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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올해 스승의 날, 교문을 활짝 열고 학교별 기념행사를 통해 당당히 사제간의 정을 나눕시다.’ 지난 달 22일, 교총 대의원회 결의사항이다. 매년 다가오는 스승의 날이지만 이번 교총 대의원회의 결의는 큰 의미를 지닌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연중행사로 일부의 촌지수수 사례가 언론을 통해 사회문제가 되고, 교직사회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자 그동안 일선 학교에선 스승의 날에 재량 휴업하거나 기념식을 생략했고 학부모의 출입을 막기 위해 교문을 걸어 잠그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무분별한 교육정책에 대한 일선의 침체된 정서와 교육 비리의 여파로 스승의 날 기념식조차 치르지 못했던 아픔이 있다. 생일날 스스로 집 대문을 걸어 잠그고, 생일상을 차리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이제 교직사회는 이러한 패배주의와 사회의 눈치와 결별할 때가 됐다. 일부의 스승의 날 폐지와 2월로 옮기자는 주장을 우리 스스로 단호히 거부하고 당당하게 사회에 ‘나는 스승이다’라고 크게 외칠 때가 되었다. 자긍심과 자부심을 동시에 갖고 사랑하는 제자들과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축제를 스스로 마련하자. 사회의 일부 따가운 시선을 우리 스스로의 떳떳한 행동으로 불식시키고, 이번 스승의 날을 교육의 중요성과 스승 공경 풍토 확산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교총이 올해를 ‘교육본질과 정체성 회복 원년’으로 삼자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스승의 날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존경과 사랑이 넘치는 학교 단위 스승의 날 행사 개최, 사제간 편지쓰기 캠페인, 3대 이상 교육명가 및 6인 이상 교육가족 찾기, 교육 미담 사례 발굴, 교육현장 디카 사진 공모전 등 다채로운 행사가 교총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교과부의 미담사례 공모, 경기교육청의 선생님 존경 캠페인 전개, 대구교육청의 학교별 스승의 날 개최 권고, 대한적십자사의 '참 스승을 찾아라' 포토에세이 공모전 개최 등 교육계 내외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교직 사회는 학교현장과 괴리된 정책의 남발과 따가운 사회의 시각으로 어깨가 처지고 한숨이 깊어진 바 있다. 이제 이러한 섭섭함과 어려움을 훌훌 털고 제자들이 달아주는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교육자로서의 큰 걸음을 내디뎌 보자.
지난달 22일 열린 한국교총 임시대의원회가 제30회 스승의 날을 맞이해 스승존경 풍토 조성, 사제간 존중 분위기 확산 등을 통해 “스승의 날을 당당하게 맞자”고 결의한 가운데 시도교육청 및 학교별로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의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서일여고(교장 김용한)는 학생들이 주축이 돼 선생님들의 구두를 닦아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구두약과 구둣솔뿐만 아니라 흰 장갑을 구매해 하얀 마음으로 선생님들의 은혜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안성 명륜여중(교장 정혁진) 학생회는 허그데이를 마련했다. 학생들이 전 교과 선생님을 찾아가 따뜻한 포옹을 하며 사제간의 정을 돈독하게 쌓는다. 은사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행사를 마련한 학교도 있다. 충주상업고(교장 최용교)는 간단한 기념식과 함께 초·중학교 은사님께 편지쓰기 행사를 갖는다. 정규한 교사는 “스승의 날의 본래 취지가 은사님께 감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에게 부담은 주지 않고 교직원 간 단합의 시간을 갖기로 결정한 대구신성초(교장 박만근)는 기념식 후 교직원 체육대회를 연다. 배구와 테니스 등을 함께 하며 모처럼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 시·도교육청도 스승의 날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탠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19일 “올해부터 일선 학교에 스승의 날 기념행사 개최를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교사와 학생회 간부들이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식비를 지원하고, 8월에는 학생문화센터에서 교사 합동 퇴임식도 개최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촌지와 선물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교육감 명의로 학부모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라며 “스승의 날 참뜻을 살릴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울산시교육청은 교원을 위한 콘서트를 준비했다. 시교육청은 13일 울산대공원 남문 SK광장에서 ‘행복 울산교육 사제동행 콘서트’를 연다. 콘서트에는 시교육청이 지난달 실시한 사제동행 미담사례 공모자 및 울산 3대 교육자 가족 등을 초청한다. 경기도교육청도 5월 한 달간 학교별로 ▲은사님 찾아뵙기 ▲감사 편지보내기 ▲선생님 캐리커처 그리기 ▲감사 전화·문자드리기 ▲사제동행 걷기대회 ▲‘선생님 사랑해요’ 영상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9~15일 제59회 교육주간을 선포한 교총도 16개 시·도교총과 함께 ‘스승과 제자, 사랑의 편지보내기’ ‘교육명가 찾기’ 등 이벤트를 통해 ‘스승의 날 행사 갖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교총은 “학교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열어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제자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 교육 본질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교육을 위해 헌신한 교원들이 존경 받고 긍지와 보람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총 회원인 교사가 학생 10명을 인솔해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할 경우 교사는 무료입장되고 학생은 30% 할인된다. 교총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27일 서울 도곡동 KBO 기자실에서 ‘야구발전 및 유·청소년 대상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한 전략적 교류협력협약’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협약서에 따르면 KBO는 교원의 야구관람 기회 확대를 위해 교총 회원 교원에 대해 일반석 입장료 30%를 할인하며, 단체학생을 인솔할 경우 학생과 인솔 교원에 혜택을 주기로 했다. 아울러 교총은 본지 등 교총 발행 간행물을 통해 야구 관련 사업(KBO 및 각 구단 각종 캠페인, 프로그램)을 소개하도록 했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학생은 잠시나마 학업에서 벗어나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페어플레이를 통해 전인교육의 장이되고, 교원에 대한 사회적 존중풍토가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가정과 사회의 갈등을 풀고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스포츠를 통해 사제간의 사랑과 존경이 더욱 돈독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협약은 3일부터 8개 프로야구단 구장에서 교총회원증과 신분증을 제시하면 적용받을 수 있으며, 협약과 관련한 온라인 예매 시스템이 구축·보완되기 전까지는 현장 구매분에 한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 고교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 경기도교육청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28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교학기술부와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는 지난 22일 '역사교육 강화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라 현재 고교에서 선택 과목인 한국사가 2012학년도 고교 입학생부터 모든 고교생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교과부가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과부의 이번 조치로 도교육청은 올해에만 2012학년도 대비 '경기도 초·중·고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을 세 번째 개정 고시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지난 2월28일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을 고시하면서 내년부터 '한국사'나 '동아시아사' 중 한 과목을 고교 필수 이수과목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도교육청의 이같은 필수과목 지정에 대해 "필수과목 지정은 초중등교육법 제23조 2항 및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교과부 장관의 권한으로 돼 있다"고 밝힌 뒤 "경기도교육청의 한국사 또는 동아시아사 필수과목 지정은 현행법 위반"이라며 고시문의 표현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지난달 중순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의 '한국사 또는 동아시아사 필수과목 지정' 문구를 '가급적 둘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도록 한다'로 수정한 뒤 다시 고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가 이번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 방침에 따라 조만간 2009 개정교육과정을 개정한 뒤 도교육청에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을 개정하도록 요구할 경우 올 들어 세 번째 지침을 개정 고시해야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가 불과 한 달여 뒤에 한국사 과목을 필수 지정하겠다고 발표할 것이면서 왜 도교육청의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에 시정을 요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투명 행정' 공약에 따라 내놓은 대표적인 정책인 '시설공사 정보공개제'와 '기록관 문서원문 공개제'가 부실 운영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28일 연합뉴스가 서울시교육청의 '시설공사 정보공개 사이트(http://open.sen.go.kr)'를 확인한 결과, 이곳에 공개된 공사 수의계약 123건 중 공사비 산출 명세서가 제대로 첨부된 사례는 3% 수준인 4건에 불과했다. 다른 89건은 명세서가 아예 없었고 첨부 파일이 손상돼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경우가 29건, 첨부된 서류의 일부 대목이 흐릿하게 나와 읽기가 어려운 사례가 1건이었다. 입찰 계약 항목도 상황이 비슷해 공개된 27건 중 명세서가 있는 계약이 5건에 그쳤다. 서류가 빠진 경우는 10건, 첨부파일이 손상됐거나 명세서 대목 일부가 흐리게 나타나는 사례가 각각 6건씩이나 됐다. 이 사이트는 일반인이 시내 공립·사립학교와 교육청에서 이뤄지는 시설공사의 계약 내용과 세부 비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하고자 이달 14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초 서울시교육청은 사이트를 출범하기 전 보도자료를 이례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배포하며 '상시 감시 기능을 강화해 공사 가격 부풀리기 등 비리를 막는 획기적 조치'라며 홍보에 공을 들였다. 이와 관련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올해 1월부터 했던 공사 기록을 입력하라고 공문을 보냈으나 실제 명세서를 종이 형태로 가진 경우가 많아 입력 실적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비스 시행일(14일) 이후 벌이는 공사에서는 꼭 명세서를 컴퓨터 파일 형태로 확보하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청렴·투명 행정이라는 공약을 앞세워 당선된 이후 정보 공개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으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말만 요란할 뿐 내실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설공사 사이트와 함께 시교육청의 주요 정보공개 창구로 꼽히는 '기록관 문서원문 공개 서비스'(http://girok.sen.go.kr)는 문서보기(뷰어) 프로그램이 엑셀 2007 이후의 버전과 '집(Zip·문서압축 소프트웨어)'을 지원하지 않아 많은 자료를 사실상 볼 수 없다. 원문공개 서비스는 시교육청 주요 부처에서 결제를 마친 공문서를 그대로 인터넷에 게재하는 서비스다. 해당 뷰어 프로그램을 공급한 업체의 관계자는 "해당 문제를 해결한 업데이트 버전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끝나 지난 2월 시교육청에 통보했으나 이후에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 이 서비스는 올해 1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업무관리 시스템과 서버가 교체되자 '내부 사정'을 이유로 약 석 달 동안 운영을 중단했고, 지금까지 해당 기간(1∼3월)에 발간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 측은 '기술적 문제' 탓에 빠진 원본 자료를 게재할 수 없고 필요한 경우 문서 목록을 보고 정보공개 요청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 소설가 잭 런던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선 매일 아침마다 전교생이 15분 동안 인성지도 차원에서 합창 연습을 했다. 유독 노래 부르기를 싫어한 한 어린이는 입도 벙긋하지 않고 그냥 멍하니 매일 서서 있었다. 선생님은 달래보기도 하고 야단을 쳐 보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화가 난 교사가 고집불통인 그 어린이를 교장선생님께 데리고 가서 “교장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십시오”라고 부탁드렸다. 며칠 간 그 어린이와 얘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 교장선생님은 그 어린이의 특기와 소질을 발견하고 “너는 어른이 되면 훌륭한 소설가가 되겠구나”라고 칭찬을 해줬고 그 어린이는 교장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보내게 된다. 그 후로 교장선생님은 그 소년과 매일 같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글을 쓰도록 지도하게 됐다. 교장선생님은 매일 글짓기 숙제를 내주며 전교생들 앞에서 칭찬을 해주고 상(賞)을 주었고 그 어린이는 매일 교실에서 자연스레 글을 열심히 쓰는 습관을 갖게 돼 후에 훌륭한 소설가가 됐다. 학교장은 배의 선장과 같다. 학생들은 어떤 교장 선생님,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났느냐에 따라 인생항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양성을 중시해 잘 지도하고 이끌어준 교장선생님 덕분에 훗날 훌륭한 작가가 되었듯이 교사들도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특기를 빨리 알아서 개별지도를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딴 모태범, 이상화 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빙상부에서 선수 생활을 함께한 초등학교 동창이다. 이 학교 빙상부는 지금부터 50년 전 한인현 교장선생님께서 스케이팅을 전교생 필수과목으로 정해 취미 겸 특기 활동으로 하도록 한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동시 ‘섬집 아기’를 쓴 시인이었던 한인현 교장선생님은 50년 전부터 예체능 교육을 중시하고 학생들의 취미, 개성, 소질, 특기를 멘토링 학습을 통해 지도한 선구자였다. 예체능을 중요시한 교장선생님의 뿌린 씨앗이 빙상교육의 텃밭에서 50여 년 만에 금메달을 줄줄이 캤던 것을 보더라도 교육의 효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미래를 바라보고 정성껏 키워야 결실을 얻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산 남고는 몇 년 전만 해도 전교 1등을 해도 서울 지역 명문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학교였다. 때문에 그 학교의 배정을 피하기 위해 이사를 간 학부모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2006년 교장선생님이 새롭게 취임한 뒤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교장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근무하는 학교마다 담임교사가 1000원씩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좋은 일을 하는데 써보라는 사랑 실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요즘 어린이들 중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남을 위하고 봉사하는 것인지 모른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그 결과를 보면 할머니께 초콜릿을 사드린 어린이, 저금을 한 어린이, 불쌍한 사람을 보고 도와주고 싶어도 부끄럽게 생각해 못 줬다는 어린이, 어떤 어린이는 어떻게 쓸 줄 몰라 그 돈을 그대로 갖고 있는 어린이도 있었다. 선생님의 움직이는 양심과 실천하는 행동이 있을 때 교육의 효과가 큰 것을 새삼 느껴 올해는 모든 선생님에게 기타, 리코더 등 악기를 주 1회 이상 외부 강사를 불러 배우도록 할 생각이다. 선생님들은 제자들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함께 하며 가르쳐줘야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장은 다양한 분야에 전문적 지식과 뜨거운 열정을 갖고 학교 경영을 해야 한다. 공문이나 회의, 잡무가 많은 것은 결국 학생 교육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학교장은 당장 선생님이나 학생들에게 존경받기보다는 세월이 지난 후 존경 받을 때 더 큰 보람을 얻을 수 있다. 문어와 같이 자기 다리를 배고픈 자에게 여유 있게 나눠 줄 줄 아는 그런 학교장이 많을 때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다운 캔버스이다. 흰색과 빨강과 노랑 그리고 초록의 물감이면 충분하다. 얼마 전까지 나무들이 몸을 쥐어짜 하양, 빨강, 노랑으로 세상을 칠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그 위에 초록을 덧칠하고 있다. 어쩌면 생명의 바탕이 초록인 듯 지상의 모든 것은 연둣빛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교실의 아이들도 여린 새싹처럼 곱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 푸른 하늘 아래 아이들의 눈빛은 초식동물의 눈들을 닮았다. 한동안 아이들은 사바나 초원에서 풀을 뜯으며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그리고 머잖아 어미를 닮아 튼튼한 발굽과 뿔을 지니고 초원을 달릴 것이다. 나는 그러한 어린 생명들 앞에서 푸른 교과서를 펼치고 각주를 달게 한다. 푸르게 돋아나는 생명의 시들을 판서하며 아이들의 이마를 매만진다. 아이들은 맑은 눈엔 꽃망울이 흔들리고 가슴에 풀씨 같은 상형문자가 자란다. 하얀 민무늬 노트가 그들이 새긴 부호들로 말미암아 빗살무늬가 되고 채문토기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 손끝에서만 가능한, 문명 이전의 세계를 만나는 순간이다. 알타미라 동굴에 갇힌 동물처럼 뛰쳐나갈 것 같은. 성덕대왕신종에 갇힌 선녀들이 막 소리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이다. 진실로 공부는 아름다운 노작이며 신의 축복이다. 세상에 무수한 입자로 가득 찬 지식들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나무들조차 제 몸에 꽃을 달고 세상을 밝히듯 모든 생명 또한 저마다의 스펙트럼으로 우주를 밝힌다. 제단에 올려진 예단처럼 찬란한 모자이크로 신과 하나 되는 것이 생명의 궁극적 카니발인 것이다. 감나무는 감나무대로 감꽃을 피우고 민들레는 민들레대로 노란 숨결을 뿜으며 생을 찬미하는 것, 그러다가 감나무는 감나무대로 붉은 홍시로, 민들레는 순백의 솜털로 하늘을 간질이는 것, 이것이 생명의 퍼포먼스 아닌가. 아, 이제 막 깨어나 푸른 풀밭에서 귀를 쫑긋거리며 세상을 읽는 순하디순한 생명들. 이 순박한 생명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린 생명들에게 어떤 젖을 먹일 것이며 어떤 질주의 본능을 가르쳐 줄 것인가. 지상에 돋아나는 푸른 신비는 어떻게 설명해 주며 날아다니는 것들의 생물학적 계보는 또 어떻게 설명해 줄 것인가. 점성술과 신들의 이야기는 어느 단락에서 풀어내야 할 것인가. 우선 종족의 신화를 읽혀야 한다. 그리고 톰슨가젤(Thomson's Gazelle)의 언어와 누우(Wildebeest)의 언어, 혹멧돼지의 언어를 가르쳐야 한다. 정신을 맑게 하는 풀과 유해한 풀의 목록을 알려주어야 하고 육식성 동물의 인상착의도 알려주어야 한다. 햇무리의 상징과 저녁놀의 비유도 이해시키고 마지막 우기를 견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실존철학도 가르쳐야 한다. 초원은 지극히 아름다운 것. 어디를 가도 수목이 우거져 호수 가득 하늘이 담겨 있다. 보라풀빛앵무새가 노래하고 쇠똥구리들이 경단을 굴리는 평원. 그저 무한한 자유와 사랑만이 권태로울 정도로 펼쳐진 낙원. 어린 것들의 눈에 비친 열대 우림은 더러 멋진 오프닝 시퀀스일지 모른다. 하지만 머잖아 악어가 사는 마라 강을 건너야 하고 사자와 하이에나의 영토를 가로질러 살아남는 자만이 죽은 자를 묻어야 하는 아픔에 대해서는 모른다. 어떠한 정보도 없이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다. 아무래도 무참한 그들의 삶. 되짚어보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색은 세 가지로 충분하다. 황토색과 푸른색 그리고 붉은색. 40℃를 넘는 땅에서 풀을 찾다가 맹수의 이빨에 찢기는 그들. 그들의 최후는 항상 붉다. 그래서 임팔라(impala) 같은 초식 동물은 우기가 되고 풀이 자라면 1, 2월에 집중적으로 출산한다. 희생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슬픈 그들의 전략. 정말이지 생존은 투쟁이다. 이러한 개념은 야생과 문명을 가리지 않는다. 다시 교실 안을 바라보면 아이들은 하나 둘 무방비로 졸고 있다. 치타와 사자가 풀 섶에 웅크려 있는데도 생각이 없다. 야생의 사자가 뛰쳐나오는 찰나 순간적인 가속도를 내지 못할 아이들. 어미가 젖을 물리지 않으면 허기져버릴 아이들. 선생이 앞서지 않으면 푸르른 초원도 찾지 못할 아이들! 사바나의 교실, 그들의 무지갯빛 꿈 어디쯤 나는 서 있는 것일까.
얼마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한국의 교육을 극찬하는 발언을 해서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는 뜨거운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하면서 “한국에서는 교사가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로 불린다”고 했고, 우수한 인재가 교사가 되기를 열망하는 한국의 상황을 부러워했다. 이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세계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압축적인 성장’은 교육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바탕에는 선생님들의 피와 땀이 숨어 있었다. 지금도 우수한 인재들이 사범대와 교육대에 진학해 교사가 돼 교단에 서기를 열망하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 우수한 인재들의 꿈이 쉽게 실현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식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쟁률을 보여주는, 또 최종 합격에 이르기까지 무려 3개월여가 걸리는 3차에 걸친 임용시험이라는 커다란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용시험에 모든 꿈과 인생을 걸고 오늘도 노량진 학원가를 전전하는 이른바 장수생이 비일비재하며, 심지어 임용시험과 사법시험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고 평가하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임용시험이 왜 이렇게 살인적인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가? 그 이유는 한마디로 교원의 임용 숫자가 지망하는 사람에 비해 터무니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교원 임용 숫자는 타당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교원 수급을 관리하는 정부 당국은 보통 OECD 교육지표에 나오는 초·중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와 학급당 학생 수를 근거로 제시한다. 2010년에 발표된 OECD 교육지표(2008년 기준)에 의하면, 한국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 24.1명, 중학 20.2명, 고등 16.5명으로 나타난다. OECD 국가 평균치는 초등 14.4명, 중학 13.7명, 고등 13.5명으로서, OECD 평균보다 많기는 하지만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더구나 전년도에 비해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은 장래에 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학급당 학생 수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논리를 내세운다. 한국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30.0명, 중등 35.3명으로 OECD 평균(초등 21.6명, 중등 23.9명)보다 높지만, 초등의 경우 2000년도 36.5명과 비교하면 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으므로 이 문제 역시 그리 심각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상의 수치를 근거로 삼아, 국공립학교는 물론이고 사립학교에서도 정규 교사 채용을 기피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학령인구의 감소와 예측 불가능한 교육과정의 변화 등을 또 다른 핑계로 내세우며 정규 교사를 임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는 기간제 교사, 시간 강사, 심지어 인턴 교사까지 비정규직 교사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규 교사 임용을 회피하는 논거들은 한국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는, 평균적 수치만을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다 알다시피 지금 한국은 서울과 수도권, 지방의 몇몇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 거주하고 있고, 농어촌은 공동화되어 있다. 이런 현실에 따라 학생들의 숫자도 도시와 농촌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학생의 숫자가 너무 적어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한 농어촌 지역 학교가 있는 반면,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의 학교는 급당 학생수가 40명을 훌쩍 넘는 과밀 학급이 대부분이다. 농어촌 학교는 학생이 너무 적어서 문제이고, 서울과 수도권 및 대도시는 과밀 학급으로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실적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평균적 수치로 제시되는 교육지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이러한 평균치에 근거로 삼아 정규 교사의 임용을 회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농어촌 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중심학교로의 통합과 같은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듯이, 지금부터라도 서울과 수도권 및 대도시의 과밀 학급 해소를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의 하나로 학급당 학생 수의 상한선을 정하기를 제안한다. 그 상한선은 교육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우선 급당 학생수를 OECD 국가의 평균치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 제한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학급당 학생 수가 축소되면, 학급의 숫자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해지고, 정규 교사의 임용도 늘어나게 된다. 학급 규모가 축소되는 만큼 교육의 질도 향상될 것이 틀림없다. 이에 더해 교사 1인당 학생 수까지 OECD의 평균 수준에 맞추게 되면, 교사가 되기를 열망하는 수많은 젊은이의 정규 교사로의 임용의 문호가 크게 열릴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무시한 교육지표의 평균 수치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초·중등학교 현장에서 적정한 급당 학생 수의 상한선을 정하고, 교사 1인당 학생 수까지 낮춘다면 교사로 진출하는 통로가 크게 넓어지게 될 것이다.
윤오영의 수필 ‘부끄러움’은 사춘기 청소년들의 심리를 소재로 삼아 한국적이고 고전적 아름다움으로서의 부끄러움을 미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수작(秀作)으로 꼽힌다. 먼 친척 오빠의 방문에 건넌방에 걸어둔 곤때 묻은 분홍 적삼을 들킨 소녀가 무안하고 부끄러워서 떠나는 오빠의 마중도 나오지 못하고 숨어서 반쯤 내다보는 붉어진 얼굴에서 그 옛날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성정(性情)을 발견할 수 있다. 수업에서 이런 본문을 공부한 후, 학습활동에 들어갔다. 마지막 표현하기 문항은 ‘부끄러움’과 유사한 상황의 경험을 떠올려 보고, 특별히 감동을 느끼게 된 계기를 짧은 수필 형태로 써 보는 것이었다. 글쓰기 시간으로 준 10분이 지나자 이제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할 순서가 됐다. 짧은 시간이었기에 깊은 맛이 담긴 곰삭은 글이 나올 수 없다는 한계를 알고 있었기에 발표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 서너 명의 발표가 끝난 후, 가운데 줄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던 현문이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늘 얼굴에 미소를 달고 사는 녀석이라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자신에게 발표할 기회를 달라는 미소처럼 보였다. 녀석은 평소에도 수업에 들어가면 강의에 집중하고 열심히 발표하는 등 활기찬 수업을 이끄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래 이번에는 현문이가 발표해볼까?” 녀석은 자신을 지목해 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 거리낌 없이 “네, 선생님 제가 발표하겠습니다”했다. 다른 아이들의 발표에서는 성적이 떨어져 부모님께 부끄러웠다는 내용이 많았기에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제가 주변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특별히 감동을 받았던 일은 중학교 3학년 때 버스 안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저의 옆자리에는 중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후배가 앉아 있었고 버스는 손님들로 만원이었습니다. 버스가 종착지에 다다를 무렵 앞에서 기사아저씨와 한 할머니 간의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내용을 듣고 보니 할머니께서 버스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다음에 돈을 내면 안 되겠느냐고 사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들뻘 되는 버스 기사 아저씨는 돈이 없으면 버스를 타지 말 것이지 왜 버스를 탔느냐며 다짜고짜 할머니에게 핀잔하며 무조건 돈을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고 버스 안에는 많은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분위기가 어색한 상황에서 제 옆자리에 앉아 있던 후배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운전석으로 다가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버스 요금통에 넣으면서 ‘아저씨, 할머니 버스비는 이것으로 대신하고 나머지 돈은 혹시 다른 노인분들이 버스비가 없을 경우에 대신 낸 것으로 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자리로 돌아와 앉았습니다. 나의 주머니에도 할머니의 버스비를 대신 내줄 만큼의 돈은 있었지만 괜히 나서는 것이 부끄러워 모른척하고 있을 때 옆자리에 앉은 후배는 직접 나서서 할머니의 버스비를 내주고 또 다른 노인들의 버스비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웠습니다.” 현문이의 발표가 끝나자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격려의 박수를 쳤다. 부끄러웠던 경험을 짧은 시간에 실감나게 쓴 것도 대단했지만 자신보다 2살이나 어린 후배에게서 부끄러움을 느꼈고 그래서 특별히 더 감동을 받았다는 대목에서 정작 부끄러워할 사람은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주고 발표를 시켰던 나인 것 같아 아이들보기가 쑥스러웠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지만 다 같은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현문이와 같이 타고 있었을 버스에는 어른들도 많이 있었을 터인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어린 학생이 사태를 수습하게 만든 것부터가 모든 어른들의 부끄러움이 아닐 수 없다. 길을 가다 보면 담배를 피우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도 모자라 차창 밖으로 꽁초를 버리는 어른들을 볼 때면 민망하기 그지없다. 침을 아무 데나 뱉고 커피를 마신 종이컵을 길바닥에 버리는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지 궁금하다. 그런 점은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등교하면 학급 청소를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먼지를 마셔가면서 바닥을 쓸고 있는데 어떤 담임선생님은 교실 밖에서 청소하라고 소리만 버럭버럭 지르는 경우도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라고 학급별로 용도에 맞는 쓰레기통을 비치했지만 정작 쓰레기 분리수거가 안 되는 곳은 선생님들이 쓰는 교무실 쓰레기통이라는 역설은 부끄러움을 넘어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되돌아보게 한다. 윤오영의 수필 ‘부끄러움’은 한국적인 미학으로서의 심리적 의미를 뜻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른들이나 특히 올바른 윤리의식을 가르치고 모범을 보여야할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문해 본다. 그날 현문이의 발표는 교직생활 20년이 넘어선 어른이자 교사인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부끄러움의 의미를 새삼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수업을 끝내고 ‘그래 어른으로서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만큼은 절대로 보이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아이들의 인사를 받았다.
지난 3월 11일,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해일)로 전 세계가 놀랐다. 자연재해에 익숙한 일본인들은 통곡하기보다 그 다음을 대비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지진해일 후에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필자는 지난해 2월에 후쿠시마와 센다이 지역을 여행했었다. 눈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풍경과 전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온천욕, 그리고 어디를 가든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던 거리가 생생히 떠오른다. 지금은 유령도시로 바꿔버린 엄청난 재난 앞에서 할 말을 잃을 정도이다. 비 오는 금요일, 하교 지도를 마치고 통학로에 눈꽃처럼 떨어진 벚꽃을 감상하며 놀이터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비를 맞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친구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 아이가 “이거 일본비니?”라고 묻자 옆에 있던 아이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한국 비란다. 그래도 비 맞으면 좋지 않으니 얼른 집으로 가렴”했더니 그 아이는 “아, 다행이다. 한국비래!”하는 것이다. 요즘 방사능에 대해 모두가 예민하다. 비 오는 날에 등교하는 옷차림을 보면 마스크에 우비를 쓰고 완전무장(?)한 아이들을 가끔 본다. 약간 지나친 반응일 수도 있지만 어떤 학급엔 비가 오면 아예 학교를 보내지 않는 학부모도 있다고 한다. 일본 엄마들 모유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됐고, 그 여파로 아기들의 건강이 위협을 받는다면 예사로 넘길 일은 아니다. 꽃의 향연을 펼치고 있는 4월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학교는 5월을 준비하며 어린이날 기념 열린 놀이마당 계획안을 마무리하고 있다. 계발활동이 끝나고 놀이마당 담당 부장이 주관하는 최종 점검 회의에 참석했다. 세밀하게 일정을 짜고 준비물까지 철저히 챙겨 놓아서 1학년 물품을 갖고 교실로 왔다. 교사들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가정에서나 국가적으로나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를 알기에, 각종 행사 때마다 만전을 기하고 만약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아이들에게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지 않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재활용하기 등 환경에 대한 교육을 좀 더 강화해야겠다. 자연재해를 최대한 줄이고 건강한 지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김문수 경기지사의 최근 잇단 교육정책 비판 발언에 경기도교육청이 비난 성명을 내는 등 발끈하고 나섰다. 27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 26일 장애인 특수학교인 용인강남학교 개교식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용인은 그동안 도시가 발전해 왔지만 장애인 학교가 없었다"며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뭐 한다고 만들지 않았는지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마땅히 교육청에서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용인강남학교는 도와 용인시가 건축비를, 강남대학교가 부지를 제공해 설립됐으며, 도교육청이 연간 20억원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한다. 김 지사는 이에 앞서 지난 16일 안양 성결대학교 대강당에서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학원 심야교습 제한 조치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학원을 밤 10시 이후에는 하지 말라고 하는데 전 세계에서 몇 시 이후에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건강권과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지난달 1일부터 밤 10시 이후의 학원 교습을 금지한 상태다. 김 지사의 이 같은 잇단 비판 발언에 경기도교육청은 "김 지사는 교육자치를 침해하는 발언을 자제해 주기 바란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도교육청은 김 지사의 용인강남학교 관련 발언과 관련해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김 지사가 사실 관계를 무시한 채 경기도교육청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공공 기관장으로서 타 기관의 업무를 부당하게 폄훼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18일에도 김 지사의 학원 심야교습 제한 관련 비판 발언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1일부터 '학원심야교습시간 제한조례'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힌 뒤 "이는 경기도의회의 심도 있는 심사를 통해 정한 조례에 의한 것이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김 지사의 잇단 교육정책 비판 발언과 이에 대한 도교육청의 반박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무상급식, 학교용지매입비 등과 관련해 갈등을 빚어온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지사와 진보 진영 김상곤 교육감 간 감정의 골이 좀처럼 좁혀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학 등을 위한 '수업 목적 이용 저작물 보상금 기준'을 28일 관보에 고시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27일 밝혔다. 수업 목적 이용 저작물 보상금 제도란 교육의 높은 공공성을 고려해 대학 등 학교의 수업 과정에서 도서, 음악 등 저작물의 일부를 이용할 때 저작권자로부터 사전 이용 허락을 받지 않고 사후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보상금은 문화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교육기관이 권리자 단체에 지급하도록 했다. 저작권법은 고교 이하 학교에서 수업 목적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은 보상금을 면제하도록 했으므로 실제 보상금 지급 기준은 대학 이상에만 적용된다. 대학 등은 수업에 이용되는 저작물에 대해 이번에 고시된 기준에 따라 보상금 수령단체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에 이를 지급하면 된다. 문화부가 이번에 고시한 기준은 저작권법상 복제·배포·전송·방송·공연 등을 개별적으로 이용할 때 어문·이미지 등은 A4 용지 1쪽 분량당 7.7원, 음악은 1곡당 42원, 영상물은 5분 이내에 176원이다. 포괄적 이용방식을 적용할 땐 수령단체와 납부자인 대학 간에 협의해서 정하면 된다. 문화부는 보상금 기준을 마련하고자 2009년 전국의 대학 50여 곳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했으며 지난해부터 전국 대학교를 대상으로 3회에 걸쳐 공청회와 의견 조회를 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대학 등이 학생 1인에 제공하는 저작물 이용량에 대한 보상기준은 연간 4190원으로 산정됐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번에 고시된 기준은 2년제 또는 4년제 등 학제가 다르거나 단과대학별로 수업의 성격이 다른 경우 저작물 이용량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모든 대학 등에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준보다 저작물의 종류별 보상 단가를 제시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면서 "협상결과에 따라 적게는 학생 1인당 3500원에서 많게는 4000원선에서 보상금이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업이 주로 저작물의 방송 또는 전송으로 이뤄지는 방송통신대학이나 사이버 대학 등은 보상금이 과다해질 경우를 방지하고자 산출된 보상금 총액이 대학 등록금 수입의 0.1%(1인당 연간 700원 정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문화부가 제시한 이번 기준에 따라 수령단체와 대학간 협의가 올해 중 진행될 예정이며 보상금 지급은 내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초·중·고교에 STEAM(과학예술융합) 교육을 도입하기 위해 28일부터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STEAM 교육 교사연구회'를 모집한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회는 STEAM(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 분야 교사들로 구성되며, 연구회로 지정되면 5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9개월 동안 협력 연구 등을 통해 융합 교육 취지에 맞는 수업 프로그램과 학습자료 등을 개발하게 된다. 연구회의 교육 콘텐츠와 연구 결과물은 올해말 최종보고회(Annual science fair)와 2012년 교원연수를 통해 공유된다. 연구회 지원 사업 참여를 원하는 교사는 같은 소속 학교 또는 다른 학교 교사나 전문가와 연구회를 구성, 다음달 17일까지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과학창의재단 홈페이지(www.kof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사를 내년부터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한국사 이외 사회관련 과목 교사와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사회교사모임, 전국도덕교사모임, 전국지리교사모임, 한국사회과교육학회, 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 한국경제교육학회, 대한지리학회 등 24개 단체는 27일 오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필수화는 고교의 모든 과목을 선택 교과로 만든 '2009년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뒤엎는 것으로, 정치논리로 급조한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교 1학년 도덕·지리·사회과목을 그동안 필수로 이수해왔는데 2014학년도부터 폐지하는 것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근본적인 문제는 국·영·수에 치중하고 탐구 과목을 계속 축소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있다"며 "수능 제도를 개편하고 범국민적 기구를 통해 국사를 포함한 사회 교과 전체의 강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관련 교과 교사 4032명의 이름이 담긴 서명지를 교과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고교 전 과정을 선택교육과정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2009개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로, 기존에 고1까지였던 공통교육과정이 중3까지로 설정된 것"이라며 도덕, 지리, 사회 등의 과목이 폐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고1 때 공통과목으로 배우던 국·영·수, 도덕, 사회, 체육, 음악, 미술 등 과목은 선택교육과정 취지에 맞도록 기존에 배우던 내용을 관련 선택과목과 중학교 과목에 반영해 재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이 신나게 놀면서 배우는 과학놀이터' 국내 최초의 체험위주 어린이과학관이 오는 5월1일 인천시 계양구 방축동에 문을 연다. 인천어린이과학관은 인천시가 2만160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5000㎡ 규모로 건립한 어린이를 위한 거대한 '과학놀이터'다. 27일 과학관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탁 트인 공간이 펼쳐지면서 '어린이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커다란 전광판 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벽면은 어린이 취향에 맞춰 알록달록 '땡땡이' 무늬로 장식돼 있고 과학관 곳곳에 마련된 아기자기한 크기의 의자도 어린이 맞춤형이다. 안내데스크, 도서관, 수유실, 의무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있는 1층에서 중앙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과학관의 첫번째 코스인 무지개마을이 나타난다. 3~6세 영·유아를 위한 공간으로 이곳에서 아이들은 물·모래·나무·얼음과 같은 천연소재를 가지고 놀면서 펌프의 원리, 이글루 제작방법, 나무의 구조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어린이 한 명의 몸이 다 들어갈 만한 비눗방울을 만드는 기계도 있다. 무지개마을 옆에는 눈, 입, 혀, 내장 등 거대하게 조형된 신체 각 부위 모형이 곳곳에 입체적으로 놓여있는 인체마을이 있다. 어린이들은 모형 안에 들어가 냄새를 맡거나 만지면서 각 신체부위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 대장을 표현한 모형에서 미끄러져 나오면 눈앞에 바로 커다란 똥 덩어리 모형이 나타나 재미도 유발한다. 과학관 2, 3층에 자리잡고 있는 비밀마을은 '비밀' 계단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2층 비밀마을에서는 어린이들이 자동차 정비사, 카메라맨 등 다양한 직업군을 체험할 수 있고 3층은 실험을 통해 수학, 과학원리를 배울 수 있게 돼있다. 어린이들은 현이 없는 하프를 연주할 수도 있고 바퀴가 네모난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도 있다. 3층 비밀마을에서 벗어나면 첨단미래도시를 재현한 도시마을이 나타나고 다양한 체험과 영상을 통해 환경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지구마을도 있다. 4D 영화관과 30~40명 수용가능한 과학실험실, 조그만 벤치와 테라스가 놓여진 옥외쉼터와 야외무대가 있는 옥상 등 과학관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가득차 있다. 마을마다 조명과 장식 등을 통해 테마를 살렸고 과학관 바닥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탄성고무판으로 돼 있어 어린이들이 온종일 뛰놀아도 안심이다. 과학관 백수현 과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어린이체험학습 교육시설로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놀면서 과학을 익히고 감성을 깨우는 공간"이라며 "어린이들이 많이 방문해 과학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체험을 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과학관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어린이 2천원, 성인 4000원이고 인천시민은 50% 할인해준다. 개관일부터 오는 5월6일까지는 개관기념 선착순 무료개방한다. 개관 기념행사로는 '전국 어린이 로봇창작대회', '춤추는 로봇공연' 등이 열린다. 자세한 관람정보는 홍보 홈페이지(http://www.icsmuseum.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27일 내포신도시에서 신축청사 기공식을 갖고 본격 공사에 들어갔다. 신축청사는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대에 조성되는 내포신도시 행정타운 내 3만8226㎡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건물면적 2만7733㎡)로 지어지며 478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돼 2012년 말 준공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청사를 에너지효율 1등급의 저탄소 친환경 녹색청사로 지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충남이 아닌 대전에 있던 도교육청이 청사를 신축해 이전하면 도민과 같은 공간에서 교육행정을 펼치게 될 전망이다. 김종성 도교육감은 "새 청사로 이전하면 충남교육의 중추 행정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쾌적한 업무환경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내포신도시 내에 초, 중학교 1개씩이 2013년 3월 개교해 신도시 입주자의 학교교육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남부교육지원청(교육장 이재훈)은 26일 공항초에서 학부모와 함께 만들어 가는 좋은 부모교실 '행복 MOM 희망열기' 지원사업의 일환인 '우리아이 맞춤형 학습법' 개강식을 가졌다. '우리아이 맞춤형 학습법'은 오는 6월 28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모두 8회에 걸쳐 한국심리자문연구소 박병관 소장을 비롯해 이윤기, 이주원, 구영준 강사 등이 각기 강의를 진행된다. 남부교육지원청 함동신 행정지원국장은 "이번 연수를 통해 아이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성격과 기질에 맞는 학습에 대한 공부 방법으로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습득해 사교육비 경감과 함께 아이들이 자기주도학습을 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북부교육지원청(교육장 김순남)은26일 관내 행정실장을 대상으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에 대한 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는 2011년 신규사업 대상학교로 선정된 17개교와 기존 사업 학교 11개교 행정실장들이 참석해 학교별 교육복지 사업 운영에 참고해야 하는 행정사항을 숙지하고,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수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례를 중심으로 연수가 진행되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배용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22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이 발표에 의하면, 내년에 고교생이 되는 현재 중3 학생은 고교에서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공부해야 한다. 인문고·특목고·전문계고 모두 고교 3년간 주 5회 수업을 기준으로 최소 한 학기(85시간)는 한국사를 공부한다. 아울러 각종 공무원시험의 한국사 필수적용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내년 5급 공무원 공채와 국회 5급 입법고등고시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하 역시:歷試) 2급 이상자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해 한국사가 필수가 된다. 교원 임용시험에도 한국사 시험이 도입될 전망이다. 2013년부터는 국·공립 교사가 되려면 역시 3급 이상의 실력을 갖춰야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사는 과거에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필수 과목으로(교양필수) 지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국책 과목이었던 국민윤리와 교련 교과가 폐지되면서 운명을 같이 했다. 최근에는 다시 일본과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의 역사 왜곡에 맞서 정부 차원에서 역사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22일 정부 발표는 이러한 필요성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2009 개정교육과정은 원칙적으로 전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할 수 있게 했는데, 유일하게 한국사만 필수 과목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국사 필수 과목 지정은 타 과목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사 과목의 필수 과목 지정은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국민의 역사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바람직한 정책이라는 입장도 있다. 국가가 한 단계 도약하여 앞으로 나아가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역사 교육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필자도 이번 정부의 방침은 환영한다. 교육과정에서 역사 교육에 대한 점검은 국제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문제는 일부 방안에 즉흥적인 정책이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이날 교과부가 발표한 방안에 교원 임용 때 역시 3급 시험은 전시 행정이라는 느낌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역시 3급은 고등학교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면 무난하게 통과하는 수준이다. 교원 임용시험 준비생들에게는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는 시험이 될 확률이 높다. 교원 임용시험에 고교 수준의 역사 지식을 평가하는 일은 필요 없는 고통을 주는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낭비다. 이러한 시험 제도는 자칫하면 역사를 단순한 지식의 암기 과정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그리고 교원 임용 준비생이면 누구나 통과할 수 있는 시험 제도는 역사 교과를 폄하하거나 임용 응시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게 된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우리 역사를 공부하자는 계기로 시작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험 시행도 우리 국민 각자의 수준과 목적에 맞게 실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고급 공무원 등의 시험에서 역시 2급 수준의 시험은 적정하다고 판단된다. 오늘날 교육은 오대양 육대주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시대의 인재를 길러야 하는 사명감을 띠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교사가 있다. 그렇다면 교사는 한국사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 복잡하게 전개되는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역사관과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역시 3급은 역사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는 있지만, 내실 있는 역사의식 함양과는 거리가 멀다. 필자는 역시 3급 대신에 새로운 대안으로 임용 교원에 대한 연수 방안을 제시한다. 임용 후 신규 연수는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역사 교육이 가능하다. 신규 교원 연수는 교원의 전문성 함양에도 어울린다. 교과부는 당장 눈앞에 직면한 현실을 뛰어넘어 역사적 지혜와 혜안을 키우는 경쟁력 있는 역사 연수를 계획하기 바란다. 학생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는 연수를 진진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