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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몸이 내 곁에 와 있다. 모두가 그렇게 피부로 느낄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한 봄날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꿈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많은 꿈 중 특히 교사 즉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은 고귀한 꿈이다. 오늘 아침에 도산 "미국서 많은 것 배워 귀국해 교사되는 게 꿈"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의 미국행이 선진문물을 배워 식민지 조선 학생들을 깨우치고 계몽사상을 전파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혀주는 새로운 자료가 발견됐다. 도산 선생은 1902년 12월7일자 미국 서부 지역의 유력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귀국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교사가 되겠다는 꿈 자체만 해도 엄청난 꿈인데 그것도 미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귀국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던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선생님 중의 선생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선진문물을 배워 식민지 조선 학생들을 깨우치고 계몽사상을 전파하려는 의도에서 교사가 되겠다는 위대한 꿈을 가졌다니 우리 교육가족 모두는 존경하고도 또 존경해야 할 것이다. 교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길러서 나라의 발전을 가져오게 하겠다는 꿈을 가진 자만이 할 수가 있다. 이런 꿈을 가진 자가 선생님이 되었으니 우리나라가 크게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도산 선생님은 “매우 기품 있고 겸손했으며 타고난 눈치와 사교술을 가진 매우 영민한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 선생님들의 성품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가르치고 있다. 첫째는 기품이 있어야 한다. 누가 봐도 존경스러워야 한다. 둘째, 겸손해야 한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자랑하지 않고 묵묵히 무게를 지킨다. 셋째, 재치가 있어야 하고 분별력이 있으면 친교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자가 선생님이 되면 누구나 다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올해 학교에 처음으로 부임하는 선생님은 도산 선생님의 정신을 배워야 할 것이다. 교사가 되려고 했던 동기가 순수해야 하고 인품도 탁월해야 한다. 거기에다 미래의 지도자, 차세대의 인재를 기르고자 하는 원대한 꿈이 있어야 한다. 이런 선생님은 열정이 솟는다. 근면, 성실하게 된다. 눈치를 보지 않는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 이런 선생님이 있으므로 학교에 활력이 넘치게 될 것이다. 학교의 발전은 거듭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점희, 이하 서일노)이 지난달 말 감사원으로부터 해임 징계처분을 받은 김형남 감사관을 즉각 직위해제하고 퇴출할 것을 조희연 교육감에게 요구했다. 서일노는 최근 성명을 내고 “김 감사관을 즉각 직위해제 하고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즉각 퇴출하라”며 “감사원은 김 감사관 감사 결과 음주 후 직원에게 욕설 및 폭언, 음주 후 감사 관련자와 면담 실시, 감사과정에 알게 된 정보 언론유포 등 3개 항목에 대해 감사책임자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직무상 취득한 감사정보를 누설했다는 이유로 교육부장관에게 징계요구 했다는 내용의 결과를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서일노는 지난해 8월 10일 ‘음주감사’, ‘직원에 폭언 및 욕설’, ‘감사정보 누설’ 등을 이유로, 조 교육감도 같은 해 8월 13일 동일 사항에 대해 감사를 각각 청구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실지감사 후 지난달 감사결과를 확정 발표했다.
서울중등교장평생동지회(회장 박범덕·이하 동지회)가 “친일인명사전 강매로 서울 학교장들을 겁박하고 징계 운운하며 시의회 출석까지 요구하는 등 교권을 침탈한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동지회는 7일 “지난달 29일 미구입 학교장들에게 시의회 출석을 요구한 것은 전대미문의 학교장 자율권 침해이고 심대한 교권 침탈 행위”라면서 “김 위원장은 학교장들에게 사죄하고 즉각 교육위원장에서 물러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시의회사업을 이행한조희연 서울교육감에게도 “단위학교의 도서구입은 절차에 따라 해당 학교장이 결정할 사항으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심대한 학교 자율권 침해”라면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특정 도서를 국민 혈세로 강매하는 것은 정치 행위와 직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교총은 내년부터 초등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학생 건강 체력평가’를 시행한다는 교육부의 입장에 대해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이어 “교육의 기본을 강조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학생 건강 체력평가(PAPS)는 심폐지구력과 근력, 유연성을 측정해 학생 개개인의 체력을 평가하는 검사다. 지금까지 초등 5~6학년생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교육부는 올해 안으로 학년별 평가 항목과 기준 등을 개발해 이르면 내년부터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초·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특히 고도 비만의 비율이 2006년 0.8%에서 2015년 1.6%로 크게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교총은 논평을 통해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통합된 초등 저학년용 즐거운 생활을 다시 체육·음악·미술 교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 건강 체력평가를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연계해 평생 건강관리를 위한 기본 데이터가 되도록 평가 항목과 기준 등을 체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학생 스스로 건강과 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학교 체육과 스포츠클럽과의 연계도 고려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교총은 그동안 학생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한국비만예방건강 캠페인과 비만 예방을 위한 10대 실천운동, 여학생 체육 활성화 사업 등을 전개했다.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의 미국행이 선진문물을 배워 식민지 조선 학생들을 깨우치고 계몽사상을 전파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혀주는 새로운 자료가 발견됐다. 도산 선생은 1902년 12월7일자 미국 서부 지역의 유력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귀국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지금으로부터 114년 전 미국 신문에 난 도산 선생의 인터뷰 기사는 재미 학자인 장태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교수(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가 지난해 10월 발견한 것이다. 장 교수는 안창호 선생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동쪽에 있는 리버사이드에서 최초의 한인촌인 파차파 캠프를 세우고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삼았다는 내용의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기사를 발견했다. 그는 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리버사이드 한인촌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료를 찾던 중 우연히 안창호 선생의 인터뷰 기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기사의 제목은 '코리아, 잠자는 땅: 별난 사람들, 낯선 관습들, 깨어나는 자각들'(Corea, the Sleeping Land: It's queer People, Strange Customs and Coming awakening)이다. 인터뷰는 도산 선생 내외가 영어를 하지 못해 한국에서 8년간 의료선교활동을 했던 알레산드로 드류(1859∼1926) 박사가 통역을 맡았다. 도산 선생은 인터뷰에서 "우리 한국인들은 자기가 보는 세상만을 인식하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며 "나는 (미국에서) 많은 것을 보고 익힌 뒤 귀국해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미국에 온 것은 언더우드 박사의 조언에 따른 것이며 독지가들의 후원으로 가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게 보여준 신뢰를 잊지 않고 있으며 내게 '많은 것을 배우고 와 사람들에게 베풀라'는 부탁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는 외과의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었으나 사람들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견뎌낼 수 없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고국에서 교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는 도산 선생이 매우 기품 있고 겸손했으며, 타고난 눈치와 사교술을 가진 매우 명민한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이 인터뷰 기사가 사료 가치가 있는 점은 그동안 도산 선생의 미국 입국 경로와 행적 등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혀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산 선생은 1902년 9월 4일 결혼한 지 넉 달 만에 부인 이혜련 여사와 인천에서 배를 타고 도쿄와 하와이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신문에서는 하와이에서 배를 잘못 타 캐나다 밴쿠버로 갔다고 명시돼있다. 도산 선생 부부는 시애틀을 거쳐 그해 10월 14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또 "인터뷰 당시 도산 선생은 이스트 오클랜드에 있는 드류 박사 자택에서 기거하고 있었다"면서 "드류 박사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자와 안면이 있어 도착 한 달 반 만에 인터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산 선생이 당시 초등학교에 입학하려다가 나이가 많아 거부된 사실이 화제가 돼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는 얘기도 와전된 것"이라며 "인터뷰 당시에는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았다"고 했다. 인터뷰 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기사의 70%가 한국 소개에 할애됐는데 철저히 서양 시각이 투영돼있다는 점이다. 제목에서 엿보이듯 한국을 문명화되지 못한 동북아시아의 변방이자 서구열강의 각축장으로 묘사했다. 실제로 기사 중에는 "한국에서 결혼은 당사자가 교제를 통해서 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정해주며 결혼 전 얼굴도 보지 못한다"면서 "결혼은 복권과 마찬가지"라는 대목이 있다. 또 "한국인들은 악마를 숭배하며 이들 중 유학자들을 가장 존경한다. 가톨릭이나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소수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은 부녀자들이 빨래하는 하수도"라는 내용도 나온다. 게다가 기사와 함께 실은 사진 가운데 흥선 대원군 사진을 '한국의 전형적 노인'으로 설명했다. 긴머리를 딴 한복을 입은 소년들과 청계천 변에서 빨래하는 부녀자들의 사진도 게재했다. 한편 도산 선생은 이후 1904년 리버사이드로 옮겨 초기 한인 이민자와 함께 미국 본토 최초의 한인촌을 건설한다. 도산 선생은 1904∼1907년, 1911∼1914년 두 기간에 리버사이드의 오렌지 농장에서 노동하면서 흥사단과 국민회의 설립을 준비했다.
학기초가 되면 마음도 어수선하고 학교 안은 북새통이다. 정신이 없다. 새 출발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제 반이 배정되고 업무가 배정되며 시수가 정해졌다. 선생님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희망했던 부서도 아니고 부장도 아니고 담임고 아니고 내가 원치 않는, 싫어하는 일이 맡겨질 수가 있다. 그런 선생님이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새 출발이 무겁다. 기쁨으로 새 출발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불평만 마음 속에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짐이 되어 더 무겁다. 불평을 내려놓고 불만을 없애는 것이 새 출발을 위한 바른 자세가 아닌가 싶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 무엇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선생님들도 알고 교장, 교감선생님도 알고 학생들도 알고 학부모님도 안다. 나의 일에 최선의 자세를 가지면 된다. 성실이 몸에 배여 있다면 그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 되고 많은 선생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선생님이 된다.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편하고자 하는 안이한 생각은 자신을 망쳐놓고 만다. 더 나태하게 만들고 맡은 일을 잘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선생님들은 언제나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다른 선생님이 나보다 더 낫다는 생각으로 가득차야 다른 선생님을 잘 대할 수가 있다. 교만한 자세를 가지면 나중에 큰코 다친다. 망신을 당한다.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늘 겸손한 자세로 학교생활에 임하면 좋은 선생님이 된다. 선생님들은 언제나 근면의 자세가 요구된다. 근면하고 성실한 선생님은 밤낮 없이 부지런하다.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한다. 시켜서가 아니다. 자진해서다. 이런 선생님을 보면 부럽다. 이런 선생님이 많은 학교가 좋은 학교다. 선생님들은 언제나 강하고 담대해야 한다. 요즘은 선생님 역할이 너무 힘들다. 학부모님들도 선생님들을 우습게 대한다. 예사로 욕하고 심지어는 폭언도 일삼는다. 약해지면 안 된다. 그럴수록 더욱 담대하고 강해져야 한다. 정도로 걷는 선생님을 우습게 생각하는 학부모님들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도록 해야 한다. 뒤로 물러서면 안 된다. 外柔內剛의 선생님이 되어야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선생님의 위치를 지키려면 선생님이 강하고 담대해야 한다. 실력도 키워야 하고 능력도 키워야 하며 예절도 지킬 줄 알아야 하고 품위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도 선생님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자가 있으면 선한 말로 이겨내어야 한다. 신학기의 출발이 참 중요하다. 시작이 반이다는 말이 있다. 시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시작을 잘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세가 좋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숨은 문화유적을 찾아서(1) 우리나라 3대 미술 천재를 들자면 신라의 솔거, 고려의 이녕, 조선의 안견을 꼽는다. 이토록 유명한 안견이지만 정작 서산 시민들 중 안견 선생이 서산출신이고 지곡 면소재지에 안견기념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적다. 하여 언젠간 꼭 이 글을 쓰고 싶었다. 세상의 온갖 만물이 꽁꽁 얼어붙은 땅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틔우려는 3월 초순, 서산의 천재 화가인 현동자 안견 선생과 그 분의 작품 몽유도원도(전시품은 모사품임-진품은 일본 덴리대학 지하 소장고에 있음)를 취재하기 위해 지곡면에 있는 안견기념관을 찾았다. 기념관으로 오르는 언덕은 매우 가팔랐다. 길섶의 누리끼리한 잔디는 아직 겨울잠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스산한 겨울하늘아래 누워있었고 벚나무의 잎새에도 어느새 좁쌀만 한 꽃망울이 반나마 돋아나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 안견기념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얼굴에 번진 땀을 손수건으로 연신 닦으며 몽유도원도 앞에 섰다. 은은한 묵향이 풍기는 전시실 벽에는 가로 106.5cm, 세로 38.7cm 남짓으로 된 두루마리 그림이 걸려있었다. 1447년에 그려진 것이고 게다가 모사본인 데도 그림은 너무도 생생하다. 실제로 연분홍 복사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듯하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지붕의 노란 초가에서는 금방이라도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다. 꼬불꼬불하게 중첩된 산자락에서는 허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산신령이 나타나 주장자를 내리치며 티끌만도 못한 권력과 재물에 눈이 어두워 와각지쟁(蝸角之爭)을 일삼는 우리 인간들을 질타할 것만 같다. 안평대군이 박팽년과 함께 꿈에서 본 이상향을 안견에게 말하자 안견이 이를 듣고 사흘 만에 완성했다는 몽유도원도! 몽환적인 꿈의 세계를 현실 속의 산수화로 재구성하여 박진감 넘치는 필치로 재현했다는 몽유도원도를 보면서 나는 문득 1580년 전, 풍운의 삶을 살다간 도원명의 ‘도화원시’란 시 한 수가 떠올랐다. 거친 길은 아득하게 뻗어있고 닭과 개는 서로들 울부짖는구나. 제물을 차리는 것은 옛 격식 그대로이고 입은 옷은 새로운 것이 없도다. 어린아이들은 마음대로 뛰놀며 노래하고 반백의 늙은이는 기뻐하며 서로를 찾는다. 풀이 자라면 계절의 온화함을 알겠고 나무가 마르면 바람의 세참을 알겠구나. 비록 책력의 기록은 없어도 사계절은 절로 흘러 한 해를 이루어가네. 몰락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난 천재 시인 도연명. 뛰어난 총명으로 일찌감치 벼슬길에 나섰으나, 당시의 현실은 청량한 시인이 꿈을 펼치기에는 너무나 타락해 있었다. 출사와 사퇴를 반복하면서 젊은 시인은 정치에 염증을 느끼게 된다. 불의에 눈감고 함께 진흙탕 속에 뛰어들어 호의호식하느냐, 아니면 가난을 각오하고 은퇴하여 선비의 도를 지키며 바르게 사느냐. 기로에 선 순간이었다. 그러나 도연명은 단호하게 후자를 택한다. 위 시는 도연명이 은퇴한 뒤에 자연에 묻혀 살 때 쓴 ‘도화원시’의 일부분이다. 그러고 보면 안평대군 또한 도연명과 닮은 점이 참으로 많다. 시문과 글씨, 그림 등에 능했으나, 메이저리그에 속하지 못하고 평생을 마이너리그로 일관하다가 비운의 삶을 마친 점이 그렇다. 항상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적들과 싸우며 힘겨워하던 안평대군이 마지막으로 꿈꿨던 세상은 권력도, 암투도, 정쟁도 없는 도원의 세계였다. 이런 점에서 몽유도원도는 단순한 상상화가 아니라 당대 지식인들이 꿈꿨던 유토피아인 셈이었다. 몽유의 세계는 인간들의 조악한 구속이나 음모, 심지어는 시간의 변화도 느끼지 못하는 꿈속의 마을인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고 서로의 것을 나누며 사는 행복의 세계이다. 도연명과 안평대군은 이심전심으로 그러한 세계는 끝내 우리 인간 세상에는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도연명은 시로, 안평대군은 꿈으로라도 실현해보려고 그리도 애썼던 것이리라. 만리관산에 계수나무 그림자가 드리운 가을 누가 높은 누각에 기대어 옥피리를 부는가. 그 소리, 은하수 끝까지 퍼져가니 아, 저기에 내 아름다운 친구가 있구나. - 안평대군의 칠언절구 중 - 일찍이 프로이트는 예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예술은 어떤 내적인 결핍에서 창조되는 경향이 강하며, 다른 의미로는 치유제 혹은 카타르시스라고도 한다.” 그렇다. 도연명도 안평대군도 예술을 통해서나마 그들의 이상향을 쓰고 그리며 현실에 대한 위안으로 삼았을 것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시를 짓고 그림을 즐겼다. 그것도 싫증이 나면 술을 마시며 취했다. 평생을 제 뜻대로 자유롭게 살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리다가 원 없이 죽어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들이 꿈꾸었던 도원동은 그 어디쯤에 있을까. 유한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영원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갈등과 질곡으로 분열된 시대에 도원동은 이미 그림 속을 떠나 하늘로 날아오른 것은 아닐까. 나는 그만 서러워진 채 안견기념관을 내려왔다. 언덕길을 내려오면서 나도 모르게 이백의 ‘산중문답’을 읊조리고 있었다. 問余何事棲碧山 그대, 무슨 생각으로 산중에 사느냐고 묻는다면, 笑而不答心自閑 “그러게 말입니다.”라며 그냥 웃지요. 桃花流水杳然去 흐르는 물 따라 복사꽃은 아득히 멀어지고, 別有天地非人間 아, 이곳은 별천지! 사람 사는 세상 아니라오. 시를 읊조리며 오랜 묵상 끝에 결국 꿈속에서 노닐던 도원경의 세계는 실제로 오늘, 이 치열한 현실을 사는 우리들의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들의 인생이란 안견의 몽유도원도처럼 한바탕 짧은 꿈에 불과한 것이란 것을 깨닫고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은 어느새 석양으로 물들어가고, 그 하늘 아래 바람이 불고, 바람은 다시 앙상하게 마른 억새더미를 흔들어대며 서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참고 자료 관람 정보 • 건립년도 : 1991년 10월 • 위치 : 서산시 지곡면 안견관길 15-17 • 관람시간 : 09 : 00 ~ 18 : 00(월요일 휴관) • 관람안내 : 안견기념관(041 – 660 – 2536) • 관광해설신청 : 041 – 660 – 2536(사전예약) • 관람료 무료
'지필평가 없이 수행평가로만 성적을 낼 수 있다.' 교육부의 발표 내용이다. '초중등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 훈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궁금한 것 한가지, '수행평가를 실시하더라도 원점수로 환산하여 성적을 낸다는 뜻인가' 이렇게 된다면 학생들의 시험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 어차피 점수로 평가가 되기 때문에 수행평가를 더 힘들어 할 수도 있다. 물론 시험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 근본 목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평가방법을 통해 평가를 하라는 것으로 본다. 또 한가지, 수행평가만으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학교에 비율, 방법, 시기 등을 완전히 맡겨야 한다. 기본적으로 지침을 내려 교사들을 어렵게 해서는 곤란하다.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제기에 대한 책임은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서 져야 한다. 학교에 떠 넘기는 현재의 민원대응 방법을 그대로 두어서는 곤란하다.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낸다면 민원은 필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곧바로 학업성적관리지침을 개정한다고 한다. 어떻게 규제를 할 것인가에 대해 불안하다. 교사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평가권을 완전히 넘겨줘야 한다. 현재의 학업성적관리규정처럼 교사들에게 출제문항의 형식까지도 규제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어떤 방법이나 어떤 형식이 되더라도 교육부의 제시대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통과된 것은 그대로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규제를 가한다면 다양한 평가방법을 도입한다는 취지에 어긋난다. 결국은 모든 학교에서 똑같은 형식으로 수행평가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수행평가 몇%, 논술형평가 몇% 등으로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행평가의 특성상 교사와 학생들의 교육활동과정에서 다루어진 내용이라면 교사에게 채점시에도 권한을 주어야 한다. 객관성이 확보되었다면 교사들을 전적으로 믿고 맡겨야 한다. 평가권 없이 실시되는 평가는 다양한 평가가 될 수 없다. 학교와 교사를 믿어야 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학교급별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는 상급학교 진학에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내신성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고등학교에서의 내신성적 산출에 어떻게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무조건 좋은 제도이니 시행하라고 하는 것보다는 이 시기에 대입제도 개선 없이도 가능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이미 서술형평가를 많이 실시하고 있다. 서술형평가는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고 본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민원제기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물론 객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필자의 주변에서 만큼은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채점기준이 명확하고 공정하게 채점하여 그런 것이 아니다. 서술형평가가 단답형 평가쪽으로 많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 입장에서는 괜한 논란에 휘말리기 싫어서 아주 간단히 서술형 평가의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팽평가 확대도 자칫하면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될 수 있다. 그나마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 현재의 수행평가가 자칫하면 지필평가의 변형된 상태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현상은 교사들에게 주어진 평가권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출제를 할 수는 있지만 창의적인 채점은 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구조이기 때문에 수행평가 확대가 쉽게 연착륙될지 미지수다. 다양한 수행평가를 하지 못하고 채점과 점수 내기위한 도구로 수행평가가 전락한다면 수행평가 확대는 전혀 의미가 없어진다. 또한 이렇게 된다면 이틈을 타고 사교육이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끝으로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면, 교육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성취평가제와 맞지 않을 수 있다. 수행평가라고 하면 일정부분 기본점수가 부여되기도 하고, 지필평가와는 많이 다른 형태의 평가인데,이렇게 되면 성취평가제의 성취수준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 성취평가제 강조하면서 도입한 것이 고작 수년전에 불과하다.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일이 재발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평가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옳다. 그러나 학교급별 특성이나, 교과별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하고, 학교와 교사들에게 완벽한 평가권을 주어야 성공할 수 있다. 지필평가처럼 지침을 내려 많은 규제를 한다면 취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교육부에서 하라고 하면 학교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실시를 하긴 한다. 그러나 교육부의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방향이 될 수 있다. 입법예고기간에 다양한 변수를 재검토하여 최적화된 방안으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이제야 말을 꺼내놓고 빠르면 올해 1학기부터 실시한다고 하니,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올해 평가기준 방법 등이 이미 다 정해졌다. 그런데 그것을 백지화하고 다시 하라는 것은 아무리 교육부라고 해도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올해는 혼란만 가중 시킬 가능성이 높고 가시적인 효과는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것은 오로지 필자만일까..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1일 한국의 지난 해 1인당 GDP가 2만7226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의 2만7963달러에 비해 2.6% 줄어든 수치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았던 2008년(-11.4%)과 2009년(-10.4%) 2년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한 뒤 6년만에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인당 GDP는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달러당 1132원), 인구(지난해 통계청 추계 연앙인구 5061만7000명), GDP디플레이터 증가율 추정치(2.4%)를 바탕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추산한 것이다. 이는 이웃나라 일본의 1인당 GDP(3만2432달러)의 84% 수준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다. 양국의 1인당 GDP 격차도 5200여달러로 10%대로 줄어들었다. 일본은 2012년 만해도 4만6683만달러로 당시 2만4454달러였던 한국의 2배 정도였다. 2017년에는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을 추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처럼 양적 성장은 지속되고 있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지만 우리의 걱정과 불안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의 한반도를 둘러씬 안보 환경은 더욱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 보다 더 행복한 사회, 행복한 일터, 행복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은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인가 자문하여 본다. 찾아 본다면 길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수치상으로도 그렇고 직접 체감 할 수 있는 상황도 우리는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해외로 눈을 돌려 돌아보는 것이다. 덴마크, 아이슬랜도,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은 우리 보다 먼저 국민의 행복에 눈을 뜨고 이를 실천해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자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그 대안이 나올 수 있다. 그 중심에 교육이 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현실은 너무 암담하다.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노력이 아닌 땜질 수준이거나 화장하는 수준의 것이라면 답이 안 나온다. 정치 지도자들이 눈을 바로 뜨고 교육리더들이 반성적 사고를 하여야 한다. 이제 교육은 일률적인 방법으로는 안된다. 수준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틀에만 집어 넣어 벽돌을 만들듯이 찍어내는 교육은 불가능하다. 모두가 다른 아이들을 위한, 그리고 아이들 하나하나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교육으로 가는 길이다. 쓰레기 같은 아이들은 결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교 성적 하나만으로 성적이 낮으면 그 아이들을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표현 하는 죄를 범하기도 했다. 물질의 축적이 그러하듯이 행복한 사회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 속에 분명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헌신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물질적 성장 못지않게 도덕적 공동체 지향적 가치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오늘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모든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다. 거기에 힘을 주는 비가 내리고 있다. 희망이 넘치는 날이다. 희망은 자신을 살찌우고 자신을 성장시키고 성숙시킨다. 희망의 달 3월이 되었으니 나름대로의 결심이 있어야 하겠다. 학생들은 새로운 출발, 힘찬 전진을 위해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희망이 없으면 힘찬 출발이 어렵다. 새로운 출발이 어렵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나아갈 때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다. “주의회 출마 낙선, 사업실패, 주의회 출마 낙선, 애인 사별, 상원의원 출마 낙선, 국유지 관리자가 되기를 원했으나 거부당함, 상원의원 출마 경쟁에서 실패, 부통령 지명전 실패, 상원의원 다시 도전 실패...” 이분이 바로 미국의 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이다. 내가 가진 꿈이 쉽게 이루어지면 자신감을 가지고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작은 꿈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적 향상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땀을 흘려도 쉽게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마음가짐은 대단히 중요하다. 실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링컨 대통령의 마음가짐을 배워야 할 것이다. 실패 앞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마음이 흔들리면 작은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좌절할 수밖에 없다. 굳은 심지가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링컨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꿈을 접지 않았다. 낙심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꿈을 향해 나아갔다. 우리 학생들은 링컨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굳은 마음이다. 또 링컨 대통령처럼 인내를 가져야 한다. 인내는 지도자가 가져야 할 리더십의 자질 중의 하나다. 인내하지 못하는 이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인내가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인내가 있으면 큰 인물이 될 수 있다. 인내하는 것이 말이 쉽지 실제로는 어렵다. 그래도 인내하는 자는 우뚝 솟는다. 이름을 알리게 되고 큰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링컨 대통령처럼 꿈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포기하면 실패자가 되고 만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결코 포기하지 말라, 결단코,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굳은 마음으로, 인내하며 포기하지 않으면 작은 꿈부터 하나하나 이루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이 관내 중·고 583개교에「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도록 단위 학교에 공문을 시달한 이후 2월말 기준 32개교가 「친일인명사전」구입을 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서울시의회교육위원장은 이번 임시회 회기 종료 시한인 이달 9일 전까지 교육위원회에 친일인명사전을 미구입한 학교 중·고교 교장들의 출석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난잡한 논쟁과 상황의 아수라장 속에서 학부모단체가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의결한 서울시의회와 교내 도서관 비치를 지시한 서울시교육청을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혀 향후 긴 법정 다툼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상황이 꼬일대로 꼬일 우려가 큰 것이다. 서울시의회가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등 많은 학교가 정당한 의견수렴을 거쳐 자율적인 판단을 통해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유보하거나 구입하지 않도록 결정한 것을 존중하지 않고 정치권력의 힘으로 미구입한 학교장을 소환, 징계 운운하는 것은 학교의 자율성 침해와 교육의 정치예속화를 노골화한 것으로 규정하고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한국 헌정사에서 지자체와 지방의회에서 학교장을 소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국내외적으로 시의회가 도서 구입과 관련해 학교장을 소환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 볼 수 없을뿐더러 이를 이유로 징계까지 운운하는 것은 교육기본법, 교육공무원법,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 등 각종 법령에 규정한 교원의 신분 보장과 헌법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성 보장 정신을 무시하고 정치권력으로 신성한 학교 교육권을 억누르려는 잘못된 처사다. 현행 우리나라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르면 학교는 도서구입에 있어 도서 구입 전 일주일간 공포하고,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 결과 반대할 경우 교육청 지침을 따르려면 학교장은 법을 위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학교장에게 억지로 불법을 저지르라는 비합리적 논리인 것이다. 현행 학교의 도서 구입 구조는 절대로 학교장이 마음대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와 학교도서선정위원회에서 면밀하게 분석하여 구입을 품의하고, 절차를 거쳐서 학교장 결재로 구매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비교육적 도서를 구입하지 않았다고 학교장을 소환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특히 교육 관할권도 없고 상부 행정청도 아닌 시의회에서 학교장을 소환한다는 발상 그 자체가 가소로운 일이다. 만에 하나 한 명이라도 소환에 응한다면 향후 이와 유상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장을 ‘오라 가라’하면서 소위 망신을 줄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비교육적 처사다. 이미 논란과 쟁점이 된 「친일인명사전」과 관련하여 학교장이 고심 끝에 학교 내 논의와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 사항을 시의회가 학교장 소환과 징계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만약 서울시의회가 교육감과 이념과 코드가 다른 성향을 가진 관계였다해도 이와 같은 학교장 소환 운운하겠는가? 이와 같은 서울시의회의 일탈은 교육적인 방법의 접근이 아니라 지극히 정치적 행위를 통해 교육을 정치권력으로 억압하는 비민주적 행위로 정치권력이 신성한 교육권 위에 군림하겠다는 잘못된 행정행위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한 헌법 및‘교원의 신분 보장’명시한 교육기본법, 교원지위법 등 각종 법령 위배되는 행위다. 결국 서울시의회는 공정한 학교 경영권을 행사한 학교장 소환 방침을 조속히 철회하고 시민들과 학교장 및 교육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것만이 만시지탄이지만, 그동안의 잘못된 의정행위에 대한 진솔한 자성인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의회가 해당 학교장을 소환하는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학교와 학교장의 결정을 존중하길 기대한다. 만일 서울시의회가 해당 학교장의 정당한 학교 경영 행정에 대해 강제소환과 징계를 현실적으로 강행한다면 그 이후에 발생할 모든 책임은 서울시의회에 귀책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약 서울시의회가 끝까지 일탈에 대해서 바로잡지 않고 건전한 조언과 호소를 묵과한다면 전 교육계 인사들은 국민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끝까지 투쟁해야 할 것이다. 잘못되게 단추를 꿰었을 때 이를 인지하면 곧 바로 바로 단추를 꿰는 것이 이 시대 건전한 의회상이고 비방의원들의 의정 자세라는 점도 유념하길 바란다. 분명히 이번 친일인명사전 의무 구입 명령은 서울교육청과 서울시의회의 명백한 비합리적 행정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을 일선 학교장에게 전가시키는 행위야말로 현대판 지록위마(指鹿爲馬)인 것이다. 잘못한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근절해야 할 좋지 못한 태도인 것이다. 이번 사건에 즈음하여 결자해지 차원에서 서울시의회의 자성과 근심, 그리고 바람직하고 어른스러운 의원상 제고를 기대하는 바이다.
한국의 과거는 매우 어두웠다. 어렸을 적 초라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쏟아지는 장마비에 보리는 논에서 그대로 썩어갔고 먹을 식량조차 구하기 힘든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6.25전쟁이 끝나고 60년대 부터 박정희 대통령은 발전의 길을 선택하고 땀을 흘리도록 이 나라를 이끌었다. 때로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면서 힘들기도 하였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 초반인 지금까지 성장의 가도를 달린 것이다. 그러나 고속성장을 하는 동안 지나친 성공을 갈망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본다. 이 시점에서 ‘공공부문 부채 1000조원 돌파, 국내총생산(GDP) 대비 87%를 넘어선 가계부채, 만성적인 2%대 성장률.’ 이는 구조적인 불황에 진입한 한국 경제의 민낯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적당히 괜찮다고 하기엔 여러 객관적 지표가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3년 후, 한국은 없다(공병호)'에서 자세히 밝히고 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경제’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이 처한 현실을 낱낱이 살펴보고 우리가 실천해야 할 사회 각 부분의 혁신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눈 여겨 볼만한 것 들이 많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꿈꾸던 한국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 ‘재건 프로젝트’가 빠르게 추진되지 않으면 또 한 번 크나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저성장, 고실업, 저출산, 고령화 등 17가지 주제로 나눠 분석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문제는 독립적인 현상처럼 보이지만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역동성 저하, 성장률 침체, 고실업 상태 지속, 조세 및 준조세 부담 증가, 사회적 갈등 증가 등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그는 “한국이 직면한 문제와 미래 전망을 하나의 개별적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의 ‘합(合)’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을 잘 들어야 할 때이다. 저자는 문제 해결의 열쇠로서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대표적 교훈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우리만이 가진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역사 속 수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예를 들어 황제가 1명에서 4명으로 늘어나며 시작된 공공부문 확대가 로마제국의 몰락을 가져온 사례를 들어 공공부문 축소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스 도시국가인 스파르타는 저출산 문제 탓에 군사 강국 위치를 지키는 데 필요한 병사 수를 유지하지 못했다. 다양한 출산 장려책에도 결국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해 몰락한 스파르타의 사례는 한국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절실하게 매달려야 하는지 교훈을 준다. 이제 한국은 익숙하고 편안한 길 대신, 어렵고 불편한 길을 선택해야 할 시기가 왔다. 고비용, 저효율, 거래 제한 등을 유발하는 규제는 과감하게 풀고, 지출에 대해서는 성역을 두지 않고 줄여나가는 작업을 전개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저성장 시대가 고착화될수록 외형보다는 내실에 초점을 맞추고 양적 사고에서 질적 사고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3월 1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한려수도의 사량도 옆에 위치한 수우도로 봄맞이 산행을 다녀왔다. 수우도는 경관이 아름다운 자그마한 섬으로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 통영시 사량면, 생활권은 사천시 삼천포에 속한다. 또한 지리상으로는 삼천포에서 남쪽으로 약 12km 거리에 있고, 지질상으로는 독특하게 해안 절벽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 아침 7시, 용암동 집 옆에서 지인 부부를 만나 관광버스에 올랐다. 시내를 가로지르며 회원들을 태운 버스가 청주실내체육관 앞에 막 도착하는데 붉은 해가 소나무 사이로 힘차게 떠오른다. 서청주IC로 들어서 중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교차하며 남쪽 바닷가로 향하는데 1차선에 보닛이 찌그러진 승용차가 반대방향을 바라보고 서있다. 모두들 차량 운전자를 걱정한다. 늘 유머와 위트로 감초역할을 하는 운행담당 최여사님의 안내로 통영대전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안에서 덕유산 정상의 멋진 상고대를 구경한다. 덕유산휴게소에 들른 후 달콤 회장님의 안전산행하며 맘껏 즐기라는 인사,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안내와 다음 일정소개가 이어졌다. 며칠간 눈이 내려 산행을 걱정했는데 역시 남쪽은 다른 나라다. 바닷가가 가까워지니 높은 산에도 눈이 없다. 남해고속도로 사천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가 3번 국도를 달려 10시 10분경 삼천포유람선선착장에 도착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여행이다. 유람선선착장에서 바다쪽을 바라보면 이곳을 대표하는 삼천포대교와 죽방렴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도로의 번호는 남북방향은 홀수, 동서방향은 짝수로 되어 있다. 경남 남해군 미조에서 시작해 사천, 진주, 산청으로 이어지는 3번 국도의 사천시 삼천포항과 남해군 창선면을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가 연결한다. 아내와 대방동 뒤편 각산(높이 398m)에 올라 4개의 연륙교가 나란히 이어진 모습을 바라봤던 추억을 떠올렸다. 남해안의 죽방렴과 서해안의 독살은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는 우리의 전통 어업방식이다. 죽방렴은 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세며 수심이 얕은 개펄에 대나무로 삼각형 모양의 길을 만들어 원시적으로 물고기를 잡는다. 이곳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는 품질이 우수하고, 죽방렴의 일몰은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여객선의 출항시간에 맞춰야 하는 일반 여행과 달리 산악회의 섬 산행은 승선 절차가 일사천리로 이뤄지는데다 인원이 맞으면 유람선이 수시로 출항해 좋다. 10시 30분 수우도를 향해 출항한 한산호가 꿈결처럼 아름다운 쪽빛바다를 가른다. 봄맞이 섬 산행은 나들이를 겸해 소풍 길처럼 즐겁다. 맑은 날씨 때문일까 유람선에서 바라보면 바다위에 무지개를 만든 삼천포대교와 죽방렴, 삼천포항과 노산공원, 물살을 가르며 오가는 고깃배들이 여유롭다. 신수도 뒤편으로 삼천포화력발전소의 높은 굴뚝이 연기를 내뿜고, 고성의 상족암과 공룡엑스포장 방향도 먼발치로 보인다. 신수도를 돌아서면 바로 앞에 사량도와 수우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른쪽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수우도의 최고봉 은박산이다. 11시 5분경 수우도선착장에 도착해 방금 지나온 바다 건너편을 바라본다. 날씨가 맑은 날이라 각산과 와룡산, 삼천포항과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깝다. 수우도는 사량도의 서쪽에 위치한 숨겨진 보물로 동백섬이라 불릴 만큼 동백나무가 많고 숲이 우거진 모양이 소처럼 생겨 나무 수(樹)자와 소 우(牛)자를 합한 지명이 유래하였다. 지역 사람들은 시우섬이라고도 부른다. 수우도 산행은 선착장에서 출발해 고래바위, 신선봉, 백두봉, 금강봉, 높은재, 은박산, 동백군락지, 몽돌해수욕장을 거쳐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트레킹 코스로 3시간 30분 거리다. 산행 준비를 하고 선착장 왼쪽으로 가면 나무 계단이 등산로와 연결된다. 고래바위까지는 누구나 다녀올 수 있을 만큼 산길이 평탄하고 사량도가 수시로 모습을 드러내 발걸음이 가볍다. 동백군락지를 지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고래등처럼 둥글고도 미끈하게 생긴 고래바위가 맞이한다. 섬사람들이 도둑놈꼴창이라고 부르던 고래바위의 정상에 사량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돌탑이 서있다. 바닷가를 따라가며 매바위, 신선대, 백두봉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이곳까지만 다녀가도 본전 뽑는 여행지다. 수우도의 등산로는 섬사람들이 옛날부터 다니던 길 그대로다. 고래바위에서 신선봉(높이 161m)에 올랐다 신선대로 내려서고, 다시 신선봉을 거쳐 바닷가의 백두봉에 내려서며 각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고래바위, 매바위, 신선대, 해골바위가 해안절벽에 만든 절경에 감탄한다. 특히 백두봉 옆 해골바위(일명 수우바위)는 비바람에 씻기고 패여 나가 구멍이 숭숭 뚫린 기암으로 배에서 바라보면 조형미가 뛰어나다. 수우도는 분명 작은 섬이다. 그렇다고 산행이 만만한 섬은 아니다. 공룡의 발가락처럼 생긴 해식애가 깎아 세운 것처럼 이루어져 봉우리와 바닷가를 오르내리느라 고생한다. 신선대나 백두봉 주변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산악훈련을 하듯 로프를 타고 위험한 구간도 지나야 한다. 산에서 누가 남의 것 짊어지고 가겠는가. 무거운 배낭을 갈림길에 두고 가면 훨씬 수월하게 신선대와 백두봉에 다녀올 수 있다. 어느 고급 호텔의 식탁이 이만할까. 사량도, 고래바위, 신선대, 백두봉, 해골바위 등 바닷가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름재에서 모처럼 따라나선 아내와 오붓하게 점심을 먹으니 따뜻한 물까지 꿀맛이다. 가끔 이렇게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야 맛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만고만한 높이의 금강봉과 높은재를 거쳐 은박산(높이 189m) 까지는 평탄한 능선길이라 비교적 산행이 쉽다. 수우도의 최고봉 은박산은 동백나무 잎에 내리쬐는 햇볕이 은박지를 깔아놓은 것처럼 빛난다는 이름처럼 동백군락지가 주변을 에워쌌다.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정상은 신선봉, 돈지마을, 사량도, 삼천포가 눈에 다 들어올 만큼 조망이 좋다. 은박산 정상에서 아래편의 동백군락지로 한참동안 급경사 산길이 이어진다. 멧돼지가 섬까지 점령했다더니 어촌마을 소득사업으로 방목하던 흑염소는 사라지고 똥 무더기만 보인다. 동백섬에서 동백꽃 구경하기 어려웠는데 몽돌해수욕장으로 내려섰다 언덕을 넘어서니 길가에 늘어선 동백나무가 꽃을 활짝 피웠다. 한국전력수우출장소 아래에서 두레박으로 길어 먹는 우물도 만난다. 섬에서의 시간은 느릿느릿 흘러간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고 2시 20분경 선착장에 도착했다. 섬에서 어깨를 기대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 배를 기다리는 시간에 벽화가 그려진 골목으로 들어서니 낡은 집처럼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다. ‘자연이 내린 신비의 섬’을 테마로 올해부터 4년 동안 22억이 투자된다니 그 후의 모습이 궁금하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2008년 3월에 폐교된 사량초등학교 수우도분교장이 마을 안쪽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다. 그네를 타며 추억을 떠올리는 여행객들의 표정이 밝다. 우리나라에도 인어공주와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반인반어로 남해안 일대를 침략한 왜구를 물리쳤으나 모함으로 죽음을 당했다는 설운장군을 모시고 매년 동제(洞祭)를 지내는 사당 지령사가 학교 뒤편에 있다. 2시 55분 수우도선착장을 출항한 유람선이 왔던 길을 되짚어 삼천포로 향한다. 갑판에서 자유를 누리며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하는 바다가 이 시대의 아버지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3시 30분경 삼천포유람선선착장에 도착해 인근의 삼천포항으로 갔다. 산악회원 전체가 초입의 횟집에서 싱싱한 회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정을 돈독히 쌓느라 행복산악회의 구호인 ‘인생은 산과 함께, 산행은 행복과 함께, 행복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를 여러 번 외쳤다. 돌고 도는 게 돈이다. 돈쓰는 재미도 누려야 한다. 어시장을 기웃거리며 굴, 미역, 멸치, 감태, 다래를 구입했다. 오후 5시에 삼천포를 뒤로하고 청주로 향한 관광버스가 아침에 왔던 대로 통영대전고속도로 함양휴게소와 경부고속도로 죽암휴게소에 들르며 빠르게 달려 8시 40분경 집 옆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아내와 섬 산행을 함께 해서 더 행복한 하루였다.
한국교총이 비아세안 국가 최초로 제32회 한·아세안교육자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 ‘인성 및 세계시민교육을 통한 양질의 교육 확대’를 주제로 9월 18일~20일 열리는 서울대회는 국내는 물론 아세안 교육자와 교원단체들도 각별한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외교의 새 지평을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대회는 무엇보다 교총의 역점 정책인 인성교육이 아세안 교육자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태국 대회에서 교총이 제안해 결의문에 처음 반영된 인성교육이 바로 차기 대회의 주제로 선정된 것은 이미 인성교육이 국가를 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시급한 화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대회를 통해 한국의 인성교육이 아세안을 넘어 전 세계로 널리 전파·확산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례 없는 ‘서울선언’을 채택키로 한 것도 특별하다. 결의문에 총의를 담았던 지금까지의 관례에서 벗어나 한·아세안 교육자의 합의를 참여국가 정부가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서울선언에 따로 담기로 한 것은 교총과의 돈독한 유대와 한국의 위상을 반영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본 대회와 별도로 ‘아시아·태평양 교육지도자 포럼’ 창설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은 외연 확대를 통해 세계교원단체 흐름을 전문직주의로 회귀·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대주제인 인성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세계가 공감하는 내용으로 제시하는 것과 서울선언을 결의문과 차별화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남은 기간 교육당국 및 유관단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서울대회가 대한민국 교육과 교육자의 진면목을 아세안에 각인시킬 수 있는 성공적 대회가 되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길 바란다.
소방당국이 사전 고지도 없이 소방합동훈련 미실시를 이유로 경기 교장 208명에게 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2012년 개정된 ‘소방시설법’은 학교 등 공공기관이 연1회 소방서와 소방합동훈련을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소방당국, 교육청 어디도 충분한 사전 고지 없이 뒤늦게 과태료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여타 시도는 소방당국의 친절한 고지로 별 잡음이 없고, 또한 경기도 내 타 공공기관과 달리 유독 학교에만 집중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2년여가 지난 2013년, 2014년분을 소급해 부과한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또한 현행 법률 상 과태료 부과 절차에 따르면 당사자 사전 통지, 의견 제출 등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럼에도 전혀 소방합동훈련 통지나 미실시 사유서조차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과태료를 부과는 것은 이 절차마저 무시한 처사다. 학교현장을 더욱 허탈하게 하는 부분은 무더기 과태료 부과에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경기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다. 말로는 늘 현장 지원 중심이 경기교육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변하지만 정작 학교가 어려움에 처하자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태료 납부 주체에 대해 명확한 기준 없이 학교예산으로 할 수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교육 ‘지원청’도 이름만 바뀌었지 도교육청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이런 과태료 부과는 사실상 화재예방이나 교육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고지와 함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훈련이 이뤄지도록 당국 모두가 협력하는 일이다.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는 소방당국의 행정편의주의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경기교육청도 2013년 말에야 뒤늦게 고지하고, 그것도 과태료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감을 갖고 학교 지원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높은 국가 위상을 갖게 된 배경에는 자녀교육을 향한 부모들의 열정과 올곧은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교단을 지켜온 교원들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학교폭력으로 얼룩진 교우관계, 존경과 신뢰가 무너진 사제관계, 자녀 학대와 살인유기,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 끝없이 싸우는 정치인들을 보노라면 지금껏 피땀 흘려 이룬 영광이 하루아침에 세계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경쟁 말고 ‘독점’ 하게 하는 창의성교육 이런 때에 다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곳은 학교이며 그 주인공은 교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학생에 최선을 다하는 교육자로서의 신념과 고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아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다지고 국가와 민족, 그리고 세계인류 발전에 헌신하며 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제안하고 싶다. 우선 학교를 가장 즐거운 학습의 장소로 만들었으면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일에 몰두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기 마련이다. 학교는 조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적성 교육을 실시해 진로개발을 위한 기초 역량을 갖춰줘야 한다. 향후 자기주도적으로 진로개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야 한다. 또 미래발전의 동력인 창의성을 깨우는 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계 최대 결제대행업체인 페이팔(Paypal)의 공동창업주 피터 틸(Peter Thiel)의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말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경쟁은 끝도 없이 피곤한 일이다. 반면 남들이 생각지 못한 독특한 것을 만들어내면 콧노래 나오는 ‘독점’이 가능하다. 이런 창의성은 인류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독서를 생활화시키고 끝 없이 질문, 토론하게 만들어 고정된 생각의 틀을 깨줘야 하는 이유다. 교실은 학생들이 끊임없이 융합을 도모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장소가 돼야 한다. 적어도 내 교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에서만큼은 피곤한 경쟁 대신 독점의 쾌감을 맛볼 수 있도록 동기부여에 힘썼으면 한다. 공동체 교육, 학교의 진정한 존재가치 올해는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며 따뜻한 인간관계를 배우는 학교와 교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나친 경쟁구도보다는 팀워크를 이루고 그 안에서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친구를 배려하고 서로 격려하며 이끌어주는 아름다운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살아가는 동안 서로 베풀고 나눈 따뜻한 사랑과 우정은 우리의 삶을 더욱 빛나고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공동체 관계 맺기 지도는 학교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또 이를 통해 학교의 존재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새 학년 새 학기 얼마나 바쁠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올바른지 수시로 돌아보고 점검하는 것은 더 없이 중요하다. 미래 희망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고 발전의 용광로가 되는 학교,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빛을 발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을 그리며 희망찬 새 학기를 맞이한다.
서울교육청이 친일인명사전을 각급 학교가 직접 구입하도록 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다른 것들은 대부분 교육청에서 일괄 배포하면서 유독 친일인명사전만 학교에 예산을 내려 보낸 후 구입하도록 한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교육청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 책임을 학교장들에게 슬그머니 밀어놓은 형국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예산을 별도로 내려 보내겠는가. 교육청에서 직접 구입해 학교에 배포하면 될 일을 왜 그렇게 했겠는가. 책임을 전가하면서 빠져나갈 통로를 학교로 떠넘긴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술 더 떠 김문수 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친일인명사전 미구입한 학교장들의 출석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친일인명사전이 교육적으로 꼭 필요한가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더구나 그 책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그런 책을 굳이 모든 학교가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석연치 않다.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교육청에서 어떤 도서를 구매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학교구성원들의 판단에 맡기거나 교육청에서 직접 구매해야 한다. 구입 거부를 하고 있는 학교들은 사립학교라고 한다. 초·중·고교는 사립학교도 공립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마냥 구입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청의 눈치를 봐야 할 입장은 마찬가지인데 해당학교 교장선생님들은 정말 용기 있는 분들이다. 공립학교는 거부학교가 없는 듯 하다. 공립학교들도 학교가 자율적 결정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다른 교장선생님들도 객관적으로 판단해 행동에 옮겼으면 한다.
교사는 공공업무 담당자로서 국가공무원법에 의한 법적 제재를 받는다. 또한 교원으로서 교육공무원법과 교원윤리강령상의 의무규정도 준수해야 한다. 여기에 사회윤리적인 측면에서도 물질적, 정신적으로 청렴해야 한다는 기대를 여전히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스승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커녕 ‘빗자루 교사폭행’이 대변하듯 교사의 존재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학부모들도 사교육 기관인 학원과 과외교사를 떠받들면서 교사에게는 까다롭게 구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부모의 태도가 그렇다보니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교실에서 교사에게 폭언, 폭행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예전과 같은 통제력을 가지는 것은 어렵다. 이렇게 이중 삼중의 갈등에 시달리는 교사에게 매스컴에서는 가끔 사회정화의 본보기를 들이댄다. 촌지 몇 만원 받은 교사가 전체인 것처럼 매도하고 침소봉대한다. 서당 선생님께 떡을 드리며 스승의 노고에 감사했던 전통적 미덕은 이미 사라졌고 학부모가 무엇을 들고 오면 겁부터 나는 시대다. 교사에게 거는 기대만 높고 존경하는 마음은 없는 메마른 세상이다. 어린이에게 체벌을 가하는 폭행범으로, 부모의 어린이 방치사건까지도 교사들의 책임으로 넘기며 소수교사의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모든 교육자들의 잘못인양 몰아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인내하며 묵묵히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교사의 일탈행위를 가지고 전체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어린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교원에게 품위유지를 요구하려면 자긍심과 열정을 살려줘야 한다.
교육청 “형식적 면접 보완 차원” 현장 “관리자까지 코드인사냐” 세종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유·초·중등 교(원)감 과정 연수 대상자를 1.5배수 면접시험으로 뽑기로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장 교원들은 그동안 교감 연수 대상자는 철저한 정량 평가로 , 교감 임용까지 ‘등식화’ 된 상황에서 이를 면접으로 가리려는 의도에 대해 ’코드인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시교육청은 교감 연수 대상자 순위명부를 작성하고 38명 선발의 1.5배수인 71명에게 5월까지의 시험일정을 안내했다. 면접을 거쳐 부적합 판정이 나면 지명에서 배제하고 순위명부 차 순위를 연수대상자로 지명한다는 내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그간 교원 인사정책은 교장에 대한 역량 강화에만 집중해 관리자 입문 단계인 교감의 자질 검증 과정은 소홀했다”면서 “정성평가인 면접시험을 강화해 정량평가 위주의 현행 승진규정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일단 4월 중 동료 교직원,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 인사 등을 통해 면접 대상자 공개검증을 한 뒤, 4월 말 면접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심사위원에게는 공개검증 자료와 최근 2년간 근무성적 중 다면평가 자료, NEIS 인사기록카드 중 연구연수 기록, 물의 야기 및 징계자료 등을 제공한다. 이어 5월 중에는 자격연수 대상자를 최종 확정할 예정으로, 평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대상자 확정 발표 전 탈락자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관내 교원들은 최근 시교육청이 전문직, 공모교장 등 인사에서 ‘편향성’ 논란을 야기한 만큼 이번 1.5배수 면접도 코드인사를 위한 제도 변경이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또 ‘1.5배수’ 기준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감 자격 연수 대상 38명에 대한 1.5배수는 57명 안팎이어야 하는데 면접 대상자를 71명이나 뽑았으니 사실상 ‘1.9배수’란 것이다. 확인 결과 현장 유·초·중등 교원만 1.5배수에 해당하는 57명이었고, 전문직 14명은 1.5배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면접 대상자 71명 중 20여 명이 전교조 출신이고, 이중 전문직도 5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최종 선발될 38명 중 적어도 10명 이상은 ‘진보코드’가 차지할 것 아니냐는 전망이 현장 교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A중 교장은 “요즘 시교육청 인사에 대해 너무나 많은 잡음이 나오는데 교감마저 1.5배수 면접으로 뽑게 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철저한 정량평가를 통해 우리나라 공직인사 중 가장 엄격하고 공정한 것으로 여겨지는 교원 승진인사에 주관적 요소를 넣는다는 건 본 취지를 망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B초 교사는 “최근 시교육청 분위기라면 충분히 코드인사가 우려된다”면서 “교육감 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감사, 징계를 남발하는데 여기가 진정 명품도시를 꾀하는 세종시가 맞나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면접에서 교육감에게 찍히면 떨어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시교육청은 이미 최교진 교육감이 당선됐을 당시 예고했던 사항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원인사과 관계자는 “전국에서 교원을 수급하다 보니 시·도마다 다른 기준에 따라 정량평가로는 한계가 있어 면접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간 형식적이었던 면접시험을 취지에 맞게 운영한다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3~2014년 훈련 안내만 일선 “廳 직무유기로 피해” 교총 “교육청이 과태료 해결을” ‘공공기관 소방합동훈련 연 1회 의무’ 위반으로 경기 초·중·고 교장 208명이 무더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는 본보의 단독보도(지난달 29일) 이후 사태의 주요 원인이 “도교육청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는 현장 비판이 거세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는 입장만 되풀이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후속취재 결과 도교육청은 단속 기간인 2013~2014년 ‘소방합동훈련 연 1회 의무’ 안내를 소홀히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관련법이 개정된 2012년 2월 ‘과태료를 물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안내공문을 보냈지만 이후 2013~2014년에는 과태료에 대한 고지가 전혀 없었다. 교장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매년 관리자가 바뀌는 학교가 발생한다는 걸 알면서 연속으로 공지하지 않은 점이다. 전년도에 공지했던 사항이라도 정착될 때까지 최소 3년 정도 지속적으로 학년 초에 충분히 알렸어야 했다는 게 현장 교원들의 지적이다. 실제 2012년부터 꾸준히 근무한 교장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2013년 이후부터 새롭게 발령받은 교장의 경우 이를 모르고 있다 과태료 대상이 됐다. A초 교장은 “2012년까지 교감을 하다 2013년 새 학교로 발령받았고, 소방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실장도 새롭게 발령받은 상황에서 전년도에 이런 법 개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도교육청은 2012년부터 학교에 공문과 학교행정업무매뉴얼을 통해 적극 알렸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는 2012년 이후 매년 과태료에 대해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과태료 고지는 2012년에만 했을 뿐이었다. 2013~2014년 행정업무매뉴얼, 2013년 12월에 내려 보낸 ‘2013 겨울철 학교시설 화재예방 강조 알림’에는 소방합동훈련 연 1회 의무에 대한 내용만 있고 과태료에 대한 주의는 빠졌다. 게다가 행정업무매뉴얼의 경우 현장에 책자로 배포되지 않기에 이를 통해 알렸다고 하는 건 책임회피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B초 교장은 “최근 도교육청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행정업무매뉴얼을 도교육청 홈페이지에만 올려놓고 알아서 보라는 식인데, 이를 두고 자신들이 충분히 알렸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2013년에는 안내문이 12월에 왔는데, 겨우 한 달 동안 어떻게 소방합동훈련을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일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질 수 없다는 말만 거듭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하필 소방당국과 잘 조율해 학교에 정착시키려고 노력 하려던 차에 이번 일이 터졌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우리가 충분히 알렸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과태료에 대해 공지한 사실 자체는 맞기에 책임질 상황도 아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현장 교원들은 소방관련법 개정 취지 자체가 훈련을 잘해서 사고를 예방하자는 성격이므로 전체 학교가 훈련을 효과적으로 할 수 방법을 연구하고 조율하는 노력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사전고지는 물론 계도기간도 주지 않은 채 과태료만 부과한 소방당국과 일이 터진 후 뒷짐만 지고 있는 교육청 모두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초 교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교육청이 ‘학교 지원’이란 본 목적에 얼마나 소홀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교육청에게 ‘지원청’이란 이름을 왜 붙여줬는지 그 의미부터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교육청 책임이 드러난 상황에서 과태료 문제만큼은 해결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과태료를 학교장 또는 행정실장 개인이 내게 하면서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예산으로 쓸 수 있는 근거라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요구다. 교총은 논평을 내고 “교육당국은 학교의무 부과 법령 개정 시 그 내용을 사전에 학교에 충분히 고지 및 안내해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며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법령개정 사실을 몰라 발생한 사안인 만큼 과태료 지원 방안 마련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