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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겨울방학이 되면 그동안 미뤘던 교육전문직 시험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구체적인 집단면접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집단면접은 토의·토론의 방법을 통해 평가한다. 교육전문직에서 평가하는 토의·토론형식에서 공통적으로 참고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개별 발언시간 초과 시 고지 여부 • 모두 입장 후 1명씩 돌아가며 인사 후 착석 • 필기 가능 여부 • 문제지 펼치며 시간 측정 시작 • 번호 순서대로 찬성/반대(예: 1~3번 찬성/ 4~6번 반대) - 1차 토론 후 입장을 바꿔 재토론 실시 • 찬성 측(혹은 반대 측)부터 발언. 자연스럽게 시작 • 사회자 및 퍼실리테이터, 정리자(노트북) 유무 위에서 제시한 공통사항 중에서 필기가 가능하다면 키워드 중심으로 간단히 메모하여 활용하면 핵심내용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발언 순서를 기억해야 자기 순서가 아닌데 갑자기 끼어든다는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입장을 바꾸어 다시 토론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부분과 함께 상대방의 논리에 대한 장단점 분석을 간단하게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반대 입장에서 주장을 펼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공통사항을 잘 숙지하여 반복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실제 각 시·도별 평가장에서 제시하는 평가방법과 조건에 따라 연습한 공통사항들을 잘 활용하여 적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토론과 토의 2가지 집단면접 방식에 대한 형식을 살펴보자. 6인 1조, 진행시간 45분 기준으로 된 토의·토론 형식의 예시이다. 집단토론 예시 ① 토론 절차 숙지(5분) ⇒ ② 문제 분석 및 구상(3분) ⇒ ③ 주장(9분, 1인당 90초) ⇒ ④ 반론 및 반론 꺾기(12분, 반론 1분, 꺾기 1분) ⇒ ⑤ 입장 바꾸기(1분) ⇒ ⑥ 주장 펼치기(9분, 1인당 90초) ⇒ ⑦ 마무리(6분, 1인당 1분) 제시된 예시는 집단토론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이다. 평소에 이 순서에 따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현안과 문제에 대해 구술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물론 스터디를 통해서 장소와 시간 등을 실제 평가장처럼 꾸며 놓고 연습하는 것은 더욱 좋다. 특히 중간에 입장을 바꾸어서 하는 토론의 경우, 처음 입장을 주장할 때 자기 생각이 완벽하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게 되면 입장이 바뀌었을 때 자기 발언 때문에 난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극단적인 표현이나 한쪽의 일방적인 견해를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PART VIEW] 자기주장에 대해 발언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토론하며, 자기 의견을 정리하는 집단토론 형태의 구체적인 집단면접 방법 예시를 하나 더 살펴보자. 구상(3분/5분) ⇒ 주제 발언(2분) ⇒ 1차·2차 질의응답 ⇒ 마무리 발언(2분) • 발언 시작은 “수험번호 ( )번 말씀드리겠습니다”로 시작 • 주제 발언은 평가장의 1번부터, 1차 질의응답은 2번부터, 2차 질의응답은 3번, 마무리 발언은 4번부터 시작 • 질의응답 시 1명을 지명하여 질문(1분)하고 피지명자는 답변(2분), 다시 추가 질문(1분)-응답(2분) - 답변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고 답변하는 것을 반복 - 첫 번째 질문한 사람(1차 질의에서는 2번, 2차 질의에서는 3번)은 맨 나중에 답변자가 되고, 질문을 한번 받은 사람에게는 질문 금지 위와 같이 토론하는 방법과 순서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고 실시하는 경우도 있으니 각 시·도별 평가장에서 제시하는 토론방법과 조건을 잘 파악해야 한다. 집단토의 예시 ① 토의 절차 숙지(5분) ⇒ ② 문제 분석 및 구상(3분) ⇒ ③ 기조 발언(1인당 1분) ⇒ ④ 질의응답 ⇒ ⑤ 마무리(1인당 30초) ⇒ ⑥ 토의 결과 정리 ※ ③ ~ ⑥ 총시간 37분 집단토의에서는 앞부분의 기조 발언이 중요하다. 3월호 원고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기조 발언에서 자기주장의 핵심내용과 간단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최선의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협력적 토의과정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평가하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의 방법 찾기를 목표로 하는 집단토의 형태의 구체적인 집단면접 형식을 하나 더 살펴보자. 이러한 집단토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위해 검토·협의·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단면접 절차를 숙지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문제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두루뭉술한 내용으로 논지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안 되고, 자신만의 창의적 문제해결 전략이나 현장 적용에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제 토의·토론의 구체적인 방법을 기출문제로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입론→ 반론→ 평론의 집단토론 절차로 이루어진 2020년 서울시교육청의 2차 전형의 형식을 살펴보자. 위와 같은 집단토론의 방법을 보면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집단면접에서 지향하는 것이 주제에 대한 합당한 의견이나 문제에 대한 자기 생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상호의견 조율,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토론을 이끌어 가는 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토론에 대한 정리 발언을 할 때는 찬반 모두의 내용을 아우르는 언급은 좋지 않다. 협력적 의사소통인 토론을 통해 어떠한 것을 느꼈으며, 그 결과로 찬반 중에서 어떤 것이 자신의 주장인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2021년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학기 전면등교의 교육적 가치와 교육지원청의 선제적 지원방안 논의’란 주제로 집단토의 형식의 집단면접을 진행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역할 배분 및 진행 방법 등 매년 집단면접의 방법을 변형시켜 기존 시험 유형에 고착되지 않고, 응시자들의 협력적 의사소통능력을 평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면접관은 어떤 응시자에게 높은 점수를 줄까? 다음 사항을 기억하자. •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사람(방향, 몸짓, 시선, 끄덕임) • 토의·토론의 흐름이 제대로 흘러가게 돕는 사람(보완 질문, 전환 질문) • 중간에 핵심내용을 잘 요약해 이해하기 편하게 정리하는 사람(정리, 요약) • 소극적인 참여자가 토의에 참여할 수 있게 질의를 통해 기회를 주는 사람(배려) • 전체 토의·토론의 방향을 이끌어 가는 사람(리더십) 다음으로 집단면접 예상 답안을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A5 카드를 활용한다. A4 가로로 작성하고 2쪽 모아찍기로 부착한다. 둘째, 앞면에는 문제, 뒷면에는 답안을 작성한다. 셋째, 답안은 자료를 찾아가며 스터디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한다. 넷째, 일상 속 틈이 나는 시간에 암기한다. 다섯째, 답안은 녹음해서 출퇴근, 식사, 화장실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 암기카드를 작성할 때 처음부터 자세히 적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11월호에서 언급했던 메모카드를 활용하면 좀 더 쉬울 것이다. 기획·논술 준비를 할 때 공부한 자료를 활용하여 만든 메모카드에서 기조 발언과 정리 발언을 조금 더 내실 있게 정리하면 훌륭한 집단면접 암기카드가 될 것이다. ● 집단면접 암기카드 작성 예시 혼자 연습해도 효과가 있지만, 스터디를 구성하여 준비과정에서부터 협력적 의사소통을 통해 연습하고 다양한 주제의 집단면접 암기카드를 작성하여 공유하면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집단면접 토의·토론형식에 대해 공부했다. 겨울방학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다양한 토의·토론방법을 실제 상황처럼 장소와 시간 안배 등을 하면서 준비하면 좋다. 그러나 평소에도 동료교사·가족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협의를 자주 해보자. 어떤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다를 때 입장을 바꾸어 이야기하는 것도 꾸준히 한다면 더욱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평가를 위해 일회성으로 포장하여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사람과 평소 삶에서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고 고민했던 사람이 말하는 것은 그 깊이와 전달력이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서는 집단면접의 실전을 연습할 것이다. 언어적·비언어적 요소, 토의·토론 연습하기, 면접 당일 준비를 통해 집단면접 실전 역량을 높여주고자 한다. 2023년 계묘년이 가고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교육전문직원이 되기를 원하는 분들의 합격 소식이 많이 들리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먼저 마음건강과 몸건강을 챙기기 바란다. 학기 중 지친 몸과 마음이 쉼을 갖고 재충전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청룡(靑龍)의 힘찬 기운으로 비상하는 2024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왜 사회적 공감인가 현대 사회인들은 타인의 감각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 시대에 살고 있다. 공감의 부재는 각종 폭력과 증오범죄, 집단 간 혐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등 타인에 대한 공감 부재를 넘어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혐오하기에 이른다.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상대방의 마음을 느끼며, 적절하게 반응하는 공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본 수업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대안으로서 공감에 주목하여, ‘공감기반 사회과 교육을 통해 사회적 공감을 회복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에 사회적 공감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사회적 공감능력을 함양하고 학생들의 인지·행동·정의적 측면의 변화를 위해 공감기반 사회수업을 제안하였다. 특히 개인적 공감을 넘어선 사회적 공감으로의 접근은 타인을 향한 이해와 배려 차원을 넘어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소외된 사회의 취약계층에 대한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 수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올바른 사회적 공감능력을 함양하여 사회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현대사회의 문제를 창의적·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민주적 공감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길러내고자 한다. 사회적 공감의 정의 및 구성요소 사회문제는 개인적 수준을 넘어 기회의 불평등, 편견과 차별, 권력의 쏠림, 제도와 시스템의 부재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노동자가 작업 중 목숨을 잃은 사건을 두고 이의 원인과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비난과 혐오를 퍼붓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열악한 근로조건, 예방제도의 미비, 안전과 구조 시스템의 부실 운영 등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PART VIEW] 이처럼 다양한 사회문제에 직면할 때 개인적 공감만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이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세갈(Segal, 2011)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공감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를 사회정의로 이끄는데 불충분하다면서 사회정의로 이르기 위한 사회적 공감(social empathy) 개념을 제시하였다. 세갈은 공감의 범위를 다양한 삶의 상황과 경험의 역사 및 사람들이 속한 집단의 역사를 포함하여 타인들에 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까지 확장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공감 논의를 대인관계의 개인적 공감은 물론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개인을 넘어 사회·문화적 집단을 포함하는 사회적 공감으로 확대하였다(표 1 참조). 사회적 공감은 개인적 공감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자 틀이다. 카메라에 비유하면 개인적 공감은 클로즈업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며, 사회적 공감은 개인적 공감을 토대로 광각 렌즈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Segal, 2018). 사회적 공감기반 수업절차 및 방법 사회 현상을 다루는 사회과에서 사회문제의 다각적이고 깊은 이해를 위해 사회적 공감을 기반으로 한 수업모델을 구안하였다. 기존의 공감기반 모형이 다양한 차원에서 사회문제를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음을 확인하고, 아델만·로젠버그·호버트(Adelman·Rosenberg·Hobart, 2016)와 세갈(2011;2018), 한동균(2020)이 제시한 사회적 공감학습모델을 적용하였다(표 2 참조). 이를 통해 개인적 공감 수준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경험을 이해하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 1단계 _ 공감적 만남 단계 사회적 공감 학습주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자신과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사회문제를 나와 관련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개인적 공감 차원에서 관점을 수용한다. 이 과정에서 새롭거나 다른 사상이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다. ● 2단계 _ 공감적 탐구 단계 사회적 공감의 차원에서 사회구조적 문제와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공감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맥락적 이해를 하는 단계로 다른 집단의 차이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다른 집단의 차이에 대한 역사·사회·문화적인 복합적 배경들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맥락적으로 원인을 탐구한다. ● 3단계 _ 공감적 체험 단계 자신과 다른 집단의 삶을 경험해 본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경험하고 가치·태도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과 집단의 삶에 나를 위치시키고 나와 다른 사람, 집단의 삶을 상상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차이에 대한 인정과 함께 존중하는 가치와 태도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한다. ● 4단계 _ 공감적 실천 단계 공감적 소통을 통해 사회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사회적 실천으로 옮긴다. 사회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본다. 실천계획을 세운 후 실행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 5단계 _ 공감적 반성 단계 사회문제의 공감적 해결과정 및 결과에 대한 반성적 평가와 성찰이 이루어진다. 사회문제를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거시적인 관점의 수용과정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을 내면화하고 더 나은 공감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짐한다. 사회적 공감기반 사회과 수업의 개발 교육과정 분석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을 함양하기 위한 주제로 편견과 차별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소주제로 장애·인종·빈곤 세 가지를 선정하였다. 또한 선행연구에 대한 탐색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 기반 수업모형을 다섯 단계로 정리하고, 총 18차시의 수업을 전개하였으며, 각 차시별 구체적인 지도안 및 수업방법 등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사회적 공감능력 함양을 시도하였다. 이때 학습자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하여 적합한 학습주제와 학습자료를 선정하고자 하였으며, 각 수업목표에 맞는 적절한 수업기법을 활용하여 수업을 구성하였다. 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편견과 차별의 주제와 만나고, 역사·사회·문화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그 원인을 맥락적으로 탐구하였다. 그리고 공감체험을 통해 자신을 타인 혹은 다른 집단에 위치시키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수용하고, 우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 참여 활동을 실천해 보았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변화를 기록하고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사회적 공감기반 사회과 수업실천 ● 1단계 _ 공감적 만남 첫 번째 단계는 공감적 만남 단계로 편견과 차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마주한다. 먼저 본 수업의 핵심주제인 편견과 차별을 정의하고, 교사가 제시하는 영화 속 편견과 차별 사례를 살펴본 뒤 편견과 차별에 처한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한지 인지·정서적으로 공감한다. 관련 사진·영상자료를 통해 그들은 나와 어떻게 다른지를 인식하고, 나의 삶을 연결하고 차이를 인식한다. 사회과는 사회현상을 인식하는 교과이다. 사회문제를 올바르게 인지하고, 그와 관련된 집단·인물에 대한 관점을 수용하고 새롭거나 다른 사상이나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 및 배경지식과 연결하여 개인적 공감을 바탕으로 나의 삶과 연결시킨다. ● 2단계 _ 공감적 탐구 두 번째 단계는 공감적 탐구로 편견과 차별의 원인을 탐구한다. 공감기반 수업에서 자칫 정서적 측면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사회적 소수자를 이해하기 위한 탐구활동을 시도한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종·빈곤의 차이로 인한 사회문제를 학습주제로 설정하고,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는 편견·차별·폭력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 사건과 사회·문화적 배경을 탐구한다. 또한 사회문제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이루어지는 단계로 사회적 공감 관점에서 나와 다른 개인·집단과의 차이에 대해 탐구하고, 거시적 관점에서 수용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지리·역사·사회문화·경제·법 등 사회과의 다양한 영역들과 관련된 자료가 활용될 수 있다. 교사가 미리 준비한 구조화된 자료를 활용하여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맥락적 이해를 시도하고, 문제해결학습 등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의 삶과 환경을 탐구한다. ● 3단계 _ 공감적 체험 세 번째 단계는 공감적 체험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나와 다른 집단의 삶을 경험해 보는 과정이다. 앞서 공감적 탐구를 바탕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관점에서 상상해 보는 과정이다. 타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배운 내용을 생각하며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의 삶과 상황에 나를 위치시키고, 거시적 차원의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다. 직접 소수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경험해 보거나, 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통해 내가 그 집단의 일원이 되어봄으로써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몸과 마음으로 체험한다. ● 4단계 _ 공감적 실천 네 번째 단계는 공감적 실천이다.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긍정적 사회변화를 위한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민주시민으로서 실천적 행위로 나아가는 단계이다. 즉 그동안 형성된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책임감을 느끼고 실제 시민적 참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고, 우리가 민주시민으로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는 편견과 차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실제로 실천 가능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이후 실제적인 행동계획을 바탕으로 해결방안을 실천하는 단계이다. 또한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 작품을 완성하며 만남과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5단계 _ 공감적 성찰 다섯 번째 단계는 공감적 성찰이다. 지금까지의 사회적 공감 수업에서의 전체적인 내용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알게 된 점과 그 이유, 부족한 점과 앞으로 알아가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정리한다. 사회적 공감 수업에서 일시적인 실행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서·태도적인 변화를 느끼며 앞으로의 실천을 다짐하는 과정까지를 포함한다. 사회적 공감기반 사회과 수업의 분석 1) 질문지 분석 결과 사회적 공감모형을 바탕으로 수업을 구안하여 적용하였을 때 학생들의 사회적 공감능력 함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수업 실행 사전·사후 공감능력 측정 검사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대응표본 t검정을 통해 검사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다음 표 4은 사회적 공감기반 사회과 수업 실행 전과 후의 ‘사회적 공감’을 비교한 것이다. Y 초등학교의 사회적 공감 기반 수업을 실행하기 전과 후의 사회적 공감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대응표본 t검정을 실시하였다. 대응표본 t검정으로 분석한 결과 t=-4.321, p0.001로 유의수준 0.001을 기준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학생들의 ‘사회적 공감’은 평균값이 실행 전 4.0121에서 실행 후 4.0225로 상승하였으며, 이는 본 수업이 학생들의 사회적 공감을 함양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초등 사회과 수업에서 사회적 공감기반 수업이 학생들의 사회적 공감 함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2) 심층 면담 및 학생 학습 결과물(포트폴리오) 분석 ● 인지적 변화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은 부정적인 시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보지 못해서 등의 개인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적 구조, 과거부터의 역사적 생각, 우리 사회의 배리어 프리 부재 등의 사회적 요소에서도 편견과 차별의 원인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종합해 보면 본 수업이 편견과 차별의 원인을 맥락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지적 영역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음을 알 수 있다. ● 정서적 변화 학생들은 사회적 공감 수업을 통해 장애·인종·빈곤 등의 이유로 편견과 차별을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마음 변화를 다짐해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본 수업이 학생들의 정서적 영역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음을 알 수 있다. ● 행동적 변화 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편견과 차별을 받는 개인적·사회적 원인을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을 넘어 실천적·참여적인 다짐을 해내었다. 학생들에게 실천적 민주시민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이는 사회적 공감 수업이 인지적·정서적인 변화와 함께 행동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공감기반 사회과 수업의 의미 본 수업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공감 부재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무분별한 사회적 폭력 및 훼손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역할로서 사회적 공감을 떠올리고 이에 대한 실천 방향을 고민했다. 사회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공감을 넘어 타인과 다른 집단의 역사·사회·문화적 배경을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다른 삶과 상황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거시적 관점을 수용하는 사회적 공감이 필요하다. 따라서 초등학생들의 사회적 공감능력 함양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초등 사회과 수업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개인적 공감에서 나아가 사회적 공감능력 함양을 위한 사회과 수업을 구성하고 실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양적·질적분석을 바탕으로 정리한 본 수업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공감 기반 사회과 수업은 학생들의 사회적 공감능력을 함양시켰으며, 편견과 차별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명확히 하였다. 둘째, 사회적 공감 기반 사회과 수업은 학생들의 인지·정서·행동적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었다. 셋째, 사회구조에 대한 맥락적 이해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문제의 원인에 대해 심층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다. 넷째,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과 사회적 공감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감은 물론 참여적·실천적 민주시민성을 함양시켰다. 학생들은 본 수업을 통해 사회적 공감능력을 함양할 수 있었으며, 인지적·정서적·행동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앞으로 사회적 공감 수업의 다양한 연구와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사회적 공감을 바탕으로 실천적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최근 몇 년간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자 중심의 시대에서 영상 중심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역설적이게도 ‘글쓰기’는 더욱 중요해진 듯하다. 그러나 막상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시켜보면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글을 써 본 경험이 없으니 말로는 잘해도 쓰려면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또 쓰고자 하는 욕구는 있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 보면 아이들은 이야기를 짓고, 쓰고 싶어 한다. ‘나만의 책 만들기’는 다른 것보다 아이들이 ‘쓰고 싶은 것을 쓰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다음은 중학교에 근무할 때 1학년 아이들과 함께한 ‘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이다. 책 구성요소 알아보기 학습지 중학교 1학년 창체 독서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그야말로 Big6 모형을 적용하기 딱 좋은 수업이자,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공동체역량을 키울 수 있는 아주 좋은 수업이다. 10차시에 걸쳐 진행한 이 수업에서 아이들은 모둠별로 자신의 모둠에서 만들 책의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구성한 다음,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본문을 완성해 나갔다. 작성한 본문은 나중에 한데 묶어 책의 구성방식대로 편집하고, 표지를 만들어 제본하였다. 사실 10차시는 책 한 권을 완성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완성도를 높이고 아이들에게 여유를 주고 싶다면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프로그램으로 편성하여 17차시의 블록타임으로 운영해도 좋겠다. 수업계획안 및 활동지는 다음과 같다.[PART VIEW] 수업계획안 나만의 책만들기 수업계획안 수업 첫 시간에는 유투버 은세계 선생님의 영상을 참고하여 책의 구성요소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두 번째 시간부터는 모둠별로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만들어보았다. 원래는 개인별로 나만의 책을 한 권씩 만들려고 했으나 시간이 부족했고, 공동체 경험을 살리기에도 모둠별 과제가 적당한 것 같아 목표를 수정했다. 1단계 _ 주제 정하기 주제와 형식은 자유롭게, 모둠에서 논의해서 정하는 것으로 했다. 소설을 쓰고 싶은 팀은 소설을, 정보제공 위주의 소개하는 책을 쓰고 싶은 팀은 설명하는 책을 쓰도록 했다. 여학교라서 그런지 절반 정도는 소설을 선택했다.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 주제는 다음과 같다. 주제를 선택할 때 유의할 점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저트’라는 주제를 선택했을 때 디저트의 종류를 설명하고자 하는 글을 쓴다면 ‘프랑스 디저트의 유래와 역사’처럼 그 범위를 정해주어야 하고, 글의 주제가 다양한 디저트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것이라면 ‘집에서 만드는 홈베이킹 디저트’처럼 레시피북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어떤 장르든 적절히 섞을 수도 있다. 일례로 디저트를 선택한 어느 모둠에서는 디저트에 얽힌 이야기를 짓고 뒤에 레시피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만들기도 했다. 2단계 _ 자료수집하기 자료수집은 책·인터넷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는데 아이들이 인터넷으로만 찾아보지 않도록 참고하는 자료의 가짓수를 정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책은 5권 이상, 인터넷 자료는 3개 이상, 이렇게 반드시 책을 포함하여 자료를 수집하도록 한다. 자료를 수집하면서 동시에 책의 목차를 짜나가야 한다. 애초에 어느 정도의 목차를 짜놓고 자료를 수집할 수도 있지만, 자료를 찾다 보면 목차가 변경되거나 수정되기도 한다. 3단계 _ 본문 쓰기 책의 본문을 쓰는 단계에서는 컴퓨터실을 빌렸다. 미리 정보담당교사와 협의하여 컴퓨터실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해당 시간에 컴퓨터실에서 본문 쓰기 작업을 했다. 이 단계에서는 아이들에게 편집용지를 설정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소책자 제본을 할 것이므로 소책자 제본이 어떻게 나오는 건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또한 쪽 번호를 설정하는 방법, 글자 크기와 줄 간격, 쪽 순서 등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준다. 본문 쓰는 시간을 충분히 주면 좋겠으나 사실 수업시간만으로 다 되지는 않아서 아이들이 집에 가서 써오기도 했다. 모둠별로 수행하면 좋은 점은 본문을 나누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아이들도 릴레이 소설을 이어 나가듯 재미있게 썼다. 4단계 _본문 외 쓰기 작가서문(프롤로그), 작가후기(에필로그), 출처, 참고문헌 등 본문 외에 써야하는 것들에 대해 안내하고 작성한다. 아이들이 출처와 참고문헌 쓰는 것에 취약하므로 참고문헌을 잘 쓸 수 있도록 알려준다. 또한 표지와 속표지(표제지)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속표지 및 판권기를 작성한다. 판권기에는 발행사항이 꼼꼼히 기록되도록 한다. 5단계 _ 표지 만들기 표지는 책의 내용을 대표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든다. 컴퓨터로 만들어서 출력해도 되지만 나는 아이들이 직접 그려서 만들도록 했다. 표지를 만들 때에는 앞날개와 뒷날개가 있어야 하므로 앞면과 뒷면을 따로따로 만든다. 앞날개에는 작가소개를 넣도록 하고 뒷날개에는 작가의 다른 작품 소개나 서평 등을 넣도록 한다. 앞표지에는 제목·저자·출판사가 잘 드러나 있는지 확인한다. 뒷표지에는 이 책에 대한 추천사·가격표·ISBN 등을 만들어 넣는다.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의 작품을 모아 도서관에 일주일간 전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아이들 입장에서 다소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뿌듯해하며 성취감을 느꼈고 또래가 쓴 책에 굉장히 흥미를 가지고 들여다보았다. 교사들도 아이들이 쓴 글을 재미있어하며 읽어보았다. 바야흐로 독립 출판의 시대이다. 오프라인 출판뿐만 아니라 웹을 통해 글을 쓰기도 한다. 좋은 생각과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다만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된다.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이런 ‘쓰기’의 현장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4년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은 우리 교육자에게 여러모로 참으로 힘들었었지요. 몸이 고달팠고, 마음이 어두워지고, 정신이 많이 피폐해지는 한 해였습니다. 세상 말세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다를까, 좀 좋아질까, 살며시 기대해 봅니다. 저는 어릴 때 새해가 되면 참 설레었습니다. 마치 날 찾아온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듯이 실제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것처럼 몸을 새 옷으로 단장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새로운 목표도 세워보고 마음을 단단히 준비했습니다. 지금은 아쉽게도 설렘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기대는 해봅니다. 하지만 원래 세상은 몸과 마음을 채비해서 맞이할 만큼 반가운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세상과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엇비슷한 이 두 단어를 평소에 무의식으로 잘 구분해서 사용하지만, 어떻게 다른지 특별히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세상과 세계의 차이를 학생들도 알면 좋겠습니다. “세상만사 다 귀찮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세상은 각박해도 인정은 후덥다.” 이런 흔한 넋두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세상을 뭔가 힘들고 인간의 힘으로 쉬이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여겨온 듯합니다. 살다 보면 생존을 위해서 치열하게 싸우는 검투사 마냥 힘겨울 때가 많잖아요.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다”고 말하듯이 세상은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곳입니다. 세상은 나보다 훨씬 더 큰 공간이며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고 내가 죽은 후에도 그대로 흘러가는 시공간입니다. 세상이 주인이고 난 잠시 머물다가 떠나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세상은 잘 변하지 않고 새해가 되었다고 갑자기 새로워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시공간도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도 있지요. 바로 내가 만들어가는 나의 세계입니다. 나 내면의 세계도 있고 나의 정신세계도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가정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세계와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단톡방처럼 남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유된 세계도 있습니다. 동료와 함께 만들어가는 일터인 ‘잡월드’도 나의 세계입니다. 시댁의 세계를 뜻하는 ‘시월드’는 내가 관여되어 있고 내가 개입되어 있는 세계이며 또한 내가 만들어가는 세계입니다. 이처럼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내가 만들어가는 세계는 다릅니다. 세상은 지속적인 하나지만 세계는 변화무쌍하고 다양합니다. 세상은 모두에게 같지만, 세계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습니다. 세상은 생존과 투쟁이 있으나 세계는 성장과 창조로 이루어집니다. 세상사는 게 힘들더라도 우리는 각자 행복한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이 세상을 바꾸기는 어려워도 자신의 세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세계를 더 좋고 멋지게 만들어보는 게 순서일 듯싶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 있듯이 자신을 다스리는 게 모든 변화의 첫 단계입니다. 새해 첫 달이 바로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볼 수 있는 적절한 시기입니다. 저는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새해 첫 달만큼은 무언가 새롭게 시도해 볼 작정입니다. 이마저 하지 않는다면 작년과 다름없는 올해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세상이 달라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으렵니다. 작년에는 세상살이가 고달팠으나 올해만큼은 좀 행복해지길 원합니다. 그래서 새해에 다짐해 봅니다. 내가 세상을 단번에 내 구미에 맞게 바꾸지는 못해도 나의 세계는 조금이라도 바꾸겠노라고요. 최소 세 가지를 실천하겠습니다. 나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내 몸, 마음, 정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나 내면의 세계를 좀 더 굵고, 밝고, 맑게 만들고자 합니다. 학생도 학교에서 자신의 세계부터 바꾸는 기술을 배우고 실천해 보면 좋겠습니다. 올 한 해 운동으로 몸을 좀 더 튼실하게 만들겠습니다. 1·2층 정도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하루 세 끼 적당하고 건강하게 먹겠습니다. 평소에 심호흡하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욱하고 치밀어 올라오는 감정을 다스려보겠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몸이 자동으로 각성되는 데 오장육부는 쉬이 이완되지 않습니다. 심장·신장·위장·소장·대장을 이완시켜야 몸이 정상으로 회복할 텐데 내 의지대로 제어되지 않습니다. 다행스럽게 예외가 하나 있지요. 바로 폐장입니다. 폐장은 내 마음껏 조절이 가능합니다. 조물주가 인간이 스스로 몸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을 딱 하나 허락하신 것입니다. 심호흡은 내 내면의 세계를 다스리는 첫 단계입니다. 겨우 이거야 하지 말고 이거라도 해야 나머지가 가능해집니다. 단 스트레스 받을 때 “심호흡해야지”하고 머리가 기억하고 숨 쉬면 너무 늦습니다. 몸이 기억해서 심호흡이 자동으로 작동되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평소에 심호흡 루틴을 세워서 연마해야 합니다. 올 한 해 매일 조금씩 좋은 마음을 먹겠습니다. 좋았던 과거 일을 떠올리고, 타인의 단점이 보일 때 장점도 함께 보고, 상황이 나쁠 때는 다행인 점도 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미래 꿈도 품어보고 비전도 지녀보렵니다. 비록 마음에 상처가 많아도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을 가꾸어 나갈 수 있습니다. 마음이 괴로울 때 마음을 비우거나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야속합니다. 마음속에 있는 부정성을 배제하려는 대신 긍정성이 지배하게 해야 합니다. 마치 우리가 사진 앨범에 우리가 좋아하는 사진을 담아두고 틈틈이 꺼내 보며 행복해하듯이 우리 마음속 앨범에도 좋은 추억과 꿈과 비전을 사진처럼 간직하고 힘들 때마다 떠올릴 수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어떤 사진을 간직하고 꺼내 볼 것인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마음은 본래 남과 주고받으라고 있는 것입니다. 돈은 남에게 퍼주면 고갈되지만, 마음은 퍼주면 퍼줄수록 마음이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아무쪼록 마음 씀씀이가 넉넉할 수 있도록 내 마음에 긍정심을 가득 채우려고 합니다. 올 한 해는 고마움을 좀 더 느껴보겠습니다. 작년처럼 정신없이 보내지 않고 좀 더 정신 차리고자 합니다. 쓸데없는 것에 정신 팔지 않고 소중한 것에 정신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특히 소중한 사람에게 늦기 전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좀 더 배려하고 기여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그래서 나의 정신세계를 강건하게 만들겠습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이 있잖아요. 정신차림에 알아차림이 필요하고, 타 존재의 고마움이 가장 중요한 알아차림입니다. 우울한 사람은 세상에 고마운 게 하나도 없다고 비관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세상에 고마운 게 넘쳐난다고 합니다. 같은 세상인데도 보는 시각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입니다. 시각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정신으로 보는 것입니다. 고마움은 찾아보는 게 아니라 보이는 게 다 고마운 것임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고마움은 타 존재에 대한 알아차림이며 그 타 존재가 나에게 높은 가치를 베풀었다는 알아차림입니다. 그래서 내가 고마움을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나는 그 많은 존재로부터 배려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가 돼버립니다. 저는 이것을 고마움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심호흡하고 마음먹고 정신 차린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내가 새로워집니다. 한 달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내가 밝고, 맑고, 굵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마음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지고, 몸과 행동이 굵직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세상이 작년보다 좀 더 각박해져도 잘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행복은 세상을 맞이하는 습관이며, 습관은 내 몸과 마음과 정신으로 이루어진 내면세계의 결과물입니다. 교육자 여러분 모두 새해에 건강하시고 조금 더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진정한 교육적 담론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직업교육이나 평생교육, 심지어 학교교육에서도 경제적 담론은 차고 넘친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 보니 경제적 담론이 지배적인 현실을 굳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다면적 삶을 살아가는 인간을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둘 때 인간의 삶은 지나치게 물질적이며, 피상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인간에게는 실존이 어떤 본질보다도 앞선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볼 때 본질 규정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다양한 삶을 창조하거나 시도하면서 각종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인간이 발전시켜 온 중요한 삶의 양태 중 하나는 바로 교육적 삶이다. 인간은 배우는 사람으로서 성장의 기쁨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성장을 지켜보는 보람을 느끼는 존재이다. 이런 성장의 기쁨과 가르치는 보람은 다른 어떤 가치로도 환원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진정으로 호모 에듀칸두스(Homo Educandus), 즉 교육적 인간의 특징 또한 지닌다. 2024년에는 우리 사회에서 교육적 인간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2024년을 시작하는 현재 우리 학교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 교육이 직면한 문제가 인구절벽, ICT 기술 발전, 양극화라는 데에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2024년에 우리 학교교육은 이런 문제상황 속에서 과제를 찾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상황에 처해 있는 2024년에도 학교교육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내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각 문제상황에서 드러나는 교육의 과제와 전망을 살펴보자. 첫째, 우리 학교교육에는 인구절벽이라는 문제가 주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 사례 연구감으로 여겨진다. 얼마 전(2023.12.2) 뉴욕타임스는 “대한민국은 사라지는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2023년 2·3분기 출산율이 0.7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0명의 인구가 한 세대 후에는 70명으로, 두 세대 후에는 25명으로 줄어든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뉴욕타임스는 현재 5,100만 명대인 대한민국 인구가 2060년경에는 약 3,5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며, 이는 대한민국에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 기사는 우리나라 초저출산율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교육문제와 저조한 혼외출산율을 들고 있다. 교육이 어떻게 초저출산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뉴욕타임스는 바로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cram school)과 이로 인한 살벌한 학업경쟁(academic competition) 문화를 초저출산율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초저출산율 문제와 관련하여 필자는 학교교육은 무엇보다도 세 가지 과제를 우선적으로 풀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어떻게 입시교육과 학업경쟁이라는 살벌한 문화를 진정한 교육적인 문화로 바꿔나갈 것인가? 둘째, 초저출산율로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어떻게 1인당 높은 생산성을 지닐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을 할 것인가? 셋째, 학생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소규모학교나 학급에서 어떻게 교육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교육을 할 것인가? 등이다. 2024년에는 우리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이런 인구절벽 상황과 관련된 문제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했으면 좋겠다. 둘째, 우리 학교교육에는 ICT 기술 발전이라는 문제가 주어져 있다. 챗GPT가 나온 지 겨우 일 년 남짓 지났지만, 챗GPT는 계속 진화를 거듭하면서 우리의 삶과 행위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은 컴퓨터(AI)와 대화하기 위해서 컴퓨터 언어(코딩)를 배워야만 했다. 그러나 챗GPT의 등장으로 이런 문법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컴퓨터(AI)가 인간 언어로 인간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코딩능력이 없어도 누구나 컴퓨터(AI)와 대화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챗GPT의 등장으로 인간과 컴퓨터(AI) 역할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컴퓨터(AI)를 활용하여 인간이 답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챗GPT 시대에는 인간이 질문하면 컴퓨터(AI)가 대답한다. 컴퓨터(AI)의 대답 능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확해지고 있다. 컴퓨터(AI)는 적응적(adaptive)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인간의 질문이 세련되면 세련될수록 컴퓨터(AI)의 효용은 극대화된다. 인간이 컴퓨터(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즉 얻고자 하는 답을 잘 얻어내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케빈 켈리(Kevin Kelly)는 인에비터블이라는 책에서 “좋은 질문은 정답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 …(중략)… 좋은 질문은 기계가 배우기 매우 어렵고, 좋은 질문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2024년에는 우리 교육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학생에게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에 대해 고민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셋째, 우리 학교교육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교육 양극화이다. 양극화는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PR회사인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Edelman Trust Barometer)가 2023년에 조사하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양극화 지표에서 ‘매우 심하게 양극화된’ 아르헨티나·콜롬비아·미국 등 6개국에 뒤이어 브라질·멕시코 등과 함께 ‘양극화 위험에 처한’ 국가군에 속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23년 12월에 발표된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수학성적 점수 차는 38개 OECD 국가 중 가장 컸고, 파트너 국가를 포함하여 총 참여국 81개국 중 두 번째로 점수 차가 컸다. 총인구가 50만 명대인 지중해 섬나라 몰타가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PISA에 참여한 국가 중 우리나라의 수학성적 양극화가 사실상 가장 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포자 아니면 고득점자’라는 수학성적의 양극화로 대표되는 우리 교육의 양극화는 우리 삶의 각종 기회 분배의 토대로 작용하는 교육의 양극화라는 점에서 정치·경제·문화적 양극화, 즉 다른 어떤 양극화보다 더 심각한 의미를 지닌다. 2024년에는 우리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 교육 양극화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했으면 좋겠다. 이에 덧붙여 필자는 2024년에 우리 학교교육에서 관심 갖고 실천하고자 노력하기를 바라는, ‘소소한’ 몇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초등교육에서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필요한 생활습관을 길러주는 교육이 좀 더 강조되었으면 좋겠다. 예컨대 남의 입장을 배려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의 태도나 자세를 확실하게 길러주는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함께 사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바른 생활습관 교육, 즉 사회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교육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마음을 합했으면 좋겠다. 중등교육에서는 ‘지·덕·체’ 교육을 지향하면서 교과교육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강조되면 좋겠다. 남들과 비교하며 경쟁하는 교육보다는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를, 오늘의 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는 ‘개인 성장형 교육(Bildung)’이 많아지면 좋겠다. 대학에서는 전통적인 학부·학과체제에서 벗어나 학생 자신이 원하는 진로 또는 직업 관련 교육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그런 교육여건이 마련되면 좋겠다. 2024년에 우리 학교교육에서 이런 바람들이 부분적으로라도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24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 학교교육은 다중의 위기에 처해 있다. 대처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상황들이 우리 교육을 에워싸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헤치고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나 큰 그림에 대한 논의나 담론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장관급의 초당적 기관인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했지만, 우리 미래교육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학교 안팎에서 교육 가치에 대한 담론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그 빈자리를 경제 가치에 대한 담론이 채우고 있다. 국가교육을 결정하는 정부 기관, 주요 조직이나 위원회가 점점 경제적 가치 담론과 실천에 익숙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2024년의 새해와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 특히 교육계 안팎에 교육적 가치 담론과 실천이 점점 더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뿐만 아니라 호모 에듀칸두스(Homo Educandus)도 차고 넘쳤으면 좋겠다. 2024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 새로운 희망을 갖자. 교육에 대한 거대 담론을 생산해 내지는 못하더라도 우리의 교육 일상에서 소소한 교육적 가치 담론과 실천을 함께 찾아봤으면 좋겠다. 새교육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 전·후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서이초 교사가 하늘의 별이 된 7월 18일 전·후 대한민국 교육은 큰 차이가 있다. 다시는 이런 슬픔과 아픔이 없는 2024년 새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지난해 9월 21일 교권 4법(「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이, 12월 8일에는 「아동학대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50만 교원의 함성과 단결이 이뤄낸 결과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라는 조항을 통해 많은 교사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교직사회의 기대와 염원에 대한 전망과 과제를 살펴본다. 교사 아동학대 신고제도, 어떻게 바뀌었나? 교권 4법 개정과 교육부의 교권보호종합방안 발표 이후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해 두 가지 제도가 바뀌었다. 첫 번째는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된 교원에 대한 직위해제 요건 강화이다. 두 번째는 아동학대 범죄 관련 조사·수사 진행 시 소속 교육감의 의견 제출 의무화 조치다. 2021년 12월 25일부터 시행된 「교육공무원법」 개정으로 아동학대 신고로 수사·조사가 시작되면 직위해제 조치가 남발됐다. 이로 인해 ‘무죄추정의 원칙’이 퇴색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피해는 고스란히 교사의 몫이었다. 무혐의·무죄가 되어도 직위해제로 인한 교사의 심적·물적 피해는 보상받지 못하지만,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학부모는 아무런 처벌이나 제재도 없는 불균형이 있었다. 다행히 「교원지위법」 개정에 따라 9월 27일부터는 ‘교원이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되면 임용권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조항에 따라 이러한 문제점이 상당히 해소되어 직위해제 처분이 대폭 줄었다. 물론 ‘정당한 사유’라는 표현이 너무 추상적이라 이를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다. 가이드라인을더욱 명확히 하여 유사사례에 대한 시·도간 편차를 줄이고, 직위해제 기준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 「교원지위법」 개정 시행은 2024년 3월 28일부터지만 교육부가 적극 행정 차원에서 9월 25일부터 ‘아동학대 범죄 관련 조사·수사 진행 시 소속 교육감의 의견 제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아직까지 학교현장에서는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를 잘 모르고 있지 않냐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교권 직무연수 강의나 교원 대상 행사 때마다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대응 교육감 의견 제출 가이드라인’을 갖고 다니며 꼭 숙지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내가 아동학대 신고당하겠어?’, ‘늘 조심하니 필요 없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미리 숙지해 대비하는 것이 좋다는 점에서 주요 내용만 간추려 안내한다.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가 조사·수사기관(지자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경찰)에 신고·접수되면 조사·수사기관은 1일 이내에 아동학대 신고사항을 소속 교육지원청에 공유한다. 교육지원청은 신고사항 공유 후 3일 이내 학교에 사안을 확인하고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정당한 생활지도 여부를 판단해 교육활동 확인서를 5일 내 작성해 시·도교육청에 제출한다. 이를 확인한 교육감은 7일 이내에 조사·수사기관에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하게 된다. 교육감 의견서를 접수한 조사·수사기관은 반드시 그 의견을 참고하도록 되었다. 또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에 따라 교육감 등이 의견 제출을 할 경우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아동학대 사례 판단에 참고하도록 하고, 사법경찰관은 사건기록에 편철하여 수사에 참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신설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또한 검사가 아동학대 사건을 수사하거나 결정하면서 교육감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하는 의무 또한 신설함으로써 무차별적인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들을 보호하는 법적 근거도 강화됐다. 교직사회 분위기는 어떻게 바뀔까? 이처럼 기존보다 무분별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마련·강화된 것은 고무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도 개선이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을까? 교육부에 따르면 교원의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감 의견 제출 건수는 제도가 시행된 9월 25일부터 11월 29일까지 약 115건으로 나타났다. 두 달이 넘는 동안 여전히 매일 1.8건 이상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제도 시행 당시 조사·수사 중인 사건에 대하여도 적용되어 단지 두 달간의 통계로만 볼 수는 없고, 2022년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통계 중 아동학대 행위자로 판단된 유·초·중·고 교직원 1,702건, 하루 평균 4~6건에 비해서는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은 확인된다. 이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실붕괴, 교권 추락의 현실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비판 여론에 대한 학부모의 부담, 또한 제도개선 효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교직사회의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교총이 지난해 10월 25일~27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 5,4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 4법 개정, 학생생활지도 고시 시행 이후 교권실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교권 4법 통과와 학생생활지도 고시 시행 이후 학교 변화가 있느냐는 문항에 55.3%가 ‘변화가 없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느낀 이유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에 대한 불안감 여전’(28.4%)을 가장 많이 꼽았다. 2024년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비록 법과 제도는 개선되었어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여전히 국민의 헌법적 권리인 고소·고발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교원을 아동학대 신고 대상 자체에서 제외하거나 「아동복지법」에서 정서학대 제외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26개 아동학대 범죄 신고 의무자군에서 교원만 빼달라는 것은 형평성과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 실현이 쉽지 않다. 또한 이미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에 이어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통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신체·정서·방임)로 보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통과된 상황에서 「아동복지법」 개정도 여의치 않다. 무엇보다 모호한 정서학대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있었지만, 2016년에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났고, 지난해 특정 교사노조에서 제기한 헌법소원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된 바 있다. 따라서 교육계는 지속해서 「아동복지법」 개정 노력을 하되, 개정 법령과 제도 개선 안착을 위한 준비가 요구된다. 첫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3월 28일 시행되는 개정 「교원지위법」과 3월에 도입되는 학교폭력 조사관 제도의 시행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기능이 지역교육청으로 이관되는 만큼 그에 따른 시행령 마련, 예산과 인력 준비 등 구체적인 준비사항이 너무도 많다. 교권침해 사건의 조사를 학교에 맡기지 말고, 피해교원이 직접 지역교육청에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학교폭력조사관제도도 두 달 사이에 시행령 개정, 해당 인원 선발과 교육을 통해 전문성과 책임성 확보, 학교와의 연계성 방안 등을 잘 마련해 기존의 학교폭력 사안 조사와 처리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제도 변화에 따른 교육활동 보호 가이드북과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민원대응 가이드북도 새 학기 시작과 함께 학교현장에 제공되길 바란다. 둘째, 학생생활지도 고시에 따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문제행동학생 분리 방법과 장소에 현장의 어려움이 크다. 학교에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수업을 방해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을 즉각 제지하여 학습권과 교권을 보호하자는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교육당국은 점검하고 개선해 현장을 지원해 주기 바란다. 셋째, 학교와 교원도 바뀌는 제도 숙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라도 알지 못하거나 실천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천수답처럼 외부의 도움만을 기다려서는 교권보호, 특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자신이나 동료교사를 보호하기 어렵다. 특히 2024년은 「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 등 제도 변화가 너무 많아 자칫 몰라서 손해를 보거나 억울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몰라서 그랬다’라고 한탄과 변명은 할 수 있어도 그 피해 자체를 예방하고 피할 수는 없다. 넷째, 예방만이 살길이다. 신고당해 조사와 수사를 받으면 비록 무혐의·무죄를 받는다고 해도 심신이 피폐해진다. 따라서 생활지도 고시와 매뉴얼, 학칙에 따른 정당한 생활지도 습관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학생 인권존중 의식 속에 딱밤·볼잡기, 엉덩이 등 신체 건들기, 체벌이나 욕설, 비방은 하지 말아야 한다. 평상시 친하니까 편하게 대해도 된다는 의식 속에 하는 행동, 즉 빡빡아! 예쁜아! 누구랑 놀지 마! 라는 표현은 반드시 아동학대라는 표식을 달고 되돌아온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특히 요즘 몰래 녹음이 많다는 점도 경계 대상이다. 다른 학생과 비교하거나 비하 발언은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졌다 하더라도 정서학대라는 학생·학부모의 문제 제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학생을 상담할 때도 반드시 다수가 모이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무고성 무분별한 아동학대 민원이나 신고를 당한 교사가 있으면 학교장을 비롯한 동료교사의 적극적인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하다 보면 결국 본인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고성 아동학대 남발을 막고 억울한 교사를 줄이기 위해 교총에서는 아동학대 신고 남발로 무혐의·무죄가 난 경우 해당 학부모에 대한 처벌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동학대를 하면 당연히 엄중히 처벌받아야겠지만 교육활동과 생활지도 과정에서 행한 교육적인 언행마저 ‘고생 좀 해봐라’식으로 남발하는 신고자를 무고죄로 처벌해야 이 질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청룡의 해에는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이 보호되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국가거점국립대인 강원대는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았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은 다름 아닌 김헌영 총장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학부를 졸업한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했다. 1993년 강원대 기계의용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공과대학 부학장, 강원의료융합인재양성센터장, 기획처장, 정보화본부장, 아이디어팩토리사업단장을 거쳤다. 김 총장은 2016년 총장에 취임한 뒤 분을 쪼개 쓰며 교육부 관계자와 교수진들을 만났고, 강원대를 정상 궤도에 올려놨다. 제24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역임하면서는 강원대에서 겪었던 일들이 비단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님을 자각하고, 한국 고등교육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뛰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숙원사업이었던 ‘1도 1국립대학’을 통해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당당히 선정되며, 강원도 14개 대학 중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원년으로 삼게 되었다. ▶연임 강원대 총장으로 올해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았습니다. 지난 8년의 소회를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원대가 발전한 모습을 생각하면, 대학의 일원으로 무척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2016년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강원대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거점국립대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죠. 총장 취임 이듬해인 2017년 개교 70주년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 구성원 모두가 혁신에 힘썼고, 1년 만에 ‘자율개선 대학’으로 선정돼 대학의 명예와 위상을 회복했습니다. 이후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적이고 협동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체계 구축에 중점을 두었으며,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힘썼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상생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캠퍼스별 특성화 전략을 통해 지역 맞춤형 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을 맡아 여러 개혁을 이뤄내기도 하셨죠. 강원대 총장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교협 회장 직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후 교육재정 확충과 규제 개선 없이는 고등교육의 혁신적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여겨 당시 교육부장관과 공동위원장으로 ‘고등교육정책 공동 TF’를 구성·운영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학들이 오랫동안 고민해 온 ▲재정 ▲평가 ▲규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고요. 그 결과 고등교육 분야 전체 예산을 전년 대비 7.5% 증액한 10조 8,000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전년 대비 2,343억 원을 증액한 8,031억 원 확보, BK21 플러스사업도 전년 대비 1.5배 증액된 4,080억 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대학평가 부문에서도 기존의 획일적인 상대평가와 정부 주도의 양적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한 점과 12건의 규제 개선 등의 성과를 거두었는데요. 최근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도입과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 등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됐습니다. ▶총장실 벽에 걸린 족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해불양수(海不讓水)’와 ‘실사구시(實事求是)’인데요.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주신다면요. 총장에 취임했을 때, 중학교 시절 저를 아껴주셨던 은사님께서 ‘해불양수’라는 글귀를 써서 보내주셨습니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포용력과 관용의 교훈을 담고 있죠. ‘실사구시’는 강원대의 건학 이념입니다. ‘실질적인 사실을 추구하고 진리를 찾는다’는 뜻이죠. ‘해불양수’는 다른 사람의 의견과 생각을 포용하는 자세를, ‘실사구시’는 실천적인 태도와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강원대의 교육 방향성과 철학을 뜻합니다. 이 두 글귀를 집무실과 회의실에 하나씩 걸어두고 매일 바라보며, 총장에 취임하면서 다짐했던 처음의 마음가짐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최근 강원대가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해 나갈 계획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강원대는 강릉원주대와 함께 ‘강원 1도 1국립대학’ 모델로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됐습니다. ‘강원 1도 1국립대학’은 공유·연합·통합의 복합형 통합모델입니다. 4개 캠퍼스가 특화 분야를 공유하고,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연합하며,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부분은 통합하는 방식으로 각 캠퍼스의 특성을 살려 지역 중심의 대학으로 발전시킨다는 개념이죠. 춘천·삼척·강릉·원주 4개 캠퍼스를 중심으로 ‘국제교류혁신센터’, ‘집중교육센터’, ‘창업미네르바스쿨’, ‘인공지능 기반 LRS 공유대학’ 등을 통해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해 나갈 계획입니다. 거버넌스와 관련해서는 ‘캠퍼스 총장제’를 도입해 각 캠퍼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할 겁니다. 춘천·삼척·강릉·원주 등 각 캠퍼스는 ‘정밀의료’, ‘액화수소’, ‘신소재’, ‘디지털헬스케어’ 등 캠퍼스별 특성화 전략으로 지역 맞춤형 성장 동력을 제공하며, 지역 사립대학까지 포함한 지역혁신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이런 특성화 전략은 지역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지역의 현안과 난제 해결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역대학이 위기입니다. 학령인구도 감소하고 있고,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역대학의 미래, 어떻게 보시나요. 지역대학의 경쟁력은 지역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의 중요한 인적·물적·문화적 자산이며, 지역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전국에는 380여 개 대학이 있으며, 약 70%가 지방에 있죠.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대학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것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위치한 많은 대학은 이미 마련된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엄청난 교육 및 연구 인프라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대학의 역량과 인재를 바탕으로, 지역기업을 육성한다면 지방소멸 위기극복과 국가 균형발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인재는 어떤 소양과 능력을 갖춰야 할까요?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러한 융합의 시대에는 학생들의 협업능력을 강화하고, 전문지식과 함께 폭넓은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와 산업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융합적 사고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입니다. 저는 이를 ‘창의·협동인재’와 ‘T형 융합인재’로 설명합니다. 학문적 전문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산업에 대한 이해와 협력 능력을 갖춘 인재죠. 학생들이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는 동시에 다른 학문 분야와 산업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겁니다.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한국 고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요? 대학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수도권대학이나 거점국립대도 생존을 안심할 수 없습니다. 국·공립대학은 국가기관으로서 설립목적 및 지역여건 등을 고려하여 사립대학과는 차별화된 공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정적이고 집중적인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국립대학이 지역 특화 인재 양성, 고등교육 기회 보장, 기초·보호학문 육성, 지역 및 대학과의 연계·협력과 같은 책무성과 공적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거점국립대는 지역의 주력산업과 미래 전략산업 분야를 특성화한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고, 지역 사립대와 전문대는 지역산업과 연계된 분야를 특성화해 ‘강소(强小)대학’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또한 수도권은 설립 목적에 따른 교육연구중심 대학으로, 지역대학은 특성화를 기반해 지역사회와 연계·협력하는 대학으로 차별화하여 성장·발전해 나가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수도권 대학은 우수한 교수진을 바탕으로 한 석학 양성 등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육성하고, 지역대학은 지자체 및 기업체, 군부대 등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대학입시 등 우리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과 초·중등교육을 담당하는 시·도교육청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은 활발한 교류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선 초·중등교육에서 대학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중등교육은 대학교육이 어떠한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질문해야 합니다. 대학교육에서 필요한 기본 역량 준비 없이 입시만을 대비하는 우리의 초·중등교육에서는 발전적인 미래를 그리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가 대학입시까지만 고민하고 그다음의 교육을 고민하지 않는 것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 대학입시는 교육의 종착점이 아니라, 교육단계 간 유기적인 연결고리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입제도는 학생이 대학에서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기본소양을 갖추었는지 검증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초·중등교육 간 연계를 강화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 진로계획을 고려해 대학에서 필요한 지식과 역량은 무엇인지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고교학점제 시행, 대학과목 선이수제(AP) 정착을 위해 초·중등교육과 대학, 시·도교육청과 지자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융합교육위원회’ 등을 통해 일관된 교육과정과 정책방향을 정립하고,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며, 이는 교육 단계별 통합을 촉진하고 우리 사회의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호주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여행지다. 제대로 된 여행상품조차 없다. 시드니·멜버른·울룰루·퍼스 등 호주의 인기 여행지에 비해 훨씬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화에 관심이 많고 동식물 등 자연환경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훌륭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남호주 여행의 매력이다. 야생의 보고 캥거루섬 여행자들이 남호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캥거루 아일랜드’ 때문이다.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면적이 4,500㎢에 달한다. 하지만 인구는 5,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캥거루섬의 별명은 ‘호주의 갈라파고스’다. 캥거루·코알라·왈라비 등 다양한 종류의 호주 토종 야생동물이 대거 서식한다. 캥거루섬에는 21개의 자연보존지역과 국립공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30여 종의 동물과 250여 종의 새, 90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바다사자와 펠리컨을 비롯해 뉴질랜드 물개, 야생 코알라, 검은 앵무새 등 다양한 동물이 살아간다. 이 가운데 60종은 오직 캥거루섬에서만 볼 수 있는 종이라고 한다. 캥거루섬을 찾은 여행객들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은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이다. 야생동물의 낙원으로 불리는 곳으로 캥거루·코알라·왈라비 등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국립공원을 탐방하며 야생동물을 만나는 일은 감동적이고 가슴 찡한 경험이다. 하지만 반드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동물 생태에 방해되는 행동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큰 소리로 떠들어서도 안 되고, 무턱대고 만져서도, 가이드 허락이나 안내 없이 가까이 가서도 안 된다. 지정된 탐방로를 따라가며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것도 탐방 매너다.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의 또 다른 볼거리는 ‘리마커블 락’(Remarkable Rock)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투구나 코끼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바위가 바닷가 화강암 암반 위에 우뚝 서 있다.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설치작품처럼 보이는 이 바위는 오랜 세월 거센 파도와 바람이 깎아 만든 것이다. 석양 무렵이 아름다워 호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토 스팟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힌다. ‘실 베이’(Seal Bay)는 호주 바다사자의 고향으로 불리는 곳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야생 상태의 바다사자를 가까이서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수백 마리 바다사자가 바로 눈앞 해변에서 늘어져 누워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헤엄치다가 모래밭을 뒹굴뒹굴하다가 잠이 든 바다사자는 쓰다듬어 줄 만큼 귀엽지만, 이곳 역시 ‘룰’이 적용된다. 항상 국립공원 가이드와 함께 있어야 하며, 절대로 바다사자 근처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바다사자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캥거루섬을 여행한다면 꼭 방문해야 하는 필수코스다. 이 밖에도 ‘한슨 베이’ 보호구역과 ‘웨스턴 키 카라반’ 공원에서는 코알라를, ‘킹스코트 부두’에서는 펠리컨을, ‘스톡스 베이’에서는 진홍잉꼬를, ‘케이프 간디움 보존공원’에서는 백조를 만날 수 있다. 캥거루섬은 1802년 영국의 전설적인 탐험가 매튜 플린더스가 처음 발견했다. 주로 호주의 해안·섬·오지 등을 여행한 탐험가로 ‘호주의 리빙스턴’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가 처음으로 이 섬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고, 나무를 태워 불 피운 흔적도 없었다고 한다. 탐험대는 곤봉으로 캥거루 몇 마리를 잡아 잔치를 벌이고, 이 섬을 ‘캥거루섬’이라 이름 붙였다. 여유롭고 고풍스러운 도시 애들레이드 에들레이드의 첫인상은 세련되면서도 차분하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적 건물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다. 원래 애들레이드는 영국 정부가 자유 이민을 목적으로 만든 계획도시다. 애들레이드 지도를 보면 도시가 직사각형으로 재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도시가 성장한 후에 정비를 다시 하지 않아도 되도록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애들레이드 시내를 걷다 보면 왠지 모를 품위와 한가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유로움이 넘치는 사람들의 표정, 곳곳에 자리한 공원과 울창한 숲도 이런 분위기를 돋우는 데 한몫을 한다. 빌 브라이슨의 호주 여행기를 쓴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은 이런 애들레이드를 두고 ‘아름답지만 외로운 도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도시는 토런스강에 의해 남북으로 나뉘는데, 이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애들레이드의 풍경은 평화롭고 차분하다. 젊은 연인들은 데이트를 즐기고, 자전거를 탄 아이들은 웃음소리와 함께 달려간다.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넘친다. 애들레이드 여행의 출발점은 빅토리아 광장이다. 빅토리아 광장과 글레넬그 비치를 왕복하는 트램의 출발점이기도 한데, 근처에 시청·우체국·대법원·버스터미널 등이 모여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인 ‘비 라인’과 주요 시내버스도 이곳을 경유한다. 광장 앞으로 노스테라스 거리가 이어진다. 애들레이드 대학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 등이 모여 있는 대학가인데 남호주 아트갤러리, 남호주 박물관, 보태닉가든 등도 자리하고 있어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를 즐길 수 있다. 노스테라스 거리를 지나면 런들 스트리트다. 애들레이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레스토랑과 바, 선물가게, 쇼핑몰 등이 모여 있다. 런들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커다란 초콜릿 가게인 ‘헤이그 초콜릿’(Haigh’s Chocolates)을 발견할 수 있는데 꼭 한 번 들어가 보시길. 벨기에의 고디바처럼 호주를 대표하는 초콜릿이자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수제 초콜릿 가게다. 애들레이드뿐만 아니라 호주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세계 10대 초콜릿에도 당당히 선정되었다고 한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시장구경은 빼놓을 수 없는 법. 센트럴마켓은 140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호주의 대표 시장이다. 남호주에서는 생산되는 신선한 과일·야채·고기·치즈·해산물 등 풍부한 식재료를 접해볼 수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시장 한 쪽에 80개가 넘는 음식점이 줄지어 늘어선 먹자골목도 있어 여행자를 행복하게 한다. 호주음식을 비롯해 스페인·태국·이탈리아·터키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보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호주 대표 와인을 맛보다 자, 이제 호주의 와인을 맛볼 차례다. 호주는 전 세계 와인의 4%를 생산하고 있으며, 세계 와인 수출국 가운데 4위 규모를 자랑한다. 호주 전역에 60여 개의 와인 산지가 있고 2,000여 곳의 와이너리가 있다. 와인애호가라면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자리한 펜폴즈(Penfolds) 와이너리를 지나칠 수는 없는 일. 펜폴즈는 호주의 국보급 와인이다. 펜폴즈 한 병에 호주 와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주 와인의 최고봉이라 불리며 세계 100대 와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펜폴즈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와인이 1951년 첫 생산을 시작한 펜폴즈 그랜지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와인으로 장기보관성·응집력·밸런스 등에서 기존 호주 레드와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955년 8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그랜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풍부하고 응집력이 뛰어난 드라이 테이블 와인”이라는 극찬을 받게 된다. 이후 그랜지는 호주 와인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호주 와인의 명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만든다.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약 70㎞ 떨어진 바로사 밸리도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 1842년에 유럽 이주자들이 처음 정착한 이후 지금까지 최고의 와인을 내놓으면서 호평을 얻고 있다. 약 150여개의 와이너리와 셀러 도어가 있다.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신선한 제철 농산물, 호주식 바비큐를 맛보는 것을 권한다. ☞ 여행정보 인천국제공항에서 캐세이퍼시픽(www.cathaypacific.com)을 이용해 홍콩을 거쳐 애들레이드 공항으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빠르다. 애들레이드 시내에 크라운 프라자 호텔을 비롯해 호텔이 많이 있다. 애들레이드 보타닉가든 레스토랑(www.botanicgardensrestaurant.com.au)은 보타닉가든 내에 자리하고 있다. 와인과 함께 다양한 호주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렌버그 와인(www.darenberg.com.au)에서는 남호주 와인 시음뿐만 아니라 직접 블랜딩해 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펜폴즈 맥길 에스테이트(www.penfolds.com)는 미리 예약하면 편하다. 애들레이드에서 캥거루섬까지는 배로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시링크(www.sealink.com.au)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캥거루섬에는 아담한 호텔과 산장이 많다. 머큐어캥거루아일랜드롯지(www.kilodge.com.au)는 항구와 킹스 코트 공항에서 30분 거리. 선셋푸드 와인(www.sunsetfoodandwine.com)은 캥거루섬의 해산물과 와인으로 멋진 코스요리를 선보인다.
날씨가 한창 추운 요즘, 감기랑 독감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감기와 독감의 과학을 준비해 봤어요. 감기와 독감은 어떤 생명체 때문에 우리가 걸리는 걸까요? 우선 감기부터 말씀드리면 특정 세균이나 특정 바이러스에 걸려서 감기가 발병합니다. Q1. 예전부터 헷갈렸는데, 세균이랑 바이러스는 다른 거죠? 바이러스랑 세균을 많이 헷갈려하는데, 둘 다 아주 작은 미생물인 것은 맞지만 사이즈 자체부터 아주 다릅니다. 쉽게 생각해서 여러분이 지금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 바이러스라고 한다면, 세균은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집이나 빌딩 정도의 크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즉 바이러스는 아주아주 작은 병원체라고 볼 수 있죠. 감기는 몇몇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 의해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리노바이러스입니다. 전체 감기환자의 50% 정도가 리노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감기에 걸린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코로나바이러스도 감기를 일으키는데(10% 정도), 여기서 말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는 다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종류가 아주 다양합니다.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 중에서 오래전부터 우리 인류와 동고동락했던 것이 바로 감기 바이러스입니다. 감기는 독감에 비해서 증상이 가볍고, 충분한 휴식이 있으면 대부분 회복이 됩니다. Q2. 감기와 독감은 다른 건가요? 감기가 심하게 걸리면, 즉 독한감기를 줄여서 부르는 것이 독감 아닌가요? 영어로도 감기는 ‘cold’, 독감은 ‘Bad cold’로 불리기 때문에 독감을 ‘독한 감기’의 줄임말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감기가 심해지면 독감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기와 독감은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입니다. 감기는 그냥 호흡기 질환이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며, 호흡기 계통은 물론 두통·근육통·발열 등을 유발하는 전신질환으로 봅니다. 그래서 감기는 비교적 가볍게 걸리고 낫지만, 독감은 심할 경우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감기와 독감을 게임 속 몬스터로 비유하자면 감기는 잔챙이들, 독감은 중급 보스 몬스터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독감은 A형 독감입니다. 독감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4종류, A·B·C·D 가 있습니다. 독감환자의 70% 정도가 A형이고, 나머지가 B형입니다. C형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발생하더라도 감기정도의 증상으로 넘어갑니다. D형은 인간에겐 감염이 안 되고, 소·돼지에게서만 발병하고 있습니다. Q3. 그래도 독감은 코로나19보다는 사망률이 낮죠? 네,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감은 위험한 질환입니다. 특히 65세 이상 노령층은 전체 독감 사망자 중 90%를 차지할 만큼 취약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올해 10월 중순부터 내년 2024년 4월 30일까지 전국 2만여 개의 지정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접종을 해주고 있습니다.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매년 생기는 돌연변이 때문입니다. 돌연변이가 생기면 언제 또 치명률이 확 올라갈지 모릅니다. 실제로 독감은 인간의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세기 초에 대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입니다. 감염자만 5억 명, 사망자는 5천만 명 이상이었습니다. 그때 당시 인구가 10~20억 명이니 거의 인구 절반이 걸리고, 사망자도 엄청난 거라고 볼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스페인 독감이 돌았는데. 1918년이 무오년이었기 때문에 ‘무오년독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740만 명이 감염되었고, 약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굶주림과 질병의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던 조선인들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이때 당시에는 인구도 적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감염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Q4. 감기나 독감은 왜 겨울철만 되면 갑자기 늘어나는 건가요?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대체로 습기에 약한 편입니다. 따라서 한국 기준으로 습한 여름보다는 건조한 겨울철에 감기에 더 잘 걸리게 됩니다. 또한 건조함으로 인해 코의 점막이 건조하게 되면 병원체를 걸러주는 기관지에서 나오는 점액질의 보호물질의 분비량이 떨어지고, 병원체들이 호흡기 계통 점막에 더 쉽게 도달해서 기관지를 감염시키기 때문에 감기에 잘 걸리게 됩니다. Q5. 감기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거라면, 항생제를 먹는다고 감기가 빨리 낫고 그런 건 아니겠네요?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세균을 죽이는 거잖아요? 네, 맞습니다.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질병입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렸을 때는 항생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도 “감기는 보통 약을 먹지 않아도 일주일 정도면 자연스럽게 낫는다”고 합니다. 다만 감기에 걸렸다는 건 어느 정도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어서 더 쉽게 다른 세균들에 의한 감염에 취약한 상태 또는 감염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생제를 먹으면 기타 세균들을 죽여주고, 결국 우리 몸의 면역계가 감기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집중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확실한 건 항생제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서 직접적인 효과를 보긴 어렵다는 것입니다. 추가로 증상이 감기처럼 보이지만, 의사가 봤을 때 부비동염이나 편도선염 등의 징후가 있는 경우엔 세균 감염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항생제 남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크다고 하니 무슨 병이든 항생제를 먹으면 빨리 낫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Q6. 독감주사는 왜 엉덩이가 아닌 팔에 맞는 거예요? 우리 몸에 근육이 가장 많은 부위가 바로 엉덩이입니다. 보통 우리가 엉덩이에 맞는 주사는 근육주사라고 하는데, 근육 근처에는 혈관이 풍부하기 때문에 흡수가 빨라서 엉덩이에 주로 놓습니다. 독감예방 주사도 근육주사의 일종이지만, 엉덩이가 아닌 팔에 맞는 이유는 많은 사람에게 빠르게 접종하기 위한 일종의 편의적 조치라고 합니다.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지옥에서 악마는 사람들을 자신들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머무르도록 만든다. 그때 느꼈던 아픔과 상처를 영원히 거듭해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벌 받는 이들은 몸부림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사실 지옥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의지가 있다면 죄인들은 얼마든지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지옥의 죄수들은 닥친 고통이 너무나 절절한 나머지,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 미드 루시퍼에서 그리는 지옥의 풍경이다. 우리의 처지도 별다르지 않은 듯싶다. 삶 속에서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 빠져 지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가슴에 칼을 꽂는 듯한 모욕감·모멸감에 치를 떨던 가슴 아픈 순간들, 처절하게 등 돌리고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추억 등, 상처와 아픔은 기억으로 생생하게 살아나서 나를 지옥으로 이끌곤 한다. 물론 과거는 바꾸지 못한다. 따라서 잊어버리고 지금의 생활에 오롯하게 매달리는 편이 맞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마음은 아픈 과거를 곱씹고만 있다. 이런 회한과 후회의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픔을 충분히, 제대로 곱씹으라.” 이 물음에 대해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샤 누스바움(Martha Nussbaum, 1947~)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충고를 던진다. 욱신거리는 옛 상처를 쉽게 잊지 마라. 오히려 가슴 깊이 새겨진 아픔을 충분히, 제대로 곱씹어야 한다. 짐승은 오롯이 현재만 산다. 과거를 후회하지도,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편안하고 기쁘다면 이를 오롯이 누릴 뿐이다. 현재만을 산다는 점에서는 어린아이도 다르지 않다. 마음 건강한 아이는 과거에 휩쓸려 현재를 망치지 않으며,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현자들은 어린아이처럼 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스바움의 생각은 다르다. 평생을 어린아이처럼 사는 모습이 바람직할까?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하지 않는 아이는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 게다가 야단맞은 경험이 없는 아이는 정신적으로 성장하기도 어렵다. 실패를 통해 똑같이 좌절을 겪는 다른 이들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지 않던가. 칭찬만 받고 성공만 한 아이는 버르장머리 없는, 미성숙한 인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누스바움은 좋은 삶을 꾸리기 위해서는 실패와 좌절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아린 기억을 쉽사리 놓아버려서도 안 된다. 충분히 상처를 떠올리고, 반성하며,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럴 때 실수와 상처는 회한과 후회가 아닌,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성장통(痛)으로 거듭난다. 물론 도저히 이겨내지 못할 듯한 상실과 아픔도 있겠다. 그래도 누스바움은 과거를 충분히 보듬으라고 충고한다. 오래전 헤어진 사람이 여전히 생각나서 괴로운가? 이런 아픔은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게 하는 단서가 된다. 그러니 피하지 말고 왜 잊지 못하는지 따져보라. 그럴 때 자신에 대한 편견이 깨지며 진정한 자기 이해가 이루어질 터다. 게다가 상처와 아픔의 기억은 삶을 어느 쪽으로 이끌어야 할지 알려주기도 한다. 이를 누스바움은 ‘유사 분노(quasi anger)’라고 부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다니! 다시는 누구도 이런 일을 겪게 해서는 안 돼!”라고 결심했던 때를 떠올려 보면, 그녀가 말하려는 바가 이해될 듯싶다. “아픔을 운명으로 만들지 마라” 누스바움의 충고는 백번 맞는 말이다. 좋은 삶과 미래를 위해서는 옛 상처와 실패를 충분히 돌아보며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옛 기억에서 아예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은 어떤가? 그들에게는 아픔이 자신의 운명이 되어 버렸다.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부모, 어린 시절 잔혹했던 경험, 의지가 크게 꺾였던 기억은 현재의 모든 시도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꺾어버린다. “그때 내 아버지가 그렇게만 안 했어도…”, “돈 빌려간 친구가 투자 실패만 안 했어도…”라고 끊임없이 가정을 하며 한숨 쉬는 이들을 생각해 보라. 누스바움에 따르면, 이들은 속 편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은 노력할 이유가 없는 탓이다. “내 인생은 이미 스러졌으니 나는 굳이 애써야 할 까닭이 없다. 그러니 내가 늘어져 있다고 뭐라 하지 마라. 나는 충분히 괴롭고 아프다.” 그들 삶의 바탕에는 이런 식의 논리가 깔려있다. 이들을 누스바움은 강하게 다그친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과연 당신의 삶은 편안하고 행복한가? 왜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질척거리고 있는가? “우리 삶은 사후세계가 아니고, 현재는 과거가 아니다.” 그러니 떨쳐 일어나 지금, 이 순간 과거의 아픔을 떨쳐내며 내 삶을 튼실하게 가꿀 방법을 찾으라. 어떤 경우에도 옛 아픔이 내 인생의 운명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면 현재의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자신의 과거를 아름답게 꾸미는 데 매달리는 자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좌절과 역경을 얼마나 잘 이겨내고 지금의 성공에 이르렀는지를 뽐내기 위해 옛 기억을 더듬고 쓰다듬는다. 혹여 추억 가운데 마뜩찮은 장면이 있으면, 이를 어떻게 합리화하고 멋지게 포장할지를 놓고 전전긍긍한다. 이러느라 현재의 삶을 쏟아 붓는다. 이들 역시 결국 과거가 현재의 삶을 잡아먹고 있는 셈이다. 유능한 정신분석가는 오래된 기억을 헤집지만, 항상 ‘지금의 삶을 잘 살기 위함’이라는 치유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진정 과거를 잘 가꾸는 사람은 옛 추억 속에 살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멈추지 않았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누스바움의 조언을 직접 들어보자. “회고적 감정과 사고에 활용된 시간은 우리가 친구·자녀·손자녀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시간이다. 시간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친구들과 친척들이 대부분 사망한 경우에 더욱 유혹적인 방법이 된다. …(중략)…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은 언제나 있다. 과거를 쳐다보며 살면 즐거운 인간관계를 많이 놓치게 된다. …(중략)… 과거 회상작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할애하는 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현재와 미래를 풍요롭게 해주는 회상을 하라는 것이다.” “삶의 서사를 잘 가꾸라” 그렇다면 회한과 후회를 제대로 잘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스바움은 무엇보다 ‘삶의 서사(敍事)’를 잘 가꾸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옛 영웅들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영웅은 일생이 편안하고 행복한 경우는 없다. 그들은 온갖 고난과 엄청난 어려움을 겪으며, 이를 이겨내면서 위대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건강하게 삶을 가꾸는 이들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지금의 고통과 힘듦이 결국은 성취와 승리로 이어지리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생활이 버거울수록 이를 겪어내는 가운데 삶의 의미가 더 깊고 아름답게 영근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에게 후회와 회한으로 남을 상처는 없다. 옛 상처와 힘겨움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삶을 더 낫고 아름답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과 추억으로 되살아날 뿐이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의 현실을 살펴보자. 매일 매일의 상황 속에서 교사의 일상은 실패와 상처받음의 연속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성장’이라는 큰 잣대에서 보면, 우리의 교육은 결국 승리를 매듭짓는 성공 스토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입학할 때의 철없고 미숙한 모습과 졸업할 때 한결 의젓하고 성장한 모습을 견주어 보라. 매일 거듭했던 선생님의 아픔과 좌절 ‘덕분에’ 아이들은 자라난다. 이는 결국 교사의 보람과 자랑이 될 테다. 교권이 추락하고 상처받는 선생님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아픔이 회한과 후회가 되지 않도록, 내 삶을 아름답게 거듭하게 하는 성장통이 되도록 마음을 보듬으실 일이다.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지옥에서 악마는 사람들을 자신들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머무르도록 만든다. 그때 느꼈던 아픔과 상처를 영원히 거듭해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벌 받는 이들은 몸부림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사실 지옥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의지가 있다면 죄인들은 얼마든지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지옥의 죄수들은 닥친 고통이 너무나 절절한 나머지,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 미드 루시퍼에서 그리는 지옥의 풍경이다. 우리의 처지도 별다르지 않은 듯싶다. 삶 속에서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 빠져 지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가슴에 칼을 꽂는 듯한 모욕감·모멸감에 치를 떨던 가슴 아픈 순간들, 처절하게 등 돌리고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추억 등, 상처와 아픔은 기억으로 생생하게 살아나서 나를 지옥으로 이끌곤 한다. 물론 과거는 바꾸지 못한다. 따라서 잊어버리고 지금의 생활에 오롯하게 매달리는 편이 맞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마음은 아픈 과거를 곱씹고만 있다. 이런 회한과 후회의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픔을 충분히, 제대로 곱씹으라" 이 물음에 대해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샤 누스바움(Martha Nussbaum, 1947~)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충고를 던진다. 욱신거리는 옛 상처를 쉽게 잊지 마라. 오히려 가슴 깊이 새겨진 아픔을 충분히, 제대로 곱씹어야 한다. 짐승은 오롯이 현재만 산다. 과거를 후회하지도,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편안하고 기쁘다면 이를 오롯이 누릴 뿐이다. 현재만을 산다는 점에서는 어린아이도 다르지 않다. 마음 건강한 아이는 과거에 휩쓸려 현재를 망치지 않으며,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현자들은 어린아이처럼 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스바움의 생각은 다르다. 평생을 어린아이처럼 사는 모습이 바람직할까?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하지 않는 아이는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 게다가 야단맞은 경험이 없는 아이는 정신적으로 성장하기도 어렵다. 실패를 통해 똑같이 좌절을 겪는 다른 이들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지 않던가. 칭찬만 받고 성공만 한 아이는 버르장머리 없는, 미성숙한 인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누스바움은 좋은 삶을 꾸리기 위해서는 실패와 좌절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아린 기억을 쉽사리 놓아버려서도 안 된다. 충분히 상처를 떠올리고, 반성하며,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럴 때 실수와 상처는 회한과 후회가 아닌,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성장통(痛)으로 거듭난다. 물론 도저히 이겨내지 못할 듯한 상실과 아픔도 있겠다. 그래도 누스바움은 과거를 충분히 보듬으라고 충고한다. 오래전 헤어진 사람이 여전히 생각나서 괴로운가? 이런 아픔은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게 하는 단서가 된다. 그러니 피하지 말고 왜 잊지 못하는지 따져보라. 그럴 때 자신에 대한 편견이 깨지며 진정한 자기 이해가 이루어질 터다. 게다가 상처와 아픔의 기억은 삶을 어느 쪽으로 이끌어야 할지 알려주기도 한다. 이를 누스바움은 ‘유사 분노(quasi anger)’라고 부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다니! 다시는 누구도 이런 일을 겪게 해서는 안 돼!”라고 결심했던 때를 떠올려 보면, 그녀가 말하려는 바가 이해될 듯싶다. “아픔을 운명으로 만들지 마라” 누스바움의 충고는 백번 맞는 말이다. 좋은 삶과 미래를 위해서는 옛 상처와 실패를 충분히 돌아보며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옛 기억에서 아예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은 어떤가? 그들에게는 아픔이 자신의 운명이 되어 버렸다.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부모, 어린 시절 잔혹했던 경험, 의지가 크게 꺾였던 기억은 현재의 모든 시도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꺾어버린다. “그때 내 아버지가 그렇게만 안 했어도…”, “돈 빌려간 친구가 투자 실패만 안 했어도…”라고 끊임없이 가정을 하며 한숨 쉬는 이들을 생각해 보라. 누스바움에 따르면, 이들은 속 편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은 노력할 이유가 없는 탓이다. “내 인생은 이미 스러졌으니 나는 굳이 애써야 할 까닭이 없다. 그러니 내가 늘어져 있다고 뭐라 하지 마라. 나는 충분히 괴롭고 아프다.” 그들 삶의 바탕에는 이런 식의 논리가 깔려있다. 이들을 누스바움은 강하게 다그친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과연 당신의 삶은 편안하고 행복한가? 왜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질척거리고 있는가? “우리 삶은 사후세계가 아니고, 현재는 과거가 아니다.” 그러니 떨쳐 일어나 지금, 이 순간 과거의 아픔을 떨쳐내며 내 삶을 튼실하게 가꿀 방법을 찾으라. 어떤 경우에도 옛 아픔이 내 인생의 운명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면 현재의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자신의 과거를 아름답게 꾸미는 데 매달리는 자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좌절과 역경을 얼마나 잘 이겨내고 지금의 성공에 이르렀는지를 뽐내기 위해 옛 기억을 더듬고 쓰다듬는다. 혹여 추억 가운데 마뜩찮은 장면이 있으면, 이를 어떻게 합리화하고 멋지게 포장할지를 놓고 전전긍긍한다. 이러느라 현재의 삶을 쏟아 붓는다. 이들 역시 결국 과거가 현재의 삶을 잡아먹고 있는 셈이다. 유능한 정신분석가는 오래된 기억을 헤집지만, 항상 ‘지금의 삶을 잘 살기 위함’이라는 치유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진정 과거를 잘 가꾸는 사람은 옛 추억 속에 살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멈추지 않았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누스바움의 조언을 직접 들어보자. “회고적 감정과 사고에 활용된 시간은 우리가 친구·자녀·손자녀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시간이다. 시간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친구들과 친척들이 대부분 사망한 경우에 더욱 유혹적인 방법이 된다. …(중략)…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은 언제나 있다. 과거를 쳐다보며 살면 즐거운 인간관계를 많이 놓치게 된다. …(중략)… 과거 회상작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할애하는 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현재와 미래를 풍요롭게 해주는 회상을 하라는 것이다.” “삶의 서사를 잘 가꾸라” 그렇다면 회한과 후회를 제대로 잘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스바움은 무엇보다 ‘삶의 서사(敍事)’를 잘 가꾸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옛 영웅들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영웅은 일생이 편안하고 행복한 경우는 없다. 그들은 온갖 고난과 엄청난 어려움을 겪으며, 이를 이겨내면서 위대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건강하게 삶을 가꾸는 이들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지금의 고통과 힘듦이 결국은 성취와 승리로 이어지리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생활이 버거울수록 이를 겪어내는 가운데 삶의 의미가 더 깊고 아름답게 영근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에게 후회와 회한으로 남을 상처는 없다. 옛 상처와 힘겨움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삶을 더 낫고 아름답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과 추억으로 되살아날 뿐이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의 현실을 살펴보자. 매일 매일의 상황 속에서 교사의 일상은 실패와 상처받음의 연속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성장’이라는 큰 잣대에서 보면, 우리의 교육은 결국 승리를 매듭짓는 성공 스토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입학할 때의 철없고 미숙한 모습과 졸업할 때 한결 의젓하고 성장한 모습을 견주어 보라. 매일 거듭했던 선생님의 아픔과 좌절 ‘덕분에’ 아이들은 자라난다. 이는 결국 교사의 보람과 자랑이 될 테다. 교권이 추락하고 상처받는 선생님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아픔이 회한과 후회가 되지 않도록, 내 삶을 아름답게 거듭하게 하는 성장통이 되도록 마음을 보듬으실 일이다.
우리 모두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의 주인이다. 지구 어느 곳에 살든, 부자건 가난하건, 별이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만은 누구라도 저 광활한 우주를 오롯이 홀로 소유한 부자가 된다. 별을 보며 소원을 빌고, 꿈을 꾸고, 영감을 받고, 때로는 이 세상의 유한한 삶에 대해 깊은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겨울철은 온 세상이 꽁꽁 어는 춥고 황량한 계절이지만, 밤하늘만은 어느 때보다 매혹적이고 풍요롭다. 고요한 겨울밤 어떤 별자리들을 볼 수 있을까? 큰 개, 작은 개와 함께 사냥하는 거인 오리온 겨울철은 유난히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자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밤하늘은 안드로메다은하와 오리온 대성운, 플레이아데스 산개성단과 히아데스 산개성단 등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은하와 성운·성단으로 풍성하다. 사계절 별자리 중 가장 밝고 화려한 오리온자리(Orion)도 겨울철에 가장 잘 보인다.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와 리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등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운다. 오리온자리는 큰 개와 작은 개를 거느린 오리온이 사냥하고 있는 형상으로, 외뿔소자리와 황소자리 사이에 있다. 오리온자리는 국제천문연맹(IAU)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88개 별자리 중 스물여섯 번째로 크다. 에리다누스자리와 토끼자리가 오리온의 발밑에 있고, 쌍둥이자리는 그의 머리 위에 있다. 알파별은 오리온의 오른쪽 겨드랑이 부분에 있는 베텔게우스로서, 아랍어로 ‘겨드랑이 별’이란 뜻을 가진 1등성 적색 초거성이다. 베타별은 왼쪽 발 부분의 리겔로서, 아랍어로 ‘발’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베텔게우스·시리우스·프로키온은 거대한 삼각형을 이루어 ‘겨울의 대삼각형’이라고 한다. 이 대삼각형은 겨울철 별자리를 찾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 베텔게우스를 가운데에 놓고 시리우스, 프로키온, 리겔,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쌍둥이자리의 폴룩스를 연결하여 ‘겨울의 대육각형’이라 부르기도 한다. ‘오리온의 허리띠(Orion’s Belt)’라고 불리는 오리온 허리 부분에는 세 개의 별(삼태성, 왼쪽부터 알니탁·알닐람·민타카)인 민타카·알니타크·알니람이 일렬로 있다. 이 세 별 밑 부분에는 가스 덩어리인 오리온 대성운(M42)이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로 빛나고 있다. 이 대성운 중앙에는 트라페지움(Trapezium)이라고 불리는 사다리꼴 모양의 부등변 사각형을 이루는 네 개의 별이 있는데, 청백색 고온의 별들로서 이들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오리온 대성운이 빛나고 있다. 이러한 가스 덩어리가 오리온 대성운 자리 전체를 덮고 있으며, 일부는 빛을 가려 말머리성운 같은 암흑성운을 만든다. 말머리성운은 말머리를 닮았기 때문에 가장 잘 알려진 성운 중 하나다. 오리온과 디아나의 금단의 사랑 거대한 오리온자리에 걸맞게 오리온은 그리스신화의 거인 사냥꾼이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로 키 크고 힘센 미남이어서 도도한 처녀 여신 디아나마저 그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디아나의 쌍둥이 남매인 태양신 아폴로는 성격이 사납고 교만한 오리온이 순결하고 고귀한 그녀와 어울리지 않은 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 사이를 갈라놓을 계략을 꾸민다. 어느 날 바다에서 머리만 내놓고 헤엄치고 있는 오리온을 보고 디아나에게 저것을 쏘아 맞힐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싶었던 디아나는 오리온을 향해 화살을 쐈고, 결국 그는 연인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신이 방해하려고 마음먹은 이상 그 비극적 운명을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뒤늦게 해변으로 떠내려온 오리온의 시신을 보고 슬픔에 빠진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자기 사냥개들에게 그 주위를 지키게 했는데, 그 사냥개들이 큰개자리와 작은개자리가 된다. 그리스신화에서 큰개자리와 작은개자리는 일반적으로는 오리온의 사냥개로 알려져 있다. 다른 버전의 신화에서는 악타이온이 자신과 님프들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자, 디아나가 격분해 악타이온을 사슴으로 변신하게 했고, 이후 그가 기르던 사냥개에게 물려 죽었다고 한다. 사냥개는 주인을 죽인 줄도 모르고 사슴을 잡아놓은 채 악타이온을 계속 기다리다가 그 자리에서 굶어 죽었다. 제우스는 사냥개를 측은하게 여겨 하늘로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준다. 겨울철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별자리로, 이 별자리 안의 별인 시리우스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난다. 달의 여신 디아나(그리스신화의 아르테미스)는 사냥과 궁술의 신이기도 하다. 그녀는 순결을 지키기로 맹세한 님프들과 사냥개들을 거느리고 숲에서 사냥하며 자유롭게 살았다. 겁탈의 위기에 처한 소녀나 처녀들, 님프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역할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 오리온은 유일한 연인이었다. 오리온과 디아나의 사랑 이야기는 미국 작가 토마스 불핀치(Thomas Bulfinch)의 신화의 시대에 소개되어 널리 알려졌는데, 실수로 연인을 쏘아 죽였다는 비극적인 서사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던 것 같다. 요한 하인리히 티슈바인(Johann Heinrich Tischbein)은 18세기 로코코 양식의 그림을 그린 독일 화가다. 티슈바인의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은 오리온이 사냥개들에 둘러싸인 채 디아나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사냥꾼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오리온과 디아나가 함께 숲에 살며 사냥 친구이자 연인으로 지내는 모습이다. 티슈바인은 주로 귀족의 초상화와 역사화나 신화를 그렸는데, 그래서인지 오리온과 디아나의 모습은 신화 속 인물이라기보다는 당대 귀족들의 모습을 그린 것같이 보인다.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다니엘 세이터(Daniel Seiter)는 죽은 오리온을 애도하는 디아나의 모습을 그렸다. 한 여인이 구름 위에 살포시 앉아 슬픈 표정으로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보고 있다. 초승달 모양의 머리 장식으로 보아 여자는 달의 여신 디아나이며, 남자는 오리온이다. 세 인물이 그림의 중앙을 삼각구도로 꽉 채우고 있고, 왼쪽의 남자가 입은 붉은색의 옷과 오리온의 밑에 깔린 푸른색 천, 그리고 여신이 걸친 분홍빛 옷이 배경의 어두운 색조 속에서 조화롭게 빛난다. 죽은 오리온의 나체는 시신을 묘사했다기보다 화실의 누드모델이 포즈를 잡은 듯 보이며, 디아나 역시 옷을 누드를 살짝 가리는 보조물로 사용하여 요염한 자세를 더욱 부각했다. 세이터는 연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여인이라는 서사적 스토리보다는 누드의 아름다움의 표현에 초점을 둔다. 시력을 잃고 태양을 찾아 헤매는 오리온 오리온은 그리스신화의 수많은 남성 신들이 그렇듯 못 말리는 난봉꾼이어서, 디아나 외에도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렸다. 오리온은 키오스섬의 왕 오이노피온의 아름다운 딸 메로페에게 구혼한 적이 있다. 왕은 섬을 황폐화시키는 사나운 야수들을 없애주면 공주와의 혼인을 허락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오리온이 야수들을 모두 죽인 후에도 왕이 두 사람의 결혼을 거부하자, 그는 메로페를 강제로 취했다. 이에 격노한 오이노피온이 잠든 오리온의 눈을 뽑아 바닷가에 버린다. 시각을 잃은 오리온에게 세상의 동쪽 끝까지 가서 태양신이 대양에서 떠오르는 순간 그 빛을 보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탁이 내려진다. 오리온은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os)라면 앞을 볼 수 없는 그가 동쪽 끝까지 갈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에 그를 찾아간다. 오리온을 동정한 헤파이스토스는 조수 케달리온으로 하여금 길을 안내하도록 한다. 오리온은 마침내 케달리온을 어깨에 태우고 목적지에 가서 아침의 태양을 보며 시력을 회복한다.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니콜라 푸생(Nicholas Poussin)의 ‘오리온이 있는 풍경: 시력을 잃고 태양을 찾아가는 오리온’은 이런 신화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손 떨림 증세로 인해 그림 그리는 일이 다소 어려워졌던 그의 인생 말년에 제작되었지만, 꼼꼼하고 세밀한 묘사가 뛰어난 풍경화다. 푸생 특유의 이상화된 풍경 속에 오리온이 더듬거리며 길을 가고 있다. 거인 오리온은 아래에 있는 사람들보다도 큰 거대한 사냥용 활과 화살통을 든 채 나무가 우거진 시골길을 지나 바다로 향하는 중이다. 오리온의 건너편 한쪽에는 폭풍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구름에는 햇빛이 비치고 있다. 이는 폭풍이 곧 사라지고 오리온은 머지않아 바다에 떠오르는 태양 광선을 보고 시력을 찾으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 구름 위에는 초승달 머리 장식을 한 달의 여신 디아나가 왼쪽 어깨에 올빼미를 얹은 채 오른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기대어 서 있다. 케달리온은 오리온의 발밑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남자는 헤파이스토스로서 길을 가르쳐 준다. 다른 두 명의 남자는 그늘진 길에 있다. 저 멀리 등대가 있는 바다가 보인다. 오리온과 독전갈, 쫓고 쫓기는 하늘의 숨바꼭질 한편 오리온자리는 황도 12궁 중 여덟 번째 별자리인 전갈자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화에 따르면, ‘이 세상에서 내가 사냥하지 못할 짐승은 없다’라고 떠벌리고 다닌 오리온의 자만심을 괘씸하게 여긴 헤라 여신이 그를 죽이려고 전갈을 보냈다고 한다. 전갈은 치명적인 독침이 들어 있는 꼬리를 휘두르며 오리온을 맹공격했지만, 결국 죽이지 못했다(다른 출처에 의하면 전갈에게 물려 죽었다고도 한다). 어쨌든 헤라는 전갈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별자리가 되어서도 전갈과 오리온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전갈자리가 떠오를 때면 오리온자리가 서쪽 하늘로 달아나 져버리고, 전갈이 하늘을 가로질러 쫓아 내려가면 오리온은 동쪽에서 올라오기를 반복한다. 전갈은 영원히 오리온을 죽이지 못하고, 오리온 역시 끝도 없이 전갈을 피해 도망 다니는 모양새다. 전갈자리는 낚싯바늘로 알려진 갈고리 모양의 별들로 인해 쉽게 식별할 수 있다. 가장 밝은 별은 안타레스자리다. 이 별의 이름은 ‘화성의 라이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는데, 별의 붉은 루비색이 화성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아이들에게 ‘꼰대’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교사라는 직업을 소명으로 받고서 교직에 첫발을 내디딜 때 가졌던 첫 마음이 자꾸만 흔들린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무관하게 자꾸만 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넘쳐나고, 자기계발을 위해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하다. 오늘은 어떻게 하루를 버틸까 생각하며 출근하는 자기 모습을 발견할 때면, 어느덧 ‘직장인’이 다 되어버린 자괴감마저 든다. 오늘 하루도 교사인 자신을 바라볼 수십 쌍의 똘망똘망한 눈방울들 앞에서 그저 바르게 서 있기도 어려운 요즘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학교폭력 사건들, 한동안 뉴스를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교사 자살 사건들, 점점 어려워지는 학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하수상한 시절,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까? 거창한 질문에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 한 편의 영화가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남 한 도시에서 60년 동안 한약방을 지킨 김장하 선생이 있다. 100억 원이 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도 인터뷰 한 번 하지 않고, 많은 이들을 도우면서도 자기 옷 한 벌 허투루 사지 않는 사람. 어른 김장하는 좋은 어른을 기다렸던 교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그리고 다시 한 번 새 힘을 내게 해 줄 가장 따뜻한 휴먼 다큐멘터리다. ‘악한 영향력’의 시대에 ‘선한 영향력’의 희망 우선 이 영화를 본 이들의 평부터 심상치 않다. 가수 이승환은 “악한 영향력의 시대에 선한 영향력의 희망을 봅니다”라고 말했고, 배우 김남길은 “어른 김장하를 보고 감명 받았다.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영민 서울대 교수는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그와 조금이라도 닮기를 바라기도 하고, 닮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 이 사회에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했다”라고 영화평을 전했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있는 우리 시대의 어른”이라고 평했고, 김은형 ‘한겨레’ 선임기자는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라고 감상평을 남겼다. 먼저 알려지지 않은 영웅, 김장하 선생이 어떤 분인지 알아보자. 1944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김장하 선생은 가난한 탓에 동성중학교 졸업 후 학업을 잇지 못했다. 주경야독 끝에 1962년 학약종상 시험에 합격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1년 후 면허를 받고, 1963년 사천시 용현면에 남성당한약방을 개업했다. 갓 스무 살 한약방 원장의 한약이 싸고 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손님이 밀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뤘다. 동생들을 데리고 쑥밥·고구마밥을 해 먹으며 가난하게 살던 그였지만, 한약방이 이른바 ‘대박’을 쳤어도 밥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술료라는 명목으로 약값이 비쌌던 그 시절에 김장하 선생은 유독 박리다매 정신을 강조했다. 그리고 당신이 번 돈은 병으로 아프고 괴로운 사람을 상대로 벌었던 것이기에 그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서 차곡차곡 모아 사회에 다시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이란 게 똥과 같아서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밭에 골고루 뿌려두면 좋은 거름이 된다’는 신념으로 주변을 돕기 시작한 것.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역문화·언론·환경·여성운동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1983년에는 명신고등학교(학교법인 남성학숙)를 설립했고, 1991년에는 국가에 헌납했다. 1920년대에 진주시에서 태동해 대한민국 최초 인권운동으로 알려진 형평운동을 알리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를 발족해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자신의 선행을 알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언론 인터뷰는 물론 어떤 상도 받지 않았다(영화 말미에는 외국의 한 단체가 수상자 선정 소식과 함께 상금 1억 원을 준다고 알려왔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김장하 선생의 모습이 담겨 있다). 2022년 5월 31일 남성당한약방 문을 닫고 은퇴해 평범한 할아버지의 삶을 살고 있다. 쫓는 기자와 쫓기는 선생의 ‘미담추격전’ 어른 김장하는 언뜻 평범한 인물 다큐멘터리로 보이지만, 조금은 독특한 형식을 띤다. 주인공인 김장하 선생의 직접적인 인터뷰가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총 몇 명에게 장학금을 주셨습니까?”라는 질문에 김장하 선생은 그저 묵묵부답이다. “줬으면 그만이지 보답 받을 이유가 없잖아요.” 준다는 생각도 없이, 줬다는 기억도 없이 타인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 불교 용어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정신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 1991년 경남도민일보에 입사한 30년 경력의 베테랑 기자인 김주완 전 편집국장의 전통적인 취재가 김장하 선생 앞에서는 계속해서 길을 잃은 이유다. 경남MBC의 김현지 PD가 김장하 선생에 대한 다큐멘터리 기획안을 쓰면서,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김장하 선생이 안 된다면, 주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방식으로 선회하기로. 수백 명의 장학생부터, 지역신문사·서점·연구단체·이웃사촌·여성보호시설·환경운동단체·연극극단과 문학가들까지…. 김장하 선생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너무 많으면 자칫 중구난방이 될 수 있어서 키맨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김주완 기자가 맡은 것이다. 형평운동사업회 99주년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본 촬영에 들어갔다. 김장하 선생이 남성당한약방 문을 닫을 준비를 하던 즈음이었다. 절대 인터뷰를 하지 않고, 촬영을 허락하지도 않던 김장하 선생이 유일하게 곁을 내주던 이야기 소재는 다름 아닌 ‘명신고 장학생’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두 사람은 장학생을 계속해서 섭외해 김장하 선생을 찾아갔다. 장학생 취재를 핑계로. 그렇게 1년여를 보내다 보니 김장하 선생도 약간 ‘모르겠다’는 심정이 되었다. 지역사회에서 김장하 선생의 공적역할 등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촬영을 하다 보니, 김장하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절대 나를 우상화하는 이야기는 안 된다”라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하여 과연 영화는 평생을 강직하고 우직하게 살아온 한 인물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의 삶을 지탱한, 평생 지키고자 한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김주완 기자는 김장하 선생의 인생에 조부와 남명 조식 선생 그리고 공자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특히 김장하 선생이 실천적인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많이 안다는 것만으로는 지식이 아니다. 아는 것을 실천해야 그것이 진정한 지식이다’라고 실천학문을 강조한 남명 선생의 가르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자와 관련해서는 김장하 선생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논어의 ‘학이’편 세 번째 문장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이면,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아’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라는 뜻이다. 김장하 선생의 생활신조는 ‘앙불괴어천부부작어인(仰不愧於天俯不怍於人)’이다. 맹자의 ‘진심상’편에 나오는 구절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고, 사람을 향해서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사는 것’을 뜻한다. 영화에서는 깜짝 생신잔치에서 김장하 선생의 그런 면이 드러난다. 덕담 한 말씀을 요청하는 시민들에게 김장하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칠십 년 동안 나름대로 부끄럽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아직도 부끄러운 것이 더 많습니다. 앞으로는 부끄럽지 않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세 문장에 공통적으로 ‘부끄러움’이 들어간다.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 평생을 이렇게 살아온 것이다.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합니다 ‘어른’이라고 하면 요즘 조금은 가부장적이거나 ‘꼰대’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원래 어른이라는 단어가 나쁜 의미는 아니었다. 영화를 본 한 관객은 “어른이 이렇게 푸근한 단어였죠. 내가 이렇게 기댈 수 있다는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단어라는 걸 재발견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른 김장하는 오염되었던 단어 ‘어른’에 본래 의미를 돌려줬다. 김주완 기자가 생각하는 어른과 꼰대의 차이점은 ‘행동’이다. 꼰대는 말로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자기가 살아온 삶과 행동으로 후배와 후세들에게 자연스럽게 가르침을 준다. 김장하 선생은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장학생에게 단 한 번도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명신학원을 운영할 때는 교사들에게 일절 훈수를 두지도 않았다. 오히려 타 학교에 비해 두세 배의 급여를 주면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했다. 한때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를 해임하라는 정부의 압력이 들어왔을 때도 끝까지 교사들의 방패가 되어줬다. 세무조사에 감사까지 들어온다는 소식에 “그렇게 나오면 나는 쉬워요. 잘못한 게 없거든”이라고 말하며. 명신고 설립 초기 교사들은 밤 12시까지 퇴근도 못하고 다음 날 7시 반까지 출근해야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고 한다. 치사하게 살지 않아야겠다는 것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이런 점에서 어른 김장하는 교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교육을 바로 세우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김장하라는 영웅을 이 사회가 칭찬만하고 끝내서는 안 될 이유다. 시민활동·여성운동·환경운동·장학금 등 국가가 또는 사회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인데, 김장하 선생 개인이 감당해 왔기 때문이다. 60년간 진주를 치유해 온 한약사 김장하 선생의 삶은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2023년의 한국 사회에 감동을 주면서,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한 가지 더. 사학재단이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른 김장하에서 이런 사학재단도 있었고, 이런 설립자도 있었구나 하는 하나의 모델 또는 표본으로 영화를 볼 여지도 있다. 좋은 교사와 관리자가 있다면 계속해서 칭찬하고 알릴 수 있다면? 그들이 자랑스럽고 행복해지면 우리 사회에 그들을 따라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지 않을까? 명신고 장학생이었던 한 학생은 김장하 선생을 찾아가 “유명한 사람이 되지 못해 송구해서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군다. 그때 김장하 선생은 “고맙다”라며 그저 따뜻한 눈길로 다 큰 어른의 어깨를 다독인다. 그의 후원을 받은 한 사람은 이렇게 증언한다. “뭔가 정신이 혼미하거나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김장하 선생이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제 뒤에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것 같아서요. 그런 생각이 들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게 되죠.” 새로운 2024년을 시작하는 1월. 힘든 마음을 잠시 내려두고 어른 김장하를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기를. 영화를 보고 나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를. 그리하여 보통 사람들이 지탱하는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어떤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로 기억되고 싶은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실천으로 옮기는 2024년이기를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에게 기원합니다.
야누시 코르차크에게 아동권리를 묻다 (타티아나 치를리나 스파디·피터 C.렌 지음, 다봄교육 펴냄, 452쪽, 2만3,000원)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영감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 야누시 코르차크의 교육사상을 담았다. 아이를 사람이 되어가는 과도기적 존재가 아닌 사람 그 자체로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을 관통하는 주제다. 그렇다고 동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무조건 아이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실수는 용서하되, 이웃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규칙을 만들고 지키도록 이끌 방법을 소개한다. 선생님의 돈 공부 (천상희·김선·이지예·한수연 지음, 창비교육 펴냄, 272쪽, 1만7,000원) 물가도 따라가지 못하는 급여, 위협받는 연금, 이제 교사에게도 재테크는 필수다. 경제금융교육연구회 ‘재무 읽어 주는 교사’ 소속 교사들이 선생님들에게 딱 맞는 재무설계 방법을 소개한다. 월급 명세서 읽기, 수입·지출 관리, 꼭 알아야 할 금융제도와 상식을 쉽게 풀었다. 실제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상담사례를 통해 내게 맞는 해법을 찾아보자. 교사 상처를 치유하는 교사를 위한 회복적 생활 (송주미 지음, 교육과실천 펴냄, 224쪽, 1만7,500원) 교사를 위한 마음 회복 방법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회복적 생활교육, 교사 마음 돌봄 연수 등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 상처의 근원을 살피고, 치유할 방법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저자는 “교사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존재로서 역할을 다할 때 회복된다”며 자신의 상처를 따뜻하게 마주할 것을 권한다. 아이의 감정 (우도 베어·가브리엘레 프릭 베어 지음, 김현희 번역, 북인어박스 펴냄, 284쪽, 1만7,000원) 아이들이 어른에게 말하지 않는 35가지 감정의 세계를 정리한 책. 분노·슬픔·화·불안감·두려움 등 인간 본연의 감정이 ‘나쁜 감정’으로 취급되는 분위기 탓에 아이들이 자기표현에 서툰 존재로 성장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아이들이 감정을 속이거나, 거기에 갇혀 어려움을 겪을 때 나타나는 이상행동을 파악하고 대처하도록 돕는다. 나를 나답게! 자기방어 수업 (박은지 지음, 창비 펴냄, 148쪽, 1만3,000원) 타인의 공격에 대응해 본 경험이 많지 않은 청소년들은 사소한 공격에도 움츠러들기 십상이다. 더구나 은밀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학교폭력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자기방어의 시작은 ‘나’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위험상황을 빠르게 분석하고 대처하는 구체적 방법뿐 아니라 너른 시야로 자아존중감을 기르는 법을 안내한다. 매쓰 비 위드 유 (염지현 지음, 북트리거 펴냄, 188쪽, 1만5,000원) 일상 곳곳과 연결된 수학을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갖고 사고력을 기르도록 안내하는 책. 수식 가득한 엄숙한 수학이 아닌 자기 스타일에 맞는 수학으로 재미를 찾자는 취지다. 요즘 자주 회자되는 유튜브 알고리즘, 관심 있는 이성에게 초콜릿을 건넬 때 고백할 확률, 라면이 곡선인 이유, 얼굴 인식 기능 등 수학이 녹아있는 여러 주제를 통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비행 슈트 (장예진 글, 상상주아 그림, 자음과모음 펴냄, 104쪽, 1만3,500원) 하늘을 나는 비행 슈트, 거대한 불길 속에서도 사람을 지키는 방화복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술을 작가의 상상력을 곁들여 소개한다. 웨어러블 기술이 바꿔놓을 우리의 일상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사람과 기술이 지혜롭게 공존할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호모 플라스티쿠스 (김진원 글, 불곰 그림, 이지북 펴냄, 104쪽, 1만4,000원) 플라스틱 쓰레기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미래에 유전적 변이로 태어난 인간 ‘호모 플라스티쿠스’ 이야기를 담은 창작 동화다. 부모에게 버려져 나무새 할머니에게 길러진 주인공이 자신이 발견된 고늬섬 올랑호수를 조사하다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버클랜드 공장의 엄청난 비밀을 발견한다는 줄거리다.
밈 전파 성공의 희열 교사들의 사기가 바닥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23년 5월에서 6월 사이에 전국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정도의 교사는 명예퇴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교권침해 증가에 따른 교수 효능감 저하’라고 응답했다(이동엽 외, 2023). 교수 효능감 저하의 뜻은 자기가 뜻한 대로 제대로 가르칠 수 없고, 학생들의 변화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고, 이를 달리 해석하면 ‘밈 전파 좌절’이다. 가르침의 길에서 희열을 느낀 선생님의 글이 있다. 다음은 이상우(경기 금암초)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선생님이 느낀 기쁨의 근원을 뭐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밈 전파’라는 관점에서 보면 ‘밈 전파 성공 확인에 따른 희열’이다. 어제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4년 전 제자가 고1이 되어 혼자 찾아왔다. 와서 하는 말이 내가 자신의 롤모델이란다. 이럴 수가?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 여학생은 왕따에 맨날 지각과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고, 나 역시 교사로서 한계를 느꼈다. 그랬던 애가 내가 롤모델이라니 뜬금없다. 아이 말에 따르면 자신은 부정적이었는데, 나는 긍정적이었고 ‘욕구’를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나니 선생님이 좋은 분이었고, 선생님 덕분에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단다. …(중략)… 갑자기 밀린 숙제를 다 마친 뿌듯함 같은 게 몰려왔다. 아이가 기특했다. 그렇다. 교사를 힘내게 하는 것은 아이와 학부모가 ‘선생님 덕분에 내가 나아졌다’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들으면 그간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그때 나도 신이 나서 한마디 한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저도 힘이 나네요. 그런데 제가 한 것은 별로 없어요. 아이가 스스로 노력하고 어머니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교단을 떠나려고 마음먹었다면 빨리 떠나는 것이 자신과 학생들, 그리고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떠나기 어렵다면, 교단이 머물고 싶은 곳이 되도록 여건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머무는 동안 교육활동 속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모두를 위한 바람직한 선택이다. 변화를 위한 시작점의 하나는 가르침의 본질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거기에 따라 자신을 움직이는 것이다. 밈 전파로서의 교육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내가 늘 고민해 온 것은 ‘과연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르치는 것이 예비교사가 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예비교사들은 내가 가르치는 내용보다는 내가 가르치는 방법과 모습을 보며 더 많이 배운다고 하는데 과연 나는 그러한 전범(典範)이 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가르침의 본질을 밈(Meme. 문화유전자)의 전파행위로 보는 관점을 나누고자 한다. 대학 1학년 때 김종서 교수님으로부터 교육학개론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노교수님은 감기몸살로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가도 분필만 잡으면 팔팔하게 되살아난다며 환한 미소로 열강을 하셨다. 어느 날은 처음 발령받았을 때 가르쳤던 사범학교 학생이 보내왔던 편지라며 주머니에서 빛바랜 편지를 꺼내 낭송해 주시기도 하고, 비 오는 날에는 갑자기 칠판에 시를 한 편 적어놓고 낭송해 주시기도 했다. 이분처럼 강의 도중뿐만 아니라 강의 후에도 희열에 차서 나오는 사람들의 비법은 무엇일까? 이 사람들의 특징은 강의를 억지로 하는 ‘일’로서가 아니라 강의를 발판 삼아서 다른 그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른 그 무엇은 바로 밈 전파 활동이다. 밈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생물학적 유전자만이 아니라 문화유전자도 전파시키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수전 블랙모어(2010: 281)는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 밈이라는 책에서 ‘사회 생물학의 최대 미스터리의 하나인 이타성’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밈 전파를 들고 있다. 수전은 이타적인 사람은 인기 있고, 따라서 모방되고, 결국 그의 밈이 다른 사람의 것보다 더 널리 퍼진다는 ‘밈학적 관점’을 추가하고 있다. 밈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자신의 밈 전파를 위해 그러한 희생도 감수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 유전자를 전파하기 위해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생명체가 유전자를 전파하는 행위를 할 때, 그리고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전파되었음을 확인할 때 오는 기쁨과 밈 전파에서 느끼는 기쁨의 수준은 유사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밈을 전파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까지 기꺼이 내놓는 것이다. 자신의 밈을 전파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보상까지 받는 직업이 있다. 다름 아닌 교직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희열을 느끼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밈이 성공적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가르침 과정 중에 종종 경험했던 희열의 정도를 돌이켜보면 그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더구나 교사에게는 밈 전파 대상인 학생까지도 국가가 할당해 준다. 이는 실로 커다란 특혜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침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은 가르침의 본질이 특정 지식(교과내용)의 전수가 아니라 한유의 ‘사설(師說)’에 나오는 도의 전파활동(傳道授業解惑)이라는 점이다(박남기, 2011). 이를 깨닫고 가르침의 본질에 맞게 가르치는 활동을 할 때 가르침은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라 커다란 즐거움이 될 것이다. 가르치는 활동이 밈 전파활동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밈 전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사람의 밈 전파 욕구가 충분히 강해야 한다. 그러한 욕구를 느끼려면 당연히 전하고 싶은 밈이 많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스승의 모습은 ‘영원한 학생’이라는 말이 성립한다(박남기, 2017). 자신의 밈을 상대에게 성공적으로 전파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권위, 그리고 기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학교 안의 학급이라는 조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조직의 리더에게 필요한 권위인 카리스마적 권위, 전문적 권위, 합법적 권위, 그리고 전통적 권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박남기(2017)의 최고의 교수법을 참고하기 바란다. 밈 전파와 연구 가르치는 내용과 기법에서 자신의 밈이 차지하는 비중 즉, 자기 경험과 연구결과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가르침의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의 정도는 더 커진다. 자신의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밈 전파자가 될 수 있지만, 남의 지식만 전하는 사람은 지식전달자, 지식 판매원밖에 될 수 없다. 전달자로서의 교사 혹은 교수는 하나의 매체일 뿐 스승이 아니다. 이러한 전달자의 역할은 AI가 훨씬 더 잘하는 시대가 되었다. AI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 가르치는 길목에 서 있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전달자의 위치를 박차고 나와 깨어 있고 살아있는 스승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도 단순한 ‘이론 소비자’가 아니라 자기가 가르치는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그 내용을 학생들과 공유하는 ‘이론 생산자’가 될 필요가 있다. 자기만의 밈을 만드는 것은 교육내용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가르치고 수업을 경영하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유사한 내용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도 교사가 자신만의 교수법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교수법을 적용할 때, 그리고 그 기법이 효과를 발휘할 때 가르침의 기쁨은 더욱 커진다. 존 버그만과 애론 샘즈(Bergman and Sams, 2014)가 쓴 거꾸로 교실이라는 책에는 새로운 교수법을 연구·적용한 교사들이 기쁨에 들떠 자신의 수업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학생들이 변화한다는 것은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밈이 학생들에게 전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가르치는 사람은 교수법 변화를 통해서도 밈 전파의 희열을 맛볼 수 있다. 미국 최고의 교사로 선정되어 전국 강연을 했던 헤리 왕은 부모님께 바치는 책 헌사에서 ‘뇌수술 전문의가 되기를 바라셨던 부모님께 바칩니다. 저는 부모님의 기대보다 훨씬 더 큰 업적을 이뤘습니다. 저는 학자이자 교사가 되었습니다’라고 적고 있다(Wong and Wong, 1998: iii). 뇌수술 전문의가 되어 살려낼 수 있었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와 학부모, 그리고 사회인들에게 희망과 새로운 삶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학교현장에서의 경험을 깊이 있게 해석하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기 위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교사이자 연구자로서 학급경영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 활동과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자신의 현장 경험을 재해석하고, 구조화해 세상과 나누었다. 그는 자신의 고유한 교육밈을 만들고, 이를 세상에 전파했기에 수업과 강연을 하며 희열을 느꼈던 것이다. 이처럼 자기가 가르쳐야 하는 내용, 학급경영, 해야 하는 업무에 자신의 밈이 포함되도록 연구를 지속할 때 수업을 포함한 교육활동을 통해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자 중에는 놀이경영·과학연극, 혹은 다른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서 관련 책을 출판하고, 전국 교사 대상 강연을 하는 선생님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밈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탁구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스포츠다. 빠른 백핸드, 정확한 포어핸드, 네트를 넘나드는 공과 리듬을 맞추는 선수들의 발놀림은 마치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이에리사-현정화-신유빈으로 이어진 한국 탁구는 힘들었던 시기마다 환희와 희망을 안겨준 기특한 종목이기도 하다. 그런 탁구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풀뿌리 스포츠로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현초등학교. 이 학교는 전통의 탁구 명문교로 서울은 물론 전국 스포츠클럽대회를 주름잡는다. 우수한 선수들만 데려와 성적을 올리는 게 아니라 전교생 대상 스포츠 클럽활동을 통해 자질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대표적 학교로 꼽힌다. 인근 동덕여중·동덕여고 등 탁구 강호들의 주축선수 상당수는 방현초 출신이라고 한다. 길고 깊은 방현초 탁구 역사 … 체력증진은 물론 협동심·배려심까지 방현초의 탁구 역사는 길고 깊다. 지난 2010년 탁구부가 창설된 이래 전교생이 탁구를 즐긴다. 교기가 탁구인 셈이다. 실제로 ‘스포츠클럽 아침 탁구부’와 ‘방현 꿈탁구 교실’은 대표적 체육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클럽 탁구부는 활동을 희망하는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녀 선수를 선발, 매주 화·목 아침 40분간 활동하고 있다. 전문 코치와 함께 기본적인 서브와 리시브 연습부터 학생들끼리의 토너먼트 연습게임까지 다양한 훈련을 실시한다. 3~6학년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방현 꿈 탁구교실은 학급별 주 1회, 학기당 10차시로 연중 운영하는데 탁구 전문 강사와 체육 협력수업으로 운영된다. 학생들 실력은 최상위권이라고 한다. 지난해 열린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탁구대회에서 여학생들은 우승을, 남학생들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코치진의 지도와 아침부터 방과후까지 틈틈이 실력을 길러온 학생들의 노력이 거둔 성과다. 특히 서울시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여자 탁구부는 서울시 대표로 전국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참가하는 영예를 누렸다. 조현숙 교감은 “탁구부 학생들은 아침 연습은 물론 방과후에 자발적으로 개인 연습을 하는 등 실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러한 열정과 노력 덕분에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탁구가 학생들의 체력증진은 물론 협동심과 배려를 기르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촘촘한 학습안전망 구축, 학력신장에 온 힘 방현초는 또 촘촘한 학습안전망을 구축, 학생들의 학력신장에 힘을 쏟는다. 단순히 읽기·쓰기·셈하기 교육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사회·정의적 영역과 메타인지를 포함한 4R 교육을 추구한다. 기초학력 stand up프로그램으로 명명된 학력증진계획은 다양하고 정확한 진단을 기초로 학교안팎의 인적·물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 교육효과를 높인것이 특징이다. 학력진단은 학습지원대상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기초학력진단-보정시스템의 국어·수학·영어문항을 활용하여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이후 6월·10월·12월 세 차례에 걸쳐 학습향상도를 확인하고 누적 관리하고 있다.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EBS 문해력 학년별 테스트를 실시한다. 어휘영역·추론영역·정보파악능력 등 영역별로 점수 결과를 학생과 공유하고, 테스트 결과는 국어 정규 수업에 활용한다. 영어 단어읽기 발달단계 검사는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미국 DIEBELS 테스트 일부 문항을 활용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교사들이 수학문제집을 만들어 아침 수업전이나 자투리시간에 풀어볼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수학·영어의 경우 학생들 간 성취도 차이가 커 이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적이 올랐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문해력 증진을 위해 슬로우리딩 교육을 실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육연극을 통한 사회·정서적 역량 증진 방현초가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영역은 사회·정서적 역량진단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공하는 ‘학습유형 검사’, ‘사회·정서 역량검사’, ‘학습 저해요인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한 뒤 학생들의 자아존중감과 관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교육연극이다. 방현초는 교육연극을 1~6학년, 전 학년에 걸쳐 시행하고 있다. 창체시간을 활용, 20차시로 운영되는데 한 반에 2~3개 모둠을 구성, 교육연극에 나선다. 모둠별로 대본연습도 하고, 소품 등 무대장치도 학생들이 직접 만든다. 학생들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연극작품은 지난 11월 ‘꿈·끼 나눔 발표회’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코딩교육에도 힘을 쏟는다. 코딩교육을 통해 컴퓨팅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갖춘 자기주도적 미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4·5·6학년은 1학기에, 1·2·3학년은 2학기에 학년별 10차시씩 운영하는데 담임교사와 코딩강사 협력수업을 진행된다. 김경남 교장은 “코딩에 대한 부담이나 저항감을 없애기 위해 1~2학년부터 코딩교육을 하고 있다”며 “교사들이 의기투합해 우리학교만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수업에 적용하고 있는데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중학교에 진학한 방현초 출신 학생들의 코딩실력은 월등하다는 후문이다. 방현초는 서울 서초구 관내에서 규모가 제일 작은 학교다. 하지만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특기적성 교육이 뛰어나고 교직원들 간 화합을 통해 가장 근무하고 싶은 학교로 꼽힌다. 교사들은 새둥지처럼 포근한 학교, 교사가 행복하고 학생이 즐거운 학교라고 입을 모은다. 김 교장은 “창의성과 인성교육에 힘을 쏟는 작지만 강한 학교,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받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김경남 교장은 … 방현초의 교장실은 언제나 열려있다. 학생들은 수시로 교장실을 찾는다. 일종의 쉼터인 셈이다. 빈말이 아니다. 취재를 위해 방현초를 찾은 지난 12월 13일. 김경남 교장과 인터뷰 도중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드르륵 열렸다. 가방을 멘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낯선 외부인을 보곤 잠시 쭈뼛거리는가 싶더니 스윽 들어와 뭔가를 건넨다. 크리스마스 때면 볼 수 있는 특유의 빨간색 편지봉투다. “어머, 고운이(가명)구나. 이게 뭐야.” 김 교장이 어깨를 안으며 토닥이자 “교장선생님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곤 휙 나가버린다. 또박또박 쓰여진 편지에는 교장실에서 친구들과 곤충을 관찰했던 일, 어느 날엔 교장선생님과 함께 운동장을 산책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감사하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교장 책상 위엔 학생들이 보낸 편지글이 수북하다. 김 교장은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라며 사진도 못 찍게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김 교장은 수시로 학생들을 불러 교장실에서 동화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과학담당 전문직 출신답게 교장실에 다양한 곤충들을 가져와 학생들의 호기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근엄한 교장실이 아닌 학생들과 소통하는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모든 학생이 주인공입니다. 각자의 꿈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뛰어나고 말고가 없죠. 그래서 학교는 모든 학생의 꿈을 발현시켜 주고 더불어 성장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올해 정년을 맞는 김 교장은 “방현초 교정이 학생 모두에게 영혼이 가장 따뜻했던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의 개정으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행위가 아동학대로 신고되어 교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는 교육감이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게 되었다. 해당 규정은 본래 2024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되어 있으나, 정부는 시행일 이전부터 해당 규정을 적용하도록 합의하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약 한 달 만에 교육감 의견서가 32건 제출되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하루에 한 건 이상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발생하였던 셈이다. 필자의 관내 지역에서도 사건이 발생하여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신고된 교원을 면담하게 되었는데, 신고 이후에도 계속되는 보호자의 민원, 더 신경 썼어야 했다는 자책감, 사실과 다른 소문의 발생,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 등 다양한 고민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당장 닥쳐있는 문제는 경찰에서 진행되는 수사인데, 대부분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어서 향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도 어렵고, 형벌이나 신분상의 불이익이라는 삶의 중대한 부분까지 영향을 주게 되니 극심한 두려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죽음 뒤에 어떤 일이 있을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듯,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무지에서 온다고들 한다.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교원 누군가를 위하여 이번 호를 통해 수사기관과 법원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과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경찰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대부분 피해아동 측의 신고나 고소로 아동학대 사건이 시작된다. 신고가 있어 즉각 경찰이 학교로 찾아와 그 즉시 교원 본인이 신고 된 사실을 알게 되는 때도 있고, 경찰에서 학교로 교원의 개인정보나 관련된 자료를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내와 피해아동 측의 고소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도 있다. 수사기관은 조사나 수사를 시작한 때에는 소속 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학교나 관할 교육청 등으로 수사개시에 관한 통보를 한다(「국가공무원법」 제83조, 「사립학교법」 제66조의3). 또 그 시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현재 경찰에서는 사안에 대한 조사 초기에 아동학대 사안에 대한 교육감의 의견 제출을 요청(개정 「교원지위법」 제17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 뒤, 피해아동 측에 대한 조사를 먼저 시작한다. 이를 통해 수사의 대상이 될 내용과 범위를 확정하고, 그다음으로 담당 수사관이 신고 된 교원에게 유선으로 출석을 요청하며, 일정을 조율하자는 연락을 하게 된다. 이러한 수사관의 연락을 받게 되면, ① 수사관의 소속·직위와 성명, ② 신고된 교원 본인이 피내사자인지 정식으로 입건된 피의자인지, ③ 혐의사실의 요지는 무엇인지, ④ 피해아동 측에서 제출한 고소장이 있는지를 문의하고, ⑤ 출석일정은 되도록 10일 이상으로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설정하는 것을 권한다. 다음으로 이렇게 알게 된 내용을 토대로 ‘정보공개포털’에 접속하여 해당 수사관이 소속된 경찰서로 피해아동의 신고내용 또는 고소장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할 것을 고려해 본다. 이는 교원 본인에 대한 혐의사실을 명확하게 알기 위함이고, 이를 알아야 적절한 대응방법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공개 청구의 처리기간이 10일가량이므로,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조사에 임하기 위하여 10일 이상 여유를 두고 출석일정을 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보를 얻게 되었다면 수사 대응을 위한 변호사의 선임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변호사의 선임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른 법률적인 조력을 구할 수 있고, 피의자신문 등 과정에 동석해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으므로 매우 유용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많은 시·도의 교육청에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교원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먼저 교원 본인의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추후 아동학대에 대한 혐의를 벗게 되면 검토를 거쳐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찰에 출석하게 되면 담당 수사관과의 문답 방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신문조서가 만들어진다. 혐의 내용과 확인할 사항의 양에 따라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후 경찰에서는 그간 조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해당 사건을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일반적인 형사사건의 경우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이때에는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동학대 사건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 없다’고 결정되더라도 검사에게 송치하게 되어 있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 검찰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는 경찰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다. 피해아동 측이나 교원에 대해 검찰에서의 추가 조사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은 편이다. 검찰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크게 4가지로, ①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 처분, ② 기소유예 처분, ③ 구약식 또는 구공판 처분, ④ 아동보호사건 송치 처분으로 나뉜다. 당연하게도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은 검사가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가장 좋은 결과라고 하겠다. 기소유예 처분은 피의자에게 혐의 사실이 인정되나 연령·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사정을 고려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내려지는 처분이다. 쉽게 말하면 ‘이번 한 번은 봐준다’라고 이해하면 된다. 아동학대 사건에서는 교육받을 것 등을 조건으로 하는 기소유예 처분을 하기도 한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이러한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된다면 형사처벌은 면한 것이기에 일단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혐의 사실 자체는 인정된 것이기에 이후 있을 징계 등의 절차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고, 혹여나 피해아동 측이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면 불리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구약식은 검사가 법원에 벌금형을 선고해달라고 하는 것을 말하고, 구공판은 검사가 법원에 정식재판을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고, 이를 처벌할 필요성이 높다는 검사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후 법원에서의 재판과 판결 등 절차가 남아있게 된다. 한편 검사는 사건의 성질이나 동기, 교원과 피해아동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사건을 아동보호사건으로 하여 가정법원(가정법원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해당 지역의 지방법원)으로 사건을 송치할 수 있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제28조). 이는 아동학대 사건 특유의 절차인데, 가정법원에서 피해아동을 보호하는 방법을 정하라는 것에 가깝기에 설령 어떠한 조치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전과나 형사처벌전력이 남지 않는다. 다만 가정법원에 출석하여 심리를 받는 절차에는 참여해야 한다. 법원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검사의 구약식 처분이 있다면 법원은 사건 내용을 검토하여 범죄가 인정된다면 벌금형에 처한다는 약식명령을 내린다(매우 드문 일이지만 법원에서 벌금으로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정식재판으로 넘길 수 있다). 구약식 절차는 재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절차 없이 서면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편리함이 있다. 그러나 징역이나 금고와 같은 신체의 구속이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벌금형은 엄연히 전과에 해당한다. 또 「아동복지법」에 따라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있는 때에도 아동관련 기관에 취업제한이 붙을 수 있다. 이러한 아동관련 기관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가 포함되므로, 교사가 취업제한으로 인하여 한동안 학교에서 근무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아동복지법」 제29조의3 제1항). 필자 역시 그런 예들을 종종 봐왔다.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있어 이에 불복하고자 한다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에는 재판이 진행되므로 재판에 참석해야 하고, 무죄판결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약식명령으로 받은 금액보다 상향된 벌금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검사의 구공판 처분이 있다면 재판이 열리게 되고, 정해진 재판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참여해야 한다. 재판 결과 죄가 인정된다면 벌금이나 징역 등 형벌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재판에 관한 내용은 워낙 전문적인 영역에 해당하여 설명하기 어렵고, 일반적으로 학생에 대한 지도과정에서 벌어진 아동학대에 관한 내용이 여기까지 오게 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도록 하겠다. 가정법원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검찰에서 아동보호사건 송치가 있다면, 사건기록은 가정법원으로 넘어가고 가정법원에서 사건이 진행된다. 재판이 열리고 결과가 나오지만, 일반적인 벌금·징역과 같은 처벌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보호처분이 결정될 수 있다. 보호처분의 종류는 아동학대행위자가 피해아동 또는 가족구성원에게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포함하여, 사회봉사나 수강명령 등이 있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6조 제1항). 또한 판사의 심리 결과 보호처분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된다면 ‘처분을 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불처분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무죄에 가까운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졸업식이나 신학기, 교원의 전보시기가 되면 선물이나 식사 제공 등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문의가 있습니다. 「청탁금지법」의 적용과 지난 8월 개정된 선물가액 기준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 - 공무원, 공무원으로 인정된 자, 각급학교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공직자 등의 법률혼 배우자, 공무수행사인. - 학교에서 적용과 미적용의 예 •적용: 학교 채용 운동부 감독·코치, 기간제 교사, 유치원 교사 •미적용: 방과후교사, 겸임교원, 명예교수, 무기계약직 근로자 2. 금지사항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등 수수 금지,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1회 100만 원(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넘는 금품 등 수수 금지 3. 직무관련성 판단 직무내용, 직무와 금품 등 제공자와의 관계, 쌍방 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 존재 여부, 금품 등 수수 경위와 시기,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수 있는지 여부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판단 4. 사교·의례 등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 가액 범위 - 음식물: 3만 원 - 경조사비(결혼·장례만 해당): 축의금·조의금 5만 원(축의금·조의금 대신하는 화환·조화 10만 원) - 선물: 5만 원(농수산물·가공품: 15만 원) 5. 선물 가액범위 등 변경(2023.8.30 개정) ▶ 선물 범위 확대 (변경 전) 물품만 가능 → (변경 후) 물품, 물품·용역 상품권(기프티콘, 공연관람권) ※ 백화점 상품권 등 금액 상품권은 제외 ▶ 농수산물·가공품 가액 상향 (변경 전) 10만 원 이하/ 설날·추석 기간: 20만 원 이하 (변경 후) 15만 원 이하/ 설날·추석 기간: 30만 원 이하 ※ 설날·추석 전 24일부터 후 5일까지(해당 기간 중 발송해 이후에 수수한 것까지 포함) 청탁금지법 QA Q. 학교운영위원회나 학교폭력전담기구의 위원인 학부모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가요? A. 「초·중등교육법」 또는 「학교폭력예방법」 관련 법령에 따라 설치된 학교운영위원회나 학교폭력전담기구 학부모위원은 공무수행사인으로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입니다. 공무수행사인은 공모수행에 관하여만 「청탁금지법」이 적용됩니다. Q. 학교운영위원회의 학부모위원이 교장·교감선생님께 5만 원 상당의 선물이 가능한가요? A. 학생들의 성적·수행평가, 진학 관련 추천 등 학교생활 전반을 관장하는 교장·교감선생님과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간에는 밀접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므로 가액 기준 내의 선물이라도 허용되기 어렵습니다. Q. 졸업식 날 학생들이 담임선생님께 꽃다발을 드려도 되나요? A. 성적평가 등 학사일정이 완전히 종료된 졸업식 날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관련성이 없으므로 5만 원을 초과한 선물도 허용될 수 있습니다. Q. 첫째 아이가 졸업하는데 동생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에 첫째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졸업식 날 선물을 드려도 되나요? A. 동생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라도 통상적으로 학부모와 교사 간에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나, 사교·의례목적으로 제공되는 5만 원 이하 선물(농수산물·가공품은 10만 원 이하의 선물)은 허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첫째 아이의 담임교사가 동생에 대한 평가나 지도를 상시적으로 하는 담당교사인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습니다. Q. 담임교사나 학부모가 학기 말에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해도 되나요? A. 학생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간식 등을 제공하는 것은 제한받지 않습니다. Q. 교원이 학교업무와 관련해 직무관련자로부터 3만 원 상당의 점심을 제공받고, 자리를 옮겨 6천 원 상당의 커피를 제공받은 경우 「청탁금지법」에 위반되나요? A. 식사와 음료 제공 행위가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성이 있어 1회로 평가 가능하며, 음식물 가액기준 3만 원을 초과하였으므로 위반으로 판단합니다. Q. 동료교원이 승진한 경우 10만 원 상당의 난 선물이 가능한지요? A. 난은 농수산물 선물에 해당하며, 사교·의례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이므로 가능합니다.
수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모둠별로 하나의 실험(혹은 발표) 부스를 설계하고 운영하며, 다른 모둠에서 만든 부스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핵심역량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부스 주제에 맞는 과학지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식정보처리 역량’을 성장시키고, 관객이 부스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창의적사고 역량’을 성장시키며, 발표자료를 관객의 삶과 연계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심미적감성 역량’을 성장시키고, 동료와 협력하여 부스를 설계하고 운영하며 다른 부스를 체험하고 경청하는 과정에서 ‘협력적소통 역량’과 ‘공동체 역량’을 성장시키며, 자신의 활동을 총체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에서 ‘자기관리 역량’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수행과정을 통해 학생은 과학에 익숙해지고, 과학적 호기심을 갖고, 과학을 즐길 수 있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삶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ty)’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전람회 형태의 수업과 교수·학습 흐름도 전람회 활동은 4인 1조 모둠 구성으로 시작된다. 이후 여러 가지의 주제 중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하여 실제 과학전람회와 마찬가지로 ‘부스’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극과 반응’ 단원에서 부스를 만든다면 ‘맹점’, ‘홍채’, ‘미각과 후각’, ‘피부감각’, ‘반응 속도’ 등이 될 것이다. 또한 각각 부스에는 맹점테스트 프로그램, 랜턴과 안대, 젤리와 안대, 이쑤시개와 자, 초시계와 자 등 주제에 맞는 간단한 실험도구를 제공한다.[PART VIEW] 이후 학생들은 부스별 주제에 관한 과학내용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대본을 준비하고, 관객들에게 감각기관과 관련된 작은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전람회 부스를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는 실제 전람회처럼 관객의 흥미를 불러오는 ‘매력적인 오프닝’,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클로징’, 관객의 깊은 생각을 유도하는 ‘핵심질문’을 만들도록 한다. 설계가 완료되면, 4인 1조 모둠은 모둠 안에서 역할을 나눈다. 2명씩 짝지어 부스를 운영할 ‘호스트’와 다른 모둠의 부스에 참가할 ‘게스트’로 역할을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5분 정도의 시간 동안 부스를 운영하는데, 4회 반복한다. 게스트가 우리 부스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부스를 모두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때 호스트는 첫 번째 부스 운영과 네 번째 부스 운영을 비교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여실히 체감할 수 있다. 중간에 부스를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줄 때는 호스트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부스를 개선하기 위해 열띤 대화를 이어가나는 장면도 관찰할 수 있다. 게스트는 다양한 부스에서 제공하는 과학지식을 습득하고, 실험을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게스트는 부스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마치 ‘미슐랭 평가단’이 된 것처럼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한다. 부스의 주제는 무엇이었는지, 호스트가 설명해 준 과학지식은 무엇이었는지, 발표 능력과 태도는 어땠는지, 더 좋은 부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까지 작성한다. 한 세트의 운영이 끝나면, 다음 차시에는 부스 운영계획과 시나리오를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떠한 내용을 어떤 이유로 수정했는지 기록을 남기도록 한다. 그다음 차시에는 호스트와 게스트의 역할을 바꾸어 다시 한 번 수업한다. 이때도 호스트는 4번 반복해서 부스를 운영하고, 게스트는 다른 부스에 참가할 때마다 피드백을 작성하도록 한다. 1차 피드백 결과와 2차 피드백 결과를 분석해 보면 학생들은 우리 부스에서 개선한 내용은 무엇인지, 개선하지 못한 내용은 무엇인지, 발표자가 잘한 점은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수업의 핵심내용, 성찰보고서 이렇게 전람회 형태의 수행과정이 끝난 후에는 성찰보고서를 작성하고, 성찰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묻는다. 성찰보고서 작성을 통해 학생이 수업목표를 달성하였는지, 혹은 어떠한 과정에서 성장이 일어났는지 교사가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고, 활동과정에서 얻게 된 지식·기술·태도를 학생 스스로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게 됨으로써 다른 상황과 맥락에 전이시킬 수 있는 ‘깊이 있는 학습’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성찰보고서 문항은 수행평가 안내 단계에서 미리 공지하는데, 그 이유는 수업 전체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되고, 학생들이 명확한 성장방향과 목표를 가진 채 수행에 임하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수행평가의 점수는 참여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점수를 성찰보고서에서 얻게 된다. 성취기준에 의해 개발된 탐구질문은 교사가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재해석하여 개발한 질문이다. 예를 들어 중3 과학 ‘자극과 반응’ 단원에서 ‘[9과20-01] 눈·귀·코·혀·피부 감각기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자극의 종류에 따라 감각기를 통해 뇌로 전달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라는 성취기준을 통해 교사는 ‘감각기관의 구조와 기능을 대중에게 설명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과 전략을 사용해야 할까?’라는 탐구질문을 개발할 수도 있고, 중3 과학 ‘별과 우주’ 단원에서 ‘[9과23-04] 우주 탐사의 의의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여 발표할 수 있다’라는 성취기준을 통해서는 ‘인류가 우주를 탐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탐구질문을 개발할 수도 있다. 수업성공을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1. 부스 주제에서 학생의 선택권 보장 부스 주제는 교사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학생이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제시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선택한 주제에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수행에 임할 수 있다. 2. 성찰에 관한 안내 평가기준에서 점수는 대부분 탐구보고서에서 발생되며, 성찰보고서의 문항은 수행 시작 전에 안내된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학생은 일련의 수행과정 중에 ‘어떠한 내용을 성찰 보고서에 작성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떠올려야 한다.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부스를 운영하면서, 피드백을 통해 부스를 개선하면서 항상 어떠한 과학지식을 새로 배워야할지, 어떠한 것을 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연습해야 하는지, 자신의 마음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겼는지 들여다보게 되므로 ‘학습과정에 대한 성찰’을 통해 ‘깊이 있는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3. 챗GPT 활용 여러 날에 거쳐 시나리오를 작성하거나 글을 쓰는 형태의 수행평가에서 챗GPT의 활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 챗GPT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챗GPT를 사용할 때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것이 이러한 수행평가를 설계한 교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왜 챗GPT 인가? 챗GPT는 언어 생성 모델이다. 인간의 언어 사용 패턴을 학습하여, ‘명령’에 부합하는 ‘결과’를 제공해 주는 장치인 것이다. 챗GPT는 인간처럼 사고하지도 않고,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지도 않는다. 오직 스스로 학습한 패턴에 맞게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비유하자면, 언어능력은 굉장히 뛰어나지만,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은 불명확하고, 얼핏 보기에 그럴싸한 말은 할 줄 알지만, 알고 보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말을 유창하게 할 뿐인 인물과 유사하다. 자칫 쓸모없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 언어능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뛰어나다. 인류가 인터넷에 남긴 방대한 양의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수업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그러나 챗GPT를 잘만 활용한다면 부족한 언어능력을 보충할 수 있지 않을까? 즉 챗GPT의 ‘언어능력’을 잘만 이용한다면, 인류가 인터넷에 기록한 언어를 집대성한 데이터로 학습된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여 교사가 지닌 개인 언어능력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챗GPT를 수업에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챗GPT의 활용 1. 시나리오 작성 부스 운영 시나리오에는 주제와 관련된 ‘과학지식’ 외에 관객의 흥미를 불러오는 ‘매력적인 오프닝’,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클로징’, 관객의 깊은 생각을 유도하는 ‘핵심질문’을 작성해야 한다. 시나리오에 포함될 대부분의 과학지식은 교과서에 존재한다. 그러나 오프닝·클로징·질문의 예시나 개발 방법은 과학 교과서에서 찾을 수 없으므로 이것들의 작성을 요구한 교사가 개발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고, 챗GPT를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예시를 제공하고자 했다. 14세 미만의 학생들은 챗GPT를 이용할 수 없고, 미성년자가 챗GPT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학생들이 직접 챗GPT를 이용하지는 못하도록 하고, 인공지능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면 교사가 대신 응답을 받아주기로 하였다. 대부분의 학생은 오프닝·클로징·질문 중 두 가지를 질문했고, 그 중 ‘맹점’을 주제로 한 부스에서는 오프닝과 클로징에 대해 질문하여 다음과 같은 답변을 얻었다. Q. 맹점에 관한 과학체험 부스에서 쓸 수 있는 매력적인 오프닝을 만들어주세요. 오프닝 멘트: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눈의 마법을 함께 찾아볼 준비가 되셨나요? 우리 뇌는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재미있는 속임수를 부리기도 합니다. 그 속임수를 통해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시각정보를 완벽한 세상처럼 느끼게 됩니다. 지금부터 이 매혹적인 ‘눈의 맹점’ 여행에 함께 동참하세요! 놀라운 발견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Q. 감동적인 클로징 멘트도 만들어주세요. 클로징 멘트: “오늘 여러분과 함께 ‘눈의 맹점’에 대해 알아보며, 인간의 시각체계와 뇌의 놀라운 능력을 경험했습니다. 우리 눈과 뇌는 완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현실을 완벽하게 인식하게끔 서로 협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은 우리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함 속에서도 서로 협력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함께 이 소중한 시간을 보낸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이 경험을 통해 삶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셨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가세요!” 2학기 전람회 수업주제는 ‘우주’였는데, 이때는 학생들 대부분이 부스 주제에 맞는 ‘재미있는 이야기’ 혹은 ‘짤막한 일화’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다. 부스 만들기 수행 경험을 통해 반추해보면 부스 운영 시 시간이 남을 때 해야 할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왜 오프닝과 클로징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지 물었더니, 한 학생이 “한 번 보니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2. 피드백 분석 게스트는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한 부스에 대해 피드백을 작성한다. 마치 ‘미슐랭 평가단’이 된 것 같은 마음으로 부스의 주제는 무엇이었는지, 호스트가 설명해 준 과학지식은 무엇이었는지, 발표능력과 태도는 어땠는지, 더 좋은 부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까지 작성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긍정적인 표현을 쓰고자 하더라도 “발음이 안 좋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말이 빨라서 알아듣기 힘들었다”와 같이 호스트 입장에서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문장을 작성하게 된다. 이때 호스트에게는 원본을 제공하지 않고, 게스트가 작성한 원본을 GPT에게 분석을 시켜 제공하면 이런 피드백을 주게 된다. •목소리와 발음: 여러 참가자들이 목소리가 작거나 발음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용어 설명: 전문용어나 어려운 이름이 나올 때는 PPT에 미리 적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간 분배: 말이 너무 빨라서 듣기 어려웠다는 피드백이 있어, 시간 분배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발표내용의 양 조절: 대본이나 발표내용의 양을 조금 줄이면 더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된 객관적인 결과처럼 느껴지고, 그 안에 있었던 공격적인 부분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피드백으로 바로 받아들여 시나리오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존재하므로 학생들은 ‘누가 뭐라고 썼는지’ 보다는 ‘어떻게 우리 부스를 개선할지’ 고민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활용이 인간성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이에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도와준 것이다! 이런 수업을 하는 이유 우주 전람회 이후 성찰보고서는 구글 설문으로 작성하였다. 113명의 학생이 작성한 성찰보고서의 양을 확인해보니 167,741글자였다. 일반적으로 책 한권의 글자 수가 15만 자 내외라고 하니 2주 동안의 수행평가를 통해 내가 가르치는 모든 학생의 성장기록이 담긴 책 한권이 완성된 것이다. 그 안에는 학생들이 ‘새로 배운 과학지식’도 있고, ‘새로 할 수 있게 된 기능’도 있고, ‘마음가짐의 변화’도 있다. 특히 마지막 문항은 ‘인류는 왜 우주를 탐사해야 할까요?’였는데, 학생 개개인이 저마다 인류가 우주를 탐사해야 할 이유를 갖게 된 것이다. 이 학생들은 어른이 되어 ‘우주에 관한 과학지식’을 얘기하고, 전람회를 통해 배운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며, 과학에 관심을 갖고 인류가 우주를 탐사해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수업을 통해 학생 주도성을 갖추게 됨으로써 과학을 이야기하며, 과학을 즐기고, 과학을 누리는 개인의 삶을 살고, 세계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사회구성원이 되어 결국에는 우리 사회가 공동 주도성을 갖게 된다는 희망이 이런 수업을 하는 이유 아닐까.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이 제22대 총선 출마를 위해 5일 회장직을 사임했다. 공석이 된 한국교총 회장직은 차기 회장 선출 시까지 여난실 수석부회장(서울 영동중 교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정 전 회장은 “서울서이초 사건을 겪으면서 무너진 교권과 붕괴된 교실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에 기반한 올바른 입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됐다”며 “교총이 전국 교원들과 한뜻으로 행동해 교권4법 통과, 학교폭력예방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새 전기를 마련했지만 아직 온전한 교육권 보장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교육자였고 앞으로도 현장을 대변하며 교육 발전을 위해 헌신할 각오”라면서 “오직 학교를 살리고, 학생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을 소명으로 삼아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사임의 뜻을 밝혔다. 정 전 회장은 2022년 6월 제38대 교총회장에 선출된 이후, 제1호 핵심공약으로 추진한 ‘생활지도법 마련’을 관철시키고, ‘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 면책법’도 통과시키는 등 재임 기간 동안 ‘교권4법’ 개정 등을 실현해냈다. 또한 고의 중과실 없는 학폭 사건 처리·지도는 민·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도 이뤄냈다. 이외에도 사실상 20년 간 동결됐던 담임·보직 수당 인상, 학교교권보호위 교육지원청 이관, 학폭 사안조사 업무 전담조사관 담당, 수업공개 법제화 등 굵직한 현안 해결에 앞장섰다. 교총 정관에 따라 직무대행을 수행하는 여 직무대행은 “서울서이초 교사 등 선·후배 교사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교권을 확립하고, 올 4월 총선이 교육 회복의 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 직무대행은 서울대사범대를 졸업해 한국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사대부설여중 교사, 서울 한강중 교감 등을 거쳤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학교평가컨설팅 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교육부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임원추천심사위원, 강남서초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소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