓰기’ 등 현장교육 연구를 준비하는 교사들이 유념하면 좋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방법들이 소개돼 호응을 얻었다. 개회식에는 한국교총 회장단, 최성유 교육부 교육협력과장, 고대혁(심사위원장) 경인교대 총장 등 내‧외빈이 참석해 교원들의 연구 열정을 응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최성유 교육부 교육협력과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지는 세상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교실에서 함께 호흡하는 선생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현장교육 연구에 매진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야 말로 우리 사회의 희망이자 미래”라고 말했다. 고대혁 심사위원장은 “심사에서는 연구의 진실성에 무게를 두고 문제해결에 대한 노력과 연구데이터의 과장 및 축소 여부를 살필 것”이라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현장교육연구발표대회에 선정된 것만으로도 이미 뛰어난 선생님이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갖고 앞으로도 그 열정을 이어나가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대통령‧총리상은 현장 실사 등 확인과정을 거쳐 최종 발표된다. 교총은 1등급 연구물을 비롯한 입상작들을 교총 홈페이지 전자도서관에 탑재, 학습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발표대회 이모저모 [한국교육신문김예람․김명교 기자]경인교대 경기캠퍼스는 발표준비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온 참가교원들로 북적였다. 완연한 봄기운 덕분에 캠퍼스 곳곳에서는 햇볕을 만끽하며 삼삼오오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고대혁 경인교대 총장은 “봄꽃보다 연구하는 선생님이 아름답다”고 환영했다. 올해는 인성교육 분과가 38편으로 가장 많은 편수가 출품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행복감’, ‘행복공동체’, ‘행복 역량’ 등 제목에 ‘행복’이 포함된 연구물은 총 16편으로 교사들이 인성교육 연구에 있어 행복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성교육 분과 심사위원은 “학교폭력, 교권침해 등 갈수록 삭막해지는 학교 현장에 대한 반영”이라며 “특히 학생, 학부모들의 관계성 회복에 중점을 둔 인성교육 연구들이 눈에 띄었다”고 분석했다. 제7회 공감나눔 페스티벌도 열렸다. 올해는 ‘현장교육 연구 방법과 수업실천 사례’를 주제로 진행됐다. 제55회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정상채 경기 중흥고 교감은 ‘현장교육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다년간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교원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보고서 작성 노하우를 전수했다. 정 교감은 “연구대회에 출전하지 않더라도 수업 프로그램을 일기처럼 기록해두는 것이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 보고서의 얼굴인 제목(주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제는 연구 내용의 전체를 요약한 ‘요약 중의 요약’이라야 한다”면서 “독립변인(방법)과 종속변인(결과)의 관계가 명료한 게 좋다”고 말했다. 출품 시 유의해야 할 점도 조언했다. 우선, 분과를 선정할 때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사소한 실수로 표절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보고서 내용은 자신의 문장으로 표현하고 출처를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 참고 문헌은 그때그때 메모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질적 연구로 현장연구 보고서 쓰기’를 주제로 강의한 정현철 전북대사범대부설고 교사는 양적연구에서 질적연구로 변화하고 있는 연구 트렌드를 강조했다. 그는 “질적 연구는 현장 교사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여러 가지 교육 환경에 대해 자율성을 갖고 이해하는 연구”라며 “오늘날 교육현장의 문제를 극복하고 개선하는 데 질적연구가 기여할 역할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표본과 모집단에 관심을 갖는 양적연구와 달리 질적연구는 학생 한명, 한명에게 관심을 갖고, 연구 과정에서도 수정과 적용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면서 “자료 수집과 분석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구성원 간 검토, 동료 간 협의 등을 통해 자료의 진실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사례 통한 질적 연구 이뤄져야 심사위원 말·말·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방과후학교 업무는 학교 현장에서 어려운 업무에 속하기 때문에 이 분과에서 1등급 후보가 두 작품이나 나온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두 작품 모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내실화를 위해 학교 구성원 전체가 똘똘 뭉쳤다. 학교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다방면에 능력 있는 교사들이 강사로 활약했다. 덕분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시스템화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학=치밀하게 재구성한 교육과정과 진실성이 보이는 실행 과정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아 심사가 어려웠다. 단순히 과학에 대한 흥미보다 기초 과학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과학의 기본 활동인 실험을 강조한 점도 좋았다. 과학 분야에도 VR과 드론 등 스마트기기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눈에 띠었다. ▨수학=현장 연구에 동기를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은 높이 산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만 많이 했다는 생각이다. 학교 현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나선 해결할 방법을 고안하고 실천해 결과를 내놔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연구가 제대로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 사례 연구를 추천한다. 선행 연구나 보고서를 참고할 때도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 1등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참고해선 안 된다. ▨외국어=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의사소통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 주를 이뤘다. 특히 영어 핵심역량을 키우는 활동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교원들의 역량이 높아 연구 수준도 높아졌다는 생각이다. 학교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유아교육=교육 현장을 연구하는 것이 대회의 취지인데 양적 연구가 많은 점은 아쉬웠다.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질적 연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현장 연구의 한계이긴 하지만, 연구 대상과의 비교 집단이 없는 부분도 아쉽다. 현장 연구에 대한 초점을 학습자에게만 맞추곤 한다.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교사도 분명 성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습자뿐 아니라 교사가 성장한 부분도 함께 밝혀주면 좋겠다. ▨특수교육=특수교육이야 말로 질적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소감문이나 인터뷰 등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미세한 부분까지 관찰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교육적 관점에서 학교 안에서 특수학급이 어떻게 잘 연계될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춘 부분이 의미 있었다. ▨인성교육=소규모학교에서 이뤄진 연구물들이 특히 많이 출품된 점이 인상 깊었다. 연구 시도는 좋으나 ‘이름 짓기’에 너무 매몰돼 오히려 많은 연구들이 천편일률적인 구성을 하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 오히려 이론적 근거를 탄탄하게 세우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이 발표됐다. 정시 모집 비율은 22.7%에서 23%로 소폭 증가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전형위원회는 전국 198개 4년제 대학의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30일 발표했다. 각 대학이 매 입학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수립·공표하도록 한 고등교육법 조항에 따른 조치다. 대교협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고교 2학년 학생이 입시를 치르는 2021학년도 입시 전체 모집인원은 34만 7447명으로 2020학년도에 비해 419명 줄었다. 정시 비중은 소폭 증가한다. 정시모집 비율은 23%(8만 73명)로 2020학년도의 22.7%(7만 9090명)에 비해 0.3%p 늘어난다. 수시모집 인원은 26만 7374명이다. 정시모집에는 수능위주 전형 외에도 실기,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재외국민 전형 등이 포함돼 있어 실제 수능 위주 전형의 모집 비율은 20.4%(7만 771명)다. 2020학년에는 19.9%였다. 수시모집 전체 비율은 77.3%에서 77%로 줄었지만, 학종은 오히려 전년도 24.5%(8만 5168명)에서 24.8%(8만 6083명)로 늘었다. 반면 논술, 실기, 학생부 교과 전형 등은 줄었다. 고른기회 특별전형 선발비율은 13.3%(4만 6327명)에서 13.7%(4만 7606명)으로 늘었다. 고른기회 특별전형을 반드시 시행하도록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명시한 데 따른 결과다. 지방대육성법 개정에 따른 지역인재 특별전형 선발인원도 4.8%(1만 6521명)으로 지난해 4.6%(1만 6127명)에 비해 늘었다. 주요대학의 수능 위주 전형이 대폭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개편안은 2022학년도부터 적용되므로 연착륙을 위해 점진적으로 수능 위주 전형을 늘릴지, 2022학년도에 대폭 비율을 조정할지는 대학이 결정할 문제”라며 “비율을 늘리지 않았어도 제재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수능 위주의 정시확대를 주장해온 교육단체들은 교육부와 대학들이 정시확대 권고안을 받아들일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규탄하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이 2022학년도에 정시30%이상 확대하라는 권고안을 지킬 의지가 없음을 방증하는 결과”라면서 “2021학년도는 상관없다는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도 권고안을 실현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로 도출된 권고안이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직면한 책임을 지고 유은혜 장관은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정시확대 권고안에서 ‘교과전형 30%’ 단서조항 삭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 시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축소’ 항목 신설 ▲학생부종합전형과 다를 바 없는 학생부교과전형의 폐지 권고 ▲학생부종합전형 폐지를 위한 논의 즉각 실시 등을 요구했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와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학이 정시확대를 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어 교육부가 도대체 뭘 했는지 한심하다”면서 “상위권 대학의 기형적 수시확대가 이 나라 입시의 모든 비리를 양산하고 공정한 입시 문화를 파괴하고 있는 주범임을 각성하고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초·중·고급 3종에서 심화·기본 2종으로 바뀐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조광)는 2020년 5월 시행하는 제47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부터 현행 초급·중급·고급 3종의 시험을 심화·기본의 2종으로 개편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역사 학습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육성하고자 2006년 처음 실시됐으며, 매년 40만 명 이상이 응시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인증 등급이 채용과 승진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주요 인증 등급 간 위계성을 확보하고, 난이도를 차별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2018년도 기준으로 응시자의 94%가 채용과 승진 등에 활용되는 고급(1,2급)과 중급(3,4급) 시험 응시자였으며, 전년도 대비 고급은 10%, 중급은 12% 응시자가 증가했으나 초급은 2% 감소했다. 시험 개편에 따라 3종 시험은 2종 시험으로 변경되나 기존 6개 인증 등급은 동일하게 유지한다. 취득 점수에 따라 심화는 1~3급, 기본은 4~6급의 인증 등급을 부여한다. 다만, 등급 간 위계성 확보와 난이도 차별화를 위해 등급 인증을 위한 합격 점수와 시험 문항 수, 선택지 수를 조정했다. 그래픽 참조 심화 시험의 난이도는 현행 고급 시험보다 쉬운 수준으로, 기본 시험의 난이도는 현행 초급 시험보다 약간 어려운 수준으로 조절하고 시험 개편 후에도 일정 기간 기존의 문제 유형을 유지해 시험 개편에 따른 응시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한편, 국사편찬위원회는 5월 25일 시행되는 제43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 원서 접수를 5월 2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한다. 접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www.historyexam.go.kr)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자세한 사항은 시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육 전문가라고 자처하더라도 ‘학교현장을 잘 모른다’는 말에는 발끈하는 경우가 많다. 나름대로 교육철학과 전문성을 갖췄다고 자부하는데 현장을 모른다는 이야기에 모욕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학교를 모른다는 말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계속 통용될 것이다. 많은 학생이 집단생활하는 학교는 교직원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별천지 같은 또 하나의 작은 사회다. 두발·복장 자율화 과정의 문제 최근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제4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열고 두발‧복장, 휴대전화 사용 등 학생 생활 관련 내용을 학칙에 기재하도록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개정(삭제)하기로 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표면으로는 학교자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유독 학교자치가 생활규정이 전부인 것으로 오인하도록 하는 것은 학교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로 공감하기 어렵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해에 이미 두발․복장 규정을 의견수렴을 통해 개정하라고 했었지만 원하는 대로 안 되자 학생 의견을 반드시 50% 이상 반영하여 편안한 교복 추진과 함께 생활규정도 다시 개정하라는 취지의 공론화를 권유하고 있으며, 이를 올해 상반기 중에 완료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공론화를 거쳐서 민주적으로 개정하라고 하지만 이번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다음을 또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많은 교원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교육청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일선 교장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라는 후문이다. 이 모든 출발은 학생인권조례에서 기인한다. 주지하다시피 학생인권조례는 모든 교육주체가 공감하거나 환영받지 못한 채 탄생 되었다. 의견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졸속으로 통과된 조례였다. 결국 학생인권조례로 교사·학부모는 학생지도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학교에서 아이들 생활지도를 더 강하게 해달라는 주문을 하는 학부모들이 생각보다 많고, 두발․복장을 완전히 자율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자녀가 부모를 신고하겠다고 나서는 현실, 학생들이 교사에게 대드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현실, 이런 결과를 기대했던 것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두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생활관련 규정을 학칙에서 삭제하는 것은 정의롭지도 않고, 용기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생활규정은 말 그대로 학교생활을 하는데 최소한의 규정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모든 것을 지키거나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 이 역시 학교현장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흔히 말하는 전근대적인 생활규정은 오래전 사라졌다. 대부분의 생활규정이 자율화되어 있다. 최소한의 규정만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제는 나머지 규정은 학교에 맡겨야 한다. 사소한 부분까지 간섭하고 그대로 안 되면 더 강하게 학교를 압박하면서 단위학교 자율 운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교를 믿고 맡기는 것이 중요 학교구성원들은 정말 필요하다면 교육감들이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규정을 개정하여 두발 등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하면서 교원들에게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이 단위학교 자율성인지 묻고 싶다. 교육감들의 요구에 따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한 생활지도 관련 학칙을 무력화하는 것은 학교현장을 모르는 데서 오는 오류로 혼란만 가중시킬 뿐 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자율적으로 생활규정을 제정․운영하도록 보장할 때 진정한 학교자치 구현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제 아이를 회초리를 쳐서라도 올바르게 가르쳐주세요”라는 말은 사라졌다. 사람을 어떻게 매로 다스릴 수 있느냐는 신성한 인권에 기초한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금지옥엽처럼 귀한 우리 자식의 몸에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맹목적 자식 사랑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단순히 시대와 교육 환경이 변해서 그렇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회초리 만들어 전달한 학부모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고, 귀한 자식 매 하나 더 때린다’는 속담이 있다. 조상들이 자식 귀한 줄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귀한 자식에게 매 하나를 더 안긴 것은 다 까닭이 있어서였다.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고 강인하게 길러야 나중에 성장해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터득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청주 기계공고 학부모들이 손수 회초리를 만들어 학생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선생님들께 전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학생을 체벌한 교사가 학부모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 교권 추락 상황에서 읽은 기사였기에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체벌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필자 또한 학창 시절 체벌이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벌과 사랑의 회초리는 엄격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체벌은 통제의 편의를 위해 아이들에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폭력의 일종이다. 체벌에는 교사의 감정이 실리게 마련이고, 교사의 사적인 감정이 실렸다면 이는 사랑의 회초리가 아니다. 반면 사랑의 회초리는 체벌과는 다르다. 사랑의 회초리에는 스승으로서 학생의 마음을 헤아리고 잘 되기는 바라는 부모 같은 마음이 깃들어 있다.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고 감싸주면서 더욱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진짜 사랑이다.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흔히 ‘교편(敎鞭)’을 잡는다고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편(鞭)’은 회초리를 뜻한다. 그러고 보면 원래 가르친다는 것과 회초리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어떤 것이 사랑의 매이고 어떤 것이 체벌인가를 고민하는 교사가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사랑의 매와 단순한 폭력적 체벌은 아이들이 기막히게 구별해내기 때문이다. 교사가 아무리 그럴듯한 표정으로 위장을 하더라도 진심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법이다. 진심이 담겨있으면 사랑의 매 필자가 교직에 발을 들인 1990년대 초만 해도 “때려서라도 사람 좀 만들어주세요”라며 교사에게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내던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우리 아이는 말로 타일러야 잘 듣습니다. 꾸중보다 칭찬해 주십시오”라는 주문이 주류다. 물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은 좋은 말이다. 그렇다고 잘못을 저지른 아이한테까지 칭찬을 늘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옛날 서당의 훈장님들은 학동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 없이 체벌을 가했다. 자식이 서당에서 회초리를 맞고 오면 그 아이 부모님은 다음날 감사의 표시로 서당에 떡을 해 보냈다. 자기 자식을 올바르게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사은의 표시였다. 아주 가끔 “제 아이에게 회초리를 대서라도 올바르게 가르쳐주세요”라고 부탁하는 학부모를 만나면 새삼 존경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