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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중국 북송(北宋)시대 사마광(司馬光)이 지은 ‘자치통감(自治通鑑)’에 나온 이야기다. 사마광이 어렸을 때, 한 아이가 커다란 장독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곁에 있는 어른들은 허둥대며 갑론을박하고 있었다. 사다리 가져와라, 밧줄 가져와라, 물 값, 장독 값, 책임 소재를 계산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요란법석을 떠는 동안 물독에 빠진 아이는 목숨이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 그 때 작은 꼬마 사마광이 옆에 있던 돌멩이를 주워들고 장독을 깨뜨려 아이의 목숨을 구했다. 여기에서 유래한 ‘염일방일(拈一放一)’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중요한 하나를 가지려면 덜 중요한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할 위치에 있는 수장들은 위급한 일이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실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매년 학부모들은 반복되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예산 떠넘기기 다툼을 걱정한다. 해마다 고교 입시나 대입 수능이 끝나면 3학년 교실은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무질서의 혼란을 겪는다. 학교별로 운영하는 수능 이후 프로그램 역시 한계가 있는 듯하다. 현재의 복잡한 입시제도에서 수시모집, 정시모집 일정과 학사 일정을 조금만 조정하면 중3, 고3 교실의 정상화는 어느 정도 가능한데도 매년 되풀이 되는 시간 때우기 식의 파행적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사회를 위해 우리 교육은 변해야 한다. 비판력과 종합사고력, 창의력 신장을 위해 질문·토론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수업혁신과 입시 개혁을 강조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 풀이, 단순 지식 암기식, 정답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현실에서 혁신미래교육을 위한 큰 변화는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치열한 경쟁과 세계화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경험하면서 미래 우리 사회는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정말 귀한 것을 얻으려면 덜 귀한 것은 과감히 줄이거나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정책 결정자들이나 기관의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 또는 어른들은 습관적으로 해온 일에 익숙하거나 집착하고 변화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좀처럼 결정하기 힘들어질 때 ‘염일방일(拈一放一)’의 지혜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연재 끝
김광호 국립국제교육원장은 올해 교사 해외파견을 300명으로 늘릴 계획과 관련해 “험지에서 교육봉사를 마친 예비교원들이 교단에 선다면 우리 교육계에 커다란 자산이 되고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예비교원들의 참여가 더 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월간 새교육(3월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국가로부터 요청이 몰려들고 있다”면서 “예비교사 단기파견 160명과 현직‧퇴직교원 중심 장기파견 140명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매년 20여명 내외에 불과했던 교사 해외파견이 획기적으로 확대된 데에는 교총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스승의 날과 지난 1월 교육계 신년교례회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교원 해외파견 확대를 건의해 준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지난해 세계교육자대회에서 각국 교육관계자들의 요구가 있었고 이에 맞춰 교총이 적극 나서면서 파견인력 확대라는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파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소개했다. 김 원장은 “각국의 요청이 쇄도하면서 파견 국가를 15~20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지진 피해 등 국가적 재난을 겪은 나라 등 주로 개발도상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발절차에 대해서는 “3, 4월 경 해외 교육봉사 제안서를 받아 심사한 뒤, 6월쯤 대상자를 확정해 9월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견교사 지원과 관련해서는 “현직교원은 고용휴직 형태로 가는 것이어서 호봉과 경력이 100% 인정되고 예비교원 가산점 부여는 교육부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 해외파견은 단순히 교육원조의 개념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교사 등이 세계로 나가 헌신하고 가슴으로 배워온다면 이는 우리 교실을 국제화하는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라며 교사, 학생들의 많은 지원을 당부했다. 김 원장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사무소와 OECD 사무국에서 근무한 뒤,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 전신) 국제협력과장을 역임한 교육부 내 드문 국제통이다.
“가정·학교·지자체·기관·경찰 역할 분담 시스템 마련을” 한국교총(회장 안양옥)은 22일 교육부가 발표한 ‘미취학 아동 등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매뉴얼’에 대해 “학교에만 부담을 전가하지 말고 가정과 사회가 동참하는 협력적 예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매뉴얼은 가정 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사전·근본 대책 마련 없이 사후 대책으로 학교에만 부담을 전가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차제에 가정·학교·지자체·아동보호기관·경찰의 역할 분담을 철저히 하는 시스템 구축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부는 미취학·미입학 및 무단결석 발생 당일부터 ‘유선 연락’, 3~5일차 지속시 ‘가정방문’, 6∼8일차에는 ‘보호자 면담’ 요구 등을 담은 매뉴얼을 내놨다. 이에 대해 교총은 “경찰 수사 의뢰, 가정방문, 내교(면담) 요청 의무화에 따른 학생교육 약화 및 업무부담 발생, 교원 신변 보호 문제가 우려되므로 해소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며 “특히 경찰 수사 의뢰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의 항의와 보복이 우려되는 만큼 교육행정당국, 경찰의 강력한 대응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방문 시 학부모가 거칠게 항의할 경우 교사 혼자 대처하기 어렵고, 방과 후 오후 늦게 여교원이 방문할 경우에는 신변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학교가 요청하면 반드시 동행할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 경찰청 등의 적극적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가정 내 아동 학대, 미취학, 미등교 방지를 위한 학부모 교육 및 조치를 위해 ‘학부모 학교 참여 휴가제’, ‘학부모 상담의무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학교가 행정권한과 조사권, 강제권이 없는 상황에서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의 실효성이 의문이 들고 업무 가중과 학교 책임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얼었던 눈도 녹고 눈이 비로 변하는 우수도 지났다. 이제 남은 것은 따뜻한 봄바람과 시원스런 물소리만 들리는 것뿐이다. 변화는 참 좋은 것이다. 교육이 변화다. 학습이 변화다. 지속적인 변화다. 멈춤이 없는 것이 교육이다. 멈춤이 없는 것이 발전이다. 어제 저녁 교육프로그램을 보았다. 교육패러다임의 변화였다. 선진국도 아니었다. 몽골이었다. 이 나라에서 초등학생들의 교육의 변화된 모습을 보았다. 감탄을 하였다. 미래가 눈에 훤히 보였다. 19세기, 20세기의 암기식 수업이 아니었다. 교사중심의 일제수업도 아니었다. 프로젝트의 완성을 향한 수업이었다. 분임토의를 하였다. 학생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졌다. 수학문제를 풀어도 한 학생, 한 학생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다. 몇 명의 학생이 한 조를 이루어 선생님께서 제시한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특별활동도 마찬가지였다. 생각중심 수업이었다. 수업의 흐름이 교사에서 학생으로 흐르고 있었다.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감동있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학생들의 잠재력 능력을 계발시켜주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집에 가면 일터에서 돌아온 부모님께서 피곤한데도 자녀가 학교에서 어떤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았다. 자녀는 하나하나 설명을 하였다. 학교의 수업의 만족해했다. 몽골의 교육이 앞서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수업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앞서가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몽골에서 과거의 교육패러다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서 새로운 기법으로 수업을 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큰 도전을 주고도 남았다. 우리나라의 교육도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을 과감하게 가져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과거식으로 암기식 수업, 일제식 수업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수업을 위한 교재의 재구성, 수업기법의 연구, 다양한 학습방법 도입 등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실천해야 할 때라 생각된다. 그렇지 않으면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우리 교육이 후진의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후진국의 교육보다 뒤떨어질지도 모른다.
책을 통해 만나는 일상의 행복 찾기 사랑한다는 말 만큼이나 가장 많이 쓰이는 낱말이 '행복'이 아닐까. 마치 행복하지 않으면 잘못 살고 있는 것만 같아 행복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널렸다. 그 행복을 향한 길을 50권의 책 속에서 찾으라는 강준만 교수의 책이다. 행복의 어원은 라틴어의 '보나 오라(bona hora)' 로서 '알맞은 시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필자의 해석으로는 그 순간에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남기고 다른 누군가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작은 설렘으로 자판 앞에 앉은 지금 행복하다. 모든 순간이 기적이라고 한 아인슈타인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을 같다. 어린아이처럼 혀를 쑥 내밀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머금은 그의 사진을 보는 것은 행복함을 안겨준다. 알맞은 시간을 날마다 기적처럼 누리고 간 그가 예언한 중력파 발견 소식을 들으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는 시간의 철학자였고 수학자였으며 과학자였고 음악가이며 시인이 분명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마음상태가 아닌 존재방식이며, 미덕과 일치하는 영혼의 활동'으로 정의했다. 폴 새뮤얼슨은 "행복은 소유를 욕구로 나눈 값" 이라고 했으니 경제학자답다. 그의 말을 풀이하면 소유가 아무리 늘어나도 욕구가 크면 행복의 몫은 작을 수밖에 없다. 현대인의 불행이 보이는 수식이다. 이를 증명한 사람이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다. 그는 1974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미국, 유럽 국가들의 실질소득 증가와 행복 만족도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실질소득은 2~3배 올랐는데 행복그래프는 약간만 오르는데 그친 걸 발견하여 '행복의 역설'을 제기했다. -위의 책 75쪽 반대로소유가 적어도 욕구가 더 적으면 그 몫이 커질 것이니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가난한 시절이 지금보다 더 행복했다고 추억하는 것은 후자에 속하리라. 햇빛 한줌만으로도 행복한 철학자도 있고, 인간의 한계상황에 이른 장애를 지니고도 행복을 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행복은 '주관적 안녕감'이라고 표현한 에드 디너의 말에 고개 끄덕여진다. 일본의 생태운동가 쓰지 신이치는 이제 국가의 풍요를 재는 GNP에서 행복의 개념으로 풍요를 재는 GNH로 전환해야 한다며 행복을 재는 평가항목을 8개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가? 둘째, 얼마나 많은 여유 시간을 갖는가? 셋째, 얼마나 많은 시간을 친구, 이웃과 보내는가? 넷째, 얼마나 적은 돈으로 행복할 수 있는가? 다섯째, 기계나 도구 없이도 얼마나 많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가? 여섯째, 멋진 차, 훌륭한 레스토랑, 돈 없이도 행복한 데이트를 할 수 있는가? 일곱째, 얼마나 자유로운가? 여덟째, 일하며 행복한가? -위의 책 76쪽 우리나라는 행복지수가 낮은 편에 속하는 나라다. 해가 갈수록 그 지수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주변에서 행복하다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 힘든 사람들이 많으니 자신의 행복을 내놓고 말하지 않는 것은 배려 덕목이 되었다. 감사함의 크기만큼 행복하다고 한다.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행복한 생각을 해야 할 일, 행복코드는 그 생각을 위한 길잡이 책 50권을 소개하고 있다. 지면에 50권의 저자들이 안내하는 행복의 숲길을 제대로 안내할 필력이 짧아 일독을 권한다.
“와,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인가?” 계산하여 보니 41년만이다. 국립 방송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을 말하는 것이다. 퇴직 후 제2의 인생 새 출발 시작인 것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고등기관인 방송대, 함께 공부할 학우들과 선배들 그리고 지도교수를 만나 소중한 도움을 받는 시간이다. 일요일인 어제 오후에 경기지역대학에 도착하니 재학생들이 입구에서 환영 피켓을 들고 신‧편입생을 맞이한다. 주요 임원들은 어깨띠를 메고 신입생들을 환영해 준다. 대학별 오리엔테이션이 아니라 학과별 오리엔테이션이다. 4층에서 과회비와 발전기금을 내고 강의실에 들어섰다. 2학년부터 4학년까지 선배 여러분들이 나왔다. 동문회장도 출석했다. 관광학과 교수는 모두 여섯 분인데 여경진 교수가 대표로 나왔다. 교수님들의 영상 환영사도 들었다. “방송대 입학이 잘한 선택이고 미래를 위해 꿈을 꼭 이루라”고 당부하신다. 교수와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강조하는 핵심이 바로 졸업이다. 방송대에서는 왜 졸업이 중요할까?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졸업정원제는 아니지만 학점 취득하기가 어렵다. 왜? 대부분의 학생들이 직업전선에서 뛰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전선에서 취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히 공부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 선배들의 인사 말씀 “꼭 졸업하세요!”가 공연히 나온 말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졸업할 수 있을까? 졸업을 하려면 학년별로 정해진 학점을 취득하고 진급을 해야 한다. 졸업학점 140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이것을 성공해야만 영광의 졸업이 찾아오는 것이다. 담당 교수님 말씀이다. “늘 보던 사람들이 졸업식장에 와 있습니다. 혼자서 공부하는 사람은 잘 안보입니다.” 혼자서 공부하지 말고 동료 학우들과 ‘같이’ ‘함께’ 학창생활을 하라는 충고이다. 목숨 걸고 공부하지 말고 공부를 즐기면서 유쾌하게 공부하라는 말씀도 곁들인다. 공부에 목숨을 걸지 않지만 공부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려운 공부 자체를 즐길 수 없는 것이다. 관광학과 회장은 환영사에서 선배로서의 졸업 노하우를 전달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30점) 함께 가면 멀리 간다(100점)”. 그러면서 졸업 3대 노하우를 제시한다. 첫째, 스터디 그룹에 가입하여 공부하면서 학우애를 돈독히 하라. 둘째, 동아리 바람개비에 가입하여 활동하라. 셋째, 2차 문화를 즐겨라. 출석수업 후, 각종 행사 후 2차 모임에 참석하여 하는 차 한잔, 술 한 잔을 권유한다. 인간관계를 맺으라는 것이다. 오늘 지역대학에 모인 신‧편입생 80여 명의 면면을 보니 학구열이 대단하다. 20대에서부터 60대까지 모인 것이다. 대부분이 놀러 다니는 여행이 좋아서, 배움이 좋아서 모였다. 대학이 처음이 아닌 사람도 많다. 방송대나 다른 대학을 이미 졸업하고도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어떤 분은 대학을 두 번 졸업 했는데 다시 입학한 것이다. 그 향학열이 존경스럽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평생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의 인생은 끝나는 것이다. 배움은 끝이 없는 인생 도정이다. 오늘 입학한 평생교육 동지들, 교수님과 선배들이 가르쳐 준 졸업 노하우 잊지 말고 실천하여 졸업의 영광을꼭 맞이하기 바란다. 우리 모두 배움의 길을 어울려서 함께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교총은 서울행정법원이 교사에게 지속적으로 폭언한 학생을 강제전학시킨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데 대해 "교실 붕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교육부에 대해서는 조속한 법적근거 마련을 촉구했다. 교총은 22일 입장을 내고 "학생의 '교육 받을 권리'와 학부모의 '자녀 교육권'에만 지나치게 경도돼 수차례 징계에도 남의 물건을 훔치려 하고 교사에게 폭언한 문제학생의 권리만 보호했다"며 "교사의 교권은 물론 많은 여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문제행동을 한 학생을 강제전학시키는 것조차 금지한다면 무너진 교권과 학교기강을 앞으로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18조(학생의 징계) 1항에는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징계의 종류를 규정한 동법 시행령제31조에는 강제전학에 대한 내용이 없다. 학생에 대한 폭력, 모욕, 따돌림 예방목적으로 마련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만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한 종류로 들어가 있다. 이번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이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제한하려면 법령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교권 침해로 인한 강제전학 규정은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교총은 교육부에 "이번 판결이 시행령(△학교 내의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1회 10일 이내, 연간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퇴학처분)에 강제전학에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이루어진 만큼 법적근거 마련 등 후속대책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적극적 법적대응도 주문했다. 교총은 "학칙을 어기고 여타 학생들의 소중한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敎權), 학교의 교권(校權)을 침해하는 문제학생에 대한 학교의 징계권 약화가 우려된다"며 "즉각적인 항소 등 법적대응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직선제 폐해 현실화…교육부에 행정감사 및 임용 취소 촉구” 한국교총(회장 안양옥)은 서울, 광주, 세종, 경기, 강원, 충북 등 시·도교육청들이 3월 1일자 인사에서 측근, 보은인사를노골화한데 대해 "직선교육감의 인사전횡을 또 드러낸 것"이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22일 성명을 내고 “직선교육감들이 막강한 인사권을 내세워 측근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핵심 보직에 앉히거나 두 단계나 뛴 승진 인사를 냈다”며 “이러한 왜곡 인사는 공정한 인사원칙을 무너뜨려 현장 교원의 사기 저하와 근무의욕 상실 등 부작용이 큰 만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우선 서울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평교사를 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관으로 두 단계 승진시킨 일이 꼽힌다. 이는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장학관, 연구관은 교장, 교감 관리직 경력 1년 이상인 자로 임용’하도록 한 법령에 위배되고, 이러한 교육공무원 임용령을 반영해 서울교육청이 개정한 ‘2016 서울시교육청 인사관리원칙’(2016년 3월 1일자 시행)을 스스로 위반한 부당인사라는 지적이다. 또한 광주교육청은 교육감 당선 일등공신 역할을 한 비교장 출신을 핵심 측근인 교육국장으로 임명했다. 더구나 사립학교 교원 특채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해 전교조 교사를 합격시킨 문제로 기소와 함께 징계를 받은 이 모 교육연구원 교수부장을 신설된 ‘학생해양수련원장’ 자리에 올리기까지 했다. 세종교육청은 전국단위 교육전문직원 공개전형에서 왜곡인사가 우려된다. 이미 지난해 전교조 대구지부장 출신 교사를 연구연수센터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경기교육청은 교육감 비서인 파견교사를 공모교장으로 임명한 일이 도마에 올랐고, 강원교육청은 지난 2012년 두 단계 승진 논란을 겪었던 전교조 교사를 초대 진로교육원장으로 임명해 비난을 자초했다. 충북교육청도 교육감 보좌관인 파견교사를 공모교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교총은 “평교사가 교장이 되려면 30여년의 연구와 근무실적, 벽지 가산점 등 많은 노력이 요구되고, 경쟁률 높은 교육전문직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도 각고의 열정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그런데 교육감 선거에 도움을 줬다거나 단순히 교육철학을 공유한다고 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왜곡·보은인사가 반복된다면 과연 어떤 교원이 학생교육과 근무에 열정을 보이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인사철마다 반복되는 인사전횡은 직선교육감제의 가장 큰 폐해”라며 “교육부는 즉시 행정감사를 실시해 위법한 인사에 대해 임용을 취소하는 등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경남교육청이1년 이상 임기가 남은 창원기계공고 교장을 일방적으로 전보 발령한 것에 대해서도 24일 입장을 내고 "학교장 길들이기 식의 인사권 남용사례"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교총은 "도교육청은 학교가 수능시험장 협조요청에 불응하고전국기능경기대회 성적도 저조한 점등을 이유로 삼고 있다"며 "하지만 수능시험장 문제는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의 상처를 우려한 학부모의 요청에 따른 것이고기능경기대회 실적도 저조하지 않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교장 인사는 무소불위 교육감 인사권한 행사의 또 한가지 사례"라며 "인사가 학교 현장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단 육신 최일화 어머니의 육신은 이제 다 썩었을 거야. 내가 먹고 자란 어머니의 젖 그 젖무덤도 이제 다 썩어서 흙이 되었을 거야. 사시사철 밥상 차려주던 어머니의 손 그 따뜻하던 손도 이제 다 썩어서 아무런 흔적도 없을 거야. 어머니의 육신은 이제 다 썩어서 바람이 되고 물이 되었을 거야. 저 강산 저 들판햇살이 되었을 거야. 시작노트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어머니를 생각할 때 마다 나는 안타깝다. 그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의 삶이 모두 다 곤궁하고 배운 것 없고 가부장제 하에서 많은 권리를 포기하고 살았다고는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회한은 깊어져 간다. 왜 용돈을 좀 더 드리지 못했는지 어머니 모시고 공원이나 바닷가 나들이 한 번 못했는지 아무리 핑계거리를 찾고 구실을 붙여도 소용이 없다. 무릎이 아파 그 고생을 하셨는데 왜 큰 병원엘 한번 모시고 가지 못했는지 좋은 음식점으로 모시고 가 왜 함께 식사를 하지 못했는지 후회스러운 마음뿐이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변함이 없다. 평생에 걸친 아버지의 이중생활로 어머니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마음고생을 하셨다. 양가 어른들께서 혼인을 시켰는데 아버지는 공연히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고 결국 직장관계로 객지에 나가 살면서 배운 것 없는 촌뜨기 엄마를 버리고 고등학교까지 배운 서울 처녀를 만나 살림을 차리기 시작했으니 어머니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어머니는 자식만 믿고 평생을 청상과부처럼 한 세상을 사셨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실 줄은 나는 꿈에도 몰랐다. 건강하시던 어머니가 몸살을 앓는 것처럼 고열이 났다가 오한이 나면서 추어서 떨고 식음을 전폐하다가 입원 50여일 만에 돌아가셨으니 갑자기 당한 일에 나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돌아가시기 전날 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회복되실 줄 알았다. 의사의 말로는 십이지장에 궤양이 있다. 신장에 염증이 있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고 식사를 못하시는 어머니가 안타깝기만 했을 뿐 그렇게 위독한 상태인 줄은 몰랐다. 돌아가시고 한 참 후에야 어머니의 증세가 전형적인 패혈증인 걸 알았다.어머니가 없는 삶은 생각해보지도 않다가 갑자기 어머니를 잃고 난 얼떨결에 고아가 된 기분이었다. 하루하루 힘든 시간을 보내며 어머니가 없는 세상을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20여 년 지금도 어머니가 살아계신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마저 가끔 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 모두 죽을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요 근래 와서야 죽음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맞이하는 죽음만큼 무모하고 황당한 것도 없을 것이다. 조병화 시인의 모친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살은 죽으면 썩는 것이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 시인의 고향 난실리에 산장을 하나 지으며 오석에다가 어머니의 말씀을 써서 산장을 지을 집터 밑에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인은 후에 자신의 묘에 다음과 같은 묘비를 세웠다고 한다. “나는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그리움이고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천주교의 묵상기도 방법 중에 시체에 대한 공상을 해보는 방법이 있다. 내가 죽어 시체로 누워있다고 생각하고 그 시체가 어떻게 썩어 소멸하는지를 마음속으로 상상을 해보는 방법이다. 9단계가 있는데 소개하겠다. 각 단계에서 1.2분 정도 멈춰서 자기의 시체의 변화를 상상하는 것이다. 1. 시체가 차가워지고 뻣뻣해집니다. 2. 푸른색으로 변합니다. 3. 몸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4. 어느 부분이 부패하기 시작합니다. 5. 온 몸이 온통 부패되었습니다. 6. 이제 해골이 드러나기 시작하며 군데군데 살점이 붙어 있습니다. 7. 이제 당신은 뼈대만 남아 있고 살은 모두 없어졌습니다. 8.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한 줌의 뼈뿐입니다. 9. 이제 뼈도 다 사라지고 한 줌 먼지만 남았습니다. 이 묵상 방법은 불교의 본체(本體)에 대한 묵상방법에서 빌려왔다고 하는데 이 기도 방법이 낯설고 생경하긴 해도 독자에게 평화와 기쁨을 주기 위한 묵상 방법이니 이해를 바란다는 첨언이 붙어 있다. 실제로 나는 백년 이백년 된 조상의 묘를 모두 파묘하고 화장하여 열여덟 분의 조상의 몸 상태를 확인 한 바 있다. 납골당을 만들기 위해 나의 위로 6대조 까지의 묘를 파헤치고 그 뼈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몇 분 조상의 묘에서는 단 한 조각의 뼈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실로 육신이란 그냥 사라져 없어질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조장(혹은 천장)의 현장을 동영상 화면을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시체의 팔과 발을 뒤로 묶어 조장 터에 엎어 올려놓고 독수리들이 뜯어먹기 쉽도록 일일이 날카로운 칼로 온몸을 그어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던 장면을 목격한 적 있다. 실로 육신이란 아무것도 아니구나, 영혼이 야말로 생명의 본체라는 것을 깨달은 바가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인도 여행 중에 나는 가장 인도적이라는 바라나시라는 도시에 일주일가량 머물며 갠지스강가에서 행해지는 장례식 장면을 여러 차례 지켜본 적이 있다. 시체 운반꾼들이 커다란 구호를 외치며 시체를 담은 들것을 들고 골목길을 달려 와서는 높게 쌓아놓은 장작더미 위에 시체를 올려놓는다. 그리고는 장작더미 밑에다 불을 지르는데 이때 유가족들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모두 덤덤하게 지켜보는 것이었다. 시체는 불더미 속에서 두세 시간을 타게 되는데 도중에 머리통이 밖으로 밀려나오면 커다란 대나무 장대로 머리를 장작더미 속으로 밀어 넣기도 하고 다리 한 짝이 밖으로 툭 불거져 나오면 다시 장대로 불더미 속으로 밀어 넣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제일 나중에 조그만 덩어리 같은 게 남는데 그냥 갠지스 강 속으로 던져버리는데 그 바로 옆에선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세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부유한 사람이 죽으면 장작을 많이 구하기도 하지만 가난한 사람일 경우는 장작을 많이 구하지 못해 시체를 제대로 태우지 못한다는 설명이었다. 화장은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밤새도록 진행되는데 약간 시간의 빈틈이라도 있으면 소, 개, 양 등 동물들이 화장장으로 들어와 시체를 덮고 왔던 꽃다발 등 화장장 바닥에 떨어진 것을 모두 집어먹는 광경도 목격했다. 어디 그뿐인가. 아이들이 몰려들어 타고남은 장작의 조각들을 모두 주워가는데 그것을 숯처럼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란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육신이란 참으로 허망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실로 육신이란 정신을 감싸고 있을 때만 소중하고 정신이 떠난 육신은 아무런 값어치 없는 껍데기이며 한 개의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모든 것을 간파한 것인가. 우리나라의 한 노(老)기자는 자신이 5대독자인데 생각한 바 있어 부모님, 조부모님, 증조부모님 산소를 모두 파묘하여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근처 숲에 수목장으로 다시 모시고 아우와 아들들에게 굳이 조상님을 찾아뵙고 싶을 때는 잠깐 다녀가도 좋겠지만 추석이나 설날에 굳이 올 필요는 없다고 당부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도 죽으면 이 곳 조상님 묻힌 나무 밑에 뼛가루를 묻어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왜 주은래나 등소평 같은 지도자가 없느냐고 반문하면서 주은래는 자신의 뼛가루를 전 국토에 뿌려달라고 하며 그 골분을 비행기를 타고 국토에 뿌렸고 등소평은 각막을 비롯하여 모든 장기를 기증하고 자신의 시신은 의학연구용으로 기부한 다음 나중엔 화장하여 꽃가루와 함께 바다에 뿌려졌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우리 지도자들이 호화분묘를 만드는 관행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실로 죽은 다음에 우리 몸뚱어리는 그저 썩어 없어질 물질에 지나지 않고 호화분묘는 가문의 영구 번영을 바라는 매우 이기적인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한다. 장차 우리의 장례문화는 어떻게 진행되어 나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다른 나라의 모범적인 사례를 참고하고 우리 스스로 우리 실정에 맞는 방식을 개발하여 허례허식에 치우치지 않는 검소하고 자녀들에게도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 문화를 확산시키는 장묘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2월 16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에 걸쳐 있는 가리산(높이 1051m)에 다녀왔다. 가리산(加里山)은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으로 정상 부근에 솟아있는 3개의 봉우리가 소양호에 산자락을 늘어뜨리고 있다. 홍천9경 중 제2경으로 산의 이름은 산봉우리가 한데에 수북이 쌓아 둔 곡식 더미처럼 생긴데서 유래한다. 가리산을 품은 홍천군을 지도에서 살펴보면 동에서 서로 고구마처럼 기다랗고 남한의 시·군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다. 아침 7시 용암동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우고 북쪽으로 향했다. 명절연휴 보내느라 피곤했는지 빈자리가 여럿이다. 밤사이 눈이 내려 거북이걸음을 하는데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만 눈이 녹아 세상을 흑백으로 구분한다.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입원으로 참석 못한 달콤 회장님을 대신해 짱구 부회장님의 산복(山福) 많이 받으라는 인사,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안내와 다음 일정소개가 이어졌다. 중앙고속도로 홍천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가 44번 국도변의 원동교차로에서 소양호 방향으로 폭이 좁은 지방도를 달린다. 10시 10분경 1진을 홍고개에 내려주고 짧게 산행할 회원들만 태운 채 다시 44번 국도의 가리산교차로를 거쳐 11시경 가리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면 탱크와 해병대가리산전투전적비, 휴양림의 헬리콥터가 맞이한다. 산행 준비를 하고 안내판을 읽어보니 가리산은 6.25전쟁 당시 해병대 제1연대와 인민군 제6사단이 큰 전투를 벌였던 격전지다. 왼쪽으로 등산로를 따라가면 관리사무소 앞 얼음조형물과 소형 산막들이 길옆에 있다. ‘가리산 등산로 여기서부터 5㎞’가 써있는 표석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가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와 ‘숲에서 놀다 내안의 나를 만나다, 세상을 건너는 다리, 누운 돌탑 그리고 돌탑...’이 써있는 이정표를 지나 가삽고개와 무쇠말재로 갈라지는 합수곡 삼거리에 도착했다. 가끔 별일 아닌 것을 운명의 순간처럼 고심하며 결정할 때가 있다. 단출하게 세 명이 산행을 하는데도 어느 코스로 갈 것인지 의견이 다르다. 한참 만에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오른쪽의 가삽고개 방향을 선택했다. 비교적 산행하기 쉬운 등산로가 이어지고 통나무로 만든 쉼터도 여러 곳 있다. 능선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먹으려다 1진과 연락이 되어 걸음을 재촉했다. 가삽고개를 목전에 두고 왼쪽으로 능선에 오르면 평탄한 산길이 이어진다. 포토존 역할을 하는 고목을 지나 뱃터갈림길에 도착하면 묘 자리에 얽힌 ‘한 천자 이야기’ 안내판이 서있다. 가리산의 능선이 완만하다고 깔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정상 일대는 좁은 협곡을 사이에 두고 수직에 가까운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왜 힘들여 이곳까지 올라왔는지는 가리산을 대표하는 큰바위얼굴을 보고나서야 안다. 큰바위얼굴이 가리산 2봉에서 1봉을 인자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2봉 정상에 올라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와 요즘에는 고3 수험생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내린 눈이 눈앞을 가리는데다 쌓인 눈과 얼어붙은 바위가 산행을 어렵게 한다. 쇠파이프와 로프에 의지하며 표석이 서있는 1봉 정상에 올랐다. 산행의 참맛을 느끼려면 눈 내리는 날 산에 올라야 한다. 다만 가리산의 겨울철은 멋진 풍경만큼이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백두대간 줄기와 소양호가 보이지 않는 것도 아쉬웠다. 후반전이 중요한 인생처럼 산행은 내리막길에서 더 조심해야한다. 가리산 정상에서 무쇠말재까지 아찔한 구간을 지난다. 무쇠말재는 옛날 홍수로 물바다가 되었을 때 무쇠로 배터를 만들어 송씨네 오누이만 살아 남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편평한 곳에 자리 잡고 늦은 점심을 먹는데 반찬 위로 눈이 쌓인다. 산행은 걸음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걷는 게 아니다. 땀 흘리고 힘들어 하며 많은 것을 깨닫는다. 가리산자연휴양림으로 가며 나무끼리 얼싸안고 자라는 연리목을 비롯해 여러 가지 모습의 나무들을 만난다. 화전민을 이주시킨 자리에 심었다는 낙엽송들이 눈이 내리는 겨울 하늘을 찔러대고 있는 모습도 이채롭다. 가끔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추운 날씨 때문에 뒤풀이 장소가 바뀐 것도 모르고 오랜만에 만난 석호 후배와 멋진 풍경에 빠져 세월아 네월아 자유를 누리며 꼴찌로 내려갔다. 3시 40분경 출발하는 관광버스에 올라 정상의 바위틈에서 솟는 석간수와 휴양림 입구에서 가까운 용소폭포를 구경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밀린 숙제를 하듯 중앙고속도로 원주휴게소에 들러 뒤풀이를 하고 청주로 향했다. 눈이 내리다 그쳤다, 해가 나왔다 들어갔다... 날씨만 오락가락한 게 아니다. 우리가 지나온 곳에서 가까운 중앙고속도로 원주-제천 구간에서 30여대의 차량이 연쇄 충돌하여 도로가 마비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오후 7시 30분경 집에 도착했다. 날씨가 나쁜 날은 세상일 하나도 모르는 듯 무사히 다녀온 것도 행복이다.
이제 우리 나라도 일하면서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이는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워킹 맘이던 K씨는 평소에 ‘자식은 나를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나는 자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30여년 전인 1980년대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교육관이었다. 우리나라 엄마들 대부분은 자녀 앞에서 단호하지 못한 편이다. 혹여나 자신의 무관심이나 야단 때문에 아이가 상처를 받거나 미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서다. 그래서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K씨는 이런 ‘착한 엄마 콤플렉스’가 오히려 아이와 엄마의 인생을 모두 해롭게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워킹 맘이 출근할 때마다 아이를 떼어놓느라 애를 먹는 반면 K씨는 동네 떠나갈 듯 울며 출근을 막는 두 아들에게 단호했다. “엄마도 하루 종일 너희하고 놀 수만은 없어. 일을 해야 해. 너희도 하루 종일 엄마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엄마가 옆에 있어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하잖아.” 너무 모진 엄마처럼 보였는지 어느 날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아이들 몰래 출근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워킹 맘이 잘못도 아닌데 죄인처럼 숨어 나갈 수는 없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아이들도 점차 적응할 거라 믿었다. 살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들인데, 말 안 통하는 아기들일지라도 억지로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당장은 힘들어도 이것을 계기로 또 다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얼마가 지나자 아이들은 울음 대신 잘 다녀오라는 손 인사를 건넸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온 둘째 아들은 “그렇게 ‘엄마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인식됐다”고 했다. “계속 일을 하시던 어머니가 집에 잠시 계시면, 없는 시간을 쪼개어 저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는 생각에 더 큰 감동을 느꼈어요. 자라고 보니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같이 지내느냐보다 어떤 가치관을 공유하느냐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에도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다섯 살 때부터 아이를 수영장에 보낸 K씨는 한 번도 수영장 안으로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항상 문 앞에 아이를 내려놓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다. 다섯 살짜리를 혼자 수영장 안에 들여보낼 때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 혼자서도 잘 해낼 거란 믿음이 있었다. “아들이 혼자 낑낑거리며 수영복을 입는 모습을 보고 다른 엄마들이 ‘왜 아이를 혼자 보내느냐’고 따진 적도 있다. 하지만 집에서 수영복을 입고 벗는 법을 가르쳐 계속 혼자 보냈어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엄마가 도와주기 때문에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거다. 이런 것이 하나둘씩 늘어가면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찾는 의존적인 사람으로 자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 때문에 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에 미안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안함 때문에 돈이나 무조건적인 칭찬으로 보상하려 하지 않았다. 아이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무조건적인 애정을 주면 일관성 있는 교육이 되지 않고 아이들 역시 혼란스러워 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2015년 9월 23일 방송을 시작한 KBS 특별기획드라마 ‘장사의 신- 2015 객주’(이하 ‘장사의 신’)는 김주영 대하역사소설 ‘객주’를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소설 ‘객주’는 1979년부터 4년간 연재를 거쳐 1984년 5월 9권짜리 단행본으로 발간되었고, 100만 부 넘게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서울신문 연재를 거쳐 전 10권으로 완간된 것은 2013년 9월의 일이다. 각색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우선 반가웠다. ‘역사재현의 리얼함과 민중의식’이란 비평을 쓰면서 원작소설의 문학적⋅대중적 가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1983~84년 KBS TV로 방송된 ‘객주’를 리메이크한 ‘2015객주’로 새롭게 방송되는 것이어서다. 그러나 ‘장사의 신’은 내용이 더해갈수록 원작과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원래 36부작이 41회로 늘어나 2월 18일 종영한 건 유감스럽게도 높은 시청률 때문이 아니다. ‘장사의 신’은 방송 내내 10%(TNmS 전국시청률 최저 4.1%, 최고 9.9%)를 밑도는, ‘특별기획드라마’치고는 약한 모습이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시청률 부진으로 이어졌겠지만, 가장 큰 실책은 ‘멜로’가 아닐까 한다. 멀쩡한 대하역사소설을 멜로드라마로 만들어낸 것이다. 드라마가 원작소설 그대로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기본 흐름 내지 큰 줄기는 같은 맥락이어야 하는데, ‘장사의 신’은 그런 흐름이 없다. 아마 원작자(김주영)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조소사(한채아)와 천봉삼(장혁)의 결혼행각을 예로 들 수 있다. 육의전 대행수 신석주(이덕화) 등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정의로운 거상으로 서기까지의 과정 중 하나일 뿐인 봉삼의 사랑이 너무 부각되어 몇 번이고 채널을 돌리거나 아예 TV를 끄고 싶었을 정도였다. 원작과 다른 전개는 그뿐이 아니다. 원작에서 최돌이(이달형)⋅선돌이(정태우)⋅송만치(박상면)는 도중에 죽는다. 송만치는 길소개(유오성)에 의해 죽는데, 드라마에선 그러긴커녕 바꿔져 있다. 길소개는 보부상 계율에 의해 죽고, 송만치는 살아있는 것. 또 선돌이는 양반임이 밝혀지는 등 신분 급선회의 반전이 이루어진다. 38회에선 육의전 대행수에 올라 보부청 도접장 봉삼이와 충돌한다. 또 월이(문가영)는 원작에서 최돌이와 혼인, 남편이 죽자 시동생 격인 봉삼과 부부가 되는 인물형이다. 그런데 봉삼이는 자신을 짝사랑해온 개똥이 겸 국사당(김민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조소사 죽음(31회) 후에도 멜로의 끈을 놓지 못한 국사당과의 맺어짐이다. “소도 키우고…유수도 잘 키우고”하는 국사당의 사랑은 닭살 돋음과 함께 뜬금 없는 반전의 전개라 할 수 있다. 임오군란과 개항 등 큼직한 비극적 역사 내지 시대사적 칼날보다도 여자가 봉삼일 내리치는 도저히 ‘대하’같지 않은 멜로드라마 ‘장사의 신’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여느 드라마보다 신문의 지원사격이 거의 없었다. 소설을 연재했던 서울신문과 스포츠서울에서만 다루고 있는 걸 볼 수 있어서다. 대하역사소설 ‘객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관심이라 할 수 있다. 프로야구 중계와 연말특집 등 결방이 잦았던 것도 무덤을 스스로 판 꼴이 되었다면 너무 가혹한 지적일까? 보는 내내 의아스러웠던 건 또 있다. 옛날 사람들은 현대인에 비해 유독 둔한 것인지 남장 여자 개똥이가 활개치고, 죽었다 살아나기를 예사로 하는 등 황당함이 넘쳐났다. 그 황당함은 교형(絞刑) 직전 천봉삼을 살려내는 결말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조소사 죽은 소식에 이성 잃는 신석주의 모습도 캐릭터상 충돌을 일으켜 못봐줄 지경이다. 그나마 건질게 있다면 죽음을 앞둔 신석주의 일갈이다. “단 한번만이라도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벼슬아치들이 되란 말이오?”가 그것이다. 오늘의 정치 내지 정치인에게도 통할 수 있는 ‘명언’이요 ‘진리’이기 때문이다. 신석주 재산을 둘러싼 김보현(김규철)⋅민겸호(임호) 등 양반들 이전투구도 나름 시사성이 만만치 않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홋카이도 중심 여행을 위해 11월에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준비를 하였다. 추운 날씨를 잊게 할 따뜻한 나라로의 여행도 좋지만 겨울의 진면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 홋카이도이다. 이 섬은 일본에서도 늦게 개발되었으며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원시 자연을 간직한 생태 관광지로서, 싸고 맛있는 먹을거리가 풍성한 맛의 도시로서, 또 몸과 마음은 온전히 쉴 수 있는 신비한 온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본인들도 일생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이곳을 꼽는다. 한국에 살기 좋은 도시 순천이 있다면 일본에는 홋카이도가 있다. 2월 11일 1시 50분 김해공항을 출발해 큐슈의 후쿠오카 공항에 내렸다. 하카타역에서 JR패스 1주일 사용권의 표를 교환받았다. 하코다테에서 삿포로까지 약 3시간 반은 그린석이나 지정석 자리가 이미 없어서 자유석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정보를 받았다. 아침 일찍 신칸센 히카리를 타고 오사가에 내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도쿄를 향했다. 다행히 철도 연결망이 잘 되어 신아오모리에 도착한 시각은 밤이었다. 눈내린 창 밖이 조용하다. 눈 내리는 밤을 아오모리 토요코인에서 두 번째 밤을 보냈다. 눈이 시끄러운 소리를 흡수하였는지 조용하기만 하다. 13일은 일요일이고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열차는 복잡하고 자유석 차량도 완전 만원이다. 게다가 삿포로에 시험보러 가는 학생도 많아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차량을 연결하는 통로에도 가득하여 통로를 지나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톨로는 승객이 있을 곳이 아니다. 위험을 느낄 정도이다. 그런데 지정석은 아직도 빈자리가 보인다. 그런데도 차장은 표만 검사할 뿐 통로에 서 있는 승객들에 대한 안전이나 편의는 전혀 모른 척하고 있다. 서 있을 곳이 없어서 통로에 서 있는 것이다. 만일 차장이 승객이 만원이어서 서 있을 곳이 없으므로 지정석 통로에 가서 있을 수 있도록 안내 방송만 하여도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정석에 앉아 있는 고객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 일본인들의 생각이다. 한 차에 탄 사람들이 함게 보호를 받아야 하나 이런 보호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 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는 사회가 일본이다. 그러다 보니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안전하지만 통로에 서 있는 사람은 충격이라도 받으면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홋카이도 JR의 차량 관리 능력이라면 후진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점심을 굶거나 서서 먹어야 했다. 다른 분야는 한국보다 앞서 있다치더라도 홋카이도 JT의 차량 좌석 관리 시스템은 한국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다. 마치 피난민 열차를 탄 기분이었다. 손님이 많으면 차량을 더 확보하거나 태우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차장에게 문제점을 이야기해도 매뉴얼에 묶어서 해결할 줄 모른다. 이것이 오늘날 일본을 뒤떨어지제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정과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홋카이도의 대표 주자라할 수 있는 삿포로를 시작으로 드디어 낭만적인 일본 겨울 여행이 시작된다. 일본 열도 최북단에 자리하는 홋카이도 특히 평화로운 전원도시로 알려진 삿포로에서 지하철을 타고 눈 축제장을 찾았다. 축제도 이미 끝나고 날씨가 포근하여 눈이 녹고 있었고 일부는 철거를 하였다. 복잡한 도심 속 편안한 휴식처라 할 만한 오도리 공원을 걸으면서 밤의 찬란한 네온사인의 세례를 받았다. 도심 속이지만 머릿속에 가득 찬 시름을 잠시 내려놓고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것을 번뜩 느끼게 된다.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모든 것이 더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할 테지만 삿포로의 상징인 시계탑을 지나가면서 가까운 나라에서 전해지는 이국적인 풍경이 신기해 관광객들에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오늘 여정은 숙소를 삿포로에 예약하지 못해 한 시간 이상 떨어진 아사히카와에 정했다. 무슨 이유인지 열차는 제대로 속력을 내지 못해 거의 5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이런 교통편 연착도 일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한 몫을 했다. 그렇게 홋카이도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한국교총이 새교육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회원 중심 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교총 개혁을 통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근본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교총은 창립 후 지속적으로 내부혁신과 개혁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내용과 방식에서 과거와 큰 차이가 있다. 먼저 위원 선정 방식이다. 이전에는 소수의 조직대표자를 중심으로 개혁위원회를 구성·운영함으로써 학교현장의 진정한 요구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현장 교원들이 개혁방향에 공감하며 동참하지 못함으로써 진정한 변화를 이끌 지속적 동력을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위원 선발을 공모 방식으로 해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냈다. 회원 스스로가 주도하면서 당장의 변화보다는 긴 호흡으로 교총의 체질개선을 도모해 나가자는 것이다. 새교육개혁위원회는 앞으로 2년 동안 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려주는 톱다운이 아닌 현장의 요구가 반영되는 보텀업 방식으로 개혁과제를 선정하게 된다. 새교육개혁위원회는 17일 전체 워크숍에서 교총의 68년 역사를 되돌아보며 미래 100년의 청사진 그리기를 시작했다. 전문직주의를 기치로 내건 창립정신이 그동안 제대로 구현됐는지, 그리고 교원들의 현장교육 개선 요구를 반영했는지 철저히 반성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122명의 개혁위원들은 열띤 토론과 날카로운 비판, 애정 어린 제안으로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혼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 개혁이라고 한다. 새교육개혁위원회의 출범을 계기로 교총이 존재이유와 목표를 다시 정립하고 개혁과제를 회원과 공유하며 밀고 나간다면 교총은 과거와 같은 강력한 영향력을 되찾을 것이다. 어떠한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는 미래 교총 100년 청사진이 우리나라 교육과 학교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교육신문 ⓒ 한교닷컴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육부가 곧 교육활동 보호를 포함한 교원 사기진작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현장 교사들의 요구로 교총이 추진해 제정된 교권보호법의 후속 보완대책들도 담길 전망이어서 현장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현장에서는 교권보호법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도록 강력한 대책이 포함된 시행령 제정을 바라고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교권침해가 발생하는 현실에서는 그동안의 온정적, 선언적 해결 방법으로는 근절이 어렵다. 따라서 교원의 학생지도권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교권침해 학생에 대해서는 일정시간 동안 격리조치하고 그래도 재발할 경우에는 일정거리 이상 거주지 이전을 동반한 강제전학 조치가 가능하도록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폭력을 휘두른 경우에는 폭력사범과 같은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학부모가 무단 침입해 폭언·폭행할 경우에는 경찰에 고발조치하도록 하고 상당한 수준의 벌금을 부과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를 위해 심각한 교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는 명확한 처벌 규정과 벌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 현재 각 학교에는 담당 경찰이 배치돼 있는 만큼 신속하고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다소 과도하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명확한 시행령을 제정?시행함으로써 법의 적용을 엄격히 해야 한다. 그래야 교권을 보호하고 교권침해와 관련 없는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다. 교권침해를 당한 교원들에게 심리치료 등을 받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교권침해 자체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는 일이다. 교권침해 행위는 가정적?사회적으로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범정부 차원의 교원 존중풍토 조성과 교권보호 강화를 통해 교권침해 ‘제로화’를 확고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교원 사기진작방안의 근본임을 교육부는 알아야 한다. 한국교육신문 ⓒ 한교닷컴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장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잠깐 요란하게 외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잊혀져버리는 말뿐인 교육개혁이 아니다. 진정 원하는 것은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교육을 개선시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무엇이고, 학교는 어떠한 장소여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교사 전문적 학습공동체화 시급 먼저 교육은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개발해 행복한 삶을 가꾸어나가는 방법,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 헌신하는 방법,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법 등을 알아나가는 것이 교육이다. 그런 점에서 과연 우리 교육 현장은 이러한 활동들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다음으로 학교는 배움의 장소인 동시에 그러한 배움의 결과를 활용해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롭게 하는 방법을 배우는 인성 실천의 장소다. 미래사회의 핵심 역량인 창의성과 종합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능력을 활용해 자신과 공동체에 도움이 되고 이 사회를 보다 행복하게 바꾸어 나가는데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과 실행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활동들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걸까? 교육과 학교의 개념을 이렇게 놓고 본다면, 앞으로 지속적 교육 개선을 위한 시스템 구축 방안으로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professional learning community) 활성화를 제안해보고 싶다. 학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를 포함한 모든 교직원들이 항상 공부하고 연구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교육활동과 관련된 지식과 기술을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공유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 사람 혹은 한 팀의 교육성과를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도달할 수 있게 하고, 구성원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교육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화를 실현하기 위한 학문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행복한 교직문화 조성도 지원을 그리고 학교를 인성교육 실천의 장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를 포함한 모든 교육구성원이 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고 공동체에 헌신하도록 지도하기 위해서는, 매일 학생들이 보고 따라하는 학부모와 교직원들이 먼저 사랑하는 모습, 배려하는 모습,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만 한다. 학생의 행복감을 높이는 일이 학업성취도 뿐만 아니라 창의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바다. 학생들의 행복감을 높여주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먼저 교직원들이 행복하게 교육관련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행복하지 않은 선생님은 결코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요란하지 않고 속도가 느린 듯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교육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학교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화와 모든 구성원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일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교육 개선 방향이다.
교사라면 누구나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를 열망한다. 이를 통해 엄청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수업이 교사의 행복에 주는 영향은 다른 무엇보다도 크다. 그러므로 학교는 교육 활동의 핵심인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업 공개, 자존감 향상 동력 다른 모든 전문가가 그렇듯 교사들 또한 타인의 수업을 많이 봐야 잘 가르칠 수 있다. 그러려면 교수·학습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일상 수업 공개가 활성화되는 학교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교육의 본질에 충실함으로써 얻는 자존감은 교사를 행복한 교육 전문가로 이끄는 최고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교사의 전문성을 갖추는 기본적 요소에는 현장 축적 경험 및 반성과 자각, 새로운 시도 등이 있다. 또한 다른 교사들과의 상호 교류를 통해 향상될 수 있다. 따라서 수업 공개는 교사가 서로에게 가르침과 배움을 주며 함께 교육 전문가로 성장하게 할 수 있다. 타인의 수업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반추할 수 있는 것이다. 간혹 자신의 수업방식이 최고라고 생각해 잘못된 방식을 쉽게 고치려들지 않는 교사들도 있는데 이는 큰 잘못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시공을 초월한 보편타당하고 이상적인 수업모형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때문에 교육 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적합한 수업모형과 내용을 지속적으로 찾고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에게 맞는 수업모형을 찾아야 할까. 우선 수업이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적인 영역이란 생각을 갖고 과감하게 자신의 수업을 밀실에서 꺼내 당당히 공개해야 한다. 수업 공개를 통해 동료 간 소통을 촉진하고 수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수업 공개, 협의, 피드백이 활성화되려면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우선 수업지도안, 참관록 및 협의록 등 각종 양식을 획일화하지 않고 각자 창의적 양식을 쓰게 해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 수업을 보는 관점을 교사의 수업 능력 중심에서 배움의 주체인 학생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업 후 협의회 방식은 수업 공개 교사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 교원전문성 신장 차원 지원 필요 수업교사와 참관교사가 수업을 공동설계 해 공개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그 과정에서 수업교사와 참관자 모두가 수업을 더 잘 배우게 된다. 수업 공개자는 함께 설계한 수업의 성패가 공동 책임이니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설사 수업이 자신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같이 준비한 참관교사들이 수업을 잘 이해하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수업참관자 또한 이미 수업 내용과 수업 의도를 알고 있는 만큼 학생들을 관찰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 타 교과 내용이 수업에 반영돼 학습 내용이 풍성해질 수 있고 교사들끼리 논의가 더 다양하고 활발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 이런 점이 공동수업설계의 최대 장점이다. 교육자들은 이제 일방적인 가르침보다는 배움을, 경쟁보다는 협력을, 행정업무보다는 수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구성원 간 민주적 관계를 회복하는 학교 문화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 자그마한 변화가 바로 수업개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교사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업의 전문성 회복에 둔다면 교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 질 수 있다. 좋은 수업을 고민하고 수업을 디자인하는 과정은 행정 잡무와 달리 교사 본연의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이며 이를 통해 교사는 보람과 행복을 만끽하기 때문이다. 교사 전문성 증대를 위해 이 부분에 대해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부터 단위 ‘학년도’로 변경 기간 늘어 점수 폭 변화 예상 교육부 "의견 듣고 상반기 결정" 올해부터 승진규정의 평정단위 기간이 ‘연도’ 단위에서 ‘학년도’ 단위로 변경됨에 따라 일부 인사의 경우 유불리가 갈릴 것으로 보여 승진을 앞두고 있는 교원들의 면밀한 대책이 요구된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에 따르면 경력평정, 근무성적평정, 연수성적평정, 가산점평정 등이 올해부터 3월1일~다음 해 2월의 학년도 단위로 이뤄진다. 기존에는 1월1일~12월31일의 연도 단위로 진행됐으나 학사일정과 불일치하는 측면이 있다는 교육계의 끊임없는 지적에 따라 이 같이 바뀌었다. 그동안 교장, 교감 연수대상자를 12월에 발표했기에 이듬해 1~2월 성적은 반영되지 않았으나 당장 올해부터는 포함된다. 어찌 보면 교육계 숙원이 이뤄진 것이지만 승진을 앞둔 교원들은노심초사 하는 상황이다. 이미 점수를 채운 교원은 기간이 더 늘어난 것이 못마땅할 수 있고, 점수를 채우지 못한 교원은 시간을 더 벌게 돼 일말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 A중 교감은 "점수 0.02에도 좌우되는 게 승진인데 2개월이면 그 정도 점수는 메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기존 평정단위 기간에 유리했던 사람이 턱없이 불리해지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일부 순위가 바뀌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교육당국도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초유의 작업이고, 적은 숫자의 인사라 하더라도 유불리가 달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교육부 담당자는 "일단 현재 상황에서 눈에 띄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 즉 경력 누수가 생긴 올 1~2월 직무연수는 인정될 수 있도록 부칙으로 명시했다"며 "하지만 그 외에 일어날 일들은 의견 수렴 후 보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선 교원들의 반응은 "불만스럽다" "어쩔 수 없다"로 엇갈리고 있다. 경기 A고 교사는 "자유학기제 같은 사안은 지난해 거의 한 달에 한 차례씩 설문하는 등 귀찮으리만큼 진행했는데 막상 교원 승진 변경과 같은 것은 너무 조용하니 교원들은 또 뒷전이란 피해의식이 들기도 한다"며 "미리 충분히 준비하고 진행해도 늦지 않을 텐데 갑자기 뚝 떨어진 기분이 없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반면 서울 B중 교감은 "워낙 여러 사람의 이해가 달린 만큼 조용히 진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학교평가가 학년 단위로 바뀌었을 때부터 교원 평정단위 기간 변경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과규정에 따른 구조적 문제여서 일정 부분 보완책이 필요하지만 자칫 또 다른 유불리를 빚을 수 있어 소수의 피해자가 나오더라도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시·도교육청의 경우 자신의 점수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알아볼 수 있는 만큼 조금만 신경 쓰면 큰 무리 없이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5년 중 자신에게 유리한 3년을 고르는 근평 활용에 효과적이다. 근평은 다른 이가 평가하는 점수라 알기 어렵지만 이 같은 시뮬레이션을 거친다면 어느 연도를 택할지 판단할 수 있다. 새로운 승진규정에서 변경된 근평 평가방식 적용을 ‘2018년 4월부터’로 늦춘 이유도 이런 부분을 감안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시·도교육청 인사담당자들에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협의 후 올 상반기까지 확정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 사업’ 내세워 예산 집행 일선 "학운위 무시" "자율성 침해" 교총 "강제 배포 즉각 중단해야" 서울교육청이 관내 중·고교에 ‘친일인명사전’의 구입 강제를 추진하면서 학교자율성 침해와 학교도서관진흥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학부모단체가 배포금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일선 학교는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학습 자료로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시교육청은 최근 관내 583개 중·고교에 30만원씩 총 1억7000만원을 내려 보내고 오는 24일까지 구입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들은 법을 어기면서 지침을 따르라는 명령에 난감해 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라 신규 도서 구입 시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학교운영위원회 겸 가능)를 거쳐야 하는데 학운위 의견과 관계없이 시교육청의 ‘강매’ 지침을 따르자니 법 위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에 따른 학교자율성을 강조하면서 ‘강제 집행’을 요구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디지텍고는 공개적으로 구입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이 학교에 이어 공개 거부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비공개적 거부 움직임은 상상 수 관측된다. A고 교장은 "그냥 무시할 것"이라면서 "도서 구입은 학교가 알아서 할 사항이므로 교육청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B고 교장 역시 "학교에 부담될 것 같으면 하지 말아야 하는데 강행하는 교육청이 더 나쁘다"며 "학교가 필요하면 알아서 사도록 해야 한다"고 구입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C중 교장은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책 구입을 강요하는 교육청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한다면 학습 자료로 내놓지 않고 교장실에만 비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민족문제연구소에 노골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주자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해당될 경우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교육청 사업이 아니고 시의회 사업이니 학교가 자체적으로 구입할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책임 역시 아님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번 친일인명사전 배포는 의회 주도 사업이고 우리는 집행할 책임이 있다"며 "일부 반대 의견에 몇 개월 미뤘지만 의회의 강력한 요구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학교도서관진흥법 위반 역시 학교예산이 아닌 목적사업비로 내려준 것이기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조 교육감은 "학교도서관진흥법의 경우 학교도서관이 자체 예산으로 어느 책을 사느냐의 문제이고, 이번은 시의회가 목적사업비로 지정해서 내려 보낸 형태이기 때문에 별개"라고 말했다. 이어 "책은 책일 뿐"이라면서 "보수적이던 진보적이던 학교도서관엔 그 어떤 책도 많이 들어가면 좋은 것이고, 아무리 진보적인 책이라도 교사가 보수적 관점에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니 비치 자체를 두고 문제를 삼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순수하게 보는 교육 관계자는 드물다. D고 교장은 "이 사업이 잘못됐다고 여겼다면 시의회에 재의 요구를 할 수도 있었던 것"이라면서 "결국 교육청이 직접 추진하기에 무리가 따르니까 시의회 핑계를 대고, 또 직접 사서 배포하면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예산만 주면서 학교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꼼수"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가중되자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에 친일인명사전 구입과 관련해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규정을 지켰는지를 오는 29일까지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학부모들도 자녀 교육이 달린 문제인 만큼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자율교육을위한학부모연합(자학연)’을 비롯해 ‘좋은학교만들기학부모모임’ 등 학부모단체들은 서울교육청이 교육기본법 제6조의 정치적 중립의무, 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제23조 조사대상자의 보호규정, 지방재정법 제3조 지방재정 운용의 기본원칙 등을 위반했다며 예산집행 정치 가처분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조진형 자학연 상임대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친일인명사전은 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과 다른 기준으로 친일을 규정하고 있어 친북 친일인사를 누락하고 있는 만큼 객관적 학습 자료가 될 수 없다"며 "법적 규정이 아닌 자의적이고 편향적으로 선정된 친일행위자에 대한 교육을 통해 향후 수능이나 논술 등 인용사례 작성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지만 진보교육감들은 이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어 갈등은 확산될 전망이다. 일단 경기교육청이 다음 달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 집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총은 "사회·학계의 이념 논란이 있는 친일인명사전으로 인해 더 이상 학교를 논란의 장으로 만들지 말고 배포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가 한국교총회관 다산홀 ‘새교육개혁위원회 전체 워크숍’을 개최하고, 교총 미래 100년, 한국 교육 미래 100년을 위한 고고한 첫발을 내디뎠다. 이번 새교육개혁위 출범에 즈음하여 교육계를 비롯한 국민적 기대가 자못 크다. 한국교총은 지난 2월 17일(수) 새교육개혁위를 발족하고 미래 100년 개혁을 위한 교육 및 조직 비전 제시 및 상시적 현장 소통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전국의 유초중고교 대학 교원과 교육전문직 등 총 122명이 참여하고 있는 새교육개혁위는 시대적・사회적 흐름과 현장 교원의 요구에 부응하는 조직의 진정한 개혁의 지속과 한국 교육 혁신을 위해 이념 및 정체성 혁신, 교권 및 현장연구 혁신, 조직 및 복지 혁신, 홍보시스템 혁신, 재정구조 혁신 등 5개 분과로 구성되었으며 임기 2년으로 분과별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안양옥 한국교총회장은 기조 강연과 발제를 통해 한국교총 69년의 역사와 전통을 반추하고, 이 시대 한국 교육 발전과 한국교총 혁신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안 회장은 ‘새로운 교총 미래 100년을 위한 혁신 방안’ 기조발제를 통해 “그동안 교총은 기존의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현장 교원 중심의 버텀업(Buttom-up)방식의 교육운동인 제2의 새교육개혁운동을 통해 다양한 성과들을 이루어 왔다”며 한국교총 헌장과 정관 개정, 공무원 연금 개정 당시 교직 특수성 사수, 인사혁신처와의 사실상 교섭을 통한 담임수당 인상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새 출범을 한 새교육개혁위는 전체 워크숍에서 교총의 정체성부터 조직·복지, 교권·현장연구, 홍보, 재정 혁신과 관련해 발전적 제안을 제시했다. 교총은 임기 2년의 위원들과 상시 소통 채널을 가동해 개혁 의제를 발굴,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5개 대 주제 14개 분과별 토의가 전개되었다. 이념·정체성 혁신분과에서 한국교총이 보수에서 중도로 이념적 색채를 전환해 회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교총이 교장, 교감, 교육전문직 등 관리직 중심 교원단체에서 벗어나 젊은 교사 중심으로 분회 활동이 활성화되도록 분회장을 평교사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오는 4.13 국회의원 총선을 겨냥해 교총이 핵심 공약을 개발에 국회의원 후보들이 반영할 수 있도록 정치적 활동을 강화하자는 주문도 나왔다. 교육감 선거만이라도 초·중등 교원이 출마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추진도 제안했다. 교권·현장연구 혁신분과에서는 교원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 특별법이 학교 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2005년 제정한 교직윤리헌장의 개정을 위한 논의도 이뤄졌다. 위원들은 새로운 교원상, 인성교육, 학교 내 문제 해소, 사회변화에 따른 교직윤리 변화를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개정 후에는 학교 현장에 홍보를 강화할 것도 요구했다. 조직·복지 혁신분과에서는 학교 분회, 특히 공립 중등 분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젊은 교원들의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복지혜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강조하고 분회장들의 적극적 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 대책도 논의했다. 재정구조 혁신분과에서는 안정적 재정 운영을 위한 수익 구조의 다각화, 비용 절감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유사한 비영리법인을 벤치마킹해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며, 건물 임대 확대, 광고판 운영, 토지 구입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홍보시스템 혁신분과에서는 SNS나 분회장을 통한 현장 교원들의 의견 수렴 활성화 방안이 제안됐다. 젊은 교원들이 현장에서 기사를 발굴하고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워크숍은 5개 분과의 14개 주제에 대한 분임토의 및 전체토론으로 진행되어 한국교육 발전과 한국교총 개혁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개진됐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한국 교육을 이끌고 있는 한국교총의 개혁과 혁신이 곧 한국 교육의 개혁과 혁신이라는 기조 아래 전 위원들이 혼신의 노력을 다해 과업을 완수하여야 한다. 특히 이번에 발족한 새교육개혁위는 과거 몇 번 이와 유사한 조직이 결성됐다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종료됐던 사례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각 분과별로 하교 현장 교원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고 여기에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그리고 한국교총의 발전 방안, 혁신 방안 등을 두루 분석하여 학교 현장 맞춤형 개혁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새교육’이 ‘기초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모토에 기반을 하므로 작은 것도 기초기본 교육의 바탕이 된다는 사고 아래 본질 교육과 근원적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과 혁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한국교총의 새교육개혁위 출범에 거는 국민적 기대와 교육계의 희망이 매우 크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 새교육개혁위와 위원들은 큰 소명의식과 무거운 책임의식으로 반드시 한국 교육의 발전, 한국교총의 혁신을 완수하여 ‘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요구하는 교육’, ‘국민들과 교원들의 사랑을 받는 한국교총’의 위상 제고에 최선을 노력을 경주해 주기를 기대한다. 한국교총 개혁은 곧 한국 교육의 발전과 혁신에 직결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