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7,439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들어가며 최근 우리 사회는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학생자치회 강화 등으로 학생의 인권은 신장하였지만, 이에 반해 교육활동 침해사안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급변하는 교육환경 적응에 대한 어려움으로 교원의 사기 또한 저하되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원지위법」이 제정되었으며,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시·도교육청별 교권보호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는 「헌법」 제31조 제4항, 「교육기본법」 제14조,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을 근거로 하여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정책으로 추진 및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권과 학생인권의 균형에 대한 교육주체들의 인식이 부족하며, 제도적 지원의 부족으로 교육활동 침해사안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학생을 가르칠 권리인 교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고있는 상황에서 교육활동이 보장되는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 할 수밖에 없다. 교원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때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뿐 아니라 보다 나은 수업과 생활지도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한 교육활동 보호의 의미와 정책 및 제도 그리고 교육공동체가 함께 균형을 이루는 교육활동 보호 실천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의 의미 가. 교권의 의미 현재 법령에서는 교권의 개념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자별로 교권의 개념이 다양하게 논의된 바 있다. 이차영(2016)에 의하면 교권은 교원의 권위 혹은 권리를 가리키는데 전문적 권위는 교원이 갖는 전문적 능력이나 인격에서 나오며, 제도적 권위는 전문적 권위를 바탕으로 학교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교원에게 부여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명주(2017)는 ‘교육할 권리, 신분상의 권리, 재산상의 권리’를 법규적 측면의 권리로, ‘전문적 권위, 도덕적 권위’를 규범적 측면의 권위로 규정하고 있다. 여러 법령에서 교원의 권리 및 권위와 관련되어 명시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나. 교육활동 보호의 의미[PART VIEW]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약칭: 「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에서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규정하기 전에는 ‘교권침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이에 「교원지위법」에서는 교원보호의 목적이 ‘교육활동 보호’에 있음을 밝히기 위해 ‘교권침해 행위’ 대신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명명한 바 있다(교육부, 2022). ‘교육활동’은 교원·학생·학부모 등 모든 교육주체를 포함하고 있으며 ‘교육활동 보호’는 ‘교권’을 확대하여 교원의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보호함으로써 학생의 학습권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국 시·도교육청에서는 지역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교원이 존중되는 문화조성을 위해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교권’을 포괄하면서 교육활동이란 ‘소속 학교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상해·폭행·협박·모욕, 성폭력 범죄 및 불법정보 유통,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등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교육활동의 침해행위의 주체는 ‘소속 학교의 학생 또는 보호자 등’이며,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객체 또한 ‘교육활동 중인 교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항은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교육활동 보호정책 2012년 사회적 문제로 부각한 교권침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교권보호 종합대책(2012.8.28.)’을 수립하였다. 여기에서는 교권침해 학생과 학부모 조치 강화, 피해교원 치료 및 상담 지원, 교권침해 은폐 방지 및 예방 강화, 시·도교권보호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교육부, 2012). 이후 2016년 ‘교육활동 보호’를 추가한 명칭과 내용으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개정되었고, 교권치유지원센터를 각 시·도에 지정·운영하는 지원방안이 제시되었다. 2019년에는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발생한 분쟁에 대해서 교원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지원단의 구성 및 운영(제14조의2)’,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피해를 입은 교원을 위한 ‘특별휴가(제14조의3)’, 교육활동 침해유형과 보호조치에 관한 규정을 명료화한 제15조를 신설하였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 증가 및 대응제도가 미흡하다는 여론을 반영하여 교육부에서는 2022년 9월 학교의 교육력 회복을 위한 교육활동 침해예방 및 대응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활동 보호제도 「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에서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란 ‘소속 학교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상해·폭행·협박·모욕, 성폭력 범죄 및 불법정보 유통,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등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주체는 ‘소속 학교의 학생 또는 보호자 등’이며,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객체 또한 ‘교육활동 중인 교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항은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보호제도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교육활동 보호 구현방안 학생의 인권과 교권의 관계가 대립이 아닌 상호 인격적 보완관계라는 점을 학술적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 김철(2012)은 독일의 교육학자 놀(Nohl)의 교사-학생의 ‘교육적 관계이론’을 통해 교육적 관계의 본질이 상호 신뢰에 기초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교권은 학생에 대한 헌신과 권위로 나타난다. 학생의 대응은 교사의 헌신에 대해서는 신뢰로, 교사의 권위에 대해서는 복종으로 나타나는데, 헌신에 대한 신뢰는 학생으로 하여금 더욱더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전(2021)은 교권과 학생인권의 관계가 상호보완관계로 설정되어야 하며 교권과 인권의 균형과 조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가. 교권과 학생인권의 균형에 대한 교육주체들의 인식 전환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가 결국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로 이어진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학교현장에서 발생하는 교권과 학생인권의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교육주체들의 인식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주체 간 상호존중의 문화 및 공동체성 형성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모든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생활 약속(배움 약속, 공동체생활 약속, 놀이약속 등)을 정하고 함께 실천할 수 있도록 전자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아고라광장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서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교육공동체로서의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학교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활동 침해와 관련된 제도의 정확한 취지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교사·학부모·학생 교육 3주체와 교육행정직이나 교육공무직을 비롯한 교육주체들이 학교의 비전과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 또 교육공동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내면화하고 성찰할 수 있는 학교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나. 교육주체별 역량 강화와 실천 학교구성원들의 갈등관리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서는 다양한 갈등상황을 관리하고 극복할 수 있는 교육주체들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첫째, 학생 성장단계별 교육활동 보호교육을 실천한다.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예방교육을 폭력이나 침해관련 예방교육과 통폐합하여 운영하고, 학교급별로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을 위계화하여 진행한다. 또한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학교폭력예방교육과 같이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학생들의 성장단계에 맞는 인권감수성교육을 확대 시행한다. 둘째, 학부모 대상 역량강화는 교육활동 보호교육 및 홍보를 중심으로 실시한다. 교육활동 보호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담은 법령 이해 교육을 우선 실시하고, 교육활동 보호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게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교육하도록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학부모교육을 전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 내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학부모교육을 확대하고 내실화하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셋째, 교사들의 교육활동에서 나타나는 침해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성장주기에 따른 맞춤형 연수가 필요하다. 침해유형 및 대응역량과 대응방식 그리고 회복탄력성도 교사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교사 스스로 자신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우선시하고 회복탄력성에 대한 역량을 갖도록 교육한다. 또한 학생을 이해하고 다양한 정서적 특성을 가지는 학생 유형을 이해하는 내용의 연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나가며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결코 대항적 관계가 아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의 관계 역시 매우 상보적 관계이다. 구정화(2014)는 교사의 교육권은 그 자체로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에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따라서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학생인권은 민주적이며 전문적인 교권과 상호 안정을 이루어야 하고, 모든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될 때 학교교육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교육은 공동체를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공동체성을 길러주는 주요한 통로로 기능해왔다. 교사와 학생, 가르침과 배움이 균형을 이루는 관계에 기초한 공동체를 위해 교사를 존경하고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교육공동체가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는 학교문화가 회복되길 기대해본다.
칭찬받는 기획안의 특징 이호철은 맥킨지식 문서력에서 상사가 문서에 불만족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주장하는 결론이 명확하지 않다. 둘째, 문제-원인-결과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 셋째, 상사의 의도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 기본적 틀이 갖춰져 있지 않다. 더불어 내용이 장황하고 초점이 없거나, 읽을수록 오히려 궁금증이 더 생기며,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안 보이는 경우 상사가 기획안이나 보고서에 불만족한다고 보았다. 존 와이트(John Wight)는 ‘문서는 배려의 산물이다. 독자의 눈높이를 생각하고, 그의 마음을 읽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획안을 잘 쓴다고 인정받는 것은 기획력을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획안을 작성할 때 존 와이트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기획안이나 보고서가 독자인 타겟에게 매우 훌륭하게 작성되었다고 칭찬받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까? 첫째, 기획 목적의 적합성이다. 기획하려는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도 전체 내용이 목적과 취지에 잘 부합해야 한다. 기획안을 읽으면서 ‘왜 이런 기획을 한 것인지,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게 해선 안 된다. 기획의 목적과 주제에 공감하고 가치 있는 기획안이라고 인정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획안을 작성하기 전에 목적과 주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토의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기획 내용의 정확성이다. 훌륭한 보고서(기획안)는 신뢰할 수 있는 자료로서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신뢰와 믿음을 받게 된다. 데이터를 인용하였다면 그 출처를 분명히 밝혀야 하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혼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주관적이고 특정적 관점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을 균형 있게 담아야 한다. 셋째, 기획안 정리의 간결성이다. 기획하려는 내용과 취지가 분명하게 드러난 기획안이 좋게 평가받을 수 있다. 보고서나 기획안의 내용과 구성이 산만하지 않도록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많은 내용을 담기보다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가급적 불필요한 미사여구나 수식어 사용은 피해야 한다. 헨리 워드 비처(Henry Ward Beecher)는 ‘형용사는 회초리로 쓸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나뭇잎과 같이, 보기에는 좋으나 쓰기에는 거추장스럽다’고 강조하였다. 비처의 주장대로, 형용사는 꾸미는 말로서 화려하지만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어 설득이나 정보 전달의 목적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짧고 간략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목적을 충실히 담은 기획안은 칭찬받기 쉽다. 넷째, 기획안 이해 수준의 난이도이다. 가장 훌륭한 보고서나 기획안은 설명을 따로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작성된, 다시 말해 읽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작성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획안을 작성한 사람이 해당 주제에 대해 가장 잘 안다. 기획안 작성자는 기획안을 작성하면서 많은 정보검색을 하고 다방면으로 검토를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나 기획안은 도표나 그래프를 활용하면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작성자가 보고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화하고 있어야 기획안을 쉽게 쓸 수 있다.[PART VIEW] 다섯째, 기획안의 완결성 및 보고 시점의 적절성이다. 기획안에 있어 완결성이란 작성자를 불러 묻지 않아도 외부전송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보고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의문사항을 체크해 보고, 기획안이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적절한 타이밍에 보고되어야 좋은 기획안이다. 아무리 가치 있는 정보와 좋은 내용을 담고 있더라고 때를 놓치면 효용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TIP _ 기획안(보고서) 작성 원칙 • 청와대 비서실 1) 기획(보고)하고자 하는 내용 중에서 가장 비중있는 사안을 앞에 부각시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뒤쪽에 배열한다. 중요한 사안을 뒤쪽에 배열할 경우, 통일성과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한다. 2) 최대한 객관성과 정확성이 있는 문장을 사용하여 기획안(보고서)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글의 리듬과 탄력이 있도록 간결하면서 명료하게 작성한다. 본문에 해당되는 관련 사항(실태 및 현황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한다. 3) 보고받는 사람이 쉽고 편안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하여 어려운 문장은 가급적 피하면서 평이하게 풀어서 표기한다. 딱딱한 문어체보다 구어체를 쓰되, 지나치게 길지 않도록 하고 문단의 길이는 가급적 2~3줄을 넘지 않도록 유의한다. • 미국 CIA 정보 보고서 1) 결론을 먼저 서술하라(put big picture, conclusion first). 2) 판단을 먼저 제시하고 뒤에 보충할 수 있는 사항을 기술하라. 정보 사용자는 시간이 촉박하여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를 빨리 알고 싶어 한다. 3) 정보의 조직화·체계화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입수된 정보를 논리적으로 체계화하여 불필요한 반복을 피하고 요점을 정리하라. 4) 작성자와 보고받는 자가 똑같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적합한 언어를 구사하라. 5) 단어의 경제성을 고려하라. 짧은 문장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해도를 제고시키므로 두 줄 정도가 적절하다. 6) 생각한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라. 표현이 불분명하면 내용도 불분명해지므로 작성 전에 생각하는 바를 미리 정리한다. 7) 가급적 능동태 문장을 표현하라. 능동적 문장은 직접적이고 확실하고 적극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8) 정보 사용자의 수요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보 사용자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9) 동료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라. 동료들의 통찰력과 지식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기획자의 생각법, 김희영, 갈라북스, 2020. 밑그림부터 그리는 기획안 작성 펩시코 최고경영자 인드라 누이는 “메시지를 단순하게 만들어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없다면 대중이 따르도록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어려운 내용을 설명할 때 ‘짧고 쉬운 문장’을 사용하는 것도 메시지를 단순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그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신뢰감 있고 지적인 인상을 주고 싶다면 간단한 말을 복잡하게 하지 말라’고 하였다. 기획안을 작성할 때 어려운 단어나 용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쉽고 단순하게, 그리고 간단하게 서술하는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다. 기획안을 작성할 때, 가장 먼저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도출하는 것이 좋다. 정보전달(제공)인지, 의사결정을 위한 것인지 기획안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를 분명히 세워야 한다. 기획안 작성 과정에서 목표를 변경할 수도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쓰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방향을 분명히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목표 설정 이후 어떤 내용을 풀어나갈 것인지 대략적으로 구상한다. 전체 목차를 설정하고 목차별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기획안 작성의 큰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이때 어떤 식으로 주제를 다루고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지, 분량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도 생각해 둔다. 셋째, 준비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구조화한다. 사실을 전달하거나 정보를 보고하는 형식이라면 내용이 상대방에게 쉽게 전달되도록 간결하게 정리한다. 무엇을 기획하거나 설득하기 위한 경우,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위해 각각의 핵심내용이 논리적인 유기성을 갖도록 정리해야 한다. 주어진 과제 유형에 맞는 구조화의 단계를 거쳐 문서의 핵심내용을 써야 한다. 넷째, 보고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기획안의 내용과 형식, 구체성의 정도, 분량 등을 적절하게 조절한다. 기획안의 초안을 작성하는 것은 기획안의 전체 모습(조감도)을 그리는 것과 같다. 조감도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봤을 때의 모양으로 그린 그림이므로, 초안이 있으면 건물을 한 눈에 볼 수 있듯이 완성될 보고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초안은 개요를 수기식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고, 마인드맵의 형식으로 작성할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 링컨은 ‘나무 베는데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가는데 45분을 사용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가령 기획안 작성에 1시간이 소요된다면, 구상하는 시간은 45분 정도 할애해도 15분이면 작성하기에 시간은 충분하다. 기획안 작성에 앞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과정이 익숙해지면 더 이상 기획안 작성이 두렵지 않게 될 것이다. TIP _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 • 몽테뉴의 수상록 _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잘 생각하는 것이다. 글쓰기 위한 정보는 널려 있고 글감은 많다. 구슬을 꿰는 ‘실’이 필요하다. 그 ‘실’은 바로 ‘생각’이다. 생각이 글쓰기의 기본이다.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글을 잘 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글의 주제에 대해 흠뻑 빠져야 하고, 빠져있는 기간이 길수록 좋은 글이 나올 확률이 높다. 와인이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숙성기간이 필요하듯이, 글도 생각의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 바버라 베이그(Barbara Baig) _ 하버드 글쓰기 강의 독자를 의식하는 글을 쓰자. 독자의 관심을 어떻게 끌어모을지,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독자의 관심을 어떻게 붙잡아둘지, 자신이 말해야 할 것을 어떻게 독자에게 분명히 밝힐지, 독자에게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하여 그들을 웃고 울거나 생각하게 할지 헤아려야 한다. 출처 _ 강원국(2017), 대통령의 글쓰기, 메디치미디어 기획의 실제: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서는 ‘공존과 상생’의 2022 평화·세계시민교육 기본계획(서울특별시교육청)에 초점을 맞춰, 정책기획안 작성의 시사점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존과 상생’의 평화·세계시민교육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비전’으로 지구촌 공동체, 더불어 함께 사는 세계시민 양성을 제시했다. 그에 기초한 ‘추진목표’로 공존과 상생의 글로벌 역량을 갖춘 민주시민 육성, 평화·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전문성 및 책무성 강화, 평화·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실천역량 증대로 정리하고 있다. 이상의 비전과 추진목표를 통해 ‘공존·상생’을 더불어 함께 사는 세계시민의 기본역량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존과 상생은 글로벌 역량, 민주시민 역량의 핵심 기저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평화·세계시민교육에는 기본적으로 공존·상생의 키워드를 밀접하게 연결시켜야 함을 유의해야 한다. ‘전문성·책무성 강화’, ‘사회적 인식, 실천 역량 증대(강화를 앞에 사용하였기에 중복을 피하기 위해)’ 등의 키워드가 기획안 작성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비전과 추진목표와 연계하여 핵심과제를 3가지로 우산살(?)을 펼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핵심과제❶ 학교별 평화·세계시민교육 자율시행 지원 확대 핵심과제❷ 평화·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개발 핵심과제❸ 평화·세계시민교육 교원 실천역량 신장 이상의 핵심과제를 분석해 보면 단위학교별 자율시행에 역점을 두고 지원확대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이다. 학교에서 운영해야 할 프로그램 개발과 그를 실제로 적용할 교원들의 실천역량 신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정책방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핵심과제별 세부추진과제는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가? 그에 대한 내용을 세부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핵심과제❶ _ 학교별 평화·세계시민교육 자율시행 지원확대 - 추진과제 ① 학교교육계획에 따른 평화‧세계시민 교육실시 지원 - 추진과제 ② 세계시민교육 실천학교 운영 및 세계시민혁신학교 운영 - 추진과제 ③ 자율적 학습동아리 운영 지원확대 • 핵심과제❷ _ 평화·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개발 - 추진과제 ① 평화·세계시민교육 교재 개발 - 추진과제 ② 평화·세계시민교육협의체 구성 및 운영 - 추진과제 ③ 세계시민교육 국제수업 교류 • 핵심과제❸ _ 평화·세계시민교육 교원 실천역량 신장 - 추진과제 ① 교원직무연수 운영 - 추진과제 ② 선도교사단 및 교사연구회 운영 - 추진과제 ③ 교원학습공동체 운영 - 추진과제 ④ 평화·세계시민교육 네트워크 구축 지금부터 핵심과제별로 어떻게 세부추진내용으로 기획안을 작성할 것인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핵심과제❶ 학교별 평화·세계시민교육 자율시행 지원확대를 위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일단 단위학교에서 자율시행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하고, 다음 단계로 학교별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화,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학습동아리 활성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에 기초하여 서울시교육청은 1) 학교현장의 자체 교육계획 수립을 통해 평화·세계시민교육 자율운영 지원, 2) 교육과정과 연계한 특색 있는 평화·세계시민교육 운영 결과 공유 및 학교 간 네트워크 구축, 3) 자율적인 학습동아리 운영을 통한 학교별 평화·세계시민교육 실천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추진과제 ①’인 학교현장의 자체 교육계획 수립을 통해 평화·세계시민교육 자율운영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학교교육계획에 따른 평화·세계시민교육 실시 지원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추진방향은 단위학교의 교육계획에 따른 평화감수성·세계시민성·문화다양성 교육실천 지원으로 설정하고, 세부추진계획안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 학교의 교육과정 전반에 편성, 범교과 학습주제로 제시 • 교과협의회를 통한 교육과정 재구성 및 교과 간 융합 교수·학습자료 활용 •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 운영 시 평화·세계시민교육 전문기관 연계 활용 • 계기교육, 교과수업, 학급 훈화, 관련 자료 탑재: 서울특별시교육청 홈페이지 세계시민교육(GCED) 자료실 • 평화·세계시민교육 컨설팅을 위한 인력풀 구축 및 지원 • 평화·세계시민교육 연수과정 개발 및 학교 안내 추진과제② 교육과정과 연계한 특색 있는 평화·세계시민교육 운영 결과 공유 및 학교 간 네트워크 구축 방안’은 세계시민교육 실천학교와 세계시민혁신학교 운영을 통해 학교별 교육활동을 중심학교별로 통합 네트워크화한다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고, ‘추진과제③ 자율적인 학습동아리 운영을 통한 학교별 평화·세계시민교육 실천방안’은 추진과제② 운영 결과 공유 및 네트워크 구축의 일환으로 동아리활동을 어떻게 연계하여 활성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정책기획안은 이상과 같이 어떤 목적과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작성하고자 하였는지를 ‘비전→ 목표→ 추진전략→ 세부추진계획(과제)→ 기대효과’ 등의 체제를 구분하여 분석해 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획안 작성의 역량과 내공을 쌓은 데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됨을 알게 될 것이다. 문제는 여러분들의 관심과 분석 안목, 꾸준한 작성 연습이다. 비유하건대, 어떤 우산을 펼치고자 하는지, 어떤 우산살을 몇 개 설정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개념과 아이디어·메시지·단어 등을 통해 우산의 색깔과 모양을 갖출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개요를 짜보고, 세부적으로 과제별 추진내용을 정리해 보는 연습을 꾸준하게 해보자. 특히 교육청의 핵심 전문용어와 개념, 아이디어들이 기획안을 작성하는 데 중요한 탄환(구슬)이 될 수 있으므로 눈에 익숙할 정도로 숙지할 필요가 있다. 다음 호에서는 핵심과제❷ 평화·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개발·보급과 핵심과제❸ 평화·세계시민교육 교원 실천역량 신장에 대해 정리해 보기로 한다.
2021년 기출문제 교직경력 5년인 여교사가 금년도에 출산을 계획하고 관련된 휴가에 관하여 문의하였다. 해당 여교사에게 출산과 육아에 관한 휴가제도에 관하여 출산 전과 출산 후로 나누어 설명하시오.(20점) 채점기준표 예시 답안❶ 여교사에게 출산과 육아를 위한 다양한 특별휴가제도가 있습니다. 우선 출산 전에는 다음과 같은 휴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PART VIEW] 또한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등의 난임치료를 받는 경우는 난임치료시술휴가를 1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체외수정 시술의 경우 여성교원은 난자체취일에 1일의 휴가를 더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신검진휴가는 임신검진을 위해 임신기간 동안 10일의 범위 내에서 반일 또는 하루 단위로 사용할 수 있으며, 유산·사산될 경우 임신기간에 따라 10일~90일의 유산사산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임신 중 심한 입덧이나 부작용으로 인하여 안정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일반병가도 가능합니다. 출산 후에는 아래와 같은 휴가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출산 후 보장된 45일간의 출산휴가도 가능합니다. 예시 답안❷ 여교사의 출산, 육아와 관련된 휴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출산 전 가능한 휴가 가. 출산휴가: 출산 전후 90(120)일(출산 후 휴가기간이 45일(60일)이상 확보) 나. 난임치료시술휴가: 시술 당일 1일 여성공무원 난자체취일 1일 추가 가능 다. 임신검진휴가: 임신검진을 위해 임신기간 동안 10일 범위 내(반일, 또는 하루 단위)로 사용 가능함. 라. 병가: 임신 중 심한 입덧이나 부작용으로 인하여 안정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일반병가 허가가 가능함. 일반병가는 연간 60일 이내임. 마. 유산사산휴가: 임신 중 유산 또는 사산한 경우 임신기간에 따라 다음 같이 사용 가능함. - 15주 이상: 10일 - 16~21주: 30일 - 22주~27주: 60일 - 28주 이상: 90일까지(단,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제외) 바. 모성보호시간: 임신 중인 여성교원 1일 2시간(1일 최소 근무시간이 4시간 이상일 경우 사용 가능) 육아시간과 중복 사용 불가 2. 출산 후 휴가 가. 출산휴가: 출산 후 45일 이상 확보 나. 육아시간: 만 5세 이하(생후 72개월 이전까지)의 자녀가 있는 경우 24개월 범위 내에서 1일 최대 2시간 사용 가능(일 최소 근무시간이 4시간 이상일 경우 사용 가능). 모성보호시간과 중복 사용 불가. 다. 가족돌봄휴가: 연간 3일 범위(24시간, 한 자녀는 2일, 시간 단위 사용 가능).
미래교육은 혁신과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인공지능·가상현실·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과 평가, 가상현실을 이용한 체험학습 등의 교육방법도 변화하고 있다. 또한 학습자 중심의 교육방식이 강조되면서 지식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습자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해졌다. 위 문단은 놀랍게도 챗GPT가가 작성한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교육에 대한 글’이다. 질문 하나를 입력했을 뿐인데 사람처럼, 때론 사람보다 더 정교하게 글을 써주는 대화형 AI 챗봇이자 생성형 AI인 ‘챗GPT’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화두이다. 지난 2월 충남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2023 대화형 AI 챗봇(ChatGPT) 활용 도움자료를 개발하여 한글파일 원본을 모든 학교에 보급하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충남형 AI 융합교육과정 이끎학교’를 운영하여 충남형 인공지능교육 기반 지능정보기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가장 최신이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뜨거운 챗GPT를 활용한 도움자료는 내게 신선한 교수·학습 자극을 주었다. 2023 대화형 AI 챗봇(ChatGPT) 활용 도움자료는 충남형 인공지능교육을 기반으로 가장 최신의 지능정보기술 활용에 따른 역기능을 예방하고 순기능을 교육적으로 강화하여 올바르게 지능정보 융합수업을 지원하는 교사용 도움자료이다. 챗GPT는 지난 3월 14일 이용 약관이 업데이트되어 보호자 동의를 받은 13세 이상 18세 미만 학생들도 학생 참여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교사용 수업지원 자료로 챗GPT를 활용하는 초등학교 수업을 구상하였다. 2023 대화형 AI 챗봇(ChatGPT) 활용 도움자료에는 ▲교과 연계 42주제, ▲창의적체험활동 연계 6주제, ▲학급운영 5주제, ▲기타 활동(전문적학습공동체, 보호자 연수, 업무활용) 4주제로 총 57가지 교육사례가 수록되어 있어 처음 챗GPT를 활용한 수업을 구상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어 도움자료에 수록된 초등학교 5학년 국어수업 ‘인공지능과 비교하며 내가 읽은 책 내용을 요약해요’를 재구성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PART VIEW] 활동❶ ‘한 학기 한 권 읽기’ 연계 환경도서 읽기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과 연계하여 환경도서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을 우리 반 학생들이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하였다. 우리가 체감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에 따른 환경보호가 더욱 중요할 뿐만 아니라 수업을 진행하는 시기가 3월 말이어서 매년 3월 마지막 토요일 1시간 동안 전등을 끄는 ‘지구 불끄기 환경캠페인(Earth Hour, 어스 아워)’과의 시의성이 잘 맞았다. ‘지구 불끄기 환경캠페인’ 배경지식을 활성화하기 위해, 먼저 환경을 보호했던 경험을 나누었다. 수도꼭지 잠그기, 쓰레기통에 쓰레기 버리기, 계단 이용하기 등 학생들은 생활 속에서 실천했던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함께 1시간 소등하는 ‘지구 불끄기 환경캠페인’ 모습을 담은 뉴스를 시청하며 이해를 넓혔다. 다행히 학교도서관에는 지구를 위한 한 시간 도서가 30권이 비치되어 학생들은 오롯이 각자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활동❷ _ 책 내용을 요약하고 인공지능의 요약과 비교해보기 ● ‘질문놀이’하기 질문놀이 단계 1. 책의 내용으로 질문 2가지 만들기 2. 짝꿍에게 질문하고 짝꿍의 대답 듣기 3. 인공지능(ChatGPT)이 만든 질문 2가지 살펴보기 4. 인공지능(ChatGPT)이 만든 질문에 나의 대답 쓰기 책을 읽고 나서 학생들은 활동지를 통해 ‘질문놀이’를 하였다. 먼저 책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질문 2가지를 만들고, 짝꿍에게 질문을 하며, 짝꿍의 대답을 들었다. 짝꿍의 대답이 잘못되었다면 해당 책의 쪽수를 다시 살펴보며 올바르게 알려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2가지 질문(활동지 일부 발췌) 질문1 사람들은 왜 불을 끄기 시작했나요? 답변1 지구가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질문2 지구 불끄기 운동은 어느 나라에서 시작되었나요? 답변2 호주(시드니) 그리고 나는 챗GPT에게 우리가 읽은 책에 대해 물어보았다. 챗GPT에게 책의 제목만 물었을 때는 대답을 잘 못했지만, 추가질문으로 지은이와 출판사를 알려주니 바로 책에 대해 알려주는 챗GPT를 보며 학생들은 많이 놀라워했다. 이어서 나는 책의 내용으로 질문 2가지를 만들어달라고 하였다.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학생들이 만든 비슷한 질문을 만드는 챗GPT는 교사인 나도 정말 신기했다. 학생들은 챗GPT의 질문에 대답을 적었다. 챗GPT가 만든 책의 내용에 대한 질문 2가지는 다음과 같다. 1. 2007년 3월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2. 왜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여 전등을 끄는 ‘지구시간’을 만들게 된 것인가? ● 요약놀이 요약놀이 단계 1. 책의 내용을 5문장으로 요약하기 2. 모둠 친구들과 요약한 5문장을 서로 이야기 나누기 3. 5문장으로 요약한 내용을 2문장으로 요약하기 4. 모둠 친구들과 요약한 2문장을 서로 이야기 나누기 5. 인공지능(ChatGPT)이 요약한 5문장(2문장) 살펴보기 6. 인공지능(ChatGPT)의 요약과 나의 요약 비교하기 ① 공통점 ② 차이점 ③ 인공지능의 요약을 보며 느낀 점 7. 핵심단어(키워드) 3가지로 요약하기 ‘질문놀이’에 이어 ‘요약놀이’를 진행하였다. 먼저 책의 내용을 5문장으로 요약하였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지우고 세부내용은 대표하는 말로 바꾸어 중심내용을 정리하도록 안내하였다. 그리고 모둠 친구들과 요약한 5문장을 서로 이야기 나누며, 서로 문장을 어떻게 요약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요약한 5문장에서 더 중요한 문장과 표현을 찾아 2문장으로 요약하는 활동을 가졌다. 모둠 친구들과 다시 요약한 2문장을 이야기 나누며, 친구들이 생각하는 더 중요한 표현을 함께 알아볼 수 있었다. 이어서 나는 챗GPT에게 책의 내용을 5문장으로 요약하도록 질문을 하였다. 처음에는 4문장으로 요약을 하여 5문장으로 다시 요약해달라고 추가질문을 하자 다시 5문장으로 요약하였다. 학생들의 5문장 요약(활동지 일부 발췌) - 이날은 정전이 된 것이 아닌 지구를 위해 불을 끄는 날이야. - 석탄과 석유, 전기를 발견하며 지구는 뜨거워졌지. - 1년에 딱 하루라도 지구를 위해 불을 끄자. - 겨우 우리 집 전등 몇 개라고 생각해도 작은 행동이 모여 지구를 편안하게 해주지. - 모두가 함께한다면 말이야. 챗GPT가 책의 내용을 요약한 5문장 2007년 호주에서 시작된 ‘어스 어워’는 일 년에 한 시간 전기를 끄는 환경캠페인이다. 책은 인류가 사용하는 전기와 그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조하며, 지구를 위한 작은 행동이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알린다. 이 작은 행동으로 지구의 환경을 지키며,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작은 일이지만 모여서 하면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전달하며, 지구를 위한 작은 일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4문장이잖아. 5문장으로 요약을 다시 해줘. 이 책은 지구 환경보호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어스 어워’ 캠페인을 주제로 하고 있다. 책은 지구에 대한 역사를 소개하면서, 석탄·석유·전기 등의 발전으로 지구가 얼마나 힘들어졌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어스 어워’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작은 일이라도 많은 사람이 함께하면 모여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책은 전등을 끄는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하며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소개하며, 작은 일이라도 모여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가치를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지구를 위해 작은 일부터 시작하여 함께 노력하면서 지구를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학생들과 챗GPT가 요약한 5문장을 함께 읽어보며 책의 내용이 잘 반영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이어 챗GPT에게 책의 내용을 2문장으로 요약하도록 하여 더 중요한 표현으로 요약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챗GPT가 책의 내용을 요약한 2문장은 다음과 같다. - 책은 지구의 생태계를 위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다루며, 일 년에 한 시간 전등을 끄는 ‘어스 어워’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이 지구를 돕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 이를 통해 지구 생태계 보호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작은 노력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어 챗GPT의 요약과 나의 요약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인공지능의 요약을 보며 느낀 점을 작성하였다. 학생들의 챗GPT 요약과 나의 요약 비교(활동지 일부 발췌) 공통점 • 나와 비슷한 책의 내용을 썼다. • 지구 불끄기 운동은 지구에 큰 도움이 된다. 차이점 • 인공지능은 한 문장을 2줄 정도로 길고 자세히 썼다. • 인공지능은 나와 다르게 바로 요약을 한다(인공지능은 바로 요약하는데 나는 잠시 생각을 하거나 책을 보았다). 인공지능의 요약을 보며 느낀 점 • 정말 대단하다. • 클릭 한 번으로 나보다 빨리, 정확하게 요약해서 신기했다. • 인공지능이 많이 발전했다(똑똑하다). • 앞으로 인공지능에게 일을 맡겨도 될 것 같다. • 이제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이 될 것 같다. • 나도 인공지능처럼 쓸 거다. • 나한테 그런 인공지능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 나중에는 글 쓰는 일이 사라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의 내용을 핵심단어 3가지로 표현하는 요약활동을 가졌다. 학생들은 ‘지구/ 절약 노력/ 지구를 위한 시간’, ‘호주, 전등/ 1시간, 지구, 전등’ 등 다양한 핵심표현으로 가장 중요한 표현을 찾아볼 수 있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적 사고와 게임기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과정이다. 지난 호에서는 게임규칙과 채점기준표 등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번 호에서는 소설 종탑 아래에서 문학감상수업의 실제를 살펴본다. 소설 종탑 아래에서 감상활동 학습게임을 활용한 수업에서 학습자들이 게임방법을 숙지하지 못한다면 수업이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규칙이 복잡한 학습게임의 경우에는 게임방법 안내에 1차시를 온전히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에 활용한 게임은 게임방식이 간단한 편이고 게임 자체를 통해서 특정 기능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을 완전하게 수행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따라서 1차시 이내에 교사 안내에 따른 학습게임 실습과 학습자들끼리의 학습게임 실습을 모두 진행했다. ● 선생님과 함께 명은이를 만나자! 문제 1) - 교사 발화❶ 여러분 첫 번째 문장을 잘 봐주세요. 157쪽입니다. 우리 식구들은 서울에서 피란 내려온 막내 이모의 전도 덕분에 수복 직후부터 신광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 교사 발화❷ 두 번째 문장입니다. 157쪽입니다. 교회 사찰인 딸고만이 아버지가 힘차게 울려 대는 종소리에 이끌려 나는 주일 아침에 신광교회로 향했다. 두 개의 문장에서 공통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학습지에 메모해 봅시다.[PART VIEW] - 교사 발화❸ 마지막 문장입니다. 160쪽입니다. 종소리가 들려오는 신광교회 쪽을 향해 명은이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 교사 발화❹ 자, 여러분들 답은 무엇일까요? 그렇군요. 대부분 ‘신광교회’라고 작성했네요? 선생님이 뽑은 이 단어의 힌트를 확인해 보면 ‘장소’이기 때문에 ‘신광교회’가 답입니다. 게임방법을 이해했나요? 문제 2) - 교사 발화❶ 여러분 첫 번째 문장을 잘 봐주세요. 153쪽입니다.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정원수 가지에서 잔디밭 위로 햇솜뭉치처럼 사뿐히 내려앉더니만 공을 향해 달려왔다. - 교사 발화❷ 두 번째 문장입니다. 153쪽입니다. 녀석은 노란 눈동자에 잔뜩 경계의 빛을 담아 나를 노려보았다. 두 개의 문장에서 공통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학습지에 메모해 봅시다. - 교사 발화❸ 마지막 문장입니다. 155쪽입니다. 아마도 철책 너머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 때문인 듯 나비란 놈은 정원수 가지들 사이에 몸을 숨긴 채 꼼짝도 않고 야옹야옹 울어 대기만 했다. - 교사 발화❹ 자, 여러분들 답은 무엇일까요? 그렇군요. 대부분 ‘고양이’라고 작성했네요? 그런데 선생님이 뽑은 이 단어의 힌트는 ‘장소’입니다. 만약 ‘고양이’가 답이라면 힌트는 ‘사물’이었겠지요? 이제 여러분들 머릿속의 답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답은 무엇입니까? 맞습니다. ‘관사 정원’입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들도 출제 문장을 뽑을 때 누구나 답을 맞힐 수 있는 세 개의 문장 조합이 아니라 친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추리력을 발휘해야 하는 문장 세 개를 찾기 바랍니다. 또 친구가 제시하는 문장들 사이에 함정은 없는지 긴장하고 적극적으로 추리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문제 3) - 교사 발화❶ 여러분 첫 번째 문장을 잘 봐주세요. 156쪽입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파가 유리창 안쪽에서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는 중이었다. - 교사 발화❷ 두 번째 문장입니다. 158쪽입니다. 명은이 외할머니가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 교사 발화❸ 마지막 문장입니다. 167쪽입니다. 앞 못 보는 외손녀를 걱정하는 백발 노파의 마음이 신광교회까지 줄곧 우리와 동행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 교사 발화❹ 자, 여러분들 답은 무엇일까요? 이제는 다들 조금은 신중하게 답을 쓰고 있군요. 학습지에 답 후보가 여러 개 적혀 있네요. 선생님이 뽑은 이 단어의 힌트는 ‘인물’입니다. 여러분이 쓴 답이 맞나요? 이렇게 출제 전략과 답 찾기 전략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이번 수업시간의 핵심입니다. 게임을 통해 소설을 더욱 섬세하게 읽어 봅시다. 제일 처음 하는 연습게임은 기록하지 않는 대신 게임방법을 차근히 설명하면서 진행했다. 두 번째 게임부터는 활동지에 기록하게 했으며, 문제를 맞춘 학생들은 보상을 획득한 것으로 본인이 기록하도록 안내했다. 원래는 스티커를 붙여주면서 학습자의 몰입도를 더욱 높일 예정이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수업진행이 느려질 수도 있고 교사의 수업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학생들이다 보니 소녀 명은이를 보상으로 획득하면 여자친구가 생기냐고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별무리 없이 교사의 안내에 따른 게임연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 친구들과 함께 교회종을 울리자! 소설 종탑 아래에서는 교회종을 울리는 행동이 상당히 중요한 내용요소이다. 따라서 학습게임에 성공한 결과가 교회종을 울리는 행동과 연결될 수 있도록 이야기 흐름을 설계함으로써 학습자들이 한 번이라도 더 소설의 중요한 부분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제시어 자체도 소설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인물·사건·배경으로만 제시어 카드를 제작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내용에 학습자가 집중하지 않도록 학습게임을 설계했다. 학습자들끼리 활동을 하기에 앞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안내했다. 왼쪽은 교구관리를 위해서 학습자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 안내한 내용이었으며, 오른쪽의 안내는 활동의 의의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약속함으로써 학습동기를 유지하기 위한 내용이었다. 학습자들끼리 활동하는 동안 교사는 교실을 순회하며 학습자들의 활동 진행과정을 관찰하거나, 교실 앞쪽에서 전체 진행상황을 살펴 수업종료 시점 안내를 준비하였다. 수업의 문 닫기: 학습게임을 활용한 소설 감상활동 후기 ● 수업 참여 학생 감상 - 주요 단어와 문장의 흐름을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기억에 잘 남는 학습방법이었습니다. 물론 답이 중복되어서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출제를 정확히 해야 하지만 친구들이 게임에 익숙하지 않아서 소설학습에 도움이 덜 된 부분은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게임을 한다면 전략적으로 힌트를 사용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습니다. - 문학은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고 해석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묻는 문제가 아닌 이상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서 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이 활동을 하면서 문학적 독해력을 높일 수 있어서 좋았다. 결국 맞춰야 하는 답이 소설의 배경이나 인물 같은 명확한 대상이므로 제시된 문장에서 등장한 카드들을 걸러내고 공통적으로 지시하는 단어가 무엇일지를 신중하게 고르면서 어떻게 하면 게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고민할 수 있었다. 이 수업을 통해서 복습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 작품 내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 생각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친구들이 문장을 선택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프로파일러식으로 접근하니 점차 게임에서 성공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카드게임을 활용한 방법으로도 복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 재미있고 익숙한 게임이라는 방법으로 친구들과 복습을 하니 더욱 좋았다. 하지만 친구들이 제시어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경우에는 출제 문장 자체가 헷갈리게 출제되어 게임을 어렵게 만들 뿐이어서 힘들 때도 있었다. 소설을 그냥 읽기만 하기보다는 문제로 출제하면서 더욱 깊이 소설을 읽은 느낌이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 보면서 앞으로 시험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 수업나눔 교사의 감상 및 제언 게이미피케이션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성북구에 있던 전임교에서부터였다.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수동적인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학교가 교육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던 때였다. 수업시간에는 무기력하던 아이들도 게임을 할 때면 생생하게 살아나는 모습에 “수업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린 것이 게이미피케이션과의 첫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학생들에게 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전략과 속도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배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잘 설계된 게이미피케이션 수업은 교실에서 기능하는 교사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 교사 스스로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는 효능감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이번 수업을 준비하며 교구 준비와 학습지 개발 등 힘든 일이 무척 많았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이 모여 교육자산으로 축적이 된다면 동료교사들은 조금 더 수월하게 이 길을 걷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아낀 에너지로 우리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조금이라도 더 도울 수 있다면, 한 시간 수업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고 교직생활 내내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추억을 쌓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준비했다. 교수·학습지도안 작성 ● 소단원명: 4. 문학의 갈래와 구조 / (2) 종탑 아래에서 ● 주제: 학습게임을 활용한 작품의 주체적 감상 ● 목표: •게임 ‘코드북’을 활용한 학습게임을 통해 작품의 중요 부분을 주체적으로 감상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요소 중 ‘전략적 사고’를 활용해 작품을 능동적으로 감상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요소 중 ‘경쟁’과 ‘협력’을 활용해 작품을 능동적으로 감상한다. ● 학습모형: 모둠활동, 개인학습 ● 평가방법: 자기평가·상호평가·교사평가 / 단, 학기 말 성적에는 반영하지 않음. ● 학습자료: 교사 개발 학습게임 도구, 개인 학습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역량은 자기관리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 창의적사고역량, 심미적감성역량, 협력적소통역량, 공동체역량이다. 이러한 역량 중 기본이며, 가장 중요한 역량은 자신의 삶과 진로를 스스로 설계하며 이에 필요한 기초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기관리역량이다. 그림책 수업을 통해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가운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상호협력적인 소통을 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수업의 준비과정 초등 저학년 대상의 수업이라 그림책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의 선정이다. 내용이 간단하며 이해하기 쉽지만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는 책으로 선정하였다. 또한 학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어야 한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교사 본인이 흥미가 없거나 감동이 없으면 수업자료로 부적합하다. 무엇보다 교사가 관심이 가고, 학생들과 즐겁게 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성공적인 수업을 할 수 있다. 책 선정이 끝나면 각 책의 내용에 맞는 독후활동을 구상한다. 수업대상이 초등 저학년임을 고려하여 글쓰기를 지양하고 그림·만들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도록 지도했다. 또한 생각을 나눌 때는 단순 발표보다 게임 등 놀이수업을 통해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수업의 실제 수업진행 ● 1차시 1차시는 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을 활용하여 우선 자존감 키우는 수업을 진행했다. 배려눈치게임을 통해 서로 배려하는 것을 배우고 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과 약해지는 말을 각각 알아보았다. 친구와 가족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실천하기로 다짐했다.[PART VIEW] ● 2차시 2차시는 내가 잘하는 건 뭘까라는 책을 소재로 자신의 장점, 좋아하는 것 등을 나누었다. 학생들이 잘하는 것은 대부분 축구·피아노·그림그리기 등으로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중복되는 경우 같은 특기를 가진 친구들끼리 ‘반가워’ 인사를 하며 친밀감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 3차시 3차시는 마음먹기 책을 통해 무슨 일이든 어떻게 마음을 먹는냐가 중요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마음요리를 직접 이름 붙여보기도 하고, 메뉴판을 완성하고 홍보용 문구도 직접 만들어 보았다. ● 4차시 4차시는 빨간안경 책을 통해 편견 없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다. 빨간안경을 직접 만들어 그 안경을 쓰고 책을 본 후, 다시 안경을 벗고 보며 책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였다. 늑대 주변에 언제나 있는 친구가 안경을 쓰면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 5차시 5차시는 토끼뻥튀기 책을 통해 덩치가 작거나 힘이 약한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친구들의 말에 상처받은 토끼마음도 생각해 보았다. 옥수수 뻥튀기과자와 이쑤시개를 활용해 책 속 주인공도 직접 만들어 보고 친구에게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 6차시 6차시는 나는 기다립니다를 통해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 미리 고려해야 할 것을 알아보았다. 애완동물과 반려동물의 차이를 알아보고 생명의 소중함도 깨달았다. 유기된 동물의 입장에서 역할극도 실시했다. 주인공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강아지를 찾아 온 후의 모습을 상상해서 그림책으로 표현해 보았다. 과연 잘 살았을까? 잘 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등을 토론하였다. 수업결과 이러한 수업의 가장 큰 성과는 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도 책과 도서관에 관심을 갖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수업을 통한 만남은 사서교사의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 초등학교에서 사서교사의 역할이 한정적인 것이 현실이다. 독서수업을 통해 사서교사의 수업을 경험하고 가장 만족하는 사람은 담임교사이다. 수업을 통해 책 읽기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협력을 실천하며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을 맞이했다. 이제는 이 정부의 교육정책을 한번 짚고 넘어갈 때가 되지 않았을까? 지난 1월 5일 교육부는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교육개혁,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이라는 비전 아래, 부처 4대 핵심 추진과제로 학생맞춤(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개별 맞춤형 교육), 가정맞춤(출발선부터 공정하게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돌봄), 지역맞춤(규제없는 과감한 지원으로 지역을 살리는 교육), 산업·사회맞춤(사회에 필요한 인재양성에 신속히 대응하는 교육)이라는 4대 개혁분야별 과제를 제시하였다. 10대 핵심정책으로는 ① 디지털기반 교육혁신② 학교교육력 제고 ③ 교사혁신 지원체제 마련 ④ 유보통합 추진 ⑤ 늘봄학교 추진 ⑥ 과감한 규제혁신·권한이양 및 대학 구조개혁 ⑦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⑧ 학교시설 복합화 지원 ⑨ 핵심 첨단분야 인재 육성 및 인재양성 전략회의 출범 ⑩ 「러닝메이트법」·「교육자유특구법」·「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 등 4대 교육개혁 입법추진 등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사실 교육부의 교육정책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더 나아가서는 대선공약에 기반한 것이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철이 되면 각 정당과 후보캠프에서는 각종 공약을 만들어낸다. 백년지대계인 교육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교육열이 높기 때문에, 교육관련 공약에 대한 비중은 적지 않다. 때로는 포퓰리즘 교육공약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대선 공약은 공적 약속 대선 공약은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공적 약속이다. 공약은 당선 후 실행하고자 하는 정책을 보여주어 국민들의 판단과 지지를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국민들이 공약만으로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중요 요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후보가 당선된 후, 공약은 인수위원회와 취임 후 행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정책 결정과 집행 방향 및 내용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내용을 공약으로 채택할까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백년지대계인 교육과 관련된 공약은 더욱 그러하다. 사람은 신이 아닌 이상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다수의 집단지성을 능가할 수 없다. 따라서 가장 위험한 것이 후보 혹은 당선자가 신뢰하는 뛰어난 한두 전문가의 지나친 확신이다. 사실 공약을 만드는 작업에는 집단지성이 참여하기보다는 소수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그룹이 참여하기도 한다. 간혹 이념적으로 편향된 집단이 만든 공약이 국정과제로 채택될 경우 공공성을 지녀야 하는 교육에는 커다란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꽤 오래전부터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여야 모두 ‘공약’을 만들지 말고, 국민을 위한 집단지성에 의한 교육정책을 펼치겠다는 공약 정도만 제시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는 국민은 거의 없기 때문에, 후보들은 좋은 ‘교육공약’을 제시하고자 하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대선과 총선에서 포퓰리즘 교육공약을 가려내고, 제대로 된 교육공약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선거철만의 단골 공약, 실현 불가능한 공약,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포퓰리즘 공약을 걸러내고, 학교현장을 중심으로 삼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공약을 내세운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문제는 단기간에 개선하거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단번에 해결하겠다는 교육공약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교육정책을 그런데 이 정부에서 이미 공약은 제시되었고, 이제는 공약에 따라 제시된 국정과제에 기반하여 제시되는 각종 교육정책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추진할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교육부가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제시한 10대 핵심정책 중 쟁점이 되거나 중요한 정책을 몇 가지 꼽는다면, 2번 정책과 연계된 고교학점제, 3번 정책과 연계된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4번 유보통합 추진, 7번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 10번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교육자유특구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지, 잘 추진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관점에 따라 판이하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을 보기 위한 관점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는 있다. 첫째는 정책의 가치성 또는 개혁성이다. 해당 정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 국민의 참여와 권익을 강화하는 정책인가, 정책이 국가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담고 있는가 등이다. 둘째는 정책의 구체성이다. 이는 정책이 구체적이고 적절하고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는가, 연도별 추진계획이 적절한가, 정책의 실행에 따른 재정계획 및 재원 확보방법이 적절한가, 국민들이 동의하고 이해하며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정책인가 등이다. 셋째는, 정책의 적실성 또는 실현가능성이다. 이는 국민들의 욕구와 열망을 잘 담아내고 있는가, 국가현황 및 정책환경과 잘 부합하는가, 국민들의 관심이 많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과제인가 등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의 성과, 나아가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교육개혁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먼저 고교학점제는 이미 지난 정부부터 추진이 예고된 것이다. 정책의 가치성과 적실성 측면에서 계속 전면실시를 미루다가 이제는 정말로 추진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교육정책의 적실성과 준비도의 측면에서 정말로 적절한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3번 정책과 연계된 교육전문대학원의 도입은 이미 1990년대 말 다양한 논의를 거쳐 잠시 유보된 정책으로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역시 정책의 가치성·구체성·적실성의 측면에서 근본적인 검토 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4번 유보통합 추진과제의 경우 원칙론에 있어 이해당사자들은 대부분 동의한다. 과거 20년 동안 논의 및 추진해온 유보통합 방식은 관련된 환경 정비를 우선하고, 관리부처 일원화를 마지막 단계로 미룸으로써 결국 추진되지 못하였다. 올 1월 30일 사회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유보통합추진위원회가 발표한 ‘출생부터 국민안심 책임교육과 돌봄: 유보통합 추진방안’에 따르면 관리체계 일원화를 1차적 과제로 추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책의 가치성 측면에서도 타당하며, 관리체계의 일원화부터 추진한다는 점에서 지난 20년 동안의 노력과는 달리 실현가능성 역시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7번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 추진의 경우 현 정부 국정과제의 하나인 ‘이제는 지방대학시대’에 따른 것이다.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끼는 수도권대학의 문제와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대학을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책이 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10번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는 교육자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으므로 역시 그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지면 관계상 상세한 언급을 하지 못하지만, 중·장기 교원수급·늘봄학교·디지털교과서 등 에듀테크 교육활성화, 교육자유특구, 학교시설복합화, 교원인사제도 개편, 대입개편과 같은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할 때 위에서와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신중한 검토와 논의 후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약과 국정과제에 따른 정책이라 하더라도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보다는 한 단계를 더 거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쟁점이 될 만한 중요한 정책의 경우 이제 전문위원 체제를 통하여 어느 정도 틀을 갖추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합의를 도출할 수 없는 정책이나 제도라면 교육부가 해당 정책을 채택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과정을 거친다면 교육정책 집행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갈등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에서도 다양한 사유에 따라 ‘교육정책에 대하여 국민의견을 수렴·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적근거도 충분하다. 정부 출범 1주년을 맞는 올해는 교육부가 올 초 업무보고에서 밝힌 업무추진 방향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춘 교육개혁의 원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 1월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초등 전일제학교를 시행하면서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20시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와 경제위기 이후 심화된 저출산과 돌봄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전일제학교 명칭을 늘봄학교로 수정했다. 저출산과 돌봄공백 문제의 국가적 해결방안 교육부는 늘봄학교 추진을 통해 모든 초등학생이 방과후교육과 돌봄을 희망할 때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초등 1학년 조기하교와 돌봄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비롯 놀이와 체험, 체육과 예술, 코딩 등 미래형·맞춤형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밝혔다. 또 돌봄유형 다양화(아침돌봄, 20시까지 저녁돌봄 확대 등)와 내실화(돌봄교실 석·간식 지원확대, 돌봄인력 지원강화) 등도 새 정부 교육개혁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통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특별교부금 3,402억 원과 지방비 4.2조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연간 9천억에서 1조 원 정도를 순차적으로 투입하여 2025년에는 늘봄학교를 전국에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미래형·맞춤형 방과후 프로그램 제공, 돌봄유형 다양화 및 서비스 확대, 시범운영 교육청 지원예산 등이 있다. 늘봄학교 시범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상황 이와 더불어 교육부는 지난 1월 말에 늘봄학교 시범운영 시·도교육청 5개(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를 선정했고, 2월 말에 늘봄학교 시범운영 초등학교 214개를 발표했다. 3월에 시작되는 신학기 일정에 맞추어 두 달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시범운영 시·도교육청과 시범운영 초등학교를 공모하여 선정하였다. 대구교육청의 경우, 교육청 자체사업으로 늘봄학교 4개를 선정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범운영 초기, 늘봄학교는 곳곳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시범운영 초등학교 공모과정에서 발생한 교직원 의견수렴 부재와 내부갈등 발생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 학부모와 교사 절반(50%) 이상이 동의해야 혁신학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혁신학교 신청요건을 강화하였다. 이는 혁신학교 지정과정에서 민주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중요시한 것이다. 하지만 늘봄학교의 경우, 시범운영 공모신청 과정에서 학교구성원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추진되는 등 비민주적인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한 교원단체가 실시한 경기도교육청 늘봄학교 시범운영 학교실태조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늘봄학교 신청과정에서 학교 내부협의가 없었다는 응답이 58.7%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교 구성원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추진된다면 늘봄학교 전국 확대 과정에서 더 많은 갈등이 생겨날 것이다. 둘째, 교육부 특별교부금 예산지원 지연에 따른 시범운영 교육청과 학교별 자체예산 편성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3월 23일 현재 교육부 늘봄학교 특별교부금 재수정 작업으로 특별교부금 예산이 시·도교육청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범운영 교육청과 단위학교들은 자체예산을 우선 편성하여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 방과후학교 다양화(아침돌봄, 20시까지 저녁돌봄 시간 확대 등) 등을 운영하게 되었다. 이러한 혼란은 두 달이라는 비교적 짧은 준비기간과 무리한 사업추진에 따른 것이다. 셋째, 돌봄유형 다양화(아침돌봄·저녁돌봄 등) 과정에서 재직교원 및 비정규직 인력 활용 문제이다. 늘봄학교 시범운영 과정에서 교사의 수업부담과 업무부담 경감을 위해 시범운영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교사 또는 비정규직 행정인력 중 하나를 택하여 계약하도록 안내한 경북교육청의 사례가 있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 경북지역(2023.03.17. 기준)은 늘봄학교 인력으로 외부강사(62명), 기간제교사(35명), 자원봉사자(35명) 등을 활용하였다. 아침돌봄과 저녁돌봄 운영을 위해 재직교원(해당 학교 교사)을 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고스란히 학교와 교사의 업무가중으로 이어졌다. 이뿐 아니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급박한 사업추진으로 담당 인력을 구하지 못해 정교사가 투입되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전언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인 3월, 교사들은 본연의 업무인 학생 관리와 수업준비를 하지 못하고 대신 돌봄 대체 인력으로 투입되어 교육활동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다른 교육청에서는 유휴공간이 없어 대부분 1학년 교실에서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한다. 공간뿐 아니라 프로그램 운영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서 학교의 방과후 강사들에게 부탁해 채용하거나 교감·교장까지 강사로 투입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아프리카 속담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로 인한 저출산 문제와 돌봄교실 부족으로 인한 초등학교 저학년 돌봄공백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안정적인 늘봄학교 시범운영을 위해서는 정규직 전담인력(돌봄전담사·초등교사·행정직원 등)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초1 담임교사 수업시수 감축, 방과후·늘봄학교 업무분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발표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에서 인건비 예산을 살펴보면 돌봄유형 다양화를 위한 돌봄인력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00명 증가하는 것에 그친다. 교육현장에서는 또 저녁돌봄을 20시까지 확대하는 것보다 내실있는 방과후·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를 늘봄학교와 연계하는 방안(시설 공유 등)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늘봄학교는 윤석열 정부가 핵심 개혁과제로 추진하는 만큼 시범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학교폭력 조치 내용을 대입에 반영한다고 하는 데 이는 처벌이라기보다 복수에 가깝다. 엄벌주의는 피해자 입장에서 속 시원할지 모르지만, 행정소송 증가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국내 최고의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 그는 정부의 학교폭력 종합대책이 학교에 무한 책임만 강요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사법권이 없는 학교와 교사에게 학폭사건을 담당하게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그보다는 학교전담경찰(SPO)을 확대 배치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에 필요한 조치를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래야 교사들도 행정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 본연의 활동에 충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처럼 기숙사 등 폐쇄적인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언어폭력은 신체적 폭력 이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다고 했다. 절대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절망감에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또 많은 범죄자를 만나보면 중학교 중퇴자가 특히 많았다면서 준법의식을 습득하고 도덕적인 판단을 체화시키는 중학교 시기의 교육 단절이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 사투리를 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 말을 더듬는 버릇이 생기는 등 아픔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때의 학폭 경험이 훗날 자신을 범죄심리학자의 길을 걷는 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순신 아들 사건이 우리 사회에 준 시사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사건의 핵심은 행정소송이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가 학부모 대 학교, 학부모 대 학부모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소송으로 징계를 지연시킨 사건이다.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몇 해 전 학폭사건 항소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학부모들끼리 고소와 맞고소로 부딪히면서 2년을 끌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졸업할 때가 됐는데 남은 건 변호사들끼리 치고받는 소송밖에 없더라.” 실제 인터넷을 검색하면 학폭전문 변호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제법 수익성이 된다고 들었다. “학폭전문 변호사라는 것 자체가 너무 비교육적이다. 승소율이 높다고 광고하는 것을 봤는데 그게 무슨 자랑거리인가. 애들 다툼 쫓아다니면서 소송이나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 한마디로 찌질하다.” 학폭은 처리절차도 복잡해 까딱 잘못하면 교사들도 소송에 휘말리기 쉽다. “학교폭력을 행정사건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폭력은 형사사건이다.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다. 피해자가 신고하면 가해자를 대상으로 수사하고, 죄가 있으면 처벌하면 된다. 그런데 학폭은 이런 수순이 아니다. 사건을 인지하면 학교장에게 신고하고,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건 교육청이건 사법권이 없는 조직이다. 그러니 교사들이 어떻게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으며, 학교가 이를 책임질 수 있겠나. 「학교폭력예방법」을 보면 내가 가진 법률상식이 모두 깨지는 느낌이 든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고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는 게 맞는다는 말인가. “그렇다. 영미권 국가들처럼 학교전담경찰(SPO)을 배치하고,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가해학생의 핸드폰이라도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교사가 가해학생의 핸드폰을 보고 싶어도 무슨 권한으로 그러느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다. 그러니 사건조사가 제대로 안 돼 행정소송에 휘말리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어린 학생들의 한때 잘못을 형사처벌 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계는 학폭의 교육적 해법을 주문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처분한다고 해서 모두 엄벌하는 게 아니지 않나. 훈방도 있고 보호처분도 있다. 오히려 지금 징계제도가 더 징벌적이다. 학폭 조치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고 장기간 보유하고 또 대학입시에 반영해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이처럼 가혹한 징벌이 어디 있나. 한국사회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면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이것은 처벌이 아니라 복수에 가깝다. 학교를 괴롭히는 소송만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 학교에서 시행하는 9개의 처분도 따지고 보면 아이들이 갱생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출석정지처럼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속 시원할지 모르지만, 훗날 부메랑이 돼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중학생들의 학업중단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는데 이유는. “범죄자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느낀 점인데 범죄자 중에는 중학교 중퇴자가 유독 많았다. 중학교가 아이들 성장에 있어 준법의식을 습득하고, 도덕적인 판단을 체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시기여서 이때 학업중단은 치명적이다. 특히 소년원 등을 다녀와서 재범하는 사람들을 추적해 보면 대부분 중학교 중퇴자이다.” 정부가 그동안 학폭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갈수록 연소화·흉포화 경향을 보인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학령인구가 줄어 소년범죄도 줄고 있다. 다만 사건의 질은 더 나빠진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성폭행사건이 초등학교에서도 발생한다. 심지어 그루밍사건도 많고 금품갈취와 온라인 사기도박, 다단계 같은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금은 앱만 켜면 수많은 범죄에 어린 학생들이 쉽게 노출된다. 학폭도 진화한다.” 언어폭력이 크게 늘었다. 정순신 아들 사건도 언어폭력이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만큼 충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 같으면 주먹다짐 정도는 돼야 학폭으로 여겼다. 아마 정 변호사도 처음엔 신체적 폭행도 아닌데 심한 말 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일반 도심학교와 달리 폐쇄적 환경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로부터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하는 언어적·심리적인 괴롭힘은 신체적인 폭력 못지않게 굉장히 큰 트라우마로 남는다. 이 때문에 피해학생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자살시도까지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한테도 도움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의 언어폭력은 신체적 폭력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묵은 폭력’이 정신적 상해가 가장 심하다는 말도 있던데.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살에 이르는 이유는 단순히 맞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관계에 의한 폭력,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돌이킬 수 없는 폭력, 그 관계가 절대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절망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라는 게 일단 형성이 되면 강자가 약자를 강하게 착취하는 구조가 된다. 이게 폭력의 본질이다.” 바람직한 방안이 있다면. “앞서도 말했지만, 학교전담경찰(SPO)을 확대하고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각 학교에 1명씩 SPO를 배치했으면 한다. 학폭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를 보호하는 누군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왕따를 당한 학생이 있다면 그에게 도움을 주고 호소를 들어주는 사람, 누군가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SPO이다. 경찰이 주는 오서러티(authority)가 있어 방관하던 아이들도 피해자 편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신서인이여, 한계를 넘어 비상하라.” 손기서 서울신서중학교 교장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학생들이 좌절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당당하게 도전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남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해 9월 부임하자마자 ‘꿈·보람·감동’을 학교경영의 키워드로 삼았다. 학생에게는 꿈을, 교사에게는 가르치는 보람을, 학부모에게는 감동을 안겨주는 교육을 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모든 교육구성원과 수시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원팀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원팀’이 된 신서중, 활화산처럼 폭발한 학교분위기 침체됐던 학교분위기는 어느 순간 으라차차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단초는 운동부였다. 지난해 선서중은 지역 스포츠리그에서 축구와 농구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풋살은 준우승에 올랐다.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받아본 적이 없는 학교였다. ‘꿈꾸는 신서인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이 학교 곳곳에 걸렸고 학생들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그해 가을 열린 학교축제는 신서중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공연이 시작됐지만, 웬일인지 조명이 들어오지 않았다. 암흑이 빛을 몰아낸 당혹스러운 순간, 누군가 객석에서 스마트폰 조명을 켜 무대 쪽으로 흔들었다. 이내 학생들도 스마트폰을 꺼내 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전교생 1천여 명이 비추는 불빛이 흰 물결을 이루며 가을밤을 수놓았다. 학생들은 극적인 반전 이벤트에 열광했다. 사실 이날 스마트폰 조명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축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조명업체가 갑자기 철수해 버린 일이 발생했다.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를 전해들은 손 교장은 일단 교사들을 안심시킨 뒤,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껏 기대하고 있는 학생들을 실망시키면 축제 분위기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코로나19로 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축제였기에 어떻게든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다. 이내 축제가 시작되고 하이라이트 무대가 열리는 순간, 객석 맨 앞에 앉아있던 손 교장이 스마트폰 조명을 켜 흔들었다. 학생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조명을 없애고 스마트폰 불빛으로 대체한 것이 미리 계산된 연출이라고 여긴 학생들은 손뼉을 치며 열광했다. 축제는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며 대성공을 거뒀다. 교장실엔 지금도 당시 상황을 알리는 커다란 사진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그날을 학생들이 오래도록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학교경영은 소통이다 손 교장은 소통의 교장이다. 크고 작은 교육활동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과 SNS를 통해 수시로 소통한다. 모든 교육구성원이 학교 살림살이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을 정도다. 실제 학생들이 수련회를 떠난 지난 4월 14일. 언제 어디서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진행상황이 실시간으로 학부모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현장 인솔교사가 사진을 찍어 손 교장에게 보내면 이를 다시 학부모 단체대화방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석면이나 냉·난방 등 학교공사를 할 때면 공사 진행상황도 일일이 사진을 찍어 알려줬다. 학교 현관에 걸린 디지털액자에 들어가는 글자체 하나에도 학부모 의견을 반영한다. 손 교장은 “글자 바탕색이나 글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여섯 번이나 수정한 경우도 있었다”라고 귀띔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학부모 의견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학생들과 연관된 일이라면 사전에 알려주고 의견을 들어 실행에 옮긴다. 학교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일도 있었다. 교문 근처 느티나무가 학생들 통학로에 방해가 된다는 배움터지킴이의 건의가 있었다. 손 교장은 즉시 나무가 서 있는 위치의 사진을 찍어 학생대표에게 보냈다. 편안한 통학로 확보를 위해 옮겼으면 하는데 학생들 생각이 듣고 싶다며 의견을 구한 것이다. 지난 3월 신입생 입학식 때는 손 교장과 학생회장이 공동으로 환영사를 해 학부모들로부터도 큰 박수를 받았다. 학생이 공교육의 주체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 학교 예산내역도 소상히 공개한다. 이번에 추진하려는 사업은 무엇이고 왜 하려는 것인지, 그리고 어디서 얼마를 지원했는지 등을 모두 밝힌다. 번거롭고 불편할 법하지만 ‘소통’이 학교경영의 제1덕목이라고 했다. 얼마 전 손 교장은 학교급식조리원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휴게실에 안마의자 등을 설치해 준 데 대해 고맙다는 뜻을 보내왔다. 편지에는 ‘항상 애정 어린 관심과 따뜻한 배려에 감사드린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급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손 교장은 “여교사 휴게실에 헬스케어 제품과 안마의자를 들여놓으면서 조리종사원 휴식공간에도 같이 설치하도록 했는데 맛있는 급식이 돼서 돌아왔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앞서 근무했던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인사이동으로 교육지원국장을 떠나게 되자 장학사들이 감사의 뜻을 담은 앨범을 선물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한 장학사는 “국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고 어려운 일은 앞장서 해결해 주는 덕분에 복 많은 장학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전국 최초 발달장애인 야구대회 개최 신서중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게 또 하나 있다. 플로피 건물 기둥에 걸려있는 커다란 사진들이다. 세종대왕부터 일론 머스크, 배구선수 김연경, 개그맨 유재석 등의 얼굴이 보인다.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존경하는 인물 10명을 선정하고 그들을 본받자는 취지에서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매겨 사진을 걸어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손 교장 사진도 있다. 그는 학생투표에서 10위를 차지했다. 교장이 유명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인기를 얻는 것은 극히 드문 일. 톱10 안에 든 비결을 묻자 “내년에는 어떨지 모르죠. 탈락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네요”라고 한다. 유재석과 김연경 씨 등 유명인의 사진을 걸 때는 곡절도 있었다. 초상권 문제 때문에 위탁했던 업체가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자 손 교장이 직접 기획사에 연락해 허락을 받았다. 6위를 차지한 황희찬 선수의 사진은 축구협회를 통해 영국 현지 구단의 승인을 받아냈다. 이처럼 손 교장은 웬만한 대소사는 직접 한다. 학교 홍보물도 사진 편집은 물론 카피까지 직접 쓴다. 언론사에 보내는 보도자료 역시 그가 전담한다. “우리 학교 슬로건이 꿈·보람·감동이잖아요. 교사들이 보람을 갖기 위해서는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래야 학부모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죠.” 손 교장은 또 웬만한 결재는 교감이나 행정실장에게 위임한다. 재량권을 갖고 소신껏 일하라는 취지에서 아예 도장까지 맡겼다. 대신 책임은 교장인 자신이 진다고 했다. 그는 “교장은 학교를 통할하는 사람이어서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가 요즘 가장 공들이는 것은 오는 6월 신서중에서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이만수배 발달장애인 티볼 야구대회이다. 프로야구선수 출신 이만수 전 SK 감독과 손잡고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체력증진과 사회적응을 위해 마련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중은행과 교회 등 각계에서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손 교장의 노력은 이뿐 아니다. 학생 통학로에 콘크리트 화단이 놓여있어 장애학생들이 불편을 겪자 과감하게 해체하고 휠체어 등이 원활하게 다닐 수 있도록 개선했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교육받을 기회는 공평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손 교장은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학교 현관 출입구에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그의 장애이해교육 열정을 높이 산 KBS는 장애인을 다룬 특집 드라마 갈채 시사회를 신서중에서 열고 학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한편 사라진 화단 근처, 통학에 불편을 주지 않는 자리에는 학생들이 꿈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꿈 소망석’이 세워졌다. 지난 3월 열린 꿈 소망석 제막식에는 이원실 강서양천교육장과 황희 국회의원, 최재란 서울시의원, 유영주 양천구의원, 황현준 학교운영위원장, 최은영 학부모회장, 김호석 학생회장 등이 참석했다. 손 교장은 우리나라 IT 활용교육의 소위 1세대 멤버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실시되면서 주목받은 미러링 학습을 교직 5년 차 교사이던 1994년부터 교실수업에 도입한 인물이다. 컴퓨터 화면을 교실 TV로 송출하면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이 기법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교육부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지난 2020년에는 미래교육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인공지능기술을 교육현장에 접목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손 교장은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인성과 창의력은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학생은 꿈을 실현하고 교사는 보람을 느끼는 교육현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항공기 승무원, 홍보도우미, 휴대폰 판매원, 아나운서, 콜센터 상담원. 이 직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감정노동(感情勞動)이 심한 직업이라는 점이다.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 교사 역시 교육대상인 학생은 물론 학부모로부터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상황을 참작한다면, 이제 교사라는 직업도 감정노동자 직군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감정노동이란 말투·표정·몸짓 등 드러나는 감정표현을 직무의 한 부분으로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수반하는 노동을 말한다.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이자 여성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1983년에 낸 책 통제된 마음(The Managed Heart)에 이 용어가 등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트렌드 지식사전 2013).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을 하는 사람들을 통칭해 감정노동자라고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2년에 203개 직업에 종사하는 5,6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심각도 5점 만점에 승무원(4.7점), 홍보도우미(4.6점), 휴대폰 판매원(4.5점), 아나운서·리포터(4.46점), 콜센터 상담원(4.38점), 은행 창구직원(4.34점) 순으로 나타났다. 직업군별로는 음식서비스 관련직(4.13점), 영업 및 판매 관련직(4.10점) 미용·숙박·여행·오락·스포츠 관련직(4.04점),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4.02점) 순서를 보였다. 주로 여성이, 연령별로는 30대 이하에서 감정노동에 대한 피로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학력별로는 고졸자와 전문대졸자의 비중이 컸다. 공공기관보다 민간기업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이 더 많았다. 통계에서 드러나듯 감정노동은 권력관계와 관련이 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돈과 권력인데, 이를 소유하지 못한 저학력자들이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봐도 되는 상대’가 되어 버린 것. 이번 호는 감정노동을 다룬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갑질 고객 대하는 화장품 판매원의 하루 불멸의 여자 화장품 판매사원 ‘희경(이음)’과 ‘승아(이정경)’는 불쾌한 감정, 우울한 기운은 배제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원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이들의 구호는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과 ‘사랑합니다, 고객님!’ 화기애애한 어느 날, 화장품 반품 문의전화가 걸려온다. 눈가 주름방지용 화장품을 샀는데 오히려 주름이 더 늘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 ‘정란(윤가현)’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에 매장을 찾아온 정란은 갑질을 통해 환불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웃어야 하는 판매원 희경과 승아는 정란의 끊임없는 접객 태도 지적에 지점장(안내상)의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정란은 진심을 담은 사과의 표현으로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라고 요구하는데…. 마트 개점 이래 최고의 진상손님 등장. 과연 희경과 승아는 계속되는 갑질에 끝까지 웃을 수 있을까?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자본주의의 민낯을 고발하는 한 편의 영화가 극장가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4월 5일 개봉한 불멸의 여자(최종태 감독)는 화장품 매장에서 하루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불멸의 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웃음’조차도 노동이 되어버린 현실을 고발한다. 환한 웃음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었지만, 서비스업계에서 웃음을 강요하다 보니 노동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는 것. 영화에서는 이런 점을 CCTV로 표현했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처럼 감정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해서 감시하는 것처럼 보여준다. 갑질하는 정란은 카메라 앞에서 떳떳하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희경과 승아가 자신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불멸의 여자는 사랑·꿈·행복·웃음·친절이라는 가치를 상품화한 시스템, 자본주의의 구조문제를 날 선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끊임없는 서비스 착취로 노동자의 삶과 자본의 폭압적 구조를 스크린에 노출하는 불멸의 여자를 보다 보면, ‘자본주의는 혁명도 돈이 되면 이용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상업화된 사회가 되면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진 순결성이 점점 희석되는 것. 감정노동의 착취문제를 다루며 화제를 모았던 연극 불멸의 여자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는 연극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긴 ‘씨네마 인 씨어터(Cinema in Theater)’를 시도하며, 값싼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에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2022 웨일즈국제영화제(WIFF)에서 ‘베스트 극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극한의 감정노동을 직접 겪어보는 듯한, 숨 막히는 몰입감을 느꼈습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고밀도의 전개뿐 아니라, 연극무대라는 세팅을 5분 만에 잊게 만드는 예리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음악 등 풍성한 영화적 표현들 덕분에 하나의 ‘씨네마’로 남게 되는 작품 같아요”라고 극찬했다. 짜증나고 슬퍼도 웃어야만 하는 콜센터 직원들 더콜 한국에 119가 있다면, 미국에는 911이 있다. 1일 26만 8천 건, 1초당 3건의 벨소리가 울리는 911센터에서 ‘조던(할리 베리)’은 실로 유능한 요원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어느 날, 조던이 한 소녀의 응급전화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처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소녀는 목숨을 잃고 만다. 죄책감에 빠져드는 조던. 6개월이 지나고 힘들게 복귀한 그녀에게 또 한 명의 소녀가 911 전화를 건다. 이번에는 더 위급하다. 전화가 끊기는 순간, 소녀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6개월 전 한 소녀의 목숨을 앗아간 그놈 목소리! 목숨을 건 단 한 번의 통화! 이번엔 끊겨도, 끊어도, 들켜서도 안 된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그리고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들어도 웃어야만 하는 직업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콜센터 직원일 것이다. 영화 더콜(감독 브래드 앤더슨, 2013)은 그런 면에서 콜센터 직원이 처한 현실을 스릴러 형식을 차용해 긴박감 넘치는 속도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부모님이 외출한 밤, 괴한이 집에 침입하자 911센터에 전화를 건 소녀. 이 전화를 받은 조던은 늘 그랬듯이 행동지침을 설명해준다. 그러다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다급한 상황에서 조던은 다시 소녀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이 전화로 벨소리가 울리며 소녀는 결국 살해당하고 만다. 더콜이 갑질이라는 감정노동의 차원에서 한 층위 진화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성장영화’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여느 할리우드 영화처럼 더콜 역시 조던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준다. 911에는 1초당 3건의 신고전화가 접수되지만, “걸려오는 전화의 절반은 장난전화”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더콜은 생사의 여부가 촌각을 다투는 콜센터의 급박한 현장을 충실히 재현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더콜 속 조던이 일하는 911센터의 모습은 112로 대변되는 경찰의 모습과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치안 유지와 법 집행의 최일선에 선 공무원인 경찰관은 그 제복 자체로 법과 권위를 상징한다. 하지만 민원인과 범죄자, 그리고 112 허위신고로 휘둘리는 경찰관 역시 감정노동자라는 직업군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주요 직업 730개 중 ‘화나게 하거나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직업’으로 경찰관은 텔레마케터와 함께 공동 1위로 꼽혔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으로 연대하는 감정노동자를 그린 카트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고객님!” “대한민국 대표 마트인 ‘더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은 서비스!” 고객만족 서비스를 실천한다는 미명 아래 온갖 컴플레인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더 마트’ 직원들.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는다.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둔 선희(염정아)를 비롯, 싱글맘 혜미(문정희), 청소원 순례(김영애), 순박한 아줌마 옥순(황정민), 88만 원 세대 미진(천우희)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회사가 잘 되면 우리도 잘 될 줄 알고 온갖 수모에도 웃음으로 일했는데….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그녀들이 용기를 내어 서로 힘을 합치고, 그렇게 그들의 뜨거운 싸움이 시작된다! 감정노동자들은 언제까지고 고객의 선함을 기대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법적 구제를 알아봐야만 하는 걸까? 여기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영화가 있다. 개봉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감정노동자를 다룬 영화로는 아직도 언급되는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 2014)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술한 대로 ‘더 마트’의 비정규직들은 한순간에 해고당한다. 진상 고객들로 인한 ‘갑질 종합세트’를 견디면서 오로지 정규직 전환을 꿈꾸며 감정노동을 견뎌냈던 그들은 ‘두 아이의 엄마’, ‘싱글맘’, ‘청소밥 20년 인생’, ‘고딩 알바생’처럼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어서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청소밥 20년 차 아줌마 역할을 맡은 고 김영애 배우는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마다 아우라를 발휘하며 영화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간다. 영화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온다. 2000년대 ‘까르푸’와 ‘홈에버’의 노조파업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감정노동이라는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수년간 성실히 일해 온 직원들을 한순간에 부당하게 해고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점이 피부로 다가온다.
산책은 어슬렁거리고, 기웃거리고, 생각 없이 들어가 보는 호기심 어린 동작이다. 정해진 코스가 있든 없든 산책의 주제어는 ‘슬슬’이다. 도심의 떠들썩함 뒤로 거짓말같이 평화로운 산책길이 펼쳐지는 ‘창덕궁 후원의 서쪽’ 원서동은 이른바 ‘어슬렁 슬슬족’들의 구역이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의 하급관리들이 모여 살던 집성촌이었다지만, 현재는 ‘인사미술공간’, ‘은덕문화원’ 등의 문화공간과 ‘전통 홍염공간’, ‘북촌 단청공방’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골목 끝에서 고희동 미술관을 들어갔다 빨래터까지 돈화문에서 직선으로 걸으면 10여 분이지만 한두 시간이 걸릴 수도, 반나절이 걸릴 수도 있는 마법 같은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원서동에는 창덕궁이 있다. “우리 좀 걷자”라며 원서동에 갔는데, 창덕궁을 패스하는 것은 반칙이다. 창덕궁을 한 번만 가보았다면 이거야말로 법에 어긋날 일이다. 창덕궁은 사시사철 매년 가는 것이 ‘국룰’이다. 나쁜 마음은 모두 흘려보내고 입궐하라! 창덕궁은 1405년(태종) 건립 이래 가장 오랜 기간 임금들이 거처한 궁이다. 명령은 잔인한 시간(형제의 난)을 잊고 싶었던 태종이 하였으나, 세계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아름다운 건축들과 응봉자락의 산세이다. 가장 오랜 기간 임금들이 거처하며 위엄과 품격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수많은 왕과 왕비의 사랑을 받더니 최근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폭발적 사랑까지 받으며 창건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입궐하면 화려한 단청의 이층누각인 돈화문을 통해 금천교에 이른다.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쯤 둥글게 궁글어 2개의 홍예를 튼 진입로가 우아하다. 돌다리에서 나쁜 마음을 씻고 입궐하라고 만들었다는데, 신하들이 잘 지켰는지는 모르겠다. 물길은 투명하나 사람의 마음은 확인할 길이 없으니. 홍예와 홍예의 사이 귀면형의 부조와 남쪽의 해태상(산예), 멍엣돌 위 천록은 굳이 해설사의 설명이 없어도 지나치기 쉽지 않다. 이들의 임무는 재앙이 제때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벽사(辟邪)와 국태민안에 힘쓰시며, 비바람에 닳고 닳아 둥글둥글 이제는 귀여운 모습이시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다시 천 년 동안 부디 사직을 지켜주시길 부탁드려본다. 화려한 단청의 중층 전각 인정전은 창덕궁의 법전으로, 희정당은 침전에서 임금의 집무실로 용도 변경된 곳이다. 두 곳 다 화재로 소실된 것을 다시 건축하여 당대 건축양식이 드러나는 소중한 곳이다. 1천도의 뜨거움을 견딘 인고의 파랑 인정전 동쪽의 파란 기와 건물 선정전은 왕이 고위급 신하들과 조정회의를 하거나 경연을 하는 편전이다. 궁궐 내 유일한 청기와 건물이다. 기와는 도자기만큼 시간과 정성이 든다. 선정전 청기와는 특히 회회청이라는 중동산 특수안료와 고가의 염초가 어우러져야 했기에 기와 한 장에 집 한 채라는 후일담이 있다. 청기와 한 장에 여덟 냥이었다는데, 경복궁 중건 시, 대원군이 민가 한 채 보상비 가격으로 다섯 냥을 주었다 하니 과장된 말은 아닐 것이다. 선정전 기와의 파랑은 1천도의 뜨거움을 15시간씩 이겨내고 3일 동안 고르게 숙성하는 인고의 시간을 버티어 탄생하였다. 더하여 쨍한 햇살과 눈비를 몇백 년 받아내고 있는 파랑이라 생각하니 대견하고 기특하다. 양끝에 넙적한 두 개의 독은 드무이다. 목조 건물 화재 시 물을 담아 두었다가 진화하기 위한 용도에다 불귀신이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 달아난다니 그 귀신이 약간 모자라는 축에 드나 보다. 헌종이 김재청의 딸 경빈을 맞이하며 지었다는 낙선재는 가장 최근까지 조선의 흔적을 안고 있는 곳이다. 여느 사대부 집과 같은 구조로 단청도 하지 않아 소박하고 다정한 우리네 전통가옥이다. 그러나 수준 높은 다양한 문양의 창호들이 예사롭지 않은 이의 공간임을 알려주고 있으며, 특히 누마루와 그 뒤 온돌방 사이의 달이 꽉 들어찬 만월문은 달 없이도 달을 사가에 들여놓은 로맨틱함이 사랑스럽다.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한다 인정전·선정전·궐내각사·대조전을 지나 당도하는 후원이야말로 궁궐 나들이의 꽃이다. 이곳은 면적이 6만 평에 이르는 임금님의 산책지이다. 온갖 사극의 핫스팟으로 전 세계에 ‘내가 조선의 궁이다’라며 미친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TV 드라마 킹덤과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인기를 놓칠세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발 빠르게 경복궁·창경궁·덕수궁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하였다. 영화당 우측마당에서는 왕이 친전하는 최종단계의 과거시험이 펼쳐졌단다. 주합루 내부는 규장각이라 칭하는 창덕궁 후원 내 왕립도서관이자 학문을 연마하는 연구소이다. 500년 젊은 꿈들의 기운에 더 나은 세상을 이루려는 정조의 의지까지 더해진 이곳이야말로 문예부흥의 메카이다. ‘연꽃이 활짝 핀 모양’의 부용지 수면은 발을 담근 초석으로 인해 부용정 안에서 바라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하다. 오! 이 신박함이라니. 부용정에서 관료들과 시회를 주관하던 정조는 정해진 시간에 시를 짓지 못하는 관리를 부용지 가운데 작은 섬에 귀양 보내고 부용정 앞에서 폭소를 터뜨렸다 전한다. 장난도 지나치시지. 귀양 보내진 신하의 서늘해진 간담은 어쩌라고…. 위로 오를수록 후원의 깊은 숲 냄새가 짙다. 가장 깊은 곳에 바위를 깎고, 홈을 파 물길을 만들었다. 수려하고 현란한 물길로 술잔을 띄우며 시를 읊는 ‘유상곡수연’을 펼쳤다 한다. 최근 공적기관 행사 중 가장 뜨거운 찬사를 받는 행사는 ‘창덕궁 달빛기행’이다. 제목을 지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달빛 아래 청사초롱 불 밝히고, “문을 여시오”라는 수문장의 외침과 함께 금천교·진선문·인정전·낙선재·부용지·애련정·연경당, 후원 숲길로 이어지는 야간 기행이라니.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합니다’라는 평화롭지만, 진심이 담긴 그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달빛기행은 낮에 걷는 창덕궁과는 차원이 다르다. 해설사는 오백 년 조선왕조 속 왕과 왕비를 살려내고, 권력과 파멸 사이에 갇힌 숱한 영혼들의 몸부림을 위로한다. 청사초롱이 어두워 살짝 옆 사람의 팔짱을 끼게 만드는 효과도 있으니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함께라면 더 좋을듯하다. 그러나 올해도 단 1분 만에 매진되었다니 도대체 그 사람들 손끝은 무엇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국악, 세계인의 심장에 꽂히다. 돈화문 국악당 놀다 보면 하루해가 너무나 짧다. 창덕궁을 나와 창덕궁 삼거리에서 좌측을 바라보니 저녁노을 아래 ‘돈화문 국악당’이 우뚝 서 있다. 여느 대가 집의 풍모보다 기운차게 하늘을 향해 치켜든 처마와 장식기와가 멋지다. 2000년 중반 즈음 심상찮은 기운이 국악계에 번져가기 시작했다. 잠비나이, 악단 광칠, 고래야 등 우리 귀에 익숙한 국악 그룹들에 더하여 퓨전 국악그룹 비단, 국악 앙상블 ‘불세출’, ‘숨’ 등의 등장으로 국악의 판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새로운 판소리에 전자음악을 입히고, 빠른 박자에 중독성 강한 노랫말, 파격 실험과 퍼포먼스 등 형식과 내용은 물론 작곡·연주·연출·기획에 이르기까지.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는 ‘아름답게 낯설다’라는 평가를 쏟아내며 열렬히 환호했다. BTS 슈가의 ‘대취타’가 세계 아미들의 떼창으로 불리어지던 시기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또한 3억 뷰 이상의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서울시가 창덕궁 맞은편 주유소 부지를 매입, 국악 전문공연장 조성을 결정한 것도 이들이 막 수면으로 떠올라 떠들썩하던 시기이다. ‘돈화문 국악당’에서는 2016년 개관 이후 대금·가야금·장고·태평소 등 다양한 우리 악기의 연주와 판소리를 비롯한 소리창이 울려 퍼졌다. 무엇보다 무대를 완성시키는 최고의 공은 이들 모두를 자연 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한 건축설계에 있다. 무대를 바라보고 A부터 H, W까지 1부터 21까지 어느 좌석에 앉아 있어도 자연 청음이 가능하고, 서로 엇갈린 좌석 덕분에 시야도 자유롭다. 140석 규모의 객석과 창작자가 하나 되는 공연장 내부는 옛 창틀로 디자인하여 품격이 돋보인다. 무명의 기나긴 세월을 예술이라는 자부심으로 견디어낸 선배들과 ‘굶어 죽어도 놓지 않겠다’는 후배들이 엮어낸 감동적인 성과는 관객들에게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공연’이라 칭송하게 만들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진심인 20~30대가 국악당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와 ‘얼쑤’를 외치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2만 원대의 공연료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을 읽는 것은 숲속의 산책과 같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우리 같은 범인은 산책으로 길 위에 펼쳐진 이야기를 읽어낸다. 어제를 읽고 오늘을 느끼며 내일로 향하는 것, 그리하여 우리의 산책은 계속될 것이다.
[교사] 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 (장차오 지음, 하은지 번역, 미디어숲 펴냄, 256쪽, 1만7,800원)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한마디 말에 인간관계가 크게 변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말 센스는 배려이며 습관이다.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지만,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상대의 관심을 어떻게 끌 것인지, 상대의 성향이나 성향에 따라 어떤 대화법이 적합한지 등 감각 있는 말센스 기술을 알려준다. 아주 세속적인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강정선 번역, 페이지2북스 펴냄, 331쪽, 1만3,500원) 400년 전 스페인 수도자가 쓴 인생에 관한 글 300편을 엮었다. 각 한 페이지 정도의 짤막한 글에 인간에 대한 정확한 통찰과 지혜가 녹아 있다.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마라’, ‘이해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당신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동료는 멀리하라’ 등 현실적 조언을 통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가꾸도록 안내한다. 과학의 반쪽사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번역, 블랙피쉬 펴냄, 536쪽, 2만1,000원) 뉴턴·갈릴레이·다윈…. 왜 유명한 과학자는 모두 유럽인일까? 정말 과학은 유럽에서만 발달한 것일까? 이 책은 그동안 역사에서 무시당한 비유럽 과학자의 이야기를 세계사 속 주요사건과 함께 엮어 들려준다. 코페르니쿠스보다 먼저 천동설의 오류를 지적한 이슬람의 천문학자, 양자역학 연구의 영감을 일으킨 인도의 물리학자, 말라리아 치료법을 발견한 아프리카 노예 출신 식물학자 등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이야기가 가득하다. 10대와 통하는 영화 이야기 (이지현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244쪽, 1만5,000원) 영화의 역사·장르·시나리오·영화감독·영화배우 등 청소년들이 관심 가질 만한 영화이야기를 쉽게 알려준다. 이제 영화는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영화감독·평론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기생충·매트릭스·동주 등 9편의 영화를 통해 인문학적인 관점에서도 영화를 살피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도 소개한다. [청소년] 101 금융 (한진수 지음, 푸른들녘 펴냄, 280쪽, 1만6,000원) 청소년들이 슬기로운 경제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 101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금융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쨌든 돈이 필요한 세상이다. 그렇다고 인생목표가 ‘돈 많이 벌기’가 될 필요는 없다.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의 적당한 부를 위해 돈을 제대로 관리하고, 합리적으로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금융상품과 자신의 소비패턴을 살피며, 여러 나라의 역사·문화·경제를 함께 익히게 한다. 최준영의 교과서 밖 인물 연구소 (최준영 지음, EBS BOOKS 펴냄, 280쪽, 1만7,500원) 세상을 바꾼 12명의 인물에 대해 기존 위인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으로 잘못된 이론을 고수해 러시아 농업과 유전학을 후퇴시킨 트로핌 리센코, 나치 학살에 관여했으나 우크라이나 독립운동가로 평가가 갈리는 스테판 반데라, 노예로 태어나 농업 연구에 평생을 바친 땅콩맨 조지 워싱턴 카버 등 단순한 성공스토리에만 집중하지 않고, 균형 있는 시선으로 그 시대의 정치·사회·문화를 함께 알아가도록 한다. [어린이] 내 탓이 아니야 (레이프 크리스티안손 지음, 딕 스텐베리 그림, 김상열 번역, 고래이야기 펴냄, 32쪽, 9,000원) 학교에서 집단폭행사건이 발생한 후 아이들이 한 명씩 등장해 “내 탓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한다. 자책감을 가지면서도 자기합리화를 시도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뻔뻔하고 얄미운 아이들의 모습. 과연 우리의 모습은 다를까? 모두의 회피와 무관심이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가짜 뉴스 (엘리즈 그라벨 글·그림, 노지양 번역, 아울북 펴냄, 100쪽, 1만4,800원)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능력은 디지털 네이티브의 필수 소양이다. 이 책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가짜 뉴스 구별법 10가지’를 알려준다. 유머러스한 가짜 뉴스 에피소드와 귀여운 그림으로 어린이도 쉽고 재밌게 읽도록 구성했다. 가짜 뉴스의 정의와 탄생 시기, 발생 원인을 알려 주고, 가짜 뉴스가 퍼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귀여운 젤리모양 캐릭터를 통해 알려준다.
교사는 ‘성장의 완성’을 보는 직업이 아니다. 그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잘 자랄 수 있도록 필요한 자양분(삶의 방식, 가치관, 사회적 윤리, 지식 등)을 제공하며, 성장을 응원하는 직업이다. 개중에는 자양분을 쑥쑥 받아먹고 폭풍 성장을 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한사코 거부하며 삐뚤어 나가기도 한다. 커가는 과정에서 교사를 흐뭇하게 하는 녀석도 있고, 10여 년이 흐른 뒤 불쑥 찾아와 흐릿해진 나의 과거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주는 녀석도 있다. 물론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게 하거나, 자책하게 하는 아이들도 있다. 또다시 스승의 날이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왜 교사가 되었을까? 교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가장 교사다웠던 순간과 교사니까 감내해야 했던 순간은 또 언제였을까? 나의 이러한 순간이 후배교사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교사니까, 교사답게, 교사로서 … 수식어가 누르는 부담감 나는 처음부터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다 보니 교사가 되어 있었다. 다른 직업으로 살 때와는 다르게, 교사가 되고 나니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교사는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감이 생겼다. 나는 교사니까 교사답게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과 상담할 때도 ‘교육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따랐다. 원래 성격과는 다르게 행동하려고 하니 부자연스러웠고, 내적갈등이 심해졌다. 상담이 잘 될 리 만무했다. 고민이 깊어졌다. 교사답게 다가가자니 뭐랄까, 스스로 ‘꼰대’ 같아 보여 거부감이 들었고, 친근하게 다가가자니 뭐랄까,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미묘한 불편감이 생겼다. 허용적이고 친근한 관계유지와 교육자로서의 지도, 그 적절한 중간지점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아이를 상대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교사답게’라는 정의를 나름대로 찾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나를 찾아와 장난기 있는 농담을 건네며 조잘조잘 떠들어 댄다. 그러다가 ‘쌤, 상담하고 싶어요’라며 상담실로 들어가면 진지모드로 돌변한다. 상담실 안에서는 교사로, 상담실 밖에서는 친구로, 학교 밖에서는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을 이제 아이들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은 우리 교사에게도 유효하다. “상담실 안에 있는 쌤의 모습도 진짜고, 상담실 밖에서 너희들이랑 수다 떠는 쌤의 모습도 진짜고, 집에 있는 엄마처럼 잔소리하고 짜증내는 쌤의 모습도 진짜란다. 사람은 한 가지 모습으로만 살 수 없단다. 예를 들어보자. 옷장에 옷이 교복 하나밖에 없다면, 나는 수영장갈 때도, 등산갈 때도, 데이트할 때도 교복만 입어야겠지? 사람들이 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겠지? 그럼 이제 그런 곳은 가기 싫어질 거야. 그래서 나는 맨날 교복이 어울리는 학교만 다니고 싶어져. 그게 편하니까. 우리는 옷장에 다양한 옷을 마련해야 해. 그리고 상황에 맞게 옷을 갈아입어야지. 그래야 삶이 풍성해지고, 즐거워진단다. 옷을 갈아입는 것이 잘못된 행동은 아니잖아. 오히려 합리적인 거지? 사람도 마찬가지란다.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해. 그게 적응이란다.” 우리는 곧잘 ‘사람은 한결같아야 한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한결같아야 하는 것은 삶의 신념(가치관)이지, 행동(표현방법)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서 늘 예뻐만 할 수 없다. 잘못하면 엄하게 훈육하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고, 잘한 행동에 격하게 좋아하며 칭찬하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며, 알 듯 모를 듯 조용히 뒤에서 챙겨주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다. 오히려 늘 예쁘다고만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언니·오빠·누나·형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친근한 교사가 되고 싶은 것과 교사답게 행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교실에서 수업하거나, 교무실에서 학생과 상담할 때,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을 지도할 때는 ‘교사니까, 교사로서, 교사답게’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쌓이고, 권위가 형성된다. 쉬는 시간이나 아이들과 놀 때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장난치고, 농담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보여주는 교사의 태도는 아이들에게 모델링이 되어 ‘자신의 옷장에 다양한 옷을 채워 넣는’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교사다운’ 교사로 오래 근무하려면 ‘애들 상대하는 일이 뭐가 어려워’라고 쉽게 말하지만, 어른이 아이를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른 두 명(엄마·아빠)이 한두 명의 자녀를 키우는 것도 맘대로 안 되는데, 한 명의 교사가 성격·가정환경·지적수준 등이 다른 학생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특히 돌봄기능과 기본생활습관형성기능까지 추가된 초등학교의 젊은 교사들은 아이를 키워본 경험조차 없어 교육이 담당해야 할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난감해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중·고등학생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초등학생은 ‘어리니까, 모를 수 있어’라고 위안이라도 삼는다지만, 알면서도 ‘어쩌라고’ 하며 듣는 척도 안 하는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하며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애쓰다보면 ‘내가 뭐하는 짓인가’라는 회의가 들면서 힘이 빠지기 일쑤이다. 끝까지 붙잡고 있자니 에너지 소비가 너무 크고, 포기하자니 교사로서 책임감이 없는 것은 아닌지 자책하게 된다. 교사로서의 초심이 깊었던, 학생에게 진심이었던, 온 열정을 다 쏟아 부었던 후배교사일수록 학생이 잘못되면 자책이 심해지고, 오랫동안 힘들어 한다. 급기야 ‘학교는 뭐 직장이죠’라며 교사다운 교사의 길을 접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니, 더 짠하다. “아이들은 12년 학교생활을 하면서 각자 성장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교사는 그 드라마를 찍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잘 찍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렇게 하면 더 잘 찍을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실수하고 힘들어할 때 응원해주고, 만족해할 때 축하해주는 사람이지, 완성된 작품을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시사회에 초청되는 일도 드물죠. 아이들의 성장드라마는 선생님의 눈앞에서 펼쳐질 수도, 1년 뒤에 일어날 수도, 5년·10년이 흐른 뒤 어느 날 문득 일어날 수도 있어요. 선생님의 올바른 지도가 지금 당장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 것도 아니고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던 것도 아니에요.” 아이들은 자신이 아직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듣는 둥 마는 둥, 듣더라도 실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한 순간, 혹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 오면 그제야 변화가 시작된다. 교사는 그 순간을 위해 길고 긴 시간을 견디며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만약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른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없다. 아이들이 지금 당장 듣던 듣지 않던, 그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해주고, 방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교사는 충분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는 늘 강조하며 격려한다. “쌤, 포기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교사다웠어요. 달라지고 안 달라지고는 우리의 영역이 아니에요. 그 녀석의 선택이에요. 너무 조바심 내지 마요.” 교사는 아이들이 지금 당장 말을 새겨듣고 변화하리라는 기대를 하며 지도하는 것이 아니다. 먼 훗날, 1년 혹은 5년 혹은 10년 혹은 더 멀리 어느 날 생각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예전에 선생님들이 해줬던 말을 기억해내면서 방법을 찾아내고, 그래서 다른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하며 지도하는 것이다. 물론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선생님이 그런 말을 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나한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내 덕분임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교사다운’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교사로서 부끄럽지 않고,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교사다운’ 행동을 한 것이니, 그것으로 족하면 된다.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교사는 그저 교사로서, 교사니까 묵묵히 제 몫을 하면 된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다운 교사의 길을 오랫동안 걸어갈 수 있다. 교사라서 느끼는 벅찬 감격의 순간 곧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들려오지만, 아이들은 스승의 날이 되면 담임선생님을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한다. 며칠 전부터 담임선생님 몰래 작전을 짜고, 당일 아침 새벽같이 학교에 와서 칠판 가득 감사메시지를 적고, 풍선을 붙여놓고, 케이크를 사놓고 선생님을 기다린다. 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다. 교사만이 누릴 수 있는 감격의 순간은 또 있다. 겨우겨우 학교를 졸업시킨 녀석들이 이제 좀 컸다고 선물과 커피를 사 들고 와서는 자신의 근황을 전해주는 순간이다. 아이들은 “쌤, 갑자기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요”라며 나를 무장해제시킨다. 그리곤 한마디 덧붙이며, 감격의 마침표를 찍는다. “쌤, 이제 알았어요. 쌤이 저에게 하던 말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된 순간,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서 냅다 왔어요.” ● #01 _ 한 사람의 희로애락 순간에 교사가 있다. 교사는 그런 존재이다. 졸업한 지 2년 만에 연락이 온 ○○이는 늦바람이 불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별 탈 없이 학교생활을 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방황하더니 급기야 학교를 그만두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자해를 하고, 자살시도를 하자 부모님이 결국 항복했다. 의기양양하게 자퇴서를 쓰러 온 날, “아빠 이겨서 좋냐?”라는 말과 시작된 마지막 상담에서 아이는 피식 웃었다.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어찌어찌 겨우 졸업을 시켰다. 올 3월 중순쯤 갑자기 연락이 왔다.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했다며, 그때 자기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건넨다. 대학에 진학해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계획도 전한다. “○○이가 마음을 바꾼 덕이지. 그때 고집을 꺾은 용기가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있었던 거지. 우리 ○○이, 잘했네. 그리고 그 순간에 쌤을 생각해줘서 또 너무 기쁘네.” 한 사람의 희로애락 순간에 교사가 있다. 교사는 그런 존재이다. ● #02 _ 내 눈앞에서 펼쳐진 드라마틱한 성장드라마, 교사로서의 자부심이 생긴다 □□이는 1학년 때부터 전교에 소문이 자자했던 학생이었다. 무사히 졸업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정기상담일에 와서도 ‘상담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거침없이 험한 말을 쏟아내곤 했다. □□가 3학년이 되던 해, 우리학교에 대안교실이 생겼다. □□이에게 “쌤이 대안교실을 운영할 거야, 너도 같이 해볼래?”라고 권유했고, 마지못해 합류했다. 대안교실의 제과제빵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는지, 차츰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왜 한집에 살아야 하냐’며 극도의 반항심을 표출하던 녀석이 어느 날, 자신이 만든 빵을 아버지에게 드리겠다며 회사로 찾아갔다. 아버지는 회사동료들에게 우리 딸이 만든 빵이라고 자랑하며 함께 먹은 사진을 딸에게 전송했다. 그날 이후 이 녀석은 드라마틱한 성장드라마를 내 눈앞에 펼쳐 보이며, 제과제빵과로 진학했다. 내 눈앞에서 성과를 지켜본 케이스이다. 아이의 성장은 교사를 업그레이드시킨다. 자부심이 생기고,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스킬이 +1 된다. ‘교사의 옷장에 새로운 옷’이 생기는 순간이다. ● #03 _ 알아주면 고맙고, 몰라줘도 괜찮다 △△이는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쉬는 시간마다 위클래스를 들락거리며 넋두리했다.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면 너에게도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겠니?”라는 말에 “상담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라며 한동안 발걸음을 끊었던 녀석이었다. 멋쩍은 듯 다시 찾아온 날, 아무렇지도 않게 “어, 왔어? 오랜만이네, 잘 지냈니?”라는 말에 “쌤, 제가 어떤 점을 수정하면 좋을까요?”라며 변화를 꾀했던 기특했던 녀석이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던 3학년, 녀석은 졸업할 때까지 위클래스에 오지 않았다. 섭섭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흐뭇했다. 녀석의 노력이 대견하고 기특했다. 졸업한 후 몇 년이 지났을까. 뜬금없이 찾아왔다. “쌤, 갑자기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요. 진짜 너무 보고 싶어서.” “왜?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냥 진짜 보고 싶었다니까요.” “뭐야, 뜬금없이. 잘 지내고 있지?” “사실은, 쌤, 이제 알았어요. 쌤이 저에게 하던 말들, 그 말이 이제야 뭔지 알았어요. 제가 틀렸더라고요. 저는 애들이 다가오기만 기다렸지, 제가 다가갈 줄은 몰랐던 거예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저도 다가갔어야 하는 건데, 제가 챙겨야 하는 건데, 저는 그냥 다른 사람들이 저를 챙겨주고,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더라고요. 그걸 깨닫는 순간,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막 달려왔어요.”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학창시절 선생님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학교에 다니는 12년 동안 만난 선생님 중 감사한 분도 있고,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걸리면 죽는다고 해서 별명이 ‘AIDS’이었던 ○○선생님은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면 안줏거리로 빠지지 않는다.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파도 파도 끊이질 않고 험담을 할 수 있다. 그러다 생각한다. ‘하긴, 덕분에 나는 그런 교사가 되지 않으려고 늘 경계하며 살고 있지. 그 분이 남긴 교훈이라면 교훈인 거네’라고 말이다. 교사는 그런 존재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말이다. 스타강사와는 차원이 다른 그런 존재감 말이다.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분명 ‘직장’ 외에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 초심으로 아이들과 오랫동안 행복했으면 좋겠다.
세계는 지금 Digitalization(디지털화)에서 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Digitalization이란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활성화하거나 개선 및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통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원활한 의사소통 지원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해 가는 것이다. Digital Transformation은 Digitalization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변환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업무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구조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어떤 의미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3 BETT SHOW로 향했다. 코로나19가 앞당겨버린 디지털 세상 BETT(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 SHOW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듀테크 박람회로 198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글로벌 행사이다. 올해는 ‘재연결(Reconnect), 재구성(Reimagine), 재탄생(Renew)’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내걸고 세계 150여 개국 6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3월 29~31일까지 열렸다. 필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바로 전인 2019년 1월에 BETT SHOW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 코로나19가 앞당겨버린 디지털 세상이 올해 BETT SHOW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사뭇 궁금했다. Keynote 현장에는 세계 유명 인사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필자가 도착했을 때는 영국의 유명 방송인인 아요 소칼레(Ayo Sokale)의 ‘Neurodiverse Minds: The key to the future and the UN SDGs(신경다양성 마인드: 미래와 UN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열쇠)’라는 주제로 열정적인 강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지구와 미래사회를 위한 핵심 키워드로 신경다양성 마인드를 제안하는 그녀의 강연은 뒤에 이어진 크리에이터이자 영화감독인 앨리슨 벨우드(Alison Bellwood)의 Making ‘sustainability’ real in schools(학교에서 ‘지속가능성’ 실천하기)의 주제와도 맞닿아있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기술 발전을 쫓아가면서도 지구의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교육이 학교에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경제·사회·문화·예술·교육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필요한 통찰을 보여주는 강연은 BETT SHOW에서 놓칠 수 없는 귀한 경험이 아닌가 싶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좌석을 빽빽하게 채운 관중들, 그리고 발표자와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내고 호응하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경건하고 다소 딱딱한 행사 문화와는 상반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AI 튜터링 서비스 Practice Sets BETT SHOW 현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AI 기반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였다. 국내 교과서 출판사의 AI 기반 디지털교과서 및 AR 활용 교육도서와 학생들의 독서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영국의 대시보드 플랫폼, 구글의 AI 튜터링 시스템인 Practice Sets 등 수업·평가, LMS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2월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에서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AI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배움 속도에 맞게 맞춤교육을 제공하여 미래사회의 디지털 인재로 키우겠다는 의지라 볼 수 있겠다. 또 구글의 AI 튜터링 시스템인 Practice Sets은 기존의 온라인 학급인 구글 Classroom에서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을 AI가 이를 자동 채점해 주고, 잘했을 때 칭찬해 주는 정적강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학교교육에서 수업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평가’이다. 순위를 내고, 성공자와 실패자를 가르기 위한 결과로서의 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현재 수준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과정으로서 평가는 수업을 보다 완성시켜 줄 뿐 아니라 학생의 성장에 기여한다. 이러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AI 보조교사, 즉 AI 튜터링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분석하여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 진단한 결과를 정리하여 교사에게 알려줌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의 학습자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학습자 분석결과는 교사의 손에 의해 맞춤형 수업설계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학생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학습의 제일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결과로서의 평가가 아닌 학습활동 진행 중에 이루어지는 과정으로서의 평가, 성장을 돕는 평가를 위해 Practice Sets와 같은 AI 튜터링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영국에 이어 한국에도 서비스가 론칭된다고 한다. AI를 접목한 SW·AI 교육도구의 등장 다음으로 다양한 SW·AI 교육도구들을 살펴보았다. 예전의 BETT SHOW에서는 코딩교육과 피지컬 컴퓨팅의 연계가 눈에 띄었다면 올해의 BETT SHOW에서는 한 단계 진화해 AI를 접목한 코딩교육과 피지컬 컴퓨팅의 연계, 나아가 데이터 기반의 시각화 교육에 대한 연구와 도구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었다. 얼굴인식 기술을 접목해 카메라에 비친 사람의 나이와 감정을 예측해 알려주는 교육체험에서부터 최근 핫한 챗GPT를 접목해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내에서 챗GPT에 연결하여 질문하고, 대답을 얻어내 그 결과를 프로그램에서 활용하게 하는 등 새로운 시도와 활동은 학습자의 학습동기를 끌어냄과 동시에 최신 정보기술을 활용한 문제해결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기계학습의 방법으로 쓰레기 종류를 학습하고, 쓰레기 종류를 분류하여 자동으로 분리수거하는 체험활동이나 실시간 센서 데이터를 수집해 물리적인 환경상태를 시각적으로 파악한 패턴에 따라 코드를 작성함으로써 최적화된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체험활동은 학습자들의 일상생활과 연계된 학습활동으로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이 키우고자 하는 문제해결력은 글로서 배우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와 결부되었을 때 그 효과성이 배가 된다. 따라서 학생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이를 해결해보는 경험이 교육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때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AI·SW 등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들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Digital Competence를 지닌 인재로서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교육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넘기자 결국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기존 교육에서 탈피해 새로운 교육과정 방법을 가능하게 하는데 최신 정보기술이 사용되는 변화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교사 중심의 페다고지에서 학생 자기주도의 안드라고지로, 이제는 자기결정적 학습에 이르는 휴타고지로 나아가는데 디지털 대전환 사회가 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BETT SHOW 관람에 앞서 방문한 핀란드와 스페인의 초등학교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의 수업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처럼 다양한 피지컬 컴퓨팅 도구와 스크래치, 파이썬 등을 활용한 코딩교육을 하고 있었고, 각 교과시간에 크롬북 등의 디바이스를 활용해 디지털역량을 키우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한 달랐다. 수업시간 중에도 자유롭게 여러 개의 그룹으로 나눠지고, 한 교실 내에서도 여러 개로 나눠진 방에 필요에 따라 이동하며 유연하게 수업이 이루어졌다. 쉬는 시간에도 복도 곳곳에서는 프로젝트 활동으로 아이들 손에는 크롬북이 쥐어져 있었고, 하교 시 집으로 가져가 학교에서 못다 한 과제를 마무리하였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통제 하에 필요할 때만 잠시 꺼냈다 다시 충전함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이마저도 ‘관리’라는 명목 아래 필요한 때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네 수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결국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는 것, 정형화된 수업문화에서 탈피해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한 모습으로 자기결정적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넘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BETT SHOW에서 보았던 전 세계의 에듀테크 기업과 교육기관들이 추구하고 있고, 또 추구해야 할 교육의 모습이란 결국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그들에게 주도권을 넘기기 위한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인 것이다.
최근 더 글로리(The Glory)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고등학교 시절, 끔찍한 괴롭힘에 시달렸던 주인공이 긴 시간이 흐른 후 가해자들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내용이다. 복수의 통쾌함보다는 가해자의 잔인한 폭력성에 대한 무반성과 피해자의 회복되지 않은 깊은 상처 등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가시지 않았다. 사이버폭력·혐오 등 새로운 사회문제가 대두되며 그 폭력성은 더욱 정교하게 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교육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정서 문해력이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OECD는 ‘Education 2030’에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태도와 가치(Attitudes and Values)를 중요한 핵심 구성요소로 보았다. 이는 타인에 대한 존중·공정성, 개인 및 사회적 책임, 자기인식 등 민주시민교육과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키우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서 문해력 교육이다. 정서 문해력(Emotional Literacy)이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능력, 감정을 생산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인본주의 교육을 옹호하는 미국 심리치료사 클라우드 슈타이너(Claude Steiner)에 의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클라우드 슈타이너는 정서 문해력이 주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힘을 실어주며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아래의 다섯 단계를 제시하였다. ① 자신의 감정을 인지한다(Knowing your feelings). ② 공감감각을 가진다(Having a sense of empathy). ③ 감정조절하는 것을 배운다(Learning to manage our emotions). ④ 정서적 문제를 해결한다(Repairing emotional problems). ⑤ 정서적으로 상호작용한다(Putting it all together: emotional interactivity). 정서 문해력 교육의 필요성과 교사의 인식 정서 문해력 교육은 학생의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자신감, 인지발달 및 독립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자기규제를 장려하고 타인과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Education today, October 2021, 19p). 정서 문해력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이에 대한 초·중·고 교사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중 일부문항에 대한 자료분석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교사가 인식하고 있는 학생의 정서 문해력 정도에 대한 문항에서, 3년 미만의 교사들이 2.04로 학생들의 정서 문해력을 가장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그러나 배경 변인에 다른 유의미한 차이가 없이 학생들의 전반적인 정서 문해력이 낮다고 교사들이 인식하고 있어,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정서 문해력에 대한 적극적 지원 및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정서 문해력과 인지 문해력의 관련성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항에서는 전체 평균 3.15로, 교사들이 전체적으로 정서 문해력과 인지 문해력의 관련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2 참조). 학교현장에서는 문해력이 낮은 학생에 대한 정서 문해력 교육도 함께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한 향상 방안을 선택하는 문항에서는 정서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 운영, 교원연수, 심리·정서 전문상담사 지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현장에서 다양한 정서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 지원과 자격연수 또는 직무연수 과정에 정서 문해력 관련 연수내용을 포함하여 교사들에게 구체적인 지원체제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된다. 설문결과에 나타나듯 교사들은 이미 정서 문해력 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고,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 교육적 지원과 역량 강화 연수 등에 대한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외국 사례 정서 문해력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은 국내에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다. 영국의 경우 학교에서 정신건강과 웰빙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다각적 접근방식을 취하며, 학생의 학습준비도를 도울 수 있는 ‘학교 단위의 정신건강 및 웰빙 촉진 및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초·중등교사를 대상으로 정서 및 웰빙에 대한 교육방법과 학생들의 감수성을 존중하는 심화연수로 정신건강 훈련 모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정서 문해력 지원 도우미(ELSA: Emotional Literacy Support Assistant) 프로그램 운영 지원으로 학교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를 제공하여 학생들의 공감능력 향상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학생의 회복력과 웰빙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Be You’ 정책은 정신건강을 위한 국가교육계획으로 학생·교직원·가족 모두가 긍정적이고 포용적이며 탄력적인 학습공동체를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Friendly schools 운영 등 학생의 사회·정서발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교 전체의 포괄적 접근을 통해 교육공동체가 변화에 대한 자체 역량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교사·학교·교육청 역할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서 문해력 교육은 개인을 넘어 교육공동체 모두의 관심과 교육적 지원으로 실현화될 수 있다. 학생들의 정서 문해력 함양을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 학교의 역할, 그리고 교육청의 역할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교사의 역할 - 교수·학습계획 수립 시, 학생의 인지적인 부분과 함께 정서적 부분도 함께 고려되어 개인의 종합적 학습발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교육과정 내의 개별화 교육과정(individualized curriculum)에서 교사 및 심리사(psychologist)의 관찰 및 판단을 바탕으로 개별학생의 성취목표 도달 여부와 그에 대한 교수·학습계획을 수립하듯이 학생 개개인에 대한 다각적이고 세심한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 개별화 수업교실의 교사는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유형과 각양각색의 관심사를 고려해 수업을 개별화해야 한다. 또 학습내용 복잡도와 상이한 지원체계를 감안, 수업의 진행속도를 달리해서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켜야 하며,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자기 자신과 경쟁하면서 성장 발전해가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2019, 홍완기). - 정서 문해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교수·학습을 계획하기 전에 학생의 정서 공감능력 및 학습수준을 고려한 학습범위 설정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정서적 자기효능감을 이해하고 교육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하여 학생 개개인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학습수준을 고려하여 어떤 학생도 학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개인에 맞는 학습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학교의 역할 - 교사가 학생의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해 전문성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학교 내에서 전문가를 활용한 교사교육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학교환경에서의 정규교육과정 안에서 정신건강교육 및 아동·청소년기의 부적응문제 등 예방의 통로로 학교기반의 정신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적용하였으며, 학생들의 또래관계기술 향상에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심서연, 2015). - 정서 문해력 교육은 교사의 노력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부분으로, 가정의 수용적 분위기 속에서 부모·형제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가능하기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 및 자료 제공이 필요하다. - 학교운영계획에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한 단위학교의 구체적인 계획수립 및 운영이 필요하다. ● 교육청의 역할 - 학교현장에서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전문상담 프로그램 및 자료제공을 위해 행·재정적 지원이 시급하다. - 단위학교의 정서 문해력 관련 로드맵 수립에 참고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중장기적인 교육정책 제시가 필요하다. - 설문결과에서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한 향상방안으로 교사연수 부분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가치·태도 등을 판단할 수 있는 평가자료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정서 문해력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교수·학습활동에 활용하기 위한 연수제공이 절실하다. 따라서 학생들의 가치·태도와 관련된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한 다양한 연수내용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 우리의 뇌는 끝없이 진화한다’는 어느 뇌과학자의 말로 끝을 맺는다. 타인과의 공존, 자연과의 공존,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며 표현하는 개인 안의 공존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 삶의 질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서 문해력 교육이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균형 잡힌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스포츠계·연예계를 넘어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낙마사태까지. 학교폭력 관련 뉴스가 연일 화제이다. 최근에는 학교폭력과 그에 대한 복수를 담은 드라마까지 인기를 끌면서 학교폭력이 문화적 콘텐츠로 소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과 보호자 역시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아져 있음은 당연하다. 학교에서는 예전 같으면 담임교사의 생활지도 정도로 마무리할 정도의 사안들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는 일이 늘고 있다. 신고를 당한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들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일을 왜 학교폭력으로 처리하냐는 식의 민원을 넣는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학교는 갈수록 더 힘들어져 간다. 어떤 사안을 학교폭력으로 접수해야 하고, 어떤 사안을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 차원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학교에서 이를 임의로 판단해도 괜찮은 걸까? 업무담당자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번 호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접수와 관련하여 현장에서 고민해온 사례들을 살피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지, 왜 그렇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수록된 사례와 파생되는 예시 상황들이 독자들의 눈에는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 필자가 자문한 학교현장에서 발생하였던 실제 사례들을 기반으로 한 것임을 밝혀둔다. 즉 학교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례1운동경기 중 발생한 부상과 학교폭력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축구경기를 하다가 P가 상대 학생 V에게 깊은 태클을 걸어 부상이 발생하는 일이 생겼다. 즉시 V를 보건실로 옮겨 치료하고, 보호자에게 연락하였다. 그런데 V의 보호자는 태클을 걸어 온 P를 탓하며,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운동경기 중에 발생한 일일 뿐,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보이는데, 이런 사안도 학교폭력 절차로 처리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은 제13조 제2항 제3호를 통해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를 소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막상 발생된 분쟁사안이 학교폭력인지, 혹은 일상적으로 발생한 갈등인지에 관해서는 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하게 되므로 학생 또는 보호자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다면 비록 그 내용이 이치에 맞지 않거나 근거가 없어 보이더라도 학교폭력 사안처리 절차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례❶’은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해서 처리해야 한다. 또한 ‘사례❶’과 같은 사안을 우발적 상황으로 여기고 학교폭력사건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이 사안을 조사하다가 다음과 같은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고 가정해 보자. ① P와 V는 좋아하는 여학생이 같아 서로 경쟁하는 사이로 학교생활 도중에도 종종 갈등이 있었다. ② P의 태클 이전에도 경기 중 계속하여 P와 V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여 다른 학생들이 말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③ V는 종아리 위쪽에 부상을 입었는데, 통상 공을 빼앗기 위한 태클이 발목을 향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부상 부위가 일반적이지 않다. 위와 같은 사실을 고려하면, P는 축구경기라는 점을 이용하여 V를 공격할 목적으로 태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심의위원회에서 이를 고려하여 학교폭력으로 인정할 가능성도 생긴다. 사례2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로 마무리 지어도 괜찮을까? 초등학교 1학년인 V의 보호자가 상담을 요청해왔다. 들어보니 같은 반의 P가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밀치는 행동을 반복하며 V를 괴롭힌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P의 행동은 엄밀히 바라보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이는데, 한편으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V의 보호자와 상담할 때 특별히 학교폭력으로 신고한다는 말은 없는데, P를 불러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훈육하는 정도로 마무리 지어도 괜찮은 걸까? 심각한 신체폭력이 발생하였다거나, 증거가 분명한 사안이라면 곧장 학교폭력사안으로 접수하겠지만, 항상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것인지가 애매한 사안들이 발생해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이렇게 애매한 사안은 학교폭력으로 접수하여 처리하든 혹은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차원에서 마무리하든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두 상황을 가정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살펴보자. ● 가정 1)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하여 처리한 경우 우선 가해학생으로 신고된 P의 보호자는 “뭘 이런 아이들의 장난까지 학교폭력으로 보고 처리하느냐”며 화를 낼 것이다. 물론 가해학생 측의 입장에서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고 예상가는 범주의 일이다. 그런데 유사한 사례들을 접해보면 오히려 피해학생 측인 V의 보호자가 “나는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느냐”라고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런 일들의 내막을 살펴보면 보통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처리를 시작하자 “○○ 엄마/아빠가 별것도 아닌 일로 학교폭력 신고했대”라는 소문이 돌았다거나, 혹은 본래 친하던 학생들이나 보호자들 사이의 관계가 학교의 사안처리 때문에 서먹해졌다는 등의 사연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발생한 책임을 모두 학교에게 떠넘긴다. ● 가정 2) 학생생활지도 차원에서 마무리한 경우 이미 갈등이 발생한 학생들은 이후 다른 문제가 또다시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사례❷’에서 P에 대한 생활지도에도 P가 V를 추가로 가해했을 때, 화가 난 V의 보호자가 “과거에도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은폐했다”라고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번에는 V가 P를 폭행하고 P가 신고하자 V의 보호자가 “우리 아이가 당했던 학교폭력은 모르는 척 넘어가고, 왜 우리 아이가 가해한 부분만을 문제로 삼느냐”라고 할 수도 있다. 어떠한 경우이든 학교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식적인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해서 처리하든, 학생생활지도 차원에서 마무리하든 갈등과 분쟁의 위험이 있다. 그러면 학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례❷’와 같은 상황에서 학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당사자에게 선택지를 제시하고 분명하게 결정하도록 한다’라고 생각된다. 또 굳이 에둘러 말할 이유도 없다. “말씀을 들어보니 V가 힘들었겠다. 공식적인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하여 처리할 수 있지만, 교육청에서 진행되는 심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학교 내에서 P와 V에 대한 생활지도를 진행해볼 수도 있다.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알려달라”고 하여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때 보호자가 학생생활지도로 진행하기를 원한다면 학교관리자와 상의하여 생활지도방안을 마련하고 이러한 계획에 대한 내부결재를 남겨두는 것이 권장되며, 적어도 보호자가 그러한 결정을 하였음을 기록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교폭력을 은폐했다는 주장을 차단하고 학교의 입장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다. 사례3학교폭력 신고접수 후 오인신고임을 알게 된 경우 B는 ‘A가 성인에게 성범죄를 당하고 괴로워한다’며 담임교사에게 알렸다. 깜짝 놀란 학교는 학교전담경찰관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달하였고, 중한 사안임을 감안하여 사실 확인에 앞서 곧장 교육청에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접수하였다. 학교는 A의 보호자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알렸는데, 보호자 역시 처음 듣는다며 놀랐고, 성관련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보호자에게 협조를 요청하였다. 다음날 A와 보호자가 함께 학교로 방문하였는데, A의 보호자는 A가 다른 학생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러한 말을 한 것이라며 그러한 피해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한다. 학교로서는 한시름 놓긴 했지만, 이미 접수한 학교폭력신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냥 신고를 철회하면 되는지 궁금하다. 우선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였을 때, 사실 확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곧장 학교폭력 접수를 진행하는 것이 상책이다. 법령으로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학교는 학교폭력을 인지한 후 48시간 이내에 교육청으로 사안을 보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긴급하거나 중대한 사안(특히 성폭력)은 유선으로 별도 보고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례❸’과 같이 제3자(학교폭력 당사자가 아닌 자로 목격학생 또는 교사 등)의 신고로 학교폭력 접수가 이루어졌으나, 이후 사안을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이를 종결하기 위해 마련된 별도의 과정이 있다.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2023.3.1.)은 학교 내의 전담기구 회의를 통해 학교폭력이 아님을 확인한 후, 그 회의내용을 기재하여 교육청으로 보고하는 절차를 설명한다. 접수된 신고만 철회하면 될 것 같은데, 이와 같은 별도의 절차를 두고 있는 것이 담당자로서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절차는 학교 업무담당자에 대한 안전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전담기구는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법정기구이다. ‘사례❸’의 신고가 실제로는 오인신고가 아니라 성폭력 피해사실이 알려질까 봐 학생이 부모에게도 이를 숨긴 일이고, 나중에 제3자인 B의 신고가 진실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이때 사안을 허술하게 조사하여 중대한 학교폭력 사안을 임의로 철회했다며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전담기구의 회의와 이를 통한 결정이라는 공식적인 절차를 마련하여 문제발생의 책임을 업무담당자 개인에게 돌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상 살펴보았듯, 학교폭력 사안은 사안의 초기단계 처리가 매우 중요하고 여기부터 다수의 민원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일단 접수가 이루어지면 담당자는 처리를 위해 관련한 많은 문서를 만들어야 하고, 학생과 보호자에 대한 상담까지 진행해야 하며, 다양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코 학교폭력 담당자 개인이 해결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학교폭력 사안의 접수과정부터 학교관리자를 비롯한 학교 전체의 관심과 도움 그리고 협력이 필요하다.
교육정책적 관점에서 학폭은 매우 다루기 힘든 이슈다. 다른 어떤 교육적 이슈보다 단기간에 특정한 사건에 의해 사회적 관심을 받지만 대책 발표 이후 급격하게 관심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제든 예측하지 못한 측면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어 교육정책당국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슈라는 특성을 가진다. 학폭에 대해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 시기 이후 대략 2013년 초까지는 학폭을 범죄로 인식하고 가해행위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도입 등 강력한 정책을 편 시기라 평가된다. 이후에는 예방 프로그램 적용, 가해학생 조치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완화, 학교장 자체해결제 도입 등을 통해 학폭의 교육적 해결을 위한 시기로 전환됐다. 정도 넘는 학폭은 지원 강화해야 최근 몇 년간 학폭 대책을 논의할 때 ‘교육적 해결’ 방안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적 해결은 학교 외부 힘보다는 학교 노력을 강조하는 것이며, 사건이 발생한 후의 대책보다는 예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다. 어울림 프로그램과 같이 학폭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학급운영이나 수업과정 갈등관리, 학생간 교우관계를 든든하게 할 수 있는 교육방안들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사안이 발생하면 무조건 학교 밖의 학폭대책심의위원회에 피·가해학생 조치를 요청하기보다는 학교 내에서 전담 기구 등을 활용해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의 역량과 협력으로 화해와 중재를 얻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학폭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좀 더 보완하고 필요한 전제조건 등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우선 이 주장은 모든 학폭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는 초 1학년 학생 간의 티격태격이나 단어의 뜻을 모른 상태에서 상처 주는 언어표현부터 중등학교 일진그룹에 의한 특수폭행까지를 다 포함한다. 교육적 해결은 예방적 차원에서 모든 학생이 서로를 존중하고 학생 개인의 인권을 인정하는 학교풍토 및 교우관계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나 정도를 넘어서는 폭력적 행위에 대해서는 학교 밖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교전담경찰관의 개입(사안조사 및 대응과정)을 허용해야 한다. 특히 사이버 폭력 등 최근 확산되는 유형은 학교나 교사의 예방 및 대응역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에는 학교 밖 네트워킹을 통해 그 분야에 강점을 갖는 조직이나 인력의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 대응역량 키울 여건 필요해 다음으로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학폭에 대한 초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초등 저학년에서 발생하는 학생간 갈등을 학폭 제도를 통해 해결하려는 관행도 바꿀 필요가 있다. 적어도 초 1, 2학년 사안의 경우 학폭 대상이 아닌 교우관계 회복적 측면에서 담임교사가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 매우 사소한 혹은 교사의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학부모가 개입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무력감은 차후에 학폭을 생활지도의 관점이 아닌 법적, 제도적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 혹은 교원에게 학폭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룰 권한과 여력이 주어져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학교에서 가장 기피업무는 학폭 담당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학폭 전담교사는 매년 바뀌고 교육경력이 적거나 기간제인 교사가 담당하고 있는 현실도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성이 누적되지 않고 일하는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 상황은 여전하다. 학교의 대응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담당교사에게 생활지도 수석교사라는 지위를 부여해서라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아 지겨워 진짜. 니들은 왜 다 그걸 묻냐? 난 이래도 아무 일이 없고 넌 그래도 아무 일이 없으니까. 지금도 봐. 네가 경찰서 가서 그 지랄까지 떨었는데. 넌 또 여기 와 있고. 뭐가 달라졌니? 아무도 널 보호하지 않는다는 소리야 동은아. 그걸 다섯 글자로 말하면 뭐다? 사. 회. 적. 약. 자.” 학교 폭력의 아픔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리쇼 ‘정선 가득한 아침’의 진행자, 정선고등학교 이원재 선생입니다. 오늘은 학교폭력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배 속에 든든함과 따스함을 함께 채울 수 있는 핫도그 레시피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함께 요리해주실 두 분을 모셨습니다. 어느 학교에 가시든 학생부에 계실 확률이 무척 높은 ‘체육’ 김윤성 선생님 나와주셨고요. 교생실습 때 교생과 지도교사로 인연을 맺었는데 신규 발령도 이곳으로 받으신 국어 임다정 선생님 나오셨습니다. 핫도그 만드는 교사들 먼저 재료를 소개해 드릴게요. 저희는 거의 이 지역 식자재 마트에서 재료를 구입해요. 학교와 지역이 함께 살아야 하니까요. 저희 전교생이 260여 명 되는데 굵은 소시지와 길쭉하고 양쪽으로 갈라지는 아메리칸 핫도그 빵을 학생 수만큼 주문합니다. 달콤한 데리야끼 소스와 풍미를 더해 줄 아일랜드 드레싱, 그걸 뿌려줄 구멍 세 개 달린 소스통도 필요합니다. 위생상 키친타올과 비닐장갑, 마스크를 준비하는 건 기본인 거 아시죠? 여기서, 우리 ‘정선 가득한 아침’ 시청자 여러분께만 살짝 귀띔해드릴 준비물이 몇 가지 더 있어요. 교직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들이 될 거라고 후배 선생님들을 꾈 수 있는 당의정 2알.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도 먼저 웃으며 인사말을 건넬 수 있는 뻔뻔함 100그램. 규정을 잘 지키면서도 그럴듯하게 지출 품의를 올릴 수 있는 필력 세 스푼입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넉살까지 갖추셨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자! 이제 조리를 시작해 볼까요? 우선 세 사람이 학생들이 등교하는 현관 앞에 2인용 긴 책상 두 개를 놓고 나란히 섭니다. 임다정 선생님이 교무부와 학생부에서 가져온 전자레인지에 빵을 데우고, 김윤성 선생님이 집에서 가져온 캠핑용 그릴에 소시지를 굽습니다. 그러면 제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 속에 육즙 터지고 탱글탱글한 소시지를 끼운 뒤 소스를 골고루 뿌려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건넵니다. 아차! 중요한 걸 빼먹을 뻔했네요. 이 핫도그를 먹으려면 마법의 주문을 자기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야만 합니다. 제 옆에 서 있는 배너에 쓰인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SNS에는 고운 말 좋은 글만. 다툴 것 같으면 선생님께 중재를. 너도 나도 모두 귀중한 사람.” 여기서 잠시, 그날의 풍경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네! 여기는 3월 16일 아침, 정선고등학교의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현장입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100여 미터 가까이 늘어선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주문을 외는 소리가 함께 뒤섞여 활기찬 아침을 만들고 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정선고 2학년 김도연 학생을 만나보겠습니다. 핫도그 맛이 어떤가요?” “너무 맛있어요! 정선에서 처음 이런 거 먹어 봐요!!!!” “이런 캠페인 참여하는 느낌이 어떤가요?” “사실 처음엔 그냥 맛있다, 즐겁다 이런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매일 등교할 때마다 이름 불러 주시고, 머리 자르면 그것도 알아봐 주시고, 기분도 살펴 주시고 하니까 내가 정말 귀한 사람,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다시 정의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 우리 학교 사람들 모두가 하나의 울타리로 묶이는 느낌도 들었고요.” 교실로 올라가면 핫도그 맛을 놓고 미식회가 열립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 교실 안에서도 멀찍이 떨어져 앉아 말 한마디 없이 각자 핸드폰 게임만 하던 아이들이었습니다. 2022년, 이러한 캠페인이 시작된 후로, 정선고에서는 다툼과 학교폭력이 드라마틱하게 사라…….” 화해·공존·어울림을 꿈꾸다 여기까지 보겠습니다. 영상 어떻게 보셨나요? 영상 끝에 취재 기자가 큰 실수를 할 뻔했네요. 대한민국에 3대 금기가 있다고 하죠. 응급실에서 환자가 없다고 말하기, 소방서에서 긴급 출동이 없다고 말하기, 그리고 학교 학생부에서 학폭 사안 없다고 말하기. 농담입니다! 하하하. 시청자 여러분 오늘 소개해 드린 레시피 어떠셨나요. 2006년에 개봉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기억하십니까. 한국전쟁이 일어난 줄도 모르던 깊은 산골에 우연히 국군, 인민군, 연합군 병사들이 흘러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서로를 죽이려고만 들던 병사들을 자연스레 화해하도록 만든 신선 같은 촌장님은 위대한 지도력의 비결을 다음과 같이 밝히시죠. “뭘 좀 마이 멕이야지 뭐.” 어깨띠와 피켓, 딱딱한 표어를 인쇄한 볼펜과 기념품으로 진행하는 캠페인 대신, 한입 가득 베어 물 수 있는 핫도그 레시피로 그 자리를 대신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레시피대로 요리해 보신 후기를 한국교육신문 독자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추첨을 통해 이 글쓴이의 연락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배제와 파국 대신, 화해와 공존, 어울림의 문화를 함께 꿈꾸실 시청자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지금까지 ‘정선 가득한 아침’ 진행자 정선고등학교 학생안전부장 이원재 선생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많은 교사가 학생 교육과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정당한 학생 지도과정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직 사회의 사기 저하와 교육력 후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행히 국회와 교육부가 교총 등 교육계의 염원을 반영해 지난해 말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장의견 반영한 시행령 서둘러야 문제는 내용이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 해도 시행령이 법의 취지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효과는 반감되고 어려움은 계속된다. 교총이 지난달 26일 가장 먼저 교육부에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생활지도 내용을 제시하고 반영을 촉구한 이유다. 교총이 제시한 구체적 내용은 수업 방해 및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해 교사가 △학생 상담 및 구두 주의 △교육활동 장소 내 특정 공간으로 이동 △교실 퇴실 명령 및 지정된 공간으로 이동 △반성문 등 과제 부여 △방과 후 별도 상담 △학부모 내교 상담 △교권보호위원회, 생활교육위원회 개최 및 학생 징계 △기타 학칙이 정하는 생활지도 행위 등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교총이 이처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을 제시한 목적은 첫째, 학생의 학습권(수업권) 보호 둘째, 교원의 교권 보호 셋째, 교원의 생활지도 방법의 구체화를 통해 교원-학부모, 학생 간 갈등 완화, 생활지도 행위의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 넷째, 정당한 생활지도권 보장을 통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남발 방지 효과다. 많은 교사가 그 목적 및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이제 공은 교육부에 넘어갔다. 현장의 요구로 만들어진 법인 만큼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시행령(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원 보호 위한 추가 입법 필요해 교육부가 시행령을 마련하면서 염두에 두길 바라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서둘러 달라는 것이다. 6월 28일 시행이 되려면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통과까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법은 시행되는데 시행령이 미처 준비가 안 된 입법 미비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둘째, 현장 교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법률적 용어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말고 현장의 애환과 어려움을 해소하는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원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교육부 안이 발표되었을 경우 절차적 민주성과 현장성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끝으로 생활지도의 구체적 유형과 조치방식이 담겨야 한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중학생이 수업 중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한 학생에게 내린 교내봉사와 사과 편지 징계처분에 대해 “비록 학칙에 심성 교육이라는 문구가 있으나 사과 편지 작성은 법령에 이를 허용하는 근거가 없어 징계처분은 효력이 없다”라는 판결을 한 바 있다.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이 시행령과 학칙에 따라 위임입법이 됐다 하더라도 법령상 명문 규정이 없는 징계처분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행령에 더 구체적으로 생활지도의 유형과 조치방식을 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법령이 허용하는 생활지도를 통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해야 한다. 무력감 속에서 교육 포기와 방종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시행령이 큰 힘을 발휘해야 한다. 나아가 미국 초·중등교육법에서 교원에게 범죄행위를 제외하고는 질서, 규율 및 적절한 교육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면책권을 부여한 것처럼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