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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교육을 위해 필요한 변화 온라인 콘텐츠에 형성평가 추가 실제 집중도·학습정도 점검 필요 진단·지도법 및 사례 연수 요구 가정·학교·사회 모두가 노력해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1년 넘게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이 사태가 진정된 후 언제라도 또 다른 감염병 위기가 닥칠 수 있고, 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커져만 가는 학생들의 학력 격차 문제를 마주하고는 미래 교육이 좀 더 개별화, 맞춤화된 환경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신학기 기획 ‘교육격차 해소 지금이 골든타임’ 마지막 주제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미래교육에 필요한 변화다. “앞으로는 시도교육청이 교과별, 교과서별, 학습난이도별로 콘텐츠를 제작해 학교 현장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교사가 학습콘텐츠를 제작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개별 학생의 학습 이해도 확인 및 개별 학습지원에 보다 집중해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행한 ‘교육분야 감염병 대응과제’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는 ‘학습관리자로서의 교사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도 교사들이 학생의 출석과 학습 현황 파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은 진도율이나 접속기록 등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실 있는 수업을 위해서는 이해 정도를 확인하고 학생 개인별 보충 학습과 심화학습을 제공하는 등의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습콘텐츠 내에 형성평가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안에 힘이 실린다. 현재에는 시스템 기능상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에는 처음부터 형성평가 요소를 추가해 해당 차시와 단원에 대한 학습 이해도를 교사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실제 학습에 얼마나 집중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점검하면서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 격차를 자연스럽게 예방하자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해야 할 교사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개발원이 최근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교원 전문성 강화방안’ 연구에서 교원 33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도를 위한 교사 교육은 중요하며 현재와 동일한 방식으로 재직 중 연수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63.9%)고 응답했다. 교원 전문성 개발을 위한 연수 내용으로는 정확한 원인 진단법에 대한 교육,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지도법 및 사례, 가정과 연계한 지도방법 및 학부모 상담 기술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기초학력 보장법’에 명시된 학습지원 담당교원에 대해서는 72.5%가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교사들은 “또 다른 업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규교사여야 한다”며 “기존 교원 중 선발이 아니라 추가 배치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정규직 교사’가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재와 지도법’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민윤경 부연구위원은 “현재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도를 위해 관련 시스템들이 마련돼 있지만 실상 이는 교사가 모두 처리해야 하는 업무로 여겨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에 미달 학생을 등록할 경우 담임은 먼저 학부모를 설득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이미 교사는 지치고 소진된다는 것이다. 민 부연구위원은 “이때 학부모 교육은 학교 차원에서 진행하고 학부모 상담은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등 학생 지도를 위해 교사가 거쳐야 하는 모든 단계에 지원 인력을 배치함으로써 교사는 전적으로 학생 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과 같이 교사들의 사명감과 헌신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기초학력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가정, 학교, 사회 모두가 책임의식을 갖고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근 세종시교육청에서 반민주적·정치 편향적 도서를 일선 초·중·고교에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정치 편향적 도서인 ‘촛불혁명’을 출판사에서 기증받아 관할 99개 초·중·고교(개교 예정교 포함)에 배부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도서는 박근혜 정부 탄핵 촛불집회가 시작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5월 현 정부 출범까지 역사적 장면과 의미를 총 484장의 사진과 글로 묶은 450쪽 분량의 책이다. 민주시민교육 원칙 ‘강요·주입 금지’ 세종시교육청은 이 도서를 배부하면서 교원·학생들의 민주시민교육 공감대 확산을 내세웠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반민주적 행정독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원·시민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배포 중지와 회수를 요구했다. 학부모들도 이념·정치에 치우친 비교육적·반민주적 처사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세종시교육청은 해당 도서를 학교에 배부하기 전 도서의 성격, 기증 목적, 내용 등을 검토해 ‘역사적 사실을 자료 중심으로 서술한 도서’, ‘헌법의 기본가치와 민주주의 제도 실현을 위한 도서’로 분류했다는 아전인수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 이념과 민주시민교육의 목적에 정면 배치되고 일반적인 상식과도 거리가 멀다. 도서에는 특정 정치적 사건에 대한 일방적 주장, 주관적 견해, 특정 집단에 대해 적개심을 부추기는 등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내용이 다수 수록돼 있다. 특히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유명(幽冥)을 달리 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촛불 광장을 지켜준 우렁각시 같은 존재라고 미화하고 있다. 반면 세월호 사건을 탄핵과 연계하고, 검찰·야당·삼성 등을 개혁 발목을 잡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또한 쟁점 사안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를 정치 편향적 시각에서 확증적으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준거인 ‘보이텔스바흐협약’의 제1원칙이 ‘강요와 주입 금지’다. 절대로 교사·학생들에게 편향된 주입식 사상교육, 정치적 신념과 입장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세종시교육청은 해당 도서를 학교도서관에 비치해 민주시민교육 자료로 활용토록 안내만 했을 뿐, 교사·학생 개인에게 보급하거나 수업 활용을 강제하지 않았으므로 활용 여부는 전적으로 학교·교사의 몫이라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 발뺌 대처로 빈축을 사고 있다. 배포해 놓고 활용은 학교 책임? 시·도 교육청은 특정 이념·정치에 물든 비교육적 자료·매체 등이 신성한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최후의 보루다. 교육감은 교육 청정구역을 보호하는 수장이다. 문제 도서를 일선 학교에 배포해 놓고, 활용은 학교·교사의 책임이라고 떠미는 것이야말로 신(新) 책임 전가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행동은 반민주적 작태를 일삼는 일탈’이다. 촛불정신이 민주주의라고 강변하는 진보 교육감들이 정작 학교와 교원, 학생, 학부모 등의 의사를 무시하고 이념·정치 편향적 행정을 남발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민주주의의 허울을 쓴 반민주적 교육행정 근절이 올바른 교육의 기저다. 세종시교육청은 사과하고, 해당 도서를 조속히 회수해야 한다. 아울러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은 지 어언 1년. 여전히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2021년 학년도가 시작됐다. 다행히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돼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품어본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우리의 삶에는 코로나의 흔적이 남을 것이다. 온라인수업도 임시방편이 아닌, 또 하나의 수업 형태로 학교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온라인수업을 통해 쌓은 경험과 배운 점들을 코로나 이후에도 적용한다면 학교는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End’ 아닌 ‘And’ 온라인수업은 시공을 초월한다. 교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넘어 지구 건너편에 있는 선생님을 모셔와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같은 학교, 다른 교실을 우리 수업으로 불러올 수도 있다. 온라인수업의 유연성은 교실에서만 수업이 가능했던 공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교실 바깥에서 펼쳐지는 실제 삶을 교실로 쉽게 불러들일 수 있어서 더 유연하게, 더 풍부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수업에서 활용했던 프로그램을 실제 교실 수업에서 활용했을 때의 장점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에 맞춰서 과제를 수행하는 ‘개별화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통 교실 수업에서는 같은 학습지를 제시하는데, 학생마다 학습 속도가 다르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온라인수업에서는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속도에 맞춰 과제를 수행할 수 있고, 교사는 속도에 따라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친구들의 학습 속도를 의식하지 않고 과제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수업의 핵심은 ‘상호 소통’이다. 교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떤 환경에서든 학생들과 수업을 통해 만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은 교사 자신에게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방법과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이것들을 온라인에서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내용과 방법은 동료들과 함께 모여 연구하고 학습하면서 준비하면 된다. 이렇게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향상되면 수업의 질도 높아진다. 결국 혜택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사의 역량은 아이들의 혜택으로 올해 개학을 맞으며 새로운 문화가 생겨난 것을 발견했다.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배우고 변화를 시도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학급경영을 고민하는 선생님을 위해 ‘학급경영 연구방’이라는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단 하루 만에 최대인원인 1500명이 참여한 것이다. 그 안에서도 필요에 따라 학년별 담임방을 만들고, 수천 명의 선생님이 참여해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교사 멘토링을 10년 넘게 해온 필자도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집단지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온라인수업이라는 큰 벽을 넘으면서 배운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학교에는 함께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퍼져 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 돕고, 어려움을 극복해내자는 정신이 교직 사회에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올해도 우리 학교는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인천교총(회장 이대형)이 인천시교육청(교육감 도성훈)의 ‘학교 구성원 인권증진 조례안' 추진에 대해 교권추락 등을 이유로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조례안 내용 중 상당 수 문제점이 파악됐으며, 의견 수렴 없이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올바른교육사랑실천운동본부(상임대표 가용섭)는 2일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시교육청의 조례안에 반대입장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인천교총은 “입법 과정에서 지켜야 할 공청회 개최, 각계의 공정한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례 제정은 공청회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함에도 이를 외면한 채 강행 처리하려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당한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해당 조례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례추진 반대 이유로 ▲이미 상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권을 조례 범위에서 다루는 문제 ▲조례 대상 범위 무리한 확대 ▲인권보호관의 과도한 권한 및 역할 부여 ▲학교 안에서의 정치적 의견 개진과 공표 등을 들었다. 이대형 인천교총 회장은 “이번 조례안은 범위를 ‘학교구성원’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타 시·도의 학생인권조례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더해 무리하게 학부모, 교직원에 관한 부분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법률과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2017년 1월 제정된 ‘인천시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와 중복되는 부분이 다시 조례로 추진되면 충돌 지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학생 징계에서 ‘대리인 선임권의 보장’을 명문화하는 등 위임입법을 넘어서 위법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시교육청은 조례안을 1월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에는 학교 구성원이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 명시됐으며 신체적 자유, 차별받지 않을 권리, 개성을 실현할 권리, 표현과 집회의 자유,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 등이 포함됐다. 특히 현재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서울·경기·광주·전북 등 지역과 달리 범위를 교직원과 학부모까지로 그 대상을 넓혔다. 그러나 교권 추락 등을 우려하는 교직원과 학부모의 반발 여론은 거세다. 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교사의 생활지도권 박탈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대 글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제정 시 학교 현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조례안은 전면 수정되거나 즉시 폐기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광주교총(회장 김덕진)은 지난달 27일 광주교총 회의실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윤영덕 의원과의 교육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광주교총에서 김덕진 회장,김남금·박희복·최규남 부회장,손영완 교섭위원장이 참석했다. 임미란 광주시의원도 윤 의원과 동석했다. 이 회장과 윤 의원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 수석교사 확충, 관리자(학교장) 경영권 존중, 교원의 퇴직 전 사회적응 기간 필요성, 초등 돌봄제도 개선 등 지역교육 현안에 대해 2시간 정도 논의했다. 특히 이들은 오랜 논의의 산물인 수석교사 확충 문제, 광주 기간제 교사가 전체의 30%를 넘는 학교의 운영 난맥상,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감축 등의 주제를 심도 있게 나눴다. 광주교총은 기타 건의사항으로 교원단체법 조속 심의 통과 요청, 학교현장의 실효성을 감안한 기초학력보장법안 재검토 등을 요청했다. 이에 윤 국회의원과 임 광주시의원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시의회나 국회에 잘 반영하기로 했다. 광주교총과 윤 의원 등은 8월경 다시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정례적으로 제도화하기로 했다.
35년 전 때린 제자에게 30여년 전. 가는 학교마다 6학년 담임을 내리맡았다. 학생수는 늘 40명에 가까웠고 학사 일정은 빡빡하기만 했다. 마치 시험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매달 치러지는 학력평가로 인해 학생도 선생님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요즈음처럼 체험학습이 있거나 수학여행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야영캠프가 있는 것도, 즐거운 야외 학습도 없던 시절이었다. 큰 행사라고는 가을이면 치러지는 대운동회가 전부였다. 그것도 보여주는 운동회라서 거의 한 달 가까이 무용 연습을 하거나 단체 게임 연습으로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얼굴은 구릿빛이 되곤 했다. 이제 와 돌아보면 제자들과 즐거운 추억이 별로 없다. 그 시절에는 담임이 가르친 내용으로 시험을 보던 시절이 아니었다. 문제지를 사다가 보던 시절이었다. 도덕부터 체육까지 지필평가 성적으로 다달이 학력우수상을 주던 시절, 학년이 다른 반과 학급 평균을 비교 당하는 어이 없는 일이 해마다 벌어졌다. 초등학생이었던 내 제자들은 그야말로 공부기계, 시험보는 기계로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모든 학교가 그러했다. 중학교 입학마저 시험을 치러서 반을 배정하던 시절이었고 1등으로 입학한 학생은 학교의 자랑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반 친구들의 점수가 모두 공개되던 시절, 선생님의 교권이나 학생의 인권이란 단어조차 생소했다. 성추행이나 성폭행 같은 단어도 없었다. 선생님들에 의해 벌어지는 학교폭력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도 일상이었지만 누구도 제재하는 사람이 없던 슬픈 시절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 시절 나의 제자들은 무슨 재미로 학교를 다녔을까? 선생님들 또한 교사로서 보람을 어디에서 찾았을까? 내 반 학생들이 좋은 성적으로 학력우수상을 많이 타는 반 선생님은 1등 선생님이었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험 성적 올리기에 올인하느라 모든 교육활동의 중심은 학력 향상이 화두였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 부터 문제집을 풀었고 사설 시험 제작소의 시험지가 곧 교육과정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니 시험 문제가 어떻게 나올지, 무엇이 나올지 쪽집게처럼 잘 찾아내서 가르치는 선생님이 대접 받았다. 과학 수업을 실험실에서 제대로 하거나 체육 실기 수업을 충실히 하는 반의 성적은 늘 하위였다. 요즘 말로 하면 참교육을 하는 선생님 반은 늘 눈총을 받아야 했다. 지필평가로 학력을 재던 시기였으니 운동을 잘 하거나 노래를 잘 부르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기는 어려웠다. 참으로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학생들에게 공정한 평가를 한답시고 평가계를 맡은 선생님은 시험 때마다 전교생이 교실을 바꾸거나 채점 감독 교사를 바꿔서 시험을 치렀고 1등 부터 꼴등 까지 모든 성적이 공개되었다. 성적이 나쁘거나 학습 부진아가 많은 반 선생님은 늘 기를 펴지 못했다. 고학년을 맡은 선생님은 연임이 기본이었고 연세가 들었거나 시험 성적이 부진한 담임 선생님에겐 고학년을 맡기지도 않았다. 타고 난 얼굴 모습이 다르듯 모든 학생은 재주가 다르다. 그럼에도 지필평가라는 한 가지 잣대로 모든 학생을 한 줄로 세워 서로를 짓밟게 하고 성적이 낮은 친구에게 갑질을 일삼게 했던 학교 시스템의 부작용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오직 시험 성적으로 상위 집단, 엘리트 집단에 합류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갑질의 행태는 참으로 다양하다. 엘리트 집단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기업인이 되어 노동을 착취하거나 부당하게 해고하거나 생명까지 잃게 하는 일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돈에 눈이 어두운 그들에게 노동자는 부품에 불과하니 언제든 새로운 부품을 끼우듯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 갈아치우는 일은 다반사다. 심지어 교육이 이루어지는 기관에서조차 갑질이 횡행하는 현실이다. 관리자들이 선생님들에게, 대학교수가 제자들에게, 학교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선배 선수가 후배들에게 저지른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 성추행, 학교폭력 등, 하루도 거르지 않고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교직에 몸을 담았던 나 역시 잘못된 시스템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마음에 상처를 안겨주는 학력평가를, 학교장의 명에 따라 실시했을 뿐이니 잘못이 없다고 항변할 수는 없다. 지필 성적으로 한 줄을 세우고 비교, 평가하는 대열에 반기를 들지 못했으니 잘 가르친 선생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을 소중히 하지 않은 교육의 결과는 사회 곳곳에서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다. 나는 결코 그렇게 살지 않았다며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할 자신이 없다. 세상이 힘든 것은 모든 잘못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고 남 탓을 하는 손가락질 문화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요즈음 나는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깊이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들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길에 들어섰는지, 누구에게 어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인지. 혹시 내가 가르친 제자는 아닌지. 교직에 있을 때 내가 잘못한 일이 있는지 곰곰이 따져 보곤 한다. 학교폭력 기사가 나오면 그 잘못이 우리 선생님들에게 있음을 먼저 아프게 반성한다. 나는 결코 학생들을 때리며 가르친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숙제를 반복적으로 하지 않거나 친구를 고의로 괴롭히고도 사과를 하지 않을 때, 부모님께 불효하고 불손하며 공부를 태만히 할 때 등등 말로 타일러도 반항을 하거나 대드는 학생을 끝까지 좋은 말로만 훈육했다고 볼 수 없으니. 마음 같아선 나도 학생들을 때린 적이 있다고 커밍아웃을 해야 마음이 편할 것만 같은 요즈음이다. 그러니 세상의 선생님들은 학교폭력 기사에 남의 일처럼 말하며 삿대질을 안 했으면 싶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공범이 아닌가! 제자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랑의 매를 들었을 뿐이라고 강변할 것인가? 모든 게 남탓인 것처럼, 사회나 정치 탓인 것처럼, 숭고한 선생님인 것처럼 세상 탓을 하는 일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폭력 사태에서 자유로운 선생님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언어폭력까지 더해지면 살아남을 선생님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요즈음 다시 태어나면 절대로 남을 가르치는 자리에 서지 않으리라 반성하는 중이다. 세상 어디에선가 혹시 나에게 받은 언어폭력으로, 사랑의 매라는 학교폭력을 잊지 못하는 제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만나서 용서를 구할 것이다. 수년 전 6학년 때 가르친 제자가 부모님께 함부로 행동해서 매를 들어 훈육한 일을 기사로 써서 공개적으로 반성한 적이 있었다. 말로 타일러도 꿈쩍하지 않아 감정이 폭발해서 저지른 젊은 날의 오점이었다. 그때 때리고나서 너무 많이 때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수십 년이 흐른 후 공개 사과 기사를 보고 그 제자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 잘못 때문이었고 다 잊었으니 선생님도 잊고 마음 편히 사시라고. 몇 번 문자 메일이 오갔지만 아직도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내 몫이니 어쩌랴! 그날 이후 나는 교실에 매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30센티미터 플라스틱 자는 종종 사용한 적이 있으니 그것도 매는 분명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랑의 매조차 들지 말아야 진정한 선생님이다. 그걸 깨닫고 노력했던 것은 불과 몇 해 전이니 생각하면 부끄러울 뿐이다. 옆반에서 과도한 매를 때리는 선생님을 말리지 못했고, 내 반 아이가 선배 선생님에게 뺨을 맞고 들어와도 달려가 항의하지 못한 비겁한 선생이었음을 기억해내고 부끄럽다. 30년 전 수업 시간에 학생에게 심부름을 보낸 선배 선생님 반 아이에게 쉬는 시간에 오라고 했다가 된통 당했던 기억은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그 선생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그때 사과 받지 못한 억울함이 남아 있다는 증거가 분명하다. 사람은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은 결코 잊지 않지만 자신이 행한 것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당한 사람은 잊지 못하는데 행한 사람은 기억조차 못하는 것이 인간의 한계이다. 그러니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되는 순간, 변명보다 진정한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잘못을 덮을수록 과오는 더 커지고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나에게도 학력제일주의의 우산 아래에서 성공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최고의 대학에 다니거나 해외 유학을 갔거나 이름 있는 집단의 일원이 된 제자들을 자랑으로 여기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그들에게 최고가 되라고 부추기고 일등이 되라고 몰아부친 선생이기도 하다. 성공한 뒤 좋은 영향을 주는 리더가 되라는 말도 잊지 않았지만 그것까지 지키며 사는 제자가 많기를 기원하고 싶다. 나에게 과도한 매를 맞은 張군! 몇 년 전의 공개 사과에도 아직도 나는 마음이 아프네. 그대는 잊었다고 했지만 나는 결코 잊지 않았네. 혹시 이 글을 볼 수 있다면 내가 죽기 전에 반드시 용서를 받고 싶네. 함께 늙어가고 있을 나의 제자 얼굴을 마주 보고 깊은 용서를 구할 참이네. 부디 건강하시게! 그날이 오기를 빌며. 못난 선생의 마음을 글로 먼저 보내네.
천년의 벗을 찾아 옛 사람들은 책을 ‘천고상우 千古尙友’ 라 했다. 천년을 사귄 벗이라는 뜻이다. 한 생애 동안 단 한 명의 벗을 갖기도 쉽지 않은데 천년을 사귄 벗이라니! 나의 좁은 인식과 지식의 범위 안에서는 짐직조차 못할 비유다. 내게 그런 벗이 있는가. 자문하면 참 서글퍼진다. 마음이 통하는 벗이야 있지만 같은 하늘 아래 살아 있음만으로 그냥 위안을 삼는 정도이니.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이 곧 그 사람이다.” 러시아의 문호인 도스토예프스키가 인간 존재의 가치와 평가에 대해 한 말이다. 인간에 대한 그의 평가에 따르면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은 자는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뜻이니 참으로 엄혹한 평가다. 처한 상황에 따라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나는 인간으로서 최하등급에 속할 것 같다. 책을 좋아하고 읽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범위가 매우 좁은 탓이다. 글을 쓰기 좋아하지만 작가라고 불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니 더욱 그렇다.다만 책을 읽거나 서툰 글쓰기에 희망의 등불을 걸고 애쓰는 이유는 살아 남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제목 때문이었다. 도서관 반납코너에서 고른 대어였다. 책의 제목은 사람의 얼굴에 해당한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얼굴이 따라주지 못하거나 왜소한 체구를 가졌다면 일단 첫 인상부터 호감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그렇다.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을 알아보는 좋은 눈을 가지지 못해 평생의 친구를 수십 년 후에야 발견했으니 인생의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읽어 보지 않고도 첫눈에 들어오는 책은 대부분 제목이 잘 생긴 경우였다. 외모가 번듯한 사람에게 끌리듯. 도서관의 책을 샅샅이 훑으며 책을 읽는 분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얼른 집어든 책이다. 그분의 문제점은 책마다 연필로 밑줄을 긋는 나쁜 습관이 문제이긴 하지만. 얼굴은 모르지만 같은 굵기로 반듯하게 선을 그은 모습이 일정한 패턴을 지녔다. 자신의 책도 아니면서 그런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라면 책에 대한 에의가 없음을 한탄하지만 고칠 방법이 없으니 난감하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파도는 그냥 치치지 않는다.. 어떤 파도는 축복이다. 머리로는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나 가슴은 안다. 59 쪽 한 번뿐인 인생에 ‘그때 만약 ~했더라면, 내게도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더라면’ 과 같은 가정은 의미 없는 일이다. 어둠 속에 있을 때마다 짧고 깊은 울음을 뒤로 하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낸 덕분에 지금의 나는 존재할 수 있었다. 그때는 나쁜 운명이었지만 그 나쁨 덕분에 지금의 나는 좋은 시간을, 잘 여물어가는 노년의 언덕을 걷고 있으니 인생은 새옹지마가 분명하다. 그러니 좋은 환경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나쁜 환경 때문에 좋은 열매를 맺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최고의 바이얼린을 만드는 재목은 가장 험난한 환경을 이겨낸 나무로 만든다고 하니 인생도 마찬가지리라. 그 세월 이겨낸 피눈물 나는 노력이 만들어낸 사리를 품었으니. 사람도 나무도 주어진 운명을 어떻게 이겨내는가는 그가 선택한 순간의 의지에 달렸다. 매장과 파종 생의 한때에 자신이 캄캄한 암흑 속에 매장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둠 속을 전력질주해도 빛이 보이지 않을 때가. 그러나 사실 그때 우리는 어둠의 충에 매장된 것이 아니라 파종된 것이다. 청각과 후각을 키우고 저 밑바닥으로 뿌리를 내려 계절이 되었을 때 꽃을 피우고 삶이 열릴 수 있도록. 세상이 자신을 매장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파종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매장이 아닌 파종을 받아들인다면 불행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97쪽 이제와 돌아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암흑기라고 여겼던 절망 밖에 보이지 않던 시기는 잘 견디고 나면 반드시 어떤 열매를 안겨주곤 했다. 삶의 여정에서 돌부리에 넘어져 다치고 울 때마다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운 책이 있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해 준 것은 책이라는 도반이었다.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결코 배신하지 않는 믿어도 좋은 최상의 벗이었다. 매장되었다고 여기지 않고 파종되었다고 믿고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버티게 한 빛은 책이었다. 인생의 겨울나무로 서 있는 지금, 인간관계의 가지치기를 단행하는 중이다. 겨울나무는 그래야 한다고 말없이 가르쳐주었으니. 노년을 향해 가는 내 나무는 이제 더 깊게 뿌리 내릴 여력이 없음을 몸은 알고 있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없게 된 눈. 정년 뒤에 찾아온 외손녀를 돌보는 일로 몸은 더 무거워졌으니. 그럼에도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 책을 읽는 일이고 몇 문장이라도 글을 쓰는 일이다. 무엇보다 1년 가까이 쉬어 버린 글쓰기는 자존감마저 끌어내려서 다시 자판 앞에 앉으려고 몸부림치는 중이다. 혼자만 읽고 써도 되는 일을 굳이 지면에 드러내는 것이 다소 부끄러운 일이다. 탁월한 글솜씨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글을 써야 좀더 매끄럽게 문맥을 다듬게 되고 더 긴장하게 된다. 더 생각하여 여러 번 퇴고를 하다보면 더 좋은 문장이 튀어나오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것은 자판이 주는 선물이다. 어깨가 아프고 등이 당기는 고통의 댓가라서 수고한 만큼 얻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책에서 얻은열매를누군가와 나누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니 그 또한 행복한 나눔이 아닐까. 임어당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자기 세계에 감금되어 있다. 일정한 틀에 박혀 있는 그가 일상에서 접촉하는 것은 소수의 知己일뿐이므로 보고 듣는 것이 한정되어 있다.”고 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요즈음처럼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책마저 읽지 않는다면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 되는 데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으리라. 서점이나 도서관을 자유롭게 갈 수 없었던 지난 해는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여전히 책은 내 인생의 도반이자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언제든 기대어도 좋은 최상의 벗이다. 책을 읽을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픈 노년일까 생각하면 두렵다. 내게 죽음은 바로 책을 읽을 수 없는 날이 될 것이다. 진심을 담은 한 문장을 쓸 수 없는 날을 생각하면 두렵다. 외손녀를 돌본다는 것도 변명일 뿐이다. 하루 단 10분이라도 짬을 내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 되는 것을. 오늘, 그대의 진실한 한 문장은 무엇인가 진실한 한 문장 글이 써지지 않거나 미래가 불안할 때마다 헤밍웨이는 옥탑방 창가에 서서 파리의 지붕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에게 말하곤 했다. “걱정하지마. 넌 지금까지도 늘 글을 써 왔고 앞으로도 쓸 거야. 네가 할 일은 오직 진실한 한 문장을 딱 한 줄만 쓰는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한 문장을 써 봐.” 222쪽 누군가의 책을 읽는 것은 내 삶을 긍정의 힘으로 무장하기 위함이다. 나는 찾아내지 못한 책의 산맥을 오르내리며 작가가 수확한 알곡을 큰 힘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진실한 한 문장’이 그랬다. 그것은 1년 가까이 책을 놓고 글도 쉬어버린 나에게 희망의 빛이 되기에 충분했다. 결정적인 것은 인터넷언론사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중단하고 있던 기사를 계속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나이도 있고 현직에서 떠났으며 외손녀를 돌보느라 지쳐 있었기에 글쓰기는 포기 상태였다. 그 시간들이 얼마나 무료했던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육신의 고단함을 핑계로 나는 정신적으로 늙어가고 있었으니. 작가 류시화는 헤밍웨이의 '진실한 한 문장' 이 행운의 부적이라고 썼다. 나 또한 이 책에서 수확한 최고의 열매다. 이제는 잠 자기 전에 오늘의 진실한 한 문장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잠드는 습관을 들이는 중이다. 진실한 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진실한 하루를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면을 쓰고 거짓으로 하루를 살고서 어떻게 진실한 문장이 나오겠는가!글이 곧 그 사람이 되는 마법의 한 문장 덕분에 새벽 잠에서 깨어나 행복한 글쓰기 중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진실한 하루를 살아낼 것이다.
1995년 어느 봄날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의 담임선생님과 진학상담을 하였다. 담임선생님이“인환아 너는 대학진학을 무슨 과로 하고 싶으니?” “저는 사회복지 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 왜 사회복지 쪽을 고민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선생님이 생각했을 때 문과 쪽에서 국어나 영어 쪽도 좋을 것 같고, 운동도 잘하고 하니 경찰행정이나 기타 다른 과들도 많은데 사회복지 쪽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거니?”라고 물으셨다. 나는 “비록 저도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능력도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그냥 제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저보다 힘겹게 살아가시는 분들에게 나눠주고 싶습니다. 이러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 사회복지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선생님께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웃으시면서 “너의 마음과 생각이 그러하다면 내가 너에게 알맞은 과를 소개해 줄게 그것은 특수교육이라고 하는 분야인데 내가 3년간 인환이를 봐온 봐를 종합해보면 매사에 능동적인 생각과 행동을 추구해온 너는 네가 가지고 있는 긍정에너지를 장애 학생들에게 직접 전달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고 실천함으로써 물질적인 보상을 넘어선 더욱 값진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애” “선생님이 내일 관련 자료를 보여줄 테니 잘 생각해봐”라고 말씀하셨다. 다음날… 선생님께서 건네주신 특수교육에 관련한 자료를 받은 나는 순간 머릿속에 “바로 이거야!”라고 하는 외침과 함께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곧바로 부모님께 이러한 나의 결정을 말씀드리고 나의 결정을 존중해주시길 부탁드렸다. 오랜 설득 끝에 나의 결정대로 특수교육을 전공하게 되었고 그 후 4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현재의 태연학교에 발령을 받아 그토록 원했던 특수교사로서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대학 4년 동안 배웠던 이론과 틈틈이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얻은 실습의 경험을 토대로 특수교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대학 시절 배웠던 특수교육의 이론과 실제, 그리고 다양한 방법의 적용을 통한 긍정적 결과 도출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그저 학생들의 장애 정도에 따른 너무나 다양한 상황 발생을 정리하고 또 정리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이것이 과연 특수교육의 현실인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으며 언제쯤이면 내가 하고자 했던 특수교육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매일매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정도 학생들의 다양한 행동 변화에 대해 적응할 무렵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나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다양한 행동의 원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학교 오기 전 가정에서의 변인에 따른 감정의 변화 등 다양한 행동들에 대한 원인 들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교실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특수교사의 길이 얼마 가지 않아 또다시 막막함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자립 문제였다. 대학 시절 특수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자립’이라고 수백, 수천 번 말하고 쓰고 했던 단어였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 먼 꿈같은 이야기였던 것이다. 장애 정도에 따라 졸업 후 맞이하는 환경이 모두 달랐으며 특히 졸업식 날 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리는 부모님들을 볼 때면 과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나?’라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학교에서 그 오랜 시간 동안 몸으로 마음으로 가르치고 생활하면서 익혔던 것들이 사회에 나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다시 집으로, 혹은 복지관 등의 시설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였으며 한편으로 뜨거운 무언가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내린 끝에 특수학교에서 직접적으로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다음날 선배님(부장 교사)들을 찾아가서 우리 학교 학생들이 졸업 후에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저의 느낌을 말씀드리고 함께 고민해서 더 나은 모델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떻냐고 여쭈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과연 그런 생각들이 실현될 수 있을까?”,“괜히 그런 일 만들면 욕만 들어먹는 나”,“김샘 네가 안 해도 나라에서 다 해준다 걱정하지 마라”라는 정말 힘이 빠지는 대답만 돌아왔다. 해보지도 않고 결과를 예상하고 현실에 안주하여 시간만을 흘려보내려고 하는 모습에서 커다란 실망을 하였다. 나는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약간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좀더 새로운 방법을 강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함께 뜻을 같이할 동료 교사들을 모아서 2018년 ‘중증지적장애인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진 사회적협동조합 ‘찬솔’(속이 알찬 소나무)이라고 하는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다. 2018년 첫해 발달장애인 근로자 2명을 채용하여 사업을 시작하였으며‘찬솔’은 대표이사 및 모든 임원들은 일체의 보수 없이 모든 수익금은 전액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로만 사용한다는 사회적 가치 실현 성과를 높이 평가받아 우수사회적기업으로도 여러 번 선정되기도 하였다. 발달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직접 보고 겪고 있는 특수교사들이 힘을 합쳐 사업체를 운영하고 그에 따른 이익금을 다시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곳에 사용한다는 내용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듬해 2019년에 추가로 2명의 발달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하였으며 2020년 현재 총 7명의 발달장애인 근로자가 찬솔의 가족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제조업 한 분야로 시작한 사업 영역이 지금은 물티슈와 점보롤 화장지, 친환경 농산물, 카페테리아 사업 등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퇴근길에 인근 식당에 들러 찬솔이 생산하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영업활동을 하고 주말에 공장에 나와 제품을 만들고 직접 배송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거래처가 하나씩 늘어가고 사업 영역이 하나, 둘 늘어감에 따라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가 늘어가는 것을 볼 때 그동안의 어려움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특히 함께 일하는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물리적 성장이 아닌 정신적 성장을 보여줄 때의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매일매일 크게 다가온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발달장애 학생들이 취업 및 직업실습을 하지 못해 어려워할 때 찬솔은 추가채용은 물론 직업실습을 제공하고 지원함으로서 많은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직업실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어제도 출장길에 얼마 전 개관한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 內의 찬솔에서 운영하고 있는‘소소한 카페’에 들려 열심히 일을 하는 발달장애 바리스타에게 격려도 하고 주먹 하이파이브도 하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월급은 고사하고 출장비도 안 나오는 사업을 왜 합니까?”라고… 나의 대답은“아이들과 함께 할 때 너무나 행복하기에 그리고 그 친구들이 오히려 저에게 측정할 수 없는 연봉과 보너스를 주고 있기에 이일을 지속할 겁니다.”라고… 수년째 방학을 반납하고 달려온 시간을 잠시나마 되돌아보면 아직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욱 남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고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교사가 아닌 옆에서 함께 발맞추어 한걸음, 한 걸음 내디뎌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그런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더 강하게 든다. 작년부터 찬솔이 알려지면서 태연학교에 있는 찬솔을 보기 위해 많은 분들이 찾아오신다. 특수학교 관계자뿐만 아니라 타지역 학부모님들도 오셔서 찬솔의 모델을 보시고 응원해주시고 있다. 다음 주에 방문할 양산의 특수학교 관계자분들과 학부모님들에게도 찬솔이 가지고 있는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드리고 더욱더 많은 곳에서 제2, 3, 4의 찬솔이 만들어져서 모든 발달장애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함께 행복한 웃음만이 가득한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내일도 달릴 것이다. ------------------------------------------------------------------------------------------------------------------------------------- 2021 교단수기 공모 - 금상 수상 소감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어 더욱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함으로서 발달장애 학생들이 졸업후 겪을 현실의 힘겨움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힘겨움을 조금이나마 도움이 주기 위해 뛰어다녔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상은 제 개인의 상이 아니라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을 함께 설립하고 지금까지 운영함에 있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계시는 박춘남 선생님, 신삼근 선생님, 신수경 선생님, 김환규 선생님 그리고 찬솔의 운영에 지대한 노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박다효 전 이사장님과 함께 이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 또한 찬솔을 설립하고 운영할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사회복지법인 태연학원 이동성 상임이사님과 직원분들, 누구하나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학생들을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시는 태연학교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생들의 맑은 눈과 부모님들의 뜨거운 마음을 가슴속이 깊이 간직하고 한번이라도 더 웃을수 있는 학생들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이런 큰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여 웃음소리가 가득한 학교와 사회적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광일 여행작가·(주)여행이야기] 최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조선 시대 어보(御寶)의 제작기법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어보는 왕과 왕비의 도장으로, 이번에 분석한 어보의 수는 322점이다. 이 가운데 금보가 155점이고 옥보 167점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어보가 모두 331점이니 상당수를 분석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분석 과정에서 금보의 경우 구리, 아연의 비율이나 금으로 도금하는 기법(아말감기법: 금을 수은에 녹여서 도금한 뒤 수은을 증발시키는 방법) 등이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을 확인했다. 참고로 어보는 어책(御冊)과 더불어 현재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 왕, 그리고 왕비의 수에 비해 어보의 수가 크게 많다. 또 어보와 국새(國璽), 또는 옥새(玉璽)라고 부르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나라를 상징하는 도장, 국새 먼저 국새를 살펴보자. 새(璽)는 천자, 왕의 도장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국새는 말 그대로 나라를 상징하는 도장이다. 어떤 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나라, 그리고 정부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문서에 이 도장, 국새를 찍는다. 나라 사이의 외교 문서가 대표적이다. 국내 문서에도 국새를 찍는 경우가 있다. 국새 역시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국새 중 대외 문서에 찍는 국새가 13종류, 대내 문서에 찍는 행정용 국새가 26종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없어지고 국내 행정용 국새 일부만 남아있다. 국새에는 조금 아쉬운 역사가 담겨있다. 고려 말, 고려는 명으로부터 ‘고려국왕지인’이란 국새를 받았다. 이 국새가 ‘사대외교’의 관점에서 여러 국새 가운데 대표가 되며 ‘대보(大寶)’란 이름을 갖게 된다. 하지만 명이 줬다는 점, 그리고 맨 끝에 인(새나 보란 글자보다 격이 낮다)이란 글자가 있다는 점은 고려와 명이 사대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이 건국하고 나서 역시 태종 때 ‘조선국왕지인’이란 국새를 받아서 ‘대보’로 쓰게 된다. 이런 상황은 명에서 청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외교 관계의 변화 속에 국새의 내용도 달라진다. 근대에 이르러 조선은 새로운 외교 질서에 눈을 뜬다. 1876년 강화도조약을 맺는 과정에서 서양 열강이 적어도 외교의 형식에 관해 나라 사이의 동등한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청은 오히려 형식적인 사대관계를 넘어 실질적인 내정 간섭을 하고자 하며 조선의 많은 사람이 반발했다. 그런 가운데 조선은 이전과 다른 국새를 만들어 쓰게 된다. 2020년 미국에서 환수된 국새는 1882년부터 쓰던 것인데 ‘대군주보(大君主寶)’를 쓴 이후 1894년 이후부터 ‘대조선국보(大朝鮮國寶)’와 ‘대조선대군주지보(大朝鮮大君主之寶)’를 제작해 썼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전과 달라진 조선과 중국 사이 관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 이후에는 ‘대한국새(大韓國璽)’·‘황제지새’·‘황제지보’·‘칙명지보(勅命之寶)’ 등 황제의 지위에 맞는 국새를 만들어 쓰게 된다. 이 시기에 이르러 거북 모양의 손잡이도 용 모양으로 바뀐다. 이처럼 국새가 나라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 수가 일정하다. 그러나 어보는 왕 개인에게 부여되는 도장인데, 특정한 의식을 치를 때마다 제작한다는 점에서 그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어보는 원칙적으로 왕의 시호나 묘호가 정해지면 제작한다. 왕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세자나 세자빈에게도 책봉될 경우 어보(보통 어보로 부르지만 실제 도장의 이름은 ‘왕세자지인’이 된다)를 갖게 되니 기본적으로 왕이나 왕비의 어보는 그 숫자가 여러 개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왕이 존호를 받을 때에도 어보를 제작한다. 신하들이 왕의 덕을 칭송하기 위해 부르는 이름을 올리는데 이를 존호라고 한다. 존호는 왕비의 경우 살아서 받는 경우가 빈번한 편인데 그 이유는 아들이나 손자가 왕이 됐을 때 살아계신 왕실의 어른에 대한 효의 뜻을 담아 존호를 올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철종의 왕비, 철인 왕후는 1863년 고종 즉위 직전 명순(明純)의 존호를 받고 이듬해 고종이 즉위하자 왕대비가 됐으며, 1866년(고종 3) 휘성(徽聖)에 이어 정원(正元), 1873년에는 다시 수령(粹寧)의 존호를 받아 명순휘성정원수령대비가 됐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철인왕후는 죽은 뒤 붙는 시호다. 이처럼 여러 번의 존호와 시호를 받은 철인왕후의 이름을 모두 적으면 ‘명순휘성정원수령경헌장목철인왕후’가 된다. 그러니 이 내용을 모두 어보에 적어야 하니 어보는 국새와 달리 글자 수가 많아지게 된다. 가장 많은 글자가 적힌 문조의 어보 왕도 존호를 받는데 왕비가 한 번에 2글자의 존호를 받는 것과 달리 8글자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존호가 길어지게 된다. 조선의 어보 가운데 가장 글자가 많은 것은 문조로 추존된 효명세자다. 고종의 족보상 아버지가 되는데, 그래서인지 무려 12번이나 존호를 올렸다. 실제로 문조(효명세자) 어보에 116글자가 적혀 있다. 왕비의 어보 가운데 가장 많은 글자가 새겨진 것도 역시 효명세자의 부인이며 당시 고종을 왕으로 즉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정왕후로 62자에 이른다. 도장을 새기는 일도, 도장을 찍은 내용을 읽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처럼 국새와 어보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국새는 평소 쓰기 때문에 왕이 자주 보는 편이었을 것이다. 보관도 도승지의 책임 아래 상서원(도장을 책임지는 관청)에서 제작하거나 관리했다. 그런데 어보는 일종의 기념물이라는 점에서 평소에도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었고 이들은 모두 왕의 죽음과 함께 종묘에 보관한다. 종묘 정전의 19개의 각 신실을 보면 가운데 신주장을 두어 왕과 왕비의 위패를 보관하는데, 그 왼쪽에 보장을 둬 거기에 어보를 보관한다. 오른쪽에 있는 책장에는 어보를 제작하게 된 경위를 대나무나 옥에 새긴 죽책이나 옥책을 보관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보와 죽책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나라와 왕을 상징하던 국새와 어보는 대한제국의 멸망과 함께 모두 일본의 관리로 넘어가게 됐다. 다행스러운 건, 일본의 패망으로 미 군정청이 이를 모두 환수해서 다시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온 국새와 어보가 한국전쟁을 겪으며 일부가 사라지게 됐다. 미군이 기념품으로 가져간 것도 있으며 도난된 것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최근에 어보 환수 소식이 종종 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문화재와 달리 국새, 어보는 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재라는 점에서 도난이나 약탈 여부와 관계없이 환수돼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혹시 외국에서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거래를 한다고 하더라도 모두 불법이 되는 셈이다. 일제 잔재인 도장 문화 ‘인감’ 국새, 어보와 관련해서 요즘 우리 시대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감이 아닐까. 국가나 개인의 증명을 도장으로 한 셈이니 민간에서도 도장 문화로 인감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인감은 일제의 잔재다. 1914년, 조선총독부가 도입한 제도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인감 제도가 있는 곳은 우리나라 외 일본, 대만에만 있다는 사실에서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인감 제도는 광범위하게 각종 증명에 쓰이고 있다. 인감증명서는 한 해 평균 4000만여 통이 발급되고 있고, 이에 따라 인감증명서의 발급 비용만 약 3000억여 원에 이르며 여기에 전담 공무원만 전국적으로 4000명이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인감제도를 대신할, 효율성이 높은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10여 년 전에 도입한 ‘본인사실확인제도’가 인감 제도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감 도장 대신 서명을 활용하는 증명서다. 인감증명서와 달리 본인만 직접 확인서를 뗄 수 있다. 그렇다고 도장과 도장 문화를 아예 없애자고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예전 선비들은 도장을 새겨 문서나 그림에 장식으로 찍기도 했다. 그런 사례를 참고해 공예품처럼 도장을 만들어 자신을 기념하는 것으로 쓰는 것도 좋을 것이다. 행정제도가 아닌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어보와 국새를 만날 수 있는 곳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 왕실문화와 관련 된 유물을 보존‧연구하고 전시하는 조선왕실 전문 박물관입니다. 현재 경복궁 서남쪽에 자리하고 있어, 경복궁과 함께 관람하기 좋습니다. - 관람시간: 오전10시-오후6시(연중무휴, 설추명절당일만 휴무) - 관람요금: 무료 - 유의사항: 코로나19 방역조치 시행에 따라 사전관람예약제를 실시 - 예약하기: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 www.gogung.go.kr/main.do
정치적 편향 문구 다수 등장 전 교원에게 활용 방법 안내 국민희망교육연대 “학교 정치장화 의도 중단해야 지역사회 연대해 집회 계획 중”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세종시교육청이 촛불집회 기록집 ‘촛불혁명’을 민주시민교육 자료로 활용하라며 관내 학교에 일방적으로 배포해 논란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극찬하고 검찰과 삼성·야당을 매도하는 등 편향적 주장이 담겨 있는 책을 학교에서 활용토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3일, 관내 전체 초·중·고 99곳에 공문을 보내 “교육청에서 책을 수령해 학교도서관에 비치하고 전 교원에게 민주시민 교육을 위한 보급 목적과 활용방법을 안내하라”고 지시했다. 책은 출판사 느린걸음에서 기증한 45가지 테마로 이뤄진 2016~2017년 촛불집회 기록집으로 시인이자 노동·생태·평화운동가 박노해 씨가 감수했다 문제는 내용의 상당 부분이 정치적·정파적 편향성 또는 영향력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은 “사회적으로 파장이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도서를 학교 내 구성원 간의 협의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배포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책을 살펴보면 “광장을 지켜준 박원순 서울시장…박원순 시장의 표현대로 ‘우렁각시 같은’ 서울시 직원들과 시장님께 감사를! 헌법이 보장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고 언제든 주권자의 저항을 행사할 수 있도록, 우리 앞으로도 서울시장만큼은 꼭 제대로 뽑자(204p.)”며 특정 정치인을 지칭하면서 선거를 당부하는 표현으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한다. 또 “박근혜와 최순실 다음으로 전 국민적 공분을 산 두 세력이 있다. 박정희 시대부터 한 번도 권력의 중심에서 내려온 적 없고 그 많은 죄악을 저지르고도 한 번도 죗값을 받지 않고 오늘날 훨씬 더 강력해진 불패의 존재, 바로 재벌 삼성과 정치 검찰이다”(272p.)라는 표현에서는 문제나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반 기업, 반 검찰 정서를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밖에도 “새정부 초기부터 보수 야당은 청문회 파행과 인사 비토, 국정감사 거부, 언론 공작 등 무늬만 ‘협치’이지 실상은 ‘협박’으로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은가. 이에 맞서 국민들은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압도적 지지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시 없을 적폐청산과 개혁의 기회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297p.)”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보수 야당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으로 학생들에게 정치적 편향성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국민희망교육연대(상임대표 진만성·임헌조·김수진)는 28일 입장을 내고 “특정 정파와 이념적 시각이 담겨 있고, 현 정부 홍보물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이 되는 도서를 어린 학생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해당 도서를 일방적으로 배포하는 것은 학교를 정치화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세종시교육청은 도서 배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 원리, 촛불집회 의미를 그토록 강조하면서 정작 학교의 자율과 의사를 무시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며 “교육청은 ‘반민주’적 행정을 하면서 학교에는 ‘민주’교육을 하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책의 내용이 이념적인지 편향적인지 여부보다 학교자치와 민주적 의사결정을 부정하면서 학교에 민주시민교육만 강요하는 교육청의 행태가 더 심각한 문제”라며 “학교에 필요한 도서는 구성원의 논의와 교육적 판단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분명히 했다. 연대는 “학교와 교실이 특정 이념과 정치에 오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교육현장의 우려를 세종시교육청은 직시해야 한다”며 “즉시 공문을 철회하고 도서 보급을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세종시교육청은 입장문을 내고 “역사적 사실을 현장 사진과 자료를 중심으로 서술한 도서로 헌법 가치와 국민주권의 원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국민 참여의 중요성을 제시한 자료로 판단해 학교에 안내한 것”이라며 “교사 개인에게 보급하거나 수업에 활용을 강제하지 않았으므로 활용 여부는 각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도서를 회수하는 등의 추가적인 조치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진만성 국민희망교육연대 상임대표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의 책을 교육 현장에 배포하고 교육하라는 공문까지 시행한 것 자체가 나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라며 “세종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도서 회수를 요구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쏟아지는 대책들… 그 실효성은? 기간제 교사·협력 강사 등 난무 ‘공부 못하는 아이’ 낙인도 우려 14시간 근무… 모집조차 어려워 근본방안은 학급당 학생수 감축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3월 신학기가 시작됐다. 올해는 개학 연기 없이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한 학사일정이 진행된다. 지난해 대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학생들의 학습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들은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불만이 크다. 교육부는 최근 과밀학급에 기간제교사 2000여 명을 한시 배치하고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총 등 학교 현장은 “초등 정원은 줄이면서 기간제 교사만 양산하는 땜질식 수급”이라며 “정규교원을 확충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 1·2학년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기초학력 협력강사를 운영한다. 정규 교과 수업시간에 담임을 돕고 학습 부진 학생들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공립 563개 학교 5376개 학급에서 협력수업이 운영될 예정이다. 강원도교육청도 예비교원을 활용한 기초학습 지원에 나선다. 예비교원 68명을 기초학력 지원 기간제교사로 채용해 △담임교사와의 협력수업 △정규수업 및 방과 후 기초학습 특별(개별) 지도 △방학 중 기초학력 관련 프로그램 운영 시 지도 등의 역할을 맡긴다. 대전시교육청도 기초학력 진단 및 맞춤형 보정지도를 강화하고 수업 내 개별화 지원을 위한 협력교사제를 확대 운영한다. 학교 현장은 기간제교사나 협력교사 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과거 실패한 복수담임제나 1교실2교사제의 혼란만 재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강득구 의원실이 주최한 교육격차 관련 토론에서 홍섭근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간제 교사는 한시적이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기 때문에 기초학력 지원이라는 정책의 연속성을 갖기 어렵다”며 “이들이 수업 중 어떤 역할을 할지조차 명확하지 않아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식의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밀학급은 대도시나 신도시에만 존재하고 이곳은 교육격차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많은데 농어촌 지역에 대한 대책은 없다”며 “현 정부가 초기 공약으로 택한 1수업 2교사제의 시범 실시 때 만족도가 높지 않았고 담당교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있었던 만큼, 기간제교사 2000명 대책은 검증된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협력교사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이다. 교사들은 “전문성 있는 정규교사를 통해 교육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초등 교장은 “협력교사가 뒤처지는 아이에게 다가가 도와주면 말 그대로 저 아이는 ‘공부 못하는 아이’라고 수업시간에 공론화시키는 꼴”이라며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낙인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보다는 아이의 발달단계와 심리수준을 가장 잘 아는 담임교사가 방과 후에 직접 지도할 수 있도록 차라리 담임 수당을 늘려주고 학부모들이 자녀를 적극 참여시킬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개별 학교가 인력을 구하도록 한 점도 불만이 크다. 퇴직교원, 임용시험 합격자, 교대 3~4학년 등이 지원대상이지만 근무가 14시간 미만이어서 당장 개학인 현 시점에도 채용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고는 냈지만 지원자가 아무도 없다”며 “오죽하면 교대 후배들에게 이야기해 지원하라고까지 했는데 반응이 없다”고 토로했다. 연금 받는 퇴직 교원의 지원 가능성은 매우 낮고, 임용합격자의 경우 차라리 기간제교사를 하는 편이 이익이고, 교대 3~4학년은 대학 21학점을 이수하며 3일을 출근해야 하는 14시간 협력강사 근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교총도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윤수(전 부산교대 총장) 교총 회장은 “교사도 없이 학생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니 공염불이 따로 없다”며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가 학생 각자를 충분히 보살필 수 있는 교실 환경을 만들어야 대면·원격수업 모두 충실할 수 있고 학생 진로에 따른 개별화 교육도 가능하다”며 “뜬구름잡기식 정책 발표보다 교원 증원과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이라는 국가적 책무부터 조속히 이행하라”고 밝혔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전국 교육청이 보복성 인사, 교육감 측근 챙기기 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에서는 김석준 교육감으로부터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았다며 ‘갑질’ 신고를 했던 A장학관이 6개월 만에 본청에서 산하기관으로 전보 발령이 내려졌다.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과 ‘소통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최근 부산시교육청이 발표한 정기인사에서 A장학관은 본청 승진 발령 6개월 만에 학생교육원 연구관(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시교육청 인사담당 부서에 따르면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전보 대상이 됐다. A장학관은 지난해 김 교육감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민인권위원회에 각각 신고,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문제는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지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정책과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법과 규정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한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김 교육감은 시교육청 실·국장, 과장이 참석하는 현안조정회의에서 A장학관에게 폐교된 모 학교 활용방안 업무를 담당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A장학관은 “회의 참석 대상도 아니었음에도 호출을 당했고, 모든 부서가 미루는 업무를 일방적으로 넘겨받게 돼 인격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 업무지시”라고 A장학관에 회신했다. 인권위는 진상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청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조치가 워낙 이례적이긴 하나, 교육감의 고유 영역이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수년 간 직원들 사이에서 오갔던 교육감의 소통능력 부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 아니냐는 의견에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다. A장학관은 소통 부재의 경직된 조직문화의 변화를 위해 교육감과 대화를 원했다는 아쉬움을 거듭 전하고 있다. B직원은 “직원들은 교육감의 소통 부재를 두고 ‘교육청 내 민주화’를 수년간 합창하듯 요청하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충북도교육청은 교육계에서 헌신해온 인물보다 교육감 선거 공신을 먼저 챙기는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충북교총(회장 서강석)은 최근 도교육청 정기인사에 대해 “징계를 받아 인사조치 대상자임에도 교육감 측근이라는 이유로 제외된 반면, 징계가 아닌 행정처분을 받은 학교장은 강제로 인사조치 됐다”며 “공모교장, 전문직 등에서도 측근 챙기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교육청 역시 관리자 인사에서 일반교원보다 전문직 위주로 발령한 부분을 지적받고 있다. 강원교총(회장 조백송)은 “현장교원의 비율이 절대적 다수임을 감안한 인사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특정집단을 고려한 인사가 아닌 원칙과 순리, 공정성에 따라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 해달라”고 촉구했다.
작년에 집 근처 마트에 갔는데 한 청년이 저에게 아는 체를 했습니다. 처음엔 전혀 못 알아보겠던데 자세히 보니 17년 전에 가르쳤던 제자였습니다. 제자라고는 하나 이제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제자를 가르칠 무렵인 2004년경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 학생이 조회 시간이 끝나고 1교시가 시작하는데도 학교에 오지 않아 제가 집으로 전화를 걸면, 그 애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이상하다. 집에선 아까 나갔어요!!” 아이를 기다리고 있으면 2교시가 시작하기 직전에 오곤 했지요. 왜 늦었냐고 물어보면 그 애는 배가 아파서 병원에 들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기를 서너 차례 반복하다가 드디어 사고가 터졌습니다. “어머님, ○○가 3교시가 끝났는데도 안 와요”라고 걱정스레 여쭤봤습니다. 그러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여보쇼. 나도 하루하루 벌어먹기 바빠. 내가 학교 갔다고 나간 자식새끼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아? 왜 아침마다 재수 없이 전화해대는 거야? 사람 성질나게!” 저는 어머님이 자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주길 기대하고 전화한 건데, 그 어머니는 아침마다 걸려오는 전화가 싫으셨던가 봐요. 씁쓸한 마음으로 한 시간가량 읍내 PC방을 돌아다닌 끝에 어떤 가게의 구석진 곳에서 게임을 하는 그 애를 발견해 학교로 데려왔습니다. 교무실에서 저는 그 애에게 다시 또 한 번 이런 행동을 했다가는 알아서 하라며 무섭게 엄포를 놓았지요. 세월이 흘러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한 친구와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에 저는 또다시 벽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상당히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자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 애가 늘 지각해. 그러면 담임선생님이 내게 전화를 하시는데, 솔직히 말해서 내게 왜 전화를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그 친구는 사교육 기관의 중견 간부인데도 그런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는 데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 알 만한 사람도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제 글을 읽으시는 선생님들께서도 학부모님이 가진 이러한 마음의 벽에 절망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애들 지도를 선생님이 알아서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란 걸 하루만 교사로 지내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지요. 학교 현장에서 무슨 사안이 생기면 그건 오직 학교 탓이고 아무 일이 없이 무사 무탈하게 지나가면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지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시각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아이들이 한 번도 사고(?)를 치지 않고 지낸다는 게 얼마나 많은 선생님의 땀방울이 있기에 가능한지 모르는 분이 대다수입니다. 교육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을 철저하게 분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 아이가 힘들게 지낸다면 우리 어른들은 상대를 탓할 시간에 고민의 원인에 관해 함께 숙고해 봐야 합니다. 그러기에 교사와 학부모는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상대에게 진솔해져야 합니다. 아이들 교육은 자율주행차처럼 그 무언가에 혹은 그 누군가에게 맡겨놓고 편하게 관망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만약 17년 전으로 돌아가서 제게 짜증 냈던 그 어머니와 다시 통화한다면, 그리고 4년 전으로 돌아가 친구와 다시 차를 마신다면 이젠 이렇게 말할 거 같습니다. “한 아이를 교육할 때 중요한 건, 아이의 잘못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 아이와 관계있는 어른들의 허심탄회한 대화 그리고 화합이란 생각이 드네요.” 우리 선생님들께 직언 아닌 직언도 드리고 싶습니다. 교사도 간혹 학부모에게 상처 아닌 상처를 줄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자녀 문제로 고민에 빠진 부모에게 “가정에서 일어난 일은 집에서 해결하시지”라는 식으로 생각해 은연중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선생님이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학교 책임만을 운운하던 학부모나 일반인들의 태도와 무엇이 다를까요? 선생님들께서도 역지사지하실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선생님 자신이 받은 상처가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선생님의 상처를 타인에게는 주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여 자그마한 변화를 실천할 때입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23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학교 체육 활성화와 학생 선수 등에 대한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교총과 대한체육회는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운동선수들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교육계와 체육계가 함께 학생 선수의 인권침해 예방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학교 체육 활성화를 위한 협력관계도 구축한다. 학교 체육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내실 있는 체육활동 운영을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교육부의 학교 체육 관련 예산(학교 체육 특교 예산)을 살펴보면, 2017년 710억 원, 2018년 524억 원, 2019년 570억 원으로 감소세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운동 부족 비율도 94.2%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양 단체는 앞으로 다양한 체육수업 활성화와 여러 분야의 체육 인력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설 등 학교 체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저출산 및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육과정 운영상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양질의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09년부터 ‘적정 규모 학교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최선의 대응인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 학교도 통폐합 대상이다. 2019년 분교와의 통폐합을 시작으로 인근 학교와의 통폐합까지, 최종 세 학교가 통합돼 올해 3월 신설 보개초 개교를 앞두고 있다. 통폐합 대상 학교들의 노력 적정 규모 학교 육성의 목표는 교육과정 운영과 교육환경의 질 개선에 있다. 통폐합을 이끄는 학교는 교육공동체의 안정적인 통합과 정착을 목표로 움직인다. 그 시작은 공동의 학교 비전과 교육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학교 구성원 간의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대토론회와 같은 활동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학교 통폐합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다음은 공유된 학교 비전과 교육목표를 바탕으로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공동교육과정 운영은 학교 구성원들 간의 경쟁심을 낮추고 공동체성을 회복하게 한다. 이는 안정적인 통합과 정착의 기틀을 마련해준다. 학생 중심 공간구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교육환경의 질을 개선하는 것도 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학생 중심 공간구성은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학교, 지역교육청의 관심과 노력에도 통폐합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부분 규정, 절차, 예산 등과 관련된 문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통폐합의 성격을 규정하거나 주축 학교 선정, 교직원들의 인사이동 조율과 근거 마련, 공간 재구성 등 통폐합 준비만 집중할 수 없게 하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모든 에너지를 통폐합 준비에 쏟아도 모자라는데, 힘이 빠지곤 한다. 통합학교 개교를 준비하고 교육과정을 계획하는 학교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만은 학교와 교육청 담당 부서 간의 미묘한 감정 소모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복되는 어려움은 줄여야 앞으로도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안정적인 통폐합을 위해서는 반복되는 어려움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폐합 과정에서 필요한 규정을 명확히 정립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절차를 간소화하며 예산 확보와 활용에서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또한 통폐합을 준비하는 당사자인 학교와 구성원들이 지나친 업무와 책임감에 억눌리지 않게 해야 한다. 교육과정 운영이라는 본연의 역할과 안정적인 통폐합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변화라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소규모학교에 관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한국교총은 23일 ‘탄력적 희망 급식 등 급식 목적 등교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제출했다. 교총은 건의서에서 “결식아동과 소외 학생 등을 위한 급식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학교의 본질적인 목적이 교육인지, 급식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과 원칙조차 정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졸속으로 추진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28일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개학 연기 없이 3월 2일부터 학사일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생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까지는 학교 밀집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우선 등교할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하면서 ‘탄력적 급식 시행’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서울과 경북 등 일부 지역 교육청이 ‘탄력적 희망 급식 운영 계획’을 관내 학교에 안내해 3월부터 추진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탄력적 희망 급식은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중에도 희망하는 학생에게 학교급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새 학기를 준비하던 현장 교원들은 갑작스러운 탄력적 희망 급식 시행 소식을 접하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우선, 학교 내 감염 위험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A 교장은 “코로나19 감염과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원격수업을 운영하는데, 전파 위험성이 높은 식사 시간에만 등교해 급식을 먹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B 교장도 “수업은 집에서 듣고, 학교에 와서 급식을 먹게 하는 것은 감염병 방역지침에도 어긋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학교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C 교장은 “등교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 지도를 하고 있지만, 점심만 먹으러 오는 학생들의 등하교 지도는 물론 생활지도를 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급식 장소 확보와 급식 시간 연장에 따른 인력 배치 문제도 지적된다. 현재도 현장에서는 학교별 상황에 맞춰 식당 배식과 교실 배식이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식당에서 배식할 경우, 교대로 진행돼 급식 시간이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D 교장은 “학교급식은 식중독 예방을 위해 조리 완료 후 2시간 이내에 배식을 완료해야 한다”면서 “지금도 등교수업 학생만으로도 점심시간이 걸어져 조리 완료 후 2시간 이내에 배식하기 어려운데, 원격수업 학생까지 급식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문제는 등교수업 확대 방침에 따라 수업 준비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담임교사들이 급식 관련 업무에 매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총은 “원격수업을 하는 담임교사에게 희망 급식 학생의 출결 관리, 발열 체크, 식사 지도 등의 직무를 수행하게 한다면 점심시간 전후의 원격수업은 쌍방향 수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원격수업 장기화로 인한 교육의 빈익빈, 학력격차 심화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교원이 급식에 매몰돼 교육의 목적과 학교의 본질적 기능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총은 건의서를 통해 ▲원격수업 기간 중 결식, 소외아동에 대한 급식 지원은 복지 관점에서 주민자치센터 등 행정기관에서 제공 ▲불가피한 경우 탄력적 희망 급식을 시행하더라도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및 학생교육’이라는 학교의 본질에 방점을 두고 관련 내용 개선 ▲3월 개학 이후 최소 한두 달 정도 시범 시행 후 결정하도록 시·도교육청과 협의 등을 요구했다. 교총은 “3월 신학기를 앞두고 등교 확대 방침과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등 시시각각 변하는 학교 방역지침으로 학교에선 학사 운영 준비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학교 운영 전반에 영향을 주는 ‘탄력적 희망 급식’을 바로 시행한다면 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교육 당국은 방역의 어려움과 학생 안전,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학교에만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졸속으로 추진된 해당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서울교총도 전날, 탄력적 희망 급식 운영 계획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서울시교육청에 제안했다. 서울교총은 학교 방역체계 혼란, 식자재 낭비 등을 이유로 꼽으며, 우선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도시락, 급식 바우처, 급식 꾸러미 등을 제공하는 우회적인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에 원격수업 장면을 캡처해 담임교사를 분양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는 등 원격수업으로 인한 부작용이 늘고 있다. 교총은 교육 당국에 초상권 침해 등에 대한 교권보호 대책을 촉구했다.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온라인 수업 캡쳐해서 당근마켓에 담임선생님 분양한다고 글 올린 초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인 당근마켓 판매 게시물을 캡처해 담임교사 이름과 얼굴은 가린 것이었다. 원문에는 ‘입양하시면 10만 원 드림. 진지하니까 잼민이(초등학생 비하 용어) 드립치면 신고함'이라는 내용과 함께 원격수업 중인 교사의 모습과 이름이 담겨있다. 원문은 현재 삭제된 상태이며, 판매글을 올린 계정은 정책위반 사유로 이용 정지 중이다. 게시자는 “안 그래도 온라인 수업 때문에 선생님들 얼굴 까고 수업하시는 거 힘들어하시는데 이렇게 캡처해서 올리다니… 선생님 성함이랑 얼굴도 다 나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댓글에도“저래서 쌍방향 수업 걱정됐다. 저 선생님 이거 알게 되면 얼마나 맘고생하실까… 안타깝다”,“쌤들 진짜 얼굴까고 수업하는거 진짜 스트레스일 듯”등의 한탄이 이어졌다. 한국교총은 24일 이에 대해 “원격수업 중인 교사의 모습과 이름이 아무런 제재나 여과 없이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분양 대상으로 희화화되는 교육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하윤수 회장(前 부산교대 총장)은 “원격수업이 시작될 때부터 교원들은 초상권 침해를 우려했다는 점에서 단지 어린 학생의 일회성 장난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개인 사진과 정보를 무단 유포하거나 도용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로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예방 및 교권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지난해부터 원격수업과 관련한 다양한 교권침해 상담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올해도 원격수업의 장기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 교권침해 사례가 더 늘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격수업에 대한 사이버 상의 교권 침해는 피해 교사도 모르게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며 “교사의 인격권, 초상권 침해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로 2차, 3차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예방‧근절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 외에도 그동안 교총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보면 ▲학생이 교사의 명의를 도용해 댓글 작성 ▲원격 수업에 대한 불만 제기 ▲원격수업 교사에 대한 품평 등 명예훼손 ▲자가 진단, 출석 등을 요구하는 연락에 욕설 ▲비대편 평가 결과에 대한 지속적 문제 제기 등 원격수업 관련 교권침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교총은 “피해 교사나 학교에만 맡기지 말고 교육부 등 교육 당국이 교사의 초상권, 인격권 침해에 대해 고발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지난해 6월, 교총이 교육부에 건의서를 통해 요구한 ‘사이버 및 원격수업 교권침해 대응 매뉴얼’ 제작·보급을 재차 요구했다. 학부모에 대해서는 “‘단지 자녀의 철없는 장난으로 여길 게 아니라 교사는 물론 여타 학생에 대한 초상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은 명백한 범죄행위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학폭 미투’처럼 자녀의 미래까지 망칠 수 있다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가정교육을 요청했다. 학교와 교사에게는 “개학 초 온·오프라인 수업과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 대해 철저히 예방 교육을 하고, 사안 발생 시 학교교권보호위원회 개최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교총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기 초에 전국 학교와 교원에게‘교권·사건 예방 및 대응 안내’를 담은 예방 교권 뉴스를 제작·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력 30년차 교사입니다. 코로나19로 수업 방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원격수업을 준비하게 되면서 같은 학년 교사들과 과목을 나눠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업을 올리게 됐습니다. 그러나 저는 컴퓨터 작업이 익숙하지 않은 나이다 보니 젊은 후배 교사들에게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반에는 도움을 기꺼이 주던 후배들도 점차 부담스러워하거나 불만을 가지는 것이 느껴져 어느 순간부터 물어보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꺼려지게 됐고 자연스레 소통도 매우 줄어들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경력의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보지만 사실 다들 비슷한 상황이라 서로 큰 도움은 주고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후배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선배들보다 많은 시수를 담당하게 되거나 본인의 수업 만들기도 바쁜 시간에 선배를 일일이 알려주기 어렵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합니다. 그래서 관련 연수를 몇 개 들어봤는데 초급연수임에도 용어가 어렵고 속도도 따라가기 힘들어 큰 도움이 못 됐습니다. 평소 방학 때 다양한 연수를 찾아 듣고 새로 배운 내용을 적용해보면서 보람도 느끼고 발전하고 있다 자부했는데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자꾸 뒤처지는 것 같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올해 1년이 너무 걱정됩니다. 그래도 1년을 지냈더니 지금은 제작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고 도움 없이 어느 정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또다시 이런 상황을 겪게 되지 않을까 두렵고, 현재 수업이 익숙해지면 또 새로운 것이 자꾸 등장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도 부담이 됩니다. 예전에는 일에 보람도 느끼고 아이들과 정년까지 즐겁게 지내야겠다는 다짐으로 지내왔고 동료 교사들과도 큰 문제 없이 잘 지냈는데 원격수업의 등장으로 갑자기 저는 쓸모없는 사람이 돼버린 것 같아 속상합니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두려움이 느껴지니 명예퇴직을 해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입니다. 앞으로도 대면과 원격수업이 병행되는 이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야 할까요?(54세·여성) [김민녀 임상심리전문가·교권침해 교사상담] 많은 혼란과 도전, 부담감에도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계신 선생님께 지지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현재 수업이 익숙해지면 또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 자신감이 떨어지고 두려움이 느껴진다’는 선생님의 글귀는 지금 이 시대의 교육 현장에 있는 많은 교사들에게 공감이자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본질을 회복할 때 길이 보입니다 어떤 시대이든, 어떤 인생이든 혼란이 있을 때는 본질로부터 답을 찾아야 합니다. 본질 위에 설 때, 모든 혼란 속에서 온전한 질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교육의 본질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또 그에 맞는 교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회복해야 하는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잡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가 선명해질 것입니다. 희미했던 것들이 선명해지면, 이제는 올곧게 나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붙잡을 것들은 붙잡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게 되지요. 예기치 않게 다가온 코로나 상황은 교육 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함이 없어야 합니다. 온라인 수업에 맞는 콘텐츠 기술을 필요로 하나 무엇보다 학생 개별에 대한 교사의 마음과 태도는 여전히 중요한 본질이어야 합니다. 교사는 시대 흐름에 따라 지식을 잘 전달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교사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은 바로 그 어떤 것보다 귀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까요. 때문에 역할은 수업에만 매이지 않아야 합니다. 더 확장된, 더 다양한 영역에 그 역할이 있지요. 선생님의 역할은 어디에서, 어떻게 미칠 수 있을까요? 교사의 역할이 온라인 콘텐츠 기술에만 메이고 평가될 수 있을까요? 학생들의 목소리를 청취해보세요 코로나 이후 교육 현장에는 많은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득과 실을 따져보고, 장점과 단점을 논의하며, 나아갈 방향을 고심합니다. 저 또한 몸 담고 있는 대학과 상담 현장에서 교육 환경의 변화로 인한 새로운 목소리들을 다양하게 청취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교육 환경이 도래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있는 한편, 더 만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 그리고 어둠과 빛처럼 불편함과 감사함이 공존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코로나로 더 큰 박탈과 결핍을 느낄 수밖에 없는 영역에 눈을 돌리고, 손을 뻗으면 되지 않을까요?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 자기 주도적 학습 습관이 중요하게 요구된다고 말합니다. 또 비대면 교육 환경 속에서 학생들의 또래 사회성 문제, 그리고 자녀교육에 있어 부모의 적극적 참여와 지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즉 교육 주체들 간의 협력이 중요하겠지요. 교사에게는 이들을 연계하고 가이드하며 촉진하는 역할도 요구됩니다. 온라인 콘텐츠 교육으로만 불가능한 실제적 기능에 대한 요구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학습의 도구가 온라인 콘텐츠로 확산된 것일 뿐 요구되고 있는 측면들은 모두 학생 개별의 전인적 교육에 관한 것들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사회로 나아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적응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기능이 포함된 것이지요. 실제로 제가 만나는 많은 학생들도 자기관리 및 자기 주도적 학습의 어려움, 또래관계 결핍 및 소외, 진로 및 적성 등에 관한 고민들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교사의 역할과 능력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만 있지 않겠지요. 콘텐츠는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에 있어 극히 일부입니다. 그리고 교육의 일부이기도 하지요. 선생님이 만나는 학생들의 상황을 청취해 보세요. 그리고 그 속에서 선생님만이 채워줄 수 있는 필요들을 발견해보세요. 그 지점에서 선생님만이 가진 자원으로 선생님다움을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직 어제의 자신과만 비교하십시오 사람은 누구나 어려움 속에 있을 때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만 지나치게 부각해 고통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발 물러나면 큰 그림을 볼 수가 있지요. 큰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림을 더 정확하게 보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선생님 자신의 어려움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두면, 선생님의 부족함만 보일 것이고, 또 그 부족함이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긍정적 측면들은 눈에 띄지 않거나 눈에 띄어도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콘텐츠 제작 등 온라인 수업을 위한 배움은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서툴고 익숙하지 않은 일에 대한 도전도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남들은 다 편안하게 하는 것 같고, 빨리 적응해 가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얼마나 불안하고 불편하겠습니까. 그렇지만 그 시간들을 견뎠기에 이전과는 다른 발전을 목격하셨지요. 개인에 따라 새로운 도전에 적응하는 속도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실제로 많은 것들을 남들보다 잘 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원치 않는 도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원치 않는 도전 앞에 설 때,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원치 않는 도전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이면서 기꺼이 도전해볼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자신의 부족한 점에 매여 부족한 점이 다 인양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자신의 일부로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보며 힘을 얻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의 부족함에 눌리고 속박되기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로 만족하고 기뻐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보다 더 나을 내일의 나를 기대하며 나아가시면 좋겠습니다. 그 모습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닮아야 할, 그리고 닮고 싶은 존경스러운 ‘우리 선생님’의 모습일 것입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교총(회장 김성일)은 서울시교육청의 ‘탄력적 희망 급식 운영 계획’에 대해 학교방역체계 혼란, 식자재 낭비 등을 이유로 ‘점진적 추진’을 제안했다. 이들은 일단 지자체와의 협력을 공고히 해 학생에게 도시락, 급식 바우처, 급식 꾸러미 제공 등 우회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교총은 22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영양 불균형 해소 취지는 공감하나, 갑작스러운 급식 운영은 학교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 상황에 예기치 못한 균열을 낼 수 있으므로 확진자 추이, 백신접종 등 방역상황을 충분히 시뮬레이션해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예측으로 방대한 식자재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교육당국은 ‘탄력적 희망 급식 운영’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탄력적 희망 급식 운영은 이미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는 학교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근거해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학교급식을 위한 등교인원의 증가는 그만큼의 방역인원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학교는 더 어렵다. 학교 현장에서는 ▲등교 수업 인원에 대한 방역 ▲급식 등교를 위한 인원에 대한 방역 ▲하교 지도의 문제 등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2021학년도 학교 방역 예산은 학교운영비의 10% 정도여서 인력을 충원하기도 녹록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방역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감염병 전파 가능성이 제일 높은 급식시간에 학생 밀집도를 높여 우리 학생들을 코로나19에 더욱 취약한 상황에 방치할 수도 있다. 식자재 예산의 낭비도 우려되는 문제다. 학교는 월단위 식자재 수요조사를 통해 식자재를 공급받고 있다. 원격수업 시 급식을 희망하는 학생까지 수요조사를 마치고 식자재를 구매했지만 등교인원이 충족되지 않을 시 남은 식자재는 그대로 버려지게 된다. 실제로 돌봄 수요인원 조사를 통해 식자재 구매를 진행했음에도, 해당 학생들이 갑자기 등교하지 않으면 식자재가 폐기돼 예산이 낭비된다는 현장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교총은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운영 방법에 문제가 생기면 아니함만 못하다. 교육당국은 학교 방역에 혼란과 부담을 제공할 수 있는 문제를 충분히 예측하고 계획단계부터 학교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용, 세밀하게 검토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시교육청의 ‘탄력적 희망 급식운영’이란 원격수업 중에도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급식을 희망하는 경우 예정된 급식인원에 희망학생을 추가해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7일 시교육청이 이 같은 계획을 각급 학교에 시달하고 3월 새 학기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시대의 글쓰기 교육 요즈음 글쓰기 교육이 대세다. 글쓰기 프로젝트 사업으로 학생 저자들이 펴낸 책들이 선을 보이는 모습이 무척 반갑다. 지역교육청에서 글쓰기 강좌를 개설하여 학교를 찾아가 직접 가르쳐주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코로나 19로 원치 않는 집콕 시대를 사는 지금, 자신의 성에 머물며 가장 하기 좋은 최상의 작업이 독서와 글쓰기가 아닐까. 두고 온 나의 제자들에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이야말로 일기를쓰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전화위복의 시간을 만들기를 빌어본다. 현직에 있을 때 전교생 자기 책 갖기 프로잭트를 학교 특색사업으로 추진하며 해마다 자기 작픔집을 묶어 전시하고 대표작을 발표하며 상기된 핵생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수고와 학생들의 부지런한 손길 끝에 탄생한 자기만의 책을 집으로 가져가면서 뿌듯해 하던 아이들. 특히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자녀의 1년 역사 속에 성취하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긴 진실과 진심이 담긴 작품집이니. 쓰기 교육은 국어 교육의 열매와 같다.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 가장 더딘 분야이기도 하다. 특별하게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다. 언제부턴지 한창 유행하던 논술 평가를 따라 글쓰기 열풍이 부는 가 싶었는데, 대학입시의 방향이 바뀌면서 그마저도 시들해졌다. 오늘날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이 퇴보한 가장 큰 이유는 일기 쓰기 지도가 뒷걸음치면서 부터라고 생각한다. 일기 쓰기가 사생활 침해니,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논란이 일면서부터 학교 현장에서 슬금슬금 꼬리를 감춘 것이다. 이제는 강심장을 가진 선생님이거나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선생님들만이 일기 쓰기 지도를 하고 있는 실정에 이르렀다. 날마다 일기장을 검사하고 지도하던풍경은 사라진 것이다. 선생님들에게 일기 지도는 시간과 노력, 손길이 많이 가는 일이 분명하다. 일일이 읽어 보고 학생들이 지닌 상처나 고민을 알 수 있어서 예방적 생활지도에 일기 쓰기만큼 좋은 장치는 없었다. 학생들의 일기장을 읽고 오탈자를 고쳐주는 일, 때로는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는 일도 해야 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일기장 쓰기는 기본 중에 기본이었으니 글을 쓰는 일이 일상이었던 셈이다. 귀찮아하면서도 숙제처럼 써야 했던 일기장은 글쓰기 훈련의 일등공신이었다. 그 일기장이 학생들의 책가방에서 거의 사라진 결과는 매우 참담할 지경이다. 학교에서 숙제로 내지도 않고 선생님이 봐서도 안 되는 일기장을 일부러 쓰는 학생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나는 현직에 있을 때 여러 해 동안 영재반 인문교육을 담당했다. 독서지도와 글쓰기 지도 중 글쓰기에 더 공을 들였다. 5, 6학년 학생들이 선발 과정을 거쳐 학교의 대표로 와서 수업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학년이 사용하는 기본적인 낱말조차 틀리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매 시간 책을 읽고 핵심문장을 고른 다음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문장을 쓰게 했다.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쓰는 것을 매우 어려워했다. 형식문단을 묶어 의미문단을 구성하여 한 편의 글을 완성시키는 글쓰기 공부 단계를 제대로 따라오는 학생은 2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디까지나 예전 고학년 학생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것도 독서력을 갖춘 학생과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책을 읽지 않는 풍조에는 바람이 불고 있지 않음을 몸으로 느껴야 했다. 책 대신 인터넷과 컴퓨터, 휴대폰 게임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초등학생도 마찬가지인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니 글쓰기 지도보다 선행되어야 할 교육은 바로 독서력 향싱이었기에 인문영재교육을 위한 책들을 지역교육청 예산에서 구입하여 강제적으로라도 읽게 하곤 했다. 독서력을 갖추어야 문해력이 높아지고 어휘력이 풍부해져서 글쓰기에도 자신감을 보이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고전에서 찾은 글쓰기의 정석 글의 씨앗이 부족한 학생, 지식이 쌓이지 않는 학생에게 글쓰기를 지도하는 일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지식-이해-분석력-종합력-평가력으로 이어지는 단계에서 지식의 보고인 책을 읽지 않은 학생들을 불러다 놓고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하는 나의 고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매 시간 직면하며 가르치는 기쁨보다 안타까움이 더 컸기에 소개하는 책은 글쓰기를 위한 읽기 자료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던 책이다. 이 책의 핵심문장으로 학생들이 골라낸 문장이다. "사람이 글을 짓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가장 먼저 뿌리를 돋우고 줄기를 바로 잡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러고 나서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면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나무를 정성껏 가꾸지 않고서, 갑작스럽게 꽃을 얻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정약용 다산시문선 양덕 사람 변지의에게 주는 말 -145쪽 글을 쓴다는 것을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음에 비유했으니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나무를 심는다 함은 책을 읽음을 가리키는 말이리라. 책을 읽어 쌓은 지식이 지혜로 바뀌는 순간에 이르러야 비로소 생각의 발효 과정을 거쳐야 글의 씨앗이 영글어질 수 있으니! 글자를 안다 하여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글쓰기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책을 읽는 오랜 기다림과 삶이 잘 버무려져 숙성되는 순간에 이르는 기다림처럼 한 그루 어린 싹이 큰 나무에 이르는 동안 겪는 비바람과 인고의 시간과 동일하니. "문장력이 있는 아름다운 글이란 화려하게 반짝이는 글이 아니다. 비열한 사회의 모습을 고발하고 아픈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은 글입니다. 매끄럽게 읽히는 글보다 한 줄마다 물음표가 생기고, 한 글자마다 느낌표가 생기는 글이 진짜 아름다운 글입니다. -135쪽 글을 쓰는 자의 소명은 비열한 사회의 모습을 고발하고 아픈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 대목은 큰 울림을 주는 대목이다. 이 책이 초등학교 고학년을 독자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본다면 사회적 글쓰기나, 상처를 드러내는 치유의 글쓰기를 권하는 대목으로 보여서 의미심장하다. 초등학생을 위한 책임에도 그 깊이와 넓이는 결코 어른들의 글쓰기 지침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각별한 문장들이 넘친다. "글은 가슴 속에 가득한 지식이 터져 나온 것이다. '문장'이란 무엇인가? 허공에 걸려 있어 쳐다볼 수 있고, 땅에 떨쳐져 있어 뛰어가 잡을 수 있는 것인가? 옛사람은 덕을 쌓아 인격을 닦고 효도와 우애, 충성과 믿음으로 행동했다. 또 시서와 예악으로 기본 몸가짐을 기르고 춘추와 주역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다. 즉 하늘과 땅의 올바른 이치와 모든 사물의 변화를 두루 꿰뚫었다. -115~116쪽 "사람들이 감동하고, 멀게는 하늘과 땅이 움직이고 귀신이 감탄하게 된다. 이것을 가리켜 '문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문장이란 결코 밖에서 구할 수 없다. 문장은 마음속에 쌓아둔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약용다산시문집오학론 3 하늘과 땅을 움직이는 글이 문장이라는 대목을 이르러서는 글쓰기의 두려움이 앞을 가린다. 하늘과 땅의 올바른 이치와 모든 사물의 변화를 꿰뚫기는커녕 아직도 배움의 길 위에서 서성이는 중이니 감히 문장다운 문장을 언제쯤 쓸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 아직도 선생 소리를 듣지만, 가르침의 자리에 서 있었지만 다산의 목소리 앞에서는 움츠러드는 자신감을 숨길 수 없다. 그러기에 나의 수업을들었던 인문영재반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들의 간절함이 나의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았을 것이니. 하늘과 땅을 움직이고 귀신이 감탄하는 문장은 못 되어도 단 한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문장을 쓸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이 책은 필자가 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한 인문영재반 필독서로 선정하여 지도했던 책이다. 함께 윤독하고 배움이 일어난 문장을 옮겨 적은 후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첨가하는 독서록 쓰기를 병행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낱말의 뜻을 묻는 학생에서부터 좋은 문장에 자신의 생각을 첨언하는 재주가 남다른 학생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배움의 깊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속도와 범위도 다 달랐다. 마치 같은 날 씨앗을 뿌린 밭이랑에도 싹트기와 자람이 다 다른 것처럼. 가르치는 것은 배움이 동반되는 아름다운 일임을 다시금 깨닫곤 했다. 특히 책을 읽고 글쓰기를 흠모하는 중에 나이 어린 도반들과 함께 읽고 배우는 것도 여간 좋은 게 아니었다. 새로운 문장 앞에서 번득이는 깨달음에 눈빛을 반짝이는 학생을 보는 것은 설렘을 동반하는 즐거움을 안겼다. 사춘기의 정체성이 자리 잡혀 가고 있는 시기에 좋은 책을 읽고 특히 글쓰기의 행로를 함께 걷는 나의 어린 도반들이 나와 함께 이 책을 배우는 동안 글쓰기와 독서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길을 안내하던 그날의 풍경들이 그리움을 몰고 온다. 교직의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었다. 공자는 자신보다 30년이나 어린 제자들을 가르치며 배움의 기쁨을 토로한 바 있다. 사는 것은 배운다는 뜻이다. 날마다 새로운 배움으로 어린 영혼들의 해맑은 눈빛을 만나는 그 시각을 기다리며 먼저 읽고 길을 내려고 노력했다. 용감하고 사랑 많은 선생님께 같은 책을 읽게 하고 독서평가를 실시하고 독서토론을하던 모습, 자기가 쓴 글을 묶어 1인 출판 작업으로 작품집을 만들던 콧수염 거뭇하던 남학생들,숙녀 티가 나던 6학년 여학생들의 모습은 추억이 되었다.출판을 위한 책 쓰기까지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글을 쓰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진로를 정하며인생을 설계하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독서지도와 글쓰기 지도에 관심이 있는 선생님들의 일독을 권한다. 결코 후회 않을 선택이 되리라 확신하면서. 배움은 공유하고 소통함이 기본이니 이것 또한 즐거운 나눔이라 여기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린다. 학교 현장에서 다시 일기 쓰기를 지도하는 용감한, 사랑이 많은 선생님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 일기 속에 아름다운 일도 잘 견뎌낸 일도 추억으로 담아내기를! 선생님과 제자의 줄탁동시 풍경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