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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학교안전사고 예방 기본계획은 매뉴얼 중심의 안전교육에서 학생 자기주도적 안전교육으로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체험 중심 안전교육 강화를 위해 신기술인 메타버스, AR, VR 등을 활용한 온라인 안전체험관 구축, 사이버 안전 콘텐츠 개발 등 미래교육을 반영한 요소가 추가됐다. 체험 중심 안전교육은 1차 기본계획에서부터 강조됐다. 교육부는 다양한 형태의 안전체험시설을 확충했고, 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안전체험 교육, AR/VR을 활용한 안전교육 콘텐츠 등을 개발·보급했다. 체험 중심 안전교육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됐고 학교 안전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체험 중심 안전교육 중요해 그렇다면 체험 중심 안전교육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종합 안전체험관 체험이나 안전체험차량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예약이 힘들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학교 내부 유휴공간을 활용해 만들어진 안전체험교실을 활용하면 지속적, 반복적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전국에는 현재 64개의 안전체험교실이 있지만 학교 담당자가 열심히 운영한다 하더라도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따라서 안전체험교실 활성화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대부분 학교는 직접 담당교사가 운영하거나 일부 예산을 받아 자원봉사자를 뽑고 있다. 하지만 담당교사 시수 등의 문제로 다른 학교가 참여할 수 없거나 인건비로 인해 하루 2~3시간 정도만 운영된다. 이는 담당교사의 피로도 증가와 자원봉사자간 차이로 안전체험교실 운영의 질적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전문화된 인적 요원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정원외 교사 등을 활용해 상설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A지역은 안전체험교실이 있는 학교에 정원외 교사를 배치해 교과 시수는 최소화하고 남는 시간은 인근 학교의 수요를 최대한 수용하는 등 관내 학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교육지원청이 적극적으로 행정업무를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B지역은 교육지원청에서 안전체험 일자, 차량 계약 등 모든 행정적 지원을 하며, 안전체험 교실이 있는 학교에 시설 대여 및 관리 업무를 지원한다. 인근 학교는 안내된 체험 일자를 교육과정에 반영해 참여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매년 3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기초적인 안전교육을 받은 후 종합형 안전체험관과 연계해 심화교육을 체계적으로 받고 있다. 만약 전국 64개 안전체험교실에서 B지역처럼 매년 3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하면 연간 2만여 명의 학생들이 체험 중심 안전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효율적 활용방안 고민하자 셋째, 안정적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예산으로 인건비를 지출하면 시설 수리비조차도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많다. 따라서 인건비 이외에도 수리비, 소모품 구입비 등과 최소 5년의 주기로 시설을 변경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안전체험교실은 종합형 안전체험관의 효율을 배가시킬 수 있는 좋은 시설이다. 이제는 ‘어떻게 만들까’ 보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때다. 이를 위해 교육지원청-교육청 등 교육 당국의 명확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활용 체계가 명확히 설정되고 전국적으로 이용 가능한 안전체험교실이 더 많이 생긴다면 학생 주도적 안전교육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23일, 생활지도법 관련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국회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됐다. △학교장이나 교원에게 생활지도권을 부여하고 법령 및 학칙에 따라 학생 지도 가능 △학생에 대해 교직원 및 여타 학생 인권침해 행위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명시해 법제화하고, 이를 근거로 법령 및 학칙에 학생을 지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나아가 학생에게 다른 교직원과 학생의 인권침해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지난 6월 한국교총이 ‘생활지도법 마련 등 7대 교육 현안 해결 촉구 전국 교원 서명운동’을 전개한 지 약 5개월 만이며,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의 법안 발의 3개월 만이다. 학습권·교권 지키는 근거 마련 환영 개정안에서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 법적 근거 마련과 여타 학생과 교직원의 인권침해 금지 조항 신설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문제행동 학생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부정되고, 오히려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등 교직 사회의 어려움은 매우 컸다. 이달 17일 울산의 중학교에서 1학년 여학생이 담임교사에게 발길질하는 일이 벌어졌다. 쉬는 시간에 교사가 ‘화장이 너무 짙다’고 나무라자 학생은 교사를 네 차례나 걷어찼고, 피해 교사는 충격에 병가를 냈다. 지난달 20일에도 울산의 초등 6학년 학생이 담임교사의 머리채를 잡는 일도 있었다. 칠판에 남을 비방하는 낙서를 쓴 것에 대해 훈계하자 학생이 달려든 것이다. 이렇듯 교사가 상해·폭행당한 사건은 지난 5년간 888건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교육계 안팎을 흔든 충격적인 3대 교권 사건이 발생했다. △충남 홍성의 중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 사용한 사건 △경기도의 초등학교에서 친구 간 다툼을 말리던 교사를 흉기로 위협한 사건 △전북 익산의 초등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학교폭력을 일삼고 담임교사에게 폭언해 공포의 교실로 만든 사건이다. 실제 교총이 올해 현장 교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문제행동으로 학생 학습권, 교권 침해가 심각하고 법에 생활지도권 보장을 명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95%로 나타났다. 수업 중 떠들기, 잠자기, 휴대전화 보기, 교실 이탈, 폭언‧폭행 등 ‘학생 문제행동을 매일 겪는다’는 응답 비율도 61%에 달했다. 매주 ‘10회 이상’도 36%였다. 실효성, 현장성 담보 위한 조치 필요 이런 현실을 고려해 뒤늦게나마 교총 등 교육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여·야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환영할 만한 사항이다. 그러나 과제도 있다. 첫째, 조속히 국회교육위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행돼야 한다. 무너진 교실을 하루라도 방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실효성과 현장성 담보다. 생활지도권 부여라는 선언적 의미로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실질적으로 수업 방해,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게 시행령 개정도 서둘러야 한다. 셋째, 교원지위법도 개정해 생활지도법의 완성을 이뤄야 한다. 교권 침해 가해 학생과 피해 교사의 즉시 분리 조치,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지역교육청 이관, 교권 침해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는 문제행동은 이제는 안 된다. 이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든다.
한국교총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가 24일 온라인 회의를 갖고 학교폭력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위원회는 교총 특별위원회로 학교폭력에 대한 정책 마련 및 현장 의견 청취, 지속적이고 현장중심적 의견 수렴 토대 구축,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각종 토론회, 정책협의회 참여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교폭력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는 현장 교원 등 교총 전문가와 변호사, 연구원 등 외부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학교폭력 관련 현황과 이에 대한 교총 입장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주로 학폭에 대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명남 부산 부전초 교사는 “학폭이 발생하면 담당교사라 하더라도 당황하는 경우가 많고, 매뉴얼도 복잡하다”며 “처리방법에 대한 지속적인 안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우성 경기 수원교육지원청 장학사는 “학폭 담당은 현장에서 가장 기피하는 업무가 됐다”며 “조사, 보고, 후속조치 등을 모두 학교에서 할 수밖에 없는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냈다. 유병호 인천논곡초 교장도 “학폭 사건이 가장 큰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는다”며 “교육자로서 교육적인 방법으로 학폭을 해결할 수 있는, 학교의 교육적 기능이 회복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학폭에 대한 정의, 학부모 대상 매뉴얼 제작, 교총의 역할 등 다양한 목소리가 제시됐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원회를 통해 모인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진행되는 교원양성체제 개편 논의의 양상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인구학적 요인에 대한 대응으로 경제적 효율성에 따른 구조조정 논리만이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보는 시각이 편협해질 경우 질 높은 교사 양성이라는 본질적인 목적을 망각할 위험이 높아진다.” 해외의 우수한 교원양성체제를 통해 우리에게 적합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 학령인구 감소 문제에 대처하는 교원 수요를 논의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23일 국회에서 개최됐다. ‘대한민국 교원교육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 이번 토론회는 유기홍·도종환·강득구·강민정·문정복·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전국교원양성대학교 총장협의회가 주관했다. ‘해외 교원 양성 교육 및 체제 개혁 사례 분석’에 대해 주제 발표한 이혁규 청주교대 총장은 우수한 예비교사 교육 및 현직 교원연수 시스템을 갖춘 핀란드와 싱가포르, 미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교원교육 및 교원양성체제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총장은 “선진국가들의 공통점은 연구에 정통한 전문직으로서의 교직, 지속적인 교사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이었다”면서 “국가 차원의 재정적 지원과 훈련을 통해 교사가 평생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교사교육포럼(가칭)’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정부, 교육청, 지자체, 교원 양성기관, 교사단체, 학교현장을 연결하는 일관성 있고 탄탄한 교원교육 네트워크를 통해 대화와 숙의, 토론과 협상에 기반한 교사교육의 방향성을 탐색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 교사교육포럼의 안정적 운영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원 수준의 연구중심 교사양성체제 구축도 주장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석사 학위 수준의 연구능력을 갖춘 교사를 길러내기 시작한 핀란드를 예로 들며 미국의 미시간 대학 모델과 유사한 학부-석사 연계의 5년제 교사 양성 체제를 제안했다. 학부 졸업 후 교사 자격증은 부여하되 임용시험 1차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1년의 실습 연계 학점을 이수하도록 하고 이를 향후 대학원 진학 시 선취득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 총장은 또 “내실 있는 교사양성교육과 교육경험의 질 제고를 위해 ‘교육실습 전담학교(가칭)’ 도입도 고려했으면 한다”며 “실습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지도하고 협력 지도가 가능하도록 학생 2명 단위로 협력실습 활동을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공교육 책무성 확보를 위한 교원 수요의 정당성 논의’에 대해 발표한 류현아 진주교대 교수는 공립 초등학교 6225개교를 대상으로 교육의 질 보장을 위해 필요한 교원 수를 추계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연구는 2027년까지 각 초등학교의 학년별 학생 수와 표준학급 수를 산출한 후 표준 수업시수를 적용해 필요한 교원 수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학급당 학생 수 2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2027년까지 평균 4449명의 교사가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급당 학생 수 18명 기준 시에는 1만6512명이 더 필요했다. 또학급당 학생 수 20명에 보직교사 15시간, 일반교사 20시간의 수업 표준시수를 적용했을 경우에는 평균 1만2631명의 교사를 더 충원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이미 세종시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울산은 올해, 광주시는 내년부터 초등 1학년의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배치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10년 후부터 10년간 한 해 평균 약 6000명 정도의 교원이 퇴직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퇴직교원 수도 함께 고려하면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대학에서의 4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불비례이다. 한문 투의 문체에 대해 배우던 중 나온 그 단어를 소재로 교수님께서 나지막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교수님께서 당신의 교수님께 편지를 올릴 때면 항상 마지막에 쓰곤 한다는 불비례, 예를 갖추지 못하였다는 의미이다. 예를 갖추지 못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주신 사랑에 비해 예가 부족하고, 모자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스승님께는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지는지도 모른다. 교직에 나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숨 쉬다 보니 부끄러움이 커져만 간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알 때 느껴지는 감사함이 함께한다. 나에게는 예를 갖출 수 없는 선생님이 계신다.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시간이었다. 쉬는 시간에 공놀이하다가 늦게 들어와 움츠려 있는 아이들에게 호통 대신 "앉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갑갑했을까"라는 말과 함께 등을 두드려주시곤 했다. 선도부 선배들이 두발 검사를 하는 시간에는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들어와 선배들을 물리시며 우리에게 찡긋 신호를 보내셨다. 제주도로 떠난 수학 여행에서는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을 열창해 모두를 놀라게 하셨다. 그때부터 나의 마음에는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누구나 그렇듯 고등학교의 시간은 느리지만 빠르게 갔다. 체육관에 모여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 발표되는 순간, 얼마나 환호했는지 모른다. 선생님께서 나의 담임 선생님이 되셨다는 사실에, 앞으로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낼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그렇게 잊지 못할 마지막 1년이 시작되었다. 나의 고3 시절은 비평준화 시대의 끄트머리에 있었다. 모의 평가가 끝난 후 가채점은 당연하며, 다른 지역 학교와의 평균 점수와 바로 비교됐다. 몇 주 뒤 성적표가 나오면 1등부터 20등까지의 등수와 성명, 표준점수가 학교 게시판에 걸렸다. 게시판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이 아이들의 목표였고, 미래의 나의 모습보다는 당장 점수에 목마른 것이 현실이었다. 지난달과 다르게 이름이 올라가지 못한 아무개는 그날 점심을 먹지 않았다. 이름이 올라간 아무개는 으스대며 떠들다가 친구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았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한 문화에 동화되고 있었다. 숫자가 주는 부담감에 힘겨워했고, 일희일비했다. 그러나 국어 시간만은 나에게 피난처였고, 위안의 시간이었다. 선생님의 수업은 항상 시와 함께 시작됐는데, 부드러운 저음으로 읽어주시는 시는 그날의 이미지가 되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시는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이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지만,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라는 구절이 어린 나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여쭤보진 못했지만,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를 정하셨을까. 너무 늦지 않게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기를 바라셨을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구절로 인해 나의 세계가 흔들렸던 것만은 확실하다. 시를 쓰는 이유, 읽는 이유, 읽어 주는 이유가 내 마음속에 자리 잡던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름도 괴상한 여름 방학 보충 수업 기간이었다. 학기 중과 달라진 것은 야간 자율학습을 안 하는 것이 유일한 이 기간에 아이들은 지쳐갔다. 보충 수업이 끝나면 2학기가 시작된다. 고등학교 3학년에게 여름 방학은 없다는 말이 현실화됐다. 보충 수업 종료를 며칠 앞두고, 우리 반의 누군가 장난스럽게 던진 계곡에 놀러 가자는 말에 선생님께서 흔쾌히 응하셨다. 장소 섭외와 학부모님의 허락, 아마도 관리자분들의 허락까지 도맡으시며 1박 2일의 여름 방학이 추진되었다. 시원하게 내리치는 폭포수를 보며 아이들은 환호했다. 선생님께서 힘들게 얻어 주신 기회라는 생각은 스무 살에서 한 살 모자란 우리 모두가 하고 있었나 보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나름의 질서도 지키며 해방감을 즐겼다. 계곡에서 선생님이 알려주신 방법으로 깔딱 메기를 낚던 순간, 모닥불을 피워놓고 수박을 먹으며 선생님의 기타 소리를 듣던 순간이 눈에 선하다. 수험 기간 중간에 풀어지면 면학 분위기가 나빠진다는 누군가의 우려와는 다르게, 모두가 언제 계곡을 다녀왔냐는 듯 다시 의자와 하나가 되었다. 아마도 선생님이 베풀어 주신 사랑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같은 교실의 친구들은 어느새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가 되었다. 지쳐 잠든 아이들에게는 다가오셔서 어깨를 주물러주시던 선생님도 함께 하셨다. 그 해도 변함없이, 수능 시험의 1교시 시작종이 울렸고, 4교시 끝 종이 울렸다. 나의 수험 생활을 평가하는 숫자를 바라보며, 그를 인정하고, 그와 타협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금융 계열에 종사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던 나에게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고, 그 길을 보여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 길게 고민하지 않고, 그렇게 국어교육과에 지원했다. 1학년 수업을 듣던 중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교육 1호관 앞이니 잠깐 나오라는 말씀에 수업을 마치자마자 선생님 차에 올랐고, 선생님은 나를 이끌어 서점으로 향하셨다. 서점으로 향하는 내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선생님의 대학 시절 교수님들께서 아직 교편을 잡고 계셨고, 교수님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 상황이 새로웠다. 왜 서점으로 향하셨나 했더니, 임용 시험 준비 서적을 한 아름 사주시곤, 책 표지에 응원의 문구를 적어주셨다. 제자의 희망으로 국어교육과에 지원하게 했지만, 좁아진 임용문에 걱정이 많으셨나 보다. 대학 새내기에는 아직 임용이란 먼 일로 느껴졌지만, 선생님의 사랑만큼은 진심으로 다가왔다. 군에 다녀와 임용 시험을 진지하게 마주했다. 대학의 교육과정이 만들어 놓은 길에서 벗어나는 동기, 선배, 후배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험 준비를 시작했고, 두 번의 시험을 연달아 낙방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없어지면, 자존감도 근거를 잃어버린다. 바닥이 된 자존감으로 마지막 일 년을 버텼고, 그렇게 준비한 세 번째 시험에서 1차 합격을 했다.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학과에서 마련해 준 수업 시연장에서 몇 년 만에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선생님께 수업을 보여드린다는 사실에 2차 시험장에서보다, 지금 이 순간에 더 잘하고 싶었다. 제자의 수업 시연을 참관하신 후 평가의 자리에서, 평소 같지 않은 선생님의 떨리는 음성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제자의 수업을 마주한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합니다." 따뜻한 눈으로, 진심을 담아 전하시는 한 마디에 빨갛게 상처 났던 내 마음도 초록색으로 변해갔다. 첫 발령을 받은 지 5년이 흘렀다. 나의 삶에서 새롭게 부여된 여러 역할에 대한 기대에 잘 부응했는가는 의문이다. 공식적인 입시 상담에서, 비공식적인 복도와 운동장에서 교사를 꿈꾸는 아이들을 만난다. 아이들이 맨 처음 던지는 질문은 대부분 "선생님은 언제부터 국어 교사가 꿈이셨나요?"이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주어진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한결같은 내용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님이 국어를 가르치셨어."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되묻지 않는다. 아이들도 교사를 꿈꾸게 된 이유가 비슷할 것이다. 지금도 많은 스승은 새로운 교사를 만든다. 높은 곳으로 영전하신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교직원, 아이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실 것이다.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신다. 또 교정을 아름답게 가꾸려 노력하실 것이다. 그렇게 자연을 사랑하신다. 나를 사랑으로 키워주신 선생님께 드리는 불비례라는 단어 뒤에는 무한한 존경이 숨어있다. 김재곤 선생님께 제자 이민호 불비례(不備禮) --------------------------------------------------------------------------------------------------- 수상소감 서로 아끼고 위해주는 소중한 만남 선생님의 허락도 구하지 못하고, 선생님과의 이야기를 글로 남겼다. 추억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은, 그때와 지금의 감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 더욱 분명해지는 시간이었다.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올리며, 수상 소식과 제자의 부족한 글을 전해드렸다. 수기를 읽으신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마음을 울린다. "서로를 아끼고 위해주는 만남,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정답고 알뜰한, 애틋한 인연만큼 소중한 것은 많지 않으리라 믿는다." 전국의 선생님이 이번 해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아이들과의 인연을 시작했고, 어느새 마무리를 향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등교해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보면, 스승과 제자의 만남, 인연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도 생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아이들을 위한 마음을 차근차근 풀어내고 계실 선생님들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지금까지 내가 받아온 사랑을 기억하며, 이제는 사랑을 주는 것에 익숙해지겠다. 알뜰하게 아이들을 사랑하겠다. 언제나 아이들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올해가 한 달 남짓 남았다. 연말에 가까울수록, 겨울을 걱정하는 이웃이 적지 않다. 나눔을 실천하는 일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그 마음을 꾸준히 전했을 때 비로소 온기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연말을 맞아 본지는 나눔 실천으로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있는 교육 가족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에 이름을 올렸다.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마음만 있으면 나눌 수 있다”=강성희 전 서울미아초 교장은 학교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나눔 교육을 강조했다. 학생들과 함께 학교 주변 복지시설을 후원하고 교내 나눔 행사를 마련하는 등 나눔과 기부 문화를 경험하게 했다. 퇴직 후에는 8~9개 기부단체에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했다. 2016년에는 모아뒀던 목돈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하면서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그는 “충청도 시골 소녀가 서울로 유학 와 공부하고 교사가 되고 교장으로 퇴직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떠나기 전에 이 빚을 갚고 싶었다”고 했다. “2015년에 건강이 안 좋아졌어요. 문득 이대로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더군요. 그동안 내가 사회에 진 빚을 어떻게 갚을까, 고민하다가 기부를 결정했어요.” 그는 세상이 각박할수록 마음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따뜻한 마음을 나눌 기회를 만들어줘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옳다는 확신으로 행동 옮길 때 빛이 난다”=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기부해온 박선우 영양교사는 언제고 한번은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고 싶었다고 했다. 마침 그동안 넣어둔 적금 만기일이 다가왔고,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지난해가 적기라고 생각했다. 박 교사가 기부한 돈은 그가 거주하는 지역 소외계층을 돕는 데 오롯이 쓰였다. 몇 년 전에는 르완다 산주초 학생들을 위해 식수시설 구축 비용을 기부했다. 깨끗한 식수가 없어서 생명까지 위협받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달에는 말라위에 식수시설 완공을 앞두고 있고, 라오스 식수시설 비용 기탁도 약정한 상태다. 박 교사는 “지역사회에 1억 원 기부, 해외에 식수시설 10개 만드는 게 버킷리스트였는데, 하나는 이뤘다”고 귀띔했다. 이어 “살기 좋은 나라에서, 행복한 가정에서 배움의 기회를 이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옳다는 확신을 갖고 행동으로 옮길 때 사람은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르완다 산주초 교장선생님이 친필로 보낸 편지를 잊을 수 없어요.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어서 이제 위생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고요. ‘이제 식수시설을 7개만 만들면 되네?’ 이렇게 생각하니 행복합니다. 계속 이어갈 수 있어서 감사하고 나누면서 오는 기쁨이 주는 것보다 몇백 배, 몇천 배네요.” 강 전 교장과 박 교사 외에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 전·현직 교육 가족이 더 있다. 윤인섭 전 서울국제고 교장,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한 이정국 씨, 전남 담양교육지원청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한 고 김은희 씨가 주인공이다. 윤 전 교장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주독일한국교육원에서 근무하면서 독일의 기부 문화에 감명받아 매달 기부를 시작했다. 2013년에는 1억 원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그는 “가족 모르게 적금한 돈을 기부하기로 결심하고 가족에게 털어놓았는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가 기부한 성금은 청소년 교육 지원에 쓰였다. 2006년 퇴직한 이정국 씨는 연금을 모아 기부했다. 고 김은희 씨 가족은 고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연금급여 전액을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고인의 이름으로 맡겼다.
“교육기본법에서 ‘남녀평등’이 ‘양성평등’으로 변경된 만큼 2022개정교육과정도 이를 반영해야 합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오는 29일 행정예고 마감을 앞둔 2022개정교육과정에서 ‘성평등’ 관련 용어가 수정된 것은 타당하다”며 그 근거 중 하나로 지난해 교육기본법이 개정된 부분을 들었다. 이에 따르면 교육기본법 제17조2는 당초 ‘남녀평등교육의 증진’에서 지난해 9월 24일 ‘양성평등의식의 증진’으로 조항명이 변경됐다. 조항 내용도 대폭 수정됐다. 주요 내용은 ▲양성평등의식과 실천 역량 고취하는 교육적 방안 ▲체육·과학기술 등 여성의 활동이 취약한 분야를 중점 육성할 수 있는 교육적 방안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한 진로 선택과 이를 중점 지원하는 교육적 방안 ▲성별 특성을 고려한 교육 편의 시설 및 교육환경 조성 방안 등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제17조4의 ‘건전한 성의식 함양’은 삭제되고 제17조2에서 통합적으로 규명하도록 바뀌었다. 이 연구관은 “사회 교육과정, 도덕·보건교과와 관련해 2022개정교육과정 정책연구진이 성소수자, 성평등을 추가했던 사유에 대해 국제적 동향이나 학술적 연구 결과라고 했지만, 꼭 필요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2015교육과정에서 도덕교과의 경우 ‘양성평등’으로 제시돼있었으나 이번 행정예고안에서는 성평등을 명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손덕제 교총 부회장(울산 외솔중 교사)도 2022개정교육과정에서 ‘양성평등’ 용어의 삽입, 그리고 관련 교육으로의 대대적 변경을 요구했다. 헌법에 이어 교육기본법에도 적용된 ‘양성평등’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손 부회장은 “2022개정교육과정에서 성평등 용어는 삭제됐지만, 양성평등으로 바꾸지 않고 풀어서 쓴 것에 불과하다”면서 “성평등 교육의 확대 시도로 볼 수 있고, 이는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말했다. 손 부회장은 울산에서 2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성평등 교육의 폐해가 이제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성평등 교육의 문제점은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박탈하고,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동성애 등 젠더 개념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27년 동안 초등교사로 교단에 섰다는 박은희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상임대표는 성평등 교육과 포괄적 성교육의 문제로 유·초등 단계의 아이들이 성행위·낙태·피임과 관련된 교육, 그리고 도서관 도서 등에 의해 ‘조기 성애화’ 영향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2007년 성교육 분야에서 부모의 교육 권리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지난해 칠레에서도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해 헝가리는 동성애자 운동가들이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조기 성애화를 교육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시민교육, 반드시 해야죠. 지난 문재인 정부의 민주시민교육이 민주적이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21일 ‘민주시민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제기된 공통의의견이었다.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시민 육성을 위해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를 포함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내용 등 균형적인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특정 정치집단의 편향된 입장만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상황이라는 주장이 연이어 나왔다. 이 같은 내용이2022개정교육과정에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는만큼, 민주시민교육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김기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한국교총, 한국교육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김 의원 외에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이태규 의원, 21대 국회에서 전·후반기 모두 교육위 소속인 같은 당 정경희 의원, 윤창현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민주주의 제도를 운용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이뤄지는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며 “문제는 외형적 용어가 아니라 특정 집단이 추구하는 목적과 배경이 무언인지가 중요하다”고 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학교에서 일부 교사들이 자신의 오도된 세계관이나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내용을 학생에게 주입한다면 그것은 민주시민교육이 아니라 반교육적 폭력행위”라고 전했다. 정 의원은 경기도교육청이 개발한 민주시민교육 교재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를 들고나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그는 “이 교과서는 검·인정교과서가 아닌 교육감 인정교과서로 교수진들은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보편적 복지, 노동 존중, 인권, 성평등, 평화통일 등 미사여구로 가득 차 있으나 한 꺼풀 벗겨보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북한 정권을 감싸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최근 자신이 6학년을 대상으로 직접 진행한 ‘나라 사랑’ 수업을 꺼냈다. 인기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영상을 보여준 뒤 느낀 점 등을 나누는 수업을 1차시 정도로 계획했지만, 아이들의 너무 반응이 좋아 2차시 정도 더 하게 됐다. 수업 마지막 날, 이순신 장군이 유언을 남기는 장면에서 아이들이 눈물을 펑펑 흘리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다잡게 됐다는 사례였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내용으로 민주시민교육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혼란을 일으키고있다는설명이다. 정 회장은 “민주시민교육은 그 자체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고, 인성교육과도 맞닿아 있다”면서 “그런데도 사회적으로 아직 합의되지 않은 내용들, 예를 들면 성에 대한 여러 정체성, 치우친 인권 개념 등을 민주시민교육 내에서다뤄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송미나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았다. 신영철 울산교총 정책자문단 연구위원, 손덕제 교총 부회장(외솔중 교사)이 발제를 하고 조호제 서울잠실초 수석교사, 김수희 울산 무룡중 교사, 박은희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상임대표,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이 지정토론을 이어갔다.
수원 원천초(교장 이봉섭)는 '양파의 왕따 일기'의 문선이 작가를 초청,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가졌다. 원천초는 앎을 삶으로 실천하는 미래역량 함양을 위해 독서를 통한 학생주도 탐구활동을 학교특색활동으로 선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학기별 온책 읽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4학년은 작가 중심 독서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탐색하고 협력적 독후활동으로 감상을 나누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즐겁게 운영하였다. 독후활동의 마지막 시간인 실제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작가까지 모두 큰 기대와 설렘으로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번 작가와의 만남에서는 학생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양파의 왕따 일기', '엄마의 마지막 선물' 등 진정한 친구, 가족의 소중함을 주제로 꾸준히 작품을 써온 문선이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함께 읽고 작가에게 편지를 쓰거나 궁금한 점을 질문지에 적는 사전 활동을 했다.그 결과물을 행사장에 함께 전시함으로써 책 읽기에 대한 경험을 학생들이 함께 공유하고 작가와도 자연스러운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본 행사에서는 문선이 작가에 대한 간단한 소개 후 '즐거운 독서'라는 주제로 작가의 특별 강연이 이어졌으며 작가님께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보는 질의응답과 기념사진 촬영을 한 뒤 작가 사인회로 마무리 지었다. 이봉섭 교장은 학교폭력에 용기 있게 맞서며 한 걸음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 정화의 이야기를 통해 "혼자 열 발자국을 가는 것보다 함께 한 발자국을 가는 것이 더 쉽고 큰 힘을 발휘하니 따뜻한 마음을 모아 용기를 내면 모두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날 행사의 의미를 평가하였다. 원천초 4학년 학생들은 작가의 책에 친필 사인을 받고 소중히 품에 안고 오며 "태어나 처음으로 작가를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내년 공립교원은 3000여 명 줄이는 방안을 발표해 논란인 가운데 21일 국회에서 ‘교사 감축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전남교육청 주관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교원정원 감축 정책의 현주소’에 대해 발제한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은 학교 현장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학생 수 기준의 교원 정원산정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 과장은 ‘교사 1인당 학생 수’라는 단순 통계자료에 따른 정원 산출을 ‘평균의 폭력성’으로 규정했다. 소규모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와 대도시의 과대·과밀학급에 대한 문제, 농산어촌 지역소멸과 작은 학교 기능에 대한 고민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 과장은 “이외에도 정규교원 부족을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운영으로 대체하고 있어 교원이 자주 교체되는 등 교육의 안정성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고교학점제나 기초학력 보장 지원, 2022 개정교육과정 운영 등 정책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정원 배정, 신규채용 인원의 정확한 산정 부족으로 교원 양성과 채용의 불균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교원수급 정책의 방향에 대해 발제한 이길재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역의 학교가 없어지면 지역사회 전체가 몰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초등학교가 소멸한 지역에 청년 인구가 다시 거주하고 지역의 학교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교수는 “지역소멸의 최후 저지선을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교원정원 산출기준을 토착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작은 학교의 소멸을 억제시키고 교육과정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작은학교 기초 교원 정원제’와 같은 최소 교원정원을 도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교총을 대표해 참석한 주우철 인천 경영초 교사도 ‘소규모학교 필수 교원정원제’ 등 지역별 현장 특수성을 고려한 탄력적 교원수급 정책을 주장하며 현행 교원수급 산정 기준을 교원당 학생 수에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사는 “경제 논리에 따른 현행 교원수급 정책은 소규모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교원정원 기준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학교에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전국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적 특성을 살린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비교사들이 보는 교원감축안’에 대해 토론한 이혜진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의장은 “교육대학교는 목적형 대학으로 설립돼 양성과 수급의 균형을 맞춰왔으나 현재 이 균형은 오래전에 깨졌다”며 “서울의 경우 올해 임용률이 1/4로 줄어 약 400명의 예비교사 중 단 4분의 1만이 초등교사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정규교원을 내주지 않아 기간제교사로 메꿔지고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실현이 미뤄지기만 하는 사이 그 피해는 현장에 있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감당하고 있다”며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뚫기 위해서는 교사 정원을 늘리고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만추의 끝자락 초겨울로 들어서는 11월의 숲길을 걷는다. 적요(寂寥)의 숲길, 바래지는 풀숲에 핀 보랏빛 들국화는 향기를 더하고 파란 물감을 쏟아부은 하늘에 비행운의 직선이 차갑게 흐른다. 수런수런 한 줄기 바람이 인다. 바람은 아직 화장을 지우지 못한 나무의 이파리를 떨구고 가지 사이를 거쳐 미처 종이에 옮기지 못한 설익은 가을 사랑을 데리고 날아간다. 문득 길은 언제부터 생겼는지 의문이 떠오른다. 문명의 발달 전에는 야생동물의 길로 오솔길로, 지금은 둘레길로 인위적으로 생기고 넓어졌을 것이다. 숲길을 걸어보면 계절별로 다가오는 의미가 다르다. 진달래 피고 진종일 뻐꾸기 울어 나무에 물오르는 봄의 길은 부드러운 푸석거림 속에 대지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여름의 숲길은 푸르고 젊은 낭만과 열정 새들의 날갯짓 소리 힘찬 성장이, 겨울의 숲길은 곤한 잠 속에 다음을 준비하는 침묵을 적시게 한다. 그리고 이즈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의 숲은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에 걸어온 흔적을 되새기며 사색에 잠기게 한다. 이 사색은 자기 삶에 대한 반성과 새로움을 준비하고 당부하는 시간이다. 겨울 초입 숲길에 서서 한 해를 걸으며 성숙했을 것이라 자부하지만 마음 안팎이 혼란스럽다. 사랑하는 마음을 많이 가졌는지, 미움과 원망 질투와 시기의 마음을 많이 가졌는지 걸음을 멈추어 본다. 매일 아침 방송사에서 진행되는 정치 시사 이야기는 사람의 판단에 대한 혼란을 몰고 온다. 정치인의 비도덕적 언행과 타인 존중의 부재, 정직하면 손해 본다는 지금의 현실이 얼음 왕국에 서 있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자신 또한 이들과 별반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내 마음속에 포옹하고 받아들이는 사랑의 마음보다는 비판하고 책망하는 마음이 떨어지는 낙엽만큼이나 많으니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자꾸만 움츠러드는 마음에 나뭇가지를 비접고 쏟아지는 감빛 햇살에 오점을 남긴 일들에 청옥 같은 눈물이 파란 하늘을 이지러지게 한다. 우리 마음은 물론 내 마음에도 언제부터 이렇게 도덕성을 잃어버린 차가운 안개가 강을 이루고 있었는지 흐느낀다. 모난 생각의 디딤돌을 사랑으로 다듬어 징검다리를 놓고 소중한 본성으로 서고 싶다. 가을 숲길은 이런 회한과 사랑의 소중함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사랑에 참 인색하다. '사랑해요'라는 말과 그 분위기가 우리 삶에 일상화되기는 진정 어려운 것일까? 경쟁에서 이기고 더 좋은 직장과 부를 추구하며 남보다 더 편하게 살려고 한다. 이런 세상에서 선한 마음은 자취를 감추고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비교의 안경을 끼고 살아간다.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이야기는 소셜 미디어를 타고 우리 사회 전체인 양 색칠하고 혐오감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러니 마음은 더 푸석거린다. 정말 사랑이 결핍된 세상이다. 다시 늦가을과 마주한다. 숲길이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가져온 보온병의 커피를 따른다. 눈과 귀와 생각을 닫으니 마음의 평화가 온다. 진한 커피 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가는지도 모르는 세월 앞에서 노을 한 자락에도 추억이 숨을 쉬는 가을 마음이 된다. 나 혼자 붉어지고 꽃이 지고 사랑이 온 마음을 채우고 다시 빈 배가 된다. 우리 삶의 변곡점은 언제나 사랑에서 비롯된다. 나를 깎아 내야 올바른 삶을 찾고 닳아져야 행복을 준다. 남의 생각을 바꾸려 말고 먼저 자기 생각을 그리움으로 물들이는 노을처럼 바꾸면 된다. 좋은 생각을 하면 어긋난 일 없고, 좋은 말을 하면 다툴 일 없고, 겸손하게 행동하면 비난받을 일 없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면 마음 상할 일도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사랑에서 출발한다. 사랑은 마음이라는 화분에서 진실이라는 물을 먹고 더딘 시간 속에서 어린싹을 올리고 잎을 피우며 아름다운 꽃이 된다. 자신을 성찰하고 남을 나보다 귀히 여기고 존중하고 배려할 때 살고 싶은 세상이 된다.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받았던 지난 삶을 불러들여 용서를 구하고 마음속 앙금을 훌훌 털어 내며 걷는 참회 길을 걸어보자. 헐뜯고 시기하는 질투보다 양보하며 신뢰하는 한 걸음의 사랑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가을 숲길을 벗어나 주름처럼 겹쳐 휘어진 들녘을 본다. 텅 빈 들엔 마늘이 자라고 김장을 준비하는 채전菜田엔 탐스러운 푸른색이 생을 사랑을 소중하게 느끼게 한다. 밭 언덕 은빛 억새는 살랑이며 사랑의 소중함을 풀어 놓고, 해 질 녘 노을은 산등성이에 불고 소리 없이 눈물로 흐르고 산 그림자 그리워 속으로 운다. 욕심을 비우면 별빛이 반짝이고 미움을 버리면 미소가 따뜻하게 손을 내민다. 이제 우리도 사랑하고 신뢰하며 살아야 한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내 마음의 한 귀퉁이라도 사랑으로 내어 주면 어떨까? 사랑은 하늘이 내려준 숙제이다.
수원 숙지초(교장 이순호) 도서관에서는 가을의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며 가을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그림책 '바빠요 바빠' 원화 전시회가 열려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었다. 12점이 선보인 전시회는7~18일까지 진행됐다. 학생들은 사서교사와 함께 먼저 책을 읽고 좋아하는 계절과 이유는 무엇인지, 가을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책 속에서 알게 된 시골의 가을 준비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1~2학년은 가을 단풍잎 꾸미기를 진행하여 가을에 하고 싶은 일을 쓰고 내가 무슨 일로 바쁜지를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3~6학년은 ‘반갑다, 가을아!'를 주제로 가을과 관련된 책을 읽고 책에서 나온 낱말을 사용하여 짧은 글쓰기를 하였다. 이문숙 사서교사가 제안하는 북 큐레이션을 통한 그림책 함께 읽기와 가을 관련 그림책을 전시하여 숙지초 학생들의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적극적인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빠요 바빠’ 책은 세밀화로 그린 도토리 계절 그림책 중 하나로 산골 아이 마루와 가을을 준비하는 풍요로운 시골의 모습을 담은 책으로 서로가 나누는 바쁜 가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계절이 성큼 지나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책 속에서 광주리, 항아리, 도리깨, 참새와 허수아비 등을 보다 보면 옛 물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학년 학생은 사서교사와의 수업을 통해 “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모든 계절이 다 좋다”고 했다. 그림책 원화 전시 행사에 참여한 2학년 한 학생은 “가을이 되면 시골에서 깨를 털고, 고추를 말리고 김장하는 바쁜 모습이 풍요롭고 즐거워 보였다”고 말했다. 이순호 교장은 “책 읽는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해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온종일 책과 노니는 날 운영, 그림책 원화 전시회, 매주 1회 학부모가 참여하는 책 읽어주기를 진행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학교 도서관 중심 주제별 북 큐레이션과 작가와의 만남, 사서교사의 주제별 독서 수업으로 학생들이 이 가을 쑥쑥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한 고등학교 이야기다. 어느 날 성공한 졸업생이 학교를 방문해 학창 시절에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뵈러 왔다고 했다. 선생님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물었다. 그는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 받은 소중하고 은혜로운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내 과목 중에서 무엇이 그렇게 좋았지?”라고 묻자, “복도를 지나고 있는 저를 부른 뒤에 선생님께서 무릎을 꿇고 풀린 제 신발 끈을 대신 묶어 주셨습니다. 이 모습에 감동 받아 저 또한 그렇게 살려고 지금껏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얼마나 뜻밖인가? 이는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한 학생에게 어떻게 감동을 주며 그의 인성과 행동의 변화를 유발했는지를 말한다. 작은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 필요 교사가 교육적 소신을 유지하고 차이를 만들려면 주체성을 갖고 작은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시대다. 하지만 현실은 교사 본연의 길을 가려는 사람을 폄하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숭고한 노력을 가치 없는 것으로 깎아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가 어렵다. 심지어 교사는 매일 아무도 박수치지 않는 절벽 끝에 서 있다. 하지만 절벽 끝에 서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교사에게 일찍이 시인 김수영은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담백한 위로를 주었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모깃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그것을…” 시인은 절벽 끝에 서서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교사의 삶을 응원했다. 남의 시선 때문에 소신을 꺾지 말고 모깃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소신을 외치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작은 목소리는 자기 마음속 진심이자 소신일 것이다. 이 시대는 교사가 무심하기 쉬운 작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다. 거창한 미래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지금 바로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작은 것을 소중하게 기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학생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 이끌어 교사의 직무는 겉으로 금방 티가 나는 일이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교사는 자신의 일상에 매몰되거나 거창한 일로 도피한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겉으로는 출중해 보이는 일들처럼 보이지만 존재적 가치가 아닌 소유적 가치인 경우가 많다. 교사가 큰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좇으면 그의 삶은 남루해진다. 큰 것들은 시간과 장소의 익숙함에서 오는 교사의 직무를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것들이고, 그 작은 것들을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용기다. 자신의 소신을 믿고 긍정적으로 추진하는 교사가 이 시대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교육자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평소 교사가 학생에 대한 사소한 관찰 하나하나와 가르침이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교사가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아무리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이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매년, 전국 교원들의 땀과 열정으로 실천된 교육과정 연구보고서가 다양한 대회를 통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연구대회는 학교 교육의 최전선에서 구현되는 수업 실천과 경험을 바탕으로 산출되기에, 그 어떤 교육정책보다 교육과정의 현장성을 담보하고 있다. 또 저경력 교사에겐 전문성 있는 선배 교사의 조언으로, 각자의 고민으로 고군분투하는 교사에겐 든든한 동료 교사의 경험으로서 공감을 얻으며, 직접적으로 적용될 사례가 가득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소중한 결과물들이 교육 현장에 보급, 활용되어 교실 수업 실천사례 확산에 기여하기보다는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공동 성장의 교직문화 확산 계기 이제, 보물 같은 연구대회 결과물을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구축된 세상에서, 보고서와 같은 자료의 보급은 문제도 아니다. 현장 교사들이 연구 결과 보고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연구자 및 연구 결과 보고서의 현장 연수 활용 방안 등 급변하는 학교 현장과 교직 문화를 고려한 실질적인 활용 방법을 구안해야 할 것이다. 2022년 제66회 전국현장연구대회를 참여하며 느낀 점은 ‘교사들이 참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구나!’ 였다. 그와 더불어 ‘1년 동안 열심히 연구한 교육과정 실천 결과들을 나만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많은 교사들이 승진점수 가산점 취득을 위해 연구대회를 시작한다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막상 참여한 교사들은 실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교육과정에 대한 성찰과 노력을 통한 성취감이 더 크다. 그 목적이 무엇이든 연구대회를 통해 내 수업과 교육과정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대회를 통해 교실에 있는 학생들에게 좀더 질 높은 배움이 일어나게 했다면 그 역시 목적 이상의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연구하는 교사의 개별 전문성 신장뿐 아니라, 동료 교사와 함께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속한 학년 또는 학교 전체의 교육과정 역량을 신장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즉, 공동 성장 교직문화의 확산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교직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연구대회에 도전하는 교사를 승진 지향의 목적만으로 폄하하지 말고, 연구 과정을 통해 보다 질 높은 교육과정을 함께 기획, 실천해 모두가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결과물에 대한 적극 활용 지속해야 연구대회를 통한 결과물을 통해 학교 교육과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대회 입상 교사와 그 결과물을 교육청 단위 연수 등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해당 교사가 소속된 교육지원청에서 교사 교육과정 사례 연수를 개설하면 다른 교사들이 적용하고 일반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연구대회 주최 측과 교육청 간 협력을 통해 관련 연수도 효율적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교원 연구대회 결과물이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부-교육청-학교가 함께 고민하고 그 관심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조선 시대 편지의 형식을 살펴보면 상세한 내용으로 상대를 설득할 목적으로 쓴 서간(書簡)과한 자(30센티)의 짧은 글로 소소한 일상을 적은 척독(尺牘)이 있다. 사대부들은 전화가 없던 시대에 편지를 보내는 것이 일상이었다. 벗에게 마음과 정서를 담아 고유의 필체로 편지를 보내고 가슴 설레며 답신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중 척독은 짧은 편지로 오히려 긴 여운이 느껴진다. 처마의 빗물은 똑똑똑 떨어지고 향로의 향냄새 솔솔 풍기는데 지금 두엇 친구들과 맨발 벗고 보료에 앉아 연한 연근을 쪼개 먹으며 번뇌를 씻어볼까 하네. 이런 때에 자네가 없어서는 안 되겠네. 자네의 늙은 마누라가 으르렁거리며 자네의 얼굴을 고양이상으로 만들겠지만 위축되지 말게. 문지기가 우산을 받고 갔으니 가랑비쯤이야 족히 피할 수 있을 걸세. 빨리빨리 오시게나. 모이고 흩어짐이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런 모임이 어찌 자주 있겠는가. 헤어지고 나면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네. 허균이 이재영에게 이 글은 여름날 허물없는 벗들이 빗소리를 맡으며 어린 연근을 쪼개 먹자고 벗을 부르고 있다. 짧은 글에 오감이 잘 드러나고 친구의 부름에 무서운 마누라가 잔소리하겠지만 위축되지 말라고 농담까지 곁들였으니 누군들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와 같은 허균의 척독에는 벗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다. 어젯밤 달이 밝기에 비생을 찾아갔소. 그를 데리고 집에 돌아와 보니, 집을 지키던 자가 와서 말하기를 "키 크고 수염이 좋은 손님이 노랑말을 타고 와서 벽에다 글을 써 놓고 갔습니다"하더이다. 촛불을 비춰보니 바로 그대 필치였소. 안타깝게도 내게는 손님이 왔다고 알려주는 학(鶴)이 없기에 그만 그대에게 문에다 ‘봉(鳳)’ 자를 남기게 하였소. 섭섭하고도 송구하구려. 이제부터는 당분간 달 밝은 저녁이면 감히 밖에 나가지 않을 거요. 박지원이 홍대용에게 어느 달 밝은 밤에 담헌 홍대용이 연암 박지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박지원은 마침 달이 밝아 비생에게 가는 바람에 집에 없었다. 송나라 임포는 학(鶴)을 두 마리 길렀는데 그 학이 손님이 온 것을 알렸다고 한다. 박지원 그런 학이 없어 홍대용을 맞을 수 없었다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여기에다 봉(鳳)을 남겼다는 것은 이후 누구를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의미다. 진나라 때 여안이 친구 혜강을 찾아갔으나 출타하여 그의 형 혜희가 맞아 주었으나 문 위에 봉(鳳)자를 써두고 갔다고 한다. 박지원은 허균만큼이나 척독의 묘미를 알고 즐겨 쓰던 이였다고 한다. 특히, 옛글에서 상황에 맞는 글을 찾아내어 적절하게 인용함으로써 읽는 이가 절로 웃음이 짓게 만드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못 만나서 섭섭하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제부터는 당분간 달 밝은 저녁이면 감히 밖에 나가지 않을 거요.“ 말하는 대목은 참으로 멋진 능청스러움이다. 아마도 홍대용이 행복한 웃음을 지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척독은 결코 시간이 없어 짧게 쓴 글이 아니다. 긴 편지를 쓰는 것 이상으로 애를 써서 작품성을 의식하고 제작된 글이다. 척독을 읽고 나면 정경이 떠오르고 그림이 그려진다. 절제된 비유와 간결한 표현, 말할 듯하지 않고 머금은 여백의 미를 추구한다. 척독은 산문보다 오히려 시에 가깝다. 오늘날, 가장 척독에 가까운 것은 아마도 엽서(葉書)일 것이다. 엽서를 가장 살뜰하게 쓴 사람으로 신영복 선생이 있다. 감옥에서 한 달에 한 장 주어지는 엽서를 위해 머릿속으로 몇 번의 퇴고를 거쳐 십여 분 주어지는시간 안에 빠르게 적었다고 한다. 그분의 엽서는 감옥에서 세상을 향해 보내는 안타까운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가을이 깊어져 간다. 우수수 날리는 낙엽 사이로 추수가 끝난 빈 들의 고요한 모습이 보인다. 이제 우리도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먼 곳의 벗에게 마음을 전하는 한 장의 편지를 써 보면 어떨까? 『척독』, 박경남 지음, 한국고전번역원, 2015
천생 교육자였다. 강원교육의 문제를 진단할 때는 단호하게,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할 때는 확신에 찬 단어로 말을 이어가다가도 학교에서 제자들과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릴 때는 눈웃음부터 지었다. 위기에 처한 학생과 짜장면을 먹으면서 소통했던 이야기, 자신을 오해한 제자가 결국 진실을 알고 감사함을 담은 장미 한 송이를 건넸던 이야기, 주례를 서지 않으면 결혼 안 하겠다던 제자의 말에 39세에 처음 주례를 섰고, 100명 이상 결혼시킨 이야기…. 다음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 기세였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17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특히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교육 행정력까지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38년 4개월간 교사, 교감, 교장을 거쳤고,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과 춘천교육장을 역임한 덕분이다. 대담=엄성용 편집국장 정리=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지역신문에서 진행한 직무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100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도민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소통에 주력했다. 학교에 찾아가고 학생, 학부모를 만나서 우리 아이들의 탄탄한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성과 학력이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공교육의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교육청이 지역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고 있는 점도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가능하면 지역사회에서 구매해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진심으로 강원도를 생각하고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내려고 하는구나, 알아준 것 같다.” -두 번 도전 끝에 당선했다. 정년퇴직 후 교육감에 도전한 이유는. “관측장교로 군 생활을 했다. 당시 병사 중에 가정환경이 어려운 친구가 많았는데, 정말 열심히 군 생활을 하더라. 휴가 갈 때 고기라도 사가라고 용돈을 쥐여줬다. 병사들과 형제처럼 지냈더니, 엄마라고 불리기도 했다. 장기 복무를 권유받았지만, ‘사범대 수학교육과를 나왔다, 아이들 곁으로 가겠다’고 반려했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다. 아이들을 잘 길러내는 게 강원도의 미래다. 이 일을 하기 위해 교육감에 출마했다.” -특히 어떤 부분에 주력하고 있나. “중등교육과장으로 일할 때, 고교평준화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교육감은 이런 논리였다. 한 학교에서 최상위권 대학으로 40~50명을 진학시키는데, 고교평준화를 하면 상위권 대학에 갈 학생들이 최상위권으로 갈 수 있지 않냐는 거였다. 그런데 가령, 구구단을 외우는 아이와 못 외우는 아이를 함께 두고 수업하면, 어떻게 되겠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교육이 결국 하향평준화를 만든 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수능 표준점수 평균을 지역별로 발표한다. 최근 5~6년간 강원도는 17개 시·도 가운데 15위에서 17위 사이 하위권 성적을 보였다. 그동안 평가를 줄 세우기나 서열화로 생각해 금기시했고,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해 개별화 맞춤형 지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강원도교육청은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를 학교 자율로 시행한다. 자유학년제를 운영하는 중학교 1학년생을 제외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초등학교 4학년은 국어, 수학 과목을, 나머지는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을 평가한다. 전체 초·중학교 513곳 가운데 59.5%인 305개교가 신청 접수를 마쳤고, 평가만 남겨놓고 있다. 이를 두고 진통도 상당했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일제고사 부활을 이유로 진단평가 실시를 반대하고 있다. -기초학력을 키우려면 평가를 통한 진단을 우선해야 한다는 게 교육자들의 중론이다. 강원 지역은 유난히 부침이 심한 듯하다. “2017년부터 전교조 강원지부와의 단체 업무 협약에 따라 초등학교에서 소위 진단평가와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평가를 못 하니, 학생들이 자신의 학업성취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조차 진단할 수 없었던 거다. 12년 동안 전국 최하위 성적이라는 처참한 결과는 진단조차 할 수 없게 강제한 단체협약 때문이다. 그동안 학교가 기울어져 있었다. 교육에는 좌우가 따로 없다. 오직 아이들만 있다. 균형이 맞는 학교 현장을 만들 것이다.” -학교 현장의 교권 문제도 심각하다. 교사 출신으로서 문제의식이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교 현장은 교권 침해뿐 아니라 학교폭력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교육청 차원에서 촘촘하고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생활지도권 강화를 통한 교권 침해 예방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인권과 인성교육을 강화해 구성원 간 상호 존중 문화를 만드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학생 지도에 있어서는 부모의 가정교육이 우선시 돼야 한다. 학생 지도에 대한 학부모의 책임을 강화하는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강원도는 작은 학교 비율이 높다.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한 계획이 궁금하다. “작은 학교의 경우 폐교나 통폐합 단계를 고민하기 이전에 학교 구성원들이 교육력을 발휘해 학교를 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려고 한다. 영월에 있는 신천초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전교생 20명에 불과한 곳이었는데, 이제는 두 배가 늘었다. 구성원들이 직접 학교를 홍보하고 농촌 유학을 올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도록 준비 중이다. 강원도에서 태어나서 공부하고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진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학력 향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진로 교육이다. 직업계고 학과를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하고 학교 이름도 바꿔 경쟁력을 갖추도록 추진하고 있다. 메타버스 교육 체험관 구축, AI 집중 교육 기간 운영, 방송예술 중점학교 운영, 장애 학생 진로·취업 교육 강화 및 일자리 사업 확대, 학생 선수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을 위한 진로 교육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다양한 꿈을 꾸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도 우리 교육청의 역할이다.” -교원 정원 감축,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의 2023년 교원 선발 사전 예고 인원이 전년 대비 10명이 감소한 것은 정년퇴직, 명예퇴직 등 인원 감소 및 정원 감소 등이 반영된 결과다. 학생 안전 강화, 더 나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 기초·기본 교육 및 개별화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교원 정년 감축과 신규 교원 채용 인원을 축소하는 데 반대 입장이다. 강원도교육청은 과밀학급 해소, 학생 맞춤형 개별화 교육 등을 위한 초등 교사 정원이 확보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교육감협의회에서도 다양한 교육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노력할 것이다.” -교육 가족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다면. “학교 현장에서 교원들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전에 알리고 학교에 찾아가는 게 부담스러워서 비는 시간에 근처 학교로 갔더니, 모두 놀라더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는데, 참모진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하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일선에서 고생하는 교원들이 가르치면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도록 뒷받침하고 싶다. 설렘으로 출근할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가고 싶다.” 신 교육감은 어느 스님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배가 고파 우는 게 일이었는데, 먹일 형편이 안 되는 부모는 회초리를 들어 아이의 울음을 멎게 했다. 그러다 집 앞은 지나던 스님이 아이에게 넙죽 절을 했고, 아이의 부모는 연유를 물었다. 스님은 이 아이가 앞으로 정승이 될 분이라 그리했다고 답한다. 이후 아이의 부모는 회초리를 들지 않고 정승 대하듯 공들여 아이를 키웠고, 훗날 아이는 정승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신 교육감은 “아이들을 정승처럼 대하면 정승의 재목으로 자란다”며 “그런 마음으로 후배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면 좋겠다”고 했다. ◆신경호 교육감 ▲1952년생 ▲강원대 수학교육과 학사 ▲강원대 교육대학원 수학교육학 석사 ▲춘천교육지원청 교육장 ▲강원미래교육연구원 원장 등
교권침해와 학부모 악성 민원 등으로 인해 교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빈 자리를 메울 계약제 교원(기간제교사·시간강사)이 부족해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 본지 보도(11월 14일자)를 통해 알려졌다. 보도를 접한 현장 교원들은 깊이 공감한다는 의사를 표해왔다. 하루빨리 문제 해결을 위해 교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실제 최근 한국교총 대변인실이 전국 단위로 모집한 ‘SNS 서포터즈’ 20명에게 서술식설문(중복답변 가능)으로 진행한 긴급 질의에 답변을 보내온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심각하고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단 ‘병가·연가 등이 늘어나는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 교권침해와 학부모 민원, 학생 지도 곤란 등 고충에 의한 병가와 연가 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답변자 20명 중 절반을 웃도는 11명이 이 같은 답변을 냈다. ‘코로나19’를 원인으로 지목한 인원은 9명이다. 교권침해와 코로나19 등 두 가지를 동시에 언급한 교원은 5명이다. 이정규 강원 상지여고 교사는 “교권침해, 학부모 악성 민원 등의 고충 증가”라고 했다. 이선주 충남 온양천도초 교감은 “코로나19, 학생 지도 곤란 등 사유”라고 전했다. ‘기간제교사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에서도 2명이 교권침해의 영향이라고 답했다. 김영 부산 연포초 교사는 “학부모 민원이 많아 명예퇴직자들도 기간제 교원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고, 이수진 대구욱수초 교사는 “학급에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많으면 중도에 그만두는 기간제교사도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교원 수급 정책을 지적하기도 했다.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윤리와 정보 과목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 10년간 이에 대한 폐과를 진행해 공급과 수요간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강한겨례 서울 대원국제중 교사는 “정보윤리·지구과학 과목에 해당하는 인원이 너무 없다. 정보의 경우 17시수 정도밖에 안 되는데도 지원자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군·읍·면 단위로 가면 문제는 한층 심각해진다. 김순선 경기 양평동초 교감은 “체육 전담 교사가 없어 과목을 변경해 겨우 구했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권리 보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교직 문화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교총은 교육부에 ‘시·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에 보결 전담 인력풀 구성 및 지원체제 마련’ 등 요구가 포함된 2022년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나아가 ‘계약제교원 임용업무의 시·도교육청 및 지역교육청 이관’도 함께 요구했다. 교총 대변인실은 “개별 학교의 힘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게 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교섭과제 관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소멸의 길 들어섰지만… 마지막까지 열정으로 교육할 것”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 곳은 지방이다. 특히 정착해 생활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젊은 세대가 떠나버린 지역은 소멸의 길을 걷기도 한다. 사람이 살지 않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역의 학교도 다르지 않다. 1908년 개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충남 석성초도 소멸 위기에 놓인 곳이다. 현재 전교생이 21명. 내년도에 입학 예정인 신입생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작은 학교라고 해서 낮잡아봐서는 안 된다. 각종 과학대회에서 상을 휩쓸어 이곳의 과학 교육법에 주목하는 이가 적지 않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한 제68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학생부 생물 부문 국무총리상을 거머쥐었다. 4학년 김담율·김주호·허다슬 학생(지도교사 이소영)은 ‘정전기를 이용하는 박주가리 열매의 이동 특성 탐구’를 주제로 1년간 탐구했다. 덩굴식물인 박주가리 열매가 어떻게 퍼져 싹을 틔우는지를 관찰했고, 박주가리 열매에 나 있는 털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털이 공기 중의 습기를 모아 이동과 씨앗의 이탈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영하 교장은 “학교는 작지만, 우리 학생들의 역량은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석성초는 학생들에게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분석하고 검증하는 태도’를 가르친다. 과학자들이 현상을 발견하고 연구하는 과정 그 자체를 경험하게 한 것이다. 학생들의 흥미에 따라 팀을 구성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령, 1년 동안 옥수수를 관찰해 옥수수 씨앗이 물리적인 구조를 가진다는 걸 밝히고 검증하는 식이다. 팀마다 지도교사도 배정된다. 지도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이 이끄는 대로 함께 연구 과정을 지원하는 데 있다. 이 교장은 “수업 시간 외 시간에 교사와 학생들이 마음껏 탐구할 수 있는 게 작은 학교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과학 교육에 공을 들인 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민주시민의 자질이 자기 검증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선동에 휩쓸리지 않고 문제를 직시해 검증,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를 봐도 과학과 철학이 맞닿아있는 걸 알 수 있죠.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이끌어주고 싶어요.” 학생 수가 줄어 소멸 위기에 놓였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열정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내년에는 학생 한 명, 한 명에 맞춘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을 세워 이미 준비를 마쳤다. 이 교장은 “소멸 위기 마을 살리기,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은 같이 가야 한다”면서 “젊은 세대가 지역에 상주하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야 마을도, 학교도 함께 살아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맞춤형 교육을 원하는 과밀 학교학부모들이 우리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학교 특성화에 더욱 힘쓸 것”이라며 “학교가 소멸의 길에 들어섰지만, 모든 교직원은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아낼 각오로 교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본준 지음|서해문집 펴냄 어쩌다 강연을 하면 그 지역에 관한 공부를 미리 하고 간다. 그 동네의 유명 인사라든가 문화유적, 심지어 그 동네 출신 유명 유튜버도 찾아본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 그 동네 이야기만큼 어색함을 해소해줄 이야깃거리도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강연 요청이 왔는데 이번만큼은 동네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을 읽었기 때문이다. 구본준 선생은 한겨레신문 건축 전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여러 건축 에세이를 펴낸 분이다. 건축 이야기 분야의 유홍준 선생이랄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건축 이야기를 구수하고 정감있게 알려준다.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은 국내외 사연이 많은 건축물을 희로애락으로 분류해 소개한다. 그런데 이진아기념도서관을 희(喜) 즉, 기쁨의 건물로 소개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이진아 기념도서관이 어떤 건축물인가? 평생 일밖에 모르고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딸이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던 중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슬픔을 기념한 도서관이다. 오래전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현자에게 한 아버지가 찾아와 가족을 위한 글귀를 하나 써달라고 부탁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현자가 마침내 여섯 글자를 써주었다. ‘父死(부사) 子死(자사) 孫死(손사)’. 가훈으로 삼을 좋은 글귀를 기대한 그 아버지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현자가 써준 글은 ‘아버지가 죽고, 자식이 죽고, 손자가 죽는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좋은 글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악담에 가까운 글이라고 생각했다. 화를 내는 아버지에게 현자는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자식이 부모보다 더 먼저 죽는 것만큼 불효가 없습니다. 태어난 순서대로 천수를 누리고 죽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지요.” 그제야 그 아버지는 현자의 깊은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우리는 ‘여의었다’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여의다’라는 우리말은 딸자식을 시집 보낼 때도 쓸 수 있는 표현이다. 딸을 시집보내는 것 또한 부모가 돌아가시는 것만큼 슬픈 일이라는 방증이 되겠다. 부모를 모두 여읜 자식을 고아라고 부르지만, 자식이 먼저 죽는 상황을 의미하는 어휘가 우리말에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 겨우 참척(慘慽) 즉, 참혹할 착에다 슬픔 척을 써서 간접적으로 표현할 뿐이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 현진어패럴 대표 이상철 씨는 꿈을 미처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이진아 씨를 기억하기 위해서 사재 50억을 털어서 도서관을 건립하기로 한다. 도서관을 지을 터를 제공하는 서울의 한 구를 정해서 도서관을 짓기로 했는데 여러 경쟁자를 물리치고 서대문구가 선택됐다. 서대문구는 다른 구와는 달리 독립공원 대지를 부지로 제의했다. 이상철 씨는 공원 땅이라면 적어도 도시계획 등으로 도서관이 사라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이진아기념도서관은 수려한 외관도 자랑거리이지만 도서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설계됐다. 즉, 공부하는 장소가 아니고 책을 읽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열람실 책상을 잘게 쪼개지 않고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최대한 밝고 따뜻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열람 책상 하나하나에 스탠드를 달고 바닥은 목재로 깔아 서재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2005년 이진아기념도서관은 마침내 준공되었고 아버지 이상철 씨는 자신의 소원대로 틈만 나면 도서관에 들러 산책도 하고 휴지도 주우면서 소일한다. 이상철 씨가 겪은 참혹한 슬픔은 이진아기념도서관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의 기쁨이 되었다.
집에 큰불이 난 건, 중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 자욱한 연기와 불을 피해 몸만 대피해야 했던 위급한 상황. 그 순간에도 잊지 않고 챙겨나온 건 단 하나, 바로 ‘플루트’였다. 자기 몸처럼 다뤄온 소중한 존재였기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찰나에도 반사적으로 머리맡에 손을 뻗어 악기를 움켜쥔 것이다. 플루티스트 임정우(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 양에게 있어 악기는 이토록 의미 있는 대상이다.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초등 2학년 때부터 자연스럽게 플루트를 시작한 그는 장래가 촉망받는 연주자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목관 악기 중 금으로 만들어진 건 플루트밖에 없거든요. 오보에나 클라리넷은 나무로 돼 있어서 까만색인데 플루트는 금이나 은 소재로 돼 있어서 반짝반짝하고 예쁜 것이 제 눈에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생긴 것과 소리가 예뻐서 좋았는데 하다 보니 재미있고 저에게 소질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플루트 연주에 있어 임 양의 장점은 시원시원하고 파워풀한 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그는 “키와 체구가 큰 편이라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폐활량이 좋고 긴 호흡으로 악기를 다룰 수 있어볼륨이 빵빵하다”며 “반면에 아직 섬세하고 세밀한 연주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연습 때마다 표현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단한 연습 덕분에 각종 대회에서 두각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33회 서울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금호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금호영체임버콘서트 오디션에 같은 학교 친구들과 구성한 목관 5중주 팀이 합격해 콘서트를 갖기도 했다. “프리마 퀸텟(5중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정말 보람됐어요. 5명이 함께 시간을 맞춰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금호콘서트를 계기로 다른 연주회에도 초대를 받아 무대에 서기도 하고, 대관령 음악제에도 도전해서 유명한 연주자들로부터 ‘마스터 클래스’ 수업을 받고 공연도 해보는 정말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누구보다 플루트에 진심이라고 자부할 수 있기에 흔들림 없이 걸어온 길. 하지만 절실함과 달리 과정만큼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예술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일류 코스라고 불리는 예원학교-서울예고-서울대‧한예종 진학. 임 양 또한 이 길을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형편과 시험에서의 연이은 낙방으로 잦은 고배를 마셨다. “4학년 때부터 전공을 결심하고 예중 입시를 준비해 예원학교를 졸업했지만, 서울예고 입시에서 떨어져 일반고에 진학했어요. 시에서 주관하는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레슨도 받으면서 꿈을 이어 갔지만 서울예고 친구들에 비해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 고민 끝에 편입을 준비했는데요, 1학년 여름 첫 시험에 떨어지고 2학년 여름 때 어렵게 합격해서 서울예고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대학 입학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고3 때 서울대와 한예종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하면서 재수를 했다. 임 양은 “처음에는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더니 결국 한예종에도 합격했다”며 “입시 과정에서 여러 번의 낙방 경험이 결국에는 ‘하면 된다’, ‘포기하지 말자’는 자신감과 끈기를 심어준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연이은 낙방도 괴로웠지만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그 어려움은 몇 배로 더 컸다. 특히 레슨비와 점점 비싸지는 콩쿠르 참가비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는 “선생님 추천으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알게 되고 아이리더에 선발됐는데 장학금으로 입시를 비롯해 콩쿠르 참가비, 연주용 드레스 비용까지 정말 많은 부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며 “재단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어려운 입시 과정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외국 유학과 석사 과정 진학을 놓고 고민 중이다. 먼 미래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원래 꿈이 선생님이었거든요. 교직 이수를 해서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우리 학교는 교직 이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먼 미래에라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꼭 해보고 싶어요. 제가 처음부터 플루트를 잘했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어려웠고 힘들어했던 부분들을 잘 풀어서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여러 도움과 후원을 통해 이만큼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있으니 배운 것을 베풀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음악을 통해 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한국교육신문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인재양성사업 ‘아이리더’의 지원을 받는 아동들을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학업·예체능 등 다양한 분야에 잠재력 있는 저소득층 아동 556명에게 약 123억 원이 지원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후원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전용 후원 계좌 국민은행 102790-71-161147 / 예금주: 어린이재단 기부금영수증 신청 1588-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