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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왜 아파트 가격까지 결정해요?”

경제학에서 규제의 의미

시장경제에는 유독 ‘하지 마라’는 게 많습니다.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합니다.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성분을 어떻게 표시할지, 수도권 지역에는 공장을 새로 짓지 못하게 하거나, 또 과표 5억 이상의 소득은 42%의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그러니 이대호 선수 연봉 25억 중 절반가량은 소득세다). 미국은 60여 년 동안 항공노선은 물론 항공권 가격도 정부가 결정해 줬습니다. 심지어 아예 술을 금지한 적도 있으니까요(1919년 금주법 시행).

 

물론 공정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이스크림 성분 표기는 소비자의 알 권리와 건강을 위해서고, 수도권 지역은 공장이 너무 과밀해 가급적 지방에 공장을 짓기 위해 ‘수도권 신규 공장 증설’이 금지됐습니다. 금주법도 물론 국민건강을 위해서고요. 이 모든 조치가 올바른 걸까요? 시장경제가 발전할수록 이런 규제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늘어납니다.

 

규제가 난무하다 보면 황당한(?) 규제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을 이유로) ‘상업적인 문신은 의료법에 의사만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상업적으로 문신을 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그러니 모든 상업적 문신 행위는 불법이고, 그래서 문신을 하고 싶으면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최근 정부가 이 법의 개정을 추진하자, 또 의사들이 국민건강을 위협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부동산에 얽힌 수많은 규제들

진보적인 정부일수록 시장의 반칙을 잡으려 하고, 그래서 일반적으로 이런 규제는 진보정부에서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 규제가 논란입니다. 종부세 고지서가 발부되면서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여름에 재산세 걷고, 왜 12월에 재산세(종부세)를 또 내라고 하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며칠 전 합헌 판정이 나왔습니다. “아니, 재건축된 아파트를 팔지도 않았는데, 이익의 50%를 세금으로 내라고?” 물론 몇 년 뒤 같은 아파트를 팔 때 또 이익이 남으면 양도소득세를 또 내야 합니다.

 

부동산에는 이렇게 온갖 정부의 ‘하지 마라’ 규제가 얽혀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분양가 상한제’입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를 팔 때 얼마 이상 받지 못하도록 하는 ‘가격’ 규제입니다. 집주인(조합원)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있습니다. “그럼 내 중고차 팔 때도 정부가 가격을 정해줄 것인가?”

 

이 ‘가격’ 규제는 시장경제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입니다. 공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 정부는 마지막 카드로 가격을 직접 결정합니다(프랑스혁명 때 자코뱅당은 우윳값을 규제했다). 도시가스 가격이나 물 가격, 고속도로 사용료처럼 정말정말 국민들에게 소중한 가격은 아예 공급기관을 공기업으로 만들어 100% 정부가 가격을 결정합니다.

 

 

왜 유독 부동산에만 규제가 많을까?

땅이라는 재화가 복제되지 않는 매우 ‘한정적인 재화’라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아이폰이나 그랜저, 스타벅스 캐러멜 프라푸치노는 모두 (무한)생산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토지는 지구에 한정돼 있고 우리가 새로 만들 수도 없습니다(이런 재화가 공기나 하늘, 바다 등이 있는데 그중에 소유권이 인정되는 재화는 토지밖에 없다).

 

그러니 이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경제가 태동했던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 문명 때부터 이 토지를 소유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계속됩니다(전쟁도결국 땅따먹기다). 토지에 대한 온갖 ‘간섭’도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유대인들은 7년째 안식년을 7번 보낸 49년(희년)이 되면 농사짓는 땅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20세기가 되자 토지의 독점적 혜택을 막기 위한 법이 하나둘 완성됩니다. 자유시장경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규제들도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한강 취수원 옆에는 음식점 건물을 지을 수 없고, 초대형건물은 물을 재활용하는 중수도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땅마다 용적률을 정해줘서 몇 층까지만 건물을 짓도록 규정합니다(미국은 이 용적률을 사고판다). 세금은 소득이 있어야 과세하는데, 그냥 토지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재산세를 매년 부과합니다.

 

심지어 80년대 후반에 집값이 급등하자, 개인의 땅 소유를 200평으로 제한하는 ‘토지 소유 상한제’나 땅값이 오른 만큼 해마다 세금을 더 걷는 ‘토지 초과 이득세’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이 상징적인 세금들은 이후 헌재의 위헌판결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들 규제에는 ‘땅은 당신이 소유해도 상당 부분은 공공의 것이다’라는 철학이 숨어있습니다.

 

정부의 규제는 어디까지 정당한 걸까?

그 논란은 시장경제가 발전할수록 계속될 겁니다. 정부가 항공노선과 운항 횟수, 항공기 여객운임까지 결정해주던 60년대 미국에선, 경쟁할 거리를 잃어버린 항공사들이 맛있는 샌드위치로 고객 유치 경쟁을 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온갖 규제를 폐기할 것을 우려해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 말 여러 규제를 서둘러 시행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퇴임 전 60일 이내 도입된 규제를 해제하는 ‘의회검토법(Congressional Review Act)’으로 맞받았습니다.

 

시장경제에서 정부는 어디까지 규제해야 할까? 규제(Regulation)는 어디까지 옳은 것일까? 시대에 따라 정답은 바뀌겠지요. 정부는 규제를 만들고 또 철폐하며 시장경제를 지키려 할 겁니다. 재밌는 사실 하나. 우리는 온갖 규제가 우리를 옭매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정부는(공무원들은) 뭐 하는 거야?” 그럼 정부는 또 하나의 대책이 내놓습니다. 그것이 ‘규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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