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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과 복도로 만들어진 학교의 모습은 1차 산업혁명 시대 영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학교공간의 구조가 당시 첨단생산체계인 컨베이어시스템을 모델로 하고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경제적이고 유지·관리·통제가 편하도록 고안된 장치인 컨베이어벨트는 노동자의 반복적인 단순작업을 통해 표준화된 생산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테일러주의에 충실한 성과중심의 대량생산 공장체계다. 이러한 공장 모델이 사람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학교에 적용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많은 학생을 표준화된 교육과정 속에서 단위화된 시·공간으로 나누어 균일하게 교육해야 하는 당시 학교의 목적과 맞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관리·통제·규율·표준화·성과중심주의 등의 가치관이 그대로 교육공간인 물리적 구조를 통해 학생들의 행태와 생활방식을 형성시켜 왔음을 의미한다. 학교와 더불어 근대를 대표하는 병원과 교도소 그리고 군대 막사 등의 건물들도 같은 모양을 지니고 있다. 결국 학교를 포함해 이 시설들은 공통적으로 많은 사람을 모아서 일정한 인원으로 나누어 수용하고, 규율과 권위로 통제하며, 동시에 관리하기 좋은 공간구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시설들은 표준화된 도면으로 규격화되어 언제 어디서나 똑같이 찍어내듯 만들 수 있는데다 대체로 공간구조가 비슷하고 건물을 구축하는 방법과 자재 내역이 같아 시설 유지관리에도 수월하니 최고의 발명품이 아닐 수 없었다. 규격화된 학교 … 성과와 관리의 산물 근대는 ‘기획의 세대’였다. 생산방법의 표준화로 일정 수준의 상품 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기획을 통해 일정한 목표량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일정을 세웠으며, 이를 통제 진행하는 일정관리와 생산관리가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것이 근대기획의 성과추진방식이다. 근대학교의 보급은 앞서 말한 표준화된 공간구조뿐 아니라 이를 보급하고 시설을 확대하는 방법도 근대기획의 방식을 따랐음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소품종 대량생산의 200년 전 생산체계 모델이 전혀 다른 생산과 평등한 사회구조를 지닌 지금에 적합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을 지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혁신기업들은 완전히 새로운 작업환경을 설계하고 짓고 있는 것처럼 미래를 지향하는 학교도 새로운 교육환경의 학교건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주의할 또 하나의 문제는 근대적 성과달성방식의 고착이다. ‘기획-실행-성과평가’로 구성된 근대기획의 실행 방법은 효율적인 추진체계로 성과를 거둔 성공한 경험이 되어 변화된 사회와 공간 속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혁신기업에서조차 성과중심 관리자와의 갈등이 비극을 부르는 경우처럼 생산방식은 바뀌어도 이를 진행하는 담당자의 근대적 사업방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육비전과 내용이 바뀌어도 학교건물은 바뀌지 않았듯 사업의 내용이 바뀌어도 이를 집행하는 방식을 답습, 오히려 형식이 내용을 무색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교육부는 2019년 ‘학교공간혁신사업’을 시작하였다. 당시 기획가로 참여한 필자는 사용자 참여 설계방법을 중심에 두고, 학교의 학생·교사·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아래로부터의 사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과거 ‘열린교실사업’의 경우에서처럼 아무리 선진적 형태의 공간이라도 이를 사용하는 교사와 학생들의 경험과 준비 없이는 실패한다는 교훈을 반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를 실행하는 사업방법으로 학교에서의 교육적 상상을 공간적인 상상으로 바꾸어 나가는데 협력할 ‘학교공간 촉진자’라고 이름한 공간전문가들을 선발하여 사용자 참여과정을 학교공동체와 함께 진행하도록 구상했다. 학교가 교육지원청 시설담당이나 건축사들을 직접 만나게 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이면서 보다 바람직한 학교공간을 구성하는 일종의 ‘전문가 거버넌스 방식’으로 바꾸어 진행한 것이다. 사업과정이 시설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학교를 상상하고 만드는 것을 경험하고, 교사들은 더 적극적인 교육방법의 새로운 시도에 집중하며,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학교가 가능한 물리적 환경으로 협의하며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올해 들어 교육부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이라는 학교시설 관련 사업을 새로이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9년부터 실시된 학교공간혁신사업을 ‘40년 이상 된 노후학교’의 시설개축이 시급함을 반영하여 1,400여 학교를 대상으로 미래 지향적인 학교공간으로 개축 리모델링하는 확대(?)된 학교 단위 시설사업이다. 그런데 벌써 사업의 대상이며 주인인 학교공동체와의 참여 설계과정이 사라지고 기존의 시설사업으로 되돌아가는 등 사업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최근 몇몇 지역교육청에서 사업기간에 쫓겨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전기획 용역을 7~8개 학교, 또는 지역 전체를 한꺼번에 묶어서 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미래학교구상의 핵심인 참여 설계과정과 학교-공간 마스터플랜을 사업집행의 속도와 편의에 따라 기존 시설사업 진행의 틀에 욱여넣어 ‘사전기획’이라는 대략 3개월 정도의 단기간 연구용역형식으로 축소한 결과가 결국 이렇게 학교의 미래를 덤핑으로 시장에 내놓는 것과 같은 지경에 이르게 하였다고 생각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참여설계과정을 15일에 마치라는 협의가 있었다니 참여설계를 통한 우리 학교의 변화를 기대했던 많은 학교구성원들의 진지한 노력을 무시한 사업 진행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 안에 있는 ‘사전기획’ 내용은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학교의 참여설계과정을 단지 시설공사를 위한 기획설계의 일부로만 보는 기존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학교공간을 다루는 일은 교육과정을 근간으로 학교 학습공간을 포함한 종합적인 학교의 마스터플랜과정이며, 학생들의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짧은 기간 동안 ‘학교공간혁신사업’이 나름의 호응을 얻고 확대된 배경에는 지금까지의 학교시설사업과 달리 학교구성원의 참여와 이를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신중한 방법적 접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를 축소해 형식적인 과정으로 시설사업 틀 안에 다시 가두려는 것이다. 왜 그토록 학교공간은 바뀌지 않았는가 교육부는 ‘미래’라는 의미를 사업의 수식어로 이해하고, 기획된 사업의 기간 내 완수라는 성과만을 바라보는 오래된 사업관리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마치 설거지의 편의를 위해 새로운 레시피를 제한하는 격이니 왜 그토록 학교공간이 바뀌지 않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래학교를 위한 공간·시설사업은 기간과 진행과정까지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말 그대로 새로운 계약(newdeal)이 필요한데 교육부 사업이 학교구성원의 바람보다 완고한 예산집행과 감사 등 옛 계약에 눈치를 더 보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다. 그러므로 법은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여 새로운 사업을 안정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등 미래형 학교전환을 돕는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 관리 등에 대한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오히려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미래학교를 위한 개정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과거의 시설사업과정은 그대로 두고 그나마 의미 없는 참여과정으로 축소시킨 ‘사전기획’을 법제화하면서 이를 특정 기관에 위탁하여 적정성 검토 및 감독을 위임하는 독점권한을 주려고 하고 있다. 당연히 학교공간사업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하고, 이를 학교교육의 미래를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기에 기존의 시설사업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과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지와 관리라는 시설의 관점에 충실한 기관이자 규제와 책임, 대응과 통제라는 틀을 유지하려는 기관이 사전기획의 질을 제고하고 미래를 견인한다는 건 난센스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미래를 그릴 학교공간을 학생들과 교사 그리고 지역이 참여하여 신중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진정한 사업과정이 되도록 사업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아울러 미래를 함께 구상할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과정을 존중하는 새로운 제도적인 틀이 필요하다. 미래학교는 공간적 실천을 통해 지금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몇 가지 제언을 붙인다. 교육 수요자가 만들어 가는 학교공간 첫째, 학교공간을 기존 시설사업의 진행방식으로 무리하게 진행해서는 안된다. 사업의 기간과 예산의 감독이 아니라 현장에 같이 힘을 보탤 유연한 지원이 이루어지는 방식, 그리고 감독할 또 다른 기관이 아니라 현장과 함께하는 지원기관이 필요하다. 둘째, 사업의 기본 구상단계부터 시설사업에 맞추어 짜인 사업구조를 시급히 재검토하여야 한다. 특히 사용자 참여를 통한 학교공간 변화의 힘든 과정을 같이 할 수 있는 학교공간 촉진자의 역할과 전문가 거버넌스 과정을 무시하고 과거 시설관련 용역의 일부인 소위 ‘사전기획’ 과정을 만들어 단기간(올해는 사업기간의 역산으로 산출된 3개월 남짓)안에 학교의 교육-공간 마스터플랜과 참여설계 그리고 미래학교의 밑그림까지를 그리라는 무리한 사업구조를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의 모든 가치가 박제화되거나 형식화되는 결과를 만들 뿐이다. 셋째, 각 학교에서 새로운 학교공간에 대한 역량과 교육과정을 반영하는 공간을 구상하고, 경험을 확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영역 단위사업’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학교 전체에 대한 갑작스러운 개축 리모델링 사업은 그 규모나 사업 진행 등의 복잡성으로 경험이 없는 학교공동체가 참여를 꺼리게 된다. 학교공동체를 예전의 수동적인 사용자로 머물게 하려고 기획한 것이 아니라면 단계적인 사업을 같이 포함시켜야 한다. 작은 규모와 경험이 주체적인 공간사용자들의 역량을 증진할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쌓여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선 올해는 많은 사업을 미래학교라는 잣대로 무리하게 끌고 가기보다 시설의 노후도 및 보수 시급성과 학교공동체의 미래학교 공간에 대한 문제의식과 역량을 고려하여 ‘노후시설 개축 중점사업’과 ‘미래학교 공간혁신중심사업’으로 구분하여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오히려 학교공동체의 미래학교에 대한 의지와 공동체의 역량에 적합한 미래학교 공간을 위한 지원을 집중할 수 있고 바람직한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용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결정할 권리를 갖지 못하면 그 건물을 짓는 목적 자체를 잃게 되는 그런 과정이라는 점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이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옛 사업구조에 고착되어 진행한다면 새로운 학교사업의 목적을 잃게 하는 것이고 사용자의 주인됨을 빼앗아 과거 학교를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다시 강요하는 우를 범하게 될까 걱정된다.
‘메타버스(metaverse)’를 향한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어떤 이는 또 한 번 교육계에 불어 닥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곧 지나갈 유행일 뿐이라며 냉소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메타버스가 전 세계 경제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고,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빠르게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듀이(Dewey)는 생활 경험적 관점에서 교육이란 생활이며, 성장이고, 사회적 과정이자 계속적인 경험의 재구성이라고 하였다. 그에게 교육이란 끝없는 경험 개조의 과정이며, 경험을 사회적·실용적으로 넓히고 깊게 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 역시 최신 기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교육으로 이어지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시도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세계관을 확장시켜주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었고, 세상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그런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기에, 그 속에서 다양한 경험적 시도와 실패 그리고 시행착오 속에서 더 큰 성장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에 말이다. ‘메타버스’ 너는 누구? 그렇다면 메타버스가 대체 무엇이고, 우리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메타버스란 가상·초월의 의미인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온라인 속 가상공간에서 아바타 모습으로 구현한 개인이 돈을 벌거나 소비하고, 놀면서 일하는 상호소통과 현실 활동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초월적 가상공간에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콘텐츠가 모이게 되고, 그 안에서 현실세계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즉,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진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겠다. 따지고 보면 AR·VR로 대변되는 가상현실·증강현실은 이전에도 있었고, 더 이전의 싸이월드처럼 도토리를 모으며 온라인에서 친구들을 만났던 세상도 존재해왔다. 그럼에도 메타버스가 요즘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갈 키워드가 된 까닭은 무엇이며, 우리 교육에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첫째,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시대가 급속히 도래하면서 모든 기술의 원격지원이라는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켜 나갈 수밖에 없는, ‘디지털 지구로의 전환’이 가속화되었기 때문이다. 영상회의·원격수업·재택근무 등 대부분의 일상 활동에 비대면 방식이 빠르게 침투하였고, 대중 집합이 지속적으로 금지되고 제한되면서 교육·의료·공연 등 모든 분야에서 단순 일방 중계를 넘어 메타버스와 같은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공간을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교육현장을 떠올려보자. 처음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원격수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겼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지루하고 비효율적인 원격수업만으로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보다 효과적인 원격수업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였다. 그렇게 커졌던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에 대한 요구는 이제 가상공간에서 아이들이 직접 돌아다니며 수업도 듣고, 학교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으며, 친구들과 놀 수도 있는 새로운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로 옮겨가고 있다. 줌이나 구글 미트와 같은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 플랫폼이 여전히 수동적인 위치에서 교사의 지시에 따라 수업을 듣고 발표하고, 쉬는 시간에는 잠시 현실세계로 나왔다 다시 수업이 시작되면 가상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라면, 메타버스 세상 속에서의 수업은 이와 사뭇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수업과 상관없이 학생들은 이미 메타버스 세상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활을 영위한다. 그러다 등교시간이 되면 학교로 이동하여 친구들과 만나고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동아리활동도 자유롭게 해나갈 수 있다. 수업이 시작되면 실시간 쌍방향수업을 받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자유롭게 메타버스 교실 속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친구들과 여전히 상호작용하며 현실세계에서 해왔던 것과 같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가상공간에서 또다른 자아실현을 둘째, 가상공간에서 또 다른 자아를 형성해 현실세계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과 목표를 실현해 나갈 수 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 환경에 노출됐기에 가상세계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 이들의 절반 이상이 스냅챗·인스타그램·페이스북을 하루에도 수차례 사용하며, 비디오 스트리밍을 하는 시간이 1주일에 23시간 이상 된다고 한다. 또한 사회적 이슈,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데도 상당히 적극적이며, 하나의 게시물·트윗 또는 상태 업데이트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따라서 게임·유통·광고업계 등이 주 소비층으로 성장하고 있는 Z세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개발이 활기를 띄고, 메타버스를 핫 키워드로 만들고 있다. 이는 교육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 가능하다. 현실세계에서는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직업세계를 메타버스 속에서는 경험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선두주자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레고처럼 생긴 아바타가 되어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게임으로 코로나19 사태로 등교를 못 하게 된 미국 초등학생들이 상호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가입했고, 하루 평균 접속자만 4,0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그 인기가 가히 상상을 불허한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다른 이용자와 함께 테마파크를 건설하고 운영한다. 애완동물을 입양하여 키울 수 있고, 레스토랑을 지어서 경영해 볼 수 있으며 스쿠버다이버가 되어 전 세계 곳곳을 헤엄칠 수 있다. 다양한 세상과 직업군을 경험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경험하지 못할 세계가 없다는 점이 바로 이 메타버스 세상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이런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체험의 세계는 가상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상세상에서의 음악활동이 현실세상의 음악활동으로도 이어지고, 가상세상에서의 가게운영이 실제 현실세계의 수익과도 이어지는 구조를 생각한다면 미래 우리 학생들의 직업·진로체험이나 금융·경제교육과도 연계해볼 수 있는 시사점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 우리나라 메타버스 선두주자인 모 기업의 경우 나만의 아이템을 직접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되어 이를 판매할 수 있게 했다. 가상공간에서 또 다른 내가 현실세계에서 못했던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셋째, 실감형 콘텐츠를 가능하게 하는 5G·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메타버스 핵심 기술인 AR·VR을 포함한 XR(확장현실)이 점차 성숙단계로 접어들면서 메타버스 시장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이는 교육적으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잠시 디지털 교과서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디지털 교과서의 효과성 여부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서책형 교과서에서 디지털 교과서로의 전환은 단순히 종이에 담던 내용을 모니터로 옮긴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의 전환은 교수·학습방법의 새로운 전환을 요구한다. 디지털화된 교육의 내용은 초연결세상에 접근이 가능하므로 새로운 지식으로의 전환과 연결이 매우 용이해진다. 또한 수정이 용이하고 데이터화된 모든 학습행동이 저장되면서 이를 분석한 결과를 새로운 교수·학습환경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 실감형 콘텐츠 교육효과 클 것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교육 역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실감형 콘텐츠가 주는 역동성과 현실감은 교육의 효과성에 큰 진작을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기술적 한계로 디지털 교과서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들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지금의 빠른 기술적 발전은 이전보다 훨씬 더 훌륭한 실감형 교육 콘텐츠 개발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문제해결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얻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고 융합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은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지식의 폭을 상상 이상으로 확장시켜 줄 것이다. 또한 이 모든 교육데이터들은 더 나은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교육활동을 위한 데이터로서 다시 또 활용되는 선순환적 디지털 교육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이상으로 ‘메타버스’가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갈 키워드가 된 까닭과 우리 교육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메타버스 산업이 이제 막 부흥하고 있고 교육에의 접목 역시 아직은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교육에 적용된 사례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시대가 바뀌었고, 세상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은 그런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나갈 때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사실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큰 성장을 위한 준비를 가능하게 함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다양한 세상에 대한 경험적 시도를 우리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그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어쩌면 우리 교사가 해야 할 당연한 숙제는 아닐까. 메타버스와 교육의 만남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2022 교육과정 개정에 맞춰 초등 정보교육을 3~4학년군부터 시작하고 초·중등교육에서 SW 코딩에 기반한 AI 융합교육을 하루속히 확대 실시해야 합니다.” 이재호 한국정보교육학회 회장(사진·경인교대 교수)는 “미래세대인 초·중등학생에게 ‘SW 코딩 기반의 컴퓨팅 사고력’을 계발할 수 있는 정보교육을 공교육체제에서 시행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고 국가적 책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 시대 인재 양성을 위해 정보교육 시기를 앞당기고, 상급학년과 연계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SW/AI 디바이드’가 발생, 새로운 교육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996년 설립된 한국정보교육학회는 초등분야 정보교육에 특화된 학회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독보적 존재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교육정보화 분야를 개척하며 대한민국 미래교육을 선도해 온 학회는 초등교사부터 대학교수, 전문가 등에 이르기까지 1,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는 연구자들에게 얼마나 많이 인용됐느냐를 나타내는 임팩트 팩터에서 최상위 등급을 차지, 우수성을 인정받는다. 초등 정보교과 수업시수 연 17시간 불과 학회는 지난 8월 13일 ‘초등학교 정보교과 교육과정 구성 방안을 주제’로 하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2022 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초등학교 정보교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 회장은 행사에 앞서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초등학교에 무슨 정보교육이 필요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는 데 첨단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교육은 없다. 강력한 미래 경쟁력은 SW와 AI 분야에서 얼마나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느냐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현행 2015 교육과정에서는 학교 SW교육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 문제는 현실. 교육과정이란 호적에는 올라 있지만 대접은 형편없다. AI 등장으로 SW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것과 반비례, 교육현장에선 되레 역주행이다. 우선 교육 시기가 너무 늦다. 대부분 초등학교가 6학년 2학기에 SW교육을 실시한다. 졸업을 앞둔 분주한 시기, 내실 있는 교육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회장은 인터뷰에서 초등 3학년부터 SW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3~4학년 시기에 SW교육을 받아야 5~6학년 때 본격적으로 각 교과에서 시행하는 AI 융합교육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으며, 교육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초등 SW교육 수업시수도 문제로 들었다. 초등학교에서는 SW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수업시수는 1~6학년 과정을 통틀어 17시간. 초등학교의 총 교육시간을 5,892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비율은 0.289%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등학생들이 학원에서 SW교육을 받는 풍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공교육이 교육수요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셈이다. 실제 이 같은 사교육 격차는 학생들 간 ‘SW 및 AI 디바이드’ 발생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회장은 “초등학생 시기에 형성된 ‘SW 및 AI 디바이드’는 상급 학교로 진급하면서 그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고, 성인이 된 후에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정의 소득 격차가 학생 간 디지털 역량 격차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미래사회 역량을 좌우하면서 또 다른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법은 없을까? 이 회장은 우선 SW교육 수업시수를 34시간을 늘려 최소 일주일에 한 시간은 수업할 수 있게 해야 기본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학생 간 ‘SW/AI 디바이드’ ... 교육불평등 초래 할 것 SW교육의 기반이 되는 초등 정보교과 독립도 학회의 숙원사업 중 하나. AI와 SW를 학생들의 필수 역량으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실과교과의 일부 단원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교과로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초등학교의 정보교과 신설만이 ‘SW 및 AI 인재 강국’을 구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 “이를 통해 포스트 AI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사고력 즉, 컴퓨팅 사고력을 기르는 데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제는 SW교육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우수한 교사의 배출이 학교 SW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정부는 역주행이다. 대표적으로 교육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초·중등 교원양성체제개편 방안을 통해 교대 교육과정 기본이수과목에서 초등컴퓨터 과목을 과학/실과 교과군에 흡수 통합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이 대목에서 한숨을 쉬어가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 상황에서 학교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교사들의 우수한 컴퓨터 활용 능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 기초가 된 것이 교육대학 교육과정이었고요. 그런데 초등컴퓨터 교과를 폐지한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입니다.” 이 회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들어 AI교육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교사연수 등 역량개발에서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종전에는 교사들에게 각종 연수기회가 많이 주어졌지만 지금 정부에서는 소수 정예 양성을 명분으로 AI융합대학원에서 연수를 실시하는 바람에 규모가 많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AI융합대학원이 심도 있는 연수로 질적 수준을 높인 것은 바람직하지만, 소수로 운영되다 보니 양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한국정보교육학회와 함께 앞으로 초등 정보교육 활성화에 모든 것을 바칠 각오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기 대권후보들에게 정보교육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주길 호소할 생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교육정보화사업을 주도했던 것처럼 차기 대통령 역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보교육 활성화에 적극 나서 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고 말했다.
부산 금명초등학교 송지영(사진) 교사가 ‘제65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육부가 매년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교수·학습방법 개선과 교원 전문성 신장을 위해 전국의 교원을 대상으로 열린다. ‘변화하는 사회, 선도하는 현장교육, 꿈을 이루는 미래학생’을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송 교사는 ‘소행성+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L-STAR 역량 기르기’를 출품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소행성+인공지능 프로그램’이란 블렌디드러닝을 기반으로 한 소통·행복·성장 교육활동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공감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미래사회가 원하는 인재로 성장하는 데 목적을 뒀다. L-STAR 역량은 2015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의사소통역량(story), 공동체역량(together), 자기관리역량(auto), 지식정보처리역량(report), 창의·융합리더역량(leader)을 기른다는 의미에서 첫 글자를 따 만든 용어다. 송 교사는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온택트 활동으로 학생들의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2학기에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병행될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시의적절한 연구물로 보인다. 한창 뛰어놀며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에 모니터 앞에서만 선생님을 볼 수 있었던 학생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들 마음속에 꽁꽁 담겨있는 이야기를 꺼내 함께 나누며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보이는 거리두기는 지켜야겠지만 마음의 거리는 좁히는, 그래서 같이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큰 상을 받고 보니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 아직 얼떨떨하다. 소통과 행복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 눈길을 끈다. 온라인 학습이 길어지면서 기초학력부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학력부진은 그 자체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자신감 하락과 무기력감, 우울감 등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교사인 나도 당혹스러웠는데 학생들은 오죽했겠는가. 그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사는 데서 오는 행복과 꾸준히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심어주려 했다. 컴퓨터를 활용한 소통교육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작년에 맡은 반이 3학년이다. 그런데 막상 학생들을 만나고 보니 모두가 낯설고 어색했다. 이대로는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서로 간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게 급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좌우명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즐기는 취미생활 등을 동영상으로 공개하게 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수영하는 모습들이 영상으로 올라왔다. 교실에서는 마스크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관계를 형성해 갔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은 다음부터는 토론을 통해 학급규칙을 만들고 특정 주제를 정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신호등 토론이나 피라미드 토론, 악마와 천사 토론 등의 기법을 사용했다. 소심했던 아이들이 활기를 되찾고 자기주장을 당당하게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 소행성 프로그램은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학생들에게 ‘천천히 해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를 입버릇처럼 말했다. 머뭇거리지 말고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했다. 나부터 의도적으로 틀린 답을 말해 ‘선생님도 실수할 수 있구나, 그럼 나도 자신 있게 말해야지’ 하는 마음을 심어주려 했다. 교사가 망가지니까 모두들 좋아하고 활기찬 학급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라. 또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열심히 들어주려 노력했다. 궁극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직접 만나지 못하지만,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연대의식과 또 언제 어디서든 학교는 너희들의 성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인공지능교육을 한다는 게 무리가 아닐까?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주로 5·6학년 실과시간에 다루는 내용이어서 솔직히 부담이 컸다. 학생 수준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했고 어떻게 하면 흥미 있게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원리를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도록 튜링 테스트나 안전 챗봇 놀이를 진행했다. 또 언플러그드 보드게임을 통해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했다. 연구논문에는 영역별로 유명인들이 등장한다. 소통에서는 오프라 윈프리, 행복은 개그맨 유재석, 성장에는 김연아 등 이들을 내세운 이유가 궁금하다. ‘소행성’이 추구하는 바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연구논문이 단순히 연구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전파되고 스며들기 위해서는 일반화 가능한 요소가 많아야 한다. 그래서 각각의 화두에 맞는 인물을 선정했다. 개인적으로는 유재석 씨를 가장 좋아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누구에게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재석 같은 교사’가 되고 싶다. 교사들이 이를 활용할 때 도움이 될만한 팁을 준다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부딪혔던 문제들과 풀어가는 과정, 학생들 반응까지 연구논문에 자세하게 실었다. 스스로 반성했던 부분도 언급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좀 더 잘하려고, 좀 더 많은 성과를 얻기 위해 욕심을 부린 적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고 아이들도 조금은 힘들어했다.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더라. 현장연구대회를 거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1년 반 정도 준비했다. 스스로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기회였다. 처음엔 학생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 시작했는데 마치고 보니 내가 변하는 계기가 됐다. 도움 주러 같다가 도움 받고 온 기분이다. 현장연구대회 두 번의 도전 만에 대통령상을 받았는데 앞으로 또 다른 목표가 있나? 미래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는 선생님으로 아이들에게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늘 변화하는 교사, 연구하는 교사, ‘라떼’에 머무르지 않는 교사이고 싶다.
요즘 밭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옥수수 심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옥수수를 볼 때마다 박완서 단편 카메라와 워커가 떠오른다. 옥수수가 이 소설의 주요 소재 중 하나로 쓰였기 때문이다. 카메라와 워커는 작가가 1975년 발표한, 다른 박완서 소설처럼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6·25 때 목숨을 잃은 오빠의 아들, 그러니까 작가의 조카를 키우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오빠가 전쟁 중 참혹하게 죽고 올케도 폭사해 어머니와 함께 어린 조카 훈이를 키웠다. 주인공이 결혼해 첫아기를 낳았을 때도 꼭 둘째아기를 낳은 기분이었다. 주인공 어머니 소원은 손자가 좋은 대학 나와 ‘결혼해서 일요일이면 처자식 데리고 카메라 메고 놀러 나가고 당신은 집을 봐주는’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훈이가 고등학교 때 문과를 택하자 억지로 이과로 전과시킨다. 오빠가 6·25때 까닭 없이 죽은 것이 문과 출신인 것과 상관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훈이는 성적이 형편없이 떨어져 삼류대 공대 토목과에 입학한다. 대학은 무사히 졸업했지만, 취직은 쉽지 않았다. 훈이가 해외취업을 하겠다고 하자, 주인공은 ‘꼭 이 땅에서, 내 눈앞에서 잘살아주었으면 하는’ 소망에, 그리고 그것이 ‘내가 겪은 더럽고 잔인한 전쟁에 대해 통쾌한 복수’라고 생각해 만류한다. 훈이는 겨우 Y 건설의 영동고속도로 건설현장에 임시직 자리를 얻는다. 현장소장이 가르쳐준 준비물에는 워커도 있었다. 그런데 한여름이 되도록 연락이 없자 주인공은 오대산 월정사 입구 공사현장으로 찾아간다. ‘참 옥수수도 많은 고장’이었다. ‘저만치 한여름의 옥수수밭이 짙푸르고, 마을의 집들은 온통 약속이나 한 듯이 주황 아니면 빨간 지붕을 이고 있었다.’ 훈이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숙방은 좁고 더러웠고 워커에서는 악취가 심했다. 봉급도 형편없었지만, 임시직 신세라 하소연할 수조차 없었다. 공사현장은 벌써 서울물이 들었는지 인심이 박했다. 조카는 “이 옥수수 고장에서 여태껏 옥수수 한 자루를 못 얻어먹어 봤다”고 했고, 주인공은 그 얘기를 듣고 부아가 부글부글 치솟는 걸 느꼈다. 주인공은 조카에게 서울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조카는 더 비참해지고 싶다며, 그래서 “고모와 할머니로부터, 그리고 이 나라로부터 순조롭게 놓여나고 싶다”며 거절했다. 드디어 버스가 오고 나는 그것을 혼자서 탔다. 나는 훈이에게 몇 번이나 돌아가라고 손짓했으나 훈이는 시골 버스가 떠나기까지의 그 지루한 시간을 워커에 뿌리라도 내린 듯이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나는 그게 보기 싫어 먼 데를 바라보았다. 논의 벼는 비단 폭처럼 선연하게 푸르고, 옥수수밭은 비로드처럼 부드럽게 푸르고, 먼 오대산 연봉의 기상은 웅장하고, 오대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도처에서 내와 개울을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고장이다. 이 땅 어디메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으랴. 그러나 아직도 얼마나 뿌리내리기 힘든 고장인가. 주인공은 돌아오는 길에 조카를 ‘이 땅에 뿌리내리기 가장 쉬운 무난한 품종’으로 키우는 것이 빗나간 것을 자인하며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는지 혼란을 느낀다. 소설은 ‘카메라’와 ‘워커’가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데다, 감동적이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 참 좋았다. 제목 ‘카메라와 워커’는 주말 여가를 누릴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중산층의 삶과 한군데 뿌리내리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삶을 각각 상징하는 것 같다. 고(故) 김윤식 서울대 교수는 책 내가 읽은 박완서에서 “카메라 쪽으로 키우려다 워커 쪽이 되고 만 사실에 직면해 스스로 ‘혼란’을 느끼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않은 것이 이 작품의 감동의 원천”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2012년 박완서의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문학동네)에 박완서 단편 중 단 한 편을 추천할 때도 카메라와 워커를 추천했다. 옥수수는 이 소설에서 주변 풍경 스케치에 쓰인 소품으로 볼 수도 있겠다. 다만 위에서 인용한 대로 옥수수에 대한 언급이 여러 번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옥수수는 척박한 땅에서도, 어디서나 잘 적응해 뿌리내리기 쉬운 대표적인 작물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옥수수처럼 조카를 ‘이 땅에 뿌리내리기 가장 쉬운 무난한 품종’으로 키우고자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을 확인한 고모의 안타까움을 다루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찾은 오대산 월정사 입구는 야생화 애호가들에겐 낯익은 곳이다. 우선 한국자생식물원이 있어서 필자도 여러 번 찾은 곳이다. 또 늦봄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선재길에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산철쭉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그곳 어딘가 숲속에서 여왕처럼 도도하게 핀 백작약을 보기도 했다. 오대산 상원사에서 미륵암 가는 길엔 순백에 가까운 흰금강초롱꽃이 있어서 꽃쟁이들이 때맞추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옥수수는 열대 아메리카 원산으로, 아메리카 대륙 인디언들의 주식이었다. 쌀·밀과 함께 세계 3대 식량 작물 중 하나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유럽인들은 원주민들의 옥수수를 스페인으로 가져가 유럽 전역에 퍼트렸다. 이것이 16세기 들어 중국과 인도, 우리나라까지 전해졌다. 옥수수는 수꽃과 암꽃이 한 그루에 있다. 수꽃은 줄기의 맨 윗부분에 삼각형으로 늘어지듯 달리고 암꽃은 아래쪽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옥수수 같은 풍매화 식물에게 중요한 것은 자가수정을 피하는 문제다. 옥수수가 쓰는 방법은 시간차 성숙이다. 수꽃이 먼저 피어 꽃가루를 날린 다음 약 이틀쯤 후 암꽃이 성숙해 남의 꽃가루를 받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부분이 바로 암꽃차례다. 이 암꽃차례는 아래쪽 잎겨드랑이에 포에 겹겹이 싸여 있다. 길게 나와 있는 수염이 암술대다. 수염을 따라가면 옥수수 알곡 하나하나로 이어져 있다. 암꽃들이 주머니 속에 싸여 있으니 꽃가루받이를 하려면 이렇게 길게 밖으로 나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책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옥수수는 꽃이 피기 전 쓰러지더라도 혼자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놀라운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뿌리가 있던 곳에서 세 마디쯤 위쪽에서 줄기를 뺑 둘러서 굵은 뿌리가 나오는데, 기울어져 있는 부분의 뿌리가 굵고 길게 나와 뻗으면서 줄기를 받쳐 스스로를 일으켜 세운다는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식투자가 대중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문제는 코스피가 3,3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막상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의 투자능력을 믿거나 특정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맹신했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살아있는 동물입니다. 그중에서 주식은 더 경제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경제를 예측하는 것도 어려운데 주가가 무조건 오를 것이라고 믿고 투자하는 것은 꽤 위험도가 높은 행위입니다. 그나마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손실이 덜 하지만 만약 코스피가 하락기로 접어들면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연평균 9% 수익을 내는 지수추종 ETF 그래서 가장 좋은 투자법은 자신의 투자실력을 과신하지 말고 평균을 추종하는 투자전략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코스피·SP500·나스닥 등 증시지수는 장기 관점에서 보면 항상 우상향합니다. 장기로 투자하면 돈을 잃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2001년 6월 코스피 지수는 595지만 20년이 지난 2021년 6월 기준 코스피 지수는 3,303으로 5배 넘게 상승했습니다. 연평균 9% 수준으로 상승합니다. 만약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ETF(Exchange Traded Fund)에 투자했다면 배당을 빼고도 연 9%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예금이자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주면서 지수가 계속 우상향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안전한 투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주식으로 가장 큰 부자가 된 워런 버핏조차도 자신이 사망하면 부인에게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돈을 맡기라고 말할 정도로 지수추종 투자전략은 장기로 투자할 경우 안정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입니다. 장기 ETF 투자라면 IRP로 해서 13.2~16.5% 초과 수익을 얻자 노후자금을 목적으로 장기투자를 할 사람이라면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를 통해 ETF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유리합니다. 개인형 퇴직연금이라고 불리는 IRP는 교직원은 의무대상이 아니지만, 증권사를 통해 퇴직연금계좌(IRP)를 개설하면 연 700만 원 한도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IRP에 연 700만 원을 납부했다면 세액공제로 111만 5천 원을 연말정산 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납부만 했을 뿐인데 연 16.5%의 수익을 낸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돌려받은 111만 5천 원은 재투자해서 복리수익을 얻으면 노후자금을 더 빠르게 불려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IRP로 ETF 투자가 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돈을 납부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ETF 투자를 하면 훨씬 더 많은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ETF를 사서 배당을 받으면 배당소득세, 차익을 얻으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배당소득세만 해도 기본세율이 15.4%, 양도소득세의 경우 22%인데 IRP를 통해 ETF로 수익을 내면 이 세금들을 내지 않습니다. 대신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수령액에 대해 수령시기에 따라 3.3~5.5%의 세금을 내게 됩니다. 그럼 납입한 원금과 수익을 합쳐서 연금소득세를 내기 때문에 손해가 아니냐고 말하는 분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봅시다. 이미 납입한 원금에서만 13.2~16.5%의 세액공제를 받았고, 배당수익·매매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세금을 감면받은 투자금은 다시 IRP에서 재투자가 되었으니 복리로 더 큰 수익을 내는 셈입니다. 그러니 연금소득세를 낸다고 아까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어떤 ETF를 투자할 수 있을까? IRP 내 ETF 투자는 제한이 있습니다. 우선 모든 ETF를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에 투자는 불가능합니다. 장기투자 목적이기 때문에 지수 ETF나 주식형 ETF에 투자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하지만 주식형 ETF는 매수시점 기준 최대 70% 비중으로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차후에 ETF 수익이 발생해 비중이 70%를 넘어간 것은 괜찮습니다. 그럼 나머지 30%는 현금으로 들고 가야 할까요? 아닙니다. IRP는 위험자산 비중을 70%로 제한한 것이지 ETF 비중을 70%로 제한한 것이 아닙니다. 70%는 주식형 ETF, 30%는 채권형 ETF로 채울 수도 있습니다. 채권 ETF는 안전성을 가지면서도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30% 비중으로 가져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IRP도 단점이 있을까? IRP 계좌 수수료는 연 0.3% 수준이지만 최근 수수료 무료 선언을 한 증권사가 늘고 있어 수수료 부담을 덜었습니다. IRP는 은행에서도 가입할 수 있지만 ETF 투자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증권사가 더 좋고, 은행에서 가입한 IRP도 증권사로 이전시킬 수 있습니다. IRP 수령 시 연금소득세가 발생하는데 늦게 수령할수록 세율이 낮아집니다. 가장 큰 단점은 중도해지를 할 경우 그동안 이득을 봤던 세액공제액과 감면세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IRP는 퇴직연금입니다. 국민의 노후안정을 위해 세금혜택을 준 상품이기 때문에 중도에 해지하지 않아야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를 최대로 받고자 연 700만 원을 납부할 경우 나중에 결혼과 내 집 마련 시 목돈 부족으로 해지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IRP에 너무 많은 돈을 넣기보다는 결혼이나 주택문제를 해결한 이후 잉여현금이 발생하는 시점에 IRP에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마워 교실 (양경윤·김미정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280쪽, 1만5800원) 아무도 맡고 싶지 않아 했던 ‘문제 학급’에 갑작스럽게 담임으로 투입된 교사가 수석교사의 코칭을 받으며 ‘고마워 교실’을 꾸려간다. 하루 100번 아이들에게 ‘고마워’를 말하는 ‘고마워 샤워’부터 ‘고마워 미소’ ‘고마워 안아주기’ 등 존재 자체에 대한 고마움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통해 놀랄 만한 변화가 시작된다. 감사일기 열풍을 불러온 한 줄의 기적 감사일기의 저자인 양경윤 수석교사의 후속작이다.
꼴찌 마녀 밀드레드1 (질 머피 지음, 민지현 옮김, 이지북 펴냄, 168쪽, 1만3000원) 1974년에 출간된 영국의 어린이 판타지 동화 The Worst Witch의 한국어판이다. 국내에서는 어린이 드라마로 더 알려져 있기도 하다. 마법학교 입학과 동시에 ‘꼴찌 마녀’라는 별명을 얻은 밀드레드는 매일 사건사고에 휘말린다. 그러나 단짝 친구와 특별한 얼룩 고양이의 응원에 어떤 문제가 닥쳐와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는 밀드레드를 만날 수 있다.
교사의 전문성은 어디에서 나올까? 나는 단번에 수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초등학교 교사의 전문성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쉬운 내용을 40분 동안 정말 쉽고 재밌게’ 수업하는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그만큼 수업은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전문성 요소라 생각한다. 어느덧 발령받은 지 2년. 기간제교사 경력까지 합하면 3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나는 수업을 잘하는가?’라고 스스로 자문한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하기엔 어딘가 찜찜하다. 분명 나는 수업을 열심히 그것도 매일 연구하고 준비한다. 아이들과도 나름 즐겁게 수업을 하고 지난 학기도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도 이러한 찜찜함을 지울 수 없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여전히 수업은 힘들고, 시간에 쫓기고, 분주하다 교대 재학 시절, 나는 실습기간을 가장 좋아했다. 안타깝게도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것보다 강의실에서 벗어나 나름 어른 흉내를 내볼 수 있는 차림새로 출퇴근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설렘의 포인트였다. 그래도 수업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수업대표 교생을 두 번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것도 모두 자원이었다. 수업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 준비하는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업을 배우고 싶다는 그 열망이 패기로 드러났던 거 같다. 그렇게 몸으로 부딪쳐 교대 시절 배운 것은 바로 정답이 있는 수업이란 없다는 거였다. 수업에서는 더하기보다 빼기가 더 중요했다. 그런데 이 점을 매번 놓치고 아직도 욕심을 부린다. 40분이란 시간을 넘기기 일쑤고 목청은 나날이 득음의 경지로 나아간다. (내가 보기엔)이렇게 재밌는 수업을 준비했는데 돌아오는 건 빨리 끝내 달라는 아이들의 아우성이다. 지난 학기 자화상이다. 아직 나의 수업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그래서 힘이 들고, 그래서 늘 시간에 쫓기고, 그래서 늘 분주하다. 지난 1학기 임상장학을 준비하면서 타교에 근무하는 수석교사에게 피드백 받을 기회를 얻었다. 당시 일수의 탄생이라는 책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계획하던 시기라 아예 프로젝트로 구성하여 그중 한 차시를 임상장학수업으로 할 생각이었다. ‘기특한’ 아이디어였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사서 고생의 서막이었다. 세안은 거의 소논문급으로 완성되었다. 수업으로 구성한 차시는 주인공이 자신의 좌우명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문제상황을 아이들이 해결하는 흐름이다. 수석교사는 내게 “아이들이 배웠으면 하는 건 무엇인가요?” “무엇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나요?” 이 두 가지 질문을 했고, 나는 “좌우명을 찾는 건데 사실 저도 제 좌우명이 없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아이들이 주인공의 좌우명을 대신 찾아주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정말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실 임상장학은 보통 수학교과를 많이 한다. 수학교과 특성상 수렴적 성격이 강해 활동 흐름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했다. 이 책을 뽑은 이유는 책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고 자기 삶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걸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함께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이들의 삶에 더 도움이 될 거란 확신이 있어 시작했지만, 늘 귀결을 앞두고 둥둥 떠다니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버린 거다. 믿고 맡겨라, ‘궁리’하는 동안 이미 학습목표는 달성된다 수업은 정말 흡족하게 마무리했다. 그 비결은 바로 수석교사의 ‘동문서답’이었다. 나의 고백을 듣고서는 다른 수업이야기를 해주었다. 5학년을 대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학습목표의 도덕수업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를 설명했다.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비슷한 딜레마 상황이라 느껴졌다. 교과서대로 수업하면 온갖 위인전을 섭렵하는 수업이 될 거 같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일러주면 감화하는 수업에서 멀어질 게 뻔했다. 수석교사는 아이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한 가지씩 학습지에 적고 서로 돌려 읽으며 각각의 어려움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아서 그 밑에 적어주는 활동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겨내는 방법을 궁리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의 사고가 필요하니 그것으로 학습목표는 달성하고도 남았다. 그 순간 좌우명의 의미부터 내가 정의할 필요성을 느꼈다. 고3 시절 독서실 자리에 붙여두었던 ‘잘하고 있어’라는 문구가 기억났다. 당시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그게 좌우명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은 어떤 말이 듣고 싶을까?’ 이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졌고, 24개의 좌우명을 쉽고 재밌게 만들며 수업을 마쳤다. 수석교사의 동문서답은 ‘통찰’이었다. 수업 성장의 핵심 ‘수업 참관’, 문제는 볼 시간이 없다는 것 이러한 통찰의 시각이 나와 같은 신규교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려면 수업을 많이 봐야 한다. 실제로 내가 속한 교육지원청에서는 신규교사를 대상으로 멘토링도 진행하고, 수업나눔 프로그램도 기획하여 수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타교의 교육력제고팀 수업도 공개한다는 공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없다. 해당 수업시간대에는 나도 수업 중인 터라 그 귀한 기회를 날려버렸다. 조금 더 편하게 수업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내가 참관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예약하는 것처럼 내가 관심 있는 수업을 검색하여 날짜와 시간을 골라 참관할 수 있는 ‘수업예약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 누구나 수업을 개설할 수 있어서 좋은 수업과 나쁜 수업 구분 없이 ‘모두가 즐기는’ 접근성 좋은 수업포털 말이다. 녹화본 형태로 공유한다면 더욱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거고, 전국에 걸친 포털이라면 다른 지역 선생님의 수업까지 참관하며 다양한 수업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업 참관으로 연수시간까지 인정해준다면 참여율은 더 높아 지지 않을까? 지난 1학기, 세 번 정도 수업을 공개했다. 코로나상황으로 인해 줌(ZOOM)으로 수업공개가 이루어졌다. 생각보다 참관하는 선생님은 적었다. 누군가 내 수업을 본다고 생각하면 부담감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내 수업을 사람들이 평가하는 거 같아 잘 준비해서 무사히 마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평가와 피드백이 수업을 성장시키는 핵심이라 생각한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매의 눈으로 내 수업을 평가하는 스터디원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 부끄럽고 무서웠던 순간이었지만 장점과 보완할 점을 적절히 섞어 이야기해 준 덕분에 지금 이만큼 수업할 수 있는 거 같다. 나는 수업을 계속 공개하고 싶다 작년 임상장학을 준비할 때는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사전협의를 진행하셨다. 준비하면서 애매하다고 느낀 부분을 기가 막히게 지적해주셨다. 그 점들을 보완해서 다시 지도안을 작성하고, 이번에는 멘토 부장님께 피드백을 받았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빈 종이에 피드백 내용을 적어놓았는데 30개쯤은 되었다. 말씀하신 부분들을 머리와 마음에 새기고 수업에 임했다. 사후협의를 시작할 때 교장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늘은 좋은 이야기만 할 거야. 피드백은 사전에만, 사후에는 칭찬만.” 그날 이후 수업에 자신감이 붙었다. 내 수업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내 수업의 의미를 이해해 주는 분들이 있어 든든했다. 나는 수업을 계속 공개하고 싶다. 동시에 내 수업에 관심을 두고 의견을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 내 수업을 많이들 참관하고 장점과 보완할 점에 대해 논해주면 좋겠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에 인턴과 레지던트의 모습이 나온다. 인턴은 어벙한 모습으로 참관에 임하고 여러 기상천외한 실수를 한다. 레지던트는 도대체 언제쯤 스스로 수술을 집도할 수 있을지 두려워하며 교수 옆에서 밀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정신 바짝 차리고 수술에 임한다. 의사의 꽃은 수술이고 교사의 꽃은 수업이라 생각한다. 의사는 수술 참관 기회가 열려있다. 여럿이 수술에 대해 의논하고 함께 한다. 수업도 마찬가지면 좋겠다. 수업 참관 기회가 열려있고 여러 교사가 함께 의논하고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 수업을 참관하고 수업을 준비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여백이 주어진 상태에서 수업축제가 펼쳐지면 좋겠다.
주위에서 아무개 교사가 아동학대 또는 성폭력으로 고충을 겪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교사가 뭔가 잘못을 했겠지’라고 생각하거나, ‘나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여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동학대·성폭력은 평범한 교사도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평소 학생에 대한 열정이 넘치거나 학생과 소통을 잘한다면 오히려 가해자가 될 확률은 올라간다. 아동학대·성폭력으로 문제가 되면 교사들은 ①교육활동 중에 학생을 지도하다 발생한 것으로 학대나 성폭력의 고의가 없었고, ②지속적이 아닌 일회적인 해프닝이었고, ③신고학생이 평소 지도에 따르지 않는 문제학생이었고, ④신고학생의 주장과 같이 심한 말을 하지 않았고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①아동학대·성폭력으로 문제되는 상황은 대부분 교육활동 중에 학생을 지도하다 발생하는 것으로 교사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신고학생이 정신적 고통 또는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면 아동학대나 성폭력은 성립할 수 있고, ②아동학대나 성폭력은 일회적이라도 성립할 수 있으며, ③아동학대 또는 성폭력이 성립하는데 신고학생이 모범생이었는지 문제학생이었는지는 전혀 문제되지 않으며(오히려 문제학생을 지도하다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④교사와 학생의 주장이 엇갈릴 때는 대부분 학생의 주장이 인정된다.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었을 때 가해학생이 흔히 주장하는 것이 ①장난이다, ②평소에 친하게 지내다가 어쩌다 한번 발생한 것이다, ③가해학생은 교우관계가 원만한 모범생이고 피해학생이 이상한 학생이다, ④나는 때린 적이 없고 살짝 밀기만 했다는 것이다. 가해학생이 장난이라고 하더라도 행위가 있었다면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것이 요즘 추세인데, 교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교사가 교육활동 중에 이루어진 지도행위였고, 신고학생이 평소에 문제를 일삼는 학생이었다고 아무리 주장하더라도 행위가 있었다면 아동학대나 성폭력으로 인정되는 것이 최근의 분위기이다. 정서학대로 신고되는 사례 체벌·교육벌이 교육현장에서 사라지면서 신체학대가 문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정서학대·성적학대(성희롱)는 여전히 많다. 폭력에 대한 기준이 낮아지고, 사회적으로 폭력에 대해 엄격해진 것도 영향이 있으나 교사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면서 무심결에 문제가 되는 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등학교는 중등과 달리 일부 교과수업을 빼면 담임교사가 대부분 학생을 지도하므로 아동학대에 취약하다. 담임교사의 지도방식과 맞지 않거나, 학생이 문제행동을 하여 매시간 또는 날마다 교사로부터 지적을 당하게 된다면 학급 학생들도 저 학생은 항상 선생님에게 혼나는 학생으로 낙인을 찍고 무시한다. 학생은 자존감이 낮아지고, 학교에 가기도 싫어진다. 학부모가 이를 알게 되면 담임교사의 지도방식 또는 지적을 문제 삼아 담임교체를 요구하고, 학교가 이에 불응하면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아동학대사안으로 발전한다. 공개사과도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대표적인 유형이다. 학생이 어떤 잘못을 했을 때는 당사자에게만 따로 사과하도록 해야지 학급 학생들 앞에서 공개사과를 시키는 것은 학생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학부모는 이를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다. 공개사과와 반대로 다른 학생들에게 특정 학생의 단점을 얘기하도록 시키는 것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 친구가 없는 것이 고민이고, 같이 놀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다. 그런데 이 학생은 평소 다른 학생들을 놀리고, 때리고, 참견하고, 눈치가 없어서 학생들로부터 비호감인 학생이다. 어느 날 이 학생이 선생님에게 자신도 친구를 만들고 싶다고 하자 선생님이 “○○학생이 어떻게 하면 친구가 생길 수 있을까?”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학생들은 “○○학생이 안 때리면 좋겠어요”, “○○학생이 저를 □□□라고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학생이 저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면서 수업이 ○○학생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되어버렸다. 얼마 후 해당 학생의 보호자는 교사가 ‘인민재판’을 했다면서 아동학대로 신고를 하였다. 성적학대(성희롱)·성폭력으로 신고되는 사례 최근에는 여교사도 성적학대로 신고되는 경우가 많다. 뚱뚱한 여학생에게 이렇게 살이 쪄서 나중에 연애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고 말을 하거나, 생리를 이유로 체육시간에 자주 빠지거나 결석을 하는 학생에게 자꾸 이러면 선생님이 진짜로 생리하는지 검사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여학생이 칭찬받을 행동을 해서 엉덩이를 토닥이면서 격려해준 행위 등이 여교사가 가해자로 신고된 사례들이다. 남교사들은 여학생의 어깨나 등을 토닥이는 행위, 컴퓨터 수업을 하면서 마우스를 잡은 손을 포개 잡아 마우스를 조작하는 행위, 체육시간에 시범을 보이면서 여학생에게 신체적 접촉을 하는 행위, 상담을 하면서 손을 잡았다는 것 등으로 신고되는 경우가 있다. 교사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더라도 대부분은 학생의 진술이 사실로 인정된다. 최근 TMI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교육현장에서도 아동학대나 성폭력으로 신고되는 사례를 보면 TMI가 문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건화가 되어 조사를 받다 보면 굳이 저 상황에서 저런 말을 왜 했을까, 저런 행동을 왜 했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나는 학대나 성적 수치심을 줄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런 감정이 들고, 불필요한 발언이나 행동을 했다면 아동학대·성폭력으로 인정될 수 있다. 교사가 교육자적 양심과 사명감·열정을 가지고 학생을 지도했더라도 이를 폭력으로 받아들이는 학생이 있을 수 있으며,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춰 소통하려는 의도에서 말을 했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아동학대나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교육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말만 하고 불필요한 농담이나 사적인 발언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가급적 학생과 신체적 접촉을 하지 않아야 하며, 학생지도방법 역시 학생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마음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되고, 필요 최소한의 한도에서 허용된 지도만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필요 최소한의 허용된 지도가 어디까지인지가 불분명하고 아직 확립된 기준이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괜히 지도를 해서 오해 살 행동을 하느니 학생의 문제행동을 보더라도 지도를 포기하는 교사가 많아지고 있으며, 어떻게 보면 이것이 현명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스승, 선생님보다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되어야 무탈하다.
인생의 길잡이 책 여행길에 단 한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고를 것이다. 365일 동안 금언처럼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된 책이다. 붓다의 어록을 바탕으로 깔고 있지만 현대적이고 시사적인 문제들을 함께 다루고 있는, 매우 세련된 책이다. 책을 읽을 수 없는 날, 마음이 불안한 날, 삶이 서글픈 날,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싫어지는 날에는 친구를 찾듯 이 책 속으로 숨곤 한다. 이젠 책장이 닳아서 너덜거리지만 그래도 가장 눈길이 가는 책이다. 누군가 나에게 딱 한 권의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젊은 날 나는 성경을 달고 살았다. 힘든 서울 생활 속에서 주경야독의 시간을 견뎌낼 때, 내 곁에서 스승의 역할을 해준 건 성경의 잠언과 시편이었다. 나에겐 여러 권의 성경이 있다. 내 신앙생활의 길이만큼, 깊이만큼 책장 곳곳에 자리한 성경책. 그러나 목회자에 데인 상처로 성경마저 내 곁에서 밀어낸지 10년이 다 된다. 그 성경을 믿는 사람들이 보여준 다양한 형태의 눈속임에 질려서 교회를 뛰쳐나오고 말았지만 후회는 없다. 종교도 사람이 만든 것이니 어찌 완벽하랴! 그럼에도 내 인생을 지켜낸 일등공신은 성경이다. 이런 나에게 흔히들 말한다. 사람을 보고종교를 갖지말라고. 그럼에도 말씀을 전하는 최전선의 선지자인 목회자의 부패상을 보고도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는 없어도 그 마음의 진실성이나 진정성은 알 수 있다. 그 진정성이 의심 받게 되면 신뢰 관계가 깨진다. 그것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이용하는 종교라면 더 말해서 무엇하랴.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붓다의 말씀을 기록한 책이다. 부처를 따라오면 구원을 받는다거나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설화와 삶의 자세, 세상에 대한 애정, 개미 한 마리에게도 자비심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말씀들은 허전한 내 마음을 채워주었다. 그렇다고 절에 다니거나 불경을 외는 사람도 아니지만. 어쩌면 내가 사는 이 행성은 마법상자일지도 모른다. 이 우주, 은하계에서 아직은 유일하게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이니. 이 순간에도 내가 사는 지구는 수십만 킬로미터로 자전과 공전을 한다. 태양은 또 엄청난 속도로 태양계에 속한 행성들을 데리고 우리 은하를 공전하는 중이다.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지구라는 비행기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며 살고 있는내 존재도 기적이 분명하다. 내 안의 붓다를 찾아서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곳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는 소식이 넘치는 세상이 무섭다. 죄 없는 어린 아기까지 희생양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는 소식 앞에선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세상에 놀란다. 그러기에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간수하라는 붓다의 말씀은 인생의 금언이 되기에 충분하다. 365개의 금언 중에서 가장 마음을 끄는 가르침을 소개한다. 바다가 썩지 않는 것은 3%의 소금 덕분이다. 세상의 바다 속에서 온전히 살아 남으려면 소금 같은 금언을 날마다 곱씹어야 한다. 붓다의 말씀은 썩지 않을 인생의 소금이다. 1월 1일 - 행복과 불행은 긴 시간 속에서 순간일 뿐이다. 자귀의 법귀의 (自歸依 法歸依)-다시 돌아가 자기를 의지하고 진리를 의지하라. 인생에 과연 행, 불행이 있는가? 이것은 행복한 삶, 저것은 불행한 삶이라고 나눌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과연 행복한 삶이 무엇일까?" 이런 물음에 붓다는 "나만 믿고 의지하라"고 답하지 않고, 단지 "너 자신과 진리에 의지하라"고 대답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의 종노릇을 하지 말고 주인노릇을 하며 살라는 말이다. -14쪽 7월 2일 -고통을 부르는 세 가지 독 득실시비 일시방각 (得失是非 一時放却) -득과 실, 시와 비를 일시에 놓아버려라. 인간을 고통에 빠뜨리는 세 가지 독이 있다. 탐 貪, 진 瞋, 치 痴가 바로 그것이다. 탐은 자신이 즐기려는 대상을 찾아내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고, 진은 내가 싫어하는 대상에 화를 내며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치는 어리석어서 옳고 그름을 잘 분별하지 못하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하지 못해 분별없는 행동을 한다. 이 세 가지 독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243쪽 2500년 전 인류는 위대한 성인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먼저 깨달음을 얻고 사람들을 마음으로 설득하여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 모두의 안에는 붓다가 존재하니 깨닫는 순간 날마다 내면의 붓다를 만날 수 있다고 희망을 안겨주었다. 몸으로 보여주며 제자들을 깨달음의 언덕으로 이끈 붓다는 진정한 스승이 분명하다. 인간의 삶에서 마음의 행복을 잃어버린 성공은 아무 의미가 없다. 충돌보다는 타협, 독선보다는 합의, 독점보다는 상생의 통찰력으로 인간 각자의 존엄성을 귀하게 여긴 위대한 스승의 다독임에 위로를 받고 싶은 분에게 권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자식 일이 부모 뜻대로 되지 않으며, 자식이 부모의 뜻과 반하는 결정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부모가 결국 수용하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가정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자녀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녀에게 맞추려고 애쓰는 부모도 분명히 있다. 사춘기 이후 바뀌는 부모의 태도 자식 앞에서 권위적이고 엄격했던 부모도 자녀의 사춘기 이후에는 조금씩 태도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리 야단쳐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아이가 더욱 반항하거나 어긋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 부모는 자식에 대해 취했던 강경 노선을 조금씩 완화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이 사춘기 이후 자식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을이 되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자식에게 을인 부모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자식이 부모를 걱정시키고 속을 썩여도 부모는 자식에게 제대로 말도 못 하고 항상 져주고 받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과연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사춘기 자녀에 대해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에 서는 부모들은 자식에게 맞춰주려고 쩔쩔매는 부모들을 보고, 이러한 양육 태도가 자식을 응석받이로 기르거나 버릇을 나쁘게 만든다, 혹은 자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저해한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엄격한 부모는 심성이 곱고 순종적이었다가 사춘기 때 돌변한 자녀를 어떻게든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놓으려고 꾸중과 훈계를 계속하지만, 갈등만 심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사춘기 자녀와 사이좋게 지내려고 부정적인 말은 삼가고 최대한 맞춰주는 부모는 위기의 자식에게 어느 정도의 탈출구 또는 스트레스 해소처가 되어 준 것일 수도 있다. 공부도 하기 싫은데 학교에 가야 하고 학원도 가야 하는 따분한 생활, 친구들과의 살벌한 경쟁을 벌이면서 느끼는 피로감, 교우 관계나 학업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 사춘기 우리 자녀들은 각종 고민과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이렇게 안팎에서 상처 입고 예민한 사춘기 자녀에게 우리 부모가 좀 져주고 알면서도 넘어가 주고 짜증도 받아 줘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자녀의 사춘기 이후부터는 부모의 이러한 너그러운 수용의 태도가 과잉보호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 부모가 사춘기 자녀의 이런 짜증을 받아 주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서 이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까? 그렇다고 밖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짜증을 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차라리 집에서 너그럽게 받아 주는 엄마와 아빠에게 짜증을 내게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너그럽게 수용하는 자세 필요 사춘기 자녀를 엄격하게 대하고 잘잘못을 가려서 강단 있게 훈육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부에 싫증을 내고 부모와 교사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에게 불만과 회의를 느끼는 사춘기 자녀에게 사사건건 야무지게 따지면서 이겨 먹는 부모가 되는 것보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져주는 부모가 돼야 한다. 부모로서 품위는 지키되, 권위 의식은 내려놓고 자식의 짜증을 받아 주고 아낌없이 지지해 주는 부모가 되는 것이 어떨까? ‘매를 아끼면 자식의 버릇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과도기에 있는 사춘기 자녀들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고 너그럽게 대해 줘야 한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러닝머신(Running Machine) 위에서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가. 다른 이름으로 트레드밀(Tread Mill)이라고도 하는데, 그 유래가 특이하다. ‘tread (디디다, 밟다)’와 ‘mill (방앗간, 제분소)’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다. 19세기 영국에서 죄수의 처벌 도구로 고안됐다고 한다. 곡식을 빻기 위해 물레방아와 같은 시설을 만들어 놓고는 죄수를 그 위에 올려 쉼 없이 고문 바퀴를 돌리게 한 것이다. 극한의 고통을 맛보게 하는 트레드밀은 죄수들의 노동력을 이용하면서도 그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기특한 발명품이었다. 이후 재질과 형태를 바꾸며 변신을 거듭하더니 죄수를 위한 고문 도구는 전 세계 헬스장을 빠짐없이 채운 운동기구로 자리매김했다. 처벌 도구였던 러닝머신 흥미로운 탄생 비화를 가진 러닝머신은 현재 가장 사랑받는 운동기구 중 하나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려면 눈치를 봐가며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러닝머신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첫째, 러닝머신 위에서의 '움직임'은 능동적인 형태의 운동이 아니다. 회전하는 쳇바퀴 모양의 궤도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수동적으로 '걸어내야 만'하는 것이다. 따라서 허벅지의 앞쪽, 대퇴사두근이 주로 발달해 근육발달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몸이 실제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바람의 저항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니 운동의 부하가 낮아지고 시간 대비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러닝머신에서 일어나는 먼지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궤도가 마모돼 떨어져나오는 미세플라스틱과 먼지는 코와 입을 통해 신체 내부로 흡입될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가정에 러닝머신을 들이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옷걸이로 전락해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장난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안전사고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걷기 좋은 계절 그러니 깨끗한 공기가 있고 새소리며 풀벌레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자연을 향해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탁 트인 공원이나 드넓은 학교 운동장은 위드 코로나(with covid) 시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부합하는 안전한 장소다. 굳이 러닝머신의 유래를 떠올리며 죄수가 된 듯 고문 기계 위에 서기보다는 자유의지로 걷든 뛰든 야외로 나가보자. 때마침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초입이다. 걷기 좋은 때다. 독서지절(讀書之節)이라 한정 짓기에는 아까운 계절이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한국교총은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전체 회의에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된 데 대해 “교원·공무원 재산등록 의무화에 절대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지난달 31일 국회 행안위와 인사혁신처에 전달했다. 국회 행안위 전체 회의에 상정된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모두 2건이다. 박광온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의안번호 2109048)은 ‘재산등록 의무자의 범위를 모든 공무원 및 공공기관의 임직원으로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또 김희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의안번호 2109400)은 ‘공직자와 그의 가족이 부동산 매매 거래를 하는 경우 사전에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교총은 “부동산 투기 근절과 예방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입법 목적에 비해 수단의 적정성이 지나친 과잉입법이자 과잉규제”라고 지적했다.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입법 목적을 달성하면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수단을 마련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재산등록과 부동산 거래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공직자도 아닌 교원·공무원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재산과 부동산 거래를 사전 신고하게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정부의 과도한 정보 수집 문제도 꼽았다. 교원·공무원 재산등록 의무화가 통과되면, 현재 등록 대상인 약 22만 명에 약 130만 명이 넘는 교원·공무원과 가족들의 정보까지 정부가 집적·보관하기 때문이다. 해킹 등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교원·공직자는 이미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부정청탁금지법, 공무원 행동강령 등 공직자의 윤리와 책임을 강조한 각종 법의 적용 대상인 점도 강조했다. 교총은 “국가공무원법 및 교육공무원법을 위반했을 때 감사나 징계를 통해 엄중하게 처벌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2022년 5월 19일부터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적용 대상에도 포함됐다”면서 “교원·공무원을 잠재적 투기범죄자로 매도하고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전체 교원·공무원과 그 가족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총이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6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5.2%가 교원·공무원의 재산등록 의무화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세계교육연맹(EI)도 “전체 교원·공무원 재산등록에 대해 OECD 국가에서 교사 등 일반 공무원에게 적용하는 경우는 들은 바 없다”면서 “모든 공무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 재산등록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대한민국 정부의 발표에 큰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국회가 지난달 31일 본회의를 열고 사립학교 신규 교원 위탁채용 의무화를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기초학력보장법,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 11건의 법안을 표결 처리했다. 그러나 통과 법안 상당수가 여야는 물론 교육계 합의 없이 정부·여당 독주로 이뤄진 것이어서 현장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총은 “학생과 학부모, 학교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교육 법안들이 국회 원구성 교체를 앞두고 밀린 숙제하듯 강행 처리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법안 내용과 핵심 쟁점을 살펴본다. ■ 사립학교법 “1차 필기 위탁채용 의무화” 사립학교 교원 신규 채용 시 필기시험을 시도교육청에 위탁 실시하도록 했다. 또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화하도록 규정했다. 본회의에서 수정안 제안설명에 나선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말이 위탁이지 실제로는 강제하는 것이나 다름없고 이는 사학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국제적인 흐름과도 배치된다”며 “자유 민주주의 선진국 가운데 국가가 사립학교 교사를 뽑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미국과 영국에서는 정부가 사립학교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며 “일본은 회계 운용과 교사 채용에 재량권을 줘 공립학교와 경쟁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립학교 중 극히 일부 사학의 비리를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사학의 교원 선발권을 박탈하는 것은 사학 전체를 잠재적 범법자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반면 토론에 나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차 시험을 위탁하고 이후 수업 실연과 면접을 통해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교원을 최종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교육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총은 “1차 교육학 시험이 논술 중심의 평가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교육감 이념과 정책이 투영된 문제가 출제될 우려가 있다”며 “이를 빌미로 교사 채용권에 대한 교육감 이양이 추진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 기초학력보장법 “동일 방식·기준 진단 필요” 기초학력보장 종합계획 수립 및 위원회 운영, 기초학력 진단검사, 기초학력지원센터 지정·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학습지원 대상자는 담임 및 교과교사의 추천, 학부모 상담 결과 등을 고려해 선정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현안대로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학급 담임 재량으로 학생을 진단하게 되면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다”며 “동일 방식과 기준을 근거로 개별 학생에 대한 평가와 진단을 내려야 제대로 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토론에 나선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식과 살아가는 힘을 주자는 것이지 단순히 성적을 올리자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교총은 “진단체계 구축과 시행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언적 한계에 머물렀다”며 “지금처럼 교육감 이념에 따라 거부하거나 들쭉날쭉 시행해서는 ‘깜깜이 학력’을 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 초·중등교육법 外 “학교 안전사고 간병료 지원”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은 고교 교육과정 이수를 위해 학점제를 운영할 수 있으며 취득 학점 수가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교학점제에 대한 근거 마련이 골자다. 또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고교학점제 운영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학교 안전사고로 중증 상해가 발생해 간병이 필요한 경우 치료 후뿐만 아니라 치료 중에도 간병료와 부대경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또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안’은 장애인 교육공무원의 연수 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정당한 편의 제공에 대한 의무를 명시했다.
조용민 구글 커스터머 솔류션 매니저의 언바운드로부터 학교 조직 내 교감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야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의 첫 화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한다면 지금까지 얻어왔던 것도 놓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맞이하여 어떤 조직이든 급격한 변화 속에 살아남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기존의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학교도 예외일 수 없다. 항간에는 학교 내 변화의 둔감성에 대해 21세기의 학생들을 20세기의 교실에서 19세기의 교사들이 가르치고 있다는 웃픈 이야기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혹시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서둘러서라도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학교 내 중간 운영자(관리자)라고 하는 교감의 포지션이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된다. 이에 조용민 구글 커스터머 솔루션 매니저의 일침은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되며 MZ세대 교사들이 대거 학교 내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십을 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뼈를 깍는 노력 없이는 힘든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 내 교감선생님들께 일독을 권한다. 교감의 역할 1 : Trend Savvy 매일매일 쏟아지는 트렌드와 기술을 모두 알 필요는 없지만, 교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짚어내 폭넓은 안목을 기르는 것은 필수다. 트랜드 새비는 데이터를 넓고 깊게 보는 능력을 말한다. 교감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외부 공문이 접수되고 학교 내 자체 계획 또한 생산되어 교감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다. 교육에 관한 영역은 점차 폭넓혀 지고 있음을 공문의 내용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보건 영역의 중요성은 점차 증가되고 있고 학생 안전을 위한 인력 채용에서부터 방역에까지 교감은 실무자와 함께 협업하지 않고서는 혼자 감당해 낼 수 없다. 체육, 문화, 생활, 지역사회 등 교육과 연결된 다양한 영역들이 학교 내로 유입되면서 교감의 교육적 판단은 더욱 더 정확성을 요구하고 시대 분별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다면 교감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수 많은 업무 내용을 일일히 체크하기에 버거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민 매니저가 조언해 준 트랜드 새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용민 매니저는 본인이 직접 강릉에 갔을 때 광덕식당 2호점 사장님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소머리국밥, 돼지국밥 등 강릉의 토속 음식점으로 유명한 광덕식당은 우리 가족도 즐겨 잧는 식당이기도 하다. 그 식당은 주차장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손님들이 주차하는 순간부터 테이블에 상차림을 준비하면서 대기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고 한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자체적으로 고안한 방법이다. 학교 현장도 점점 학부모와 학생, 지역사회의 요구에 민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교육 구성원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들의 요구사항을 체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교감은 역할은 이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체크하여 교육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교감 뿐이랴. 담임 교사 또한 학급 운영 방식을 학부모와 공유하면서 최대한 이해를 돕고 자신의 교육적 소신에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요구도 좀 더 세분화되면서 대응 전략을 세우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방식을 혁신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한다면 얻어왔던 것 모두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감의 역할 2 : Deep Thinking 왜라는 질문을 만들고, 초점(피벗)을 세우며 사용자 관점(학생, 학부모, 교직원)에서 역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딥씽킹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다! 성급한 결정은 후회만 가득하게 만든다. 왜라는 질문없이 늘 하던대로 관행을 유지한다면 몸을 편할 수 있을지 몰라도 변화의 속도에 둔감해져 스스로 무덤을 파게 되는 격이 될 것이다. 리더십에도 왜? 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구글의 모든 리더는 원온원 (one on one, 1:1) 을 해야 한다" 라고 말한다. 팀원 한 명에게 일주일에 30분씩 할애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팀원의 요구사항을 청취하고 그들의 필요를 캐치하여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리더의 역활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직장이라고 하는 구글에서 행해지는 리더의 모습일진대 학교 내 교감의 모습도 점차 닮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맞춤형 디렉션은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한다. 교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교감이 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양한 관점과 각도에서 일을 바라보거나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기존의 습관적 사고를 그대로 유지하다보면 편향적인 시각으로 일 처리하거나 사람을 대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하는 속도는 빠른데 바라보는 시각이 따라가주지 않는다면 갑작스런 복통으로 찾은 응급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격이 될 수 있다. 교감의 역할 3 : Collaboration 아무리 탁월한 아이디어라도 혼자의 힘으로 구현할 수 없다.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말하고 공유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의 시대는 혼자 잘 하는 것만으로 인정 받을 수 없다. 복잡다단한 환경에서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자만에 가깝다. 결국 협업이다. 협업을 가장 막는 장벽은 욕구와 욕구의 충돌이라고 한다. 구성원들의 욕구가 모두 다를 수 있기에 욕구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 교감의 선결 과제이다. 강한 연대보다 느슨한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욕구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공동체의 목표로 끌어내야 한다. 이타적인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한다고 조용민 매니저는 이야기한다. 협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바운드에서는 2016 리우올림픽 400미터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일본 육상팀을 소개하고 있다. 자메이카 다음으로 목표 지점에 도착한 팀이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아시아 육상팀 중에서 최초로 400미터 계주에서 메달을 획득한 사례다. 과연 일본 육상 계주팀이 미국을 제치고 0.002초 차이로 2위를 한 것은 결국 협업의 결과였다고 분석한다. 한계가 분명했지만 서로 협업하면서 불가능한 상황을 가능케 만든 사례다. 리더의 진정한 역할은 팔로우십이다. "구성원 각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진정한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학교는 학생이 성장해야 하는 곳이지만, 교사도 교감도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책으로 만나는 미래 인간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지구 상에 등장한 이후 가장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중이다. 나는 지금 휴대폰의 메모 기능을 활용하여 병원대기실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는 중이다. 펜도 종이도 없이 휴대폰과 손가락 두 개만으로 무한정 기록이 가능한 세상속에 살고 있으니 참으로 매력적인 세상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씨앗이다. 생각도 씨를 심어야 자란다. 빌미를 제공해주고 부지런히 물을 주는 일은 식물을 기르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생각하는 뇌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직접 체험이 가장 좋지만 대부분의 경험은 책이라는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만으로 대체할 수 있다. 10여년 전 어떤 계기로 평생의 종교를 내려놓은 후, 미래가 불안하고 현실이 힘들 때가 더 많다. 절대신은 꼭 있어야만 된다고, 억울한 현재를 사는 사람들을 보생해줄 신은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서라도 곁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에 의지하여 기도를 하고 감사로 마무리하며 잠들던 시간들이 참 좋았다. 어쩌면 내가 믿었던 신 덕분에 나는 삶에 희망을 걸고 달릴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길이 옳은 일이라면 내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는 확신으로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혼자 걸으면서도 무서운 줄 모르고 이겨냈으니.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신을 내려놓은 자리에 들어앉힌 건 책이다. 나보다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위안을 받거나 감동을 받는 시간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코로나19는 불안과 걱정을 더 키웠고 그것은 또 다른 책을 읽게 하는 용기를 내게 했다. 마음 편하게 시집을 읽거나 에세이 종류를 읽어도 좋지만 호기심이 많아서 공부하듯 읽는 책을 좋아하는 터라 골라든 책은 늘 딱딱한 주제를 다룬 책이다. 예측도 아니고 '초예측'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었다. 그것도 유발 하라리 사진이 표지에 등장했으니. 공부를 해야 하는 청년 시절을 일터에서 보내느라 공부다운 공부를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 되어서인지 나는 늘 공부에 목이 마르다. 아무도 나를 공부로 내몰지 않건만 책을 읽지 않은 날은 숙제를 못한 학생처럼 하루가 허전하다. 거장의 어깨 위에서 미리 내려다본 미래의 모습은 기대와 불안감이 공존한다. 인류의 미래, 어디로 가는가 세계적인 석학이 들려주는 미래의 모습에 관한 8가지 주제를 요약해보았다. 독후감이라기보다는 요점을 찾고 중요 문장을 옮기는 수준에 불과하다. 누군가의 글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일은 최상위의 지적 능력이다. 글을 쓴 이보다 더 월등해야만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배우는 마음으로 읽고 잊지 않기 위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1장 인류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유발 하라리) 앞으로 인공지능 때문에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무용계급으로 전락할 것을 말하는 그의 말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자동화로 편해진 우리는 그 덕분에 일자리를 잃고 있으니. 지금 인류는 석기 시대에 비해 수천 배 이상의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수천 배만큼 행복해졌을까요? 우리는 힘을 얻는 데 뛰어난 소질이 있으나, 힘을 행복으로 전환할 줄 모릅니다. -23 앞으로 자동화가 더욱 심화되면 수억 명의 사람들이 경제적 가치를 상실할 것입니다. 자율주행차가 만들어지면 기사나 트럭 운전사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집니다. 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지면 의사의 역할 중 상당 부분을 로봇이 대신하지요. 구글등에서 서비스하는 인공지능 번역 프로그램때문에 번역가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새로운 직업이 출현하리라는 예측도 가능합니다. -44~45 미래를 위해 지금 바로 움직여라!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여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 준비하는 것, 이것이 유발 하라리의 결론이다. 2장 현대 문명은 지속할 수 있는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 붕괴'가 발생할수 있다고 경고하는그는 총, 균, 쇠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인류가 지나치게 빨리, 대량으로 소비하는 바람에 자원 부족으로 인해 인류 문명이 붕괴할 수도 있고,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전쟁을 일으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63쪽 선진국들을 위협하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대해 다이아몬드는 우리가 미처 해석하지 못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저출산은손뼉 치며 환영할 일이고 고령자를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라고 충고한다. 그는 격차로 인해 생기는 세 가지 위험, 즉 신종 전염병의 확대, 테러리즘의 만연, 타국으로의 이주 가속화가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코로나19를 정확히 예측한 셈이다. 3장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닉 보스트롬) 세탁기가 주부의 일손을 돕는 것처럼 인류는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고 산다. 편리함 뒤에는 일자리를 잃어야 하는 어두운 단면도 상존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순간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우수한 인재는 그만큼 우수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것이므로 초지능의 출현은 막을 수 없는 걸까? 인공지능의 사고를 인간의 가치나 의지에 부합하게 만들어서 초지능에 도달하기 전에 기술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열쇠라고 주장하는 닉 보스트롬은 슈퍼인텔리전스의 저자다. 슈퍼인텔리전스, 즉 초지능이란 인간의 일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인류의 운명은 초지능이 도래하면서 크게 바뀔 것이다. 보스트롬은 초지능이 탄생해도 안전하게 운용할 수만 있다면 모든 인간이 혜택을 누린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노동력을 책임지고 인류는 오락 문화에 심취할 수 있는 으토피아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인류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연구에서 안전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보스트롬이 초지능의 출현 가능성을 주장함으로써 널리 인식되었다. 4장 100세 시대는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린다 그래튼)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 모델은 끝났다. 이제 삶은 다단계로 펼쳐질 것이다." 100세 인생의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100세 시대에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도시 편중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현재의 60세는 과거의 40세. 원하는 삶을 위해서라면 이직을 두려워하지 마라. 100세 시대에 기업이나 국가의 리더가 뭘 해야 하는지, 싱가포르와 북유럽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5장 기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가 (다니엘 코엔) 악의 번영의 저자인 코웬은, 새로운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과학은 경제성장을 이끌었으나 그 결실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며 부는 그쪽으로 쏠린다.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격차 문제는 바로 과학기술이 초래한 비극이다. -145 경제적 가치가 없는 인간들의 세상에서 고양이처럼 놀고 먹는 인간들이 넘칠 초지능 세상이 행복한 삶일까? 인간은 어떤 상태일 때 쓸모가 있을까. 효용가치가 줄어든 나와 같은 퇴직자도 나름 쓸모가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미래의 인간형은 고양이일 거라는 글을 읽은 적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람이 해야 될 일의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하게 되는 세상에서는 놀고 먹으며 즐거움을 추구하며 게임을 즐길 거라는 이야기다. 일하지 않아도 보장해주는 기본소득, 줄어든 인구수로 복지 혜택은 늘어나고 건강한 신체는 100세를 살게 된다는 것. 오래 사는 것이 행복한 일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과학기술은 필연적으로 격차를 초래하여 부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 시킨다. 그는경제성장이라는 저주에서 행복 추구란 쾌락의 러닝머신과 같아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늘 제자리라고 기술하며, 우리는 더욱더 인간다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다움에 대한 코웬의 견해는 책에는 없으니 독자의 몫이다. 6장 무엇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조앤 윌리엄스) 엘리트들은 본인이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3루에 서 있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는 윌리엄스. 요즈음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말로 '아빠 찬스', '엄마 찬스'라는 말과 다르지 않은 주장이다. 백인 노동자 계급의 저자인 윌리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53%에 달하는 백인 노동자 계급의 분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계급에 너무 무지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계급이 민주주의 바꾼다며 사회 계급이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7장 혐오와 갈등은 사회를 어떻게 분열시키는가 (넬 페인터) 백인의 역사를 통해 백인이라는 개념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지금까지 막연하게 이해하던 백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사회내 분열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은 염증이 터져 나온 것이며 지금 미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분극화입니다. 많은 미국 국민들은 자기 나라가 다민족, 다문화 국가임을 인정합니다. 한편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다민족, 다문화 국가로서의 미국에 확고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국민도 있습니다. 양자 사이에는 커다란 균열이 존재합니다. -187 8장 핵 없는 동북아는 가능한가 (윌리엄 페리) 핵 외에 북한 체제의 존속을 보장해줄 다른 대체 수단을 찾아내야 된다고 주장하는 윌리엄 페리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내 북핵 위기를 모면하는 데 일조했다. 핵 벼랑을 걷다를 펴내며 핵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1927년생의 노교수다. 핵 없는 동북아가 가능할 수 있었는데 미국의 지도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이루지 못한 꿈이 되어버렸다고 한탄한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을 가장 성공한 경영자라고 평가한다. 인간은 실수를 반복한다며 핵 무기는 어떠한 경우에도 실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핵 없는 동북아의 꿈이 사라진 지금, 외교적 방법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페리다. 우리는 언제쯤 핵 없는 동북아에서 안전란 미래를 꿈 꿀 수 있을까? 이 책에서 가장 어두운 주제였다. 해결책이 요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일본 학자인 오노 가즈모토가 세계적인 지성들을 인터뷰하여 낸 이 책은 벌써 3년이 지난 시점이라서 시사적 관점에서는 과거가 된 주제도 있다. 특히 미국 문제를 다루며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된 민주주의 주제가 그러했다. 작가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민주주의가 퇴보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무겁고 어두운 주제인 이 책의 요점을 기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복기하지 않으면 읽은 내용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책을 좋아하거니 세상 일에 관심이많은 사람이 꼭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세상이 어둡고 비기 와도 태양은 떠오른다. 코로나19라는 어둠도 이를 이겨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노고 앞에 서서히 물러날 것이다. 아무리 더운 여름도가을이 오는 걸 막지 못한다. 좋은 미래를 향한 작가들의 귀한 글에 감사하며 지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무용인간이 되지 않을 지혜를 얻고 싶다. 나는 지구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성용 대한한약사회 학술위원장] 입추가 무색하게 지속되던 폭염이 이제 기세가 꺾이고, 저녁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도 불어 가을이 문턱에 와있음을 체감한다. 가을은 본디 곡식을 추수해 곳간에 차곡차곡 쌓아야 할 계절이지만, 우리 몸에는 오히려 비워야 할 공간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가을에 특히 조심해야 할 질병으로 ‘변비’를 꼽고 있다. 통계적으로 변비 환자는 봄철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가을철인 9월과 10월에 가장 많기 때문이다. 좋은 음식, 건강식품, 의약품 등이 널려 있지만, 사람마다 변비의 종류와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몸 상태를 이해한 뒤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호에는 변비에 대한 상식과 함께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방차 ‘대건중탕(大建中湯)’을 소개한다. 변비약, 몸에 부담을 느낀다면 변비란 배변 횟수가 적어 3~4일에 한 번 미만인 경우이거나 배변을 할 때 불편감을 많이 느껴 원활한 배변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벼운 변비라면 지방이 적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조절 등 생활과 식습관을 조절하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흔히 선택하는 것이 의약품 복용이다. 시중에는 다양한 효능효과를 가진 변비약이 있다. 변의 양을 많게 해주거나 변을 무르게 만들어 주는 것도 있고, 장에 자극을 줘 변을 볼 수 있게 하는 의약품도 있다. 이런 의약품들은 단기간 복용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변비 자체가 식·생활 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질병이기에 만성화된 경우에는 장기간의 복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장에 자극을 주는 자극성 하제(下劑)의 경우 오랜 기간 사용 시 의존성이 생겨 내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에 장기 복용에 적합하지 않다. 시중에 판매되는 한방 변비 의약품 역시 천연 성분이지만 수분을 흡수하고 변의 양을 일부러 늘려주는 차전자피나 장에 자극을 줘 변을 보게 하는 대황, 센나 등의 성분을 포함하기에 다른 일반 변비약과 마찬가지로 부담감이 있고 치료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존 변비약의 작용방식과는 달리 장의 혈액순환을 증가시켜 변비를 치료하는 처방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대건중탕을 복용하면 한약을 부담 없이 차(茶)로 마시면서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차갑고 둔한 장을 활성화하는 원리 특히 몸에 냉감이 있고 배가 차가워 장 운동성이 떨어지고 가스가 차 복부 팽만감 및 변비가 생기는 사람이라면 주목해보자. 장(腸)도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혈액순환이 필요하다. 대건중탕은 위장관 운동을 유발하는 호르몬 및 펩타이드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위장관의 혈관을 확장하는 작용을 가진 호르몬 및 펩타이드를 분비하도록 해 장의 혈류를 증가시킨다. 주 역할을 하는 약재는 산초(山椒)와 건강(乾薑·말린생강)으로, 산초는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며, 건강은 위장관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돕는다. 대건중탕의 효과는 근·현대에 들어 일본에서 변비 및 위장관 운동 기능 저하를 개선하는 효능이 밝혀져 변비약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처방 자체는 3세기 초 중국 의학 서적 ‘금궤요략’에 처음 수재돼 역사가 깊은 안전하고 유효한 한약이다. 일본에서는 변실금과 항문 괄약근 장애, 개복 수술 이후 회복 기간 단축 및 장폐색 예방에도 효과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추어탕에 뿌리는 산초도 한약재 구성 약재는 산초(山椒), 건강(乾薑), 인삼(人蔘), 교이(膠飴·물엿)다. 건강, 인삼, 교이는 한약 및 식재료로 자주 활용돼 친숙하지만 일반인은 산초가 한약으로도 사용되는 것은 잘 모를 수 있다. 산초는 알싸하고 매운맛을 내는 특이한 향을 가진 향신료로, 흔히 가루를 내 추어탕의 비린맛을 없애기 위해 넣어 먹는 경우가 많다. 산초의 효과인 장 운동성 증가도 이런 알싸하고 매운맛을 나타내는 성분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변비약을 먹는 대신 추어탕에 산초가루를 팍팍 넣어 밥 한 그릇 뚝딱하면 변비가 나을까? 정답은 아니다. 산초는 과피에 약 성분들이 주로 포함돼 있고, 종자(씨)에는 미량만 들어있어 씨를 최대한 제거해 사용해야 한다. 또 산초는 가루 상태로 저장하면 약 성분들이 휘발돼 효과가 떨어지고 변질될 수 있어, 원형 그대로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사용하기 직전에 분쇄해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블렌딩 효과와 약재 구매 주의사항 그렇다면 어떻게 복용해야 변비에 효과적일까? 두 가지 주의사항이 있는데, 첫 번째는 한약은 기본적으로 여러 약재를 최적의 비율로 조합해 상승효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은 위(胃) 부위에서, 산초는 십이지장 및 대장 부위에서 위장관 운동을 촉진시켜 서로 작용 부위를 보완해준다. 또 산초는 과량 사용하면 오히려 위장관 운동을 마비시키지만 적당량과 인삼이 함께 작용하면 혈류 개선 작용이 증가한다. 교이는 위장관의 삼투압을 높여 연동운동 개선에 도움을 준다. 개별 약재 각각의 효과를 합한 것보다 모든 약재들이 조화를 이뤄 더 큰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한방에서 추구하는 블렌딩(Blending)의 묘미다. 두 번째는 식품용이 아닌 의약품용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용 한약재들은 약재별 유효성분의 함량 규정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다. 특히 의약품용 산초는 약효성분이 포함된 과피만을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종자(씨)나 열매꼭지 및 가지가 일정량 이상 포함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건강, 인삼, 교이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한방 약국을 방문해 한약사와의 복약상담을 통해 ‘대한민국약전’에서 규정하는 의약품용 정품 한약재로 달이는 것을 추천한다. 상담을 통해 약물 상호작용 및 주의사항에 관한 복약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한약사가 직접 조제한 첩약을 받아 간편하게 달이는 방법도 있다. 대건중탕(차) 달이는 방법 1일 복용량은 60kg 성인 기준, 산초 2g, 건강 3g, 인삼 2g, 교이 20g이다. 복용량은 체중, 효능효과에 따라 개인차가 있어 1일 복용량을 2~3회로 나눠 개인에 맞게 복용하며, 특히 당(糖) 성분인 교이 양도 개인에 맞게 주의해 복용하도록 한다. 또 약재들의 약효 성분들이 모두 잘 추출될 수 있도록 잘게 분쇄하는 것을 권한다. 분쇄 시, 인삼은 질이 매우 단단한 편이므로 소음 및 안전사고에도 유의해야 한다. 다른 약성분의 추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교이는 가장 마지막에 넣어 끓이도록 한다. *재료: 산초 20g, 건강 30g, 인삼 20g, 교이 200g(10일 복용량이며, 개인에 맞게 조절 가능), 물 2.3L, 가정용 분쇄기(믹서기나 푸드 프로세서 등), 큰 사이즈의 요리용 망 또는 다시백 1. 교이를 제외한 모든 약재들을 분쇄기를 사용해 잘게 부순다. 분쇄된 약재들을 요리용 망 에 담아 내용물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묶어준다. 2. 물 2.3L를 약재들과 함께 끓이고, 센불로 10분 정도 끓여준 뒤, 중간불로 50분 정도 끓여 졸여준다. 3. 이후 교이를 넣어 잘 녹여서 저어주면서 5분 정도 중간불로 더 달인다. 4. 달인 물이 2L 정도가 되면 상온에서 식힌 뒤 약재 망을 버리고, 약액을 요리용 망에 한 번 더 거르고 맑은 약액만 남도록 한다. 5. 약액은 빛을 차단하는 용기에 냉장 보관하고, 1일 2회로 나눠 복용할 경우 1회 복용량은 100cc정도로 개인에 맞게 따뜻하게 데워 마신다.
코로나가 불쑥 찾아왔다. 아무도 예상 못했기에 당황스러운 손님이었다. 그런 와중에 생전 보지 못한 온라인 등교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들 마음속에 짠한 마음이 있었다.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더 그랬을 것이다. 아이들 얼굴도 못보고,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개학이라니......, 짠한 마음은 ‘그래도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 주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한 술 더 떠서 코로나가 함께 가지고 온 이 무거움도 날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는데, 코로나는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코로나에 눌려 ‘블루’가 될 수는 없었다. 유튜브 실시간으로 온라인 입학과 시업식을 준비했다. 그런데 해 본 적이 없다. 해 본 적은 없는 데 본 적은 있다. 그 지인을 불러서 도와 달라고 했다. 없는 장비는 빌리고, 학교에 있는 장비는 끌어 모아 간이로 스튜디오를 꾸몄다. 그리고 ‘사내TV’라는 이름도 붙였다. 요즘 유튜브에서 너도 나도 ‘○○TV’를 만들던데, 드디어 유튜브의 바다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선생님들의 짠한 마음이 모여서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하기로 했다. 막상 공연할 사람을 모아보니 교직원 중에 음악적 재능이 있는 분들이 많았다. 드럼을 치는 분도 있고, 베이스, 일렉 기타를 치는 분, 키보드 연주가 가능하신 분, 믹서를 다루 실 수 있는 분까지. 심지어는 해금 연주, 피리 연주까지 하실 수 있는 분도 계셨다. 지금은 일상화 된 방역 수칙 3가지에 대한 안내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냥 말로 전달하기보다는 그래도 아이들에게 시각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사내 어벤저스’를 창설했다. 영화 어벤저스는 지난 번 엔드 게임으로 마무리를 지었지만, 코로나가 함께 가지고 온 ‘블루’를 물리칠 영웅의 소환이 필요했다.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코스튬을 샀는데,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었다. 코로나도 필요해서 타노스를 ‘코로나19 타노스’라고 이름 붙여, 어설픈 가면을 씌웠다. 입학식과 시업식 날 기대감과 흥분이 있었다. 잘 준비한 수업연구를 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뭔가 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사내초에 찾아 온 코로나 블루를 날려버릴 ‘사내 어벤저스’가 있다는 것을 소개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날은 대박이었다. 유튜브로 새로 오신 선생님들 소개를 했고, 교장 선생님 인사 말씀이 있었다. 교직원들의 밴드 공연, 해금과 피리가 함께 한 노래는 긴장될 것 같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드디어 ‘사내 어벤저스’의 등장! 헐크가 ‘거리두기 파워!’를 외쳤고, 캡틴 아메리카가 ‘마스크 파워!’를 외쳤다. 아이언 맨은 ‘손씻기 파워!’로 코로나19 타노스를 물리쳤다. 아이들의 손에 코로나를 이길 3가지 무기를 들려줬을 뿐 아니라, 코로나를 이길 멘탈까지 키워주었다. 사내 어벤저스는 등교 개학을 앞두고 한 번 더 출동했다. 아이들은 한 번도 안 해 본 것들을 해야 한다. 마스크도 써야 하고, 열체크도 해야 하고, 거리두기도 해야 하고, 손소독도 해야 한다. 오기 전에 안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 학교에는 어벤저스가 있었다. 어벤저스가 등교 시 필요한 수칙들을 영상으로 찍어 사내TV를 통해 보고 오게 했다. 이렇게 어벤저스의 두 번째 출동으로 코로나 중에도 우리는 행복했다. 우리 학교는 매년 소리누리 축제라는 음악제를 한다. 작년에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운동장 대형 무대에 아이들이 올라 설 수 있었다. 군악대가 운동장 한 바퀴를 돌면서 개막을 알릴 때가 얼마나 멋있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큰 무대 위에서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리코더 합주, 합창 등 마음껏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다. 올해는 학부모님들을 오시라 할 수도 없고, 우리 학교 규모에는 온라인으로 해도 거리두기 때문에 아이들을 한 번에 무대에 세울 수가 없었다. 분위기로는 예산 반납하고 올해는 건너뛰면 딱 맞을 분위기다. 그런데 사내초에는 코로나를 물리치는 어벤저스가 있지 않은가? 어벤저스가 출동한다고 코로나를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내 어벤저스는 코로나가 함께 가져 온 무거움과 우울함,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유쾌하게 날려버렸었다. 코로나 한 가운데 있었지만 코로나에 눌리지는 않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이건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병균에게 질 수는 없지 않나?’ 교직원들도 마음을 함께 해 주었다. 누구 하나 이런 시기에 이런 행사 한다고 하시는 분이 없었다. 입학식 때부터 어벤저스였던 사내 교육가족 전체가 한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유튜브 실시간으로 한다고 해도, 공연 자체를 실시간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모이는 것 자체가 거리두기가 안 되기 때문이다.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을 해서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작년과 같이 음악 시간에 교과 예술 강사 선생님들이 오셔서 4,5학년은 바이올린, 6학년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4부 리코더 합주, 5,6학년은 합창을 했다. 올해는 1,2학년은 오카리나를 하고, 3학년은 댄스를 하기로 했다. 유치원에서도 하기를 원해서 3종목이 배정되었다. 접경지인 이 마을은 신기하게도 지역 예술 동아리들이 많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모이지를 못해서 연습이 안 되었다는 답변들이 있었다. 그 와중에 알아보니 오카리나 앙상블이 있었고, 성악을 하시는 분이 섭외가 되었다. 이제 구색이 맞춰진 것 같았다. 문제는 연습이었다. 거리두기하고 마스크 쓰고 하는 합창......, 모여서 해 봤더니 제대로 소리가 안 난다. 전문가도 그렇게는 자신감이 떨어져서 못한다고 한다. 촬영과 녹음을 따로 하기로 했다. 치열한 연습의 과정들이 있었다. 유튜브에 mr과 목소리를 담은 영상을 올리고, 아이들은 그 음원을 들으면서 녹음을 해서 카톡과 밴드에 올려줬다. 정말 지겹게 성실한 아이들이 있었다. 하루도 안 빼고 한 아이들이 있었다. 음악시간에 연습한 것보다 더 제대로 된 연습이 녹음해서 올리는 것이었다. 리코더 연습은 설상가상이었다.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학생들이 있어서, 운동장에서도 벗을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는 운지법만 할 수 밖에 없고, 악기 종류는 4가지나 되는데 2학기 시작을 맞았다. 교육청에서 지원해 준 예산이 있어서 강사 선생님과 함께 줌으로 하는 교과보충 온라인 강좌를 열었다. 아이들이 그나마 가장 잘 모일 수 있는 저녁 8시에 줌을 개설해서 연습을 했다. 역시 녹음해서 아이들이 카톡에 올렸다. 날마다 녹음해서 올리니 자라가는 것이 보였다. 무대에 올라서면 잘하든 못하든 한 번이면 끝나지만, 촬영은 기본 소스가 필요하기에 여러 번 해야 한다. 합창은 소프라노 따로, 알토 따로 녹음을 했다. 그런데 잘하는 아이들을 뽑아서 하는 합창단이 아니다 보니, 변성기 남자 아이들의 묵직한 소리와 음정 잡는 것이 어설픈 아이들의 튀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에도 그런 목소리까지 다 담았다. 부모에게 자기 자녀가 나오는 공연이 의미가 있듯이, 교사에게도 잘하는 유명한 합창단의 목소리가 감동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직접 노래한 노래가 의미가 있고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5일 목요일 10시. 잊을 수 없는 온라인 소리 누리 축제 개막을 알렸다. 역시 사내 어벤저스가 함께 했다. 공연 영상을 중간 중간에 보여주면서, 삼행시, 응모권, ‘헐크를 이겨라.’게임을 진행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대박을 넘어서 말로 할 수 없는 정도였다. 좋은 영상 업체를 만나서 정말 최고급 영상 퀄리티를 선 보였다. 그동안의 연습과 촬영과 녹음의 순간 순간들이 언제 지나갔나 싶은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뿌듯함과 보람을 소감에 담았다. 진정한 사내 어벤저스가 누군지를 찾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가 사내초를 코로나로부터 지키는 어벤저스인 줄 알았더니, 그 와중에 연습하고 녹음해서 올리고, 촬영하면서 코로나 중에도 우리는 자라가고 있다고 보여준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진정한 어벤저스였다. 올 한 해 아이들이 배운 가장 큰 가르침은 ‘코로나가 뭘? 코로나가 어쨌다고?’라는 어벤저스 멘탈이 아닐까 싶다. ------------------------------------------------------------------------------------------------------------------------------------ 2021 교단수기 공모 - 은상 수상 소감 사내 교육 가족 모두의 이야기 이 수기를 쓸 수 있도록 늘 함께하셔서 지혜와 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영광 돌려드립니다. 이 수기는 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사내 교육 가족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에도 굴하지 않고 아이들을 끝까지 사랑으로 지도하신 선생님들, 아이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사내 교육 가족들, ‘마스크 파워’, ‘거리 두기 파워’, ‘손 씻기 파워’로 코로나를 날려준 사내 어벤져스, 그리고 코로나 중에도 배움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우리 아이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눕니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장애학생(student with disability)도 다양성의 반영이다. 특수교육학개론 강의 첫 시간에 예비교사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장애학생은 일반 학생에서 '장애'라는 특징을 더불어(with) 가지고 있을 뿐 특별히 다른 학생이 아님을 강조한다. 통합교육의 확대로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 학교에 배치돼 통합교육을 받기에 특수교사와 일반교사의 협력이 중요하다. 특수교사-일반교사 협력 중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 제6항에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 및 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로 되어 있음을 설명하면 예비교사들은 일반학교에 특수교사가 모두 배치돼 있는지 질문한다. 특수교사의 부족과 특수학급 미설치 등의 상황 및 특수학급이 있어도 통합교육 추세로 교사들의 협력이 통합교육의 기반임을 설명한다. 미국은 예비교사 양성과정에서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같이 4년의 학사과정을 이수 후, 특수교사는 석사과정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현장에 배치되기에 교사들의 협력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초등 특수교육 예비교사와 초등교육 예비교사가 각각 종합대의 사범대 특수교육과나 초등특수교육학과(별도로 있는 대학교는 일부), 교육대학의 초등교육과에서 양성되므로 임용 후 현장에서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을 위해 교사들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수교육학개론 강의에서 현장교사의 통합학급(특수교육대상자가 배치된 일반학급) 경험 공유 및 특수교육법 관련 활동으로 통합교육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만들고 있지만, 통합교육과 관련된 과목이 더 필요하다. 현재 초·중등교육법에서는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을 자세하게 다루지 않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살펴보고 초·중등교육법 개정 방안을 작성해보자고 하면, 예비교사들은 현장에서 도움이 될 방안의 아이디어를 내곤 한다. 특수교육학개론 2시간에 많은 내용을 담기에는 어려워서 통합학급 교사의 특강, 장애인식개선 및 인권보호, 통합교육, 문제행동 중재, 각 장애영역별 특성 및 교육 등에 집중한다. 양성과정에 통합교육 과목 개설해야 마지막 강의 시간에는 이러한 말을 당부하곤 한다 “현장에서 직접 가르쳐보고 이론을 접목하여 학부모 및 특수교사와의 협력 경험은 더 귀중합니다. 이 강의는 그 서막일 뿐이니 부디 예비교사들이 많은 경험과 연수를 통해 현장에서 더욱 경험치를 늘려가기 바랍니다.” 통합교육의 책무성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교사양성과정에서 통합교육과 관련된 과목들이 개설되기를 바란다. 또한, 특수교사들은 일반교사와 통합교육 파트너십을 긴밀히 유지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야 한다. 성공적 통합교육은 교사들 간의 소통과 동반자적 협력의 과정에 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