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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호 태제대학교 총장이 인공지능(AI) 전환 시대 새로운 대학의 조건을 제시한 'AI시대 교육혁명:태재대학교'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책은 교육이 시대 변화에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변화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태제대는 AI를 단순한 학습 보조 수단이 아닌, 입학·교육·평가 전반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 모델을 구축했다. 입학 단계 평가부터 AI 기반 시스템을 도입해 지원자의 사고 과정과 문제 해결 역량, 잠재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학기 중에도 AI를 통해 학생이 스스로 주제를 설정하고 설계·실행·성찰하는 학습 과정을 지원한다. 토론 중심 교육 플랫폼인 인게이지리(Engageli)를 활용해 강의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고 있다. 교육 과정은 기존의 전공 필수·선택 구조가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학습 경로를 설계하는 자기주도형 교육 체계를 지향한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함께 학습하는 환경을 고려해 학기 시작 전에는 예비학교(Preparatorium)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한국·중국·일본·미국·러시아 등 5개국을 순환하며 학습하는 글로벌 로테이션(Global Rotations)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아직 1기 졸업생을 배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CHI(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학회 학생 디자인 경쟁 부문 최종 우승, OST(Oxford–Stanford–Taejae) 지속가능성 토론 배틀 우승, 2025 대한민국인재상 수상(전다윗 학생)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책은 AI 전환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아는가’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답을 설계하는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염 총장은 “이는 기존의 성적 중심·전공 고정형 교육 모델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사고 과정과 잠재력을 중시하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2025학년도 수업혁신사례연구대회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 대회는 학교 현장의 연구 문화 조성, 다양한 우수사례 확산 등 교사의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해 1999년 처음 시작됐다. 최근 3년간 수업혁신사례연구대회 출품 현황을 보면 2023년 907편에서 2024년 1295편, 2025년 1668편으로 늘고 있다. 올해는 시·도대회(예선)에서 각 교육청의 심사를 통해 846편의 전국대회 출품작이 선정됐다. 전국대회(본선)에서는 1차 연구 보고서 심사와 2차 수업 동영상 심사를 거쳐 최종 506편이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교육부 장관상과 연구 실적 평정점이 주어진다. 이 중 우수 수상자 100명에게는 국외 선진사례 연수 기회가 제공된다. 이번 시상식에서 대표 수상자들의 수업 연구 사례 소개도 진행된다. 민경아 서울중랑초 교사는 ‘DILEMA 생각농사 프로그램으로 핵심 SAGO 역량 기르기’(교과 융합)를 출품했다. 학생이 생활 속 문제 상황에서 생긴 의문점을 토대로 주제 탐구를 시작하고 시각화 도구를 활용해 협력·주도·창의·비판이라는 4가지 사고 역량을 함양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체육 교과의 서유정 대전 만년고 교사는 ‘앎에서 삶으로: NICE 프로젝트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스스로 성장하기’를 출품해 호평을 받았다. 서 교사는 학생이 인공지능(AI)·에듀테크를 활용해 자신의 체력을 분석한 뒤 팀 스포츠 활동을 통해 동료들과 소통하며 건강 체력과 자기주도적인 생활 태도를 내면화하는 수업을 꾸려 눈길을 끌었다. 수상작들은 에듀넷(www.edunet.net)에 게시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배움이 행복한 교실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연구하며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며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함께 선생님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입 경쟁이 특정 통로에 집중되면서 재수생이 급증하고, 이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 기피와 교육 불평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입 구조의 병목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교육 경감 정책 역시 근본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최근 발간한 정책브리프에 따르면 사교육비 증가는 가계 부담을 넘어 인구 구조 변화와 맞물린 구조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연도별 실질 사교육비 지출과 합계출산율을 비교한 결과, 사교육비 지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던 시기에는 출산율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세로 전환된 이후에는 출산율 하락이 이어지는 경향이 반복됐다. 지역 단위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사교육비 지출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다음 해 출산율이 낮은 경향을 보였으며, 이러한 관계는 출산 순위가 높아질수록 더욱 뚜렷했다. 사교육비 부담은 첫째 출산보다 둘째와 셋째 이상 출산에서 더 큰 감소와 연결되며, 추가 출산에 대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계량 분석 결과 사교육비 지출이 1% 증가할 경우 합계출산율은 0.19~0.2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둘째와 셋째 이상 출산율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교육비 부담이 자녀 수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사교육비 지출 확대의 배경으로는 학부모 가구 특성 변화가 지목됐다. 지난 15년간 부모의 고학력·고소득화가 진행되고 맞벌이 및 한 자녀 가구 비중이 늘면서, 자녀 1인당 교육비 지출이 구조적으로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가구 특성이 과거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의 실질 사교육비 지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시됐다. 문제는 이러한 사교육비 증가가 대입 구조와 결합되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대입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재수생 급증 문제를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2019학년도 이후 재수생 수는 빠르게 늘어 최근에는 고3 수험생의 절반을 넘는 수준에 이르렀고, 재수와 반수가 반복되며 사회 진출 시기가 늦어지는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의대와 상위권 대학에서는 재수생 비중이 과반을 넘어서며 고3 재학생의 진입 여건이 더욱 악화됐다. 이로 인해 재학생의 대입 부담이 다시 재수 선택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는 정시 선발 비율 하한 규제가 언급됐다. 수능 중심 선발은 재도전을 통한 성적 개선 가능성을 높여 재수 선택을 합리적인 전략으로 만든다는 분석이다. 대입 병목 완화를 위한 대안으로는 과학기술원과 포스텍의 학부 정원 확대가 제시됐다. 이들 대학은 수능 위주 선발 구조와 거리를 두고 있어 정원 확대가 상위권 대학 진입 병목 완화와 재수 유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원 심야 교습 시간 제한을 전국 단위로 합리화하는 방안 역시 사교육 경감 과제로 함께 제시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태훈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교육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와 구조의 문제”라며 “대입 병목을 완화하지 않고서는 사교육비 경감도, 출산율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대한영양사협회, (사)대한영양사협회 전국영양교사회, (사)대한영양사협회 경기도영양교사회, 전국영양교사노동조합은 최근 경기도의 한 중학교 식생활관에서 발생한 조리실무사 안전사고와 관련해 영양교사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것에 대해 공동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급식 조리 과정 중 조리실무사가 개별 조리기구를 사용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며 “사고 이후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이뤄졌고, 사고자 또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사안임에도 수사기관은 영양교사를 형사 책임의 주체로 판단해 피의자로 전환·송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과 경기교총 등의성명발표등 교육계 전반에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관련 협회와 산하단체는 “사고에 대한 예견 가능성, 결과에 대한 회피 가능성,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충족돼야 성립하는 업무상 과실치상 요건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결과”라며 “충분한 사실관계 규명 없이 영양교사 개인을 피의자로 특정하는 조치는 법령의 취지를 왜곡하고, 실질적인 권한이나 의무가 없는 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사례가 선례로 남게 되면 전국의 모든 교육현장 구성원을 잠재적 형사 책임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이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그 결과 교육서비스의 질 저하라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우리나라에 왔다. 그가 우리나라 기업의 대표들과 치킨에 맥주를 즐기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AI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젠슨 황의 기사가 언론을 뜨겁게 달군 다음 날, 어느 중학교의 사회 시간이다. ‘글로벌 경제활동과 지역 변화’라는 단원을 배우고 있었다. 이보다 더 찰떡같은 수업자료가 있을까 싶어 젠슨 황의 치맥 회동 이야기를 꺼냈다. ‘글로벌 경제’라는 교과서 속 글자가 갑자기 살아 움직였다. 엔비디아의 주가 차트, 삼성전자·현대자동차의 주가 차트를 보며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1학기에 배운 환율과 경제성장, 수요와 공급 개념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매시간 영혼이 빠져나간 눈을 하고 졸기만 하던 아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근데 주식이 뭐예요?” 모든 아이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 학교 경제교육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수차례 교육과정 개정이 있었다. 사회과 교육과정은 내부 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조금씩 그 성격이 변화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경제교육 내용은 필자가 1990년대에 배우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고학년 사회 시간과 중학교 사회 시간에는 희소성, 기회비용, 수요와 공급, 가격의 형성, 국내 총생산 개념 등을 배운다. 학생들은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을 보면서 사회 공부가 왜 이리 어렵냐고 한다. 교사는 한정된 시간에 수많은 개념을 다루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학생들은 차가운 경제 용어의 벽에 부딪힌다. 기획재정부의 ‘초·중·고 학생 경제 이해력 조사’(2024)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6학년)의 점수는 61.5점, 중학생(3학년)은 51.9점, 고등학생(2학년)은 51.7점으로 나타났다. 경제와 관련한 질문에 대한 정답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은 여전히 국·영·수로 통칭되는 주요 교과에 집중되어 있다. 경제교육은 사회교과에서 거의 전담하고 있으며 사회교과 내에서도 다른 영역 및 내용들과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경제교육을 위한 시수와 분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경제 단원이 학기 마지막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중요한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중학교에서 경제를 배우는 기간은 길어야 두 달을 넘지 못한다.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에서 다시 경제를 다루지만, 그 분량은 통합사회 전체 아홉 개의 대단원 중 단 하나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선택과목으로 ‘경제’를 택하는 학생이 극히 일부임을 감안하면 학생들은 초·중·고 12년 중 단 몇 달 동안 기초적인 경제 개념을 접해 본 후 성인이 되는 셈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경제교육 사회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 간 경제 지식과 경험의 격차를 실감하게 된다. 교실에는 ‘주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 들어본 학생과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학생이 함께 앉아 있다. ‘엔비디아’가 뭐 하는 회사인지, 주식이 오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전혀 모르는 중학생과 ‘삼성전자에 물려있다’라거나 ‘설날에 받은 돈을 미국 ETF에 넣어서 많이 올랐다’라고 말하는 중학생의 미래는 어떻게 다를까. 해외여행을 자주 경험한 학생은 환율이 올랐을 때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왜 불리한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가정에서의 소비 경험, 투자 경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금융 지식 등에서 드러나는 격차는 학생들의 경제 지식에 대한 이해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경험의 차이는 미래의 경제적 격차를 더 크게 벌릴 수밖에 없다. 불평등의 정도가 커지고 있음은 비단 경제교육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즘 학생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경제적 계층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노동 소득만으로는 자산을 가진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무기력도 팽배하다. 경제 지식과 투자 경험 역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계층에 쏠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체념하는 것은 교육적 태도가 아니다.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학생들의 무기력을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특히 학교 경제교육의 활성화는 실질적으로 불평등의 정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자의 의미와 복리 효과를 알게 되고, 장기투자의 방법을 배운다면 소득을 자산으로 쌓아 나가기 위한 한 발을 내딛는 데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지혜롭게 소비하고 저축과 투자를 하면서 생애주기에 맞는 재무설계를 시작하는 시기가 청소년기가 된다면 학생 개인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 역시 밝을 것이다. 교육이 미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지식이 단지 교과서 속에서 잠자는 흰 바탕의 검은 글씨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힘이라고 느낄 수만 있다면 학생들은 교실에서 미래를 향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 속 ‘개념’과 학교 밖 ‘현실’의 괴리 그러나 학교에서 경제교육을 할 때에는 실제 돈과 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경제학 원론의 개념과 이론은 실제 경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학생들의 경제 경험은 교과서 속 ‘개념’ 이상을 필요로 한다. 학생들이 실제로 부딪히는 경제 문제가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이미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다. 자신의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스마트뱅킹을 통해 돈을 송금한다. 간편결제시스템을 활용하고 게임 내 결제를 하기도 한다. 청소년 대상 금융 사기에도 쉽게 노출된다. 급격히 변화하는 경제·금융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직면하는 경제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경제적 경험이 그만큼 확대되었음에도, 이를 뒷받침해 줄 학교 경제교육은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에 서 있다. 필자는 새로운 단원에 들어가기에 앞서 경제를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한다. “쉽게, 가볍게 생각해 보자. 우리는 무엇에 대해서 공부하는 걸까? 경제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몇몇 아이들이 자신 있게 대답한다. “돈이요!” 학생들은 돈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지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막연하게 건물주가 되고 싶다거나,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거나, 밑도 끝도 없이 100억 원을 벌 것이라고 말한다. 학교는 돈에 대한 욕망을 애써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학교 경제교육의 목표가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재테크 교육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 속 경제 개념은 차가운 반면 현실 속 돈을 향한 열정은 뜨겁다. 교실에서 돈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이것을 건강하게 다루는 것은 어떨까. 돈 앞에서 허황된 욕망만을 드러내거나 너무 빠른 포기를 내비치는 학생들에게 돈이 가지는 속성을 가르치면 어떨까.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돈을 활용하는 주인이 되는 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수요와 공급, 환율 개념이 어렵다고 하던 학생들도 주가 차트와 연결되면 힘들이지 않고 내용을 받아들인다. 결국은 개념과 이론은 실제 삶과 연결될 때 그 의미를 지닌다. 위로부터의 전통적 경제학 개념이 아래로부터의 돈에 대한 관심과 만나면 그 화학작용으로 인해 불꽃이 튈 것이다. 경제교육의 과제는 무엇인가 경제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이제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경제 지식과 금융 지식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것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한 과제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교육의 실질적인 시수 확보와 교육과정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사회교과뿐 아니라 관련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 지역 금융기관 및 공공기관과의 연계 등 범교과 활동과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학생의 삶과 관심사가 반영된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사회교과에서 배우는 경제학 개념뿐 아니라 실질적인 금융교육이 연계되어 자산 배분, 저축과 투자, 청소년 소비, 디지털 금융, 금융 안전 등의 다양한 주제가 폭넓게 다루어져야 한다. 셋째, 교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경제 이론뿐만 아니라 금융 분야의 지식 등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연수, 교사공동체 활동, 교육자료 공유, 연구활동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실적인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제교육은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활동을 이끌어내기 좋은 분야이기도 하다. 지금의 과제를 디딤돌로 삼아 경제생활과 시민성을 아우르는 실질적 경제교육 체계를 마련해 나간다면 우리의 경제교육은 학생의 삶을 지키고 사회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경제교육을 위하여 과거에 비해 오늘날 아이들이 마주하는 경제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용돈 관리나 저축이 전부였던 시절을 지나 학생들은 간편결제, 게임 아이템 구입, 구독 서비스 이용, 유튜브 광고 시청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 세계 한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 이러한 경제·금융교육이 생존과 직결된 필수 문해력이라는 공감대는 커졌지만, 정작 교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여전히 모호하다. 특히 공교육 현장의 빡빡한 교육과정 속에서 경제교육을 위한 별도의 시·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거창한 새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경제·금융교육이 포함된 해당 교과에 충실하되 타 교과와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유연한 접근을 택해야 한다. 핵심은 교과서 속의 추상적인 개념을 아이들의 구체적인 삶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교과서 속 경제 원리가 우리 몸을 지탱하는 튼튼한 ‘뼈대’라면, 교실 속 체험과 교과 융합 활동은 그 위를 감싸고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근육’이다. 뼈대와 근육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경제교육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필자는 이를 위해 공교육 내 경제교육의 방향을 ‘학급 운영(생활)’과 ‘수업(교육과정)’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학교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론을 제안하고자 한다. 교실, ‘국가’가 되어 세계와 만나다 학급은 교사의 재량이 가장 넓게 발휘되는 공간이자 학생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생활의 무대이다. 이 공간을 하나의 작은 경제 시스템으로 설계하면 별도의 시간을 내지 않고도 밀도 높은 경제교육이 가능하다. 공교육 속 경제교육의 연구와 실천에 힘쓰고 있는 교사모임 ‘경제·금융교육연구회’에서는 2015년 SEC(Small Economy in the Classroom) 모델을 기반으로 한 ‘금융교실 프로젝트’를 개발하였고, 현재 여러 학급에서 이를 학급 운영 방법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초등학생들에게 학교 밖 사회와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직접 경제활동을 해 볼 수 있는 ‘실전형 경제활동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 공간에서 돈을 매개로 활발히 소통하고 경제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가게 된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금융교실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는 학급이 연합하여 ‘국가 간 무역’을 시도하고 있다. 매일 보는 학급 친구가 아닌 얼굴도 모르는 다른 지역 학급의 소비자들에게 내 물건을 파는 것인데, 교실 안에서의 거래가 ‘친목’에 가까웠다면 교실 밖을 향한 무역은 진짜 ‘비즈니스’가 된다. 아이들은 낯선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각자의 아이템을 홍보하며, 시장이 확장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고무적인 배움은 시장의 객관적 평가를 마주했을 때 일어났다. 같은 슬라임을 팔더라도 어떤 기업은 완판을 기록하고 어떤 기업은 재고만 남겼다. 아이들은 매출이라는 성적표 앞에서 ‘왜 우리 물건이 안 팔렸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이웃 나라는 포장이 예뻐”, “가격이 더 합리적이야”와 같은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내 창업 아이템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타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여 나를 발전시키는 과정. 이것이야말로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는 ‘경제적 민주시민성’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학급 운영 속 경제 체험은 이처럼 막연한 이론을 구체적인 삶의 지혜와 성찰로 치환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나선형 교육과정 심화와 교과 융합의 시너지 학급 운영을 통한 경제 체험은 강렬하지만, 현실적인 한계 또한 분명하다. 담임교사의 재량에 따라 운영 편차가 크고, 학급에서 발생하는 이벤트에 따라 ‘금융교실 프로젝트’의 모습이 달라지다 보니, 체계적인 교육내용을 담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빡빡한 학사 일정 속에서 별도의 경제교육 시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경제교육이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가장 단단한 뼈대인 ‘교육과정(수업)’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필자는 이를 위해 ‘나선형 교육과정 심화’와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먼저 경제교육의 나선형 교육과정 마련이다. 경제 수업은 브루너(Bruner)의 이론처럼 학생의 발달 단계에 맞춰 행동에서 상징으로 나아가야 한다. 초등학교 단계는 ‘몸으로 익히는 경제’가 핵심이다. 교실에서 과자 가게를 열어 직접 장사를 해 보는 활동처럼 머리가 아닌 손끝으로 배우는 체험이 생존의 기초 체력이 된다. 반면 중·고등학교 단계는 ‘추상적 시스템을 이해하는 경제’로 확장되어야 한다. 환율 그래프를 해석하거나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벤처를 기획해 보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와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다. 다음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이다. 경제는 특정 교과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러 교과의 성취기준을 경제라는 테마로 엮을 때 배움은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사회에서는 시장과 가격, 자원의 희소성 등 핵심 개념을 다루고, 실과(기술·가정)에서는 용돈 관리와 진로 설계를 연결한다. 수학의 가격 비교와 이자 계산을 통해 실생활 수리 감각을 익히고, 광고와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으며 정보를 검증하는 것을 국어교과에서 다룬다. 나아가 도덕에서 공정한 거래와 기부를 다룬다면 학생들은 경제를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타인과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윤리적 행위로 인식하게 된다. 이처럼 사회·국어·수학·미술교과의 여러 성취기준을 묶어 시장 조사부터 홍보물 제작, 판매 전략 발표까지 이어지는 통합 단원을 구성하면 경제는 암기해야 할 시험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가 된다. 이것이 학급 운영의 한계를 넘어 경제교육을 교실 깊숙이 뿌리내리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자율시간, 시간의 한계를 넘는 해법 문제는 ‘시간’과 ‘속도’다. 앞서 언급한 프로젝트형 수업은 교육적 효과가 크지만, 정해진 진도를 나가야 하는 교과 시간에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경제교육 실천이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간편결제, 스트리밍 구독, 크리에이터 후원 등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 현상은 교과서에 반영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에 대한 해법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학교 자율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교사가 필요로 하는 주제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교사 중심 교육과정의 여백이다. 이 시간을 활용하면 교과서가 담지 못한 학생들의 진짜 삶을 다룰 수 있다. 예컨대 ‘나의 소비 발자국 찾아보기’ 프로젝트를 통해 한 달간의 소비 내역을 분석해 보는 것이다. 단순히 용돈 기입장을 쓰는 것을 넘어,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인플루언서의 광고가 나의 충동구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경제적 주체성을 기르게 된다. 교실 밖으로 시야를 넓힐 수도 있다. 지역 상권 조사,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여행 상품 등을 기획·개발하여 경제를 이론이 아닌 살아있는 지역사회의 이야기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탐구와 기획 활동은 지역 상권과 자원을 새롭게 조명하게 함으로써, 학교 경제교육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학교 자율시간이 경제교육 자체를 가르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은 분명하나 현장 교사들이 직접 내용을 구성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근 시·도교육청의 학교 자율시간 예시자료나 교과서 출판사의 교수·학습 플랫폼에 접속해 보면, 검증된 수업자료와 프로젝트 모델이 이미 탑재되어 있다. 교사가 할 일은 개발이 아니라, 우리 반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큐레이션(Curation)’이다. 학교 자율시간은 경제교육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의 단단한 줄기로 안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통로다.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성장 퍼스널 트레이닝’ 경제교육은 단순히 부자가 되는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들을 온전한 경제적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는 일종의 퍼스널 트레이닝 과정이다. 교실 경제, 나선형으로 설계된 교육과정, 학교 자율시간 프로젝트는 모두 아이들이 경제를 ‘이론’이 아니라 ‘삶의 기술’로 연습해 보는 성장 프로그램이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반복 훈련이 필요하듯 합리적인 선택과 그에 대한 책임도 교실 안에서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분명 실패한다. 친구와의 거래에서 손해를 보기도 하고, 잘못된 투자로 학급 화폐를 잃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공교육은 아이들이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한 실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안전한 실패의 경험 속에서 아이들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기르고, 무엇이든 시도해 보려는 내적 불씨를 키워 간다. 결국 학교에서의 경제·금융교육은 교실 안에서의 작은 거래 경험을 넘어, 학생들이 평생 마주하게 될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준비시키는 일이다. 교실 경제와 정규교과수업 그리고 학교 자율시간을 촘촘히 엮어 갈 때, 아이들은 ‘돈을 잘 쓰는 법’뿐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사는 경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아이들의 일상 속에는 이미 경제가 스며 있다. 아이들이 서둘러 답을 내기보다 끝까지 고민해 보고, 그 선택에 책임지며, 다시 일어서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교실에서부터 경제교육의 장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2026년을 맞이하는 우리 교사들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믿는다.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있다. 아버지 김낙수는 아들 수겸이가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하려 하자 격렬히 반대한다. “너도 나처럼 대기업 다녀라. 안정적이고 좋잖아.” 하지만 아들의 대답은 단호하다. “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이 아버지를 행복하게 했나요?” 이 장면은 두 세대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아버지 세대에게 성공이란 ‘대기업 부장’, ‘서울 자가’, ‘안정적 가정’이라는 객관적 조건의 달성이었다.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 공식을 따르는 것, 그것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아들 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묻는다. “그래서 당신은 행복한가요?” 외적 조건이 아니라 내적 만족을, 남들이 인정하는 성공이 아니라 자신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을 추구한다. 우리 교육은 지금까지 수많은 ‘김 부장’을 만들어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조건을 갖추는 것. 그것이 성공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그 성공 공식이 정작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는 ‘수겸이’가 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교육. 그것이 바로 기업가정신교육이다. 왜 지금 기업가정신교육인가' 흔히 경제교육 하면 시장경제의 원리’, ‘수요와 공급’, ‘금융상품의 이해’와 같은 내용을 생각한다. 물론 이런 지식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경제교육은 교과서 속 개념을 암기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실제 경제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에 바로 기업가정신교육이 있다. 대기업과 그룹사들을 자문하며 기업들이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대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성공하는 기업의 비결이 단순히 좋은 전략이나 풍부한 자본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불확실성 앞에서도 기회를 포착하는 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진정성이었다. 이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의 본질이다. 왜 기업가정신인가? 단순히 학생들을 모두 창업가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업가정신은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제한된 자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태도다. 이는 창업가뿐 아니라 직장인·전문가, 심지어 가정을 꾸리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삶의 역량이다. 급변하는 AI 시대, 구독경제 시대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AI 시대에는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인공지능이 데이터 분석, 패턴 인식, 심지어 예술 창작까지 해 내는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나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인간다운 가치’를 창출하며,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다. 기업가정신교육은 단순히 창업 스킬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더욱 근본적으로 기업가정신교육은 학생들이 ‘나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회적 가치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청년자기다움학교를 운영하며 300명이 넘는 청년들을 만났다. 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대학입시나 취업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 국·영·수 중심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정답을 찾는 법은 가르쳤지만, 자신만의 질문을 만드는 법은 가르치지 못했다. 기업가정신교육의 세 가지 핵심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어떤 내용의 기업가정신교육이 필요할까? 세 가지 단계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 나다움의 발견 모든 기업가정신은 자기 이해에서 출발한다. ‘나는 무엇에 열정을 느끼는가’, ‘나는 어떤 문제에 분노하는가’,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가’. 이런 질문들은 창업의 출발점일 뿐 아니라,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나침반이다. 진정한 기업가정신교육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성찰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하며,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솔직하게 들여다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자기소개서 작성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자기탐구의 시작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AI 시대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역량이다. 얼마 전에 한 제자가 찾아왔다. 대기업에 입사하고 1년 만에 퇴사했다는 것이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어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였지만, 저는 불행했습니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은? 작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며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연봉은 대기업의 3분의 1이지만, 그는 말한다. “이제야 나답게 살고 있어요.” 김 부장이 잃어버린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직장이나 재산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능력이다. ● 문제해결 역량의 배양 기업가정신의 본질은 문제를 발견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이것을 추상적으로 가르칠 수는 없다. 학생들의 일상 속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 학교 급식실은 왜 항상 줄이 길까?’, ‘친구들은 왜 수업시간에 졸까?’, ‘우리 동네에는 왜 청소년들이 갈 곳이 없을까?’ 이런 문제들을 발견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하며,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기업가정신교육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자신이 진짜 불편하다고 느끼는 문제’를 다루게 하는 것이다. 타인이 정해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발견한 문제여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몰입이 일어나고, 해결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문제를 다루는 것’ 이것이 진짜 기업가정신의 시작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과정’이다. 실패해도 괜찮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우리는 수많은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봤다. 성공한 기업가들의 공통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에서 배우는 능력이었다. 이런 태도는 어릴 때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시도하고 실패할 기회를 통해 길러진다. ● 협업과 소통의 경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기업가정신의 중요한 교훈이다. 학생들은 팀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 다른 생각과 강점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갈등을 조정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함께 목표를 이루는 경험이 필요하다. 몬드라고 대학에서는 이것을 ‘팀프러너십(Teampreneurship)’이라 부른다. 팀프러너십은 단순한 팀워크가 아니다. 각자의 ‘나다움’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70년 넘게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온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의 창의성과 집단의 협력이 조화를 이룰 때,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우리 학생들도 어릴 때부터 이런 협력적 기업가정신을 체득해야 한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내용만큼 중요한 것이 방법이다. 기업가정신은 강의실에서 강의로만 가르칠 수 없다. 경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성찰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다. 학생들에게 작은 프로젝트를 부여하라. ‘우리 학교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우리 동네의 문제 해결하기’, ‘친구들의 불편함 덜어주기’ 같은 주제로 팀을 구성하고, 3~4개월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하라.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시장 조사, 아이디어 구체화, 프로토타입 제작, 피드백 수렴, 개선의 전 과정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 급식실 대기 시간 줄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가정해 보자. 학생들은 먼저 문제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원인을 분석한다. 해결책을 고안한다. 작은 규모로 실험한다. 피드백을 받고 개선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경제학의 효율성 개념, 경영학의 프로세스 개선, 그리고 실전 문제해결 능력을 동시에 배운다. 여기서 교사의 역할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니?’, ‘다른 방법은 없을까?’, ‘실패했다면 무엇을 배웠니?’ 성찰 없는 경험은 단순한 활동에 그친다. 경험을 의미 있는 배움으로 전환하는 것은 질문과 성찰이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중요하다. 실제 창업가나 소상공인을 초청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지역의 사회적 기업을 방문하는 것, 작은 프로젝트라도 실제로 실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교실 밖 세상과 연결될 때 기업가정신교육은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청년자기다움학교를 운영하며 가장 큰 변화를 만든 것은 ‘현장’이었다. 스타트업을 직접 방문하고, 창업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실제 비즈니스 현장을 체험할 때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교과서의 추상적 개념이 살아있는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초·중·고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동네 빵집 사장님을 초청해 ‘어떻게 메뉴를 개발하는지’, ‘손님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등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교육이 된다. ‘나다움’이 만드는 선한 영향력 아나운서 이금희는 18년간 ‘아침마당’을 진행하며 3만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들은 자기다움을 찾은 사람들’이라는 것. 이는 수많은 기업을 자문하며 발견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성공한 기업가들의 공통점은 능력이나 자본이 아니라 ‘나다움’의 유무였다. 경제교육이 단순히 경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경제 주체로서 주체적 삶을 살아갈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라면, 기업가정신교육은 그 핵심이다. 교과서 속 이론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경제교육.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교육. 그것이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경제교육이다.
보고서 작성의 5대 원칙 보고서 작성은 단순히 문서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로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상대에게 전달할 중요한 메시지를 만들고, 그 메시지를 상대방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서에 담는 과정이다. 진정한 보고서 작성 능력이란 보고서의 최종 소비자가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다. 최종 소비자를 고려한 보고서 작성의 5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고서를 만들 때는 내 입장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나 의사결정권자 입장에서 만들어야 한다. 보고서를 보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상상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둘째, 보고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된 논리에 따라 작성해야 한다. 보고서의 논리적 근거를 뒷받침하는 규정·방침·정보·통계 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이것들을 기반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야만 논지를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 특히 목차부터 정해서 일정한 얼개로 문서를 구조화하면 논지가 더욱 명확해질 뿐만 아니라 작성 속도도 빨라진다. 셋째, 보고서는 쉬운 용어를 사용하여 작성해야 한다. 특히 보고서를 읽는 사람의 지식수준을 생각해야 한다. 용어가 이해하기 쉬울수록 보고의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넷째, 보고서는 간결·명료하게 작성해야 한다. 의사결정권자가 보고서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핵심 주제가 빠르게 눈에 쏙 들어오도록 작성해야 한다. 다섯째, 보고서는 읽는 사람 입장에서 눈에 잘 들어오도록 아름답게 작성해야 한다. 이는 보고서를 화려하게 꾸미라는 뜻이 아니고, 문서의 ‘균형미’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다. 행간이나 내용물의 배치를 보기 편하게 구성하고, 보고 내용을 뒷받침하는 도표·그래프·그림 등을 활용하면 보고서가 좀 더 충실해지면서 상대가 이해하기도 쉬워진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가장 큰 목적은 상대와 소통(communication)하는 데 있다. 보고서를 잘 쓰려면 소통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나누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communicare를 어원으로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개념을 한 글자로 압축하면 통(通)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적·비언어적 상징들에 대해 의미가 전달되는 과정이나 메시지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요소는 상대와 통하고 공감해서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이다. 나의 의도를 수신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결과가 달라진다. 결국 핵심은 소통과 공감이다.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보고서의 최종 소비자의 관점에 잘 맞추고 최종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거나 좋아하는 단어 또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 공감과 좋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또 하나의 핵심은 상대방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메시지의 왜곡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스스로 나를 둘러싼 환경과 일 등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보고서는 좋은 제목을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제목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을 들 수 있다. 이 책은 처음에 You Exellent!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는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다. 제목을 정하면서 이 책의 핵심 키워드인 ‘칭찬’, ‘고래’ 등을 간과한 결과였다. 이 점을 인식한 후 이 책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구체적인 제목으로 바뀌어서 재출간되었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사례처럼 보고서 역시 좋은 제목을 붙였을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제목만으로 보고서의 전체 내용과 취지, 보고 성격 등을 알 수 있도록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보고서 제목이 ‘무엇을 하려고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보고서 제목은 가능한 한 20자 이내로 압축해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추상적인 단어보다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의미 전달에 지장이 없다면 수식어나 조사 등은 과감하게 생략해서 최대한 간결·명료하게 만들어야 한다. TIP❶ _ 보고서 점검 체크리스트 1) 왜 이 보고서나 기획서가 필요한지 기술되어 있는가? 2)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읽을 사람의 관점에서 쉬운가? 3) 제시한 방안에 대하여 ‘왜 이렇게 해야만 하죠?’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그에 대한 답이 제시되어 있는가? 4) 제시할 수 있는 대안들과 그 장단점이 잘 기술되어 있는가? 5) 혹시 빠진 대안이 있는가? 그에 대한 답변은 구두로라도 준비되어 있는가? 6) 문장이 간결·명료한가? 장황한 곳은 없는가? 7) 보고서 제목은 보고서 전체 내용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가? 8) 목차에 논리적인 오류는 없는가? 9)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건데?’라는 질문에 잘 답변할 수준인가? 10) 설명 없이도 이해할 정도로 쉬운가? 11) 시각적으로 아름다운가? 여백의 미가 있는가? 12) 구체적이고 직관적이며 논리적인 비약은 없는가? 13) 근거는 명확한가? 근거 자료의 출처는 조사·기술되어 있는가? 출처: 이윤석, 누구나 탐내는 실전보고서 [PART VIEW] 알찬 기획안 작성의 조건 기획자는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놓고 핵심을 배치해야 한다. 핵심 문장 다음에 나오는 사례와 자료, 사실과 주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핵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을 머릿속에 그린 지도에 따라 구조화해서 의미를 부여하면 전달력이 향상된다. 문제해결·인과 관계,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내용은 직렬로 정리하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두 개 이상일 경우 병렬로 정리한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방법이 있다. 정해진 순서를 차례대로 거치면 중요한 일을 빠트리지 않고 오류도 방지할 수 있다. 기획안을 작성하는 순서도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기획안 작성과 기획 순서의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기획안 작성의 일반적인 순서와 기획 순서는 다음과 같다. 기획안은 기획 목적, 현황 분석, 기획 내용, 실행 계획, 기대 효과 항목으로 구성한다. 기획안을 쓸 때 고려해야 할 요소인 3P는 기획안을 보는 사람(people), 현재 상황(present), 제안(proposal)이다. 기획안을 구성하는 요소와 내용을 정리하는 원칙이 있다. 모든 기획안은 배경과 현황 분석으로 시작해서 실행 계획과 기대 효과로 끝난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초안을 쓰고 내용을 정리한 후에는 기획서의 서론·본론·결론에 수집한 자료를 논리와 맥락에 맞게 배치한다. 기획안의 내용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명확하게 표현한다. 원칙과 절차를 지키면 기획안 작성은 어렵지 않다. 영국의 심리학자 콜린 체리는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를 강조하였는데,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흥미 있는 대화는 귀에 들린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 효과는 선택적 청취 능력, 관심 있는 내용만 선택해서 듣는 능력과 관계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관심 있는 내용에 더 집중한다. 기획안을 검토하는 사람에게도 칵테일파티 효과가 작용한다. 기획자는 사실과 의견, 주장을 명확히 구분한 다음, 기획안을 읽은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내용, 그것이 주장이든 의견이든 상관없이 이익에 해당하는 내용을 강조해야 기획안을 읽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 일본의 카피라이터 가와카미 데쓰야는 연봉이 달라지는 글쓰기에서 글로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었을 때, 사실(fact)·메리트(merit)·이익(benefit)을 넣으라고 하였다. 사실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메리트와 이익은 사실 또는 의견·주장이다. 읽는 사람이 내용에 관심이 있다면 사실만 논리적으로 정리해도 기획안은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추진할 때는 비용·시간·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행한 후에 얻는 장점과 이익을 근거 자료와 함께 보여줘야 한다. 기획자는 사실-메리트-이익 순서로 기획안을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기획안을 읽는 사람이 실행한 후에 얻는 이익에 관심이 있다면 도입부에 어떤 이익을 얻는지 먼저 제시하는 것도 좋다. 기획안의 핵심 메시지는 읽은 사람이 인정하는 아이디어와 실행 가능한 계획이다. 아이디어는 참신해야 하고, 실행 계획에는 논리와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읽는 사람을 설득하는 요인은 참신함·논리·근거 세 가지다. 읽는 사람이 누구든, 성향이 어떻든 기획안 문장에 참신함·논리·근거를 넣어야 설명과 설득을 할 수 있다. 기획자는 아이디어의 참신함을 강조하려고 차별화·독창성을 내세운다. 차별화는 다름을 의미한다. 차별화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다른 것보다 정말 훌륭한가? 왜 좋은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효율이 향상되는가? 차이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등이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면, 논리와 근거를 들어서 설명하고 실행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논리는 육하원칙(5W1H)을 따르면 된다.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이유를 육하원칙에 따라 설명한다. 근거를 제시할 때는 이유·매력·설득으로 나눠서 표현하면 효과가 있다. 첫째, 기획이 필요한 이유를 설정한다. 이유 설정을 통해 수긍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기획안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의 특성을 고려해서 근거를 제시한다. 수집한 자료 가운데 기획안을 검토하는 사람이 수긍할만한 내용을 이유로 설정한다. 둘째, 기획의 매력이다. 기획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해결책임을 나타내려면 매력이 필요하다. 기획안은 논리적으로 완벽해야 한다. 물증보다 심증에 약한 것이 인간이다. 공감하고 확신을 줘서 끌어당기는 것이 매력이다. 기획안을 쓰는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하기에 앞서 기획하는 마음가짐을 먼저 살펴야 한다. 셋째, 실행했을 때 기대되는 결과를 보여주면서 설득한다. 실행한 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다. 기획안의 기대 효과가 중요한 이유다. 기획안에서 아이디어는 씨앗, 기대 효과는 열매에 비유된다. 기획 목표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데?’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기획 목표는 기획안을 쓰는 이유다. 기획자는 비전과 사업 목표 등의 상위 목표에 부합하는 목표를 정한다. 궁극적인 목표와 관계, 현재 추진 중인 일과 상호작용, 당위성을 강조한다. 기획안의 실행 계획이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기획의 위상이 높아진다. 문제점 및 과제, 해결책과 대안에서 기획자의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면 엉뚱한 해결책이 나온다. 때로는 문제의 원인을 찾고도 합당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해결이 필요한 문제인지 아니면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면 된다. 결론에는 최선의 해결책, 실행가능한 차선의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한다. TIP❷ _ 기획의 5단계 - 문제 설정: 문제에 대한 확실한 규정, 문제의 명확화 및 구체화 - 문제 파악(발견): 연관 관계 확인과 사실에 대한 분석, 핵심 문제 추출 - 목표 설정: 목표와 평가 기준 설정, 아이디어 구체화 - 문제 해결: 아이디어 발견, 해결책 개발 및 대안 수립 - 종합 평가: 대안의 평가 및 선택 출처: 정경수, 아이디어 기획서 최소 원칙 기획의 실제: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교육부의 ‘이주배경학생 맞춤형 교육지원 방안(2025. 2.)’을 분석해 본다. 이주배경학생 관련 정책은 다문화가정 증가에 따른 다문화교육에 대한 관심이 태동하고, 국제결혼의 증가로 결혼이주민과 다문화가정 자녀 등이 증가하면서 정부가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을 수립·추진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주배경학생 지원에 대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고, 법·제도적인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시사하는 바 크다. 정리된 자료에서 강조하는 핵심 개념, 단어, 내용 중 밑줄 친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유사 주제와 관련한 기획안을 작성할 때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 이주배경학생 맞춤형 교육지원 방안(2025. 2.) Ⅰ. 추진 배경 •저출생·고령화 현상 심화에 따라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 감소시대에 직면하였으나, 지역·산업수요에 따라 이주배경주민은 지속 증가 •이에 따라 다양한 국적 배경을 가진 이주배경학생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지방 공단배후지 등 특정 지역의 학교로 밀집하는 현상 발생 •관계 부처는 선제적으로 이주배경학생을 우리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 인식하고,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이주배경학생 인재양성 지원방안(2023. 9.)’ 발표 - 그간의 정책적 노력으로 국내 출생 학생 지원체계는 마련되었으나, 중도입국·외국인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여전히 부족 Ⅱ. 추진 과제 1. 이주배경학생 밀집지역 학교 교육력 제고 ■특정 학교 밀집 현상 완화 •(밀집도 완화) 특정 학교에 이주배경학생이 과도하게 밀집될 경우, 교육청이 지역 여건을 고려하여 밀집도를 완화하는 방안 검토 •(법적 근거) 시·도교육청에서 필요시 지역 여건에 맞춰 특정 학교의 밀집도를 완화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 ■밀집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인력·재정 집중 투입 •(교원 배치) 일반학교에 비해 수업·생활지도 부담이 큰 밀집학교의 경우, 교원 1인당 학생 수 비율을 낮출 수 있도록 교원 추가 배치 •(지원 인력) 교육청별 재정 범위에서 한국어·이중언어강사 등 채용을 확대하며, 대학의 우수한 유학생을 멘토 등 지원인력으로 활용 2. 이주배경학생 맞춤형 교육지원 확대 ■국적·체류자격·기간 및 한국어 역량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국내 출생) 학생맞춤형통합지원을 기본으로 하되, 이주배경학생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가족센터·대학 등 지역자원을 활용해 조력 •(중도입국·외국인) 공교육 진입 기회 보장을 위해 안내를 강화하고, 한국어 역량과 체류기간·체류자격 등에 따른 맞춤형 지원 -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초기 한국어 및 적응교육을 실시하고, 심리·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상담과 미래 설계를 위한 진로교육 지원 ■지원 대상을 확장하여 포용적 교육정책 추진 •(중·고교) 초등 중심이던 교육지원을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중·고교 대상으로 확장하여 한국어·정보·체류자격 지원 강화 - 한국어 지역 자원을 활용한 집중 한국어교육 및 한국어 학급 확충하고, AI 기반 진단·학습 프로그램 및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 보급 확대 - 정보 제공 학생에게 꼭 필요한 비자제도, 취업 가능 업종, 대학 진학 등에 대한 정보 안내서 제작·배포 및 교원 대상 연수·자료 개발 •(직업계고) 최근 이주배경학생들의 진학이 늘어나고 있는 직업계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지원 방안 마련 - 특성화고 특화 교육 모델을 발굴하며, 학생 특성(한국어역량·체류자격)을 반영한 현장실습과 비자·진로·취업교육을 통해 미래설계 역량 강화 •(영유아) 출발선 평등을 위해 한국어·생활적응 등 조기 지원하며, 교육과정 개선 및 정책학교 운영을 통해 다문화 친화적 환경 조성 •(학부모)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한국어, 학교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학부모 대상 연수·교육을 강화하고 맞춤형 정보 제공 지원
교육전문직 논술, ‘글쓰기’가 아닌 ‘기획’이다 교육전문직 선발 전형의 핵심인 논술은 단순한 주장을 펼치는 비평문이 아니다. 이는 교육현장의 복잡한 난제를 정책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행정가로서 실현 가능한 지원책을 제시하는 ‘기획 문서’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화려한 문장력보다 중요한 것은 ‘논리적 정합성’과 ‘정책적 실현 가능성’이다. 많은 수험생이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고득점의 비결은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에 있다. 합격권의 논술은 ‘현황 진단(Why)-정책 방향(What)-구체적 지원방안(How)’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검증된 우수 예시문을 분석하는 과정은 단순히 좋은 문장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채점관을 설득하는 ‘논리의 알고리즘’을 내면화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본고에서는 다음 문제의 예시 논술 답변을 세 가지에 집중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서론의 문제 제기부터 결론의 비전 제시까지 이어지는 ‘기-승-전-결’의 흐름 구조(Structure)이다. 둘째, 본론의 ‘주장’과 ‘근거’, 그리고 ‘지원방안’ 간의 정합성(Alignment) 논리(Logic)이다. 셋째, 현장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정제된 ‘정책 용어’의 사용이다. 이러한 분석이 막연했던 논술 작성을 ‘전략적 설계’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자신만의 차별화된 답안 작성 프레임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논술 연습하기 ● 문제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로 교육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미래교육을 위한 교육청 차원의 3가지 지원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교육전문직으로서의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논하시오. ● 예시 논술 _ 미래교육의 길을 묻다: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적 제언 왜 지금, 다시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하는가?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사회에 머물러 있는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울 수 없다. 이제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고, 문제해결역량을 기르는 과정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본고는 현 교육의 한계를 진단하고, 미래 교육의 방향성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지원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1. 미래 교육의 현황 진단 및 나아가야 할 방향 현재 우리 교육이 직면한 문제를 분석하고 미래 사회의 요구를 반영할 때,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은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각각 교육의 내용(무엇을), 교육의 주체(누가), 그리고 교육의 환경(어디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담고 있다. [PART VIEW] 첫째, 전근대적 학교교육과정을 탈피한 학생 개별 맞춤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현재의 학교시스템은 정해진 학년, 정해진 교실, 정해진 시간표라는 틀 속에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학습내용을 제공하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배경과 환경, 관심사와 흥미, 학습 수준과 속도를 가진 고유한 존재이다. 다문화·탈북학생 등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의 증가는 교육의 다양성 확보를 더욱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저하시키고 잠재력 발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다. 따라서 이제는 ‘가르침의 속도’가 아닌 ‘배움의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 무학년제와 학점제,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등 교육과정의 유연성을 극대화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필요와 수준에 맞는 학습 경로를 스스로 설계하고 탐색할 수 있는 ‘개별 맞춤형 선택 교육과정’으로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둘째, 온·오프라인 병행 환경에서 교사는 지식전달자가 아닌 학습안내자와 촉진자 역할을 수행하며,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 교사는 지식의 유일한 원천이자 전달자로서 권위를 가졌다. 그러나 유튜브·구글, 각종 온라인 학습플랫폼 등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교사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제 지식은 학생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구성할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이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사의 새로운 역할은 학생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유의미한 지식을 분별하고(비판적 사고), 이를 자신의 맥락에 맞게 재구성하며(창의적 사고), 동료들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의사소통 및 협업) 돕는 ‘학습의 안내자(Guide)’이자 ‘성장의 촉진자(Facilitator)’가 되는 것이다. 미네르바 스쿨의 사례처럼 교사는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최고의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 스스로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학습하고 수업에 적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함양하는 것은 미래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적인 과제이다. 셋째, 학교는 시·공간의 제약을 탈피한 마을결합형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이 되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배움의 장소는 더 이상 학교 담장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학교에 와서 정해진 시간에 공부하지 않더라도, 가정이나 지역사회의 도서관·카페 등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하여 자신의 학습 속도에 맞춰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학교는 지역사회라는 더 넓은 학습의 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지역의 인적·물적자원을 교육과정과 연계하고, 마을 전체를 살아있는 배움터로 만드는 ‘마을결합형 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삶과 학습이 분리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실제적인 문제해결역량을 기르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 미래교육으로의 도약을 위한 교육전문직의 지원방안 앞서 제시한 미래교육의 세 가지 방향성을 학교 현장에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한 교육전문직의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예산 지원이나 지침 전달을 넘어 학교가 자발적으로 혁신을 시도하고 지속할 수 있는 인프라와 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첫째, ‘학생 개별 맞춤형 선택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지능형 학습환경을 구축하고 지원한다. 미래 교육의 핵심인 개별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기반, 즉 에듀테크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지원을 제공한다. 지능형 학습플랫폼 도입 및 확산, 단위학교별로 학생의 학습 이력, 강점과 약점, 학습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학습관리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ITS, Intelligent Tutoring System) 도입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교사는 데이터에 기반하여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과제와 경로를 추천할 수 있으며, 학생은 AI 튜터의 도움을 받아 자기주도적으로 학습결손을 보충하고 심화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수집된 실시간 데이터를 교육정책 수립의 환류 자료로 활용하여 증거 기반의 정책 결정을 강화한다. 디지털 인프라 및 디바이스를 보급한다. 모든 교실에 무선 AP 환경을 완비하고, 모든 학생이 개인별 스마트 디바이스를 소유하여 언제 어디서나 학습에 접속할 수 있는 ‘1인 1디바이스’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교육취약계층 학생들에게는 기기 대여 및 통신비 지원을 통해 디지털 접근성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제공한다. 둘째, ‘교육공동체의 미래 교육 역량’ 및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한다.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은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모두의 인식 전환과 역량 강화를 요구한다. 교사의 역할 변화를 지원하고 공동체 전반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추진한다. 교원 역량 강화 연수 체제 혁신은 기존의 단발성·전달식 연수에서 벗어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원학습공동체를 조직하고 심화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한다. 또한 교육과정 재구성, 프로젝트 수업설계, 에듀테크 활용 능력 등 미래 교육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학교로 찾아가는 맞춤형 컨설팅’을 활성화한다. 특히 민간기업의 IT 전문가나 현업 개발자와의 연계를 통해 교사들이 최신 디지털 기술과 활용법을 익힐 수 있는 실제적인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교육콘텐츠 공유 플랫폼 구축 및 운영은 교사들이 개발한 우수 수업 동영상, 교수·학습자료(PPT·그림카드·활동지 등), 평가 문항 등을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수업나눔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이는 교사 개인의 노하우가 집단지성으로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 교사가 학생과의 관계 형성과 상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부모 및 시민 대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확대는 가정과 사회의 이해와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의 스마트기기 활용 지도법,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의 소통법 등을 안내하는 연수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윤리, 미디어 정보 판별 능력 등을 함양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교육공동체 전반의 디지털 역량을 제고한다. 셋째, ‘지역사회와 협력체제’를 통한 마을결합형 교육생태계를 조성한다. 학교의 문을 활짝 열고 마을 전체를 배움터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학교와 지역사회를 잇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지원한다. 지역사회 학습공간(Local Learning Hub) 발굴 및 조성은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이 도시 전체와 어우러져 교육과 삶의 경계를 허문 것처럼, 우리 지역의 유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마을 카페를 방과후 학생들이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는 ‘온라인 학습공간’으로 조성하고, 지역의 도서관·미술관·과학관 등과 연계하여 학교교육과정만으로는 제공하기 어려운 심도 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운영한다. 마을강사 및 지역기관과의 거버넌스 구축은 지역 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예술가·소상공인 등을 ‘마을강사’로 위촉하고 인력풀을 구축하여 학교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 또한 지역 대학·연구소·기업 등과의 업무협약(MOU)을 체계적으로 추진하여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하고 실제적인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린다. 교육지원청은 이러한 연계와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중간에서 조율하고 지원하는 ‘교육협력 허브’의 역할을 담당한다. 유비쿼터스 학습 환경 인프라 확장은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 주요 거점(도서관·주민센터·공원 등)에 공공 무선 와이파이 환경을 확충하여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 사용의 제약 없이 어디서나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조성한다. 3.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패러다임 전환에서 시작된다. 본고에서 제시한 개별 맞춤형 교육, 학습 촉진자로서의 교사, 마을결합형 교육생태계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교육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전문직은 정책 전달자를 넘어, 현장과 함께하는 ‘교육혁신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은 바로 오늘 우리의 실천적 전환에서 시작된다. 논술 분석 1. 서론 분석 ● 기(起) 왜 지금, 다시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하는가?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 [우수] 시의적절한 키워드(4차 산업, 포스트 코로나)로 독자의 주의를 환기함. ● 승(承) 산업사회에 머물러 있는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으로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울 수 없다. ※ [우수] 현 교육의 한계(획일성)를 명확히 지적하여 논의의 필요성을 부각함. ● 전(轉) 이제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과정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 [우수] ‘지식 전달’ → ‘역량 함양’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당위성을 강조함. ● 결(結) 본고는 현 교육의 한계를 진단하고, 미래교육의 방향성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지원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 [우수] 논술의 목적과 다룰 내용을 명확히 예고함. 2. 본론 분석 ● 총평: 논리적 정합성(Alignment) 진단 이 글의 가장 큰 장점은 ‘1. 미래교육의 방향(진단 목표)의 문제의식’이 ‘2. 교육전문직의 지원 방안(실천 전략)의 해결책’으로 정확하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논술 채점 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논리적 연계성’ 구조이다. 1) 주제❶: [내용] 획일적 교육 → 개별 맞춤형 선택 교육과정 → [인프라] 지능형학습환경(LMS/ITS) 구축 및 디바이스 보급 2) 주제❷: [주체] 지식전달자 → 학습촉진자(Facilitator) → [역량] 교원 디지털 리터러시 연수 및 콘텐츠 공유 플랫폼 3) 주제❸: [환경] 학교 안 → 마을결합형 유비쿼터스 환경 → [체제] 지역사회 협력 거버넌스 및 공간 혁신 ● 세부 항목별 논지-논거 분석 및 업그레이드 전략 1) 첫 번째 논점: 교육과정의 변화(내용) 가) 논지(주장) : 획일적 교육을 탈피하고, 학생의 다양성을 반영한 ‘개별 맞춤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나) 논거(이유) : 학생마다 배움의 속도와 흥미가 다르며, 다문화 등 다양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 지원방안의 적절성 : 단순히 ‘다양화하자’는 구호를 넘어, 이를 실현할 도구로 에듀테크(LMS, ITS)를 지목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현실적이다. 데이터 기반의 환류(Feedback)를 언급한 점도 행정가적 시각이다. 라) 보완점 : 하드웨어(디바이스)와 시스템 보급은 기본이다. 여기에 ‘교육과정 문해력’ 지원이 추가되면 좋다. 시스템이 있어도 교사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므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교수평기) 일체화 지원단’ 운영 등을 언급하면 소프트웨어 측면의 지원까지 포괄할 수 있다. 2) 두 번째 논점: 교사의 역할 변화(주체) 가) 논지(주장) :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닌, 질문을 던지고 성장을 돕는 ‘학습 안내자/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나) 논거(이유) : 디지털 시대에 지식은 어디에나 널려있으므로, 지식의 암기보다 비판적 재구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미네르바 스쿨 사례 활용 적절 다) 지원방안의 적절성 : ‘수업나눔 아카이브’ 구축은 현장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한 것이다. 개별 교사의 노하우를 집단지성으로 자산화한다는 논리가 훌륭하다. 라) 보완점 : ‘디지털 리터러시’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지원 역량’을 살짝 곁들이면 차별화된다. AI가 지식을 가르친다면, 교사는 인간적 연결과 상담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로 ‘교사의 코칭 및 상담 역량 강화 연수’를 포함하면 미래교육의 휴먼 터치(Human Touch)까지 챙길 수 있다. 3) 세 번째 논점: 교육 환경의 확장(공간) 가) 논지(주장) : 학교 담장을 넘어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마을결합형 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나) 논거(이유) : 언제 어디서나 학습 가능한 유비쿼터스 시대이며,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의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 지원방안의 적절성 : ‘교육협력 허브’로서 교육지원청의 역할을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학교가 개별적으로 마을과 컨택하는 어려움을 지원청이 해결해 준다는 접근은 매우 타당하다. 라) 보완점 : 현장의 가장 큰 불만은 ‘안전’과 ‘강사 질 관리’이다. 지원방안에 ‘마을강사 인증제 도입’이나 ‘학교 밖 학습터 안전 보험 가입 지원’ 등 구체적인 행정 안전망(Safety Net) 구축을 언급하면, ‘현장을 진짜 잘 아는 장학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본 논술에서 나타난 정제된 ‘정책 언어’ 1) 가르침의 속도가 아닌 배움의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 →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문장 2) 교사 개인의 노하우가 집단지성으로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 → 교원학습공동체 지원의 명분 3) 교육청이 학교와 지역사회를 잇는 플랫폼이자 교육협력 허브 → 교육전문직의 역할 정의 4) 증거 기반(Evidence-based)의 정책 결정 → 데이터 활용의 목적 3. 결론: 논지 재확인 ● 기(起) 본고에서 제시한 개별 맞춤형 교육… 마을결합형 교육생태계는… 교육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 [양호] 본론의 3가지 핵심 논거를 요약하며 의미를 부여함. ● 승(承) _(원문은 기/승이 통합된 형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 [보완 가능] 기술적 변화보다 본질적 가치 변화임을 더 강조할 수 있음. ● 전(轉) 학생 한 명 한 명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전문직은 정책 전달자를 넘어, 현장과 함께하는 ‘교육혁신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 [우수] ‘정책 전달자’ vs ‘혁신 동반자’ 대비를 통해 역할상을 명확히 함. ● 결(結)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은 바로 오늘 우리의 실천적 전환에서 시작된다. ※ [우수]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이라는 서울교육 비전과 행동 촉구로 마무리. 나오며 _ 끝에서 시작되는 교육의 변화, 준비된 기획가가 되라 교육전문직 논술은 단순한 시험 과목이 아니다. 이는 여러분이 장차 교육행정가로서 마주하게 될 현장의 수많은 난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철학으로 해결해 나갈지를 보여주는 ‘미리 보는 기획안’이다. 앞서 분석한 바와 같이, 화려한 미사여구보다는 투박하더라도 치열한 고민이 담긴 ‘현장성’과 빈틈없는 ‘논리적 정합성’이 합격의 열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Why(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What(정책 비전)’을 세우고, ‘How(구체적 지원)’로 완성하는 구조화 연습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평소 교육정책의 이면에 숨겨진 의도를 읽어내고, “나라면 현장을 위해 무엇을 지원할까?” 끊임없이 자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여러분이 작성하는 답안지 속의 제언들이 공허한 외침이 아닌, 실제 학교를 변화시키는 살아있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정책 언어’를 끊임없이 정련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교단과 책상 앞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실 선생님들의 열정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여러분의 그 치열한 고민과 준비 과정 자체가 이미 훌륭한 교육전문직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논리와 언어를 다듬어 가기를 바란다. 머지않아 대한민국 교육의 든든한 ‘혁신 동반자’로서 현장에서 여러분과 마주하기를 고대한다.
즉답형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심층면접에서 수험생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은 바로 ‘즉답형’ 질문을 마주할 때입니다. 준비해 온 문항이 아닌 낯선 질문이 들어오는 순간,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고 말은 길어지며, 결국 애써 지켜 온 시간과 태도가 한순간에 무너지곤 합니다. 그러나 관점을 바꾸면 즉답형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은 지원자의 지식량을 넘어, 태도와 사고의 깊이를 가장 투명하게 드러내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는 모습 자체가 교육전문직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떨림은 사치다’라는 말을 단순한 마음가짐이 아닌,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바꾸는 구체적인 방법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즉답형 10초의 미학 _ ‘키워드 포착’과 ‘두괄식 선언’ 즉답형 답변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정답’이 아닙니다. 질문의 핵심을 간파하고, 준비해 둔 키워드와 자신의 정책철학을 연결해 흔들리지 않고 대응하는 능력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 바로 ‘10초의 미학’입니다. 질문을 듣고 입을 떼기까지의 짧은 10초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1초는 숨을 고르며 심리적 속도를 낮춥니다. 다음 3초 동안 질문을 2~3개의 요구사항으로 쪼개 마음속에 작은 체크박스를 만듭니다. 그리고 남은 6초 동안 첫 문장을 두괄식으로 ‘선언’합니다. 두괄식이란 결론을 먼저 제시한 뒤, 그에 대한 근거와 예시를 덧붙이는 구조입니다. 이는 면접관의 이해도를 높이고, 답변이 장황해지는 것을 막아 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첫 문장을 “핵심은 ○○입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라고 시작하고, 이후 “첫째…, 둘째…”로 답변의 레일을 깔아 두면, 예상치 못한 질문 앞에서도 논리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즉답형 정복을 위한 ‘10초 루틴’ - Step❶(0~1초) _ 호흡 조절 급하게 답하려 하지 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뇌에 산소를 공급한다. 마음속으로 “떨림은 사치다”를 한 번 되뇐다. - Step❷(1~4초) _ 질문 구조화(체크박스) 질문 속 핵심어 2개(예: 교권 침해 → ‘원인’, ‘대안’)를 포착한다. 그다음 “두 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와 같이 답변할 개수를 마음속으로 정한다. - Step❸(4~10초) _ 두괄식 레일 깔기 “답변드리겠습니다. 질문하신 사안의 핵심은 ○○입니다. 이에 대한 방안은 첫째 ○○, 둘째 ○○입니다”와 같이 결론을 먼저 선언한 뒤 설명을 시작한다. 위기관리 매뉴얼 _ 멈춤의 태도와 여유의 연출 답변 도중 말이 꼬이거나 다음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때 빈 공간을 억지로 채우려 하면 “저…, 저기…, 그…”와 같은 불필요한 추임새가 반복되고, 그 순간 태도 점수가 눈에 띄게 깎입니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멈춤의 태도’입니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이 “잠시 생각해 보고 답변드리겠습니다”입니다. 이 말은 답변을 못 해서 시간을 버는 비굴한 변명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해서 말할 줄 아는 신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고도의 기술입니다. 이 말을 한 뒤에는 2초 정도의 짧은 정적을 허용해 보십시오. 그 사이에 질문의 핵심어 2개만 다시 붙잡고, ‘첫째/둘째’ 구조로 돌아오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본인은 위기라고 느꼈던 순간이, 면접관의 눈에는 오히려 ‘여유’와 ‘침착함’으로 비칩니다. 강의에서 강조했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필요’라는 말은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여유를 연출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PART VIEW] 위기를 에피소드로 _ ‘나만의 스토리’로 승부하라 위기 자체를 득점 포인트로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에피소드화’입니다. 이론 중심 답변이 막힐 때일수록,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꺼내어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강의안에서 소개했던 사례처럼, 연구수업 중 태블릿 PC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원인(배터리·네트워크 등)을 탐색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은 그 자체로 ‘위기관리 역량’과 ‘문제 해결력’을 증명해 주는 살아 있는 자료가 됩니다. 여기에 식상함을 벗어나는 장치인 스토리텔링, 자문자답, 적절한 정적(pause)을 곁들이면 답변은 더욱 생생해집니다. ‘문제 발생 → 원인 탐색 → 해결 과정 → 교육적 성찰’의 네 단계로 경험을 정리해 두면, 어떤 돌발 질문 앞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만능 구조가 됩니다. 실전 노트: 실전 예시 문제와 예시 답변 이론을 실제 답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5가지 실전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 실전 예시 문제❶ _ 교육전문직관 + 형성 요인 1) 문제 본인의 교육전문직관을 말하고, 교육전문직관 형성에 영향을 끼친 사항을 말씀해 주십시오. 2) 답변 예시 답변드리겠습니다. •두괄식 선언 제 교육전문직관은 ‘학교를 바꾸는 힘은 교사 개인의 열정이 아니라, 교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시스템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육전문직은 지시자나 평가자가 아니라, 현장의 실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설계자이자 조정자, 그리고 지원자라고 생각합니다. •답변 구조화 이를 말씀드리기 위해 교육전문직관과 그러한 관점을 형성하게 된 경험을 두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교육전문직관 측면입니다. 저는 교육전문직의 핵심 임무를 학교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정책과 자원을 연결하여, 학교가 학생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교육전문직은 점검과 통제에 머무르기보다,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조건을 마련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정책과 제도로 풀어 주는 동반자적 위치에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교육전문직관 형성 경험 측면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두 가지 경험을 통해 분명해졌습니다. 한 번은 생활환경이 매우 열악한 학교에서 근무하며, 교사의 선의와 열정만으로는 학생 지원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기 쉽다는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경험입니다. 또 한 번은 학교 단위의 작은 실천이 교육청 사업과 연결되면서, 동일한 프로그램이 여러 학교로 확산되고, 몇 년에 걸쳐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을 지켜본 경험입니다. 이 두 경험을 통해 ‘지원은 사람의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며, 구조와 시스템으로 굳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대 효과 이런 교육전문직관을 바탕으로 장학과 지원을 한다면, 학교는 ‘감독받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변화의 방향을 설계하는 동반자’로 인식하게 되고, 정책도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학교 현장의 성장과 연속성을 담보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다짐 교육전문직원이 된다면 학교를 평가하는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교사의 전문성과 노력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는 지원 시스템을 설계·운영하는 데 제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실전 예시 문제❷ _ 교육청에서 반드시 고쳐야 할 것 3가지 1) 문제 교육청에서 반드시 고쳤으면 하는 것 세 가지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2) 답변 예시 답변드리겠습니다. •두괄식 선언 제가 생각하는 교육청에서 반드시 고쳐야 할 점은 첫째는 단기간·성과 중심의 사업 운영 관행, 둘째는 형식적인 현장 의견 수렴 구조, 셋째는 부서별로 분절된 학교 지원 체계입니다. •답변 구조화 이 세 가지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단기간·성과 중심의 사업 운영 관행을 고쳐야 합니다. 지금처럼 매년 새로운 사업이 쏟아지고,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 방식은 학교를 보고와 행사 중심으로 만들 위험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학생의 변화는 축적되지 못하고, 교사들은 사업 대응에 지쳐 수업과 생활지도에 쓸 에너지를 잃게 됩니다. 그래서 교육청은 사업 수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고, 최소 2~3년 단위의 지속 운영과 평가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현장 소통이 ‘의견 수렴’에서 끝나는 구조를 고쳐야 합니다. 각종 설문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지만, 그 결과가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무엇은 반영되고 무엇은 어려웠는지 명확히 안내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교사들이 ‘결국 정해진 대로 간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정책에 대한 신뢰와 참여 의지가 떨어집니다. 따라서 정책 설계 단계부터 교원과 학교가 참여하는 협의 구조를 정례화하고, 반영 여부와 이유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셋째, 학교 지원 체계가 부서별로 분절된 구조를 고쳐야 합니다. 학생의 학습·정서·생활·복지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나타나지만, 지원은 부서별로 따로 움직이다 보니 학교 입장에서는 같은 학생을 두고도 여러 창구에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청은 다중지원팀·학생맞춤형통합지원센터 등 통합 창구를 중심으로, 학교가 한 번 요청하면 관련 부서가 함께 움직이는 협업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대 효과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학교는 사업과 보고의 부담을 줄이고 수업과 학생 지원에 더 집중할 수 있으며, 정책은 현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안착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교사·학교·교육청 간의 상호 신뢰가 높아져, 학생 성장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한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고 모일 것입니다. •다짐 교육전문직원이 된다면, 현장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과 지원 구조에 반영되도록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며, 학교의 시간을 아껴 주고 교사의 열정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제안하고 조정하는 교육전문직이 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실전 예시 문제❸ _ 즉답형 구조화 1) 문제 최근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심각합니다. 교육전문직원으로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2) 답변 예시 답변드리겠습니다. •두괄식 선언 기초학력 지원의 핵심은 학생의 결손을 조기에 발견하고, 학교 안팎의 자원을 묶어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답변 구조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진단·지원·연계의 세 가지 측면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진단 측면입니다.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을 적기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겠습니다. 학년 초와 학기 중 정기 진단을 체계화하고, 결과에 따라 수준별 보정 자료와 수업·평가 지원을 즉시 연계하겠습니다. 둘째, 지원 측면입니다. 두드림학교 등 다중지원팀 운영을 내실화하겠습니다. 담임-전담교사-상담-특수-복지 지원을 묶어 사례관리회의를 정례화하고, 학습부진과 정서·행동, 생활 요인을 동시에 지원하겠습니다. 셋째, 연계 측면입니다. 지역사회 전문기관과 협력해 학교 밖 학습 안전망을 강화하겠습니다. 지역아동센터·청소년상담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연계하여 방과후 학습·정서지원이 지속되도록 연결하겠습니다. •기대 효과 이렇게 하면 학습결손의 조기 발견과 누적 방지, 학생별 맞춤 지원의 실효성 제고, 학교-지역이 함께 책임지는 촘촘한 지원 체계가 구축되어 기초학력 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다짐 교육전문직원이 된다면, 현장 부담은 줄이고 지원의 질은 높이는 방식으로 체계를 정교화하여 모든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실전 예시 문제❹ _ 에피소드 활용 1) 문제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의 갈등을 해결했던 경험과 그 과정에서 발휘된 본인의 역량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2) 답변 예시 답변드리겠습니다. •두괄식 선언 저는 학부모와의 갈등을 ‘경청으로 쟁점을 정리하고, 데이터로 기준을 세우며, 후속관리로 신뢰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갈등 상황에서는 설득보다 먼저 불안과 요구를 정리해야 오해가 줄고, 객관적 근거가 제시될 때 합의가 가능하며, 이후 관리가 따라야 관계가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답변 구조화 이를 바탕으로 경청·데이터·신뢰회복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경청 측면입니다. 현장체험학습 장소 변경 문제로 일부 학부모님들의 강한 민원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즉시 반박하기보다 ‘경청하는 자리’를 마련해 우려의 핵심이 안전인지, 비용인지, 교육적 효과인지 쟁점을 먼저 정리했습니다. 둘째, 데이터 측면입니다. 안전 점검 결과와 이동 동선의 위험 요소, 대체 장소 운영 계획 및 교육적 효과를 시각 자료로 정리해 객관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감정이 앞서는 상황에서 공통의 판단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셋째, 신뢰회복 측면입니다. 설명으로 끝내지 않고, 학부모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 안내·소통 채널을 명확히 하여 이후 불안을 줄였습니다. 그 결과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님이 오히려 학급 대표로 나서며 학교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셨습니다. •기대 효과 이런 방식이 확산되면 민원 대응이 대립에서 협력적 문제해결로 전환되고,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높아져 학교-가정 신뢰가 안정적으로 구축될 수 있습니다. •다짐 교육전문직원이 된다면, 현장의 갈등 상황에서 어느 한편을 드는 사람이 아니라, 경청과 근거에 기반해 합리적 합의를 이끄는 조정자로서 학교를 지원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실전 예시 문제❺ _ 학생맞춤통합지원 1) 문제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필요성과 교육청 차원의 지원방안 3가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2) 답변 예시 답변드리겠습니다. •두괄식 선언 학생맞춤통합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학생의 어려움이 학습, 정서, 행동, 가정·돌봄, 관계 문제로 분리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한 학생 안에서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일 부서·단일 사업 중심 지원으로는 효과가 제한되고, 학교 안팎의 자원을 묶어 ‘한 번에 지원이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답변 구조화 이를 말씀드리기 위해 필요성과 교육청 차원 지원방안 3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교육청 차원에서는 ‘통합지원 체계(거버넌스)’를 구축하겠습니다. 교육청-지원청-학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다중지원팀 운영 기준과 사례관리 절차를 표준화하겠습니다. 학교가 학생을 발견하면, 진단-의뢰-지원-사후관리까지 끊기지 않도록 통합 프로세스를 정착시키겠습니다. 둘째, ‘전문인력 및 협업 네트워크’를 강화하겠습니다. Wee센터·상담·특수·기초학력·복지·지역유관기관(청소년상담복지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협업체계를 만들고, 학교에 파견·순회 지원이 가능하도록 교육청 차원의 지원단을 운영하겠습니다. 셋째, ‘데이터 기반 조기경보와 맞춤 지원’을 고도화하겠습니다. 출결·학업·행동·상담·위기징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조기 발견이 가능하도록 학교 지원용 지표를 제공하고, 유형별 지원 패키지(학습+정서+돌봄)를 마련하여 학교가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지원 효과를 점검하는 피드백 체계를 구축해 지원의 질을 높이겠습니다. •기대 효과 이렇게 하면 위기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학교 혼자 감당하던 부담을 교육청과 지역이 함께 나누며, 학생의 학습권과 성장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원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사례관리로 축적되어 학교의 대응 역량도 함께 강화될 것입니다. •다짐 교육전문직원이 된다면 학교가 ‘학생 한 명’을 놓치지 않도록 통합지원체계를 현장 친화적으로 정교화하고, 필요한 자원이 끊기지 않게 연결하는 지원을 끝까지 책임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준비된 루틴이 ‘떨림’을 ‘설렘’으로 바꾼다 결론적으로 즉답형과 위기 상황은 피해야 할 함정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만이 점수로 바꿀 수 있는 기회의 구간입니다. 다만 이 기회는 머리로만 이해한다고 해서 저절로 잡히지는 않습니다. 실전 연습이 필수입니다. 자신의 답변을 직접 촬영해 보고, 스터디에서 서로 면접관 역할을 번갈아 맡아보면서 실전 감각을 루틴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떨림은 사치다’라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10초 루틴과 위기 복구 문장을 몸에 완전히 붙였을 때, 그 떨림은 비로소 합격을 향한 ‘설렘’이자 ‘현실’이 될 것입니다.
학생들과 시집 한 권을 읽기로 한 이유 ● 지금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업이 무엇일까?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 건강 상황은 안녕한가? 학업 경쟁과 사교육 과열, 소셜 미디어를 통한 비교 문화, 코로나19 이후 사회성 결핍, 부모 세대의 정서적 불안 전이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우울·불안·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많다.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초등 3~6학년 시기를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학생들이다.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힘을 길러야 할 중요한 초등 고학년 시기에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생들은 자아를 탐색하고, 관계성을 형성하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웠다. 우리 학생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관찰과 사회정서를 돌보는 수업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바탕으로 공감과 협력을 배우고, 정서적 안정과 긍정적인 학교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문학 수업을 계획하고자 했다. ● 수업은 어떤 목적을 지니고 나아가는가? 한 권의 시집을 완독하고 감상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성찰하고, 표현하는 힘을 기르고자 한다. 감정 성찰과 표현의 과정과 한 권의 시집 완독 경험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힘과 치유와 회복 탄력성을 길러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하는 기술·지식·태도를 습득하고자 한다. 현재 중학교 2학년까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수업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수업의 확산 가능성을 위하여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과 연결하여 핵심아이디어와 성취기준을 분석하였다. 중학교 시절 시집 한 권 완독하기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국어과 핵심역량을 비롯하여 사회·정서학습 역량을 기르고자 한다. [PART VIEW] 감정과 관계의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시 문학 읽기 ● 중학교 시절, 시집 한 권 완독하기 프로젝트 성취기준 분석 ● 처음 시집을 읽는 학생들을 위한 시집 선택하기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설문에서 시집을 읽어본 경험이 없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 수업할 학생 중 86%를 차지했다. 시집을 읽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과 어떤 시집을 선택해서 읽으면 좋을까? 처음에는100권의 시집 목록을 만들고그중에서 원하는 시집을 스스로 선택해서 읽는 방식을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집을 선택했는데,그 시집이 너무 어려워서 지레 겁을 먹거나 포기하게 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우리 학생들이 시집 읽기에서는 초보 독자이기 때문이다. 학생 독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공감할 수 있는 청소년 시집, 시와 그림이 함께 있어 더 쉽게 시 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책을 선정하고 함께 읽기로 했다. 신미나 시인이 쓴 청소년 마음 시툰. 안녕, 해태 1~3은 중학교 1학년인 주인공이 중3이 될 때까지의 성장 스토리(웹툰)와 시를 엮은 책이다. 마음의 일(오은·재수)은 청소년 시집으로, 시집과 그림 시집이 별도의 책으로 나와 있어 두 권을 엮어 읽었다. 학생들은 두 시리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활동했다. 또한 시집 읽기 가이드 역할을 하는 활동지를 16페이지의 미니 북 형태로 제작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시집 읽기를 좋아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그림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시의 세계로 진입해 더 깊이 의미를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랐다. 시집 읽기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며 몰입해서 시집을 읽는 방법을 찾기 위함이었다. 또한 읽기에 몰입하는 시간을 더 깊이 확보하기 위하여 산출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활동이 아닌, 깊이 음미하고, 생각하고, 성찰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 수업의 의도와 목적을 전하는 선생님의 수업 편지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학생들과 꼭 함께하고 싶은 수업이 있을 때, 활동지에 ‘선생님의 수업 편지’를 써서 학생들과 수업에 관해 이야기하곤 한다. 이번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시집 읽기’ 수업을 함께 하고 싶은 이유를 담아 편지를 썼다. 16쪽 분량의 시집 읽기 미니 북에 수업 편지를 담고, 답장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아래에 마련해 두었다. 그렇게 답장이 많이 올 줄 몰랐는데, 학생들이 저마다 수업에 대한 소감과 자기 생각을 편지에 담아 보내주어서 뭉클했다. 시집 한 권을 온전히 읽는 힘을 기르는 수업 ● 시집 읽기 수업을 시작하다 시집을 처음 읽을 때 어떤 방식으로 시집과 만나면 좋을까? 우리가 물성을 지닌 한 권의 책을 만날 때, 누구나 마주하는 기본적인 책 읽기 경험에서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표지를 읽고 내용을 예측하기, 책날개에 담긴 시인 소개 글 읽고 시인에 대해 상상해 보기, 차례를 펼쳐 제목을 읽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제목 3개 선택하기, 시작하는 시(‘나는 오늘’)와 마지막 시(‘나는 오늘’)를 살펴보고, 같은 제목을 가진 서로 다른 시 두 편이 시집의 시작과 끝에 배치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시 ‘나는 오늘’을 패러디해서 다시 쓰는 활동으로 시집과의 첫 만남을 시작했다. 어렵지 않은 활동이면서 차근차근 시집과 친해질 수 있는 과정이어서 학생들과 시집의 첫 만남 주선은 순조롭게 출발했다. ● 손끝으로 만나는 시 _ 시 필사 활동 시집 읽기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 시집을 몰입해서 읽으며 시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보다 깊이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필사의 시간을 가지고자 했다. 필사는 일종의 명상과도 같은 활동이기에 필사하는 과정을 통해 시를 더 깊이 음미함과 동시에 스스로 자기 내면을 성찰할 수 있다. 또한 필사 과정에서 필사할 구절을 선택한 이유, 구절을 붙여두고 싶은 장소, 내 감정의 색깔에 대해 모둠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시집 읽기를 즐기는 힘을 기르고, 자기성찰·계발역량·문화향유역량을 기르고자 하였다. ● 내 맘대로 시집 해석단 _ 시 감상 활동 학생들은 교과서에 실린 시 한편의 의미를 분석하고 감상한 경험은 있어도, 시집 한 권을 온전히 상호 텍스트적으로 읽고 의미를 파악해 본 경험은 없었다. 우리 학생들과 함께 시집 한 권을 온전히 읽고,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의 의미 해석하기와 시집 전체의 구성과 의도, 의미를 해석해 보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시를 읽는 즐거움과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공감의 힘에 대해 깨닫는 시간을 가지고자 하였다. 시집을 만드는 편집자들은 시집 제목을 정하고, 시를 배열하고,시집을 구성할 때 심혈을 기울여시집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다. 그래서 시집 완독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시의 배열과 시집의 구성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과 견해를 표현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이 활동은 모둠별 의논 과정을 거쳐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서로 시집 구성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특히 시집의 구성(시의 배열 순서)에 대해서 여러 생각들을 주고받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오은의 마음의 일 시집의 구성에서 눈에 띄는 부분인 첫 시와 마지막 시의 배열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 시집은 ‘나는 오늘’이라는 같은 제목의 시 두 편이 첫 시와 마지막 시로 실려 있다. 학생들은 “첫 시인 ‘나는 오늘’에서의 화자가 다른 여러 시를 거쳐 결국 나는 ‘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성장하는 과정과 고민을 시로 적으면서 첫 시가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면 마지막 시는 화자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라는 존재에 집중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등 다양한 견해를 표현하면서 시집 한 권을 완독했다. ● 시와 내 삶의 콜라보 _ 시 거울을 통한 나의 경험 글쓰기 시에 표현된 시적 화자의 경험과 감정에 내 삶의 경험과 나의 감정을 투영하여 나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활동을 연결해 나갔다. 이를 통해 시의 의미가 삶과 이어져 있음을 깨닫고,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 성찰하고 다시 나아가는 힘을 기르고자 하였다. 활동지에 제시한 ‘일곱 개의 도움 질문’을 활용해 시의 내용을 기반으로 자기 삶의 경험을 성찰하는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 처음에는 약간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질문도 여럿 있었지만, 점차 차분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이 글을 통해 친구 관계, 학업, 가족 관계, 진로, 과거와 지금의 나의 달라진 점과 변화 등 여러 주제에 대해 글을 썼다. 이를 서로 소통하는 시간에 친구들의 글에 감탄하거나 재밌어하기도 하면서 시와 삶을 연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시의 비밀 코드: 역설 _ 개성적 표현으로 시집 읽기 경험 돌아보기 마지막 단계 활동으로, 중학교 국어과 성취기준의 내용을 바탕으로 개성적 표현(역설적 표현)을 직접 창작하고 공유했다. 이를 통해 문학의 역설적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시집 읽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힘을 기르고자 하였다. 평소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서로 대화하면서 기록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비유적 표현을 활용해 시 쓰기 활동은 초등학생 때부터 해 왔으나, 역설적 표현을 활용한 시 창작은 대부분 처음이어서 어려워하면서도 집중하는 태도가 보였다. 친구들이 창작한 역설 표현을 공유할 때 적극적으로 공유 보드에 ‘좋아요’를 누르며 환호하고, 탄성을 지르며, 서로 칭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쓴 표현에 친구들이 환호하자, 으쓱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관계가 서로 융화되는 모습이 보이는 수업 시간이었다.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시인과의 만남 프로젝트 ● 특명! 시인님 스쿨 어택! 처음 시집을 완독한 학생들과의 수업 이후에 이 시집을 창작한 시인과 학생들의 만남을 주선한다면 어떨까? 학생들이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시집을 완독한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시인님과의 만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업 과정을 시인님과 한 달간 공유하고, 시인님을 직접 학교로 초청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의 시집 읽기 수업과정을 시인님들과 공유하는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 소셜 미디어 스토리와 피드를 통해 공유하고, 그 내용을 학생들과도 함께 나누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활동 과정이 그 책을 직접 창작한 시인에게 공유되기를 기다리고,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가와 독자가 ‘책’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실재감이 학생들에게 더욱 큰 동기 부여가 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활동 과정이 시인님께 전달되기를 기대했다. ● 첫 만남을 계획대로 만들 거야! _ 북토크 준비에 진심인 사람들 시집 읽기도 처음이지만, 태어나서 ‘시인을 만나는’ 일이 처음인 우리 학생들과 함께 우리의 첫 만남이 더욱 특별하도록 단순한 전달식 강연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북토크를 준비하고자 했다. 학생들의 자발적 신청을 받아 북토크 운영팀을 구성했고, 참여형 북토크를 기획하여 학생들이 직접 인터뷰했다. 질문하는 과정, 활동 과정 영상 제작, 대본 작성, 낭독 준비, 퀴즈 준비 등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역량을 기르고자 했다. 북토크 지원팀을 자발적으로 신청받아 구성하고, 학생들이 직접 1부·2부 진행을 맡아 대본을 작성하고 연습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더욱 적극성을 발휘해 행사를 준비했다. 자신들이 읽은 시집의 시인을 직접 만난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학생들의 의지와 욕구를 자극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 행사를 준비했다. 학생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강한 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생애 처음 시인과 만나다 시인과의 만남일이 다가왔다. 학생들과 직접 북토크를 기획한 적이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2학년 367명과 선생님 4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북토크는 처음이다. 학생들이 성실히 시집을 읽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과 시인님의 만남을 꼭 주선하고 싶었다. 우리 학년 전체 학생들과 체육관에 모였고, 우리는 열정적으로 이 시간을 함께했다. 시인과의 만남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성취감과 효능감을 높이고, 관계 지능을 이끌고자 하였다. 무척 무더운 날씨였지만, 학생들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우리의 이번 수업은 모든 게 처음인 것이 많았다. 시집 읽기가 처음이고, 시인과의 만남이 처음이고, 북 토크를 하는 일 자체도 처음이었다. 2학년 학생들이 무척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했고, 이미 읽은 책의 작가를 직접 만나는 행사여서 더욱 더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학생들의 열기만큼이나 시인님께서도 더욱 열정적으로 행사를 이끌어 주셨다. ‘좋아서’ 함께한 수업이 주는 선물 만약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왼손을 펼쳐 가만히 들여다보자. 우리의 왼손 안에는 ‘시’라는 글자가 담겨 있다. 손금의 모양이 ‘시’라는 글자처럼 생겼다. 우리는 날 때부터 이미 시를 품고 태어난 사람들, 우리 손안에 품은 시와 시심(詩心)을 생각하는 삶을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 시집 읽기 경험이 거의 없는 우리 학생들과 시를 읽고 마음을 읽고 싶어서 시작했던 수업을 돌아본다. 어떻게 보면 그저 ‘좋아서’ 했던 수업이었다. 며칠간 16쪽 분량의 미니 북을 편집하고 만들던 시간, 많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며 정성껏 인쇄하고, 접고, 스테이플러와 마스킹 테이프로 일일이 제본하던 밤, 우리 학생들이 첫 시집 읽기 경험을 소중히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시인님과의 특별한 만남까지. 학생들과 함께 시집을 읽은 오월과 시인을 만난 유월을 오래오래 소중히 마음에 품고 싶다. 그리고 ‘처음’을 시작했으니, 앞으로 우리 학생들과 점차 더 깊어지고 여물어가는 독서 수업을 이어 나가고 싶다.
진보와 혁명의 차이 진보와 혁명은 둘 다 변화를 의미한다. 둘의 차이는 변화의 모습에서 나타난다. 진보는 연속적 변화라면 혁명은 단절적 변화이다. 혁명은 어제의 지배계층이 하루아침에 몰락하여 피지배계층이 되는 지배계층의 단절적 변화를 의미하는 사회과학 용어이다. 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새로운 제도와 질서가 등장한다. 토머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천동설이 지동설로 뒤집히는 과정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부르며, 과학의 발전도 누적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적으로 일어남을 설파했다. 사회 변화나 과학 패러다임의 변화처럼 인간의 신체와 뇌도 완만한 곡선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급격한 단층을 형성하며 변화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쇠퇴가 아니다. 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 구조를 버리고 새로운 질서(패러다임)를 구축하는 ‘생물학적 혁명’의 순간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뇌 지도 재편 _ 5단계 혁명적 변화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Mousley et al., 2025)은 0세부터 90세까지 약 4,000명의 뇌 스캔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인간의 뇌가 평생에 걸쳐 9세, 32세, 66세, 83세라는 네 번의 결정적 변곡점을 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는 이 시기마다 리모델링 수준이 아닌 재건축 수준의 구조적 변화를 겪는다. ● 유년기: 폭발적 연결과 기초 공사 첫 번째 시기인 ‘유년기(아동기)’는 출생부터 9세 무렵까지 이어진다. 이 시기 동안 수십억 개의 새로운 신경 연결이 만들어지고, 불필요한 신경 연결은 삭제된다. 이 시기에 뇌 안의 회백질과 백질의 부피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피질의 두께(바깥쪽 회백질과 안쪽 백질 사이의 거리)가 최고점에 도달한다. 동시에 바깥쪽 뇌의 특징적인 융기부인 피질 주름이 안정화된다. 회백질은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하고, 백질은 그 정보를 신경계의 다른 부분으로 전달하는 뇌의 통신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무엇을 경험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고 듣고 만지고 움직이며 배우게 하는 직·간접 체험방식을 많이 활용한다. 이 과정을 통해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상상하고, 그 과정에서 질문하면서 배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시기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배우는 단계이므로 친구와 놀기, 협력, 감정 표현, 갈등 경험 및 해결 등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이때 새로운 자극은 새로운 회로를 생성하고 반복은 회로를 강화한다. ● 확장된 청소년기: 이성 발달과 효율화 두 번째 시기인 청소년기는 9세 전후로 시작되어 최대 32세까지 지속된다. 이때는 백질이 성장하고 신경계의 여러 부분이 더 효율적으로 연결된다. 이성적 사고 중추인 전두엽이 발달하고, 시냅스 가지치기를 통해 뇌 효율화가 진행된다. 정서적·사회적 인식 능력이 확장되고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도 증가한다. 32세경까지 뇌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이 시기의 충동과 시행착오는 뇌의 미성숙함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뇌가 최적의 효율을 찾아가는 치열한 튜닝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교육은 실수에 대한 관용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선택과 책임을 연습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적 성인이라 해도 뇌는 아직 성장 중임을 인지해야 한다. ● 성인기: 안정과 최적화 세 번째 시기인 성인기는 32세 경에 시작하여 최대 66세까지 지속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30대 초반이 되면 뇌는 폭발적 성장이나 급격한 쇠퇴가 아닌 안정화된 모습을 보인다. 32세 전까지는 연결을 키우고 효율을 높이는 ‘재배선의 시기’라면 이 시기는 배선 구조가 안정된 상태에서 선택적으로 약간씩 바뀌는 시기이다. 뇌 구조는 안정화되지만, 기능은 고도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 뇌는 새 판을 짜기보다는 기존에 형성된 인프라 위에서 구조를 재배치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뇌의 이러한 특성에 따라 성인교육은 사례기반학습, 문제중심학습, 다학문적 접근을 한다. 이 시기에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새 구조로 엮어낼 줄 아는 사람으로 변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동시에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성찰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느리지만 선택적인 재배선이 계속되는 시기이므로 뇌 가소성을 유지하기 위한 도전을 하는 것이 좋다. 예술·외국어, 최근의 AI 활용 시도처럼 아주 새로운 분야, 또는 글만 쓰던 것에서 영상을 통해 표현하는 시도처럼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는 뇌 건강과 창의력·적응력 유지에 보탬이 된다. ● 초기 노화기 네 번째 시기는 66세 경에 시작하여 83세 무렵까지 이어지는 초기 노화기이다. 은퇴와 맞물리는 이 시점에 뇌는 첫 번째 노화의 계단에 들어선다. 백질이 퇴화하며 정보 처리 속도는 느려지지만, 반대급부로 ‘의미 기반 지식(semantic memory)’과 ‘지혜’는 정점에 달한다. 계산은 느려져도 통찰은 깊어진다.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때는 장기기억에 들어 있는 기존 경험과 연결시키는 것이 보탬이 된다. 뇌신경 회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심을 정리하여 시각적으로 재구조화해 보고, 이를 반복하여 학습하는 것이 좋다. 초기 노화기의 뇌는 단순 정보보다 ‘의미 있는 것’에 더 잘 반응한다. 뭔가를 배울 때 그것이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것이 학습에 보탬이 된다는 의미이다. 학습의 의미를 단순 지식 학습에서 삶의 통찰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단 토론, 세대 간 대화, 코칭 방식의 상호학습 등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은 뇌 가소성 유지에 보탬이 된다. 어떤 방식으로 배울 때 잘 이해가 되는지, 어떤 방법을 활용할 때 기억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등 자신의 학습 특성을 성찰하는 것도 지속적인 학습에 보탬이 된다. ● 후기 노화기: 다 핵심 모듈화 마지막 시기는 83세 이후의 후기 노화기이다. 이 시기가 되면 멀리 떨어진 뇌 영역 간의 연결 효율이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뇌의 전체 네트워크가 잘 작동하지 않아 뇌의 영역 간 소통이 줄어든다. 하지만 가까운 영역끼리의 결합(모듈화)은 더 단단해진다. 처리 속도나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언어 능력과 인생 경험에서 나온 지혜, 의미 기반 판단은 상당 부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의 교육은 ‘핵심’과 ‘반복’이 키워드다. 고령자의 교육과 학습은 5~10분 단위의 짧은 블록으로 나눠 진행하는 것이 좋다. 복잡한 논리보다는 명료한 메시지, 새로운 정보보다는 과거의 행복한 기억과 연결하는 감성적 접근이 효과적이다. 개인차 _ 능동적 뇌 관리 케임브리지팀의 연구가 보여주는 뇌의 생물학적 시계는 거스를 수 없는 숙명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력하면 뇌의 극적인 변화 시기, 혹은 노화 시작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좋은 식생활을 유지하는 등 건강 관리에 유의하면 나이보다 신체 연령이 훨씬 젊어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초기 노화기 이후부터는 뇌의 연결 상태에서 개인 간 편차가 커지고, 평생의 학습 습관에 따라 학습 가능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다언어 사용, 지속적인 외국어 공부를 포함한 학문 활동은 뇌 노화 속도를 늦춘다는 연구들이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Amoruso et al., 2025). 며칠 전 대학 총동문회에 다녀왔는데, 1937년생인 최고령 선배님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행사장에 오셨다. 아직도 포도주를 즐기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건강 비법을 여쭈니 만사를 즐겁게 받아들이며 살라고 하셨다. 106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그의 새 책 백 년의 유산에서 나이를 먹더라도 정신은 늙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쉼 없는 공부와 일, 그리고 사회와 연결된 책임이 건강한 삶의 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뇌의 변화가 ‘혁명적’으로 찾아온다면, 우리의 대응 역시 ‘혁명적’이어야 한다. 나이 듦에 혁명적으로 대응하는 길은 끊임없는 학습과 호기심으로 뇌의 회로를 재배선하는 주체적인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다. 뇌의 혁명기를 자신의 삶이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여부는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시스템에 달려 있다.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 교육자들이 현장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르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30년 전 제 강의를 들었던 한 선생님께서 저의 강의가 본인의 교직생활을 지탱해 준 ‘나침반’이 되어주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육자는 바로 이런 뿌듯한 순간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0년 전은 특별한 시기였습니다. 한국은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며 대대적인 교사연수 바람이 불었던 때였습니다. 거의 모든 선생님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익히며 ICT(정보통신기술) 연수에 매진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에 이어 정보화마저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동력은 바로 그 열정적인 선생님들의 변화 의지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확실한 증거가 있는 팩트입니다. 새교육 칼럼(2025. 3. 5.)에 언급했듯이, 2013년도 OECD 보고서는 한국 대졸 평균 ICT-기반 문제풀이 능력이 세계 꼴찌인데, 한국 학생과 교사의 능력은 세계 최고라고 하였습니다. 즉 1등 교육자가 있었기에 1등 제자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명제가 증명된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희망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또다시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 시대입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제2의 대대적인 교사연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수는 과거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야 합니다. 단순히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익히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AI를 바라보는 관점, 즉 패러다임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많은 분이 AI를 그저 컴퓨터나 인터넷의 연장선에 있는, 조금 더 성능 좋은 ‘도구’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지적 능력을 보완하고 확장해 주는 ‘비서’이자 ‘파트너’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AI는 심지어 우리를 대체할 수 있는 ‘포식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미 이들은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 아인슈타인 급의 지능을 가진 영재이자 천재들입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무거운 책가방 대신 자신의 손안에, 클라우드 속에, 24시간 대기하며 명령을 기다리는 10명의 천재 비서를 데리고 다니는 존재들입니다. IQ가 아니라 AIQ가 중요한 시대 우리는 오랫동안 타고난 생물학적 IQ로 승부를 겨루는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학생들은 AI와 결합하여 IQ 1,200 아니 그 이상의 증폭된 또는 확장된 두뇌력(Amplified or Augmented Intelligence)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IQ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과 사회의 인식은 아직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명문대 대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시험을 치렀다가 부정행위 논란에 휩싸인 일은 씁쓸한 촌극입니다. 학교는 이를 ‘커닝’으로 규정하고 ‘자수하지 않으면 정학’을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컴퓨터 상용화 시대에 주판 대신 전자계산기를 사용했다고 벌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AI가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을 묻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정답 찾기가 아니라 해답 얻기 그렇다면 교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AI가 답을 찾아주고, 정리해 주고, 창작까지 해주는 세상에서 인간에게 남은 몫은 무엇일까요? 이제 교육은 ‘지식 기반’이 아니라 ‘지혜 기반’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AI가 데이터와 정보로 쉽게 도출하는 정답은 가치가 급락하는 중이고, 직관·정감·지혜에서 솟아나는 해답의 가치는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정해진 답이고, 해답은 통찰력으로 얻는 깨달음입니다. “아이고, 수업 외에 잡무도 넘쳐나는데 뭘 또 더 해야 한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더 가르치란 말이 아니라 다른 걸 가르쳐야 합니다. 학교는 AI가 하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 지식 중 절반은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상당 부분은 수능 수험생 간 변별력을 위해 존재할 뿐, 삶과는 무관합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학습에 흥미를 잃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과열된 경쟁은 모두를 심한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찌들게 하고, 공격성 또는 도피성 행동으로 내몹니다. 이런 형태의 교육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지속되어서도 안 됩니다. 학생 간 변별력이 아니라 학생과 AI 사이의 변별력 이제 학교는 수험생 간 변별력이 아니라 인간과 AI 사이의 변별력을 확보해 주는 교육을 이행해야 합니다. 기존의 암기·분석·추론 능력으로 학생이 1등급이 되었다 하더라도 AI 세계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니 교과내용의 절반을 싹둑 잘라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 절반을 잘라내어야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역량을 갖추어줄 수 있습니다. 인간과 AI 사이에 학습방식과 학습 결과물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AI는 딥러닝의 달인들입니다. 무한한 데이터를 습득하고 논리적 조합으로 창작물을 쏟아내는 능력은 인간이 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반면 인간은 메타러닝의 달인입니다. 자습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직관으로 논리를 뛰어넘고, 규칙을 깨며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저는 이 차이를 AI의 ‘체계적 창의성’과 인간의 ‘무모한 창의성’이라고 부릅니다. AI 시대에는 새로운 학업성취도 기준과 우수함의 기준이 제시돼야 합니다. 첫째가 통찰력입니다. AI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찾아낼 수 없는, 인간과 세상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며 지혜입니다. 둘째는 통솔력입니다. AI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물을 검증하며,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AI를 조율하고 인솔하는 능력입니다. 이 두 가지 역량을 UNESCO가 2020년도에 ‘미래 리터러시’라고 명하였습니다. 다가오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우리가 상상하고 예상하는 미래를 창조해 내는 능력입니다. 함께 새해를 상상해 봅시다. 현 교과내용을 절반만 가르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아마 학생들이 입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문제행동도 한결 완화될 것입니다. 남은 시간에는 우리가 평소 해보고 싶었던 교육을 맘껏 시도해 볼 수 있으니, 무력감에서 벗어나고 열정이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고속도로 이전에 빅브레인 고속도로 30년 전, 선생님들의 열정이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저력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습니다. 정부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빅데이터 고속도로를 뚫는 것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학생들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는 입시 지옥을 없애서 인재 흐름이 원활한 ‘빅브레인 고속도로’를 뻥 뚫어 놓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교육자가 또다시 대한민국을 AI 3강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이제 학생들에게 지식의 무게감 대신 통솔력의 몰입감, 암기의 고통 대신 통찰의 기쁨을 선물합시다. 이제 선생님이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지혜로운 멘토가 됩시다. AI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 더 넓은 세상을 조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시다. 그것이 30년 뒤, 어느 제자에게 “선생님이 내 인생의 나침반이었습니다”라는 고백을 듣게 될 유일한 길입니다. 다시 한번, 선생님이 희망이 되어줍시다.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해외의 교육 환경 또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 한국 학생들을 교육하는 재외한국학교는 한국 교육의 방향과 교육과정을 해외에서 실현하는 동시에 현지 사회의 문화·법·정치 환경을 존중해야 하는 이중적 책무를 갖는다. 이런 특수한 맥락 속에서 교원의 정치기본권 문제는 단순히 국내 교육에서의 논의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한국 교육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의 ‘교원의 정치기본권’ 한국에서는 교원의 정치적 표현, 정당 가입 등을 폭넓게 제한하고 있다. 이는 1960~70년대 권위주의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규제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해 왔다. 그러나 해외에서 바라볼 때 이러한 규제는 국내보다 더 복합적이고, 때로는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는 공무원이나 교원의 정치적 활동을 어느 정도 제약하고 있지만, 정당 가입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OECD 국가들 상당수 역시 정당 가입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교원이 지역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직무 중 중립성’과 ‘직무 외 자유’로 명확히 구분해 보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의 경우 연방 대법원은 교사의 시민적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 왔으며, 실제로 많은 주(州)에서는 교사가 지역 의회나 교육위원회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무 수행과 선거운동이 명확히 분리되는 한, 정치 후원이나 의견 표명, 정당 가입은 헌법적 권리로 간주된다. 유럽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프랑스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되 정당 가입의 자유는 보장하며, 영국은 교직을 ‘민주사회 형성에 참여하는 전문직’으로 규정해 지역 정치 참여를 장려한다. 핀란드·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교원이 지방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학교 운영에도 다양한 정치적 배경을 가진 교사들이 참여함으로써 거버넌스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수업의 정치적 중립성’은 엄격히 유지하되, 교원의 일반적 시민권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진다. 이는 교원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침묵해야 교육이 중립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서 균형성과 다원성을 지키는 전문성을 통해 중립성이 실현된다는 철학에 기반한다. 독일·핀란드와 같은 나라에서는 교사가 지역 정치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민주주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역할을 한다. 독일 연방의회에서 교사 출신 의원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교원의 정치 참여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교사가 사회문제에 대해 깊이 참여할수록 교육활동이 성숙해지고 민주주의도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정치적 중립성은 전문적 윤리의 문제 그러나 한국의 법과 제도는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재외한국학교 교사 역시 한국 법령을 기반으로 정치적 표현과 정당 활동이 전면 제한된다. 해외라는 특수한 사회적·정치적 환경을 고려할 때 교사의 신중한 정치활동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직무 외의 모든 정치기본권까지 제한받는 것은 글로벌시대의 교육 환경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재외한국학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교육의 얼굴’ 역할을 한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성장하는 학생들은 국제적 감각과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동시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함께 배우게 된다. 하지만 정작 이 가치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와 정치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면, 이는 학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와도 어긋나고, 나날이 높아져 가는 대한민국의 위상에도 맞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가르치지만, 민주주의적 권리는 제한된 채 살아야 한다는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다. 더욱이 재외한국학교는 단순히 한국 교육과정을 그대로 옮겨놓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문화·법·정치 환경을 경험하는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세계 시민성을 길러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교사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건전한 토론과 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학생들 역시 국제적 감각을 익히고 복잡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주도성, 비판적 사고력, 세계 시민성 등을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교사의 사회적·정치적 이해 능력을 필수적 요소로 전제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은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같이, 수업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특정 이념을 강요하지 않는 전문적 윤리의 문제이지,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묶어두는 방식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의 특성상 정치적 민감성을 더욱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는 점은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언제, 어디서나 모든 정치적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와 같은 현재의 획일적인 규제는 국내외 교육 현실, 민주주의 환경, 학생의 선거권 등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교원의 정치기본권 문제를 재외한국학교까지 포함하는 더욱 넓은 시각에서 논의해야 한다. 국내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해외 교육 환경, 재외동포 사회, 재외교육기관 운영 경험 등을 참고하여 한국의 법·제도와 글로벌 기준 간의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학생·학부모·교사·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가 이제는 필요한 때다. 해외의 사례를 연구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법·제도를 고민하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세계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은 교사 스스로 민주주의 주체로 설 수 있어야 가능하다. 시대는 변하고 있으며 교육의 역할 역시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교원의 정치기본권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AI 시대는 자기 역량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최고의 나’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 기존 성공 모델의 ‘플러스 원(Plus One)’은 될 수 있지만, 결코 ‘더 원(The One)’은 될 수 없습니다.” 세계적 교육학자 폴 킴 전 스탠퍼드대 부학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해진 길 따라가기’ 식 성공 모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대세를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됐다”며 “학교에서의 배움이 잉여지식이 되지 않도록 교육의 작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국내 한 대학이 주최한 포럼에서 AI를 질산암모늄에 비유하며 “잘 쓰면 인류를 이롭게 하지만 교육이 통제하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제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창의적 질문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 없는 교실에는 미래가 없다” 폴 킴 교수는 “학생이 배웠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증거는 ‘질문’이다”라고 단언했다. 단순히 외운 내용을 말하는 것은 배움이 아니며, 스스로 궁금함을 느끼고 질문할 수 있을 때 배움이 비로소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질문이 없는 교실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질문이 없으면 배움도, 성장도,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창의적 질문을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색다른 방식을 소개했다. 서로 다른 주제의 단어를 결합해 새로운 관점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민주주의를 공부한다면 ‘민주주의 + 아픔’처럼 전혀 다른 맥락의 단어를 섞는 방식이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했을 때 MC 유재석 씨에게 ‘돼지고기’와 ‘피아노’로 질문을 만들어보라고 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생각하지 못했던 조합에서 창의적 질문이 나온다”고 말했다. “커닝이 문제가 아니라 평가가 문제 … AI와 협업하는 평가로 바꿔야” 최근 대학가에서 챗GPT를 이용한 부정행위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교육의 책임을 강조했다. “챗GPT가 학생을 커닝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교수의 평가 방식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교재 내용을 베껴 쓰는 과제나 정답 찾기식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AI 활용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AI 시대에는 AI를 활용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AI와 협업하며 더 나은 답을 끌어내는 능력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AI 디지털교과서(AIDT) 논란에 대해서도 “종이교과서를 그대로 전자책으로 옮겨놓은 수준”이라며 “AI를 파트너처럼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러 AI를 경쟁시키는 ‘메타 AI 활용 능력’을 강조했다. 챗GPT로부터 의견을 얻고, 클로드에게 더 나은 대안을 요구하며, 퍼플렉시티로 사실 검증을 시키는 방식처럼 인간이 AI 팀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티칭의 시대는 끝났다’ AI가 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는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은 이미 AI가 더 잘하기 때문에 ‘티칭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제 인간 교사의 핵심 역할은 학생의 재능을 발견하고 성장 경로를 설계해 주는 코치(coach)나 멘토(mentor)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AI는 설명을 잘하지만, 학생의 성향·흥미·정서까지 파악하며 길을 만들어 주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AI를 활용해 기존의 자기주도성이 수십 배 확장되는 ‘초자기주도력(Hyper-Self-Directedness)’을 새로운 핵심 역량으로 제시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AI와 드론을 결합해 농장 측량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AI와 협업할 줄 아는 학생은 능력이 폭발적으로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학생이 이런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초수동적 학생’들에겐 먼저 정서적 회복력, 즉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그는 ‘태도의 지능’이라고 표현했다. ‘태도의 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폴 킴 교수는 자신의 과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초·중·고 시절 ‘하위 1%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 대학 중 하나인 스탠퍼드대에서 교육 혁신을 논의하는 자리에 서 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때의 상황을 고정된 운명으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태도의 지능이란 “실패를 부끄러움이 아니라 배움의 증거로 보는 태도”라고 정리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실패 경험’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 실패를 주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초자기주도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존의 핵심 역량 4C(창의력·협력·비판적사고·소통)에 연민(Compassion)과 헌신(Commitment)을 더한 ‘6C’를 제시했다. “AI 시대일수록 인간에 대한 연민과 헌신이 기술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IBM 등 빅테크기업들이 AI 프로젝트에 실패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인간의 고통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술은 반드시 엇나간다”고 강조했다. 폴 킴 교수는 한국 교육이 입시 중심으로 고착화된 현실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한국에서는 결국 의대가 정답이라는 구조가 굳어져 있다. 하지만 AI 시대에 대세를 따르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남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은 더 이상 생존 전략이 아니다. 그렇게 얻는 지식은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잉여 지식이 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배움의 태도’에 있다는 것이다. 배움은 종착점이 아니라 평생 이어지는 여정이며, 실패조차 배움의 일부라고도 했다. “오늘 실패했다면 ‘오늘 또 하나 배웠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AI 시대의 강자”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부촌’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어디일까? 사람마다 떠올리는 지역은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용산의 동부이촌동, 서초의 반포·잠원지구, 강남구 압구정동을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 지역들이 처음부터 부촌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동부이촌동은 군사시설과 철도 창고가 자리하던 변두리였고, 반포·잠원 일대는 한강의 모래톱과 습지가 넓게 펼쳐진 황량한 지역이었다. 압구정동 역시 배밭과 농경지가 이어지던 서울 외곽의 조용한 마을에 불과했다. 지금의 부촌은 결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도시 확장과 경제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결과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두리였던 지역들은 어떻게 한국을 대표하는 최상급 주거지로 도약하게 되었을까? 그 과정에는 단순한 도시 확장 이상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국가의 개발 전략, 대규모 공유수면1 매립사업, 건설사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한강이라는 자연적 자원이 지닌 잠재적 가치가 서로 맞물리며 새로운 주거 축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 건설사에는 사업권과 용지 제공 등 다양한 형태의 특혜가 돌아갔고, 이는 곧 해당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부촌의 탄생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결과라기보다, 국가와 기업이 상호 이익을 공유한 개발 방향 속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지역들의 탄생 과정과 개발 과정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도시 개발의 이면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조건과 흐름이 한 지역을 부촌으로 만들어내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부촌이 앞으로도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단서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없던 땅을 만들어내다 _ 공유수면 매립사업 1960~70년대 한국 사회는 급격한 도시 팽창을 겪고 있었다.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수도권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서울의 주택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 정부가 선택한 해법이 바로 ‘공유수면 매립사업’이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한강에 제방 공사를 하면 홍수 예방뿐만 아니라 둑 위에 도로2를 만들어 교통 인프라도 확충할 수 있있고, 둑 안쪽에는 새로운 땅이 생겨나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전략이었다. 거기다 그 땅을 매각하면 도시 개발을 할 수 있는 재원까지 마련되니 일석사조의 효과였다. 건설사의 특혜 논란과 아파트 공화국의 시작 공유수면 매립사업은 본래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강과 바다를 매립해 도시 공간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얻은 매각 자금을 다시 다른 개발사업에 투입해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매립지에서 나온 택지 판매 수익은 여러 기반 시설 확충의 재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막대한 이권이 걸린 사업이었던 만큼, 편법과 특혜가 뒤섞였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당시 이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은 공유수면 매립공사를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라고 표현했다. 공사가 대개 토목 비수기인 겨울철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평소 활용되지 않던 장비와 인력을 그대로 투입할 수 있었고,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제방을 쌓고 그 위에 모래를 채워 택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공정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조성된 토지 중 국가 귀속 토지 외 잔여 매립지는 건설사가 소유권을 가져갔다. 건설사는 이 땅을 국영기업이나 관공서에 매도하기도 했고, 건설사가 직접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기도 했다. 어떤 방법을 하든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고, 수익은 확실한 구조였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엄청난 이익을 거뒀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자금을 제공하여 기업은 비대해졌으며, 마침내 그룹으로 성장하고 재벌이 된 것이다. 그들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던 사업지가 바로 오늘날 서울의 핵심 주거지로 꼽히는 이촌동·반포동·압구정동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대기업으로 성장한 건설사들은 한국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며 전국적인 주거 패러다임을 만들어냈고, 대규모 아파트 공급을 통해 주거의 양과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국가 주도의 개발사업에서 일부 기업이 과도한 특혜를 받으며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던 어두운 단면도 존재한다. 한국이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게 된 배경에는 이 같은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동부이촌동의 개발 _ 한강 유역 최초의 매립사업지가 부촌으로 현재 용산의 동부이촌동 지역은 원래 미 8군 골프장3 아래에 있던 거대한 강변 백사장이었다. 지금의 도시 모습을 떠올리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곳은 여름이면 서울 시민이 피서를 즐기던 모래사장이었고, 겨울에는 스케이트와 썰매를 타는 놀이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은 한강 범람이 잦아 비만 오면 침수되는 상습 침수 지역이었고, 제방 아래쪽에는 무허가 판잣집 약 2,400가구가 모여 살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제방 공사에서도 배제되어 수차례 홍수 피해를 봤고, 1925년 대홍수 때는 마을의 절반 이상이 쓸려 내려가는 참사를 겪기도 했다. 이러한 차별과 방치는 전쟁 이후에도 이어져, 6.25 전쟁 직후 서부이촌동에는 미 8군 쓰레기 처리장이 설치되고, 분뇨 처리 능력이 부족한 서울은 이촌 일대 곳곳에 분뇨를 버리기도 했다. 서울시는 침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도시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1968년부터 동부이촌동 앞 모래사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공사는 단 7개월 만에 완료되었으며, 1969년 6월 한강에서 퍼 올린 토사로 매립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이 매립지에 학교·기관·신규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이촌1동이 오늘날 동부이촌동이 되었고, 공영주택과 판잣집이 공존한 이촌2동이 서부이촌동이 되었다. 동부이촌동에 가장 먼저 들어선 건물은 공무원 아파트였지만, 이 지역을 진정한 고급 주거지로 탈바꿈시킨 결정적 계기는 1968년 착공된 ‘한강맨션’ 아파트였다. 대한주택공사 장동운 총재가 일본의 ‘맨션’과 ‘하이츠’를 모델로 고급 중산층 아파트를 도입하겠다는 구상 아래 지어진 이 단지는 총 660가구 규모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단지였다. 한강맨션은 한국 최초로 견본주택을 선보였고, ‘근린주구론’4을 적용해 상가·학교·생활시설을 함께 배치하는 도시계획적 실험도 진행했다. 상가 아케이드가 1층에 배치되어 생활 편의성을 높였고, 지금도 그 형태가 동부이촌동 길목에서 오래된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한강맨션 분양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정치인·연예인·기업인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부촌이라면 이촌동’이라는 말이 돌았으며,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반포의 개발 _ 최대 규모의 한강 변신 프로젝트 오늘날 서울에서 부촌을 이야기할 때 서초구의 반포는 늘 중심에 놓인다. 초고가 재건축, 학군, 한강 조망 등 모든 요소가 한데 모인 상징적 공간이지만, 처음부터 이곳이 비싼 땅은 아니었다. 지금의 반포본동은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버드나무와 갈대, 모래밭과 채소밭이 뒤섞인 상습 침수지대였고, ‘반포’라는 이름조차 단지 나루터를 의미하던 시대였다. 이 일대는 그저 영등포의 동쪽을 뜻하는 ‘영동’이라 불렸다. 반포의 운명은 1970년대 초, 한강 공유수면 매립사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주택난 해소와 강남 개발의 교두보 역할을 맡기 위해 정부와 대한주택공사(주공)는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계획을 마련했다. 국내 굴지의 건설기업인 현대건설·대림건설·삼부토건을 중심으로 반포지구 매립 면허를 받았고, 1972년 7월, 공사는 마무리되었다. 1970~1972년 한강 매립공사와 동시에 반포주공 건설은 시작되었고, 1971년 8월 착공에서 1974년 12월 완공까지 불과 3년여 만에 총 3,590가구가 들어섰다. 당시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였으며, 지금도 단일 단지 면적(56만㎡) 기준으로 서울 최대 규모였다. 한강맨션(1970)·여의도시범아파트(1971)와 함께 ‘중산층 아파트의 효시’로 평가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포주공은 이전 아파트들이 10~20평형대에 머물던 것과 달리 22평형부터 32평형·42평형까지 다양한 평면을 도입했다. 특히 32평형 한 가구가 위아래 두 층을 사용하는 64평형 복층 구조는 당시 한국 아파트 시장에서 최초의 시도였다. 일부 평형에는 ‘식모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이는 당시 계층 구조와 주거 문화를 그대로 반영했다. 그러나 복층형은 호화성 논란이 일자 계획된 6개 동 중 2개 동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단층으로 변경했다. 덕분에 반포주공 단지에는 지금까지도 ‘없는 동 번호’가 존재하는 독특한 흔적이 남기도 하였다. 평균 분양가는 395만~730만 원으로 당시 노동자 가구 평균 월 소득 4만 4천 원에 비하면 중산층 이상만 접근 가능한 가격이었다. 군인과 공공기관 종사자들, 서울대·KDI 교수 등이 사택으로 크게 유입되며 단지는 빠르게 중산층 주거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압구정의 개발 _ 현대가 만든 우리나라 최고의 부촌, 그 빛과 그림자 같은 시기, 한강에서는 또 하나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압구정이다. 매립 이전의 압구정 일대 역시 한강 변을 따라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고, 곳곳에는 배나무 과수원이 자리해 농경지로 활용되던 공간이었다. 사람이 상주하는 주거지는 거의 없었고, 그저 강변과 농경지가 이어지는 여유로운 농촌이었다. 이런 농촌 지역이 개발의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은, 현대건설이 경부고속도로 공사 대금 일부를 현금 대신 한강 공유수면으로 받으면서부터였다. 현대건설은 처음에 압구정 일대의 공유수면을 ‘콘크리트 제품 공장부지 조성 및 강변도로 건설’을 명목으로 매립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실시계획인가 단계에서 매립 목적은 조용히 ‘택지 조성’으로 변경되었다. 현대는 매립권 확보 후 분양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용도 변경을 신청했고, 정부 역시 급격한 도시 팽창과 주택 수요 증가 속에서 택지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이를 승인한 것이다. 그 결과 산업시설용지로 계획되었던 매립지는 고급 아파트 단지로 개발 방향이 전환되었다. 현대건설은 매립 과정에서 성수대교와 동호대교 사이에 있던 작은 섬 ‘저자도’의 흙을 대량으로 퍼내 매립을 진행했다. 저자도는 결국 수몰됐고, 이렇게 조성된 인공 대지 위에 훗날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사실 정주영 회장은 처음에는 아파트 건설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당시 부장이던 이명박이 강력히 주장해 사업은 추진되었다. 정주영의 차남 정몽구가 한국도시개발 대표로 사업 총책을 맡았고, 현대건설은 압구정에 중대형 평형 중심의 고급 민영아파트 1,512가구를 짓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허가 조건으로 이 중 952가구를 현대의 무주택 사원에게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560가구만 일반 분양하도록 요구했다. 아파트 건설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에는 아파트 투기 광풍이 불었고, 압구정 분양권에는 아파트 한 채 값에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고위 공직자와 군 장성, 국회의원·법조인·기업인·언론인 등 각종 권력층에서 분양 청탁이 줄을 이었다. 결국 사원에게 돌아가야 할 952가구 중 실제로 사원에게 분배된 물량은 291가구뿐이었다. 600가구 이상이 권력층 인사 및 현대 임직원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돌아가며 심각한 특혜 문제가 발생했다. 1977년 11월, 청와대에 특혜 의혹 투서가 접수되며 사건은 본격적으로 터졌다.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결과는 매우 미흡했다. 수백 명의 특혜 분양자 중 대부분은 처벌받지 않았고, 고위 공직자 56명은 단순 면직 등 경미한 조치에 그쳤으며, 정몽구 사장은 「건축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벌금 500만 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청와대가 수사에 직접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언론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사설을 내며 검찰을 비판했다. 결국 이 초대형 특혜 의혹은 큰 처벌 없이 사실상 종결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특혜 분양 사건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상징성을 더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높은 사람들이 사는 곳’, ‘권력층이 선택한 아파트’라는 사회적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압구정 현대는 한국 고급 아파트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압구정은 처음부터 43평형·54평형·65평형·80평형 등 중대형 중심의 민영 아파트로 설계되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고급 주거 상품’이었다. 한강 조망과 강남의 중심 입지까지 더해지면서 압구정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입지로 지금까지 인정받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부촌, 그리고 미래의 부촌 동부이촌동·반포·압구정 등 세 지역은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부촌이자, 서울 부동산 시장의 축을 형성하는 상징적 공간들이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시기와 방식으로 발전했지만, 그 형성 과정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한강을 끼고 형성된 강력한 입지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국가와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계획적 개발을 통해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최초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으로서 상징성과 브랜드가치를 오랜 시간 쌓아왔고, 지금은 재건축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그렇다면 이들 세 지역은 앞으로도 한국 최고 부촌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지위는 흔들리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강이라는 절대적 입지 자산은 다른 지역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희소성을 지니고 있고, 이곳들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브랜드 자산 역시 학군과 교통을 넘어 사회적 지위와 선택의 상징으로 군림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이들 지역의 주거 품질은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고, 이는 곧 부촌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더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위험한 과학책(10주년 기념판) (랜들 먼로 지음, 이지연·장연재 옮김, 시공사 펴냄, 420쪽, 2만 5,000원) 세계적 밀리언셀러 ‘위험한 과학책’이 더욱 풍성한 유머와 최신 정보로 10년 만에 돌아왔다. 이 책은 NASA 출신 웹툰 작가가 독자들에게 받은 기상천외한 질문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미분 방정식, 기밀 해제된 군사 문건까지 동원해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한다. 이번 10주년 기념판에는 기존 내용의 수정·보강은 물론, 한국 독자를 위한 특별 서문과 사인, 보너스 페이지가 수록됐다. 공짜로는 알 수 없는 아들 설계 비법 0~12세 (김준수 지음, 여의도책방 펴냄, 204쪽, 1만 7,500원) 10년 동안 축구 클럽과 학교에서 2,000여 명의 아이들을 밀착 지도한 ‘아들 특화’ 스포츠 심리 코치가 소개하는 아들 양육법. 스마트폰 중독을 막는 도파민 관리법,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식습관과 운동 루틴, 그리고 자존감을 높이는 칭찬의 기술까지 바로 실천 가능한 매뉴얼을 담았다. 특히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기조절력’과 ‘관계력’을 꼽으며, 이를 길러주기 위한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다.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최은정 지음, 갈매나무 펴냄, 312쪽, 2만 1,000원) 민간 기업과 우주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무한 경쟁 속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우주 쓰레기로 인한 충돌 위험, 위성 요격과 전파 방해 같은 우주 무기화, 그리고 궤도 독점에 따른 ‘우주 불평등’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과학적 사실을 넘어 우주 안보와 윤리,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고민도 살펴볼 수 있다. 중등 지리 수업 설계 가이드 (열정지리교사모임 지음, 푸른길 펴냄, 380쪽, 3만 원) 살아있는 지리수업을 고민하는 교사들을 위해 수업 디자인 방법을 소개한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과 패들렛, 실시간 항공기 추적 등 디지털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한 다양한 탐구활동 아이디어를 담았다.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학생들의 역량과 성장을 학교생활기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과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다. 자라느라 애쓰는 10대를 위한 마음챙김 (심윤정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52쪽, 1만 6,700원) 29년 차 중학교 교사이자 마음챙김 전문가인 저자가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명상 처방전. 학업 스트레스부터 친구 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10대들이 실제로 겪는 고민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각 상황에 맞춰 5분 안에 할 수 있는 짧고 쉬운 명상법을 제시하며,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기술을 알려준다. 저자의 육성 가이드를 연결하는 QR코드가 들어있다. 예습과 복습의 과학 (시노가야 게이타 지음, 권정애 옮김, 또 다른 우주 펴냄, 244쪽, 1만 7,800원) “도쿄대에 떨어지고 나서야 공부법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뼈아픈 실패를 바탕으로 학습심리학자가 된 저자가 인지심리학 이론을 집대성해 쓴 공부 전략서다. 저자는 예습과 복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계된 ‘정보 처리 과정’임을 강조하며, 사전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드는 ‘정교화’ 전략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조직화’ 전략 등을 소개한다. 학교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세계와 지리 2026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세계와 지리 연구팀 지음, 비룡소 펴냄, 224쪽, 2만 8,000원)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세계 지리 교양서. 생생한 고화질 사진 500여 컷과 최신 세계 정보를 한 권에 담았다. 대륙별 자연과 역사, 문화뿐 아니라 챗GPT의 지브리 스타일 그림, 매운 음식의 날 같은 흥미로운 토픽도 소개한다. 특히 2026년 판에는 경복궁, 석굴암, 비무장 지대, 한국형 달 탐사선 등 우리나라의 역사와 최신 기술을 집중 조명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출동! 황금 망토 구하랑 (황선애 글, 김민우 그림, 스푼북 펴냄, 80쪽, 1만 4,000원) 택배 기사인 부모님을 둔 주인공 구하랑의 당찬 질문에서 시작되는 창작 동화다. 추리극 형식을 빌려 ‘직업의 귀천’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명랑하게 풀어낸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이모를 축하하는 파티에서 하랑이는 부모님이 택배 기사가 되었을 때는 왜 축하 파티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품는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진 동네 길고양이를 찾는 과정에서 모든 직업이 퍼즐 조각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회 전반에 혐오가 넘쳐난다. 인터넷에서는 ‘젊은 척하는 영포티’, ‘라도인임? 긁혔나 보네?’, ‘이러니까 맘충소리 듣는 거임’, ‘딸피· 틀발진쉴 새 없이 사고 치는 노인’, ‘딸배거지극혐, 나만 그럼?’, ‘너네 아빠 200충? 300충?’등 특정 집단을 향한 조롱과 혐오가 담긴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익명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천 개씩 댓글이 달린다. ‘여자 혹은 남자라서’, ‘어리거나 젊거나, 나이가 많아서’,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기득권 세대여서’, ‘키가 작아서’. ‘내가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국적이 달라서’, ‘특정 직업·지역이라서’, ‘정치 성향이 달라서’….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내가 속하지 않은 누군가(혹은 집단)’를 향해 불편함·분노·적대감을 서슴없이 표현하며, 서로 헐뜯고 조롱하고 비난한다. 우리는 ‘혐오가 일상화된 사회’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토록 서로를 죽도록 미워하게 되었을까? 왜 혐오 표현을 즐기는 걸까? 혐오는 어디에서 자라고, 어떻게 전염되며, 무엇을 먹고 커지는 걸까?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밈과 신조어 속에 숨겨진 혐오의 심리학을 통해 혐오 표현의 기원, 확산 메커니즘, 특히 혐오 문화에 취약한 우리나라의 특징 등을 살펴본다. ‘웃자고 한 말인데, 왜 그래?’ _ ‘재미’로 포장된 혐오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든 혐오는 더 이상 폭력적이지 않다. 차별적·모욕적 단어들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밈·신조어로 유머러스하게 포장되어 죄의식 없이, 때로는 ‘함께 즐기는 놀이’로 가볍고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혐오 표현이 밈·신조어와 결합하는 순간, 파급력은 커진다. ‘짧고 강렬한 메시지’는 즉각적인 공감을 얻으며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좋아요’와 ‘공유’를 먹으며 확산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외모·출신·가정환경·국적·정체성이 다른 어떤 아이를 ‘우리와 다른 존재’로 취급한다. SNS에서 본 혐오 표현을 비판의식 없이 따라 하고, 단순한 농담이나 장난처럼 소비하며, 무의식적으로 혐오 메시지를 내면화한다. 아이들은 ‘그 속에 담긴 본질적 의미’를 모른 채 그저 ‘함께 즐기는 놀이’에 동조하며 웃고 즐긴다. ‘장난이었어요’, ‘그냥 웃자고 한 말이었는데’라는 말로 폭력성·차별성을 희석하면서 말이다. 간혹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진지충이냐’는 또 다른 조롱이 따라온다. 이처럼 혐오는 ‘누구와 함께하고,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된다. 특정 집단(소수자·약자 등)을 ‘그들(Out-group)’로 규정하고, 비하하고, 낙인찍음으로써 ‘우리(In-group)’는 저들과 다르다는 경계를 명확히 하고 결속을 다지게 한다. 편 먹고 차별하거나 공격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혐오는 감정이 아니라 메커니즘의 문제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혐오 표현을 쓰지 말자’라는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혐오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 감정이 어떻게 왜곡되고 편향되는지 분석하며, 혐오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고민하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그걸 먹으면 죽는다’ _ 최초의 생존 감정으로서의 혐오 심리학에서 ‘혐오’는 단순한 ‘싫음’이나 ‘불쾌감’과 다른, 매우 독특한 정서로 분류된다. 혐오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가장 먼저 획득한 감정 중 하나였다. 수천 년 동안 백신·항생제 없이 살아온 인류에게 부패한 고기나 오염된 물처럼 먹으면 안 되는 것, 곰팡이·배설물·사체처럼 병을 유발할 수 있는 오염물, 독이나 기생충 등은 치명적 위험이었다. 뇌는 이런 위험을 감지하면 즉각 신호를 보냈고, 우리는 얼굴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돌리고 뒤로 물러서며 구토 반응을 일으켰다. 즉각적으로 반응할수록 생존 확률은 높아졌고, 결국 혐오를 잘 느낄수록 오래 살아남았다. 이처럼 초기 혐오는 ‘목숨과 직결된’ 매우 직관적이고, 본능적이며, 생물학적인 정서였다. 결국 혐오는 생존을 위해 잘 기능해야 했던 ‘뇌의 경보 시스템’이자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장치’였던 셈이다. 문제는 세대를 통과하며 진화한 혐오가 이제 오염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까지 적용한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보며 ‘더럽다’, ‘이상하다’, ‘불쾌하다’라고 느끼는 순간, 뇌는 부패한 오염물에 쓰던 회피 반응을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한다. 즉, 인간의 뇌는 타인을 ‘물리적 오염물’처럼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염물로 인식된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더럽고 불쾌한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공격·조롱·차별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여긴다. 즉 혐오가 사람에게 적용될 때는 불쾌한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도덕적 판단을 동반한 혐오로 변환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장된 혐오’라고 부른다. ‘한 번 더럽혀진 것은 영원히 더럽다’ _ 폴 로진의 ‘혐오의 도덕화’ 혐오 연구의 대표 학자인 폴 로진(Paul Rozin)은 혐오가 어떻게 사회적·도덕적 영역으로 확장되었는지 분석한 인물이다. 로진에 따르면 생물학적 혐오(부패·오염 회피)는 시간이 흐르면서 특정 행동·규범·집단을 ‘더럽다·추하다·타락했다’로 판단하는 도덕적 혐오로 변화했다. 그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반응은 ‘입에서 뱉어내자’에서 출발해 ‘마음(심장) 심지어 영혼에서 꺼내버리고 싶다’로 이어진다. 로진은 혐오를 ‘오염’으로 설명한다. 가장 유명한 실험은 ‘바퀴벌레 물컵 실험’이다. 깨끗한 물 한 컵에 바퀴벌레를 살짝 담갔다가 뺀 후, 물을 끓여 완전히 소독하고 여과해서 실험자들에게 제시했다. 완전히 무균이며, 위험 요소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 누구도 물을 마시지 않았다. 한 번 더럽다고 느끼면 그것은 영원히 더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오염 심리’와 혐오 대상과 잠깐만 스치더라도 전체가 오염되었다고 판단하는 ‘접촉 금기 현상’ 때문이다. ‘오염 심리’와 ‘접촉 금기 현상’은 도덕적·사회적 혐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집단이 ‘오염된 존재’로 분류되면, 개인이 아닌 ‘집단 전체’가 낙인찍힌다. ‘우리는 깨끗하고, 저들은 더럽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차별·적대·혐오 표현이 정당화된다. 로진의 ‘바퀴벌레 물컵 실험’은 혐오가 물리적 사실이 아니라 심리적 ‘낙인’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아무리 논리적·위생적으로 오염이 제거되었음을 알아도 ‘더럽다’는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혐오 반응은 논리·이성·과학적 설명을 이기지 못한다. ‘저 집단 때문에 피해를 봤어, 저들은 틀렸어, 저들은 추하고 더러워, 저런 사람들과 섞이면 안 돼’ 등 극단적으로 비논리적이고, 고집스럽고, 폐쇄적이며, 갈등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게 만든다. 뇌과학으로 본 혐오 _ 혐오의 본부는 ‘섬엽’ 우리 뇌는 여전히 더럽고, 추하고, 위험한 것을 보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뒷걸음쳐 멀리 도망가고, 구토하여 입 밖으로 내뱉는다. 직관적이고, 즉각적이며, 본능적이다. 원시 시대의 생존 전략을 지금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혐오를 담당하는 뇌 부위는 섬엽(insula)이다. 섬엽은 구토감·역겨움·신체적 거부감과 관련된 원초적 감정을 처리한다. 혐오 상황이 오면 뇌는 섬엽을 활성화하여 ‘위험해! 가까이하지 마!’라는 신호를 보내, 몸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혐오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거 먹지 말자. 근처에도 가지 말자’라며 학습을 강화했다. 오랫동안 기억해야 했으므로 ‘기억 강화 효과’는 강력했고, 그 결과 혐오는 감정 중에서도 가장 각인되기 쉬웠다. 혐오가 사회적·도덕적 혐오로 확장되면서 섬엽 역시 사회의 ‘도덕적 질서’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 섬엽은 ‘사회적 혐오’를 느낄 때도 ‘오염된 음식’을 보았을 때처럼 처리한다. ‘더럽다 → 위험할 수 있다 → 피하자’라는 신체적 혐오와 ‘저 사람은 부정한(오염된) 사람이다 → 우리 공동체에 위험하다 → 거리를 두자’라는 도덕적 혐오의 패턴은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혐오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뇌 수준에서 ‘진짜 혐오’였던 것이다. 즉 인간의 뇌는 물리적 오염과 도덕적 오염을 동일한 네트워크로 처리한다. 이 때문에 혐오는 강력하며, 한 번 굳어지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 도덕적 분노가 만들어낸 ‘정당한 혐오’ _ 하이트의 신성-오염 가치체계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한 방울의 오염은 전체를 망친다’는 로진의 오염 원리를 ‘도덕적 오염’으로 확장하여 정치·윤리·규범에 적용했다. 그는 오염을 회피하려는 생물학적 본능(혐오 감정)이 도덕의 기초라고 본다. 혐오라는 감정은 원래 기생충과 독소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했지만, 이제는 ‘도덕적 순수함(신성)’을 지키고 판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이트는 바른 마음: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에서 ‘신성-오염 가치체계’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어떤 행동이 더럽다고 느껴진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도덕적으로도 틀렸다고 믿게 된다. 조너던 하이트, 바른 마음(2012), p. 80 부정부패한 사람을 보며 “썩었다”라고 말하고, 아동학대·폭력·배신·착취를 보며 역겨움이 올라오는 것이 바로 ‘신성-오염 가치’이다. 하이트는 도덕 판단이 대부분 직관적이라고 보았다. 혐오(위생·성적·문화적·도덕적)를 느끼는 순간 섬엽이 자동적으로 활성화되고, ‘도덕적으로 틀렸다’는 판단을 즉각적으로 일으키며, 혐오 감정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자동성 때문에 혐오는 통제하기 어렵고, 사회 갈등은 장기화된다. 결국 누군가를 혐오하는 과정은 논리보다 ‘직관’이 먼저 작동한다. 그래서 혐오는 이성적 설명이나 교육적 설득으로 쉽게 꺼지지 않는다. ‘바퀴벌레 물컵 실험’이 보여주듯, 한 번 형성된 혐오는 대상에 대한 평가 전체를 오염시키며, 관계의 회복 가능성마저 길게 잠식한다. 오늘 한국 사회가 세대·성별·정치·집단 간 갈등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한 번 생긴 균열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 호에서는 이 원초적 감정에 인터넷과 SNS가 어떻게 기름을 붓는지, 왜 한국 사회가 유난히 혐오에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아이들을 혐오의 확산과 회오리로부터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깊이 살펴본다.
최근 서이초 사태 이후 교육계에서는 학교에서의 학부모 정체성과 역할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이하 학부모 교육 참여)는 가정·교육 환경의 변화, 학부모와 학교 간 양방향 소통의 필요성 증대, 교육공동체 구성원 간 협력 요구에 따라 점차 강조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 학부모 교육 참여 논의는 ‘5.31 교육개혁’을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5.31 교육개혁’은 YS 정권이 당시 사회적 요구와 국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교육의 구조 전환을 도모하고자 추진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육개혁 중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개혁은 학교 자율화를 명분으로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 교육 참여 확대를 위해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이하 학운위)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 학교에서의 학부모 역할과 관심이 확대되었다. 이후 MB 정권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였다. 이때 수요자 정책으로 학부모 전담 부서를 교육부에 설치하였다. 이를 계기로 학부모 교육 참여는 한층 활발해졌다. 학부모 교육 참여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부정적 시각이다. 이 시각은 학부모 교육 참여를 이른바 ‘치맛바람’이라 칭하며, 일부 여유 있는 학부모가 내 자녀만을 위해 학교에 출입하는 것으로 본다. 이것은 현재까지 학부모 교육 참여를 막는 주요 장애 요인이다. 둘째, 긍정적 시각이다. 이 시각은 학부모 교육 참여를 학교 발전과 교육력 제고를 위한 활동으로 본다. 이런 인식은 그 역사가 길지 않으며 교실 붕괴 이후 일부 학부모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국가 주도의 중앙집권적, 폐쇄적 입시 위주 체제로 운영되어왔다. 그 결과 공교육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불안과 우려가 커져 왔다. 공교육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 학생의 성장과 배움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학부모 간 신뢰를 회복하는 ‘올바른 학부모 교육 참여’가 필수적이다.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이해 ●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정의 학부모 교육 참여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 용어만 보아도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학부모의 학교 운영 참여, 학부모의 학교 참여, 학부모의 교육적 관여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서현석은 학부모 교육 참여를 학부모가 교육활동의 동반자로서 학교와 유대 관계를 이루며, 의사소통을 통해 협력·지원·자문·조언하고, 나아가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에 반해 류방란은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활동·조직·역량강화(교육) 3가지 차원으로 세분화하였다. 활동 차원은 학교 경영, 교육활동, 지원 활동, 소통 등 학교 운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 차원은 학부모 학교 참여의 행위나 활동 그리고 그것의 기반이 되는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역량 강화 차원은 학부모 교육 등을 통해 가정 및 학교 기반 참여에 필요한 역량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학부모 교육 참여를 학교교육과 운영 전반에 대해 학부모가 학교교육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학교와 소통·협력하며 학교교육을 지원하고, 학생인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방법 학부모 교육 참여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서는 세 가지 차원으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개인적 차원의 참여다. 가정에서 자녀 학습을 지도하고, 학부모 대상 수업 공개에 참여하며, 학교 정보공시를 활용하는 것 등이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학교 숙제 및 독서 지도와 함께 가정통신문·성적표·온라인상담 등을 통해 학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활동을 말한다. 둘째, 학부모 단체를 통한 참여이다. 학부모총회, 학년·학급 학부모회, 기능별 학부모 모임(녹색어머니회·급식모니터단, 책 읽어주기 봉사단 등)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셋째, 학교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학운위 등에 참여하여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문제점 •학부모의 과소 참여 문제 학부모 교육 참여에서 과소 참여의 문제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참여 기회의 불균형이다. 맞벌이 가정, 소외계층의 경우 시간 제약으로 학부모 연수, 학운위, 학부모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특히 학부모 단체 운영이 임원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일반 학부모의 참여 기회가 제한적이다. 둘째, 역할 인식 및 역량의 한계이다. 학부모를 여전히 교육 보조자로만 인식하거나, 학부모의 역량 강화가 미흡해 학교와의 파트너십 구축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셋째, 소통의 문제이다. 최근 서이초 사태나 체험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 등으로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학부모 참여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넷째, 정책적 소외 발생이다. 학교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학부모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 •학부모 과잉 참여의 문제 학부모 교육 참여에서 나타나는 과잉 참여의 문제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으나 최근 사회의 병리 현상과 맞물리며 심각하다.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개입은 적절한 교육 참여 수준을 넘어 학교 운영과 학급 경영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이는 학부모 교육 참여가 ‘독’인 경우다. 학교장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학생과 교직원만을 상대하기에도 벅차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과잉 요구와 민원, 병적인 학부모들을 응대하느라 너무 힘들다. 많은 학교장은 이런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퇴직하거나 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러나 학교장이 학부모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학부모 교육 참여와 학교 교육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에 학교장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학교 공동체 갈등 해소를 위한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방안 ●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의식 전환 •학교 재영토화 필요 _ 학교 완결주의 극복 서이초 사태 이후 학부모 교육 참여를 둘러싼 학부모와 교사 간의 갈등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다. 이것은 ‘학교 완결주의’의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성장통이다. 교사 전문성과 권위를 기반으로 했던 과거의 학교는 사교육의 득세와 학교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각종 제도의 심화로 인해 무너졌다. 이제 학교는 교사와 학생만의 영토가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재영토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철학적 배경으로 유네스코는 교육을 ‘공공재(public goods)’를 넘어 ‘공동재(common goods)’로 규정했다. 이제 공동재로서 교육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만들고 함께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4 이는 교육 주체가 다중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학교는 더 이상 교직원이 모든 것을 독점하여 결정하는 공간이 아니며, 학교 공동체 구성원 간 협력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곳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공존의식 회복 지금 학교 공동체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구성원들의 공존의식을 회복하는 일이다. 즉 사람을 통합시켜야만 한다. 공존은 제도화된 신뢰이며, 완벽한 일치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감내하며 관계를 지속시키는 의지 위에 세워진다. 즉 공존은 완벽한 하나 됨이 아닌 불완전함을 견디는 인내다. 학교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서는 벽을 세우지 말고, 소통해야 한다. 갈등이 있더라도 대화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는 절제와 일관성이 요구된다. 성과를 과장하기보다 조용한 성과를 축적하는 문화, 학교 공동체 구성원 간 합의와 공감을 중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공존은 전략이기 이전에 조직의 문화이며, 서로 다른 의견을 포용하는 내부의 연습이 있어야 외부와의 협력도 가능하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공존의식 회복, 그 출발은 교사 전문성 확보 공존의 출발점은 나의 생존이며, 생존은 스스로 지키는 힘에서 온다. 교사의 생존은 전문성에서 출발한다. 고로 전문성이 없는 공존은 공허하다. 또한 공존을 위해서는 일시적 감정 극복도 필수다. 학부모와 담을 쌓는 방식은 일시적이고, 감정 해소에 그칠 뿐이며, 지속성도 없다. 반면에 원칙은 지루하지만, 오래간다. 공존을 위해서는 철학의 확립과 행동 양식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교사의 전문성 확립과 확보이다. ● 학부모 단체의 활용 건강한 학부모 교육 참여는 다수 학자가 주장한 바처럼 교육에 ‘약’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 첫째, 학운위나 학부모회 등 정기모임을 활용하는 것이다. 학운위 회의 외에도 1학기에 2회 이상 학부모 정기모임을 통해 민원과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이렇게 하면 간단한 민원은 학운위, 학부모 정기모임과 수시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둘째, 학교와 학부모 간의 소통 창구로서 학부모회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유급 학부모 코디네이터 제도를 두어 학부모와 학교 간 의사소통을 도와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우선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질문, 개인적 차원의 일상적 민원은 학부모 대상 연수 자료로 안내하거나 학부모회가 자체적으로 답변을 한다. 다만 학교 발전에 필요한 의견이나 학부모회에서 자체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만 학교에 정식 안건으로 제안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학부모 단체 활동이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되게 하는 것이다. 독서교육이나 지속가능성 교육 등 다양한 분과 활동을 통해 학부모가 학교교육과 만나고 공동체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중 역량 강화(dual capacity-building) 프레임워크’을 실시하여 교사와 학부모 역량을 함께 강화하고 있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서이초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교사에게는 지식노동자와 함께 감정노동자로서의 역할을, 교장에게는 감정노동자와 더불어 생각노동자로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학교장에게 학부모 교육 참여를 슬기롭게 이끌어낼 수 있는 지혜를 요구한다.
서울 광진구의 작은 학교, 양남초등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전교생 120명에 불과했던 학교는 최근 아파트 입주와 함께 186명으로 늘었고, ‘없어질 학교’라는 오명을 벗고 지역에서 주목받는 학교로 변모하는 중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9월 공모로 부임한 유태호 교장이 있다. 그는 “학생·학부모·교사가 모두 행복하게 성장하는 학교”를 비전으로 내걸고, 1년여 동안 소통·수업혁신·학생지원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 왔다. 매월 열리는 ‘학부모 간담회’ … 민원은 줄고 신뢰는 높아져 부임 직후 유 교장이 마주한 것은 “학교가 빨리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의 기대와 요구였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별관 신축 문제, 낡은 학교시설, 예산 부족 등의 현안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엔 학부모 요구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시한 학교 비전인 ‘슬기로운 행복 성장’과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실현하려면 우선 학부모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가 선택한 방식은 매월 한 번, 꾸준한 학부모 간담회였다. 단순히 학교 구성원만 참여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 시의원·구청장·국회의원까지 초청해 논의의 폭을 넓혔다. 여당 의원을 부르면 다음 달엔 야당 의원을 초대하는 식으로 정치적 균형도 맞췄다. 작은 학교임에도 지역 정치권이 직접 와서 의견을 들으니,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학교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로 발산되기 시작했다. 학교 내부적으로는 SNS 등을 통해 학부모와 일대일 소통에 더욱 힘을 쏟았다. 기존 종이 가정통신문은 확인율이 낮고 전달력이 떨어졌다. 유 교장은 학교가 무엇을 하는지 학부모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첫째는 노션 기반 온라인 소식지다. 각 부서 담당교사가 공동 작업으로 월간 소식지를 제작하고, 학부모는 링크로 손쉽게 확인한다. 인쇄·배포 절차가 사라져 업무 효율도 크게 올랐다. 둘째는 학교 공식 인스타그램 ‘yangnam_es’ 개설이다. 아이들 활동과 시설 변화 등을 꾸준히 올리자, 게시물에 따라 1,800회가 넘는 조회 수가 나오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사생활 노출을 우려해 ‘좋아요’는 적게 누르지만, 조회수는 꾸준히 높다는 것이 유 교장의 설명이다. “인스타가 처음엔 귀찮을 줄 알았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학부모에게 바로 전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했다’고 바로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이 같은 디지털 소통 강화로 학부모들과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고, 민원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PBS 프로그램’으로 학생 행동 변화 … “200만 원으로 학교가 달라졌다” 양남초 혁신의 또 다른 축은 PBS(긍정적 행동 지원) 프로그램이다. 원래 특수교육 분야에서 발전한 이 프로그램을 전교생이 참여하는 모델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은 학교 규칙을 스스로 정하고, 이를 지키면 포인트를 받는다. 포인트는 분기별 ‘양남 마켓’에서 문구류·사탕 등 소소하지만 다양한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다. 연말엔 간식차를 불러 전교생에게 간식을 제공한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등교 시간이다. 작년만 해도 8시 45분 독서 시간이 되면 으레 늦게 오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대부분 제시간에 맞춰 온다. 독서벨이 울리면 학생들은 10쪽 독서 후 ‘문해력 노트’를 작성해 쉬는 시간에 교장실로 가져온다. 유 교장은 학생들에게 직접 도장을 찍어주며 간식을 건넨다. 처음엔 한두 명만 올 줄 알았는데 전교생의 30~40%가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과정은 교장-학생 간 교류의 기회를 크게 늘렸고, 아이들은 스스로 독서 시간을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칭찬 스티커 한두 장과 간식 하나에 아이들이 달라질까 싶겠지만 사실이다. 유 교장은 “물질적 풍요를 떠나 학교에서 칭찬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해하더라”고 전했다. 이 성과는 서울교육청에서도 주목해, 양남초는 올해만 3차례 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병설유치원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스티커 보상 활동을 함께 운영하며 자연스러운 이음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탐구 질문’ 기반 수업으로 … 새해 IB 학교에 도전할 생각 교육활동 분야에서 유 교장은 교사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탐구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게 하는 수업 구조 전환이다. 이를 위해 수석교사가 중심이 되어 교사 개별 컨설팅을 진행했다. ‘수업목표에 물음표만 붙이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던 교사들도 “수업 후 도달점 질문과 목표점 질문이 같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통해 수업설계를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양남초는 서울시교육청의 ‘질문이 있는 학교’ 선도학교에 선정되었다. 새해에는 관련 예산을 지원받고, 운영 성과에 따라 현판도 받는다. 유 교장은 “앞으로 IB 학교까지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교사들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톱다운 방식’이 아닌, 교사들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과 맥을 같이한다. 그는 “교사들이 원하지 않는 걸 억지로 하면 몇몇 부장교사나 교감만 힘들어진다”며 “변화는 교사 스스로 이해할 때 시작된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학교시설을 현대화하는 것이다. 현재 양남초는 오래된 건물을 새로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때 지역 주민들 사이에 시설이 낙후돼 ‘없어질 학교’라는 오해도 있었기에 어디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디지털 AI 쪽 연수를 통해 교사들의 역량을 키우고, 이를 아이들 수업에 자연스럽게 접목시켜 ‘양남초 하면 시설 좋고 디지털 교육 잘하는 학교’로 소문나고 싶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서울 시내 초등 교장 중 최연소 교장이다. 만 46세에 교장에 올랐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그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안전하게 실패해 볼 수 있는 공간, 그 실패를 기반으로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기반이 되는 곳이 학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의 비전 역시 ‘행복 성장’이다. “아이도, 학부모도, 교사도 학교 오는 것이 즐겁고, 이 공간을 통해 각자 나름의 행복을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학교의 모습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작은 초등학교, 젊은 교장이 만들어내는 패기가 머지않아 수도 서울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