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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PART VIEW]고래는 바다에서 키워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사회와 직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난해 13~18세 청소년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장래희망 직업’ 조사에 의하면 1위가 교사, 근소한 차이로 2위는 연예인, 공무원이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요리사, 디자이너, 사업가, 엔지니어, 간호사, 의사, IT전문가 등이 상위권 희망 직업들이다. 연예인과 요리사, IT전문가만 제외하면 우리 부모 세대가 조부모 세대로부터 권유받았던 직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석 달마다 한 세대가 지나간다는 요즘, 우리 자녀의 꿈이, 우리가 십대였던 삼십여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세월이 가도 여전히 士자 직종은 꼽히는구나’ 또는 ‘요즘은 십대도 현실적이구나’ 혹은 ‘우리 아이들은 역시 부모 말을 잘 따른다니까’ 식의 단편적인 판단은 곤란하다. 개발도상국에서 IT선진국으로, 세계 최고 품질의 가전제품을 만들고 세계인이 열광하는 스포츠 스타와 엔터테인먼트 스타가 등장하는 개발도상국의 우상이 된 선진 대한민국은 더 이상 우리 중년들이 청소년기를 보냈던 예전의 한국이 아니다.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국력과 국격을 갖춘 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보다 높고 큰 세상을 날 수 있다. 큰 꿈과 탄탄한 심신만 만들어주면 지구촌의 늠름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의 열린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삼십년 전과 비슷한 직종에 종사하길 원하고 있다. 혹시 우리가 고래를 어항 속에서 키우려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당신은 꿈지기입니까, 매니저입니까?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한 건 꿈지기다. 진취적인 사고로 아름다운 꿈을 키워가도록 돕고 격려해 줄 든든한 꿈지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님부터 학교 선생님까지 ‘꿈’보다는 ‘학력’ 키우기에 집중하며 꿈지기 대신 매니저로 나선다. 심지어 본인의 뜻은 물어보지도 않은 채 부모의 기준으로 자녀의 미래를 설계하는 경우까지 있다. 두해 전, 20대 중반의 한 젊은이가 상담을 청했다. 초·중·고 내내 전교 수석을 했다는 그는 부모님의 뜻을 따라 명문 여대 영문과에 진학했고 역시 부모님의 조언에 따라 석사까지 마쳤다. “정말 심각한 건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부모님은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거나 결혼을 하거나 공무원이 되라고 하세요.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가 원하는 게 아니에요. 사실, 자신도 없고요. 저는 부모님 말씀만 들으면 다 잘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이렇게 막막할 수가 없어요.” 그는 대학원 졸업 후 스트레스로 20kg이 넘게 살이 쪘고 우울증까지 앓고 있었다. 부모님 뜻을 한 번도 거스르지 않은 모범생 딸이었지만 자신의 꿈과 의지를 키우지 못한 채 행복하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청년이 되어버렸다. 너무 늦게 자기 속의 목소리를 듣게 된 그가 안쓰러워 한동안 그저 어깨만 두드려주었던 안타까운 기억이 난다. 자유학기제, 진화를 위한 출발 새 정부가 자유학기제 도입을 선언했다. ‘꿈과 끼’를 찾아주고 살리는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세간에서는 벌써부터 그동안의 진로교육이나 창의적 체험활동과 뭐가 다르냐는 투덜거림이 나오고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올해 중1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들린다. 변화란 저항이라는 그림자를 달고 다니기 마련이고 백년대계인 교육 문제인지라 더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내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하게 몸을 돌려 다시 출발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저 친구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어요. 목공을 하고 싶은데 학교생활은 오히려 창의적인 생각을 막는다고 지난 학기에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더군요. 열심히 미술전시회도 보러 다니고 혼자서 유명한 목수도 찾아다니고…… 무척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어요.” 십여 년 째 나의 멘토이신 미술평론가 선생님의 둘째 아들 이야기다. 언제나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는 그분의 교육관을 잘 알고 있었지만 고등학생 아들의 홈스쿨링이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학교 이외의 교육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보통 학부모인 내게 그 파격적인 결정은 부모로서 해서는 안될 위험천만한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염려되시지는 않으세요?”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한 아이입니다. 잘할 겁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 홈스쿨링 1년 만에 둘째 아들은 훌륭한 목수가 되려면 일단 미대를 가야겠다며 단과 학원에 다니며 열심히 수능준비를 했고 2년 만에 형이 다니고 있는 미대에 거뜬히 입학했다. “저는 모범생인 큰 애가 더 염려스럽습니다. 대학이 별 재미가 없는지 그저 남들 하는 만큼만 해요. 둘째는 거의 작업실에서 삽니다. 푹 빠져서 공부하고 있어요. 둘째 걱정은 하나도 안 됩니다.” 선생님의 둘째 아들은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새삼 돌아보게 해준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꼼꼼하게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그 일을 하는 분들께 이야기도 들어보고 현장에서 직접 배워보기도 하면서 머리가 아닌 몸과 가슴으로 하고 싶은 일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 그 과정이야말로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가장 강력한 동기유발이 아닐까? 한 학기든 1년이든, 중1이든 중3이든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우리 청소년들이 점수와 경쟁에 휘둘리며 아무 생각 없이 오래 달리기만 하고 있는 학업이라는 트랙에서 잠시 내려와 재미있게 사회와 사람들의 일에 관해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아직 때 묻지 않은 눈이기에 어떤 일이든 나름의 가치를 배우고 발전적인 생각의 틀을 키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이해하는 기회라는 점이다. 자유학기제의 적절한 시기와 기간을 찾아내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학업진행이 중단되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교육수준이나 생활수준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지는 않을지 등의 각종 염려는 일단 접어두자. 바른 눈과 즐거운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스스로를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자. 경험과 지혜를 전하는 멘토 바로 얼마 전까지 이 땅에는 멘토 열풍이 뜨거웠다. 꿈과 치유와 희망을 이야기해주는 멘토들에게 열광하는 많은 젊은이들을 보며 살얼음판을 걷는 조바심을 느꼈던 건 나 뿐만은 아니었으리라. 성적과 학력, 획일화된 기준과 스펙에 밀려 사회에서 미처 자기 자리를 가늠해보지 못한 청년들이 멘토라는 이름의 꿈지기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어디든 대학만 가라’, ‘士자만 달면 어쨌든 대접받고 산다’, ‘외국 유학이 출세 보증서다’ 같은 막연하고 구시대적인 조언들을 이제 추방하자. 대한민국의 교육은 한 단계 진화 중이다. 부모이고 선생인 우리야말로 최고의 멘토이자 꿈지기가 될 수 있다. 선생은 과목을 가르치는 이가 아니다. 삶의 경험과 지혜를 전하며 미래를 키워내는 진정한 꿈지기이다. -- 하민회 한국외국어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했고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MBA, 경희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삼성경제연구소 CEO 패널, 사단법인 브랜드경영협회 이사, MBC 브랜드 자문위원, 현대지방의정연구원 전임교수 등을 지냈다. 현재 (주)이미지21, (주)와우이미지, 봄갤러리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위미니지먼트로 경영하라, 안테바신의 도시, 바라나시 등이 있다.
손 많이 가는 ‘무단지각’ 사실 교직 29년 중 담임하던 3년 전까지 가장 큰 고민은 지각지도였다. 카리스마 폴폴 넘치면 이까짓 것 할 수 있으련만 온갖 착한 척(?)은 다하니 점잖게 이 일을 해결하기 쉽지 않았다. 나이스(Neis) 도입 당시에는 수기 출석부를 해도 됐고 전산처리를 해도 됐다. 그런데 그 해 우리 반 지각, 결석이 얼마나 많았던지 나는 통계 내기가 너무 힘들어 결국 2월 봄방학 때 출근했다. 그리고 전년도 3월부터 전산입력을 해서 겨우 통계를 맞춘 적이 있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교무실에 이틀이나 출근해 지각, 결석을 체크하며 입력할 때 그 자괴감에 ‘내가 이렇게 어려운 길을 자초하며 교사 생활을 해야 하나’ 하며 마음속으로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둘째 날 오후 입력이 다 되어갈 즈음 늘 그랬듯이 내게 지금의 이 고통이 다음 학기에 무언가 지혜를 주겠지 하는 위안이 서서히 마음속에 생겨났다. 살아갈수록 횡재도 헛수고도 없다는 믿음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어려움이 결코 헛수고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은 늘 힘들 때 나를 지탱해 준다. 다음 학기에도 우리 제자들에게 매와 욕 없이도 학급이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다잡았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군대에서 매 안 맞고도, 사회에 나가서 뒷담 듣지 않고도 살아나갈 수 있겠지’ 하는 믿음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곰곰 생각해 보았다. 폭력 없는 세상에 대해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미래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영원히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니까 말이다. ‘지각’ 규칙 합의하기 그래서 우선 지각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아이들과 협의해 학급규칙으로 통과시켰다. 먼저 학교장상 모범상 추천규정에 1인 1역 5점과 주번활동 동료평가 5점에 이어 출결점수규정을 아래처럼 만들어 학급회의 안건으로 부쳤다. 규칙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공표하지 않고 담임의 안이라고 해서 3월 첫 날 발표하고 다음 학급회의 시간에 질의응답 → 토론 → 표결의 절차를 거친 것이다. 그 결과 80% 정도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PART VIEW] 그런데 1인 1역 지각을 체크하던 검찰팀장이 아이들과 자꾸 마찰을 빚었다. 궁리 끝에 늦게 오는 애들 말고 일찍 오는 애들 체크하라고 하고 이름도 ‘지각 기록부’에서 ‘Early bird 기록부’로 바꾸었다. 그러니까 참 신통하게도 단박에 검찰팀장과 아이들 사이가 좋아졌다. 검찰팀장과 눈을 맞추는 순간 자신은 일찍 교실에 온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 자습에 80% 이상 자율적으로 참여한 학생의 생활기록부에는 월별로 ‘○월 아침에 일찍 등교해 자기주도학습에 임함’이라고 입력해 줬다. -- 출결규정 1) 질병 및 기타결로 인한 결석, 지각, 조퇴, 결과와 출석으로 인정하는 경우(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의 사유, 학교를 대표한 경기, 경연대회 참가 및 훈련참가, 경조사 등으로 인한 결석 등)는 결석일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2) 무단지각, 조퇴, 결과는 이를 합산해 3회를 결석 1일로 계산한다. 질병에 따른 것은 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3) 점수산출표 결석일수 0일-5점 결석일수 1일(지각 1~3회)-4점 결석일수 2일(지각 4~6회)-3점 결석일수 3일(지각 7~9회)-2점 결석일수 4일(지각 10~12회)-1점 결석일수 5일(지각 13~15회)-0점 4) 질병지각, 외출, 조퇴의 절차 외출이나 조퇴는 보건선생님께 일차 진료 › 병원진료 필요 시 부모님께 통지 › 담임교사 조퇴증 발급 › 교실에 가서 교과선생님께 제출. --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먹네! 그렇게 학급을 운영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에게는 ‘벌레’를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서 먹지 않고 남은 여분의 음식을 종이가방에 담아 등교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교무실에 가기 전에 교실에 먼저 들러 교탁에 놓아두고는 ‘1인당 몇 개’라고 칠판에 써두었다. 초등교사인 아내가 아이들이 먹지 않아 가져온 우유도 효자노릇을 했다. 학교에서 돌린 떡을 비롯해 먹을거리들을 모두 다 아침에 나누어 주는 데 주력했다. 먹을 것이 떨어지면 가끔씩은 제과점에 ‘마감빵’이라고 해서 싸게 파는 빵도 구입했다. 한 번은 어느 선생님이 김 상자를 선물해서 1000원에 세 봉지하는 보리건빵을 사서 김에 싸서 먹으라고 하니 애들이 정말 맛있어 했다. 이런 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진짜로 지각이 없어졌을까? 확실히 지각이 줄어들었고 일찍 오는 애들은 더 일찍 오게 되는 효과가 났다. 늦게 오면 교실 안의 맛있는, 요상한 향기만 맡게 되니 모두들 일찍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각하지 않는 반 분위기가 조성되자 점점 지각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유혹(?)에도 요지부동인 학생들은 꼭 있다. ‘무단결과’하는 아이들 바른생활교실(특별교육) 학생들과 오전 11시쯤 학교 밖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학교 앞에 맛있는 백반집이 있어 가끔 가는데 가고 있는 중에 눈에 익숙한 아이로 보이는 애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옆 골목으로 가기에 서둘러 쫓아가며 이름을 불렀는데 마침 그 아이들이 입에 담배를 꺼내 무는 순간에 마주치게 됐다. 학생들은 무안해 어쩔 줄 몰라했다. 그냥 별말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백반집으로 가 함께 점심을 먹었다. 담배 피우려고 땡땡이를 치던 중이었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수첩에 ‘두 아이가 바른생활교실 입소 중인데 마침 오늘 오전 공개수업에 와서 열심히 해줘 함께 점심을 먹으려고 데리고 나왔습니다. 출석에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적어 서명한 다음 애들에게 주고 교실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런데 점심시간 끝날 무렵 그 중 한 애가 생활지도부의 ‘사실보고서’ 양식을 가지고 서명해 달라며 왔다. 다른 반에 가서 동전 따먹기를 하다가 시비가 붙어 다른 학생을 때렸다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부모님께 연락을 드려야겠다 싶어 그 학생 앞에서 바로 전화를 드렸다. 나는 안 좋은 일로 전화할 때는 항상 학생 앞에서 한다. 학생들과 미리 약속한 것이 있어서 그렇지 않으면 뒷담이 돼 애들에게 내가 벌금으로 만 원 ‘문상(문화상품권)’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총회 때 오셨던 분이라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는 분이었다. “○○이가 흡연으로 징계 받고 있는데 알고 계시냐?”고 여쭈니 “모른다”고 했다. “바른생활교실 부모확인서에 도장이 찍혀있던데요”했더니 “그냥 도장을 내줘서 찍어가라고 했다”고 한다. “이 애가 징계 받고 있는 중에 또 다른 반에 가서 폭행사고를 내고 담임확인서를 받으러 와서 전화를 드리게 됐고, 사안이 반복되면 강제 전학조치 등이 있을지도 몰라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전화 드린다”고 했다. 강제 전학 운운은 일부러 애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사실보고서를 복사한 다음 “담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안아줄 수 있지만 생활지도부 사안은 담임이 어쩔 도리가 없다. 이해하겠지?”라고 말했다. 학생은 잔뜩 ‘쫄아서’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늘 학생들 생활지도부 관련 사안은 반드시 해당 학생이 보는 앞에서 복사해서 철해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음날 어머니께서 전화를 했다. 그 학생이 아버님께 많이 혼나고 머리도 스포츠로 깎였다고 전했다. 애들이 뭐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어른이지 않을까? ‘전두엽으로 말하고 행동은 후두엽으로’, 훈육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관행과 절차의 수립과 집행이다. 그래서 담임은 돌볼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돌보지만 영역을 넘어 갈 경우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결과를 단호하게 보여줄 뿐이다. 학생들 인생은 학생 자신의 것이지 않는가. -- 송형호 2012년 서울시교육청 파견교사로서 비폭력 평화교육을 전담, 200여 개교를 순회하며 학생, 학부모, 교사 연수를 진행했다. 교과부 학교폭력 QA 공동연구, 교과부 문제행동의 이해 및 대응 매뉴얼 개발 연구원으로 참여했고 교사 리더십을 다룬 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를 집필했다. 현재 네이버 카페 ‘돌봄치유교실(http://cafe.naver.com/ket21)’을 통해 새로운 생활교육 시스템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2 학교폭력 예방 유공자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학교에 가면 그 아이가 있어요.” 치료과정에서 중학교 2학년 K가 그동안 같은 반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가해학생은 문자로 욕설을 했고 물건과 돈을 뺐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폭행과 괴롭힘의 강도가 점점 심해졌고 사소한 심부름이나 숙제 등을 시켰다. 수개월동안 계속 괴롭힘을 당해왔지만 K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K는 그동안 자주 울적해보이고 성적이 떨어졌으며 작은 일에도 놀라고 화를 잘 내며 눈 맞춤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학기 때 갑자기 극도로 불안해하고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해 어머니가 K를 혼냈다. 그런데 K는 “학교가기 싫어!”라며 소리를 치고 울면서 물건을 던지고 어머니를 밀치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 병원에 내원하게 됐다. “그 애가 자꾸 떠올라요. 학교가기가 무서워요. 괴롭힘 당하던 것이 자꾸 생각나서 무서워요. 그 아이는 공부도 잘 하는 아이고 선생님들도 좋아하는 아이에요. 저는 공부도 못 하고 인기도 별로 없는데 누가 제 얘기를 듣겠어요? 밤에도 매일 무서운 꿈을 꿨어요. 학교 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었어요. 육교에서 떨어질까도 생각했는데 엄마 아빠 생각에 차마 할 수 없었어요.” 정신건강의학적 평가에서 K가 보이는 증상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극도의 불안, 우울 증상이 혼합돼 있었다. 상담을 하는 의사도 처음에는 K가 겪은 이야기를 듣고 믿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잘 버텨 온 것을 보니 훌륭하다”고 말해줬다. ‘이제 그 아이의 괴롭힘에 대해 명확하게 보호해 주겠다’는 의사의 확고한 메시지가 전해지자 K는 울음을 터뜨렸다. 의사가 K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자 K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더 잘 표현했다. [PART VIEW] 불안과 우울을 줄이는 약물치료, 자기생각을 표현하지 못했던 K를 위한 자기주장 훈련, 사회기술 훈련, 상담 등을 통해 K는 점점 밝아졌다. 가족 치료를 통해 부모도 죄책감에서 벗어나 K의 편에서 이해할 수 있는 태도를 가졌다. 대한민국 청소년 정신 건강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0~19세 청소년 자살자는 353명이었다. 대한민국 십대 청소년이 하루 한 명꼴로 자살한 셈이다. 10대 사망 원인은 2008년까지 교통사고가 1위였지만, 2009년부터 자살이 1위로 바뀌었다. 자살 충동에 빠지고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은 이보다 더 많다. 질병관리본부가 2010년 9월부터 2011년 9월까지 1년 동안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생 7만 32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1만 4135명(19.3%)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학생도 3662명(5%)이나 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09년 전국 중·고교생 69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4개국 청소년 건강실태 국제 비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한국 고교생 3933명 중 ‘최근 1주일 내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87.9%에 달했다. 이는 같은 질문에 응답한 일본(82.4%), 미국(81.6%), 중국(69.7%) 고교생들의 스트레스 경험률보다 높은 것이다. 학교폭력 누구의 잘못인가? 2011년 12월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의 엄청난 고통 속에 고민하다가 유서를 남겨두고 자살했다. 그리고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청소년의 비극적인 죽음을 접하고, 한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정신건강 전문가로서 큰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참으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었다. 학교폭력과 집단 괴롭힘은 정말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정말 이러한 것들을 우리 십대들이 했단 말인가?’ 하고 의심이 들 정도로 잔인했다. 그렇다면 이토록 잔인한 학교폭력은 누구의 잘못인가?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답답해서 서로 할퀴고 싸운다. 학교와 부모가 우리 아이들을 공부라는 우리 속에 가둬 놓고 키우지는 않았는지? 만약 학교와 부모가 성적 지상주의로 아이들을 내몰지 않고 아이가 가진 소질이나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즐겁게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희망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교육을 했다면, 지나친 경쟁으로 몰아 남을 배려하지 않는 아이가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공감의 교육을 했다면, 만약 우리 사회가 자신을 위해서라면 남을 짓밟거나 불의의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성공해야 된다는 성공 지상주의를 숭배하지 않고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를 추구했다면, 우리 사회가 힘이 있는 자가 힘이 없는 자를 업신여기거나 핍박하지 않고 서로 배려하고 공생하는 사회를 추구했다면,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 없이 감기에 걸리면 치료를 받듯 마음의 감기 증상이 있으면 쉽게 찾아와서 상담하고 고통을 치료받을 수 있었다면, 과연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십대들의 정신건강이 학교폭력으로 얼룩져 가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고, 꽃다운 생명을 그리 쉽게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학교폭력 극복·예방 뜻 모아 우리 십대들! 이들이 얼룩져 있으면 우리의 미래도 얼룩지게 된다. 이제라도 그 얼룩을 지워줘야 한다. 그들의 고민과 아픔, 그들만의 잘못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사건이 날 때만 떠들고 분노하고,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서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지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며, 우리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훨씬 풍요해졌지만 마음의 궁핍은 더한 듯하다. 디지털 시대가 우리들에게 신생활문화를 선물했지만, 정신의 궁핍은 더한 듯하다. 우리의 정신이 풍요해지고 마음이 풍요해지고 우리 사회가 행복한, 이러한 세상을 꿈꾼다. 학교폭력을 극복하고 우리의 미래, 십대들에게 사랑과 공생을 통해 행복한 미래를 열어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그들에게 희망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교육, 남을 배려하는 공감의 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 서로 배려하고 공생하는 사회를 보여줘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정신건강의학에 보다 넓은 사회적 역할을 요구 받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작년 6월 30일 학교폭력을 극복하고 예방하기 위해 그동안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노력을 통합하는 작업을 했다. 학교폭력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정신건강전문가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전국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모임인 ‘학교폭력 극복을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100인 위원회’를 설립한 것이다. ‘학교폭력 없는 세상’을 꿈꾼다. 꿈꾼 자가 열과 성을 다할 때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는다. 학교폭력을 극복하고 우리의 미래, 십대들에게 사랑과 공생을 통해 행복한 미래를 열어 주는 희망의 대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국민과 함께 할 것이다. 다시는 우리의 미래와 희망이 피지도 못하고 지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함께 할 때다. -- 사공정규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동국대학교 심신의학연구소장이다. 하버드의대 방문교수와 하버드의대 우울증 임상연구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특임이사, (학교폭력 극복을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100인 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행복을 낚아주는 사공, 갈등치유론 등이 있으며 보건복지부장관 표창(2013) 외 다수의 표창을 수상했다.
가정이나 학교, 단체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연재한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선 욕을 빼면 대화가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청소년들의 언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청소년들의 인성에도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언어문화는 인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번 공모전에 ‘바른 말 고운 말 쓰기’ 분야를 둔 것도 학생들의 언어문화를 개선함으로써 인성함양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 말결다듬기를 통한 말 빛-마음 빛 찾기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언어문화 개선을 통한 배려와 나눔의 인성함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교과 학습, 창의적 체험활동, 그 외의 교실활동 등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지침서와 워크시트 등을 만들었다.[PART VIEW] 우선 3~6학년의 관련 교과나 단원을 분석해 학습내용과 요소를 추출, 이를 바탕으로 29개의 언어개선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관련 교과마다 ‘언어오염 대면하기-개선방법 탐색하기-개선 및 체득하기-활용 및 확장’의 단계로 이뤄지는 언어순화 수업 모형을 개발·적용해 교사들이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들은 일방적인 설명만 듣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실제적인 산출물을 만들어 볼 수 있다. -- ■ 3학년 관련 교과 교육과정 분석 예시 ■ 학년 교과 단원 (학년-학기-단원-단원명) 학습 내용 영역 3학년 국어 3-1-4. 마음을 전해요 ■ 알맞은 예절을 지키며 전화로 대화하기 모바일 국어 3-1-4. 마음을 전해요 ■ 알맞은 낱말을 사용해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하는 이유 알기 ■ 알맞은 낱말을 사용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글쓰기 학교생활 인터넷 국어 3-1-6. 좋은 생각이 있어요 ■ 사실과 의견 쓰기 학교생활 도덕 3-1-4. 너희가 있어 행복해 ■ 친구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 바르게 판단하기 ■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찾아보고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기 학교생활 도덕 3-1-5.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에 대한 예절 알기 ■ 나라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을 알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학교생활 도덕 3-2-2. 감사하는 생활 ■ 감사의 의미와 중요성 알고 감사하는 마음 표현하는 방법 알기 학교생활 -- 또 학교나 학급의 특성에 맞게 운영되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과 그 외의 교실 활동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언어개선 프로그램과 교육자료를 개발해 학교 현장에서 바로 적용시킬 수 있도록 했다. -- ■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 소개 ■ 순 주제 학습목표 학습내용 1 친구 사랑 고운 말로 시작해요 프로그램의 목적을 이해하고, 친구들 간에 친밀감을 형성한다. ■나의 고운 말 점수 체크하기 ■프로그램 소개하기 ■친구들에게 자기 소개하기 2 욕이 그렇게 나쁜 뜻인지 몰랐어요 욕설의 어원과 사회문화적 의미를 알고, 바른 언어 습관을 기르려는 마음을 갖는다. ■욕설 경험 이야기하기 ■욕설의 어원과 사회문화적 의미 알아보기 ■욕설 모욕감 평정도 만들기 3 좋은 말은 성공으로 이끄는 씨앗 말의 힘에 대해 알고, 바른 언어 습관을 기르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다. ■언어폭력이 미치는 영향 알기 ■긍정적인 말이 미치는 영향 알기 ■힘이 되는 말 생각하기 4 나를 망치는 나쁜 언어 습관을 버려요 자기의 언어 습관을 반성해보고 나쁜 언어 습관을 고치려는 마음을 갖는다. ■습관적으로 나쁜 말을 하는 상황을 보고 문제점 알기 ■나의 언어 습관 반성하기 ■부정적인 말을 긍정적인 말로 바꾸기 5 친구를 나쁘게 말하지 않아요 남을 비난하는 말 대신 바르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 ■주어진 상황을 보고 문제점 찾기 ■문제점을 고쳐 역할극으로 바르게 표현해보기 ■흉을 보거나 나쁘게 말했던 친구에게 편지쓰기 6 명령과 협박의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명령과 협박의 말을 들었을 때 대처방법을 알고 실천할 수 있다. ■명령과 협박의 말을 들었을 때 대처방법 토의하기 ■I-message로 표현하기 -- ■ 학급단위 프로그램 소개 ■ 주 제 활 동 내 용 욕을 해도 될까요? ■EBS에서 방영된 언어문화에 대한 동영상 시청하기 (1~3학년은 저학년용, 4~6학년은 고학년용 시청) ■시청소감 및 새롭게 알게 된 점 이야기하기 ■욕을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기 ■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의하기 비교체험 극과 극 1 (욕하는 나, 바른 말 쓰는 나) ■욕설을 하게 되는 상황 이야기해 보기 ■욕설을 하는 모습을 짝과 함께 서로 촬영하기 ■촬영한 동영상 보기 ■같은 상황에서 바꿔 쓸 바른 말 찾아보기 ■바른 말로 바꿔 쓰는 내 모습 촬영하기 ■촬영한 동영상 비교해 보며 소감문 쓰기 비교체험 극과 극 2 (예쁜 말, 나쁜 말 옷 입히기) ■예쁜 말과 나쁜 말 브레인스토밍하기 ■예쁜 말과 나쁜 말 분류하기 ■예쁜 말과 나쁜 말 중 한 단어씩 고르기 ■선택한 예쁜 말과 나쁜 말에 어울리는 문자 디자인하기 ■디자인한 문자를 보고 느낌 발표하기 -- 인천작전초등학교 까치골 언어문화 개선프로그램 인천 작전초에서는 교사들부터 먼저 올바른 언어사용으로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고 구성원들에게 언어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바른 언어 습관을 형성하도록 했다. 작전초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윗물·아랫물 프로그램 교사들에게는 올바른 언어사용에 대한 매뉴얼을 보급하고 가정 내에서도 바른 언어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학부모연수, 가족다짐시간 등을 시행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급에서 바른 언어를 사용한 학생을 선발해 ‘바른 언어 사용 어린이’라는 캐릭터를 가방에 달아주며 다른 학생들에게도 본보기가 되도록 했다. 식물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말의 힘에 대한 실험을 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학생들 스스로 올바른 언어사용에 대해 자각하도록 하고, 매주 수요일을 ‘Apple Day’로 정해 ‘선플달기운동’을 펼쳤다. 2. 가는 말 오는 말 프로그램과 고운 말 마중물 프로그램 학생들이 비속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욕의 뜻을 알려주고 수업시간에도 욕과 관련된 책을 활용함으로써 잘못된 지식을 고쳐줬다. 한글날 주간을 맞아 올바른 언어사용에 대한 노래 만들기, UCC만들기, 캠페인 활동 등도 진행했다. 3. 작전 ‘시나브로’ 운동 전개 학교에서 실시해 온 다양한 언어개선 프로그램을 인근의 다른 학교들에 전하면서 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대하기도 했다. 바른 말 쓰기 UCC 우수작을 인근 학교에 보내고, 언어개선 프로그램을 활용한 수업을 공개했다. 한국성품협회 바른 말 고운 말을 사용하는 유아인성 프로그램 한국성품협회에서는 이영숙 박사의 ‘한국형 12성품론’ 중 ‘긍정적인 태도’에서 다루는 ‘긍정적인 말’에 근거해 10차시의 언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12성품론은 한국의 문화의 한국인의 정신적, 심리적, 행동적 요소들을 고려해 태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지원하도록 고안된 인성교육과정이다. 유아의 특성에 맞게 ‘바름이’와 ‘고움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각종 노래를 활용함으로써 유아들이 흥미를 갖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STOP! 잠깐만 멈춰요 / THINK! 그리고 생각해요 / CHOOSE!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해요 / 힘들고 어려운 일들 모두모두 던져버리고 / 기쁘고 즐거운 일들 하나하나 생각해요.” 노래를 만들어 유아들이 바르고 고운 말을 선택하기로 다짐하는 시간을 갖게 하면서 주제에 맞춰 게임과 각종 실험, 상황극 등을 통해 올바른 언어 습관을 습득하도록 했다. 더불어 이 같은 수업이 유아 교육기관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도 진행하고 있다. -- 유아인성 프로그램 수업(10차시) 1. 바른 말 고운 말의 의미 2. 바른 말 고운 말의 중요성 3. 바른 말 고운 말의 유익 4. 바른 말 고운 말을 사용할 수 있는 법칙 5. 바른 말 고운 말을 위한 태도 6. 나에게 바르고 고운 말 사용하기 7. 친구에게 바르고 고운 말 사용하기 8. 어른에게 바르고 고운 말 사용하기 9. 상황에 따라 바르고 고운 말 사용하기 10. 바른말 고운 말을 사용하는 어린이가 되기로 결심하기 --
만성 피로 증후군이란? 피로(fatigue)는 지극히 주관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사전적 의미로는 정신이나 몸이 지친 상태라고 정의돼 있다. 그러나 의학적인 정의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신체적 활동 후 혹은 정서적, 정신적 압력을 받은 후 탈진되거나 힘이 없어지고, 기능이 상실한 상태로 정의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진 상태라는 것이다. 만성이라는 의미는 어떤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때문에 의학적으로 만성 피로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피로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것을 만성 피로 증후군이라고 한다. 피로감을 유발하는 질환은 굉장히 많은데 흔한 것들만 나열해 보면, 우울증,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같은 갑상선 질환들, 당뇨병, 간장질환, 신장질환 그리고 결핵과 같은 감염증이다. 따라서 피로감을 주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이런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가 이뤄지고, 원인이 밝혀지면 원인질환에 대한 치료가 가능해 진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의 경우에는 원인 없이 지속적으로 피로감을 호소하게 되는 데 이들이 만성 피로 증후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증상들은 기억력 또는 집중력 장애, 인두통(목감기에 걸린 것처럼), 목이나 겨드랑이 부위에 통증, 근육통, 다발성 관절통, 두통, 잠을 자도 상쾌한 느낌이 없음 또는 심한 권태감 등이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사실 만성 피로 증후군을 의학적으로 정의를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치료하고 극복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아래의 방법들을 자신에 맞게 실천해 간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우선은 스트레스 관리와 우울증의 극복이다. 진료현장에서 보면 스트레스에 대한 대체 능력을 키워줌으로써 환자의 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힘으로 대처가 어렵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두 번째로 적절한 유산소 운동은 피로감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최근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와 이로 인해서 피로감이나 어지러움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국민 체격은 좋아졌지만, 국민 체력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오히려 과하면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과한 운동은 오히려 피로감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로 생활의 활력을 보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 전문가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했다. ❶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을 한다. (Set priorities) ❷ 일을 할 때 속도를 조절한다. (Pace your activities) ❸ 일을 효율적으로 한다. (Plan for efficiency) ❹ 일을 할 때 적절한 위치와 자세를 유지한다.(Maintain proper positions and postures) 네 번째는 이제 필수품이 된 비타민 보충제다. 비타민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적절한 용량의 비타민 보충은 피로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서비스 이용 및 현금 지원으로 부모 선택권 강화 우리나라 영·유아 부모대상 육아지원정책은 크게 서비스 지원과 현금 지원, 그리고 세제혜택,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서비스 지원은 유치원·어린이집과 같은 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보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지원이라면, 현금 지원은 기관에 보내지 않고 대신 양육수당에 해당하는 현금으로 수령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부모는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므로 우리나라 영·유아기 육아지원정책은 서비스 지원과 현금 지원이 상호 대체재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세 번째 지원에 해당하는 세제혜택은 우리나라의 경우 제한적이어서 육아지원정책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연말소득공제에서 기본 인적공제 외에 6세 이하 자녀의 경우 100만 원 추가공제 및 2인 이상 다자녀 추가공제가 대표적인 세제혜택의 육아지원정책이다. 향후 소득공제가 아닌, 예를 들어 일정소득수준 이하의 가구에서 영·유아 자녀 1인당 일정금액의 세금을 직접 깎아주는 자녀세액공제가 논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편적 육아지원체계로의 발전 2012, 2013년에 확대·강화된 육아지원정책의 대표적 특징은 과거의 정책이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지원으로 육아지원 대상이 소득 하위 70% 또는 차상위 이하로 제한적이었다면, 2012년부터 시작해 2013년 올해부터는 모든 영·유아 자녀 가구로 확대해 명실공히 보편적 지원체계로서의 전환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는 초저출산 기조를 막기 위한 제2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시행돼온 것이다. 새로마지플랜 저출산대책에서는 일·가정 양립과 양육부담의 경감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재정 및 예산에 관한 특징 한 가지는, 보육료·교육비 및 양육수당의 재원이 유아교육과 보육,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돼 있다 보니 그 재원이 서로 다른 곳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2012년 ‘5세 누리과정’에서 올해 확장된 ‘3~5세 연령별 누리과정’에 대한 기관서비스 지원의 경우 상당부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지원되고 있다. 현재 보육예산은 0~2세 전체와 3~4세 일부에 대해 지원하고 있으며, 5세는 전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의해 지원되고 있다. 즉 만3~4세 보육료는 국비, 지방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나눠 부담하는 구조다. [PART VIEW] 유아교육·보육 일원화 이슈에서 교사, 시설설비 등 고려해야할 요인이 많지만 이러한 서비스 및 현금 지원의 재원과 전달체계에 대한 논의도 중요한 부분이다. 각 지자체마다 예산 확보 적신호 실제로 최근 일부 지자체가 예산 부족으로 보육료·양육수당 지원 중단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보육 국고사업 예산은 국고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의 분담금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체로 국고 50 : 지방비 50으로 구성하게 된다. 이렇다보니 모든 영·유아 가구로 대상이 대폭 늘어난 보육료·교육비 및 양육수당 지원에 있어서 지자체 재정에 따라 늘어나는 수요 대비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늘어난 보육료·교육비 및 양육수당의 예산 확보를 위해 기존의 다른 지원사업을 축소하는 경우가 발생해 논쟁이 된 적이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무상보육 예산의 안정화를 위해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은 결정된 바가 없다. 다만 영·유아 보육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을 상향조정하는 안이 대안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의 경우 20%에서 40%로, 지방의 경우 50%에서 70%로 지방비 매칭에 대한 조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제 막 확립된 육아지원체계가 영·유아 가구의 양육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정책효과를 지속할 수 있도록 예산의 안정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비용 지원에 대한 현장체감도 높여야 그렇다면 현재 보육료·교육비 및 양육수당 지원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영·유아 자녀를 양육하는 수요자 부모들의 체감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 무상 보편적 지원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기본 보육료·교육비 외에 부모가 추가로 지급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부모들은 여전히 돈을 내고 있고 개별가구마다 편차가 있어서 일부 가정의 경우 정부의 비용지원에 대한 체감이 높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국·공립 기관과 달리 비용 상한 규제와 관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립·민간 기관의 경우 일부 비싼 원비 및 기타 추가비용(예: 특성화·특별활동비, 종일반비, 급·간식비, 현장체험학습·행사비, 입학금 등)의 수납으로 영·유아 양육 부모 대상 비용지원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측면이 있다. 특성화·특별활동비의 상승과 같은 기관서비스 비용의 문제점 외 양육수당의 현금 수령이 영·유아기 사교육비 지출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양육수당을 서비스 이용 카드에 바우처 형태로 담아 지출 영역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 외 일·가정 양립 정책임에도 기관 이용에서 소외된 맞벌이 가구, 보편적 육아지원체계 내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저소득·취약계층 영·유아 지원, 다자녀가구 지원, 그리고 여전히 낮은 국·공립기관의 비율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정책의 개선점과 보완점 이를 위한 개선·보완점으로는 우선 비용 지원이 실질적인 부모 양육비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비용규제와 관리를 제도화해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육료의 비용 상한제와 유치원의 정보공시제도가 유아교육·보육에 공통적으로 안착돼 사립·민간 우위의 시장구조에서 비용 지원이 서비스 가격의 상승으로 상쇄되는 기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현재 관련 방안들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어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다음으로 육아지원정책 발전의 가장 근원적인 방안으로 양질의 서비스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다. 부모들에게 아무리 많은 비용을 지원해 줘도, 막상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가 없다면 비용 지원의 체감과 효과는 낮고 자녀양육의 어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당장의 부모 대상 직접지원금의 상승보다는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교사의 전문성 제고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인력 양성, 자격 및 임금체계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 수행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사립·민간 우위의 시장구조의 한계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으므로, 예산 상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공립기관의 확충과 공공형으로의 전환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그 외 보편적 지원체계 내에서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체계의 보강이 필요하고, 다양한 비용 지원(예: 누리과정 교사 수당 지급, 종일반비 지원)이 실제 서비스 질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이후의 질 관리체제 마련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금년 ‘산학협력 선도 대학·전문대학 육성 사업(이하 LINC사업, 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은 신규 대상학교를 추가 선정하지 않고 지난해 지정된 대학의 실적 평가에 따라 지원을 차등화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LINC사업 1차년도인 2012년에는 대학 1700억 원, 전문대학 120억 원 규모로 도입돼 51개 대학과 30개 전문대학이 지원을 받았다. 금년에는 추가 선정은 하지 않고 기존 선정 학교를 대상으로 대학 2184억 원, 전문대학 150억 원으로 지원을 확대했다. 1차년도 사업실적 평가 후 차등 지원 확대된 예산은 1차년도 사업실적 평가를 통한 차등 지원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평가에는 산학협력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학계, 산업계, 연구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평가방식은 대학별 성과에 대한 정량평가, 사업 수행과정이나 의지 등에 대한 정성평가와 함께 전문조사업체에 의뢰해 수요자 만족도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LINC사업은 사업유형에 따라 대학의 경우 ‘기술혁신형’과 ‘현장밀착형’, 전문대학의 경우 ‘산학협력선도형’과 ‘현장실습중점형’으로 나눈다. 대학의 ‘기술혁신형’은 대학원이 참여해 원천기술개발과 연구성과 사업화까지 지원할 수 있고 ‘현장밀착형’은 학부를 중심으로 현장중심 실무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다. 현재 14개교가 기술혁신형에, 37개교가 현장밀착형에 선정돼 있다. 전문대학의 경우엔 산학협력 기반과 역량이 있는 대학에 다양하고 특색 있는 산학협력 선도 모델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산학협력선도형’, 현장실습 프로그램 등에 집중 지원하는 ‘현장실습중점형’이 있다. 산학협력선도형 10개교, 현장실습중점형 20개교가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교육부는 평가결과에 따라 기술혁신형 대학에는 교당 57억 원에서부터 43억 원까지, 현장밀착형 대학에는 47억 원에서 32억 원까지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전문대학의 경우엔 산학협력선도형은 7억 5000만 원에서부터 6억 6000만 원까지, 현장실습중점형은 4억 3000만 원에서 3억 3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2014년엔 부진대학 탈락, 신규대학 선정 LINC사업에 참여한 대학은 학생의 취업과 창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 여건과 산업체 수요를 반영한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산학공동 교육과정 개발, 다학제적 융합교육과정 운영, 현장실습·캡스톤 디자인 운영 확대, 학생진로설계 지원, 맞춤형 취업상담, 기업가정신 강좌 등 창업교육과정 운영 등의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PART VIEW] 교육부는 앞으로 학생, 교원, 산업체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내실 있게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 2014년에는 지난 2년간의 사업에 대한 중간평가를 실시해 부진한 대학은 탈락시키고 신규대학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LINC사업을 계기로 대학이 이론 위주의 교육과 연구 중심체제에서 벗어나 산학협력 친화형으로 체질이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창의인재 양성과 새로운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지역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기술혁신형 대학은 △성균관대 △한양대 △충남대 △공주대 △충북대 △조선대 △전남대 △전북대 △경북대 △영남대 △강원대 △부경대 △부산대 △경상대 총 14개교, 현장밀착형 대학은 △서울과기대 △동국대 △한밭대 △효서대 △광주대 △순천대 △계명대 △금오공과대 △대구가톨릭대 △동아대 △한국해양대 등 37개교가 있다. 산학협력선도형 전문대학은 △대림대학 △두원공과대학 △아주자동차대학 △제주한라대학 △대구과학대학 △영진전문대학 △구미대학 △동의과학대학 △울산과학대학 △경남정보대학 총 10개교, 현장실습집중형 전문대학은 △인천재능대학 △동원대학 △안산대학 △혜천대학 △공주영상대학 △서영대학 △전남도립대학 △대구공업대학 △안동과학대학 △경남도림거창대학 △한국승강기대학 등 20개교다.
우리 교육을 변화시킬 시기가 이미 지났음을 자각하고 하루빨리 창조적 발상에 따른 교육개혁을 서두르자는 취지로 열린 ‘학교폭력예방 및 교육개혁을 위한 세미나’의 출발점은 예술체육 교육 강화였다. 예술체육 교육 강화를 통해 학생들에게 인성과 창의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세미나는 최용석 공교육살리기교육자연합 간사의 사회로, 김종효 서울 중원중 체육교사, 박석순 경기 석우중 음악교사, 전재현 서울 신서고 미술교사의 주제발표와 3명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각 발표자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체육활동은 전인교육의 최고 수단 ‘전인교육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체육활동’이란 주제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정효 서울 중원중 체육교사는 우리 사회의 체육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를 먼저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정부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으로 중학교의 체육수업 시수 확대 방안을 내놓은 이후 중학생들의 신체활동 시간은 증가했다. 그러나 이것이 체육 교과목의 격상이나 스포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고등학교의 비정상적인 체육수업 형태가 지적되고 있는데 중학교에만 한정해서 체육수업과 스포츠 활동 시수를 확대하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은 절름발이라는 것이다. 김 교사는 또 신체는 길러지는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목적과 이념이 필요한데 그간 우리나라는 근대화와 산업사회에 공헌하는 노동력 육성이나 국가를 수호하는 강인한 체력을 위해 체육교육이 행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인식은 체육의 역할을 육체의 건강과 단련을 담당하는 주변부 교육으로만 생각하도록 하는 그릇된 사고를 키웠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체육교과 활성화를 위해선 진학을 위한 기초자료로 체육 교과 혹은 학교 내 스포츠 활동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하지 못한 신체를 부끄러움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학교 내 스포츠 활동을 장려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효과를 계량화해 진학에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더십, 동료에 대한 배려, 규칙 준수 등 실생활에서 요구되는 인성적 요소들은 교육적으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내용들인데 스포츠 활동은 어느 교과에서도 얻을 수 없는 바람직한 인성적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피곤한 얼굴로 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학생들에게 운동 후의 샤워시간을 돌려주는 것, 그리고 살아가는 일이 참 상쾌하고 즐겁다는 느낌을 갖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PART VIEW] 삶을 풍요롭게 하는 원천, 음악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석순 경기 석우중 음악교사 역시 음악교육에 대한 철학 부재를 가장 먼저 지적했다. 우리나라 음악교육은 음악이 인간의 문제, 영혼의 문제와 관계가 깊다는 것과 음악교육이 이상적 미래를 위한 인간교육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의 대표적 사례로 집중이수제를 꼽았다. ‘학생들 대다수가 체육이나 음악, 미술과목을 접하는 과정에서 학교생활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상식에 속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집중이수제는 이를 한 학기에 몰아서 수업하게 함으로써 그런 만족감과 행복감을 앗아갔다는 것이다. 그는 집중이수제를 탁상공론식의 대표적 행정에 더해 예술교육에 대한 철학적 부재가 불러온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또 교사들의 전공 관련 재교육 시스템 부재도 지적했다. 교사의 전공 관련 재교육이 교육적 성과로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박 교사의 경우 22년 전 단 한 번의 1정 연수 이후 전공 관련 교사 재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에 전공 관련 재교육은 다분히 개인에게만 맡겨져 있는 것이 현실임을 토로했다. 그는 또 각종 업무로 바빠진 학교, 방과 후에 학원으로 직행하는 바빠진 학생들 탓에 학생들의 단체 음악행사가 실종된 것도 현 음악교육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음악교육 활성화를 위해선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 마련과 전공 관련 교사들의 재교육 시스템 구축, 학생들이 다양한 음악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의성 일깨우는 미술교육 전환 급선무 전재현 서울 신서고 미술교사는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서 예술교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 역시 미술과 미술교육에 대한 근본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교과의 교육영역은 미술이론 학습과 비평학습을 아우르는 큰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학습법은 표현활동과 감상활동 영역 중 표현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술교육은 단순히 ‘그리고 만드는 기능교육’으로 오해받았고 ‘예능교과’라는 표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가와 사회가 예술을 어떻게 생각하고 활성화하느냐에 따라 김홍도, 신윤복, 레오나르도와 같은 창조적 인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술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행 미술교과의 집중이수제 검토와 함께 새로운 수행평가 기준안을 마련해 미술평가의 타당성을 높일 수 있는 평가도구를 제공해 줄 것을 제안했다. 현행 실기점수로 부여되는 ‘우수, 보통, 미흡’의 3단계 평가는 그 폭이 정밀하지 못하고 수업 시간에 작품 제작 유무를 떠나 참석만 해도 점수를 부여하게끔 돼 있어 작품 제작 독려에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또한 미술교과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요청했다. 현재도 미술학습을 위한 학습활동 재료를 학교 예산에 편성해 교과활동을 지원하고는 있으나 중등학교의 미술 표현활동 학습재료의 경우는 대부분 학생 개인이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미술 수업의 위축 내지 왜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교과에 대한 장기적 차원의 폭넓고 체계적인 프로그램 마련도 요청했다. 창의력을 길러주는 디자인교육을 포함한 미술교육은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장려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예술교육이 중시되는 통합적 교육과정 토론자로 나선 문경구 경북 영천고 체육교사는 “체육은 인간에 내재하고 있는 원시적이고 반사회적인 경향성을 신체활동을 통해 정화시키는 교육과정”임을 전제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스포츠 활동을 평생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육교사의 끊임없는 노력과 가정, 학교가 함께 참여하는 체육정책으로의 전환,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의 대학입시 반영을 제안했다. 도병훈 경기 진성고 미술교사는 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예술교육 및 체험활동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과 비교·분석하는 감상활동을 통해 생각과 창의성을 키우는 미술수업,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디자인 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교육도 현행 인문·자연이란 구시대적 관습 틀에서 벗어나 예술교육을 중시하는 통합적 교육과정으로 재편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교육 토론자로 나선 차동춘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 정책위원장은 교육계와 시민사회, 정부가 함께 음악교육과 예체능 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일로부터 시작해 교육과정의 개정과 학교현장의 예체능교육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이르기까지 입체적인 노력을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학교가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음향(音香) 가득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를 희망했다.
오후 3시, 정규수업은 모두 끝났지만 오천초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일과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방과후 교실과 엄마품 돌봄교실이 열리기 때문이다. 산골 오지에 위치한 오천초는 지역 여건상 사교육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맞벌이 가정이 많아 하교 후에도 아이들만 집에 남겨지는 경우가 대부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공부 잘하는 학교, 특기·적성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를 원했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규수업이 끝난 후부터 오후 5시까지는 방과후 교실을,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는 엄마품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한자 등 기초교과를 중심으로 한 학력신장 프로그램과 바이올린, 미술, 서예, 외발자전거, 음악줄넘기 등과 같은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개설했습니다. 학교에서 밤 9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니 학부모들은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고, 아이들은 다양한 영역을 배울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죠.” 권병규 교장은 “교육과정을 독창적으로 운영한 뒤로 인근 지역은 물론, 외부에도 입소문이 나면서 입학이나 전학 관련 문의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기주도학습법으로 ‘학습부진아 제로’ 오천초 방과후 교실에서는 조금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 이른바 ‘사다리 학습’. 권 교장은 이에 대해 “학습자의 긍정성을 증진시키는 교육법”이라고 설명했다. “학습수준이나 능력이 각기 다른 학생을 한 장소에서 동일한 방법과 시간을 투여해 가르친다고 가정해 봅시다. 최정상에 있는 한두 명 이외에 나머지 다른 학생들은 부정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정성이 생긴 아이는 흥미를 잃게 되고, 결국 학습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죠.” 권 교장은 아이들이 학습에 대해 긍정성을 갖고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사다리 학습을 개발, 적용했다. 먼저 저학년 수준의 기초단계에서부터 고학년 수준에 해당하는 고급단계까지 수준별·단계별 자료를 한 권에 담아 전교생에게 제공했다. 아이들은 이 교재를 활용해 자기 수준에 맞는 단계를 찾아 스스로 학습하고 채점하며 점차 실력을 쌓아간다. 학습부진아나 학습우수자 모두 하나의 학습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받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 없다는 게 권 교장의 설명이다. 또한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난이도별 급수를 정하기도 했다. “가령 수학과목의 도형 단원을 1학년 수준에서 6학년 수준까지 한 줄로 세우면 80여 개의 급수가 나옵니다. 아이들이 각 급수마다 무리 없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학습 난이도의 급간을 고르게 편성했습니다.” 지금까지 개발한 사다리 학습 자료만도 40여 권. 사다리 학습의 효과는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2006년 순창 옥천초 교감 재직 시절, 사다리 학습으로 학습부진아 18명 전원을 구제했고, 순창 쌍치초 교감으로 근무하면서는 학습부진아뿐만 아니라 전교생의 학력을 크게 신장시키기도 했다. 2011년 9월 오천초 교장 부임 이후에도 사다리 학습을 통해 학습부진아 없는 학교를 만들어냈다. 그밖에도 오천초는 영어 단어 2000개와 문장 700개 익히기, 영어로 의사소통하기, 한자 2000자 익히기, 국가공인 한자능력검정시험 3급 획득하기, 인문도서 100권 읽기, 독해 및 논술교육 강화하기, 수학 무학년제 운영 등 독창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아이들의 학력향상에 힘쓰고 있다. 특기·적성, 인성교육 효과 톡톡 지난 4월 오천초 5학년 김가영 양이 소방방재청에서 주관하는 초등학생 대상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포스터 공모전에 참여, 최우수작에 선정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김 양은 공모전에서 ‘함께하는 재난예방 행복웃음 안전한국’이라는 표어를 담아 단 1명에게 주어지는 안전행정부장관상을 받았다. 김 양은 “미술학원에 다닌 적은 없지만 학교에서 특기·적성시간에 배운 미술수업이 그림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오천초는 미술, 서예, 바이올린, 사진, 외발자전거, 음악줄넘기 등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선택 수업이 아닌 전 영역에 걸쳐 전교생 모두가 참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 교육에 필요한 악기나 도구는 학교 예산으로 일괄 구입해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이는 학생 수가 많지 않은 소규모 학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액 무료로 진행되는 수업이지만 실력 있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수준 높은 수업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학교 뒤편에 700제곱미터 규모의 생태학습장을 조성해 인성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아이들은 텃밭에 상추, 오이, 가지, 배추, 토마토, 옥수수 등을 직접 심고 키우며 생명의 소중함은 물론, 나눔과 배려를 배운다. 친환경으로 재배해 수확한 채소는 매일 점심 아이들의 식탁에 오른다. 때로는 전교생이 비빔밥을 만들어 나눠 먹는 체험행사나 삼겹살 파티를 열기도 한다. 지난 겨울에는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김치를 담가 마을 어르신들께 전달하기도 했다. 권 교장은 “그동안 편식했던 아이들이 직접 채소를 키우고 수확하며 음식을 골고루 먹기 시작했다”며 “주변 사람들과 채소를 나눠 먹으며 남을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이 생겨났고, 자연에 대한 소중함도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폐교 위기에서 전학 오고 싶은 학교로 오천초의 특별한 학습법과 특기·적성교육, 인성교육 등이 점차 외부에 알려지게 되자 한때 폐교 위기에 놓였던 학교는 이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서울, 전주 등 대도시에서 아이들이 전학을 오기 시작한 것. 그 결과 2011년 학생 수 18명, 3학급에서 2013년 현재 학생 수 45명, 6학급으로 크게 늘었다. 오천초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교사들도 많아져 전체 교사 수도 3명에서 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교육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진안교육청과 전라북도교육청, 진안군청, 한국수자원공사, 봉사단체인 풍패라이온스 등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노후한 학교 곳곳을 보수했으며 오는 2015년에는 학교 신축 계획도 세워놓았다. 또한 진안군에서도 전입학생 가족을 위한 임대주택 사업 등 여러 가지 시책을 구상 중이다. 학교의 이러한 변화를 가장 반기는 건 역시 아이들이다. 6학년 구경모 군은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도시에 있는 친구들보다 더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4학년 송유근 군도 “친구들이 많아져 학교에 오는 게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 권병규 진안 오천초 교장 “인성·학력보다 긍정성 교육이 먼저” 학교교육은 인성교육과 학력교육을 큰 축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인성교육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인성이나 학력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긍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에 긍정적 자아관이 확립되면 인성함양과 학력신장은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인성과 학력을 논하기 이전에 우리 학생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자존감이나 가치, 자긍심, 자신감 등을 일깨워주는 긍정성 교육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생 개개인의 지능과 정서, 학습에 대한 흥미 등을 고려한 자기주도적 개별화 학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
학생 꿈 밝혀주는 작지만 큰 모임 “결론부터 말하면 꿈이에요. 공부도 꿈이 있어야 할 수 있거든요.” 융합인재교육교사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김석희 교사의 말이다. 2011년부터 시작한 이 모임은 융합인재교육의 핵심에 ‘꿈’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조벽 교수의 책에서 이런 문구를 읽었어요. 가장 먼저는 관심이 생겨야 창의력이 생기고, 창의력이 생기면 그게 꿈으로 연결된다고요. 자신만의 꿈이 생기면 그걸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거죠. 이게 바로 융합인재교육의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꿈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오랫동안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던 김 교사는 그 원인을 꿈의 부재에서 찾았다. 이후 아이들이 관심과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면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융합인재교육교사연구회는 호암초등학교 교사 4명으로 구성, 운영되고 있다. 소규모 모임이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결코 작지 않다. 지혜정 교사는 “같은 학교 교사들의 모임이다보니 수시로 모여서 교과안 자료 개발, 융합인재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수-학습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융합인재교육은 4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로 3년차이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많이 냈다”며 융합인재교육의 효과를 덧붙여 설명했다. 지 교사가 말하는 융합인재교육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과거 영재교육, 특성화교육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우수한 프로그램들을 일반 학생들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일반 학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흥미와 교육적 효과를 모두 갖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평소 과학에 관심 없던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끼면서 자신의 관심분야와 적성, 꿈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뜻 깊은 기회를 얻게 됐다. 둘째, 모든 수업을 2인 1조로 진행하면서 협동과 배려, 의사소통 등 인간관계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실제로 호암초등학교는 2012년 11월 실시한 ‘청소년 인성검사’에서 인근 학교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높고, 공격적인 말 사용이 감소했다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자신감, 인간관계, 생활태도 달라져! 융합인재교육의 효과를 절감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학생들이다. 호암초 4학년 이은지 학생은 “과학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수업이 끝날 때가 되면 실험의 결과와 함께 뭔가 해낸 듯한 기분까지 든다”고 말하는가 하면 정현정 학생은 “친구들과의 사이가 전보다 더 좋아졌다. 2인 1조로 수업하니까 몰랐던 친구를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고 서로 도우면서 실험하니까 우정도 깊어지는 것 같다”면서 융합인재교육에 대한 높은 만족을 표했다. 공교육이라고 하면 때마다 시험을 보고 그에 따른 평가를 받아야하므로 목적이 있는 공부가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기 쉽다. 지난해 신규발령을 받고 호암초에 부임한 김나연 교사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 교사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진도를 나가고 시험문제를 내고 평가하는 일련의 업무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그런데 융합인재교육교사연구회에 참여하면서 교육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학생들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일깨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며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이가 바로 교사임을 마음에 깊이 새기게 됐다. 뿐만 아니라 과목 간 융합으로 아울러서 가르칠 때 흥미와 교육 효과가 높은 부분을 사전에 파악하고 수업에 적용하는 안목도 생겼다. 이 모임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내가 만든 자동차로 물체의 속력 알아보기’를 비롯해 ‘화석으로 공룡의 모습을 예측하고 로봇공룡 만들기’, ‘전기회로를 이용해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증강현실을 이용해 계절에 따른 별자리 알아보기’ 등 호기심은 자극하고, 창의성은 키우고, 교과 간 담은 허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 한 예로 고구마, 감자, 계란 등을 쪄서 물의 순환, 수증기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설명하는 과학 수업이 있다. 여기서 끝나면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그친다. 하지만 융합인재교육에서는 조금 더 울타리를 넓힌 수업이 진행된다. 고구마, 감자, 계란 등의 고체가 익어가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시화를 만들게 했다. 직접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하니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생동감 넘치는 글들이 뚝딱, 너무도 쉽게 그리고 훌륭하게 나왔다. 학생들의 감성을 키우는 수업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순식간에 과학, 국어, 미술, 예술이 융합된 교육이 이뤄진 것이다. 또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이 모임이 주도하는 스팀형 현장학습도 흥미롭다. 과천과학관으로 현장학습을 나갔는데 단순히 과학관을 관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전에 교사들이 나눠준 미션지에 따라 주도적인 체험을 하도록 이끈다. 가령 과학관에 있는 역사적 인물과 연구 성과에 대해 알아보고 미션지에 답을 적어오도록 해 아이들 기억에 오래 남는 유의미한 현장학습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 운영은 김 교사를 포함한 모임 소속 교사들이 재미·흥미·교육 효과 그리고 마침내 학생들이 꿈을 찾는 데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우수한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신나는 STEAM Day! 이 모임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을 ‘STEAM Day’로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집중적인 융합인재교육을 실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목표 때문이다. ‘STEAM Day’는 김 교사가 융합인재교육을 담당하고 다른 세 명의 교사는 각자의 강점을 공유하는 교환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STEAM 교육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전 평가와 사후 평가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 모임 회원들이 주축이 돼 지난 4월말까지 호암초 4학년 학생 100명을 포함해 인근 3개 학교 4학년 학생 각각 100명씩 총 400명에 대한 1차 사전 평가를 완료했다. 5월부터 11월까지 스팀교육을 실시한 후 교육받은 학생들의 사후 평가도 실시할 계획이다. 평가에는 과학태도·과학적 문제해결력·논리적 문제해결력·교육과정 만족도·인성검사 총 다섯 항목이 포함된다. “융합인재교육의 근거와 실천적 증거를 위해 학교 간 비교 연구는 꼭 필요해요. 그래야 융합인재교육의 효과를 통계자료로 만들고 공유할 수 있잖아요.” 올해 말 사후 평가가 완료되면 이 모임은 융합인재교육의 효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해 일반화에 기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창의력 키우는 릴레이 팀 티칭 동북고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중 하나인 통합논술 시간에는 수업을 듣기 위해 모인 학생들로 언제나 진풍경이 펼쳐진다. 자리를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교탁까지 내주어야 할 정도. 권영부 교사가 중심이 되어 이끄는 통합논술 수업은 지난 몇 년 동안 수차례 언론에 소개되며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1999년도에 동료 교사들과 함께 ‘동북독서토론모임’을 만들었어요. 교사들끼리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칠 것인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에요. 같은 책을 읽어도 교사들마다 느낀 점이 다 다르다 보니 늘 열띤 토론이 벌어지곤 했어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걸 수업으로 만들어보기로 의견을 모았죠.” 권 교사는 한 교실에 여러 명의 교사가 들어가 150분 동안 수업하는 릴레이 팀 티칭을 고안, 2005년 실행에 옮겼다. 하나의 주제를 사회, 경제, 과학, 윤리, 역사 등 다양한 교과의 시각으로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적게는 2명, 많게는 7명의 교사가 수업에 참여했다. 가령 과학교사가 촉매라는 개념을 설명하면, 윤리교사가 이를 인문학에 접목시키고, 바통을 이어받은 사회교사는 경제 논리에 적용해 설명하는 식이다. 개별 교과 지식을 다른 교과에 연결시키는 이른바 영역 전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단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권 교사의 생각이다. “기존의 교육 방법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인재 육성에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지식을 창의적으로 응용하고 사고력을 키우는 수업을 해야만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2005년 1학기에 1학년 방과후 수업으로 통합논술반을 개설, 희망자를 모집한 결과 7명의 학생만이 수업을 신청한 것. 결국 2학년 5명을 추가 모집해 총 12명의 학생들과 함께 6명의 교사가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2학기가 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실시한다는 서울대학교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문장표현력 중심의 논술이었다면 이제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된 거예요. 제가 늘 강조하던 영역 전이 능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출제 방식인거죠.”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논술 출제 경향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통합논술반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수업을 듣기 위해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권 교사를 비롯한 동료 교사들은 겨울방학과 이듬해 봄방학까지 모두 반납하고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통합논술반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반신반의하던 주변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순간이었다. 세상이 변하듯 교육도 달라져야 권 교사가 남들보다 앞선 시각을 갖고 행동할 수 있었던 건 교사가 되기 전 경험한 회사생활 덕분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교사를 꿈꿨지만, 부모님은 아들이 법대에 진학해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기를 원했다. 부모님과 실랑이 끝에 결국 그는 차선으로 경제학과에 입학했고,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4년간 근무했다. “기업에서는 사원들을 위한 교육을 많이 실시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핵심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죠. 저 역시 회사 생활을 하며 세상을 내다보는 안목을 키웠습니다.” 회사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늘 마음 한 켠에 교사의 꿈을 품고 있었던 그는 1989년 마침내 교직에 첫 발을 내디뎠다. 대부분의 동료 교사들이 학점을 따기 위한 연수에 열을 올릴 때 권 교사는 일반 기업 연수를 찾아다니며 세상의 흐름을 관찰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교사가 되고난 후 교과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내용들이 상당부분 그대로 담겨있는 겁니다. 시대는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정작 학교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세상이 변하듯이 교육도 달라져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겠구나, 생각했죠.” 수많은 기업 연수를 들으며 그가 찾은 핵심 키워드는 창의성과 융합. 이 두 가지를 수업에 녹여낸 것이 바로 통합논술이다. 통합논술이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권 교사와 뜻을 같이 하려는 교사들도 많아졌다. 동북고에서는 현재 통합논술의 모태가 된 독서토론모임 교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팀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수업 역시 통합논술을 비롯해 융합독서, 인성교육과 창의적 글쓰기 등 다양하다. 교사들은 그날그날 주제에 따라 뭉치기도 하고 때로는 흩어져 수업을 진행한다. 하나의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최대 7명의 교사들이 모여 브레인스토밍 작업을 거쳐야 하지만 새로운 수업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일인 만큼 자부심도 크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아이디어 얻기도 지난해 대학입시가 끝나고 고3 학생들과 학부모 30여 명이 권 교사를 찾아왔다. “학교에서 배운 통합논술이 대학 진학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온 것이다. “논술 수업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글쓰기만 가르치는 건 아닙니다. 글을 잘 쓰는 요령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뇌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작업입니다. 바로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일이죠. 책을 읽고 재미있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어느 순간 글쓰기의 기본을 배우게 됩니다.” 논술 교재는 아무리 바빠도 직접 집필한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아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한다. SNS나 블로그 등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주제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동북고 통합논술 프로그램이 입소문 나면서 이 수업을 듣기 위해 입학하는 학생들도 생겨나고 있다. 올해부터는 영재반 수업도 새로 개설해 운영 중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 대학입시와는 완전히 별개로 순수하게 토론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수업입니다. 전부터 이런 수업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시작하게 됐어요. 다행히 학생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수업 준비와 교재 집필, 외부 강의 등으로 날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학생들과 소통할 때 권 교사는 가장 행복하다. 한 달에 두 번, 다른 학교를 찾아가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공교육 강좌 나누기 운동 역시 더 많은 학생들과의 만남을 위해 그가 자처한 일이다. “주말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에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 일이 참 좋고 행복합니다. 게다가 올해 수석교사가 되어 좀 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요. 모든 학생들이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날까지 제 연구는 계속될 겁니다.”
어떻게 만화가가 됐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 그리고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중학교 다니면서도 만화를 그렸는데 그래서 고등학교도 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실패했죠. 하는 수없이 일반계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미술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대학도 시각디자인과에 진학했는데 막상 대학에서 배우는 시각디자인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더라고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꽤 오랫동안 방황하다가 2008년에 이르러서야 학과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마지막으로 제가 그림을 시작한 이유, 제대로 된 만화 한 편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어린 시절의 나를 정리하는 기분으로 시작한 첫 작품이 ‘악연’이에요. 이 작품이 네이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당선되면서 만화가로 데뷔하게 됐어요. 만화가의 하루가 궁금해요.[PART VIEW] 웹툰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올리니까 보통 일주일 단위로 스케줄을 짜요. 첫째 날은 무엇을 그릴지 스토리를 구상하고, 둘째 날은 그것을 보다 구체화시키고, 셋째 날은 글과 콘티를 짜고, 넷째 날과 다섯째 날은 스케치를 하고, 여섯째 날은 팬터치를 하고, 일곱째 날에는 컬러링과 마무리, 대략 이 정도의 틀을 가지고 작업해요. 그런데 한 회를 연재하는 게 저한테는 제 새끼를 만드는 기분이라 매번 너무 힘들고 진이 빠져요. 그래서 대학교 후배들한테는 매주 과제전을 하는 느낌이라고 말해요. 그만큼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크거든요. 첫 작품 ‘악연’은 어떤 작품인가요? 개인적으로는 ‘로맨스’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스릴러’라고 말하더라고요. 부족한 그림실력이라 스토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했어요. 독자를 스토리에 집중시키려면 스릴러라는 장르가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악연’은 두 살인자의 미묘한 관계를 다룬 작품이에요. 어떤 살인자가 여자를 유괴했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 역시 살인자였다는 오락적 접근이었죠. 그런데 연재를 계속하면서 사건보다는 메시지를 주는 만화가 됐어요. 자료조사를 위해 사이코패스에 대해 공부했는데요, 그러면서 인간관계와 인간의 내면을 살펴보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이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로맨스라고 말하는 거죠. 후속작 ‘공부하기 좋은 날’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렸는데요, 기획 의도와 제작 과정에 대해 말해주세요. 학교와 학생이 나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좋을 거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했어요. ‘공부하기 좋은 날’ 역시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안고 갔어요. 학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뤘는데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 사전조사와 취재를 많이 했어요.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 학교를 넘어서,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등의 책을 깊이 팠고,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주위 학생들에게 요즘 학교가 어떤지 물어보는 등 현장 취재도 병행했어요. 취재를 하면 할수록 분노가 커졌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새벽에 자는 일과를 소화해야 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목표도 없는 학생들에게 대학진학이라는 과제를 던지고 입시를 향해 채찍질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화가 많이 났어요. 입시와 경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 책임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사회와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한 ‘고찰’까진 아니어도 논제는 던지고 싶었어요. 입시의 끔찍한 지점들을 호러와 결합해서 더 극적으로 표현하게 됐죠. 하지만 학생들의 자살을 테마로 할 때는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어요. ‘공부하기 좋은 날’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독자 반응은 크게 엇갈렸어요. 만나보고 싶다고 하는 학생에서부터 강의 요청, 또 팬 카페까지 만들면서 공감하고 응원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내가 교사인데 니가 뭘 알아?’하는 식으로 항의 메일이나 쪽지를 보내는 교사들도 있었어요. 반면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교사도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하기 좋은 날’을 할 때는 제가 저널리스트로서의 힘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정의심에 취해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작품을 할 때는 프로파간다(propaganda)적 마인드로 하면 안 되는 건데…… 뒤늦은 후회죠. 세상에는 균형이 있잖아요. 지금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는 어둡지만 거기 어둠만 있는 건 아니란 거죠. 군대에 비유하면 여자들이 싫어하겠지만(웃음), 군대 처음 갔을 때 선임들이 너무 고된 훈련을 시켜서 뒤에서 욕을 많이 했는데요, 훈련을 다 받고 나니까 그게 다 나한테 필요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훈련인 걸 알았어요. 학교도 마찬가지 같아요. 입시제도를 욕해도 결국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마침내 멋진 인생을 살라는 거잖아요. 결국 시스템의 문제이지 사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의도했던 ‘충격을 통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세요? 총 16화와 특별편을 포함해 20화 정도를 연재했는데 잘된 에피소드는 좀 있었다고 봐요. 아이러니하게도 제 작품이 19금이거든요, 근데 중학생이 팬 카페를 만들어서 지금은 600여 명의 학생들이 응원해주고 있어요. 학교 수행평가에 저를 초대하는 걸 보면서 용기도 얻었고요. 제가 틀린 이야기를 한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작가로서 시원하지 않은 에피소드도 있어요. 하고 싶은 게 없는 것과 생각 없이 사는 건 엄연히 다르거든요. 그런 부분들에 대한 충격 효과는 있지 않았나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요.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무언가요? ‘인간의 숲’을 완결한 지 이제 3달이 됐어요. 심적으로 많이 지쳐서 지금은 도화지를 닦아내듯 제 자신을 비우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그림체를 좀 더 다양화하기 위한 자료조사도 하고 있고요. 데뷔 5년차, 앞으로 어떤 만화가가 되고 싶으세요? 대학 졸업할 때 했던 이야기인데요, 만화를 문학의 한 장르로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어요. 아트 슈피겔만의 ‘쥐’라는 만화가 있는데 홀로코스트물이에요. 그런데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과 메시지가 워낙 수준 높으니까 어떤 평론가가 만화가 아니라 ‘소설’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만화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에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만화는 글과 그림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이고,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매체잖아요. 종국에는 제 작품, 또는 제 이름이 문학교과서에 실렸으면 좋겠어요. 공식적인 인정을 받는 거죠. 또 항상 약자 또는 피기득권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수학교사로서, 담임교사로서, 여러 가지 할 말이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페스티벌이다. 독자들이 ‘놀러갔구만’하고 느껴도 좋다. 이것은 연수에 있어서 나의 개인적인 과제 중에 하나였으며 실로 매우 중요한 교육적 의미들을 담고 있다. 인상 깊었던 High school에서의 이벤트만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Pajama day : 파자마 입는 날 △Stripe day : 줄무늬 복장을 하는 날 △Mustache day : 수염분장을 하는 날 △Halloween day : 할로윈 △Oktoberfest : 10월 축제의 날 △Dance party night : 야간에 댄스파티 하는 날 △Terry Fox day : 테리 폭스를 추모하며 달리기 하는 날 △Christmas party : 크리스마스 △Rememberence day : 캐나다 식 현충일 △Valentine day event : 2월 14일에 선물이나 카드를 주고받는 날 등이 있다. 학생자치회 기획 통한 다양한 이벤트 High school에서는 담임교사라는 개념이 없다. 우리의 대학식 수업방식이기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스스로 알아서 정한 코스(University에 갈 것인지, College에 갈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 졸업만을 할 것인지)에 따라 학점이수 기준에 맞는 강좌들을 선택해 자신의 시간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1교시 수업의 교사가 출석을 관리하고 진로상담을 하는 등 아주 소량의 담임교사 업무를 추가적으로 할 뿐이다. 수업시간은 75분, 쉬는 시간은 5분이다. 5분 안에 강의실을 이동해 수업을 듣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벤트는 언제 열리는가? 쉬는 시간 5분 동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공강’ 시간에 이벤트를 연다고 생각하면 된다. [PART VIEW] 이 곳 학생회에는 여러 종류의 작은 자치회들이 있고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 공식적으로 자신들이 주최자가 돼 무엇인가 일을 꾸밀 수 있다. 단, 절차가 중요하다. 몇 명 이상이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고 보조교사나 담당교사를 구해 교장의 승인을 받은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아주 사소한 것을 예로 들어보자. Stripe day, Pajama day 등은 학생들이 ‘Just for fun’으로 만든 이벤트다. 행사 며칠 전부터 방송부에서는 광고를 하고 광고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는다. 그리고 이벤트 당일, 너나 할 것 없이 줄무늬 복장을 하고 학교에 와 카페테리아에 들르면 핫초코가 공짜로 제공된다. 몇몇 교사들도 이에 동참해 분위기를 돋운다. 가끔은 교장, 교감 선생님과 교직원도 함께 한다. Pajama day 역시 파자마를 입고 자신의 베개나 심지어 곰인형을 들고 실내화를 신고 등장하는 이들도 있다. 축제의 현장 속으로! 위에서 다룬 사소한 이벤트들 외에 일 년에 두 번 아주 큰 행사를 한다. 말 그대로 페스티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학교의 축제 현장이다. 5월에 1번, 10월에 1번 하는데 당연히 크리스마스 파티도 따로 열린다. 이렇게 큰 페스티벌에는 교사들도 협력해 엄청나게 큰 규모로 진행된다. 축제의 모습은 우리의 대학 축제(물론 술은 없다)와 비슷하지만 실로 다양한 인종(다민족국가)이 섞여 있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섹션들이 있고 서로 그것들을 존중해준다. 이 날 놀라웠던 것은 공강 2시간 즉, 150분에 걸쳐서 모두들 잔디밭에 모여서 함께 시간을 즐긴 후에 교사나 학생들이나 모두 수업을 위해 건물 안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또한 더 놀라운 것은 잔디밭과 모든 교정이 전날의 것처럼 아주 깨끗해진다는 것이다. 이 청소들을 청소부들이 하느냐 묻는다면 아니다. 주최한 학생회 측에서 하고 또한 학생회가 아니더라도 페스티벌을 즐긴 학생들이 서로 같이 돕는다. 신기하게도 모든 학생들은 평소에는 청소를 하지 않는다. 왜냐면 학교 전문용역업체가 교실, 복도, 특별교실, 화장실 등 청소를 해주기 때문이다. 이들 용역업체 사람들은 공무원으로 교육청 소속 인력들이며 아주 젊은 사람들이라는 점 또한 놀라웠다. 학생들이 페스티벌 후 스스로 청소를 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그들의 책임감과 매너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은 그것들을 누릴 권리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매너들은 물론 가정교육에서부터 비롯된다. 그 후에 학교에서는 적절한 과정으로 그런 것들을 소중하게 잘 가꾸어 주는 것이다. 친구들과의 모임, 기획, 계획, 승인, 진행, 사후처리까지 크고 작은 이벤트들을 통해 연습한 이러한 과정들이 학생들 개개인을 자신감 있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더 큰 규모의 일들도 할 수 있게 된다. 교사와 학교장은 후원과 응원으로 뒷받침해준다. ‘공부나 해, 임마’ 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잘 놀지 못하고 공부만 하는 사람을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또한 아무도 ‘끝장나게 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점이 좋다. 책임감 뿐 아니라 절제를 배우는 듯하다. 정해진 원칙에 따라 짧은 축제는 끝나고 모두들 수업으로 돌아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교육 과정에 맞춘 수업 내용이 생각보다 심오해서 하루라도 수업을 놓치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일 년에 한 번만 있는 축제의 날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이벤트 등을 통해 자신의 끼를 발산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 해소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건전한 방법과 기회가 많기 때문에 목숨 걸고 끝장나게, 위험하게 놀지 않는 풍습이 있는 것 같다. How do you feel about it?
학교폭력, 사건의 전개 2012년 6월 29일 사립 OO중학교 1학년 다수의 학생들이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학생이 가는 길을 막고 집단적으로 괴롭힌 사건이 발생했다. 원고는 이 사건의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 중 한 명이다. 위 집단 괴롭힘 사건을 조사해 가해학생을 가려내는 과정에서 원고가 6월 26일 피해자의 말투를 따라하고 욕설을 했던 일이 밝혀졌다. 이 일로 6월 29일 집단 괴롭힘 사건에 가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돼 진술서를 작성하고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에 회부됐다. 사실 원고는 6월 26일 피해자가 원고를 계속 째려보자 손걸레를 피해자의 얼굴 앞에 들어 2회 가리고 1회 욕설을 한 잘못이 있으나, 이후 피해자와 화해했으며 원고의 모친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즉시 피해자의 모친에게 전화해 원고의 행동을 사과했다. 원고는 6월 29일 발생한 집단 괴롭힘 사건에 가담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사건 당시 위 가해학생들을 말리는 등 피해자를 보호했다.[PART VIEW] ○○중학교 내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는 7월 22일 제5차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개최했고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규정 제12조에 의거, 가해학생 10명에게 동조 제1호 서면사과, 제2호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처분을 했다. 그 중 원고를 포함한 3명의 학생에게는 담임선생님의 가중처벌 의견에 따라 위 1, 2호 처분과 별도로 제5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이수 처분을 했고, 사안이 재발할 경우 전학조치하기로 유보했다. 원고가 받은 위 처분은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7조 제3항에 의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됐다. 위 학교생활기록부는 향후 원고의 중학교 졸업 후 5년간 보관되며, 초·중등교육법 제25조에 의해 향후 원고가 지원하는 상급학교에 제공돼 학생선발에 활용될 수 있는 바, 원고에게 법률상 심각한 불이익을 가하는 처분이다. 특별교육이수 처분 등 무효확인소송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원고는 학교를 상대로, 공립학교일 경우에는 특별교육이수 처분 등 취소소송 형태의 행정소송을, 사립학교인 경우 특별교육이수 처분 등 무효확인소송을 하게 된다. 이 사건은 사립학교가 피고이므로 특별교육이수 처분 등 무효확인소송을 하게 됐고, 무효사유로는 가해 사실이 없다는 실체상 무효사유와 함께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회의절차에서 의견진술절차 결여, 회의록 미구비 등의 절차상 무효사유가 다뤄졌다. 원고의 가해사실 자체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학교가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위 처분을 가볍게 내릴 경우 자식의 대학진학 등의 교육적 측면에서 가해학생 부모의 억울함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가해학생 부모는 피해부모를 찾아가 용서를 빌고 합의서 등을 작성해 이를 근거로 위 처분의 무효를 얻어내려 했다. 피해학생 부모는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협조하려고 했으나, 한순간 완전히 돌변해 협조를 거부했다. 알고 보니 원인은 학교에 있었다. 소송에 대한 학교의 적정 대응방법 피고가 된 학교는 사건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대응했다. 우선 주변 학생들에게 일률적인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토록 했고, 피해학생 부모에게 가해학생 중 원고만을 고소하도록 했다. 또 가해학생이 만12세로 형사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고소해 경찰서에 출두하게 했는데, 이는 피고 학교의 교육기관으로서의 지위에 비춰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이 사건은 재심 등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위 처분을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은 소송밖에 없다. 현재 상황에서 학교 측의 적정 대응방법은 실체상으로는 가해학생의 가해사실에 대한 정확한 증거를 확보하고 관련 학생의 진술서 등을 구비하는 것이고, 절차상으로는 당사자에 대한 의견진술 기회를 보장해 가해학생 부모를 설득시키고 관련 회의록 등을 정확히 구비해 사전에 소송을 차단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야! 여기 와 봐, 신기해.” 하안북초등학교에 장독대를 처음 조성한 날 아이들의 반응이 어땠을까? 등교하던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장독대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서로 뭔가를 물어보면서 웃어댔다. 아이들은 학교 정원에 세워진 장독대가 마냥 신기하고 좋은 듯 연신 교실로 향하면서까지 쳐다보았다. 물론 무심히 지나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장독대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학교에서 ‘학교의 자랑’에 관한 신문을 만드는 행사를 했다. 그 신문에는 우리 학교에 장독대가 있다는 것을 자랑삼아 소개하면서 자연스레 전통음식을 연결한 적지 않은 학생들의 기사가 실렸다. 2012년 하안북초등학교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장독대 사업을 신청해 예산을 받아 운영했다. 예산을 가지고 장독대를 조성하고 항아리를 사고 장이나 기타 매실 등의 식품을 사서 직접 담갔다. 저장용 장독대 vs 교육전시용 장독대 하안북초는 광명시 관내 최초의 장독대 운영학교가 됐다. 장독대 운영학교 지정은 장독대를 저장 공간으로 사용해 조금이라도 전통의 음식 장류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이 장독대를 직접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급식실 옆에 만들어진 장독대엔 보기 좋게 간판도 달고 최대한 멋스럽게 목조로 펜스도 만들었다. 그러나 장독대가 조성된 곳이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동선은 아니었기에 학생들에게 장독대가 우리학교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차에 “학생들이 장독대에 쉽게 접근해서 장독대에 대해 이해하고 알 수 있도록 교육적 효과를 지니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본교 신평우 교장선생님의 제안이 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우리 학교는 저장용 장독대와 교육전시용 장독대를 나눠 서로 다른 곳에 만들게 됐다.[PART VIEW] 교육전시용 장독대에는 항아리 외에 옛날 지게, 말통, 돌절구 등의 고품을 함께 놓아서 사라져 버린 우리의 생활용품을 학생들이 만나 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 그리고 전시적 효과와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각각의 설명을 담아 패널까지 세워 놓았다. 또한 저장용 장독대에는 매실 철에 매실을 사다가 항아리 큰 것 두 개에 가득 담아 매실액을 만들었다. 이 매실액은 수시로 급식에서 나물을 무칠 때나 기타 매실 엑기스가 필요할 때 사용해 음식을 만들었고 여름엔 시원한 매실 음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학교 축제 때는 음식 체험 부스를 만들어 전교생이 스스로 김치를 만들어 보게 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축제 때 학생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항아리에 담아 몇 번에 나눠서 전교생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그리고 막장을 만들어 장이 필요한 메뉴에 사용하면서 실용도를 높였다. 저장용 장독대와 교육전시용 장독대로 자리 잡은 본교 장독대는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담당하고 있었다. 사랑이 익는 장독대 그리고 학교 장독대가 생긴 후에 좋아한 것은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교직원도 물론 좋아했지만 가장 좋아한 것은 바로 학부모였다. 가끔 급식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서 오는 학부모들이 학교에 장독대가 있어 정말 놀랍고 자랑스럽다며 즐거워했다. 본교의 장독대 이름을 ‘사랑이 익는 장독대’라고 지어서 간판도 멋지게 만들어 세웠다. 장독대가 있어서 학교가 더 정겨워진 것 같다는 느낌은 나만의 것은 아닌 것 같다. 장독대가 있는 시골에 가면 그 장독대를 바라만 봐도 정겨운 감정이 생기듯이 학교를 매일 등교하는 학생들에게도 그리고 학부모님과 교직원에게도 뭔가 풍요롭고 고풍스러운 정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전통음식에 대한 인식이 중요시되고 있는 지금에 또한 학생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교육이 중요시되는 이 시대에 전통음식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장독대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를 지닌 장독대가 학교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전통 식생활 교육이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장독대라는 것을 책에서나 혹은 가끔 시골에서나 보아야 하는 아파트 문화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에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맛보는 것을 가능케 하는 장독대가 더 가까이 다가가면 좋겠다.
반드시 알아야 할 성폭력 예방 행동지침 성폭력이란 상대방의 자발적, 적극적 동의가 없이 행해지는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 음란전화, 음란문자,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게 되는 불쾌한 언어와 치근거림, 음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등 성을 매개로 하여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을 말한다. 성폭력은 가해자의 의도 유무를 떠나 피해자가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낀다면 성폭력의 범주에 해당된다. 이러한 성폭력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성폭력자의 행동특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성폭력자의 일반적인 수법은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1. 길을 가는데 갑자기 뺨을 때리고 강압적으로 데려가며 오빠 행세를 하는 행위 2. 가출한 정신병자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가족 행세를 하는 행위 3. 길을 묻거나 짐을 다른 장소로 들어달라고 요구하는 행위 성폭력자의 행동특징을 기억하고, 이같이 행동하는 사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일상생활에서도 주의해야 할 행동지침이 있다. 첫째, 아는 사람을 조심하자. 성폭력의 약 80%는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 아는 오빠나 아저씨가 만나자고 집으로 부를 때는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 또 이성교제 시 자신이 신체적 접촉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단둘이 밀폐된 공간, 인적이 드문 장소에 있는 것은 되도록 피하도록 한다. [PART VIEW] 둘째, 낯선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길을 물으면서 안내를 부탁하는 경우 절대로 따라가거나 차에 타서는 안 된다. 간단한 대답은 빨리하고 자리를 피하거나 느낌이 이상하면 못 들은 척하거나 모른다고 말하도록 한다. 차안에서 질문을 하는 경우 절대 차에 가까이 가지 말고 한팔 간격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대답을 하도록 한다. 셋째, 가능하면 혼자 택시를 타지 않도록 한다. 부득이하게 혼자 택시를 타야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뒷좌석을 이용하고 택시기사가 들리게 택시번호와 택시기사의 이름을 부모님에게 알려주거나 알려주는 척을 하도록 한다. 넷째, 낯선 사람과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는다. 조금 기다렸다가 혼자 타거나 부득이 타야 하는 경우에는 입구 쪽이나 비상벨을 누를 수 있는 위치에 서도록 한다.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가까운 층의 버튼을 눌러 재빨리 도망친다. 다섯째, 심야나 새벽 외출을 하지 않는다. 늦은 시간에 공원, 학교, 상가, 화장실 등 인적이 드문 장소의 출입을 삼가고 항상 친구들과 여럿이 다니도록 한다. 또 공공장소의 화장실을 갈 때는 되도록 친구들과 같이 이동하며 공동화장실은 되도록 피하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항상 문부터 잠그도록 한다. 여섯째, 인터넷상에서 사귄 친구와는 절대 혼자 만나지 않는다. 위급상황 시 대처요령 성폭력 상황에 처했을 경우, ‘불이야!’, ‘살려주세요!, ‘악!’ 등 크게 소리치거나 호루라기를 계속 분다. 골목길일 경우 돌멩이 등을 집어 남의 집 창문을 깨뜨려 주변 사람들을 부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거운 짐이 있으면 버리고 신속하게 달아나도록 하고, 가까운 문구점, 약국, 편의점 등 아동지킴이집으로 신속히 대피해 구조를 요청한다. 또 112에 전화하거나 119에 신고한다. 119에 신고할 경우 위치 추적이 가능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집안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집기나 도구가 될 만한 물건을 이용해 창문을 깨뜨려 외부에 알린다. 반항을 했을 때 가해자가 거칠게 나온다면 복종을 하는 척 하다가 급소에 일격을 가한다. 단, 저항을 하면 가해자를 더욱 화나게 할 수 있으므로 도주할 통로가 있을 경우에만 이렇게 대처한다.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대처방법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되었을 경우, 숨기거나 혼자 고민하지 말고 반드시 부모님, 선생님, 친구 등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얘기를 하거나 여성 긴급전화(1366), 청소년 긴급전화(1388)에 연락을 취해 도움을 받아야 빠른 치유가 가능하다. 먼저 임신 예방과 치료, 증거 확보를 위해 몸을 씻지 말고 그 상태로 가능한 빨리 근처 산부인과나 병원응급실, ONE-STOP지원센터(전화번호117)에 가야 한다. 힘들겠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가해자의 신장, 체중, 인상착의, 행동특성 등 일어났던 상황을 기록해 두도록 한다. 또 고소 여부를 떠나 피해 당시의 속옷을 그대로 종이봉투에 넣어 보관해 두도록 한다. 무엇보다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본인은 물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범인을 잡을 수 있다. 성폭력 예방 및 대처방법을 숙지해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건강한 학교를 만들었으면 한다. -- 성폭력 예방(가해자, 피해자) 안내 1. 상대방이 거부하면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오. 2. 침묵은 동의가 아닙니다. 3. 성희롱, 성추행도 성폭력이며, 성폭력은 범죄행위입니다. 4. 음담패설을 부끄럽게 생각하십시오. 5. 이성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먼저입니다. 6. 피해자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세요. 7. 불쾌하거나 나쁜 접촉은 장난이라도 하면 안 됩니다. 8. 음란비디오나 음란사이트를 보지 마십시오. 실제와 혼동할 수 있습니다. 9. 교사는 별 생각 없이 학생에게 안마를 시키거나 하지 않습니다. (성희롱 예방) 10. 교사는 강제추행이나 성폭력 등 중대한 사안은 법적 의무사항이므로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합니다.
[PART VIEW]보통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을 꿈꾼다. 그저 정규직이 된다면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간절히 원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정규직은 유일한 소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미스 김은 정규직 제의가 들어와도 “난 노예가 될 생각은 없다”며 거부한다. 이 정도면 비정규직으로서 착취당하는 을이라기보다는 ‘근로 계약’을 좌우하는 권력자라 할 수 있다. 지난 12회 방송에서는 계약직 사원 정주리(정유미)가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도시락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도시락 카페 기획안이 사내 기획안 공모전에서 최종심의에 올랐지만, 계약해지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이 그려졌다. 정주리(정유미)의 독백은 의미심장하다. “누구나 한때는 자기가 크리스마스 트리인 줄 안다. 하지만 곧 자신이 트리를 밝히던 수많은 전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머지않아 더 중요한 진실을 알게 된다. 그 하찮은 전구에도 급(級)이 있다는 것.” 대부분 비정규직 계약직이라 할지라도 직장에서는 비슷한 업무를 하고 정규직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은 자신의 신분과 처지를 깨닫게 된다. 그 순간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오기도 하고 임금과 같은 예민한 영역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미스 김은 “계약직에게 성과라는 건 월급과 수당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인정받고 칭찬받으면 성장할 수 있는 건 정규직 직원에게만 해당하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비정규직의 고통 가운데 하나는 나아질 게 없다는 사실이다. 연봉 인상이나 승진은 그들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자신의 노력과 성과가 그 어떤 빛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지극히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이다. 비정규직은 변화가 없다. 반복만 있을 뿐이다. 본래대로라면 반복은 차이를 낳는다. 모든 반복은 그 자체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차이를 생산한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에서 ‘알바생’을 비롯한 시간제근로자,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에 차이와 변화를 낳지 못한다. 비정규직, 수많은 전구 중 하나일 뿐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현실에서 드라마 ‘직장의 신’은 한국사회의 오늘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주인공 미스 김의 모습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처한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스스로 극복해가는 일종의 긍정적 성공형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결국 실제 현실에서 자신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그 어떤 힘도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좌절감을 맛보게 할지도 모른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비정규직’에 대한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다. 당연히 직장이라면 평생직장이라고 여겼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업을 하게 되면 좀처럼 이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IMF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직장에서 해고 혹은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비정규직은 단순하게 보자면 정규직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은 매우 다양하고 넓은 스펙트럼을 포함하고 있다. 단순한 시간제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문직 프리랜서도 의미상으로는 해당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성공과 부자 담론이 한창일 때 구조조정 등의 사회 현실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1인 기업이나 창조기업 등의 담론이 유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새로운 직업의 발견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안정적인 직장의 종말과 유동하는 노동인구의 급증을 표현하는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부자와 성공 담론, 자기계발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현실을 냉철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84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현실 얼마 전 울산의 한 대기업 하청업체 직원이 자살을 선택했다. 그는 정규직에 대한 꿈을 품고 입사한 계약직 비정규직 직원이었다. 하지만 꿈은 실현되지 못했고 오히려 계약해지를 당한 상태였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계약직 자리마저도 앗아간 대기업에서 30년 동안 근속하고 퇴직한 늙은 노동자였다. 그 아버지는 정규직의 꿈을 심어주며 아들의 계약직 입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아들의 죽음에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고 말한 늙은 아버지는 어쩌면 자신이 직장을 다니던 시절과 오늘날의 현실 사이에 놓인 간극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 비정규직을 둘러싼 현실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840만 명에 이르며, 이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임금 격차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태이며, 2012년 기준 정규직 대비 63%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에서 미스 김의 존재는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일까? 소설가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2003)이라는 산문집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밥은 누구나 다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가 있다. 밥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220쪽) 소설가는 밥의 의미를 내가 직접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개별적이고, 누구나 밥을 먹기 때문에 보편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삶이 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밥의 개별성과 보편성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아무리 밥이 개별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밥을 얻기 위한 일상의 노동이 더 이상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 정도 노동을 통해 최소한의 식량을 획득하던 근대사회를 훌쩍 뛰어넘고 말았다. 이제 밥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밥을 얻지 못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함께 밥상을 마주하고 앉는 이들은 줄어들고 있다. 혼자만의 밥상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타자의 고통은 실감나지 않는 무감각의 영역에 불과한 것이다. 즐거운 노동을 통한 밥벌이와 공동체 사회적으로 몇몇 사건이 터지면서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삶 속에서 갑과 을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것은 일상의 문제로 각인돼 있다. 마찬가지로 최근 감정노동 혹은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 갑을 관계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감정노동이 아닌 게 어디 있겠는가. 노동은 신성하다. 인간의 생물학적 삶을 유지시키고 나아가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노동이 생물학적 삶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인간의 노동은 우울해진다. 노동이 삶의 기쁨이라는 과정에 속하려면, 미스 김처럼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이라도 자유롭고 당당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성향이나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구조적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울한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노동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1. 가족끼리 진짜 친해지기가 점점 어려운 세상을 사는 것 같다. 그러기는커녕 불화와 갈등이 더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것이 가족인지도 모르겠다. 헐벗고 못살 때는 이런 걱정은 오히려 덜했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은 신화나 전설처럼 아득한 화석으로 남는 것일까. 자녀사랑이니 효도니 하는 것들에서도 왠지 이기적 술수들이 숨어서 넘실대는 느낌도 든다. 부모는 자애하고 자식은 효도하라는 것 사이가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멀고 무관하다. 세태를 탓하기는 쉬워도 막상 진지하게 깨달아 실천하기는 날로 더 어려워 간다.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과 어버이를 받들고 감사하는 일이 서로 힘을 보태고 정을 더욱 도탑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사이에는 어떤 필연의 섭리가 있다고 생각을 해 보자. 자녀들 사랑하기는 자녀들이 그것으로 인하여 마침내 어버이를 다시금 느끼고 생각하는 데에 이르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버이 받들기 또한 부모님들을 하루 호강시켜 드리는 이벤트로 끝나서는 모자란다. 어버이 공경하는 일로 인하여 마침내 부모가 자녀들을 다시금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데에 이르게 할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 사랑이든 효도이든 베풀거나 섬기는 쪽에서 상대를 향해 그저 일방적으로 처리해 내는 행사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자녀사랑과 효도는 일방적이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한다면서, 우리는 자녀를 부모의 욕심과 부모의 심리적 결핍을 메우는데 억지로 끌어다 넣은 적이 너무도 많다. 부모 세대가 겪은 가난이 문화적 상흔(Trauma)로 작용하는 것일까. “아이구! 이것아, 엄마 시키는 대로만 해, 네 장래는 엄마가 행복하게 만들어 줄게. 아무소리 말고 따라와.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다.” 그래서 온갖 학원과 과외 공부로 아이들을 끌어간다. 이런 식의 ‘자녀 챙기기 모드’를 요즘 부모 세대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이가 느끼는 억압과 부자유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아이가 해 보고 싶은 것에 대한 몰이해는 부모의 고유한 권한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PART VIEW] 사교육 광풍의 근원에 부모의 ‘내 자녀만 출세시키기’의 무의식적 욕망이 있다. 이 무의식적 욕망은 가히 오늘 일부 학부모의 집단 무의식이라 일컬을 경지에 달했다. 그 근저에는 한국 사회의 병리적 성장의 그늘이 있다. 어쨌든 ‘내 자녀만 출세시키기’를 자녀 사랑이라고 스스로 우기면서 이것을 정당화 하는 자기 최면을 건다. 여기에는 자녀의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최고의 가치로 놓는, 그런 배려는 없다. 부모가 추구하는 어떤 다른 욕망의 수단으로 자녀를 끌어들이는 무의식 기제가 은연중에 작동한다. 이는 부모 본인조차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왜곡된 사랑’의 일종이다. 이 사랑(?)은 마침내 지독한 자녀 ‘관리(management)’의 모드로 변질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갈수록 부모의 일방적 치달음임을 보여줄 뿐이다. 2. 이렇게 자녀를 챙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교육비 부담에 골몰해야 하는가. 이런 풍조는 그럴만한 돈이 없는 부모에게는 막막한 좌절감을 준다. 돈이 없으니까 부모 노릇 제대로 못한다는 자학의 심리가 생겨난다. 실제로 한국의 부모들 가운데 이런 자아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래서 막상 자녀와 어떤 상황을 헤쳐 나가기도 전에 부모로서의 사랑 자체를 미리 포기하거나 팽개치는 부모 유형도 없지 않다. 돈이 없으면 자녀를 사랑할 수 없는가. 돈이 없으면 자녀를 사랑할 수 있는 어떤 방법도 불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 주려는 노력을 왜 교육적 사회적 의제로 고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가. 돈이 없으면서도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도 허다히 있다. 우리의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도 이제는 그런 정신적 사회적 지향을 가져야 한다. 돈으로 충분히 교육시키고 많이 사 주었으면서도 자녀를 사랑으로 키우지 못한 부모도 많다. 유족한 경제적 지원과 남이 부러운 스펙을 만들어 주었는데도 자녀의 삶과 인생이 행복하지 않은 경우는 너무나 많다. 일방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방적이기 때문에 교감을 가질 수 없다. 그런 때일수록 돈으로 대신하려는 모습이 드러난다. 자녀 사랑하기에서도 그러하고 부모님 효도하기에서도 그러하다. 유대인들이 삶을 살아가는 전통적 지혜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할 때 돈으로 주지 말라는 것이다. 사랑을 담은 어떤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에 돈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애정으로 준 돈이라 해도 돈이 아이들에게 가면 고마움과 사랑의 정은 잠시 머물다가 이내 그것은 구매 욕망으로 변질된다. 누구의 호의와 진정을 돈으로 받은 순간, 그 사람은 그 돈으로 자신의 어떤 욕망을 구매할 것인지에 매달리게 된다. 돈으로 구매한 욕망은 그것을 소비하는 순간 애초에 그 돈을 준 사람의 사랑과 진정은 사라지게 된다. 더구나 오늘날의 돈은 그 자체가 욕망을 찾아 나서게 자극하는 대체물일 뿐이다. 3. 자녀 교육과 혼사에 억(億)대의 돈을 쏟아 부은 부모들은 결혼하는 자녀에게 집을 사주고 사업하는 자녀에게 사업자금까지 대준다. 우리가 좀 잘 살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런 풍조는 그야말로 대세를 이루었다. 문화가 된 셈이다. 이런 사랑(?)은 아이들을 불행하게 한다. 부모도 불행해진다. 사실 뒷날 이 부모와 자녀 간에 생기는 갈등은 그 진원지가 바로 여기이다. 이렇게 기른 아이가 나중에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불효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하나의 황폐경은 또 다른 병리현상을 불러온다. 여성부의 청소년 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들의 93%가 대학 학자금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또 87%가 결혼비용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74%는 결혼할 때 부모가 집을 사주거나 전세자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의 용돈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청소년도 76%에 달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대출금을 갚지 못한 2100건의 주택담보 대출을 경매 처리했다. 이런 경매 물건의 20%가 부모 집을 담보로 자녀가 사업자금을 빌려 쓴 것이라는 것이 은행 측의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경매팀장은 “70대 노인들이 은행을 찾아 와 ‘살려 달라’고 읍소(泣訴)하는 것을 보면 부모 노후 자금까지 말아먹는 자식들이 너무 밉다”고 말한다. 효는 마음 그대로 공경에 바탕을 두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것으로부터 한참 멀어졌다. 효라는 것도 돈이 지배하는 세태가 되었다. 돈이 있어야만 효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로 많다. 돈이 있는 곳에만 효 비슷한 것이라도 볼 수 있는 그런 세태가 되었다. 유전유효(有錢有孝) 무전무효(無錢無孝)라고나 할까. 딱하고 안타까운 것은 돈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데에 있다. 부모를 모실 자식이 돈이 있어야 효를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 그나마 상식 수준의 세태라고 접어둔다 하자. 오늘날의 효의 세태는 부모가 돈을 쥐고 있어야 그나마 자식이 효도하는 척이라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슨 효인가. 가짜 효도이고 짝퉁 효도이지. 부모에게 상속받을 돈에 마음이 가 있어서 하는 효가 무슨 효인가. 이렇게 마음속으로 따져보고 울화를 삭여도 ‘돈 있는 데에 효도 있다’는 이 불편한 진실은 요지부동이다. 가짜 효도이면 어떻고 짝퉁 효도이면 어떤가. 그것조차도 아쉽고 필요한 지경으로 우리들 효의 세태가 황폐해져 간다. 더 불편한 진실도 있다. 은행 PB(프라이빗 뱅킹) 센터를 이용하는 재산가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예탁잔고 증명서를 집 밖에서 수령한다. 자녀들이 재산상황을 알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란다. 아예 효 자체를 기대도 않는다고나 할까. 자녀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 것인가. 부모를 어떻게 섬겨야 하는가. 그 본질에서 우리는 얼마나 멀리 떠나와 버렸는가. 사랑이든 효이든 돈으로 요란스럽기는 한데, 진정한 소통과 아름다운 교감은 밀려나고 있다. 화창한 봄날인데도 우울하다. 아니 아프다. -- 박인기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한 교육학 박사다. 교육방송 프로듀서,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독서학회 회장을 역임, 현재는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학교육론, 교사와 책, 국어교육과 미디어 텍스트, 스토리텔링과 수업기술, 교과는 진화하는가 등의 저서와 산문집 송정의 환, 사계의 전설이 있다.
김수영을 위하여 | 강신주 저 | 천년의 상상 | 2012 책의 디자인과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애인 김수영을 기리기 위해 쓴 책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 강신주는 고인이 된 시인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글을 썼다. 단순한 애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김수영 시인의 삶, 철학과 사상을 통해 인문학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있다. 문학과 철학의 만남, 김수영과 강신주 철학가 강신주의 책 김수영을 위하여는 학창 시절 ‘풀’이란 시로 누구나 한 번쯤 만나 보았을 시인 김수영의 재발견, 모색의 시간이다. 강ㅁ신주는 김수영 시인이당당하고 자신에 대해 한없이 정직하고자 했던 시인임을 알게 해준다. 자유가 억압받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꿈꿨던 김수영의 모습을 철학의 관점에서 시와 함께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책은 ‘시인을 위하여’. ‘사람을 위하여’, ‘자유를 위하여’라는 총 3부작으로 구성돼 있다. 3부작에 실린 키워드는 김수영 시인을 대표하는 단어란 생각이 든다. 시인, 사람, 자유를 위해 온 몸으로 삶을 살다간 김수영 시인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인문학 책에서는 드물게 김수영 연보 및 본문에 수록된 김수영 작품의 발표시기 등이 기록된 부록이 딸려온다. 일일이 책 속을 훑고 찾아내 읽어야 되는 수고를 덜어주며, 언제 어디서라도 손을 뻗으면 김수영의 시에 닿을 수 있다. 시인 김수영이 경험한 자유의 정신 김수영이란 시인에 대해 안다면 그의 시를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김수영은 2년간의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의 생활을 통해 매번 삶과 죽음, 이념과 국가에 대해 고민하는 나날들을 보냈다. 반공 포로의 신분으로 보냈던 2년의 시간은 김수영에게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이 경험이 ‘조국에 돌아오신 상병포로 동지들에게’란 시를 만들어 냈다. 또 크게 사랑했지만 처에게 거부당하고, 상처와 모욕감을 느끼며 다시 좌절하는 김수영을 발견할 수 있다. ‘너를 잃고’란 시를 통해 상처 난 마음을 정리하려고 애쓰며, 회복하려는 모습은 김수영의 시가 왜 그토록 서럽고, 절박했었는지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PART VIEW] 김수영이 꿈꾸던 사람을 위한 중용의 사회 시인 김수영이 꿈꾼 중용의 사회는 단독성이 실현되는 동시에 보편성도 확보되는 사회, 즉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제스처로 살아가지만 때로는 서로 아름답게 때로는 아프게 공명할 수 있는 사회였다. 시인 김수영은 억압의 1960년대에 시로 ‘자유의 회복’을 외치며, 시인으로서의 삶에 부합하며 살아간다. ‘사람을 사랑하고, 시대정신을 갖춘 시인’ 김수영의 시는 당대를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많은 힘을 준다. 인문학의 본질, 자유로운 삶의 의미 김수영을 위하여의 중요한 메시지는 인문학의 본질이 바로 ‘자유’라는 점이다. 책 구석 구석에서 강신주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방식을 조언한다. 진정으로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다시 말해 타인의 스타일을 모방하지 않고 살아내라고. 김수영의 삶과 문학 작품을 통해 진정한 문학이 주는 힘(자유의 정신)에 대해 생각하며,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동물이 있는 수목원, 베어트리파크 10만 여 평의 숲에 150여 마리의 반달곰과 꽃사슴이 산다. ‘어른들 팔뚝’보다도 더 튼실한 오색연못 속 비단잉어 무리는 영롱한 색을 뽐내고 각종 수목과 꽃, 희귀분재 1000여 종과 40만 여 그루의 초목류와 산수조경은 관람객의 한 걸음 한 걸음에 황홀함을 얹는다. 이곳은 송파 이재연 설립자가 젊은 시절부터 가꿔온 수목원을 더 많은 사람과 더불어 즐기기 위해 2009년 베어트리파크란 이름으로 개원한 곳이다.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심었던 화초와 향나무는 세월이 흘러 늠름한 아름드리가 됐고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반달곰과 사슴, 비단잉어는 초대형 가족을 이뤘다. 자연 속에서 자라는 공작새들은 마치 관람객을 구경나온 듯 유유히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유유자적한 모습이 신기해 따라가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니 이런 인기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꼬리를 활짝 펴고 자태를 뽐낸다. 보기 드문 흰 공작새도 만날 수 있다. 엄마를 쫓는 병아리마냥 어린이날을 앞두고 선생님을 쫓아 이곳을 찾은 유치원생들의 빨강, 노랑, 분홍 원복이 자연과 어우러져 싱그럽고, 재잘재잘 아이들 소리는 공작새의 요란한 노래와 함께 수목 사이로 스며드는 행복한 봄날이다. 색색의 향연-오색연못·베어트리정원 팬지, 비올라 등 형형색색 꽃들이 길을 안내하는 진입로를 따라가면 제일 먼저 500여 마리의 비단잉어가 환영인사를 하는 오색연못을 만난다. 물 반 잉어 반,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것 같은 잉어들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이곳에서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는 웰컴하우스까지 가는 길은 푹신푹신, 우레탄 길로 돼 있다. 아이들이 넘어지면 안전하게 받아주고, 어르신들의 무릎 충격은 완화해 준다. 웰컴하우스 앞에 이르니 곰 동상이 아이들을 품에 앉고 환영인사를 건넨다. 그 옆으로 펼쳐진 잔디밭에 조성돼 있는 이국적인 나무들은 아이들 눈에도 신기한가보다. 친구와 함께 만지고 뜯고 차고, 구경하기 바쁘다. 웰컴하우스 2층에 올라가면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다. 비록 초입의 전경이지만 뒤에 펼쳐질 베어트리아트를 상상하기에 충분한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웰컴하우스 뒷문을 통해 나가면 형형색색의 꽃들이 좌우대칭으로 피어나 입체적 조형미가 돋보이는 베어트리정원이 펼쳐진다.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풍광을 자랑하는데 여름엔 통나무 폭포가 시원한 볼거리를 선사한다.[PART VIEW] 동물친구를 만나다-애완동물원·반달곰동산 꽃들과 만났다면 이번엔 살아있는 동물친구들을 만날 차례. 산책로를 따라 애완동물원에 들어서면 새끼 곰, 강아지, 염소, 토끼, 고양이, 원앙을 비롯한 갖가지 조류들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게으른 것인지 피곤한 것인지 비글 녀석들과 염소, 산양들은 늘어지게 잠을 자고 새들은 고운 목소리로 목청을 높인다. 흰 공작새는 높이 올라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거만하게 관람객을 내려다보고 있다. 유아기는 벗어났지만 아직은 어린 새끼 곰들은 나무타기도 하고 타이어에도 오르며 재주를 한껏 뽐낸다. 그러나 아직은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실수가 잦다. 나뭇가지 꼭대기에 올라간 녀석은 딴에는 편한 듯 여유를 부리지만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 보는 이들은 가슴을 졸인다.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이를 구경하던 아가들이 오히려 “싸우면 안 돼”라며 말리는 모습이 재밌다. 애완동물원의 최고 귀염둥이는 태어난 지 이제 90여 일 된 아가 곰들. 사육사가 일일이 젖병을 물려줘야 하는데 차례를 기다리는 아가 곰들의 처절한 매달리기가 눈물겹다. 젖병 빠는 모습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한 녀석들은 이내 쌔근쌔근 잠에 빠져 든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모습이다. 곤히 잠든 아가 곰의 집에 어느 샌가 흰 공작새 두 마리가 날아와 함께 졸고 있다. 귀여운 동물들을 뒤로 하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반달곰동산으로 향한다. 구덩이처럼 파인 4개의 커다란 구획 안에 반달곰과 불곰이 살고 있다. 관람객은 위에서 곰들을 내려다 볼 수 있고 무인 판매하는 곰 먹이를 사서 직접 던져줄 수도 있다. 이미 이곳 생활에 익숙한 ‘눈치 백단’의 곰들은 먹이를 든 사람을 용케 알아보고 그쪽으로 모인다. 그리고 높은 곳에 올라가 손을 드는가 하면 손바닥 치기, 뒹굴기 등 한껏 애교를 부려 먹이를 쟁취한다. 먹이에 관심 없는 녀석들은 신선처럼 물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타워 꼭대기에 올라가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엄청난 수의 곰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또 다른 세계-야생화동산, 전망대, 곰조각공원 커다란 호수와 함께 조성된 야생화동산은 또 다른 세계다. 호수가 뿜어내는 시원한 물줄기와 짙어진 녹음 속에서 잠시의 휴식을 취하다보면 향나무와 다양한 수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성스런 손길이 느껴지는 수목이 이곳의 품격을 높인다. 쉬엄쉬엄 올라간 전망대는 수목원의 위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이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공작새들이 놀랍다기보다는 친근해 말을 건네 본다. “너 왜 혼자 여기 왔어?” 사람 말이라고 무시하나? 곁눈질 한 번 없이 제 갈 길을 가버린다. 온 길을 되돌아 내려오니 조금 전까지 떠들썩하던 잔디광장이 조용하다. 대학생들이 조를 이뤄 놀러온 모양인데 잔디광장에서 실컷 게임을 즐기고는 여정을 재촉한 듯 보인다. 아름드리 신기한 수목들을 따라 길을 가니 곰조각공원이 나온다. 최고의 포토존으로 꼽히는 이곳은 전춘희 작가의 새총곰 가족 이야기 동화를 바탕으로 고정수 작가가 구성한 곰조각공원이다. 결혼식에서부터 새총곰의 딱지치기, 줄넘기, 물고기잡이 등 의인화된 곰의 재미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조각공원 옆에 조성된 송파정에서는 비단잉어를 잡고 있는 흰곰조각도 만날 수 있다. 실제로 물속을 유유히 노니는 비단잉어에게 제발 저 흰곰들에게는 가지 말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풍경이 살아있다. 반세기 동안 가꿔온 비밀정원들 오르막길을 따라 새로운 세계와 만났다면 이제 내리막길을 따라 반세기 동안 가꿔온 비밀정원들을 만날 차례다. 열대식물원, 수련원, 하계정원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괴목의 줄기와 가지를 따라 단아한 능소화가 올라가도록 삽목해 놓은 하계정원은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으나 기이한 모습을 연출한다. 6~8월 꽃이 피면 향나무 고사목을 감싼 오렌지색과 주황색의 능소화 넝쿨이 마치 미녀와 야수를 연상케 한다고 한다. 오랜 세월의 모습을 보여주는 고목들이 기이하게 자리한 송파원도 관람객의 발걸음을 잡는다. 인도네시아가 원산지인 800년 된 근육질 모양의 기이한 용근목(龍根木), 천년의 생을 다한 주목을 들여와 어린 주목이 지탱하게 함으로써 이후의 천년을 기약하고 있는 주목 등 특이한 볼거리가 풍부하다. 이밖에도 분재원, 향나무동산, 자혜원을 차근차근 짚어 내려오다 보면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한 베어트리파크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 베어트리파크 여행 팁 승용차 네이게이션 포인트 베어트리파크 (세종시 전동면 송성리 8-5) 기차 이용해 찾아가는 길 전의역(무궁화호) 하차, 택시 이용 시 약 5분 이용시간 4~9월_ 오전 9시~오후 6시 30분 10~3월_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4~10월_ 평일 : 대인 1만 원_ 소인 8000원 (주말 공휴일엔 대인 1만 3000원) 11~3월_ 대인 8000원_ 소인 6000원 홈페이지 beartree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