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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최근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좀 자세히 살펴보면 ‘부작위’와 ‘소극행정’이 눈에 띈다. 부작위는 “공무원이 이행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도 상당기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소극행정은 “공무원이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아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거나 권익을 침해한 업무 형태”이다. 지난 2월 말 교사로 명예퇴직한 내가 공무원 시행규칙을 시시콜콜 살펴보는 것은 물론 그만한 까닭이 있어서다. 3월 초 지급된다던 퇴직연금 수당이 중순을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 무소식이어서다. 같이 퇴직한 동료에게 전활 걸어 물어보니 예정대로 3월초 통장으로 입금되었다는 답변이 전해졌다. 이상하고 궁금하여 공무원연금공단으로 문의했더니 뜻밖의 답변이 마치 비수처럼 날아왔다. “전과기록 조회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아직 오지 않아서 지급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란 답변이었다. 아니, 전과기록이라니! 나는 순간 멍한 기분이었다. 불쾌함과 함께 솟아오른 분노로 한동안 어찌 할 줄 몰랐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쯤 갓 스무 살 어름에 술 마시다 시비가 붙어 쌈을 하게 됐다. 젊은 시절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나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 전과자가 되고 말았다. 대학 4학년때 교원 순위고사(지금의 교원임용고사)에 합격하고도, 동기들보다 1년쯤 늦게 임용된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교사로 임용된 것은 1984년 4월 20일이다. 이를테면 교사 임용으로 그 전과 기록은 사실상 사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실제로 32년을 교직에 있으면서 그로 인한 불이익은 당한 바 없다.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착실한 교직 수행을 하다 떠났는데, 이제 와서 그로 인해 퇴직수당 지급이 보류되고 있다니 그 황당함을 어디에도 비할 바가 없다. 무엇보다도 그 전과는 교사 임용 전 생긴 것이기에 공무원연금공단의 그런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바꿔 말해 교사를 하며 파면이나 해임 따위 중징계를 당한 게 아닌데, 공무원연금공단이 무슨 권한과 자격으로 그런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단 얘기다. 도교육청으로부터 명예퇴직 수당을 이미 받았기에 더욱 그렇다. 어디가 됐든 둘 중 하나는 잘못된 것이 아닌가? 만약 이런 걸 알았더라면 월급에서 기여금을 떼는데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그러나 그런 규정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32년을 멀쩡히 교단에 섰으니 그들 행태대로라면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아주 ‘요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이런 놈의 규정이 다 있나 싶어 절로 억하심정이 들기까지 한다. 한 평생 교단에서 헌신한(나는 교육부총리⋅교육부장관 표창에 이어 남강교육상까지 수상한 교사였다.) 퇴직교사에게 치하와 격려는 못해줄망정 이 무슨 불쾌한 일인지, 진짜 이 나라가 싫다. 당국에 바란다. 먼저 공무원연금공단의 그런 규정이 과연 올바르고 합리적인지 적극 검토해보기 바란다. 설사 그렇다쳐도 국가기록원은 왜 또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문에 의한 전과기록 조회에 대한 답변을 이리 오랫동안 안하고 있는지, 그것이 ‘부작위’나 ‘소극행정’은 아닌지…. 퇴직수당은 2주쯤 늦게 지급되었다. 그로 인해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는 내가 고스란히 안아야 되는 것인가? 어린 시절 잘못을 개과천선하여 잘 살아온 선량한 시민을 이렇게 골탕먹이고 초라하게 만드는 공무원연금공단이라면 도대체 무엇이 규제 푸는 혁신인지, 참 답답한 봄날이다.
교총 회원관리, 개선할 점 있다 나는 지난 2월말 교직에서 명예퇴직을 하였다. 공직자에서 퇴직을 하여 자연인으로 신분이 변동되다보니 다섯 개의 기관을 상대하게 된다. 한국교총, 경기교총, 공무원연금공단, 한국교직원공제회, 경기도교육청이다. 이 기관들과 그 동안 맺었던 인연을 끊기도 하고 다시 연결하기도 한다. 한국교총은 퇴직을 하게 되면 회원에서 자동 탈퇴된다. 그 동안 매주 가정에서 받던 한국교육신문 배달도 끊기게 된다. 나는 2월 29일(월)까지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니 3월 초순이면 29일자 신문이 배달될 줄 알고 있었다. 교총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 회원에 대한 도리이자 의무다. 그런데 신문이 도착되지 않았다. 얼마 전 담당부서에 전화를 거니 담당자의 분명한 답이 나온다. 내 이름과 전 소속 학교명을 묻더니 회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름이 삭제되었나 보다. 2월 29일자 신문 배달 여부를 따지고 싶었지만 구태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미 홈페이지를 통하여 신문을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한국교육신문 e-리포터이기에 다른 회원보다 교총에 대하여 교육신문에 대하여 애정이 깊다. 화면상으로 보는 신문과 오프라인으로 보는 신문은 차이가 있다. 화면상으로는 그냥 스쳐가지만 지면을 실제 보면 정독이 가능하다. 또 지면 전체를 살펴볼 수 있어 피드백도 가능하다. 경기교총의 경우, 지난 달 23일 퇴직 부조금을 신청하였다. 부조금 신청서와 인사기록카드 출력본을 팩스로 보내고 전화로 확인하였다. 전화를 받은 직원이 친절하게 확인해 준다. 선배들의 전언에 의하면 이 부조금은 얼마 아니 되니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경기교총 부조금, 누가 대신 주는 것 아니다. 그 동안 회원으로서 내가 매월 낸 돈 다시 돌려받는 것이다. 3월 2일, 8만원 넘는 돈이 통장에 입금되었다. 내가 교총 회원 39년인데 너무 적다 싶어 담당과장과 통화를 하였다. 잠시 후 담당자는 정확한 통계자료롤 보면서 산출근거를 알려준다. 2009년 3월부터 납부했다고 알려준다. 00중학교 교총회원 이름도 대면서 알려주는데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 1월 퇴직자를 대상으로 지역별로 이미 연금설명회를 가졌다. 교재를 준비하고 담당자가 공무원연금에 대하여 설명하고 퇴직급여 청구방법을 알려준다. 국민건강보험 담당자도 초빙하여 건강보험제도를 안내한다. 개인별로 질문도 받고 담당자 전화번호도 알려준다. 공단은 이미 홈페이지에 연금대상자 개인별로 연금월액, 퇴직수당, 계산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퇴직자에 대한 계속 회원 유지방법으로 퇴직생활 급여 제도를 할용하고 있다. 그 동안 납입했던 장기저축을 부가금(이자) 포함하여 일시에 다 찾으면 회원 탈퇴가 되는 것이고 5백만 원 이상 생활급여에 가입하면 회원번호와 공제회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 그러면 한국교직원신문이 매주 배달된다. 다음은 경기도교육청 명예퇴직의 경우에는 명예퇴직금이 언제 입금되는지 알려 주는 사람이 없다. 연금공단에서는 사전 문자로 날짜와 입금액을 알려주는데 도교육청은 무소식이다. 선배들에게 문의하니 사람마다 다르다. 두 달 후 입금되었다는 선배도 있고 3월 중에 입금되었다는 선배도 있고. 필자의 경우, 학교 행정실 담당자가 보수지급일에 연락을 준다. 3월 17일 명예퇴직 수당을 받았다. 명예퇴직하면서 관계했던 기관 5곳을 평가해 본다. 사전 안내, 정보제공, 직원친절도, 업무 처리 속도, 사후 회원 관리 등을 종합한 것이다. 한국교총 ‘미흡’, 경기교총 ‘보통’, 공무원연금공단 ‘아주 잘함’, 한국교직원공제회 ‘미흡’, 경기도교육청은 ‘매우 미흡’이다. 이것은 교직에서 반평생을 바친 고객회원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보았다. 한국교총 회원인 경우, 2월 29일자 신문까지 배달하는 것이 원칙이고 교총의 당연한 의무다. 부부교원인 경우, 물자 절약 차원에서 회원 요청에 따라 한사람에게만 배달되었다. 이런 경우, 회원 관리 차원에서 사전에 다른 배우자 명의로 배달되게 하는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다. 필자는 아내 이름으로 배달을 신청하였다. 교총 회원관리에 있어 문제점을 제언하는 것이다.
3월 15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에 위치한 달마산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달마산은 산세가 아기자기한데다 산줄기에 유서 깊은 도솔암과 미황사를 품고 있는 명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남단인 땅끝에 위치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아침 6시 20분 용암동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우고 서청주IC로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선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발했지만 해 뜨는 시간이 빨라져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호남고속도로 이서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달콤 회장님의 환절기 건강조심과 참여해준 회원들에 대한 감사인사,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안내와 처음 참여한 회원소개가 이어졌다. 장성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가 국도와 지방도를 갈아타며 남쪽으로 향하는데 넓게 펼쳐진 보리밭과 영산강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신북휴게소에 들렀던 버스가 영암읍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월출산이 나타난다. 산행지가 먼 날은 차안에 있는 회원들도 달리는 버스만큼 고생한다. 바다가 나타난 후에도 한참을 더 달려 11시 5분경 마봉리약수터에 도착했다. 대부분 북쪽인 해남군 현산면 송촌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산행을 했다.차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하고 약수부터 한 모금 마신다. 임도를 따라 걷는데 동쪽으로 달마산 능선과 철제 통신탑이 눈에 들어온다. 소형차량을 이용하면 통신탑에서 가까운 도솔봉주차장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 있지만 해발 50여m 되는 지점에서 임도를 따라 시작된 산행이 산길로 들어선 후 직선에 가까운 급경사 계곡 길이 한참동안 이어져 땀을 흘리게 한다. 주차장 전망대에 올라 앞산도 바라보고 방금 지나온 길도 내려다본다. 달마산(높이 489m)은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과 북평면에 걸쳐 있는 아름다운 산으로 공룡의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린다. 주차장에서 도솔암 사이에 멋진 바위들이 많아 발걸음이 느리다. 도솔봉(높이 418m)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일행들과 떨어져 홀로 산행을 했다. 통신탑 북쪽의 도솔봉에 오르면 동쪽의 완도, 남쪽의 노화도와 보길도, 서쪽의 진도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솔봉에서 내려와 산줄기에 기암괴석이 즐비한 능선을 걸어 도솔암으로 간다. 도솔암은 달마산의 남쪽 끝자락 바위틈에 요새처럼 자리 잡은 암자로 미황사의 열두 개 암자 중 하나다. 미황사를 창건한 의조화상이 수도했던 곳으로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데 천년을 훨씬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유재란 때 왜구에 의해 불타 폐사된 후 수 백 년 동안 터만 남아 있다가 2002년 오대산 월정사 법조 스님의 현몽에 의해 기와를 한장 한장 손으로 올려 32일 만에 지은 것이 지금의 도솔암이란다. 도솔암 옆 빈터에서 점심을 먹는데 호산자님 친구가 막걸리와 소주는 물론 자연에 어울리는 안주까지 내놓는다. 가끔 작아서 더 소중한 것들을 만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한 칸짜리 작은 전각, 한 그루의 나무, 작은 마당이 전부다. 도솔암의 진짜 모습은 삼성각 가는 길에서 바라봐야 한다. 아래로 내려가면 삼성각에 닿는데 이곳에서 올려다보면 요새처럼 돌을 쌓아올린 도솔암의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땅끝에서 만나는 하늘끝의 다락방이라는 말에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도솔암에서 바라보는 멋진 일몰도 유명하다. 도솔암에서 나와 북쪽으로 향한 능선에도 수석전시장이 연달아 펼쳐진다. 수시로 나타나는 높은 봉우리에 오르면 앞으로 진행할 달마봉 방향과 방금 지나온 도솔봉 방향의 날카로운 바위들이 멋진 풍경을 만든다. 동쪽으로 해남 바닷가의 너른 들녘과 완도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산에 오르지 않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눈으로 본 것을 마음으로 담아가는 것도 산행을 하며 누리는 행복이다. 산행이 힘든 회원 몇 명은 떡봉을 지난 삼거리에서 왼쪽의 하숙골재 방향으로 하산했다. 아직 때가 이르지만 길옆의 양지바른 풀숲에서 예쁘게 꽃을 피운 작은 야생화들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유혹한다. 잠깐이지만 눈높이를 맞추느라 땅바닥에 주저앉아 쉬는 것도 휴식이다. 인생살이에 대한 답이나 가르침은 늘 가까운 곳에 있다. 야생화와 눈맞춤하며 자연은 계절, 인생은 세월을 거스르지 못한다는 것을 배운다. 이럴 때는 꽃 이름 몇 개 몰라도 괜찮다. 바닷가에 있는 산들은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달마산 줄기는 고만고만한 높이의 봉우리가 연달아 나타난다. 두 손까지 사용해 오르내려야 하는 암봉들이 많아 산행 속도가 더디고 산행도 유난히 힘이 든다. 낮은 산은 있어도 쉬운 산은 없다고 했다. 산에서의 사고는 무리한 산행이 원인이다. 가끔은 자신에게 맞춰 목표를 수정하는 것도 지혜다. 달마산의 정상인 불썬봉(달마봉)이 아른거렸지만 대밭삼거리에서 40여분 거리의 부도전으로 향했다. 포기는 다른 무언가를 채울 수 있게 해준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기니 발걸음이 가벼워 콧노래가 나온다. 절이라고 다 같은 절이 아니다. 긴 역사에 맞게 나름대로 특색을 지니고 있다. 산에서 내려오면 20여 기가 넘는 부도와 부도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부도전이 맞이한다. 부도에 조각된 다양하고 독창적인 동물의 문양들이 마음을 휘어잡는데 바닷가의 사찰답게 게, 거북이도 보인다. 부도전 옆 부도암으로 가면 미황사의 창건설화를 전하는 미황사 사적비가 축대아래에 서있다. 부도암과 부도전 뒤편에서 달마봉이 멋진 모습으로 얼굴을 내민다. 부도전에서 미황사까지 10여분 거리는 비교적 넓고 편안한 산책길이다. 3시 30분경 미황사에 도착해 사찰을 한 바퀴 돌아본다. 미황사(美黃寺)는 우리나라 최남단의 달마산 서쪽 기슭 양지바른 터에 자리 잡은 사찰로 749년 의조화상이 창건하였다. 달마산의 바위 능선이 병풍처럼 사찰을 감싸고 있는 멋진 풍경을 어디서 또 볼 것인가. 미황사의 중심건물인 대웅보전은 전각을 단청하지 않아 오히려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늘씬한 기둥과 주초 위에 조각되어 있는 게와 거북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창 번성하던 때에는 큰 사찰이었다지만 지금은 대웅전(보물 제947호), 응진당(보물 제1183호), 명부전, 만하당, 달마전, 임심관, 세심당 등의 전각과 요사채만 남아있어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진다. 불썬봉에 다녀온 회원들 기다리다 4시 50분경 출발한 관광버스가 월출산에 다녀가며 몇 번 들렀던 입소문한정식(010- 3602-3619)으로 갔다. 반찬이 다양하고 주인장의 인심이 좋아 저녁을 먹으며 뒤풀이도 진하게 했다. 우리나라가 작다지만 땅끝은 참 멀다. 호남고속도로 여산휴게소에 딱 한 번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왔는데도 10시경 집에 도착했다.
대한민국에서 한 생명이 태어나 학교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기 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였느냐고 묻는다면 거의 대부분은 고3의 대입준비이며, 그 다음이 취업을 위한 준비라고 답할 것이다. 내가 만난 제자들 대부분은 고교시절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학창시절의 노력은 곧바로 결과로 반명된다. 시험이 끝나면 성적으로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시험점수나 학년 순위는 공부의 양에 비례하여 향상된다. 이 점수에 따라 해당 학교 수준에서 진학할 대학도 꿈을 꾸게 된다. 그래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방법을 거의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학생도 사회에 나가면 세상이 학교와 다르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게 될 것이다. 일의 성과는 학교처럼 점수를 메기는 것이 아니다. 일하는 과정에서 공부의 노하우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이 붉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 특히,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대학을 졸업한 후배교사들이 처음 접하는 학교 현장은 이론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당연한 것이다. 현장과 이론의 차이를 완벽하게 없앤 평가방법은 존재할 수 없다. 공부는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 넣는 입력의 작업이다. 시험이 아니면 출력을 할 필요가 없기에 머릿속에 정보를 집어 넣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지금 까지는 이런 삶의 방식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세상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이 출력의 작업이다. 각종 실행한 것, 보고나 전달, 회의에서의 발언 등 출력의 양과 성과가 업무성과로 꼭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엘리트들을 살펴보면 정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일무이한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교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입력의 양을 늘리면 좋은 성적이 나온다는 가치관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성공경험이 지속되어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들은 사회에서 큰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 사회는공부 잘 하는 사람이 아닌 일 잘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오면 정답이 하나가 아니다. 상황이나 맥락, 인간관계에 따라 항상 변하고 있다. 조직의 비전과 전략에 따라 올바른 정답이 정해져 간다. 그러기에 사회와 조직 전체를 바라보는 힘이 사회인으로서 가져야 할 본질적인 힘이 되는 것이다. 공부를 잘 한 사람들은 향상심이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난다. 어런 현상은 취업현장에서도 나타난다. 그러기에 성과가 나지 않으면 절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향삼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 목적 달성을 위한 유리한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직 중추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출력의 힘과는 다른 본질적인 힘이 있다. 그것이 바로 폭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다. 책임이 클수록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이는 사장이 되면, 교장이 되면, 회장이 되면 따라붙는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의식적으로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야말로 궤도의 중심에 오을 수 있다.
나와 세상을 향한 관조의 시선 - 류인채 시집 소리의 거처를 읽고 옛날에 다 읽었던 시집을 다시 읽었다. 인천의 시인들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인천의 문학도 많이 발전했다. 소설도 수필도 십여 년 전에 비하면 눈부시게 발전했다. 시도 그렇다. 상당히 비중 있는 시집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류인채 시인도 그 중에 하나다. 인천문학의 희망이 걸린 기대주임에 틀림없다. 수록 작품 전부를 다루기엔 무리고 특별히 선별하지는 않고 아무렇게나 펼쳐 읽은 작품 중에 세 편에 대해서 소감을 적어 본다. 우선 거북을 읽어보자. 거북 전동차 문이 닫히는 순간 덜컹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목과 두 팔이 문틈에 끼었다 성급히 빠져나간 두 다리만 문밖에서 버둥거린다 그러나 폐지 자루를 움켜쥔 손은 완강하다 손등에 적힌 갑골문자가 그가 헤맨 도시의 길들을 보여주고 있다 움켜쥔 자루는 꿈쩍도 않고 門이 큰칼*이 되어 깡마른 노인의 목을 겨누고 있다 절룩이며 거둔 따끈한 뉴스들 아무렇게나 접힌 아침이 너무 육중하다 방금 전까지 선반을 더듬던 손은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고 쫓기듯 두리번거리던 눈빛은 단도처럼 자루에 꽂혀 있다 안도 밖도 아닌 그 노인 눈만 끔벅거린다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여러 번 당해본 일이라는 듯 뜻밖에 덤덤하다 쇄골이 산맥처럼 뚜렷하다 찰나에 백년이 지나간다 잠시 후 방송이 나오고 잠깐 문이 열리고 그는 늘어진 목을 천천히 제자리로 거두어들였다 * 중죄인의 목에 씌우던 형구. 시를 다 읽고서야 왜 제목이 거북인지를 알겠다. 이 시는 전철의 종점 부근에서 목격한 기이하고 안타까운 광경을 묘사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우선 시의 제재는 한 노파다. 가난하고 남루한 고령의 한 노파가 폐지자루를 등에 지고 전철 문을 빠져나가려다가 문틈에 끼어버린 상황으로부터 시가 출발한다. 문틈에 끼어 있는 노파의 모습이 기이하게도 거북이를 세워놓은 모습과 닮은꼴이다. 안간힘으로 빠져나가려고 용을 쓰는 모습이 길게 목을 빼고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거북이와 닮아 있다. 등에 진 종이자루는 거북이 등껍질이고 허우적거리는 두 팔은 영락없는 거북이의 앞발이요, 가느다랗게 땅을 밟고 있는 두 다리는 거북이의 뒷다리다. 거북이가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등껍질에 갑골문자를 새겼듯 이 노파는 도시의 골목과 전철의 통로를 휘젓고 다니며 저 육중한 폐지자루를 채웠을 것이다. 폐지 줍는 노파는 우리 시에 이미 익숙한 제재가 되었다. 자본주의의 참혹한 불평등을 나타내는데도 나타나고 가난하고 병들고 고단한 삶의 아이콘으로 곧잘 등장하는 것이 바로 폐지 줍는 노파다. 김사인 시인도 바짝 붙어서다란 시에서 밀차에 폐지를 싣고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다가 자동차가 다가오자 벽에 납작하게 붙어 섰다가 자동차가 지나간 후 구겨졌던 종이처럼 다시 펴지는 노파를 시로 그려낸 적이 있다. 그렇게 길을 가다 보면 폐지 줍는 일은 노인들이 도맡아 하고 있고 그 광경은 바로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시적 질료로써 자주 인용되고 있다. 그러니 이 시가 단순히 풍경을 묘사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막막한 우리의 현실을 고발하고 실상을 폭로하며 시적 소명을 담당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저 중노동으로 얻어지는 소득이 얼마나 되겠는가. 저 치열한 노동을 통해서 생명을 유지해나가는 노파에게서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지는 않는가. 생명의 고귀함, 그 생명을 끝까지 완수하려는 노파의 강한 집념과 끈질긴 생명력을 깨닫게도 된다. 시의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노파의 승리를 확인한다. 그 승리는 고귀한 생명의 확인이며 숭고한 노동의 승리인 셈이다. 길게 늘어졌던 목을 천천히 제자리로 거두어들인 노파에게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이제 다시 두 번째 시를 읽어보기로 하자. 이끼의 시간 공터에 버려진 수레 하나 때 절은 손잡이를 치켜들고 전봇대에 등을 기대고 있다 싣고 나르던 짐들은 모두 어디에 부렸을까 먼 길을 가던 바퀴가 헐렁해졌다 길과 길을 이어주던 힘이 멈춰있다 눅눅한 때를 건너온 시간의 흔적 푸른 이끼가 기울어진 수레의 바닥을 타고오른다 저 수레가 걸어온 길을 알 것만 같다 단단하게 조였던 시간이 느슨해지고 길은 이곳에 멈춰있다 해가 구름 사이로 잠깐 들어간 사이 바람이 손잡이를 슬쩍 만지다 간다 그 손에도 이끼가 묻어 있다 이끼의 시간이 굴러가느라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시도 한 풍경에서 씨앗을 얻어 발아시킨 한 그루의 시다. 그 풍경은 버려진 수레다. 오랫동안 길과 길을 연결하며 짐을 실어 나르던 수레가 이제 수명을 다해 전봇대에 기대어 앉아 있다. 앉아 있다기보다 수명을 다하여 이끼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뼈마디는 풀어져 있고 힘은 빠져나갔다. 눅눅한 시간을 건너와 지금은 온몸에 이끼가 덮이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수레의 몸뚱어리를 바람이 슬쩍 건드리고 간다. 그 바람의 손에도 이끼가 묻어난다. 그렇게 이끼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아니 지난 삶을 되돌아보기라도 하듯 수레는 지금도 덜컹거리고 있다. 이 시는 단지 사물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듯하지만 실은 우리 인생과도 무관하지 않다. 수레는 펄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였다. 주인과 더불어 길과 길을 잇고 잔뜩 짐을 지고 세상을 활보하던 생명체였다. 그러나 늙고 노쇠해지고 더 이상 기력이 없어지고 마침내 수명을 다하여 지금은 한 개 시신이 되어 이끼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러나 시신으로 누워 있는 몸이지만 비극적으로 느껴지거나 암울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잠깐 구름 사이로 해가 들어가긴 했지만 여전히 햇빛이 비치고 바람이 슬쩍 손잡이를 만지고 지나가기도 한다. 덜컹거리는 수레 본래의 음악도 여전히 들려오는 상황이다. 몸이 헐렁해지고 느슨해지긴 했지만 죽음의 절망적인 상황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시인의 죽음에 대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심상을 읽을 수 있다. 이 시 2연의 ‘눅눅한 때를 건너온 시간의 흔적’이 중요한 시행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눅눅한 시간은 현재의 시간이 아니다. 수레가 펄펄 살아 움직이던 시절의 시간이다. 그러니까 수레는 일평생을 눅눅한 시간 속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눅눅한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죽어서 이끼를 기르게 한 그 눅눅한 시간은 지나온 우리의 현대사의 시간이다. 전쟁이 지나가고 혁명이 지나가고 가난과 노동이 묵묵하게 굴러가던 시간이 바로 눅눅한 시간이 아니겠는가. 이제 저 수레는 그 눅눅한 시간을 다 살고 이제 바통을 후세에게 넘긴 상태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다음 세대는 어떤 시간을 펼쳐야 할까. 적어도 눅눅한 시간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니 삶이란 언제나 눅눅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세 번째 시를 읽어 보자. 엎질러지다 강의시간에 늦어 택시를 타고 왔다 수업시간보다 한 시간 앞질러온 생각이 문 앞에 서 있다 텅 빈 교실이 나를 보고 깜짝 놀란다 늘 그랬다 식탁을 훔친 행주를 냉장고에 넣고 휴대폰을 냉동실에서 찾기도 했다 반갑다고 다가서는 얼굴이 기억나지 않고 눈에 익은 길도 문득 낯설다 다닥다닥 공중에 떠 있는 플라타너스 열매가 낯설고 나무가 놓쳐버린 수많은 이파리가 낯설고 그 열매의 속이 낯설고 그 중심의 까치집이 낯설다 도대체 익숙한 것은 무엇인가 어딘가에 잠복했던 기억들이 툭툭 끊어지는 소리 들린다 수많은 기억의 동굴로 바람이 들랑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과부하 된 기억들이 썰물처럼 쓸려나간 자리에 내가 있다 타인이다 이 시엔 자의식이 짙게 배어 있다. 나와 세상의 부조화가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강의 시간 훨씬 전에 문 앞에 한 생각(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다)이 서 있다. 거기 서 있는 생각을 보고 교실이 깜짝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한 시간이나 일찍 나타났으니 놀랄 수밖에 없다. 바쁘게 허둥대는 화자의 삶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어서 화자는 계속 허둥대고 낯선 풍경에 부딪친다. 익숙했던 길도 낯설고 눈에 익은 길도 낯설다. 그리고 늘 보던 플라타너스의 풍경도 낯설어진다. 급기야 내 안에 가득했던 기억들이 툭툭 끊어져 튕겨나가고 기억의 동굴로 바람이 드나들고 마침내 과부하 되어 가득했던 기억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내가 있는데 거기 서 있는 내가 낯익은 내가 아니라 타인이라며 시는 끝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화자의 의식 작용은 무엇에 기인하는 것일까. 우리는 종종 날마다 쓰던 어떤 낱말이 갑자기 낯설어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오래 사귀어 왔던 친구나 동료가 갑자기 낯설어져 예전의 그 허물없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화자도 그런 시점을 시로 형상화한 걸까. 아닌 것 같다. 그런 경험과는 다른 어떤 심리적인 까닭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자의식 같은 것, 일시적으로 우연히 낱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깊은 생의 근저에서 우러나오는 무엇인가 있을 것 같다. 내 주변이 모두 낯설게 느껴지고 급기야 나까지 타인처럼 느껴지는 그 의식의 심저에는 세상과 화자 사이에 깊은 부조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종종 부딪히는 그 부조화가 어느 날 크게 확장되어 나란 존재 전체가 예전의 내가 아닌 타인으로 인식되기까지 이른 것은 아닌가. 모든 기억을 썰물처럼 쓸려 보내고 난 후에 만나게 된 타인 같은 나, 그 타인 같은 나가 바로 진정 나의 본 모습인지도 모른다. 화자는 어쩌면 비로소 나를 찾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나를 텅 비워내고 새롭게 바라보는 나, 그 텅 빈 자리에 새롭게 세워나가는 나, 그 작업이 바로 시인의 시작 행위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시에서 희망을 본다. 시인은 세상을 낯설게 보는 존재다. 그 낯설게 보는 과정에서 언어미학은 발현되고 궁극의 자아와도 만나게도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절망의 시편이 아니라 희망의 시편이다. 이 시집 속엔 명편들이 가득하다. 꽤 오래 전에 다 읽은 작품집인데 시인의 작품 몇 편에 대한 소감을 쓰기 위해 다시 펼쳐보다가 거의 즉흥적으로 세 편을 골랐다. 꼭 이 작품을 써야겠다고 선정해서 쓴 것이 아니라는 점 이해하기 바란다. 문학에 있어서 어떻게 중앙이 있고 지방이 있겠는가. 모두에 얘기했지만 인천의 문학은 괄목할만하게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인천의 많은 시인 작가들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문학인들로 성장하길 바라며 짤막하게 적어본 소감을 마친다.
우리나라에는 모세의 기적으로 알려진 바닷길이 여러 곳 있다. 경기도 화성시의 제부도에서 안산시 대부도를 거쳐 다리로 연결된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선재도와 영흥도를 여행하면 모세의 기적을 여러 번 만난다. 교통편도 좋아 짧은 시간에 멋진 바다풍경과 싱싱한 수산물을 접할 수 있는 알찬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3월 9일, 사진동호회 설레임 회원들이 제부도에서 영흥도까지 돌아보는 출사를 다녀왔다. 서신면 송교리와 제부도 사이의 자동차로 통행할 수 있는 물길이 있다. 이 물길은 썰물에 드러나기 시작해 밀물로 다시 덮일 때까지 열리는데 그 시각은 화성시문화관광 제부도 바닷길(http://tour.hscity.go.kr/Guide/jebudo_time.jsp)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부도는 대부분의 지역이 평지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지만 볼거리가 많다. 남쪽의 바닷가에 매들의 보금자리인 매바위가 있고 입파도 앞으로 평택항을 오가는 큰 배들도 보인다. 북쪽 바닷가의 선착장으로 가면 작은 고깃배들이 바다위에 떠있고 바다 건너편의 누에섬과 대부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제부도의 북쪽에 위치한 대부도(大阜島)는 큰 언덕을 뜻할 만큼 무척 큰 섬이다. 대부도 초입의 누에섬은 탄도항과 어촌민속박물관 바로 앞에 위치한 자그마한 섬으로 썰물 때만 길이 열린다. 작은 등대와 풍력발전소가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마침 물길이 열릴 시간이지만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현수막에는 ‘새로운 누에섬등대전망대로 다시 태어납니다’라고 쓰여 있다. 건너편으로 등대전망대가 보이는데 공사가 완공되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궁금하다. 선재도로 가며 대부도를 벗어나기 전 아일랜드CC 못미처에서 어심바다 방향인 오른쪽 잘푸리길로 들어서면 가까운 거리에서 플라야펜션을 만난다. 펜션 앞 해변에 주차하고 바다 쪽으로 나가면 바닷길을 이용해 광도까지 다녀올 수 있다. 물이 차면 잠기는 포장도로라 물때를 맞추지 못하면 건너편의 선재대교와 선재도, 물에 갇힌 광도와 주도 등 눈앞에 보이는 바다 풍경만 구경한다. 선재도는 대부도와 영흥도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이다. 선재대교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진입하여 다리 밑 그늘에 차를 주차하고 바닷가로 가면 걸어서 목섬을 둘러볼 수 있다. 목섬은 바닷물이 빠지면 문을 열어주는 무인도다. 물이 빠지고 길을 드러낸 모습이 멋진데 모랫길에는 인적이 끊겼다. 오른쪽으로는 육지와 연결된 측도가 가깝게 보인다. 영흥도는 서쪽의 자월도와 가깝고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영흥도의 북쪽으로 가면 장경리해변과 십리포해변이 바다 건너편의 무의도와 영종도를 바라보고 있다. 영흥대교를 건넌 후 오른쪽으로 내려서 동쪽 바닷가를 달리면 십리포해변을 만난다. 고운 모래밭과 수백 년 된 소사나무 숲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며 멋진 풍경을 만들어 해변에 사람이 없어도 쓸쓸하지 않다.
중등 교원의 61%가 지필평가 대신 수행평가 등으로만 성적을 산출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교원들은 객관적 기준 미비로 인한 평가 갈등 확산을 가장 우려했다. 한국교총은 최근 교육부가 초·중등학교의 지필형 시험을 서술·논술, 수행평가만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한 것과 관련해 전국 교원 960명이 응답한 인식조사(9일~16일)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번 온라인 설문에는 초등 555명, 중학 177명, 고교 208명, 기타 20명의 교원이 참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행평가 등으로만 성적을 매기는 것에 대해 초등은 찬성(55.3%)이 반대(40.8%)보다 높은 반면 중학 교원은 찬성(42.4%)보다 반대(54.8%) 의견이 더 많았다. 특히 대학입시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고교 교원은 반대가 66.3%로 찬성(32.3%)의 두 배를 넘었다. 이런 결과는 교사, 학생 모두 입시와 평가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응답 결과, 중·고교 교원들은 평가방식 변경이 가져 올 문제에 대해 ‘공정한 기준 마련이 어려워 내신 갈등 확산’을 1순위(중학 46.3%, 고교 44.7%)로 꼽았다. 이어 ‘수능 불변에 따른 이중적 학습부담 가중’(중학 24.3%, 고교 30.3%)을 지적했다. 초등 교원도 대부분 내신 갈등(31.9%)과 이중 학습 부담(38.7)에 공감했다. 이를 반영하듯 초·중·고 교원들은 평가방식 변경 시, 우선 지원해야 할 과제로 ‘상대평가 형식의 수능제도 변경’, ‘객관적인 기준 마련’, ‘교원 수업전념 환경 조성’을 요구했다. 초·중학교 교원은 수능 변경(초등 30.1%, 중학 27.7%)을 1순위로, 고교 교원은 객관적 기준 마련(30.8%)을 가장 많이 제시했다. 교원들은 자유서술식 설문 답변에서 보다 생생한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 한 고교 교원은 "수시, 정시, 논술, 학생부종합 등으로 지금도 학생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입시가 바뀌지 않는 한 공정성 시비가 불 보듯 뻔하고 사교육만 늘어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객관적 기준 없이 수행평가로 내신을 대신하면 민감해진 학부모들의 이의 제기가 이어지고 교권 추락으로까지 연결될 것", "여학생보다 내신이 뒤처지는 남학생들만 더 불리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교육부 발표 후 실시한 첫 인식조사 결과, 현장 교원들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며 "서둘러 밀어붙이지 말고 공정한 평가기준 마련과 입시제도 개선, 교원 근무환경 조성부터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 최고의 교육으로 주목받던 핀란드가 지난 10년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학습 부진학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지난 2월 2003~2012년 PISA결과를 분석해 ‘학습부진학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수학과 읽기, 과학 영역의 성적을 6단계로 구분해 하위 1단계를 학습부진학생으로 정의해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분석했다. OECD는 학습 부진 학생이 대체로 줄어들어 15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개선됐다는 종합평을 내놨다. 그러나 핀란드는 이와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냈다. 읽기영역에서 학습부진 학생 비율이 5.6%나 증가했다. 평가를 시행한 32개국 중 부진학생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부진 학생이 늘어난 국가들도 그 비율이 0.9~2.5% 수준 내에 있는 것을 볼 때, 그 폭이 크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11.7%, 일본이 9.3%, 독일이 7.8%나 부진학생 비율이 낮아진 것과도 대조적이다. 수학 영역에서도 부진학생 비율이 5.5% 증가했다. 뉴질랜드(7.6%), 아이슬란드(6.5%), 프랑스(5.7%)의 뒤를 잇는 불명예를 안았다. 2006~2012년 평가의 과학영역에서도 부진학생이 3.6% 증가했다. 32개국 중 부진학생 비율이 늘어난 국가는 8개국뿐으로, 이중 핀란드가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부터 줄곧 1~3위를 기록했던 핀란드가 지난 2012년 PISA 수학, 읽기, 과학 영역에서 각각 12위, 6위, 5위라는 결과를 내면서 큰 충격에 빠졌던 터에 이번 결과로 교육계가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교육 환경과 체계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해졌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학생도 교육적 혜택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목표에 대해 추진 상황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핀란드 교원노조(OAJ) 교육상담가인 야꼬 살로는 "지난 2006년부터 학습 부진의 경향성이 지속적으로 관찰돼 이번 결과가 크게 놀랍지만은 않다"며 "현재 초중학교 기본 교육과정에서 학습 조건이 매우 악화됐다"고 말했다. OECD는 "학생 수가 적은 나라는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돌보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유아교육을 통해 조기에 학습 불평등을 해소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학교에 대해 우선 지원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원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매도하는 서울교육청의 촌지 근절대책이 지난해에 이어 되풀이 됐다. 교사가 몰래 뇌물을 받다 들키는 식의 희화화한 동영상을 배포하고, 부조리 행위 신고 시 최고 1억 원 등 자극적인 문구를 써가면서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매도해 교육계 비난을 샀는데 또 꺼내든 것은 지나친 독선이다. 교원이 법령을 위배하거나 도덕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했다면 마땅히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교총이 줄기차게 주장한 촌지 수수 교사 및 학부모에 대한 ‘쌍벌제’ 적용 또한 당연하다고 본다. 문제는 교육청이 교사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런 식으로 굳이 교사들 마음에 상처를 줘서 되겠는가. 특히 학교관리자가 불법찬조금 모금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도 엄중 처분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이는 학교가 잘못할 경우 교육청과 교육감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대책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민망하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같은 징계도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은 물론, 여타 지역 교원과 다르게 적용되는 형평성조차 따지지 않은 것으로 불합리하다. 추후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제반 여건을 충분히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걸리면 죽는다’는 식의 처벌 위주 대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예방책이 더 중요한 것이다. 오히려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자정운동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교총은 그간 기자회견, 대의원회 결의문 등을 통해 학부모-교원 간 불신을 초래하는 ‘물질적 촌지’를 배격하고 교원-학부모간 신뢰회복을 위한 감사편지 나누기 등 ‘마음의 촌지문화 운동’을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현재 학교 현장 촌지문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서울교육청도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촌지사건이 6건에 불과하다고 적시했다. 신학기만 되면 촌지문제를 꺼내 교사들을 미필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구태는 청산해야 한다.
최근 이재범 씨가 쓴 ‘책으로 변한 내 인생’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책으로 인해 인생이 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을 수없이 했는데 책을 통해 인생이 바뀌는 소중한 경험을 해본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비하면 초보적 수준 그쳐 책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고를 하게 된다. 굳이 쓰지 않아도 저절로 이뤄진다. 사고한다는 것은 내 생각과 다른 이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 무언가 깨닫거나 얻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식의 양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성격, 행동, 사고방식을 결정짓고 특히 성장기 학생들에게는 인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자기가 아는 대로 생각하고 생각한 바를 글과 말, 행동으로 표현한다. 아는 게 없으면 글은 물론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그릇된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릇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고,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다면 제대로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글보다 너무 단편적인 이미지와 영상에만 길들어 있다. 글자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계속해서 편한 것만 좇고 쉬운 것에만 의존하다 보면 결국 수동형 인간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교육을 통해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고교생들 상당수가 미국 명문대 입시에서 영어보다 ‘에세이’ 때문에 중도 탈락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입학률이 늘었다고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꾸준히 한다면 더 좋은 효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미국은 초·중등 교육뿐만 아니라 고등 교육에서도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글쓰기 교육은 그에 비하면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글쓰기 교육은 학생들의 올바른 인성과 생활태도를 가꾸고 주체적, 창의적인 삶을 살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즉, 학생들은 글쓰기를 통해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형성하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함으로써 바른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다. 학생들에게 평소 독서 습관화 교육과 함께 다양한 글쓰기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른부터 책 읽기 습관 모범을 우리는 지금 세계화, 지식화, 정보화로 대표되는 문명의 전환기에 살고 있다. 어린이들이 이런 시대 흐름에 맞는 다양한 학습활동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적응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논어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흰 종이를 마련한 뒤에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사람은 인성을 갖춰야 다른 일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다지려면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활동이 다른 어떤 교육활동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또 학교와 지역사회의 노력, 가정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어른이 먼저 실천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아이들은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주변에서 보고 들은 행동을 따라 하기 마련이다.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공부해"라고 말하지 말고 "공부해라, 나는 책을 읽을 테니"라고 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힘써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한 두뇌 연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 필라델피아와 플로리다 주 일부 중학교를 대상으로 신경과학을 통한 학습 효과 증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학생 대상 실험에서 학습 분량을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 공부할 경우 심도 있는 학습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한 다양한 문제를 섞어서 푸는 간삽법(間揷法, interleaving)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는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플로리다주 템파시에서 간삽법을 적용한 수학 과제를 내준 결과, 학생 시험 성적이 50%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을 받아 학습에 미치는 신경과학적 요소를 연구하는 기관도 생겼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으로부터 20만 달러를 지원받고 있는 워싱턴 주립대 소속 교육신경심리학 연구소는 신경과학과 학습의 연관성을 찾는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연구소는 주로 수업 환경에서 학생과 교사의 신경학적인 데이터를 추출해 상호작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눈동자 추적 등 생체인식 감지, 뇌파, 행동 패턴 분석 등의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리처드 램 연구소장은 "학습은 행동학적, 사회적, 신경학적인 요소들이 모두 연관돼 이뤄진다는 생각에서 실험이 시작됐다"며 "인위적인 실험 상황이 아니라 최대한 자연스러운 수업 상황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구에 편승해 민간 기업에서 만든 뇌훈련 프로그램 기반 컴퓨터 게임이나 어플리케이션 판매 시장도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 경영정보 전문업체인 마켓스 앤드 마켓스(Markets and Markets)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4850만 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2015년에는 6710만 달러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2억 달러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두뇌 훈련 관련 사업의 과열 성장으로 미국 정부의 제재도 잇따르고 있다. 업체의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 통상 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FTC)는 지난해 수업 시간에 사용되거나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두뇌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일제히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두뇌훈련 프로그램인 루모시티(Lumosity) 제조사인 루모스 랩스(Lumos Labs)는 과장 광고로 지난달 합의금 200만 달러와 5000만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또 다른 두뇌훈련 프로그램인 정글탐험대(Jungle Rangers)도 거액의 합의금이 청구됐다. 두뇌훈련을 통한 학습 증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통제된 조건에서 이뤄진 실험 결과가 실제 학습 현장에서는 일관되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의 뇌는 상당히 복잡하고 학습 또한 뇌의 일부분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김없이 새 학기가 시작됐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덕분에 올해도 학급수가 감축되면서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 여덟 분의 자리가 또 비워졌다. 새 학기 첫날, 그 선생님들이 맡았던 업무들이 남은 교사들에게 나눠졌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빗발쳤다. 청소 담당구역을 지정하는데도 몇 군데는 담임교사, 부장교사 할 것 없이 2곳, 3곳 겹겹이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 청소 업무 하나만도 지도교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내 방으로 들어온 24개의 공문은 꼼꼼히 읽지도 못하고 담임을 맡고 있는 세 분의 우리 부서 선생님들께 7, 8개씩 배분해야했다. 신학기 학생 생활지도 계획, 학업중단숙려제 운영계획, 학교안전계획(신설), 학교 내 대안교실 운영계획 등 굵직굵직한 공문은 내 차지로 돌려놨다. 아마 한 달쯤은 밤을 새워야 나올 계획들이다. 교육부에서 ‘안전부장’을 신설하라는 것도 그냥 내 몫이 돼 버렸다. 아침에는 앞으로 교문을 지켜주실 학생보호인력 담당 어르신 면접과 연간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등교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맞이했다. 이어 교통지도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한 숨을 돌리려는데 또 이내 일이 터졌다. 새로 복학한 3학년 여학생이 같은 반 후배 여학생과 화장이랑 교복변형을 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이다 이내 후배 머리에 침을 뱉고 학교를 나가 버린 것이다. 전화 통화 끝에 가까스로 설득하고 오후 3시 경에는 어머님과 학년부장, 담임교사와 함께 1시간 여 상담을 진행했다. 아무래도 복학이 원인인 듯 보였다. 상담하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나가 버리겠다는 통에 진땀을 빼야했다. 그 와중에 오전에는 강당에서 1100여명의 학생들을 3시간에 나눠 학교 폭력예방교육을 했다. 그리고 오후에 2시간 수업을 하고 나니 저녁 무렵 퇴근 할 기운마저 없어 그냥 소파에 주저앉았다. 이것이 중학교 학생생활(안전)부장의 3월 새 학기 2일차 풍경이다. 2주전 농협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장난삼아 물었다. “너 중학교 부장교사가 부장 수당 얼마 받는지 아냐?” “글쎄….” “월 7만원.” 친구가 헛웃음을 치고야 만다. 우스웠나보다. “중소기업도 부장 달면 연봉이 어마하게 올라가지?” “그렇지.” 7만원 안 받고 차라리 부장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니다. 7만원은 고사하고라도 제발 ‘수업준비’라는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 수업준비!
최근 영국 교사들이 경제적 대우가 좋은 해외 학교로 떠나면서 학교 절반이 정원을 못 채울 정도로 교사 부족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기준청(Ofsted) 마이클 윌쇼 수석장학관은 지난 2월말 "신규 교사들의 해외 국제학교 유출이 많아 교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 교육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영국 교사들이 외국의 국제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해외에 설립된 영국계 국제학교는 8000여개에 이른다. 2025년에는 1만5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 국제학교를 설립, 교원을 수급하는 회사도 2년 전 29곳에서 현재 44개로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영국의 교육과정이나 학제가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그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학교 운영을 통해 큰 수익을 얻으면서 점차 국제학교 설립이 증가하고 있다. 교사들도 영국에 비해 경제적 대우가 높은 해외 일자리를 선호하고 있다. 특히 두바이나 중국 베이징에서는 교사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높은 급여에 세금 면제 혜택까지 주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영국 내 교사 연봉은 다른 직종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대졸자 평균 연봉은 2만9500파운드(약 4900만 원)로 금융업 종사자는 4만5000파운드(약 7520만 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교사 평균 연봉은 2만3000파운드(약 3800만 원)에 불과하고 특히 런던 지역 교사는 2만6000파운드(약 4300만 원)로 이중 64%를 집세로 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실제로 지난해 1만 8000명의 교사들이 영국을 떠나 외국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이중 1만 7000여 명은 교육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 교사다. 교원의 해외 유출로 인한 영국 내 교사 부족 사태로, 영국은 오히려 캐나다와 호주, 남아공, 자메이카 등에서 교사를 영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중국계 교사도 늘고 있다. 일자리를 찾는 교사와 학교를 연결해주는 업체인 Teachvac에 따르면, 1만 8704개의 자리가 교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교사 모집 공고가 올라와도 지원자가 1~2명에 그칠 정도라 학교 관리자들이 곤혹스러울 정도다. 노동당 분석에서도 이번 학기에 영국 학교의 절반이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임용 중인 기술 교과 교사도 40%만이 정규 교육과정을 받았고, 종교나 미술 교사는 40%가 부족한 실정이다. 교사 부족으로 학교가 통합되면서 이스트 라이딩 오브 요크셔 주의 시골에서는 학생들이 두 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육기준청은 교사 실습 과정과 학자금 융자 등 제도 변화를 요구했다. 윌쇼 수석장학관은 "일정 기간 실무 경력을 쌓아야 정규 교사 자격이 주어지는데 외국 경력도 인정해주면서 신규 교사들이 해외로 바로 떠나고 있다"며 "자국의 실무 경력만을 인정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자국에서 5~7년간 교사로 일하면 대학 학비 융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게 지원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교사 부족 현상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초등 신규 교사를 두 배나 많이 모집했고, 중등 교원도 2010년보다 1만3000명 이상 늘었다"고 대응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이 존경받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15일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부에서 만난 이제훈 회장. 이 회장은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존경받는 선생님’을 거듭 강조했다. 교원단체도 아닌 아동복지전문기관의 회장이 교권확립을 강조했을 때 처음에는 내부 직원들조차 의아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회장에게 ‘교권’은 35년 간 언론에 몸담으면서 얻은 혜안을 통해 도달한 아동 문제의 해법이었다. 버려지는 아이들, 학대받는 아이들,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이 생기는 원인을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찾은 그는 "가족이 해체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은 결국 학교, 교사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아동학대가 심각하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아이를 낳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낳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낳고 베이비 박스에 버리는 세상이 돼버렸다. 게다가 자기중심적인 사회가 되다보니 가족 해체 현상도 심각하고 아이에 대한 애정이나 사랑도 옛날보다 식었다. 연간 결혼이 33만 건인데 이혼이 11만 건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혼하면서 자녀 양육권을 서로 가지려고 했는데 요즘은 안가지려 다툰다고 한다. 가족이 해체된 채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우울증이 생기면서 아이를 사랑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는 아동학대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아동학대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아동학대는 어느 한 곳에서만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가정과 정부, 사회적 시스템이 함께 나서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족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상태라 가정에서 해결책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학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선생님이 더 애정을 갖고 아이들을 돌보고 올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 그러려면 주체적 역할을 해주실 선생님이 자긍심과 사명감,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선생님이 존경받는 풍토를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 -초록우산도 여러 가지 활동을 펴고 있지 않나. "이전에는 빈곤가정 아이들,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돕는 데에 비중을 뒀다. 그런데 요즘에는 아동 학대, 아동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 초록우산 내에는 아동학대 예방 전문기관이 있다. 아동 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밤늦은 시각이라도 나가서 아동을 부모로부터 격리시켜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선생님들도 학교 현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발견해 연락주시면 도움을 드리겠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애드보커시(권리 옹호) 캠페인도 하고 있다. 부모의 생각을 바꾸고 일반 국민의 경각심, 정부의 관심을 불러오려는 차원이다." -해외 아동 복지·교육에 지원을 넓히는 것으로 안다. "초록우산에서 돕고 있는 국가가 20개국이다. 결연 아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학교나 직업훈련소도 만들어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로 꼽히는 남수단에는 초등학교를 지어줬고 지난 2월말에는 직업 훈련소를 개소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3일 남수단 보르의 직업훈련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올해 희수를 맞은 그는 18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한낮에는 4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도 끄떡없는 노익장을 과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컴퓨터 교육과 재봉 기술, 영어 교육 등의 과정을 마련했는데 기술을 가르쳐 줄 인적자원이 없어 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 장병들이 자원봉사로 강의를 해주고 있다. 남수단에서 해외 봉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퇴직 교원이 있으시면 환영한다." -아동복지전문기관인데 인성교육에 관심이 큰 것 같다. "3~4년 전 병영 내 총기사건이 언론에 많이 나와 큰 문제라고 느꼈다. 어릴 때부터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게 그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제대로 사랑이나 인성교육을 받지 못하다보니 배려나 사회성이 떨어져 남의 충고나 야단에 대해 소화를 못시키고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2013년부터 인성교육 캠페인을 벌였다. 재단 내의 아동복지연구소에서 인성교육 교재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다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결국 학교,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인성이라는 개념이 너무 추상적·포괄적인데 인성교육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는 펜을 들어 종이에 한자를 직접 써 보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사람 ‘人’자는 사람이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서로 의지하고 도우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인성이라는 것이 바로 남을 생각하고 존중하고 어울려 사는 것을 말한다. 밥상머리 교육에 주목했다. 어른이 먼저 수저를 뜨기를 기다리고 나눠서 먹고 하는 밥상머리에서 인생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족이 해체돼 아이도 혼자 밥을 먹다보니 밥상머리교육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가 자기 혼자만 알고 남이 중요하다는 건 모른다." 그는 초록우산이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 ‘인성밥상’을 직접 정하기도 했다. 대중들에게 쉽고 명확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구로 캠페인의 효과를 높이는 데 언론인으로서 그의 역량이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하나, 어질 ‘仁’자는 두 사람이 살아가면서 서로 지켜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성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중요한 만큼 남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어울리는 품성을 기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총과 MOU를 맺고 협력하게 된 것도 인성교육과 연관된 건가. "인성교육에 있어 선생님의 역할을 강조하다보니 교총과 인연을 맺게 됐다. 부모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해서는 공교육이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에 대해 촌지나 받는다며 지탄하고 선생님이 야단치는 걸 학생이 핸드폰으로 찍어서 알리는 분위기에선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다. 학교 선생님이 존경을 받아야 한다. 부모가 ‘내 아이는 선생님한테 맡기겠으니 잘 키워주십시오’라고 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선생님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그런 풍토를 만들자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주변의 존경받는 선생님들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문화일보와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캠페인을 1년여 동안 하고 있다. 교총에서도 존경받는 선생님들을 많이 알려주셨으면 한다." -삶에 영향을 준 스승이 있나. "고등학생 때 이성구 교장 선생님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학생들이 많았는데, 부모님이 보내주신 반찬 단지가 없어져 문제가 됐다. 그때 교장 선생님이 전교생을 운동장에 다 모아놓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학생들을 잘 가르치지 못한 책임감으로 벌을 받는다고 하셨다. 진정한 교육자셨다." -지난 2월 국내 55개 대북지원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됐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됐는데. "초록우산은 10여년 동안 북한 아동 돕기를 하고 있다. 평양에 빵 공장을 지어 아동 식량을 제공하고 인민병원 소아과 병동에 의료 기자재를 제공하고 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온다는 말처럼 북한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제훈 회장은 △1940년 출생 △서울대 사학과 졸업 △중앙일보 편집국장 △중앙일보 사장 △한국 BBB운동 회장 △한국자원봉사포럼 회장 △경기도 자원봉사센터 이사장 등 역임
경남교육청이 보건교사 부족을 이유로 ‘초등 보건교사 순회근무’를 강행하려는 방침을 정한데 대해 교총이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남교총(회장 심광보)과 한국교총(회장 직무대행 박찬수)은 18일 성명을 내고 “경남교육청의 지침은 매년 증가하는 학교 안전사고에 대해 보건교사의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며 “교육청 소속 보건전문 인력을 확충해 보건교사 미배치 학교에 순회하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15일 초등 보건교사가 미배치 학교를 순회토록 하는 ‘2016 초등 보건교사 순회근무 지원 협조’ 공문을 도내 교육지원청과 일선 학교에 시달했다. 도교육청은 “보건교사 미배치 학교에 대한 보건교육 등 교육복지 확대 목적에 따른 결정”이라면서 “원적학교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의해 시행할 것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교사가 현임교를 두고 타 학교에 나가있는 동안 보건 공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교 안전이 갈수록 위협받고 보건실 방문 학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생 건강권이 더욱 후퇴할 것이라는 게 보건교사들의 목소리다. 교총은 “근본적으로 65%에 그치고 있는 보건교사 배치율을 높이되, 당장 어렵다면 교육청 소속 보건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강원교육청의 경우 기간제 순회강사 및 보건강사 등을 배치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독감환자 급증은 물론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수족구, 결핵 등 학생 위협 감염병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보건교사를 순회시켜 공백을 초래하는 일은 학생 건강권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특히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2000여 학교가 대규모 휴업을 했던 것에 비춰보면 보건교사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학교 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11만6527건으로 2012년 10만365건에 비해 16.1% 증가했다. 또 2014년 더불어민주당 박혜자 의원의 국감자료에서는 최근 10년 간 학교보건실 방문 학생 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교사가 원적학교를 둔 채 타 학교 순회 근무를 하는 것은 교육공무원법, 학교보건법 상 구체적 근거가 없고 ‘겸임형태’ 발령으로 봐야하는데 ‘순회’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엇보다 인사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소통 없이 공문 한 장만 달랑 내려 보낸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보건교사들은 “진보를 자처하며 소통이 중요하다고 역설해온 박 교육감은 보건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이 기회에 부적절하게 순회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여타 6개 시·도 역시 함께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경남교육청이 보건교사 부족을 이유로 ‘초등 보건교사 순회근무’를 강행하려는 방침을 정한데 대해 교총이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남교총(회장 심광보)과 한국교총(회장 직무대행 박찬수)은 18일 성명을 내고 “경남교육청의 지침은 매년 증가하는 학교 안전사고에 대해 보건교사의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며 “교육청 소속 보건전문 인력을 확충해 보건교사 미배치 학교에 순회하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15일 초등 보건교사가 미배치 학교를 순회토록 하는 ‘2016 초등 보건교사 순회근무 지원 협조’ 공문을 도내 교육지원청과 일선 학교에 시달했다. 도교육청은 “보건교사 미배치 학교에 대한 보건교육 등 교육복지 확대 목적에 따른 결정”이라면서 “원적학교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의해 시행할 것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교사가 현임교를 두고 타 학교에 나가있는 동안 보건 공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교 안전이 갈수록 위협받고 보건실 방문 학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생 건강권이 더욱 후퇴할 것이라는 게 보건교사들의 목소리다. 교총은 “근본적으로 65%에 그치고 있는 보건교사 배치율을 높이되, 당장 어렵다면 교육청 소속 보건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강원교육청의 경우 기간제 순회강사 및 보건강사 등을 배치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독감환자 급증은 물론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수족구, 결핵 등 학생 위협 감염병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보건교사를 순회시켜 공백을 초래하는 일은 학생 건강권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특히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2000여 학교가 대규모 휴업을 했던 것에 비춰보면 보건교사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학교 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11만6527건으로 2012년 10만365건에 비해 16.1% 증가했다. 또 2014년 더불어민주당 박혜자 의원의 국감자료에서는 최근 10년 간 학교보건실 방문 학생 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교사가 원적학교를 둔 채 타 학교 순회 근무를 하는 것은 교육공무원법, 학교보건법 상 구체적 근거가 없고 ‘겸임형태’ 발령으로 봐야하는데 ‘순회’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엇보다 인사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소통 없이 공문 한 장만 달랑 내려 보낸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보건교사들은 “진보를 자처하며 소통이 중요하다고 역설해온 박 교육감은 보건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이 기회에 부적절하게 순회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여타 6개 시·도 역시 함께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서울혁신교육지구 내 학교들 불만 지정 자치구 요구, 대다수 잡무성 “공문 때문에 교육 본연 업무 뒷전” “개학 후 서울교육청, 지원청, 자치구 세 곳에서 3분의 1씩 하루 평균 100개가 넘는 공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늘(17일)은 그나마 자치구가 적게 보낸 편인데도 88개나 왔어요.” 서울 A초 B교감은 학기 초 쏟아지는 공문 홍수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푸념했다. 교육 본연의 업무는 고사하고 공문 처리에 하루 종일 매달려도 모자랄 판이다. 시교육청이 공문 감축을 홍보하고 있지만 현장 반응은 정반대인 것이다. 지난해 현 학교로 발령받은 B교감은 “하필 그 해부터 지역이 서울혁신교육지구(이하 혁신지구)로 지정돼 지자체 업무와 공문이 대폭 늘어났다”고 하소연한다. 2년 전 근무하던 학교에는 하루 40~50개의 공문을 처리했다고 한다. 문제는 지자체가 요구하는 공문이 ‘교육’의 이름으로 오긴 하나 실상은 잡무에 가깝다는 점이다. 기존에 하던 복지사업과 비슷한 내용이 하나씩 계속 추가돼 일은 늘어나 교육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다. B교감은 "혁신지구,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자치구지역연계사업, 자치구경비보조사업 등 비슷한 성격의 내용이 모두 따로 와서 각각 처리하려니 너무 힘들다"며 "정치논리로 늘어난 업무가 대부분이라 이럴 거면 교육자치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회의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다른 혁신지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C혁신지구 D중 교감 역시 공문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이 교감은 “하루 60개 이상 쏟아지는 공문의 20%는 자치구 공문인데 여러 번 보내다보니 귀찮아서 처리해줄 수밖에 없다”면서 “그나마 지금은 국회나 시의회 회기 중이 아니어서 자료요청 공문이 없는 게 다행”이라고 씁쓸해 했다. 이어 “혁신지구 지정 이후 지자체가 교육청 역할까지 하면서 잡무가 증가해 각종 결제가 밀리는 것은 기본이고 교과수업 평가회부터 교육과정연구, 생활지도, 상담 등을 위해 협의할 시간마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지자체가 교육청 역할을 하는 등 간섭도 심해져 학교는 상급기관만 하나 더 두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 지역 E초 F교장은 “구청에서 지역 교장, 교감 등 관리자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해 황당했다”며 “이전에는 자치구가 학교에 직접 공문을 보내거나 업무를 요청하는 일이 없었는데 혁신지구 지정 이후 예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간섭이 심해져 교원들의 자존감마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에 관해선 우리가 전문가이고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굳이 자치구에서 강사까지 지정하고 우리는 학생만 관리하라는 식의 업무도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시교육청은 지난 8일 서울시와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고 밝혀 학교가 더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현장에선 시교육청이 ‘교육주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F교장은 “교육청이 버팀목이 돼서 외부 간섭을 막아줘야 하는데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라면서 “이전 교육감 때 지자체 업무협조가 들어오면 교육청이 일단 접수받고 필요한 경우에 한해 학교에 안내했는데 지금은 그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을 위한 협력은 할수록 좋은 것 아니냐”며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교육청이 결정한 일이니 이해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삶의 여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28년 전 일본 중부에 위치한 아이치교육대학원에 유학을 할 때 항상 마음속으로 지원하시고 실제로 유학생들의 지도를 맡아주신 사회과 우오즈미 선생님을 만나뵈는 기회를 가졌다. 선생님은 퇴직 후에도 글로벌 사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계시면서 여러 곳에서 강의와 논문을 쓰고 계셨다. 눈에 띄는 주제는 '21세기형 사회와 사회과 학습'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이다.
아이들이 떠난 텅 빈 교실에 먼지만 가득하다. 찢어진 참고서, 주인 잃은 삼색 슬리퍼 한 짝, 버려진 체육복 등 언제나 이맘 때 쯤 이면 해마다 반복되는 풍경이다. 새로운 반이 편성되고 새 담임이 발표되면 아이들은 연어들처럼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반을 찾아간다. 신 담임이 발표된 순간부터 구담임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다. 아이들은 모두 신담임의 성격과 성향을 파악하느라 구담임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구담임은 그저 아이들이 떠난 빈 교실에 남아 쓸쓸히 청소만 할 뿐이다. 2016년 2월 4일이었다. 오전에 종업식이 끝나고 아이들이 떠난 빈 교실에 혼자 남아 청소를 끝낸 뒤 개인사물함에 남아 있던 책과 잡동사니들을 한 아름 안고 내려오는데 우리 반 반장이었던 찬호란 녀석이 헐레벌떡 뛰어오며 나를 부른다. “선생님, 지난 일 년 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하며 꾸벅 인사를 한다. 뒤이어 책과 참고서를 가슴 가득 안고 새 교실로 이사를 가던 우리 반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복도는 어느새 송별회장이 되었다. 나는 아이들의 별명을 하나하나 불러주며 새 학년 새 담임선생님을 만나 작년처럼 열심히 공부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까르르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싱싱한 웃음소리가 복도의 벽에 반사되어 더욱더 싱그럽게 들렸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녀석이 있었다. 바로 우리 반 2학기 반장이었던 찬호였다. 찬호는 반장선거를 할 때 아이들에게 이렇게 유세했었다. “저는 학교나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는 그런 반장은 되지 않겠습니다. 오직 여러분의 권익과 편안한 학교생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담임이었던 나는 ‘야, 이놈 봐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담임을 하면서 담임과 대립각을 세우는 반장이 뽑히면 학급 운영이 배로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어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으랴. 하지만 이런 나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다음 날부터 찬호는 우리 반에서 제일 먼저 등교해서 복도를 쓸고 칠판을 지우고 책걸상을 정리 정돈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며칠 하다가 그만 두겠지.’ 하는 내 생각과는 달리 찬호는 학기 내내 그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떠들면 자신이 나서서 수업분위기를 다잡았고 뒤처지거나 소극적인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먼저 다가가 함께 하기를 권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학우들의 의견과 이견을 적절히 조율하여 경쟁과 갈등을 줄이고 적재적소를 통한 협동적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며 갈등 관계를 포용적 자세로 해결해 나갔다. 비록 학생이었지만 교사인 내가 배울 점이 참 많은 학생이었다. 이제 1학년 신입생들이 교정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올해는 몇 년 만에 다시 1학년 담임을 맡았다. 봄기운과 함께 가슴에 열정과 설렘을 가득 담은 신입생들이 교정을 활보하고 있다. 더불어 나 또한 그들의 싱그러운 기운을 받아 십 년은 젊어질 것이다. 법화경에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란 했던가. 떠나는 자, 남는 자. 2016년은 그렇게 또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
2016년 3월 10일(목) 서령고(교장 김동민)28기 동문들이 장학금을 기탁했다. 28기 최병렬 회장과 김대윤 총무는 10일 오전, 김동민 교장을 찾아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 100만원을 전달하고 돌아갔다. 최병렬 회장은 인사말에서 “선배로서 모교발전과 후배 양성을 위해 작은 정성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모교 발전에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민 교장은 “학교 발전에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모교와 후배들을 위해 이렇게 선뜻 장학금을 기탁해준 졸업생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며 “장학금은 서령고 인재 육성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 하겠다.”고 밝혔다.