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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잘 짜여진 교육시스템과 우수한 교사들이 참 부럽습니다. 우리 정부도 교사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하루속히 성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한 체코 토마스 후삭(Tomas Husak) 대사는 “한국에 근무하는 동안 눈부신 경제발전과 높은 교육수준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고 지하철 등에서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한국 교육의 힘이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체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라는 것이다. 그는 체코 정부 내에서 대표적 지한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지난 1990년 한국과 체코가 수교를 맺을 때 실무 역할을 하면서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이후 26년간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14년 주한 체코 대사로 부임해 2년째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어른 공경하고 교사 존경하는 한국 학생들 ‘인상적’ “한국은 참 놀라운 나라입니다. 유럽이 100년에 걸쳐 이룩한 경제발전을 한국은 불과 20여 년 만에 달성했어요. 그 밑바탕에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교사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후삭 대사는 “체코는 한국만큼 교사들에 대한 대우가 좋지 못해 우수한 인재들을 교직에 영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2년제 대학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교사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초·중·고에서 원어민교사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단순히 외국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통해 학생들이 세계를 보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후삭 대사는 틈나는 대로 한국 학교를 방문한다. 한국과 체코 양국 학생 교류에 관심이 많은 탓이다. 현재 연간 300여 명 정도의 대학생들이 한국과 체코를 오가고 있지만 이를 더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후삭 대사가 특히 역점을 두는 것은 초등학교. 그는 틈나는 대로 서울과 수도권 소재 학교들을 찾아 체코의 문화와 역사, 경제, 지리 등을 설명하곤 한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이들에게 한국과 체코의 미래가 달려 있는 만큼 가장 소중한 ‘외교’ 대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외우는 교육에서 창의성 교육으로’ 체코도 교육개혁 몸부림 얼마 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체코의 날 행사에 참석, 학생들과 체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전통 인형극을 함께 관람한 것이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였다는 그는 “‘도브리 덴(dobry den)’하며 인사를 하던 학생들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우리에겐 ‘프라하의 봄’으로 익숙한 나라지만 체코는 지난 1989년 벨벳혁명으로 공산정권이 붕괴된 이래 급속한 민주화 바람과 함께 교육에서도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체코 교육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낙오 없는 학생을 만드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일반 학생과 분리해 별도의 학교에서 가르치곤 했어요. 지금은 보조교사들을 배치해 정신적·신체적으로 약한 학생도 일반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후삭 대사는 “사회적 약자도 주류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교육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모두가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 민주화 이후 체코 사회의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중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는데 교육정책의 포인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무작정 많이 외우고 공부하는 것이 최고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창의력을 길러줄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PART VIEW]사회과학 인기 높고 이공계 기피 후삭 대사에게 체코에도 ‘입시지옥’이라는 말처럼 치열한 입시경쟁이 있는지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한국은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한 데 비해 체코는 학과별로 학생들 선호도에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체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의대. 특히 프라하에 있는 찰스 의대는 유럽 명문으로 꼽히며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사회과학 관련 학과도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반면 이공계는 지원자가 적어 미달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체코 정부는 학생들의 이공계 진학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삭 대사는 이공계 대학이 인기가 없는 것은 비단 체코만의 현상이 아니라 유럽 국가들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귀띔했다. 체코 교육의 강점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후삭 대사의 얼굴이 밝아졌다. “체코는 직업교육과 예술교육 분야에서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운을 뗀 그는 “특히 직업교육은 공산주의 체제 때부터 유명해 베트남, 몽골, 쿠바 등지에서 많은 학생이 유학을 왔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 20년간 3만여 명이 공부하고 돌아갔을 정도다. 그는 “체코의 직업교육 시스템은 완벽에 가깝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단순한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를 가르치고 있다”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체코는 또 음악·미술 등 예술교육 분야도 명품으로 꼽힌다.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민족답게 국가 차원에서 예술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5살 어린이부터 20세 성인들까지 원한다면 누구나 음악·미술·연극·춤 등을 배울 수 있다. 주로 방과후교육을 통해 이뤄지는데 학생 한 명당 일주일에 두세 시간 정도 전문교사의 지도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많은 재정을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에 학비 부담도 매우 적다고 한다. “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과 지하자원이 부족한 탓에 공업 대신 예술과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는 것이 후삭 대사의 설명이다. 음악·문화 꽃피운 체코, 체계적 예술교육 돋보여 그는 한국의 교사들이 체코를 방문하게 되면 스트라호프 도서관을 꼭 들러볼 곳을 권유했다. 17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수도원으로 영화 아마데우스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건축 양식이 혼합된 복합 건축 양식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수도원이지만 박물관과 도서관 기능을 겸하고 있어 교사들에게 유익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실제로 이 수도원의 문학 박물관에는 총 14만 권에 달하는 장서가 있으며 종류에 따라 ‘철학의 방’, ‘신학의 방’ 등 2개의 도서관으로 나뉘어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다. 체코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고 찰스대학 등 체코 명문 대학에는 한국어과가 개설돼 있을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나라다. 비빔밥을 가장 좋아한다는 후삭 대사는 체코 명문 리베레츠 공대와 프라하 경제대, 프라하 찰스대를 나와 스웨덴 대사, 유엔 주재 대사 등을 역임한 뒤 2014년부터 주한 체코 대사로 근무하고 있다.
민선 2기 교육감시대가 출범한지 7월이면 3년째를 맞는다. 교육현장의 기류는 급변했다. 교육감들의 목소리는 커졌고 위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교육행정의 무게중심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옮겨가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역 특성을 살린 교육, 주민자치 교육이 조금씩 틀을 잡아가면서 교육부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교육감들은 일사불란한 조직력으로 교육부 등 중앙정부를 압박하면서 민선 1기 교육감 시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누리과정 문제로 불거진 지방교육재정 확충 부분에서는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한목소리를 냈다. 교육부 눈치만 보던 종전과 달리 ‘할 말은 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반면 시도교육청의 책무성도 그만큼 커졌다. 학업성취도부터 교육복지까지 교육감들의 역량에 따라 차이를 드러내고 평가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민선교육감 시대는 분명, 우리 교육현장에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체제가 긍정적 방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그 반대의 역기능을 초래할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아울러 현재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같은 체제 또한 얼마나 지속될지 속단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민선교육감 2기의 한계와 도전 중앙정부 즉,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권한과 역할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민선교육감 체제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진보 교육감들의 등장은 교육부와 교육청을 긴장 국면으로 몰아넣었다. 종전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교육부와 이에 맞선 진보 교육감들의 도전은 날카로운 대립을 불러왔다. 지방교육자치 정신 구현이란 명분을 내건 진보 교육감들은 ‘교육자치 홀로서기’를 시도했다. 보수 교육감들 역시 이 같은 기류에 묵시적 동조를 보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교육과정 운영, 인사, 재정, 시설 등 광범위한 교육행정 영역에 걸쳐 포괄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계는 분명했다. ‘초중등교육법’,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등으로 촘촘히 설치된 법망을 교육감들이 뚫고 나가는 과정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민선 2기 교육감 체제가 들어선 이래 교육부와 교육청 간 권한 다툼으로 행정 소송 등 사법부 판단에 맡겨진 것만 10여 건이 넘는다는 사실이 이를 설명해 주고 있다. 시도교육청들이 민간 변호사들을 대거 채용, 주요 현안마다 법리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세태가 반영된 풍속도다. 민선교육감 시대의 위기 요인은 또 있다.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각 후보자들의 이념적 지향성에 따라 교육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이념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교육정책들은 사사건건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이때마다 교육계가 심각한 혼란에 빠진 것은 물론이다. 친일인명사전을 비롯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4.16 세월호 계기수업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자사고와 누리과정 역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면서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본질이 뒷전으로 밀린 채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정쟁의 대상이 돼 버렸다는 사실이다. 자사고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포문을 열자 교육계 안팎이 들끓었다. 부실한 자사고를 정비, 고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이내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교육부는 교육감의 월권행위로 규정했고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전교조의 지시를 받은 교육감들의 반국가적·반시대적 행태라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누리과정도 마찬가지이다. 본질은 지방교육재정 확충과 함께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있지만 현실은 ‘누가 돈을 낼 것이냐?’로 귀착됐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두 번째였다. 결국 누리과정 문제는 정부와 고통분담을 약속한 보수 교육감과 이를 거부하는 진보 교육감만 국민들의 기억 속에 각인됐다. 이외에도 교원평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시국선언 교사 징계 등 각각의 쟁점마다 둘로 나뉘어 반목은 거듭됐다. [PART VIEW]반면 민선 교육감 체제가 가져온 긍정적 시그널도 적지 않다. 우선 진보교육감 등장으로 교육계 비리 사건이 눈이 띠게 줄었다. 이전보다 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시설, 납품, 인사 등 취약분야에서 대형 비리가 발생하지 않았던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껄끄러운 교사 촌지 논란도 수그러든 상태다. 교육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사업도 괄목할 성과를 보인 것도 진보교육감 등장 이후 달라진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학업 중도탈락 학생들에 대한 예산이 크게 늘었다. 학교마다 1천만 원 정도 예산을 지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학교밖지원센터와 연계해 다시 학교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기도에서 시작했던 학업중단숙려제 역시 전국으로 확산될 만큼 좋은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이로 인해 학교마다 자퇴생을 줄이려는 노력이 시도됐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평가다. 진보진영의 대표 아이콘인 혁신학교는 1000여 곳으로 늘어 전국 초·중·고교의 10%를 넘어섰다. 지나치게 이념적이고 특정 교사 집단 주도로 운영되는가 하면 특혜 시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 혁신교육으로는 경남교육청의 ‘아이좋아 경남교육’, 서울교육청의 ‘교복 입은 시민 프로젝트’, 전남교육청의 ‘무지개학교’, 강원교육청의 ‘행복더하기학교’, 인천교육청의 ‘행복배움학교’, 경기교육청의 ‘416 혁신학교’ 등이 꼽힌다. 진보 교육감들이 혁신과 개혁에 방점을 두고 운영했다면 보수 교육감들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데 역점을 둬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교육계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도 학교의 교육적 기능과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역 간 또는 학생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데 실질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릴까에 교육행정의 초점을 맞췄다. 학력신장에 중점을 둔 전략은 곧바로 가시적 성과를 나타냈다. 보수 교육감 진영인 울산시교육청은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5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고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학력 으뜸 교육청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보수 교육감 지역인 대구시교육청의 교육정책 또한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학생들이 인근 학교에서 소수 선택과목을 배울 수 있도록 한 ‘공동 교육과정 거점학교’ 시스템은 우동기 교육감의 야심작이다. 서울 등 진보 교육감 진영에서 핵심 정책을 추진할 만큼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는 교원의 책무성과도 연계된다. 보수 교육감들은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교육행정의 효율성과 의사결정의 일관성 부분도 보수 교육감 지역의 특징인 동시에 강점으로 꼽힌다. 우선 중앙정부인 교육부와 호흡이 잘 맞을 뿐 아니라 행정조직도 전통적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어 단위학교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교육의 이념 충돌에서 자유롭기에 교육현장의 분열과 갈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교육행정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든든한 배경이다. 앞으로 과제는? 보수와 진보 교육감 모두 진영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선의의 경쟁이지 자신들의 이념을 지키는 패권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교육감들이 ‘미래를 향해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보자’는 과감한 협치의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싶어 한다. 그러려면 우선 진보 교육감들은 ‘혁신’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을 버려야 한다. 새로운 교육을 위한 정신은 살리되 보수 계층까지 끌어안는 포용성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전교조 등 일부 시민단체의 굴레에서 벗어나 교육 본질의 정체성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주권이라는 명분 아래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 교직단체들이 교육감을 좌지우지하는 한 갈등과 대립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보수 진영은 기득권 세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21세기 새로운 가치를 교육현장에 실현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좋은 대학 많이 보내자는 구호만으로는 다양한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아울러 17개 시·도교육감들은 남은 임기 동안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높이는데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입버릇처럼 학교 자율화를 강조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자율화는 기대 이하다. 보수는 기존의 권위적인 행정을 답습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제약한 측면이 있었다. 진보도 학교 현장의 자율권 확대에는 동의하면서도 진보의 이념이나 가치를 실현하는데 있어서는 일선 학교의 의사와 무관하게 밀어붙여왔다. 따라서 교육감들은 단위학교에 대한 시·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의 간섭을 줄이고,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본래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교직원 인사 및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협조하는 기관으로서의 위치를 가져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교육감들의 정책적 성과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주민직선형의 교육감 선출 제도에 대한 비판과 도전이 여러 방면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과연 민선 교육감 체제 이후 얼마만큼의 변화와 노력이 있어 왔고, 그에 따른 성과는 과연 어떠한지 평가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2년 후 국민들은 어떤 심판을 내릴까?
의사는 정치적 성향이 ‘좌’든 ‘우’든 간에 기본적 역할인 환자 치료를 차별하지 않는다. 교육자 역시 ‘보수’든 ‘진보’든 아이들을 잘 가르치자는 교육목적에는 좌우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 교육에 대한 사안들을 정치 쟁점화하여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의 몫이고,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교육계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데 진보 교육감들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나 궁극적 목적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앞세우며, 자신들이 관할하는 지역의 교육에 관한 한 마치 전제 군주나 되는 양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 교육계에 포퓰리즘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냐’ 강한 불만 표출 사실 지난 2년 동안 진보 교육감들의 입에서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시킬 것인가’ 혹은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생활지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라는 화두가 나온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 본연의 기능과 역할은 망각한 채, 자신들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교육계를 양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주도한 포퓰리즘적 교육정책들은 이정표를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것이냐’라는 강한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살펴보자. “평가는 학생에게 부담을 주는 것” …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거부 우선 진보 교육감들은 취임과 동시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적극적 혹은 소극적으로 부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심지어 일부 교육감들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취지를 훼손시켰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강조하면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평가 시행을 방해하였다. 시험은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고 자신들은 이를 개혁하는 의인(義人)임을 내세워 인기에 편승하려는 일종의 포퓰리즘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의 학력을 전국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국가가 실시하는 시험이다. 교육성과 점검과 교육활동에 대한 학교의 책무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크며, 현재 선진국에서도 채택되고 있는 제도이다. 물론 평가를 시행하는 방법에 대한 견해차는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정당한 행동이 아니다. 더욱이 이 평가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교육감들이 권위주의적 행정의 잔재를 연상시키는 ‘일제고사’ 명칭까지 써 가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능과 역할을 교묘하게 왜곡하고자 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과도한 학생 인권 강조, 교사 합법적 권위 실추시킨다 전임 경기도교육감을 필두로 야기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논란 역시 명백한 포퓰리즘이다. 학생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은 아니다. 그러나 학교는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특수한 조직이고, 경우에 따라 학교의 고유한 목적을 위해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이 한시적으로 유보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학교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학생의 인권이 교육에 우선하는 것은 절대적 가치가 될 수없다. 사실 서울과 경기도의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교 고유의 훈육 기능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현장의 실무경험과 지식이 없는 일부 진보 교육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는 교도소도, 인권의 사각지대도 아니다.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교사의 합법적 권위는 실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학교는 학생 지도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PART VIEW]학부모·교사·학생 모두가 반대한 ‘9시 등교’ 강행 대다수 학부모와 교사 심지어는 학생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된 경기도와 서울의 ‘9시 등교’ 역시 포퓰리즘의 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의 건강한 생활리듬을 위해 조기 등교를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9시 등교의 경우 교통체증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맞벌이 부부들의 출근 시간과도 맞물려 아침을 거르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 교육감은 건설적인 비판에 귀를 닫은 채 9시 등교가 무슨 대단한 교육개혁 조치나 되는 양 강행했다. 8만 명의 신임교사 채용이 가능한 예산이 버려지는 ‘세금급식’ 현재 교육계의 혼란을 초래하는 또 하나의 포퓰리즘은 무상급식이다. 엄밀히 표현해 세금으로 제공되는 급식이다. 이 공약으로 진보 교육감들은 재미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약의 득표력과 공익성이 별개라는 사실을 우리는 세종시를 통해 목도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당장 재고되어야 한다. 무상급식으로 인해 한 달 동안 1억5천만 원어치의 우유가 서울 시내 학교에서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무상급식이라 우유도 공짜로 나눠줬더니 학생들이 마시지 않고 버리더라는 것이다. 반면 무상급식에 쏟아붓는 예산으로 인해 저소득계층 자녀들에 대한 교육지원 프로그램과 교사연수에 할당된 예산들이 모두 삭감되었다.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예산이면 매년 8만 명이 넘는 신임교사를 채용할 수 있고, 70만 명 정도의 인문계 고교생에게 무상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 중 무엇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청 예산으로 무상급식을 홍보하는 행사를 열고 이 행사에 학생과 학부모들까지 동원한다고 하니 이는 매우 개탄스러운 현상이다. ‘권력의 오·남용을 경계하라’ … 교육자적 양심에 호소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 해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교육감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막강한 권한을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교육감의 권한은 무소불위에 가깝다. 시·도 교육에 소요되는 예산집행권, 교원 및 행정직원에 대한 인사권, 그리고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일체의 권한이 모두 교육감에게 속해있다. 이렇듯 엄청난 권한과 힘을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을 구현시키기 위한 도구쯤으로 여긴다면 교육계의 이념적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권력의 막강함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감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교육감은 해당 시·도자치단체장은 물론 교육부의 직접적인 지휘나 통제도 받지 않는다. 물론 시·도의회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제도만으로 교육감의 권한을 견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도입될 때까지는 교육감들의 교육자적 양심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교육자적 양심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교육수요자들, 특히 학부모들이 개입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교육감을 선출한 유권자이다. 자신이 선출한 교육감이 자신의 기대에 맞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부단히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권력의 오용과 남용에 대해 항상 경계해야 한다.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고. 현재 교육감들에게 부여된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이 부패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할 사람들은 바로 학부모들이다.
진보 교육감과 보수 교육감. 우리 학생들은 이 둘의 대립 구도를 탈권위주의 교육관과 권위주의 교육관으로 이해한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이론을 빌려 표현하면 진보적인 전자는 ‘자상한 부모’의 프레임으로, 보수적인 후자는 ‘엄격한 부모’의 프레임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본다면, 유권자들이 보수 성향의 후보들을 낙선시키고 진보 성향의 후보들에게 교육감 자리를 내어 준 것은 처벌과 보상, 권위와 통제, 경쟁 등의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교육 시스템 대신 학생 자치와 학생 인권 보장, 낙오자 및 소수자에 대한 배려 등과 같은 탈권위적이고 수평적인 교육 시스템을 원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교육 시스템이 탈권위주의적인지 권위주의적인지에 따라 학교에서의 전반적인 삶이 결정되는 학생들 입장에서 어느 쪽을 더 만족스러워 할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는 변함없이 숨 막히고, 여전히 견고한 입시지옥 철옹성 그렇다면, ‘자상한 부모’ 이미지의 진보 교육감들은 지난 2년 동안 학생들에게 커다란 고통이 되어 왔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교육 시스템을 청산하고 수평적인 교육현장을 만들었는가? 적어도 지금의 학교에서는 그 어떠한 가시적인 변화도 느낄 수 없다. “지금의 교육감이 진보이다”라고 이야기 해 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학교는 변함없이 숨 막히고, 여전히 입시지옥의 철옹성은 견고하다. 물론 작은 변화는 있었다. [PART VIEW]이유 없이 강제였던 ‘야간자율학습’이 진보 교육감 체제가 들어서면서 ‘완전 자율’로 바뀌었다. 학교에서는 참여 여부를 묻는 동의서를 보내 원하는 사람만 참여하도록 했다. 물론 여기에는 ‘부모 동의’가 포함되어 있어 학생의 완전 선택이라고 볼 수 없지만 적어도 진보 교육은 민주적 교육 형식을 지키려고 하는 듯하다. 예전에는 학교 정책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여 민원을 넣으면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문제해결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건을 인계받은 교육청에서 감사를 진행한다. 진보 교육감 체제가 오랜 기간 동안 뿌리를 내리면, 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러한 일들이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 아닌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물론 정책 결정자 한 명이 바뀌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겠지만 적어도 학생을 ‘생산품’이 아닌 ‘인간’으로 보기 위한 논의의 토양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 2년간 획기적이고 급진적인 변화가 있었다면, 이러한 변화를 경험하고 평가 내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보 교육감들의 혁신을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을 실패했다고 규정짓기는 아직 이르다. 진보 교육감들이 이끌어내고자 하는 학생을 위한 교육, 그 점진적인 움직임들은 계속해서 지켜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교육’보다 ‘정치’ 앞세운 진보 교육감 행보 취임과 동시에 행해졌던 교육감들의 정치적 행보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모든 교육적 의제들을 정치화하며, 사사건건 중앙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특정 집단과 정치적 이념과 행보를 같이 하면서 교육현장을 정치판으로 만들어 갔다. 진보 교육감들이 특정 집단의 호위무사도 아닐진대 ‘교육’보다 ‘정치’를 앞세운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공교육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성적 부담과 학교폭력으로 스러져간 학생들의 슬픔은 갈수록 깊어졌다. 학교 교육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의 미로에 갇혀 있어도 그들에게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같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여준 이들 교육감의 행보는 누리과정 예산 및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 논란을 핑계로 교육부와 힘겨루기 하는 모습뿐이었다. 청와대 앞 1인 릴레이 시위와 걸핏하면 공동 대책 회의, 공동 기자회견 등으로 자리를 비우고, 정작 중요한 현안 등에 대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2년이란 소중한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내고 말았다. 이 같은 갈등과 대립은 학부모들에게 심각한 피로감을 안겨주었고 결과적으로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범위를 좁혀 학부모 입장에서 살펴봐도 아쉬운 점이 많다. 남들 쉬는 연휴에도 출근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워킹맘’들의 교육적 고통을 진심으로 헤아려는 보았는지,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다. 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선도 방안은 구체적으로 정립되어 있는지, 온갖 위험에 노출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대응책은 세워놓고 있는지 답답할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부모가 만족하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실로 궁금하기 짝이 없다. 학습 부담 없애는 것만 좋은 교육인가 사교육비는 또 어떤가.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4월 26일 발표한 ‘2015년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2013~2015년) 사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전북으로 6.2%였고, 이어 경기(4.6%), 충남(3.4%), 서울(2.9%), 인천(2.6%) 등이었다. 사교육비가 많이 오른 지역은 공교롭게도 진보 교육감이 이끄는 지역과 일치한다. 교육전문가들은 진보 교육감들이 이끄는 지역은 정책의 중심이 아무래도 ‘학력 향상’보다 ‘학생 인권’ 등에 집중돼 있다 보니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이 학원으로 몰려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경쟁을 부추긴다며 시험으로부터 자유를 주장하고, 학생 인권이란 미명 아래 절제와 방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좋은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개인적 성취는 피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루어진 아름다운 산물이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인내하고 극복하면서 소중한 개인적 소망을 이루는 것이며, 그것을 깨우쳐주는 것이 곧 교육이다. 훗날 성인이 된 그들이 일하기 싫다고 투정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사회 규범이 귀찮고 거추장스러우니 자기 멋대로 하고 살겠다고 한다면 또한 어떻게 하겠는가. 교육이란 마땅히 행할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진보 교육을 표방하는 일부 교육감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당장 눈앞의 달콤함만을 선물하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힘들고 어렵지만 모두가 지켜야 할 사회적 도리와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고민해야 한다. [PART VIEW]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은 단순하다 새로운 교육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택했던 진보 교육감의 시대. 그러나 임기의 반환점을 돈 지금, 교육으로 인한 사회 갈등은 나날이 골이 깊어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늘 그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에게 교육감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 정도다. 교육이 진보 교육감들의 정치적 이념 실현을 위한 꽃놀이패로 이용되고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 많은 학부모들은 우려와 탄식을 감출 수 없다. 학부모들이 교육감들에게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며 매우 시민적이다. 사회에 감사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기본을 교육하고,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의 자녀들에게 알맞은 지식과 세련된 매너를 교육하고, 각자의 꿈을 향해 정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를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매진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지금도 학부모들은 우리 교육에 절망하며 아파한다. 이들의 고통에 진보 교육감들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하고 반성해야 한다.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이 무엇이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 노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일 매일 새롭게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하고 공부해야 할 것이다.
올해로 영양교사 5년 차인 홍화진(서울 남대문중) 교사는 출근하자마자 새벽에 들어온 돼지고기와 김치부터 살폈다. 오늘은 야심 차게 개발한 특제 레시피를 선보이는 날. 지치기 쉬운 계절, 학생들의 입맛을 살려줄 ‘황해도 김치밥’을 점심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쌀과 김치, 고기를 한데 놓고 밥을 한 다음 양념간장에 쓱쓱 비벼 먹으면 별미 중 별미다. 한바탕 전쟁 같은 조리과정이 끝나면 학생들 급식시간. 오늘따라 잔반도 별로 없다. 맛있게 먹었다는 증표 같아 뿌듯하다. 교육청에서 보내온 공문들 몇 건 처리하고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일정표를 보니 영양상담이 잡혀있다. 보건교사와 사회복지사 등과 함께하는 건강 동아리활동이다. 돌도 씹어 먹을 나이라지만 군것질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 적정 칼로리 섭취를 주제로 잡아 교육을 했다. 몸매에 관심이 많은 또래여서인지 “그러다 살찐다”며 은근히 겁을 줬더니 먹혀든 눈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영양교사의 하루 영양교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안전하고 맛있는 학교급식은 물론 학생들의 영양·식생활교육까지 그 중요하고 어려운 것을 해내는 급식실의 ‘태양의 후예’들이다. 일선 학교에 영양교사가 배치된 것은 지난 2007년.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 그들은 안전한 먹거리 책임자로, 또 밥상머리 인성교육 선생님으로 자리 잡았다. 명실상부 교사로서 굳건한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영양교사들의 연구모임인 서울초중등영양교육연구회(이하 연구회)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연구회는 지난 2010년 영양교사의 권익 신장과 전문성 강화에 목적을 두고 출범, 현재 6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단체다. 서울시교육청으로 부터 2년 연속 우수 교과연구회로 선정될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급식과 수업 모두를 잘하는 완벽한 영양교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학생들이 체감하는 영양·식생활교육과 학교급식의 교육 효과를 높이는 연구 활동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연구회 김옥자 회장(서울대현초)은 “영양교사의 전문성 함양과 자질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는 영양교사 각자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를 대표해 학생들의 영양교육과 건강급식을 책임진다는 큰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양교사 전문성·권익 신장 위해 연구회 출범 실제로 연구회는 지난해 전국 영양사 학술대회를 비롯해 융·복합 영양상담 직무연수, 공개수업, 수산물 요리 수업, 튼튼이 캠프, 학교급식 요리법 발간, 자살예방 봉사활동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선보였다. 특히 수산물 쿠킹클래스는 학교급식에 적합한 수산물 요리 시연과 실습을 선보여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영양교사와 학생들 간 스킨십을 확대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급식에 치중하다 보니 일부 영양교사들 중에는 학생들과의 교감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영양상담을 통해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다룬 직무연수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회는 현재 개발 중인 영양수업 방법론 교재가 완성되면 교사들에게 보급, 도움을 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들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영양·식생활교육. 김 회장은 “식생활 예절과 올바른 음식 섭취를 통해 평생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능력을 기르고, 농부의 마음에서부터 환경보호까지 생각케 하는 밥상머리교육”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학생들이 직접 식재료를 선택하고 친구들과 함께 요리를 하는 것으로 영양·식생활 교육 실습은 시작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나 혼자 보다 여럿이 어울리고 협동해야만 영양 좋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이치를 자연스레 깨닫는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식재료를 만들기 위해 농부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했는지, 또 깨끗한 환경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학교급식의 교육적 기능이 부각되면서 급식을 통한 인성교육이나 진로교육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학교급식은 교육급식… “실생활에 녹여 내는 게 중요” “학교급식은 교육적 의미를 지닌 ‘교육급식’입니다. 급식과 교육이 수레바퀴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죠.” 연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선(서울수유초) 교사는 “학교에서 단순히 점심만 먹고 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는 과정을 교육으로 녹여내 건강한 신체와 바른 심성을 기르는 것, 그것이 교육급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급식이 행복한 삶을 배우는 교육생태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PART VIEW]금강산도 식후경, 학교급식이 맛있으면 학교생활이 즐겁다. 학생들의 입맛은 어떨까? “고기반찬을 제일 좋아해요. 닭튀김이나 돼지고기볶음이 나가는 날이면 애들 얼굴이 달라져요. 짓궂은 학생들은 가끔 급식실로 찾아와 닭! 닭! 소리치고 가는 경우도 있고요.” 반면 채소나 나물 반찬은 미끈한 식감 때문인지 잘 먹으려 들지 않는다고 한다. 생선도 기피 대상이다. 특유의 비린내가 호감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영양교사들은 수업시간을 이용해 채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물 반찬은 잘게 썰어 학생들이 먹기 좋게 제공하거나 색깔의 조화 등 비주얼 기법을 동원해 입맛을 돋우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어쨌든 식단 짜기는 영양교사들의 영원한 숙제.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연령대가 다른 학생들의 입맛을 고루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그들은 평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노파심에 위생 문제를 슬쩍 건드려봤다. “여름철엔 식중독 위험이 높은데 괜찮나요?” 0.1초도 안 돼 벼락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건 기본이죠~” 행정업무 너무 많아 고충 … “급식과 교육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하지만 이 같은 영양교사들의 노력 이면에는 말 못 할 고충도 많다. 제일 큰 어려움이 폭주하는 행정업무. 실제로 영양교사들은 급식과 교육을 접목시켜 진행하다 보니 다른 교사들보다 행정업무가 많은 것이 사실. 인건비 지급 등 인력 관리부터 시설관리, 회계 관리, 안전 관리, 위생 관리 등 학교 행정의 축소판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짓수가 많다. 김 회장은 “급식실이 외부와 차단된 곳이다 보니 실상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영양교사들이 긍지와 보람을 갖고 급식 운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실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최대 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나온다. 햇빛이 없으면 식물과 동물 모두 살아갈 수 없다. 이처럼 생명의 주 에너지원인 햇빛이 구름 등에 의해 가려지지 않고 지상에 비치는 것을 ‘일조’라 한다. 일조권은 햇빛을 받아 쬘 수 있도록 법률상 보호되어 있는 권리이다. 헌법 제35조에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일조권은 보장된 환경기본권으로 모든 국민이 가지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건축법에서는 일조권 사선제한(日照權 斜線制限) 규정이 적용된다. 정북 또는 정남 방향으로 건축물 높이 9m까지는 1.5m, 그 이상은 건축물 높이의 1/2 이상을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이격하도록 하여, 일조·채광·통풍·미관 등의 도시환경을 고려하는 것이다. 일본은 남측 방향 건물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 영향 시간을 규제하는 일영(日影)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즉, 실질적으로 보이는 그림자 길이를 규제함으로써 남측 방향의 건물이 북측 건물에 끼치는 일조 침해를 억제하는 것이다. 비교적 충분한 일조시간 확보가 가능한 한국과 일본은 직사광 유입을 기준으로 일조권을 적용한다. 그러나 햇빛이 부족한 영국의 경우에는 직사광 유입은 물론 구름·지면·다른 건물에 의해 반사된 확산광 등 간접 유입광인 천공광(天空光)까지 햇빛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각 나라마다 각국의 일조 특성을 반영한 건축법 규제를 통해 거주공간에 필요한 최소한의 일조량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햇빛이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하는 죄수에게는 정신병 발생 비율이 높고, 일조가 부족한 미국의 시애틀시 주민은 타 도시보다 우울증 환자와 자살률이 높다는 통계도 일조가 우리의 정신건강에 얼마만큼 중요한지 시사해준다. 하물며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학생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다음에서 햇빛이 학습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햇빛에 숨어있는 항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 햇빛이 생성하는 비타민 D는 근육과 뼈 건강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호르몬 합성과 우울증 치료 효과가 있어 정신건강과 심리적 안정에도 효과적이다. 햇빛이 망막과 대뇌를 자극하면 바이오리듬의 자율적 조절과 호르몬 합성에 도움이 되고, 부갑상선 호르몬과 함께 지방 축적을 방지하여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인슐린 분비와 기억력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따라서 일조량은 학생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학습능력 향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PART VIEW]그림 1은 항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과 성장호르몬이 시간대별로 어떻게 분비되는지를 연구한 그래프이다.* 코티졸은 낮 시간대에 분비가 늘어나며, 성장호르몬 분비는 밤에 왕성하다. 결과적으로 아침과 오후 시간대의 햇빛은 청소년들의 코티졸 분비를 도와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이 된다. 이것만으로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대에 왜 햇빛이 중요한지 충분한 설명이 될 것이다. ‘일조량과 인간성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An investigation into the relationship between day lighting and human performance)’** 결과는 흥미롭다. 아래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교실의 일조 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학습능력과 성적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창문만 넓혀도 학습효과와 성적향상 이처럼 자연 채광 도입이 학생들의 신체발달과 정신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는 많은 학교 교육시설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과정에서 일조 등 빛 환경에 대한 반영을 조금 소홀히 다루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재개발 등으로 교육시설에 일조 침해가 생기면서 사업자와 학교 간 갈등이 심화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스위스 같은 유럽 선진국의 경우에는 학교 환경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을 작성하여 교실 등의 계획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학교시설을 신축하고 계획할 때, 설계 단계에서부터 일조·채광·통풍 등 친환경적인 기법을 적극 도입하는 등 교육시설의 학습환경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일조 환경이 그 어떤 디자인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교육시설 설계단계에서 교사(校舍)와 체육장에 대한 일조 등 환경 검토를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여 주어진 여건 속에서 일조 환경이 최적의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한다. 현상설계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일조·채광·통풍 등 친환경 관련 점수 항목을 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그 비중을 높임으로써 단순히 디자인이 아름다운 건축 계획안보다 친환경 설계 부분의 우수 작품들이 선정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친환경 설계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친환경 설계는 이제 건축설계의 가장 중요한 설계 기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속가능한 설계로써 자연광의 적절한 유입 계획과 활용으로 교실 내에서 인공광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창을 통한 열 성능 획득과 태양광발전전지(photovoltaic)를 통한 전기 생산으로 에너지 절약을 가능하도록 한다. 그리고 교사 방위에 따른 최적의 채양 또는 루버 계획 등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적용해야 할 중요 사항 등이다. 셋째, 개발사업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 주변에서 개발 사업을 하는 경우 학교 시설에 일조 침해 등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개발업자는 사업 계획 초기단계부터 주변 교육시설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대안 계획안을 마련하여 검토 후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업 시행 중 학교와의 갈등을 줄이고,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언제라도 ‘탈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들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소풍’이란 행사로 떠났던 초등학교 시절의 체험학습과 중·고등 학창시절의 수학여행과 수련회가 아련해진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 짓게 하는 그 시절의 추억을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갖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여건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기억하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저미는 세월호의 상처는 우리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시계 제로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교육부에서는 안전한 체험학습을 위한 운영 매뉴얼을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절차가 10여 개로 너무나 까다롭다 보니 현장 교사들은 체험학습을 부담스러워 한다. 2014년 이후 체험학습 빈도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실보다는 득이 많은 체험학습을 포기할 수는 없다. 기본을 지키며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 체험학습, 다녀와서는 가슴 가득 행복감을 채워줄 수 있는 체험학습 노하우를 살펴본다. 단점보다 장점 더 많은 ‘소규모 체험학습’ 현장학습을 소규모 학급 단위로 추진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을 때, 학교는 복잡한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난색을 보였다. 기획부터 추진, 결과 제출의 전 과정을 담임교사가 해야 하는 소규모 현장체험학습은 부담 그 자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정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대규모 체험학습보다 소규모 현장체험학습이 훨씬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우선 대규모 체험학습은 이동시간과 체험학습에서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식 체험이 될 우려가 크다. 장소 또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1~2학급 정도의 소규모 체험학습은 수용 규모가 작은 장소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 교육적 목적에 맞게 다양한 체험을 구상하는데 효율적이다. 학급별로 요일·날짜를 바꿔서 실시하면 한 번의 기획으로 3~4개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의 교육적 흐름은 학년 단위보다는 학급 단위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 장려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소규모 단위의 현장학습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전히 소규모 체험학습은 부담스럽다. 결국 소규모의 현장학습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많은 장점을 지닌 소규모 현장학습이 학생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눈 도장’ 견학형에서 ‘오감만족’ 체험형으로 현장학습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소는 박물관이다.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역사박물관을 비롯하여 지역의 특색에 따른 해양·도서·석탄·산림·인쇄·곤충 등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박물관에서의 활동은 대부분 전시된 유물을 보거나 안내원의 설명을 듣는 것이다. 귀중한 사료들을 보존하는 특성상 직접 만지거나 조작하는 활동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규모가 큰 박물관일수록 볼 것은 많지만, 눈으로 도장만 찍고 지나가기 일쑤이다. 이러한 견학형 현장학습은 학생들의 흥미를 이끄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박물관 견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보고 듣고 만지고 조작하며 오감으로 체험하는 활동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농촌이나 어촌, 갯벌, 산림과 같은 자연환경 속에서의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각 지자체가 자체 조성한 체험장을 활용하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물론 현장학습도 배움의 연장이기 때문에 단순한 놀이에 치중에서는 안 되겠지만 재미라는 요소를 가미하지 않고서는 아이들의 감성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PART VIEW]필요할 때 쉽고 빠르게 활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자료 현장학습을 다니다 보면 한 손에는 학습지, 한 손에는 필기구와 사진으로 아이들은 매우 분주하게 움직인다. 기록하기에 바빠서 정작 중요한 볼거리를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이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적 조치이기는 하지만 학습지에 발이 묶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스마트 시대에 발맞추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장학습 자료 또한 인쇄형의 활자에서 벗어나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미지나 동영상 등 입체형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장학자료실에 꽂혀 있는 우수한 자료들이나 한국과학창의재단 크레존(www.crezone.net)의 문서화된 개발 자료 등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도 바로 접근성의 불편함 때문이다. 정말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되려면 온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언제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도록 재구성되어야 한다(표 참조). 더불어 운동용 애플리케이션을 병행한다면 자신의 운동 기록을 체크할 수 있어 다양한 흥미를 제공할 수 있다. 전국이 축제의 장 … 지역 연계형 체험학습으로 국토 사랑 마음까지 현장학습을 지원하는 한 사이트에 ‘강원도 인제군 2016 소규모테마형교육여행 지원사업 안내’라는 공지사항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사시사철 계절의 특색에 따라 산천어 축제, 눈꽃 축제, 벚꽃 축제 등 전국이 축제의 장이다. 지역자치단체에서 일부 경제적 지원을 하는 체험활동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어떤 지역자치단체에서는 무료로 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청소년수련활동 인증 제외 대상으로 공신력을 갖고 있어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생과 협력의 현장학습 목적에도 부합하는 이러한 지역 연계 활동은 우리나라의 지역 특색을 이해하고 국토 사랑의 마음을 함양하는데도 충분히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때문에 만들어진 메뉴얼에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서 기초와 기본은 가장 쉬운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장 중요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초와 기본이 잘못되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가슴 아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안전 불감증에 경종을 울리는 전환점이 되었고, 안전에 대한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러나 다시 시간이 흘렀다고 예전으로 돌아가 안전 불감증에 의한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가 재등장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익힌 안전 교육은 우리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안전 때문에 만들어진 매뉴얼이 현장학습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느냐’란 말처럼 안전을 우려하여 현장학습을 기피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다. 운영 매뉴얼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과 협력체적 구축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현장학습이 지속되기를 기원한다.
만약 말이 없었다면 영웅의 탄생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동서양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 유럽 지도의 대부분을 프랑스령으로 만들었던 나폴레옹, 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광개토대왕…. 이들은 말(馬)과 함께 전장을 누볐고, 인류 역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이처럼 말은 단순히 인간과 함께 살아온 ‘동물’의 차원을 넘어선, 수천 년 동안 ‘역사’를 함께 써내려간 사이이다. 그러나 ‘말’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은 아직까지 높지 않다. 말 사육 목장이 원당과 제주 단 두 곳에 불과하며, 말 관련 산업 분야 역시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된다. 국내 유일의 말 관리 인력 양성 마이스터고등학교인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울음소리만 들어도 척척 … 말 도사 수두룩 한국경마축산고 학생들의 하루는 ‘마방’에서 시작해서 ‘마방’에서 끝난다. 새벽 6시 눈 뜨자마자 말들이 모여 있는 ‘마방’으로 달려가 말에게 사료를 주고 짚을 다시 깔아주며 건강 상태를 살피는 것도, 밤 9시 먹이를 주며 잠자리를 봐주는 것도 모두 학생들이다. 주말 및 방학을 포함하여 365일, 학교가 보유한 말 60여 마리를 직접 관리한다. 너무 지나친 것 아닐까? 하지만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말은 무작정 타는 것보다 이해할 줄 아는 게 우선이다. 말은 사람만큼이나 예민한 정서가 있다. 눈·코·귀·입·발 등을 움직여 60~80개의 언어를 표현한다. 따라서 말과 함께 노닐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말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말의 부위별 움직임을 잘 관찰하여 교감능력을 키우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한국경마축산고 학생이라면 말 울음소리만 들어도 배가 고픈지, 아픈 건 지 눈치챌 수 있을 정도라고. 말들의 출산을 돕는 것 역시 학생들이다. 교대로 24시간 암말을 관찰하며 새끼를 받아낸다. 이처럼 학생들은 말의 탄생에서 성장·조련·수의까지 말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철저히 실기와 현장 위주로 교육받는다. 승마와 말의 질병관리, 마술학, 동물심리학 등은 물론 해부생리나 혈통관리, 장제까지 마스터한다. 이희수 교장은 “번식에서부터 관리, 육성, 조련, 경마와 승마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학교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 학교가 유일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웬만한 대학보다 뛰어난 교육 여건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은 단연 마술학(馬術學)이다. 말 조련과 승마 지도 등 두 트랙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특히 기본 승마술을 익히는 승마코스는 웬만한 대학보다 교육여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3만여 평의 부지에 60두의 실습용 말로 풍부한 경험을 가진 교사진이 현장 중심 체험학습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생들이 안전과 수업 효율성을 위해 교사 1인당 학생 10명으로 분반하여 수준별 수업을 하는 것도 이 학교만의 특징이다. 학생들은 말 사육과 승마 및 경마 기술을 배워 ‘경마의 꽃’으로 불리는 기수가 되거나 말 관리사, 조련사, 사육사, 장제사, 재활승마 지도사 등으로 취업하게 된다. 최은영(말산업과 3학년) 학생은 “기수는 한때 ‘금녀의 벽’이었지만 1999년부터 여성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며 “부모님은 수의사가 되길 바랐지만 나는 전문 기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말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발굽을 관리하는 장제 수업 역시 말 관련 직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둬야 할 코스다. 부착상태가 좋지 않은 편자는 말에게 고통을 주고 발굽의 영구적인 손상을 유발하여 말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마축산고는 살아있는 교육을 위해 전문 장제사를 위촉하여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장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학교 2학년 김경태 군(가명)은 “예전에는 마사에서 숙식하며 혹독한 수련과정을 거쳐 장제사가 됐다고 하는데 지금은 학교에서 이론과 현장실습을 모두 할 수 있어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PART VIEW]일본·호주 등 해외 취업문 활짝 … 자신감 넘치는 학교로 한국경마축산고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1969년 ‘운봉 축산고등학교’로 개교하여 30여 년 동안 호남지역 축산관련 인재를 배출했지만, 8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산업화로 ‘축산’에 관한 관심이 빠르게 식어갔고, 2000년을 전후해 존폐기로에 서기도 했다. 이때 몇몇 교사들이 일본의 축산고를 방문하게 됐는데 이것이 학교를 살리는 계기가 됐다. 일본은 이미 시대의 변화에 따라 축산고가 애완동물이나 말 관련 학교로 변신해있었다. 이거다 싶었다. 지금은 말 관련 산업이 취약하지만 국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승마에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3년 우리나라 최초로 경마장 마필관리자 양성을 위한 경마축산고등학교로 전환하면서 학교개편작업을 진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춘 학과들을 잇달아 개설하면서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졸업 후 진로도 밝다. 한국경마축산고는 9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하는 전북 최고의 고교로 급성장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과 호주 등 해외취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최대의 경주마 생산·육성목장인 노스팜(North Farm)과 MOU를 체결, 1학년 전체 학생이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있으며, 노스팜의 경주마 조련 기술 습득을 위하여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2학년생 1개월, 3학년생 2개월 이상의 무료 현장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3학년 학생들은 호주로 12주간 글로벌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선진 말 관리와 승마기술을 배우는 특수 과정이었다. 연수를 마친 후 이 학교 학생 7명은 호주 현지의 말 산업체에 정규직원으로 취업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다. 이런 성과는 교사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4년 마이스터고로 전환되자 교사들이 먼저 뭉쳤다. ‘제자들 한번 제대로 키워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질 높은 교육과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말 관련 산업체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갔다. 프랑스, 호주 등 말 산업 선진국으로 해외연수를 떠나 2~3개월씩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도 했다. 이 교장은 “승마를 담당하는 교사는 모두 승마 분야 3급 이상 지도자 자격을 가지고 있고 프랑스 출신 승마교관을 산학겸임교사로 활용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며 “교사들의 노력으로 학교 전체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이어 “학교의 모든 교육기반이 완성되면 머지않아 세계 최고의 말 산업 마이스터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독일에서 대학에 입학하려면 정규대학 입학자격인 아비투어(Abitur)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직업학교를 다닌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입학자격(Fachhochschulreife)을 취득하거나, 일정 기간 직장생활을 한 후에 학위와 연계된 직업동반 학위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 이들 과정은 표 1과 같이 학업과 직업훈련의 연계, 학업과 직업의 연계 등 이원화 교육과정 형태로 운영된다. 즉, 학업과 직업훈련을 연계하는 교육과정인 직업훈련통합 학위과정(Ausbildungsintegrierende Studiengange)과 학업과 직업을 연계하는 교육과정인 실무통합 학위과정(Praxisintegrierte Studiengange), 직업통합 학위과정(Berufsintegrierende Studiengange), 직업동반 학위과정(Berufsbegelitendes Studiengange)으로 나눠 진행한다. 이들 유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직업훈련통합 학위과정(Ausbildungsintegrierde Studiengange) 직업훈련통합 학위과정은 대학에서 진행하는 이수 학위과정으로서 산업체 현장실무 직업훈련과 연계되어 운영된다. 또한 독일 정부가 인정하는 직업훈련 직종과 연계된 과정이기 때문에 직업훈련은 산업 및 상공회의소(Industrie und Handelskammer), 수공업협회(Handwerkskammer)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산업체와 직업훈련 계약을 사전에 맺어야 가능하다. 직업훈련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하였을 경우에는 부가적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교육 및 직업훈련 내용의 상호인정 등과 같은 구체적인 학위과정 운영사항에 대해서는 산업체와 대학이 상호협의 하에 조정한다. 일반적으로 정규학업 기간은 8~10학기이다. 학업 기간 중 2~3일간은 대학에서 전공에 대한 이론교육을 받고, 나머지 시간은 산업체나 별도의 직업훈련시설에서 직업훈련을 받는다. 산업체에서의 교육은 직업훈련교사가 담당하며, 직업양성훈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업훈련 비율이 대학에서의 교육과정 내용보다 높다. 졸업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15~18 ECTS*를 이수해야 한다. 1학점은 25~30시간의 학업량에 해당되기 때문에 직업훈련통합 학위과정은 대부분 직업양성훈련 이수 시험에 참여하는 학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직업훈련통합 학위과정은 교육 참여 기회의 확대, 직업훈련의 학문화 촉진, 고용 가능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실무통합 학위과정(Praxisintegrierte Studiengange) 실무통합 학위과정은 특정 산업체와 실습계약(근로계약, 직업훈련계약, 현장실습 인턴계약)을 맺고, 한 학기 정도 여러 실습단계를 이수하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다. 학생들에게 현장실습 학기는 입직을 위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학생선발은 대학에 맡겨져 있으며,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현장실습보고서 작성이나 졸업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2014년 현재 학위과정은 1,505개 과정이 전문대학(Fachhochshule), 직업아카데미(Berufsakademie), 종합대학교(Universitat)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직업통합 학위과정(Berufsintegrierende Studiengange) 직업통합 학위과정은 직업계속교육(Berufsweiterbildung)을 위한 학위과정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은 이미 직업양성훈련을 완료하였거나, 직업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3~4년간의 장기간 블록 세미나에 참여하거나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직업생활과 학위과정을 병행한다. 따라서 직업통합 학위과정은 산업체에서의 직무행위와 학업 사이의 상호연계성이 매우 밀접하다. 또한 직업통합 학위과정은 석사학위과정과 연계되어 있다. 최종적으로 학위를 이수하고 상위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 학위와 더불어 마이스터(Meister)나 단순 기능공이 아닌 기술자(Techniker)의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PART VIEW] ● 직업동반 학위과정(Berufsbegelitendes Studiengange) 직업동반 학위과정은 산업체 경력사원이 자신의 직업역량을 강화하거나 경력 및 보수를 향상하기 위해 참여하는 대학과정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직업훈련과 현장실습에 알맞은 대학과정을 제공하고, 신규사원과 경력사원들에게는 직장생활을 겸할 수 있도록 계속교육 수준에 맞춘 대학과정이 제공되고 있다. 직업양성훈련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원격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자기 스스로의 공부(70%)와 전문대학(Fachhochschule)에서의 교육(30%)을 이수하면 학위가 수여된다. 이수하는 과정의 대부분은 일반적인 원격교육과 달리 산업체가 요구하는 특수한 사항들을 배우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의 이수가 현재 근로 면제의 단계나 경영상의 근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졸 취업자 상황에 맞는 다양한 학위과정 독일에서 우리나라 후진학 계속교육의 형태와 유사한 것은 네 가지 유형 중 직업통합 학위과정과 직업동반 학위과정이다. 직업훈련통합 학위과정은 우리나라의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제도와 유사하다. 그러나 재직자특별과정, 계약학과, 산업체위탁교육 등의 후진학 계속교육과정이 차별화 없이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의 후진학 계속교육인 이원화 학위과정은 직업과 학습의 관계성과 병행성 정도에 따라 표 2와 같이 더욱 세분하여 운영되고 있다. 즉, 참여하는 학생의 교육 여건에 따라 직업양성훈련에 참여할 것인지 혹은 계속교육의 형태(재직근로자에게 해당)로 참여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일반대학의 학위과정과 달리 실습교육의 비율이 높고, 중등단계에서 배운 이원화 현장실습을 심화하여 학위과정을 단축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구글에서 만든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 간의 바둑대결은 인공지능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을만한 사건이었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Deepmind)사의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고 하였다. 따라서 알파고는 그 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하면서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만을 간추린 후에 전체적인 대국 상황을 파악하면서 다음에 둘 수를 결정한다. 마치 인간이 ‘직관’을 통해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 이러한 알파고의 직관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바로 인간이 만든 소프트웨어이다. 알파고가 갖고 있는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며, 그것은 인간의 코딩에 의해 만들어진다. 미래 사회는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가치를 창출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가 될 것이다. 이미 소프트웨어는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손에 항상 쥐어져 있는 스마트폰, 자동항법장치를 담고 있는 비행기나 자동차, 컴퓨터를 활용한 모든 작업들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만약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도움을 받아 바둑을 둔다면, 바둑계에서 천하무적이 될 것이다. 만약 인류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난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활용하는 자(player)’가 아니라 ‘새롭게 만드는 자(maker)’가 필요하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이상 만들어진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알파고에게 이미 만들어진 대국 기보만을 입력했다면, 알파고는 결코 이세돌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알파고는 기존에 입력된 기보를 토대로 스스로 학습하면서 새로운 기보를 만들어 냈다. 프로그래머는 알파고에게 지식만을 주입한 것이 아니라, 지식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학습법을 알려주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도 마찬가지이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알파고가 시키는 대로 바둑을 두는 아자황이 아니라, 알파고의 정보를 이용하여 바둑을 두는 이세돌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습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코딩 교육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자(player)’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만드는 자(maker)’를 기르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새로운 경제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성공 기회를 공평하게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초·중·고 학생들에게 컴퓨터과학을 가르치려는 ‘모두를 위한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 for All)’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컴퓨터과학은 읽기, 쓰기, 셈하기와 함께 새로운 기본 교육이며, 단순히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석 기술과 함께 코딩 역량을 향상시키는 교육이다. 또한 영국은 이미 2014년 9월부터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컴퓨팅(computing)’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컴퓨팅 교육은 초등학생들에게 자연과 인공적인 시스템을 이해시키고,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결과를 추론하게 하며, 오류를 수정하면서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코딩 교육 목표, 프로그래머 양성 아냐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우리 정부도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를 통해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포함시켜 코딩 교육을 강화시키고 있다.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한 실과 교과에 17시간 이상을 확보하여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절차적 문제해결방법과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중학교 과정에서는 정보교과를 선택에서 필수로 전환하여 모든 학생들이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2016년에는 초·중·고 900개교를 소프트웨어 연구학교와 선도학교로 지정하여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코딩 교육의 열풍이 한 때의 유행이 아니라,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PART VIEW]첫째, 코딩 교육의 목표를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유가 그들 모두를 작가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듯이, 코딩을 가르치는 이유 또한 그들 모두를 프로그래머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다. 코딩 교육의 목표는 미래 사회에서 꼭 필요한 컴퓨터과학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키우려는 것이다. 컴퓨터과학적 사고력은 컴퓨터과학의 개념과 원리를 이용하여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컴퓨터과학의 개념과 원리를 이용한다는 것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이해하고, 분해하고, 규칙을 찾고, 알고리즘을 만들고, 선택과 반복 구조를 만들어 프로그램을 짜고, 그것을 문제에 적용하고, 오류를 찾아 해결하고, 최적의 해결방법을 찾아 문제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툴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코딩 교육을 살펴보면, 대부분 스크래치나 엔트리, 로봇과 같은 툴 중심 교육을 펼치고 있다. 과거 ICT 교육이 컴퓨터과학의 개념과 원리보다는 워드프로세서나 엑셀, 파워포인트와 같은 툴을 가르쳤듯이 지금의 코딩 교육이 그렇게 될까 봐 우려된다. 과거 툴 중심의 ICT 교육은 컴퓨터교육을 쓸모없는 교육으로 전락시켰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워드프로세서나 파워포인트와 같은 툴을 잘 다루면 컴퓨터를 잘한다고 오해했으며, 그로 인해 더 이상 컴퓨터교육은 필요 없다고 여겼다. 현재의 코딩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스크래치나 엔트리와 같은 툴을 잘 다룬다고 해서 컴퓨터과학적 사고력이 길러진 것은 아니다. 그저 하나의 툴을 더 다룰 수 있는 플레이어를 길렀을 뿐이다. 셋째, 놀이중심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을 이끌기 위해서 체험과 놀이중심교육을 하는 것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그것이 놀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그동안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진 로봇 교육은 로봇을 조립한 후 리모콘으로 조정하다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일부 교사들은 저학년 학생에게 코딩 교육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코드닷오알지(https://code.org)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인크래프트 Hour of Code’ 프로그램은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코딩 교육이다. 막상 고학년 학생들에게 로봇을 활용한 코딩 교육을 하려고 하면 저학년부터 배워왔기 때문에 싫증을 느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놀이를 뛰어넘은 코딩 교육을 하려면 리모콘을 활용한 로봇 교육에서 벗어나, 간단한 프로그램이라도 직접 코딩하여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넷째, 동료들과 함께하는 활동중심교육이어야 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엔트리나 코드닷오알지에서 제공하는 ‘미션 게임’을 수행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미션을 남들보다 빨리 마치기 위해 대충 프로그램을 작성한 후 실행한다. 그리고 오류가 나면 수정하고 실행하는 일을 수 십 번 반복한다. 이러한 코딩 교육에서는 아이들의 깊은 사고는 전혀 없고, 그저 자극에 반응하는 수준에서 끝난다. 따라서 컴퓨터의 전원을 끈 상태(unplugged)에서 친구들과 문제해결방법을 찾아 직접 수행해 보는 언플러그드 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언플러그드 활동은 컴퓨터 앞에서 하는 코딩과 달리 해결방법을 실행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한 번 수행할 때마다 해결방법을 심사숙고한 후에 실행하게 된다. 따라서 컴퓨터를 활용한 코딩 교육뿐만 아니라 언플러그드 활동을 통한 코딩 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플러그드 활동에 필요한 교재나 교구 등이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한다. 다섯째, 코딩 교육에 필요한 충분한 시수를 확보해야 한다. 코딩 교육을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포함된 초등학교 수업 시수는 17시간 정도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시행되기 전에는 2015년에 발표된 ‘소프트웨어 교육 운영 지침’에 따라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여 코딩 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ICT 교육체제에서도 활용중심교육에서 벗어나 문제해결력을 키우기 위해 2005년에 ‘정보통신기술교육 운영 지침’을 수정·고시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ICT 교육을 위해 의무적으로 1시간씩 편성했던 재량활동시간이,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창의적체험활동시간으로 축소되면서, 시수를 확보하지 못해 운영 지침은 사실상 폐지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소프트웨어교육 운영 지침’도 창의적체험활동시간에 별도로 시수를 확보하지 않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코딩 교육에 필요한 17시간 이상의 수업 시수를 창의적체험활동시간에 명시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교육 운영 지침을 수정해야 한다. 끝으로, 코딩 교육과 관련된 교원 연수체제와 양성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중학교와 달리 초등학교는 교과 담당 교사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모든 교사들이 코딩 교육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 현재 초등 교원의 수는 18만 명 정도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따라 2018년에 초등학교 5~6학년에게 코딩 교육을 하려면 최소한 6만 명 이상의 초등 교원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선도요원을 양성하고 있으나, 선도요원 중심의 전달연수만으로는 코딩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양성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대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코딩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코딩 교육 과정을 전공 필수 과정으로 편성해야 한다. 코딩 교육은 미래 세계와 소통하는 제3외국어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할 필요는 없지만, 코딩 교육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제공되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다. 우리는 알파고와의 대결을 보면서 미래의 인간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이기기 위해 알파고가 두는 수를 그대로 두는 아자황의 모습과 지더라도 자신의 생각에 따라 자유롭게 두는 이세돌 9단의 모습이다.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영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놀이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수정하고 새롭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딩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6월, 어느덧 1학기가 지나간다. 교단의 봄은 긴장의 계절이다. 인사이동, 새 업무, 새로운 동료와 학생들, 그리고 낯선 학부모…. 신학기 긴장은 1학기 내내 풀리지 않는다. 낯선 환경에 대한 심리적 부담은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15평 남짓한 교실 속에서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채 서로를 탐색하며 1학기를 보낸다. 어느 정도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면 나름의 판단으로 삼삼오오 그룹을 형성하면서 ‘따돌림의 기운’이 서서히 만들어진다. 3년 전 겪었던 학급내 따돌림도 그랬다. 사건의 발단은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1학기가 지나면서 우리 반 여학생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저마다 깔깔거리며 급식, 이동수업, 하교 등 서로 무리 지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선희(가명)가 다른 그룹의 아이들과 함께 종알대며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의아했지만 그냥 무심히 넘겼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난 후, 쉬는 시간에 잠시 교실에 들렀을 때 선희는 몇몇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울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은 채 서로 눈치만 살폈다.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우선 상황 파악을 해야만 했다. 생활지도 1단계 : 상황 파악하기 혼잣말처럼 넌지시 학생들을 향해 한 마디 던졌다. “선희가 우는데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맘이 무겁네….” 전략이 통했는지 한 학생이 다가와 나름 심각한 이야기를 전해줬다. 연주(가명)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선희 욕을 하자 선희 남자친구가 연주에게 같은 방법으로 맞대응했고, 선희와 그 친구들이 연주에게 욕을 하고 나면 이번엔 연주 친구들이 선희를 공격하는 등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하는 상황을 반복하다 결국엔 연주가 집단 따돌림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상황 파악 Tip 교사가 진지하게 ‘무슨 일이야. 왜 울고 있어. 아는 사람 말해봐’ 등 다그치듯 물어보면 학생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입을 더 다문다. 따라서 ‘너희를 혼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을 돕고 싶은 것’이라는 교사의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대화가 학생들의 협조를 끌어내는데 효과적이다. ●“선생님이 돕고 싶은데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으니 안타깝네.” ● “너희도 친구가 걱정되나 보구나. 우리가 함께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뭐라도 알고 있는 사람 있니?” 생활지도 2단계 : 학생 상담하기 먼저 선희와 연주가 속한 그룹 학생들을 차례로 상담하였다. 선희 그룹 아이들과 연주 그룹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편 잘못을 끄집어내기 바빴다. 나는 간간이 “진짜 화났겠다”, “저런”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이후 진행되는 학부모 상담 및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등 사건처리를 준비했다. 학생 상담하기 Tip 학생들의 입장을 공감하기 위해 교사는 상황이 파악되기 전까지 어떠한 선입견도 품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두 집단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며, 학생들도 자신들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두 입장을 모두 들어본 후, 교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교통정리’이다. 여학생들의 ‘따돌림’ 문제는 대부분 오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A의 행동을 B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해하거나, 예상 밖의 B 반응에 A가 어떤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넘겨짚는 것이다. 또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러 지점에서 아쉽고, 속상하고, 어이없고, 황당하고, 화가 나는 상황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어린 마음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 짚고 넘어간다면 교육적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다음과 같은 대화가 학생들과 진솔한 상담을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이다. ● “선생님은 너희를 혼내려고 하는 건 아니야. 너희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알고 싶은 거야.” ● “그랬구나. 너무 화가 나서 그랬구나. 그래서 너도 그런 행동을 했던 거구나.” ● “어때? 다음번에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니?” ● “A는 이런 마음이었대. 그래서 네가 이렇게 반응했을 때 어이가 없었다는구나. 그래서 A도 화가 났던 모양이야. 그런데 넌 오히려 A가 화를 내니까 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이해가 되니?” [PART VIEW]● 생활지도 3단계 : 피해학생의 학부모 상담 우선 선희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간단한 인사 후 선희가 평소와 다른 점이 없었는지 물었다.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라며 일단 안심시킨 뒤 선희가 요즘 학교에서 친구 사이에 갈등이 있고 그래서 담임으로서 몹시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선희와 상담을 진행하기 전에 담임교사가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있는지 어머니께 도움을 받기 위해 전화를 드렸다고 협조를 구했다. 다음날 다시 통화한 선희 어머니는 감정이 격해져 있었다. 선희를 통해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은 뒤 거친 어조로 따져 물었다. 선희 어머니가 냉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학부모 상담하기 Tip 학부모는 철저히 자녀의 말만 믿는다.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며 우는데 흥분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으랴. 그 마음을 최대한 공감해야 사건 마무리 과정이 순조롭다. “선희도 이런 잘못을 한 부분이 있어요”라는 말은 진실이기는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이 다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초점을 두고 상담을 진행한다. “이만하기를 얼마나 다행이에요”라는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심한 경우 더 화를 부를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은 대화가 학부모의 협조를 얻는데 효과적이다. ● “어머님, 속상하시지요? 제가 어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새롭게 파악한 사실을 듣고 선희와는 내일 상담할 예정입니다. 피해사실이 모두 파악되고 나면 상대학생과 그 어머님을 만나 상담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선희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이 중요하니 어머님께서 잘 토닥여 주시기 바랍니다.” ● 생활지도 4단계 : 가해학생의 학부모 상담 사건과 관련된 학생들의 사안경위서를 받고 난 후, 차례로 해당 부모님과의 상담이 진행되었다. 피해학생에게 나름의 노여움을 갖고 학교로 오신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작성한 사안경위서와 감정일기를 읽은 후 표정이 바뀌었다. 자신의 자녀가 적은 사안경위서에는 저마다의 잘못이 적혀 있었고, 그동안 학생들이 작성해서 담임교사에게 제출한 감정일기 속에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과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그로 인해 벌어질 어색함’에 대한 걱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학생들은 감정일기를 쓰면서 ‘남 탓’에서 ‘내 잘못’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타인에 대한 흥분된 감정이 왜 생겨났는지’ 자신의 감정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과 번갈아가가며 감정일기를 쓰면서 생각과 느낌이 변했고, 학생들은 스스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감정일기를 읽어 본 학부모들 역시 성장했다.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서로 주고받은 사과편지에 답글을 적었다. 학생들은 해당 부모님이 적어 준 답글을 보며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다. ● “연주 어머님, 연주에게 SNS로 욕하고 제 남자친구가 찾아가 다른 친구들에게 비방하고 다녀서 죄송합니다. 아직은 예전처럼 웃으며 친하게 지내는 단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복도에서 만나면 웃으며 눈인사는 주고받고 있어요.” ● “선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무척 마음이 아팠단다. 하지만 이젠 연주와 예전처럼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한다니 고맙구나.” 아이들이 성장하는 속도에 맞춘 생활지도 11명의 아이가 관련된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는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아이들이 까칠하거나 부모님들의 노여움이 커서 오래 걸린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아이들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그들의 감정이 성장하는 속도에 맞추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생활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 ‘사건 종료’가 아니라 ‘사건을 통한 성장’이 아닐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상대방을 깊이 이해해나가는 것, 그것이 학생들이 일 년에 한 번씩 새로운 인연을 만나면서 배우고 익혀야 할 ‘사람살이’ 아닐까 싶다.
가끔 상담 도중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아이들을 만난다. 상담자도 사람인지라 돌아나가는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을 깊은 심호흡으로 억누를 때도 있다. 내 인생 최고의 ‘강적’은 올해 만난 1학년 학생이다. 상담 도중 “상담교사라는 사람이 그딴 식으로 말할 거면 입 닥쳐요. 여기서 나가라고요”라고 소리치는 학생이다. 3개월 정도를 만나고 있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교사들은 물론 선배들도 멀리서 이 학생이 나타나면 피해 다닐 정도이다. 도대체 이 아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견적’조차 나오지 않는다. 상담을 한다고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학생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은 부담스럽고, 두렵다. 하지만 이대로 사회에 내보내면 9시 뉴스에서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더 두려웠다. 기나긴 싸움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변화가 생겼다면 상담실에 비상벨이 생겼다는 것이다. 한 대 맞을까 봐서…. 7살에서 정신적 성장이 멈춘 듯 보이는 아이 처음 상담실에서 만났을 때 어깨는 좌우로 삐딱하게, 치마에 손을 찔러 넣고, 눈은 위아래로 훑어 내리면서 건들건들 걸어 들어왔다. 의자에 털썩 앉으면서 “××, 이 학교 선생들은 다 쓰레기 같다니까. 왜 남의 핸드폰을 뺏고 지랄이야”라며 욕부터 내뱉었다. 그리고는 어서 인성지도부에 가서 자신의 핸드폰을 찾아오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응? 내가? 왜?”라고 반문하자, 학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핸드폰을 뺏겼어요. 그래서 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잖아. 상담샘은 애들을 도와줘야 하는 거니까, 샘이 나를 도와줘.” 직장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 반말로 일관했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심부름해주는 거잖아.”라며 거절했다. 그랬더니 “그럼 내 핸드폰 어떡하냐고. 내 핸드폰 내놓으라고”를 외치며 상담실 바닥에 퍼질러 앉아 발을 굴렀다. 기가 막혔다. 마치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7살 어린아이 같았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떼를 부리는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어른이 지쳐서 항복할 때까지 떼를 쓴다. 협상하며 어른을 제압하려 한다. 점점 강도가 심해져 육체적·언어적 폭력을 가하면서 자기 뜻대로 상황을 이끌어 간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해를 해서라도 항복을 받아내려고 한다. 따라서 이런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식으로, 제풀에 꺾이도록 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눈치를 살피던 학생은 툭툭 털고 일어나 교실로 가버렸다. 두 번째 만남은 더 기가 막혔다. 수업시간에 교사에게 대들다가 상담실로 끌려온 학생을 개인상담실에 잠시 대기하게 하고, 밖에 나와 어떤 상황이었는지 자초지종을 듣던 중이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안을 들여다봤더니 상담실 사물함을 뒤져서 과자를 꺼내먹고 있었다. “뭐하니?”하고 묻자, 또다시 상담실 바닥에 퍼져 앉아 대성통곡하며 울었다. 기괴한 소리까지 내면서. 마찬가지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저 눈물 자국 많이 났어요?”라고 물으며 자리에 앉아 화장을 고쳤다. 세 번째는 체육복을 입고 다니다가 인성지도부에 걸려,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난 후였다. 여전히 흥분상태에서 씩씩거리며 나에게 황당한 한마디를 했다. “담배 피우다 걸린 아이와 체육복 입고 걸린 아이를 동급으로 취급하는 학교가 어디 있어요? 아니 어떻게 둘 다에게 벌점을 줄 수가 있는 거죠?” 체육복을 입은 거나 담배를 피운 거나 둘 다 교칙위반인 것은 마찬가지라는 설명에 또 이렇게 외쳤다. “상담교사라는 사람이 그딴 식으로 말할 거면 입 닥쳐요. 여기서 나가라고요.” [PART VIEW]아버지를 감방에 처넣으라는 아이 상담공부를 할 때 예시자료로나 들어봤지, 실제로 이런 학생을 만나보기는 처음이었다. 어떤 상담전략을 짜야 할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담임교사의 협조를 얻어 학생이 흥분상태가 아닐 때 상담실에서 만났다. 그 학생은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바로 자기 부모님이라고 했다. 아버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상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면 자신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와 책임은 부모님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면서 왜 자기만 병원에 가라고 하고,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때리는 아버지와 그걸 보고만 있는 어머니와 오빠, 모두 똑같은 사람들이니 감방에 처넣어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며 책상 위에 있던 색연필을 집어 던졌다. 말을 하면 할수록 감정이 폭발하고 점점 흥분이 되는 학생이었다. 혹시나 싶어 병원 치료 경력을 물었다. 또다시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나는 문제가 없다고. 문제는 아버지라니까. 그 사람이 나를 때리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되지 않았다고. 병원엔 그 사람이 가야 하는데 왜 자꾸 나보고 가라는 거야”라며 소란을 피웠다. 부모 상담 전 검사를 통한 객관적 자료 확보 부모 상담을 진행하기 전에 간단한 검사를 실시해보기로 했다. 이 학생은 상담이 아닌 병원 치료가 필요했고,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자료 확보가 시급했다. CASS 검사* 결과 ADHD 및 품행장애 경향을 보였다. 부모님 역시 강제입원까지 생각할 정도로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계셨다. 하도 악을 쓰며 대들어서 아버지가 손찌검을 했고, 화가 나면 엄마를 밀치고 때리는 통에 오빠가 자주 혼을 내서 모든 가족구성원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고 한다. 요즘엔 툭하면 집을 나가서 대학로 ‘쉼터’에서 잠을 자는데, 이곳 상담사들과도 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란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내성적이고 조용히 학교를 다니며 별문제가 없었는데, 2학년 때 교사에게 대드는 모습에 아이들이 환호를 해주면서 180도 돌변했다고 한다. 교사에게 심하게 대들면 대들수록 친구들은 웃으며 좋아해 줬고, 그 행동이 더 심해져서 나중엔 선생님들이 그냥 피했을 정도라고 했다. 다행히 그 학생의 부모는 강제로라도 병원에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병원 치료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부모들은 병원 치료를 꺼린다. 심지어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 충분히 이해는 된다. 하지만 상담으로 안 되는 상황이 있다. 우울, 자살고위험군, 불안증, ADHD, 품행 문제, 인지왜곡 등은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 학부모들에게 병원 치료를 권할 때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면 도움이 된다. ● “확실치는 않지만 병원 치료가 ○○이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지금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이에게 정말 위험한 일이 닥칠 수도 있으니까요. 설마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나중에 위험한 일이 생기면 큰일이잖아요. 독감에 걸리기 전에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놓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맞아요. 병원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보통 큰 결심을 하지 않고는 힘들죠. 아직까지 사회적 인식이 조심스럽죠. 하지만 ○○이와 상담한 내용에서 분명 조금 의심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하게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찜찜한 상태로 있다가 ○○이에게 정말 위험한 일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이가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어머님, 아버님께서 큰 용기를 한 번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교직원 연수를 통해 모두 같은 지도방법 공유 학생이 감정적으로 대할 때, 성숙한 어른인 교사는 절대로 감정적으로 대하면 안 된다. ‘정신줄’을 놓지 말고 끝까지 이성적으로 대해야 한다. 학생이 흥분해서 화를 돋운다고 교사까지 흥분하면 학생들은 이내 자신의 잘못은 잊고 교사의 행동만 꼬투리 잡는다.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돌변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차별대우한다. 나만 미워한다”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심한 말을 할 수 있느냐”며 흥분한다. 친구들에게도,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도 똑같이 전달한다. 결국 교사는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고, 자신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다. 정당성을 확보한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하게 되고, 점점 과감해진다. 교실 안에서의 주도권을 이 학생이 갖게 되는 순간, 학생들을 통솔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간다. 학생이 막말을 하거나, 품행 문제를 일으킬 때 교사들이 흔히 하는 나쁜 예를 살펴보자. 그럼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일단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묻는다.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대들면, 그 감정은 제쳐놓고 ‘내용’만 되묻는다. “아, 이런 일 때문에 화가 난 거구나”라고. 학생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정당화를 시작하면,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논리적 허점을 치고 들어간다. “아, 그랬구나. 그런데 아까 그 일은 왜 그렇게 된 거지? 넌 이렇게 행동했다며?” 중요한 것은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해서 발생한 것이지 타인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다 네 잘못이야. 네가 잘했으면 이런 일 안 벌어지잖니?’라는 식의 구체적이지 못한 말은 위험하다. 콕 짚어서 어떤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줘야 한다. 가장 쉬운 지도방법은 ‘외면’이다 그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기를, 학교에 나오지 않기를 바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세상에 가장 쉬운 지도방법은 외면이다. 관심을 갖고 끌어안으면 안을수록 힘들어진다. 학생의 성난 가시가 나를 후벼 파고들어 상처가 나고, 진이 빠진다. 상담 효과도 별로 없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지 사실 난감하다. 그래서 이 방법 저 방법 닥치는 대로 사용해본다. ‘그러다 잘못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감기에 걸렸을 때 한 가지 약만 먹지 않는다. 의사도 한 가지 약만 처방해주지 않는다. 나에게는 A 감기약이 잘 들었는데, 남편에게는 안 들을 수도 있다. 작년에는 잘 들었던 약이 올해는 안 들을 수도 있다. 상담 방법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 학생에게 잘 적용되었던 상담 방법이 저 학생에게는 해당 사항 없을 수도 있고, 작년에 실패했던 상담 방법이 올해는 성공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 누구에게 맞을지 알지 못한다. 또한 당장 효과가 나타날지, 몇 년 후에 나타날지 그것도 알 수 없다. 그저 지금 최선을 다해 이것저것 해보는 수밖에.
01 19세 이하 관람 금지 등급에 속하는 어떤 영화를 광고하는 표현 중에 ‘뼈와 살이 타는 밤’이라는 구절이 들어 있었다. 섹스 행위의 적나라함과 격렬함을 암시하는 자극적 표현이다. 오죽하면 뼈도 타버리고 살도 타버린단 말인가. 너무 직접적이고 과장된 표현이어서 나는 다소 엽기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잘 승화된 에로티시즘의 미학에 감화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어떤 무지(無知)와 폭력의 분위기가 연상되어서, 혐오감 같은 것이 생겼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성(性)에 대한 호기심에 눈뜨는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까. 혐오감보다는 본능적 이끌림이 더 앞설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이런 일도 있었다. 2004년에 만들어진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포스터 광고 사진(주로 버스나 지하철의 벽면에 붙여서 광고한다) 심사를 당국에서 했는데, 이 광고는 세 차례나 반려되었다. 이유는 지나치게 선정적(煽情的)이라는 것이다. 사연은 이러하다. 포스터 사진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김효진이 부드러운 시폰 소재를 입고 엉덩이 곡선을 드러낸 채 엉덩이를 고양이처럼 들고 있는 자세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것이다. 광고물심의위원회가 “김효진의 자세가 너무 야하다”고 지적해 퇴짜를 놓자, 영화사 측은 포스터에서 김효진의 엉덩이 부분을 잘라내 심의를 넣었으나 다시 반려됐다. 잘라낸 사진에서 김효진과 최지우의 등이 드러나 마치 옷을 입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영화사 측은 김효진의 어깨 부분이 드러난 사진을 심의에 넣었으나 겨드랑이가 드러나 역시 세 번째 퇴짜를 맞았다. 야한 영화를 선전하는 표현들이 이런 수준이다. 그걸 보는 우리는 민망하다. 민망하다는 것은 그걸 남과 함께 보았을 때, 같이 보는 사람을 대하기가 안쓰럽거나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안쓰럽다는 것은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 야한 광고를 그 사람과 함께 보고 있기에는 마음이 너무 언짢다는 것이다. 야한 영화를 선전하는 표현들은 마치 무슨 지령을 받은 것 같다. 사람들로 하여금 오로지 그 야한 영화에 빠져들도록 하는 데에만 초점을 둔다. 그래서 선정주의로 빠진다. 어떻게 하면 ‘야한 욕정(欲情)’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을 줄까. 그것도 보통 자극이 아닌, 강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 ‘야한 욕정’이란 그나마 점잖은 말이다. ‘야한 욕정’이란 섹스 욕구이다. 그것을 충동적으로 거칠게 마음에 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모두가 ‘선정성(煽情性)’ 또는 ‘선정주의(煽情主義)’에 해당한다. 참 나쁜 것이다. ‘선정성’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사람들의 감정이나 욕정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어떤 성질’, 풀이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이번에는 ‘선정주의(煽情主義)’란 말로 그 뜻을 찾아보았다. ‘사람들의 말초적 관심, 특히 육체적 쾌감을 자극하여 흥미를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태도와 수법’이라고 되어 있다. ‘말초적’이라는 말이 수상쩍다. 이 말을 다시 사전에서 찾았다. 앞에 나온 ‘부분적이고 사소한’이라는 뜻은 ‘선정적’이라는 말과 잘 호응 되지 않는다. 이어서 ‘말초적’의 두 번째 뜻이 나온다. ‘성적 환상이나 육체적 욕망 따위를 불러일으키는’이란 뜻이란다. ‘말초적’을 이렇게 해석해야 ‘선정적’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선정성이나 선정주의는 좋은 것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02 그러나 사람들의 말과 마음 쓰임의 관계를 조금만 주의해서 들여다보면 선정적이라는 말, 또는 선정주의라는 말을 꼭 성적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뜻으로만 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의 글자 그대로 뜻을 조금만 더 충실히 살려서 우리 언어생활을 반성하는 데 더 넓게 적용한다면 제법 아름다운 교양의 품격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PART VIEW]‘선정(煽情)’은 ‘부채질할 선(煽)’자와 ‘감정 정(情)’자로 이루어진 말이다. 즉, 마음속의 감정을 부채질하여 불러일으켜 낸다는 뜻의 말이다. 더구나 ‘부채질할 선(煽)’자를 자세히 보면 이 글자의 의미가 자못 고약함을 알 수 있다. ‘부채질할 선(煽)’자는 ‘불(火)’과 ‘부채(扇)’가 합해진 글자인 것이다. 그러니까 불 옆에 가서 부채질을 해 대는 행위가 곧 ‘부채질할 선(煽)’자의 본색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 마음 안에 있는 감정은 일종의 ‘불의 상태’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감정에 마구 부채질을 해대는 것이 선정주의(煽情主義)인 것이다. 이때 부채질하여 불러일으켜 내는 감정은 주로 나쁜 감정들이다. 마음속의 나쁜 감정은 욕정의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움의 감정도 있고, 분노의 감정도 있고, 질투의 감정도 있고, 복수의 감정도 있고, 경멸의 감정도 있고, 교만의 감정도 있다. 이런 종류의 감정을 부채질하듯 불러일으키는 것은 모두 선정주의 행태라고 보아야 한다. 더구나 선정주의는 내가 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남의 감정을 부채질하여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게 함으로써 남을 이용하여 내게 어떤 이익 되는 바를 얻기 위해서이다. 게르만 민족의 배타적 우월성을 내세우기 위해서 유대인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부채질한, 그리하여 6백만 유대인을 학살하도록 한 나치의 행태는 극단적 선정주의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런 선정주의를 통해서 나치는 정치권력을 장악하였다.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때, 조선 사람들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지게 하여, 일본인들로 하여금 조선 사람들에 대한 보복 감정을 갖도록 부채질한, 그리하여 조선 사람을 무차별 학살하도록 한 사태에도 선정주의의 악귀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말 아프리카 르완다에는 두 부족 사이에 사소한 분란이 생겨, 불과 석 달 사이에 서로 간에 무려 백만 명에 가까운 학살이 일어났다. 작은 증오의 감정을 계속 부채질하여, 증오가 확대 재생산되었다. 증오 감정에 점점 부채질을 강화해 나감에 따라, 점점 더 잔인하고 점점 더 큰 규모의 학살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선정성 또는 선정주의의 발동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 준다. 르완다 전범을 재판한 유엔 형사 재판소는 ‘증오를 선동한 죄’를 형법으로 만들어 재판에 적용하였다. 선정주의가 죄가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 선동(煽動)은 선정(煽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범주에 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03 얼마 전 서점에 갔다가 미친 국어사전이라는 책을 발견하였다. 책 제목이 내 마음 안의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사전이 미치다니? 미친 사전은 어떤 것일까?’ 나는 갑자기 사전의 미친 꼬락서니를 구경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 욕구는 엽기사건을 좋아하는 감정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살펴본 그 책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하며 올바른 개정·보완을 촉구하는 책이었다. 그러니까 표준국어대사전을 ‘미친 국어사전’이라고 부른 셈이다. 저자의 인식과 주장은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대로 표준국어대사전이 결함과 미흡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전 자체를 ‘미친 국어사전’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전에 대한 비판의 감정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미친 국어사전이라는 책명을 일종의 레토릭으로 사용한 것 같았다. 출판사의 판매 전략이 책명에 끼어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홍보나 마케팅에도 얼마간의 감정 부채질 즉, 선정성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정 부채질이 지나치면 나쁜 광고, 나쁜 마케팅이 되는 것이다. 선거 홍보는 자칫하면 선정주의의 유혹에 들기 쉽다. 선거에서 유권자들로 하여금 경쟁자를 혐오하도록 감정을 부채질하는 메시지를 내어놓고 싶기 때문이다. 선정성 메시지가 많은 사회는 유치하고도 본능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미숙한 사회이다. 이렇듯 선정성에 끌려가는 사회는 폭력에도 쉽사리 노출된다. 선정성과 폭력성은 동전의 앞뒤처럼 가깝다. 막말은 선정성과 폭력성을 모두 거느린다. 우리가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를 헤아려 보게 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랑 타령을 한다. 이렇게 사랑 타령하는 이유는 서로의 관념 즉,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의 사랑은 ‘손잡아 주는 것’인데 그녀의 사랑은 ‘밥 사주는 것’일 수 있다. 내가 내리는 사랑에 대한 정의와 다르다고 그 사람을 욕할 수 없다. 관념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속에는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악의적인 댓글이 넘쳐난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배척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다름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며 혼란이 가중되어 갈등이 만연하는 사회가 된다. 한비자(韓非子)의 삼인성호(三人成虎) 물리적 폭력만이 폭력이 아니다. 물리적 폭력은 일시적으로 육체적 고통을 갖고 올 수 있지만 언어적 폭력은 정신적인 피폐를 갖고 온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상징적 폭력의 위험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집단적 사고에 매몰되면 마치 그것이 자연스러운 질서를 갖고 있는 것처럼 정당화됨으로써 그와 상반된 견해를 부정하게 만든다. 집단적 사고는 비판적 사고를 기르지 못한다. 한비자(韓非子)의 내저설(內儲說)에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삼인성호란 세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거짓도 진실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집단 패거리의 사유방식에 맞추는 것이 마치 지성인양 그네들의 사고를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수용한다. 자신이 맞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절대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자신의 기분이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두 적이다. 적은 줄여야 한다. 그러니 악의적인 댓글로라도 죽이려 든다. 공격을 받은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놓아 버린다. 악플러들은 간접 살인자이다. 미숙한 생각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 ‘저절로 빠지기 전에 잘라낸 사슴의 뿔’을 생각(生角)이라고 한다. 따라서 생각은 완전한 것이 못 된다. 다 자라서 저절로 빠져야 하는 사슴뿔을 다 자라기도 전에 잘라내었기 때문이다. 즉, 미숙한 것이 생각이다. 사고라는 것은 전략을 세우고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의 핵심은 예측에 있는 것이다.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는 언어, 관념(사고)이다. 따라서 ‘나’와 ‘세계’를 관계 지어 주는 것은 인식론적 관계(사고)이며, 내가 관계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 건설적인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사고의 훌륭한 기능이다. 그러나 우리는 관계 맺고 있는 세상에 화를 내고 있다. 째진 눈으로 훑어본다. 화는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감정의 영역이다. 그래서 ‘화’ 즉, ‘분노’는 파괴적이고 적대적인 감정이다. 불(火)같은 ‘화’는 ‘독’이 된다. 불교에서는 탐(貪), 진(嗔), 치(痴) 3가지 독이 있다고 본다. 탐(貪)은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것이고, 치(痴)는 ‘어리석음’을 의미한다. 진(嗔)은 ‘성을 내다’는 뜻이다. 세 가지 모두 인간에게 해로운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갖겠다는 욕심은 ‘집착’을 갖게 한다. 많은 것을 갖지 못했을 때 화를 낸다. 이 모두 어리석은 것이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아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자각이 필요한 것이다. 분노했을 때 우리는 생각(사고) 없는 즉, 개념 없는 말을 쏟아낸다. 그 결과는 자신에게 불행이 된다. 이런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많은 생각을 해야 할 시기이다.
지난 1세기 동안 세계의 정치나 경제, 문화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 한 명을 꼽기란 쉽지 않다. 각자 꼽을 수는 있겠으나 합의는 어렵다. 그러나 교육 분야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다. 바로 존 듀이(John Dewey)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미국 북동부의 한적한 마을에서 태어나 20세기 중반까지 활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넘어 세계 교육에 영향을 미쳤고, 20세기를 넘어 21세기 교육까지 그의 영향은 지속되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대의 교육자는 모두 존 듀이의 후예라고도 볼 수 있다. 현대 교육자는 모두 ‘존 듀이의 후예’ 존 듀이는 민주주의와 교육(Democracy and Education) 출판 이후 그의 교육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세계 많은 지역을 여행하였다. 만 60세가 되던 해, 그러니까 당시 한반도에서 3·1운동이 벌어지기 직전인 1919년 2월 9일 그는 부인과 함께 일본 요코하마 항에 도착했다. 그의 방문 이전에 이미 그가 저술한 대부분의 서적은 일본어로 번역되어 일본의 교육계와 철학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일본 지식인들의 비판을 경험한 듀이는 당초 계획이었던 5개월 일정을 축소하고 2개월여 만에 일본을 떠나 그 해 4월 30일 중국 여행을 시작하였다. 시작은 가족여행이었으나 장기 체류가 되었다. 그는 중국에서 차이 위안페이(蔡元培), 후스(胡適), 타오싱즈(陶行知) 등 신문화운동을 주도하던 인사들에 의해 크게 환영을 받았고, 결국 중국에서 2년 이상 체류하며 강의와 여행을 통해 중국 교육의 근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베이징대학 총장이었던 차이 위안페이는 그를 ‘제2의 공자’라고 칭할 정도였다. 존 듀이는 일본에 체류하며 일본의 식민지 지배하에 신음하고 있던 한반도의 이야기를 들었고, 3·1운동의 진동을 경험하였지만, 우리나라를 경유하지 않은 채 배를 타고 바닷길을 통해 중국 상해로 향했다. 당시 일본을 방문했던 대부분의 서양지식인들이 우리나라를 경유하여 중국으로 가는 비교적 쉽고 흥미로운 여행길을 선택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그는 무관심을 드러냈다. 그래서였을까? 일본 식민지 지배 시기에 동아시아 3국 중에서 존 듀이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가장 낮았던 것이 우리나라였다. 해방과 함께 받아들인 존 듀이의 교육철학 그런 존 듀이가 해방과 함께 한국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미국에서는 이미 2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함께 듀이식 진보주의 교육에 대한 본격적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었다. 전쟁이라는 위기를 맞이하여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여러 가지 사회적 단결, 개인적 훈련, 애국적 행동 등이 요구됨에 따라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진보주의 교육이 비판 받기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진행이었다. 이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 이른바 문화유산 속에서 교육적 본질을 찾고자 하는 본질주의, 교육을 통해 사회 재건을 꿈꾸는 재건주의, 그리고 고전이 지닌 초월적 가치를 강조하는 항존주의 등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한 듀이의 교육사상이 해방과 함께 한국에서는 새로운 교육을 위한 ‘복음’처럼 등장하였다. 일본식 군국주의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이론의 부재가 가져온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듀이 혹은 그의 제자 킬패트릭(William Heard Kilpatrick)의 강의를 듣고 성장하였던 오천석을 비롯한 존 듀이 문하생들의 존재가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였다. 그들은 오천석의 표현대로 듀이식 민주주의 교육학의 세례를 받았지만, 일제 식민지 아래서는 이를 마음 껏 펼칠 수 없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자격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펼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해방은 바로 그들이 배웠던 이론을 전개할 수 있는 열린 기회의 도래였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배운 이론은 이미 한 세대쯤 전에 유행하였던 낡은 이론이었다는 사실이었다. 해방 이후 10년간 유행하였던 미국식 교육의 이름은 ‘새교육’이었지만 내용은 ‘듀이 교육’이었다. 교육의 주체를 교사에서 아동으로 바꾸고, 교육내용의 중심을 차지하던 교과지식을 경험으로 교체하고, 생활과 유리된 학교 교육을 생활의 한 부분으로 끌어들이고, 나아가 미래를 위한 준비로서의 교육을 포기하고 교육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자 하였다. 이런 이념을 실천하기에 가장 필요한 과목은 사회생활이었고, 사회생활 과목을 중심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은 코어커리큘럼(core curriculum) 제도였다. 즉, 과거의 역사·지리·공민 과목을 통합한 사회생활과에서 개발한 문제나 프로젝트를 코어(중핵 혹은 중심으로 번역)로 하고 나머지 과목들을 이와 연결시켜 가르치는 방식이었다. 1951년부터 1955년까지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던 이른바 ‘커리큘럼 개조 운동’의 이론적 기반이기도 하였고, 제1차 교육과정의 철학적 기반이기도 하였다. 1952년부터 3차에 걸쳐 미국의 교육사절단이 방문한 것도 큰 영향을 줬다. 그러나 이 당시 전개된 미국 교육사상의 도입과 실천운동을 ‘미국 교육이론의 맹목적 도입’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1980년대 이후 진행되었던 해방전후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한국 현대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해석이 가져온 이런 유사규범화된 관점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1950년대의 지식인들이나 교육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명료하게 듀이의 교육이론을 이해하고 있었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듀이의 교육이론을 받아들였고, 균형 잡힌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적 교육이론 정립을 위해 헌신하였다. 낡은 유행이었을 뿐 맹목적 도입 아니었다 새교육에 실린 많은 글은 1950년대 한국의 교육자들이 맹목적이거나 무비판적인 태도로 듀이의 교육이론을 접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견지해오고 있던 1950년대 한국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오히려 1980년대에 서구에서 수입된 문화적 제국주의이론이나 갈등이론의 무비판적 적용이 낳은 자학적 역사 이해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듀이 교육이론에 대한 비판은 미군정의 종료 시점에 시작되었다. 많은 교육자는 ‘미국식 민주주의 교육으로는 한국 교육이 당면한 고유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공감하였고, 그 결과 새로운 교육이론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전쟁으로 새로운 교육이론에 대한 탐구 노력이 잠시 식기는 했지만 이것이 다시 살아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951년 1·4 후퇴 이후 ‘커리큘럼 개조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교육이론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 당시 커리큘럼 개조 운동을 주도하였던 교육자 중 한 명이었던 공주사범학교부속국민학교 문영한 선생은 “전쟁 이전의 새교육이 범했던 과오를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아동, 우리 교육자, 우리 지역에 적합한 커리큘럼을 구성하여야 한다”고 역설하였다(새교육 1952년 제4권 2호, ‘커리큘럼 신연구’). 전쟁 이전 새교육이 범했던 과오는 바로 미국식 교육이론의 맹목적 적용이었다. 한국 교육이 당면한 과제는 ‘무슨 목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르쳐서 어떤 인간을 양성할 것이냐’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미국식 교수법을 흉내 낸 것에 대한 자성이었다. 전쟁 전에 유행하였던 ‘새교육을 잘하면 중학교 입학시험에도 100% 입학이 될 것이오, 애국심이 부지불식간에 확고히 될 것이다(윤정석, ‘새교육의 진정한 방향’, 새교육 1949년 제2권 3·4호)’라는 식의 사고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새교육 병자’에 대한 비판 우연일 수도 있지만 1952년 6월 1일 듀이의 타계 이후 우리나라에서 듀이 교육사상에 대한 비판은 매우 본격적이며 체계적으로 제기되었다. 대표적인 글이 1954년 새교육 제6권 제4호에 실린 경북대학교 사학과장 이해남의 글 ‘새교육 병’이다. 이 글에서 이해남은 과거에 무비판적으로 듀이 교육사상에 매달리던 사람들을 ‘새교육 병자’라고 부르면서 듀이식 교육을 다섯 가지 측면에서 비판하였다. 첫째,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무한한 낙관주의가 지닌 한계. 둘째, 아동의 생활경험이 지닌 교육적 가치에 대한 과도한 평가. 셋째, 행동중심교육이 지닌 지식교육에 대한 지나친 경시 풍조. 넷째, ‘교육은 생활의 예비가 아니라 생활 그 자체’라는 표어가 지닌 반교육적 성격. 마지막으로 우수한 인재의 대량생산이 필요한 시기에 교육을 수공업화 하려는 시도가 지닌 시대착오성이다. 듀이의 교육철학이 지닌 맹점에 대한 명료한 지적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미국 교육사절단이 미국 지성인 전체의 교육관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서울사대 학장이었던 고광만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듀이 비판가 존 하르돈(John A. Hardon)의 글 미국 교육에 있어서의 듀이 맹신을 번역하여 새교육에 연재하였다(1955년 제7권 2호, 3호). 이 글은 듀이 교육이 가져온 지나친 개인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존 듀이 강의를 들었던 자신의 표현대로 ‘존 듀이의 교육철학으로 세례를 받은 첫 유학생’ 중 한 명이었던 오천석 또한 한국전쟁 이전에는 새교육이 듀이적 교육의 모방에 그치고 확고한 철학적 기초 위에 서지 못함으로써 일종의 시대적 유행물이 되었던 것을 비판하게 된다. 그는 이런 모방풍조에 대한 반성으로 인해 우리 교육계의 새교육에 대한 신념에 동요가 생기고, 옛 교육(지식 중심)에 대한 향수가 재현되었다고 해석하였다. 나아가 종전 후 미국에서 나타난 듀이 교육이론에 대한 비평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됨으로써 새교육이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고 진단하였다(새교육 1955년 제7권 제7호 및 제8호, ‘듀이의 교육사상과 한국의 교육(상), (하)’). 오천석은 듀이의 진보주의 교육의 문제점으로 산만한 교육방법으로 인해 사회적 훈련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과 교육내용에 조직과 계통이 없으며 반지성적인 경향이 있다는 점을 수용하였다. 오천석은 듀이 교육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본질주의 교육의 지향점을 소개하면서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새교육이 이 두 가지 교육철학의 장점을 살려 “개인과 사회를 같이 중요시하며, 자유와 훈련을 같이 존중하고, 흥미와 노력을 더불어 강조하며, 이해와 기본지식에 주력하는 교육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우리 교육역사에 대한 주체적 해석이 필요하다 1950년대의 한국 교육이 존 듀이의 진보주의 교육이론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나 맹목적 적용이 아니었음은 새교육에 실린 다수의 글 속에, 그리고 1950년대 중반의 커리큘럼 개조 운동 주도자들의 주장과 프로그램 속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듀이 교육이론에 대한 명료한 해석을 출발점으로 하되 한국인, 한국 사회, 한국 문화에 기반한 주체적 교육을 실천하고자 하였던 1950년대 교육자들의 노력을 새롭게 규명하는 것은 후배 교육자들의 책임이고 의무이다. 2016년은 존 듀이의 명저이며, 그의 교육사상이 가장 잘 정리된 저서 민주주의와 교육이 간행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사상에 대한 이해와 비판을 통해 주체적 교육개혁을 이루고자 하였던 1950년대 ‘교사중심’, ‘새교육 중심’ 교육운동에 대한 교육사적 재해석이 시도되기를 기대한다. 듀이가 남긴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매일 태양이 뜬다’라는 주문이 새롭게 느껴진다. 우리 교육사에 대한 주체적이며 도전적인 해석을 시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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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꼬마 역사가다. 꼬마 역사가는 이미 알려져 있는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탐구심을 갖고 역사를 찾아간다.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이 되어 궁금한 점을 찾고 질문하며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고 분석하고 유추하며 역사를 꾸미고 해석한다. 이런 일련의 활동 속에서 학생들은 역사를 보는 눈을 새롭게 하며 역사 속에서의 나를 찾을 수 있고, 쉽고 재미있게 역사에 접근할 수 있다. 이때 꼬마 역사가들이 가장 흥미를 갖고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바로 그림·사진·지도 등의 사료이다. 역사수업의 마중물 ‘지도’ 예를 들어 한양이 도읍지로 정해진 까닭을 알아보면서 한양의 전체적인 모습을 살펴보는 수업을 계획한다면 1840년대에 김정호가 제작한 목판 인쇄본의 한양 지도 ‘수선전도(首善全圖)’를 활용해 보자. ‘수선전도’는 조선 건국 당시의 지도는 아니지만 한양이 조선의 수도가 되기 위한 지리·정치·경제·군사적 이유를 직접 탐색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직접 이성계가 되어 한양 천도를 선포한다면 학생들의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하여 역사 현장에 동화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PART VIEW]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 6월. 교실 안에서만 영어수업을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아깝다. 영어 시간은 항상 실내에서 수업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교실 밖에서 체육수업과 통합수업으로 진행해보자.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것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변형한 TPR 수업 영어수업과 체육수업을 통합하는 영어과 교수·학습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은 전신반응(TPR : total physical response)교수법이다. TPR은 미국의 대표적 언어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제임스 애셔(James Asher) 교수가 1970년대 말에 고안한 교수법으로 신체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외국어를 익히는 학습법이다. 그는 “단순 암기식 언어학습은 비효율적이며 신체감각을 활용하여 학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TPR 교수법을 영어수업에 적용하면 학습자가 주어진 언어에 대해 몸으로 반응하면서 해당 언어를 터득할 수 있게 해준다. 즉, 신체 움직임과 인지적 과정이 조화를 이룰 때 효과적으로 목표 언어를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쉽고 많이 하는 TPR 활동은 ‘What time is Mr. Wolf?(늑대야, 몇 시니?)’이다. 이 활동은 우리나라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를 약간 변형한 게임이다. 학생들과 시간을 묻고 답하는 표현을 배우기에 적합하다. ≫ 활동 방법 ‘What time is Mr. Wolf?’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Mr. Wolf(늑대)’를 정해야 한다. Mr. Wolf가 다른 친구들을 등지고 선 상태에서 게임은 시작된다. 다른 친구들이 Mr. Wolf에게 “What time is Mr. Wolf?(늑대야, 몇 시니?)”라고 물어보면 Mr. Wolf는 “It′s o′clock(몇 시)”이라고 답한다. 만약 “5 o′clock(5시)”이라고 말하면 친구들은 5걸음 앞으로 간다. Mr. Wolf가 말하는 시간만큼 걸어가다 보면 Mr. Wolf와 점점 가까워진다. Mr. Wolf는 친구들이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쯤 잡기 위해 뒤돌아 달려갈 수 있다. 물론 친구들은 잡히지 않기 위해 재빨리 도망간다. 잡힌 학생은 새로운 Mr. Wolf가 된다. 이 활동을 반복하다 보면 학생들은 What time is it? It′s o′clock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PART VIEW] 만약 새로운 Mr. Wolf를 정하는 방법을 ‘It′s time for(~하는 시간)’로 변형시킨다면 더 많은 표현을 익힐 수 있다. 예를 들면 ‘It′s time for Dinner time(저녁시간) / Lunch time(점심시간)’일 경우에만 다른 친구들을 쫓아가 잡는 것으로 규칙을 정한다면 “It′s time for class(수업시간)”, “It′s time for bed(잠자는 시간)”, “It′s time for TV(TV 보는 시간)” 등 다른 대답을 할 경우에는 쫓아가 잡을 수 없다. 반복되는 게임 속에서 학생들은 ‘It′s time for’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낙하산을 활용한 TPR 수업 낙하산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낙하산 활동의 경우 게임이 끝난 후 정리 활동으로 ‘팝콘(Popcorn)’을 하면 좋다. 팝콘이란 낙하산 위에 공을 올려놓고 가장 많이 튕기거나, 오랫동안 튕기게 하는 활동이다. ≫ 활동 1 _ 낙하산 술래잡기(parachute tag) 작은 무지개 낙하산에는 각 색깔 부분에 손잡이가 있다. 미리 학생들에게 색깔을 하나씩 정해주고 자신의 색깔이 무엇인지 확인시켜 준다. 학생들이 무지개 낙하산 손잡이를 잡고 “What is your favorite color?(무슨 색깔을 좋아하니?)”라고 묻는다. 선생님이 “My favorite color is yellow(나는 노란색을 좋아해)”라고 대답하면 노란색 손잡이를 잡고 있던 학생이 낙하산 안을 뛰어서 통과한다. 다른 학생들은 낙하산 손잡이를 이용하여 지나가는 학생을 태그(tag)한다. 태그된 학생은 새로운 술래가 된다. 나머지 학생들은 다시 “What is your favorite color?”라고 묻고 새로운 술래는 질문에 답한다. 같은 방법으로 반복한다. ≫ 활동 2 _ 숫자 바꾸기(number switch) 활동 1과 비슷한 방법이지만 이번에는 같은 숫자를 갖고 있는 학생들끼리 자리를 바꾼다. 교사는 게임에 앞서 학생들의 번호를 지정해 준다. 각각 같은 번호는 2개씩 있다. 학생들이 “What time is it?”라 묻고 교사가 “It is 2 o′clock”이라고 말하면 2번인 학생 2명이 다른 학생들이 낙하산으로 태그하기 전에 자리를 바꾼다. 뉴스포츠활동을 영어 수업 속으로 끌어들이자 초등학교의 체육 시간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최근에는 피구, 축구와 같은 전통적인 체육활동에서 벗어서나 티볼(teeball), 축볼(tchoukball), 플로어볼(floorball), 킨볼(kinball) 등 새로운 기구들을 사용한 다양한 ‘뉴스포츠’ 활동이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뉴스포츠 활동을 영어 수업, 특히 TPR 수업에 적용해보자. 영어 수업이 더욱 활기차고 풍성하게 될 것이다.
시 창작 수업은 어렵다. 시는 그저 적당하게 행과 연을 나누고 짧게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시를 써 보라고 하면 아주 빠르게 시를 완성한다. 또 어떤 학생들은 운율·심상·말 꾸미기 등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정작 시 속에 담겨야 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피상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이 더욱 진솔한 시를 쓸 수 있도록 하려면, 자신이 겪었던 일 중에서 어떤 깨우침을 주었던 사건을 떠올려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형상화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시 창작의 첫 단계는 ‘시와 가까워지기’이다. 이를 위해 가족·사회·자연·성장·시대정신 등을 담고 있는 기성 시인과 또래 학생들의 시를 여러 편 읽고 충분한 감상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그런 다음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시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교수·학습지도 계획 학생들은 국어 시간에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을 감상하고 수용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학 감상을 창작으로 연결하면 그들의 성장을 더욱 풍요롭고 다채롭게 이끌어 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단원의 수업목표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 정서 등을 시로 표현해 보고 그것을 함께 공유하는 데에 두었다. 또한 이번 수업의 주안점은 자신이 쓴 시를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자신도 다른 친구들의 시를 감상하면서 완성된 창작물을 함께 나누는 소통과 공감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데 있다. 일상생활에서 찾은 가치 있는 체험을 시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을 성찰하는 깨달음을 얻기 바란다. [PART VIEW]≫ 단원 ● 대단원 : 나의 삶, 너의 삶 ● 소단원 : 문학 작품으로 표현하기 ≫ 교육과정 자신의 일상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찾아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