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7,439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교육부가 특수교사 정원을 늘려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활동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드러냈다. 또한 유아교육의 특성을 고려한 유치원 교원과 학부모 사이에서의 합리적 소통방안, 교권침해 대응 등 유아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특수교육 교원, 유치원 교원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었다. 우선 특수교원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총리는"특수교육 현장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장애학생의 행동 문제로 선생님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등의 상황이 있다"며 "특수교사 정원을 늘려야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고 교권문제도 해소 가능하다. 특히 정원은 대폭 증원하려고 한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방안은 이달 발표할 교권보호 종합대책과 교원의 생활지도 고시에 포함하되 학생의 문제행동 대응을 위한 세부적 가이드라인은 연말까지 따로 마련하기로 했다. 김태훈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관은 발표 예정인 생활지도 고시에 대해 "교권보호와 관련된 일반적인 내용을 담은 뒤 문제행동·도전행동에 대한 지원 가이드라인은 하반기에 따로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지원관은 "유아의 발달 특성상 교과지도와 생활지도가 분리되지 않는 유아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해 유치원 교원 보호를 위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과도한 민원으로부터 교권을 지킬 수 있도록 유아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지침을 8월 말까지 마련하고 교원의 교육활동과 상담 범위 등을 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부모·교원 간 합리적 소통 기준을 마련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원장은 물론 교육감이 사안을 처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2021년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연이은 교사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한국교총(회장 정성국)과 경기교총(회장 주훈지)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한국교총과 경기교총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비극이 알려져 가슴이 아프다”며 “먼저 전국 교육자와 함께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2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꺼내 놓았겠냐”며 “지금이라도 철저한 진상을 규명해 고인과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고 책임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두 교사가 학교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 내용과 관련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는 교총이 요구한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를 조속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2018년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공립‧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 선택을 했다는 교육부 자료를 인용하며 “유치원 교원과 사립학교까지 합치면 얼마나 많은 교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건지, 이중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교원이 학생 지도와 악성 민원 앞에서 무기력한 교권을 견디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신 것인지를 생각하면 먹먹하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국교총과 경기교총은 “교원의 극단적 선택을 우울증 등 단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서는 지금과 같은 비극을 결코 막을 수 없다”며 “차제에 전수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책임있는 조치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7일 MBC 보도에 따르면 2021년 경기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학교는 단순 추락사고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두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린 정황이 주변 사람들의 증언과 수첩 메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에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소위 ‘킬러문항’은 배제하고 공교육 내 출제 원칙을 지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도록 하겠다.” 오승걸(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신임 원장은 7일 충북 진천 소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전임 이규민 원장이 ‘수능 킬러문항’ 논란에 휘말리면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만큼, 그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앞서 6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와 평가원이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 과정 안에서 문항을 출제하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교육부 대입전형 담당 국장이 경질됐고, 평가원 대상 감사 또한 진행되면서 원장 사임까지 이어졌다. 오 원장은 지난달 7일까지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을 지내다 새 평가원장 초빙 공고가 나자 사직한 뒤 공모에 응했다. 결국 그는 이달 3일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제347차 이사회에서 제 13대 평가원 원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6년 8월 2일까지 3년이다. 보통 3개월 정도 진행되는 평가원장 선임 절차가 1개월 여 만에 마무리된 것은 100일 남은 수능의 안정적 시행을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 달 치러지는 9월 모의평가는 '킬러문항 배제' 원칙이 처음 적용되는 터라 교육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서울 난우중·자양고·창덕여고 교사,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교육부 학교정책관·교육복지정책관, 로스엔젤레스 한국교육원 원장, 서울 잠실고 교장 등을 역임한 오 원장은 중등교사 출신으로는 첫 평가원장이기도 하다. 4·5대 원장이었던 정강정 전 원장이 초등교사를 지낸 행정고시 출신 관료였다. 이전에는 대부분 교수 출신이 임명됐다. 오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어느 때보다 국민들께서 수능시험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큰 시기에 평가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가오는 2024학년도 수능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출제 및 시행 관리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공교육 과정 내에서 충실히 공부하고 지도해 온 학생․학부모, 선생님께서는 그간 해왔던 대로 수능 준비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도입될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을 선도하고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며,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국가책임 교육에 평가원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경기 상률초(교장 김진만)는 올 3월 수원시 학교사회복지사업 지원교로 신규 선정돼 학교사회복지사가 배치됐다.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학생들에게 교육·문화·복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건강한 학교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 복지서비스 연계 등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 나가고 있다. 무더운 여름방학 기간인 2~4일까지 3,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쏙쏙 캠프- 몸짱! 마음짱!’을 진행하였다.대진대 간호학과 멘토들과 일상 속에서의 보건 활용법에 대해 알아가며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돌볼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멘토 및 친구들과 협동하며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관계형성 및 소통법을 배워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상처의 종류와 응급처치 교육 및 휴대용 구급함 만들기, 손씻기 교육 및 나만의 비누 만들기, 유산균 및 식중독 교육과 김장 체험 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이론에서 끝나지 않고,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체험형 교육으로 진행하였다. 쏙쏙캠프 토링D 멘토 팀장은 “잠깐의 교육이 되지 않도록 배운 것을 집에 가져가 활용해볼 수 있는 수업으로 구성하였고, 학생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3시간이 30분 같이 느껴졌다”, “내가 만든 구급함으로 상처를 치료해보고 싶다”라고 진행소감을 나눠주었으며 대학생 멘토들을 향해 감사를 아낌없이 표현한 시간이었다. 김진만 상률초 교장은 “사회복지사배치로 어렵고 소외된 학생들이 학교를 통해 연계되면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교육공동체와 함께하는 학교 안전망을 구축하면 행복한 학교 문화 정착의 초석이 될 것이다”라고 평했다. 앞으로도 사회복지사실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적응력을 높이고 긍정적인 또래관계를 형성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수원시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운영 중인 고현초학교사회복지실에서는 1일부터 3일까지 3일 동안 1~2학년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프로그램 ‘와~ 신나는 여름방학이다’를 진행했다. 미술매체와 놀이활동을 이용한 친구관계 향상을 주목표로 여름방학을 슬기롭고 알차게 보내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프로그램 시작 전에 "눈은 반짝이며 크게 뜨기, 귀는 쫑긋하게 세워서 친구 이야기 잘 들어주기, 친구가 이야기할 때 입은 예쁘게 다물고 있기, 내 순서를 잘 지키기" 등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약속을 만드는 시간도 가졌다. 1일은 ‘내 마음을 보여 줘’를 통해 나의 표정을 만들어 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제자리 멀리 뛰기 신체활동도 같이 진행하여 몸과 마음이 함께 반응하는 모습을 살핀 후 달라진 내 감정을 이야기하며 친구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활동하였다.2일은 ‘ 스트레스 물러가라’ 시간으로 빗속의 사람 그림을 그려 봄으로써 내 마음의 스트레스 정도를 온도계로 표현해 보고 스트레스 점수를 매긴 이유를 이야기하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스트레스 방패를 만들어 스트레스 상황에서 슬기롭게 대처 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3일은 다 함께하는 의자 쌓기 놀이와 빨대 스틱을 이용한 친구와의 협동 활동 ‘친구랑 같이하면 즐거워요’를 진행하면서 협동과 소통에 대해 배우며 협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많은 장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3일 동안 진행 후 열심히 참가한 학생에게는 자신에게 주는 상장을 만들어 자존감이 향상되는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자신을 사랑하고 친구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되었다. 활동 후 소감 나누기에서 “우리가 만든 약속을 지키니까 친구들과 더 재미있게 놀이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 기다리는 것이 힘들었는데 자꾸 연습해 보니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 하는 활동으로 마음을 맞혀 게임을 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등의 소감을 말했다. 유선미 학교사회복지사는 “여름방학에 저학년 대상으로 진행한 방학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좀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좋았다. 미술을 통한 자기 탐색 및 신체활동으로 친구들과 함께하며 협동하는 모습과 배려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3일 동안 열심히 참가한 학생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2학기에는 많이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박경숙 교장은 “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진행한 학교사회복지사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미술과 놀이를 접목한 활동으로 저학년 학생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참석한 학생들의 웃는 얼굴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소통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울교감행정연구회(회장 하대헌 서울양진초 교감)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교사의 교육권이 존중되고, 초등 교실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안전한 교육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연구회는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교감으로서 좀더 적극적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하려 나서지 않았던 점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요구 사항을 밝혔다. 연구회는 ▲초등학교 현실에 맞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선 ▲부적응 치료가 필요한 학생을 위한 학교 권한 강화 ▲무분별한 민원 및 악성민원 처리에 관한 매뉴얼 보급 및 지침 마련 ▲교육정책 수립 시 학교현장 목소리 반영 등을 주장했다. 특히 문제행동 학생의 수업방해, 교권침해 행동으로부터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 교육권 보호를 강조했다. 학생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학교장 직권으로 치료 기관에 연계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보호자가 이를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대헌 회장은 “우리 연구회는 학교현장의 문제점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학부모들의 적극적 동참과 정부, 정치권에서 신속히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연구회는 서울지역 606개 국‧공‧사립초 교감들의 협의체다.
대전교총(회장 최하철)은 4일 대전시의회 소통실에서 이중호 대전시교육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교권보호를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는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사건, 특수교사 악성민원 및 폭력 등 연이어 계속되고 있는 교권 사건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하철 회장을 비롯해, 김도진 한국교총 부회장,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 김해 대전교총 청년위원회 위원장 및 정영석 위원, 이지연 특수교사가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법률 개정을 통해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공동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가장 공정한 평가는 존재할까? 이러한 질문에 쉽게 ‘그렇다’라고 답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누구에게 공정한 평가라고 생각된다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한 평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모든 활동이 입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때문에 그동안 평가의 공정함이란 어쩌면 아이들 줄세우기 수단이나 다름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별력을 위한 킬러문항, 과연 올바른 평가의 방향인가 해마다 수능 출제위원장은 “학교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고, 학교 수업에 충실한 학생이면 충분히 풀 수 있도록 출제했다”라고 말한다. 주로 수학에서 킬러문항이라고 말하는 문항은 22번과 30번 문항이 손꼽힌다. 수능에서 수학은 30문제를 푸는데 누구에게나 똑같이 10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단순히 계산하면 마킹시간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한 문제당 3분 정도에 풀어야 한다. 그런데 수학을 가르치는 학교 교사들조차도 수학의 킬러문항(특히 30번 문제)을 해결하는데 최소 20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수학에서 킬러문항이란 세 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문제해결과정이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접근방식을 요구하는 문항이거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 수준의 이론을 활용하면 좀 더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을 일컫는다. 킬러문항은 문제해결과정에서 어느 한 단계라도 막힌다면 30분 이상도 훌쩍 넘길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최상위권 학생은 킬러문항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을 빠른 시간에 해결하고 남은 시간을 풀이에 전념한다. 최상위권을 제외한 학생들은 자신이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알기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찍는다. 문제를 손대는 것조차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킬러문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시모집이 40%로 확대되었고, 대입을 위한 변별력이 확보되어야 하므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위해 90% 이상의 학생을 들러리 세우는 것이 과연 올바른 평가의 방향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킬러문항은 교육기회 박탈 매년 출제되는 2~3문항의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학생이 학교를 마치고 학원으로 향한다. 특히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는 킬러문항 전문학원들이 많아 서울에 거주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방과후에 대치동으로 이동하기도 하며, 지방에 사는 일부 학생들은 학원에서 개강하는 방학특강(썸머스쿨·윈터스쿨)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은 킬러문항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원을 선택했을까? 공교육 현장에서 수업시간에 킬러문항과 관련한 수업을 할 수는 없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필자는 학교현장에서 7년째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하면서 매년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과 함께 생활을 해왔다. 학교현장을 살펴보면, 한 학급에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부터 지극히 평범한 학생, 그리고 정말 놀랍도록 실력이 뛰어난 학생까지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교육은 상이한 수준과 특성을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진다. 교실에서는 기초학력 미달학생부터 상위권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기초개념에서부터 응용문제풀이 강의뿐 아니라 수행평가·토론·발표 등 다양한 학습활동이 진행된다. 킬러문항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이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할 때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공교육은 학생 수준의 편차와 교육과정운영의 적절성에 비추어 볼 때 킬러문항을 다룰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설사 수업에서 다룬다 하더라도 특정 학생에게 도움이 될지언정,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교육기회를 뺏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학교현장의 많은 선생님들은 알고 있다. 수능에서 출제되는 일부 문항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출제되었지만,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풀이방법을 활용한다면 조금 더 쉽게 그리고 빠르게 풀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이번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2학년도 수능 기하 30번). 하지만 수업시간에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위배되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소수의 학생만을 위한 수업설계는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수능까지 3개월,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달 교육부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킬러문항이 사교육 근본 원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물론 사교육시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사교육의 긍정적인 역할도 존재한다.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 버거워 일부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좀 더 높은 수준의 여러 문제를 다뤄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실력 향상을 목적으로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킬러문항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교육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어떻게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리고 많은 곳에서 수능이 과연 변별력 확보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질문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필자는 반대로 킬러문항을 반드시 포함해야만 변별력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킬러문항을 굳이 내지 않아도 현행 학교교육과정 내에서 충분히 어려운 수준의 문제, 중간 수준의 문제 등 다양하게 출제가 가능할 것이다. 즉 킬러문항이 있어야만 변별력을 갖춘 수능이 가능하다는 것은 타당한 논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킬러문항을 제외하더라도 난이도 조절로 변별력을 갖출 수 있는 게 평가의 기본이자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이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 학생이 앞으로 대학에서의 교육과정을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목적인 시험이다.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킬러문항을 발표하고 국민들에게 사과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그간 킬러문항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정부 당국에서 시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이러한 교육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시인하고 공개한 만큼 교육계와 모든 국민들은 앞으로의 대책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수능 3개월을 앞둔 지금, 시간이 많지 않다.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고 학교 수업에 충실한 학생이면 충분히 풀 수 있게 출제했다”라는 말이 올해 수능에선 지켜지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출제자·공급자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등급을 가르기 위한 평가를 진행해 온 것을 반성하고 평가의 본질로 돌아가는 첫 발돋움을 환영한다. 앞으로의 다양한 정책들을 기대해 본다.
수능시험과 같은 평가도구의 타당성이란 측정하고자 의도한 바를 얼마나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지 혹은 평가목적에 맞게 평가결과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의 정도를 말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994학년도 이래 대한민국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으로서 명칭 그대로 수험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잘 수학(修學)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하지만 목적과 역할에 대한 다양한 요구, 정시 확대를 통한 대입 공정성 확보, 근래의 킬러문항 이슈 등 여러 관점에서의 개선 요구에 직면해 있으며 심지어 21세기 창의·융합 인재양성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수능시험의 타당성에 대하여 몇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관련하여 어떠한 방향의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모색해 보고자 한다. 수능시험의 타당성 검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웹사이트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수능시험의 공식적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등학교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입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전형자료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수능시험은 개별교과에 대하여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양호한 문항들로 출제 및 구성되어야 하며 동시에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일견 명확해 보이는 수능시험의 목적 및 성격과 관련하여 다양한 문제 제기(공정성에 대한 시비, 물수능/불수능으로 대변되는 난이도 조정 문제, 대입 전형요소로써 적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등)가 있다. 결과적으로 그 타당성을 의심받게 되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1990년 초반부터의 다양한 연구와 고민 그리고 실험 평가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진 최초 수능의 형태와 목적이 2023년 현재 수능의 그것과 상당한 수준에서 괴리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능 직전의 대입시험인 ‘대학입학 학력고사’는 암기 지식 위주 평가라는 비판과 함께 교과별 출제로 인하여 학생들이 너무 많은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개선하고자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논리적·통합적 사고를 측정하고자 하였으며, 시행 과목을 언어·수리·외국어영역 위주로 축소하여 학생 부담을 줄이고자 하였다. 또한 대학에 가서 공부할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자격고사 정도의 역할을 하도록 고안되었다. 하지만 2023년 현재의 수능은 상당 부분 학력고사와의 구분이 모호해졌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둘째, 교과별 교육과정에 충실한 문항 출제를 통하여 고등학교 교육정상화에 기여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대입 전형자료를 제공한다는 수능의 공식적 목적은 그 원활한 달성이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수능이 현실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능력 수준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 일반고에서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대개 2학년까지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 수능에 희망을 거는 경우, 전문대 진학 준비, 예체능 계열의 세 종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공부를 잘하는 수험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의대 입시를 보면 지역인재전형 등 변화의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에서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현실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수능이 된다면 전자의 학생들을 위한 양호한 평가결과는 그런대로 산출할 수 있지만, 후자의 학생들에게는 변별력이 없는 시험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불수능이 된다면 후자의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가질 수 있지만, 전자의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문항이 외계 암호처럼 느껴지게 된다. 또한 웬만한 불수능일지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수능 대비를 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대로 변별하기 어려운 탓에 오직 줄 세우기 목적으로 킬러문항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 확대를 통하여 대입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실상은 수능 자체 역시 완벽하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도구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수능이 선다형 문항을 주로 사용하면서 평가의 객관성을 최대한 구현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함에 있어 공정한 서열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수능 출제과정에서는 누군가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으며, 교과별로 다양한 성취기준의 해석 역시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리고 수능을 통해 측정되는 교과별 학력이 높아야만 대학에서 우수한 수학 역량을 보이는지도 따져 봐야 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수능과 대학 학점 간의 상관이 그리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수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정시 입학자보다 대학생활 및 전공 공부에서 더 우수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결과의 차이를 정당하고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말하며 공정한 평가결과는 평가받는 역량 이외의 요인, 즉 수험생이 속한 특정 집단(인종·성별, 신체적 조건, 사회·경제적 지위, 종교적 배경이나 부정행위)의 특성에 차별적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현 수능의 결과는 학생의 가정환경·거주지역·사교육 이용 정도 등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므로 공정성 측면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수능시험의 개선 방향 모색 수능의 기본적 개선 방향은 1994학년도 최초 도입 당시 표방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언어 및 수리와 관련한 종합적 사고력 평가로 돌아가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수능과목을 대폭 축소하고 대학에 들어가 공부할 최소한의 준비가 되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자격고사로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매년 11월에 단 한 번 실시할 것이 아니라 한 해 동안 과목별로 여러 차례 응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실시 형태 역시 지필시험에서 컴퓨터화 시험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논술·서술형 문항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고부담 시험은 주관적 채점으로 인한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컴퓨터화 시험을 통한 복수 응시 기회 부여와 질적평가 문항 도입 등은 수능이 저부담의 자격고사화가 됨을 기본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선 방향을 포함하여 전반적 대입 제도 변화의 맥락 속에서 구체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사항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수능의 난이도를 기초능력 확인 위주로 하향 조정할 경우 특히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변별력 있는 대입 전형자료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본적 수능과 구분되는 별개의 시험 즉 수능II(교과별로 보다 높은 난이도 및 넓은 영역을 포괄하는 시험)라든가, 대학 수준의 내용을 다루는 AP(Advanced Placement)시험 등을 새롭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추가적 시험들은 국가적 수준에서 출제 및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 입장에서 볼 때 향후 대학에서의 전공을 고려한 필요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지나친 공부 부담과 과열된 응시를 막기 위하여 학생별로 응시할 수 있는 수능II나 AP 과목의 수를 3~4개로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지원자들에게 이러한 추가 시험성적을 요구할지 아니면 기본적 수능 결과에 학생부 서류평가나 면접 등을 고려할지 여부 등에 관한 학생선발 자율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수능에 논술·서술형 문항 등 질적평가적 요소를 과감하게 도입하여 수능을 대비한 학교교육이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수능과 같은 대규모 시험에서 논술·서술형 문항을 출제하고, 채점하는 방법과 자동채점을 위한 인공지능의 활용 등에 대한 지속적 연구와 치밀한 준비가 요청된다. 우선 일선 고교 교사들이 채점에 참여하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나 컴퓨터화 시험을 통한 영어 쓰기 및 말하기 응답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인공지능을 통한 에세이 채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토플 등의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경우 교원임용시험에서 교육학 논술형 시험을 출제 및 채점하는 절차가 확립되어 있으며 국가영어능력평가(NEAT)를 준비하면서 대규모 채점자 집단의 훈련 및 인증 경험을 이미 축적한 바 있다. 셋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능의 공정성이 침해받는 주요 요인은 가정환경에 따른 차별적 영향이며, 이는 학생이 속한 학교의 교육여건, 주변 환경, 사교육 이용 정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저소득 가정이나 농어촌 등 소외지역에 속한 학생들을 위한 현실적 대책은 EBS 수능강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EBS 수능 관련 교재가 매년 50종 이상 새로 출간되며, EBS 수능강의는 내용에 대한 설명과 문항 해설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수능특강 및 수능완성과 같은 연계 교재를 반복적으로 풀면서 실수하지 않기 연습에 대부분의 학습시간을 사용한다. EBS 수능강의의 교육격차 해소 기능을 극대화하고 공정 수능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려면, 많은 수의 교재를 매년 새로 출간하기보다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맞는 양질의 수준별 교재를 각 5년 이상의 간격으로 출간하는 게 좋다고 생각된다. 그런 다음 이렇게 절약된 자원과 역량을 소외 지역 학생을 위한 양질의 수준별 국가 과외 및 개별 학생을 위한 맞춤형 피드백 제공에 모두 쏟아 부을 필요가 있다.
오늘날 지구촌은 더욱 가까워지고 밀접하게 연결되어 상호의존성·불확실성·불평등이 증대되고 있고, 우리 사회에 다문화 구성원이 증가하면서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학생들이 다문화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기능·가치·태도를 습득하고 다문화적 소양을 함양하도록 지원하는 다문화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문화주의를 정책의제로 처음 설정한 2006년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을 발표한 이후, 학교 현장과 연계된 다문화교육이 체계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초기의 다문화교육은 다문화 학생의 학습 부진 또는 학교생활 부적응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에 목표를 두고, 한국어교육 및 대학생 멘토링 등에 치중하였다. 그러나 점차 다문화학생의 강점에 중점을 둔 글로벌 브릿지 사업, 이중언어 활성화 교육, 진로 교육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교육의 대상과 목적에 있어 일반학생의 다문화 수용성 제고를 도모하고, 다문화 친화적 역량을 계발하도록 돕는 다문화이해교육도 강조되고 있다(김한길, 2017). 이에 다양한 문화집단과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다문화사회의 시민이 갖추어야 할 기본역량 신장의 관점으로 다문화교육의 개념과 정책의 추진내용 및 다문화교육의 필요성, 다문화교육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살펴보고자 한다. 다문화교육의 개념 다문화의 개념은 복합문화이다. 우선 가장 알기 쉽게 글자의 의미로 풀어본다면 다문화(多文化)란 단일문화(單一文化)에 대하여 다수의 문화가 혼재 복합된 상태를 지칭할 것이다. 다문화교육은 교육의 다문화적 특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문화교육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견해는 매우 다양한데, 뱅크스(Banks, 2006)는 다문화교육을 다양한 인종적·민족적·사회 계급 집단 출신의 학생들이 교육적 평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학교·대학 등 교육기관을 변혁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뱅크스(2011)는 학교교육제도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인종·민족·성별·종교·언어·문화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동등한 교육 기회와 학업성취 기회를 잡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개혁운동이자 이념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뱅크스 견해는 주로 다문화교육의 주체 및 대상에 초점을 둔 것이다. 즉 당위적 차원에서 모든 인간은 본래적으로 평등한 권리를 소유한 존재로서 성·계층·인종 등의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 균등한 교육 기회를 누리고 보장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적 차원에선 성·계층·인종 등 문화적 차이로 인하여 균등한 교육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므로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실제적으로 해결할 개혁이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뱅크스의 견해는 주로 다문화교육의 주체와 대상에 초점을 두었지만, 다문화교육은 교육 내용의 측면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PART VIEW] 그랜트(Grant, 1993)에 의하면 다문화교육은 학교와 다른 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과정으로 모든 교과와 교육과정과의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게이(Gay, 2004) 역시 과정으로서의 다문화교육의 개념을 강조하였으며, 다양한 사고와 경험이 교육과정과 학교교육 프로그램에 통합되어 구성되어야 하는 간학문적 접근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문화교육 정책의 추진내용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부터 다문화교육 지원정책을 시행하였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다문화교육정책의 목표와 대상은 지속적으로 수정·확장되었고, 이에 따라 정책의 내용도 달라졌다(김기영, 2017). 2006년 처음 시행된 교육부의 다문화교육 정책은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이었다. 해당 문건에 ‘다문화주의적 관점에서 종합지원 대책 마련’, ‘문화 민주적 통합(Cultural Democratic Integration)으로, 한국을 문화적 용해의 장(Cultural Melting Pot)으로 전환’ 등의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 것을 보아 초창기 다문화교육 정책은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가 혼재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어교육 지원과 한국 사회 적응 지원을 위한 교육은 동화주의적 입장을, 이중언어교육과 외국인 차별 금지에 대한 교육은 다문화주의적 입장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2011년에는 글로벌 브릿지 사업을 통해 다문화 학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 부모 출신국에 대한 이해와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을 중점·운영하였다. 또한 다문화교육 정책 대상을 교사까지 확장시켜 ‘교사를 위한 다문화 이해 교육’을 실시하였다. 교대 및 사범대에 다문화교육 강좌를 개설하였고,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무연수를 강화하였다. 2012년에는 ‘다름을 재능으로, 모두를 위한 다문화교육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였다. 2014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교육’으로 그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2018년 현재 다문화교육 정책은 다문화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지원(예비학교·특별학급·다문화 언어강사 지원 등), 학습지원(대학생 멘토링), 이중언어 지원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 교육, 교원 인식 제고를 위한 연수 등 정책의 대상과 목표, 내용이 확대되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다문화교육 정책은 학교 구성원들의 다문화 감수성 향상과, 다문화학생들의 평등한 교육기회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학생, 다양하고 조화로운 학교’라는 비전 아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성숙한 교육환경을 만들고, 다문화 청소년들의 교육격차를 줄이는 다양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다문화학생 맞춤형 지원 강화, 학교 구성원의 다문화 수용성 제고, 다문화교육 지원체계 내실화를 위한 내용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정책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출발선 평등을 위한 교육기회 보장, 다양성이 공존하는 성숙한 교육환경 구축, 다문화학생 교육기회 보장 및 교육격차 해소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다문화 교육 필요성 첫째, 다문화교육을 위한 학교 교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문화적 편견극복과 차별을 해소하고 다문화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소외를 막고 다양한 민족·인종·문화의 이해와 포용을 통하여 한국사회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사회에서 교장·교감·교사·학부모 그리고 관련자들이 서로 협력함으로써 학교 다문화교육 활동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둘째, 학생 대상 다문화교육이 필요하다. 문화 간 감수성은 교육과 훈련에 의해 발달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의 체험은 그들의 문화 간 감수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화 간 감수성 발달과 문화체험활동 간의 감수성 발달은 문화 간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풍부하게 하며, 나아가 다문화사회에서 요구하는 다문화적 정체성을 확립시킨다. 따라서 이 시기의 학생들에게 다문화교육은 적절한 시기이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여러 문화에 대해 접촉이 많은 학생일수록 편견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들러(P. S. Adler)는 다문화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은 다문화인(Multicultural Person)이라고 제시하였다. 여기서 다문화인은 문화 간 감수성 발달의 마지막 단계인 통합단계에 있는 인간상을 지칭한다. 이러한 다문화인은 자신(self)과 관계를 맺게 되는 다양한 경험을 재구성하고, 정체성의 변화를 지속시키며 여러 문화를 수용한다(서종남, 2014). 셋째, 학부모 대상 다문화교육이 중요하다. 다문화교육은 일반가정과 다문화가정 모두에서 요구된다, 이 두 구성원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한국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학부모들에게는 다문화 이해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자녀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함께 어울리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에게는 정주국인 한국의 문화 이해 교육을 통해 그 자녀로 하여금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문화교육의 활성화 방향 첫째, 다문화교육의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 즉 동화주의에서 다문화주의로 전환되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단일민족이라는 폐쇄적 자긍심과 백인을 제외한 인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다문화사회로 변하는 과정에서 타인종과 동거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는 점점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변해가고 우리사회도 점차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다인종 다문화사회 도래를 앞두고 미래사회의 아동과 청소년이 서로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교육과정 속에 타문화 이해, 문화적 차이, 사회통합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여 반인종주의 교육과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성찰을 통해 다문화주의의 가치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이 다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해야 할 것이다. 또 이런 프로그램을 어린 학생부터 시작하는 것이 편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단순 체험위주 활동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상호 문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다문화정책은 단순 논리에 의한 정책으로 대부분 결혼이주민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으로 ‘한국인’과 ‘이주민’을 다르게 생각하는 시각과 편협한 사고로 차별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그들의 선택이 아닌 부모 세대로 인해 우리사회에서 배제와 편견, 그리고 빈곤과 차별을 받고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다문화교육 정책에는 이들에 대한 이해는 없고, 이들의 학교 부적응과 학업 부진만을 고려한 정책을 계획하고 실시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결국 다문화 학생을 학교 안에 수용하지 못하고 학교 밖으로 몰아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진정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교육에 적응하게 하려면 이들이 가진 가정환경을 이해하고 고려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부모를 인정하고 양쪽 언어와 문화를 인정하는 쪽으로 다문화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2014년부터 확대되어 실시하기 시작한 다문화학생 교육지원 계획은 문화 다양성을 수용하는 방안으로 검토되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사회는 그들을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생각보다는 배타적이고 이질적인 편견이 사로잡혀 있다. 이런 점을 배재하고 이들이 가진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속성을 강점으로 활용한다면 학습부진으로 인한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체계적인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이 수업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먼저 다문화적인 지식습득의 단계이다. 인종·민족·문화에 대한 지식습득 단계로 다문화와 관련된 개념·지식을 학생들에게 인식시키는 단계이다. 이는 문화인식 강화의 단계이다. 문화인식은 국가와 민족의 구성원으로서 가지는 세상을 향한 고유한 관점이나 지각·인식을 말한다. 인간 사회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행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관한 지각이 일어난다. 지구의 상황과 세계적 역학관계 인식의 측면으로서 강대국·약소국의 개념을 알아보고, 이에 근거하여 어려운 환경에 사는 민족들에 대한 지식과 이들이 겪는 고통들에 대해 이해한다. 지구 전체적인 관점에서의 지구환경 문제, 전쟁 문제 등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소수 집단의 시각에서 세계적인 문제와 사건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관점을 가지게 된다. 다음은 자아정체성과 민족정체성 형성의 단계이다. 자신에 대한 건전한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다른 민족과 문화에 대해 수용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생성과정을 통해 현재 내가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인식함으로써 자아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차별과 편견에 맞설 수 있는 전 지구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실천의 과정을 갖게 해야 한다. 사회정의를 향한 행동 단계로써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행동 방안을 수립하여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가며 다문화교육을 통해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인류 발전을 위해 공존과 상생하는 세계시민으로 육성하는 것이 다문화교육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를 위해 다문화교육의 문제를 다문화주의로부터 상호문화주의로 전환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상호문화주의의 핵심은 바로 ‘소통’에 있다. 상호문화적 대화(intercultural dialogue)와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쌍방향성이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과 소수집단인 이주민들 모두가 서로에 대한 역사, 문화적 배경과 관습, 가치관 등을 쌍방향적으로 이해하고 공유하기 위해 소통해야 한다. 특정 국가의 문화나 종교 교리 또는 국민적 정서를 벗어난 관습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거나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의 테두리 안에서 타인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는 것이 미래사회의 글로벌 인재로 키울 수 있는 우리 교육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알찬 기획안은 마치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듯이 문맥과 단어가 적정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수한 기획안을 접하고 읽어보면 한 번에 호흡이 끊이지 않고, 쉽고 편안함을 느끼게 될 뿐더러 그 내용도 충분히 납득되거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좋은 기획안은 주제와 핵심내용이 기획자의 머리에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며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획이란 순간적인 발상을 논리적 흐름에 따라 구체화시켜서 기획 의도와 강조하는 내용을 성공적으로 연결하는 행위이다. 기획 과정에서 첫 번째로 중시해야 할 것은 다양한 사실을 수집하여 이들을 바탕으로 기획의도를 성공적으로 가장 근접시킬 수 있는 가설을 수립·설정하는 작업이다. 가설이란 증명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틀림없이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며,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설명이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가정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면, A란 사실이 있는데, 이런 사실을 토대로 B란 현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생각했다고 하자. 만약 B란 가설이 성립한다면 C란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거나 좋을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이 기획의 논리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설이 틀리면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기획에서 가설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가설이 증명되어 일반화되면 이론이 된다. 예리한 가설일수록 상대의 공감을 얻고 다음 행동을 이끌어낸다. 가설과 방향성의 관계는 먼저 사실 배후에 존재하는 진위(진실성)를 탐색하고, 그다음 가설 설정을 통해 문제해결방향을 설정하며, 최종적으로 가설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가설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될 수 있는 그럴듯한 발상이다.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진부한 가설은 더 이상 기획안을 읽는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또한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할 때 가설은 진정성을 내포하게 되고 독자들은 신뢰하게 된다.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한 가설은 개인적인 신념과 믿음에 불과하다. 일단 예리한 가설로 인정받게 되면 다음 단계의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가설은 예리한 가설로서의 존재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 예리한 가설을 세우려면 우선적으로 사실 정보를 많이 수집해야 하며, 사실 정보의 배후에 숨겨진 공통 진리를 유추해 보아야 한다. 이때 ‘왜? 어째서?’라는 질문을 던지는 자세가 필요한데, 어떤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고 다른 관점에서 어떻게 보일지도 생각해 본다. 또한 반대로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도 생각해 보고, 이후 상황을 예측하거나 유사한 상황도 생각해 보는 훈련이나 습관을 지속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점차적으로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가설을 구축하는 힘이 강해지게 되면 가설 추론을 통해 도출한 잠정적인 결론이지만 끝까지 밀어붙여서 옳다고 강하게 믿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PART VIEW] 일단 가설을 수립(설정)하였다면, 다음 단계로 가설이 실제로 들어맞는지 조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설 검증의 조사법으로는 독자적으로 조사를 기획하여 검증하는 방법, 일반에 공개된 데이터로 검증하는 방법, 신문이나 잡지기사에서 사실을 수집해서 검증하는 방법 등이 있다. 가설을 수립하고 검증까지 마쳤다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기획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평소에 얼마나 머릿속에 정보를 축적하였는지, 얼마나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지가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이다. 아이디어를 기획으로 만들려면 세부사항을 꼼꼼히 다듬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세부사항을 다듬는다는 것은 과제에 맞춰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거나 적합한 형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세부사항을 다듬을 때 고려해야 할 것은 그 사항을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추진할 때 기대되는 효과나 성과를 예측해 보는 것이다. 효과 예측이나 성과 예측은 추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과나 기획 목표 도달도를 예측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기획을 실행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기획 목적과 그 목적 달성을 위해 행동했을 때 최종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효과(이익)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할 때 좋은 기획안이 완성되는 것이다. 알찬 기획안은 읽는 사람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서, 읽고 싶다는 마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좋은 기획안은 읽는 사람의 흥미와 관심,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알기 쉬운 기획안에는 명쾌한 기획 주제, 일관된 논지, 매끄러운 문장, 효과적인 그래프와 도해, 시각적 리듬감, 아름다운 레이아웃 등의 요소가 담겨 있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획안일수록 좋은 인상을 남긴다. 이때 무엇을 위한 기획안인지 알리는 정공법이 필요한데, 핵심 내용을 심플하게 보여주거나, 기획안을 편안하게 넘기기만 해도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다.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글이나 시각적 이미지를 더하여 기획의 요점을 압축하는 요약보고서(executive summary)를 제공하는 것도, 복잡한 기획안의 내용을 간단하게 가급적 짧은 시간 안에 기획 문해력(literacy)을 높일 수 있는 정공법이라 할 수 있다. 기획은 패턴이다(가지와라 후미오, 이바 다카시) 각각의 기획에는 저마다 다른 조건과 제약이 있다. 탁월한 기획자라도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기획을 꾸준히 제안하고 성공시키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다. ‘기획은 이래야 한다’는 자신만의 본질적 요소를 확실히 정해서 기획을 판단하는 철학으로 삼는다. ‘멋지고, 공감을 유발시키고, 의미 있는’ 등의 기준을 세워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끈기 있게 기획을 구상한다. 무엇을 기획의 철학으로 설정할 것인지는 주제나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의 장점과 개성, 전문성과 경험 등을 바탕으로 기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 직무에 자신의 세계관을 반영시키고 기획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자신의 기획 철학을 꾸준히 구현하다 보면 어느덧 다른 기획과 차별화된 나만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획안을 구상할 수 있다. 기획에는 정보가 필요하다. 기획의 첫걸음은 좋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면 좋은 기획을 완성할 수 없다. 특히 자신의 감각에 기초하여 효과적이며 좋다고 판단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는 것이 좋다. 기획을 위한 정보를 수집할 때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인터넷 정보는 표면적이며 정보 제공자의 주관이 반영되어 있어 편향되거나 본질적 수준까지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많은 정보 중에서 참고가 될 법한 것들을 선택하되, 가급적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관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 제공해 주는 2차 정보만 검토하게 되면, 편향된 관점과 정보에 치우쳐 객관적 자료로 연결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직접 현장을 찾아서 그곳에서 얻은 1차 정보를 근거로 판단한다.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직접 손에 넣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해야 한다. 현장 분위기와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의식 구조 등 인터넷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현실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획안을 작성할 때 기획안의 실효성과 설득력을 담보할 수 있다. 특히 타인의 정보에 의지한 기획은 현장에 맞지 않는 탁상공론이 될 위험이 높다. 2차 정보뿐 아니라 현장에서 얻은 1차 정보도 어디까지나 정보 제공자의 주관성에 입각한 정보일 가능성이 높음에 유의해야 한다. 자신의 기획 관점과 지식을 토대로 적어도 객관성에 입각하여 자신의 생각과 이해를 심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도록 한다. 정보를 기획으로 연결하려면 정보의 표면에 머물지 말고 배경을 생각하는 습관을 지니도록 한다. 언제나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을까?’를 의식하며 정보의 배경을 다각도로 파고들어 분석해야 한다. 그 결과 정보의 폭과 깊이가 확장되고, 정보의 질이 높아져 짧은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발전하게 된다. 평소에도 의식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도록 한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기획에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보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면 막연히 정보를 기억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그렇게 되면 막상 기획할 때 축적한 기억 중에서 어떤 정보가 어떤 기획과 관련 있는지, 어떤 사례가 참고 되는지 찾아내지 못하고, 모아 둔 정보를 자신의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없다. 아이디어를 떠올린 상태로 내버려 두는 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일지라도 그대로 당장 사용할 수 없다면 좋은 기획안으로 연결될 수 없다. 활용하지 않는 기억은 쉽게 희미해지고, 새롭게 생기는 다양한 아이디어에 밀려나 사라지기 십상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단 그 아이디어를 반영한 가(假)기획안을 만들어 보자. 가(假)기획안으로 해당 아이디어를 활용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명확해지므로 적절한 기회가 찾아오면 바로 아이디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어떤 요소가 추가되어야 기획의 완성도와 매력이 높아질 것인지 확인해 본다. 가(假)기획안을 만들어 보면,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면서 부족한 부분도 파악할 수 있어서 높은 완성도로 나아갈 수 있다. 기획의 실제: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현재 교육적으로 뜨거운 이슈인 AI·과학·메이커교육에 대한 정책기획안을 분석해 본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2023 AI·과학·메이커·영재·정보·수학교육 주요업무계획에 초점을 맞춰, 이를 토대로 정책기획안 작성의 시사점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왜 AI·과학·메이커교육을 융합시켜야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떠 올렸다면, 기획안의 추진 배경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기획안에서는 첫째, 지능정보시대에 인공지능(AI)·데이터 등 첨단 과학정보기술을 포용하고, 인간의 존엄성 및 감성을 이해·공감하는 미래지향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의 시대적 책무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전문가 양성만이 아닌, 모든 학생의 인공지능 소양을 함양시키기 위한 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인공지능(AI) 융합 기반 미래혁신역량을 갖춘 자기주도적 인재 양성 및 교원 전문성을 제고시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AI 교육의 기반이 되는 정보교육 시수가 51시간에 불과(초등 17, 중등 34)하고, 2025년 이후 교육과정에 AI 교육이 반영되므로 학교급별 모든 교과에서 AI 기반 융합교육이 시급하게 도입되어야 할 당위성을 띠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셋째, 사회 취약계층의 교육격차 해소 등 교육복지 확대 및 학생 개별 맞춤형교육 실현 요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사회 취약계층의 디지털 환경 접근성과 활용역량 부족 등의 불평등으로 초래되는 양극화 문제를 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AI·데이터 분석·진단에 의해 학습자별 최적 학습방법·피드백 제공 등 개별화 맞춤형교육을 실현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획안에서는 이상의 추진 배경을 토대로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첨단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따라, 단편적 지식보다 삶 속에서 창의·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역량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둘째, COVID-19 이후 정보과학기술 기반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래교육체계로의 변화 요구가 절실해지고 있다. 셋째, 인공지능 기반 超지능·超연결·超융합으로 규정되는 미래사회에는 학교 중심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가정-학교-지역사회-기업 간 협업을 통한 유기적인 교육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AI·과학·메이커교육을 융합시켜야 할 목적은 무엇일까? 기획안에서는 네 가지 측면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첫째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데이터 등에 대한 기초·기반 교육의 시대적·사회적 요구 증대에 따른 인공지능(AI) 기반 융합 미래교육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환경을 구축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둘째, 인공지능(AI) 기반 융합 미래교육을 통한 유·초·중·고 학생의 컴퓨팅 사고력, 실생활 문제해결력 및 인공지능(AI) 윤리·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이다. 셋째, 사회 취약계층(다문화·탈북·장애학생 등)의 기초학력 보장 및 교육격차 해소 등 교육복지 확대와 넷째, 교원성장 지원 시스템 구축으로 교원의 인공지능(AI) 교육역량과 전문성을 제고할 목적이다. TIP _ 기획의 정석 기획안의 ‘추진목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기획의 키워드로 ‘인공지능(AI) 기반 융합미래교육 기회 제공 및 환경 구축’, ‘학생의 컴퓨팅 사고력, 실생활 문제해결력 및 인공지능(AI) 윤리·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 ‘기초학력 보장 및 교육격차 해소 등 교육복지 확대’, ‘교원 성장 지원 시스템 구축’, ‘교원의 인공지능(AI) 교육역량 및 전문성 제고’ 등을 추출할 수 있다. 이러한 용어는 친숙하게 자신의 뇌리에 저장되도록 체득시켜 교육정책 기획안에 다양하게 적용·사용하도록 한다. 특히 고딕으로 처리한 단어나 개념 등은 매력적인 기획안에 단골로 데뷔하기 쉬운 용어(기획안의 탄알)가 될 수 있다. 이상의 추진배경 및 필요성, 추진목적에 기초하여, 어떤 방향으로 AI·과학·메이커교육을 융합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기획안은 다음과 같이 세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추진방향 ● 인공지능(AI) 기반 융합교육 활성화로 학생의 미래핵심역량 함양 •AI 교육 수업모델 개발·확산을 통한 인공지능 기반 융합교육 활성화 •일반교원의 AI 교육역량 제고 및 AI 교육의 일반화 및 확산을 위한 전문 교원 양성 •AI 기반 교육환경 구축을 통해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과정 운영 지원 ● 첨단과학기술 기반 탐구·실험·융합교육으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AI 기반 지능형 과학실 구축으로 탐구·참여 중심의 과학 수업·과정 중심 평가(기록) 활성화 •창의·융합형 과학실 환경 구축 사업의 지속적 시행 노력 ● 과학실험실 활용 극대화 및 안전한 실험실 환경 구축 •과학실험실 기준실수 확보, 실험실 노후화 개선 및 실험교구와 재료 구입비 안정적 확보(학교공통경상운영비 대비 3% 이상)를 통한 과학실험 활성화 •과학실무사의 배치·관리·안전교육 강화 및 근무 여건 개선 지속적 노력 •실험 수업 시작 전 ‘5분 안전교육 생활화’ 등 안전수칙 준수 철저 ● 교내 과학행사 자율 운영, 참여·재미·놀이 중심 과학교육센터 활성화를 통한 과학체험 확대 •과학경시대회 정비에 따른 과학교육 수요를 과학교육센터 프로그램 확대로 확충 ● 상상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메이커교육 운영 •메이커 스페이스 거점 센터 운영(총 74개 센터) 및 메이커교육 모델 학교 운영 •교육과정 연계 과정 중심 메이커 프로젝트 수업 운영: 관련 교과 수업시수의 10~15% 운영 권장 •메이커교육 단계별 연수 및 교원학습공동체 운영으로 메이커교육 교원역량 강화 •메이커 문화 확산을 위한 메이커교육 성과 공유 및 지역 사회 연계 운영 강화 ● 타당하고 신뢰로운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을 위한 선발 제도의 지속적 개선 •교사 관찰추천제에 기반한 GED 온라인선발시스템의 지속적인 운영 •소외계층 영재교육 확대를 위한 우선선발 제도 운영 ● 재능 계발 영재교육 기회 확대를 통한 창의·융합 인재 육성 •영재교육 수요 변화와 영재교육기관의 요구를 반영한 영재교육원 체제 개선 추진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활용한 영재교육 프로그램 위탁과정 운영 추진 •영재교육 담당자 워크숍, 교사 연수 강화를 통한 영재교육 내실화 지속 추진 ● 컴퓨팅 사고력 신장을 위한 정보(SW·AI) 교육 내실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대비하는 정보교육 강화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교육을 위한 교육활동 지원 •디지털시민성 역량 강화 지원 및 지능정보서비스 과의존 예방 및 해소 관련 정책지원 ●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수학교육 활성화 •체험·탐구활동 중심 수학교육 운영을 통한 학생의 수학 기본 역량 및 자신감 강화 지원 •수업·평가 개선을 위한 교원 전문성 향상 지원 •지능정보기술 활용 서울 수학학습 메타버스(SEMM), 미래 융합형 수학교실 구축·운영 ● 창의적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융합교육(STEAM) 활성화 •미래형 융합교육(STEAM) 선도학교, 융합교육(STEAM)교사연구회 지원
2023년은 나의 짧은 교직생활에서 특별한 해이다. 왜냐하면 4년간 정들었던 6학년 담임 생활을 접고, 3학년을 맡게 된 첫해이기 때문이다. 저학년은 처음이라서 걱정이 많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사랑이 넘치는 3학년 아이들과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수업준비를 하면서 6학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거의 가지 않았던 학교도서관 동화책 코너를 자주 서성거린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그림책에 푹 빠져 ‘6학년 아이들과도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진작 이 매력을 알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매주 일주일에 한 권씩은 그림책을 읽어주려고 노력 중인데 아이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 같아 나도 함께 즐겁다. 그림책 속 문제상황으로 수업 열기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로 ‘생태전환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교육행사가 열렸다. 그래서 AI와 생태를 융합시켜 수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환경과 관련된 그림책을 열심히 찾다가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읽게 되었다. 표지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할머니의 용궁 여행은 해녀인 할머니께서 우연히 용궁으로 가게 되고,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바다 생물들을 치료해 주는 내용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 바닷속 생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 바닷속 생물들은 앞으로 어떻게 아픈 곳을 치료할 수 있을까? - 사람 없이도 바닷속 플라스틱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책을 읽고 난 뒤, 어린이의 시각에서 떠올릴 수 있는 질문들을 몇 가지 추린 다음, 수업을 여는 문제상황으로 제시하였다. AI로 문제해결하기 인공지능 교육 길라잡이(2020)에 따르면 인공지능 교육유형을 아래와 같이 3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AI 개념을 이해하고 그 원리를 SW로 구현하여 문제해결역량을 기르는 교육 둘째, 완성된 AI를 실생활의 문제해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활용능력을 기르는 교육 셋째, AI 기술이 교육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과 AI가 결합된 교육 위에서 주목해야 하는 단어는 ‘AI’, ‘문제해결’이다. AI를 통해 수업 중 가르쳐야 할 미래핵심역량은 문제를 발견하고 AI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역량 함양에 있다. AI가 더욱 발전하고 우리 삶에 스며들수록 AI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경험은 중요하다. 따라서 본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간단한 문제라도 AI로 해결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PART VIEW] AI로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스.깨.용.) 만들기 수업 이번 수업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그림책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AI로 해결해 보는 것’이다. 할머니의 용궁 여행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는 ‘할머니가 없이도 생물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까?’,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이다. 정리한 수업단계 및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활동① _ 할머니의 용궁 여행 읽기 첫 수업활동은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읽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옹기종기 모여 아이들과 함께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읽어 보았다. 책을 읽고 난 뒤, 내용을 확인해 보는 발문과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발문을 통하여 책의 문제상황을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할머니가 떠난 용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라고 묻자 대부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을 것 같아요”라며 다소 안타까운 결과를 예측했다. 배움공책에 ‘할머니가 떠난 용궁’의 뒷이야기를 상상하여 써보게 한 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그러고 나서 오늘 해결할 문제상황을 ‘할머니 없이도 바닷속 생물들이 건강한 용궁을 만들자!’와 ‘스스로도 깨끗할 수 있는 용궁 프로젝트’로 제시하였다. 활동② _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드는 방법 본 수업의 핵심주제인 인공지능에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도록 ‘스스로’라는 단어에 집중할 수 있게 하였다. 사람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그것이 용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알려주었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으나, 전 차시 학습내용을 떠올리며 ‘그때 배운 대로 인공지능이 잘하는 것이 무엇이었지?’라고 질문하니 ‘AI는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 해줄 수 있어요!’라는 답변과 함께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들기 위해서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문제해결방법을 정했다. 이때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충분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활동③ _ AI(티처블 머신)로 스.깨.용. 만들기 세 번째 활동은 직접 문제를 해결해 보는 활동이다. 수업에서 쓸 수 있는 다양한 AI 프로그램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AI 프로그램은 Teachable machine(티처블 머신)이다. 티처블 머신은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고, AI를 학습시키는 방법이 직관적으로 제시되어 누구나 쉽게 AI를 만들 수 있다. 학생들에게 티처블 머신 사용방법을 설명하기 전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스스로 작동하는지 다음과 같이 발문하고 설명하였다. - 인공지능이 스스로 움직이고, 일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여러 공부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 선생님이 정답을 알려주며 학습시키는 방법이 있다. - 예를 들어 다양한 종류의 많은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게 강아지라고 이름을 알려주고 강아지라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 인공지능이 선생님 없이도 강아지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AI가 스스로 작동하는 방법을 알아본 뒤, 간단한 티처블 머신 활용방법을 익혀보았다. 본 수업에서는 티처블 머신을 이용하여 바닷속 플라스틱의 종류를 스스로 구분하는 AI를 만들어 보게 하였다. 아래와 같이 인공지능에게 ‘비닐봉지’, ‘플라스틱 컵’과 같은 정답을 알려주고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컵 카드를 학습시키면 학습시킨 이미지 샘플이 데이터가 되어 플라스틱 컵과 비닐봉지를 인식하는 간단한 AI가 완성된다. 또한 학생들에게 할머니의 용궁 여행에서 나오는 바닷속 생물들을 아프게 했던 플라스틱 몇 가지를 뽑아 카드를 만들어 나누어주었다. 참고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이터인 플라스틱 카드의 배경을 다르게 해야 적은 데이터양으로 인식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본 활동을 통해 내가 직접 학습시키고 만든 AI가 작동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AI를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다음 활동은 내가 만든 AI를 바탕으로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글과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보고, 발표해 보는 활동을 하였다. 티처블 머신으로 플라스틱을 분류하는 AI를 선행적으로 만들어봤기 때문에 학생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AI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인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활동④ _ 스스로 깨끗해지는 지구(스.깨.지.) 만들기 본 수업은 AI와 융합한 생태전환교육이기 때문에 생태전환교육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2020)은 생태전환교육이란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넘어 실천까지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수업을 AI를 통한 문제해결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활동③’에서 끝날 수 있지만, 생태전환교육을 융합했기 때문에 더 나아가 그림책 속 문제를 지구의 문제로 확장시켜 환경보호를 위해 실천해 보는 활동으로 수업을 계획하였다. 실제로 그림책 속에 나오는 용왕님의 코에 플라스틱이 박힌 장면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영상: https://youtu.be/jZOeQzJ96J0). ‘용궁이 아니라 지구라면?’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하여 플라스틱 사용이 지구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방법을 직접 생각해 보게 하였다(포스트잇만 있으면 아이들의 생각을 한눈에 확인하고 모을 수 있다!).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다시 쓰기’, ‘재활용하기’ 등이었다. 학생들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미술시간을 활용하여 텀블러 가방을 직접 꾸미고, 여러 번 다시 쓰고 재활용해 보는 실천활동을 하며 본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수업성찰하기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 AI가 여러 과목과 주제에 잘 융합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책 속의 문제를 AI로 해결하기, AI와 환경문제 등 가르치는 교사로서도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었다. 본 수업은 지구를 생각하며 텀블러 백을 만들어 보는 활동으로 마무리하였지만, 다시 이 수업을 하게 된다면 지구를 위한 인간들의 여러 노력을 통해 ‘스스로 깨끗해진 용궁’의 뒷이야기 만들기 활동, 우리가 지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한 뒤 실천일기 쓰기 활동 등으로 확장시켜 수업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책을 읽고,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융합시켜 좋은 수업을 만들고 싶다.
“선생님~ 이번 주에 SD, 그거 하나요?” 올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보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다룰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다. 그러던 중 글로벌 목표로 알려져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일부를 교육과정에 적용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선생님~ 이번 주에 SD, 그거 하나요?” 올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보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다룰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다. 그러던 중 글로벌 목표로 알려져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일부를 교육과정에 적용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름 교육활동을 준비하고 실천하면서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학생들은 SDGs라는 용어가 아직도 낯선 것 같다. 다행인 건 학생들이 SDGs라는 국제적인 행동 계획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조사·토론·탐방하는 교육활동에 참여하여 SDGs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가면서 실천해 보려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의 수업을 실천하기 위해 교사로서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기반하고 검증된 교과서를 활용하여 매년 반복되는 교과내용을 가르치고, 피드백하는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수업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새로운 영역을 교과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교과내용에서 직접 다루지 않는 영역을 교육활동에 적용할 때는 한 번의 수업이라도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이 오랜 준비기간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때도 있지만,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해볼 만한 과정이며, 학교행정 측면에서도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PART VIEW] 수업을 준비하기 전에 교사라는 직업은 전문직으로서 자율성이 존중되며, 특히 가르치는 활동에서의 자율성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끔 아니 자주 착각한다. ‘나는 교사로서 보통 이상은 되겠지?’라고. 교사마다 가지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전개하므로 가르치는 능력에 감히 서열이 있는지 의문이긴 하나 교사들은 교원양성기관을 거쳐 임용되므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영역을 적용할 때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아도 ‘나는 보통 이상’일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을 교육과정 개발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했다. 이와 함께 ‘교사 교육과정’이라는 개념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학생중심의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교사는 이전보다 더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활동을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세계시민의식 알아보기 학생들의 세계시민의식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우선 학생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어떤 교육활동을 준비할지 파악해야 한다. 객관식 설문은 전반적인 상황을 조망하고자 할 때 효율적이다. 교사 본인이 설문 문항을 제작할 수도 있고 논문이나 학술지 등에서 적절한 설문 문항을 탐색한 후 활용할 수도 있다. 표 1은 윤성혜(2017)1의 연구에서 타당화한 세계시민의식 척도를 12개 문항으로 재구성하여 학생들의 세계시민의식을 5점 척도로 알아본 통계 결과의 예시이다. 교사가 교육활동을 준비할 때 학생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분석은 교수·학습을 위한 중요한 정보로 활용된다.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할 때 교사마다 그리고 주어진 여건에 따라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A 교사는 학생들 실천영역의 평균이 낮으므로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활동을 준비할 수 있다. B 교사는 담당하는 교과 성취기준을 고려하여 수업시간에 실제로 가르칠 수 있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 응답의 평균점수를 참고하여 수업을 준비할 수도 있다. C 교사는 학생들이 응답한 지식영역 평균점수가 높았는데 이에 대해 의문을 갖고 학생들에게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본 후 수업을 준비할 수도 있다. 세계시민교육을 적용한 과학과 교수·학습지도안 작성 과정 새로운 수업을 준비하거나 기존의 수업에 몇 가지 변화를 적용하려고 할 때 막연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교수·학습지도안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교수·학습지도안을 작성하다 보면 머릿속의 생각들이 정돈되기도 하고, 놓치고 있던 부분도 드러나게 된다. 1) 우선 과학과 교육과정 중 SDGs와 관련지을 수 있는 단원을 선정한다. 필자는 현재 중학교 3학년 과학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과학수업에서 SDGs의 17가지 목표 중 관련 있는 단원을 표 2와 같이 도출하였다. 2) 필자는 에너지 전환과 보존 단원을 가르칠 때 SDGs 중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다루고자 하였고, 세계시민의식의 스킬영역인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원만하게 토론할 수 있다’와 실천영역인 ‘지구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한다’ 역량을 키우고자 하였다. 1)과 2)의 과정을 바탕으로 작성한 교수·학습지도안 앞부분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성취기준과 SDGs의 목표를 동시에 다루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성취기준과 관련된 교과내용을 학습한 후,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학습하는 순차적 구조로 수업 차시별 흐름을 설계하였다. 3) 1차시와 2차시는 기존의 교육과정이므로 여기서는 3차시와 4차시 교수·학습과정 약안을 제시하였다. ● 교수·학습과정 약안(3차시) 교사는 과학교과수업에 SDGs를 적용할 때 과학교과내용과 SDGs의 관련성을 학생들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개념을 이해하고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해 나갈 때 학생들은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과학교과내용도 처음 접하고 SDGs도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가 둘 사이의 관련성을 설명한다면 학생들에게는 단순나열식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이번에 예시로 든 단원에서는 역학적 에너지의 전기에너지 전환에 이어서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다룬다. 전기의 편리함으로 인해 가정에서 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고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 중 역학적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청정에너지를 조사해 보자고 안내하면 학생들이 두 개념 사이에서의 개연성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조사할 때 자유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생 중 인터넷에서 제시하는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 보는 학생도 있지만 과업을 그저 빨리 마무리하고자 인터넷에서 처음 나오는 자료만 옮겨 적는 경우도 있다. 이에 교사는 학생들의 인터넷 활용 습관을 참고하여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의 종류 몇 가지를 미리 선정한 후 모둠별 또는 학생별로 해당 청정에너지에 대해 조사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 교수·학습과정 약안(4차시) 교사는 발표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을 배려할 수 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학생도 있고, 말보다는 글로 의사를 전달하는데 익숙한 학생도 있다. 발표 자료를 읽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나 의견들을 텍스트로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발표 및 토론수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개별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3차시 및 4차시 수업 후 학생들의 조사과정, 발표준비, 토론 태도 등에 대해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면 학생들은 SDGs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고, 교사가 제공하는 비계를 통해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교과수업에서 SDGs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면 교과수업에서 SDGs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면 지역사회와 연계한 동아리활동을 추천한다. 동아리활동의 자율성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면 교과수업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고, 학생들의 기억에도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아래에는 SDGs와 관련하여 동아리활동 때 탐방했던 몇몇 장소를 제시하였다. 공존의 씨앗을 심기 위해 교사도 공존하였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을 때 교육활동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 서두에 작성하였듯이 필자는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이 있는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활동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있다. 만약 혼자서 했다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다른 급한 일들로 인해 세계시민교육에 점점 관심이 줄어들고 나중에는 흐지부지되었을 것이다. 함께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고 급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가도 누군가는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서 다시 힘을 내본다. 학생들의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은 학생들이 과학교과에 적용한 SDGs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었다. 영어과 선생님은 국제공동수업을 진행하고, 체육과 선생님은 다양한 문화의 전통활동을 체육수업에 적용하고, 미술과 선생님은 청바지 기부를 통한 세계시민되기와 같은 캠페인을 운영하였다. 또한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세계 각국의 전통놀이, 세계 각국 요리 만들기, 세계 디저트 행사도 기획하고 운영하였다. 동료교사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다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었고, 서로의 수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간의 동아리활동은 익숙하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간의 연계활동은 낯설다. 하지만 4차 혁명과 함께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면서 ‘유·초·중 진로연계 교육과정’ 운영이 주목받고 있다. ‘진로연계 교육과정’이란 학교급간 전환기인 초6·중3·고3의 일부 기간을 활용하여 학교급별 연계 및 진로교육을 강화하는 교육으로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여 운영이 가능한 교육과정이다. 부안초등학교와 부안중학교의 초·중 연계 진로동아리 ‘우리 사이다(4E多)’는 학생맞춤, 지역사회와 연계, 교내봉사 등 다양한 경험과 독서활동 중심으로 미래핵심역량을 함양하고 진로개발역량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먼저 본격적인 동아리활동에 앞서 초등학교에서는 진로성취기준에 맞춰 5~6학년 전 학급을 대상으로 사서교사와 함께하는 진로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도서관 활용수업으로 진행하였다. 교육자료는 그림책과 교과별 진로교육 요소를 추출하여 진로교육 성취기준(4개 영역)과 핵심역량(6가지)을 목표로 전체 8차시로 재구성하였다. ‘사회참여의 시작, 부안초·부안중 우리 사이다(4E多)’ 기자단 구성 초·중 진로연계 동아리 운영을 위해 초등학교는 5~6학년 중 희망자 15명을 모집하여 자율동아리로 구성하였고, 중학교에서는 창체 도서부 동아리 25명이 같이 활동하게 되었다. 동아리의 첫 번째 운영방침은 동아리활동을 통해 다양한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동아리원들과 많은 의견을 피드백한 결과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고, 다양한 직업군을 탐색할 수 있는 ‘학생기자단활동’이 채택되었다. 진로연계 동아리활동의 첫 시작은 기자단 구성이었다. 각 학교의 도서관을 책임지는 성실한 도서부원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이후 부안중학교 도서관에서 부안초·부안중 학생들로 꾸려진 연합기자단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며 소심한 모습을 보였지만, 유쾌한 율동과 인사말을 나누며 분위기가 전환되었다.[PART VIEW] 연합기자단 활동을 꾸려갈 편집국장을 선출하고, 첫 활동은 부안군수 인터뷰로 시작되었다. 인터뷰 준비는 지역신문인 부안 독립신문에서 2차시 수업으로 진행해 주었다. 이후 초·중 연합기자단 학생들은 의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본인이 생각하는 의회의 기능과 자세에 대해 열띤 이야기가 오고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눈 내용들을 중심으로 각 급별로 10개 내외로 인터뷰할 질문을 먼저 작성해보고, 최종 질문을 부안 독립신문 편집장과 협의하여 선정하였다. 첫 인터뷰 활동 이후 연합기자단은 군의회·해양경찰서·교육장 등 다양한 직업군을 만나면서 건강한 직업의식과 책임감의 필요성, 긍정적인 직업생활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자단활동은 우리지역을 연계한 의미있는 활동으로 초등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지역과 많은 직업군의 특징과 역할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중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설계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진로개발역량을 함양하는 가치있는 활동이 되어주었다. ‘진로 성취기준과 연계한 사회참여활동’ 아이들에게 보다 더 나은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초·중 진로연계활동과 연계성이 높은 성취기준을 선정해 이에 맞는 활동을 적용하여 운영했다. 사전조사과정에서는 ‘직업의 역할을 알고 다양한 종류의 직업을 탐색하기’의 성취기준을 선정해 인터뷰 대상의 직업에 맞는 정보를 찾기 위해 정보원(도서자료·비도서자료)을 활용하고 탐색하는 방법을 지도했다. 또한 자신만의 흥미와 관심분야를 바탕으로 적절한 질문들을 선정·토의하는 시간도 운영했다. 인터뷰 활동에서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한 직업정보탐색’, ‘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직업윤리 및 가치’ 이해하기의 성취기준을 선정해 건강한 직업의식은 물론 진정한 사회참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첫 번째 만남 이후 부안중 기자단은 도서관에 모여 인터뷰 대상에 대한 사전조사를 진행했다. 정보원 탐색방법을 적용해 다른 시·군의회와 부안군의회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시작으로, 부안군의회의 기능, 앞으로 부안군의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부안군의회 상임위원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등 다양한 방향에서의 질문들을 도출했다. 아울러 해당 인터뷰 활동이 청소년의 사회참여와도 연결되어 있어 부안군의회에서 청소년이 중심이 되는 사업과 청소년의 의견과 건의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까지도 생각해보았다. 더불어 인터뷰 활동에 필요한 자세가 담긴 연계도서들을 읽어보고, 올바른 인터뷰 방법과 자세를 탐구하기도 하였다. 인터뷰 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과 함께 느낀 점을 나누고 싶어 교류의 장을 운영했다. 아이들 대부분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라 굉장히 설레고 뜻깊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좋아했다. 한 친구는 다음 인터뷰 질문을 작성할 때에도 자신이 주도해서 진행해 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선후배간 돈독해진 우정과 따뜻함으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해주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인터뷰 내용에는 일반적인 질문보다 부안군과 관련된 사업과 관련된 질문을 반영했으면 하는 것부터 시작해, 해당 직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지 등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질문들로 구성하자며 열띤 의견을 나누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사회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책 읽어주세요!, 독서습관 형성의 시작을 함께하다’ 동아리의 두 번째 운영방침은 동아리를 통해 진로활동뿐만 아니라 봉사의 가치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었다. 봉사활동이 학생들을 성장시키고 진로목표를 갖는 동기가 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기 중 초·중학생의 시간제약이 많아 봉사활동을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동아리원들은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활동, 책 놀이활동 등 부안초 도서관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아침독서봉사와 점심독서봉사를 각각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부안초 도서부는 아침 8시가 되면 아침독서로 하루를 시작한다. 10~20분 사서교사가 정해준 온책읽기를 하고 그날 읽은 부분에 대한 감상평을 쓴 뒤 발표를 한다. 이후 8시 30분부터는 도서관에 방문하는 1~2학년 후배들에게 도서관이용 봉사와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를 한다. 바쁜 아침이지만 누구보다 뿌듯한 아침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월 둘째와 넷째 화요일 점심시간에는 부안중 도서부 친구들이 부안초도서관을 방문하여 그림책 읽어주기 책놀이 봉사활동을 한다. 중학생이 점심시간을 희생하고, 10~15명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쉽지 않지만, 중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활동이다. 늘 제가 가면 안될까요?, 제가 가서 읽어주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 경쟁률이 높다. 책 읽어주세요 활동을 하러 가기 전 아이들은 사전활동으로 어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인성’과 관련된 동화를 읽어줄지, 아니면 재미있는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게 좋은지, ‘직업과 관련된 동화를 읽어주는 게 좋을지’ 나름 회의를 거쳐 읽어줄 도서를 선정한다. 아이들이 읽어 준 도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는 어떤 씨앗일까?였다. 그림책 표지에 있는 그림들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등 동기유발을 시작으로 활동을 진행한다. 한 장 한 장 아이들과 호흡하며 읽어가면서 눈을 마주하고 아이들끼리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해보였다. 한 줄 한 줄 책 속에 담긴 문장들을 따라 읽은 후, 자신은 어떤 씨앗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말하는 것 뿐 만 아니라 몸으로 표현도 해보면서 함께하는 독서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형·누나들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며 ‘우리 학교에 또 언제 놀러와요?’, ‘누나가 읽어주는 책 더 듣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으면 매우 뿌듯했다. 결론적으로 동아리 중심의 진로활동은 관심과 재능이 비슷한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특히 선후배가 같이하는 초·중 연계진로동아리는 함께 있는 시간동안에도 멘토-멘티 활동이 잠재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다. 이토록 독서가 빛나는 순간 100명의 아이들을 한 방향으로 뛰게 하면 1등은 한 명밖에 나오지 않지만, 100명의 아이들을 자신이 뛰고 싶은 방향으로 뛰게 하면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다(고주원 외, 꿈꾸는 미래 진로독서). 남과 다른 자신의 개성과 적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여 힘껏 뛰어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는 것이 독서이다. 초·중 진로연계 동아리에서도 학생중심·경험중심 진로교육과 함께 독서활동을 강조하며 독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선후배가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이다. 부안에 있는 독서문화공간 및 복합문화공간을 탐방하며 책과 마을을 잇는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 첫 여행지로 부안의 동네서점을 선정했고, 참가자는 동아리원 중 10명을 선발하였다. 선후배가 좁은 공간에서 책수다를 떨고, 친구가 책을 추천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후속활동으로는 학생들이 구입한 책의 표지를 보고 내용 예측하기와 책을 고른 이유 등을 발표하는 활동을 했다. 두 번째는 ‘도서관 문화탐방’ 프로젝트다. 테마별 도서관을 방문하여 독서흥미를 높이고,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목적이다. 7월에는 전주 꽃심도서관과 동학 농민혁명 기념관을 방문하여 값진 추억을 만들었다 특히 부안초는 꽃심도서관 방문 후 공간혁신사업과 연계하여 ‘내가 꿈꾸는 도서관 설계하기’ 활동도 진행하였다. 그 외에도 아침독서, 시필사, 여름독서캠프 등 학생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독서활동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독서는 진로 설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올바른 정보와 지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탐색하고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언제나 책이기 때문이다. 독서가 기본이 된 진로교육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높여준다. 진로를 계획하고 개척하기에 앞서, 독서를 통해 나의 개성과 가치를 스스로 알아가고, 진로를 충분히 탐색한다면 지금 당장 원하는 진로를 찾지 못한다 해도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다. 책 속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하는 학생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최근에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10대 10명 가운데 1명은 마약을 사용한 적이 있으며, 초등학생도 포함되었다는 충격적인 뉴스입니다. 무려 48%의 청소년이 성인용 영상물을 이용한다고 합니다(MBN, 2023.6.22.).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게임중독·스마트폰중독·야동중독 등 다양한 중독현상을 거치면서 둔감해진 모양입니다. 중독은 개인적 일탈이며, 시간이 지나면 대다수 아이는 별다른 문제 없이 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건 착각입니다. 대상만 바뀔 뿐 절대 치유되지 않는 중독 중독은 시간이 저절로 치유해 주지 않습니다. 중독자는 그저 다른 중독 대상물로 갈아탈 뿐입니다. 게임에서 술·도박·섹스·마약으로 좀 더 확실하고 강하게 쾌감을 주는 방식으로 옮겨갑니다. 중독은 개인의 취약성 또는 도덕성 문제가 아닙니다. 관계 단절감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독감, 박탈된 꿈에서 오는 공허감과 상실감, 공부와 경쟁 스트레스를 포함한 각종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은 인스턴트 해결책을 찾습니다. 스트레스를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외적 요소에 일시적으로나마 의존하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의도치 않게 한몫거든 면도 있습니다. 아기가 보채면 입에 고무젖꼭지를 물립니다. 재갈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가짜에 위안을 얻게 합니다. 아동이 지루해하면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 주어 쾌감 소비자로 만듭니다. 성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 아이를 족집게 학원에 맡깁니다. 아이가 아파하면 진통제로 고통을 즉각 덜어줍니다. 과잉행동하는 학생에게 곧바로 ADHD약이 처방됩니다. 이처럼 우리가 아이를 인스턴트 해결책에 길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싶습니다. 중독문제는 아이가 양육되고 교육되는 환경과 과정을 바꾸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 시스템적 문제입니다. 한국보다 한두 세대 먼저 중독이 사회적 문제가 된 미국이 중독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면 반면교사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1980년 초부터 백악관이 나서서 강력한 마약 근절 캠페인을 시작하였습니다. 처벌을 강화하고 모든 학교에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홍보 프로그램을 시행했습니다. 1980년 중반에는 마약 중독(addiction) 대신 마약 사용(use)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독자’라는 낙인을 찍지 않아야 마약 사용자가 좀 더 자발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마약 주사기를 마약 사용자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공공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재사용된 마약 주사기로 인한 감염 관련 질병을 줄일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선의의 보건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도에 실시된 연방정부 연구는 이 모든 노력이 대실패였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금 미국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중독사회가 돼버렸습니다. 현재 미국인 5명 중 1명이 마약을, 거의 절반이 대마초를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는 인구 1명당 1.7번씩이나 처방되어 대거 남용되고 있으며, 2세부터 17세 아동 중 11%가 마약성분의 각성제이거나 진정제인 ADHD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NCDAS, 국가약물남용통계센터, 2023). 중독 치료비용은 한 명당 평균 3,600만 원이나 되지만, 그마저도 치유 성공률에 대한 확실한 통계는 없습니다. 대다수는 치료받지 못한 채 매일 300명이 마약 과복용으로 사망합니다(CDC, 질병통제예방센터). 약물 남용으로 인한 의료·사법·생산성 손실 및 사회적 비용은 2020년도에만 7,400억 달러(거의 1,000조 원)나 됩니다(NIDA, 미국마약남용센터, 2020).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중독, 수능 중독 중독자를 범죄자로 여기는 무관용 정책과 강력한 법적 처벌은 실패했습니다. 중독자를 환자로 여기며 치유에 방점을 둔 정책도 실패했습니다. 미국 사례에서 배울 것은 처벌과 치료만으로 중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함께 빨리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합니다. 상류에 독극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내버려 두고 하류에 처리시설을 갖춘들 결국 지는 게임입니다. 우리는 인스턴트 해결책이 아니라 원천에 개입해야 합니다. 학교는 이제 학생들에게 정신건강을 위한 회복탄력성 방법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합니다. 회복탄력성이란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인내심으로 견디어 내거나 깡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내적 힘을 길러서 성장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기술입니다. 치아건강을 위해 어릴 때 가르쳐 준 양치질이 평생 가듯이 학생시절 배운 회복탄력성이 평생 정신건강을 지키게 해줍니다. 양치질 가르치는 시간이면 회복탄력성도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학교는 이미 빽빽한 교과과정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하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심각한 중독에 빠져있다는 증거입니다. 교과과정이 터지도록 꽉 채운 ‘수능시험’이라는 중독입니다. 중독의 특성은 ‘특정 물질이나 행동에 대한 강렬한 욕구, 많은 시간과 돈 소비, 이로 인해 건강문제, 중단하려고 할 때 금단증상 등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수능시험은 이러한 특성을 다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능시험을 잘 보려는 강렬한 욕구가 있고, 시험준비에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하며, 그 과정에 아이들을 세계 최고 수준의 불행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수능시험 대비가 아닌 것을 하려고 하면 불안해집니다. 교육문제의 핵심은 입시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아무도 꼼짝달싹하지 못하니 집단중독 상태인가 봅니다. 그러니 수능시험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중독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인스턴트 해결책과 가짜 쾌감이 아닌 ‘진짜’를 위한 교육 약과 마약은 한 끗 차이입니다. 적당하면 약이고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현재 수능시험은 정도가 지나쳤고 유효기간도 지났습니다. 산업화의 원동력이며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들어 낸 성공적인 방법이었지만, 창의력 시대에는 오히려 걸림돌입니다. 창의력은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행위입니다. 실수와 실패가 거듭되고 실망감과 좌절감이 도사리는 험난한 과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스스로 소화해 낼 능력을 갖추어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학자인 유발 하라리 박사도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정서지능과 정신적 견고함입니다. 변화무쌍한 미래 세상에 확실하게 필요한 것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계속해서 자신을 재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한 번의 실수로 인생이 판가름 나게 하고 세상과 단절되어 온종일 고독히 홀로 공부해야 하는 수능시험은 창의력 말살 교육인 셈입니다. 아이를 단절감과 고립감에 찌들게 하여 중독 취약성을 높이는 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수능시험 중독에서 벗어나야 다른 중독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국·영·수·사·과 내용을 조금 줄이는 대신 운동시간은 늘리고, 정신건강을 위한 회복탄력성을 가르치고, 그래도 약간 남은 시간은 그냥 ‘여유’로 남겨두면 됩니다. 이럴 때 학생들의 창의력도 커지고, 학습의 즐거움을 맛보면 중독의 유혹에 맞싸우며 가짜 쾌감에 의존할 필요성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마약을 할 때 느껴지는 평온함은 누군가에게 포근하게 감싸 안기는 아기가 된 기분이라고 합니다. 안전감과 연결감은 어릴 적 가정에서 충분히 얻지 못하면 마약을 통해서라도 얻어야만 살 수 있는 인간의 가장 기본 욕구입니다. 아이가 단절감과 불안감의 탈출구를 엉뚱한 곳에서 찾지 않도록 예방해야 합니다. 그래서 애착육아와 가족 간 유대감을 강화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은 대단한 학습사회입니다. 한번 목표가 정해지면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붓는 교육열을 지녔습니다. 그 엄청난 교육열을 식히려고 하지 말고 방향만 약간 틀어주면 되겠습니다. 학교에서 정서지능과 회복탄력성 강화 기술을 가르쳐주고 가정에서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19세 대입 성공이 아니라 91세 대기만성이 목표가 되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교과서가 2025년부터 시범적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교육부의 발표가 있었다. 디지털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기에 교육도 예외는 아니어서 예상 가능한 변화 시도로 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시·도교육청 단위로 시행되고 있는 학생 1인당 1디바이스를 보급하는 정책과 맞물리면서 학교 및 교실현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서책형 교과서 대신 디지털 교과서가 활용되고, 모든 학생이 수업 중에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지고, 학생들이 수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긍정적 모습을 예상할 수 있다. 반면에 이러한 변화가 혹시 교육의 비인간화나 인성교육 약화와 같은 부정적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도구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같은 반 친구들과 인간적 소통은 줄어들고, 결국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 부족이 나타날 것이라는 걱정이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더욱 필요한 인성교육 디지털 도구로 인하여 비인간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거나, 소소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은 교육을 포함하여 사회 전반에 걸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스마트폰만 계속 바라보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간단하게 눈인사 등을 하기보다는 스마트폰만을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을 외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보면,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를 하면서 식사하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디지털 도구가 대면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으며, 이는 결국 비인간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비인간적인 상황은 학교 내로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환경이 침투하면서 유사하게 재연될 것으로 보여 진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교실과 학교 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그대로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등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회적 노력 중 하나는 앞에서 언급한 문제상황에 대하여 교육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AI와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개발하는 교육 못지않게 AI의 확산 등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비인간적인 문제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요구된다. 인성교육, 즉 인간성에 대한 교육은 여러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과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심에 있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것과 같이 상대방을 대하는 보편적 원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인성교육의 핵심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성교육을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나 1인 1디바이스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성교육은 일종의 태도교육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태도를 돌이켜 보면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교육적으로 안내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도교육으로서 인성교육은 쉽지 않지만, 대체로 사실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아는 것과 함께 자신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실제적 체험을 하는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다. 그런데 실제적 체험을 하는 것은 구현 과정도 어렵고, 심지어 위험하기도 한 문제가 있다. 사이버폭력 혹은 디지털 왕따와 같은 문제를 체험적으로 다루기 위한 실제적 상황의 역할 연기를 교실에서 연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인성교육을 위한 실제적 체험상황을 구현하는 대안적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이미 익숙한 가상현실과 메타버스를 고려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줌(Zoom)과 같은 실시간 화상강의 시스템과 게더타운(Gathertown) 혹은 마인크래프트(Minecraft)와 같은 메타버스 도구를 경험하였다. 코로나19 이후 교실이 대면수업방식으로 빠르게 되돌아가고는 있지만, 필요한 교육장면에서 온라인의 가상현실을 포함하는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안전교육·진로교육, 그리고 학습접근성 제공 차원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탐색되고 있다. 이는 메타버스 환경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실제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아바타 형태의 다른 학생 혹은 가상의 인물(agent)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실제적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여 특정 행동과 반응을 보이는 가상의 인물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예컨대 가상현실의 교실 내에서 특정 학생들이 보이는 돌출행동을 직접 체험하면서 교사들이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실습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폭력예방교육도 메타버스로 가능 이러한 가능성은 인성교육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인성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상황들이 메타버스 환경 내에 구현될 수 있다. 특히 챗GPT와 연동되어 자연스러운 대화 및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면서 인성교육에서 필요하지만 실제적으로 체험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적 상황 연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예컨대 학교폭력과 관련된 상황에서 가해자 혹은 피해자 역할을 메타버스 환경을 통하여 체험하고, 체험 전 사전 안내, 체험 후 전체 성찰시간을 가질 수 있다. 체험 전·중·후에 대한 정교한 설계를 통해 인성교육이 구현되면서, 어떠한 인성교육보다도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인간존중의 가치가 디지털사회에서 어떻게 실천되어야 하는가를 담아내는 인성교육이 새로운 방식으로 학교교육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반교실 내에서 인쇄물 혹은 직접 역할 연기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효과적인 교육을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 일반 교과 혹은 도덕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개별교사들에게만 인성교육을 맡기는 것 또한 한계가 있다. 여기서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현실에서 인성교육을 구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 환경을 인성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인성교육이 요구되는 다양한 상황을 메타버스 환경에서 체험하고, 그 체험에 기반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사고와 태도를 정립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환경에서 인성교육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인성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시나리오 형태로 만들고, 이를 메타버스 환경 내에서 구현하고, 실질적인 체험이 가능한 특별한 시설과 지원 인력이 확보되어야 하며, 교육적으로 이끌어갈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학교와 연계되어 교육을 운영하는 메타버스 학교를 별도로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메타버스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을 포함하여 앞에서 언급한 안전교육·진로교육, 그리고 학습접근성 제공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인성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기대되며, 이를 위해 학교교육과 연계된 별도의 메타버스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을 제안하여 본다.
반복되는 급식·돌봄 대란, 불안한 학교현장 지난해 11월 파업으로 전국에서 급식을 실시하는 유·초·중·고교 중 25.3%(3천 181곳)의 급식이 정상 운영되지 못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지난 7월 전국 17개 지부 조합원 1만여 명이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교육공무직은 현재 학교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공무직의 직종만 해도 50여 종이 넘고, 인원도 17만여 명에 달하는 등 과거보다 학교가 담당하는 기능이 늘어나면서 교육공무직은 학교에서 필수적인 구성원이 되었다. 필수공익사업장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71조는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해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하고 쟁의행위기간 중 대체 근로를 일정 수준 허용하고 필수공익사업장의 쟁의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이란 노동자의 파업권과 관련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업장은 반드시 일정 규모로 업무를 유지하도록 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에서 지정한 사업장을 말한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무엇일까? 통상 항공운수·철도·지하철·수도·전기·가스·석유·병원·통신·우정사업·한국은행·혈액공급사업 등이 해당되며, 노동자의 파업권 중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이 있으나 국민 전체를 볼모로 불편과 안전을 저해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에 따라 현재 유지되고 있는 제도다. 이게 시행되면 파업에 돌입할지라도 일부 인원은 정상근무에 임해야 한다. 학교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필요 학교는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연례화된 교육공무직의 파업으로 급식·돌봄 대란이 반복되면서 학교는 몸살을 앓는다. 파업기간 동안 학교는 단축수업·재량휴업·수업파행 등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으며, 돌봄노조 파업, 급식 파업으로 학습권 침해는 물론 교원의 업무 가중 등 노노갈등도 심각하다. 최소한의 대체인력을 통한 학교의 정상화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자는 주장은 교육공무직의 파업권은 노동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 파업 참여 인력의 절반이라도 한시적으로 대체하면서 학교의 파행을 막자는 취지이다. 교원은 학생교육에만 힘쓰고, 학생·학부모는 걱정 없이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학교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적이다. 교육공무직 근로자들이 더 나은 직장환경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그렇다고 해서 애먼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볼모로 하는 파업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동안 교육공무직 파업의 여파를 오롯이 학교에서 감내해야 했지만,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면 필수인력 및 대체근로자 투입으로 일선 학교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원단체·학부모단체·시민단체의 목소리 최근 교원단체를 비롯한 학부모단체·시민단체들이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는 서명운동과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총이 전국 유·초·중·고 교원 2천 3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파업 때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86.2%가 찬성했다. 찬성 이유로 73.7%가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상적 학교 운영이 불가능해 사회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24.4%로 나타났다. 학교정상화를 위한 관련 법령 정비 필요 더 이상 급식·돌봄 대란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며,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볼모로 하는 파업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학생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배움의 터가 되어야 하는 학교가 파업으로 방치되어서는 안 되며, 최소한의 피해 방지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교육공무직의 파업 등 단체행동권은 별도의 제한요건 없이 보장하되, 파업 시 대체 근로자의 투입을 최소한도로 허용하는 장치가 바로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교원과 학생에게만 전가되는 일방적 피해를 외면하지 말고, 정치적 이해관계의 득실을 떠나 교육회복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학교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절차를 완전히 없애버렸다는 점은 안타깝다. 학습의 과정을 아주 쉽고 용이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데다 융합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수능의 가장 큰 약점이다.” 수능 창시자로 알려진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81)는 최근 킬러문항 논란으로 불거진 수능 개편론에 대해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단 한 번 치르는 시험점수로만 학생들을 선발할 거면 차라리 학력고사로 돌아가는 게 낫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킬러문항 배제에 대해서는 “수능이 도입될 때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적절한 문제를 통합교과적으로 출제해야 한다’고 지침에 명시했다. 도저히 제시간 안에 풀 수 없는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융·복합적인 내용을 출제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능점수를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다”며 “측정오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소수점까지 계산해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대학들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수능을 통해 가장 혜택을 누리는 집단은 대학이다. 돈 한 푼 안들이고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할 수 있는 데다 학부모들의 시비도 없어 대학들로서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불거진 수능 킬러문항 배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수능 카르텔 운운하는데, 난 사실 그런 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있다면 법적 조치를 해야겠지. 킬러문항도 마찬가지다. 출제문항을 가지고 이야기하려면 먼저 출제자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출제의도를 배제하고 난이도만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수능문항은 현직 교사들이 검토위원으로 참여해 교육과정 내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검토위원들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여겼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고 나서 지적하는 게 맞다. 얼핏 어려워 보이는 교과서 밖 자료라도, 교육과정이 의도한 학력 성취수준을 제대로 측정한다면 좋은 문제이며, 그걸 무작정 ‘‘킬러문항’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다만 문항을 배배 꼬아서 출제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게 출제했다면 그건 잘못이다.”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 변별력 논란이 일고 있다. “난이도와 변별력은 구분해야 한다. 이게 혼동을 주는 것은 점수를 가지고 능력을 구별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쉬워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면 변별력이 있는 것이고, 문제가 어려워도 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변별력이 없는 것이다. 알다시피 난이도라는 것은 시험 보는 대상을 적절하게 나눴느냐를 보는 것이다. 수능처럼 몇 십만 명이 보는 시험은 대개 적절하게 정상분포가 이뤄진다. 만약 정상분포에 문제가 생기면 등급제를 통해 적정하게 만들면 된다. 문제는 전체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수능을 놓고 우리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난이도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언론이고 뭐고 몇 점을 받아야 어느 대학을 가느냐만 조명한다. 솔직히 수능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몇 개나 되나. 대다수 대학은 수능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시험점수로만 학생을 뽑을 거라면 수능체제를 바꾸든지 아니면 차라리 학력고사로 돌아가는 게 낫다.” 그래도 수능이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능 성적이 좋으면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잘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 대학들의 연구를 보면 내신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훨씬 더 성취도가 높다는 결과가 있다. 내신은 3년간의 성적을 기초로 한 것이고, 수능은 한차례 시험의 결과다. 예측 정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점수에 대한 미신이다. 예컨대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를 하면 플러스마이너스 몇 %라는 오차범위가 나온다. 수능도 마찬가지여서 오차범위가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400점 만점에 390점이면 합격, 389점은 불합격으로 당락을 가른다. 이게 말이 되나. 측정오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이것을 외면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이런 결과를 당연시한다. 절대로 고개를 끄덕여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맹신하고 있어 안타깝다.” 대입제도는 난제 중 난제다. “수능을 처음 만들 때 전 세계 98개국의 입시제도를 조사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장단점도 면밀히 분석했다. 그동안 국가고사부터 대학별 고사, 고교등급제 등 다양한 제도가 시도됐지만 모두에게 환영받은 모델은 없었다. 제도 취지가 좋아도 입시 비리나 사교육에 발목이 잡혔다. 경험상 제아무리 좋은 입시제도를 만들어도 50%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학부모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흔히들 입시의 공정이나 정의를 강조하지만 학부모들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자녀와 입시제도 간 이해관계다.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최우선 가치로 둔다. 비근한 예로 과학고를 만들 때 정원을 600명으로 했다. 이유는 과학기술대 정원이 600명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면 과기대에 들어갈 수 있는 특전을 줬다. 그런데 학생들은 과기대에 진학하지 않고 한 학기를 대기하다 서울대로 몰렸다. 교육당국이 이를 제지하려 했지만, 학부모들은 ‘대학 진학의 자유마저 막느냐’고 항의하는 바람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정부는 사교육을 잡기 위해 수능제도를 수정하려 한다.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26조 원 규모다. 수능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1조 원쯤 되는 것으로 안다. 한마디로 26분의 1 수준이다. 수능제도를 고친다고 해서 사교육비를 잡을 수는 없다. 대학 서열이나 학벌 위주 등 우리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수능이 올해로 30년을 맞는다. 이토록 장수할 것으로 예상했나. “처음 설계됐을 당시의 수능과 지금의 수능은 완전히 다른 시험이다. 현재 수능은 대학수학(修學)능력, 즉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대입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학력검사와 비슷한 시험이 됐다. 대학들이 입시전형에서 중요한 자료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대학들이 수능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국단위 시험이라는 장점과 함께 우수한 학생을 선점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또 학생을 선발하는 데 돈도 안 든다. 수능을 만들고 나서 대학에 논술고사를 치르도록 권유했다. 그런데 실시하는 대학들이 거의 없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시험출제도 어려운 데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무엇보다 수능점수로 당락을 가르는 데 대해서는 학부모들의 시비가 없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수능처럼 고마운 제도가 없다.” 30년 장수에도 불구하고 수능이 비판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학교교육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절차를 완전히 없애버렸다는 점은 안타깝다. 학습과정을 아주 쉽고 용이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융합적 사고력을 수능에서 다룰 수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대학들이 수능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여러 전형자료 중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능은 어떻게 탄생했나. “지난 1985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시작됐다. 중앙교육평가원(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새로운 대입제도 연구에 착수하면서 나에게 대학교육 적성검사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왔다. 처음엔 국어·영어·수학만 시험을 치러 학생이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들어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적성검사’로 개발됐다. 언어·수리·탐구영역으로 나눠서 언어영역은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독해능력을, 수리영역은 지능검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논리적 사고력을 재는 식이었다. 그랬더니 과학계에서 들고 일어났다. 당시 정부가 과학입국을 강조하던 때였는데 과학을 뺀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거였다. 결국 과학탐구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언어·수리·영어·과학탐구로 시험영역을 발표하자 이번엔 사회과학자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탐구는 사회가 핵심인데 이걸 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발끈했다. 결국 사회탐구도 추가됐다. 영어가 수능에 들어간 것은 이공계의 요구가 컸다. 당시만 해도 영어 원서를 읽어야 수업이 가능했기에 이공계에서 독해력이 중요하니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영어를 넣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교사] 템플 그랜딘의 비주얼씽킹 (템플 그랜딘 지음, 박미경 번역, 상상스퀘어 펴냄, 408쪽, 2만2,000원) 저자는 언어로 생각하고 사물을 순서대로 이해하는 사람을 ‘언어적 사고자’, 이미지로 생각하고 인식하는 사람을 ‘시각적 사고자’라고 말한다. 이 둘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물론 관심 분야와 재능도 다르다. 그럼에도 사회는 언어적 사고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사고방식의 특성과 차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벌레가 지키는 세계 (비키 허드 글, 진고로호 그림, 신유희 번역, 미래의창 펴냄, 272쪽, 1만7,800원) 꽃 주위를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벌이 하는 일을 돈으로 환산하면 수조 원이 넘고, 자기 몸 2,000배 크기의 집을 짓는 흰개미는 인간의 건축기술자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대단한 존재들이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불러온 재앙과 정치·경제적 원인, 우리 생활 등 복잡한 요인들을 쉽게 설명한다. 과학을 생각하다 (허준영 지음, 여문책 펴냄, 288쪽, 2만 원)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과학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과학교육 사업을 진행해 온 저자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결실인 만큼 과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에게도 쉽게 읽힌다. 소주에 담긴 에탄올부터 최첨단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 10 (박경화 지음, 260쪽, 1만6,800원)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한 엉뚱 기발한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한 번만 사세요’ 쇼핑몰,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 먹을 수 있는 컵, 수리받을 권리, 미술관이 된 화력발전소 등 세계 여러 나라의 크고 작은 노력을 한데 모았다.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생각 키우기’ 코너가 있어 독서 토론수업 등에 유용하다. [청소년] 해볼 만한 수학 (이창후 지음, 궁리 펴냄, 320쪽, 1만5,000원) 수학교과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지만,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망각한 채 문제풀이만 반복하는 학생들 마음 한편의 꺼림칙한 의문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책은 고등학교 수학을 기준으로 수학기호 표현법, 곱하기 기호를 생략하는 이유 등 기본적인 개념부터 풀어간다. 코딩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이래은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64쪽, 1만6,700원) 요즘 교육과 관련해 가장 빈번히 듣는 말 중 하나가 ‘코딩은 필수’다. 코딩이 활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저자는 코딩 능력은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코딩에 대한 단편적 이해를 넘어 ‘문제 해결법’으로서의 코딩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어린이] 나의 세상 우리 아빠 (빅터 D.O. 산토스 글, 안나 포를라티 그림, 김세실 번역, 한빛에듀 펴냄, 40쪽, 1만6,000원)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아빠를 소개하는 편지를 엮은 그림동화다. 아이는 할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고, 할아버지는 아이의 아빠를 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전하고 싶은 아이의 글에 묻어나는 아빠의 큰 사랑과 이를 고스란히 느끼는 아이의 마음이 울림을 준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이성표 지음, 베시 앤더슨 스탠리 원작, 보림 펴냄, 40쪽, 1만6,000원) 1904년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답하는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한 ‘성공’이란 짧은 글을 긴 작업 끝에 그림책으로 재탄생시켰다. 얼핏 거창한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과 달리 이 책이 그리는 성공은 잔잔하다. 타인에게 조용히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거나, 누군가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어 행복하게 해 주는 일처럼 말이다.
J는 68학번 내 대학 동기생이다. 그의 오래된 ‘짐보따리 이야기’는 한참 우스워서 듣다 보면, 무언가 아리고 슬픈 것이 눈물을 불러온다. 나는 J의 ‘짐 보따리 이야기’를 세 번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재미와 감동이 조금씩 다르게 묻어났다. '무엇보다도 1968년 그즈음의 시대적 애환과 풍물, 인심과 정서가 얼마나 여실한지, 그 시절 짐과 삶의 상관이 잘 들여다보인다. J의 ‘짐 이야기’에는 궁색하고 고단한 그 무렵 시골 출신 대학생들의 생활 풍경들이 정직하게 비쳐 들어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시절의 정서’가 애틋하게 스며 있다. J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박 교수, 자네 알지. 내 고향 집이 저 먼 남쪽 해남(海南)에 있다는 거. 해남에서도 끝자락 완도로 넘어가는 동네, 북평면이야. 지금도 벽지이지만 1968년 우리가 대학 1학년 때 얼마나 궁벽한 곳이었는지. 그해 겨울방학 끝나고, 시골집에서 서울로 와야 하는데, 어머니가 무언가를 이것저것 챙겨서 짐 보따리에 싸 주시는 거야. 서울 변두리에서 자취하는 아들을 챙겨 주시는 가난한 어머니의 마음은, 줄 게 없어 허전하면서도, 없으면 없는 대로 온갖 걸 다 찾아서 챙겨 주시는 거 있지? 박 교수, 옛날 우리 어릴 적 촌에서 짐 꾸리던 거 생각나지? 가방 같은 거야 먹고 죽으려도 없고, 비닐 쪼가리도 없던 때였잖아. 농가에서 쓰던 비료 포대나 시멘트 포대 겉 종이로 물건들을 싸고, 그 뭉치들을 가느단 새끼줄로 묶고, 마대나 삼베 보자기로 씌워 짬 매고, 다시 바깥은 무명 보자기로 싸서 큰 짐 보따리 하나를 단단히 만들어 내었지. 새벽같이 나섰지. 그때는 내 고향에서 서울 오려면 열너덧 시간은 족히 걸렸네. 어머니가 꾸려 놓은 짐이 두 보따리야. 한 짐으로 묶기에는 너무 많고, 또 김치를 주어 보내려고 하니 보따리 하나를 더 만드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신 거야. 꽤 묵직해. 그놈을 들고서 버스가 지나가는 마을 앞 도로까지 가서 기다렸지. 그 버스를 타고 나주 영산포역까지 한참을 가는 거야. 거기서 목포에서 올라오는 호남선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야 했거든. 그게 가다 보면 야간열차가 된다 말이여. 시골 버스가 시간 지켜 오는 법은 없었지. 그저 일찌감치 나가서 기다려야 해. 그렇게 해서 영산포 가는 ‘광주여객’ 시외버스를 올라탔어. 김치 보따리 들고 따라 나온 어머니를 향해 손 흔들고. 어머니는 짐 간수 잘하라고 몇 번이고 당부하고…. 시골 버스는 포장 안 된 지방도로 자갈길을 흔들흔들 가는데, 나는 흔들리는 중에도 짐 보따리 두 개, 굴러가지 않도록 꼭 붙잡고 가는데, 가다가 버스가 고장으로 시동이 꺼져서 모두 내려서 고치도록 기다리고…. 아따 참, 그래도 불평 한번 않고 갔었지. 영산포역에서 서울행 완행열차를 탄 것이 오후 두 시쯤인데, 여기서 일고여덟 시간은 걸려야 서울에 도착해. 차 안은 만원이라, 서서 가는 건 당연하지. 나는 짐 보따리 둘을 객차 좌석 머리 위에 있는 짐 시렁에 올려놓았어. 이제부터는 짐 보따리도 나하고 한 몸이 되어서, 기다릴 때 같이 기다리고 실려 갈 때 같이 실려 가는 거야. 나도 짐도 같은 처지인 듯하고, ‘내 짐이 내 분신이다’ 하는 생각도 들더라니까. 대전쯤 왔을 때 마침 자리가 나서 나도 간신히 앉았어, 손님들은 계속 번갈아 타고 내리고, 나는 워낙 고단했던 참이라 졸음이 쏟아지는 거야. 깜박 졸았는가 했는데, 갑자기 주변이 수선스러워지고, 누군가 떠드는 소리에 잠을 깼었지. 정신을 차려 보니, 객차 시렁에 얹어놓은 짐은 여러 개 수북한데, 그중 한 짐에서 조금씩 김칫국물이 새어 나와 아래로 떨어질 참이야. 보니, 그게 나의 짐이야. 어머니가 싸주신 김치가 들어 있는, 그 짐이야. 오가리(작은 김칫독)에 넣어 단단히 묶은 건데, 길 위에서 오죽 흔들렸으면 저리되었을까. 아! 이런 낭패가 있나. 창피했어. 하지만 이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했어. 내가 벌떡 일어서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이렇게 말했다니까. “어구! 나는 이게 내 짐인 줄 알았더니 내 것은 아니네. 바로 옆에 있는 내 짐은 멀쩡한데, 어떤 양반이 짐을 이렇게 허술하게 묶어서 김칫국물 번져 떨어지게 했나? 아, 이 짐 임자 누구요? 양심도 없나? 이 짐 내려서 내 발밑에 둘 테니 짐 주인은 내게로 오시오.” 나는 급한 대로 번져 나온 김칫국물을 닦아 내고,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그 짐 보따리를 내가 관장하는 형국으로 이끌었지. 수습은 했지만, 찜찜했어. 내 짐을 내 짐 아니라고 거짓말한 거니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어. 내 앞자리에 앉은 중년 아저씨가 나를 계속 지켜보는 거야. 애초 김칫국물이 자기 머리 위에 떨어지게 생겼다고, 짐 주인 누구냐고, 난리를 피웠던 사람이야. 완행열차라 승객들은 금방금방 타고 내리는데, 그는 좀체 내리지도 않았어. 장거리 승객인가. 수원을 지나면서부터 나는 초조해졌어. 나는 용산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그때까지 이 아저씨가 내리지 않으면 나는 이 짐 보따리를 포기하고 내려야 한다. 거짓말했으니 자업자득이지.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어머니가 어떻게 해서 마련해 준 짐인데. 영등포역을 지나고서는 나는 미칠 것 같았지. 하나님 저 아저씨를 빨리 내리게 해 주세요. 열차가 노량진역에 도착했을 때였어. 내가 내릴 용산역에서 하나 전에 있는 역이야. 내가 숨을 죽이고 있는데, 아! 이 아저씨가 내리는 거야. 나는 정말 하나님께 진심 감사했어. 나는 김치가 들어 있는 그 짐 보따리를 끌어 올려 꼭 껴안았어. 마치 내가 내다 버린 자식을 다시 찾아오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엄마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날 밤 나는 종암동 자취방에 도착하여 그 짐 보따리를 세워 놓고 큰절을 했다네. 사람과 오래 같이 움직이는 짐이란, 그게 그냥 짐이 아니라니까. 짐 보따리를 오브제로 한 미술작품 하나를 본다. 이 작품은 미국의 대표적인 미술관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에 있다. 한국계 작가인 마이아 루스 리(Maia Ruth Lee)가 2019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전시한 작품, ‘Bondage Baggage’가 바로 그 작품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묶은 짐’, 또는 ‘꽁꽁 싼 짐 보따리’라는 뜻이 되겠다. 주제나 이미지 면에서 상당한 세계성을 담고 있다고 해서 이미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마이아 루스 리는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선교사인 부모와 함께 파푸아뉴기니·싱가포르·네팔 등에서 거주하였다. 이 작품은 작가가 네팔의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Tribhuvan International Airport)에서 보았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짐을 작품화한 것이다. 네팔 노동자들은 해외에서 돌아올 때 이삿짐 꾸러미를 포장하면서 분실이나 훼손을 우려해 이런 단단한 묶음 포장을 한다고 한다. 작가는 이 ‘짐 보따리’를 형상화함으로써 이주노동자와 이민자들의 삶을 보려 한다. 그들이 사용했을 포장용 방수포·직물·판지·밧줄·테이프 등을 주목하고, 그것과 더불어 그들의 ‘짐’을 재현한다. 이때부터 ‘Bondage Baggage’는 단순한 짐 보따리가 아니라, 지구촌 내 다양한 디아스포라(Diaspora)에 대한 문제를 부각한다. 작가 또한 ‘코리안 디아스포라’이다. 디아스포라 체험을 예술적 주제로 승화해 내는 데에 남다른 작가 의식을 보여 준다. 마이아 루스 리의 작품을 보면서, 짐 보따리에 대한 나의 역사적 상상력을 던져 본다. 1903년 하와이 이민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넜던 사람들의 짐 보따리를 생각해 본다. 1905년 멕시코 유카탄의 애니깽 농장으로 떠났던 우리 선조들의 이민 짐 보따리는 어떤 허기가 들어 있었을까. 19세기 말 이후 북간도 일대로 살길을 찾아 떠났던 식민지 백성들의 짐 보따리는 어떤 궁핍이 들어 있었을까.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했던 17만 동포들이 시베리아 철도 화물열차에 오르면서 지녔던 짐 보따리에는 어떤 불안이 들어 있었을까. 6·25 피난 행렬에서 남부여대(男負女戴, 남자는 지고 여자는 머리에 인)했던 짐에는 무슨 간절함이 들어 있었을까. 1960년대 독일에서 광부로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떠났던 선배들의 짐 보따리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나중 귀환하는 그분들의 짐 보따리는 또 무엇으로 채워져 있었을까. 1980년대 이후 중동의 뜨거운 건설현장에 기술자 근로자로 가서 돈을 벌었던 내 동시대인들의 짐 보따리는 얼마나 아픈 사정들을 담고 있었을까. 짐은 지니까 짐이다. ‘지다’라는 동사와 ‘짐’이라는 명사가 서로 오가는 사이, 짐은 인간의 행보를 고단하게 한다. 짐은 무거워서 짐이다. 그러나 그 짐이 있어서, 그 짐에 기대어, 인간은 길 위의 생을 보전한다. 내 짐은 내 실존의 삶이 이동하는 동안 그림자처럼 나에게 붙는다. 그래서 짐은, 좋든 싫든 나의 분신이다. 정신의 짐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