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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죠. 저도 사람인데요. 하지만 희망을 가져요. 오늘,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오늘 우리가 뿌린 씨앗의 열매를 후배 교사들이 딸 수 있을 거라고요. 교육은 혼자 할 수 없어요. 미래는 함께 꿈꿔야 합니다.” 정완수 경기 영동초 교장은 ‘어떻게 한결같이 웃으면서 일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할 때도 늘 웃음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장의 리더십은 말이 아닌 행동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스스로 본보기가 되려는 이유다. 교사 시절에는 교직의 전문성을 기르는 데 몰두했다. 꾸준하게 수업을 연구하고 교육자료를 개발해 공유했다. 현장연구대회와 교육자료전, 좋은 수업 만들기대회 등 각종 전국 대회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며 그 노력을 인정받았다. 동료들의 멘토로도 나섰다.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조언했다. 젊은 후배들에게 다가갈 때도 스스럼이 없다. 운동을 매개로 소통하고 함께 활동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 교장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다가선 덕분에 교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교육은 혼자 할 수 없다’는 그의 신념은 교총 활동과도 맞닿아있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소명감만으로 교단에 서기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정 교장은 “위기감을 느끼는 교원들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음을 체감해요. 학부모의 민원과 학생들의 문제 행동, 부적응 학생의 생활 지도까지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범국가적인 방안과 지혜가 절실한데, 우리 정치의 현실은 교육은 뒷전이고 당리당략에 빠져 있습니다. 요즘처럼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교원을 대변해주는 단체와 함께해야 미래를 꿈꿀 수 있어요.” 한결같은 정 교장의 진심은 동료들에게도 전해졌다. 힘을 보태고 싶다며 교총에 가입한 인원수가 지난해에만 22명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12명이 동참했다. 그는 “무임승차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면서 “참 고마운 일”이라며 웃었다. 지난 8일 정 교장에게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제31회 경기사도대상’ 초등 부문 스승상 수상자로 최종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오는 18일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정 교장은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더 잘하라는 것으로 알고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교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직접 지은 시 한 편을 들려줬다. 교사보다 더 감동적인 직업이 있겠는가. 교사보다 더 어려운 직업이 또 있겠는가. 아름답지만 힘들고, 감동적이지만 속상하고, 보람되지만 박수 없는 교실에서 함께 웃고 함께 울자. 우리가 흘린 땀과 눈물, 분명 우리 앞에 보람의 웃음으로 얻게 될 것이다. 희망을 갖고 힘을 모으고 꿈을 찾도록 도와주고 함께 미래를 열어가자. 뿌리고 가꾸지 않아도 저 헐벗은 땅에도 푸른 들풀은 살아있지 않은가. 힘들고 어려워도 우리에겐 흙 다질 운동장과 교실, 아이들이 있지 않은가. 아이들이 행복하면 온 나라가 행복하리라. 세상에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면 참 좋겠다. 글 한 편에 교육과 교직, 동료에 대한 애정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재정위기와 각종 규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요구와 변화…. 우리나라 대학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존립에 도전을 받고 있었다. 앞으로 2년간 대학 사회를 이끌 김인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회장은 이를 두고 역발상 했다. 학령인구 감소는 학생 과밀을 해소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대학을 퇴출하기 전에 그 대학의 학과나 학부, 단과 등에서 강점을 찾아 키우는 게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위기는 기회다’. 식상한 인용구지만, 이보다 적절한 비유를 찾기 어려웠다. 지난 8일 만난 김 회장은 한결같이 이 메시지를 전했다. 목소리는 차분하고 온화했지만, 말에는 힘이 느껴졌다. 대학들이 처한 어려움을 또 다른 기회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인터뷰=이재곤 편집국장 -국가적으로 참 힘든 시기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현장은 초유의 상황을 겪고 있다. 이 시기에 대교협 회장직을 맡아 어깨가 무거울 듯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격-비대면 수업, 유학생 관리, 캠퍼스 방역, 학생들의 주거 문제 등 코로나19로 인한 문제와 함께 대학 재정 건전성 회복, 자율성 확보 등 지난하게 이어져 온 숙제들까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교육 현장에 과제를 던졌다. 국내 대학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대학들은 비대면 수업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실험·실습·실기 교과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한적으로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일방적인 과제 중심 수업을 금지하고 학습 상담, 강의 리뷰 등을 위한 소규모 그룹 수업을 권장한다. 또 교과에 따라 집중보강 수업과 수업시수 연장, 야간·주말 과정 운영 등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미래교육을 준비해야 할 때다. 교육 환경에 맞춰 교수 방법과 내용 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대학들도 융합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계열·학과의 학문적 울타리를 낮추고 간학문적(間學問的) 교육과정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다. 플립러닝, 프로젝트 기반 학습 등 학습자 중심의 교수-학습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유튜브 등 매체를 활용한 스마트 교수법을 적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수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수업의 질을 높이고 개선하고 있다. 온라인 개강의 경험을 토대로 교수-학습 인프라가 개선되면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의 구분도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 회장은 대학의 지형이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모든 대학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이 수업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자기 전공 외에 관심 있는 분야를 접할 때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제도를 활용했지만, 앞으로는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학과의 벽도, 전공의 울타리도 허물어져 결국 대학도 콘텐츠로 경쟁하는 시대가 온다고 전망했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산재한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텐데.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현재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년째 동결이다.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으로 2012년 이후 대학의 누적 결손액은 약 9.9조 원에 이른다.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과 수강료 수입은 2011년 11조 681억 원에서 2018년 10조 699억 원으로 감소해 명목 금액 9982억 원이 감소했다.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1조 5341억 원이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입학금 폐지까지 더해서 어려움을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 재정은 그로기 상태다. 고등교육의 발전과 경쟁력을 높이려면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대학의 현실과 상황을 알리고 재정 확충과 투자가 이뤄지도록 국회, 정부 기관과 협력해 나갈 생각이다.” -학생선발권 등 대학의 자율성 문제도 거론된다. “대학은 자율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대학의 상황이 다 같아 보이지만, 대학마다 처한 상황과 교육의 목적, 취지가 달라서 획일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대학별 특성과 상황을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면서 특장(特長)에 맞도록 교육하고,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일률적인 규제도 풀어야 한다. 규제는 결국 대학의 평가와 연결된다. 일률적인 평가 대신 평가 기준을 다원화, 다양화해 대학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직접 세세한 대학 운영에 관여하기보단 대학 발전을 위한 방향 제시와 더불어 숲과 같은 대원칙을 만들어 제공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규제개혁과 재정투자는 확대해 대학들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 배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쟁력 없는 대학의 퇴로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 “대학은 전국에 산재해있다. 지역사회에서 대학은 인재를 배출하는 기업과 같다. 그 대학의 노력에 따라 인재가 나온다. 지역의 특정 대학에 정원을 감축하라는 건 고용을 10% 줄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관리가 안 되고 본연의 설립 취지를 구현하지 못하는 대학이 물러날 수 있도록 퇴로가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법령상 퇴출당하면, 국가 재산으로 귀속된다. 사재를 털어 대학을 설립하고 발전시켰는데, 그만둘 때는 그 노력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나. 교육 사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결국 국가 재원으로 귀속된다면 누가 하겠나. 관련 법령이 필요한 이유다. 단순히 대학의 존립을 이분법으로 나눌 게 아니라, 대학마다 가진 강점을 봐야 한다. 비교 우위에 있는 전공, 학부, 단과 등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교육 현장의 큰 이슈는 대학 입시다. 코로나19로 인해 입시 일정과 선발 방법 등에 변화가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교협은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교육부, 대학들과 협의해 2021학년도 대입일정을 2주 순연하는 것으로 조정, 발표했다. 지난달 18일에는 4년제 일반대학의 2021학년도 수시 모집 요강을 일괄 발표했고, 대입 진학 설계에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들을 위해 대교협 대입상담센터(1600-1615) 전화 상담과 대입정보 포털 ‘어디가’의 온라인 상담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취임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대학 사회를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역설적이지만, 대학의 과밀을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대학은 공간, 시설, 학생 대 교수 비율 등 모든 부문에서 불리하다. 대학이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을 자연스럽게 해결해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 없다. 부정적인 인식 대신 이 상황을 잘 활용하면, 대학은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코로나로 추가 경비가 지출되고, 대학이 해왔던 각종 사업이 정체되고 있다. 재정적인 건전성과 여력을 확보하고 교육 혁신을 통한 대학의 자율 확보에 주력하려고 한다.” -지난달에 스승의 날이 있었다. 과거와 달리 그 의미가 퇴색돼 안타깝다. 기억에 남는 은사가 있는가.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이 은사님이다. 대학교 2학년 때인 1977년 연구프로젝트 조수로 연구실에 입실한 이후 지금까지 학업 지도와 학자적 삶에 대한 조언을 받고 있다. 특히 편지 쓰기를 자주 하고 매사에 솔직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제는 은사님의 가르침을 제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전문직 교원단체인 교총과의 협력도 모색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대학 협의체인 대교협과 전문직 교원단체인 교총은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 대학문제에 전문성을 가진 대교협과 교육문제에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교총이 특화된 장점을 살려 협력한다면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생각한다. 함께 고등교육에 대한 핵심 정책과제를 개발해 정부와 국회에 제언하고, 반영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곧 상생이다.” -전국 교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학사, 학제, 학교시설, 장학제도 등을 아무리 건실하게 다듬어도 그에 앞서 교사, 교수가 해답이다. 교육의 시작과 끝은 교사, 교수라는 사실을 다 함께 인정해야 한다. 기술 중심적이고 몰인본주의적으로 변해가는 세태를 아우를 수 있는 건 바로 교육자다. 올바른 인재양성에 헌신하는 전국 교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나라 국민의 의식 수준은 선진국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 난국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의무, 역할을 다하려는 관점에서 그렇다. 변수가 있겠지만, 이대로만 하면 금방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인철 회장은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외대 10·11대 총장 ▲전 한국정책학회 학회장 ▲러시아 정부 푸쉬킨 메달 수상(2018) ▲제24회 대한민국 무궁화 대상(교육 부문)
유치원의 수업일수를 초·중·고와 똑같이 180일로 정하고 있는 유아교육법 시행령의 개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교육부가 시행령에 따라 수업일수를 162일로 10% 줄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집단 감염에 취약한 원아들의 건강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아들은 초중고와 달리 실시간 원격대면 형태의 온라인 수업이 불가능하고, 수업일수도 인정되지 않아 무더위에도 등원을 해야 한다. 초등생보다 무려 16일을 더 등교해야 할 판이다. 이 경우, 위생관념이 취약해 한여름 장염·식중독 사고에 노출될 것이 뻔하다. 또 밀집도 최소화를 위해 등원 인력을 3분의 1로 줄여야 하지만 돌봄 수요도 많아 집단 감염에 취약하고 방역 부담이 커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유치원은 법정 의무교육이 아니고, 수업일수를 충족하지 못해도 유급도 없다. 유치원의 수업일수를 굳이 초중고와 같이 경직되게 운영해 애꿎은 원아들만 전염병의 희생이 되도록 해선 안 된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교총과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교육부에 유아교육법 시행령의 개정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의 경우, 교육부 장관이 수업일수 단축의 10% 범위 규정에 구애받지 말고, 그 양상과 추이에 따라 별도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체험학습 등도 수업일수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되고 마땅한 주장이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치명적인 감염병이 창궐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차제에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법령에 담아 내, 교육 혼란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시행령의 정비가 중요한 이유다. 다행히, 교외 체험학습의 수업일수 인정을 포함해, 법정 수업일수의 단축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교육 당국은 원아들의 건강 문제를 놓고 수업일수라는 형식요건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더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해선 안 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이전까지 익숙하게 살아온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맞이하고 있다. 혹자는 올해를 진정한 21세기의 출발연도임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래서 BC(Before Corona: 코로나 이전)와 AD(After Disease: 코로나 이후)라는 말로 기존의 BC와 AD를 대체하는 새로운 연도 표기를 거론한다. 그만큼 코로나19는 전 인류에게 엄청난 변화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특히 언콘택트(uncontact, 비접촉) 사회의 도래로 인해 이에 대한 변혁을 갖춰야 하는 시대적 명령에 직면하게 됐다. 언콘택트 사회의 도래 지금까지 우리는 콘택트(contact) 사회에서 태어나 평생 사람들과 대면하고 소통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 전환을 빠르게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언콘택트 환경이 찾아온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화가 달라지면 공동체와 사회가 유지되는 데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즉 기술로도 채우지 못할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의 학교 현실을 보자. 코로나19로 인해 유치원, 초·중등학교가 장기간의 휴업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고 순차적인 등교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온라인으로 중간고사를 실시하는 와중에 학생들의 비양심적 부정행위로 인해서 언콘택트 교육의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하대, 서울대, 한양대, 건국대 등 명문대에서 부정행위가 드러나 시험의 공정성과 온라인 교육의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부정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행동은 세계적 명문대인 하버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기서 대한민국 최초로 개교 3년 차인 1956년 1학기부터 올해까지 64년 동안 무감독 시험을 운영하며 양심 교육을 시행하는 인천 제물포고의 사례는 분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는 무감독 고사 선서 이후 굳건히 학생의 양심을 지켜오게 이끈 학교의 전통은 문화재급으로 인정을 받기에 충분하다. 학교는 양심 교육의 최후 보루 이와 달리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한 학교에서는 학생의 시험 점수가 오르자 서로 의심의 눈치를 보이며 민원을 제기해 감독이 강화되는 일이 있었다. 그 속에서 육성되는 인재들의 인성과 그들이 이끌고 갈 국가의 미래를 진정으로 우려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학교는 양심 교육의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이는 경쟁으로만 치닫는 우리 교육에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양심 교육은 그만큼 값진 가치를 발휘한다. 제물포고의 많은 졸업생은 모교의 이러한 양심 교육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와 국가의 동량(棟梁)으로 살아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하는 이타적인 인재육성은 양심 교육에서 시작된다. 이는 앞으로 언콘택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울러 언콘택트 시대에 타인과 공동체를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제부터 교육자들이 진정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언콘택트는 단절이 아닌, 콘택트 시대의 진화가 이뤄질 수 있다.
전 세계에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인명 피해와 다양한 문제들이 쏟아졌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총선(總選)을 무사히 치러내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게 됐고, 선거 연령이 낮아지면서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만 18세는 고등학생이 포함된 집단으로 아직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시기상조라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18세를 기준으로 혼인, 납세, 병역, 공무원 임용까지 가능하므로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지지만, 유독 선거권만 인정되지 않아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찬성의견이 부딪치며 논란이 많았다. 교과서 밖 민주 절차 경험 사회교사로서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교과서 속 정치 이야기를 할 때면 지루한 표정들과 동문서답이 공존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정치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어려워하고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아이들이 정치적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의 학생회장 선거’, ‘지방 자치 제도 체험’, ‘실제 정치 관련 뉴스 댓글 쓰기’ 등의 수업을 진행했다. 교과서 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복잡한 선거 준비 과정과 정책 마련, 체계적인 절차 등을 직접 체험하며 배웠다.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의 중요성을 경험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실생활과 관련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뉴스를 보여줬다. 남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 만남을 이룬 장면을 아이들은 숨죽여 지켜봤다. 마침 국제 정치와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던 터라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앞줄에 앉는 학생이 질문을 해왔다. 우리 아이들, 어리지 않아 “남과 북이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데 이러다 통일하는 거 아니에요?”, 나도 웃으며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그 학생은 “중국이나 일본 또는 미국도 우리 통일을 진정 바랄까요?”라고 질문했다.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연이어 그 학생은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에 따라 정치, 경제, 군사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많이 받지만, 솔직히 중국은 북한을 이용해서 미국, 일본을 견제하려고 하고 미국은 한국을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거 아닌가요?”라는 본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나는 평화를 위한 모두의 소망은 비슷할 것이고 세계에서 같은 민족이 분단을 겪는 지역은 한반도가 유일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지만, 단편적인 화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와 세계 전반의 흐름을 살피며 다음 수를 생각할 수 있는 중학생이 있다는 것에 내심 놀란 기억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더는 어리지 않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훨씬 빠르게 전달되고 흡수되기에 교과서만으로 세상을 배우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교실 안에서 교과목으로만 정치를 가르쳤던 나를 반성해보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지금, 교과서 지식 전달만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중요한 시점이다.
에듀테크 관련 법령 정비하고 클라우드 공공플랫폼 개발도 학생 개별 피드백 시간 늘려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코로나19 사태는 전통적인 면대면(面對面) 수업 방식에 전환점을 불러왔다. 등교 개학 연기로 시작됐던 온라인 원격수업이 걱정과는 달리 수많은 학교들이 성공적인 운영을 자랑하면서 ‘K-방역’처럼 한국형 원격수업인 ‘K-클래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듀테크가 IT강국인 대한민국의 교육과 미래에 새로운 과업이 된 것이다. 온라인 수업과 관련해 원격교육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한국형 원격교육 및 에듀테크 산업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방향 토론회’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마련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은상 서울 창덕여중 교사는 ‘현장의 원격교육 경험과 미래학교 확산을 위한 제언’에 대해 발표했다. 2015년부터 서울시교육청 지정 미래학교 연구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창덕여중은 코로나19보다 한발 앞서 유비쿼터스 학습환경을 구축한 학교다. 학교 전 구역에 무선인터넷 환경이 마련돼 있으며 태블릿PC,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학생당 1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 교사는 “우리 학교는 블랜디드 러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학습플랫폼에 접속해 다양한 기록을 남기면 교사가 피드백하고 부족한 부분은 재도전하는 게 어느 정도 일상화 됐다”며 “예전에는 수업 준비시간보다 수업을 실행하는 시간이 많았다면 지금은 준비시간이 늘어나고 학생 개별 피드백 시간이 월등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듀테크는 단순히 학교로 들어오면 끝인 것이 아니라 왜 필요한지, 교사들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교육과정과 학교문화, 학습환경 등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종합적인 작업”이라며 “교사의 교육과정 상 자율권은 어디까지인지, 출결과 평가는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 적극적인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원격교육 발전 전략’에 대해 발제한 황대준 성균관대 교수는 “미래 교육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의 장점을 각각 녹여서 구현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혁신적인 사례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발전과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른 유연한 통합교육환경 구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를 위해 민간-정부-공공기관 및 교육 이해 당사자 간의 적극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민간이 참여하는 한국형 클라우드 공공플랫폼을 개발을 제안했다. ‘에듀테크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한 임재환 유비온 대표는 “앞으로는 학교에 결정권과 예산을 충분히 주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할 경우 오히려 에듀테크 생태계를 둘러싼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의 경험이 목표보다 앞당겨졌는데, 생각보다 많은 선생님들이 획기적인 결과를 낸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임 대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업무 자동화로 교사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들에게만 쏟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에듀테크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고경욱 경기 신성고 교사는 “최근 몇 달 간의 원격교육을 뒤돌아보면 교육현장에 새로운 틀과 도구의 혁신적인 도입이라는 두드러진 변화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내용적인 면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방식이 원격수업이라는 틀로만 변환돼 전달되는 형태가 대다수였다”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 교사들의 역할은 학습결과에 대한 개별 피드백 및 학생들이 원하는 지식과 탐구 방법을 안내하는 조언자로서의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지식을 재구성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수업의 패러다임 또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에 경기 여주 금당초(교장 김경순)에서는 급식활동 중 안전한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서 급식실 바닥에 거리두기 표지판을 설치하고, 효율적인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어 많은 교육가족의 호응을 얻고 있다. 거리두기 안전 표지판을 이용한 심정택 학생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는 데 표지판의 의미를 알고 이용해 보니 서로 겹치지 않고 거리두기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하였고, 다른 학교에 없는 시설을 우리가 처음으로 만들어 이용한다는 데 대하여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였다. 이러한 제안은 급식실 박미선 주무관의 제안과 코로나19 안전 담당자인 보건 교사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져 금당초가 지향하고 있는 세종처럼 생각하고 실천하여 자기만의 생각을 만드는 금당 교육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금당초는 세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생생지락의 집현전 교육으로 다가오는 4차산업시대에 어울리는 미래형 인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의문형 학습 문제 제시와 자기만의 생각을 정하여 수업에 참여하는 해피 아이 학습법, 자기 생각과 도전 경험을 말하는 다사리 모임, 자연과 어울리는 곤충사육장, 승마를 통해 배우는 전통 24반 무예의 방과후 활동으로 2017년과 2018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경기도 우수교육과정으로 선정되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서울시교육청은 대원·영훈국제중에 대해 특성화중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해당 학교들은 “폐지를 위한 억지 평가”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동안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국제중을 폐지시키겠’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10일 시교육청은 특성화중 운영성과 평가결과 기자회견을 열고 관내 국제중에 해당하는 대원·영훈국제중 두 곳 모두 재지정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만큼 청문 등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9일 특성화중 이들 두 학교와 서울체육중에 대한 지정·운영위원회 심의를 열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서울체육중은 특성화중 지위를 유지했다. 시교육청은 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가는 학교에 대해 청문 절차를 거친 뒤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해당 학교들은 2021학년도부터 일반중학교로 전환되지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특성화중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일반중 전환이 확정되는 학교는 별도의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학교가 희망하면 ‘세계시민교육 특별지원학교’ 등으로 우선 선정해 최대 3억 원의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 이번 평가에서 청문 대상이 된 두 학교에 대해 시교육청은 “운영상의 문제 뿐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서 학사 관련 법령 및 지침을 위반해 감사처분을 받은 것이 감점 요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제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 교육격차 해소 노력이 저조한 점은 지정 취소의 주요 이유로 작용했다. 또 이들 학교는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에서 연간 평균 1000만 원 이상의 학비를 부과함에도 불구하고 ‘학생 1인당 기본적 교육활동비’와 ‘사회통합 전형(기회균등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정도’ 등에서도 저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해당 학교들은 ‘탈락을 위한 평가’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실제 이번 평가에서 기준 점수는 종전 60점에서70점으로 상향 조정됐고,감사 지적사항 감점은 5점에서 10점으로 늘어났다. 정성평가 또한 증가했다. 갑자기 상향된 기준 점수와평가 항목 변경으로 인해 학교는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에 대해 여러 차례 거론해온 것도 이 같은 ‘폐지 수순’을 뒷받침한다는 반응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에서 국제중은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소위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특성화된 학교 체제가 필요한지 수없이 자문해 봤지만, 그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국제중의 존재는 지정 목적과 달리 일반학교 위의 학교 체제로 인식돼 이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이 의무교육 단계의 우리 학생들을 분리하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학교는 조 교육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그리고 해당 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소송도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학교는 11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교육청은 정치적 논리 속에 국제중 취소를 위한 방안만 만들어냈다”며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올해 우리 반에는 특별한 아이가 하나 있었다. 조금 생소하긴 하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할 수도 있는 아이, 바로 탈북 학생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북한 출생은 아니지만 북한 사람인 어머니가 중국으로 탈북하고 거기서 만난 조선족 아버지와 함께 낳은 아이라서 법적으로 탈북 학생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정민(가명)이는 남학생으로 중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다가 우리나라에 온 탈북민이었다. 외모는 한국인과 전혀 다른 점이 없었고 우리말도 잘했다. 단지 글자를 잘 쓰지 못했고 학업 성적이 많이 낮았다. 그 외에는 다른 학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쨌든 탈북 학생을 처음 만나 조금 긴장되었는데 교감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김 선생님, 학급에 탈북 학생이 하나 있지요? 그 학생이 탈북민인 걸 다른 학생들이 절대로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어머니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어요.” 그 말을 듣자 긴장이 더욱 커졌다. 마치 대단한 특수임무를 맡은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엄청난 비밀유지와 보안을 요하는 일이 하필이면 내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었다. 우려했던 일은 없었다. 학생들은 늘 정민이를 자신과 똑같은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다. 교우관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학부모 상담주간이 되어 다른 어머니들과 달리 상담 신청에 묵묵부답이었던 정민이 어머니께 먼저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정민이 담임입니다. 정민이 어머니 되시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정민이의 학습 상황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정민이 기초 학력 평가 결과가 조금 낮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방과 후에 공부를 좀 하면 어떨까 해서요.” 기초 학습 부진 학생은 방과 후에 학습 코치를 받을 수 있어 거기에 참가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어머니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정민이는 초등학교 졸업하면 중국에 다시 와서 살까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로 공부 못해도 신경 안 씁니다.” 억센 북한 지방 억양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 몇 번을 간곡하게 보충 학습이 필요하다고 설득하였으나 어머니는 완고했다. 결국 내가 두 손을 들어야 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며칠 후 다문화 학생 대상 대학생 멘토링 공문을 받았다. 정민이에게 좋은 기회다 싶어 알아보고 있는데 정민이 작년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대학생 멘토링, 저도 작년에 참 좋아 보여서 신청하려고 전화드렸는데 결국 거절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 지난번 전화에서 보충 학습을 거절당한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나머지 공부’ 같아서 싫다는 말에 결국 지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나는 솔직히 약간 오기가 생겼다. ‘그래, 이번에는 꼭 설득을 하고야 말겠어!’ 두려움과 망설임을 누르고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민이 어머니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 대신에 외지 직장에 머물며 특히 야간에 일을 많이 하시는 형편이라 낮에는 전화가 잘 안 될 때가 많았다. 결국 퇴근 시간을 한참 넘겨 연결이 되었다. 이번에도 처음은 비슷했다. “선생님, 저는 다른 아이 안 하는 특별한 것을 정민이한테 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나는 이번에는 지지 않았다. 마치 중요한 시험처럼 예상 질문과 답변을 작성해 옆에 놔두고 보면서 통화를 이어갔다. 전날 교육청 담당자에게 전화해 대학생 멘토링의 장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정민 어머님, 이건 나머지 공부가 아닙니다. 보통 학생들도 학원 다니고 과외 많이 합니다. 돈을 많이 주면서 대학생 과외를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이건 그렇게 좋은 대학생 과외를 학교에서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거예요. 돈 주고도 배울 것을 공짜로 하니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길고 끈질긴 설득 끝에 마침내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을 열기 위해 진심 어린 상담을 이어가다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 선생님이 우리 정민이를 위해 정말 많이 수고해주시고 제 입장을 잘 이해해주시니까 드리는 말씀인데요.” 원래 탈북민이고 소득이 많지 않아 정민이네는 기초수급대상자에 해당되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들어온 정민이 아버지가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신청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어머니는 아버지와 서류상 이혼을 결심하고 정민이에게 어머니의 성을 따르게 했다는 것이다. 즉 아버지와 함께 살고 부부 사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불법체류자인 아버지 때문에 지원을 하나도 못 받고 남들처럼 아버지의 성을 따르지도 못해 답답함과 억울함이 크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까지 학교에서 각종 혜택이나 신청을 권하면 혹시라도 아버지의 신분이 탄로날까 두려워 모두 거절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뭔가 퍼즐이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았구나! “저를 믿고 어려운 말씀 해주셨으니, 반드시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학생 멘토링이 시작되었고 뒤이어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탈북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공문이 왔다. 이번에는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지난번 통화 이후 신뢰 관계가 좋아진 정민이 어머니는 나를 믿고 정민이의 상담에 흔쾌히 동의를 했고 전문 상담사가 정민이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나도 무언가를 해야 했다. 해마다 학생들과 책 쓰기 동아리를 하며 학생들의 책을 만들어왔기에 올해는 정민이와 함께하리라 마음먹었다. 어머니의 동의를 얻어 정민이를 책쓰기 동아리에 넣고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민이가 싫어했고 어려움도 많았다. 또래 남자애들처럼 활동적인 정민이는 방과 후에 동아리 활동하는 것도 싫고 글쓰기도 죽기보다 싫다고 했다. 나는 그런 정민이를 설득하며 책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썼다. 만화책을 좋아해서 만화책을 구해다 주고, 만화책으로 인해 책을 조금 더 친숙하게 생각하게 되자 글밥이 적고 재미가 있는 ‘윔피키드’,‘39층 나무집’ 같은 책을 추천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동시집을 같이 읽혔고 동시 쓰기에 대한 것도 가르쳤다. 물론 예산을 편성하여 정민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최대한 많이 사주며 즐거운 경험을 늘리도록 했다. 중국 태생인 정민이 입맛에 맞는 가지밥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시라는 게 특별하고 대단한 게 아냐. 그냥 평소에 늘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번쩍님’만 오면 그게 시가 되는 거야.” 문학적 창작 영감을 나는 ‘번쩍님’이라고 했고 그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다른 아이들처럼 정민이도 차츰 시의 재미에 물들어갔다. 그리하여 정민이와 함께 우리 반 아이들과 일 년 동안 써온 작품을 모아 책을 만들기로 했다. 올해는 인성교육 중에서도 특히 효도에 관한 것을 교육하여 그에 관한 시를 써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기 때문에 효도 작품집으로 결정했다. 결국 우리 반 작품집 『효도, 어디까지 해 봤니?』를 출간하게 되었다. “김 선생님, 아이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을 해냈으니 내가 직접 격려를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교장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을 교장실로 불러 직접 책을 건네주시고 준비한 간식도 나눠주셨다. 그러면서 아이들 작품을 하나하나 낭송하게 하시고는 여러분이 작가라고,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셨다.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의 칭찬을 받고 부푼 마음에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맞았던 탈북 학생, 그러나 정민이와 함께하면서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소중한 비밀을 지켜주며 내가 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 그리고 그 비밀이 만든 보물이 여기에 있다. 작은 노력이지만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고 그 결과로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 그리고 정민이 덕분에 내년에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바로 우리 반 책을 또 만드는 것이다. ----------------------------------------------------------------------------------------------------------------- 2020 교단수기 공모 - 은상 수상 소감 다산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할 일을 하겠습니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모든 것인 정민이를 비롯하여 소중한 비밀을 주신 정민이 어머니, 아들이 철없는 불혹이 된 것도 못 보고 가신 나의 어머니, 그리고 책 만든다고 밤을 샐 때마다 지치지도 않고 야식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아내, 눈에 넣기에는 좀 큰 두 딸, 인생의 은사이신 서울교대 이재승 교수님, 대구교대 양선규 교수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 때문에 주인공인 정민이도 아직 만날 수 없어 기쁜 소식을 전하기만 하고 작은 보답도 하지 못해서 가슴에 빚이 남은 것입니다. 이렇게 목이 빠지게 기다릴 줄 몰랐던 개학이 오면 정민이를 찾아가서 “네 덕분에 쌤이 큰 상을 탔다!”며 꼭 안아주고 싶은데 그때도 사회적 거리로 2미터 떨어져야 하면 어떡하나요? 마스크 안 쓰고 가지밥도 같이 먹을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과연 오기나 할까요? 가난한 사람의 가난하고 초라한 글이 큰 상으로 돌아와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길고긴 교직 생애에 다시없을 기쁨이자 크나큰 격려라고 생각하며 고맙게 받겠습니다. 늘 해오던 일인데다 살신성인을 보여주시는 위대한 선생님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상까지 타니 정말 과분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상을 받을 때 우리 대구 출신 세계적인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휩쓰는 쾌거까지 같이 겹쳤으니 대구가 이렇게 대단한 곳임을 세계에 드러내는 데 저도 한 몫 한 것 맞겠죠? 앞으로도 또다른 ‘정민이’를 수없이 만날 것이고 제가 할 일도 비슷할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책이 쌓여가면서 계속 이 길을 가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거기에 이 상으로 더 큰 힘을 불어넣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제자들과 함께 책 만들고 글쓰고 기뻐하며, 그렇게 초당의 다산 선생을 따라 걷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한 담론이 한창이다. 코로나의 충격으로 사회 변화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교사와 학생이 마주 보고하던 교육 형태가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비대면 수업이 더 많아진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등교 개학이 어려워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온라인 교육이다. 온라인 교육은 생소했다. 교사나 학생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다. 그런데 기우였다. 학생과 교사가 잘 적응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학교 시간에 맞춰 수업하고 있다. 활동 결과물을 제출하고 평가도 한다. 채팅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하고, 답이 온다. 교실에서 부끄러워하던 아이들은 오히려 질문을 자유롭게 하며 수업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에 대한 경험이 많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을 위해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미디어 활용을 하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높다. 학생들도 교육방송에서 학습 경험을 했기 때문에 수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학습 속도에서 차이가 오고, 집중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다. 이 문제도 콘텐츠를 흥미롭게 꾸며 동기 유발을 한다면 차츰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 방역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것처럼, 교육 분야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여기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교육 당국은 아직도 곰팡내 나는 20세기의 잣대로 교육 현장을 통제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사의 유튜버 겸직이 논란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유튜브로 모이고 있는데, 교육부는 교사의 유튜브 활동을 제지하였다. 다행히 교사의 겸직을 마지못해 허락했지만, 그 역시 조건부 허용으로 씁쓸한 부분이 많다. 경기도 내 학교는 카톡, 사설 메일 사용이 불가능하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와의 소통·교류·공유 등을 위하여 이용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개별적으로 사용 신청을 받아야 한다. 차단 이유는 중요 업무자료가 유출되는 보안사고 예방을 위해서다. 이는 교사를 정보유출의 예비 범법자로 취급하는 격이다. 학교는 와이파이도 안 된다. 이 역시 같은 이유이다. 수업은 수시로 인터넷과 접속이 필요하다. 특별실에만 설치된 와이파이는 전교생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디지털 시대에도 학교는 사이버 세상과 차단되어 있다. 보안사고 예방 등은 연수로 가능하다. 음주 운전 등을 막는다고 개인 차량으로 출퇴근을 불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교사들은 최고의 윤리성과 책무성을 지닌다. 교사를 믿고, 외부세계와 관계를 자유롭게 열어 줘야 한다. 학생 교육을 위해서도 그 길이 최선이다. 미래 교육에서는 리더십도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강대국이라 믿었던 미국은 감염병 하나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통령의 리더십이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다. 학교에서도 리더십은 교육의 효과를 좌우한다. 여전히 교장, 교감이 교사들을 연가나 조퇴를 불편하게 하고, 학사 운영에서 강압적인 횡포를 일삼는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과거의 모습에서 머물러 있게 된다. 미래 학교의 핵심 교육 내용은 친절, 겸손, 배려, 희생, 감사 등이 될 것이다. 이런 덕목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교육이다.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도 그것으로 사회에서 성공하려는 것도 이런 것을 성실하게 실천해서 얻는 결과여야 한다. 이런 교육을 위해서는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 답이다. 교육은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상호존중과 수평적인 민주적인 소통의 과정이 있을 때 교육의 결과도 왜곡되지 않는다. 학교 조직이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지시로 움직인다면, 수업 문화는 바람직한 정착을 하지 못한다. 실제로 수업컨설팅을 가보면 선생님들이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학교 문화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학교 문화가 경직되고 고압적이다 보니 수업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리자의 시각으로 수업을 강조하다 보니 외부로 드러난 교사의 행위에만 초점을 둔다. 수업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관리자는 감시자로 느껴지고, 그들이 하는 충고 역시 불편하기만 하다. 결국, 수업을 강조하는 지시만 있을 뿐 창의적인 수업 문화는 생산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 개인 능력과 상관없이 수업은 어려워진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작스럽게 온라인 개학을 했다. 그 과정에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선생님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인터넷 강의를 해냈다. 교육 당국과 현장의 관리자들이 지원하고, 담당 교사들이 사명과 헌신으로 몰입한 결과다. 교사들은 전문가다. 지원을 하면 얼마든지 가치와 목적에 맞는 큰 성과를 낸다. 미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사람이다. 인공지능보다 사람이 해낼 것으로 믿는다.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갖추고, 랜선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학교의 리더인 관리자들은 자기 성찰을 통해 의식을 고양하고 학교의 큰 모습을 조망하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교사들 역시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스스로 대처하고 성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연결보다 학교 구성원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연결이 필요하다. 이들이 경험에서 얻은 지혜와 통찰력을 나눌 때 미래 교육에 장밋빛 전망이 보인다.
저는 현재 교육경력이 39년 6개월 된 고교 교장입니다. 1981년 3월에 신규교사로 발령받아 교직을 시작한 이후 주로 고등학교 교사와 교감, 교장 그리고 교육청의 장학사, 장학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동안 40년 전 초임교사 때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학교에서 학급담임과 부장교사를 하면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했습니다. 이후 장학사, 장학관 시절을 거쳐 학교 관리자인 교감, 교장 재직 시에도 학생·학부모·교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학교의 명품교육을 위한 학교경영 활동으로 바쁘게 생활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가는 학교마다 좋은 구성원들을 만나 원했던 교육철학을 펼칠 수 있었기에 그 점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아침 일찍 학교에 나갔다가 학생들이 하교하고 교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에 학교에서 퇴근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는 8월 말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인 만큼 3월 신학기에 학생들과 희망차게 생활하면서 교직 생활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예기치 않은 코로나 감염병으로 3월부터 학생들이 없는 가운데 지금까지 긴 시간이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고3부터 개학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연차로 2학년, 1학년이 개학을 합니다. 그러나 3개 학년 전체가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학교에서 생활한다고 해도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교직원과 학생들과의 생활이 예민해 무척 불편하고 힘들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교직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매우 큽니다. 또 매일 같이 나가던 학교를 나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저에게 닥쳐올 상실감, 좌절감 등 퇴직 후의 일상을 생각하니 심히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퇴직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익숙한 생활에서의 단절, 갑작스러운 박탈감, 단절감, 상실감은 저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퇴직 후의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좋은 의견 있으시면 도움 주시기 바랍니다.(62세·남) 40여 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목전에 둔 선생님의 감회가 어떠실까 상상해봅니다. 오랜 세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해 오셨으니 마치 습관처럼,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한 정도로 익숙하게 해왔던 일이었겠지요. 하루 중 대부분 해왔던 일들이 어느 순간 통째로 사라지고, 예기치 않게 텅 빈 시간들을 대면하게 될 때, 때로는 막막한 걱정과 불안이, 때로는 묵직한 상실감과 박탈감이, 때로는 깊은 외로움과 세상과의 단절감이 밀려올 수 있습니다. 이는 은퇴를 앞두었거나 은퇴를 한 후에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지난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남은 삶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이하면 좋을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인생 후반부의 방향키-지난 삶 돌아보기 은퇴 후, 즉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전반부를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참조해 인생 후반부의 방향키를 잡는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질문을 드려봅니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구성원들과 교육철학을 펼쳐오며, 명품교육을 위해 학교 경영에 매진하였던 지난 교직생활은 선생님에게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며, 선생님의 어떠함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지난 교직생활을 돌아볼 때, 아쉬웠던 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개인적인 삶에서 중요하지만 놓쳤던 주요 영역(가족 및 대인관계, 여가, 취미, 건강, 교직 관련 외의 자기계발 등)은 무엇일까요? 교직생활을 의미 있게 마무리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 삶 동안 개인적인 꿈은 무엇이었으며, 그 꿈은 이루어졌나요? 지난 인생 동안 성취하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충분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준비하셨다면, 어떠한 방해도 없는 조용한 장소에서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천천히 써 내려가 보십시오. 며칠이 걸려도 좋습니다. 충분한 여유를 갖고 작성해 보시고, 작성한 내용들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 보세요. 아마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입니다. ‘아하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나에게 이런 꿈이 있구나…’, ‘나는 이것을 잘 할 수 있구나…’, ‘이러한 부분을 놓치고, 하지 못했던 건 아쉽구나…’ 등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을 단초로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갈지 설계하신다면, 인생 전반부보다 더 나은 인생 후반부를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 후반부 삶의 목적-의미와 가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은퇴를 불안해하는 이유는 직업적 생활이 전부인 줄 생각하고 직업생활 중심의 제한된 삶을 사느라, 은퇴 후에 갑작스레 주어지는 여가에 당황해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급기야 외롭고, 무의미하며, 공허한 삶을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은퇴 후의 삶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일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쉽고 편안한 쉼이 있는 삶일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가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삶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둘 다 일 수도 있겠지요. 성공한 각계 리더들의 후반부 삶을 지원하고 돕는 일에 매진한 밥 버포드(Bob Buford)는 그의 저서인 ‘하프타임’(Halftime)에서 ‘인생의 후반전은 직업적 성공을 넘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밥 버포드의 견지처럼 은퇴 후에도 꾸준히 자신을 계발해 끊임없이 성장하며, 개인의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 타인 및 지역사회의 문제에 기여하는 확장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은퇴 후의 삶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질 것입니다. 교직생활에 할애했던 많은 시간들이 줄어들면서 더 많은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그 시간을 더이상 교직생활을 할 수 없는, 공허한 시간으로 보지 말고, 교직생활 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 중요하지만 놓쳤던 삶의 영역들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전반부는 직업적 성공을 위해, 직업생활 중심의 삶을 살았다면, 인생의 후반부는 의미 있는 삶과 가치를 위해 살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성공적인 인생 후반부를 위해 인생 후반부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첫째, 지극히 평범한 일에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의 변화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은퇴는 직업적 활동과 자신의 역량발휘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하는 것입니다. 교직생활을 유지하고, 교직생활 속에서만 삶의 의미와 자기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직생활 동안 발견했던 선생님의 가치와 열정을 떠올려 보시고, 그동안 쌓아온 선생님의 강점과 재능,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더 큰 세계를 위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영역에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그것은 꼭 경제적인 창출을 낳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같은 목적과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조직을 결성해 지역사회에 인적자원들을 발굴하고 촉진하며 성장시키는 일이거나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관련하여 후배 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봉사하는 일일 수도 있겠지요. 만일 선생님께서 교직생활 외의 취미나 여가생활로 꾸준히 계발해 온 영역이 있다면, 그것과 관련된 일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둘째, 부부, 자녀, 손주, 가족, 친구 등 이전에 소홀했던 대인관계를 재건해보세요. 직장에서 업무에 관련한 대화상대를 찾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우정의 관계를 맺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제 직장이 아닌 다른 공동체에서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데 집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인생을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만큼 가슴 벅찬 감격과 축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셋째, 건강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보세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 누구나 알지만, 참 절감하기 어려운 말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달려온 젊은 날을 떠올려 보면, 건강보다는 일에 무게를 두고 ‘바쁜 것만 끝나면…’, ‘이것만 이루고 나면…’ 등의 말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일은 미뤄 두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바쁘게 달려온 사람들일수록 은퇴 후에 급격히 저하된 체력과 건강상의 이상 징후들을 감지하면서 우울 및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지요. 이것은 건강을 염려하고 건강에 집착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웠던, 건강한 삶이 주는 기쁨과 활기를 누려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넷째, 내려놓음을 연습해보세요. 지금까지 지도자의 자리에서 의지대로 역량을 발휘하고 성취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리더로서의 힘을 거둬들이고, 미완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자세를 계발해야 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최근의 발달심리학적 관점은 인간의 발달을 전 생애발달로 봅니다. 즉 과거에는 인간의 인지, 정서, 사회성 등에서의 발달이 성인기 이전까지로 국한된 것으로 봤다면 이제는 노년기까지 인간은 발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지, 무엇이 발달하고 무엇이 쇠퇴하느냐의 문제이지요.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제는 경쟁과 성취를 위해 모험하고 도전하던 것에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에 도전하며, 삶의 지혜를 획득해가는 성장과 성숙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중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내려놓음과 수용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화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제, 기꺼이, 새로운 희망과 도전으로 인생 후반부에 진입할 준비가 되셨을까요? 전반부보다 더 성공적인 후반부를 응원합니다.
초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코로나19의 기승은 여전하다. 고3, 고2에 이어 고1까지 등교했고 중학교와 초등학교 및 유치원도 속속 등교를 마무리하고 있다. 특히 대입을 목전에 둔 고3 학생들은 5월 20일에 등교해 벌써 4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학교 수업도 서서히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교실마다 마스크를 낀 선생님들의 열강으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고3의 경우 한 달 가까이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들의 체력 저하에 따른 극도의 피로감으로 교과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단 감염의 우려 때문에 철저한 방역지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학생이나 교사 모두 교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학생들도 하루 8시간 넘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지방의 한 고교에선 고3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다 실신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 지침에 따라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하고 가동을 하더라도 창문을 열어야 한다. 1시간 수업에 흥건히 젖어 교사들은 교과지도, 생활지도, 진학지도에 각종 공문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업무까지 맡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이해는 한다. 그렇지만 교사의 본질인 수업지도에 어려움을 느낄 만큼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것은 보통 고역이 아니다. 성능이 가장 좋은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해 보니 온전히 한 시간을 마칠 수 없었다. 학생들에게 목소리 자체가 작게 들리는 것은 그렇다 쳐도 말할 때 내뱉은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지 못해 금방 숨이 차올랐다. 게다가 비말이 쌓이며 통과하지 못한 수분으로 입 주변이 흥건해졌다. KF80 마스크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덴탈 마스크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고 비교적 호흡이 편한 천마스크를 쓰면 상황이 개선되기는 하지만 한 시간 수업만으로 천이 흠뻑 젖는 현상이 나타나 시간마다 교체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천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그나마 피로도를 줄일 수 있지만 비말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몇 시간 수업을 하면 목소리가 쉬는 현상이 나타난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산소가 약 21%, 이산화탄소는 약 2.23% 정도다. 그런데 숨을 내뱉을 때는 산소가 17% 줄어들고 이산화탄소는 4%로 높아진다. 마스크를 쓰고 숨을 내쉴 때 이산화탄소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농도가 3%가 넘으면 숨이 차고 4%를 넘기면 어지럼증이나 두통, 실신의 원인이 되고 10% 이상이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교사 건강권도 생각해야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면 원격수업처럼 수업 내용을 미리 제작해 방영하고 마무리 부분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교육현장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마치 옷을 입고 다녀야 하는 것처럼 일상이 될 것이다. 장기화에 대비해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의를 진행하는 교사들의 건강권도 생각해야 한다. 마스크 강의로 피로가 누적되면 그만큼 학생 지도와 방역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교직 생활을 중학교에서 시작했고 고등학교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어서 제자들이 모두 십대 청소년들이었다. 귀여운 중1부터 새침한 여고생들, 덩치가 크고 억센 남고생들까지 십대 초반부터 후반에 이르는 다양한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래서 마음속에 내 자식이 십대가 되면 그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건강상의 문제로 교직을 떠나 자식 교육에 전념하는 엄마가 돼보니 전심전력을 다하는데도 자녀 교육이 쉽지 않았다. 중1까지는 심성 곱고 성실한 아이여서 호흡이 척척 잘 맞았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부모에게 반감을 드러내고 남처럼 냉정하게 행동했다. 교직에 있을 때 수많은 사춘기 학생들을 가르쳤건만 엄마로서 사춘기 자식을 대하기가 그토록 힘들 줄이야…. 사춘기 시작단계의 제자들, 절정에 이르러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던 제자들, 그리고 끝단에서 숙연해진 제자들…. 사춘기 청소년들과 함께 한 세월이 얼만데, 내 자식 하나를 감당하지 못해 야단치고 다투면서 갈등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자식에 대한 욕심·집착 때문 교사 출신 엄마로서 자녀 교육을 잘 할 것이라고 주변에서도 기대했고 본인 자신도 철석같이 믿었는데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자식의 돌변한 행동과 태도를 도저히 이해도 납득도 할 수 없었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하고 서운해 하면서 훈계하고 다그쳤다. 그러나 이런 훈계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오히려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원인이 무엇일까? 전적으로 자식의 태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가 자식에 대해 품어 왔던 욕심과 집착 때문일 것이다. ‘내 자식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해’ 혹은 ‘엄마가 교사 출신인데 우리 아이의 행동이 반듯해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하고’ 등 자식에 대한 높은 기준을 마음속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사춘기가 돼 자기 주관이 생기고 독립을 갈구하며 간섭과 감시를 거부하면서 부모의 눈에 차지 않는 행동을 하자 기대가 무너지고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자식의 입장에서는 기대와 기준이 너무 높은 부모에게 부담감과 갑갑함을 느끼고 더욱 반항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단·훈계보다 긍정적 수용을 자식과 숱한 갈등을 겪고 난 후에야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 사춘기에 변해 버린 자식의 행동과 반항적인 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에 대한 엄마로서의 반응이 문제였음을. 자식이 자유를 갈구하고 부모의 간섭이나 잔소리를 극도로 거부할 때에, 아이에게 자유의 범위를 좀 더 넓혀주면서 너그럽게 대해 주었어야 했다.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에서 우리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점이다. ‘너의 행동이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나를 화나게 해. 너 때문에 가정불화가 생겼으니까 네가 바뀌어야 해’ 라는 사고방식으로는 절대로 갈등을 완화시킬 수 없다. 자식의 행동을 원래의 모범적인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야단치고 훈계할 것이 아니라 우리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 자식에 대해 품었던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자식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긍정적으로 수용해 주면 반항적이던 자녀의 태도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소원했던 사이가 회복될 것이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코로나19 관련 교육당국 지침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방역인력 지원, 그리고 자가진단 매뉴얼과 보건소에서의 적용이 다른 점이 대표적이다. 우선 교육부가 학교방역인력을 4만 명 가까이 지원해준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보름 정도 지난 시점,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지원이 아니라 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류세기 전국시·도교총회장협의회 회장(경북교총 회장)은 “교육부 장관이 각 학교에 방역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현장에서는 인력배치가 된 적은 없다”며 “다만 도교육청 공문에 월 120만 원 정도의 금액 중 교육청 30%, 학교 70%로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는데, 방역물품 등을 구입하는 데도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불용 목적사업비의 학교 운영비 조기 전환이 시급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과 서울교총이 연이어 교육당국에 요청 및 건의를 한 상황이지만, 당국은 ‘일단 원칙대로’ 금액이 더 필요하면 추경을 통해 내린다는 입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학교는 하루가 다르게 발생되는 새로운 문제의 연속이다. 교육당국의 전향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력 채용 자체를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주도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해당 방역인력의 채용, 연수, 교육 및 관리의 주체를 두고 혼란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원자 대부분이 의료 전문성이 떨어지는 하루 3시간 미만의 ‘초단기 파트타임’ 인력이고, 대부분 60세가 넘는 고령자들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오히려 학교에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업무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교총은 2일 성명을 내고 “방역인력을 지자체 주도로 채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증상 학생 발생 시 119구급대가 해당 학생을 선별진료소로 이송해 진료한다는 대책 가운데 보호자가 부재중일 경우 다시 학교로 이송토록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 또한 학교가 교육부 자가진단 매뉴얼대로 보건소에 진료를 요청했음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거부당하는 경우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이는 보건소에 따라 편차가 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매뉴얼대로 잘 응대해주는 곳이 있는 반면, 정반대 반응을 보이는 곳 등 천차만별이다. 자가진단 매뉴얼에 따라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어느 하나의 임상증상이 나오면 선별진료소 검사를 받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으로 왜 왔느냐”며 학생 등을 돌려보내는 곳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학부모는 학교에 민원을 넣기 마련이다. “학교가 아무리 잘 해도 욕먹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박성은 경기 은행중 보건교사는 “지금 같은 위기상황 때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매뉴얼이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한국교총은 교육부에 온라인수업 교권침해 증가에 따른 ‘사이버 교권침해 매뉴얼’ 마련을 건의했다. 교총에 따르면 이달 초 교육부 교육정책과에 온라인수업 장기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각종 교권침해와 관련해 ‘사이버 교권침해 매뉴얼’ 제작·보급을 요청했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초유의 개학연기 및 온라인 개학에 따라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사이버 교권침해가 드러나는 만큼, 이에 따른 온라인 수업시대에 맞는 적절한 매뉴얼이 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재 교총 교권강화국장은 “사이버교권침해 예방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홍보 강화가 요구된다”며 “사이버 교권침해로 교육자의 정당한 교육지도활동에 대한 위축이 없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생의 경우 원격수업으로 인해 우려되는 사이버 교권침해 사례로는 △교사의 강의내용 등에 대해 단톡방 또는 SNS 소통방에서 험담하는 행위 △온라인 강의방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한 욕설 행위 △출석 확인 및 댓글달기 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명예훼손 또는 모욕 행위 △강의 중인 교사의 얼굴을 캡쳐 후 합성 유포해 모욕 또는 성희롱하는 경우 △교사의 강의 활동을 녹음 및 녹화해 다수에게 유포한 후 이를 비방하는 행위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부모의 경우에는 △교사의 가치를 폄훼·우롱하는 언행 △수업 방해 등 부당한 교육활동 간섭 행위 △강압적 위협이나 언어폭력 등이 발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총에 접수된 ‘사이버 교권침해 사례’를 보더라도 이와 유사한 일은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A고에서 학생이 교사 사진과 이름을 사용해 폐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학력과 생년월일, ‘동성애’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 일이 발생됐다. B중에서는 학생이 학교실명을 거론하며 네이트 게시판에 체육교사가 보건교사와 보건실에서 성행위를 했다는 허위 글을 올렸다. C초에서는 6학년 남학생 3명이 안티방을 만들어 SNS 상의 교원 얼굴사진, 그리고 남편사진을 이용해 모욕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학부모가 카카오톡 단체톡방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평가하며 ‘선생님 실력이 없다’는 등 메시지를 돌리기도 했다. 모 유튜버는 교원에게 초등학생 때 촌지를 주지 않아 피해를 봤다는 영상을 올려 1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300시간의 선고가 이뤄진 사건도 있었다. 이 같은 영향 때문에 한국교총이 올해 발표한 ‘2019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 실적’ 보고서에도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16.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미투 운동, n번방 사건 등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학생 및 학부모에 의한 사이버 교권침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똑같은 스마트폰이라도 사용자에 따라 활용도는 다르다. 어떤 앱(Application)을 깔고, 그 앱을 어떻게 활용하며,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지에 따라 스마트폰의 운명이 갈리고, 삶의 편리성은 극대화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발전시켜야 할지 ‘어른다운 어른의 손길’이 닿았을 때, 비로소 ‘올곧은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우리 교사들은 Z세대라는 스마트폰에 어떤 앱을 깔도록 돕고, 어떻게 활용하도록 지도하며, 업그레이드하도록 독려할 수 있을까? ‘꼰대’ 아닌 ‘멘토’가 되자 요즘 ‘꼰대’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Latte is horse(라떼는 말이야)’라며 영어로 비웃기도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라떼향 풍기며’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많다. 듣다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 그러니 내 말대로 하라’는 느낌의 충고에 고마움보다는 거부감이 밀려온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나중에 생각해 보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지만, 그 순간 듣기가 싫어지는 것처럼. 그렇다면 Z세대는 ‘잔소리’나 ‘충고’를 싫어할까? 아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요즘 아이들 또한 따끔한 충고와 현실적 조언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경험이 부족하고 문제해결 방법이 미숙하다 보니 자기 생각과 판단이 옳은 것인지, 이대로 하면 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손가락만 한번 클릭해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지만, 그런 정보가 자신에게 맞는 정보인지조차 알 수 없는 아이들에겐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결국, Z세대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멘토’는 필요하다. 다만 꼰대가 싫을 뿐이다. 다행히 학교에는 인터넷 초록 창의 지식인과는 견줄 수 없는 검증된 정보와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며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는 다양한 연령층의 ‘멘토’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 생각은 조금 다른가 보다. 교사들을 꼰대라며 거부한다. 교사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닿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꼰대가 아닌 멘토로 다가서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갬성 충만 Z세대의 마음 사로잡기 ‘이걸 왜 굳이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르면 안 하면 된다. 이유도 모르는 힘든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르면 안 하면 된다’, Z세대의 가장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즉, 자신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행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심비’처럼 Z세대는 한번 마음이 움직이면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따라서 Z세대의 행동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타이밍 인생도 타이밍이고, 조언도 타이밍이다. 사람들은 항상 조언에 목말라하지 않는다. 빗대어 보자면 꼰대는 자신이 물을 주고 싶을 때 주는 사람이고, 멘토는 상대방이 물을 간절히 원할 때 주는 사람이다. ‘물’을 주는 행위는 똑같지만,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르다. 어쩌면 교사라는 직업은 꼰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교정 반사’의 심리적 작동 기제가 자동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라며 충고한다면, 아이들은 이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뭐래. 누가 위해달래? 짜증나.’ 반대로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필요할 때 건네는 진심 어린 충고는 가슴 깊이 새겨져 ‘삶의 방향’을 바꾸는 한마디가 되기도 한다. 둘의 차이는 ‘타이밍’ 즉, ‘마음의 준비’이다. 자기 마음대로 ‘훅’ 들어가 충고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요청해오거나 그런 시그널을 줄 때, 아낌없이 조언한다면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된다. #TMI #갬성이미지 어느 세대나 어른들의 ‘TMI’는 거부대상이다. 특히 TV 프로그램도 재미있는 부분만 2~5분 정도로 엮어놓은 짤방을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장면만’ 선택해서 보고, 어려운 고전소설이나 철학서도 TV 프로그램을 통해 압축해서 읽는 Z세대에게 일장 연설은 충고가 아닌 그저 꼰대의 잔소리일 뿐이다. 게다가 Z세대는 영상미디어 세대이다. 직관적 이미지가 백 마디 말보다 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장황한 설명과 ‘나 때는 말이야’라는 진부한 이야기 대신, 1~2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할만한 유명인의 글귀나 유명 웹툰의 대사를 인터넷에서 찾아 제시하면 아이들의 반응이 뜨겁다. 카톡 프로필 사진이나 상태 메시지에도 자신의 각오를 적고 매일 보라고 조언하면 멋진 말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온다. 시대가 변했다. 싫으나 좋으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니 교사의 충고 방법도 ‘말’에서 ‘이미지’로 변해야 한다. #공감 #쌍방통행 #선이해 후지도 아이들은 ‘결국 답은 정해져 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어른들은 ‘좋은 말로 타일렀으니 알아먹었을 것이다. 곧 행동이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아무리 좋은 말도 자기 생각만 자기 방식대로 강요하거나, 명령하듯 얘기하는 ‘일방통행식의 충고’는 행동을 변화시킬 ‘힘’을 갖지 못한다. 섣부른 조언보다 상황 이해(공감)가 우선이다.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듣기(경청)이다. 교사들은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TMI) 듣기를 잘 못한다. 하지만 ‘입’은 닫고, ‘귀’는 열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행동’이 바뀐다. 아이들의 말을 중단시키지 않고 다 들어주는 것은 고단한 일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교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치유가 된다. 이해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아이의 마음이 풀어졌을 때쯤, 잘못된 부분만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서 지도한다. 객관식 찍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자,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라는 물음에 눈만 끔뻑거릴 뿐 즉각 대답을 못 한다. 이럴 땐 교사가 3~4가지의 대안을 객관식으로 제시해주고 본인이 도전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칭찬과 격려도 ‘즉시’, ‘확실하게’, ‘앞에서’ 리액션 해줘야 한다. Z세대에겐 마음으로 뒤에서 챙겨주는 것은 안 챙겨주는 것과 동의어이다. #슈드비 콤플렉스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끔 ‘내가 이 아이의 잘못된 습관을 바꾸고야 말겠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교사를 발견한다. 얼마 안 가서 변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서 교사로서의 무능감을 발견하며 힘겨워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는 아이에게도 교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감정만 상하고 지쳐갈 뿐이다. 세상에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행위의 빈도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더라도,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상심하지 말자. 아이들이 미워서 혼내는 것이 아니라 올곧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진심은 느리더라도 분명 닿을 것이다. ‘교사다움’의 완성은 학생들의 마음을 얻는 것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TV 드라마 속에서 ‘의사다운 의사’를 만난다. 실력이 뛰어나 수술을 척척 해내는 것은 기본이고 환자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져 치유해준다. 권위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환자도 후배도 모두 존경하며 따른다. 현실에서는 만나본 적 없고, ‘과연 있을까?’라는 의심까지 들지만, 어느새 진정한 ‘의사다움’에 감동한다. ‘슬기로운 교사 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영원한 에너지원인 학생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 속에 정신적 빈곤을 느끼는 Z세대에겐 심리적 만족, 자신의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다운 교사,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되어 ‘교사다움’을 완성해보자.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人性)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하여 학생 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학교의 장이 작성·관리하는 문서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초·중등교육법 제25조). ‘제7호 그 밖에 교육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1조 제3항).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의 대부분은 객관적, 정량적 내용으로 작성자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 다만,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작성자(담임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가장 크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수시로 관찰하여 누가 기록된 행동특성을 바탕으로 총체적으로 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종합의견을 담임교사가 문장으로 입력한다. 담임교사는 학생의 학습, 행동 및 인성 등 학교생활에 대한 상시 관찰·평가한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변화와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기재한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해당 연도에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학년말에 입력을 완료하여 학교생활기록부가 마감된 이후에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다”, “주의가 산만하다”, “성적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교사에 대한 태도가 불손하다”는 등의 표현이 기재되어 있으면 학생 측은 해당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고, 학교가 수정을 해주지 않으면 민원을 제기하고 결국은 소송까지 제기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정정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자. 1. 소송의 대상은 학교장의 거부처분이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는 사실행위다. 사실행위는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행정소송은 예외도 있으나 ‘처분’의 취소나 부작위에 대하여 다투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행정소송법」제2조 제1호). 예를 들어 어떤 이유로 담임교사에게 혼난 것은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다. 반면 학칙을 위반하여 생활교육위원회(선도위원회)에서 받은 징계는 처분이다. 담임교사에게 혼난 것이 억울하더라도 혼난 것에 대해서는 이는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이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행위 자체는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이므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을 정정하거나 삭제하라는 내용으로 바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다.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을 위한 행정소송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한 후, 정정 거부처분을 상대로 제기하여야 한다. 학생(또는 학부모)이 학교에 학교생활기록부의 정정을 요청하면, 학교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19조에 따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한다.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첨부되어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정정을 결정한다면 문제가 없으나, 정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으면 학교장이 학생에게 정정 거부처분을 한다. 이에 불복하는 학생은 정정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2. 학교생활기록부는 객관적 증빙자료가 있을 때만 정정이 가능하다 학년도별 학교생활기록의 작성이 종료된 이후에는 해당 학교생활기록의 내용을 정정할 수 없다. 다만, 정정을 위한 객관적인 증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정정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2조 제4항).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19조 제2항은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에만 정정이 가능하며, 정정 시에는 반드시 정정내용에 관한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정정의 사유, 정정내용 등에 대하여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친 후 학교생활기록부 정정대장(별표 10의 1조)의 결재 절차에 따라 정정 사항의 발견 학년도 담임교사가 정정 처리해야 한다. 다만, 제7조의 인적·학적사항의 학생정보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적이나 봉사활동 시간과 같은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항목은 학생이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시하여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인성이나 행동특성과 같은 담임교사의 정성적 평가를 기재하므로 학생이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담임교사가 악의적으로 학생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보이지 않는 한, 학생이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시하여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의 기재사항을 정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3. 관련 하급심 판례 가. 수원지방법원 2017구합69404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나. 서울행정법원 2017구합68349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다. 부산지방법원 2017구합22184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이상과 같이 법원은 담임교사에게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의 기재에 관한 넓은 재량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담임교사가 특별히 고의적, 악의적으로 기재했다는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면 학교생활기록부 정정 거부처분은 적법한 것으로 판시하고 있어 아직까지 소송에서 정정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절대 감정적, 주관적으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작성하여서는 안 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기재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에 대비하여 반드시 기재의 기초 자료(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인간의 욕심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다양한 차원에서 생각하게 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과도한 욕심과 오만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합성을 낳았고, 첨단 과학기술이라면 어떤 문제든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인간의 오만이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영원할 것처럼 오만했던 미국과 유럽이 적절한 대응책을 못 찾고 허우적거리는 것 또한 주목할 대목이다. 일선 학교로 시선을 돌리면, 이 정도로 상황을 안정시킨 공로는 수많은 혼란을 온몸으로 막아낸 현직 교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교육당국의 오만함과 무책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임진왜란 초반 무기력했던 관군을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영웅들 일리아스 서두에서는 갑작스럽게 창궐한 전염병에 트로이에 원정 온 그리스 연합군이 고통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역병은 아가멤논의 탐욕에 대한 아폴론의 징벌이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연합군의 총대장이자 부인을 트로이에 뺏긴 메넬라오스의 친형이다. 헬레네가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납치당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명분이었을 것이다. 역사를 썼던 헤로도토스의 말처럼 여자 한 명 때문에 대군을 이끌고 10년 동안 전쟁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명분은 무엇이 되었건 이면의 속내는 식민통치를 위한 정복 전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용장 아킬레우스는 전리품으로 납치한 여자 하나를 놓고 서로 갈등한다. 아가멤논은 트로이 인근 도시를 약탈한 후 전리품 분배 과정에서 소외되자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을 뺏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위대한 인물이라는 영웅들의 행태가 사실은 탐욕스럽고 졸렬하기 그지없다. 여러 이유로 플라톤은 일리아스 같은 작품을 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메로스는 왜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겼을까. 구비전승으로 시작되었을 이 서사는 어떻게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을까. ‘화려한 영웅들의 서사’라는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영웅을 자처하는 자들의 졸렬한 행태와 그로 인해 고통 받는 백성들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표면이 아닌 이면을 읽어내려고 해야 한다. 호메로스가 아가멤논의 이야기를 남긴 이유가 무엇일까?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서구 문학의 불멸의 고전이라는 생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여러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지만 호메로스가 영웅들을 진심으로 영웅으로 평가했을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전투에서 쓰러질 운명의 노잡이들에게 영웅들의 탐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메로스가 영웅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것은 어떤 의도였을까. 아가멤논은 예언자 칼카스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주지 않는다며 맹비난한다. 칼카스는 아가멤논을 위한 예언자이고 지혜의 전달자인 예언자가 아가멤논에게 아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칼카스는 아킬레우스에게 여자를 돌려주라고 설득하지만, 아가멤논은 거절한다. 99개의 선물을 가진 자가 1개의 선물을 받지 못했으니 동료의 선물을 뺏어야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 목숨을 걸고 싸웠던 아킬레우스는 더이상 전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일리아스의 이야기는 아킬레우스가 느낀 분노의 연속이다. 그 분노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고 타자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아가멤논의 졸렬함이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일으켜 그리스 연합군은 수난을 겪는다.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많은 영웅이 부상으로 이탈하여 진지가 함락될 위기에서도 아킬레우스는 꿈쩍하지 않는다. 보다 못한 파트로클로스가 나타나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트로이 병사들을 밀어낸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후 아킬레우스는 자신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하고 전장에 복귀해 트로이의 대장 헥토르를 죽인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모욕하고자 전차에 매달아 시신을 훼손하려고 한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 아킬레우스에게 머리 숙여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인도받아 장례를 치른다. 헥토르를 모욕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킬레우스의 오만이다. 호메로스를 비롯해 우리는 모두 앞으로 전개될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알고 있다. 아킬레우스 본인만이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의 한계를 모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삶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헥토르와 별반 다르지 않을 상황이 될 것을 알았을까. 아킬레우스가 프리아모스와 함께 망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고대인들이라고 해서 역지사지의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 모두 고대인답게 자신에 대한 지나친 애착으로 자신과 타자를 힘들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품 전체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살육의 묘사가 일리아스에 담겨 있는 것은 그것이 영웅들의 가치관에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오디세이아의 데모도코스가 그랬듯, 가인들은 영웅들의 집에서 잔치가 무르익었을 때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를 불러야 했다. 따라서 일리아스의 내용은 영웅들의 위용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영웅들은 자신들이 아킬레우스처럼 널리 이름을 알릴 불멸의 존재로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영웅들의 구미와 기호에 맞는 내용은 작품의 표면이 되어 오늘날까지 일리아스를 남아있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호메로스가 단란한 헥토르의 가족, 안드로마케와 아스티아낙스를 비춰주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아스티아낙스는 트로이의 함락 직후 죽을 것이고 안드로마케는 전리품으로 끌려가 아킬레우스의 아들에게 농락당할 운명이다. 헥토르와 같은 강력한 영웅들의 삶이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음을, 그들 또한 고뇌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존재라는 사실이 구전되고 기록되어 영웅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게 되었다. 신들의 가호가 없는 영웅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리아스는 형식상으로는 영웅들의 서사처럼 보이지만 통상적인 영웅 서사와는 다른 반전이 남아있다. 삶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고전 일리아스가 서사문학이라면 서사는 자아와 세계의 대결이 되어야 하고 그것에 작품 외적 자아가 개입해야 한다. 일리아스가 영웅 서사라면 동명성왕 주몽의 일생에서 확인되듯 비범한 출생 때문에 차별받던 주인공이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하늘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아니면 헤라클레스나 테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고난을 이기고 대업을 성취하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혹은 오디세우스처럼 자아와 타자 때문에 고생하게 된 주인공이 귀향에 성공해서 구혼자를 물리쳐야 한다. 일리아스는 그 어느 면에서도 전형적인 영웅 서사와는 구별된다. 오히려 일리아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나 삶에 대한 각자의 시선을 드러내는 장면이 확인된다. 테르시테스는 그리스 연합군에서 가장 못생기고 말 많은 사람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영웅들은 부유하고 지체 높은 미남들이다. 테르시테스가 못생겼다는 뜻은 그가 낮은 신분의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의미한다. ‘마음속에 무질서한 말들로 아르고스인들을 웃길 수 있다고 생각되면 공연히 왕과 시비하려고 했다’는 말은 그가 영웅들의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반골 기질의 평민이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같은 귀족들의 미움을 산 것은 당연하다. 테르시테스는 아가멤논을 마구 비난한다. 99개를 가진 사람이 하나를 포기하지 못하고 여자 하나를 더 갖기 위해 최고의 명장을 모욕하여 전선을 엉망으로 만드는 자를 위해 과연 어떤 사람이 희생할 수 있을까. 병사들이 도시를 약탈할 때마다 바친 미녀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기어코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야 하는 소위 영웅들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다. 아가멤논의 탐욕을 조롱하며 무의미한 전쟁을 멈추고 고향으로 떠날 것을 제안하는 테르시테스는 평민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아킬레우스와는 달리 지혜로운 오디세우스는 테르시테스를 비난하며 매질한다. 겉으로는 오디세우스가 테르시테스를 정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테르시테스의 바른말에 사람들은 속으로 공감하며 괴로워한다. 매질을 한 오디세우스 역시 귀향을 바라는 존재였음은 오디세이아에서 잘 드러난다. 오디세우스는 태형(笞刑)으로 군기를 다스리는 동시에 테르시테스의 의중을 전달해준다.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여! 이제 아카이오이족은 모든 필멸의 인간들 앞에서 왕이여! 그대를 가장 멸시받는 인간으로 만들려 하고 있소이다. 그리고 그들은 말을 먹이는 아르고스에서 이리로 오는 동안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일리오스를 함락하고 나서 귀향하게 해주겠다고 그대에게 약속했건만, 이제 와서는 그 약속조차 이행할 뜻이 없는 모양이오. 그들이 마치 어린아이들이나 과부처럼 저희들끼리 울며불며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하니 말이오(Iliad, II. 284-298).” 겉으로는 아가멤논에게 일부 병사들이 무례를 범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색에 빠져 전쟁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아가멤논을 비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트로이를 함락 시켜 전리품을 나눠주겠다는 약속을 병사들이 했을 리 없다. 아가멤논이 설득과 강제의 방법을 동원하여 병사들의 마음을 사 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아킬레우스와 감정싸움 하고 있는 아가멤논이 실제 비난의 대상이다. 테르시테스의 반란을 일단 힘으로 제압한 오디세우스가 특유의 언변으로 병사들을 다독거리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상황을 수습하고 있는 것이 대화의 형국이다. 신들에 대한 제사가 끝나자 “일이 끝나자 음식을 차려 먹었는데 공평한 식사로 마음에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표현은 테르시테스의 반발이 효과적이었음을 보여준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서구 교육의 교재로 쓰였고, 서구 사상의 고전이며 지금도 서구 고전교육의 핵심이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고전이 지녀야 할 보편성과 시의성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영웅들의 졸렬한 대결이나 불쾌한 전투 장면은 그다지 대단한 교육적 의의를 가지지 않는다. 전투 장면은 표면적인 쾌락을 통해 작품을 후대에 전승하는 데 기여했다면, 칼카스와 테르시테스의 고발은 은연중 강자의 오만함과 약자의 지혜를 의미한다.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책이라고 하지만, 그 고전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삶과 교육의 가치관에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기존 관념을 걷어내고 새로운 방식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고전소설 에세이 (류수열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256쪽, 1만5800원) 영화 ‘장화 홍련’, 드라마 ‘쾌걸 춘향’ 등 우리에게 친숙한 옛이야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만화, 영화,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고 있다. ‘고전’이라 불리는 옛이야기들은 왜 세월이 지나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을까. 류수열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의 대표 고전 24편을 해설하면서 훌륭한 옛이야기가 어떻게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 우리에게 말을 걸고, 지금 마주한 문제에 대한 해답과 삶의 지혜를 주는지를 풀어냈다.
미래는 대체로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교육 방법은 여전히 남아 있을까?’, ‘인공지능이 우리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막연한 기대와 우려를 동반한다.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과 미래 기술의 혁신과 적용을 연구하고 있는 대학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미래 교육의 모습을 그려본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의 사회로 열린 이번 좌담회에는 김병필 교수(KAIST 기술경영학부)와 차현진(인천 영종중 2), 황민기(서울 윤중중 2), 김규리(경기 이매중 1) 학생이 각각 참여했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이하 사회)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죠. 수업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어떻게들 지내시나요? 김규리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게 돼, 무척 설레고 기대도 많이 됐는데, 한 번도 학교에 가지 못해서 아쉬워요. 예쁜 교복도 맞췄는데 집에서만 입어보고, 속상해요. 차현진 우리 학교는 구글 행아웃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쌍방향으로 선생님과 친구 얼굴을 만나고 있는데 컴퓨터와 웹캠을 미리 준비해서 문제는 없었어요. 황민기 우리는 EBS 온라인 클래스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 수업을 듣고 선생님께서 제시해주시는 과제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사회 온라인 개학이 낯설긴 하지만 각 학교에서 잘 준비되고 있군요. 교수님, 대학도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죠? 중학교와는 다른 모습일 것 같은데요. 김병필 네, 대학에서도 수업과 회의가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교수님들에 따라서 다르긴 한데, 연구실에서 강의를 촬영해 업로드하시는 분도 있고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토론 형태의 수업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사회 오늘 우리가 함께 이야기 나눠 볼 첫 주제가 바로 ‘AI’입니다. ‘인공지능’을 학생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황민기 인간과 닮아가는 기계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가진 능력과 생각을 할 수 있는 기계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인 것 같아요. 차현진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는데요. 사람처럼 배우고, 생각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해요. 김규리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는 기계가 인공지능 아닐까요. 그래도 인간의 고유 영역은 있을 거 같고요. 김병필 네, 거의 정확하게 맞췄어요. 사실 인공지능을 뭐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100명의 학자가 있으면 100개의 저마다 다른 정의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도 공통적인 부분을 뽑아보면 여러분이 말한 것처럼 ‘사람처럼 배우고 판단하는 기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처럼’이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면 또 복잡해지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지?’, ‘사람과 똑같다’라고 하는데 사람과 같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깊이 들어가면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크게 두 가지 정도의 기준을 세워볼 수 있는데요. 우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다음으로 ‘논리적인 근거를 갖는다’를 사람의 판단과 사고 과정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얼마나 닮았는가를 봅니다. 사회자 조금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미래의 기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차현진 ‘내가 모르는 것을 바로 알려주는 선생님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포털사이트에 궁금한 것을 묻지만 제대로 된 답을 얻기는 어렵거든요. 모르고 있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주는 기계가 있었으면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병필 2016년 한국기술정보원에서 ‘EXO 브레인’이라는 장치를 만든 적이 있어요, 퀴즈 대회에 나가 우승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미국 IBM의 왓슨은 훨씬 이전에 우승하기도 했죠. 참 똑똑해 보이는 기계들인데 아직은 한계가 있어요. EXO 브레인이나 왓슨의 공통점은 아주 짧은 키워드를 답하는 문제에서는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줬지만 긴 사고 과정을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죠. 질문이 무슨 질문인지를 이해하고, 가장 가까운 답을 찾는 것이 핵심적인 기술이에요. 사회 그런 기계가 나오면 선생님도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김병필 많은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지식 전달보다는 안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선생님의 역할은 더욱 커집니다. 황민기 저는 사람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줄 수 있는 기계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몇 개의 키워드만 주면 알아서 의도에 맞게 글을 써줄 수 있는 그런 기계를 생각해봤어요. 김병필 새로운 생각이 더해지는 것,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 이상의 것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해 많은 과학자가 연구하고 있어요. ‘인간하고 같은 수준 아니 인간 수준을 넘어가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죠. 슈퍼 인텔리전스라고 하는데요. 현재 학자들은 ‘2080년 정도에 가능할 것이다’라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50년 전에는 ‘불가능하다’로 봤기 때문에 기술 발전의 속도에 따라 훨씬 단축될 수도 있어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먼저 배워서 새로운 것을 접목했을 때 가능한 것이죠. 예를 들어, 휴대용 컴퓨터와 전화기를 결합하여 스마트폰을 만든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을 수 있어요. 세상에 있는 것을 다양하게 조합하는 것을 새로운 것으로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들이에요. 김규리 저는 미녀와 야수에 등장하는 ‘말하는 옷장’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어떤 옷을 입을지 정해주고 입혀까지 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김병필 규리가 아주 중요한 인공지능의 핵심을 찾아주었어요. 바로 ‘빅데이터’와 관련한 것인데요. 사람들이 요즘 어떤 옷을 선호하고 있는지, 오늘 날씨에는 어떤 옷이 좋을지, 평상시에 입던 옷이나 선호하는 색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추천해주는 것이죠. 이렇게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과정이 인공지능에 있어 정말 중요한 기술이 됩니다. 사회 이제 주제를 학교로 옮겨 보겠습니다. 미래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요? 황민기 학교라는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없어지지 않을까요? 홀로그램, VR 같은 방식으로 집에서도 함께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차현진 저는 생각이 좀 다른데요. 학교는 있을 거예요. 집에서 학습에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학교의 의미는 공부가 전부가 아닌,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기 때문에 기술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학교는 ‘가장 처음 만나는 사회’라는 말처럼 직접 만나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김병필 재미있는 질문을 하나 해볼게요. 홀로그램으로 출석하는 것처럼 모습을 바꾼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실제 모습으로 해야 할까요? 황민기 결국 인간의 정신과 실체는 분리되고 정신만 남지 않을까요? 차현진 그렇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김규리 저는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조금 바꾸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아요. 더 예쁘게 꾸밀 수도 있고요. 사회 굉장히 철학적이고 어려운 문제일 수 있겠는데요. 과연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신인가, 아니면 가상으로 만들어진 존재인가? 긴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해볼 문제인데요. 이러한 가상현실이 학교에도 많은 영향을 주겠죠? 김병필 가상현실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이 페이스북인데요. 가상현실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학습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뀔 텐데요. 학교에서의 수업도 이러한 기술들을 적용할 수 있을 거예요. 사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는데요. 여러분의 꿈과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차현진 저는 법률 전문가가 되고 싶은데 걱정이에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고 해서 이 꿈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하나 여쭤보고 싶었어요. 김병필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영국의 직물공장이 생겼을 때 많은 사람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노동자 수는 줄지 않고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고용이 더 늘었어요. 법률가 역시 마찬가지예요.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는 있지만, 사람이 판단해야 할 부분이 훨씬 많거든요.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어요. 꿈을 버리지 말고 저처럼 인공지능과 법률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황민기 저는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는데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인공지능 개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병필 저도 초등학교 때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웠어요. 간단한 내용을 입력하는데도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굉장히 짧은 연산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해졌어요. 이 모든 것이 빅데이터에 관한 처리로 가능해졌는데, 민기도 이러한 분야를 공부해 본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규리 저는 원래 어린아이들을 좋아해서, 아픈 아이들이 없도록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병을 모두 고치면 의사라는 직업도 없어지는 건 아닌가요? 김병필 왓슨이라는 의료용 인공지능이 있어요. 한때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도입했었는데, 한계가 있어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진단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대체할 수는 없을 거예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보다는 인간을 보조하는 기술로 방향이 늘고 있다’라는 이야기 기억나죠? 사람들이 실수하는 부분을 인공지능이 줄여주면서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환자 치료에 쏟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바뀔 겁니다. 사회 교수님 말씀처럼 지금 여러분이 가진 꿈을 잘 키워가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가며 더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긴 시간 함께 이야기 나눠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끝으로 교수님께 당부해주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릴게요. 김병필 어린 학생들이라 쉽게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어요. 동시에 우리 미래는 굉장히 밝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인공지능 때문에 ‘나의 공부와 노력이 쓸모없어질 거다’라는 생각은 위험해요. 지금 우리가 배우는 것들을 인공지능이 모두 대체할 수 없어요.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빨리 변하고 있지는 않다는 걸 기억하며,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상상하며 공부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