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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필자는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학년별 비독자 비율을 계산하고, 이를 다음 학기 도서관의 운영방향과 목표설정을 위한 근거로 활용한다. 다양한 독서프로그램과 주제도서 전시, 월별 도서관 행사와 도서관 활용수업 등을 통하여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이끈 결과, 도서관에 애정을 갖고 자주 이용하는 이용층이 생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서관에 발길을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눈을 돌리게 되었다. 물론 도서관 대출 권수가 0권이라고 하여 곧장 비독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정확한 비독자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DLS상의 통계와 명렬표 대조를 통해 학년별 비독자 비율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도서관 프로그램 운영의 주요 대상을 조정하게 된다. 예컨대 과녁을 정확하게 조정하는 과정인 것이다.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아직 좋아하는 책을 만나지 못했을 뿐 올해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학생들을 더 자주 오게 하는 것보다 이용률이 낮은 학생들을 한 번이라도 더 오게 하는 것으로 도서관 운영방향을 정했다. 이에 따라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수업 역시 그 방향과 맞물려 구상하기로 했다. 본 수업은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년 주제선택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으며,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중학생 시기의 도서관 이용의 첫걸음을 잘 만들어갈 수 있는 수업을 기획하고자 하였다. 그 와중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의 저자이신 서현숙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아직 좋아하는 책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는 문장이 떠올랐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책 한 권을 만나게 된다면, 이후에 타인의 권유나 강요 없이도 자발적으로 책과 도서관을 가까이하는 힘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수업방향에 더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생 책 찾기 프로젝트’라는 수업명 아래 학생들이 좋아하는 책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통해 평생 독자가 되는 습관을 다지는 첫걸음을 함께 하는 수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하여 본 수업의 1기는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2기는 원격과 대면수업을 병행하여 진행하였음을 서론에 밝힌다.[PART VIEW] 수업의 흐름 본교 자유학기 주제선택 프로그램은 2시간 블록타임으로 진행되며, 한 학기에 1·2기로 나누어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한다. 따라서 기수별 수업은 총 9차시로 진행된다. 그러나 본 수업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학사일정이 조정됨에 따라 1기는 원격수업 6차시, 2기는 대면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여 7차시로 진행되었다. 본 수업의 개요와 차시별 흐름은 아래 표 1과와 같다. 수업내용은 어린이 책 읽는 법(김소영. 유유. 2017)을 비롯하여 시 읽는 법(김이경. 유유. 2017), 단단한 독서(에밀 파게. 유유. 2014), 소설처럼(다니엘 페나크. 문학과지성사. 2018), 공부머리 독서법(최승필. 책구루. 2018), 다시, 책으로(매리언 울프. 어크로스. 2019), 이동진 독서법(이동진. 위즈덤하우스. 2017),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아라이 노리코. 해냄. 2018) 등의 독서 관련 도서를 일부 참고하였음을 밝힌다. ● 원격수업으로 진행된 인생 책 찾기 프로젝트 1기 수업 모든 수업이 원격으로 진행된 인생 책 찾기 프로젝트 1기 수업에서는 대부분의 수업이 교사의 사실 및 정보전달로 이루어졌다. 본교는 e학습터에 교사가 수업영상과 활동지를 업로드한 후 출석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원격수업이 진행되었다. 원격수업은 학생들이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수업의 속도와 흐름을 조절하며 들을 수 있으나 그만큼 자기주도학습의 부담 또한 가중되기에 보다 간결하고 정확하게 수업의 핵심내용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가독성에 집중하여 PPT로 원고자료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목소리를 녹화하여 영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원격수업자료를 준비하였다. 즉, PPT를 제작하고, 대본을 작성하고, 이를 시간과 흐름을 조절하여 녹화하고, 녹화한 영상을 편집하고, 섬네일을 만들어 업로드 하였다. 학생들의 반응을 파악하고 수업 피드백을 받기 위해 간단한 형식의 과제를 제출하고, 도서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질문하기를 권하기도 했다. ● 대면수업으로 진행된 인생 책 찾기 프로젝트 2기 수업 반면 인생 책 찾기 프로젝트 2기 수업은 2차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면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마스크를 쓴 학생들의 눈빛을 천천히 바라보며 출석을 불렀을 때의 벅찬 감정이 문득 떠오른다. 바라던 대로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만큼 1기 학생들에게는 미처 시도하지 못한 실습을 정보전달과 엮어 진행했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는 진진가 게임을 통해 교사와 학생 간 라포를 형성하고, 독자의 취향과 수준을 파악하는 시간에는 만다라트표 활동지를 통해 나의 취향을 알아보고, 읽기 레벨 테스트를 통해 각자의 읽기 수준을 파악해보기도 하였다. 주제에 맞는 보다 다양한 영상자료를 활용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며 책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만다라트표 활동지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파악한 후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은 어디에 꽂혀있는지 직접 탐방해보기도 하고, 책 고르는 방법에 대해 배운 후 저마다 마음에 드는 방법을 하나 선택하여 실습해보기도 하였다. 즐겁게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동시에 원격수업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수업을 어떻게 다시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수업의 시행착오 ● 온라인 수업의 가능성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모두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내던져졌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장비를 구입하고 영상제작 방법을 스스로 공부하며 어려운 교육상황을 돌파해가고 있었다. 더 많은 책을 보고 손으로 만지고 펼쳐보도록 하고 싶었던 수업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해서 한동안 고민에 빠졌으나, 개요를 짜고 대본을 작성하며 영상으로도 수업의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수업을 기획했다. 그러나 영상제작 기술이 미숙한 터라 영상의 질이 필자의 욕심만큼 따라와 주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학생들과의 면대면 소통이 사라진 수업상황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e학습터 쪽지,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등 다양한 소통창구를 열어놓았으나 한계가 있었다. ● 수업목표의 추상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본 수업의 목표가 다소 추상적이었다. 직접 학생들이 과목명만을 보고 선택해서 오는 수업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수업명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하여 다소 거창하게 ‘인생 책 찾기 프로젝트’라고 수업명을 정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이 각자의 인생 책을 만나기에는 주어진 수업시간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나에게 알맞은 책을 고르는 일은 수많은 실패를 포함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스스로 고르는 힘을 배우고, 그 힘으로 책을 조금 더 가까이 여겼으면 하는 교사 개인의 목표가 있었다. 물론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학생들에게 수업목표와 방향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지만, 얼마만큼 학생들에게 가닿았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조금 더 직관적이고 학생들 입장에서 쉽게 이해가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 방법론 쪽으로 접근했으나 직접 다양한 좋은 책을 소개해주었으면 어땠을까? 본래 목표는 갈래별로 좋은 책을 선정하여 일부를 교사가 읽어주고 함께 읽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학생들이 직접 책을 경험하는 수업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며 저작권 문제 등이 겹쳐 갈래별 책을 읽는 방법을 소개하고 좋은 책의 표지와 간단한 서평을 소개하는 것으로 수업을 갈무리했다. 등교 이후에 몇몇 학생들이 원격수업에서 소개한 책을 대출하러 도서관에 방문하기도 하여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학생들과 좋은 책들을 더 깊게 연결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모두가 혼란스러운 한 학기를 마무리했다.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정혜윤 작가의 아무튼, 메모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같은 상황에서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인간 행동의 고유함은 훗날 나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된다.’ 필자는 정혜윤 작가의 문장을 조금 더 빌려 이렇게 해석해보았다. ‘우리는 역사와 결코 원한 적 없는 사회적 상황에 납작 깔리게 되는데, 바로 이때에 우리 각자가 어떠한 삶을 살아내느냐가 곧 우리의 고유함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시행착오가 가득한 수업이지만, 혹시라도 본 수업의 자료가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이메일(eszes@naver.com)로 연락하시기를 바란다. 자료를 공유하면서 함께 시행착오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선생님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필자 역시 2학기에도 고민을 반복하며, 더 많은 학생을 책과 도서관과 연결시켜 보고자 한다.
01 50년 전 대학에 입학했을 때 일이다. 대학생활에서 꿈을 펼칠 동아리활동으로 대학방송국을 선택했다. 방송에 특별한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해 보고 싶었다. 대학의 일반 동아리와 달리, 방송국과 신문사는 시험을 쳐서 뽑는다. 지원서를 내고 시험을 쳤다. 상식시험에서 이런 문제를 만났다. ‘빌리본 악단(Billy Vaughn Orchestra)과 벤처스 악단(Ventures Group)의 구성상의 차이점에 대해서 아는 바를 말해 보시오.’ ‘빌리본’은 무엇이고 ‘벤처스’는 무엇인가. 낯설었다. ‘구성상의 차이점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차이도 모르겠다. 촌놈 출신인 나는 열패감에 빠졌다. 방송국 시험이니까 그런 걸 묻겠지. 대학생들이 즐기는 팝 뮤직에 대해 어느 정도 감수성이 있어야 방송국 일을 할 거 아닌가. 이런 정도는 알아야지 않겠는가. 아마도 그런 의도로 출제를 했을 것이다. 정답은 이러했다. 빌리본 악단은 관악기 중심의 구성이고, 벤처스 악단은 현악기와 타악기 중심으로 구성된 그룹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으쓱해졌다. 이 경박한 으쓱함이란 무엇일까. 내 문화적 결핍과 열패감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촌에서만 살다 서울에 갓 올라온 열아홉 살 시골청년이었으므로, 인터넷도 뉴미디어도 없던 시절, 그가 호흡해 온 문화는 얼마나 협소한 로컬리즘에 갇힌 것이었겠는가. 나는 시험에 떨어졌다. 하지만 운이 마냥 없지는 않았다. 추가모집에 다시 지원했다. 집념이 가상했을까. 나를 붙여 주었다. 대학방송국에서 나는 서양 대중음악에 대한 내 결핍을 보충하려고 힘을 썼다. 당시 유행하던 팝 뮤직, 라틴 음악, 샹송이나 칸쵸네, 영화음악 등등에 친숙해지려 했다. 그런 음악들로 학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어 보내고, 방송작품 경연대회에 출품도 했다. 촌놈의 문화적 열등감을 보상받으려는 무의식이 따라다녔던 것 아니었을까. 트로트(Trot)는 협소한 로컬리티의 대중음악이고, 팝은 세계 중심의 글로벌 음악이라는 이분법의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무렵에도 트로트는 넘쳐나고 있었다. 트로트는 지금보다 더 대중문화의 주류에 속했다. 이미자, 패티 김, 최희준 등의 가수가 정상에 있었고, 배호, 남진, 나훈아 등이 떠오르는 가수였다. 자유 지향의 신세대 가수들로 송창식, 조영남, 양희은 등이 다른 빛깔의 대중가요를 알리고, 트로트의 공간을 넓힌 조용필 등이 등장하던 즈음이다. 그러나 젊은 대학생들은 무덤덤하거나 무관심했다. 나도 그랬다. 요컨대 대학생들의 대중문화 의식에는 정통 트로트에 대한 선호가 비치지 않았다. 이를 문화적 사대주의라 비판한다면, 너무 경직된 내셔널리즘으로 되치기를 당할 건가. 혹시 그 무렵 대학생들이 모종의 문화적 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트로트를 낮추어 본 것은 아닐까. 시골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내 동기생 160여 명 중 대학생이 된 사람은 대여섯 명이었으니, 대학생의 위상이 지금과는 달랐다. 아무튼, 트로트로서는 서운하고 섭섭한 자리에 있었다. 장르의 확장성이 필요하다는 지적과는 별개로, 트로트는 주류인 듯 아닌 듯 소외된 모습이 없지 않았다. 02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ROTC 장교로 군에 소집되었다. 소대장으로 나가기 전, 육군보병학교에서 16주의 고된 훈련을 받았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야전의 훈련도 강훈련이었고, 내무반(생활관) 생활도 엄중했다. 몸과 마음이 극도로 고단한 시기였다. 내 몸도 마음도 내 것이 아니라, 국가에 맡겨 관장되던 시절로 그 고단함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여기에 노래가 따라와 있었다. 다른 노래도 아닌 트로트가 따라와 있었다. 무슨 기획에 따라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자연스레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노래였다. 하기야 용산역에서 군용열차로 서울을 떠나오면서 이미 이미자의 ‘서울이여 안녕’을 함께 부르지 않았던가. 보병학교 훈련의 이런저런 모퉁이에서 트로트는 우리들 감정의 그림자인 양 따라붙는다. 어머니 생각이 나면 현인의 ‘비 내리는 고모령’, 신세영의 ‘전선야곡’, 두고 온 고향 생각이 짠하면 나훈아의 ‘머나먼 고향’, 떠나온 연인과 실연의 추억이 다가오면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을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불렀다. 야전 전술훈련에서 돌아와 장비를 정비하는 시간 틈새로도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배호의 ‘안녕’이었던가. 중대가 기동하는 야간 특공 담력 훈련장 별빛 아래서 잠시 소대별 노래자랑도 했다. 패티 김의 ‘서울의 찬가’도 섞여 있었던가. 보병학교 대연병장에서 체육대회를 하던 날은 종일 응원가를 불렀는데, 그것 역시도 트로트 가수 양미란의 ‘당신의 뜻이라면’이라는 노래였다. 트로트는 병영생활의 요소요소에 숨어 있다가 우리와 조우했다. 아니, 우리 안에 그토록 많은 트로트가 내장되어 있었단 말인가. 그런데 이러는 우리는 누구인가. 대학 4년 동안 대체로 서양풍의 대중문화에 젖지 않았었던가. 음악 또한 서양 팝 음악에 기울어 지내지 않았던가. 이런 개방적 감수성은 나름 엘리트 의식을 지닌 데서 오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ROTC는 다시 선발된 사람들이니, 그런 의식이 더했을 수도 있다. 그런 우월적 의식 안에는 모종의 열등감이 함께 도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촌놈 흔적 지워버리기’의 모색이 그런 방식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이 말이 꼭 맞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아무튼, 우리가 대학에서 누린 노래문화는 트로트 지향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심신이 고단한 병영의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자기를 위로하는가. 팝송은 간데없고 트로트는 무한하게 현신한다. 03 대중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미디어 생태의 변화가 불러온 사회변화(social change) 현상이다. 트로트의 위상도 달라졌다. 얼마 전만 해도 초등학생이 공식 무대에 나와서 트로트를 부르는 것은 금기의 일종이었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좋은 노래를 두고, 굳이 성인들의 세속 가치가 지배하는 ‘유행가’를 부르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공공연한 장소에서 공식적으로 트로트를 부르는 모습이 별 저항감 없이 등장한다. 유력 방송사들이 어린이를 트로트 가수로 선발하고 출연시킨다. 대중은 그 방송 콘텐츠를 즐기고 소통한다. 이러한 변화에 어떤 평가를 부여하느냐에는 관점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중문화에 대한 개방적 허용이 대중사회의 일반적 이해로 나타나는 것,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보수적 관점으로의 회귀보다는,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대해서 선제적 관심을 가짐이 온당하다. ‘학교 밖 문식성(literacy) 교육’이나 ‘학교 밖 음악교육’ 같은 의제들이 그런 인식을 보여 준다. ‘학교 밖 교육’에 대한 관심은 그것이 ‘학교 안 교육’과 어떤 상호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다가섬으로써 우리 교육의 탈근대 노력이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사람들은 트로트를 ‘유행가’라 했다. ‘유행가’란 중립적 용어 같지만, 트로트에 대한 폄하의 뉘앙스가 없지 않다. 말 그대로, 유행가란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노래라는 뜻이리라. 그러니까 유행가(트로트)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고전 클래식과는 다른 음악이라는 것이다. 또 있다. ‘유행’이란 세상 시류(時流)에 통하는 것일진대, 세상 시류에 따라, 또는 세상 시류를 반영하는 노래가 유행가라는 점이다. 요컨대 고상하지 못하고 통속적 노래라는 인식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 분야 종사자들을 ‘딴따라’라고 낮추어 불렀지 않는가. 물론 클래식 종사자들에게는 쓰지 않는 말이다. 요즘 트로트의 부상을 주목하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해 본다. 하나는 성(聖)과 속(俗)의 이분법적 구분이 유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룩한 것’과 ‘통속적인 것’ 그 자체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양자의 구분이 억압적이거나 폭력적이어서는 아니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모든 이분법적 인식이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우리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상대적 가치를 인식하는 문화적 진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얼마간 가지고 있는 트로트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성찰하게 된다. 다른 하나의 생각은, 트로트가 재도약을 누리게 된 점에 있다. 트로트는 자신의 음악적 본질에 더하여 다른 음악 요소들을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의미와 효과를 창출하였다. 여기에 이 시대가 호응하였다. 트로트가 보이는 융합의 노력은 악곡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트로트를 연출하는 공연문화의 차원에서도 시대적 진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르를 넘어서려는 노력(Beyond Genre)이 문화의 진화를 부른다. 우리가 고수해 온 교육의 장르들은 어떠한가.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되나요?” 최근 일반인을 인터뷰하며 퀴즈를 풀어보는 TV 예능프로그램 진행자가 인터뷰 대상자에게 한 질문이다. 일반적인 생각을 재미로 풀어내려는 의도로 묻는 질문이기에 좌뇌 사용을 많이 해온 이과 전공자의 ‘물(H₂O)이 된다’는 대답과, 감성이 풍부한 문과 성향인의 ‘봄이 오지요’, ‘새싹이 자라나요’라는 대답이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라 이도 저도 아닌 ‘눈이 녹으면 거리가 지저분해져서 빨래하기 힘들다’는 생활밀착형 답변도 재미있었다. 교육부 교육전문직은 전체 인원의 15% 정도뿐 필자가 전에 서울시교육청 산하 과학전시관에서 융합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융합교육을 위한 초청강의와 교육현장 사례를 들으면서 느낀 점도 흥미롭다. 융합이란 말 그대로 통합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과학과 예술분야의 지식이나 기능 따위를 융합적으로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미묘하게도 과학 관점에서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을 융합하는 사고와 예술분야에서 과학을 융합하는 사고가 매우 달랐다. 어느 지점에 서서 어느 곳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매우 다름을 느끼면서 미래인재의 특성으로 중요해진 융합교육이 과학 쪽에서만 접근하는 점이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교육청과 학교현장에 있다가 처음 교육부에 근무하게 되면서 교육부에는 교육전문직이 일반직 수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교육부에 교육전문직이 전체 인원의 15%가 되지 않음에 깜짝 놀랐었다. 교사나 학교현장에 밝아야 할 교원정책이나 교원양성, 교원복지와 같은 분야도 일반직이 전통적으로 이어오고 있었다. 학생교육복지나 사교육비경감 등 당시 이슈가 되는 업무조차도 주관이나 총괄업무는 일반직이 맡고 있었다. 내가 근무하던 교원양성연수과에는 12명 정도의 과원 중에서 교원의 연수를 담당하는 연구관인 나와 연구사 한 명만이 교육전문직이었고, 교원의 인사정책을 담당하는 교원정책과에도 연구관, 연구사 각 1명이었다. 업무를 총괄하는 4급 상당 과장도 당연히 두 과 모두일반직이었다. 이러한 직제 구조조차 몇 년 후에는 교원양성연수과가 교원정책과로 통합 흡수되면서 더욱 축소되었다. 교육을 보는 지점이 다른 일반직과 교육전문직 교육기관에서 근무하는 두 축인 일반직과 교육전문직은 교육을 보는 지점이 다를 수 있다. 물론 어느 쪽이 ‘옳고 그르고’가 아니다. 서쪽마을에서 보는 ‘동산’과 동산 너머에 있는 동쪽마을에서 보는 ‘서산’이 동일한 ‘산’인 것과 같다. 일반업무를 담당하는 일반직과 학교현장에서 교육업무를 담당하다 입직하는 교육전문직이 같이 모여 교육지원업무를 담당한다는 것은, 두 시선이 모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동등하게 의견을 내고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올바른 정책이 결정되고 충분히 신중한 방향으로 학교현장에 스며들어 교육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교육변화에 가장 민감해야 하는 곳은 교실 안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정책이 빠르게 탄력적으로 안착하려는 최종 도착지는 학교 안 교실이기 때문이다. 교실 속 시선에서 복지도, 안전도, 교육시설도, 환경도 바라보고 교육정책이 수립되고 들어와야 한다. 그때에 비로소 그 정책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육정책은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고 학교 안 소수 사람을 위원회로 구성해서 협의하거나, 1~2회 자문을 구한 결과로 생색내거나, 최소 인원 몇 사람을 구색 맞춰 컨설팅하는 것으로는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 교육에 대한 방향을 정하고 모아가는 교육부나 교육청 등 교육기관에 교육전문직이 적어도 동수 이상은 되어야 학교현장의 변화와 다양성, 그리고 민감성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교육전문직이 필요한 이유 우리나라에서 교육정책은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모두 다 전문가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관심이 지대하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능개편이나 외고·자사고 전환, 고교학점제 등과 같은 정책도 결국 현장경험이나 소통이 중요한데 10% 내외의 교육전문직으로서는 정책을 주도하기보다는 정책 보조나 통계처리 등의 사실상 보좌업무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전체 정원에서 교육전문직 수도 문제지만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여 현장 적용을 책임지는 간부직원 중 교육전문직은 그 수가 더 줄어들었다. 교육부 직제 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간부직위 중 일반직 또는 장학관으로 보임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있지만, 장학관에게는 사실상 한 자릿수만 제한적으로 열어주면서 일반직 또는 장학관으로 보임할 수 있는 자리를 사실상 일반직이 독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직제 규칙은 시·도교육청에서도 나타난다. 시·도교육청 역시 일반직 또는 장학관으로 보임할 수 있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일반직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현장과 다르게 계선조직인 교육기관은 결재권자의 정책 결정이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크다. 어떤 교육정책도 학교현장에 안정적으로 스며들지 못하면 그 효과를 볼 수 없다. 학교현장은 어떤 방법으로 어떤 절차를 걸쳐 언제쯤 적용하는 게 효과적인지가 학교 급별로 다르고, 학교가 처한 지역사회 여건에도 영향을 받는다. 학교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정책 추진이라는 자극에 대한 반응의 수가 학교 수 만큼이나 다양하게 표출된다. 이러한 상황을 다 맞춤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어도 적어도 학교현장을 학교 안에서 바라보는 교육전문직의 눈과 귀가 정책마다 다양하게 필요해 보이지 않는가. 교육전문직 홀대가 빚어낸 학교현장과 동떨어진 교육정책 교육부의 교육전문직 홀대가 이어질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도 학교현장과 동떨어진 교육정책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다수의 일반직 사이에서 소수의 교육전문직이 더욱이 낮은 직급으로는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시작된 지 6개월이 되었다. 4월 9일 ‘온라인개학’을 했을 때만 해도 학교는 혼란스럽지만 긴장하면서 대응해왔다. 원격학습체제에 겨우 적응한 뒤에는 ‘온·오프라인 이중 등교체제’로 방역관리까지 책임지게 되었다. 원격수업은 코로나19 감염 걱정 없이 원하는 시간에 학습하는 장점은 있었으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학습 중 인터넷 검색이나 SNS 등을 많이 하게 돼 학습효과가 떨어지는 게 단점이라고 학생들은 말한다. 이러한 내용도 학교 급별로 학생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양하다. 중학교 음악교사 한 분은 감상수업을 하는데 교실 대면수업에서는 자신의 느낀 점을 손들고 발표하지 않는 중2 남학생들이, 소개한 곡에 대한 감상 소감을 보내고 그 내용을 익명으로 모두에게 소개해 주는 수업이 거듭되자, 온라인상에서 감정표현이 점차 구체화되고, 글쓰기 실력이 더 늘더라고 자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장을 도와줄 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 담당자는 교사와 학교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면서 교육과정의 재구성, 교원 역할분담, 온라인수업과 등교수업 특성을 고려한 수업방식 연구 등을 고민해야 한다. 교실 안에서 학생들과 생활해 본 경험이 없는 지점에 서 있는 사람은 절대로 미래수업을 도울 수 없다. 교육기관에 지금보다 더 많은 교육전문직이 필요한 이유이다. 학교현장에서 교육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져야 앞서 언급한 TV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떠오르는 생각 하나. 전에 학교장으로 근무하던 학교에는 1층에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필로티 건물이 있었다. 공간이 넓어서 차가 많이 드나드는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의 학습공간이 되기도 하고 놀이공간이 되기도 하는 곳이었다. 가끔씩 뛰거나 술래놀이를 하다가 필로티 기둥에 부딪혀 위험하기도 해서 기둥 하단에 부상방지 쿠션 작업을 했다. 작업을 마치고 난 후 학교 시설 책임자인 행정실장은 “이렇게 하니까 건물 기둥이 상하지 않아서 좋아요”라고 말하고, 주차장에 자차를 주차시키던 선생님은 “차가 기둥에 부딪혀서 망가질까 걱정이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설치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칭찬해주셨다. 이렇게 생각하는 시작 지점이 다르다. 학교장 입장에서 ‘아이들 안전만을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 학교구성원 각자가 자신들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면서 다 좋다니’ 하면서 속으로 웃었던 기억이 있다. 선생으로, 장학사로, 학교장으로 여러 역할로 살았지만, 여전히 선생이고픈 나에게 어떤 아이가 TV 예능프로그램처럼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글쎄, ○○이는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교실 안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질문이 몸에 밴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다. 교실 속에서 웃고 울고 뒹구는 아이들과 선생님을 돕고 이끌고 지원하는 지점에서 교육정책을 바라보는 시선, 그 시선을 가진 교육전문직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서 많은 수의 일반직에 둘러싸여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교육이 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교육학을 공부하는 필자로서는 학교현장과 교육행정의 살아있는 소식들이 필요하여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현장 교직원들의 지식교육과 인성지도에 대한 생생한 소식들을 접하면서 교육현장의 힘든 상황들,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눈물겨운 온라인수업 추진 노력을 실감하고 있다. 2019년 11월 29일 발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뒤이은 12월 4일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보면서 우리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걱정했었는데, 온라인강의로 촉발된 도·농간 교육여건 격차, 부모의 학습지원 여부에 따른 학력격차 문제를 다룬 보도들을 대하면서 안타까움과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지적’이라는 말의 의미 얼마 전 경인지역의 어느 여고 교장선생님의 SNS 글을 통해 지식교육 위기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학교 선생님께서 안경을 바꾸어 쓴 한 학생에게 잘 어울린다는 뜻으로 “너 참 이지적인 아이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었던 여학생은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당황했고, 옆에서 함께 들었던 다른 학생들도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얼마 후 선생님은 그 여학생으로부터 불만의 이유에 대해 듣고서야 여러 학생이 당황했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생님, 저를 너무 경솔하고 쉬운 아이로 보셔서 상처받았어요”라고 하더란다.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지만 심상치 않은 이야기라고 판단하신 교장선생님은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밝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생활기록부 종합란에 ‘이지적’이라는 단어를 쓰셨는데 처음엔 정확한 뜻을 몰라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고 했다. 국어사전에서 의미를 확인한 후 그는 이지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되었고, 자기 정체성으로까지 발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 학생들의 어휘력 저하가 큰 문제라고 다들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제발 엉뚱한 데에 삽질하지 말고,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기초·기본지식 확보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한 국어사전에는 ‘이지(理智) : 이성과 지혜를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본능이나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지식과 윤리에 따라 사물을 분별하고 깨닫는 능력’, ‘이지적 : 용모나 언행에서 이지가 풍기는. 또는 그런 것’으로 나와 있다. 다른 사전에서는 ‘이지(理智, reasoning power, intelligence)’를 ‘이치 리’, ‘슬기 지’ 즉, 본능이나 감정에 지배되지 않는 이성(理性)과 지혜(智惠)로 나와 있다. 이러한 속뜻을 아는 학생이었다면 자기를 칭찬해 주신 선생님께 크게 고마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의 경험과 같이 외모에서 풍기는 이지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내면의 이지력을 키우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이지적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당황했던 여고생은 아마 ‘지식의 보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의미를 확인해 보았을 것이다. 최소한 두서너 사이트에서 의미를 확인한 후 선생님께 정색을 하면서 불만을 터뜨렸을 것이다. 필자도 인터넷 포럴사이트에서 ‘이지적’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사이트에는 ‘이지적인 사람?’에 1만 회 이상, ‘이지적이다의 뜻이 뭐죠?’라는 질문에 13만 회 이상 조회한 것으로 나와 있다.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기본적인 용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공개적인 답변은 어떤가? 앞에 제시한 국어사전의 풀이보다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가요?’, ‘똑똑하게 생겼다는 것? 이국적으로 생겼다는 뜻? 쉽게 말하면, 똑똑하고 고지식한…. 그런 말이죠’라는 답변에 공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교장선생님의 글을 읽었던 순간 필자가 생각했던 답변도 나왔다. ‘easy 쉬운 사람 아닌가요?’라는 해석이다. 선생님의 칭찬을 반대 의미로 오해했던 그 여학생은 그럴듯한 답변을 확인했고, 결국 틀리게 이해한 것이라 여겨진다. 한글은 쉽지만 한국어는 어렵다 한글은 쉽게 배울 수 있다. 하루 이틀 만에, 길어도 1주일 정도 노력하여 자음 14개와 모음 10개만 외운다면 모든 한글로 된 책들을 읽을 수 있다. 574년 전에 한글을 창제하셨던 세종대왕께서 똑똑한 사람은 한나절에, 좀 아둔한 사람도 10일이면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쉽다고 말씀하셨듯이 세상에서 가장 쉽고 과학적인 글자가 바로 한글이다. 쉬운 한글 덕분에 우리나라는 문맹국에서 빠르게 탈출할 수 있었고, 누구나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 외교관 양성과정에서 한국어는 아랍어·중국어·일본어와 함께 가장 어려운 언어로 분류되고 있다. 한글은 가장 쉬운 글자지만,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언어라는 의미다. 앞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사실 한국어는 우리 학생들에게도 어렵다. 이 때문에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국어교육 강화 대책으로 초등 1~2학년 동안 27차시를 배정했던 한글교육을 62차시로 두 배 확대했다. 특히 국어 어휘력 향상을 위해 국어사전 활용수업도 두 배로 확대했다. 이전의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에는 초등 4학년 1학기 8단원 ‘국어사전과 함께’에서 9차시만 배웠던 것을 2018년부터는 3학년 1학기 7단원 ‘반갑다, 국어사전’에서 8차시, 그리고 4학년 1학기 7단원 ‘사전은 내 친구’에서 9차시로 2년간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강화되었다.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초등 3학년 시기부터 국어사전을 통해 어휘력 배양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려는 정부의 정책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국어사전 활용에 대한 관심과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 수업 중에나 혼자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초등학교에서 배운 대로 사전을 찾아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야 할 텐데 대부분 사전이 없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사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지식의 보고인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되는데 구태여 불편한 종이 국어사전을 찾아 공부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디지털 기술 맹신에 기인한 현상이다. 지난 1학기 동안 코로나19로 인하여 학생들은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관심 있는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학습하면서 학력수준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어휘력 수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대책으로 국어사전 활용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앞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학부모들은 ‘이지(理智)’와 같이 한자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면 한글로 된 우리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자녀에게 국어사전을 통해 확인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억력이 한창 활발한 초등학생 시기에 몇 번만 한글과 한자를 대입시키다 보면 한글 이해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한자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국어사전 활용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6월과 7월 중 국내 유명서점의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국어사전 하나는 7위, 다른 하나는 22위, 또 다른 하나는 44위까지 동시에 올라간 것을 확인하면서 많이 놀랐다. 국어사전을 한 가지 종류로 분류한다면 전국 1위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교육부에서 어휘력 문제의 심각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국어사전 수업을 두 배로까지 확대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리라 여겨진다. 한글날을 앞두고 한자와 국어사전을 생각해 보았다. 한글과 한자는 대척점에 있는 것일까? 대척관계는 서로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고 있어 상반되지만, 서로의 관점을 합치면 상호보완이 되는 관계라고 하는데 한글과 한자의 관계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생들이 국어사전을 활용하면서 우리글은 한글과 한자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국어사전을 자주 확인하면 자연스럽게 기본적인 한자를 익힐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쉽고 재미있는 원격수업 자료 … 초보자도 쌍방향 수업 거뜬 “누구나 손쉽게 원격수업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어차피 원격수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잖아요. 하지만 교사 중에는 아직 익숙지 않은 분들도 계세요. 그분들께 학생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대전서부교육지원청 박은주 장학사는 일방적 지시와 강요를 거부하는 교육전문직이다. 그는 장학사로서의 권위보다 교육현장과 협력하고 수평적 관계맺음을 중요하게 여긴다. 교육행정기관은 학교현장을 지원하고 교사들이 마음 놓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도움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이번엔 교사들을 위한 원격수업 장학자료를 발간했다. 교육부가 쌍방향 원격수업 확대를 주문하고 나선 지금, 효과적인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들을 위해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박 장학사는 지난 9월 관내 초등교사 7명과 함께 ‘원격으로 수(秀)업(UP)하기’ 장학자료를 펴내 일선 학교에 보급했다. 이 자료는 각종 IT 기기 및 정보활용능력이 능숙한 교사뿐 아니라 이제 막 원격수업을 시작하는 비기너(Beginner) 교사를 위한 자료이다. 교사들은 자료에 제시된 매뉴얼대로 따라만 하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 및 콘텐츠를 능숙하게 제작할 수 있다. 컴맹에 가까운 초보자라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장학자료는 크게 Ⅰ장 원격수업 환경 조성, Ⅱ장 실시간 쌍방향 수업 안내, Ⅲ장 콘텐츠 제작, Ⅳ장 콘텐츠 활용 수업사례, Ⅴ장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Ⅰ장 원격수업 환경 조성은 원격수업을 위한 기본적인 통신 회선의 연결 및 콘텐츠 제작, 화상수업 기기에 대해 소개한다. Ⅱ장은 쌍방향 수업을 위한 IT 사이트 이용 가이드를 안내한다. 원격수업에 필요한 ZOOM 및 구글 미트의 가입부터 설치, 로그인, 프로그램 익히기와 학생이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또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의 라이브 방송을 돕는 사이트인 스트림야드 채널을 만들고, 실시간 스트리밍을 준비하며 계정과 연결하여 새로운 방송을 만드는 방법도 안내해 준다. 장비구입부터 저작권 문제까지 일목요연 … “고맙다” 호평 쏟아져 온라인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 사용법을 다룬 Ⅲ장은 프레젠테이션·줌·펜타블렛·오캠·OBS·뱁믹스·파워디렉터·키네마스터·블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각 프로그램의 장단점과 사용방법이 그림과 함께 제시되어 있어, 교사들의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준다. Ⅳ장은 실제 콘텐츠 활용 원격수업 장면을 QR코드로 제작하여 소개하고 있다. 또 일반 교사들도 이와 같은 수업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수업 제작 방법과 콘텐츠 제작의 팁을 함께 제공한다. Ⅴ장 부록편도 눈여겨봐야 한다. 자칫 실수하기 쉬운 저작권 침해를 예방하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또 유튜브에 수업동영상 탑재 및 공유하기, 픽픽으로 캡처하기, 스마트폰으로 화상캠 만들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장학자료는 박 장학사가 기획·총괄하고 대전 시내 7명의 초등교사가 머리를 맞대 만들었다. “교육청에서 원격수업지원단이란 걸 운영했어요,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어려워지자 교사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구성된 것이죠. 이분들 중에서 가장 우수하고 성실한 분들로 집필진을 구성했습니다.” 박 장학사는 “등교수업과 원격수업, 거리두기 급식지도는 물론 학교방역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사명감 하나로 헌신해준 선생님들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며 공을 돌렸다. 실제 이들은 주말과 저녁시간을 반납하면서 방과후 빈교실과 회의실, 카페 등을 전전하며 원고작업을 했다. 빠듯한 예산 탓에 빵으로 끼니를 때운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제작에 참여했던 황지연 교사(대전흥도초)는 “원격수업에 필요한 기기구입부터 수업녹화와 활용, 사후 법적인 문제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최고의 장학자료”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현장 반응도 뜨겁다. 김한나 교사(구봉초)는 “영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막막했는데 장학자료 덕분에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었다는 동료 선배교사들의 칭찬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료개발 팀장을 맡은 용호진 교사(대전월평초)는 “학교 단위, 학년군 단위, 교사동아리, 개별 연수 등의 다양한 교사연수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교원의 원격수업역량이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19 시기, 원격수업의 질적 개선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K-에듀의 길을 개척하는 대전 초등교사들. 그들의 도전이 아름답다.
“무조건 뽑고 싶다.”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 임원은 얼마 전 강상욱 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로 신입사원 채용에 차질을 빚으면서 로봇고 학생들을 데려가지 못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로봇고 만큼은 예외. 우수한 인재를 남보다 앞서 영입하려는 기업들이 앞 다퉈 찾는다. 실제로 로봇고는 서울 시내 취업률 1위 학교다. 그것도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내리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엔 취업대상자 148명 중 145명이 취업 98%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현장중심 교육과정운영. 그리고 학생들의 문제해결력과 창의력 신장을 위해 상설 자율·창의 동아리활동, 각종 경시대회 실적 등을 활용한 학생 맞춤형 취업진로지도가 성과를 발휘했다. 여기에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과 교사들의 열정이 뒷받침됐다. 이 외에 러시아·일본 등 로봇 관련 국제대회 참가를 통해 다양한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하고 로봇 분야 산업체 위탁교육으로 신기술을 익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보니 취업의 질도 남다르다. 지난해 취업자 대부분은 공기업과 대기업, 로봇 관련 기업에 입사했다. 일부는 군 특성화과정을 선택해 군정보통신분야에서 실력을 쌓거나 부사관으로 진출, 병역과 커리어를 동시에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취업뿐 아니다. 최근에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제 및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대학진학 인원도 늘고 있다. 국내 최초 로봇 마이스터고 … 복수전공 도입 융합교육 실천 서울로봇고는 지난 1994년 강남공업고등학교로 출발한 뒤 2005년 지금의 이름으로 교명을 변경했다. 그리고 2013년 국내 최초로 로봇 분야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등학교로 지정됐다. 로봇 설계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 통신까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인재들의 요람, 로봇고는 국내 최고의 로봇 교육 선도학교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서울로봇고는 로봇의 설계와 제어, 내부시스템 및 통신을 모두 배우는 곳으로 첨단로봇설계과, 첨단로봇제어과, 첨단로봇시스템과, 첨단로봇정보통신과 등 모두 4개과로 구성돼 있다. 전체 교육과정은 산업수요 맞춤형으로 만들어졌다. 산업현장을 움직이는 최첨단 로봇을 만드는 학교인 만큼 배우는 과목도 남다르다. 1학년은 로봇 분야에 대한 기초능력과 기계의 기본 분야를 배우고, 2학년은 로봇 분야 기초과정을 배운다. 3학년에 가면 심화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교육과정의 특별한 점은 이론만이 아닌 실무이자 생활로 다가갈 수 있도록 첨단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마이스터고로 지정돼 모든 교육과정의 60% 이상을 실습으로 운영하는 것도 로봇고만의 강점이다. 로봇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단순히 로봇 분야 기술력만 길러주는 학교로 생각하면 오산. 로봇고는 일정한 카테고리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접하고 익히는 융합적 사고에 바탕을 둔 창의성 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특히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부전공제를 채택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첨단로봇설계과 학생이 로봇제어과 학점을 이수하면 복수전공을 인정하는 시스템이다. 융합적으로 사고하고 융합적으로 실천하는 교육을 통해 더욱 복합적인 기술력을 갖추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복수전공이 학생들의 취업에 유리한 것은 불문가지. 대기업도 놀란 기술력 … 국제대회 휩쓴 동아리활동이 원동력 또 하나, 로봇고가 내세우는 자랑거리는 활발한 동아리활동이다.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전문가도 놀랄 정도의 수준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동아리활동이다. 이들은 각종 기능경진대회와 국제기능올림피아드 등에서 금·은·동메달을 모조리 휩쓸 만큼 대단한 실력을 발휘한다. 동아리활동은 기능영재반과 자율전공동아리 등 두 개의 축으로 운영된다. 기능영재반에는 공업전자기기, 모바일로보틱스, 산업용로봇, 메카트로닉스, 정보기술, 기계설계CAD 등이 있다. 자율전공동아리는 Prototyper, Think Difference, CreRobot, R.Da, AIRRUN(드론), MA, SPAM, 카르페디엠(드론) 등 모두 8개가 활동 중이다. 모바일 로봇에 부가 시스템을 장착한 후 원하는 작업을 구현할 수 있도록 원격제어 작업을 구현하는 ‘모바일로보틱스’의 경우 각종 국제대회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2009년 국제대회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9년 카잔국제대회 은메달에 이르기까지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생산설비의 가공·조립·시험·물류저장 등 자동화공정시스템에 필요한 제어와 유지 보수작업 능력을 배양하는 ‘메카트로닉스’ 동아리. 이들 역시 전국 및 서울시 기능경기대회를 석권했다. ‘Think Difference’는 자동화 공정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제어기인 ‘PLC’를 학생들이 직접 공부하고 연구하는 동아리다. 올해로 8년째 이어오는 역사 깊은 동아리로 창의력과 그룹활동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CreRobot’은 로보티즈사의 다이나미셀 모터와 직접가공기를 이용, 다양한 창작 로봇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이들은 작년에 열린 휴머노이드 관련 대회에 격투로봇을 출품했고 군사과학기술경진대회에는 미션로봇을 직접 제작해 선보였다. ‘AIRRUN’은 첨단로봇정보통신학과의 유일한 전공 동아리로 군특성화 학생들로 구성됐다. 육군 드론병과 도입에 대비한 취업 역량강화 동아리인 드론자격증 취득 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고등학생이라고 가볍게 보면 큰코다친다. 아이디어는 물론 기술력까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실력자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재학생에겐 자긍심을, 졸업생에겐 명예를 안겨주는 학교 전국 톱클래스 실력과 취업률을 자랑하는 로봇고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강상욱 교장은 “학생들의 열정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밤늦게까지 토의하고 실험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교사들이 학생을 재우는 데 애를 먹는다”고 귀띔했다. 학교 측 지원도 화끈해 손발이 척척 맞는다. 5층짜리 실습동 한 층을 아예 학생들의 동아리활동 공간으로 제공했다. 또 각 산업체 전문가들을 초빙해 특강을 하거나 관련 분야 전문가 지도 아래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7월에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을 초청,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도전과 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갖기도 했다. 교사들 역시 교원학습공동체를 조직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특히 교대나 사범대에 없는 커리큘럼이기 때문에 따로 공부해야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 교사들이 자체 교과서를 만드는 등 선생님들의 학습공동체도 서울로봇고를 대표하는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 3월 부임한 강상욱 교장은 “학생이 꿈꾸는 학교, 교사가 신나는 학교,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학생은 로봇고 학생으로서 자긍심을, 학교는 재능 있는 미래인재를 교육하고 있음에 보람을, 미래(未來) 졸업생들은 로봇고 출신임을 평생의 긍지와 명예로 여기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소년을 위한 사회평등 에세이 (구정화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292쪽, 1만5800원) 한국사회와 한국인들이 취약한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 불평등, 편견과 고정관념, 혐오의 개념부터 우리 가까이에 있는 다양한 불평등의 양상과 여기에 개입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했다.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도, 나와 이웃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인식을 제공해준다.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19 시대는 세상의 모든 것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학교에 결석하면 세상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던 세대를 살았던 부모세대는 집에서 온라인수업을 받는 자녀의 모습이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온라인회의를 할 때는 양복을 차려입어야 마음이 편한 부모세대도, 온라인수업에 올라 온 영상자료의 진도율을 자동으로 올려주는 방법을 공유하는 자녀세대도 모두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천태만상의 모습일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19가 미래사회로의 진입을 더 빠르게 당겨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2020년 교육계의 새로운 이슈는 바로 ‘인공지능교육’이었다. 2020년 교육부 주요 업무계획을 살펴보면 올해 모든 초·중학교에 소프트웨어 교육의무화가 완료되며, 이와 동시에 AI교육으로의 전환을 준비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초·중·고 단계별 AI교육내용 기준(안)을 마련하고, 고등학교 AI 기초·융합선택과목(’21년 적용) 신설, 시범학교 운영, 전문 교육인력(’20년 약 1,000명, 교사 재교육) 양성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AI교육 도입을 추진한단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시작된 코로나19로 이 모든 것이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현실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온라인수업’을 어떻게 내실 있게 운영할 것인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뼈저리게 느낀 ICT 활용능력 정책도, 학교도 모든 시선이 ‘온라인수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지난 5월. 그러나 교육부는 다시 한번 정보교육 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온라인수업뿐만 아니라 SW교육, 인공지능교육과 같은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한 준비로서 정보교육의 중요성을 알렸다. 종합계획의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모든 학교급에 ‘정보’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체계적이고 연속적인 정보기초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부분이다. 코로나19를 겪고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기본적인 ICT 활용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런 ICT 활용능력은 지능정보사회에 꼭 갖춰야 할 리터러시로서 나아가 SW교육, 인공지능교육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전 학년에서 그 어떤 정보교육도 없이 5~6학년군에서 바로 SW교육을 시작하도록 된 부분은 학교현장에서 직접 아이들과 교육을 해나가는 교사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난감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정보교육을 조금씩 접해 기본적인 정보소양을 갖춘 아이들을 데리고 5~6학년군에서 SW교육뿐 아니라 인공지능교육까지 확장할 수 있다니 반가운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긴 하다. SW교육이 처음 시작될 때 한 번도 이런 교육을 접해보지 못했던 많은 선생님이 SW교육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6학년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하였더랬다. 그만큼 SW교육이라는 새로운 교육이 주는 두려움과 걱정이 컸을 거라 생각된다. 그렇게 지난 몇 년 동안 학교에서는 이 새로운 교육을 맞이하기 위한 각종 공문이 쏟아졌고, SW교육이 가능한 교사양성을 위한 교사연수 역시 많이 개설되었다. 실제로 필자가 강의를 다니며 만났던 교사 중에는 SW교육연수를 100시간 이상 들었다는 경우도 꽤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조금씩 준비하며 이제 좀 SW교육에 적응이 될 만하니 인공지능교육을 하란다. 인공지능교육도 놀이에서부터 시작 처음 SW교육이 시작될 때 느꼈던 막막함과 두려움이 다시 이 인공지능교육에서도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디에서 시작하면 좋을까? 여기서 그 모든 것을 다 다룰 수는 없겠지만, 인공지능교육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해 한번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이렇게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이 문제 또한 SW교육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잘 해결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교육이란 인공지능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배우고,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치와 삶의 방식을 배우는 교육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아이들과 함께 인공지능이란 무엇인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아야겠다. 특히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컴퓨터(기계)가 마치 사람의 지능을 가진 것처럼 구현한 것이라고 봤을 때 그 작동원리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할 것 같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인공지능의 원리를 말로써 아이들에게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SW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 그랬던 것처럼 인공지능교육도 놀이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가볍게 아이들과 함께 시작해 볼 수 있는 언플러그드 놀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기계가 어떻게 학습해 가는지 그 방법과 원리도 더 쉽게, 더욱 재미있게 한발 다가가려 하는 것이다. 이는 정보교육 종합계획(그림 1 참조)에 제시된 것처럼 초등학교단계에서는 놀이와 체험중심으로 AI 소양을 습득하는데 중점을 두라는 지침과도 맞물린다. 인공지능교육은 소수를 위한 엘리트 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교육 또한 인공지능교육이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교육격차는 빈부격차를 야기한다. 특히 지능정보사회에서 지능정보의 격차는 심각한 빈부격차, 계층 간 격차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초등단계에서의 인공지능교육은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놀이로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한 가지 사례를 통해 들여다보자. ● 데이터가 필요해라는 인공지능교육을 위한 언플러그드 놀이활동 다음은 데이터가 필요해라는 인공지능교육을 위한 언플러그드 놀이활동이다. 이 놀이는 일상생활 속 데이터를 활용해 작동하는 인공지능 가전기기들이 있음을 알고, 각각의 인공지능 가전기기들에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연결해 봄으로써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더 똑똑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다. 놀이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공지능 가전기기 퍼즐판의 내용을 읽는다. 퍼즐판에는 인공지능 가전기기가 작동하는 원리가 적혀있다. 예를 들어 AI 냉장고는 냉장고를 사용하는 시간 패턴 데이터, 냉장고가 설치된 곳의 온도 데이터, 습도 데이터 등을 필요로 한다. 이를 통해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자동으로 절전 운행하고, 계절에 따라 음식물 보관 온도를 조절한다. 이와 같은 내용을 읽고 나서 ○○이네 생활카드 속 각종 데이터 중 AI 냉장고에 필요한 데이터를 찾는다. 생활카드 속에는 ○○이네 식구들의 생활 중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이처럼 놀이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공지능 가전기기들이 생활 속 빅데이터를 스스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학습함으로써 또한 스스로 최적화하여 작동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 간단한 놀이활동이지만 아주 쉽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놀이라 하겠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개념이나 원리, 기계가 학습하는 방법 등 많은 부분을 재미있는 놀이와 함께 배울 수 있다. 시작하라! 그 자체가 천재성이고, 힘이며, 마력이다 시작은 언제나 어렵고 두렵다. 무엇이 있는지 그 실체가 보이지 않기에 막연한 공포심을 안겨준다. 인공지능교육의 시작을 앞두고 많은 분들이 그와 같은 심정일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시작되었고, 지능정보사회로 이미 진입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그렇게 빠르게 인공지능을 받아들이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큰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아이들이 그러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 우리 어른들이 좀 더 용기를 내어보면 어떨까. 괴테는 ‘용기 속에는 천부적인 재능과 힘, 마법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그 일을 시작하라! 그 자체가 천재성이고, 힘이며, 마력이다.’ 부모는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을, 교사는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어렵지만 하나씩, 그러나 용기 내어 시작해보면 좋겠다.
최근 새로운 유형의 영리업무가 생기면서 교원의 겸직허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지난 7월 교원에 대한 징계령 등도 개정돼 이에 대한 세준 적용 규정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8월 13일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이 같은 사항이 추가되거나 수정 반영됐다. 겸직허가업무에 모바일 관련 업종 추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새롭게 부각되는 영리행위에 대한 심사기준이 제시됐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이모티콘을 계속적으로 제작하거나 관리하여 수익을 얻는 경우에는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그 내용이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훼손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겸직허가가 되지 않는다. 외부강의 신고기간 변경 이전에는 모든 외부강의에 대해 사전 신고를 하고, 사전 신고가 곤란한 경우에는 강의 등을 마친 날부터 2일 이내에 신고토록 했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및 공무원행동강령 개정으로 사례금을 받는 외부강의에 한해 신고토록 했다. 또한 강의 전에 신고하거나 강의를 마칠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신고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예규에서도 이와 동일하게 개정이 이뤄졌다. 정부 포상 부적격자에 대한 징계 감경 제한 비위사실로 인해 감사·조사·수사 등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포상에 대한 추천이 제한되거나 철회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권자가 이를 제한하거나 철회하지 않아 정부 포상이 수여되고, 이 포상을 근거로 징계 감경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상 추천제한이나 철회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부적절하게 포상이 이뤄진 경우에는 해당 공적을 근거로 한 징계 감경을 제한하도록 하는 지침이 신설됐다. 이미 추천돼 정부 포상 절차가 진행 중이더라도 감사·조사·수사·형사사건 기소 등으로 인해 추천제한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추천을 철회하도록 했다. 또한 징계의결요구기관에서는 해당 공무원에게 징계 감경 사유에 해당하는 포상 등 공적이 있는 경우에 포상의 추천시기를 확인하고 부적절하게 수여된 경우 징계위원회에 통보하도록 규정했다. 퇴직 희망 공무원에 대한 퇴직 제한 조항 신설 공무원이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 임용권자나 임용제청권자는 조사 및 수사기관의 장에게 퇴직 제한 사유를 확인토록 하고 있다. 예규에서는 이 같은 퇴직 제한 사유 통보 의무를 성실히 이행토록 규정을 신설했다. 임용권자나 임용제청권자는 공무원이 퇴직 희망 시 지체 없이 서면으로 조사 및 수사기관의 장에게 퇴직 제한 사유 확인을 요청하고, 조사 및 수사기관의 장은 확인 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확인 결과를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했다. 퇴직 제한 사유가 통보된 경우 소속기관장은 지체 없이 징계의결 등을 요구해야 하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교육공무원징계령 등 개정 사항 반영 징계의결 시 참작사유에 근무성적이 삭제되고 직급, 비위행위가 공직 내외에 미치는 영향이 추가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비위 신고·고발의무 불이행 등에 대해서 징계감경이 제한되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한 중징계사건 시 징계사유 입증을 위해 징계요구기관의 출석이 의무화되면서 필요시에는 사건 조사 공무원도 함께 출석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다만 중징계 사건이라도 단순 음주운전 등 사실관계가 명확한 경우에는 출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안내됐다. 이 외에 징계위원회가 영상회의나 서면의결로 가능해지면서 이에 대한 세부운영절차가 규정됐고, 성폭력이나 성희롱사건 관련한 징계위원회 구성 시에는 피해자와 같은 성별의 위원이 1/3 이상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예규에 포함됐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국회에 발의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제정에 반발해 연이어 파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해당 법률이 돌봄교실을 학교에서 내쫓고민간위탁과 집단해고를 초래할 것이라며 법안 폐기를 위해 오는 11월 파업을 예고했다. 한국교총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돌봄 파업은 교육현장의 혼란은 물론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국민에게 이해나 지지를 얻기도 어렵다"면서 "실력행사에 나거시보다 교육은 학교가, 돌봄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며 모두 내실화 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만드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등 돌봄교실은 지난 2004년 맞벌이와 저소득층 가정의 탁아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도입돼 '초등 보육교실'로 불렸다. 교총은 "현재 돌봄교실은 사교육비 경감과 저출산 해소라는 사회적 요구가 더해져 학교에 부가된 형태"라고 지적하며 "학교와 교사들은 본연의 역할이 아닌 돌봄 관리, 노무 관리, 민원 대응 등으로 인해 교육에 전념하지 못하고 교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보육 업무를 감내하고 희생한 교사들에게 '보육도 교육'이라는 궤변으로 당연하게 떠넘기는 일을 더 이상 좌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돌봄교실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한교육부도 비판했다. 교총은 "여론조사, 서명운동, 교섭 등을 통해 초등 돌봄교실의 지자체 관리·운영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음에도 보육과 돌봄의 책임 주체인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이를 총괄 조정해야 할 교육부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 돌봄교실의 운영 주체를 지자체로 정하는 것을책임 회피로 호도하거나 왜곡할 일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학교는 학생 교육에 전념하고 지자체는 주민 수요를 반영한 돌봄을 복지 치원에서 내실 있게 다지자는 호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은 "지자체는 지역사회에 돌봄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가되, 현재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학교 돌봄교실을 제공하는 등 지원은 이어질 것"이라며 "재정자립도가 다른 지자체 별로 돌봄 서비스에 차이가 없도록 국가와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관련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 배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돌봄 인력의 신분과 처우 개선도 요구했다. 지자체가 돌봄 인력의 근무 여건과 고용을 안정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지자체가 돌봄을 맡으면 민영화되고 집단해고가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에는 공감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저출산과 감염병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돌봄에 대한 수요도 점점 커질 것으로 봤다. 교총은 "지금처럼 교사에게 떠맡기는 임시방편이 아닌 국가와 지자체의 돌봄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돌봄교실의 운영·관리 주체를 지자체로 하는 법·제도를 조속히 마련하고 지자체가 돌봄 인프라 구축과 재정 확보, 고용 안정을 기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용인시을)이 25일 300세대 규모 미만의 주택건설용 토지를 조성· 개발하거나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계획의 허가·인가 또는 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현황을 분기별로 해당 교육감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300세대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시행자는 학교용지를 의무적으로 개발 · 확보하고, 교육감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300세대 규모 미만의 경우는 교육감이 주택건설 사업 계획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했다. 300세대 규모 미만의 소규모 주택개발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사업이 다수인 지역에서는 교육감이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 유발 학생 수 추정과 과밀학급, 학교 신설에 어려움이 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교 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 교육감이 300세대 규모 미만의 주택건설사업에 대해서도 현황을 통보받을 수 있어 취학수요를 반영한 적정 규모의 학교용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기 의원은 “교육당국이 소규모 주택개발사업의 인 · 허가 현황을 통보받음으로써 그동안 취학수요에 반영되지 못했던 학생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어 과밀학교 문제를 사전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남교총(회장 심광보)은 경남도교육청이 15일 발표한 전교생 60명 미만 소규모학교의 자율학교 지정·운영 등 내용을 담은 ‘경남 교원 인사제도 혁신안’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정단체나 노조 출신 평교사의 교장 승진을 위한 꼼수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남교총은 24일 성명을 내고 “혁신안의 각 과제별 주요내용을 보면 적용방법과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본질과 학교민주주의를 와해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혁신안에 앞서 ‘자율학교 지정·운영계획’을 내려 보낸 것과 관련해 무자격 교장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60명 이하 전 초·중·고교는 교육감 직권으로 자율학교로 지정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도내 6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인 140여개의 모든 초등학교가 자율학교로 지정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학생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을 비춰보면 추후 더 많은 학교를 자율학교로 지정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경남교총의 관측이다. 이들은 도교육청에 이해당사자인 교사, 교감, 교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현장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공청회도 열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새로운 혁신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경남교총은 “자율학교에서 4년을 근무한 공모교장이 아닌 교장은 근무 시·군의 학생 ‘60명’ 이상의 학교에 자리가 없을 경우 타 시·군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교감의 경우 교장으로 발령이 나려면 최장 8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혼선이 빚어질 것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 교육활동을 위해 헌신하며 쌓은 경험을 학교관리자로 발휘할 기회를 박탈함과 동시에 교감·교장 순환 승진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막강한 권력행사를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학교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인사제도 혁신안이라고 하기에는 과정의 공정성과 그에 따른 결과의 정의와는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35년 간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부부가 식탁에서 나눈 대화를 책에 담았다. 김창용 인천청학초 교장(인천 동부교총 회장·사진 오른쪽)과 아내 김영주(왼쪽) 한라대 겸임교수는 교육 관련 주제로 서로 대화했던 내용을 엮어 ‘유쾌한 부부의 교육수다’를 출간했다. 22일 인천청학초에서 만난 김 교장은 “올해 결혼 30주년인 우리 부부는 온종일 대화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며 “아내가 꼼꼼한 성격이라 대화내용을 기록해뒀다”고 말했다. 부부는 모든 학교 급의 학생들을 살펴온 독특한 경력을 지녔다. 김창용 교장은 현 학교 부임 전 강화 서도 유·초·중등 통합학교 교감으로 4년6개월을 근무하면서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연령별로 접했다. 김영주 교수는 영·유아교육기관 운영, 다년간 대학출강으로 유치원과 대학생들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런 교육전문가 부부의 경험담은 예사롭지 않다. 최근 교육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처방까지 유쾌하고 명쾌하게 풀고 있다. 책은 ‘교육현장에서 바라보는 고민’, ‘미래 아이들을 위한 유쾌한 교육수다’, ‘교육자로서 부부의 반성’, ‘미래 아이들을 위한 우리 부부의 교육 제안’ 등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됐다. ‘스마트폰 중독’, ‘부모의 의존도가 높은 아이들’,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힘이 약한 아이들’, ‘혼란 속에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이하는 아이들’ 등 현재 교육계가 풀어야 할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맨 앞장을 열고 있다. 김 교장은 “매번 수다의 출발점은 잘하는 아이들의 칭찬보다는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들의 문제점부터 시작하게 된다”면서 “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단골 메뉴”라고 털어놨다. 도합 70년 경력의 ‘교육자 부부’는 그 문제들을 교육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힘’과 관련된 대화에서는 ‘몸에 대해 공부하는 셀프백신’, ‘다양한 채소 섭취’ 등이 거론된다. 대화가 끝난 뒤 등장하는 ‘생각정화’에서는 ‘코로나19 걱정 대신 가정에서 아이와 신명나게 놀기’, ‘내가 감염될까 두려워하는 세상보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진 않을까 하는 배려 배우기’, ‘비난이나 모욕 등에 대한 대응 방법 지도’ 등이 제시되고 있다. 두 사람은 “부부가 집필하게 된 점과 학생들의 생각을 담아내서 책을 쓴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우리의 책을 통해 단 한명의 부모라도 생각의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부는 지난달 책이 나오자 전국 교육기관 2000여 곳에 기부했으며,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판매 수익금 전액도 사회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코로나 시대에 먹먹하고 우울한 교육가족을 위로하고 함께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모으고 싶다”고 전했다.
매년 12월은 동아리 활동과 축제 준비로 정신없이 보내는 시기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12월 말에 있을 동아리 발표 준비로 학생들에게 참가 신청을 받고 참가 자격 여부를 점검하는 1, 2차 예심을 실시하였다. 행사 준비는 매우 순조롭게 흘러갔다. 3학년 밴드부, 2, 3학년 댄스부, 3학년 마술, 각 학년 개인별 노래, 악기 연주 등 다양한 1, 2부를 구성하여 가정통신문까지 학부모님들에게 전달되었다. 축제 3일 전 방과 후 한 여학생이 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저… 선생님께 할 말 있어서 왔어요…” “그래? 무슨 얘긴데?” 내 질문에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저도 노래 부르면 안 될까요? 허락해주시면 정말 열심히 부를 수 있어요!!” 예심이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물었다. “이번 축제 때 부르겠다는 말이야?” 그 여학생은 “네”하고 대답을 했다. 이미 1, 2차에 걸쳐 예심을 통과한 학생들만 참가하는 축제라 곤란할 것 같다고 단호하게 얘기하고 학생을 돌려보냈다. 다음 날 아침 전날 찾아왔던 여학생 담임선생님께서 전화가 왔다. 통화 내용은 이러했다. 그 여학생의 이름은 3학년 이다희 학생으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를 자주 결석하였고 급기야 3학년이 되어서는 장기결석으로 졸업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학교 부적응 학생이자 학교에서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는 학생인데 뜻밖에도 어제저녁에 담임선생님께 축제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도와달라는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추가로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다희가 우울증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직접 자르는 행위를 자주 했고 그로 인해 머리가 엉망이 되어 현재 가발을 쓰고 있는 상태라고 알려주었다. 다희네 반 담임선생님과 전화를 끊고 머리가 매우 복잡해졌다. 철저히 지켜왔던 원칙과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융통성 있는 학생지도가 맞는 건지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다희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제안했다. 너의 노래를 들어 보겠다고 그러니 등교를 하라고… 다희는 점심시간쯤 학교에 등교했고 방과 후에 노래를 테스트했다. 많이 긴장했는지 매우 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쉽게도 자신의 실력을 나에게 전혀 보여주지 못하였다. 나는 다희의 노래를 듣고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제안했다. “많이 떨렸지? 실력을 다 못 보여준 것 같은데?” 다희는 눈물을 흘렸다. 자신도 실수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다희야! 왜 이렇게까지 노래를 부르고 싶은 거야?” 난 점점 다희의 속마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졸업이잖아요? 친구들에게… 저도 3반에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요.” 다희를 귀가시키고 담임선생님에게 다희의 집안 사정을 자세히 듣게 되었다. 부모님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혼하셨고 그때부터 할머니가 돌봐주셨으며 최근에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다희를 돌보기 힘들다는… 다희는 중학교에 올라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자신의 머리를 가위로 자르는 자해를 했다는 얘기까지… 그날 저녁 다희에게 전화했다.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주면 공연 오프닝에 노래를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노래 곡목은 종전에 불렀던 슬픈 노래가 아니라 활기차고 희망적인 노래를 선정하고 예선을 하지 않고 어떻게 이 자리에서 노래하게 되었는지 왜 꼭 노래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노래 시작 전에 말하기를 제안했다. 다희는 다음날 아침 밝은 모습으로 사무실에 나타나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축제의 날이 다가왔다. 학교 강당에는 많은 학생이 이른 시간부터 앞자리 쟁탈전을 벌이면서 축제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재잘대는 아이들의 소리 사이로 사회자의 시작 멘트가 울려 퍼졌고 사회자는 첫 오프닝 출연자를 소개하였다. “첫 번째 노래를 선보일 학생은 3학년 3반 이다희 학생입니다. 힘찬 박수 부탁합니다.” 사회자의 소개 멘트 후 다희는 무대에 걸어 나왔다. 학생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누구야?” “예심에선 못 보던 앤데?” “다희?” “쟤가 노래를 한다고?” 등 이런 말들로 술렁대기 시작했다. 무대 중앙에 서서 한참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이 없던 다희는 천천히 머리를 들며 자신이 쓰고 있던 가발을 벗어 버렸다. 이 모습을 본 학생들은 고함을 지르며 “대~~박”,“뭐야”,“미친 거 아냐?” 등 많은 야유의 말들을 쏟아냈다. 다희는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 번 치더니 인사 멘트를 했다. “저는 학교 오기가 정말 싫었습니다. 모두 저들 욕하는 것 같고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을 꽁꽁 감싸고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용기를 내어 여러분들 앞에 나왔습니다.” 학생들의 야유는 조금씩 줄어들었고 다희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저도 3학년 3반 학급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억되고 싶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이런 용기라도 내지 않는다면 저는 영원히 저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숨어지내고 싶지 않아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세요!” 다희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희의 말을 경청했던 학생들은 숨죽이며 노래를 들었다.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단 한 사람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학생들은,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라는 가사에서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합창하기 시작했고 다희가 2절을 부르는 내내 서로를 응시하며 다희와 함께 합창했다. 선생님들과 몇몇 여학생들은 눈물을 흘렸고 남학생 몇몇은 주먹을 치켜올리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다희가 인사를 하고 무대를 급히 빠져나갈 때 한 아이가 소리쳤다. “다희야 사랑해!”,“다희야 힘내!!”. 어떤 꾸러기 학생은 “나랑 사귀자”까지 외치며 다희를 응원하고 다독여주었다. 축제는 끝이 났다. 그리고 다희는 졸업 후 교정을 떠났다. 그 이후 다희는 남친이 생겼다는 후문도 있고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적응을 매우 잘하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학교에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착오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연습 삼아 현재 학생들에게 적용했던 방식이 학생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황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서 원칙과 규칙을 예전에 했던 방식 그대로 적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학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마음이 아프고 닫힌 아이들을 위해 규정된 틀과 방식들을 과감히 탈피하는 탄력적이고 융통적으로 대하는 방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 지금 우리의 교실에 존재해 있지만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 2020 교단수기 공모 - 동상 수상 소감 축제 해프닝 덕에교사로서의 가치관을 정립... “원칙대로 합시다!” 이 말은 내가 교직 사회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말이다. 그 당시 많은 업무와 공문 덕(?)에 교사로서 무엇이 우선인지 생각지 못하고 하루하루 의무방어를 하듯 학교생활을 했던 것 같다. 학생부장이란 직책으로 그리고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학생들의 의견엔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고 학생들의 고민거리가 접수되면 특정 상용구를 사용하듯 형식적인 답변을 보내고 아이들에겐 최고의 해결사라고 스스로 자부했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로 말이다. 다희 학생이 깨우쳐준 축제 해프닝 덕에 나는 교사로서의 가치관과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생활지도는 과거 학생들에게 적용했던 많은 판례와 원칙들을 현재 있는 모든 학생에게 균일하게 적용하는 법규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다희 학생과 같이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는 기존의 방식과 원칙을 균일하게 적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즉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을 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에 다가가는 연습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다희 학생을 통해 알게 되었다. 교사는 형식과 원칙만을 고집하여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아니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을 전해주는 행복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집불통 학생부장을 다소 부족한 행복 전도사로 변신할 수 있게 기회를 준 다희 학생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교육 가치관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은 채로 학생들을 의무감과 형식으로 대했던 그 시절 그리고 그 경험이 나에게는 많은 반성과 후회로 남지만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참 스승으로서의 자세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시간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승규(가명)가 다쳤다.” 며칠 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큰 사고를 당해 집에서 쉬면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갑자기 승규가 보고 싶다. 수업을 왕따시키고 하루 종일 만화를 그리던 녀석, 연습장에 그린 만화가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어 번호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게 만들었던 녀석, 왠지 모를 우울함에 젖어 창밖을 자주 바라보던 녀석이다. 때론 장난을 치다가 갑자기 화를 내서 친구들을 당황시켰고, 단단히 화가 나면 눈빛이 변하고 아무도 말릴 수가 없는 감정 조절의 문제를 가진 녀석이다. 미납자 명단. 교과서 대금이 미납되어 전체 예산을 처리할 수 없다는 행정실의 최후 독촉을 받고 승규를 떠올리게 된다.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승규와 처음 만났다. 승규의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아버지가 아들을 양육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조금의 수입을 위한 일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에서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첫 상담에서 “저는 꿈이 없어요. 모든 것이 재미가 없고, 살아가는 이유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던 승규의 말이 가슴에 박혔었다. 현재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세상을 바라보는 승규의 시선을 바꿀 수 있을까, 어떤 도움을 줘야 승규가 꿈을 찾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될까?” 초보 교사에게 어려운 과제였다. 미납자 명단을 몇 차례 받은 승규는 친구들의 장난에 화를 내고 수업을 나가버렸다. 운동장 벤치에서 아픈 미소로 죄송하다는 승규의 손을 꼭 잡고 옛이야기를 펼친다. 다섯 식구가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그리던 아이, 바보 같아서 부유한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할 줄 몰랐던 아이, 그 아이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함께 한다. “그래, 선생님의 아버지는 채소 장사를 하셨어. 가난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정말 어렵게 자랐단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야. 내가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선생님이 너의 꿈을 도와줄게. 미래의 승규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함께 그려보자.” 승규는 작은 목소리로 화가가 되어서 자신만의 화풍으로 세상을 그려내고 싶다고 했다. 승규가 즐겁게 꿈꿀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왜냐하면 승규의 미래를 함께 꿈꾸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교과서 대금 미납자 명단에 승규의 이름은 없었다. 미래의 화가에게 먼 훗날의 초상화를 부탁하며 고맙다는 인사는 받지 않았다. 그 이후 미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미술학원의 일을 도우며 무료로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소개해주었다. 승규는 미술학원에 다니면서부터 화를 내는 일도 줄어들고 학교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수업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작가의 시선으로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쉬지 않고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승규가 꿈꾸기 시작하는 것은 나의 행복이요, 가슴이 뛰는 이유가 되었다. 가정통신문. “꽃피는 봄이 왔습니다. 학사계획에 따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갑니다. 가정에 평안과 축복이 있길 기원하며 30만 원을 입금해 주세요.” 승규의 가정에는 평안과 축복이 사라졌다. 꽃 피는 봄이 오고 수학여행이 다가왔다. 처음 비행기를 타는 친구들에게 “비행기를 탈 때는 신발을 꼭 벗고 타야 한다.”라고 강조를 했다. 새 옷을 산다고 신난 친구들 사이의 승규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화가 났고, 눈물이 났고, 마음이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승규의 아버지가 미웠다. 교무실로 돌아와 승규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자신들의 행복을 포기하고 자녀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교통사고를 당해 누워있는 승규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웃고 있는 승규의 눈빛이 나의 가슴을 쳐서 한숨을 닦으며 고개 숙여 쉬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불편한 저녁이다. 근심 가득한 표정의 이유를 설명하자 “담임 선생님이 도와줘야죠. 당신이 꿈꿔오던 선생님의 삶을 사세요.”라는 아내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고민의 해답을 찾은 것이다. “승규야, 수학여행 가자. 학교에서 체험학습 비용을 지원하는 학생을 선발했어.” “……” “선생님이 추천서를 너무 잘 써서 네가 선발되었어. 선생님 잘했지?” “선생님!” 승규가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조용히 나의 통장에서 30만 원이 출금되었다. 제주도 수학여행 단체 사진에는 우리 반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천지연 폭포로 걸어가며 함께 노래 부르고, 성산 일출봉 정상까지 경주를 하며, 우도의 해변에 우리들의 발자국과 시간과 사진을 남겨 두었다. 선생님의 응원이 힘이 되었던 것일까? 승규는 온갖 재미있는 표정으로 교실에 웃음 바이러스를 퍼트렸고 성적도 조금씩 좋아졌다. 교내 미술대회와 지역의 예술제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으로 수상하며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었다. 성규가 행복해질수록 나의 행복도 커져갔다. 11월 선생님의 생일, 승규는 그림보다 더 큰 미소를 지으며 나의 초상화를 내밀었다.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왜 눈시울이 따뜻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함께 걸어가는 교사가 되었다는 안도감이었는지 모르겠다. 처음 선생님이 되어 가출한 학생을 찾으려고 새벽까지 온 동네 pc방을 돌아다녔고,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의 집을 찾아다녔고, 말썽부리는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슬픔에 빠진 아이들과 함께 울었다. 승규의 선물을 받고 ‘조건 없이 끝까지 사랑하겠다.’는 기도로 출근하던 첫 마음을 떠올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에게 좋은 선생님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으로 변해가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 생일이었다. 벌써 승규가 잊혀질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는 변함없이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하던 어느 날, “억울하면 꿈이 아니다.”라는 어느 강사의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나는 사범대에 가기 위해 학원에 다니며 재수를 했다. 새벽부터 수업을 듣고 자율학습에 빠지지 않고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여 대학에 입학했다. 4년의 대학 생활도 좋은 학점을 유지하기 위한 치열한 삶이었다. 졸업하고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화장실도 가지 않으며 공부하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매일 종류별로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으며 공부를 했다. 교사가 된다는 꿈이 나에게 힘듦이 아닌 행복을 주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교사가 된 지금의 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퇴근 시간과 주말을 기다리는 직업인이 되어 있다. 업무관리에 쌓이는 공문의 숫자에 지쳐가고, 나의 업무가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학급 아이들 관리에 피곤함을 느끼고 선생님의 사랑에 반응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나의 사랑이 억울하고, 각종 연수에 참여하고 연구해서 열심히 수업하는데 학생들이 수업에 즐겁게 참여해주지 않아서 억울하다. 꿈도 없이 의욕도 없이 공부도 하지 않고 버릇없이 행동한다고 “저 녀석은 왜 저럴까?”라며 아이들 탓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꿈꾸던 교사가 되어 가슴 뛰게 수업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 않은 나의 모습이 슬펐다. “승규가 다쳤다.” 오늘 승규를 떠올리며 ‘나는 내가 꿈꾸었던 선생님의 모습으로 살고 있나?’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된다.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꿈꾸며 학생들 마음속의 자랑스러운 선생님이 되고 싶던 첫 마음이 시들어가던 오후,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승규야.” “선생님!” “그래. 선생님이다!” 나는 승규의 선생님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내일도 나는 아이들을 조건 없이 끝까지 사랑하는, 수많은 제자의 마음속에 간직될 자랑스러운,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는 선생님이다. 억울하지 않다. 사랑해서 행복한 꿈 꾸는 선생님이다. 학교가 꿈동산이 되도록 즐겁게 다시 한번 뛰어보자. 끝까지 달려가자. ------------------------------------------------------------------------------------------------------------------ 2020 교단수기 공모 - 동상 수상 소감 꿈꾸는 선생님 선생님들의 ‘보람’은 잘 지내고 계십니까? 첫 마음은 그때뿐이야. 이제 나도 나이가 …. 시대가 변했고, 나의 역할이 변했잖아.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중에 교단 수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수기 속의 선생님들의 열정과 헌신에 가슴이 뛰기도 했고, 때론 눈물 흘리기도 했습니다. 나의 작은 열정도 누군가의 식어가는 가슴에 작은 불씨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부끄럽지만 교단 수기에 공모하게 되었습니다. 수기를 쓰면서 승규와 수많은 제자들을 떠올리며, 정작 “아이들의 행복이 커질수록 나도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라고 과거형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교단 수기 공모를 통해 첫 마음을 기억할 수 있는 큰 상을 받았는데 수상하게 되어 더욱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했던 승규와 수많은 아이들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랑할 것에 대한 과제를 부여받은 것 같아서 수상의 기쁨은 커다란 부담이기도 합니다. “이 과제를 잘 할 수 있을까?” 부족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주시는 여러 선생님과 소중한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집니다. 감사합니다.
올해 초 정부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 승하차 구역을 설치하겠다는 ‘드롭존’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교통사고의 후속 대책이라 할 수 있었기에 그 파장은 유달리 컸다. 그러나 이 소식을 뒤늦게 들은 나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드롭존(drop zone)’이라는 단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외국어 오·남용 부추기나 우선 드롭존(Drop Zone)은 완전한 외국어 단어라서 학교에서 지향해야 하는 국어교육의 목표와는 정확히 상반된다. 부끄럽게도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 8단원 우리말 지킴이에는 이런 식으로 외국어를 남용하면 안 된다는 학습 목표가 버젓이 실려 있다. 게다가 이 단원은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외국어를 남용하는 사례를 조사해 발표하는 활동이 포함돼 있으므로, 학생들은 분명히 학교의 드롭존을 제1번 남용 사례로 찾아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교사로서 나는 학생들을 과연 어떤 표정으로 바라봐야 할까? 게다가 더욱 부끄러운 점은 심지어 승하차 구역을 뜻하는 단어가 ‘드롭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생들의 승하차 구역을 뜻하는 단어는 ‘드롭오프존(drop-off zone)’이다. 드롭존은 폭발물, 낙하물 등의 투하지점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로 드롭오프존과는 다른 단어이다. 물론 간혹 외국학교에 드롭존이 있기도 하다. 그 사정은 대강 이렇다. 학생들이 수업을 찾아 이동하는 외국학교는 소지품을 놓아둘 만한 곳이 딱히 없어 사물함을 복도에 만든다. 그런데 사물함을 준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학교에서는 소지품을 잠시 내려두는 드롭존을 설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신발주머니함 정도의 개념인 셈이다. 따라서 드롭존 어쩌고 하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창피함에 눈시울이 붉어지다 못해 검어질 지경이었다. 국록을 먹는다는 사람들이 조어력(造語力)이 부족해 외국어를 끌어오고도 당당하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심지어 빌려온 외국 단어도 굳이 틀린 것을 가져와 오용하는 데에는 대체 어떤 행정력이 발휘되었던 것일까. 학교의 여러 장소는 수십 년에 걸쳐 학생들의 뇌리에 깊게 뿌리내리곤 한다. 선생인 나도 초등학생 때 얼음 땡을 하던 거북이 동산이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런데 거북이 동산 대신 터틀플레이존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면 지금까지 그 따스한 동산의 감각이 남아있을 수 있었을까? 이런 부분에까지 행정가들에게 섬세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중치 못한 발표에 피로 증가 그러나 바로 오늘 나를 가장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허장성세가 금강산의 비로봉만큼 높았던 드롭존 계획이 아니라, 그렇게 홍보하던 드롭존이 어느새 흔적도 없이 우리 사회에서 쏙 사라져버렸다는 소름 끼치는 일이다. 드롭존을 설치하겠다던 사람들은 반년도 더 지난 지금,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길래 이렇게 조용한 것일까?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드롭존 계획. 상위기관의 섣부른 발표 하나하나에 누적된 일선 학교의 피로도는 이미 끔찍한 수준이다. 신중하지 못한 발표들이 범람하며 학교를 점차 침몰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연 필자만의 기우에 불과할까? 드롭존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다음 사고가 터져야만, 이미 물이 끓어 넘치고 냄비뚜껑이 벗겨져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될까.
최근 교육부에서는 오는 10월 중에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공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에게 교사 선발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알다시피 교원 임용시험은 1차 필기시험, 2차 실기․수업 시연 및 심층 면접으로 치러진다. 1차 성적과 2차 성적을 각각 50%씩 반영해 최종 합산한 성적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교원의 지방직화 준비 수순 이번에 교육부에서 내놓은 개정 규칙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1차 필기시험은 현행 방식대로 그대로 진행되지만 2차 시험의 과목 구성과 배점을 교육감이 임의로 정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1차 시험, 2차 시험 성적의 반영 비율도 교육감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1차에서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얻어도 2차 전형의 실기(수업시연 및 심층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교육감의 공약 사항 및 교육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찬성하는 예비 교원만 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평가에 주관적,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아주 크기 때문에 임용시험의 공정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현재 시․도교육감에게 교사선발권을 부여하는 임용시험규칙을 두고 교육 현장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육감에게 교사선발권을 부여하는 규정 철회를 요구합니다’라는 글도 올라왔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은‘지방교육자치 역량 강화 방안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으로는‘교사의 지역별 고유성’을 위한 지역 중심의 인사 제도 혁신 중 하나의 정책으로 교원의 지방직 전환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에 있었던 막강한 인사 권한을 시․도교육감에게 대부분 이양 및 위임하면서 교원의 지방직화를 서서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격차 해소가 우선돼야 그렇다면 교원 선발권을 교육감에게 위임하고, 교원을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변경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현재 지방마다 교육재정 여건이 다르기에 재정여건이 좋은 서울이나 인구가 많은 수도권은 학생들이 좋은 교실, 맛있는 급식, 그리고 양질의 수업내용과 우수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농산어촌이 존재하는 지방의 시․도교육청의 경우에는 재정여건이 부족하기에 풍족하게 사용할 재정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 이는 그동안 공평한 학습기회를 강조했던 공교육이 학교 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모든 피해는 해당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교육부의 과도한 권한은 시․도교육청으로 이양 및 위임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교원 선발권 위임 및 교원 지방직화는 많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알다시피 교원의 사기는 교육력과 직결되는 만큼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교육감의 교사선발권 부여 및 교원 지방직화는 철회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지역 간의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기회의 형평성 확보가 가장 최우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교원 연수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원격연수를 신청하는 교원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언택트 교육에 필요한 IT 관련 주제 강의가 인기를 끌었다. 준비 없이 시작된 원격수업이었지만, 교사들은 연수를 통해 필요한 지식을 채워나가고 있다. 사제동행 원격교육연수원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원격연수 수강생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정도 수강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하자 다음 달인 3월 수강생은 전년 대비 220% 가까이 늘어났다. 지역 감염이 시작됐을 시점에도 원격연수 수강생이 증가했다. 인기를 끈 강의는 IT 관련 주제였다. 특히 구글 클래스룸 활용법을 배울 수 있는 ‘종이 없는 미래 교실의 시작, 구글 클래스룸’, 유튜브 사용법을 안내한 ‘선생님이 유튜브 해도 되나요?(유튜브 사용설명서)’가 교사들의 많은 선택을 받았다. ‘종이 없는 미래 교실의 시작, 구글 클래스룸’을 수강한 A 교사는 “1학기 때 온라인 학급 운영을 위해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했지만, 시행착오가 많았다”면서 “강의를 듣고 나니, 이제 여유 있게 수업을 구성하고 다양한 교육활동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B 교사는 “지역 교육청에서 준비한 2시간짜리 실시간 강의로 사용법을 익히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크고 작은 실수가 생겨 원격연수를 신청했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실수도 줄이고 익숙해졌다”면서 “구글 클래스룸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한 후 필요에 따라 교육활동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력 격차와 수업 결손, 진로 지도에 대한 고민도 묻어났다. 기초학습과 진로 주제로 한 ‘아이들의 진로진학, 전문가와 설계하다’, ‘만남, 관계 맺기, 회복을 위한 열린 질문기법’, ‘기초학력 향상 행복수업 희망교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놀이수업(한글·수·연산)’ 등을 신청한 수강생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청의 추천으로 ‘기초학력 향상 행복수업 희망교실’을 수강한 C 교사는 “그동안 학습 부진아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면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올해 학급 담임을 맡은 D 교사는 전화 상담을 하다가 한글 미해득 문제과 수 연산에 어려움이 있다는 학부모들의 고민을 접했다. 고작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자존감이 낮아졌다는 얘기에 관련 연수를 알아봤다. 그는 “코로나19로 아이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 수강하게 됐다”면서 “연필 쥐는 방법부터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선생님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귀띔했다. 김재철 사제동행 원격교육연수원장은 “올해 원격연수는 코로나19와 맞물려, 원격수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고, 학력 격차 문제가 대두되면서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연수도 교사 개인뿐만 아니라 교육청 차원에서도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언택트 교육이 일반화할 것에 대비해 관련 연수를 지속해 개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공교육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우리 사회는 기존 방식으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고 경고한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채근한다. 갑작스러운 사회적 요구에 교육 현장이 과도기를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나아가 미래 교육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학교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작은 학교의 약진이 고무적이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통폐합 위기에 몰리고 학교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자구책을 찾고 내공을 쌓아 미래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편집자 주 경기 이포초에는 최근 문의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 인근 큰 학교에서 전학을 오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전화였다. 거리가 멀어 학부모가 직접 등·하교를 해야 하지만,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한다. 실제로 3학년생이 7명이었는데, 올해만 2명이 전학을 와 현재 9명이 재학 중이다. 여주 시내에서 떨어진 이 학교에 학부모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이포초는 온라인 교육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교생이 지난 4월부터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교내 어디서든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전교생 수만큼 스마트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부터 디지털교과서 선도학교, SW교육·AI교육 선도학교, 미래 교육 중점학교를 운영하면서 구축한 시스템과 수업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는 중이다. 실시간 화상회의 플랫폼 줌과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해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수업을 진행하고, 예체능 교과는 과제형으로 병행했다. 가정에서 실시간 수업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거나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학부모의 동의를 받고 가정을 방문해 교사가 직접 도왔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나 가정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학생은 학교로 불러 학습 결손이 발생하지 않게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생, 학부모들의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도 이포초는 동요하지 않았다. 전교생 45명, 6학급인 시골 작은 학교의 저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등교가 중지됐을 때, 처음 2주는 온라인 클래스 이학습터에서 제공하는 과제 중심 수업을 꾸려나갔다. 일주일에 한 번, 학습 꾸러미를 배부하고 과제물을 확인, 피드백하는 방법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저학년은 온라인 클래스나 이학습터에 로그인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태블릿으로 수업하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적지 않았다. 교사들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학생들의 모습에 고민했고, 자발적으로 ‘원포인트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꾸려 원격수업을 준비했다. 장승오 교사는 “교사마다 자신 있는 분야를 정해 원격수업에 필요한 도구를 익히고 디지털기기 활용법을 터득해 배움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회의를 거쳐 원격수업 도구는 하나로 통일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등교할 때와 다르지 않게 수업할 방법을 고민하고 공부하고, 또 공유했다. 원활한 수업을 위해 필요한 장비는 각종 공모사업을 유치해 받은 예산으로 구입했다. 지난 14일부터 등교수업을 하고 있지만,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비하고 있다. 장 교사는 “교육 현장이 전환기를 맞은 것”이라고 했다. “모든 게 처음이었어요. 당황스럽고 고민이 많았죠. 원격수업에 최적화된 방법을 지정해줬으면, 혼란이 적었을 것 같아요. 교사 개개인에게 수업 플랫폼을 선택하라고 하니,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지칠 수밖에요. 한 달 정도면 끝나겠지, 했는데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까 학부모님들도 불만이 커지고요. 하지만 이제 적응하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원격수업에 활용한 도구들을 등교수업에도 활용하면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겠다, 싶을 때가 있어요. ‘블렌디드 러닝’의 효과도 이야기되고 있고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려면, 국가 차원의 온라인 인프라 구축과 학급당 학생 수 조정 등이 시급하다고 했다. 교사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관련 연수의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한정된 조건에서 성공적으로 원격수업을 준비한 사례가 더 많이 공유돼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학생들이 학교에서라도 웃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경순 교장은 “배움의 열정을 가꾸는 학생들과 가르침에 있어 언제나 정성을 다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새로운 공교육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 “작은 학교의 저력을 보여주세요” 본지는 코로나19 상황에도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미래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학교의 사례를 제보받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언택트 교육의 실마리를 작은 학교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제보 메일 kmg8585@kfta.or.kr
교육감에게 교사 선발권을 위임한다는 교육부의 임용시험 규칙 개정안을 철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9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동의했다. 지난 14일 게시된 ‘교육감에게 교사 선발권을 부여하는 규정 철회를 요구합니다(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2722)’ 글은 교사 선발 과정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감에게 교사 선발권을 주면 교육감의 정책과 이념에 맞는 사람만 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사범대 학생임을 밝힌 한 청원인도 임용시험 규칙 개정안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한국교총은 24일 임용시험 규칙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확산에 대해 “교육부는 지역인재 선발은커녕 교육 정치화만 초래할 교원 임용시험 규칙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제대로 된 협의와 공감 없는 일방행정에 대한 비판이자, 공정한 교사 선발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교육감에게 교사 선발권을 부여하면 교육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필기시험 등이 축소되거나 무력화되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면접 등의 비중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또 교육감의 정책과 이념이 반영된 면접, 논술시험 등을 강화하고 당락을 좌우할 요소로 작용한다면, 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공정성은 무너지고 교육의 정치화만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임용시험 규칙 개정이 교육부가 밝힌 대로 지역인재 선발을 위해서라면, 지역인재 선발을 위한 시험 방식과 절차부터 고민하고 제시했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시험의 공정성을 해치는 자의적·주관적인 평가를 배제할 방법도 구체적으로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은 “기존에 명시된 내용까지 삭제하고, 교육감에게 시험 방식과 합격 기준을 일임하면 된다는 식이라면 과연 누가 개정 절차와 내용에 대해 공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헌법상 교원의 지위는 법률로 정하게 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2014년 대법원의 판례에도 ‘교원의 지위에 관한 사항에는 교원 임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교총은 “교원 신분의 취득 여부를 결정짓고 제한하는 중요한 내용이 법률은커녕 대통령령, 교육부령도 아닌 교육감의 지침 수준에서 좌지우지 하는 것은 교원지위 법정주의에도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교원의 지위를 흔들고 임용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하며, 교육의 정치화와 편향교육을 초래하는 임용시험 규칙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교총은 교육부가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해당 규칙 개정을 강행한다면 행정소송과 대국회 활동, 국민청원 서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 활동을 전개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